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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중단사건

  어떤 대기업의 사내하청회사에서 배치후 특수검진을 의뢰했고 시행도중  발암물질인 중금속의 소변중 농도가 노출기준의 2-5배까지 초과해서 재검사를 권고했더니 아예 특검을 중단하고 다른 검진기관에 가서 하겠다고 했다.  

 



발암물질인 중금속에 그렇게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나서 그 결과를 은폐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아, 그래요? 그럼 다른 데 가서 검진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 하루 동안 집중해서 생각했고 의논끝에 결정을 내렸다.  

일단 이 사실에 대한 사업주 확인서를 달라는 공문을 보낸다.  내가 바라는 것은 확인서를 받는 게 아니고 사업주가 생각을 바꾸어 특검을 그냥 계속 진행하는 것이다. 

 

결국 확인서를 받는다면 그것을 첨부하여 노동부에 보고하고 직업병 발생우려가 높으니 임시건강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이 문제로 엄청나게 시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 2003년의 베릴륨에 의한 화학성 폐장염 집단 발생 사건의 악몽이 생각난다.  그 회사 관리부장은 오밤중에  술을 먹고 전화를 해서 눈물로 호소를 하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다.  우리가 직업병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허가대상 물질을 신고없이 영업한 점이 발각되어 조업중단 3개월 조치를 받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다.   

 

두려운 것은 그냥 흐지부지 되는 것뿐 아니라 이 일의 결과로 작업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고 하청업체 사업주와 직원들만 일자리를 잃거나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통화한 사람 중 누군가가 웃으면서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고 했다.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것이라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래, 좀 힘들긴 하지만 잘 해보자" 이런 거......

 

한편 이런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다.  해야 할 일들 목록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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