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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지구에 다시 세워진 레닌 동상

[개벽예감 491] 해방지구에 다시 세워진 레닌 동상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5/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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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로씨야공수특전군은 왜 젤렌스끼 일당을 살려두었을까?

2. 제3차 세계대전을 두려워하는 로씨야와 미국

3.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 무력침공이 아니라 해방작전   

4. 노보로씨야 해방지구에서 일어나는 격변현상들

 


 

1. 로씨야공수특전군은 왜 젤렌스끼 일당을 살려두었을까?

 

2022년 4월 28일 미국 주간지 <타임(Time)>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지미르 젤렌스끼(Volodymyr Zelensky)와 그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까(Olena Zelenska)가 개전 첫날인 2022년 2월 24일에 겪은 전쟁영화장면 같은 체험담이다. 

 

그날 새벽 개전시각, 엄청난 폭발음에 놀라 대통령관저 침실에서 잠이 깬 그들 부부는 아직 자고 있던 17살 난 딸과 9살 난 아들을 흔들어 깨웠다. 바로 그때, 젤렌스끼 대통령은 로씨야군 타격대들(Russian strike teams)이 자신과 자기 가족을 생포 또는 사살하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끼예브 시내에 강하하여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긴급보고를 받았다. 대통령관저를 지키는 경호대는 자기들의 손에 잡히는 집기와 물건을 닥치는 대로 쌓아놓고 대통령관저 출입문을 모두 봉쇄했다. 그날 밤, 로씨야군 타격대들은 대통령관저가 있는 정부청사구역까지 진격하여 치렬한 총격전을 벌였다. 절박한 시간이 분분초초 흐르고 있었다. 최후의 순간을 예상한 대통령경호대는 대통령관저의 모든 전등을 끄고, 자동보총과 방탄조끼를 젤렌스끼와 그의 보좌관 12명에게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총기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개전 첫날 밤, 로씨야군 타격대들은 대통령관저를 두 차례 공격했다. 

 

위의 체험담에 나오는 것처럼, 개전 첫날 새벽 로씨야군 타격대가 낙하산을 타고 끼예브 시내에 강하했는데, 낙하산을 타고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로씨야군 타격대는 로씨야공수특전군(VDV)이다. 로씨야공수특전군은 로씨야군 총참모부 직속 특수작전부대인데, 4개 사단과 3개 연대로 편제되었고, 총병력은 45,000명이다. 하늘색 베레모를 군모로 사용하는 그들은 강도 높은 전투훈련으로 단련되고, 최신 무기로 무장한 최정예 전투원들이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체험담에 따르면, 개전 첫날 밤, 우크라이나 대통령관저 부근까지 진격해 들어간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이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하려고 두 차례 공격했으나 그곳을 지키던 대통령경호대의 방어에 밀려 퇴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정예 전투부대로 명성이 자자한 로씨야공수특전군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경호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퇴각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만일 로씨야군 총참모부가 정말로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하려고 결심하였다면,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을 습격전에 대거 투입하고, 공습지원을 받으면서 대통령관저를 완전히 포위하고 집중공격으로 대통령경호대를 제압했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체험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당시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은 공습지원도 받지 않았고, 대통령관저를 포위하지도 않은 채 두 차례 정면공격만 시도했다가 생포작전을 포기하고 그냥 물러났다. 이런 이상한 정황은 로씨야군의 작전목표가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만일 개전 첫날 로씨야군이 대통령관저를 집중공격하여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 또는 사살했더라면, 전쟁은 곧바로 종식될 수 있었을 텐데, 로씨야군은 그들을 일부러 살려두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로씨야군의 대통령관저 습격전은 젤렌스끼 일당을 극도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겁주기작전’에 불과했던 것이다. 

 

강한 의문이 생긴다. 로씨야공수특전군은 개전시각에 대통령관저를 집중공격하여 젤렌스끼 일당을 얼마든지 생포하거나 사살할 수 있었는데도, 왜 그렇게 하지 않고 그들을 일부러 살려둔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는 울라지미르 뿌찐(Vladimir V. Putin) 로씨야 대통령의 발언에 들어있다. 

 

2022년 2월 24일 개전 첫날 새벽, 낙하산을 타고 끼예브 도심으로 강하한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이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하기 위해 대통령관저로 진격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 뿌찐 대통령은 언론매체를 통해 진행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은 우리의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고 확언했다. 그는 2022년 3월 16일 로씨야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한 화상회의에서도 “로씨야군이 끼예브 인근이나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간 것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목적(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는 목적-옮긴이)이 없다”고 또다시 확언했다. 

 

위에 서술한 뿌찐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개전 첫날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이 대통령관저 부근까지 진격했으면서도 왜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하지 않고 그냥 물러났는지 이해할 수 있다. 뿌찐 대통령이 거듭 확언한 것처럼, 로씨야의 전쟁목적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은 대통령관저 부근까지 진격했다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로씨야의 전쟁목적이 우크라이나 점령이 아니라는 사실은, 로씨야공수특전군 전투원들이 대통령관저 습격전을 시도했다가 퇴각한 군사행동 이외에 로씨야군 대대전술단 대부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끼예브 외곽까지 진격했다가 더 이상 진격하지 않고 퇴각한 군사행동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로씨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우크라이나 군사전략거점들을 모조리 파괴하는 섬멸적 타격을 자제하고, 제한적인 범위만 파괴하는 선별적 타격을 가했는데, 이런 자제행동도 로씨야의 전쟁목적이 우크라이나 점령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로씨야군은 우크라이나로 진격했으면서도 전면전(full-scale war)을 피하고, 자기의 작전력량 중에서 10분의 1 정도만 사용하는 제한전(limited war)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씨야의 무력사용이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이기 때문에, 로씨야는 자국 군대의 군사행동을 전쟁(war)이라고 부르지 않고 특수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종미우익국가들은 로씨야가 전면전을 피하고, 제한전을 벌이고 있는 중대한 사실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게 저항하면서 방어전에서 이기고 있다느니, 또는 로씨야군의 전투력이 예상한 것보다 약해서 악전고투하고 있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면서 왜곡선전을 늘어놓았다.   

 

 

2. 제3차 세계대전을 두려워하는 로씨야와 미국

 

의문이 하나 더 생긴다. 로씨야는 왜 전면전을 피하고 제한전을 택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뿌찐 대통령은 로씨야가 제한전 전략을 택한 이유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추론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만일 로씨야군이 젤렌스끼 일당을 생포 또는 사살하고,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했더라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로씨야가 점령한 우크라이나를 ‘해방’하겠다는 구실을 내걸고 로씨야를 공격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범위가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유럽대전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처럼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유럽대전이 일어날 위험성을 생각하면, 로씨야가 전면전을 피하고 제한전을 수행하는 이유가 자명해진다. 로씨야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유럽대전에 말려드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로씨야가 전면전을 피하고 제한전을 벌이는 것이 미국에게 다행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로씨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로씨야의 제한전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유럽대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각종 핵무기를 잔뜩 쌓아놓고 종미우익국가들 앞에서 제국의 허세를 부리지만, 핵강국이며 군사대국인 로씨야와 격돌하는 유럽대전이 일어나면 자기들이 로씨야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또한 만일 유럽대전이 일어나면, 미국은 중국이 그런 절호의 기회를 이용하여 대만해방전쟁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또한 만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조선이 중국을 지원해주기 위해 미일동맹군을 공격할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의 ‘남조선해방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이처럼 유럽대전이 동아시아대전으로 확대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이 핵강국들이며 군사대국들인 조선, 중국, 로씨야를 동시에 상대하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폭발위험을 안고 있는 로씨야의 제한전을 바라보면서도 우크라이나전선에 자기 군대를 파병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인 군사원조만 보내주고 있으며, 로씨야의 제한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통제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로씨야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손쉽게 제압하지 못하게 하고,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하지 않고 버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인 군사원조를 보내주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원조라는 것은 무장장비와 군사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장장비와 군사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진 로씨야군에 감히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고, 로씨야의 제한전은 지난 3월초에 벌써 로씨야의 압승으로 종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로씨야의 제한전이 로씨야의 압승으로 종결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만일 로씨야의 제한전이 로씨야의 압승으로 종결되면, 로씨야의 국제적 위상이 비상히 높아지고, 미국에 빌붙어 사는 종미우익국가들이 안보불안에 빠지고, 그로써 미국의 제국주의세계체제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로씨야와의 전쟁에서 조기에 패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에 무장장비와 군사정보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라고 배후에서 ‘버티기 작전’을 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전쟁피해를 계속 입고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으면서 미국이 사촉하는 ‘버티기 작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종미우익사상에 도취되면 사리분별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종미우익국가 우크라이나는 자기를 실컷 이용해먹고 나중에 버릴 미국의 교활한 정치음모를 전혀 알지 못하고 멸망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사촉하는 ‘버티기 작전’에 언제까지나 무한정 매달릴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의 ‘버티기 작전’은 패배로 귀결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버티기 작전’은 미국에 빌붙어 사나는 종미우익국가가 어떻게 패망하는지를 전 세계 앞에 보여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3.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 무력침공이 아니라 해방작전    

 

로씨야가 제한전에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가 하는 문제를 해명해야 전쟁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로씨야가 제한전에서 달성하려는 목적은, 한 마디로 말해서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것이다. 미국과 종미우익국가들이 퍼뜨리는 허위선전과 왜곡선동만 들어온 사람들은 로씨야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영토의 일부를 점령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우크라이나가 로씨야의 옛 영토를 점령한 것이다. 

 

그러면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로씨야의 옛 영토는 어디인가? 영토문제는 역사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로씨야의 옛 영토가 어디인지를 해명하려면, 영토문제와 관련하여 로씨야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어떻게 변천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역사자료는 로씨야제국의 영토가 벨리코로씨야(Velikorossiya), 벨로로씨야(Belorossiya), 말로로씨야(Malorossiya), 노보로씨야(Novorossiya)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벨리코로씨야는 큰 로씨야(Great Russia)라는 뜻인데, 오늘의 로씨야 영토에 해당한다. 벨로로씨야는 흰 로씨야(White Russia)라는 뜻인데, 오늘의 벨라루씨 영토에 해당한다. 말로로씨야는 작은 로씨야(Little Russia)라는 뜻인데, 오늘의 우크라이나 영토 중 서부지역과 북부지역에 해당한다. 노보로씨야는 새 로씨야(New Russia)라는 뜻인데, 오늘의 우크라이나 영토 중 동부지역과 남부지역에 해당한다. 

 

1991년 소련의 영토인 말로로씨야와 노보로씨야가가 분리되어 우크라이나로 독립했고, 소련의 영토인 벨로로씨야가 분리되어 벨라루씨로 독립했다. 소련에서 떨어져나간 벨라루씨는 로씨야와 통합하여 국가련합을 창설하기로 1997년에 합의했고, 그 이후 오늘까지 국가련합창설을 위해 힘써왔다. 그래서 로씨야와 벨라루씨는 매우 친밀한 동맹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종미우익세력과 신나찌세력이 득세하는 바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련합(EU)에 가입하려고 집요하게 책동하였다. 로씨야의 시각에서 보면, 자기의 영토인 말로로씨야와 노보로씨야가 떨어져나가 우크라이나로 독립한 것도 마음이 상하는 판인데, 설상가상으로 로씨야를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련합에 가입하려고 날뛰었으므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주권을 장악한 종미우익세력과 신나찌세력은 반로씨야정책을 맹렬히 추진하였다. 그렇게 되자 우크라이나는 내부분렬에 빠져들었다. 말로로씨야와 노보로씨야 두 지역으로 분렬되었는데, 말로로씨야는 로씨야를 반대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고 날뛰었고, 노보로씨야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로씨야의 편으로 넘어갔다. 

 

우크라이나 지도를 보면, 노보로씨야는 그 나라의 동부지역과 남부지역에 걸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보로씨야 동부지역에는 루한스크(Luhansk), 도네쯔크(Donetsk)가 있고, 노보로씨야 남부지역에는 자뽀리쟈(Zaporizhia), 헤르쏜(Kherson), 뮈꼴라이브(Mykolaiv), 오데싸(Oessa), 크림자치공화국(Autonomous Republic of Crimea)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대중운동이 일어난 2014년에 노보로씨야 동부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반대하고 로씨야를 지지하는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쯔크인민공화국이 창건되었고, 노보로씨야 남부지역에서는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로씨야로 귀속되었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쯔크인민공화국을 합해 돈바스(Donbas)라는 지명으로 통칭한다. 2014년 노보로씨야의 돈바스가 친로씨야국가로 독립되고, 노보로씨야의 크림반도가 로씨야로 귀속되자,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일어났다. 말로로씨야와 노보로씨야가 충돌한 내전이다. 

 

로씨야와 미국은 각각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했다. 로씨야는 노보로씨야를 지원했고, 미국은 말로로씨야를 지원했다. 말로로씨야, 노보로씨야와 지리적으로 잇닿아 있을 뿐 아니라 그 두 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가진 로씨야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한 것은 정당한 행동이었지만, 유럽대륙과 대서양을 건너 그 두 지역에서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졌을 뿐 아니라, 그 두 지역에 아무런 연고권도 갖지 않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반로씨야거점으로 만들려는 제국주의침탈야욕의 발로였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정권관 신나찌세력은 루한스크인민공화국과 도네쯔크인민공화국을 전복하기 위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으면서 그 두 공화국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점령지에서 억압정책을 폈으며, 로씨야로 귀속된 크림반도를 고립, 압박했다.   

 

로씨야는 1991년까지 자기 영토였던 말로로씨야와 노보로씨야를 반로씨야거점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제국주의침탈야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고, 노보로씨야에 대한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정권의 공격과 억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로씨야는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을 징벌하고, 노보로씨야를 완전히 해방하기 위한 무력행사를 결심했다. 그런 결심에 따라 로씨야는 2022년 2월 24일 무력행사를 시작한 것이다. 

 

군사적 견지에서 보면, 로씨야의 무력행사는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이다. 정치적 견지에서 보면, 로씨야의 무력행사는 다른 나라를 쳐들어간 무력침공이 아니라 자기 영토를 되찾으려는 해방작전이다. 

 

그러나 미국과 종미우익국가들은 로씨야의 무력행사를 제한전으로, 해방작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로씨야의 무력행사를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온 로씨야-말로로씨야-노보로씨야 3각관계를 인식하면, 오늘 로씨야의 무력행사가 노보로씨야를 되찾기 위한 제한전이며 해방작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로씨야는 말로로씨야를 점령하기 위한 무력침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로씨야가 점령한 노보로씨야를 되찾기 위한 해방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로씨야는 노보로씨야의 7개 지역 중에서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이 점령한 자뽀리쟈, 헤르쏜, 뮈꼴라이브, 오데싸 4개 지역을 되찾기 위한 해방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은 로씨야의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을 좌절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을 앞세워 불법적인 무력개입을 자행하고 있다. 

 

명백하게도, 그 전쟁은 로씨야의 말로로씨야 무력침공이 아니라 로씨야의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이다. 로씨야군은 총연장이 약 1,000km에 이르는 기나긴 전선에서, 그리고 면적이 100,000㎢ 이상 되는 드넓은 지역에서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을 벌이고 있다.  

 

 

4. 노보로씨야 해방지구에서 일어나는 격변현상들

 

로씨야군은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을 개시한지 8일째인 2022년 3월 3일 헤르쏜을 해방했다. 그렇게 되자 로씨야군이 해방해야 할 노보로씨야 지역은 자뽀리쟈, 뮈꼴라이브, 오데싸 3개 지역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그 3개 지역을 해방하면, 로씨야의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은 끝나게 되는데, 자뽀리쟈와 뮈꼴라이브는 이미 상당부분 해방했으므로, 오데싸를 해방하면 로씨아의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은 끝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시선을 해방지구로 돌려보자. 로씨야군이 해방한 노보로씨야의 여러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반로씨야감정에 사로잡힌 미국의 언론매체들과 종미우익국가들의 언론매체들은 로씨야군이 노보로씨야의 여러 지역을 해방한 것이 아니라 점령했다고 우겨대면서, 해방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무관심하다. 그들 언론매체들의 관심은 미국의 어릿광대처럼 행동하는 젤렌스끼 일당에게 집중되고 있으며, 미국의 사촉을 받아 패망을 자초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보도자료를 다시 정리하면, 해방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언론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면, 노보로씨야 해방지구들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방지구에서 일어나는 격변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1) 2022년 4월 18일 <월스트릿저널> 보도와 <CNN> 보도에 따르면, 해방지구에 있는 지방정부청사 앞마당에는 2014년 종미우익세력의 난동으로 철거된 레닌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고 한다. 원래 우크라이나 전역에 약 2,500개의 레닌 동상이 건립되었는데, 2014년에 집권한 종미우익세력은 레닌 동상을 모두 철거해버렸다. 

 

그러나 8년 전에 강제철거된 레닌 동상이 노보로씨야 해방지구에 다시 세워지고 있다. 전쟁의 포화가 휩쓸고 지나간 해방지구에서 동상을 갑자기 새로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해방지구에 레닌 동상이 세워지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8년 전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이 동상철거명령을 내렸을 때 누군가가 동상을 파기하지 않고 감시와 탄압을 피해 은밀히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의 감시와 탄압에 굴하지 않고, 8년 동안 레닌 동상을 지켜낸 그들은 누구였을까? 우크라이나공산당원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정치적 박해를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지켜낸 레닌 동상은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이 짓밟은 노보로씨야를 부활시킨 혁명정신의 상징이다. 

 

또한 위의 보도에 따르면, 해방지구의 지방정부청사 옥상에서는 붉은기와 삼색기가 나란히 게양되어 펄럭이고 있다고 한다. 붉은기는 소련 국기이고, 삼색기는 로씨야 국기다. 로씨야군이 해방한 땅에서 로씨야 국가가 휘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 30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영영 사라진 것 같았던 소련의 붉은기가 해방지구의 하늘에 다시 휘날리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기의 사상과 신념을 지켜온 해방지구의 인민들에게 붉은기는 해방과 승리의 상징이다. 그들은 해방과 승리의 붉은기를 다시 휘날리고 있는 것이다. 

 

2) 로씨야군은 해방지구 주민들에게 식량과 구호품을 나누어주고 있다. 전쟁상황에서 식량과 생활필수품 공급선이 끊어진 해방지구 주민들에게 식량과 구호품을 나누어주는 인도주의적 활동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로씨야군이 해방지구에 무상으로 공급할 식량과 구호품을 로씨야에서 해방지구까지 수송했다는 사실이다. 전시에 식량과 구호품을 멀리 수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전황정보를 왜곡하는 미국과 종미우익국가들은 로씨야군의 장거리수송능력이 부족해서, 탄약과 군수품을 제때로 전선에로 보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로씨야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떠들어대지만, 해방지구에 식량과 구호품을 수송하고 있는 것을 보면, 로씨야군의 장거리수송능력이 부족하다는 미국과 종미우익국가들의 주장은 헛소리로 들린다.

 

3) 해방지구에서는 우크라이나 텔레비전방송이 중단되었고, 지난 시기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이 중단했던 로씨야 텔레비전방송이 재개되었다. 또한 해방지구에서는 앞으로 4개월 동안 로씨야 통화인 루블화와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우니아가 병용되다가, 4개월이 지나면 루블화만 사용될 것이다. 해방지구의 각급 학교들에서는 지난 시기 중단되었던 로씨야 교과과정을 다시 가르치기 시작했다. 해방지구는 로씨야 인터넷과 연결되었으며, 로씨야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를 해방지구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동통신 송신탑이 새로 설치되었다. 2022년 4월 21일 <BBC> 보도에 따르면, 해방지구에서 로씨야의 노보로씨야 해방작전에 참가할 의용군을 초모하는 사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의용군초모사업은 강제징병이 아니다. 노보로씨야를 억압하고 차별했던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을 제압하고, 노보로씨야를 완전히 해방하기 위한 전투에 자진해서 참가할 청년들이 의용군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해방지구의 생활 전체가 근본적으로, 전면적으로 혁신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해방은 생활의 혁신이며, 시대의 혁명적 발전인 것이다.

 

3) 로씨야군은 해방지구에서 신나찌세력을 제거하고 있다. 2022년 4월 4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로씨야군은 해방지구에서 신나찌주의자들을 색출, 검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해방지구에서 신나찌주의자들을 색출, 검거하는 것은 로씨야군이 아니다. 로씨야군의 임무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지역을 무력으로 해방하는 것이지, 해방지구에서 신나찌주의자들을 색출, 검거하는 임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로씨야군은 탈출하지 못하고 은신한 신나찌주의자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해방지구에 은신한 신나찌주의자를 색출, 검거하는 임무는 로씨야련방보안국(FSB)이 수행하게 된다. 해방지구에 파견된 로씨야련방보안국 요원들이 신나찌주의자들을 색출, 검거하는 것이다. 2022년 4월 6일 프랑스 통신 <AFP> 보도에 따르면, 로씨야군이 부차를 해방하자, 로씨야련방보안국 요원들이 나타나 신나찌주의자들을 색출, 검거하였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뽀리쟈에 있는 도시들인 멜리토폴과 드니프로루드네에서 신나찌주의자 시장이 각각 검거되었으며, 하르키우 벨리코부르루츠까에서도 신나찌주의자 시장이 검거되었다.

 

4) 해방지구에 무정부상태가 조성되어서는 안 되므로, 종미우익정권을 해체하고 새로운 민주정권을 수립해야 한다. 새로운 민주정권을 수립하는 역사적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는 지난 시기 종미우익정권이 강제해산한 우크라이나공산당이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종미우익정권과 신나찌세력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고 강제해산당한 우크라이나공산당을 재건하려면 일정기간 준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해방지구에서는 지난 시기 강제해산당한 우크라이나공산당의 지도급 인사가 임시시장직을 맡았다. 임시시장직을 맡은 것은 임시조치에 불과하며, 새로운 민주정권을 세워야 하는데, 새로운 민주정권을 세울 정치주체를 아직 세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정권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노보로씨야 해방지구에 출현하는 과도정권은 민군합동정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로씨야군에 의해 해방된 헤르쏜과 자뽀리쟈에서 민군합동정부수립을 위한 준비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5) 해방지구에 수립된 민군합동정부가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중대한 임무는 해방지구의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로씨야의 옛 영토인 노보로씨야를 로씨야로 귀속시키는 정치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해방지구의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정치사업은 해방지구 인민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2022년 4월 2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2022년 5월 14일과 15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도네쯔크인민공화국, 헤르쏜 등에서 해방지구를 로씨야로 귀속시키기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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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해 영광…무거운 짐 내려놓는다"

"촛불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2.05.09. 10:27:33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며 "그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정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으로서 지난 5년 간 국정운영에 대한 소회와 대국민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 온 시기였다"며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격도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됐다"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돌아보며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며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북미 협상 실패로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데 대해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만은 아니었다"며 "한편으로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위리에게 생존의 조건으로 번영의 조건"이라며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온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극복해 낸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소·부·장 자립의 기회로 삼았고,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다 좋았던 것은 우리가 문제해결의 성공방식을 알게 된 것"이라며 "정부 부처를 뛰어넘는 협업체계, 대·중소 기업과 연구자들의 협력, 정부의 적극적인 R&D투자와 규제를 허문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온 국민의 격려와 성원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코로나19 대처상황 보고서는 969보였다"며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 그러나 저는 위기 때 더욱 강해지는 우리 국민의 높은 역량에 끊임없이 감동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가 함께 코로나 위기를 겪고 보니, 대한민국은 뜻밖에 세계에서 앞서가는 방역 모범국가였다"며 "아직도 우리가 약하고 뒤떨어졌다고 생각해온 많은 국민들이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며 자존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며 "한국의 한류 문화는 전 세계가 코로나로 고통받을 때 더욱 돋보였고, 세계인들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직 위기는 끝나는 않았다. 새로운 위기가 닥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어떤 위기라도 이겨낼 것이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면서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위대한 국민으로서 높아진 우리의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며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성공하는 대한민국 역사에 동행하게 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자정 임기가 종료되는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청와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청와대 정문을 나와 마지막 퇴근길을 배웅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남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 시내 모처로 자리를 옮겨 자정까지 대통령 역할을 수행한다. 

10일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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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로 드러난 ‘진짜 스카이캐슬’, 최상류층 집안의 입시 행태

  • 발행 2022-05-08 12: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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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윤석열 사단’의 대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는데, 이 지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다. 바로 자녀 입시 문제다.</figcaption>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검찰은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관련 사건을 사법처리했다. 한 후보자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녀 입시와 관련한 사안으로 집중됐다. 더군다나 한 후보자의 자녀, 비슷한 또래인 사촌들이 경험한 입시 행태는 평범치 않았다.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교육 과정이었다. 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스펙쌓기’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이들 일가의 자녀교육이 현실판 ‘스카이캐슬’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공교육 시스템을 부정하는 사안이기도 해서, 고위 공직자 자격 논란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 해 학비만 5천만 원 고교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스펙쌓기’
현실판 스카이캐슬 떠올리게 해


한 후보자의 딸 한 모 양은 A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교는 부유층 자녀들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A 국제학교에 중학생·고등학생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하버드, 펜실베니아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목표하기 때문에 유학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는 학부모는 보내기 어렵다. 실제로 A 학교 자녀들은 미국 대학 진학률이 높다. 더군다나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2022~2023년 기준 고등학생 학비만 한해 4800여만 원이기 때문에, 부유층이 아니고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의 자격을 갖춘 학생을 입학 우선순위로 간주한다”는 학교 공식 홈페이지 설명을 고려하면, 미국에서 태어나 얻을 수 있었던 한 양의 미국 시민권도 이 학교 입학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을 받는다. 시설만 봐도 그렇다. 학교 홍보 자료 등을 보면 스쿠버다이빙 수업이 가능한 ‘아쿠아틱스 센터’가 있고,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 암벽등반 훈련이 가능한 보조체육관, FIFA 인증 인조잔디구장, 육상 트랙, 테니스장, 700명 규모의 대극장, 8개 채널 프로덕션이 가능한 TV 스튜디오, 오케스트라·합창·중창 연습 및 개인연습이 가능한 음악실, 세계 어느 곳과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고해상도 화상 시스템, 1대8 교사·학생 비율 등으로 전 세계 최고의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한 양의 활동 역시 한국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고 평범하지 않다. 반독점법, 국가채무, 코로나19, 분쟁지역 교육 및 의료개혁 등과 관련한 논문 작성에 참여해 일부 학술지에 발표하는가 하면, 여러 권의 온라인 서적을 집필해서 아마존에서 판매했으며, 환경단체를 설립해 환경운동을 하고, 봉사단체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펜데믹 타임스’라는 온라인 매체를 설립해 활동했고, 차별금지를 주제로 미술 전시를 기획·개최했다. ‘로스앤젤레스 트리뷴’(LA 트리뷴)이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이 소개된 한 양의 활동 중 상당수가 대학에 가기 위한 스펙쌓기의 일환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양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실린 학술지가 돈만 내면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였고, LA 트리뷴의 인터뷰 기사 또한 돈을 주고 게재한 기사였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이 판정하고 있는 한동훈 딸 논문 게재된 학술지 등급 ⓒKISTI 화면 캡쳐

 
한 양이 참여한 논문은 크게 AJHAAL(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 APJEE(Asia Pacific Journal of Energy and Environment), ABC Research Alert 등에 게재됐는데, 이 세 곳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에서 ‘주의’로 판명된 곳이다. KISTI는 해당 학술지들을 ‘약탈적 학술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돈만 지불하면 논문을 게재해주는 식으로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라는 뜻한다.
 
LA 트리뷴에 게시된 한동훈 후보자 딸 인터뷰 글 ⓒ로스앤젤레스 트리뷴 인터뷰 글 화면 갈무리

 
LA 트리뷴이란 매체에서 발행됐던 인터뷰 기사 형식의 글 또한 돈을 주고 게재한 것이었다. 한 홍보 대행 사이트에는 65달러만 내면 원하는 기사를 LA 트리뷴에 올려주겠다는 홍보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이후 논란이 되자, 한동훈 후보자 측은 “건당 4만 원 정도 지불하고 요청한 것”이라며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논문이나 업적도 이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돈이 있어야 결과가 나온다”며 “미국은 입시에서도 재력을 본다. 저런 스펙을 쌓을 정도의 부유함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자의 고교생 딸 한 양이 쓴 전자책들 ⓒ아마존 검색 화면 갈무리


한 양이 지난해 전자책 형태로 출간한 책 두 권은 다른 사람이 무료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자료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베낀 것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한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를 숫자조차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이었으며, 심지어 해당 전자책에 원저자가 걸어둔 하이퍼링크까지 복사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부 문제는 복사해 붙여넣기를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물음표(?)로 표기됐지만, 이조차 수정 없이 출판됐다. 이 책은 현재 아마존에서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종 조카가 고등학교 시절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 연구 논문 중 일부. ⓒ논문 화면 캡쳐

 
이러한 한 양의 활동과 성취 중 상당수는 미국 명문고에 다니던 사촌들과 함께 일궈냈던 것이다. 이 사촌들은 모두 한동훈 후보자 처가 쪽 자녀들이다.

한 후보자의 장인은 진형구 전 검사장인데, 그는 1999년 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으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죄로 구속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진 전 검사장의 둘째 딸이 한 후보자의 배우자인 진은정 김앤장 미국 변호사이며, 진 변호사 위·아래로 미국에서 입시 전문가로 활동하는 언니와 진동균 전 검사가 있다. 진동균 전 검사의 배우자는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 교수다.

한 후보자의 처형이자 진은정 변호사의 언니 진 모 씨는 캘리포니아주 모 지역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지역은 미국에서 학군 좋고 집값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며, 진 씨의 두 딸이 다녔던 고등학교도 이곳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한 후보자의 매제 진 전 검사의 아들 진 모 군은 현재 미국 최상급 사립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학교는 연간 학비 6만 달러가 넘는 곳이다.

한 후보자의 딸 한 양은 이종사촌인 최 씨 자매, 외사촌인 진 군과 함께 학창시절 입시에 대비한 활동을 함께 했다. 한 양은 이들 3명의 사촌들과 지난 2020년 과학기술 분야 정보를 다루는 ‘팬데믹 타임스’라는 매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달 4일까지도 편집이 이뤄지던 이 매체는 현재 접속 불가 상태다. 한 양은 이 매체에서 자신에 대해 “열정적이고, 세계 각지 학생들에게 한국 연구자들의 귀중한 연구 결과와 발견에 대해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양은 이 사촌들과 봉사단체, 환경단체 등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다. 또한 이들 중 한 명과 공동저술했다는 논문이 해외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 기록들은 최근 한 양 논문 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부분 삭제되거나 비공개처리 됐다.

한 양과 사촌들 중 가장 먼저 미국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 이는 입시 전문가 진 씨의 첫째 딸인 최 씨다.

최 씨는 2019년 의대 교수 외숙모인 이 모 씨와 공동저술한 것으로 나오는 의학 연구 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때 최 씨는 고등학생이었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소 약물의 효능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 주제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고교생이 1저자로 주도해서 내놓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최 씨는 작년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P대학 치대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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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검찰 인사권자가 언론 형사고소, 적절한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5.09 07:36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출범 D-1, 내각 인선 대치 주목
“검수완박 할 힘으로”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촉구한 신문들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9일 아침신문들은 내각 인선 향방에 주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을 부적격이라며 낙마 방침을 정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임명 강행 뜻을 비쳤다. 이에 보수 신문은 ‘반쪽 내각’이란 단어를 강조했지만 일부는 정호영·한동훈(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사퇴 또는 적극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사설을 내기도 했다.

윤 당선자 측은 7일 정호영·원희룡·이상민·박보균·박진(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현재까지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들이다. 신문들은 “윤 당선자가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라고 풀이했다.

▲9일 한국일보 1면
▲9일 한국일보 1면
▲9일 아침신문 1면
▲9일 아침신문 1면

현재까지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추경호(기획재정부)·이정식(고용노동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화진(환경부) 등 4명뿐이다. 민주당은 6일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정호영 보건복지부·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6명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부적격하다”며 지명 철회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도 민주당이 저지할 방법은 없다. 다만 총리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만큼 국회 과반 의석(168석)을 점한 민주당 동의가 필요하다.

신문들은 이들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한덕수 후보자 국회 인준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호영 등의 임명을 강행하면 인준 표결을 (의원) 자율로 한다 해도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진작부터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낙마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최대한 많은 낙마를 이끌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이 많다”고 전한 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덕적 결함을 알면서도 동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줄다리기는 한동훈 청문회 이후 여론 추이에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며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저조하고 일부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태도를 ‘새 정부 발목잡기’ ‘대선 불복’으로 규정했다. 세계일보와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 신문은 “반쪽 내각”을 우려하는 보도를 냈다.

조선일보는 8면 상단기사 밑에 내각과 인선 관련 기사 “오늘 한동훈 청문회···검수완박과 딸 스펙이 쟁점”을 1건 실었다. 한편 3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1일 출범하지만 눈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무역 환경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을 다루는 보도는 없었다.

▲9일 조선일보 8면
▲9일 조선일보 8면
▲9일 조선일보 3면
▲9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선 민주당이 6명 후보자이 부적격 판단한 데에 “대선에서 승리한 게 어느 쪽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라며 “민주당은 2년 전 치러진 총선 때 얻은 의석을 무기 삼아 각종 꼼수를 동원해가며 자신들이 계속 집권 세력으로 군림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9일 조선일보 사설
▲9일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을 내고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지 못하게 된 데는 청문회 일정을 지연시킨 더불어민주당 책임도 있지만, 기초적 검증조차 부실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자료 제출을 기피한 후보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청문회에 선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도 않았다”며 “윤 당선인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정 후보자에 대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에 추가의혹, 중앙 “해명에 국민 납득 어려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9일 열린다. 신문들은 ‘자녀 스펙쌓기’ ‘아파트 편볍 증여’ ‘농지법 위반’ 등 여러 의혹 검증 과정에서 여야가 격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자녀 스펙쌓기 관련 추가 의혹을 내놨다.

한겨레는 1면 하단에 한 후보자의 딸이 국외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논문에 대필 작가가 조력한 의혹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의 딸이 지난 2월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한 4쪽짜리 논문의 문서 정보에 지은이가 ‘벤슨 아무개’으로 적혀있다고 한 뒤,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벤슨에게 접촉한 결과 자신이 2021년 11월 작성한 논문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9일 한겨레 1면
▲9일 한겨레 1면
▲9일 한겨레 6면
▲9일 한겨레 6면

한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후보자의 딸이 작성한 논문이라고 보도된 글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한동훈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스펙 공동체’와 다름없이 대입 준비를 함께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조카 2명이 각각 쓴 논문을 살핀 공과대학 교수 3명과 박사후 연구원 2명은 모두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박사과정생이 쓰는 ‘리뷰페이퍼’를 고교생이 썼고, 외국 소재 대학 재학 중인 석사과정생이 공저자이며, 돈만 내면 게재할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나 수준 낮은 콘퍼런스 학회에 제출한 점 등을 들어서다.

▲9일 한국일보 4면
▲9일 한국일보 4면

한국일보는 전문가들이 “한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①논문 작성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인맥을 활용해 부정하게 저자로 등재했거나 ②의도적으로 약탈적 저널(predatory journal)이나 공신력이 낮은 학술지·학회에 발표”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했다.

이어 “교육 전문가들은 아직 입시에 활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 후보자의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처의 핵심가치인 정의와 공정 이슈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했다.

이외에 신문들은 한 후보자의 다른 의혹으로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편법 증여받은 의혹 △한 후보자 일가는 강원 춘천시와 경기 용인시의 농지를 상속·증여받고 장기간 소유하다 매각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9일 중앙일보 4면
▲9일 중앙일보 4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대필작가 조력 의혹에 “한 후보자가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해명하며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공정의 문제”라며 “더욱이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했다”며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정호영 후보자를 임명하는 건 잘못”이라며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을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엄청난 이해충돌”이라고 했다.

▲9일 중앙일보 사설
▲9일 중앙일보 사설

단식 29일째, 다수당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엔 그동안 미뤄온 차별금지법 등 개혁 입법 처리에 속도 낼 것을 촉구하는 보도들도 나왔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각각 1면 기사와 사설로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에 차별금지법 입법 추진을 주문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가인권위원회 송두환 위원장이 8일 성명을 내고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평등법(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조속히 개최하고 법안 심사 진행을 위한 입법 절차를 지체 없이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9일 경향신문 11면
▲9일 경향신문 11면

인권위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09%포인트)를 보면, 응답자들은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는 데에 75%가 동의했다고 했다.

▲9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9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21대 국회에는 4개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차별금지법안 공청회 계획을 채택했지만 개최 시기 등 세부 일정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회 앞에는 지난달 11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 집행위원이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5월 중순까지는 차별금지법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비협조적이지만 무턱대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구체적인 공청회 개최 시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민주당의 태도가 미심쩍다”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이은주 정의당 신임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입법을 위한 공청회 일정부터 서둘러 잡자’는 그의 말에 즉답을 피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반대(29%)를 크게 앞질렀다. ‘사회적 합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신교 내부 여론도 바뀌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설문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개신교인 비율은 42.4%로 반대(31.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더 이상 보수 개신교계를 입법 지연의 핑계로 삼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9일 경향신문 사설
▲9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제는 국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조속한 시일 내 당론으로 확정하고 입법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입법을 추진하던 수준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1면에서 “아울러 방송법 개정안 등 언론개혁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막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에야 이사회 대신 25명 규모의 각 분야 전문가가 사장을 선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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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금] 계속되는 서방의 거짓말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05/0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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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특별 군사작전을 진행한 지 70여 일이 지났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셀 수 없는 거짓 뉴스들을 근거로 대러 제재를 감행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도 동참해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에 대한 현재 러시아의 입장은 앞서 작성한 기사 「주한러시아대사, “서방의 목표는 러시아 와해”」를 참조하면 된다. (http://www.jajusibo.com/59317)

 

이번 글에서는 최근 밝혀진 서방의 거짓말을 이야기한다.

 

부차 사건, 우크라이나 자작극으로 밝혀져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파란 완장을 차지 않은 것을 이유로 러시아군에 협조했다며 한 부차 주민을 죽이기 위해 묶고 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4월 3일 페이스북에 정부군이 수복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며 법의학 및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부검과 조사를 위해 현장에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서방 언론은 시신 부검 결과가 발표되거나 부차에서 이 문제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러시아가 저질렀다”라는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이 주장하는 민간인 학살은 우크라이나 군대와 경찰이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4월 12일 20년 전 미국과 서방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범죄 국가라며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단 하나의 대량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한 역사적 경험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도 거짓 뉴스라고 말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4월 5일 부차 사건이 러시아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도발이라며 “미국과 브뤼셀(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은 시나리오의 작가와 감독이며 키예프(우크라이나 정권)는 배우”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주장은 힘을 잃고 러시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미 해병대 정보장교 출신이자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원이었던 스콧 리터는 4월 7일 우크라이나에서 학살된 민간인은 러시아군에 협조한 혐의를 받는 “부역자들(collaborators)”로 이들을 학살한 집단은 “우크라이나 국가경찰(national police)”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 탐사보도기자 조지 엘리어슨은 4월 12일 자신의 글에서 현 상황을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광고(PR)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전황에 대한 서방 언론의 보도가 실제 일어나는 현실이 아닌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어슨은 또한 “지금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학살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러시아를 비난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차 시의회 엘레나 우크라인스테바(Elena Ukrainsteva)가 학살이 일어나기 적어도 하루 전에 부차 시민들에게 한 경고를 알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극우 군사조직인) 아조프 대대(Azov Battalion)가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부차를 청소할 것이기 때문에 집 안에 머물라고 경고했었다”라고 밝혔다.

 

엘리어슨은 특히 우크라이나 지지를 상징하는 푸른색 완장을 차지 않은 이들을 사살해도 되느냐고 묻는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군사령관이 “그년을 쏴 버려”라고 답하는 영상을 예로 들며 러시아군이 제공한 식량을 받거나 푸른색 완장 대신 항복을 의미하는 흰색 완장을 찬 민간인들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학살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올린 키예프 대대의 사령관은 ‘보트맨’으로도 알려진 세르게이 코로트키흐로 확인됐다. 벨로루시 태생의 코로트키흐는 급진적 우익 활동가이자 유엔이 ​돈바스 민간인에 대한 잔학 행위로 기소한 아조프 대대 전 사령관이다. 

 

그에 따르면,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물러난 부차에 나타나 “러시아군과 교류한 자는 모두 적발해 처벌해야 하고 주민들은 범죄자를 고지해야 한다”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게라쉬첸코 보좌관은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지원한 식량을 갖고 있거나 흰색 완장을 찬 이들은 러시아군과 교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이뿐만 아니라 엘리어슨은 점령 지역을 떠날 때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제거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수도 키예프에 대한 러시아군의 작전 자체가 영구 지배가 아닌 임시 점령을 목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부차에서 학살을 저지른 후 웃으며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차 사건이 서방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인 4월 2일 우크라이나 경찰은 ‘경찰 특수부대가 부차시를 청소하고 있다’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등 SNS에 공유하며 특수부대의 작전을 소개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닉 그리핀 전 유럽의회 의원은 해당 영상에 대해 “이 모든 것은 이 끔찍한 전쟁범죄의 진정한 가해자가 우크라이나군임을 지적하고 있으며, 살해가 러시아군이 이 지역 밖으로 이동한 지 약 48시간 후에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측의 거짓말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런던 전략대응연구소가 4월 20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방국을 비롯한 20개국에서 부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이 총 20만 8,000번 공유되어 그렇지 않은 게시물보다 평균적으로 3배 이상 많이 공유되었다. 이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부차 민간인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러시아 주제네바유엔대표부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크라이나군이 부차에서 저지른 일과 관련된 영상이 있어 이를 첨부한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347707497388145&id=100064466931300)

 

러시아는 디폴트에 빠지지 않는다

 

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보도가 지난 3월부터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서방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하면서 러시아가 채무를 이행할 통로를 막으면서 생겨난 주장이다.

 

즉 러시아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일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방 언론과 국내 언론은 마치 디폴트 상태에서 겨우 빠져나온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번 디폴트 주장도 러시아가 4월 초 2022년 만기 국채 이자 및 원금 상환액과 2042년 만기 국채 이자까지 약 6억 5,000만 달러(약 8,200억 원)를 상환하려 했으나 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미 재무부의 지시로 결제 처리를 거부하면서 나온 것이었다.

 

뉴욕증권거래소 등 전 세계 12개 거래소를 소유·운영하는 ICE 데이터서비스는 이를 두고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93%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의 주장과는 달리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월 2일 러시아가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 두 건과 관련해 일부 국채 보유자들은 이자와 원금을 상환받았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3월 16일에도 달러 표시 국채의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고 로이터 통신을 통해 채권자들이 받았음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5월 27일에도 2016년 발행한 달러 표시 국채와 2021년 발행한 유로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서방의 디폴트 주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이 상승한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일각에서 러시아 내부 여론 악화와 푸틴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이후 상승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전 러시아 민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가 러시아 성인 1,632명을 대상으로 3월 24~30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83%로 나타났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가 4월 18~2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80.6%,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도가 77.7%로 나타났다.

 

또한 러시아 정부가 5차 평화회담 직후 합의한 대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북동부 체르니고프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결정하자 러시아 국민은 오히려 “불쌍할 것 없다”, “항복을 받아내라”, “배신자들”이라는 댓글을 달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레바다 센터의 데니스 볼코프 국장은 “현재 러시아 국민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로부터 포위된 상황을 인식하고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군사 원조를 받지 않았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시시때때로 중국에 러시아로 어떤 형태의 지원을 제공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오죽하면 러시아 정부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북한과 중국에 보내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유아시아방송(RFA)은 4월 7일 우크라이나 매체를 인용해 “레오니트 네브즐린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의 전 최고경영자가 러시아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국방장관을 북한과 중국에 보내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브즐린은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가 보유한 미사일과 부품 호환이 가능한 미사일을 찾기 위해 북한과 중국을 방문했다”라며 “중국은 미사일 지원을 거절했고 북한은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4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나 북한이 러시아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더구나 커비 대변인은 5월 2일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3국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군사원조도 받은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5월 2일 북한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가설일 뿐”이라며 “어떠한 변화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지원을 요청했다’는 미국 관리의 주장에 대해 “최근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사악한 의도로 중국에 대한 허위정보를 잇달아 유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사는 4월 13일 자유아시아방송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다는 우크라이나 매체의 보도는 진실성이 하나도 없다”라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방북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러시아 대표단은 지난 2년 동안 평양에 전혀 올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어 “우리가 북한이나 다른 나라에 무기 지원을 부탁할 가능성을 추측한 것 자체가 허황된 것”이라며 “러시아는 역사상 단 한 번도 북한에 미사일이나 다른 군사기술 장비를 부탁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스타링크 위성 파괴 명령은 없었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데일리익스프레스는 4월 1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이날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명의의 문서를 통해 스타링크 위성에 대한 파괴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스타링크 위성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주도로 소형 위성들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하겠다는 민간용 사업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온라인 통신이 어려운 지역에서 감시 드론과 폭격용 무인 항공기 조종을 위해 스타링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문서에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영토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내의 특별 군사작전 구역, 흑해 등에서 활동 중인 모든 러시아군 부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지역 상공에 있는 스타링크 위성을 모두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문서를 공유하며 우려를 표했다. 

 

게라쉬첸코 고문은 “러시아가 우주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라며 “통합러시아당 문서에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스타링크 위성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타격에 도움이 되었다며 이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트위터 글은 리트윗과 마음, 댓글을 포함해 4,000건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사이트는 통합러시아당 사이트와 유사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허위 사이트로 판명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인디펜던트의 일리아 포노마렌코 국방 담당 기자는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스타링크 파괴 계획을 담은 문서를 첨부한 트위터 글에서 “거짓 문서”라며 “러시아인들은 아직 일론 머스크에게 우주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언론과 기자가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푸틴 건강 이상설을 주장하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러시아에서 스타링크 위성 파괴 명령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 해당 사이트로의 연결은 차단된 상태다.

 

****

 

갈무리하자면, 지금도 계속되는 서방의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찾아보는 눈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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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령' 등극할까, '제2의 조국' 될까

지난 4월 1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지난 4월 1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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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이날 자리는 '일개 장관'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한동훈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소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뜨거운 관심을 예고하고 있다. 한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조국 대전'에 빗댄 '한동훈 대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한동훈 후보자 딸을 둘러싼 논란이다. 검찰 수사권 축소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둘러싼 공방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쟁점①] '부모 찬스' 논란... 연습용 리포트 대필? 
현재 한동훈 후보자 딸을 둘러싼 '부모 찬스' 논란이 거세다. 민주당은 그가 2019년 8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조국 수사'를 이끌었다는 점을 두고, '내로남불' 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 언론에서는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대필된 것 아니냐는 의혹, 표절 전자책을 출판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한 후보자는 8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참고문헌 표기 포함시 4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고, 고교생의 학습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표절 전차책 출판 의혹에는 "일부 문제는 온라인으로 공개된 자료 그대로 책자에 실린 것으로 확인되나, 봉사활동 목적인데다 최근 원저작자들 2명의 동의까지 받아 저작권 침해 소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 공세를 펼쳤지만, '한방'은 없었다. 조국 후보자는 장관직에 올랐다. 하지만 검찰의 강제수사가 이어지자,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동훈 후보자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쟁점②] 한동훈-민주당, '검찰 수사권 축소' 정면 충돌

한동훈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검찰 개혁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지난 1월 한 후보자는 "(민주당 등 여권은) 권력이 물라면 물고 덮으라면 덮는 사냥개 같은 검찰을 만드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사기 치고 거짓말했다. 그래서 국민을 속였다"라고 힐난했다. 지난 4월 15일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처음 출근하면서 검찰 수사권 축소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저격했다.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다. 이제는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극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이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후보자는 현직 대통령과의 대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4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자의 발언을 비판하자, 한 후보자는 이튿날 "현장을 책임질 법무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맞받았다.

또한 지난 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의결·공포하자,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상세히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 면전에서 한 후보자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쟁점③] 2년 동안 검찰이 풀지 못한 '아이폰 잠금'

한동훈 후보자 검증의 핵심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검찰이 풀지 못한 아이폰 잠금 비밀번호다.

2020년 3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한 후보자는 신라젠 대주주를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를 받은 이동재 채널A 기자의 공범으로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핵심 증거인 한 후보의 아이폰은 비밀번호로 잠겨있어 수사에 진전이 없었다. 결국 검찰은 2년간의 수사 끝에 지난 4월 한 후보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아이폰 잠금을 끝내 해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거부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부여한 권리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범죄행위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검찰의 지휘자인 법무부 장관이 될 자격이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4월 26일 "채널A 사건 관련 '핸드폰 비밀번호 사수'가 개인 한동훈이 아닌, '공직자' 한동훈의 직업윤리에 맞는 양심적 행위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쟁점④] '한동훈의 윤석열 구하기' 벌어지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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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비밀번호 해제 거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동훈 구하기'와 맞물려, 한 후보자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데도 검찰 수사에서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게 만든다. 이는 '공정'을 키워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은 '추미애 법무부'가 2020년 12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두고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윤석열 총장이 한동훈 후보자가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감찰과 수사를 방해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특히 당시 윤석열 총장이 2020년 6월 한 후보자 공소제기 여부 등을 다루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것을 두고, 법원은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찍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매우 부당한 조치였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윤석열 총장 징계처분의 정당성을 다루는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재판의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다. 한 후보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정당하다고 주장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석열의 한동훈 구하기에 이어 한동훈의 윤석열 구하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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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8명 교훈으로 본 ‘대통령 윤석열’이 가야할 길은?

등록 :2022-05-08 09:10수정 :2022-05-08 09:20

 
[한겨레S] 커버스토리
새 대통령의 성공 조건
윤석열 정부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요즘 국회에서는 대통령 취임식 준비 공사가 한창입니다. 5월10일, 윤석열 당선자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윤석열 당선자를 찍은 유권자들에게는 5월10일이 가슴 설레는 희망의 날이 될 것입니다.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시작될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를 싫어하는 유권자 중에는 3월9일 대선 이후 정치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너무 그러시면 안 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투표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의 존재와 권한을 인정해야 합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이제 곧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서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 정치 막전막후에서는 윤석열 당선자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덕담과 조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허허실실’ 청년시절 거쳐 ‘대망 품은 검찰총장’ 논란 끝20대 대통령 취임 앞둬
희망의 날 혹은 현실자각 타임

대통령제는 주권자인 국민이 의회와 대통령이라는 두 개의 기관에 각각 권력을 위임하는 분립형 권력구조입니다. 의회와 대통령은 협력과 견제를 통해 나라를 이끌어가는 두 대의 기관차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의회는 다수의 의원으로 구성됩니다. 주로 시스템에 의해 움직입니다. 대통령은 한 사람입니다. 시스템 못지않게 대통령 개인의 인품과 능력,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역대 대통령들의 인품과 능력, 리더십에 따라 나라가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했습니다. 링컨의 미국은 성공했고, 트럼프의 미국은 실패했습니다.

 

윤석열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까요? 미래는 과거와 현재에 의해 결정됩니다. 과거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여러분은 윤석열 당선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나요? 잘 모르실 것입니다. 워낙 짧은 기간에 대선 주자로 떠올랐고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도 별로 하지 않았고 책을 쓴 일도 없습니다.

 

그가 대선 주자로 떠오른 뒤 ‘윤석열’을 주제로 쓴 책이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구수한 윤석열>이 가장 내용이 알찬 편인 것 같습니다. ‘구수’라는 제목은 사법시험을 아홉번 만에 합격했다는 뜻과 마음씨가 넉넉하고 푸근하다는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 것입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이 전하는 ‘팩트’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친구들은 한결같이 윤석열 당선자를 소탈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얘기라서 좀 과장됐을 수는 있지만 ‘팩트’ 자체를 왜곡했을 리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살펴보면 윤석열 당선자의 타고난 성격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말수가 적었고 남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어요. 리더십을 과시한 적도 없어요. 실없이 보일 정도로 ‘실실’ 웃는 얼굴로 다니며, 화를 별로 내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딱 한 번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 두 팀으로 나눠 야구를 하는데) 그날따라 안암동팀이 큰 점수 차이로 뒤지면서 승부가 일찌감치 갈렸어요. 어린 마음에 이미 경기는 끝났다 싶으니까 안암동팀 친구들이 무성의하게 경기를 했어요. 결국, 참패할 상황이 되니까 석열이가 불같이 화를 냈어요. ‘야 인마,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다가 져야지, 이게 뭐냐?’ 석열이는 화낼 줄 모른다고 생각하던 친구들이 모두 깜짝 놀랐죠.”

 

1980년 신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서울대 법대 모의형사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한 얘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교내에서 여학생을 검색하던 사복 경찰을 쫓아낸 얘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정의감이 폭발했는지 어쨌는지 석열이가 경찰에게 호통을 치는 거예요. ‘당신이 뭔데 이 학생에게 함부로 하느냐. 대학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요. 19살의 대학 1학년에 불과했지만, 덩치와 기개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녀석이니 사복 경찰관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대망 품었을까? 그저 책무 다한 걸까?

이런 사례를 보면 윤석열 당선자는 시대의 모순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 나름대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도의 정의감을 가진 청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젊은 시절부터 사람의 정해진 운명이나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았다는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사법시험에 계속 떨어지던 1989년 친구의 회고입니다.

 

“주말에 어머니랑 강화도 보문사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거기에서 뵌 스님께서 ‘자네는 20대까지는 운이 잘 안 풀려서 힘들고 어렵게 살았을 것이다. 걱정 마라. 30대가 넘어서면 잘 풀릴 것이다’라고 했다는 거예요.

 

2016년 초 대전고검 시절 친구의 회고입니다.

 

“조금 걷더니 ‘날씨도 안 좋은데, 산책은 그만하고 내년 사주팔자나 볼까?’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근처 철학관으로 갔죠. 시험에 자주 떨어졌던 고시생들은 자주 사주니 점이니 봤어요. 자꾸 떨어지면 갈 수밖에 없어요. 언제 붙을지 모르니까. 여하튼 철학관 선생이 ‘사표 쓰지 말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만 충실해라. 국가가 당신을 부를 것이다’라고 단정을 하는 거예요.

 

철학관 선생의 말대로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특별검사팀’의 박영수 특별검사는 윤석열 당선자를 수사팀장으로 지명했습니다. 낙산사 중광 스님 얘기도 재미있습니다.

 

낙산사는 윤석열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윤석열의 외가가 원래 강릉이고, 대학 1학년 때도 고등학교·대학 동기들과 여유롭게 찾은 적이 있었고, 경찰의 수배를 피해 다니던 졸업반 시절 초라한 행색으로 찾은 적이 있었다.”“당시 복잡한 심경을 안고 낙산사를 찾았고, 거기서 윤석열은 ‘걸레 스님’ 중광(重光)을 만나게 되는데, 중광은 윤석열의 관상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다. ‘장차 크게 될 놈이구나.’”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본관에서 새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본관에서 새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동취재사진

이런 얘기들로 미루어 보면 뒷날 윤석열 당선자가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쓴 채 토론회에 나오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주변에 천공·건진 등 이상한 이름들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주자로 떠오른 뒤 정가의 논쟁 가운데 하나는 2019년 조국 사태 때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제 수사가 자신의 정치적 야망 때문인지, 검찰주의자로서 본능과 이해관계에 따른 것인지였습니다. 전자를 갑설, 후자를 을설이라고 하면, 민주당 의원들은 갑설을 믿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을설을 지지했습니다. 그즈음 윤석열 당선자를 만난 친구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 수사라고 했어요. 검찰총장이 해야 될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이 정권이 무탈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은 애초에 정리해야 한다는 거죠.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도 주변에 탈선하는 사람들을 검찰이 들어가서 정리했기 때문에 임기 내내 부정이 없었다, 검찰총장이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조국 사건을 살펴보니, 방치하면 정권에 막대한 타격을 줄 정도로 사안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에 수사를 시작한 거라고요. 정권을 치려고 한 게 아니라,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빨리 정리해서 안정화시키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런 주장은 사실관계도 틀리고, 맥락이 당시 상황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총장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보는 것은 결과를 과정에 꿰어맞춘 논리적 비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과거보다는 이제 미래가 궁금합니다. 윤석열 당선자의 인품과 능력과 리더십이 과거에 어떠했든 간에 앞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해야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YS 돌파력, DJ 통합, MB 성실, 노무현 정직 등정면교사로 ‘성공 열쇠’ 찾아야
미래의 윤석열, 성공의 열쇠는?

질문을 쉽게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은 쉬워도 답변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대한민국 대통령은 본래 누구도 성공하기 어려운 극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대 대통령들한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면교사도 있고 반면교사도 있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11년에 쓴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교본으로 삼아 역대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리더십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당선자와 같은 파평 윤씨입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전통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성품과 더불어 군인으로 단련된 패기와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결단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 사회적 차원에서는 민주사회에 걸맞은 규범에 의해 통제되지 못한 채 자부심 강한 투박한 군인의 자만과 독단의 리더십으로 나타났다. 특히 능력보다 인정과 의리, 즉 일차적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은 가족 이기주의, 소단위 집단행동이라는 정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부정부패를 초래하여 공공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대통령은 뛰어난 용인술을 바탕으로 경제를 비롯한 중요한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하였고, 능숙한 정치 수완을 발휘하여 민주화 과정에서 집권세력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
전두환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
김영삼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
김영삼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

어떻습니까? ‘소박하고 단순한 성품’, ‘자만과 독단의 리더십’ 부분이 윤석열 당선자와 닮았지요? 극도로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반면에 ‘뛰어난 용인술’과 ‘능숙한 정치 수완’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장관이나 참모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신은 방패 역할을 해줬던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도 윤석열 당선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자에게 두 가지 교훈을 줄 수 있습니다. 첫째, 인내심입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끈질기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했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전까지는 말입니다. 둘째, 안목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탈냉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북방정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윤석열 당선자와 기질이 가장 비슷한 사람은 아마도 김영삼 대통령일 것 같습니다. 난관에 봉착하면 우회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정면돌파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그동안 보안상 제한이 가해졌던 청와대 앞길과 경복궁 후문, 그리고 인왕산 출입을 허용한 데 이어, 밀실정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궁정동 안가 철거는 물론, 청와대 경내 골프 연습장과 공항의 대통령 전용시설을 철거하고 지방의 대통령 전용 공관도 폐쇄하였다. 청와대 식단을 간소화하여 이른바 ‘칼국수’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윤석열 당선자는 한술 더 떴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밀어붙여 ‘청와대 시대’를 아예 끝장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깜짝 놀랄 일이 계속 벌어질 것 같습니다.

활발한 리더형 ‘개과’, 조용한 참모형 ‘고양이과’…윤 당선자, 어떤 대통령 될까?
MB 성실함, 노무현 정직 두루 배우길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윤석열 당선자와 기질이 가장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고난의 정치인이었습니다. 평생 국가 비전과 정책을 갈고닦았습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대중 대통령은 통합의 정치인이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어떨까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최근 “윤석열 당선인 지지도가 지금 40%대니까 앞으로 잘할 일만 남았다. 최악의 조건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말 그럴까요?노무현 대통령은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그런 정직함을 배워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생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열심히 일한 사람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술을 너무 좋아합니다. 대통령 취임 뒤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실성을 배워야 합니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닷새 앞둔 5일 국회 본청 앞 취임식 무대 단상에 대형 걸개그림이 설치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닷새 앞둔 5일 국회 본청 앞 취임식 무대 단상에 대형 걸개그림이 설치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는 애국심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측근 실세들에게 둘러싸여 민심과 멀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착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위선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도 잘 알 것입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얼마나 착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을 ‘개과’와 ‘고양이과’로 분류하는 관찰 방식이 있습니다. 동물에 비유해서 죄송하지만, 정치인의 기질과 리더십을 살펴보는 데 무척 유용합니다. 개과는 리더형이고, 고양이과는 참모형입니다. 개과는 시끄럽고, 고양이과는 조용합니다. 개과는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고양이과는 고독에 익숙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개과와 고양이과로 나누면, 전두환·김영삼·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은 개과, 노태우·김대중·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고양이과에 가깝습니다. 윤석열 당선자는 개과일까요 고양이과일까요?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취임을 축하합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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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한국영화계의 별이자 자존심으로 남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이송 후 사투... 7일 타계

22.05.07 16:53최종업데이트22.05.07 20:38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이희훈

 
배우 강수연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지 사흘 만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 여러 처치를 받았지만, 7일 결국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향년 55세.
 
거리에서 연예 관계자 눈에 띄어 3세의 어린 나이에 배우로 데뷔하게 된 강수연은 영화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여성 배우가 수상한 첫 사례였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국제무대에서 유명 인사로 떠올랐고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해당 작품에서 비구니 역으로 삭발을 감행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강수연은 이후 기자들에게 "모스크바 영화제 때 유럽 영화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의 위상이 커지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고래사냥2> <송어> 등 상업영화 및 예술영화에 두루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강수연은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으로 2002년 연기대상을 받으며 대중에게 더욱 친근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영화배우 강수연 ⓒ 이희훈

 
특히 강수연은 지난 2015년에서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배우 출신의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남겼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 문제와 보수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로 심하게 망가져 있던 상태였다. 영화제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김동호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직을 수락한 것.
 
강수연이 사석에서 영화인들의 애환을 달래고 힘을 북돋우기 위해 종종 했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은 위기에 빠진 부산영화제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연출작 <베테랑>에 이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건 영화계에선 유명한 일화다.

2015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영화제는 영화로만 바라본다는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존폐 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라며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관련 기사: "원칙 깨지는 순간 영화제 존폐 위기 온다"). 하지만 영화제 사무국 직원의 단체 항의성 성명 등으로 내홍을 겪은 후 2017년 자진 사퇴했다.  
 
그뒤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 강수연은 종종 서울 일대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며 사적인 인연은 꾸준히 이어갔다. 2021년 강릉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하며 공식성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최근까지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를 통해 복귀를 준비 중이었다. 약 10년만에 영화 복귀작으로 세간의 관심이 컸기에 그의 사망 소식에 주변에서 크게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편 빈소는 7일 저녁부터 강남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지며 장례 절차는 대한민국 영화인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오는 8일부터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고인을 모시기 위한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현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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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실' 핵심에 뉴라이트 출신들…"국민과 소통"은 '뉴라이트'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5/08 09:02
  • 수정일
    2022/05/08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80석 견제' 목적 시민사회수석실 2명 뉴라이트 출신…김성회 비서관은 '구설수' 오른 적도

 

윤석열 새정부의 대통령실 참모들 중 주목받는 인사들이 있다. 2000년대 중반 태동했던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의 주축 세력들이 대통령실에 포진돼 있다. 핵심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부터, 대통령실과 부처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국정상황실, 그리고 시민사회를 관장하는 수석실에 뉴라이트 출신 인사들이 눈에 띤다.

먼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뉴라이트 부산연합 공동대표 출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교육문화위원장을 맡았다가 18대 국회에서 공천을 받아 여의도에 입성했다. 선진국민연대는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 박영준 전 기재부 장관 등이 주도해 만든 전국조직이다. 선진국민연대 핵심 인물 박 전 차관이 '이명박 청와대'의 국정상황실 역할을 했던 기획조정비서관을 역임할 정도로 이 조직의 파워는 막강했다. 

대북 강경파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뉴라이트 성향 학자'로 분류됐다. 김 1차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대선 출마로 보수 진영이 분열됐을 때, 이 전 대표를 규탄하고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06년엔 뉴라이트 진영의 싱크탱크 격인 '뉴라이트 싱크넷'이 주관한 주한미국대사와 회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과 함께 활동해 왔다.

대통령실로 모이는 모든 정보와 민원의 '길목'이 될 국정상황실의 한오섭 국정상황실장도 뉴라이트 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한 실장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뉴라이트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2008년 탄생한 이명박 정부에서 한 실장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두 번의 정권이 바뀐 후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핵심 파트인 국정상황실장에 발탁됐다. 한 실장이 몸담았던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이끌었던 인사는 강경 보수 우파로 유명한 김진홍 목사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0석 견제' 목적 시민사회수석실 2명 뉴라이트 출신…김성회 비서관은 '구설수' 오른 적도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4명의 비서관 중 2명이 뉴라이트 시민단체 출신이다. 이는 대통령실이 어떤 단체들과 주로 소통하게 될 것인지를 암시해 준다. 

시민사회수석실은 윤 당선인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내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시민사회와 소통 강화가 필요한 이유로 "180석이 된 야당이 입법 전횡을 할 때 국민에게 설득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 대통령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수석을 좀 더 강화해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늘리겠다는 선의로 해석해달라"고 밝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관제나 동원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지 않겠나'는 질문이 나오자 장 실장은 "민주 정부 수립 이후에 청와대가 그런 일을 조종한 적이 있느냐. 사례를 들어보라"고 반박하며 "그러면 대통령은 소통 안해야 하느냐"고 했다. 

6일 내정된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은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 출신이다. 스스로 "전향 후 뉴라이트와 선진통일운동에 매진"했다고 밝힌다. 임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최재형 의원을 지지했었다. 지난해 8월 <최재형 신드롬>이라는 책을 냈던 그는 지난해 5월 17일 <시사포커스>에 칼럼을 쓰고 "최재형 감사원장의 모습에서 내년 초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의 상을 떠올리고 싶다. 새로운 대통령은 부디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물이기를 기원해 본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이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내정된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도 뉴라이트 전국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충북 청주 출신인 그는 연세대학교 재학 시절 삼민투 위원장을 맡는 등 '반미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었으나, 이후 뉴라이트로 전향해 이인제 대선캠프, 새누리당 등을 거쳤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팬클럽 '반딧불이' 회장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반 전 총장이 대선 가도에서 이탈하자 당시 2017년 대선때는 안철수 후보 공개 지지 선언을 한 이력이 있다.

김 비서관은 자유일보 논설위원으로 있으면서 지난 대선 기간에 윤석열 우보와 그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 대표를 적극 옹호하며 '띄우는' 칼럼을 다수 써왔다. 

김 비서관은 지난 3월 10일 "새 영부인 김건희, 대한민국의 '온달장군과 평강공주' 역할 기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고, 1월 23일자 "김건희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김건희 코바나 대표의 '녹취록 공개' 사건을 거론하며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 대표에 대한 신드롬이 일고 있다.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걸크러시, 원더 건희, 평건공주와 바보윤달…"이라며 "(김건희 대표가) 국민을 매료시킨 것은 김건희 대표의 '날 것'이었다. 김종인에 대해 '잔칫집에 오려고 했던 거지'라며 거침없이 발언하고, '안희정이 불쌍하지, 미투 그런 거 삭막해'라고 하고, '유시민과 민주당이 사태를 키웠어,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야'라고 하는 발언에 답답했던 속이 확 풀린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구설수도 있다. 김 비서관은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를 맡았었는데,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이 단체의 다문화어린이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참가 아이들의 부모에게 참가비를 30만 원 씩 걷고 조직위에서 무료로 나눠준 패딩을 걷어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MBC가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MBC 보도 바로가기: 올림픽 개막식 장식한 레인보우 합창단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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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자보다 많았다…2020~21년 ‘초과 사망’ 6288명

등록 :2022-05-06 17:01수정 :2022-05-07 01:22

WHO, 5일 전세계 코로나19 초과사망 보고서 공개
통상 발생하는 사망자 넘어서는 ‘초과사망’
의료공백 영향 등 간접사망 보여주는 통계
델타변이 유행 때 초과사망 증가 두드러져
국내 코로나 사망자 5563명…725명 많아
전세계 초과사망 1491만명…5백명당 1명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며 장례식장과 화장장 예약마저 어려워졌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망자가 크게 늘며 장례식장과 화장장 예약마저 어려워졌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 모니터에 화장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간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적 영향으로 숨진 사망자가 628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은 수치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는 1491만명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일(현지시간) 누리집을 통해 2020∼2021년 코로나19의 직·간접적인 사망자 수인 ‘초과 사망자 수’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초과 사망’은 일정 기간에 통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망자 발생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19 등장으로 해당 질병에 걸려 숨진 사람뿐 아니라 의료공백 등의 이유로 간접사망한 사람까지 보여주는 통계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의 기반이 된 데이터를 보면, 2020~2021년 한국의 코로나19 초과사망자는 6288명이다. 같은 시기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5563명으로, 초과사망자가 725명 더 많다. 특히 델타 변이가 유행했던 지난해 하반기 초과사망 발생이 두드러졌다. 초과사망은 지난해 10월 1850명, 11월 1427명이었지만 12월엔 3805명까지 늘었다. 2020년엔 8월(1242명)과 10월(1085명)에 집중적으로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 10만명당 초과사망자는 6명이다. 10만명당 초과사망자는 2020년에는 0명이다가, 2021년 들어 12명으로 증가했다.

 

연도별·성별·연령별로 나눈 초과사망자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는 지난해 기준 60대(60살∼69살) 남성(1442명)과 80살 이상 여성(1428명)에서 초과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60대, 70대 여성도 각각 803명, 910명이 초과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전세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1491만명이 초과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WHO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치인 약 542만명의 약 2.7배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는 적게는 1330만명, 많게는 1660만명까지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인구가 약 79억 명인데, 500명 당 한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사망자 대부분인 84%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68%가 미국과 인도 등 10개국이었다. 국가 소득별로 하위 소득 국가에서 53%로 가장 많은 초과사망자가 나왔고, 중상위 소득 국가(28%), 고소득 국가(15%), 저소득 국가(4%) 등으로 집계됐다. 남성(57%) 초과 사망자가 여성(43%)보다 많았고, 대부분의 사망자가 60살 이상(82%)이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번 자료는 팬데믹의 영향을 나타낼 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필수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탄력적인 의료시스템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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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식’이 ‘차별과 양극화’로 둔갑한 나라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2.05.06 08:38
  •  
  •  댓글 0
 
 
 

[기획 연재]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4)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내각 후보자 ‘아빠 찬스’와 공정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 윤석열. 3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도 ‘공정’과 ‘상식’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 첫 시작부터 이런 기조를 뒤흔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내각 후보자들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후보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며 ‘능력 내각’을 강조했지만, 그 후보자들의 면면에서 ‘공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후보자에게서 ‘○○ 찬스’로 불릴 만한 의혹이 불거졌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을 빼놓을 수 없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왼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사진 :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두 자녀는 아빠가 경북대병원장과 진료처장(부원장)일 때 각각 의과대에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다. 아들은 그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로 병역처분을 변경해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했다. 진단서를 받을 당시 정 후보자는 진료처장(부원장)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본인이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의 계열사에 취업해 논란이 됐다. 딸은 이 후보자가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체험활동’을 했고, 국회의원실,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 인턴십을 했다.

가족 구성원 전원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로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결국 3일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들에게 불거진 ‘찬스 논란’ 속에서 한국 사회의 주류에서 보여지는 ‘그들만의 특혜’, 그것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능력’을 강조했지만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석열의 표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차별의 ‘존재’, 부정한다고 없어지나

윤석열과 차별의 정치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차별을 부정하고,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및 별도 부처 설치’, ‘무고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젠더 갈라치기 논쟁을 불렀다.

이런 말이 있다. “차별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차별이 없어지는 게 아니며, 차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차별이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성별 격차가 그 근거를 보여준다. ▲젠더개발지수(GDI) 36개 OECD 회원국 중 35위(2019) ▲성별 임금격차 지수(31.5%)는 26년 연속 OECD 최고(2020)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OECD 꼴찌, 그리고 ▲여성의 경제 참여와 정치 권한을 측정한 성 격차 지수(GGI) 156개국 중 102위(2021)가 한국사회 현주소다.

윤석열은 해체 공약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로 여가부 장관을 내정했다. 해체를 공언한 부처에 장관을 지명해 해체 업무를 맡긴 것. 김현숙 내정자는 인수위 정책특보를 맡아 여가부 폐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등을 담당했다. 3일 발표된 국정과제에서 여가부 폐지는 빠졌지만 이는 취임 이후 곧바로 닥칠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해체론은 소멸된 것이 아니다. 국정과제에 여가부의 성평등 및 여성 정책 총괄 기능이 빠지면서 새 정부가 부처 폐지 밑그림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거전략에 활용하고,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삼은 정치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넘어 어떤 사례로 나타날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 차별 해소, 언제까지 기다릴까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차별받고 있는 장애인 관련 문제를 두고도 그렇다. 윤 정부는 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 관련 예산 보장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지하철 탑승 시위) 투쟁을 벌여왔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4.21.

장애인들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건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기회를 가지면서,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탈시설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를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장애인특수교육법’의 조속한 제정이다.

그래서 전장연은 대통령선거 전 관련한 법과 예산에 대해 대선후보들이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선을 바로 앞둔 2월엔 “TV토론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약속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만 약속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가 됐고 안철수 후보는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결국 대선 이후 당선인과 인수위를 향한 면담 요청은 거절당했다.

2일 인사청문회에 응한 추경호 후보에게 돌아온 답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고 지원’ 하나뿐이었다. 그것도 예산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었고,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탈시설권리를 보장 예산 등에 대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3일 인수위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장애인 관련 정책은 기존 정책의 나열에 불과했다.

결국 장애인들은 추경호 후보 인사청문회 답변을 기다리며 잠시 유보했던 출근긴 지하철 시위를 다시 시작했다.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들, 사회 곳곳에서 배제되고 격리되며 차별받고 있지만 ‘차별철폐’ 목소리는 아직 윤석열 정부에 가닿지 않고 있다.

능력주의의 다른 말 ‘양극화’

윤석열의 노동정책도 능력 중심, 경쟁 중심이 다분하다. 말이 좋아 ‘능력 중심’이지 이는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한국사회 차별과 노동 양극화를 극대화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유세 동안 ‘주 120시간 노동’ ‘최저임금제 폐지’ 같은 발언으로 친기업·반노동관을 드러낸 윤석열의 노동정책은 후보 시절 공식적으로 발표한 대선 공약 자료집(국민의힘 2022) ‘노동개혁’ 부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이 기조가 그대로 담겼다.

윤석열은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를 주창하며, 연차에 비례해 임금을 주는 연공급 중심(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근로연수 호봉 대신 직무난이도, 업무수행능력, 직급,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 공직사회부터 개편이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인수위는 “성과 중심 공직사회를 만들겠다”며 ‘공무원 성과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하고 임금은 개별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직무와 성과를 측정하는 사용자들의 지위와 권한은 더 강화될 게 뻔하다. 이들은 능력과 성과를 이유 삼아 노동자들을 갈등과 경쟁, 분열로 내몰 것이며, 임금 전반을 하락시켜 임금수준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엠(GM)이 2003년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에 도입했다가 임금 격차 확대와 지나친 경쟁문화를 이유로 11년 만인 2014년 제도를 폐지한 사례가 있다.

기업규모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성별에 따라 임금 등 노동조건 격차가 심한 한국사회에서 차별금지, 동등처우 원칙을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은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공정의 원칙”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유연한 임금체계 구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를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논의될 최저임금도 임금 양극화의 주범이 될 수 있다.

국정과제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윤석열은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강조했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별화는 임금수준의 하한을 없앤다는 의미다. 이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이 무색해진다는 뜻이다.

특정 업종의 노동자들은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고서라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며,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최저임금이 곧 월급인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하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내부의 임금수준 격차는 더 커지게 된다.

최저임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600만에 다다르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62.8%,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남성에 비해 72.7%밖에 미치지 못하는 등(2020년) 남녀 고용형태별 임금 불평등이 현존하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가져올 후과는 임금 양극화일 뿐이다.

지난달 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1차 회의를 열었고, 오는 17일 2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에 들어간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이자 향후 5년의 방향성을 보여줄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일주일 120시간 노동’, 오해였을까?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양극화를 불러올 게 다분하다.

윤석열은 유력 대권주자였던 지난해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를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비현실적인 주 52시간 상한제를 철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그는 이런 맥락에서 대선 공약에서도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린다는 것은, 1년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맞추고 그 안에서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일정 기간 주 52시간을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면, 사용자들은 총량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일이 몰릴 때 초과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고용계약 해지가 두려워 이런 정산 기간 확대, 장시간 노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보다 방치하고 권장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감축하기는커녕 장시간 노동 부문을 더 확대함으로써 노동시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고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특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더욱 노동시간 차별과 배제라는 희생을 강요받게 된다.

이처럼 직무 성과급제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 적용,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는 모두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가 가져올 후과

윤석열 새 정부의 정책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관계를 노사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현재 자본 중심의 시장권력관계를 그대로 두거나 또는 보강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노동절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통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왔다”고 했다.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 52시간만 일하라고 제한하기보다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최저임금 이하로 일할 사람이 있으면 막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는 이것에서 기인한다. 노동자 중심이 아니라 더 많이 일을 시키고 어떻게든 최저임금을 적게 주려는 자본 중심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손 놓고 최저임금이라는 사회제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 안전망을 무력화시키려는 지향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드러냈다. 그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하여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오히려 기업이 고용을 줄이는 ‘루즈-루즈 게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추경호 후보자의 이력도 이런 윤석열 정책에 힘을 싣는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11건, 21대에서 6건의 노동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중 주52시간제를 약화시키는 등 노동시간 연장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차등화 및 산입범위 확대 등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법안이 5건이었다. 기업편향적·노동적대적 법안을 추진한 사람이 경제수장이 된다면 노동정책의 방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한국사회, 부의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 한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국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윤석열은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착각하며 경쟁과 대립을 조장하는가 하면, 이미 존재하는 차별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행적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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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이후 진보의 길] 윤석열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5/07 08:41
  • 수정일
    2022/05/07 08:4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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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창간 22주년 기획 릴레이 기고⑦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4.6. ⓒ뉴스1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서육남(서울대 60대 남성)으로 불렸다. 첫 내각 인선 역시 비슷하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저희 인선 기준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 유능함, 직을 수행할 실질 능력”이라며 “국민들께 보여지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별, 지역, 연령에 따른 제한은 따로 두지 않고 부여한 직을 성실하게 제대로 수행할 최고의 전문가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양성과 포함(Diversity and Inclusion)의 가치와 실천을 ‘트로피 인사’라고 폄하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다. ‘트로피 인사’라는 표현은 ‘트로피 와이프’라는 돈 많은 남성에게 성공의 표상처럼 여겨지는 젊고 예쁜 아내를 가리키는 표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 표현을 여성의 입으로 말하게 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양성과 포함은 ‘사회적 약자들을 그냥 좀 끼워주자’는 게 아니다. 사회구조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마다의 권력관계를 볼 수 있게 하는 관점이자 배제와 차별의 사회를 고치는 적극적인 평등의 실천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당선인은 줄곧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한날한시에 모두가 똑같은 시험을 치는데 성차별이 어디 있냐’는 식의 처참한 젠더인식을 드러내왔다. 공정하게 실력으로 선출하니 서육남이 뽑혔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능력이란 이런 것이다. 그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이슈”라고 여겨지는가, 누가 “전문가”라고 여겨지는가 살펴봐야 한다. 이준석의 시험주의 수준의 공정 담론은 이준석이 만들어 낸 게 아니다.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경제, 경쟁, 성장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민의식을 이준석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양대 정당이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운 후보들의 모습도 참담하다. 민주당의 후보는 17명 중 16명이 남성이고 국민의힘은 15명이 남성이다. 나이는 오육십대, 장애인은 없다. 후보 구성원의 획일화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만들고 이로 인해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사람,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 탈시설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 돌봄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없다. 다양성의 실종은 후보군의 획일화에서만 드러나는 단편적인 사건이 아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MBC ‘100분 토론’ 22년 치의 주제와 토론자를 분석했다. 남성 대 여성 비율 9대 1, 평균연령 51.3세였다. 장애인은 단 한 명도 출연한 적이 없다. 최다 토론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 안보 순이었다. 정말 그토록 여성과 장애인 중에는 토론자로 출연할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일까? 서육남으로 대표되는 고학벌 비장애인 중년 남성이 “전문가”로 여겨지게 된 것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킬 수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국민’은 국가에 의해 승인된 결과로서 존재하고 있다. 국민의 힘이 되겠다고 한 그들이 말하는 ‘국민’에는 여성과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음을 그들의 발언을 통해 계속해 확인하고 있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하면서도 여성과 장애인에게 대놓고 ‘이곳에 너희들의 자리는 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구조적 차별을 몸소 보여주는 기만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들은 구조적 차별의 결과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거나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을 이해할 의지가 없다. 그들이 전혀 사고해보지 못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의제는 ‘그들의 국민’의 몫을 빼앗는 타자의 문제로 치부하며 지워내고 있다. 그들만의 ‘공정’은 철저한 가부장제 자본주의 시험만능주의 사회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것을 허용한다. 현재의 능력주의는 이처럼 구조적 맥락에 따른 견고한 차별을 뒷배로 하고 있지만, 그들은 시민들에게 인권과 다양성의 관점을 갖지 못하게 하고 그 결과 형성된 경쟁과 성장 중심의 시민의식을 든든한 자양분으로 삼아 그들의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숨긴다. 끊임없는 배제가 일어나는 구조의 문제를 숨기고 개인의 실력, 노력, 성실함의 문제로 만들며 공고한 사회적 차별의 문제를 납작하게 만드는 그들은, 이준석 대표와 같은 청년, 배현진 대변인과 같은 여성을 앞세워 ‘청년과 여성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실은 이 둘이 그들의 “트로피”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과 장애인, 소수자를 배제하는 정치

국가의 입법, 행정의 영역에서 애초에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 사회는 인권, 다양성, 성평등, 노동, 정치, 생태 등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등과 평화를 사고하고 실천할 수 없는 괴물들의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괴물들의 파괴적인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회는 여전히 무엇을 평가하는지조차 알기 힘든 획일적인 평가방식인 시험만능의 줄세우기 교육을 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교육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이 사회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배제와 차별은 쉽고 다양성과 인권은 어렵다. 배제와 차별은 익숙하고 당연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쉽다. 심지어 이젠 배제와 차별의 언어가 유희거리로 소비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돈이 모인다. 반면 자본가들의 절대 지표인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게 하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다양성과 인권은 돈과 시간 모두 여유가 있을 때나 챙길 수 있는 사치 혹은 재미없는 잔소리 혹은 “트로피”로 폄하된다. 그러나 다양성과 인권은 소수의 이야기이기 전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양성과 인권은 사회적 소수자만을 위한 길이 아니다.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마을에서 도시에서 공동체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탈시설운동도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늙는다. 늙으면 몸이나 뇌의 기능이 떨어진다. 누구나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탈시설사회, 다시 말해 배제가 아닌 다양성과 포함의 사회는 내가 늙어도 내가 살던 집, 동네, 마을에서 내가 하던 활동들을 계속하며 살 수 있는 사회다. 다양성과 포함의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즉 서로에게 잘 의지하며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왼쪽)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25일 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2022.05.05 ⓒ민중의소리


‘승자’라는 획일화된 존재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획일적 기준에 의한 ‘정상’만이 허용되는 사회는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차단하며 그 결과 ‘공동체’가 퇴보한다. 우리는 자본의 관점에 의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회의 구조는 자본가들과 정치 기득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정상과 비정상, 우월과 열등을 나누고 자격을 갖춘 사람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승인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야 인정받는 사회의 구성원일 수 있다. 늙거나 아프거나 출산을 하거나 돌봄노동을 하거나 그 어떤 이유라도 ‘그들이 요구하는 능력’이 없어지면 누구라도 쉽게 배제될 수 있는 사회다. 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양성이 실종된 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비판적 사고능력을 지우고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시민들이 학습하게 한다는 점이다. 승자와 정상이 되기를 강요하는 교육, 미디어의 발화 등을 통해 시민들이 기득권의 사고방식을 학습하게 만들고, 이를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이 사회구조에 시민사회는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이 사회의 희망이다. 다양성, 인권, 성평등, 장애, 성소수자, 이주, 나이, 노동, 빈곤 등의 사회운동은 권력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의 틀을 부수는 급진적인 개념이자 실천을 하고 있다. 이런 운동에 동의하고 동참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모두를 포함되는,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대선 결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퇴보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결코 우리의 운동이 실패한 것이 아니며, 다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것뿐이다.

쉽고 익숙한 배제와 차별에 맞서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로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배제와 차별에 맞서 모든 사람이 포함되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에 나서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활동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합리적인 인간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폭력과 배제의 사회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며 계속해 함께 싸우고 연대를 강화하며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승리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치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가 꽉 막혀 있지만 사회, 문화, 미디어 등에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배제가 포함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노키즈존을 시작으로 노00존이 널리 퍼지고 있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전문기업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70%가 노00존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방식이 나에게 안락함, 유리함, 편안함을 줄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끄럽다고 어린이를 오지 못하게 하고, 불편하다고 노인을 오지 못하게 하고,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장애인을 오지 못하게 하고, 익숙하지 않다고 성소수자와 이주민을 오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나는 과연 언제까지 포함될 수 있을까? 경제력으로 차별하고, 학력과 학벌로 차별하고, 외모로 차별하는 사회에서 과연 나는 언제까지 존엄한 존재로 살 수 있을까? 노00존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간이 확산돼야 하며 우리 사회는 모두가 포함되는 다양성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부터 모두가 포함되는 다양성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공간부터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2022.05.06. ⓒ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인권, 다양성, 성평등, 노동, 생태 등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의제들을 소외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는 그만큼 퇴보할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지금도 할 일이 많지만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거꾸로 가는 시계 위에서 시민사회는 배제와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정치의 언어에 맞서 모두가 포함되는 언어를 발견하고 제안하는 동시에 공간과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며 모두가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다치지 않도록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희망이 없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서로가 계속 ‘내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는 구조의 변화와 문화의 변화가 함께 이뤄질 때 가능하다. 차별금지법과 같은 기본적인 인권법 제정을 하는 등 제도의 변화를 통해 구조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인권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서로의 곁을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립된 섬에서 ‘오징어게임’처럼 외로운 승자독식의 생존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노예와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이제는 ‘정상’으로 규율되지 않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다채롭게 반짝이는 시민들로 변모하여 더 이상 어떠한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괴롭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과 문화를 함께, 날마다 조금씩 더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보여주기 식 인사”라는 의미로 “트로피 인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표현은 토크니즘(tokenism)이다. 토크니즘은 사실은 다양성과 포함의 가치가 전혀 실현되고 있지 않은 조직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척 하기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 몇 명을 “보여주기 식”으로 구성원에 포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포함된 사회적 소수자를 토큰(toke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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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 5년, 민주주의는 어떻게 타락했는가

  • 기자명 김도연 기자 
  •  
  •  입력 2022.05.07 06:30
  •  
  •  댓글 3
 
 

[김도연의 취재진담]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
‘여론=민주주의’ 진보의 오판…대중·엘리트 균형 무너져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손놓은 文정부… “진보 쇄신해야”
“尹 정부, 권력 남용하기 보다 국회 등에 권한 넘겨야”

경제학자 한지원(46)은 젊은 마르크스 이론가다. 지난해 책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에선 4차 산업혁명, 양적 완화, 비트코인 등 오늘의 경제 이슈를 현재화한 마르크스 이론으로 재해석했다. ‘시장은 균형을 회복한다’는 주류 경제학 허점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진보적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관(觀)을 고전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된다.

지난 3월 펴낸 ‘대통령의 숙제’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문민화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관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다”며 “하지만 그는 대통령 권력 개혁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대통령 권력은 ‘청와대 정부’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도리어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한 작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 86세력은 여론과 대중 감정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오판했고 그 결과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투기꾼 책임론, 착한 적자론과 같은 정책으로 ‘정부 실패’를 야기했다. 권력을 사적 남용한 박근혜의 탄핵으로 집권한 문 정부도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대한 통제를 고민하기보다 전임 정권을 답습하며 스스로 불행해졌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한 작가를 만났다. 이후 서면으로도 추가 질문과 답이 이어졌다. 좌파학자인 그는 왜 우리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그는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비판에 심혈을 기울일까.  

▲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대통령의 숙제’ 저자 한지원 작가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책 ‘대통령의 숙제’ 출간 계기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5년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평가는 쉽지 않다. 우리 진보좌파 단체들과 엮여 있는 정권인 만큼 진보진영에 대한 자기 성찰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보좌파 진영의 결함을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5년은 문 정부를 매개로 진보좌파 결함이 드러난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로 불렸다. 촛불 정신은 곧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으로 민주화운동 세력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에 있어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민주주의가 타락했을 때 경제와 안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고전적 자유주의 잣대로 분석하고자 했다. 문재인 정부 평가는 단순히 지난 정부 평가가 아니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지닌 어떤 근본적 결함을 파헤치는 것이며 새 정부를 포함해 한국 민주주의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다.”

- 문 정부 무엇에 실망했나? 

“결정적인 건 ‘적폐청산’이었다. 이 구호는 촛불집회 때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는데 무엇을 바꾸겠다는 메시지인지 납득되지 않았다. 결국 이놈, 저놈 감옥 보내자는 것 아닌가? 문 정부는 윤석열을 앞세워 법을 이용한(rule by law) 지배만 이어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시스템 개선보다, 법치(rule of law)의 정립보다, 반대 정파를 처벌하는 데 주력했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는 나로서 ‘소득주도성장’(소주성)도 모순 그 자체였다.”

- 문 대통령 취임 당시 시대정신으로 평가받았던 ‘적폐청산’에 부정적 입장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퇴진행동 스태프로 참여하지 않았나? 권한을 남용하고 불법을 저지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법에 따라 위법한 사람들을 기소하고 수사하는 것 자체에 이견은 없다.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박근혜 때만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나? 군부 독재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형이 구속됐다. 대통령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고질적인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시스템적 성찰과 개혁 의지가 있어야 했다. 인적 청산은 상대진영의 원한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피가 쌓이면 복수를 부르기 마련이고, 거대한 원한은 도리어 제도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태극기·조국기 부대’를 보라.”

- 문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소주성 핵심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책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주성에 대한 신뢰 여부가 아니라 여론 추이였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긍정·부정 여론에 비례해 인상됐다는 지적이었다.  

“문 정부 인사들은 2019년부터 ‘소주성’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특히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노동계, 민주노총 과제를 문 정부가 떠안은 것이다. 저임금 문제에서 가격만 와장창 올리면 해결된다는 안이한 판단이 시장에 큰 부작용을 초래했다. 최저임금과 관련 중·고생산성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안,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개편 등도 논의될 수 있고 자영업자 중심의 산업 기반도 함께 살펴야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기승전 최저임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폭적 임금 인상 만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우겼다. 소주성을 위해 임기 초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9%나 올렸다. 임기 후반 3년은 연평균 3%로 급격하게 낮춰 임기 전체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7.3%였다. 이 수치는 박근혜 정부 7.4%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
▲ 대통령의 숙제/한지원 지음/한빛비즈

- 책에서 진보진영이 공유하는 이분법적 ‘분단체제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역사관은 ‘친일 잔재인 보수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되는데 한 작가는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치적 다원성을 부정한다”고 혹평했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보수세력 뿌리는 친일파다. 이들은 분단으로 기득권을 누렸고 독재에 부역했다. 반면 진보세력 뿌리는 독립운동이다. 통일을 추구하며 민주화를 원칙으로 한다.’ 이 이분법적 선악 세계관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보수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다. 반대세력을 ‘토착왜구’로 낙인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책에도 서술했지만 19세기 자본주의 역사와 조선 망국사를 별개로 판단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분단과 20세기 냉전시대 세계사를 단절해 사고한 탓이다. 북한과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제국주의사, 냉전의 역사, 특히 사회주의 역사를 이해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이 이 대목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한국 민주주의가 세계 질서의 한 부분임을 인식하고 민족주의로의 경도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집권 세력인 대통령과 민주당 86세대, 그리고 진보 시민단체들까지 이들 그룹이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 여론에 따른다면 된다’는 ‘여론의 지배’다. 즉, 여론이 원하면 시장도 이길 수 있는 것(대폭적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적폐 청산)이고 일본도 이길 수 있다는 것(토착왜구·반일 프레임)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대부인 존 스튜어트 밀은 이런 민주주의관을 ‘다수의 전제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주권을 갖고 있는 정치 체제이나 다수의 여론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흐르진 않는다. 이 때문에 민주정은 사법부를 독립시켜 엘리트(판사) 지성이 여론 독재를 견제토록 했고 입법가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공론을 만드는 언론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엘리트와 대중 사이 긴장 관계와 상호 견제는 민주정의 필수적 조건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무너뜨렸다. 기자들은 다 기레기, 판사들은 판새, 검사들은 검새,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조리돌림하기 바빴다. 책임있는 정당과 집권 세력이라면 감정적으로 흐르는 여론을 앞장서 막아서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런 여론을 등에 업고 상대를 절멸하는 데 골몰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폴리비오스는 민주주의 타락의 필연성을 주장했는데, 민주정의 혼돈은 폭민정으로 전락하고 군주정을 다시 불러온다.”

-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주의 타락이 문재인 정권 만의 특질이라고 할 수 있나?

“보수당 정부는 엘리트주의, 성과주의를 내세우다가 역풍을 맞곤 했다. 여론을 무시하고 권위주의적 통치 권력을 남용하다가 반발에 직면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대중을 동원하는 방식의 통치를 보였다. 후자가 더 위험하다. 대중을 동원해 정적에 린치를 가한다는 점에서 파시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자유와 평등을 후퇴시키는 걸 정당화한다. 앞서 설명했듯 민주정에서는 두 가지 축이 중요하다. 언제든 ‘다수의 전제정’으로 타락할 수 있는 대중의 지배, 언제든 부패할 수 있는 엘리트의 지배가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무너진 균형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주의는 50.1%로 승리한 국민을 위해 49.9%로 패배한 국민을 정치·경제적으로 핍박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았나?”

-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나?

“알리바이용 개헌안이라고 평가한다. 대통령제 개혁을 왜 대통령이 발의하는지 의문이고, 상대 정파를 ‘적폐’로 몰아세운 상태에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인가? 공론이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또 ‘강한 대통령, 약한 국회’라는 점에서 국내 정치 체제는 미국보다 남미형 대통령제와 유사하다. 그마저도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뒤에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하듯 했으면 제왕적 대통령제도 개혁됐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수완박’ 법안에 정의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해 논란이 일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검수완박은 내용도, 절차도, 시기도 모두 틀린 입법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는 분명했다. 문 대통령과 측근의 퇴임 후 안전, 야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의 안전이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솔직히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데도 검수완박법에 찬성했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이 이권의 노예였다면, 정의당은 이데올로기의 노예였던 것 같다. 검찰이 형사사법제도의 ‘절대악’이고, 윤 정부로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생각이 진지한 내부 검토도 없이 지배적 생각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나는 정의당이 발 딛고 서 있는 현장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서민에게 형사사법 문제는 항상 통제 받지 않는 경찰의 문제였다. 솔직히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손해 본 노동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경찰 수사로 인권 침해를 받은 경험이 더 많고, 경찰이 사용자는 수사하지 않고 노동자만 족쳐서 받은 피해가 더 크다. 정의당의 현장에서 사법개혁은 사법경찰에 관한 시민적 통제가 핵심이다. 그런데도 정의당은 검찰 수사를 받은 정권 핵심 권력자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장에서 발언한다. 더 강력한 경찰을 지지하고 나섰다. 정의당이 민주당에, 집권 86세대 이데올로기에 포획 당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나는 이 문제를 책에서 민주당의 민주주의관이란 틀로 분석했다.”

- 엘리트 지성을 강조하지만 책에서는 또 한 편으로 엘리트의 지대 추구가 민주주의와 개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벌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개혁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엘리트라는 규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성’이란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측면이다. 앞서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건 전자 측면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후자도 봐야 한다. 후자 측면에서 중요한 건 지대를 얻는 경제·정치적 힘이다. 이 힘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엘리트는 자신의 ‘지대 추구’를 보장하는 제도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이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재벌의 금권이었다. 이 금권이 행정부와 의회를 포획했다. 한국 경제를 둘로 무 자르듯 나눈다면, 재벌경제와 비재벌경제로 나눌 수도 있다. 둘 사이 경제·사회적 격차가 엄청나다. 민주화 이후 여론 정치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수도권 중산층의 여론 정치도 지대 추구를 보장하는 제도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가 그들이다. 일자리 지대와 부동산 지대는 21세기 한국적 불평등의 핵심이다. 당연히 개혁 방안은 재벌 지배구조 개혁, 이중분단 노동시장 개혁, 부동산 개혁 등의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이 나와있다. 어느 정도 학계의 합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실행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일까? 나는 책에서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으로 분석했다. 대통령 한 명만 포획하면 만사형통인 정치 체제에선 지대를 추구하는 엘리트가 손쉽게 국회와 행정부를 통해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이런 것들이 여론의 지지로 포장되기도 한다. 목소리 큰 세력이 여론을 대변하니 말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수많은 개혁의 시작점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를 개혁해야, 한국형 지대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이런 균열이 있어야 지대 추구 자체를 억제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제왕적 대통령이 행정부, 입법부, 심지어 사법부까지 아우르며 제도 개혁에 필요한 물길을 꽉 막고 있는 형국이다.”

- 그렇다면 제왕적 대통령제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은 선진국 민주주의 표준인 의원내각제다. 다만, 의원내각제로 가려면 의회가 유능해야 하는데 한국 국회는 정부 조정을 받는 식물 국회,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동물 국회로 퇴화했다. 인간의 국회를 만들어야 의원내각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대통령이 국회 중심의 정부 운영을 유도하며 국회에 정부 운영 능력을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시행령 꼼수 대신 제대로 된 입법을 요청하고, 여러 형태의 사회적 대화나 작은 것 하나라도 여야 협치로 우선 풀어가는…. 사실 생각은 이런데 검수완박 국회를 보니 당분간 이런 기대는 접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거대 야당이 동물 국회를 선택했으니 행정부 입장에서도 먹히느냐 먹느냐 싸움으로 갈 것이다. 당장은 국민만 피곤하게 생겼다. 이 과정을 냉정하게 사회적으로 평가해 공론으로 남기는 게 중요할 것이다.”

- 지난 3월 레디앙에 기고하며 “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제언이, 문재인·민주당에 대해서는 비판이 최소한 몇 개월 동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년대 한국에서 사회운동이 재건 되려면 진보의 결함을 은폐하는 ‘보수에 대한 악마적 비난’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진보가 가진 결함이 은폐되는 메커니즘이 바로 보수에 대한 극렬한 반대 투쟁이기 때문이다. 절대악인 보수를 비판하면 진보가 가진 결함이 모두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일례로 광우병, 세월호,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보수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각각을 지금에 와 평가해보면, 어떤가? 광우병은 상당히 과장된 공포였고, 세월호는 지금까지도 진실 공방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박근혜 탄핵은 아무런 제도 개혁도 남기지 못했다. 진보가 보수 정부 하에서 벌인 대중운동에는 분명히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모두 드러났다. 이런 식이면 누가 정부를 운영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어려워진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진보가 먼저 스스로를 쇄신해야 한다. 윤 정부에서 이명박·박근혜 시절 같은 촛불 집회와 정치 투쟁으로 민심을 잃은 진보를 재포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이런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러면 정말 나라가 망한다.”

▲ 지난해 3월4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그는 이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 지난해 3월4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그는 이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혹독한 비판으로 ‘보수로 변절한 것 아니냐’는 질타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문 정부 및 민주당 비판은 ‘윤석열 지지’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을 터. 이재명보다는 윤석열이 낫다고 본 것인가?

“두 후보 지지율이 박빙이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에 대한 ‘강한’ 비판은 윤석열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박빙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겉으로는 양비론을 내세워도, 속으로는 그대로 민주당이 낫다는 판단을 한다. 나는 이런 태도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후보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바나 내세우는 공약을 보면, 더 강한 문재인 대통령, 더 타락한 민주당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가 적극적 의미의 대안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그가 내세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라는 테마가, 민주당 4기를 내세우는 이 후보 보다는 한국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입장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 참으로 욕을 많이 먹긴 했다. 반보수라는 철칙이 30년 넘게 유지된 진보진영이다. 이런 입장이 수용되기 어려웠다.”

-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해 뭔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 것보다 하지 말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하고,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서 달성할 목표는 최소화한 채로 국회나 사회적 대화기구 등에 자신의 권한을 넘겼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면 욕심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자유민주주의나 법치에서, 가장 정통적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아니라 입법부가 자유민주주의의 요체고, 대통령이 아니라 공정한 사법기관,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시민들의 탄탄한 규범이 법치의 요체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앞장서려다 권력남용이 발생하는 거고, 대통령이 법치 앞장서려다가 정치의 사법화니 사법의 정치화니 하는 현대 정치의 타락이 발생하는 거다.”

- 문재인 정부 5년, 이후 진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본에는 ‘회한의 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군국주의를 막지 못한 책임을 느낀 일본 지식인들의 성찰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난 민주주의 타락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책임은 진보에 있다. 진보진영이 ‘회한의 공동체’ 블록을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다. 그런다고 민주주의 추락을 막을 수 있겠냐고도 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성숙을 통해 단단해진다. 회한 속에서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집단이 공론에 참여하고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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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처, ‘보복기소’ 사건 수사 본격화…피해자 유우성 조사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07:04

유우성 간첩조작 방치 징계에
‘외환법 위반’ 공소권 남용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지난해 10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검찰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오는 17일 오후 2시 고소인 유씨를 불러 첫 조사를 진행한다. 유씨는 이날 공수처에 나와 검찰의 보복 기소 경위와 고소 이유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최근 공수처는 유씨가 낸 고소장에 따라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 보복 기소 수사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검사들을 입건했다.

 

검찰은 2014년 유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국가정보원이 위조한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위를 방치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뒤, 검찰은 유씨에 대해 다른 혐의로 추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4년 전(2010년)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했던 유씨의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한 것이다. 유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2016년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해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며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상고했지만, 지난해 10월 대법원도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다며 공소기각 판결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든 유씨는 2014년 자신을 기소했던 담당 검사와 지휘 라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두봉 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안동완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당시 담당검사), 당시 결재선에 있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신유철 전 검사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 대상이다.

 

공수처 수사의 관건은 공소시효다. 유씨를 추가 기소한 시점(2014년)으로 보면 직권남용 혐의 공소시효(7년)가 도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소기각 판결 등에 반발해 검찰이 상고한 행위를 포괄해서 공소권 남용으로 보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형사소송법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 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5일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공소제기를 한 뒤 공소 유지를 위한 활동을 검사들이 계속했다면 대법원 판결 시점을 범죄 행위 종료 시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공소기각 사례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검사의 상고 등을 독립적인 직권남용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두봉 인천지검장. &lt;국회TV&gt; 갈무리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관련기사 : 유우성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대법 “검찰 공소권 남용 첫 인정 사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15135.html

▶관련기사 : [단독] 검찰 9년째 사과 없다…‘유우성 보복기소’ 사건 공수처 수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525.html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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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의 대형 '오보', 진실은 이렇다

[조성식의 통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수사·기소 분리 대란'의 숨은 진실

22.05.06 05:51l최종 업데이트 22.05.06 05:54l


산티아고 노인은 먼 바다에 나가 이틀간 고생한 끝에 길이 5.5m, 무게 700㎏에 달하는 거대한 청새치를 낚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배 옆면에 청새치를 매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의 습격을 받는다. 노인은 사투를 벌이지만 청새치의 살점은 한없이 뜯겨나갔다. 결국 항구에 돌아왔을 때 청새치는 뼈와 대가리만 남은 상태였다.
3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된 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개정안이 형체만 남은 청새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원안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패자이고, 국민의힘이 승자라는 건 아니다. '노인'을 패배자라고 여기지 않듯이.

'검찰개혁 완성판'이라는 수사‧기소 분리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흡한 점과 허점이 많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이 이를 '검수완박법 통과'라며 마치 검찰 수사권이 박탈당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대형 오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박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는 데다, 검찰 수사권이 폐지된 것도 아니고 일부 축소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표결 통과되고 있다. 2022.4.30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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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법 통과'는 대형 오보

미래의 일이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된다 해도 '검수완박'은 아니다. 이른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이 중수청으로 넘어가더라도,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과 경찰 및 공수처 공무원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은 검찰에 남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안은 국회의장 중재안의 결함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검찰이 행사하는 6대 주요 범죄 수사권을 넘겨받을 중수청 설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관련 조항은 일정한 기간에만 효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일몰법(日沒法)이다. 그런데 시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즉 중수청 설치가 늦어지더라도 일정 시점에 이르면 직접수사권을 자동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바꿔 말하면, 중수청이 설치되지 않으면 최소한 부패‧경제 분야의 수사권은 검찰이 계속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부패 및 경제 범죄는 검찰 특수수사의 핵심 영역으로 범위도 넓다. 부패 범죄에는 뇌물 알선수재 정치자금 등이, 경제 범죄에는 사기 횡령 배임 금융증권 마약 등이 포함된다. 이를 두고 한 법학자는 "이른바 돈 되는 수사는 다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먼저 중재안을 받아들이고도 천연덕스럽게 합의를 깬 국민의힘의 태도에 비춰 중수청 설치의 첫 단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개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중수청 설치는 물 건너갈 수 있다. 특위 구성과 입법 및 시행이 단계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논란거리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죄'로 규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통령령'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등'을 '중'으로 바꾸었으나 본회의에 상정된 최종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확정된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완수사권 유지와 별건수사 금지 두 가지다. 보완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권과 더불어 2대 쟁점이었다. 수사‧기소 분리 반대론의 주된 논거이기도 했다.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개정안 취지는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다. "수사에 미흡한 점이 많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 항변을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현행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 다항과 부딪친다는 문제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동일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권 남용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별건수사 금지 조항은 이렇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런데 '부당하게'와 같은 추상어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강요할 수 없다'라는 표현도 모호하다. 실제로는 강요에 의한 진술임에도 자발적인 것처럼 꾸미고 약점을 잡힌 피의자도 그에 동조하면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2.5.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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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당하지 못한 검찰

검찰청법 개정안 골자는 네 가지다. ▲검찰 주요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으로 제한하고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고 ▲직접수사 부서 직제 및 인원을 국회에 분기별로 보고하고 ▲2022년 12월 말까지 선거 범죄 수사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중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하는 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 자체 운용에 따른 한계가 있는 데다 소속이 바뀌지 않는 한 수사 검사 입김이 기소 검사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업무를 나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부 산하기관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선출권력의 결정에 그렇게까지 반기를 드는 것은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반대는 할 수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결사항전 태세는 공무원의 도리가 아닌 듯싶다. 권한 줄인다고 이렇게 반발하는 국가기관이 검찰 말고 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자칫 권력기관 이미지만 부각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한다. 최대 쟁점인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게 된 만큼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중재안을 덥석 받으면서 최대 '전과'로 내세웠던 점이기도 하다. 보완수사 대상을 '동일한 범죄'로 제한한 것에 반발하는데, 새로운 혐의를 발견한 경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요청하면 된다.

현행 형소법은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감독할 권한을 잔뜩 보장해놓았다. 먼저 영장 청구나 공소제기와 관련해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197조 2항). 위법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수사권 남용이 의심스러우면 사건기록을 건네받아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197조 3항). 경찰 자체 수사 종결에 따른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245조 8항).

검찰 요구에 경찰은 따라야 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검사는 임용권자에게 징계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발상의 대전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수사는 원래 경찰이 하는 것이다. 검찰의 주된 업무는 기소와 공소유지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진 나라도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한다. 직접 수사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사실일지 몰라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조항도 그런 점에서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닌 듯싶다.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한몫한 일부 법조인과 법학자들부터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법적으로 보완하면서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업에 충실하면 국민에게 이롭다.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비슷하다. 데스크가 직접 기사까지 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견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데스크는 기자의 기사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업무에 전념하는 게 맞다. 문제가 있으면 기자에게 다시 취재해서 쓰라고 하면 된다. 기자는 기사를 내기 위해 데스크의 보완 지시를 따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영장을 받아내거나 기소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구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큰사진보기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5.3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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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직접수사는 축소되지만 수사권 자체는 시퍼렇게 살아 있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기관의 지위를 누린다. 검찰 수사권을 상징하는 형소법 제196조(검사의 수사)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는 조항이 건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경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통제 수단인 영장청구권(체포‧구속‧압수‧수색)을 전혀 손대지 못한 점도 그렇다. 민주당 원안은 검사가 오로지 경찰의 신청을 통해서만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게 했으나 이 또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향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전관특혜의 젖줄'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 실질적인 수사기관으로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판사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일본 제도를 참고하되 경찰권 비대화를 견제하는 방안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다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성과가 없지는 않지만

비판적으로 보자면, 개정안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선진형 형사사법체계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대여론이 만만찮은 환경에서 이 정도로나마 바꾼 것은 성취로 볼 만하다. 제도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려면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서 패한 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랴부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함으로써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한 데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 성과와 한계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국민에게 이로운 개혁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큰사진보기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된 후 형사소송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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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까지 한 사안을 하루아침에 뒤집음으로써 정당정치의 대의를 부정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공화당이나 전두환 시대의 민정당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심 잘 방어했다고 여기면서 정략적으로 피켓을 드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눈길도 있다.

두 당 모두 지지층 결집이라는 성과를 얻었는지 몰라도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비춰보면 정치적 득실 계산은 사소한 일인지 모른다. 본질도 아니고.

<노인과 바다> 후반부에 나오는 노인과 소년의 대화다.

"난 놈들(상어떼)한테 졌단다."
"그놈한테는 지지 않았어요. 잡아온 물고기한테는 말이에요."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진 건 그 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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