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IT교육

사회운동

사흘 전 4시간 동안 쓴 글을 날린 아픔을 딛고 오늘도 새벽 글쓰기에 도전.

 

5월 8일부터 14주간 진행된, 은평지역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컴퓨터교육 1기가 끝났다. 교육 받는 이들은 은평구와 인근 지역의 요양보호사 15명, 강사는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동네 사람" 5명, 그리고 지역의 노동운동가들이었다. 교육 주관은 연대, 이대, 홍대에서 "시작교실"을 함께 하는 이류한승씨가 속한 "우리 동네 노동자 인권찾기 모임"에서 했다. 강의실은 처음에 컴퓨터교육장을 빌릴 수 없어서 "움직이는 NGO IT교육장" 노트북 15개를 3주간 활용했다. 은평구는 공공 컴퓨터교육장이 많은 곳이었지만 대부분 저녁 7시 이전까지만 운영했으므로, 낮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이용하는데는 제약이 많았다. 3주 후 지역 사회복지시설 한 곳의 컴퓨터 교육장을 이용할 수 있었고, 2기부터는 은평구 공공기관의 컴퓨터교육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둔 상태이다. 2기는 9월 하순에 시작하며, 10월 중에는 마포지역에서도 같은 기획의 컴퓨터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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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첫 교육날, 평생학습관에서 일반 강의실을 빌리기로 했는데 착오가 있어서 2층 북카페에서 했다. 평생학습관 직원분들도 실제 이 광경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으셨는듯 여러모로 지원해주고자 했으나 결국 컴퓨터교육실을 빌리진 못했다)

 

 

컴퓨터교육은 공공기관에서 혹은 지역활동으로 어느 정도 이뤄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서, IT로 좋은 일을 하려는 분들 중에도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꽤 된다. 그렇지만 학생이나 은퇴자가 아닌 일반 노동자나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바쁜 일과시간을 내서 컴퓨터교육을 받으러 가는게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처럼, 저녁 늦게까지 여는 (저렴한) 컴퓨터교육장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공공 교육은 1:1 맞춤 교육이 아니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일률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못 따라가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다. 평소에 컴퓨터를 어느 정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마음은 있어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기계를 편안하게 만지작거릴 수 없었던 분들에게 적합한 교육은 충분치 않다. 

 

이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은 이런 문제의식들을 반영해서 진행했다. 연대/이대/홍대 "시작교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 여성 노동자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춘 교육을 시도했다. 표현은 쉽게, 진도는 여유 있게, 배우는 분들이 스스로 기죽지 않게끔 격려하며, 가능한 많은 보조 강사가 중간 중간에서 배우는 분들을 도와준다. 앞에서 설명하는 메인 강사는 5~6명의 강사진들이 돌아가며 맡고, 강의 내용은 강사진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 각자 맡은 주간에는 메인강사가 자율적으로 배울 내용과 형식을 정하고, 자료는 직접 새로 만들었다. 메인 강사가 아닌 보조 강사들은 배우는 분들 중간 중간 "가까운 곳"에 있어서, 수업 내용을 잘 못 따라가지만 미안한 마음때문에 (질문하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까봐 꾹 참는 분들이 많다) 말 못하는 분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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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대 시작교실. 홍대 학생들이 실제 강사로 참여해서, 그동안 학교에서 늘 함께했지만 지나쳤던 청소/경비용역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심정적으로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이기에 교육 효과와 감동은 컸을 것이다)

 

 

연대/이대/홍대의 학생들이 그랬듯, 컴퓨터 기초 교육은 IT전문가/현업종사자들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 동안 궂은 일을 열심히 하느라 컴퓨터를 아예 못 만졌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낙담하고 포기했던 분들이 키보드/마우스 다루는 법, 프로그램 실행하기, 컴퓨터 켜고 끄기, 간단한 응용프로그램 사용하기, 알파벳부터 익힌 후 인터넷 기초 사용법 등을 배운다. 컴퓨터 교육을 한다고 하면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왠만한 수준이 있는" 교육을 할때 조금 더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아주 생~ 기초 교육의 경우는, 배우는 사람은 부끄러워서, 가르치는 사람은 고된 데 비해 폼이 덜 나서 (등의 이유로) 그 요구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껏 정보격차의 희생자가 되었던 많은 중,장년 노동자,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아주 낮은 수준의 교육"이 실제로는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런 "낮은 수준의 교육"에는 "IT전문가"보다 적당한 수준 이상의 평범한 컴퓨터 사용자가 오히려 기초 교육은 더 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분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해서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기에, 자신의 경험을 더 생생하게 활용할 수 있기에. 

 

이 글을 보는 연대, 홍대, 이대 학생들이 계시다면, "시작교실(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http://club.cyworld.com/laborclass )"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은평/서대문/마포, 그리고 인근 지역에 사는 분들, 은평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2기 (9월 하순), 마포 지역 노동자 컴퓨터교육 1기 (10월 중순)에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은평 지역은 4~5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지만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야 힘을 받을 수 있고요, 마포 지역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인데 5명 정도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T 현업 노동자, 지역/공동체 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인, 다양한 탐색을 원하는 학생 여러분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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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심재현님과 열심히 공부중인 김ㅇㅂ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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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은평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육 1기 자원활동가 이하섭님이 아래아한글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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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IT의 네가지 유형" ( http://blog.jinbo.net/h2dj/779 ) 글에서 밝혔듯, 나는 소외된, 사회적 소수/약자들의 역량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다. 과연 IT교육이 정말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를 계속 고민한다. 교육 환경, 장비 등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효과적인 교습법. 

 

배우는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마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오랫동안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된 "정보격차 피해자"(이런 용어를 쓰는 이유는 나중에 얘기하겠다) 들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유롭지 않다. 편안하고 여유있게, 즐겁게 컴퓨터를 만질 여건이 안 됐던 사람들은,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의 여건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여야했기에, "난 안될거야"라는 생각을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상황, 그리고 배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좌절하기 쉽다. 그래서 이번 1기 교육을 하며 첫번째 메인 강사를 맡은 분은 "컴퓨터 하다가 안되는 거 있으면, 무조건 컴퓨터 탓 혹은 컴퓨터 이렇게 만든 사람 탓을 먼저 하세요. 자기 탓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컴퓨터 수리 일을 생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사실 동의할 수 없는 얘기이지만 (컴퓨터가 사실 뭔 죄인가요, 쓰는 사람이 잘못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 컴퓨터 좀 한다는 사람도 관리는 꽝인 경우가 많으니) 컴퓨터 완전 기초 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분명 "소외된 사람들의 자기 비하"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일단 양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1. 컴퓨터 교육이 주변에서 아주 많이 이뤄질거라는 생각 (비영리 IT에 뜻 있는 활동가, 기업가, 현업 IT노동자)

2. 누굴 가르치려면 스스로 아주 많이 알아야 할 거라는 걱정 (일반인, 파워 유저)

3. 아주 기초 교육은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 

  혹은 요즘 시대에 컴퓨터 기초 교육은 큰 의미가 없을 거라는 오해. (기술을 선도하려는 모든 사람) 

등의 이유로 참여가 많지 않다. 물론 공공 기관과 영리 학원 말고는 노동자/사회약자를 위한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려는 사람도 부족한 탓에 참여꺼리가 충분치 않은 이유가 제일 많고, 우선적으로 바꿔야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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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빈민/노동운동가들이 휴대폰 등 다양한 장비를 이용한 영상 제작법을 배우는 모습. 이런 "중급 이상의 교육"은 그래도 좀 관심 가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여건만 맞으면)

 

교습법의 문제는 가르치는 사람들의 철학적 바탕과도 연관되는 문제라 역시 사람의 문제로 봐도 될 것이다. 쉽게 이해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짜는 것, 좋은 교보재를 만드는 것,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고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우선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배우는 사람과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일 것이다. 이번 은평-1기 교육은 열성적인 IT자원활동가들과 지역 노동자들의 협력으로, 상대적으로 만족도 높은 교육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후반부에 들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겼고, 기대 수준 이상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얻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었는지, 자신감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대성공"이라 말하기엔 아쉬운 느낌도 있다. 1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2기, 3기로 가며 계속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인데, 기교적인 교습법 연구보다는 이런 교육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참여자들에게 형성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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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1기 교육 수료식날, 각자 짧게 소감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이메일을 이용해서 외국에 있는 딸과 소식을 주고 받은 분의 이야기였다. 이메일로 손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며 아주 기뻐했다는 그 따님의 얘기를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모두 박수 치며 기뻐했다. 천천히 진도를 나가다보니 인터넷 활용법을 많이 배우지는 못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이메일로, 그 자체로 충분한 활용을 한 것이다. 더 배울 것은 많지만, 그것들을 양적으로 많이 배운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동안 불가능하던 것, 어려웠던 것을 극복한 경험을 스스로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성공이다. 14주 동안 진행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것을 해온 이유와 보람을 그 얘기를 들으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얘기를 듣는 순간 몸이 살짝 들썩이며 위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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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인적 성취도 보람 가득한 일이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은 더 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가르치는 사람들의 연대감, 공동체 의식, 그리고 실제 조직화로 이어지는 성과, 다르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 또 다른 곳에서 이런 교육들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 등. 개인적 성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1:1 과외를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공부한다는 것, 서로 서로 도와가며 함께 집단적으로 성장한다는 것, 그래서 지속적으로 소외 계층을 만들고 그 격차를 벌려 나가는 이 사회구조를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 열을 가르치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하나를 서로 힘을 모아 터득하는 것이 계속될 때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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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기술을 소외계층과 나누려는 이유는 정보역량 강화가 다른 여러 차별과 억압 구조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단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다양한 곳에 미친다. 소외된 많은 것들이 IT의 도움으로 연결되면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은 요즘 세상에선 흔한 일이다. 다양한 분야와 차원에 걸친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 확장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인 정보통신기술은 여전히 의미있는 사회변화의 수단이다. 

 
 

* 요즘 <페다고지>를 읽으며 그 동안 내 교육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성하고 있다. 내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나도 기술을 "주입하는", "무작정 따라하게 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당연히 그런게 어느 정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14주라는 기간 동안 열심히 교육을 해도, 더 길게 6개월, 1년 교육을 해도 성취가 느린 분들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럴때, 내 기준에는 여전히 기초적인 내용이니까 일단 조금 더 계속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은 얼마나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일단"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명확한 한계가 없다면, 무작정 따라하게 하는 동안 역시 배우는 분들은 주체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강사의 지시를 그냥 기다리고 따르는 마음가짐으로 그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결국 교육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나타난다. 

 

정보소외자에 대한 완전 기초 교육이 시작될때, 배우는 사람은 스스로 비전문가로서 위축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려는 싸움을 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들의 친절함, 신뢰를 바탕으로 무작정 따라하기 시작하지만 결국 자신이 비전문가이며, 뒤쳐져 있고, 바뀌어야 할 주체라는 의식(혹은 무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가르치는 사람은 전문가이고, 앞서 있고, 바뀔 필요 없는 훌륭한 주체들로 인식된다. 내 스스로가 너무 문제가 많으니 그저 묵묵히 이 "구원의 손길"을 잡아 따라가야 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난 나눠줄 것이 없으며, 더 훌륭한 존재가 되어 나도 저 강사들처럼 되어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심하면 뒤쳐진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혐오의 감정들까지 갖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강하던 약하던 그런 부정적인 심리들을 얼마나 떨쳐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취는 달라진다.

 

 

 

* 보통의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도를 나가면서 낙오자를 챙기지 못한다. 그에 비해 "이런 교육"들은 정해진 일정에 급급하지 않고 더 오랜 시간동안 끈기있게 기다리며 낙오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분명 더 좋은 교육이긴 하나 좀 더 발전할 수는 없을까.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사실 컴퓨터를 많이 쓰면서 자기만의 쓰임새를 발견하고 그것에 나를 맞춰 습관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어떤 지식과 기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인문학적인 성찰과 풍부한 비유, 강사와 배우는 이의 대화를 통한 탐색등의 과정이 초반부에 배치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물론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휴대폰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들이 손에 익숙해져 편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될때까지 반복 연습해야 하는 것 같은 과정은 "익숙해질때까지 무작정 따라하기" 방식을 써야할 것이다. 그것들 외의 진도에 대해서는 각자가 좀 더 깊은 곳에서 "꺼지지 않는 동기의 불꽃"을 피우기 위한 다른 과정을 교육 안에 배치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 

 

이런 교육에서도 역시 사람마다 성취의 차이가 생긴다. 모두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지만 잘하는 사람은 잘 배우고, 어려운 사람은 계속 어려워하는데, 잘 배우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과 함께, 계속 어려워하는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어쩔 수 없다. 공공 기관의 교육을 듣다가 포기한 분이, 이런 교육에 대해 다시 기대를 안고 왔는데 또다시 포기하게 될 경우,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역시 이런 목적과 성격의 교육은 개인의 성취가 핵심 목적이 아니기에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을 때까지" 계속 고민하고 스스로 변화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익히는 과정 외에는 거의 없어지는 것이 그런 변화의 한가지 목표/척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컴퓨터 기초 교육은 "기술주입"과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부터 오랫동안 그랬으니까.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그 바탕에 무언가 문제되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컴퓨터는, IT는 언제나 그렇게 가르쳐도 되는가? 만일 그런 생각을 만드는 밑바탕의 의식이 "IT는 전문가의 영역이며, 비전문가는 IT에 참여할 수 없다" - 이미 전문가들이 다 만들어 둔 것이니 비전문가 특히 완전 초보는 그저 열심히 있는 그대로 배우면서 받아들이라 - 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IT의 발전은 정해진 흐름이고, 앞서가는 사람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뒤쳐진 사람이 열심히 쫒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가지 않는 사람은 도태될 뿐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회 전체의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기술이 일직선으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계속 발전하며 그것은 독립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앞서가는 것이 당연하고, 뒤쳐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혹시나 밑바탕에 있다면, 그래서 컴퓨터/IT 기초 교육은 무작정 따라하기, 주입식 교육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보소외자 - 초보 학습자에 대한 온당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정보소외자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보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장애인이 컴퓨터를 제한적으로 이용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평생 궂은 일을 하느라 컴퓨터를 못 배운 노동자가 무시를 당할 이유가 없다. 가난해서 "남들 다 있는 컴퓨터"를 못 가져서 일찍부터 많이 못 써본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비인간화/부작용을 낳는 지나친 첨단 기술을 거부하고 최소의 기술만 이용하다가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은 하나의 당당한 흐름이다. 정보소외자는 정보격차를 만들고 확대하는 어떤 사회적 흐름, 구조로 인한 피해자이며 희생자일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로 보는 것 자체가 역시 "앞서가는 것이 선"이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정보 기술을 쓰지 않는 것도 하나의 "가능한 삶"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그렇게 살다가 필요에 따라 약간의 정보 기술을 뒤늦게 배우는 것도 조롱받을 일은 아니다. 

 

 

* 현실적으로 아직은 "무작정 따라하기" 교육을 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꼭 지금의 방식이 바뀌길 바라는데, 그 중 한가지 이유는 그런 방식으로 교육 내용을 짤때, 다양한 "대안"들이 있음에도 오직 한가지씩만 정해서 주입을 시키는 것 때문이다. MS 윈도우, 아래아 한글,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네이버. 검색, 메일, 카페, 음악 등 인터넷의 모든 것을 네이버로 시작해서 네이버로 계속한다. MS 윈도우는 아직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아래아한글은 이제 슬슬 바꿔도 될 것이며,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모질라 불여우나 구글 크롬으로 당장 바꿔도 된다. ActiveX를 써야 하는 인터넷 뱅킹, 그리고 몇가지 온라인 게임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웹 서비스들은 이미 특정 브라우저가 아니어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초보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안 쓰면 보안이나 PC 건강 관리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은, 당장 바꾸고 싶은데 이메일 계정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네이버로 시작했다. 많은 이에게 인터넷 = 네이버로 되어 있는 걸 어찌하면 좋을까.

 

 

* 배우는 분들을 보면 그 열정에 놀란다. 겉으로 티는 별로 안나다가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스스로 느낄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런 분들을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교육을 만들고 진행하는데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 계속 생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것이 "당연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정보격차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동의할 수 있다면, 정보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그보다 못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로 인식되는, 미덕이자 의무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정보격차는 "앞선 사람과 뒤쳐진 사람"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재미 없는 부분 끝 ------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은평 교육 2기가 9월 하순, 마포 교육 1기가 10월에 시작합니다. 마포 교육에 함께하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역시 말씀드린대로 IT전문가만이 아니라 누구나 가능하다는 거 아시죠?

쾌적한 게임 즐기느라 컴퓨터 관리 열심히 하는 학생도,

불과 1년 전만해도 컴맹이어서 그 설움을 알고, 탈출 노하우를 전수하고픈 중년 어르신도,

그냥 집이 그 동네여서 "이웃사람"과 같이 하고픈 사람도 (피자 먹을까요? ^^;)

모두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IT전문가도 대환영입니다. 각 지역별로 이런 교육들을 많이 만들어서, 지역의 IT인들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픈 바램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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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교육에 함께할 분은 편리한 방법으로 제게 말씀해주시길. 망원역 근처의 "민중의집"에서 하게 될 것이며, 은평 교육처럼 요양보호사님들을 포함해 여러 동네 주민분들이 참여하는 교육이 될 것 같아요. 

이 모집은 마감이 없으며 인원 제한이 없습니다. 언제든 이 글을 보시면 참여해주세요. 가급적 9월 15일 이전에 연락을 주시면 교육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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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02:56 2012/09/0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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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뱅이 2012/09/04 08:03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은평에서 첫모임할때 뒤풀이에서 인사만 드렸던 김진찬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실라나?)
1기 마무리했다는 얘기는 이류에게 들었는데, 자세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이글 저희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cafe.naver.com/voice2008)에 좀 퍼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소식지 용도로 약간 변형에서 저희 월간웹소식시에 좀 실었으면 하는데, 허락을 해 주실수 있을까요?
하여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각생 | 2012/09/04 15:27 URL EDIT
잘 지내셨나요 ^^ 물론 기억합니다. 제 블로그 글은 언제나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습니다. 웹소식지에 실린다니 좀 부끄럽긴 합니다만 알아서 편집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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