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과 "분자"

IT / FOSS / 웹

트랙팩님의 [웹2.0과 사회운동] 에 관련된 글.

사회포럼 발제에서 살짝 인용됐던 피에스 레비의 "집단지성"이라는 책을 보면 "몰"과 "분자"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몰은 '덩어리',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는 크기, 정도의 단위고, 분자는 그보다 더 작은 개념으로 구성의 최소 단위 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사회, 과학, 정치는 "몰"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분자"의 수준까지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죠.


한명 한명의 인간을 "분자"라고 보면 "몰"은 집단 - 지역, 성별, 인종 ... - 이라고 할 수 있겠죠. 혹은 불특정 다수, "일반" 대중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 사회 시스템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장" "좀더" 많은 사람에게 먹힐 수 있는 것을 개발해 한 가지의 방식으로 들이밀어 왔습니다. 그것은 권력이던, 자본이던, 운동진영이던, 그리고 개인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기술(과학만이 아닌 모든 분야)이 점점 발전하면서, 정교해지면서

그 대상이 되는 "몰"의 단위가 점점 세밀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그것이 "분자"의 수준까지는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체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제 "가능성"의 영역, 공상이 아닌 "예측"의 범위에 그것이 들어와 있고, 그것이 다른 분야의 기술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이 컴퓨터 기술이죠.(생명공학의 발전이 지금의 컴퓨터가 없었더라면 그 속도는 엄청 늦어졌을 겁니다.) 컴퓨터 관련 기술은 이제 "분자"의 영역으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만들어 내는 환경들 - 인터넷(웹) , 그 공간의 역학은 이제 사회학, 정치 기술 등에도 빠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웹의 변화를 흔히(불순한 의도도 숨어있지만) "2.0"이다라고 말해집니다.

그렇기에 웹의 변화를 통해 현실에서 많은 것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웹과 현실공간은 서로가 서로를 모델링하며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를 이해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웹 2.0"에 관심을 가지라고 핏대를 세우는 까닭은 그런 것에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이트, 그 구획이 정해진 공간에서 누가 글을 올린다고 해서 그것이 지구상에 누군가와 바로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그 글에 대해 답/덧글을 달아줄 순 있지만 그것은 그 공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의 소통이고, 더 많은 소통을 위해선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직접 만나 술이나 한잔 하면서^^ 얘기해야겠죠. 지금까지 생각해온 "커뮤니티"는 "몰"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곳에 글을 올릴때는 "분위기"를 파악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거라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말을 해야합니다.


블로그에서는 그것과 다릅니다. "분자"로서의 개인에게 제약은 블로그가 가진 기술적 제약 외에는 없습니다. 블로그간의 연결(트랙백, RSS)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에서 개별 블로그는 다른 곳들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블로거 스스로 "관계"를 지향하며 자신의 사상을 검열하고, 표현을 조절하긴 하겠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외부의 강제가 아닌 자신의 선택이라는 점(강요된 선택일 수 있지만)에서 커뮤니티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지금 저는 대학로에 있어야 하는데! ㅡㅡ;) 하고 싶은 말을 하자면

지금까지의 역사, 운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장치가 "몰"의 단위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이어져오는 흐름을 계속 타고 가다보니 "분자"의 가능성이 보인다. 근데 자본이 그것을 관심 갖고 있다. 국가권력은 어쩌면 남몰래 "분자"기술을 개발해 사용해 오고 있는지 모른다.(이게 음모론이죠 ㅎㅎ) 운동진영도 "분자"의 수준에서 사고하고, "분자"로 나아가는 기술을 활용하자. 그래서 "활동가"와 "대중"의 분리구도를 다시 극복해 하나가 되는 노력을 하자.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럼전... 늦게나마 맘에 안드는 어감을 가진 집회("범"국민대회)장소로 달려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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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5 14:55 2006/04/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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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2006/04/15 16:07 URL EDIT REPLY
몰과 분자 이야기 발제때 이야기 할까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_- 들뢰즈랑 가따리도 앙띠오이디푸스인가에서 그런이야기를 했다는걸 주워들은적이... 그리고 몰/분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블로그야 말로 수목적이지 않고 뿌리줄기-리좀 방식의 조직(화)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블로그 툴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블로그에서 나타나는 문화 현상이..)
지나가다 2006/04/18 15:05 URL EDIT REPLY
오타가 있는것 같아서.. 피에스 -> 피에르 : 피에르 레비
지각생 2006/04/23 21:45 URL EDIT REPLY
달군/ 그, 글쿤요 :-)
지나가다/ 지적 감사. ㅡ,.ㅡ 에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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