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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김정은 참관

"장거리 포병부대 화력 비약적 향상...전술핵 운용 효과성 강화"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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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7 09:00
  •  
  •  수정 2022.04.17 09:36
  •  
  •  댓글 0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됐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을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발사됐다. 17일부터 시작되는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을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모습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동지께서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참관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시험발사 날짜와 장소, 무기 제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만 전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연구 부문이 우리당 제8차대회가 제시한 중핵적인 전쟁억제력 목표달성에서 연이어 쟁취하고 있는 성과들을 높이 평가"하고는 "당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열렬히 축하해주시었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과학연구 부문에서 8차당대회가 제시한 전쟁억제력 목표달성에 연이어 성과를 쟁취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과학연구 부문에서 8차당대회가 제시한 전쟁억제력 목표달성에 연이어 성과를 쟁취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를 높이평가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를 주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를 높이평가하면서 당 중앙위원회 명의의 축하를 주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앞서 북은 지난해 1월 8차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 사정권 내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 발동기(엔진)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영 △500㎞ 전방 종심까지 가능한 무인정찰기 개발 등을 국방공업발전의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당중앙의 특별한 관심속에 개발되어 온 이 신형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망적인 국방력 강화에 관한 당중앙의 구상을 밝히시면서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서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시었다"고 알렸다.

시험발사 참관에는 김정식 당 부부장과 국방성 지휘성원들, 군 대연합부대장들이 함께했다.

북 매체가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군 당국은 16일 오후 18시경 항흥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 매체가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군 당국은 16일 오후 18시경 항흥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위원장은 방위력과 핵전투무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타격 목표인 섬을 명중시키는 장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타격 목표인 섬을 명중시키는 장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한편, 한국 군 합동참모본부는 17일 문자공지를 통해 "어제(4.16) 오후 18:00시 경 북한이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발사체를 포착하였다"고 하면서 발사체 발사동향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으로 면멸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발사체 제원에 대해서는 고도 약 25km, 비행거리 약 110km,  최고속도 마하 4.0이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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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난 무조건 고통받는 사람 편…길 위에서 죽으면 보람이죠”

등록 :2022-04-16 07:29수정 :2022-04-16 09:16

[한겨레S] 커버스토리
‘봄바람 순례’ 나선 길위의 신부 문정현

12년째 강정마을 지킴이 하다가 ‘봄바람 순례단’ 끌고 북상중
독재 횡포 보며 독실한 신부에서 민주와 평화운동가로 진화
성소수자·동물권에도 마음 열어…“길 위에서 늘 배우는 덕분”
“길 위의 신부라고 불러주니 감사하죠. 앞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면 몰라도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봄바람 순례단’을 이끄는 문정현 신부가 지난 6일 오전 충남 천안시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길 위의 신부라고 불러주니 감사하죠. 앞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면 몰라도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봄바람 순례단’을 이끄는 문정현 신부가 지난 6일 오전 충남 천안시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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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부’가 다시 길에 섰다. 지난달 15일 제주 강정에서 출발한 문정현 신부(82·이하 호칭 생략)는 전국 방방곡곡의 아픈 사람과 상처받은 땅들을 찾아다니며 북상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례 ― 봄바람’이다. 2004년 ‘평화유랑단’을 이끌고 전국을 돌아봤던 이후 18년 만이다.

 

 지난 6일과 7일 충남 아산과 천안에서 ‘봄바람’을 몰고 다니는 문정현을 만났다. 그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과 만나서는 조곤조곤 대화했지만, 억압하는 자들을 향한 투쟁을 말할 때는 여든둘 나이가 무색하게 포효했다.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아산)와 한빛장애인평생교육원(천안)에서의 문정현은 따스한 봄볕이었으나, 천안터미널 앞에서 열린 충남 민주노총 문화제에서 마이크를 쥔 문정현은 천지를 울리는 한여름 우레였다.

 

봄바람 순례단은 전북 군산과 제주 강정에서 문정현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오두희, 딸기, 구중서, 오이 등 ‘평화바람’ 식구와 문정현의 동지 친구인 한경아, 한상욱 등이 고정 멤버이며, 가는 곳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길동무들이 함께하고 있다. 순례단은 오는 30일 서울에서 ‘다른 세상을 만드는 4·30 대회’를 열어 장정을 마무리한다. 그날 용산에서부터 종로 보신각까지 행진도 예정하고 있다.“강정에서 생활한 지가 12년째인데 가끔 뭍으로 나오긴 해도 오랫동안 제주에만 있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갑갑하잖아요. 맨날 패턴이 똑같으니까. 근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신음하는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전국이 아우성이거든요. 그래서 우리 한번 나가서 아픈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오자고 해서 시작한 거예요.”

 

지학순 주교 구속 계기로 운동권 신부 돼

지금까지 순례단은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반대 집회 현장,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서진이엔지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투쟁 현장, 경북 성주 소성리 사드 기지 공사장, 전북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수라갯벌, 대전 골령골 한국전쟁 집단학살지,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강원도 양양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 현장 등을 찾았다. (순례 일정과 길동무 신청 링크 bit.ly/3KLgwin)“대통령 선거와는 상관없이 선거일 훨씬 전에 순례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 지치고 힘든가 봐요.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찾아줘서 고맙다’고 반가워하면서 굉장히 큰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바로 봄바람이지 뭐.”

 

전국의 아픈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봄바람 순례단’이 지난 6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한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순례단을 이끄는 문정현 신부.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의 아픈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봄바람 순례단’이 지난 6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한 사무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순례단을 이끄는 문정현 신부.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70년대부터 ‘깡패 신부’로 유명했던 문정현은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길 위에 진을 쳤다. 2004년 1년간의 평화유랑단 생활에 이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은 평택 미군기지 반대 투쟁을 위해 싸움터인 대추리에 살았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등 5명이 숨진 용산에서도 2009년 1년 가까이 유가족들과 숙식을 함께 했다. 2011년 7월 제주 강정마을에 들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강정 해군기지 앞을 지키고 있다. 약자들 편에서 싸운 사제들은 많았어도 그처럼 수십년간 평화를 외치며 외롭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사는 신부는 없었다.

 

“무조건 나는 탄압받는 사람 편, 고통받는 사람 편에 있었죠. 그러느라 길에서 살았는데 길 위의 신부라고 불러주니 감사하죠. 앞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면 몰라도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길에서 쓰러지면 보람된 일 아니겠어요.

 

문정현은 10살 때부터 신부가 되기를 꿈꿨다. 친가와 외가 모두 대대로 독실한 가톨릭 집안 환경에서 성장한 그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4남3녀의 형제 중 수녀(문현옥)와 신부(문규현) 등 세 남매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문정현은 1966년 사제 서품을 받고 전주 전동성당에서 사목 활동을 시작했다. 신학생 시절 5·16 군사쿠데타 소식에도 별 느낌이 없었을 정도로 정치 사회적 의식이 없었다.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고, 병들고 아픈 신자들을 정성껏 돌보는 착한 신부였다. 평범한 사제가 열정적인 투사 신부로 변하기까지는 시간과 계기가 필요했다. 그가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눈뜬 것은 박정희 정권이 민주화운동을 억누르기 위해 1974년 원주의 지학순 주교를 구속했을 때였다. 이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창립에 적극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차 인혁당 조작사건 피해자의 구명운동에 앞장서는 등 ‘운동권 신부’가 됐다. 1976년 명동성당 3·1민주구국선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함세웅 신부 등과 함께 구속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정권이 감히 가톨릭 주교를 불법 연행하고 구속하다니’라는 생각에서 분노했지 특별한 정치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인혁당 가족이나 민주화운동으로 핍박받는 사람들의 억울한 얘기를 직접 들으면서 차츰 생각이 넓어졌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채택한 사목헌장(1965년) 등이 이제 피부에 와닿고,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던 거죠.”

 

제주 강정해군기자 준공식이 열린 2016년 2월 26일 해군기자 공사장 입구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간띠잇기를 하는 사이 문정현 신부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제주 강정해군기자 준공식이 열린 2016년 2월 26일 해군기자 공사장 입구에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인간띠잇기를 하는 사이 문정현 신부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경찰차와 경찰청 유리 깬 ‘깡패 신부’

영혼이 맑았던 신부가 기층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1985년 전북 장수의 장계성당에서는 소값 피해 보상 운동 등 농민들의 싸움에 동참했다. 1988년 그가 주임신부로 부임한 익산의 창인동성당은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릴 정도로 지역 노동운동의 중심이었다. 그는 생존권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을 교회의 품으로 안는 것을 넘어 그들과 하나가 돼 투쟁했다.

 

“창인동성당의 숙소 바로 아래에 익산 노동자의 집이 있었어요. 화염병을 만드느라 밤늦게까지 병이 달그락거리고, 천을 쫙쫙 찢는 소리가 다 들려요. 안 되는데 싶어서 ‘야, 화염병 만들지 마! 사람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해’라고 고함을 치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안 들어요. 다음날 경찰이 성당 인근을 쫙 둘러싸고는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노동자들을 잡아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노동자들도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싸우기 시작하고. 나는 좀 자유로우니까 경찰 뒤쪽으로 가서 최루탄 쏘는 경찰들을 잡아채고 하죠. 그러면 나를 자꾸 연행했다가 풀어놓고 해서 화가 나는데 노동자들을 막 끌고 가니까 어느새 나도 화염병을 던지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야, 화염병 더 없어?’라고 묻고 있더라고. 화염병을 만들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화염병을 왜 던지며, 그것밖에 안 만들었냐고 했으니 그런 모순이 없지. 하하.

 

군의 정보기관인 보안사가 만든 문건(1990년)에는 문정현을 이렇게 표현했다. “개인 번호 169 문정현. 전북 지역의 대표적 문제 인물. 외고집에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으로 별명은 ‘깡패 신부’. 3, 4공화국 당시 반정부 활동으로 수감.” 실제로 그는 불의와 싸우고 부당한 일에는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장계성당에 있을 때였다. 당시 경찰과 안기부(국가정보원의 전신)는 3·1절만 다가오면 그를 차에 태워 먼 곳으로 데려갔다. 한번은 경북 울진의 백암온천으로 차가 달려가고 있는데 그가 꾀를 냈다. 소변을 보겠다면서 차를 길가에 세우게 한 뒤 볼일을 보는 척하면서 돌덩이를 주워서 경찰차와 뒤따르던 안기부 차의 유리창을 깨는 등 거의 난동을 부렸다. 그들은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장계성당에 데려다줬다. 화가 난 문정현은 장계지서를 찾아가 현관 유리창을 박살낸 뒤 전주의 경찰청으로 이동해 그곳 정문 유리창도 깨고는 경찰청장실에 쳐들어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고는 가톨릭 전주교구청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 결국 열흘 뒤 경찰의 사과를 받아냈다.

 

“그때 경찰이 요주의 인물들을 차 태워서 여기저기로 끌고 갔는데 대부분은 포기하고 며칠 지내다가 돌아오곤 했지만, 나는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돌아보면 항상 직선이었지 타협은 안 했어요 나는. 아침에 차를 몰고 나설 때는 오늘은 조심하면서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지라고 항상 다짐하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그게 안 돼요. 경찰이 내 차를 둘러싸고 문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하거든. 그러면 창문으로 빠져나와서 내 차 위에 올라가서는 막 발산을 하면서 육박전을 하고 난리를 치죠. 그렇게 해서 경계를 뚫고 들어가면 현장에서 며칠이고 버티곤 했어요.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행동했죠. 하하

 

.”그는 어릴 때부터 외고집이었다. 초등학교 4~5학년 무렵 자신을 함부로 대하던 동급생 덩치 큰 아이를 참다못한 그는 어느 날 하굣길에 기다리다가 싸움을 걸었다. 당연히 두들겨 맞았지만, 그는 한달 내내 같은 장소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싸웠다. 마침내 그 아이가 잘못했다며 두 손 들었다.

 

“전혀 의식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글쎄 그런 기질이 있었던 것도 같네. 부당한 것을 보면 못 참고, 어떤 일을 하면 끝까지 가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거든요. 대추리와 용산에서도 싸움의 주체인 당사자들이 그만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마지막에 나왔지 내가 중간에 끝낸 적은 없었어요.”

 

‘봄바람 순례단’이 지난 6일 저녁 충남 천안시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거리에서 충남 민주노총 문화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봄바람 순례단’이 지난 6일 저녁 충남 천안시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거리에서 충남 민주노총 문화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동생 문규현 신부를 사지로 보낸 까닭

그러나 문정현은 치열한 삶 가운데서도 사랑과 긍휼을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장계성당에 있을 때, 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부모가 들판으로 일하러 가면서 지적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를 감나무에 묶어놓고 밥그릇을 근처에 두고 간 것을 봤다. 왈칵 눈물을 쏟은 그는 곧바로 사제관 옆의 창고를 방으로 만든 뒤 부모 허락을 얻어 그 아이를 데려왔다. 그런 아이들이 금방 13명으로 불어나서 1986년 익산에 ‘작은 자매의 집’을 열었다. 2008년 자매의 집 원장을 은퇴할 때까지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문정현에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투쟁하면서도 성당 생활에 소홀하지는 않았지. 예를 들면 병자 방문을 그렇게 많이 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아픈 사람을 방문하는 건 기본이고, 사고를 당한 신자가 있다든가 하면 수시로 쫓아가서 기도하고 그랬어요. 자매의 집 아이들과 헤어질 때는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어요.

 

1989년 대학생 임수경이 전대협 대표로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갔을 때였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방북한 것이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문정현은 천주교 신자인 임수경을 데리러 신부를 파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에 정의구현사제단은 미국에 머물고 있던 문정현의 동생 문규현을 파견했다. 문정현은 동생에게 “군사분계선을 넘다가 유엔군에게 총을 맞아 죽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판문점으로 돌아오라. 제3국으로 오는 것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동생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나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더라고요. ‘죽더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어라’라고 했지만 내가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지금도 그 생각 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러나 설령 순교를 하더라도 남북 분단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문정현의 순교자적인 정신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 모른다. 1976년 3·1민주구국선언으로 구속돼 있을 때 첫 면회를 온 어머니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우리 아들 김대건 신부 돼야 돼”라고 말했다.“감옥에서 어머니를 보는 것이 두려웠어요. 나를 만나면 오열하면서 실신할까 봐 굉장히 걱정했는데, 순교자가 되라는 뜻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참 당당하셨지, 우리 어머니.”

 

2006년 3월 6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주민 강제퇴거를 위해 학교 철망을 절단기로 자르자, 문정현 신부(왼쪽)와 인권단체 회원이 기둥을 부둥켜안고 막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6년 3월 6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분교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주민 강제퇴거를 위해 학교 철망을 절단기로 자르자, 문정현 신부(왼쪽)와 인권단체 회원이 기둥을 부둥켜안고 막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97년 군산 미군기지의 활주로 사용료 투쟁은 문정현의 삶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군산 오룡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미군이 군산기지를 이용하는 민간 항공기에 대한 사용료를 올린 데 대해 처음에는 미군의 처사가 부당하다는 생각에서 시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에 나섰지만, 차츰 미군 부대의 오·폐수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과 범죄, 자주권 침해 등 한·미의 불평등 관계와 한반도 평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깨달았다. 그는 2000년대 초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운동을 거쳐 화성 매향리 사격장 폐쇄, 부안 핵폐기장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등 평화운동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2016년 해군기지가 완공된 이후에도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면 기지 정문 앞에서 100배를 하고는 아침 먹고 미사를 드리지. 미사 끝나면 인간띠 잇기를 하고. 함께했던 사람들도 거의 다 떠났는데 왜 나는 계속 있느냐고 사람들이 물어요. 평화의 섬 제주도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죠. 강정기지는 그걸로 끝나는 게 아녜요. 군사기지로 쓰려고 하는 무안공항과 군산기지 등 서해안의 군사벨트로 연결되거든요. 강정기지도 다 끝난 게 아니라 주변 레이더 시설 등을 더 갖추려고 하고 있고요. 그러니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어야 해요. 내가 별거는 아니겠지만, 나마저 떠나면 영향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힘이 닿는 한 강정을 지키려고요.”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례-봄바람’ 일행이 지난 6일 오전 충남 천안시 ‘한빛 장애인 평생교육원’에서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다른 세상을 만나는 순례-봄바람’ 일행이 지난 6일 오전 충남 천안시 ‘한빛 장애인 평생교육원’에서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물고기 생각에 담배꽁초 안 버려

문정현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늘 진화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혐오나 반대는 아니지만 대개의 사제들처럼 외면했다.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인 <두 개의 문>을 만들었던 ‘연분홍치마’ 감독들과 친하게 지냈던 그였지만, 연분홍치마가 성소수자 영화 단체라는 것을 안 뒤에는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문정현은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지낸 김기홍씨의 사망 직후인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세상을 떠난 김기홍님이 드문드문 생각납니다. 여기저기 집회 장소에서 자주 보았지만 다가가 인사를 나눈 일이 없습니다. 왜 내가 먼저 다가가지 못했을까? 김기홍님도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제 잘못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이 사람을 죽게 하였나 봅니다. 요즘 미사 중에 이름을 호명하며 기도합니다. 용서하세요”라고 적었다. 지난 8일에는 봄바람 순례단과 함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잠들어 있는 청주의 한 추모공원을 찾았다.

 

“젠더 문제 등에서는 내 정서와 아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함께 사는 평화바람 식구들과 얘기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길 위에서 만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듣고요. 또 김기홍씨 등의 죽음을 보면서 동정심이랄까 이해심이 생긴 것 같아요.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씀도 내 가슴에 꽂혔고요. 요즘은 그런 사람들도 목자로서 품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회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루에 담배 한갑을 피울 정도로 골초인 문정현은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다 피운 다음에는 꽁초를 담뱃갑에 도로 집어넣었다. 공중도덕도 뛰어난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아는 어부가 있는데 몇년 전 그가 잡은 물고기의 배에서 담배꽁초가 나왔어요. 그 물고기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어 그때부터 절대로 꽁초를 버리지 않아요.” 문정현의 생각은 벌써 저만치 동물권에 가 있다.

 

※문정현 신부의 일화는 2010년 <한겨레>의 연재물 ‘길을 찾아서’에서 그가 회고한 내용입니다.

 

아산 천안/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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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상표'가 된 대한민국, '지식인'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 books] 러셀 저코비 <마지막 지식인>

 

"지식인들은 폭넓은 대중을 더이상 원치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거의 전부가 대학교수다. 캠퍼스가 그들의 집이고, 동료들이 그의 독자다. 논문과 전문 학술지가 그들의 미디어다."

'공공 지식인'이 퇴조했다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마지막 지식인>(Last Intellectuals)은 미국에서 1987년 처음 출간됐다. 이 책(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교유서가 펴냄))은 교양 있는 독자들과 소통하며 정력적으로 글을 쓰는 "지난"(last) 세대의 지식인들이 사라지고 초대형 대학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젊은 지식인들은 연구실로 숨어버린 현상에 대해 미국적 맥락에서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출간된지 무려 35년이 지나 이제는 '고전'이라고 할만한 이 책은 2022년 한국에서도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지적하듯이 "(저자) 저코비가 1987년도에 관찰한 지식인의 전문화/제도권화/학술화는 이제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한층 더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저자가 '황금기'로 묘사하는 독립 지식인과 독립 잡지의 전성기나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문화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지식사회는 일찌감치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또 "서울/상위권 대학의 정규직 교수 집단은 일정한 지대를 확보한 지배 블록의 일부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내각 명단 발표 등 주요 정치 이벤트마다 등장하는 '폴리페서(polifessor, 현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들을 일컫는 조어)'라는 비판은 교수가 한국 사회 지배층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전문화/고도화된 지식, 고등학생의 70%가 진학하는 높은 대학 진학률(OECD국가 중 1위), 소셜 미디어(SNS)의 활성화로 인해 변화된 소통 방식 등도 저자의 '공공 지식인'에 대한 문제 의식을 현재의 한국 사회로 옮겨올 때 고려해야할 변수들이다.  

이런 사회적 변수들은 자본주의의 고도화로 갈수록 벌어지는 경제적 격차와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정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다시 대중들의 삶을 구조화한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걸출한(?)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포퓰리즘 정치 양상은 뚜렷이 보인다.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은 소위 '보수'와 '진보'의 진영간 대결이 승패를 갈랐다. 정당간 정책적 차이는 크게 쟁점이 되지 않은 채,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묻지마 지지'를 강요하는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듯 하다. '정권 교체'라는 안티테제 이외에는 어떤 비전이나 노선도 없는 '정치 신인'이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의 자리로 이동했다. 초기 내각을 발표하는 모습에서 '권력 교체' 이외에 다른 비전은 진정 없었다는 것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대선에서 가장 쟁점이 된 이슈는 '여성가족부 폐지'인데, 이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집중하는 '문화전쟁(culture war)'에 가깝다. 두 정당의 경제·민생 영역에서 입장 차이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공공 지식인'의 존립 자체가 가능한 일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대졸'이 평균 학력이 되어버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소통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더 굳건하게 만드는 확증편향성에 익숙한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지식인을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취하고 나머지는 "가짜 뉴스"로 취급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더 나아가 현재의 한국에서 대학의 기득권화를 문제 삼는 것은 민망한 수준이다.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지식인을 배출하는 기관이 아니라 취업 등을 통해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통로, 내지는 자격증 취득 기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상 차기 대통령을 탄생시킨 사건이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조국 사태'에서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한정된 사회·경제적 자본을 나눠 갖는 처절한 쟁투에서 대학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이들을 걸러내는 자격시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합의된 인식이다.  '공정'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에 걸맞게 학생들을 선발했는 지가 최상위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되어 버렸다. 정작 대학이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지식인을 길러내는 지는 중요치 않다. 자신들의 자녀를 명문대학에 밀어넣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는 일부 기득권 계층이나, 입학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에 십수년간의 수학 과정을 모두 없었던 일로 만들어 '고졸'이 돼야 한다는 잠정 결론에 박수를 치는 비판자들 모두에게 대학은 그저 '레떼르'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이 '상표'가 되어버린 사회에서 교육과 지식의 공공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현 한국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는 '공공 지식인' 이전에 '공공 지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따져 물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 사유화된 지식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작업은 결국 깨어 있는 지식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는 35년이라는 시간과 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의 차이와 무관한 진리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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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범민련 해외동향’ 재외공관 보고받아

91년 외교문서 40만쪽 공개, ‘UN 동시가입’ 등 담겨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4.15 19:37
  •  
  •  수정 2022.04.15 22:24
  •  
  •  댓글 0

재외공관장들, 외교장관에게 범민련 동향 공문으로 보고

외교부 장관이 1990년 11월께 주일, 주미 전공관장 등에게 보낸 범민련 해외 지역본부.지부 결성현황 등 파악 지시 공문. 외교부 30년 경과 외교공문 공개자료에 포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 장관이 1990년 11월께 주일, 주미 전공관장 등에게 보낸 범민련 해외 지역본부.지부 결성현황 등 파악 지시 공문. 외교부 30년 경과 외교공문 공개자료에 포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현재까지 귀주재국 등 단체의 결성현황(지역본부 및 각지부 결성현황, 관련인사 및 참고사항등)을 종합 파악 보고바람.”(1권 0040쪽)

최호중 외교부장관은 1990년 11월께 각국 대사와 총영사들에게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와 지부 결성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에 따라 각국 대사와 총영사들은 속속 현황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주 라성(LA) 총영사는 90년 11월 26일 “남가주 범민련 결성”을 외교장관에게 공문으로 보고했고, 주 시애틀 총영사는 12월 7일 ‘범민족 연합 시애틀지부 결성대회’를 보고했다.

외교부가 30년이 경과한 1991년 전후의 외교문서 2,466권(약 40.5만여 쪽)을 15일 공개했고 이 문서 중에는 범민련 결성 과정에서 외교부가 재외공관 등과 주고받은 문서 등 2권 340여 쪽이 포함됐다.
[2019080119] 조국통일 범민족연합(범민련) 결성 및 동향, 1990-91. 전2권(V.1 1990)
[32400] 조국통일 범민족연합(범민련) 결성 및 동향, 1990-91. 전2권(V.2 1991)

외교부 장관은 지시 공문에서 “향후 동 단체의 특이동향에 관하여도 수시 보고바람”이라고 덧붙였고, 주 독(일) 대사는 1990년 12월 7일 “범민련 시위보고” 제목의 공문을 보고했다. 주 시애틀 총영사는 12월 11일 “범민련 데모”를 보고했고, 주 백림(베를린) 총영사는 12월 13일 가두시위 “첩보보고” 공문을 보냈다.(1권 0088쪽)

주미 대사가 1991년 3월 29일 외교장관에게 보낸 “반체제 시위” 제목의 공문. [자료사진 - 통일뉴스]
주미 대사가 1991년 3월 29일 외교장관에게 보낸 “반체제 시위” 제목의 공문. [자료사진 - 통일뉴스]
주일 대사가 1991년 8월 13일 외교장관에게 보낸 “범민족대회 참가자 입국규제” 제목의 공문. [자료사진 - 통일뉴스]
주일 대사가 1991년 8월 13일 외교장관에게 보낸 “범민족대회 참가자 입국규제” 제목의 공문. [자료사진 - 통일뉴스]

주미 대사는 1991년 3월 29일 장관에게 “반체제 시위”를 보고하면서 “당관은 범민련 측이 당지 교포 언론에 사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일시및 장소를 탐지하고 워싱턴 시경및 US SECRET SERVICE 에 경비를 요청,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음”이라고 내세웠다.(2권 0046쪽)

주일 대사는 1991년 8월 13일 장관에게 “당지 조총련 및 한통련측은 8.15(목) 13:00 동경소재 “진산소”(연회장)에서 1천명 규모의 범민족 대회를 개최하며... 91명의 해외교포가 동대회 참가를 위하여 이미 일본에 입국하였다 함. 이와관련 당관은 상기인들이 동 대회 이후 한국입국을 기도할 가능성에 대비, 주일지역 전공관에 동인들의 명단을 통보하고 입국사증 신청시 이를 불허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참고바람“이라고 보고했다.(2권 0199쪽)

외교부는 베를린 3자회의 등에 대해서는 남북해외 참석자 명단은 물론 토의 내용 등을 상세히 수집, 보고했고, 범민련과 관련 단체들의 각종 성명서 등이 공문에 첨부되기도 했다.

각 재외공관의 범민련 지역본부(지부) 결성과 ‘특이동향’ 보고 공문은 여러 쪽(예: 0042-0056쪽, )이 ‘공란’으로 남겨져 당시 정보기관이나 협조자(이른바 프락치)들의 정보활동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외교관계상 공개가 어려운 민감한 상황이 있거나,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은 공개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1991년도 생산 문서에 대해서는 정보 투명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다른 해에 비해서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검토를 했고 심의를 해서 공개를 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해 공개된 문서의 분량은 예년에 비해 대폭 늘었다.

정부, “범민족대회는 ‘통일전선전략’의 일환”

공개된 외교문서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범민련과 남북해외 3자연대로 추진한 범민족대회에 대해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이라며 행사 ‘불허’는 물론 적극적인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범민련과 범민족대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공문서. [자료사진 - 통일뉴스]

외교부는 이번에 공개된 「정부의 입장」에서 “개별단체들이 범민족적 대표성을 자처하고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개최하려는 정치행사에 참여하려는 것은 남북관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범민족 대회를 불허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음”이라고 확인하고 “북한의 ‘조평통’이 민간단체로 가장... 통일전선전략 차원의 정치선전 등 불순한 기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1권 0008쪽)

또한 ‘남북조선 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48.4) 등 북한의 역사적 제안들을 예시하며 “우리 사회내의 일부 재야 및 운동권을 고무‧선동함으로써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조장, 이를 반정부투쟁으로 연계시키려는 통일전선전술(대남전복전술)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낙인찍었다(2권 0195쪽).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족대교류’를 천명하면서 8.15 범민족대회 서울 개최가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정부측이 제시한 조건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이창복 회고록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삼인) 참조)

정부는 “전민련측은 사회각계 단체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했던 약속(7.24)을 스스로 어기고 각계의 참여를 거부하였으며 자신들만의 범민족대회를 고집하여 결국 성사되지 못한바 있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1권 0036쪽)

외교부 30년 경과 외교문서 공개 대상이 된 1991년 서울과 판문점, 도쿄에서 분산 개최된 범민족대회 서울대회 모습. [사진출처 - 범민련 남측본부 누리집]
외교부 30년 경과 외교문서 공개 대상이 된 1991년 서울과 판문점, 도쿄에서 분산 개최된 범민족대회 서울대회 모습. [사진출처 - 범민련 남측본부 누리집]

91년 8.15 범민족대회에 맞서 우리 정부는 같은 날 ‘통일대행진’ 행사를 별도로 추진했다. 정부는 ‘통일대행진’을 추진하면서 “우리측이 전민련, 전대협 등을 행사주체에서 배제시킨 것은 이들 재야 및 운동권 단체들이 정부타도를 외치면서 북한의 통일노선에 동조하고 있어국가안보차원에서 우리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이들의 불순행위를 묵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북한과 일부 친북분자들이 정치선전의 마당으로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1권 0197쪽)

아울러 91년 범민족대회 추진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친북‧반북 정치선전행사임이 객관적으로 입증됨”이라고 일축했다.(2권 0196쪽) 범민련 핵심관계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한 것이야말로 당시 노태우 정부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할 것이다.

구속자는 조용술 목사(70세), 이해학 목사(45세), 조성우 선생(40세), 이창복 선생(52세), 김희택 선생(40세), 홍근수 목사(53세) 등이다.(2권 0050쪽)

‘범민련’에 대해 “북한 주도하에 철저한 친북‧반한인물들로 구성되어 북한의 통일 및 대남노선을 지지‧동조하는 북한 통일전선전술의 전위조직체”라는 규정은 향후 범민련 남측본부가 95년 이래 ‘이적단체’로 낙인찍힌 전조를 보여준 셈이다.(2권 0184쪽)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목록은 외교사료관 누리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갈무리 사진 - 외교사료관 누리집]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목록은 외교사료관 누리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갈무리 사진 - 외교사료관 누리집]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실현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노태우 대통령의 유엔, 미주, 일본 등 순방,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1990년대 초 한국 인권 상황, △1967년 발효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목록은 '외교사료관 누리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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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개월차 아내는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지난달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사망한 이동우씨 유족, 서울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

22.04.15 17:29l최종 업데이트 22.04.15 18:12l
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  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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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취급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무리 하청노동자라지만 동국제강에서 일하다 죽은 건데, 정말로 누구 하나 와서 아는 척 한 번을 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무시로 일관했습니다. 그래서 서울까지 온 겁니다. 직접 가서 한 마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선 아내 권금희씨가 <오마이뉴스>를 만나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신 3개월 차인 권씨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어머니 황월순씨 등 가족들과 함께 검은색 상복을 입고 섰다. 

지난달 21일 권씨의 남편 이동우(38)씨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정크레인 보수작업을 하던 중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크게 다쳤고 병원 후송 중 사망했다. 이씨는 동국제강 하청업체 소속으로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4년째 크레인 보수 업무를 담당해왔다.

이씨는 사고 당일 천정크레인의 브레이크와 감속기 교체 작업을 하다 갑자기 천정크레인이 작동해 변을 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현장에는 동국제강 측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는 자리하지 않았다. 또 천정크레인을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기계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8년 이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사업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해 2월에도 50대 노동자가 철강 코일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났고, 앞서 1월에는 새벽 시간 식자재를 배송하는 50대 노동자가 화물용 리프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연이은 사고에 당시 동국제강은 대대적인 안전 분야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하청노동자 이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 권씨는 현재 임신 3개월 차라 거동이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동국제강 앞에 선 이유는 유족들이 느끼기에 본사인 동국제강이 고인의 목숨을 하찮게 취급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어머니 황월선씨의 말이다.

"본사에서 정말로 전화 한 번 없다가 합의서라면서 변호사 통해 종이 쪼가리 하나 보냈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다가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하고 항의라도 하니 무슨 거지 취급하듯 그렇게 하나 보내더라고요. 아들이 30대입니다. 젊은 사람이 이렇게 갔는데, 부인도 있고 뱃속에는 아기도 있는데, 가타부타 말도 없이 금액만 딱 찍혀 있는 (합의서) 하나 보내 계좌번호와 함께 사인하라는 말만 한 겁니다. 억울해서 아들을 보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 "원청으로서 책임 통감" - 유족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져야"
     
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  이동우씨의 유족들이 15일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피켓과 영정사진을 들고 섰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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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대리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13일 동국제강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사고가 일어난 포항에서 유족들이 동국제강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면서 "동국제강이 회사 변호사를 통해 합의안 초안을 보내왔지만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책임 있는 배상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기업 및 임직원에 대한 면책 중심의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동국제강은 대구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와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송구하고 애통한 심경"이라면서 "회사는 원청으로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져야 되는 입장에서 현재 철저하게 수사를 받고 있다. 당사자로서 자세한 내용을 설명드리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이날 고인의 아내 권씨는 인터뷰 말미 <오마이뉴스>에 "남편이 떠나고 정말로 일주일간은 울기만 했지만 지금은 남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신랑한테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말들이 있더라. 신랑은 살기 위해 안전벨트를 맸다. 그런데 회사에서 기계를 돌려 죽은 거다. 잘못했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남편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뉴스에서 이런 소식이 나오면 그냥 사고가 났나 보다 하고 넘어갔어요. 제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아마 그런 댓글을 올리는 분들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겠죠. 다만 하나 마음이 아팠던 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심지어 본인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함부로 말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13일 기자회견 후 유족들은 14일과 15일 동국제강 앞에서 직접 적은 피켓을 들었다. 가족들은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하고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출근길과 점심시간 전후로 항의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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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마스크 착용은 유지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집회 및 종교시설 인원 제한 등 해제
25일부터 감염병 등급 2등급으로 단계적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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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카페 등 다중 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오는 18일부터 전면 해제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방역상황이 안정되고 의료체계의 여력이 확인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과감하게 해제하고자 한다"며 이같은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또한 299명까지 허용되던 행사와 집회, 그리고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풀린다. 영화관·실내체육시설·종교시설 등 실내 다중시설에서의 음식물 섭취 금지조치도 오는 25일부터 모두 해제된다.

 

김 총리는 "2020년 11월부터 적용이 시작돼 코로나 방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사적모임 인원 제한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라며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이후 잠시 멈췄던 일상회복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실내외 마스크 착용 지침은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실내 마스크 착용은 상당기간 유지가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실외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2주 후에 방역상황을 평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오는 25일부터 1등급에서 2등급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도 발표했다. 


김 총리는 "등급이 완전히 조정되면 격리 의무도 권고로 바뀌고, 재택치료도 없어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며 "대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4주 간의 이행기를 두고 단계적으로 추진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배덕훈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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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잠식한 굼벵이 사육용 가건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절대농지까지 침범한 태양광발전소... 정부의 빗나간 신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22.04.15 05:59l최종 업데이트 22.04.15 10:00l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을 보급하는 것도 그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이 친환경이라고 해서 건설되는 모든 태양광발전소가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기자말]
큰사진보기충남 아산시 선장면 농지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시설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
▲  충남 아산시 선장면 농지에 건설된 태양광 발전시설을 바라보고 있는 농민.
ⓒ 최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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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여기는 큰 규모로 경지정리를 두 번이나 했어. 나라에서 농지를 반듯하게 정리하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자해 놨는데, 이젠 농사꾼도 아닌 사람들이 건물 지어놓고 이 좋은 땅을 다른 사업에 이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여."

충남 아산시 선장면, 드넓게 펼쳐진 농지 한가운데서 만난 주민 최영성(83)씨의 이야기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만 지어 온 농사꾼이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굼벵이 사육한다고 거짓말로 창고 지어놓고 태양광 사업을 하는 거여. 저쪽에는 양봉을 한다고 거짓말로 건물 짓고 태양광 시설을 지붕에 설치했어. 저 건물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끔 사람이 한 번씩 다녀가는데, 더 이상 저런 게 안 생기게 기자 양반이 좀 도와줘. 아산시 공무원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콧방귀도 안 뀌어." 식량을 생산하던 논과 밭이 태양광 시설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계속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 '절대농지'라고 불리던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 할 수 있도록 관할 관청이 계속 허가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한 농지 훼손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는 게 지역 농민들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농지에 편법으로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는 현실을 정부에서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에는 11만120개의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전북과 전남이 각각 2만5222개와 1만 6548개로 가장 많고, 충남에는 1만5054개가 있다. 태양광 시설의 약 52%가 우리나라의 곡창지대인 전남·전북과 충남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의 수익구조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  전국 태양광발전소 현황.
ⓒ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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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직접 파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로부터 이른바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을 기준으로 전력을 구매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SMP의 평균가격은 킬로와트(kw) 당 142.81원이다. 두 번째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인증서, 즉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파는 방법이 있다.

이처럼 태양광 사업자는 SMP에 따라 전기를 팔거나 REC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약 215제곱미터(㎡, 65평)의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일조량이 연중 가장 적은 12월에도 수익이 월 150만원 이상이다.

정부는 건물 위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하는 경우 REC 가중치를 1.5배 더 준다. 건물 태양광의 REC에 가중치를 주는 이유는 축사나 공장 등 기존 건축물의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별도의 토지에 태양광 시설을 짓지 않고 기존 건축물 지붕을 이용함으로써 국토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는 시장에서 왜곡되고 있다. 건물 위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곳곳의 농지와 산지에 태양광을 목적으로 한 건축물을 새로 지어 수익을 얻고 있다. 14개 시군에서 건물 태양광 발전을 하는 곳이 4537개인 전북의 경우를 보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해에 준공된 태양광발전소의 현황을 검토한 결과, 태양광 사업 개시일과 건축물 사용승인일의 간격이 3개월 이내인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을 신축한 뒤에 곧바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는 말이다. 기존 건축물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게 하려는 정부 의도와 다르게 사실상 태양광 발전을 목적으로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농업진흥구역인 논을 뒤덮은 검정색 건물들
 
드론으로 촬영한 충남 아산시 선장면의 드넓은 들판. 곳곳에 이른바 ‘건물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  드론으로 촬영한 충남 아산시 선장면의 드넓은 들판. 곳곳에 이른바 ‘건물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 최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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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충남 아산시 선장면은 1970년대 삽교호 완공 후 대규모 경지정리 작업이 이뤄졌다. 선장면과 도고면의 드넓은 들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간척지이자 우량농지였다. 가을이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곳이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곳곳에 검은색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나화만(77)씨는 태어나서 평생 농사만 지어온 농사꾼이다. 그는 "나이 들고 농사도 힘들어지는데 객지에서 사람이 와서 평당 7만~8만원인 논을 10만원씩 준다고 하니까 농사꾼들이 땅을 팔아버려"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논에 태양광 하는 걸 우리도 반대했는데 아산시 공무원들이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내주는 거 아니겠어"라고 반문했다.

이 지역에 땅을 산 업자는 굼벵이를 키운다며 조립식 가건물을 짓고 동시에 태양광 발전 시설도 설치했다. 업자들이 굼벵이를 키우거나 양봉을 한다며 건물을 신축하지만 실제로는 태양광 발전만 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주민 이강학(83)씨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가리키며 "저기 멀리 보이는 건물은 주민들이 현수막도 붙이고 반대를 심하게 했는데 법적으로 어쩔 수 없더라고. 기자 양반이 농민들 좀 살게 해줘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민들은 곳곳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농업용 드론으로 병해충 항공방제를 하는 것도 방해받고, 농번기에는 밤낮없이 농지를 돌봐야 하는데 어두울 때 가로등도 없는 음산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나가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태양광 발전 최적의 부지가 된 바둑판 농지
 
농민들이 얘기하는 실제 굼벵이를 키우던 비닐하우스. 주민 이강학씨는 "저기 보이는 검정색 하우스가 진짜 굼벵이 농사를 짓던 곳인데 예전에 굼벵이 시세가 좋을 때 했다가 지금은 안 해"라고 말했다.
▲  농민들이 얘기하는 실제 굼벵이를 키우던 비닐하우스. 주민 이강학씨는 "저기 보이는 검정색 하우스가 진짜 굼벵이 농사를 짓던 곳인데 예전에 굼벵이 시세가 좋을 때 했다가 지금은 안 해"라고 말했다.
ⓒ 최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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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목적으로 건립된 것으로 의심되는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  충남 아산시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목적으로 건립된 것으로 의심되는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 최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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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경지정리로 바둑판처럼 반듯한 들판에는 햇볕이 잘 들고, 농기계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농로가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업자들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만들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농사를 짓던 주민들 대부분 나이가 많아, 팔 걷고 반대에 나서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황금들판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위한 편법적인 건축물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들판에 지어진 이런 건축물 주변에는 공통적으로 연두색 철제 담장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고 주인이 언제 다녀갔는지 확인하지 않은 우편물이 꽂혀 있다.

아산시 선장면 일대에서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된 건축물들의 용도는 대부분 곤충사육사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니 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곤충을 사육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업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경지정리를 해서 도로개설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농지에 편법으로 건물을 신축해, 정부 장려금 취득 등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들 업자들은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선장면 일대의 건물 위 태양광발전소의 토지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살펴보니, 아산시에서 굼벵이사육사로 건축물 허가를 받아서 실제로는 태양광 발전시설만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충북 옥천군에서도 대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었다. 옥천군에서는 최초 곤충사육사로 허가를 받고 건축물을 지은 뒤에 지난해 6월에는 버섯재배사로 용도를 변경했다.
 
충남·충북 농지에 곤충사육사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등기부등본.
▲  충남·충북 농지에 곤충사육사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등기부등본.
ⓒ 최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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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충북 농지에 곤충사육사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건축물대장. 건축물 신축 6개월 후 법인을 설립했다.
▲  충남·충북 농지에 곤충사육사 용도로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 지붕에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인 법인의 건축물대장. 건축물 신축 6개월 후 법인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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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교묘히 움직이는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충남 아산시 관계자는 "농업진흥구역 내 곤충사육시설은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물 신축이 가능하다"라며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물 점검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면 곤충사육사에 곤충은 없지만 시설물은 있기 때문에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게 관계 당국의 이야기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이러한 허점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 폭등 사태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 커진다. 하지만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고 해서 농지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발전시설의 확장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게 지역 농민들의 생각이다. 

특히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 식량 자급률은 각각 20.2%, 45.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단비뉴스 홈페이지(http://www.danbinews.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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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민중정치 시대의 서막을 연 김일성 주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4/15 10:06
  • 수정일
    2022/04/15 10:0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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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2.04.15 08:36
  •  
  •  댓글 0
 
 
 

[연재] 지금 평양에선

2022년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을 맞는 날이다. 북에서는 이날을 태양절로 명명하고 최대의 명절로 경축한다. 김일성 주석이 이룩한 업적을 정치, 경제, 군사 분야로 나누어 그 일부분을 소개한다. [편집자]

(1) 정치이념-이민위천
(2) 경제건설-자력갱생
(3) 국방강화-군민일치

김일성 주석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문화, 역사와 사상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펼쳐, 우리 민족의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의 발전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이민위천(以民爲天)’ 이념이 그의 사상과 철학, 정치실천의 출발점으로 되었다.

이민위천 이념

이와 관련해 하나의 일화가 전해져 왔다. 항일무장투쟁 시기 천도교 박인진 도정과 만났을 때, 박인진 도정이 김주석에게 “우리가 ‘한울님’을 숭상하듯이 장군님께서도 숭상하는 대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때 김일성 주석은 다음과 같은 요지로 답했다고 한다.

… 물론 나에게도 신처럼 숭상하는 대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민(민중)이다, 나는 인민을 하늘처럼 여겨왔고 인민을 하느님처럼 섬겨오고 있다, 나의 하느님은 다름 아닌 인민이다, 세상에 인민대중처럼 전지전능하고 위력한 힘을 가진 존재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민위천’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

이민위천은 김일성 정치의 출발이었고, 일생 동안 견지한 정치방식이었다. 이민위천은 인민을 하늘과 같이 여긴다는 것이다. 인민을 하늘과 같이 여긴다는 말 속에 담긴 뜻은 매우 심오하다. 여기에는 인민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 가장 힘 있는 존재, 가장 지혜롭고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인민을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인민을 무한히 아끼고 사랑하며 인민을 절대적으로 믿고 인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인민 사랑의 정치이념이다. 인민을 가장 힘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정치활동 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에 의거해서 풀어나가려는 인민 중시 정치를 낳았다. 정치의 목적도 인민이며, 정치의 주체도 인민이다. 무릇 올바른 정치란 인민의 자주적 요구와 이익을 절대시하고, 이를 달성하는 것을 정치의 목적으로 내세우며, 이것을 달성하는 힘도 인민에게서 찾고, 인민의 힘을 조직 발동해서 풀어나가는 정치, 이것이 바로 인민 중시 정치 즉 인민 주체 정치이다. 인민을 가장 지혜롭고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모든 문제의 해답을 인민대중 속에서 찾는다는 말이다. 인민대중속으로! 이것이 정치의 출발이며 시종일관한 방법으로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는 항상 인민행 열차를 타야 한다고 본다.

인민정권 건설 노선

김일성식 정치의 기본 골격은 1930년 6월 30일 카륜 회의에서 제시되었다. 이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주체적인 관점과 입장을 천명하였다.

《혁명을 승리에로 이끌기 위하여서는 인민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을 조직 동원하여야 하며 혁명에서 나서는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책임지고 자기의 실정에 맞게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조선 혁명의 주인은 조선 인민이며 조선 혁명은 어디까지나 조선 인민 자체의 힘으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수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성격분석에 기초해 우리나라 혁명을 반제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으로 규정하고, 일제의 타도와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당면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기초해 ▲항일무장투쟁노선 ▲민족통일전선 건설노선 ▲인민정권 건설노선 ▲주체적 당 창건 노선을 전략전술적 방침으로 제기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인민정권 건설 노선이다. 당시 세계적으로 사회주의운동 진영에서는 소비에트 건설 노선이 확고부동한 대세로 자리 잡고 있었다. 소비에트 건설 노선을 부정하는 것은 곧 소련 혁명을 부정하는 것이고, 소련을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것으로 지탄받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러한 형세에서 소비에트 정권 건설 노선을 반대하고 인민정권 건설 방침을 제시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 말 할 수 있다. 양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를 확인하려면 다음에 소개하는 연설내용을 살펴보면 된다.

오늘 우리가 세우는 인민혁명정부는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노농동맹에 기초하고 광범한 반일대중의 통일전선에 의거하는 참다운 인민의 정권입니다. 인민혁명정부는 어느 임금이 다스리는 정권이 아니라 인민이 정권의 주인으로서 인민 자신이 관리 운영하는 정권입니다. 이 정부는 지주나 자본가나 어느 개인의 이익을 위한 정권이 아니라 인민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조국의 독립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의 정권입니다. 이 정권은 농민들에게 땅을 주고 여자들에게 남자와 꼭같은 권리를 주며 누구나 배우고 일하며 누구나 다 잘살 수 있게 하는 정권입니다.

인민혁명정부는 극소수 착취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뿐아니라 노동자, 농민, 병사 대중의 이익만을 대표하는 쏘비에트 정권과도 구별됩니다. 인민혁명정부는 노동자, 농민, 병사 대중은 물론, 청년학생, 지식인, 양심적인 자본가, 종교인을 비롯한 광범한 반일역량을 망라하고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가장 인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새 형의 정권입니다.

-가야허유격구 사수평에서 진행된 왕청 제5구인민혁명정부를 수립하는 집회에서 한 연설 (김일성, 1933년 3월 18일)

그때까지 이 지구상에는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부르주아 정권,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소비에트 정권 두 가지 형태의 정권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의 정권도 아니고, 자본가계급의 정권 아닌 인민대중의 이익을 옹호하는 인민정권 건설 노선이 새롭게 나오게 되었다. 김일성 주석은 인민정권을 인민이 정권의 주인으로 되는 정권이며, 인민 자신이 관리 운영하는 정권으로 규정했다. 이것은 정치의 목적이 인민의 자주적 요구와 이익을 옹호 실현하는 데 두어져야 할 뿐 아니라, 정치방식 역시 인민 자신이 직접 관리 운영하는 직접 정치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낡은 정치방식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방식을 창조해 내야 한다고 봤다.

정치방식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

김일성 주석은 정치방식 문제를 필생의 화두로 삼고, 인민적 정치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인민정권 건설 노선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해 나갔으며,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민중 주체의 정치방식을 창조해 냈을 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자 대중이 기업 경영의 주인으로 되는 ‘대안의 사업체계’도 찾아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화두는 어떻게 하면 인민대중이 정치의 참된 주인으로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있었다. 인민이 직접 관리 운영하는 정치, 이것이 김일성주석이 추구했던 정치방식이었다.


인민이 직접 관리 운영하는 정치, 이것을 말로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무척 어렵다.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가 몰락한 데에도 이 문제 해결의 실패가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민대중 자신이 직접 관리 운영하는 직접정치 방식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와 신뢰가 무너지고, 관료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권력의 대중적 토대가 약화된다. 그렇게 되면 조그마한 외풍에도 무너지고 마는 허약한 정권으로 되고 만다. 김일성주석은 일찍부터 이를 간파하고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튼튼히 구축하는 문제를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봤다. 그리고 그 방도로서 인민적 정치방식을 창조해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북 사회주의 제도가 수많은 난관과 외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권과 대중의 혼연일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고, 그것은 인민대중 자신이 관리 운영하는 정치방식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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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된 한동훈 평가 “갈등 씨앗” “소통령” “마이웨이”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4.15 07:43
  •  
  •  수정 2022.04.15 09:22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 자녀 편입 의혹 커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으로 검찰이 정쟁의 중심에 올랐다. 15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보도에선 “칼(수사지휘권)이 아니라 펜(법무행정)을 쥐여줬다”는 윤 당선자 측 설명과 달리, 실질적인 권한을 쥐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신문은 윤석열 당선자의 인사 방식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 우려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갈등의 씨앗”이라 칭했다. ‘법·검 탈정치화와 거리…한동훈은 통합 아닌 ‘갈등의 씨앗’’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 내정자 지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사태’ 와중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지명한 일에 빗대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상대방의 ‘장군(검수완박)’에 ‘멍군(한 내정자 지명)’으로 응수하는 것을 택했다. 현 여권과의 감정싸움이나 고초를 겪은 한 내정자에 대한 부채의식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그 대가로 법무·검찰은 정치적 갈등의 한복판에 또다시 끌려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에 ‘사실상 민정수석·검찰총장 역할까지 ‘소통령 한동훈’ 예고’ 기사를 배치했다. 기사는 “검찰에서는 이명박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경한 장관 전례를 꺼낸다. 김 장관은 청와대 신임을 등에 업고 검찰 인사에서부터 수사까지 진두지휘하는 듯한 실세 장관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 ‘김경한 검찰총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은 퇴임하며 김 장관으로부터 비공식적 수사지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했다.

▲4월1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4월1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한동훈 지명자의 권한과 관련해선 세계일보 기사(법무부 장관에 상설특검 발동권 ‘검수완박’ 돼도 대장동 수사 가능)도 “법무장관이 독자적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어 사실상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은 유지되고, 폐지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능까지 흡수하게 되면 법무장관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했다. 한국일보도 ‘‘수사의 檢’ 뺏겨도…한동훈에 ‘특검 쌍칼’ 쥐어준 尹당선인’이란 제목을 썼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번 인선을 앞둔 뒷얘기를 다뤘다. 동아일보 기사(尹, 인선 초기 장제원에 “한동훈 법무 어떻겠나… 한번 만나보라”)는 지난달 말 윤 당선자가 장제원 비서실장에게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검사장은) 어떻겠냐’며 의중을 밝혔다면서 “장 실장은 윤 당선인의 지시로 최근 한 후보자와 2시간가량 조찬을 한 뒤 주변에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당선자 측근도 몰랐던 인사라며 “윤 당선인이 진짜 터놓고 조언을 구하는 그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당내 목소리가 전해지기도 했다. 중앙일보 기사(중앙일보 권성동도 몰랐던 한동훈 낙점…장제원 “맡겨달라 하더라”)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사전에 한 검사장 지명을 몰랐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4월15일  중앙일보 기사
▲4월15일 중앙일보 기사

국민일보의 경우 이번 인사를 두고 ‘마이웨이’라며 불만을 표하는 당내 목소리를 전했다. 관련 기사(적재적소 인선이라지만…국힘 내부 ‘尹 마이웨이’ 우려 증폭)가 전한 익명의 국민의힘 인사들 발언은 “철저하게 인사 검증을 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가 실망감과 걱정으로 바뀌었다” “윤 당선인이 아직 여의도 정치를 모르는 것 같다” “도무지 이해가 힘든 인사...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지명할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등이다.

한편 검찰이 ‘윤석열 사단’으로 재편될 거란 전망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일보 기사(‘尹사단’ 檢요직 장악하나…6월 역대급 물갈이 전망)는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선 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면 이르면 6월 역대급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벌써부터 인사와 예산을 짜는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 특정인이 거론되며 윤석열 라인이 포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 당선인을 보좌하는 차장검사와 특수부장(현 반부패강력수사부) 자리는 대부분 '윤석열 라인'으로 채워졌고,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영전하자 그들이 대검이나 법무부 요직으로 고스란히 이동했다”며 “당시 윤 당선인의 노골적인 '내 사람 챙기기'는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조직 편가르기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 사례로 기억된다”는 전례를 전했다.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 자녀에 ‘아빠병원 특혜’ 논란 증폭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 자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정 후보자 자녀는 그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 및 원장이던 시점에 경북대 의대로 편입했다. 딸은 2017년 학사 편입, 아들은 이듬해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편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빠 특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복지장관 후보자 자녀 ‘아빠 찬스’ 의혹, 수사 대상 아닌가)은 “의대 편입은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후 의전원을 준비하던 학부 졸업생들을 위해 2017년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제도다. 정 후보자의 자녀는 아버지가 부원장인 대학병원에서 봉사활동 스펙을 쌓아 그 대학 의대에 들어갔으니 누가 봐도 ‘아빠 찬스’를 썼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능력 위주의 조각을 강조하지만 의료계에서도 정 후보자 인사 소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4월15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4월15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여러 신문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를 거론했다. 서울신문 사설(정호영 후보자 ‘아빠 찬스’, 조국 판박이 아닌가)은 “이번 특혜 의혹은 전 국민을 공분케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 사례와 닮았다. 조씨는 부산대의전원 전형에 제출한 자료에 기록된 스펙이 대부분 허위로 판명돼 입학이 취소됐고, 의사 자격 박탈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 후보자에 대해서도 조민씨와 같은 잣대로 빈틈없는 검증이 요구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조국 떠올리게 하는 정호영 후보자 자녀 문제)은 “‘논문 저자’ 문제까지 더해지면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를 떠올리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지 않아도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오랜 친구라는 것 외에 장관으로서 특별한 경력이 무엇이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인이다. 당선인 측과 정 후보자는 철저하고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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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유로를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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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04/15 09:38
  • 수정일
    2022/04/15 09:3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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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각] 유럽의 대미 군사적 예속이 경제적 자해를 초래

 

영국의 좌파 지식인 타리크 알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전쟁 약 3개월 전인 지난 해 11월, 독일 해군 참모총장 아킴 쇤바흐 제독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군사 세미나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독일 정부에 의해 즉각 해직됐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푸틴에게 약간의 존중만 표시하면 된다! 여기엔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다. 푸틴이 원하고 있고, 또 당연히 받아야 할 존중을 표시하는 건 별 대단한 일도 아니다. 러시아는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며 중요한 나라다. 인도도 독일도 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다.'

그의 해직 후 독일의 존경받는 군인이자 나토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하랄트 쿠야트 장군은 한 TV 인터뷰에서 '내가 아직 현직에 있었다면 쇤바흐 제독의 발언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그의 해직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현 상황과 관련해 양식 있는 결과, 즉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고려하면서 러시아와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발언은 온라인에서 곧 삭제됐다고 한다. (<뉴 레프트 리뷰> 2월 16일 뉴스레터 'News from Natoland') 

이 에피소드가 의미하는 것은 나토를 통해 미국에 군사적으로 예속된 유럽이, 내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독자적 대외정책을 추구하지 못하면서 스스로의 경제적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할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 및 경제 관계 단절에 끌려들어갔다는 점이다. 1985년 미국의 강요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를 일거에 두 배 상승시켰다가(플라자 합의) 5년 후 거품 붕괴로 경제적 활력을 상실한 일본의 사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앞으로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단절한 유럽이 가스, 무기, 식량 등의 조달을 미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국제 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유로 가치가 하락하는 등 커다란 경제적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이러한 허드슨 교수의 미래 세계 경제 예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을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그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늘리면서 전쟁의 장기화, 나아가 푸틴 정권의 교체나 러시아 자체의 붕괴까지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문('The Dollar Devours the Euro')은 미국의 진보 매체 <카운터펀치> 4월 8일자에 실려 있다. 편집자

▲아킴 쇤바흐 제독의 사임 소식을 전하고 있는 독일 언론 <데어타게슈피겔> 

신냉전의 격화는 이미 1년 전부터 계획됐음이 분명해졌다. 미국이 계획한 전략 목표 중 하나는 노르트 스트림2의 개통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유럽(나토)과 중국 및 러시아와의 상호 교역 및 투자를 통한 번영의 추구를 봉쇄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국가안보 보고서들이 선언했듯이, 오늘날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다. 중국이 제조업 생산을 도맡은 덕분에 탈산업화된 미국 경제의 임금 수준을 낮추는 데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성장은 미국에게 궁극의 공포(Ultimate Terror), 즉 사회주의적 번영을 의미한다. 사회주의적 산업화는 언제나 지대 추구 경제(rentier economy)의 최대의 적이었다. 그런데 세계는 1차 대전 이후, 특히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1980년대 이후는 지대 추구 경제가 장악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두 개의 경제 시스템, 즉 사회주의적 산업화와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가 대결을 벌이게 된 것이다. 

중국을 겨냥한 신냉전은 앞으로 오랜 기간 계속될 3차 대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잠재적 경제적 동맹 세력, 특히 러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아시아 등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분리 및 고립 작전을 시행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혔다. 러시아를 중국 및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이다. 러시아와 나토의 교역을 막기 위해 일련의 가혹한-희망컨대 치명적인-제재 계획들이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정학적 대격변을 촉발시킬 수 있는 '교전 이유(casus belli)'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쉬운 일이었다. 신냉전의 격화는 중동지역이나 동아프리카에서 시작될 수도 있었다. 예컨대 미국의 이라크 석유 자원 탈취 시도나 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될 수도 있었고, 동아프리카 지역의 쿠데타 계획이나 색깔혁명, 또는 정권 교체 시도에서 시작될 수도 있었다. 지난 1,2년간 미국의 아프리카 군 병력은 급속하게 강화됐다. 그러나 2014년 마이단 쿠데타 이후 미국의 지원 아래 8년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었던 우크라이나가 최적의 후보지로 꼽혔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최초의 커다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전쟁이 벌어졌고, 전쟁은 미국 주도 러시아 제재의 빌미가 됐으며, 유럽은 미국의 방침을 충실히 따라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그리고 곡물의 구매를 중단했다. 유럽은 향후 이것들을 미국에서 구매할 것이다. 미국산 무기와 함께. 

달러 대비 유로 가치의 하락 

그렇다면 앞으로 서유럽의 경상수지와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이번 전쟁과 경제 제재 이전, 유럽의 교역 및 투자는 독일, 프랑스 등 나토 국가들과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상호 번영의 증대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다. 러시아는 유럽에 싼 가격의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있었고, 특히 노르트 스트림2의 완공은 에너지 공급의 획기적 증대를 이룰 것이 분명했다.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제조업 수출과 자본 투자를(예컨대 독일 자동차 공장의 러시아 진출 등) 통해 러시아 경제를 발전시키는 한편 에너지 수입을 위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상호 교역과 투자는 이제 중단됐고, 앞으로 오랜 기간 재개되지 않을 것이다. 나토가 러시아의 유로 및 파운드 표시 외환준비금을 압수한 데다, 미국 선동매체의 영향으로 지금 유럽에는 러시아혐오(Russophobia)가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토는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살 것이다. 그런데 LNG 운반을 위한 항만 시설을 건설하려면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며 2024년 말이나 돼야 건설이 끝날 것이다. 에너지 부족은 세계적으로 석유와 가스 가격을 크게 올릴 것이다. 나토 국가들은 또한 미국산 무기 구매를 한층 늘릴 것이다. 무기 구매 경쟁이 벌어지면서 무기 가격 역시 오를 것이다. 식량 가격 또한 오를 것이다. 전쟁 여파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중단한 데다, 가스 부족으로 비료 생산마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무기, 식량 확보에서 유럽은 불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의 수출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유로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며 미국과의 국제 수지 적자 폭도 커질 것이다. 유럽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미 국 내에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세계적으로도 자유무역이 죽어가는 지금, 유럽은 미국에 무엇을 팔아 국제 수지와 유로 가치를 방어할 수 있을까? 대답은 '별로 없다'이다. 그럼 유럽은 무엇을 해야 하나? 

나에겐 하나의 복안이 있다. 그냥 유로를 포기하고 달러를 공용 화폐로 쓰는 것이다. 이제 유럽은 정치적 독립을 사실상 포기했고 파나마, 라이베리아와 거의 비슷하게 보인다. 자신의 통화를 발행하지 않고 달러를 공용 화폐로 사용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외 금융 센터로 활용되는 '국가 아닌 국가' 말이다. 재정 적자가 GDP의 3%를 넘지 않는 선에서 통화(유로) 발행을 할 수 있는 유로존 국가들은 무한정 달러 발행이 가능한 미국에 적수가 되지 않는다. 즉 미국과의 금융전쟁은 불가능하며, 유로를 달러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다. 에콰도르, 소말리아와 같은 달러화 사용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방법만이 유럽과의 교역에서 유로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대안은 미국과의 국제 수지 적자를 그냥 감수하는 것이다. 그 경우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며, 금리는 오르고 투자는 위축돼 유럽의 더욱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즉 유로존은 경제적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적어도 극단적 수단을 통해 유럽에 대해서만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유럽대륙은 푸에르토리코의 확대판이 되는 셈이다.(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에 합병됐으나 아직 참정권이 없다. 즉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다) 

ⓒ연합뉴스

달러 대 남반구 국가들의 통화 

우크라이나전쟁에 의해 촉발된 3차 대전은 앞으로 적어도 10년 내지 20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전쟁을 전 세계에 걸친 신자유주의 대 사회주의 간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유럽에 대한 경제적 정복과는 별도로 미국 전략가들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유럽에서와 비슷한 분리, 고립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식량 및 석유 부족 국가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동시에 달러화 표시 외채 상환 부담도 가중시킬 것이다. 자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 특히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굶든가, 석유 및 전력 사용을 줄이든가, 달러를 빌리든가(현 국제 무역체계에서 물자를 구입하려면 달러가 필요하므로)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국제 수지 적자 국가들을 돕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신규 특별인출권(SDR)을 발행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신용 공여에는 언제나 조건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IMF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에는 제재를 부과해 왔다. 현재 미국의 최우선 요구는 중국, 러시아와는 교역도 하지 말고 이들이 추구하는 별도의 통화동맹에도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마 미국 관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가 적이라고 선언한 러시아, 중국 및 여타 국가들에게 쓸 게 뻔한데, 우리가 왜 SDR이나 달러 차관을 제공해야 하는가?" 

최소한 이것이 미국의 계획이다. 조만간 아프리카 어느 나라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된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와 용병들이 넘쳐나며, 이들은 미국의 하수인으로서 러시아의 곡물과 에너지로 자립적 경제를 이루려는 국가들, 나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하려는 국가들을 상대로 대리전을 펼칠 것이다. 즉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신자유주의적 지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불타오르고 있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과 함께 자국산 석유와 식량 수출, 그리고 무기 수출의 무기화를 준비해 왔으며 이제 각 나라들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럽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스 노동조합은 이미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반유럽연합, 반미 성향의 헝가리 총리 빅토 오르반은 최근 4선에 성공한 뒤 러시아산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것인가?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가? 

미국에게 선택을 강요당하고 고통을 겪으면서 남반구 국가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현재 이들에게 닥친 식량 및 에너지 부족 및 가격 폭등은 단순히 강대국 간 갈등에 따른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은 세계를 두 개의 경제 진영으로 분열시켜 상대편을 파멸시키려 한다. 인도는 이미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인도 경제는 러시아 및 중국 경제와 자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이야말로 지금 펼쳐지고 있는 3차 대전이 진정한 경제 체제 간의 대결임을 말해준다. 어느 편을 택할 것인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통합인가, 아니면 미국의 간섭에 따라 그저 미국의 대외정책을 추종하다 재앙을 맞을 것인가? (2014년 마이단 쿠데타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 빅토리아 눌란드는 우크라이나 민주화에 5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자랑했으나 그 결과는 내전과 러시아의 침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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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반대 노래로 포문을 연 민족위의 ‘전쟁반대 매일 행동’

하기연 통신원 | 기사입력 2022/04/1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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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위가 전쟁반대! 평화수호! 한미연합군사훈련중단! 매일 행동을 13일부터 시작했다 첫날은 '노래로 외치는 전쟁반대'로 진행했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 가수가 행동전에 나섰다.   © 하기연 통신원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가 전쟁반대! 평화수호! 한미연합군사훈련중단! 매일 행동을 시작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 12일 다음 날인 13일부터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미대사관 앞에서 매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미 당국은 3월 12일부터 나흘간 한반도의 전시상황을 가정한 본훈련의 사전 연습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18일부터 28일까지 본훈련에 해당하는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 일정을 결정하고 12일부터 훈련에 돌입하였다. 실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위해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10만t급)가 12일 동해 공해상에 진입했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 발발하여도 하나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민족위는 한반도의 상황을 긴급하게 보고 우크라이나에서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국민과 함께 벌이기로 하였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7가지 이유 연설, 노래로 외치는 전쟁반대, 춤으로 외치는 평화, 미국에 고한다! 영어 1인 연설, 보이는 라디오 현장방송 평화수다, 격파대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웅변대회, 한미연합군사훈련 강요 미국 혼내주기 대회, 항의서한문 전달, 남북공동선언 이행 전시, 평화통일 한반도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13일에는 노래패 ‘우리나라’의 백자 가수가 13일 노래로 전쟁반대 행동전의 포문을 열었다. 

 

현장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고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시간이었다. 백자 가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사실상 전쟁훈련이고 전쟁을 부르는 훈련’이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Blowing in the Wind [밥 딜런], Imagine [존 레논] 으로 시작한 노래는 ‘얼마나 더 죽어야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얼마나 더 많은 포탄이 날아들어야 평화를 알게 될까?’ 가사와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 노래를 하면서 미대사관에 일침을 날리는 백자 가수.  © 하기연 통신원

 

노래하는 중간에 미대사관을 향해 침략을 멈추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평화로운 전쟁은 없다면서 남의 피로 자신들이 배를 채우려는 미국의 침략적 본성을 노래와 함께 폭로하기도 했다.

 

그동안 남북이 함께 만든 공동선언들의 작동정지를 불러온 미국의 전쟁 행보에 이어 전쟁광 윤석열까지 등장한 한반도의 앞날에 걱정을 전하기도 하였다. 전쟁 망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 쿼드 가입을 서두르는 윤석열의 행보에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쟁반대 평화협정 체결좋아’ 노래를 이어갔다.

 

이날 매일 행동에 참여한 대학생은 미국이 역사적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어떻게 평화를 위협하고 깨뜨려왔는지 이야기하는 규탄 발언으로 함께 하였다. 규탄 발언에 이어 노래 ‘지긋지긋 지긋해’를 이어가며 가수 백자는 풍자송을 통해 분노의 목소릴 높였다.

 

13일 노래로 외치는 전쟁반대!!에 이어 14일에는 전쟁반대 평화수다 보이는 라디오!, 15일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 강요 미국 혼내주기 대회로 전쟁반대 평화수호 매일 행동을 이어갈 거라면서 참가자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하나, 전쟁을 부르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하라!!’ 며 이날 매일 행동을 마쳤다.

 

매일 행동은 매일 오전 11시 미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며 유튜브 민족위tv로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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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친구 내각'과 아베 신조의 '도모다찌 내각'

[기자의 눈] 윤석열 당선인의 '친구 내각'이 위태해 보이는 이유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2.04.14. 00:29:01 최종수정 2022.04.14. 09:25:06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06년 9월 총리에 올랐다가 2007년 9월 물러났다. 이후 일본 민주당의 후쿠시마 참사 대응 실패,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등의 이슈 여파로 2012년 12월 두번째 집권에 성공한 아베는 '전후 최장기 집권 총리'의 영예를 얻었지만, 아베의 첫 성적표는 초라했다. 1차 아베 내각의 실패 요인은 인사 참사다.

1차 아베 내각의 별칭은 '도모다치(友達·친구) 내각'이었다. '논공행상 내각'이라고도 불렸다. 한국으로 치면 국무총리 역할을 하는, 일본 정부의 '입'으로 불리는 관방장관에 임명된 시오자키 야스히사는 아베의 절친으로 정계에서 유명했다. 각료들 역시 모두 아베의 '친분 모임'에서 발탁된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패밀리 일색"(도쿄신분), "단짝 내각에 대해 불안의 목소리"(마이니치신분), "논공행상이 지나칠 정도"(아사히신분) 등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정치 인맥이 넓지 않은 '3세 도련님 정치인' 아베는 유독 '패밀리 인사'에 집착했다. 그 인맥의 뿌리도 아베가 활동해 온 '일본인 납치', '평화헌법 개정', '과거사 왜곡' 등과 관련된 정치인, 학자, 논객 등 이 참여하던 극우 성향의 모임들이었다. '아베의 친구들'은 집권 후 정부 곳곳에 진출했고, 당의 여론을 좌지우지했다. 전문성보다는 친분과 성향, 의리로 뭉쳤던 아베 1차 내각은 각종 '망언'으로 구설에 오르기 일쑤였고, 결국 처절한 실패로 귀결됐다. 이런 모습은 일본에서 첫 정권교체의 씨앗이 된다. 2012년 재집권한 아베는 1차 집권기의 '친구 내각' 실패를 반추하며 내각을 꾸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첫 조각이 베일을 벗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 윤석열 당선인과 "40년 절친"이라 '인증'한 바 있고,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정적'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대장동 저격수'로 활동했다. 그의 별명은 '대장동 1타 강사'다.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캠프 출신 기용도 두드러진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총대'를 멘 김현숙 여가부장관 후보자 역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캠프 출신으로 "캠프 내에서 정책 파트를 맡아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인물"이라고 한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선 캠프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를 '캠코더(캠프, 코드, 더민주) 인사"라 비난한 국민의힘은 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13일 한동훈 검사장의 지명은 '친구 내각'의 절정이었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라인'으로 자타공인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장관, 경찰을 관장하는 행안부장관 등 양대 '권력 부서'에 자신의 '측근'과 '친구'를 지명했다는 점이다. 이상민 행안부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후보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다. 윤 당선인 대선 캠프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그를 보좌해 왔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선거 사무를 담당하는 행안부장관에 고교-대학 후배를 낙점한 것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은 본인이 스스로 "윤 후보와는 대학 때부터 아주 가깝게 지낸 선후배 사이로 형사정책연구회라는 모임에서도 함께 활동했다"라고 소개한다. 

대선 막바지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단일화에 합의하며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달라"고 '공동 정부'의 포부를 밝혔던 윤 당선인의 약속도 '허언'이 됐다.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에서 안철수 위원장의 배격 현상은, 윤석열 정부의 첫 내각에 '친구 내각'의 레테르를 붙이는데 망설임을 없애준다. 안철수 위원장은 '공동 정부'라는 수사 아래에서 인사 제언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게 드러났다. 이건 안 위원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떠한가. 그가 사인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에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이름이 적혀 있다. 한덕수 후보자가 복지부장관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그가 하필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 친구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이 이걸 보며 '책임 총리'라 불러주고 '총리 후보자가 인사 제청권을 행사했다'고 믿어주길 바라는 걸까. "국무총리 임면권을 대통령이 갖는 대통령제에서 '책임 총리'는 허상"(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라는 말이 틀린 게 없다. 세간에는 윤석열 식 '공정과 상식'은 '굥정과 상식'이 됐다는 평이 떠돈다. '굥'은 윤석열 당선인의 '윤'을 물구나무 세운 것이다.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 수석대변인이 지난 10일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서명한 국무위원후보자 추천서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벌써부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녀 의대 편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출산은 애국"이라는 그의 과거 칼럼도 도마에 올랐다. 아베의 측근이었던 1차 아베 내각의 야나기사와 하쿠오 후생노동상이 "여성은 아이를 낳는 기계다. 한 사람 한 사람 분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일이 생각난다. 1차 아베 내각의 스캔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규마 후미오 방위상은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발언해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베 대세론'을 앞장서서 밀었던 마쓰오카 도시카쓰 농림수산상은 정치자금 비리 의혹을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국 '도모다치 내각', '논공행사 내각'이라는 오명을 얻은 1차 아베 내각은 실패로 귀결됐다. NHK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자민당 의원 보좌관을 지내는 등 현실 정치에도 몸 담은 바 있는 프리랜스 언론인 우에스기 다카시는 <관저붕괴>(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라는 책을 통해 1차 아베 내각의 몰락 원인을 '측근 정치'에서 찾았다. 부실 검증으로 측근 추천을 받아 임명된 관료들이 계속해 사고를 쳤고, 측근들 사이에 '충성 경쟁'이 벌어지며 내각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1차 아베 내각의 실패는 전후 최초 일본 민주당의 정권 교체로 이어진다. 

실패로 귀결된 정권을, 이제 막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빗댄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의 '친구 내각'은 위험해 보인다. 당장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장관 기용으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에 '명분'을 쥐어 준 셈이 됐다. 울고 싶은 아이 뺨을 때린 것이다.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 조언자'도 보이지 않는다. '2달 안에 청와대 이전'과 같은 정치판 '돌관 공사'와 같은 모습이 인사에서도 엿보인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 파트를 담당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인사의 사유화'라는 표현을 썼다. 인사의 사유화는 국정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의 '새정치'가 위태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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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권영세, 외교-박진, 법무-한동훈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04.13 14:50
  •  
  •  수정 2022.04.13 17:21
  •  
  •  댓글 1
윤석열 당선자가 13일 오후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갈무리-윤석열 유튜브]
윤석열 당선자가 13일 오후 2차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갈무리-윤석열 유튜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오후 통일부 장관으로 권영세(63) 의원, 외교부 장관으로 박진(66)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4선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윤석열 당선자의 핵심 측근이다. 2012년 ‘국정원대선개입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 등에 관여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자는 “중도실용노선을 견지해온 권영세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국회 정보위원장과 주중 대사를 역임했다”면서 “통일외교분야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원칙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로 진정한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PCR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이다.

윤 당선자는 “박진 의원은 외교관 출신의 4선 의원으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한영협회와 한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분”이라며 “특히 2008년에는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을 지내면서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단독 환담을 가질 정도로 대미외교의 전략통으로 인정받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외교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우리 외교를 정상화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연대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거듭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또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법무부 장관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한동훈 사법연수연 부원장을 지명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영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엔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명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으로는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지난 10일 지명된 바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제외한 국무위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5.10) 이후 공식 임명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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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동훈 파격인사, 내로남불 프레임 자초"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04.14 08:07
  •  
  •  수정 2022.04.14 08:08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검수완박’ 다음날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목
“신구세력 갈등 증폭” 우려와 “‘공정’ 약속 흔들려” 비판도
두 번째 인사도 ‘서육남’ 코드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새정부 첫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내정했다. 이날 발표한 총 8개 부처 장관 인선 발표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었다. 한 내정자는 윤 당선자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며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도 함께 일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항할 인물로 한동훈 부원장이 내정된 것이라 봤다. 이 인사로 인해 윤 당선자와 민주당이 정면충돌할 것이 예고되면서 신구세력의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 봤고 이를 우려하는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정권교체의 동력이었던 공정이 흔들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윤석열표 공정 뒤흔든 파격인사, 내로남불을 자초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 1면 톱기사는 모두 한동훈 부원장의 법무부 장관 내정에 관한 기사였다. 다음은 주요 종합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윤석열, 법무장관에 ‘복심’ 한동훈 내정”
국민일보 “尹 최측근 한동훈 법무 지명…민주 ‘검찰 쿠데타’”
동아일보 “법무에 ‘尹 최측근’ 한동훈 ‘검수완박 꼭 저지’”
서울신문 “법무장관에 ‘尹의 남자’ 검수완박 정국 때렸다”
세계일보 “법무장관에 한동훈…‘검수완박 반드시 저지’”
조선일보 “민주 ‘검수완박’ 다음날 법무장관에 한동훈”
중앙일보 “검수완박 정국에 한동훈”
한겨레 “법무 한동훈, 윤 ‘검찰 직할’ 노골화”
한국일보 “이번엔 ‘한동훈’만 보였다”

▲4월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4월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인사에 대해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언론은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법무부 수장으로 기용해 민주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맞불을 놓은 것이라 해석했다.

조선일보의 1면 톱기사 제목은 “민주 ‘검수완박’ 다음날 법무장관에 한동훈”이었고 중앙일보 1면 톱기사 제목도 “검수완박 정국에 한동훈”이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조선일보 1면.
▲14일 조선일보 1면.

서울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법무장관에 ‘尹의 남자’ 검수완박 정국 때렸다”이라고 뽑고 “한 후보자의 발탁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이어서 충격파를 던졌다”며 “현직 검사가 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것은 이례적인 데다 지검장이나 검찰총장을 지내지 않은 검사 출신이 법무부 장관이 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썼다.

이어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 상설특검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그를 지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장관 직권 특검으로 ‘대장동 의혹’ 등 현 여권을 겨냥한 수사의 활로를 뚫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4일 서울신문 2면. 
▲14일 서울신문 2면. 

언론은 이번 인사를 통해 민주당과 윤석열 당선자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계속 지속돼온 신구세력의 권력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는 1면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공공기관 인사권 충돌에 이어 검수완박 법안으로 신·구 권력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권 교체기에 정국이 급랭하고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1면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당론 채택에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으로 정국의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고 썼다.

▲14일 한겨레 3면. 
▲14일 한겨레 3면. 

한겨레 1면 기사 제목은 “법무 한동훈, 윤 ‘검찰 직할’ 노골화”였는데 기사에서 “청와대에 민정수석을 두지 않겠다고 밝힌 윤 당선자가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그를 통해 법무·검찰 조직을 직할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썼다. 3면에서도 검찰 조직에 대한 중립성이 흔들리는 인사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한동훈 지명에 언론이 보인 우려…
“‘공정’ 약속 흔들려, ‘내로남불’ 자초”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 지목에 언론은 기사와 사설 등으로 우려를 보였는데 윤석열표 ‘공정’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 최측근 정치인을 기용해 법치주의를 유린했다면서 스스로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공언했다”며 “그러나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또 다른 법조계 최측근인 이상민 변호사를 행안부 장관에 낙점함으로써 ‘내로남불’ 프레임을 자초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기사는 이번 인사에 대해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된 ‘법치’와 ‘공정’에의 약속이 흔들리게 된 것”이라고 썼다.

▲14일 한국일보 1면.
▲14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한동훈의 법무부 장관 직행, 가당치도 않다”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 예산의 독립편성 등 검찰권 강화 공약까지 내놓은 터”라며 “이런 마당에 측근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건 검찰권력을 사유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새 정부, 마음 열고 널리 인재 구했는지 의문”에서 “한 후보자 지명은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며 밝힌 취지와 거리가 있다”며 “인사권에 민정수석실 역할까지 더해진 막강한 자리에 최측근을 앉힘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14일 중앙일보 사설.
▲14일 중앙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는 한동훈 법무 장관 지명”에서 “한 후보자는 수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먼지털이식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증거를 통해 죄를 입증하는 것과 죄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억지로 얽어 붙이는 것은 다르다”며 “역대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법무 행정에 주력해왔다. 그래서 국민 사이에선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한 후보자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문 정권에서 망가진 법무 행정의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썼다.

두 번째 인사도 ‘서육남’ 코드 여전히

윤 당선자는 이날 대통령비서실장에 김대기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내정하고 한 후보자를 비롯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지명했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김인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지명됐다.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에는 4선의 국민의힘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을 기용, 행정안전부 장관에는 이상민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 환경부 장관에는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국민의힘 이영 의원을 지명했다.

▲14일 동아일보 1면.
▲14일 동아일보 1면.

이번 인사에 대해 언론은 또 다시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 코드였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1면 기사는 “1차 인선에서 지적됐던 ‘서육남’(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이라는 코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인선에서도 세대와 성별, 지역의 다양성을 보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썼다.

2차 인선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 8명의 평균 연령은 59살로, 60대 4명, 50대 3명, 40대 1명이었으로 40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49세)다. 전체 16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4명, 경북대 2명 등 차례였다. 출생지로는 영남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대전·제주·충북이 각 1명씩이었다. 호남 출신은 이상민 후보자(전북)이 있다.

▲14일 경향신문 사설.
▲14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통합·균형 무색하게 영남·60대·서울대·남성 치우친 내각”에서 “윤 당선인이 표방한 ‘통합 내각’은 첫발부터 무색해졌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공직 인선 기준은 통합과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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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과 맞짱토론 나선 박경석의 긴 하루 "사실 무섭다"

[동행취재] '썰전 라이브' 출연 전장연 대표 지하철 타고 이동..."장애인 이동권,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권"

22.04.13 22:52l최종 업데이트 22.04.14 01:21l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을앞두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을앞두고 있다. ⓒ 이희훈</jtbc>

"도살장 가는 기분이다. 토론 이후 이준석을 따르는 혐오 세력이 나를 얼마나 갈가리 찢어낼지 걱정이다."

13일, 박경석(6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전화기가 내내 울렸다. "토론회 잘하고 오라"는 지인들의 응원 전화에 그는 '도살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20여 년 넘게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활동을 벌인 그는 "이준석 덕분에 방송국에서 토론회도 한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저쪽(이준석)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긴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토론회 이후 혐오세력이 결집할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싶어 새벽 1시까지 전장연 관계자들과 토론을 준비했다"는 그는 백발을 질끈 묶은 채 활동 지원가와 함께 혜화역으로 향했다. 

이날, 박 대표와 이 대표는 JTBC <썰전 라이브>에서 장애인 이동권 등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앞서 전장연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MBC에서 조건 없는 100분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일정과 형식 등에 이견이 생겨 결렬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준석을 딱 두 번 봤다"라면서 "지난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혜화역에 왔을 때 기습시위를 하며 2~3분여 봤고, 국회에서 한 번 봤다. 이렇게 길게 대화하는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로 걸려 오는 협박 전화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jtbc>
 
오후 3시 10분 토론을 위해 박 대표는 낮 12시 30분,  전장연 사무실이 있는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렸다. 승강장 6-2 앞에서 그는 잠시 벽을 가리켰다. 이곳은 전장연이 2021년 3월 16일부터 장애인 콜택시 같은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등 권리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했던 장소다. 

"21년간 장애인 인권, 이동권 등 시위를 했지만 혐오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출된 적은 처음이다. 지금도 하루에 몇 차례씩 전장연 사무실로 협박 전화가 걸려 온다. 장애인들은 아직도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타는데, 시위도 집회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하나."

곁에 있던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이 "어제도 '거기 X신 단체 맞냐. 언제까지 시위 할거냐'라며 조롱섞인 전화가 걸려 왔다"라면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는데도 시위 하지말라며 욕설이 섞인 전화가 많이 온다"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이 "협박 전화가 잦아진 건 지난 3월 이후"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장연은 2021년 12월 3일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나 국토교통부에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하지 않는다"라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책정을 요구했다. 

전장연이 대선을 앞두고 한달 여 중단했던 출근길 시위를 재개 한 건 지난 3월 24일이다. 다음 날(3월 2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장애인 이동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한다 ▲국민의힘은 전장연의 요구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고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는 게 요지였다. 

이후 이 대표는 20여 차례 "전장연이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 잡는다"는 등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는 3월 28일 전장연과 만나 이들의 요구를 청취했고 전장연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인수위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일시 중단했다. 현재 전장연은 3호선 경복궁역에서 매일 삭발식을 하며 인수위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36분 거리, 71분 만에 도착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jtbc>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이준석 국민의 대표와 토론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를 훑어보던 박 대표가 서울역에서 하차했다. 비장애인이라면 4호선 혜화역에서 출발해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 JTBC가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36분(최단거리 기준)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 박 대표는 "혜화역에서 서울역 4호선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하는 구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쉽지 않아 서울역 KTX 타는 곳을 지나 돌아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역 공항철도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아 두 차례 순서를 기다린 그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방향의 공항철도를 탄 시간은 출발한지 40여분이 지난 오후 1시 1분이었다. 

"장애인에게 지하철은 그나마 이동이 편리한 공간이다. 그런데도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타다 죽는다. 리프트를 타다 죽고 열차와 승강장 사이 폭이 넓어 이 사이에 바퀴가 끼어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지하철을 타던 장애인이 또 죽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박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7일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탑승한 50대 지체장애인 염아무개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뒤로 넘어져 숨졌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 1호선에서 8호선 구간에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휠체어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설치돼 있지만, 사고가 난 9호선의 경우 차단봉 설치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돼 있다. 박 대표는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함으로 보는 거 같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서울시의 관리책임 소홀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 출연을 앞두고 흡연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 출연을 앞두고 흡연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 이희훈
 
"이준석이 장애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고 토론회에 나오는지 모르겠다. 자기만의 공정·정의의 기준으로 말을 할 텐데, 20년을 넘게 수십명이 죽어가며 싸워온 우리의 투쟁을 가볍게 여길까 사실 무섭다."

오후 1시 30분, JTBC 앞에 도착한 그는 토론 전 담배 한대를 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JTBC <썰전 라이브> 대기실, 옆방에 미리 도착한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 박 대표가 이 대표의 대기실 앞에 섰다. 유리문 너머로 이 대표가 가볍게 거수경례했다. 

이준석 "전장연 사무실에 내 동판 세워야"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이희훈</jtbc>
 
이준석 :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경석 : "저는 생방송 토론이 처음이라...이 대표님이 많이 말씀해주세요."
이준석 : "박 대표님이 많이 말씀하셔야죠. 저는 맞장구 쳐 드릴게요. 아, 다 해드린다는 건 아니고요, 말 되는 거에 한해서 입니다. 박 대표님, 사실상 제가 전장연 도와드린거 아닙니까. 전장연 사무실 앞에 제 동판 좀 세워주셔야 해요. (웃음)"


토론이 시작되기 전 10분여 박 대표와 이 대표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되기 전 여의도 가는 길에 동대문역사공원역에서 시위하시는 거 많이 봤다"라면서 전장연의 시위·요구안을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박 대표는 "감사하다"라며 "잘 아시는 분이 왜 우리(장애인)를 그렇게 대하시냐"라고 답했다. 이어 이 대표가 "(박 대표님처럼) 박력있는 활동가가 있어 참 많이 당황스럽다. 왜 하필 출근길 시위를 하셔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3시 10분, 토론회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시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 토론회 자리를 빌려 시민들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서 많은 불편을 끼쳐서 죄송하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린다"라며 "전장연은 감히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서민들의 일상의 바쁜 출근길을 방해했다. 전장연은 혐오적인 욕설도 감수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고 21년을 외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앞두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앞두고 있다. ⓒ 이희훈
 
이어 "이준석 당 대표는 전장연의 외침을 정파적이고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갈라치고 왜곡하고 계시지만 전장연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시민 여러분 21년의 외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부여해 달라.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시민의 힘밖에 없다. 시민여러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준석 당 대표님. 집권 여당이 된 걸 축하드린다. 그렇지만 이번에 갈라치기에 대한 문제는 꼭 사과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와 이 대표는 이날 JTBC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포함해 총 160여 분간 토론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이 대표가 장애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반복했다"라고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단 한번도 장애인을 혐오한 적 없다"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토론 내내 의견 차이를 보였지만, 이들은 장애인 정책과 예산을 주제로 "5월 초 다시 만나 토론하자"라고 약속했다. 토론이 끝난 후, 박 대표가 이 대표에게 "전장연이 인수위에게 전달한 요구안을 꼭 검토하고 의견을 달라"라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가 '도살장에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토론회는 이날 오후 6시에 끝났다. 

토론회를 본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박 대표의 SNS에 이런 소감을 남겼다. 


박경석 대표 : "지금 같이 살자"

이준석 대표 : "기다려라,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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