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른 1심 판결과 검찰의 기소가 있었다. 전자는 만덕건설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판결이다. 후자는 SPC 계열사 공장에서 벌어진 제빵 제조과정에서의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기소다.
만덕건설 사고는 굴착기 주변에 안전 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아 주변에서 일하던 작업자가 사망한 사건임에도 재판부는 만덕건설 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해당 사고 이전에 중대재해가 없었고, 피해자의 과실이 있었으며, 유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서'라고 감형 이유를 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과 같다. 당시 많은 재판부는 해당 이유를 들어 산재사망을 발생시킨 경영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이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 위반만이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인 상황인데도 재판 결과는 변함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6조에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경영책임자의 처벌'은 또 다시 유예됐다.
검찰의 '늦장기소'와 '원청 경영자 책임 빼기'
재판부도 문제지만 검찰의 수사지연과 늦장기소, 무혐의 처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작년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 278건 중에서 22건만 기소했다. 기소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검찰공화국임에도 검찰은 중대재해 경영자는 기소하지 않고 있다.
8월 25일엔 SPC 계열사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에 대한 기소 결과가 10개월 만에 나왔다. SPL 평택 공장에서 소스배합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이게 벌써 작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SPC불매운동이 일어났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센 사건이었음에도 검찰은 늦장기소 한 것이다.
▲8일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경기 성남 샤니 제빵공장의 전 생산 라인이 가동 중단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샤니 공장 모습. ⓒ연합뉴스
기소 결과는 어떤가. 검찰은 혼합기 내부에 손을 집어넣고 작업한 경우가 다수 확인됐고, 덮개가 개방된 채 가동했고, 사고위험이 높은데도 SPL 강동석 대표이사가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 안전·보건 의무 이행 여부 반기 1회 이상 점검, 관리 감독자 업무수행을 위한 조치 등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해당 사업장은 최근 3년간 유사한 기계끼임 사고가 12건이나 있었음에도 재발방지책을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은 원청경영자인 SPC는 빼고 기소했다. SPC는 삼립, 샤니, 파리바게뜨 등 한국에서 여러 제빵업체 등을 거느린 대기업이다. SPL도 SPC의 계열사다. 검찰은 "SPL은 별도의 법인으로서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한 사업 전반에 관해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라며 "(SPC 허영인 회장은) SPL 사업을 대표하거나 안전보건 등 업무에 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작년 사망사고 때 SPC 허영인 회장이 사과할 정도로 사업 전반에 대한 권한이 있는 사람은 SPC 원청 대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SPC의 산하 계열사나 공장을 넘나들며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사업총괄의 권한을 갖고 있다. 최근 SPC 계열사에서 또 산재사망사고가 나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원청을 무혐의처분한 것이다.
검찰이 재벌 대기업의 경영자를 불기소하거나 그들 혐의를 무혐의로 처리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울동부지검은 'LG전자 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와 관련해 LG전자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결정한 바 있다. 심지어 울산지검은 에스오일(S-Oil) 사건에서 에스오일 대표이사를 빼고 이민호 CSO(안전경영책임자)만 기소하기도 했다.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 전권을 위임받은 경영책임자'라는 억지 주장을 검찰이 수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런 주장을 한 기업들이 다수 있었으나, 22곳의 기업 모두 경영책임자(대표이사)를 기소한 것을 생각하면 확연히 다른 케이스다. 대검찰청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도 "복수의 대표이사가 있는 경우 회사 내에서 직무, 책임과 권한 및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최종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결국 '대기업이라서' 특별대우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표이사가 에스오일의 '대주주인 외국기업이 선임한 외국인'이라는 점을 불기소 사유로 든 것은 더욱 황당하다. 대한민국 법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므로, 에스오일 대주주가 외국기업이라거나 대표이사가 외국인이라는 점이 면책의 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의 불기소, 대기업 경영자 빼주기가 개별 지검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크레인 작업을 하다 사망한 동국제강의 산재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동국제강 포항공장장과 하청업체 창우이엠씨만 검찰로 송치됐다. 원청인 동국제강 장세욱대표이사는 빠졌다. 대검찰청의 지시에 지검이 따랐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본인들이 직접 해설책자에 쓴 것과는 다르게. 대기업 원청의 책임을 빼도록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등 관계자들이 SPC 샤니 성남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은폐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킬러규제 해제는 '산재 킬러' 면책방안
검찰공화국인 한국사회에서 검찰이 기업주의 중대재해에 대해 불기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검찰이 정쟁사건 대하듯이 중대재해 사건도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한다면 중대재해는 줄어들 것이다. 검찰공화국에서 검찰의 직무유기는 단순 유기가 아니라 의도된 것이기에 권한 남용에 가깝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4일 '킬러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산업단지 입지 규제, 외국인 노동자 수 제한 등을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OECD 국가 중에서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현실임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명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업규제 완화 대상으로 지목한 화평법은 노동자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도 직결된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의 등록과 신고, 유해성과 위해성에 관한 심사와 평가, 유해화학물질 지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2013년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화학물질이 노동자나 시민의 생명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화평법이 제정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로 병에 걸리고 사망한 것으로 신고한 사람이 2021년 기준 7천 명이다. 사회적참사위원회가 구성될 정도로 피해규모가 큰 재난참사다. 시민들은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막겠다'고 화평법을 만들었다. 이렇듯 정부가 말하는 '규제'는 노동자, 넘어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직결된 것이 다수다. 정부가 말하는 킬러 규제란. 사실은 기업이 산업재해라는 ‘살인’을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이다. 킬러는 규제가 아니다.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영자들이 킬러다.
최근 철근을 빠뜨리고 지은 자이 아파트, 철근이 콘크리트 밖으로 나온 캐슬 아파트까지 대기업이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의 안전의무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점에서 원청의 책임을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업의 지지는 받을지언정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윤석열의 킬러 규제 해제는 '산업재해 킬러', '시민재해 킬러'에게 면죄부를 주는 면책방안일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와 시민재해가 기업의 범죄임을 명확히 한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업주에 대한 불기소나 늦장기소,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로 사회적 비판이 많았는데 정부는 이를 더 노골적으로 후퇴시키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 이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구성해 법을 개악하려고 했다. 지난 5월 17일에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위원장은 강연회에서 원청 대표이사가 처벌 대상이 된 것에 대해 "대표이사라고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에 친화적인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있는 TF가 내놓을 방안이 어떨지는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2022년 고용노동부의 발표로 산재사망자는 49명이나 늘어난 874명이다. 오송지하차도 참사처럼 시민재해도 늘고 있다. 중대재해에 대한 기소와 처벌이 되지 않고 있기에 산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어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니 법이 필요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떠들고 있다.
법대로 기소하고 법대로 처벌하면 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데 법이 소용없다는 전도된 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킬러규제 해제가 아니라 중대재해의 킬러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그래야 죽음의 행진을 멈출 수 있다.
▲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왼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실사진기자단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참석한 야당의원들 ⓒ민주당 제공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이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7일 오후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열린 이 집회는 일본 시민단체와 정당, 노조 등 전국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 도쿄전력 해양 방출 반대 전국행동 실행위원회’가 주최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시마본부 대표 에미 가네코 의원, 사회민주당 대표 후쿠시마 미즈호 의원, 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국장과 현지 어민 등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양이원영, 정의당 강은미, 무소속 양정숙 의원 등 4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야당 의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당내에서 후쿠시마 해양방류저지 총괄대책위원장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이번 오염수투기는 허점투성이의 IAEA 보고서, ALPS의 성능 미검증, 핵종의 생태계 축적의 우려만으로도 치명적인 범죄적 행위”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부가 기시다 정부의 해양 투기를 지지하는 형국이지만, 대다수의 한국 국민은 명백하게 이를 반대하고 있다. 어제 오후에도 서울에서는 5만명이 넘는 국민이 오염수 투기 반대를 외쳤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인류공동의 자산인 바다를 해치는 이번 기시다 정부의 범죄적 행위에 대해 저희는 명백하게 반대한다”며 “저희는 우리 국민의 피해에 대해 일본 정부에게 구상권청구, 유엔인권이사회 진정, 런던협약 위반에 대한 IMO 총회 대응을 비롯한 국제법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번 싸움은 한일간의 싸움, 반일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와 미래 세대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항거”라며 “이제 정의로운 한일간 연대를 통해 일본 국민은 기시다 정권의 잘못을, 대한민국 국민은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자”고 제안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 시민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강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로 후쿠시마 어민과 시민을 넘어 모든 일본의 어민과 시민, 한국 어민과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한국과 일본 시민이 연대해 하루빨리 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강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동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는 매우 크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이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연대로 바다를 살리고, 우리 미래세대를 지키자“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한국에서는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과 야4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어민 등 약 5만여명이 모여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용인 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의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 25일에는 독일에서도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한국과 일본, 독일 시민단체 소속 50여명이 집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했다.
독일 반핵단체인 평화의종 공동체 안야 메베스 대표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 130만t을 30년간 태평양에 투기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전세계적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열린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 ⓒ민주당 제공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2023년 8월18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사실상의 동맹’ 결성에 합의했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기술 등 다방면에서 북·중·러 3국에 대결적인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다. 그러나 안보도 평화도 오히려 더 위태로워지는 형국이다.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고, 지난 21일부터는 한·미 연합훈련이 아닌 ‘한·미·일 연합훈련’이 시작됐다. 훈련 기간 중인 24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재시도해 실패했지만 10월에 3차 발사를 예고했다.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 종료 뒤 6시간 만에 다수의 항공기와 함정을 동원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곧이어 베트남 부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의 후속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 방류를 결정하고 시행에 돌입했다. 환경 문제도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안보 사안’이다.
제2보병사단 소속 미군 장병들이 지난 23일 경기도 파주시 훈련장에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안보란 상대가 있는 게임인지라 이러한 ‘사태’들은 놀라운 것이 아니고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상 간의 합의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제도화’한 것을 두고 ‘역사적인 날’로 자평했다.정말 그렇다면 귀국 즉시 대국민 설명회라도 크게 열어 ‘자랑’할 법도 한데 대통령 자신은 국무회의실과 연합사령부 벙커에 들어가 ‘가짜뉴스’ 박멸과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핵전쟁 훈련 ‘지도’에 바쁘다. 참으로 담대함인지 비겁함인지 알 길이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똑같은 ‘협의’ 문구
한-미 관계의 시작점은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 말이었다. 조선은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의 ‘처분 대상’이었다. 1905년 7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하는 대신 일본은 조선을 강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일본을 동맹국으로 삼았다. 1951년 9월 미-일 안보조약을 통해서다. 그때부터 미국은 한-일 간의 역사 문제를 무시한 채 양국을 묶은 3자 안보동맹 결성을 추구했으나 초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19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해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된다. 냉전이 끝나고 중국이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북한 핵 문제까지 불거지자 한·미·일 ‘동맹화’는 다시 추진됐다. 1999년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조정 및 감독 그룹’(TCOG)이 만들어져 6자회담(2003) 전까지 운영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2015년 12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2016년 11월) 등이 미국의 ‘조정’으로 성사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미·일 정상 회동이 잦아졌다. 스페인 마드리드(2022년 6월), 캄보디아 프놈펜(2022년 11월)에서 안보 및 기타 영역에서의 3국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회동에서는 새로운 수준의 공조체제를 발전시키기로 약속하고 일제 강제징용 문제가 ‘타결’됐다고 했고, 마침내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열렸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행복해 보일 역사적인 날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동맹 전략은 그동안 ‘다 계획이 있었고’ 그걸 이뤘다는 감회가 컸을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 결과 발표된 ‘원칙, 정신(공동성명), 공약’ 문서들에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요구했던 세 가지 방식이 한·미·일 동맹화에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 협력체계의 구축이다.
먼저, 3국 동맹화의 완전성은 위 세 문건 중 단 두 문단으로 이루어진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을 통해 추구된다. 3국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협의할 것을 공약한다.” 핵심어는 ‘협의’(consult)다. 공약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이 표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2조와 미-일 안보조약 제4조에 명시된 것과 같다. 미국은 하위 파트너와의 합의 문서에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 게 상례다.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의무는 회피하면서 상대에게는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캠프 데이비드 3국 공약은 조약이라는 간판을 달지 않았을 뿐 완전한 ‘거주’가 가능한 ‘동맹의 집’을 지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증가능성은 인원과 물자(무기)가 실제로 움직이는 군사훈련을 통해 입증된다.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은 2022년 9월과 10월, 지난 2월과 7월 네차례 동해와 남해에서 진행됐다. 주로 일본과 미국의 방어를 위한 대잠수함전과 미사일방어 훈련이었다. 대잠수함전은 북한의 잠수함이 일본이나 미국 본토에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고 미사일방어의 핵심인 중장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8월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은 인태지역 및 전세계 평화를 위한 협력 강화라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확장억제 및 연합훈련 강화라는 ‘정신’에 충실해 한 단계 격상됐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당연시되고 유엔사와 한국전쟁 참전국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유엔사 회원국도 참여한다. 군사작전 측면에서도 우주전과 인지전(cognitive warfare) 훈련도 새롭게 진행된다. 우주전은 미사일방어가 주목적이고 듣기에 생소한 인지전은 미국이 대테러전 과정에서 ‘개발’한 일종의 심리정보전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지전을 “개전 때 북한이 반국가세력을 선전선동에 활용하는 것을 분쇄”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지만 평시에 ‘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3국 동맹화 합의는 불가역적 성격이 강해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둡게 한다. 다양하고 중층적인 3국 협의 기제와 기구들의 설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들 간의 ‘최소한’ 연례적인 회담, 외교안보경제 분야의 장관급 협의체, 사이버우주전 실무협의체 등이 합의대로 설치·가동되고 다개년 대북 공동군사계획이 시행되면 3국 동맹화는 제도화할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 인태조정관은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솔직하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공조 진전을 세 나라 정치에 착근시켜 어느 나라의 어떠한 지도자도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정상회의의 목표”였다고.
안보와 경제를 위한 다양한 협력은 국가이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결과와 그것이 가져올 미래는 재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최강대국들과 나란히 찍은 정상회담 기념사진 속에 숨겨진 그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길을 잘못 들었으면 너무 늦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전 국방대 교수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국방담당,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군사과학 기술의 이해’ 등의 저자로 참여했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이론천문학자)가 우주에 제5원소가 있어야 한다는 논문을 썼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 제5원소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거나, 대중문화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1997년)의 모티브로 소비되어 왔을 뿐, 한국의 대표적인 천문학자가 할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박 교수의 제5원소론이 국제천문학계의 최상위 학술지인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출판되었다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논문은 2023년 8월 8일자에 실렸다. 한국 당대 최고의 이론천문학자가 도대체 무엇을 알아낸 것인가를 본인에게 묻기 위해 지난 8월 14일 서울 고등과학원으로 찾아갔다.
"현재의 우주론은 틀렸다"
박창범 교수는 "우주론의 표준 모형이 틀리다는 걸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증명'이란 단어를 사용하다니, 엄청난 말이다. 현대 우주론은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기원과 현재, 미래를 연구하여 구축한 이론이다. 현대우주론의 표준모형은 현재 ΛCDM다. Λ(람다)는 우주상수를, CDM은 차가운 암흑물질(cold dark matter)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우주론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물질과 에너지의 대부분이, '우주상수'와 '차가운 암흑물질'이라는 거다. 우주공간은 가속적인 팽창을 하고 있고, 현대 우주론은 그걸 설명하기 위해 미지 에너지인 암흑에너지를 도입한 바 있다. 그리고 여러 가능한 암흑에너지 중의 하나가 우주상수, 즉 진공 에너지라고 보고 있다. 또 '차가운 암흑물질'은 암흑물질이라는 아직 정체를 모르는 물질이 있는데, 그 물질 성질은 차갑다, 즉 운동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거다. 이 암흑물질이 갖는 중력 특징은 인력, 즉 잡아당기는 힘이다. 그런데 박 교수는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우주상수가 아니라 제5원소이라는 주장을 이번 논문에서 한 것이다. 차가운 암흑물질과 우주상수가 우주 물질-에너지의 대부분을 이룬다는 현재의 우주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논문이고, 그렇기에 박 교수 주장은 예사 얘기가 아니다.
박 교수는 미국 뉴멕시코 주 선스팟에 있는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의 SDSS망원경이 관측한 적색이동 자료를 갖고 연구했다. SDSS(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는 은하들의 적색이동 탐사 데이터를 측정했다. 적색이동(redshift) 값을 보면 천체가 지구로부터 얼마나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 값이 클수록 멀리 있는 천체다. 즉 멀리 있다는 건 초기 우주에 있었던 천체라는 게 된다. 은하들의 적색이동탐사 데이터를 박 교수는 분석했고, 그러면 은하들이 우주 공간에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느냐를 확인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우리가 우주 팽창의 역사를 측정한 방법은 알콕-파친스키 테스트(Alcock–Paczyński Test)다. 이 측정법으로 측정한 우주팽창 역사에 따르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1이 아닌 것으로 나왔다. 우리가 얻은 값은 -0.903이다. 두 값이 비슷한 거 아니냐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1은 알콕-파친스키 측정법의 오차 한계 멀리에 있는 값이다. –1이라고 상정하는 현재의 우주론 표준모델은 틀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고등과학원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 ⓒ최준석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더메디컬 편집국장
파친스키 교수로부터 논문을 한 부 건네 받다
박 교수가 알콕-파친스키 측정법을 접한 건 이 논문을 1979년에 내놓은 두 사람 중 한 명이 파친스키 교수로부터다. 보단 파친스키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천문학자였다. 박 교수는 프린스턴 대학교 박사과정 유학 때에 그의 강의를 한 학기 들은 바 있다. 박 교수는 학위를 하고 미국 서부로 가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LA 인근 패서디나에 있던 중, 1990년 11월 어느 날 동부의 모교인 프린스턴을 잠시 찾았다. 파친스키 교수가 점심을 먹자고 하더니 논문을 하나 갖고 왔다. 파친스키 교수는 논문 아이디어가 좋은데, 나오고 10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이 방법을 갖고 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박창범 박사가 연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파친스키 교수는 이때 자신의 집으로 저녁 때에도 초대를 해서 식사 대접을 했다. 박 교수는 "나는 굉장히 고마웠다. 따님이 저녁 식사를 차려주고 극진한 대접을 해줘서 황송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박창범 박사는 연구를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박사후연구원을 마치고 한국으로 서울 대학교 천문학과 교수가 되어 돌아왔다. 1990년대는 한국에서 천문학 연구를 제대로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고등과학원에 와서 천문학 연구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알콕-파친스키 측정법을 이용한 연구는 시작하지 못했다. 고등과학원에서 일하던 2000년 대 후반 프린스턴을 다시 찾아 보단 파친스키 교수를 만났다. 파친스키는 뇌졸중이 와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는 몇 달 후인 2007년 초 사망했다. 그의 생전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네 명의 젊은 천문학자와의 연구
박 교수는 2007년에 드디어 우주공간팽창 역사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우주가 진화해도 은하들이 공간에 분포하는 모양은 크게 보았을 때 통계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해서 우주공간의 팽창역사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마침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막 학위를 한 김영래 박사가 연구원으로 합류해 이 연구를 함께 했다. 그 뒤로도 세 단계에 걸쳐 세 사람과 연구를 이어갔다.
첫 번째 연구자는 2013년 중국에서 온 박사후연구원 리샤오동 박사다. 그 연구원에게 앞서 개발한 은하분포 진화 이용법과 알콕-파친스키 측정법을 서로 결합하고, 이를 관측 자료에 적용하게 하였다. 박 교수는 그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논문을 여러 편 썼다. 박 교수는 "이때 연구는 은하 공간 분포에 담겨 있는 정보를 최대한으로 사용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걸 받아 연구를 또 확장한 사람은 박창범 교수 아들인 천문학자 박현배 박사(1987년생)다. 박현배 박사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했고, 한국천문연구원, 일본 IPMU(우주수리물리연구소)를 거쳐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우주론 연구자다. 결혼을 위해 한국에 잠시 머무르고 있을 때 박 교수는 연구를 시켰다. 박현배 박사가 주어진 SDSS 자료에 있는 정보를 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종적으로 개발했다. 2019년에 논문이 나왔다. 박현배 박사의 연구를 이어받기 위해 2020년 중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이 또 왔다. 동푸유 박사(현 중국 윈난대학교)가 알콕-파친스키 측정법으로 마지막 연구를 해냈다. 네 사람과 수행한 연구는 2010년 논문, 2016년 논문, 2019년 논문, 그리고 2023년 논문으로 네 단계에 걸쳐 나갔다.
박 교수는 이들의 연구를 이렇게 설명했다.
"리샤오동 박사와 박현배 박사는 알콕과 파친스키가 낸 아이디어와 나의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이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상술하여 구체화한 뒤, 시뮬레이션 데이터에 적용해서 이 방법의 효용을 검증했다. 마지막 연구자인 동푸유 박사는 그 모든 걸 관측 데이터에 적용해서 분석했다. 그래서 우주배경복사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은하들의 공간분포 데이터만을 가지고도 우주 모형을 검증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우주 파라미터 측정을 이번에 해냈다."
암흑에너지가 또 문제
박 교수는 우주모형 검증을 위해 표준우주모형 보다 약간 일반화된 우주모형 집단을 채택했다. 우주는 공간의 기하학적 성질이 평탄하고 암흑물질은 차가운 성질은 갖는 점은 표준우주모형과 같다. 그러나 암흑에너지를 우주상수로 확정하지 않고 다른 물질일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암흑에너지의 압력과 밀도의 비를 상태방정식 계수 w라고 하는데, 이 계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말해 주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암흑에너지의 압력을 밀도로 나누어준 값 w가 –1/3보다 크면 우주가 감속 팽창을 하고, 이 보다 작으면 가속팽창을 한다. w가 정확히 –1인 경우가 암흑에너지 정체는 진공 에너지다. 우리 연구진이 암흑에너지의 상대방정식 계수를 이번에 새롭게 정밀 측정을 했다. 측정 해봤더니 표준 우주론에서는 w가 –1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0.903이 나왔다. 과거 같으면 오차가 너무 컸기에 –0.9라고 해도 –1인 표준모형과 부합한다라는 결론을 우리도 내렸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오차가 작게 정교한 측정을 했다. 우리의 측정값은 -1에서 표준편차의 4.2배(4.2시그마) 만큼 떨어져 있다. 보통 3시그마를 넘어가면 두 값이 서로 부합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4.2시그마가 나왔으니 두 개가 맞을 확률이 거의 없는 거다. 그래서 앞으로 거듭 재확인 되어야 하겠지만, 우주상수를 채택한 현재의 우주 표준 모델은 일단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KISTI 슈퍼컴퓨터로 연구
박 교수의 연구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수행했다. 고등과학원을 가다보니, 바로 앞에 KISTI가 있다. 그래서 "바로 앞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갖고 연구를 했느냐?"라고 물었다. 박 교수는 "KISTI에는 'I'(정보)가 들어가 있지 않느냐. 정보 관련 데이터베이스, 책과 같은 게 서울 분원에 있고, 과학기술(ST)는 대전에 시설이 있다"라며 "KISTI의 도전과제에 지원해 선정됐고, 그 비싼 슈퍼컴퓨터 이용 시간을 공짜로 이용하게 해줘서 이번에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제5원소론
박창범 교수가 KISTI얘기 전에 우주론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을 옮겨 본다.
"우주 표준 모형이 채택하고 있는 암흑에너지 정체는 우주 상수다. 우주 상수는 진공에너지라고 우리가 보고 있다. 상태방정식 계수가 –1이면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인데, -0.903이니 진공에너지가 아니다. 그러면 압력과 밀도의 비가 –0.903인 물질은 무엇인가? 이걸 Quint-essence라고 한다. 우리말로 제5원소라고 하는데, 제5원소 물질이 우주에 깔려 있을 거라는 거다. 제5원소론은 제임스 피블스(201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와 바흐랏 라트라(Bahrat Ratra, 미국 캔자스 주립 대학교 교수)이 1988년에 제안했다. 바랏과 나는 캘텍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같이 했다. 친한 친구다. 나는 제5원소 아이디어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제5원소에 대한 증거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가 이번에 제5원소론을 제안한 이유를 계속해서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가 논문의 핵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듯하다.
"진공 에너지라고 하는 게 물리학적으로 보면 예측이 된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예측하는 진공에너지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진공 에너지가 너무 차이가 난다. 관측적으로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해 이론적 예측값이 몇 배, 몇 십 배가 아니라, 약 10의 120승 배나 크다. 입자물리학 하는 사람이 보면 진공 에너지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렇게 큰 건 설명할 수 없다. 그러면 우주의 나이나 가속팽창을 설명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렇기에 제임스 피블스와 바흐랏 라트라 이런 분들이 제5원소론을 생각해 낸 거다."
피블스와 라트라 박사가 1988년에 제안한 가상의 물질인 제5원소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박 교수는 "진공 에너지는 우주에 공간이 있으면 에너지가 있는 거다. 반면에 제5원소는 실제 물질이 있는 거다. 압력과 밀도의 비(w)가 –1보다 큰 물체가 실제로 우주에 차 있는 거다. 우주 안에 진공, 즉 아무 것도 없는 진공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 우주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물질이 있는 거다. 그리고 이 물질은 우주의 어디에는 많을 수도 있고, 또 어디에는 적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제5원소와 암흑물질
그러면 제5원소는 또 암흑물질과는 다른 것인가? 현재 우주표준모델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약 25%는 암흑물질이 차지한다고 말한다.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인류는 모르고 있다. 중력은 있고,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을 '일반물질'이라고 한다. 일반물질은 전체 물질-에너지의 5% 밖에 안 된다.
박 교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결정적인 차이는 w가 –1/3 지점에서 갈린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압력과 밀도의 비가 –1/3보다 크다. 그래서 중력이 인력이고 우주를 감속 팽창시킨다. 우주가 팽창하기는 하나 팽창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물질이니 질량을 갖고 있어 중력이 작용하기에 서로 잡아당긴다. 박 교수가 "질량의 일반적인 개념이 에너지다."라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어떤 물질이 있으면 이 물질이 항상 인력을 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귀가 솔깃하다. 물질인데, 인력, 즉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고 밀어내는 힘, 척력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인가? 박 교수는 "척력을 낼 수도 있다. 인력을 내느냐, 척력을 내느냐 하는 건 바로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w에 의해 결정된다"라며 "비율이 –1/3을 기준으로 크면 인력, 작으면 척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고등과학원 천문학자 박창범 교수 ⓒ최준석
인력과 척력이 엇갈리는 지점
박 교수는 "물질이라고 무조건 인력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나는 왜 –1/3에서 밀어내는 힘과 잡아당기는 힘으로 물질의 물리적인 특징이 갈리는지가 궁금했다. 설명해달라고 했다. 박 교수가 뉴턴을 말했다.
"뉴턴 역학에서는 질량에서만 중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질 밀도 뿐 아니라 압력도 중력을 만들어낸다. 뉴턴 중력에서 아인슈타인 중력으로 가면 중력을 주는 항이 질량이 아니라 에너지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압력도 에너지다. 중력을 주는 물리량이 에너지 즉 물질 밀도 항과 압력 항 2개가 있는 것이다. 이 두 개를 합한 값이 양수가 될 수도 있고, 음수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궁금했다. 중력 값에 마이너스가 나올 수도 있나 싶다. 박 교수는 이런 질문에 대해 "물질 밀도만 있으면 물질 질량이 음수가 되지 않는 한 플러스다. 항상 인력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항이 두 개 이기 때문에 합이 음수가 되느냐 양수가 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알아야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 개의 항을 합한 값이 마이너스라는 건 물질 밀도보다는 압력 항이 훨씬 크다고 보는 것인가 싶다. 박 교수는 "압력항이 결국은 중요해지고 있는 거다. 훨씬 큰 거다"라며 "물질 밀도에 의한 중력항과 압력에 의한 중력항이 지금은 비등하나, 압력에 의한 중력항이 더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설명을 계속 옮겨 본다.
"만약 암흑에너지가 진공에너지와 같은 우주상수라면 압력에 의한 중력 항은 안 커진다. 물질 밀도에 의한 중력항은 줄어들고 있다. 왜냐면 우주에 있는 물질의 양은 그대로 인데, 자꾸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피가 팽창하니 밀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중력이 약해진다. 인력은 자꾸 약해지는데, 척력은 그대로 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밀어내는 힘, 척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왜 –1/3일까? 두 개의 힘 중에서 어떤 힘이 나타나느냐는 –1/3의 어느 쪽으로 나오느냐가 결정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공간에 세 방향이 있어서 그렇다. 세 방향 압력이 등방한 개념이다. 그렇기에 물질밀도/압력의 값이 –1/3이면 전체 중력 값이 0이 된다. 그러면 우주 팽창 가속도가 힘을 잃는 거다. 그리고 이 값이 –1/3보다 크면 전체 중력값이 음수가 되어 우주가 감속 팽창을 하는 것이고, -1/3보다 작으면 전체 중력값이 양수가 되어 우주가 가속 팽창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SDSS관측데이터 보정을 위해 KISTI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다
알콕-파친스키 방법을 관측 데이터에 적용했다. 관측 데이터가 주는 건 은하들의 적색이동 수치다. 적색이동 수치는 빛을 내고 있는 천체가 지구에 있는 관측자로부터 얼마나 빨리 멀어지고 있는가 하는 속도를 알려준다. 은하들의 공간 분포를 그려보려면 적색이동 수치를 거리로 환산해야 한다. 적색 이동을 거리로 정확히 환산하려면 우주가 그동안 어떻게 팽창해왔는지를 가정해야 한다. 어떤 모델이든 쓴다고 하자. 그거에 맞춰 구간 별로 관측된 은하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가까운데에서부터 멀리 있는 데 까지를 표현한다. 적색이동 값밖에 없었는데 시선 방향 거리로 환산해서 은하 그림을 얻는다. 적색 이동을 제대로 거리로 변환했다면 은하들의 공간 분포가 실제 우리 우주의 우주거대구조의 공간 분포 모습과 일치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한 가지 예를 들면 우주거대구조가 시선방향으로 찌그러져 있으면 안 된다. 호떡처럼 납작하게만 있으면 안 된다. 그런데 내가 적색이동을 거리로 잘못 환산하면 은하들의 공간분포 모습이 찌그러진다. 그러면 내가 우주 모형을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멀리 있는 은하 분포 자료에서나 가까이 있는 은하 자료에서 분포의 성질이 통계적으로 똑같이 되는 그런 우주 모형을 찾는 거다. 그런 모형을 찾으면 그게 정답이다"라며 "잘못된 우주모형을 채택하면 은하들의 공간 상의 분포 모습이 실제에 비해 왜곡이 된다는 점을 이용해서 우주모형을 찾는 방법이 알콕-파친스키 테스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모든 관측 데이터는 지저분하다. 간접적인 선택 효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라며 "관측에서 발생하는 시스템적인 왜곡 효과를 모두 보정하기 위해 관측 과정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해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없으면 관측의 왜곡 효과 보정을 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호라이즌 런 1~5
박 교수는 KISTI로부터 슈퍼컴퓨터 사용시간을 지원받아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는 대전에 있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수행한 우주 거대 구조 생성 시뮬레이션 연구는 '호라이즌 런(Horizon run, 이하 HR이라고 표현)'라고 한다. 매 단계의 시뮬레이션이 당대에서는 가장 큰 우주 거대 구조의 진화를 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었다. HR1은 2007년에 시작했고, HR2, HR3, HR4, HR5를 2019년까지 진행했다. 이번 제5원소론 연구 성과는 HR4 시뮬레이션에서 나왔다. HR4는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까지 석 달간 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인 타키온을 갖고 했다. 박 교수는 "KISTI의 슈퍼컴퓨터 능력의 4분의 1은 사용했을 것이다. 코어를 8000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HR1~4는 N체(N-body) 시뮬레이션이다. N개의 물체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주 진화 모형을 연구했다. HR1에서 HR4로 숫자가 커질수록, 시뮬레이션으로 돌린 입자 수가 늘어났다. 우주를 모사해서 정확하게 그 진화를 알려면 입자 수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에 입자를 집어넣고 입자의 중력만으로 우주에서 은하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지켜보았다. 별 생성은 볼 수 없었다.
후속 연구인 HR5에서는 유체 역학을 추가했다. 박 교수 연구진은 중력과 유체역학을 같이 보는 우주 진화 시뮬레이션을 이번에 처음으로 수행했고, 이 역시 세계적으로 최대의 시물레이션이었다. 박 교수는 "HR4까지는 물질 분포의 요동을 입자들을 갖고 표현해서 중력 계산을 했다, 가스는 없다"라면서 "HR5에서는 입자, 즉 중력의 특징에 가스와 별 생성이 들어갔다. 관측 데이터와 직접 비교가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HR 연구는 매번 세계 최대의 우주 진화 시뮬레이션이 되었다. 이는 KISTI가 우수한 슈퍼컴퓨터 자원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가령 2018년에 구축한 누리온은 25.7페타플롭스(PFlops)의 계산 능력을 갖고 있다. 플롭스는 초당 수행할 수 있는 연산 횟수(부동소수점 연산)이고, 페타플롭스는 초당 1000조 번 연산을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HR5 데이터가 아니라, HR4 결과를 갖고 논문을 작성했다. 박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HR5는 유체역학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이기는 하지만 관측 데이터에 비해서 너무 작아서 관측을 시뮬레이션할 수가 없다. 시뮬레이션 공간 크기로는 HR4가 훨씬 크다"라고 말했다. 한국 연구자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려면 KISTI가 더욱 강력한 슈퍼컴퓨터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를 박 교수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KISTI에서 시뮬레이션할 때 연구자가 현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 슈퍼컴퓨터가 알아서 잘 돌리겠지 하고 나는 짐작했으나, 그건 잘못이었다. 슈퍼컴퓨터는 병렬계산 방식을 쓴다. HR4 8000개, HR5 17만 개의 코어 중 슈퍼컴퓨터를 돌리다보면 코어 중 잘못 되는 게 있다. 고장 나면 계산이 안 된다. 한 개가 계산을 못하면 다른 코어들도 계산 수행을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장 나면 시스템을 안전하게 죽여야 한다. 그러니 박 교수가 시뮬레이션하는 동안에 연구원 두 명이 밤샘 근무를 해야 했다. 이재현 박사(KIAS연구원)과 김용휘 박사(KISTI 선임연구원)가 고생했다.
HR5는 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2018년 3개월, 2019년 삼 개월씩 사용하여 진행했다. 처음 3개월에는 우주 나이 30억 년까지의 계산을 했다. 그리고 중간에 시간을 갖고 그 다음 시뮬레이션을 돌려 100억 년까지 계산 결과를 얻어냈다. 현재 우주 나이는 138억 년이라고 본다.
KISTI시뮬레이션이 끝나 데이터를 얻어냈을 때 그걸 KIAS로 갖고 와서 분석 작업을 했다. 고등과학원 내에는 거대수치계산연구센터가 있다. 김주한 연구교수가 이 작업을 수행했다.
제5원소론 논문에 대한 반응
박 교수는 제5원소론 논문에 대해 "우주론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연구다. 하지만 한 연구자의 연구 내용으로 확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 그룹은 SDSS, 즉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 데이터를 갖고 분석한 거다. 추가적인 연구가 잇따라야 하고, 실제로 DESI라는 후속 은하적색이동탐사가 진행 중이다.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는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가 주도하여 남반구와 북반구 해서 두 대의 망원경을 갖고 수행 중이고, 우주 팽창의 역사와 암흑에너지 물리학 연구가 목표다.(북반구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 있는 메이올 망원경이고, 남반구는 칠레의 블랑코 망원경이다. 각각 직경 4미터 크기다. 반면에 SDSS 관측 망원경은 2.5미터 크기다.) 구체적으로는, 우주 3분의 1 영역에 있는 3000만 개 은하를 미리 선정, DESI가 관측한 적색 이동 데이터를 갖고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든다. 박 교수는 "SDSS보다 DESI가 훨씬 큰 서베이이고, 한국에서는 고등과학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DESI 회원이다"라고 말했다.
학술지에 우주론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연구가 자주 나오는 걸까? 박 교수는 "아닐 거다. 직접적으로 물리량을 측정해서 표준 모형이 채택하고 있는 물리량과 다른 측정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일 거다"라고 말했다. 나는 "지난 10, 20년 간 이런 지적은 없었나?"라고 물었고, 박 교수는 "그렇다. 표준모형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측정치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우주 팽창의 속도를 설명하는 관측치로 허블상수가 있다. 허블상수는 우주배경복사에서 계산한 것과, 주변은하에서 측정한 게 다르다. 어느 게 옳은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허블상수는 우주론학계에서 세계적인 이슈다. 그거에 비하면 이번의 암흑에너지 연구가 더 임팩트가 있다. 우주의 구성 성분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어야 한다는 발견을 한 것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나의 연구가 다른 사람의 연구에 의해 추가 확인되거나, 부정되어야 한다"라면서 "천문학 분야 사람들이 다 보는 학회지에 나왔기에 사람들이 충격이 클 것이고, 반신반의하고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알콕-파친스키 테스트는 다른 데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보통 BAO(Baryon acoustic oscillations, 중입자 음향 진동)방법을 쓴다. 박 교수는 "BAO방법은 태생적으로 알콕-파친스키 테스트의 정확도에 도달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이번 논문에 대한 세계적인 뜨거운 반응은 아직은 없다. 그의 '제5원소론' 연구의 운명이 궁금하다. 우주론을 뒤흔드는 위대한 발견의 첫 단초가 될 것인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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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창범 교수의 2023년 8월 8일자 APJ 논문 제목은 '적색이동 공간 상관 함수를 사용한 단층 촬영 알콕-파친스키 테스트: 암흑 에너지 상태 방정식 파라미터 w>-1에 대한 증거'(Tomographic Alcock–Paczyński Test with Redshift-Space Correlation Function: Evidence for Dark Energy Equation of State Parameter w>−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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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했고, 유튜브 채널 '최준석과학'을 운영한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이며, 조선일보 인도 뉴델리 특파원의 경험을 살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등 다수의 책을 썼고, <떠오르는 인도>를 우리말로 옮겼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개시 사흘째인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패악질을 가장 선두에서 합리화시켜주고 지지한 사람이 누구냐",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일본의 심부름꾼·대리인·대변인이 아니라 바로 이 나라 대한민국의 대리인임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현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저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오염수 방류 후 첫 주말을 맞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청계광장부터 프레스센터까지 이르는 차도 세 차선을 메웠다. '윤석열 정권 규탄',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철회' 등의 팻말을 든 이들은 "일본은 핵오염수를 자국 내에 보관하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윤 대통령 직접 겨눈 이재명 "일본 패악질 가장 선두에서 합리화"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대거 자리해 정치 집회를 방불케 했다. 이 대표는 무대에 올라 6분간 발언하며 윤 대통령을 직접 겨눴다.
이 대표는 "이 나라의 주인이 대통령이냐"라며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이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잠시일 뿐이고 국민은 영원한 것"이라며 "잠시 힘으로 누를지는 몰라도 결코 눌려 억압당하지 않는 것이 바로 국민이고, 반드시 심판 받는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이 이웃나라 눈치를 보면서 방류할까 말까 망설일 때, 일본의 이런 패악질을 가장 선두에서 합리화시켜주고 지지한 사람이 누구냐"면서 윤 대통령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개시를 "태평양 연안 국가를 향한 전쟁 선포"라고 규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얘기하는 것처럼 안전하고 문제가 없다면 (오염수를) 일본 국내에 보관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태평양에 버리나"라며 "맞서 싸워야겠지요"라고 소리쳤다.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소수 야당들도 규탄대회에 동참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던 윤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며 "막상 책임져야 될 순간이 오니 한덕수 총리와 차관들 뒤에 꽁꽁 숨어 보이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배 원내대표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에)핵오염수를 총선 전에 방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분명하게 밝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어민 "수산물 시장에 파리 날려"... 대통령실은 사흘째 '침묵'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고 있다.
공동행동은 선언문을 내고 "벌써 어민들과 상인들의 피해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라며 "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라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일본 정부를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복(63) 전국어민회총연맹 부회장은 "노량진시장이나 부산자갈치시장, 중소도시 수산물 도매 시장에 파리가 날리고 있다"며 "8월 20일로 꽃게 금어기가 풀려 어민들이 꽃게를 잡아와도 가격이 절반 이상 폭락했고, 이마저도 상인들이 가져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년에 비가 유난히 많이 와 새우 양식도 평년에 비해 50%도 생산이 안 됐는데, 가격은 작년보다도 더 저조하고 이마저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 정부가 있나.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당장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고 있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오염수 약 134만 톤을 앞으로 30년간 바다에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24일부터 시작된 첫 방류 17일 동안에는 하루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460톤씩을 바다에 내보낸다.
방류가 개시되고 국내 일부 유통시장에서 소금·김·해산물 사재기가 나타나는 등 시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방류 후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행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행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행진하고 있다.
▲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투기 용인 윤석열 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향해 행진하고 있다.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18. ⓒ뉴시스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에게 오는 28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박 대령 측은 이를 거부하며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재소집을 신청했다.
26일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전날 밤 수사심의위가 종료된 직후 박 대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전날 수사심의위는 박 대령의 항명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표결에서는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투표권이 없는 수사심의위원장을 포함해 총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전날 회의에는 1명이 불출석해 총 10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그중 5명은 ‘수사 중단’, 4명은 ‘수사 계속’, 1명은 ‘기권’ 의사를 냈다. ‘수사 중단’ 의견이 더 많았으나, 출석 과반수인 6명에 달하진 못한 것이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17조 제2항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되,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에는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에 박 대령 측은 다음 날 수사심의위 재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21조에는 ‘사건담당 군검사는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 전제는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계속’이든 ‘수사 중단’이든 의견을 내야 함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어제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 5표, ‘수사 계속’ 4표, ‘기권’ 1표로 운영지침 제17조 제2항에 따른 과반수 수사 중단에 이르지 못하게 됐고, 이런 중요한 사안인데 권익위원회 위원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아서 수사심의위가 최종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종국적인 상황이 아니고, 그 불참한 위원이 참석해 수사심의위의 최종 의견을 내야 해당 운영지침의 규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심의위 의견이 나온 이후에 그 의견을 존중해야 소환 통보를 하든 하여야 하는 것”이라며 “어제 저녁 9시 2분 출석통보서는 그래서 운영지침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의 사건인 만큼, 그리고 국방부 장관이 직권으로 소집한 만큼, 불출석한 위원을 출석시켜 최종 군검찰 수사심의위 의견을 듣고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박 대령의 소환 조사 기일 연기도 신청했다.
수사심의위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군내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기구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검찰단의 출석 요구를 받고 검찰단 정문까지 왔지만, 국방부 수사를 거부하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박 대령은 지난 달 19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검찰단에 입건됐다.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합성어일 것이다. 이 말을 쓴 윤석열 대통령이 개념 정립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말이 나온김에 전체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어는 생물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의 쓰임새도 변화해 왔다. 과거 전체주의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 체제의 주요 특성으로 연구됐다. 이후 정치학에서는 민주주의 체제나 권위주의 체제 등 체제 특성을 구별짓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특히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발달한 체제에서는) '전체주의'란 '전체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세력에 대한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즉 '공산전체주의'는 진짜 스탈린주의자와 같은, 공산당원이면서 전체주의자가 현존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말은 너무 섬뜩하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 및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는 말은 '음모론'처럼 들린다. 반국가 세력, 즉 국가 전복 세력이 위장침투해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모종의 '진지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로 읽힌다.
'전체주의'라는 말을 '자유'롭게 해석해 활용하는 건 '표현의 자유' 영역이겠지만, 너무나 자유분방한 해석은 어떤 임계점을 건드린다.
반대파를 '전체주의자'로 몰고 숙청했던 이야기는 70년 전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 때 반공주의자들은 반공 이외의 모든 것을 '전체주의'로 규정하며 '전체주의'라는 말을 남용했는데, 역사학자 월터 라퀘르는 "공산주의 및 국민의 복리증진을 요구하고 달성하려는 사상을 유럽에서 발생한 '야만의 정치' 파시즘(전체주의)과 억지로 엮어 이 두 사상을 등치하려는 우익 권위주의자들의 고질적인 선동 방식"이라고 했다. 적대 세력을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는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공산 전체주의에서 '공산'은 북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김정은을 '공산전체주의 지도자'라고 평하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남한에 있는 '민주주의 운동가'나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 등을 싸잡아 '공산전체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매카시즘 광풍을 닮았다. 6.25 전쟁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에 맞선 전쟁일 수 있겠지만, 70년 후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대국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위장 암약하며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건 '음모론' 수준에서 더 나갈 수 없다. 이를테면 박정희 같은 전체주의자가 운동권 학생들을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거나 조선총독부가 독립운동가를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하긴 독립운동이 '자유민주주의 건국'을 위한 운동이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국에 이런 '커먼 센스'를 논하는 게 다 무슨 의미랴.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가 '표현의 자유'와 '해석의 자유'를 업고 등장하니까 내친김에 '용산전체주의'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해석을 가미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의 의미로 전체주의를 강조했다고 하면, '용산전체주의'도 비유의 의미라는 걸 전제해 둔다.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용산전체주의[Yongsan totalitarianism, 龍山全體主義]라는 유령. 용산전체주의의 핵심은 '자유'다. 다만 '자유'를 부정하는 자는 '자유'를 가질 수 없다. 즉 여기에서 자유는 어떤 '가치'가 아니라 특수한 이념이 된다. 물론 공산전체주의자들도 그들만의 의미를 부여한 '자유'를 자신들의 핵심으로 여긴다. 용산전체주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둘 다 '자유'의 해석을 소유하고자 한다. 내가 규정한 '자유' 이외에는 '자유'를 위장한 '체제 전복 이념 무기'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자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상의 자유를 제한한다. 허락된 자유만 자유가 된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주의 운동가로 종종 위장한다.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 목사와 같은 경우는 집권 여당 공천권을 대놓고 차지하려 한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목사가 요구한 공천권이) 십 수개보다 훨씬 많다.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같이 할 수 없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 만들어서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이 그동안 우리가 해온 모든 일의 가장 큰 일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권 수립의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통해 공천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자유주의 운동가'로 위장한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집권 여당의 공천과 정책 수립에 집요하게 관여하려 해 온 것이다.
용산전체주의 세력도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시도한다. '교육자'로 알려진 한 유튜버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이 됐는데,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1년 8월4일 청와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이) 군인들의 마스크를 벗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군 통수권자가 군인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는 노무현의 죽음은 공작의 의혹이 있으며 좌파 세력이 그의 죽음을 '교사'했다는 괴담을 퍼트리기도 했다. 이 유튜버 기용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에 능한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기무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누군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의 수혜를 입었다. 그는 군인 신분임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민간인 사찰은 자유의 무수한 반댓말 중 하나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처럼, 마찬가지로 민간인 사찰하고 계엄령을 검토한 자를 사면해 준 용산전체주의 세력에도 같은 말이 돌아갈 수 있겠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방송 장악'을 '방송 정상화'로 위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상식적인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면 오히려 어렵다(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는 논리로 누군가를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했다. 그리고 KBS 이사들과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하고 있다.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뿐 아니라 '용산전체주의 세력'도 마찬가지다.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서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인권과 법치를 지향하는 사회로서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쓰고 고민하는 위원회가 되기를 바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거꾸로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은 제거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자유론으로 읽힌다. 섬뜩한 말이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날개는 떼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익(국가 전체의 이익)을 저해하는 자들은 전체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제거 대상이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자유주의 운동가', '우파 운동가', '보수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 및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용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이 실제로 있느냐고? 글쎄, 그건 국민들이 판단하시고 본인들이 잘 알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25일 금요일 오전, 평소에도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각임에도 시장 곳곳에선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는 손님, 아이스박스를 든 손님,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손님, 가족 단위로 방문한 손님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인들의 심경은 복잡다단했다. 이틀새 마주한 손님들이 오염수 방류로 인한 '마지막 특수'가 아닌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선 "오히려 역효과"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씁쓸한 웃음 "어제 찍었다는 최고 매출, 그러나..."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이날 딸과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방아무개(48)씨는 "오염수 방류 이후 당연히 불안감이 생겼다"며 "오늘 회랑 대게를 20만 원어치 구매했다. 방류 전에 잡힌 해산물을 가족과 함께 먹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큰 비닐봉지 3개를 손에 들고 가던 80대 이아무개씨도 "어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됐다고 해서 그 전에 잡힌 생선들을 사러 왔다"며 "동태포와 제사상에 올릴 마른 해산물을 구매했다. 오늘 사두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체구만 한 검은 비닐봉지 2개를 힘겹게 들고 가던 여성 손님은 "오염수 방류에 걱정이 돼서 다시마와 멸치를 양손 가득 샀다"며 구매한 것들을 내보였다.
수산시장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상인 A씨는 "코로나19가 지나가서 안정을 찾아가나 싶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속이 상했다"며 "이제까지 겨우 버텨왔는데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어두운 표정의 그는 잠시 뒤 부부 손님이 지나가자 "민어 드릴까요? 민어 오늘 싸게 나왔어요"라며 애써 밝은 웃음을 내보였다.
5년째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납품업자 B씨는 "어제 손님들이 '방류 전에 마지막으로 해산물을 먹는다'며 이곳에 많이 왔다"면서 "상인들과 만나서 이야기 했을 때는 '방류 당일에 장사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잘 됐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가게는 '최고 매출을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처럼 손님들이 수산시장을 찾는 건 잠깐일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수산업계에서 50년 넘게 일했다는 상인 D씨는 방류에 대한 심경을 묻자 "그러려니 한다.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잖나"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정치권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는다고 했으면서 결국 자기들끼리 싸웠다"며 "(수산시장 분위기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만난 B씨는 정치인들의 방문에 대해 "의미 없다"고 평했다. 그는 "(이들의 방문이) 홍보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이 그런 뉴스를 보고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대전역 인근 공사장에서 발견된 항공폭탄(오른쪽)과 500파운드 소이탄 AN-M76의 모습(왼쪽)[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지난 23일 대전역 인근 동구 정동에서 한국철도공사 대전충청본부 대전통합사무소 신축공사를 위해 주차장을 철거하고 터파기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녹슨 항공폭탄 1개가 발견됐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해당 폭탄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재원은 ‘AN-M76’으로, 지름 40cm, 길이 90cm, 무게는 500lb(파운드)(약 22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다행히 발견 당시 폭발 위험은 없었던 상태였고, 현장에서 폭탄 신관 제거 등 안전 조치를 마친 후 수거해 20전투비행단 폐탄 저장고로 옮겼다고 밝혔다.
항공폭탄이 흙 속에 묻혀 있던 곳은 대전역에서 서광장으로 나오는 곳으로부터 100m 정도 거리에 불과했다. 항공폭탄이 발견된 곳은 최근까지 주차장으로 사용된 장소였고, 과거에도 건물 사이 공터로 존재하면서 터파기가 진행되지 않았던 장소였기 때문에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운데 노란색 별표가 폭탄이 발견된 지점. 주황색 건물은 옛 대한통운 건물이고, 왼쪽이 서광장이다. 서광장에서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기차 모형의 구조물이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968년 항공사진을 보면 항공폭탄이 발견된 지점(붉은 별표)은 건물 사이 공터로 존재하면서 터파기가 진행되지 않았던 장소였기 때문에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미 극동공군의 1950년 9월 15일자 작전명령에 따르면 미 제 92폭격전단 소속 B-29 전폭기 9대가 500파운드짜리 다목적 폭탄 90톤을 대전역 조차장, 창고 등에 투하했다. 모든 폭탄은 대전 조차장에 명중되었고, 철로와 창고를 파괴하고 화재와 2차 폭발을 일으켰다. 51대의 화차가 파괴되었으며 차고와 전차대 등에는 직격탄이 투하되었다.
B-29는 슈퍼포트(Superfort)라 불리는 중전폭기로, 500파운드 폭탄을 주로 탑재했다. 1950년 9월 15일 B-29 중폭격기 9대가 500파운드 다목적 폭탄 90톤 투하했다면, B-29전폭기 1대당 10톤을 투하한 셈이고, 이는 500파운드(약 227kg) 폭탄 44개 정도다. 이번에 발견된 항공폭탄은 1950년 9월 15일 대전역 인근에 투하되었던 400여개 중 1개로 추정된다.
1950년 B-29에 의해 폭격 된 표적 지도.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B-29의 주된 공격 목표물에는 조차장, 화학 공장, 공군기지, 교량, 제철소, 군 막사, 폭발물 공장 등이 포함되었다.
낙동강 방어선에서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공권을 장악한 미 공군이 후방 지역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폭격을 시행한 이유는 상대의 보급로를 차단해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대전역이 B-29의 주된 폭격지점이 되었던 이유는 대전이 서울에서 낙동강 방어선으로 통하던 인민군 보급로의 중간 지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대전역 인근에서 발견된 항공포탄 ‘AN-M76’은 전쟁의 참상을 되새기고,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재건한 도시로서 대전의 평화 상징물 역할을 하도록 보존 및 전시에 나섰으면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귀취가 주목된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둔 2021년 겨울쯤이었을 것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약 중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정치권에서 경험이 많은 한 선배에게 물었다.
"윤석열 후보가 감세를 저렇게 많이 하겠다고 하면서 지출을 줄이겠다는 내용은 없어요. 현실적으로 감세를 못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부자 감세는 무조건 해주겠지. 그래야 정권 내내 지지율이 유지될 테니까."
"그럼, 도대체 어디서 예산을 깎을 수 있습니까? 지금 대한민국 예산안에서 그렇게 몇 조씩 깎을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여야를 떠나서 국회에서 예산심사를 해보면, 어디서든 그렇게 사업을 훌쩍 줄일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크게 자를 수 있는 게 있지. 아마 R&D 예산을 대폭삭감 할거야. 복지는 못 잘라. 받던 걸 못 받으면 사람들이 화내니까. SOC도 어려워. 그건 GDP나 실업률하고 관계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국방비를 줄이겠어? 반북 보수정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크게 줄이진 못해. 그럼 어디겠어? 줄여도 당장은 표가 안 나는 곳, 국가가 직접 통제 가능한 곳, 이익단체가 힘이 약해서 찍소리 못하는 곳, R&D야."
"에이 설마요. R&D는 국가의 미래에요. 보수는요, 아무리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해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해요. 박정희도 중공업에 투자하고, 대관령에 목장을 만들어서 아이들 우유를 먹였어요. 이승만, 박정희도 그 어려운 시절에 국책연구소들을 만들고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형님이 보수를 너무 우습게보시는 것 아닙니까. R&D를 줄이면 그게 보숩니까?"
"두고 봐라. 이 이야기 할 때 온다~"
그날의 술자리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
부자들이 내야 할 세금을 걷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7월,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별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서 세금을 깎아줬다. 소득세 감세는 면세점 이하 근로소득자 하위 35%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금액상 큰 이익을 보는 것은 고소득자들이다.
가업승계 목적으로 60억 원 초과 300억 원 이하 규모의 주식 등을 증여받을 때의 세율도 20%에서 10%로 낮췄다. 가업승계가 목적이라는데, 공제혜택을 받은 가업의 업종과 고용 등 사후관리 의무기간은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오히려 줄였다. 결국 그냥 상속세를 깎아준 셈이다. 결혼할 때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증여재산도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세 배나 늘어났다. 모두 돈 있는 사람들이 낼 세금들이다.
공약했던 부동산 세제 완화는 바로 적용되었다. 2022년 1인당 주택분 종부세는 1년 전에 비해 473만 원에서 276만 원으로 42% 줄었다. 여기서만 1조 원 이상의 과세결정세액이 줄었다.
2022년의 세수를 세목별로 전년도와 비교해 보면 하나의 특정이 있다. 근로소득세수는 21.6%가 늘었는데,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는 줄었다. 노동을 해서 얻는 세금은 늘어났고, 자산에 대한 세금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런 세제 개편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얼마나 될까? 나라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서 2028년까지 감세효과가 있는 금액은 총 89조 원 규모다.
이렇게 세금이 줄어들면, 나라살림을 어떻게 해야할까?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8월 23일 열린 '2024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과연 어디서 허리띠를 졸라맬까?
설마 했던, 그 선배의 말이 맞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주요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삭감 규모만 무려 3.4조 원 규모다. 이대로 정부예산안이 확정되면 일반 R&D 예산은 33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 생태계 전반의 기반으로서 역할을 고려해 감축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는데, 애초에 왜 지금같은 기술패권 경쟁의 시기에 R&D에 대한 투자를 감축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초연구와 정부출연연구원 예산도 줄어들었다. 정부는 'R&D 비효율 혁신을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고 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냥 일괄 삭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1500억 원, 한국전자통시연구원 1000억 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100억 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1300억 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200억 원, 출연연구원 상위 5개 기관에서만 이렇게 일괄 삭감했다.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출연금을 20% 삭감하라는 일방적 지침에 따라 각 기관들이 2, 3일 만에 내년 예산을 졸속으로 재조정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원천기술을 연구하던 부서 하나를 통째로 날릴 위기에 처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태양광 무인기 개발을 2대에서 1대로 줄였다. 처음 해보는 연구라 기체결함을 예상해 2대를 만드는 것인데, 이제 1대가 망가지면 실험 전체가 실패하게 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조차 '예산 삭감의 방향은 맞지만 방식은 잘못됐다. 현장과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조정해야지 일괄적으로 깎으면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왼쪽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실사진기자단
미래를 포기한 나라
아찔하다. 이 정부가 검찰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때려잡는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경제에 대해 사실상 1년 넘게 손을 놓고 있었지만, 오히려 다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감은 좀 다르다. 1997년 외환위기로 나라가 부도를 맞았을 때도 R&D 예산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건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으로 온 나라를 '공구리' 칠 때도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투입되는 예산이야 결국은 한국 땅에 떨어지는 것이고, 환경 파괴의 후과가 남겠지만 서서히 개선해 나가면 결국 회복이 되리라고 봤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겠다고 했을 때도 그렇게 큰 위기감은 들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몇 줄을 바꾼다고 역사가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은 나라의 미래를 통째로 삭제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의 한마디로 국가의 미래가 날아갈 판이다.
외교가 잘못되면 나중에 수정하면 된다. 경제가 어려우면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미래를 도둑맞으면 회복할 길이 없다. 아무리 전쟁이 급한 나라도 국가의 인재들을 모조리 전선으로 내보내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나라의 앞길이 풍전등화다.
'밥은 굶어도 학교는 보내자'던 보수는 어디에 있나?
진보는 인간의 힘으로 단기간에 무엇인가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을 부정하고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미래를 더 낫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는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선대들이 만들어 온 전통과 관습, 제도를 가능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보수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먼 미래를 생각한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이야말로 보수가 붙들어야 할 가치다. 이 세대의 사람들이 희생을 치러서라도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밝힐 수만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애국 보수'다. 보수에게 조국과 민족은 유기체와 같아서 생각없는 진보들처럼 당장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남발하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워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만은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땅의 보수는 말해왔다. '밥은 굶어도 학교를 가야 미래가 있다.'
그 '애국 보수'가 사라졌다. 보수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셈이다. 국가와 민족의 장차 먼 미래를 생각하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던 보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이 위기를 막아야 할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이제 '애국 진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야당은 어디서 싸워야 하는가
지난해 민주당이 대선평가를 하면서 펴낸 '새로고침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그룹은 국가가 '미래를 위한 혁신'에 투자하기를 바랐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당의 모습에서는 '미래를 위한 정책을 펴는 정당'이 앞 순위에 있었다.
야당은 여기서 싸워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건 싸움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자산에 대한 감세를 멈추고 R&D 예산 삭감을 막아야 한다. 야당이 다수당이다. 'R&D 예산을 정상화시키지 않으면, 올해 예산안 심의는 없다'는 각오를 갖고 버텨야 한다.
간단한 싸움은 아니다. 검찰정부는 예산이 잘못 투입되거나 부정이 있었던 사례들을 공개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설 것이다. '사 놓고 쓰지도 않는 장비', '교수들 호주머니로 들어간 연구비', '흥청망청 새는 연구비 카드' 같은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판을 칠 것이다.
믿을 것은 국민이다. 사전에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버텨야한다. 국내 과학계의 많은 연구자들과 연대해야 한다. 호도된 여론이 두려워 그런 싸움을 포기하면 야당이 설 자리가 없다.
이관후 정치학자
16대, 17대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일하고,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적 대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경남연구원에서 일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 국무총리 메시지비서관을 지냈다. 정치의 이론과 현실에 모두 관심이 있다.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로 있으며, <프레시안>을 비롯해 <경향신문>, <한겨레>, <피렌체의 식탁>에 칼럼을 쓰고 있다
24일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하늘에서 촬영한 모습.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때 일어난 사고로 노심용융이 일어나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원자로 뒤로 오염수를 보관한 물탱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3분께부터 물탱크에 보관되어 있던 오염수를 원전 앞바다에 연결한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교도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일본 어민과 주변국 시민들의 우려 속에 24일 결국 바다로 방류되기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지만, 과연 우리 해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 해양방류 이후 상황과 정부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궁금한 것을 주요 내용을 질문·답변(Q&A)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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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된 오염수 언제 우리 바다에 올까?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방류된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점은 4~5년 뒤부터다. 중국·독일 등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도 이런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된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 등을 타고 북동쪽으로 퍼져나가다가 미국 서부에 도착한 뒤 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4~5년 뒤 제주도 남단 해역을 통해 유입된다는 것이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태평양 전체로 퍼져 , 10년 뒤 제주 해역에 유입될 농도는 약 0.001㏃ ( 베크렐 )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닷물에 섞여 든 오염 물질은 주해류 방향 만이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더 극미량으로는 더 일찍 도달할 수도 있다. 앞선 시뮬레이션에서 배경농도의 100만분의 1에 못미치는 0.0001Bq의 저농도로는 방류 2년 만에도 일시적으로 유입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일본은 별도 웹사이트를 구축해, 1시간 단위로 방류 현황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다. 관련 자료는 한국어로도 제공된다. 이렇게 공개하는 정보는 △이송설비·상류수조·취수구 등에 설치된 감마방사선 감시기의 측정값 △희석설비로 이송되는 오염수 유량 △해수펌프 유량 등 실시간으로 연속 측정되는 자료들이다. 희석하기 직전 오염수를 담아 둔 케이(K)4 탱크 속의 69개 방사성 물질 핵종별 농도, 바닷물과 희석된 배출 직전 오염수가 담긴 상류수조의 삼중수소 농도처럼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나오는 시기가 유동적인 측정 자료들은 별도로 받기로 했다.
일단, 일본은 24일 처음으로 오염수를 방류한 직후 측정된 핵종별 농도 값과 삼중수소 농도 값을 한국에 제공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 정보를 받아 누리집 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관련 정보’ 페이지에 공개했는데, 상류수조 오염수 속 삼중수소 농도는 1ℓ당 43~63㏃(베크렐)이다.
또 ‘국제원자력기구·한국·후쿠시마 정보 메커니즘’(IKFIM)을 별도로 구축해, 정보 공유 전담관을 두고 매일 소통하며 정기 화상회의 등을 통해서도 국제원자력기구가 현지사무소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공유받고 설명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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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데 오염수 방류 상황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까?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의해 2주일에 한 번 우리 전문가를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국제원자력기구 현지 사무소에 파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시적 방문 점검에서 우리 쪽 전문가가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기반을 위반한 방류가 있었는지를 직접 잡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전문가의 구체적인 현장 활동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주기적으로 받게 되는 방류 현황 관련 자료나 화상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교차 확인하는 것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전문가가 방문할 국제원자력기구 현지사무소의 역할부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지난달 4일 공개한 ‘방류계획 안전성 점검 종합보고서’를 보면 현지사무소의 역할은 주로 도쿄전력과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오염수 방류 관련 활동을 ‘관찰’(observe)하고 ‘지켜보는’(witness) 것이어서 사찰이나 검증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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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단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한-일 양국 합의를 벗어나면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외에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감시와 해양 방사능 감시 강화다. 정부는 방류될 오염수의 확산 경로를 감안해 지난 6월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500~1600㎞ 떨어진 공해상의 2개 해역 8개 정점에서 매달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한반도 주변해역 방사능 모니터링 지점을 92개 정점에서 200개 정점으로 늘렸다. 내년부터는 태평양도서국들과 협의해 태평양에서 한국 해역으로 들어오는 북적도해류의 방사능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10개 정점 대상으로 한 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방류가 시작됐으니,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도 해제되는 건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2일 각료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개시를 결정한 뒤 “일부에서 보이는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조기 철폐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수입 금지 조치를 아직 풀 의향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일본의 수입금지 해제 시도를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일본이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로 가져간다면 우리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5년 일본의 제소로 시작돼 4년 만에 이뤄진 최종심에선 한국이 후쿠시마 앞 바다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기준에 맞게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어, 과거 승소 논리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반(反)윤석열’만 가지고 싸워선 안 된다.” 24일 만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사진)은 ‘이동관 방통위 체제’와의 본격적인 투쟁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언론개혁 운동은 ‘안티 윤석열’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 “윤석열 정권이 나쁘니까 일단 뭉치자? 이건 국민 설득 못 한다. 시민들에게 우리가 요구했던 언론개혁의 요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 정권의 언론장악을 막아내는 것을 넘어 미디어 공공성을 공영미디어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오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원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왜 민주당에서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18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정치적 후견주의로 작동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극복을 거듭 주문하자 이동관 후보자가 “왜 앞의 정부에서 못 했나요, 그러면?”이라고 되물었다. 이 장면을 민주당도, 언론운동진영도 뼈아프게 보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에서의 한탄과 실망으로 상쇄된 동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 윤 위원장은 “이런 부분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선 언론자유 수호 투쟁에 일정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영미디어를 정치권의 전리품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작업을 하나도 안 했다.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에서 내놓았던, 언론시민사회 개혁방안은 다 무시했다. 정치권 목소리를 최대한 배제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안 했다. 그 후과를 지금 현장의 언론인과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 책임은 민주당이 피할 수 없다.” 공영방송 정치독립법마저 정쟁화되어버린 상황에서 윤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명확한 사과와 ‘다시는 이 사안을 정파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성을 넘어서는 언론 운동’은 그의 주요한 원칙이다. “KBS ‘같이노조’의 등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금 방송법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정치적 독립문제가 명확한 경영진이 오고, 특정 정치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평범한 노동자들 입장에선 방향성만 달라지고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왜 우리가 거기 동원돼야 하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운동이 그저 경영진 교체에 불과하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정파적 이익에 공영방송을 복무시키는 법제도의 한계를 깨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그의 결론이다.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적극 반대했다. “사실 민주당 정부 시절 언론중재법 반대는 대단한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했다. 그게 언론 운동의 문제적 정파성이다. 민주당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진보이고, 민주당이 하니 쟁취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동관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언론개혁인가.” 이동관 후보자는 지난 청문회에서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왜 지난 정부에서 하실 수 있을 때 그런 개혁 조치에 버금가는 일들을 안 하셨을까”라고 말하며 적극 찬성했다.
이동관 후보자는 최근 YTN을 상대로 8억에 해당하는 소송전에 돌입했다. 윤 위원장은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돼 무차별 소송전으로 보도가 위축되기 시작하면 권력 비판 기능이 침해된다. 언론노조가 민주당 정부에서 반대했던 이유”라며 “만약 민주당 정부에서 도입됐다면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나 김건희 양평 고속도로 관련 보도에 대대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민주당이 만들어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누렸을 제도다. 누가 만들더라도 오남용될 수 있는 제도였다”고 덧붙였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민주당은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최근 윤 위원장의 또 다른 문제의식이다. 언론노조는 국회 의석 다수를 점한 민주당이 현재 공석인 3인의 방통위 상임위원 국회 추천을 거부함으로써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구조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인 방통위 체제(대통령 추천 이동관‧이상인)에서 의결 하나하나를 법적으로 다투고 향후 불가역적 제도를 뒤엎을 여지를 찾아야 한다고 전술적 제안을 했지만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들어가서 뭘 어떻게 막겠다는 건지 무력화 방안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윤 위원장은 민주당 추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의 ‘방통위 내부 견제’ 입장을 두고 “이번에 3인 방통위 체제에서 야권이 방송장악 절차를 하루라도 늦춘 게 있나. 도대체 뭘 견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관용차 타고 다니는 차관 자리 누리겠다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MB정부 때) 종편 4개를 허용한 게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듯이, 이동관이 방망이 두드리면 나올 변화들은 불가역적이다. 공영방송 사장 바뀌는 건 마이너한 변화”라면서 방통위 무력화 전략이 이러한 절박함에서 나왔음을 재차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동관 방통위 체제’와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을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으로 명명하며 이동관 방통위 체제 목표가 “공영방송 장악을 넘어 극우세력 목소리만 관철되는 미디어 환경 구축”이라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도 2008년, 2009년, 2012년, 2017년의 투쟁 경험이 있다. 저들이 원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라며 “긴 호흡으로, 윤석열 정권이 가장 아픈 방식으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무기는 조합원들 신뢰다. 신뢰를 단단히 하고, 흔들린 지점이 있다면 바닥부터 회복하겠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이 나쁘다, 이동관이 나쁘다, 그거 모르는 사람 없다. 지금 시민들은 ‘반대만 할거냐’고 묻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언론개혁이 왜 시민의 삶에 중요한지 피부에 와닿게 그 내용을 총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개시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도 환경재앙의 또 다른 주범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영토의 안전을 수호해야 할 신성한 책임을 저버린 용서 못할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이 우리 국민과 바다를 포기했다면 민주당이라도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피해 관련 특별안전조치 4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역사는 2023년 8월 24일 오늘을 일본이 인류에게 또다시 씻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날로 기록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그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핵 오염수 투기 범죄에 정부·여당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면죄부를 줬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집권세력으로서 책무는 완전히 망각한 채 그저 일본의 심기만 살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정부 공식 유튜브 광고를 만드는 데 대통령실 예산까지 투입한 것을 거론하면서 "이쯤 되면 이 정권은 일본과 핵 오염수 투기에 공범이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정권이 국민과 바다를 포기했다면 민주당이라도 나서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주권자들이 우리에게 위임한 모든 권한을 총동원하겠다"며 "피해국민들에 대한 조속하고 과감한 예산과 입법 지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밥상 안전-피해 지원-보상 요구 등 담은 '특별안전조치 4법' 당론 채택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염수 방류에 따른 피해 예방 및 최소화를 위한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에 따른 피해어업인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 및 수산업 진흥 등을 위한 특별법 등 '특별안전조치 4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오염수 방류 개시 후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수산물들을 포괄적으로 수입을 금지토록 해 우리 국민 식탁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오염수 방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되, 그 기금의 일부를 일본 정부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따른 변제금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들이다.
특히 오염수 방류에 의한 방사성 물질 노출 영향 및 피해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관련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수산물은 수입금지토록 하는 특별법은 이날 민주당 의원 전원의 명의로 발의됐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관련 브리핑에서 "(후쿠시마현 인근만 아니라) 일본산 수산물 전부가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오염수 방류 후 태평양 다른 지점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그 수치가 우려되는 수준이 된다면 그 지역의 수산물에 대해서도 수입 금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관련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도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일정에 대해서 못을 박진 않았지만 당장 현 시점부터 국내에서도 수산업 피해가 점차 시작되는 상황 아니겠나"라며 "그런 부분들에 대한 빠른 입법적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대한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23일 쪽발이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내버리기, 하루 전 오후6시쯤 안국동 “일본 문화원” 철문이 내려진(셧터) 정문에 닭알 한 개가 큰 외침과 함께 ‘퍽‘ 던져졌다.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출 절대하지말라!!‘ 그리고 ’미 일 한 3국 동맹은 무효로 선언한다!! 일본은 관동 대학살 서죄하라!! 벌써 100주년이다~> ‘퍽’ ‘퍽‘ 놀라운 행동이었다.
60대 초반으로 평범하지만 키가 꽤 큰 사내는 일본 문화원에게 경고하듯이 뚜렷한 외침을 목청껏 큰소리로 알린 뒤 한 알씩 닫힌 철문, 보도게시판(유리창)에 던졌다. 나중 알고 보니 일본 문화원은 안국동 네거리 모퉁이를 떠나 며칠 전 이전하고 텅빈 상태였다.
모두 퇴근한 상태가 아니라, 불과 며칠사이에 중학동 쪽으로 이전했음을 알려주는 약도포함 공고문이 ’보도게시판‘ 안쪽에 붙어있었고, 경비원도 경찰도 없었던 것이다. 경찰이 있었으면 시비가 오갔을 것이다. 아무런 일도 없었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놀란 눈으로 대여섯 명이 지켜보더니, “일본을 응징하시네..”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 농어민 노동자라면 지금 이 나라 꼬락서니 보고 애국심이 치솟고 있을 거다. 쌀국米國, 일본日本 한국(남코리아) 세 나라가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고 얼빠지고 귀신의 심부름꾼이 된 듯, 저지르는 짓거리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윤석열 기시다 바이든 세 지도자 하는 짓거리가 지구를 망가뜨리고, 전쟁과 침략과 약탈로 수 천만 명의 인간이 죽든 말든 제나라 이익만 노리고, 두루 미치광이가 되어 “자기네는 살아남을 것 같으니까, 가난뱅이, 시민 농어민 노동자들 죽든 말든 전쟁광 닮은 꼭두각시노릇에 빠진 인간처럼 느껴진다.
양키 쌀국 문화원, 미 대사관 영사관 공사관 미군부대 등에 ’달걀 세 알씩 던지기‘가 전국적으로 번지면, 서서히 그 소식이 세계적 뉴스가 되어 동남아시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유럽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퍼지고 옮겨가면 쌀 나라 군대 점령군도 몰아낼 수 있고, 쪽발이 왜놈들도 못 견디고 쫒겨 갈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헌데, 일본 녀석들이 큰 실책을 저질렀다..! ’오염수로 태평양을 공격한 거다!!‘ 거기다 ”관동대지진 10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사죄 사과도 없이 세계멸망을 재촉하는 원자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거다“ 이런 미친 노릇이 지구를 골병에 빠지게 하고 세상을 몰락시키고, 인류평화를 망쳐놔서 서서히 인간 멸망의 길로 들어설 것 같다.
우리는 흰 옷의 백성, 백의민족白衣民族 다른 나라를 침범한 적도, 침략 침공한 일도 없는 ”평화롭고 어질고 너그러운 겨레“였다. 100년 전만 해도 남을 약탈하려고 침공 점령 침략 따위는, 선비사상에 어긋나는 일이고 인류평화의 길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사람이 곧 하늘 일세! 인내천 동학사상‘을 가슴에 품고 오천년을 살아온 민족이다.
그런데 민족의 뿌리가 없는 양키미국과 섬나라 일본이 ”미 일 한 셋 동맹국“이라는 간판을 내밀고, 이 나라를 망쳐놓으려 별짓거리를 다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겨레는 ’날달걀 세 알 씩만 던져 애국자 되기‘ 행사를 널리 멀리 방방곡곡에 펼치려는 것이다. 묵묵히 침묵으로도 큰소리 외치기도 좋고, 현수막이나 주장을 쓴 쪽지도 좋다. 여하튼 미군부대와 일본쪽발이 내쫒는 활동에 초등학생, 중고생 청년대학생 시민 농어민 노동자 늙은이, 젊은 여성들까지 모두 힘 모아 다 같이 함께 꾸준히 팔천 오백만명이 슬기롭고 지혜롭게 밀어 붙치면 년놈들이 내쫒길 것만 같다..!!
하늘은 우리 겨레가 다 함께 ”어질고 슬기롭게 평화로운 계란 세알씩 몰아내야 할 양키와 쪽발이 일본을 향해 달걀을 던지므로써 놈들을 깨우치게 하고, 인류평화의 귀중함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만 한다. 이는 하느님에 말씀이다!!!’ 오늘은 이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빌라를 방문하고 있다. 2022.08.09. ⓒ뉴시스 정부가 ‘역대급 긴축’ 예산을 짜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사업 예산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 재정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상적인 재정 운용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정부와 여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지출 증가율을 3%대로 두고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번 달 말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올해 예산은 638조 7천억원으로, 내년에 3%대 증가율이 현실화한다면 660조원 안팎이 된다. 역대 보수 정부와 비교해도 저조한 증가율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출을 줄이면 사회안전망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회복지 예산 구조를 살펴보면 증가율 3%대 긴축 예산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예산 증액 상당 부분은 ‘자연 증분’ 잠식
사회복지 예산 대부분은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은 고령화 인구구조와 물가 상승 등에 연동돼, 이른바 ‘자연 증분’이 발생한다. 법률에 따라 지원 대상과 규모가 결정돼, 정부가 임의로 지출을 조정할 수 없다. 재량지출은 정부 의지대로 예산을 감액하거나 증액할 수 있다. 의무지출 비중이 높다는 건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른 예산 확대보다 자연 증분의 영역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예산을 통해 내년에 예정된 긴축 예산의 문제점을 비춰볼 수 있다. 올해 사회복지 예산은 206조원이다. 지난해 대비 5.7%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해 연속 5%대 증가율에 그쳤다. 2007년부터 17년간의 연간 증가율을 보면, 6% 미만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시기이던 2013년과 2016년을 포함해 총 4개년도에 불과하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연평균 증가율은 7.5%를 넘었다. 문재인 정부는 10.4%였다.
올해 사회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144조 6천억원으로, 해당 분야 예산 총액의 70.3%를 차지한다. 규모가 가장 큰 건 국민연금으로, 36조 2천억원이 편성됐다. 이어 공무원연금(19조 8천억원), 기초연금(18조 5천억원) 순이다.
정부는 자연 증분의 의미를 확대하며 복지 예산으로 치장하기도 한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8월, 올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노인층의 안정적 소득보장을 위해’ 기초연금 지원 단가를 인상했다고 밝혔는데, 기초연금은 정부 의지와 상관없이 증액되는 대표적인 의무지출 사업이다. 기초연금 지급액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오른다. 정부가 홍보한 기초연금 인상의 실상은 소득보장이 아니라 물가상승이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공적연금도 물가상승률에 연동된다.
또한,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자는 65세 이상 고령자로 정해져 있다. 고령화 추세가 강해질수록 예산 총액이 커지는 구조다. 다수의 의무지출 사업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다.
자연 증분은 복지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성격이다.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지급액 인상은 실질적인 지원이 약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예산 증액분은 1인당 지급액 인상과 무관하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사회복지 예산의 자연 증분은 고령 인구가 늘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한 사람에게 가는 돈이 느는 건 아니다”라며 “그마저도 물가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당 지급액을 조정할 때 물가상승률이 아닌 기준 중위소득을 지표로 하는 사업도 있다. 매년 산정되는 기준 중위소득은 70여개 복지사업과 연동돼 개인별 지원금과 지원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 매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따른 자연 증분이 발생한다. 가령 생계급여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에 지급된다. 지급액은 기준 중위소득 30%에서 가구소득을 뺀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년도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을 기존 207만 7,892원 대비 7.25% 오른 222만 8,445원으로 상향했다. 생계급여 지급 기준도 기준 중위소득 30%에서 32%로 상향했다. 4대 급여(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1인당 지급액과 지원 대상자가 늘면서 관련 지출이 증가하게 된다.
내년도 예산 증가율을 3%대로 낮게 잡으면, 예산 증가 상당 부분이 자연 증분에 잠식된다. 사회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을 3%대라고 가정하면, 그 규모는 212조 2천억원~214조원이다. 올해보다 6조 2천억~8조원 증액되는 셈이다.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의무지출 증가율 7.5%를 올해 사회복지 분야 의무지출에 적용하면, 내년에는 155억원이 된다. 올해보다 10조 8천억원 증가한 규모다. 3%대 예산 증가율로는 자연 증가분을 충당하는 데만 최소 2조 8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통상 사회복지 예산은 총지출 증가 폭보다 좀 더 늘리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재량지출을 위한 여유분은 극히 제한된다.
사회복지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63.1%이던 것이 2021년 65.1%, 2022년 66.8%로 치솟더니 올해 70%를 돌파했다. 내년에는 긴축 예산 탓에 이 수치가 보다 급격하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 중위소득을 예년보다 큰 폭으로 인상한 건 진전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예산 증가율이 3%대에 머문다면 다른 복지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상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복지 분야 의무지출 ⓒ민중의소리
취약계층 위한 재량지출 삭감 우려
사회복지 재량지출은 ‘사실상’ 축소가 아니라, 절대 금액이 감액될 우려가 있다. 올해 예산이 축소된 사업이 내년에 다시 감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예산안에서 유독 큰 규모로 감액해, 정책 방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분야가 있다. 공공임대주택 지원이다. 해당 사업들의 올해 예산은 총 17조 5천억원으로, 지난해 22조 5천억원에서 5조원가량 삭감됐다. 예산안이 발표됐을 당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정부는 장마철마다 침수 피해를 겪는 반지하 거주민을 위한 대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액이 요원하다. 정부는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한 다가구매입입대 예산은 올해 들어 3조원 이상 줄었다.
노인 부문에서는 올해 요양시설 확충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올해 해당 사업 예산은 54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억원 이상 감소했다. 예산 대부분이 증개축과 개보수로 편성됐다. 고령 인구 증가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예산 감액으로 시설 신축이 제한되고 있다. 현재 국공립 노인요양원은 250여 개소로, 장기요양 인정 노인 약 4천명당 1개소에 불과하다. 올해 시설 신축 공사는 8건에 그쳤다.
노인 부문 재량지출 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일자리 지원 사업도 감축이 예상된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노인일자리를 두고 ‘질 낮은 일자리’라고 비난해왔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감축했으나, ‘패륜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된 바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어린이집 확충 예산도 불안하다. 정부는 해당 사업의 올해 예산을 117억원(19.3%)이나 삭감한 전력이 있다. 정부는 공보육 이용률을 지난해 35% 수준에서 2026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계획을 뒷받침할 예산은 쪼그라들고 있다. 내년에도 예산 삭감이 이어진다면 공보육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대상자가 적은 소외계층 지원 사업도 감액 가능성이 있다. 한부모가족이 언급된다. 관련 사업으로는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 지원,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지원, 청소년한부모 아동 양육·자립 지원 등이 있다. 올해 예산은 양육비 지원을 제외한 모든 사업이 감액됐다. 지난 5월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을 방문해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와 주거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예산안이 나오지 않아 삭감되는 사업을 특정할 수는 없으나,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을 감안할 때 3%대 증가율이라고 하면 재량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위원 말대로, 특정 사업의 예산 감축은 추정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 선거가 있는 만큼, 특정 사업에서 눈에 띄게 예산을 줄이기보다는 여러 사업에 걸쳐 삭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삭감 사업과 삭감 폭은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인 재량지출 사업 예산의 감액은 불가피하고 이는 사회안전망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석진 교수는 “자연 증가분을 다른 사업의 예산 삭감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며 “어디서 얼마나 줄일지는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상자가 투표에 영향을 덜 미치거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른바 ‘약한 고리’가 타겟이 될 것”이라며 “힘든 사람들끼리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관되게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재정 운용은 반대로 가는 형국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재정 운용 기본 방향에 대해 ‘서민·사회적 약자에 대한 민생지원에 만전’,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자 지속’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노인·취약아동의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쪽방·반지하 거주자의 정상거처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는데, 긴축 예산으로 계획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3월 발표한 예산안 편성지침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재정혁신이라는 명분으로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혀 우려를 더했다. 집행이 부진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인데, 사회복지 예산 축소의 빌미로 활용하지는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 대응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을 정상화하는 등 지출을 정비하겠다면서, 고용유지 지원과 소비회복 프로그램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고용 지원과 소비 촉진 사업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취약계층 보호 강화 방안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들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의무지출의 자연 증분을 복지 예산 확대로 내세우면서, 재량지출 축소를 무마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9월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위기가구 발굴 체계 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초생활 수급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추석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2022.09.01. ⓒ뉴시스
경기 침체 속 재정 역할 방기하는 정부
역대 예산안과 비교할 때 3%대 증가율은 최저 수준이다. 예산 증가율이 3%대에 그치는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5년 이후 증가율이 3% 미만인 해는 2010년, 2016년 두 해뿐이다. 2010년에는 이명박 정부 감세 정책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재정 긴축을 강행했다. 2016년에도 박근혜 정부 들어 지속된 감세 정책으로 4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당시 정부는 세수 확충 방안 없이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대기업 감세로 세수 부족에 처하자, 예산을 최대한 축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률과 견주어도 3%대 증가율은 낮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평균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은 4.2%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9%였고, 올해는 4%대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경상성장률만큼은 예산을 늘리는 게 통상적인 범위의 재정 운용이라고 설명한다. 경상성장률에 비례해 세수가 늘고, 세수가 늘어난 만큼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경상성장률을 하회하는 지출 증가율은 ‘균형 재정’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평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3%대 증가율은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3%로 전망했다. 최소한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예산이 늘어야 실질적인 규모가 유지가 된다. 예산 증가율이 물가상승률을 밑돌면 예산의 실질 가치는 축소되는 셈이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물가가 오르면 사업의 지원 대상자가 받는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증가율 3%대의 예산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찬 회장도 “정부는 취약계층 예산을 축소하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실질적인 사회복지 지출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존 계획에도 부합하지 않는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지출을 669조 7천억원으로 제시했다. 3%대 증가율이면 당초 계획보다 10조원가량 쪼그라드는 셈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부 재정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긴축 예산은 부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상고하저’의 경기 흐름을 전망했으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하고 반도체 업황 반등이 지연되면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가 상승으로 서민 부담이 가중되고 민간 수요와 투자 부진이 겹쳐, 정부의 재정 확대 외에는 경기 반등 요인이 불확실하다. 정부는 대기업 감세를 통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구상이었으나,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 여파로 주요 기업 투자는 미국 등 외국으로 향하는 실정이다.
김유찬 회장은 “통상 정부는 경기 상황 안 좋을 때 재량지출을 늘려 전체적인 경제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한다”며 “바로 지금이 재량지출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시기에는 정부가 기능을 해야 한다”며 “재정 여건이 안 좋다는 이유로 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경기 상황과 맞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교수는 “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하지 않고 수출도 안 좋아서 정부 재정이 받쳐줘야 하는데, 정부가 경기 부양 역할을 발휘하지 않으면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재정 운용이 ‘건전성’이라는 이념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세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건전성을 강조하더라도 최소한의 재정 역할은 해야 하는데, 그조차도 방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석진 교수는 “경기 상황을 볼 때 예산 증가율 4~5%는 돼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10조원가량 줄였다”면서 “감액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기조에 따라 최소한의 예산 규모보다 더 늘리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는데, 증가율 3%대는 이념적인 이유가 아니고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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