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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산오리님의 [대청봉과 통일전망대...1] 에 관련된 글.

다녀온지 꼭 한달 만이다.

처음에 틈나는대로 여행기를 조금씩 쓰다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해두었다.

이제 다시 여행기를 쓰려니 쑥스럽고,

더 큰 문제는 기억이 가물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예전에 쓰다 만, 거기까지만 올리자.

다시 보고 수정하기도 힘들다.

머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설악산에는 단풍이

 

설마 벌써 단풍이 들었을까?

단풍이 들지 않으면 또 어떠리. 떠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걸~

들판의 누렇게 익어 꽃밭처럼 변해버린 논들과 익어가는 가을 곡식 외에 산들은 여전히 짙푸른 여름빛이 넘쳐나고 있다. 설악산이 높다고는 하나 단풍이 들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한계령 들머리 용대 3거리를 지나면서 풍경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벚나무, 가래나무 등부터 잎 색깔이 바껴가고 있었다. 물론 우리의 주관적인 바람이 조금 변한 단풍도 마음 속 인상을 더욱 짙은 가을빛으로 바꿔놓은 것은 사실이리라.

 

굽이를 돌고 돌면서 이윽고 산꼭대기가 빼꼼 보였는데, ! 그곳에는 거짓말처럼 벌써 단풍이 들어 있었다.

 

1.

10 1일은 민주노동당 고양시위원회에서 곰배령을 다녀오기로 한 날이었다.

8월에 천상의 화원곰배령을 다녀와서 올린 후기를 보고 당원들이 가을에는 꼭 가자고 해서 8월달에 아예 날짜까지 잡았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만 되는가. 처음 날짜를 잡을 때 미쳐 고려하지 않은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고양시지역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매년 추도식을 갖는 금정굴 피학살자 추도식이고, 그 날짜가 10 1일이다.

 

우리는 곰배령을 접고 금정굴 행사에 참가했다. (금정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행사가 끝나갈쯤 현철이 다가와 내일 설악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한다.

 

누구랑?’

산오리 선배랑.’

 

제안만 들어도 마음은 벌써 설악산에 가 있었지만, 요즘 집안 분위기가 분위기라 선뜻 확답을 못하고 마누라한테 허락 받고 전화할게.’ 라고 대답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전화했더니 마누라는 의외로 선선히 다녀오란다. 산오리가 새벽 5 30에 우리 집으로 오기로 했다.

 

알람이 울렸다. 새벽 5. ‘산오리가 배현철을 태우고 전화하기로 했으니까 전화 올 때까지 조금 더 눈을 붙일까.’ 하며 자리에 누웠다. 새벽 3까지 잠을 설쳐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어보려고 해서이다.

 

깜빡 잠든 사이 전화가 울렸다. 배현철이다. 벌써 집 근처라고 한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챙기고 나가니 산오리와 배현철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5시 40 넘었다. 에고 미안해라~~

 

다음 행선지는 마포다. 함께 가기로 한 산오리의 절친한 멤버 역사와 산의 두 여성 분이 기다리고 있단다.

 

두 여성 분(이번이 두번 째 만남이지만 끝내 이름을 묻지 않아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은 김밥가게에 들려 김밥을 말아왔다.

이제 출발이다. 시각은 6시 40.

 

 

 

  마지막 쉼터를 지나 능선에서 바라본 중청

 

2.

여행은 늘 설레인다.

늘 보던 강가 풍경도 새롭고 더 아름답게 보이고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엷은 안개 피어나는 강가나, 듬성듬성 안개를 품은 산들과 간간이 밝은 빛이 감도는 구름들을 볼 때 비는 곧 그칠 것 같다.

 

양평을 지나는 강가 풍경은 언제나 보아도 아름답다.

특히 양수리에서 능내로 이어지는 호안 풍경은 더 아름답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추억도 많지만, 추억이 오히려 아픔이 되어 오래도록 보는 것도, 들르는 것도 모두 불편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약인가, 아니면 40대 중반의 나이로 기억이 이미 희어버린 머리결처럼 희미해졌기 때문인가, 호수 위로 높다랗게 자리한 다리 위를 지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연휴 안 가운데이지만 길은 막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호수와 벼가 누렇게 익어 꽃밭처럼 예쁜 논들과 부드러운 산들이 섞여 있는 덕소-양수리-양평-홍천 길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인제를 지나고, 원통을 지나자 멀리 설악산 바위능선이 드러난다.

미시령길과 갈리는 용대리를 지나면서 오로지 산길이다. 구비를 돌면 돌수록 계곡과 바위절벽 등 설악의 속살이 드러난다.

 

, 저기 봐. 벌써 단풍이 들었어.’

 

어쩌다 섞인 벚나무, 가래나무를 가리키면서 외치는 일행들의 목소리에는 가을 설악을 고대하는 들뜬 마음이 선연하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나무들은 작아지고 단풍은 짙어진다.

  높은 산에서 굽어자란 자작나무는 벌써 낙엽이 졌다.

 

이윽고 언듯 내비친 능선 정상에는 단풍빛이 완연하다. 한계령을 앞두고 한쪽 차도 갓길에는 승용차들이 가득이다. 한계령 휴게소에 주차하지 못한 차량들일 것이라고 한다. 정말 차들의 줄은 한계령을 넘어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산오리와 두 여성 분들은 흘림골로 갈 것인지,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갈 것인지 행선지를 놓고 고민한다. 흘림골이 한적하고 경치가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내심 오색으로 가고 싶다. 이왕 설악산에 왔으니 최고봉인 대청봉을 가보고 싶어서다. 예전에는 남들이 가는 곳이 피해갔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가. 오색코스로 가는 맘을 보며 내심 웃었다.

 

 

 정상에서 본 외설악 -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결정은 오색이다. 주차문제 등으로 시간을 보내니 출발시간이 10시 40이다. 대청봉까지는 산행에 숙달된 사람이 쉬지않고 걸어서 4시간 코스라고 한다. 우리는 3 도착을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3.

단풍과 절벽, 기암괴석으로 눈부신 한계령과 달리 산밑인 오색에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산행을 시작하자 철제 사다리가 나타나고, 사다리가 끝나면서 가파른 돌계단이다. 돌계단이야 조금 가면 끝나겠지 했지만 웬걸 약간의 굽이만 있을 뿐 비슷한 경사의 돌계단은 1km나 이어져 있다.

 

 

  대청봉 정상 - 촌스럽게 기념으로 한장

 

산을 오르면서 단풍은 늘어가지만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오르느라 정신이 없다.

대청봉까지는 매표소에서 5km이다. 이 구간에 1.2 – 1.3km 단위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1쉼터(이름은 까먹었다. 편의상 제1, 2, 3이라고 이름 붙인다.)에서 제2쉼터인 설악폭포까지는 경사가 적어 걷기 제일 쉬운 구간이다. 설악폭포는 등산길의 정 중간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배현철이 가져온 홍어를 보니 술 생각이 난다. 배현철과 난 소주 딱 한잔씩 했다.

이곳의 해발고도는 950m. 해발고도 460m인 오색에서 490m 올라왔다. 정상인 대청봉은 1708m이니 758m 남았다. 죽었다. -_-

 

오르는 길은 또다시 경사가 급하다. 한잔 마신 소주 탓인가, 아님 운동조차 하지 않는 나이 탓인가 오르는 게 너무나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는 산오리 말에 힘을 얻지만, 그 힘도 잠깐 거친 숨결에 풍경을 감상할 힘도 없다.

 

3쉼터부터는 능선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다. 급히 오르니 중청봉 쪽으로 단풍이 한창이다. 특히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많이 섞여있다.

 

4.

3쉼터를 지나면서 바람이 세어지고, 나무들 키는 점점 작아진다. 사방에는 단풍이 완연하고,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힘겨운 와중에도 사진 몇 장을 찍고, 신경통 등에 좋다는 마가목 열매에 눈독을 들이면서 올랐다. 이윽고 등산로 가까이에 탐스런 마가목 열매가 있다. 배현철과 난 잠시 샛길로 새 열매를 땄다.

 

난 힘이 들어 뒤쳐졌고, 배현철은 지친 나와 동행이 되어 올랐다. 이윽고 정상이다. 산오리와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너무나 세, 맞바람을 맞으면 숨이 막히고, 휘청거릴 정도다.

 

이윽고 일행을 만나 옛날 대피소 터 옆에서 정상주를 마셨다. 난 안주로 싸온 문어를 내놨고, 배현철은 홍어와 신김치를 그리고 다른 일행은 과일을 풀었다. 풍성하다.

 

3 40이다. 내려갈 길이 멀다.

 

 

 내려오는 길에서 석양 - 날은 이미 저물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난 배현철과 마가목 열매를 땄다.

관절염에 굉장히 좋다는 말을 듣고 모처럼 엄마와 처갓집에 점수 좀 딸 기회다.

1000M 이상 고지에서만 자란다는 마가목은 등산로를 조금 벗어나자 지천이다.

문제는 나무가 커서 따기가 힘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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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도 재미있었는데, 오래 돼 글을 쓰기 힘들다.

 

양양 위 어떤 해수욕장에서 잤다. 문 열면 동해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따뜻하고, 맛있고, 재미있는 밤이었다.

 

다음날은 화진포로 해서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화진포로 와서 라면 끓여먹고 돌아왔다.

 

사진으로 대신한다.

 

 

  숙소 바로 앞 동해바다.

 

동영상을 찍었는데 어떻게 올릴지 몰라 못 올리겠네.

혹시 보는 사람 약올리려 했는데, 내가 약이 오르네...

 

 

 

 김일성 별장에서 본 화진포 

  

 

  김일성 별장 오르는 길에 핀 들꽃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녘땅 - 중간에 보이는 작은 섬처럼 보이는 곳이 남쪽 마지막 초소가 있는 지점이고, 멀리 보이는 돌산이 북한 금강산 자락이다.


  초소 옆 철조망에 핀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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