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2009/08/10 15:57

불꽃처럼 살고 싶다

이렇게 심없이 사그러드는가 싶다

 

난,

다시 불을 지필수 있을까?

 

나 같은 개잡놈이 말이다.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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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2009/07/03 05:28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몸이 힘들면 소주 한잔이 생각나고, 그걸 먹고 버틸 생각을 하니 말이다

순전히 육체적 힘겨움을 이길 생각으로 마시는 소주 1병,

그리고 술을 먹고 토해내는 감정의 찌거기들

 

술이 취하면 고단함과 생각의 격렬함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내 몸은 사회적 무중력 상태를 만끽하면서 잠이 든다

 

요즘은 술심으로 일한다

이쯤되면 나도 완전히 아저씨가 된 것이다.

 

 - 2009. 7. 3. 새벽. 경남 함안 장미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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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에 대한 사랑

2009/05/05 19:22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신에 대한 사랑이다

 

( 도대체 인간의 사랑처럼 불완전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어떻게 보면 인간은 동물보다 더 천박한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

 

신을 사랑하는 자가

신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신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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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념] 사랑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2009/04/20 20:44

0. 인간

인간은 체력이나 물질적 에너지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으로 살아간다


1. 사랑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삶의 장소는 여행이나 꿈을 통해서 드러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사랑이 만들어내는 시공간이 가장 독특하다

사랑은 기존 질서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질서를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복되는 사랑 안에는 끝없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사랑은 카오스이다


2. 죽음

따라서 사랑의 완성은 죽음이다

영원한 그 무엇이 완성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사랑은 신에 대한 사랑이다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것이다


3. 예술

혁명은 예술이다

사랑이 가장 강력한 혁명이며 이 혁명의 표현이 예술이다

인간은 유한하며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예술을 갈망한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예술이 등장한다

이제 예술이 유일한 돌파구가 된다


4. 섹스

이성 간의 사랑은 뜨겁고 동성 간의 사랑은 더 뜨겁다.

이성간의 섹스는 본능을 전제로 한다

이성간의 섹스에 등장하는 쾌락의 근원은 종족이나 유전자 재생산이라는 본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임신의 공포와 종족번식 본능이 사라진 섹스에서 진정한 원초적 쾌락이 등장하며, 이런 육체적 쾌락의 원천은 동성 간의 사랑이다

그래도 이성간의 섹스가 뜨거운 것은 쾌락의 한계로 인한 처절함 때문이다

그러나 동성이든 이성이든 이들의 사랑에 대한 깊이는 알 수가 없다

사람의 깊이도 알 수 없지만 사랑의 깊이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5. 고통

인간은 (다양한) 사랑의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

고통의 끝은 편안함이다 고통이 강렬할수록 그 뒤에 찾아오는 편온함이 더 한다

그 깊이가 더 할수록 성숙한 내면의 깊이를 간직하게 된다


6. 부활

사람은 죽지만 자기 마음속에 반드시 부활하다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는 죽지 않았거나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7. 나

나는 아직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할 자신이 없다 신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가끔 푸른 하늘과 태양, 구름 그런 것들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고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행복한 죽음과 사랑은

내가 죽을 때 내 곁에 있어줄 단 한명의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수준이다

그것이 神이어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이런 정도의 말을 나누면 행복하겠다

‘이젠 쉬어 그리고 잘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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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사고(accident )와 사건(evenement)

 

학살(虐殺)

비국민

학살자들은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행복하지 않다. 자신이 사회와 일체감을 느낄때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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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우리 예술 한번 할까요

2009/01/15 06:08

한밤의 짙은 잠에서 깨어보니

난 아직 죽음이 두렵다

아직 내가 인간의 정리(精理)에 약하기 때문이다

 

난 아직 사랑이 그립고,

그래서 예술을 열망한다

 

우리 예술 한번 할까요

 

 

- 2008. 1. 15.  새벽 6시 홍제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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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삶과 죽음

2009/01/13 15:38

죽음이 두려운 것은 삶에 대한 공포때문이다

죽음이 아름다운 것은 삶이 아름답기 때문

따라서 부활(復活)의 핵심은 삶!!!

 

삶의 미련은 죽음의 공포로 작동한다

언제나 죽음을 대비하는 삶 (맞이하는 삶, 준비하는 삶)

 

'지금 죽어도 좋다!!!'

깨달음의 핵심은 현실의 삶(현존)

그 삶의 강도

 

삶의 긍정은 죽음에 대한 긍정이다

삶에 대한 열정은 죽음에 대한 열정

삶이 강렬할수록 죽음을 긍정한다

 

강하게 빛나는 태양의 저녁 노을이 (붉게) 아름다운 것은,

가득찬 달(滿月)이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이즈러질줄 알기 때문이다

 

삶이 강렬해야 이즈러짐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죽음?

 

- 2009. 1. 11. 북경의 어느 맥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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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變

2009/01/07 07:54

사랑이 變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움이 變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이 變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變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變한다는 것은 혼돈이 아니라 생명력이다

 

그러나

끝없이 변화하는 萬物은 자신의 시간이 끝났을 때 소멸한다

인간의 생명이 끝나는 것처럼

짙은 새벽이 끝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영겁과 찰라의 時空이 교차한다

시간은 무한대의 밀도로 압축되고 공간은 초월된다

그리고 不變의 어떤 것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순간을 알지 못한다.

  

 

     - 2008. 1. 7. 새벽 6시 충무로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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祈願

2008/12/21 22:41

願하옵니다.

 

나와 관계 맺은,

그리고

관계 맺을 수많은  因緣에게

 

깊은 容恕와 慈悲를.

 

그 願力을 구합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008. 12. 21.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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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피면서 살아야겠다

2008/12/16 14:45

말을 잘 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살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불필요한 말을 쏟아내게 된다

1년 동안 했던 말들과 이런 말들을 되새김질 하다보니 여러가지로 내면이 불편하다.

 

말을 쏟아낸 내가 이렇게 불편한데, 그 말들을 듣고 지낸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상대방을 언짢게 하는 말과 함께 기분이 좋아서 흘러보낸 말도 항상 잘 살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그렇다.

잘 살피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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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함'에 대하여

2008/12/09 11:25

평온함

 

1. '평온하다'는 말은 참 어감이 좋다.

 

2. '평온하다'는 말은 '편안하다'는 말에 비해 동적인 것 같다.

태풍이나 땅이 파일 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친 뒤에는 평온함이 오는 것이다.  '태풍 뒤의 편안함'은 부자연스럽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평온함은 '(자신이나 어떤 결과의) 노력으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3. 평온한 삶과 편안한 삶을 보면 더욱 그렇다. 

 

4.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은 항상 부채를 가지고 다닌다. 이에 의문을 품고 물어보니 제갈공명은 '항상 냉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부채질을 한다'고 말한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등장하는데, 이에 주인공은 스승에게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때문입니까, 아니면 나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까'라고 물어본다. 스승은 '흔들리는 것은 바람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다. 네가 흔들리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5. 되물어 본다. 

'나는 어떤 격정이나 두려움에도  들뜨지 않고 항상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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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후기(後記)

2008/11/13 17:51

‘남원지역 민간인희생 사건’ 을 마치고

 

 

0.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을 조사할 때는 사무실에 앉아 책을 찾고 면사무소에 가서 자료를 뒤지는 것보다 일일이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나이든 노인들을 만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사건 현장을 갈 때 조사관들은 노트북, 프린터, 녹음기, 카메라, 수첩을 비롯해 인주, A4 용지, 스테이플러까지 모두 지고 간다. 그 날 이야기하는 분위기에 따라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지, 얼마나 이야기를 해 주실 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음에 약속을 따로 잡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장 분위기를 봐서 바로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이 많은 짐을 다 짊어지고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어깨도 아프고, 딱딱한 정장 구두를 신은 발도 아프다. 그래도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출장을 갈 수는 없다. 시골에서는 ‘검정색 기지 바지’ 입고 ‘깜장 구두’를 신고 다녀야 있어 보이고, 동네 어른들한테 조금이나마 먹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는 꾀를 내서 구두 밑창에 운동화 깔창을 하나 더 깔아서 속은 운동화 같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1.
남원시 대강면 강석마을은 한국전쟁 때 주민 90여 명이 국군에게 학살당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특히 일부 국군이 일본도(日本刀)로 주민들 목을 잘라서 살해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마을 주민들 가운데 진실화해위원회에 사건 조사를 신청한 사람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마을 전체를 수색(?)해야 했다. 이틀쯤 마을에 살다시피 하니까 마을 분위기가 대충 파악됐다. 마을 어르신들께 군인들이 칼 휘두른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냈다.

 
“군인들이 일제강점기 순사들처럼 허리에 칼을 차고 다녔어요?”
“아니여, 빨간 보자기에 숨겨 왔어. 장교들이 가지고 다녔지. 그 칼로 사람 목을 치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신기하게 칼질을 잘했어. 사람 목이 잘렸는데 사람 모가지 앞에 가죽만 붙어 있게 잘라서 누구 머리인지 알 수 있게 잘라 놨어. 그리고 거기에다 소금을 뿌렸어. 비린내 나지 말라고 그랬지”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2.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와 덕치리는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마을들을 조사할 때는 아예 등산화를 신고 다녔다. 조사는 겨울에 다녔는데 겨울은 조사관들에게는 가장 좋은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은 한창 농사일이 바쁠 때라 아침 일찍부터 다들 논, 밭으로 일을 나가서 집에 사람이 있는 일이 거의 없는데 겨울에는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노인당이나 마을회관에 모여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으니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롭기도 하거니와 보일러 기름 값 걱정 때문에 한 곳에 모여 지낸다.

 

주천면 덕치리 노치마을에 있는 노인당을 찾아갔더니 역시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드리니 노인들은 젊은 사람이 시골에 온 것도 신기하거니와 ‘진실화해위원회’라고 무슨 국가기관이라는데 당최 뭐라고 하는지 어려워하는 눈치다. 한참을 약장사처럼 떠들면서 “어르신들이 해 주는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다.” 하는 이야기를 하니, 노인들도“그 때 우리 아부지도 죽었소.”“내 남편도 거기 있다가 죽었소.”하며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인원체크(?)를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내일 면사무소로 꼭 나오시라고 당부를 하면서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도 안하고 앉아계셨다.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 같아 대충 일을 마무리하고 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왜 암말도 안 허요?”하고 물으니 갑자기 눈물부터 쏟아내신다.

 

할머니가 노치마을로 시집온 지 얼마 안됐을 때 전쟁이 나고 국군들이 남편을 죽였다. 남편이 어이없게 죽고 할머니는 서러워할 새도 없었다. 살던 집도 군인들이 불을 질러서 오갈 때가 없었는데 배는 불러있었다.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몰래 애를 낳았다. 남편 죽고 혼자 온갖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할머니의 기구한 팔자 이야기를 눈물범벅을 해서 털어놓으신다.


서럽게 우는 할머니 옆에서 암말도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할머니, 제가 예쁜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게요”하고 사진을 찍었다. 눈이 동그란 할머니 사진은 아직도 나한테 있다. 사건 조사가 끝나서 도통 갈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를 접고 할머니 말이 담긴 보고서를 직접 들고 가 할머니 기구한 인생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으면 내 마음이 편하겠다.

 

3.
한국 전쟁 때 공비토벌작전과 관련된 지역 조사를 할 때는 항상 육군본부에서 묶어 낸 『한국전쟁사료』를 옆에 두고 본다.『한국전쟁사료』는 한국 전쟁 때 전투 상황 보고, 정기 정보 보고, 작전 계획이나 명령 따위를 담은 국내의 유일한 사료(史料)이다. 이 사료를 보다보면 민간인희생사건과 관련된 날은 전투 기록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거창사건도 그렇고 함평사건도 그렇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뒤져보고 또 뒤져본다.

 

『한국전쟁사료』59권에는 전쟁 당시 호남지역에서 공비토벌작전을 전담했던 국군 11사단 제9연대, 13연대, 20연대의 전투와 작전 보고가 들어있다. 그래서 공비토벌작전과 관련된 민간인희생사건 조사를 할 때는 주로 59권을 자세히 살피면서 실마리를 찾는다.

 

남원지역 민간인희생 사건은 국군 제11사단이 남원에 주둔하였고, 지리산이 있는 지역이어서 9연대, 13연대, 20연대 보병부대 모두 작전을 한 지역이다. 여러 참고인들이나 노인들한테 물어보아도 ‘11사단’만 기억하지 더 이상 소속부대는 알아 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참전경찰들도 “11사단이라고만 알지 구체적인 소속 부대는 몰라.”하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었다.

 

남원시 대강면 강석마을 사건과 주천면 고기리 사건은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가운데 제11사단이 벌인 대표적인 사건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1960년 5월 『동아일보』기사에 제11사단이 실렸고 이를 기초로 지금까지 거의 모든 언론자료나 민간인집단학살과 관련된 책과 글에도 ‘11사단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증거자료나 소속부대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다시 『한국전쟁사료』제59권을 펼쳐 보았다. 작전기록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한국전쟁사료』제60권을 펼쳤다. 이 제60권에는 제11사단이 1951년 4월부터 전방으로 배치되면서 벌인 작전 기록과 직할부대인 공병중대, 의무중대, 병기중대들의 기록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전차공격대대가 들어 있다. 전차공격대대 작전보고를 보다보니 ‘남원 주천면 내기리 고촌리 전과’라는 글이 보였다. 더 제대로 말하자면 글씨가 느닷없이 나한테 달려온 것이라고 말해야 옳다.

 

작전보고 내용을 다시 확인하면서 일일이 한글로 옮겼다. 대강면 강석마을 사건은 물론, 산내면 사건하고도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사건이 풀리기 시작했다.

 

작전기록을 정리하고 전차공격대대 생존자를 찾기 시작했다. 생존 군인을 찾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60년이 지난 일이니 더더욱 그러하다. 거기다 명단을 확보하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대개 사망하였거나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전차공격대대 작전주임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계급이 중위였던 작전주임은 전차공격대대가 “남원에서 제11사단사령부 경비와 자체방어 임무, 수색임무, 작전규모가 작은 전투에 참여했다.”고 말해 주었다. 자신은 전차공격대대의 부대이동, 배치, 작전 투입 시 부대 선정 같은 작전업무를 담당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사료』기록은 ‘괴문서’라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한국전쟁사료』에 실린 전차공격대대장의 이름이 당시에 자신이 모시던 대대장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육군본부의 협조를 받아 전차공격대대 역대 대대장들을 확인해보니 『한국전쟁사료』와 같았다. 당시 전차공격대대 작전주임의 말은 신뢰할 수가 없게 되었다.

 

더 찾다보니 놀랍게도 당시 대대장이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통화를 하고 그 이후로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전화도 안 되고 집에도 없었다. 첫 통화 할 때 몸이 아파서 보훈병원에 간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보훈병원에 조회를 해 보았으나 ‘그런 사람 없다’는 답변만 왔다.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가해자 조사에 능숙한 인권침해조사국 조사관에게 자문을 구하고 다시 2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드디어 대대장의 아들한테서 연락이 왔고 대대장은 전직 국회의원과 함께 위원회를 찾아왔다. 위원회에 출석한 전차공격대대장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시 사단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 쪽지에 적어 왔다며 쪽지를 보여주었다. 당시 중령 계급이었던 전차공격대대장을 불러놓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만 듣고 있었다. 집단희생조사국에서 가해부대 조사에 능통한 조사관들을 모두 동원하여 질문하였으나, 전차공격대대장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중에 조사관들과 모여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런 중요한 분(?)은 한 번에 말을 꺼내기가 어려우니 시간을 두고 일을 하는 법이라고 조언해 준다. 역사적 기록 하나 없이 묻혀진 사건이 산적한데다가 사건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프거나 죽은 경우가 많아서 항상 시간에 쫓기는 조사관들로써는 금방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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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슴에 묻는 것이다

2008/10/29 23:51

사람은 가슴에 묻는 것이다

땅에 사람을 묻지만 그대로 흙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사람이 미운 사람이나 고운 사람이나

가슴으로 묻는 것은 그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땅이 푸석푸석하고 척박하면 사람을 묻기가 곤란하다

누구나 편안한 곳에 사람을 묻고 싶어한다

 

내 마음의 땅이 평온하고  고요해서

사람을 편안하게 가슴에 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가슴에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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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08. 10. 26. 늦가을 밤

2008/10/27 00:46

올 가을엔 단풍도 보질 못하고 산에도 가질 못했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처럼 쌀쌀한 가을 밤이다

 

다시 겨울이 온다

서울에 올라와서 맞이하는 세번째 겨울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최근 몇년 사이 겨울이 너무 힘들었다

올 겨울은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울지도 않을 것이며

서글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드시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저녁에 삼겹살을 먹고 소주 두세잔을 마셨는데 아딸딸하다

 

기어이 집에 와서 있다가

잘가는 막걸리 집에 가서

맥주 두병을 먹고 잔다.

 

멀리서 메세지가 왔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요

멀리 보면 희극이다.

[Charles Cha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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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받는 날

2008/10/24 23:11

월급쟁이는 월급 받는 날 술을 마셔야 한다

 

한달 동안의 즐거움, 괴로움, 서러움, 쪽팔림, 그리고 슬픔까지 모두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달을 준비하는 날이 월급날이다

 

그래서 월급 받는 날에는 가족이나 연인 또는 가까운 친구와 술을 먹는 것 보다는

그동안 미운정 고운정 깃든 직장동료들과 함께 해야 한다.

 

사실 월급쟁이는 월급 받는 날 하루를 위해서 한달을 산다

사는 것이라기 보다는 버티는 것이다.

이것이 월급쟁이의 하루살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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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환대

2008/10/24 11:11

0.

오랜 전 부터 갈 볼 만한 강의가 있었다

아마 여름에 김상봉 선뱅의 '학벌사회'라는 강의를 듣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2008. 10. 23. 작은책에서 우석훈 선생이 '신자유주의 어디까지 갈까'라는 제목을 걸고 강의를 했다

퇴근하자 마자 쏜살같이 지하철을 탔는데 합정역에서 작은책 사무실까지 가는 길에 비가 꽤 많이 왔다

대충 비를 털어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석훈의 강의에 따르면,

 

1. 

한국경제는 1960년을 시작으로 본다면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1979년과 1980년 유신정권이 무너질때 2차 석유파동과 함께 0%(GDP/N%)을 기록하는 위기가 있었고, 1998년 IMF라고 불리는 위기때 -4%을 맞게 되었다.

 

세계경제를 보면, 1945년을 시작으로 볼때, 또한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1974년 1차 석유파동과 함께 '영광의 30년'을 종식시킨 위기가 있었고, 1990년 동구권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함께 0%을 기록하는 위기가 있었다.

 

대개 글로벌시스템을 보면 30년 정도의 주기를 지닌 파동곡선이 그려지는데, 그렇게 본다면 대충 2010년 쯤이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이며, 지금이 위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마 미국 대선이 끝나고 6개월 정도는 혼란이 있으며, 이때의 방향이 어느 쪽인지 예측하는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 세계 경제의 위기와 함께 한국 경제도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것이 상향곡선으로 올라갈지, 아르헨티나와 같이 추락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마 날개도 없이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우석훈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리만브라더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이 그 추락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는 것.

 

2. 국민경제구조(시장)에 관한 이야기

 국민경제라는 말은 '국가'라는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시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뭔가를 분석하기 위해 장소, 즉 시간과 공간이 구체적이 것이 있어야 훨씬 설득력이나 모델화가 쉬운 것 같아, 시장이라는 말보다 국민경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조선왕조는 500년을 버틴 꽤 끈질긴 나라인데, 조선 초기에는 상층부가 적고 하층민이 많은 삼각형구조 였으나, 조선 말기 철종 정도에 이르면, 양반이라고 불리는 상층부가 80%가 넘는 역삼각형 구조가 된다. 결국 조선왕조 사회는 무너진다.

 

삼각형은 힘의 방향을 표시하는 벡터로 설명하면 하층민들이 상층부로만 가고자 하는 획일적인 욕망이 존재하는 단순한 사회이기는 하나 굉장히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또다른 도형은 마름모 꼴이 있는데, 이것을 벡터로 표시하면 오로지 상향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꼭지점으로 사회가 움직일 수 있으므로 그 사회는 훨씬 다양한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보면 1994년에서 95년 정도가 그런 사회이고, 유럽의 선진국가들이 이런 마름모형 사회라는 것이다.

 

인간이 조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모양새에 대해 생각하면, 아마 마름모꼴(좌우가 넓고 위아래가 짧은 마름모꼴)정도 인데, 신자유주의로 인해 일본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이 마름모꼴이 위아래가 길고 좌우가 짧은 모양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현재 한국 사회는 8자형(눈사람모양)으로 가고 있는데, 이건 엄청 위험하고 불행한 세상을 의미한다. 이런 8자형 시스템은 공간의 분리, 교육의 분리, 시장의 분리가 시작되는데, 한국은 현재 공간의 분리 중에서 요새주택(타워팰리스) 정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아직 요새도로는 생기지 않았지만 곧 벌어질 일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하게 진행되면, 하이엔드와 로우엔드로 분리되는데 똑같은 상품이 형태와 질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그 구매자가 구별된다는 말이다. 소고기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똑같은 질의 소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과 적게 먹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한우와 같은 고급 소고기를 먹는 사람과 수입소고기를 먹는 사람으로 나누어 진다는 것이다.

 

더 진행이 되면, 시장 자체가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으로 나누어진다. 공식부문은 강남의 백화점 정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말하고, 비공식부문은 빈곤층이 거래하는 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불행한 것은 1995년 쯤에 진행된 세계화와 함께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설 무렵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고, 이것이 덕담처럼 좋은 것으로 퍼져버린 사회는 정말 불행한 사회라는 것이다.

 

결국 부자가 인간이 지닌 최고의 가치가 되는 사회는 불행을 넘어 잔혹한 사회라는 것.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40~50대(남성)이 그 잔인함을 발휘하는 위치가 있다는 것.

 

한국의 8자형 사회는 위쪽은 40~50대 남성이 자리하고 있고, 아래 쪽은 20대 여성, 고졸, 지방거주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녀)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3. 우정과 환대

 이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몇가지 있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는 방식은 제국주의적 방식이다. 이걸 우석훈은 '촌놈들의 제국주의'라고 말했다.

 

이명박이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같은 파시즘으로으로 가기 어려운 것은 이 지도자가 매력이라는고는 전혀 없고 천박하게 웃기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이야기를 하거나 패러디한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며, 파시즘은 대중을 감동시킬 엄청난 매력을 지녀야 가능한다는 이야기이다.

 

(아마 이 발상은 라이히 같은 프로이트 맑스주의자들이 '왜 대중들은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파시즘에 열광할까'라는 문제의식과 연결되는 지점인것 같다.)

 

아무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통적으로 국가(공공성)를 강조하거나, 시장(대기업)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석훈은 제3부문(사회경제)을 생각하고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이 제3부문은 지역이나 자치, 생협 같은 발상인데, 이것이 국가나 시장이 할 수 없는 영역이나 풀 수 없는 문제를 어는 정도 해결할 수 있으며, 20~30%정도 차지하면 안정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다.

 

약한고리에 대한 생각들,  젠더나 유족인종, 지역에 관한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한국사회에 여기에 세대(age)와 학력 또는 학벌이 추가된다.

 

마지막 이야기. '경제'는 수단이며, '사회적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말.

어떤 방식으로 가든 경제는 어느 정도 그 문제를 진행할 수치나 시스템을 만들수 있으나, 그 방향이나 힘(에너지)에 대한 깊은 고민 정도나 사회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여기에서 아마 '우정과 환대'라는 발상을 하는 것 같다.

 

4.

우석훈의 책을 보면, 시즌1(한국경제대한시리즈)에서 1)88만원세대, 2) 조직론(조직의 탄생/샌드위치위기론은 허구다), 3)촌놈들의 제국주의 4)괴물의 탄생이 출간되었다.

88만원세대에서는 90~95%가 망하는 이야기이고, 조직론에서는 5%(정규직 대기업)가 망하는 이야기이다.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40~50대가 잔혹하다는 이야기이고 괴물의 탄생은 이런 것들의 총론격으로 종합판이다.

 

시즌2는 '생태경제학'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1권은 10대들의 이야기로 생태요괴를 등장시킬 생각이란다. 10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담임요괴, 특히 고3담임요괴, 학원선생요괴, 심지어는 엄마요괴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2권은 교사에 관한 이야기(페다고지), 3권은 전문가 집단, 4권은 공무원에 관해 이야기할 생각이라는 것.

 

시즌3은 '국가의 기본'을 말하고 싶은데

1권은 문화경제, 2권은 농업, 3권은 과학과 기술, 4권은 언론/정당 등을 말하는 싶다는 구상.

 

5. (강의 끝나고 돌아가면서...)

'우정과 환대'라는 발상. 참 마음에 든다. 나도 하고 있는 생각. 내 생각에 힘을 보태야지.

 

우석훈의 시즌1을 정리하고 내 주석을 달고 거기에 새로운 주체(성)이라는 발상을 첨가.

여기에 박노자, 들뢰즈/가타리, 푸코, 라캉, 프로이트, 알트세르, 맑스, 레닌, 마오, 공자, 맹자, 주역, 이정우, 진중권에다가 불경, 명상, 굿 같은 것들을 함께 넣고,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연애나 욕망 따위들을 집어 넣어서 매력적인 괴물(새로운 생맹체)을 하나 만들어 볼까 ㅋ~ 

 

이 생명체가 탄생한는 순간 이건 완전히 해탈이고 깨달음의 순간이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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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내가 맡고 있는 사건이 종결되었다

거의 1년을 매달렸던 사건인데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다

별다른 이유나 적법한 재판없이 국군에게 칼로 목이 잘리고 총살을 당한 영혼들에게

나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위안되었으면 한다.

 

아무튼 잘 마무리되어서 동료 조사관들과 내가 생각해도 엄청 술을 먹었다

 

2.

그래서 오늘은 술이 덜 깬 상태로 술정신에 출근했다

하루종일 헤매다가 위원장이 고생했다는 의미로 형식적으로 마련한 자리에

갈비탕으로 속을 달래고

간신히 하루를 정리할 무렵,

2주전에 떠났던 동료 조사관이 다시 돌아왔다

참 어려운 일이다

 

3.

종로 포장마차에서 영화 '박하사탕' '오 수정'을 제작한 영화인을 만났다

두번째 만나는 것인데 그래서 내가 물었다

"으째 박하사탕의 설경구는 인생을 빠꾸하요?"

그랬더니

"빠꾸~ 인생이 빠꾸가 없는데...그걸 말하고 싶었다" 

이런 휑한 소리만 한다

앞뒤 다 짜르고 이야기하니 어렵다.

 

예술인과 종교인은 참 독특한 인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4.

2차로 노래방을 갔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귀뚜라미'를 불렀다

노래빨이 잘 받아서 내가 생각해도 시원하게 잘 불렀다

 

노래방만 가면 '귀뚜라미'를 불렀던 해남에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5.

종로에서 새벽1시에 잘 잡히지 않는 택시를 타고 간신히 집에 왔다

......

비오닌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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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다시 마음을 추스려야 겠다

2008/10/20 21:49

2008. 10. 20.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의 뿌연 가을하늘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추스려야 겠다.

그동안 쑥쓰럽고 부끄러워서 연락하지 못했던 동지들에게 연락해야 겠다

그동안 마음이 다급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책을 보고

그동안 가슴앓이 하느라 쓰지 못했던 글도 써야 겠다

 

세상은 살만하다

그래도 내가 너무 지쳐서 숨 쉴 용기조차 없을때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난 그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야 겠다

이제 뻥긋하면 과거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펑펑 울어버리는 나약함을 버리고

다시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나를 달구어야 겠다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간다

이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과거의 성찰을 멈추지 않겠다.

 

새로운 주체(성) !!!

그 사유와 연구를 놓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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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사람들

2008/10/16 22:05

 

맥주잔을 홀짝이면서 창밖을 본다

사람들이 흘러간다

냇물처럼 흘러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잘 간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흘러가는 사람들...

 

그래도 난 흘러갈 줄 아니 다행이다.

내가 갈 곳이 있으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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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2008/10/15 22:49

예상했던 일이지만,

금방이라도 숨을 헐떡일 정도로 술을 먹고

가슴에서 쇠소리가 날 정도로 담배를 피워대면서

입술을 깨무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생존했다

불쌍한 내 육신이여.

 

오랜만에 술묵고 집 앞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었다

맛있~어, 돼지바 ㅋ

내일은 여유를 좀 부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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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은 내 안에 있다.

2008/10/11 11:54

神은 나의 편에 서 있다

 

어떤 일과 그 일을 선택함에 있에 神은 내 입장에서 나를 이끌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 삶의 진정한 안내자로서 항상 나를 도와주었다

 

무지막지하게 거칠고 메마른 고통,

그리고 엄청난 깊이의 슬픔과 시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서

내가 두려움으로 눈의 촛점을 잃고 내 몸의 모든 세포와 근육이 벌벌 떨고 있을 때에도

神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자신의 힘을 아끼지 않았다.

 

神이 나를 돕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술을 많이 먹거나 화가 나 있을때, 神은 나를 살피지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이 고요하고 숨소리는 고르며, 뭔가 깊히 생각할 줄 알 때,

神은 언제나 처럼 나와 함께 있었다.

 

그 神은 내 안에 존재한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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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하루

2008/10/10 07:33

1.

술은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그 깊이 만큼 술이 들어간다

생각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다.  

 

2.

삶이 짙게 제 윤곽을 드러낼수록 조금은 두렵다

 

3.

서울이라는 괴물은 밤에도 죽지 않고,

새벽에도 결코 처지는 것 하나없이 움직인다

거기에는 사람이 없다

 

4.

분명히 화가 났다

자고나면 감정의 찌꺼기로 치부해도 될련만 새벽에 깨어나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분명히 화가 났다

잠시 두고 볼 일이다.

   

5.

이번 주말에는 만사 제쳐두고 이책을 읽어야 겠다.

 

출처 : 우석훈. 2008. [괴물의 탄생].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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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면서 살아야지

2008/10/01 13:28

[엄마가 뿔났다]가 끝났다

병원에 있을 때는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쓰는 드라마였다

집에 텔레비젼을 두질 않아 계속 보질 못했다

 

나이 62살에 휴가라고 우겨(?) 독립하여 사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오늘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다운받아 마지막회를 보았는데 '흐뭇한' 기분이다.

 

'무심한 세월에 실려 늙어가겠지...잘 살았달것도, 그저 못 살았달것도 아닌 그저 그런 한평생, 그래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지 머... 이만하기도 감사해야지...그래 감사해야지...하지만 다음 생애에 나도 내이름 석자로 불리면서 살아보고 싶다'

 

집으로 복귀(?)하여 다시 일상의 연말을 보내는 엄마의 말이다.

 

'무심한 세월'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세월이 마음이나 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니 얼마나 정확한 성찰인가 

私心이 있는 인간이 어떻게 세월을 이길 수 있겠는가.

 

하나 더, '감사해야지, 그래 감사해야지' 라는 말도 참 좋다.

 

그래서 나도 감사해야지, 그래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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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어머니가 보고 싶다

2008/09/27 09:04

평일에도 간신히 9시에 출근하거나 지각 또는 땡땡이를 치는 놈이

쉬는 토요일 아침 6시 반쯤에 잠을 깨서 뒤척이다가

그냥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무실 가는 길에

'아버지의 뜨거움과 어머니의 끈질긴 성실함 중에 난 어머니의 부지런함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명의 피가 내 안에 흐를텐데,

이제는 뜨거움보다는 끈질김이나 인내 같은 것들이 더 많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에 시골집에서

이제 나이 먹고 늙어서 쉬어도 되겠건만 몸을 놀리지 않는 어머니의 몸-오랜 세월 바지락을 까서 지문이 사라지고 긁힌 상처만 있어 바지락 껍데기처럼 민들민들하게 보이는 손, 그 손에 후시딘을 로션 바르듯 발라 손을 비비고는 손을 살짝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호근이가 나한테 어머니는 제 몸의 '모든 것을 다 연소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

 

'완전연소'

자기 몸의 모든 에너지와 마직막 호흡까지 다 써버리고 가는 것.

 

나는 내 몸을 불완전 연소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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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연대의 꿈

2008/09/24 15:25

내가 살아가는 것은

생존을 위한 일상의 관성인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에게 긍정적 에너지의 씨앗이 없다. 

바삭바삭 메마른 육신에 무슨 알맹이가 자라겠는가 

 

이제 나는

젊은 시절 혁명의 활력도 사라지고

행복한 인간적 연대의 꿈도 막연하다

남은 것은 무미건조한 위선적 관계와 간신히 살아가는 끔찍한 몸부림이겠지

 

어떤 이는 죽음으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증오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귀찮음으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공간적 거리를 이유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시간적 차이를 이유로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일상의 단절을 위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재물의 노예가 되어 나를 떠나고

어떤 이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를 떠나고

 

그래서 남은 것은 불쌍하게 혹사당하는 내 육체 뿐이다

 

모두 나로 인해서 비롯된 일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언제 다시 나에게 간절함이 다가올까

언제 다시 他者을 위한 위안의 숨소리를 낼 수 있을까

 

참으로 지독한 30대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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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2008. 9. 22.

2008/09/22 19:48

 

1.

늦게 일어나서 피우는 담배

 

곡기라고는 전혀 없는 내장 속으로 거친 담배연기만 들이쉰다

마치 아주 바짝 마른 장작에 불을 피우는 기분이다

내 속이 푸석푸석한 아궁이 속 같다

 

축축한 것이 그립다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비처럼 끝없이 깨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살고 싶다

 

나에게도 이제 그런 용기와 희망이 스며들때가 되었건만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으면 아직도 아득하다

 

아... 그리운 사람아

당신은 나에게 깊은 쓰라림만 가르쳐 주었고

나는 바람처럼 떠돌아 다니기만 한다

 

순간, 아주 잠시  당신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머물고 싶어서 말이다

용서해주시길.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

죽음은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지독한 변명이다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죽은 놈만 서럽거나

살아있는 놈만 서럽거나

둘 중에 하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3.

소주 한잔 먹고 싶다

소주끼에 몽롱하게 취해 밤거리를 뚜벅거리고 싶다

 

그 술한잔 받아 줄 친구가 그립다

 

그래서

술자리 한귀퉁이에서 몰래 소주를 훔쳐먹듯

한잔하고 싶었지만

 

사람과 부대끼는 것

즐거움을 표현하거나

화냄을 나타내는 것이

시원치 않게 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이

성가시다

 

많은 것들이 그리운 월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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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생각들

2008/09/03 11:35

1. 이성(logos)과 감성(pathos)에 관한 문제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생각이다. 난 이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폭력과 착취, 억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핵심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감성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성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었다. 감성은 시간(時)과 공간(場)이 어루어지는 '순간'의 문제(氣)이기도 한데 이것을 중요시하면 이성의 시대보다 훨씬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직 '조화'를 말하기에는 내가 조금 비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앙상블(합체) 같은 개념을 끄집어 내서 설명하지만 역시 타협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 인간이 드러나고 움직이는 것은 '윤리(ethos)'의 문제인데 - 이제 이성과 감성의 긴장감을 잠깐 쉬고 실천(실제로 움직임)을 꼼꼼이 따져볼 생각이다.

 

2.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지성(intelligence)과 감성(emotion)의 문제인데, 한때는 이 해법을 영성(soul, spirit)으로 찾고자 했다. 그런데 영적인 영역은 참 많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영역이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영성이 답일수도 있지만,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설득하기가 정말 힘든 문제이다. 사기꾼('도를 아십니까')이나 싸꾸려 장사꾼으로 보이기 쉽다.

 

그래서 끄집어 내는 말이 '내면'에 대한 문제의식인데 역시 말빨이 안서기는 마찬가지이다. 조금 비틀어서 '자기 자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라고 말하면, 이기주의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특히 요즘같이 완전히 인간이 개별화되고 원자화된 세상에는 더욱 그렇다. 차라리 나무나 개들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쉽다.

 

( 다른 영역의 개념을 빌려서 말하면, 질서(cosmaos)와 질서가 아닌것(chaos무질서)에 대한 질문이다. 이 상반된 개념을 해결하기 위해 역시 '상호침투'라는 문제의식을 투입한 '카오스모제'(가타리)라는 말이 있다. 주체성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학과 생태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

 

3. 또 다른 것은 삶의 문제이다. 현실(드러나는 것)과 가상(상상하는 것) 그리고 실재(존재/원래 있는 것)가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한참을 지냈지만, 원래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노력(잘보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인정하고 알고자 하는 것 그래서 원래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깨달음'. 

이걸 구하면 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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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08. 8. 26.

2008/08/26 23:37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他者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스스로 생존하는 인간은 없다

따라서 타인을 포함한 타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를 사랑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데, 그래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 힘들지도 모른다

지난한 인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남은 만남이 아니다. 부딪침이 사랑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또한 나를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한다'

항상 이 생각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 2008. 8. 26. 사랑하는 동료를 만나서 술한잔 걸치고 그냥 자기 뭐해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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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죽음의 도시다

2008/08/12 13:07

어제 밤
습기를 가득 품은 더운 공기를 피해
에어컨 밑에서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
조심스러움도 없이 마셔서 숨이 차고 정신이 희미해져 갈때
내가 분명히 생각했던 것.

'ㅆ ㅣㅂ ㅏ,   서울은 죽음의 도시다'

 

다음 날 어김없이 지각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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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와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보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물음을 던져본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 한명이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해고되었고, 다른 한명의 동료도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한달 정도 후에 해고 될 것 같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계약기간이 끝나면 직장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계약기간의 종료가 업무의 끝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자의 인위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니 '해고'이다. 이런 '합법적인 해고'가 가능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내가 부끄럽고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人間은 '만남'에서 사람이 된다. 따라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보면서 산다.

(요즘 계속 들고 다니면서 생각한다. 무겁다.)


‘인간이 추구하는 동일성의 상태는 자기의 쾌락의 동일성이다.

자기가 아니라 타인을 쾌락이 아닌 고통 속에서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이중으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처럼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그에 동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보편적인 선을 표상하고 똑 욕구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이야말로 타자적 상상력의 꽃이다.’

[김상봉 '창의성 교육에 관한 몇 가지 단상들']


'로망 중에 가장 큰 로망 중의 하나는 액션 로망이다.

솔직히 사람이 한 번 태어나서 사는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 입에 밥들어가는 것만 걱정하고, 멋진 연애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만 하다가 죽었다고 하면,

로망의 인생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건 개돼지도 다 가지고 있는 로망이다.' 

[우석훈의 블러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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