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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딸이 라면 가게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

사람 공부에 장사 공부 1년... 이 특별한 경험은 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

21.05.14 07:48l최종 업데이트 21.05.14 07:50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오늘의 기사 제안에서 라면 이야기 글 모집하는 기사를 보니 꼭 나를 위한 기사 제안 같았다. 퇴근하고 온 딸에게 "라면 이야기 한번 써 볼까?" 하고 물었다.

"그럼 써야지, 드디어 우리의 라면 이야기가 공개되겠네!"
 

잔뜩 기대하는 것 같다. 5년 전 겨울 남동생이 대뜸 "누나 중 가게 하나 내줄테니 뭐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라"고 말했다. 장사 경험이 없던 자매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장사라는 게 어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새로 건물을 지은 동생이 가게도 살릴 겸 해서 내놓은 제안이었는데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계획 없이 덤벼들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삼촌 그 가게 제가 한번 해볼게요."

이 같은 딸의 말에 기막힌 것은 가족이었다. 딸은 그즈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꼭 한 번은 가게를 운영해 보고 싶었다며, 가족을 놀라게 했다. 딸은 그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그 라면을 먹지 않았다면

메뉴를 정하는 일부터 인테리어, 집기를 구하고 주재료와 부재료 거래처를 알아보는 일까지 딸아이가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계획을 짰고 인테리어도 직접 구상했다. 덩달아 엄마까지 나서 그야말로 집안이 가게 준비로 돌입한 겨울이었다. 딸과 내가 정한 메뉴는 해물 라면이었다.
 
해물 라면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 라면
▲ 해물 라면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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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중 바다를 앞에 두고 해물 라면을 먹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이 9천 원짜리 라면을 시켰을 때 "미쳤다"라며 어이없어 했던 해물 라면. 그런데 한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그 해물 라면. 딸이 해물 라면 가게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거기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메뉴가 라면이었다.

수산시장에 가서 꽃게와 새우, 여타의 해물과 가격을 알아보고, 다른 가게의 라면도 수차례 먹어봤다. 라면 관련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뿐만 아니라 가게를 운영하는 것인 만큼 세금 관련 책도 보았으며, 주변 상권도 살폈다. 나름은 완벽하다 싶게 준비를 마쳤다.

고모, 이모, 삼촌, 큰아빠, 할머니 다 모아 놓고 시식회도 가졌다.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해 왔던 음식 솜씨로 우리만의 요리법을 만들었다. 해물 라면, 된장 라면, 비빔 라면, 열무 라면, 부대찌개 라면, 여름의 콩국수 라면, 주먹밥까지.
  
순두부 라면 얼큰하게 끓여낸 순두부 라면
▲ 순두부 라면 얼큰하게 끓여낸 순두부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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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예쁜 그릇과 인테리어, 모든 것이 새롭고 어색하고 낯설었으나 딸과 같이 시작한 라면 가게는 재미도 있었고 괜찮았다. 딸과 엄마는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손님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가슴 두근거리며 몇 달을 보냈다.

무례한 손님도 만났다. 덩치 큰 세 모자가 와서 라면을 조금 더 달라고 했다. 그 조금이 어느 기준인지 몰라 당황하다 한 그릇을 더 주게 되었는데 올 때마다 요구했다. 두 아들들은 애도 아니고 청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중년의 아저씨는 주말마다 라면 한 그릇에 주먹밥 몇 개를 주문했다. 작업복 차림인 걸로 보아 일하다 나온 것 같은데 등을 보이며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감사했다. 뒷모습을 보며 코끝이 시큰거렸던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손님이 없었다. 시내 외곽이어서, 한 끼 식사로는 라면이 국수보다 못할 수도 있으니, 농사철이니까, 꽁당보리 축제가 있어 사람들이 그곳으로 다 몰려가서 등등등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손님 없는 가게를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을이 되었다. 다녀간 손님들이 두 번 세 번씩 계속 들러 주기도 해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했으나 라면 가게는 점점 손님이 줄었다. 어느 날은 손님 한 분이 라면을 먹고 계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정도 맛이면 대학교 앞으로 가도 충분할 것 같다. 여기는 외곽이라 사람들이 가게가 있는 줄도 모른다. 맛도 그렇고, 깔끔한 인테리어도 아깝다."

귀한 경험이 된 1년, 최선을 다했다는 딸
  
콩국수 라면 콩을 넣어 고소한 라면
▲ 콩국수 라면 콩을 넣어 고소한 라면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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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고민했으나 딸과 나는 서로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장사는 어려워. 이렇게 시작한 것은 누가 봐도 아니었어. 장사는 장난이 아니야. 그렇게 일 년 만에 가게를 정리했다.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고 딸은 말했다. 그 경험이 얼마나 큰 인생 공부였는지 모른다며 딸은 가끔 말한다.

"엄마,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어린 나이에 해봤고, 그 일 년의 시간 동안 세상 경험, 사람 경험, 장사의 즐거움과 두려움, 어려움, 사람을 기다리는 막막함까지 다 겪었기 때문에 큰 공부가 된 소중한 시간이었어."

그러면서 "지금도 남은 대출금을 갚고는 있지만 내 경험 몫이라 생각한다"고 한 마디 덧붙이며 씩씩하게 웃는다.

"딸! 이번 참에 해물 라면 요리법이나 공개할까?"
"엄마! 무슨 소리야. 그게 어떤 요리법인데, 절대 안 돼."


별거 없는 요리법이지만 자신과 엄마의 한때 소중했던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나 역시 느닷없이, 계획한 바 없이 한 가게 운영이었으나 얻은 게 많다. 또한, 안 될 때 빨리 접은 것도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요즘 더 실감한다.

주변 사람들은 지금도 그때 먹은 해물 라면이 먹고 싶고, 생각난다고 한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후로 한 번도 그때의 요리법으로 라면을 끓이지 않았다. 라면은, 라면 본래의 요리법으로 끓인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간혹, 묵혀둔 요리법을 꺼내 제대로 된 해물 라면을 끓여 식구끼리 파티라도 열어볼 날이 왔으면 하고 바라는 요즘이다.

라면도 여느 음식처럼 누군가의 노동과 수고로 끓여지는 값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면서 우리가 시도하고 겪는 새로운 경험의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다. 그것이 작은 라면 가게든 큰 사업체든 우리가 치른 경험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된다. 귀한 경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결코 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라면은 딸과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 '경험라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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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출 1위’ 점포까지 매각하는 사모펀드 MBK, 노동자들 ‘집단삭발’ 항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1/05/14 08:00
  • 수정일
    2021/05/14 08: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부동산투기꾼 MBK, ‘먹튀매각’ 중단하라” 노동자들 집단삭발식

김백겸 기자 
발행2021-05-13 17:58:17 수정2021-05-13 18:00:05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MBK가 흑자매장은 돈이 되니 폐점해서 팔고 적자매장은 돈이 안 되니 폐점을 하는 기이한 짓을 하고 있다. 직원들을 먹다 남은 쓰레기 취급하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3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집단삭발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눈물이 맺힌 상태로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노동조합 조합원들도 흐느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은 사모펀드 MBK의 잇따른 폐점매각 중단과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집단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번 집단삭발에는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과 주재현 홈플러스비주 지부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전국의 지역본부 본부장 7명 등 총 11명의 노동조합 지도부가 참가했다.

이들은 "20년 넘게 국민들의 장바구니를 책임진 국내 유통 2위 기업 홈플러스가 투기자본 MBK에 의해 산산조각나고 있다"며 "20년 넘게 일해온 일터인 홈플러스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 머리를 깎는다"고 삭발식의 배경을 밝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자산매각을 진행해 3조5천억원을 가져갔으며, 현재도 폐점매각을 추진 중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140개 매장 매출 최상위권인 안산점, 가야점을 필두로 대전둔산점과 홈플러스 1호 매장인 대구점까지 현재 폐점매각이 추진되고 있고, 대전탄방점은 올해 2월말로 폐점이 완료된 상황이다.

MBK가 매출이 높은 알짜배기 점포마저 폐점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배경에 있다. 당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 7조2천억원 가운데 5조원을 차입하는 LBO 방식으로 인수했다. LBO는 인수대상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MBK는 홈플러스 인수자금의 71%가량을 빚을 내 조달한 셈이다.

이후 MBK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출한 이자비용 합계만 약 1조 2,635억원이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합계인 9,711억원보다 무려 2,924억원이나 많다.

이같이 무리하게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가 운영정상화보다는 투자비용을 뽑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홈플러스의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노조는 "사모펀드인 MBK는 투자금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면서 "전국 매출 최상위권 매장인 안산점과 부산가야점 등이 폐점될 위기에 처했을 뿐 아니라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지난 6년 동안 폐점매각과 인력감축 등으로 직영직원 4,529명이 줄었고 외주 등 간접고용직원 4,329명 등 총 9천여명의 노동자가 홈플러스를 떠났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MBK가 지난해부터 자행하고 있는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은 부동산개발이익을 노린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며 "MBK는 사모펀드계의 특대형 부동산 투기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MBK가 낸 빚은 MBK가 갚는다. 홈플러스 자산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도장찍게 만들었어야 했다"면서 "노동자의 땀과 노력으로 성장시킨 홈플러스를 MBK가 산산조각 내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자른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겠지만 산산조각나 홈플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홈플러스를 지키는 싸움에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의 이 같은 횡포에 대해 정부가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 같은 상황은 MBK가 홈플러스에 등장할 때부터 모두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기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투자자 이익을 위해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고 먹튀하는 것이 사모펀드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에 손댔을 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측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삭발식을 마친 후 '지키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고 적힌 명함 크기의 경고장을 MBK 본사 앞에 뿌리며 항의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후 MBK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항의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던졌다. 2021.05.13ⓒ김철수 기자
홈플러스 여성노동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 이후 서로 안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05.13ⓒ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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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하라”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15일째 동대구역 출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5.13 13:11
  •  
  •  수정 2021.05.13 13:33
  •  
  •  댓글 0
 
[캡쳐사진 - 통일뉴스]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인 13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칠성시장으로 향했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대구·경북지역의 38개 노동조합/단체의 뜻을 모아 꾸린 대구·경북행진단은 경산역~신매역~만촌역을 이어 오늘 동대구역에서부터 본격적인 대구 시내 행진에 들어갑니다.”

기차가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반도 조형물을 앞세우고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인 13일 오전 10시 동대구역에서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칠성시장으로 향했다.

판문점선언이 나왔던 4.27부터 정전협정일인 7.27까지 부산역에서 임진각까지 550km를 구간별로 도보로 행진하는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이 15일째로 대구 시내 구간에 접어든 것.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5월 26일 김천역까지 행진하는 동안 대백 앞 남북철도 잇기 시민 한마당(5.13), 현대공원 4.9통일열사 묘역 남북철도잇기 성공 다짐대회(5.16), 왜관철교 앞 평화기원제(5.19) 등 시·도민과 함께 호흡하겠다”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구·경북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터져나오도록 힘써 반드시 남북철도 잇기의 디딤돌을 놓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면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한반도 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11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국제노동자교류센터(ICLS)의 연대 성명도 발표됐다. 성명은 “ICLS 11개 회원국의 운송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과 한국과 북한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남북철도 잇기 평화대행진’을 연대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ICLS의 운송 노동자들은 철도의 재 연결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이 4월에 시작된 웅장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두 개의 레일을 하나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연대를 표했다.

곽병인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대구에서는 사실 이런 행사를 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 평화철도에서 이렇게 준비를 해줘서 저희들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게 돼서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행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시민들에게 철도 잇는 것이 앞으로 통일운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알려내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산에서 온 이양진 전 민주일반연맹 노조위원장은 “집에서 대구역까지 두 시간 밖에 안 걸렸다. 참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북철도가 이어져서 남과 북이 왕래하면 북측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동대구역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대구 칠성시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 - 대행진단]

대행진 첫 날부터 함께하고 있는 정성희 평화철도 집행위원장은 “예상외로 상당한 의미를 느끼고 있다”며 “시민들 누구나도 남북철도 연결을 지지하고 일부 시민들은 ‘좋지만 그게 되겠느냐’고 질문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갈수록 대오가 늘고 있고 오늘 동대구역은 100여 명이 참가했다”며 “경북구간에서는 농민들이 통일 쌀포대, 통일 트랙터를 끌고 행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고, 도로공사가 있는 김천에서는 공공노련 통일위원회 주최로 남북도로 연결을 주창하고, 경기도에서는 교사학생대행진을, 기아자동차 공장에서는 기아자동차의 대륙진출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은 “하루 평균 8km 정도 행진하는데 아주 적당하다”며 “다리에 근육이 붙고 몸무게가 오히려 2kg이 늘었다”고 말하고 “조형물을 6명 정도가 끌고 가는데 바퀴가 잘 굴러서 오르막길도 별 문제 없이 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대구경북행진 선포 기자회견문(전문)

대구·경북 시도민의 마음속에 평화·통일 열차의 노반을 깔겠습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채택된 4월 27일, 부산역에서 출발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은 수영역~동래역~구포역~양산역~마산역~창원역~밀양역을 거쳐 5월 9일 경산역에 도착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의 38개 노동조합/단체의 뜻을 모아 꾸린 대구·경북행진단은 경산역~신매역~만촌역을 이어 오늘 동대구역에서부터 본격적인 대구 시내 행진에 들어갑니다.

돌이켜보면 남북분단도, 남북철도의 단절도 외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1945년 9월 11일, 남북철도의 최초 운행 중단은 8월 24일 소련군 평양 진주와 9월 8일 미군 인천 상륙 및 군정 실시와 때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초고강도 대북 제재로 남북철도 잇기라는 민족의 숙원 사업은 질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외세의 호의에 기대어 남북철도를 연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외세가 남북철도의 연결을 가로막는다면 우리 민족이 직접 나서서 연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미국의 간섭과 방해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거나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맙시다. 우리가 주인이 되어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에 나섭시다.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면제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최근 검토가 끝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토대하고 단계적, 동시적 방식을 모색함으로써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제재 면제만을 기다린다면 판문점/평양 선언 이행과 남북철도 잇기는 끝내 사장되고 말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교착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북미대화 재개와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남북철도 연결을 국내외에 선포해야만 합니다. 바로 지금 당장 미국에 맞서 당당하게 남북철도 잇기에 나섬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하나로 잇고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공동번영,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는 탄탄한 철길을 놓아야 합니다.

남북철도 잇기를 우리 스스로 결정하자는 뜻을 모아 철도·궤도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각계각층이 함께 시작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은 ‘9월 총파업’과 '10월 항쟁'의 정신과 잇닿아있습니다.

10월 항쟁은 친일 관리를 고용하고 토지개혁을 지연하며 식량 공출을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미군정, 그리고 독립 국가 수립이 지연되는 현실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사건이었습니다.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시작된 9월 총파업과 연이어은 10월 항쟁은 자주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외세가 아닌 우리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함을 국민 스스로 자각하게 한 계기였습니다.

그때처럼 (철도·궤도) 노동자들이 앞장서겠습니다. 농민, 여성, 종교인, 지식인, 청년·학생 등이 함께하겠습니다. 5월 26일 김천역까지 행진하는 동안 대백 앞 남북철도 잇기 시민 한마당(5.13), 현대공원 4.9통일열사 묘역 남북철도잇기 성공 다짐대회(5.16), 왜관철교 앞 평화기원제(5.19) 등 시·도민과 함께 호흡하겠습니다. 시·도민 한분 한분의 마음속에 평화열차, 통일 열차의 노반을 깔겠습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대구·경북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터져나오도록 힘써 반드시 남북철도 잇기의 디딤돌을 놓겠습니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해제시키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미국에 맞서 남북철도 잇기에 나서도록 촉구하겠습니다. 나아가 평화, 통일 열차가 남북을 오가며 유라시아로 달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8천만 겨레의 힘줄과 핏줄이 되고 평화와 통일의 생명줄, 번영의 젖줄이 되게 하겠습니다. 이로써 남북 정상이 민족 앞에 엄숙히 선언한 지난 70년간의 남북 적대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우리 민족이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역동의 자주통일 조국이 성큼 다가오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5월 13일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대구·경북행진단  

 

한국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ICLS의 성명(전문)

ICLS 11개 회원국의 운송 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들과 한국과 북한의 두 철도 노선의 재 연결을 요구하는 ‘남북철도 잇기 평화대행진’을 연대하며 지지합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자 한국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었습니다. 통일 된 국가에서 제국주의 국가의 지시에 따라 두 개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위해 3년 동안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슬픈 역사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채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76년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ICLS 노동자들은 남북한 두 정상이 만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때 희망을 보았고, 두 나라의 철도도 다시 연결하겠다는 약속도 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어떤 발전도 볼 수 없었습니다.

ICLS의 운송 노동자들은 철도의 재 연결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4월에 시작된 웅장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두 개의 레일을 하나로 만드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1. 5. 13.

함께 연대를
국제노동자교류센터(ICLS)의장 에드가 빌라이언
몽골 철도노조(FMRWTU), 몽골 광산교통노조, 일본 전국철도노동조합총연합회(JRU), 한국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KRMU), 필리핀 운수노조연맹(UTWO), 필리핀 노동자연대(BMP), 필리핀 철도노조(BKM-PNR), 태국 철도노조(SRUT), 동부지역노조연합(EASTERN UNION), 대만 철도노조(TRLU), 호주 레일 트램 버스노조(RTBU), 뉴질랜드 철도 해원노조(RMTU), 미얀마 선원노조연합(MMTUF), 미얀마선원노조(MMWF), 양곤지역운수노조(YDTWU), 양곤지역 미얀마철도노조(YDMRWU), 인도네시아 철도노동조합(SPKA), 말레이시아 철도노동조합(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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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물에 걸린 고래도 유통 금지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입력 : 2021.05.13 06:00 수정 : 2021.05.13 07:51

 

정부, 보호생물지정 추진
연내 2종·내년부터 4종 추가 검토
국산 수산물 수출길 고려
미국 보호기준 충족 일환 

[단독]그물에 걸린 고래도 유통 금지된다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거나 혼획(어업 활동 중 섞여 포획)되는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조업 중 의도치 않게 잡히더라도 위판 등 유통이 전면 금지되고,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 강화와 올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고래류 보호 수준에 대한 평가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다. 미 NOAA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내 수산물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 수 있어서다. 정부는 다음달 고래류 위판 금지로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관련 연구용역도 맡길 예정이다.

12일 해양수산부의 해양생태계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 추진계획을 보면, 해수부는 연내 범고래, 흑범고래 등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국제포경협회(IWC) 가입국인 한국은 현재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해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 10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해수부는 또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 포획·보관·위판·유통 등이 전면 금지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고래류 보호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번 해양보호생물 지정 확대 방안은 국제 보호종이면서 국내 해역에서 자주 혼획되는 사실상 모든 고래류에 대한 강력한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고래류 보호를 강화하는 국제사회 흐름과 미 NOAA의 까다로운 ‘동등성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자국 내 고래류의 혼획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 개정을 통해 해양포유류의 사망 또는 심각한 부상을 일으키는 어획기술로 포획된 수산물이나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2023년 1월부터 전면 금지토록 했다.

예를 들어 안강망 어업으로 상괭이를 혼획한 경우 해당 국가가 적절한 혼획저감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강망 어업을 통해 어획한 해당 국가의 모든 수산물과 수산가공물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오는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NOAA에 제출해야 한다. NOAA는 1년간 심사를 거쳐 내년 11월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국내 수산물의 연간 수출액은 23억1000만달러로, 이 중 미국 비중은 약 13%(3억1000만달러)다.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미 수출 제한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 등 주요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평가에서 기준치를 밑돌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리 수산물의 수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미칠 수 있다”며 “NOAA의 평가 항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지만, 평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시행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다음달 발주할 예정이다. 조업 중 혼획된 밍크고래는 마리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혼획된 고래류의 위판을 금지하면 당장 어민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울산과 포항 등에서 120개 안팎의 음식점들이 고래고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위판 금지에 따른 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30600005&code=610103#csidxd824f912baef036b75985a6be2f10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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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춤꾼' 이애주 선생을 기리며…

[창비 주간 논평] 이처럼 춤철학에 집요하게 매달린 사람이 또 있을까

일상의 이애주와 춤추는 이애주는 분리해야 한다. 회의나 자문, 대담 등으로 만난 이애주는 언제나 '까칠한' 모습이었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매우 집요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를 만났을 때 한 번도 편하고 즐거웠던 적은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그는 늘 나 또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화두처럼 던져주었고, 이것만큼은 꼭 알아야 한다고 무언가를 역설하곤 했다. 그런 것들 중에는 내 삶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 것들이 있다. 분명 이애주는 '알다가도 모를' 남다른 사람이다.

 

이애주와의 첫 만남


 

잠시 내 얘기를 좀 해야겠다. <창작과비평>을 통해서 문순태의 소설 <징소리>(1978년 겨울호)를 만났다. 나는 이걸 꼭 음악극 또는 총체극으로 만들고자 했다. 1985년 가을, 당시 문화관 소극장에서 동명의 극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때 서울대 춤동아리 '한사위'의 도움을 받았다. 한사위의 지도교수가 이애주였다. 당시 탈춤을 얼추 배웠던 나는, 이애주 교수에게서 한국무용실기를 배우고 싶었다. 이른바 '민족춤' '민중춤'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었다. 1986년 대학교 4학년이던 나는 부푼 꿈을 안고 이애주 교수를 학교에서 첫 대면했다.


 

그러나 전혀 뜻밖이었다. 무용실기실에서의 이애주는 '민족'과 '민중'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다. 내가 한 학기 동안 배운 춤은 궁중무용(정재)인 <춘앵전>이었다. 춤을 매개로 해서 흥과 신명의 최대치를 경험하고자 한 나의 욕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춤실기 강의였지만, 그에게서 오히려 '우주' '기' 같은 단어와 개념만을 접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학기를 인내로 버틴 결과, 나는 한국 춤의 정신과 원리를 알 수 있었고 이애주라는 춤꾼을 단지 '무용사회학'적인 영역에만 둘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의 춤은 '무용인류학'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를 통해서 한국 춤의 원리와 역사적 전개를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창조의 세계로


 

이애주는 어릴 때부터 춤에 재지가 있었다. 초등학생인 이애주의 모습이 당시 일간신문에 실릴 정도였다. 교동초등학교에서부터 무용을 시작했는데, 학교와 집 근처에 국립국악원(서울 종로구 운니동)이 있었던 것은 매우 행운이었다. 이애주의 어머니가 어린 딸을 국립국악원에 데리고 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당시 어린이들이 가는 무용학원이나 신무용 계통의 춤과는 일정 거리를 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애주는 국립국악원이 생긴 이래 가장 어린 수강생이 아니었을까? 그는 이때부터 외형적인 춤보다는 춤의 내면을 알게 되었을 것 같다. 춤에 있어서의 감성은 논리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배우게 된 것 같다. 이애주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무용소녀들과는 다른 작품으로 무용 콩쿠르에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의 첫 번째 춤 스승인 김보남(국립국악원)이 세상을 떠난 후, 이애주는 한영숙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춤 세계를 확장해간다. 사실 그때 한영숙 선생은 건강상·정신상 춤에 몰두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애주는 스승의 춤 세계에 더욱 깊게 다가갔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뒤 전수자를 키워내고 그 전수자들에게 발표 기회를 주면서 등수를 매기던 시절이 있었다(1970~71년). 이때 모든 전수자 중에서 이애주는 언제나 1등이었다. 가장 바람직한 전수 생활의 모범을 보인 것이다. 이런 결실을 확연하게 보여준 것이 '한영숙류 이애주 전통무용'(1983년 8월 29일 '공간사랑'에서 공연)이었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누구보다 스승 한영숙이 인정하는 무대였다. 명무의 첫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애주의 내면에는 세 명의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스승인 한영숙의 할아버지이자 일제강점기 한국의 근대 춤을 완성한 한성준이다. 일제강점기 대세였던 신무용과 달리 '전통'에 뿌리를 두고 '창조'의 세계에 다가간 이다. 두 번째는 김보남이다. 이애주 춤의 외형은 근대지향적·민중지향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의 춤철학과 미학에서 유교적 가치관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이애주를 '전무후무'하다고 평가하는 까닭도 이러한 지향성에 있다. 세 번째는 영가무도(詠歌舞蹈)의 김일부이다. 이애주는 맥이 끊긴 영가무도를 행해 갔다. 춤이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말을 늘여서 표현한 노래 영가와 관련이 있고, 이처럼 영가 속에서 움직임과 춤이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성 원리라는 게 이애주 춤의 기본이다.


 

이 땅에서 춤을 전공으로 삼은 사람 중에 이처럼 춤철학에 집요하게 매달린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이는 단지 사변적인 '철학'이 아니었다. 그는 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실제적으로 적용하고자 애를 썼다. 이것이 민주화 시대에는 '시국춤'으로, 이후에는 '생명춤'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훗날 이애주가 이른바 '시국춤'을 출 때에도, 무용계와 문화계가 이애주에게 그 어떤 흠집을 내기 어려웠던 것은, 그가 아주 출중한 전통의 계승자였기에 그렇다. 또한 이런 연장선으로 그는 무형문화재 최고의 위치인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애주 춤의 통시성과 공시성


 

이애주에게는 늘 두 가지 목적성이 있었다. 하나는 자기 춤의 '통시성'이다. 자신의 춤이 어떤 계보를 잇고 있는지, 그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의미를 살렸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춤의 '공시성'이다. 자신의 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예술가 또는 시민적 자각이다. 이애주의 춤이 이른바 '시국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훗날에 그가 자신의 춤의 가치를 우주와 자연의 조화를 담은 '생명춤'으로서 강조했던 것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여러 부조리와도 연관이 밀접하다. 통시적인 맥락에서의 '춤사상'의 확립과 공시적인 맥락에서의 '춤꾼'의 자세, 이것이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하면서 '이애주'라는 무인의 나이테를 형성한 것이고, 나아가 결국 이애주라는 춤의 거목을 가능케 한 것이다.
 

 

지난해 이애주는 매우 큰 일을 했다. 자신의 춤 스승인 한영숙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큰 공연과 학술대회를 병행했다. 아마 무리가 많았을 텐데도 이 큰 일정을 모두 잘 마친 이애주에게, 대한민국 문화계는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제 이애주는 이승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 끝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지금 이 시대의 대한민국은 더이상 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까? 저기 어딘가에 존재하는 상제님을 만나고 그의 혜안을 보고 싶었을까? 이애주는 이렇게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났다.


 

이애주가 승무를 출 때의 모습이 그렇듯이, 이애주가 우리에게 남겨준 이미지와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하늘과 땅이 맑고 밝아(天地淸明) 해와 달이 빛이 나(日月光華)'


 

전무후무한 춤꾼이 이 땅을 홀연히 떠났다. 세월이 좀 흐른 후, 이 땅에 또다시 이애주와 같은 춤꾼이 나타날까? 그러길 바란다. 이애주를 알건 모르건, 우호적이건 배타적이건 간에 이애주의 춤의 이미지와 메시지는 아주 오래도록 이 땅의 사람들 마음에 존재하리라.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21738525213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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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저격수 배치해 시민들 조준사격” 계엄군 투입 장·사병 증언 잇따라

5.18진상규명조사위, 조사 개시 후 1년 성과 보고

최지현 기자 
발행2021-05-12 20:35:56 수정2021-05-12 21:12:02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허연식 조사2과장이 당시 광주교도소 주변에서의 3공수여단 작전상황 및 민간인 피해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1.05.12.ⓒ뉴시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미리 배치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조준사격했다는 당사자의 진술이 나왔다. 이에 따라 과격한 무장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위는 5.18 당시 제3공수여단이 5월 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에서 M60 기관총을 설치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가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심지어 M1 소총에 조준경까지 부착해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광주역 광장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기관총을 설치한 이후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발포가 이뤄졌고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제11공수여단은 5월 21일 오후 1시경 전남도청 앞에 가득 모인 시위대를 향해 집단발포를 한 직후, 금남로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조준사격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집단발포에 놀라 달아나던 시위대를 일일이 조준해 사살한 셈이다.

 

다음날인 5월 22일 이후에는 광주 외곽을 봉쇄하는 작전을 하던 제3공수여단이 광주교도소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서 M60 기관총을 설치하고, M1 소총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들을 살상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

광주교도소 양쪽의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 사격으로 최소 13차례 이상의 차량피격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 증언과 문헌을 통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장·사병이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기존에 알려진 주남마을, 지원동 일원 마이크로버스·앰뷸런스 피격 사건 외에 또 다른 승합차 및 앰뷸런스 최소 5대를 피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동안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계엄군의 조준사격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가해자인 당시 계엄군이 직접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주목된다.

조사위 관계자는 "5.18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장·사병 중 522명을 지난 1년 동안 만났다"며 "그중에서 M60으로 직접 사격했거나 M1 조준경을 사용해 사격했다는 진술 등 58명의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송선태 위원장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1.05.12.ⓒ뉴시스

이들 증언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자' 또는 '발포 책임자'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전두환과 신군부 지휘부는 "과격한 시위대로 인한 급박한 상황에서 방어를 위해 살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발포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해왔다.

송선태 위원장은 "저격수를 운영한 사실 자체는 (발포가) 자위권 차원이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주장과는 상치되는 것 아니냐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조사위 관계자는 "그 어느 문건에도 발포와 명령에 대한 게 전혀 명시돼있지 않다"며 "군 지휘부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에 가까운 양심고백이 있기 전에는 모든 증거를 모아 논리적으로 추론해서 (책임자 규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조사위가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으로 조사를 해나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이전에 이뤄진 여러 차례의 5.18 진상조사가 신군부 및 계엄군 지휘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식 조사'였다면, 위원회는 신군부 책임자는 물론, 광주 시위 현장에 투입되어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들까지 '포괄적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내란과 내란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은 진솔한 고백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장·사병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장·사병들의 증언을 분석한 후 신군부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그는 "저희가 쓸 수 있는 방법을 다 쓸 것이다. 일단 소환장을 보내고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서면조사를 하고 이것도 불응하면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생각"이라며 "여기에 전두환 씨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가해 당사자들의 증언은 그동안 해당 구역에서 발생한 총상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이 일부 '칼빈총 총상'으로 분류된 의혹을 푸는 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두환 신군부는 그동안 시위대와 시민들이 총에 맞아 숨진 책임을 시위대로 돌리려고 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사망자의 칼빈총 총상이었다. 칼빈총은 시위대가 무장한 것이었는데 당시 시위대가 오인 사격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문서를 계엄군이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거짓'이라는 근거가 이번에 추가로 나온 것이다.

과거 5.18 시위대와 시민들의 사망 원인을 규명할 때 가장 원시적인 방식인 '육안 감식'을 통해서 했는데, 송 위원장은 "M60과 M1과 칼빈총의 규격은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탄도학 등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전문기관에 관련 진술 내용을 의뢰해 추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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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답이 없다. 불평등에 저항하는 투쟁만이 답이다.

  • 기자명 김재하 전국민중행동(준) 조직강화특위장
  •  
  •  승인 2021.05.12 12:00
  •  
  •  댓글 0
 
 

아니나 다를까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 대선국면이다. 
기성정치권은 보궐선거 전에는 표를 얻기 위하여 그나마 맆서비스라도 했으나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치고박는 권력싸움에 열중일 따름이다. 노동자민중들의 고통스런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역시나’이다.

노동자 민중의 불평등 고통은 특히 20~30 청년세대에 집중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20~30 청년세대의 절규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표출되었다.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영끌’ 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다. 청춘을 노래하고 미래를 꿈꿔야 할 청년세대들이 생애를 포기하고 영혼마져 바쳐야 하는 ‘이생망과 영끌’은 21세기 문명시대, 인간사회의 언어가 아니다. 

머지않아 큰 뇌관이 될 가게부채의 경우, 크게 늘어나고 제2금융권 대출의 56%가 20~30대이다. 직업도 없고 신용도 변변찮은 청년들은 학자금과 생계비로 대학을 빚쟁이로 출발하여 졸업하고도 빚쟁이 신세이다.
3포 세대는 그나마 양호한 것이었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모든 걸 포기하는 N포세대라 부른다. 현재의 고통과 암울한 미래가 청년들을 부동산으로 주식, 암호화폐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휴지처럼 쓰이다가 재도 없이 불타는 불나방 인생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청년들의 미래와 영혼을 재물삼아 배를 채우는 자들은 누구인가. 굶주린 사자도 제 배가 차면 사냥을 멈춘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동물의 세계만도 못한 야만의 사회이다.

다 같이 힘들거나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희망이라도 있으면 참을만하다.
불평등은 상대적이다. 수치상 차이가 아니라 박탈감과 분노의 불평등이다. 세계경제위기, 자연재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등의 위기가 있더라도 다 같이 힘들면 누굴 탓하겠는가.
코로나19로 노동자 서민들은 짤리고 가게문을 닫는데 가진 자들은 부동산이다 주식이다 하며 오히려 떼돈을 번다.
대다수 청년들은 ‘이생망’을 절규하고 있는데 누구는 제 손에 물 한방울도 묻히지 않은 채 수조 원을 물려받는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불평등이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것이다.
현실이 좀 어렵더라도 미래가 보인다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부와 권력은 학력으로 이어지고 불평등은 대를 이어간다. 이전에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가정을 꾸리고 애 놓고 시간이 지나면 내 집 마련하고 살 수는 있었다. 
지금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사회이다. 불평등에 장사없다. 

모든 학자, 언론, 정치인들은 말한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 문제라고. 코로나 19 이후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단은 있으나 처방이 없는 형국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노력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이토록 불평등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도 가진 자들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데 더 많이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근원이 분명한 만큼 해결방법도 간단하다. 가진 자들이 덜 가져가고 가진 것을 좀 내 놓으면 된다.

그러나 재산이든 권력이든 역사적으로 가진 자들이 스스로 내어 놓는 법은 없었다. 
재벌과 수구보수세력은 말로는 불평등이 문제라고 떠들지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그 과실을 따먹는 세력이다. 집권여당은 불평등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의심스런 집단이다.
누굴 쳐다보고 어디에 기댈 것인가. 바로 노동자 민중, 우리 자신들이다. 

2019년 민중대회의 구호는 ‘불평등을 넘어’였다. 불평등을 넘자면 우선 불평등에 저항하는 투쟁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 봄 대선판과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된다. 권력이 어디로 가든 누가 집권한들 불평등의 사회는 그대로라는 것을 우리들은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오는 11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전민중이 지지,엄호하고 함께 투쟁하여야 한다. 내년 1월 민중 총궐기를 조직하여 대선판을 흔들자. 
지금도 노동자민중들은 생존과 불평등 혁파를 위해 전국에서 지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각자도생’할 수 있는 투쟁은 없다. 민중총궐기를 향해 사회 전 영역 각계각층의 투쟁을 불평등에 저항하는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 나가고 총궐기 역량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재벌 내놔라. 국가와 정치권이 책임져라. 주한미군 주둔비 주지 마라. 투기자본 몰아내자.” 모든 나팔수들은 소리치고 모든 펜들은 춤추자. 
투쟁을 모으고 힘을 기르면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다시 타오를 촛불은 ‘탄핵의 촛불’이 아니라 ‘평등의 횃불’이 될 것이다.

가진 자 저들이 결코 줄 수도 주지도 않는 답을 우리 노동자민중들은 쥐고 있다.
불평등은 결단코 노동자 민중의 숙명이 아니다.

김재하
전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전국민중행동(준) 조직강화특위장
한국진보연대 상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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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의 칼춤, 공수처 1호 사건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밝히는 해직교사 특채의 전

21.05.13 07:01l최종 업데이트 21.05.13 07:01l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 사진)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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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직접 관계되는 일이라 웬만하면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가고 싶었다. 요즘 논란이 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해직교사의 복직 문제다.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이 '공무원법 위반'이라고 경찰에 고발하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한술 더 떠서 '권한 남용, 부정 청탁'이라며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무려 '공수처 제1호 사건'으로 말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복직교사들이 무슨 엄청난 특혜라도 받은 줄 알겠다. 과연 그런가? 한번 살펴보자.

문제의 기원 이 일의 발단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갓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을 확 바꾸겠다"면서 이른바 '고교 다양화'를 들고나왔다. 평준화된 고교교육이 수요자인 학부모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니 다양한 고등학교를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성'을 앞세운 사실상의 '평준화 해체 공작'이었다. 고교 선택권이 확대되고 사립에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공립에는 자율형공립고등학교(자공고)가 들어섰다. 온갖 명목을 앞세워 국제고 같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가 늘고 고교 선택제가 확대되어 변두리 지역의 공립학교는 급격히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고교가 서열화되고 부유층 학교와 특목고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입시명문 사립고도 등장했다. 부유층 밀집 지역과 서민층 밀집 지역 사이에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려는 사교육 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대학들도 앞을 다투어 부유층 출신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를 내놓았다. 고교 내신은 유명무실해졌고, 지필 본고사가 슬슬 부활했다. 기준도 공개하지 않는 심층 면접이 확대되고, 명문고 출신에게 은밀하게 가산점을 주는 '고교 등급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심지어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학까지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에 치여 만신창이가 된 고교 교육은 붕괴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천박한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온갖 시험이 도입되고 일제고사가 부활했다. 서민층은 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고, 입시 전쟁터로 전락한 학교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공교육은 평등한 보편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을 기르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부모의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불평등한 계급구조는 공교육을 통해 더욱 확대 재생산되었다.

교사들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이런 학교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극단적 자조가 학교 현장에 만연했다. 물줄기를 바꾸려면 뭔가 해야만 했다. 그것이 비록 한강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이라 하더라도.

편파적인 운동장과 몸부림

그러던 차에 2008년 최초의 민선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그것은 실낱같은 기회였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시도 교육감이 나서면 작은 변화의 틈이라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고교 다양화 정책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는 절망 속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때 나는 전교조 서울지부장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교사라면 당연히 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방법은 어떤 식으로든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초중등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법이 걸림돌이었다. 공무원인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었고, 단순한 지지 의사 표명도 금지되었다. 할 수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하나하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 살얼음판을 기어가야 했다.

다행히 교사도 사회단체들과 연합단체를 만들어 선거 준비 활동을 할 수 있고, 지지 후보를 공동으로 추대할 수 있으며, 후보에게 선거비용을 빌려주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탄탄대로는 아니어도 작은 오솔길을 찾아낸 셈이었다.

그때부터 교육 시민단체들과 함께 후보를 추대하는 등 '선거 준비 활동'에 들어갔다. 상대 후보는 당시 서울시 교육감인 공정택이었다. 그는 전국 최초로 '국제중 설립'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이명박 정부의 경쟁주의 교육정책에 앞장섰다. 그의 별명은 '리틀 이명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손발을 묶어 놓고 하는 편파적인 종합격투기 경기였다. 공무원이 아닌 학원업자, 교복업자들은 활개를 치며 공정택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는 후보를 추대한 뒤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교장들은 노골적으로 공정택의 선거운동을 했고, 아무리 선관위에 고발해도 모조리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반대로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당하면서 걸핏하면 주의나 경고가 떨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교육토론회를 열어 경쟁주의 교육의 폐해를 널리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도 '선거'라는 단어와 후보 이름은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법이 그렇다는 데에야 어쩌겠는가?

피바람

우리가 마지막으로 후보를 도울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후보를 위해 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빌려주어 선거자금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15%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참여를 권유하기 어려웠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와 교육 사회단체 집행부를 중심으로 각자 알아서 하고, 친지들에게도 최대한 참여를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화근이 되었다. 검찰이 뒤에 이 일을 수사하면서,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 순으로 수사대상자 명단을 작성해서 투망식 수사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법원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 진행한 일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개인의 선거자금 대여는 합법이지만, 단체가 선거자금 대여를 권유한 것은 불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결국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가 독박을 쓰고 말았다.

선거 결과는 통탄과 아쉬움 그 자체였다. 겨우 득표율 2%p 차이로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서울 22개 자치구 중에서 서초, 강남,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제외한 19곳에서 승리하고도, 강남 3구의 몰표가 당락을 갈랐다.
 
 26일 오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지난 4월 26일 62개 진보교육단체가 모인 서울교육지키기 비상대책위는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은 부당한 채용이 아니라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특별채용에 응시하고 당당하게 합격한 것"이라면서 "감사원이 뭔가 엄청난 비리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실상은 과거의 적폐를 눈감아주고, 과거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수포로 돌리기 위한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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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투망을 던졌다. 걸리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었다. 사무실 압수수색에 이어 후보와 선거자금을 많이 대여해준 사람들부터 10년 치 이메일을 뒤졌고, 선거기간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사용장소를 일일이 대조했다. 기지국이 겹치면 불법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몰아갔다.

선거자금을 대여해준 교사들을 엮는 것이 여의치 않자, 검찰은 단체를 통해 불법 선거자금을 모았다는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결국 선거자금 대여를 안내한 전교조 서울지부 집행부 7명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재판 결과, 4명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3명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직을 떠나야 했다. 나는 지부장 임기가 종료되는 2008년 12월 31일 구속되어 징역형을 받았다.

복직한 4명은 바로 이들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와 관련해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5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되고, 징역형을 받으면 당연퇴직과 동시에 10년간 공무담임권이 박탈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 없이는 그 기간 안에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논란이 벌어진 전교조 특채교사 4명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과 복직을 기대했지만, 웬일인지 특사 때마다 이들의 명단은 빠졌다. 결국 5년이 지나 공무담임권이 자동 회복됐고, 조희연 교육감이 이들을 교육공공성 신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특별채용한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평등교육 폐지, 교육시장화 정책에 맞서 몸을 던진 공로자들이고, 오랫동안 큰 피해를 감수한 희생자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향한 정책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공정한 교육기회, 평등한 교육복지' 정책과 정확히 일치한다.

게다가 처벌의 근거가 된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오래전부터 폐지를 요구해온 악법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비준을 약속한 'ILO 핵심협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약속만 지키면 이들에 대한 처벌은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고, 복직을 가로막은 걸림돌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이들은 촛불정부의 출범과 함께 사면 복권되어 진작에 학교로 돌아갔어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면복권은커녕 딴짓만 하다가, 어렵게 복직한 이들을 다시 학교 밖으로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감사원과 공수처의 이번 조치는 촛불정부의 책무를 망각한 선무당의 칼춤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공정한 교육은, 그것을 위해 싸우다 고통받은 이들을 보듬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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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7) 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21.05.12 06:00 수정 : 2021.05.12 08:20

 

인사실 사람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사법농단, 법정의 기록](37) 비판글 썼다고 격오지 발령내고, ‘불리한 처분’은 아니다?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일까,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불리한 처분일까.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를 둘러싸고 사법농단 재판에서 오가는 공방이다.

헌법 제106조 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동시에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제9조 1항), 판사에 대한 보직을 행한다(제44조 1항)고 규정한다. 대법원장 인사권에 특별한 견제장치는 없다. 1980년대까지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거나, 대법원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판사가 하루아침에 전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은 법관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인사 불이익이 헌법이 금지한 ‘불리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음주운전이나 성추문과 같은 부적절한 행위가 아니라, 대법원 정책 비판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리는 행위까지 인사 불이익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대법원장에게는 인사 재량이 있으며, ‘불리한 처분’에 법관 인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당한 사유로 법관에게 특정한 인사조치를 한 것일 뿐, 그것은 불이익도 아니고 재량 범위 내의 행위라 문제없다고 한다. 증인으로 나온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 근무 판사 8명은 대체로 피고인들 주장과 유사한 증언을 했다.

■물의 야기 법관 문건, 심의관 마음대로?

대법원 정책 비판 글 올린 판사들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포함 보고
인사실 판사 “애매하면 일단 넣어”

공식적인 징계절차가 있는데도
불투명한 인사절차로 불이익 검토
검찰 “문건에 포함 자체가 위법”

인사실에서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보고서’는 법관 인사 불이익 혐의의 핵심 증거다. 이 문건의 성격이 재판에서 일단 쟁점이다. 검찰은 대법원 정책을 비판한 판사들까지 이 문건에 포함해 인사 불이익을 검토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에는 물의 야기 사유로 특정 판결을 기재한 대목도 있다. 인사실 심의관으로 근무했던 판사들은 이 문건이 양승태 대법원 때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윤리감사관실의 징계 검토 법관 명단과, 정치권·언론 등에서 논란이 된 법관을 찾아 문건에 넣는데 선정 기준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행위,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이다. 윗선에서 특정 법관과 사유를 추가하거나 빼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고, 심의관이 자체적으로 작성했다고 했다. 다만 문건은 윗선에 보고됐다.

많은 판사들이 물의 야기 법관으로 선정된 경위에 관해 인사실 판사들은 “애매하면 일단 넣었다”고 했다. 어차피 인사조치 결정은 인사권자 몫이기 때문에, 심의관 입장에서는 후보군을 빠뜨리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포함했다고 했다. 호성호 판사의 말이다. “검토가 필요한 사람들을 ‘총망라’해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분들이 그 내용을 보고 판단하는 기초자료를 제공해 드린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작성했습니다.”

부적절한 행위를 한 법관에게 책임을 묻는 방법은 공식적인 징계절차가 있는데 불투명한 인사절차를 통한 불이익이 왜 필요할까. 호 판사는 “‘인사적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사법행정에 부담이 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면 어느 정도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인지, 법관의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케이스가 쌓일 필요도 있었다”고 했다.

대법관 제청 관련 글을 썼다가 물의 야기 법관으로 지목된 송승용 판사는 울산·포항 배치 검토를 거쳐 통영지원으로 최종 발령났다. 통영지원은 격오지로 불린다. 당시 심의관이었던 이흥주 판사는 “(울산 배치는 불이익이) 굳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초안이었다”며 “그것을 보고 인사총괄부장님께서 정책 결정 내용(불이익)이 전혀 반영이 안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다른 데로 보내는 게 낫겠다고 하셔서 포항으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통영으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배치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이 판사는 “그렇다. 총괄부장님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판사는 2015년 정기인사 후기 문건에 송 판사 인사와 관련해 이렇게 적었다. “통영 배치는 인사실에서는 반대했습니다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하여 이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각종 글 게시에 대한 문책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법정에서 “좀 교만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제가 총괄부장님과 위의 결재라인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총괄부장님이 다녀오신 다음에 하신 말씀에 비춰서 ‘통영으로 정해졌구나’라고 생각했고, (…)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이 판사) 인사총괄부장이었던 남성민 판사는 대부분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원 변호사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관여하지 않는다”며 “일반적으로 (법원행정처) 처장도 아닌 차장 선에서 마무리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했다. 인사실 판사들은 공통적으로 “인사실은 안을 올릴 뿐 정책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 관련 실무 지침이나 기준의 변경도 윗선에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아 진행한다고 남 판사는 말했다.

2018년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며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도,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며 “어떤 사법행정 처분에 있어서도,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단호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헌법상 불리한 처분에 인사 불이익 해당 안 돼”

피고인들 “인사 재량 범위” 주장
대법원장 재량도 무한할 수 없어
법관 독립 저해한다면 견제 필요

피고인들의 입장은 ‘인사 재량’으로 모아진다. 피고인들은 물의 야기 법관 선정과 인사조치가 잘못된 불이익도 아닐뿐더러,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불리한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은 법관뿐 아니라 조직 인사의 기본원리에도 반한다”며 “구성원 중 문제가 있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인사조치를 해야 하고, 인사권자의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인사실 판사들의 답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법관의 어떤 행위를 물의 야기로 판단할 것인지도 인사 재량이고, 대법원장이 정하면 그게 바로 인사 기준이라고 했다. 특히 매년 전체 법관의 3분의 1이 다른 법원으로 근무지를 이동하는 전보인사가 이뤄지고 대다수의 법관이 희망한 법원에 배치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희망한 근무지로 가지 못했다고 불리한 처분이라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남성민 판사는 “법관이 전보를 희망하고 있다면 특정 법원으로 전보되는 게 불이익은 아니다”라며 “어떤 법원으로 보낼지는 인사 재량의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재호 판사도 “법관의 직은 직위나 보직, 지역과 상관없이 모두 다 똑같은 것”이라며 “전보인사에서 본인의 희망과 달리 임지가 주어졌다고 해서 헌법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인사 불이익은 “특정 법관의 희망지 검토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며 전보인사에서 희망지에 배치되지 않아 인사 불만을 갖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사실 판사들은 각종 자료와 판례도 언급했다. 김연학 판사는 자신이 검토해본 결과 헌법에서 말하는 ‘불리한 처분’은 인사가 아니라 징계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1960년 개정 헌법에선 법관의 징계 종류로 정직·감봉만을 명시하고 있었는데, 법관징계법은 정직·감봉 외에 견책도 규정하고 있어 두 법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1963년 개정 헌법에 ‘불리한 처분’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장은 법관 독립과 책임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고 했다. “불이익은 법관 인사뿐 아니라 보수 삭감과 같은 것도 있는데, 법관이 불이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모두 불리한 처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법령 해석, 입법자의 의사, 법 개정 경과 등을 볼 때 ‘불리한 처분’에 법관 인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김 판사) 이흥주 판사는 ‘명확한 법규 위반이 없으면 인사 재량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검사 인사 관련 대법원 판례를 봤다면서, 법관 인사에 대해서는 선례가 없지만 같은 취지로 대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은 무한한 것일까. 재량도 한계를 넘으면 위법이 된다. 1993년 한 판사가 대법원장의 전보인사가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의 몇몇 재판관이 대법원장의 인사 재량을 언급했다. 한병채·김양균 재판관은 한국 사법 역사에서 법관 인사가 징계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들이 있고, 오히려 건국 이후 법원조직법에는 대법관회의 의결을 거치거나 고등법원장 의견을 듣도록 하는 등 대법원장 인사권의 견제장치가 있었다고 했다. 두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판사 보직에 관해 아무런 제약 없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현행 법 제도(1981년 개정 법원조직법) 아래서뿐”이라며 “사법권 독립은 법관의 인적 독립의 보장 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변정수 재판관은 “전보발령이 유리한 인사냐, 불리한 인사냐의 여부는 전보발령된 법관의 의사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아무리 인사권자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합리적 이유 없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근무지를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독일은 법관의 의사에 반한 전보를 금지한다. 인사권자가 마음대로 법관의 근무지를 바꾸는 것은 법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20600005&code=940301#csidxc2a62901de1ff469e96af64f60c41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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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이 정도일 줄이야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취임 한 달, 침묵하거나 후퇴하거나 말을 바꾸거나

21.05.12 07:40l최종 업데이트 21.05.12 07:40l
큰사진보기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이 열렸다.
▲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이 열렸다. 2021.4.22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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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극우보수 성향 20대 유튜버를 '8급 별정직'에 해당하는 '메시지 비서'로 채용해 논란이 일었다. 연설문과 축전, 축사 등 '메시지 비서'의 업무는 청와대의 연설 비서관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정치가 갈수록 '메시지 정치'로 기울어진다는 점에서 외부 메시지의 초안을 잡는 해당 업무의 중차대함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측은 일부 언론에 "청년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해당 유튜버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사실상 폐쇄해 버렸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헌데 불과 4개월 전 오 시장은 이른바 보수 유튜버에 대해 이런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강성 보수 세력을 자처하는 이른바 보수 유튜버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한 정책을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으로 방송해 우리 우파 어르신들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분노보다 지혜로운 전략이 앞서야 하는데, 분노만 자극해 구독자 수를 늘리는 일부 보수 유튜버 때문에 오히려 중도 외연 확장력에 한계가 생긴다.<br />- 오세훈  "일부 보수 유튜버 탓에 외연 확장 한계…안철수, 예의 아냐"(<뉴시스>, 2021.1.28)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도, 오 시장이 극우보수 유튜버들을 준엄하게 꾸짖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랬던 오 시장은 4.7 보궐선거 이후 이른바 '이대남'의 표심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20대 보수 유튜버를 전격 채용했다. 

본인이 과거 '태극기 집회' 연단에 올랐던 기억은 까맣게 잊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중도 표심을 얻고자 하는 간절함의 발로였을까. 그게 아니라면 순간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특유의 임기응변에서 비롯된 허언이었을까. 

침묵하거나 후퇴하거나. 그도 아니면 말을 바꾸거나 10년 전 재직 시절 본인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거칠게 요약하자면, 취임 한 달을 넘긴 오 시장의 행보는 대체로 이 정도로 수렴된다. 유세 기간 훨씬 이전부터 강성 발언과 정책들을 쏟아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이 임기 1년짜리 시장에게 한 달이 넘도록 일종의 '허니문' 기간을 허락한 것처럼 보인다.   

달라진 오세훈?
 

TBS 설립 목적이 있다.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내 재임 시절에는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것이다. 이제 TBS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br />- 오세훈 "김어준, 계속 진행하되 교통정보 제공하시라" (<연합뉴스> 2021.3.8)


이른바 '김어준 때리기', 'TBS 흔들기'는 지난 선거 기간 오 후보 및 보수야당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의 단골 메뉴였다. 해당 발언 역시 "김어준씨가 (<뉴스공장>을)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에 앞서 오 시장은 "시장이 되면 TBS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랬던 오 시장은 아예 TBS 관련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한 오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페이스북에 소개한 바 있다. 조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오 시장은 "공영 방송의 보도가 선거(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비판 대상이 된 것 자체를 (교통방송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TBS의 '자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취임 이후 오 시장은 TBS와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선거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출연료 등을 문제 삼으며 TBS와 김어준 때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지지층을 자극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어준 퇴출'과 같은 강경 노선이 실정법이나 서울시 의회 상황 등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정치적으로도 이익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기왕에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지난 4일 유치원 무상급식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오 시장의 발언이다. 이날 오 시장은 "선별이니 복지니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라며 "정부도 빠르게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0년 전 시장 직을 걸고 반대했을 당시 "무상복지 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무릎을 꿇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떠한가. 후보 시절 오 시장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로 요약된다. 그랬던 오 시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기 수요에 대해 "일벌백계"를 경고하고 나섰다. 

떠올려 보자. 선거 직후 '오세훈 당선 효과'가 서울시 집값 상승으로 연결됐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됐다. 어느새 오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강변 아파트 재건축 35층 이하 규제 폐지' 정책은 자취를 감쳤다. 목동, 여의도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버리자 심지어 반자본주의적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 교수는 10일 <한국경제>에 "오세훈 시장의 설익은 부동산 정책으로 도시 전체가 망가진다"라며 "(오 시장의 악수가) 땅값은 올리고 공급은 가로막고 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대개가 이런 식이다. 지지층을 자극했던 공약들이나 구호들은 대개 자취를 감췄다. 실정법과 동떨어진 '김어준 퇴출'은 둘째치더라도, 무상급식이나 투기세력 퇴출과 같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오 시장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만하다. 현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는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고 섣부른 '박원순 지우기'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취임 직후 연일 서울시 독자 방역을 주장했다 역풍을 맞았고, '오세훈 서울시의 박원순 지우기' 보도에서 거론된 '따릉이 100억 적자' 주장엔 경제적 효율성 대신 교통복지 및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박이 잇따랐다. 

정리하자면, 오 시장이 이른바 '박원순 체제 10년'의 공공성이 담보된 적지 않은 정책들을 당장 해체하거나 뒤집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과는 복지나 청년정책 등 시대정신 또한 천양지차고 이를 거스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들은 당장 반발이나 비판이 거세다. 임기 1년짜리 시장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물론 이와는 다른 견해도 없지 않을 터. 지난 8일 포털에 공개된 시사주간지 <한겨레21> 1362호에는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의 칼럼이 실렸다. 처음엔 제목이 '정작 위로는 오세훈에게 받았다'였으나 본문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청년 정책 공약과 4월 현재 서울시 정책의 후퇴를 걱정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제목이 엉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같은 날 오후 '오세훈, 무상급식 논란 지우고 복지 시장 거듭나려면'이라고 제목이 수정됐다.

일부 언론은 선명했던 본인의 선거 구호와 달리 정책 면에서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정책들조차 무딘 칼로 달달함을 이어가는 중이다. 임기 1년짜리 시장에 대한 기대가 적어서일까, 오히려 선거 당시 구호나 정책을 실현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서일까. 

'재선' 오 시장을 소환한 것은 서울시민의 준엄한 민심이 맞다. '여당 심판' 정서가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일부 혹은 다수 언론의 '허니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서울시민들이 오 시장의 오락가락, 갈팍질팡 정책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아둔하지 않다는 사실일 것이다.  
태그:#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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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인 시위 나선 청년들 “살기 위해 일터 갔다가 죽는 일 없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1/05/12 09:56
  • 수정일
    2021/05/12 09:5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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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의원·당원·활동가, 故 이선호 친구들 피켓·촛불 들고 재발방지 대책 촉구

이승훈 기자 
발행2021-05-11 21:56:09 수정2021-05-11 21:56:09
1인 촛불 피켓 시위에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선호는 죽음을 각오하고 일터로 간 게 아니에요. 여느 때와 같이 일하러 간 건데… 돈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주고 싶다고, 친구들 맛난 거 사주고 싶다며, 일터로 갔다가 죽는 세상에 어떤 희망을 기대할 수 있나요.” - 故 이선호 친구 김벼리 씨</figcaption>

23세의 故 이선호 항만 하청 일용직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청년 정치인, 청년 정당인, 청년단체 활동가 등이 촛불을 들었다. 선호 씨 친구들도 멀리 평택에서 상경해 촛불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11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일대에 촛불이 켜졌다. 청년정의당, 청년유니온, 청년진보당, 청년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당원 및 활동가들이 정부서울청사 일대에서 흩어져서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든 것이다.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는 이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1인 촛불 피켓 시위 나선 청년들ⓒ청년정의당 관계자 제공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재발방지대책 촉구 기자회견ⓒ민중의소리

이 자리에는 선호 씨의 친구인 김벼리(23) 씨도 함께했다.

벼리 씨는 “선호가 죽은 지 벌써 20일”이라며 “선호가 죽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했던 저와 친구들, 선호 가족들은 그날부터 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잘 있다가도 300kg의 쇳덩이에 깔려 악 소리도 못 내고 죽은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또 “선호를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기기 싫다. 그저 일하는 중이었을 무고한 제 친구 치름 앞에 왜 ‘고’(故) 자가 붙어야 하나”라며 “제발 안전비용보다 사람목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장 의원은 ‘2010년 1600도에 이르는 당진 용광로에 20대 청년이 빠져 숨진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 ‘그 쇳물 쓰지 마라’에 음을 붙인 노래를 직접 통기타를 치며 불렀다.

기자회견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혜영 의원ⓒ민중의소리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 (생략) …

노래를 부르다 ‘자동차도 가로등도 철근도 만들지 말라’고 반복하는 대목에서 눈물이 쏟아진 장 의원은 잠시 노래를 멈추고 “정치가 이렇게까지 기만적이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적어도 청년이 살려고 일하러 가서 죽어서 나와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세월호에서 배운 게 뭐란 말인가”라며 “무더기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가 85%인데 3년 유예되어서 적용되지도 않는 그 법. 그 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장난치지 말라”라고 말했다.

또 “사실 (항만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기 위한) 법안도 올라와 있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의무가 해수부에 없어서 의무를 두자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지만, 국회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이선호 노동자는 우리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지도, 어쩌면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우리사회, 늘 그렇지 않나. 시끄러울 때 쳐다보지만 다른 뉴스로 넘어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은 사고가 반복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현실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선호 노동자 산재사망사고 책임 묻는 1인 촛불 피켓 시위ⓒ민중의소리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특별한 조치가 아니었어도, 기본적인 것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라며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권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 법안이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에 그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 위원장은 “한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과 손실만 따지는 기업,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클릭 수만 따지는 언론, 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환멸이 난다”고 토로했다.

송명숙 청년진보당 대표는 “구의역 김군, 제주도 이민호, 태안 김용균 등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오늘 또 이선호 님의 사고를 마주하고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슴이 저리고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래서 참담하다”라며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없어지려면 안전한 작업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위험한 일일수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이 자리 모인 청년, 청년 정치인들과 함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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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자료에서 평화군축의 가능성 찾을 수 있다”

[인터뷰] 『북조선 실록』 100권 발간한 김광운 교수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1.05.12 00:25
  •  
  •  수정 2021.05.12 08:20
  •  
  •  댓글 0
 

광복부터 54년 9월까지 ‘북조선 실록’ 100권 발간

『북조선 실록』 100권을 발간한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조선 실록』 100권을 발간한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 『일성록』으로 대표되는 조선시대의 역사기록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없는 기록문화의 결정체로 모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등재돼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눈앞에 『북조선 실록』(민속원) 100권이 나타났다. 각권 평균 8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더구나 그 모든 사료를 기획부터 발간까지 단 사람이 총괄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오는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앞두고 있는 김광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를 11일 오후 2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광운 교수는 “국호는 고유명사니까 서로 존중해 줘야 하고 남북이 있으니까 남한, 북조선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한 고 서동만 교수의 견해를 받아들였고, 우리 고유의 역사기록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보자는 의미에서 북한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편년의 형식을 빌려서 기록하는 것이니까 조선왕조실록 처럼 실록을 붙여 북조선실록이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1945년 8월 15일 광복부터 시작해서 계속 내려오며 일별로 정리하는데, 같은 날짜일 경우에는 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향을 많이 끼치는 문제를 중심으로 선별한다”며 “북이 생산한 자료들도 있지만 국외에서 생산한 자료들도 찾아서 집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를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 124권이고, 그 중 연내 발간 예정인 한국전쟁시기 74-97권을 제외하면 딱 100권이 출간된 것. 각권 평균 800쪽이니 약 8만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자료 수집, 선별, 편집은 혼자 한다”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 한국전쟁 시기(74-97권)을 제외하고 1-124권 딱 100권이 출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945년 8월 15일부터 1954년 9월 23일까지, 한국전쟁 시기(74-97권)을 제외하고 1-124권 딱 100권이 출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원자료에 대해서는 “북한 자료에서 기본은 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조선인민군, 평양신문이고, 당 기관잡지 근로자 등에서도 자료를 뽑고 있다”며 “국외의 자료로는 중국 인민일보의 북한 관련 자료는 다 선별 번역해서 싣고 있고, 미국 국무부 외교자료(FRUS)에서 북한 관련 자료 주요한 것을 선별해서 내고 있고, 소련 자료도 번역해서 싣는 식으로 북한 관련된 것은 모을 수 있는 것은 다 모으고, 서울에서 내는 것도 북한자료에서는 안 나타나는 것을 집어넣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분량이 많아지게 마련. “초기에는 3,4개월(분량)이 (한 권에)들어가지만 뒤로 가면 보름이면 8,9백 페이지가 된다”는 것. 실제로 73권의 경우 1951.1128-12.17 20일 분량이 9백 쪽이 넘는다.

실로 방대한 ‘실록’ 작업을 혼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광운 교수는 “자료 수집, 선별, 편집은 혼자 한다”며 “나누어서도 시도해 봤지만 일관된 작업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실무는 작업팀 5명과 외부의 몇 명이 맡고 있고, 출판, 번역 등은 외부에서 다 해 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안정된 출간 체계는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전적인 공감과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을 역임한 박 총장은 북한 자료의 필요성을 절감해 “흔쾌히” 지원에 나섰다고.

NARA 국편 부스부터 IMF 외환위기 기회까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김광운 교수가 『북조선 실록』발간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국편 자료수집 행정업무를 보면서 김대중 정부 시기 △한국현대사 △민주화운동 △북한통일 관련 자료들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본격적으로 수집하면서부터였다고. 당시 국편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층에 별도 부스를 설치해 자료를 수집할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그때 확보한 독도 관련 자료는 이후 일본과의 독도 논쟁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고.

이같은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국편은 한국현대사 자료 수집에 주력하게 됐고,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생겨 맡게 됐지만 북한통일 관련 자료는 제대로 수집하는 기관이 없어 자신이 관심을 두고 수집하게 됐다는 것.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오는 것일까. 김 교수는 “IMF 외환위기가 하나의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IMF로 인해 대학이나 연구기관들이 제일 먼저 없앤 게 자료실이고, 북한통일 자료를 모으고 있던 김 교수에게 ‘버리다시피한’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됐다.

더구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관련 자료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북한 자료를 거저 가져올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았다고.

김 교수는 “자료가 있다면 안 간 곳이 없다. 무조건 찾아가서 살펴보고 부탁, 사정하고 어쩔 때는 안 주면 복사라도 해왔다”며 “요즘에는 ‘북조선 실록’이 나오니까 자기 자료 일부를 주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내년 4월 150권 발간...“자료발굴, 연구 기초 제공일 뿐”

김광운 교수는 북한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광운 교수는 북한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후 계획은 일단 연내로 한국전쟁 시기에 해당하는 74-97권을 발간하고, 내년 4월까지 1954년 9월부터 1955년 10월까지 125-150권을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과거 북한 자료를 PDF 형식이나 영인방식으로 출판한 것은 읽기도 힘들고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며 “어렵고 더디지만 풀텍스트를 입력해 종이책을 내고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자료발굴이 연구라고 착각한 적이 있다”며 “최초 발굴도 연구는 아니다. 연구의 기초 제공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자료발굴을 더 이상 크게 의미 없는 걸로 만들어가는 거다”라고 ‘북조선 실록’ 발간에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이 자료를 온전히 활용해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며 “미국 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미국 자료 일부와 북한 자료를 활용해서 냉전의 기원을 찾았다면, 우리는 북한 자료를 찾아서 우리의 현실에서 필요한 평화군축의 가능성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북한 원자료들을 검토해 보면, 한국전쟁 시기인 1951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에 평화라는 단어가 다섯 번이나 등장하는가 하면, 1950년대 중반에는 북한에서 주도적으로 군축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

자력갱생, 중공업 우선, 시장...“맥락을 알아야 한다”

그는 또한 “조선로동당이 걸어온 맥락을 알아야 한다”며 “자력갱생이라는 조선로동당의 기본 이념, 철학이 만들어진 계기는 가장 가까운 중국에 의한 것”이라고 짚었다. 1951년 1월 2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제3차 정기회의에서 진술한 김일성 동지의 보고’ 중 “우리 민족의 자력갱생 여하는 우리 당사업과 우리 인민군 투쟁여하에 달려있습니다”라는 언명에서 처음으로 자력갱생이 언급된 것.

그는 “중국인민지원군이 들어와서 대국주의를 한 거다. 그래서 소련이나 중국의 도움을 받지만 전쟁 승리 여부는 기본적으로 조선인민의 자력갱생에 달려있다고 한 것”이라며 “자력갱생이 외부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자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1953년 8월 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은 역사적인 ‘모든 것을 전후인민경제복구발전을 위하여’를 발표했지만 그 연설문이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당시 소련이 복구비용 10억 루블을 지원하면서 박창옥 국가계획위원장을 내세워 중공업은 소련 등 사회주의권 분업체계에 맡기라며 ‘중공업 우선, 경공업·농업 동시발전’ 노선을 무시했다는 것. 결국 1956년 종파투쟁을 거친 뒤에야 김 주석의 노선이 온전히 승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 주석의 권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에서 시장이 없던 시절은 없었지만 시장화는 자본주의 시장경제화로 서로 다른 것”이라며 “북한 연구자가 시장과 시장화의 차이도 모르면 안 되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13일 국제학술회의...이만열 “북한 연구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온.오프 방식을 병행해 열린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3일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온.오프 방식을 병행해 열린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편, ‘『북조선 실록』 100권 간행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과 인터넷 줌 화상회의 방식을 병행해 진행되며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개회사, 오코노기 마사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광운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자문위원으로 힘을 보탠 이만열 전 국편 위원장은 “북조선실록의 간행으로 북한 연구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관련 거짓 지식과 정보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헌사했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희소식”이라며 “북한 텍스트 정본화는 대립·갈등·분열의 작업에서 화해·협력의 원점이 될 작업”이라고 기대감을 비쳤다.

썬즈화 중국 화동사범대학 종신교수는 “북조선실록은 거의 복음과 같은 자료집”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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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해직교사 특채 ‘공수처 1호’ 수사에 보수신문까지 “적절성 논란”

한겨레, “광명·시흥 농협서도 ‘셀프대출’ 땅 투기”
세계·동아·중앙, 민주노총의 항의 캠페인에 “폭력·겁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첫번째 수사 대상으로 선택했다. 애초 고발된 죄목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데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도 없는 사건을 택한 데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은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가운데, 한겨레가 1면에 지역농협 직원들이 ‘셀프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들 농협은 LH 직원들이 광명 새도시 후보지 땅투기할 때 대출해준 곳으로, 내부 정보 이용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란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항의 캠페인을 비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둔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해 역대 최저인상률(1.7%)을 주도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다시 위촉된 데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1호 사건’으로 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교육감이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다 해임된 교사 5명을 2018년 특별채용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부교육감 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이다. 공수처는 11일에도 1호 사건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애초 경찰에 고발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공수처는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특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 배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에 특별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는 데다 최종 인사권자는 조 교육감이라는 반박이 있다. 한편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하더라도,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본인 및 가족만 기소하거나 공소유지할 수 있다.

▲12일 한국일보 5면
▲12일 한국일보 5면

신문들은 공수처의 설립 목적과 상징성에 한참 못 미치는 선택이라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공수처가 설립 목적에 걸맞지 않은 사건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은 수사는 쉽지만 판단은 까다롭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조 교육감이 특정인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직접 접수한 100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제쳐 놓고 1호 사건으로 선정할 정도의 ‘권력형 범죄’인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혐의 성립 여부나 가벌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교사들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위반이라며 법 개정을 권고하는 등 국제기준과 어긋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12일 중앙일보 12면
▲12일 중앙일보 12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나 뇌물수수, 선거범죄 등이 아니지 않느냐”며 “공수처는 사건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맞다. 이 사건은 불기소하면 수사능력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고 기소를 해도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공수처가 검사나 판사가 아니라 조 교육감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 적고 성과를 내기 수월하다고 판단한 경향이 커보인다”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공수처가 너무 ‘쉬운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 결과를 내놔 수사 착수에 부담이 적고 조 교육감의 정치적 무게감이 덜한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겨레 8면
▲12일 한겨레 8면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가 관련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공수처의 1호 수사로 삼을 만큼 비중 있는 사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눈치 보며 정치적 부담 없는 사건만 수사한다면 공수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전담수사기구인데 서울시 교육감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조 교육감이 기소를 피하게 된다면 어설프게 덤볐다가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광명·시흥 농·축협 직원도 ‘셀프 대출’ 땅 투기 보도

한겨레가 경기도 광명·시흥 지역의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직원들이 가족 명의를 이용한 ‘셀프 대출’로 광명 3기 새도시 후보지 인근 농지 등에 투기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1면에 보도했다. 두 농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새도시 땅 투기에 나서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곳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 농협인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 직원 몇명은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데 제한이 있자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광명 3기 새도시 인근 농지와 상가 등을 사들였다. 한 직원은 억대의 대출을 받아 인근 농지를 매입한 뒤 매도해 수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이 ‘LH 사태’ 이후 착수한 현장검사 중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12일 한겨레 1면
▲12일 한겨레 1면

이들은 농협 임직원은 본인 명의로는 본인 소유 주택담보대출이나 생활안정자금 이외에는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농지담보대출을 받아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가족한테 대출을 해줄 때는 본인은 대출심사에서 빠져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일부 직원은 직접 심사를 해서 대출을 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셀프 대출’을 한 농협 직원 중에는 대출심사 담당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출 담당자들이 LH 직원들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12일 한겨레 3면
▲12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족을 내세워 쉽게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임직원 대출’ 규제 등 내부 통제 장치가 허술한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적발이 되더라도 ‘주의’ 또는 ‘견책’ 수준의 약한 처벌을 받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전국에는 1000개가 넘는 지역조합(농협·축협)이 운영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세계·동아·중앙, 민주노총의 항의 캠페인에 “폭력·겁박”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을 내 최저임금위원회 유임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항의성 메일과 문자메시지 캠페인을 비난하는 사설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계는 벌써부터 임금을 ‘최대 경영 리스크’로 꼽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중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이 9.2%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 기회로 간주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위 9명의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문자메시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민노총은 2018년에도 국회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수당 등의 범위를 늘릴 때 환경노동위 여야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문자폭탄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12일 세계일보 사설
▲12일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찾아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며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협박 글을 단체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겁박이며 압력”이라며 “폭력적 방법으론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심의 주체 중 하나다. 그런 민노총이 다른 심의 위원들을 사전에 압박하는 것은 협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이들 신문은 항의 캠페인을 “폭력” 또는 “겁박”으로 규정했다. 단체적인 항의 캠페인은 특성상 불편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닌 결정권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자발 의사에 따른 동시다발적 항의 표시를 두고 ‘폭력’ 또는 ‘겁박’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9명 중 박준식 위원장,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 대부분의 인사가 유임됐다. 노동계는 이들이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다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5%로 의결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2년 전 인상률도 2.9%로 역대 3번째로 낮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위원들 유임에 “코로나19로 저임금노동자는 해고와 소득감소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역시 매출급감 등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사회의 약자에게만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상황이 집중되고,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행한 모습을 돌아본다면, 이들이 다시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이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재계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아시아 18개국과 견준 자료를 들고나와 본격 공세를 시작했다”며 “국가마다 산정기준이 다르고 경제 규모에서 차이가 큰 아시아권 국가와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시아가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국가를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며 “2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위임금으로 계산해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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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 정책' 분석...남북 농업 협력 가능할까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생산 계획과 실적에서의 '허풍' 문제

일곱째, 농업근로자들의 생산 열의와 관련된 과제이다.

 

북한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사회주의 분배방식을 개선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연말 결산분배에서 국가수매계획을 충족시킨 다음에 1년 치 기본식량을 분배받는다. 그런 다음 그 나머지(초과생산분)에 대한 분배도 받게 되는데 그것이 현물분배이냐, 현금분배이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농장법》에 따르면 "분배는 현물분배를 기본으로 하면서 현금분배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한다."(제44조) 농민들은 당연히 현물분배를 선호한다. 현물분배 몫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공산품이 필요할 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분조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한다고 한다. 
 

 

현금분배에서는 현금을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느냐, 시장가격으로 지급하느냐에 따라 무려 수십 배(변동가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현금분배 시에 대체로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현금분배를 재미없어 한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분조농사에서 자율성이 커졌고 농민들의 생산적 열의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협동농장들은 기업체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시행되듯이 농장'책임'관리제로 운영된다. '책임'관리제는 경영의 자율성을 더 많이 주는 동시에 국가납입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양 측면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헌법》에서는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제33조)라고 규정하면서 농장책임관리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협동농장을 하나의 농업기업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관점에 따른 것이다.

 

《사회주의헌법》에 담긴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현대화하며"(제28조)라는 구절이 그 힌트이다. 《농업법》에는 "농업을 기업적 방법으로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제71조), "농장은 토지를 기본생산수단으로 하여 농업경영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주의농업기업소이다"라는 규정(제2조)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은 제4조에 농장책임관리제를 규정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포전담당책임제를 주목하면서도 농장책임관리제, 농업의 기업적 방법에 의한 관리 운영, 사회주의농업기업소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다. 북한은 생산과 분배의 전체 과정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조치를 늘려나갈 것이다. 다만 '개인농'의 수용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북한 현실에 부합한다.

 

▲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1일 영광의 땅 평원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곳이 1952년 김일성 주석이 찾아 농민들과 함께 포전에 풍년 씨앗을 뿌린 곳이라면서 "뜻깊은 날을 맞으며 첫 모를 내는 일꾼(간부)들과 농장원들의 얼굴마다에는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를 다수확 성과로 빛낼 굳은 결의가 비껴 있었다"라고 전했다. ⓒ로동신문

농업부문에서 '허풍' 벗어나기 : [18] 농업부문에서의 허풍 일소(6-⑪)


 

'허풍(虛風)' 일소의 문제는 김정은 당 책임비서가 제8차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석상에서 입에 올릴 정도로 심각하다. 허풍은 주관적으로 '허장성세'하고 과장하는 것인데 이것이 개인들 사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집단경영에서는 경계대상 1호이다. 협동농장에서부터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도농촌경리위원회-내각(농업성 및 국가계획위원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허풍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허풍의 누각 위에 세워진 농업 생산목표량은 국가수매계획에 차질을 준다. 이것은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 대한 식량공급(배급)에 차질로 이어진다. 연간 알곡 생산목표를 높게 잡고서는, 예를 들어 조곡 기준으로 1천만톤(정곡 약 830만 톤)을 잡아놓고는 실제로는 500만 톤(정곡) 내외의 생산에 머문다면(실제로 이런 우려가 있다), 당‧정 지도부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 내각 수매양정성이 내각 농업성에 따져본들, 도‧시‧군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각급 농업지도기관들(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도농촌경리위원회)과 생산단위들(협동농장)에게 따져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계획 작성단계에서 '허풍' 치지 말라는 것은 단지 태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의 실행단계에 가면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울 게 분명한데 빗나간 농정에 뒷짐 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곳간은 비어 있는데 농민들은 '알곡부자'인 경우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게서 불만과 허탈감이 쌓일 것이다.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간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사회주의 국정목표에서 보나 일심단결의 정치철학에서 보나 '허풍'은 해악적인 요소인 것이다.


 

북한의 농업구조를 한눈에 보려면 내각 농업성의 부서를 보면 된다. 농업성에는 종합계획국, 농업경영국, 농산국, 감자생산국, 남새국, 과수관리국, 축산관리국 인삼‧공예작물국, 잠업국, 농기계공업관리국, 관개수리국, 채종관리국, 종자관리국, 수의방역국, 과학기술국, 국영농장관리국, 국영목장관리총국, 토지감독국, 건설국, 물길건설관리국, 간석지건설관리국, 풀판조성및축산국, 자재국, 농촌건물관리국, 대외협조국, 수출원천동원국, 재정국, 행정조직국, 기타 직속 연구소 등이 있다.


 

수매양정사업은 내각 수매양정성의 부서에 잘 나타나 있다. 수매양정성은 계획국, 생산지도국, 수매양정국, 식량공급국, 양곡수급관리국, 양정수매보관국, 양정지도국, 무역국, 검열국, 행정조직국, 기타 양곡공급사업소 등을 두고 있다(통일부, <북한 기관별 인명록 2020> ).


 

농촌 리(里)당사업의 개선 : [19] 농촌 리(里)당사업에서의 결정적 개선(6-⑫)


 

농촌 리당사업의 개선은 북한의 사회주의‧집단주의 지향과 관련이 있다. 북한에서는 행정단위 '리'마다 1개의 협동농장을 두고 있다. 그 안에 당세포를 비롯한 당조직이 존재한다. 조선로동당은 농민들의 낮은 사상의식을 변화시키는 사상학습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부르주아 성격이 유지되고 개인이기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농민들이 식량 증산과 국가수매계획의 집행에 적극 협조하도록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당원들이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농민들은 평소의 국가적 혜택은 생각하지 않고 연말 결산분배 시에 자신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다. 이것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농업은 생산기간이 길고 그 성과는 추수 때 가서야 확인되며 손노동의 의존도가 크다.

 

농업은 또한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넓은 지역에서 생산이 분산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농민들에게 공장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주의‧집단주의 정신을 요구하기에는 제한성이 있다. 
 

 

북한 농정당국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을 반영하면서 영농자재와 물자 공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농민들의 알곡의무수매 과제를 정해 준다. 그 초과 생산물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현물로 분배하고 농민들이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는 1개 분조의 농민숫자를 3~5명으로 줄였다. 협동농장의 관리가 더욱 분산적으로 되고 때에 따라서는 개인이기주의가 싹틀 우려가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점점 공고화되고 있을 것이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2020년 9월에 황해남도의 협동농장을 방문해 포전담당책임제를 언급했다. 그는 재령군 삼지강‧강교협동농장에서 당의 두벌농사(이모작) 방침을 철저히 관철할 것,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여 농장원들의 열의를 높여줄 것,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정보당 수확고를 높일 것 등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9월 28일). 여기서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무렵 <로동신문>은 사설에서 "특히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 정치사업과 경제조직사업을 능숙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2020년 9월 21일).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은 무슨 말일까? 북한에서 생활력의 발양은 실천을 통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뜻한다. 사설의 문맥은 포전담당책임제를 제대로 실천하여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장법》에서는 "농장은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유벌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분조별, 농장원별로 토지 관리와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주고 그에 대한 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하며 알곡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바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2조).

 

이 조항은 중요하다. 우선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有償有罰)제를 정확히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포전담당책임제와 관련된 과제를 담고 있다. 즉 ①분조별‧농장원별로 토지 관리,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줄 것 ②생산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할 것 ③알곡 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올바로 할 것 등이다.

 

①, ②, ③의 과제는 '분조별‧농장원별'로 책임과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리(里) 당사업을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배경이 된다. 국가의무수매에는 관심이 적으면서 결산분배의 현물 몫만 생각하는 폐단이 농민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협동농장에서의 개인이기주의를 막아내려면 리 단위의 당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생각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포전담당책임제의 성공적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 정부가 5개년계획 기간에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농업 정책을 전개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정책의 대부분이 실효성(實效性)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농업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구조라는 한계를 단 시일에 뛰어넘을 것 같지는 않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서 농업부문의 과제들이 적지 않다. 농업부문에서 남북협력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10850187157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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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쥐어짜는 세금? '한국경제'가 감춘 진실

[팩트체크] 억대 연봉자 앞세워 '세금폭탄론' 제기하는데...상위 5~10% 세금 비중, 오히려 감소

21.05.11 07:13l최종 업데이트 21.05.11 07:13l
는 지난 5월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한국경제>는 지난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달아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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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상위 5%가 세금 65% 내는 나라

 
<한국경제>(아래 한경)는 지난 5월 6일 '고소득자만 쥐어짜는 세금'이란 기획 보도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상 '핀셋 증세' 때문에 세금이 '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신문은 지난 2020년 1월에도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소수 부자 편들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경>은 이날 사설('국민 징벌' 수단으로 변질된 세제, 지속가능하겠나)에서 "부자가 세금을 좀 더 내고 이를 활용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에선 세금이 국민에 대한 '징벌'처럼 변질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보도를 통해 ① 고소득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구조가 현 정부 증세 정책 때문이며 ②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이며 ③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오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봤다.

[검증 ①] 상위 5%가 65% 내는 기형적 구조?... 고소득자 세금 비중 감소

<한경>은 "2019년 120여만 명(상위 5%)이 25%를 벌어 세금의 65%를 냈다,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사람은 700만 명을 웃돌았으며 전체의 37%에 이르렀다"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고소득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가 계속되면서 형성된 기형적인 구조"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상위 5%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다.
 

 국세청에서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와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은 계속 줄었다.
▲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와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은 계속 줄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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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 2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공한 '통합소득(근로소득과 종합소득 합산)'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5%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67.8%였지만, 2015년 66.8% → 2016년 66.1% → 2017년 66.2% → 2018년 65.9% → 2019년 65.2%로 계속 줄었다.

소득 상위 10%가 내는 세금 비중도 지난 2014년에는 80.2%였지만, 2019년 77.4%까지 점차적으로 떨어졌다. 소득 상위 0.1% 초고소득자가 내는 세금 비중은 2014년 18.2%에서 2019년 18.6%로 소폭 상승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상위 1% 세금 비중은 그사이 42.8%에서 41.4%로 소폭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적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도 계속 줄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48.1%로 거의 절반에 달했지만, 2015년 46.8%, 2016년 43.6%로 줄었고, 현 정부 들어서도 2017년 41.0%, 2018년 38.9%로 계속 줄고 있다. (출처 :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 작성한 자료)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자료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
▲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 변화(자료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에서 국세청, "2019 국세통계연보" 자료를 토대로 작성)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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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 현 정부의 고소득자 증세 정책 때문에 소득 상위 5%가 세금 65%를 내고, 면세자가 하위 37%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고소득자 세금 비중과 면세자 비중은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용혜인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고소득자 세금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박근혜 정부 당시 소득공제 대상을 줄여 하위소득자의 실효세율이 증가했고, 고소득자들이 개인유사법인 등 조세회피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증 ②]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빠르다?... OECD 18위 수준에 G7 평균 이하

<한경>은 현 정부의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지방소득세 등을 포함한 소득세 최고세율이 2016년 41.8%로 OECD 평균(42.5%)보다 낮았지만, 2017년 44%, 2018년 46.2%, 올해 49.5%로 올라 OECD 평균을 웃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문 정부, 소득세율 두 차례 올려 최고 49.5%로... OECD 평균 '훌쩍')

이같은 보도 내용만 보면 마치 한국의 고소득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세를 부담하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중간 수준에 머물고 있고, G7 주요 선진국들보다는 여전히 낮다.
 

 지방세 등 포함 소득세 최고세율 국제 비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발행 '2020 조세수첩'. 자료: OECD Tax Database(2020.7.31. 기준)
▲  지방세 등 포함 소득세 최고세율 국제 비교. 출처 : 국회예산정책처 발행 "2020 조세수첩". 자료: OECD Tax Database(2020.7.3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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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46.2%)은 OECD 평균(42.8%)보다는 높았지만, G7 국가 평균(49.7%)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20년 7월 31일 기준 OECD 세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근거로 분석했더니,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OECD 국가(2019년 37개국) 가운데 중간인 18위 수준이었다.

G7 국가들 가운데 일본(55.9%)을 비롯해 프랑스(55.4%), 캐나다(53.5%), 독일(47.5%), 이탈리아(47.2%)는 우리보다 최고세율이 높았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고세율을 46.3%에서 43.7%로 낮췄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 다시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경>은 지난 10년 한국의 최고세율 인상 속도가 '세계 최고'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실은 6위였다. 물론 이 신문은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큰 국가 중에선'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10년 전 한국의 최고세율이 주요 선진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았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2010년 vs. 2019년(자료 출처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
▲  소득세 최고세율 변화. 2010년 vs. 2019년(자료 출처 : 2020 조세수첩,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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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당시 38.5%에서 7.7%포인트 올려 6위를 기록했는데, 프랑스는 2010년 46.7%에서 8.6%포인트 올려 5위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46.4%에서 7.1%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50%에서 5.9%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0년 사이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23개국이었고, 인하하거나 그대로 유지한 국가는 각각 9개국과 4개국에 그쳤다.

또 최고세율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고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즉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 비율)은 2019년 20.1%로, OECD 평균(24.9%)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률은 5.4%로, OECD 평균(8.3%)의 2/3 수준에 그쳤다.

[검증 ③]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 그게 오해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은 그동안 증세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경>은 "한국이 조세부담률 낮다는 건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 신문은 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 교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서는 조세부담률을 구할 때 준조세를 포함하지 않지만, 프랑스 등 OECD 내 상당수 유럽 국가는 조세부담률에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실제로 준조세까지 포함한 통계인 국민부담률은 2019년 기준 27%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득세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요양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도 '준조세'로 분류해 고소득자 세금 부담에 포함시켰다.
   

큰사진보기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과 OECD 평균 비교. 아래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과 OECD 평균 비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자료 : OECD Tax Database 2020.7.31)
▲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과 OECD 평균 비교. 아래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과 OECD 평균 비교.(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자료 : OECD Tax Database 2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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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준조세까지 포함하면 우리 국민이 실제 부담하는 조세부담률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지만, 실제 준조세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까지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오히려 OECD 평균보다 더 낮았다.

국회예산정책처 국제 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은 2018년 기준 19.9%로 OECD 평균(24.9%)과 5.0%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국민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수입+사회보험료)은 26.7%로 OECD 평균(34%)보다 7.3%포인트 낮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소득자 세금 많은 건 소득 양극화 탓... 소득분배효과 함께 따져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OECD 평균보다 적게 걷어 다른 나라보다 면세자 비중도 높고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이는 소득 양극화 때문에 저소득층이 세금을 낼 만큼 충분한 소득을 벌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지, 우리나라 고소득자들이 외국에 비해 세금 부담이 더 높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소득 5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두면 대부분 복지에 사용해 소득 재분배 효과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금은 그보다 적게 걷으면서 복지에는 적게 쓰고 기업(경제 분야)에 많이 사용한다"면서 "조세 불평등을 따지려면 조세 정책뿐 아니라 소득분배 상황, 세금을 얼마나 걷어 어디에 얼마를 사용하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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