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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0
    빗장(6)
    풀소리
  2. 2007/07/28
    진보 블로그를 일시 닫으며
    풀소리
  3. 2007/07/24
    녹색지대(2)
    풀소리

빗장

1.

신기루였을까?

그래도 일군의 사람들은

있는 걸 있는대로, 없는 걸 없는대로

그대로 비춰주는 깨끗한 거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믿음이...

 

속내를 드러내고, 진심을 공유한다고 믿으며,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꾸었고,

꿈처럼 그렇게 날기도 했었지...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지만 않다는 경고인가,

아님 세상이 원래 그랬을까,

느닷없이 날아온 화살에 날개가 꺾이고,

화들짝 놀란 달팽이처럼 빗장을 잠근다...

 

굳은살은 늘어가겠지만, 아픔을 견디는 힘은 늘어가겠지만,

흰머리와 주름살도 늘어가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2.

난 우아한 게 좋다.

금전과 지위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그런 우아함이 아니라

아무런 준비나 댓가가 필요없는 그런 우아함 말이다.

 

그 우아함은

선술집에서, 듣기에도, 보기에도 거북한 돼지부속 안주를 앞에 놓고도 가능하다.

소주잔을 나누면서 눈길만으로도 사랑과 우정이 가득하다면 말이다.

 

금전과 지위로부터 자유로운 자가 누릴 수 있는 호사인

그런 우아함을

난 공유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참으로 슬프다.

투쟁도 아닌데 단지 벗어나기 위해 거리에서 몇시간을 악다구니를 써야하고,

위협하는 문자와 전화가 반복되고...

 

휴~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으지만,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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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블로그를 일시 닫으며

진보 블로그.

내게는 참으로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민주노총이 그랬듯이, 민주노동당이 그랬듯이,

진보 블로그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때로는 일상의 많은 스트레스 날리는 공간으로

내일의 준비를 위한 스케치를 남기는 공간으로

블로그는 나의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숨통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소중한 것.

잃으면 결코 살지 못 할 것 같은 것.

그런 것들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점점 더 지키기 힘들어진다.

 

많은 블로거들이 그랬듯이

나라고 그동안 우여곡절이 왜 없었으랴...

두세번 블로그를 닫으려고 했었고,

실제로 한달 정도 포스팅을 쉬기도 했었다.

물론 누구에게도 공지하지 않았으니 눈치 챈 이들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냥 공지 안 하고 포스팅을 쉬어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내 의지를 표현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난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특히 좋은 사람을 좋아하고,

왠만하면 좋은 사람일 거라고 믿는다.

 

타고난 이기주의자인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든 행동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고 자부한다.

물론 남들도 그러했겠지...

하지만 어찌됐든 충돌이 있었고, 그 충돌이 대화나 타협으로 해결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고, 그 표현의 방법으로 당분간 블로그를 닫는 것을 택했다.

 

일단 한달 정도 쉬어야겠다.

그동안 하루 접속자가 2-300에 이를 정도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그 과분한 사랑 덕분에 진보넷에 후원도 하고, 불페파티에도 나갔다.

 

오늘 불페파티에서 또 한번 느낀 것이지만

진보 블로그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사막에 점점이 흩어져 있다는 오아시스가 그러할까?

자본의 광기에 정신마저 황량한 요즘 사회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도 빨리 돌아와야겠다.

 

어찌됐든 우울하다.

우울한 포스트를 보고 그렇지 않아도 정신적 압박을 많이 받는 블로거들 중에

더 우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우울해지고, 미안해지기도 한다.

 

끝으로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보블로거들이 조금씩 행복해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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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지대

우울증인가?

어찌됐던 좀 심해지는 듯하다.

견딜 수 없지만, 내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다.

 

혼란스럽다.

술에 좀 더 의존한다.

 

게시판에 날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실시간 연락이 있었다.

30(?)시간 이상 지났음에도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익숙해져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싶지도 않다.

 

난 그래도 출구가 많은 편이다.

취미도 많고, 언제라도 이 세계를 떠날 준비도 되어 있고...

그럼에도 힘든데, 이쪽 일에만 전념하는 이들, 특히 견딜 수 없는 처지에 있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내 출구중 하나는 부로농원이다.

가까이 있고, 동네에 사는 후배 태하랑 같이 밭을 일구고 있으니 가기도 쉽다.

 

푸른 숲, 연못, 술, 특히 헛소리 들어주면서도 싫어하지(적어도 내색하지) 않는 벗들...

 

우리가 가꾸는 밭

 

수확물 일부

 

한낮의 연꽃

 

내가 참 좋아하는 물앵두. 꽃도 예쁜데, 열매도 예쁘다. 다만 척박한 곳에서 자라서 열매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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