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윤석열 내각 후보자, 비리 의혹 총정리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2.04.27 22:32
  •  
  •  댓글 0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논란에 휩싸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외에도 추경호 기재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윤석열 정부 내각 19명 후보자 모두에 대한 자격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추경호, 보건복지부 장관 정호영,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교육부 장관 김인철,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 국방부 장관 이종섭 후보자.
▲(왼쪽부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추경호, 보건복지부 장관 정호영,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교육부 장관 김인철,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 국방부 장관 이종섭 후보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후보자 추경호

한덕수 후보자와 함께 ‘론스타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추경호 후보자의 경력이 단연 돋보인다.

추 후보자는 미국계 사모펀드(사적으로 모의한 투기자본)인 론스타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헐값에 사들이도록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해주는 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당시 금융회사가 아닌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국책은행이던 외환은행 대지주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재경부가 금융감독위원회에 론스타만 예외로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해 외환은행 인수를 가능하게 했다.

문제는 이 문서 작성자가 바로 당시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이던 추 후보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렇게 편법으로 취득한 론스타는 3년 만에 외환은행을 되팔아 수 십조 원의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는 ‘먹튀’ 행각을 벌였다.

이후 추 후보자는 재경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당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론스타의 자본참여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지금도 그러한 결정에 동참했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2006년 진행된 ‘론스타 먹튀’ 관련 재판에서 “외환은행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론스타에 팔았다”며 외환은행 매각은 ‘불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2003년 7월 25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렸던 이른바 ‘10인 회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10인 회의’에는 추 후보자도 참석했다.

한편 2007년 한국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매각을 지연시켰다고 낸 5조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당시 론스타의 ‘먹튀’ 행각에 관여한 한덕수와 추경호가 국무총리와 기재부 장관이 될 경우 론스타에 손을 들어줄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론스타가 패소할 경우 국무총리와 기재부 장관이 ‘먹튀’ 행각의 공범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자격 논란의 ‘끝판왕’이다.

정 후보자는 ‘애국의 길’이라는 칼럼에서 “지금만큼 애국하기 쉬운 시절도 없다. 결혼해서 출산하면 애국자, 셋 이상이면 ‘위인’”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가 하면, 위암 수술 전문의가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다. 이제 온 국민이 중매쟁이로 나서야 할 때”라는 비과학적인 낭설을 퍼트렸다.

‘출산 기피 부담금’ 도입을 주장한 이창양 산업통산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칼럼까지 더해져 논란이 커졌다.

정 후보자는 또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이 포함되자,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며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 법’ 개정을 조롱했다.

이 밖에 “면접사진 ‘포샵’ 여자가 더 심해”, “스마트폰 이용자는 정신질환자” 등의 칼럼도 논란을 낳았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칼럼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경북 구미에 자신이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세 필지(5,250㎡)를 본인 명의로 구매해 농지법을 위반했다. 당시 주소를 이전해 농지를 산 뒤 다시 대구로 주소를 옮기는 전형적인 위장전입에 의한 농지취득 방법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위장 전입을 통한 부동산 매입 의혹만으로도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낙마했다. 2002년 장상 총리 내정자, 2005년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현직에서 물러났다.

사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이유로 검증 절차 없이 전격 발탁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학교병원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에는 딸,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에는 아들이 각각 경북대 의대에 특별전형으로 편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빠찬스’ 의혹까지 불거졌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빼 놓을 수 없다.

한 후보자는 검사시절 ‘이명박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사건’,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분식회계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 이런 사건이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채널A 기자와의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윤석열 당선인과의 밀착관계로 인해 지난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등장했다.

하지만, 압수 2년이 넘도록 한 후보자의 휴대폰 잠금해제를 풀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고, 결국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었다.

한 후보자의 통화 기록에는 ‘검수완박’ 관련 발언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건 종결로 인해 법무부장관 인사 검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고위공직자의 단골 메뉴인 부동산 관련 의혹도 제기되었다.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12.7억에서 17.5억으로 43% 올린 법 위반 의혹, ▲대학 선후배 사이인 김앤장 변호사 소유의 아파트에 지나치게 낮은 전세금으로 사는 특혜 논란, ▲모친이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아파트를 한 달이 지나 자신이 매입한 편법 증여 의혹, ▲증여받은 농지는 농사를 짓거나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농지법 위반 혐의, ▲상가 임대료로 생활하는 모친(부양가족으로 등록할 수 없는 대상)을 피부양자로 소득공제 대상에 올려 소득공제를 받은 의혹, ▲배우자가 외제차를 싸게 구매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 등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줄을 잇는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2020년 교육부 감사 결과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외대 총장 시절 업무추진용 법인카드로 골프장 이용료나 유흥비를 결제하는 등 약 1억4천만 원을 사용했는데, 업무 관련성에 대한 적절한 증빙이 없어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당시 김 후보자와 교수들은 재단의 50억 원대 회계부정 사건으로 교육부 감사 후 법인이사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2021년 5월 국회 공청회에 출석해 “사립대학 비리가 있더라도 (정부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외대 총장 재임 시절 재학생들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던 김 후보자는 과거 학생들에게 한 고압적인 발언을 모은 ‘김인철 어록’까지 만들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어록 내용을 보면 학생 대표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저 학생이 대단하네? 총장이 말하고 있잖아요”, “가만있어”, “학교의 주인은 저(총장)입니다”, “제가 학교의 대표”, “지난 일은 관례였으니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저는 쉽지 않은 남자입니다” 등의 발언이 있다.

또한 학생들이 피켓에 적힌 “김인철은 다섯 학과 체제 유지 보장하라”는 문구를 구호로 외치자 “내가 니 친구야, 뭐라고 했어? 김인철은?”이라며 소리를 지른 뒤 옆에 있던 관계자에게 “(시위) 학생의 이름을 적으라”고도 지시했다.

외대 총장 재임 시절 2년간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원 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교육공무원법상 대학 교수를 비롯한 교원이 사외이사를 겸직하려면 소속 학교장(대학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김 후보자의 경우 자신이 총장이었기 때문에 이른바 '셀프허가'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자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승인을 받아 사외이사에 취임했다고 주장했었는데, 이사장 승인은 애초에 규정에 없으며, 그 승인조차도 사외이사 취임 후 사후 승인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Fulbright Korea) 동문회장 재임 당시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딸이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데 관여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사법연수원생 시절 음주 폭행 논란,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이 ‘4.3위원회 폐지 법안’을 공동 발의 사건, 제주2공항 건설을 반대해 단식하는 관계자에게 “기운이 많이 있구나... 아직”이라고 조롱한 사건, 제주지사 시절 부인을 월 600만 원 받는 심리치료사로 제주교육청에 채용한 논란, 제주 오등봉공원 9천억 원대 개발 특혜 의혹, 모친 소유의 제주도 땅을 시세의 3배가 넘는 가격에 호텔롯데에 매각한 과정의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종섭

군 재직 시절 ‘관사 거주’로 확보한 전세금을 발판 삼아 새 집을 사들이고 시세 차익을 거두는 일종의 ‘관사 테크’로 재산을 증식한 의혹.

‘관사 테크’ 과정에 10억 원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음에도 다주택자 중과세 양도세를 회피한 의혹.

8세 딸이 초등학교 입학 직전 홀로 서울 강남구에 전입신고를 한 후 두 달만에 다시 원래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하면서 초등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타 장관급 후보자

▲미국에서 태어난 큰아들이 온라인 도박 게임 개발·관리 업체 임원으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

▲박근혜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 시절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기구를 지휘하며 민주노총을 압박하기 위해 예비비까지 동원해 언론광고를 집행하는 한편 보수청년단체 기자회견 등을 조직하는 과정에 89억원을 불법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직권남용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중앙일보 기자 시절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독재 정치인을 옹호하는 칼럼과 윤석열 당선자를 ‘노인과 바다’의 노인에 비유한 칼럼으로 ‘윤비어천가’라는 비판을 받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아들이 대학생 신분으로 SK 하이닉스에 6주간 인턴으로 참여해 26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이후 10년간 반도체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43억 원의 연구비를 하이닉스로부터 지원받았는데 이 과정에 이름과 사진 등 개인정보가 공개된 상태로 진행된 것이 알려지면서 아빠찬스 의혹이 제기된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후보자.

▲주중대사로 재직 당시 자신의 형제가 대주주이자 운영자였던 법인이 중국 커피 사업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약 20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명박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이후 이름뿐인 사외·감독이사 활동으로만 최소 6억4100만원의 보수를 받아 관피아 의혹을 받는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후보자.

▲후보자와 배우자가 사돈 관계인 제약회사의 주식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한국환경연구원(KEI) 재직 당시 신고 없이 대학에 출강하면서 소득을 얻었다(김영란법 위반)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 퇴직 후 부산에 행정사사무소를 개업해 고액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전관예우’ 논란이 인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운영위원으로 있을 때 자신이 대표로 있던 업체에서 공단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납품해 이해충돌 논란이 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27-10.4 공동운동기간, 온 겨레 함께 행동하자”

6.15남측위, 판문점선언 4주년 민족자주평화대회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2.04.27 15:40
  •  
  •  수정 2022.04.27 15:46
  •  
  •  댓글 1
 
6.15남측위원회는 2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27판문점선언 4주년 민족자주평화대회’를 개최하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남측위원회는 27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27판문점선언 4주년 민족자주평화대회’를 개최하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6.15남측위원회)는 4.27 판문점선언 발표 4주년을 맞아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을 선포하고 “남북해외 온 겨레가 함께 행동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6.15남측위원회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4.27판문점선언 4주년 민족자주평화대회’를 개최하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 등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6.15남측위원회는 호소문을 통해 “4년이 지난 오늘, 남북관계는 멈춰 섰고, 지어는 다시 적대로 돌아서고 있다”며 “대화의 입구를 열며 중단되었던 한미연합군사연습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제타격’을 둘러싼 격한 언사까지 오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우려를 표했다.

6.15남측위원회는 호소문을 통해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을 선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남측위원회는 호소문을 통해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을 선포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또한 “미국이 주도해 온 신냉전은 급기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화되었고,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대중국견제가 노골화되면서 북미대화는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면서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일변도의 외교안보 정책을 공언하며, 북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언급해왔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6.15남측위원회는 “새 정부는 기존의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밝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판문점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를 비롯한 그동안의 남북합의가 지켜지고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의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선제 타격,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적대적인 대북정책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대결을 부추길 뿐 평화를 위한 약속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남북합의 이행으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15남측위원회는 “신냉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냉전의 마지막 열섬 한반도에서부터 전쟁과 대결 대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 동안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북해외 온 겨레가 함께 행동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판문점선언의 당사자로서, 겨레 앞에서 맺은 약속보다 미국의 입장을 중시하여 대결정책을 지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행동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한 뒤 “우리 시민사회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고 생각한다”고 자성했다. “시대적 전환의 중차대한 기로에서 4년을 허비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뼈아픈 일”이라는 것.

민간 통일운동의 결집체인 6.15남측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시기 남북해외 공동행사는 물론 6.15남북해외 위원장회의 조차 제대로 개최하지 못했다.

이창복 의장은 “세계적인 격변기,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갈림길에서 자주와 평화, 통일의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데에 우리 민간통일운동의 역할이 매우 중차대하다”며 “이 시대의 격변기에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실현하고, 주권과 평화를 향한 새로운 한미, 한일관계의 정립을 향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성원들이 앞장서 실천하자”고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의 실천을 강조했다.

손형근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손형근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 영상으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온라인으로 연대사를 전한 손형근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은 “미국과 윤석열 당선자의 언행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그대로 대북 적대 정책을 계속한다면 그들은 민족 자주와 민족 대단결의 거대한 투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형근 위원장은 “6.15남측위원회와 해외측위원회는 함께 오늘부터 10.4까지 ‘2022년 자주‧평화‧통일 운동기간’에 돌입하게 된다”며 “운동 기간 중 강력한 집중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자주‧평화‧통일의 새 국면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안지중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민족자주평화대회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손진우 성균관장(대독),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고문,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문병일 한국노총 서울본부 통일위원장, 김송미 6.15남측위원회 안산본부 공동대표 등이 각계를 대표해 발언에 나섰다.

각계 발언에 나선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고문.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각계 발언에 나선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고문.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대회 참가자들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민간 통일운동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영주 고문은 “정치세력에게 더 이상 평화 통일 문제를 맡겨두지는 않겠다, 매의 눈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그들과 투쟁하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운동의 길을 꿋꿋하게 가겠다. 정책을 제안하며 외세의 간섭을 배척하며 우리 국민들을 설득하며 평화통일운동에 다시금 한번 나서야 되겠다고 결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제 통일운동세력들이 연대와 협력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윤석열 당선자 그룹의 과오를 민중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세우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명이자 앞으로 가야 할 투쟁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 함께 평화와 통일의 전선을 강하게 세우고 자주와 통일의 시대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김송미 6.15안산본부 공동대표는 지난 4년간 미국의 ‘태클’을 언급하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판문점 선언 1항의 남북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그런 날들이었다”며 “누가 해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에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보자”는 결론을 전했다.

6.15합창단의 선창에 맞춰 대회 참가자들이 합창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4.27 판문점선언의 한 구절을 노랫말로 만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6.15합창단의 선창에 맞춰 대회 참가자들이 합창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4.27 판문점선언의 한 구절을 노랫말로 만들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호소문 낭독은 영상으로 참여한 615남측위 제주본부 홍승주와 6.15수원본부 상임대표 정종훈, 6.15청학본부 상임대표 정종성, 진보대학생넷 대표 장유진이 했으며, 6.15합창단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6.15해외측위원회와 일본지역위원회는 이날 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4.27 판문점선언 발표 4주년 민족자주평화대회 호소문(전문)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발표 4주년입니다.
2018년 4월 27일, 오랫동안 한마음으로 기다려 왔던 만남, 어떤 시련과 고난이 있을지언정 변치 말자며 굳게 잡았던 두 손을 온 겨레는 뜨겁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판문점선언은 남북이 서로 ‘적’이 아니라 갈라져 살 수 없는 한 민족임을 온 겨레와 전 세계 앞에 확인한 선언이며, 우리 민족의 힘으로 전쟁 없는 평화로운 땅, 번영과 행복의 새 시대를 열자는 의지를 확약한 선언입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오늘, 남북관계는 멈춰 섰고, 지어는 다시 적대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대화의 입구를 열며 중단되었던 한미연합군사연습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제타격’을 둘러싼 격한 언사까지 오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격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해 온 신냉전은 급기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화되었고,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대중국견제가 노골화되면서 북미대화는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더욱이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일변도의 외교안보 정책을 공언하며, 북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언급해왔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세기 냉전은 우리에게 분단과 전쟁의 고통을 강요했습니다.
냉전으로 시작된 분단을 탈냉전 이후에도 끝내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이제 도래하는 세계사의 격변이 우리 민족에게 더 깊은 불행과 고통을 강요할 신냉전이 아니라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계를 만드는 변화이길 바랍니다. 신냉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냉전의 마지막 열섬 한반도에서부터 전쟁과 대결 대신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변화, 바람직한 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행동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새 정부는 기존의 남북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겠다고 밝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남북 사이에는 아직 통신연락선이 유지되고 있고, 새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대화의 문도 열 수 있습니다. 판문점선언과 군사분야 합의를 비롯한 그동안의 남북합의가 지켜지고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남북합의 이행으로 평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북이 합의한 종전과 평화협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합의입니다. 남북은 또한 군사분야 합의를 통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남북간 충돌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기로 함으로써 사실상의 불가침을 약속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선제 타격,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적대적인 대북정책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대결을 부추길 뿐 평화를 위한 약속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셋째, 신냉전의 일방이 될 동맹 질서에서 벗어나 주권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한미 연합방위태세 재건, 확장억제 강화, 쿼드 가입 추진 등 한미동맹 편향의 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를 신냉전의 최전방으로 내몰 위험천만한 정책입니다. 북과 중국의 위협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한미일 군사협력도 그렇습니다.
만일 윤석열 정부가 신냉전의 일방에 서기를 자처한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터가 될 위험에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신냉전을 부르는 동맹질서, 한미동맹 편향에서 벗어나 주권과 평화 실현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판문점선언 4주년,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격변기,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갈림길입니다.
근현대사의 격변기마다 우리 민족이 겪어 온 고난과 시련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저절로 전진하지 않습니다.
불굴의 용기와 저력으로 고난과 시련을 헤쳐 온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의 힘을 믿고 전진하겠습니다.
<4.27-10.4 자주와 평화, 통일을 위한 공동운동기간> 동안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북해외 온 겨레가 함께 행동해 나갑시다.
온 겨레, 온 국민의 뜨거운 염원과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전진해 나갑시다.

2022년 4월 2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숙 20년, 병원은 너댓번”…멀기만 한 지정병원 가는 길

[르포] 홈리스 병원 동행기
지원센터서 진료의뢰서 떼고
서울시 지정 병원 가야
‘의료급여 수급’은 높은 벽
 
“20년간 병원 4∼5번 가봐”
노숙인 10명 중 3명 이상
“아파도 병원 안 간다”
박재혼(62)씨의 꺾어 신은 운동화.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박재혼(62)씨의 꺾어 신은 운동화.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4월13일, 박재혼(62)씨의 아침이 분주했다. 깔끔한 옷을 갖춰 입고, 쌀쌀한 날씨에 비닐 점퍼까지 챙겨 입었다. 눌러 쓴 검정 모자 밑으로는 하얗게 샌 머리카락들이 정갈하게 삐져 나왔다. 이날의 단정한 차림새와는 다르게, 박씨는 왼쪽 신발을 한껏 꺾어 신었다. 박씨를 괴롭히는 불편한 다리다. 이날은 박씨에겐 흔하지 않은 ‘병원 가는 날’이었다. 노숙 생활 20년간 병원 치료를 받은 기억은 네다섯 번 정도. 심지어 한 번은 구급차를 타고 실려 갔던 경험이다. 지난 13일 <한겨레>가 동행한 박씨의 ‘병원 가는 길’은 길고도 멀었다.
아파도 가지 않는 곳, 병원
 

“발가락이 저릿저릿해서 잠자다가 깨고 그랬어요.”

 

 이날 오후 2시, 용산역에서 만난 박씨는 꺾어 신은 왼쪽 신발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가 신발을 꺾어 신은 지는 두 달도 넘었다. 박씨는 지난 2월 중순부터 다리 통증을 느꼈다. 발가락에 힘을 줘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절뚝절뚝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그렇게 움직이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생활을 했다. 박씨가 사는 용산역 아래 텐트촌에서 역까지 올라가는 데는 통상 2∼3분이 걸리지만, 아픈 다리로는 십분이 넘게 걸렸다. 생활이 불편해도 병원에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혹시 통풍은 아닐지’ 박씨의 이상한 걸음걸이를 본 홈리스 단체 활동가의 권유로, 박씨는 3월 말이 돼서야 병원을 찾았다. 이날은 2주 전에 했던 피 검사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발이 퉁퉁 부었는데도 병원 생각은 안 했어요. 생존에 위협이 느껴질 정도가 아니면 굳이 안 가는 거죠.”박씨가 병원 가기를 망설인 데는 이유가 있다. IMF 이후 집을 나와 20년이 넘게 노숙 중인 박씨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노숙인들은 ‘노숙인 의료급여 1종 수급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박씨는 수급자가 아니다. 박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지방자치단체 의료지원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의료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번 노숙인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은 뒤, 센터가 정해주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지정 병원’만 갈 수 있는 노숙인
 

“진료의뢰서 떼러 왔는데요.”오후 2시 반, 박씨는 ‘진료가 필요한 노숙인’이라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서울역 인근 종합지원센터에 들렀다. 노숙인에게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2차 병원으로 연계해주는 곳이다. 해당 센터는 치료가 필요한 노숙인을 동부병원, 서울의료원 등 서울 시내 5개의 2차 병원이나 결핵 전문 병원,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인계한다. 시민사회단체는 2012년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 시행 이후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발도 거세다. 박씨는 동작구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진료 의뢰서를 받았다. 서울역을 기준으로 걸어서는 2시간30분, 대중교통으로는 40분 정도가 걸리는 곳이다. 이날 박씨는 운좋게 활동가와 함께 지원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박재혼(62)씨가 13일 오후 보라매 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역에 위치한 다시서기부속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재혼(62)씨가 13일 오후 보라매 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역에 위치한 다시서기부속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 나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씨는 3시15분 예약 시간에 빠듯하게 맞춰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대기하며 박씨는 계속해서 진료 의뢰서를 통해 본인의 치료 필요성을 증명해야 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박씨 통증이 ‘방사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5년 전 허리를 삐끗해 4번 척추가 내려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로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 통증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다리 통증으로 왔다.“약을 드리고 싶은데, 간이 많이 망가지셔서 약 드시는 건 어려우세요. 붙이는 패치를 처방해 드릴게요.”수십 년의 노숙 생활로 간이 망가진 박씨는 먹는 약을 처방받기에는 간 수치가 너무 높았다. 치료의 때를 놓친 질병들은 박씨 몸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겼다. 내시경 검사와 추가 채혈 검사 등이 필요했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검사를 전달받자, 박씨는 한숨부터 나왔다. 박씨가 사는 용산역 주변에 정형외과와 내과는 많지만, 박씨에게 이용이 허락된 병원은 멀기만 하다.

 

박재혼62)씨가 13일 오후 발급받은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보라매 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재혼62)씨가 13일 오후 발급받은 진료의뢰서를 가지고 보라매 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공간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냥 이러다 죽겠지…하고 사는 거에요.”
 

“우리 사람들(노숙인들)은 웬만하면 병원 안 가요. 주변에 보면 아픈 사람은 많죠. 결핵도 있고, 속 아픈 사람도 많고, 통풍 걸린 사람도 있고…참다가 괜찮아지면 그냥 또 그렇게 사는 거에요.” 거리 노숙인의 경우, 박씨처럼 아파도 병원 이용을 미루거나,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도 노숙인 실태조사’를 봐도 그렇다. 아플 때 대처방법에 대해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라고 응답한 거리 노숙인의 비율은 2016년 31%에서 지난해 37.5%로, 6.5%포인트 늘었다. 17.9%는 ‘무료진료소를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15%는 ‘약국 처방’에 그친다고 답했다.특히 노숙인이 갈 수 있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바뀌면서 치료를 받던 노숙인이 쫓겨나는 경우도 있었다. 제한적으로나마 이용하던 ‘병원 가는 길’마저 막혀버린 것이다. 박씨는 “내가 용산역 텐트촌에서 제일 오래 살았는데, 그간 죽어 나간 사람도 4∼5명 봤다”며 “코로나19 걸린 사람도 분리는커녕, 같이 밥도 먹고 지냈다. 감염될까봐 걱정은 되지만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동네에 정형외과가 많은데도, 지정 병원만을 가야 하는 노숙인은 차비가 없어서 몇 시간씩 걸어가서 진료받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그 한계를 더 여실히 보여줬다”라며 “이러한 지정 제도 자체가 건강권과 의료 접근권에 대한 침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 급여 수급자가 되더라도, 병원은 높은 벽
 

박씨가 노숙인 1종 의료 급여 수급자가 되면 더는 ‘진료 의뢰서’를 뗄 필요가 없다. 하지만 1종 노숙인이 되려면 노숙 3개월 이상이고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체납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다행히 박씨는 해당이 되지만, 수급자를 신청해도 문제다.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더라도 지정 병원만 갈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 노숙인 1종 의료 급여 수급자였던 김아무개(37)씨는 5년 전 발작을 일으켰을 때도 지정 병원을 가야했다. 만성 위장병 때문에도 병원을 자주 가야 했는데, 먼 곳에 있는 지정 병원을 매번 가기가 어려워 한 달치 약을 타놓고 먹곤 했다. 의료급여 수급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한 번 시설에 가서 갱신도 해야 했다. 최근에는 의료급여 개정에 따라 이 기간이 ‘7일’로 줄었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거리에 계신 분들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신청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급 자격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방문하라는 건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침”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정 병원에서 진료 받은 뒤로는 주사 등 적극적 처방을 받은 기억도 잘 없는 것 같다. 매번 약만 탔지, 제대로 된 상담 받기도 어려웠다”며 “지금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어서 모든 병원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그간 이용해 온 진료기록이 있다보니 가던 공공병원만 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정병원을 이용하는 습관은,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코로나19로 인해 노숙인의 의료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되자, 복지부는 앞으로 1년간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모든 1·2차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1년간의 단기적 지침이다 보니,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제약들 때문에, 전체 노숙인 중 의료 급여 수급을 받는 규모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전진한 국장은 “물론 의료 급여 확대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반 의료 급여 수급자나 이주민 환자들도 민간 병원에서는 잘 받지 않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노숙인은 심지어 진료시설 지정제도라는 허들까지 있으니, 그 벽이 너무 높고 야만적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병원 동행 지원 차량을 이용하는 박재혼(62)씨. 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손을 모으고 창밖을 쳐다봤다. 장현은 기자
병원 동행 지원 차량을 이용하는 박재혼(62)씨. 병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손을 모으고 창밖을 쳐다봤다. 장현은 기자

“약 써서 나으면, 한 달 뒤에는 또 안 와도 돼요?”이날 의사를 만나서 박씨가 물은 유일한 질문이다. 병원 가는 길 내내 두 손을 모으고 창밖을 쳐다보며 박씨는 “노숙을 하는 내가 잘못” “돈이 없는 게 죄”라며, 연신 동행 활동가에 미안함을 표했다. 의사 권유에 따르면 다음 달 12일 채혈 검사와 13일 위 내시경이 예정되어 있지만, 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지난한 이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노숙인’임을 증명해야 하고, 차량을 지원하고 동행해주는 사람에게 미안해야 하고, 혹시라도 혼자 오게 되면 몇 시간을 헤매야 할지 모른다.박씨가 병원 진료를 마치고 용산역으로 되돌아온 시간은 4시30분.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계속 어두웠다. 박씨는 불편한 왼쪽 다리를 끌며 텐트촌으로 돌아갔다. 두 달째 꺾여 있는 박씨의 운동화가 얼마나 더 꺾여 있어야 할지, 몇번이나 더 먼길을 돌아 병원에 가야할지 박씨는 두렵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재인 대통령 비판자들을 비판함

 
문재인 정부는 그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강기석 | 2022-04-27 09:25:5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요즘 들어 부쩍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말)들이 눈에 많이 띤다. ‘문재앙’이라 부르며 극도의 증오감을 표하는 태극기부대 같은 극우세력들, 문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보수정치인들, 이들에게 영합해 문 대통령 비판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수구언론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늘 분명 민주개혁진영에 있는 인사이면서 “문 대통령이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이들을 비판하고자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문 대통령의 인격을 높이 사면서도 정치적 역량이 부족한 것을 그 이유로 들며 그런 문 대통령을 정치에 끌어들인 주변 인물들을 공격하기도 하고,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나 같은) 열성지지자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개혁 진영에서 대통령직을 놓고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이들 중 누가 문 대통령 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지 못한다.

문 대통령의 정치 마인드의 부족 외에 그가 해쳐 온 여러 상황들에 대한 이해도도 극히 떨어진다. 마치 예전에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노무현 잘못이다” 고 불평하던 때처럼, 이번 정부의 모든 부족함이 문 대통령 개인의 부족함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듯하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명확치가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적으로 양극화 해소 못한 것, 검찰개혁 등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남북문제를 완결시키지 못한 것 등일 텐데 이제 와서는 정치적으로 정권재창출 못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며 어떤 이들은 조국 장관 가족을 지키지 못한 것을 들기까지 한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대통령 임기 5년 내에, 막강한 기득권세력(남북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의 저항을 뚫고 완수해 낼 수 있는 일이었을까? (그렇다고 “임기 5년 대통령이 겁이 없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발언과 같은 뜻은 결코 아니다)

비판자들은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촛불혁명이 그만한 힘을 주었다고 강변한다. 그런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를 문 대통령의 우유부단과 함께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촛불혁명의 힘에 대한 과신이 보인다. 촛불혁명이 진짜 ‘혁명’이었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촛불을 든 대규모 시위 혹은 집회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이라 함은 기존의 제도와 사람, 관습까지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나와 기존의 제도와 질서를 깨뜨리고 전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촛불시위(집회)는 기존의 제도(탄핵과 선거)를 통해 지극히 정상적,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힘만을 발휘했을 뿐이다. 사람, 제도, 사고방식, 세력관계, 질서, 관습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촛불시위가 혁명의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은 4.19 이래 부마, 광주, 87에 이어 앞으로도 계속될 시민정치운동-장기적 의미에서 혁명-의 한 부분으로서다)

누군가는 국회에서 무려 172석까지 몰아주었는데도 제대로 개혁을 못했다고 질책한다. 그것이 어찌 문 대통령의 잘못인가. 민주당 자체가 개혁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원들로만 구성돼 있지 않다. 지금껏 민주당이 국회에서 해 온 꼴을 보라. (민주당을 비판하는 더 심한 말은 삼가겠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민주당을 동원했어야 한다고? 그것은 과거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당을 일렬종대로 세우고 국회를 떡 주무르듯 하는 것은 과거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때나 가능했고 앞으로 등장할 윤석열 대통령이나 시도할 것이다.

개혁을 못 한 것은 문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이라는 둥, 심지어 문 대통령이 사람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본다.

인사의 최대 원칙은 ‘적재적소’일 텐데, 이는 곧 적소에 쓸 적재가 충분하다(인재pool)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확실히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물들의 면면(대법원장 김명수, 국무총리 이낙연 정세균, 비서실장 임종석 노영민, 검찰총장 문무일 윤석열 김오수, 기재부장관 홍남기)을 보면 거의가 부족한 데가 많고 일부는 명백히 실패한 인사다.

그러면 그때, 그 자리에 이들보다 더 자격이 있는 인물이 충분히 있었을까? 충분히 있었는데 잘못 골라 쓴 것일까? 말하자면 총리급이라면 정치가 됐든, 행정이 됐든, 학문이 됐든, 경영이 됐든, 어떤 한 분야에서 수십 년 업적을 쌓고,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청렴하고, 대통령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텐데, 거기에 개혁 마인드까지 지닌 인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검찰총장이나 기재부장관이 되려면 고시에 합격해 20년, 30년 이상 해당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자들이어야 할 텐데, 그런 권력기관에서 개혁 마인드를 지니고 그 오랜 기간 자리를 보존한 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설사 있다 한들 자기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조직이기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검사나 관료 조직이 아니라 수천 명 판사 조직을 이끄는 대법원장이라면?

나는 이들dp 대한 인사실패(?)를 정보부족, 판단미스가 아니라 인재부족, 혹은‘배신’이라는 코드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부족은 앞으로도 개혁정권이 맞닥뜨릴 최대의 장애물이 될 것이다. 

나는 문 대통령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과업을 충실히, 충분히 수행했다고 믿는다. 문 대통령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팔 걷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다. 그 조직(제도)에서 개혁에 필요한 힘이 충분히 생겨나기를 기다리며 그 과정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인물이야말로 이명박 박근혜를 앞세운 수구세력에 맞설 최고 최적의 인물로 발탁하고 키워 끝내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지 남이 아니다.(당시 이재명 후보는 충분히 크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기대에 부응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온 것이다. (수구세력의 온갖 방해책동에도) 큰 혼란과 희생없이 펜데믹을 극복했다.

세계가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존재를 충분히 인정하는 나라로 우뚝 섰다. 남북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5년 한반도는 어느 때 보다 평화로웠다. 일본이 함부로 보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 양극화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수치는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완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라 재정이 튼튼해졌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이 모든 일들을 혼자 힘으로 다 한 것은 아니다. 개혁이 미진했던 것이 우리 민주개혁진영의 역량이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라면, 이러한 성과 역시 민주개혁진영이 가진 힘을 다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게이트 없는 ‘정직한 정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명박처럼 거짓말 하고 사기치고 뜯어먹지도 않았고(사자방) 박근혜처럼 우왕좌왕 굴욕적인 외교꼴을 보이지도 않았고 안전이 구멍(세월호 메르스)나지도 않았다. 역대 어떤 정권(노무현 대통령만 제외)도 벗어나지 못했던 측근들의 발호도 없었다.

우리는 대선 패배의 아픔과 좌절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 그리고 과거 민주정부에 대한 자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80점 받을 만한 학생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해 80점을 받았다. 이 학생을 제대로 보살피고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못한 선생님이 “왜 100점 받지 못했느냐”며 마치 40점 받은 학생 나무라 듯 하면 되겠는가. 100점 학생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 혁명을 100번 해도 나오지 않는다. 

(딱 하나, 남은 것이 정경심 교수 사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 교수를 사면하는 꼴은 결코 보고 싶지 않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51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인수위로부터 받은 황당한 우편물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청와대 개방보다 더 중요한 것

 
22.04.27 07:38최종 업데이트 22.04.27 07:38
4월 20일,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인수위원회에 우편을 보낸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답장을 받기 불과 하루 전, 아무래도 인수위가 내용을 읽고도 답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할지 대책(?)을 고민했는데, 떡 하니 등기우편으로 답장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답장에 대한 설렘을 잠시였다. 윤 당선인의 친필이 인쇄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봉투 안에는 답이 없는 답장이 덜렁 들어있었다. 
 

▲ 인수위에서 우편이 왔습니다. ⓒ 정보공개센터


답이 없는 답장

지난 3월 18일,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등기우편 한 통을 보냈다. 정확하게는 등기로 정보공개청구서를 보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는 온라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어서, 굳이 인수위에 보낸 것처럼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https://20insu.go.kr/) 홈페이지에는 정보공개 온라인 창구는커녕 정보공개에 대한 안내조차 없었다.

인수위원회 입장에서 보자면, 짧은 기간 동안 새 정부 국정운영 비전을 짜야 하기 때문에 바빠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한시기구 특성상 정보공개가 어렵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http://18insu.pa.go.kr/)는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청구 방법과 안내를 공지해놓은 바 있다. 이마저도 18대 인수위는 출범 14일만에야 늑장으로 안내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보공개 안내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수위 출범 14일만에 홈페이지에 국민의 정보공개청구방법을 안내했다. ⓒ 대통령기록관

 
물론 정보공개 안내가 안 되어 있다고 해서 정보공개청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따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보공개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는 공공기관으로 국민에게 보유 및 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중략) 대통령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업무를 보좌하여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며, 정보공개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국가기관으로서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2008-0047 법제처 유권해석)


인터넷으로 어렵다면, 팩스나 우편, 직접 방문으로도 가능하다. 정보공개센터가 우편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유다. 

정보공개센터가 인수위원회에 요청한 것은 민감한 자료가 아니다. 인수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인수위원 명단과 인수위원회의 예산 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이들 정보는 공공기관이라면 어디든 당연하게 공개하는 정보다. 

공무원을 비롯해 공적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위촉된 개인의 성명과 소속은 정보공개법에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일부러 명시해 놓은 정보다. 이미 이전 인수위원회 정보공개 행정심판에서는 인수위원회 개최 회의의 참석자 명단도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위원 명단을 비공개할 근거가 없다.  
 

피청구인은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의 성명은 개인의 인적사항이라 비공개하였다고 주장하나,<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피청구인이 이와 관련하여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인수위원회 회의에는 각 분과별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이 참석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 또는 관계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등 대통령직 인수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 또는 국가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에 해당되어 그 성명은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6호 단서조항에 따라 공개대상이므로,<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피청구인이 백서를 통하여 청구인에게 인수위원·전문위원 등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처분 당시에 개인의 인적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수위원·간사위원·전문위원·실무위원 등의 성명을 공개하지 않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처분 부분은 위법하다.<br style="box-sizing: inherit;" /><br style="box-sizing: inherit;" />(중앙행심2013-03600)


예산 역시, 인수위원회 예산액이 어느 정도로 책정되었는지 언론보도로도 나온 만큼 비공개하기 어려운 정보다. 이렇게 공개하기 쉬운 정보를 인수위원회에 굳이 정보공개청구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수위 시절부터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잘 닦아 놓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황당한 사유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라는 공간을 시민에게 내어주고, 국민과 "현장에서, 직접, 자주" 소통하겠다고 했다. 정보공개는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페이스북을 하고, 시장을 방문하고, 식당에서 참모들과 밥을 먹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들은 모두 애써 시간을 내야 하는 이벤트다. 하지만 정보공개는 이미 법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제도는 국가가 국민과 소통하는 훌륭한 방법이자 엄연한 행정절차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건너뛴 더 나은 소통은 있지도 않거니와 한다 한들 오래 가기도, 체계적이기도 어렵다. 

하지만 윤석열 인수위는 소통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절차도, 시스템도 무시한 그야말로 황당한 응답을 해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4월 20일 인수위원회가 보낸 답장에는 "공개여부 결정기간 연장 통지서"가 들어 있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국민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공공기관은 10일 이내에 공개/비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이를 10일에 한해 미룰 수 있다. 인수위원회 역시 당연히 공개여부 결정을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보낸 연장 통지서는 법을 지킨 게 하나도 없었다.  

첫 번째, 이 정보공개 결정을 왜 미루는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여부 결정을 연장할 때에는 연장된 사실과 연장 사유를 청구인에게 지체 없이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 하지만 인수위원회의 통지서 어디에도 미루는 이유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저 미룬다는 통보가 있을 뿐이다. 

두 번째, 응답 기한 자체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법에 따르면 인수위원회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최장 2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정보공개센터가 3월 18일 보낸 청구서는 3월 22일 인수위에 도착했다. 그러면 법에 따라 아무리 늦어도 4월 18일까지는 공개든 비공개든 결정을 통지했어야 한다. 답변은 미룬다는 통지 역시 4월 4일까지는 해야 했다. 

그런데, 인수위원회는 결정통지를 해야 하는 마지막 날에, 결정이 아닌 결정을 미루겠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보낸 정보공개연장통지서1 ⓒ 정보공개센터

 

▲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보낸 정보공개연장통지서2 ⓒ 정보공개센터

 
이해할 수 없는 연장통지서의 이유를 살펴봤더니 접수일부터 꼬여 버렸다. 3월 22일에 접수했어야 할 청구서를 인수위원회는 10일도 더 지난 4월 5일에서야 접수했고, 그 결과 법에 따라 지켜져야 하는 기한이 미뤄져 버린 것이다. 

왜 10일 이상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하지 않고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통지서에는 전화번호도, 담당자 이메일주소도, 하다못해 팩스번호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다. 오로지 주소가 남겨져 있었지만 이 정도의 통지서로 미뤄보건대 간다고 만나주기는 할까 의문이다. 

정보공개 뭉개기는 엄연한 국민의 알권리 침해, 인권침해다. 2021년 인권위원회는 "공공기관은 헌법 및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하는 내용과 절차를 준수해 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며,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바쁘다는 이유로 접수하지 않은 자기 기관의 늦장대응이 인권침해라고 시정을 권고한 바 있기도 하다. 

청와대 개방보다 중요한 것

윤석열 당선인은 소통의 한 방법으로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벗어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 집무실에서 어떻게 소통하겠다고 하는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이 나가고 난 뒤, 시민에게 개방되는 청와대는 관광의 장소는 될지언정 소통의 장소는 될 수 없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소통은 공간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보완해야 한다. 수준 높은 소통의 전제는 정보다. 정부와 국민이 대등한 수준의 정보를 갖고 있을 때,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국민의 국정운영참여, 이른바 거버넌스가 이뤄진다. 

윤석열 당선인은 5월 10일에 20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국정을 시작한다. 인수위에게 받은 편지로 받은 불안하고 답답한 인상이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용 사면복권 청원에 동아 "오죽하면" 한겨레 "궤변"

  • 기자명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2.04.27 07:59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사면론 고개, 연이틀 이재용 사면 군불지핀 중앙
‘검수완박’ 민주당 단독의결, 한국 “기소·수사권 분리 뒤 혼란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5단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사면론을 청원했다. 보수 신문들이 전날에 이어 오피니언 면을 통원해 재벌 사면론을 이어간 반면 한겨레는 보도와 사설을 통해 이를 “일고의 가치 없는 궤변”이라 일축했다.

신문들은 문 대통령이 임기 말을 앞두고 사면 대상을 막판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최근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각계 사면 요구를 취합해 문 대통령에 전달했다. 조계종 등 불교계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정경심 전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을,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종근 부영그룹 회장 등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했다.

▲27일 아침신문 1면
▲27일 아침신문 1면
▲박용 동아일보 부국장 칼럼
▲27일 박용 동아일보 부국장 칼럼

보수 신문들은 동시다발로 데스크 칼럼을 통해 재벌 총수 사면을 주장했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가 ‘글로벌 경제 대전환기’를 똑같이 이유로 들었다. 26~27일 이틀 간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지면을 통해 경제5단체의 사면을 주장하는 논리를 비중 있게 전달하거나 직접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박용 부국장은 데스크 칼럼을 통해 “오죽하면 경제5단체가 (…) 사면복권 청원서까지 내고, 기업인들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뛸 수 있게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부터 떼어 달라고 하소연하겠는가”라며 “사면 조치로 (…) ‘모래주머니’부터 떼어주는 노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의 우상규 산업부 차장도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논리”라면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7일 세계일보 데스크 칼럼
▲27일 세계일보 데스크 칼럼

전날 1면과 고현곤 논설주간 겸 신문제작총괄 칼럼, 외부 기고, 경제면과 정치면을 동원해 ‘재벌 총수 사면으로 대통합’ 논리를 편 중앙일보는 이날도 1면과 종합 8면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사면 검토 움직임을 보도했다. 청와대가 5월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이재용 부회장 등 사면에 대비해 구체적 준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이어지는 본문에선 “대상자에는 MB와 김 전 지사를 포함해 일부 여야 전직 국회의원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26~27일 1면
▲중앙일보 26~27일 1면
▲27일 중앙일보 8면
▲27일 중앙일보 8면

한겨레는 ‘여권의 한 고위인사’를 인용해 사면한다면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삼기보다 특별사면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관련 보도에서 “임기말 사면 검토 기류에 ‘사면권 남용’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이 “사면권은 최소한의 절제된 권한 행사여야 하며 사법정의와 법치 실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며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사면권을 제한한다던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약속을 깨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5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며 “대선 후보시절 ‘부패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사면하면서 약속을 깼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비자금 약 33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은 최서원(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27일 경향신문 6면
▲27일 경향신문 6면

한겨레는 사설을 내 “재벌 총수 사면이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궤변”이라며 “사법정의를 해쳐 국민통합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겨레는 재계의 ‘경제 위기’를 명분으로 든 사면 주장에 “이런 식이라면 재벌 총수는 불법을 저질러도 언제든 사면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며 “재벌 총수들의 명백한 범죄 행위를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7일 한겨레 사설
▲27일 한겨레 사설

‘검수완박’ 법사위 단독의결에 신문들 제각각


더불어민주당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했다. 27일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1면에 다뤘다. 보수 신문들은 1면에서 해당 법안 처리를 ‘꼼수’ ‘강행’ 등 단어로 강하게 비판한 반면 다른 신문들은 단독 의결 과정을 전하는 한편 일부 국민의힘 책임도 거론했다.

신문들은 이날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했다. 민주당은 22일 여야가 합의했던 중재안에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올 연말까지 남겨두는 내용(정의당 안)을 추가해 27일 밤 0시11분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신문들은 민주당이 27~29일 본회의 처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27일 동아일보 1면
▲27일 동아일보 1면

법사위가 밤 0시11분께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한밤 중 이뤄진 전체회의 법안 통과 소식을 담았는지는 신문마다 갈렸다. 경향신문과 세계일보는 26일 저녁 법안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을 담았다. 7개 신문은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 단독 처리 소식을 전했다.

앞서 여야는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범죄 가운데 경제와 부패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 폐지만 1년 6개월 뒤 시행하기로 미루고, 나머지 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은 4개월 뒤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수사권 폐지를 원천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의당은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선 범죄까지는 검찰의 수사권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민주당이 이를 개정안 ‘부칙’에 반영해 처리했다.

보수 신문들은 관련 보도에서 법안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첫 문장으로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 중재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위장 탈당’ 꼼수로 강행처리했다”고 강한 비판조로 보도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도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한 사실을 지적하고 “결국 초유의 자당 의원 위장 탈당 꼼수를 강행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첫 문단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최를 결정한 경우 국회 171석을 가진 민주당의 강행처리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이다”라고 첫 문단에 전했다. 1면 헤드라인 아래엔 북한이 공개한 대률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을 배치했다.

▲27일 조선일보 1면
▲27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등은 법사위 통과 과정을 보도한 뒤 본회의 때 정국이 얼어붙거나 극한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한겨레는 1면에 국민의힘 측의 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27일 국민일보 1면
▲27일 국민일보 1면

한국일보는 사설 ‘검수완박 속도전, 마지막까지 협의 끈 놓지 말아야’에서 “약 70년 만에 형사사법의 기본틀을 바꾸는 획기적 변화인 만큼 여야 합의 처리를 당부한다”며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중재안을 번복하면서 강행처리의 빌미를 준 만큼 강대강 대치정국의 책임 또한 국민의힘이 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27일 한국일보 사설
▲27일 한국일보 사설

그러면서도 “강대강 대치 속에 표결을 강행한다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 또한 정국 급랭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야 공히 한시적인 검찰 수사권 몇 개의 관할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라 검찰 수사ㆍ기소권 완전 분리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정은, "핵무력 최대 급속도로 강화발전시킬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04/27 09:26
  • 수정일
    2022/04/27 09:2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국가 근본이익 침탈하면..."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04.26 13:06
  •  
  •  수정 2022.04.26 17:12
  •  
  •  댓글 0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은 25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진행했다. 흰 군복 차림의 김위원장 왼쪽 옆에 물러난 리병철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은 25일 저녁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진행했다. 흰 군복 차림의 김위원장 왼쪽 옆에 물러난 리병철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은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진행했다.

평소 8면을 발행하던 [노동신문]은 이날 총 16면 중 13개면을 열병식 보도에 할애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원수계급장을 단 흰 군복차림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석단에 나와 핵무력 강화 계획과 함께 국가 근본이익을 침탈할 경우 핵무력의 실제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는 격변하는 정치군사정세와 앞으로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우리가 억척같이 걸어온 자위적이며 현대적인 무력건설의 길로 더 빨리, 더 줄기차게 나갈 것이며 특히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든다면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무력을 필두로 한 무력 강화에 대해 거듭 힘주어 말했다.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된다"고 하면서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먼저 "혁명의 세대는 계속 바뀌고 날로 더욱 포악해지는 제국주의와 장기적으로 맞서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을 들어 '정치사상강군화'를 '군 건설의 기본이자 전략적 제1대 과업'이라고 역설했다.

또 "세계군사력의 발전추세와 현시기 급속하게 변화되는 전쟁양상은 우리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더 빠르게 현대화할것을 요구하고있다"고 하면서 '군사기술 강군화'를 강력 추진할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해 군 명예위병대의 영접속에 명예위병대와 대연합부대 군기를 사열한 후 주석단에 올랐다.

열병식 광장에는 최신형 전술미사일종대, 초대형 방상포종대, 전략미사일종대가 잇따라 들어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열병식 광장에는 최신형 전술미사일종대, 초대형 방상포종대, 전략미사일종대가 잇따라 들어섰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초도행 방사포종대에 대해서는 임의의 순간에 선제적인 연속타격을 가할 수 있는 세상에 없는 조선의 절대병기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열병식에 모습을 나타낸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열병식은 국기게양식-21발 예포 발사-김 위원장의 경축연설-열병식 준비겸열-열병종대 행진-공군 열병비행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국방상인 리영길 차수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정천 원수에게 열병부대가 정렬하였음을 보고하고 점검을 마친 박정천이 김 위원장에게 열병식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한 후 시작됐다.

명예기병종대를 시작으로 △항일무장투쟁시기 종대와 △조국해방전쟁시기 종대에 이어 △당중앙위원회 호위처종대 △국무위원회 경위국종대 △호위국종대 △호위사령부종대가 뒤를 이었다.

1~5군단종대에 이어 해군과 공군종대 뿐만 아니라 최고급 지휘관 양성소인 김정일군정대학종대를 비롯한 각급 군사학교종대와 노농적위군종대, 정치보위대, 국가보위성종대, 특별기동대종대와 비상방역종대 등이 망라되어 열병행진을 진행했다.

신문은 기계화종대와 최신형 전술미사일종대, 초대형 방사포종대, 전략미사일종대에 이어 지난달 24일 시험발사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이 잇따라 광장을 행진했다고 전했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종대에 대해서는 "주요타격 대상들을 사정권안에 두고 임의의 순간에 선제적인 연속타격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세상에 없는 조선의 절대병기의 하나"라고 소개하고 '화성포-17'형에 대해서는 '공화국의 전략적지위를 온세상에 과시'했다고 하면서 "어머어마한 모습을 가까이하는 온 광장이 삽시에 환희와 격정의 도가니로 화하였다"고 알렸다.

이날 열병식 주석단에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비서, 리병철 당 비서, 리영길 국방상,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 림광일 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무력기관 책임일꾼들, 대연합부대장, 정치위원들, 연합부대장들이 등단했다.

군사분야 최고책임자였다 물러난 리병철을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호명한 것이 눈에 띈다. 리병철은 박병천과 함께 김 위원장의 양 옆에서 열병식을 참관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는 귀빈석에 앉고 리일환·정상학·오수용·태형철·김재룡·김영철·정경택·박정근·오일정·허철만·박태덕·김형식·유진·박명순·리철만·김성남·전현철·주철규·리선권·리태섭·우상철·김영환 등 당·정 간부들이 주석단에 자리잡았다.

당·정·군에서 오래 활동한 리명수, 태종수, 최영림, 김경옥 을 비롯한 노 간부들이 초대되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전환행동 촛불시민대행진 개최, “윤석열 인수위는 적폐인수위”

곽성준 통힌원 | 기사입력 2022/04/25 [15:38]
  •  
  •  
  • <a id="kakao-link-btn"></a>
  •  
  •  
  •  
  •  
 

▲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3차 남녀노소 촛불행동.  © 곽성준 통신원

 

<3차 남녀노소 촛불행동>이 지난 23일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마로니에공원 앞 도로에 모인 시민들은 ‘한동훈, 정호영 지명철회’, ‘김건희 구속처벌’ 선전물과 현수막을 들었다.

 

‘촛불승리! 전환행동’(이하 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3차 촛불행동에는 약 1천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으며 부산, 울산, 광주 등 지역에서 참가한 시민도 있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공은희 씨는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를 넘어서는 도둑정권”이라며 “검찰독재 무소불위 용납할 수 없다. 부산에서도 촛불을 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울산에서 참가한 시민은 “도둑놈이 대장이 되더니 그 밑에도 전부 도둑놈이다. 이 나라를 다 말아먹으려고 한다”라며 청와대의 새 이름을 “굥바바와 40인의 도둑들”로 짓자고 제안했다.

 

대학로 본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수위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 인수위까지 행진하는 시민들.  © 곽성준 통신원

 

시민들은 ‘1진:한동훈 지명철회 진’, ‘2진:김건희 구속처벌 진’, ‘3진:현수막 진’으로 나눠 행진했다. 

 

‘한동훈 지명철회 진’ 참가자들은 ‘한동훈 비번 까’, ‘한동훈 사퇴해’ 글자가 적힌 아이폰 선전물을 들었다. 

 

‘김건희 구속처벌 진’에서는 ‘외람이’, ‘개검’ 이름표가 붙은 강아지 인형을 끌고 ‘김건희 상징의식’을 한 참가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현수막 진’은 ‘한동훈-정호영 지명 철회’, ‘김건희 구속-처벌’ 외 시들의 요구가 담긴 다양한 현수막들이 모여 진을 구성했다.

 

▲ 김건희 구속 처벌 진의 모습. 김건희 씨를 패러디한 여성이 맨 앞에 있다.   © 곽성준 통신원

 

참가자들은 인수위 앞에서 정리집회를 가졌다.

 

2030참가자로 소개받은 한 청년은 “광주에서 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5.18묘역에 보수 유튜버들을 몰고 와서 소란을 피우는 데 그럴 거면 제발 좀 광주에 오지 마라”라는 당부를 윤 당선인에게 남겼다.

 

지난 4월 15일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김건희 구속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대학생도 마이크를 잡았다. 기습시위 당시의 상황과 연행 이후 쏟아진 관심과 격려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시민 여러분 덕분에 오늘 대행진에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싸우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민웅 전환행동 상임대표는 “윤석열 인수위가 인수할 수 있는 건 오직 적폐뿐”이라며 “우리가 진짜 인수위다. 검찰개혁, 한반도 평화, 촛불혁명, 그리고 마침내 권력도 인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 인수위 앞 정리집회 모습.  © 곽성준 통신원

 

안진걸 전환행동 상임공동대표가 사회를 본 3차 촛불행동에는 블루웨이브, 빛나는청춘, 송희태 가수의 노래 공연이 있었으며, 참가자들은 ‘굥굥굥 잡아먹는 용산 귀신’을 비롯한 다양한 분장과 패러디로 참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권오혁 전환행동 사무국장은 오는 30일 ‘한동훈 국민청문회’와 5월 7일 ‘윤석열 취임 대비 민폐 체험 걷기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학로에는 극우 유튜버들이 대형스피커로 집회를 방해해 참가자들과 시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서울의소리’ 방송 차량 장비를 신원미상의 남성이 훼손하는 사건도 발생해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 곽성준 통신원

 

  © 곽성준 통신원

 

  © 곽성준 통신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美 "러시아 약해지길 원해" vs. 러 "美, 우크라 무기 공급 중단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04/26 08:21
  • 수정일
    2022/04/26 08: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우크라이나 방문한 미 국무장관·국방장관, 9000억원대 추가 군사 지원 약속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7억130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고, 러시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반발하며 무기 공급을 중단해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두달을 맞은 24일(현지시간) 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 정부의 고위인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 후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빼앗으려는 러시아의 목표는 실패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보다 독립 우크라이나가 훨씬 더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올바른 지원과 장비가 주어진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러시아의 침략을 두려워하는" 동유럽 국가에 7억1300만 달러(5억5900만 파운드)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개전 초기 키이우에서 철수했던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을 서부 리비우에 개석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상 복귀시키겠다고 했다. 

미국의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러시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25일 러시아 국영TV와 인터뷰에서 미국에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무기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는 이 상황이 용납될 수 없음을 강조했고, 이 관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런 우려를 표명하는 공식 외교 서한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런 행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을 악화시키고 결국 더 많은 사망자를 내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장관들이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직후인 25일 오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중서부 철도역 5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위안부 문제, 다시 박근혜 때로? 한미일의 수상한 기류

[김종성의 히,스토리] '이것으로 끝' 힘 싣는 한국 차기 정부와 미국

22.04.26 06:04최종 업데이트 22.04.26 06:04

▲ 박진 외교장관 후보자의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 NHK

 
윤석열 차기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두 정부의 입장이 동해와 독도를 넘어 교환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발언이 그것이다.

박진 후보자는 지난 20일 "위안부 합의는 한·일 간의 공식 합의"라며 2015년 12월 28일 합의를 상기시켰고, 같은 날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장관은 "2015년 12월 일·한 외교장관 회담에서의 합의에 의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박진 후보자는 그 합의의 유효성을 강조하고 마쓰노 장관은 그 합의로 인해 문제가 끝났음을 강조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일본 정부 대변인이 위안부 합의의 유효성을 강조한 직후에 미국 국무부도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워싱턴 시각 21일 오후(한국 시각 22일 오전)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였다.

현장의 기자가 "일본과 대한민국 간의 역사적 관계와 관련하여 남한의 신임 외교부 장관 박(朴)이 2015년에 위안부에 관해 체결된 양국 합의를 어제 인정했습니다"라며 국무부의 입장을 묻자, 프라이스 대변인은 박진 후보자의 발언을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main>
우리는 일본과 대한민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역사 관련 쟁점에서 협력하도록 오랫동안 격려해왔습니다. 그들이 민감한 역사적 쟁점을 다루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의 공통적인 지역적·국제적 우선순위를 발전시킬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위안부 문제가 치유와 화해의 원칙에 따라 해결되도록 노력해왔다고 했다. 또 피해자와 유족의 상처를 해소하는 치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반목을 해소하는 화해의 원칙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다 상위에 있는 또 다른 입장을 두 번째 문장에서 언급했다. 위안부 문제 같은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동안에도 미국이 포함된 '우리'의 우선순위를 위해 미국은 나아가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 문제로 인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역사 문제로 인해 한미일 동맹이 약해지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국무부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상당히 정제되고 압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재차 주목받게 될 위안부 문제에 자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표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윤 정부와 기시다 내각 사이의 관계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치유와 화해 촉진했다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개입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1945년 이래 지금까지 77년간 전개된 미국의 개입이 정말로 그런 방식이었다면, 그 긴 시간 동안 식민지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이상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이 풀리지 않은 채로 사무쳐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미국이 정말로 치유와 화해의 원칙을 따랐는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개입과 중재로 도출된 대표적 작품인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만 봐도 그렇다.

식민지배 문제에 관한 유일한 조문인 한일기본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선언했다.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 이후의 식민지배가 무효라고 하지 않고, 그날 이전의 행위가 무효라고 선언했다. 그날 이후 35년간 발생한 식민지배 피해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날 체결된 청구권 협정 역시 위안부·강제징용·강제징병으로 인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규정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민사 채권·채무 관계를 다루는 협정에 지나지 않았다.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순지 외무성 조약국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서도 나타나듯이 식민지배로 인한 개인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이 협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청구권 협정 제2조에 "(양국 간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엉뚱한 문구가 들어갔다. 한국 국민들이 분노하는 쟁점들을 제대로 다루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것으로 끝이다'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5.12.28 ⓒ 이희훈

 
미국의 개입과 중재로 도출된 또 다른 사례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도 거의 비슷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해 12월 28일 체결된 것이 만 2년 뒤인 2018년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발언에 의해 유야무야 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위안부 합의는 한국 국민들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체결된 것이었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 게다가 배상금이 아닌 지원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했다. 그나마 지원금의 지급도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가 만드는 재단을 통해 진행되도록 했다. 일본 정부 예산으로 지원금을 마련하되 일본 정부가 직접 지급하지 않는 형식을 띤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금전도 중요하지만 사과 형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무시하는 합의였다

그렇게 부실하고 무책임한 합의인데도, 청구권 협정 제2조와 유사한 것이 들어갔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대신의 기자회견문에 들어 있었던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함"이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청구권 협정 때 그랬던 것처럼, '이것으로 끝이다'라는 선언이 위안부 합의에도 들어갔던 것이다.

'다 됐으니 가라'는 돌팔이 의사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는 한·일 두 정부의 무책임·무성의와 반역사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협정과 합의를 성사시킨 실질적 주체인 미국의 흠결 역시 드러낸다. 한국인들의 상처를 어설프게 싸매 준 뒤 '다 됐으니 가라'라고 떠미는 '돌팔이 해법'을 보여준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치유와 화해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고 발언했지만, 실제로 나타난 것은 이 문제를 얼른 봉합하고 자국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모습뿐이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온 미국이 지금 또다시 개입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미국이 종래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 속에서도 나타난다.
   

▲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3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16.3.31 ⓒ 연합뉴스

 
그는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in a way that promotes healing and reconciliation)" 미국이 문제 해결에 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가 말한 '치유와 화해'는 '화해와 치유'의 순서를 바꾼 것이다. 미국의 중재 작품인 2015년 합의로 인해 생겨난 결과물이 화해치유재단이다. 그 재단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2018년 11월 27일 자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 기사인 '남한,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결정(South Korea Decides to Dismantle 'Comfort Women' Reconciliation and Healing Foundation)'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 언론은 위안부 문제에서 사용되는 '화해와 치유'를 'reconciliation and Healing'으로 표기한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두 단어의 순서만 바꿨을 뿐이다.

박진 후보자와 마쓰노 관방장관이 2015년 합의의 유효성에 관해 주거니 받거니 한 직후에 국무부 대변인이 화해치유재단을 연상시키는 화해와 치유라는 단어를 순서만 바꿔 언급했다. 2015년 합의에 기초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차기 정부와 기시다 내각이 추진하는 'Again 2015'에 대해 미국은 동의의 뜻을 암시하고 있다. 이미 실패한 선례를 향해 한국·일본은 앞서 나가고 미국은 뒤에서 주마가편(走馬加鞭)하는 식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핵관'이 합의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뒤집은 '윤심'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04.26 06:45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간담회 기사, 제목에 등장한 조국·한동훈
가덕도 신공항 예타 면제 다가오는데…졸속 추진, 환경파괴 논란

국민의힘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합의 사흘 만에 재협상을 주장했다. 중재안 합의를 이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검수완박 합의문’ 재논의를 요구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4월 통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해당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국민의힘이 합의를 뒤집은 배경은 ‘윤심’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25일 중재안에 부정적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입장이 배현진 대변인과 장제원 비서실장을 통해 연이어 전해진 것이 단적인 예다.

중앙일보는 “윤핵관과 검찰 사이…당선인, 검수완박 대응 수위 딜레마”라는 제목으로 윤 당선자 의중을 해석했다. 이 기사는 “윤 당선인의 발언이 강경해지는 배경에는 여야 합의 직후 검찰 내부에서 ‘권성동에 당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직접 발언을 하지 않고, 또 수위도 세심하게 조율해가는 배경에는 ‘졸속 합의’라는 비판을 받는 여야 합의를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4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4월26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은 이번 합의 번복으로 향후 정국이 꼬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보수층 반발에 윤·안·이 모두 제동… ‘협치의 위기’ 자초했다)는 “(국민의힘은) 전례없는 합의 번복으로 다중 위기에 봉착했다”며 “윤 당선인 입김에 여야 합의가 뒤집어지면서 의사 결정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민주당에 법안 단독 처리 명분을 내줬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도 난항이 필연적”이라 전망했다.

한국일보 사설(합의 번복한 국민의힘, 입법 강행 막을 명분 있나)은 “이유 불문하고 파행정국의 책임은 정치적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국민의힘이 무겁게 져야 한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한 합의안을 번복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일이다. 민주당도 ‘검찰 보완수사권이 수사ㆍ기소 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거센 내부 비판을 감수한 채 중재안을 수용했다”며 “국민의힘이 이런 정치적 타협의 산물을 걷어차버린다면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검수완박’ 기다렸다는 듯 수용한 이유 설명해야)은 애초 국민의힘이 중재안을 수용한 것 자체가 의아하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석 부족 때문에 중재안 수용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이제 와서 헌법 가치 수호를 말하며 재논의 쪽에 힘을 싣는 것도 국민을 의아하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사설(검수완박 재협상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책임져야)의 경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파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을 끌어왔다. 중앙일보 사설(‘검수완박’ 중재안 잘됐다는 문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은 이를 “정치권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측 입장을 옹호한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기존 합의안에 힘을 싣고 나섬에 따라 민주당의 밀어붙이기가 거세어질 전망”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 마지막 간담회, 신문별 초점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이 답한 질문은 △향후 계획과 남북미 관계 개선 역할 가능성 △정치·경제 인사 사면론 △‘검수완박’ 추진하는 민주당에 대한 의견 및 김오수 검찰총장 사표 처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사에 대한 후회 여부 △지방 소멸 우려 등 지역불균형 문제 등이다. 

주요 종합일간지 기준으로 거의 모든 신문은 검찰 관련 발언을 제목에 썼다. 가장 많은 신문이 주목한 키워드는 ‘한동훈’ ‘조국’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의 ‘검수완박’ 관련 표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생각을 밝힌 대목이다.

▲4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다룬 26일자 서울신문 기사(위)와 조선일보 기사
▲4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다룬 26일자 서울신문 기사(위)와 조선일보 기사

경향신문: “조국 수사, 검찰 의도 있었다고 봐…단정하진 않겠다”
서울신문: 文 “한동훈, 검수완박 저지 표현 위험하다… 조국 수사 방식 공교로워”
한국일보: 文대통령 “검수완박 저지 발언, 위험하고 부적절” 한동훈 직격
국민일보: 대통령 “한동훈 ‘검수완박 저지’ 발언 굉장히 부적절”

중앙·조선일보는 윤석열 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발언을 제목에 썼다. 각 신문 기사 제목은 중앙일보 “현 정부 검찰총장이 야당 후보로 당선… 아이러니한 일”, 조선일보 ‘文 “윤석열, 다른당 후보로 대통령 당선… 참 아이러니”’ 등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靑, MB-이재용 내달 8일 석탄일 사면 검토’ 기사에서 사면 관련 발언을 앞세웠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면에선 이재용 부회장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경제 5단체의 사면·복권 요청을 다뤘다.

가덕도 신공항에 모이는 우려들

26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의결이 전망되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기사(가덕도 신공항 건설 때, 남산 3배 규모 발파해야)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준설토의 80%가 넘는 양의 흙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정책을 반영한 공항 건설과 조류 충돌 방지, 해양오염 방지 대책 마련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사설(경제성 낮은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 타당한가)은 “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던 지난해 2월 초, 국토부는 국회에 낸 검토 보고서에서 경제성, 안정성, 환경성 등 7개 항목에 걸쳐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이런 우려에도 여야는 지난해 2월 말,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예타 면제를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4월26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4월26일자 경향신문 정동칼럼

국민일보 기사(경제성 없다는 최종 보고에도 가덕도신공항 강행할 건가)도 “경제성이 현격히 떨어져 혈세를 낭비하는 애물단지 공항이 되리라는 우려가 큰 데도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타 면제 의결 방침을 재고하고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활동가는 경향신문 ‘정동칼럼’(멸치 말리는 공항)에서 “2021년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표결할 때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 33명을 제외한 267명은 모두 염치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을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인 이유는 2021년 4월7일에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었다”며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수조원의 혈세를 탕진하고 간다는 오명을 자청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대 대선 이후 진보의 길] 양극화 폭발시킬 윤석열 정책, 적극 개입해 파국 막아야

 
  •  
  •  
  •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경제는 서서히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국내 상황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가 끝난다고 해서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K자 양극화는 K자 경제회복으로 진행되면서 향후 양극화-저성장 악순환의 심화구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존중사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던 이유이다.

이제 곧 등장할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과제에 직면해서 어떠한 경제정책을 펼칠 것인가? 당선인의 대선 공약집을 보면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정책이 존재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손실보상, 노동자 보호 사각지대 해소, 납품단가 제도 개선, 근로장려세와 공공부조 혜택 확대, 사회복지종사자 처우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여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빈껍데기 공약일 가능성이 높으며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 공약들에 주목해서 보면 친기업적-반노동적 정책 기조가 뚜렷이 드러난다.

친기업, 친기업적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추구

윤석열 당선인은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만의 ‘선택할 자유’를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저서로 거론하였는데 이를 반영하듯 그의 공약집은 규제 완화와 기업 및 산업 지원이 경제공약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온 것과 달리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는 재벌 개혁 요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산업정책은 어느 정부든 신경을 써야 할 중요한 경제정책 분야이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정책을 수립했고 첨단산업 육성,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러한 산업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와 동시에 과도한 경제력 집중 방지, 기업을 통한 사익추구의 방지,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장려도 중요하다. 특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듯이 규제 완화라는 슬로건 자체보다 어떤 규제완화인가가 중요하다.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제는 당연히 완화되어야 하지만 필수 규제마저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수어통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2022.04.10. ⓒ뉴시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는 묻지마식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은 법규정이 비현실적이고 모호하다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 및 처벌 등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등 오히려 느슨해서 문제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현재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윤석열 당선인은 혁신을 장려한다는 명목 하에 자율규제 및 최소 규제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극소수의 기업이 이미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일부 기득권 기업의 과도한 지대 향유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업 친화적 규제 완화가 대기업에게만 좋을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당선인은 추상적 수준에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유도하겠다고 이야기했으나 제시한 몇 개의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중기부의 의무고발제를 축소 운용할 가능성이 있고, 기술탈취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 공약이나 납품단가 제도 개선 공약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 노동개혁 외면, 친시장적 노동개혁 과제 제시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친기업적, 친시장적 경제철학을 고려하면 향후 노동정책은 철저하게 반노동적일 것임을 전망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현재 노동 부문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들, 즉 비정규직 과다, 취약 노동자에 대한 차별 대우, 낮은 노동권 보호 수준 등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할 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 법제화, 동등처우 실현을 위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으며,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이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자는 데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러한 문제들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이번 대선 과정에서 사용자 친화적인 몇 개의 노동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현재 1~3개월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하고, 취업규칙과 근로자대표 서면합의 없이 부서별 노사합의로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함으로써 이 제도를 노동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가 아니라 노조를 배제하고 기업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제도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둘째,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중심 직무급 임금체계로 전환할 것을 공약했는데, 성과중심을 강조한 것이나 전체 노사합의가 아니라 직무·직군·직급별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합의로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 것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직무급제는 연공급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성과급 측면이 과도해진다면 소모적인 경쟁을 초래할 수 있고,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직무·직군·직급별로 합의해서 추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노노 갈등을 부추겨 사용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상생형 노사관계를 실현하겠다고 하면서 노동위원회의 조정기능 강화,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활성화 공약은 내놓았는데, 전자의 경우 노사갈등을 해결이 아니라 쟁의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을 안고 있으며 후자의 경우 불법적 사내 하도급을 근절하는 방안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편 플랫폼종사자 등 모든 노무제공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법제화하겠다는 공약의 경우, 바람직한 입법(일명,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등)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할 고용형태 종사자들을 노동법 배제 대상으로 공식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다양한 고용형태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반노동적 노동철학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마땅히 져야 할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결과를 야기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이미 대선 기간 중에 드러났듯이 윤석열 당선인의 노동에 대한 관점은 놀랄 만큼 전근대적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갈수록 ‘플랫폼노동화’, ‘액화노동화’되고 취약해지는 노동에 제대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기 난망이다.

기업 지원과 재정보수주의, 복지 위협 예상

친기업적, 반노동적 경제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은 이러한 양극화를 상쇄해 줄 수 있을까? 윤석열 당선인은 자영업자 손실보상 및 다차원적 지원,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현금복지 확대 등 임기 내 총 266조원 가까운 복지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재정이 투입되어서 실행해야 할 복지 정책들은 보수적 재정 기조와 친기업적 재정 운영으로 인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도 양극화 심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4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10. ⓒ뉴시스


국민의힘은 과거 증세나 국채 발행과 같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반대해왔고 이번 공약집에도 그러한 내용이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원 마련이 요원하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인 추경호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이미 오래전부터 피력해 왔다.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추경을 편성했던 시기에 그는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자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이밖에도 공공부문 부채관리계획까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포함시킬 것, 4대 보험 등에 대한 장기재정추계를 2년마다 40년 이상의 기간에 대해 추계할 것을 제안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엄격한 재정준칙을 담은 것이다.

그가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면 엄격한 재정준칙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한 강력한 재정건전성 프레임 하에서의 재원 마련은 기존 세출을 줄이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기업 친화적, 북한 적대적 정부일 것은 자명하므로 경제, 국방 부문 지출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제시한 복지공약을 축소 혹은 폐기하거나 기존의 복지사업 중 잘 드러나지 않는 사업, 표 안 되는 계층에 대한 사업을 중복 혹은 낭비 등의 이유를 내세워 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상병수당 확대, 돌봄 확대, 취약계층의 일자리 전환 지원, 전국민고용보험 확대와 같은 복지 공약들은 소요재원조차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윤석열 당선인은 세대간 부담을 공평화하면서 소득보장 수준을 높이고 재정안정화를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미사여구로만 점철된 이 공약이 공약이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재정안정화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개악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전국민고용보험과 관련해서는 저소득층 예술인과 농어업인 고용보험 확충을 약속했는데 고용보험의 확대 및 보완 대상을 지나치게 선별적,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부채 확대, 자산 시장 호황을 통한 경기 부양 추구

윤석열 당선인의 경제공약 중에서 대표 공약이라고 할 만한 또 다른 정책이 바로 부동산 부문 활성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1기 신도시 재정비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임대차3법 완화, 민간임대사업자 혜택 확대를 통한 민간임대 활성화를 공약했다. 또한 부동산세제를 약화시키고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주택매입을 수월하게 해주는 정책을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이러한 정책을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제안하고 있다.

주택과 토지, 상가 등을 완전히 상품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수요 확대가 생산 확대, 비즈니스 활성화로 이어지는 다른 일반 재화와는 달리 특정 지역 부동산은 수요에 따른 공급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이러한 정책은 투기 심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고자산, 고소득 계층이 부동산 자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고 투기의 주요 주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부동산 시장 투기화는 결국 자산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켜서 저소득, 저자산 계층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봉건시대 지주와 소작농의 관계가 자본주의적 버전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워크샵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26. ⓒ뉴시스


포용적 성장이라는 글로벌 대세와 반대로 가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지향했던 길을 걷고자 할 것이다. 4% 성장률 목표도 이명박 정권의 ‘747’ 공약과 박근혜 정부의 ‘474’ 공약의 연장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 정책들이 효과가 있었던가? 과거를 돌이켜보면 일부 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기도 했으나 수출은 기대했던 낙수효과를 창출하지 못했으며, 결국 박근혜 정부로 하여금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에 의존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한계에 다다른 가계부채, 금리 인상 전망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은 얼마 안 돼 시장의 급락, 혼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진보진영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견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공약으로 제시한 복지는 반드시 지킬 것, 노동과 중소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를 제공할 것, 대기업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재정보수주의에 매몰되어 어려운 시기에 마땅히 해야 할 국가의 일을 방치하지 않도록 적극적 조세재정정책 시행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진보진영이 더욱 단단하게 연대할 필요가 있다. 각 조직이 전통적인 관심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합적이고 일관된 공통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푸틴의 다음 목표는 몰도바?…러 사령관 가능성 시사

몰도바 '제2의 우크라' 우려…美 국무장관·국방장관, 젤렌스키와 회동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04.25. 09:08:48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볼라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이들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백악관 측은 안전 등의 문제를 이유로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었다. 미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로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키이우에 오려면 빈손으로 오면 안된다"며 "우리는 중화기를 원하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무기 목록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할때 미국의 추가 무기지원이 주요 의제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우크라이나에 34억 달러를 군사지원 명목으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똑같은 명분을 내세워 몰도바도 침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존 피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24일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런 가능성을 언급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과거 소련에 속했던 국가이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되지 않은 국가다. 

피너 부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동부인 돈바스 지역에 집중해있는 러시아군이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한 뒤 몰도바까지 진출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이들이 앞으로 어디로 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아직은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항구 도시인 오데사와는 거리가 멀고, 몰도바와는 확실이 멀다"고 말했다.

이런 가능성은 앞서 지난 22일 루스탐 미네카예프 러시아 중부군 부사령관이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완전히 장악할 계획이라면서 몰도바 침공 가능성도 언급했다는 러시아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남부를 통제하는 것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증거도 있는 트란스니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트리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에 있는 몰도바의 한 도시다. 그는 또 러시아가 2014년 합병을 선언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까지 육상 회랑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통제권을 확보한 뒤 몰도바 국경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군 부사령관의 발언이 알려진 뒤 몰도바 정부는 즉각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24일 러시아에 마리우폴에 위치한 아조우스탈 바로 옆에서 특별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러시아가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마리우폴시에서 최후까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과 아조우 연대의 최후 거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시간 동안 51번 등장한 '이재명'... 누가 계승자일까

[오마이TV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토론회] 네 후보 모두 이재명 앞세워 민심-당심 경쟁

22.04.24 22:21l최종 업데이트 22.04.24 22:21l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조정식, 염태영, 김동연, 안민석 후보가 토론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조정식, 염태영, 김동연, 안민석 후보가 토론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표현과 내용은 저마다 달랐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이재명'이었다.

24일 오마이TV 초청으로 열린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김동연, 안민석, 염태영, 조정식 네 사람은 저마다 이재명 당 상임고문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각자의 본선 경쟁력, 핵심 공약을 소개하는 1부 60분 동안 '이재명'이라는 이름만 51번 등장할 정도였다. 

조정식 "'이재명 지우기' 나선 김은혜... 제가 압도할 것"
안민석 "윤석열 정권에서 경기도 어떨까? 탈탈 털 것"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조정식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조정식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안민석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안민석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재명 고문의 경기도지사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경선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조정식 후보는 첫 인사부터 '이재명 지키기'를 호소했다. 그는 "'MB키즈' 김은혜 후보가 '윤석열 아바타'로 이재명을 지우겠다고 한다"며 "김은혜 후보를 압도할 최상의 후보, 경기도민과 이재명 고문을 지키고 경기도를 더 크게 실현할 후보가 바로 저 조정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재명 고문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고 고비고비마다 이재명을 지켜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민석 후보 역시 "이재명의 경기도를 지키고 이어가고 싶다. 이재명이 시작한 경기도를 안민석이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고문이 지사시절 무상교복, 청년수당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주력했던 점을 '성과'로 꼽으며 "윤석열 정권에서 경기도가 어떻겠나? 김은혜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된다면 이재명의 성과를 다 지우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이재명을 보복하려고 하지 않겠나? 경기도를 탈탈 털 것"이라며 "저 안민석이 맞서겠다"고 약속했다. 

염태영 "성남시장 8년 경험한 이재명처럼 12년 수원시장"
김동연 "이재명과 가치연대... 그의 가치 계승·발전시킬 것"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염태영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염태영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김동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가운데 김동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3선의 수원시장 출신인 염태영 후보는 정책역량 면에서 본인이 가장 이재명 고문을 닮았다고 홍보했다. 그는 "성남시장 8년 경험한 이재명 고문이 1등 도정을 한 것처럼 12년 수원시정을 바탕으로 경기도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며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사람은 중앙관료, 다선 국회의원이 아니다. 민생과 중앙 경험을 두루 갖추고 실적으로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다.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해온 지방자치 전문가, 민생정치의 새 기수인 제가 적임자"라고 했다. 

현재 여론조사 1위인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 고문과 대선 때 '가치 연대'한 경험을 내세웠다. 그는 '이재명의 경기도정' 바탕에는 공정과 복지, 평화라는 가치가 깔려 있다면서 "저는 이 가치를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일방통행'을 비판하며 "이재명 고문과 양자토론 때 사석에서 실패한 대통령이 걷는 전형적인 길을 얘기하며 '인의 장막'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다. 

핵심 공약도 '이재명 따라잡기'... 모두 '명심' 경쟁

네 후보들은 앞으로 도정을 이끌 때에도 '이재명의 경기도'를 적극 참고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 고문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GTX 확충, 신도시 재건축과 리모델링 추진, 지역화폐 확장 등을 약속했다. 조정식 후보는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던 이 고문의 말을 인용하며 경기도 내에 집중된 화장장·하수처리장 문제, 각종 규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염태영 후보는 이 고문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소중한(소소하지만 중요한)' 정책으로 지역화폐 인센티브 2배로 확대, 광역버스 노선 확충 등을 선보였다. 안민석 후보는 이 고문의 무상교복 정책뿐 아니라 무상체육복·가방까지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재명의 꿈이었던 '반도체 경기'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재명의 기본주택 꿈을 제가 수정·보완하겠다"며 거듭 '이재명의 계승자'를 자임했다.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조정식, 염태영, 김동연, 안민석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오마이TV주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한 스튜디오에서 조정식, 염태영, 김동연, 안민석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산 이깔나무숲에 울려퍼진 함성

[개벽예감 489] 북산 이깔나무숲에 울려퍼진 함성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4/25 [07:58]
  •  
  •  
  •  
  •  
  •  
  •  
 

<차례>

 

1. 특별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2. 회의에서 채택된 유격전식 인민전쟁전략

3. 유격전식 인민전쟁을 준비하는 투쟁

4. 이깔나무숲에 울려퍼진 함성

 

 

1. 특별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첫 시작은 김일성이 떼라. 무슨 일이나 표본이 있고 시범이 있는 법이 아니냐.> 동무들은 이런 말로 나와의 작별인사를 대신하였다.”

 

위의 인용문은 김일성 주석이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제2권에 서술한 문장이다. 조선로동당출판사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기간에 펴낸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총8권인데, 어린 시절부터 1945년 해방 직후까지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투쟁 전 과정을 상세히 수록한 책이다. 2021년 4월 서울에 있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총8권을 출판했다.  

 

누구나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위의 인용문은 특별한 작별인사였다. 평범한 작별인사가 아니라 특별한 작별인사라고 하는 까닭은, 중국 동만주 각지에서 활동하는 항일혁명투사들이 1931년 12월 16일부터 10일 동안 동만주 연길현 명월구에서 진행된 회의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김일성 주석과 나눈 작별인사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그날 김일성 주석과 항일혁명투사들이 나눈 특별한 작별인사는 항일혁명운동에서 질적 변화를 일으킨 신호탄이었다. 

 

1931년 12월 16일부터 10일 동안 동만주 연길현 명월구에서 진행된 회의는 ‘동만특위 당 및 공청 간부회의’였다. ‘동만특위’라는 말은 동만주특별위원회라는 뜻인데, 동만특위는 중국공산당 동만주지역조직이다. ‘공청’이라는 말은 공산주의청년단이라는 뜻인데, 공청은 중국공산당 산하 청년조직이다. 

 

중국측 역사자료에 의하면, 중국공산당은 1927년 10월 중국 료녕성 심양에 중국공산당 만주성위원회를 조직했고, 곧이어 중국공산당 동변도특별위원회를 조직했는데, 동변도특별위원회를 동만특위라고 불렀다. 동변도라는 말은 만주의 중심도시 심양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동쪽 변방에 있는 섬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변도를 간도라 불렀다. 그러므로 동만주, 동변도, 간도는 같은 지역을 일컫는 지명들이다. 동만주는 두만강 북쪽에 펼쳐진 광활한 땅이다. 

 

만주 전역을 총괄하는 만주성위원회를 료녕성 심양에 둔 중국공산당이 동만주에 특별위원회를 내온 까닭은, 당시 항일혁명운동이 가장 강력하게 전개된 동만주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일제식민지시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일제의 식민통치와 지주계급의 착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만주로 집단이주했다. 그래서 동만주는 조선인 항일운동의 중심지로 되었다. 일제는 동만주 각지로 확대되는 조선인 항일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800~900명의 대대급 ‘토벌대’인 ‘간도특설대’를 내몰았는데, 악독한 ‘간도특설대’는 1938년부터 1945년까지 미쳐 날뛰면서 항일혁명투사들과 무고한 인민들을 대량학살하는 극악한 만행을 저질렀다. ‘간도특설대’에서 일제의 앞잡이로 날뛰었던 조선인 반민족범죄자는 150여 명이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한국군 창군의 공로자로 추대되어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백선엽(합참의장), 신현준(해병대사령관), 김석범(해병대사령관), 송석하(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 김백일(제1군단장), 김홍준(남조선국방경비대)이 있다. 

 

‘동만특위 당 및 공청 간부회의’는 동만주 연길현 명월구에서 진행된 것으로 하여 조선에서는 명월구회의라고 부른다. 당시 중국의 행정구역은 성, 현, 구, 촌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를테면 길림성 연길현 명월구 마촌이라는 식으로 구역화된 것이다. 회의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명월구회의는 동만주 각 현들에 조직된 중국공산당 동만특위 조직대표들이 참석한 회의였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항일혁명투사 40여 명이 명월구회의에 참석했는데, 예비회의를 진행한 다음 10일 동안 본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명월구회의에는 동만주에서 활동하는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과 중국인 항일혁명투사들이 함께 참석했다. 

 

명월구회의가 열렸던 1932년 12월 당시 중국공산당 동만특위 서기는 중국인 항일혁명투사 동장영(1907~1934)이었다. 서기라는 직책은 당조직 책임자를 뜻한다. 동장영은 1925년부터 1928년까지 일본에서 유학하였고, 중국공산당 하남성위원회 서기, 대련시위원회 서기로 일하다가 동만특위 서기로 임명받고 1931년 11월 동만주 연변으로 갔다. 그는 1934년 3월 21일 동만주 왕청현 동광진 묘구촌에서 벌어진 ‘토벌대’와의 조우전에서 전사했다. 오늘날 왕청현에는 동장영렬사릉원과 동장영기념관이 있다. 이런 사실을 보면, 그가 중국의 항일혁명렬사들 가운데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세계혁명운동을 지도하고 있었던 국제당(Communist International, Comintern, 존속기간 1919~1943)은 한 나라에 혁명적 당이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는 ‘일국일당주의’를 채택하였는데, 그에 따라 1930년 3월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이 해산되었고, 1931년 10월 조선공산당 일본총국이 해산되었다. 그렇게 되어 만주와 일본에서 활동하던 조선인 혁명가들은 중국공산당 또는 일본공산당에 각각 입당해야 했다. 하지만 조선인 혁명가들 가운데는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이 일국일당주의 원칙에 따라 해산되기 이전에도 그들을 외면하고 중국공산당에 입당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당시 일제의 탄압과 당내파쟁으로 와해위기에 빠진 조선공산당에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명월구회의에서 동장영 서기가 “동만에서 오래동안 투쟁해왔고 경험도 많이 축적한 조선 동지들이 중요한 발언을 하여 달라고 거듭 요청”하는 바람에 김일성 주석은 “중국말과 조선말을 엇바꾸어가며 선동적인 연설을 하였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말을 유창하게 하였으므로, 이중언어로 연설한 것이다. 명월구회의에 관한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당시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과 중국인 항일혁명투사들은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따로 모여 자기 나라말로 별도회의를 진행한 다음, 이중언어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합의, 의결하는 절차를 밟았다. 

 

2)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과 중국인 항일혁명투사들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이 진행한 별도회의에서 토의된 내용을 가지고 이중언어로 연설하였다.

 

조선의 역사문헌에는 김일성 주석의 명월구회의 연설이 ‘일제를 반대하는 무장투쟁을 조직전개할 데 대하여 - 연길현 명월구에서 진행된 당 및 공청 간부회의에서 한 연설’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다. 연설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명월구회의에 참석한 항일혁명투사들은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전략방침과 전술문제를 토의, 결정하였던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명월구회의 연설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조직하는 문제, 유격근거지를 창설하는 문제, 무장투쟁의 대중적 지반을 구축하는 문제, 조중인민의 반일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문제, 당조직사업과 공청사업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였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명월구회의는 “항일무장투쟁의 시초를 열어놓은 회의이며 우리나라 반일민족해방운동과 공산주의운동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온 력사적인 회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항일혁명운동은 명월구회의를 전환점으로 하여 항일무장투쟁으로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된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일성 주석이 “나는 회의에서 거론된 문제들을 골자로 하여 무장대오조직과 무장투쟁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두고 중국말과 조선말을 엇바꾸어가며 선동적인 연설을 하였다”고 회고록에 서술하였다는 사실이다. 인용문에 나오는, 여러 문제들을 거론한 회의는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이 우리말로 진행한 별도회의를 뜻한다.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은 별도회의에서 “무장대오조직과 무장투쟁에 대한 구상을” 토의했는데, 김일성 주석은 그 구상을 가지고 전체회의에서 이중언어로 연설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장대오조직과 무장투쟁에 대한 구상”이 김일성 주석의 전략구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해석하는 근거는, 명월구회의가 개최되기 2년 전인 1930년 6월 30일 동만주 장춘현 카륜에서 진행된 공청 및 반제청년동맹 지도간부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 ‘조선혁명의 진로’라는 제목으로 보고를 했는데, 그 보고에서 항일무장투쟁의 필요성과 전략구상을 이미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은 카륜회의 보고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식민지민족해방운동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고 지적하고, “공청과 반제청년동맹을 비롯한 혁명조직을 통하여 교양육성되고 단련된 청년공산주의자들로써 혁명적 무장조직인 조선혁명군을 결성하여야” 한다고 언명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카륜회의에서 제시한 전략구상에 따라, 1930년 7월 6일 길림성 이통현 고유수에 있는 삼광학교 운동장에서 조선혁명군이 결성되었다. 조선혁명군은 항일무장투쟁 준비단계에 조직된 소규모 반군사조직이다. 이처럼 김일성 주석은 명월구회의 이전부터 항일무장투쟁에 필요한 사상이론적 준비를 갖추고, 실천경험을 쌓고 있었으므로, 항일무장투쟁에 관한 전략구상을 제시하면서 명월구회의를 이끌었던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명월구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국가가 없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정규전으로 일제와 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변화무쌍한 유격전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기본무장투쟁형식”이라고 지적하고, 비록 “(우리가) 지금은 남의 나라땅에서 곁방살이를 하는 적수공권의 청년들”이지만, “인민을 믿고 항일전쟁을 시작하려고 결심하였다”고 한다. 또한 김일성 주석은 “인민이 국가이고, 인민이 후방이며, 인민이 정규군”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벌리게 될 유격전은 인민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언명하였다. 

 

 

2. 회의에서 채택된 유격전식 인민전쟁전략

 

명월구회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항일무장투쟁을 유격전식 인민전쟁(people's war)으로 정식화하였다는 사실이다. 명월구회의 이전에도 우익민족주의계렬의 무장조직들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지만, 그것은 유격전식 인민전쟁이 아니었다. 1910년대와 1920년대에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우익민족주의계렬의 무장조직들을 통칭하여 조선독립군이라고 불렀다. 조선독립군은 인민과 유리된 상태에서 유격전을 전개하였기 때문에, 인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차츰 약화되더니, 결국 1933년 말에 와해되고 말았다.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유격전식 인민전쟁전략구상에 따라 명월구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행방침이 채택되었다.

 

- 처음에는 소규모 유격대를 조직하고, 점차 그것을 대부대로 강화발전시켜 인민혁명군을 창건한다.  

- 군중토대가 튼튼하고, 물질적 보장조건도 마련되어 있고, 지형도 유리한 동만주 산간지대에 유격근거지를 창설한다.

- 일제의 통치가 미치지 못하는 해방지구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유격근거지를 창설한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중국 동지들도 그 구상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였으며, “유격전쟁의 형식문제, 유격대조직문제, 유격근거지문제를 비롯하여 어느 문제에서나 그들은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되어 “바로 이 회의(명월구회의 - 옮긴이)에서 유격전의 방향을 규정해주는 전략과 전술적 원칙의 골자가 마련되였으며, 그것을 기초로 하여 비상히 풍부하고 변화무쌍한 무장투쟁의 전법들이 창조되였다”고 한다. 

 

명월구회의가 열리기 3개월 전인 1931년 9월 18일 일제는 만주사변을 도발했다. 만주사변은 일제가 만주를 점령하여 중국대륙을 침략하기 위한 병참기지로 만들려는 무력침공이었다. 일제가 중국을 침략한 것으로 하여 우리 민족의 항일혁명운동에 새로운 정세가 조성되었다. 만주사변으로 조성된 새로운 정세는 무력침공에 미쳐 날뛰는 일제를 타도하려면 반드시 무장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명월구회의가 진행된 때로부터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1932년 1월 말 일제는 만주 전역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같은 해 3월에는 괴뢰국인 만주국을 만들었다. 중일전쟁은 1945년 8월 일제가 패망할 때가지 15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처럼 급격히 변화되는 정세 속에서 항일혁명투사들은 유격대식 인민전쟁의 길을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개척하며 한 걸음씩 전진해야 했다. 유격대식 인민전쟁전략을 채택한 명월구회의를 끝마치는 순간, 회의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혁명가>와 <인터나쇼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 노래는 “사랑하는 조국과 혁명 앞에 드리는 선서”였다고 한다. 

  

명월구회의를 끝마친 참가자들은 김일성 주석과 특별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각자 자기 활동지역으로 떠나갔으나, 김일성 주석과 동장영 서기는 회의장에 남았다. 동만주 조선인 항일혁명운동의 대표자 김일성 주석과 동만특위 책임자 동장영 서기는 진지한 담화를 나누었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는 “명월구회의가 끝난 다음 나는 백바위 밑에서 동장영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서술되었다. 회고록에 담화내용이 수록되었다. 동영장 서기는 김일성 주석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만에서 혁명투쟁의 주력군은 조선 사람들입니다. 조선족 주민들에 의거해야 유격전쟁은 승리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아무리 리간질을 해도 두 나라 공산주의자들은 민족적 편견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특위는 앞으로 조선 동지들과의 사업에 특별한 주의를 돌리려고 하는데 많은 방조를 바랍니다. 나는 김일성 동지를 믿겠습니다.”

 

중국공산당 동만특위는 조선인 당원이 90% 정도에 이르러 압도적인 다수의 지위를 차지했다. 또한 앞으로 조직될 반일유격대들에도 조선인이 중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입대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조건에서 동만특위 책임자가 동만주 조선인 항일혁명운동의 대표자에게 방조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동장영 서기가 중국공산당 동만특위 서기로 임명되어 연변에 간 때는 1931년 11월이었고, 명월구회의가 소집된 때는 1931년 12월 중순이었으므로, 명월구회의는 그가 동만특위 서기로 임명된 때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열렸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동영장 서기는 동만특위 책임자로 임명되어 룡정에 나타나마자 밀정들에게 걸려들어 룡정경찰서 구류장에 갇혔는데, 고 씨 성을 가진, 보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사람이 룡정경찰서에 들어가서 경찰들을 구슬려놓은 덕택에 동영장 서기는 곧바로 풀려나 명월구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당시 동장영 서기는 동만주 항일혁명운동의 내부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명월구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조건에서 동만특위 책임자가 동만주 조선인 항일혁명운동의 대표자에게 방조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동영장 서기의 방조요청을 “뜨겁게” 받아들이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두 민족 간의 단결에 대해서는 우리도 특별한 관심을 돌리고 있으니 마음을 놓으십시오. 조중 인민들 사이에 생긴 일시적인 불신은 유격전쟁의 총성이 다 제거해버리게 될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에서 “그 후 나와 동영장은 이날을 자주 회상하였다”고 썼다.  

 

 

3. 유격전식 인민전쟁을 준비하는 투쟁

 

명월구회의 이후 동만주 각지에서는 유격전식 인민전쟁을 준비하는 투쟁이 활발히 벌어졌다. 당시 항일혁명조직에는 유격전을 수행할 유능한 지휘관들과 훈련된 전투원들도 없었고, 유격전에 필요한 총과 탄약, 식량과 군복도 없었다. 항일혁명조직이 믿어야 할 신뢰대상은 인민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일혁명투사들은 인민 속에 들어가 유격전준비사업에 착수했는데, 가장 선차적으로, 가장 중시한 것은 ‘사람’이었다. 유격전에 참가할 전투원을 모집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했다. 회고록에서 김일성 주석은 당시 유격대초모사업을 다음과 같이 추진했다고 썼다. 

 

- 적위대, 소년선봉대, 소년탐험대를 비롯한 반군사조직들의 훈련을 강화하고 대렬을 확대하였다.

- 두만강 연안의 여러 지역에서 항일운동에 참가한 동지들이 안도현으로 집결했다.

- 정치군사적으로 준비된 청년들이 안도현으로 집결했다. 

- 추수투쟁과 춘황투쟁에서 단련되고 검열을 받은 청년들을 선발하여 안도현으로 집결시켰다. 

 

김일성 주석은 명월구회의를 마치고 안도현에 돌아가서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맡겼던 두 자루의 권총을 땅속에서 파냈다”고 한다. 회고록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동지들과 만나 그 두 자루의 권총을 쳐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 이것이 우리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아버지는 의병도 아니고 독립군도 아니었지만, 세상을 떠나시는 날까지 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 왜? 무장투쟁이야말로 나라의 독립을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투쟁형태라고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총적인 지향은 무장투쟁을 하자는 것이였다. 나는 이 두 자루의 권총을 물려받을 때 아버지가 지향했던 것을 내가 대신하여 실현시키고야 말리라는 결심을 굳게 다지였다. 이제는 때가 되였다. 이 두 자루를 밑천으로 삼아 독립행군을 시작해보자. 지금은 이 두 자루가 전부이지만, 이것이 새끼를 치고 또 쳐서 200자루, 2,000자루, 2만자루로 될 날을 생각해보라. 총 2,000자루만 있으면 능히 나라를 해방할 수 있다. 밑천이 있으니 이것을 자꾸 굴려 2,000자루, 2만자루가 되게 하자!” 

 

항일혁명투사들은 유격대초모사업과 함께 무기로획투쟁도 벌였다. 그들은 일제관동군, 일만경찰, 친일지주, 반동관료배들을 습격하여 총과 탄약을 빼앗는 무기로획투쟁을 결사적으로 벌였다. 무기로획투쟁에 나선 많은 동지들이 적들과의 전투에서 희생되었다. 

 

항일혁명투사들은 유격대초모사업, 무기로획투쟁과 함께 무기제작투쟁도 벌였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화룡현 수리바위굴병기창, 왕청현 남구병기창, 연길현 주가골병기창 등에서 칼, 창, ‘비지깨권총’, 소리폭탄, 고추폭탄, 연길폭탄을 자체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항일혁명투사들은 무장투쟁의 대중적 지반을 축성하는 정치조직사업에도 전력했다. 무장투쟁의 대중적 지반을 축성하려면 인민들 속에 깊이 들어가 오랜 기간 동안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생사고락을 나누어야 했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따르면, “한 마을을 혁명화하는 과정에 여러 명의 혁명가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사람들로부터 참기 어려운 수모와 불신을 당하면서도 자기가 혁명가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피나는 투쟁과 노력에 의하여 동만주 안도현, 연길현, 왕청현, 화룡현, 훈춘현에서 10~20명의 인원으로 유격대소조들이 속속 조직되었다. 유격대소조들은 무기를 확보하고, 전투경험을 축적하고, 무장대오를 확대하다가 대규모 무장대오를 조직하는 식으로 반일유격대 창건사업을 추진했다. 안도현에서 활동하는 항일혁명투사들은 김일성 주석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조선인 별동대를 조직했는데, 별동대 참가자들은 거의 모두 학생출신들과 농민출신들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조선인 별동대를 확대하고 재편성하는 식으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했다. 반일인민유격대는 중대를 기본전투단위로 하여 조직되었다.

 

결사적인 창건준비투쟁을 벌인 끝에 마침내 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군사훈련은 안도현 소사하 무주촌 토기점골 등판에서 진행되었다. 소사하 부녀회원들이 매일같이 점심밥을 담은 함지를 머리에 이고 토기점골 등판으로 올라왔다. 소사하 부녀회원들은 가둑나무물을 들인 녹색천을 가지고 재봉틀을 돌려 군복과 군모를 만들었다. 

 

1932년 4월 하순 안도현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하기 위한 최종회의가 진행되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회의참가자들은 김일성 주석을 반일인민유격대 대장 겸 정치위원으로 선거하였다고 한다. 

 

 

4. 이깔나무숲에 울려퍼진 함성

 

1932년 4월 25일, 마침내 그날이 왔다. 토기점골 등판에 울창하게 자란 이깔나무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설레고 있었다. 역사문헌에 나오는 안도현 소사하 토기점골이라는 지명을 오늘의 행정구역에서 찾아보면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현 소사하향 무주촌이다. 안도현 소사하향에 북산이 있다. 그 산에 토기점골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옛날 북산 골짜기에 토기 굽는 터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고 이용섭 역사연구가와 고 이창기 기자는 2015년 10월 토기점골 등판을 답사한 기행문을 2015년 12월 19일 <자주시보>에 남겼는데, 기행문에 따르면, 토기점골 등판은 북산 정상에 있고, 무주촌에서 토기점골 등판으로 오르는 길은 꽤 멀고 가파른데, 산에는 이깔나무숲이 울창하다고 했다. 두 답사자는 마을주민들이 토기점골 등판에 세운 기념비 앞으로 다가갔다. 기념비에는 “김일성 동지께서 1932년 4월 25일 이곳에서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하시였다. 안도현 소사하향 무주촌. 1992년 8월 25일”이라는 우리말 문장과 중국어 번역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은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토기점골 등판에서 진행된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식 현장을 다음과 같이 전해주고 있다. 유격대 군복을 입고 총을 멘 유격대원들이 구분대 단위로 이깔나무숲 등판에 정렬하였다. 소사하 주민들과 흥륭촌 주민들이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날 창건된 반일인민유격대 유격대원은 100여 명이었다.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60년 전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식에 참가한 유격대원 100여 명 중에서 19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름을 회고록에 남겼다.  

 

조선혁명군 출신 - 차광수 

황포군관학교 출신 - 박훈 

소사하 출신 - 김일룡, 조덕화, 조명화, 리명수, 곰보라는 별명으로 불린 대원  

흥륭촌 출신 - 김철(김철희), 김봉구, 리영배, 곽 씨 성을 가진 대원 

삼인방 출신 - 리봉구, 방인현 

연길현 출신 - 박명손, 안태범 

남만주 출신 - 한창훈

조선 국내 출신 - 김종환, 리학용, 김동진 

 

김일성 유격대 대장은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식에서 “이 날을 보지 못하고 희생된 동지들과 고인들을 토기점골 등판에 모두 불러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가슴에 차넘치는 격정을 터뜨려 연설을 시작하였다.” 역사문헌에 따르면, 김일성 유격대 대장은 창건식 연설을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고 한다. 

 

“모두다 조국광복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혁명의 붉은 기치를 더욱 높이 추켜들고 일제를 반대하는 무장투쟁을 힘차게 벌려나갑시다.”

 

창건식 연설을 마친 김일성 유격대 대장이 “반일인민유격대의 창건을 선포하자 대원들은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 인민들은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였다.” 뜨거운 함성이 이깔나무 숲을 지나 멀리 울려퍼졌다. 

 

그로부터 엿새가 지난 1932년 5월 1일은 세계로동절이었다. 김일성 유격대 대장이 지휘하는 반일인민유격대는 붉은 기를 앞세우고 나팔을 불고 북을 두드리면서 북산을 내려와 안도현으로 행군했다. 휘날리는 붉은 기폭에는 ‘반일인민유격대’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안도현 성에 입성하여 열병행진을 하였다. 유격대 지휘관으로 임명된 김일룡이 열병행진 중에 혁명가를 선창하면, 모든 대원들이 따라불렀다. 안도현 주민들만이 아니라 그 지역에 있는 중국인 반일부대 장병들도 거리에 나와 반일인민유격대에 환영인사와 축하박수를 보냈다.  

 

반일인민유격대가 안도현 성에서 열병행진을 마치고 토기점골로 돌아왔을 때, 차광수와 김일룡이 마을로 달려가 김일성 유격대 대장의 어머니 강반석 여사를 모셔왔다. 김일성 유격대 대장은 토기점골 이깔나무숲에서 강반석 여사와 상봉하던 장면을 회고록에 수록할 때, “병고에 시달린 얼굴, 미간에 생긴 주름살, 머리의 흰 오리, 그러나 어머니의 눈을 고요히 웃고 있었다”고 썼다. 당시 강반석 여사는 지병을 앓으면서도 소사하 부녀회원들을 이끌고 반일인민유격대 창건에 필요한 군복과 식량을 마련하는 원군사업에 힘썼다. 회고록에 따르면, 강반석 여사는 유격대원 리영배에게 다가가 그의 총과 탄띠, 오각별을 말없이 어루만졌다고 한다. 또한 회고록에 따르면, 강반석 여사는 유격대원들인 김철, 조덕화, 김일룡, 방인현, 차광수가 어깨에 메고 있는 총을 두 손으로 쓸어보고, 그들의 어깨를 만져보다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정말 장하구나. 우리 군대가 생겼으니 이제는 됐다. 왜놈들을 치고 나라를 꼭 찾아야 한다!”

 

이 글의 첫머리에 서술한 것처럼, 1931년 12월 중순 명월구회의에 참가한 조선인 항일혁명투사들과 중국인 항일혁명투사들은 반일유격대창건사업을 김일성 주석이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실행하여 반일유격대의 표본을 만들어주기 바란다는 특별한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김일성 주석은 그때부터 4개월 동안 정력적으로 활동하여 반일인민유격대를 창건하였다. 1932년 4월 25일 동만주 안도현에서 첫 반일유격대가 창건되었다는 소식은 만주 전역의 항일혁명조직들 속에 삽시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되어 1932년 5월부터 만주 각지에서 서로 다른 명칭을 가진 반일유격대들이 속속 창건되었다.

 

동만주 각지에서 창건된 반일유격대 

- 1932년 4월 안도현 반일인민유격대 창건 (대장 김일성)

- 1932년 9월 연길현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박동근)

- 1932년 11월 왕청현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량성룡)

- 1932년 11월 훈춘현 항일유격대총대 창건 (대장 공헌조)

- 1932년 12월 화룡현 반일유격중대 창건 (대장 김세)

 

 

남만주 각지에서 창건된 반일유격대

- 1932년 5월 류하현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인수의)

- 1932년 6월 반석공농반일의용군 창건 (대장 장진국)

- 1932년 11월 남만유격대 창건 (대장 맹걸민)

- 1932년 12월 해룡유격대 창건 (대장 왕인수)

- 1933년 봄 농민유격대 창건 (대장 리환민)

 

북만주 각지에서 창건된 반일유격대

- 1932년 10월 탕원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박복신)

- 1933년 3월 밀산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장보산)

- 1933년 4월 요하로농의용군 창건 (대장 최용건)

- 1933년 10월 주하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조상지)

- 1934년 2월 수령 반일동맹군 창건 

- 1934년 5월 녕안 반일유격대 창건 (대장 백정전)

 

역사자료에 의하면, 1932년 당시 동만주 각지에 조직된 반일유격대 총병력은 약 360명이었는데, 대원의 약 95% 이상이 조선인이고, 지휘관도 거의 모두 조선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동만주 반일유격대는 사실상 조선인 반일유격대였다. 조선인 반일유격대들이 통합, 증편되어 1934년에 대규모 전투부대로 조직되었으니, 그것이 조선인민혁명군이다. 

 

2022년 4월 25일은 반일인민유격대가 창건된 때로부터 90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선에서는 해마다 4월 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기념하고 있다. 창건 9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더 성대하게 기념할 것으로 생각된다. 

 

90년 전 밀림의 병기창에서 톱과 망치를 가지고 만든 원시적인 무기를 들고 항일유격전을 시작했던 항일혁명투사들의 후손은 오늘 미국의 전쟁도발위협을 제압하는 막강한 핵억제력을 보유하였다. 반일인민유격대의 ‘비지깨권총’은 조선인민군의 극초음속미사일로 전변되었고, 반일인민유격대의 ‘연길폭탄’은 조선인민군의 열핵탄두로 전변되었다. 90년 전 반일인민유격대는 꿈도 꾸지 못할,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엄청난 질적 변화가 일어난 90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인민군대의 사명과 임무를 수행하려는 그들의 사상과 의지다. 반일인민유격대, 조선인민혁명군, 조선인민군으로 이어진 군건설역사에서 인민이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그들의 사상정신적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날의 반일인민유격대와 조선인민혁명군도 인민군대고, 오늘의 조선인민군도 인민군대다. 인민군대의 사명과 임무를 수행하려는 사상과 의지, 바로 이것이 장장 90년에 이르는 그들의 군건설역사에서 엄청난 질적 변화를 일으킨 원동력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