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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멸망』(김인성) 관련 글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613112708
"진보는 IT에 있다" (프레시안, 2011-06-13 오후 2:20:00)
[김상수 칼럼] <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저자 인터뷰
김상수: 얼마 전에 대담을 나눴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책 <세금혁명>은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깨우고 있었고, 이 책 또한 시민들에게, 소비자들에게 분노를 일깨우고 있더군요.
김인성: 정말 제대로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권력자들은 인터넷을 불온한 매체로 인식하는 무지로 인해 인터넷을 규제중심으로 몰고 갔고, 인터넷 망 중립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료들은 기업 편에서 자의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검열과 통제, 독점과 쏠림이 강화된 폐쇄적인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의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조차 없이 방송장악과 인터넷 검열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접근, 최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의적인 법해석을 하고 민주주의 절차조차 무시하면서 대기업의 편을 듭니다. 독점의 폐해를 막을 각종 규제를 풀어버림으로써 시장은 공룡들이 미쳐 날뛰는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포털들이 권력자들의 검열에 순순히 협조하고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법적근거도 없이 넘겨주는 현실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소비자들은 과연 정당한 소비가 무엇이고 소비자 권리는 무엇인가, 자기점검을 하고 숙고해야 할 때입니다.
외국 인터넷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언론 자유, 특정 기업이나 서비스에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 정책,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라이버시 보호법 등은 한국 인터넷 현실에서 깡그리 무시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에서는 기본권이 문제가 되는 때입니다. 외국에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현의 자유문제를 한국에서 주장하다 보면 뭔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정부가 전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는 나라이며 실명이 아니면 인터넷에서 글 한 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의 언론 자유를 거론하는 것은 비웃음 사기에 딱 좋습니다. 한국적 인터넷 사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규제를 통해 구축된 인맥과 혈연으로 뭉친 이너서클 안에서 처리됩니다. 각종 규제를 활용하여 시장을 지배한 업체, 권력의 요구 사항에 순응하는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주장하는 업체는 여러 방법으로 손을 보는 방식입니다.
김상수: 이런 현실이니 개인의 이메일을 열어 보겠다는 권력 기관에 항거하는 인터넷 업체란 거의 있을 수 없겠군요.
김인성: 있다면 사장의 순진성 때문에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지 모른다고 비난 받습니다. 외국의 업체들이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권한에 대해 고민하고 이런 논쟁적인 문제를 인터넷 현실에 적용하여 전 세계가 따를 수 있는 원칙을 세워나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기업들은 우리 사회가 투쟁을 통해 확립된 민주주의라는 규칙조차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여기며 기업의 항의를 받은 포털은 아무런 고민 없이 비리를 고발하는 인터넷 게시글도 삭제해 버립니다.
저는 여기서, 인터넷 실명제와 검열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 쟁취라는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진보진영을 좌익이라고 불온시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아무리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떠들어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이제 이런 문제는 IT분야의 당위성으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의 자유, 인터넷에서 실명제 폐지는 진보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전체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진보는 IT에 있다'라는 말은 역설이지만 현실입니다. 인터넷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인 토론 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의 문제를 초월한 현실에 부닥친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유조차 사라지고 말수도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이 문제를 화급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마는 실명제 폐지를 통한 언론의 자유 쟁취는 경제의 문제와 바로 직결됩니다. 우리가 중국만큼 인구가 많거나 미국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라면 각종 규제를 그대로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거대 시장을 보고 이런 규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니까요. 하지만 강대국도 아니고 인구가 적어 소비능력조차 낮은 한국에서는 이런 정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활용할 것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이렇게 전근대적인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공멸하는 길일뿐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창의력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취해야 할 선택은 명확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국제화를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언론자유를 실현해야 합니다. 특정 운영체계 편향의 폐쇄적인 결재 시스템을 개선하여 외국에서 우리나라 쇼핑몰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는 건 당연합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나서 세계적인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런 주장을 불온시하고 좌익으로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적 상황을 잘 모르고 떠드는 순진한 주장이라고 폄하해서도 안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IT산업이 사회의 진보를 이끌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김상수: 창의력은 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될까요? 창의력을 죽이는 현실 아닙니까?
김인성: 현실은 그렇습니다. 여기서 잠시 과거를 회상해 볼까요. 미국의 닷컴 버블이 꺼지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인터넷 업체들도 망해가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사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후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됨으로써 테헤란 밸리의 성공 신화도 끝나버렸습니다.
유료화가 가능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게임과 쇼핑몰 등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얼마 되지 않는 광고 수익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일찍 투자를 받아 현금이 넉넉히 남아 있던 운 좋은 업체들과 이익은 내지 못하지만 그나마 매출은 발생하던 검색 분야의 몇 몇 업체들만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바로 포털입니다.
포털이란 관문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주 가는 사이트를 제외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검색 사이트를 방문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의미에서 검색 업체들이 바로 인터넷의 관문이었습니다. 검색 업체들은 이 관문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지만 사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검색 화면에 광고를 붙이는 정도는 어느 업체나 다 하고 있었으나 그 수익만으로는 막대한 서버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야후는 점차 관문으로서의 포털이 아닌 모든 것을 자신들이 다 서비스한다는 의미의 포털이 되어 갔습니다. 사용자들이 되도록 야후에 많은 시간을 머물면서 각 페이지에 있는 광고를 보게 만들어야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내 검색 사이트들도 야후를 본 따 모든 것을 다 가진 포털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포털 경쟁에서 승리하여 사용자를 자기 사이트에 머물게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백화점이 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행하고 있는 서비스라면 뭐든지 끼워 넣었고 망한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경쟁적으로 가져와서 추가했습니다. 이래도 부족함을 느끼자 결국 서로 남의 서비스를 베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포털들은 서로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포털은 검색, 메일, 신문, 잡지, 카페, 게시판, 질문과 답, 다운로드, 이미지, 동영상 등등 인터넷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서비스합니다. 포털의 첫 페이지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을 알게 되고 뉴스를 보며 쪽지와 블로그 방문자를 확인합니다. 인터넷을 시작하면 홈페이지로 설정된 포털을 거의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포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서비스로 승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 업체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추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워낙 교묘하게 베끼기 때문에 법에 호소하더라도 이런 관행을 막을 수 없습니다. 사용자를 묶어 두기 위해 첫 페이지는 점점 화려해져 갔고 참신한 기획이나 아이디어보다는 사용자 수로 밀어 붙이는 베끼기 정책이 최선의 방어 수단이 되었습니다.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한 포털은 늘 콘텐츠 부족에 시달렸고 그에 따라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었으며 다시 이것은 콘텐츠의 부족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김상수: 포털, 관문이 관문으로의 역할보단 독점이란 커다란 폐단을 불러오고 있는 현실인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원래 관문으로서의 포털은 타 사이트에 관한 링크 정보를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그런 전문 사이트로 쉽게 이동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임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문으로서의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들이 직접 제공하는 식으로 변질되어 갔습니다.
검색의 관문을 장악한 포털이 모든 것을 다하게 되자 각종 전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뉴스 사이트, 블로그 전문 사이트, 만화 사이트, 각종 기기 중심의 동호회들, 그리고 성별, 연령별, 취미별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포털의 비슷한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포털이 검색 트래픽을 포털 내부의 경쟁 서비스에 우선적으로 몰아주는 바람에 전문 사이트들은 점점 더 방문자가 줄어들었습니다.
김상수: 사용자들은 포털 안에 있는 익숙한 서비스에 길들여지면서 외부 사이트 방문을 꺼려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전문 사이트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게 됐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이렇게 검색을 통한 수익 확보는 미국서 개발된 키워드 광고를 통해 절정에 이르게 됐습니다. 키워드 광고 덕택에 모든 검색어가 황금으로 변하는 기적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검색 업체는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상황이 좋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검색 트래픽을 내부에서 독점하는 포털로서의 지위도 내어 놓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검색 포털은 검색어마다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었음에도 검색 결과 또한 자기 사이트 정보를 먼저 노출시킴으로써 배너 광고 수익까지 챙길 뿐만 아니라 검색 점유율도 뺏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때문에 검색 결과 페이지에 노출되어 방문자를 늘림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포털에 콘텐츠를 거의 무료로 공급하던 콘텐츠 제공자들은 이중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포털들이 더욱 악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검색어 광고는 포털들의 수익을 양극화시켰는데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업체일수록 검색을 통한 광고 효과가 뚜렷했기 때문에 광고를 실으려는 업체들이 대형 포털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나중에는 광고를 원하는 업체들끼리 경쟁이 붙어 검색어 가격이 광고를 통한 수익 증가분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대형 포털은 또 한 개의 검색어를 지역별로 세분하여 나누어 팔아 더 많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위 안에 들지 못하는 포털은 광고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에 검색어 가격을 낮추어도 판매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검색어 광고의 수익은 1·2위 업체가 모두 차지했고 3위 안에 들지 못하는 나머지 포털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검색만으로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던 네이버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던 한게임과 합병하여 생존을 모색했으나 검색어 광고 덕분에 오히려 한게임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겨레신문에서 운영하던 질문과 답변 사이트인 디비딕을 모방한 지식인 서비스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어 검색 분야에서 타 업체를 멀찍이 따돌리고 부동의 1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지식 검색 서비스는 포털이 관문의 역할을 포기하고도 버틸 수 있도록 해 준 대표적인 서비스였습니다. 포털은 검색어 광고로 안정적인 수익을 달성하게 된 후 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더욱더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사용자들은 포털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검색을 통해 포털이 제시하는 광고를 보거나 포털 내부의 콘텐츠로 이동했을 뿐 외부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닫힌 포털 형태가 고착화되면서 전문 사이트들은 더욱 더 운영이 힘들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포털이 이미 관문이란 원칙의 훼손정도와 범위는 너무 도를 넘었습니다.
김인성: 검색 엔진이란 사용자의 질의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 포털들은 이런 부분에 문제가 많습니다. 검색 기능이 미약하여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해서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에 검색이 용이하도록 미리 처리해 놓을 수 있는 내부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검색 엔진은 데이터가 어디에 있던 상관하지 않고 공정하게 그 중요도를 취급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데이터라면 그것이 포털 외부에 있더라도 최우선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국내 포털들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검색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 자사 데이터를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동일한 데이터가 외부와 내부에 동시에 있을 때 내부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개의 경우 외부 데이터가 콘텐츠를 제작한 원저자의 페이지이고 포털 내부의 데이터는 이것을 불법으로 복제해 간 것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포털은 이런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저작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김상수: 포털들은 내부에 데이터를 쌓이도록 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외부의 데이터를 복사해오는 것을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런 경향을 조장해 온 측면도 있지 않나요?
김인성: 포털 사용자들끼리도 버튼 하나로 글을 퍼갈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외부 데이터도 간편하게 복사해 올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포털 외부의 사용자가 정성들여 쓴 글을 자기 사이트에 올리면 잠시 동안 적게나마 포털의 검색 결과 링크를 따라 온 방문객을 만날 수는 있지만, 금세 누군가가 포털 내부로 글 전체를 불법적으로 퍼가 버리기 때문에 곧 방문객이 끊기고 맙니다.
이에 반해 포털에 항의하여 불법 복제된 글을 지우게 만드는 절차는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많은 복제자들을 찾아내어 바로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하여 포털 내부에는 오늘도 불법 복제된 수많은 외부 문서들이 쌓이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점점 더 포털 방문객이 외부로 나갈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김상수: 특히 포털 국내 1위라는 네이버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요?
김인성: 네이버는 외부의 글을 쉽게 퍼갈 수 있도록 했지만 내부의 데이터는 외부로 가져가지 못하도록 복사방지 기능을 추가해 넣었고 외부에서 네이버 안의 이미지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네이버 사용자들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남의 글을 간단히 퍼 날라 자신의 블로그에 일방적으로 쌓아놓는 복사 로봇역할을 하게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모든 포털들이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창의성이 사라진 후 너도나도 앞서가는 포털들의 행태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어떤 포털에 가더라도 아무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 수가 많은 포털이 점점 더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 사이트들은 포털의 검색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자신들의 데이터를 포털에서 검색하지 못하도록 막은 다음, 직접 방문하는 사용자들을 확보하여 수익 구조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털과의 연계를 끊은 업체 중에서 자생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제작자들과 전문 사이트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포털들의 과욕이 인터넷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포털의 행태는 포털 내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포털 검색이 원본 제작자보다 복제자에게 유리한 상황은 내부 데이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남의 데이터를 복사하는 행태를 보이는 사용자들이 더 많은 방문자를 얻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포털 내부 데이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포털이 검색에 노출시켜 주지 않는 원본 글은 그 어느 누구도 볼 수가 없게 되고 맙니다. 포털의 검색 엔진은 성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원본 여부를 가릴 능력이 없어 언제나 새로운 글에 더 가중치를 둡니다.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금방 묻혀버려서 사람들에게 보여 줄 기회를 잃고 맙니다. 내부 콘텐츠가 포털에게 볼모로 잡혀 외부에 보여지지 않고, 내부에서도 복제된 데이터에 밀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윤추구란 관점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서 검색 엔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을 훼손한다면 더 이상 그것을 검색엔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고발과 항의하는 목소리가 인터넷에서 넘쳐흘러도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인터넷 현실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검색 환경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상수: 더 심각한 문제란 어떤 것이지요?
김인성: 바로 권력과의 야합입니다. 권력자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것을 사회가 혼란스러워진다고 여기기 십상입니다. 갑작스럽게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미처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초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떠들 수 있었던 시기가 잠깐 동안 있었지만 곧 권력자들은 인터넷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재갈물리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인 탓에 가끔씩 인터넷에서 익명성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 때마다 권력 기관에서는 이를 핑계로 인터넷 실명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끈질기게 도입을 기정사실화한 끝에 결국 세계 최초로 인터넷 실명제를 법으로 제정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중국도 안하는 인터넷실명제를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과 같은 일부 극단적인 현상을 핑계로 들고 있지만 심각한 비방과 욕설은 IP 정보 등의 증거를 토대로 수사에 의해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한 법 제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실명제를 시행함으로써 자유로운 비판이 불가능하게 되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개인 정보를 수많은 사이트에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익명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릴 위험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정부와 국회는 실명제에 적극적이었지만 정부 사이트 게시판에서부터 실명제가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권력자들이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기를 원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판단됩니다.
공공기관들과 회원 수가 10만 명 이상 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실명제를 실시하도록 강제한 이후 한국의 인터넷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적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정부 기관이나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했기 때문에 대부분 겁을 먹고 스스로 조심하게 됨으로써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던 그들의 의도는 성취되었습니다.
김상수: 사이버 명예 훼손죄에 따라 자신에게 불리한 글이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을 때 법적 조치 이전에 그 사이트 관리자에게 글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삭제요청권이란 것도 생겼잖아요? 그게 남발되고 있고요?
김인성: 이 조항은 특히 기업체에게 유리한 것으로 그들은 인터넷을 감시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자사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글이 올라오면 즉각 글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고 포털들은 별 다른 이의 없이 아무도 그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업체의 비리나 문제 있는 제품에 대한 고발 글은 더 이상 인터넷에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점차 감시 수위를 높여 그 어떤 글이든 업체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글은 하나도 남겨 놓지 않고 인터넷에서 제거하기 위해 전담반을 운영하기까지 합니다.
김상수: 기업, 정부할 것 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생산인력보다 감시인력이 점점 많아지는 이상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고요.
김인성: 검색 업체는 좀 더 심한 압력을 받으면서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을 서비스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불리한 댓글을 삭제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포털은 이미 이런 압력에 저항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 편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김상수: 신문도 안보는 세상이 됐는데, 오로지 포털에 실리는 뉴스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 점차 왜곡된 뉴스로 세상을 보게 되는 구조가 되고요.
김인성: 포털 첫 페이지에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내용들은 싣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특정 정치 집단에 불리한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면 포털은 임의로 그 단어를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여론을 조작하기까지 했습니다. 권력 기관은 정치적 사건의 증거를 찾겠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수년간의 이메일을 국내 포털로부터 압수해가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포털의 메일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많은 사용자들이 외국의 이메일 업체로 메일 주소를 옮기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국내 권력자들이 한국 인터넷의 원칙을 훼손시킴으로써 인터넷 기업들은 굴욕적인 존재로 변했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말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언론 자유와 공정한 검색은 인터넷 사이트의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었으나 이 모든 것을 훼손한 포털들은 정치 집단에게 일찍 평정 당해 버렸고 급기야 영장도 없는 경찰의 요구에조차 회원의 동의도 없이 개인 정보를 넘기는 반민주적인 존재로 변했습니다.
김상수: 이제 검색 포털들은 불의와 타협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었어요. 열린 인터넷 환경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상대하려면 서비스의 내용뿐만 아니라 서비스 하는 업체에 대한 신뢰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요. 외부의 압력에 글을 읽지 못하게 만들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임의로 외부에 유출할 수 있는 한국의 포털을 믿고 사용할 외국인들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김인성: 외국의 경우 기업은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제는 정부와 싸우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덕목입니다. 하지만 국내의 포털들은 원칙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력 기관에 순응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갔습니다.
김상수: 그 사세란 것도 우물 안 개구리식이 아닌가요? 당연히 도전 의식은 상실되고 말입니다.
김인성: 그렇습니다. 다음의 일본 진출 실패와 라이코스 매각에 이어 싸이월드까지 일본에서 철수했습니다. 이제 한국 인터넷 기업의 해외 진출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고는 네이버의 게임과 검색 시장 진출뿐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조차 외국에서의 검색 시장 공략은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습니다. 한국 인터넷 기업은 이제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때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을 국내에서 독특한 서비스 모델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으로의 진출을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한국적인 서비스 형태와 경험 부족 그리고 서버를 외국에 두고 새로 사이트를 구축하는 현지화 정책으로 인해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 비용을 들이는 것이 기업 전체의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자 업체들은 점차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국내 시장만을 상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좁은 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이 발생했고 중복 투자도 심해졌습니다. 선두에 서지 못하는 포털들은 극심한 적자 행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자본을 가진 업체에게 흡수 합병을 당함으로써 포털 업계는 몇 개의 업체만 남게 되었습니다. 대형 포털은 네이버가 수익을 싹쓸이하는 가운데 다음과 네이트가 네이버에 비해 1/10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고 나머지 업체들은 적자 행진 속에서 가끔 약간의 흑자를 억지로 만들어 내는 정도입니다.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사이버 명예훼손 법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규제와 금지 조항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이미 확보한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무기가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외국의 서비스가 한국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는 외국의 인터넷 업체들은 이런 특수한 법을 지키면서까지 한국에 진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법들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서비스를 훼손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인터넷 강국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업체들은 이런 제약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의 다 실패하여 떠나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외국 업체 중에서 유튜브는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실명제를 거부했지요.
김인성: 유튜브는 한국에서 서비스하려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지켜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있는 서버를 모두 철수 하고 한국에서 유튜브에 접속할 경우 글쓰기를 제한함으로써 여전히 한글로 서비스를 하면서도 한국의 국내법을 지킬 필요가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이 쫓아 낸 유튜브에 여전히 홍보 페이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심한 현실입니다.
김상수: 여전히 문제의 단서는 인터넷 정책을 잘못 이끄는 못나고 못된 정부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인성: 콘텐츠 제작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한 포털, 검색 엔진이라고 부를 수 없는 불공정한 검색 사이트, 원칙을 훼손하고 권력과 야합한 인터넷 업체들, 이들이 격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후 각종 규제의 도움을 받아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까지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왜곡된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구글은 많은 시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왜 미국 기업인 구글이 한국에서 성공해야 할까요?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글 같은 검색 전문 사이트가 성공해야 합니다. 네이버는 한국의 검색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구글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검색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네이버와 몇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네이버는 내부에 쌓아 놓은 데이터를 위주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폐쇄적인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는 또 내부의 데이터를 외부 사이트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철저히 막아 놓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구글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자기 데이터를 외부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모아서 분석하는 데이터는 모두 외부에 있는 것이며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구글은 자체 데이터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콘텐츠에 대해서 공정한 검색 결과를 보여줍니다. 복사본 보다는 원본을 먼저 보여 주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페이지를 중요하게 취급하여 최적의 검색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페이지 첫 3개의 항목 안에 원하는 정보가 있을 확률이 높고 아무리 애매해도 거의 대부분 3페이지 안에서 해결이 됩니다.
내용이 알찬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기 마련인데, 구글은 내부적으로 이런 페이지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규칙을 개발해 놓았습니다. 구글은 인기 콘텐츠를 다른 페이지보다 먼저 보여주기 때문에 더 많은 방문자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구글에게 사이트를 개방하여 검색을 허용하는 것은 그 사이트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자사의 부족한 검색 엔진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자기들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내부 데이터를 확보하여 검색 결과를 개선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찾지 못했을 뿐이지 네이버 외부에는 언제나 양질의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네이버 관계자가 네이버가 자체 콘텐츠를 확보하게 된 것은 외부에 쓸만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모독하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검색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공정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많은 사이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력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역할을 구글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런 공정한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검색 결과를 만들 때 외부 사이트들에 대해 공정한 기준을 유지하는 검색 사이트가 필요합니다. 상위권에 들지 못한 포털 업체라면 결국 또 다른 네이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국적인 구글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전문 검색 사이트를 지향하는 것은 장점이 많습니다. 순수한 검색 사이트가 되는 것은 포털이 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일입니다. 포털 경쟁에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업체라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써 순수 검색 사이트 구축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라고 권합니다.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신생 벤처가 있다면 지금부터 검색 전용 사이트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포털과 관계를 단절한 수많은 전문 사이트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네이버의 내부 데이터를 능가하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검색 결과에 있어서 콘텐츠가 어느 사이트에 있더라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검색해주는 사이트임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닙니다. 용기 있는 분들의 도전이 절실합니다.
김상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사회 공공적 가치와 요소는 훼손되거나 일대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IT산업의 결정적인 후퇴로는 어떤 것들을 들 수 있나요?
김인성: 정부가 바뀌면서 IT정책 또한 연속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대신 신성장동력 17개 분야가 선정되었으나 그 중 IT관련은 IT융합시스템과 콘텐츠 소프트웨어분야 등 일부 항목으로 축소되고 말았습니다. 과기부와 정통부가 폐지되어 재경부와 방통위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로 기능이 분산되었으나 재경부는 실적만 따지는 성과 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있고, 방통위는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위한 종편 채널 선정과 같은 정치적인 일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IPTV는 케이블방송과 대립하며 가입자 수를 끌어 모으는 업체 간에 경쟁만 하고 있으며 한국이 지난 시간에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는 이미 버려진 기술이 되었습니다. 로봇응용 분야는 4대강 수질 검사용 로봇 물고기 사업으로 변질 되었고, 업계를 선도하는 관료의 자세는 사라지고 이미 편성된 예산을 소모하기 위한 전시행정에 치중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앞날이 암담하기만 할 뿐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직 얕은 시야에 갇혀서 당장의 이익에만 골몰하면서 진화를 거부하는 한국의 통신업체들의 횡포가 있습니다.
김상수: 당장 국가적으로나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신현실은 어떻습니까?
김인성: 전 세계 이동통신 회사들이 음성 통화 위주로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시대에 이미 한국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이동형 무선 인터넷 통신을 구상했었습니다. 그게 와이브로입니다. 외국 통신사들이 이제야 기존 통신의 업그레이드 형으로 와이브로와 비슷한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는 반면에 와이브로는 모든 개발을 끝내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은 처음부터 인터넷 접속 위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음성 통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앞선 이 최첨단의 기술은 그러나 장사 잘 되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뺏기고 싶지 않은 국내 통신업체들의 태업으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유선 전화는 인터넷 전화로 대체될 것입니다. 현재의 이동 전화 망은 결국 차세대 무선 인터넷 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거칠게 말해서 모든 네트워크는 초고속 인터넷 망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든 단말기는 인터넷 연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선으로 연결하면 유선 인터넷이 되고 무선으로 연결하면 무선 인터넷이 되며 이동 간에도 끊기지 않는 방식이면 이동형 무선 인터넷이 됩니다. 전화,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단말은 연결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같은 것이란 뜻입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자를 선정하여 와이브로 시스템 구축을 독려했지만 곧 통신회사들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휴대폰 업체는 와이브로가 활성화되지 못하게 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와이브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인터넷 전화였기 때문입니다.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이동형 무선 단말기에 전화 프로그램을 깔면 이동형 인터넷 전화기가 됩니다. 휴대폰에 비해 사용료도 저렴합니다. 와이브로가 전국에 깔리는 순간, 사실상 휴대폰 시장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사업에 참여하되 가능한 와이브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정부가 사업 시행을 일정대로 하라고 강제해도 차일피일 미루며 차라리 과징금을 내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대신 휴대폰 무선 전화망을 데이터 통신용으로 개방하고 한시적으로 싼 가격에 제공하면서 와이브로와 별 차이가 없고 오히려 우수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HSPA라는 데이터 통신 서비스는 이렇게 해서 나온 미봉책입니다. 음성 통화를 사수하려는 통신사에 위협이 되지 않을 기술이며 와이브로의 대항 기술처럼 포장하지만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기술입니다.
김상수: KT는 어떻습니까?
김인성: 이것은 KT도 마찬가지입니다. KT는 고정형 무선 네트워크인 넷스팟으로 무선 인터넷 사업을 하려고 했었는데 더 앞선 기술의 와이브로가 나오자 이것에 전념하게 됩니다. 휴대폰 무선 전화망이 없던 KT는 와이브로 사업 초기에는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와이브로를 넷스팟에 이동성이 더해진 무선 인터넷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해가는 동안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유선 전화망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결국 자회사 KTF의 이해까지 고려해서 KT도 와이브로 사업에 부정적이 되어 갔습니다.
현재 KT는 와이브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에 있습니다. 와이브로 상용화에 나선 후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원천 기술이 사장되고 있습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한 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쟁국에서는 LTE를 밀고 있습니다. 두 기술은 모두 4G 표준으로 채택되었으나 이동통신사들은 LTE가 대세이기 때문에 와이브로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로 전국 망 구축을 미루고 있으며 오히려 LT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시점이었습니다.
김상수: 애플은 휴대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단숨에 이동 통신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초래되고 있나요?
김인성: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여태까지의 모든 스마트폰과 PDA가 얼마나 불편한 장비였는지를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때문에 윈도 모바일은 하루아침에 낙후된 운영체계로 전락해 버렸고 오랜 역사를 가진 노키아의 심비안 운영체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낡은 제품이 되어 버렸으며 10년 이상을 사랑받던 블랙베리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순식간에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제한된 기능의 피처폰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고 오직 멀티터치가 가능한 풀 화면 터치폰만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은 또 와이파이를 기본으로 내장하고 통신사들이 제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무선 인터넷을 휴대폰의 기본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은 작은 화면으로도 완벽한 웹 브라우징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사용자들이 이전과 다르게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게 만들었고, 때문에 통신사들로 하여금 3G 데이터 통신 요금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아이폰은 또 앱스토어를 통해서 통신사의 간섭 없이 개발자와 사용자가 만날 수 있게 함으로써 양쪽 모두 이득이 되는 콘텐츠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모두 재앙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김상수: 특히 한국의 통신회사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겠군요.
김인성: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 등장의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아이폰으로 인하여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아이폰에 대항할 스마트폰 제품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국내 휴대폰 제조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폰이라는 극약을 써서라도 이동 통신 분야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싶었던 KT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규제를 동원한 방해 세력들의 저항으로 아이폰은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언론과 관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아이폰이 한국에 도입되었습니다. 일개 스마트폰에 불과한 아이폰이 도대체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아이폰이 어떤 제품인지, 아이폰의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는 아이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상수: 작은 전화기 안에 인터넷을 통한 통합성이 특장(特長)이겠지요.
김인성: 바로 그렇습니다. 휴대폰은 한국의 통신사들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정말 못쓸 물건이 되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외국 업체와 달리 무선랜 같은 위협이 될 만한 하드웨어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윈도와 따로 노는 자사 전용의 전화 프로그램만을 고집했습니다.
이 때문에 편하게 전화, 문자, 이메일 보내기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 프로그램은 충돌도 많아서 음악을 듣는 동안 문자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기능이 죽어 버리면 하루에 몇 번씩 초기화를 해야 합니다. 국내 통신사가 손댄 스마트폰은 최악의 단말기였습니다.
아이폰은 이런 부분도 남다릅니다. 전 세계의 이동통신 업체와 싸워서 자신들의 통합성을 지켜냈습니다. 특히 한국의 각종 규제와 통신사의 횡포를 극복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전화 프로그램과 응용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동작하고 주소록,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현 위치 등을 자동으로 인식합니다. 복잡한 버튼 조작 없이 전화, 문자뿐 아니라 이메일 주고받기, 노래 듣기, 인터넷 검색하기, 게임, 그 이외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그대로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저장할 것인지 이메일로 전송할 것인지 멀티문자로 전송할 것인지 혹은 프린트 할 것인지, 상황에 맞는 메뉴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몇 번의 버튼 조작으로 원하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절대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접하고 나면 휴대폰은 전화 거는 것 이상의 용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태까지 이렇게 편리하게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사용을 못 했을 뿐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아이폰은 초보자들도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작업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김상수: 아이폰을 통해 모든 것은 인터넷으로 통하는 시대임을 절감합니다.
김인성: 언제라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아이폰에는 GPS와 가속센서가 있어서 현재의 내 위치와 이동 방향을 알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모든 검색은 이제 현 위치를 기준으로 해서 그 연관도가 정해집니다. 더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가 있는 곳 주변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점점 더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집니다. 마치 네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을 하기 어려워진 것처럼 이젠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없이는 길을 다니기도 힘들게 될 것입니다.
김상수: 이런 것은 다른 스마트폰도 할 수 있지 않나요?
김인성: 물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서로 통합되지 못해 제 각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검색을 하기가 불편하고 원하는 작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유기적 통합,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즉각적인 응답성은 아직 다른 스마트폰들이 따라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아이폰이 한국의 통신과 인터넷 환경에 변혁을 몰고 온 혁신의 상징이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인성: 아이폰은 다기능의 편리한 손 안의 컴퓨터의 완성판이고 이동형 개인 인터넷 단말기의 원형입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무선랜 인터페이스가 휴대폰의 기본 기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태껏 통신사들은 휴대폰으로는 3G 통신만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싼 사용료를 내게 만들고 자유로운 인터넷 대신 그들이 설정한 페이지 안에서만 머물게 제한해 왔습니다.
때문에 한국은 화면 꾸미기와 벨소리 산업 등, 기형적으로 발달한 모바일 데이터 통신 후진국이 되었습니다. 저렴한 데이터 통신료 정책을 취한 외국의 경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사용료 부담으로 인해 음성 통화와 문자 이외의 용도로는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아 스마트폰의 많은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상수: 아이폰은 한국 통신사들의 스펙다운 정책을 철저히 거부했군요.
김인성: 덕분에 다른 휴대용 기기와 호환되는 3.5파이 이어폰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통신사의 전용 전화 프로그램 대신 애플 고유의 전화 프로그램을 씀으로써 다른 앱과의 완벽한 호환성도 가질 수 있습니다. MP3도 통신사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 컴퓨터에서 직접 다운로드 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아이폰은 외국에서 출시된 아이폰과 완벽하게 동일한 제품입니다. 애플은 통신사들이 아이폰 기능을 제한하기는커녕, 제품 표면에 통신사 로고조차 넣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스토어는 데이터 통신 비용 없이 소프트웨어와 음악을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김상수: 더 결정적인 사실은 폐쇄적인 통신환경에 변화를 몰고 왔다는 것이지요?
김인성: 아이폰으로 인해 난공불락이었던 규제들도 철폐되었습니다. 그 동안 수입 규제로 작용하던 Wi-Fi 의무화도 아이폰 때문에 폐기되었습니다. 외산폰의 지도 서비스와 GPS 기능을 못 쓰게 만들었던 위치 정보 사업자에 관한 법률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렇게 애플은 소비자 지향의 휴대폰이라면 통신사의 횡포와 정부의 규제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주면서, 그 동안 통신사의 횡포에 시달렸던 우리나라 기업들과 사용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김상수: 한 번 아이폰이 도입되어 자유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국산 휴대폰에도 아이폰과 같은 편리함과 완성도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특히 통신사에 대해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게끔 조금씩 눈을 뜨게 됐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와이파이가 허용되고 3G 데이터 통신 가격이 싸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부담 없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인성: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은 스마트폰의 활용도도 커집니다. 근처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비교하고, 이동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내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웹으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진화하여 이런 일이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국내 통신사들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하였습니다. 최근까지도 국내 출시폰은 와이파이 내장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폰으로 인해 와이파이 사용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방통위를 움직여 가정의 무선 인터넷 공유기에 의무적으로 비밀 번호를 걸도록 만들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개방된 무선 인터넷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쓰는 것도 못하게 막으려 한 것입니다. 자유롭게 무선랜을 공유하게 되면 보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명확합니다.
한국은 여태껏 통신사들에 의해 제한당한 역효과로 그 어떤 나라보다 더 빠른 이동 통신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을 하고, 버스앱으로 기다리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입니다. 뉴스 보기,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이 컴퓨터로 하던 작업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단말기로 처리하게 되면서 PC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와이파이로 연결되었다면 게임과 영화 보기도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가정에서 PC의 필요성이 없어질 정도입니다.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게 되면서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휴대형 인터넷 단말기로 인해 개인들의 지적 능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수와 실시간으로 상호 교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상적인 사건들이 뉴스보다 더 빨리 전파되고 기사로만 만날 수 있었던 사건들을 알 수 있게 된 것도 대단히 놀라운 변화입니다. 짧은 글과 사진, 그리고 실시간 동영상으로 이루어지는 이런 식의 소통 행위로 인해 속보 매체의 종말을 예언하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터넷 강국이었던 한국답게 아이폰 쇼크로 인해 놀라운 스마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마케터들은 또 다시 재택근무 방식을 스마트워크란 멋진 이름으로 포장하여 들고 나오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런 용어로도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더 진보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놀란 통신사들은 엄청난 통신 사용량 증가를 감당하기 위해 무선랜 기기를 확충하고 3G 기지국과 중계기를 증설하고 와이브로에 재투자하며 4G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업체들은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한 때 윈도 모바일폰으로 애국심 마케팅을 동원하여 사용자를 현혹했으나, 결국 역부족을 느끼고 안드로이드폰으로 전향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이폰의 위력을 잠재울 수 없어 아직도 언론 매체를 동원한 아이폰 흠집잡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통신사들의 경쟁이 가열되어 드디어 데이터 완전 무료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김상수: 하지만 사용료는 아직도 비쌉니다. 사용자들은 통신사들을 압박하여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인성: 또한 인터넷전화를 와이파이뿐만 아니라 3G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도 한 때 3G에서 인터넷 전화사용을 막았으나 이제는 모두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들은 여전히 이런 앱들을 막고 있지만 허용이 될 때까지 소비자들이 나서서 싸워야 합니다. 이런 싸움을 통해 음성통화와 데이터 통화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란 점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만들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음성 통화를 특별 취급하여 과다한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어 더 이상 이런 과금 방식을 적용하지 못하고 데이터 요금으로 단일화 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4G 서비스를 와이브로로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상수: 애플 아이폰의 혁신은 그동안 국내의 콘텐츠 개발자에게는 불리했던 여러 현실에도 자극이 되고 있더군요.
김인성: 중요한 지적입니다. 아이폰이 가져온 또 다른 혁신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통신사 간섭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거래소가 활성화된 것입니다. 여태까지 통신사들은 통신사 전용의 프로그램 판매 사이트를 구축한 후 콘텐츠 판매 수익을 독점하고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때 필요한 데이터 통신 사용료까지 챙겨왔습니다. 이제 개발자는 통신사에 대한 로비를 통하지 않고도 마켓에 올려 팔 수 있고, 사용자들은 공정한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싼 값에 살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통신사들이 개발자의 아이템을 뺏어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김상수: 애플 아이폰 도입으로 여태껏 무엇도 바꾸지 못했던 한국 인터넷의 폐쇄성을 개선시키고 이동통신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습니다. 애플과 구글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왜곡된 국내 시장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실 애국적인 소비는 무조건 국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진보를 위해서 각성할 수 있도록 가장 뛰어난 전 지구적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폐쇄와 독점으로 부당한 이득을 쌓는 국내 기업의 전횡으로부터 시장을 개방과 표준으로 바꾸어 개선시킬 수 있을 겁니다.
개방과 표준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통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때, 국내 정보기술 산업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고요. 책에서는 IPTV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제안 등, 정보 통신 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와 발전적인 제안을 말하고 있고, 모든 업체에게 열린 통신 망,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유통 마켓 플랫폼, 뛰어난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 이들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회, 가능성 있는 업체를 지원하는 회선 업체, 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정부의 역할 등을 담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들은 독자들이 책을 사서 읽기로 하고요. 자, 이제 얘기를 정리하지요. 미래의 모바일 환경을 지배하는 것은 통합성과 동시에 개방성을 추구하는 제품이 될 것인데요.
김인성: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 애플이 필요합니다. 애플의 혁신이 곳곳에 전파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특정 제품의 광고차원이 절대 아닙니다. 하루빨리 애플의 콘텐츠 판매 방식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MP3 업체들이 연합하여 애플과 같은 단일 음악 판매 시장을 구축해야 합니다. 온라인 전자책 마켓도 만들어 한글로 된 책을 우리들이 주도적으로 사고 팔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사용자들을 매혹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매뉴얼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쉬운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애플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도 혁신을 주도하고 하드웨어와 플랫폼, 그리고 콘텐츠까지 융합하며 사용자와 개발자를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애플과 같은 기업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웹 환경이 모바일로 변화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도 좋은 기회입니다. 모바일 앱의 시대가 될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에 납품하거나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소셜 게임으로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많은 벤처들이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가졌음에도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믿지 못하는 바람에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스스로 한계를 정하기보다는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거대한 꿈을 꾸는 개발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흔들어 놓은 휴대폰 시장은 결국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신사들만 유리한 플랫폼이나 MS처럼 사용 환경을 자사 제품으로만 제한하려는 운영체계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바일 분야에서 기술력 있는 업체들 간의 사활을 건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 점유율이 높은 업체라고 해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밀어붙이다가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습니다.
김상수: 답은 개방적인 플랫폼이군요.
김인성: 맞습니다. 안드로이드와 같이 모든 업체들의 지지를 받는 플랫폼으로 승부해야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통신사들은 하루 빨리 음성 통신 위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이동형 무선 인터넷 전문 업체로 변신하기를 바랍니다. 인터넷 전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합니다. 인기 많은 인터넷 전화 단말기를 한국인을 대상으로만 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모두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넷 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개인을 식별할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의 개인 아이디도 중요합니다. 통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콘텐츠를 가진 업체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신사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 업체와 협력하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통신사의 정의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폐기될 음성 통화 시장과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전화번호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빨리 깨닫기를 바랍니다.
김상수: 그러나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요. 소비자가 각성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업체들에게 기만당할 것이고 그들은 우리에게서 끝없이 이익만을 챙겨가려고 할겁니다.
김인성: 결국은 소비자들의 각성입니다. 그리하여 휴대폰 제조사들이 최고 제품을 가장 싸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만들고, 공정한 검색 엔진이 득세하여 활기찬 웹 생태계가 조성되게 하며, 통신사들이 음성 통화 시장을 포기하고 와이브로를 무기로 전 세계 통신 시장을 장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현명한 소비를 통해서 기업들과 정책 입안자를 올바로 이끄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애국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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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8370&CMPT_CD=T0001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다" (오마이뉴스, 11.05.20 14:43  김시연)
[e사람⑬] 'IT 애국주의'에 반기 든 '글 쓰는 엔지니어' 김인성씨
개방과 표준에 맞서 폐쇄와 독점으로 자신들 배만 불려 온 국내 IT기업들을 꼬집은 <한국 IT 산업의 멸망>(북하우스)이란 책이 요즘 화제다. IT 분야에선 드물게 초판 5000부를 낸 지 한 달여 만에 2쇄를 찍었다. 이 책을 쓴 김인성씨는 리눅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이면서 평범한 사람도 IT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일을 10년 가까이해온 '글쟁이'이기도 하다.
김씨는 '국산 스마트폰 대신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고 '구글 검색 점유율이 네이버보다 커져야 한국 인터넷이 산다'고 역설한다. 기존 애국주의 관점을 뒤집는 '역발상'이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방배동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김씨는 이달 초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북한이 저지른 '사이버 테러'로 규정한 검찰 발표부터 뒤집었다.
"농협 해킹이 북한 소행이란 게 뭐가 중요하죠? 보안이 뚫렸다는 게 문제 아닌가요? 농협 쪽 보안 책임을 따져야 할 검찰이, 북한 해커가 7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이 정도로 막은 건 선방했다고 칭찬하는 꼴이죠. 결국 북한 범행을 강조하는 건 지휘자 문책을 피하게 하려는 것밖에 안 돼요."
김씨가 이처럼 검찰 발표를 '불신'하는 데는 나름 사연이 있다. 2008년 9월부터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 횡령 사건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 쪽 자문을 맡아 검찰 디지털수사팀의 '증거 조작' 과정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에선 횡령 혐의 무죄를 입증할 하드디스크 회계자료를 제출했는데 검찰은 마치 자료가 조작된 것처럼 몰아갔어요. 사실 하드디스크 자료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요. 문제는 조작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디지털수사팀은 검찰 입맛에 맞춰 하드디스크와 백업 CD에 담긴 같은 파일을 비교하지 않고 이름만 같은 다른 파일을 비교해 마치 조작한 것처럼 보이도록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결국 재판부도 이를 간파했고 지난 1월 28일 1심에서 최 전 대표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긴 했지만 금품 수수와 횡령 혐의는 벗을 수 있었다.
"애플-구글 위치추적 비판할 때는 미국 수준에서 얘기하면서 우리 얘기할 때는 눈이 낮아져요. 회원 가입할 때 주민번호까지 다 깔아주면서 말이죠." 김인성씨는 '애플빠-갤스빠', '구글 대 토종 검색' 논쟁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애국주의'도 경계했다. 보기에 따라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구글-애플' 활용론에 가깝다.
김씨는 책이 한창 화제가 되던 지난달 중순 구글코리아 사무실로 초대를 받기도 했다. 한국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서는 구글 검색 점유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관심을 끈 탓이다. "왜 래리 페이지(구글 CEO)는 한국에 안 오느냐고 물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나 IBM처럼 가끔 한국에 와서 정부 실력자 만나 악수하면 대접도 받고 압수수색도 안 받을 텐데, 하고 말이죠.(웃음) 구글은 자기 정책을 타협하지 않으려 해요. 우린 경찰에서 전화만 해도 (회원정보) 갖다 주는데 해외업체는 적어도 고민은 하거든요. 심각한 유출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IT는 진보"라고 믿는 김인성씨는 지금 우리 IT 산업이 후퇴하는 이유로 사회의 보수화를 꼽는다. 90년대 후반 민주화와 벤처붐으로 꽃을 피운 IT 산업이 보수 세력들이 힘을 되찾으며 '멸망'을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인터넷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다.
구글은 지난 2009년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하고 유튜브에서 한국 계정 글쓰기를 차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료 부탁으로 제출한 '한국 IT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란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 "첫 줄에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마 첫 줄부터 불가능한 요구 조건이 적힌 걸 보고 그 분도 무척 난감했을 거예요."
김씨가 구글이 필요하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에도 '공정한 검색 전용 사이트'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외부에서 지식인 등 자사 콘텐츠를 검색하는 건 막으면서도 이용자들의 '불법복제'를 조장해 콘텐츠를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반면 구글은 '애드센스' 등을 통해 콘텐츠 제공자들과 수익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렇듯 '애국주의'에서 벗어나 '개방과 표준이냐, 폐쇄와 독점이냐'란 관점에서 국내 IT 산업을 바라봐야 우리도 희망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애플 아이폰과 국산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서 "아이폰을 사는 게 진정한 애국"이라고 강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애국심에 호소해온 국내 기업들을 밀어준 결과가 와이파이(무선랜), GPS(위성항법장치) 등을 뺀 이른바 '스펙 다운' 휴대폰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KT에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값비싼 무선 데이터 요금, 악성코드 온상인 MS '액티브 엑스' 등 국내 IT 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왔던 장벽들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애플이 도움이 된다는 것뿐이에요. '액티브 엑스' 사라지게 만든 게 애플인데 아직 멀었어요. 소프트웨어·동영상 등 콘텐츠 마켓 분업 문제도 애플이 확립해줘야 해요."
"이 책을 쓴 건 일반 소비자들도 IT를 좀 알고 제품도 성능 보고 구입하자는 거예요. 성능이 똑같아도 사줄까 말까인데 '애국심'이란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현명한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자는 거죠." 이 책의 매력은 이렇듯 복잡한 IT 현안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진 설명을 본문에 자연스럽게 녹인 것도 부연 설명으로 활용해 글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겠다는 의도다.
"자신이 쓴 글로 기억되는 게 모든 글쓴이의 바람이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그게 불가능해요. 단문이나 UCC는 내용은 기억해도 작가는 기억하지 않거든요. 대신 긴 글은 알아봐주는 사람만 남지만 작가를 기억하게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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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통신 요금의 비밀, 모르고 돈냈던거야? (미디어오늘, 김상만 기자, 2011.04.17  02:10:39)
IT업계가 고객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들…새책 '한국 IT산업의 멸망'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통신사 서비스에 매년 요금을 지불해 왔다면 어떨까. 고화질이라고 해서 IPTV 가입했는데 일부러 화질을 떨어뜨려 가정으로 보내준다면, 검색결과를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포털업체가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국내 IT업계의 현실을 비판한 신간 <한국 IT산업의 멸망>(북하우스)의 저자 김인성 씨는 인터뷰에서 "이런 IT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IT업계가 고차원적인 마케팅과 언론을 통해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돌려주는 것처럼 포장해 온 많은 상품들이 사실은 업계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국내 IT업계를 한마디로 "촌스럽다"고 표현했다. 한때 세계가 주목했던 IT선진국에서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그의 책 표지에는 그래서 이런 문구가 달렸다. '소비자만 몰랐던 업계의 음모와 진실. 그들이 감추려 한 블랙박스가 열린다.'
 IT업계를 혹독하게 비판한 그는 리눅스와 오픈소스 개발자로 포털사이트 시스템 설계와 구축, 컨설팅을 해온 시스템 엔지니어다. 다음은 김씨가 자신의 저서와 인터뷰에서 밝힌 IT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비밀 중 일부다.
1. 기본료・문자서비스 과금, 통신사의 상술에 불과하다.
저자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받았던 건 초기설비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설비투자에 들어간 돈을 이미 다 회수했음에도 기본료를 없애지 않고 있다. 이 돈은 그대로 통신사의 수익이 되고 있다. 저자는 또 "통신사들이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문자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비싼 비용을 물도록 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160바이트의 문자메시지 국제표준을 80~90바이트로 제한한 후 그 이상의 긴 메시지는 독자 규격의 '멀티미디어 문자방식(MMS)'를 사용토록 해 추가 비용을 받아챙기기도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언급했다가 업계의 공격에 시달려 입장을 번복해야 했다. 지난해 KT가 문자서비스로 올린 매출은 5700억원, SK텔레콤은 6500억원, LGU+는 3000억원이었다.
2. 통신사들, 통화수입 지키려 정부가 개발한 원천기술까지 배척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동통신 원천기술을 개발했지만 통신사들이 자신들의 통화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이 기술의 상용화를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때문에 한국은 이동통신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이동통신 강국으로 급부상했던 것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 CDMA(3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 가운데 하나)를 상용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성공에 고무된 정부는 3G를 넘어 4G에서 다시 한 번 이동통신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이동형 무선인터넷기술인 '와이브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기술은 데이터통신 위주의 이동통신이었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음성통화 시장을 위협하는 기술이었다.
결국 통신사들은 와이브로 사업권을 따낸 뒤 설비투자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와이브로의 상용화를 막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통신 기술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다른 나라의 기술 표준을 따라가는 형국이 되었다. 저자는 통신사들의 와이브로 투자 지연에 대해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위였다"면서 "통신사의 이기주의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3. IPTV는 화질이 나쁜데다 인터넷속도까지 떨어뜨린다.
IPTV는 초고속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방송과 VOD(주문형 비디오)를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에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IPTV 업계는 IPTV의 특성에 맞춰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을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가입자들을 빠르게 흡수해 가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 알려져 있지 않는 사실이 있다. HD급 화질이라며 선전하는 IPTV의 화질이 불법 다운로드 동영상 품질보다 나쁘다는 것이다.
IPTV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전송하려면 17Mbps(전송속도 단위) 정도가 필요하다. 언뜻 100Mbps의 초고속인터넷 속도를 감안할 때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초고속인터넷의 속도는 평균 70Mbps 정도에 불과한데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방송이 절대 끊기는 불상사가 생겨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IPTV를 보는 집에 들어가는 초고속인터넷을 방송데이터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도록 설계하고(서비스품질정책), 화질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 저자는 "지방의 느린 인터넷 환경에서는 실시간 방송 뿐만 아니라 VOD서비스도 불가능한데, 업계가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최대한 화질을 떨어뜨리고 있다(손실압축)"고 주장한다.
IPTV와 인터넷을 동시에 사용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IPTV와 하나의 회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인터넷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송속도의 한계 때문에 인터넷 데이터보다 방송데이터를 우선 처리하도록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전화까지 쓰면 속도는 더 느려진다.
4. 은행거래・전자상거래시 다운받으라는 '액티브X'가 컴퓨터를 바이러스 소굴로 만든다.
최근 금융계에서 해킹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인터넷 거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인터넷뱅킹은 안전할까?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은행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깔린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다른 웹브라우저도 안 된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필요하다. 문제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국내 표준으로 선정한 MS의 '액티브X' 방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뱅킹을 하려고 하면 각 은행마다 MS의 '액티브X' 프로그램과 고유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소비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이 자신의 돈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으며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컴퓨터에 내려 받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 프로그램들은 설치목적이 불분명하고, 심지어 컴퓨터의 보안을 위협한다고 단언한다. 액티브X는 웹 프로그램이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보안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안모듈 역시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컴퓨터를 느리게 만든다.
5. 국내 포털은 검색결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포털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누가 뭐라 해도 검색이다. 하지만 국내 포털이 검색결과를 잘못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포털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가 아닌 검색결과에 부합하지 않는 내부 데이터를 먼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단어가 들어간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지식인 게시글이 먼저 노출된다. 특정한 경우에는 네이버에 비용을 지불한 스폰서 사이트가 맨 위에 위치한다. 저자는 국내 포털이 "정확한 정보를 찾아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검색어 광고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된 포털이 시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용자들을 포털 안에 묶어두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폐쇄성 때문에 네이버 바깥에 있는 전문 커뮤니티의 데이터들은 네이버에 검색되지 않는다. 반면, 구글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가장 부합하는 결과를 해당 국가의 언어로 화면 맨 머리에 보여준다. 저자는 "아이폰과 구글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국내 IT업계도 각성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대우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국산을 애용하는 게 애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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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71061.html
‘기괴한’ 한국의 IT산업, 담 쌓거나 뒷걸음치거나 (한겨레, 구본권 기자, 2011-04-01 오후 08:19:49)
액티브X·공인인증서·실명제…정보기술 정책의 폐쇄성 고발
쉬운 용어로 독자 눈높이 맞춰
“세상 바꾸는 것은 혁신적 상품, 개방·표준화로 경쟁력 높여야”
한국IT산업의 멸망 | 김인성 지음/북하우스·1만5000원

눈을 돌려보면 스마트폰 천지다. 지하철엔 손안의 단말기를 들여다보는 승객이 대부분이고, 커피숍 손님이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도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달라진 거리 풍경으로 드러난다. 각종 예측치보다 월등히 빠른 스마트폰 보급 속도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정보기술(IT) 강국이 ‘모바일 후진국’이 됐다”며 자조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우리 사회의 역동성 덕분에 어느덧 ‘모바일 강국’이 된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지난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책에 “전세계에서 아이폰을 도입한 나라가 89개국인데 우리나라가 85번째라는 걸 창피하게 생각한다”고 인정한 것처럼, 국내 정보기술 산업의 현실은 세계 시장의 흐름과는 거리가 먼 ‘우물 안 개구리’다.
배터리도 바꿀 수 있고, 디엠비(DMB)도 볼 수 있다는 옴니아2가 ‘아이폰 대항마’로 날개 돋친 듯 70만여대 팔려나갔지만, 고객 대다수가 ‘안티’가 되고 유례없는 소비자 보상 요구에 부닥쳐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객관성과 전문성을 포기한 상당수 언론의 기사, 소비자의 무지가 어우러진 결과다.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고, 반성이 없는 부끄러운 현실을 향한 통렬한 고발장이 날아들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여년간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개발하고 포털업체의 시스템 설계와 구축, 컨설팅을 해온 김인성씨는 책 제목 그대로 ‘한국 정보기술산업의 멸망’을 고발한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한국의 기괴한 정보기술 현실이다. 그동안 정보기술 종사자들과 ‘오픈웹’ 등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되어온 이슈들을 대중적 무대로 끌고 나왔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인터넷을 통해 게임과 결제를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불가피한 환경이라고 당국과 업계가 강변해온 게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의 주장이 도발적이면서도 통쾌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엑스(X)를 강요하는 금융결제 서비스, 아무 기능 없이 비용만 들이는 공인인증서와 바이러스처럼 사용자를 괴롭히는 보안프로그램 등이 한국의 전자상거래를 세계시장과 단절된 ‘인트라넷’으로 만든 현실이 책에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방통위는 이 책이 소개되기 이틀 전 마침내 2014년까지 국내 100개 주요 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를 들어내겠다”는 뒤늦은 정책을 발표했다.
지은이는 국내 고유의 상황을 강요하는 정보기술 분야에서의 폐쇄적인 정책이 ‘촌스러움’을 넘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말 국내 벤처 열풍 속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창의적 서비스들이 국외 시장 진출에 모조리 실패하고, 수년 뒤 이와 유사한 국외 서비스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이러브스쿨, 다이얼패드, 스카이러브,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스카이프 등이 그 사례이다.
당시 한국은 전세계가 주목한 서비스와 기술의 무대였지만, 이내 사라졌다. 지은이는 언어의 문제도 있지만 창의력의 손상을 주된 이유로 지목했다. 특히 인터넷실명제나 게시글 삭제 또 공인인증서 같은 장치는 한국을 고립시켜, 국외 진출의 길을 막아버렸다. 국경이 의미가 없는 인터넷에서는 국가별 서버를 두고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서비스를 구축해 제공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처럼 사용자가 언어만 선택해 쓰도록 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실명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내 서비스가 국외에서 발붙일 수 없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용자를 상대로 스스로 이름과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만들어 인터넷에서 새로운 금맥을 캐고 있다.
지은이는 정보기술 분야 경쟁에선 한국적 특수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각종 규제를 없애고 국제적 표준과 개방이라는 일관된 정책이 살길이라고 주장한다. 개방과 표준을 강조하는 지은이는 아이폰이 국내에서 일으킨 변화의 역설을 지목한다. 이동통신사의 로고마저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애플 식대로’ 고수하는 애플의 비타협적인 폐쇄성이 역설적으로 국내의 정보기술 환경을 깨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덕분에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저질러왔던 소비자 이익 침해행위가 드러나고 하나둘 사라지게 된 게 현실이다.
이 책은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을 중심으로 포털의 닫힌 생태계, 콘텐츠 불법복제, 스마트티브이(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쉬운 용어로 다뤄 무난하게 읽힌다. 왜곡된 현실에 대한 고발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세세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 전문적 논의가 아닌 대중적 발제를 위한 책이다.
지은이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아닌,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혁신적 상품이라고 말한다. 아이폰처럼 창의적인 시도와 혁신이 집중된 정보기술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제 진보는 구호와 논리가 아닌 정보기술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진보의 외침보다 ‘진보적’ IT상품”
소비자 권리 찾아주는 제품·서비스 개발해야

“진보의 희망은 정보기술(IT)에 있다”는 <한국 IT산업의 멸망> 지은이의 주장은 사뭇 도발적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근대 이성주의적 과학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주장인 동시에, 실리콘밸리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미국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떠올리게도 한다.
국내에서는 정보기술의 도구적 효용성과 그 궁극적 가치 지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지만, 이 분야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명공학과 더불어 가장 논란이 많은 기술 영역 중 하나다. 최근 국내에 번역된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인간의 두뇌와 사고 구조에 끼친 영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인한 새로운 인간관계의 등장과 프라이버시 침해, 소멸되지 않는 디지털 정보의 장점 뒤에 가려진 그늘, 독재정권의 반대자 감시수단이자 동시에 권위주의 저항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 등이 최근 정보기술을 둘러싼 주요 논의의 목록이다. 특히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최근 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을 확산시키고 이를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도구로서 조명을 받으며, 정보기술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부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지은이가 기술의 목적과 도구로서의 가치를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포털, 텔레비전, 인터넷서비스, 불법복제, 통신서비스 등 구체적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권리와 이익으로부터 소외됐으며, 국내 산업은 세계시장과 동떨어진 채 왜곡됐는가를 고발하는 내용은 기술과 진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스마트폰과 포털 사용자 상당수에게는 진보세력의 어떠한 외침보다도 그들의 권리를 밝혀주고 찾아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진보의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개방과 표준을 신봉하는 리눅스 개발자답지 않게 지은이는 “지금 우리에게 아이폰은 선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태껏 무엇도 바꾸지 못했던 한국 인터넷의 폐쇄성을 개선시키고 이동통신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애플과 구글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왜곡된 국내 시장을 변화시키는 도구로서 쓰임이 있다고 본다. 현재의 애국적인 소비는 국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각성할 수 있도록 무조건 가장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폐쇄와 독점으로 오염된 국내 시장은 개방과 표준을 제공하는 전 지구적 제품을 통해서 비로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전 지구적 차원의 개방과 표준을 받아들여 세계에서 통할 혁신을 내놓아야만 국내 정보기술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엔지니어가 프로그램과 제품 개발 대신 도발적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낸 이유와 관련해 지은이는 “0과 1로 된 코드로는 가치관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글은 그게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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