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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시리(Mountain patrol)

 

<커커시리>(영어 제목, Mountain patrol)

 

어제 새벽 kbs1에서 본 영화. 장엄하고 차가운 중국 서부의 만년설 쌓인 산으로 둘러쌓인 사막, 커커시리를 배경으로 한다. 2년전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영화라는데 난 어제 처음보고 알았다. 황량하지만 티벳인(장족)들의 삶의 터전인 커커시리(몽골어; 아름다운 소녀)는 칭하이성 일대 해발고도 4000~5000미터의 고원지대에 위치해있다. 마치 아메리카 서부의 황량한 사막을 연상하지만, 그보다 더 잔혹하고 공허하며, 황량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차갑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장엄한 익스트림 롱샷과 클로즈샷의 교차 속에서 잔인하고 황량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무기력함을 무한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어디를가든 거대한 자연은 무한히 멀어져만가고, 끝없이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사막위의 모래늪, 사막위에 널린 티켓영양들의 무수한 시체들, 거친 밀렵꾼들의 표정들은 그 잔혹함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mountain patrol. 커커시리에서 밀렵꾼들에 맞서 티벳영양들의 멸종을 막고 밀렵꾼들을 몰아내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생업을 포기하고 몇년째 황량한 벌판을 지키는 90년대말의 산악순찰대(mountain patrol)의 실화를 중국 베이징의 6세대 감독 루추안 감독이 영화화했다. 독립영화 감독인 그는 이 영화 하나로 세계적 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모피 수요가 증가하고 티벳영양의 가죽이 귀하게 여겨지는 시절이 오면서 티벳일대에 100여만 마리나 있던 티벳영양들이 1만마리까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하자, 장족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순찰대를 자처했다. 그리고 2년동안 밀렵꾼들과의 쫓고 쫓기는 전쟁을 벌인다. 이 사실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자 당시 티벳영양 모피에 대한 소비를 중단하자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의 한 켠, 그 드넓은 사막에서 총을 들고 싸운 이들에게 현실은 단지 처절할 뿐이다. 영화는 베이징에서 온 장족출신 신문기자의 시선으로, 조금 거리를 둔 체 그 생생한 현장을 기록해나간다.

 

자본주의적 욕망과 그것에 힘겹게 맞서는 사람들

자본주의 사회 지배계급의 자본주의적 욕망의 극단에 '모피 수요'가 있다면, 티벳인들에게 그것은 곧 삶을 건 치열한 전투를 의미했다. 그들은 티벳영양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그것이 곧 영웅적인 삶을 의미하진 않았다.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수거한 티벳영양의 모피들을 되팔기도 했고,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다. 삶은 아름답지도, 명예롭지도 않다.

 

좌절

영화에서 장족인 산악순찰대는 모두 몰살당한다. 잔인하게. 그보다 더한 좌절이 있을까. 좌절과 절망 가득한 신문기자의 몸부림에서 멀어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closing ments를 통해, 기자가 베이징에 돌아가 전세계인의 기억에 남는 기사를 쓰고나서, 티벳영양에 대한 밀렵은 중국 당국에 의해 중단되었다고 짧게 설명한다. 그러나 그게 정말 중요한 걸까? 뿌듯하지만은 않았다.

 

기자, 영화, 흥행

한 기자가 있다. 장족출신이라지만, 그는 베이징의 신문기자이고, 도시인이며, 밀렵꾼들의 적도 아니었다. 영화에서 그는 단지 제3자. 그리고 그는 살아남아 어제 죽은 이들의 처절한 투쟁의 기록을 담아 기사를 썼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는 다시 자본주의적 욕망들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어간 이들의 현실에서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돌아갔을지도.

 

그리고 이 영화. 전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많은 흥행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들의 시선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티벳영양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마스코트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제 2년후면 '성대한'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것이고, 티벳영양은 세계자본주의, 세계자본, 국가들의 대향연, 올림픽 마스크트로 더 많이, 전세계인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커커시리는 중국의 땅일테고. 티벳 민중은 점점 잊혀져갈지도... 중국 역사의 다른 소수민족 민중들이 그러했듯이. 중국 당국은 소수민족, 소수민족문화를 손쉽게 집어삼키는 가장 유리한 방법을 너무 잘 알고있는 것 같다.

 

티벳의 황량한 사막에서 죽어간 장족인 산악순찰대원들이 올림픽 마스코트를 위해 싸운건 아닐텐데...

산악순찰대는 민중들의 자발적인 고향 수호대였을텐데...

커커시리는 중국 당국에 의해 통제되는 보호구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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