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잡기장
습관과도 같던 블로그, 안 쓰다 보니 계속 안쓰게 됐다.
간간히 썼던 SF영화모임 공지 포스팅 같은 건, 대개 메일링리스트로 돌린 내용을 홍보차 올린 것이고.

내 블로그에 어떤 "색깔"이 있었는데, 그걸 뭐라고 스스로 딱 집어 말은 못하겠지만, 언제부턴가 그게 사라지면서 스스로 어색하고 재미가 없었다. 소개하는 글, 알리는 글 말고 내 생각을 적은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작년 여름이나 그 전일 지도 모른다.

내겐 블로그가 최종지점이 아니라 출발지점이었다. 다른 곳에서 쓴 글을 몇 번 다듬고, 여러 사람을 거쳐 완성된 글이 발표되는 곳이 아니라, 대개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어딘가 글을 보내기 위해 블로그를 쓰곤 했다. 그래서 지난 내 포스팅을 돌아보면 그런 설익은 내가 풀풀 풍기는게 많았다. 어쩌면 그것도 이 블로그의 "색깔"중 하나였겠지.

그런 내가 블로그를 안 쓰다보니, 자연히 내 생각을 평소에 정리하고, 표현을 다듬어 둔다던가 하는 것이 확 줄었다. 기술적 작업이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어떤 주장을 해야 하고, 내 비전을 공유해야 할 시점에서 버벅거리게 됐다. 블로그 안쓴 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 동안 해 오던 습관이 바뀌니까 참 잘 안되고 더듬게 되더라.

올해가 되면서, 난 다시금 간절히 변화를 원하게 됐다. 작년 하반기에 주로 발로 뛰고 몸을 쓰고 얼굴을 팔고 말로 꼬시던 활동, 그리고 여전히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하는 기술 작업들만 해왔는데, 이제는 그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시작할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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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는 MWTV 일을 거들고 대안학교에서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수업을 하나 맡게 된다. 두번째 것은 내게 좋은 경험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단발성으로 특정 철학, 특정 기술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과 짧은 시간동안 같이 공부해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꾸준히, 그리고 대상도 내가 원하던,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할 기회는 없었다. 최근에 깜이 떨어져서, 제의를 받고 약간 걱정은 했지만 얘기를 해보고 받아들였는데, 그래서 내가 작성한 강의안이 이거다.

대안과학 - 정보통신분야 커리큘럼 (작성 : 지각생 / 2009222)

차시

제목

목표

내용

비고

1

이야기1 : 창문 밖 세상

- 빌은 어떤 사람?

MS윈도우로 가득찬 컴퓨터 세상. 그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의문 품기

* PC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컴퓨터 발전 역사

*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모질라 파이어폭스 이야기

* 기술적 내용 없이 역사, 뒷 이야기만

이야기2 : 낭만 해커, 낭만 해적

왜곡되어, 잘못 이해되고 있는 "해킹" 다시 보기. 컴퓨터 세상에서 "나눔"의 의미

* 컴퓨터의 시작부터 9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

* 해킹(Hacking)의 역사, 주요 해커들의 이야기 - 리차드 스톨만과 리누스 토발즈

2

기술1 : 자유소프트웨어로 갈아타기

웹 브라우저, 오피스, 멀티미디어 등 자주 쓰는 프로그램들의 다양한 대안들을 접해본다.

* 모질라 불여우(Firefox)

* 오픈 오피스

* 김프(Gimp) 이미지 편집툴

* 크고 작은 유틸리티들

* 자유소프트웨어 감별법

*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묻고, 그에 대한 대안 프로그램 제시

3

과학1 : 과학기술과 사회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통념과 환상에 의문을 던져본다

* 과학기술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 지적재산권 이야기

* 디지털 권력 : 다른 세상의 질서


4

이야기3 : 상상의 세계 - SF와 정보통신

컴퓨터는 어떻게 변해갈까? 옛날 사람들의 상상과 지금의 모습

* SF소설(사이버펑크) 소개

* 앞으로 변해갈 방향에 대한 자유로운, 거침없는 상상

* 최근의 기술동향으로 살짝 점쳐보기

SF소설과 영화에서 발췌한 내용들 함께 봄

5

과학2 : 네트워크와 오픈소스

정보통신환경의 변화에 숨어 있는 원리들을 알아보자

* 네트워크에 대한 과학 : 6단계 법칙 등

* 오픈소스 : "성당과 시장"에 대해

* 집단지성 : 위키백과의 사례


이야기4 : 큰 해커와 작은 해커

창조하고, 공유하여 새로운 길을 여는 해커들의 다른 사례와 현실

* 웹 이야기 : 웹은 뭐고 웹 2.0?

* 그 밖의 여러 해커와 해킹 이야기


6

기술2 : 깊은 곳 탐험

컴퓨터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고, 내게 맞은 환경 구축하기

* 껍데기를 뜯어보자 : 컴퓨터 구조에 대한 공부, PC분해와 조립, 관리요령들

* 새로운 세상 만들기 : 리눅스 OS를 설치하고 자유소프트웨어로 이뤄진 컴퓨터로 놀아보자

실습용 컴퓨터를 구비할 수 있으면 좋음

7

기술3 : 길 만들기

프로그래밍은 어떻게 하나요? 자유소프트웨어와 함께하려면

* 자유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데 참여하는 방법

* 간단한 프로그래밍 기초 원리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가능성 소개

8

함께 협력하기

서로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며 다르게 발전할 수 있을까

* 자유롭게 토론, 무엇을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 어떻게 협력할까, 그 결과는 어떻게 공유할까

* 앞으로, 새로운 것은 어떻게 함께 공부해갈 수 있을까



혹시 이것과 비슷한 공부를 원하는 운동 단체/센터/모임이 있다면 저랑 얘기좀 하시죠.
이런 주제를 함께 "가르치거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소개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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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1 15:19 2009/03/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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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2009/03/02 21:46 URL EDIT REPLY
커리큘럼이 흥미진진한데요. 한꺼번에 포스팅을 너무 많이 하니까 덧글을 달 수가 없네, ㅋㅋㅋ 지각생은 한꺼번에 오네
지각생 | 2009/03/03 12:27 URL EDIT
내일 아이들과 첫만남인데 두근두근. 근데 지각생이 한꺼번에 온다? ㅋㅋ
콩!!! 2009/03/03 00:42 URL EDIT REPLY
아... 멋집니다... ㅠㅠ
지각생 | 2009/03/03 12:28 URL EDIT
그렇습니까.. ^^ 공개 워크샵 함 할까요
앙겔부처 | 2009/03/12 17:24 URL EDIT
공개워크샵 좋네연 기술 워크샵 꼭 듣고 싶어효
학생들 사이에 꼭 끼고 싶은 맴이에요... 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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