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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언제까지 양아치 짓을 할 것인가?

 
미국은 언제까지 양아치 짓을 할 것인가?
 
 
 
김용택 | 2019-04-10 10:03: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겨라!

2.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생물무기 및 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한다.

3. 생화학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시설도 폐기하라

이런 주제로 기사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충분한 정보도 없는 비전문가 쓰는 기사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국가와 국가간의 협상에서 상대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고 노골적으로 강패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북미간의 협상을 보고 있노라면 분통이 터진다. 솔직히 말하면 북미간 협상에서 미국이 내놓은 이런 카드는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요, 항복요구다.

“북한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라 까먹는 소리인가? 지난 20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문재인정부 북핵 외교의 목표를 묻는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강경화외교부장관은 “대북제재는 북핵 프로그램 따라 (북한의) 도발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택한 제재의 틀”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제재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독동인 북한에 제재를 강화하라!...?

북한과 미국. 미국과 북한. 두 나라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설 곳은 어디인가? 미국 쪽인가 아니면 북한 쪽인가? 우리는 지금 미북협상이 아니라 북미협상을 지켜보고 있다. 협상이 성공해야 한다거나 한반도에 핵이 없어야 한다는 데는 누가 반대하겠는가? 북미협상이 성사돼 남북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이 서로 왕래하며 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남북 국민들의 한결같은 소원이다. 그런데 북미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며 외교부장관의 발언은 그런 길로 가고 있는가? 미국이 북한에 항복을 요구하고 듣지 않으면 제재를 더욱 강요해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기를 바라는가?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겨라…?’ 핵을 미국이 가지고 있으면 안전하고, 북한이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제재를 더 강화하겠다…?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은 북한의 핵이 미국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 북한을 살려주기 위해 마주 앉은 것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있어 북한을 두둔하거나 지지하는 주장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협박이요 항복요구다. 북한이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로 얼마나 더 버틸지는 몰라도 북한 인민 모두가 굶어 죽을 때까지 제재를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동족의 외교부 장관이 할 말인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미국중심의 세계질서는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질서다. 약소국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게 선이요 그런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미국의 깡패논리가 아닌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이다. 나경원대표가 한반도 통일을 바라는 애국심에서 나온 말일까? 미국에게는 아무리 저자세를 대해도 괜찮고 북한의 김정은과 손잡으면 김정은의 대변인이 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사드배치를 강력히 반대했지만 당선되기 바쁘게 성주에 사드를 추가 배치했다. 그 정도가 아니다. 북미협상을 중재해야 할 입장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수시로 혹은 남북평화회담 진전 상황을 의논해 왔다. 말이 의논이지 보고(?)하고 미국의 허락을 받고 있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

“Well,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 “Yes.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 우리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이 발언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won't)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승인(approval)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do nothing)”... 미국의 승인 없이 do nothing(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5천만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을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가?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고 남북이 하나 되어 통일국가로 가자면서 사사건건 미국에 보고하고 허락받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것이 아닌가?

미국이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우방국가다. 그런데 전시작전권을 비롯한 천문학적적인 방위비 분담은 대한민국을 우방국으로서 대하는 태도인가?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은 남한 공격용인가? 김정은이 미치지 않고서야 남한에 핵을 공격하면 수십만 년 동안 한반도 전체가 불모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를까? 당연히 미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을 만들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낸 것이 북한이다. 유엔의 제재와 미국의 조롱과 멸시 그리고 한미군사훈련의 협박에서도 북한은 핵을 만들고 콧대 높은 미국의 트럼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까지 성공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왜 당당하지 못한가? 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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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에 굴복하고 마는가

결국 미국에 굴복하고 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9월평양공동선언' 이후 워싱턴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외교부가 대북 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조직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수출통제팀’을 분리해 별도의 ‘과’로 승격하는 것. 행정안전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는 끝난 상태로 오는 5월에 조직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개편은 대북 제재 관련 업무의 확대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 때문에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 번영을 꾀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기 전만 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경협을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정부가 돌연 대북제재 업무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혹은 증폭된다.

특히 하노이합의문 초안에 ‘남북경협은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합의문 서명 거부 이후 한국에 강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의 시금석이 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굴복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실재 미 국무부는 하노의합의 거부 이후 줄곧 대북 제재 강화를 역설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8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의 발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 발언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분명히 확인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방해와 압력이 가해지는 현시점에서 과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처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6.15와 10.4선언’같은 귀중한 남북간의 합의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 시민들에게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면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고 한 자신의 말을 다시한번 떠올릴 때가 왔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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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화재도 늘고 산불 대응도 늦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10 11:10
  • 수정일
    2019/04/10 11: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화재 관련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팩트체크해봤습니다
 
임병도 | 2019-04-10 09:19:4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4월 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11시 11분에 회의 시작하는데 왜 VIP(대통령)가 0시 20분에 회의 참석하느냐? 술 취해 있었나. 그 내용이 궁금하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도 ‘숙취 의혹’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산불 대응이 늦은 이유가 술에 취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습니다.

조원진,안상수, 이언주 의원이 했던 발언과 주장은 강원도 산불 화재 이후 급증하는 극우보수 유튜버들이 만든 ‘가짜뉴스’가 근거입니다.

실제로 극우 보수 유튜브 채널에서는 앞다퉈 ‘문재인 산불 5시간 의혹’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화재 관련 그들의 주장을 하나씩 팩트체크해봤습니다.


[팩트체크] ① ‘화재가 발생한 시점에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마셨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참석자들과 케이크를 자른 뒤 건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극우에서 쏟아내는 가짜뉴스의 근거는 4일 열렸던 ‘신문의 날’ 행사 사진입니다. 사진을 보면 문 대통령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등과 건배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연합뉴스가 촬영한 이 사진이 올라온 시간은 7시 17분입니다. 화재가 발생한 시점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행사장을 떠나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건배와 축하연이 끝난 시간은 6시 44분 이전입니다.

연합뉴스가 촬영한 시간과 기사를 송고한 시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나온 셈입니다.


[팩트체크] ② ‘문재인 정부 들어서 화재가 급증했다?’

▲네티즌이 정리한 연도별 화재 건수와 보도 건수. ⓒ인터넷 커뮤니티

극우 유튜브 채널과 단톡방 등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화재가 늘어났다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찾아서 올린 자료만 봐도 문재인 정부 화재 발생 건수는 과거 정부와 차이가 없습니다.

2018년 9월에 발간된 ‘소방청 통계연보’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화재 발생 건수는 4만 건 가량입니다. 오히려 MB정부 시기였던 2008년 (49,632건)과 2009년 (47,318건)의 화재가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화재 발생 건수가 과거와 비슷한 데 마치 화재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대형 화재가 늘어나면서 언론의 화재 보도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 병원 병원 화재가 발생했던 2017년 12월~2018년 2월 석 달 동안 14개 언론사가 내보낸 화재 관련 보도는 모두 6592건이었습니다. 과거 같은 기간 보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언론의 화재 보도가 급증하면서 마치 문재인 정부 들어서 화재가 증가한 것처럼 보였고, 극우 유튜버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입니다.


[팩트체크] ③ ‘청와대 안보실장은 산불 사건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마이크 앞에서 전날 운영위 전체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전날(4일) 강원도 속초·고성 대형 산불 발생에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발목이 붙잡혔다는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보도를 한 언론도 싸잡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원도 산불 화재가 발생하고 열린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0시 20분에 방문한 것을 두고 마치 문 대통령이 화재 대응에 늦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러나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보면 재난 상황 시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 아닌 ‘국가안보실장’입니다.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난 시 지휘 책임자가 되는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강원도에 산불이 발생했던 4일 밤에 재난 지휘 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청와대로 복귀하지 못하게 잡아뒀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후 9시 20분에 다시 개의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났더니 9시 30분쯤 되어서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고, 저희는 그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자유한국당의 생각은 2014년 세월호 사건 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며 “안보실의 역할은 통일, 안보, 정보, 국방의 컨트롤 타워”라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규정을 불법으로 고쳤던 것으로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맞습니다.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가 올리는 영상을 보면 대부분 가짜뉴스에 속하는 허위 사실과 루머를 근거로 제작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극우 유튜브 채널이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과 주장을 팩트체크해보면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료조차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재 건수 등은 정보 공개 청구를 하지 않아도 언제라도 국민이 볼 수 있게 공개해 놓고 있는데도, 누군가 퍼트린 루머가 사실인양 거짓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이 가짜뉴스를 받아서 국회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아무 검증 없이 말하고, 언론은 가짜뉴스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기로 보도하는 행태입니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가짜뉴스 검증 테스트라도 해야 거짓이 더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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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택한 모태신앙 기독교인 “손에 약 꼭 쥐고 떨며 기도했다”

등록 :2019-04-10 05:00수정 :2019-04-10 09:24

 

 

11일 헌재 ‘낙태죄’ 위헌 심판
기독교인, ‘낙태’를 말하다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PvCNivh7eMQ

 

 

 

낙태죄가 7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앞서 헌재는 2012년 “(태아에게) 별개의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낙태죄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태아 생명권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핵심적 근거의 하나입니다.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 등 종교계는 ‘태아 역시 신이 내려준 생명이므로 낙태는 살인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프로라이프청년회 등 종교단체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낙태죄 헌법소원 기각을 헌재에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종교인이 낙태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현행 낙태죄가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 성찰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낙태를 죄악시하는 전통적 관념을 거부하고 나선 기독교인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낙태는 죄악’이라고 말하는 대신 “신은 낙태한 여성을 ‘잘했다’고 칭찬해주실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 “신은 여자만 죄인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제 삶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낙태를 선택했어요.”

 

- 여성A(임신중절 경험자, 모태신앙 크리스천)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교회 안에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아요.”

 

- 달밤(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상임연구원)

 

“저희 어머니도 저를 임신하고 중단하려는 시도를 하셨었대요.”

 

- 자캐오(대한성공회 사제)

 

 

 

이들은 모두 현행 낙태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성만 죄인이 되는 점을 꼽았습니다.

 

 

“낙태한 여성은 법적 처벌의 자리에 놓이지만 남성의 자리는 아예 없어지게 되더라고요. (임신중절의) 책임을 여성 혼자 지게 되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밤)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 하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맞닥뜨린 여성들은 적절한 의료를 안내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임신중절을 시도하기에 이릅니다.

 

 

“알약으로 임신중단할 경우에 주의해야 할 것들을 듣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아기 수첩 만들 거냐고 해서 ‘아니오’라고 했더니 어떤 것도 묻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초음파 사진 두 장 받고 나왔어요.”(여성A)

 

“이주민과 함께하는 용산나눔의집 원장으로 와서 그 분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이 분들이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자캐오)

 

 

 

하지만 신은 여성만 고통받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 자캐오 신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에 신의 숨결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동등하게 대해야 합니다. 마치 신을 대하는 것처럼요. 그러면 한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구조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누군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겁니다.” (자캐오)

 

 

 

■ “낙태죄 개선은 반대…아예 폐지돼야”

 

이들은 또 신앙인들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며 강조하는 소중한 ‘생명’에 정작 ‘신이 사랑하시는’ 여성은 배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지 않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육하고 번성하는 길일까요?”(여성A)

 

“낙태를 살인이라고 말해온 건 교회지 신이 아니었어요. 낙태는 ‘생명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학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과 대화해야 합니다.”(달밤)

 

 

 

결국 이들은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상황을 폭넓게 하는 등 낙태죄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낙태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신의 뜻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여성을 처벌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낙태죄가 폐지되더라도 낙태를 죄악으로 보는 종교적 관념에 대해서도 계속 성찰해야 할 것이고요.”(달밤)

 

 

헌재는 오는 11일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자기낙태죄)와 낙태를 도운 의사 등을 처벌하는 형법 270조(동의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게 됩니다. 어떤 결론이 내려질까요?

 

 

 

“당신들이 죄인이라고 말하는 나는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입니다. 당신들의 차별과 낙인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아닙니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여성A)

 

 

‘발칙한’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낙태와 낙태죄.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PvCNivh7eMQ

 

기획·제작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9419.html?_fr=mt1#csidx62f0779817a52eca1c45bb84b323a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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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트럼프에게 요구할 건 요구해야 중재자"

[정세현의 정세토크] "한미정상회담서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설득해야"
2019.04.09 11:30:33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입장을 사전에 탐색해보지 않은 채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걸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북한의 생각을 확인하고 미국에 가는 것이 맞는데, 공개적으로 남북 간 이러한 접촉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탁 때문이 아니더라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놓은 안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탐색해보고 이에 대한 감을 잡고 가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리 만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를 계속한다고 했기 때문에 양측이 물밑대화를 하고 있을 수 있고 우리도 물밑 대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에 제재 완화 요구를 낮추도록 설득하고, 이걸 가지고 미국에 가서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을 낮추도록 조절하는 등의 회담은 공식적인 수준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그럼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성과를 내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한 조언을 하고, 이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 분야에서 일정 부분 미국의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 이라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국을 앞세워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의 대북 압박을 견제하려는 구도를 짜는 것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호언'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이 조언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북방 3각 대 한미일 남방 3각 구도로 간다면 남북미 구도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어그러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가져다 줄 '선물', 즉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남북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이것이 북핵 문제 진전과 북미 관계 개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8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화의 동력을 살려내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한 다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야 자연스러운 전개가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남북 간 '의중 파악'을 위한 회담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세현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죠. 이걸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북한의 생각을 확인하고 미국에 가는 것이 맞는데 공개적으로는 남북 간 이러한 접촉은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탁 때문이 아니더라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놓은 안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탐색해보고 이에 대한 감을 잡고 가기 위해서라도 북한과 미리 만났어야 합니다.  

물론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를 계속한다고 했기 때문에 양측이 물밑대화를 하고 있을 수 있고 우리도 물밑에서는 대화를 하고 있을 수 있지만 북한에 제재 완화 요구를 낮추도록 설득하고, 이걸 가지고 미국에 가서 북한에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을 낮추도록 조절하는 등의 조율은 공식적인 수준에서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주요 실무진 중 한 명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문제는 미국과 조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부터가 좀 문제입니다.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까지 미국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김 차장의 이 말을 보니 미국이 대북 특사를 보내는 부분에 대해 허락을 안해준 것 같은데, 지난해 3월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북한에 갔을 때도 미국의 허락을 맡고 간 것입니까? 미국에 사사건건 허락을 받을 것이 아니라 이 정도는 남한 정부가 독자적으로 움직였어야 합니다.  

프레시안 : 남북 간 협의 없이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면, 그렇지 않아도 남한을 못 미더워하는 북한이 '남한은 미국 하수인'이라는 공세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남한에 계속 목소리를 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만 하지는 말라는 뜻입니다. 만약 남한이 계속 미국의 이야기만 전달한다면 앞으로 남북대화에 별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자신들을 먼저 만나고 한미 정상회담에 간다면 남한을 통해 입장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는 이러한 움직임 없이 바로 한미 정상회담으로 들어가 버리면, 북한으로서는 남한과 앞으로 협력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 지난해부터 돌이켜보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터 남북관계가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이 미국으로부터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약속을 받아오면 북한에 대한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세현 :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남북 간 철도와 도로 협력 등 남북 경제협력을 비핵화 협상의 카드로 써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단서를 달고 적어도 철도 및 도로협력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룬 뒤 실제 공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철도나 도로는 환금성이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지난해 5월 22일(현지 시각)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돌입하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일 3각 압박으로 북한을 상대하려고 한다면 착각이라고,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준비하려는 것도 미국이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 이라는 것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국을 앞세우고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 3국의 대북 압박을 견제하려는 구도를 짜는 것일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호언'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조언해줘야 합니다.  

만약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북방 3각 대 한미일 남방 3각 구도로 간다면 남북미 구도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어그러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존재감이 약화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가져다 줄 '선물'인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남북대화가 가능할 수 있고, 이것이 북핵 문제 진전과 북미 관계 개선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합니다.  

북한이 남한의 말을 듣게 해야 미국에도 좋습니다. 이걸 위해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합니다. 또 미국에 제대로 요구한다면 북한은 남한을 '중재자'로서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만약 북한이 우리를 이용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우리의 역할은 없어지고, 그럴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의 속도를 내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미국 또는 한국 내부에서 '한국이 앞서나간다', '한미 간 엇박자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남한이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도 있습니다.  

2017년 1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에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평화 프로세스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훈련은 상당히 축소됐고 현재까지도 훈련을 많이 줄여가고 있죠. 북한은 이러한 결과가 다시 나오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남한이 미국을 설득해서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시키길 바랄 겁니다. 

프레시안 :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추동할만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김현종 2차장이 미국의 화법도, 협상의 기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북한과 경협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남한 정부가 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서 미국과 한국이 손잡고 북한을 개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이 돈을 쓸 생각이 별로 없고 북한 역시 경제 개발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모델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은 외국의 자본을 많이 받으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외국 자본의 비율을 51% 이상으로 늘리지는 않을 겁니다. 즉 결정권은 계속 자기들이 가지고 있으려고 할 겁니다. 돈에 홀려서 급하게 하다보면 외국 자본에 먹힐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현종 2차장의 임명은 의외였다는 반응이 있었는데요. 통상 전문가가 외교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정세현 : 국가안보는 외교와 안보, 통일 이렇게 세 분야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요. 인적 구성 역시 이와 유사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 국가안보실장이 외교관 출신이고 1차장은 군인 출신입니다. 그러면 2차장은 북한이나 통일문제의 전문가가 맡는 것이 좋은데 현재는 통상 전문가인 김현종 차장이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런데 남북경협을 통상차원에서 접근하면 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통상은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남북 간에는 상호주의로만은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습니다. 경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남북관계는 일대일로 주고 받는 관계는 아닙니다. 우리가 경제를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월등하게 우위에 있지만, 우위에 있다는 행세를 부리지 않고 북한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심지어 북한 사람들은 우리한테 지원을 받으면서도 체면을 구기지 않게 해달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북한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도 하죠. 

김현종 차장이 통상의 경험이 많긴 하지만 대북 경협에 일반적인 통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한다면 여러 가지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김현종 차장이 기용된 이유가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세현 : 그런 의도도 있을 겁니다. 미국과 협상에 필요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번에 김현종 차장이 미국에 다녀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이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김 차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는 언급 안했다고 말했는데, 이건 문 대통령이 간절하게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정도는 열어줄 수 있다는 식의 의중을 내비친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미 간 접점 찾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모멘텀을 가지려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데요.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제재 완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의 제재 완화와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사이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신뢰를 쌓아가면서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죠. 북한이 계속 이러한 로드맵을 고집하는 이유는 상호 불신 때문입니다. 사실 '일괄 타결, 단계적 이행'이라는 것이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일괄타결을 한다고 해도 단계적 이행의 문제에서 무엇과 무엇을 매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 북미 양 정상이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단독회담에 이어 실무진들이 참여하는 확대회담을 가졌다. 존 볼튼(맨 왼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맞은 편에는 북한 측 인사가 자리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일괄 타결을 협의한다고 해도 결국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단계별 그림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상응 조치는 무엇인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해체에 대한 상응 조치는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 합의를 해야 전체적 그림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면에 등장한 이른바 '빅 딜'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여기에 동조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로 돌아가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관료들에게 포위돼서 6.12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오는 11일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립니다. 회의를 전후로 대외 메시지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정세현 : 대외적 메시지도 물론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지만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을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로 따지면 입법과 행정이 함께 들어가 있는 구조입니다. 내각 구성을 최고인민회의에서 하기 때문인데요. 국무위원장 역시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국무위원장 직을 가지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번에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직책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이는 물론 권력 구조의 변화도 수반하는 것이겠죠.  

일례로 김일성 주석의 경우 1972년 사회주의 헌법을 채택하면서 주석자리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면서 당정군을 총괄 지휘하게 됐죠. 지금 김정은 위원장 역시 주석은 아니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권력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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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이 순간, 열사들의 뜨거운 투지가 함께 하길"

4.9통일평화재단, 4.9통일열사 44주기 추모제 개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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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9  23: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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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통일열사 44주기 추모제가 4.9통일평화재단 주관으로 9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검은 하늘에 봄비가 내린 9일 오후 '제2차 인혁당 사건'희생자, 4.9통일열사 44주기 추모제가 4·9통일평화재단(4·9재단, 이사장 문정현) 주관으로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거행됐다.

이날 추모제에는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정권의 무도한 사형집행에 희생당한 제2차 인혁당 사건 4.9통일 8열사와 복역 중 옥사하거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10명의 열사를 비롯해 열여덟 열사의 영령이 모셔졌다.

44년전 한 날에 떠난 서도원 열사, 도예종 열사, 송상진 열사, 우홍선 열사, 하재완 열사, 김용원 열사, 이수병 열사, 여정남 열사. 그리고 복역중 옥사한 장석구, 이재문 선생, 1982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나 복역 후유증으로 운명한 전재권, 유진곤, 조만호, 정만진, 이태환, 이재형, 나경일 선생, 2016년 5월 24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성재 선생.

4.9통일열사 유가족들과 제2차 인혁당 사건 및 민청학련 관련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250여명이 추모제에 참가해 4.9통일열사들을 추모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도사에서 "절체절명의 이 순간, 열사들의 뜨거운 투지가 우리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빈다"는 뜨거운 마음을 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2차 인혁당 사건으로 투옥됐다 나온 이재문 선생이 조직한 남민전에 몸담았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도사에서 열사들과의 이런 저런 인연에 대해 소개하고는 "열사님들이 그리도 오매불망 염원하셨던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실현 가능성을 바로 목전에 둔 올해는 3.1혁명 1백주년"이라며, "땅위에서 투쟁하셨듯이 그곳에서도 우리 민족을 위해 싸워주십시오"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이 땅은 열사님들이 싸우셨던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민주화와 통일의 길로 가까이 다가섰습니다만 아직도 친일 반민족 세력과 자유당과 5.16군부 쿠데타와 유신의 쓰레기들이 우리의 길을 막고자 방해하고 있습니다"라며, "역사적인 승리는 눈앞에 다가왔지만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투쟁의 대열에서 열사님들의 그 뜨거운 투지가 우리와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라고 뜨겁게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 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평화, 통일 분위기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미군철수'에 전력을 기울여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에 백두산 천지에 올라 손 마주잡고 만세 불렀을 때 인혁당 선생들이 가장 기뻐했다"며, "늦게 트인 저도 기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경의선을 한 뼘도 깔 수 없고 금강산도 갈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은 너무 답답하다며 "미국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 같은 것엔 관심없이 제 깃발만 마구 휘날리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말 못해도 우리는 해야 하지 않나. 이제 제2의 촛불혁명을 통해 미군철수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다른 순서가 진행된 뒤 다시 무대에 오른 문 신부는 지난 2009년 제2차 인혁당 사건 피해자 7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에 따라 가지급받은 총 490억원 중 211억원의 초과 가지급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가 1, 2심 판결대로 하라는 권고를 했는데 청와대가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 빨리 고통이 끝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 이날 재단은 올해 선정된 공모사업 추진 개인 및 단체와 협약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이날 추모제에서 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9년째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13개 사업의 개인 및 단체와 협약식을 진행했다.

재단은 4.27시대연구원의 '우리민족이 주인되는 연합연방 통일방안' 연구 사업과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운영위원회의 '평화프로젝트-반미쳐라' 등 13개 공모과제에 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인숙평화인권기금' 지원은 민간인학살 다큐영화 '태안'을 제작하는 구지환 감독과 의문사진상규명운동 3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사업에 돌아갔다.

김형태 상임이사는 재단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12개 개인 및 단체에 4억 1천여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는 공모사업을 해 왔으나 재단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 등으로는 기금 규모를 더 늘리기가 어려워 앞으로 좀더 긴 안목으로 외부 기금도 유치하는 등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참가자들이 4.9통일열사를 상징하는 조각상 앞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그룹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가수 백자씨가 '담쟁이', '역사를 산다는 건 말야'를 열창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서울대학교 85학번으로 구성된 '아크로합창단'은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그날이 오면'을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9통일열사 추모제에 화환을 보내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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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에서 한우, 첼로까지 국회의원들의 ‘별별 재산’

권력은 언제나 타락할 수 있다, 재산공개는 정확히 철저히 이루어져야
 
임병도 | 2019-04-09 09:13: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국회의원은 매년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합니다.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리지 않았는지 감시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2019년에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재산을 하나씩 보다 보니, 별나고 다양한 재산 보유 현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재산인지 알아봤습니다.


항공사 최대주주가 된 국회의원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운용하는 항공기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지난해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이 항공사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강원도 양양과 부산, 제주, 일본을 운행하는 저가항공사입니다.

정 의원은 지난해 비상장사인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주식 784만주를 30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정유섭 의원이 신고한 총재산은 62억 2655만 원입니다. 정 의원은 보유한 예금과 대출을 통해 주식을 매입했다고 하는데, 조금 과도한 투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주식이 3000만 원 이상이면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주식을 보유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비상장 주식이라 심사를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왜 법을 잘 몰랐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주식으로 대박 난 국회의원

▲비피도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 모습과 최운열 의원의 재산공개 내역 ⓒ국회 공보, KOGMEDIA

2016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배우자가 ‘비피도’ 주식 7000주, 350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2019년 최 의원은 비피도의 주식을 2억 755만 원으로 신고했습니다. 비피도가 2018년 12월에 코스닥에 상장됐기 때문입니다.

350만 원 주식이 2억이 넘었으니 주식으로 대박인 난 셈입니다.

최 의원의 부인이 주식으로 억대의 수익을 얻었지만, 불법은 아닙니다.

최 의원은 직무관련 심사를 받았고, 중간에 주식을 구입한 게 아니라 1999년 동료 교수가 비피도를 창업할 때 출자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꿈꾸는 ‘상장의 꿈’을 최 의원이 이뤘다는 사실이 참 신기합니다.


한우에서 첼로, 참고서까지 국회의원들의 ‘별별 재산’

국회의원은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신고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신고한 재산 중에는 별난 것도 있는데요.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한우 1억 5850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한 마리당 500만 원으로만 계산하면 대략 30~40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가의 악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본인 명의의 6000만 원 짜리 첼로를 정병국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6300만 원짜리 하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도 배우자 명의로 6500만 원짜리 비올라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으로 수학 참고서를 집필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인세 수입으로 약 4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신고했습니다.

국회의원이지만, 모두가 재산을 공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국정원 특수 활동비를 빼내 1억 원의 불법 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채용외압 등으로 구속됐다고 이번 재산공개에서는 빠졌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런 사람일수록 더욱더 재산공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 자금이 흘러 얼마나 재산이 증가했는지 국민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재산이 많거나 증가했다고 불법은 아닙니다. 오히려 재산이 많기에 불법 자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하나를 가진 자가 더 갖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그 말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자발적으로 재산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작위로 국회의원의 재산을 철저히 확인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국회의원들이 워낙 말을 자주 바꿔 재산을 속일 수도 있다는 의심도 듭니다.

권력은 언제나 타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국민이 감시할 수 있도록 재산공개는 정확히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항공사에서 한우, 첼로까지 국회의원들의 ‘별별 재산’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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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촛불 이후 8년, 대학등록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현장]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고등교육재정 토론회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04-08 22:42:29
수정 2019-04-08 2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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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 반값등록금 실현을 염원하는 1000배 퍼포먼스를 가졌다.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투표시간 연장, 반값등록금 실현을 염원하는 1000배 퍼포먼스를 가졌다.ⓒ이승빈 기자

 2011년 5월~6월, 전국의 많은 대학생들은 ‘조건없는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당시 고액의 등록금이 대학생과 그들의 가족들을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수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 대출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인 청년들을 빚쟁이로 만들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는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실현 및 이명박 대통령 사과 촉구 비상대책회의’를 꾸려 야당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대학 등록금 문제’를 사회적 의제화 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같은 사회적 압력을 받아 2011년 11월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2012년 국가장학금 사업 기본계획(안)’을 확정하고, 그 다음해부터 시행에 나섰다.  

‘반값등록금’이 이슈화 된 2012년 이후 2018년까지 다행히도 대학등록금은 거의 동결된 상태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제도가 시행된 지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대학생과 그 가족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등록금 부담의 고통에서 벗어났을까?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을까? 8일 국회에서 이같은 궁금증에 해답을 주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교육희망포럼과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공동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고등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1996년 3월 29일 ‘등록금 동결과 교육재정 확보, 김영삼 대선자금 공개 투쟁’ 과정 중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연세대 노수석 열사의 23주기를 맞아 그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마련됐다. 23년 전 대학교 2학년 학생 노수석이 외쳤던 외침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학 현장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지차철역 인근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대통령 후보 선출의 날 '대학생 U 투표행쇼'에 모인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지차철역 인근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대통령 후보 선출의 날 '대학생 U 투표행쇼'에 모인 대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승빈 기자

“국가장학금은 대학 등록금 부담 낮추는 대표 정책” 
학부 재학생의 42%가 국가장학금 지원받아 
 

이날 발제를 맡은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2012년 도입된 국가장학금은 2019년 현재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대표적 정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고액 등록금으로 고통 받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해 준 것은 획기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연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학기 기준 전체 대학 학부 재학생의 42%인 802,430명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았으며, 30.6%에 달하는 584,701명은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지원받았다.(국가장학금Ⅰ유형, 다자녀장학금 합산)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지역인재장학금을 포함하면 등록금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학생은 더욱 늘어난다. 여기에 각 대학의 교내장학금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학비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2018년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가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1순위 고등·평생·직업 교육정책’으로 ‘대학생이 체감하는 등록금 부담 경감’이 가장 많이 선택됐다. 연 연구원은 이같은 결과가 “정부가 국가장학금을 더욱 확대해 정책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짚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2019.04.08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가장학금 도입 8년, 등록금과 교육재정'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2019.04.08ⓒ민중의소리

절반 넘는 대학생은 국가장학금 한 푼 못 받아 
학자금 대출은 줄지만, 생활비 대출은 증가 추세
 

실제로 학비 부담을 줄여주는 국가장학금은 2018년 1학기 기준 전체 대학 학부 재학생 1,909,330명 중 69.6%만이 신청했고, 실제 지급받은 인원은 42.6%(813,318명) 수준이었다. 나머지 절반이 넘는 대학생들은 단 한 푼도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을까?

연 연구원은 그 이유를 ‘성적 기준’에서 찾았다. 2018년 1학기 국가장학금 탈락 사유를 보면, 정확한 탈락 사유를 알 수 없는 ‘기타(38.8%)’외에 가장 많은 비율인 27.5%의 학생이 ‘성적’을 이유로 탈락했다.  

현행 국가장학금 성적기준은 평균 B학점(80점)이상의 성적을 받아야 선발될 수 있다. 2018년 일부 완화돼,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대학생의 경우 C학점(70점)이 되었다. 소득 1~3분위에 속하는 학생의 경우엔, 2회까지 평균 B학점 미만이라도 C학점 이상이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연 연구원은 이같은 현황에 대해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 부담을 줄여주는 국가장학금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연 연구원에 따르면,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으면서, ‘대학 학부생 학자금 대출’은 줄어들고 있다. 2018년 1학기엔 약 12만명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2954억)’을 받았다. 이는 2012년 1학기에 비해 4만 1천명(대출액은 2216억 감소)이 감소한 수치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도 적지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학 학부생 생활비 대출’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학기엔 995억이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중 생활비 대출’은 2018년 1학기엔 1,314억으로 32.1% 증가했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의 생활비 대출’도 2012년 1학기에 203억원이던 것이, 2018년 1학기엔 473억으로 133.1% 증가했다.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생활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장학금
국가장학금ⓒ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대학원생, ‘국가장학금’ 등 혜택 못 받아 
심지어 일반 학자금 대출에도 성적 제한
 

또 연 연구원은 ‘학부생’의 등록금 부담은 줄었으나, ‘대학원생’의 등록금 부담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전체 대학의 86%) 대학원생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지만, 이들은 ‘국가장학금’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원생이 받을 수 있는 ‘일반 학자금 대출’은, 대출 이후 바로 이자를 납부해야 하고, 최장 거치 기간도 3~4년(석사 1년차, 군 미필자 기준)에 불과해 상환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으로 대출해주면서도, 성적 제한 까지 있다.  

그럼에도 대출액은 증가추세다. 2018년 1학기 일반 학자금 대출 인원은 4만 5,012명, 대출액은 2,24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 1학기보다 인원은 7131명, 금액은 4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연 연구원은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제도 개선’을 위해 크게 3가지를 제언했다.  

우선,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성적 기준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2019년 1학기 학자금 대출금리가 2.2%(취업후 상환, 일반 상환)인 점을 지적하며, 2018년 11월 기준 금리가 1.75%인 점을 감안해 더 금리를 낮춰야 하고, 나아가서는 학자금 대출 무이자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 증가세에 주목하며, 이들의 학비 부담을 경감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소한 이들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교육부 전경.
세종시 교육부 전경.ⓒ제공 : 뉴시스

성적 기준 완화는 도덕적 해이 조장할 수도.. 
국가장학금 확대엔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이날 토론회에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당사자, 시민단체 인사, 국회와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해, 국가장학금과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대학생을 대표해 참석한 이민하(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준) 3기 공동의장) 씨는 2018년 12월 감사원의 ‘국가장학금, 학자금 제도에 대한 정책 감사’ 결과를 사례로 들며, 국가장학금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국가장학금 미수혜자 중 등록금 전액(국가장학금 연간 520만원)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 48,0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2%가 국가장학금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신청기간과 방법을 몰라 신청을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신입생의 경우 대학입시 일정을 감안하면 신청기간이 짧아 기간 내 신청하지 못한 우려도 있었다”고 감사결과를 설명했다.

또 ‘일반 학자금 대출’제도를 비판하며, “2017년 한 해 동안 일반 상환 대출자 38만 여명의 재학중 이자 부담액은 465억원이다. 2017년 말 기준 재학 중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한 6개월 이상 장기연체자는 36,104명, 신용유의자는 11,485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더 많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성적기준 완화, 중앙정부의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 조인식 입법조사관은 “국가장학금 제도의 수혜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제도의 수혜자를 늘리기 위한 성적 기준 완화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고, 학생, 학부모, 대학 관계자, 전문가, 관련 부처 등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태경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장 역시 “국가장학금이 소득연계형으로 설계돼, 받는 학생과 못 받는 학생의 격차가 크다”면서도 “국가장학금을 어느정도까지 확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홍보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뼈 아프다”며, “올해부터는 등록금 고지서에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게 했고, 신입생 OT나 각종 행사서 국가장학금을 안내하도록 조치했다. 또 고등학생들까지 홍보를 확대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일반 상환 대출’과 ‘취업후 상환 대출’을 통합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제로(0) 금리와 관련해선, 현재 채권을 발행해 학자금 대출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매우려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금리가 인하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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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세 가지 '오판'

[장석준 칼럼] 21대 총선까지 남은 1년, 촛불 시민의 마지막 충고
 
 
 

20대 국회의 마지막 재보선이 끝났다. 정의당은 작년 7월 노회찬 의원이 떠난 이후 처음으로 환호했고, 자유한국당은 애써 패배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으며, 다른 정당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어쨌든 결과는 이미 나왔고, 다시 일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읽어내는' 작업은 그렇게 간단히 끝날 수 없다. 본래 선거 결과란 여러 사회 집단과 흐름, 세력 사이의 힘의 균형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자료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이제 다른 선거 없이 내년 이맘때 총선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각 정당이 총선을 준비하며 해독해야 할 소중한 자료다. 

이 점에서 어떤 정당이든 이 결과에서 '성취'보다는 '위기'를 읽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나는 굳이 정부-여당이 이번 선거의 패배자라 평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 않은 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후보에 표를 던져 정권에 항의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 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쇄도하는 바람에 경남의 두 선거구가 재보선 치고는 사뭇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결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진지한 해석이야말로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 패배를 피할 마지막 기회의 문이 될 것이다.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 기조를 결정한 3대 전략적 판단  

나는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지자도 아니면서 정부-여당의 선거 결과 해독을 놓고 훈수 두는 게 좀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촛불 항쟁 이후 첫 총선임을 생각하면, 어색해보이더라도 개입을 안 하기 어렵다. 

촛불 이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었고, 이 두 선거에서는 촛불 연합이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총선만 남았다. 총선에서도 촛불 연합의 힘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새 국회를 구성하는 수순만 남았다.  

한데 만약 이 선거에서 지난 두 선거와 영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촛불 항쟁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현 정부-여당이 과연 촛불 민심의 올곧은 대변자인지는 심각하게 따져볼 문제이지만, 그 반대편이 촛불 항쟁을 원천 부정하는 세력임은 논의의 여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여당 지지자가 아니어도 촛불 시민으로서 뭔가 발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으로 집권하면서 세 가지 중요한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 이 3대 전략적 판단이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의 주된 흐름과 테두리를 결정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바로 이 판단들이 심각한 오판이라는 선고다.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커다란 패배가 기다린다는 마지막 경고다. 그럼 3대 전략적 판단이란 무엇인가? 

첫째, 현 국회 구도에서는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상황을 관리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이다. 

조기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거치지 못한 채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다들 궁금해 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3년이나 남은 차기 총선까지 새 정부가 선택할 국정 운영 기조가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었다. 당시는 촛불 항쟁이 끝난 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아 개혁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었다. 반면 국회는 촛불 이전에 실시된 총선의 산물이어서,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세력들이 여전히 다수였다. 즉, 정부-여당의 입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구도였다. 새 정부는 이 딜레마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돌파할 것인가? 

말들이 많았다. 여당이 협상과 연합의 정치에 적극 나서서 정의당, 국민의당에다 바른정당까지 더한 원내 촛불 최대 연합을 결성해야 개혁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조언이 가장 많았다. 더 나아가 자유한국당까지도 진지한 협상 대상으로 삼아 견인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왼쪽으로는 정의당을 포함하는 연립정부가 시도될 수 있다고 넘겨짚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실제 보여준 선택은 너무나 단순했다. 정부-여당은 국회 입법 절차가 필요한 개혁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다들 어려우리라 예상한 국회 정치를 그냥 포기해버렸다. 촛불 이후 민심과 촛불 이전 선출 국회 사이의 어긋남을 해결하려 시도하기보다는 그저 우회해버린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현 정부 개혁 정책의 상징처럼 된 사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정부-여당이 사회 개혁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신호탄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꺼내든 것은 소득 주도 성장에 끼칠 영향에 관한 무슨 심오한 고민이나 구상이 있어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하면, 개헌 시도가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부-여당의 개혁 전략(그런 게 있었다면)이 결코 진지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에 제출하는 거의 첫 번째 안건으로 개헌안을 내밀었다. 과반 동의를 얻으면 되는 법안 통과도 쉽지 않은 국회인 줄 빤히 알면서 의결 정족수가 2/3 이상인 개헌안부터 냈다. 정말 통과를 염두에 둔 개헌 시도였을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이런 행태의 밑바탕에는 20대 국회의 남은 임기를 어떻게 넘길지에 관한 정부-여당의 분명한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판단이다. 이 국회에서는 개혁을 성사시킬 수도 없고, 무리하게 이를 추진할 이유도 별로 없다. 섣불리 실험을 벌이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치중하며 21대 총선을 맞는 게 낫다. 정치보다는 행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3년을 보내더라도 21대 총선은 분명 조기대선과 지방선거에 뒤이은 또 다른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심판 선거가 될 것이다.  

3년이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연 현실 관리 중심의 국정 기조로 이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정부-여당은 지금 그 2년차 성적을 받아들고 있다.  

둘째 판단은 한반도 평화 실현이 중심 과제이고 이것만 잘 되면 국내 정치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전쟁 위험을 걷어내고 북미 대화 국면을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대 이상의 행보였다. 그래서 201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는 개혁은 고사하고 퇴행이 곳곳에서 나타나는데도, 촛불 이후 한국 사회가 그래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는 그만큼 중대했다. 한국 사회의 다른 모든 문제는 그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님을 우리는 더욱더 실감하는 중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평화 노력에는 처음부터 어떤 그림자도 있었다. 그것은 평화 노력을 뒷받침할 국내 기반이 여전히 기대만큼 굳건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비핵화 협상은 북한과 미국이 주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남한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북미 협상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을 운명이다. 그렇다면 북미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대화 지속을 강력히 압박할 국내 여론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평화의 대의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 충분히 주의하지 않았다. 

몇 가지 조짐이 이미 있었다. 가령 평창 올림픽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이 있었다.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한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하지만 공정성 문제, 청년 문제 등이 불거지던 촛불 직후 한국 사회에서 이 시도는 전혀 예상 못한 방향의 논란으로 비화됐다. 흔들리지 않는 평화 국면의 구축이 국내 사회 개혁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암시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이런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평화가 경제"라거나 "평화가 민생"이라는 식의 구호만 반복했다. 여기에는 정부-여당의 또 다른 중대한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한반도 평화 협상이 착착 진행되는 한, 국내 정치는 그 종속 변수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남북미 대화의 기대가 가장 높았던 시점에 실시된 작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며 이런 판단은 더욱 굳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미 대화는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하락한 근본 이유는 결국 이것이다. 이 상황에서 집권 세력은 과연 무엇으로 반전을 시도할 것인가? 오로지 북한과 미국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가?  

지난 2년간을 지배한 정부-여당의 전략적 판단은 잘못됐다 

마지막으로 검토할 정부-여당의 전략적 판단은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 전략과 직결돼 있다. 그것은 위 두 판단을 바탕으로 정국을 운영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층 상당수를 흡수해 한국 사회의 장기 집권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방선거 이후 여당 일각에서는 "20년 집권"이니 "100년 집권"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가올 총선을 지극히 낙관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재연하는 총선 결과가 거의 정해져 있다는 식이다.  

승리의 기본 전제는 바로 위의 두 전략적 판단, 즉 찬반 격론을 불러올 수 있는 개혁 조치는 되도록 피하고 한반도 평화 협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껏 새누리당 계열 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 흡수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의 여론조사에서는 실제 그런 양상이 일부 나타났다. 50%에 치달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옛 새누리당 지지층의 구심력 와해와 일부 유입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개혁 조치에는 미온적이던 정부-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억제하는 반동 개혁에 소매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통해 진보층 일부의 지지를 잃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옛 새누리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으며, 그게 더 바람직하다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정치 스펙트럼 내 중앙의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다른 정당들에게는 왼쪽과 오른쪽의 잔여 공간만 남기는 정당 구도를 만들려 한다. 이것이 이른바 "20년 혹은 30년 장기 집권 정당"의 공간적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 이 전략은 먹히고 있는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줄어드는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점점 촛불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양당 구도가 복원되고 있다. 보수층은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거나 심지어는 바른미래당을 선택하기보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 현 정부 반대 민심이 도드라져 보이게 만드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촛불 항쟁의 효과가 무(無)로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제 결론이다. 정부-여당이 지난 2년간 일관되게 보여 온 모종의 전략적 지향과 행보는 실패하고 있다. 그 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보이는 3대 전략적 판단은 오류임이 드러났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는 다음 두 가지 명확한 사실 때문이다.  

첫째, 지금은 한국 자본주의의 침체 국면이다. 주기적 불황이라 하는 게 더 맞을지 아니면 장기 불황의 초입이라 해야 할지는 쟁점이지만, 아무튼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은 호황 국면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심을 정부 반대편으로 이끄는 중력이 작동한다. 더구나 정부가 이 중력을 상쇄하는 조치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말이다. 

바로 여기에서 두 번째 이유가 뒤따라 나온다. 정치 세계에서 상황을 단지 고수하려는 세력은 수동적 입장에 머물게 되고 수동적 정치 세력에게는 실패가 예정돼 있을 뿐이다. 반면 가장 저열한 수준에서라도 뭔가 정치 행위를 지속하는 정치 세력은 단기간이나마 주도권을 쥐게 된다. 총선을 1년 앞둔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1년, 반격에는 결코 부족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내년 총선이 촛불 항쟁의 최종적 실패로 귀결되지 않게 막으려면 정부-여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해오던 바의 정반대로 하면 된다. 관리 정부에서 개혁 정부로 돌아서면 된다. 북미 협상만 바라보기보다는 국내 개혁을 병행하면 된다. 

우선 뒤늦게나마 사회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므로 일단은 복지 혜택을 늘리는 조치에 전념해야 한다. 이런 조치는 자유한국당도 쉽게 반대할 수 없다. 가령 기초연금을 조기 인상해 현실화하거나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확충에 착수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장벽은 오직 경제 관료와 보수 언론의 균형재정 이데올로기를 돌파하지 못하는 정부-여당 자신의 소심함뿐이다.  

또한 개혁 공세를 통해 적극적인 국회 정치를 펼쳐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사법 개혁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한 방안이 현재 지지부진하기는 하지만, 이는 앞으로 1년간 국회에서 반복돼야 할 세력 구도와 대립 전선이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화의 정치를 시도할 때는 지났다. 극우화한 자유한국당과 정면 대립하길 두려워하지 말고 개혁 연합을 밀고 나가야 한다.  

단, 자유한국당과 대치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개혁 입법을 실제 관철해야 한다. 그러자면 원내 최대 연합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개혁 내용을 최소 합의 수준에 맞추길 꺼려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극우 세력을 합리적 여론으로부터 더욱 고립시키고, 촛불 계승 연합이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보다 먼저 결단해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노동법 개악과 같이 기득권층의 환심을 사려던 정책을 즉각 중단하는 일이다. 그런다고 보수층을 흡수하지도 못한다. 보수층의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오히려 정부-여당이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 다시 관심과 지지를 표할 것이다. 이것이 촛불 국면에서 작동한 동학(動學) 아니었는가. 

이제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딱 1년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국정 운영 기조를 지속한다면, 쏜살같이 지나갈 시간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기조를 과감히 추진한다면, 결코 부족하기만 한 시간은 아니다. 충분히 반전이 가능하다. 10년 같은 1년이 될 수 있다.  

정부-여당은 재보선 결과가 던지는 이 마지막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이 정권의 부침에 공동의 운명으로 엮여 있는 촛불 시민들이 던지는 마지막 충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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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취재거부, 이유 없는 일일까

 

[비평] 집회현장 기자 폭행에 잇딴 규탄 성명… 본질 사라진 노조 혐오 보도 되돌아봐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4.08 13:1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민주노총의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집회와 관련해 민주노총 조합원에 의해 MBN 촬영기자가 발목을 접지르고, TV조선 기자가 밀려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MBN·TV조선 기자협회를 비롯,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에서 민주노총에 항의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특정언론사에 대한 취재거부가 언론인에 대한 폭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취재기자 폭행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협회 등이 폭행 사태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민주노총 측도 "일어나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왜 이 같은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언론계 역시 따져볼 부분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의 취재거부를 유발한 특정 언론의 보도태도는 무엇이었는지 돌아보지 않고 일방적인 유감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저널리즘의 원칙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4월 3일자 MBN '뉴스8', 4월 4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3일 민주노총은 국회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에 항의하며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기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경찰 간 대치가 격화됐고, 현장을 취재 중이던 MBN 촬영기자가 민주노총 조합원에 의해 발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입었다. TV조선 기자에 대한 폭행은 경찰서에서 발생했다. 집회 과정에서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조합원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TV조선 기자는 김 위원장에게 “집회가 과격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합원 3명이 취재영상 삭제를 요구하며 기자를 밀었고, 기자는 넘어졌다. MBN 기자와 TV조선 기자는 전치 2주 판정을 받고 경찰에 폭행 신고를 접수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MBN·TV조선 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에서 잇따라 민주노총에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 MBN지부는 민주노총에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및 집회 현장에서의 취재 자유 보장 등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MBN 기자협회와 TV조선 기자협회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취재거부와 집회 현장에서의 위협이 적지 않았다며 취재거부는 취재원의 권리로서 존중하지만, 폭행은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 59개 방송사, 3천 여명의 방송기자들이 소속된 방송기자연합회는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노총을 '과거 군부독재 하수인'에 비유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성명에서 "박정희 독재시절, 동아투위 선배들이 발표한 자유언론실천선언의 결의사항은 '언론인을 불법 연행 폭행하지 말라'였다"며 "수적 우세를 이용해 집회를 취재 중인 기자를 폭행한다면 과거 군부독재의 하수인들과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국 신문·방송·통신사 소속 현직 기자 1만 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기자협회도 “취재기자를 폭행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헌법에 의해 언론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단지 불편한 관계, 다른 관점의 보도를 이유로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번 민주노총 일부 조합원들의 취재기자 폭행에 유감을 표명하며 기자들에 대한 폭행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의 비판처럼 취재기자에 대한 폭행은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MBN·TV조선 기자협회의 취재거부 권리를 존중한다는 입장 정도를 제외하면 이들의 비판 성명에서 사태발생의 근본 원인, 즉 특정언론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지 짚어보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기자협회가 언급하고 있는 '다른 관점의 보도'는 무엇이기에 이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4월 3일자 MBN '뉴스8', 4월 4일자 TV조선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사태가 발생한 3일 MBN 종합메인뉴스 '뉴스8'의 관련 리포트는 민주노총과 특정매체 간 갈등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MBN은 민주노총의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집회와 관련해 총 4건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우선 민주노총의 시위를 '폭력시위'로 규정한 리포트가 이 중 첫머리에 자리했다. 민주노총 집회 현장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장면들과 이에 대한 해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경찰 연행 내용이 대부분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주 52시간이 무력화된다는 입장이다'라는 문구가 민주노총 입장의 전부다.

이어 국회 환노위에서 이뤄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합의에 실패했다는 '단신' 뉴스가 전해진다. 남은 두 꼭지는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적인 행동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유달리 민주노총에서 폭력사고가 많이 난다"는 앵커멘트와 함께 민주노총 소속 MBN기자 폭행사태와 MBN노조·기자협회의 강력 항의 소식으로 채워졌다. 

이 날 MBN 뉴스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층위와 맥락, 쟁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국회 환노위 합의 불발 소식을 전하면서도 여야의 입장차이마저 전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폭력성'으로 점철된 보도였다. 

같은 날 TV조선 종합메인뉴스 '뉴스9'도 <국회 담장 부순 민노총…김명환 위원장 연행>리포트에서 "민주노총은 이렇게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며 조합원 경찰 연행 소식을 전했다. MBN 보도와의 차이점은 조합원 연행에 대한 민주노총 측의 반응과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짧게나마 소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행된 조합원들이 석방된 4일, TV조선은 석방 소식을 전하며 "민주노총이 법 위에 군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공화국', '민주노총의 국정농단' 등의 발언 인용이 이어졌다. 뒤이어 TV조선 기자에 대한 폭행사태와 한국기자협회의 비판 성명 소식도 함께 전했다. 같은 날 MBN 역시 '민주노총 공화국'이라는 한국당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민주노총은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매일경제, TV조선, 채널A, MBN 등 8개 매체에 취재제한을 두고 있다. 보수·경제 매체다. 각 사별로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째 취재제한이 지속된 상태다. 취재에 응한다 한들 이들 언론이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고, 정해진 논조로 민주노총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노조 MBN지부는 "지부는 그간 종편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MBN에 대해  취한 취재거부 조치를 풀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같은 노동자로서 동지의식을 가지고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 적극 참여했고, 민주노총 측에도 여러 차례 대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또 다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한 것"이라고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MBN지부의 '백방의 노력'이 취재거부의 근본원인이 되는 MBN 보도에도 미쳤는지 의문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폭행 사태와 특정 매체들의 보도태도에 대해 "기자분들에 대한 폭력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보수·경제매체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폭력성 문제를 얘기하는데, 어떤 집회와 시위를 하건 집회시위를 하는 이유나 주장을 담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노린다. 이 같은 보도행태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수매체는 노동시간과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싼 임금,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식으로 보도하고, 경제매체는 더 나아가 노골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민주노총 주장의 합당함이나 그 주장의 내용을 싣는 게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묻는 행태가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민주노총은 향후 집회현장에서 집회 시작 전과 중간에 공지를 통해 취재제한 매체들에 양해를 구하고, 기자들에 대한 폭행금지 안내를 실시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의 변화가 없다면 특정매체들에 대한 민주노총의 취재제한과 집회 참가자들의 거부감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성찰과 노력도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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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여성과 갓난아이 시신 수백구..." 목격자들도 충격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최소 '800명'… 억울하게 죽은 사람 많아

19.04.08 21:03l최종 업데이트 19.04.08 21:03l

 

 

 아산시 배방읍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아산시 배방읍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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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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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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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묻은 사체 일부와 옷가지 등이 땅 밖으로 노출돼 있었다. 그 주변에서 어린아이가 밤새 울다 지쳐 죽었다." - 증언 1
"산에 칡뿌리를 캐러 갔는데 사체가 방공호를 따라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부패한 시신이 나뒹굴고 악취가 진동했다." - 증언 2
"산에 나무하러 간 아이가 너무 무섭다고 도망쳤다. 곳곳에 삐져나온 해골바가지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증언 3


2018년 봄 설화산에서 부녀자와 아동, 노인 가리지 않고 학살당한 참혹한 현장이 공개됐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에서 208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녀 89점과 구슬을 비롯한 아이들 장난감이 다수 발견됐다. 감식 결과 어린이 유해만 58구로 확인됐다. 성인 남성은 19구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 인민군 부역 혐의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발굴된 유해는 주로 20~3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설화산에서 확인된 희생자 상당수는 가임기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발굴에 직접 참여한 전문 인력과 현장을 찾았던 봉사자 등은 60여 년 전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1950년 9월부터 1951년 1월까지 북한군 부역 혐의로 지목받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과 이웃들이 진상조사와 재판 없이 무참하게 총살당하고 흉기에 찔려 죽었다. 

67년 만에 양지로 나온 유골들은 민간인학살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민간인학살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아산시에서 최소 800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산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발굴을 계속할 예정이다.

대대적인 부역자 색출작전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현장
▲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현장
ⓒ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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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9월 26일(음력 8월 15일) 미군 기갑사단은 대전과 조치원을 차례로 수복했다. 이들이 천안을 통과해 서울로 진격할 것이라는 소식이 아산 지역에 퍼졌다.

 

아산지역 부역자 처벌은 1950년 9월 26일~27일 미군이 천안을 지나던 무렵부터 각 읍·면 치안을 맡았던 치안대에 의해 시작됐다. 그리고 9월 29일 온양 경찰이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민간인 희생의 가해자는 온양 경찰과 경찰의 지시를 받은 의용 경찰, 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등 치안대였다. 온양 경찰은 사찰계에서 주도해 부역 혐의자를 체포해 가두고 조사와 처벌까지 감행했다.

각 지서에는 본서에서 파견한 사찰 경찰이 지서 주임과 소속 순경 등과 함께 부역자를 분류해 처벌했다. 부역 혐의자 체포는 주민들의 증언이나 밀고로 이뤄졌고 조사과정에서 구타, 전기고문 등은 예삿일이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많았다. 희생 규모도 경찰서장이나 해당 지서 주임의 재량에 따라 달라졌다. 처형이 집행될 때는 경찰의 인솔로 치안대원들이 부역 혐의자들을 처형장소로 끌고 가 총살했다.

마을주민‧일가족 몰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
 
 이 자리에서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녀만 89점이 나왔다. 감식결과 어린이 유해만 58구로 확인됐다. 208구 유해 중 성인남성의 것은 19명에 불과했다.
▲  이 자리에서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녀만 89점이 나왔다. 감식결과 어린이 유해만 58구로 확인됐다. 208구 유해 중 성인남성의 것은 19명에 불과했다.
ⓒ 한국전쟁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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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리에서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녀만 89점이 나왔다. 감식결과 어린이 유해만 58구로 확인됐다. 208구 유해 중 성인남성의 것은 19구에 불과했다.
▲  이 자리에서 부녀자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비녀만 89점이 나왔다. 감식결과 어린이 유해만 58구로 확인됐다. 208구 유해 중 성인남성의 것은 19구에 불과했다.
ⓒ 한국전쟁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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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단의 조사와 생존 목격자들의 증언을 기록을 보면 한국전쟁 중 부역자 외에도 이웃이 이웃을 밀고하고,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죽고 죽이는 억울한 죽음이 수없이 저질러졌다. 

1950년 12월 초 배방면 북수리 4구에 살던 김석남씨는 온양경찰서에 수용됐다가 살해당했다. 앞서 김씨는 북수리 이장 곽세영씨의 공출 착복 사실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전쟁이 나자 청년방위대 소대장인 곽씨의 사위 정아무개씨가 김석남과 그 가족을 '빨갱이'로 몰아 김씨를 비롯해 일가족 5명을 살해했다. 

의용군으로 징집 나간 방씨 가족 5명, 의용군으로 징집된 부친을 둔 성낙구씨 가족 5명, 엄진섭씨와 그 처가 살해당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1951년 1월 초 배방면 장재리에서는 양대운씨와 처 이만순, 딸 양춘자와 양영순, 아들 양구창과 양춘호, 임신 중이던 양대운씨의동생 양대록의 처 윤순희, 그의 자녀인 유아 2명 등 일가족 10명이 모두 참변을 당했다. 

1951년 1월 5일 배방면 세교리 1구에서는 전달석과 모친 유아무개씨, 형 전윤옥과 전준옥, 형수 박아무개씨와 심아무개씨, 조카 전해달·전해광·전해자·전해종, 미작명 영아 1명 등 가족 11명도 경찰의 지시로 배방면사무소 창고에 감금됐다가 살해당했다. 이들은 전윤옥과 전준옥의 인민위원회 활동 혐의로 몰살당했다. 그리고 같은 날 저녁 세교리 주민 30여 명도 연행돼 총살됐다. 

당시 전달석의 동생 전유는 전해천, 김병학 등 세교리 주민과 서울에서 피난 왔던 이광수와 함께 처형장소로 가던 중 도망쳐 생존했다.

배방면 창고는 1·4후퇴(1951년 중공군의 공세에 따라 정부가 수도 서울에서 철수한 사건)시기에 배방면 주민들을 감금했던 곳이다. 부역 혐의자 가족들은 별도로 관리하고, 도민증 발급을 이유로 야간에 연행했다. 감금 기간은 보통 2~3일 정도였다. 1950년 12월 창고 보초를 섰던 임아무개씨는 주민들이 밤에 연행됐고 맞거나 발가벗겨지는 것을 목격했다. 임씨에 따르면 보초를 섰던 당시 40~50명의 주민이 갇혀 있었고 부녀자, 노인, 유아는 물론 갓난아기까지 포함돼 있었다. 

임씨는 당시 시체 썩는 냄새가 지독해 일하지 못했고, 결국 땅을 팔아버렸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1951년 1월 초 치안대원들이 주민 60~70명을 연행해 감금했다고 증언했다. "사람들이 '장날 소떼 엮이듯' 새끼줄로 묶인 채 끌려가 배방면 성재산 방공호에서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1951년 1월 7~8일 배방면 향토방위대가 면내 10여 개 마을주민 남녀노소 300여 명을 곡물창고에 집합시킨 후 저녁에 새끼줄로 묶어 성재산으로 끌고 가 총살했다"고 증언했다.

탕정면 용두리, 염치읍 대동리 유해발굴 계속
 
 한국전쟁 당시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한국전쟁 당시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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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에서 208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  2018년 충남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에서 208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 한국전쟁민간인학살유해발굴공동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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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는 올해 탕정면 용두리와 염치읍 대동리 새지기 일원에서 유해발굴을 이어갈 예정이다. 

9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탕정면 용두리와 염치 대동리 새지기, 두 곳은 생존자 증언에 따라 일부 현장 조사를 마친 상태다. 주민들은 탕정지서와 면사무소 곡물창고 등으로 연행했다가 용두리와 대동리 야산에서 처형당했다. 

아산시유족회 조사에 따르면 탕정면 희생자 유족은 70여 명이다. 희생자보다 유족이 적은 이유는 노인부터 갓난아기까지 부역 혐의자의 가족 전원을 학살했기 때문이다. 유족이 있더라도 '빨갱이'로 몰릴까 두려워 고향을 떠나야 했다. 생존한 유족들은 그동안 시신 수습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먼발치에서 술 한 잔 올리고 돌아서는 것조차 숨어서 해야 했다. 

탕정면과 염치읍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한 다수의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살해 도구로 총칼뿐만 아니라 농기구와 죽창 등을 사용해 더욱더 끔찍한 상황이었다. 아산시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사건 유해발굴사업을 위해 2018년 지방보조금 예산 1억1400만 원을 의회로부터 승인받았다. 전국지방자치단체 중 유해발굴사업을 직접 지원한 사례는 아산시가 처음이다.

"생존자들은 잊히기만을 강요당해왔다"
 
 홍남화 회장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지나간 역사를 끄집어내서 어쩌자는 것이냐며 불편해 하는 분들도 많다”며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매래는 없다’고 했던 신채호 선생님의 말처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산시민의 동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홍남화 회장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지나간 역사를 끄집어내서 어쩌자는 것이냐며 불편해 하는 분들도 많다”며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매래는 없다’고 했던 신채호 선생님의 말처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산시민의 동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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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잊히기만을 강요당해 왔다." 

홍남화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 회장이 탕정면과 염치읍 민간인학살 유해발굴사업을 앞두고 한 말이다. 

홍남화 회장은 "갈수록 매장지 위치를 찾기가 어렵고, 도시개발과 도로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유해발굴이 불가능한 곳도 많다"며 "한국전쟁 당시를 목격한 생존자의 증언을 듣기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지나간 역사를 끄집어내서 어쩌자는 것이냐며 불편해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산시민의 동행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는 일반 주부부터 회사원, 교사, 학생, 어르신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아산지역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일제 잔재 청산, 독립운동사 발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한국전쟁 아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사업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충남시사신문>은 아름다운사회건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이나 단체를 찾아가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가치를 소개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년째 한국전쟁 아산시 민간인학살 유해발굴사업을 추진중인 <민족문제연구소 아산지회>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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깰 수도 엎을 수도 없는 불가역적 북미협상

<분석과 전망> 지금의 북미협상이 옛날의 북미협상과 다른 점
  • 한성 자주통일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4.07 14:02
  • 댓글 0
▲ 테런스 오쇼너시 미 북부사령관{사진 : VOA캡처]

미국 내 전쟁세력이 북에 무기 폐기를 요구하는 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막기 위해서다.

테런스 오쇼너시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사령관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생산과 실전 배치가 임박했으며 미국 본토 공격용이라고 했다. 3일 미국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가 주최한 미사일 방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아울러 증인으로 참석한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북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처럼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북이 일반적으로 벌이는 전략적 군사활동에 대한 서술이어서다. 그럼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현 시기 북미협상을 중심에 놓고 전개되고 있는 북미대결전에서 미국이 북의 군사무기에 대한 우려를 유독 많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협상의 내용이 될 수 없는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폐기를 요구했던 조류와 궤를 같이 하는 흐름이다. 미국 내 전쟁세력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반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여론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미협상에서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내의 전쟁세력들이다. 북의 북미협상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환과 한반도 평화 구축 그리고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 내의 전쟁세력을 약화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정을 실현하며 더 나아가 세계 평화애호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반제평화전략으로 명명되고 있다. 미국 내의 전쟁세력들은 북미협상에서 북의 무장해제를 강조하고 있다. 대북제제의 해제의 조건으로 비핵화에서 더해 군사무기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탁에 오른 존 볼튼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빅딜문서 이른바, 노란 봉투에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폐기가 포함돼 있는 것에서 그리고 미군 수뇌들이 북의 ICBM과 SLBM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언급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 전쟁세력들이 북미협상을 통해 북의 무장해제를 강조하는 것은 6.12북미공동성명이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깨는 것을 종국적인 목적으로 한다.

북미대결에는 북미협상이 없으며 북미협상에는 북미대결이 있다.

북미대결전은 북미대결과 북미협상으로 구성된다. 북미대결은 북과 미국 내 전쟁세력들이 전개하는 북미대결전이며 북미협상은 북과 미국 내 평화세력이 전개하는 북미대결전이다. 북미대결은 미 전체가 북 전체와 격돌하는 강 대 강 대결로서 또렷하면서도 간결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북미협상은 복잡하다. 북과 미 평화세력 간의 대화이되 여기에 미국 내 전쟁세력이 개입해드는 양상을 띠는 것이 북미협상인 것이다. 북미대결은 북미협상 없이 진행되지만 북미협상은 그 안에 북미대결을 동반하는 이유다.

기간 북미대결전에서 역사적인 북미협상은 세 번 있었다. 94년 제네바 합의와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께 그리고 2005년 9.19공동성명 등이다. 그 북미협상들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다. 다 북의 핵미사일 연구.개발이 마련한 것들이었다. 북이 핵미사일 연구.개발을 하자 미국이 불려나왔던 것이다.

세 번에 걸친 전략적 북미협상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성과적으로 추동할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러나 다 파기되고 말았다. 미국은 그 책임을 북에게로 돌렸지만 거짓말이다. 세 번에 걸친 전략적 북미협상을 깬 것은 미 전쟁세력이었다. 미 전쟁세력이 북미협상에 어떻게 개입하고 어떻게 결렬시키는 지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는 가장 쉬운 사례로 70년 대 말 카터의 주한미군철군 철회 과정을 들 수가 있다.

주한미군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카터는 1977년 취임 직후 군에 철군방안 검토를 지시한다.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전쟁세력들은 대선 전 부터 작전에 돌입했다. 미 전쟁세력의 중심부에 있었던 스탠스필드 터너 CIA국장이 대북정보 특별팀을 꾸린 것이 핵심이었다. 육군 특별조사대 소속된 대북 정보담당관 존 암스트롱을 앞세웠다. 2년여 활동 끝에 암스트롱 보고서가 1978년에 완성됐다. 사단 숫자가 알려진 28개가 아니라 41개이며 지상군 숫자도 최대 65만명에 달할 뿐 만 아니라 탱크 수도 당초 알려진 것 보다 80% 이상이나 많고 새로운 탱크 사단도 존재한다는 것 등이 주 내용이었다. 남북 군사력이 균형을 이뤘다는 기존 미 정보기관의 평가를 뒤엎는 보고서였다. 주한미군철군론자였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심각한 파장을 낳을 심각한 보고서”라며 탄식을 했다. 카터의 철군론의 근거를 흔들어버리는 보고서였던 것이다. 미 전쟁세력은 한발 더 나아간다. 1979년 1월 ‘아미 타임스(The Army Times)’라는 국방전문지에 암스트롱 보고서 내용을 누출했다. 미 전쟁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주류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한 것은 미리 정해진 수순이었다. 카터는 결국 1979년 2월 9일 철군 보류결정을 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철군을 철회하고 만다.

북이 핵무력 완성 이후에 마련하고 있는 북미협상은 불가역적이다.

북은 핵.미사일 개발.연구로 미국에 세 번에 걸쳐 강제했던 북미협상이 미 전쟁세력에 막혀 깨지고 말자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핵.미사일 전략을 개발.연구에서 생산.배치로 바꾼 것이다. 그 역사적 전환이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이다. 북미협상은 곧바로 열렸다. 현 시기 북미협상은 북의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ICBM과 SLBM 등 북의 핵무력 완성이 불러온 판인 셈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폐기 문제가 억지로 오르고 이어 미군 수뇌들이 북의 ICBM과 SLBM 그리고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언급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 북미협상이 핵무력 완성으로 새롭게 꾸려졌음에도 미 전쟁세력의 북미협상에 대한 개입은 여전이 활발하다.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세계의 정세분석가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과정에 큰 역할을 한 볼턴에게서 카터의 주한미군철군론이 철회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터너 CIA국장을 떠올렸다. 아울러 볼턴이 들고 있던 노란 봉투에서는 터너 국장이 대북정보 특별팀에게서 건네받았던 암스트롱 보고서도 떠올렸다.

북미협상을 깨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방해하려는 미국 내 전쟁세력들의 음모적 행태는 하지만 이제 와서는 오래 갈 것이 못된다. 현 시기 북미협상은 핵미사일 연구.개발이 아니라 핵무력 완성이 마련해준 판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전쟁세력들이 그리하고 있듯 이런 저런 방해는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력한 반발일 뿐이다. 지금의 북미협상은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가 없으며 엎을 수는 더 더욱이나 없다. 현시기 북미협상이 갖는 특성인 불가역성이다. 이런 저런 곡절과 난관이 있기는 할 것이지만 북의 반제평화전략이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북미관게 수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는 이후 북미협상에 의해 실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성 자주통일연구소 소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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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명심해야 할 하노이의 교훈

[현안진단]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명확히 입증해야
2019.04.08 10:25:18
 

 

 

 

제재 완화에 매달리는 것은 잘못된 퍼즐 풀기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한 달여간 회담 결렬의 이유와 사정을 놓고 회담 당사자와 내외 전문가 사이에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이들은 양측 협상 카드 구성의 불균형에서 문제점을 찾기도 하고 혹은 톱다운 협상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한 협상 기술이나 미국의 국내정치적 변수를 문제 삼기도 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처럼, 회담 결과에 대한 전문가 사이의 여러 분석과 해석도 확실한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은 회담 결렬책임을 상대에게 넘기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편을 갈라 한 쪽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과 북한은 물론 주변 분석가들도 어느 누구 하나 협상을 깨자고 하는 측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상대를 비난하기보다는 협상 재개를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재개를 염원하면서 하노이에서 양측이 동시에 범했다고 생각하는 실수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대북제재 문제를 양측이 모두 협상 의제화했다는 점이다. 

제재를 부과하거나 해제하는 문제는 성격상 일방적 조치로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대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해야 풀 수 있으며,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한다면 그 진도에 맞추어 완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비핵화의 선행 조치가 먼저 있어야 한다.

뒤집어 생각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대북 제재는 북한이 요구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해제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대북 제재를 유지할 그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다. 

현실 경제의 절박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뜻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대북 제재 문제를 미국에게 추가 협상카드로 안겨준 셈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신 얻고자 하는 것이 겨우 대북 제재 해제라고 한다면 핵 개발에 쓸데없이 공을 들인 꼴이 된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얻고자 하는 것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보장이다. 비핵화의 대가는 북한이 비핵화로 당연히 취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협상의 대상이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 조치 이전에라도 일정한 선불을 요구할 수 있다.

제재 해제나 완화는 비핵화가 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비핵화의 결과로 북한이 핵포기 대신에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하는 비핵화의 대가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협상카드화 한다면 이 역시 안보리 권한 침해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적절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라면 카드로 쓸 수도 있다. 과거 리비아나 이란의 대미협상에서도 제재 해제의 내용이나 수준을 구체적으로 협상문에 담지 않았으며, 미국도 유엔안보리에 제재 해제를 건의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안보와 체제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비핵화의 대응물은 어디까지나 안보와 체제보장이다.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이행된다면 상황에 따라 당연하게 완화되거나 또는 해제되는 문제로 북한이 미국에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 또한 북한의 요구와 같이 비핵화 이행 정도에 맞춘 단계별 제재 해제란 수학 공식처럼 되는 일도 아니다. 

만약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에 나선 후, 따라오게 될 제재 완화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협상 분위기 차원에서 거론할 수는 있어도, 협상 의제로 하는 것은 상대측에 카드 하나를 더 얹어주는 결과만 되는 셈이다.  

비핵화 조치 이전에도 북한에 경제지원을 할 수는 있는데 그것은 유엔대북제재의 예외조치로서 가능한 것이지, 비핵화 이전에 제재해제를 취하면서까지 할 것은 아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응하여 미국에 요구할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 

협상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로부터 빈손으로 귀국할 때 가졌을 낭패감의 실체가 무엇이었을까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항간에는 협상팀이 문책당할 것이라거나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대미협상과 관련해서 부여했던 주민들의 과도한 기대를 통제하며 '새로운 길'의 모색에 주력할 것이라는 등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하노이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 추스르기를 하면서 미국을 다시 보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강의 지도자인 것은 트럼프 개인이 위대해서라기 보다 미국 자체가 세계 최강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도 국내정치에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재선을 원한다면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공산국가나 독재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할 때 북한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만 초점을 맞추어 협상을 한다면 앞으로도 제2의 하노이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의 생각에 실무진이 무조건 승복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은 더더군다나 대통령의 조치를 뒤집을 수도 있는 체제다. 따라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 너머에 있는 미국 자체와 협상을 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 여론의 신뢰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낮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미관계에서 만족할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대북 인식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회의적이고 보수적인 미국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북한은 14기 최고인민회의를 새로 구성했다. 그리고 곧 제1차 회의를 소집한다.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회의가 내부 몸 추스르기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하노이에서 놓친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의 수준이 아니라 북한 주민 전체의 총의로 국제사회에 보여주길 요청한다.

싱가포르의 역사적 성과물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만들었다.

하노이에서 완성하지 못한 성과를 수확하기 위해 이번에는 북한 주민의 결단으로, 다시 말해서 최고인민회의의 결정으로, 비핵화 실천 의지를 명백하게 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다시 살리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싱가포르 회담으로 모처럼 얻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다.  

제14기 최고인민회의는 헌법 개정을 통해 기존헌법 전문에 애매하게 표현된 핵무장 관련 언급을 완전히 삭제하고, 2013년 제13기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법령('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을 폐지하여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하노이 회담은 끝나지 않았으며 이를 한반도 평화노력의 실패사례로 남겨둘 수는 없다.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날 열리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노이 회담을 교훈 삼고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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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불쌍하면 낙태 허용? "그런 식으론 안 된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4/08 11:05
  • 수정일
    2019/04/08 11: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원 밖의 여자들 ②]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19.04.08 08:53l최종 업데이트 19.04.08 10:32l

 

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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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폐지 촉구 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29일, 제천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 안에서 영아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다음날 오전, 20대 여성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죄책감을 느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지 약 3개월 뒤, 18살 여성이 인공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수능이 끝난 후에야 인터넷 비밀 상담을 통해 접촉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사고를 당했다.


7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한 가지 물음을 남긴다. 만약, 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헌재는 오는 11일을 선고 기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일 변동 등의 변수가 없다면, 이날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이 절박하게 목소리 높이는 이유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부 사례를 떠나서도, 여성들에게 임신중지는 피부로 와닿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 2월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여성 4명 중 3명(75.4%)은 현행 낙태죄(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임신을 해본 여성 5명 중 1명(19.9%)이 임신중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이런 현실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 구성이 바뀌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낙태죄에 관한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지만, 그 '이후'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흔히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했으며, 빠르게 민주화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그 압축 성장을 못할 건 뭔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은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헌재가 현행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가가 임신중지를 여성의 권리로 인정하는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임신중지 약물 도입,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성과 재생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정책팀장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의 주최 단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아래 모낙페)에 녹색당 소속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헌재 앞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등 낙태죄 전면 폐지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 높이고 있다.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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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임신중지 권리는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 국이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여성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국가와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 임신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중지할 것인지, 출산할 것인지를 여성이 결정하고 그에 관한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기본권, 인권이다."

-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흔히 태아의 생명권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내세운다. 
"각자 개인의 윤리와 가치관이 있다. 어느 종교인이 그 종교 나름의 신념으로 임신중지를 반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개인의 도덕률이나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 사회에 강제하고 한 나라의 형법으로 규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임신중지를 강간, 살인, 사기, 횡령과 같은 범죄로 규율하는 것이 옳은가? 이는 여성의 몸 자체를 범죄화하고 여성의 몸에 낙인을 찍는 것이다. 낙태죄가 존재하는 한 여성은 평등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사회일 수 없다."

실제 한국은 임신중지에 극히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나라다. 우생학적·유전학적 요인, 강간, 근친상간 등 모자보건법이 말하는 특정한 사유 안에서만 예외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한다(모자보건법 제14조). OECD 36개국 낙태법을 비교해 보면 한국보다 임신중지가 어려운 국가는 단 한 곳, 칠레뿐이란 분석도 나온다(책 <배틀그라운드> 참조). 36개국 중 30개국은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거나, 본인이 원할 경우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

- 11일 헌재가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 임부 처벌 조항)와 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1항, 의료인 등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전망하나.
"특별히 전망하고 있지 않고, 다만 전향적이길 기대한다. 언론이야 예측을 내놓을 수 있고 저희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보는 건 있지만, 지금 무어라 말하긴 어렵다.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유로 위헌인 것인지, 헌법불합치라면 어떤 부분이 불합치라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다 달라진다. 결정문이 나올 텐데, 그 문구 하나하나를 뜯어봐야 한다."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선고 때는 재판관 의견이 4대4로 나눠졌다. 그때와 달리 이번 선고에서 6명 이상의 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내 정족수를 넘기더라도, 어떤 형태(단순 위헌, 한정 위헌, 헌법 불합치)와 논리를 택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헌재가 '임신 초기에까지 낙태죄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를 들면서 한정 위헌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2년 낙태죄를 두고 위헌 의견을 냈던 4명의 재판관들도 '초기에는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접근했을 뿐, 전면 폐지를 말하진 않았다. 이는 임신중지를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할 것을 요구하는 여성계 입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 임신중지를 허용하더라도, 주수나 사회경제적 사유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네가 정말 많이 가난하고, 돈도 못 벌면 임신중지를 허락해줄게'라는 식의 관점으론 안 된다. 커리어도 좋고, 연봉도 높은 어느 여성이라도 지금 이 시기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학생이고 벌이가 어려워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여성이라면 편견과 제약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주수나 사유는 '허락'의 요건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할 조건이다.

'이만큼 가난해야만 임신중지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이 정도로 가난하면 낳지 말라'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예를 들어 현행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중지를 '허락'한다. 이는 장애인이 출산을 하려고 하면 병원에서 '정말 낳으실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든지, 시설에서 불임시술을 강제 당한다든지 하는 현실로 나타난다. '허락'을 뒤집으면 '하지 말라'는 강요가 나온다."

권리로서의 임신중지 "여성들은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 국가가 임신중지를 허락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인가. 
"근본적으로 관점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임신중지는 국가가 처벌할 일도 아니지만, 더 나아가 허락할 일도 아니다. '처벌 안 한다, 다만 허락한 사유 안에서 임신중지를 하라'는 건 임신중지를 여전히 귄리가 아닌 시혜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여성들은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성과 재생산의 권리로서 임신중지의 유일한 기준은 임부의 요청이며, 임부의 건강과 안전만이 제한 조건이 돼야 한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중지는 여성의 기본권이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성의 판단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단순하고 지당한 명제이지만 이 기조를 명확히 세워야 구체적인 입법을 할 수 있다.

국가는 낙태죄가 전면 폐지되면 여성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거나, 문란한 성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피임 접근성을 높이고, 적절한 피임과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적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임신중지는 초기에 하는 것이 좋지만, 이를 '초기에만 허락해 주겠다'는 것과 '어떻게 하면 여성이 초기에 안전하게 중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지' 국가가 고민하는 것은 다르다."
 
 헌재 앞에서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지윤 정책팀장.
▲  헌재 앞에서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지윤 정책팀장.
ⓒ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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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전면 폐지는 너무 빠른 변화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소수자들이나 여성의 인권을 말하면 '나중에'라거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 '때'는 언제일까. 한국에서는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낙태죄가 개정도 없이 존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야 말로 여성 시민의 존엄에 심각하게 문제적이다.

다른 나라는 재생산권을 꾸준히 확장해온 역사가 있다. 반면 한국은 피임, 임신, 임신중지, 임신유지, 출산, 양육 등의 전 과정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자유롭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흔히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했으며, 빠르게 민주화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그 압축 성장을 못할 건 뭔가."

이어 그는 "다른 나라들의 선례를 봤을 때 너무나 자명한 건 임신중지를 어렵게 하면 오히려 모성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산부인과 의사 윤정원씨도 책 <배틀그라운드>에서 "미국에서는 임신중지가 합법화되면서 1970~1976년 사이 임신중지로 인한 모성사망이 1백만 명 출생 당 40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임신중지와 안전한 임신중지 사이에는 유효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뿐만 아니라 성교육·의료서비스 등 개선해야  

김 팀장은 "임신중지를 비범죄화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기부터 양질의 성교육을 보장하고 피임 정보 확대와 정확한 피임법의 접근성을 높여 원치 않는 임신 자체를 줄이는 것, 그리고 임신중지를 하려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평등 정책과 성교육을 강화하고, 피임 접근성을 높이고, 의사들에게 임신중지 의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보장하고, 이를 건강보험 안으로 포섭해내야 한다. 현재 의사들은 수련의 때 임신중지 시술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 임신중지가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의료인 교육 시스템 개선, 보완 교육 등 함께 보완돼야 할 것이 많다."

그는 이어 낙태죄가 폐지 되어도 임신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문화가 잔존하고, 시술하는 의료인을 낙인찍는 분위기가 된다면 여성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낙태죄는 제정 때부터 50년 이상 국가가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도구였다. 국가가 원할 땐 임신 중지가 강요되다시피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비난하고 낙인찍었다. 여성에 대한 치욕의 역사를 담고 있는 법이다. 낙태죄가 폐지는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 향상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낙태죄 폐지가 같이 가야 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이 사회서비스 등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 것,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것,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건 전부 맞물리는 문제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여성들은 낙태죄 폐지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졌다. 11일 헌재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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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 전환 외면하는 언론은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중동 외 신문들 ‘소방관 국가직 전환 청신호’ 입 모아… 한전이 책임 물게 될까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8일 월요일
 

강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진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은 지난 6일 응급대책, 재난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정 금융 등 특별 지원을 받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열악한 소방 인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SNS에서는 까맣게 그을린 마스크 사진이 공유됐다. 최전선에 나서 산불과 싸운 ‘숨은 영웅’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이 착용했다는 방진 마스크다.  

특수진화대원은 산사태, 병해충, 산림 훼손 등 산림 업무 대부분에 참여할 뿐 아니라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 속으로 들어가 진화하는 ‘수색대’ 역할을 한다. 산림청은 지난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를 자체 채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청과 20여개 관리소에 소속된 특수진화대는 총 330명이다. 

 

▲ 4월5일자 서울신문 3면.
▲ 4월8일자 서울신문 3면.
 

서울신문은 “특수진화대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수령하고 별도의 성과급과 다른 수당은 없다. 월급은 200만원도 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도 이들은 1년마다 새로 모집돼 늘 고용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때문에 이번 산불을 계기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산불 특수진화대의 전문성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분명하다”는 산림청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재됐고 청원 동참 인원은 7일 만에 16만명을 넘어섰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이미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으나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 4월5일자 국민일보 4면.
▲ 4월8일자 국민일보 4면.
 

국민일보는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5만명이 넘는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지방직의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인력과 장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도 확보하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거나 장비가 부실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주로 인력 확충이나 장비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강원 산불은 전국적이고 즉각적인 화재 대응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국가직 전환에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도 관련 소식을 기사나 사설에서 다뤘다. 

한편 언론의 이번 산불 진화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민일보(소방차·소방관 5배↑… 양양 산불보다 19시간 빨리 진화)는 “강원 고성·속초 산불 진화 대응은 14년 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와 비교할 때 19시간이나 완진 시간을 단축했다. 파견된 소방 인력과 차량도 5배나 늘었다”며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체제를 정립했기 때문이란 평가”라고 전했다.  

△소방청은 4일 오후 9시44분 화재 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 △4일 밤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 상황판단회의(오후 8시30분, 오후 11시30분)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가동(0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 주재(0시25분) △중대본부장 현장 브리핑(오전 3시) △국가재난사태 선포(오전 9시) △중앙수습지원단 운영(오후 5시) △6일 5개 시·군 특별재난지역선포(오후 12시33분) 순으로 정부 대처가 기민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의 허술함과 노후 장비 등 재난 대응 시스템 문제도 지적된다. 우선 강풍이 불 때나 야간에 띄울 산불 진화용 헬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초기 진화에 실패한 이번 산불이 고성 천진해변과 속초시내 등 두 갈래로 퍼졌음에도 ‘아날로그식’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 4월5일자 경향신문 1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는 “봄철 산불이 연례행사가 됐음에도 현재 강원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구조용 소형헬기 2대뿐이다. 전국적으로 산불진화에 가용할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소속 47대와 지자체가 민간인으로부터 임차한 66대 등 157대지만, 이마저 정비에 들어가는 헬기가 적지 않아 화재 진화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특히 이번처럼 해가 지고 난 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야간침투비행능력을 갖춘 일부 군 헬기 활용의 경우 작전용 헬기를 용도에 맞지 않는 곳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했다. 

경향신문도 산불 대응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 필요성을 제기했다. 헬기 등 장비 확충 문제와 더불어, 소나무 등 침엽수가 대형 산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구 과정에서 활엽수 비중을 늘려 산불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온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 80~90%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밀집한 곳이라는 점에서 산불 등 각종 재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산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난 보도 문제점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일 밤 늑장 특보로 뭇매를 맞은 공영방송은 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을 통해 “4일 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청각장애인들은 10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재난 대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긴급재난문자가 한국어로만 제공돼 외국인들이 산불 관련 정보를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해당 지역 기지국 내에 통신 중인 휴대폰에 일괄적으로 문자를 뿌리는 것이라 수신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일일이 구분할 수 없다”며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게 재난 정보를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경찰은 5일 국과수에 고성 산불 원인이 된 전신주 개폐기와 전선의 감정을 의뢰했다. 한국일보는 “피해가 컸던 고성·속초 화재 발화장소인 전신주 개폐기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관리자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주민들의 줄소송이 이어져 막대한 규모의 손배소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86명이 사망하고 가옥 및 건물 1만4000여채가 소실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경우,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이 지난달 28일 발화 책임을 인정하며 “회사 측이 무려 105억달러(11조949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5·18 때 공군 수송기, 김해로 ‘시체’ 옮겼다” 

76명의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을 수 있을까. 5·18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광주 외부로 ‘시체’를 운반한 기록이 담긴 문건이 나타났다. 8일자 경향신문이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군의 3급 비밀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 가운데 1980년 5월25일 ‘김해~광주’를 운항한 수송기 기록 옆에 ‘시체(屍體)’라고 적혀 있다. 경향신문은 “김해로 옮겨진 ‘시체’는 군인 사망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중 영남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군은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은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영현(英顯)’으로 기록하며 ‘시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문건이 육군본부가 5·18민주화운동 1년 뒤인 1981년 6월 ‘광주사태의 종합분석’이라는 부제로 243권만 만들어졌으며, 문건 110쪽에는 5·18 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과 수송 물품 등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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