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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기를까 말까, 유전자는 알고 있다

개 기를까 말까, 유전자는 알고 있다

조홍섭 2019. 05. 24
조회수 1875 추천수 0
 
쌍둥이 3만5천쌍 조사, 50% 이상이 개 소유 ‘일치’
 
do1.jpg» 사람에게는 개를 기르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늑대가 개로 가축화했듯이 사람도 개를 향해 진화했다는 공진화 가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사람이 개를 기를까. 어릴 때 집에서 개를 길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나중에 개를 기를 확률이 크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그러나 개를 기르는 선택이 이런 환경요인보다도 개인의 유전자 조성 때문에 좌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성이냐 교육이냐’ 가운데 천성 쪽에 손을 든 연구다.
 
투베 팔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개를 기르는 데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대규모 쌍둥이 연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이 세계 최대의 쌍둥이 집단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2001년부터 개 등록 의무제를 시행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50%가 같다. 따라서 형제가 다 함께 개를 기르는 사람의 비율이 두 종류의 쌍둥이 가운데 각각 얼마나 되는지 비교해 보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가운데 어느 쪽이 개 소유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이 쌍둥이 양쪽의 정보를 구할 수 있는 3만 5035쌍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동시에 개를 기르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팔 교수는 “어떤 사람의 유전적 구성이 그가 개를 소유할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일부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내적 성향이 더 강한 것 같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개를 기르게 되는데 작용하는 유전적 요인은 일란성 쌍둥이 여성에서 58%, 남성에서 52%로 나타나, 이란성 쌍둥이의 35%(여성), 30%(남성), 20%(남·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또 어릴 때 개를 길러본 사람은 청년기에 개를 기르는 경향을 보여줬는데,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어릴 때 개를 기른 부모와 자식이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do2.jpg» 유럽늑대. 늑대는 사람 곁에서 살기 좋은 형질이 선택되면서 가축이 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는 단지 누가 개를 기르냐의 차원을 넘어, 개와 인간 사이의 오랜 관계를 해명하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자인 케이스 도브니 영국 리버풀대 고인류학자는 “개 가축화의 깊고도 수수께끼에 싸인 역사를 이해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늑대가 개 쪽으로 진화했듯이 사람도 개 쪽으로 진화하는 “개와 사람의 공진화”가 일어났다는 가설을 이 연구에서 제기했다. 늑대는 어릴 때 귀여운 형질을 유지한다거나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능력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나 가축이 됐다.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개를 선택하는 어떤 유전적 변이가 생기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일부 사람이 짧은 기간에 젖당 분해 유전자를 획득한 것이 그런 예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약 7500년 전 중부 유럽의 일부 유목민에게 우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나이가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는 돌연변이가 나타났는데, 이 형질이 북유럽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어떤 유전자가 개를 기르도록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다른 성격 관련 형질처럼 여러 개의 유전자가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질문, 곧 동물 가축화가 어떻게 왜 이뤄졌는가에 대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ove Fall, et al, Evidence of large genetic influences on dog ownership in the Swedish Twin Registry has implications for understanding domesticatication and health associations. Scientific Reports, 2019; 9 (1) DOI: 10.1038/s41598-019-44083-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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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하라”… ‘숨, 쉼, 삶을 위한 교육’ 새로운 30년 결의

전교조 30주년 교사대회… 5천여 참가자 “법외노조 취소·해고자 원직복직” 한목소리
▲ 사진 : 선현희 기자

1989년 창립해 올해 서른 돌을 맞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교조는 창립기념일인 5월28일을 전후해 전국교사대회(교사대회)를 열어왔다. 25일, 올해 서른 돌을 기념해 열린 교사대회는 전교조가 걸어온 지난 30년의 활동을 격려하는 자리이면서, 결의의 장이기도 하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의 대회사엔 서른살 전교조의 성과와 앞으로의 결심이 모두 녹아있었다.

▲ 대회사 하는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지난 30년, 우리가 꾸었던 꿈은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와 현실이 되었습니다.”

30년간 학교를 변화시키고, 교육을 변화시켜 온 전교조의 성과를 하나의 팻말에 담는 건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전교조는 30개의 만장에 전교조의 역사를 정리했다.

‘일제고사 폐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지’,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육 실현’,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학민주화와 부패사학 척결’ 등 교육정책 개선부터, ‘0교시 야간자율학습 폐지’ ‘혁신학교 도입과 수업혁신’,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 등 교육정상화에 앞장섰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교권보호와 교원들의 노동조건 개선’까지….

교육정책이 변하고 교육의 역사가 바뀌는 시기시기마다 전교조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날 대회에서도 ‘참교육’ 실현을 위해 30년을 애써온 전교조를 많은 사람들이 격려했다. 교수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기간제교사노조 등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 그리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등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을 대표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교사도 노동자다’라고 외치며 굴종과 경쟁교육을 거부하고, 교단을 떠나는 일이 있더라도 자랑스러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전교조를 결성하고 어떤 탄압에도 굴함없이 싸워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며 “법외노조 굴레를 벗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당당한 주체로 새로운 30년의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인사했다.

배우 문소리, 가수 안치환, 윤도현,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영상으로 전교조의 30년을 축하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교조 덕분입니다. 하루빨리 법외노조 철회 쟁취합시다. 전교조가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주세요.”

그러나 이들이 칭찬하고 격려하는 전교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다.

“결성 30년을 맞는 오늘 전국교사대회는 여전히 법외노조의 대회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교사대회가 열리는 이날까지 ‘법외노조 직권 취소’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권정오 위원장은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우선 해결될거라 기대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법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ILO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제출이 노동존중의 국정과제를 실현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법외노조 직권 취소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청와대가 결단하라.” 교사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권 위원장의 말대로 “이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우린 학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결자해지’를 가르친다. 팩스 한 장으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것은 행정부다. 결자해지 해야 할 곳, 법외노조를 취소해야 할 곳은 바로 청와대다.”

정의와 상식을 만들겠다는 전교조의 결심은 단호했다.
“전교조는 다음주 부터 전국 1만 분회 비상총회를 개최해 문재인 정부에 즉각적인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촉구할 것이다. 다음달 12일엔 직권 취소를 거부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전국 교사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과 눈빛을 지켜 가기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

30년 전 노조를 창립하며 1527명의 교사가 해직됐고, 아직도 박근혜정부의 팩스 한장에 의해 법외노조에 있는 전교조다. 그러나 전교조가 두려운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서른살 전교조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교육의 과제를 제시해야 할 전교조의 임무를 잊지않겠다”고 다짐했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30년을 걸어가겠다는 전교조의 의지는 ‘숨’ ‘쉼’ ‘삶’이라는 세 단어로 압축돼 있다. ‘숨을 쉬는 학교’,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교사대회 결의문에 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는 몰아치는 경쟁 체제에 틈을 내고 자유와 민주의 ‘숨’을 불어넣을 것이다. 자유가 숨 쉬며 모두가 평등한 건강을 누리는 ‘숨’을 쉬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경쟁교육을 혁파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쉼’을 보장받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이 삶의 이정표와 일치되는 ‘삶’을 위한 교육을 실현할 것이다.”

전교조는 ‘삶을 위한 교육’의 내용을 구체화해 올 하반기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대회를 마친 5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전교조 30년의 역사가 담긴 30개의 만장과 ‘법외노조 취소’ ‘해직교사 원직복직’ 등의 요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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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 아직도 접지 못한 ‘영화 촬영기사’의 꿈

양심수후원회 월례강좌, 다큐영화 <달과 닻> 상영
이종문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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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5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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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자신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달과 닻> 상영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양심수후원회는 25일 오후 4시 서울 낙성대 만남의집에서 5월 월례강좌로 비전향 장기수 박희성 선생님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방아란 감독의 <달과 닻>을 상영하였다.

박희성 선생님은 올 해로 27년 감옥생활과 세상밖 생활 27년의 해를 맞았다. 북에 두고 온 1년 4개월 된 아들을 꿈속에서도 잊지 못 하시고, 선생님의 기억은 54년 전 마지막 손을 들어 해어졌던 장면의 기억이 닻처럼 정박되어 있었다.

팔순을 넘긴 박희성 선생님은 아직도 영화 촬영기사의 꿈을 잊지 않고 있었다. 감옥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훌륭한 영화촬영 기사가 되어 있었을 거라고 회상하는데 모두들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박희성 선생님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 방아란 감독의 <달과 닻> 한 장면.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 양심수후원회 회원들이 영화 감상 삼매경에 빠져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 월례강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 박희성 선생은 만남의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이종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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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영화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5/26 09:18
  • 수정일
    2019/05/26 09: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여기는 칸] 한국영화사상 첫 최고상... 봉준호 "이 영광 함께 나누고 싶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5일 오후(현지 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작품 이름을 언급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 역사상 첫 최고상이자, 세계 3대영화제(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기준으론 2012년 김기덕 감독(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초청 다섯 번째 만에 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첫 본상이 최고상이 됐다. 2006년 <괴물>이 비공식부문인 감독 주간에 초청받은 이후, 미셸 공드리 및 레오 카락스와 함께 연출한 <도쿄!>가 2008년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2009년엔 <마더>(주목할만한 시선), 2017년엔 <옥자>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감격에 차 소감 전해

봉준호 감독은 "수상 멘트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감격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스태프 이름을 호명한 그는 가족과 여러 관계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직후 그는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봉 감독은 소감 이후 시상을 맡은 프랑스 국민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송강호는 역시 벅찬 모습이었다. 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다시 봉준호 감독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봉준호 감독은 "저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며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 했다.

이날 세계 언론이 모인 프레스 센터에선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탄성이 나왔다.

한 스페인 기자는 취재진에게 "지금 시상식에 누가 누가 왔나" 물어보며 "황금종려상은 아마 다르덴 형제가 받지 않을까 한다"라고 예상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기생충>이 수상하자 해당 기자를 비롯한 각국 취재진 일부가 박수치며 한국 기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본상 수상은 칸영화제 단골손님이었지만 상과는 인연이 멀었던 한국 영화의 지난 9년을 돌아볼 때도 의미가 크다. 이창동 감독의 <시>(2010)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임상수, 홍상수 감독 등이 꾸준히 경쟁 부문에 진출했지만 상을 받진 못했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이 <버닝>으로 경쟁에 진출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수상하진 못했다.  

<기생충>에서 기택 역으로 주연을 맡은 송강호 역시 <괴물> <밀양>(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2009년 경쟁 부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칸영화제에 오게 됐다. 10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은 셈인데 그간 송강호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 때마다 해당 작품이 상을 받았다는 특이점이 있다. <기생충>이 본상을 받음으로써 송강호의 이색 기록 또한 이어가게 됐다. 앞서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밀양>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쟁쟁했던 경쟁작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CJ ENM


이번 수상의 의미가 남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들 중 그간 칸영화제에서 한 번 이상 본상 수상을 했던 감독이 대거 포진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특히 <쏘리 위 미스드 유>를 들고 온 켄 로치 감독과 <영 아메드>로 초청받은 다르덴 형제는 모두 두 번씩 황금종려상을 받은 인물들이다. 켄 로치 감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로,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2005)로 최고 영예를 안았다. 

이밖에 <어 히든 라이프>로 초청된 테렌스 멜릭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들고 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메크툽, 마이러브:인터메조>로 초청받은 압델라티프 케시시도 각각 한 번씩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었다. 테렌스 멜릭은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펄프 픽션>(1994)으로, 압델라티프 케시시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로 해당 상을 받았다.

전통의 거장 외에도 첫 장편 <아틀란티스>로 경쟁 부문에 초청받는 기염을 토한 마티 디옵,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로 온 셀린 시아마 등은 상영 이후 마켓과 평단에서 고른 호평을 받으며 수상 여부가 주목되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 기간 중에는 <기생충>의 수상이 점쳐지는 몇 가지 징후가 있었다. 영미권 반응을 알 수 있는 <스크린>과 유럽권 반응을 알 수 있는 <르 필름 프랑세> 등 공식 데일리지에서 모두 높은 평점을 받은 것. <스크린>에선 3.5점으로 21개 경쟁작 중 가장 높은 점수였고, <르 필픔 프랑세>에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3.6)에 이어 3.5점으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한편 시상식에 앞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다. 레드카펫에 선 봉준호 감독은 현지 리포터에게 "너무 행복하게 상영했고, 좋은 반응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라고 말했고, 송강호 역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좋은 것도 많이 봤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제72회 칸영화제 주요 수상작
황금종려상 - <기생충> 봉준호 감독
심사위원대상 - <아틀란티크> 마티 디옵 감독
감독상 - <영 아메드>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
심사위원상 - <레미제라블> 라쥬 디 감독, <바쿠라우> 멘도사 필호,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남우주연상 – 안토니오 반데라스 <패인 엔 글로리>
여우주연상 – 에밀리 비샴 <리틀조>
각본상 - <포트레이트 오브 레이디 온 파이어> 셀린 시아마 감독
심사위원 특별 언급 - <잇 머스트 비 헤븐> 엘리아 슐레이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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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스웨덴의 ‘사회적합의·연대임금’이 주는 교훈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6)] 사회민주주의적 경제민주화 사례② 스웨덴
  • 이정희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
  • 승인 2019.05.24 10:16
  • 댓글 2
사회민주주의적 경제민주화사례, 독일에 이어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본다.[편집자]

1. 복지국가의 대명사, 스웨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 측면에서 자본주의 국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진보적 사회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롤모델로 회자되고 있다.

이 중 스웨덴은 복지국가 모델의 전형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으며, 재벌의 존재와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을 통해 복지국가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재벌개혁의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의 주요 특징은 높은 사회복지 지출(GDP 대비 30% 정도), 대표적인 보편주의적 복지정책,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노동정책, 여성친화적 사회정책, 공공부문 역할이 높은 복지국가 모델로 정리할 수 있다.

스웨덴은 다른 나라와 달리 노동조합에 기반한 사회민주당이 이른 시기부터 장기간 집권하면서, 주도적이면서 일관되게 복지국가를 건설했다는 특징이 있다.

▲ 사진 : 뉴시스

2. 스웨덴 복지국가 건설과정

스웨덴 복지국가의 출발은 1930년대 세계적 대공황기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1932년 집권한 사회민주당은 세계 최초로 케인즈주의적 경기부양정책을 추진했다. 당시는 케인즈주의가 이론, 정책적으로 정립되기 전이었다.

스웨덴 사민당이 이처럼 일찍 케인즈주의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이미 20년대 후반 <인민의 가정, 국민의 가정>이라는 의회연설을 통해 복지국가 노선, 개혁주의 노선, 국민정치 노선을 당의 정치노선으로 밝히고, 1930년 경제공황 초기에 유효수요 창출정책인 ‘위기안정화 프로그램’을 공황극복 정책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1932년 집권 후 사민당 정권은 적극적인 실업대책으로 실업예산의 대폭증액, 공공근로정책을 시행하고 공적 실업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인구증가율 감소가 주요한 사회이슈로 부각되었을 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와 높은 출산율을 양립시키기 위한 가족정책을 추진하여 출산수당, 아동수당 등을 도입해 저출산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민당 정권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개혁을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완성해 갔다.

이런 정책을 통해 사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44년간 연속 집권했으며, 2006년까지 10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집권을 이어갔다.

3. 살트세바덴협약과 연대임금정책

성공적인 위기극복정책에 기초하여 1938년 사민당 정부는 스웨덴노총(LO), 스웨덴 경영자협회(SAF)와 함께 살트세바덴협약을 체결했다.

살트세바덴협약의 주요내용은 ①노동과 경영 측에서 각 3명씩 파견되는 대표들로 ‘노동시장위원회’ 구성, 기업단위에서 해결되지 않는 사항이 발생할 경우 노동시장위원회에서 다루고 ②노동자대표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며 ③정리해고에 대한 규칙과 단체교섭절차의 제정 등이다. 이 협약 이후 노사중앙조직의 장악력이 강화되는 것과 함께 노동쟁의가 급감했다.

이와 함께 스웨덴경제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가진 재벌가문(발렌베리가)의 경영권을 황금주제도 등을 통해 보장했다.

자본 측이 높은 임금수준과 사회복지 재정지출을 인정하고,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경영권을 보장받는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조건에서는 긴축재정과 연대임금정책이 추진되었다.

연대임금정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하에 노동조합 간의 과도한 임금인상 경쟁을 억제하고, 노동계급 내의 평등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한 연대임금정책은 적극적 실업정책과 결합하여 경쟁력이 약한 사양산업의 퇴출을 유도해 산업구조를 합리화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연대임금정책은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재벌기업 등 고수익 성장기업에선 임금억제를 통해 막대한 초과이윤을 보장한 측면도 있다.

4. 스웨덴 모델의 위기

그러나 연대임금정책에 따라 임금상승여력이 있는 고수익부문 노동자들의 불만이 누적되었으며 노총 중앙의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스웨덴노총은 공동결정법 제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기업 내 권리강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와 함께 연대임금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임노동자기금(주식발행)으로 환수하여 대기업에 대한 노동조합과 사회적 통제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자본가들은 임노동자기금에 대해 대기업의 국유화정책으로 받아들이고 격렬하게 반대했으며 스웨덴노총과 경총의 신뢰가 약화되었다.

임노동자기금은 사회민주당 내에서도 심각한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사민당의 장기집권 종료와 함께 흐지부지되었다.

스웨덴 모델은 수출주도경제에서 대기업의 지속적인 경쟁력이 유지되어야 하지만 70년대 이후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적 경제위기, 조선 등 주요업종에서 국제경쟁력의 약화 등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이후 90년대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사민당은 복지국가 정책을 심화, 발전시키지 못하고 후퇴하게 된다.

5. 한국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교훈

스웨덴 모델의 성공요인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에 기초하여 사민당이 1930년대 경제위기국면에서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평등과 복지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 발전시킨 것이다.

장하준 교수 등이 스웨덴 모델처럼 ‘재벌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복지국가로 나아가자’라는 것은 선의의 주장이지만, 1930년대 스웨덴 사회와 현재 한국사회 현실의 차이를 간과하는 것이다. 강력한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의 존재,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이 존립위기에 처한 조건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시기 경제민주화의 우선 과제는 강력한 노동조합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현재 스웨덴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처럼,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유동적인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노동조합 할 권리 보장을 통해 노동조합 조직력의 강화, 산별교섭을 통한 사회적 평등의 실현, 재벌과 기득권세력에 대한 강력한 과세를 통해 복지재정을 마련하고 복지국가의 기초를 마련해가야 한다.

이정희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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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가던 중 김정은이 눈 앞에!

[시베리아 시간여행] 2. 블라디보스토크上 : 개척리부터 독수리전망대까지
2019.05.25 11:41:29
 

 

 

 

두근두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르다

익숙해질 만하면 떠난다. 여행자라면 그 아쉬움을 모를 리 없다. 하바롭스크에서 꼭 그랬다. 떠날 때가 다 되어서야 하바롭스크 길이 익었다. 대장 박흥수 철도기관사의 안내 없이도 어느새 좌회전, 우회전이 자연스러워졌다. 걷고, 걷고 또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바롭스크 역으로 가는 길이 못내 아쉬웠다. 쉼 없는 도보 행진에 피곤에 절었는데도 시선은 차창 밖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인투어리스트 호텔에서 15분가량 택시를 타고 달려 역에 도착했다. 초록 지붕과 넓은 광장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기차에 오르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저녁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역 근처 마트에 가 보이는 대로 집어 들고는 다시 역으로 뛰어갔다. 

 

 

▲하바롭스크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프레시안(서어리)

▲횡단열차 티켓. ⓒ프레시안(서어리)

▲열차 탑승에 앞서 표 검사를 받는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드디어 이번 여행의 대망의 일정,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 문을 여니 우리가 하룻밤 묵을(?) 열차가 1번 플랫폼에 서 있었다. 키릴 문자의 홍수 속에서 '1'이라는 낯익은 숫자를 보니 반가울 지경이었다.  

표 검사를 마치고 열차 위에 올랐다. 벌써 열차는 덜컹거리고 있었지만 통로가 워낙 비좁아 넘어지진 않았다. 통로를 조금 걷다 보니 왼편에 방이 연달아 있었다. 침대 4개가 1, 2층으로 나뉜 4인실이었다. 바깥에서 보기엔 굉장히 좁아 보이지만 막상 들어와 보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침대 아래 수납공간에 짐을 넣고는 박 기관사의 지휘하에 각자 침대보를 씌웠다. 

 

 

 

▲열차 바깥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프레시안 조합원들. ⓒ프레시안(서어리)

 

 

▲횡단열차에서 먹는 저녁식사. ⓒ프레시안(서어리)

 

 

짐 정리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심은 이미 멀어져 나무 숲이 스쳐지나갔다. 어느덧 해도 뉘엿뉘엿 지려하고 있었다. 호숫가를 지날 때면 해가 물 위에 길게 늘어져 반짝반짝 빛났다. 

 

몸도 마음도 편하니 이번엔 시장기가 돌았다. 마트에서 사온 빵, 한국에서 공수해온 컵라면 등을 꺼냈다. 가장 맛있는 라면은 산 위, 비행기 안에서 먹는 라면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먹는 라면'이다. 뜨끈한 국물에 종일 덜덜 떨었던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횡단열차 2등칸 4인실 실내. ⓒ프레시안(서어리)

열차 안은 의외로 안락했다. 넷이서 오순도순 대화하기 딱 좋았다. 가끔 다른 방 조합원들이 난입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리를 내줄 정도로 작은 공간에 모두들 적응해갔다. 꽤 고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서로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각자의 생업, 프레시안 조합원이 된 계기, 최근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느라 얼마나 밤이 깊었는지도 몰랐다.

"우악!" 별안간 옆방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의아해하던 찰나, 우리 방에 불이 탁 꺼졌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그때 깨달았다. 옆방에서 흘러나온 괴성(?)의 정체를.

루지노 역에서의 깜짝 공연

은하수였다. 새까만 밤하늘에 하얗고 반짝이는 별들이 무수히도 매달려 있었다. 우리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차 덜컹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차창에 액자처럼 걸린 밤하늘을 넋 놓고 바라봤다.  

"이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저 별들을 본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다한 것 같아요."

불을 켜고 확인한 조합원들의 상태는 '황홀경'에 가까웠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루지노 역에서 열차가 섰다. 여기선 차량 점검을 위해 40분 간 정차한다고 했다. 기차 내부 공기가 워낙 후끈했던 터라 시원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다른 방에 있던 조합원들과 만나 별 풍경을 본 소감을 나누던 사이, 누군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한국 사람들?" 

키 큰 러시아 여성 예닐곱 명 말을 걸었다. 무리 가운데 한 명이 유창한 한국말로 예전에 한국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며,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러시아에서 러시아 사람이 부르는 '아리랑'을 듣게 될 줄이야! 놀랍고도 기쁜 마음에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반응이 좋았던 덕분인지 이번엔 나머지 일행도 다함께 노래를 불렀다.

"Ой! ты песня песенка девичья(오! 노래야 처녀의 노래야) / Ты лети за ясным солнцем вслед(날아라 밝게 빛나는 태양을 따라 날아라) / И бойцу на дальнем пограничье(그리고 머나먼 국경의 병사에게) / От Катюши передай привет(까츄샤로부터의 사랑을 전해다오) / И бойцу на дальнем пограничье(그리고 머나먼 국경의 병사에게 / От Катюши передай привет(까츄샤로부터의 사랑을 전해다오)" 

'카츄사'라는 러시아 전통 민요였다. 전쟁터에 나간 사랑하는 이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내용의 가사로, '러시아답다'는 느낌이 드는 멜로디의 곡이었다. 러시아 여성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신나게 이 노래를 불렀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박 기관사는 여러 번 불러본 듯 정확하게 가사에 맞춰 불렀다. 

'깜짝 공연'을 선사해준 러시아 여성들에게 '쓰바시바(Спасибо ;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열차에 올랐다.

 

 


블라디보스토크 : 한인 디아스포라의 빼앗긴 땅 '개척리'

커튼 없이 무방비하게 아침 볕을 받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해가 아주 쨍쨍하진 않았다. 오히려 차창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마땅히 씻을 데도 없던 터라, '쿨하게' 씻는 것을 포기하고 비를 맞기로 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내린 곳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9288킬로미터의 여정이 끝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역이었다.

역 출구와 이어진 다리에서 플랫폼을 내려다보던 박 기관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래 플랫폼에 횡단열차 종점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는데 그 인근을 다 막아 놨네요. 제가 블라디보스토크역에 숱하게 와봤지만, 폐쇄된 모습을 본 건 처음입니다"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 일정으로 인해 횡단열차 종점 표지석 부근이 폐쇄된 블라디보스토크역 플랫폼. ⓒ프레시안(박정연)


그렇다.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하기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고, 더욱이 열차를 타고 왔던 터라 선로 일부가 통제된 것으로 보였다. 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했다.

일단 걱정은 뒤로 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이틀 밤을 보낼 숙소로 향했다. 이번엔 '소련'이 아닌 첨단의 러시아가 느껴지는 4성급 신식 호텔이었다. 체크인 시간 전이라 카운터에 짐을 맡긴 뒤 로비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만 마치고 본격적인 블라디보스토크 탐방에 나섰다.

첫 답사지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개척리'였다. 일제 강점 시기 개척리는 미국으로 따지자면 로스앤젤레스(LA) 같은 곳이었다. 굳이 러시아어를 안 써도 살 수 있는, 그만큼 많은 한인들이 많은 동네였다. 대부분 질등일꾼같은 하층민이었다. 한 끼 챙기기도 버거운 이들이지만, 독립 자금 마련을 위해선 밥값도 마다치 않았다. 가난하디 가난한 동네에서 모금을 할 때마다 엄청난 액수가 모였다. 그만큼 조국 독립에 대한 이들의 열망은 컸다.

박 기관사가 개척리 터 어드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길가에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그는 이번엔 여행 전 배포한 안내서에 있는 사진을 짚었다.

 

 

 

▲개척리 일대 전경. ⓒ프레시안(박정연)

▲100여 년 전의 개척리 모습.


"사진에서, 큰 건물 뒤에 있는 건물 보이나요? 지붕 모양이 독특한데, 저기 보이는 저 건물이에요. 어때요, 지금과 똑같죠?" 

조합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사진 속 건물과 눈 앞의 건물을 비교해봤다. 100년 전 사진 속 건물이 바로 눈앞에 있는 건물이라니, 괜시리 반가웠다. 

척박했던 이 개척리 일대는 100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은 지금은 블라디보스토크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아르바트'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동네는 한국의 '홍대입구'와 같은 젊은이들의 성지다. 어둑해질 즈음이면 버스킹 하는 이들이 속속 모여들고, 레스토랑, 펍이 불빛을 반짝이며 손님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과연 100년 전 개척리에 살던 한인들은 지금도 이곳에 그대로 살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한인들은 척박했던 땅을 갈고 닦아 어렵사리 삶의 터전으로 일궈낸 이곳을 1911년 러시아 당국에 빼앗기고 말았다. 장티푸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게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러일전쟁 발발 이후 바다를 낀 블라디보스토크는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개척리 일대는 해안가와 가까웠다. 일본과 전쟁에서 한 차례 쓴맛을 본 러시아로선 해전에 대비해 해안지대를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 날, 러시아 기마병들이 개척리를 덮쳤고, 한인들은 다시 디아스포라가 되어 새 터전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몰려난 한인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우리가 마지막 날 가게 될 신한촌이었다. 

하얼빈서 술 마시고 평양서 냉면으로 해장하는 상상을 하다

다음 목적지는 해양공원에 자리한 요새박물관이었다. 언덕 위에 방벽이 길게 둘러져있었다. 계단을 올라 박물관 입구에 이르니 '요새'라는 이름답게 사방이 탁 트여 주변 지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깥에는 곳곳에 거대한 대포들이 포진해있었고, 실내에는 총칼 등 무기들이 진열돼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독립군이 청산리 전투에서 사용한 무기도 있었다.

 

 

 

▲요새박물관. ⓒ프레시안(박정연)

▲블라디보스토크 초기 이주 한인들의 모습. ⓒ프레시안(박정연)


험악한 구시대의 유물들 사이로, 사진 한 장이 벽에 걸려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초기 정착한 한인 이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다들 꼬질꼬질한 차림새지만 얼굴엔 여유가 있어 보였다.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집 뒤로는 황량한 터가 보였다. 이 척박한 땅을 일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빤히 그려졌다. 간신히 살만한 땅으로 만들어 놓았을 땐 다시 쫓겨난 신세가 되었으니, 디아스포라의 삶이란 얼마나 애처로운가. 안타까운 마음에 속이 쓰렸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한 한인들은 개척리를 일궜고 신한촌을 만들어 독립운동을 하다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다. 이 비극을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오늘 우리가 타고 온 시베리아 횡단열차였다. 횡단열차 낭만 이면에는 이러한 비극이 숨어있었다. 

박 기관사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러시아 철도공사 직원이 총 몇 명일까요? 참고로 한국철도공사 직원 수는 2만 7000명 정도 입니다." 

가늠이 안 되어 서로 눈치만 봤다. "10만 명?", "30만 명?" 여기저기서 대답이 나올 때마다 박 기관사는 "땡"을 외쳤다. 

"정답은 95만 명입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박 기관사가 한 마디 덧붙이자 우리는 입이 더 쩍 벌어졌다.

"구조조정 안 했으면 108만에서 110만 명 왔다 갔다 할 겁니다."

역시 드넓은 땅덩이를 가진, 그리고 단일 노선 최장 길이의 철로를 보유한 나라답게 철도 인력 규모도 대단했다. 

"한국 철도에서 제일 긴 노선이 경부선인데 441킬로미터예요. 그리고 전체 선로를 다 합치면 4000킬로미터 조금 넘어요. 그런데 러시아는 단일노선만 해도 9288킬로미터니까 대단하죠? 그런데, 만일 우리가 남북 철도가 연결되어서 단절 구간이 사라지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동북아시아, 동유럽까지 다 합쳐서 28만킬로미터가 돼요. 지금은 남북철도가 단절된 상황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게 연결되면 엄청나게 재밌는 일들이 생길 거예요.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거죠. '나 어제 하얼빈에서 네가 알려준 맛집 가서 연태 고량주에 하얼빈 맥주 섞어 마셨더니 머리가 아팠는데, 겨우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면서 술 깨고 평양에서 냉면 먹으면서 해장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예요."

꿈이야, 생시야? 김정은이 눈 앞에 

"엇! 김정은 이따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환송식 한대요. 기사 떴어요!"

박물관 문을 나서자마자, 정경아 협동조합팀장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조합원들이 "김정은 보러 가자"며 방방 뛰었다. 예정된 일정 대신 역 근처에서 밥을 간단하게 먹고 다 같이 '김정은 직관'을 하기로 했다. 

역 바로 맞은 편에 자리한 식당 '리퍼블릭(Republic)'과 레닌동상 주변에는 이미 취재진들로 붐볐다. 우리도 질세라 급하게 자리를 잡았다. 조악하지만 A4 용지에 'PRESSIAN'라고 휘갈겨 쓴 다음 바닥에 놓고 돌멩이를 올려뒀다.  

헛수고였다. 밥을 먹고 나오니, 러시아 경찰들이 뒤로 이동하라며 내쫓고 있었다. "우리는 기자"라고 항변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틀 전 미리 당국에 사전 취재를 신청한 매체 외에는 근접 취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송식을 취재하기 위해 대기 중인 외신 기자들. ⓒ프레시안(박정연)


아쉬운 마음을 안고 김 위원장 환송 행사장과 200미터쯤 떨어진 언덕 위로 올라갔다. 이 거리라면 진정한 의미의 '직관'은 무리였다. 바늘구멍만큼도 안 보일 터였다. 경찰 측 통제로 본의 아니게 식당에 발이 묶인 조합원들에게 긴급히 'SOS'를 청했다. 혹시 창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보이거든 영상을 찍어달라 부탁했다. '바깥팀'은 함께 쫓겨난(?) 한국 매체 ENG 영상 기자들, 카메라 기자들, 그리고 관광객과 뒤섞여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어서며 슬슬 다리가 저리기 시작한 3시 13분께,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세단이 행사장 앞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군악대 연주가 시작되며 환송 행사가 거행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일대에 아리랑 반주가 흐르고, 이제는 더욱 친숙해진 '카츄샤'도 흘렀다. 그렇게 식이 끝나갈 때까지도 김 위원장의 실루엣을 끝내 볼 수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환송식. ⓒ프레시안(박정연)


행사가 끝나자 비로소 경비 상태가 해제됐다.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허무했다. 아쉬운 마음에 행사장 바로 앞에서 취재를 마친 미국 NBC 방송국 소속 기자들을 붙잡고 김 위원장의 반응이 어땠는지 등을 물었다. 사실 별것 없는 취재였다. 

정작 '땡' 잡은 것은 식당에서 편안히 쉬고 있던 조합원들이었다. 식당 한 면이 통창이어서 행사 장면을 생생하게 다 볼 수 있었던 것.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으로 영상을 '득템'한 김태승, 김화수 조합원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직접 찍은 영상을 자랑했다. 나머지 조합원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다소 허무하긴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김 위원장과의 조우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금각만 대교를 바라보며 키릴 문자를 생각하다 

오늘의 마지막 도착지인 독수리 전망대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하바롭스크 버스와 달리 안내 방송이 선명하게 들렸다. 그러고 보니 이쪽이 더 새 버스에 가까웠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블라디보스토크는 하바롭스크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바롭스크가 구소련을 연상하게 하는 시크(chic)한 느낌이 강했다면, 블라디보스토크는 좀 더 세련되고 밝은 느낌이었다. 어떤 도시가 더 좋은지 조합원들과 나름 진지한 고민을 나누던 차에 박 기관사의 "내립시다" 하는 소리에 따라 내렸다. 

아기자기 예쁜 대학 건물이 늘어선 푸시킨 거리를 지나, 산악열차 '푸니쿨라'에 올랐다. 1량짜리 열차 내부는 계단식으로 돼 있었다. 25석 될까 말까 한 자그마한 열차가 중력을 거스르며 힘차게 언덕 위를 향해 움직였다. 2분여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푸니쿨라. ⓒ프레시안(박정연)

▲독수리전망대 가는 길에 발견한 조명희 선생 비석. ⓒ프레시안(박정연)


전망대로 가는 길에 박 기관사로부터 반가운 이름을 들었다. 조명희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었다. 조 선생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여기에 비석이 세워졌다고 했다. 전날 하바롭스크 중앙묘지에서 그의 이름을 찾은 터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비석 근처를 둘러봤다. 

조명희 선생 비석에서 얼마 가지 않아 독수리전망대에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일 높은 언덕으로, 금각만 대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다리 구경에 앞서 전망대에 있는 동상 하나를 감상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책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책에는 키릴 문자로 추정되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박 기관사는 '키릴 형제' 동상이라고 했다. 

"키릴 형제는 러시아의 세종대왕같은 분들입니다. 키릴 문자가 로마 알파벳을 차용하는데,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 하는 개그 같은 게 있습니다. 키릴 형제가 글자를 보급하기 위해 로마 그리스까지 가서 쟁반에다가 알파벳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국경을 건너다 쟁반이 떨어져서 주워담다 보니까 문자가 섞이고 뒤집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러시아인들이 영어와 '사맛디 아니하게 되고'..." 
 

▲키릴형제 동상. ⓒ프레시안(박정연)

▲금각만 대교를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 ⓒ프레시안(박정연)

 

 

키릴 문자를 볼 때마다 '러시아 사람들은 영어 공부하기 힘들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았다. 박 기관사는 "웃자고 하는 소리"라며 "어쨌든 키릴형제 덕택에 러시아 사람들이 말에 맞게 비로소 문자를 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몸을 반대로 돌려 다시 금각만 대교를 바라봤다. 다리를 중앙으로 양 쪽에 우뚝 솟은 기둥이 서있고, 하프 현처럼 가느다란 철근 여러 개가 기둥과 다리를 연결하는 형태였다. 아찔한 모양이었다. 배경으로 삼아 기념사진 찍기 좋아 보였다. 돌아가면서 '인생샷'을 남기는 것으로 특별했던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편에 계속) 

 

☞ [시베리아 시간여행] 1편 보기 : 최초 여성 공산주의자 김알렉산드라를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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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 속 '최순실 대통령'의 실체, 참담하다

[게릴라칼럼] 최순실 녹음파일과 정호성의 후회, 그리고 한국당

19.05.25 12:27l최종 업데이트 19.05.25 12:27l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최순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최순실씨가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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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최순실이 1위, 정윤회가 2위, 3위가 대통령."

박근혜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2015년 1월, 정윤회 국정농단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됐던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조사과정에서 남겼다는 이 발언은 그때만 해도 '지라시' 수준으로 여겨졌었다. 일각에서 '천기누설' 운운했지만 논란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최순실'이란 이름을 생소하게 여겼다. 그보다는 비선으로 지목받은 정윤회씨나 이른바 '십상시' 모임, '문고리 3인방'이 더 '핫한' 이슈였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박관천 전 경정의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는 발언을 인용했던 김경협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최순실을 직접 겨냥하지는 못했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 주변에) 최순실,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이 얽혀있다고 보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직접 소통보다 문고리 3인방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불통 통치 스타일이 근본원인이다.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개편, 문고리 3인방의 해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를 가리키기보다 문고리 3인방이나 십상시와 관련된 의혹을 짚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의 존재와 얼굴은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고,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된 2016년 가을경 제대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 권력 서열 발언조차 박 전 경정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 인터뷰를 가진 박 전 경정은 이 발언이 "'십상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본인은 그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란 책무에 충실하고자 진위 파악을 위해 최순실과 정윤회를 수차례 만났고, 이후 주변 물증을 수집하며 '권력 서열'을 확신했다는 얘기다. 23일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을 공개한 <시사저널>의 '시사저널TV'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근데 저는 일찌감치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다, 그런 얘기를 제가 했었고, 또 박근혜 정권은 끝을 못 갈 것이다 그런 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입버릇처럼 한 얘기가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는 거예요)."

정 전 의원은 MB마저 재임 기간 실제로 위와 같은 말을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걸 알았다고 정 전 의원이 으스댈 일이 아니다. 그걸 알았거나 짐작이 가능했으면서도 정치인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당시 새누리당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비선실세 따위 아랑곳 않는 '친박'과 극렬 지지자들도, '정치인 박근혜' 시절부터 당선 이후에도 '형광등 100개 아우라'라고 칭송한 보수언론들도 '박근혜 정권' 창출과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한 적이 있는가. 

지난 17일에 이어 23일 <시사저널>이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녹음파일'을 두 번째로 공개했다. 이를 듣는 심경은 그래서 더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이미 알고 있었고, 언론을 통해서도 국정농단 사태에 앞서 점차 알려졌던 박근혜 정권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의 실체를 확인하는 일이었기에.

권력 서열 1위, '대통령 최순실'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관천 전 경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 故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가 권력서열 1위라고 주장했다
▲  2015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관천 전 경정은 검찰 수사 과정에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인 최순실 씨가 권력서열 1위라고 주장했다
ⓒ 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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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이 나라 대통령이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2월, 이른바 '정호성 녹취' 파일을 보도한 <한겨레>의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서 '정호성 녹취'를 접한 검찰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에 "(적어도) 최씨가 1위라는 말은 맞다"며 "사실상 최씨가 대통령이었다. 나라를 운영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녹취는 극히 일부만 공개됐고,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그 일부만으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만약 그때 지금 공개된 분량의 녹음파일이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면 그 공분은 배가되지 않았을까. 무려 2년 반이 지났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모두 구속수감 중임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2년 반 전과 비슷한 걸 보면 말이다.

도합 1시간 26분여에 달하는 1차 파일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직전에 녹취됐다. 그러나 2차 파일에는 재임 기간에 녹음된 내용이 포함됐다. <시사저널>은 총 30분 분량 11건 중 9건이 재임 기간 중 녹음된 파일이라고 밝혔다. 2차 공개에 나선 <시사저널> 측은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1차) '90분 파일' 공개 후 논란은 뜨거웠다. '국정농단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최순실이 대통령 같다'는 등 대부분 놀람과 분노 섞인 반응이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녹음파일 조작'과 '대통령 취임 전이라 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현 정부의 공작(工作) 아니냐'는 억측까지 있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이라면, 이 녹취 파일을 직접 듣고 국정농단의 진위를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사면론'을 펼치거나 '공작' 운운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와 '헌법' 그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이라 할 수밖에 없다. 1차 녹음 파일 중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황당한 내용을 하나 소개해 본다.

"그렇게 해봤더니 경회루 같다고 그랬대요." (최씨)
"그게 낫지. 품위가 있어야지, 이게. 기와 한 장만 딱.(박 전 대통령)
"과일 갖다 드릴까요?" (최씨)
"네?" (박 전 대통령)
"과일. 더 드세요." (최씨)
"근데 하여튼 기와 하나만 갖고, 이렇게 좀 청와대(라고) 하면 안 될까요? 이거는 좀 이상하지만. 이건 기완가 뭔가, 이게. 그러면 안 될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그거는, 그거는 안 될 거 같아. 왜냐하면 사시는 데를." (최씨)
"좀 촌스럽죠. 상징적으로 만들어야지. 너무 똑같이 하려고 하니까 이상해졌잖아요." (박 전 대통령)
"낫토 드세요. (네?) 낫토 (최씨)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고? 회의 중 의견이 맞지 않자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과일이나 먹어라', '낫토(나) 드세요'라며 면박을 주는 상황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매사, 대개의 녹음 파일 속 대화가 이런 식이다. '최순실 대통령'의 위세가 대단하다.

박 전 대통령은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지만, 최씨는 고압적으로, 말이 짧을 때가 허다하다. 마치 박 전 대통령의 의견은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 무시와 면박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정 전 비서관의 대응은 한술 더 뜬다. 꼬박꼬박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인 그는 극존칭을 쓰는 것은 예사요, 쩔쩔매가며 최씨를 떠받들었다. '권력 서열 1위'의 위엄이 녹취 파일 전반에 그대로 묻어난다. 문제는 자신이 대통령인듯 감정 이입을 한 최씨의 지시가 재임 이후 국정 운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사실이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취임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사 역시 최순실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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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연설, 2013년 6월 29일 중국 칭화대)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적 교류… 문화와 인문 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길 바란다." (최순실 지시사항)

23일 JTBC <뉴스룸>이 직접 비교한 2차 녹음파일 속 최씨의 지시와 실제 박 전 대통령 연설 내용이다. 불행하게도, 녹음파일이 증명하듯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꼭두각시 혹은 '그림자 무사'였다는 흔적은 한 둘이 아니다. 기밀 사항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수시로 먼저 보고 받은 것은 물론 참석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본인이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라고 지칭한 청와대 회의를 거의 관장하는 듯한 뉘앙스로 지시를 내렸다. 또 그 회의의 모두 발언에 일일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정 전 비서관이 연설문 등을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첨삭'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내용도 나왔다. 국회는 물론 총리를 향한 메시지도 최씨의 입과 머리에서 도출됐다.

이밖에 녹음파일 속 최씨는 개인적인 일로 해외에 나가서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고, 정 전 비서관은 한밤중에 최씨로부터 온 국제전화를 받아야 했다. 또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압박할 것을 종용했고,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역시 그 압박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녹음 파일은 일반인 최씨에게 이러한 지시를 받아야 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자괴감'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일련의 많은 일을 겪으면서 지난 공직 생활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다른 행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일들이 많았다."

작년 12월, 결심 공판을 위해 법정에 선 '문고리 3인방' 중 정호성 전 비서관이 남긴 최후 진술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후회. 정 전 비서관은 개인적으로 죗값을 치르면 그만이겠지만, 국정농단이란 역사의 과오는 개인의 후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권력 서열 1위' 최순실이 좌지우지한 박근혜 정권이 되돌린 역사의 시계, 그 퇴행의 시간이 가져온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이 그대로 치르고 있으니까.
 
 박근혜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지목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이 좌천당한 경위에 대해 증인신문을 받는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017년 6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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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고 그에 일조했으며 그 아래서 권력과 권세를 누린 이들이 과연 제대로 된 죗값을 치렀는지 의문이다. 처절한 반성은커녕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언행으로 다시금 퇴행을 반복 중인 보수야당의 현재를 보라.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수혜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재' 운운하며 대권행보를 거듭 중인 지금 말이다.

이 녹음파일이 더 빨리 공개되지 않았던 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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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선언들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 다시 활동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5/25 14:03
  • 수정일
    2019/05/25 14: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남북공동선언들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 다시 활동
 
 
 
대학생통신원
기사입력: 2019/05/25 [11:5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백두수호대 기자회견     ©대학생통신원

 

5월 24일 오후 2시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판문점 선언·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이하 '백두수호대')의 창설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백두수호대는 지난해 '서울 남북정상회담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라는 이름으로 구성돼 활발히 활동했다작년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게 되면서 이번 백두수호대는 최근 정세에 맞게 다시 창설된 것이다이번 백두수호대의 목표는 작년의 역사적인 선언이었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방해하는 세력들을 제압하고 하나 된 한반도평화와 통일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백두수호대는 주된 활동 방향으로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태영호박상학과 같은 인물에 대한 규탄과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 같은 분단적폐세력에 대한 규탄한미워킹그룹과 같은 미국의 주권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백두수호대 단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언자는 공금횡령 의혹이 있는 박상학과 아동 성추행 혐의 의혹이 있는 태영호에 대해 비판했다이런 말도 안 되는 혐의 의혹이 있는 자들이 무슨 자유니 인권을 운운할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언자는 자유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을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내용이었다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고비상식적인 이념으로 갈라놓은 주범이 대한애국당과 자유한국당이라고 말했다판문점 선언 비준을 방해하고 전쟁을 이야기하는 적폐 세력들이 청산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세 번째 발언자는 민족의 약속인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행동에 대해 지적했다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말을 따를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기자회견은 백두수호대 부단장이 창설 선포문을 낭독하고 상징의식을 했다상징의식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들을 손과 발로 격파했다.

 

백두수호대는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제압할 것이라고 밝히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 백두수호대 부단장이 선포문을 낭독하고 있다     ©대학생통신원

 

▲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통신원

 

▲ 상징의식을 진행한 피켓들     ©대학생통신원

 

아래는 백두수호대 창설 선포문 전문이다.

 

--------------------아래--------------------------------------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 창설 선포문

 

작년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국민들은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철저히 가려져 있 던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대담한 포용력에 온 국민은 놀랐으며 감탄했다.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을 때, 프레스센터 에서는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의 길을 열어내고자 한데에 온 국민을 넘어 전 세계가 환호했다. 이렇듯 수많은 찬사와 갈채 속에서 탄생한 4.27 판문 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이 주인이 되어 이뤄낸 역사적인 약속이며 합의다.

 

그런데 분단적폐 세력들에게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마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인지, 어떻게든 우리 민족의 약속을 폄훼하고 시행하지 못하게 만들어왔다. 자유한국당은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계속해서 방해하여 결국엔 추진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9월 평양 공동 선언 또한 끊임없이 평가 절하시켰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적폐 중의 적폐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부역정당으로서 온 국민을 기만하고 농락한 것에 대한 응당한 심판과 처벌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이름만 바꾼 채 반성은커녕, 자신들이 배불리고 살찌운 우리사회 분단 구조를 지속 시키기 위해 온 국민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에 재를 뿌리며 훼방을 놓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 민족사에 사사건건 개입하여 오던 미국은 지금도 남북관계에 계 속해서 개입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망발과 함께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일제의 ‘조선 총독부’ 같은 기구를 만들었다. 한미워킹그룹에서 미국은 한국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고 좌 지우지 하고 있다. 게다가 9월 평양공동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에 전면 위배 됨에도 불구하고 한 반도 상공에서 이름만 바꾼 전쟁 훈련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동성폭행범 혐의 의 혹이 있는 태영호는 언론에서 북한에 대한 혐오감 조장과 거짓 뉴스를 생산하고 있고, 박상학은 해 서는 안되는 삐라 살포를 계속 강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분명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기만 할 따름이며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리고 다음 달 트럼프가 방한을 한다. 만약 트럼프가 대한민국에 와서 또 다시 CVID니, FFVD니 철 지난 소리를 한다면 미국 자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하다. 지난 김 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타결이 안 된 결정적 이유가 미국에 있다고 드러난 만큼 미국 은 신중한 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는 이러한 반통일, 분단적폐 세력들을 제압하고 반드시 해체시켜 대한민국이 더더욱 나라다운 나라, 우리 민족이 열어 가는 평화로운 한반도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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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률가단체들, '유엔사 해체'위한 국제운동 나선다

대표단 방한, 민중당 등과 간담회...유엔사 해체 2차 국제선언운동 돌입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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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4  18: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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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등 국제법률가단체 방한 대표단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중당을 비롯한 국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엔사 해체를 위한 제2차 국제선언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천현]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위한 국제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민중당과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2차 국제선언운동 돌입을 선언했다.

민중당은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Democratic Lawyers, IADL),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nfederation of Lawyers of Asia and the Pacific, COLAP) 등 국제법률가단체 방한 대표단과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상임공동대표 등 국내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IADL 유엔대표로 제네바에 상주하는 이탈리아 변호사 미콜 사비어(Micol Savia)씨와 IADL 집행위원이자 COLAP 사무총장으로 일본 변호사인 준 사사모토씨가 방한 대표단으로 참가했으며, 이들은 '유엔군사령부 해체',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사건', '국가보안법 폐지' 등 3가지 주제에 대해 협력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김양현 민중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유엔사 해체 2차 국제선언에 IADL, COLAP 전체 회원이 함께 서명하기로 했으며,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7월 27일과 9월 유엔총회 기간 중에는 유엔사 해체를 위한 기자회견, 각국 대사관과 유엔본부에 서한 전달 등 공동행동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IADL, COLAP을 중심으로 유엔사 해체를 위한 언론기고를 비롯해 유엔 및 미국 정부에 지속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여론 활동을 벌이는 한편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다시 국가보안법 폐지권고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유엔사 해체 국제선언을 하는 것은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싱가포르 및 하노이 회담 등 한반도에 불어닥치고 있는 자주, 평화, 번영의 정세를 국제사회에서 확고한 평화운동의 힘으로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모든 외국군은 이미 한반도에서 철수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 등을 통해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식민적 지배를 끝내야 한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2차 국제선언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유엔사 해체운동을 한반도 긴장격화의 주범인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미콜 사비어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유엔 제네바 대표, 준 사사모토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사무총장. [사진-조천현]

준 사사모토 사무총장은  "유엔사는 한국전쟁 중 유엔안보리가 통합사령부 설치할 수 있다고 한 결의를 왜곡해 미국이 마음대로 만들어낸 것이며, 결의 과정에 당시 소련이 불참한 것도 5개 상임이사국 만장일치를 규정한 유엔헌장 위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사를 실제로 유엔이 통솔하지 않고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사가 유엔과는 상관없는 존재라고 확인한 일 등을 열거하고는 "지금은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방해하는 훼방꾼으로 되고 있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이 철도연결을 하고자 했을 때도 한미연합사가 유엔사의 자격으로 이걸 막았는데, 이는 판문점선언 위반이기도 하지만 남북 민중의 전체 의지에 배치되는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엔사는 1954년 일본에서 7군데 미군기지를 일본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둔군 협정을 맺었는데, 이는 유엔사의 활동을 일본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민중도 자연스럽게 그에 휩쓸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본 관점에서도 유엔사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사는 명백히 유엔헌장을 위배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면서, 북한의 '조선민주법률가협회'는 2016년 COLAP이 창립할 때부터 함께 했으며, 유엔사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미군 군사기지 실태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고 있는데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북한의 변호사들과 협력도 원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6년 파리에서 창립해 현재 뉴욕, 파리, 제네바 등에 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는 IADL의 미콜 사비어 제네바 대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남북 두 정부의 노력을 국제사회와 함께 지지한다. 북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재는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사비어 대표는 탈북 여종원들이 자의에 의해 내려 온 것이 아니라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를 인용하고는 장기간 변호사 접견을 못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 국가인권위원회의 강력한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장희 교수는 "유엔사가 유엔헌장, 국제법, 정전협정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은 모든 군사적 조치를 정할 때 유엔헌장 39조에 의해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 침략행위가 있을 때 안보리 결의로서만 결정할 수 있고 '자위권 행사'시에만 예외를 인정하는데, 한국전쟁 중인 1952년 미일 안보조약의 부속문서이기도 한 '요시다-에치슨 공문'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작전행동에 대한 일본의 후방지원을 보증하는 비밀 조약을 체결한 것은 유엔헌장 위반이라는 것.

유엔헌장 102조에 의해 모든 회원국들이 체결하는 합의서는 유엔에 등록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강제 입국 문제를 다뤄 온 장경욱 변호사는 "지금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납치·유인된 나이 어린 피해자들이 그 공작에 개입한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에 의해서 관리·보호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숨어있는 상황이다"라고 하면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들 종업원들이 겪고 있는 상황도 간간히 듣고 있고 더 나쁜 소식도 알고 있지만, 이 모든 일은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단의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이들이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느냐는 질문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우선 진상규명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판문점이나 적십자를 통해서라도 이들이 제발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대표,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이시우 사진작가, 정연진 AOK 공동대표 등이 함께 했다. [사진-조천현]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은광순 평화어머니회 상임공동대표,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 이시우 사진작가, 정연진 AOK 공동대표 등이 함께 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지난달 25일 '평화의 시대, 냉전의 유물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1차 국제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140여명의 국내외 인사와 37개 단체들의 서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한 1차 국제선언문은 다음 날인 4월 26일 유엔안보리 회원국에 발송되었으며, 이들은 선언문을 다듬어 곧 2차 국제선언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고 밝혔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은 당시에도 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선언 참여를 결정했으며, 캐나다, 일본, 스웨덴, 미국, 영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등에서 개인과 단체들이 참여했다.

(수정, 25일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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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지역 언론 콘텐츠 차별 규탄 첫 집단행동 통해 네이버 압박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네이버 뉴스 배열 정책이 지역성을 말살하고 저널리즘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네이버가 새로 선보인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통해 구독할 매체는 14개 방송통신사와 10개 종합지, 9개 경제지 11개 인터넷 및 IT지 등 44개다. 네이버를 모바일로 접속하면 지역 언론 콘텐츠를 볼 수 없다.

이들은 “지역 언론 콘텐츠는 사건 사고만 네이버에 노출된다. 그것도 지역언론이 아닌 서울에 본사를 둔 매체 시각으로 전달된다”고 했다. 국내 언론 콘텐츠의 최대 유통망인 네이버가 지역 콘텐츠를 외면하면서 결국 지역민을 차별하고 국민 알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원은 80여명이다. 언론노조 소속 지역 지부 간부 대부분이 참석했다. 앞서 9개 지역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공동성명을 내고 네이버의 지역 언론 콘텐츠 차별을 공론화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한국지방신문협회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역 언론 콘텐츠 차별을 없애자는 목소리뿐 아니라 그동안 포털이 훼손한 저널리즘을 회복하자는 ‘명분’이 힘을 얻으면서 언론 노동자가 결집해 첫 집단행동을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들은 모바일 뉴스를 포함한 모든 뉴스 배열 정책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네이버 모바일 구독 설정에 지역 언론 포함 △스마트폰 위치 확인 기능 이용한 ‘내 지역 뉴스 보기 서비스’ 시행 △지역 신문·방송 지속 가능성 제고와 지역-중앙 상생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네이버, 시민과 학계, 언론협업인 간 대화의 장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전대식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아침에 눈뜨면 모바일 보는 세상인데 지역 콘텐츠가 아무 설명 없이 모바일 화면에서 사라졌다”면서 “네이버는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휴평가위원회 탓으로 돌린다. 우리에게 네이버는 이웃이 아니라 적이자 벽이자 한계다. 네이버의 지역 차별 정책에 위헌적 요소가 없는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이상대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네이버 포털의 지역 배제는 지역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을 차별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시청권을 박탈한다. 네이버라는 자본권력이 횡포를 부린다”고 비판했다.

한대광 전국신문통신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지난해 10월 포털 저널리즘 토론회에서 네이버 측 간부에게 콘텐츠 생산자와 상의 없는 알고리즘 개편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단 하나라도 이뤄진 적이 없다”면서 네이버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지역언론학회·지방분권전국회의·(사)지역방송협의회가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배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차원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인터넷 정보사회가 도래하면 민주주의가 성숙되길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네이버는 고질적 차별, 수도권과 지역을 분리하는데 편승하고 답습하고 있다. 네이버의 수익 10분의 1만 쏟는다면 수도권과 지역 뉴스 소비가 이뤄지는 솔루션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네이버는 우리나라의 대표 포털로 살아남았다. 자긍심을 지키면서 IT 기업으로서 우리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이 중앙 언론과 지역 언론 콘텐츠를 차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병원 지역방송협의회 정책실장(울산MBC)은 “아무리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취재해 1보로 쓰더라도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중앙 언론이 각색한 기사들이 뜬다. 최소한 지역뉴스를 차별하지 않고 공정한 시장의 룰을 만들어달라는 게 우리 요구”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판결 관련 네이버 뉴스 상단은 서울 언론 기사로 도배돼 있다. ‘정치인 이재명’ 관점으로 작성된 기사만 부각돼 있고, ‘도지사 이재명’에 대한 지역언론의 기사는 한참 뒤로 빠져 있다”는 대목이 나온 이유다.


전대식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의장과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고차원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이 네이버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언론노조와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등은 네이버 본사 앞 집회를 한 달 동안 미리 신고해 2차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1인 시위를 포함해 네이버를 압박하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전국 지방의회 의장을 만나 네이버 포털의 지역 차별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요청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 뉴스 서비스 개편으로 인해 모바일 화면에서 지역 언론의 콘텐츠를 볼 수 없는 상태는 맞다면서도 네이버 콘텐츠 제휴 문제는 제휴평가위원회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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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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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성 주제네바 북대사,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가 조미 관계의 최대 걸림돌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19.05.23(306)
  • 류경완 KIPF 공동대표
  • 승인 2019.05.23 13:06
  • 댓글 0

1.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키로 한 합의를 깨고 ‘동맹19-1’이란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재개한 것, 대북제재 해제문제를 외면하고 일방적 비핵화를 내세운 것, 남북관계 진전에 한미워킹그룹으로 개입해 미국의 대북 협상전술에 종속시킨 것 등은 모두 미국의 ‘적대적 협상전술’ 시도이다.

4.12시정연설 중 대미관계 부분의 요지는, 미국이 리비아식 적대적 협상전술을 계속 고집한다면 북도 지금까지 진행한 대미 협상전술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것이다… 시간표를 던지는 건 항상 대국인 미국이었는데 거꾸로 미국이 시간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북이 제시한 시간표는 7개월 남았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협상의 주도권도 미국이 놓친 양상이다.

'북판 이스칸데르'라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의 함의는 북이 한반도 지역전쟁의 억제능력을 완성했음을 공표한 것이다.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전략핵무기를 완성한 데에 이어 이번엔 전술핵무기 능력을 실증… 한반도 전역이 방어불가능 상태임이 증명된 셈이다.

북의 정치·외교 정책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화한 '전략적 요충지론'이 있다. 주변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시아의 한복판인 한반도에서 교차점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북이 힘이 약할 때는 열강의 각축장 신세를 면할 수 없지만 북이 힘을 가질 때는 거꾸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나 ‘전략적 요충지’로서 주변대국들을 다스리는 유리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과거의 조미관계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미관계가 다시 대립하며 악화돼도 조선은 자강력과 중러관계를 전진시키며 자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축적 재원과 힘으로 경제부국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동북아 정세 추이를 모르쇠한 채 남북공조를 외면하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면 4.27시대는 정체될 것이며 남북관계와 문재인 정부의 미래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동북아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협력 기회와 발전 가능성을 놓치게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지역 정세가 역동적으로 전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기껏해야 ‘중재자’, 솔직히는 미국의 하위동맹 메신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립된 섬을 자처하고 있다. 민족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_ 이정훈 <민플러스>

2. 한대성 주제네바 북 대표부 대사는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가 조미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반환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미국식 힘의 논리나 압박이 통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심대한 계산 착오"라면서 압류는 주권을 침해하고 미래 양자 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북의 식량 사정에 대해 수확량이 지난해 최저치였다며 "식량 원조가 있다면 좋지만 없다고 해도 우리는 그럭저럭 해결해나갈 수 있다"며, "(식량 부족사태가) 통제 가능하다. 다만 (가장 큰)문제는 유엔의 제재다… 식량을 수입하고 대금을 치를 수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연합>
☞ 한대성 "미국이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과 대화하는 문제나 제재 해제에 매달리지 않을 것"
☞ 김성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불법… 극악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 심사숙고해야"
☞ 미 재무 "트럼프, 대북 유엔·미 제재 계속 이행 의지 확고"
☞ 미 국무부 "식량위기는 북 정권이 자초…안보리 식량수입 금지하지 않는다"

3. 조선중앙통신은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의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인간의 초보적인 품격도 갖추지 못한 속물의 궤변… 미국 내에서 그의 출마를 두고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라는 조소가 나온다'는 등 맹비난했습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는 평양 정권에 반복적으로 속아 큰 양보를 해왔지만 대가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북이 트럼프가 백악관에 계속 있는 쪽을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고 비난했습니다. <통일뉴스/연합>

4. 미중 무역갈등이 상대국 기업에 대한 공격으로 확전 중인 가운데 인민일보는 "미국은 자국법을 근거로 무역갈등을 일으키고 다닌다"며, "규칙과 질서를 무시하면서 국제사회의 최대 트러블 메이커가 됐다…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만 한다면, 그 길의 끝에는 실패가 기다릴 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합>
☞ 인민일보 "일부 미 정객, 끊임없이 '늑대가 나타났다' 외치고 있어"

5. 한국전쟁유족회 유족 300여명이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 씨도 참석해 "(세월호 때 유민이를 찾은 지옥 같은) 8일을 여러분은 69년 동안 겪어오셨다"며, "전 국토가 백만 학살 피해자의 무덤… 아직도 이 학살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로 인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유해발굴과 진상규명은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중의소리>

6.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일 갈등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일본기업의 배상 이행을 전제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연합>

7. 제22차 평양 봄철국제상품전람회가 450여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환구시보가 보도했습니다. 시보는 "북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무역 면에서 효과가 좋은 국제적 전람회"라면서 "외국기업 제품이 북 시장에 들어오는 유일한 경로"라고 전했습니다. <연합>

8. 테슬라 CEO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우주 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미 국방부를 상대로 극비리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억 달러(2조3천800억 원)가 넘는 이권이 걸린 미 공군의 발사서비스협약에 블루오리진, 노스럽그루먼, ULA 등 3개 항공우주 업체만 참여하고 스페이스X는 쏙 빠졌다는 게 소송의 이유입니다.

미 공군이 러시아 RD-180 로켓에 의존해오던 군사위성 발사 임무를 미국 내 기업과의 합작으로 새롭게 추진한다는 것이 국방부 프로젝트의 내용입니다. <연합>

9.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 속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2015년 서방과 핵합의를 이끈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외무장관을 비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그는 "핵합의 이행 방식을 일정 부분 신뢰하지 않았다… 만약 핵합의가 혁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 실행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합>

10. 미국이 S-400 방공미사일 생산업체 등을 포함해 일주일 새에 두 차례나 추가로 대러시아 제재를 취한 데 대해 러 외무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외무부는 "견고성을 시험한 시리아 방공시스템 강화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제한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테러 공세로부터 고통받는 시리아를 도우려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연합>

[단신]
• 정부, 강원도 철원지역 DMZ 6월 1일부터 개방...GP도 견학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북 어린이 식량지원 캠페인
• UNIST-평양과기대 남북한 학술교류…식물자원 유전체 심포지엄 열어
• 민주노총 "ILO 협약 4개 모두 비준해야··· 전교조 즉각 합법화" → 서른 살 된 전교조...진보진영 "정부가 '법외노조' 직권 취소해야" 
• 용산 국방부 영내 부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 발견, 신축 공사 중단
• 북, 45톤 컨테이너 크레인 자체 생산...남포항에 운용 예정
• "미 조야 '단계적 해법' 불가피론 확산…북 문제 후순위로 밀려"
• LA 도심에 탑처럼 쌓인 쓰레기…"치우는 데만 90일, 티푸스성 전염병 온상"
• 중러, 북극 실크로드 추진… 아시아-유럽 5,000마일 단축, 대련-로테르담 10일 단축 
• 영 메이 총리, 브렉시트 협정에 반대하는 당내 반발 확산에 "24일 사임 발표할 듯"
• 사우디, 예멘전 24,000개 폭탄 투하… 425개 병원 고의적 공습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종류 고문… 1967년 이래 수감 사망자 200여명 중 72명 고문치사 
• 리비아 통합정부와 동부 군벌, 휴전 가능성 일축… 무력 분쟁 장기화 우려
• 남아공 의회, 라마포사 대통령 재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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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이 제공하는 평화와 통일 뉴스 큐레이션입니다.

류경완 KIPF 공동대표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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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도 못 건드린, 노무현 전 대통령 대한문 분향소

[현장] 10년만에 다시 마련된 시민분향소 "10년 전엔 경찰 병력 뚫고 왔는데..."

19.05.23 19:40l최종 업데이트 19.05.23 19:40l

 

 노 대통령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본 77세 조순호씨.
▲  노 대통령의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본 77세 조순호씨.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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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 "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온 한 시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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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조순호씨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깝고 보고싶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다른 대통령들은 '나만 잘살면 된다'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만이 정말로 다르게 말하고 행동했다, 서민들 생각하며 행동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래서 더 아깝고 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하얗게 머리가 센 조씨의 눈가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혀있었다.

이날 시민들은 10년 전 그때처럼 자발적으로 대한문 앞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다만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한 가지가 있다. 시민들을 막는 경찰도 차벽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는 23일 오전 9시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아,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30일 새벽 서울 덕수궁앞에 설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강제철거된 가운데 오전에 다시 설치된 분향소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분향을 하고 있다.
▲ 2009년 5월 경찰이 강제철거한 대한문앞 시민분향소 노무현 대통령 서거 며칠이 지난 2009년 5월 30일 새벽 덕수궁앞에 설치된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강제철거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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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온 경찰(?) 30일 오후 '노동탄압분쇄·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이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는 범국민대회를 경찰이 원천봉쇄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앞에 모였자 경찰병력과 버스가 급히 분향소 주변에 배치되고 있다.
▲ 조문 온 경찰(?) 2009년 5월 30일 오후 경찰에 의해 강제철거 된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 주변에 진압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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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노무현은 계란으로 바위를 친 사람"

 

서기호 전 판사는 이른 아침부터 검은색 정장을 입고 시민분향소를 찾았다. 그는 핸드폰으로 유튜브 방송 '서기호TV'를 생중계하며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소개했다.

서 전 판사는 "유튜브를 본 시민들이 한 분이라도 더 분향소에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을 했다"며 "사실 10년 전에도 시민분향소를 설치했지만 그때는 이명박 정권 때라 분향소가 철거되는 등 힘든 상황이었다, 지금 다시 분향을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깨부쉈다"면서 "다들 너무 쉽게 '안 될 거야'라면서 체념하고 좌절하는데 우리에겐 노 대통령의 '계란으로 바위 치는' 정신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9년 당시 신영철 서울지방법원장의 '촛불시위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사법부 안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2011년에는 SNS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감추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재임용에 탈락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은 서기호 전 판사.
▲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은 서기호 전 판사.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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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위해 태극기부대에 당부도 했다"

시민분향소는 사회적공론화미디어, 21세기조선의열단 등 24개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마련했다. 

이날 시민분향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하운용씨는 "50여 명의 시민들이 분향소가 운영되는 25일까지 돌아가면서 분향소를 지키고 상주역할을 맡기로 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마련하기 위해 시민들이 정말로 열과 성을 다해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무대설치 비용부터 분향소 운영비까지 모두 시민들이 마음을 모아 해낸 것"이라면서 "집회 신고를 위해 경찰서에 가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분향소 바로 옆에 태극기부대의 불법천막이 위치해 있어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씨는 "(태극기부대와) 사전에 대화를 했다"면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만큼 예의를 지켜달라고 했고, 이를 수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태극기부대의 천막 바로 옆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전이 진행 중이다. 일부 태극기부대 회원들이 와서 불만을 표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큰 소란 없이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가만히 지켜만 봤다.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은 태극기부대 회원
▲  노무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찾은 태극기부대 회원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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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분향소는 150만 명 시민들이 오간 곳"
 

김태현 21세기조선의열단 단장은 이날 오전 10시경 검은 양복을 입고 분향소에 들렀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두 번의 절을 한 뒤 향로에 담배를 올렸다. 노 대통령이 생전에 담배를 즐겼던 사실이 떠올라 직접 불을 붙여 올린 것이다.

김 단장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10년 전 당시 상황이 많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면서 "당시에 경찰 병력을 뚫고 들어와 분향소를 마련했다, 오늘은 대통령님이 웃으면서 우리를 지켜봐 주실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2009년 5월에 이곳에 시민분향소를 만들었을 때 시민 150만 명이 다녀갔다, 10년이 지난 오늘,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께서 당시보다 성숙한 깨어있는 '민주시민'들을 보면서 기뻐하시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노란 바람개비와 사진 등으로 꾸며진 시민분향소가 설치되었다.
▲ "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노란 바람개비와 사진 등으로 꾸며진 시민분향소가 설치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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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벌써 10년, 여전히 당신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인 23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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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도 부탁했다. 그는 "분향소 전체 예산이 5천만 원 정도 들어갈 듯 싶다"면서 "지금까지 총 후원금액은 1500만 원 정도 들어왔지만 행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통령님 분향소가 초라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는 봉하에 내려가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오는 25일 오후 10시까지 이어진다.

시민분향소 운영기간 동안 주최 측은 추모공연과 합동위령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진전, 10주기 엽서쓰기,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찍는 포토존 등을 마련해 시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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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침입을 한 것인가”

 
한국청년연대, ‘사드배치 반대’ 외친 청년들 징역형 선고 규탄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5/24 [06:17]  최종편집: ⓒ 자주시보
 
 

지난 2017년 9월 6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가 된 성주 골프장 부지에 들어가 사드배치 반대를 외쳤던 청년들에게 징역형이 선고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장정태 판사는 23일 공동주거침입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년들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한국청년연대는 23일 성명을 통해 대체 누가 침입을 한 것인가”, “평화로운 성주 소성리에 주민들도 반대하는 사드를 들고 온 미국인가아니면 성주 주민들과 촛불을 든 국민들이 반대했던 사드 갖고 떠나라고 성주 땅을 밟은 청년들인가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한국청년연대는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청년들은 사드배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성주 골프장에 들어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을 뿐이라며 징역형 선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청년연대는 죄를 저지른 자들은 강도적으로 이 땅에 사드를 들인 미국이며,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청년들이 했으면 오히려 박수를 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지는 못할망정자신이 대선후보시절 했던 약속을 뒤집고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굴복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면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청년연대는 오늘 판결로 적폐청산이 시급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며 재판부의 판결을 바로 잡고적폐를 청산시키기 위해 각계 국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을 받은 청년들은 추후 논의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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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불법사드배치 반대를 외친 청년들에게 징역형이 웬말인가재판부를 규탄한다!

 

오늘 서울북부지법에서 사드 배치가 된 성주 골프장 부지에 들어가 사드배치 반대를 외쳤던 청년들의 선고 공판이 열렸다오늘 재판부는 공동주거침입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년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체 누가 침입을 한 것인가.

평화로운 성주 소성리에 주민들도 반대하는 사드를 들고 온 미국인가아니면 성주 주민들과 촛불을 든 국민들이 반대했던 사드 갖고 떠나라고 성주 땅을 밟은 청년들인가.

 

2016년 여름박근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들이겠다고 발표했고당시 어느 지역에 사드배치를 하느냐를 가지고 사드배치 대상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정치인들은 반대입장을 표하기도 했었다.

이미 사드배치는 성주에 사드배치가 되기 전부터 사회적으로 첨예한 논란이 되었고사드부지로 성주가 확정되고도 성주주민들을 비롯해 국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심지어 북한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에서도 사드배치 반대입장을 냈으며사드배치 반대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1700만 국민촛불의 요구 중 하나였고현재 청와대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사드배치 철회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성주 주민들과 국민들의 사드배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동원하여 사드장비가 성주로 들여왔으며그때마다 성주는 공권력과 주민들의 충돌이 발생하며 전쟁터가 되었다.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성주주민들과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사드추가 배치가 예고된 2017년 9월 7일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청년들은 사드배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성주 골프장에 들어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징역형을 받을 일이란 말인가심지어 오늘 징역형을 받은 청년 중에는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까지 있었다기자의 취재행위도 불법이란 말인가.

 

한국청년연대는 사드배치를 반대한 청년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죄를 저지른 자들은 강도적으로 이 땅에 사드를 들인 미국이다또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청년들이 했으면 오히려 박수를 치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지는 못할망정자신이 대선후보시절 했던 약속을 뒤집고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굴복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책임을 면할수 없다.

평화와 번영통일의 시대가 왔다고 얘기하는 지금북한의 위협을 방어한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 땅에 사드가 들어올 이유는 전혀 없다.

 

오늘 판결로 적폐청산이 시급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한국청년연대는 재판부의 판결을 바로 잡고적폐를 청산시키기 위해 각계 국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다또한 평화로운 이 땅을 위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국민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다.

 

2019년 5월 23

한국청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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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협의 취지 왜곡 우려” 민간 실무협의 취소

6.15공동위 비공식 협의, “남북공동선언 이행 노력키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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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23  2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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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23~26일 중국 선양(심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일련의 남북 민간 실무협의 취소를 23일 당일에 통보한 이유는 “협의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의장 이창복, 이하 6.15남측위원회)는 이날 저녁 “6.15남측위 대표단은 북측위원회, 해외측위원회와 심양에서 만나, 현 정국과 남북관계,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6.15북측위원회(위원장 박명철)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실무협의 취소를 통보했지만, 비공식 회동 형식으로 협의 자리를 가진 것. 6.15남측위원회는 23,24일 양일간 6.15북측위원회와 6.15해외측위원회(위원장 손형근)와 함께 ‘4.27~9.19 공동선언 실천 기간’ 공동사업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6.15남측위원회에서는 조성우, 한충목 단장을 비롯한 10명, 6.15북측위원회에서는 양철식 부위원장을 비롯한 5명, 6.15해외측위원회에서는 차상보 부위원장, 조선오 사무국장 등 2명이 참석했다.

6.15남측위원회는 “6.15공동위는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에 대해 우려하고, 현 국면이 남북관계가 발전하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 하는 심각한 상황에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남북공동선언들에서 약속한대로,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남북공동선언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데 뜻을 같이하고, 선언이행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북측은 남북관계의 소강국면에 대한 진단과 과제를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민간단체의 협의를 추진했으나, 남측의 언론보도 등에서 근본적인 문제들은 제외된 채, 부차적인 의제들만 거론되는 등 협의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점을 우려,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간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북측이 연이은 민간접촉을 통해 식량지원을 비롯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들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겨레하나(이사장 조성우)는 24~25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상임의장 김홍걸, 민화협)은 26일 각각 중국 선양에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회장 김영대, 민화협)과 실무협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역시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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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주류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

이정훈의 반도평론(5)
  •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9.05.22 19:50
  • 댓글 1

4.27시대연구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한국PD연합회가 지난 1995년 8.15광복절 50주년을 기념해 제정하고 2017년 한 차례 개정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에 따라 북한을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북’으로 표기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장인가 전략적 요충지인가[사진 : 인터넷 갈무리]

1. 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조미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각기 새로운 재대결의 길을 예비하고 있는 것인가? 가느다란 협상의 좁은 길은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세기의 싱가포르 조미선언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원칙을 먼저 어긴 쪽은 누구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저의는? 북이 이런 협상의 난관과 파탄 가능성을 예상하며 준비한 ‘새로운 길’은 지난 시기 대결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양상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12 시정연설’ 이후 북의 갈 길과 의도는 분명해졌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아직도 하나가 아니며 앞길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미국은 과거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군색한 처지에 몰려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조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불투명한 태도는 더이상 ‘표리부동한 외교적 언사’로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말까지 갈 것도 없이 올 여름이 가기 전에 트럼프 정부의 정치력과 의도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관계전환’ 협상과 ‘체제전복’ 협상

2017년 11월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없었다면 2018년 조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학에서 일컫는 ‘핵시험 성공’과 북이 말하는 ‘국가 핵무력 완성’은 뜻하는 바가 하늘과 땅 차이다. 핵무력 완성이란 소형, 경량, 정밀화한 다종의 지상, 수중, 공중, 우주용 핵무기와 대륙간장거리운반수단을 다량 실전 배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비아는 핵개발 초기단계 국가였고 북은 핵무력 완성 국가이다. 
미국이 기피하던 조미간 양자 직접 협상이 개시된 것은 끝나지 않은 조미전쟁의 질적 변화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성격이 한반도 지역전쟁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태평양 열핵 세계 대전으로 발전한 게 협상 시작의 직접적 계기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일방적 비핵화(CVID)는 리비아 방식으로 북의 핵무장 해제를 의미하는데, 이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전혀 가능치 않은 문제이다. 한반도 핵문제, 비핵화는 북과 한반도의 안전보장 문제, 완전한 평화 실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력, 동북아 핵무력과 주한미군 주둔정책의 변경 없이 북의 핵무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이런 상식과 대전제를 무시하고 조미협상에 임할 수는 없다. 미국이 이런 주장을 사전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계속했다면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조선의 협상전략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다시 협상원칙을 어기는 미국의 저의는 무엇일까? 요약하면 세 가지 가능성이다.

1) 적대전략의 일환인 협상전술 
미국이 성공했던 리비아 모델처럼 협상을 통해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어 상대를 무장해제하고, 상대 정부와 민중을 정치심리적으로 교란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재해제는 미국의 강력한 협상 지렛대이자 무기가 된다. 상대국은 제재해제를 기대하며 끌려가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이것이 경제부흥 환상 유포와 무장해제를 통한 체제전복 협상전술이다. 미국은 북에 대해 ‘대등(對等) 협상판’을 깔고 의도적으로 리비아 모델부터 먼저 시험했다.

2) 시간지연 관여전술 
미국의 안보 위기와 관련된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 천천히 자기 속도로 대북협상을 끌어가는 것이다. 일명 시간지연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이다. 지난 미국의 정책인 ‘기다리는 전략’과 차이는 ‘협상을 진행하며’ 동시에 적대전략도 유지하는 것이다. 위기국면을 ‘협상과 외교’로 관리하며 대치국면을 미국 주도로 질질 끄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은 이런 의중의 표현이다.

3) 결정의 지연전술 
대북 협상전술보다 미국의 대내 협상환경의 정리가 더 중요한 문제로 나선 경우다.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대등 협상전략으로 조미관계를 대전환할 의향은 있으나 최종 결단은 일단 미루고, 할 수 있는 적대적 협상전술을 다 시도해 본 다음 그마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대등협상에 다시 임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면 조미협상은 아예 시작조차 안됐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 내부의 대북정책 전환 반대기류를 정리할 능력과 정치적 대결단이 요구된다. 

3. 워싱턴의 ‘적대적 협상전술’ 파탄과 평양의 중심이동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키로 한 합의를 깨고 ‘동맹19-1’이란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재개한 것, 대북제재 해제문제를 외면하고 일방적 비핵화를 내세운 것, 남북관계 진전에 한미워킹그룹으로 개입해 미국의 대북 협상전술에 종속시킨 것 등은 모두 미국의 ‘적대적 협상전술’ 시도이다. 트럼프는 북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 역시 미국이 ‘진정한 협상’의 길에 들어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은 아직 조미협상의 길을 최종적으로 닫지는 않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4.12시정연설 이후 전격적으로 다른 방향과 수순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중이다.

4.12시정연설 중 대미관계 부분의 핵심요지는, 미국이 리비아식 적대적 협상전술을 계속 고집한다면 북도 지금까지 진행한 대미 협상전술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것이다. 즉 대미관계 개선, 제재해제와 관계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 부흥노선을 성취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협상에 어떻게 대하든 북이 갈 길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오만하게 협상에 임하던 미국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런 선언이다. 시간표를 던지는 건 항상 대국인 미국이었는데 북에게는 거꾸로 미국이 시간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북이 제시한 시간표는 앞으로 7개월 남았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협상의 주도권도 미국이 놓친 양상이다.

미국이 핵위협을 가하는 조건에서 북이 핵무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며, 이는 결국 북을 NPT 밖의 또 하나의 핵보유국으로 떠미는 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과거 미국의 논리로 미국 입장에서 북을 포위할 근거가 사라졌다. 만약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본격 재개된다면 북미간 태평양 핵전쟁 위기와 미국의 일상적인 안보위기가 본격화될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이달 들어 두 차례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을 진행하였다. 조선이 2018년 4월 3차 전원회의 결정 이후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전환했지만, 그렇다고 대미협상에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며 국방력 강화 방침을 약화한 것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4. 전술유도무기의 함의와 국방부의 가짜뉴스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의 함의는 북이 한반도 지역전쟁의 억제능력을 완성했음을 공표한 것이다.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전략핵무기를 완성한 데에 이어 이번엔 한반도 지역전쟁을 억제할 전술핵무기 능력을 실증한 셈이다. 여기서 북이 ‘훈련’이라 표현한 건 이 무기가 현재 시험단계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실전 배치된 무기란 뜻이다.

무기전문가들이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하다며 분석한 이 무기의 성능을 요약하면 이렇다. 
1) 고체연료 유도무기이다. 순항미사일 유도기능과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장점(속도)을 함께 보유한 신형 스텔스 전술미사일이다. 
2) 사거리 500km 범위에 비행고도는 40~60km로 궤도 높낮이 조절과 불규칙 비행이 가능한 초정밀 유도무기이다. 
3)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전술핵무기이다. 특히 전자기파 핵탄(EMP탄) 탑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한 군사적 파장은 다음과 같다. 
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 패트리어트(PAC-2, PAC-3) 미사일과 사드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국방부가 도입하려는 신형 패트리어트(PAC-3 MSE)의 요격 범위에 들지만 이렇게 불규칙 고속비행하는 미사일은 거의 요격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 무기가 다량의 300mm 방사포와 함께 발사된다면 요격미사일이 이를 분리 식별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반도 전역이 방어불가능 상태임이 증명된 셈이다. 
나) 현재 패트리어트(PAC-3 MSE)를 운영하고 있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도 무방비 상태로 된다. 
다) 유사시 미 항공모함의 동해 근접은 물론, 대형함선과 전략물자의 항구 근접도 어려워진다. 
이 무기에 대해 ‘한반도 지역전쟁 억제력 완성’이라 표현하는 건 당분간 이 첨단 전술유도무기를 막을 방도가 남쪽은 물론 미국에도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다급한 해명과는 다르게 현재 이 무기를 막을 미사일방어망은 없다. 이는 한미가 지역군사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차원을 넘어 당분간 (공격전은 제외하고) 대북 방어전략을 수립하는 게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과 현재 국방부 무기체계를 아는 군사전문가라면 누구라도 위기의식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미국산 신형 패트리어트미사일을 구입하면 전부 방어가 가능하다는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5. 북의 ‘전략적 요충지론’과 전략국가 외교노선

최근 북의 정치·외교 정책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화한 '전략적 요충지론'이 있다. 로동신문에는 “김정은 시대의 조선은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정학적 숙명론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논평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한반도 주변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시아의 한복판인 한반도에서 교차점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북이 힘이 약할 때는 열강의 각축장 신세를 면할 수 없지만 북이 힘을 가질 때는 거꾸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나 ‘전략적 요충지’로서 주변대국들을 다스리는 유리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대북 고립포위전략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와 북의 대결구도를 만들려고 하지만, 북이 강병부국을 실현하면 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내리막을 걷는 미국 편이 아니라 첨예해지는 조미 핵대결구도에 편승해 대미전략과 대조선 관계를 변화시키며 제 나라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 북이 2017년 핵무력을 완성하자 대미관계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대조선관계도 질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2018년 조중관계의 급진전 역시 북미대결의 승자가 사실상 북이란 사실을 인정한 게 근본배경이다. 중국에게 명분과 길을 터준 것은 조선의 ‘비핵화 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조·중·러 연합의 속도도 빨라졌다. 
일부 진보진영조차 조미관계 문제가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의 일부이고 북 문제는 여기 끼어있다고 하면서 이것을 한반도의 숙명이라 보는데, 현실은 조미대결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점차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음이다. 전략적 요충지론에 근거한 북의 새로운 전략국가 외교노선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6. 문재인 정부의 ‘봉창 두드리기’ 인도주의 식량지원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으로 새로운 4.27시대는 열렸으나 전진도상의 난관도 한둘이 아니다. 난관 조성의 중심은 역시 미국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대미 종속성과 무기력도 반복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부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을 먼저 깨며 북을 심각하게 자극한 것은 주로 군사분야 합의 무시이다. 
미국의 스텔스전투기 F-35A 60대,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첨단지상감시정찰기 ‘조인트 스타즈’ 구입 시도 등 전략자산 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 재개에 대해 북은 4.27선언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군사분야 합의이행에 의한 평화 보장과 평화를 위한 군축이다. 평화 없이 통일이 없고, 평화 없이 번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의 전술유도무기 훈련은 한미 당국의 합의 무시 움직임에 북이 더 이상 참지 않고 맞대응할 것임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식량지원에 북이 별 반응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략자산 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 중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손도 못 대면서, 심각하게 돌아가는 조미협상 흐름과 동북아 정세에 어울리지 않게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를 불쑥 제기하고 미국은 이를 승인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에 식량 부족분(95%이상 자급자족)이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식량사태는 없으며 다른 영양섭취 방식으로 보충이 가능하다. 지금 그것이 급박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과거의 조미관계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미관계가 다시 대립하며 악화돼도 중·러는 이전처럼 미국 편을 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조선은 자강력과 중러관계를 전진시키며 자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축적 재원과 힘으로 경제부국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동북아 정세 추이를 모르쇠한 채 남북공조를 외면하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면 4.27시대는 정체될 것이며 남북관계와 문재인 정부의 미래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동북아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협력 기회와 발전 가능성을 놓치게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지역 정세가 역동적으로 전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기껏해야 ‘중재자’, 솔직히는 미국의 하위동맹 메신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립된 섬을 자처하고 있다. 민족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자주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는 역사적 교훈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한미동맹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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