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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 선언... 확산 심각”

“각국에 공격적인 대응 촉구”... 한국 등이 취한 조치를 모범 사례로 꼽기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20-03-12 08:20:19
수정 2020-03-12 0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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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e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e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뉴시스/AP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 사태에 대해 뒤늦게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주간 중국 이외 지역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 늘었고 영향을 받은 국가의 수도 3배가 됐다”면서 “114개국에서 11만8천 건이 넘는 사례가 나왔고 4,29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우리는 코로나19 확진 및 사망 사례와 영향을 받는 나라의 수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WHO는 이 발병 사태를 시시각각 평가해 왔다. 우리는 놀라운 수준의 확산과 심각성의 수준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팬데믹은 가볍게 또는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라면서 “잘못 사용하면 불합리한 공포나 (질병과의) 싸움이 끝났다는 부당한 인정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에 코로나19가 촉발한 팬데믹을 본 적 없고, 동시에 통제될 수 있는 팬데믹을 본 적이 없다”며 “WHO는 첫 사례 보고 이후 정면 대응 태세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각국에 매일 같이 신속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라고 촉구해 왔다”며 “모든 나라들이 여전히 이 팬데믹의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감지, 검사, 진료, 격리, 추적하며 대응을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면 코로나19 사례가 집단으로, 지역감염으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신 사례의 90% 이상이 단 4개국(중국, 이탈리아, 이란, 한국을 지칭)에서 나왔다”며 “이 중 중국과 한국에서는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 이탈리아, 한국이 바이러스 둔화와 코로나19 통제를 위해 취한 조치들에 감사한다”면서 “그들의 조치는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묘사한 것은 코로나19가 제기한 위협에 대한 WHO의 평가를 바꾸지 않는다”며 “WHO가 하는 일과 각국이 해야 하는 일을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국가는 보건, 경제·사회 혼란 최소화, 인권 존중 가운데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WHO가 뒤늦게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WHO가 판단을 주저하는 사이 현재 전 세계 118개국에서 약 1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사망자는 4천3백 명을 넘었다.

WHO는 지난 2009년 세계적으로 1만4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를 ‘팬데믹’으로 선언했었다. 당시에는 74개국에서 3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팬데믹을 선포한 것과 비교하면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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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총선 : 3.15부정선거국회

  • 기자명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0.03.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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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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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총선의 역사(4)

1. 자유당의 위기와 폭정의 강화

1958년 5월 2일 제4대 민의원 선거는 ‘보수양당체제’와 ‘여소야대’가 형성된 정초선거로 유명하다. 진보당이 강제해산으로 배제되고, ‘50만환 선거기탁금제’까지 도입하며, 보수양당체제가 굳어지지 시작한다. 
총 233석 중 자유당은 126석으로 개헌선 확보에 실패했고, 민주당은 79석을 차지하여, 3대국회(15석, 7.3%)에 비해 무려 64석(79석, 34%) 약진했다. 실제로 자유당 후보 236명의 득표율은 50%를 조금 넘겼고, 민주당 후보 199명의 득표율은 40%로서 의석수 차이에 비해 전체 득표차이는 67만 표에 불과했다. 
또한 자유당 당선자 90%는 농촌, 지방이었고, 민주당 당선자 60%는 도시에 분포했다. 심지어 서울의 경우 16개 의석 중 자유당 의석은 단  1석, 민주당이 14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함으로써 사실상 자유당은 전멸하였다. 전형적인 여촌야대 현상이다.

당시 이승만 정권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도시화가 진척되고, 국등학교 의무교육실시, 중고등학교, 대학교육이 확대되는 조건에서 이승만 정권의 폭압과 부정비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져가고 있었다. 1957년부터 미국의 원조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이승만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4대 총선의 결과는 2년 후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할 자유당의 입장에서는 폭압과 부정선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958년 이승만 정권은 구류기간연장, 사법경찰조서 증거채택, 국가기밀범위 확대, 민심혼란형 이적행위처벌 강화 등 야당과 언론을 통제하는 독소항을 대폭강화한 국가보안법 개정을 밀어붙여 2.4국가보안법 파동을 야기한다. 또한  이미 진보당 사건, 장면 부통령 저격 사건, 불온 문서 투입 사건, 뉴델리 사건 등으로 야당을 탄압해 오던 터에 1959년 4월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야당 성향의 경향신문을 폐간조치하기에 이른다.

▲ 국가보안법 개정안 비판공청회가 열리는 민주당중앙당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광경1958년 11월 26일, 국가보안법개악반대민주당중앙투쟁위원회라고 쓴 플래카드와 간판이 민주당중앙당부 정문에 붙여졌다. 1958년 12월 6일 오후 1시부터 민주당중앙당부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가보안법개정안 비판공청회가 2,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정체불명이 청년들의 난입과 소란, 기물파괴 등으로 무산되었다.
▲ 국가보안법 개정안 비판공청회가 열리는 민주당중앙당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광경1958년 11월 26일, 국가보안법개악반대민주당중앙투쟁위원회라고 쓴 플래카드와 간판이 민주당중앙당부 정문에 붙여졌다. 1958년 12월 6일 오후 1시부터 민주당중앙당부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가보안법개정안 비판공청회가 2,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정체불명이 청년들의 난입과 소란, 기물파괴 등으로 무산되었다.

2. 3.15부정선거

이승만은 1959년 3월 ‘최후로 써먹을 총알’이라던 충성파 최인규를 내무장관에 임명한다. 최인규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각 도 경찰국장, 총경급 인사, 7개 도지사를 물갈이하고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한다. 또한 “고발당하면 내가 신분보장을 책임지겠다”며 공무원들에게 선거운동에 내몰았다.
이렇게 해서 희대의 3.15부정선거가 자행된다.

이전 선거는 보통 5월에 실시되었으나 이승만은 3월 15일 조기선거를 강행했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조병옥이 선출되었으나 1960년 1월 병세가 악화되어 치료차 미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악용한 것이었다. 조병옥은 끝내 2월 15일 사망하함으로써, 이승만의 대통령 당선은 기정사실이 되었으나 자유당은 이기붕 당선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부통령 선거에서 이기붕이 장면에게 패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붕 당선에 혈안이 되었다.

반도호텔 809호에 차려진 자유당 선거운동본부를 두고, 한희선 자유당 중앙위 부위원장, 박용익 자유당 총무위원장, 최인규 내무부장관이 총괄하였다.
3.15부정선거에 조달된 자금만 62억 9,000만환이었다. 이 막대한 자금은 송인상 재무장관이 한국은행 총재 김진형, 산업은행 총재 김영찬을 통해 재벌대기업에 산업금융채권 형식으로 융자해주고, 이를 다시 선거자금으로 염출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다.

부정선거에는 경찰, 공무원 뿐만 아니라 1958년 발족하여 131만의 회원를 거느린 ‘대한반공청년단’이 전국 89개 시·군·단 단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동대문 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이정재 밑에 있던 임화수는 ‘종로구단’ 단장이었고, 유지광은 종로구단 동부특별단부 단장으로 활약했다. 임화수는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이라는 영화, ‘인간 만송’(만송은 이기붕의 호) 글을 쓰도록 문화인들까지 동원하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야당후보들은 폭력과 테러에 시달렸다. 3월 9일, 10일 전남 여수와 광산에서는 민주당 간부가 구타살해당하기도 하였다.
선거일에는 전국적으로 4할 사전투표(총 유권자의 40%에 해당하는 자유당표를 투표 전에 미리 투표함에 넣어두는 것), 3인조·9인조 공개투표, 투표함 바꿔치지, 표 바꿔치지 등 온갖 부정선거가 자행되었다.
자유당 완장부대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민주당 선거위원, 참관인을 매수하거나 테러, 고의시비로 퇴장시키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직계가족 사망 허위 전보를 듸우거나 전화하기 등의 수법으로 참관을 방해했다. 곳곳에서 민주당 참관인이 쫓겨나고, 아예 포기하고, 선거무효,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철수해버리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당시 강성 야당 도시 대구에서 ‘이기붕 5,000표, 장면 32표’라는 비공식 개표 보고가 올라오자, 최인규 등은 경비전화로 이승만 80%, 이기붕 70~80% 선으로 조정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선거결과는 이승만 966만표(88.&%), 이기붕 833만표(79%), 장면 184만표(17%)였다.
누가 봐도 부정선거였다. 

▲  4할 사전투표 부정선거를 은폐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불태우는 공무원들
▲ 4할 사전투표 부정선거를 은폐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불태우는 공무원들

3. 4.19혁명

□ 2.28 대구학생시위
부정선거 규탄시위는 이미 2월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2월 28일  일요일 민주당  장면 부통령 후보의 유세일에 맞춰 강제등교를 실시했다. 경북고 학생들을 비롯하여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 고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에 호응하여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1200여 명이 시위에 나섰다. 대구 고등학생 시위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고등학생 시위가 발생했다. 

□ 3.15 1차 마산 의거, 광주 의거
투표 당일  광주  금남로에서 최초로 시위가 일어나고 10여명이 부상당하였다.
마산에서는 사전 기표해 둔 용지가 우르르 쏟아지는 부정선거가 적발되어, 3000여명이 시위에 나섰다.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로 대응함으로써 고등학생 등 8명이 사망하고 80여 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마산을 기억하자는 시위가 3월 16일 서울 고등학생 시위, 청주 시위, 17일 서울, 진해, 3월 24일, 25일 부산, 4월 6일 부산 고등학생 시위로 이어졌고, 이승만 정권은 등교중지령을 내렸다.

▲ 김주열 학생
▲ 김주열 학생

□ 4.11 2차 마산의거
4월 11일 마산 신포동 부둣가에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떠올랐다. 3.15 1차 마산시위 27일만에 발견된 김주열 열사의 얼굴에는 최루탄이 관통된 참혹한 모습이었다. 그 최루탄은 직경 5센티미터, 길이 20센티미터로 알루미늄 탄피에 고리부분에 프로펠로가 달린 미제 고성능 원거리 최루탄으로서 건물 벽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무장폭도 진압용 무기였다.
김중열 열사 시신에 관한 소문은 삽시간에 번졌고, 3만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자유당과 관련된 건물, 자유당 인사의 집, 파출소, 시청 등을 휩쓸었다. 밤이 되자 경찰은 다시 카빈총을 지급하고 다시 발포를 개시했다. 그러나 시위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이어졌고, 노인들까지 합세한 가운데 마산의 행정은 온통 마비되었다.

▲ 경무대로 향하는 시위대
▲ 경무대로 향하는 시위대
▲ 시위대, 경찰발포, 계엄군, 시위대
▲ 시위대, 경찰발포, 계엄군, 시위대

□ 4.19 피의 화요일
4월 18일 고려대생 3,000여명이 가두에 진출했다. 이때부터 대학생들이 항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위대를 고대에서 출발하여 태평로 국회의사당까지 진출했다가 돌아오는 도중 을지로와 종로4가 사이에 있는 천일백화점 앞길에서 쇠갈고리와 곡괭이, 쇠사슬로 무장한 100여명의 정치깡패들의 습격을 받아 50여명이 다쳤다.
시민들은 경악했고, 21일로 예정된 대학생들의 데모는 19일로 앞당겨졌다. 국회의삳응로 진출하던 시위대를 방향을 경무대로 바꾸었다. 집결한 군중을 10만여 명을 뤟씬 넘었다. 경무대 가까이 시위대와 경찰의 간격이 10여 미터로 좁혀지자 경찰이 발포를 시작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 시위대를 계속 전진했고,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이승만은 오후 3시 서울시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시위대는 서울신문을 불살랐다. 계엄령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이승만은 오후 4시반 유혈사태가 발생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도 경비계엄을 선포했다. 이날 시위로 수송초등학교 6학년 전한승을 포함하여 10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 4.19혁명의 승리
▲ 4.19혁명의 승리
▲ 무너지는 이승만 동상
▲ 무너지는 이승만 동상

□ 4.25 대학교수 시위와 이승만 하야
계속되는 경찰발포와 계엄군의 진압으로 항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불씨를 살린 것은 4월 25일 서울대 대학교수단의 시위였다. 이승만은 여전히 이기붕 사퇴 선에서 상황이 마무리하려고 하였고, 미국은 이승만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258명의 대학교수단은 이승만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에 들어갔다. 대학로에서 종로를 지나 국회의사당까지 시위행진대열은 학생, 시민들로 4-5만 명으로 불어났다. 교수들의 시위를 끝났으나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았다. 시위대를 해산시키고자 다가온 탱크 2대를 결국 시위대와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일부 시위대를 서대문 이기붕 집으로 몰려갔다. 이정재의 집은 전소하고 임화수의 평화극장이 파괴되었다.
26일 오전 10만여명의 군중이 집결한 가운데 이승만은 메카나기 주한미대사와 매그루더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고자 하였다. 그러나 송요찬 계엄사령관과 함게 들어온 사람은 시민학생 대표 5인이었다. 시민학생대표는 하야를 요구했다. 10시 30분 이승만은 ‘국민이 원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단 하야성명을 발표했다. 4월 28일 이기붕 일가가 경무대에서 자살했다. 5월 29일 이승만은 하와이로 떠났다.
4.19혁명과정에서 186명의 민중이 사망하고, 6,026명이 부상당했으며, 수만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사망한 희생자는 국민학생·중학생이 19명, 고등학생이 36명, 대학생이 22명, 회사원 및 학원이 10명, 하층노동자가 61명, 무직자 33명, 직업 미상 이 5명에 이르렀다. 민중의 희생과 항쟁으로 마침내 이승만 정권은 몰락하고 제1공화국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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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유치원 관계자들, 日 사이타마시의 마스크 제외에 시위

재일 조선유치원 관계자들, 日 사이타마시의 마스크 제외에 시위 <조선신보>
이계환 기자  |  k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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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1  2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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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타마시가 비축용 마스크의 배포 대상에서 재일 조선유치원을 제외하자 관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재일 <조선신보> 일본어판이 11일 보도했다.

   
▲ 사이타마 시청에서 항의를 하고 있는 재일 조선유치원 관계자들. [사진-조선신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시가 9일부터 시내의 유치원, 보육원 등의 직원을 위한 시의 비축용 마스크 배포를 시작했지만 그 대상에서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이 제외되자, 11일 사이타마 시청에서 재일본 조선인 인권협회 김봉길 회장과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박양자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긴급 시위를 하고 있다.

사이타마시에 문의한 박양자 원장에 따르면, 조선유치원이 대상 시설이 아니라고 한 이유에 대해 사이타마시 어린이 미래국의 담당 직원은 “(조선 유치원이) 사이타마시의 지도감독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가 부적절하게 사용된 경우 지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관계자들은 마스크 배포 조치 대상에 재일 조선학교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인권과 인도주의 상 도저히 간과할 수는, 용서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신속하게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시위는 사이타마시 시장에게 보내는 항의문을 읽은 후, 보호자와 변호사, 학교관계자가 차례로 항의의 소리를 높이며. 오후 7시가 넘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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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확진자 대부분 대중교통 이용... 방역당국의 3가지 당부

'대형 악재' 콜센터 조사 난감... 지금까지 확진환자 80.1%가 소규모 포함한 집단발병

20.03.11 18:19l최종 업데이트 20.03.11 18:19l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가운데 10일 오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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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닫지 않고 흐름은 통제한다."

최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한 방송에 나와 한 말이다. 방역당국이 그동안 취해왔던 전략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최근까지 제기됐던 '중국발 입국 금지'에 방역당국이 미동도 하지 않았던 것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동력은 세계도 깜짝 놀랄 정도의 빠른 검사 속도와 역학조사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동선을 추적해서 흐름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당국의 헌신과 희생도 수반됐다.

전염병 역사상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세계가 한국을 주목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중심 증폭집단이었던 신천지에 대한 발빠른 검사와 역학조사로 인해 최근 확진환자 증가추세가 꺾인 것도 지금까지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 수도권을 강타한 구로 콜센터 무더기 확진 사태로 방역당국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대구-경북 안정세] 수도권 강타한 뜻밖의 돌출 변수

 

우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에 따르면 3월 11일 0시 현재, 총 누적 확진자수는 7755명이며, 이 중 288명이 격리해제 됐다. 격리 중인 환자는 7407명이며 이 중 247명이 격리해제 됐고 60명이 사망했다. 신규환자는 242명이다. 이는 진단검사 22만 2395건을 시행한 결과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의 '코어그룹'이었던 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거의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전국 코로나 환자의 급속한 증가세를 이끌었던 대구와 경북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전국적으로 하루 확진자 증가세가 909명까지 치솟았던 지난 2월 29일 이후 10일만인 지난 10일에는 추가로 발생한 확진자가 131명에 그쳤다.

아직도 대구 한마음 아파트 등 신천지 집단 거주시설 등이 잔존해 있을 수 있기에 폭발력은 내재해 있다. 또 신천지 신도들을 통한 2, 3차 전파의 흔적도 드러나고 있고, 앞으로의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래 그래프 상에 나타난 통계 수치로만 봐도 확연하게 줄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구지역 확진자 추이
▲  대구지역 확진자 추이
ⓒ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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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지역 확진자 추세
▲  경북지역 확진자 추세
ⓒ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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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지역의 감소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추세가 오늘(11일) 역전되기 시작한 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서울 구로 콜센터발 대형 악재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는 하루 확진자가 다시 242명으로 올라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3월 11일 0시 기준 대구의 신규환자는 131명으로 전날 92명보다 다소 증가하였으나 신규확진자 수는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반장은 "콜센터업체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에 대해 중앙역학조사관과 서울시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며, 접촉자 분류를 통해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와 진단검사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오늘 7시 기준 90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하였고, 접촉자 수는 집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오전 한 방송에 나와 밝힌 바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기준 93명으로 늘었다. 아직 조사 중이기에 콜센터 관련 확진환자는 100명대를 넘어설 수 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클러스트였던 충남 '줌바댄스' 전파 규모(99명)에 근접했다. 조만간 청도 대남병원 사례(119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대구의 다른 점] 인구수 10배, 전파력 강력할 수도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민중당 주최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회견에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방과후강사, 택배노동자, 마트노동자, 요양서비스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이 참석했다.
▲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1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민중당 주최로 "코로나19 사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회견에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방과후강사, 택배노동자, 마트노동자, 요양서비스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이 참석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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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에 확진된 90명의 거주지다. 서울은 65명, 경기 13명, 인천 15명이다. 서울에 집중돼 있지만,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 산재해 있다. 코로나19는 경증에서도 전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출퇴근하는 수많은 수도권 인파 속에서 무한 전파를 일으켰을 수 있다.

대구와는 인구 규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5184만 9천명 중 2592만 5천명이다. 반면 대구의 인구는 243만2천명이다. 수도권 인구가 대구보다 10배나 많은 것이다.

가령 대구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237.8명이다. 이를 대구의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500명 당 1명 이상이 확진판정을 받은 셈이다. 아직까지 서울의 10만명당 발생률은 1.98, 경기는 1.32, 인천은 0.85에 그치고 있지만, 전파력은 인구수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방역 당국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흐름 통제 전략의 어려움] 콜센터 신천지 신도 모두 음성
 
 서울 지역 확진자 추이
▲  서울 지역 확진자 추이
ⓒ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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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전략의 혼선이다. 지난 10일 손영래 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지금까지의 방역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지금 현재는 대구·경북의 확산추이가 꺾이고 있는 시작단계기 때문에 이 부분들에 더 집중을 해서 대구·경북지역을 조속히 안정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또 하나 지금 수도권이나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터지고 있는 집단감염들, 소규모 집단감염들을 제어하는 데 두 번째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중략)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금 종전과 동일하게 단기간 내에 대구·경북의 확산세를 안정화시키고 다른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산발적인 부분들을 계속 줄여나가는 데 주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조속한 안정을 위한 전략은 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은 빠른 검사이다. 지금까지 22만2395명이 검사를 받았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검사 인원이 1만명도 되지 않는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속도이다. 이런 검사 속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데, 문제는 역학조사이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지금까지 확진판정을 받은 90명은 코리아빌딩 11층 근무자 200여명을 검사한 결과일 뿐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진환자 77명은 현재까지 모두 11층 콜센터에서 근무한 걸로 확인되고 있다. 같은 회사지만 7~9층에서 근무 중인 직원 553명에 대해서는 우선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체 검사 등을 실시하여 추가 전파 규모를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콜센터 직원 중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것도 문제이지만, 방역당국이 더 곤혹스러운 것은 이곳에서 전파되어 나온 바이러스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역학조사이다. 확진환자들의 동선 자체가 상당히 복잡하기에 바이러스 차단 그물망을 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윤 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같은 경우 출퇴근 이동할 때의 접촉자를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지금 역학조사가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합동으로, 그 다음에 경기도, 인천과 합동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그 결과에 따라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구에서의 흐름 통제 전략이 지금까지 주효했던 것은 신천지 신도에 대한 역학조사 때문이었다. 4755명의 이 지역 확진 환자 중 신천지 관련 발생은 4096명이었다. 무려 86%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역학조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로 콜센터 직원 중 신천지 신도는 5명뿐이고, 이들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불특정 다수가 밀집해 타는 지하철이나 철도 또는 버스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으신 건 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대중교통을 어디가 어떻게 노출이 됐고 하는 것을 다 역학조사를 해서 밝히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집단 발생 막는 3가지 방역] 개인과 사회적 방역, 그리고 심리 방역
 
 육군 제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9일 오후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를 방역하고 있다. 신천지 교인이 집단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46명이 나왔다.
▲  육군 제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9일 오후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를 방역하고 있다. 신천지 교인이 집단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46명이 나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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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최근 신천지 이외 집단에서의 집단 발생에 대해 그간 계속 경고음을 내온 것도 구로 콜센터와 같이 흐름을 통제하기 어려운 전파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 지역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확진환자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자가격리 시켜 더 이상 전파가 안 되게 방어선을 치는 일"이라면서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 다음에 이분들이 어떤 노출, 또 추가적인 노출을 시켰는지를 역추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위험들이 조금 더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위생, 사회적 거리두기 또는 사업장 중심에서의 관리, 의료기관 중심에서의 관리, 또 여러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요양원 같은 데를 통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반장도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지금 현재 (수도권이) 대규모로 뚫렸다, 전방위적으로 확산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국민과 언론을 향해 다음과 같은 방역의 3가지 측면을 제시했다.

"정부의 방역 노력만으로는 코로나19의 특성상 관리를 해 나가기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개인 방역뿐 아니라 시민사회, 종교계와 같은 사회방역이라는 측면들도 상당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 방역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 상당히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방역과 사회방역 그리고 개인방역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우리는 코로나19를 조기에 안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리방역이라는 부분도 매우 중요합니다. 현장에 일을 하시는 분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나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는 거짓 정보라든가 아니면 뉴스라는 부분들이 여전히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물론 확진자 가족들에 대한 심리지원도 하고 있습니다마는 국민들께서 과도하게 불안을 가지지 않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언론에 계시는 분들께서도 적극 노력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확진환자 80.1%가 집단발생 사례이다.  코로나19 안정세를 위협하는 지뢰는 구로 콜센터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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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야 강하다, 생물도 언어도

2020. 03. 10
조회수 516 추천수 1
 
금세기 말까지 생물종에 대한 지식 담은 언어 절반 소멸 위기
 
b1.jpg» 대말에 의지하는 스리랑카의 전통 어법. 생물다양성은 언어다양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특히 개발국의 의약품, 식품산업계에서 그렇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산림이나 해양생태계를 포함해, 지구 생태계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아낼 최후의 보루도 다양성이 풍부한 건강한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산업계가 주목하는 미지의 신약 원료, 미래 식량으로서의 잠재력과 같은 직접적으로 인류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19세기 말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개발하였고 오늘날까지도 ‘가장 놀라운 약’으로 불리는 아스피린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아스피린이 개발된 것은 오래전부터 해열과 진통을 위해 버드나무 껍질을 약재로 사용해온 전통에서 착안한 과학자들이 버드나무 껍질에서 아세틸살리실산을 찾아낸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버드나무 껍질에서 유용한 성분을 찾아낸 것은 1%의 영감이 아니라 99%의 오래된 전통과 경험 덕분이다. 버드나무 껍질을 약재로 사용해온 전통은 기원전 1500년쯤 고대 이집트에서 작성된 파피루스에서 언급되고 기원전 400년쯤에는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많은 신개발 의약품의 대다수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생물에서 발견되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스피린 개발에서 생물다양성만 이야기 하는 것은 반쪽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스피린 개발에는 버드나무 껍질이라는 생물자원과 이를 전통적으로 활용해온 인류의 문화자원이라는 두 가지 자원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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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그 많던 언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니엘 네틀(생태인류학자), 수전 로메인(언어학자) 지음 김정화 옮김/ 2003 이제이북스​
 
 
문화적 다양성의 지표는 언어의 다양성이다. 언어는 인간사회의 사고체계와 세계관에 관한 지식과 이해의 단위로 ’문화의 디엔에이(DNA)’라 불린다. 언어는 자연환경과 그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고, 유지하고, 전승하는 문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는 이유도 언어가 단순한 의사전달 체계가 아니라 한 문화가 외부환경과 맺어 온 문화의 정수이며 역사이기 때문이다.
 
b2.jpg» 한 이누이트 여성이 아기를 담을 수 있는 전통의상 ‘아만티’를 입고 유모차를 끌고 있다. 안스가르 워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극 지역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은 극도로 추운 최악의 기후 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누이트인들은 어떤 종류의 얼음과 눈이 사람, 개 또는 카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얼음과 눈에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인 미크맥어에서는 가을에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로 나무 이름을 붙인다. 더욱이 이러한 이름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소리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 최근에 와서 나무의 이름 변화가 그 지역의 산성비 영향을 과학적으로 기록한 역사였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위 책 37쪽) 이렇게 그 지역의 생태계와 맺어 온 지역민의 문화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는 온전히 대체할 수가 없다. 이것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언어의 다양성이 반드시 함께 보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생물학적으로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외래종의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생산성이 높아 지역 내 여러 소규모 부족의 자립이 가능하고 외부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이 지역에서는 언어의 다양성도 높다. 따라서 세계적인 혹은 한 지역의 언어의 소멸은 생태계 붕괴의 한 현상이기도 하고 생태계 붕괴의 한 지표이기도 하다.
 
b3.jpg»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높은 ‘핫 스폿’이 위치한 곳(A)은 언어가 다양한 곳(B)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고렌플로 외 (2012)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제공.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으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이지만 언어다양성은 생물다양성의 필수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무시되고 있다. 공통된 언어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오래된 ‘바벨탑의 신화’가 개발국 혹은 주로 영어로 교육받은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언어를 쓰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분쟁, 언어적 종교적 획일성이 매우 높은 소말리아의 내전, 멀리 갈 것도 없는 남·북한의 갈등은 이러한 믿음이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안정을 위해 언어, 종교,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일한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의 정체성과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현존하는 생물종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언어도 21세기 동안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는 6000∼700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알려졌지만, 세계 인구의 90%는 100개 남짓 언어를 사용할 뿐이다(표 참조). 수많은 언어 속에 존재하는 문화와 과학기술이 21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기후변화로 생태계와 인간의 삶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데 우리는 이를 해결할 자연자원과 인류의 문화자원이라는 열쇠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의 안정을 위해 필수인 것처럼 인류라는 종과 문화의 안정을 위해서는 그 종을 구성하는 여러 인종과 문화, 언어의 다양성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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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개발국과 전문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멸 위험에 놓인 생태계가 복원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생물다양성정책이 개발국이나 도회의 엘리트에 위해 주도되는 대부분의 경우, 외부인의 작물, 언어, 우선순위가 기반이 되는 일반적인 해법이 제시되는데, 이는 소멸 위험에 처한 대부분의 취약한 생태계에 적합하지 않다. 고립돼 진화해온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의 특성상, 주류 생물종의 침입이 생태계의 붕괴에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국과 외부 전문가에 의한 생물다양성정책은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취약한 생태계를 복원하기는커녕 오히려 붕괴를 앞당기는 일까지 종종 일어난다. 이런 실패의 경험으로 소멸 위험에 놓인 지역의 생태계 복원에 지역민이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였고, 이러한 방법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1957년 ‘토착 부족민에 관한 제네바 협약’이 단순히 토착주민의 보호를 목표로 하였다면 1989년 목표를 토착문화와 주민보호로 변경하여 토착문화를 보호하지 않고는 토착주민도 생태계도 보호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b5.jpg» 파나마의 한 열대우림에서 나오는 다양한 열매. 원주민은 저마다의 이름과 쓰임새를 문화로 간직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생물다양성정책이 단지 저개발국이나 저개발지역의 참여로만 실효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지역 엘리트, 전문가의 이해와 문화가 토착주민의 이해와 문화보다 오히려 개발국의 이해와 문화에 더 가까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착민의 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식체계를 생물다양성 정책의 계획단계부터 도입하고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관할하도록 하여야 한다. 다양성의 훼손이 생물, 국가, 지역, 계층을 망라한 권력의 쏠림이 원인이므로 결국 다양성은 국가간, 지역간, 계층간의 다양한 권력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다양성이 중요한 것은 비단 생태계와 인류문화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다양성이 지구적인 안정에, 언어다양성이 인류의 안정에 중요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안정과 생존에도 다양성은 필수적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면서 지역을 ‘작은 서울’, ‘짝퉁 서울’로 만드는 지역개발로는 한국의 정체성은 물론 경제마저 발전은 고사하고 유지되기도 힘들다.
 
b6.jpg» 2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출연 배우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아카데미는 지역영화제일 뿐”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에 통쾌해 하면서, 서울을 중앙이라 부르는 관행에는 둔감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전문가와 지역 엘리트에 의해 계획되고 주도되는 지역균형발전 계획이 지역민의 이해와 필요에 무지한 것은 당연하다. 서울에서 계획된 지역균형발전도 인구분산정책도 지역민의 이해가 아닌 지역으로 내려가는 서울 사람의 이해에 맞춰지게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표준어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공용어다. 그러나 우리말을 훼손한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줄임말이나 유행어보다 오히려 표준어가 우리말의 안전성을 훼손한다는 의심은 지나친 비약일까? “언어의 살해자”로 불리는 영어가 현대에 와서 다른 언어들을 소멸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처럼 “교양있는 서울 사람의 말”이라는 표준어야말로 우리말의 안정성을 해치는 주범은 아닐까? 지역 사투리와 지역 고유의 문화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이유가 지역의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 지역의 언어를 저급한 언어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닌 지 물어볼 때이다. 지역균형발전은 먼저 다양한 지역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것이 강한 것이라는 명제는 생물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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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의 찬반 격론...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참여 본격화

[분석] 의원총회서 당원투표·예상 확보 의석·명분 놓고 이견...전체 기류는 "찬성 다수"

20.03.10 21:35l최종 업데이트 20.03.10 21:44l

 

굳은 표정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 굳은 표정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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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이 다수"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3시간가량 벌인 의원총회의 공식 결론이다.  다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분출된 찬반 격론은 단순히 숫자가 많고 적음으로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참여 가부를 묻는 당원 투표에 대한 의견부터,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참여'를 전제로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예상 의석 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이견까지. 각 의제별로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다.

1당 사수와 미래한국당의 다수 의석 확보 저지라는 찬성 명분과, 참여 시 중도층 대거 이탈로 수도권과 영남권 등 험지 지역구 의석을 더 잃을 수 있다는 반대 명분이 맞부딪혔다.

[당원 투표] '당원 교육 기회' vs. '왜 당원한테 떠넘기나'

 

전 당원 투표 방식에 대해선 이해찬 대표가 직접 "당원들에게 좋은 토론과 교육이 될 수 있다"며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오는 12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당원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 문항 구성도 논쟁거리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투표 문항에 비례연합정당이 아닌 민주당 독자 비례정당 창당 찬반을 묻는 질문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소수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 제안된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것을 확인하는 질문 하나에 대해 찬반을 묻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 당원 투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용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찬성 결론이 나면) 수용해야 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최종 결론 전 치열한 논의부터 해야 하고, 당 지도부가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석 계산] '참여 시 미래한국당 위축' vs. '130석 기준 자체가 오류'
  
의총장 향하는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 의총장 향하는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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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형 위원장이 이날 현 지역구 의석 130석을 기준으로 비례연합정당 참여 시 얻게 될 의석 등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 이 시뮬레이션에는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단독 선거를 치를 경우가 포함됐다.

그러자 설훈 의원을 중심으로 변경된 선거 판세를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불과하다는 비판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면 130석은 흔들리게 돼 있다. 기본적으로 판을 바라보는 눈이 다 달랐다. 각자 시뮬레이션으로 다른 도상훈련을 하고 있다. 이럴 땐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형 위원장은 이를 놓고 "미래한국당 의석수를 줄이는 게 목표"라면서 "130석이라는 기준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비례 의석 분포가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게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명분] '1당 빼앗기면 후반기 국정 동력 상실' vs. '원칙 없는 패배 위험'

찬반 '명분 대결'은 더욱 강하게 충돌했다.

연합정당 찬성론은 '1당 실패 시 국정 위기'를 내걸었다. 우원식 의원은 특히 의원총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거느리고 만일 국회 1당 혹은 최악의 경우 과반 이상의 정당이 될 경우 국회의장을 포함한 국회 운영주도권을 모두 빼앗긴다"면서 "후반기 국정동력 상실은 진보진영 전체의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취지 약화에 대한 반론도 제시했다. 송영길 의원은 "원래 취지대로 (민주당이) 병립형 7석 정도를 후순위로 확보하고 녹색당 등 소수 세력에게 나머지를 배려해서 선순위로 국회에 들어오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는 제도 미비를 악용하는 미래한국당에 대한 방어운전"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론을 제시한 의원들은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이상, 비례연합정당 구성은 결국 선거 개혁을 주도해 온 민주당의 원칙을 뒤집는 민심 이반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응천 의원은 "원칙 있는 승리를 꾀하다가 원칙 있는 패배를 하면 재기 가능성이 있지만,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다 원칙 없는 패배로 귀결되면 더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의총장 향하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의총장 향하는 설훈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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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론은 사실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나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분출됐다. 참고로, 설훈·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 8일 비공개 최고위 때부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공학적으로 볼 때 이 방법(비례연합정당 참여)이 비례의석 획득에 도움이 되는데 이것이 민주당에 최종적으로 이익이 되려면 지역구에서 그 이상의 손실이 없어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냈다.

부산·경남 총선을 진두지휘할 이들 역시 반대 입장을 내걸었다. 특히 부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쪽이 생각지도 못한 꼼수를 부려,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들이 불리하다고 해서 그 꼼수를 따라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민주당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선거연합 참여 '공개선언' 시 유감 표명 불가피

한편, 민주당 지도부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14일 예정된 중앙위원회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최종 참여를 결정할 경우 이해찬 대표의 유감 표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근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솔하게 지도부가 사과하고 참여의사를 밝혀야 한다"면서 "미래한국당의 출연으로 불가피하게 비례연합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결정적으로 당원의 뜻이 확인되면 반대론을 펼친 의원들도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당원의 뜻이 확인되면 이해찬 대표가 참여 공개선언을 해야 하고, 가장 소수정당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참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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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재계·지방정부 이어 노동계도 가세

세상이 멈추면, 비정규 노동자도 멈춘다
 
2020.03.10 15:52:56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지역인 서울 은평구에서 일하는 학습지 교사 K씨는 3월 한 달 간 회원 53%가 수업을 중지했다. 학습지 교사 수입은 회원 수수료로 정해진다. 학습지 교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휴업수당 지급 대상도 아니다.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던 K씨의 수입도 반 토막이 났다.

 

쥬얼리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J씨는 일하는 날을 이틀 줄여 주 3일 일하기로 했다. 회사 매출이 줄며 강제휴직에 들어간 셈이다. 소득도 그만큼 줄었다. J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변에는 사업주로부터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테니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아예 휴업 혹은 폐업하는 공장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약 계층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재난생계소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재난기본소득 주장에 가세했다. 앞서 김경수, 박원순, 이재명 등 지방자치단체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이재웅 쏘카 대표 등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지자체, 재계,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며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게 더 빠르겠다" 

 

민주노총은 10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지원, 세제지원 위주의 추경 대책만으로는 취약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이고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생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지금은 저임금 노동자,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100만 원의 생계비를 직접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 민주노총이 코로나19 특별요구안 및 대정부 교섭 제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민주노총의 재난생계소득 지급 주장 바탕에는 코로나19 피해가 취약계층 노동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번지는 현실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제조업 사업장, 건설현장, 학교 비정규직, 공항 하청업체 및 면세점, 항공업체, 호텔, 의료원 등에서 무급휴직 및 휴가, 연차 강제 소진, 계약해지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및 영업 축소 혹은 '방역상 필요' 등에 의한 것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학 중 비근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해당 기간을 무임금으로 버텨야 한다. 계약 건수가 그대로 수입으로 연결되는 학습지 교사도 소득에 직격탄을 맞았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들도 고통 분담에 대한 고심이 깊지만 고통 분담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방과 후 교사나 학습지 교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로 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게 더 빠르겠다는 탄식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재난생계소득 이외에도 △ 비정규직 노동자, 의료기관 노동자에게 마스크 지급 △ 과중한 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의료 현장 및 공공기관에 인력 증원 등을 기업과 정부에 요구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체 가동도 제안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오히려 현장 노동자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부와 경영계, 노동자가 참여하는 코로나19비상협의회를 만들면 응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노사정이 함께 3월 24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재난기본소득 실제로 지급될 수 있을까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약 계층과 경제 전반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한시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다. 지자체, 재계, 노동계 등 각계각층에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금액이나 지급 범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액은 50 ~ 100만 원 사이가 주로 거론된다. 지급 범위는 △모든 국민 △ 중위소득 100% 이하(박원순 서울시장) △ 대구 경북 지역(심상정 정의당 대표) △ 연말 정산으로 고소득자 지급분 환수(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10일 취약계층에 5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로 '전주형 기본소득'을 시행하기로 했다. 

 

실제로 국가적인 차원의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될지는 미지수다.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는 10일 "제안이 나온 취지는 이해하지만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이번 추경에 이 논의를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전 국민 50만원 지급' 제안이 있자 "재난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0일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포퓰리즘의 전형"이며 "총선용 현금살포"라고 비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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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의 날 소묘

<4월혁명을 증언한다②> 최단옥 사월혁명회 전 공동의장
최단옥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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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0  13: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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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4월혁명을 증언한다>

올해는 4월혁명 60주년입니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헌법의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4월혁명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합니다. 특히 민족민주운동단체들도 매년 수유리 4·19묘역에서 합동참배식하는 일회성 행사로 알고 있습니다.

사월혁명회(연구소)는 창립선언에서 “4월혁명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독재와 싸워…독재의 쇠사슬로부터의 해방을 구가하였고, 또한 외세에 의해 분단된 조국의 통일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하여 민족자주이념을 올바로 세우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고 천명하였습니다.

4월혁명은 1960년 4월에 완결된 것도 아니며 오늘의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고, 민족통일이 달성되는 그날 비로소 그 이념이 정립되는 현재 진행형의 혁명입니다.

사월혁명회는 올해 4월혁명 6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월15일 민족민주운동단체들과 함께 “4월혁명60주년행사준비위”를 구성하여 4월혁명의 의의와 과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사월혁명회

 

최단옥 / 사월혁명회 전 공동의장(인천대학교 명예교수)

 

1. 前史 : 몇 년 전부터 이미...

1960년의 4월혁명은 단순한 부정선거에 대한 항쟁이 아니었다. 쌓이고 쌓인 사회적 적폐에 대한 항쟁이며, 봉건적 사회구조를 마감하는 체제전환의 계기였다.

1956년 봄, 충주고교 3학년 초에 관례대로 교기 기수로서 앞장 선 가운데 3학년 전원이 유력자의 강연장에 참석했다. 연사는 문교부장관이었다. 엄숙하게 강당에 줄지어 앉아 듣는데 이건 처음부터 이승만 대통령 선전 내용이다.

제일 앞에 앉아 뒤돌아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하나둘 일어나 나중에는 반 이상이 퇴장하고 텅 비었다. 다른 학교생들은 별로 변동이 없는데 기수인 나마저 일어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끝나고 다시 열 지어 학교로 돌아오는데 인솔교사도 아무 말이 없이 무안하게 귀교했다. 그때가 4·19혁명 4년 전인데 이미 민심이 달라진 것을 말해준다.

2. 3·15선거

1960년의 3·15대통령선거는 대학생인 내게는 생애 처음의 큰 투표권 행사였다. 아버지가 국민학교 교장이시라 충북 음성에서 살게 되었는데 마침 대학이 방학 중이라 나는 집에 있었다. 내 친구들이란 그 때 한창 활발하던 한 해 아래의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가 지역 투표구의 위원장이신데 선거 때가 가까워지자 경찰 파출소장이 자주 찾아와 무언지 상의하곤 했다.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나 무슨 안 좋은 협의가 계속되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어 내가 몇 번 나서서 “안 계신다. 어디 가신 지 알 수 없다”고 따돌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동네 반장이던가 하는 양반이 투표와 관련하여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왔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부정선거 획책이었다. 투표할 때 5인조를 짜서 들어가고 서로 찍은 것을 확인하기, 개표 때 반대표는 무효표로 만들기, 그리고 사전 투표와 개표 때 정전시키는 일까지 입에 오르내렸다.

투표일이 되었다. 경찰 파출소장이 투표소 입구에 자리 잡고 앉았고... 나는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그 용지를 높이 들고 외쳤다. “이 표를 이렇게 공개해야 할까요? 모두 여기 보세요!” 그러나 선거위원장이신 아버지나 다른 위원들도 모두 외면하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야당 참관인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쓸쓸히 나와 걸으면서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착잡한 마음이 가득했다. 정·부통령 선거는 그렇게 지나가고 당선자도 예정대로 발표되었다.

3. 4·19혁명, 그날

4월에 개학하고 나서 학생들은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는 논의로 학교가 뒤숭숭했다. 이미 시골에 있을 때부터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3월 들어 마산 바다에서 김주열 학생의 시신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떠올랐고, 4월 18일 고려대 학생 시위대가 광화문까지 진출했다가 귀환하는 도중 종로4가에서 깡패집단의 공격을 받는 대참사가 빚어졌다.

이튿날 4월 19일이 되자 우리 성균관대 학생들도 각자 결심한 듯 아침에 수업시간인데도 본관 앞에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도 오전 수업이 없어 도서관에 잠시 있다가 친구들과 함께 곧 광장으로 내려왔다. 당시 나는 학과 대의원이었으며, 학생들이 몰려들어 “총학생회는 무얼 하고 있느냐”고 웅성거리는데, 학생들이 엄청 많이 모여들었다. 마침내 총학 친구들이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야기는 들을 것도 없는지 “모두 나가자!”를 외치며 선두는 이미 교문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 4.19 오전에 경무대에 진출한 청년 학생들이 경찰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 이 직후에 발포가 시작되어 이날 124명이 사망, 558명이 부상했다. [자료사진 - 사월혁명회]

학교를 나서자 창경궁 앞을 지나 종로4가 경찰서 앞에서 경찰기마대가 앞을 막았다. 그 많은 학생이 돌을 던져 경찰서 유리창이 깨지기 시작하자 경찰병력은 후퇴했다. 종로통을 통과해 광화문 쪽으로 쇄도하는데 길가에 시민들이 음료수·과자 등을 늘어놓고 박수들을 치는 바람에 더 신이 나서 구호와 노래를 외치며 행진했다.

모두가 못사는 시절인데 근처 상점들이 일제히 음료수 등을 내놓고 먹고 가라며 격려하는 모습은 모든 시민의 동참을 표현하는 좋은 증좌였다. 부정선거는 정상선거로 다시 하고 이승만은 하야하라는 구호와 정상배는 처벌하라는 내용이 주였다.

이 때 들고 있는 책가방들이 이제는 방해물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정치깡패 등이 공격해 올 때 방패막이로 쓸 생각이었다. 근처에 사는 한 학생에게 “네가 집에 가져다 두라”고 말하고 여러 개 가방을 떠안겼다. 그 친구가 며칠 지나 만나서 하는 말이 도시락들이 (음식이) 변해서 가방 청소하느라 혼났다고 고백했다. 아무튼 나를 따르는 친구들이 십여 명 되어 이들은 끝까지 행동을 같이 했다.

광화문 네거리에 우리가 도착하니 이미 중앙청 쪽은 타 대학들이 진출했다 하여 우리는 서대문 이기붕집으로 향했다. 조금 가다가 곧 소방차가 출동해 붉은 물감의 물을 뿌렸다. 이를 제압하며, 혈서를 써 나누고 구호를 연호하는 사이에 소방차 부대는 후퇴하고, 우리가 이기붕의 집(지금은 4·19혁명기념도서관) 문을 부수고 진입했을 때 집에는 사람이 없었고 냉장고에는 값진 음식재료만 가득했다.

다시 광화문 쪽으로 왔다. 시청 근처가 인산인해 상태인데, 서울신문사 건물에 들어가 2층에 있는데 위에서 불이 붙기 시작하고 “모두 나가자!”고 외친다. 다시 내무부(지금의 외환은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때 일단의 타 학교 학생들이 도착해 “이쪽은 우리가 담당할 테니 중앙청 쪽으로 가라”고 협의해 그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조금 가다 길이 막혔다. 이 때부터 우리 대학은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성난 군중들이 계엄군 탱크를 점령하고 환호하고 있다. [자료사진 - 사월혁명회]

중앙청 쪽에서 트럭에 시체를 싣고 오는 차, 공포탄인지 실탄인지 총 쏘는 부대에 막혀 진출할 수가 없었다. 경무대(청와대) 담 넘다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누가 외쳤다. “담 넘는 거야 우리 전문 아니냐? 우리가 가자!” 아마 가끔 학교 옆 비원 담 넘어 들어가던 걸 말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우리는 이성을 잃은 헛소리 할 상태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경무대 쪽 진출은 불가능해졌고 옥신각신 끝에 종로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 했다. 이때 종로 쪽에서 여인들이 나와 잡아끈다. 다방이었다. 오전부터 일진일퇴하는 동안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지금 종로통에 걸으면 총 맞아 죽는다. 저녁은 먹었느냐?” 그러고 보니 점심도 저녁도 굶은 상태였음을 겨우 알아차렸다. 뒷길로 빨리 피해가라면서 계란커피를 타주어 재빨리 먹으며 돌아보니 우리 그룹은 대여섯 명 밖에 안 남은 상태다.

골목길은 가다보면 막혀 돌아 나와 또 걷고, 안국동 쪽으로 나오니 웬일인지 미아리행 버스가 한 대 서있고 시민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마지막 차다. 학생들만 타라”고 운전기사와 안내양이 소리친다. 시위학생들을 위한 회사와 운전기사의 배려다.

어떻게 미아리고개 넘어 집에 왔는지 아득하다. 다치고 죽은 친구가 누구인지 분간할 겨를이 없다. 친구들은 수단껏 집에 가기로 하고 나는 가까스로 미아리고개를 넘어 길음동 집에 들어왔다. 숙식하던 숙모댁이다. 내 옷에 묻은 붉은 물감을 보고 놀라던 숙모의 모습이 생생하다.

4. 참담한 아침 광경

이튿날인 4월 20일 아침, 학교 가던 사촌 동생이 뛰어들며 소리친다. “병원마다 부상 학생이 꽉 찼다. 형, 나가지 마라!” 불길한 예감에 총알같이 뛰어 나갔다. 과연 동네의 병원마다 외상 입은 학생 환자로 가득하다. 듣고 보니 어제 내가 넘어온 후 차가 없어 학생들이 걸어서 미아리고개에 이르렀을 때 경찰의 습격을 받아 많은 학생이 죽었단다. 저녁에 학생 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심지어 하수도 쪽으로 도망간 학생까지 찾아 학살했다.

이내 학교로 갔다. 교문이 굳게 닫히고 교직원들이 ‘당분간 휴교’라고 집에 가란다. 한참 만에 친구 몇 명이 모여 논의하다가 시외에 있는 친구네 집으로 옮겨갔다. 벌써 보리밭과 산천은 흐드러진 봄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저항은 저지되고 마는가 하는 울분이 넘쳐났다.

비록 우리학교 학생들은 그날 죽음에서 벗어났고 나는 비록 대열을 쫒아 다니다 끝났지만 이날은 역사의 변화가 이루어진 엄청난 하루였다. 이어서 이기붕 일가가 자결했고, 계엄령에 따라 군부대가 서울에 진주하여 요소에 탱크부대가 배치되었다. 그러나 군대는 이미 진압군이 못되었다. 학생들이 탱크에 함께 올라 만세를 부르고, 전국 도처에서 경찰서와 관공서가 부서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주역은 이미 학생들이 아닌 기층시민이었다.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학생들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한 교수단의 ‘데모’ 이후 이 움직임은 더욱 심해져 드디어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후 망명하였다. 각종 ‘세미나’가 이어지면서 이번 혁명은 밑으로부터 일어난 시민혁명이 아니라 “옆으로부터의 혁명”이라고 학생혁명임이 강조되는 경향이었지만, 사실은 조직화된 기구로서 학생층이 앞에 나선 것일 뿐 민중의 혁명임이 분명했다.

그때의 구호인 “자주·민주·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점차 이루어 질 것으로 그때는 믿었다. 곧 내가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사회의 발전과 변화가 결코 희망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도도한 사회의 발전은 통합된 힘에 의하여 스스로 익어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 원리를 모르면 진리를 생각지 않고 항상 편파적으로 생각하고 어느 편으로 기울어진다.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는 유통 과정에서의 이익 획득이라는 봉건적 목표를 벗어나서 기업경영 방식이나 사회의 부가가치 획득 등이 목표로 전환되는 등 사회가치가 급속히 자본주의적으로 변해갔다. 다만 봉건제의 잔재가 완강히 내재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나의 학문 연구 방향도 산업자본주의 국가 발전 쪽으로 고정되어 나갔다.

그리고 1년 후에 반혁명세력인 5·16군사쿠데타가 도래했다. 이로써 4월혁명은 또다시 반혁명세력에 억압받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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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3년 맞아, 민중당 국회의원 후보들 미래통합당 규탄 1인 시위

조윤영 통신원 | 기사입력 2020/03/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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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박근혜가 국정농단 등 혐의로 대통령직에서 탄핵되었다국민들은 박근혜가 탄핵당한 날을 ‘3.10 탄핵절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에 맞춰 민중당 부산지역 국회의원 후보 3명은 '도로 박근혜당 퇴출민중당 부산시당 총선 후보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대진(북강서을), 김은진(남구을), 김진주(사하구을민중당 국회의원 후보들은 각각 화명동 롯데마트 앞미래통합당 부산시당사 앞에서 진행하였다.

 

이대진 후보는 코로나19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눈인사와 응원하는 말이 쏟아졌다얼마 전 박근혜의 옥중편지로 국민들의 분노가 더욱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반성 없는 편지를 보며 반드시 이번 총선을 미래통합당을 심판하는 자리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라고 1인 시위 소회를 밝혔다.

 

한편박근혜는 지난 4일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썼다. ‘국민 여러분이라고 시작한 편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보수대통합’ 메시지가 담겨있어 논란을 일으켰다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공직선거법(1819위반 등으로 고발한 상황이다. 

 

▲ 이대진 민중당 북강서(을) 국회의원 후보가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까이에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사무실과 선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 조윤영 통신원

 

▲ 김진주 민중당 사하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윤영 통신원

 

▲ 김은진 민중당 남구(을) 국회의원 후보가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있는 모습이다.  © 조윤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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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국회를 해산 못한 촛불의 실수

  • 기자명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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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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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의 의미] 촛불의 완성

[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다시, 선거의 계절이 왔다. 선거는 유권자인 국민이 대접받는 유일한 기간이다.

선거때 국민이 대접 받는 이유는 표로 상징되는 힘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4.15총선은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이 3년을 기다려 바야흐로 국회에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선거다.

지난 2016촛불은 국정농단 대통령을 탄핵하고, 촛불 정부를 탄생시킨 헌정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항쟁이었다. 그러나 국정농단 세력의 머리는 날렸지만 몸통을 제거하지 못했다.

4.19혁명과 6월항쟁 때처럼 개헌과 국회해산을 동시에 이뤘어야 했다. 20대 국회를 해산하고, 21대 총선을 지난 대선과 함께 치루지 못한 아쉬움을 지난 3년 사사건건 개혁에 발목을 잡히면서 절감했다.

국회 해산은 혁명의 필수 공정

4.19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하자, 개헌과 국회해산이 추진되었다.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하야 발표, [6월 12일] 내각제 개헌안 국회 통과, [7월 29일] 5대 총선거로 이어졌다.

당시 4대국회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국회를 해산할 수 있었던 것은 4.19혁명을 이승만 뿐만아니라 자유당 정권의 몰락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87년 6월항쟁 때도 개헌에 이어 총선이 치러졌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친 6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다.

1987년 [10월 27일] 헌법개정 국민투표, [12월 16일] 대통령 선거, 이듬해 [4월 26일] 13대총선이 실시돼, 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다.

이 때도 12대 국회 임기는 1년 남짓 남아 있었다.

2016촛불, 국회를 살려둔 실수

2016촛불이 국회를 해산하지 않은 이유는? 20대 국회가 시작된지 7개월여 밖에 안된 탓도 있지만 국회가 박근혜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당시 새누리당이 적폐 프레임을 벗었기 때문이다.

탄핵 표결 당시 새누리당은 128석이었지만 탄핵안은 찬234 : 56반으로 가결됐다. 새누리당에서 72명이 이탈하면서 박근혜 정부 집권여당은 해산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흩어졌던 새누리당이 3년만에 미래통합당으로 다시 뭉쳤다. 산산조각 나서 자진 소멸했다는 진단은 착각이었다.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 교훈을 잠시 잊은 틈에 국회적폐는 보란 듯 부활했다.

촛불로 어둠은 밝히지만 밥은 못짓는다

2002년 미선이효순이로 시작된 촛불은 연말 대선에서 노무현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2004년 탄핵촛불은 과반의 여당과 최초의 진보정당을 국회에 진입시켰다.

2008년 광우병촛불은 거세게 타올랐지만 이어진 선거가 없어 이명박근혜의 역풍을 맞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민주주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라는 3대 위기를 맞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고, 박근혜 국정농단이 밝혀졌다. 이번에도 촛불은 여지없이 타올랐다.

촛불은 어두운 역사의 이면을 밝혀 국민을 눈뜨게 한다. 이렇게 깨어난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한다. 21세기 한국현대사는 이렇게 흘러왔다.

2016년 촛불은 지금 그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4월15일, 촛불이 잊지말아야 할 것이 있다.

“2007년 이명박은 2002년 노무현보다 적은 표로 당선됐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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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악수한 의원 '자가격리'...공화당 의원 4명 '격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0/03/10 09:59
  • 수정일
    2020/03/10 09: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트럼프 리더십 시험대에...대선 경선에도 영향 미칠 듯
2020.03.10 08:39:43
 

 

 

 

미국 정치권도 코로나19(COVID 19)의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9일 오후 2시 현재(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560명, 사망자가 22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51개주 중에서 35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와 악수한 의원, 대통령 전용기 탑승한 의원 포함 공화당 의원 4명 자가격리 중
 

▲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 ⓒ폴리티코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참석했던 보수 정치 행사 참석자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메릴랜드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참석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으며, 이 확진자와 접촉한 미국 공화당 의원 4명과 그들의 보좌진이 최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폴 고사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지난 8일, 더그 콜린스 하원의원(조지아)과 매트 가에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9일부터 1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관련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확진자와 접촉이 없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9일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애틀랜타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을 때 더그 콜린스 의원과 악수를 나눴고 일정을 함께 했다. 가에츠 의원은 2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 


또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유대계 이익단체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 총회 참석자 중 2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9일 현재 워싱턴DC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2명이다.  

 

이처럼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한 이들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옴에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의원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연일 언론과 야당 탓...."트럼프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위험 수준이 높지 않으며, 트럼프 정부가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증시가 폭락하고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진 것에 대해서는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유가 급락에 대해 "소비자에게는 좋은 것이고 휘발유 가격은 낮아진다"며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 가격과 공급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것과 함께 가짜뉴스가 주식시장 하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미국인 3만7000명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했다. 이는 매년 평균 2만7000명에서 7만명 사이”라며 “어느 것도 폐쇄되지 않고, 삶과 경제는 상승한다"고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가짜뉴스 언론과 그들의 파트너인 민주당은 사실이 보증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코로나19 상황을 악화하기 위해 그들의 준(準) 권력 내에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밝혔다.

 

하지만 2016년 대선 승리에서부터 지난 2월 탄핵안 부결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던 이런 수법들(야당에 대한 공격, 언론 탓하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강조하거나 거짓말 하기)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CNN은 9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코로나 사태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보건당국은 국민들에게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려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이런 위기의 시기에 정부를 이끌고 나갈 그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이 심각한 위기를 잘못 처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까지 시험에 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진자 가장 많은 워싱턴주 이번주 화요일 경선....향후 경선 일정에도 촉각

한편, 오는 10일 예정된 6개주 대선 후보 경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주에 경선이 치러지는 6개주(아이다호, 미시간, 미주리, 미시시피, 노스다코타, 워싱턴) 중에 워싱턴주와 미주리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미주리는 확진자가 아직까지는 1명 밖에 없지만, 워싱턴주는 시애틀 등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주는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오기가 꺼려질 경우 우편을 통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우편의 직인이 화요일 이전에 찍힌 것이면 유효한 투표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며, 장시간 대기를 해야하는 투표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민주당 경선 참여자가 지난 2016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신규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홍기혜 특파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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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함께..." 광주와 세월호의 특별한 연대

[取중眞담] 고립을 경험한 이들이,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20.03.10 07:14l최종 업데이트 20.03.10 07:14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 앞에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주민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는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를 돕고자 병상 공유에 나섰고 전날 7명의 대구지역 확진 환자가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학교 앞에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지역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주민 펼침막이 걸려 있다. 광주는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를 돕고자 병상 공유에 나섰고 전날 7명의 대구지역 확진 환자가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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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7일 5.18묘역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노란 점퍼를 입은 이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 봉분 앞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참사 1년 후 광주를 찾은 세월호 희생자 부모들이었다.

세월호 어머니가 5.18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5.18 어머니의 흰 저고리에 노란리본 배지가 달렸다. 가슴의 노란리본을 매만지던 5.18 어머니는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나도 여러분과 함께 하겄소"라고 말했다. 곧장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세월호 어머니로부터 돌아왔다. 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간호사였던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그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십시오.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세요."
 

세월호 가족 만나 눈물훔치는 오월어머니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세월호 가족 만나 눈물훔치는 오월어머니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5월 17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하자 오월어머니집 회원인 이귀임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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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손소독제와 광주의 특별담화문

 

벽은 고립을 만든다. 아무리 투명한 유리벽이라도, 벽 이쪽에선 벽 저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없다. 자연스레 고립은 왜곡을 낳고, 왜곡은 편견을 만들며, 편견은 공포를 일으킨다. 급기야 공포는 외면으로 이어진다. 벽이 무서운 건 벽 너머를 볼 수 없어서가 아니다. 벽 너머를 외면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무지'는 벽이 걷히면 해소될 수 있지만, '무의지'는 벽이 걷힌 뒤라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을 유지시킨다.

역설적으로 고립의 경험은 벽을 허물기도 한다. 외면의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입김과 손길은 고립된 자에게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고립된 자는 누구의 고립도 원치 않으므로, 그 입김과 손길은 자연스레 전이된다. 그래서 어제의 고립이 오늘의 고립을 다독이고, 오늘의 고립이 어제의 고립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1980년 고립과 마주한 광주는 2014년 이후 고립을 경험한 세월호에게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지겹다"는 말에 숨이 턱턱 막혔던 세월호는 여전히 '빨갱이'로 내몰리는 광주를 향해 "저희도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서로는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자"고,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자"고 다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를 위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4.16연대가 모금에 나섰다.
▲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를 위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4.16연대가 모금에 나섰다.
ⓒ 4.16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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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자체 예산 500만원으로 구입한 손소독제 800개와 후원받은 물품을 대구에 전달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자체적으로 846만 원을 모금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4.16연대'에 마음을 보태, 약 4180만 원을 모았다. 두 모금액을 합친 약 5000만 원이 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모금 취지를 담은 홍보물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대구 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의 공포와 고립감 속에서 병마와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난·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앞장서온 세월호 가족과 4.16연대가 대구 주민들, 특히 장애인, 이주민 쪽방촌 어르신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난 1일 광주에선 '광주공동체 특별담화문'이 발표됐다. 전국에서 대구를 향한 응원이 쏟아진 가운데, 광주의 담화문은 더욱 특별했다. 광주광역시청 및 각 구청, 광주광역시의회,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은 물론 의료계, 시민단체, 5.18단체, 종교계, 경제계가 합심해 담화문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 전체가 마음을 모은 셈이다. 광주는 의료진을 파견하고 병상을 내어주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담화문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 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각계 대표와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대구지역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옮겨와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  1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각계 대표와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자 대구지역 확진자 가운데 경증 환자를 옮겨와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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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덕분에

광주와 세월호가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외면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 당신의 입김과 손길 덕분이었다. "5.18은 폭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당신과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쳤던 당신이 광주와 세월호를 이렇게 만들었다. 광주와 세월호가 대구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대단한 일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 우린 대구에도 그러면 된다. 외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외면을 외면하면' 되고, '고립을 고립시키면' 된다. 정부 비난을 위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이들과 결별하면 되고, 편견을 일으키는 "대구사태"와 같은 말을 배척하면 되며, 논란을 부추기는 왜곡 보도를 비판하면 된다.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의 말을 다시 빌려와 본다.

"여러분, 어떤 경우라도 아프지 말고 서로 힘을 주십시오. 밥 안 먹으면 밥 먹으라고 말해주고, 울다 지치면 울지 말고 힘내자고 말해주세요."

대구가 언젠가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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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일부터 한국에 마스크 500만장 수출한다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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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9  2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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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일부터 한국에 마스크를 수출한다고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이 9일 밝혔다.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고 있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지지하고 한국의 마스크 수급을 도와 주기 위하여” 수출한다며, “일차적으로 일반 의료용 마스크와 N95(KF94와 동급) 마스크 총 500만 장이 된다”고 알렸다. 

“앞으로 중국 측에서 계속 한국에 마스크(를) 수출할 것”이고 “이미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위와 같은 결정은 중국정부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여 내린 것인 만큼, 守望相助, 同舟共濟(같은 배 타고 함께 강 건너듯 서로 도와주며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중한 양국 간의 이웃 온정과 친구 의리를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코로나19’를 조속히 이기도록 서로에게 물자를 도와주고,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하며, 전염병 공동 방지 및 통제 협력을 전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지난 6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한국에 마스크 110만장과 의료용 방호복 1만벌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발발한 이래 한국 정부와 사회 각계는 중국의 방역에 강력한 지지와 원조를 제공했고,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9일 오전 8시 기준 중국 내 ‘코로나19’ 총 확진자는 80,735명(사망 3,119명)이다. 다만, 신규 확진자는 40명(사망 22명)으로 두 자리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그간 내수에 집중했던 중국 내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의료기구 생산 업체들이 내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면서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생산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마스크 생산국이다. 연간 세계 생산량의 50%를 점유하고, 하루 생산량은 1억개 이상이다. 일반 마스크 외에 N95 마스크 생산능력도 하루 160만개에 이른다.

토니 탄 상하이드래곤사 부사장은 “우리는 일본, 한국, 유럽 나라들과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마스크가 필요한지 그리고 향후 수출을 위한 테스트 절차를 제공할 수 있게 각국의 수입 규제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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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한장의 사진]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03/0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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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집권기간 있었던 일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선전물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7년 3월 10박근혜는 탄핵되었다.

 

박근혜 집권 기간 국정농단반민주적인 행태에 분노한 1,700만 국민들의 촛불항쟁으로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날이다.

 

국민의 힘으로 탄핵당한 박근혜가 감옥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최근에는 옥중 편지로 선거와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박근혜는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수구보수 세력의 결집을 꾀해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국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총선에서 만약 수구보수 세력이 승리를 거둔다면 그다음은 박근혜 석방 여론과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흐름을 갈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옥중 편지에 대해 수구보수 세력을 제외한 시민들과 정치권의 반응은 냉담하고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하고 있다.

 

3년 전우리 국민들은 나라의 주인이 주인답게 살기 위해 6개월간 촛불 항쟁을 벌여 박근혜를 탄핵했다국민들은 우리 사회를 참다운 민주주의 사회로 평화번영통일의 한반도로 꿈꾸며 함께 싸워왔다.

 

박근혜 탄핵 3년을 맞으며다시는 박근혜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우리 국민들은 마음을 먹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한 선전물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선전물에는 박근혜 집권 기간 있었던 일들을 그림과 글로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부정선거로 당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 ‘2015년 12월 18일 위안부 합의’, ‘2016년 11월 23일 지소미아 체결’, ‘2016년 겨울 국정농단 사태삼성 뇌물 사건

 

이 선전물에는 국민들이 박근혜의 집권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잊지 않고 4.15 총선에서 다시 한번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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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30분 선제타격을 연습했다

[개벽예감 385] 그들은 30분 선제타격을 연습했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3/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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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미그-29 전투기의 출현과 전투비행사들의 풍부한 실전경험 

2. 170mm 자행포 조준사격연습과 진봉산 갱도진지

3. 130mm 자행포와 122mm 방사포의 ‘불우박타격연습’

4. 위장막 뒤집어쓴 땅크와 보이지 않는 잠수함

5. 600mm 조종방사탄의 절묘한 비행궤적

6. 포탄 300,000발과 미사일 1,000발 퍼붓는 선제타격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라는 괴질이 퍼져 전 세계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요즈음, 조선에서는 화력타격훈련이 두 차례 연속적으로 진행되었다. 2020년 2월 28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밑에 진행된 3군합동타격훈련, 그리고 3월 2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밑에 진행된 장거리포병부대들의 방사포사격훈련이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라는 괴질이 한국군 병영으로 침투하자, 한국 국방부는 2020년 2월 26일 당시 장병 9,570여 명을 의학적 관찰대상으로 격리시켰고, 한미연합군은 2020년 3월 9일부터 시작하려고 준비해온 북침전쟁연습을 무기한 연기했다. 무기한 연기는 취소를 뜻한다. 그런데 그와 대조적으로, 조선인민군은 준비해온 두 차례 화력타격훈련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이 괴질확산으로 경상적인 군사활동마저 축소 또는 중지하는 판에, 조선인민군은 두 차례 화력타격훈련을 진행하였으니, 이를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훈련은 조선이 전 세계로 확산된 괴질재앙에서 벗어나 건재하다는 것을 내외에 시위한 것이다. 조선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걸린 환자가 없는 청정국이다.  

 

조선인민군은 두 차례 화력타격훈련을 각각 어떻게 진행하였을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는 조선인민군 전선부대, 동부지구방어부대, 해군부대, 항공군 및 반항공군부대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2020년 2월 29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 20시 보도시간에 방영된 현장사진들은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1. 미그-29 전투기의 출현과 전투비행사들의 풍부한 실전경험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현장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에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은 미그-29 전투기 2대다. 그 전투기들은 훈련현장상공에 출현하여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하였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미그-29 전투기들의 기체는 바탕을 회백색으로 칠했고, 군데군데 짙은 회색 얼룩무늬들을 넣었으며, 기체 아래쪽에는 옅은 하늘색을 칠했다. 조선인민군 항공군 및 반항공군이 운용하는 전투기들의 기체가 그처럼 새로운 문양과 색깔로 도색된 때는 2014년 10월이었다. 적기와 조우하여 근접공중전을 벌일 때, 적기의 조종사가 육안으로 미그-29 전투기를 포착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기체를 새로운 문양과 색깔로 도색한 것이다.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이 진행한 3군합동타격훈련들에는 미그-23 전투기들이 참가했었는데,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는 미그-29 전투기들이 참가하였다. 공중타격력을 한 급 높인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 20시 보도에 방영된 보도사진들 중에는 미그-29 전투기들이 원산 앞바다에 있는 타격대상 무인도를 폭격하는 장면이 들어있지 않지만, 미그-29 전투기들이 훈련현장상공을 한 바퀴 돌고 그냥 기지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실탄을 사용한 폭격훈련을 진행한 것이 분명하다.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미그-29 전투기는 미그-21 전투기와 더불어 기동성이 매우 뛰어난 기종인데, 미그-29 전투기는 미그-21 전투기에 없는 각종 전자장비를 도입하여 공중작전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사진 1>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20년 2월 28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원산 인근 바닷가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3군합동타격훈련을 지도하면서 감시소에서 사격훈련현장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감시소에 설치된 화면은 타격대상으로 정해진 무인도가 집중사격으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가장 먼저 등장한 미그-29 전투기들이 비행하는 장면이다. 지난 시기 조선인민군이 진행한 3군합동타격훈련들에는 미그-23 전투기들이 참가했었는데, 이번 3군합동타격훈련에는 미그-29 전투기들이 참가했다. 공중타격력을 한 급 높인 것이다.  


로씨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월간지 <신동아> 2001년 4월호 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1980년대 말 미그-29 전투기 22대를 보유하였는데, 1993년부터 해마다 그 전투기를 2~3대씩 면허생산하기 시작하여 1990년대 말까지 총 15대를 면허생산하였다고 한다. 면허생산이라는 것은 조선이 로씨야에서 미그-29 전투기 핵심장비들만 들여오고, 그 밖의 장비들은 자체로 생산하며,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비들을 가지고 전투기를 완성하는 생산활동이다. 미그-29 전투기를 면허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조선과 인디아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항공전문주간지 <플라잇 인터내셔널> 2008년 11월 11~17일 주간판에 따르면, 조선은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미그-29 전투기 40대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한반도 전역에서 효과적인 공중작전을 수행하려면, 미그-29 전투기를 40대 정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조선은 2008년에 이미 미그-29 전투기 4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조선이 미그-29 전투기를 면허생산하는 수량은 연간 2~3대이므로, 2008년 이후 12년이 지난 오늘 조선은 미그-29 전투기를 60~70대 정도 보유한 것으로 생각된다. 

 

공중무력을 평가할 때, 우수한 전투기만큼 중요한 요인은 숙련된 전투비행사다. 숙련된 전투비행사들이 있어야 우수한 전투기가 자기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의 숙련도는 풍부한 실전경험에서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그들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윁남전쟁에 참전하여 미국군 전투기들과 격전을 벌였고, 1966년 제3차 중동전쟁에 참전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들과 제1차 격전을 벌였으며,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 참전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들과 제2차 격전을 벌였고, 1977년 리비아-이집트전쟁 직후 리비아에 파견되어 리비아군 전투비행사들을 훈련시켰으며, 1982년부터 1985년까지 레바논전쟁에 참전하여 이스라엘군 전투기들과 제3차 격전을 벌인 바 있다.  

 

윁남전쟁, 중동전쟁, 레바논전쟁 등에서 벌어진 근접공중전 경험을 말해주는 서방측 자료들을 보면, 근접공중전에 출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뛰어난 전술로 미국 공군과 이스라엘 공군의 ‘공중우세신화’를 깨버리고 새로운 ‘전설’을 창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시기 윁남전쟁, 중동전쟁, 레바논전쟁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은 미그-19 전투기나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미국군 전투기들과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에 맞서 싸웠지만, 오늘은 그들의 실전경험을 물려받은 후배들이 미그-29 전투기의 조종간을 틀어쥐고 전투비행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2. 170mm 자행포 조준사격연습과 진봉산 갱도진지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현장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에 두 번째로 등장한 것은 170mm 자행포다. 미국 군부는 이 자행포를 ‘M1989 곡산포’라는 자의적인 명칭으로 부르지만, 2013년 6월 5일 나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장전시실을 참관할 때, 이 자행포의 공식명칭이 1983년식 170mm 자행포 ‘주체포’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 자행포의 조종인원은 9명이며, 포신길이는 15m이고, 추진탄을 사용하여 사거리를 60km로 늘였다는 사실도 알았다. 170mm 자행포의 사거리가 60km라는 것은, 이 포가 전 세계 야포들 가운데 포탄을 가장 멀리 날려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의 대외무기수출회사인 조광무역회사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광고에 따르면, 1983년식 170mm 자행포의 수출가격은 대당 630만 달러다. 

 

조선은 1973년에 170mm 자행포를 처음 개발하였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첫 번째 자국산 자행포를 1973년식 170mm 자행포라고 불렀다. 조선이 47년 전에 자행포를 자력으로 만들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사진 2> 

 

 

▲ <사진 2> 위쪽 사진은 2020년 2월 28일 원산 인근 바닷가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각종 포들이 바닷가 모래밭에 길게 늘어서 포진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이 170mm 자행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장면이다. 이 자행포의 사거리는 60km다. 개성 인근에 있는 진봉산 북사면에는 170mm 자행포들이 배치된 갱도진지가 있는데, 거기서 그 자행포를 조준사격방식으로 쏘면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을 직격할 수 있다.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의 조준사격권 안에 놓여있는 것은 한미연합군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정찰위성자료를 분석하여 1978년에 황해도 곡산군에 이 자행포가 배치된 것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 미국 군부는 1973년식 170mm 자행포를 ‘M1978 곡산포’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제멋대로 부른다. 

 

1973년식 170mm 자행포는 실전경험을 통해 자기 위력을 입증했다. 1980년 9월부터 1988년 8월까지 지속된 이란-이라크전쟁 말기에 이란혁명수비군이 그 자행포를 조선에서 수입하여 실전에서 사용하였다. 미국의 국제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6년 6월 19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1987년 초 조선은 각종 포 약 400문을 이란에 수출하였는데, 그 가운데 1973년식 170mm 자행포도 있었다고 한다. 이란혁명수비군은 조선에서 수입한 170mm 자행포를 이라크군의 야포사정권 밖에 배치해놓고, 이라크군 작전구역 종심 깊숙한 곳으로 사격하여 이라크군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당시 이라크군에게 170mm 자행포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이라크 영토인 알포우반도를 점령하였다가 이라크군의 공세에 밀려 후퇴할 때, 170mm 자행포를 가져가지 못해 그 포는 이라크군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이라크군은 자기들이 노획한 그 거포가 어느 나라에서 만든 자행포인지 몰랐지만, 자기들에게 공포를 안겨준 그 거포로 화학탄을 쏘아 이란혁명수비군을 역습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6년 6월 19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당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던 미국 육군 대령 개리 넬슨이 전선을 시찰하던 중에 이라크군이 화학탄을 쏘는 자행포를 목격하였다. 그에게는 난생 처음 보는 거포였다. 당시 이라크군에 연락장교로 파견된 미국 국방정보관 릭 프랜코나가 현장에 달려가 그 거포를 조사하여 그것이 조선에서 만든 170mm 자행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게 되어 미국 군부는 170mm 자행포의 제원과 성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 군부는 조선이 만든 1973년식 170mm 자행포의 사거리가 54km라는 사실, 그리고 그 자행포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쏘면 서울 중심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이다.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170mm 자행포를 군사분계선 이북 10km 이내 최전방지대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였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포병부대들이 바로 그 장거리포병부대들이다. 

 

개성에서 바라보면 동남쪽에 있고, 개성공업지구에서 바라보면 북쪽에 돌산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이 진봉산이다. 진봉산의 해발고는 320m 밖에 되지 않지만, 경사면의 물매가 급하고, 곳곳에 깊은 골짜기들이 있어 산세가 제법 험하다. <신동아> 2011년 2월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진봉산 북사면(북쪽 경사면)에 두께가 20cm 되는 강철차폐문이 설치된 갱도진지가 있는데, 그 갱도진지 안에 170mm 자행포들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1983년식 170mm 자행포의 사거리는 60km이고, 진봉산 갱도진지에서 주한미국대사관과 청와대까지 직선거리는 40km다. 그러므로 전시에 진봉산 갱도진지에 주둔하는 조선인민군 4군단 예하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은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을 향해 170mm 자행포를 기습적으로 조준사격할 수 있다. 사격징후가 보이지 않는 불시의 조준사격이다. 이처럼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의 무징후 조준사격권 안에 놓여있는 것은 한미연합군의 치명적 약점이다. 한국 국방부는 2015년 1월 6일에 펴낸 ‘2014 국방백서’에서 조선인민군의 170mm 자행포 기습사격이 핵심적인 위협요인으로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장거리포병부대들이 170mm 자행포를 사격한 것은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는 경우 청와대와 주한미국대사관을 무징후 조준사격으로 격파하는 사격연습을 진행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연합군에게는 매우 불길한 소식이다.

 

 

3. 130mm 자행포와 122mm 방사포의 ‘불우박타격연습’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현장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에 세 번째로 등장한 것은 130mm 자행포와 122mm 30관 방사포다. 보도사진을 보면,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130mm 자행포와 122mm 방사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았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자행포와 방사포의 일제사격연습은 적진을 초토화하는 ‘불우박타격’을 연습한 것이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170mm 자행포와 함께 참가한 130mm 자행포의 공식명칭은 1992년식 130mm 자행포다. 조선은 1974년에 130mm 자행포를 처음 만들었는데, 당시 개발한 자행포를 1974년식 130mm 자행포라고 부른다. 미국 군부는 1975년에 정찰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하여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에 그 자행포가 배치된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 자행포를 ‘M1975 자행포’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나는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장전시실을 참관할 때, 1974년식 130mm 자행포가 전시된 것을 보았는데, 자행포 앞에 놓인 해설판에 “조종 7명, 사거리 27km”라고 쓰여 있었다.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은 130mm 자행포의 사거리를 24km로 추정하지만, 내가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자행포의 사거리는 27km다. 

 

조선의 대외무기수출회사인 조광무역회사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온라인 광고에는 1992년식 130mm 자행포를 대당 540만 달러에 판매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광고를 보면, 조선이 1974년식 130mm 자행포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1992년식 130mm 자행포를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조광무역회사의 온라인 광고에 따르면, 1992년식 130mm 자행포는 화학무기공격, 생물무기공격, 방사능무기공격을 막아내는 장갑방호력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1992년식 130mm 자행포에는 자동사격장치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화생방공격을 막아내는 장갑방호력과 자동사격장치를 갖추었으니, 작전능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위쪽 사진은 2020년 2월 28일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이 130mm 자행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122mm 방사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장면이다. 1992년식 130mm 자행포는 사거리가 27km이며, 화생방공격을 막아내는 장갑방호력과 자동사격장치를 갖추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122mm 방사포는 3축6륜 포차에 탑재된 30관 방사포다. 자행포와 방사포의 일제사격연습은 적진을 초토화하는 '불우박타격'을 연습한 것이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10종의 방사포, 7종의 자행포, 12종의 견인포를 한꺼번에 사격하는 엄청난 총화력전을 벌일 것이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130mm 자행포와 함께 122mm 방사포도 참가했다. 조선은 122mm 방사포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 실전배치하였다. 2월 28일 3군합동화력타격훈련에 참가한 것은 122mm 30관 방사포인데, 그 이외에도 122mm 12관 방사포, 122mm 24관 방사포, 122mm 40관 방사포가 있다. 각이한 전투환경에 따라 작전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처럼 여러 형태로 만든 것이다. 122mm 12관 방사포는 무한궤도장갑포차에 탑재되었고, 122mm 24관 방사포와 122mm 30관 방사포는 3축6륜 포차에 각각 탑재되었고, 122mm 40관 방사포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되었다.  

 

만일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군사분계선 이북 최전방지역에 배치된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각종 자행포들과 각종 방사포들을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불우박타격’을 개시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일보> 2015년 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자료에서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이 개전 후 1시간 동안 170mm 자주포를 3,618발 사격할 수 있고, 240mm 방사포를 12,068발 사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시에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은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만 사격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10종의 방사포, 7종의 자행포, 12종의 견인포를 한꺼번에 사격하는 엄청난 총화력전을 벌일 것이다.   

 

한국의 군사전문가들 가운데 몇몇 ‘얼치기’들은 현대전의 주역은 미사일이라고 하면서, 조선인민군의 포격을 낡은 전술로 과소평가하지만,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보면, 그런 과소평가야말로 무지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국방기술품질원이 <품질경영학회지> 2019년 6월호에 발표한 연구론문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같은 실전경험을 분석한 결과, 포탄파편에 의한 살상률이 59%로 나왔는데, 치명상의 75~80%와 일반부상의 85%가 공중에서 쏟아지거나 옆에서 날아오는 포탄파편에 의한 부상이라고 한다. 무게가 1.1g 이하인 아주 작은 포탄파편이 발생할 확률은 135mm 구경 포탄을 쏘는 경우 77%로 나타났는데, 초속 530~620m의 속도로 날아오는 이 작은 파편에 의한 살상확률은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위에 서술한 연구결과를 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이 자행포, 방사포, 견인포로 총화력전을 펼치며 ‘불우박타격’을 가하는 경우 전방에 배치된 한국군 전투부대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4. 위장막 뒤집어쓴 땅크와 보이지 않는 잠수함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현장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에 네 번째로 등장한 것은 땅크다.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에 땅크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땅크들이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했을까? 내가 2020년 3월 2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글 ‘백전로장 놀라게 한 고속기동 천마군단’에서 서술한 것처럼,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남진공격의 선봉에 조선의 땅크들이 서게 될 것이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땅크들이 처음 참가한 것은 그 훈련이 조국통일대전씨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땅크들은 바닷가에 일렬로 죽 늘어서서 땅크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땅크들은 모두 위장막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위장막을 씌운 것으로 보인다. 

 

땅크에 위장막을 씌워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노출되지 않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인민군 기갑사단과 기계화사단들이 운용하는 모든 종류의 땅크들은 그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국경절 경축행진들을 통해 외부에 자기 모습이 공개되었다. 이를테면,  2001년에 개발된 중땅크 ‘천마-214’, 2003년에 개발된 중땅크 ‘천마-215’, 2004년에 개발된 중땅크 ‘천마-216’, 2009년에 개발된 중땅크 ‘선군-915’가 국경절 경축행진들을 통해 외부에 공개된 조선의 주력땅크들이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20년 2월 28일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땅크들이 위장막을 쓰고 바닷가에서 일렬로 포진하여 땅크포를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이번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각종 포들의 집중사격을 받은 원산 앞바다 무인도가 초토화되는 장면이다. 땅크에 위장막을 씌워놓은 이유는 기존 주력땅크들과 다른 최신형 땅크들이 미국의 위성감시망에 노출되지 않게 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 시기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들에는 잠수함부대가 참가하였다. 그런데 이번 3군합동타격훈련에 해군부대가 참가하였는데도 조선의 언론보도사진들에서는 잠수함부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외부에 아직 공개하지 않는 최신형 잠수함이 이번 훈련에 처음 참가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노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위에 열거한 네 종류의 주력땅크들 가운데서 어느 땅크가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하였다면, 굳이 위장막을 씌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3군합동타격훈련에 참가한 모든 땅크들에 위장막을 씌워놓았으니, 위에 열거한 네 종류의 주력땅크들과 다른 최신형 땅크들이 참가한 것일까?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은 육군부대, 해군부대, 항공군 및 반항공군부대가 참가한 군종합동훈련이었다. 조선인민군 군종 가운데 전략군과 특수작전군은 그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 군종합동훈련에 해군부대가 참가하였다는 사실은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에는 해군부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기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들에는 잠수함부대가 참가하였다. 이를테면, 2012년 3월 13일에 진행된 3군합동타격훈련, 2014년 7월 4일에 진행된 3군합동타격훈련, 2015년 1월 30일에 진행된 3군합동타격훈련에 각각 참가한 잠수함들은 표적함선 또는 타격대상 무인도를 향해 중어뢰를 발사하는 수중타격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3군합동타격훈련에도 잠수함들이 참가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보도사진에는 잠수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왜 잠수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외부에 아직 공개하지 않는 최신형 잠수함이 이번 훈련에 처음 참가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노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5. 600mm 조종방사탄의 절묘한 비행궤적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0년 3월 2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이 방사포사격훈련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은 2월 28일 3군합동타격훈련의 연장이다.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에 맨 처음 등장한 것은 한국군이 그 정체를 알지 못해 단거리발사체라고 얼버무렸던 600mm 조종방사포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020년 3월 2일 오후 12시 37분경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 북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발사체 2발이 날아가는 것을 포착했다고 하면서, 그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240km이고, 비행고도는 약 35km이며, 2발이 20초 간격으로 발사되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그 단거리발사체 2발이 어떤 발사체인지, 발사지점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튿날인 3월 3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전날 진행된 방사포사격훈련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들을 실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에 나타난 것은 600mm 조종방사포 1문과 240mm 일반방사포 4문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조선인민군이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을 진행한 지점이 원산에서 가까운 강원도 통천군 바닷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방사포사격지점이 강원도 원산에서 가까운 통천군 바닷가라면, 통천군 북쪽 흡곡면에 있는 동정호 바닷가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은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에서 600mm 조종방사포 1문을 먼저 쏜 다음, 240mm 일반방사포 4문을 나중에 쏘았다. 이 두 종류의 방사포를 혼합사격방식으로 한꺼번에 쏘지 않고, 순차적으로 쏜 까닭은 성능이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방사포를 서로 다른 사격방식으로 쏘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600mm 조종방사포 1문을 조준사격방식으로 쏘았고, 240mm 일반방사포 4문을 일제사격방식으로 쏘았다.  

 

강원도 통천군 흡곡면 바닷가에서 조준사격방식으로 쏜 600mm 조종방사탄들은 북동쪽으로 약 240km를 날아가 동해에 있는 작은 암초에 명중하였다. 600mm 조종방사탄이 약 240km 밖에 있는 작은 암초에 명중한 것은 그 조종방사포가 고도로 정밀화된 조준사격능력을 갖추었음을 또 다시 입증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600mm 조종방사포는 사거리가 400km 이상인데, 왜 하필이면 240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작은 암초를 향해 쏜 것일까? 240km의 비행거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만일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이 강원도 통천군 흡곡면 바닷가의 사격지점에서 600mm 조종방사포를 북동쪽으로 쏘지 않고 반대방향인 남서쪽으로 쏘았다면,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있는 한국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예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명중하였을 것이다. 통천군 흡곡면 바닷가에서 중앙방공통제소까지 직선거리는 약 236km다. 중앙방공통제소는 공중감시, 조기경보, 요격관제를 총괄하는 한국군의 ‘중추신경’이므로, 이 ‘중추신경’이 마비되면 한국군은 전쟁을 할 수 없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최우선 공격대상이 중앙방공통제소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20년 3월 2일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이 방사포사격훈련 중에 600mm 4관 조종방사포를 사격하는 장면이다. 이번 방사포사격훈련은 강원도 원산에서 가까운 통천군 흡곡면 바닷가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 600mm 조종방사탄은 사격지점에서 북동쪽으로 약 240km 밖에 있는 작은 암초에 명중하였다. 아래쪽 사진은 600mm 조종방사탄이 암초에 명중하는 장면이다. 정밀타격능력이 돋보인다. 전투원들이 사격한 600mm 조종방사탄 2발은 약 35km의 고도로 날아갔고, 다른 2발은 14km의 고도보다 더 낮은 초저고도로 날아갔다. 그래서 경기도 오산공군기지에 있는 한국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는 초저고도로 날아가는 600mm 조종방사탄 2발의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그 조종방사탄은 저고도수평비행능력을 가졌으므로, 한국 공군 감시레이더망이 그 비행궤적을 포착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600mm 조종방사탄이 약 35km의 고도로 날아갔다는 사실이다. 탄도미사일이 300km를 날아가는 경우 비행고도는 80km 정도인데, 240km를 날아간 600mm 조종방사탄의 비행고도가 약 35km였으니, 그 조종방사탄이 얼마나 낮게 날아갔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 경상북도 상주에 배치해놓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최저요격고도는 40km인데, 조종방사탄은 35km의 비행고도로 날아갔으니, 조선의 600mm 조종방사포 앞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한갓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또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상주기지까지 거리는 260km인데,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600mm 조종방사포의 사거리는 400km 이상이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는 600mm 조종방사포를 조준사격하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파괴할 수 있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조선인민군이 단거리발사체 2발을 쏘았다고 발표했지만, 이튿날 조선의 언론매체들에 실린 보도사진을 보면, 600mm 4관 조종방사포에 장전된 조종방사탄 4발이 모두 발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은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이 35km의 고도로 날아간 조종방사탄 2발만 포착하였고, 나머지 조종방사탄 2발은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은 조선국방과학원이 2019년 9월 10일 평안남도 개천군에서 600mm 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했을 때도, 발사된 조종방사탄 3발 중에 2발만 포착했고, 나머지 1발은 포착하지 못했었다.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9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오산공군기지에 있는 한국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는 500m의 초저고도로 날아가는 비행체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행체가 산악지대 상공이 아닌 개활지 상공에서 500m의 고도로 날아가는 경우에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산악지대 상공에서 비행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강원도 통천군 흡곡면 바닷가에서 쏜 600mm 조종방사탄이 아주 낮은 고도로 날아가면,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이 중간에서 레이더전파를 가로막기 때문에 한국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는 그 조종방사탄의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조종방사탄 2발이 얼마나 낮게 날아갔기에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이 포착하지 못한 것일까? 2019년 8월 2일 조선국방연구소가 진행한 시험사격에서 400mm 조종방사탄의 비행고도는 약 25km였는데,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은 그처럼 낮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조종방사탄을 포착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이 600mm 조종방사탄 2발의 비행궤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들이 포착하지 못한 조종방사탄 2발은 25km보다 더 낮은 고도로 날아간 것이다. 또한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은 조선인민군이 300mm 일반방사포를 저각으로 사격했을 때, 14km의 고도로 날아가는 방사포탄도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이 포착하지 못한 600mm 조종방사탄 2발은 14km보다 더 낮은 초저고도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600mm 조종방사탄의 우월한 특성 중의 하나인 저고도수평비행능력이 돋보인다는 사실이다. 2019년 8월 2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도 밑에 진행된 400mm 조종방사포 시험사격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조종방사탄은 저고도수평비행능력, 비행궤도변칙능력, 정밀타격능력을 두루 갖추었다고 한다. 400mm 조종방사탄과 마찬가지로 600mm 조종방사탄도 저고도수평비행능력을 가졌으므로, 한국 공군 중앙방공통제소가 14km 이하의 초저고도에서 수평으로 날아가는 600mm 조종방사탄의 절묘한 비행궤적을 포착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6. 포탄 300,000발과 미사일 1,000발 퍼붓는 선제타격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에 두 번째로 등장한 것은 240mm 22관 방사포 4문이다. 2013년 10월 8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자료에 따르면, 기존 24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60km인데, 신형 24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65~70km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국정원이 말한 기존 240mm 방사포는 1984년식 240mm 방사포와 1984년식 240mm 방사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 국정원이 말한 신형 240mm 방사포는 1990년식 240mm 방사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240mm 방사포는 세 종류인데, 12관 방사포, 18관 방사포, 22관 방사포가 있다.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에서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은 사거리가 65~70km인 240mm 22관 방사포 4문을 일제사격방식으로 동해 쪽으로 쏘았으므로, 240mm 방사포탄 88발이 불우박처럼 동해에 떨어진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2020년 3월 2일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 전투원들이 240mm 22관 방사포 4문을 일제사격방식으로 쏘는 장면이다. 이 방사포의 사거리는 65~70km다. 방사포탄이 그처럼 먼 곳에 떨어지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바닷가 감시소에서 관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전투원들은 고각으로 사격하여 탄착거리를 약간 줄였다. 아래쪽 사진은 240mm 방사포탄 88발이 원산 앞바다 해상에 떨어져 불기둥이 솟구치는 장면이다. 이런 사격을 계선사격이라 한다. 해상실탄사격훈련에서 개별목표사격은 지휘함을 격침시키는 것이고, 계선사격은 상륙함선집단을 격침시키는 것이다.   

 

2016년 4월 12일 조선인민군 장거리포병부대들이 진행한 해상실탄사격훈련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들은 개별목표사격과 계선사격을 각각 연습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3월 2일 방사포사격훈련에 참가한 600mm 조종방사포는 방사포탄 4발을 쏜 개별목표사격을 연습했고, 그 훈련에 함께 참가한 240mm 일반방사포는 방사포탄 88발을 쏜 계선사격을 연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상실탄사격훈련에서 개별목표사격은 지휘함을 격침시키는 것이고, 계선사격은 상륙함선집단을 격침시키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방사포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였을까? 한국 국방부는 ‘2010 국방백서’에서 조선인민군의 방사포 보유량을 5,100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보유량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나온 수치이므로, 지난 10년 동안 증가된 수량을 더해야 현재 보유량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연간 방사포 증가량은 얼마나 될까?  

 

2014년 10월 7일 한국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연간 방사포 증가량은 150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지난 10년 동안 방사포 증가량은 1,500문이고, 기존 보유량 5,100문에 증가량 1,500문을 더하면, 2020년 3월 현재 조선의 방사포 보유량은 6,600문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나온 여러 자료들을 종합하면, 조선인민군은 10종의 방사포 6,600문, 7종의 자행포 3,200문, 12종의 견인포 3,500문을 보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총 13,300문이다. 그 가운데서 전방에 주둔하는 장거리포병부대들에 배치된 포를 10,000문으로 가정하고, 1분 동안의 평균사격량을 1발이라고 가정하면, 30분 동안 300,000발을 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나온 여러 자료들을 종합하면, 조선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은 30분 동안 각종 미사일을 1,000발 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일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은 한국군과 미국군을 선제타격으로 소멸하겠노라고 공언해왔는데, 그런 공언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선제타격은 30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견되는데, 위에 서술한 것처럼, 그들의 선제타격은 포탄 300,000발과 미사일 1,000발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가는 거대한 ‘불우박타격’이다. 2020년 2월 28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3군합동타격훈련과 3월 2일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방사포사격훈련은 거대한 ‘불우박’이 쏟아지는 30분 간의 선제타격을 예시한 사격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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