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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쪽지' 수사... 검찰총장 "사건 실체 밝혀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4/11 07:26
  • 수정일
    2015/04/11 07: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적극적인 자세... 추가자료 확보가 관건

15.04.10 21:44l최종 업데이트 15.04.10 21: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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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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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자원외교 비리 수사로 시작돼 'MB맨 표적수사'라는 반발을 샀던 검찰의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가 '친박 핵심' 쪽으로 방향을 틀 낌새다. 

사기·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살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나온 쪽지엔 8명의 이름 또는 직함이 있다. 김기춘,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이완구, 이병기, 홍준표, 부산시장. 이중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친박근혜계가 아니다. 그러나 부산시장이 현 서병수 시장을 일컫는 것이라면 쪽지에 나온 8명 중 7명이 친박 핵심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기고 간 단서는 이 쪽지, 즉 '성완종 리스트'와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이를 종합하면 ▲ 2006년 9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독일·벨기에 방문 비용으로 10만 달러를 김기춘 당시 의원에게 전달 ▲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 허태열 당시 의원에게 7억 원을 전달 ▲ 유정복(인천시장)·홍문종(새누리당 의원)·홍준표(경남도지사)·부산시장에 1억~3억 원씩 전달 ▲ 이병기(대통령 비서실장)·이완구(국무총리)에 미상의 금액을 전달한 걸로 요약된다. 

돈 줬다는 당사자의 추가 진술 없는 게 취약점

'김기춘 10만 달러'와 '허태열 7억 원'은 돈을 받은 사람과 금액, 시기가 명시돼 있다. 다만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 7년은 이미 지났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는 이들이 국회의원이어서 대가성을 파악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도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허태열 7억원'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으로, 공소시효가 10년이다.  하지만 '김기춘 10만 달러'는 당시 환율(약 960원)로 약 9600만 원이어서 공소시효가 7년이고, 이미 지났다. 

나머지 리스트 내용은 돈을 준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공소시효 완료 여부를 미리 따질 수 없다. 수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사 대상 시기가 좁혀지지 않은 점이 착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됐다는 게 수사를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성 전 회장이 남긴 증거는 <경향신문> 인터뷰 녹취록과 쪽지가 전부다. 검찰은 쪽지가 성 전 회장이 쓴 게 맞는지 필적감정을 진행 중이고, 인터뷰 음성파일도 제출받아 성 전 회장의 진술이 맞는지, 편집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쪽지와 인터뷰 녹취록이 검증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돈을 언제 어디서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줬는지 추가 진술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하나같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는데, 성 전 회장에게서 이를 뒤집을 만한 정보를 입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만 보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정치자금 혹은 뇌물 수수 의혹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수사 관계자 "추가 자료 있는지, 제출할 수 있는지 타진"

그러나 다른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250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 기간 분식회계가 이뤄졌으므로 이중장부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고, 비자금 형성과정뿐 아니라 사용처에 대한 단서도 남아 있을 수 있다. 검찰은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쪽지는 상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었다. 유류품을 거두고 사체를 검시할 수사기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성 전 회장이 간략한 쪽지를 '다잉메시지(dying message)'로 남겼다면, 다른 곳에 더 상세한 자료를 남겼을 수 있다. 

검찰도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장례절차가 끝나면 유족이나 (경남기업) 임직원에게 보유한 자료가 있는지, 제출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진태 총장 "메모 작성경위 확인, 법리 철저 검토하라"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본격 착수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 이른바 'MB맨'을 겨냥했다고 여겨진 자원외교비리 수사의 표적이 일순간에 친박 핵심들의 정치자금 쪽으로 바뀐다.  

검찰 분위기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적극적이다. 쪽지의 필적을 감정하고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이유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단 증거가 확보되면 수사한다는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수사를 독려했다. 김 총장은 10일 오후 소집한 대검찰청 간부회의에 경남기업 수사를 맡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을 불러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장은 또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근거"라며 "자원개발비리 등 수사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자원개발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부정부패 수사를 한 점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계속하여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말했다.

○ 편집|최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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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캠프 거액 정치자금 의혹 밝힐 퍼즐 조각들

 
 
돈선거 묻자 朴 “너무하시네요!” 불법자금 시사하는 정황들
 
육근성 | 2015-04-10 17:12: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경선 ‘돈선거’ 의혹과 ‘박근혜 캠프 불법정치자금’ 논란이 다시 되살아날 모양이다. 고인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 당일 아침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최측근인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돈선거 묻자 박근혜 “아유, 너무하시네요!”

성 전 회장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전달한 시점은 경선 몇 달 전이었다. 그는 “허 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며 “그렇게 (그 돈으로)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서” 그랬노라고 덧붙였다.

‘돈선거’로 치러졌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외부의 제보나 고발이 아닌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들의 자성적 폭로로 불거진 논란이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전 의원(현 경남지사)와 원희룡 전 의원(현 제주지사) 등은 “2007년 경선 때도 지지자들을 동원하기 위해 돈을 썼다”며 대의원을 동원하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리고,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타고 온 지지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 진영 역시 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2012년 초 기자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돈선거’ 파문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여기 오셔서 그걸...아유 너무하시네요”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자 다른 기자가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마지못해 “별로 얘기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는 애매한 답을 내놓았다. 부인은 하지 않았으니 반은 수긍한 거다.


어디서 거액의 자금 마련했을까?

‘돈선거 자금’은 어떻게 마련된 걸까? 적어도 수십억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박근혜 캠프에서 거둬들여 사무실 경비 뿐 아니라 비선조직(마포팀 등)과 지지단체(한강포럼 등)를 운영하는데 사용했다는 신빙성 있는 주장도 있었지만,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종걸 의원 등 야당진영이 ‘박근혜 캠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으나,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2011년 11월 불법정치자금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법원 판결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박근혜 캠프에서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홍 아무개씨가 건설업자 최 아무개씨로부터 불법정치자금 6 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총선 출마를 꿈꾸던 최씨가 박근혜 후보의 측근 홍씨에게 거액을 건넨 것이다. 법원이 인정한 불법정치자금은 6억 원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50억 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최씨를 홍씨에게 소개한 A씨는 언론과 가진 인터뷰(2012년 1월/뉴시스)에서 “나를 통해 홍씨에게 전달된 돈은 100억 원 가까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근혜 측근에게 전달된 정치자금, 50억? 100억?

거액의 금품을 건넨 대가일까. 최씨는 ‘박근혜 지지단체’인 한강포럼에서 핵심으로 활동하며 박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했고, 박 후보는 최씨가 회장을 맡은 레포츠연맹 지역창립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한강포럼’은 정관계, 법조계, 재계, 문화예술계 인사 3200명이 참여해 ‘한강의 기적을 되살리자’라는 모토로 2007년 2월 결성된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조직 중 하나다. 최씨가 ‘한강포럼’에 재정적 지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반박한다.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캠프와 무관하게 내가 차용했던 돈”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차용한 시기가 하필 경선기간이라서 정치자금으로 오인 받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50억 혹은 100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스토커들이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둘러댔다.

홍씨는 2001년부터 박 대통령과 친분을 맺어온 측근이다. 2001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도 홍씨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권 출신인 그는 2007년 한강포럼 발대식 때 유신정권의 피해자인 ‘71동지회’의 ‘박근혜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는 역할도 했다. 정윤회씨와 더불어 ‘박근혜 외곽조직’의 실세로 불린다. ‘박근혜 비선 외곽조직’의 두 축 중 하나인 ‘마포팀’을 꾸려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식 캠프로 사용했던 여의도 엔빅스 빌딩은 홍씨 처남의 소유로 알려졌다.

<화면 출처: 국민TV newK>


‘거액 불법정치자금’ 강하게 시사하는 정황들

2012년 잠시 불거졌던 ‘박근혜 불법정치자금’ 논란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봐주기 수사’로 마무리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5년이 지난 지금 성 전 회장의 폭로로 다시 논란이 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폭로는 박근혜 캠프에서 불법정치자금을 거뒀다는 정황증거 중 하나다. 그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명확하다. 이 정도면 ‘불법정치자금 수수’라는 범죄행위 입증의 유력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관계만 확인만 남았다.

설만 무성했던 의혹의 일면이 성 전 회장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셈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홍씨의 불법정치자금 의혹도 있다. 2007년 경선 당시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이 박근혜 캠프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정황들이다.

검찰이 나서 수사를 해야 한다. 성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일과, 홍씨가 수수한 돈이 박근혜 캠프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살펴보는 건 어려운 일이 절대 아니다. 혐의를 보고도 또 눈 감을 텐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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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단독 인터뷰]“김기춘 10만달러·허태열 7억 줬다”

[성완종 단독 인터뷰]“김기춘 10만달러·허태열 7억 줬다”
이기수·홍재원·심혜리 기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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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고통, 숲 남기고 빚에 묻혀

 
조홍섭 2015. 04. 09
조회수 1724 추천수 0
 

임종국·민병갈 전 재산 들여 심은 나무, 유지·관리 하다가 빚더미에

민간 식물원·숲 공익 기능 무시에 국·공립 식물원 난립도 타격 줘

 

tree1.jpg»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프레데릭 백이 애니메이션의 만든 한 장면.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원제는 “엘제아르 부피에, 내가 만난 가장 놀라운 사람, 희망을 심고 행복을 거둔 사람”이다.

 

고독한 양치기 부피에가 버려진 황무지에 40여년 동안 끈질기게 도토리를 심은 끝에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었다는 줄거리다. 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에 알려진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실존 인물일까.

 

지오노는 책 발간 4년 뒤인 1957년 디뉴 시에 보낸 편지에서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엘제아르 부피에는 가공의 인물입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편지에서 저작권을 포기해 이 작품으로 한 푼의 돈도 벌지 못했지만 나무 심는 것이 가능함을 널리 알리는 뜻은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오노의 이야기가 실제처럼 생생한 것은 세계 곳곳에 나무 심는 데 삶의 전부를 던진 사람들이 여럿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국(1915~1987)과 민병갈(1921~2002) 선생은 한국판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
 

임종국_m11.jpg» 전남 장성의 벌거숭이 땅에 편백과 삼나무 등을 심어 숲으로 일군 임종국 선생.

 

임종국 선생은 배고프던 195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헐벗은 전남 장성의 산 596㏊에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280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낙엽송을 심었다. 그 결실이 오늘날 치유의 숲으로 이름난 축령산 휴양림이다.
 

귀화 미국인 민병갈 선생은 군인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풍광과 인심에 반해 눌러앉은 이다. 1962년 가난한 농민의 딱한 사정을 듣고 덜컥 구입한 천리포의 모래 언덕 5000평을 시작으로 확보한 황량한 모래땅 18만평에 나무를 심었다. 일찍이 식물다양성의 가치에 눈뜬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모든 수입을 신품종 사들이는 데 썼다.
 

결국, 천리포수목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3000여 종의 식물을 지니게 됐고, 요즘 절정을 맞은 400여 종의 목련과 370여 종의 호랑가시나무는 세계적인 규모로 꼽힌다. 그는 평생 일군 54만㎡의 땅과 식물을 우리나라에 유산으로 남기고 타계했다.
 

천리포수목원IMG_7408-1.jpg» 2012년 4월8일 10주기를 맞아 자신이 좋아하던 목련 밑에 수목장으로 옮겨진 민병갈 선생의 동상. 사진=천리포수목원

 

임종국과 민병갈 선생은 수목장 제도가 도입된 뒤 좋아하던 나무로 오롯이 돌아간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나무를 심었지만 마지막에는 심한 재정난을 겪었다는 점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묘목을 사고 인건비를 대야 한다. 목재를 팔거나 관람객을 받아 수익을 내지 않는 한 깨진 독에 물 붓기로 돈을 집어넣어야 한다. 조림은 할아버지가 심어 손자가 거두는 3대에 걸친 사업이다.
 

임종국 선생은 나무를 담보로 빚을 얻고 논밭과 집까지 팔아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결국 1979년 자식처럼 기른 숲을 채권자에게 넘긴 뒤 이듬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2002년에야 산림청은 그 숲을 사들여 ‘고 임종국 조림지’로 이름 붙였다.
 

re IMG_6369-1.jpg» 지난 2일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장 일찍 피는 큰별목련 '얼리 버드'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렸다. 사진=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도 외환위기 이후 재정난에 시달리다 민 원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나자 새 품종 구입은 물론 직원 월급도 못 줄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내 2008년 공익법인으로 출범하고 일반 개방을 결정했다.

 

지난해 30만명이 찾는 등 수목원은 탐방객에게 인기를 끌면서 재정적 어려움은 해소됐다. 그러나 “나무가 행복한 수목원으로 만들어 달라”라는 설립자의 유언은 숙제로 남게 됐다.
 

03934070_R_0.jpg» 대나무와 전나무, 히말라야시다 등이 하늘을 가린 아홉산숲의 임도. 400년 동안 9대에 걸쳐 한 집안이 관리해 조성한 숲이다. 사진=조홍섭 기자

 

유명하진 않아도 평생을 묵묵히 나무와 풀을 심고 숲을 관리해 온 이들도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식물원이나 숲을 꾸려가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부산 기장의 아홉산숲을 400년 동안 9대째 관리해온 산주 문백섭씨는 마침내 올해 초 농업회사법인을 출범시켜 내년부터 일반에 숲을 공개하기로 했다. 더는 땅을 팔고 빚을 내 운영비를 대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다.
 

휴식과 체험학습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민간 식물원들도 재정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국공립 생태원과 식물원을 잇달아 만들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노영대 고운식물원 원장은 이를 “구멍가게와 슈퍼를 짓밟고 들어선 대기업 대형마트 같다”라고 꼬집었다. 국공립 식물원도 필요하지만 너무나 성급하게 많이 설립하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03656061_R_0.jpg» 6월 부채붓꽃이 한창인 평강식물원의 습지원 모습. 멸종위기종 보전과 환경교육, 휴식 등 다양한 공익기능을 하는 민간식물원이 최근 국공립 식물원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민간 식물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멸종위기종을 피난시킨 ‘서식지 외 보전기관’일 뿐 아니라 환경교육장이자 복합 웰빙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민간 식물원의 공적 기능을 정부는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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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빚더미' 안상수 공천, 평창의 미래는?

 
[평창이 '봉'인가? ③·끝]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수 인터뷰
김윤나영 기자2015.04.09 18:46:29
 

"분산 개최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집행위원장인 정용철 서강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가 지난 1일 <프레시안>과 만나 한 말이다.

정용철 교수를 비롯한 시민모임 대표자들은 지난달 19일 강릉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로버트 록스버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시민모임은 '한국 정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결정하면 IOC도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와 강원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분산 개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쐐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았다.  

앞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2020년 하계올림픽을 치를 예정인 일본 도쿄와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를 줄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일주일도 안 된 지난해 12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분산개최는 의미 없다. IOC에 분명한 설득 논리로 대응하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의 한마디 이후 외국 도시는 물론이고 국내 다른 도시에 대해서도 분산 개최에 대한 검토는 완전히 중단됐다.  

정 교수는 "기존 시설을 개보수하면 준비 시간이 줄어들기에 올해 6월까지 분산 개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태도로 봤을 때, 경기장 재배치가 이뤄질 확률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대로 간다면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자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이제 더는 메가 스포츠 행사로 장난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김진선 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장을 비롯해 5명의 책임자를 선정해 직무유기와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다음은 정 교수와 서강대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분산 개최는커녕 강원도 내 재배치도 제대로 안 돼" 

프레시안 : 분산 개최의 골든타임이 있다면 언제인가? 

정용철 :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IOC가 3월 말까지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분산 개최 문제를 어떻게 할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6월까지 괜찮다. 경기장을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경기장을 개보수하자는 것이므로 준비 시간이 줄어든다.  

프레시안 : 재정을 아낄 수 있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어떤 것을 꼽겠나? 

정용철 : 인구 4000명인 횡계리에 6시간짜리 행사를 위해 4만 석 규모로 짓고 일부를 허물기로 한 개·폐막식장은 짓지 말아야 한다. 짓는 데 1200억 원이 들고, 행사 끝나고 부수는 데 또 1000억 원이 든다. 

횡계리 개·폐막식장을 내줘도 가리왕산이라도 살려야 한다. 산림청장은 복원한다는 조건으로 활강경기장을 짓도록 허가 낸 건데, 복원 계획이 전혀 없다. 나무 6만 그루 잘라서 슬로프 만들고 콘크리트 두르면 원상복귀가 불가능하다. 경기장 규모라도 줄여야 한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스하키 경기는 흥행을 위해서라도 고려대나 태릉선수촌에서 분산 개최해야 한다. 슬라이딩센터도 만들면 애물단지다. 일본 나가노에서도 루지, 봅슬레이 선수 국제 훈련장으로 만드는 사후 계획을 세웠다가 못했다. 얼음 얼리는 데만 억 원대가 필요하다.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짜야 한다.

프레시안 :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일본이 지난 2월 계획을 바꿔 1조 원 이상을 절약한 선례가 있지만, 이는 도쿄 안에서 경기장 재배치를 했기에 가능했다. 시민단체가 제안하는 전라북도 무주리조트나 목동 빙상경기장을 활용하자는 계획과는 다르다.  

정용철 : 강원도 내 경기장 재배치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안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스키·스노보드 경기장 위치를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바꾸려고 했지만 못 바꿨다. 아직도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구세대의 끝물' vs. '새 패러다임의 첫 주자' 

프레시안 :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이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다가 1월에는 "예정대로 치르자"고 했다. 이 발언 이후, 분산 개최하기에 이미 늦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정용철 : 한국 정부가 워낙 분산 개최는 없다고 굳건하게 원안을 고수하니 나온 말이다. 그전까지 린드베리 조정위원장은 IOC가 한국 정부를 배려해서 분산 개최를 먼저 제안했는데, 한국이 거절하니 어이없어했다. 이대로 가다 보면 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안 될 것 같으니, 한국 정부 결정대로 가자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굳이 돈 쓰면서 단독 개최한다는데 IOC로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다만, IOC는 평창 올림픽이 최악의 올림픽이 될까 걱정할 수도 있다. 강릉에 짓는 5개 경기장 가운데 4개가 사후 활용 방안이 없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정 안 되면 부수겠다"고 했다. 관동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유일하게 사후 활용 방안이 있는데, 밀어내고 강의실 넣고 학교에서 쓴다니까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나머지는 답이 없다. '경제올림픽, 환경올림픽'에 반하는 올림픽이라는 오명이 생길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지난해 12월 IOC가 '복수 국가, 복수 도시 개최'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아젠다 2020'을 발표한 이후 올림픽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나? 

정용철 : 그렇다. 평창은 전 세대의 스펙터클하고 뻥튀기된 올림픽의 마지막 후발 주자다. 구세대 끝물이 되느냐, 새 패러다임의 첫 주자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평창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동계-하계 올림픽 공동 개최할 기회를 놓쳤다. 일본은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나가노의 경기장을 개보수해서 주고, 평창은 배드민턴이나 유도 경기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과는 달리, 하계올림픽의 체육관은 사후 활용 방안이 많다. 

일본 나가노조차도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지금까지 17조 원의 적자를 내서 모든 복지가 멈췄고, 빚 갚고 이자 내는 데 급급하다. 평창은 더 심하다. 이대로 가면 재앙 수준의 파국이 벌어질 것이다. 이를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조직위는 아무것도 안 하고.  

 

 

평창 올림픽 재정 파탄 책임자는 누구? 

프레시안 : 정부는 '합리적인 출구전략'을 짜는 데 왜 이렇게 선을 그을까? 

정용철 : 그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분산 개최를 고려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IOC가 '아젠다 2020'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분산 개최는 없다, IOC를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니 다 멈췄다.  

문체부, 강원도, 올림픽조직위원회 가운데 올림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없고, 박근혜 대통령과는 소통이 안 된다. 이대로 간다면 파국에 대한 책임자를 지금부터 적시해야 한다.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책임자들로 누구를 꼽을 수 있나?  

정용철 : 전임 강원도지사였던 김진선 전 평창 올림픽조직위원장은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을 추진해 1조 원대 부채를 강원도 산하 공기업에 남겼다. 활강 스키장을 치를 장소는 가리왕산밖에 없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직무 유기 책임도 있다.  

국회 평창특위 소속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과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옆에서 부채질했다.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분산 개최를 막았다. 염 의원은 '올림픽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게끔 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고속도로, 철도 사업이 '올림픽 관련 사업'에 포함돼 허용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책임이 있다. 조양호 올림픽조직위원장도 아무것도 못 하고 손 놓고 있다. 

 

▲ 정용철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 집행위원장. ⓒ프레시안(손문상)

 
인천 아시안게임 빚더미 만든 안상수 재공천?  

프레시안 : 책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용철 : 기억해야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천을 재정 파탄으로 몰고 간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그러니 지역 정치인들이 나중에 빚이 어떻게 되든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치해야 하니까 찍어주세요" 하고, 이후에는 "성공적 개최를 위해 찍어주세요" 하는 식이다. 지자체장들이 그렇게 3선 간다. 임기 말에 메가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궁리를 한다. 이제 더는 메가 스포츠 행사로 장난치는 정치인은 없어야 한다.  

초법적인 올림픽 특별법, 환경 파괴·예산 낭비 주범  


프레시안 : 책임자를 기억하는 것 말고도 다른 해결책으로는 필요한 것은 없나? 

정용철 : 초법적인 올림픽 특별법이 가장 큰 문제다. 500억 이상 드는 국가 프로젝트에서 경제 타당성 검사, 환경영향평가가 다 무시된다. 원주~강릉 고속철도 경제 타당성 0.287이다. 안 된다고 이미 결판 난 건데, 올림픽과 관련 없는 지역 사업을 올림픽 예산에 끼워 넣었다.  

물론 강원도민의 지역적 박탈감을 달래야 한다. 국책사업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정말 필요한 도로나 철도라면 2018년까지는 못 해도 2022년까지 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알펜시아 리조트로 가는 2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늘리는 식의 사업은 그냥 고객 오는 길을 닦는 것이다. 그런 사업은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장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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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 위선적 엘리트주의가 본질

 
진보정치 강화와 호남정치 복원론의 허구성
 
조시형 | 2015-04-09 14:01:0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정동영과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 위선적 엘리트주의가 본질 
진보정치 강화와 호남정치 복원론의 허구성


1. 정동영의 탈당과 출마는 정당한가? -진보정치 강화의 허구성

탈당은 최후의 카드다. 더 이상 당내에서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을 때 용인되는 것이다. 정치사적으로 보면 1987년 미국의 입김으로 신민주당의 이민우 총재의 지도부가 전두환과 내각제 추진을 공론화하고 이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커지자 김대중과 김영삼은 대통령직선제 관철을 위해 탈당했다. 이후 결성된 통일민주당은 6월 항쟁의 구심이 되었다. 정당하다. 또한 노무현은 김영삼이 호남고립화를 초래한 반동적인 보수대연합으로 3당합당에 결연히 반대하여 탈당하고 꼬마 민주당을 만들어 이후 김대중과 손을 잡는다. 역시 정당한 탈당이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의 승리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을 앞두고 탈당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창당은 정당성이 약하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자서전과 인터뷰에서 고백한 것이다. 이때 민주진영의 분열사- 호남과 부산·경남의 갈등이 시작되어 이후 3당합당으로 증폭되었다.

정동영은 제 손으로 만든 대통합민주신당>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강화론>을 명분으로 탈당했다. 이번이 네 번째다. 자 보자. 첫 번째인 정당개혁과 전국정당을 위한 열린 우리당 창당을 위한 탈당은 나름의 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합성이 있었다. 그러나 약속했던 기간 당원중심의 하향식 공천은 지키지 않았다. 유시민의 국참당원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2년 총선 승리를 끝으로 기록적인 선거패배가 거듭되고 조중동의 선동질로 참여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지자 참여정부 실패와 자성론을 명분으로 탈당했다. 노무현은 당선에 공이 큰 정동영에 의리를 다했다. 열린 우리당 창당 후 지지의사를 표현했다가 탄핵까지 갔었고 이때도 이해찬과 유시민을 설득하여 정동영을 돕도록 했다. 그러나 정동영은 역사상 최대 차 참패를 기록했다. 그 지지자들은 아직도 참패에 대한 자성없이 친노를 비난하기 여념이 없다.

이번에 들고 나온 정동영의 탈당명분은 당의 보수화로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은 초록이 동색 기득권정당이 되었다는 거다. 그런데 정작 그 보수화를 주도한 게 자기 사람인 김한길>박영선 대표 때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는 정동영 본인이 이에 대해 어떤 비판도 개선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선 모르쇠 한다. 문재인이 공언한 게 당의 근본적 혁신이고 공천권도 행사하지 않고 예측가능한 공정한 룰을 1년 전에 공표해서 룰이 공천하게 하겠다고 했다. 역시 명분이 없다. 지금 새 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 최초의 실질적인 지도부를 구성한 단계이고 문재인이 대표 당선된 지 이제 두 달이다.

심지어 그제 정동영은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과 박그네는 다를 게 없다며 문재인이 박그네를 비판하지 않고 자기만을 비판한다며 제2의 노명박론을 들이댔다. 그런데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이 박그네의 실정 특히 경제정책의 완전실패라 규정하고 연일 대정부 비판에 앞장서고있다는 걸 또 모르쇠 한다. 문재인이 정동영에 대한 비판은 정치가 허무해진다는 간접화법 뿐이었다. 진보를 말하면서 사실은 관악을 호남 유권자를 겨냥하는 지역주의적 자극이다. 역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동영의 지지자들이 즐겨 써먹는 게 두 가지다 노무현과 이명박은 똑같다는 이른바 노명박론이었다. 그 근거라고 개발한 게 또 두 가지다. 바로 新영남패권론과 노명박 新자유주의자론이었다. 그러나 영남 패권론이 실체가 있는 반면 도대체 이 신-영패론은 근거가 없는 악의적인 마타도어다.

이를테면 노무현과 친노 진영이 新영패주의로 똘똘 뭉쳐가지고 박정희 같이 대대손손 최강의 재벌 패밀리를 구축했다든가 아님 전두환이 모냥 공수부대 동원해서 광주에서 개-난동을 했다든가 이명박이처럼 지들 식구들에게 수십조를 멕였다든가 아니면 박그네 하듯 지들 나와바리 애들에게만 노른자위 회전문 인사했다든가 뭐 노무현 영패주의의 실체를 까발려야 하는 거 아냐? 아무 내용이 없어요. 그러니 지들도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전라도의 피해의식만 건드릴 꼼수만 궁리하는 거다.

결정적으로 짧게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를 한 장의 도표로 정리하겠다.

자! 양식이 있다면 이걸 보고도 노무현과 이명박을 그리고 문재인과 박그네를 한 통 속으로 몰 수 있는가? 부끄러운 줄을 알고 제대로 떠들어라.

정동영은 진보강화를 주장하는데 위에서 입증했듯 정동영의 탈당과 출마는 진보주의의 핵심인 민주주의 그 중에서 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즉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다는 for the people의 위민정치엔 충실하려 할지 모르나 (말로 드러난 표현상으로는) 그 위민정치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민주주의 그 중에서 특히 정당(운영상)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고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진보주의는 민주주의와는 무관한 가공의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2.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는 정당한가?- 호남정치복원론의 허망함

나는 그동안 천정배를 좋아하고 지지해왔다. 그의 청렴함과 노무현에 대한 의리를 인정한다. 그리고 사법시험 합격 후 판검사 임용을 거부하고-어찌 전두환의 졸개가 될 수 있겠나?-노무현과 문재인 처럼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지조를 높이 산다. 비록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의 4대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 첫 관문인 국보법철폐를 중도 포기한 유약한 모습을 아쉬움으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당시 민노당과 합치면 과반수를 훨씬 넘는 다수석을 가지고 제대로 힘 한 번 못쓰고 좌절한 것이다. 정치적 명운을 걸어볼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송두율 교수 사건에 임해서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킨 강단진 모습도 좋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호불호를 떠나 이번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에 대해서는 역시 그 정당성이 없음을 지적한다. 특히 전략공천을 비판하던 사람이 경선에 참여하라는 새 지도부의 권고를 마다하고 탈당한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리고 그가 평소에 언급하고 이번에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호남정치복원론’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호남정치복원이란 것이 호남과 호남인을 위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호남 차별의 근본인 박정희 이후의 영남패권적 기득권 질서를 타파하는 것이 제일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 새누리 정권에 맞선 광범위한 연대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자꾸 문재인과 새정연이 새누리와 다를 것이 없는 영남세력이라는 주장은 오로지 문재인의 출신지만 강조하는 또 다른 지역주의적 발상이다. 까놓고 친노 정치세력이 어디 영남 출신만 있는가?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민주주의 문제다. 민주주의는 그 내용의 절반 이상이 절차적 민주주의, 즉 rule by rule이다. 그 룰은 평등한 주체들이 합의한 룰이며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경선의 문호는 자격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따라서 참여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게 원칙이다. 천정배에 대한 전략공천은 다른 예비 후보자의 합의가 있을 수 없어서 당 대표나 지도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강권해야하는 데 그것은 그것을 정당케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절차적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특히 이번 광주 선거구의 경우 대표적인 야권강세 지역구이므로 야권 예비후보는 넘치는 데 천정배를 특별히 배려해야 할 특별사정이 없어서 정당성이 없다. 자칫 작년 재-보궐선거 전략공천의 개판싸움이 재발할 수 도 있고,, 따라서 천정배의 탈당과 출마는 정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정당의 룰과 운영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의 원리에 위배된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절차적 민주주의에 반한다.

여기서 잠시 좀 더 호남정치복원론을 해부해보자. 만일 호남정치복원론이 호남인에 의한 정치를 의미한다면 이는 더 심각하다. 즉 호남 출신 정치인이 주도하는 정치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는 김대중-노무현의 통합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역할거 정치를 의미한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의 호남 재고립화를 초래할 수 있고 기껏해야 호남 자민련의 부활이다. 이것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새누리당이 제일 환영하고 쌍수로 박수칠 노선이 되는 것이다. 이런 소 지역주의적 발상을 나는 앞으로 백제부흥운동이라 규정할 것이다. 이런 길로 더 나아간다면 삼한일통의 국민국가 건설의 꿈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부족주의 시대로의 역주행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든다. 만일 박지원이 대표가 되었다면 그래서 천정배를 전략공천 했더라면 그 땐 탈당도 하지 않고 호남 정치 복원도 근거가 없어지는 건가? 그런 게 호남정치복원이라면 집어치우기 바란다. 개도 안 물어갈 정신지체 현상이다.

이런 호남정치복원론은 지역주의 산물로 박정희가 나은 정신분열현상의 잔재라고 본다. 즉 박정희가 만들어논 지배-기득권유지 시스템의 가장 효율적인 통제전술인 디바이드&룰의 대표격인 반공과 영남패권주의(테제)! 그에 반발하여 나온 극좌와 호남지역주의(안티테제)가 비록 그 동력이 약화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거울반사 쌍둥이 효과에 따라 아직도 일부지만 극렬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신지체 현상은 그 물적토대나 객관적 존립근거(즉 종북몰이와 영남인사전횡)가 이명박그네 정권에서 다시 강화되어 온 까닭이기도 하지만 엉뚱한 친노를 박멸하려하는 것으로 보아 자라에게 물린 사람의 솥뚜껑 콤플렉스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사회가 보다 민주적이고 진보적으로 발전해서 차별과 지역독점을 해소해나가는 것과 병행해서 이런 콤플렉스를 치유해 나가야 할 것이지 그 무슨 거창한 이론으로 대접할 내용이 없다. 그래서 천정배 같은 유력 정치인이 이런 호남정치복원론을 들고 나오다니 지극히 허망하다. 이는 그저 자신의 탈당과 출마에 정치적 명분과 법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광주의 유권자에 변명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광주 분들이 역사적으로 체현한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3. 결론-두 유력 정치인의 탈당과 출마는 엘리트의 선민의식

정동영과 천정배의 공통점은 둘 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둘 다 주관이 세고 성취욕이 강하고 야심이 세다. 좋다 모름지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그 정도의 권력의지야 오히려 권장사항이다.

그러나 문제는 성공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의 꿈에 국민의 소망을 담아내야 한다. 아니 최소한 그런 포장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 정동영과 천정배는 그것에 실패하고 있다.

더구나 김대중- 노무현 정도의 훌륭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자기희생과 역사 앞에서 목숨을 걸 용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작아진 속내를 포장하려 애쓰는 엘리트주의자의 의 빗나간 선민의식이 도드라지는 것 같다.

이번 재선거에서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과 미래가 달렸다. 두 사람에게 걸고 있는 사람들의 만만치 않은 기대와 지지도 있다.

부디 그 자산이 민주진보진영 공동의 발전에 쓰여 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6&table=c_jshpapa&uid=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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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흔들림 없는 수사'로 정면돌파할까

 

[분석] 성완종 전 회장 사망으로 수사 전환점... 광물공사 등 정조준 반전 꾀할 듯

15.04.09 22:10l최종 업데이트 15.04.09 22:10l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된 부분은… 더 진행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9일 오후 최윤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 검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의 지휘 아래 차근차근 진행 중이던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는 이날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사의 핵심 인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9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그는 오후 3시 22분쯤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관련 기사 : 검찰 "살아있기 간절히 바랐는데..."). 

'자원외교 비리 수사 1호'부터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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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자청한 성완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외교 비리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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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은 검찰의 자원외교 관련 수사대상 1호였다. 검찰은 3월 18일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남기업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석유·가스 개발을 추진하며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등으로부터 융자금을 지원받았다. 

검찰은 이 돈이 원래 용도와 달리 성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추진하며 나랏돈을 '임자 없는 돈'처럼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때마침 국회도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추진하던 터였다. 

경남기업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성완종 전 회장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는 정·재계에 발이 넓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MB맨'이라는 점에서,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을 겨냥한 검찰의 최종 목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던 친이계는 "새머리 기획(정병국 의원)", "정치검찰(이재오 의원)"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수사를 이어갔다. 4월 6일 성완종 전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3일 만에 성 전 회장의 죽음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전날 기자회견까지 열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검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윤수 차장검사는 "수사는 비리를 보지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8일 "저는 MB맨이 아니라 MB정부의 피해자"라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만큼 검찰로선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완종 전 회장과 경남기업을 연결고리로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확대해나가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주요 인물이 사망했으므로 수사 전반을 재점검하는 일 역시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낮다. 검찰은 최근 경남기업에 이어 석유공사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캐나다 정유회사 하비스트의 부실 계열사 날(NARL) 인수를 추진, 회사에 1조 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조만간 강 전 사장 등 관계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또 광물자원공사가 경남기업에 특혜를 줬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 정면돌파 택하나... "부패척결 수사는 존립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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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8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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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최윤수 차장검사도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광물자원공사에 대해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은 고인이 되신 분과 관련 없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기업이 수사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긴 하지만, 또 다른 조각들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 차장검사는 "자원개발 비리는 국가 재정이나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이라며 "저희들이 흔들림 없이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부패 척결 수사는 검찰의 존립 근거다. 오늘 발생한 일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긴 하루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심문을 기다리는 피의자의 심적 고통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지, 현행 법 아래 허용된 신병 확보 제도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지는 저희가 분명히 고민하겠다. 그렇지만 중앙지검에서 진행하는 다른 부패 수사는 흔들림 없이 계속 진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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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산림녹화 중점 추진 “참 다행스럽다”

북, 산림녹화 중점 추진 “참 다행스럽다” 북 양묘장 현대화 도왔던 임병수 에스엔그린테크 대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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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8  14: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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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수 에스엔그린테크 대표와 6일 여의도에서 북한 산림녹화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산림녹화는 우리 후손들한테 물려주는 것이며 1,2년 가지고 되는 건 아니고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가까이 우리가 계획하고 준비해야 이루어지는 건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최근 산림녹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나선데 대해 북한에 양묘장 지원사업 경험을 가진 임병수(49) 에스엔그린테크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참 다행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는 담화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7일 내각 결정으로 산림조성 10년 전망계획에 따라 전당, 전군, 전민을 총동원해 산림복구사업을 힘있게 벌이기로 했다.

또한 최근 내각 국토환경보호성 산하 산림총국을 국방위원회 산하로 재편시켜 힘을 실었고, 대외창구인 조선녹색사업개발협회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보기]

임병수 대표는 “자세한 파악은 안 되지만 양묘자재가 부족할 것으로 안다”며 “중앙양묘장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최소 50개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시. 도급 지방 양묘장을 현대화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2.26담화에서 “산림조성사업을 잘하자면 무엇보다도 나무모(묘목)를 원만히 생산보장하여야 한다”면서 “중앙양묘장을 비롯한 양묘장들에서 여러 가지 좋은 수종의 나무모를 대대적으로 생산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 2006년 상원군 양묘장 건설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 - 임병수]

 

   
▲ 상원군 양묘장에서 자라나는 상수리나무 묘목들을 살표보고 있는 임병수 대표. 상수리나무는 활엽수로서 산림녹화 수종으로 적합하다. [사진제공 - 임병수]


임병수 대표는 민간단체인 평화의숲, 우리민족서로돕기, 겨레의숲 등과 함께 2001년 금강산 양묘장을 시작으로 2003년부터 중앙양묘장, 상원군 양묘장, 개풍군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지원한 바 있다.

임 대표는 “나무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사할 확률이 높아 현지에서 기를 수 있도록 현지에 맞는 양묘장을 설계하는데 참여했다”며 노지가 아닌 ‘용기묘’에 씨앗을 파종해 튼튼한 뿌리를 키워냄으로써 활착률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양묘장 조성 시 140가지 자재가 들어가 조립을 해야 완성이 된다.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하면 조립이 안 된다”며 “발전기 고장, 악천후 때문에 작업을 못 하기도 했지만 방북 8일 동안 남북이 함께 조성하고 끝냈을 때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 상원군 양묘장 내부 모습. 5.24조치 이후 방문하지 못해 현재 상태는 알 수 없다. [사진제공 - 임병수]

임 대표는 특히 “양묘장 온실을 설계할 때 최소한의 전기만 들어가도록 설계를 하고, 차후 전력이 보장될 때 보다 나은 설계가 필요하다”며 A,B,C 세 가지 타입의 양묘장 온실 설계방식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전력 사용을 최소화한 B타입이 북한 현재 실정에 보다 적합하다는 것.

“양묘장을 가동하려면 안정적 전력공급이 필요해 풍력과 소수력 발전도 연구하는데, 바람과 강물이 필요하다”며 “제일 알맞은 게 태양광 발전인데 초기 투입비용이 고가라 망설이지만 제일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임병수 대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양묘장 외에도 농자재, 화훼, 조경 사업 등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 대표는 또한 “유실수를 보내주면 좋지만 여기보다 기온이 낮아 추위에 고사할 확률이 높아 현지에 맞는 수종 선택이 중요하다”며 “북측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를 선호하고 주민들이 먹을 수 있는 밤나무와 호두나무 그리고 사과나무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강산 지역에 밤나무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평화의 숲의 사례를 그 예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러시아도 가 보고 키르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중국, 몽골에 산림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하여 현지인들과 작업해봤지만 우리 민족은 손재주와 기술이 좋다”며 “말이 통하고 손기술이 좋아 한 번 가르쳐주면 금방 익힌다”고 평가했다.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 사무총장으로도 일해 왔던 임 대표는 “IMF 이후 눈을 돌린 게 북한인데, 2010년 5.24조치 이후 매출이 많이 줄어 타격이 크다”며 “양묘장 현대화 사업뿐만 아니라 농자재 생산과 화훼, 조경 사업도 해보고 싶다”고 남북관계 개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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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국민 몰지각화'가 목적인가"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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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5/04/09 11:09
  • 수정일
    2015/04/09 11:0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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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 인터뷰]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친일파의 계승자'와 '군부독재의 계승자'가 지배해 온 70년"이란 평가가 과하지 않다. 이 평가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친일인명사전>과 <백년전쟁> 등 지난 70년의 역사를 바로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을 만났다. '역사'에 대해 물었더니, '정치'에 대해 답했다.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과오는 '파렴치한 정치'로 현재화 되고, 결국 역사와 상식의 엄청난 차이를 가져와 국민 개개인의 삶에 박혀 버렸다. "정치인들은 국민들 눈물 닦아 준다 말하지 마라, 내가 더 울리겠다고 해라"라는 임 소장의 통탄은 세월호 참사 직후 기자회견을 하며 떨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답은 하나 밖에 없다"고 임 소장은 강조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이 정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년 전쟁'이 자칫 '200년 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임 소장은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지난 3월 31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된 임 소장과 인터뷰 전문이다. 

 

ⓒ 프레시안(손문상)

친일·군부 계승자가 통치, 파렴치하다 

프레시안 : 한국 현대사에 있어 1945년 8월 15일이 갖는 의미가 크다. '광복 70년'의 시간을 정리한다면? 

임헌영 : '친일파의 계승자'와 '군부독재의 계승자'가 지배해 온 70년이다. 독재는 민간독재(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박정희 정권)가 모두 해당한다.  

'계승자'란 의미는 조상이 친일파가 아니어도 친일을 옹호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생물학적으로 관계가 없어도, '원조 친일파'나 '원조 독재자'보다 더 철저하게 계승한 후계자들이 있다. 한국 사회는, 어쨌거나 그들이 지배해 온 사회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하다 보니,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 의식과 가치관이 파괴됐다. 한마디로, '파렴치(破廉恥)'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정치인이 딱 떠오르지 않나. 얼마나 파렴치한가. 

프레시안 : 친일파와 군부독재 치하에서 70년을 보냈다는 건데, 그동안 한국 정치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임헌영 : 일제 식민체제와 독재체제의 삐뚤어진 통치 철학이 계승돼 만들어진 게 현재다. 오늘의 정치를 한마디로 하면, '국민들의 눈물을 씻어준다고 말은 하면서 국민을 더 서럽게 만드는 것.' 여야가 똑같다. 진보세력도 도긴개긴이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준다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하면서 뒤에서는 국민을 더 울게 하는 게 오늘의 정치다. 이런 통치 철학 밑에서 살다 보니, 국민 상당수도 파렴치해졌다. 선(善)함에 대한 판단이 없어졌다.  

또 기형적 자본주의다 보니, 돈의 위력·권력의 위력·폭력의 위력 등 인간이 가진 모든 힘의 위력이 어떻게 보면 8.15 광복 직후보다 더하다. 권력과 돈의 힘이 너무 의기양양하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 결국 국민도 권력과 돈이라는 최면에 걸려 파렴치한 인간이 더 많아졌다. 대단히 걱정스럽다. 

아무리 민주주의여도 국민의 밥줄은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 않나. 실력은 있는데 등록금이 없어 대학에 못 가면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나. 학생 본인도, 부모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국은 국가가 그런 문제(복지)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못하나? 정치인이 파렴치하기 때문이다. 

"(일부 젊은층이) 정치는 나와 관계없다.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공부해 봤자 일생 동안 고생만 하게 되어 있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정치가 다 해결한다. 학자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정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인의 머리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불행하다.  

 

ⓒ프레시안(손문상)


"'눈물 닦아 준다' 말하지 마라" 

프레시안 :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자존심 중 하나가 '우리 손으로 민주화를 이뤘다.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년간의 민주 정부 이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로 회귀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치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에 의문을 가진다.  

임헌영 : 우리는 20세기 후반부터 혁명할 수 없는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건, 선거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선거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권력을 잡고 있는 국회의원의 배지를 뗄 수 있나, 뽑힌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나. 불가능하다. 국민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선거밖에 없다.  

국가와 이웃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해도, 선거 한 번 잘못하면 그만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아무리 비난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있나. 그럼에도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는 건 정치권력뿐이다. 제대로 된 정치권력을 세울 수 있는 방법 또한 선거밖에 없다. '동학 농민 혁명'처럼 삽 들고 곡괭이 들고 할 수도 없지 않나.  

2012년 대선에서 야당 정치인이 앞장서서 잘했으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잘했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또 2017년 대선을 맞게 되면, 표를 많이 얻고도 실질적인 권력은 빼앗길 것이다.  

당장 4.29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정동영(서울 관악을)·천정배(광주 서구을) 후보 모두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광복 이후 70년 사(史)를 훑어보기 바란다.  

1963년 10월 15일 시행된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역사상 가장 근소한 15만 표 차이로 이겼다. 그런데 개표 방송은 16일 낮 3~4시까지도 윤보선 후보가 앞선다고 했었다. 당시 정민회 변영태 후보가 22만 표를 얻었다. 적지 않은 표다. 달리 말하면, 국민들은 박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참고 기사 : 황태성 넘겨 얻은 밀가루, 박정희 당선 '숨은 공신'?) 

 

ⓒ프레시안(손문상)

그 뒤에도 마찬가지다. 1979년 10.26사태 후, 김대중·김영삼·김종필(DJP)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무리가 없었다. 그때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국민들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올바른 민주주의 세우자. 지금까지 너무나 고생했다'라고 했다면, 12.12사태가 일어났을까? 난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전두환 쿠데타'는 역사상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준다'더니, 최루탄으로 눈물만 더 흘리게 했다. 

불과 7년 뒤, 80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그때 정치인이 싸웠나? 아니다. 국민과 학생이 싸웠다. 정치인은 앞장서지 않았다.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운동가'란 이름으로 국민이 싸웠다. 그렇게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 놨더니, 김영삼-김대중이 또 단일화하지 않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단일화했다면, 국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을 것이다. 혁명에 가까운 선거가 됐을 것이다. 단군 이래 절호의 기회를, 4.19혁명 같은 기회를, 군부독재의 종기를 뿌리째 뽑을 기회를 망친 건 정치인이다. 

이후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을 했지만, 뭘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치 상황이 나빠졌다. 김대중-노무현 민주 정권 10년 동안 민주화 터전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 아닌가. 

제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준다'고 말하지 마라. "여러분, 내가 여러분 더 울릴 테니 각오하십시오"라고 하면, 오히려 국민이 각오할 것이다. 더 이상 '눈물 닦아준다'며 울리는 정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증오 정치 조장하는 지도자"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긴 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감옥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지난 대선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본다. 그럼에도 선거를 통해 과거 군부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됐다는 건,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참….  

임헌영 : 야당이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모든 책임은 결국 정치인들에게 있다. 현재의 여야, 진보세력까지 모든 정치인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런 반성이 없다면, 일본처럼 보수정권이 장기 집권하지 않을까? 참, 공포스럽다.  

우리나라의 비극은 빈부격차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친일파와 독재자의 계승자들, 즉 파렴치한이 만든 역사와 상식의 격차다. 빈부격차는 사실 돈만 생기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와 상식의 격차는 글쎄….  

역사 인식의 격차 때문에 같은 국민이면서도 화합하지 못한다. 마치 적을 대하듯 증오감마저 생겼다. 지도자가 어떻게 국민들의 증오를 조장하는 정치를 하나.  

선거 때 보면, 내가 내 가족을 설득하지 못한다. 5.18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도 '북한 간첩이 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인식의 격차가 오늘의 우리를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파렴치한 정치세력이 주입한 결과다. 생각할수록 무섭지 않나?  

8.15광복 이후, 나쁜 세력은 나쁘게 좋은 세력은 또 굉장히 좋게 발전했다. 마치 독립운동가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대변하고, 친일파가 우리의 열악성을 대변하듯 말이다. 훌륭한 민주세력과 저급한 반민주세력이 같이 성장했다.  

국민은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래도 착한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런데 파렴치한 정치세력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파괴한다. 그렇다 보니, 나쁜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설득조차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레시안 : 우리 사회 중요한 격차로, 역사 인식을 꼽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100% 국민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진보-보수의 감정적 골은 더 깊어졌다. 또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드러났듯 젊은 친구들의 역사 인식이나 상식이 상대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다. 해결방법이 있을까? 

임헌영 : 답은 하나밖에 없다. 올바른 정치,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사람도 정치를 하기란, 굉장히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그래도 민주주의를 하려고 했다. 역사를 바로 봤고, 파렴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파렴치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올바른 사람을 세울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다. 아무리 일베가 떠들어도 '너무 하다'고 생각하는, 파렴치에 대해인식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민주주의를 통해 부정이 없는 지도자를 뽑을 능력 또한 국민에게 있다고 본다. 정치인이 민주주의 기본 룰을 지킬 때 가능하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민주주의 자체가 없어진다. 그게 두렵다.  

어떻게 자기 생각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역사에는 올바른 게 있다. 그러나 수시로 변하는 정치 현실에서는 '내가 말하는 대로 해야 민주화가 된다. 통일된다'라는 정답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도 될까 말까 한데 말이다. '내 방법 이외의 사람들은 나쁘다.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건 정치적 미숙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사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고 있는 임헌영 소장 ⓒ프레시안(손문상)


"'천안함, 북한 폭침' 언급이 종북이다!"  

프레시안 : 파렴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아예 탈각됐다고 지적했다. '종북'이란 정치적 용어가 그렇게 쓰인다.   

임헌영 : 야권의 당면 과제는 '종북'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파렴치한 정치를 정화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는 친일파·군사독재를 청산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둘째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쓴 사람을 정계에서 은퇴시켜야 한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다 '종북'을 쓴다. '종북'이라는 단어 안에 모든 것이 용서된다. 이승만 정권 당시 '반공'하면, 친일도 용서되고 부정부패도 용서됐다. 지금이 그런 지경이다. 참 파렴치한 것이다. 그 역사 인식과 '종북'을 청산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두고두고 고생할 것이다. 진보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종북'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북한 폭침'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종북'으로 몰렸는데, 문 대표가 이들과 거리를 둔 셈이다.  

임헌영 : 야당이나 진보세력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도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바에 대해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건 정치인의 도리 아닌가. 그런데 '북한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종북'인가. 오히려 '북한 소행'이라고 말하는 게 '종북'이다. 

대한민국 영해 안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 북한이 그렇게 정교하게? 놀랍다. '종북(從北)'은 북한을 찬양하는 건데, '북한 소행'이라는 견해는 북한에 대한 찬양이다. 

정치인이 지금까지 안 했던 말을 새삼 했다고, '달라졌네. 그 사람을 찍자!'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얻은 표일 때 가치가 있다. 국민을 속이며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얻은 권력은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스스로 권력을 잡아도 힘들다. 이런 사실을 야당이나 진보가 알았으면 좋겠다.  

"자칫 '200년 전쟁' 될까 암담하다" 

프레시안 : 현 정부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 복원이 정권의 목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최근 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 12명에 친일파가 포함됐다. 

임헌영 : 박근혜 정부는 역사 인식을 탈색하는 '전 국민 몰지각화 운동'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사육신을 높게 평가해야 하는데, 세조가 훌륭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처음 주목한 곳이 민족문제연구소다. 물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빌미가 됐다. 

<백년전쟁>은 역사적으로 철저하게 고증했다. 실제 검찰조사에서도 다 증명했다. 그런데 파렴치한 정권은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참, 고약하다. '팩트(역사적 사실)'를 문제 삼는 건, 저의가 있다.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게 못마땅한 것이다. 국민의 친일파 청산 의식이 높기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을 비판하기보다는 <백년전쟁>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불편한 심기를 엉뚱한 데 푸는 격이랄까?(☞ 참고 기사 : 이승만·박정희 다룬 <백년전쟁>이 국가 안보 문제?) 

<백년전쟁>은 광복 70년 중에 장기 집권한 두 인물, 이승만-박정희를 다뤘다. 그런데 친일로 몰린 사람들이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를 전면화해 박 대통령의 심기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당신 아버지를 이렇게 비꼬았다'라며 민족문제연구소를 탄압하려는 심리가 깔렸다.  

박근혜 정권이 역사교과서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현 정권의 핵심이 친일 공모자'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 아베 총리가 하는 행동과 똑같다. 일본 역사교과서나 우리나라 교학사가 만든 교과서나 역사관이 똑같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아베에게 사과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파렴치한 것 아닌가. 

특히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어떻게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하나만 사과하라고 할 수 있나. 광복 70년 동안 국민 인식은 높아졌는데, 정치인은 아직도 못 깨어나고 있다. '자기들은 똑똑하고, 국민은 바보다'라고 지금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병에 걸리면, (세상만사) 참, 편리할 것 같다. 

프레시안 : <백년전쟁>이 가진 함의는?  

임헌영 : 지도자 한 명이 집권만 잘하면 경제 정책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사회문화와 국민 인식은 3대에 걸쳐 이뤄진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부터 부정적인 정치 행태가 이어졌다. 그러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독립운동을 했다. 반면, 반민족세력 또한 철저하게 자기 민족을 배신하며 득세했다. 당시 독립운동가는 가족뿐 아니라 일가를 희생하며, 조국을 되찾는데 헌신했다. 8.15광복 후, 제일 먼저 독립운동가 및 연좌제에 묶인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켰어야 한다. 그리고 반민족세력을 응징했어야 한다. 

그 역사가 일제 36년을 넘어 지금까지 1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잘못하면 '200년 전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만큼 암담하다. 이 다큐의 연작이 언제 끝날지, 누구에게까지 내려와야 할지 안 보인다. 

프레시안 : 최근 '다음' 뉴스펀딩에 '강제징용 피해자 사례'를 연재하고 있다. 반응이 좋다.

임헌영 : 일제시대 징용자 및 위안부는 국민들이 직접 느끼는 문제다. 다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왜 징용을 갔을까? 결국 나라를 빼앗겨서 갔다. 왜 나라를 빼앗긴 거지? 나라를 빼앗겨도 징용은 안 갈 수 있었을 텐데…' 등 조금 더 유추하며 '친일파 청산이 바로 오늘의 문제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국제적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주목받고 있다. 이게 참, 좋으면서도 걱정스럽다. 우리 정부도 일본에 사과하라고 한다. 그런데 사과하면 다 해결되나? 아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수만 가지의 죄악 중 하나일 뿐이다. 일본이 죽인 모든 국민, 특히 독립운동가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평소 내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처는 보훈처대로 하고, 전범 국가인 일본에는 별도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공식 선언이 있어야, 한일관계가 정상화된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면, 보수 언론과 보수 진영은 '일본이 사과했다'고 떠들 것이다. 참 염려스럽다. 오히려 '200년 전쟁'이 될까 걱정된다.  

사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문제와 현대 한일 관계만 다루려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적 발언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일청산을 하려고 보니, 너무 현실적인 권력에 직면하게 됐다. '아, 정말 친일파 청산하려면 그런 의지를 갖춘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구나. 그런 정치인이 힘을 가져야 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말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발언 역시, 친일파 청산의 일환이다.  

임헌영, 어느새 '리영희'가 되다  

 

ⓒ프레시안 (손문상)

프레시안 :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받아 지금까지 24년간 친일 문제를 연구해 왔다. 특히 3.1절과 8.15 광복절 등 기념일이면 정부 산하 기관 및 시민단체에서도 자료 요청이 쇄도한다고 들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계획을 듣고 싶다.

임헌영 : 연구소 1차 목표가 2009년 편찬한 <친일일명사전>이었다. 반응도 좋았고 연구소 또한 신뢰를 얻었다. 그런데 아직 학술상을 못 받았다. 사실 사전 편찬은 연구적 성과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도 "8.15광복 이후 최고 업적"이라고 할 만큼 연구 성과가 뛰어난 작업이다. 사전을 만들면서 일본어 신문이던 <만주신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혈서로 쓴 만주군관학교 지원 자료(1939년 3월 31일 자)도 발견했다. 

2차 목표는 '식민통치사료'를 내는 것이다. 광복 70년이 된 지금까지 우리가 일본에 얼마나 많이 빼앗겼는지 통계가 없다. 민간인 희생도 20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 오락가락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본과 한국의 동아시아 평화 정착'이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역사박물관(가칭)'을 건립해 일제 식민 수탈과 잔혹한 통치를 그대로 전시할 계획이다. '독립기념관'과는 또 다른 민간인의 수탈사(收奪史)를 모으는 작업이다. 그래서 후대에 누구나 와서 보고, 일제 식민사(植民史)를 되새겼으면 한다.  

프레시안 : '임헌영' 개인은 문학평론가다. '민족 문학' 분야의 개척자로, 18년 만에 평론집 <불확실한 시대의 문학>(한길사 펴냄. 2012)를 펴냈다.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나.  

임헌영 : 지금도 15권 정도의 비평이 쌓여 있다. 책을 내려고만 하면, 세월이 이상하게 꼬여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문학'과 '해외 동포 문학'을 주로 연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민족 문학'이란 것 자체가 낡은 시대의 언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시대에 맞는 민족 문학을 계속할 생각이다. 

<불확실한 시대의 문학>은 이런 연구를 간추린 것이다. 서간문에도 밝혔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사회 문화와 역사 인식이 바뀐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사회를 읽는 척도가 된다. 

"'불확실 시대'라니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따지면 우리가 함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역사적 필연, 사필귀정 같은 말에 현혹되기에는 우리 세대는 너무 많이 속아왔다. 어떤 공고한 민주주의와 번영·평화도 한 고약한 정치가에 의하여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으로도 예기치 못한 상황을 유럽이나 미국의 예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통감하면서 '불확실 시대'에 대한 명칭에 더 애착이 갔다. 현재 지구 위의 어느 국가도 자신의 나라는 파멸로 이끌 히틀러 같은 인간을 지도자로 선택할 개연성이 엄존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스럽게 한다."(<불확실한 시대의 문학>서간문 '불확실성을 밝히는 하나의 별' 중)

프레시안 : 리영희 선생이 고인이 된 지 5년이 됐다. 일흔대여섯 살, 지금 본인의 나이가 리영희 선생과 대화를 하고 기록했던 때다. <대화>(한길사 펴냄. 2009년)의 마지막에 '리영희 선생의 곧은 성품이 외경심의 원천'이라고 했다. 현재 본인이 우리 사회 '외경심의 원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임헌영 : 당시 리영희 선생 건강이 좋지 않아서 대화를 이끌어내기 바빴다. 한두 시간 하면, 쉬어야 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참 어려웠다. '외경심의 원천'이라. 나는 리영희 선생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선생은 독종이다. 난 그렇게 못한다. 마음이 좋아서…(웃음).  

지금 살아 있다면, 직언을 날렸을 것이다. 리영희 선생이 얼마나 날카로웠던지, 일부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용주의에 기대할 때 첫마디가 이랬다. "두고 봐라.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훨씬 더 악질적일 것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남북문제 개선,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였다. 

그 가르침으로, 난 박근혜 정권을 간파했다. 재야인사 중 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MB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두고 봐라. MB보다도 못하고, 아버지 박정희보다 훨씬 못할 것이다." 지금 어떤가. 이런 점은 리영희 선생에게 배웠다.  

간단하다. 인간의 본질을 봐야 한다. 본질을 못 보면 그 사람에게 속는다. 박근혜 대선 후보 시절, 자세히 관찰하며 그가 쓴 책을 다 살펴봤다. 그랬더니, 가치관이 어느 정도 짐작되더라.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와 다르다.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훨씬 못하다.  

굳이 평하자면, 아버지 박정희는 옳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당대 최고 두뇌를 등용했다. 특히 5.16쿠데타 직후, 진보적인 사람들을 불러들여 '새마을 운동'을 설계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 정부는 사람 쓰는 것을 보면….  

사람의 본질을 보면 참 편리하다. 본질에서 어긋난 것은 예외고, 결국은 본질로 돌아간다. 하지만, 요즘 진보세력들이 변증법을 공부하지 않는다. 변증법을 공부하면, 역사와 사람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그런데 본질을 보지 않고, 껍데기만 보기 때문에 조금만 나아져도 '희망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게 거품이란 것을 모른다.

 

 

* '단박 인터뷰'는 2015년 <프레시안>이 새롭게 연재하는 조합원과 독자 참여형 인터뷰입니다. 피터팬79님, 아사검님 질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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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문형철 2015. 04. 09
조회수 2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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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조립단계 FA-50

 

  방산업체는 지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 터져나오는 방산비리와 삼성의 방산분야 철수,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매입으로 방산기업 1위에 오른 한화, 공군 전력증강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KFX(한국형전투기)사업 입찰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KFX 사업수주에 나선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과 뒤늦게 경쟁입찰에 뛰어든 대한항공(KAL)의 무기생산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 2월 26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방문기를 싣는다. 유감스럽게도 대한항공의 현장방문은 이뤄지지 못해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남도의 한적한 소도시 사천

 

 늦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2월 26일 아침 8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남사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혼잡한 서울근교를 벗어나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자 ‘경상남도’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높지는 않지만 해발고도 100~200미터 정도의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취재차 들리는 경남 사천이지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초중고 과정을 KAI가 소재한 사천에서 불과 20여분 떨어진 진주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천만과 삼천포항에 놀러갔었던 청소년기의 추억이 떠올랐다.
 인구 119,744명(2014년 통계)의 경남의 서남부 소도시 사천은 서울과 달리 황사도 추위도 없는 포근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터미널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의 지붕장식이 비행기 모양이었다. 사천시에 공업단지가 조성이 되어있지만, 지역을 대표 할 기업이 KAI이기에  KAI에 대한 지역민의 민심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KAI 본사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정겨운 사투리로 “KAI라는 기업이 사천에 있어서 좋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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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에이션 센터에서 비행시뮬레이션을 조작중인 학생들

 

  미래인재 양성 ‘KAI 에비에이션 캠프’

 

 KAI 본사에 도착했을때 제일 처음 눈에 띈 것은 KAI 에비에이션 센터였다. 항공테마파크처럼 보이는 에비에이션 센터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 된 전투기에서 KAI가 제작한 T-50까지 다양한 항공기가 옥외에 전시돼 있었다. 일본의 항공자위대가 항공자위대와 항공우주를 홍보하기 위해 하마마츠에 무료로 운영중인 에어파크가 연상됐다. 
 에비에이션 센터의 실내에는 다양한 항공기의 작동원리와 과학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이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KAI의 사회공헌팀 마경섭 팀장은 “2010년부터 청소년들에게 국가 항공산업의 발전상을 제대로 알리고 항공산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미래에 항공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인재로 양성하고자 KAI 에비에이션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KAI 에비에이션 캠프는 초음속 항공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는 KAI의 경험과 지식, 공간을 전국의 수학, 과학 교사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체험 학습장으로 제공하는 창의과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1만5000여명의 학생과 교사가 캠프를 수료했다고 한다.

 

 산학협동과 지역사회의 공헌 ‘KAI-Track 협약’

 

  KAI는 에비에이션 캠프만이 아니라 국립경상대와의 우수인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위한 노력은었다.  마경섭 팀장은 “국가 항공산업의 안정적 발전를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 하고자 2006년부터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와 ‘KAI-Track 협약’을 체결하여 KAI 직무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우선 채용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게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성과 향상과 기업 채용율을 높여줄 수 있고, 기업에게는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고 입사 후 재교육의 시간을 줄이는 기업과 학교의 상생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KAI-Track은 현재 경상대 이외에 전국 7개 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산학 협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마 팀장은 덧붙였다. 
 

 국산화의 산실 ‘KAI 항공전자 통합실험실’

 

 에비에이션 센터를 둘러본 후 향한 곳은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었다. 한 대의 전투기에는 무수한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구되는 전투기의 경우, 전투임무에 필수적인 임무컴퓨터, 전투기에 탑재되는 수많은 무장들을 통제하는 무장관리 컴퓨터, 임무지형에 대한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전자지도 컴퓨터 등 다양한 두뇌 활동을 맡은 전자부품이 원활하게 통합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전자부품은 전방상향시현기(H.U.D-Head Up Display), 스마트 다기능 시현기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전투기의 정확한 상태와 정보가 연동되어야 조종사가 전투기량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이러한 주요 항공전자 장비와 부품이 상호간섭 없이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실험실의 입구에는 앞서 언급한 항공전자 장비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고, 상당수의 장비와 부품들의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AI 항전체계팀 김기성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전자시스템 개발은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수행을 위해 임무컴퓨터를 중심으로 센서, 무장 및 항법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로서 시스템 설계, S/W 설계 및 H/W 설계로 구분된다. KAI는 T-50 고등훈련기 개발 시 항공전자 시스템을 해외업체와 공동개발하여 시스템 개발, S/W 개발 및 통합시험에 대한 독자능력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항공전자장비를 장착하거나, 무장을 추가할 경우 지상 SIL (System Integration Laboratory)에서 시스템 설계, S/W 및 H/W에 대한 시스템 통합검증을 실시해야 하는데, 최초 SIL 설계/개발을 해외업체에 의존했기 때문에 국산화에 한계가 있었다.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하려면 계속 해외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해외업체로부터 ‘기술독립’을 한다는 의미에서 ‘8.15 station’이라고 명명한 장비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산업부의 선행 연구개발과제인 ES (Embedded System) 사업을 통해 완전히 독자적으로 SIL을 개발했다. 김기성 팀장은 이때부터 KAI가 새로운 항공전자 및 무장장착에 따라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든 독자적으로 개발 및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KAI의 기술적 성과를 설명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에는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훈련체계, 정비사 훈련을 위한 정비훈련체계, 체계적인 훈련을 관리하기 위한 훈련관리체계(TMS : Training Management System)와 시뮬레이터 등의 훈련장비, 자가 학습과 집체 교육을 위한 CBT(Computer Based Training)/CAI(Computer Aided Instruction), 교보재와 교육보조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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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독립 ‘8.15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우리기술로 탄생된 시뮬레이터의 모습

 

  특히 시뮬레이터는 조종사들이 지상에서 실전과 같은 비행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 조종석과 기능 및 성능이 동일하다.  T-50 훈련체계 개발 이후 FA-50 및 국내에서 개발된 각종 비행 시뮬레이터는 IT 융합의 집합체로서 항공기 기술 이외에도 각종 영상처리, 네트웍 통신 등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실험실에서는 메버릭 미사일(AGM-65)형태의 교육보조물이 놓여져 있었는데, 이 교육보조물의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상을 시뮬레이터에서 조준해서 발사하는 시연장면을 볼 수 있었다. 조준이 완료되자 명중이라는 가상 상황이 연출되며 무장창의 정보에서 사용된 무기가 파일런에서 없어졌다는 정보가 화면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팀장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우리는 조종사가 실제상황과 같은 상황 속에 효과적으로 훈련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동시에다양한 상황을 구연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전자장비와 부품들이 간섭이 없고 조종사에 최적화되기 위한 체계통합이 중요하다. KFX 개발을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KFX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

 

  세간에는 항공기 엔진도, AESA 레이더도 만들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KFX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김기성 팀장은 “AESA 레이더의 항공기 장착 문제는 레이다 전문업체가 담당하는 레이더 자체와 항공기 체계업체가 담당하는 통합측면 2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AESA 레이더는 정부 주관으로 국내 전문업체와 단계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KF-X 사업에서는 국내 전문업체의 일부 기술 부족을 감안하여 해외 선진업체와 기술협력 개발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항공기 업체인 KAI가 담당하는 체계통합기술은 FA-50 사업에서 기계식 레이더를 통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서 AESA 레이더 전문업체로부터 기술자료(ICD)를 제공받으면 통합 장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AESA 레이더를 체계 통합한 경험이 없는 상태이므로 항공기 개발 과정상의 시행 오를 줄이기 위해 AESA 레이더 및 IRST 통합 등의 기술을 가능한 한 F-X사업의 절충교역을 통해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KAI는  절충교역으로 기술이전이 어려울 경우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체계 개발간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의 예를 들었다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는 KAI와 마찬가지로 AESA 레이더를 만들거나,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항공기 체계종합 업체다. 유러파이터도 AESA 레이더와 엔진을 전문업체로부터 납품받아 다른 첨단 장비와 융합하여 전투기를 전력화하고 있다. KAI는 이들 항공전자 장비를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기체 보기 및 항공전자 장비를 항공기에 체계통합하여 전력화하는데 문제는 없다. KAI는 1999년 10월 설립 이후 KT-1에서 FA-50의 전력화까지 수많은 정밀무장 및 항공전자 장비 등을 통합하여 전력화했던 경험을 토대로 KF-X 전투기를 개발하여 전력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KAI의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시끄러울 것 같은 공장의 이미지와 달리 아주 조용했다. KAI의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도 연구 개발 인력의 대폭 확충 등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KAI의 인력현황을 보면 전체 3,423명 중 40%에 해당되는 1,378명이 기술 개발 분야에 속해있다. KAI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KF-X와 LAH·LCH 개발을 위해 1,000여명의 연구개발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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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을 제작하는 공정  

 

 꼼꼼하고 청결한 항공기동(생산현장)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 연구개발 분야라면, 항공기동(생산현장)은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들의 제작과정과 생산라인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항공기 제작은 고도의 숙련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다.  자동차와 달리 높은 고도에서 고속으로 이동하고 열과 마찰 등 여러 악조건을 견디면서도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소재의 선정과 조립 또한 상당히 까다롭다. 예를 들면 전투기의 날개는 강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를 주로 이용한다. 동체와 날개 등 주요연결 부위는 용접이 아니라 리베팅이라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너트와 볼트로 주요부위를 결합하면 무게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나사모양의 리벳을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 집어넣어 열처리를 하거나 두들겨 연결부위를 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부분에서 각 부품과 장비의 통합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서 신중함을 요구한다. 
 생산현장은 항공기생산기술 2팀 한호종 팀장이 안내를 했다. ‘수리온’과 ‘FA-50’이 줄지어 있는 KAI의 항공기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로봇의 다리처럼 생긴 기둥들에 의해 고정되어져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밀이 생명이기 때문에 수평과 좌우기울기 균형이 모두 충족되어진 상태에서 조립이 돼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제어된 버팀 장치에 올려놓고 제작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리온의 회전익 조립공정에서는 휴대품과 공구를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호종 팀장은 “항공기는 상당히 민감하다. 회전익기의 심장인 로터나, 고정익기의 공기흡입구 등  항공기의 곳곳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라이터나 공구 하나라도 실수로 기체에 들어가게 되면 심각한 고장은 물론, 조종사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전 공정에서 이러한 실수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점검을 실시한다” 라고 설명했다.  생산현장은 상당히 청결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종합후속지원체계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향한 곳은 고정익 고객지원팀이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에서는 KAI의 종합후속체계를 구축해  ‘성능개량 전문업체’로의 영역확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 정연명 부장에 따르면. KAI는 P-3, E-737의 성능개량 개조(MRO)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H-53 등의 해외 창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의 성능개량 개조와 민수 MRO를 추진하는 종합후속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정 부장은 군대의 상황실에서나 볼법한 대형화면을 통해 KAI의 종합후속지원체계를 설명했다. 해외 각국에 수출된 KAI 항공기들의 기체정보 및 상황들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실시간으로 우리는 고객들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TF팀이 가동되고 언제든 현지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래 항공산업 인재 양성,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와 생산과 후속지원체계 등 KAI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방산업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글/사진 문형철 기자:captin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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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언어'로 연설한 유승민

 

증세 공론화 치고 나오고 재벌 정조준... 환영 논평낸 야당, 속내는 복잡

15.04.08 17:51l최종 업데이트 15.04.08 17:5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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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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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 -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야당의 찬사가 쏟아졌다. 보통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끝나면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혹평을 쏟아냈던 과거를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찬사를 보낸다"라고 썼다. 

야당 찬사 받은 유승민의 연설

야당의 반색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오랜 정치적 소신이었던 '경제 정책 좌클릭'을 새누리당의 혁신 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라며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서민·중산층의 편에 서겠다"라고 밝혔다. 

고통 받는 서민의 범주로 빈곤층·실업자·비정규직·신용불량자·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장애인·무의탁노인·결식아동·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 등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이런 어려운 분들에게 노선과 정책의 새로운 지향을 두고, 그 분들의 통증을 같이 느끼며 그 분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책무이듯이, 심각한 양극화로 인한 내부의 붕괴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는 것도 보수의 책무"라며 "어제의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었다면 내일의 새누리당은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은 야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표현들인 '가진 자'. '기득권층', '공동체', '사회적 경제' 등 '야당의 언어'로 채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134조5000억 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과도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극화를 말했다"라며 "양극화 해소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던 그 분의 통찰을 저는 높이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증세 공론화 치고 나오고 재벌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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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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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원내대표는 특히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부담-중복지'를 지향해야 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야당도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고 있었던 증세의 필요성을 과감하게 언급했다. 우선 증세 대상은 대기업과 부자들로 못박았다.  

그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세의 형평성이 확보돼야만 중산층에 대한 증세 논의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가들의 도덕적 해이도 정조준했다. 유 원내대표는 "재벌·대기업은 지난날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 일가친척에게 돈벌이가 되는 구내식당까지 내주고 동네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끄러운 행태는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민자본주의의 단계를 벗어나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아픔과 2차·3차 하도급 업체의 아픔을 알고 이런 문제의 해결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존경받는 한국의 대기업상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배임·뇌물·탈세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재벌들의 사면·복권·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뿌리 있는 유승민의 좌클릭... 김무성·최경환과 갈등 우려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인 유 원내대표의 '좌클릭' 선언은 갑작스런 게 아니라 뿌리가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재벌·대기업은 수십 조 원의 이익을 보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내버려두는 게 보수냐? 4대강에는 22조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쪽방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면서도 기초생활보호도 못 받는 분들을 위해서는 예산이 없다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내뱉는 것이 보수냐"라며 중도를 향한 보수의 '좌클릭'을 주장한 바 있다. 

또 "수천 억을 버는 재벌과 100만 원이 없어서 자살하는 사람들, 이 양극을 두고는 공동체를 유지할 수도, 국민통합을 이룰 수도 없다"라며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야권이 주장해 왔던 진보 의제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당의 지향점을 부자, 대기업이 아니라 제일 고통 받는 국민들한테 두자"는 '용감한 개혁'을 기치로, 당내 주류인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제쳤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오랜 소신이 실제 보수 여당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연설에서 밝힌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복지 확대, 재벌 개혁에 대한 기조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견지해온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김무성 대표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도 생각 차가 적지 않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유승민의 좌클릭'에 여권 내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밝힌 야당도 속으로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속내도 복잡하다. 실제 새누리당의 변화가 시작되면 야당이 틀어쥐고 있었던 정책 영역을 새누리당에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이 머뭇머뭇 하고 있을 때 유 원내대표가 증세 공론화 문제까지 먼저 치고 나왔다"라며 "야당이 반색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도 여당의 혁신 움직임에 대응하는 전략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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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뭉개기 전승 거둔 새누리, 4승에 도전

 
 
권성동-심재철 등 ‘뭉개기 전담‘의 노하우, 야당 속수무책?
 
육근성 | 2015-04-08 15:07:1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새누리당이 7일 종료되는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국조) 특위 활동 기한을 다음달 2일까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그간 국조는 MB 등의 증인출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해 왔다.


국조 기한 연장 합의한 여당의 꿍꿍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내가 증인으로 나가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증인으로 나온다고 하니 내가 나가겠다”며 새누리당의 퇴로를 차단하자 권성동 국조특위 여당 간사는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레벨이 다르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 ‘MB 출석 불가’를 외치던 새누리당이 왜 기한 연장에 합의한 걸까?

4월 임시국회 등에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거래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4.29재보선을 의식한 포석이기도 하다. 수십조 원을 탕진했다는 의혹이 있는 자원외교 비리는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그런데도 납득할 수 없는 핑계로 국조를 밀칠 경우 국민들의 원성은 여당을 향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감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기한 연장에 합의한 것이다.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여당의 꿍꿍이가 다른 정치적 목적을 향해 있는 한 국조를 통한 해외자원투자 비리 진상규명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간(19대국회) 국조는 여야합의제를 악용하는 새누리당에 의해 매번 빈 깡통이 되고 말았다. 여당의 트집 잡기와 방해공작, 시간 끌기와 버티기 수법은 교묘했다. 세 차례(19대국회) 진행됐던 국조에서 새누리당이 일관되게 보여 준 건 딱 한 가지, ‘어떻게든 대통령을 보호하자’ 이것뿐이었다.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호도해서라도 청와대만 지켜내면 된다는 식이다.


19대국회 국조 모두 ‘빈 깡통’, 자원외교 국조도 같은 운명?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2012년)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엉망이었다. 증거 인멸을 방조하고, 윗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공무원 몇 명만 기소한 뒤 사건을 덮으려했다.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새누리당은 어쩔 수 없이 국정조사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국조 특위가 구성(2012년 7월)됐지만 새누리당은 엉뚱한 주장을 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거 정권이 벌인 불법사찰을 덮어둔 채 “현정권의 문제만 조사하는 건 안 될 일”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여당의 ‘물귀신작전’에 말려들며 국조는 파행으로 치닫게 된다.

국조 실시계획서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활동이 종료(2013년 12월)됐다. 1년 6개월 동안 한 일이라곤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선임을 위한 회의와 활동 종료를 선언하는 회의 두 차례가 전부였다. ‘물귀신작전’을 주도한 인물은 심재철 특위 위원장(새누리당)과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권성동의원이다. 활동이 전혀 없는 ‘유령국조’였다. 하지만 심재철 위원장은 활동비와 직급 보조비 명목으로  월 1,00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챙겼고, 이것이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조 뭉개기 최고 베테랑은 권성동, 심재철

부정선거 논란으로 비화되며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화 이후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온 사건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조(2013년)는 야당이 특위위원장(신기남 의원)을 맡았다. 그나마 야당 위원장이었기에 ‘원세훈-김용판 청문회’라도 열릴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NLL 대화록 공개 등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며 국조를 방해했다. 여당 소속 특위위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정원의 특명을 받아 국정조사를 뭉갤 목적으로 특파된 ‘전담팀’이나 다름없었다. 김재원,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의 맹활약을 보였지만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뭉개는데 큰 공을 세웠던 권성동 의원이었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방해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90일 이라는 최장기간 국조였지만 기관보고 일정을 정하는 데만 20일을, 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50일을 허비했다. 실제 조사가 이뤄진 건 10일에 불과하다. 청문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앞선 국조’에서 수완을 발휘하며 손발을 맞췄던 심재철 위원장과 권성동 간사의 콤비플레이가 거둔 ‘성과’였다.

아예 노골적으로 국조를 뭉개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특별법 제정이 부당하다’는 장문의 글을 카톡에 올렸고, 조원진 여당 간사는 국조 중단을 향의하는 유족을 향해 “당신 누구야? 유족이면 가만히 있어라”는 등의 막말까지 해댔다.


‘뭉개기 전담팀’의 노련미와 노하우, 야당 속수무책?

해외자원비리 국정조사 특위의 위원장은 야당 몫이다. 새정치연합 노영민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될지 의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3번이나 국조를 뭉개는데 눈부신 활약을 보인 권성동 의원과 경험이 축적된 ‘뭉개기 전담인력’이 여당 내부에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권 의원이 기한 연장에 반발해 일단 간사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국조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연말 MB가 참석했던 친이계 측근 송년회에 배석했을 정도로 ‘골수 친이’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MB를 변호하는 발언을 많이 해 ‘MB의 장세동’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송년회에서 MB는 ‘증인으로 출석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떻게 하든 증인 출석을 피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공생관계’인 박 대통령이 쉽사리 MB를 치기는 어려울 터, 국정조사 기한이 연장돼도 4.29재보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권성동 의원처럼 국조를 뭉갠 경험이 많은 ‘베테랑’과,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한 ‘전담팀’이 있기 때문이다. ‘뭉개기 4연승’을 향해 또 팀이 가동될 모양이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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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도입 열풍의 진정한 배후

 
김종대 2015. 04. 08
조회수 47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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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특정 무기체계에 대한 이상 열풍입니다. 마치 인기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듯이 어떤 신무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이상한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가 항공모함을 제작하거나 핵무기를 배치한다면 민족주의 감정이 크게 고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국가의 전략무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미국제 특정 무기 하나에 천문학적 돈을 갖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열풍이 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1991년에 걸프전이 발생하자 CNN 방송에서는 연일 이라크에서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을 다국적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요격하는 장면이 매일 보도되었습니다.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최첨단 전쟁을 목격하고 우리 군뿐만 아니라 지식인 전체가 넋을 잃었습니다. 베트남전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는 이 전쟁을 두고 앨빈 토플러는 “실리콘이 강철을 이겼다”며 감격에 찬 평론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걸프전이 종전될 무렵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패트리어트를 생산하는 레이시언사를 방문하여 조립 라인에서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이것이 바로 기술혁명의 승리”라며  연설을 하였습니다.
 이런 찬란한 위용에 넋을 잃은 한국에서는 “저 패트리어트를 사지 않으면 큰 일나겠구나”라며 당장 사와야 할 것 같은 이상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그 여파가 심했던지 걸프전이 끝날 무렵에 노태우 대통령 지시로 청와대 김희상 국방비서관을 단장으로 구매 사절단이 직접 걸프전 현장으로 날아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막상 가서 다국적군의 패트리어트 운용 실태를 보니 언론에 보도된 바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패트리어트가 스커드 탄두를 정확히 파괴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스라엘에는 상당수의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게다가 수백여발의 스커드를 갖고 있었던 사담 후세인은 한 번도 일제사격을 하지 않고 하루에 많아야 10여발을 정해진 시간에 쏘아 댔습니다. 사절단은 “알려진 성능과 다르다”며 패트리어트 구매를 유보시켰습니다. 훗날 미 회계감사원(GAO)는 “패트리어트의 실제 명중률은 2%에 불과하다”며 그 신화를 벗겨내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학자들의 패트리어트에 대한 반론도 이어졌습니다. MIT 공대의 포스톨 교수는 “기술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탄두를 요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를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이미지를 점령하는 선점효과

 

그러나 한 번 뇌리에 박힌 패트리어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선점효과(preemp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걸프전 3년 후인 1994년에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온 나라가 전쟁 위협에 휘말렸습니다. 이 때 미국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한국의 안보 불안에 주목하며 패트리어트, 아파치 헬기와 같은 무기를 구매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당장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또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용케도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 와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미사일 방어를 전역미사일방어(TMD)와 국가미사일방어(NMD)로 구분하고 이를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자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무언가 우리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증이 또 발발하여 패트리어트 구매에 대한 세 번째 열풍이 불었습니다. 2000년 6월에 국방부는 패트리어트 구매를 핵심으로 한 차기 대공유도무기 도입사업(SAM-X)를 추진합니다. 그러나 도입 시기는 멀찌감치 뒤로 미루었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와서야 중고 패트리어트 PAC-Ⅱ가 독일로부터 도입되는데, 막상 이 시점이 되자 패트리어트의 인기는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패트리어트의 성능의 한계가 알려질 만큼 알려진데다가 벌서 구형무기가 된 패트리어트가 예전과 같은 신선한 충격도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미사일방어 이야기는 거의 사라졌다가 2006년에 북한이 핵 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시기에 두 차례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이라는 충격이 몰려 왔습니다. 그러자 우리 사회에는 때 아닌 스텔스 전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합동전투기사업(JSF)에 투자국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한국은 공동 투자국 11개국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무기 신드롬과 군산복합체

 

 막상 F-35 개발이 지지부진하여 개발기간이 연장되고 가격이 폭등한 결과 2011년경에는 공동투자국 11개국이 물량을 축소하거나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고 난 이후 집단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북한의 핵 미사일 기지를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스텔스 전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마치 이 전투기를 사지 않으면 한반도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온 언론과 아마추어 군사 매니아들이 결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투기를 반대라도 하면 마치 불순분자처럼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공군 역대 참모총장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당장 이 전투기를 사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래서 2013년에 차기전투기 기종으로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F-35가 선정됩니다. 
 그런데 개발도 되지 않은 이 고가의 전투기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사업 중간에 물량을 축소하는 것으로 계획을 조정하는 무리수까지 두어가면서 차기전투기로 F-35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존하지 않는 전투기여서 계약을 할 수 없는 겁니다. 아직도 우리는 이 전투기가 언제 나올지 기다리고만 있습니다.    
 그러더니 작년에 갑자기 사드 미사일 요격체계 도입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합니다. 미국도 3개 포대 밖에 갖고 있지 않은 개발 중인 무기에 불과한 사드는 일본, 이스라엘, 나토 국가 어디에서도 구매나 배치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이 요격미사일 체계에 대한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여당 대표, 군 예비역 장성 할 것 없이 전부 나서서 사드를 사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소란을 피웁니다. 정작 박근혜 정부는 중국을 의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사드 미사일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도입이나 배치를 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 사회, 왜 이러는 걸까요? 강대국에 둘러싸여 일단 강해져야 한다는 조급성, 첨단 고성능 무기를 배치하면 무언가 위로를 받는 느낌, 신기한 무기체계가 선사하는 신선한 충격, 이런 것들이 배합되어 한국 사회는 온통 무기도입 열풍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참 희한한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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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보다 조중동이 더 나쁘다

[손석춘 칼럼] 세월호 어머니의 절규, "당신, 사람인가? 짐승인가?"
 
입력 : 2015-04-07  09:29:38   노출 : 2015.04.08  09:41:47
손석춘 언론인 | 2020gil@hanmail.net  
 

“사람인가, 짐승인가?” 

생때같은 10대 아들 성호를 세월호 참사로 잃은 어머니 정혜숙 씨가 던진 물음이다. 삭발한 어머니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닦아 달라, 숨을 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절규했다. 그 물음에 가장 먼저 답할 사람은 누구인가. 특별법을 마치 선심 쓰듯 만들어놓고, 그 누더기 법조차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에 나선 세 사람, 대통령 박근혜와 국무총리 이완구,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이다. 진상 조사 주도권을 정부가 쥐고 조사범위도 정부 발표자료 분석에 한정하는 시행령에 유족의 반발은 당연한 권리다.  

최근 흐름을 톺아보면 저들 또한 반발을 예상한 듯싶다. 시행령 발표 뒤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수억 원의 배·보상금을 지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체 무슨 깜냥인가? 돈으로 여론전을 펼 셈인가? 유족들 삭발에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 뜻’만 밝혀 어물쩍 넘어가겠다면 그 또한 여론전의 연장이다. 문제의 핵심은 고약한 시행령 아닌가.  

3인에 이어 ‘사람인가 짐승인가’에 답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기자들이다. 권력과 국민 사이엔 언론이 있다. 가상해보자. 정부 발표를 언론이 무시하면, 권력은 그것을 국민 다수에게 홍보할 길이 없다. 그 구실을 언론이 한다. 바로 그렇기에 언론은 정부 발표를 전하되 비판적 시각을 지녀야 옳다. 기자의 ㄱㄴㄷ이다.

그런데 어떤가. 조선일보는 발표 다음날 1면에 “세월호 배‧보상 학생 1인당 8억2000만원” 제하의 기사에서 “학생 250명에게 1인당 평균 8억2000만원, 교사 11명에게 평균 11억4000만원이 지급된다”고 보도했다. 시행령의 문제점에 소극적인 보도와 사뭇 대조적이다. 1면에 이어  3면 전면에 걸쳐 ‘돈’을 편집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세월호를 ‘돈’으로 덮으려는 정부’라는 표제로 1면 머리를 편집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증언한다. 경향은 진보적이고 조선은 보수적이어서 그런가? 전혀 아니다. 저널리즘 기본의 문제, 아니 그 이전에 사람으로서 품격의 문제다.

오해라면 답하기 바란다. 정부의 느닷없는 배·보상금 발표를 그동안의 관련보도와 달리 크게 부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행령에 세월호 유족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 아닌 무엇이 있는가? 하여, 조선일보를 비롯해 정부가 발표한 ‘돈’을 아무런 비판 없이 용춤추며 부각한 신문과 방송의 기자들에게 성호 어머니의 질문을 던진다. “사람인가, 짐승인가.”  

돈이면 다 된다는 ‘돈 생각’ 하는 자들이 한국 사회에 무장 늘어나는 살풍경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앞서 지목한 3인과 기자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혹 유족들이 그 정도 돈을 받았으면 그만 됐다고 판단하는가. 

먼저 3인에게 정중히 묻는다. 당신에게 10억 줄 테니 아들이나 딸, 또는 동생이 죽어도 ‘가만히 있어라’ 한다면 어쩔 셈인가? 물론, 당신들은 어림없을 터다. 당신들의 재산은 이미 곳간을 채우고 넘치지 않은가. 대통령은 해마다 수억 원을 불리고 있지 않은가. 혹 안산 사람들은 재산이 없기에 그 정도면 숙지근해지리라 생각했는가?

권력 추구가 아니라 권력 비판이 생명인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기사가 그렇게 편집되어 보도되어도 괜찮은가? 3개 신문과 3개 방송에서 주는 연봉 때문에 할 말을 못하는가? 그렇다면 어떤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이 지난해 주주배당금으로 38억 원을 받은 사실은. 당신이 현장에서 ‘기레기’ 욕을 먹어가며 뛰고 있던 2014년 내내 그는 무엇을 했을까. 어떤 일을 했기에 배당금만으로 월 3억 이상을 챙겼을까. 세월호 유족을 돈으로 능욕한 조선일보 기자들에게 정말이지 묻고 싶다.

기실 적잖은 국민이 세월호를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있다. 그만큼 받으면 이제 됐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짜장 소수일까? 아니다. 조중동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 종편방송을 즐겨보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 바로 그래서다. 어쩌면 3인보다 더 나쁜 ‘사람’은 나팔수들이다.  

   

▲ 손석춘 언론인

 

 

‘희생자들의 형제자매’가 연 기자회견에서 동생을 잃은 언니 남서현은 “그동안 우리 형제자매들은 부모님께 걱정을 끼칠 것 같아 묵묵히 있었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지금 이런 식이라면 이 나라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신문의 날’ 새벽이다. 한국 언론이 그 창간일을 신문의 날로 기념하는 독립신문은 의병을 ‘비도’로 쓴 원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범죄가 모면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세월호 유족을 더는 능욕하지 말라. 잘못을 깨달았다면, 저 오만한 3인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말라. 그것은 더도 덜도 아닌 기자의 기본책무다. 물론, 짐승이 아니라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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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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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민간학살' 피해자 언론 인터뷰가 열리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모욕당했다'고 주장하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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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의 집회하는 고엽제 전우회 베트남전 '민간학살' 피해자 언론 인터뷰가 열리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모욕당했다'고 주장하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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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모욕하지 마라" "민간인 학살 운운, 거짓말 하지 마라"

7일 오후 서울 시내 모처. 커튼을 쳐둔 창밖으로 날선 구호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방한 중인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 떤 런(남·64)씨와 응우옌 티 탄(여·57)씨가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이날 오후 7시에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베트남전 관련 사진전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리셉션 행사가 베트남전 관련단체의 압력으로 취소된 터였다. 

"내가 있던 자리에서만 65명이 한국군에게 희생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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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떤 런(NGUYEN TAN LAN)씨와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씨가 언론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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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당시 한국 군인들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 사람에게 면전에서 자신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참전 군인들의 모습은 어떻게 비쳤을까. 

"여러분들에게 한국 군인들이 우리 베트남에 있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습니다. 참전 군인들이 저를 보시기가 좀 껄끄러울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말문을 연 사람은 응우옌 떤 런씨. 그는 15살이던 1966년 2월 13일을 잊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과 이웃사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대던 군인들 어깨에 붙어있던 호랑이 마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군인들은 우리 가족을 포함한 25가구의 마을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고개를 숙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 지난 후, 어떤 군인이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수류탄이 떨어졌어요. 사방에 포연이 자욱한 가운데 주변에는 팔이 잘린 사람, 하반신이 잘린 사람, 창자가 흘러나오고 뇌수가 흘러나온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어요. 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을 부르고, 자식은 부모를 찾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응우엔 떤 런씨는 이날 어머니와 13살이던 여동생을 잃었다. 

"제가 있던 자리에서만 65명이 한국군에게 희생당했습니다. 바로 제가 목격자이고 생존자입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제 심장으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만 말을 하는 겁니다."

"총 쏘고, 불 지르고, 칼로 찌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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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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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티 탄씨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은 1968년 2월 12일이었다. 

"당시 저는 8살이었지만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군들이 입었던 얼룩무늬 군복을 기억합니다. 몇 명의 군인들이 제가 숨어 있던 방공호에 폭탄을 던지는 시늉을 하면서 나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같이 있던 이모가 나가라고 해서 방공호를 나갔는데, 한국 군인들이 총을 쐈습니다. 

오빠는 덤불숲에 엉덩이가 날아간 채 쓰러져 있었고, 언니는 대나무 숲에서 죽어 있었습니다. 이모는 집에 불을 지르려던 군인을 말리려다 칼에 찔려 죽었습니다. 다섯 살이었던 제 동생은 숨을 쉴 때마다 쿨럭 쿨럭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때 전 너무 어려서 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응우옌 티 탄씨 마을에서는 모두 74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학살 당시 장에 갔던 어머니도 시신무더기 속에서 발견됐다. 그렇게 응우옌 티 탄씨는 고아가 됐다. 한쪽 엉덩이를 잃고 장애인이 된 오빠와도 헤어진 응우옌 티 탄씨는 다낭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퇴원한 뒤에는 작은 아버지 아이들을 돌보며 10년을 살았다고 했다. 8살에 고향을 떠난 그는 18살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수가 있나요? 그때는 사는 게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순간 순간 죽고 싶었어요. 정말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저도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며 공부도 할 수 있었을 텐데요."

끝내 응우옌 티 탄씨는 울음을 터트렸다.

"위로 원했는데, 한국와서 이런 일 겪을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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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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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한국에 와서는 좋은 분들을 만나서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참전했던 군인 분들도 만나고 싶었어요. 그분들로부터도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한국까지 와서 이런 일을 겪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이날 베트남 참전단체들은 응우엔 떤 런씨 본인과 아버지, 형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 활동을 했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정당한 전투행위였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보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응우엔 떤 런씨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학살이 일어났을 때 저는 겨우 15살이었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집에 있었을 뿐입니다. 설사 백보 양보해서 참전군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쳐도 다른 죽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나는 그렇다치고 응우옌 티 탄씨가 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다 여자들과 아이들뿐이었는데…."

이날 통역을 맡은 평화운동가 구수정씨는 "베트남이 통일된 후 과거 베트콩 활동을 하다 죽거나 다친 사람들에 대한 보상은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이뤄졌다"라면서 "베트남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분들이 민간인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날이 되면 우리는 '따이한' 제사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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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떤 런(NGUYEN TAN LAN, 오른쪽)씨와 응우옌 티 탄(NGUYEN THI THANH)씨가 언론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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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떤 런씨는 방한 첫날 나눔의 집에서 만났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서 같은 전쟁피해자로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분들도 저희들과 똑같은 피해자였습니다. 그분들은 일본군에 의한 피해자들이고 저희는 한국군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 한 가지만 달랐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들의 시신을 채 수습하지 못했던 것이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는 응우옌 티 탄씨는 가족묘를 만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날이 되면 우리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제사를 지냅니다. 그 제사를 어머니 제사, 동생 제사, 언니 제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제사를 따이한(大韓) 제사라고 부릅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학살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는데도, 한사코 이를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베트남전 관련 단체들의 태도를 보면서 베트남전이 끝난 지 40년이 흘렀지만 아직 기억 속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응우옌 떤 런씨와 응우옌 티 탄씨의 조용한 흐느낌 소리 위로 스피커에서 나오는 군가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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