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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사건 담당 검사가 공직기강? '뜨악했다'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5.0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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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5일 발표된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실 인사에 검사 출신이 전진배치되면서 우려가 모인다. 특히 공직기강비서관에 이른바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던 이시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내정된 데 대한 비판이 높다.

6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대통령실 인선 발표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인사라는 평가다.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의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관련 징계 이력을 제목에 쓴 신문은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2기획관(정책조정·인사)’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참모 19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인사에선 검찰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률비서관은 각각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맡는다. 대통령실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인 총무비서관에는 검찰 일반직인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이 인선됐다”고 설명했다.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대로 대통령 권한 축소를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지만 민정수석실 기능을 담당하는 비서관직 두 자리가 ‘검찰 후배’들에게 돌아갔다는 분석도 전했다. “공안통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는 2012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주진우 법률비서관 내정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필적하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예산을 관장하는 총무비서관 관련해선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장에게 곳간 열쇠를 맡겼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내정자 이력이 논란이다.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증거 위조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2015년 대법원에 의해 유씨 무죄가 확정됐다. 이 내정자는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한 뒤 공소유지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징계 1개월에 그쳐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사안이다.

경향신문은 “유씨 사건은 검찰 공소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증거조작이 드러나 간첩 혐의 무죄를 받은 유씨를 2014년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2심 법원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한겨레에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분이 공직기강비서관이 됐다는 뉴스를 보고 뜨악했다”며 “본인 자체가 흠이 있는데 다른 일도 아니고 어떻게 공직기강을 잡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문 정부 공공기관 인사 두고 “엇박자”

공공기관장을 둘러싼 현 여권과 차기 여권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일보는 여러 면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이 적다고 보도했다. 1면 기사는 ‘尹, 올해 임명 가능한 공공기관 14곳뿐’이란 제목으로 “새 정부가 올해 안에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전체 130곳 가운데 10.8%인 1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공공기관장 60% 이상이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새 정부 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다.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5월6일 국민일보 기사

이어진 기사(尹정부 ‘원전·부동산 정상화’…文 임명 기관장과 엇박자 우려)는 원전, 부동산 관련해 ‘정상화’라 주장하는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과제 전면에 내세운 원전 진흥과 부동산 정책 정상화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과 손발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철학이 다른 사람들 사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2030 ‘윤심’ 해석 이어져…조선일보는 ‘젠더갈등’ 부각

이날 여러 신문에 등장한 키워드 중 ‘2030’이 있다. 한국일보 기사(‘공정’ 기대 무너졌나… ‘尹 대선 일등공신’ 2030이 흔들린다)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는 기간임에도 2030세대 사이에서 윤 당선인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과정의 소통 부족, 새 정부 초대 내각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의 ‘부모 찬스’ 논란, 2030 맞춤형 공약 파기 등 때문에 윤 당선인에 대한 이들의 기대가 식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뒤늦게 ‘집토끼 붙들기' 총력전에 나섰다”고 했다. 표심 이탈 움직임의 원인으로는 집무실 이전, ’부모 찬스‘ 논란 내각 인사, 여성가족부폐지나 병사월급 인상 등 공약에 대한 재검토 등을 꼽았다.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5월6일 조선일보 기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5일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으로 즉시 인상 등 일부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잇따라 입장문을 내놓고 나섰다. 경향신문 기사(2030 남성 반발에 “여가부 폐지·병사 봉급 200만원 추진”)는 “2030세대 남성 중심으로 공약이 후퇴했다며 반발 여론이 나타나자 부랴부랴 입장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1면을 비롯한 여러면에 ‘젠더갈등’이 심각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1면 ‘곪아터진 젠더갈등, 국민 67% 심각’ 기사는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대선 직후 공동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786명)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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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위선적 이중성, '공무원 고용세습'은 괜찮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복무 중 희생된 군인과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 뭐가 다른가"

 

 

 

몇 해 전 일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고용세습' 조항이 있다고 정부와 언론이 맹비난을 가했다. 1980년대 서울대 주사파 핵심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전향했다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때 하 의원은 '고용세습원천방지법을 발의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뿌렸다. 여기에 '글로벌 Top 5' 자동자회사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고용세습' 단체협약을 체결한 13곳의 회사 이름이 나와 있다.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 요구했던 하태경

하 의원은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재직 중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자녀 1인에 한해 당사 취업을 희망할 경우 인사원칙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우선 채용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두었다고 비난했다. 

13곳 중 하나인 현대종합금속의 단체협약은 "회사는 감원자 및 정년퇴직자, 상병으로 퇴직한 자의 부양가족을 사원모집 시 우선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 

하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건넨 자료를 근거로 "13곳의 노조가 단체협약 내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으며, 13곳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9군데로 가장 많았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기회 제공"을 주장하며, "민주노총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의 고용세습 전수조사"를 요구했었다. 

당시 하 의원 같은 우익 정치세력은 민간기업들이 노사 자율로 합의한 '고용세습'에 광분하면서,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나 회사 발전을 위해 애쓴 노동자의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이 공정한 기회를 망가트린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민간기업에서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고용세습'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치세력이 희한하게도 윤석열 정권의 등장을 앞두고 '고용세습'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집어넣었다.

"고용주로서 국가의 의무를 다한다"는 미명 하에 "군무원 경력경쟁 채용 시 유가족 채용 추진, 공무직 근로자 채용시 유가족 취업 관련 우대조항 반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필자는 "고용주가 자신을 위해 일하다 죽거나 다친 노동자의 가족을 우대하여 채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조직 발전을 위한 노동자의 자발적 기여와 헌신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 민간기업들에 본을 보여야 할 국가가 나서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했던 이의 가족에게 우선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거나 희생당한 이들의 가족에 대한 '우선채용'을 자신들이 장악한 국가기구가 하면 정당한 일로 여기고, 민간기업이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을 통해 노사 자율로 하면 '고용세습'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가해를 가하는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위선적 이중성이다. 

'모범적 고용주'로서의 국가  

군무원에 대한 '고용세습'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인수위는 어디서 들었는지 "모범적 고용주(a model employer)"라는 노사관계학 용어를 거론했다. '모범적 고용주'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한민국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방향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의 고용주인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그 모범을 따르게 되고, 그 결과로 국민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모범적 고용주' 이론의 골자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준수하고,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기본적 노동기준을 준수하고, 법에 보장된 주 40시간을 지키고,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정책과 사업이 모범적 고용주로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고용세습' 논란의 근본 이유 

'고용세습' 단체협약이 문제가 되었을 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조항만 있을 뿐 실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필자는 노조 입장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 느꼈다. 

마흔 여개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사회복지 수준이 '상위 Top 5'가 아니라 '하위 Top 5'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상위 Top 5' 기업에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노동자의 가족에게 '우선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세습' 논란은 한국 노동운동의 주력부대인 현대자동차노조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이는 현대자동차노조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연봉이 1억원에 달하는 고졸 학력의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고용세습' 논란은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은 커녕 대학교 졸업장도 없는 '공돌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공장에 갈아 넣은 댓가로 연봉 1억을 받는 게 배 아팠던 한국 지배 엘리트들의 시기심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 전쟁에 다름아니었다. 

한국에 'Top5'는 얼마나 있나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현대자동차는 지난 30여년 동안 거의 매년 파업을 하고 엄청난 임금인상을 쟁취했지만 노조 때문에 망할거라는 저주를 뚫고 '글로벌 Top5'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 경제도 '글로벌 Top10'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다른 영역은 어떤가? 예를 들면, 법률의 편파적 적용으로 '법의 지배(the rule of law)'를 무너뜨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등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을 배출한 서울대학교는 지금 '글로벌 Top5'가 되었는가? 

현대자동차 고졸 노동자들의 1억 연봉과 '고용세습'을 비난하는데 앞장섰던 그 많은 지식인들이 속한 대학과 연구소 중에 '글로벌 Top10'이 하나라도 있는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노동계급에 대한 대우 

박정희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산업전사(industrial soldiers)'라는 표현에 익숙할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전사, 즉 군인으로 취급되었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들은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을 통해 하나의 '사회계급(a social class)'으로서 민주화에도 기여했다. 

산업화를 성취하고 민주화를 성공시킨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은 보편적 사회복지를 쟁취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보편적 복지 노선을 거부하고 잔여적 복지 노선을 강제해왔는데, 이를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는 지배 엘리트의 정치적 헌신과 경제적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될 수 있다.

보편적 사회복지라는 출구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의 조직노동(organised labour)은 기업복지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그 결과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임금 수준은 물론 복지 수준도 차이가 나는 반동적 경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조직노동의 즉자적(卽自的) 요구에 편승한 한국의 지배 엘리트가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시키면서 '사적 기업복지 체제(private corporate welfare regime)'를 강화시켜 온 것이 대한민국 복지의 역사다.

군인보다 더 많이 죽어간 노동자 

대한민국 정부의 통계로 하루 8명이 일하다 죽는다. 일년이면 3천명에 달하는데, 여기에 70년을 곱하면 21만명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산업재해사망 통계는 현실의 10%라는 게 정설이다. 일 때문에 아프거나 다치는 노동자 수는 정부 공식 통계로 일년에 10만명을 넘는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역시 대폭 축소된 수치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지난 70년 동안 복무 중 죽거나 다친 군인 수는 근무 중 죽거나 다친 노동자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 채용'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도 '우선채용' 기회를 보장하는 게 순리다. 

'고용세습'과 '우선채용'은 다르다 

노사가 자율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은 '고용세습' 조항이 아니라 '우선채용' 조항을 담고 있다. 사실 '고용세습'은 한국을 지배하는 엘리트들이 저지르는 작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잘해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되었다는 한동훈 부부가 자기 딸인 알렉스 한(Alex Han)에게 제공하고 있는 '부모 찬스'야 말로 세련된 수법의 '고용세습'에 다름아니다. 경북대학병원 의사인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이 딸과 아들을 의사로 만들려 들여온 여러가지 공들이 '고용세습'이다.

당사자는 물론 부인과 자식들까지 온 식구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인 한국외국어대총장 출신 김인철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공익을 갉아먹는 법기술자들의 집단인 로펌 김앤장에서 고액을 챙긴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조국 일가를 캔 형사적 노력의 절반만 들이면 '고용세습'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복무 중 희생된 군인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이 '고용세습'이 아니듯이, 근무 중 희생된 노동자의 유족에게 우선채용을 보장하는 것도 '고용세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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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을 부추겨 동맹을 강화한다”

  • 기자명 장창준 박사
  •  
  •  승인 2022.05.05 0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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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3) 안보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안보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대결 부추기기

선거시기 논란이 되었던 ‘대북 선제타격’은 윤석열 정부의 공식정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5월 3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선제타격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자위권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과 결심을 통해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식어를 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사용하려 할 경우 선제타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 첫째,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징후를 판단할 만큼 확실한 정보자산이 없다. 둘째, 전시작전통제권이 윤석열 정부에 없다. 사용징후를 판단해야 할 정도로 한반도 상황이 악화되면 데프콘은 격상되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국에 넘어간다. 셋째, 미국은 자칫 북미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한국의 선제공격을 용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북 선제공격 발언을 지속하는 이유이다. 명분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최근 ‘선제타격’을 연상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북한은 주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 한국과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메시지는 외면하고, ‘선제타격’으로 해석될 만한 메시지만 주목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대결적 상황을 원하기 때문이다. 군사적 긴장을 바란다. 북한을 자극하여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하려 한다.

대결적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인수위 발표 국정과제에서 북한 비핵화(국정과제 93), 북한인권재단 출범(국정과제 95)을 강조한데서도 엿보인다. 북한 비핵화와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신호이다. 대화의 조건은 사라지고 대결의 조건이 형성된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상적’ 남북관계(국정과제 94)이다. 그들의 대북정책 리스트엔 ‘대화’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맹 강화하기

5월 3일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보고서는 교묘하게 서술되어 있다. 킬체인 등과 같은 군사체계 구축에서 한미동맹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 정책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국정과제 보고서에 명시된 킬체인, 다층방어체계, 압도적 대량응징보복(국정과제 104)은 한미동맹 없이 불가능하다.

이같은 교묘한 수법은 서론에 해당되는 “시대적 소명” 대목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이익블록화’라는 낯선 단어를 표현한데서도 확인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의 진짜 목표인 ‘동맹 우선주의’를 은폐시킨다. 구글링에서 검색 결과조차 나오지 않는 ‘이익블록화’라는 신생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국정과제 96)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해 말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민주주의는 미국을 선택하고, 중·러를 배제시키는 이데올로기이다.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기반하면 ‘동아시아 외교’는 실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아시아 외교’는 속임수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권위주의 국가’일 뿐이다.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한 한중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국제규범에 기반한 한러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만 남는다.

대결 부추기기 정책은 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동맹 강화는 정세를 더욱 격화시킨다. 그것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참여하는 한미 정례 연습을 강화하고, 연대급 이상의 한미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는 것(국정과제 105)을 보고서에 담았다.

 
 

대결과 동맹 확장하기

윤석열 당선인은 푸틴 대신 젤렌스키와 전화통화를 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는 우리 국방부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미국은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고, 윤석열 정부에게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이 러시아로 확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이미 중국 혐오 발언을 한 바 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듯이 중국도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대결 부추기기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대한 명백한 조짐이 있다. 한미 사이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1단계 전략기획지침(SPG), 2단계 전략기획지시(SPD)가 이미 합의되었다. 마지막 작전계획 수립 단계만이 남았다. 물론 명분은 북한의 핵위협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지난 해 12월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하자마자 미국 내에서 “새로운 한미 작계에는 중국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도로 보아 올 해 안에 한미 작계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의도하는 바대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바대로 새로운 작전계획에서 대중국 문제까지 포함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결 지향적 정책은 중국으로도 확장되는 것이다.

대결의 확장은 동맹의 확장을 초래한다. 한미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화(국정과제 96)는 중국과 러시아 포위 봉쇄망 구축이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국정과제 104)은 사드 추가 배치 혹은 도입을 시사한다.

동맹의 확장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국정과제 105)하겠다는 방침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한일 동맹론자인 김태효를 국가안보실 1차장 및 NSC 사무처장으로 내정했다. 김태효는 이명박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서 ‘악역’을 노골적으로, 적극적으로 자처할 것이다.

위험한 시대의 위험한 정부

신냉전적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을 한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새로운 대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군사적 수단이 선택되고 있으며,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신냉전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우리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마저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어떤 고려도, 신중함도 없이 동맹 우선주의를 선택했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가 등장했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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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尹 내각 추가낙마' 공세…국힘, 방어 태세 속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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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5 08:31
  • 수정일
    2022/05/05 08:3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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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정호영·한동훈·원희룡 낙마 공세…한덕수 사퇴 요구도
국힘, 韓 조속한 인준 촉구 '엄호'…정호영은 '고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제공)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내각 추가낙마의 압박 수위를 높이며 공세에, 국민의힘은 방어선을 구축하며 엄호 태세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인철 후보자보다 심각한 결격사유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라며 "특권 찬스 끝판왕 정호영, 검찰 소통령 한동훈, 법카 농단 원희룡 후보자 모두 국민의 퇴장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 출범도 전에 인사 참사, 인사재앙이 시작됐다"라며 "불법, 특혜,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인사들로 내각을 꾸린 윤석열 당선인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김인철 후보자보다 죄질이 나쁜 정호영 후보자는 아직도 버티고 있다"라며 "보건복지부에 출근할 생각 말고 경찰에 조사받으러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비꼬았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전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요구도 나왔다.

 

윤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 국회 인준까지 갈 것도 없다"라며 "한 후보자는 즉각 자진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한덕수 후보자의 공직 퇴임 후 김앤장 근무 이력 등 의혹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2013년 김용준, 2014년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유는 '전관 특혜' 때문이었다"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총리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본회의 찬반 표결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한덕수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에 대한 낙마를 강행했다가 역풍이 불 우려도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조속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며 엄호 태세에 들어갔다. 또한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 후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추가 낙마는 없다며 방어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등의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것을 언급하며 "도 넘은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처음부터 낙마라는 답을 정해놓고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집단 퇴장하는 건 의원으로서의 책임 방기이자 퇴행적 정치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생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국민은 조속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안정을 바라고 계신다"라며 "민주당이 계속 새 정부 발목잡기로 일관한다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청문회에 '낙마'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청문회장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낙마'에 초점 맞춰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다"라면서 "검수완박 입법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까지도 가로막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 후보자를 두고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첫 낙마 후 추가 낙마가 이어질 경우엔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이 지연돼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악화하는 여론 속 임명을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목소리도 분출되고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희는 조국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 그게 정권교체를 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정 후보자도 자진 사퇴하셔야 된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 후보자의 자녀 의혹에 대해 "이해충돌, 이해상충 문제"라면서 "공직을 수행하기에 결격사유가 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북대병원장을 할 때 불공정 제도를 자기가 만들었는데 아무 반성이 없고 '나는 특혜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뭔지 국민들이 궁금해한다"라며 "불공정한 제도를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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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윤석열 정부의 '판도라 상자'다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 불통, 외교·안보 약화, 주권국 체면 손상, 민생 불편

22.05.04 20:35l최종 업데이트 22.05.05 07:15l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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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일성은 의외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다.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이 '당선 허니문'을 누려야 할 그의 지지율을 까먹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머물지 않고 윤 정부 내내 각종 재앙을 내뿜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 같다.

첫째, 소통을 앞세운 그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고집과 강행은 오히려 윤 당선인의 불통과 권위주의 이미지를 강화해 주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하더니 당선 뒤 갑자기 광화문을 버리고 용산을 택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권위주의 시대의 일방통행 일처리 방식의 전형이다. 그가 대선 때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5년 짜리 대통령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던 말을 무색하게 하는 '내로남불' 행위다.

둘째, 용산 집무실 강행은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안보 중시' 정책이 헛말임을 보여준다. 그는 국방부에 집무실을 마련하면서 안보의 간성이라고 할 국방부와 함참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모여 있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군의 지휘부를 흩어 놓음으로써 안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와 함참 건물에 남아 있는 부서도 일부 있지만,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군의 중추부가 사실상 여러 부분으로 해체되어 분산 배치됐다.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해 안보를 무시했다는 소리가 들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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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보 약화에 이어 외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윤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결정하면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는 '부의 연쇄'가 이뤄졌다. 이로써 그동안 격조 높고 비밀스런 외교활동을 해왔던 국가의 주요 외교 자산이 없어지게 됐다. 외교장관 공관은 숙소용보다는 외교활동의 무대가 주요 역할이라는 점에서 외교력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징발한 윤 당선자의 우악스러움보다 이에 관해 아무런 반대 의견도 내지 않는 전직 외교관들이다. 대선 기간 중 외교부의 주류를 자임하는 전직 외교관 170명이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들 가운데 이런 무지한 외교력 약화 행위에 반대나 비판 의견을 냈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출근길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 통과, 주권국 체면 구겨 

넷째, 주권국으로서 나라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 당선자가 취임일부터 청와대를 하루도 쓰지 않고 국방부 사무실로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한 달여 동안 서초동 개인집에서 국방부 집무실로 출근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출퇴근 때 교통난 해소와 경호 문제를 감안해 미군기지를 통해 출근을 하기로 했다.

미군기지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한 나라의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의 주권이 작용하는 땅을 출근길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전시작전권 행사 문제로 국제사회 일부에서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출근 통로는 그런 인상을 더욱 강화해 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출근길을 확보하면서 미군에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이 나중에 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냉엄하게 국가이익을 다루는 국제사회에서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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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미군기지 반환 이후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구상됐던 꿈이 무산되거나 크게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주변에 경호차와 헬기 등이 수시로 떠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며 즐기는 공원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질 높은 주거 환경을 기대했던 용산 지역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아무리 시민 활동 친화적인 경호가 이뤄진다고 해도, 국가 수반이 일하는 사무실 주변이 평범한 주거 지대와 같을 순 없다.

이렇듯 윤 당선자의 용산 집무실은 외교안보 면에서도, 시민의 생활 면에서도, 당선자의 이미지 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용산이고, 용산이더라도 준비 없이 서둘러 옮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당선자와 그 부인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아직 당사자들로부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무속 논란'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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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현장] 어린이날 100주년 기자회견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저는 단천초등학교 1학년 김한나입니다. 저는 노키즈존을 없애고 싶어요. 왜냐면 우리, 아이들이 불편해요. 내가 어른이 아니라고, 내가 그냥 어린이라고 음식점 아니면 카페에 못 들어가게 하면 나 울고 싶어요." -김한나 어린이

시민사회단체들과 어린이·청소년 당사자들이 모여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했다.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등은 4일 오전 서울 국회 2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키즈존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어린이·청소년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이들은 "방정환 선생은 100년 전 어린이를 시혜적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완전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 방정환 선생이 노키즈존을 본다면 뭐라고 할지 의문이다"라며 "허울 좋은 어린이날 100주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을 선포하고 노키즈존, 급식(충) 등 혐오와 차별에 맞서나가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특히 만 6세 김한나 어린이, 만 8세 이지예 어린이, 만 9세 김나단 어린이 등 어린이 당사자들이 참여해 "노키즈존에 반대해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어린이를 조금만 더 생각해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전했다. 

"조용히 해야 하면 조용히 해달라는 규칙을 써주세요. 안전해야 하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들도 규칙을 배우고 지킬 수 있어요." -김나단 어린이 

"어린이들이 노키즈존을 배워서 나중에 어른들이 못 들어오게 할지도 몰라요. 우리에게 나쁜 걸 가르쳐주지 마세요." -김한나 어린이 

"어린이도 예쁜 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요. 어린이도 예쁜 카페에서 음료수도 먹고 싶어요. 노키즈존을 없애주세요." -이지예 어린이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김나단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영업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어린이 및 어린이 동반 육아인들을 점포에 들이지 않는 노키즈존은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라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인권위 권고사항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하고, 민간 영역에서 노키즈존은 여전히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뜨거운 음식이 어린이에게 위험하다'는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점포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에 오은선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이미 어린이·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유 없이 운영의 편의만을 위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뜨거운 음식을 나를 때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라면, 따뜻한 음료를 판매하는 모든 카페나 찌개를 파는 모든 음식점이 노키즈존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위 "개념 없는 양육자를 배제하기 위해 노키즈존을 만든다는 발상"에 대해서도 "양육자라는 존재를 '언제든지 몰상식한 행동을 하고 불편한 상황을 유발하는 존재'로 여겨 억압하며, 상황적인 처벌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적 처벌'이란 실제 집행되는 법적 처벌의 개념이 아닌, '개념 없는 양육자' 프레임과 같이 특정 정체성에 가해지는 사회적 낙인·응징 등에 가까운 개념이다. 오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가령 지하철에서 아이가 갑자기 울 때, 양육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감시하고 시험하는 듯한 시선을 받게 되고 이러한 시선은 그에게 일종의 처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양육자를 '불편을 유발하는 존재'로 상정하는 노키즈존이 "그러한 사회적 처벌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색칠하고 있는 김한나 어린이 ⓒ프레시안(한예섭)
▲4일 기자회견에 참여해 현수막을 들고 있는 어린이 및 어른 참여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노키즈존 등 어린이 차별을 실질적으로 철폐하기 위해선 결국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 국내외 인권 기관들이 한국사회의 아동차별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차별행위를 규정하고 시정하기 위한 법적인 창구가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일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24일째를 맞은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한 사회가 시민들에게 거절당하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 환대 받는 경험을 만들어줄 것이냐를 가르는 법"이라며 “(노키즈존, 채용성차별 등) '난 누구라서 안 되나봐' 하는 거절의 경험들을 서로 환대하고 환대받는 경험으로 바꾸기 위해선, 무엇이 차별인지 알고 그것을 바꿀 방법을 사회가 함께 찾기 시작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이날을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로 선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며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12월 1일 에이즈의 날을 '에이즈 감염인 인권의 날'로 선포했던 지난 투쟁들이 있다. 그 투쟁을 이어받아 내년에는 차별금지법 있는 봄에 '어린이 차별 철폐의 날' 기념 어린이 집회를 함께 열면 좋겠다"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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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 극단적 시장주의자에 발목 잡힌 한국경제

  • 기자명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  
  •  승인 2022.05.04 13:15
  •  
  •  댓글 0
 
 
 

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2) 새정부 출범과 한국경제 전망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독재와 공포 정치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이 될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호경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윤석열 정부 경제 수장이 될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호경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

1. 윤석열 정부 경제수장(후보)들의 경력

한덕수 총리 후보와 추경호 경제부총리(기재부장관) 후보는 외국기업과 재벌을 위해 편향적인 정책을 실시한 경력으로 재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둘 다 외환은행을 미국 사모펀드에 팔아먹은 론스타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창양 산업부장관 후보는 15년간 산업부 관료생활을 했고 이후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재벌 기업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대기업 사외이사로서 284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하고 단 1건에 대해서만 수정의견을 내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면서 13년간 8억을 수령했다는 비판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수장들은 각계각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조정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치우친 활동을 해 와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덕수 총리후보는 재산형성 검증 자료(소득, 납세 등)를 제출하지 않아 인사청문회가 미뤄졌다. 김앤장에서 2017년부터 최근까지 근무하면서 18억원을 받았는데, 제출한 업무 내역은 영어연설과 네 차례의 한 줄짜리 자문에 불과했다. 전직 고위관리가 재벌과 외국기업을 대변하는 로펌에 재직했다가 다시 국무총리를 맡는 회전문 인사가 적절한 지, 이런 후보가 기업과 국민 중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 의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제소한 국제중재재판소에서 한덕수는 증인 자격으로 ‘한국 사회는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이 강하고 너무나도 국수주의적이서 문제’라고 서면 답변하였다. 론스타는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국무총리였던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며 한덕수 자료를 재인용하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덕수는 한국에 불리한 발언으로 국민에 대해 배임행위를 한 것이다(김어준의 뉴스공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제재판소에 증언한 서면 전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으나 한 후보는 이를 거부하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가 부총리(재경부장관) 시절 기업 대출한도를 철폐해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고, 2002년 11월부터 론스타 매각 시기 8개월 간(1억5천만원 수령) 김앤장 고문으로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며 총리 지명 철회 진정서를 인수위에 전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50%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이도록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해주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은행법상 외국인은 금융자본일 경우에만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이에 사모펀드이자 산업자본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라면 10% 이상의 지분 인수가 가능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BIS비율이 8%를 넘은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이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금감위 등 금융당국과 외환은행 관계자 등)에서 매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자, 당시 김석동 금감위 정책국장(2011년 금융위 위원장)은 예외승인 결정권한이 있는 금감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재경부가 협조요청 공문 발송을 해달라고 했다.

이후 재경부가 금감위에 협조요청이 담긴 공문을 보냈는데 은행제도과장이던 추 의원이 이 작업을 직접 수행하였다. 추 의원은 조선호텔 관계기관회의에도 참석했다. 감사원은, 공문을 결정하기 위한 7월 23일 작성한 2개의 가안(검토자료)을 확인하였다. 이는 재경부 은행제도과정(추)이 작성한 것으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므로 금감위가 (론스타)의 초과 보유승인을 적극 검토해 줄 것”, "특별한 사유의 인정을 통한 예외승인 및 우리 부가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음", "다만 유권해석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경영지표개선계획 제출명령 등 감독당국의 조치가 선행된 후 예외 승인함이 바람직"이라는 쓰여져 있다. 재경부는 이 가안에 기초하여 7월 24일 금감위에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금감위와 재경부가 론스타 예외승인을 위해 짜고 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오마이뉴스, 2022.4.12).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추경호 의원은 모피아의 질긴 생명력의 표상이라며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추 의원은 관료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새정부 경제수장들의 면모를 보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경제가 다시 둔화되고 있어 대외의존적인 한국경제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시장주의 정책은 그나마 호황 시기에 작동할 수 있으나 경제침체기에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무능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었던 LTV 최대 80% 등 부동산 대출 확대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내각 구성 후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2. 한국경제 둔화로 전환

자유무역과 글로벌 분업구조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보호무역과 경제전쟁이 일상화 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시기 미국의 대중국 경제제재와 중국의 내수위주 전략으로, 중국의 저렴한 제품으로 가능했던 저물가 시대가 종료되고 있다.

다음으로 양적완화로 연준의 총자산이 코로나 이전 4조 달러에서 9조 달러로 급증하는 등 주요국가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정책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였다.

이런 조건에서 연준의 금리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여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한국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월 4.1%로 10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였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 통계청. 한국은 CPI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음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 통계청. 한국은 CPI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이 긴축(테이퍼링, 금리인상, 양적긴축)에 돌입하였고 금융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한국은 대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하여 4월 기준금리가 코로나 이전 수준인 1.5%로 인상되었다.

그러나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도 올해만 2~3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치솟는 물가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인상은 다시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원화 가치는 다른 통화보다 더욱 하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 ‘무역 규모가 큰 중국경제의 둔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증시에서 올해 4월까지 21조원 순매도)’ 등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4월말 1,270원까지 하락하였다.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하면 수입물가 급등하여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한국 자산가격 하락으로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된다(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올해 4월까지 21조원을 순매도).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통계청]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 통계청]

실제 무역수지가 작년 12월 적자에 이어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하였다. 분기 적자는 14년만에 발생하였다. 4월에도 –2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였다.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산업부]
▲무역수지 추이 (단위 : 억 달러) [자료 : 산업부]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추가하여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을 시사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미국이 러시아,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에 주변국들의 동참을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는 비우호국에 대해 원자재 수출 제한, 지적재산권 보호중단, 외국자산 국유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제한에 이어 러시아 경제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에 따른 한반도 리스크가 추가된다.

세계적인 신냉전 속에서 북미, 남북 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전환하면 한국에서 자본 이탈, 투자 감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2022년 2월, 3월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크게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도 하락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3. 위기를 키우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의 공정 혁신경제론’은 전형적인 친기업 성장 정책으로 한계에 봉착한 수출주도성장, 부채주도성장을 다시 강조한다. 나아가 감세, 규제완화, 긴축재정, 노동유연화 등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장우선주의,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있다.

4월 28일 인수위는 한국전력 독점판매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사실상 민영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KT(통신), 포스코(제철), 가스 등 기간산업들이 꾸준히 민영화되었다. 이어서 철도공사에서 수서선(SRT)를 분리하고, 한국전력을 6개 발전사로 쪼개어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중단하였다. 원래 전기, 수도, 철도 등 기간산업은 국가가 운영하여야 공공성 보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윤을 노리는 민간기업들은 끊임없이 민영화를 요구한다.

새정부 경제수장들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그들의 철학을 보았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국전력이 복잡하고 어려운 송전은 계속 담당하겠지만 판매에서 민간 대기업들의 진출을 허용할 것이다. 이미 발전(LNG)에서 민간기업에게 30%의 판매가 허용되었고 해외에서 연료를 값싸게 구입하는 것도 허용되었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이 공공부문을 인수하면 이후 가격인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철도, 가스, 전기 등을 민영화했다가 요금인상, 안전사고 등으로 후유증이 커지자 재국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새정부 경제팀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부주도 산업정책 등을 추진하여 시장경제를 훼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지속했으며 역대 정부의 경제정책과 별 차별성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초기에 포기했으며 모호한 혁신성장, 포용적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친기업 정책에 주력하였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친기업 성격이 강한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자신들은 훨씬 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미국주도 경제 질서, 재벌 중심 수출경제 등)을 펼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은 출범부터 거대한 장벽에 부딪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 돌입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어, 윤 정부의 시장경제, 작은 정부는 경제침체기에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청년들을 보호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경기 침체기에 무능하다. 침체기에는 시장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은 전능하지 않으며 공공재, 외부효과, 독과점, 경기불안정 등 다양한 이유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하는 상태가 나타난다. 이러한 시장실패에는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파괴되어 기업파산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한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케인즈안은 공공투자와 노동3권 보장으로 고용과 소득을 안정화시켜 유효수요를 창출하였다. 이후 작은 국가보다는 교육, 의료, 실업, 돌봄, 주거, 일자리, 안전 등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개념이 중시되었다.

대조적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기업의 이윤율이 떨어지자, 미국과 영국에 레이건, 대처 등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서 긴축재정,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겉으로는 시장자율에 맡기는 것 같지만 실제는 정부가 기업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극단적으로 기업(민간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이윤을 보장하고 복지와 고용을 후퇴시켜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초래하여 양극화 시대를 만들었다.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은 세계경제 호황 시에는 고도성장이 가능하지만 세계적 불황이 다가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한국경제는 1980년대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30년 가까이 수출중심, 이윤중심 성장정책으로 세계무역 10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 시기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분업구조가 강화되었고,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된 호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2020년대 세계경제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먼저 미국의 세계경제 주도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제조업을 추격자들에게 내어주고 금융, 지적재산권 등으로 패권을 유지하던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날로 커지고 있고, 양적완화로 유지해 온 경기부양 정책은 40년 만의 초인플레이션으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달러를 찍어 유동성을 제공했던 달러패권 시대가 흔들리면서 긴축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세계 2/3 국가들에서 최대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중국은 제조업과 내수 등 실물경제에 기반하고 있어 경제토대가 튼튼하고, 금융·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아 통화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중국·러시아 대 미국·서방의 경제블록이 형성되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다. 전염병과 전쟁, 경제제재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했던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식량·에너지·원자재·핵심산업(부품·소재 등)의 자립화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주도성장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수출주도경제는 양적 성장에서 성과를 냈지만, 재벌 대기업 편향정책으로 중소기업 하청화, 농업·서비스업 침체 등으로 부문 간 불균형을 초래했고, 하청·용역·파견·특수고용 등 간접고용을 크게 양산시켰다. 수출로 인한 성과는 대기업이 독식하여 낙수효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가공한 후 다시 수출하는 대외의존형 경제구조는, 보호무역 시대에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투자로 경기부양을 도모한 부채주도성장도 가계부채의 팽창으로 위험수위에 도달하였다. 2021년말 통계로 1,862조원의 가계신용에 소규모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한국의 개인금융부채는 2,180조원으로 세계 1위(GDP의 106%)이다. 더구나 한국에만 기형적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의 개인사업자 부채, 전세보증금 등을 포함하면 가계부채는 3,000조원이 훨씬 넘는다. 또한 중소기업의 5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가계부채, 기업부채의 상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새정부 경제정책은 경제침체기에 민생 위기를 키우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 민중의 희생으로 기업들의 위기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정권 초기부터 경기침체와 맞물려 격렬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손대기 쉬운 곳은 공공부문이다. 긴축재정과 연동되어 공공부문 시장화, 민간위탁, 효율화가 강화될 것이다. 이어서 민간부문 규제완화, 감세, 노동유연화, 노조 억압, 복지축소 등이 추진될 것이다.

한국 민중은 5년 전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킨 저력을 보여 주었다. 윤석열 정부는 ‘소수 국회’, ‘낮은 지지율’, ‘미국경제의 약화와 세계화의 후퇴’ 등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반면 노동자 민중은 촛불 이후 조직률이 배가되고 자신감이 높아져 있다. 촛불혁명으로 정치개혁은 이루었지만 경제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진정한 경제개혁을 위해 진보진영이 제 역할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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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확인된 윤석열의 ‘아니면 말고’ 공약·발언들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병사 봉급 200만원은 재정 때문에, 사드는 다양한 옵션 중 하나, 9.19 군사합의 파기 아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일부 공약이 사실이 아니거나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figcaption>
윤석열 당선인 측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크게 수정한 것에 이어, ‘사드 추가 배치’ 공약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이종섭 후보자는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검토할 예정이고 (사드는)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지난 3월 22일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윤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 이 후보자는 차마 맞는 말이라고 주장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 관련해서도, 이 후보자는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지켜지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 후보 시절 한 줄 페이스북 공약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계정
“병사 봉급 200만원”이라더니
“재정 여건 여의찮아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는 경쟁자였던 이재명·심상정 대선후보의 공약과 비교해도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취임 일주일을 앞두고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 200만 원’으로 크게 수정됐다. 이조차 순수 월급 인상이 아니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결합한 공약 수정이었다.

이같이 공약을 뒤엎은 이유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대선 당시에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공약에 포함했던 것”이라며 “당선 이후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했는데, 재정 여건이 여의찮아서 일부 점진적으로 증액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때는 당선되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지르고, 당선되자 취임 직전 공약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올린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윤석열 당선인 페이스북 계정
“사드 추가 배치”하겠다더니
“사드는 여러 옵션 중 하나”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페이스북에 한 줄로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 후보들은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수도권 방어에 실효성도 없고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높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윤 당선자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윤 당선인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지층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당선 뒤 취임 직전인 지난 3일 이 공약을 유보했다.

이날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추가 배치 진행할 예정이냐”고 묻자, 이종섭 장관후보자는 “(L-SAM 등) 자체개발 체계를 조기에 전력화할 수 있으면 그걸로 대체할 수 있다”며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검토하겠지만, (사드는) 그중 하나의 옵션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사드를 추가 배치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대선 때와 다르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는 “그때는 가장 대표적으로 사드를 내세워서 공약으로 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L-SAM2’ 조기 전략화 등도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L-SAM’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다. 우리 군은 L-SAM을 실전에 배치하면 패트리엇 미사일과 천궁2 등과 연계해 독자적인 다층적 방어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어체계이기 때문에 중국의 반발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문회에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인 L-SAM이 내년이면 전략화되고 2년 후면 L-SAM2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L-SAM2가 장점 훨씬 많아 고려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시작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04. ⓒ뉴시스
“9.19 군사합의 파기”라더니
“파기하겠다는 게 아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3월 22일 인수위 첫 간사단 회의에서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해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 아닌가”라며 “명확한 위반”이라고 말해, 크게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방사포 사격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 이게 합의 위반이면 우리 군의 포사격과 실사격 훈련도 모두 9.19 군사합의 위반이 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사합의 파기가 아니고, 방사포 발사 지점 또한 9.19 군사합의 지역보다 훨씬 북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도, 다음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어디서 쐈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국민 머리 위로, 우리 영공을 거쳐 날아갔다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윤 당선인의 주장을 포장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이 취임 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변화 없고 계속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만 하면 우리도 합의를 계속 지키기가 어렵다”라며 “그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도 그렇고 이후에도 그렇고 변함없이 9.19 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지켜지는지 보겠다는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방사포 발사했을 때, 당선인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맞나 틀리나”라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질문하자, 이 후보자는 “ICBM 발사도 있고 하다 보니, 전체적인 상황이 취지에 맞지 않지 않느냐 이런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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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상파3사 시사·보도프로 프리랜서 인력 현황 최초 공개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5.04 04:00
  •  
  •  댓글 0
 
 

[창간기획] 방송비정규직 실태조사 ①
지상파3사 인력 실태…MBC 프리랜서 비율 55% 가장 높아

지상파3사가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보도프로그램에서 채용한 ‘프리랜서’가 정규직 직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온 실태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2021’ 용역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KBS, MBC, SBS에서 시사교양국과 보도국 내 정규직 인원이 비정규직·프리랜서를 비롯한 전체 고용 형태의 절반에 못 미쳤다. 각사 내 프리랜서 숫자는 정규직과 비등하거나 더 많았으며, 특히 MBC의 경우 프리랜서가 정규직의 1.8배에 달했다.

3사 인원을 합산해 보면, 시사교양‧보도 분야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총 2711명 중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가 1125명(41.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078명(39.8%)으로 프리랜서보다 적은 숫자였다. 이어 파견직 300명(11.1%), 계약직 197명(7.3%), 외주업체 11곳(0.4%·업체 숫자) 순이었다.

KBS도 비정규·프리랜서가 56.3%…SBS 정규직 비율은 37.6%


KBS의 경우 총 1726명 가운데 최소 972명(56.3%)이 프리랜서이거나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754명으로 43.7%였다. 프리랜서는 615명으로 35.6%였고, 파견 비정규직도 206명(11.9%)에 달했다. 계약직 비정규직은 140명(8.1%)이었다. 외주 비정규직은 업체 수 기준 11곳으로, KBS 측 입력 오류로 외주 인원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KBS(서울)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MBC 서울본사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 SBS 보도·시사교양 부문 고용형태 현황(2021년 3월 기준). 외주업체 노동자의 경우, 사측 입력 오류로 업체 숫자를 기입했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최소 수치이다. 자료=고용노동부 방송산업 비정규직 활용 실태조사 용역연구, 인포그래픽=이우림 기자

MBC는 시사교양국과 보도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 642명 가운데 55%에 달하는 인원(354명)을 프리랜서로 두고 있었다.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 195명(30.4%)의 2배에 가까운 숫자다. 계약직 비정규직이 49명(7.6%), 파견직은 44명(6.9%)이었다.

SBS에서도 총 343명 가운데 프리랜서가 156명(45.5%)으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은 129명으로 37.6%에 그쳤고, 파견 비정규직이 50명(14.6%), 계약직 비정규직이 8명(2.3%)였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사단법인 유니온센터는 해당 통계가 보수적으로 잡힌 최소 수치라고 강조했다. 3사 모두 4~35개에 이르는 외주업체 소속 인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작가‧아나운서‧FD 등 직군 ‘미표기’도 회사마다 14~159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니온센터는 지난해 3월 지상파 3사 서울본사 보도국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력 현황을 파악했으며, 노동부 협조로 각사 경영·인사 담당자가 센터가 제공한 서식에 직접 입력하도록 했다.

프리랜서 절반 넘는데 지금껏 공식통계에선 배제


프리랜서는 고용형태 공시제 등 노동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용형태다. 이 탓에 방송사가 프리랜서를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해왔음에도 지금껏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KBS는 고용형태 공시정보에 전체 직원 5566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를 5%로, 외주업체 간접고용 등 ‘소속 외 근로자’ 수는 9.3%로만 보고하고 있다.

직군별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을 보면, 지상파 3사는 음향·조명과 방송작가, 번역·영문지원, 영상미술에 프리랜서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음향·조명의 경우 100% 프리랜서였고, 작가는 99.3%였다. 번역·영문이 93.3%, 영상미술은 90.1%였다.

아나운서 직군도 총 56명 중 60%에 가까운 33명이 프리랜서였고 정규직은 23명에 그쳤다. 뉴미디어 관련 직무의 경우 75명 가운데 38명(50.7%)이 프리랜서로 일했으며, 14명(18.7%)이 파견 비정규직, 13명(17.3%)이 계약직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은 6명(8%)에 불과했다.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지상파3사 사옥과 로고

AD와 FD 등 연출 지원직은 244명 중 133명(54.5%)이 파견으로 일했다. 62명(25.4%)이 계약직, 45명(18.4%)이 프리랜서였다. 촬영은 127명의 54.3%에 해당하는 69명이 파견직, 나머지는 모두 프리랜서였다. 경영지원직의 경우 총 47명 중 계약직이 69.1%(32명)로 가장 많았고, 정규직은 32%(15명)이었다.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직군은 기획(경영 직군) 100%, 기자 98.5%, PD 89.7%, 편집 69.6% 순이었다.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 파견전문업체가 세워지는 등 파견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추세였으나, 프리랜서 고용형태가 예상보다도 많이 늘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방송작가가 방송사 프리랜서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했는데, 프리랜서 규모가 정규직을 넘어서는 이번 수치는 방송사가 전 직종에 걸쳐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용역연구를 수행한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방송미디어 산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이 프리랜서 고용형태를 특히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최근에 올수록 그 경향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방송계 전반에 근로자성이 높은데도 확산하는 ‘프리랜서’ 고용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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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평등법' 농성장에 철거 통보가 날아왔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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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5/04 08:30
  • 수정일
    2022/05/04 08:3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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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

 

국회가 오는 10일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을 이유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차제연은 3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등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전해진 소식은 평등의 약속이 아니라 농성장 철거 통보였다"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발언에 나선 이진영 사단법인 양천마을 이사는 "30년도 더 지난 88올림픽 때 (거리정화 사업) 같은 소리"라며 철거 통보에 반발하기도 했다.

차제연의 국회 앞 농성장은 3일로 단식 23일째를 맞은 두 활동가(이종걸 공동대표, 미류 책임집행위원)의 단식농성장과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으로 구성돼 있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농성장은 각각 국회 방호과와 영등포구청의 관리를 받는다. 차제연은 2일 국회와 구청 양측에서 모두 농성장 철거 통보를 받은 상태다.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공간은 특별경호구역을 지정되어 집회, 시위가 금지된다는 것"이 철거 통보 이유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기자회견엔 이종걸 대표, 미류 위원 등 차제연 측 활동가들과 더불어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등이 참여해 농성장 철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차별금지법 즉시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소성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왜 평등을 쫓아내고 짓밟고 버리면서 대통령 취임식을 하려는 건가"라고 물으며 "(시민을) 쫓아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 인권을 보장하는 일, 평등을 일구는 일 등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 위원은 " 평등을 실천하고 요구하는 우리는 치운다고 치워지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우리를 치운다면 그것은 곧 평등을 치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기다려 달라고, 말로만 믿어달라고 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실질적인 입법계획을 세워서 사과하는 마음으로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는 지난달 25일 '검수완박' 이후의 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졸속' 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제연은 측은 "(차별금지법 관련) 공청회 안건이 채택됐지만, 정확한 날짜도 진술인도 들어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선 이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계속 요구해 왔지만, (민주당 내에서) 해당 논의는 진전 없는 상태로 방치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은 "(시민사회에서) 평등법 제정 논의를 15년 전부터 해줘왔음에도 민주당이 많이 늦었다, 송구하다"며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위원은 대통령 취임식으로 인한 농성장 철거에 대해서는 "국회는 그냥 공터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가 쌓여 있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취임식을 한다는 건 시민들의 갈등과 요구들을 마주한다는 것이다"라며 "(취임식을 위해) 이 분들을 치울 게 아니라, 이 분들을 만나러 오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현재 '평등법 제정을 지지하는 민주당원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내 차별금지법 논의 사항을 묻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그는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공식적인 논의 자리를 마련해나가고, 의총에서도 평등법 제정을 어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발언하고 있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프레시안(한예섭)

한편 차제연은 국회의 철거 통보에 응하지 않고 농성장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장예정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연대 활동가들이 머무르는 평등텐트촌의 경우 3일 농성을 마지막으로 자진 철거할 예정"이라면서도 "단식자들이 머무르는 농성장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철거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차제연 측 두 활동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집행위원은 지난달 11일부터 해당 농성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 기사 : 평등하자고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일부터는 매일 오후 1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2시간 동안 동조 단식 시위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도 70인 정도의 종교계 인사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국회 방호과가 차제연에 통보한 농성장 철거 기한은 오는 9일이다. 이종걸 대표는 국회의 철거 통보에 대해 "차별의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자, 사람답게 살고자 싸우고 있다. 정당한 자기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은)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라며 "대통령 취임식이란 이유로 우리의 이 자리를 지워야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차별 당하는 사람들이 말할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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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신 나간 범죄 집단, 주한미군 당장 추방하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5/0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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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가 3일 오후 2시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주한미군 집단 성폭행! 정신 나간 범죄 집단, 당장 꺼저라!’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영란 기자

 

“주한미군이 저지른 성폭력 범죄를 우리나라 법으로 반드시 엄벌하고 미군이 두 번 다시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가 3일 오후 2시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주한미군 집단 성폭행! 정신 나간 범죄 집단, 당장 꺼저라!’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강조했다.

 

민족위는 성폭행을 저지른 주한미군을 향해 ‘정신 나간 집단’이라며 “수십 년 동안 끔찍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 위협하는 주한미군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민족위는 항의서한에서 “미군은 그야말로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는 존재에 불과하다”라면서 “미군은 그야말로 이 땅을 만만한 훈련장으로 보며, 주둔지원금 뜯어가고 무기 팔아 돈 벌어가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생명, 안전의 위험을 감수하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라며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민족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항의서한을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한국 경찰이 저지해 전달하지 못했다. 

 

▲ 미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김영란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범죄자 주한미군에는 제대로 대응 못 하면서 이를 항의하는 국민을 막는 경찰은 대체 어느 나라 경찰이냐”라며 질타했다. 

 

이인선 국민주권연대 회원은 ‘정신 나간 범죄 집단 주한미군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

 

이인선 회원은 “2019년 12월 17일 주한미군 야간 통행금지령이 완전히 해제됐다. 그 결과 2022년 4월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연간 주한미군 범죄 건수는 각각 395건, 392건으로 2018년 296건에 비해 100여 건 가까이 늘게 되었고 주로 오전 1시에서 5시 사이 부대 밖에서 발생했다”라고 야간 통행 금지령 해제 이후 늘어난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짚었다. 

 

계속해 “정신 나간 범죄 집단이 주한미군이다.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안녕, 질서를 해치며 점령군 행태를 보이는 무법 집단이 주한미군이다. 이런 주한미군은 이 땅에서 당장 나가라”라고 주장했다. 

 

  © 김영란 기자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한국은 속국이 아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청산하자’라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김수형 상임대표는 “미군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대체 왜 우리 국민이 외국 군대로 인해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절대 속국이 아니다. 우리 땅에서 외국 군대가 저지른 범죄는 우리의 법으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계속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파리 목숨만도 못하게 여기는 주한미군의 막무가내식 만행이 계속되어도 그들은 불평등한 한미관계 속에서 처벌 하나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다. 오늘도 주한미군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며 우리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 가해자가 분명하지만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절대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비통한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불평등한 소파협정 뒤에 숨어 끝없이 악질적인 범죄만을 저지르는 범죄 집단 주한미군을 이제는 추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법으로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을 처벌해서 감옥에 가두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을 우리나라 법으로 반드시 처벌하자는 의미를 담아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범죄자 주한미군에 수갑을 채우는 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  © 김영란 기자

 

▲ 감옥에 갇힌 주한미군.  © 김영란 기자

 

아래는 항의서한 전문이다. 

 

정신 나간 범죄 집단 주한미군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1일 주한미군이 한국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 한국 경찰이 미군 두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번의 충격적인 미군 범죄 소식에 우리 국민은 분노한다. 근래에 미군 범죄가 잇따르지만, 범죄를 저지른 미군이 제대로 처벌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어 분노는 더욱 크다. 미군이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지만 대부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는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기인한다. 한미관계의 불평등함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역대로 있었던 미군 범죄의 면면을 봐도 미군이 한국을 온전한 주권국으로 그리고 한국인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후인 6월 13일은 미군 장갑차에 압사당해 억울하게 죽어간 효순이 미선이의 스무 번째 기일이다. 2002년 11월 미군 법정은 살인 미군을 무죄 평결하였고 해당 미군은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갔다. 1997년 있었던 미군 가족에 의한 조중필 씨 살해 사건의 경우에는 진범이 밝혀지고 처벌받는 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자칫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이 없는 사건이 될 뻔했다. 1945년 점령군으로 이 땅에 들어온 미군은 오랜 세월 점령군 행세를 지속하며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1945년 9월 8일에는 일제 경찰이 미군의 적극적인 방조와 용인 아래 진주하는 미군을 환영하러 나갔던 한국인 두 명을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이때부터 미군과 우리의 불편한 관계는 시작됐다. 그리고 수십 년 미군 범죄 잔혹사의 한쪽에는 한국 전쟁 시기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 또한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오래되고 엄청난 범죄 역사를 간직한 것이 주한미군이다. 그런데도 이제껏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 

 

게다가 미군은 돈 한 푼 내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사용하다 반환한 기지의 환경 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뻔뻔한 일인가. 우리 땅에 미군 생화학 무기 실험실이 들어와 있고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운용이 되는데, 뭐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한국 당국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모습 어디에서 당신들 미군이 우리나라를 주권국으로 대한다고 느낄 수 있는가. 미군은 그야말로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미군은 그야말로 이 땅을 만만한 훈련장으로 보며, 주둔지원금 뜯어가고 무기 팔아 돈 벌어가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오죽하면 국민 안에서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울려 나오겠는가. 이와 같은 생명, 안전의 위험을 감수하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 

 

범죄 미군 제대로 수사하고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미 당국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정신 나간 범죄 집단 주한미군 강력히 규탄한다!

잇따르는 미군 범죄 미 당국은 사과하라!

우리 국민 생명·안전 위협하는 미군은 이 땅을 떠나라!

 

2022년 5월 3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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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에서 캐낸 생명체, 윤 대통령 취임 선물로"

[삼보일배오체투지人]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동행 취재

22.05.04 06:05l최종 업데이트 22.05.04 06:05l
큰사진보기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농촌에서 낙동강 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마늘밭에 뿌려지고 있다.
▲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농촌에서 낙동강 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마늘밭에 뿌려지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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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슈슛~ 슛슛슛~'.

400여 평 남짓한 마늘밭에 스프링클러 10여 대가 거친 소리를 냈다. 사방으로 힘차게 뿌려지는 물방울이 마른 흙바닥을 적셨다. 마늘대는 키가 30~40cm 정도 자랐다. 봄 햇살을 받아 번들거리는 마늘잎에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후두둑 소리를 냈다. 나무로 만든 허름한 창고에서는 개가 짖었다.

지난 4월 20일 찾아간 대구 달성구 구지면의 전원 풍경은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의 얼굴에선 불편함이 묻어났다. 그는 마늘밭 한 귀퉁이에서 드론을 날렸다. 'S자'로 휘어진 낙동강을 따라 반달형 밭이 길쭉하게 펼쳐졌다. 양파밭과 감자밭도 보였다. 어릴 적 목을 심하게 다쳐 허스키한 목소리로 굳어진 그가 말했다.

"조금 전에 갔던 OO양수장에서 퍼올린 낙동강 물로 농사를 짓는 곳인데, 상당히 넓어요."
 

큰사진보기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농촌 경관. 낙동강 물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농촌 경관. 낙동강 물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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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면 마늘밭] "이곳에서 뽑은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마늘밭으로 오기 전, 정 국장이 들른 곳은 이 마을 바로 위쪽의 양수장이다. 낙동강 절벽 둔치에 선 양수장에서는 양수펌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파른 풀밭으로 내려간 그는 낙동강에 코를 박듯이 허리를 구부린 채 강물 상태를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녹조 알갱이 같은 것이 양수펌프 흡입구가 박힌 강변에 흩어져 있다.

"녹조는 아니고, 풀씨인가 봅니다." 그가 강 빛깔에 예민한 까닭이 있다. 지난 3월 22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그는 "낙동강 쌀에서 '발암물질‧생식 독성'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라며 "프랑스의 생식 독성 기준 15.9배를 초과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낙동강·금강의 물로 재배한 쌀과 무, 배추에서 발암성과 간·폐·혈청에 영향을 미치는 남세균(Cyanobacteria)의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Mcrocystin)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세상과함께 후원으로 진행된 정밀조사 결과였다.


당시 조사에 사용됐던 무가 이 밭에서 나왔다.

"무의 녹조 독성을 검사했는데, 1.85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국제 암 연구기관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죠. 특히 간, 폐, 신경, 뇌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에는 정자와 난자 등 생식기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죠."

정 국장은 "6월 중순부터 9월까지 녹조가 창궐할 텐데, 그때 이곳에서는 단무지용 무를 생산한다"라면서 "주의 조치 없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농산물이 국민 식탁에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큰사진보기정수근 국장이 상주보 상류에서 채취한 실지렁이.
▲  정수근 국장이 상주보 상류에서 채취한 실지렁이.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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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윤석열 당선자, 이 시궁창 물 맘껏 마시게 하겠다?"

정 국장과 함께 다음으로 간 곳은 경북 상주보 선착장이다. 보로 정체된 물 위에 부유 물질이 잔뜩 떠있다. 바닥에는 펄이 쌓였다. 가슴 장화를 꺼내 신은 그는 삽을 든 채 물속으로 10m 정도 들어가서 펄을 퍼왔다. 모래가 섞여 있지만, 시커먼 펄이다. 악취가 심했다.

"어, 여기 실지렁이다."

맨손으로 펄을 뒤적이던 그가 말을 이었다.

"수질을 1~4등급으로 나눌 때 4급수 지표종이 실지렁이, 깔따구입니다. 여기에서 실지렁이가 나왔다는 것은 4등급, 최악 수질로 전락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과거에 이곳은 1급수 지역이었어요. 지금 상주 시민들이 이 물을 취수해서 먹고 있죠."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말을 떠올렸다. 윤 당선자는 지난 2월 상주 풍물시장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신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다"라면서 "이것을 잘 지켜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상주·문경 시민들이 마음껏 쓰실 수 있도록 잘 해낼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정 국장은 "심하게 말하면 문경과 상주 시민들에게 시궁창 물을 많이 주겠다는 말과 같다"라면서 "실지렁이와 깔따구 등 시궁창에 사는 지표생물들을 더 채집해서 5월에 취임할 때 선물로 보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도 좋겠다, 아주 특별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주보에서도 드론을 날렸다. 과거 상주보 지역의 항공 사진을 보면서 같은 높이, 각도에서 비교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그의 입 밖으로 신음하듯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아름다웠던 곳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큰사진보기4대강 사업 이전의 상주보 주변 경관
▲  4대강 사업 이전의 상주보 주변 경관
ⓒ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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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상주보 상공에서 찍은 드론 사진
▲  상주보 상공에서 찍은 드론 사진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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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 전망대] "진짜 멋지지 않나요?"
  
이날 정 국장과 마지막으로 간 곳은 경북 예천 삼강리 전망대다. 안동 하회마을을 돌아 나온 낙동강과 모래강 내성천, 죽월산에서 흘러드는 금천 합수부이다. 강물은 지는 해를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 같았다. 강물은 휘돌아가면서 이곳 이목리의 낙동강변에 크고 흰 반월형 모래톱을 쌓았다.

"이게 낙동강 모습이었죠. 4대강 보에 영향을 받지 않은 유일한 곳. 내성천에 들를 때마다 여기에 옵니다. 죽어가는 낙동강을 보며 가슴이 아파올 때마다 여기서 재충전을 하죠."

정 국장은 달봉교를 건너 이목리 강변 모래톱 위에서 드론을 띄웠다. 드론은 내성천 회룡포까지 날아갔다. 그곳에서부터 이목리까지 굽이치는 낙동강 풍경을 영상에 담으면서 그는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진짜 멋지지 않나요."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강을 보면서, 예전의 아름다웠던 강을 떠올려 그 소중함을 발로, 가슴으로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큰사진보기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경북 삼강리 전망대에서 낙동강의 비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경북 삼강리 전망대에서 낙동강의 비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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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환경상 공로상] "정수근만 있었다면..."

이날 정 국장과 동행한 것은 ㈔세상과함께가 주관한 2020년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공로상을 받았던 그를 조명하기 위해서였다. 14년째 싸움을 벌이는 그와 함께 다니면서 달리는 차 안이나 강변 풀밭에 주저앉아 인터뷰를 했다. 이날 그와 동행하면서 든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도 낙동강처럼 아파하면서, 때로는 쉬거나 굽이치기도 하면서 흘러가고 있구나.'

사실 공로상을 탔던 2020년과 그 전해인 2019년에 그는 낙동강에 없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500여 편의 기사를 쓰며 4대강 사업을 고발해왔지만 녹조가 창궐하고, 홍수가 터졌을 때에도 그는 한 건의 기사도 올리지 않았다. 이때 주변 환경운동가들로부터 이런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정수근만 있었다면..."

그는 지독한 마음의 병을 얻어 2년 동안 집에 칩거했다. 공로상 수상자 결정문에는 그의 정신적 치유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정수근은 '낙동강 귀신' '낙동강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헌신하면서 4대강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환경운동을 잠시 접고 개인 건강 회복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낙동강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고군분투해왔던 정수근의 헌신과 노고를 높게 평가했습니다.<br />- 오체투지환경상 결정문에서
  
큰사진보기상주보 주차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수근 국장
▲  상주보 주차장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수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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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싸움꾼이자 글 쓰는 환경운동가

그는 녹색평론사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를 결성해 대구 앞산 터널공사 중단 운동을 벌였지만 공사는 강행됐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대운하를 밀어붙일 때였다. 이 모임은 '낙동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로 명칭을 바꿔 새 싸움을 벌였다.

낙동대구는 대구환경운동연합과 4대강 사업 저지 대구연석회의와 공조해 싸움을 이어갔다. 그는 천주교 신부들과 함께 10번의 낙동강 생명평화미사를 이끌었다. 2011년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국장으로 영입된 뒤 싸움은 본격화됐다. 낙동강 순례단을 조직했고, 시민들과 아이들과 함께 낙동강과 내성천을 누비고 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참, 많이 싸웠어요. 4대강 공사현장에서 출입을 막는 수자원공사와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멱살잡이한 채 흙바닥에 뒹굴기도 했죠. 주먹으로 얻어터진 적도 있어요. 경남 남지에서 준설선이 침몰했을 때 둔치가 무너지는 바람에 죽을 뻔한 적도 있죠."

그는 글 쓰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낮에는 현장을 누볐고, 저녁에는 논평과 성명서를 썼다. 기자회견에 쓸 피켓을 만들고, 늦은 밤과 새벽까지 <오마이뉴스>에 올릴 기사를 썼다.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창궐했던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의 참상을 알렸다. 꽁무니에 기생충이 달라붙은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특종 기사도 썼다.

그간 그와 여러 차례 동행 취재를 했다. 그때마다 그는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녹조는 언제 시작되나?' '내일 현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인터뷰를 할 수 있냐?' 언론사 문의 전화였다. 그는 운전하면서 인터뷰에 응했고, 전날 쓴 기사에 대한 해명이나 항의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낙동강 스피커'이기도 했다.
 
큰사진보기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경북 상주보 상류의 펄에서 실지렁이를 채취하고 있다.
▲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경북 상주보 상류의 펄에서 실지렁이를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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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최승호 PD "정수근은 1급수, 저는 2급수"

이랬던 그가 2년여 동안 멈춰 섰다. 그 이유를 물었으나 그는 말을 아꼈다. 아직도 온전한 몸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현장 취재를 해왔던 터라 미루어 짐작할 만한 게 있었다. 그는 4대강사업이 완공됐던 2011년에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아무리 떠들어도 준공식까지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우린 패배했습니다. 우울증을 앓았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죠. 하지만 녹조가 피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패배감으로 한가하게 허우적거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싸움은 다시 시작됐고,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 낙동강 현장을 직접 안내도 했던 그였다.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문 정권은 집권 후반기까지 낙동강 8개 보의 수문조차 열지 못했다. 결국 '희망 고문'을 당하다가 여러 개인사까지 겹치면서 증상이 재발했을 것이다.

이런 그가 낙동강에 돌아온 건 2021년 3월이다. 낙동강 현장으로 복귀한 뒤 일주일에 2~3차례 낙동강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이날 <뉴스타파> 최승호 PD(전 MBC 사장)는 상주보에서 정 국장과 함께 물속에 들어갔다. 정 국장이 잡은 실지렁이를 보며 인터뷰하는 최 PD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쳤고 지금도 현장에 있다.

최 PD에게 '정수근은 어떤 사람인가'를 물었다. "한결같은 사람. 저는 2급수인데, 정수근 국장은 1급수"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2008년부터 강을 살리려고 노력해온 것은 죽어가는 강을 보며 마음으로 아파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현장 조사하고, 운동은 운동대로 하면서 그걸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써서 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이날 정 국장과 함께 삼강주막 근처에서 순댓국으로 배를 채우고 대구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물었다. '환경운동에도 많은 분야가 있는데, 4대강만 판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없었나?' 그가 공백기를 가졌던 이유의 하나이기도 했을 법한 질문이었다. 그는 침묵했다. 잠깐 동안 차 안에는 2004년산 낡은 엔진이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강과 습지 생태계만 보는 건 아닙니다. 물을 마시러 오는 야생동물, 산과 맞닿은 강에서는 숲 생태도 보이죠. 4대강은 생태계 축소판입니다. 가뭄에 무력하고 홍수를 유발하는 4대강 16개 보를 걷어내는 건 기후위기 해법의 하나죠.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집단 폐사하고,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 자취를 감추고,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고... 얘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잖아요. 저라도 알려야죠."

때로는, 멈춰 설 필요가 있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이다. 지금도 4대강 주변에 잠시 멈춰 선 이들이 있다. 더 큰 희생을 요구하며 이들을 닦달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지금도 'MB 삽질'로 유린됐던 4대강 곳곳에서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위대한 자연을 볼 수 있다. 사람도 그렇다. 자연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의 순간이다.

뭇 생명과 함께 아파해온 걸걸한 목소리의 '낙동강 허스키'. 멈췄던 그가 다시 강을 누빈다.
 
▲ 펄 속에서 캐낸 생명체..."윤 대통령 취임 선물로 주고싶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대선 때 'MB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4대강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낙동강 동행취재를 했습니다. 낙동강물을 퍼올려 농사를 짓고 있는 농경지와 상주보, 삼강전망대 등을 돌면서 인터뷰했습니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확인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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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  
  •  승인 2022.05.03 1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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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윤석열 정부 (1) 정치

차기 정부 내각 후보자들의 면모와 당선자의 그 간 행적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미리 규정해 본다. [편집자]

(1) 정치 : 검찰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
(2) 경제 : 극단적 시장주의와 경제 위기
(3) 외교 : 친미사대 외교와 한미일 군사동맹
(4) 사회 : 차별과 경쟁, 그리고 불평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사진 :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사진 : 서울=뉴시스]

1.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 독재정치

정치란 전체 국가 성원을 어느 한 방향으로 조직 동원하고 지휘하는 기능이다. 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이념인데,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에 따라 정치 체제가 결정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이다. 후보 시절 “민주주의는 자유를 위해 존재한다”고 했고, 당선 소감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 등 많은 민주주의 중에 왜 굳이 자유민주주의만을 고집할까? 이 의문을 풀어가다 보면 윤석열식 정치는 심각한 자유주의적 독재정치로 귀결된다. 그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로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역대로 독재정치의 이념이었기 때문이다.

참혹한 민간인 학살과 지독한 경찰독재, 정치깡패, 부정선거로 얼룩진 이승만 독재를 떠받든 정당이 바로 ‘자유당’이다.

헌법 전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처음 들어간 때는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이었다.

전두환은 광주학살의 명분으로 “북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3당 합당한 정당이름 역시 ‘민주자유당’이다.

대한민국 수구보수세력은 ‘민주주의’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좋아한다. 한국에서의 자유민주주의는 인권탄압과 독재정치, 반북적대와 묻지마 한미동맹과 같은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와 태극기를 함께 들고 반대파에 대해 무자비하게 정치적 테러를 가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윤석열이 국민의 힘에 올라타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할 때 이런 잔혹사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둘째로 오늘날 자유주의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반동적인 정치이념이기 때문이다.

왕과 지주로부터 신분적 차별을 철폐하고 개인의 자유를 쟁취하는 시민혁명기에 자유민주주의는 진보적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성립된 이래 자유주의는 철저히 시장의 주인, 즉 자본가들의 자유에 국한되었고, 무제한적인 기업의 자유를 의미했다.

노동자민중의 자유는 허울뿐이고, 시장의 주인 즉 자본가의 독재체제를 수립했고 빈익빈 부익부, 세계대공황, 전쟁의 원흉이 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작금의 불평등체제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 역시 자유주의 확장의 산물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쟁과 빈곤, 예속과 공황, 전염병을 세계화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서구 사회가 급격히 붕괴하면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구심이 전세계에 퍼졌다.

더욱이 1929년 세계대공황 당시 가장 부유한 국민 0.1%가 국부의 34%를 점유하고 있었는데, 2008년 금융공황과 2020년 펜데믹을 거치며 다시 미국 0.1%가 국부의 34%를 차지했다.

지금 지구촌은 자유민주주의 이름 아래 가장 심각한 빈부격차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폭등과 원자재, 식량공급 위기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심각한 지구적 위기상황을 이끄는 가장 반동적인 적폐 이념이 바로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이름 아래 주창하는 미국식 자유주의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가져온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로 오늘날의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저항할 것이고, 윤석열은 밀어붙일 것이다. 윤석열식 자유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독재정치로 가게 되어 있다.

셋째로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는 폭압과 혐오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민에 의한 정치적 지배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사회민주주의도 있고, 이해관계자 민주주의도 있으며, 민중민주주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오직 자유민주주의만이 민주주의이고, 다른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윤석열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할 때는 다른 종류의 민주주의는 모두 배척하고 제압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식 자유민주주의의 위험성은 여기에 있다. 윤석열은 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는 배격하고 혐오한다. 이것은 다른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정치세력을 법치의 이름으로 가혹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사표현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의 자유민주정치는 이렇게 친미사대, 한미일동맹, 시장독재, 무제한적 금융과 기업의 자유로 귀결될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한결같이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이며, 친미친일인사들이라는 점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윤석열 자유민주정치는 미국지배하 이승만 이후 점철된 친미친일독재정치의 21세기 버전에 불과하다.

2. 윤석열의 검찰독재

윤석열이 자유민주주의 정치를 실현하는 핵심수단은 검찰이다. 윤석열은 미국의 지원과 재계와의 유착, 국민의힘, 언론, 친일친미세력 등 다양한 역량을 총동원하겠지만, 국내정치에서 핵심역량은 뭐니뭐니 해도 검찰이다. 윤석열식 자유민주주의가 검찰독재로 흐를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이다.

전쟁을 방불케했던 검수완박논쟁은 필리버스터와 회기쪼개기 상정을 거듭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면서 일단락됐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통해 과도하게 집중된 검찰권력을 분산시키는 검찰개혁이 또 한 단계 진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애초에 상정된 ‘검수완박’은 이번 개정안의 거듭된 수정과정에서 결국 ‘검수덜박’, ‘검수유지’로 끝났다는 것이 세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이라는 조어를 만들고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검찰과 국민의힘의 끝장 저항,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일부 수사권을 폐지하는데 그치고 만 것이다.

사실 검찰의 6개 직접 수사권 중 부패, 경제 수사권만으로 검찰은 얼마든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최종 수정안에서 중수청 설립방안이 빠짐으로써 원래 시한부 직접 수사권은 이제 무기한 직접수사권으로 되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도 되살아났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다시 확보한 것이다.

‘별건수사금지’ 조항도 삭제되었다. 게다가 ‘검찰수사관 직제 폐지’안도 삭제되어 6,000명에 달하는 검찰수사관 인력재배치가 불가능해지고, ‘6개 특수수사부를 3개로 축소하고, 특수부 검사수도 제한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지 않아 사실상 특수부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결국 여전히 검찰권력을 강력하게 남아있고, 칼자루는 윤석열과 한동훈이 쥐게되었다. 검찰공화국이 완성되고, 검찰독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검찰개혁법에 대한 여야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어쩐 일인가 싶었다.

여야합의안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통과되고, 인수위도 이를 존중한다고 발표했지만, 한동훈 등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검수완박은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 나라 검찰권력이 얼마나 강력하게 준동하는 지를 보여주는 징표이다. 시작부터 검찰이 이 나라 국정을 어떻게 좌지우지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벌써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재직시절 구단주로 겸직했던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수사를 재개하고 전격 강제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미 4년 전 제기되었고 작년 9월 무협의 처리된 사건을 지금 와서 다시 뒤지는 것이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하에서 검찰권력의 행사방향, 경찰수사력의 동원방식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앞으로 부패, 경제, 선거수사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문재인 정부와 진보민중진영을 정조준하고 조국식 먼지털이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등 검찰 권력 복원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마치 과거 국정원이 국내수사권 유지를 위해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등을 조작해 무리수를 두던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한 손에 움켜쥔 검찰권력은 먼지털이 수사, 선별수사, 별건 수사, 흘리기 수사, 망신주기 수사, 강압 수사가 누구를 향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권력은 인사를 통해 자기 정치방식을 표현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전방에 한동훈을 법무장관으로 배치하고, 대통령실이나 국무위원들을 검찰출신들로 채웠다. 검찰도 그들의 측근으로 배치할 것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된 직후 특수부 출신 최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하면서 70여 명이 줄사표를 던진 바 있다.

친미친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로 채원진 국무위원, 한동훈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 측근들의 전진배치는 윤석열식 정치가 민주주의의를 가장한 자유당독재, 검찰독재의 길로 간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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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은 '병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시민사회단체, 2일 토론회서 영리병원 허용 법 개정 요구

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2.05.02. 18:21:12

 

현행법상 영리법인은 병원을 설립할 수 없다.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 정부, 지자체 등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병원 운영에서 생긴 수익은 내부 투자에만 사용된다. 병원의 운영 또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수가 제도 등 공익적 목적으로 강하게 통제받는다.

예외는 존재한다. 2002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외국인은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개설할 길이 열렸다. 2005년에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라는 조건이 폐기됐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2006년 제주특별법을 제정해 외국인이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자본이 투입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2015년 '제주국제녹지병원' 의료기관 개설 허가 사전심사청구를 신청하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의 설립이 시작됐다.

이후 제주 녹지병원은 사업허가와 허가 취소를 겪었다. (☞관련기사 : '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법정 싸움서 녹지병원 또 승소) 그동안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5일 제주 녹지병원의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이었던 '내국인 진료 제한'이 위법이라는 1심 판단이 나오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국내 첫 영리병원의 진료 대상이 외국인 의료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녹지병원이 개설허가 후 3개월 내 업무를 시작하지 않아 제주도로부터 받은 '개설허가 취소 처분' 또한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도 지난 1월 나왔다. 현행 의료법은 '병원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녹지병원은 사업 설계부터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제주도가 녹지병원 진료 대상자를 외국인으로 뒤늦게 한정함으로써 개원이 늦춰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제주 녹지병원이 병원 부지 제3자 매도, 의료시설 멸실 등 개설 허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두 번째 개설 허가 취소를 내렸다. 그런데도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 허용과 기존 허가 취소 처분에서 승소한 상황에서 영리병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병원 중 고작 하나의 영리병원이라는 생각과 달리 "영리병원이 한국 의료체계 붕괴 도미노의 시작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정부인 윤석열 정부는 영리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원격의료, 디지털헬스케어 등 '규제혁파'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첫 영리병원 추진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참여연대, 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2일 참여연대에서 '왜 다시 영리병원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간병원 위주의 한국 의료시스템은 여전히 위기"라며 "영리병원은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의 입법적 근거는 '경제자유구역법'이며 제주 녹지병원은 '제주특별법'에 근거한다. 노무현 정부 시기 추진된 두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는 기존 비영리법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수가 적용 없이 수가를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외국인 개설 의료기관이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찬진 변호사는 "의료서비스에서 '1국 양제'가 구축됨으로써 의료에 대한 차별적 접근이 제도적으로 허용된 상황"이라며 "법 제정 이후 제주 녹지병원이라는 사례가 생겼는데, 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급자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을 뒤흔들고 수요자 측면에서는 건강권에 차별적 접근을 허용하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녹지병원에 대한 법원의 판단 또한 국내 의료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은 제주 녹지병원의 허가조건인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해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가적인 약관을 붙일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라며 "외국의료기관이 제주특별법과 의료법이 정하는 요건에 맞을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내국의료기관과 외국의료기관이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국내법상 병원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급여비용 법정화, 법정 수가 강제 등을 규제받는다. 그러나 외국 영리병원은 이와 같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법원의 판결은 이런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의료기관이 자유롭게 허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녹지병원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개설허가 취소 처분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녹지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흠결이 있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녹지병원은 2015년 보건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명시했다. 사업자 스스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서비스 제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자가 사업을 승인받을 때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내국인 진료가 가능함을 전제로 한 발언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허가 조건은 '주된 허가사항 변경'이고, 사업 시행 지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한 위법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전승인(외국인 관광객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 내용대로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하도록 하는 구속 효력이 발생한다"라며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제주 녹지병원 허가 여부를 판단함에 의료행위가 법정제한 시스템에서 벗어날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계적 해석론을 적용했다"라며 "한국 공적 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사법적으로 발생했다"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따라서 영리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리병원 허가 법안의 근거가 되는 두 법안을 폐지 및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 또한 "제주도민들은 압도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했었다"라며 "제주특별법의 제307조~319조 등 의료기관 개설 특례조항을 폐지하고 경제자유구역법 내 허용조항 또한 전면 삭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17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리병원 도입되면? "진료비 상승하고 사망률 높아질 수도" 

해외 영리병원 사례 연구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영리병원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미국 영리병원체인에 대한 15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영리병원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병원보다 높고 이는 10~15%의 투자자 배분과 경영진의 높은 보수로 인해 숙련 전문의료진을 덜 고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리로 운영되는 장기요양시설 또한 낮은 재투자율, 환자 대비 간호사 비율로 인해 사망률과 입원율이 높게 나타났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이 비싸고 좋은 병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의과대학 등록금을 갚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여겨진다"라며 "영리병원에서는 임금이 높은 숙련된 의사나 간호사를 해고하는 경향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던 시기 영리병원은 "병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기요양시설의 코로나 발생률과 사망률은 영리시설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 비영리, 주정부의 시설을 비교했을 때 영리시설이 코로나에 가장 취약했던 것이다. 또한 영국의 경우에는 정부 소유 병원이 360만 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영리병원은 코로나 환자의 0.08%만 진료했다. 미국, 호주의 영리병원의 경우 수익성 위주로 조직된 병원의 특성상 코로나 유행 시기 재정안전성이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 대표는 "작년 11월까지 코로나 환자 70~80%를 전체 병상의 10%인 공공병원이 담당했었다"라며 "공공병원의 비중이 작고 민간병원이 감염병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리병원 도입은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공의료 병상 비중이 평균 73%인 것에 비해 한국의 비중은 10%로 최하위 수준으로 머무르고 있다. 

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의 시작 

영리병원 허가는 의료 영리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마존을 비롯한 해외 빅테크 기업이 개인의 건강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헬스케어' 사업이 국내에서도 영리병원을 기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은 "건강데이터 수집을 통한 헬스케어, 인공지능 진단 등 의료 디지털화가 건강에 이롭다는 믿을만한 연구 자체는 부족"하고 "보건의료데이터를 민간기업이 집적하고 고도화함에 따라 안전성, 정확성, 프라이버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감한 개인의 건강데이터를 기업이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이 국민의 건강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기업들이 얻기 어려운 보건의료데이터를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서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기획팀장은 "현재는 형식적으로나마 의료기관들이 산업계와 소유가 분리되어있지만 영리병원이 허가된다면 경영진 판단에 따라 데이터가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과 영리병원이 결합한다면 불필요한 검사와 처치 등 의료비 상승을 이끌 유인이 있다"라며 "영리병원 논의와 영리적 디지털 헬스산업이 아닌 공공의료체계 구축이 일어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은 "차기 정부가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고, 도민들의 반대에도 녹지병원을 허가한 원희룡 지사를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라며 "코로나 시기 겪었듯이 병상부족이 지속해서 나오는 의료체계 위기의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본을 비롯한 기업들의 영리병원 추진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2일 참여연대에서 '왜 다시 영리병원인가?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간병원 위주의 한국 의료시스템은 여전히 위기"라며 "영리병원은 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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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인철 사회부총리 후보자 자진사퇴…윤석열 내각 첫 낙마

등록 :2022-05-03 08:35수정 :2022-05-03 10:03

2일 밤 사퇴 뜻 밝혀…윤 당선자도 수용
‘온가족 장학금’ 혜택에 이어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가족 장학금’ 혜택에 이어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자진 사퇴한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한겨레>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자진 사퇴 입장을 밝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자로 지명한 지 21일 만이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6일 예정돼 있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어젯밤 김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사퇴 의사를 밝혀왔고, 당선인께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부인, 두 자녀가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대학에서 일하거나 공부해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이 뿐 아니라 한국외대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시절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의혹과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퇴론이 불거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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