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4일 “박범계 법무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무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날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윤 당선자의 공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에 반발한 것이다.
인수위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에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대통령 당선자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자는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국민을 위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 또한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행정 각 부처의 구성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존중하고 최대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며 “박범계 장관의 어제 기자 간담회는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는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각계는 오는 4월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이 가장 먼저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전초기지화 반대!’의 구호를 들고 미군기지 앞 투쟁과 2022년 자주통일 투쟁 방향과 결심을 세우는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창원을 시작으로 21일 부산, 22일 대구에서 투쟁을 전개했으며 29일 대전에서 투쟁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투쟁 흐름은 31일 평택미군기지와 평택역 인근에서 전국민중행동과 함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평화실현! 평화대행진’으로 이어진다.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해는 평택에서 1박 2일간 평화대행진을 했는데 올해는 투쟁을 더욱 확대했다. 투쟁 이후 노동자들과 올해 자주통일 투쟁에 관한 토론을 통해서 대중적인 반미 투쟁 결심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가 효순이 미선이 사건 20주기이다. 이때 대규모 반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3월 31일 진행되는 평화대행진. [사진제공-전국민중행동]
전국민중행동도 각계 단체와 투쟁을 준비 중이다.
오는 26일 1시에 청계천 광통교에서 ‘전쟁 부르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촉구 자주평화대회’를 준비 중이다.
자주평화대회에서는 전쟁 훈련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함께 알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영구 중단을 촉구한다. 대회 후에 행진도 계획 중이다.
전국민중행동이 주최하는 자주평화대회에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전농, 민족위원회, 범민련 남측본부 등 각계 단체가 함께 한다.
전국민중행동은 26일 대회 이후에 4월 4일부터 10일까지 ‘전쟁무기 반대! 전쟁기지 반대! 주권회복! 2022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을 준비 중이다.
자주평화원정단은 제주에서 출발해 부산, 경남(진해·창원), 김천, 성주, 대구, 군산, 평택, 동두천, 의정부, 서울 등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을 방문해 투쟁한다. 특히 부산, 진해, 서울 등은 주한미군의 세균실험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대학생들도 반미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은 4월 2일 ‘한미연합훈련 반대 전국 공동행동’을 계획 중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의 경우 미군기지 앞에서 투쟁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울의 경우 미 대사관 앞에서 투쟁을 준비 중이다.
김수형 대진연 상임대표는 서울의 경우 다른 대학생 단체와 연대 투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다른 해보다 연대의 폭을 넓히면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선제타격’ 발언, 미국의 계속된 정찰기 출격과 대규모 실기동 훈련 재개 주장 등을 봤을 때 올해 4월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으리라 예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대 대선은 끝났지만, 2030 여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에 대거 입당하고, 선거 과정에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비판에도 앞장서고 있다. 2030 여성이 막판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쪽으로 결집하면서 보여준 '정치적 힘'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들이 보여준 특징은 '역동성'이었다. '2030 여성=민주당'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상태였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를 살펴보면 20대 여성에선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44.0%,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0.9%, 소수 정당 후보들이 15.1% 득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0대 여성은 오 후보를 과반 이상(50.6%) 지지했다. 대선 선거 기간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2030 여성은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제3후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20대 여성),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더 높은 것(3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결과는 달랐다.20대 여성의 정치적 성향을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 책 <20대 여자>(2월 출간)는 "2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참여에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관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효능감을 느끼는 정당을 찾지 못했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이러한 경향을 견인하는 강한 페미니즘 성향의 20대 또한 아직 '부유하는 심판자'에 머물러 있다. 다만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서면 인터뷰한 여덟 명의 '여초 카페'(여성시대, 우리동네목욕탕 등) 회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유하는 심판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국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고, 대선 직후 민주당에 가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집토끼의 귀환'이 아니라, '심판자의 변신'이다. 그래서 힘이 더 세다.
왜 이재명을 찍었나?
▲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8명 중 5명은 대선 직전까지 이재명 후보를 찍을 생각이 없었거나,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 사이에서 고민했다. 기존의 '민주당 지지층'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다.
- 성예지(가명, 24) "이재명 후보가 여성 관련 공약을 내놓기 전까지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자고 생각했다."
- 김희주(가명, 22) "이재명 후보의 많은 의혹들에 반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던 중 닷페이스 채널에 나와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고, 페미니스트와 여성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여 조금 부족한 답변을 하긴 했어도 이 사람이 윤석열 후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 이유리(가명, 25)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많이 보았고 여과 없이 믿었다. 하지만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최소한 내가 뽑을 후보에 대해서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보들의 공약을 보게 되었다. 예상외로 이재명 후보의 공약들에 국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봐야만 낼 수 있는 세심한 내용들이 많아서 놀랐다(...) '그럼 그때 그 논란들은 뭐였지'라는 생각이 이어졌고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이 가짜뉴스거나 악질적인 날조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 정지현 (가명, 24) "이재명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 영입 후 박 위원장의 인터뷰를 보고도 심(상정)에서 이(재명)로 흔들리는 수준이었지, 소위 '개딸'은 아니었다.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성평등·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 주변 20대 여성 표심이 술렁였고 저도 그랬다. 3일 종로 여성 유세 이후로는 마음을 굳혔다."
- 박수민 (가명, 21) "이재명 후보들의 루머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하고자 했다. 다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성별 갈라치기로 인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시 여성 인권이 많이 훼손되고 후퇴할 것이 두려워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처음에는 '윤석열을 막기 위해' 뽑는 거였지만, 제가 마음을 바꾼 후 이재명 후보의 루머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후보의 여성 관련 공약들이 긍정적으로 다가와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이들 다섯 명은 선거 과정에서 의심 → 비판적 지지 → 지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변화는 '윤석열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페미니즘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한 것에서 비롯됐다.
8명 중 7명은 이재명 후보의 '여성 공약'이 이 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만든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3순위에 '여성안심 평등사회'를 내걸었고, 대선 정책 공약집에서는 '여성' 관련 7가지 의제와 44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그밖에도 이들은 성평등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과 박지현 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영입 등을 이 후보에게 투표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내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다 보니까 닷페이스 출연으로 설왕설래가 있었던 수준이었다"라며 "그런데 종로 보신각에서의 3월 3일 여성 유세를 보면서 민주당 분위기 역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해당 유세 당시 '이재명으로 마음 돌린 2030여성 7431명의 지지선언' 행사가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후보 본인이 직접 선거 전략을 (성평등을 강조하는 쪽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차악'이거나 '비판적 지지'를 받는 것에 머물러서는 여성들의 표를 집결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지지 않았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민주당 입당 러시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수많은 2030 신규 여성 당원을 맞이하게 됐다. 대선 6일만에 11만 7700명(16일 기준) 신규 당원이 입당했다. 서울시당은 온라인 입당자 중 80%가 여성이고 이중 2030 여성이 절반 이상, 충북도당은 신규 입당자중 70% 이상이 20~40 여성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당 역시 "성별과 세대별 갈라치기 등으로 사회의 분열과 혐오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2030세대 여성들이 대거 입당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한 8명의 여성 중 기존 민주당 당원은 김희주씨와 정지현씨, 두 사람에 불과했다. 이들은 선거 막판까지 표를 어디에 줄지 결정 못할 만큼 '충성도가 낮은 당원'이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한 사람은 당비를 납부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은 민주당 홈페이지 멤버십에 등록(회원가입)했다.
나머지 6명은 대선 이후 민주당에 입당했다. 윤희정(가명, 35)씨는 "당원 활동을 통해 우리의 의견을 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정혜(가명, 25)씨는 "20대 여성인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서현(가명, 31)씨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처음 입당한 이유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고, 지금은 20~30대 여성의 민심을 알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바람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수민씨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이대로 체념하지 말고 민주당에 가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2030 여성들은 이번 대선에서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며,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지켜볼 것이며 여성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 우리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는 의견이 모였고, 저도 동참했다"라고 전했다.
성예지씨는 "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미약한 보탬일 수 있지만, 하나둘씩 모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고, 이유리씨는 "이번 대선 결과는 '여성혐오'의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사회적인 문제는 개개인이 모여서 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해야 한다. 거대정당을 상대로 의견을 피력하고 개혁을 촉구하려면 그 당의 당원이 되어 관여할 권리를 얻어야 해서 기본적인 단계인 입당을 하게 된 것"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반영시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었다. 이는 세간에서 평가하듯 단순한 '열성적 지지'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느낀 이들의 입당은 민주당에 '계속 2030 여성을 의식하라'는 식의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개설된 이재명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나온 '개딸'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이 고문을 '아빠'라고 부르고, 이 고문의 젊은 여성 지지자들이 '개딸'(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성격이 괴팍한 딸'을 일컫는 말. 아버지와 투닥거리면서도 친하게 지낸다)을 자청하면서 나눈 일부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면서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에 일각에서는 '새로운 팬덤 정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2030 여성들의 정치적 열망이 정치인 개인에 대한 우상화나 무비판적 응원으로만 수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8명의 여성들은 대체로 2030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먼저 아니겠냐며, 특정한 호칭에 집중하거나 '색안경'을 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서현씨는 "요즘 주변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정치가 너무 먼 이야기인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친구들과 이재명이, 심상정이 어떻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의 '친근한 이미지'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 여성들과 소통하며, 말했던 바를 지키고자 하는 후보에게 더 정이 가고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라며 "40~50대가 특정 후보를 지나치게 지지하는 것은 내버려두고, 우리(2030 여성)의 목소리와 지지하는 방식만 팬덤 정치라고 말하는 것 또한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지현씨 또한 "팬덤 정치라는 말은 모욕적이다. 이준석 당 대표나 대선 후보를 '형'이라고 부르는 20대 남성은 정치적인 주체로 호명되는데, '아빠'로 부르면 팬덤이 되는 건 기이하다"라며 "응원하고 지지하지만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씨는 "'팬덤 정치'라는 말이 2030 여성 지지자를 가벼운 이미지로 고착화하거나 여성 지지자들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활동이 기성세대와 사뭇 달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개혁을 위해 이제 결집하게 된 2030 여성들을 기성세대들이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우려하는 시선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주민선), "이재명 후보를 '재명파파' '잼칠라(재명+친칠라)', 지지자를 '개딸', '냥아'들이라고 친근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정혜)등의 의견도 있었다.
20대 여성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담은 책 <판을 까는 여자들>의 저자 신민주씨는 "이재명 후보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직접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세는 일정 부분 유지돼왔다"라며 "친근함을 나타내는 호칭을 온라인에서 사용하게 된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고, 이상하지도 않다"라고 밝혔다.
신씨는 "오히려 '개딸'이라는 말을 문제 삼아 '여성들이 어쩜 그러냐'라면서 비난하는 행태가 더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젊은 여성들이 마치 정치권의 팬덤문화를 만든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옛날부터 팬덤 정치는 있어 왔고, 기성세대 팬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통신사 과점·해외 OTT 쏠림 완화 전제한 산업 진흥 중요”
“‘공영방송위’ 아닌 민방 공적 책무도 다루는 ‘공공성위’ 필요”
“포털 알고리즘 폐지 추세, ‘알고리즘’ 규제는 절반의 정책”
미디어 통합 부처론이 ‘대세’가 됐다. 대선 국면에서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미디어 부처 통합을 약속하며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사업자들의 요구를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한 ‘산업 활성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동원 실장은 “통신사들은 해외 OTT를 통신사 간 가입자 확보 경쟁의 수단으로 쓰며 국내 콘텐츠 투자에는 소홀했다”며 ‘통신사업자를 위한 산업 정책’이 ‘국내 콘텐츠 산업 진흥’에는 방해가 되는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에서 단순한 ‘진흥 정책’이 아닌 “한국의 통신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동원 정책실장은 미디어 정책 과제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인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의 정책 논의를 벗어나 ‘국회 차원의 특위를 통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 통합부처 설립 과정에서 ‘공영미디어위원회’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공영방송 뿐 아니라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영언론, 나아가 민영방송의 공적 책무 등을 포괄하는 미디어 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 차기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지상파를 ‘무료보편적 서비스’라고 중요하게 다뤘지만, 이제는 통신이 가장 중요한 서비스다. 윤석열 정부건 이재명 정부건, 차기 정부에서는 통신망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미디어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통신망을 바탕으로 한 국내 산업 육성,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의 보편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본다. 망과 플랫폼에 있어서 과점 경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다. 이동통신3사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
- 통신사들의 확장이 미디어 산업에 악영향을 미쳤나.
“통신사들이 한국 미디어 산업에 기여해왔는지를 보면 절망적이다. 통신사들은 가구별로 초고속 인터넷을 넣는 쟁탈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OTT를 경쟁 수단으로 쓰고 있다. 자체 투자를 한다거나, 서비스 개선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해외 OTT를 통해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면서 한국의 독자적 OTT 플랫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리모컨에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버튼을 집어 넣어 해외사업자들이 수익을 내게 하는 인프라가 되는 것이 통신사업자의 책무인지 의문이 든다.”
- 해외 OTT로 인해 국내 콘텐츠가 인정을 받은 면도 있다.
“‘오징어게임’이 의미가 있지만 이처럼 소수만의 성공 사례는 한계가 있다. K콘텐츠 열풍이라고 하지만 특정 국가의 콘텐츠 열풍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국가들은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고, 인력풀이 넓고, 적절한 보상체계 등이 전제돼 있다. 한국처럼 해외 플랫폼의 성과에만 매달리게 되면 일부 연출자와 프로듀서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시장 전반의 육성과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 넷플릭스와 KT가 제휴를 맺을 당시 홍보 사진. 사진=KT제공.
- 미디어 조직은 통합 독임제 부처 신설이 유력하다. 어떻게 보나.
“우선 방통위라는 합의제 기구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모델을 차용해 만든 게 방통위다. 박근혜 정부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와 나뉘며 이원화가 됐다. 이렇게 흘러온 방통위에 대한 점검 없이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서 이행하기에 편리한 절차를 만드는 식의 독임제 부처가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통합 부처를 통해 산업 진흥을 하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인프라 과점 상황과 해외 OTT 쏠림현상을 완화하는 진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 공영방송을 다루는 별도의 위원회 설치는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는 공영방송 3사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고립된 위원회가 있을 거다. 둘째는 공적 자금이 투여된 공영 언론, 그리고 민영방송이라도 공공성 책무를 갖고 있는데, 민영방송의 공공성 책무까지 감독하는 위원회가 있다. 후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공영방송위원회가 아니라 미디어공공성 위원회가 필요하다. 성동규 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공영은 공영으로 묶고 나머지는 진흥하자’고 하는데 공영의 범위를 좁게 보는 점이 걱정스럽다.”
- 공영방송 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미디어 환경이 변화할수록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KBS에 ‘왜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를 못 만드냐’고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공영방송은 시장성이 없음에도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은 수돗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수돗물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수돗물이 오염되면 난리가 난다. 공영방송은 우리가 신나게 구독하는 방송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등 ‘최상위의 역할’을 법령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협약을 맺고, 이 협약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 사진=금준경 기자
- 윤석열 정부 미디어 공약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은 무엇인가.
“가장 눈에 띄는 게 ‘각종 규제 완화·철폐’, ‘재승인·재허가 절차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도한 규제 완화’ 공약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채널A, TV조선과 같은 재승인 심사 때 어려움을 겪는 종편 사업자들을 위해 공정성 등 심사 기준을 낮추겠다는 말 같다. 나아가 민간 사업자에 대한 규제의 문턱을 상당히 낮추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최근 서울신문과 매일신문 사례 등 자본이 미디어를 계속 인수하는 상황인데, 자본의 미디어 진입을 더 쉽게 해주겠다는 방향성이 읽힌다.”
- 국회 차원의 미디어 정책과 기구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언론노조와 저는 청와대나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특위와 같은 혁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기한을 정한 다음, 안을 만들고 이를 입법하겠다는 스케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미디어 통합 법제 제정 등 주요 정책이 실현되지 않고, 어느 부처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
- 종편을 ‘승인’하는 현재 방식을 등록제로 전환해 보도 기능의 문턱을 낮추자는 의견이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종편을 등록제로 전환했을 경우 새롭게 진입하는 채널이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4개의 종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의 기간을 버틸 수 있을까. 등록제 전환 이후 방송이 문제가 될 경우 사후 심의를 하면 된다는 얘기가 있지만, 재승인 심사를 통한 행정 강제력을 갖지 않으면 저널리즘 품질을 보장하고, 다양한 편성을 구현하기 힘든 면이 있다. 실제 종편이 초기에 제작비가 저렴한 시사프로그램을 양산하기도 했다. 종편을 추가로 허용하게 되다면 말 그대로 종합 편성을 할 수 있고,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본다. 무조건 열어버리면 신문에 진출한 자본이 다시 방송에도 진출하게 되는 우려도 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국회를 중심으로 포털 뉴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정치권이 계속 신경을 쓰는 건 포털의 알고리즘 뉴스 추천이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절반만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뉴스는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거라고 본다. 결국 남는 건 (포털 공간 내의) 언론의 직접 뉴스 배열이다. 그렇기에 알고리즘보다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와 같은 기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이 알고리즘으로 배열하든, 언론이 직접배열하게 하든 중요한 건 언론의 디지털 수익 상당 부분을 포털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질 거라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언론이 탈포털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난해 연합뉴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마어마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포털 스스로 탈포털을 돕는 방법이 있다. 구글은 GNI(구글 뉴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언론의 디지털 역량, 저널리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 같은 사업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포털 차원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인프라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제도적 측면에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뉴스제휴평가위가 규정은 잘 만들어놨지만 법적 강제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포털 사업자의 ‘뉴스 부문’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포털의 여러 서비스 가운데 뉴스를 분리시킨 법인을 만들게 해 이에 따른 법적 지위를 분명히 부여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뉴스제휴평가위가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의 심사는 현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문호를 넓히면서 공공성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 미디어 심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언론노조는 통합자율규제기구를 강조하고 있다.
“내용 심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을 위한 공정성과 균형성을 판단해주는 심의 기구들이 아니다. 사업자가 자율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법정 기구가 해야 될 영역이 있는데, 지금은 법정 기구에 쏠린 상황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언론사들이 직접적으로 설명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피해 구제를 하는 데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 통합자율규제기구를 제안한 이유는 정치적인 논쟁에 대한 판단을 하자는 게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보도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신속한 접수, 그리고 해당 언론사가 책임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 지역언론 활성화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지역방송이나 지역 신문을 스타트업처럼 육성하는 것처럼 장기적으로,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이 너무 중앙으로 집중된 면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 독자들을 위한 지원에는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 내 구독 모델이 어떻게 가능한지 개발 지원 등의 역할을 지자체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방 자치와 지역 정치 활성화와 연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 언론노조가 대선 국면에서 ‘미디어’와 ‘산업’을 분리하는 ‘미산분리’ 정책을 제안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고, ‘미산분리’를 해 기업을 쪼개면 오히려 콘텐츠 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아주 작은 언론사까지 ‘미산분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특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미디어를 소유할 경우 ‘미디어 부문’을 분리하도록 해 독자적인 미디어 전문 자본을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국에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투자하고 저널리즘을 육성하는 자본이 있나? 거의 없다. CJ는 CJENM을 만들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상당히 오랜 기간 투자를 했다. 민방을 소유한 건설사들은 이와 달리 방송을 장기 투자 대상이 아니라 ‘내가 가지면 좋은 사회적 자본’으로 여긴다. 이 같은 구조이기에 미디어에 대한 장기 전략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분리를 시키면 오히려 사업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 언론 노동 부문에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이 걱정이다. 노동 유연화를 강조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곳이 방송업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부에서 방송업계 전반의 과도한 노동 시간, 불안정한 고용 조건 문제를 합법화시켜줄 수 있다고 본다. 안정된 고용 환경을 만드는 데 그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로 규정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민주당의 패배는 완패가 아니라 선전한 패배라는 점이다.
사실상 촛불혁명에 대한 민주당의 배신과 무능, 실정을 두고 본다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동영이 대결했던 선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격차로 패배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문재인은 집권 후 뭐라도 해보려다가 촛불혁명을 배신했지만, 이재명은 선거운동 와중에 우경화로 돌아섰다.
윤석열과 이재명의 주장이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재명이 이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빙승부로 패배했다. 국민의 힘의 부활을 막고 촛불혁명 정신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완강한 투쟁 덕분이다.
이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진보정당이고 진보정당 지지자들이다. 그러나 지금 진보정당은 누굴 탓하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무엇이든지 주체적 관점에 평가하고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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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이 보수양당의 초박빙승부에서도 의미있는 지지를 획득하려면 조직력도 있어야 하고, 정치력도 있어야 함을 뚜렷하게 입증하였다.
정의당은 지난 번 대선보다 오히려 표가 줄었다. 자기 조직력, 노농빈 대중에 의거하지 않고 선거공학적 정치력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다가는 있던 지지율 마저 까먹는 꼴이 났다.
한편 진보당의 경우 지난번 대선에 비해 지지율은 높아졌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표한표 끌어모으는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한 지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정당이 어떤 정황에서도 자기 힘에 기반한 정치적 힘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정치, 직접정치에 기반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이 호응하고, 확실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대중자신의 직접정치를 전면화하지 않고 진보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택배파업투쟁에서 보여지듯이 대중자신의 투쟁속에서 손잡고 싸우는 대중정치투쟁 전략만이 진보정당이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진보정치를 진행할 수 있는 당 주체, 현장위원회, 지역위원회, 분회를 강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이 힘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기초해서만 의미있는 성과가 나온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당주체가 분명하게 활동한 곳에서는 당원수보다 더 많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당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곳에서는 거품이 많았다는 것도 교훈으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특히 진보정당은 서로 힘을 합쳐 연대연합을 해야 그나마 소기의 목표를 원만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교훈들이 더 잘 실현되는 방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지역과 현장을 단위로 하는 직접정치의 성과를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위, 현장위, 분회, 대중조직 등의 당사업주체들의 역할을 훨씬 더 밀도있게 높일 수 있는 정치조직화 공간이다. 특히 대선전부터 논의해온 연대연합을 더욱 발전시켜 지역마다 단일진보정당 후보를 세우는 운동을 크게 확장시켜 진보정당이 실질적 성과를 내는 지방선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 촉구 피켓팅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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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는 친미보수양당체제에 균열을 내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수양당사이의 박빙승부 틀안에서 진보유권자들이 수구세력의 부활을 저지하는 문제와 진보정당의 성장을 도모하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선거전략상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정치체제, 정치구조상의 문제이다. 진보정당은 선거전략을 잘 짜는 문제가 아니라 친미보수양당체제를 혁파하는 정치투쟁 속에서만 박빙승부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자기정치를 실현하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당면해서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정치개혁을 쟁취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수양당기득권체제에 균열을 내면서 지방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 ‘승자독식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제시하고, 기초의회부터 ‘국민을 닮은 다당제 정치’를 구현을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윤석열, 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승자독식, 증오와 배제, 분열의 정치를 넘는 첫걸음으로 ‘국민통합정부’라는 가치와 함께 다당제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기도 하였다.
정치개혁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회의원 중대선거구제를 강화하고, 광역의원 정수조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초의원 최소 정수를 2인으로 잡고, 4인 이상 선출 시 2개 이상 지역 선거구 분할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현 제도를 기초의원 최소 정수 3인, 4인 이상 선출 시 선거구 분할 조항을 삭제하자는 취지이다.
진보당 등 진보정당은 이번 6.1 지방선거부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및 쪼개기 금지, 복수공천 금지’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실현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광역의회에서부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로 전면 개편하고, 국민의힘도 다당제 정치개혁에 전면적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녹녹치 않다.
이미 3월 18일까지 끝내야 할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를 거부하고 영남권 분구를 통한 광역의회 70여명 증원에만 집중하는 형국이다.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를 견인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물론 선거제도 하나 바뀐다고 진보정당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보정당 성장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쟁취하는 기회 역시 늘 오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양당구도를 혁파하는 정치개혁투쟁에 진보정당이 앞장서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양당을 뛰어넘어 진보정당을 선택하자는 호소가 전 국민적으로 전파되도록 해야 한다.
집무실 이전과 함께 권한 분산 상징
전문가 “권력 나눌 제도 개선 없이
구체적 구성·검증 방안 아직 없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겠다며 집무실 이전과 함께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한 국정운영 방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검증 방안은 흐릿한 상태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구체적 제도개혁안 없이 민-관 협업만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공개했던 국정운영계획의 핵심은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민관합동위원회’의 구성이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에게 둘러싸인 ‘청와대 내각’으로는 제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며 그 대안으로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한 채 각 분야별로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티에프(TF)방식의 국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다. 당시 윤 당선자는 “광화문 집무실을 만들고 청사 안엔 대통령실의 여러 참모들과 민관합동위원회와 사무처, 회의실 등이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청와대 구조는 그렇게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대통령과 국정을 논하게 하려면 폐쇄적인 지금의 청와대 구조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었다. 윤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집무실 이전이 실질적으로는 민관합동위원회 운용을 위한 방법론인 셈이다. 윤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의원은 “최소한의 사무국만 두고 민관합동위원회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윤 당선자의 의지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자가 “공간의 의식을 지배한다”며 집무실 이전 구상을 확정했지만, 정작 핵심목표였던 민관합동위 구성과 인사 검증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인수위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지금은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위원들이 추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기본적인 검증은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 또한 이날 브리핑 뒤 민관합동위 검증 방식에 대해 “모든 국정에 함께 하시는 분들은 검증을 하지만, 어떤 인사 검증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용산 이전’ 기자회견에서 “외부 전문가들, 경륜 있고 국가적 어젠다 설정과 (관련해) 도움 주실 분들이 많은데 인사청문회 등 제한이 따르지 않나”라며 외부 위원에 대한 ‘검증 간소화’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검증을 소홀히 하면 외부 전문가들의 이해충돌 문제를 간과할 수 있고 기업의 음성적 로비스트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민관합동위원 검증은 주진우 전 부장검사가 주도하는 인수위 ‘인사검증팀’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자가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 분산 노력은 하지 않고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으려 했다는 ‘구색 맞추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관합동위원회에 권한을 얼마나 부여하고, 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지 등 결정되지 않는다면 옥상옥에 불과할 것”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으려면 대통령이 인사권을 자제하고 입법권, 예산권, 국정감사권에 대한 국회의 자율성을 더 보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만약 정책이 실패한다면 민간이 어떻게 책임지겠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민관합동위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 교수도 “그간 청와대 안에서 설치됐던 위원회는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구색 맞추기용이었다”며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더 많은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 결국 대통령 의지의 문제 아니겠냐”고 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겸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장이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고 새 정부가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일성을 토했다.
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동네 의원에 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패스트트랙을 준비하고, 국민의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자는 등의 제안을 했다. 일선 의료계는 "대부분 이미 다 한 정책"이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과학 방역'의 새로운 무엇이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안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 정부가 여론에 따라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결정"해서 "여러 가지 실수가 나왔다"며 차기 정부는 "과학 방역, 즉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제시한 차기 방역 정책은 크게 일곱 가지 정도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의 기본 골자를 재택 격리 자가 치료에서 동네 의원 대면 진료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최우선적으로 검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또 진료 패스트트랙을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고위험군의 경우 "마치 (치료자) 두 줄이 있으면 한쪽은 패스트트랙(고위험군), 한쪽은 일반 검사자들, 이런 식으로 만들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안 위원장은 강조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서는 "경구치료제가 동이 날 가능성이 있다"며 "제약사에 요청해서 특허 로열티를 내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만들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안 위원장은 언급했다.
아울러 백신 부작용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안 위원장은 밝혔다.
안 위원장은 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항체 양성률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료계는 특별히 문제가 있는 주장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주장도 아니라는 평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 위원장이 밝힌 정책 대부분이 지난 2년간 한국과 해외 각국 정부가 대부분 시행한 대책"이라며 "이제는 더 새롭고 '과학적'인 무언가가 나올 여지가 사실 없다"고 말했다.
실제 패스트트랙의 경우 이미 현장 의료에서 어느 정도 시행 중이다. 재택치료자 중에서도 집중관리군과 일반 환자를 차별화하고, 고령자의 병상 배정도 더 빨리 하는 식이다. 이 교수는 "이미 어느 정도 패스트트랙은 적용되고 있"지만 "현재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 규모가 너무 커, 일선 보건소에 부하가 걸려 (패스트트랙이) 잘 작동하지 않을 뿐"이라고 평했다.
항체 양성률 조사는 이미 예전부터 정부가 시행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확진자 규모가 워낙 작아 양성률 데이터가 유효한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이제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이제 감염자 규모가 커진 만큼 전 국민 중 얼마나 감염 후 면역을 갖게 됐는지 면역도를 분석하면 앞으로 새로운 유행이 오더라도 피해 규모나 심각도를 예상할 수 있다"며 "종전에 항체 양성률을 조사하다 최근 감염 규모가 커져 조사가 어려워진 것 같은데,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경구 치료제 복제 시도와 '투명한 공개'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는 평가다. 소상공인 대책의 경우 정작 필요한 지원금 지급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이 교수는 "새 정부 인수위가 현 정부와 각을 세우려 이상한 주장을 하면 어쩌나 우려했으나, 무리한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의료계 한편에서는 안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 방역'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오미크론 국면에서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달래려 방역기조를 푼 문재인 정부 방역이 정치 방역임은 맞다"면서도 "정작 안 위원장과 새 정부 인수위에도 방역 기조 완화론자만 있다. 안 위원장 역시 정치 방역을 주장했을 뿐"이라고 냉소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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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공백 언급 역겨워” 전합참 작전본부장에 한겨레 “막말, 뻔뻔”
윤 당선인, “이전 비용 협상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회동 거부하나
아침 신문 1면의 사진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으로 채워졌다.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권력’의 갈등이 증폭됐다는 기사가 1면을 차지했다.
특히 윤 당선자 집무실 이전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가닥을 잡으면서 문 대통령이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안전은 한순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이 너무 성급하다는 비판을 내놓거나, 신구 권력의 갈등 때문에 현안이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안보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을 두고 비판 사설을 실었다.
다음은 23일 아침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군 통수권자 책무’ ‘우회 않겠다’ 용산 갈등 증폭”
국민일보 “이번엔 北방사포 충돌 ‘합의위반’ ‘아니다’”
동아일보 “정권이양 D-48 집무실 매듭 못푸는 문-윤”
서울신문 “수석 없애고 참모형 내각 靑바꾼다”
세계일보 “文‘안보 빈틈 없어야’ 尹‘일하게 도와달라’”
조선일보 “허망합니다 K방역”
중앙일보 “신구권력 치킨게임 현안이 뒤로 밀린다”
한겨레 “‘탈청와대’ 조급한 윤, 업무 동선만 꼬였다”
한국일보 “퇴로 닫고 충돌 갑갑한 ‘집무실 대치’”
▲23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집무실 이전을 반대했지만 현역 군인인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같은 자리에서 “대비 태세에 이상이 없다”고 다른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용산 이전 집무실 논란이 안보 이슈를 넘어 정치 논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동아일보 4면.
▲23일 중앙일보 3면.
서 장관은 시기적으로 위험하고 물리적으로도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전 비용에 대해서도 1200억원보다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봤다. 박정환 합참차장은 “현행작전대비 측면에서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겨레는 1면 “탈청와대 조급한 윤, 업무 동선만 꼬였다”라는 기사에서 “현재 청와대 경내에 한데모인 집무실과 지하벙커, 관저 대신 서울 서초동 자택과 경복궁 서편 집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으로 대통령의 공간이 분산되면서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위기 대응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23일 한겨레 1면.
집무실 이전에 ‘안보’ 강조 대통령 “민망하다”는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5년 내내 북도발과 위협에 눈감고 있던 문 대통령이 갑자기 이러는 것은 안보는 핑계일뿐 대통령실 이전 반대를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라는 사설을 썼는데 “용산 이전을 놓고 안보 우려 목소리가 적지않은게 사실이고, 일면 타당하다”라면서도 “5년 내내 숱한 북한 도발에도 나서지않던 문 대통령이 신구정권 인수인계 국민에서 연일 ‘안보’를 강조하는 건 쓴웃음을 짓게한다”고 썼다.
이어 “집무실 이전과 관련한 안보 공백은 신구 정권이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인수인계 거부니, 선거 불복 같은 말이 나오는 파국의 상황이 돼선 안된다”고 썼다.
▲23일 조선일보 사설.
▲23일 중앙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윤 당선자가 민심을 못읽고 독주하는 데는 직언은커녕 민심을 오도하는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 책임도 크다”며 “집무실 이전을 주도한 김용현 전합참 작전본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안보 공백을 운운하는 자체가 굉장히 역겹다’고 했다”며 “졸속 이전에 가장 책임이 큰데도 반성은커녕 막말을 내뱉다니 뻔뻔하기 짝이없다”고 비판했다.
▲23일 한겨레 사설.
윤, “이전 비용 협상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회동 거부하나
언론은 하루빨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야한다고 사설 등을 썼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신구권력 치킨게임 현안이 뒤로 밀린다’라고 뽑고 “정권 이양기에 벌어진 권력 충돌이 해소될 기미없이 확전일로 양상”이라며 “윤 당선인의 반응은 훨씬 격앙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이전 비용 등을 협상하기 위해 만나는 건 안하겠다. 필요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애초 인사 협의를 희망했지만 윤 당선인이 인사 말라 요구해 무산이 됐고 집무실 용산 이전 갈등골이 깊어져 안보와 경제 등 인수인계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3일 한겨레 4면.
▲23일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퇴로 닫고 충돌, 갑갑한 집무실 대치”라고 꼽고 코로나와 민생, 안보 현안이 산적한데 집무실 이전으로 모든 이슈가 집어삼켜졌다며 양측 회동 일정도 감감하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3일 사설에서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러운 이전은 안보공백과 호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직 장성들은 물론 보수진영 일각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보공백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라며 “양측 이견이 크지만 이럴때일수록 조건 없이 만나야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있다”고 썼다.
▲23일 경향신문 사설.
조선일보는 “선거에서 승패가 갈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한 두세 달은 여야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관례”였다며 “통상 이를 허니문 기간이라고 불렀는데 선거 직후 허니문은커녕 정쟁만 계속하는 모습을 보며 통합과 협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우려까지 든다”고 사설을 썼다.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 1000만명에 우려 커져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가 22일 1000만명을 넘고, 사망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에 “허망합니다 K방역”이라는 기사를 배치하고 “미국과 러시아 인구가 우리 3~6배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사망자수는 세계 최악 수준”이라며 “국내 사망자수는 곧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23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혼란스러웠고 의료대응 역량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라며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파르게 느는 상황에서도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줄곡 완화기조였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승리와 영광의 대축전”으로 만들어 “성대히 경축”하기로 하였다.
미국 등지에서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나 열병식을 할 것이며 경제 성과를 과시할 것이라는 등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3월 13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4월 15일 북한은) 대대적인 행사를 할 것”이라며 “핵실험을 세게 하든지 아니면 정말 위력적인 ICBM을 또 한 번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오고 있는 예측의 공통점은 북한이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의 국력 시위를 할 거라고 본다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큰 충격파를 일으키는 일을 종종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이 말하는 ‘대축전’이 어떤 대외적 파장을 불러올지도 관심사지만, 북한 내부의 시각에서 ‘대축전’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시각을 보려면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될 수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그리고 선대 수령을 잇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북한 지도자의 생애와 활동을 관통하는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아침햇살에서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학술적,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체사상에서 이야기하는 철학의 근본문제
먼저 주체사상이 제기하는 철학의 근본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철학의 근본문제란 철학의 다른 모든 문제를 푸는 데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기초가 되는 문제를 말한다. 철학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을 근본문제로 제기하느냐에 따라 철학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근본문제를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라고 규정한다.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란 세계에서 사람이 어떤 지위와 역할을 갖는지를 말한다. 사람이 세계를 지배하느냐 아니면 사람이 세계의 지배를 받느냐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이 근본문제에 대해서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고 결론짓는다.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것은 사람이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것이고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람이 세계를 개조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체사상 세계관의 핵심이다.
2001년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위원은 “주체사상은 사람 중심, 사람 위주의 철학사상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위주로 하여 세계의 면모와 그 운동발전의 합법칙성을 밝히고 인간의 운명개척의 방도를 밝힌 사상이라는데 주체사상의 근본특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일연구원(2001), ‘김정일 연구: 리더쉽과 사상(Ⅰ)’
북한은 주체사상이 앞선 철학들과 다른 독창적인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이전 철학들은 사람을 철학의 근본문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 철학들이 물질과 의식, 존재와 사유의 관계를 근본문제로 삼았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저서 ‘포이어바흐론’(1886)에서 “철학 전체의 최고 문제는 물질과 의식, 존재와 사유 중 무엇이 근원인가, 물질인가 의식인가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답하는가에 따라 철학자들은 두 개의 큰 진영으로 나뉘었다”라고 규정했다.
엥겔스가 말한 두 개의 큰 진영이란 관념론과 유물론이다. 관념론은 의식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유물론은 물질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관념론은 마음, 정신, 의식에 의해 물질 세계가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관념론의 대표적인 예로 프리드리히 헤겔의 절대정신을 들 수 있다. 헤겔은 우주의 근원이 되는 절대정신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헤겔에 따르면 인간의 역사는 이 절대정신이 현실로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를 두고 헤겔은 “역사는 절대정신이 자기 자신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헤겔의 주장은 종교와 유사하다. 대체로 종교는 신이 있고 신이 모든 걸 창조하고 결정한다고 본다. 종교는 지배계급이 평민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지배계급은 자기가 신의 대리자라며 권력을 독차지하는 걸 정당화했고 피지배계급을 신과 지배계급에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반면, 유물론에 따르면 의식은 물질이 활동한 결과다. 의식은 뇌라는 물질의 활동이다. 유물론은 사람 또한 물질의 일종으로만 보았다. 마르크스주의는 사람의 본질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 규정했다. 사람을 여러 사회적 환경과 조건의 산물로 해석한 것이다.
북한은 이전 철학이 사람 위주로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주체사상을 사람을 중심으로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한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철학에서 인간을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과거 철학이 사람을 전면적으로 다루더라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논하는 인생철학에 불과했다고 설명한다.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철학의 근본문제는 순수 인간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사람의 관계 문제이며 단지 인생관만이 아니라 세계관을 밝혔기 때문에 그들과 다르다고 말한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주체사상을 기점으로 철학의 근본문제가 완전히 달라졌다. 철학의 근본문제가 물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사상은 어떻게 해서 이전 철학과 다르게 철학의 근본문제에 사람을 둘 수 있었을까?
2. 철학의 목적과 사명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김일성 주석은 1981년 10월 8일 가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체사상은 사람 위주의 철학입니다. 이것은 주체사상이 사람을 철학적 고찰의 중심에 놓으며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많은 철학자는 철학의 목적을 세계의 본질을 밝히는 것으로 여겼다.
먼 과거로 가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세계 만물이 흙, 물, 공기, 불로 이뤄져 있다는 4원소설을 주창했다. 관념론은 정신이 본질이고 물질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본다. 종교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본다. 저마다 세계의 본질을 밝히려 한 것이다. 이런 세계관에서 사람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람도 다른 만물과 마찬가지로 4원소의 조합이거나 정신세계의 반영이거나 신의 피조물에 불과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는 세계는 물질로 이뤄졌다는 유물론을 주장했다. 사람도 물질의 한 종류로 여겼다.
북한은 세계가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운명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불충분하다고 본다.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운명 개척의 길을 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철학이 세계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기존 철학자들은 인간 운명 개척이라는 철학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의 본질 규명이라는 수단에만 매달린 꼴인 것이다.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사람의 운명을 개척할 길을 밝히는 것으로 보았다. 사람 운명 개척의 길을 밝히려다 보니 철학이 풀어야 할 근본문제도 사람을 중심으로 설정하게 됐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지위, 위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도 자기 분수를 모르면 실패한다. 자기가 지금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알고,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나에게 맞게 변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운명을 개척하려면 자기의 지위와 역할이 어떤지 밝히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은 “주체사상이 제기한 철학의 근본문제는 사람의 운명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한 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운명 문제 해명을 철학의 사명이라고 규정하였기에, 주체사상은 마르크스주의 철학과는 달리 철학의 근본문제를 사람을 중심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정대일, ‘주체사상, 맑스주의를 딛고 일어서다’, 통일시대연구원, 2020.12.03.
종합하면 주체사상은 철학의 사명을 이전 철학과 달리 ‘인간의 운명 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으로 설정하였기에, 이전 철학과는 다른 근본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 결과 주체사상이 완전히 새로운 독창적인 철학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3. 북한에서 주장하는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의 타당성
북한은 주체사상이 밝힌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체사상이 모든 시대를 대표하는 백과사전적인 사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성과 타당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북한은 두 가지 근거를 내세운다.
첫째로, 북한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인간의 모든 인식활동과 실천활동의 근본목적은 인간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 있습니다. 철학의 목적과 사명도 여기에서 예외로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람이 하는 모든 활동은 잘살기 위한 것이다. 즉, 인간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한다. 그러니 북한은 인간 운명 개척을 철학의 사명으로 삼는 것이 보편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북한은 주체사상이 밝힌 철학의 목적, 사명, 근본문제가 지금의 자주시대에 더 잘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시대란 북한이 하는 표현으로 ‘인민대중’의 시대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전 시대에는 사람의 힘이 미약했다고 말한다. 사람이 자연을 충분히 다스리지 못했고 문화적 수준도 낮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세계와 사람의 운명이 초자연적인 힘에 지배된다는 신비주의, 사람은 주어진 운명에 순종해야 한다는 숙명론에 빠지기도 했다.
북한은 지금은 ‘인민대중’이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 등장한 자주시대라고 말한다. 그래서 주체사상이 제시한 철학의 목적과 사명, 근본문제가 자주시대의 요구를 가장 정확히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말하는 자주시대를 기준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하다.
과거 한국 국민은 정치인을 좇아 정치적 견해를 바꾸는 일이 왕왕 있었다.
예를 들어 부산·경남에 기반을 두고 민주화운동을 하던 통일민주당 김영삼이 1990년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했다. 이때 1979년 부마항쟁을 일으키며 강경하게 투쟁하던 부산·경남 지역 국민은 김영삼을 따라 보수로 돌아섰다. 민주화운동을 하던 김영삼이 어떻게 군사독재 일당과 야합할 수 있냐며 분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1992년 총선 때 3당 합당으로 태어난 민주자유당이 부산·경남 지역 39석 중 31석을 가져갔다. 1988년 총선에서 통일민주당 23석, 민주정의당 13석을 얻어 민주진영이 압승했던 것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국힘당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2월 27~28일에 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 사퇴 시 안철수 후보 지지자 중 36%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각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3.7%, 윤석열 후보 44.6%, 안철수 후보 7.4%였다. 이를 단순히 계산하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합은 50%를 넘어 이재명 후보를 압도한다. 그러나 실제 대선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48.56%, 이재명 후보가 47.83%를 얻어 박빙의 결과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표가 모두 윤석열 후보로 흡수된 건 아니라는 걸 추정케 해준다. 과거와 달리 이제 국민은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현재 민주당 앞에서는 매일 민주당을 개혁하자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선거에서 진 이유는 개혁을 회피한 민주당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조속히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 개혁조치를 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이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요구하는 개혁을 실천하라고 정치인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한국 국민의 주인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더는 국민이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시대가 아니다.
북한은 지금이 자주시대며 따라서 모든 것을 사람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철학도 사람 중심의 목적과 사명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4. 결론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학교 명예교수는 2020년 2월 17일 한겨레에 “북한은 한마디로 ‘주체사상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체사상을 모르면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제시한 철학의 목적과 사명을 이해하면 주체사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의 주체사상이 왜 이전 철학과 다른 근본문제를 제시했는지, 무슨 근거로 가장 우월하고 과학적으로 근본문제를 설정했다고 주장하는지 파악하는 데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올여름 20만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의 말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차기 정부를 상대로 노정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20만 총파업의 핵심 의제는 ‘노동중심 산업전환’이다. 탄소중립 산업전환이 가속화되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서서히 중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고용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자동차산업의 수많은 완성차-부품사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포진해 있다. 금속노조 총파업은 이런 산업전환 속에서 완성차와 부품사,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벌이는 공동 파업이다.
위기는 이미 노동자들 앞에 와 있다. 윤 위원장은 “내연기관에선 정년퇴직 자리가 나도 신규 일자리를 채용하지 않고, 내연기관을 대체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면서도 노조가 없는 곳에 도급을 주며 나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부품사들은 점점 퇴출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산업전환에 따라 공장이 전동화, 스마트 공장화 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더 크게 위협할 것이 뻔한데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속노조가 제시한 위기의 돌파구는 총파업이다. 윤 위원장은 “사업장과 협약을 맺어 해결하거나 정치권에 청원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노동자가 조직력과 힘을 갖춰 전환기 위기를 돌파하고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공장을 멈추는 위력적인 총파업으로 정부를 ‘노동중심 산업전환’을 논의하는 교섭 테이블로 불러낸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금속노조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들 역시 총파업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결심이다.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산별교섭 문제도,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불법파견 문제도, 30만 금속노조 조직화 문제도 총파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힘을 키우면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민주노총 총파업에 이어 올해 금속노조가 총파업으로 “민주노조의 투쟁력을 복원하는 과정에 또 한 번 디딤돌을 놓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 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20만 총파업 조직화를 시작한 윤 위원장을 만났다.
▲ 윤장혁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금속노조 최초 지역지부 출신 위원장으로 기대가 높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기분이 어떤가.
“선거 시기 조합원들을 만나면서 변화에 대한 요구를 확인했다. 막상 임기를 시작해보니 그 기대치가 훨씬 높다는 것을 느꼈다.
선거 나올 때부터 ‘금속노조가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합원을 책임질 수 있는 조직으로서 자기 위상을 높여야 할 과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금속노조가 큰 투쟁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어느 순간부터 계급성과 변혁성은 사라졌고 ‘종이호랑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전환기 정세에 고용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조직력과 힘을 갖추고 파업을 통해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조합원들을 책임질 수 있다. 20만 총파업을 앞두고 부담은 있지만 잘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산업정책에 브레이크 걸어야 할 때”
투쟁의 골든타임
산업전환에 대한 대응으로 20만 총파업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지난해 노동조합 선거를 보면 대체적으로 ‘투쟁’을 이야기하는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다시 말해 현장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투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다.
내연기관 부품사들은 하나씩 퇴출될 위기에 놓여있다. 현대차 재벌들도 이미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 완성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정년퇴직으로 1년에 2,500명씩 나가고 있는데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현대모비스 방식처럼 도급형태를 확산하며 자동차 공장을 껍데기 공장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급을 주면서 노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무노조 정책까지 벌인다. 중견 부품사에서도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머플러를 만드는 세종공업의 경우 머플러 생산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생존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데 다른 지역에 자회사 만들거나 도급을 주면서 무노조 전략을 쓰는 게 그 예시다.
산업전환의 문제를 기후 위기와 연관돼 미래차 변화에 따른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결국엔 기술발전으로 인한 전동화, 스마트 공장화되는 과정에서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고 고용에 상당한 위기로 작동할 것이 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이런 위기는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35년이 되면 전기차·수소차 미래차 생산량이 많아진다. 더 당겨질 확률이 높다. 서서히 도태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런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금 금속노동자에겐 투쟁의 골든타임이다.”
왜 20만 총파업인가.
“지금도 투쟁에 늦은 감이 있다. 이전 집행부도 산업전환 관련해 노사 공동결정법 추진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사업장과 협약을 맺어서 해결하거나 정치권에 청원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노동자 개입력을 높여야 한다. 조합원들의 힘과 투쟁에 근거해 정부를 교섭 자리로 끌어내야 한다. 파업이라는 위력적인 힘을 통해 정부와의 노정교섭틀을 만드는 시작점이 총파업이다. 총파업의 힘을 바탕으로 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정교섭 쟁취’를 목표로 한 대정부 투쟁, 정치투쟁 계획을 세웠다.
올해 금속노조 20만 총파업은 그동안 금속노조가 해왔던 7월 주야 4시간 1차 파업, 8월 2차 파업 정도가 아니다. 공장을 멈추는 위력적인 총파업이며 산업 전체를 들었다 놓은 총파업이 될 것이다.”
총파업 의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핵심은 노동중심 산업전환이다. 노동중심 산업전환의 3대 의제는 앞서 말한 ▲전환기 위기로부터 노동자·취약계층 보호와 ▲재벌 중심 독점체제·불평등 타파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노조할 권리 확보다. 투쟁해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현대위아평택, 포스코 등 불법파견 판결에 이어 기아, 지엠 등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벌의 독점 다단계 하청 구조를 깨야 하는데 재벌들은 불법파견 판결이 나도 자회사 방식을 들이밀며 또 다른 하청 구조를 만드는 등 독점과 불평등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도급화를 추진하는 산업전환 문제와 맞물려 힘 있는 비정규직 투쟁으로 체제를 전환하는 게 필요할 때다.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제도화하는 문제도 재벌사들을 교섭에 들어오게 해야 가능하다. 총파업 투쟁을 통해 금속노조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등을 포함해 총파업 의제들은 법 제도의 영역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힘을 모아 정부와의 노정교섭을 쟁취하고 그 속에서 산업전환 문제, 불법파견 문제, 산별교섭 제도화 문제 등을 돌파해 가려고 한다. ”
노동중심 산업전환 실현
공장을 멈추는 총파업
새 정부와 교섭 투쟁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교섭의 상은 어떻게 그리고 있으며, 어떻게 돌파해 갈 생각인가.
현재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가 구성돼 있지만 정부와 재벌이 주도하고 있다. 부품사, 중소기업들은 배제돼 있고 고용 문제엔 대책이 없다. 금속노조가 추진할 노정교섭은 ‘노동중심 산업전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협의 틀이다. 재벌 중심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참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산업전환을 요구한다. 정책의 수립·집행·점검 단계까지 노동의 대등한 개입이 보장되는 협의 틀을 말한다.
윤석열은 후보시절 전교조, 언론노조를 콕 찍어 노조를 악마화했다. 귀족노조까지 들먹였다. 금속노조를 지칭한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자의 힘을 키워야 한다. 공장을 멈추는 강력한 총파업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슈를 쟁점화해 사회적 여론을 높여가면 윤석열 정부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투쟁력과 여론을 모아 돌파해 나갈 것이다.”
총파업의 구체적인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으며 준비과정은 어떻게 되나.
“지난 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3~4월은 내부 태세를 갖추는 시기다.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위원장 현장 대장정을 시작한다. 총파업에 대한 위원장의 결심을 조합원들과 나누고 결심을 높이게 될 것이다. 4월 13일엔 투쟁선포식을 열어 대정부 요구안을 내놓고 인수위를 상대로 한 투쟁을 선포할 예정이다. 4월 말경엔 전체 지회장 결의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하는 정치대회를 치루고자 한다.
5월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라 총파업 의제를 지역별로 확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 곳곳에서 대대적인 대시민 선전을 강화해 사회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6월엔 총파업 의제와 관련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업종별 투쟁과 현대차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양재동 투쟁 등 총력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것을 모아 7월 중하순 공장을 멈추는 총파업을 수행하게 된다.
5월엔 진보단체, 정당들과 산업전환 관련 대책위도 구성할 예정이다. 산업전환 문제는 자동차에 직격탄이긴 하지만 제조업 430만에 해당하는 문제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정당 등 민중연대 전선을 강화해 광범위한 사회 여론을 만들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총파업의 앞자리에 서야 할 텐데,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완성차 노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과제가 있을 것 같다.
“20만 총파업 조직화가 만만치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금속노조 내에서도 수년간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 등을 놓고 완성차-부품사 공동투쟁을 이야기해왔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
부품사가 완성차만 쳐다봐서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 ‘완성차가 파업에 들어가냐 아니냐’ 이것이 관심사가 되어선 안 된다. 스스로가 투쟁에 나섰을 때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금속노조엔 부품사 단위가 많이 확장되었고 충분히 사회적 영향력을 미칠 힘이 있다. 완성차 조합원들을 견인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완성차 조합원의 경우, 산업전환 관련해 자신들은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완성차 요구 중엔 정년 연장의 요구가 있다. 정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무노조 전략을 도입해 도급화하며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자녀 문제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산업전환이 이뤄지면서 우리 자녀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미래세대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잘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
산별교섭 제도화, 30만 금속노조 투쟁으로 돌파
지난 시기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을 진단한다면. 20만 총파업을 산별교섭 제도화로 나아가는 방도로 제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현재 금속노조 450여 개 사업장 중 중앙교섭 참여 단위는 63개다. 산별교섭다운 위상은 없다고 봐야 한다.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15만 금속노조가 되고 난 후 현대차 재벌사들을 중앙교섭으로 견인해내지 못한 게 핵심이다. 재벌사들을 교섭에 끌어들이지 않으면 어떤 방식과 내용의 그림을 그리더라도 의미가 없다. 결국 힘 있는 투쟁을 통해 재벌사들을 교섭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6월 벌어질 업종별 투쟁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양재동 투쟁,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모비스 단위 투쟁 등, 총파업을 중심으로 한 공동투쟁을 힘있게 벌여 금속노조의 힘을 재벌사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래야 재벌이 교섭에 나올 수밖에 없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도 산별교섭 제도화 문제를 압박할 수 있다.”
‘30만 금속노조’ 조직확대 계획을 세웠다. 이번 집행부 조직화 사업의 특징이 있다면.
“우선, 재벌사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한다. 삼성, LG그룹 내 노동자들 조직화, 그리고 방문서비스 노동자 등 제조 서비스 노동자 조직화에 힘쓰고 있다. 산업전환에 따른 새로운 사업영역도 있다. LG, SK, 삼성 등에서 자동차 밧데리, 전기전자 관련 신산업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도 이런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조직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불법파견 투쟁을 잘하면서 하청 노동자를 조직하려고 한다. 사내하청 단위들의 공동투쟁, 재벌사 오너들을 겨냥한 불법파견 범죄자 처벌, 법원판결 이행을 위한 대중적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압박하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조직화도 투쟁 속에서 이뤄진다. 총파업이 잘 실현되면 부품사 조직화도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자동차가 밀집돼있는 울산, 경기, 경남, 경주 등에서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부품사 노동자들도 투쟁으로 조직하려고 한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들고 금속노조와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노조로 조직되고 노동자의 힘이 커지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투쟁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진보정당 통합 단결 노동자 정치적 힘 키워야
대통령선거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해달라.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지금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대선이 정치세력화를 도모해야 할 요구성을 더욱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5년간의 실정이 역사의 박물관으로 가야 할 수구세력을 다시 등장시켰다. 초박빙 선거로 진행되다 보니 ‘윤석열을 안 된다’는 분위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이재명을 선택하는 경향성도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갈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적 힘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2024년으로 가는 정치 일정 속에서 진보정당의 단결을 기초로 해 현장의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한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정당의 통합과 단결을 잘 이뤄야 한다.
자본가들은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권력도 독점하고 있다. 생산수단 독점의 문제는 임단협이나 경제투쟁으로 극복하면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산수단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정치적 힘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조합원들과 잘 토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동자 자주평화통일사업에 대한 고민을 말해 달라.
“자주통일 영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노동운동 자체가 반자본주의 운동이고 이는 제국주의 경제침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노동자가 왜 자주통일운동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고 광범위한 교육이 우선 필요하다. 현장조합원들의 자주통일운동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마련하려고 한다. 또, 올해 금속노조는 효순미선 투쟁, 노동자 통일선봉대 등 대중투쟁을 잘 전개해야 할 것으로 본다.
4.3을 앞두고 고민되는 지점도 있다. 지금까지 제주 4.3기행 등 역사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있었다. 많은 조합원이 참가하지만 다녀오면 자주통일운동에 나서도록 재조직하는 게 쉽지 않다. 노동자 자주통일 역량으로 재조직화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고정화되어 있던 사업만이 아닌 날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교육을 일상화할 수 있는 주제를 개발하는 등 사업의 다변화를 시도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지리산 기행 같은 거다.”
마지막으로 총파업을 앞둔 결심 한마디
“지난해 민주노총이 코로나 국면에서 의미있는 총파업을 벌였다. 올해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잘 실행하는 것은 금속노조에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민주노조 운동이 변혁성과 투쟁성을 이어나가는 데에 또 한번의 도약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속노조 어깨에 놓인 임무를 조합원들과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가겠다.”
산불이 끝났다. 지난 8일 강릉·동해의 주불이 진화된 데 이어 13일엔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된 울진·삼척의 주불까지 진화가 완료됐다. 대피소에 모였던 이재민들은 각자의 집이나 임시거주지로 흩어졌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울진·동해 방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강릉·동해 방문을 기점으로 산불 현장에 대한 정계와 언론의 발길도 사위어갔다
다만 산불이 끝났어도 산불 이전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내려앉은 집, 불타버린 농지와 농기계들, 화재의 영향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산과 숲은 저절로 복구되지 않는다. 스포트라이트가 지나간 현장엔 앞으로 감당해야 할 막대한 물질적, 시간적 비용이 부담으로 남아있다. 산불이 끝난 현장에서 '끝나지 않은 산불'을 말하는 이들을 <프레시안>이 만났다.
"다른 곳에 가느니 여기가 낫지"… 집 잃고 경로당에 남은 사람들
"다른 사람 한두 명이라도 같이 있으면 마음이 좀 괜찮을 텐데, 90이 넘으신 나이에 어머니가 경로당에 혼자 계세요, 혼자..."
강원도 삼척시 북평항에서 시멘트 운반업에 종사 중인 이정만(63) 씨는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경로당을 찾는다. 강릉·동해 산불로 70년 넘게 지켜오던 집을 잃고 경로당에 홀로 거주 중인 어머니 김옥자(93) 씨를 돌보기 위해서다. 18일 남양2리 경로당에서 만난 이 씨는 "휑한 경로당에서 홀로 잠들 어머니가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재 당시, 젊고 움직일 여력이 있는 몇몇은 필사적으로 물을 뿌려 집을 지켰다. 집을 지켜내지 못한 일부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임시숙소를 이용하거나, 친인척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마을 최고령자에 속하는 김옥자 씨의 경우 그중 어느 쪽도 여의치 않았다. 사고 이후 이정만 씨도 삼척의 본인 거주 아파트에 어머니를 잠시 모셨지만 "닭장 같은 아파트 생활"에 어머니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했다.
산불은 집뿐만 아니라 집과 함께 구축해온 김 씨의 생활 그 자체를 파괴했다. 하루아침에 자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불편했다. 집 근처 이웃들과의 소소한 네트워킹이 사라졌고 일상에 활력을 주던 소일거리들을 잃어버렸다. 얼마간 자식 집을 옮겨 다니던 김 씨는 결국 경로당에 혼자 남길 택했다. 불타버린 집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내려앉았지만 "다른 곳에 있느니 그래도 여기가 나았다".
▲18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경로당에서 만난 김옥자(93) 씨와 이정만(63) 씨 ⓒ프레시안(한예섭)
같은 날 울진·삼척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2리 경로당에서 만난 전원중(82) 씨, 주춘자(78) 씨 부부의 상황도 비슷했다. 산불이 일어나기 얼마 전 허리수술을 받았던 주 씨는 화재 당일에도 재활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다가 그대로 이재민이 됐다. 허겁지겁 마을로 돌아오자 눈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불타 내려앉은 본인들의 집이었다. "집 쪽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착잡한 마음을 전한 주 씨는 현재 마을 경로당에서 임시로 거주 중이다.
"이 나이 먹고 어디 멀리 가서 살 수가 있나요. 허리가 아파서 어디 대피소 생활 같은 건 엄두도 못내요. 동네에서 일단 여기 경로당에서 좀 계시라 해주니까, 그래 차라리 여기 있자 싶은 거지요."
전 씨와 주 씨는는 원래 집 앞 공터에 임시조립주택을 설치해 달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화재로 잃은 것이 집 뿐만은 아니다. 기자의 질문 사이사이에 주 씨는 한숨을 내쉬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부는 맨몸으로 나와 맨몸으로 이재민이 됐다. 화마는 그들에게서 집, 살림살이, 일거리와 생계까지 앗아갔다.
"가구도 다 들여와야 하고. 농기구도 다 탔어요. 밭에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도 이제 없고. 평소엔 고추, 마늘, 깨 농사를 조금씩 지어서 내다 팔았거든요. 우리 집 고추가 좋다고 와서 사가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렇게 벌어서 둘이 살기엔 충분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해요."
▲18일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전원중(82) 씨와 주춘자(78) 씨 ⓒ프레시안(한예섭)
충분하지 않은 재난지원 …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빚내서 집 지으라 한다"
"정부에선 1600만 원을 준다는데 그거 가지고 어떻게 집을 지어요. 택도 없어요"
남양2리 4반에 흙으로 지어놓았던 김 씨의 집은 현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전소된 상황이다. 나곡2리 경로당 인근 전 씨 부부의 집 또한 뼈대를 제외하곤 모두 불타고 내려앉았다. 두 경우 모두 정부 지침상의 '완파' 상태다. 현행 기준 사회재난 시 집이 완파된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 주거비는 1600만 원이다. 집을 새로 지어야 하는 입장에선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전 씨가 아들과 함께 추산한 주택재건 최소 견적만 해도 1억3000만 원이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동해안 산불 피해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주거지원 정책에 따르면 주택전소 피해자들은 7.3평 규모의 임시조립주택을 지원받을 수 있다. 1년 동안 무상거주가 가능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신청도 할 수 있다. 김 씨나 전 씨 부부처럼 임시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산불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컨테이너 숙소여도 좋으니 일단 내 집에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1년이든 조금 더 연장하든, 그 다음은 어떡하느냐"며 걱정을 내비쳤다.
"임시주택 그거, 결국 1년 살다가 1년 넘어가면 (집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우리 나이가 80이에요. (비용 마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참 막막해요"
주택복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주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찌됐든 집은 다시 지어야 한다. 집을 지으려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이 필요하다. 모아놓은 돈은 부족하고,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노동수단도 마땅치 않다. 생계로 삼던 농사일이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인 농사는) 내려놓은 지 오래"라고 주 씨는 설명했다. 화재 이후엔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융자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산불 피해자들에겐 재해주택복구자금 융자가 제공될 예정이다. 최대 8840만 원의 융자가 연 1.5% 금리로 제공되며, 17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고령의 피해자들이 이를 갚아나갈 수 있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주 씨는 "우리가 모은 돈이 어디에 있나, 결국은 갚지도 못할 빚으로 집을 짓는 것"이라며 "자식들에게 신세지는 것이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양2리 김옥자 씨의 전소된 집터 ⓒ프레시안(한예섭)
▲나곡2리 전원중, 주춘자 부부의 전소된 집 ⓒ프레시안(한예섭)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가장 답답하다"
"저기 소나무 숲이 지금은 저렇게 번듯해 보여도 몇 달만 있어 봐요. 불이 밑으로 가서 계속 악화될 거야, 지금 푸르러 보이는 나무들도 결과적으로 다 죽을 거야"
이 씨는 산불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끝나지 않은 산불'의 흔적이 그의 집 근처 현장 곳곳에 남아있었다. 그가 가리킨 소나무 숲만 해도 일대가 모두 검게 그을린 상태로 매캐한 냄새를 내뿜고 있었다. 비슷한 풍경이 동해, 삼척, 울진 곳곳의 야산에서도 반복적으로 펼쳐졌다.
산이 입은 피해는 그대로 인근 거주민들에게 전가된다. 국내 유력 관광지인 동해에선 지난 12일과 13일 지역 대표 관광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입장객이 전주 주말 대비 80% 주는 등 관광객 감소세가 포착되기 시작됐다. 국내 최대의 송이 생산지로 꼽히던 울진에선 이번 산불로 추정 400가구 이상의 송이 채취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산불 현장에 남은 피해자들은 특히 "구체적인 대책을 모르겠다"는 것을 현재 상황의 가장 답답한 점으로 꼽았다. "임시주택으로의 입주, 구체적인 생계지원 등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주 씨와 전 씨 부부의 경로당 생활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가 없다. 울진군은 죽변면 등에 임시주택단지를 설치하고 있으나 개별 단위의 임시주택 설치 일정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최근 부부는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집 뒤쪽 대나무밭 아랫부분을 굴삭기로 깎아 놓았다. "언제 (입주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빨리 들어가고 싶어서, 일단 준비라도 해놓고 있다"고 그들은 이야기했다.
내가 이 산골에 들어오기로 작정하고 이삿짐을 쌀 때는 나이 51살이었다. 모두들 한창 일할 나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여겼고, 이후 이 산골에서 진주 시내까지 통근했다. 대중교통으로 오가려니 왕복 네댓 시간이나 걸렸다.
아침 6시 조금 지나 2km를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나갔고, 칠선계곡에서 나오는 첫차를 타고 읍내 버스터미널로 가고, 거기서 진주행 버스를 탔으니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출근길 역순으로 퇴근하면 밤중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 집이 좋았다. 직장을 버릴까, 이 집을 버릴까 하는 고민 끝에 나는 직장을 버렸다. 살아보면 살아지겠지 했다. 월급을 못 받게 된 현실은 나에게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이 집은 나를 품었다."아따. 집터가 참 좋네요. 배산임수에 좌청룡 우백호가 척 그려집니다."
"수맥도 피하고 수구(水口)도 피했으니 이만한 집터가 어디 있겠소."
우리 집을 찾은 민박 손님 가운데 내로라하는 건축가도 있었고,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터를 본다는 지관(地官)도 있었다. 그들은 우리 집터를 이렇게 평했다. 뒷짐을 진 채 멀리 지리산을 내다보며 집터를 해설하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심지어는 이 집 어느 방에서 아이를 가지면 좋을 것인가를 봐주겠다는 풍수쟁이도 있었다. 자식이 혼인 할 때 자기가 찍어주는 방에서 아이를 가지도록 하면 기막힌 운세를 가진 자손을 볼 거라고도 했다.
"매사에 조심혀. 그 집 전에 살던 사람이 망해서 나간 집이여."
"그 집 예전에 면장이 살던 집이여. 그 전에는 사오백 석 하는 부잣집이고."
마을 이웃들의 우리 집터에 관한 평가는 이처럼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이는 좋은 집터라 하고 어떤 이는 망한 집터라 했다. 내가 이사 오기 전 이 집은 빈집이었다. 농협 빚에 쫓겨 야반도주한 집이라 했다. 한밤중 1톤 트럭에 짐 챙겨 네 식구가 소리 소문 없이 도망친 집이라 했다. 말 그대로라면 흉한 집이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 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마당을 뒤덮은 잡초와 부서진 문짝은 보이지 않았다. 장독대 흩어진 사금파리와 썩어 내려앉은 마룻장은 눈에 들지 않았다. 오직 마을을 휘두른 산맥과 앞으로 건너 보이는 지리산이 나를 포근하게 감싼다는 느낌뿐이었다.
"이 집터는 기가 참 셉니다. 그 기운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차지하면 좋은 집터요,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자리 잡으면 필경 망할 집터지요."
이 집에서 대여섯 해 살았을 무렵 우리 집을 찾은 손님 가운데 지관이 있었는데 그이가 이런 평가를 내려주었다. 용과 범의 혓바닥 위에 자리 잡았고,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이니 기운만 변치 않으면 순리대로 잘 흐를 집터라고 했던가.
그때야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제법 고집불통이기도 하고, 사뭇 그릇된 일을 만나면 물어뜯고 늘어지기도 하니 나 스스로 내 기운이 제법 셀 거라 여기던 차였다. 어쨌거나 이 집터에 얽힌 여러 평가 가운데 어쩜 나에게 딱 맞는 해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터란
며칠 전이었다. 한밤중에 마을방송이 요란을 떨었다. 산너머에 산불이 났으니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서쪽 능선으로 연기가 솟구치고 불꽃이 반사되어 하늘이 벌겋게 물들었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다. 금세라도 불꽃이 산을 넘어올 것만 같았다.
"이를 어째... 불이 넘어오면 어째요. 저 봐. 산 너머가 온통 벌겋네."
아내는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을방송을 듣고 이웃들도 하나 둘 골목으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바람은 거칠게 몰아쳤다.
"불이 금방 넘어오겠는데? 그래도 우리 마을이야 괜찮지. 개울이 가로막고 있고, 논밭이 산 아래까지 이어졌으니 아무리 센 불길이라 해도 여기까지야 건너오겠어?"
"아, 저기 울진인가 거기 산불 안 봤어요? 불덩이가 산을 넘어 다닌다더마."
곁으로 다가온 예삐엄마도 발을 동동거렸다.
"우리 마을은 걱정할 거 없고, 저 너머 금대암 가는 길 가에 지은 집들이 큰일 나겠네. 산불이 넘어오면 저기 골짜기 안쪽 새로 지은 집들도 걱정이고."
몇 년 사이에 마을 뒤편 산자락엔 제법 많은 집이 들어섰다. 머구밭골 입구에 3채, 운골에 5채, 뒷골 초입에도 3채가 들어섰다. 다들 외지인들이 주말용 별장으로 쓰거나 귀촌한 사람들 집이었다. 숲과는 지근거리여서 울진 산불을 상기하면 영락없이 산불 피해를 입게 될 거였다.
"집은 마을 안에 지어야지. 마을이 그냥 마을이 아니거든. 그만큼 오랜 세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재해로부터 안전을 검증받은 곳이 마을이야. 물 좋다, 경치 좋다 하며 여기저기 아무 곳에나 집을 지으니 재해 앞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산불이 난 쪽 산언저리에 새 집을 지어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불이 집 앞 낮은 능선까지 건너왔다고 했다. 그곳의 매캐한 연기가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도 불길이 일찍 잡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안도의 목소리를 전해 듣기까지 우리도 걱정에 잠을 설쳤다.
지금껏 이 집에서 15년을 살았다. 살아오는 동안 크게 우환이 없었으니 우리 가족에겐 좋은 집터가 분명했다. 큰 비가 내리고 태풍이 왔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지관 말대로 내 기운이 이 집터를 다스린 건지, 집터가 우리 가족을 잘 품어 안은 건지 모를 일이다.
이런 세상에서 참한 며느리도 만났고, 귀여운 손녀도 받아 안았고, 언덕배기 논배미도 장만했으니 이게 다 집터 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경제적 형편도 많이 풀렸으니 그 이유를 딱히 어찌 설명할 수 있나. 그저 조상이 도왔거나 좋은 터를 만났기 때문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우리가 여기로 들어온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지?"
"그러게. 우리가 아직도 도시에서 살았으면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전세방을 전전하면서 당신은 조그만 식당이나 운영하고 있겠지?"
"당신은 식당일 도우며 꾀죄죄한 모습으로 기원이나 들락거리겠지?"
가끔 아내와 나누는 대화가 이렇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모습밖에 그려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 집을 만났고, 도시를 떠났고, 온 가족이 이 터에 깃들어 나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집터에 대한 신뢰는 누구보다 더했다.
집이 중요한가, 주인이 중요하지
요즘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 일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청와대는 권위주의의 상징이니 그런 권위를 지우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일념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당선자의 행보도 남다르게 탈권위적이다.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고, 국밥을 먹고, 대중목욕탕에 가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이런 서민인데 어찌 청와대와 같은 집에 들어가 산단 말이냐'라고 하는 것 같다.
20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당선자는 기필코 청와대로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우려하는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 여론이 강해도 돌파해 나가겠다고 했다. 5월 10일 집무는 반드시 국방부 청사에서 시작한다고 못박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여기저기서 '청와대 터가 좋지 않아 못 들어간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도 이 나라 대통령 당선자인데 그렇게까지 하랴 싶었다. 실제 2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풍수지리라든가 무속 논란도 같이 불거지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윤 당선자는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라며 일축했다.
어느 유능한 지관이 있어 대통령 당선자의 생각을 그리 이끌었는지, 국가운영에 관한 본인의 철학과 의지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아니다.
국민 삶을 위해 할 일이 부지기수건만 대통령 당선자라는 사람이 일터 타령이나 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이 나라 국토방위의 사령탑을 자기 일터로 삼겠다며 밀어붙이는 것이 볼썽사납다. 대통령이 국민 말에 귀기울여 주기 위한 장소가 청와대면 어떤가. 대통령이 국민을 만나고 섬기기 위해서라면 집무실 위치가 그리 대순가. 국민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데 그런 군색한 이유로 고집을 부리니 '청와대는 터가 사납다'는 풍수쟁이의 요설에 맘을 뺏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청와대 터가 안 좋을 리가 있나. 내가 보기에 좋기만 하드만. 거기 무장경찰이 국민들 발걸음을 통제하고, 목소리를 틀어막고, 눈동자를 가리니 안 좋은 게지. 그러고도 주인입네 행세하다 부정축재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총칼로 겁박하고 그래서 그런 말년을 맞은 게지.
청와대는 불통 자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는 소통 자리라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기가 차고 속이 터질 일이다. 괜한 짓 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말을 수식어로 덧붙이지는 말아야지.
저 자리에 청와대를 두고서도 국가는 번영했고 국민은 잘 살아왔다. 억울한 일도 당하고, 이리저리 떼밀리면서도 꿋꿋이 이 나라를 지켜왔다. 터가 사납거나 말거나 나라는 대국이 되었고 국민들은 법을 잘 지키고 따랐다. 불의에 항거할 줄 알았고, 국난 앞에 힘을 모아 나라를 건사해 왔다.
나는 이 집터가 좋다. 살아오면서 좋은 일만 있었으랴. 마을일로 송사도 당하고, 민원에 시달리며 머리카락도 많이 듬성듬성해졌다. 이장 선거에 나가 낙선도 하고, 아는 사람에 속아 돈도 좀 떼였다. 보름이가 크게 다치기도 했고, 아내는 대상포진으로 고생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일을 사랑했다. 각자가 성의 있게 열심히 살았다. 나는 농부로, 아내는 민박집주인으로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살았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살았다. 약한 사람을 편들며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집안일도 순조롭게 풀렸다. 마침내 이 집터가 좋은 집터가 되었다.
청와대도 그랬으면 좋겠다. 주인이 부패하지 않으면 된다. 부정한 일을 삼가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된다. 너그럽게 지혜롭게 국민을 섬기면 된다. 그러면 좋은 터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사나운 터가 된다.
국민은 하루하루 허겁지겁 어렵게 살아가는데 어찌 대통령 당선자로서 이런 일을 함부로 꾸미는가. 이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고집불통이지 국민 소통이랄 수 있나.
코로나가 극성이고, 국제정세가 안갯속이다. 이래저래 국민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새 집을 짓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차고 넘친다. 청와대에 들어가 살면서 천천히 살펴보고 계획하고 옮겨가도 늦지 않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NSC 회의 결과, 윤 당선자 경청하라”
조선·동아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 한겨레·경향 “노동자 목소리 귀 기울여야”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5월10일 취임식을 마친 직후 용산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오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윤 당선인 쪽이 요청한 496억원의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22일자 국민일보 1면.
22일자 아침신문들은 1면에 ‘신구 권력의 갈등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또 1면에 윤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을 만난 소식에 집중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재계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자 아침신문 1면.
조선일보 “문재인 안보 말할 자격 있나” 한겨레 “윤 경청하라”
청와대 국방부 이전 계획 반대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당장 만나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두 신문은 20대 대선에서 박빙의 투표율 결과를 보여주며 정치와 통합의 협치를 주문했는데 벌써 갈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NSC 회의 결과를 윤 당선인이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2면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인사권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충돌하면서 신구 권력 간 충돌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윤 당선인에게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만나자고 했었던 일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불과 사흘만인 21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22일자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할 것이냐, 아니면 6월1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새 정부와 대립 구도를 만들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 중에 윤 당선인과 협력하자는 ‘협조파’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러서면 안 된다는 ‘투쟁파’ 중 ‘투쟁파’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았다”며 “실제 청와대는 최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한 비공개 여론조사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의견이 비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썼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때 청와대 폐지와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던 일을 언급하며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가자 약속을 저버렸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후임자가 하겠다면 도와주는 게 도리다. 그런데 근거도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닌 문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들어 안보 공백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고 말도 하지 못했다. 올 들어 유엔의 대북 규탄 결의안엔 세 번이나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이후 북 도발에 대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거의 주재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날도 ‘북한’이라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위협하는 주체도 없이 무슨 ‘안보’인가”라고 비판했다.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완승도 완패도 아닌 박빙의 결과로 우리 정치에 통합과 협치를 주문했다. 그런데 여야는 그런 민의를 배신하고 갈등과 대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서둘러 만나 갈등을 해소하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두 사람 모두 약속한 통합·협치의 선거 민의를 받드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새 정부와 180석 야권이 싸움만 했다가는 국민만 불행해진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21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합동참모본부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연쇄 이전하는 비용이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날 윤 당선자가 496억원의 집무실 이전 비용만 제시했다가 하루 만에 집무실 이전 비용의 2배가 넘는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3면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보도를 했다.
▲22일자 한겨레 4면.
▲22일자 한국일보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문 대통령의 청와대 국방부 이전 반대에 계획에 “타당한 의견 표명이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이 달린 국가 안보에 털끝만큼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라며 “누가 뭐래도 5월9일까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참 등 국가 안보 중추 시설의 연쇄 이전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다. 윤 당선자는 엔에스시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어 “이런 점에서 이번 엔에스시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윤 당선자 쪽에선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상식 밖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윤 당선자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는 더 이상 비현실적인 ‘취임 전 이전’에 집착하지 말고, 취임 뒤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선·동아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 한겨레·경향 “노동자 목소리 귀 기울여야”
윤 당선인이 21일 경제 6단체장들을 만나 “정부 주도에서 이제는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기업을) 도와드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서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2일자 한겨레 1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지금 전 세계에서 정부가 기업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였다. 기업 아닌 민노총의 전성시대였다”며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급속 인상, 경직적 주52시간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반기업 규제를 쏟아냈다. 노동3법 개정, ILO협약 비준 등 노동계 요구는 대폭 수용했다. 이 와중에 민노총은 불법·폭력 면허증을 받은 집단이 됐다”고 민주노총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정부가 노조의 불법·폭력에 법대로 대응하기만 해도 노사 관계는 상당 부분 정상화될 수 있다”며 “지금 세계는 기업이 곧 국가인 시대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잘 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못 산다. 정부 정책이 이 시대 흐름을 막지는 않는지 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청와대 이전 후보지 결정을 마친 당선인의 첫 대외 행보가 경제단체장과의 만남이란 건 상징적이다. 기업규제 3법, 노조 3법 등 기업을 위축시키는 입법과 정책 때문에 한국의 경제계는 5년간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업들의 기대도 크다”고 쓴 뒤 “노동법제 개정, 많은 ‘대못 규제’ 완화는 입법사안이어서 야당과의 협치가 본궤도에 올라야 기대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거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도입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경제계 의견을 경청해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불리해 보이는 노동법제 개정을 주장했다.
▲22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친기업’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윤 당선자는 또 ‘(재계가) 저와 언제든 직접 통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개통했던 대통령과 기업인 간 직통전화를 다시 열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어 “경제단체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종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규제의 합리적인 개선을 건의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중대재해법을 완화해달라고 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가 주요국 중에서 산업재해가 가장 심각함에도 처벌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치는 상황을 알고나 이런 주장을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경제단체들은 주 52시간제 유연화, 최저임금제 개선, 상속세·법인세 완화 등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동시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그리고 반시장적 행태를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공정 경쟁 확립이라는 공약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현시점에서 기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자칫 불평등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제·사회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전면적·일방적 규제 완화는 사회 분열을 파생시켜 한국 경제를 더 위기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 인수위는 이날 회동을 추진하면서 전경련이 주도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기업들의 자금모금을 주도해 국민적 비난을 받은 게 전경련이다. 그 여파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해 조직이 사실상 형해화됐다”며 “인수위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윤 당선인의 기본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닌가 우려된다. 노사 간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노동계와의 만남도 조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21일 윤 당선인과 만난 경제6단체 대표들이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윤 당선인이었다. 그는 “쉽게 말해 소득이 오르는게 경제성장인데, 그게 결국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인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음 발언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작심한듯 재계 민원을 털어놨다. 노동시간 규제에 대해 “일자리 모습이 다양하고 근로자 니즈(요구)가 달라졌다. 노동법제는 시대 요구에 맞게 대폭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주52시간제에 대해 비판적이다. 경총은 주 52시간을 분기 평균 주 52시간 혹은 연 평균 주 52시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진다. 일이 많을 땐 주 70~80시간 일을 시키고 없을 땐 쉬게 할 수 있다. 반면 노동자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은 해소되지 않는다.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도 손 회장의 경총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회장은 “노사관계·갈등이 국가 경쟁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거나 “노동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발언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 현장에서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권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노사관계 개혁을 요구하는 대목에서 ‘공권력’이 등장한 것으로 미뤄보아 파업시 경찰력이나 고용노동부의 행정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 발언은 이어졌다. 그는 “기업들은 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인 걱정이 많은게 사실”이라며 “중대재해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 활동을 대폭 강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런 어려움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높이 평가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비판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내놨다. 허 회장은 “안전이 물론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은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보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발언은 눈에 띄었다. 그는 민원을 늘어놓는 대신, 제안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대한상의 플랫폼에서 당선인에 바라는 제안 2만건을 받았다. 이걸 카테고리화해서 인수위에 전달하겠다”거나 “범정부회의체에 민간이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다.
최 회장 발언이 끝난 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은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오찬이 끝난 직후, 인수위 측은 서면 브리핑에서 기업인들과 당선이 핫라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핫라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공무원들이 말도 안되는 규제 하려고 하고 갑질하면 바로 전화하시라. 그것 만큼은 내가 바로 전화 받겠다”며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언제든 전화하시라. 내가 들어드리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양극화 해소가 경제에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정말 이익을 공유하는 프로핏쉐어링이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입업계 직면 과제는 물류 애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정부가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대선 다음 날, 6.15미국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 분석 토론을 위한 위원장단 화상(Zoom)회의를 개최, 토론 후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으로의 회귀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며 다섯 가지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6.15 공동선언실천 미국위원회’(대표위원장 신필영)는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저녁 8시(동부) 화상(Zoom)으로 5개 지역위(뉴욕위, 워싱턴위, 시카고위, 엘에이위, 시애틀위) 대표위원장들과 사무국장들이 모여 윤석열 당선인의 외교안보(대미‧대북)정책에 대한 분석, 토론모임을 가졌다.
토론 모임 후, 6.15미국위 사무국에서 토론의 내용을 정리하여 전체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보고문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에 대한 6.15미국위의 견해와 판단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6.15미국위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부활로 판단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답습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그 다섯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정세토론을 이끈 신필영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동균 통신원]
정세토론 시작에 앞서 미국위 사무국에서 5개 지역위 대표위원장들에게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을 분석, 전망할 수 있는 외교안보정책에 관한 3차례 공식발표문(1/24 여의도 당사 외교안보공약 발표 기자회견문, 2/8포린어페어스 기고문, 3/10 국회 도서관 앞 대통령 당선소감 발언문)의 핵심 부분을 보고, 공유한 후 대표위원장단의 정세토론이 시작되었다.
토론회에서 3가지 공식 발표문을 살펴본 결과,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한미동맹 전면화를 핵심으로 하여, 북의 선 비핵화를 절대 목표로 남북대화를 추구함이 명백하다고 하였다. 이는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 개선”을 남북관계의 기조로 했던 이명박 대북정책(비핵‧개방‧3000)의 부활로 분석되었다.
6.15미국위 보고문에 의하면, 이명박 대북정책의 ‘부활’이 가능한 것은 이명박 외교안보팀이 윤석열의 외교안보팀을 구성하고 주요 직책을 맡게 된 것에도 기인한다. 특히, 이명박 집권 초기 ‘비핵‧개방‧3000’을 설계, 입안했고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던 김성한이 윤석열의 외교안보 가정교사와 선거대책본부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이 되어 윤석열의 외교안보정책을 설계하였다.
그 김성한이 지난 15일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로 임명되었고 또한 이명박 집권기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과 기획관을 지내면서 ‘비핵‧개방‧3000’의 실효성을 높인다며 소위 ‘그랜드바겐’을 설계했던 김태효가 2인의 인수위원 중 1인으로 임명되었다.
따라서 이를 볼 때, 3차례 공식발표문에 나타난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이명박의 대북정책 기조가 그대로 수용된 것이고 윤석열 정부 집권 내내 그대로 유지되리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경선 캠프 때, 소위 ‘외교안보 5인회’(현인택, 김성한, 남성욱, 남주홍, 김태효) 중 두 명이 김성한, 김태효이다)
6.15미국위가 특히 염려스러워 하는 것은, 3가지 발표 문건에 나타난 군사부문에 있어서 대북 대결과 적대를 고도화하는 점이다. 즉, ‘한미연합군사훈련 정상화’와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를 기치로 들고 (1)한미 외교‧국방(2+2) 핵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실질가동 (2)미 전략자산 전개(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3)한미 확장억제(핵우산) 실행력 강화 (*핵우산: 전략폭격기발사순항미사일(ALC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한국형 3축 체계 복원 (선제타격능력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역량) (5) 첨단전력 고도화 (감시정찰자산, 정밀타격 자산, 첨단무기 개발) (6)3불 폐기(사드 추가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7)국방백서 북한군 주적 명시 등이 그것이다.
3가지 공식 발표문건에 드러난 윤석열 대북정책의 목표와 내용을 살펴본 후 6.15미국위가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실패한 ‘전략적인내(오바마)’를 명칭만 바꿔 새로운 대북정책인양 제시한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북(조선)과의 사이에서 전혀 실행력을 얻지 못하고 성과가 전무한 것처럼, 실패한 이명박 식 대북정책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윤석열 표 대북정책은 그 정책 자체에 의해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미국위 보고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남북간 합의된 남북대화의 근본 목적에 위배, 역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윤석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남북대화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정책수단 중 하나”라며 ‘북의 비핵화’를 남북대화의 최고목표로 전제하고 있어 남북이 합의한 남북선언들(6.15, 10.4, 4.27판문점, 9.19평양)에 나타난 ‘남북의 평화통일’이라는 남북대화의 근본목적에 위배, 역행하기 때문에 북측도 현재 북미대화에 응하지 않듯,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2. ‘북의 비핵화’를 절대목표로 삼은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고수에 의한 북에 대한 합의 파기, 불이행으로 인해 북의 비핵화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러 있어 북비핵화 목표 자체가 달성될 수 없어 실패할 것이다.
미국의 북에 대한 적대와 핵위협으로 인해 북이 핵을 갖게 되었음은 이미 상식인 바, 미국과 남측의 싱가포르선언, 판문점선언 합의 파기와 불이행 등 대북 적대정책(한미연합북침전쟁연습, 핵우산, 대북제재) 철회의지가 없는 미국과 그를 충실히 따르는 남측으로 인해 단계적, 동시행동에 의한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한반도비핵화가 더 이상 실현성이 없어 북의 비핵화는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러 있음으로 북의 비핵화를 절대목표로 하는 윤석열 대북정책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
3. 북의 국력이 이명박 집권기와 차원을 달리한 발전단계에 있어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지원(보상)”이라는 이명박 식 대북정책을 재구성한 윤석열 표 대북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이 재현하려는 이명박 식 대북정책(비핵‧개방‧3000 & 그랜드바겐)이 설계된 2008년 이명박 집권기와 비교해 2022년 현재 북(조선)의 국력(인민의 의지와 자신감, 경제력, 무력)은 비상히 발전한 단계에 달해있어 비핵화에 따른 제재해제 및 경제적 지원 방식의 대북정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즉, 이명박 집권기를 지나 박근혜 집권이 시작되던 2013년 북은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한 후, 2016년 7차 당대회 사회주의 강국건설노선 채택(자강력),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2018년 경제총집중노선 채택, 북미남북관계 정상화 추진, 이에 따른 판문점, 싱가포르 남북/북미 대화, 2019년 이행 없는 남북/북미 합의 포기 후 정면돌파노선 채택(자력갱생), 2021년 8차 당대회 대북제재 상시화 대응 내적동력 비상 증대 통한 사회주의 자립경제건설노선 채택 등, 2022년에 이른 지금 북의 국력은 차원을 달리한 수준으로 발전해 선 비핵화 후 경제적지원(보상)의 대북정책은 더 이상 적용이 불가한 방식이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4. 북‧중‧러 연대강화와 미‧중/미‧러 대결 격화로 인해 한미일 동맹에 의거한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전략이 실효성을 점차 상실해 갈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집권 시기와 달리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선언에 대한 남측과 미국의 합의파기, 북의 핵무력 완성, 한미일동맹강화, 미중/미러 대결 격화 등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는 북‧중‧러 연대를 강화해 나갈 것이고 이전 시기처럼 더 이상 국제사회(유엔과 6자회담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기에 한‧미‧일동맹에 의거한 대북압박을 근간으로 하는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5.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 시민개혁세력과 진보변혁세력의 투쟁 역량이 축적, 내재화되어 있어 윤석열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조선)반도의 평화가 위험에 처하면 윤석열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의 대북정책을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기에 윤석열의 대북정책은 국내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고 실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이 6.1미국위 대표위원장단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들이다.
보고문에 의하면, 6.15미국위는 토론을 통해 향후 정세를 다음과 같이 전망하였다.
문재인 정부 중반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위태한 단절 국면의 남북관계가 윤석열이 집권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안되어 한미동맹 전면화(대북 적대와 대결 고도화) 실행으로 인해 강대강 충돌국면으로 급속 전환되면서 남북 간, 북미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몇 차례 전개되는 등 한(조선)반도에 첨예한 정세가 격화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로 인해 남북해외민족 모두가 또 다시 겪어야 할 고통과 소모해야 할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많아야 할지 모두 통탄스럽다고 하였다.
또한 윤석열 집권 중반기에 이르기도 전에 대북정책은 물론 정치, 경제 정책의 실패 현실화로 인해 국민적 고통이 가시화, 가중되면서 정권 퇴출 차원의 국민적 저항과 투쟁이 강도를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다.
반윤석열, 반적폐 진영들이 적폐청산의 기회를 놓친, 적폐청산을 실패(적폐세력의 부활)한 지난 5년을 성찰, 반성, 자기비판 하면서, 개혁진영과 진보진영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점검과, 그리고 제대로 된 개혁과 진보의 연대연합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하였다.
보고문에서 6.15미국위는 회원들에게 적폐청산의 실패로 인해 적폐세력의 부활을 가져온 이번 선거의 패배는 역사의 진보에 다소 시기의 지연을 가져오겠지만 적폐는 반드시 청산될 것이고 승리를 거둘 것이라며 동학농민전쟁, 3.1 운동, 4.19 혁명, 5.18 항쟁이 당시에는 패배하였지만 후대인 우리들에게 패배로 자리하고 있지 않듯, 그 투쟁들의 힘이 축적, 계승되어 미완의 승리인 6.10 항쟁, 촛불항쟁,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가져온 것을 다시 새기자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이번의 패배는 단지 패배로서가 아닌, 적폐청산에 나선 반 적폐진영 내부의 유사 적폐 요소들과, 적폐와의 타협을 막지 못한 안일, 순진함과, 적폐청산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의지와, 적폐청산 실행력의 부족 등등에 대한 강제적 반성을 할 계기가 주어졌기에, 적폐청산에 대한 철저한 관점과 자세, 역량 축적 노력을 통해 승리로 전환할 토대 마련과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때라고 하였다.
끝으로 보고문은, 미국위 신필영 대표위원장이 5개 지역위 대표위원장들과 사무국장들 그리고 회원들에게, 다시 투쟁의 자리로 나가야 할 때가 그리 오래지 않아 올 것이므로 그때까지 서로 격려를 보내며 함께 마음들을 다지고 있자는 격려의 인사를 전하며 보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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