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1216202644
MB정부 '물 민영화' 관련 내년 예산 증액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2-12-17 오전 10:50:44)
국회 예산처 "사업 완료 어려워…예산 조정해야"
이명박 정부가 2013년도 예산안에 '물 민영화' 관련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상수관망 최적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26억 4700만원(8.6%) 늘린 334억 3100만원으로 책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이 사업과 관련해 2010~2014년까지 7449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방 재정 사정으로 상수관망 정비 및 유지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고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지원 대상이다. '물 민영화'로 의심받는 '상수도 민간위탁'을 시행하는 지자체에만 돈을 지원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16일 공개한 '상수관망 선진화 사업 재정지원 조건 협약서(MOU)'에 따르면 노후한 지방상수도 수도관 교체사업의 국고보조금 지원 조건은 '지방상수도 통합 계획'을 수립한 지자체에 한정하고 있다. 이 MOU 문서는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지난 2009년 9월 21일 체결했다.
정부, 지자체에 "상수도 민간 위탁하면 수도관 교체 보조금 주겠다"
지방 상수도 통합 운영 계획은 이명박 정부 들어선 후 추진한 '물 산업 육성전략 사업'의 1단계 사업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지난 2009년 수립된 이 사업을 '물 민영화'로 보고 있다. '물 산업 선진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에 '노후 상수도 교체'라는 '당근', 즉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처 지난 10월 발표한 '2013년도 부처별 예산안분석 보고서' 192쪽을 통해 "국회 예산처는 (지방상수도 통합 계획이) 시민 사회로부터 물 민영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강력히 비판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장 의원 측은 이 제도가 '상수도 민간 위탁 촉진'을 위해 지자체를 압박하려고 수립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
이 MOU는 체결 목적과 관련해 "가뭄시 물 부족이 심각한 급수취약지역이나 노후관망 개량 등을 위한 재투자 여력이 없는 지방상수도에 대해 비용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국고로 보조지원하는 재정지원조건 등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협약서 2조를 통해 지원 대상을 "지방 상수도 통합운영계획을 수립, 제출"한 지자체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물 산업 육성 전략 '로드맵'
심지어 "상기 협약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 당년도 국고지원 예산집행을 보류하거나 차년도 예산을 반영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또 이 협약에는 환경부 장관이 "협약서에 제시된 지원대상, 사업기간, 보조율 등 재정지원 조건 외의 사항에 대하여 향후 국회 등에서 추가로 제기하지 아니한다"라는 강력한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 예산이 국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의 협약내용이 변경되지 않도록 환경부를 단속하기 위한 조항으로 분석된다.
현재 지원 대상은 지방상수도 통합, 즉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하는 10개 권역 46개 지방자치단체다. 이들 단체는 재정 자립도가 30% 미만인 열악한 지자체다. 이들에게 노후 상수도 교체 국고 보조는 매력적인 정책이다.
장 의원 측은 "이명박 정부의 상수도 통합 위탁에 동의하지 않는 지자체는 아무리 상수도가 노후하고 누수율이 높아도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끔 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도 "예산 삭감해야"…文 측 "민영화 전략…집권후 폐기할 것"
지자체는 정부의 이같은 '당근'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환경부가 장하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국고 지원 대상 46개 지자체 중 10개 지자체가 '상수도 민간 위탁 사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고 보조금까지 포기하면서 '물 민영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사업 예산의 2010년 집행율은 70.3%, 2011년 집행율은 49.9%에 불과하고, 2012년에는 9월말 기준으로 집행율이 23.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예산을 8.6% 올려 편성한 상황이다.
추진 실적이 변변찮음에도 계획대로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조차 "지방상수도 통합을 민영화 추진이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는 시민단체 및 공무원노조 등의 반대로 인해 주민설명회 등이 파행을 겪고 있어 지방상수도 통합은 장기화 될 전망"이라며 "이는 동 사업 추진 전에 선행적으로 해결되었어야 할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주민동의 등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동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 예산 정책처는 이어서 "당초 계획한 사업기간 내에 동 사업을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집행 가능한 범위 내로 예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선거대책본부의 '물, 철도, 의료 등 공공부분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산하 '물 민영화 저지 분과'를 담당하고 있는 장하나 의원은 "지자체에게 강제적으로 지방상수도 통합을 수용하도록 하는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약서가 민영화 전략의 강력한 수단이 되어왔다"고 지적하며 "차기 정부에서는 지방상수도 통합 협약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http://news.donga.com/3/all/20121221/51761627/1
‘상수도 민영화’ 새삼스런 전국이슈 왜? (동아닷컴, 2012-12-21 11:39:00)
충남 홍성군의 상수도 위탁운영이 새삼스럽게 전국적인 이슈를 몰아왔다. 홍성군은 누수율을 줄이기 위해 최근 상수도 민간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상수도민영화반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린 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들에게는 요금폭탄, 홍성군에는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상수도 민영화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은 “상수도 위탁운영을 먼저 실시한 논산시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요금을 15% 인상하는 등 요금폭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물을 이윤창출의 도구로 보고 주민들의 혈세를 가로채 수자원공사만 배불리는 상수도 위탁운영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성군은 “상수도 누수율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기술도 없어 전문기관에 위탁 관리하려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홍성군의 상수도 민영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SNS에는 우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홍성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자칫 상수도 민영화가 새정부 출범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러다가 전국의 상수도가 모두 민영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너무 비약적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1205204422
MB정부 '상수도 민영화', 박근혜 집권하면…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 2012-12-06 오전 11:14:44)
5년 내내 '물 민영화' 꼼수, 이제 어디로 가나?
경상북도 영주시, 현재 영주시의회 앞에서는 시민들이 혹한 속 대설주의보를 뒤로 한 채 얇은 천막 속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유는 '상수도 민간 위탁' 반대다. 상수도 민간 위탁은 이른바 '물 민영화'의 첫 단계로 의심을 받고 있는 문제다. 영주시 시민단체들은 '영주시 상수도 민간위탁 저지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영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물 민영화'에 맞서 싸운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또 일어선 것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반에 영주시는 상수도 민간 위탁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시민단체들이 "상수도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했고, 시의회도 영주시의 상수도 민간 위탁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시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영주시의회에 '영주시 지방상수도 운영관리 위탁 동의안'을 제출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영주시 상수도 운영을 위탁하겠다는 것이 동의안의 내용이다. 천막 농성 중인 최락선 영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5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수공 위탁은 민간 위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도 요금 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수공이 지자체의 상수도를 위탁 운영할 경우 곧바로 수도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수공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한 지자체가 위탁 업체인 수공에 지불하는 '위탁 수수료'는 매년 눈에 띄게 인상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북 예천의 경우 작년에 20% 이상 위탁 수수료가 올랐다. 물가 상승률의 4~5배나 되는 돈인데, 모두 예천 시민들의 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당장 내일 몇 만원 오른 수도요금 고지서가 날아오지는 않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천 시민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 업체가 상수도 위탁 운용에 뛰어들 경우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위탁 수수료는 민간 업체에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도 요금은 지자체 관할이지만, 수수료 인상은 수도 요금 인상 압박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靑 소식지에 "정수장 민간참여 불가능해 '애로'"
상수도 민간 위탁 운영은 물 민영화와 연결되는 문제다. <시사인> 제 273호는 정부가 지난 2010년 10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간한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를 실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64개 지방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 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 경험 확보"를 통해 민간 기업의 수도 산업 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돼 있다. 즉 상수도 산업에 민간 기업을 투입하도록 정부가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적 물기업' 8개를 육성한다는 '로드맵'도 포함돼 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전국적인 '상수도 민간 위탁' 붐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한 '물 민영화' 논란은 정부가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는 말로 종지부를 찍는 듯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9년,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2년 현재까지도 '물 민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정황들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청와대 대통령실이 지난 5월 4일 내 놓은 '청와대 정책 소식지 118호에는 2010년 나온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와 비슷한 방안이 들어 있다.
▲ 2012년 5월 4일 청와대 소식지 118호 10페이지 캡쳐
'물이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소식지에는 "우리나라 물 산업 육성 전략"이 담겨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고도 정수 처리 시설 운영 경험이 있는 공기업 및 지자체와 민간 기업 컨소시엄을 통한 해외 진출 지원"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정수장 운영 민간 참여가 불가능해 해외 토털 솔루션 입찰에 애로"라고 적혀 있다.
즉 우리 물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정수장 운영에 민간 참여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민간의 정수장 운영은 곧 상수도 민간 참여를 의미한다. 현재 전국 18개 지자체에 수공이 위탁 운영을 하고 있는데, 수공의 상수도 운영 참여는 민간의 상수도 운영 참여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어서 이 소식지는 "2014년 이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등을 대상으로 총 13곳 진출 지원-순수 민간 차원에서 해외 정수장 수주 투자 준비 중"이라고 돼 있다. 이게 가능하려면 민간 기업이 국내 상수도 위탁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즉 2014년까지 국내 민간 기업이 상수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상수도 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 중 한 곳이 코오롱이다. 자회사인 EFMC와 수공은 중국 장쑤성 쓰양현에서 현지법인을 세우고 상수도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코오롱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친정'으로 현 정부 들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물 산업'에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회사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다 실패한 '물산업기본법' 등이 통과돼 민간의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이 가능해질 경우 국내 상수도 시장에 뛰어들 기업 1순위로 코오롱을 꼽고 있다. 코오롱이 중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 '전문성'이라는 명분도 갖추게 된다.
이명박 정부 '물 산업' 관련 교수가 직접 "상수도 민영화" 언급
정부의 은근한 지원을 등에 업고 민간에서는 현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해 지난 달 29일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물정책 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최승일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부총장은 "한국의 물산업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상·하수도 민영화 등 차기 정부에서 물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총장이 '민영화'를 언급한 것은 특히 주목된다. 최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대통령 직속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계획 수립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의 물 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수가 직접 "상하수도 민영화"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당시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는 정도영 상하수도협회 부회장, 최승일 고려대 교수, 현인환 단국대 교수, 윤주환 물환경학회회장. 민경석 경북대 교수, 김응호, 대한상하수도학회장 등 유독 '물 산업' 관련 인사들이 대거 위촉됐다.
이 토론회에서 정부측 패널로 참여한 최종원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은 "상·하수도 분야는 국내에선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외국 기업에 비해 민간 기업들이 운영 및 관리 노하우를 쌓는 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소식지에서 언급된 지적과 흡사하다.
현재 상수도 위탁 운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공의 민경진 정책경제연구소장은 토론회 기조발표자로 나서 "물산업 증가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 세계에 블루골드(물)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물 민영화' 프로젝트가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케 한다. 대선 20일 전에 열린 토론회의 주제는 '물산업 정책, 차기 정부에 바란다'였다. 친박계인 정희수 의원은 18대 국회 때 민간 기업의 상수도 사업 진입 물꼬를 터 주는 내용의 '물 산업 육성법'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물 민영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 세력이 차기 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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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25
설마 했던 ‘물 민영화’, 이미 시작됐다 (시사IN [273호] 2012.12.11 03:06:20, 천관율 기자)
설마 했던 물 민영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상하수도의 설계·시공·운영에 민간이 참여하고, 2020년 이후 대형 물기업이 탄생하는 수순이다.
물이 민영화된다. 상하수도의 설계·시공·운영에 민간 참여가 차근차근 확대되고, 2020년 이후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물 전문기업이 탄생한다. 물은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생필품인 데다, 상하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이어서 독점이 쉽다. 민영화의 폐해가 나타나기 가장 좋은 영역으로 손꼽힌다.
물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인천공항 민영화·KTX 민영화와는 추진 방식이 다르다. 정부 계획부터 민영화 논란을 철저하게 의식했다. 일련의 추진 계획을 보면, 세세하게 단계를 쪼개고 단계마다 ‘기정사실화’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진행한다. 각 단계는 모두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할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아보면 결론은 민영화다.
일종의 ‘살라미 전술’이다. 목표에 이르기까지 저항이 너무 클 때, 한번에 목표를 이루기보다는 단계를 잘게 쪼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기법이다. 전체 그림이 분명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 여론은 민영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높고, 특히 물 민영화는 대단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인천공항과 KTX를 덜컥 팔려다가 저항에 부딪혀본 정부가 물 민영화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이 ‘민영화 쪼개기’인 셈이다.
2010년 10월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국토해양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고서 하나를 내놓는다. 이름은 ‘물산업 육성 전략’(이하 ‘전략’)이다. 물 민영화의 근간이 담긴 보고서다. ‘전략’은 우선 상수도와 하수도를 달리 접근한다. 상수도부터 보자. <그림 1>은 ‘전략’ 12쪽에 실린 그림을 그대로 가져왔다.
천천히 티 안 나게 ‘민영화 쪼개기’
1단계는 164개 지방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한다고 되어 있다. 상수도 통합은 중복 투자를 해소하고, 영세성을 극복해 노후 상수도관 누수 문제에 대응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만으로 민영화라는 딱지를 붙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략’은 이 단계가 사실상 민영화 준비 단계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전략’ 13쪽에는 이렇게 적었다.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경험 확보.”
이렇게 교두보를 확보한 후 민간기업의 수도 산업 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되어 있다. 즉, ‘전략’은 민영화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단순위탁(상수관망 관리를 예로 들고 있다)에서 출발해, 결국 민간기업이 수도사업 운영을 맡는 데까지 나가는 계획을 세워뒀다.
‘상수도 사업 운영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전략’ 6쪽은 “민간기업은 상수도 운영관리 실적이 부족해 해외 진출이 곤란(하여 실적을 쌓을 필요가 있다)”이라고 적었다. 즉, ‘전략’이 가정하는 해외로 진출하는 물기업(2020년에 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은 사실상 민간기업이다. ‘전략’이 2020년까지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 세계적 물기업이 8개다.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정도의 ‘소박한’ 계획이 아니다.
2단계 경쟁체제 강화 단계에서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상하수도 사업도 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현실에 적응하게 된다. 한때는 낯설었던 민간기업 도로를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광역화가 확대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민간기업이 수공에서 일부 광역 단위를 위탁받아 운영까지 주도해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단계는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단계다. 차근차근 성장해온 물 전문기업이 해외로 진출한다. ‘전략’은 이 물 전문기업이 공기업인지 민간기업인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민간 참여의 길을 계속 넓혀가는 정책 흐름과, ‘전략’이 기대하는 물기업 숫자를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변수가 하나 더 있다. 하수도다. 수도꼭지를 틀면 당장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상수도는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하수도는 그만큼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하수도는 이미 75% 정도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사실상 민영화 단계이지만, 여론의 저항은 거의 없다.
<그림 2>는 ‘전략’ 13쪽 그림을 옮겨온 것이다. 하수도의 경우, 운영 주체에서 수자원공사와 공단이 아예 사라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략’은 민영화가 상당 수준으로 진행된 하수도에 대해서는 “전문 민간기업이 위탁받아 물 전문기업 육성”이라고 알기 쉽게 적고 있다. 일단 진도가 나간 후에는 기정사실화한다. 상수도 민간위탁이 상당히 진행된 후,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미리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략’의 최종 제안은 이렇다. 상수도와 하수도를 통합한다. 이것이 세계적 물기업 육성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상하수도 통합 역시 자체의 정책 논리를 갖고 있고 해외 선례도 있는, 논의해볼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 또한 지방 상수도 통합과 마찬가지로, 민간의 상수도 사업 진출을 결과적으로 돕는다. 하수도는 이미 상당히 민영화됐다. 상수도는 민간 참여가 단계별로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 통합 기업이 공기업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략’이 스스로 답한다. 정책과제 3번 지방상수도 및 하수도 통합화·광역화. 4번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물 전문기업 육성.
태영·두산·한화·포스코·동서·효성 등 참여
‘전략’은 이렇듯 사실상 물 민영화 계획을 밝히는 데다가 작성한 지 2년이나 된 보고서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혹시 이 ‘전략’이 일회성으로 제안됐다가 폐기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올해 5월에는, 역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략’의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대책을 담은 보고서가 나온다(이하 ‘점검’). ‘점검’은 물기업 육성 분야의 대표 성과로 상·하수도 분야 민간기업 공동 운영과 위탁이 확대되었다고 밝힌다. 올해 3월에는 지자체·민간기업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미흡한 점도 지적한다. 제도가 개선되어 민간참여 기반은 구축되었지만, 실제 참여와 운영경험 축적은 더디다는 것이 ‘점검’의 평가다. 민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운영실적을 더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적었다. ‘전략’의 기조와 정확히 같은 관점이다.
<시사IN> 취재 결과, 지방상수도 통합 사업의 민간 참여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강원 남부권 통합 사업을 보면, 태백·영월·정선·평창에서 통합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태영건설, 두산건설, 한화건설, 포스코건설, 동서, 효성 등이다. 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하면 4개 권역 8개 지자체가 통합이 완료된 반면, 또 다른 4개 권역 10개 지자체는 통합을 포기했다. ‘전략’이 기대한 만큼 속도가 나지는 않고 있다. ‘점검’이 지적한 대로다.
‘점검’은 또, 올 2월 하수도법이 개정되어 하수도 자율경쟁이 도입될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출해 올 2월 통과된 하수도법 개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정부는 “전문성이 부족한 사업자에 하수도가 위탁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라는 취지를 든다. 물산업이니 민간 참여니 하는 표현은 쏙 뺐다. 하지만 환경부는 법 개정 이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개정 취지를 ‘민간 참여 기회’와 ‘물산업 활성화’에 맞췄다. 한 민주당 전직 보좌관은 “국회가 정부에 당했다”라고 표현했다.
더욱 노골적인 시도도 있었다. 2011년 3월, 당시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물산업 육성법안을 대표발의한다. 공동 발의자 9명도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이 법을 보면 수도 관련 업무 전부 또는 일부를 전문 상하수도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8조), 외국인·외국법인도 지자체와 공동으로 상하수도 사업 관리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9조) 등 사실상 공개적인 물 민영화 입법이었다. 이 법은 18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어 자동 폐기되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급하고 눈에 뜨이는 물 민영화 시도는 저지되는 반면, ‘전략’이 제안했던 점진적이고 조용한 살라미 전술은 중단 없이 추진 중인 셈이다.
이는 민영화 논란 이전에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22일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도 당정 협의를 통해 “수도 민영화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9월에는 환경부 장관도 물산업 육성 입법 포기 선언을 했다. 대통령·집권당·주무장관이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점검’을 보면, 물산업 육성 정책의 출발은 2009년 7월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이다. 구체화한 시점은 ‘전략’이 작성된 2010년 10월이다. 2008년 포기 선언 이후 고작 1년 만에 소리 소문 없이 정책이 재개된 셈이다. 박용성·정해동은 <물산업 정책변동과정에 대한 연구>(2011)에서, 2010년 이후 추진된 물 민영화정책이 포기 선언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썼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물산업 정책의 지지자다. 박 후보는 지난해 2월 “정부가 최근 물산업 육성전략을 세워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다행스럽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발언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한때 물산업 관련주가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참여정부 때도 물 민영화 가능성 열어둬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자유롭지 않다. 2010년판 ‘전략’은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든 물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07)을 사실상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 보고서를 보면 민영화를 지자체가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적시했다. 민간 참여라며 에두르지 않고 정확히 민영화라는 단어를 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에 물산업 정책 상황을 점검하라고 직접 지시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시사IN>은 물산업을 민영화라고 평가하는지, 집권 후 계속 추진할 것인지를 두 후보 측에 물었다. 두 후보는 상반된 답을 보내왔다(18~19쪽 기사).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략’과 ‘점검’에 등장하는 민간 참여는 민영화와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반론들을 종합하면, 시설 소유권과 요금 결정권이 지자체에 있으므로 민간이 경영하는 민영화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7년 5개년 계획에서 민영화라는 표현을 정확히 쓴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이는 민영화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의에 맞지 않다(20~22쪽 기사). 더욱이 이는 민자 유치 도로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익숙하게 들었던 논리다. 가격 결정권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있는 경우라 해도, 일단 운영권을 확보한 민간기업은 제품의 품질을 담보로 강한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특히 상하수도는 네트워크 산업이어서 독점이 쉽고, 물은 대체 불가능한 생필품이다. “그 가격에 맞추려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는 논리로 경험이 풍부한 대형 로펌을 내세워 지자체를 압박해올 때, 지자체는 예산으로 요구를 맞춰주거나 요금을 올리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작은 지자체일수록 협상력은 더 떨어지고, 지역 공론장의 감시도 더 헐겁다. 심각한 힘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일단 운영권을 민간이 확보하면 소유권과 가격 결정권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시장의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나금융 산하 하나산업정보는 지난해 7월 <물 비즈니스 관련 산업 현황 및 사업기회 점검>이라는 비공개 보고서를 썼다.
MB 정부와 박근혜 후보 “민간위탁일 뿐”
철저하게 사업 관점에서 관계사 내부용으로 쓴 이 보고서를 보면, 상수도에서는 광역화 확대 단계인 2015년 이후 4000억~5000억원 규모의 민간시장이, 하수도에서는 2020년 이후 1500억~2000억원 규모의 민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시설 수명이 다해 교체 수요가 크게 발생하리라 예상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물기업 8개가 탄생하리라고 ‘전략’이 예상한 시점이다. 컨설턴트가 보기에 최대 7000억원대의 민간시장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계획을 두고, 현 정부와 박근혜 후보는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위탁이라고 굳이 구분하는 셈이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물산업 희망 기업으로 꼽히는 태영은 <시사IN>이 취재한 민간 참여 컨소시엄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렸다. 태영이 대주주로 있는 SBS는 5년째 세계 물의 날(3월22일) 특집 다큐멘터리를 편성하는 등 물 관련 프로그램에 유난히 공을 들인다. 또 다른 대표 물기업인 코오롱은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사장까지 지내 이명박 정부 물산업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오랫동안 꼽혀왔다. 코오롱은 2008년 3월22일 세계 물의 날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직접 참여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각별히 챙겼다. 직후 터진 촛불집회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물을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본다.
하수도 분야에서는 태영과 코오롱이 금호와 더불어 ‘빅3’를 형성하고 있다. 하수도 사업의 큰 손인 환경시설관리공단은 코오롱 소유이고, 또 다른 메이저인 TSK워터는 태영과 SK가 함께 만든 회사다. 삼성은 세계 1위 물기업 베올리아와 손을 잡고 삼성베올리아를 설립해 인천을 거점으로 하수도 사업에 발을 걸쳤다. 하수도 분야 메이저 기업들은 상수도 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물 민영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본다. 정부는 민영화와 민간 참여는 다르다며 딴청을 부린다. 공공 영역에 일단 민간이 재산권을 주장할 발판이 마련되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아래에서라면, 간접수용으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제소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차근차근 단계별로 굳혀가는 ‘살라미 민영화’가 보기보다 강력한 이유다. 물 민영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28
‘물 민영화’ 뒤에 맥쿼리의 미소가… (시사IN [273호] 승인 2012.12.11 03:22:19, 이종태 기자)
런던에서는 하수관 건설에 드는 비용을 누가 내느냐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런던에 물을 공급하는 템스워터를 지배하는 회사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다.
지금 영국에서는 런던 일대의 시민 1800만여 명에게 용수를 공급하는 기업 ‘템스워터(Thames Water)’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런던 하수도 시설의 노후화로 매년 3900만t의 폐수가 템스 강으로 새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런던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슈퍼 하수관(Super Sewer)’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7년 동안 40억 파운드 규모의 비용이 드는 대역사(大役事)다. 그런데 누가 이 돈을 낼 것인가. 런던 시민(=정부)인가, 템스워터인가? 만약 템스워터가 정부 산하 기관이거나 공기업이라면, 제기될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템스워터는 매년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을 소유주(주주)에게 배당하는 사기업이다. 게다가 마술 같은 금융기법을 동원해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이런 철저한 사기업의 사업(예컨대 슈퍼 하수관)에 왜 시민들이 ‘퍼주기’를 해야 하는가?
템스워터의 소유주(주주)는, 세금 피난처인 룩셈부르크에 등록된 ‘켐블워터 홀딩스(Kemble Water Holdings)’다. 자금운용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다. 이러한 켐블워터 홀딩스를 지배하는 회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글로벌 투자은행인 맥쿼리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시민들은 템스 강의 수질 악화를 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슈퍼 하수관 공사가 추진되면 세금이나 상하수도 가격 인상 등으로 런던 시민들은 매년 평균 40~ 120파운드(약 7만~21만원)를 더 내야 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혜자는 템스워터 주주들이다. 수익은 금융자본이 챙기고 비용은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구조. 이는 1989년 전면적인 ‘물 민영화’ 조치를 감행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예측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물 민영화의 두 가지 흐름
‘물 민영화’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영국처럼 상하수도 시설의 운영권은 물론 소유권까지 민간자본에 넘기는 경우를 ‘완전 민영화(full privatization)’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운영권만 일정 기간 민간자본에 ‘위탁’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방식이다. 그런데 ‘완전 민영화’는 영국·칠레 두 나라에서만 전면적으로 채택된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일반적인 민영화에서는 PPP 방식이 절대 다수다. 세계적으로 학계에서나 언론에서나 두 방식 모두를 민영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물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위탁(참여)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이야말로 조삼모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물 민영화’, 즉 ‘물기업을, 국가와 민간자본 중 어느 쪽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나은가’는, 아직 세계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는 문제다. 물 민영화는 결코 세계적 대세가 아니다. 미국 물기업연합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민간기업이 생산·공급한 물을 마시는 인구는 7300만명(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하다.
물 민영화 찬성론자들은 국가(정부)가 물기업을 소유·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해들을 지적한다. 예컨대 정부는 물 수급 시스템에 투자할 재정도 없는 데다 심지어 ‘정치적 인기’를 위해 물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물의 품질이 떨어지는가 하면, 시민은 물이 싸기 때문에 낭비한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자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그러니까 물을 민간자본에 맡기라는 이야기다. 민간자본은 수익만 얻을 수 있다면, 정부가 재정 투입을 꺼리는 부문에까지 투자할 것이다. 더욱이 비용절감에 적극적인 민간자본은 과감한 혁신과 기술발전에 매진할 것이기 때문에 물산업 전반의 서비스와 질이 향상된다. 물론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절실하게 필요한 제품(가령 물)이라면 비싼 가격을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더욱이 물 값이 오르면 낭비도 줄일 수 있으므로 일거양득이다. 미국 남캘리포니아 대학 공공정책학과 리처드 G. 리틀 교수는 물산업을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waterindustry.org)에서 “민영 물기업은 투자·혁신·기술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가격을 매길 것이다. 이에 따라 재무적·재정적 책임성이 강조됨은 물론 효율성도 개선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물 민영화 찬성론자들이 주로 드는 사례가 바로 1997년 필리핀 마닐라 시 동부 지역의 물 민영화 조치다. 1997년에는 수도를 통해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주민이 300만명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610만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24시간 내내 수도에서 물이 나오는’ 가구도 26%에서 98%로 증가했다. 반면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인데도 엄청난 사회적 분쟁을 일으킨 경우가 있다. 바로 1999~2000년, 볼리비아의 ‘코차밤바 물전쟁’ 사건이다.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물 전쟁’
볼리비아는 1980년대의 외환위기 이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물 민영화’를 받아들인 경우다. 1999년 볼리비아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코차밤바 시는 상하수도 네트워크의 운영권(40년)을 아구아스(Aguas del Tunari)라는 외국계 기업에 넘긴다. 이 아구아스의 실질적 지배자는 미국의 건설기업인 벡텔로, 투자한 돈의 15% 이상의 수익을 매년 보장받는 방식이었다. 아구아스는 공식적인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이 개발한 수원(水源)에까지 미터기를 달고 물 값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상 코차밤바 시의 물 공급을 독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지붕에 올라가 빗물을 대야에 받으려 해도 면허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아구아스는 인수하자마자, 물 수급 시스템을 확장하고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비용이라며 물 값을 평균 35%나 올린다. 그러면서 “물 값을 내지 않으면 물 공급도 없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절실하게 필요한 자원이라면 비싸게 사는 것이 ‘적정 가격’이고 시장원칙이 맞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코차밤바 주민 처지에서는 어이없는 이야기다. 1인당 GDP가 월 100달러 남짓한 상황에서 물 값이 월평균 20달러로 오른 것이다. 더욱이 35%라는 인상폭마저 아구아스 측의 공식 주장일 뿐이다. 주민에 따라서는 이전 요금의 2~3배로 오른 경우도 많았다.
격분한 시민들은 2000년 1월 시의 중앙광장을 점거하고 ‘민영화 철회’를 외치며 군·경과 격돌했다. 아구아스 경영진은 시외로 도피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같은 해 4월 계엄령까지 선포했으나 시위가 계속 격화되자 결국 아구아스와 한 계약을 폐기한다. 이후 아구아스 측은 볼리비아 정부를 대상으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400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코차밤바 물 전쟁’의 원인 중 하나는 볼리비아 정부의 무능이다. 위탁업체에 너무 큰 권한(사실상의 물 독점권)을 부여했고 가격통제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영국 같은 선진국 정부도 민영 물기업의 주인인 금융자본을 당해내지 못한다.
영국의 경우, 물기업 중 76%가 사모펀드의 지배를 받는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매년 엄청난 배당금을 투자자나 형제 기업 혹은 해외 조세 피난처에 있는 지주회사에 지급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이었다면 미래의 인프라 투자를 위해 내부에 유보했을 자금이다.
앞에 나온 템스워터의 경우, 2008년 3월 이후 지금까지 5년 동안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14억 파운드(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영국의 진보적 신문 <옵서버>에 따르면, 템스워터가 5년 동안 낸 법인세는 0파운드에 가까우며 오히려 정부로부터 4370만 파운드(약 760억원)를 환급받았다.
이런 구조가 어떻게 가능할까. 템스워터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연례 보고서(2011년 3월~2012년 3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템스워터는 6억4780만 파운드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이자로 내야 할 돈이 무려 4억2320만 파운드다. 영업이익에서 이자 등 영업외비용을 빼고 세금을 내면 당기순이익이 나오는데 2억4720만 파운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당기순이익 중에서 일부는 배당하고 일부는 미래 투자 등의 목적으로 내부에 유보한다. 그런데 템스워터는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2억7950만 파운드를 배당했다. 결국 이 기간 템스워터의 총결산은 3230만 파운드 손실이다.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태반이 이자로 나갔는데, 여기서 남은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건네는 것이다.
“왜 정부가 템스워터를 지원해야 하나”
이자비용이 이토록 높은 이유는 부채 규모가 83억9760만 파운드에 달하기 때문이다. <옵서버>는 템스워터가 이렇게 많은 부채를 지게 된 이유는 ‘빌려서 배당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유민주당 소속 사이먼 휴스 의원은 “템스워터의 소유자(기업)들이 돈을 빌려서 자기들끼리 배분한 것이다. 이 돈은 모든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템스워터의 설비에) 장기 투자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겨우 10여 년 사이에 템스워터의 부채가 18억 파운드에서 80억 파운드로 대폭 늘어난 이유가 여기 있다.
또한 템스워터가 부채를 늘린 다른 이유가 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과잉 부채를 통해 이자를 많이 발생시켜 수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징세 기반’ 자체를 축소시킨 것이다. 더욱이 총부채 중 60억 파운드 정도는 ‘은행 이외에서 대출받은 돈’이다. 템스워터가 계열사들로부터 많은 돈을 빌린다는 의미다. 예를 들자면, 계열사가 템스워터에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면 된다. 이 경우, 전체 그룹 차원에서는 엄청난 금융수익이 발생하지만 정작 템스워터의 수익은 줄어 세금을 안 낼 수 있다. 템스워터는 2010년에는 세금으로 2600만 파운드를 냈으나 2011~2012년에는 7960만 파운드를 환급받았다.
템스워터의 소유자들은 큰 수익을 올리지만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는 악화되는 구조다. 이는 템스워터가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은 물론 미래 상황(예컨대 템스 강으로의 누수)에 대비할 자금력도 가지지 못한 기업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정부에 손을 벌린다. 더욱이 이렇게 부채가 많은 기업이 도산이라도 하는 경우엔 정부가 납세자의 돈을 모아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한다.
사이먼 휴스 의원은 <옵서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템스워터가 주주들에게 2000년 이후 제공한 배당금 중 50%만 유보했어도 21억 파운드를 비축할 수 있었다. 슈퍼 하수관 건설에 필요한 경비의 절반이다. 오랫동안 도리에 어긋난 대출과 너무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 스스로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기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미국 시민단체 ‘식량과 물 감시’ 대표인 위노나 호이터는 물산업 정보 사이트(waterindu stry.org)에서 진행된 논쟁에서 “민간기업의 경우, 주주를 위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떨어뜨리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물은 ‘기본권’이며, …주주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직접 책임지는 기구에 의해 가장 잘 통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27
박근혜·문재인, 물 민영화 놓고 공방 (시사IN [273호] 승인 2012.12.11 03:23:57, 천관율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이명박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었다. 박 후보는 물 민영화 정책이 아니라고 답했고, 문 후보는 점진적인 상수도 민영화 정책이라고 보았다.
<시사N>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이명박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을 상하수도 민영화 전략으로 판단하는지, 집권하면 계속 추진할 것인지를 물었다. 두 후보의 답은 분명하게 갈렸다.
박 후보는 민영화론자였던 과거 자신의 말과는 달리 민영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물산업 육성 전략은 물 민영화가 아니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시작한 정책이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2008년 포기 선언 이후 정책 재개는 잘못된 선택이라며 집권 후 신중한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양 후보 캠프가 보내온 답변을 되도록 날것 그대로 싣는다.
이명박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을 알고 있습니까?
박근혜(박):‘물산업 육성 전략’은 상하수도 사업, 하·폐수처리 기술, 수자원 개발, 먹는 샘물 산업 등 전 지구적인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물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 로드맵을 수립하려는 것으로 안다.
문재인(문):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글로벌 물기업 육성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2020년까지 첨단 (거름)막 여과, 스마트 상수도 등 물산업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물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정책. 하지만 물 민영화 논란도 함께 제기되는 것으로 안다.
‘물산업 육성 전략’이 점진적인 상하수도 민영화 정책이라는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박:동의하지 않는다. 현재 추진 중인 지방 상수도 통합 사업은 수도법에서 허용하는 지방상수도 경영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시설 소유권과 요금 결정권이 지자체에 있어 민영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행법상 수도사업의 주체와 책무는 지자체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없이 수도 민영화는 불가능하다.
문:점진적인 상수도 민영화 정책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먹는 물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것으로, 식량안보처럼 물안보 차원에서 상수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특히 민영화했을 때 수질관리 문제, 상수도료 인상, 상수도 인프라 투자 부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물기업 육성은 상수도 민영화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
집권하면 상수도 설계·시공·운영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겠다는 정책을 계속할 것입니까?
박:농어촌 지역 상수도 보급률을 현재 56%에서 임기 내 80%까지 제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며, 이와 함께 지방 상수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민간위탁 제도 등을 비롯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현재 검토한 바가 없다.
문:물산업 육성 전략은 대통령이 물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불리하면 정책 내용을 바꾸거나 말을 바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KTX 민영화만 하더라도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까지 아니라고 했다가 갑자기 2011년에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았나? 물산업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윤 추구가 목표인 민간기업이 상수도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 물값 상승, 원가절감을 위한 서비스 저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산업 경쟁력 향상이 국민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민간기업을 상수도 설계와 시공에 참여시키더라도 운용은 공공성이 강한 공기업이 계속 맡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내 상수도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근혜 후보에게) 박 후보는 2005년 11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현 정부(참여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 방침도 거의 백지화됐는데 우리가 집권하면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소신에 변화가 없습니까?
박: 공기업 민영화가 절대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며, 공기업의 기능과 역할에 따라 민영화가 필요한 것도 있고 민영화해서는 안 되는 기업도 있다고 본다. 즉 공공성의 정도나 경쟁 시장의 존재 등 대상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판단해야 할 이슈로, 일괄해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민이 정부와 공공 부문에 요구하는 기능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정치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
공기업 대부분이 철도·가스·공항·항만·방송 등 국가 기간망이고 국민생활과 산업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분야인 만큼 국민의 합의나 동의가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해 일률적 민영화를 추진해서는 안 되며, 국민복리 측면에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국민경제가 충분히 성숙하면 공기업이 수행하던 기능을 민간기업이 수행하더라도 공익성의 훼손이 나타나지 않고 효율성의 증대를 도모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민영화를 추진해 복지재정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에게) 참여정부의 ‘5개년 계획’과 이명박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이 큰 틀에서 동일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문: 큰 틀에서 본다면 정책기조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여론 수렴을 통해 수정되기도 하고 폐기되기도 해야 한다. 상수도 민영화는 이미 2008년 국민의 반대로 폐기되었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까지 물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했으면 바로 중단하고 다른 방식의 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수립·추진되었어야 한다.
참여정부의 5개년 계획은 당시 신자유주의 시대 기조하에서 공공성보다는 효율성이 강조되며 공공 부문을 민영화하는 흐름에서 검토되었던 정책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공공 부문의 역할이 강조된다.
한번 민영화했다가 다시 공영화하려고 해도 민간에서 대규모 보상을 요구해서 공영화가 어려운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민영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하고 공공성이 강한 부문은 민영화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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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5132155395&code=950201
자치단체·수공, 물공급 위탁운영 놓고 갈등 (경향, 이상호 기자, 2012-05-13 21:55:39)
ㆍ양주시 “운영비 과다” 계약 해지 요구… 수공 “법적 대응”
수도권의 한 자치단체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물공급 위탁운영 문제를 놓고 법적 분쟁을 예고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수돗물공급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물공급 위탁운영 문제와 관련, 자치단체와 수자원공사가 마찰을 빚는 곳이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수자원공사 양주수도관리단은 최근 “경기 양주시가 수돗물 공급가격을 낮추기 위해 유수율 하락, 위탁단가 왜곡 등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양주시의 이 같은 주장은 억지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양주관리단은 “양주시가 2011년 8월부터 위탁운영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협약의무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분쟁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 양주관리단 관계자는 13일 “양주시의 억지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 등을 통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수자원공사에 상수도사업을 위탁한 경기 양주시는 지난 4일 ‘오는 29일 상수도사업 운영관리권 취소처분 및 실시협약 중도해지를 위한 청문에 참석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수자원공사에 보냈다. 양주시는 중도해지의 근거로 지난해 발주한 용역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양주시가 발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양주시가 상수도공급 관리 운영을 직영하게 되면 1782억원이 소요되지만, 수자원공사에 위탁하면 1178억원 많은 2960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생산량 중 요금수입으로 돌아오는 유수율도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이후 90.5%에서 84.8%로 하락했다고 밝히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용역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20년간의 유수율 제고 및 시설현대화 비용이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양주시가 산정한 단순비교는 엉터리”라며 “양주시의 직영 비용도 결산서상 2005~2007년 평균비용을 기준으로 가정한 것으로 객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유수율 저하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계획상의 유수율은 생활용수에 한정돼 있어 생활용수만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위탁 후 평균 유수율은 오히려 0.7%포인트 향상됐다”고 반박했다. 수자원공사 측은 위탁운영비와 유수율에 대해 전문기관에 재용역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양주시는 2008년 수자원공사와 ‘지방상수도 효율화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1년 전부터 매년 60억원에 달하는 위탁운영비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양주시는 1년 위탁관리 운영비로 25억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1년 말까지 수자원공사가 공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공급가를 놓고 양 기관이 이견을 보이면서 공급시기가 지연된 것도 분쟁의 불씨가 됐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수자원공사 또는 한국환경공단 등에 물공급을 위탁해 운영하는 곳은 18개 자치단체다. 이들 중 14곳의 자치단체 실무 책임자들은 지난달 4일 경기 용인 한화리조트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갖고 수자원공사와 맺은 위탁계약 등의 사례를 공유하는 등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 위탁을 추진 중인 충남 보령시 등 자치단체에서도 공무원노조 등이 물값 인상 등을 우려해 위탁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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