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크레인

잡기장

비가 오고 날도 춥지만, 1. 아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라서, 2. 무료라니, 3. 페이크 다큐!란 얘길 듣고 영화 시사회에 갔다.

 

역시나 지각생의 본능이 발동해서 분명 2시간 부터 출발할 마음을 먹고 있었건만, 잠깐 정신 놓은 사이에 '버뮤다 1시간'이 증발해버려서, 허겁지겁 대충 씻고 서둘러 출발했다. 장소는 필름포럼. 지하철 신촌역에 도착하자 남은 시간은 10분. 신촌역에서부터 연대 앞까지의 길을, 비를 맞으며 맹렬히 달렸다. 달리면서 드는 생각은, '이 길을 지날때면 왜 늘 뛰게 될까?' 정말 이상하게 그 길은 뛰어서 지나간 적이 많다. 약간 재미도 있다. 지나는 사람이 많은 좁은 길을 이리저리 휙휙 달리다, 영 안되면 아예 차도로 들어가 달려가곤 한다. 하.. 이짓은 이제 그만할 줄 알았는데.

 

맹렬히 뛴 보람이 있어 입에서 단내나기 조금 전 상태로 간신히 2분 전에 필름포럼에 도착. 안경이 빗물에 젖어 사람도 못 알아보고 표를 받고 나니 상영이 30분 미뤄졌단다. 하하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난 페이크 다큐가 너무 좋다. 막 찾아서 엄청 많이 본건 아니지만 그냥 페이크 다큐 자체가 생각만 해도, 어쩌다 한 번 보면 아주 재밌어 죽는다. 뭐랄까.. 마치 다 같이 짜고 거대한 속임수를 하고 있는데, 그걸 알고 있는 느낌, 그때의 쾌감, 희열. 입은 계속 씨익, 속에선 배배꼬이며 뭔가 올라올 것 같은 느낌. 거기에 내가 평소에 알던 사람이 나와서 전혀 다른 모습과 원래 알던 모습과, 알지 못했던 진짜(?)의 모습이 보이는게 그 자체로 너무 즐겁다.

 

솔직히 말하면 보는 내내, 거의 70%정도는 마냥 실실거리며 보느라 영화에 담긴 여러 메시지, 불편한 점, 어쩌면 심각하게 느낄 만한 부분도 그냥 인식만 되지 내 감정이 몰입되며 휩쓸리진 않았다. 영화가 부족해서라기보단 내 성격탓일테다. 진지하게 보자면 사실 단순하고 전형적으로 설정된 캐릭터(물론 그 동안 지겹게 나왔던 중요한 몇가지 설정은 완전 바꿔놓긴 했지만 나머지는 그렇다는것. 예를 들어 유예진님이 연기한 예진 캐릭터 같은 경우)만 해도 불편한 점이 많지만, 좋은 점, 재미난 점이 훨 많으니 별 문제가 안된다. 재밌게 봤음!!

 

영화 끝나고 감독/배우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 중 인상적인 것 (원래 좀 더 있는데 내 휘발성 저용량 메모리..)은 '우린 어쩌면 타자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한다고 말하지만), 말 건네는 것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뭐 이런 말이었다. 쓰고 나니 이게 여러 말 섞은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네. ㅎㅎ 그래 사실 그렇다. 안다고, 이해한다고 해서 그냥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지. 말을 걸고, 듣고, 공감하는 과정들이 필요하지.

 

5월 6일에 스펀지 하우스에서 개봉한다. 영화 보시고, 아시아 미디어 컬쳐 네트워크도 후원해주삼!

사람들이 말 걸어주지 않아 먼저 말을 걸기 위해 다큐를 만들기 시작하고 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마붑. 이 영화 이후로는 '버럭 마붑', '까칠 마붑'으로 부를까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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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00:31 2010/04/3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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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30 11:02 URL EDIT REPLY
이런건 미리 알려주면 안될까, 오붓하게 같이 봤으면 좋았으련만~ 지각지각지각생!
개봉하면 봐야겠넹!
지각생 | 2010/05/03 01:11 URL EDIT
그러니 지각생이지 ㅋㅋ 담에 또 좋은거 있음 미리 알려주께~ ^^
2010/04/30 17:19 URL EDIT REPLY
잘읽었다 지각각지생.
지각생 | 2010/05/03 01:13 URL EDIT
지각각지생이라.. 뭔가 .. 리듬감이 있다 ㅎㅎ 영화 잘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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