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두 재생장판 제조업체 검진

  디카가 고장난 지 꽤 되었는데 수리를 할까 새 것을 살까 아직도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얼리어댑터까지는 아니지만 초소형 카메라, 가장 작은 노트북 컴퓨터, 피디에이폰과 피디에이용 키보드, 전자사전과 펜스캐너 등등에 대한 집착과 충동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지구를 아끼는 일곱가지 수칙 비슷한 것에 얼리어댑터가 되지 말자 하는 구절을 읽은 뒤부터 새로운 물건 구입을 자제하고 있다. 언제까지 자제할 수 있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   



  중소기업에서 검진을 할 때 보통 교육장을 많이 쓰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식당에서 검진을 한다. 식당 검진은 음식만드는 소리와 냄새때문에 매우 괴롭다. 아래 사진은 검진하러 가면 야간근무자들이 빨리 검진하고 집에 가려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이다. 야근자는 대부분 혈압이 높게 나오고 아침을 먹어버리는 경우 정확한 혈당측정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기 검진을 안 받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우리 과 직원들의 고충 중 하나는 배고프고 졸린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들 몇 명이 피부증상을 호소했다. 주로 몽골이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분들인데 말이 잘 통하지는 않지만 가려워서 괴롭고 이러다가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 회사는 병역특례병도 많았는데 그 중 한 명은 피부병때문에 주말마다 서울집에 가서 근처 피부과를 두 달이나 다녔다고 했다.  경미한 증상자까지 포함해서 열 명정도 피부질환이 있었다. 심한 사람에 대해서 피부과진료를 보도록 했는데 어찌되었는지 아직까지 나한테 그 결과가 안 오고 있다. 보통 일차검진하고 한달 뒤에 결과 보내고 이차 검진하고 내 앞으로 오는 데 두세달이 걸린다. 이 기간을 단축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래 사진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남자의 팔.

 

이 날 167명을 검진하느라 노동자들이 식당에서 밥을 못 먹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날 끝 무렵의 수검자들이 나더러 "힘들어 보인다, 고생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보다 이렇게 밖에서 대충 식사를 해야 하는 사태에 매우 화가 났었다. 아무 생각없이 검진계획을 세운 사람들이 미워졌다.

 

이날 검진이 끝나고 근처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를 방문했다. 첫 방문이라 작업환경을 먼저 돌아보는데 반바리공정에서 장비에 비닐을 뒤집어 씌운 것을 보고 장비에서 나오는 증기의 확산을 막으려고 한 줄 알고 감동했다가 날파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좀 실망했었다.

 

그래도 아래 사진처럼 비닐커튼을 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을 좀 쓰는 회사였다.

 

 배합공정이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보다는 나은 환경이었고 물질안전보건자료도 잘 비치되어 있고 내국인 노동자들도 작업환경에 대해 비교적 잘 대처하는 편이라 안심하고 나오려는데 우리 간호사가 창문쪽을 가리켰다.

 

  그는 중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였고 우리 말을 모른다. 나는 그가 그나마 창문옆에서 일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방진마스크를 쓰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우리 간호사는 적절한 환기시설없이 창문옆에서 일하는 것을 안타까와 했다. 영세 사업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치게 되는데 그걸 일깨워 준 장면이다.

 

  이 회사는 7월에 검진을 했다. 앞서 검진한 회사보다 환경이 나아서 그런지 피부질환도 없었고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그날 현장에 무슨 일이 있어 여섯명이 검진을 받을 형편이 안된다고 한 시간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듣고 고민끝에 문진지, 작업경력 등을 보고 이차 검사를 결정하고 나 먼저 나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렇게 결정할 때는 바로 한달전에 방문해서 현장도 살펴보고 상담도 많이 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건데 이렇게 하나 둘 마음에 걸리는 일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무감각해질까 겁난다. 하반기에 의사가 충원되면 모를까 앞으론 오전 검진하고 다른 약속을 잡는 것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