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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절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어쩌면 심한지도 모르겠다.
가난하니 누가 돈과 관련한 부탁을 하는 이야 없지만,
일과 관련된, 또는 술 약속 등 만남과 관련된 부탁(?)이 많은 편이다.
난 누가 부탁을 하면 우선 들어줄 수 있는 방안부터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줄 수만 있으면 들어주려고 한다.
그렇다고 내 성격이 좋다는 얘기도 아니고,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얘기도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고치고 싶은 성격 중의 하나이다.
비유가 맞는 지 모르겠지만, 저축을 하고 그 저축된 범위에서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수입을 고려해서 미리 돈을 쓰는 그런 꼴이랄까?
돈이 아니라 시간을 그렇게 쓰는 꼴이다.
그러다보니 시간에 늘 쫒기게 된다. 힘들기도 하다.
모르겠다. 그렇게 힘들고, 스스로도 싫어하면서 고치지 못하는 이유를...
일은 일대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학하고, 화내는 꼴은 또 뭐란 말인가!
1.
연수원으로 가야하나 아님 바로 집으로 가야하나. 5시가 가까와 오는데,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5시 15분 이번에도 안 되면 연수원 가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가야지... 그런데 마침 아내가 받는다.
'나 오늘 연수원 신입생 환영회가 있어서 8시에 끝나는데, 수업듣고 가면 안 돼?'
'... 몇시까지 올 수 있는데?'
'9시 쯤.'
'9시 반까지 꼭 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해.'
아내의 목소리는 불만이 섞여 있다. 모르겠다. 내가 내심 그렇게 짐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들렸는지도 말이다. 하여간 내가 받은 느낌은 불만이 상당히 섞여 있었고, 그것은 내게 다시 없는 압박이었다.
연수원 수업을 마치고, 함께 수업을 듣는 자문위원이 자신이 책임진다고 환영회에 잠깐 갔다가 가자고 한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양해를 구해 집으로 왔다.
2.
오랫동안 활동해왔었고, 기존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지향했던 나였지만, 이상스럽게 지금까지 꼬박꼬박 제사를 지내고 있다. 그것도 명절 빼고 1년에 다섯번 씩이나.
누구 제사냐고? 말하면 놀라겠지...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이렇게 다섯번을 지낸다.
오늘이 증조할머니 제사다. 물론 지냈다.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마음이 무겁다. 제사를 안 지냈으면 하는 아내와 이런 사정은 아랑곳 않고 제사지내는 걸 '존재의 이유'로 여기는 엄마...
오늘 제사를 지내면서 이제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는 안 지내도 되지 않을까? 아니야, 할머니 할아버지를 묶어서 한꺼번에 하는 건 어때? 등등의 생각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내가 왜 제사를 지내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3.
내가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나태한 이들이 잘 바꾸지 않는 그런 종류의 '습관'일 수도 있지만,
엄마에게 행하는 '보상' 성격이지만, 나름대로의 '배려'(?)가 아닐까 한다.
배려라고 써놓고 보니 조금 이상하다.
오히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는 불효자들이 무언가 '하나'를 효도의 '상징'으로 작심하고, 그거에만 '집착'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 적절하겠다.
그래 이러나 저러나 이런 식이라면 제사를 지낼 적마다 늘 노심초사해야 하고, 우울해 해야 할 것 같다.
알면 바꿔야 하는데, 그거이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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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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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때문이 아니라 사람 만나기 위해 시간에 쫓긴다면, 풀소리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니, 좋은 일이죠.부가 정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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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는 것을 '부탁'을 들어주는 정도로 이해 하는게 일단 별로고요, 들어주고 나서 후회하거나, 화(상대방에게 내는것이 아닐지라도)를 내는 것을 상대방이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의 기분이 과연 어떨까요? (이렇게 힘들어 하는걸 알고 어떤 누군가가 풀소리에게 술한잔 하자고 편하게 말 할 수 있을지...쩝~)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