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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 즉각 해제, 남북경협 피해보상법 제정하라"

남북경협사업자들, 5.24조치 11주년 맞아 대통령·국회의장 등에 호소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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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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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
 

"5.24조치 즉각 해제하고 남북경협 피해보상법을 제정하라."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는 5.24조치 11주년을 맞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24조치 즉각 해제와 피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는 5.24조치 11주년을 맞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24조치 즉각 해제와 피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5.24 조치 11주년을 맞는 24일 남북경협사업자들은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국회를 순회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통일부장관과 국회의장,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각각 전달했다.

(사)민간남북경제교류협의회(회장 정양근), (사)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사)남북경제협력협회(대표 이현철), (사)남북경제협력연구소(대표 김한신), (사)남북경협경제인연합회(회장 동방영만), (사)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로 구성된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상임대표 정양근)는 이날 호소문에서 "통행, 통신, 통관을 막아놓은 5.24해제없이 남북관계 개선은 말뿐인 평화경제, 말뿐인 평화협력"이라며, "대통령은 즉각 5.24조치 해제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5.24조치 10주년을 맞아 통일부는 ''5.24조치의 실효성이 사실상 상당 부분 상실되었으며, 더 이상 교류협력 추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5.24조치가 해제되었다는 것인지 아닌지 그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즉각적인 5.24조치 해제 선언을 강조했다.

또 "내륙투자기업, 금강산 관광사업 투자자들은 정부의 5.24조치 이후 11년째 사업중단 상태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투자자산이 몰수되었음에도 한 푼도 피해지원이 없는 상태"라며, "북한 내륙투자기업, 금강산 관광사업자 피해보상법 제정 및 5.24조치 해제에 대한 국회의 입법과 지원에 대한 신속한 업무처리"를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2010년 5.24조치와 박근혜 정부의 2016년 2월 11일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측은 2016년 3월 10일 평양 및 내륙지역 투자자산 청산 및 계약파기를 선언하고 내륙지역 투자자산과 금강산관광 사업에 투자된 공장 및 설비, 호텔을 비롯한 시설물 등에 대한 몰수조치와 계약파기를 실시했다. 자체 추계로 1조4천억원에 달하는 남측 자산이 몰수됐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후 개성기업들에는 6,400억원을 지원했으나, 5.24조치 이후 11년째 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투자자산이 몰수된 내륙투자기업 및 금강산 관광사업 투자자들에게는 한푼의 피해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불만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그전 내륙투자기업과 금강산기업에 대한 일부 특별지원에 이어 2018년 93개 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자산 피해에 대해 1,239억원, 454개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운영·관리비 명목으로 92억원 등을 지원한 바 있으나, 이들은 개성기업과의 형평성, 증빙서류 미비로 인해 지원대상에서 누락한 기업구제 등 보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투자규모가 큰 내륙투자기업의 경우 투자자산에 대한 피해지원이 중요한데, 개성기업과 다른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경협보험 미가입 기업을 기준으로 확인 피해액의 45%를 적용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지원이 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반입·반출에 대한 통일부 제출 서류로 실제 진행된 사업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거래에 대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46개 이상의 기업이 대상에서 제외된 점 등이 특히 문제로 제기됐다.

통일부는 개성기업에 대한 지원조치 이후 내륙기업에 대한 지원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수차례 발표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재개를 위한 그 어떤 지원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이들이 비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는 이날 청와대와 국회도 방문해 5.24조치 즉각 해제,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는 이날 청와대와 국회도 방문해 5.24조치 즉각 해제,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제공]

정양근 상임대표는 "5.24조치는 이명박 정부가 독단적으로 시행한 대북제재조치이다. 경과규정도, 해제를 위한 조건도 없이 그저 분풀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서 "갑작스러운 남북경협 중단으로 인해 남북경협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와 땀으로 일구어놓은 민간협력통로마저 차단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남북경협 재개는 단순히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통일부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남북경협기업들이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서달라. 생존의 위기에 있는 남북경협기업들을 위해 신규 운영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정부는 지난해 5·24조치 발표 10주년을 계기로 5·24조치는 그동안 유연화와 예외조치들을 거치면서 사실상 실효성이 상실되었으며, 이로 인해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도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5.24조치 11주년을 맞는 정부의 기본입장을 밝혔다.

이어 "(남북교역업체, 경협기업 등에 대해)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이라든지 긴급 운영경비 무상지원 또는 대출 이자율이나 상환기간 등에 대한 조정 등 여러 가지 피해 지원조치 등을 취해왔다"며,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강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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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국의 서막 열어놓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

[개벽에감 445] 대파국의 서막 열어놓은 2021년 한미정상회담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5/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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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정세를 더욱 악화시킨 최악의 결과물

2. 적대정책 합의한 파국촉진회담

3. 두 개의 전쟁 앞당기는 파국촉진회담

 

 

1. 정세를 더욱 악화시킨 최악의 결과물

 

우려가 현실로 되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최악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었는데, 그런 우려가 급기야 현실로 되고 말았다.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은 한 마디로 말해서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회담이었다. 파국의 서막이 아니라 대파국의 서막이라는 술어를 쓰는 까닭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에 엄청난 파국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국이 아니라 대파국이다.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이미 파탄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와 조미관계를 파국적 종말로 몰아가도록 촉진했고, 거기에 더하여 대만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초긴장상태에 빠진 중미관계와 중일관계를 파국적 종말로 몰아가도록 촉진했다는 뜻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분석적으로 고찰해보자.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양측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도들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을 방어하는 기존 공약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하여 한국을 제3자의 무력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강조점을 찍은 저의는 무엇인가?  

 

‘한미상호방위조약’ 제2조에는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 자조와 상호원조에 의하여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제3자의 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화할 수 있다. 상호방위조약이라고 했으니, 응당 양측이 상호협의하면서 공동으로 군사행동을 해야 마땅한데, 미국은 그 조약에 왜 단독적인 군사행동을 포함시켰을까? 그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통보해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군사행동을 단독으로 해야 하는 특수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통보해줄 수 없을 만큼 전략적으로 중대한 군사행동은 핵공격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전시에 미국은 제3자에 대한 핵공격계획을 한국 정부에 통보해주지 않고, 비밀리에 단독으로 결정하고, 전격적으로 감행할 것이 확실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간 까닭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한다”는 말은 핵무력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들어간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작전개념은 핵우산 제공을 구체화한 핵공격개념이다. 

 

확장억제라는 전략개념이 언제, 어떻게 출현했는지 살펴보자.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를 1991년 12월까지 전부 철수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공약했고, 1992년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핵우산제공공약을 명시했다. 당시 미국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진 구식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철수하는 대신, 실전에서 사용할 신형 전술핵무기로 구성된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겠노라고 공약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 이후 조선에 대한 핵공격위험이 감소된 것이 아니라 되레 더 증대된 것이다. 

 

그런데 2006년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미국은 핵우산제공공약을 확장억제제공공약으로 바꿔놓았다. 확장억제라는 것은 미국 본토가 적국의 공격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핵공격을 적국에 가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가용한” 핵타격수단들을 총동원하여 적국에 핵공격을 한다는 뜻이다. 

 

미국이 2002년에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따르면, 확장억제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핵공격에 더하여 타격정밀도가 높은 저위력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여 선제핵공격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2020년 2월 4일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차관은 신형 저위력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미국 전략잠수함에 탑재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실전에서 사용할, 폭발위력이 5킬로톤인 신형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실전배치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2006년에 노무현 정부는 기존 핵우산제공공약을 새로운 확장억제제공공약으로 교체해달라고 미국에 “강력하게” 요청했었다. 이것은 전술핵탄두로 평양을 타격해달라는 끔찍스러운 행동이다. 무대에 나설 때면 줄곧 평화타령을 늘어놓은 노무현 정부가 무대의 막후에서는 전술핵탄두로 평양을 타격해달라는 끔찍스러운 요청을 미국에 제기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노무현 정부의 정체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세인의 시선이 집중된 무대 위에서는 평화타령을 늘어놓다가, 세인의 시선이 차단된 무대의 막후에서는 조선에 대한 핵공격력을 증강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는 위선의 극치는 노무현 정부에게서 문재인 정부에게로 오롯이 계승되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의 위선적인 평화타령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 

 

위에 서술한 내용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조선을 조준한 핵공격력을 증강하는 도발의지를 모호한 외교술어 속에 은닉해놓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21년 5월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중에 문재인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얼굴을 마주하고 굳은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참 다정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다정한 모습 뒤에서는 가뜩이나 긴장된 정세를 대파국으로몰아가는 어두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런데도 두 정상은 자기들이 그처럼 엄청난행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객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니 태평하게 웃을 수있었다.  

 

2)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미련합군의 북침공격력을 증강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더 심하게 무력도발의지를 드러내고, 덩달아 문재인 정부도 이전에 비해 더 노골적으로 무력도발의지를 드러낸 회담이었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미련합방위태세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했고, 한미동맹의 억제태세를 강화하기로 공약했고, 합동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했고, 싸이버분야와 우주분야 등 여타 영역에서 상호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합방위태세, 억제태세, 합동군사준비태세라는 것은 모조리 북침전쟁준비태세를 모호한 외교술어 속에 은닉시킨 무력도발개념들이다. 미국 국방부의 전쟁기획자들이 작성한 한미련합군 작전계획(Operation Plan), 그리고 미국군사령관이 지휘하는 한미련합군 작전계획이 방어계획이 아니라 공격계획이라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는데, 그런 북침공격계획에 의거하여 연합방위태세, 억제태세, 합동군사준비태세를 강화한다고 했으니 북침전쟁준비태세를 이전보다 더 강화한다는 뜻이 명백하다.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한미련합군은 북침전쟁준비태세를 다음과 같이 강화해왔다.

 

- 3월 2일부터 3월 7일까지 진행된 한미련합군 위기관리참모훈련(CMTS)

 

- 3월 8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한미련합군 연합지휘소훈련(CCPT) 

 

- 3월 25일 진행된 한미련합해병대 대대급 합동전술훈련 

 

- 4월 30일 한국군 합참의장, 미국군 합참의장, 일본군 통합막료장이 미국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진행한 3자 합참의장회의(Tri-CHOD) 

 

- 4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국 공군 전투기 20여 대와 한국 공군 전투기 50여 대가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편대군종합훈련 

 

- 5월 3일 한국 공군 군수사령부 제60수송전대와 미국 공군 기동사령부 예하 제731공중기동대대, 제607장비물자관리대대가 진행한 연합공수화물 적재-하역훈련 

 

-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한국 공군이 참가할,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되는 ‘붉은기 21-2’ 훈련 

 

3)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을 폐기했다. 한미미사일지침은 1979년 미국이 제정하여 한국의 미사일개발을 제한해온 억제장치다. 미국은 한미미사일지침에 의거하여 한국이 제작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 이내로 제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말부터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하려고 애써왔는데, 이번에 미국은 그 지침을 아예 폐기했다. 그로써 한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우주로켓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한국은 현무-4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그 미사일을 개조하여 사거리가 1,000~2,000km인 탄도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고, 신형 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사거리가 3,000km인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은 제주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조선 전역과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틀어쥐고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km로 제한한 것은 중국 전역을 타격할 중거리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한 억제조치였는데, 그런 억제조치가 없어지면서 한국이 중국 전역을 타격할 미사일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 한국군을 앞세워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폐기한 것은 조선과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행동이다. 그런 행동이 긴장된 정세를 대파국으로 몰아가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적대정책 합의한 파국촉진회담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조선정책검토사업을 얼마 전에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가 완성했다는 조선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조선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을 합의했다고 한다. 

 

1)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공히 거론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지 않은 채 조선의 핵억제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북조선의 핵-탄도미사일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강조”했다고만 밝혔을 뿐, 그에 상응하여 미국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의무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 조선이 제시한 미국의 비핵화 의무는 무엇인가? 2016년 7월 6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비핵화 의무를 제시한 바 있다. 원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 “남조선에 끌어들여놓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미국의 핵무기들부터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

- “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들을 철페하고 세계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 “미국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수시로 전개하는 핵타격수단들을 다시는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담보하여야 한다.“

- “그 어떤 경우에도 핵으로, 핵이 동원되는 전쟁행위로 우리를 위협공갈하거나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여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약하여야 한다.”

-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야 한다.“

 

미국이 거론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조선이 거론하는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극과 극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극과 극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내어 비핵화를 실현할 가능성은 없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타협방안을 제시했다. 2020년 9월 15일에 출판된,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의 책 ‘격노(Rage)’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타협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책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우리는 핵무기연구소나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또는 핵물질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9일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타협방안을 외면하고 ‘강도적 요구’만 늘어놓았다. 2019년 4월 6일 일본 <요미우리신붕>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의미를 합의하자고 하면서, 자기들이 주장하는 비핵화의 의미를 거론했는데, 그것은 조선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조선의 핵시설 전반을 완전히 해체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이 자기의 비핵화 의무를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제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하려는 것이야말로 ‘강도적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똑같이 자기의 비핵화 의무를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조선의 핵억제력만 제거하려는 ‘강도적 요구’를 그 무슨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꺼내놓았고, 미국을 추종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무턱대고 그 ‘강도적 요구’에 맞장구를 쳤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한미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훈장수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훈장수여자와 함께 찍은 매우 이상한 기념사진이다. 그 자리에서 훈장을 수여받은 노인은 6.25전쟁 시기에 중국인민지원군전투원들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다는 참전로병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지도 70년이 가까운데, 왜 이제 와서 참전로병에게 훈장을 수여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주목되는 것은, 백악관이 중국인민지원군과 싸운 참전로병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문재인 대통령을 불러들여 미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중국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반중감정이 드러나는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왜 얼굴을 내밀어 중국을 자극했는가 하는 것이다.  


2)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조선에 대한 정책공조를 계속하겠다고 합의했다. 미국의 대조선접근법과 한국의 대조선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양측이 공조체제로 조선정책을 추진할 의사를 표명한 것인데, 지금 미국의 조선정책과 한국의 조선정책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앞으로 조율하여 완전히 일치된 정책공조를 수행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시기 조선이 한미정책공조를 전면 거부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조선은 트럼프 정부가 2018년 11월 20일 정책공조라는 허울 밑에 조작해놓았던 ‘한미실무단(working group)’을 배격했다. 2020년 6월 17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받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참혹한 후과는 북이 2020년 6월 16일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북공동련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한미정책공조는 기만술어다. 실제로는 한국이 미국의 조선정책을 추종하면서 정책공조라고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미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재가동하지 말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말라고 금지하면, 문재인 정부는 찍 소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 자주권을 상실하고 미국의 지배에 굴종하는 것은 남북관계개선을 저해하는 최악의 장애물이다. 

 

3) 바이든 정부는 자기의 조선정책을 완성한 직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조선을 더욱 압박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시 말해서, 바이든 정부가 완성했다는 조선정책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기조로 하는 구태의연한 정책인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폴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간, 조미간 공약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지만, 판문점선언은 문재인 정부가 그 선언에 배치되는 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미 2019년에 백지화되었고, 싱가폴공동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그 성명에 배치되는 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이미 2019년에 백지화되었는데, 이제 와서 그 선언과 성명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추진하겠다니 그런 소리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2021년 3월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조선은 “이미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립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4)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조선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방도를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 양측은 유엔안보리의 조선제재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조선과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미국의 조선제재는 북침전쟁연습, 정권전복공작과 더불어 조선적대정책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적대행위는 제재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된다. 조선의 술어를 빌리면, 그것은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감행한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이다. 조선이 나사못 한 개도 해외에서 수입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석탄 한 줌도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게 봉쇄했으니, 이를 어찌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이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녕변핵시설을 해체할 용의를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과 2017년에 결정한 조선제재조치 5건을 우선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요구를 외면했다. 조선제재를 일거에 전부 해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5건을 우선적으로 해제하라는 요구도 외면했으니, 회담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지금 바이든 정부는 조선제재문제와 관련하여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유연하기는커녕 더 강경하다. 2021년 미국 국무부는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조선제재를 계속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억제력이 제거될 때까지 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분적으로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도 조선의 핵억제력을 절대로 제거하지 못할 것이므로, 바이든 정부는 조선제재를 항구적으로 계속하게 된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가 ‘최악의 야만적인 제재봉쇄책동’을 항구적으로 계속하고 있으니, 그들이 바라는 조미협상이 재개되기는커녕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대파국을 불러오게 될 것이 뻔하다.  

 

조선은 바이든 정부의 흉심을 이미 간파했다. 2021년 3월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즐겨 써먹는 제재장난질도 우리는 기꺼이 받아줄 것”이라고 언명했다.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기꺼이 받아준다는 말은 제재장난질을 용인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력갱생전략으로 제재장난질을 돌파한다는 뜻이다. 2021년 1월 8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우리 당의 자력갱생전략은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 증대, 내적 동력 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정치로선으로 심화발전되였다”고 언명했다. 

 

조선의 자력갱생전략이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돌파하는 현상은 요즈음 조선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추진되는 대규모 건설사업들과 산업생산력 증대 및 과학기술도입 성과, 그리고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탄원하는 수 천 명 청년들의 집단적 진출로 나타났다. 조선이 그런 멸사복무정신과 집단주의적 단결력과 혁명적 열의를 가졌다면, 미국의 제재장난질을 능히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조선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조선이 혐오하고 배격는 조선의 ‘인권문제’까지 들먹인 그 회담이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5월 2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하여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부인하고 <인권>을 내정간섭의 도구로, 제도전복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악용하면서 <단호한 억제>로 우리를 압살하려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였다”고 하면서, “미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하여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언명했다. 

 

그런데 그런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양측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선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덜컥 합의해버렸다. 그 합의가 조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대파국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 분명하다.  

 

 

3. 두 개의 전쟁 앞당기는 파국촉진회담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하며,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유지할 것을 공약했다”고 한다. “국제질서를 저해하고 불안정하게 하며, 위협하는 행위자”는 중국이고,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유지하는 행위자”는 미국이다. 한미정상회담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중국은 악이고, 미국은 선이다. 

 

모호한 외교술어로 채색된 위의 공약을 뜯어보면, 미국과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공동의 반중국전선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명확히 표현하면, 미국은 이번에 한국을 반중국전선에 깊숙이 끌어들인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미국은 반중국전선에 무력도발책동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해군은 일본해상자위대와 함께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 수시로 출동하여 중국을 심히 자극하고, 미국 육군은 대만군의 전쟁연습을 지도한다고 하면서 중국 영토인 대만에 안보지원려단(SFAB) 지휘관들을 파견했으며, 미국 공군은 B-1B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를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전진배치해놓고 각종 정찰기를 출동시켜 중국 공습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항공정찰을 감행하고 있다.    

 

이처럼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은 조선적대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이제는 중국적대정책까지 공동으로 추진할 판이다. 이런 현상은 한미동맹이 조선과 중국을 적대하며 무력도발을 획책하는 침략동맹이라는 진면모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어찌 대파국의 서막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중국적대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도들을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양측은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구상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구상”이란 인디아양과 태평양에서 중국의 해양진출을 가로막는 적대정책이다. 미국은 ‘자유’니 ‘개방’이니, ‘구상’이니 하는 외교술어로 분칠해놓았지만, 실상은 중국적대정책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자기의 중국적대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연계시켰다. 원래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적대정책에 끌려 들어가면 중국적대정책으로 변질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반중국전선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한중관계의 대파국을 자초하는 행동이다.

 

2) 미국이 구축해놓은 반중국전선의 중심에 쿼드(Quad)가 있다. 쿼드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디아가 참가한 4개국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영어 줄임말이다. 이번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은 쿼드를 비롯한 인도-태평양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양측이 쿼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쿼드의 동조자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한국을 쿼드에 공식적으로 참가시키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이 쿼드에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여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므로, 한국은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쿼드에 참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은 한국을 쿼드의 동조자로 끌어들인 것이다. 둘째, 일본이 한국의 쿼드참가를 반대한다. 미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디아 같은 ‘대국’들이 참가한 쿼드에 미국의 지배를 받는 한국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 그처럼 시건방진 태도로 한국을 깔보는 일본의 태도는 일제식민지배의 추잡한 유산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고 쿼드의 동조자로 끌려 들어갔으므로, 중국은 자극을 받았다. 중국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계획을 취소할 것이고, ‘금한령(禁韓令)’이라고 부르는 경제제재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허울을 쓰고 자행되는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의 지속적인 보복과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의 충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중립화로선을 택해야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한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5월 20일 알링턴국립묘지를 참배하는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워싱턴 방문에서 돋보이는 것은 그의 방문일정이 전쟁문제와 결부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모로 보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파국촉진회담이었다.  

 

3) 2020년 12월 6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의회는 2021회계년도 국방예산에 태평양억지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항목을 신설하고, 거기에 22억 달러(약 2조4,000억원)를 배정했다고 한다. 2014년 연방의회가 신설한 유럽억지구상은 로씨야적대정책을 위한 국방예산항목이고, 이번에 신설된 태평양억지구상은 중국적대정책을 위한 국방예산항목이다. 태평양억지구상이라는 국방예산항목에 배정된 22억 달러의 대부분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반중군사전선을 강화하는 데 소비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 11월 17일부터 4일 동안 미국 해군은 일본해상자위대, 오스트레일리아 해군, 인디아 해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쿼드 합동군사훈련을 인디아양에서 진행했고, 2021년 4월 5일부터 7일까지 쿼드 4개국에 프랑스를 참가시킨 해상합동훈련을 인디아양에서 진행했다.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가 태평양에 구축된 반중군사전선에 머리를 들이민 까닭은 프랑스가 점령한 태평양의 섬들인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월리스, 푸투나가 중국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남중국해를 비롯한 다른 지역들에서 항해의 자유와 항공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하기로 공약”했으며,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방예산 22억 달러를 배정받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반중군사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중국적대행위를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는데, 중국적대행위가 가장 심하게 자행되는 곳은 대만해협이다. 이것은 미국이 중국의 내전(대만통일전쟁)에 개입하려는 무력침공의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만의 국가분렬세력이 미국의 사촉을 받아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리시키고, 이른바 ‘대만공화국’을 수립하려고 광분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을 수행하는 경우, 한미련합군이 그 전쟁에 개입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제외한 한국군 전략거점들만 골라서 선제공격할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강적인 미국군을 선제공격하지 않고, 전투력이 약한 한국군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6.25전쟁 시기에도 중국인민지원군은 미국군을 상대하는 전투를 되도록 피하면서, 전투력이 약한 한국군만 집중적으로 공격했었다. 

 

만일 중국이 대만통일전쟁에 돌입하여 대만군과 한국군을 동시에 공격하면, 조선인민군이 통일전쟁을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이전에 내가 <자주시보>에 발표한 몇몇 글들에서 자세히 논한 것처럼, 중국의 대만통일전쟁과 조선의 조국통일전쟁은 거의 동시에 일어날 것이 확실하며, 그 두 전쟁에서 조선과 중국이 각각 승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조선과 중국을 동시에 자극함으로써 두 개의 전쟁을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미동맹을 대파국으로 몰아넣을 조선의 조국통일전쟁과 미일동맹을 대파국으로 몰아넣을 중국의 대만통일전쟁을 앞당기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대파국의 서막을 열어놓은 파국촉진회담으로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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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이곳에서 교차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손호철의 발자국] 34. 대전 : 한국 사상범의 유배지 대전형무소에서 사상과 이념을 생각한다

▲ 악명 높은 사상범 수용소 대전형무소는 이전했지만, 오른쪽에 남아 있는 망루가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다. ⓒ손호철

"겨울 감옥살이도 힘들지만 정말 어려운 것은 여름 감옥살이다. 겨울에는 다른 죄수들이 추위를 녹여주는 도움의 손길로 느껴지지만 여름에는 더욱 덥게 만들기 때문에 증오하게 만든다."


 

망루를 올려다보고 있자, 오랜 감옥 생활에서 오는 깊은 사색과 휴머니즘에서 나온 아름다운 글로 우리들을 깨우쳐줬던 신영복 선생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신영복의 이 같은 깨달음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신영복은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여기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하며 사색하고 붓글씨를 배웠다. 신영복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예술가인 윤이상, 이응로도 1960년대 말 동백림 사건 때문에 여기에서 감옥살이를 했다('손호철의 발자국' 13. 통영 동백림 사건, <프레시안> 2021년 4월 5일자 참조).


 

▲ 해방 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던 이응노, 윤이상, 신영복 등을 설명한 안내판 ⓒ손호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인 안창호, 여운형, 심산 김창숙 선생도 여기를 거쳐 갔다. 안창호와 여운형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30년대 초반에 2년 반 동안 여기서 감옥살이를 했다, 심산은 1930년대에 복역 중 고문 등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아 손수레에 실려 나와야 했다.

 

이처럼, 많은 형무소 중 대전형무소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전형무소가 사상범들을 가두기 위한 특별한 형무소였기 때문이다. 일제는 1920년대 대전형무소를 지으면서 원래부터 장기수와 사상범을 위한 특별감옥으로 설계했다. 따라서 서대문형무소에서 재판을 받고 형이 확정된 많은 독립투사들이 이곳으로 내려와 감옥살이를 했다.

 

망루 옆에는 반공총연맹 대전지부가 운영하는 자유회관이 있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대전형무소의 역사를 알려주는 진열품과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기억의 터'에는 안창호가 이 감옥에서 부인에게 보인 편지, 그리고 신영복의 여름 감옥살이 글 등이 전시돼 있다.


 

▲ 옛 대전형무소 터에 전시되어 있는 일제시대 대전형무소 모습 ⓒ손호철
▲ 옛 대전형무소 터에는 안창호의 편지,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등을 전시해 놓은 '기억의 터'가 있다. ⓒ손호철

대전형무소는 이름 있는 사상범만이 아니라 독립과 민주화, 통일을 위해 싸우다가 잡혀온 이름 없는 민초들이 갇혔던 곳이다. 특히 1960년대 전국 13곳 형무소에 흩어져 있었던 5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을 박정희 정부가 이곳으로 이감시키면서, 대전형무소(대전형무소 특사)는 좌익장기수 감옥, '현대의 유배지'로 악명을 떨치게 됐다.

 

1970년대가 되자 박정희 정권은 이들을 전향시키기 위해 고문, 집단폭행 등 비인도적인 장기수 전향공작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많은 장기수들이 목숨을 잃거나 눈물을 흘리며 전향서를 써야 했다(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될 '청주보호감호소' 참조).


 

70~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이곳에 들어온 학생운동가들이 이들을 만나 오히려 의식화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 1980년대 초 5‧18 학살에 항의해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폭탄을 설치하려다가 체포돼 이곳에 들어온 권운상은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채록해, 일제 말의 징병을 피해 산으로 들어간 원조 빨치산의 이야기부터 해방정국으로 이어졌던 빨치산들의 이야기를 다룬 <녹슬은 해방구>라는 대작을 썼다.


 

대전형무소의 비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전형무소가 사상범을 중점적으로 수용하던 곳이었던 만큼, 한국전쟁이 터지자 이곳은 학살의 중심지가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대전형무소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골로 간다"는 말이 있다. "너 까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골로 간다"는 말이 대표적인 예다. 이 '골'이 대전 동남쪽에 위치한 산내골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산내(골령)골이 어떠하기에 이 같은 말이 생겨났을까? 산내골에는 기네스북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보기 드문 광경이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제일 긴 무덤'이다. 무덤처럼 잔디가 덮인 흙더미인데, 높이는 별로 높지 않지만 길이가 30미터 이상으로 긴 흙더미다. 한국전쟁 때 '좌파 추정자'들을 집단으로 학살하고 흙으로 덮어 생긴, 긴 무덤이다.


 

▲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에 갇혀 있던 사상범과 보도연맹 가입자 등을 끌고와 학살한 산내골. 소나무 뒤의 긴 잔디밭은 학살자들을 묻은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손호철

1950년 6월 27일 서울을 버리고 대전으로 도주한 이승만은 7월 1일 다시 목포를 거쳐 해군함정을 타고 부산으로 도주했다. 대전이 북한군에 넘어가게 되자 이승만 정부는 6월말부터 7월까지 산내골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정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차에 1400명, 2차에 1800명, 3차에 1700명 등 4900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1차 학살은 충청남도 지역 보도연맹원(과거 좌익사범들을 전향시켜 가입시킨 조직으로, 이에 대해서는 '손호철의 발자국' 3. 제주 백조일손, <한국일보> 2020년 8월25일자 참조), 2차 학살은 여순사건 관련자 등 그 이전부터 대전형무소에 갇혀있던 좌익사범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보도연맹원들도 일단 대전형무소에 수용했다가 산내골로 끌고 와 학살한 것이다. 정부조사와 달리, 여러 연구들은 약 7000명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생긴 말이, "골로 간다"는 말이라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승만 정부가 이들을 대전형무소에서 미군이 운전하는 미군 트럭에 싣고 와 미군이 촬영하는 감독 하에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살이 '미군 몰래' 자행된 게 아니라 '미군의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권의 나라 미합중국 만세다!


 

그래도 그 '덕분'으로, 미군이 찍은 생생한 학살 사진들이 역사적 증거로 남게 됐고, 최근 비밀이 해제되어 공개됐다. 산내골은 기념비 설립 등이 예정된 채 썰렁하게 버려져 있는 상태다(2021년 초 이곳을 다시 방문하자, 시신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라 흙을 파헤치고 푸른 천막천으로 덮어 놓은 상태였다).


 

▲ 미군이 촬영한 산내골 학살 사진이 산내골에 전시되어 있다. ⓒ손호철

비극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북한군이 내려와 2차 학살을 저지른 것이다. 1차 학살과 달리 2차 학살 장소는 대전형무소였다. 반공연맹 대전지부 주차장 구석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다. 북한군이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후퇴하면서 조국반역죄와 민족반역죄로 대전형무소에 잡아 놓았던 우익 인사들을 산 채로 던져버린 것으로 알려진 현장이다.


 

북한군은 이 우물 이외에도 형무소 후문 북쪽 밭고랑 등에서 우익 인사들을 집단학살했다. 국군이 들어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물에서 건진 171구의 시신을 비롯해 희생자 수가 1557명에 달했다고 한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가면 북한군이 남기고 간 시신들의 사진을 접할 수 있다.




 

▲ 이승만 정권의 좌익 죄수 학살 후 대전형무소를 점령한 북한군은 우익들을 이 우물에서 학살해 171구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한다. ⓒ손호철
▲ 북한군이 대전형무소에 남기고 간 우익 학살자들의 시신 사진이 전쟁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손호철

대전형무소는 이처럼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좌우익의 교차 학살의 비극적인 현장이다, 특히 학살을 총지휘한 미군의 촬영과 사신들을 북한군이 그대로 버려두고 도주했기 때문에, 드물게 이 같은 교차 학살의 생생한 사진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일 것이다.

 

 

일제, 그리고 해방 후 1980년대까지 사상범들의 유배지였고, 한국전쟁 중에는 수많은 교차 학살의 현장이었던 대전형무소는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이고, 이념이 인간을 위한 것을 넘어서 물신화될 때 얼마나 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절감하게 한다.


 

대전형무소를 뒤로 하며 마지막으로 망루를 올려다보자, 문득 괴테의 명작인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의 대화가 생각났다. "젊은이,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살아 있는 것은 늘 푸른 생명의 나무이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이념이나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 즉 구체적인 우리 삶의 현실이다.


 

▲ 2021년 봄 다시 찾은 산내골에는 유골 발굴 작업이 진행중이었다. ⓒ손호철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211804313801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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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취재’하고 ‘부업’하는 전국의 기자들

‘부업하는’ 주재 기자들, ‘사익↔보도 거래’ 일탈 전국적 현상… 언론계, 부업 조장하며 관리·감독 전무

 “매일 군청 각 과·실 사무실을 출근하다시피 들린다. 공무원을 1~2시간 잡아두는 건 보통이다. 반말·막말을 일삼고, 대화보다 자기 주장만 밀어붙인다. 과도한 정보공개와 막말 취재가 심해진 때 공무원들이 알아봤더니 본인과 지인이 군청 보조금 지원 사업 신청에 떨어진 직후더라. 기자가 이래도 되는가?” (전남 지역 ㄱ기자)

#. 임순남뉴스 발행인, 포커스1 프리랜서 기자, 임실군생활문화예술동호회 사무국장. 임실군의 A기자는 기자와 지역 문화기관 직원을 겸직했다. 6년 가량이다. 임실군청의 보조금을 받는 이 문화기관은 A기자 인건비도 매년 2700만원씩 보조금에서 냈다. 최근 A기자가 비판기사를 거론하며 각 공공기관에 광고 계약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은 그를 공갈 혐의로 수사 중이다.

언론 외 수익 활동을 겸직하는 지역 언론인의 윤리 위반 문제가 전국으로 퍼져 있다. 대부분 기자 권한을 사익 추구에 남용해 벌어진 일탈이다. 불법 소지가 적어 수사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좁은 데다 보복성 취재가 우려돼 피해자들이 적극 나서지 못하면서 문제 개선은 더디다.

청주 소재 한 미세먼지 방진망 ○업체는 지난 3월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조달청부터 대전시교육청, 광양시청, 충북도청 등 관급 계약을 체결한 공공기관에 ○업체를 비방한 민원이 문서나 전화로 꾸준히 접수됐다. ‘특허 침해’부터 ‘시험성적서 사기’ 주장까지 사실을 왜곡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명예훼손 문제와 더불어, 업체는 각 기관에 일일이 해명까지 해야 해 한동안 업무가 마비됐다.

모두 ㄴ일보 세종본부장 B기자와 지인의 민원 제기였다. 그런데 B기자는 강원도 소재의 한 방진망 업체 임원을 겸직하고 있었다. 해당 업체 사장이 B기자 부인이다. 동종 업계 종사자가 경쟁 관계에 있는 특정 업체의 민원을 계속 내는 셈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민원 과정에서 기자 권한이 활용됐다. 지난 4일 있었던 대전시교육감 면담이 예다. B기자는 또다른 지역 기자 C·D씨 2명과 함께 대전시교육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B기자 등은 ○업체의 문제점을 교육감에게 말했다. 관급 계약 문제로 기관장을 즉시 면담할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대전시교육청 안팎으로 ‘기자 직위로 교육감을 만나 자기 계약 관련된 애기를 했다’는 말이 나왔다.

B기자는 “○업체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당한 업무수행을 위해서 지적한 것”이라며 “사익을 꾀한 게 없다. 문제 제기로 계약을 더 수주한 것도 아니고, 음해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B기자 대신 민원을 넣었던 C씨도 “행정사로서 민원을 넣었지 기자로서 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체는 B기자의 특허 침해나 시험성적서 사기 주장이 왜곡임을 증명하는 증빙자료를 각 기관에 제출했다.

지원 사업 탈락 후 시작된 집중 취재… 사무실 고성도

곡성군은 군청 출입기자의 보복성 취재 논란이 거세다. ㅈ온라인 신문의 E기자가 논란의 중심이다. E기자를 포함한 특정 출입기자들의 막말 취재는 군청에서 줄곧 논란이었다. ‘출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일 업무 공간에 찾아와 오랜 기간 머물거나 두어시간씩 담당자를 붙잡고 취재하기가 다반사였다. 청사 밖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 피우는 공무원 사진도 무단으로 찍었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어나자 공무원노조 곡성군지부는 지난 3월30일 ‘민원인의 막말과 폭력은 범죄’라는 1인 시위를 시작해 50일 넘게 진행 중이다.

▲공무원노조 곡성군지부 조합원이 군청 부지 내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무원노조 곡성군지부 홈페이지
▲공무원노조 곡성군지부 조합원이 군청 부지 내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무원노조 곡성군지부 홈페이지

 

보복 취재 의혹은 최근 E기자가 자신이 신청한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집중 취재를 하며 불거졌다. E기자는 친분이 있는 F기자의 아들이 곡성군 청년 농업인 지원 사업에서 떨어지자 심의위원 명단을 정보 공개 청구했고, 대면 취재도 이어갔다. E기자도 2000만원 상당의 중년 창업 지원 사업과 700만원 규모 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이후 각 부서에 ‘불공정한 심사 과정’을 지적하며 사무실에서 고성으로 항의도 했다. 군수, 부군수 등도 직접 만났고, 불합리하게 행정을 집행했다며 담당 공무원의 사과문도 요구했다. 군청 관계자들은 ‘갑질’, ‘횡포’ 수준이라고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E기자는 이에 “사익과 관련 없다. 이미 떨어진 걸 복구해달란 취지가 전혀 아니다. 취재를 해보니 십 년 넘게 심사위원을 하고 있거나 전문 역량이 없는 심사위원이 확인됐다. 이런 문제점을 군청에 조목조목 짚어 줬다”며 “군수, 부군수를 만나 잘못 인정을 받았고 이 문제에 대한 담당자 사과도 받았다”고 밝혔다. 막말 취재도 “그런 적 없다. 공무원에게 불편한 취재를 하니, 그런 부분에서 곡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도-사익 거래’ 이해 충돌 전국 다반사

비방 보도를 중단하는 대가로 자기 가족 업체에 일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충북의 한 지역 주재 기자 형제 2명은 시멘트 회사의 협력업체와 ‘일체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함께 ‘향후 발생하는 일에 대해 협력할 뿐 아니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합의서를 썼다. 당시 이 업체는 두 기자가 왜곡된 사실로 비방 보도를 내 민·형사상 대응을 준비했다. 언론중재위가 두 기자 측에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직권 조정(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낸 후였다.

당시 합의 사정을 아는 업체 관계자는 “‘돈독한 관계’가 영업 편의였을 것”이라며 “합의 이후 주재 기자의 또 다른 형제가 운영하는 물류업체와 거래량이 늘었고, 이 물류업체는 얼마 후 위 업체 부지로 아예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비방 보도를 시작한 이유도 애초 일감을 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거나 계약을 더 따내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지역사회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임실군 A기자의 겸직 공론화는 이례적이다. 전남 지역 한 군청 관계자는 “시·군 단위 지역이면 사회관계망이 좁다. 기자와 취재원이 대부분 선·후배 관계로 얽혀 문제 공론화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불법이 아니라 비윤리 문제니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 보복성으로 2·3차 취재가 이어져 당사자들이 대부분 입을 닫는다”고 말했다.

임실군 A기자는 군청 보조금을 지원받는 기관의 직원으로서 언론사 기자를 겸직한 ‘겸직 금지 의무’ 윤리 위반이 문제다. A기자는 임순남뉴스 발행인이자 포커스1 전북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 지역 언론들은 “기자는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1회 100만원, 연 300만원 취업 제공을 받아선 안된다”며 김영란법 위반 문제도 거론한다.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관례대로 더 달라, 집요한 광고비 요구" 갈무리.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관례대로 더 달라, 집요한 광고비 요구" 갈무리.
▲전북공무원노조(위원장 김진환)는 지난 10일 임실군청 앞에서 부당한 갑질을 일삼은 언론사에 대해 사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북공무원노조 제공.
▲전북공무원노조(위원장 김진환)는 지난 10일 임실군청 앞에서 부당한 갑질을 일삼은 언론사에 대해 사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북공무원노조 제공.

 

‘기자 부업’ 조장하면서 관리감독 수수방관

지역 주재 기자 상당수가 부업을 가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통상 시·군 단위의 주재 기자와는 사업 계약을 맺는다. 지사·지국 영업권을 주고 그 대가로 기자로부터 지자체 등의 광고와 신문 대금을 받는 계약이다. 본사에 납부할 대금이 미리 정해져 있어 이를 채우지 못하면 주재기자들은 사비를 털어 메꾼다. 취재·보도로 안정적인 소득을 벌 수 없으니 다른 소득원을 두게 되는 구조다.

남원 지역의 ㄴ기자는 “출입 기자 중 정상적으로 언론 활동을 하는 기자는 15~20% 가량, 50% 이상이 부업을 갖고 있고 30% 정도는 명함만 파놓고 취재는 안하는 기자”라고 실태를 전했다. 몇 년 전 남원시청 출입기자 25명 가량 중 최소 13명이 부업을 하고 있었다. 인쇄업, 덤프트럭 차주, 중고자동차 판매, 건설회사 사장, 면 발전협의회장, CCTV 제조회사 이사, 골재 채취 업체, 식료품 판매 등이다. ㄴ기자는 "고추장을 파는 한 기자는 명절 등 지자체가 선물을 구매하는 대목 때마다 각 과장들에게 자기 고추장을 사라며 홍보한다"고 말했다.

ㄴ기자는 “부업 자체 보다 기자 자질을 검증하지 않고, 관리조차 하지 않는 언론사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된 출입기자가 없으면 해당 지자체에서 광고를 못받으니 일간지들조차 검증을 하지 않고 사람만 급하게 구한다”며 “사람을 못 찾던 한 일간지는 지역 라이온스클럽 회장을 지낸 사람에게도 부탁하더라. 남원엔 과거 폭력 조직 소속이거나 뇌물 수수 등 돈 문제로 형사 처벌을 받은 기자만 5명이 더 있다”고 전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주재 기자들이 사익 추구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언론계가 방관한다는 비판이 높다. 이달 임실군 출입기자의 겸직 논란 후 전북민언련은 “대부분 인터넷 신문사는 지역독립법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역 일에 관여하지 않으며, 지역본부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해당 기자 보도를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이해충돌과 이권개입에 쉽게 노출된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기자 윤리 준수 여부를 방만하게 관리하는 것은 지역 언론 환경을 악화시키는데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북민언련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한 데는 행정의 세밀하지 못한 보조금 지침 운영 측면도 크다”며 “‘김영란법’ 제정 이후로는 언론인의 겸직에 대한 사항을 검토하고 보조금을 수령하는 범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함에도 해당 지자체와 책임 소재를 떠넘기며 안이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십년 되풀이된 문제임에도 언론계가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점에 비춰 시민사회 감시 역량을 키우는 게 실효적이란 평가도 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서울·지역 불문하고 언론과 지자체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유권자 주민을 의식하는 지자체장은 언론 보도를 관리하려 들기 마련이고, 지자체 광고를 중심으로 유착되면서 감시, 견제, 비판이란 언론 본연의 사명은 후순위로 밀린다”며 “기자의 일탈 때문에 지자체가 대응에 나서도 ‘훈계’ 정도에 그칠 것이다. 유착하지 않도록 폭로하고 감시하는 외부 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유착 관계에선 개혁의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지역의 언론 비평 매체나 언론 감시 단체, 나아가 각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관련 쟁점을 다루는 언론을 감시하는 방식 등으로 언론 밖의 섹터에서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문제에 침묵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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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백신협력·미사일지침 종료’ 합의한 한미 정상…여야 평가 ‘온도차’

남소연 기자 
발행2021-05-23 16:31:15 수정2021-05-23 16:31:15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첫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여야는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북미 간 합의를 바탕으로 한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대목과 백신 협력 강화,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등을 주요한 성과로 꼽았다.

다만,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정부의 추가적인 외교 노력을 당부했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고무된 민주당
"성공적" "기대 이상의 성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호평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환영한다"며 "양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동의하며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외교 노력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한 데 대해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반갑게 환영하며, 양국 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정상은 21일(현지시각)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 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고착 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2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미의 가장 큰 성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 위한 동력이 확보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공동성명에 담긴 내용이 북한에 상당히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부응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 협력, 관여를 지지한다'는 문장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우리가 북한과의 협력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정책적인 공감, 여유가 그만큼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백신 협력과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등의 의제와 관련해서도 의미있는 합의로 평가했다.

그는 "국군과 미군에 대한 동맹 차원의 코로나19 백신 직접 지원, 그리고 미국의 백신 핵심 기술과 한국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결합하는 '포괄적 파트너십'은 한국뿐 아니라 인도 태평양 지역의 코로나 종식을 앞당기게 될 글로벌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42년간 묵은 숙제로 남아있던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및 해외원전 공동 진출이라는 협의 성과를 낸 외교당국의 노고도 아울러 치하한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대표 역시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두고 "전통적 의제인 동맹과 안보뿐만 아니라 백신과 경제협력, 양국의 파트너십 확대에 이르기까지 두 분 정상들이 논의한 모든 의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뤘다"고 총평했다.

송 대표는 특히 "판문점 선언 및 싱가포르 대화를 기초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기로 한 것은 우리 외교력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의미"라며 "그동안 많은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가 싱가포르 회담 승계를 바이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외교적 참사가 될 것이라 비판했지만 기우였다는 게 확인됐다. 우리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 수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한국 미사일 사거리를 제약해 온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종료된 데 대해서도 "미사일 주권의 확립"이라며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로써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장애물을 넘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 힘으로 우주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미사일 지침 폐기를 시작으로 미완의 과제였던 전시작전권 회수 문제를 완결해야 한다. 전시작전권회수를 조건부로 할 것이 아니라 기한부로 바꾸는 일에 대해서도 저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야권도 "한미 정상회담 결과 환영"
구체적 내용 빠졌다며 아쉽다는 평가도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정양석 사무총장.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제1야당 국민의힘도 "한미 양 정상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22일 구두 논평을 통해 "핵심 의제였던 백신 문제에 대해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55만명 한국군에 대해 백신 지원 협력을 도출한 것에 대해서는 성과였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선언 역시 "또 하나의 유의미한 결과로 평가한다"며 "우리 정부는 이를 한반도 안보 강화 및 북한의 핵 억제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일부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백신 협력 관련 합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결여됐다며 아쉽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병길 대변인은 23일 "중요한 것은 한미정상회담 이후"라는 제목의 추가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 '글로벌 백신 허브'라는 두루뭉술한 홍보보다 구체적 실천방안과 백신 확보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제시했다.

안 대변인은 "이제부터 대통령이 해야 할 것은 자화자찬이 아닌, 백신 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국민 앞에 설명하는 일"이라며 "백신 국내생산 시 물량은 어떻게 분배되는지,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성과와 아쉬움을 동시에 짚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 등 북미 간 남북 간 합의에 기초하기로 한 것은 북미 관계, 남북 관계 복원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바이든 대북정책에서 밝혔던 '실용적 접근, 단계적 접근, 외교적 해결'이라는 방향만 다시 반복적으로 언급했을 뿐 정작 중요한 문제였던 '구체적 행동계획(실행전략)'이 논의조차 안 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대북정책에 한미일 공통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하지만,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결정하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는 자의적 해석을 경계하고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당부했다.

백신 협력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격은 없었다"며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44조 대규모 투자에 비해 미국 측이 내놓은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에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왼쪽 세번째).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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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도쿄올림픽 취소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24 08:02
  • 수정일
    2021/05/24 08: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분석] IOC 계약서는 불평등조약?... 취소는 개최국 아닌 IOC 권한... 결국 '돈' 문제

21.05.24 07:03l최종 업데이트 21.05.24 07:03l

 

 도쿄도 신주쿠구에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  도쿄도 신주쿠구에 있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 ANN뉴스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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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일을 겨우 두 달 남겨놓은 도쿄올림픽의 운명이 기구하다.

당초 예정대였다면 벌써 1년전에 치러졌어야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 코로나19 때문에 한 해가 미뤄졌다. 1년 지나면 괜찮겠지 했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1년 후인 지금 코로나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강해져 도쿄올림픽은 강행이냐, 취소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한때 8000명선까지 육박하던 일본 전체 확진자수가 긴급사태선언 발령 이후 5000~6000명 선으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치고 올라올지 안심할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확진자 절반 이상이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고,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수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실시한 일본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올림픽을 취소(43%)하거나 재차 연기(40%)해야 한다는 의견이 83%나 달했다. 우익들이 점령했다고 하는 일본 최대포털 <야후재팬>조차 올림픽 관련 기사 인기 댓글들은 정부의 대응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한 변호사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올림픽 취소' 청원에는 열흘 남짓만에 무려 40만 가까운 사람들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21일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의 한 지자체장은 "강행했다가 일본이 멸망하는게 아니냐"는 다소 과장된 발언까지 내놨다.
 
해외 언론들은 연일 일본의 코로나 확산 상황과 일본 정부의 무기력을 질타하며 도쿄올림픽 취소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해외 각국 선수단이 감염을 우려해 일본 지자체의 사전 훈련캠프를 취소한 사례가 45곳을 넘는다.
 
아직 개최국인 일본 정부나 개최도시인 도쿄도, 그리고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취소'나 '재연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모습이 무모한 목표를 세워놓고 '진격 앞으로'를 외치는 제국주의 일본 군대와 비슷하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 하는 걸까?
 
최근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 사무총장은 '만약에 도쿄올림픽이 취소되는 경우, IOC로부터 배상청구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질문이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20일 일본 주간지 <프레지던트 온라인>은 국내외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쉽사리 도쿄올림픽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IOC 계약서 보니... 옛날 서양과 맺었던 불평등조약?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0일 오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0일 오후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문제 등 현안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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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IOC와 맺은 '개최도시계약'에는 IOC가 대회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IOC는 전쟁이나 내란, 보이코트, 금수조치 또는 교전, 또는 참가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 계약을 해제하고 대회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계약서에는 이어서 도쿄올림픽조직위도 '합리적인 계약 변경을 고려하도록 IOC에 요청할 수 있다'고 돼있어 마치 일본 측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그 뒤에 '계약 변경은 IOC에 대해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그 재량은 IOC에게 일임돼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조직위가 대회 취소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그 결정은 IOC가 한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경우 취소를 결정하는 모든 권한은 IOC에 있고 개최도시는커녕 조직위에도 권한 자체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나 도쿄도, 조직위 등 일본 측은 계약상 올림픽을 취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합리적이다. 이 잡지는 이 때문에 이 계약을 마치 막부 말기에 일본이 서양 열강과 맺은 '불평등조약'과 같다고 풀이했다.
 
계약에는 또한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의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규정돼있었다.
 
IOC가 만족할 만큼 시정되지 않는 경우 IOC는 개최도시, 조직위 등에 의한 대회의 조직을 즉시 취소하며, 모든 손해배상 및 그 외 이용가능한 권리와 구제를 청구하는 IOC의 권리를 해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제하는 권리를 갖는다.
 
이 잡지는 미국 기업간 계약에 밝은 변호사의 분석을 빌려 "이 조항은 IOC가 일본 측에 대해 갖고 있는 손배배상금청구권, 또는 다른 모든 법적 권리 또는 구제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도쿄도와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을 취소하는 경우, IOC는 일본측에 대해 무한적인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올림픽의 취소는 오직 IOC만이 할 수 있다.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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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손해배상 요구 가능성은 불투명... 결국 문제는 '돈'
 
그러나 계약에 그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IOC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지는 알 수 없다.
 
이 변호사는 계약의 원문을 찾아본 결과, 문안의 톤이 "이상하게 엉성하다"며 "IOC가 실제로 무한책임을 지울 생각이었다면 보다 강권적인 문안을 넣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IOC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남겨놨지만, 실제로 요구할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만약 IOC가 일본 측에 엄청난 손해배상을 요구했을 경우, 향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하는 나라나 도시는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낮게 보는 해외 언론도 많다.

그러나 IOC가 올림픽을 강행하려고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또한 IOC가 손해배상을 반드시 청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15일 영국의 공영방송 BBC은 "올림픽을 취소할 권한은 개최 도시가 아닌 IOC에 있다"며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참가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 판단하는 것 역시 IOC의 고유 권한"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그러면서 "만에 하나 IOC가 대회를 취소할 경우 막대한 액수의 보험금을 받겠지만, 올림픽 관련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에서 나오는 손실은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올림픽 강행의 이유를 분석했다.
 
20일자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일본 측이 물어야 할 최소배상액으로 방영권료 15억 달러(1조6905억 원)를 들었다. 이 금액은 IOC 총수입의 3/4에 해당한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정에 의한 취소이므로 IOC가 그리 쉽게 일본 측에 배상을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수입 대부분을 잃게 되면 IOC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어떻게든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IOC는 코로나 사태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기단체, 특히 마이너 종목의 단체들에 주는 배분금 때문에 올림픽을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OC 위원장 "올림픽 꿈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어느 정도 희생 치러야"
 
물론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이 모든 걱정과 계산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주중 도쿄도의 신규확진자수는 600명 전후. 우리 나라 전체 확진자수와 비슷하다. 일주일 전의 854명보다는 확실히 줄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도쿄의 대규모접종센터는 다른 사람 이름을 넣어도 예약이 될 정도로 엉망이고, 중증자수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오사카는 의료붕괴 직전에, 마라톤이 열리는 홋카이도도 확진자수가 사상 최고치다.
 
이런 가운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2일 낸 성명에서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마지막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며 올림픽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더 나아가 "올림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네티즌들은 "올림픽이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열어야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가장 악질적인 발언이다, 올림픽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람이 죽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바흐 위원장 자신은 대체 어떤 희생을 치를 것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태그:#도쿄올림픽, #IOC,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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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 희생자 이름과 묘지 번호, 아이들도 숙연해집니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5.18 학생 희생자 열여덟 분을 계기수업 주제로 삼은 까닭

21.05.22 20:34l최종 업데이트 21.05.22 20:35l
▲ 학교 복도에 설치한 김평용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기억벽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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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모교에 근무하고 있다. 그 인연으로 해마다 오월이면 5.18 묘역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사적지 답사와 해설을 소명처럼 여기며 지내고 있다. '오월을 위해 태어난' 윤상원 열사의 불꽃 같은 삶을 스승으로 삼고 있어서다.

학교엔 김평용 희생자도 있다. 5.18 당시 고등학교 2학년으로, 5월 24일 귀갓길에 계엄군의 총에 학살된 후 암매장당한 뒤 가까스로 시신이 수습됐다. 김평용 희생자와 같이 당시 학살당한 사망자 중 광주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은, 지금까지 모두 16개 학교의 18명으로 집계됐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부터 5.18 당시 학살당한 학생들에 대한 추모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5.18을 비롯해 현대사에 무관심한 요즘 세대에게 역사의식과 공감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는 한창 '일베'가 준동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던 때였다. 교정에 윤상원 열사의 흉상이 세워진 건 오래 전이지만, 김평용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억의 벽이 설치된 건 시교육청의 지원 덕분이다. 그곳에서 5.18 작은 음악회 등 추모 행사를 열면서 상징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젠 윤상원 열사처럼 김평용 '선배'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다.


시교육청의 지원과 지속적인 교육의 힘이다. 한 분은 열사로, 다른 한 분은 희생자로 불리긴 하지만, 그들의 희생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굳이 아이들은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현재 묘역을 관리하는 국가보훈처에서는 모두 '민주유공자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있다.

기억할 의무 

5.18 추모 주간인 지금, 당시 희생된 학생 희생자들을 주제로 계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친김에 다른 학교의 희생자도 두루 소개하기로 했다. 당시 계엄군에 의해 고립된 광주에서 내 학교, 네 학교 따졌을 리 없다. 세월이 흘러 해당 학교의 후배가 선배를 기리기 위한 것일 뿐,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건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의무다.

18명의 희생자 중 어느 분부터 소개해야 하나 멈칫하게 된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순서를 정하는 것조차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름의 가나다순이 좋을까. 사망 당시의 나이순으로 소개할까. 그도 아니면 사망 당시의 날짜를 기준으로 삼을까.

그들의 희생을 통해 열흘간의 항쟁 기간을 살펴볼 수 있다면, 사망일 순이 계기 수업에 가장 적절할 듯싶다. 굳이 수업 내용을 여기에 남기는 건, 1980년 당시 그들과 지금의 또래 아이들을 대조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물론, 교사로서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참고로, 희생자 이름 뒤 괄호 안에 그들이 잠든 묘소의 번호를 적어둔다. 앞의 숫자는 국립 5.18 민주 묘지 내 묘역의 번호이고, 뒤의 숫자는 해당 묘역 내 묘의 번호다. 나중 그곳에 가시거든, 묘비 옆 교복 차림의 앳된 얼굴들 앞에서 발길을 잠시 멈춰주십사는 부탁에서다.

당시 중3이었던 박기현(1-8)님은 5월 20일 계엄군의 폭행으로 희생됐다. 작고 날랜 몸집에 시위대의 연락책이었으리라는 억측만으로 무자비한 구타를 당했고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그의 묘비에는 '못다 핀 젊음이 묘지 앞 민들레로 피어나길' 바라는 애틋한 모정이 새겨져 있다.

같은 나이였던 김완봉(1-18)님과 박창권(1-32)님, 고3이었던 전영진(1-51)님, 고2였던 이성귀(2-20)님과 김기운(4-95)님 등 다섯 분은 21일 오후 금남로에서 희생됐다. 애국가를 발포 명령 삼아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그때다. 그들 중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도 있지만, 어머니와 친구가 걱정돼 거리에 나왔다가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다.

박창권님은 열여섯 나이에 '비상계엄 철폐' 구호를 외쳤고, 전영진님은 전날 계엄군에 폭행당한 뒤 가족 몰래 시위대에 합류해 '독재 타도'를 외치다 총에 맞아 숨졌다. 전영진님은 5.18 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박석무 선생의 제자이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신임 당대표의 같은 반 친구였다. 그의 묘 앞에는 스승과 친구가 가져다 놓은 꽃이 놓여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금희 님, 박기현 님, 김완봉 님, 박창권 님, 전영진 님의 묘.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금희 님, 박기현 님, 김완봉 님, 박창권 님, 전영진 님의 묘.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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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숨진 박금희(1-26)님은 계엄군의 야만성을 증명한 사례다. 피 흘리며 쓰러져 가는 시민들을 위해 헌혈한 뒤 병원을 나서는 순간 헬기의 기총 소사에 의해 사망했다. 그의 모교에서는 해마다 오월이면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며 선배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고 있다.

모른 척 갈 수 없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기운 님, 박현숙 님, 황호걸 님, 양창근 님, 이성귀 님의 묘.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기운 님, 박현숙 님, 황호걸 님, 양창근 님, 이성귀 님의 묘.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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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묘역에 오순도순 모여 잠든 다른 분들과는 달리 김기운님의 묘는 4묘역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리 없지만, 공교롭게도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 열사들의 묘 옆자리다. 찾는 이 없는 그들과 나란히 어깨동무한 채 위로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고1이었던 양창근(1-38)님은 5월 22일 옛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항쟁 마지막 날 도청에서 총에 맞아 숨진 문재학(2-34)님의 친구로, 그가 끝내 도청을 떠나지 못했던 이유였다. 그는 어머니의 애끓는 만류를 뿌리치며 이렇게 울부짖었다. 문재학님은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머니, 창근이가 총에 맞아 죽어서 바닥에 드러누워 있어요. 관에도 담을 수 없는 지경인데, 어찌 모르는 척 그냥 놔두고 가겠습니까."

두 달 뒤 첫 출근을 앞두고 있던 고3 박현숙(2-3)님과, 같은 나이의 시민군이었던 황호걸(2-13)님은 계엄군의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회자되는 주남 마을 버스 총격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다. 시신을 수습할 나무 관을 구하기 위해 화순을 향해 가다 화를 입었다. 둘을 포함해 당시의 피해자는 모두 33명으로, 22구의 주검은 아직 행방조차 묘연한 상태다.

두 분의 집은 상급 학교 진학을 꿈조차 못 꿀 정도로 가난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등상을 놓치지 않았던 박현숙님은 상업계고를 선택했고, 황호걸님은 그마저도 어려워 광주일고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에서 배움을 이어나갔다. 이웃의 고통에 나몰라라 하지 못했던 이유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방광범 님, 김부열 님, 김평용 님, 전재수 님, 김명숙 님의 묘.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방광범 님, 김부열 님, 김평용 님, 전재수 님, 김명숙 님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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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1이었던 방광범(2-18)님은 5월 24일 동네 친구들과 저수지에서 멱감고 놀다가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졌다. 유효 사거리라면 어른인지 아이인지 식별이 가능했을 테지만, 피에 굶주린 야수들에겐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묘비 옆 영정 사진 속 교복을 입은 그의 얼굴은 유난히도 앳되다.

같은 날 숨진 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2-22)님은, 지금 소개하고 있는 학생 희생자 중 가장 어리다.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다 고무신이 벗겨져 주우러 돌아서는 순간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열흘 전 그의 생일 때 어머니로부터 고무신을 선물 받았는데, 오래 신으라고 너무 큰 걸 사준 게 화근이 된 셈이다.

그의 부모는 어린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평생 자책했다. 아버지는 그때 시끄럽다며 집 밖에 나가서 놀라고 다그치지만 않았어도 총에 맞지 않았을 거라고 한탄했다. 최근 그의 사진이 발견되어 묘비 옆에 새겨졌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그의 얼굴에 총을 겨눴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다.

고3이었던 김부열(2-29)님은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든 시민군이었다. 그는 5월 24일 계엄군이 도시 외곽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추격하다 총에 맞아 쓰러졌다. 야산에 버려진 그의 시신은 목과 팔 등이 잘리고 난도질당한 상태로 수습되었다. 사타구니에 있는 점으로 신원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는 '폭도'로 낙인찍혀 유가족에 지급되던 위로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

중3이었던 김명숙(2-28)님은 항쟁 마지막 날인 27일 친구에게 책을 빌리러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딸의 황망한 죽음을 애통해할 겨를도 없이, 그의 부모는 성마른 이웃들이 찧어대는 입방아에 내내 시달렸다. 딸의 목숨값인 보상금이 도리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삶을 옥죈 셈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종필 님, 박성용 님, 문재학 님의 묘. 항쟁 마지막 날 도청을 지키다 총에 맞아 숨진 분들로, 묘비 앞에 '도청의 최후를 지킨 15인의 전사들' 팻말이 별도로 놓여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안종필 님, 박성용 님, 문재학 님의 묘. 항쟁 마지막 날 도청을 지키다 총에 맞아 숨진 분들로, 묘비 앞에 "도청의 최후를 지킨 15인의 전사들" 팻말이 별도로 놓여있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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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학님과 함께 도청에서 삶을 마감한 안종필(2-41)님과 박성용(2-37)님은, 모두 친구들의 죽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끝내 도청을 떠나질 못했다. 고1이었던 문재학님과 안종필님은 같은 학교 동급생이었고, 박성용님은 대학 진학을 앞둔 고3이었다.

이들이 살아 있다면

그들은 총을 드는 대신 항쟁 마지막 날까지 시신을 닦고 관에 안치하거나 부상자들을 옮기고 돌보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것이 친구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라 여기며 스스로 위안 삼았다. 이들은 모두 27일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들의 묘비 앞에 '도청의 최후를 지킨 15인의 전사들'이라는 영예로운 팻말이 놓인 이유다.

존칭을 생략하고 열여덟 분의 이름을 다시 떠올려본다. 박기현, 김완봉, 박금희, 박창권, 전영진, 이성귀, 김기운, 양창근, 박현숙, 황호걸, 방광범, 전재수, 김평용, 김부열, 김명숙, 문재학, 안종필, 그리고 박성용. 교사로서도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과연 교육의 본령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아이들이 5.18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된다면? 이는 아이들에게 묻기 전에 교사를 비롯한 기성세대 자신에게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다. 저들이 살아 있다면, 지금 여야의 주류 정치인들과 동년배다. 저들의 숭고한 희생에 지금 권력을 틀어쥔 '또래'들은 과연 보답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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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대북 유인책’ 제시 못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성김...‘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1.05.22 09:21
  •  
  •  수정 2021.05.23 07:36
  •  
  •  댓글 2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났으나, 남북-북미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불러낼만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긴장을 완화하는 실용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늘 저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이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의 전략과 접근법을 다듬어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면서, 이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성김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이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공동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며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를 토대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성김 특별대표 임명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외교를 할 것이며 이미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긴밀히 소통하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접근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유인책’ 제공 없이 ‘일단 대화에 나오라’고 북한 측에 공을 넘긴 셈이다.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에 이어 소인수회담이 열렸다. [사진제공-청와대]
한미 정상 간 단독회담에 이어 소인수회담이 열렸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기후변화, 인도주의 등 분야에서 남북 협력을 추진해 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미가 공동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후 삭제한다고 알린 내용이다. 성김 특별대표 임명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오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 긴장 완화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나 약속’이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전제조건을 고집한 것도 좋은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나는 최근에 행해졌던 걸 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찾고 있는 모든 걸 주고 싶지 않다”면서 “국제적으로 적법하게 인정받는 것이나 그가 전혀 진지하지 않은데 진지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을 거부한 것이다.      

한미동맹 관련, 문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은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고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42년 만에 ‘미사일주권’이 회복되고,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발사체 개발을 가로막았던 족쇄가 풀린 셈이다. 
 
이어 “당면과제인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미국의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역량을 결합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의 협력은 전세계에 백신 공급을 늘려 코로나의 종식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을 공급하겠다며, “한국군과 미군 모두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괄적인 백신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내년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해 수십억명에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삼성과 SK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해리스 부통령을 만났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을 비롯한 첨단 제조업 분야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우리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같은 과거 남북-북미 합의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명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 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남북-북미)협상의 연속성을 확보하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성명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개선 협력,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명시했다. 북한 문제, 공동 안보와 번영, 공통 가치, 규칙 기반 질서 등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견제’ 동참을 희망하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문구들도 눈에 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남중국해에서 항해 및 비행의 자유” 등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랄프 퍼켓 예비역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랄프 퍼켓 예비역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2시(한국시각 22일 오전 3시)부터 단독-소인수-확대 회담 형식으로 170분간 만났다. 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면담했고, 한국전 참전용사인 랄프 퍼켓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 회담에서 미국 측은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해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메인으로 하는 메뉴를 준비했다”고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
2021.5.21.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동맹은 70여년 전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 공동의 희생으로 뭉쳐진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평화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및 양국 국민들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였다.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은 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꾸준히 진화하였다.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이 더욱 복잡다단해지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기후변화 위협에 이르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로 인해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철통같은 동맹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한다.

한국과 미국은 국내외에서 민주적 규범, 인권과 법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및 세계 질서의 핵심축이자, 양국 국민들에게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도록 하는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대에 발맞춰나가겠다는 결의를 함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기 위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맞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였다. 우리는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 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우리는 또한 새로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공동 대응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버, 우주 등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연합방위태세를 향상시키고 동맹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다년도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을 환영하였다.

양측은 전 세계적 비확산과 원자력 안전, 핵 안보, 안전조치가 보장된 원자력 기술 사용과 관련된 제반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동맹의 핵심적 징표임을 재확인하였다. 미국은 비확산 노력을 증진하는데 있어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평가하였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하였다. 우리는 또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였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는 또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하였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초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하고, 양국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역동적인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아세안 중심성과 아세안 주도 지역 구조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였다. 우리는 법 집행, 사이버 안보, 공중보건, 녹색 회복 증진과 관련한 역내 공조를 확대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한국, 미국 및 동남아 지역 국민 간 더욱 심화된 인적 유대를 발전시키는 한편, 아세안 내 연계성 증진과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또한 메콩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 에너지 안보 및 책임 있는 수자원 관리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또한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하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하였다.

우리는 미얀마 군경의 민간인들에 대한 폭력을 결연히 규탄하고, 폭력의 즉각적 중단, 구금자 석방 및 민주주의로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계속 압박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미얀마로의 무기판매를 금지하는 데 동참할 것을 요구하였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현 시대의 위협과 도전과제로 인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우리는 기후, 글로벌 보건,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주 및 개발, 우리의 인적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유대를 형성할 것을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4월 22일 기후 정상회의 주최를 통해 글로벌 기후 목표를 상향시키고자 한 미국의 리더십을 환영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5월 30일~31일 P4G 서울 정상회의를 주최함으로써 포용적이고 국제적인 녹색 회복 및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하였다. 미국은 상향된 국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였고, 한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노력과 글로벌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목표에도 부합하는 상향된 잠정 2030 NDC를 10월 초순경에 발표하고 상향된 최종 NDC를 COP26까지 발표한다는 계획을 환영하였다. 우리는 2030 NDC 및 장기전략 등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데 있어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해양, 산림 등 천연 탄소흡수원을 보존·강화하며, 양국의 장기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 분야에서 무엇보다 필수적인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석탄발전 신규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과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위기 대응 행정명령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은 저감되지 않은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모든 형태의 신규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여타 국제 논의 계기에 협력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50년 이내 글로벌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및 2020년대 내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 달성을 위해 국제 공적 금융지원을 이에 부합시켜나갈 것이다. 한국은 파리협정 하 신규 post-2025 동원 목표를 위한 기후재원 공여 관련 미국 및 여타국들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 

한국과 미국은 그간 코로나19 대유행과 오랜 글로벌 보건 도전과제에 있어 핵심적인 동맹국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핵심 의료물자를 다급히 필요로 했던 당시에 한국이 이를 기부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과학 ·기술 협력, 생산 및 관련 재료의 글로벌 확대 등 중점 부문을 포함한 국제 백신 협력을 통해 전염병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각국의 강점을 발휘하여 국제적 이익을 위해 엄격한 규제 당국 또는 세계보건기구에 의해 평가를 받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받은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해 협력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증가를 적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동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전염병 대유행을 종식하고 향후의 생물학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코백스(COVAX)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과의 조율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 국가들에 대한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데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파트너십 이행 목적으로 과학자, 전문가 및 양국 정부 공무원으로 구성된 고위급 전문가 그룹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발족할 것이다. 양국은 코백스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며, 한국은 금년 40억불을 기여한 미국의 대담한 결정을 평가하였다. 이를 위해, 그리고 한미 양국이 코로나 대응을 함께 선도함에 비추어, 한국은 코백스 AMC에 대한 기여 약속을 금년 중 상당 수준 상향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잠재적 보건 위기에 대한 조기의 효과적인  예방・진단・대응을 통한 팬데믹 방지 능력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증진하며,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세계보건기구를 강화하고 개혁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또한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전염병 대유행 준비태세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결의하고, 모든 국가들이 전염병 예방・진단・대응 역량을 구축해 나가도록 함께 그리고 다자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한국은 글로벌보건안보구상 선도그룹(GHSA Steering Committee) 및 행동계획워킹그룹(Action Package Working Groups)에 대한 관여를 확대하고, GHSA 목표를 지지하고 협력국간 격차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2021-2025년 기간 동안 2억불 신규 공약을 약속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지속 가능하며 촉매 역할을 할 새로운 보건 안보 파이낸싱 메커니즘 창설을 위해 유사입장국들과 협력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 최대 무역・투자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이며,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등 강력한 경제적 유대는 굳건한 기반이 되고 있다. 양 정상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불공정 무역 관행에 반대한다는 공동의 결의를 표명하였다.

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번영 증진을 위해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는 해외 투자에 대한 면밀한 심사와 핵심기술 수출통제 관련 협력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Open-RAN 기술을 활용하여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 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핵심 원료, 의약품 등과 같은 우선순위 부문을 포함하여, 우리의 공급망 내 회복력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우리는 상호 투자 증대 촉진 및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자동차용 레거시 반도체 칩의 글로벌 공급을 확대하고, 양국 내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차세대 배터리, 수소에너지, 탄소포집·저장(CCS)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5G, 차세대 이동통신(6G), Open-RAN 기술, 양자기술, 바이오 기술 등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 우주 탐사, 과학, 항공 연구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약속하고,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Artemis Accords) 서명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 원자력 안전, 핵안보, 비확산에 대한 가장 높은 기준을 보장하는 가운데,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간 개발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환영한다. 우리는 미국국제개발처와 한국국제협력단 간 보다 긴밀한 협력 촉진을 위해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또한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들로부터 미국으로의 이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은 2021~2024년간 중미 북부 삼각지대 국가와의 개발 협력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2.2억불로 증가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내 국가들과 디지털·녹색 협력 등 협력을 확대한다는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환영하였다.

한미 양국의 지속적인 우정은 양국 간 활발한 인적 유대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1955년 이후 170만 명 이상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교육기관에 입학하였다. 200만 명 이상의 한국 시민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에 근무 또는 거주하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1만 명 이상의 한미 양국 시민들이 후원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우리는 제1기 한미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의 상대국 방문이 60주년을 맞이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는 한미 양국 국민들 간 오랜 유대의 깊이와 힘을 보여준다. 한미 간 폭넓은 교환 프로그램은 양국 공동의 목표 달성을 촉진한다. 우리는 환경 등 핵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 환경 지도자들 간 쌍방향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나아가, 우리는 한미 양국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제적 회복력의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전문가 간 교류 확대를 지원하고 여성의 역량을 증진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부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국내외에서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기로 하였다. 우리 민주국가들의 힘은 여성들의 최대 참여에 기반한다. 우리는 가정폭력과 온라인 착취 등을 포함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학대를 종식시키고, 양국 모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성별 임금 격차를 좁혀나가기 위한 모범 사례들을 교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부패 척결, 표현・종교・신념의 자유 보장을 위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끝으로,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도서국 공동체에 대한 폭력 규탄에 동참하고,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이 존엄성 있고 존중 받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나가기로 약속한다.

국제적 난제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미국 및 세계가 직면한 저해 요인들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간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이 국제적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중대한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임을 인식한다. 우리의 동맹은 호혜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변함없는 국력의 원천이 되어 왔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향후 수십 년 동안에도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따뜻한 환대에 사의를 표하고, 바이든 대통령을 방한 초청하였다.  

(비공식 국문본, 자료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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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애 청년노동자의 죽음, 그리고 1년

[포토스케치] "장애인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여겨지는 사회..."

중대 재해의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노동자의 77.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5인 미만이 40.2%, 5인 이상 50인 미만이 37.6%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을 3년 미루기로 했다. 장애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2024년까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유예기간 이후에도 40.2%의 장애인 노동자는 여전히 방치된다는 얘기다. 

김 씨가 숨진 사업장에서는 2014년에도 폐목재 파쇄기에서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처벌이 가벼운데 안전에 돈을 쓸 사업주가 있을까? 6년 만에 똑같은 사고를 낸 사업주는 법정에 서기 전까지 작업자의 부주의를 탓했다.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기업의 안일함을 멈추기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작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을 법망에서 밀어내고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故 김재순 씨의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한 발언자가 "장애인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여겨지는 사회"이라는 표현을 썼다. 끔찍한 김 군의 사건에서, 숱한 죽음을 바탕으로 만들었을 그 허술한 법에서, 그리고 모인 사람들의 절망적인 얼굴에서 '지나치다 싶었던' 그 말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21일 故 김재순 씨의 1주기 추모식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 경계성 지적장애를 가진 김재순 씨는 폐합성수지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려다 파쇄기에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1994년생으로 그의 나이 27살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일이 힘들어 퇴사한 김재순 씨는 결국 다른 일을 구하지 못해 다시 조선우드에 재취업해야 했다. 그 후 불과 10개월만에 사고를 당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노동 현실이 김 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지나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최형락)
▲ 추모제는 빗속에서 치러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참가자들은 장애인 노동자 노동환경 전수조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하모니음악단의 카혼 연주. ⓒ프레시안(최형락)
▲ 중대재해의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장애인 노동자의 77.8%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프레시안(최형락)
▲ 검찰은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협의로 기소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달 28일에는 결심공판이 열린다. 김 씨의 아버지 김선양 씨는 '살인기업주 박상종'을 법정 구속해 달라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장애인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은 점점 열악한 곳으로 내몰린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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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212158281330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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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자식이라는 ‘희망’ 잃고 ‘유가족’으로 다시 서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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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훈씨(59)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다. 대학생이던 아들은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스물세 살, 이선호씨다.

    김혜영씨(63)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 이름은 ‘나의 희망’이었다. tvN PD이던 아들은 2016년 10월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부당한 업무 강요를 고발하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스물일곱, 이한빛씨다.

    ‘희망’을 빼앗긴 아비와 어미들은 투사가 된다. 초등학교 교사의 딸로 자라 중·고교 교사로 평생을 살아온 김혜영씨도 그랬다.

    김씨가 대학 4학년이던 해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재학 중이던 충북대 캠퍼스에서도 집회가 열렸지만 “전두환 타도” 구호가 무섭기만 했다. 교사이던 남편 이용관씨(65)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됐을 때도 ‘노동’이란 말이 낯설었다. ‘근로라는 말도 있는데 왜 굳이 노동을 쓰지’ 생각했다.

    아들의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중학교 교감의 안온한 일상은 사라졌다.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어디든 쫓아갔다.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가족이 겪는 슬픔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회사 측의 사과를 받아내고, 보상금으로 미디어산업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를 세웠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위한 싸움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8월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김씨가 최근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후마니타스)라는 책을 냈다. 한빛센터 홈페이지에 연재한 글 80여편 가운데 50여편을 가려 뽑고 새로 쓴 글 10편을 보탰다. 그는 책날개에 “이름처럼 빛나는 삶을 살았던 아들의 꿈을 기억하며, 남겨진 사람으로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썼다.

    지난 18일 경향신문사에서 김씨를 만났다. “지금까지는 ‘유가족’이란 말을 쓰지 못했습니다. 너무 슬프고, 동정받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어요. 책을 내면서 달라졌습니다. ‘나는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생겼어요. 그러고 나니 할 일도 많아졌고요. 제 힘이 닿는 한, 현장에 찾아가 어려운 이들의 곁에 있을 겁니다.”

    김씨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씨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아들 떠난 후 시간이 멈춘 듯, 껍데기로 살아…‘유가족’ 단어 받아들이고 나서 달라져

    2017년 4월18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이한빛 PD 3주기를 하루 앞둔 2019년 10월25일 추모제 ‘다시는’에서 김혜영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지윤·권도현 기자

    2017년 4월18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기자회견에서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씨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오른쪽). 이한빛 PD 3주기를 하루 앞둔 2019년 10월25일 추모제 ‘다시는’에서 김혜영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지윤·권도현 기자

    세월호 연대·KTX 해고승무원 등에
    적금 대신 ‘후원금’ 보냈던 이한빛씨
    아들의 고민 알아주지 못한 게 ‘후회’

    - 아드님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빛이 스물일곱에 떠났습니다. 떠나고 나서 보니까, 한빛에 대한 기억이 스물일곱에 멈추는 거예요.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일기장에도 ‘한빛이 이랬었는데’ 과거형만 쓰고 있더라고요. ‘한빛아, 지금 어떻게 지내니’ 물어보고 싶어도 카톡을 보낼 수도 없고요. 너무나 그리운데도 기억이 금방 흐릿해지는 게 무서웠어요. 그래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홈페이지의 ‘빛이 머문 시간’ 코너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쓰면서 ‘이 작업은 단순한 일기가 아니고 한빛을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儀式)’이란 생각이 들게 됐어요.”

    - 책으로 묶어내는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았나요.

    “(자식을 잃은) 다른 엄마들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자주 들여다본다고 해요. 저는 그것도 잘 못해요. 마지막 원고 교정 볼 때는 너무 힘들어서 진이 빠졌어요. 책은 내면 뭘 하나, 아들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싶기도 했고요.”

    원고 교정작업은 충남 도고의 집에 가서 했다. 마침 지난해 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29일간 단식했던 남편 이용관씨(한빛센터 이사장)가 휴식하며 보식을 해야 하던 터였다. 부부만 도고에 가서 “통곡하며” 교정을 봤다.

     김혜영 지음"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김혜영 지음

    아들을 기억하기 위해 쓴 글 출판
    내고 싶었지만…내고 싶지 않았던
    결국엔 그래도 ‘내게 힘이 된 책’

    - 책을 내고 나니 어떻습니까.

    “책 읽고 글쓰는 걸 좋아했고, 평생 국어 교사로 일했어요. 퇴임하기 전에 책을 쓸 거란 희망은 늘 품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책을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내 운명이 왜 이렇게 됐지?’ 싶어서 많이 슬펐어요. 하지만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하면서 한빛에게 ‘약속’을 하게 되고, 그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한빛 추모제 때마다 ‘빚을 갚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책으로 내고 나니 조금은 갚은 느낌이 듭니다. ‘내고 싶었지만, 동시에 내고 싶지 않았던’ 책, 그러나 ‘결국에는 힘이 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어요.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하는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이한빛의 유서 중에서)

    2016년 10월26일. 이한빛이 조연출로 일하던 드라마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이었다. 그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그해 1월 CJ E&M의 케이블채널 tvN에 정규직 드라마PD로 입사한 그는 촬영 준비,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업무 등을 맡았다. <혼술남녀>는 방영을 한 달가량 앞두고 촬영·장비·조명 담당 외주업체를 대거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약직 스태프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한빛은 아버지에게 “계약금으로 받은 돈을 이미 다 썼는데, 반환하라고 독촉하는 건 정말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고 투쟁했던 이한빛은 “스스로 경멸하는 삶”을 이어가는 대신 죽음을 택했다. 입사 9개월 만이었다.

    생전의 이한빛 PD. 김혜영씨 제공

    생전의 이한빛 PD. 김혜영씨 제공

    - 한빛씨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는데요. 원래부터 PD를 꿈꾸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꿈이 신문기자였어요. 학교신문 편집장도 하고 그랬어요. 대학 갈 때도 ‘기자 되려면 정외과 가야 해’ 하더라고요. 그런데 고학년이 되면서 영화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계절학기에 영화 강의 듣고, 공군 복무할 때는 외박 나왔다 들어가며 영화를 많이 다운받아 가더라고요. 휴가 때도 조조영화 보고요. 서울대 ‘대학문학상’ 영화평론부문 가작을 받기도 했어요. 결국 메시지를 대중에게 바로, 쉽게 전달하는 드라마 PD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하고 아이 아버지는 속으로 기자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믿어줬습니다.”

    tvN에 입사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너 결혼할 때 집 못 사준다”며 적금을 들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러마 하던 아들은 몇 달이 지나도록 적금을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서운해하자 “사실 돈 벌면 기부하고 싶은 데가 많았다”며 월급을 세월호 4·16연대, 기륭전자, KTX 해고승무원, 빈곤사회연대 등에 후원금으로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년엔 꼭 적금 들겠다”고 약속했다. 아들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 한빛씨 생전에 이런 사정을 알고 계셨습니까.

    “구체적으론 몰랐어요. 유서에도 이렇게 썼어요. ‘엄마 아빠, 제 통장에 남은 돈은 힘들고 어려운 곳서 일하는 제 친구들한테 주세요.’ 죽은 아들 통장을 정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한빛 아빠가 정리하며 대성통곡을 했지요. 생활비 빼곤 다 후원금으로 나갔더라고요. 사실 지난해 제가 정년퇴직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후원금 리스트 정리였어요. 꼭 내야 될 곳만 내게 되더라고요. 한빛의 결정이 쉬운 게 아니었구나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 한빛씨는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로 사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그런 대화할 시간도 없었어요. 꼭두새벽에 나가서 한밤중에 들어오니까…. 함께 식사할 때 한두 번 이야기한 건 기억나요.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면서 ‘비정규직은 하루아침에 해고될 수도 있고, 일회용품처럼, 도구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말을 중간에 끊었나봐요.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래.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어쩔 수 없는 거야’ 하고요. 정말 후회돼요. 용균이 엄마(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용균이가 일하는 곳이 그런 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엄마들이 어찌 알겠어요. 유서에 보면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구절이 있어요. 그게 한빛의 소신이었는데, 저는 ‘세상이 원래 다 그런 것’이라고 했으니…. 대화를 길게 했으면 ‘그럼 그 회사 나와서 다시 공부해. 어디 못 들어가겠니’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죽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한빛은 스스로 경멸하는 삶을 살 수도 없고, 혼자만 살겠다고 나오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이한빛이 떠난 뒤, 가족들은 회사 측에 객관적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고인의 성격과 근무태도 탓으로 돌렸다. 불성실했다, 적응을 못했다,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었다.

    - 분노가 컸겠습니다.

    “사람이 스물일곱 해 동안 성실하게 살다가 9개월 만에 휙 변할 수 있습니까. 회사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 지인과 함께 갔어요. 이 지인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사측이 말하는 한빛과 자신이 알던 한빛이 다르다고 생각해 녹음을 시작했어요. 이 녹음이 나중에 진상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한빛의 동생 한솔(31)은 형이 숨질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이한솔은 휴가 나올 때마다 <혼술남녀> 외주업체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만나주지도 않았지만, 몇몇은 용기 내 진실을 증언했다. 청년유니온은 고인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혼술남녀> 제작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착취적이었음을 입증했다.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2017년 4월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을 공론화했다. 김혜영은 싸움의 중심에 섰다.

    아들이 세상을 뜨기 전 김혜영은 평범한 교사이자 주부였다. 책에 이렇게 썼다. “졸업 후 줄곧 학교에서만 근무했기에 나는 노동자로서 사회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란 말도 관심 밖이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군에 대해 이야기하며) 무슨 법 제정까지 필요하다고 하는 한빛이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 아들의 부재가 어머니의 삶을 바꿔놓은 건가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어요. 제가 어느 정도 ‘순진’했냐면…. 1980년 대학(충북대 사범대) 4학년 때 5·18이 있었거든요. 교문 앞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요. ‘신현확 타도, 전두환 타도’ 하는데 그냥 무섭기만 했어요. 81년 2월에 졸업하고 3월부터 교사로 일했습니다. 3년 있다가 야간에 고려대 교육대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고대 갔더니 4~5월이면 매일 데모를 해요. 그때 최루탄 냄새를 처음 맡아봤어요. 5월이 되니까 고대 학생회관 앞에 5·18 관련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요. 수업에 조금 일찍 간 날, 한 번 봤습니다. 처참해요. 마치 그림같이 느껴져서 몰래 긁어보기도 했는데, 사진이더라고요. 혼란스러웠지요. 결혼 후 남편이 전교조 사건으로 해직됐어요. 그때도 ‘근로라는 말도 있는데, 왜 굳이 노동이란 말을 쓸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 2017년 4월18일 기자회견에도 원래 남편이 참석할 예정이었다면서요.

    “맞습니다. 당시 저는 교감이었는데, 학교에서 괜찮은 척하고 지냈어요. 동정받기 싫었거든요. (한빛의 사인을) 교통사고라고 숨겼어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서 대책위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회견 이틀 전 한빛 아빠가 간농양으로 입원하게 됐어요. 한빛이 떠난 후, 남편은 밤마다 제가 잠들고 나면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를 삼켰다고 해요. 그러다 간에 무리가 온 거죠. 회견 전날 밤 우리를 도와주던 청년유니온 관계자가 와서 ‘어머님이 하셔야 합니다’ 하는 겁니다. 앞이 캄캄했지요. 한빛의 죽음만으로도 힘든데, 돌아가는 상황도 한빛 아빠만큼 알지 못하는데, 회견 전날 밤에 갑자기 회견문을 써야 했어요.”

    김혜영은 책에서 술회한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신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중략) 자식 잃은 부모의 감정은 조롱거리가 되기 쉬웠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단식투쟁을 할 때 그 앞에서 피자 100판과 치킨, 핫도그 등을 먹었다는 기사를 본 뒤 인간이 어디까지 극악할 수 있는가 싶어 치를 떨었던 기억이 소환됐다. 한빛을 두 번 욕되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일은 진상 규명을 넘어서
    그들에게 먼저 이겨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
    청년들 더 이상 불행해져선 안 돼

    - 그 후 수많은 곳에 가서 아드님 이야기를 했지요.

    “한빛에 대해 알릴 수 있다면 어디든 갔습니다. 광화문광장에도 섰고요.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으니 눈물도 안 났어요.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담담할 수 있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단순한 진상규명을 넘어서 이겨야 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우리 가족이 겪는 슬픔을 누군가 다시 겪어선 안 된다, 청년들이 불행해져선 안 된다, 더 이상 죽어가선 안 된다, 생각하니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요. 그 전까지는 주로 제 가정과 아이들 중심으로 기도를 드렸는데, 그 무렵부터 타인을 위해 기도하게 됐어요. 그동안은 나 스스로 성실하고 민폐 안 끼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옆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바라보아야 하고, 옆사람이 힘들면 손을 잡아줘야 된다, 비빌 언덕이 돼줘야 한다, 옆 사람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다…. 제 변화에 스스로 놀랐습니다.”

    ■산재 참사는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어 힘 닿는 한 연대하며 살 겁니다

    지난 1월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통과된 뒤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월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통과된 뒤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졸지에 유가족 되고 멈춰버린 시간
    산 사람은 살라는데…잘 안되더라
    자식의 죽음은 버티고 견딜 수밖에

    CJ E&M 측은 2017년 6월14일 이한빛 PD 유가족과 대책위에 공식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 징계, 회사 차원의 추모식, 이한빛 PD 사내 추모편집실 조성, 고인 뜻을 기릴 수 있는 기금 조성에 관한 재정적 후원을 약속했다. 또 적정 근로시간·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외주사와 스태프 간 계약 시 합리적 표준 근로계약서 마련 권고 등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가족이 받은 보상금과 회사 측 기부금으로 2018년 한빛센터를 설립했다. 한빛센터는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방송·미디어 분야 노동자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 기자회견 두 달 만에 사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외주업체 스태프 등) 진실을 말해주신 분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시 청년과 시민들이 대단히 우호적이었어요. 기자회견 다음날부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동참하겠다고 해서 ‘1인 시위 예약자’가 밀릴 정도였습니다. 관련 기사에 지지하고 응원하는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요. 그분들이 힘을 주시지 않았다면 결코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견디기 수월한 슬픔이란 없다. 하지만 위로조차 보태기 어려운 슬픔은 흔치 않다. 자식을 앞세운 사람들의 슬픔이 그럴 것이다. 김혜영은 쓴다.

    “제사상 앞에서 형제자매 중 누가 돌아가신 부모님을 찾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막내의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같이 훌쩍이다가도 언니가 우스갯소리를 하면 금방 깔깔대기도 한다. 자식의 죽음은 다르다. 남편이나 나나 매일매일 공허하다. 한집에 살면서도 각자의 방법으로 슬픔을 마주한다. 그리움에 지치면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서 덜어내도 될 것 같지만 나도 남편도 참고 참는다. 오히려 서로에게 더 큰 고통을 줄까 봐 두려워한다.”

    - 책에서 “나는 졸지에 유가족이 되었고 유가족은 이래야 한다고 학습하지 않은 채 유가족이 되었다”는 대목이 가장 슬펐습니다.

    “죽음이라는 게, 한 세계의 끝이잖아요. 한빛이란 세계의 끝. 고 이선호씨 추모문화제에도 가봤는데, 아버님(이재훈씨)이 ‘선호의 죽음으로 한 가정이 박살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박살이란 말, 그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어요. 흔히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돼요. 살아갈 의미가 모두 사라집니다. 한빛이 떠난 이후 4년가량 더 교직에 있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껍데기로 산 느낌이랄까요. 지금 당장은 제가 인터뷰에 몰입하고 있지만, 끝나고 나가서 지하철만 타도 ‘왜 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한빛이 떠난 이후로 시간이 멈춘 느낌이 듭니다.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고…. 산다는 말보다 버텨낸다, 견뎌나간다는 말이 더 어울리죠. 자식 잃은 부모는 모두 같을 겁니다.”

    - 이선호씨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심경을 여쭤봐도 될까요.

    “이선호씨 아버님이 휴대전화에 아들을 ‘삶의 희망’이라고 저장해 놨다지요. 제 휴대폰에도 한빛이 ‘나의 희망’으로 저장돼 있어요. 저는 희망이라는 말이 운명보다 강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지만, 희망은 이런 운명조차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고요. 선호 아버님도 그런 의미로 썼을 것 같아요. 선호 소식을 듣고, 사람 목숨이 낙엽처럼 떨어지는구나 싶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남편이 지난해 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29일간 단식했는데요. 법이 통과되고 두세 달 만에 젊은 친구가 안전요원도 없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어요. 이건 사회적 타살입니다. 개인적인 죽음이 아닌 사회적인 죽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선호나 용균이나 한빛처럼 선하게, 평범하게 살던 젊은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입니다. 바뀌어야 됩니다. 저도 다시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눈곱만큼이라도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 이선호씨 아버님, 그리고 자식을 먼저 보낸 모든 부모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에게는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습니다. 저도 위로를 받아봤지만 사실 위로가 안 됐어요. 전에 고양시에 살 때 경의선 타고 서울로 나오는데, 상암DMC역이 다가오면 눈을 감아버립니다. 한빛이 다니던 회사가 상암동에 있으니까요. 지하철 2호선 타면 서울대입구역도 못 지나가요. 한빛이 예전에 그 역 근처 원룸에 살았거든요. 2호선이 순환선이잖아요. 서울대입구역을 지나 여섯 정거장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도 반대방향으로 타고 스무 개쯤 갑니다.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요. ‘혜영아, 너 이겨내야 돼.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지난해 말에야 조금 극복했어요.”

    아직도 한빛센터에는 잘 가지 못한다. 상암동에 있어서다. 아파트 앞마당에 들어서는 CJ대한통운 택배차량만 봐도 떨린다. “선호 아버님이나 용균 어머님도 그럴 겁니다.” 김혜영의 소망은 이런 슬픔을 겪는 가족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일이다. 가족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앞장섰던 이유다.

    처벌보다 안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살려야 제2의 용균·선호 안 나와
    사회 안 바뀌면 반복될 수밖에 없어

    - 산업재해 유가족들의 목숨 건 투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5~49인 사업장은 적용이 2년 동안 미뤄졌습니다. 최근에는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 대표이사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법의 취지는 처벌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안전을 지키자는 데 있습니다.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 제2, 제3의 용균이, 선호가 나올 수 있어요. 제가 교장으로 일해본 경험에 비춰보면, 최고경영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예컨대 학교에서 교장이 안전 문제에 책임감을 가지면, 안전에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고 교사 연수도 실시하게 됩니다. 교장이 솔선수범하면 교사도 의욕을 갖고 더 열심히 챙기게 되고요. 교장이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안전 문제는 담임이 알아서 책임지라’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최고경영자가 안전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여기 있어요. 사람이 죽은 다음에 보상금을 주면 뭘 합니까. 사람이 죽지 않게 해야지요. 사람 목숨과 기업 이윤 가운데 뭐가 중요한지는 초등학생도 압니다.”

    - 한국에선 해마다 200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사회적 참사’입니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직후에만 공분이 일 뿐, 분노가 오래도록 지속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저도 제 아들이 죽을지 몰랐고, 나와 내 가족이 열심히 살고 행복하면 된다고 여겼어요. 사실 좁게 살았어요. 지금 대부분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그런데 언제든 누구한테든 닥칠 수 있는 일이에요.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내 일처럼 생각해 귀를 기울이고, 서로 업고 업히고, 기대고 등 내주고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런 연대가 없으면 ‘매일 7~8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아요.”

    고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씨. 박민규 선임기자

    고 이한빛 PD 어머니 김혜영씨. 박민규 선임기자

    교단서 노동교육 못한 게 가장 후회돼
    생명이 이윤보다 우선이라는 가치관
    모두 배웠다면 함께 잘 살았을 텐데

    4·7 재·보궐 선거 이후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20대라 해도 그 내부에 지역·가정·학력·직업 등에 따른 격차는 존재한다. 이한빛은 서울대를 나온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였다. 김용균과 이선호는 하청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40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김혜영에게 기성세대의 책임을 물었다.

    “한빛이 떠난 뒤, 제가 가르치던 중학생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들도 5~6년 후면 청년이 되고 사회에 나갈 텐데, 자기가 추구하던 가치가 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좌절하면 얼마나 힘들까…. 교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실질적 노동교육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지난 12일 전곡중학교에서 열린 교사 연수에 갔을 때 노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우리는 누구나 일을 하고 살아가는 노동자이며 사회 구성원이 됩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 많은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든, 하청업주가 되든, 대기업 사장이 되든 생명이 이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가치관이 확립돼 있으면 지금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일은 사라질 거라 생각해요. 그럴 때 출신 지역이나 배경이나 학력이나 직업이 달라도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될 수 있을 테고요.”

    - 한빛씨 가족들은 한빛센터를 세워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센터를 운영하며 어떤 보람을 느낍니까.

    “한빛이 죽음으로 고발함으로써,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던 방송·미디어노동 현장의 열악한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 하면 화려한 이미지의 연예인만 떠올리던 시청자들이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어요. 비정규직 방송노동자들이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를 만드는 등 조직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도 보람이고요. 한빛센터의 목표는 비정규직·프리랜서·일용직 등 모든 방송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노동자성’을 보장받는 겁니다.”

    - 힘든 점도 있을 텐데요.

    “가장 큰 문제는 재정입니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후원할 만한 분들이 넉넉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서요. 보상금과 기부금을 받은 후 청년유니온에 일부 기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센터 설립에 쓰기로 가족회의에서 결정했습니다. 물론 곶감 빼먹듯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이번에 책을 쓰면 인세를 받아 조금 도움될까 했는데, 인세로 큰돈 모으는 게 쉽지 않다면서요?(웃음). 사무국장 1명만 상근이고, 3명은 공공상생연대기금 등에서 지원받아 고용하는데 1년 단위로 근무하다 떠나니까 업무의 연속성이 부족합니다. 이 기사 나간 뒤에 책도 많이 팔리고 후원자도 늘면 좋겠어요.”

    한빛센터는 2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4회 6월민주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6월민주상은 2017년 6·10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상으로,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해 시상해오고 있다.

    -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면 “남겨진 사람으로서,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나와 있어요. 어떤 일들을 시작하려 합니까.

    “여태까지는 제 슬픔에 겨워 못 일어났어요. 퇴직하기 전에는 학교 핑계도 댔고요. 지난해 8월 퇴직한 후 조금 헤매다가 올해 책이 나오면서 자기암시를 걸었어요. 그동안 저는 유가족이란 말을 안 썼습니다. 너무 슬프고 동정받는 것 같고, 피해자인 것 같아서요. 이제는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생겼습니다. 그러고보니 할 일도 많아졌고요. 일흔 살 될 때까지는 힘이 닿는 한 현장에 찾아가 연대해야겠다 마음먹고 있습니다. ‘말해 봤자 뭘 해’ 이런 생각은 더 이상 안 합니다. 무엇이든 제가 알릴 수 있는 만큼 알리고 싶습니다. 유가족이란 정체성을 갖는 건 동정을 바라서가 아닙니다. 사회적 연대를 위해서입니다. 동료 시민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더 좋은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고 싶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던 김혜영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도고 집 텃밭에서 키운 채소가 담겨 있었다. 빛깔이 유난히 푸르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220600025&code=940100#csidx96574bb64ff712b9bf7ca245a162b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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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기업, 400억 달러 대미 투자…文대통령 "한미는 투자 파트너"

해리스 美부통령 만나선 "책임 동맹으로서 미국과 함께 할 것"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간의 활발한 투자는 신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기업의 투자액을 합하면 400억 달러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70년 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액 중 27%를 미국에 투자했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투자 중 25%가 미국 기업의 투자"라면서 "최근 현대차가 74억 불을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투자 계획 외에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를 들여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이들 4대 그룹이 미국 현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394억 달러다.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위기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양국 산업 협력의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을 꼽았다. 반도체 협력과 관련해선 "삼성전자는 170억 불을 투자하여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센터를 신축한다"며 "미국의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은 한국에 첨단 반도체 소재 R&D센터를 구축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SK와 LG의 배터리 분야 투자와 관련해선 "최근까지 미국 내 43억 불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해 왔고,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합작 또는 단독 투자를 통해 140억 불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 500억 달러 대규모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투자 인센티브, 예를 들면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 등 인프라와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운 LG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대미 투자와 아울러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 발코니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뒤이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사실을 찾아 카말라 데비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책임 동맹'을 강조하며 빈틈 없는 공조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먼저 해리스 부통령에게 "따뜻한 환대에 감사드린다"면서 "그동안 민주주의와 여성,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해리스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백신 접종과 경제회복으로 더 나은 재건을 실현하면서 미국의 정신을 되살려 포용과 통합의 길을 걷고 있는 것에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 코로나 극복과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빈틈없이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적으로는 우리 양국의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우리가 함께 자유롭고 열린, 그리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증진시킬 수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양국의 강력한 동반자 관계 및 한반도 내외 도전과제 등 광범위한 사항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발언을 마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발코니로 나가 워싱턴 D.C.의 상징물인 워싱턴 모뉴먼트를 바라보며 마스크 없이 대화를 나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220137461206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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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왜 수사 안 하냐?...수사할 때까지 계속 고발한다”

박한균 기자 | 기사입력 2021/05/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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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촛불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서울주권연대, 21세기조선의열단 등의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한균 기자

 

▲ 김은희 서울주권연대 대표.  © 박한균 기자

 

▲ 김은희 서울주권연대 대표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전달하고 있다.  © 박한균 기자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광화문촛불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서울주권연대, 21세기조선의열단 등의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계속 고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내곡동 땅 소유 허위사실 유포), 형법상 명예훼손(용산참사로 희생된 세입자·철거민들에 대한 심각한 음해와 허위의 비난 등), 허위사실 유포(전광훈 집회 참석, 파이시티 비리 인허가, 내곡동 경작 현장에 참가 여부) 등의 혐의로 오 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준성 강북우리마을위원회 대표는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 사실을 언급하면서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서 진실이 밝혀질 경우에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라고 상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08년 서울시장을 지냈을 당시 처가 소유 토지가 포함된 내곡동 신규택지 개발사업을 시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선정해 3급 이상 실·국장에 매달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4월 30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시 시정 주요일지와 2008~2009년 주요 사업계획 자료 등에 따르면 내곡지구 개발사업은 당시 서울시 주택공급과의 핵심성과지표(KPI)로, 2007~2011년 단계별 사업 추진 내용이 명시됐다.

 

서울시 ‘2008년도 주요 사업계획’과 ‘2009년도 주요 사업계획’ 자료를 보면 KPI 항목 ‘택지개발’에 ‘신규 택지개발사업 예정지구’로 내곡지구와 수서2지구가 나와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2009년 내곡지구에 대해 택지개발 지구로 지정 추진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김준성 대표는 또 “당시 오세훈 후보 처가 땅을 보러 가기 위해서 오세훈 후보가 직접 갔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을 동원해서 그 증언자들을 거짓말쟁이로 추락시키고 자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은)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에 당선됐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은 선거법(위반)으로 응당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준성 대표는 오 시장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이 오 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라며 “서울경찰청은 지금 즉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신속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해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기회회견을 마치고 김은희 서울주권연대 대표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전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경찰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혐의를 즉각 대대적으로 수사하라!

 

광화문촛불연대, 국민주권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1, 2, 3차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고발을 진행했다.

 

1차 고발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내곡동 땅 소유 허위사실 유포), 형법상 명예훼손(용산참사로 희생된 세입자·철거민들에 대한 심각한 음해와 허위의 비난 등)에 대해 진행했다.

 

2차 고발은 허위사실 유포(전광훈 집회 참석, 파이시티 비리 인허가, 내곡동 경작 현장에 참가 여부), 명예훼손 행위(내곡동 목격자 음해), 무고(보도기자 고소고발)로 진행되었다.

 

3차 고발은 서초구청을 통해 불법적으로 내곡동 안고을 식당 주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유출한 국민의 힘 관계자에 대한 고발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곡동 땅의 진실이 드러날 경우 후보 사퇴를 분명히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일 목격자가 6명가량 되고 명백한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모략하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최근 2005년 6월 13일 내곡동 토지 측량 당일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송상호 교수(오세훈 서울시장의 처남, 현 경희대 경영대학원 원장)는 당일 수업이 없었으나 근태 관련 복무 현황은 밝힐 수 없다며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는 오세훈 시장은 말 바꾸기를 계속하며 서울시정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계속 고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며, 오세훈 시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2021년 5월 21일

광화문촛불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서울주권연대, 21세기조선의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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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선언에 '판문점 선언' 담긴다... 미사일지침 완전 해제 기대감

[정상회담 기대감 상승] 한미 원자력 제3국 공동 진출도 논의 의제로

21.05.21 16:44l최종 업데이트 21.05.21 17:09l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2021.5.20
▲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2021.5.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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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토요일 새벽(한국시각)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이 명시될 전망이다. 또한 한미 미사일지침(RMG·Revised Missile Guideline)의 완전 해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보좌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한국시각) 오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나,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에서 판문점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 "북미 간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도 모두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를 포함해 그동안 성사된 북미 비핵화 합의들을 토대로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내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42년 된 것이고, 당시 우리가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통제하에 미사일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족쇄가 됐다"면서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978년 박정희 정권이 한국 최초의 탄도미사일 '백곰' 성공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한 개발 중단을 촉구하면서 한미 미사일지침(RMG)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미사일지침에서 탄도중량을 상향하고, 특정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추진체 모터 제한을 해제했다. RMG가 완전 해제될 경우 우리 독자적인 무인항공기 및 우주발사체 연구를 제한해왔던 족쇄가 풀리게 된다.

이어 한미 두 정상은 '한미 원자력 제3국 공동 진출'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원전 협력을 논의하고 회담 후 그 결과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 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자는 취지이고, 원전 산업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만큼 가격경쟁력, 품질관리, 시설관리 면에서 우수성을 지닌 나라도 없다"면서 "원천기술·설계기술의 경우 한국도 수준이 상당하지만, 미국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중동이나 유럽 등에서는 원전 건설 수요가 있는데, 한미가 손을 잡고 진출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동맹으로서 미래에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공유하고, 이를 이번 회담으로 명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성명에 중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요인으로 명시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에 대한 표현이 없을 수 없다"라고만 밝혔다.

'한미 혈맹' 상징화한 문 대통령의 특별한 선물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전시관에서 전달한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
▲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전시관에서 전달한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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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를 위해 무명용사탑으로 향하고 있다.
▲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헌화를 위해 무명용사탑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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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중인 문 대통령의 행보와 미국의 태도를 살펴보면, 이번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문 대통령은 '한미 혈맹'의 상징이자 미국 최대 국립묘지 중 한 곳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20일(아래 현지시각) 오전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곳은 미국의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참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이곳에서 방미 일정을 시작한 것은 한미 간의 공고한 관계를 이른바 '한국전 외교'로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기념실에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아주 특별한 기념패를 기증했다. 우리 국군유해발굴단이 발굴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 피복류(바지, 단추)를 활용해 만든 기념패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기념품을 전달받은 캐런 듀렘-아길레라 알링턴 국립묘지 기념관장은 "전사자의 유품이지만 마치 참전용사가 미국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기념품을 볼 때마다 참전용사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 분까지 찾아서 돌려보내겠다는 대통령 말씀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전시실에서 근무하는 메리 카펜더는 "나의 부친이 한국전에 참전하셨고, 생존해서 복귀하셨다, 오늘 기념품에 부착된 유품을 보면서 가슴이 찡함을 느꼈다"면서 "많은 정상들의 선물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었고, 매우 의미있는 기념품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심하고 후한 미국의 대접... 정상회담 기대감 높아져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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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혈맹 외교'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을 처리하는 등 세심한 조치들을 취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하는 행사를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에 갖는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자리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오후 문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있는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미 의회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하원 외교위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과 한국계 앤디 김 의원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이 이날 '한반도 평화 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r Act)'을 발의한 것이다. 한반도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법안에는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을 상기하면서 "두 정상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견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이 관여하는 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를 감안한 미 국무부의 외교적 관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후한 대접' 속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이라 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얼마나 담길까.

[워싱턴=공동취재단·서울=유창재 기자(yoocj@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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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를 알리는 3가지 징후

  • 기자명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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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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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기획] 격변기, 한반도의 선택은 (1)

“조선은 누구 편이냐?”라는 물음에 “(중국) 명나라 편입니다”라는 답변만으로 평온해질 수 없는 상태를 격변기라 부른다. 광해군과 인조반정이 일어난 ‘명청교체기’, 구한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만주진출 시기가 대표적인 격변기다. 우리 근대사는 두 번의 격변기에 모두 국운이 몰락하고 말았다. 1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격변기, 역사의 교훈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편집자]

(1) 격변기를 알리는 3가지 징후
(2) 북, 반미 전민항쟁 준비에 박차
(3) 적대관계로 돌아선 남과 북
(4) 격변기, 한반도의 선택은?

1. 세계 패권질서의 대전환

1990년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지난 30년 간 유지해 온 미국의 유일패권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는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격변기를 추동하는 동력은 중국의 부상, 북의 핵무력완성, 신자유주의세계화의 파산과 민중적 저항의 확산으로 요약된다.

먼저, 중·미 패권각축은 이전까지는 미국의 견제정책과 중국의 장기전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동에 힘을 집중하고 있었고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공격적인 양상을 띠면서 중국도 ‘맞대응전술’이 불가피해졌다.

다음으로, 북미대결은 90년대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비핵화 대 보상’이라는 협상이 완전히 끝나고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함을 말한다. 북은 ‘강대강 선대선’원칙을 표방하면서 핵무력 고도화와 경제강국 건설로 미국을 제압하는 반미전민항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대북압살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의 공통점은 둘 다 미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며, 차이는 트럼프 정권이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자원과 힘을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동맹의 복원’을 통해 ‘미국중심의 대중국포위동맹 구축’이 핵심이라는 데 있다.

트럼프가 분쟁에 대한 개입의 최소화를 꾀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매우 공격적으로 분쟁을 조장하고 개입하며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한다.

2.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동북아 정세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동맹과 북·중·러반제연합전선 사이 본격적인 진영대결이 전면화했다. 이를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보는 것은 정세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전후 냉전질서가 힘의 균형에 의한 대치국면이었다면 지금은 미국의 쇠락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는 격변기다. 또한, 과거 냉전시기 반공이데올로기는 힘을 잃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질서재편의 핵심동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서방의 친미 국가조차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조건에서 바이든의 ‘인권’을 무기로 가치동맹이 힘을 받을 리 없다. 특히 코로나와 대선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가치동맹’은 이데올로기로서 한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몰락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심각한 저항과 파산 위기에 부딪혔다. 오늘날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임계치에 달했다. 개별나라에서의 빈부격차는 물론 이른바 중심국과 주변국사이의 빈부격차는 극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펜더믹으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 세계 3억 7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식중단으로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다.(세계식량기구발표) 반면 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020년 3월 이후 1조 1천억 달러(약 1천3백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 11개월 동안의 국가 비상사태 동안 거의 50% 증가한 것이다.(미연방준비이사회 발표)

미국상위 50명의 재산(약 2조 달러)은 하위 50%(약 1억 7천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고, 상위 1%의 재산이 하위 50%의 재산보다 10배가 더 많다. 미국 성인 25%가 실업수당과 무료급식으로 연명하고 있고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다.

미국 자본가들 입에서 이대로 가면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민중봉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주목할 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자산버블 붕괴가 예견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펜데믹에 빈부격차가 커진 이유는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주식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여 실물경제는 후퇴하는데 주가는 뛰고 금융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미국 부자들의 코로나 이후 핵심 수익원은 주식이었다. 상위 1%가 벌어들인 주식 소득만 2조3811억 달러로 대한민국 1년 예산의 6배에 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물자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약 400%에 이른다. 노름판에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일억원인데 판돈은 4억 원인 셈이다. 특히 금융자본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실물투자를 꺼린다. 결국 일자리와 생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돈놀이에만 몰입하다가 인플레이션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버블이 부동산버블과 연동되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2008년 금융위기가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세계화된 금융시스템을 한순간에 마비시키는 파괴력을 통해 전 세계 민중의 삶이 언제 어떻게 파괴될지 모른다.

 편집국 news@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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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여당에 조속한 부동산 정책 보완 주문

송영길 與대표 ‘부동산 규제완화’ 시사에 당내 우려…‘친문 반발’ 규정도
다가오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계파색 옅어지고 다양한 공약에 결과 관심

 

한국일보는 최근 정부 기조를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성이 좋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비구역은 공공이, 사업성이 충분한 곳은 민간이 맡는 ‘투 트랙 전략’으로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은 18일 주택공급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공공이 중심이 되는 공급과 민간이 중심이 되는 공급이 조화롭게 추진돼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서 20일 홍남기경제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4 주택 공급대책 사업과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방안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서울 자치구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토지거래허가제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 제도가 가격을 직접 규제하지 못하기에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나, 그럼에도 ‘필요하다’고 봤다. “섣부른 해제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궁극적으론 과도한 개발이익을 개인이 독점하는 것을 막아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며 “개발이익을 개인과 공공이 나누는 식으로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누그러뜨려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석을 전했다.

▲5월21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21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견이 확인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특위는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일보(1주택자 종부세 완화, 與 특위서 찬반 팽팽)는 “특위는 ‘전문가 의견수렴→지도부 보고→의원 총회→당·정 협의 과정’을 거쳐 이달 말 세부안을 공개한다”며 “20일 재산세 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특위 관계자는 ‘재산세만 따로 떼어내 발표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추가 유예 없이 다음달 1일 예정대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 3선 의원들은 송영길 대표를 만나 “부동산 대책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비판했다. 3선 의원 중 국무위원을 제외한 22명 중 14명이 참석한 자리에서다. 경향신문(“부동산 대책의 순서가 뒤죽박죽” 3선 의원들 ‘송영길호’에 쓴소리)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정책이 공급 정책보다 우선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당의 쇄신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송 대표를 향해 “즉흥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부 신문은 이를 ‘친문계 반발’로 규정했다. 세계일보(친문 반발 종부세·양도세 손도 못 대…대출규제 완화도 진통)는 “종부세, 양도세 관련 논의는 당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발 여론에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라며 “친문계는 부동산 세제 완화가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이라는 부동산 3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5월2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5월2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민주당을 향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과 및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이 오기 전 결론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 사설(결론 못 낸 與 부동산 대책, 조속히 논란 정리를)은 “논의가 힘싸움 양상으로 번지면 합리적 정책 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임기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책 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부동산 민심을 적극 수용하는 현명한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정부·여당 ‘부동산 세제’ 보완 조속히 매듭지어야)도 “여당의 부동산 정책 보완 방안을 두고 상반되는 의견이 쏟아지자 ‘혼선’이라느니 ‘자중지란’이라느니 하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온다)”며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뒤탈이 적다. 하지만 똑같은 논의가 되풀이되면서 결정이 미뤄지는 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적극적 규제 완화를 촉구했던 신문은 민주당을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부동산 대책, 미봉책으로는 혼란 안 끝난다)은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무거우면 시장에서는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된다. 결국 매물 잠김과 풍선효과만 극심해져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불안을 부채질한다”며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사설(4·7 재·보선 이전으로 돌아간 與)의 경우 “친문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근본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묻혔고 정책 재검토는 용두사미가 돼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근본 정책 전환 대신 이전에 하던 대로 편 가르기 ‘부동산 정치’만 계속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편 강북 지역 일대의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1면에 “용산·창동…이름만 남은 강북개발”에 이어, 3면에는 “강남 3구 생산액 133조원, 강북 노도강은 13조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서울시에서도 초 고가로 집값이 형성된 강남3구와 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집값을 비교하며 해당 지역의 개발을 촉구한 것이다. 3면에는 이어 “강남 14.8억 vs 강북 7.1억…집값 격차, 文정부 들어 더 벌어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함께 배치했다.

야권 전당대회 관심, ‘세대 교체’ 등 주목

정치권에서는 내달 11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도 관심이 모인다. 20일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당 대표 경선 공식 출마 선언으로 조경태·주호영·홍문표·윤영석·조해진·김웅·김은혜·신상진 등 10명의 주자가 나섰다. 중앙일보(야당 당권 10명 대진표 완성…“주호영·나경원·이준석 3파전”)는 “기존엔 영남 주자(조경태·주호영·윤영석·조해진)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서울을 기반으로 한 두 사람(나경원·이준석)의 가세로 신상진·김웅·김은혜까지 더해 팽팽한 지역대결(수도권 vs 영남) 구도가 짜여졌다”며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각각 뚜렷한 보수와 쇄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이들의 가세로 ‘개혁 강조 초선 vs 경륜 중시 중진’ 구도가 뚜렷해졌다”고 대결 구도를 분석했다.

▲5월21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5월21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경향신문(국민의힘 ‘신·구 대전’)은 이번 전당대회 핵심을 국민의힘 내부의 ‘신·구대결’로 표현했다. 이 신문은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선 새 인물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이 선전하고 있다. 기성 정치인 중에선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며 “신진그룹으로 불리는 김웅·김은혜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단일화도 주요 변수”라 봤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현재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각각 우세한 나 전 의원과 주 전 원내대표의 양강 구도가 ‘3강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전했다.

서울신문(野 최고위원 새내기 후보 ‘참신공약’)도 “중진의원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신진세력이 최고위원회 다수를 차지하면 국민의힘이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기후위기’를 들고 나온 김용태 당협위원장, ‘빅데이터’ 기반 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영 의원, ‘플랫폼 노동’을 강조한 김웅 의원, ‘체육계 인권’ 문제에 집중해온 이용 의원 등 “기존 보수정당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온 초선·청년 후보” 들을 주목했다.

한국일보 이준희 고문은 칼럼(야당 대표경선이 기대되는 이유)에서 “제1야당에서 보이는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선수(選數)가 계급인 문화에서 초선들이 줄줄이 당대표에 도전장을 던지고, 제대로 선출된 적도 없는 원외 젊은이가 중진들을 앞선다”며 “이번 야당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여야 정파를 넘어 우리 정치사에서 그 의미를 확인하는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코로나19 백신, 적극적으로 접종률 높여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수급난 안개 걷히니 이번엔 접종률 암초)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코로나19 백신 공급난이 풀리는가 했더니 ‘백신 접종률’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난 셈”이라 우려했다.

▲5월2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5월2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한국일보 사설(백신 불안감 해소 위해 교차접종 고려할 만)은 “접종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특정 백신 기피 현상”이라며 “아직 일반적이지 않지만 독일, 프랑스에서도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으니 우리도 검증을 거쳐 이런 길을 열어준다면 백신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검토 중인 인센티브 도입도 필요하다. 금전 보상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2주 격리 면제, 다중시설 이용과 사적 모임 제한 완화 등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50%에 불과한 백신 예약률, 접종 인센티브 필요하다)은 “앞서 75세 이상에 대해서는 접종 대상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접종 일정을 정했고 동의율이 80%를 넘었다. 다만 60∼74세 인구가 75세 이상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접종자에 대한 교통편 제공 등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접종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백신 접종은 본인의 건강은 물론 주변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2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의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수급난 안개 걷히니 이번엔 접종률 암초
국민일보: 재산세 기준 9억 가닥 종부·양도세는 ‘미궁’
동아일보: 세종시 특공 4채 중 1채는 실거주 안해
서울신문: 1인가구통계 넣으니 빈부 격차 더 커졌다
세계일보: 與, 부동산 정책 보완 ‘용두사미’
조선일보: 용산·창동…이름만 남은 강북개발
중앙일보: 한·미 기업발 코어테크·백신 동맹
한겨레: 부실대학 ‘3진아웃’…강제 폐교한다
한국일보: 공공주도→민관 투트랙, 주택공급 방향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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