제가 RMS(Richard M. stallman)를 알게 된 것이 98년입니다.(물론 개인적 친분은 없습니다 ^^) 그때 서강대에서 리눅스 공동체 세미나를 했는데 예상보다 큰 성황을 이루었죠. 당시 분위기는 한국에도 리눅스가 폭발적으로 성장, 확산할 것만 같은, 정보와 지식의 공유 문화가 자리를 잡을 것만 같은, 흥분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지각생도 그것에 경도되어 지금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죠. 어릴때부터 컴을 만져 감각을 키우거나, 머리속이 말랑말랑할때 시작한 사람이 못되는데다, 몇가지 치명적인 약점때문에 실력있는 프로그래머의 길로 접어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리눅스와 F/OSS를 나름대로 주위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위해 반복 삽질을 했더랍니다. 과방에서 하는 일이, 몇번 포스팅하긴 했지만, 장기와 기타/노래, 날적이 쓰기, 그리고 PC주워와 리눅스 깔고, 다시 지우고, 다시 깔기가 거의 전부였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위키백과:리차드스톨만 참고
그는 FSF(Free Software Foundation)을 만들어,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에 철학적, 기술적 기여를 했는데, 그가 초안을 작성한 GPL(General Public License 일반 공공 라이센스)은 많은 소프트웨어가 자유롭게 남게 할 수 있는 법률적, 철학적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리눅스"도 이 GPL v2 에 의해 자유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선언적 구호로서 "CopyLeft"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질적으로 그 소프트웨어가 계속 자유롭게 남을 수 있는 방어, 보호장치가 되지 못합니다. GPL이 있음으로 해서 구체적으로 이 소프트웨어가 어떤 방식으로 자유롭게 유포, 개작될 수 있는지, 이것과 관계된 다른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명시하고, 그것이 "자유로 남기"위한 실질적인 보장을 하게 됩니다.
리눅스와 여러 자유소프트웨어의 성공을 통해, 소스 공개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자발적인, 일반 대중의 참여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한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그것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RMS를 대표로 하는 완고한 자유소프트웨어의 이상은 현실에서 충돌이 될때가 많아졌고, 그래서 그 개발모델만을 차용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오픈 소스"입니다. 본질적으로 모든 자유소프트웨어는 오픈 소스이기에, 이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고, 사실 두 개를 구분하는게 큰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서 F/OSS 혹은 Floss (Free/Libre/Open Source Softwrare) 로 묶어 쓰긴 하지만, 점점 기술 환경이 변하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그 내부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계속 생겨나고 있긴 합니다. 또 이것은 어느 정도 RMS의 영향도 있는데, 그의 도덕적인, 이상적인 개인 철학에 동의하지 못하는 (소스 공유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의 어찌보면 지나친 완고함 탓이랄까요.

RMS 와 FSF는 소프트웨어 특허와 저작권의 지나친 확대, 남용이 과학 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며 열정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여왔고, 최근에는 DRM(디지털 저작권 보호장치?)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환경변화에 맞춰 GPL v3 를 준비하고 있는 등 변하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DRM등 이슈와 GPL 새버전을 둘러싸고 "오픈 소스"진영과 많은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언뜻 보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그의 강한 정치적, 도덕적 신념과 열정이긴 하지만, 항상 변하지 않고 한길로 가는 그에 대한 존경심은 많은 해커들과 IT기술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각생도 그렇구요. 그가 항상 그 자리에서 계속 주장을 하고 있기에, 어쩌면 더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러나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F/OSS의 저변을 넓혀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만일 지금의 그가 상징하는 것들이 없다면, F/OSS의 문화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사실 장담못하겠습니다. 물론 많은 해커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를 배격하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세계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지금처럼 자본의 위력이 강력하게 모든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문화속에서는..
예를 들면 이런 생각을 전 합니다. 리눅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고, 그래서 30~40%정도가 돼서 정말 MS윈도우즈와 맞장 뜰 수 있는 만큼이 되면 그때까지 리눅스를 발전시킨 많은 Geek(괴짜? 좀 다른 의미에서 특이한 사람들), 해커들에게 변화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계속 특이한 거, 남들이 안쓰는 거를 찾기 좋아하는 그들이니, 다른 자유 OS, 남들이 많이 쓰지 않는, 혹은 기술적으로 뭔가 특이한 다른 무언가로 더 많이 분산될 수 있을텐데, 그래도 그때까지 RMS를 비롯한, 이상주의자들, 순수히 자유소프트웨어를 사랑해서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겠죠. 계속 독점 OS와 법적, 기술적 장치들로부터 사람들의 자유를 지키려는 "유의미한", 실질적인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죠.

여기까지 읽어주셔 감사하고, KLDP의 이 글타래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군요.
"RMS를 존경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