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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와 21세기

 

한달정도되었나, 도서관에 다닌다. 그러고보면 종로구는 잘만 찾아보면 참 공부하기 좋다. 국립도서관인지 시립도서관인지, 이 근처에 커다란 도서관이 2개나 있다. 그것도 경복궁 반경 1km안에. 검색해보니까 다른 지역엔 도서관이 거의 없던데, 종로구민이라서 참 좋다.

 

삼청동길 어귀, 옛 경기고등학교 터에 있는 정독도서관에가면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고 건물 색깔도 한결같이 베이지색으로 덧칠된 게 꼭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예전엔 강당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식당 건물 입구엔 "참새가 들어오니 묻을 닫아주세요"라는 귀여운 멘트도 적혀있다. 참새가 들어오니 문을 닫아달라니 ㅋㅋ 문을 닫으시오, 라는 냉정한 지시어 대신 90년대의 낭만이 있는듯하다. 정독도서관은 정말 서울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이 살아있는 도서관임에 분명하다. 화장실은 좀 구질구질하지만 다른 시설은 썩 괜찮다. 인터넷을 맘껏할 수 있는 정보열람실, 어린이도서관, 온갖 잡지가 비치된 간행물실이 있는가 하면 할아부지들이 하루죙일 종복를 뒤지며 자신의 허구적 뿌리를 찾다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가는 족보열람실도 있다. 열람실에선 스팀 소리가 덜컹덜컹 나는데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그중에 제일 스타일 안맞는 분들은 찌지지직~ 듣기 싫은 현광펜소릴내며 별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법전이나 부동산공인중계사 시험 참고서를 암기하는 할아버지들이다. 왠만하면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앉는다. 커플들도 좀 짱난다 ㅎㅎ 그리고 아무래도 정독도서관의 묘미는 언덕입구 앞에 삼청동 미술관들이랑 '라땡'과 '먹쉬돈나'가 있다는거! 먹쉬돈나 줄은 항상 길게 늘어져있다. 그래서 기다리는거 무지 싫어하는 나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뭐가 그렇게 맛있길래..

 

몇일전부터는 정독도서관말고 종로도서관에 다닌다. 정독도서관이 20세기라면, 종로도서관은 21세기다. 중학교때 아주 가끔 시험공부하러올땐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었는데 지금은 완전 최신식이다. 건물 리모델링도 새로하고 시설도 새로 다 바꿨나보다. 구비한 책도 많아서 볼만한 책이 참 많다. 매점도 깔끔하고, 정독도서관과 다르게 열람실도 전부 칸막이가 쳐있다. 덜컹대는 스팀소리도 안나고 ㅋ 학습 이상한 방식으로 하시는 아저씨들도 없다. 다들 쥐죽은 듯 조용하다. "저기,저기, 120번에 앉은 **고 오빠 디게 멋있지," 라면서 맨날 수다떠는 대마왕 여중딩들도 거의 없다. 다들 묵묵히 행시공부들에 열중하실뿐. 20세기와 21세기의 묘한 경계가 느껴진다. 예컨대 정독도서관은 열람실 입실할때 종이쪼가리를 받아서 들고가야되는데, 여긴 그런게 없고 인터넷을 써도 완전 pc방 스타일이라는거? 어이쿠, 모니터 오른쪽 아래에 14분 나와있다고 나오네.

 

오늘은 8시반에 왔다. 여기서 대충 개기다가 밤10시쯤되면 친구생일추카해주러 가야된다.

휴, 이제 딱 열흘만 있음 d-day다. 지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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