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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쉬는 날, 아이들은 정연에 놀러갔고 나는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지난 몇 달간은 몸과 마음이 세 조각으로 각각 움직여야 해서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다.  

   첫째는 논문쓰기.

하나 써서 투고했고, 다른 하나는 투고직전에 공저자 회람중이고, 이번 주에는 진작에 본문까지 썼으나 아직 고찰이 남아있는 논문을 마무리하려고 했었다. 

   둘째는 건강불평등완화를 위한 건강증진사업개발 연구진행.

몇 주에 걸쳐 소기업 노동자 면담조사에 마음이 가 있었고, 이제 조사자료분석, 함께 내기로 한 책 번역과 집필이 남아 있다.  5월말까지는 완결을 지으려 했는데 흑, 갈 길이 멀다. 

   세째는 연수준비.

퀘벡이 까다롭긴 까다로운 것 같은데, 서류준비하느라 세무서, 은행, 사학연금관리공단, 모교병원, 동사무소 등등 두세바퀴씩 돌아야 했다.  아이들 서류는 더 복잡해서 거의 쓰러질 뻔 했다.  하여간 어제 간신히 내 서류만 접수시켰다. 



이젠 정말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연수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 공부는 어쨌든 시간을 내서 진행은 하고 있는데, 복습을 안 하니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영어선생님이랑 나랑 비슷한 점이 꽤 많아서 맞장구 치다보면  어느새 끝날 시간인데 영어실력은 별로 늘지 않는다.  프랑스어는 진도는 꾸준히 나가는데 역시 선생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 외국어 공부는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효과가 있는 취미생활이 되고 있다.  안 하던 것 하려니 기분전환과 치매예방에 매우 도움이 된다.  좋은 선생님들 만나서 내가 복이 많다,  앞으로도 뭔가 새로운 것을 꾸준히 배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점은 공부엔 돈이 많이 든다는 것.  끙

 

  지난 몇 년간 궁금한 건 대부분 경험해보았고, 많이 배웠으나 뒷심이 부족해서 그런지 마무리가 안 된 것이 많다.  강호에 나올 때는 세류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세워 일년에 하나씩 알찬 논문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워낙 아는 것도 없고 하다보니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다.  우리 공부는 책만 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알아야 하는 것인지라 정신없는 생활은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몇 년간은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였고, 이제는 색을 채워넣어야 할 때, 색을 채워넣으면 좀 더 나은 그림이 될꺼야,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군데 군데 엉성한 선이 마음에 걸리고, 여기저기 색을 채워넣은 것을 보면 누군가의 색감의 흔적이 보여 마음에 안들고.... 뭐 그런 상태인 것 같다.  

 

   홍실이 줄 원고를 써야 하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나서 책상앞에 앉은 지 두 시간이 되도록 진도가 안 나가서 몇 자 끄적거렸다.  자료분석은 우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무르익어야 하는데, 정신없는 생활에 바람부는대로 흔들리다 보니 쉽지 않구나. 

 

  서울 천안 출퇴근 하던 시절이 그립다. 

전엔 기차에서 책을 읽었는데 요즘엔 이동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마음이 더 헝클어지는 것 같다.

어제 밤에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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