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메모리·파운드리 녹록치 않아…정부, 분야별 장기 전략 세워야”
조한무 기자chm@vop.co.kr
발행2021-05-30 17:18:39수정2021-05-30 17:18:39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한다. 전 산업에 걸쳐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폰과 TV, 컴퓨터 같은 IT·가전 제품뿐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이 멈춰 섰다. 5G 통신 기지국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언택트 환경에서 전 세계 온라인 접속이 늘며 수요가 급증한 서버 구축에도 다량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한국은 반도체 산업 강자로 불리지만, 일부 분야에 국한된 평가다. 특히 설계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수요처 다변화로 반도체 설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은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의 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사업을 지휘하는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를 만나 한국 반도체 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 정부 정책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대면으로 진행하고, 27일 추가로 전화 통화를 했다.
김 단장은 시장이 한정된 메모리에만 집중해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또한, 비메모리에서도 제조 기반의 파운드리뿐 아니라 설계 기반의 팹리스를 육성해 영역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팹리스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가 높다”며 “시장 성장 전망도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의 반도체 시장 비중은 약 30%다. 나머지는 비메모리 영역이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범용 성격을 띠어,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후 수요처가 사가는 방식이다. 연산 기능을 가지는 비메모리는 수요처 요구사항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 생산하는 주문형 방식으로 거래된다.
메모리 시장은 한 업체가 설계와 생산을 모두 수행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가 주를 이룬다. 메모리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다. 수요가 떨어지는 불황을 견뎌야 해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비메모리는 수요처별로 종류가 다양해 설계와 생산이 나뉜다. 최종 수요 기업이 설계 업체에 주문을 넣으면, 설계 업체는 설계만 하고 생산은 위탁을 맡긴다. 설계 업체는 반도체 생산 공장(Fab·Fabrication facility)을 보유하지 않아 팹리스(Fabless)라 부르고, 위탁생산 업체는 파운드리(Foundry)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 국가다. D램(데이터 단기 저장)과 낸드플래시(데이터 장기 저장) 모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위를 지키고 있다.
비메모리 산업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17%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친다. 순위로는 세계 2위지만, 1위인 대만 TSMC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 격차가 크다. 팹리스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한국 팹리스 업체는 약 150개로 중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김 단장은 메모리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메모리 ‘초격차’를 얘기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기 어렵다”며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예전처럼 안전하게 따돌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 모두에서 한국 기업보다 먼저 기술개발 성과를 내놨다”며 “기술개발과 양산은 별개이기는 하지만, 마이크론 추격이 거세진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마이크론은 세계 메모리 시장 3위 업체다. 반도체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선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은데, 마이크론은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메모리에서 10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했다. 실제 양산 과정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할지는 미지수지만, 선단 공정 양산 돌입 시점이 삼성전자를 앞질렀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낸드에서도 세계 최초로 176단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다. 낸드는 높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으로 저장공간을 늘릴 수 있어, 단수는 기술력 가늠자가 된다.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하는 일도 쉽지 않다. 김 단장은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느낌”이라며 “TSMC는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PC·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제품군에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전망되는 선단 공정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기술력 핵심은 D램과 마찬가지로 선폭이다. 파운드리에서는 7나노 이하부터 선단 공정으로 본다. 현재 7나노 이하 공정을 양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양사는 5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상태다.
7나노 이하 공정을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수다. 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한정돼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 확보 물량은 20대 안팎으로, TSMC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삼성전자는 공정 개발과 수율 개선 속도 경쟁 가운데, 적기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TSMC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나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팹리스, 돈보다 인력…웨어러블·IoT 칩 시장 가능성 열려 있어”
팹리스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인력 양성이 꼽힌다. 김 단장은 “회사 쪽과 만나보면 입을 모아 ‘인력’을 얘기한다”며 “구직난이라는데,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고 한다. 미스매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팹리스의 기반은 인력”이라며 “물론 자금 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는 돈보다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중소·중견 업체가 반도체를 하나 개발하려면 모든 연구진이 달라붙어서 설계-시제품 테스트-수정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인력이 있으면 비용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연구개발과 양산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양산 단계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업단은 2026년까지 세계 팹리스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다.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시스템집적반도체개발사업단장을 맡은 바 있는 김 단장은 “굉장히 과감한 도전”이라고 운을 뗐다.
“그때도 팹리스 산업 육성을 시도했으나, 역시 인력 부족이 가장 컸다. 우수한 설계 인력 대개가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흡수됐다. 팹리스는 기본적으로 창의력을 갖고 도전하는 일인데, 젊은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혁신이 정체됐다”
시장 환경도 따라주지 않았다. 김 단장은 “10여년 전 한국의 세계 시장 팹리스 점유율이 4% 초반까지 갔다가, 지금은 3% 초반으로 떨어졌다”며 “당시 한국은 모바일 칩을 주로 만들었는데, 개별적으로 들어가던 칩이 기술 발전에 따라 AP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AP는 중소기업 영역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시장을 잃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통합칩 확대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적을수록 효율성이 높아진다. 차량을 예로 들면, 부품마다 반도체가 탑재되는 것보다 통합칩으로 여러 부품을 조작하는 편이 유리하다. 통합칩은 많은 기능을 수행하기에, 필연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수반된다.
김 단장은 한국 팹리스 산업의 단계적인 성장을 제시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AP·CPU·GPU 등 주요 품목은 글로벌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후발 주자가 파고들 틈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진입이 유리한 중급 기술 반도체 시장은 노려볼 만 하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 AP는 퀄컴이 잡고 있다. 이제 애플도 AP를 자체 설계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경쟁한다. 차량용 통합칩은 테슬라가 치고 나온다. 대기업이 버티는 커다란 시장에서 중소·중견 팹리스가 이길 수 있겠나.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시장이 있는 칩을 개발해 상용화해야 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기기 등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쪽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제 김치냉장고에도 반도체가 들어간다. 완성품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정부 대책, 가려운 곳 긁어줬지만…중장기 전략 아닌 단기 지원 그쳐”
정부는 지난 13일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팹리스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민관이 공동으로 구축한다는 취지다.
김 단장 평가는 큰 틀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이번 종합 대책은 요약하면 세제 지원과 인력 양성인데, 일단 업계에서 원하는 걸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이번 종합 대책 한계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발표 내용은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장기 전략이라기보다는 단기 지원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장기 전략이 없다”며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분야별 치밀하고 세밀한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세부사항에서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 단장이 강조한 인력 양성 방안이 그렇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인력 3만 6천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고 학사 인력 약 1만 6천만명을 배출한다. 석·박사급 전문 인력 7천명을 육성하고, 재직자와 취업준비생 대상 교육으로 실무인력 1만3천명을 양성한다.
김 단장은 “제시한 목표 수치는 아마 업계 요구에 맞췄을 것이기에, 달성된다면 양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 인력보다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핵심”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내실 있게 운영해 7천명 확보를 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상생도 강조된다. 김 단장은 현실적인 방안으로 MPW(Multi Project Wafer) 확대를 제안했다. MPW는 파운드리 업체가 웨이퍼 하나에 여러 팹리스 업체의 칩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팹리스의 시제품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7나노 공정 칩 하나를 만드는 데 100억원이 든다. 양산이 아니라 샘플을 만드는 비용이다. 20~30나노 공정도 30억원이 든다. 작은 회사에는 큰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가 MPW로 샘플을 만들어주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을 덜 받는다. MPW를 확대하면 팹리스 업체가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면서 MPW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은 지난해부터 10년간 총사업비 1조 96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설계와 미래 소자, 공정·장비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103개 기업, 32개 대학, 12개 연구소가 82개 과제에 참여하게 된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김형준 사업단장이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업단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2ⓒ김철수 기자
오는 6월1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다. 이를 앞두고 여권 내에선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선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여당을 향해 “역시 조국 수호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쇄신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오는 6월11일 당대표 선거를 하는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한 5명의 후보가 지난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나경원·주호영 후보가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견제하며 ‘이준석 돌풍’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후보는 사흘 만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채우면서 이 역시 주목을 받았다.
▲ 31일자 아침신문 1면 모음
조국 회고록에 불공정 이슈 부각하나
언론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발간 소식이 민주당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조국 회고록이 달갑잖은 민주당”이란 기사에서 “대선 국면을 앞두고 여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문제가 또다시 회자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 신문에 “미래지향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과 관련해 논란이 많이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국민들은 불공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당이 검찰개혁 얘기를 하면 ‘딴소리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송영길 당대표의 ‘민심, 민생 우선 기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을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도 “조국 회고록에…민주당, 진영갈등 재발 우려”에서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 평가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의 회고록 출간이 또 한차례의 진영 갈등으로 비화할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자서전 출간 소식을 알렸다. 한길사가 펴내는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다. 내달 1일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동시 발매된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30일 “본인(조 전 장관) 신원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같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논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들의 밑바닥을 보여줬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공정 시험대에 오른 민주당”에 대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스탠스는 결국 송영길 대표가 정리할 문제”라며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이 예정된 다음달 1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를 예고한 송 대표가 이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與 주자들 파렴치 조국에 “가슴 아프다”, 역시 조국 수호 정당’에서 조 전 장관과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낙연 전 총리가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조국 사태 당시 국회 답변에서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기회로 활용하는 일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을 비판한 사실을 언급하며 “2년도 안 됐는데 정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전 장관을 감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그 가족에 대해 가슴이 아리다”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 전 장관을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문 정부의 국정을 책임졌고 앞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를 당했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에 동조하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조국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극렬 지지층의 환심을 사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수판알 계산이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내 이런 분위기는 야권과 대비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조국사태 자체가 2030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며 “이런 주장은 특히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30대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 선전과도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 31일 경향신문 만평
이준석 돌풍에 나경원·주호영 견제
한국일보는 정치면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첫 합동연설회 소식을 전했다. 화두는 청년이었다. 나경원 후보는 “청년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열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청년지방의원을 1명씩 꼭 공천되도록 하겠다”며 “25세인 국회의원 피선거권 제한과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이준석은 제외하되 다른 청년들은 중용하겠다는 메시지다.
주호영 후보 역시 “청년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했지만 이 후보에게는 “국회 경험도,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는 원외 당대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홍문표, 조경태 의원도 청년청 신설과 청년 창업기회 확대 등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후보는 광주에서 열린 연설회인 만큼 5·18을 강조했다. 그는 “저는 1980년 이후에 태어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자유롭게 체득한 첫 세대”라며 “1980년 광주 이후 역사상 첫 30대 정당 대표가 된다면 그 의미는 각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중진들이 5·18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던 것을 은연중에 강조한 메시지다.
중앙일보는 이준석 돌풍의 한 현상으로 후원금 모금 사흘째인 지난 30일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운 소식을 전하며 “팬덤 현상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제목을 “이준석 사흘 만에 후원금 1.5억 돌풍…‘유승민계 논란’은 더 세져”로 뽑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로 김웅 의원도 출마했다는 점에서 계파 사전 정지작업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당 지도부와 5명의 당 대표 후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광주, 전북, 전남,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준석 돌풍 관련 다양한 해석
이준석 돌풍과 민주당을 키워드로 한 칼럼이 나왔다.
경향신문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엔 ‘죽비’다”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비전을 보여줄 인물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그럼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가진 젊은과 변화의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보수·꼰대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뜬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여타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그 나물에 그밥’ 이미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 정치부장은 “이준석 돌풍은 민주당의 ‘꼰대’ 이미지를 강화시킨다”며 “이준석 돌풍은 정권교체에 대한 보수층의 갈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준석 쇼’를 해서라도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절박함”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개혁을 주문하는 주장이다.
▲ 31일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세계일보엔 이준석 돌풍이 기존 정치권 문법을 바꿨다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은 “‘이준석 돌풍’ 숨은 진실은”에서 “그의 승리는 한국선거의 오랜 승리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조직, 계파, 지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낡은 공식으로 전락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센터장은 “정치와 시민의 소통 방식의 본격적인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여성·청년 할당제 논쟁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계파·조직으로 뭉친 낡고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타파하자는 것”이라며 “그들만의 여의도정치 네트워크에 편입된 자만이 입성하는 ‘끼리끼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자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하자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윤 센터장은 “이준석 승리가 내년 대선에 던진 숨은 진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바뀐 유권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공유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야권 쇄신 흐름에 올라탄 후보인 가운데 윤 센터장이 다소 과하게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한계도 제기된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판에 입문해 지역구 선거에선 판판이 깨졌지만 언론 출연을 마다하지 않아 인지도를 쌓은 셀럽에 불과하다는 개인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소위 정권교체를 위한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여전히 탄핵을 옹호하거나 ‘영남당’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내외 인사들이 즐비한 가운데 오히려 이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당의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일보 칼럼 “코인뿐인 희망, 이준석 신드롬을 낳다”에서 “진보와 보수를 넘어 MZ세대가 자신들의 대변자를 찾아 힘을 불어넣는 역사적 풍경이 이준석 신드롬의 실체”라며 “이제 솔직히 인정하자. 꼰대의 시대는 갔다”라고 주장했다.
당안팎에서 ‘이준석 신드롬’을 지나가는 바람(홍준표)이나 장유유서의 문화가 있다(정세균)는 식의 평가에 대해 ‘꼰대’라는 비판이다. 연일 쏟아지는 칼럼이나 기사논조를 보면 이준석 띄우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17년 9월 육군이 사격훈련한 지대지탄도미사일 '현무'의 발사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한은 31일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 800km 사거리 제한을 없애기로 한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 방침은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이는 북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이같은 언급은 열흘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북측 공식매체를 통해 나온 첫 입장이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로 발표된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 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침'의 개정을 승인하여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북)의 자위적조치들을 한사코 유엔'결의'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같은 미국의 미사일지침 해제 목적은 조선(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북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데 있으며, 남측에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주는 대가로 북 주변국가를 겨냥한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합법적으로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매달리고있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녘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며,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 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로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비대칭적인 불균형을 조성하여 북에 압력을 가하려고 하는 것은 정전상태인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태를 더욱 야기시키는 오산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한미 당국이 침략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북의 자위적 국가방위력 강화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측에 대해서는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 저쪽의 반응이 어떠한 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국이 떠드는 유엔'결의'위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엄중한 도발행위들에 응당한 주목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번 한미미사일지침 해제에 따라 남측은 최대 800km로 한정된 사거리제한에서 벗어나 북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남측이 가장 빠른 시일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물론 '극초음속미사일'까지도 개발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미몽에 감염되었다. 무슨 미몽인가?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에서 산생된 미몽이다. 욕망에 사로잡혔으니, 미몽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백악관과 청와대의 정신상태는 비현실적 욕망과 현실적 인식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혼미하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조선이 비핵화를 전면 거부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유인, 협상, 압박, 제재, 전쟁을 총동원해도 조선의 비핵화를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천만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이 두 가지 객관적 사실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그 동안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문헌분석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고, 오늘 현실에서도 명백히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백악관과 청와대는 조선을 비핵화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욕망을 버리지 못했고,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미몽에 감염되어 횡설수설하고 있다.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한미정상회담을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혹평하는 까닭은, 두 정상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정신상태에서 진행된 회담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문제는 조미관계, 남북관계, 한미관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현안인데,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혼미한 상태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했으므로 최악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감염증을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전 세계에 퍼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비핵화 미몽에 감염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미정상회담의 후속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런 기대는 미몽처럼 허망하다.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선은 그 회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이 양측 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을 때, 조선은 회담 이튿날 그 회담에 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친미사대와 대미굴종이라고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비난논평마저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조선의 무반응은 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두 정상이 진행한 최악의 정상회담을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조선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상치 않은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에 의해 남북대화와 조미대화가 재개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느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했다. 미몽에 감염되면 사리판별을 하지 못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오찬을 나누는 장면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오늘까지 열흘이 지나도록 조선은 그 회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선의 무반응은 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핵화 미몽에 감염된 두 정상이 진행한 최악의 정상회담을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조선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미몽의 역사를 살펴보자. 백악관은 2002년 10월 부쉬 정부 시기에 비핵화 미몽에 처음 감염되었다. 그때로부터 오늘까지 근 20년 동안 비핵화 미몽 감염증에 걸려있는 백악관은 조선을 “완전히(complete), 검증할 수 있게(verifiable), 되돌릴 수 없게(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e)해야 한다”는 이른바 CVID를 주장해왔다. 비핵화 미몽에 전염된 청와대도 백악관의 그런 주장을 추종해왔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를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고 믿는 백악관의 CVID가 현실을 배반한 미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이나 전직 정부관리들 중에도 백악관의 CVID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이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CVID를 미몽으로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 2월부터 오늘까지 장장 70년 동안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해왔다. 핵위협은 핵공격태세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하고, 핵공갈은 핵공격태세를 취하기 전에 폭언으로 윽박지르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이 70년 동안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로 조선을 얼마나 괴롭혀왔는지를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위협과 핵공갈을 중단하거나 완화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궁리만 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앞으로도 계속 증대시킬 것이라는 예상을 입증해줄 문헌자료는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미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조선적대정책을 계속 추진해왔기 때문에, 조선은 미국의 끊임없는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장장 70년 동안 싸워야 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는 방도는 핵억지력을 갖는 것밖에 없다.
조선이 핵억지력을 갖지 않고서도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은 무식한 평화주의자들이 퍼뜨린 허언랑설이다. 돌이켜보면, 남산 왜성대에서 덕수궁을 향해 신식 대포를 조준해놓고 조선왕조의 국권을 강탈한 일제침략군과 맞서 싸워야 했던 조선군에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침략군을 무찌를 대포가 아니었던가. 지난날 대포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한 제국주의침략자를 조국방위의 대포로 무찔러야 했던 것처럼, 오늘날 핵무기를 가지고 우리 민족을 위협하는 제국주의침략자도 응당 조국방위의 핵억지력으로 물리쳐야 한다. 이것은 100년이 넘는 우리 민족의 반제투쟁혈전사가 가르쳐주는 진리다.
미국은 앞으로도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가할 것이므로, 그런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조선도 핵억지력을 계속 증강할 것이 분명하다. 조선의 핵억지력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미국에게 있다면,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불가역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다른 해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에 대한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완화할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백악관은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CVID 미몽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지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이다.
2. 미국의 핵위협, 핵공갈, 핵무력증강
F-4 전폭기는 지난날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했던 기종이다. F-4 전폭기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실전배치되었다. 윁남전쟁에서 미국군이 북부윁남을 침공할 때 그 전폭기를 사용했다. 윁남전쟁에 참전하여 하노이 수도 상공을 방어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근접공중전을 벌여 F-4 전폭기를 여러 대 격추한 것을 보면, 그 전폭기가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는 한낱 허풍이다. 1961년부터 실전배치된 F-4 전폭기는 윁남전쟁과 중동전쟁을 거쳤고, 1991년 걸프전쟁 이후 퇴역했다.
주목되는 것은, F-4 전폭기가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이라는 사실이다. B61 핵폭탄을 무려 3,155발이나 다량생산한 미국은 그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F-4 전폭기를 설계했다. 그렇게 되어 F-4 핵타격전폭기가 출현했다.
그런데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F-4 핵타격전폭기는 실전배치된 이후 30년이 넘어 작전수명이 끝나는 바람에 1991년 걸프전쟁 직후 퇴역했다. 당시 미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키면서, 그 전폭기에 탑재하기 위해 만든 B61 핵폭탄도 함께 퇴역시켰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000발을 1992년부터 해체하기 시작하여 1997년까지 해체했고, B61 전략핵폭탄 700발도 1990년부터 해체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F-4 핵타격전폭기와 B61 핵폭탄도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 해체되었다. 이것이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내막이다. 남과 북이 1992년 1월 31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배경에는 작전수명이 끝난 미국의 핵타격수단들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철수되는 상황변화가 있었다.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핵무기를 철수한 문제와 관련하여 도널드 그렉(Donald P. Gregg)이 2011년 6월 1일 <미국의 소리> 대담에 출연하여 털어놓은 회고담을 들어보자. 그는 1989년 9월 27일부터 1993년 2월 27일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회고담에 따르면, 그렉은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직후 주한미국군사령관 루이스 메네트리(Louis C. Menetrey)에게 전시에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F-4 전폭기에 탑재되는 B61 전술핵폭탄을 뜻함-옮긴이)를 사용할 수 있는가고 물었더니 “너무 구식이라 절대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2014년 미국에서 출판된 그렉의 회고록 ‘깨진 항아리 조각들(Pot Shards)'에 따르면, 1991년 이전까지 미국 국방부는 핵무기검열단을 해마다 한 차례씩 주한미공군기지(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를 뜻함-옮긴이)에 파견하여 핵폭탄의 안전관리실태를 점검했는데, 그렉은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핵폭탄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들었다고 한다.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문제점은 F-4 전폭기에 핵폭탄을 탑재하기 위한 백악관의 정치적 결정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탑재공정도 길어서, 분초를 다투는 급박한 실전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그렉이 핵무기검열단으로부터 들었다는 B61 전술핵폭탄의 위험성은 핵폭탄이 다량배치된 오산미공군기지와 군산미공군기지가 조선인민군의 기습타격대상으로 전변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된 B61 전술핵폭탄을 왜 1991년에 전부 철수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핵무력분석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M. Kristensen)이 2011년 10월 4일에 발표한 ‘신흥지 유입자들이 남한에 갔을 때(When the Boomers Went to South Korea)’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1년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하기 직전, 그 기지에는 150발의 B61 전술핵폭탄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 철수가 조선에 대한 핵위협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B61 전술핵폭탄 1,24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고, 미국 본토의 핵무기고에 B61 전술핵폭탄 215발을 예비용으로 저장해놓았으며, B61 전략핵폭탄 600발과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지금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았다. 이처럼 미국이 B61 전술핵폭탄 1,240발과 B61 전략핵폭탄 600발, 그리고 B61 전술-전략핵폭탄 50발을 여전히 실전배치해놓은 까닭은, F-4 핵타격전폭기를 퇴역시킨 뒤에도 그 핵폭탄을 탑재할 또 다른 핵타격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퇴역한 F-4 핵타격전폭기를 대체하여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핵타격수단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6년 1월 10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에 출동한 B-52H 장거리핵폭격기가 한국 공군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선에 대한 핵위협도발을 감행하는장면이다.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B-51H 장거리핵폭격기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에 종종 출동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자극하고 괴롭혀왔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2020년부터 B-52H 장거리핵폭격기에 B61 핵폭탄을 탑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미국이 B-52H 장거리핵폭격기보다더 강화된 작전성능을 가진 신형 핵타격수단들을 개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선을적대하는 미국의 핵무력증강은 앞으로 30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비하며 계속추진될 것이다.
미국은 작전수명이 끝난 F-4 핵타격전폭기를 주한미공군기지에서 전부 철수하는 대신, 항공전자장비성능을 향상시키고 제트엔진을 신형으로 교체하여 작전수명을 길게 연장한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여전히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F-4 핵타격전폭기는 B61 핵폭탄 28발을 탑재할 수 있었는데,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B61 핵폭탄을 97발이나 탑재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이 주한미공군기지에 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을 전부 철수한 것은 조선을 위협하는 핵타격태세를 완화한 것이 아니라 되레 더 증대시킨 도발적인 조치였음을 알 수 있다.
B61 핵폭탄을 탑재하는 B-52H 장거리핵폭격기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까지 신속히 북상하여 조선을 위협하고 자극하고 괴롭혔다. 미국이 B-52H 장거리핵폭격기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도발사례를 날짜순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19일
2014년 2월 5일
2016년 1월 10일
2016년 9월 12일
2017년 8월 22일
2018년 5월 17일
2019년 11월 22일
2020년 6월 17일
지금까지 미국은 B-52H 장거리핵폭격기 이외에 다른 핵타격수단들도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이나 동해 상공에 종종 출동시켜 조선을 직접적으로 위협해왔다. 이처럼 미국의 핵위협에 직면한 조선이 그에 대항하여 핵억지력을 갖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정상적인 일이다. 조선의 핵억지력 보유는 미국의 핵위협도발이 촉발한 필연적인 귀결이고,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당한 자위책이다. 이런 도발과 응전의 인과론적 현상은 중학생 수준의 인식능력으로도 알 수 있는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과 청와대는 그처럼 자명한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허튼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핵정책이 2020년에 바뀌었다. 미국 국방부는 2020년부터 B-52H 장거리핵폭격기에 B61 핵폭탄을 더 이상 탑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B61 핵폭탄을 어디에 탑재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의문을 푸는 열쇠는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에 들어있다.
2020년 4월 7일 <미국의 소리>는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이 15억6,000만 달러의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핵무기현대화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미국 국방부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군이 “적국들의 동시공격에 억지력을 발휘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400발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40발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며, 새로운 핵타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언급한 새로운 핵타격수단들은 다음과 같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신형 핵추진잠수함
신형 지상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
B-52 장거리전략폭격기를 대신할 신형 B-21 전략폭격기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F-35 스텔스전투기
아니나 다를까, 2020년 2월 4일 미국 국방부는 W76-2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에 탑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부터 30년 동안 핵무력증강사업에 1조2,000억 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한다.
조선에 적대적인 미국이 이처럼 핵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조선에 핵위협과 핵공갈을 끊임없이 가하는 판에, 백악관과 청와대는 CVID 미몽에 감염되어 비핵화 타령이나 늘어놓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런 한심한 상황은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공격태세를 중단하는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백악관이 CVID 미몽 감염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3.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한 소식을 전하면서, “핵무기연구소의 과학자, 일군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날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에서 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이한 전술 및 전략 탄도로케트 전투부들에 핵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병기화연구정형에 대한 (핵무기연구소 과학자들의) 해설을 주의 깊게 들어주시며 우리 식의 혼합장약구조로 설계제작된, 위력이 세고 소형화된 핵탄두의 구조작용원리를 료해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각종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탄두나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각종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핵무기완성작업이 핵무기연구소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그날 조선은 언론보도를 통해 조선에 핵무기연구소라는 극비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6년 9월 9일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핵무기연구소는 새로 제작한,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핵탄두의 폭발위력을 판정하기 위한 핵폭발시험을 북부핵시험장에서 단행했으며,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는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종 핵탄두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또 다시 지도한 소식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연구소가 “새로 제작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장착할 수소탄”을 살펴보면서 “핵무기연구소가 국가핵무력 완성을 위한 마감단계의 연구개발전투를 빛나게 결속하기 위한 총돌격전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핵무기연구소에서 열핵탄두(수소탄)를 제작하고, 그것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한 보도내용은 조선핵무기연구소가 핵무기를 연구개발할 뿐 아니라, 시험하고, 제작하고, 생산하는 핵억지력의 중추기관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0년 7월 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은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에 있는, 대형 건물 여러 동이 들어선 어떤 단지를 촬영한 민간위성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곳이 핵탄두제조공장으로 보인다는 추측보도를 내보냈다. <CNN>이 추측한 것처럼, 민간위성사진에 나타난 그곳이 핵무기연구소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인 핵무기연구소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18년 9월 6일 핵무기연구소의 운명을 좌우할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놀라운 사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담판이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9월 2일 핵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연구소에서 만든 열핵탄두(수소탄)을 살펴보는 장면이다. 회백색 열핵탄두뒤쪽에는 열핵탄두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열핵탄두를 기폭시키는 핵탄격발장치가 놓여있고, 열핵탄두 앞쪽에는 열핵탄두가 들어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의 누런색덮개가 조금 보인다. 사진배경에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는 제목 아래 열핵탄두가 들어간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의 모습을 형상한 개념도가 보인다. 이 사진에 나타난 열핵탄두가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것임을 알려주는 개념도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열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4형 한 발을 미국 본토 중앙부 상공으로 쏘아올려 터뜨리면, 인명살상이나 시설파괴는 일어나지 않으면서초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미국 전역에 방사되어 모든 전기장치와 전자장비에 들어간 반도체회로를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전부 녹여버린다. 그러면 미국은 국가로서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선은 화성-14형 한 발로 미국을 멸망시킬 엄청난 핵억지력을 보유했다.
4.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친서담판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2018년 6월 초부터 2019년 1월 말까지 기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친서를 상호교환하면서 두 차례의 조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에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적인 친서(historic letter)”였다.
2018년 9월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6일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가리켜, “역사적인 친서였다. 감명 깊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라고 극찬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의 위대한 미래를 보고 있다”고 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따르면, 그날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었는데, 친서를 열람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것은 정말로 획기적인 친서(epoch-making letter)”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에 어떤 엄청난 내용이 담겼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그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것일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친서”에 관한 중대한 정보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를 만나 대담하는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여러 통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2018년 9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본 친서들 가운데서 “가장 길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장문의 친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문의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핵무기연구소와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핵물질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 방식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언명했다. 조선이 가장 중시하는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문제가 바로 그 “역사적인 친서”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은 조선이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에 맞서 자위적 핵억지력을 보유하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국가전략기관들이다. 만일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면, 조선의 핵억지력은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하는 것은, 조선의 핵억지력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조선이 핵무기연구소,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단지를 건설하고, 증축하고, 현대화하고, 유지관리해온 비용은 수 백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국력을 아낌없이 기울여온 3대 최고국가전략기관을 불가역적으로 폐쇄할 용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것은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며, 전 세계를 진감시킬 엄청난 정치적 결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고심을 거듭하면서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심사숙고한 끝에 그런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23일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친서에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신중히 생각해 볼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기"를 칭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위의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 두 줄로 밑줄을 그어놓았다.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었던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조미정상회담을 재개시키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다른 용기"를 가지고도돌파할 수 없는 장벽이 조미정상회담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9월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담판을 통해 미국에게 제시한 천금보다 더 귀한, 마지막기회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외면한 것은 백악관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우드워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친서”를 읽어보았으면서도, 그 친서에 담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알 수 없었다. 8천만 민족의 운명과 국제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대사변이 무엇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개 언론인이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구상을 알 수 있으랴.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엄청난 대사변에 상응하여 미국이 어떤 중대한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우드워드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하여 미국이 이행해야 할 중대한 의무를 “역사적인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친서”에서 제시한 미국의 의무는 우리 민족의 통일국가건설을 가로막지 말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통일국가건설과 조선의 핵억지력 포기를 맞바꾸는 거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조선이 1970년대 중반부터 장장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쌓아올린 자위적 핵억지력을 포기하는 조건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오직 그것뿐이다. 다른 조건은 있을 수 없다. 바꾸어 말하면, 조선이 반세기가 넘도록 피땀을 흘려 핵억지력을 쌓아올린 목적은 자주적 통일국가건설,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통일국가건설을 위해 조선의 핵억지력을 과감하게 포기할 세기적인 친서담판을 벌였던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통일국가건설은 미국의 핵위협과 핵공갈을 종식시키는 길이다. 통일국가건설은 민족자주와 민주주의를 완전히 실현하고, 항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역사의 대변혁이다. 분단체제에서 실현될 수 없는 민족자주, 민주주의, 평화는 통일국가건설로 실현된다. 통일국가건설은 이 모든 위대한 가치들을 실현한다. 바로 이것이 역사적인 친서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CVID 미몽에 감염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하지 못했다. 부동산재벌총수로 살아온 졸부가 어찌 심오하고 원대한 전략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기적인 결단을 외면하고, 그 회담을 결렬시켰다. 친서담판이 미국에게 주어진 천금보다 더 귀한, 마지막 기회였음을 알지 못한 백악관의 비극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기적인 담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세기적인 담판은 반복되지 않으며, 오직 한 번밖에 없다. 그래서 ‘세기적인’ 담판이다. 미국이 조선적대정책을 전면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폐기하기 전에는 조미협상을 절대로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선의 단호한 입장은 세기적인 담판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정적인 사실을 말해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바이든 정부는 조선적대정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처럼 완악한 바이든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조선도 통일국가건설의 역사적 임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반만년 민족사가 부여한 신성한 임무를 결코 후대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조국통일위업을 당대에 실현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다. 조선은 CVID 미몽에 감염된 백악관의 방해와 청와대의 반대를 물리치고, 통일국가건설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거국적인 투쟁에 총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6·25 전쟁 당시 학살돼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의 유해가 충남 홍성에서 발굴됐습니다. 조사단과 유족은 특별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호소했습니다. 이상곤 기자의 보도입니다."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김동규(1948년생)는 화들짝 놀랐다. 66년간 잊혀졌던 비밀 창고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멍하니 TV를 응시했다. 뉴스는 이어졌다.
"충남 홍성군 폐금광에서 발굴된 유해는 적게 잡아도 21구로 두개골에서 M1 소총 탄두가 발견된 것도 있습니다. 유해들은 대부분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며, 굴 안쪽에서 서로 엉킨 채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이름이 적힌 라이터와 단추, 벨트 등 유품도 함께 출토됐습니다."
다음부터 이어진 다른 뉴스는 김동규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6.25', '홍성', '집단 매장', '유해발굴'이라는 단어가 그가 알아들은 것의 전부였다. '6.25때 홍성에서 집단학살된 이들에 대한 유해발굴'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뉴스가 거짓말을 할 리 없지 않은가? 그는 그날 근무를 마치고 방송국 보도국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YTN이죠? 아까 뉴스에 나왔던 홍성 유해발굴 때문에 그러는데요."
그렇게 김동규는 2016년 3월 6일 뉴스를 확인해 들어갔다. 뉴스는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한국전쟁기 유해매장지를 발굴한 결과 총 21구의 유해가 나왔다는 것이다. YTN에서 알려준 홍성유족회장 연락처로 다음날 바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황선항 유족회장은 "아이고, 그짝도 유족입니까?"라며 되물었다. 수십 년 만에 잃어버린 형제를 만난 기분이었다.
DNA 감식으로 아버지 유해 찾아
그해 4월 김동규는 홍성군 구항면 황선항 회장 사무실에 찾아갔다. 그제서야 2005년에 과거사법이 제정되었고, 1차로 민간인학살사건이 진실규명되었음을 알게 됐다. 김동규는 기가 막혔다. '사는 게 뭔지'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과거사법도 몰랐던 것이 마치 자기 잘못인 양 생각돼 부끄러웠다. "지금이라도 유족회에 가입해서, 추가로 진실규명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봅시다"라는 황선항 회장의 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때부터 김동규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의 진실 규명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2016년 5월 20일 홍성군청에서 열린 '유해발굴 최종보고회'를 시작으로 매년 가을 용봉산에서 열리는 위령제에도 꼬박 참석했다.
그러다가 2018년 홍성군 유해발굴과 관련해 DNA 감식비용이 편성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2016년 발굴된 21구 유해 중 치아, 대퇴부 등을 중점적으로 채취했다. 이후 유족들의 DNA를 채취해서 친자 유무, 동일부계 혈족인지를 분석했다. 김동규는 2016년 홍성군청에서 열린 최종보고회 때 당시 유해 중에 아버지의 유해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발굴된 유품 중 겉옷 및 와이셔츠 단추, 구두 밑창 등이 아버지가 사용하던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김동규는 부친 김숙제가 서울 세브란스병원 근무시 입었던 옷과 신었던 신발이 나온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진을 유해발굴단장에게 보여주니 "맞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후 DNA 감식을 통해서 최종 확인하셔야 겠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DNA 감식 결과는 '70% 일치'였다. 김동규의 아버지 김숙제를 포함한 4구의 유해 중 일부가 용봉산에 모셔졌다. 68년을 떠돌던 원혼이 안식처를 찾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무렵 김숙제(1927년생)는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 의사로 재직했다. 전쟁 직후 한강다리가 끊기면서 피난을 가지 못한 그는 추석을 앞둔 9월 7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 내죽리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
그런 그가 내려온 지 채 한 달도 안 돼 치안대에 연행되었다. 다름 아닌 '부역혐의'였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나 광천에 내려왔을 때나 부역과는 하등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왜 연행되었을까? 그의 손위 처남 서석기가 북한군이 주둔하던 인민공화국 시절 홍성군 노동당 서기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숙제는 처남 서석기와 함께 1950년 10월 초 광천지서에 연행됐다. 김동규의 어머니 정태수가 지서에 밥을 해 날랐는데, 그는 "어머니, 조금 있으면 나가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안심시켰다.
김숙제의 말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1950년 10월 7일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폐광 앞에서 피의 살육제가 벌어졌다. 이곳에서 젊디젊은 세브란스병원 의사도 이승과 작별했다. 이곳에서 부역혐의자 70~80명이 학살됐다. 학살 후 경찰은 마을 주민에게 "시체 치워라"라고 시켰다. 마을 사람들이 가마니에 나무를 끼워 담가(擔架)를 만들어, 시신을 폐광에 매장했다. 주검 중에는 김숙제를 포함 광천읍 내죽리 사람 7명이 있었는데, 누구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630명~1000명이 부역혐의로 죽어
1950년 10~11월 홍성군에서는 소위 부역자들에 대한 불법적 처벌이 곳곳에서 있었다. 홍성읍 월산리 주민 17명이 그해 10~11월 '소향리 붉은고개'에서 학살됐다. 홍성군 금마면 송암리 강문구와 윤창호의 아버지는 인공 시절 인민위원회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로, 금마지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지서 뒤편 화양리 안골에서 죽임을 당했다. 홍성군 홍북면 대동리 장만성은 마을 큰길에서 술집을 운영했는데, 수복 후 치안대에 연행되어 대동리 뒷산에서 살해됐고, 그의 아내도 죽었으나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홍성 곳곳에서 피의 살육제가 벌어진 것은 홍성경찰서 차원에서 실행된 조직적인 부역혐의자 학살 계획 때문이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수복 후 '부역자 처리'는 각 지서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각 면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었고(1950년) 11월 말경이 되어서야 각 지서에 구금된 부역자들을 홍성경찰서로 이송하였다.
수복 후 홍성경찰서 유치장 8동에는 각 동에 70~80명씩 500~600여 명의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었고 이들 중 100여 명은 소향리 붉은고개로 끌려가 집단살해되었다. 그보다 적은 수는 용봉산 절 입구 골짜기에서 집단살해되었다.(진실화해위원회, 『2010년 상반기 조사보고서』) 진실화해위원회는 10곳의 장소에서 630명 이상이 희생당했다고 진실규명 결정했다. 홍성유족회(회장 이종민)는 최대 1000명이 학살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얀 바지저고리를 입은 아버지 이창성(홍성군 홍동면 월현리)이 텃밭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 이기만(1946년생,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은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이기만은 1950년 10월 17일 경찰에 의해 '부역혐의'로 학살됐다.
아버지 없는 자리는 너무나 컸고 식구들은 각자도생했다. 큰형은 농사를 짓고, 둘째 형은 홍성중학교를 졸업하고 양복점 기술을 배웠다. 큰누나는 일찍 결혼했고, 작은누나는 식모살이를 했다. 이기만은 홍동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형이 "가정경제를 생각해서 머슴 가라"고 했지만, 싫다고 했다. 19세에 상경해 서울 삼각지 영신가구에서 목공 세계에 뛰어들었다. 잠은 공장 천장에서 잤는데, 밤에는 한글과 영어를 독학했다.
이기만은 40여 일을 배우고 나서 영등포 가구공장으로 옮겨 대패질을 배우고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면을 그리면서부터 독자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첫 월급은 1년 후에나 탈 수 있었다. 1년 만에 받은 첫 월급은 500원이었는데, 혼자 작업을 시작하고부터는 1만3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월급이 안정되자 이기만은 시골에 사는 어머니 주가금에게 매월 1만 원씩 송금했다. 송아지를 장만할 돈이었다. 하지만 이기만의 어머니는 송아지를 사 보지도 못한 채 61세에 작고했다.
목수 일로 평생을 보낸 그는 2021년 현재 김포에서 빌딩 관리소장을 하고 있다. 아내와 부지런히 일을 해 집 두 채도 장만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하는 것이 그의 남은 바람이다.
세브란스 병원 의사였던 아버지 김숙제를 잃은 김동규는 대평초등학교 졸업 후 홍성군 광천읍 내죽리에 있는 서당을 3년 다녔다. 이후에는 건축 일에 뛰어들었다.
1975년 삼호주택에 근무할 때 쿠웨이트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신원조회에서 걸렸다. 회사에서 경찰서 정보과장 이상의 신원보증을 받아 오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집을 지어준 적이 있는 천안경찰서 정보과장에게 부탁해 간신히 쿠웨이트에 갈 수 있었다.
젊은 시절을 건설업계에서 보낸 김동규는 지금은 건물 경비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2016년 직장에서 YTN 뉴스를 접한 것이다. 김동규 역시 이기만처럼 아버지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남은 생 최대 과제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군의 5주기인 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내선 순환 9-4 승강장에 김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2021.05.28ⓒ김철수 기자
산업재해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5년 전 김 군이 열차에 치여 숨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공공운수노조, 궤도협의회,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29일 구의역 2층 대합실 및 9-4 승강장에서 ‘구의역 5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뿐만 아니라 전재영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유경근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김혜영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미숙 故김용균 어머니, 그리고 김 군의 동료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함께 연대하여 “자본보다 생명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바꿔가자”라고 다짐했다.
故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 씨는 5년 전 5월 아들 이한빛 PD가 김 군을 추모하며 쓴 글을 낭독하며 분노와 무력감에 절망했을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세상의 김 군들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단지 일하며 살고 싶고, 살아서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 씨는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라며 “김 군을 포함한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사회구성원이기에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손잡아 주는 ‘연대’만이 죽음을 생명으로 살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올바로 시행할 수 있다”라고 했다.
故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도 “부당한 산재사망을 막기 위해 산안법을 28년 만에 개정했지만, (국회 통과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어 결국 아무도 살릴 수 없게 됐다”라며 “그래서 그로부터 2년 뒤 이번만큼은 꼭 산재사망을 줄이겠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체 산재사고 사업장 중 80%나 되는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을 3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평택항 항만에서 선호가 목숨을 잃은 것은 이미 예견된 죽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김미숙 씨는 “그의 아버지를 볼 때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 유족은 하나같이 말한다. 끔찍한 이 아픔이 내 아픔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뒤늦은 후회는 돌이킬 수 없다고”라며, “사회의 어두운 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보기 싫어도 보려고 노력하고 듣기 싫어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기업의 비용절감보다 생명안전의 가치가 우선시 되도록 손을 맞잡고 직접 바꾸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 전재영 씨는 “5년 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비정규직이니 외주화니 하면서 위험에 시달리는 청년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안타까워했다”라며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고쳐졌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참사에서 가족을 잃은 저는, 지하철에 불을 낸 자와 사고 열차를 운행한 승무원을 원망하며 피눈물 흘렸다. 하지만 사고의 원인을 깊이 알고 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지하철을 운행하는 자들 대구광역시와 정부에 있었다”라며 “당시 불연내장재로 된 안전한 지하철을 외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안전보다 수익이 우선인 정책으로 불에 잘 타는 값싼 불쏘시개 지하철을 운행하며, 1인 승무제를 강요하고 있었고,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 노동자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대구시와 합의하여 희생자 묘역, 위령탑, 안전교육관 등으로 구성된 추모공원을 조성했으나 대구시는 사고가 빨리 잊히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가 평범하게 근무를 하더라도 사고 없이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인구 대비 10%를 넘으면서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 6월까지 1천300만명, 9월까지 3천600만명에 대해 1차 접종을 마무리해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백신 1차 접종자 수는 520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1% 수준이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91일만에 10% 선을 넘었다.
27일(65만7천192명)과 28일(51만3천명) 이틀동안 약 117만명이 접종하면서 접종률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 내 누적 1천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6월 말까지 하루에 약 24만∼35만명 접종해야…예약 상황 '양호'
일단 사전 예약률, 접종 인프라, 백신 수급 상황으로 판단하면 이 목표는 달성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6월까지 1천3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려면 앞으로 하루에 약 24만∼35만명씩 접종을 받아야 하는 데 내달 2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사전 예약자 수를 보면 하루 22만∼40만명 수준이다.
65∼74세 고령층 접종 첫날인 지난 27일 사전 예약자의 98%가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도 고령층 예약자의 대부분은 접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약이 완료되는 내달 3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사전 예약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예약률은 70∼74세 71.7%, 65∼69세 67.4%, 60∼64세 58.4%, 만성 중증 호흡기질환자 58.3%,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교사 및 돌봄인력 74.6%다.
예약자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예약일에 접종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잔여 백신'은 다른 접종자에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전국 위탁의료기관에서는 유선전화 등 오프라인 접수를 통한 예비명단과 네이버·카카오앱 당일예약 서비스를 통해 잔여 백신을 다른 사람에게 접종하고 있다.
앱 당일예약 서비스 시작 첫날인 지난 27일 하루 잔여 백신 접종자는 6만2천여명이다. 예비명단을 통해 5만8천여명, 네이버·카카오앱을 통해 4천229명이 백신을 맞았다.
여기에다 75세 이상 어르신 등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 수까지 더하면 1차 접종자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 하루 최대 100만명 이상 접종할 수 있는 인프라 갖춰…백신도 속속 도착
접종 인프라 측면에서도 하루 100만명 이상 접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전국 위탁의료기관 1만2천800곳과 백신접종센터, 보건소 등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전국 위탁의료기관 등에서 매년 시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 접종의 경우 지난해에 하루 최대 209만명이 접종받았다.
김기남 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위탁의료기관이 전국 1만2천800개소인데 1개소에서 의사 1명이 접종할 수 있는 인원이 100명이라서 산술적으로는 하루 최대 10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백신 수급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반기 도입 물량은 1천838만회(919만명)분으로, 현재까지 1천164만회(582만명)분이 공급됐고 나머지 674만회(337만명)분도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에 이어 국내 3번째 접종 백신이 될 모더나 초도 물량 5만5천회(2만7천500명)분도 이달 31일 반입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5개 종류 총 1억9천200만회(9천900만명)분이다.
이는 각 제약사와 직접 구매계약을 맺은 1억7천200만회(8천900만명)분과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확보한 2천만회(1천만명)분을 합친 것이다.
당국은 백신 접종이 일상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면서 연일 적극적인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감소하고 집단발생 규모와 빈도가 줄어들며 결국 전체적인 유행 규모도 감소하면서 관리 (가능) 상태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접종받고 있는 백신은 매우 안전하고 가장 효과적이며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을 보장해 주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백신에 크게 저항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거나 백신의 항체 지속기간이 짧을 수도 있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현재 백신에 순응하는 영국 변이가 아직 대세이고, 백신으로 인한 항체의 지속기간도 짧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접종 순서와 시기에 따라 빠짐없이 접종을 빨리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쌍용C&B에 파지 운송 하던 50대 기사
하역편의 위해 경사로서 컨테이너 문 개방
위험 알아도 화물받는 고객사 눈치봐야
쌍용쪽 하역업무 외주화로 안전은 방치
쌍용쪽 “경사로 위험 전달 못 받아”
화물연대 “화물 받는 쪽이 안전인력 둬야”
지난 26일 화물차 기사인 장아무개(52)씨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려서 응급차로 후송된 뒤 사고 현장 모습. 사진 화물연대 제공
30년을 화물차 기사로 일한 남편의 하루는 늘 해 뜨기 전에 시작됐다. 아내는 남편이 먹을 밥과 반찬, 떡과 주전부리를 싸서 손에 들려 보냈다. 지난 26일도 남편은 새벽 4시30분께 집을 나섰다. 세 딸을 애지중지하는 남편이 그날 되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아내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28일 화장지 생산업체인 쌍용씨앤비(C&B)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는 지난 26일 오전 9시15분께 화물 운송지인 세종시 조치원읍의 쌍용씨앤비 공장 안 도크(깊게 판 구조물)에 차를 세운 뒤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가 300㎏ 무게의 파지 두 뭉치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그 밑에 깔렸다. 장씨는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7일 끝내 숨을 거뒀다.
화물운송사업법에 따른 화물차 기사(운송사업자)의 업무는 ‘화물차를 이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일’로, 운송을 마친 뒤에 컨테이너를 여닫는 건 고유한 업무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화물을 받는 업체(수화인) 쪽은 화물차 기사에게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안에 있는 화물을 꺼내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는 증언이 나온다. 강동헌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은 “운송 과정에서 컨테이너 문 쪽으로 화물이 쏠려 있는 경우 문을 살짝만 열어도 확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화물 상·하차나 컨테이너 개폐 작업은 위험 요소가 많아 수화인 쪽에서 별도 인력을 두고 안전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쌍용씨앤비에 화물을 실어나르던 기사들도 공장 안 도크에 진입하기 전에 하역 관련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컨테이너 안의 화물을 내리는 쪽은 일하기가 편하지만, 화물차 기사 처지에선 화물이 쏟아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쌍용씨앤비의 공장 안 도크는 아래로 30도가량 경사져 있었다. 화물차가 경사면에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다 보면 컨테이너 내부 화물이 문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화물차 기사들이 쌍용씨앤비 쪽에 여러 차례 ‘평지에 차를 대게 해 달라’거나 ‘문을 여는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요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화물차 기사 ㄱ씨는 “이전에도 파지가 여러 차례 굴러떨어진 적이 있어 항상 조심해야 했다”며 “경사진 도로에 차를 대면 화물이 쏟아지기 쉬워서 평지에 대게 해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 사항은 쌍용씨앤비에 직접 가 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쌍용씨앤비 쪽은 “경사로 주차를 피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더 적극적으로 안전 관련 지시를 하지 못한 것은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내부에서 쏟아진 파지 뭉치에 깔리는 사고로 숨진 화물차 기사 장아무개(52)씨가 사고 당일인 지난 26일 새벽에 들고 나갔으나 사고로 고스란히 남겨진 도시락통 모습. 사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제공
화물 보낸 이도, 받는 이도 안전 외면…주인잃은 도시락 그대로 식어가
이런 안전 부재는 하역 관련 다단계 원·하청 구조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씨앤비는 화물차에서 파지 등을 내리는 업무를 외주화했고, 하청업체는 자사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일을 맡겼다. 숨진 화물차 기사 장씨 등에게 ‘컨테이너 문을 열어달라’고 지시했거나 경사로 관련 불만을 청취한 쪽은 하청업체 관계자였을 공산이 크다.
화물을 받는 쌍용씨앤비와 화물차 기사 사이엔 원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 파지 같은 화물을 파는 업체(화주)가 장씨가 소속된 운송업체에 돈을 지불하면 그 업체가 장씨에게 일감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화물을 받는 쌍용씨앤비가 계약한 하역 하청업체의 요구를 화물차 기사가 거부하기 어렵다. 화주의 고객사인 쌍용씨앤비가 화물을 받는 하역 현장에서 마찰이 생기면, 추가로 운송 일감을 받기 어려운 탓이다. 화물차 기사는 계약서상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다른 노동자처럼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소속된 운송업체로부터 계약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탓에 위험을 알면서도 컨테이너 개방을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화물차 기사들이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화물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엔 한 화물차 기사가 화물을 싣던 도중 기계가 굴러떨어져서, 11월엔 화물차 기사가 석탄재를 컨테이너에 싣다가 추락해서 숨졌다. 지난 3월엔 화물차 기사가 석고보드를 내리다 석고보드가 쏟아져 사망했다.
운송 현장을 함께 다니기도 했다는 장씨의 아내는 “운송 업무가 다 끝났는데도 수화인의 지시로 컨테이너 문을 열거나 내부를 청소할 때가 있는데,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검사·청소 작업’은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라 운송사업자에게 시킬 수 없는 업무다.
숨진 장씨의 차량엔 도시락통이 남아 있었다. 아내가 싸준 하얀 밥과 장조림, 김치 등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식어갔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 실현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동력 확보 △미사일 지침 종료 △백신 공급 및 첨단기술, 원자력에서의 실질 협력 △기후 변화 협력 등의 성과가 있었다며 정의용 외교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나서서 별도의 브리핑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발을 불러왔던 공동성명에서의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표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여야 5당 대표와 회동 자리에서 "중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상황 진화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미중 사이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동맹인 미국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전망해 보는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간 대담을 마련했다. 러시아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위성락 전 본부장은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이 아닌, 당장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일회적인 조치로 보인다며 "마음먹고 내린 정책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은 △회담 이전에 이에 대한 별다른 숙고 작업이 없었던 측면 △회담 이후 정부가 대만해협 표현에 대해 원론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 △공동성명의 내용이 사실상 미국의 초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 한국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을까? 앞뒤 정황을 고려했을 때 북핵과 관련한 표현을 얻기 위해 미국의 초안을 받아준 것 같다"며 "정부가 마음먹고 정책전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본부장은 한국이 미국쪽으로 경도되면서 얻어낸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기초 위에서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부 명목적인 것으로 실질 가치가 적다"며 교환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는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큰 문제지만, 지키겠다고 하면 그저 괜찮은 정도의 일들"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선물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역시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근본적 문제로 이야기한 적대시 정책의 변화 조짐이 거의 없고, 남한과 관계에서 제기했던 근본 문제인 연합 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 조짐이 없다"며 "김정은도 이야기했고 3월에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거듭 이를 확인했는데 한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대표는 "더군다나 6월부터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교역이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만약 8월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제 실시된다면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텐데,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및 9.19 군사합의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감행할 수 있다. 상황의 개선보다 악화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대담은 지난 26일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인규 이사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포인트가 있었는지? 또는 당초 예상과 실제 회담 결과가 달랐던 점이 있었다면?
위성락 : 이번 회담은 중국 문제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면서 이를 기초로,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 관련해 미국의 양해를 확보하는 자리였다. 회담 결과를 보면 일견 그렇게 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주 관심사를 우리가 많이 수용했는데, 주로 동맹 및 중국 관련 사안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북한 관련 표현을 받은 걸로도 보인다.
동맹의 발전 및 미중 사이에서의 모호성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주로 보수진영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진보 진영은 자신들이 만든 정부가 한 회담이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비판하기는 어려운 사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이 괜찮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 관점은 조금 다르다. 저는 이번 회담 결과를 보고 난 뒤 4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첫째로 우리가 한미 동맹과 중국 관련 사안에서 새로운 방향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대로 지속가능한 일인지, 즉 지금의 약속에 진정성이 있는지가 의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내주고 받은 것 사이에 등가성이 있는지, 가치가 있는 것들을 주고 받았는지의 문제다.
세 번째는 받은 것의 실질가치가 얼마냐 되는지의 문제다. 즉 우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해서 남북대화‧미북대화를 재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일 텐데,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양해 받아온 것이 북한을 견인해낼 수 있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인지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중국 발 역풍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우선 지속가능성의 문제부터 보자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취한 정부의 입장은 역대 보수, 진보 정부를 통틀어 동맹 및 미중 문제 사이에서 가장 미국 쪽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은 것이다.
시계 좌표로 미국이 3시이고 중국이 9시라면 지금까지 11시 반에서 12시 언저리에 있다가 갑자기 2시 가까이 간 것이다.
이걸 과연 정책 전환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마음먹고 내린 정책 전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볼 근거가 별로 없다.
우선 이 정도로 정책을 전환하려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언론을 비롯해 정당, 지지세력, 시민사회단체 등과 정지작업용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은 전혀 없었다.
또 만약 이것이 정책 전환이라면 회담이 끝난 이후라도 무언가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왜 미중 사이의 모호성을 버리고 동맹(미국)쪽으로 경사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만 해협 언급은 늘 나오는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참고로 한미 간 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사상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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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회담의 4대 주요 성과로 북한 문제와 백신, 반도체 투자, 기후변화 등을 꼽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사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 사이에 모호성을 가지고 있던 한국이 미국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 부분의 설명은 없다.
대만 해협의 평화 안정을 포함하여 이번에 정부가 미국에 동의해준 중국 관련 문구들이 심각한 정책전환으로 비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저렇게 행보했고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닐까?
공동성명의 영문을 살펴보니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정책적 전환의 결과로 나온 합의가 아니라 문안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기를 하다가 다소 '캐주얼'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성명의 첫 번째 부분인 동맹 파트에서는 동맹은 중요하고 공통 가치에 기초해 있으며 새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야 된다면서 지역적 역할, 글로벌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장에는 지역, 국가, 글로벌 차원의 역할이 자세하게 적혀있고 기후변화와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이 항상 제기하는 논리의 흐름이다. 미국이 만들어놓은 초안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만약 우리도 초안을 만들어서 미국과 주거니 받거니 했다면 성명의 내용이 섞이고 구조가 흐트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성명은 구조가 정연하고 정교하다.
미국으로서는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한국에 안겨준 배려에 손색이 없는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합의로 한미 동맹이 처음으로 지역적, 글로벌 차원으로 진화했다. 미국이 오랫동안 하려던 것을 정부가 임기 말기에 들어준 셈이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왜 이런 합의를 했을까? 앞뒤 정황을 고려했을 때 북핵과 관련한 표현을 얻기 위해 미국의 초안을 받아준 것 같다. 즉 정부가 마음먹고 정책전환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대만해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안을 이렇게 쉽게 다뤄도 되는지, 정상회담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다음으로 등가성 문제를 보면,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받은 것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기초 위에서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또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개입, 남북대화 지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는 전부 명목적인 것으로 실질 가치가 적다.
위 이슈들의 공통점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부인할 때 문제가 되는 사안들이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는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큰 문제지만, 지키겠다고 하면 그저 괜찮은 정도의 일들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걸 선물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걸 깨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임명한 것도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좀 어렵다. 특별대표는 통상 있어왔다. 임명 안했다면 다소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준 것을 보면, 우리는 대만 문제를 사상 최초 언급했고 인권 문제도 적시했다. 심지어 인권 문제의 경우 '국내외에서' 라고 언급돼있다. 즉 이는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북한, 중국의 인권 문제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저해 활동에 대한 반대, 법의 지배 강조, 남중국해 자유 항행의 질서 부각 등도 주목할 만한 언급이다. 이 모두가 정책적 함의를 갖는 것들이다. 결국 우리는 정책적 함의와 명목상의 함의를 교환한 셈이다.
정욱식 :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면서 미중 관계도 완화시키는 것이 최선인데, 그게 힘들긴 하지만 최소한 이 두 가지를 분리시켜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회담 이후 오히려 이 두 사안의 협착이 심해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대만 문제가 처음으로 언급됐는데, 정부에서는 원론적인 것이고 미일 공동성명에 비해 중국을 덜 자극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는 느닷없이 나온 건 아니다.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외의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한미 동맹,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한미군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국의 오랜 전략적 고려 사항이다. 그런 맥락에서 적어도 미국의 관점에서는 한국을 자신들 쪽으로 당겼다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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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직전 폴 라캐머러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은 인도 태평양 전략의 일부고 한반도 밖에서 분쟁이나 우발사태가 일어날 경우 투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공식적으로 이러한 점을 언급한 상황에서 공동성명에 관련 내용이 담겼고,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사드는 정식 배치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미국에 다 연결돼있는 문제들이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거나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주한미군 투입에 대해 미국에서는 계속 그런 의중이 있어왔는데, 이번 성명에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가 명시된 것은 추후에 미국이 실제 그러한 의중을 현실화할 때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양해해야 한다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사드의 임시 배치를 서둘러야 하는 근거로 활용 가능한 측면도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정상회담 최초로 '단계적 군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판문점 선언을 한미 정상회담에 명시했다면 북한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남한의 첨단 무기 도입 및 대규모 군사 증강 문제,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의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이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부분을 담았어야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에는 이러한 의사가 아직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성명에는 연합 억제력 강화를 추구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이는 맥락상 군비 증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 싱가포르 합의 때는 당시 합의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한 합의 정신을 살린다면 올해 8월 훈련을 유예할 계획은 가지고 한미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를 담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훈련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하여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그걸 지렛대로 삼아서 북미대화를 촉진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기에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위성락 : 미국이 쉽게 넣어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던 판문점 선언을 성명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소중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이것이 향후 남북관계나 미북관계 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판문점 선언의 모든 내용을 미국이 지지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지나치게 희망적이다.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에 기초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를 따져 보면 왜 지나치게 희망적이라고 말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했던 일을 다 무너뜨리는 이단아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이란 핵 합의도, 기후변화 협약도 모두 없애버렸다. 이를 비난하던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에 트럼프가 했던 것과 똑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인 셈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트럼프가 했던 것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미국 정부 이름으로 합의된 문건을 공개적으로 깨뜨리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말이 '기초해서' 라는 단어다. '따른다', '존중한다' 등의 말은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정부가 하는 일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어떤 반응 보일까
프레시안 : 관건은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의 문제인데, 어떤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지?
위성락 :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면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했다. 공은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새로운 인센티브를 내놓아야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점진적 접근, 제재와 협상 병행 등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내놨다. 여기에 북한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 여태 수십년 동안 해오던 이야기 아닌가. 또 미국은 공은 북한 코트에 있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고 북한에 한 제안에 대해 여전히 북한에서는 답이 없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북한을 유인할 만한 새로운 것이 있지도 않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도 응하지 않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북한은 가만히 있을까? 북한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구두든 행동이든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희망적 관측 보다는 냉정한 관찰이 필요하다.
정욱식 : 2018년 12월 이후 남북대화가 없는 상태다. 북미관계도 그렇지만 남북관계 관련해서 북한이 계속 실망감과 배신감을 표출해 왔는데 남한 정부가 그걸 계속 무시해온 측면이 있다. 특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나 남한의 군비 확충 등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방향 선회가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리고 북한은 이제 제재에 대해 할테면 해봐라, 우리식으로 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제재에 대해서도 한미의 유연한 입장이 없었다. 회담 직전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근본적 문제로 이야기한 적대시 정책의 변화 조짐이 거의 없고, 남한과 관계에서 제기했던 근본 문제인 연합 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 조짐이 없다. 김정은도 이야기했고 3월에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거듭 이를 확인했는데 한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6월부터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교역이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도 있다. 제재 범위 내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의 북중 무역을 정상화하려는 조치들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만약 8월에 훈련이 실제 실시되면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텐데,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및 9.19 군사합의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의 개선보다 악화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불장난 하지 마라'던 중국, 향후 대응은
프레시안 :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사드 배치 때와 유사한 보복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을까?
위성락 : 중국 외교부에서 우리에게 내정 간섭이다, 용납할 수 없다, 불장난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반응 수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미일 정상회담 이후 보다 그 수위가 낮긴 하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는 가장 강한 수준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주변국가 중에 우리에게 이런 입장을 표한 나라도 거의 없다. 따라서 미일 정상회담 이후보다 중국의 반응이 수위가 낮다고 해서 이걸 안도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물론 중국이 사드 배치 때의 경험과 교훈이 있어서 그 정도 수준까지 우리에게 보복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국의 미국 선회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는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반대 입장 표명이나 질타, 비판은 기본적인 수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한국 내 반중 여론이 강해지고 있는 와중에 한국을 일본과 비슷하게 취급해도 괜찮을지, 또 한국에서 대선도 있어서 고민할 것이고, 약간의 선택지 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일 수 있다. 한국이 미국 쪽으로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목표를 설정하고 대응 수위를 판단해보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미 정상의 성명이 한국의 진정한 정책 전환이지, 아니면 우발적인 것인지를 가늠해보고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발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면 한국을 심하게 때리기 보다는 다시 잡아당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향후 중국과 관계에서 중국의 의도를 중심으로 생각해야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그렇게 표면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중국과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정욱식 : 중국 당국은 한미 공동성명이 나오자마자 톤 다운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민간 학자들이 <환구시보>에 한미 공동성명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중국도 사드 때의 학습 효과를 알고 있긴 한데, 사드가 정식 배치 수순으로 간다는 확신이 들면 모종의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또 제주해군기지에 미군 함정이 입항하면 이걸 보는 중국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사드 도입 당시 중국이 외교적으로 거친 언사를 하고 경제적인 보복을 해도 한국 정부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등 돌리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다른 가능성은 북한이다. 북한을 전략적 부채가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아시아 전체의 미중 간 세력 균형 차원으로 바라보면 북한에 대한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가시적 보복보다 더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연합뉴스
미사일 주권, 중국과 북한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레시안 : 미사일 주권을 찾아왔다는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욱식 : 북한이 다른 국가한테는 허용하면서 자신들은 제재한다는 소위 '이중잣대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 지금까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자제해왔던 북한이 8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실시를 빌미로 이를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사거리 문제는 대북 군사적 억제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미 사거리 800km 까지는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확산을 중시한다고 이야기했던 바이든 정부가 왜 이 부분을 인정했을까. 다른 상위의 전략적 이익이나 목표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충돌이 발생할 때, 주한미군은 독특한 위치에 있다. 오산이나 군산에서 군용기를 동원하려고 할 수도 있고 성주에 있는 사드 레이더를 사용할 수도 있고 제주 해군기지를 기항지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중국은 이들 지역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모두 우리 영토라는 점이다. 그래서 만약 미중 간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국내에서는 대중국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 억제력의 핵심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해서 군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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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 및 사드 기지 내 움직임을 종합해볼 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렇게 한반도 문제와 미중 문제의 협착증이 더 강해지는 셈이다.
이는 동맹 복원을 통해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효과적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 세력 균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고 판단하면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북한 문제다.
중국은, 대놓고 공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핵을 가진 북한이 한미일 견제에 유용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리해진 세력 균형에서 북한과 관계가 강화되면서,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 : 미사일 사거리 제한 철폐는 우리에게 또 다른 정책적 옵션(선택사항)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라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미사일 사거리를 이미 800km로 완화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사거리 제한 철폐 여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은 분명히 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미사일, 인권, 반도체 투자 등을 모두 반(反)중국의 움직임으로 간주할 것이다. 북한도 이를 빌미로 어떤 조치를 취하려고 할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반응이 나올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의 미사일 사거리가 800km로 연장됐을 때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전부 러시아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다소 확대해석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프레시안 : 전시작전권 전환받지 못해서 군사주권이 없는데 미사일 주권은 있다는 것이 형용모순 아닌가?
위성락 : 그것과 별개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 체계가 다양해진다는 것, 또 그를 통해 잠재적 억지력을 키우게 된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정책 옵션을 늘려주므로 좋은 결과다.
남한 정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프레시안 : 남한 정부가 남북, 북미 대화 등을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가 있다고 보나?
위성락 : 일단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어야 했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선택을 하고 이를 지켜야한다. 이번에는 이쪽으로 다음에는 저쪽으로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우리의 좌표를 가지고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과잉 기대하는 부분을 포기하게 했다면 나름의 입지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북한하고도 이러한 방식으로 일정한 입장을 가지고 대응했어야 했다. 순간순간의 방책만 있고 견고한 입장이 없으니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2018, 2019년의 남북 및 북미 대화도 겉으로 보기에는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를 견인한 것처럼 비춰졌지만, 내용상으로 냉정하게 보면 김정은이 견인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으려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정욱식 : 우리가 뭘 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다음 달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 회담에서 바이든이 푸틴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 있으니,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러시아 쪽에 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6자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우선적으로 결정돼야 하지만, 어쨌든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위성락 : 당장의 미러 관계나 미러 정상회담을 떠나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활용할 소지는 있다. 러시아에게는 북한이 중국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
그런데 비핵화 자체에 대한 관여 및 의지는 러시아가 더 강하다. 러시아는 냉전 시대 내내 자기 권역에서 핵 비확산을 책임져 왔다. 중국은 세계를 반분해서 운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러한 국제적 가치에 대한 관여가 약하다. 편의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또 러시아는 통일에 대해서도 전향적이다. 통일 한국이 러시아 극동의 발전에 기여하는 등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플러스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가 참여하는 장으로 6자회담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그런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가깝게 가져가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바이든 정부 일부 인사들 중에는 이상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 자유 가치와 인권 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중국 견제를 위한 러시아 활용이라는 현실주의적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워 보인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의 양국 사안에서 북핵 문제는 비확산의 대표적인 이슈다. 따라서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를 협력의 범주로 묶을 수는 있다. 또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중국과 같이 묶기 보다는 별도로 간주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중국의 시선은
프레시안 :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해 중국의 반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위성락 : 정부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판단해서 시행한 일인데, 반도체 기술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미국의 우위가 확고한 현실에서 미국을 등지면 사업을 꾸려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중국은 그 다음 문제, 즉 관리해야 할 문제다. 그러므로 이번 한미 기술 분야 협력 합의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도체 투자 외에 기후변화 사안에 대해, 사실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인 측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을 '기후 악당'으로 보기도 할 정도다.
이번에 기후 변화 이야기가 언급된 것은 미국이 우리를 끌어 들인 것인데, 꼭 미국에 압박을 받았다고 보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차원의 도약이 가능하다. 여기서 피하기만 하면 뒤쳐질 것이다. 기후변화 부분 합의도 잘한 것이다.
정욱식 : 기후변화 부분이 미중 간 협력분야에서 경쟁분야로 넘어가는 것 같다. 즉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기후 문제는 중국과 경쟁 구도 속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전반적으로 볼 때 리스크를 좀 키우는 방향으로 간 것 같다. 동맹의 문제에서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도 반미라는 평가가 나오긴 했지만, 당시에 한미 전략동맹의 씨앗이 많이 뿌려졌고 이제는 글로벌 동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동맹으로 엮인 것이다.
앞으로 동맹의 복원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동맹 중시의 경향이 항상 강했지만 그래도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균형추가 동맹 쪽으로 더 기운 것 같다. 이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동맹은 국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인데 동맹에 의한 한국의 방어보다는 연루의 위험을 키우는 방향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동맹의 균형을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더 중요해졌는데 지금 불균형이 회복될 수 있냐는 부분이 숙제다.
위성락 : 동맹을 어디까지 끌고 가고 중국이나 다른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우리 외교의 긴 숙제인데, 금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이런 일을 이렇게 간단하게 편의적으로 할 수 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미국과 중국 사이 우리의 외교노선 문제는 나라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우리나라 같이 지정학 요소에 안보 상황까지 민감한 나라가 전 세계에 거의 없다. 동맹에 기울어지는 것은 맞지만 지나침이 없이 적절하게 좌표를 잡아야 한다. 1시 정도의 좌표가 적절했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면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결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여러 측면에서의 파장에 대한 고려가 적어 보인다. 중국과 북한으로부터의 파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후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미국으로부터의 파장도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욱식 : 보수 정권에서 이런 성명이 나왔다면 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동맹을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관념이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에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미국이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장문의 외교 전문을 써둔 것이 있었다. 여기에 한미동맹이 미국에 이익인 이유도 있었는데, 첫 번째가 중국 견제였다.
즉 미국의 중국 견제는 어느 날 느닷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계속 이런 흐름이 있어왔다. 미국은 정권 바뀌는 것과 관계없이 중국 견제에 있어 어떻게 한미 동맹을 활용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택배업무를 하던 택배노동자가 병원 앞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지 않기로 한 ‘1차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택배사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figcaption>
28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토요일 로젠택배 택배노동자 서 모(44) 씨는 배송 업무 중 몸이 좋지 않아 조퇴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3시쯤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요청한 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 주변에서 기다리던 중 쓰러졌다. 서 씨는 밤 11시경에서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서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서 씨는 현재 팔다리를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언어활동도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젠택배 측은 서 씨의 하루 배송 물량이 120개 안팎이고, 노동시간도 하루 9시간 정도였다며 과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과로사대책위는 서 씨가 쓰러진 이유가 과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로사대책위가 확인한 서 씨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이었다. 서 씨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며, 2~3시간 분류작업을 마치고 본래 업무인 택배 배송을 한 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집하물품을 상차하는 것으로 하루의 업무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이렇게 집하물품 상차가 마무리되는 시간은 저녁 7시였다. 이대로라면 서 씨는 주 평균 노동시간은 70시간이었던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뇌심혈관계 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과로로 인한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과로사대책위가 확인한대로 서 씨의 한 주 평균이 70시간이었다면 업무상 질병 과로기준을 상당히 초과한 것이다.
로젠택배 측 주장대로 서 씨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이었다고 하더라도, 과로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주 52시간을 초과하고 휴일부족, 정신적 긴장, 높은 육체적 강도, 근무일정 예측곤란 등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있는 경우 만성과로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로젠택배 주장대로 9시간으로 계산해도 서 씨는 주 6일 일했기에 주 평균 54시간 일한 셈이고, 택배노동자 업무 특성상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없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과로사대책위는 “서 씨는 하루 평균 120개 배송만이 아니라, 매일 집하도 수행했다”라며 “배송 완료 후 집하거래처로 이동하여 집하물품을 싣고 다시 터미널(고양시)로 돌아와 집하한 물품 하루 평균 50개를 상차하는 업무까지 수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젠택배는 과로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 즉시 서 씨와 그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더불어 재발방지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로젠택배에서 택배노동자가 쓰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13일에도 로젠택배 김천지점 소속 택배노동자 김종규(51) 씨가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 업무를 하러 나갔다가 차량 안에서 쓰러졌다. 택배터미널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료 택배노동자에 의해 발견된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 결국 숨졌다.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당시 택배노조와 과로사대책위는 로젠택배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해 분류작업 인력을 별도로 뽑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반사회적 행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분류인력을 투입하기로 한 1차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는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우정사업본부 등이 참여했다. 이후 진행되고 있는 2차 사회적 합의 논의에는 로젠택배도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세기와 더불어』 국민들과 함께 읽기 운동 하겠다. 이정훈 연구위원이 썼다는 『주체사상 에세이』, 『북 바로알기 100문100답』 이적표현물, 국민들과 함께 배포하는 운동도 대중적으로 펼쳐나가겠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28일 오후 경찰청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구속, 압수수색 사건 등이 벌어지는데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은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본청앞에서 '『세기와 더불어』 출판 김승균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 규탄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안당국에 의해 잇따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벌어지는데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4.27시대연구원장인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법원이 『세기와 더불어』 판매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을 한 것은 출판 및 배포의 자유를 인정한 것인데, 이를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압수수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 충북지역에 대한 공안탄압 등은 몇년간 묵혀 온 일을 이제야 꺼내 들고는 허공에 대고 헌칼을 휘두르는 격"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도화선이 되도록 민주, 시민, 종교, 진보단체들이 다시 힘을 모아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의 한 방편으로 국가보안법 어기기를 대중운동으로 벌일 수 있다는 것.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공안사건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눈앞에 다가오니까 공안세력들이 단말마적으로 공안논리를 펴서 국가보안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행태"라며,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사상·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인간의 기본권리를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자체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한쪽에선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 나오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형편없는 악법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균 민족사랑방 대표는 "국보법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화해는 현대판 사기극"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승균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100년 전의 항일운동을 알렸다는 것을 가지고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니 지나가던 황소가 웃다 꾸레미가 터질 노릇"이라고 이틀전 압수수색을 자행한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행태를 비웃었다.
또 "제3의 길, 민족화해·통일의 길을 모색하는데는 메시지가 필요하고 그 메시지로 '김일성 항일 회고록'의 출판·판매가 민간교류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하면서, "정부 당국은 애국 충정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일대 탄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출판, 언론활동을 하면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분투해왔던 세월을 회고하고는 "군부독재도 출판 탄압은 감히 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촛불혁명으로 세운 현 정권에 의해 현대판 분서갱유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원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6일 김 대표의 고양시 자택과 마포 출판사 사무실, 한국출판협동조합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남아있던 『세기와 더불어』 8권 1세트 60여질과 번역본을 모두 수거해 사실상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
김 대표는 "더 이상 입에 재갈을 물고 살수는 없다. 국보법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 국보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화해는 현대판 사기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권정호 변호사는 "최근 국가보안법 폐지 청원에 열흘이 채 되지 않아 10만명의 국민이 서명했는데, 공안세력은 이정훈 연구위원, 김승균 민족사랑방 대표, 충북의 노동운동가와 언론에 대한 국보법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은 국민들의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으로 돌파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5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로 번역 출판된 이 책을 본다고 해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세기와 더불어』는 결코 위험한 이적표현물이 아니다. 김일성 주석의 공과에 대한 논란이나 평가를 넘어서 적어도 역사적 인물인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기록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좌우를 넘어 민족 화해의 의미를 담은 민족해방운동사, 독립운동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라고 하면서 "민변 차원에서 김 대표에 대한 공동변호인을 꾸려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대법원의 이적표현물 판결을 기어이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구속과 김승균 대표 압수수색, 충북 청주 활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일련의 사건들은 "보안법 폐지를 어떻게 하건 방해하여 남북화해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가 어떻게 되건 말건 제 자리만 보전하고자하는 분단 적폐들의 준동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권력과 국회의석의 절대 과반인 174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의지를 갖고 당론화하여 법안을 상정한다면 아무런 장애물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며,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뒤로 밀어내고, 새로운 남북화해 시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낮 기온이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 24일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 보건소 의료진이 이동식 에어컨으로 방호복으로 인한 열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어느 주말, 한 지역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인 ㄱ씨는 새벽 6시에 집을 나섰다. 새벽 1시에 전날 확진자가 수십명 나왔다며 ‘아침 7시까지 출근해달라’는 공지가 떴기 때문이다. ‘또 비상 터졌구나.’ 이미 사흘 전 수십명 확진자 발생으로 비상이 걸려, 하루 서너시간밖에 못 자던 날이 이어지던 터였다. 지친 몸을 추슬러 보건소로 차를 몰았다. 너무 졸린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쾅’하고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20대의 ㄱ씨는 지난 1년여간 지역 보건소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팀에 소속돼 일해왔다. 몇 년간 종합병원 병동 간호사로 일하다 업무가 버거워, 시험을 보고 간호직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요즘엔 차라리 병동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ㄱ씨가 꼽은 가장 힘든 일은 밀접접촉자들을 찾아내 격리하고, 격리 이탈자를 고발하는 업무다. 감정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전화하면 감염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확진되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니까 검사받을 필요 자체가 없다고 우기는 거예요. 격리하면 자기 생업 책임져 줄 거냐는 거죠.” 격리 통보를 받았는데도 보건소로 찾아와 욕하며 소리 지르는 사람도 많다. 그의 동료는 격리 통보를 한 확진자에게 ‘도끼 들고 찾아가서 죽일 거다. 밤길 조심해라’는 협박도 받았다.
여기에 학교·병원 출장 검사와 일일 발생 현황을 보고하는 일까지 업무는 갑절로 늘었다. 하지만 초과 근무를 제 시간만큼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지난달에 와서였다. “이전에는 아무리 일해도 67시간만 인정받았는데, 이번 달엔 120~130시간을 일한 것으로 찍혔어요. 지난 일 년간 초과근무 절반은 인정 못 받은 셈이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던 날도 백신휴가는커녕 밤 10시에 비상이 걸려 다음날 부서 전원이 출근했다. 몸살이 심하게 왔지만, 타이레놀 여섯알을 먹어가며 역학조사 현장에 나섰다. ㄱ씨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된 지 일 년이 지났는데 누구 한 명이 죽은 뒤에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슬프다”라고 말했다.
30대 부산 보건소 간호직 극단선택…동료들 안타까움 공감
지난 23일 부산 동구보건소 간호직 공무원 이아무개(33)씨가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코로나19 대응 일선에서 일하는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의 상황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병원을 새롭게 담당하게 돼 심적 압박이 심했고, 토요일에 출근해 일한 뒤 다음 날 아침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ㄱ씨는 “보건·간호직 공무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거죠. 같이 일하는 계장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어요. 과로사가 안 나온 것도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보건소 등 공적 보건기관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고질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지난 2017년에도 간호협회는 전국 보건소 250여곳 중 142곳에서 모두 601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업무가 추가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보건간호사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보건소당 평균 인력은 88.3명으로 이 가운데 간호직은 18.8명, 5천여명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무가 장기화하면서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들의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했다. 지난해 6월 간호협회가 전국 보건소·치매안심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코로나19지역사회대응 참여 간호사 10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6%가 한 달 중 23일 이상 출근했고, 59.2%가 개인건강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일하러 나가야 했다고 답했다. 주말 초과근무도 하루 평균 5.2시간이었다. 이에 간호협회는 “감염병 대응 전담팀 내 간호직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보건소의 업무 과부하로 집단감염 사례를 제때 진화하지 못하는 상황도 수치로 드러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집단감염이 최초 확진 발생부터 마지막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2주를 초과한 사례는 지난해 6~7월 17건이었으나, 10월 24건, 12월 36건으로 증가했다. 만약 역학조사가 신속히 이뤄져 제때 밀접접촉자를 격리했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란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 “보건소에 감염병센터 설치, 전문인력 증원을”
보건복지부에선 이날 보건소 258곳에 간호사를 포함해 평균 4명씩 모두 1032명의 코로나19 대응인력을 5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와 간호직 공무원들은 이러한 한시 인력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ㄱ씨는 “한시 지원 간호사가 이달에 한 명 단기로 배치됐지만, 주말이나 비상 상황에 출근하지도 않고, 책임 소재 문제로 주요 업무를 맡기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시 지원 인력은 코호트 격리나 역학조사 등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와 새로운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경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26일 연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전국 보건소마다 진단·역학 조사 등을 담당하는 ‘감염병 관리센터’를 설치해 각 의사·간호사 등 공무원을 7명씩 1800명을 증원하자는 제안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이 안을 청와대 요청으로 만들었는데,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되고 정책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국가위기 상황에서 두세달은 비상 대처라 할 수 있겠지만, 일 년 넘게 비상 상황에서 일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 인력 보충이 있었다면 보건소 간호직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주담대 비율 50->60%로, 우대 주택 기준 가격도 3억원 상향
재산세 특례 감경 기준 완화, 종부세 논의는 추후 과제로
홍민철·남소연 기자
발행2021-05-27 18:15:56수정2021-05-27 18:15:56
여당이 결국 부동산 정책 후퇴를 결정했다. 금융으로 투기를 억제하던 기존 정책 방향을 어기고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시가 12억원인 아파트 집주인들 세금을 깎아준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논의는 추후 과제로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재산세 경감 등을 논의했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세제와 금융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해 왔다. 일부 투기 억제에는 성공했으나 집값 상승을 잠재우는데는 부족했다”며 “결국 무주택자 내집마련 등이 어려워지는 등의 역효과가 발생했다. 이렇게 촉발된 민심이반이 4·7보궐선거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박완주 정책위의장,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정책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5.27ⓒ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여당은 이같은 인식하에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에서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비율은 50%였으나 10%P 완화해 60%까지 허용한다.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담보대출이 3억원에서 3억6천만원으로 6천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우대 기준 가격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3억원 상향했다. 그간에는 6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 50%를 적용받았는데, 이제 9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 60%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최대 대출 한도는 4억원 이내로 결정했다. 9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때 완화된 대출 비율 대로 계산하면 5억4천만원이 대출한도가 되지만, 나머지 1억4천만원은 대출해주지 않는다. 이번 대출규제 완화의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은 6억원 후반대가 된다.
우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도 부부합산 8천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상향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는 현행 부부합산 9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렸다.
당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90%까지 풀어줘야 한다”는 송영길 대표의 발언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것에 비하면 완화 폭이 크지 않다.
문제는 시기다. 규제 완화 대상이 되는 9억원 이하 주택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경기도 의왕(17.08%), 시흥(13.82%), 안산(13.64%), 안양(10.82%) 등이었다. 이들 지역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5억원 후반으로 대출 완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가격대다. 수요 자극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 조건이 안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이번 대출규제완화가 수도권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완화 방안ⓒ제공 : 더불어민주당
재산세 특례 감경 기준 완화
종부세 논의는 추후 과제로
여당은 재산세 경감 방안도 내놨다. 국회는 지난해 특례법을 적용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3년간 현행 세율에서 0.05% 낮췄다.
여당은 이날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1주택자 재산세율 인하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며 특례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 까지 넓혔다. 공시가격 9억원 주택은 아파트의 경우 통상 시세 12억원 가량으로 보면 된다. 12억원 아파트 소유자 재산세율을 현행 0.4%에서 0.35%로 낮춰준 것이다. 줄어드는 세금은 1주택자 공시가격 9억원 기준 15만원 수준이다. 여당의 재산세 경감으로 혜택을 받는 공동주택 수는 전국 59만2천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 경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원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발도 있었다. 진성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핵심은 집값을 잡고 국민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집값이 내려가면 세부담도 작아진다. 집값을 잡고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양도소득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추후 과제로 남겼다. 특위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방안을 제출했다. 종부세는 공시지가 상위 2%만 선별해서 과세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양도·종부세 개편은 현행 과세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인데다 정부와 이견 조정도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향후 공청회 등을 거쳐 협의하기로 결론 내렸다.
한편, 이날 여당은 임대사업자의 신규 다세대주택(빌라 등) 등록을 중단했다. 앞서 정부가 아파트에 대한 신규 임대 등록을 중단한데 이어 빌라 등의 주택도 신규 등록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임대등록 사업은 전면 폐지의 길로 들어섰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미세 조정하는 데 그쳤다.
여당은 이외에도 정부의 공급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지자체에서 제안한 복합개발부지 및 이전공공기관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1만호 규모로 공급하고, 송영길 당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누구나 집’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공급 대책도 발표했다.
"사실 4.7 재보선 전엔 대선도 우리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번 대선, 정말 팽팽할 거다.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치열하게 준비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지사를 선택한 이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조직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맡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 경기 시흥을)의 말이다.
조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장 6월부터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 조직을 띄우기로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민주평화광장 공식 출범 당시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김성환·김윤덕·강준현·문정복·민형배·박성준·이동주·이수진(동작)·이수진(비례)·이해식·이형석·임오경·장경태·전용기·정일영·최혜영·홍정민 등 민주당 현역 의원 18명 외에, 박홍근·김영진·박상혁·송재호·주철현·황운하 의원 등 6명이 최근 새로 합류했다고 한다.5선인 조 의원은 이해찬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조 의원은 "이 전 대표께서 직접적으로 누굴 도우라고 말씀하셨겠나"라면서도 "이 전 대표는 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신다. 민주평화광장의 기본 틀이 이 전 대표 체제 당시 지도부와 당직자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것은 맞다"라고 했다.
"이해찬 지도부 때 비서실장을 했던 김성환, 대변인을 한 이해식,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이형석·이수진(비례),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 청년위원장이던 장경태, 대학생위원장이었던 전용기, 또 원내대변인을 하던 박성준·홍정민 의원 등이 민주평화광장의 토대를 세웠고, 거기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로 이재명 지사로 중지가 모아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고민 끝 올초 이재명으로 결론.. 10개월 대선 대장정 시작"
- 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민주평화광장을 소개한다면?
"민주평화광장은 소위 민주·평화개혁 진영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광장'이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활동가들, 원외 위원장, 지방 의원 등을 전국적으로 망라해 다 함께 대선 준비를 해나가자는 것이다. 대선이 10개월 밖에 안 남지 않았나. 대장정의 시작이다."
- 민주평화광장은 대선을 준비 중인 이재명 지사의 외곽조직이다. 공동대표를 맡은 배경은 뭔가.
"가장 중요한 건 대선인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쭉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이재명 지사를 선택했다.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를 보면 결국은 이재명이더라. 내년 대선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주개혁, 평화개혁 세력에 있어서 절체절명의 과제이지 않나. 특히나 이번 4.7 재보선 참패 이후 더 긴장감이 생기고 절박해진 것 같다.
결심이 서고 나니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돌입 전 이재명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3월부터 준비한 게 민주평화광장이었다. 당초 계획은 4월 말 출범이 목표였지만, 4.7 재보선 패배 이후 전당대회 일정(5월 2일)이 앞당겨지는 바람에 조직 출범도 연기됐다. 대선 조직 치고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만5000명이나 발기인으로 모집됐다. 출범(5월 12일) 후에도 참여 신청이 쇄도해서 지금은 2만 명을 훌쩍 넘긴 상태다. 현역 국회의원도 원래 18명에서 6명 더 늘어서 24명이 됐다."
- 이재명 지사와 인연이 있나.
"2008년도에 제가 원내대변인을 맡았을 때 이 지사가 당 부대변인으로 있어서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18년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선출된 이후 도지사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이때 경기도 지역 초선 의원들과 이 지사 측 그룹들과 함께 두 달 동안 같이 호흡을 맞췄다.
한 10여 년 정치 역정을 눈여겨본 건데, 이 지사가 사회 현안과 당대의 이슈에 대한 통찰력이 꽤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단순 이해를 넘어 자기 나름대로 대안을 만들어내고, 아주 강한 추진력도 있다. 국민과 소통이 되고, 무엇보다 반드시 성과를 낸다. 이건 대단한 정치·행정에 대한 역량이다. 비근한 예가 코로나19 때 보여준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 아닌가.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국가를 맡겨 운영을 해도 잘할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 인터뷰하고 있다.
▲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국 조직 "민주평화광장"의 공동대표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이해찬 지도부 시절인 2019년 1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은 바 있다. 조 의원이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가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이해찬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해찬 지도부 당시 주요 당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민주평화광장에 대거 참여하기도 했고, 이 전 대표의 조직인 '광장'이 민주평화광장에 흡수됐다는 말도 있는데.
"민주평화광장을 초기에 준비할 때 아무래도 이해찬 전 대표 시절 함께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우선적으로 모았다. 일도 같이 해봤고 인연도 있으니까. 당시 비서실장을 했던 김성환, 대변인을 한 이해식, 지명직 최고위원이던 이형석·이수진(비례), 영입인재 1호였던 최혜영, 청년위원장이던 장경태, 대학생위원장이었던 전용기, 또 원내대변인을 하던 박성준·홍정민 의원 등이 함께 주축이 돼 민주평화광장의 기본을 만들었다. 이후 초재선 의원들이 합류했다고 보면 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정계에서 물러나셨고, 민주당과 여권 정치인들에겐 사실 큰 어른이시다. 국정 경험도 많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드신 분 아닌가. 그런 분이 직접적으로 '누굴 도와라'라고 하시겠나. 당연히 민주평화광장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얘기는 안 하신다. 다만 '기필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잘하라'고 만날 때마다 늘 강조하신다. 그런 점에서 저희 민주평화광장은 자연스럽게 '그럼 대선 승리를 위해 최적의 대안이 누구냐' 고민한 것이다. 그렇게 '이재명'이란 답에 중지가 모아졌다.
현역으로 계실 때 이 전 대표를 지지하던 '광장' 그룹 역시 내년 대선 준비를 위해 주력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민주평화광장과 함께 뜻이 맞았다고 보면 된다."
"경선 연기론 옳지 않아… 친문 견제? 야당 프레임"
- 당내에서 불거진 대선경선 연기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6월 하순이면 예비경선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임박해서 경선 일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건 굉장히 옳지 않다. 특히나 재보선 패배 후 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임 지도부도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하는데 선수들이 개입해 경선 룰을 고치자고 들면 아주 시끄러워질 수 있다.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게 순리고 원칙이다. 게다가 현재의 대선경선 일정과 룰은 이미 이해찬 지도부 때 확정된 거다. 그때도 그냥 했던 게 아니었다. 오랜 시간 당 내 총의를 다 모았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경선 연기 반대가 65%로 찬성 15%보다 압도적으로 높지 않았나(아시아경제 의뢰, 윈지코리아컨설팅 5월 15~16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여론조사 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경쟁 주자들 쪽에선 여전히 '경선연기를 통 크게 받는 게 이 지사를 위해서도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력 주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선연기를 말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산발적으로 나왔을 뿐이다. 우리는 예정대로 오는 9월 9일 전에 후보를 선출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정기국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내년에 새로 대통령이 뽑히는데, 새 대통령 1년 차 국정운영의 예산, 정책이 모두 이번 연말 정기국회에 달렸지 않나.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걸 안정적으로 착착 해가야 한다.
10월엔 전국을 돌며 예산정책협의회를 하면서 각 지역별 여론을 수렴하고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또 국정감사에 있을 야당의 총공세를 잘 방어해 문재인 정부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켜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야당 경선에 맞춰 우리도 경선을 미루고, 여당도 정기국회를 날린다? 지혜롭지 않다. 예정대로 후보를 선출하고 정기국회를 잘 치러내는 게 곧 최선의 대선 준비다."
- 경선연기론을 필두로 대선 경선이 다가올수록 친문의 견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 당은 '원팀'이 돼야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잘 아는 당이다. 특히 지금은 대선에 대한 위기 의식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대선 승리라는 큰 목표 아래 친문과 비문이 대립하고 갈등이 폭발할 여지는 없다고 본다. 그건 오히려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야당의 프레임 아닌가? 경쟁하되 서로 자제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 친문 주류 쪽에선 이 지사가 캠프 구성 등에 있어 향후 '원팀' 기조를 깰까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런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현재 민주평화광장 구성만 봐도 다양하지 않나. 벌써 계파 구분이 별로 없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이 지사 자신도 어디까지나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무조건 원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거다. 그럼 당연히 민주당의 정신을 이어받는 거다. 민주평화광장 역시 창립 때부터 '다음 대선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발전하고 새로운 미래와 시대정신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어느 집단이든 색채가 강한 분도 있고 합리적인 분들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항상 다수는 상식과 합리에 기초한다. 소위 친문도 마찬가지다. 결국 당심은 민심에 따라가게 돼 있다. 민심과 당심을 얻어가는 후보를 잘 만들고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커져가리라 본다."
"6월부터 광주·전남 시작으로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 출범"
- 민주평화광장의 향후 계획은.
"6월부터 전국 시도별 민주평화광장을 출범시킬 것이다. 6월 1일에 광주, 전남에서 시작된다. 광주의 경우에는 이형석·민형배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기로 했고, 전남은 주철현 의원을 대표로 여수에서 출범식을 한다. 그렇게 시작해 지역을 쭉 돌면서 시작할 거다.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지역뿐 아니라 전문 조직, 직능 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주평화광장 내 여러 위원회도 설치하려 한다. 자치분권위원회, 노동위원회, 소상공인위원회, 기후변화대응위원회, 장애인위원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에서 만나 북중 전통친선을 과시했다. [사진출처-중국 외교부]
지난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으로 한미가 ‘포괄적 동맹’을 과시하자, 북한과 중국 고위당국자가 ‘전통친선’과 ‘혈맹’을 강조하며 맞불을 놨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베이징에서 새로 부임한 리용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났다.
왕 부장은 “중조(북중)는 산과 물이 서로 맞닿은 우호적인 이웃”이고 “양국 전통우의(전통친선)는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키워낸 것이자 외부 침략에 맞선 공동투쟁 속에서 피로 맺어진 것으로 공동의 귀중한 재부”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양당과 양국 최고 영도자들의 전략적 지도와 직접 관심 속에 중조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진입한 것은 중조 전통우의의 내실과 생활력을 잘 보여준다”면서 “중국은 중조관계를 전략적 높이에서 보고 장기적으로 양국 우호협력을 심화발전시키면서, 조선과 함께 양당, 양국 영도자들의 합의를 이행하고 양국 전통우의를 고양하며 중조관계를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양국 인민에게 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조선과 고위급 전략 소통을 유지하고 각 영역의 실질협력을 적극 추진하며 ‘중조우호협력상호조약’ 서명 60주년(7.11) 기념활동을 함께 벌이고 국제 및 지역 현안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조선의 경제발전을 굳건하게 지지하며 조선 측에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조 모두 당의 영도와 사회주의를 견지하는 국가인 만큼 우리는 조선과 함께 당 및 국가 통치 경험 교류를 강화하여 사회주의 사업의 부단한 전진을 추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용남 대사는 “조선은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열렬히 축하하고 중국 사회주의 사업의 위대한 성취를 높이 평가하며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영도 아래 중국 인민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응이라는 웅대한 목표를 달성하길 충심으로 지원한다”고 화답했다.
리 대사는 “최근 들어 조중관계가 양당, 양국 최고영도자의 직접 관심 속에 새로운 높이로 올라간 것은 양측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조선은 이를 귀중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조선은 중국과 함께 ‘조중우호협력상호조약’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어 전통친선을 다지고 상호이익을 촉진하며 사회주의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데서 긴밀히 단결해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조중 우호관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밤 홍콩 [봉황위성TV]는 왕 부장과 리 대사가 만난 장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 국빈관이라고 알렸다. 과거 청 황제의 행궁으로, 국빈들이 머무는 곳이다. 왕 부장이 리 대사에게 최고의 환대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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