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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왜 피해자가 모든 것 다 밝혀내야 하나”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서 열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요구 높아

양아라 기자 yar@vop.co.kr
발행 2019-04-16 19:29:38
수정 2019-04-16 1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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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왜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을까요? 그 이유를 밝히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아마 국가가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중략) 왜 피해자가 책임자를 나서서 찾고, 죄를 물어야 할까요? 왜 피해자 스스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할까요? 도대체 왜? 피해자가 외쳐야만 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요?"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인 장애진 씨가 낭독한 '기억글' 내용 중)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일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5주기 행사는 '추모식'이 아닌 '기억식'으로 진행됐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는 다짐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새기기 위함이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석 진행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참석 진행되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세월호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세월호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4·16가족협의회, 4·16재단 주관하고, 교육부·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경기도·경기도교육청·안산시가 지원한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이날 식이 열린 장소는 과거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었던 곳이며, 향후 생명안전공원이 건립될 부지다. 지난해 세월호 4주기 '영결식'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억식을 찾은 시민들의 어깨에 종이로 된 노란 나비를 붙여주었다. 어깨에 노란 나비를 얹은 시민들은 노란 리본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햇빛가리개를 머리에 쓴 채 내리쬐는 한낮의 햇볕을 받으며 기억식을 지켜봤다. 

오후 3시가 되자, 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안산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의자에서 일어선 시민들은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총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윤화섭 안산시장 등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도 모두 참석했다. 사회는 이지애 아나운서가 맡았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추도사에 나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가족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상규명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의 진실을 반드시 인양할 것"이라며 "위급한 재난 위기 앞에서 국가는 국민을 반드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신뢰하는 사회안전시스템을 마련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로 핵심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 부총리는 "저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세월호 참사 304분의 희생자 중, 무려 261명이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교육과정 중에 발생했던 참사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기억식 중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시 한 번 희생자와 가족, 피해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참사의 현장에서 함께 있던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던 의인들, 희생자 가족들을 내 가족처럼 걱정하고 힘을 보태주신 자원봉사자와 시민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안전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는 각오로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데 뼈를 깍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8반 고(故) 장준영 학생의 아버지, 장훈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돌아보니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1997년 우리 아이가 태어나고, 2014년 4월 16일 내곁을 떠나기 전까지 17년이었다"며 "그날 이후 지옥에서 살아왔다. 처음에는 진도체육관이, 팽목항이, 안산 장례식장이, 아이와 함께 산 집이, 광화문이 지옥이었다. 지난 5년 간 제 발이 닿은 곳은 모두 지옥이었다"며 처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장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국민을 구하고 보호해야 할 국가가,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죽였다. 해경 지휘부가 죽였다. 박근혜 청와대와 국가 안보실이 죽였다"며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우리아이들을, 304명의 국민을 죽인 그 자들을 모두 잡아서 처벌하라는 국민의 요구이자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이 5주기까지 계속 증거를 은폐하고 훼손하고 있다. 6, 7주기가 되기 전에 제발 이들을 모두 잡아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해달라"며 "4.16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와 더불어 전면 재수사하고, 기소해 살인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와 함게 장 운영위원장은 "5주기가 됐지만 우리 아이들이 전국 11개 곳에 뿔뿔히 흩어져 있다"며 "아이들을 이곳 안산으로 모으고,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비극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을 해야한다"며 4.16생명안전공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자식 잃은 슬픔을 추스릴 새도 없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눈물로 호소하시는 여러 유족분들 앞에 죄인이 된 심정이다. 죄송하다"며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좀 더 노력하겠다. 여러분 곁에서 함께 비를 맡겠다"며 힘을 보탰다.

전날 진도 팽목항을 다녀온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2021년 4.16 민주시민교육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시민 교육과 안전 교육을 통해, 안전과 생명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교육다운 교육으로 희생자 여러분이 꿈꾸던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은 기억편지 낭송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생존 학생 장애진 양은 기억편지 낭송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 씨는 이날 자신이 쓴 편지를 낭독했다.

장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30년 간 봉인한 이유는 무엇인가. 30년이 지나면 저희는 50대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우리가 포기할 거라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묶어놓은 것일까. (제도를) 잘못을 감추고 빠져 나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장 씨는 "정치인 중 몇몇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한다.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민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비치도록 하며, 서로의 사이를 이간질 했다"고 비판하며, "국민여러분들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시선이 아닌 이웃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먼저 간 친구들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는 세월호 생존자라는 단어가 무거운 죄책감으로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에게 "지금 여기 우리 앞에 와 있다고 생각해. 무능력했던 어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먼 훗날 소중한 너희들에게 가게 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어 너희를 만나러 갈게. 우리도 잊지 않을테니 너희들도 기억해줘."라고 말했다. 편지글 낭송을 듣던 세월호 유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장 씨는 "거짓이라는 벽에 갇힌 진실은 물처럼 잔잔하고 고요해 보였지만, 아무도 모르게 벽에 아주 작은 틈새를 찾아 조용히 세상을 향해 흘러 나가고 있다"는 드라마 대사를 빌려 편지글을 마무리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가수 양희은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가수 양희은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날 무대에는 '기억'과 '진실'의 상징인 노란리본 조형물이 설치됐다. 노란 리본 앞으로는 '안전한 대한민국의 바람'을 의미하는 노란 바람개비가 세차게 돌아갔다.

'기억'의 의미를 담은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열렸다. 성악가 홍일 씨는 '시간을 보내고'라는 곡을 불렀다. 허영민 씨의 아쟁 연주와 조성진 씨의 마임 공연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악질경찰' 출연 배우 전소니 씨가 시를 낭송했다. 가수 양희은 씨는 노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상록수' 등 노래 2곡을 불렀다. 안산시립합창단은 '기억해 사랑해' 등 노래를 불렀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단원고 1학년 학생들이 참석해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행사에서 단원고 1학년 학생들이 참석해 기억식을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편, 이날 단원고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자체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과 함께 추모 영상과 합창공연을 보았고, 유족 대표와 학생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오후 1시부터 안산 시내에서는 '1000개의 바람이 되어 첫 마음으로 함께 걷다'라는 주제로 세월호 참사 5주기 시민추모행진도 이루어졌다.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4호선 고잔역에서부터 출발해 4.16기억교실과 단원고를 거쳐 5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까지 행진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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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가능한가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6)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4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는 내용이다.[사진 : 트위터 캡처]

6. 어디로 갈 것인가

북미대결전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포스트하노이가 어떤 방향을 잡을 것인가는 4월 10일 조선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4월 11~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일정한 윤곽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 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화답하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4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하여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간을 연말까지 못 박아 두고, 영변핵시설 폐기안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암시하였다. 70년 북미대결전을 총결산하는 심각한 대결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2019년 남은 8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며, 북미간 물밑협상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넘어 어느 방향에서 높아질 것인가 역시 중요한 관심사이다.

북 : 장기전 정면돌파태세, 대화의 문은 열어두다

조선노동당은 4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나갈데 대하여”라는 첫 번째 의정을 심의, 의결하면서 “자력갱생대진군”을 선언했다. 북은 대화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경로에 대해 마지막 시도는 해 보겠지만, 기본은 자기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있다”고 발언했다. 강력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점차로 강화하면서 세계비핵화를 향한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시킨 것처럼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70년간의 북미핵대결을 핵무력완성으로 억지력과 미본토타격력을 확보했듯이, 동일한 원칙과 방법으로 제재공세를 극복하겠다는 정면돌파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경고하며, 한미연합훈련의 변형된 재개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으나, 조건은 명백히 밝혔다.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이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하노이 같은 수뇌회담 재현,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고,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강도 높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시간은 누구편인가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많다”고 언급했다.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에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편이었다. 북이 시간에 쫓기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위해 절박감을 가지고 진정성있게 임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북은 이미 장기전의 태세에 돌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재선을 위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제 시간의 칼자루는 김정은 위원장의 손에 쥐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급한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년은 지켜보자”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과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1년은 그 의미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이 말하는 1년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대화를 통한 북미관계수립이라는 경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를 판단하는 최후 통첩성 시한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1년 정도 대북제재를 강화하면 북이 “목말라”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나 북미관계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하노이 회담에서는 코헌 청문회 등 미국내 상황이 너무 안 좋아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것이었다면 기회는 있다. 남은 것은 결국 어떤 협상을 할 것이냐 문제이다.

치열한 물밑 협상, 그러나 협상안보다 더 중요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3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가 매우 좋고(good), 아마도 훌륭하다는(excellent) 말이 훨씬 더 정확할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디에 있는지 완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속적인 스몰딜”의 조합으로 빅딜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언사는 언제나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행동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북이 말하는 “단계적 동시협상안”(스몰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안”, 문재인 대통령의 “굿 이너프 딜안” 등 온갖 협상안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북은 ‘스몰딜에는 스몰딜, 미들딜(중간급 협상)에는 미들딜, 빅딜에는 빅딜’이라는 협상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북이 핵전쟁 억지력을 확보한 조건에서 대북제재해제를 중심으로 대미협상에 임했다. 그것은 경제문제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북미협상은 매우 복잡하고 결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상호신뢰를 먼저 구축한 후에 진행할 예정으로 뒤로 미루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안을 제시한 조건에서는 북 역시 핵보유국간의 한반도 평화담판을 뒤로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은 물밑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되, 어느 때라도 “미국의 비핵화”, “상호비핵화” “세계비핵화 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과정은 정전과 평화협정, 핵군축, 대북제재, 군사연습 등 전반 문제에 대해 매우 높은 수위에서 동시다발적인 협상의제를 가지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를 무대로 핵군축회담이 중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조건에서는 북이 영변핵시설 문제를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옵션으로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빅딜안은 미국이 뒤로 미루고 싶었던 평화답판을 오히려 촉진하고 앞당겨 쟁점화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북이 어떠한 협상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다 알 수 없으나, 각종 협상안에 대비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안이 무엇인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신뢰문제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행태에 대해 북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온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다음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 가능한 안이 나온다 할지라도 과연 북이 무엇을 담보로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사전적인 상응조치를 선행하지 않으면 합의안과 별도로 북이 신뢰문제를 제기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에 대한 통제나 개입을 약화시킨다거나,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예외적 조치를 취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다. 미국이 회담을 깨는 것은 자유였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책임감있게 해결해야 할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자력자강의 사회주의건설전략과 핵보유국의 반제평화전략

북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4차 전원회의와 14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자주의 혁명노선 고수, 인민대중일주의 실현, 당의 영도 백방강화를 통해 자력자강의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매진하기로 결의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70년 북미대결의 총결산으로 다가가는 정세의 종심을 가로지르는 대결의 본령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북은 미국의 대북제재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북미대결의 첨예한 지점은 여기에서 형성되며 누가 이기느냐의 싸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힘으로는 우리를 어쩔수 없는 세력들에게 있어서 제재는 마지막 궁여일책이라 할지라도 그자체가 우리에 대한 참을수 없는 도전인것만큼 결코 그것을 용납할수도 방관시할수도 없으며 반드시 맞받아나가 짓뭉개버려야 합니다.”라는 언급이 그것을 말해준다.
지금 북은 과학기술로 무장한 자력갱생사회주의라는 인류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더욱 분명하게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해제는 이제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 투쟁으로 돌파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역시 유일한 협상 지렛대인 대북제재를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명분과 수단이 마땅치 않고, 과거처럼 국제적 공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북제재를 둘러싼 투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다음으로 북은 공인된 핵보유국의 길과 그에 의거하여 한반도 비핵화, 세계비핵화를 견인하는 겹싸인 길을 가려는 반제평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협상은 비록 불발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남기었다. 바로 미국 스스로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인증효과“이다. 이미 미국이 북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부터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결과이며, 증거이다. 미국이 빅딜안을 제시하며, 영변핵을 뛰어넘는 추가시설 등등을 운운한 것, 하노이 회담 전 미 정보국 등에서 북의 핵무력증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것 등은 결국 북이 강력한 핵보유국임을 미국 자신이 인정한 꼴이다.

미국은 북이 부분적 비핵화를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반만 맞는 분석이며,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북이 핵무력완성선언을 통해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한반도를 평화번영의 길로 올려세우겠다는 전략은 이미 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북이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로서 추진하는 전략은 단순히 북의 체제수호차원의 수동적인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북이 현재 시점에서 완전한 비핵화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 핵군축과 비핵화, 전세계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방법에서도 북미핵강국간 협상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경로를 먼저 앞세워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러한 길을 한사코 거부하고, 대북적대정책을 강화하고, 긴장을 유발하며,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할 경우 북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한편 북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대중적 확인을 유보한 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북미협상에 임한 이유는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 전략의 수립함과 동시에 북미협상이 좌초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은 끝내기 한 수를 아직 쓰지 않았다.

올해 안에 북미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북은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그것은 핵전쟁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도 핵전쟁 위험이 미국 안방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호기롭게 선북비핵화, 대북강경제재를 앞장서서 외쳤던 세력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미국내 대선풍향계와 정치지형, 여론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하게는 한반도내의 정치지형에서 엄청난 파고가 몰아칠 것이다.

북은 자기 갈 길을 분명히 정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은? 2019년 정세는 문재인 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3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불발, 모든 경우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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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대표자'된 김정은, 1972년 김일성에 근접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정권 잡은 지 8년 만에 비슷한 위상에 도달

19.04.16 09:18l최종 업데이트 19.04.16 09:18l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재추대 북한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무위원장직에 다시 추대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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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공식 칭호가 격상됐다. 김정은은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첫날 모임에서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됐다. 그러면서 그의 국무위원장 직함 앞에 '최고대표자'란 칭호가 추가됐다.

그의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축하하고자 13일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중앙군중대회에서도 그 칭호가 거론됐다. 중앙군중대회를 보도하면서 1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께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신 대(大)정치사변을 맞이하여 온 나라는 끝없는 환희로 끓어번지고 있다."

 
국무위원장 직함 앞에 '최고대표자이며 최고령도자'가 붙는 것은 기존 헌법 제100조와 대비된다. 기존 헌법 제100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했다. 이 규정에 따라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이 4월 11일부터 '최고대표자이며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는 것이다.

'최고대표자'에 관한 보다 구체적 정보는 중앙군중대회 때 있었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경축 보고'에서 드러난다. 14일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룡해는 국무위원장 재추대를 경축하면서 이렇게 발언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고 나라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는 국가의 최고 직책에 높이 모심으로 하여 공화국 정권을 강국 건설의 위력한 정치적 무기로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체의 사회주의 위업을 다그쳐 인민의 꿈과 리상을 빛나게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룡해의 발언으로부터 '최고대표자'가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는 자리'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인민 대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존 헌법 제117조와 대비된다. 기존 헌법 제117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종래 헌법 하에서는 국회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했다.

4월 12일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한 11일에 헌법 수정도 함께 단행했다. 김정은을 '최고대표자이며 최고영도자'인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하고 국가기관 구성원들을 선출한 직후에 헌법 수정을 단행했다.

이를 볼 때, 남한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대표권까지 보유하는 방향으로 헌법 수정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새로운 헌법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국무위원장 권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새로운 헌법에 국무위원장 권한이 어떻게 규정돼 있든 간에,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근거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한이 1972~1998년 기간에 근접하게 됐다는 점이다.

김정은, 1972~1998년 김일성이 가졌던 권한에 근접
 

북한, 중앙군중대회 개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북한, 중앙군중대회 개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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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1972년 12월 27일 이전만 해도 '김일성 주석'이 아니었다. 노동당에서는 '김일성 총서기'였고, 정부에서는 '김일성 수상'이었다.

노동당이 국가기관의 상위에 있는 체제 하에서, 노동당 총서기는 북한 최고지도자였다. 하지만 노동당은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노동당 총서기라는 직함에서는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이 생기지 않았다.

내각을 이끄는 수상에게도 국가를 대표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았다. 1948~1972년 기간에 시행된 북한 헌법 제59조는 "수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수석이다"라며 "수상은 내각회의를 소집하며 지도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수상에게 국가를 대표할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1948년에 제정된 그 헌법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그 권한이 인정됐다. 그 헌법 제49조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권한으로 "제8호: 외국과의 조약의 비준 및 폐기, 제9호: 외국에 주재하는 대사·공사의 임명 및 소환, 제10호: 외국 사신의 신임장 및 해임장의 접수"를 규정했다.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에 더해, 국가원수를 연상시키는 여타 권한들도 상임위원장한테 주어졌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법령 공포권(제53조 제1항), 법령 집행권(제75조), 사면권(제79조), 훈장 수여권(제80조)까지도 1948년 북한 헌법에서는 상임위원장에게 부여됐다.

심지어 내각의 결정과 지시를 위헌·위법을 이유로 폐지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인정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일성 수상의 결정과 지시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헌법상으로나마 인정됐던 것이다.

이렇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던 시절에 이 자리를 역임한 두 인물이 김두봉(재임 1948~1957년), 최용건(재임 1957~1972년)이다. 이 중 김두봉은 유명한 한글 학자다. 한글학자 주시경의 뜻을 남한에서 이어받은 대표적 제자가 최현배라면, 김두봉은 북한에서 그 뜻을 이어받은 대표적 제자다. 김두봉과 최용건이 상임위원장을 하던 시절에 김일성은 최고지도자이기는 했지만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지는 못했다.

그랬던 북한의 권력구조를 획기적으로 일변시킨 게 1972년 12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1차 회의의 헌법 개정이다. 이때 등장한 1972년 헌법에서는 주석제를 신설하면서 주석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 헌법 제8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은 국가의 수반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주권을 대표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도 함께 부여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972년 12월 27일이 남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한껏 높인 유신헌법이 공포·시행된 날이라는 점이다. 

한편, 종전에 국가를 대표했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으로 바뀌었다. 명칭만 바뀐 게 아니라 권한도 축소됐다.

1972년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상설회의 의장은 최고인민회의를 운영하는 것 외에, 법령을 심의·결정·해석하고 중앙재판소 판사와 인민참심원을 선거하거나 소환하는 정도의 권한 밖에 갖지 못하게 됐다. 1972년 헌법 발효와 함께 상설회의 의장직에 최초로 임명된 인물이, 그로부터 25년 뒤인 1997년 북한을 탈출하게 될 주체사상 이론가 황장엽이다.   김일성이 1972년 헌법을 통해 국가 대표권을 갖게 된 배경은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국내적 요인에 관해서는, 조재현 성균관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논문 '북한 헌법 개정의 배경과 특징에 관한 헌법사 연구'에서 아래와 같이 요약했다. 아래 인용문 속의 '8월 종파 사건'은 반(反)김일성파가 집단 숙청된 일을 가리킨다.
 
"북한은 1956년 '8월 종파 사건'과 1961년 9월 4차 당대회를 기화로 김일성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하였고, 이에 대한 헌법적 수용은 1972년 헌법에서 절대 권력의 국가주석제를 신설함으로써 구현되었다."
-미국헌법학회가 2018년 발행한 <미국헌법 연구> 제29권 제3호.
 
김일성 권력이 공고해졌다는 국내적 요인에 더해, 1970년 전후로 중국과 미국·일본이 접촉하는 탈냉전 혹은 데탕트가 확산됐다는 국제적 요인도 1972년 헌법의 등장에 기여했다. 냉전질서가 흔들리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해야 할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강력한 주석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60세의 김일성(1912년 생)이 이전에 갖지 못했던 국가대표권까지 갖게 됐다.

북한이 김일성 사망 후 다시 권한 나눈 이유는?

국가주석에게 국가대표권까지 부여하는 시스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후의 정치상황을 반영한 1998년 헌법 개정 때 소멸됐다. 1998년 헌법은 전문(서문)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주석직을 사실상 공석으로 두는 한편, 국방위원장이란 자리에 최고권력을 부여했다.

그러면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장의 명칭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복원시키면서, 상임위원장에게 국가를 대외적으로 대표할 권한을 부여했다. 1948년 헌법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편, 김정일이 맡는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높이는 동시에, 내각 총리가 정부 대표의 지위를 갖도록 규정했다. 김정일이 국가를 대표할 권한은 물론 정부를 대표할 권한도 가질 수 없게 됐던 것이다.  

북한이 1998년 헌법을 통해 최고지도자(국방위원장)와 국가대표자(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를 분리한 배경은 그때가 '고난의 행군' 시기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제1차 북·미 핵위기 및 김일성 사망 이후로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지키고자 권력 분산형 헌법을 내놓았던 것이다. 장명봉 국민대 교수의 논문 '북한의 1998년 사회주의헌법 개정의 배경·내용·평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서 군부 장악을 통한 실질적인 최고권력을 행사하되, 대내외적 국가 대표 기능은 제3자에게 맡기고 또 식량난 극복 등 경제회생의 책임도 제3자에게 맡기면서 '위대한 영도자'에 대한 권위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말하자면, 김정일은 책임은 지지 않고 군림하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공법학회가 1999년 발행한 <공법연구> 제27집 제2호.
 
김일성은 정권 기반이 공고화됨과 더불어 탈냉전으로 세계질서가 바뀌는 상황에 대처하고자 1972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대표권을 자신한테 돌리고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극대화했다. 반면, 김정일은 북미 핵대결 뒤에 고난의 행군을 겪는 위기 상황에서 정권을 지키고자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 대표권과 내각 운영권을 남한테 주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켰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은 1998년 체제에 입각해 북한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김영남이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 시대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서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지난 4월 11일 북한을 대표하는 권한까지 보유하게 됐다. 1972년 겨울에 할아버지가 도달했던 권력 수준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정권을 잡은 지 8년 만인 36세의 김정은이, 정권 잡은 지 24년 뒤인 61세의 김일성과 비슷한 위상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모든 책임을 져도 괜찮을 만큼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안정화됐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북미관계 교착이라는 현 위기 상황을 '보다 더 많은 책임을 떠안는 방법'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를 굳혔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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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에서 들려오는 스텔스전략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

[개벽예감 343] 신포에서 들려오는 스텔스전략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4/15 [10: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1. 중국 대만 국방부의 이상한 행동

 

나는 2019년 4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에서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핵미사일렬차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자위적 핵무력을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세운 스텔스전략잠수함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조선의 스텔스전략잠수함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뜻밖에도 중국 대만이다. 2017년 4월 5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는 대만군 해군장교의 전언을 인용하면서 대만 국방부가 작전수명을 넘긴 낡은 외국산 잠수함 4척으로 이루어진 잠수함대를 증강하기 위해 신형 잠수함 8척을 건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매체 <디플로맷> 2018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만이 잠수함건조사업을 시작한 때는 2014년 12월이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유럽의 6개 군수기업, 미국의 2개 군수기업, 일본의 1개 군수기업과 인디아의 1개 군수기업으로부터 각각 전달받은 잠수함설계제안서들을 검토한 끝에 유럽의 어느 군수기업이 제출한 잠수함설계제안을 낙점했다고 한다. 

 

2018년 4월 미국 국무부는 대만의 잠수함설계를 수주하기 위해 미국의 잠수함설계기술을 대만에 수출할 수 있도록 특별허가를 내주면서 다른 나라 잠수함건조업체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대만 국방부는 도이췰란드의 잠수함건조업체를 계약자로 선정하였다. 그렇게 된 까닭은, 도이췰란드가 잠수함건조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28일 중국 대만의 언론매체들이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몇 해 전 대만 국방부가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나선 외국 업체들 가운데서 계약자를 선정할 때,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참여의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대만의 언론매체 <샹바오>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잠수함건조업체가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의 잠수함설계 경쟁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때는 2016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보도내용에는 착오가 있다.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내용은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나라이므로, 그 원칙에 배치되는 대만의 무력증강사업에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는다. 1992년 8월 중국은 조선이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오는 ‘하나의 조선 원칙’을 한중수교로 저버렸어도, 조선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처럼 원칙을 고수하는 조선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저버리고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의사를 밝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016년에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다는 언론보도는 오보가 아닐 수 없다.    

 

오보를 걷어내고 진실과 마주하면, 어떤 사연이 보이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흥미로운 단서는 <문화일보> 2019년 4월 10일 단독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단독보도에 따르면, 2014년에 조선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필요한 특수강판을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수입하였다고 한다. 2014년에 대조선수출금지품목인 특수강판을 조선에 수출하였던 대만의 무역회사가 위에 서술된 오보에 나오는 바로 그 무역회사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는 고래급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군부는 조선을 세계 정상급 잠수함건조국 대열에 올려세운 이 엄청난 사변을 목격하고 놀랐다. 놀라움을 느낀 세계 각국의 군부들 중에는 중국 대만 국방부도 있었다.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 하지만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건조 입찰경쟁에 참여하지나 않을까 하는 대만 국방부의 비현실적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이런 사연을 살펴보면, 2016년 어느 날 대만의 무역회사는 대만 국방부에게 잠수함설계기술을 조선에서 수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기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무역회사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거래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만 국방부에게 그런 의견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대만 국방부에 경쟁입찰 참여의사를 전한 게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견은 꺼내놓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은 고사하고 잠수함의 나사못 한 개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2019년 4월 5일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향을 가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수함전문가를 중국 단둥에 파견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정황으로 봐서, 단둥에 파견된 대만의 잠수함전문가는 대만의 무역회사를 통해 조선측 인사를 만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잠수함전문가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어쨌든 대만 국방부의 그런 행동은 이상한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대만 국방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를 받는 조선으로부터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조선에서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대만 국방부는 조선이 세계 정상급 잠수함설계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대만 국방부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질 만큼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이 세계 정상급에 올라섰다는 사실은, 조선과 거래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기한 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만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당시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은 조선의 연어급 잠수정, 유고급 잠수정, 상어급 잠수정과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잠수함 핵심장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보도내용에서 또 하나 착오가 보인다. 대만 국방부가 건조하려는 것은 수중배수량이 300톤 미만인 소형 잠수정이 아니라, 수중배수량이 2,000톤급 정도 되는 중형 잠수함이다. 그러므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제안한 수입품목에는 조선의 중형 잠수함이 들어갔어야 한다. 그런데 대만의 언론매체들은 그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의 관심 밖에 있는 소형 잠수정을 제안하였다고 보도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사실만 놓고 봐도, 조선이 대만의 잠수함설계 입찰경쟁에 참여할 의사를 대만 국방부에 전했던 것이 아니라, 대만의 무역회사가 자기 의견을 제기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사연은 이제부터 펼쳐지기 시작한다. 2016년 당시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는 전 세계 잠수함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놀라운 정보가 들어 있었다. 놀라운 정보는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 제기한 의견 중에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r-independent propulsion)와 무기성발전기(VNEU)의 설계도 일부와 기술이전계획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2. 수중전략환경 변화시킨 무기성발전기의 출현

 

공기불요체계와 무기성발전기가 무엇이기에 그 보도내용이 놀라운 것인가? 이 사연을 알려면, 디젤-전동식 잠수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잠수함 안에 설치된 디젤엔진을 돌려서 얻은 전기를 축전지에 충전하고, 그 충전된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잠수함 축전지에는 제한된 양의 전기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항해 도중에 틈틈이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해야 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이 최대속력으로 잠항하는 경우,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1시간 밖에 쓸 수 없으며, 정상속도로 잠항하더라도 축전지에 충전된 전기는 하루밖에 쓸 수 없다.

 

만일 잠수함 안에서 디젤엔진을 돌리면, 잠수함 안의 산소를 금방 다 써버려 승조원들이 산소부족으로 죽게 되므로, 잠수함은 디젤엔진을 돌리기 위해 해수면 아래 3m까지 떠오른 뒤에 도관처럼 생긴 통기구(snorkel) 두 개를 해수면 위로 내민다. 통기구 한 개는 대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관이고, 다른 통기구 한 개는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배출관이다. 

 

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통기구를 내밀고 디젤엔진을 돌려 충전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잠수함에서 디젤엔진이 돌아가면 엔진동음이 발생하여 적국 군함의 수중음향탐지기(sonar)에 포착될 위험이 생긴다. 또한 잠수함이 해수면 가까이에 떠올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통기구를 통해 배기가스와 방사열을 대기 중으로 계속 방출하면, 적국의 해상초계기 또는 대잠헬기에 노출될 위험이 생긴다. 광역초계작전을 펼치는 해상초계기나 대잠헬기는 넓은 해역을 감시, 추적하는 적외선(열)탐지기를 장착하고 빠른 속도로 해수면 위를 날아다니며 잠수함을 색출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통기구에서 내뿜는 방사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수중음향탐지기나 적외선탐지기에 위치가 노출된 잠수함은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잠수함은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고 충전하다가 적국의 군함이나 해상초계기, 대잠헬기가 나타나는 경우 10초 만에 후닥닥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숨는 비상경보훈련을 반복한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탐구해오던 잠수함건조국들은 디젤엔진을 돌리지 않고서도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꿈의 잠수함을 개발하려고 애썼다. 그런 고심어린 노력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이 공기불요추진체계다. 공기불요추진체계는 잠수함이 통기구를 통해 대기 중의 산소를 흡입하지 않고, 다시 말해서 디젤엔진을 가동하지 않고, 전기를 얻어내는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공기불요추진체계의 핵심장치는 대기 중의 산소가 없어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무기성발전기(anaerobic generator)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앞을 다투어 더 좋은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려는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였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폐쇄순환식 무기성발전기(closed-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개발하였다. 산소와 에탄올의 혼합물을 고압에서 연소시켜 증기를 생산하고, 그 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전기발전체계다. 그런데 이 무기성 발전기는 효율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증기터빈회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결함을 지녔다.         

 

스웨리예, 중국, 일본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stirling-cycle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획기적인 첨단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 나라는 스웨리예다.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에는 연료전지(fuel cell)이 들어간다. 연료전지의 구조적 원리는, 수소(연료)와 산소(산화제)의 혼합물에서 발생하는 화학에너지를 산화환원반응(redox reaction)을 통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연료전지를 수소연료전지 또는 전기화학전지라고 부른다. 

 

도이췰란드와 로씨야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fuel-cell anaerobic generator)를 각각 개발하였다. 이것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보다 효율이 더 높은 무기성발전기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특징과 우월성은 세 가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도이췰란드 씨멘스가 만든 연료전지다. 공식명칭은 Proton Exchange Membrane Fuel Cells(PEMFC)이다. 이 연료전지는 도이췰란드가 개발한 잠수함용 무기성발전기에 들어가는 첨단장비다. 잠수함건조국들은 전 세계에서 단 몇 나라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이 첨단장비를 서로 먼저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간다는 도이췰란드에서 만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은 너무 적어서 연료전지 2개와 디젤엔진을 함께 설치해야 잠수함을 움직일 수 있다. 연료전지개발분야에서 도이췰란드보다 한 발 앞선 로씨야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발전용량이 2,000킬로와트 이상 되는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였다.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첫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소음을 내지 않는다. 스텔스잠수함이 출현한 것이다. 잠수함의 소음은 잠수함의 생존을 위협하고, 잠수함의 무소음은 수중작전능력을 결정적으로 증대시킨다.  

 

둘째,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승조원들이 먹고 마실 식량과 식수만 있으면, 45일 동안 해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수심 300m 깊은 바다 속에서 작전할 수 있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충전하기 위해 하루에 한 차례씩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야 하는데,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45일 동안 깊은 바다 속에서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잠수함은 디젤-전동식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세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셋째,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폐기하지 않고,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하여 성능을 대폭 개량할 수 있다. 그러므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많이 보유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개발하는 경우, 잠수함전력을 비약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다.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라는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 로씨야다. 그런데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이 개발한 연료전지들은 발전용량이 150~400킬로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1,500~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를 설치해야 하는 잠수함에는 턱없이 부족한 발전량이다. 그래서 스웨리예, 도이췰란드, 중국, 일본은 잠수함에 소용량 연료전지를 2개나 설치하고서도 부족하여 디젤엔진도 설치해야 했다. 

 

디젤엔진을 완전히 없애고 대용량 연료전지만으로 가동되는 연료전지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로씨야다. 로씨야는 2010년에 건조한 수중배수량 2,800톤급 잠수함 쌍끄뜨뻬쩨르부르그에 연료전지를 설치하였다. 미국은 그 잠수함을 라다급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에 설치된 연료전지의 발전용량은 2,013킬로와트인데, 이것을 추진력으로 환산하면 2,700마력이다. 그러나 시험운항 중에 연료전지의 결함이 나타나는 바람에, 연료전지를 들어내고 종전의 디젤엔진을 다시 들여놓았다. 로씨야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2,000톤급 연료전지형 무기성전기발전기는 ‘VNEU’라고 부른다. 로씨야의 경험은 그 어떤 잠수함건조국도 2,000킬로와트급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소리 소문 없이 개발한 군사과학기술강국이 있으니, 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벨라루스공화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툿바이> 2019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2016년에 대만의 무역회사가 대만 국방부에게 조선의 잠수함설계기술을 수입하는 문제를 제안하면서 언급한 조선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는 로씨야의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VNEU)와 다른, 독자적으로 개발된 무기성발전기라고 한다. 이런 보도내용은 2016년 당시 조선이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를 이미 개발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잠수함에 설치한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의 발전용량이 얼마나 큰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은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 개발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로씨야와 경쟁하는 최첨단기술을 2016년에 이미 보유했던 것이다.    

 

 

3.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

  

2016년 9월 30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38노스>는 함경남도 해안공업도시 신포에 있는 잠수함건조공장이 개건, 확장되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보도기사에서 <38노스>는 그 잠수함건조공장을 남신포조선소라고 불렀다.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에 있기 때문에 남신포조선소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남신포조선소를 봉대보일러공장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이 조선에서 사용되는 공식명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남신포조선소라는 명칭을 쓴다. 

 

남신포조선소 개건확장공사는 2012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되었다. 미국의 언론매체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 보도에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조선제재 전문가집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가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하는 함체조립공장 1개동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 1개동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38노스> 2016년 9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서방측 상업위성은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기간에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각종 자재와 부품들이 쌓여있는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을 촬영하였다고 한다. 그 상업위성사진자료에서는 대형 화물차들과 철길이동식 기중기 4대가 오가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개건확장된 남신포조선소에서 2016년부터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38노스> 2017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남신포조선소 야적장에는 지름이 7.1m인 원통형 자재들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커다란 원통형 자재는 잠수함 함체를 조립할 때 쓰는 것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함폭이 7.1m인 신형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함폭이 7.1m인 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로씨야가 2010년에 건조한 쌍끄뜨뻬쩨르부르그함의 함폭이 7.1m다. 그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2,800톤이므로, 2017년 당시 남신포조선소에서 2,800~3,000톤급 잠수함이 건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매체 <도꾜신붕> 2017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공정이 2017년 9월 현재 80% 진척되었는데, 2017년 안에 진수될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위의 두 사진은 함경남도 해안도시 신포에 있는 신포조선소에서 남쪽으로 2.3km 떨어진 륙대리반도 끝에 개건확장된 잠수함건조공장을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것이다. 아래쪽 사진에 보이는 2개의 건물들 가운데 여러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는 큰 건물은 잠수함을 건조하는 함체조립공장이고, 왼쪽에 아래위로 비스듬히 놓인 건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미사일조립공장이다. 함체조립공장에서는 잠수함을 동시에 2척씩 건조하고 있고, 미사일조립공장에서는 사거리가 2,500km이며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을 조립하고 있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탑재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바로 그 조립공장들에서 동시에 2척씩 건조되고 있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6월 말 군수공업부문 간부들에게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2018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명령했는데, 2017년 말에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었으므로 건조공정이 예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자유횃불>은 2017년 4월 20일부 기사에서 남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을 동시에 1척 이상 조립할 수 있다고 보도하였으므로, 남신포조선소에서는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이 1년 6개월마다 2척씩 건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은 2017년 말에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2척 건조하였고, 2019년 6월에 그 신형 잠수함을 2척 더 건조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에 서술된 보도내용은 조선이 2017년에 공기불요추진체계가 설치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발사관 2~3문이 설치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2017년에 달성한 국가핵무력완성은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만 이해될 수 없고, 3,000톤급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도 이해되어야 한다. 

 

연료전지형 무기성발전기가 설치된 조선의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은 전 세계에서 소음이 가장 적은 스텔스잠수함이다. 이 스텔스잠수함은 45일 동안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무소음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설치된 어뢰발사관 4문에서는 533m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고, 기뢰도 부설할 수 있다. 이 스텔스잠수함에 수직으로 설치된 수중발사관 3문에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2016년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밑에 두 번째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시험발사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북극성-1은 핵탄두를 장착하고 2,500km를 날아가는 핵공격미사일이므로,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잠수함은 핵공격전략잠수함이다.   

 

 

4. 신포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스웨리예가 1996년 4월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세계 최초로 실전배치하였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발전용량이 970킬로와트인 디젤엔진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주동력으로 하고, 발전용량이 75킬로와트인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 2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보조동력으로 하여 움직인다. 15일 동안 작전수심 150m 바다속에서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수중작전을 계속할 수 있다. 무장장비는 어뢰발사관 6문, 어뢰 18발, 기뢰 48발이다.   

 

세계 최초로 무기성발전기를 설치한 최첨단 잠수함이 출현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은 그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은 스웨리예에게 고틀랜드급 잠수함을 1년 동안 빌려달라고 요청하였고, 스웨리예는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2005년 6월 27일 거대한 수송선에 실린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 해군기지에 나타났다. 미국 해군은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작전능력을 평가하는 가상전투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였다. 항모타격단이 그 평가전에 투입되었다.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은 구축함, 순양함, 핵추진잠수함, 대잠헬기로 편성되었다. 수중배수량이 1,600톤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실전환경과 똑같이 전개되는 가상전투를 벌인 것이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것이다. 평가전이 시작되자,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 구축함, 순양함, 대잠헬기가 로널드 레이건함을 둘러싸고 3중, 4중으로 밀집구축한 호위경계망을 귀신같이 뚫고 들어가 어뢰사거리까지 바짝 접근하였다. 그리고 수중에서 533mm 중어뢰를 연발로 가상발사하여 로널드 레이건함을 가상격침시키고, 여러 척의 핵추진잠수함도 가상격침시켰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미국의 초대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구축함들을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항진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고틀랜드급 스텔스잠수함이 해수면 위로 떠올라 해상항해를 하는 장면이다. 로널드 레이건함의 배수량은 101,400톤이고,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수중배수량은 1,600톤이다. 양자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커서 비교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디에고 앞바다에서 로널드 레이건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과 고틀랜드급 잠수함 1척이 평가전을 벌였다. 그 가상전투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충격과 당혹감에 사로잡힌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항모타격단과 맞서는 평가전을 계속 진행했으나 번번이 항모타격단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조선이 건조한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은 스웨리예가 건조한 1,600톤급 스텔스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졌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2003년 7월에 실전배치된 최신형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함체길이가 332m이고 배수량은 101,400톤이며, 90대의 함재기 및 대잠헬기들이 탑재되고, 승조원은 5,000명이다. 이 거대한 항공모함의 함체가격은 자그마치 62억 달러다. 

 

그런데 그처럼 어마어마한 항공모함을 둘러싸고 빈틈없이 호위한 수중경계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101,400톤급 항공모함이 1,600톤급 잠수함에게 보기 좋게 격침당한 것이다.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을 중심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항공모함과 핵추진잠수함이 격침되면 항모타격단 자체가 궤멸된다.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펼친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가상전투에서 어이없는 완패를 당한 미국 해군 지휘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은 항모타격단을 동원한 가상전투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고, 미국 국방부는 고틀랜드급 잠수함의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가상전투를 반복하였으나, 항모타격단이 고틀랜드급 잠수함에게 여지없이 격침당하는 참담한 결과만 계속 나올 뿐이었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2016년 11월 11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고틀랜드급 잠수함 대 항모타격단의 평가전에서 고틀랜드급 잠수함이 번번이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스털링순환식 무기성발전기로 소음을 내지 않고 움직이면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수중음향탐지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소음을 내지 않는 스텔스잠수함이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강력한 수중무기라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둘째, 함체크기가 작고, 수중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고틀랜드급 잠수함은 민첩한 수중기동으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경계망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함체크기가 작아야 적국의 능동형 수중음파탐지에 노출되지 않고,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것이다. 

 

스텔스잠수함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 조선에서 들려오고 있다. 남신포조선소에서는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수중작전능력이 더 뛰어난 신형 스텔스잠수함이 건조되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잠수함들은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가 핵탄두를 장착한 ‘북극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킬 핵공격력도 갖추었다. 조선의 신형 스텔스전략잠수함들이 미국 본토 가까이 접근하여 수중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무너진다. 

 

2005년 고틀랜드급 잠수함과 벌인 평가전에서 수없이 격침당하는 바람에 ‘무적함대’라는 명성을 잃어버리고 치욕을 당한 로널드 레이건함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5년 10월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의 제7함대로 이전, 배속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해군에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왜냐하면 고틀랜드급 잠수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수중작전능력을 가진 조선의 3,000톤급 스텔스전략잠수함이 로널드 레이건함을 상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한 2018년 1월 1일부터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스텔스전략잠수함으로 무장한 조선으로부터 심각한 핵위협을 받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조선에게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하던 시대는 영원히 종말을 고하였다. 조미관계에 조성된 전략적 환경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조선에게 핵무력을 포기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백악관은 조미관계에서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를 모르는 무지몽매에 빠져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입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지몽매는 올해 12월 이전에 영원히 끝날 시한부 무지몽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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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공동체 규범이 혁신의 동력이다

[다른백년 칼럼] 제3섹터 경제론 <14> 사회적 혁신과 전환을 위한 로드맵
2019.04.16 06:06:42
 

 

 

 

시민권력의 정부가 추구하는 시민경제 체제가 인류 미래의 대안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상투적 조세개혁과 사회적 경제영역의 확장을 위한 선택적 양수(揚水)라는 정책 수단에 더하여 시민경제적 철학에 기초한 운용성과가 탐욕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제적 경제보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이며 가치생산적이어야 한다.

물론 혁신과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로, 공리주의에 기초한 획일적 방식을 뛰어넘어서 다양한 접근과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수 세기 동안 시장적 경험에서 익숙해진 양적 평가 기준을 현실로 인정하고 일부 수용하되, 인간적 가치와 존엄 그리고 사회적 상생과 자유 조건의 확장 그리고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물적 기반의 확대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담아내는 질적 잣대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혁신은 현재 대면한 상황과 조건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개인적 성취 기반인 일터는 물론이고 기업과 기업 간의 관계 및 경제 활동 모든 영역에서 사회 내부의 어우러진 균형적 조화와 역동을 요구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흐름으로 개인 및 기업과 산업 내 혁신 활동, 기반적 토대로서 교육 및 학습, 도약의 발판인 과학기술의 역할 그리고 강력한 정부의 제도적 개혁 노력 등이 함께 종합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할 개인의 공정한 기회로써 평생학습을 포함한 교육 정책, 상보적 경쟁을 통한 개별 기업과 산업 간의 발전 과정,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균형 있게 포괄하는 과기 정책, 시민에게 헌신하는 강한 정부조직의 혁신과 미래 정합적인 제도의 도입 등 각 분야별 단락적 과제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기라성 같은 전문역량들이 활동하고 있기에 필자가 어설프게 짧은 글 속에서 언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엄중한 우리 현실을 응시하면서 개별 영역이 아닌 전체적 흐름 속에서 제약하는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상기 과제들을 통섭하는 관점에서 '사회 혁신과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내용을 담아 보고자 한다.  

우선 현재의 한국 현실은, 소위 '빨대구조'라는 불리는 만큼, 사회적 산업적으로 이중구조를 넘어서 다층적인 수탈의 위상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핵심에는 봉건성(일제+)의 잔제로 관료주의, 개발독재의 후유증인 재벌 가문들의 황제경영이라는 족벌적 전횡에 더하여 강대국 패권주의가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적 탐욕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천만 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와 반(半)실업상태의 광범한 자영업자군(群)이 밑바닥 하층의 토대구조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어서, 아무리 미래전향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연대임금을 도입하려 해도 현재에 단단하게 다져진 수탈기반의 붕괴를 우려하는 기득권 및 공생 집단의 신경질적이고 단발마적 저항에 봉착하고, ICT 기술혁명에 의한 초연결성과 자동화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할(단축해야할) 여건이 점차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일자리를 나누고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의 이하동문격 편견 속에 미래를 향하는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훼방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단시안적 집착에 더하여,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EU에서는 통상의 요구조건인 ILO 협약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2019년 대한민국의 현재적 민낯이다. 

위에 언급한 수탈적 빨대구조를 해체하고 소아병적 편견을 혁파하며 현존의 물적기반을 시민들의 삶에 제대로 된 민생(民生)과 민락(民樂)을 제공하는 미래적 토대로 전환할 가능성은, 전장(前章)에서 언급하였듯이 구락부 수준 현재의 정치가 정책 중심과 의제 관철을 위한 투쟁적 정당 조직으로 전환하고 연동형비례제를 넘어서서 시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등 시민들의 직접참여를 제도화하는 헌법조항을 채택하며 앞 장에서 예시한 조세개혁과 사회상속제 도입 등 이와 연관된 진보적 사회경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고(高)에너지의 실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의 집단의지에 달려있다. 

우선 자본의 이동이 완벽하게 보장된 현재의 세계화라는 조건 속에서 미 패권주의를 등에 업고 있는 월가 중심의 국제적 금융자본에 종속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의 주권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방어기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국내적 금융수요를 총족시키는 자급 수준의 저축과 투자를 개별단위와 국가단위에서 균형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외국자본의 투자와는 별도로, 금융은 경제 활동의 혈류이기에 외부적 수혈로는 장기적인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현재의 매우 불안정한 세계적 흐름을 감안한다면 자본시장의 무개념적 개방주의는 환상이다. 또한 자본의 흐름에서 주의할 점은 투자와 투기를 철저히 구별해 내야하고 투기에 의한 지대 수익은 반드시 100% 환수하여야 한다. 탐욕적인 국제자본으로부터 국민주권의 상대적 방어와 경제적 지대의 환수 여부가 단위국가에서 시민경제의 실현과 성공을 가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라는 두 흐름이 마주하면서 상보와 대립이라는 이중 모순으로 얽혀있는 현실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제사회에 열린 개방체제를 지향하는 보편적 민족주의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주권적인 경제운용의 방어적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현재의 한미 FTA 조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고쳐야 할 사항은 대미 협상을 통해 수정해 가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내적으로 활기찬 경제적 행위가 공정하게 펼쳐질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의 환경과 조건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박상인 교수가 수년 전부터 큰 공력을 들여 우리에게 경고를 겸한 대안을 제시하여 주었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공정한 환경 속에서 일반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물이 중력에 의해 자유자재로 흐르듯이 혁신적 기제와 수요의 흐름에 따라 스스럼없이 움직여 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 현실은 극소수의 가문들이 전횡을 휘두르는 한국 재벌들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자연스럽고 활기찬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입법·행정·사법·언론·학계까지 온갖 수단과 재력으로 오염시키면서 시장의 진출입 조건을 통제하고(gate keeper) 매수와 편법을 동원하여 공정해야 할 규칙을 자신들의 이익에 임의로 종속시키면서(rules setter) 시장의 자율적이고 역동적인 흐름을 왜곡시켜 왔다.  

이렇듯 잘못 형성된 구조의 정점에는 3대에 걸쳐 한국사회를 부패시켜온 삼성그룹의 이 씨 가문 등이 정점에서 버티고 있다. 상속과 내부거래 과정의 탈세와 '최순실 게이트' 그리고 '삼바 회계부정' 등 실상이 너무도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촛불 정부'를 자칭해온 문재인 정부조차 범법자 이재용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감싸기에 바쁘다. 이에 3.1 서울민회 경제민주화 위원회는 3.1절 100주년을 맞이해서 성명서를 발표하였는데, 요구사항 일부를 약간의 수정을 통해 아래에 소개한다.  

1. 이재용의 불법을 일시적인 경제의 어려움이란 핑계 삼아 관용하며 묵인하는 것은 촛불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재용의 구속과 엄한 처벌로 무소불위 재벌 가문가 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보여줘야 한다. 

2 국민의 자산인 상장기업이 국민경제에 순기능적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감독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칙을 철저히 세우고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동시에 일정 기준 이상의 경제사범이 상장기업의 경영자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Codes of Conducts)을 신속히 제정하여야 한다. 

3,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직사회, 공공기관, 기업의 불법, 불공정, 부패비리를 드러내는 공익적 고발자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법규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실기업이 다량 발생하고 있는 현재 한국산업계의 심각한 위기적 상황에서 난삽한 재벌 구조를 전횡적인 족벌가문의 족쇄에서 분리시켜 현대적 전문경영을 도입하고 재정렬하는 작업은 정상적 시장의 기능회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이자 시급히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세 번째로 위에 언급하였듯이 재벌기업을 족벌가문의 횡포로부터 분리하여 전문적 대기업군으로 부활시켜 국민의 긍지이자 자산으로 되찾아 온다는 전제하에서, 기업과 기업 간의 상보적 경쟁과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강력하게 요구된다. 살벌한 국제적 산업전쟁 속에서 제3세계 국가군이 저절로 선진적 산업사회로 진입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해당한다.  

더구나 단순 복제와 후발 추격의 산업 단계를 넘어서 창의적이고 선도적 위치로 이동해야 하는 현재의 한국 위상에서는 산업과 과학기술 및 교육 정책 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과 융합적 노력이 없이는 현존하는 치열한 국제관계 속의 경쟁을 뚫고 선발적 위치로 전진해 나갈 수 없다.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미래전략기구를 구성하여 모든 행정부처와 관련 기업들의 활동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미래지향의 벡타적 배열로 진행하여야 하며, 강력한 지원과 개입을 통해 역동적이고 상보적인 경쟁이 시장의 규칙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되,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일체의 갑질 행위를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strike out)이라는 불용의 원칙에서 처벌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당한 경쟁이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기제로서 일상 속에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한국사회의 이중적 다층적 차별구조가 형성되는 가장 주요한 현상적 원인이 자영업과 소상공인 등 후진 영역과 일차 산업인 농수임업(農水林業)의 영역에 있음을 분명히 확인하면서, 이러한 후위적 부문을 선진적 수준으로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한다. 다만, 어설픈 지원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전환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건데 2~300만 명 정도가 적정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가 종사하는 자영업 분야에서는 절반 이상을 실제적으로 실업군으로 분류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이들이 무리하게 자영업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일시적이며 현상 봉합적 포퓰리즘이다. 강력한 사회안전망과 더불어 평생학습을 겸한 적극적 노동시장, 그리고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여 잉여의 자영업자들을 신규산업 또는 협동조합 등 새로운 경제적 영역으로 소개疏開하고 전입시키는 재구성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무조건이고 관용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은 결국 자생적인 혁신동력을 상실하게 하고 정치권에 기대는 무기력과 부패의 고리를 양산시킨다. 중소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금융을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더라도,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여 필요하다면 채권자인 금융기관을 통하여 무능하고 부패한 중소기업 경영주를 퇴출시키고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최저임금제 도입이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를 드높이는 긍정적인 채찍의 기제로 작동하도록 각종의 정책으로 유도하고 혁신을 일상화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기본적이고 필수적 산업인 농수임업 역시 양보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전략적 주제의 영역이다. 인간이 유기체로 태어나 섭생을 통하여 생명을 보존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량주권을 확보하고 적정한 생태적 조건과 쾌적한 환경 기반을 반드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하여 자연스레 그간 거론되어 왔던 농·어·산촌민에 대해 기본소득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지원하되 무노동 소득에 따른 해이로 인해 해당 분야가 축소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지속적인 확장이 이루어지도록 유의하며 시행하여야 한다. 

개개인의 출신과 빈부와 상관없이 사회적 지위와 위상에 항시적으로 환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창업을 원하면 손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진입의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 특히 앞장에서 소개한 '사회상속' 제도의 도입으로 형성된 재원 기반을 활용하여 특히 젊은 세대가 새로운 창업을 희망할 경우 즉각적으로 투자기금을 통한 지원 등 실제적인 창업지원 기반을 갖추면서 미래 일자리의 보고가 될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지역 단위부터 활성화하는 구상을 착실하게 준비해 갈 것을 제안한다. 

혁신과 변화 속에서 평생직장보다는 상황에 따라 직업과 역할을 자주 바꾸어야 하는 현대사회에 대응하여 개개인의 일생 주기에 맞추어 복지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기업복지가 아닌 정부 단위에서 강화된 사회보험체계와 사회수당정책을 시행하여 출산, 육아, 교육, 취업, 주택, 실업, 재취업, 질병, 장애, 은퇴, 재난 등 모든 과정에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이럴 때야말로 개개인이 자연스레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사회 전반적 흐름으로 혁신체계가 일상화될 수 있다. 

또한 국가 단위의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급적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실업군들은 평생학습 체계를 통하여 끊임없이 변신해가는 새로운 산업영역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65세에 이르러 기존의 산업체계에서 은퇴하는 노인세대도 단순한 사회수당과 복지서비스의 대상자가 아닌 사회가 필요로 하는 후세대 교육,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필요한 다양한 문화 및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산업체계의 연장이라는 안이한 정책으로는 미래적 새로운 일자리와 혁신적 가능성이 창출될 수 없다. 

상기에서 언급한 여러 구상들을 도표로 만들어 유첨으로 담아 본다. 'GTnomics'(Green Tomorrow)라는 이름은 '다른백년'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김근태 선배와 한반도재단을 함께하면서 정책연구회 활동을 통해 그려본 '근태(GT)의 제민사상'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해본 것이다.  
 

▲ GTnomics 전략개념도.


이러한 혁신적 구상이 실천되고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주는 시민사회 내에 올바른 흐름이 반드시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고대의 시경에서도 노래한 시풍(時風)이란 주제이며, 현대 사회생물학에서 다루는 사회적 유전인자 밈(meme)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천민적 성공과 출세의 논리만이 활개를 치는 정글 같은 세상이 되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기루의 행선지는 결국 극도로 모두가 불안한 위기사회의 전면화이다. 성공과 출세의 논리가 만들어 내는 것은 일반시민들의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끝없이 탐욕스러운 개개인 욕망의 재생산구조이었고, 이웃보다 남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하면 스스로 불행해지는 그래서 소수의 상류층만이 살아갈 가치가 있는, 10%도 아닌 단 0.1 % 소수를 위해 정치도 법률도 언론도 교육도 존재하는 사회로 변질되어 왔다. 

끊임없이 지대를 추구하고 투기를 일삼아야 하고,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특권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식들을 허망한 사교육이란 감옥(참다운 인생을 포기해야만 하는)에 가둔다. 동시에 시장적 성과와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천만이 넘는 시민들이 항상적 빈곤에 갇혀있고 4-5 백만이 넘는 극빈층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으며 같은 논리로 GDP 3만 불 국가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유치원 교육조차 상업적 논리로 운용되어야 한다는 천민적인 야만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이 불의 부패하고 비인간적 수탈 구조를 정당화하면서 지대추구적 격차와 배제와 불통에 의해 함께해야 하는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게 되면 단순히 힘없고 가난한 이들뿐만 아니라 0.1 % 특권층도 결국은 함께 불행에 빠지고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역사 속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국가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우리사회가 가까운 장래에 겪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려면 지금 당장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득권과 수구적 언론에 의해 조작된 여론의 흐름과 허구적 의식에서 벗어나 현장과 삶의 경험에서 스스로 깨달은 주체적 삶의 언어와 권리로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든 서슴없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사회, 지위와 소유와 출생이 다음세대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도록 모두에게 공정하고 합당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사회경제의 운용결과 만들어낸 성취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사회, 그리고 자원과 에너지를 지속가능하게 순환시키는 조건 속에서 경제와 산업체제가 역동적으로 작동하여 우리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물적 기반과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부단히 전진해 가야 한다. 

위에 언급한 전제와 전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반적으로 합의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모든 시민이 스스로 한국 국민이라는 자기 확신과 사회적 일원으로서 공공선을 향해 노력해야 할 근거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혁신체제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면서, 각자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과 미지의 새로움을 향한 도전으로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분출할 것이다. 이 지점이 미래를 향한 혁신과 전환의 발화적 출발선이다. 

인류를 약육강식이란 자연계적 악순환에서 벗어나 신(神)적 영역을 향한 문명적 사회로 이끄는 것은 다름 아닌 감성 공유의 도덕과 정의에 기초한 공공적 규범이다. 이것이야말로 시공을 뛰어넘어 인간사회에 작동하는 진정한 혁신이자 전환의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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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사실상 남북정상회담 제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16 08:11
  • 수정일
    2019/04/16 08: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보회의 주재, ‘장소·형식 북한 형편 되는 대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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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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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될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11일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사실상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더 큰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언급, “한미 양국은 외교적 해법을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원칙을 재확인했고, 빠른 시일 내에 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특히 남북미 정상 간의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회담의 대화를 발전시켜 다음 단계의 실질적 성과를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안팎으로 거듭 천명했다”면서 “북미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평가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변함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서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 정부는 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확인하고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보류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보다는 지난해 5월 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실무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추진하자는 것.

문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일과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주도해왔다. 한편으로는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편으로는 북미관계의 개선을 도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질서를 만드는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운전자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15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북 특사’ 관련 발언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16~23일)을 앞두고 대북 특사 파견보다는 직접 정상회담 제안을 통해 북측에 공을 던져둔 모양새다.

   
▲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보좌관들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전연설을 통해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가,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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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2년, 소성리는 봄에서 겨울로 간다

[포토스토리] 정식 배치 예고된 소성리의 불안한 4월
2019.04.15 08:04:07
 

 

 

 

봄빛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옅은 풀빛에 붉은 진달래, 하얀 벚꽃이 작은 마을을 수 놓고 있었다. 하지만 생동하는 봄빛에 취할 수만은 없는 어딘가 그림자 짙은 마을이 소성리였다.    

 

경북 성주에 임시 배치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정식 배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미군이 사업계획서를 냈고, 정부는 곧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중단된 공사가 4월 재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주민들은 수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사드 배치 2년이 되는 27일에는 대규모 평화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드 철수부터 주장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드가 필요한지부터 판단한 뒤 결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사드는 국회 비준도 없이 일단 배치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지적했다. 소성리에서 심심찮게 '불법 사드'라는 표현을 볼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소규모'에서 '일반'으로 급을 높였을 뿐 이미 사드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에 불어 온 훈풍에 한 때 기대감이 있었으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와중에 미군은 3월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성주, 김천 주민들은 사드가 없는 상태에서 필요를 먼저 따지고,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도 '일반'이 아닌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간 10일 성주 소성리를 찾았다. 주민들은 대통령의 방미에 작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질 뿐이었다. 국내외 첨예한 정세에 휘둘리는 작은 마을의 주민들은 깊은 불안과 작은 기대, 짙은 우울과 어두운 시계(視界)를 갖고 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한반도, 그 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가고 있는 소성리의 풍경을 담았다.  

 

 

 

▲ 사드가 임시 배치된 지 벌써 2년이 됐다. 소성리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수요시위를 연다. 토요일에는 마을에서, 일요일에는 김천역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 사드 반입 2년이 되는 이달 27일에는 기지 앞에서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을 연다. ⓒ프레시안(최형락)

 

 

 
 
 
 
 

 

▲ 소성리 주민들의 마음이 불안하다.사드 배치는 유사시 제일 먼저 타격받는 위험한 땅이 된다는 의미다. ⓒ프레시안(최형락)

 

 

 

 

 

 

 

▲ 막아도 소용 없었다. 말도 제대로 안 해준다. 못배운 사람들이라고 그러는지 듣지도 않는다. 나라에서 밀어부치는데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소성리 주민들의 패배감은 짙었다. 억울함과 분노, 무기력감이 뒤섞여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사드 기지 인근의 산에는 여러 겹으로 된 철조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사드 레이다 반경 3.6킬로미터 내에 2000여명의 주민이 산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연명리와 노곡리 일대 ⓒ프레시안(최형락)

 

 

 
 
 
 
 

 

▲ 전쟁 반대 현수막 걸린 연명리. 인체 유해성 논란이 큰 사드 레이더 3.6킬로미터 반경 내 마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천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김천은 사드 북쪽에 위치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이런 와중에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여러 차례 소성리를 찾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농사 짓는 주민들을 따라다니며 '빨갱이'라고 소리치거나, 그 앞에서 소변을 보는 등 해괴한 일들도 있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소성리. 뒤로 보이는 산 속에 사드 기지가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최형락 기자 ch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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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산 뒤 묘지 만들고 보도블록까지…법 무시하는 국회의원들

등록 :2019-04-15 04:59수정 :2019-04-15 07:42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④늘어나는 ‘무늬만 농지’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2013년 6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에 묘지가 조성됐다. 포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2013년 6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에 묘지가 조성됐다. 포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탐사기획]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풀이 허리만큼 자라도록 버려진 땅, 씨앗이 심기지 않은 논과 밭이었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경작지를 찾아 떠났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창고, 묘지, 아버지 산소 가는 길 확보.’

 

농사지을 목적이 아니면서, 현직 의원 신분으로 매입한 밭의 실제 이용 목적이다. 현직 의원들이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편법으로 발급받아 밭을 매입한 뒤 묘지를 조성하거나 허허벌판 상태로 방치했다. 농지의 경우, 헌법이 규정한 ‘자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 및 등기를 할 수 있다. 법률을 만들고 심사하는 현직 의원들이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토지 취득 이후 농지법이라는 ‘법의 형식’에 맞추려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우상호 김학용 안상수 등 
농지취득자격증명 편법 발급 
정보공개 청구로 17명 확인 
“법 허술하고 단속 의지 약해” 

 

 

‘묘지 조성’ 편법 쓴 우상호 
옥수수 콩 짓겠다고 2340㎡ 매입 
어머니 묘지 조성, 9개월 뒤 신고 
농지·장사법 위반…“투기 목적 아냐” 

 

 

밭에 보도블록 깐 원유철 
수십평 보도블록에 불법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전화기·옷가지들 
취재 나서자 부랴부랴 철거 

 

 

투기 부르는 손쉬운 농지 취득 
혁신도시 등 업고 비농업인 매입 급증 
‘자경원칙’ 농지법 위반 의식도 못해 
농지면적 2배 일본보다 거래량 갑절

 

<한겨레>는 1996년 이후 농지를 매입한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과 농업경영계획서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1996년 농지법 개정 이후 취득한 농지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이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주소지와 경작지 간의 거리인 ‘통작 거리’에 따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농지 취득을 제한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가운데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현직 의원들이 발급받은 공문서도 더러 있었다. 농지법 58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 승인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회의원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원부. 의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작성한 재배 작목에는 벼, 채소류, 잡곡, 콩, 채소,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기재돼 있었다. 보유 기계로는 삽과 호미, 트랙터, 경운기 등이 적혀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회의원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원부. 의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작성한 재배 작목에는 벼, 채소류, 잡곡, 콩, 채소,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기재돼 있었다. 보유 기계로는 삽과 호미, 트랙터, 경운기 등이 적혀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묘지 전용 허가’도 받기 전에 무덤으로 쓰인 의원님 밭

 

묘지와 집, 그리고 사과나무와 고랑이 팬 땅.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6월 1억500만원에 사들인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밭 2340㎡의 모습이다.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취득한 농지에는 곧바로 어머니 묘지가 조성됐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묘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저촉 사항을 피해야 한다. 도로나 하천으로부터 200m 떨어져야 하고, 20가구 이상의 인가가 밀접한 지역에서 300m 이상 이격해야 하는 등의 제한이 따른다. 묘지 허가를 담당하는 포천시청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묘지는 거리 제한 등 다양한 제약 사항이 있어서 허가받기가 어렵다. 군사보호구역과의 거리나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야 하므로 먼저 묘지를 조성하고 나중에 묘지 전용 허가를 받는 행위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우 의원은 손쉽게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이다.

 

우 의원은 기존에 있던 아버지 묘지를 길명리로 이전한 뒤인 2014년 3월20일 매장 신고를 했고 이튿날 묘지 허가가 떨어졌다. 절차를 무시하고 묘지를 조성한 뒤 9개월이 지나서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 과정에서 농지법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을 위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를 사놓고 곧바로 묘지를 조성한 행위는 농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장사법 8조를 보면 “매장을 한 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에 자리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포천/김명진 기자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에 자리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포천/김명진 기자
묘지를 조성하고 남은 밭 일부에는 허가 절차를 밟아 2017년 집을 지었다. 우 의원은 “절차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지적하면 달게 받겠는데 투기 목적은 정말 아니다. 빨리 묘지 터를 구하다 보니 토지 구매는 우리 직원들과 현지에 있는 대리인들이 했다. 어머니를 묻은 뒤 경지 정리를 했다. 의원 신분으로 넓은 땅에 모두 농사지을 수는 없어서 사과나무를 심고 나머지 밭에는 옥수수, 채소 등을 직접 심었다”고 해명했다.

 

■ 현직 의원이 잡곡 농사 짓겠다고

 

지난달 14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 일대 전경.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매입한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동그랗게 물이 고인 김 의원의 농지는 다른 이들의 토지로 둘러싸여 있다. 안성/김명진 기자
지난달 14일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 일대 전경.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매입한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동그랗게 물이 고인 김 의원의 농지는 다른 이들의 토지로 둘러싸여 있다. 안성/김명진 기자
지난 2월9일 찾아간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김 의원은 2018년 5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에 자리한 논 1243㎡를 취득하면서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도 발급받았다. 김 의원은 농지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 “아버지 산소가 이 땅 옆에 있는데 해당 농지의 주인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다른 사람이 이 땅을 사게 되면 김 의원이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이 막히게 될 텐데 먼저 김 의원에게 우선권을 주고 싶다고 하기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다른 사람들도 나무를 심길래 그렇지 않아도 나도 나무를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국회부의장)도 2017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 밭과 임야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주 의원은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양곡 저장 창고 신축을 하려고 임야와 농지 4000여평을 매입했는데 대다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 없는 제1종 주거지역이었다. 이 가운데 48평 정도가 자연녹지지역이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는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니 48평 정도는 텃밭을 가꾸거나 과일나무를 심을 계획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는 수십년 소작을 하신 할머니가 일을 하셔서 자경을 유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6년 9월 ‘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밭에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세 대를 설치했다. 772㎡ 면적의 밭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농림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지법 23조에서 공직 취임 등으로 휴경하는 예외적 규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소유 농지에 대한 불가피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상 자경할 수 없다면, 의원 신분 상태에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자리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자리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컨테이너 3대가 올려져 있다. 농작물이 소량 심어진 컨테이너 주위로 잘 정리된 주변 경작지들이 보인다. 인근 주민들은 “고구마 심어놓고 그냥 내버려두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명진 기자
■ 보도블록 깔린 밭, 뒤늦게 철거한 의원

 

지난해 12월28일 세번째 찾아간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 주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옷가지가 전날 밤 모두 치워진 뒤였다. 원 의원 아들의 친구는 자동차를 몰고 와 취재진에게 “왜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왔냐”며 윽박지르고는 옆에 개를 태운 채 농로를 따라 전속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원 의원 쪽은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를 제거하기 위해 업자를 불렀다. “보도블록 바닥이 수십평은 되겠구먼.” 바닥을 둘러보던 업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 의원 아내의 측근인 김아무개 시의원이었다. 김 시의원은 “오늘이라도 당장 보도블록을 깨 달라”고 요구했고 업자는 “오늘 당장 제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 의원 땅에 농지법 위반 사항이 없다”던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행정복지센터는 취재진이 다녀간 뒤에 뒤늦게 규정 위반 규모의 보도블록을 확인하고 철거를 명령한 것이다. 농지법 시행규칙은 20㎡ 이하 농막용 컨테이너를 허용하지만 그 이상은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기계 보관에 필요한 농막을 과도하게 허용할 경우 농업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서다. 원 의원 아내가 2016년 매입한 농지에는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두 대가 설치돼 있었고 일부 바닥에는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더니 팩스기,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각종 서류, 옷가지 등이 있었다. 비료 등 농사를 지은 흔적은 있었다. 원 의원은 “블루베리 농사를 직접 지어왔다. 몇분 간격으로 굉음을 내는 고속철도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농지를 (농업 아닌) 다른 이유로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규정을 몰라서 실수로 컨테이너를 두 대 설치하고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모두 철거했다. 조금의 실수도 나의 잘못이며, 아들이 필요한 물건을 컨테이너에 넣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에 자리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원 의원 아내는 보도블록과 컨테이너 제거를 위해 업자를 불렀다. 사진 중간에 국방색 바지를 입은 이가 철거업자다.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등이 있었고, 컨테이너 밖에 매달려 있던 옷가지들이 급히 치워졌다. 평택/박유리 기자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에 자리한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한겨레>가 취재를 시작하자 원 의원 아내는 보도블록과 컨테이너 제거를 위해 업자를 불렀다. 사진 중간에 국방색 바지를 입은 이가 철거업자다.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등이 있었고, 컨테이너 밖에 매달려 있던 옷가지들이 급히 치워졌다. 평택/박유리 기자

 

■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받고도 기억 못 하는 의원

 

“내가 농지를 매입한 적이 있습니까?” 본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사실을 잊은 의원도 있었다. 이정현 의원은 1996년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용봉리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농지를 매입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던 이 의원은 이후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와 “종친회에서 내 이름을 포함해 자손들 세 사람 명의로 산 농지인데 재산상 가치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역구인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2008~2014년 벼와 잡곡, 묘목, 가시오가피 등을 재배하겠다고 매입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농지 13만515㎡ 가운데 일부 땅도 버려지다시피 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밖에도 <한겨레>가 확보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연도, 당시 매입자의 직장과 농지 위치 등을 봤을 때 과연 실제 농사 목적으로 산 땅인지 의심이 가는 사례가 대다수였다. “투기 목적의 취득은 전혀 아니다.” 농지 취득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의원들이 뒤섞인 가운데 이들은 모두 재산 증식의 목적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농지법과 자경 원칙을 규정한 헌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보다는 취득한 농지가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원 의원 아내의 경우처럼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는 하나, 이들의 농업 경영 행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은 사실상 부재했다.

 

■ 손쉬운 취득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부른다

 

일부 의원들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는 누구나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손쉽게 농지를 매입할 수 있다. 이제 농지법은 아무나 어기고, 누구나 어기고서도 법을 위반했다는 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농지 매입 절차로 인해 비농업인들의 투기 수요가 만연해지고 진짜 농부들의 자경 비율은 감소하게 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경기도, 인천에서 만난 수많은 농부는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이 일대 농지의 80~90%가 농사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이라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 12월 발간한 ‘농지 거래 행태 조사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인의 농지 매입이 늘어날수록 농지 거래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외지인들의 매입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한 건당 농지 면적이 2004년 2400㎡에서 2013년 1800㎡로 감소했다. 거래 관행을 보면 같은 마을, 옆 마을 주민과의 거래 비중은 1997년 61.5%에서 2014년 44.3%로 감소했다. 다른 시·군 사람과의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21.3%에서 26.2%로 증가했다. 2013년 우리나라 농지 매매 면적은 5만4402㏊로 전체 농지 면적의 3.2%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04~2005년 농지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당시 혁신 도시 지정 등으로 인한 개발 기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농지를 매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농업위원회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보다 농지 면적이 2배 이상 넓지만 농지 거래 면적은 연간 3만1000~3만9000㏊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그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한겨레>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연재에 지난 4일 성명을 내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농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실제 영농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속죄하기 바란다. 앞으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14만 회원을 비롯한 250만 농업인은 앞으로 다가올 21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평택 안성 홍천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90012.html?_fr=mt1#csidx9d775e01ccae7d990758db111b5db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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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파란 바지의 의인', 41.6km를 달리다

[언론 네트워크] "달리면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고통,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뛴다"
 
2019.04.14 13:31:48
 

 

세월호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종달포구. 김동수씨 아내 김형숙씨가 두 딸과 함께 '꼴통 동수 달려'라고 적힌 피켓을 내보였다.

바로 옆 포구 주차장에 동수씨가 가슴팍에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쓰여진 옷을 입고 연신 몸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동수씨 주변으로 6명의 달림이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더니 완주의 의미를 다음은 파이팅 포구에 울려퍼졌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종달항을 찾아 완주를 기원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구좌읍 출신인 동수씨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잘했다. 체육교사의 눈에 띄어 고등학교까지 육상선수를 했다. 제주고를 졸업하고 6년간 모교인 김녕중에서 육상 순회 코치도 맡았다. 

후배 이동헌(47)씨는 동수씨를 학창시절부터 건강하고 의협심과 열정이 넘치는 선배로 기억했다. 선배가 홀로 달린다는 소식을 듣고 동호회 회원들 선뜻 함께 발을 맞추기로 했다.

여느 가장들과 같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005년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시작했다. 뛰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흘리는 땀만큼 걱정거리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고된 화물기사 생활을 하면서도 달리기는 그와 함께였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김동수씨의 달리기를 응원하기 위해 출발점인 제주시 구좌읍 종달항을 찾은 아내(왼쪽)와 두 딸(오른쪽). 막내딸은 아버지를 응원하기 위해 제주시내 일부 구간에서 함께 달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동수씨는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 침몰이 시작되자, 선내 소방호스를 자신의 몸에 감고 단원고 학생 등 2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쪽 손가락 신경이 끊어지고 어깨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사람들은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는 동영상 속 그의 모습을 보고 '파란바지의 의인'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1년여 뒤인 2015년 6월 동수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2018년 1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수여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극단적 선택만 수차례였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고 진통제를 들이켜도 찢어지는 고통은 계속됐다. 효능을 높인다면 독한 약을 처방할수록 몸과 정신은 망가져 갔다.

올 초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려니 숲길과 한라산 둘레길을 돌며 정신을 다잡았다. 달릴수록 고통도 더해졌지만 목표한 지점에 다다르면 쏟아지는 땀과 함께 시름도 흘러내렸다.  

무엇보다 아내와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을 위해 무엇이라고 하고 싶었다. 시험을 앞둔 두 딸을 위해 응원하고 기도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완주를 기원하며 레이스에 동참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곧이어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4월16일 그날을 기억해 41.6km를 달리기로 했다.

동수씨는 목적지를 제주항 2부두로 정했다. 그날 배가 가라앉지 않고 순항했다면 부품 꿈을 안고 제주로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학생 324명 등 476명의 승객들이 도착했을 곳이다.

아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딸도 힘을 보탰다. 취업 준비에 바쁜 둘째 딸 예나(23)씨는 목적지에서 자신의 영웅인 아빠를 응원하며 제주항까지 함께 뛰기로 했다.

"달리면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죠. 그래도 뛰고 또 뛰었어요. 어쨌든 오늘 하루는 넘길 수 있으니. 이제 나 때문에 고생한 가족들을 위해,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뜁니다."

동수씨는 세월호 10주기에 새로운 도전에 계획하고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호의 흔적을 따라 인천항에서 완도항까지. 4월16일을 잊지 말라며 거리도 41.6km로 정했다.
 

▲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가 4월16일을 기억하기 위해 41.6km 달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옛 마라톤 동호회 동료였던 베스트탑 소속 달림이들이 완주를 기원하며 레이스에 동참했다. ⓒ제주의소리(김정호)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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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모두 고마웠습니다…뉴시스 빼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4/15 06:51
  • 수정일
    2019/04/15 06: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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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증언’ 북콘서트 열어…“할 수 있는 증언은 다 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14일 일요일
 

“이렇게 책을 발간해서 지난 일을 폭로한 이유는 저를 위해서다. 물론 (장자연) 언니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 하는 것도 있다. 앞으로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태어날 아들, 딸 앞에서 훗날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윤지오씨)

‘고 장자연·윤지오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14일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윤지오씨의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사회는 개그맨 김승환씨가 맡았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창일 신부,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과 윤씨를 응원하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에서 윤지오(오른쪽)씨가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에서 윤지오(오른쪽)씨가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윤지오씨는 그동안 옆에서 힘이 돼준 친구라고 밝힌 신다영씨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콘서트를 시작했다. 윤지오씨는 콘서트 참가자들을 향해 “한분 한분 평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윤씨가 낸 책 ‘13번째 증언’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는 수많은 인터뷰로 최근 한 달간 언론의 중심에 있었다. 

 

 

북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한 시민은 “중국에 있는 딸 대신 꽃다발을 대신 주고 싶다”며 무대위로 올라와 윤지오씨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사회자인 이승환씨가 “이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시기가 언제냐”고 묻자 윤지오씨는 “일기 형태의 기록을 조사받기 시작할 때부터 썼다. 기록은 꾸준히 해왔다. 이 책을 언제, 어떻게 출판할지 고민이었다. 비공개로 쓰고 싶었는데 공개로 쓰면 소설이다, 거짓말이다 등 공격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굴도 공개하고 이름도 공개했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다 담았다. 법조인분들과 10번의 수정작업을 거쳐 출판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악플을 거의 다 본다. 사람들은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지 묻는다. 이익을 추구하러 나온 게 아니냐고 묻는데 늦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나오기 어려웠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벗어난 일”이었다며 지난 10년을 떠올렸다. 

그동안 윤지오씨를 도왔던 박창일 신부는 “처음 윤지오씨를 만났을 때 눈빛이 참 불안했다. 지오씨는 죄를 지은 게 아니다. 오히려 죄인처럼 부끄러워하고 숨었다. 늘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불안 속에서 살았다. 부조리를 고발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웃으며 살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 사람은 어렵게 살아가고 가해자가 편하게 사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제보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코너에서 등장한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오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한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게 피해 입어도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한다. 정신적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공론화돼서 얼굴을 드러냈을 때 2차 가해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삐딱한 시선으로 폭로자를 바라본다. 사건을 만든 사람들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 그러나 피해당한 사람은 의도가 없다. 피해자가 되고 나면 곁가지 공격이 이어진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나쁜 언론들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언론사가 개입되기도 한 문제”라고 밝혔다. 

윤지오씨는 “이제까지 저를 도와주신 많은 사람들, 기자님들에게 고맙다. 언론들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뉴시스는 제외하겠다”고 말하며 이날도 뉴시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뉴시스는 지난 8일 “‘증인’ 윤지오와 장자연 사건”(수정 전 제목 “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선인가”)라는 기자수첩을 통해 윤지오씨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고 장자연씨를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 윤지오씨가 14일 북콘서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윤지오씨가 14일 북콘서트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윤지오씨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든 손카드를 주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윤지오씨가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든 손카드를 주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그러자 윤씨는 8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여야 국회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취재진을 향해 “아침에 뉴시스 기사를 봤다. 정정보도를 부탁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대응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논란이 일자 뉴시스는 당일 오후 기사를 삭제했다. 

 

한 시민은 윤지오씨에게 “고발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과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윤씨는 “가장 두려웠던 건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떠날 것이라는 게 가장 두려웠다. 연예인 친구들이 많이 응원해줬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사람은 몇 안 된다. 결심한 것은 누가 내 편이고 아닌지 알게 됐다. 하늘이 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은 윤지오씨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시민들과 윤지오씨는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고 윤씨는 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손수 마련한 카드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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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북미정상회담 할 수도, 그러나 티끌만한 타협도 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
▲ 신임 당 국가 지도기관 성원들과의 기념촬영[사진 : 로동신문 캡처]

로동신문은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2일회의가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은 “위대한 김정은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우리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모신 크나큰 긍지와 환희가 온 나라 강산에 차넘치는 속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2일회의가 4월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였다”고 밝혔다.

주석단에는 새로 선거된 국가지도간부들이 자리를 잡았다.
주석단에는 최용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비롯하여, 박봉주 신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재룡 신임 내각총리(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이 앉았다.

또한 리만건, 박광호,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오수용, 안정수, 박태성, 최휘, 박태덕, 김영철, 리용호, 태형철, 김수길, 최부일, 정경택, 로두철, 리영길, 노광철, 임철웅, 김덕훈, 리룡남, 조연준, 리병철, 김능오, 박정남, 리히용, 김영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성원들, 최고인민회의 부의장들이 주석단에 자리잡았다.

▲ 신임 당 국가 지도기관 성원들과의 기념촬영[사진 : 로동신문 캡처]

로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력사적인 시정연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최고강령이며 사회주의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라는데 대하여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투쟁과업,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한 현 단계의 투쟁에서 우리 공화국정부앞에 나서고있는 중심과업과 실천방도들을 뚜렷이 밝혀주시였으며 조성된 현정세를 분석평가하시고 우리 당과 정부가 견지하여야 할 대외정책적립장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은 “전체 대의원들은 력사적인 시정연설에 우리 인민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한 공화국정권의 발전방향과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진로가 명확히 밝혀져있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하면서 열광적인 박수로 전적인 지지찬동” 표시하고, 회의참가자들이 “최대의 경의와 가장 열렬하고 뜨거운 고마움의 인사”를 표했으며, “력사적인 시정연설에서 제시하신 강령적과업들을 우리 국가발전의 항구적인 지침으로 튼튼히 틀어쥐고 그 관철을 위한 총진격전에로 온 나라 인민들을 총궐기, 총발동시킴으로써 자력자강으로 전진비약하는 사회주의조선의 창창한 미래를 앞당겨올 굳은 결의”를 다지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미국과 3차 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지만,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폐회사를 하였다.
로동신문은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내외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속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대의원들의 적극적인 참가밑에 상정된 의안들을 성과적으로 토의하고 자기 사업을 끝마치게 된다”고 말하고, “전체 대의원들과 회의참가자들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 력사적인 시정연설에서 제시하신 강령적 과업을 높이 받들고 참다운 인민의 나라, 사회주의조국의 부강발전을 위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힘차게 일해나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폐회를 선언하였다고 전했다.

로동신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를 우리 혁명의 진두에 높이 모시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을 위해 총진격해나아가는 온 나라 전체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의 투쟁을 힘있게 고무추동한 뜻깊은 계기로 조국청사에 빛나게 아로새겨질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 신임 당 국가 지도기관 성원들과의 기념촬영[사진 : 로동신문 캡처]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1일 회의가 4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를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용해 대의원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함”에 대한 연설을 하였다.

최룡해대의원은 추대사에서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불멸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을 충직하게 계승발전시키시여 우리 공화국을 영광스러운 김일성, 김정일동지의 국가, 존엄높은 인민의 나라로 더욱 빛내이시고 강국건설의 전환적국면을 열어놓으신 희세의 정치가이시며 세계가 공인하는 현세기의 가장 걸출한 국가령도자“라고 추대의 뜻을 밝혔다.

또한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우리 당과 국가의 영원한 지도사상으로 선포하시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웅대한 설계도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나갈데 대한 사상,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혁명의 전진을 가속화할데 대한 사상을 비롯한 고귀한 사상리론들을 제시하심으로써 우리 시대 국가건설에서 나서는 리론실천적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최용해 대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을 추대함에 있어 김정은 위원장의 사상이론은 백승의 기치로 빛을 뿌리고 있으며, 강력한 정치군사적, 경제적토대를 마련한 점, 국가의 제일국력인 정치사상적위력이 끊임없이 강화되고있는 점, 북을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전변시켜 세기를 이어 지속되여온 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신 것, 자립경제의 발전잠재력이 힘있게 과시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수행에서 커다란 전진이 이룩된 점, 국가정권을 인민에 대한 멸사복무를 존재방식으로 하는 참다운 인민의 정권으로 더욱 강화발전시킨 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여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헌신분투하는 기풍이 차넘치도록 한 점, 인민사랑의 정치아래 사회주의만세소리가 높이 울려퍼지고 공화국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지진 점, 인민들의 행복넘친 웃음을 사회주의강국의 제일징표로 내세우고 불면불휴의 헌신과 로고를 진행한 점, 북남관계개선과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한 담대한 결단과 적극적인 조치들들로 조국통일을 앞당겨 실현하기 위한 전환적국면을 열어준 점, 투철한 민족자존의 립장과 령활한 지략으로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가 높아지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며 정의로운 새 세계건설에 적극 기여하고있는 점 등을 열거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할 것을 본 최고인민회의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밝혔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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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말한다, 우린 젊다, 끝까지 밝혀내겠다"

[현장] 광화문광장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 맞불집회에도 '2만 촛불' 운집

19.04.13 23:06l최종 업데이트 19.04.14 08:22l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 학생 단체인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씨가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의 그림자가 무대에 비치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 학생 단체인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씨가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의 그림자가 무대에 비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으로 어둠을 밝히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공소시효가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광화문광장이 다시 촛불의 기억을 되살렸다. 촛불항쟁 2년이 지나도록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였다.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가 1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4.16연대와 서울시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세월호 가족을 비롯한 2만여 명 시민들의 옷깃과 머리에는 노란리본과 노란나비들이 달려있었고, 손에는 촛불을 쥐고 있었다. 5년 전 세월호의 약속과 더불어 2년 전 촛불항쟁의 약속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의미였다.

"촛불 성지에서 유가족을 빨갱이라고 욕보였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장훈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권우성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사 당시 상황을 다룬 다큐영화 '부재의 기억'을 보며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참사 당시 상황을 다룬 다큐영화 '부재의 기억'을 보며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우성
 
 
이 날 사회를 맡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억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광장에 모여 있다"면서 "진실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그렇게 감추려 하는가, 이 질문을 수도 없이 하고 답을 알고 싶은 분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일 것"이라며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소개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준영이 아빠"라고 밝힌 장훈 위원장은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나? 세월호가 죽였나? 선원들만 죽였나? 나는 보았고 여러분도 보았다. 모두 목격자다"라면서 "국민을 구해야 할 국가는 아이들을 구하지 않고 구조를 방해했다"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한 번만 외쳤으면 됐다. 빨리 선내에서 탈출하라고 했다면 304명 전부 살았을 것"이라면서 "구할 수 있을 때 국가는 아이들을 죽였다. 5년 동안 그들이 범인이라고 외쳤지만 5년 내내 우리 입을 틀어막고 지겹다고 외쳤다. 5년 내내 자식 잃은 부모들을 시체팔이라고 모욕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이 날 '박근혜 석방 투쟁' 시위를 명목으로 '맞불 집회'를 연 대한애국당 등 친박·보수단체를 겨냥해 "불한당 같은 이들이 기억 문화제마저 훼방 놓으려고 했다"면서 "촛불 성지인 광화문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외치며 감히 유가족을 빨갱이라고 욕보였다. 우리가 빨갱이라서 자식들을 죽인 건가"라고 따졌다.
 
장 위원장은 "국민이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촛불시민이 새 정부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번이나 세월호 재수사를 천명했다. 이제 그 약속 지켜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 세월호 참사 주범들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처벌해야 한다. 전면 재수사를 시작해야 하고 전담 수사처가 절실하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희훈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도 "오랜만에 이 광장에 촛불을 밝혔다. 시민들이 모여 저 혐오세력이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막아줄 걸 믿었다"면서도 "적폐청산하자고 사회대개혁하자고 그 추운 겨울 광장을 지켰는데 너무 더디고 성과가 없다 보니 저 혐오세력들이 우리가 이룬 촛불항쟁의 성과마저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게 하는 것"이라면서 "사회적참사 특조위에서 전면 재조사하고 검찰이 재수사해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무책임한 이 관료 사회를 제대로 바꾸고 생명이 존중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화제를 공동주최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재난, 참사가 아닌 대한민국 존재 근거 자체를 묻는 사건이었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지켜 책임의 역사, 안전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 학생 장애진씨 "사과할 사람은 따로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 학생 단체인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씨가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생존 학생 단체인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씨가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단체인 '메모리아' 대표 장애진씨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장씨는 "오늘 기억문화제를 불법적으로 방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곳도 있었다"면서 "소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함께 여기까지 왔다.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함께 가자"고 호소했다.
 
장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세상에 나오려고 할 때마다 막는 자유한국당에게 말한다. 우리는 젊다. 우리의 친구들, 선생님들, 국민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끝까지 밝혀내겠다"면서 "우리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면 이런 참사가 반복되고 주위에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끝까지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최근 개봉한 영화 <생일>을 만든 이종언 감독이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떠나보낸 뒤 파편화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아들의 생일'을 계기로 서로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 감독은 이날 변영주 감독, 안순호 4.16연대 상임대표와 진행한 대담에서 "2015년 여름부터 안산에서 작은 봉사를 시작하면서 유가족을 가까이 뵙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들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분들을 보고 더 주목하고 더 공감하게 하는 게 이분들에게도, 이 일로 상처 입은 우리에게도 좋다고 생각해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영화를 다 만들고 배우들과 함께 유가족을 찾아가 만났는데 '여러분이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해줘 고맙다'며 배우들을 안아주고 손수 뜬 손가방을 선물했다. 그때 가장 행복했다"면서 "유가족과 당사자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 잘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 생기지 않게 노력하는 데 이 영화가 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승환의 일갈 "태극기 부대, 창피할 줄 알라"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희훈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기억문화제는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합창단의 합창을 비롯해 뮤지컬, 샌드아트, 시 낭송, 랩, 밴드 등 다양한 문화 공연으로 2시간 30여 분을 가득 채웠다. MC메타는 랩 공연에서 '적폐청산'을 외쳤고, 뮤지컬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세월호 가족들을 노래로 위로했다.
 
"단 한 번만 안아 볼 수 있다면..."
"울지 말아요. 자꾸 울면 내가 돌아갈 수 없잖아."

 
작은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연출 변정주)에 등장하는 아빠(송용진 분)와 죽은 딸(이미주 분)의 이중창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노래패 우리나라 공연 도중에 2년 전 촛불항쟁을 떠올리며 모든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촛불을 껐다 다시 켜는 점등 퍼포먼스도 펼쳤다.
 
기억문화제가 끝날 때쯤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마친 태극기 부대 행렬이 다시 광화문광장 무대 주변을 행진하며 스피커와 구호로 행사를 방해했다.

이에 박혜진 아나운서가 "제가 좀더 소리 높여 이야기하겠다"면서, "강원도 산불 화재 때 전국에서 소방차들이 달려왔듯 대한민국은 할 수 있었다. 능력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로 여겨야 했다"라고 외치자 촛불 시민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수 이승환이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희훈
 
이후 태극기 부대의 소음은 이어 등장한 이승환 밴드의 노래와 함성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가수 이승환씨는 처음엔 조용한 노래를 선곡했다가 '방해 세력' 때문에 드럼이 나오는 신나는 곡으로 순서를 바꿨다고 밝혔다.
 
이승환씨는 "저들이 진실을 밝히는 걸 훼방 놓으려는 것이라면 못됐고 추악스럽다"면서 "추모의 자리에서 저러는 건 부모의 자격이 없고 누군가의 이웃이길 포기한 것이다. 창피한 줄 알라"라고 일갈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 참석한 유가족이 미소를 짓고 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 참석한 유가족이 미소를 짓고 있다. ⓒ 이희훈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한꺼번에 무대에 오른 세월호 가족들은 "끝까지 가겠다. 4월 16일 안산에서 뵙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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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경제학 : 왜 재난은 시장이 아닌 공공이 담당해야 하나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9-04-14 14:27:40
수정 2019-04-14 14: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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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를 리셋(reset)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람의 뇌를 리셋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경험을 축적하는 장치다. 기억과 경험은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만약 뇌를 리셋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기존의 인격을 완전히 잃는다. 백지처럼 하얗게 변한 뇌는 그 위에 무엇을 그리느냐에 따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된다.

그래서 뇌의 리셋은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것만 가능하다면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병기도 만들어낼 수 있고, 특정 신념에 집착하는 추종자들도 생산(!)할 수 있다.  

실제 이 실험을 한 학자가 있었다. 충격요법(Shock Therapy)이라는 뇌 리셋 과정을 연구한 캐나다의 정신의학자 도널드 이웬 카메론(Donald Ewen Cameron, 1901~1967)이 그 주인공이다.

CIA의 지원을 받은 뇌 리셋 실험 

뇌의 신경을 잘 못 건드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기억을 잃거나 뇌의 수준이 유아기로 돌아가는 퇴행 현상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카메론은 기억상실과 뇌의 퇴행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뇌를 유아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뇌의 리셋 과정이라고 믿었다. 유아기의 뇌는 백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메론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 환자들에게 무지막지한 전기쇼크를 가했다. 실험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는 다양한 약물까지 동원했다.  

그의 실험은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카메론은 뇌가 리셋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상을 주입한 것이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당신은 좋은 어머니이자 아내입니다. 사람들은 다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합니다”라는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환자는 백지화된 뇌에 새로운 긍정 마인드를 빨아들여 완전히 새로운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재탄생했다.  

카메론이 실험을 진행했던 때는 1950년대, 동서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 실험에 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을까? 바로 미국 CIA였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는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병기를 만들어내는 공상과학 스토리가 꽤 있다. 그런데 그 영화 같은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CIA는 새로운 고문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혹은 자본주의에 충실한 새로운 인간형을 조작하기 위해 카메론 박사의 연구를 지원했다. 열렬한 반공주의자였던 카메론은 기꺼이 CIA의 손을 잡았다. 이 끔찍한 사실은 미국에서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서 온 세상에 알려졌다.

세계적 저술가이자 진보적 사상가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이 이야기를 자신의 책 『쇼크 독트린』에 소개하면서 신자유주의가 쇼크를 이용해 사람들을 개조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이 엄청난 재난으로 민중들의 뇌를 백지 상태로 만든 뒤 신자주유주의 사상을 주입한다는 것이다. 클라인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자.  

“쇼크 독트린 신봉자들이 보기에 마음껏 그릴 수 있는 백지를 만들어내는 위대한 구원의 순간은 홍수, 전쟁, 테러 등의 공격이 일어날 때다. 우리가 심리적으로 약해지고 육체적으로 갈피를 못 잡는 순간이 오면, 이 화가들은 붓을 잡고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재난자본주의 복합체는 군산복합체보다 활동반경이 넓다.” 

재난을 이용하는 신자유주의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치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 언론은 뉴올리언스에 약탈과 강간이 횡행한다며 공포를 조장했다. 대통령 부시는 공포를 배가시키기 위해 뉴올리언스에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도시에 주 방위군이 총을 들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머리는 쇼크와 공포로 하얗게 변한다. 이때 자본은 이곳에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간다.

“이곳을 빨리 복구해야 공포와 혼란이 끝난다. 가장 빨리 도시를 복구하는 방법은 자본에게 복구를 일임하는 거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자본에 모든 것을 팔아라!”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제 복구단에서 가장 눈부신 활동을 한 이들은 부동산업계의 거물들이었다. 당시 부통령 딕 체니(Dick Cheney)는 자신이 회장을 맡았던 할리버튼의 계열사에 수백 만 달러의 재건 공사를 안겨주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재난 이후에 뉴올리언스의 공립학교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점이다. 폐허가 된 공립학교 자리는 자본을 앞세운 사립학교의 차지가 됐다. 신자유주의를 열렬히 칭송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는 “루이지애나의 자유주의자들이 몇 년이나 열망했던 일(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립학교 세력을 확장하는 일)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하루 만에 해냈다”며 감격해 했다.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 해상의 쓰나미로 22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쓰나미로 200만 명이 빈곤에 빠질 것이다”라며 공포를 조장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북부에서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4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북부에서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4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제공 = 뉴시스

사람들의 뇌는 쇼크에 백지 상태가 돼버렸다. 신자유주의는 이 백지 위에 “재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지역경제가 회복된다”는 테이프를 틀어댔다. 그 결과 스리랑카 해변의 어민들은 고향에서 쫓겨났고, 그 땅은 세계적인 리조트 회사의 손에 넘어갔다.  

심지어 클라인은 1998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도 쇼크 독트린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월가가 인위적으로 한국과 아시아 국가의 금융시장을 박살냈다는 것이다.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부도 사태라는 쇼크를 경험했다. 국민들의 머리는 백지가 됐고, 신자유주의는 곧바로 한국을 장악했다. 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금융 자유화가 이뤄진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재난을 시장의 손에 맡길 수 없는 이유 

재난은 벌어지지 않아야 하고, 우리는 재난을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재난이 벌어졌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줄을 꽉 잡아야 한다. 한 사회의 미래가 쇼크 상태에서 극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재난이 모든 사회에 신자유주의적 재앙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은 전 세계 민중들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보다 평등하고 보다 민주적인 세상을 꿈꿨던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 미국은 대공황이라는 재난을 딛고, 백지 상태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복지국가라는 그림을 그렸다.  

최저임금제도 등 놀라운 복지제도가 속속 도입됐다. 미국은 이런 새로운 사상 덕에 베트남 전쟁 직전까지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평등한 대번영의 시기를 일궈냈다. 유럽도 대공황을 계기로 시장만능주의를 버리고 탄탄한 복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영광의 30년’을 만들어 냈다. 재난 이후 어떤 세상이 만들어지느냐는 재난을 돈벌이에 이용하고자 하는 자본과, 평등하며 민주적인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진보의 힘의 크기에 달렸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우리는 그 슬픈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참사의 충격 위에 대한민국은 촛불혁명이라는 새롭고 위대한 길을 선택했다. 시장이 아닌 공공의 복원은 강원도 산불이라는 재난을 훌륭히 극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래서 재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일은 시장이 아닌 공공의 힘에 맡겨져야 한다. 돈벌이가 아니라, 보다 평등하고 보다 안전한 세상을 향한 리셋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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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상, ‘톱다운 방식’으로 일낼까?

 한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시정연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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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4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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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중대 발표

한국시간으로 12일, 워싱턴과 평양에서 한반도의 명암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발표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결과 언론 발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현단계에서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가 그것이다.

전자가 짧고 추상적이라면 후자는 길고 솔직하다. 공통점은 남북미 최고지도자가 모처럼 마련된 한반도 평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고, 그 해법은 ‘톱다운(Top-Down) 방식’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북미(남북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한국시간 12일) 백악관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언론 발표문을 통해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현지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 방한해 줄 것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에 사의를 표했다”고 브리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며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도 제시했다.

1. 트럼프, 문재인에 새로운 ‘카드’ 쥐어줬나?

   
▲ 미국을 공식 실무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제공 - 청와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톱다운 방식’에 공감대를 마련해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가능성 확인 등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 확보 △‘스몰 딜(small deal)’ 여지 마련 등 미측의 다소나마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물론, 이 정도로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만큼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공개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카드’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 매우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의 기회가 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톱다운 방식’을 무너뜨리려 하고, ‘대화 무용론’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을 막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 것이 성과”라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듣고 싶다고 했다”는 대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북미간 대화는 분위기만으로는 성사될 수 없는 법.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뭔가 새로운 방안을 수용했든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새로운 협상안이나 카드를 제시했는지가 관건이랄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준비해 간 안이 설득력이 약할 수도 있다”며 “우리 정부의 ‘굳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라는 방안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스몰 딜’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미국은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몰딜에 따른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나, 비핵화 최종상태와 로드맵에 포괄적 합의를 이루되 단계적 과정을 설정해 각 단계별 상응조치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거나 제시했다면 북미협상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여지를 수용하고 한국의 대북 인도적지원 등을 용인하는 것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꼽는 분위기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인도적지원과 식량지원에 관해 조금더 우리 정부에게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의 보상으로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는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카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남북미 3자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적 카드일 것”이라고 관측했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다.

2. 문재인, 김정은 만나 설득할 수 있을까?

   
▲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튼 NSC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별도로 만났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결과,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제안을 북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특사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까지 호명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낙연 총리의 대북특사설 보도에 대해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민간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스몰 딜’ 상응조치로 밀가루, 옥수수 몇 포대 받는, 인도적지원은 받지 않을 것”이라며 “정의용, 서훈 라인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회의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나 최소한 김여정 제1부부장을 직접 만나야 유의미한 의사전달이 가능하다”며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 간의 만남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리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여야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한신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대표는 “낮은 단계에서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으로 인적 교류를 하고 인천-남포항 해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 물자나 농수산물이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해제보다는 유예나 예외조치가 현실적이라는 것.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너무 톱다운 방식만 고집하면서 다른 것을 안 하는 경향이 있다. 남북관계에서 분위기 조성은 인도적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며 신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남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MBC>는 13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인용, “그렇게 빨리 준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에 추진되는 남북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요약하면 4.27이후 원포인트 판문점 실무정상회담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측이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핫라인을 통해 대북특사를 제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 측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앞으로 외교 경로를 통해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전해 사실상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26~28일 일왕 즉위식에 맞춰 일본을 국빈방문할 예정이고,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 일정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소식통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워싱턴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초청 때문”이라며 “북미관계는 교착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는 두 차례나 방문하는데 한국을 들리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입지가 어려워질 수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방한 계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답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할 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3. 김정은, 트럼프의 제안 수용할까?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잇달아 주재하고 12일 장문의 시정연설을 발표했다. 새로 '선거'된 국무위원들과의 기념사진. [캡쳐사진 -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27~28) 이후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회담장에 찾아왔다. 다시말하여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준비가 안되여 있었으며 똑똑한 방향과 방법론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특히 “지금 미국에서는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요격을 가상한 시험이 진행되고 미국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재개되는 등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로골화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를 심히 자극하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미국이 옳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결국 미국이 제재에 매달려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세계 모든 평화애호력량과 굳게 손잡고 나아갈것”이라는 대목을 들어 “외교적 다변화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북은 일단 내부의 관료주의 문제나 우리로 치면 ‘적폐’를 청산하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견지하면서 우리 정부나 미국의 움직임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첫 시금석은 남측의 4.27 1주년 공동행사 제안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창의성을 발휘해서 북한이 받아들일만한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단 북한의 대외파견 노동자 철수 시한, 미국 국적자 북한 방문 금지 문제와 같은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는 신뢰회복 조치들부터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리비아 문제나 국내적으로 오바마 케어, 멕시코 장벽 문제와 같은 데로 초점을 옮겨갈 수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못할 것으로 보고 비핵화 협상을 후순위로 놓고 김정은 위원장이 시한으로 준 연말까지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이 민간교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당국-민간 투트랙’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창현 소장은 “민간교류와 공동행사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을 오고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드러난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되지 않은 ‘카드’가 일말의 여지를 남기는 정도다.

한반도 평화의 촉진자이자 당사자

김정은 위원장도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도 ‘경제건설 집중’을 강조했다. ‘자립 자력의 기치’를 들고 자주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적 제재를 떨쳐내지 않으면 한계가 뚜렷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 협상을 마무리지을 필요성이 절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손발이 묶여 대북제재에 숨통을 틔워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을 외쳐왔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북미간 협상타결 만이 지금의 답답한 제재의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단시일 내에 북측이 대화의 장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촉진자’이자 ‘당사자’로서 창의적 방안을 마련해 북미간 협상을 촉진하고 남북관계 진전에 과감히 나섬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역사적 기회를 붙잡아야 할 것이다.

남북미 최고지도자가 ‘톱다운 방식’에 공감대를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다. 현대 국제정치가 자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국내정치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점에서 북미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짓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국내정치 상황을 잘 살피는 지혜도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수정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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