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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선언 14주년 기념대회 ‘함께 이루자 겨레의 약속’ 열려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1/10/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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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측, 해외측 대표들이 공동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6.15남측위]  

 

▲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해외측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념대회는 줌,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사진제공-6.15남측위]  

 

▲ [사진-기념대회 유튜브 갈무리]   

 

“남북·북미합의 이행하라”

“적대정책 철회하라”

 

10.4선언 14주년을 이틀 앞두고 남측과 해외동포들이 모여 “민족의 자주와 평화, 대단결을 위해 중단 없이 싸워나가자”라며 남북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2일 오전 11시 청년문화회관 JU동교동 다리소극장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3년, 10.4선언 14년 기념대회 <함께 이루자 겨레의 약속>’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와 해외측위원회(해외측위)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줌,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남측에서는 한충목·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이태형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권낙기·임방규 통일광장,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손미희 우리학교시민모임 공동대표,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단체 대표들이 참가했다. 또한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흥식 전농 의장 등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해외측에서는 손형근 해외측위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일본), 선경석 유럽위원회 상임대표를 비롯한 김진향 유럽지역위원회 대표단, 신필영 미국위원회 대표 위원장 등 미국위원회 대표단이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사회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대회에 앞서 최근 종전선언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2007년 10.4선언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종전선언이 된다면, (이는)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끝내는데 매우 획기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김경민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일) 대규모 합동상륙작전인 ‘피스메이커’를 참관하면서 종전선언을 거론한 것을 두고 “상대방을 점령하는 훈련을 하면서 전쟁종식을 말한다면 신뢰가 회복되기는 힘들 것 같다”라며 적대적 행동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북한이 대답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통신연락선 재복원을 표명한 것은 관계 회복의 새로운 씨앗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씨앗이 꽃을 피우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고개가 있다”라며 “한 손에 총을 들고는 진정어린 대화란 있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대화의 장을 만드는 신뢰의 힘이자 대화를 통해 한걸음 전진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라며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정부가 먼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전격 선언하고 대결적 군비증강을 멈춘다면, 더불어 반인도적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5.24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 등 우리가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단행한다면 대화의 장은 다시 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손형근 해외측위 위원장도 기념사를 통해 “6.15공동선언의 실천강령인 10.4선언 14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 위원장은 “(남측과 해외측은) 조성된 엄중한 정세를 연대 연합의 힘으로 돌파할 결의를 안고 4.27~10.4까지 민족자주를 전면에 내걸고 평화통일을 힘차게 전개함으로써 지난 시기 없었던 귀중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라고 평가했다.  

 

손 위원장은 종전선언 전제조건으로 공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북한의 군사행동을 미국과 한국이 일반적으로 강하게 비난하고 배격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해외동포들도 인식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남측이 공평하고 상호존중의 입장에 선다면 남북대화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겨레의 희망대로 남북대화가 전진 되도록 문재인 대통령의 담대한 결심과 실행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대회에서는 오하나 6.15남측위 사무국장의 4.27~.10.4 공동행동기간 남측 활동보고가 있었다.

 

남측은 지난 6월 15일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6.15남측위를 비롯해 민화협,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광복회, 전국민중행동 준비위원회 등 87개 단체가 연대해 토론, 실천하는 성과를 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의 내용이 중심이 된 기자회견, 1인시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남북, 북미 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자주평화를 위한 선언’에는 남측, 해외에서 총 2,335개 단체, 인증샷 6,711장, 1만5천여 명이 참여했다.

 

온라인으로 참가한 일본, 미국 등 대표단들의 국외활동보고도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공동행동기간 6.15남측위와 해외측위의 연대투쟁을 어느때보다도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규모 있게 전개한 것’, ‘남·해외 청년학생 토론회 처음 진행한 것’ 등의 성과를 냈다. 일본전역 377개 단체가 선언에 참여하는 등 반미자주통일 운동을 확대하는 중요한 토대가 마련된 것도 성과로 언급됐다. 

 

미국에서도 6.15미국위원회를 포함한 5개 지역위원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 코리아피스나우 등 50개 단체가 선언에 참여하고, 25개 지역에서 350여 명이 인증샷에 참여한 성과를 냈다.

 

허원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 전 위원장은 “미국이 쿼드와 오커스 안보협의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경제적 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강화되는 한미동맹, 남북한의 첨단무기개발경쟁 등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는 2021년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서 ‘한국교회종전 평화운동본부’를 구성했다”라며 세계 교회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을 지속하며 광복 8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한반도 이내 평화협정지지 확산 등 최대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수행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떠올리며 남북 간 약속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상임대표는 “(남북)공동선언은 지속 가능한 평화의 문서”라며 ‘겨레의 약속이고, 지켜야 할 것’, ‘경제, 민생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경석 6.15유럽위원회 상임대표는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 방안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길’, ‘외세의 강압으로 굴절된 역사를 복원시키는 길’ 두 가지를 언급했다.

 

선 상임대표는 방안 중의 하나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미국 주류 세력의 변화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하나는 민족의 힘으로 자주권을 갖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을 제시했다.

 

각계 대표 발언 이후 지난 20년간의 남북관계 역사와 우리의 과제를 담은 영상이 상영됐으며, 통일의 노래 ‘희망새’ 노래극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쿵쿵 따’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며 ‘자주평화! 민족통일! 남북합의 이행하라!’ 구호를 함께 외치는 상징의식도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날 대회는 장정화 대한불교청년회 중앙회장,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 리홍윤 6.15일본지역위 청년학생협의회 공동회장, 6.15일본지역위 청년학생협의회 리미화 청년이 공동결의문을 낭독한 후 마무리했다.

 

 

다음은 공동결의문 전문이다.

 


 

9월 평양공동선언 3주년, 10.4 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대회 

공동결의문

 

9월 평양공동선언, 10.4 남북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는 각별한 결의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남북관계가 멈춰 선 지 2년여, 남북관계와 민족의 미래를 비추던 남북공동선언들이 빛바랠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입니다.

 

2018년 남북은 판문점선언에 이은 9월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분야합의를 통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며, 나아가 적대의 최전선인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일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긴장을 해소하며, 신뢰를 구축해 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14년 전 10.4 남북공동선언이 그랬던 것처럼, 판문점과 평양의 약속은 이행되지 못한 채 멈춰 섰습니다. 대화의 입구가 되었던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단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남북협력의 장벽인 대북제재를 넘어설 어떤 결단도 하지 못하는 동안 남북관계는 후퇴를 거듭해 왔습니다.  

 

지난 4.27~10.4운동 기간 우리는 멈춰선 남북 공동선언들의 이행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공동선언들의 이행은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유일한 길입니다. 다시, 남북 공동선언들을 살아 숨 쉬게 해야 합니다. 

 

일체의 적대행위, 대결적인 언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종전선언에 관한 관심이 높습니다. 남북은 이미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남북은 종전선언이 68년이나 지속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뢰입니다. 남북이 흔들림 없이 ‘적대’를 청산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협력해 나갈 수 있다면, 종전선언을 포함해 남북이 주도적으로 정전체제를 규정해 온 낡은 것들을 청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적대적 언사를 즉각 중단하고,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따라 긴장해소와 신뢰구축을 위해 공정한 기준을 세우고 이행해야 합니다. 대화의 입구가 될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과 도를 넘은 무력증강의 중단을 결단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개척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갑시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관계의 교착과 함께 남북관계는 중단되었습니다. 중단된 남북관계는 남북 주도의 질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민족자주야말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의 척도임을 말해 줍니다. 

 

분단과 전쟁의 출발점이 된 냉전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견제와 미중 패권대결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한 각종 군사동맹을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군사동맹을 대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앞세우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국 주도의 군사동맹에 더 깊숙이 편입된다면 겨레가 바라는 평화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강대국 질서에 편입되어 대결의 역사를 되풀이하느냐, 운명의 주인으로 새로운 질서를 개척하느냐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 남북의 단결된 힘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조국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위한 길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민족의 자주와 평화, 대단결을 위해 중단 없이 싸워나갑시다. 

민족의 단합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걷어내고, 남북의 신뢰와 협력으로 이 땅의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갑시다.

 

2021년 10월 2일

9월 평양공동선언 3주년, 10.4남북공동선언 14주년 기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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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도적떼, 봉고파직... 이재명 '강경 발언'의 노림수

대장동 의혹 정면돌파 시도하며 지지층 결집 성공했지만... 본선서 중도층·2030도 잡을까

21.10.02 18:58l최종 업데이트 21.10.02 18:58l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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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특혜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 암초를 피하기는커녕 부수는 전략을 택했다.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의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했다. 지난달 14일 국회 소통관 긴급기자회견에서는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 "어디 일베(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쓴 거면 이해하겠다. 명색이 언론이라면 이런 가짜뉴스를 뿌리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26일 전북지역경선에선 "도적떼가 경비에게 '왜 도적 못 막았느냐'고 한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9일 토론회에선 "국민의힘이 저를 절대권력자 비슷하게 생각해주니까 특별한 지시 한 번 하겠다"며 "이준석 대표는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가 창고를 봉쇄)하고 김기현 원내대표에겐 위리안치(유배된 죄인을 가시 울타리 안에 감금)를 명한다"고 했다. 또 2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는 "제가 (화천대유) 주인이면 지나가는 강아지한테 던져줄지언정 유서대필 조작검사(곽상도) 아들에겐 단돈 1원도 결코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싸워야 할 때 싸우는 리더십"

 

국민의힘은 "이재명 지사의 추악한 가면을 찢어놓겠다(이준석 대표)", "인성과 개념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김기현 원내대표)"고 맞섰다. 하지만 우원식 선대위원장은 30일 캠프 정례브리핑에서 "민간으로 다 돌아갈 것을 공공으로 돌리도록 굉장히 노력했고, 국민의힘 전신이 그걸 집요하게 반대했는데 지금 와서 '왜 다 회수 못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최근 발언은) 막말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이 사업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캠프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장동 문제는 공공이 들어가서 이익을 환수한 부분, 나머지 이익을 민간에서 배분한 것으로 나뉜다"며 "국민의힘은 이걸 뒤섞어서 마치 전반부에 문제가 있던 것처럼 하는데, 단호하게 아니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대가 싸워야 할 때 싸울 줄 아는 리더십을 요구하는데, 그걸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며 "(지지층의) 결집세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 9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43명(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2%p)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드러난다. 이번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0.4%p차 접전을 벌였지만, 대장동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이었던 9월 2주차보다도 0.6%p 상승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61.4%를 기록, 이전 조사보다 7.6%p 올라갔다.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이재명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문구를 붙이고 있다.
▲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이재명 판교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 문구를 붙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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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질문이 달라졌을 때는 답변도 달랐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이재명 후보는 33.4%로 3주 전에 비해 1.5%p 하락한 반면 이낙연 후보는 5.0%p 상승한 31.0%를 기록했다. 이낙연 후보는 앞서 8.9%p에 달했던 격차를 2.4%p까지 좁혔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이재명 후보의 적합도가 상승, 62.5%까지 치솟으며 지지층을 대폭 끌어모았고, 이낙연 후보는 29.6%에 그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공세를 방치하면 본선에서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국민의힘 게이트'로 전환한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혔다"며 "본인 지지율도 크게 안 떨어지고, 민주당 지지도가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본선 때 중도층이나 2030세대 공략 면에선 상당한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며 "'저런 태도가 맞나'라는 의문을 확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정 캠프 소속이 아닌 민주당 의원도 "시원한 게 이재명 브랜드이지만 불안해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들 '국민의힘 게이트'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씨도 있지 않냐"며 "불리하니까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종 후보가 되면 국민들은 '대통령에 걸맞나'를 따진다"며 "본선에선 중도층을 의식하는 발언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터닝포인트' 고심하는 이재명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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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캠프 역시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판단한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까진 괜찮았다. 대장동 의혹 영향이 없었다"며 "너무 숙이고 들어가면 '이재명이 잘못했다'고 인식될 수 있어서 좀 강경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동규씨 문제가 나오면, 그 사람 개인 비리이긴 해도 '같이 일했던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후보가 확정되는 순간부터는 부드럽게 가야할 것 같다. 그런 터닝포인트를 잡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본인도 알고 있다. 그는 1일 제주에 이어 2일 부산에서 또 다시 '과반압승'을 거둔 뒤 취재진에게 "(성남시장 시절) 오죽하면 화장실에 ('부패지옥 청렴천국'을) 써 붙여놨겠냐"면서도 "저는 (유동규씨를) 여전히 믿고 싶은데, 당시에 뭘 받은 건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있어서... 상황이 정리되고 내용이 정확히 밝혀지면, 그때 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어쨌든 '당심을 잡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전략은 현재로선 성공이다. 남은 경선에서도 이번 작전은 유효할까. 그 결과는 3일 인천에서 열리는 2차 슈퍼위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기사]
이재명, '대장지구' 의혹에 발끈 "일베 게시판도 아니고" http://omn.kr/1v7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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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군에 대한 신뢰 바탕으로 ‘종전선언’ 제안”

‘국군의 날’ 행사에서 육·해·공 합동상륙작전 시연...‘힘을 통화 평화’ 시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10.01 12:48
  •  
  •  수정 2021.10.01 15:18
  •  
  •  댓글 0
문 대통령이 1일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이 1일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군에 대한 신뢰’와 ‘든든한 안보태세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 포항시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해 현 정부의 국방력 강화와 군 혁신 성과를 열거한 뒤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의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 제안을 상기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 군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더 큰 신뢰와 사랑으로 늠름한 우리 장병들을 응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드시 우리 군과 함께 완전한 평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국군의 날을 개최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포항은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첫 상륙전을 벌인 곳이다. 1959년 해병 1사단이 주둔을 시작한 이래 정예해병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해온 곳이다.

육해공 합동상륙작전이 시연됐다. [사진제공-청와대]
육해공 합동상륙작전이 시연됐다. [사진제공-청와대]

본 행사장은 올해 6월 취역한 해군의 최신 대형수송함(LPH)인 ‘마라도함’ 함상에 마련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각 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 해병 1사단장 등 국방부 및 군 인사 20여 명, 연평도 포격전 유공자,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 및 상륙작전 참전용사 50여 명, 보훈 단체 및 예비역 단체 관계자 20여 명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이봉식 옹이 경례문을 낭독할 때 마라도함 앞에서 잠수함인 ‘안창호함’이 태극기 게양 상태로 수면 위를 항해했다. ‘안창호함’은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발사를 실시한 함정이다.

애국가 제창 때에는 특수전 부대원 24명이 해외파병 부대기 19개를 휘날리며 도구해안으로 강하했다. 유엔 가입 30주년을 맞아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는 군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올해 창설하는 부대들에 대한 부대기 수여식도 이어졌다. 육군 산악여단, 해군 해상초계기대대, 공군 탄도탄감시대대, 해병대 항공단 등이 올해 말까지 창설될 예정이다. 

기념사 직후에는 도구해안을 향해 작전명 ‘피스 메이커(Peace Maker)’ 육·해·공 합동상륙작전이 시연됐다. 독도함, 이지스함, 잠수함 등 10여 척의 최신 해군함정들과 아파치 공격헬기(AH-64) 12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6대, 다목적 기동헬기 블랙호크(UH-60) 6대, 기동헬기 수리온(KUH-1) 12대, 대형수송헬기 시누크(CH-47) 2대 등이 상륙함정들을 호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마라도함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다과회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마라도함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다과회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국군의날 행사’ 관련 사전브리핑에서,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여간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우리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통해 강력한 힘으로 평화를 지키고 만든다는 것을 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식 이후 마라도함에서 열린 다과회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강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는데, 이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력한 국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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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단식 14일째.."보여주기식은 안 해"

남북정상 합의 이행,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위한 무기한 단식 중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1/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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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희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진짜, 끝까지 가실 건가요?”

“보여주기 식은 안 해”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김명희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에게 한 말이다.

 

김명희 대표는 지난 9월 19일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10월 2일 단식 14일째이다.

 

김명희 대표는 88년 2대 서울지하철공사노동조합 위원장, 94년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 초대 사무처장, 97년 전국민주철도노동조합연맹 공동대표 겸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 등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에 헌신해 왔다.

 

그러다가 김명희 대표는 올해 6월 처음 진행한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미국은 손 떼라 서울행동’에 참가하면서 통일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평화통일시민행동, 범민련남측본부, 미국은 들어라 시민행동, 8.15서울추진위 등이 참가했다.

 

김명희 대표와 한성 대표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후 노동, 통일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둘은 막걸리를 기울일 정도로 친한 선후배 관계이다.

 

아래 한성 대표의 농성장 방문기를 소개한다.

 


 

버스에 내려 광화문을 걷는 내내 맘이 무거웠다.

 

점심시간이라 식당에서 나온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커피를 든 채 걷고 있었다. 세종대왕상 근처엔 여러 사람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었고 카메라 동영상을 찍으며 뭐라고 시끄럽게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종전선언 반대한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 수호하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돼 지금껏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활동이었다. 한국사회의 분단적폐세력이 얼마나 공고하는지를 보여준다. 

 

다른 한쪽엔 “WARmerica NO” Global Peace Action이라는 영어 팻말도 보였다. &lt;미 대사관 앞 1인시위 255차 행동&gt;이었다. 

 

촛불항쟁 이후부터였으리라. 광화문은 서로 상충하는 정치를 그렇듯 품어 적절히 공존시키고 있었다. 광장다웠다. 

 

▲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의 농성장 모습.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선배는 세종로 사거리 교보빌딩 앞 한 모퉁이에 있었다. 광화문역 4번 출구 옆 정자를 뒤에 궁궐처럼 두고 스티로폼으로 둘러싸고 비닐천막을 얹은 작은 움막집 같은 곳이었다. 구청에서 금지하고 있는 터라 천정은 앉기에도 불가능할 정도로 낮았다. 안에 거무틔틔한 색깔의 침낭이 보였다. 몸 하나 보돗이 눕히기에도 비좁았다. 감옥 독거방의 반도 안되는 크기였다. 옆에 줄지어 서 있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빌딩 등이 다른 때보다 더 크고 높아 보였다. 

 

천막 앞 의자에 앉아있던 선배는 “바쁠 텐데 왜, 왔어”라는 말로 인사를 받았다. 푸석푸석했다. 수염을 자르지 않아 더욱 그랬다. 노란 포스트잇에 ‘단식 13일째’라고 쓰인 청색 글귀가 돋보였다.

 

“참을 수가 없다고 했잖아”

 

기어코 결행하고 말았다고 퉁명스레 말을 뱉었을 때 선배는 깡마른 몸체만큼이나 단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다들, 기억하잖아. 얼마나  감동적이고 좋았었냐고”

 

선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방북했을 때 15만 명의 평양시민에게 연설한 것을 언급하며 그것은 8천만 겨레에게 한 약속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남북관계는 전혀 진척되지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맹 성토했다. 한 달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었다. 

 

“하고는 싶었겠죠. 근데 미국이 너무 심하게 압박을 한 거잖아요.”

 

선배는 손사래를 쳤다. 우리가 미국에 종속돼 있단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겉만 번지르르하지 식민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잖아. 하지만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러면 강단 있게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사람들 한 무리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합의를 이행하라”라는 배너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 참을 서 있었다. 

 

선배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88년 2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으로 당시 전투적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노동운동가였다.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민주노총 건설을 주도하면서 97년엔 민주노총 1기 중앙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선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3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구실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한 것 또한 단식 결행의 한 이유였다고 했다.

 

“진짜, 끝까지 가실 건가요?”

“보여주기 식은 안 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표정은 언제라도 그러했듯 단호했다. 50년생 갑장으로 친구사이인 비전향장기수 장의균 선생이 한 달 전 인사동 술집에서 만류했을 때도 선배는 그런 표정과 그런 말을 했었다. 

 

“선배님, 바라는 다른 거 없습니다. 이때까지의 삶이 그랬듯 강단 있게 투쟁하십시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건강입니다. 승리는 코앞에 있고 그것을 위해 선배님과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잖습니까?”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각각 분주한 사람들을 안고 있었다. 

 

‘전쟁둥이’(1950~1953년생) 노선배. 그 선배가 치고 있는 초소는, 미국을 쳐야 자주통일을 실현할 수 있고 적폐를 쳐야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한국사회 발전 원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 9월 19일 단식 시작, 10월 1일 단식 13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 [사진- 한성 ‘평화연방시민회의’ 공동상임대표]  

 

다음은 김명희 전 위원장이 9월 19일 무기한 단식농성을 들어가며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저녁 북한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시민 앞에서 한 연설이다. 이 얼마나 가슴 벅찬 말인가! 8천만 겨레가 다 일어나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그해 3월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흐름은 4.27 판문점선언을 거쳐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그렇게 활짝 꽃을 피웠다.

 

그런데 지금 사정은 어떠한가? 암담하다. 남북관계는 말라 비틀어져 지난 반북정권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왜 그런가?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천명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원칙, 9월 평양정상선언에서 확립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국회의원 180명과 국내외 250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6월 17일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응답이 없다.

 

나는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공동선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나서라. 8천만 겨레 앞에 한 약속을 지켜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지금 감옥 안에 갇혀 있다. 지금 어떤 시대인가? 촛불항쟁이 제시해준 국민주권시대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 앞장섰던 민주노총이 과연 그 무슨 죄를 지었는가. 노동자, 민중을 대표하여 7월 3일 중대재해 근절! 비정규직 철폐! 구조조정 저지! 최저임금 인상! 노동법 전면개정!’을 외친 것은 공정사회를 요구한 것으로 죄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정국과 양극화, 불평등 심화로 생존의 갈림길에 선 노동자, 민중을 위해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제기한 의로운 행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도 불평등의 원천 재벌 대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석방했고 그 자리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신 들어가 있다. 천만 노동자 대표를 한 번의 집회를 이유로 구속한 것은 전례가 없고 현실에도 이치에도 맞지 않다.

 

나는 요구한다. 노동자, 민중에 헌신하며 한국사회 발전 전망을 제시하는 투쟁가 양경수 위원장을 당장 석방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약속한 것과 노동존중사회 공정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라. 촛불의 요구다. 

 

나는 9월 평양정상선언 3주년인 오늘부터 촛불의 광장이자 민주의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 합의 이행과 양경수 위원장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합의 이행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석방하라!

 

9월 평양정상선언 3주년 2021년 9월 19일 19시 

 

자주통일 평등을 위해 투쟁하는 한민족공동행동 대표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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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담화 오독사태에 대해 생각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10/02 10:19
  • 수정일
    2021/10/02 10: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노민국 칼럼니스트
  •  
  •  승인 2021.10.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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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까지 휩쓴 북 담화 오독사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2일에 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였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하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은 9월 2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를 통해 답을 하였다.

담화에서는 “지금과 같이 우리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담화는 종전선언제안에 대한 완곡하게 그러나 명백하게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그런데 이 담화가 나오자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김여정, 文에 ‘화끈하게’ 답했다 … 정상회담·종전선언 ‘급물살’”
대부분의 언론들은 북이 종전선언제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으며 아예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당국도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종전선언 제안을 거부한 이 담화에 대해 “긍정적 분위기를 갖는 방향으로 해석한다”고 하였다.

물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는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라던가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얼마든지 북남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의 앞뒤에는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종전선언 논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이나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또는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드는 이러한 이중적이며 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 함께 있었다.
종전선언 제안을 한 쪽에서 아무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고 해도 담화는 ‘제안을 거부한 것’이 분명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북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종전선언과 정상회담개최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로 보는 언론 등의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해석, 오독(誤讀)이다.
그런데 이러한 오독사태는 정부당국이나 일부 언론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통일운동 내에서도 상당히 벌어지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주장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국어도 아닌 우리글로 나온 담화를 이렇게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오독사태에 휩쓸린 것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 오독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선언에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그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명기되어 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에 북이 문턱을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이 종전선언으로 가는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당국 관계의 개선을 무작정 바라는 사람들 생각이다.
▲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선언에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그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명기되어 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에 북이 문턱을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이 종전선언으로 가는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당국 관계의 개선을 무작정 바라는 사람들 생각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지적게으름

북은 이미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제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9월 23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였다. 이 담화에서는 먼저 “종전선언은 장기간 지속되어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 “평화보장체계수립에로 나가는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면서도, “종전선언채택은 시기상조”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한반도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속에 종이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 대북적대정책 철회로 이어진다는 그 어떤 담보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미국남조선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종전선언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북은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한반도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담화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북의 대답은 “아무 법적 구속력도 없는 종전선언문을 들고 사진이나 찍으면서 의례행사를 벌려놓는 것으로 조선반도에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므로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9월 24일 발표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는 리태성 외무상이 밝힌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에 입각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리태성 외무상의 담화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언론은 북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7시간만에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였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청와대와 정부당국이 북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무시되거나 무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하지만 북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맹(北盲)현상은 현 정부에서 더 심해졌다고 봐야 한다.

현 정부의 북맹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건은 지난 9월 15일에 벌어졌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이 그것이다.

올해 1월초에 열린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총화보고를 통해 이남 당국이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각종 상용무기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도발’이라고 하고, 자신들의 무력증강은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남조선당국이 이중적이며 공평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고관점을 가지고 《도발》이니 뭐니 하며 계속 우리를 몰아붙이려 할 때에는 우리도 부득불 남조선을 달리 상대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고 하였다.

북의 정상이 정색을 하고 한 말이므로 북의 미사일시험발사에 대한 자기 생각이 어떠하건 남북관계에 직접 관련된 사람, 특히 정상회담의 당사자는 이런 표현을 삼가야 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도발”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사용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발사시험의 그 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하였다.
북은 ‘남조선 대통령’의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고”, “북남관계가 여지없이 완전파괴에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는 험악한 논평을 발표하였다.
그 연설에 관여한 사람들의 무지몽매함, 지적게으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운동에는 남북 간에 벌어지는 일을 건성건성 대하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다. 남북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언론보도만 보고 마는 경우가 많다. 북의 담화나 성명은 제대로 보지 않고 이른바 “북한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 글에 먼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로 되는 사안이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그 사안에 대해 북이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남북관계개선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주장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처럼 지적게으름은 북이 내놓은 담화나 성명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김여정 부부장은 24일 발표한 논평에 대해 남쪽에서 구구한 억측을 하자 그 다음날 성명을 재차 발표하였다.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정책,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이남당국의 눈에 띄는 실천이 있어야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태껏 천명해 온 남북관계개선의 전제 사항을 다시 강조한 것이었다.

그런데 통일부는 북의 요구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하였다.
일부 언론은 “연이틀 훈풍이 불었다”, “북이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정상회담개최 가능성을 열었다.”며 야단을 떨었다.
지적게으름에 젖어있는 사람에게는 뻔한 것도 안보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이는 법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

현 정부가 역사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다 날려버리고 남북관계를 6.15공동선언 이후 최악이라는 경색국면으로 끌고 간 데는 남북관계에 대한 통찰력의 부족이 큰 몫을 하였다.
우리 민족의 분단은 심중한 원인과 심각한 과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 험악한 정세에서도 6.15공동선언을 이뤄내고, 갖은 도전과 방해를 받으면서도 공동선언의 정신에서 이탈하지 않은 것은 상당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대와 정세가 요구하는 바에 크게 못 미치는 이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하여 남북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이유는 청와대가 스스로 대결의식에 깊이 물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분석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근거가 있다. 적대적 분단의 시절을 지내온 사람에게는 어떤 형식으로든 대결의식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적 소명을 맡은 자리에 앉으면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 발전과정에 있는 일들을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해 풀어야 할 과업이 아니라 정치적 이벤트로만 대하였다. 이벤트로 일을 대하면 모양새와 극적 효과를 추구하게 된다. 이벤트에는 진심과 의지보다 연출력이 더 중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제는 ‘영혼없는 연설’로 의심받고 있는 그 연설이다.
현 상태에서 북이 종전선언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것은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벤트 원리를 좇았다.

문재인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했었다. 2년 연속 종전선언 제안을 한 것은 청와대가 종전선언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완화시켜야 하고, 그러면 미국이 한국정부에게 대북정책 결정과 실행에서 여지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선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선언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전이건 무엇이건 선언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에게 대북적대정책의 충실한 집행자 노릇을 그만두게 할 리도 없다.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 한가하기 짝이 없고 실현가능성도 없을 게 뻔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매사를 이벤트로 대하는 습성이 낳은 것이다.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면, 종전선언을 제안하기보다는 유엔회원국들에게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평화정착을 가로막고 있는 구시대적 대북제재를 완화, 해제할 것을 호소했어야 했다.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좋게 말해도 치적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낳은 일이고, 나쁘게 말하면 북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해도 달리 변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통일운동에서 통찰력의 결핍현상도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통일운동에서 심화되는 통찰력 부족현상의 원인은 도식과 답습에 있다.
이전시기, 6.15시대에는 오랜 분단과 남북 간 단절,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크게 벌어져 있는 상호간격을 메우는 것이 선차적인 과제였다. 그래서 이 시대에는 민족동질성회복운동, 북한바로알기,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통일운동의 기본 방식으로 되었다.

하지만 북미대결이 최종결산 단계에 진입하여 분단체제를 허물고 남과 북의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판문점선언시대에는 근본문제의 해결이 기본 과제로 등장했다. 정치적, 군사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남북관계가 발전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통일운동은 4.27공동선언이 있은 후에도 6.15시대의 통일운동방식을 답습하는데서 별로 나아가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오늘에 와서도 그 해결방도인 정치, 군사적 과제해결을 앞에 내세우지 않고 교류협력사업 타령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성에 의한 운동을 하는 존재는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 통일운동은 통일운동의 고유한 장점과 능력이었던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관념이 만들어내는 문턱

비록 외교적 수사(립서비스)에 가깝기는 하지만 북은 남측 당국과의 대화, 관계개선의 여지를 완전히 닫아걸지 않고 있다. 제 논에 물대기식 엉터리 해독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착각을 일으키고 억지를 부리는 근거로 삼는다. 이렇게 보면 북의 남에 대한 배려가 담화오독사태의 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이 열어놓고 있는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선결과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느냐 하는 것은 북이 어떤 선의적 조치를 하고 호의적 반응을 보이는 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남측 당국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북이 정상회담개최 등에 호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이 이 같은 관측을 하는 것은 북이 ‘경제난에 못 이겨 결국은 양보하고 굴복하게 된다.’는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결의식, 적대의식의 변형된 형태인 이런 신앙은 현 정부 핵심인사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의 통일정책이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부속물로 되어버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북한붕괴론’ 이라고도 불리는 이 신앙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8년간 전략적으로 ‘인내’만 하면서 세월을 보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신앙이 빚어내는 환상과 사뭇 다르다. 환상을 가지게 되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똑바로 보지 못하게 된다. 이들은 북에서 원칙과 전제조건을 거듭 밝혀도 그것을 별 의미 없는 수식어로만 간주한다. 오직 북의 관심, 속마음은 경제적 지원과 혜택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6.15공동선언과 4.27판문점선언 마저 북이 경제적으로 곤궁해서 맺은 것으로 생각한다. 성실한 이행은 처음부터 이들의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남북관계개선 전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려면 청와대가 북이 요구하는 선결과제를 실천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 남과 북 정상 간에 친서가 몇 차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7월 27일에는 남북통신연락선이 복구되었다. 그런데 정부당국은 8월 10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고, 북은 8월 10일과 11일에 훈련실시를 격렬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통신선을 다시 차단해 버렸다.

당시 담화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이 기회에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친서에서 한미군사연합훈련실시와 관련해서 정부당국이 어떤 언급을 하였고 그것을 어겼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미국이 그어놓은 대북적대정책의 선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가 남북관계개선을 가늠하는 잣대로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에서의 남북관계 전망을 하는 것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북이 종전선언으로 가는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이런 주장이 한심한 이유는 무엇보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에 북이 문턱을 만든 적이 없었다는 사실과 명백하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4.27판문점선언에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그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명기되어 있다.

2018년에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은 종전선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작년에 문재인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제안을 했을 때에도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어찌되었건 4.27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종전선언의 선결조건과 전제를 제시하였다. 있는 문턱을 낮춘 것이 아니라 없던 문턱을 만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족쇄에 자신을 묶어놓고 있는 문재인정부에게는 그 문턱이 한없이 높은 장벽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있던 문턱을 낮춘 것’으로 거꾸로 보인다. 남북당국 관계의 개선을 무작정 바라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바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통일운동에게는 그것을 바라기만 해서는 안 되며, 개선과 발전을 추동해야 하는 사명과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이 당국 간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바라는 입장을 가지게 되면 설령 당국 관계가 개선, 발전되더라도 그 결과를 향유하는데 주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시대가 제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문제는 등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일운동은 남북관계발전의 대상이 아니며 그 수혜자로 머물러서도 안 된다. 통일운동은 어디까지나 남북관계발전을 추동하고 그것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계발전이 가져오는 변화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무작정’ 당국 간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바라게 되며, 남북 간의 핵심 문제, 선결과제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게 되고, 지엽말단적인 것들을 가지고 남북 당국 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헛된 전망을 하게 된다.

과거 6.15시대의 통일운동 방식과 내용을 답습하는 사람들은 대중정서와 의식에 맞추어야 하므로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선사업과 활동에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정세에서는 교류협력사업을 중심에 놓으면 대중들 속에서 반북의식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으며 대결의식을 고취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통일운동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운동이라는데 본성과 특질이 있다. 넘어야 하는 고비는 수없이 많고 험준하기 짝이 없다. 에둘러 가려고 한다면 통일운동의 사명과 역할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얼마전 남조선이 제안한 종전선언문제를 론한다면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다.”

북의 김정은 총비서는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는데 종전선언에 대한 북의 입장이 무엇인지 더이상 왈가왈부할 이유가 있을까.

김정은 총비서는 남북관계개선의 선결과제들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데 대하여 다시금 명백히 상기시킨다.”

이쯤 되면 구구한 억측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가 않다.
북의 담화에 대한 오독사태를 보면 통일운동이 새로운 시대를 추동하는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연구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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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톡톡]"원마일웨어·꾸안꾸·OOTD…" 패션 신조어, 나만 모르나?

패션업계 '신조어'에도 코로나19 그림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2021-10-01 06:49 송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원마일웨어 '라피어 트레이닝 세트 풀 집업'.© 뉴스1


패션계에는 매년 다양한 패션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패피'(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들이 매년 다양한 패션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유행을 반영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등장한 패션 신조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감염병이라는 큰 변화가 들이닥치면서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링도 변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신조어는 '원 마일 웨어'입니다. 집에서 1마일, 즉 1.61㎞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의미다. 원 마일 웨어는 코로나19 촉발 이후에는 패션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로 꼽힙니다. 재택근무·비대면 강의가 생활화되면서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편한 옷을 선호하면서 일상에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실제 지난해부터 원 마일 웨어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패션업계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등 아웃도어 브랜드는 가까운 거리에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기존 캐주얼 패션 브랜드도 원 마일 웨어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생활상을 담은 패션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편한 옷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른바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꾸안꾸'라는 줄임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인데요. 실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생활화되면서 정장이나 구두 대신 와이드팬츠에 스니커즈를 신는 직장인들이늘어나면서 꾸안꾸 패션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신조어로는 '미닝아웃'이 있습니다. MZ세대가 패션업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신조어인데요. 단순히 패션을 멋을 내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신념 표출하는 수단으로도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신조어입니다.

미닝아웃 트렌드와 더불어 생겨난 '비건 패션'이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식음료업계에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해 비건 푸드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패션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비건 패션'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런 신조어들이 생겨난 배경에는 패션업계 역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내걸면서 환경을 고려하고 있어서인데요. 이런 현상에 패션 기업들도 단순히 동물 가죽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에코 퍼·비거 가죽을 사용하고 동물 실험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으며 친환경 가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최근 사회 전반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자주 등장하는 해시태그로는 OOTD(Outfit Of The Day)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오늘의 옷차림'이나 '오늘의 패션'을 의미하는 용어로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SNS 사복패션 게시글을 올리면서 빼놓지 않는 해시태그이지요.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년 패션 신조어를 살펴보면 그해 트렌드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패션계 신조어를 보면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가 패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년에는 코로나19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패션 신조어가 등장해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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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반응을 보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주장] 송파구청 공무원의 수당 부정 수급 문제... 해당 공무원들의 일벌백계 요구해야

21.10.01 07:29l최종 업데이트 21.10.01 07:29l
는 서울시 송파구청을 비롯한 25개 자치구의 초과근무 실태를 파헤쳐 보도했다." 
▲  지난 23일 <한겨레>는 서울시 송파구청을 비롯한 25개 자치구의 초과근무 실태를 파헤쳐 보도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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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된 서울 송파구청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수당과 출장 수당의 부정 수급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 사회가 다시 한번 파렴치한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기사에 달린 수천 건의 댓글은 차마 읽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해당 공무원들 십중팔구는 '재수 없이 걸렸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곳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해오던 것이라 죄의식을 느낄 리도 만무하다. 관행으로 여겨지는 순간 합법과 불법의 경계는 사라지고 만다.

오십보백보일 거라며 억울해 하는 그들을 향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중앙과 지방 정부의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 부정 수급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해당 기관에 대해서도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현장점검을 통해 부정 수급을 적발해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의 엄포에도 부정 수급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을 듯하다. 지방 공무원의 복무 점검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위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지방 정부별 점검 실태를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정도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설령 중앙 정부에 권한이 있다고 한들 제도 개선의 묘수가 있을 리 없다.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지만, '하드웨어'의 개선에 매몰되면 필연적으로 또 다른 편법과 불법이 싹트게 된다.

우리는 이미 숱하게 겪어왔다. 사달이 날 때마다 제도 개선을 앞세웠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편법이 등장하며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공무원들의 수당 부정 수급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현실은 제도 개선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변명도 핑계도 아닌 궤변

단언컨대, 제도라는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를 만드는 이도 적용받는 이도 모두 기관만 다를 뿐 공무원들이다. 서로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가재와 게'들이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파격적인 제도라도 이내 적응하게 되고 결국 또 하나의 관행으로 정착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며 손가락질할 법도 한데, 과문한 탓인지 그들을 꾸짖는 공무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되레 일부에서는 그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수당 지급 문제를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초과근무수당과 출장여비는 공무원들의 낮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불합리한 수당 구조 등 전반적인 임금 체계를 개선해달라는 요구에도 정부가 묵묵부답이어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는 투다. 정부가 편법을 조장했다는 뜻이다.

나아가 송파구가 다른 자치구보다 많은 출장여비를 받는 것도 "송파구 노조가 교섭해서 얻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다른 자치구가 월평균 1인당 12만 원을 받은 반면 송파구는 그 두 배가 넘는 월평균 26만 원에 이른다. 편법의 '유능함'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그들과 처지가 다른 교사로서 주제넘은 짓 같아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달에 대한 전국공무원노조의 반응을 접하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게 변명도 핑계도 아닌 궤변이라는 생각에서다. 임금 체계가 잘못되었으니, 불법도 용인된다는 발상 아닌가.

초과근무와 출장 시간을 조작해 늘리는 등의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납작 엎드려 사과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언론과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건 누가 봐도 뻔뻔한 짓이다. 송파구청만 조리돌리는 건 지나치다는 해명 역시 전형적인 물타기다.

공무원에 대한 신뢰도

극소수 구청 공무원의 비위 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마타도어인 양 몰아가는 전국공무원노조의 인식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면, 해당 공무원들의 일벌백계를 요구해야 옳다. 그것이야말로 오늘도 본분에 충실하며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부정 수급에 연루된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먹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바보'라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혼자만 정의로운 척한다고 조롱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불법조차 관행이라며 두둔하는 조직 문화를 통째로 손보지 않고선,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가져온다 해도 백약이 무효라는 이야기다. 

고작 수당 십수만 원에 개인의 양심을 맞바꾸지 말라. 그것은 공무원 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허무는 일이다. 업무량에 견줘 임금이 낮다고 여긴다면, '정공법'으로 맞서는 게 옳다. 관행에 찌들어 불법 행위에 편승한 이들을 일컬어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 부른다. 

거칠게 말해서, 그들은 스스로 조직 속 톱니바퀴가 되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다. 상급자가 시키는 일만 하고, 튀는 언행은 철저히 삼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난받을 일 없다'며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주의다. 그들에게 자긍심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일 뿐이다. 

부디 불의 앞에서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노라고 외칠 수 있는' 당당한 공무원이 되어 달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적어도 조직 내에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살라'고 말하는 동료들의 처세술에 맞서 기꺼이 '모난 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곧 그 사회의 신뢰도를 의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무원의 집단적 부정부패는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의 핵심 징후다. 과민 반응일지 모르지만, 송파구청 공무원들의 비위 행위와 전국공무원노조의 민심과 동떨어진 해명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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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멕시코시티를 가른 진보에의 믿음...지금 서울은 괜찮을까?

[좋은 도시를 위하여] 멕시코시티

외국어와의 인연은 1978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맞은 여름방학을 일본에서 홈스테이하며 시작됐다. 당시는 일본어 몇 마디를 배운 게 고작이다. 본격적으로 외국어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그해 가을 학교에서 들었던 스페인어 수업이다. 그 뒤로 졸업할 때까지 스페인어를 계속 공부했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일본어와 동시에 공부를 했다. 2학년 때부터는 일본어에 집중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스페인어는 점차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스페인어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즐겁다.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한 첫 외국어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경험이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오신 중년 여성 선생님은 밝은 성격으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문법 중심 수업이긴 했지만 지루한 설명보다 연습에 비중을 두셨고, 수업 속도도 빨랐다. 스페인어 성적은 늘 좋았다. 그 덕분에 고3 과정을 마친 뒤 장학금을 받아 여름방학에 스페인어권 도시에서 홈스테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도시 중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더 있긴 했지만, 스페인어 선생님의 영향으로 멕시코의 멕시코시티로 정했다.

 

▲1980년 멕시코시티 시내 모습. ⓒ로버트 파우저

처음 두 달 동안 머문 멕시코시티에서 스페인어 실력도 부쩍 늘었지만 내게는 도시 자체가 여러모로 흥미진진했다. 일 년 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다시 이 도시를 찾아 한 달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다. 벌써 40여 년 전 이야기다.


 

그때 그 도시는 어땠을까.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이 도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질문은 따지고 보면 멕시코시티만을 향하지 않는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도시, 나아가 개발도상국의 도시화를 생각해볼 계기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는 2020년 현재 약 92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주변까지 포함하면 약 2,180만 명, 광역으로 넓히면 3,080만 명에 달하는데 이 숫자는 멕시코 전체 인구의 약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도시의 출발은 아즈텍 문명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이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약 1325년으로 추정한다. 이후 1519년 스페인군의 침략을 받아 1521년 아즈텍 문명이 항복한 뒤에는 누에바에스파냐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누에바에스파냐는 스페인 식민지의 행정 수도이자 약 300여 년 동안 스페인 제국의 주요 도시로 발달했다. 그 뒤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이곳은 독립국 멕시코의 수도이자 중심 도시로 기능해왔다. 


 

▲멕시코시티 도심 광장. 1980년 촬영. ⓒ로버트 파우저

돌이켜보면 아즈텍 문명, 스페인 제국, 독립국으로 변화해온 오랜 역사에서 멕시코시티는 언제나 이 나라의 중심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수도였다. 테노치티틀란 시절 이곳은 호수 안에 자리 잡은 섬이었다. 육지와의 연결은 다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 땅을 지배한 스페인 제국은 이 섬에 스페인식의 도시를 건설했다. 테노치티틀란 시절부터 있던 광장은 사용하되, 원래 있던 주변 건물은 철거하고 대신 지배자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성당과 관공서 건물을 지어 올렸다.

 

호수 안의 섬이었던 도시와 육지를 연결하는 여러 개의 다리마다 그 입구에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스페인 제국 통치자들은 처음에는 그 마을들을 자국 식으로 전환하더니, 도시가 점점 커지자 호수를 매립한 뒤 도로를 건설했다. 호수를 매립한 곳은 아무래도 지반이 약해 지진이 올 때마다 이 지역 피해는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다리 입구마다 자리 잡았던 작은 마을들은 멕시코시티의 주변 동네로 흡수되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80년 여름 내가 만난 멕시코시티는 한창 경제급성장을 이루고 있었고, 이로 인해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홈스테이하던 집의 위치 자체가 도시의 변화를 말해주고 있었다. 멕시코시티는 점점 폭발하는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 오래된 주택가 인근에 1957년 계획 위성 도시 시우다드 사텔리테(Ciudad Satélite)를 개발했는데, 내가 머문 집은 여기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 주로 중산층이 사는 또 다른 위성 도시 주택가에 있었다.

 

▲필자가 1980년 홈스테이한 동네. ⓒ로버트 파우저

그 당시 이 도시의 중산층들에게 자동차는 필수품이 아니었다. 때문에 동네마다 다양한 가게는 물론 슈퍼마켓도 많았다. 대부분의 주부들이 거의 매일 장을 봤고, 멕시코 주식인 토르티야를 파는 가게 앞은 언제나 줄 서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야 했다. 인구 폭발의 시대였기 때문에 버스는 늘 만원이었고, 지하철도 다르지 않았으며 도로마다 교통 체증이 매우 심했다. 한 번 시내를 다녀올 때마다 고역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처럼 이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동네 안에서 가급적 모든 것을 해결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이 지역은 어쩐지 독립된 마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인구 수, 교통난, 공해 등 여러 개발도상국이 안고 있던 대부분의 문제가 1980년대 멕시코시티에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인구 증가세는 점점 꺾여갔다. 게다가 1994년 1월 멕시코가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면서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시티 이외 지역에서 공업 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멕시코시티가 아닌 다른 도시 인구 수가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가도 도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0년대 이후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폭력과 범죄가 만연하면서 국제적으로 멕시코의 이미지는 빠른 속도로 나빠졌다. 이런 나라의 수도에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일 리가 없다. 악순환이 거듭되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국제적으로 오버 투어리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이는 선진국의 몇몇 도시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멕시코시티는 이런 논의에서도 거론되지 못했다. 풍부한 역사와 비교적 최근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문화 전반에 걸친 노력 덕분에 예전에 비해 부정적인 느낌은 조금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는 멕시코시티에 대한 호감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1980년대 내가 머문 도시는 또 있다. 바로 서울이다. 두 도시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이런 변화가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지점이 늘 관찰 대상이었다. 두 도시 모두 1960년대부터 진행된 공업화에 따라 인구수가 급증했고, 폭발적인 급증세로 인한 주택난, 교통난, 공해 같은 문제가 심각했다. 


 

▲1980년 멕시코시티 지하철을 탑승하는 시민들의 모습. ⓒ로버트 파우저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두 도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이 멕시코보다 한결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고, 이를 유지한 것도 중요한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시민들의 교육에 힘을 쓰는 등 사회적 발전에 노력한 한국과 달리 멕시코는 범죄, 부패, 빈부 격차 같은 불안한 사회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국보다 훨씬 뒤처지고 말았다. 이러한 차이는 멕시코시티와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에도 다양하게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오늘날 서울은 IT와 케이팝 등을 통해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도시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멕시코시티는 여전히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이런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멕시코시티에는 지난 40여 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가볼 기회가 아주 없던 건 아니었는데, 그때마다 1980년대 막연히 느꼈던 불안함 때문에 알게 모르게 피하곤 했다. 2018년 스페인어 실력을 다시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멕시코시티가 아니는 마드리드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이 도시를 내 마음속에서 완전히 포기해야 할까. 1980년대 처음에는 두 달, 그 다음에는 한 달여 동안 멕시코시티에 머물던 시절 내가 이 도시에 흥미를 느낀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선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포용하면서도 새롭게 유입된 문화와의 혼합된 정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추구하는 멕시코시티는 어쩌면 세계적으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민족과 인종 갈등을 극복할 길을 열어 줄지도 모른다.


 

실제로 멕시코시티는 여러 면에서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진보적 도시다. 낙태와 동성 결혼을 다른 주보다 일찍 허용했다. 오늘날 멕시코시티 시장 클라우디아 샤인바움(Claudia Sheinbaum)은 이민자의 후손이면서 여성이자 유대인으로서는 최초로 그 자리에 올랐다. 에너지공학박사 출신답게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그가 펼쳐 보일 시정이 어떨지 관심이 간다. 멕시코시티에서 활약하는 이민자의 후손은 클라우디아 샤인바움만이 아니다. 각 분야마다 편견과 차이로부터 벗어난 이들이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혼합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멕시코시티에 오랫동안 형성된, 다양한 문화와 다른 생각에 대한 관대하고 열린 태도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비해 한창 주목 받는 서울은 어떨까. 점점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서울을 향해 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의 질문에 대한 서울의 답이 궁금하다.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 중앙도서관. 1980년. ⓒ로버트 파우저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9301244505835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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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관여했다는데 ‘제보 사주’ 프레임 고집하는 조선

[아침신문 솎아보기]속도 올리는 대장동·고발 사주 수사, 초점 제각각
신문들 ‘정영학 녹취록’ 로비정황 주목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고발장 전달에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검사 사건을 의무적으로 이첩하도록 한 공수처법과 중복 수사 우려에 따라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겼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외 아침신문이 1면에 올렸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600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이 대장동 사업 전모를 드러낼 결정적 증거로 떠올랐다. 신문들은 민간사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돈뭉치를 건넨 정황이나, 개발사업 관계자들이 정·관계 로비를 논의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담겼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외 8개 신문이 1면에 다뤘다.

▲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1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윤 총장 주장 힘실은 조선, ‘신상털기 멈추라’ 한겨레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30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검사 관여 사실을 확인하고 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과 사건 관계인의 판결문을 최초로 전달한 이가 손준성 검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전달된 자료에 포함된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지아무개씨의 과거 판결문을 손 검사가 지휘하던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열람한 흔적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는 이날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문들은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 배경, 또 윤 전 총장의 지시나 묵인 여부는 여전히 규명 대상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지난 28일 손 검사의 지휘를 받았던 수사정보담당관실 검사 2명의 컴퓨터와 업무자료도 확보했다. 세계일보는 “연루 의심을 받는 현식 검사들과 김 의원 등 주요 관련자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일 경향신문 2면
▲1일 경향신문 2면
▲1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1일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신문들은 조만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일보는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릴 정도로 친위 부서인 수사정보정책관 검사들이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윤 총장이 보도된 고발장 이미지 출처를 의심했던 한겨레는 “이래도 정치공작 우길 건가”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에 수사 협조를 주문한 뒤 ”제보 내용의 신뢰성을 깎아내릴 목적으로 집요하게 이어온 제보자 신상 털기도 멈추길 바란다”고 했다.

▲1일 세계일보 8면
▲1일 세계일보 8면
▲1일 국민일보 사설
▲1일 국민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를 5면에 보도하면서 “검찰 일각에서는 ‘이첩 요건인 범죄 혐의가 발견된 상황이 아닌데 공수처로 이첩한 것은 법 위반이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5면에서 윤 총장이 제기한 “제보 사주 의혹”에 힘을 싣고 공수처 이첩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사 도입부에 “윤 전 총장 측은 조성은씨가 ‘고발 사주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제보한 시점을 전후해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난 것에 ‘제보 사주 의혹’을 제기해왔다”고 했다. “검찰이 약 보름 만에 뚜렷한 결론 없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다”고도 했다.

▲1일 동아일보 5면
▲1일 동아일보 5면
▲1일 조선일보 5면
▲1일 조선일보 5면

스모킹건 떠오른 정영학 녹취록, 신문 1면서 주목

정 회계사는 2009년께부터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해 온 이 사건 핵심 인물이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 이익 배분 설계를 주도했고 현재까지 64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정 회계사는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며 수백억원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던 2019년부터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대화를 녹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엔 주로 개발사업 이익 배분 논의가 담겨 있다고 전해졌다.

검찰은 화천대유 측이 2015년 민관합작사업으로 손잡은 성남도시개발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뭉칫돈을 전달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도 금품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포함,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유 전 본부장이 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고 전했다.

▲1일 한국일보 1면
▲1일 한국일보 1면
▲1일 조선일보 1면
▲1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며 “그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일하던 2015년 3~7월에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과 심사, 최종이익 배분 협상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를 거치지 않고서는 인허가 로비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면에 “녹취록과 첩보 등에서 정·관계 인사 이름이나 직책과 함께 거론된 금품 액수를 합하면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성남시의회 등 지방 정계 직책과 금액,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의 이름과 금액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도 등장하는데 실제 화천대유에 근무했던 곽 의원 아들은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영학 회계사가 개발사업 핵심 인사 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만들고 이를 검찰에 넘긴 것을 두고, 막대한 개발이익 배분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1일 한겨레 3면
▲1일 한겨레 3면

경향신문은 “유 전 본부장이 2010년부터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측과 만남을 가졌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대장동 사업 설계 단계부터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천화동인 측이 논의했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2010년 말부터 남 변호사 측과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사장 직무대행을 맡던 당시 남 변호사·정 회계사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30일 민주당 대선 경선 TV 토론에서 “(유 전 본부장이) 산하기관 직원 중 한 사람이다. 연락도 하지 않는다”며 측근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관리하는 산하기관 직원이고 문제가 생겼으면 제 책임”이라고 했다.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지사와 유 전 본부장이 “10년 인연”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2010년 이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직원들과 응원차 재판에 방문했다고 했다.

▲1일 동아일보 3면
▲1일 동아일보 3면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조성원가 1조 3371억원 가운데 용처가 불분명한 ‘부대비용’이 3278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총액의 약 4분의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신문은 원가를 높게 책정하면 그만큼 토지 분양 가격이 올라가 시행사인 성남의뜰 이윤 몫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이 화천대유 회계처리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70억~80억원의 현금 흐름을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1일 세계일보 1면
▲1일 세계일보 1면

경향신문은 사설 “속도 내는 대장동·고발 사주 수사, 오로지 법과 원칙대로”에서 “검찰은 정씨의 진술과 자료를 분석해 대장동 사업의 설계·집행 과정과 수익 배분 구조, 정계와 법조계 로비 의혹 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의혹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이 지사 측근으로까지 번졌다”며 “이 지사와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며 검찰·경찰에 맡기자고 한다. 국민이 지금 검찰을 믿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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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0월초 남북통신선 다시 복원” 의사 표명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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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10/01 08:17
  • 수정일
    2021/10/01 08: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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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통해 밝혀...“남측, 도발할 이유도 목적도 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보도한 노동신문 1면.ⓒ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군사훈련을 이유로 단절시켰던 남북 통신선을 오는 10월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측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통신선 복원 등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30일 “김정은 원수님께서 9월 2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회의 2일 회의에서 역사적인 시정연설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투쟁방향에 대하여’를 하시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매체들은 김 국무위원장이 “경색되여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념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초부터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남북통신선은 지난 8월 10일 이후 두 달 가까이 단절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하는 등 관계 개선을 통해 지난 7월 27일 단절 413일 만에 전면 복원한 통신선이 2주 만에 단절됐었다. 이번 김 국무위원장의 발언으로 단절 두 달 여 만에 다시 복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김 국무위원장은 “지금 남조선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남조선당국이 계속 미국에 추종하여 국제공조만을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의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며 “얼마 전 남조선이 제안한 종전선언문제를 논한다면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과 외무성 담화 등에서 밝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우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여야 할 중대과제”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보도한 노동신문 1면 가운데 일부ⓒ뉴스1

또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선 “남조선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의 립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에로 발전해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는데 대하여 다시금 명백히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리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라며,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면서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력대 미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국무위원장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첨단 무기 개발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국방부문에서 조선반도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적대세력들의 군사적준동을 철저히 억제할 수 있는 위력한 새 무기체계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비상히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우리의 첨단무기들과 날로 강화되는 인민군대와 민간 및 안전무력의 전투적 면모를 놓고서도 사회주의 승리의 앞길을 강력히 개척해나가는 우리 당과 국가의 강대함을 확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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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편찬 기여한 장지영·김윤경·권덕규 '10월 독립운동가'

이들의 우리말 보전 활동 '말모이' 제작 동기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2021-09-30 08:34 송고
10월의 독립운동가 © 국가보훈처 제공


국가보훈처는 광복회,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장지영·김윤경·권덕규 선생을 '2021년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일제의 우리말 탄압에도 꿋꿋하게 한글을 연구하고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이들의 노력으로 우리말의 보전과 과학적 연구가 가능했으며, 민족 언어를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의 조선어학회 활동과 조선총독부가 일으킨 조선어학회사건은 영화 ‘말모이’의 제작 동기가 됐다.

 

 먼저 장지영 선생은 1905년 관립한성외국어학교 한어과 졸업 후에 주시경 선생을 찾아가 3년간 한글 문법을 배웠다. 선생은 주 선생의 이념을 계승하고 한글을 체계화하기 위해 김윤경·권덕규 선생 등과 1921년 12월에 조선어학회 전신인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해 한글 연구, 표준어 확립 및 사전 발간 사업을 했고, 1927년 2월 최초 국어 전문잡지인 ‘한글’을 창간했다.


장 선생은 1931년 조선어연구회를 개편한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위원으로 선출되어 활동했고, 1933년 10월 마침내 '한글맞춤법통일안'을 공표했다. 또한, 장 선생은 1935년 1월부터 표준어 사정위원으로 참여하여 2년간 약 1만 개의 어휘를 정립하여 1942년 ‘조선어대사전’이 발행됐다.

한편, 조선총독부는 한글 말살정책 강화와 연구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조선어학회사건'을 일으켰고, 이에 연루된 장 선생은 모진 고문을 받았고, 1944년 10월에 석방됐다.

김윤경 선생은 1911년 1월 서울 남부 상동의 사립청년학원에 입학하여 평생 은사인 주 선생으로부터 한글을 배웠다. 김 선생은 조선어연구회 회원들과 연구를 해 1922년 1월 '우리말과 글의 예와 이제를 보아 바로 잡을 것을 말함'이라는 논문을 작성했다. 또한 '조선어사전'편찬위원으로 선임돼 한글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김 선생은 1931년 전국을 순회하며 청년들에게 한글을 강습했고, 1934년 5월에는 한국사와 한국어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진단학회의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국학운동에 매진했다.

1937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혹독한 고문을 겪었으나, 한글 연구를 집대성한 조선문자급어학사를 1938년 수감 중에 발간했다. 김 선생은 조선총독부에서 일으킨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어 1년간 가혹한 옥고를 겪고, 1943년 9월 기소유예로 석방됐다.

권덕규 선생은 1910년 서울 휘문의숙에 입학하여 주 선생을 만나 사제관계를 맺었다. 권 선생은 주선생을 도와 최초의 한글 사전인 '말모이' 편찬에 참여했고, 1914년 주 선생 사망 이후에도 한글 보존의 일념으로 '말모이' 편찬을 이어갔다.

권 선생은 1919년 12월부터 1920년 1월까지 8회에 걸쳐 매일신보에 ‘조선어문에 취하야’라는 논설로 한글 이론을 강의했고, 이러한 연구 노력으로 1923년에 한국어 이론서이자 교과서로써 큰 의미가 있는 조선어문경위가 발간됐다.

1926년 한글 맞춤법 확립운동의 시작으로 평가되는 정음회를 조직했으며, 1929년 10월에는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의 준비위원회에도 참여했다. 1931년부터 1934년까지 조선어강습회의 강사로 참여하여 조선어 강습과 대중강연, 한글 관련 좌담회 연사로 활동하여 동아일보 창간 10주년 기념 특집기사에서 '조선어문 공로자'로 선정됐고, 1936년 조선어학회에서 발족한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권 선생은 조선총독부에서 일으킨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되었으나 와병 중인 탓에 구속되지 않았고, 1943년 4월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앞서 정부에서는 선생들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장 선생과 김 선생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그리고 권 선생에게는 2019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각각 추서했다.


jaewo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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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핵심인물 ‘녹취’엔 어떤 비밀 숨겨있을까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연기에 ‘여당의 입법독주 프레임 의혹’ 해석 지배적…청와대 우려에 친문 의원 만류라는 시각도
‘대장동 특검’ 주장에 힘 싣는 조선·중앙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달 간 여야 8인 협의체 등을 꾸렸던 여야가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30일 여러 신문들은 그 배경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전했다.

지배적 해석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 했던 민주당이 국내외 우려가 이어지자 ‘여당 독주’ 프레임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여당 독주’ 비판 부담에 일단 멈춘 민주당)은 “야당뿐만 아니라 언론·시민사회까지 여당이 추진한 개정안에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낸 것도 큰 부담 요소가 됐다”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 독주 비판의 도마에 다시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향후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 확장 전략”도 감안했다고 전했다.

▲9월3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9월3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조선일보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 처리에 우려를 표한 가운데 민주당 이견을 부각했다. 조선일보(언론중재법 친문·친이재명계 갈등…與, 野와 연말까지 추가 논의하기로)는 “(29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보류’를 주장하는 청와대 출신 친문 의원들과 ‘강행’을 요구하는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반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 의원들은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언론·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다만 향후 논의 과정이 큰 소득 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해진다. 서울신문(국내외 ‘징벌적 손배’ 비판에 회군…특위 소득 없이 끝날 수도)은 “특위는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느슨한 역할만 규정했을 뿐 법안 처리 시한도 별도로 못박지 않았다. 이에 여야가 구성했던 기존 8인 협의체처럼 별다른 소득 없이 활동 기한이 끝나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대선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특위 활동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사설(언론특위 전격 합의한 여야, 충분한 협의로 개혁안 도출해야)은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언론계는 이를 실천에 옮겨 자정에 나서야 한다”며 “언론중재법과 함께 논의될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신문법 개정도 변화하는 언론환경에 맞춰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법안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 견지돼야 함은 물론”이라 당부했다.

▲9월30일 경향신문 5면 기사
▲9월30일 경향신문 5면 기사

화천대유 핵심인물의 ‘녹취’ 제출…로비·배후 드러날까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주요 사업자간 대화 등을 녹취한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해당 파일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 본인이 주고 받은 대화 관련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엔 2015년 화천대유를 민간개발사업자로 선정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금품 수수 의혹, 유 전 사장 직무대리에게 금품을 전달한 주체와 경위, 천화동인 1~7호 실소유주 논란 등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되고 있다.

동아일보(“김만배-남욱-정영학 녹취에 수익 배분-금품 로비 내용 담겨”)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기자회견에서 계좌추적 대상 명단 15명을 포함시킨 것도 정 회계사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제보를 토대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회계사가 최근 대장동 개발 사업의 배당금 배분을 놓고 동업자인 남 변호사 등 화천대유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전했다.

서울신문(대장동 수익으로 광범위한 로비 가능성… ‘윗선’ 확인 땐 파장)은 “검찰이 녹취 파일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 측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쪽으로 10여억원의 돈이 흘러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의 큰 틀이 바뀔 전망”이라며 “대장동 의혹 관계자뿐 아니라 성남시 관계자들에게도 개발수익의 일부가 석연찮은 과정으로 전달됐다면 그 윗선으로 해당 자금이 전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정·관·법조계가 얽힌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9월30일 동아일보 1면 사진 기사
▲9월30일 동아일보 1면 사진 기사

대장동 의혹이 정치권, 법조계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윤석열 부친 집 의혹’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곽상도 아들 50억, 윤석열 부친 집 등 의혹 이어져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가 화천대유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에 대해서 화천대유 측이 ‘곽씨의 산업재해 보상’이라 해명했다 파장이 일자, 곽씨 본인은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주요 업무 성과로 ‘사업지 내 문화재 발견 이후 공사 지연 사유를 제거한 점’을 꼽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곽상도 아들이 공사 지연 막았다?…그런적 없고 그럴 수도 없어”)은 “곽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현장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를 진행한 중앙문화재연구원 측은 ‘곽씨는 문화재 문제에 대응한 적이 없고 본인이 나서서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며 “곽씨는 문화재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곽 의원도 아들의 화천대유 근무에 대해 ‘대학을 갓 졸업해서 일배우고 심부름 한 직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산재 위로금 44억 논란’ 곽상도 아들 건강 악화됐다던 시기에 조기축구)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 씨(31)가 화천대유 재직 기간 도중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한 시기에 조기축구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곽 의원실 측은 “보통 아들이 조기축구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잘 모르는 것 아니냐”며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과의 연관성도 의혹이 일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설계자로 꼽히는 기자 출신 김만배씨 친누나가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서다. 경향신문(윤석열 부친 집 매입 때 수상한 ‘거액 대출’ 정황)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가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살던 집을 매입할 당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며 “김명옥씨가 이사로 등재된 천화동인 3호(화천대유 자회사)는 최근 3년간 101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도 거액의 대출을 끼고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을 사들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9월30일 조선일보 사설
▲9월30일 조선일보 사설

다만 이번 사안이 정쟁화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국일보 사설(본질 흐리는 이재명·윤석열의 대장동 ‘정쟁’)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이 서로 공방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이 지사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1호 대표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본질을 흐리는 무책임한 공세가 아닐 수 없다”면서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몰아붙이는 국민의힘도 견강부회하기는 마찬가지”라 비판했다.

한편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현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사설(‘대장동’ 수사, 진상 규명 아니라 진상 덮기 같다)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길목마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친정권 검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수사팀이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의 이정수 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고교 후배로 이 정권에서 요직을 잇달아 받았다”며 “ 국민이 공분하는 이 의혹에 대한 수사는 특검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중앙일보 사설(대장동 수사 대충 하면 특검 갈 수밖에 없다)도 “검찰의 강제 수사 착수는 만시지탄이다. 곪을 대로 곪아 썩은 냄새가 진동할 때가 돼서야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라며 “검찰은 대선 일정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려 해선 안 된다. 특정 후보를 편든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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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보다 체제교체가 절실한 이유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1.09.29 18:28
  •  
  •  댓글 0
 
 
 

[연재] 진보와 집권 사이 (2)

87년 6월항쟁이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열었고, 10년 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결실을 맺었다. 촛불항쟁 10년은 과연 어떤 정치를 창조할까.  [편집자]

(1) 집권욕 약하면 진보 아니다
(2) 정권교체보다 체제교체가 절실한 이유
(3) 부동산 거품과 주주 경제의 미래
(4) ‘공포의 균형’이 만든 종전과 평화
(5) 한국 노동자의 최대 불행은 자기 정당이 없는 것
(6) 항쟁과 선거는 양날의 칼

“한가한 소리 하고 앉았네” 대선 토론을 지켜보다 던진 이 한마디에 동감의 눈길들이 포개진다.

“정권교체요, 정권재창출이요”라고 떠드는 거대 정당 후보들의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가 듣기 싫다는 반응이다.

사실 그 후보들의 말에는 100년 만에 도래한 대전환기, 격변기라는 시대 인식이 결여되었다.

시대 인식을 제대로 못 하면 어떤 정책도 말짱 도루묵이다.

재건축이 시대 인식이라면 리모델링은 정책에 비유할 수 있다. 재건축할 집에 리모델링을 아무리 잘해봐야 소용 없는 것처럼 ‘격변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처방도 실효성이 없다.

격변기를 알리는 3가지 징후

1) 미국 패권의 몰락과 중국의 부상

1차 세계대전 이후 100년을 유지한 미국의 군사 패권과 경제(달러) 패권이 서서히 몰락하고,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등장했다. 이것이 격변기를 알리는 첫 번째 징후다.

이 자체로만 보면 아직 패권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균형 외교를 펼치면 된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과 분쟁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특히 미국이 가치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중국 포위 전략에 줄을 세우는 바람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주변국들의 처지가 이만저만 딱해진 게 아니다.

유럽의 전통적인 미국 동맹국들마저 앞에선 미국에 고개를 숙이는 척하며, 중국과 뒷거래를 터서 겨우 경제위기를 타계하는 실정이다. (표1 참조)

지금이야말로 시대 인식을 새롭게 할 때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앞당겨 도래한 이 격변의 시기에 ‘미국 1극 체제’의 우물 안에 빠져 한미동맹이라는 썩어가는 동아줄에만 국가 운명을 매달아 놓는다니 어디 될 말인가.

▲ 2000년 세계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파란색)이었지만, 2020년 대부분 중국(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자료 : UN Comtrade]
▲ 2000년 세계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파란색)이었지만, 2020년 대부분 중국(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자료 : UN Comtrade]

2)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조선)

북한(조선)이 미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을 완성함으로써 한반도에 전쟁 발발의 뇌관이 사라졌다. 머지않아 미국은 북한(조선)을 적대국 반열에서 제외하고 핵보유국으로 국교를 수립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중국은 1971년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과 국교 수립까지 8년이 걸렸다.

‘공포의 균형’(양국이 전체 무력은 차이 나지만,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는 균형을 이루므로써 상호 전쟁 도발을 못 하게 된 상태)이 가져다준 평화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정전체제의 붕괴를 의미하고, 70년 분단체제가 허물어진다는 뜻이다. 북한(조선)이 더는 적국이 아니므로 자유롭게 여행도 유학도 가능하고, 서로 사랑을 나눌 수도 있다. 사실 지금도 가능하지만, 대북 제재라는 미국의 철저한 통제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북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면 ‘공포의 균형’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을 미국이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북을 적대하며 마치 고장난 축음기처럼 ‘한반도 비핵화’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꼴인가.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파산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2011년 월가 점령이라는 사회 위기로 이어졌고, 2016년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의 등장으로 정치 위기를 맞았다. 바이든조차 ‘미국우선주의’를 연장함으로써 미국식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종말을 고했다.

종주국 미국의 신자유주의 파산은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전이 되어 자산‧소득 불평등과 부동산 폭등을 낳았다.

월수입 300만 원 노동자는 평생 먹지도 입지도 않고 죽을 때까지 벌어 봐야 서울에 25평 아파트 한 채 장만하지 못한다. 그러니 땀 흘려 일할 대신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에 투자하고, 오를 수 없는 차별의 벽에 부딪혀 하루에 38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지옥 같은 세상에 새 생명을 잉태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 사회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경제체제 수립이 절실하다. 일자리 몇 개 더 만들고, 아파트 몇 채 더 지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란 뜻이다.

격변기를 대하는 진보의 품격

미군정 하에서 친미로 둔갑한 친일파가 득세해 오랜 세월 이 땅에 친미 정권이 유지되다 보니, 어쩌면 여야 거대 정당은 미국의 몰락이 부른 세계사적 격변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보정당이라면 격변기를 빠르게 감지하고 체제 전환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 격변기에 민중은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떨쳐 나선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87년 6월항쟁과 촛불항쟁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다음으로 진보정당은 ‘정권교체니, 정권재창출이니’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체제교체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가장 유능한 정치인은 민중이란 사실을 잊지 말고, 민중의 힘을 키우는 직접정치 역량을 부단히 축성하자.

또 진보정당은 역사의 대전환을 거스르는 반동들의 선거 이벤트에 눈독 들이지 말고, 자주와 평등이라는 우리 사회 근본 문제의 쟁점화 대중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격변기 진보는 민중 속에 들어가, 민중을 닮고, 민중의 마음을 헤아릴 때 그 품격이 드러난다는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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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단죄하고 사형당한 청년 이재명, 유해 어딨나

서대문형무소 인근 발굴 유골, 1년 5개월째 임시 보관 중... "2022년 유전자 검사 예정"

21.09.30 07:08l최종 업데이트 21.09.30 07:54l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  1909년 12월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가 매국노 이완용을 처단한 장소. 명동성당 앞으로 현재 의거비가 세워져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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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단순했다. 취재 현장을 가는 길에 명동성당이 있었고 모퉁이에 새똥이 덕지덕지 붙은, 수많은 인파가 지나지만 누구 하나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재명의사의거터' 비석을 발견해서다. 가만히 서서 읽어보니, 이렇게 초라하게 관리될 비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은 친일매국노 이완용을 척살하려 한 독립운동가다. 1909년 명동성당에서 벨기에 황제의 추도식을 마치고 나오는 이완용을 칼로 찔렀으나 복부와 어깨에 중상만 입히고 현장에서 체포돼 이듬해 순국했다.


그랬다. 평안도 출생 스물셋 청년 이재명은 나라 팔아먹는데 가장 앞장섰던 친일매국노의 대표주자 이완용을 단죄한 인물이다.

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등록된 <독립운동사>에도 "이재명은 왜적에게 나라를 파는데 앞장섰던 매국노들을 먼저 처단하는 것이 국권수호의 첩경이라 생각하고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도륙하기로 작정했다"며 "이완용을 비롯한 역적들이 12월 22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벨기에 황제의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당 문밖에서 군밤장수로 변장하고 기다리다가 매국노 이완용이 거만한 모습으로 인력거를 타고 앞으로 지나갈 때 비수를 들고 이완용에게 달려들어 거사를 진행했다"라고 기록됐다.
 

 독립운동가 이재명과 그의 손에 처단당한 매국노 이완용
▲  독립운동가 이재명과 그의 손에 처단당한 매국노 이완용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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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재명의 칼에 치명상을 입었던 이완용은 대한의원(현 서울대학교병원)으로 후송돼 일본인 의사들의 수술을 받아 살아난다. 이듬해인 1910년 8월 이완용은 대한민국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함께 한일병합조약을 조인한다. 결과적으로 거사에 실패한 청년 이재명은 나라가 망한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인 1910년 9월 30일 서대문형무소(당시 경성감옥)에서 교수형을 당한다. 그의 나이 스물넷에 불과했다. 

이재명은 재판 과정에서 "나는 당당한 의행을 한 것"이라면서 "이 일에 찬성한 사람은 2000만 민족이다. 나는 죽어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해 기어이 일본을 망하게 하고 말겠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일이 한심스러울 뿐 죽어서 그 원한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용은 1910년 한일합병의 주인공으로 역할한 직후 순종 황제로부터 대한제국 최고훈장인 금척대수훈장을 받았다. 이후 일제로부터 백작 작위를 받아 남은 일생을 호의호식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다 1926년 68세의 나이로 죽었다. 당시 이완용이 죽은 직접적인 원인은 폐를 다친 후유증으로 알려졌다. 1909년 12월 이재명이 이완용을 찌른 칼은 이완용의 폐를 관통했다. 

스물넷 청년 이재명,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이재명 의사가 사형당한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현재 연못이 자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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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새로이 조성된 사형장 앞에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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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1887년 10월 16일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8살 때 평양으로 이주해 성장했다. 평양 일신학교를 졸업한 뒤 열여덟 되던 해인 1904년 미국 노동 이민회사의 모집에 응해 하와이로 갔다. 1906년 3월에는 학업에 보다 매진할 것을 이유로 미국 본토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안창호를 만나 안창호가 창립한 공립협회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07년, 일제가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정미7조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행동에 나설 것을 결심한다. 그가 속한 공립협회도 발맞춰 거사에 나설 실행자를 선발했다. 청년 이재명은 모든 상황을 포기하고 거사 지원자로 나섰다. 거사를 결의한 후 이재명은 힘겹게 고국 땅으로 돌아온다. 기회를 엿보던 이재명은 1909년 12월 이완용이 명동성당에서 거행되는 추도식 참석 소식을 듣고 마침내 결행에 나섰던 것.

1910년 5월 18일 경성지방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1910년 9월 30일 이재명 의사는 서대문형무소 초기 사형장에서 교수형을 당한다. 그리고 현재 이 자리는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와 11옥사 사이에 위치한 연못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1908년 10월 서대문형무소가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뒤, 연못이 자리한 현재 위치에 교수대 2개가 설치됐다. 이재명 의사를 비롯해 서울역 폭탄 의거 주인공 강우규 의사, 의병장 이강년, 허위, 이인영 등 70여 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사형을 당했다. 1919년 3.1운동 후 유관순 등 재소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일제는 1921년 옥사를 신축하고 사형장을 새로이 조성했다. 서대문형무소 정면 기준 좌측 북단에 새롭게 만들어진 사형장에서 무수한 독립운동가들이 1945년 일제가 망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죽음을 당했다. 사형장 바로 옆에는 당시 형장으로 끌려갔던 지사들이 원통한 마음을 붙잡고 울었다는 '통곡의 미루나무' 한 그루가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인 오인성, 이재명 순국 후 독립운동 하다 요절
  
이재명 의사는 1907년 성모여학교 교사인 함마리아의 소개로 평양 출신 오인성을 만나 결혼한다. 당시 이재명은 스물하나, 오인성은 열일곱이었다. 그러나 부인 오인성은 이재명의 거사를 알고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이 거사 후 잡혀가자 경찰에 끌려가 혹독한 심문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독립운동가 사료집에도 부인 오인성이 이재명 의사가 사형당한 뒤 "하늘을 우러러 목을 놓아 통곡하면서 말하기를 '국적 이완용은 아직도 생존하고 있는데, 우리집 가장은 무슨 죄로 사형에 처함을 당하여야 하느냐' 하면서 피눈물로 얼굴을 적시었다"라고 기록됐다.

이재명 순국 후 오인성은 중국 지린과 상하이 일대를 돌며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시 귀국했고 이 일로 일제에 체포된 뒤 증거부족으로 석방됐지만 일제의 감시를 더 심하게 받았다고 한다. 오인성은 다시 중국으로의 망명을 도모하던 중 병을 얻었고 이로 인해 스물아홉 나이에 요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대문 형무소 인근에서 나온 유골, 누구 것인가
 

 이완용을 처단한 이재명 의사가 순국한 서대문 형무소
▲  2020년 4월 유골이 발견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 현장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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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 형무소 북단에 위치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공사 현장에서 백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학계를 포함해 광복회 등 유관단체에서 '발굴된 유골이 이재명 의사처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지만 수습하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유골이 아니냐'라는 기대감이 일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보훈처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유골은 발견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전자 감식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보훈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출토 유골에 독립유공자 포함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관련 기록 검토했다"며 "국과수에서 유골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5.18 민주화운동 관련 광주 출토 유골 검사 등으로 여력이 없어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내와 현재 유해를 시설에 보관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념관 조직 출범 이후 유전자 검사를 추진할 것"이라며 "후손이 남아있는 순국자를 찾아 유족의 DNA를 추출한 다음 유골의 DNA와 대조하는 등 확인 작업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골이 발견된 자리에 지어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오는 11월 23일 개관식을 갖을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이재명 의사에 대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2001년 12월에는 이재명 의사를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의사와 아내 오인성과의 직계 후손이 없어 지금까지도 그의 훈장을 정부가 보관하고 있다. 그의 유골 역시 사형 집행 후 제대로 수습되지 않아 순국 1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이재명 이름 석자 새겨진 위패 하나를 올려놨을 뿐이다. 부인 오인성의 묘도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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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0월초부터 북남통신연락선 다시 복원”

“종전선언에 앞서 ‘상호존중’ 보장하고 ‘이중적 태도’ 철회해야”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9.30 07:46
  •  
  •  수정 2021.09.30 08:23
  •  
  •  댓글 0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월초부터 관계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련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29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경색되여 있는 현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념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남측이 ‘도발’이라고 표현하지 않자, 북측도 호의적으로 답한 셈이다.

남북통신연락선은 올해 4월 27일 판문점선언 3주년 계기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거쳐 7월 27일 전격 복원됐으나, 북측이 한미연합지휘소훈련 강행에 반발하면서 지난 8월 10일부터 먹통이 된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거듭 제안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고 그로 하여 예상치 않았던 여러가지 충돌이 재발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이며 이것은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서도 선결되여야 할 중대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인 자세와 상습적인 태도부터 변해야 하며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의 립장을 견지하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관계를 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게있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벌리며 조선반도주변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사이에 더욱 복잡한 충돌위험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여부는 남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공을 넘기고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리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력대 미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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