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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옳소!
얼마전 신문에 난 통계자료를 보다가 우리 집의 소득수준이나 재산수준이 상위 1% 안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글 앞에다가 '부끄러운 말이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여야만 할 것 같은 富다.(그러나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실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그닥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1%라 해도 그 안엔 이건희부터해서 온갖 재벌들도 포함된 것이니 부모님이 엄청난 부자인 건 아니다. 그래도 50만명 안에 들어가는 것이니 상당하긴 한 건데 나에겐 도통 감이 안 온다. 난 왜 이렇게 빈한 것이냐.ㅡㅡ;;
아버진 지지리 가난한 소작농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찌어찌해서 전매청 5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전매청이 KT&G라는 민영기업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기업의 꽃이라는 임원자리까지 올랐고, 이제 퇴직을 바라보고 계신다. 뭐, 그닥 정치에는 성공 못해서 화룡점정(CEO등극 쯤 되려나.)을 찍진 못하실 듯 하지만 여하튼 샐러리맨으로서 성공적으로 살아오신 듯 하다.
그런데 내가 우리집의 소득수준이나 재산수준에 대해서 신문 통계를 보고서야 알게 된 건 우리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를 보고 있자면 도대체 우리집이 그렇게 잘 사는 집인 줄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뭐, 여기서 "우리 어머니는 검소한 분이셨습니다."라는 아주 미덕있는 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다기보다는 어머니는 마치 자신이 파산직전의 서민인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며 산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묘사일 듯 하다. 어머니에게서는 요즘 CF같은데서 떠드는 "대한민국 1%"의 자부심이라든지 행복이라든지, 여유라든지, 편안함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전혀 느낄 수 없을만큼 항상 불안해 하고, 부족해하고, 불행해하신다. 대한민국 1% 답지 않은 '검소함'은 그저 이러한 불안감에 따라 나오는 결과물일 뿐이다.(덕분에 검소하게 자란 건 우리 두 형제다. 물론 '무소유'나 뭐 이런 정도는 아니다..ㅡ,.ㅡ;;)
이런 우리 어머니를 보고 있자면 정말로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걸 너무나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어머니는 좀 더 풍족하면 불안과 불행을 벗어버릴 수 있을 것처럼 종종 말씀하시지만 내가 볼 땐 전혀 아니올시다다. 지금도 풍족하기만 한데 뭘..ㅡㅡ;; 어머니를 불행하게 하는 건 부의 부족이 아니다. 애초에 행복과 부는 상관없는 것이다.
성서에 보면 세리들을 향해서 따뜻한 시선을 두시며 그들을 위한 가르침을 베푸시는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수께서 사랑하시는 "죄인"들의 목록에 세리는 왠지 안 어울리는 것 처럼 느껴진다. 병들고, 귀신들리고, 가난한 이들은 이해가 되는데 로마에 붙어 호위호식 하면서 살아가는 세리가 왜 예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예수는 그들도 소외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돈잔치를 벌이고 있어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좋은 관계'밖에 없다. 아니, '행복'이란 단어 자체가 '좋은 관계'의 동의어다. 혼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아무리 올바른 이념과 많은 지식을 가져도, 그것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예수는 갈릴리 동네방네를 다니면서 좋은 관계를 선포하고, 조직하셨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죄인들-을 공동체 안으로 통합하셨고, 세리나 부유한 이들에게는 무소유와 나눔을 가르치셨다. 그것을 통해 그들은 좋은 관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들은 '회개'하고 재물을 배제된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잔치를 열었다. 성서에는 이렇게 예수가 벌인 잔치가 자주 등장한다. 그 잔치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좋은 관계가, 이러한 잔치가 바로 하느님 나라다. 죽어서 가는 천국? 그런거 없다. 예수의 하느님 나라는 이러한 '좋은 관계' 외의 어떤 것이 아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이것 뿐이다. 아무도 배제되지 않는 '마을'을 만들고, 매일매일 크고작은 잔치를 벌이는 삶. 소유 대신 선물이 지배하는 삶. 그게 하느님 나라다.
댓글 목록
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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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재산을 유출해서 순환시켜.ㅋㅋ부가 정보
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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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ㅎㅎ '순환'보단 '유출'에 더 끌리는 나의 이 천박함이여~ㅋㅋ부가 정보
바다를유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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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교수가 추구하는 신학과 너무 닮았어요feast of the equal~~! ^---^
오빠의 생각에 너무너무 동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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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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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우왕~ 반가워 여기도 왔쿠낭~*^^*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