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1.05.22. 03:32:50 최종수정 2021.05.22. 06:14:03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 분야 등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간의 활발한 투자는 신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기업의 투자액을 합하면 400억 달러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70년 간 이어온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해왔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액 중 27%를 미국에 투자했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 투자 중 25%가 미국 기업의 투자"라면서 "최근 현대차가 74억 불을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투자 계획 외에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를 들여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이들 4대 그룹이 미국 현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394억 달러다.
문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위기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양국 산업 협력의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을 꼽았다. 반도체 협력과 관련해선 "삼성전자는 170억 불을 투자하여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센터를 신축한다"며 "미국의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은 한국에 첨단 반도체 소재 R&D센터를 구축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SK와 LG의 배터리 분야 투자와 관련해선 "최근까지 미국 내 43억 불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해 왔고, 미국 자동차 기업들과 합작 또는 단독 투자를 통해 140억 불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센티브와 용수, 원자재 등 기반 인프라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분야 500억 달러 대규모 지원 계획을 갖고 있으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투자 인센티브, 예를 들면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 등 인프라와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운 LG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대미 투자와 아울러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아이젠하워 행정동 발코니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뒤이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사실을 찾아 카말라 데비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책임 동맹'을 강조하며 빈틈 없는 공조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먼저 해리스 부통령에게 "따뜻한 환대에 감사드린다"면서 "그동안 민주주의와 여성,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소수자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셨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해리스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백신 접종과 경제회복으로 더 나은 재건을 실현하면서 미국의 정신을 되살려 포용과 통합의 길을 걷고 있는 것에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동맹으로 코로나 극복과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여정에 늘 함께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빈틈없이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적으로는 우리 양국의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우리가 함께 자유롭고 열린, 그리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증진시킬 수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양국의 강력한 동반자 관계 및 한반도 내외 도전과제 등 광범위한 사항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발언을 마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발코니로 나가 워싱턴 D.C.의 상징물인 워싱턴 모뉴먼트를 바라보며 마스크 없이 대화를 나눴다.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광화문촛불연대, 민생경제연구소, 서울주권연대, 21세기조선의열단 등의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계속 고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내곡동 땅 소유 허위사실 유포), 형법상 명예훼손(용산참사로 희생된 세입자·철거민들에 대한 심각한 음해와 허위의 비난 등), 허위사실 유포(전광훈 집회 참석, 파이시티 비리 인허가, 내곡동 경작 현장에 참가 여부) 등의 혐의로 오 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준성 강북우리마을위원회 대표는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 사실을 언급하면서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서 진실이 밝혀질 경우에 사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라고 상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08년 서울시장을 지냈을 당시 처가 소유 토지가 포함된 내곡동 신규택지 개발사업을 시의 핵심성과지표(KPI)로 선정해 3급 이상 실·국장에 매달 직접 보고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4월 30일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시 시정 주요일지와 2008~2009년 주요 사업계획 자료 등에 따르면 내곡지구 개발사업은 당시 서울시 주택공급과의 핵심성과지표(KPI)로, 2007~2011년 단계별 사업 추진 내용이 명시됐다.
서울시 ‘2008년도 주요 사업계획’과 ‘2009년도 주요 사업계획’ 자료를 보면 KPI 항목 ‘택지개발’에 ‘신규 택지개발사업 예정지구’로 내곡지구와 수서2지구가 나와 있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2009년 내곡지구에 대해 택지개발 지구로 지정 추진했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김준성 대표는 또 “당시 오세훈 후보 처가 땅을 보러 가기 위해서 오세훈 후보가 직접 갔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을 동원해서 그 증언자들을 거짓말쟁이로 추락시키고 자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은)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선거에 당선됐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은 선거법(위반)으로 응당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준성 대표는 오 시장에 대한 수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이 오 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라며 “서울경찰청은 지금 즉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신속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해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기회회견을 마치고 김은희 서울주권연대 대표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전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경찰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위사실 유포 선거법 위반 혐의를 즉각 대대적으로 수사하라!
광화문촛불연대, 국민주권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1, 2, 3차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고발을 진행했다.
1차 고발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내곡동 땅 소유 허위사실 유포), 형법상 명예훼손(용산참사로 희생된 세입자·철거민들에 대한 심각한 음해와 허위의 비난 등)에 대해 진행했다.
2차 고발은 허위사실 유포(전광훈 집회 참석, 파이시티 비리 인허가, 내곡동 경작 현장에 참가 여부), 명예훼손 행위(내곡동 목격자 음해), 무고(보도기자 고소고발)로 진행되었다.
3차 고발은 서초구청을 통해 불법적으로 내곡동 안고을 식당 주인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유출한 국민의 힘 관계자에 대한 고발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곡동 땅의 진실이 드러날 경우 후보 사퇴를 분명히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일 목격자가 6명가량 되고 명백한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모략하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최근 2005년 6월 13일 내곡동 토지 측량 당일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송상호 교수(오세훈 서울시장의 처남, 현 경희대 경영대학원 원장)는 당일 수업이 없었으나 근태 관련 복무 현황은 밝힐 수 없다며 정보공개청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는 오세훈 시장은 말 바꾸기를 계속하며 서울시정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계속 고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며, 오세훈 시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22일 토요일 새벽(한국시각)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이 명시될 전망이다. 또한 한미 미사일지침(RMG·Revised Missile Guideline)의 완전 해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보좌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한국시각) 오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하지 않았나,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에서 판문점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면서 "북미 간 합의뿐 아니라 남북 간 합의도 모두 존중한다는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를 포함해 그동안 성사된 북미 비핵화 합의들을 토대로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또한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 가능성에 대해 내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42년 된 것이고, 당시 우리가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통제하에 미사일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족쇄가 됐다"면서 "따라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미사일 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숙제로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978년 박정희 정권이 한국 최초의 탄도미사일 '백곰' 성공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한 개발 중단을 촉구하면서 한미 미사일지침(RMG)이 생겼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미사일지침에서 탄도중량을 상향하고, 특정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추진체 모터 제한을 해제했다. RMG가 완전 해제될 경우 우리 독자적인 무인항공기 및 우주발사체 연구를 제한해왔던 족쇄가 풀리게 된다.
이어 한미 두 정상은 '한미 원자력 제3국 공동 진출'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원전 협력을 논의하고 회담 후 그 결과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 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자는 취지이고, 원전 산업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 만큼 가격경쟁력, 품질관리, 시설관리 면에서 우수성을 지닌 나라도 없다"면서 "원천기술·설계기술의 경우 한국도 수준이 상당하지만, 미국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중동이나 유럽 등에서는 원전 건설 수요가 있는데, 한미가 손을 잡고 진출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동맹으로서 미래에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공유하고, 이를 이번 회담으로 명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공동성명에 중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요인으로 명시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에 대한 표현이 없을 수 없다"라고만 밝혔다.
'한미 혈맹' 상징화한 문 대통령의 특별한 선물
▲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전시관에서 전달한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패.
미국을 방문중인 문 대통령의 행보와 미국의 태도를 살펴보면, 이번 정상회담 및 공동성명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문 대통령은 '한미 혈맹'의 상징이자 미국 최대 국립묘지 중 한 곳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20일(아래 현지시각) 오전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곳은 미국의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 참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이곳에서 방미 일정을 시작한 것은 한미 간의 공고한 관계를 이른바 '한국전 외교'로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국립묘지 기념실에 무명용사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아주 특별한 기념패를 기증했다. 우리 국군유해발굴단이 발굴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 피복류(바지, 단추)를 활용해 만든 기념패는 한국전 참전용사와 알링턴 국립묘지 무명용사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기념품을 전달받은 캐런 듀렘-아길레라 알링턴 국립묘지 기념관장은 "전사자의 유품이지만 마치 참전용사가 미국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며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기념품을 볼 때마다 참전용사들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한 분까지 찾아서 돌려보내겠다는 대통령 말씀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전시실에서 근무하는 메리 카펜더는 "나의 부친이 한국전에 참전하셨고, 생존해서 복귀하셨다, 오늘 기념품에 부착된 유품을 보면서 가슴이 찡함을 느꼈다"면서 "많은 정상들의 선물을 보아 왔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었고, 매우 의미있는 기념품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심하고 후한 미국의 대접... 정상회담 기대감 높아져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이같은 '혈맹 외교'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을 처리하는 등 세심한 조치들을 취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미국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하는 행사를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에 갖는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자리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오후 문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있는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미 의회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하원 외교위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과 한국계 앤디 김 의원 등 민주당 하원의원 4명이 이날 '한반도 평화 법안(Peace on the Korean Peninsular Act)'을 발의한 것이다. 한반도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법안에는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을 상기하면서 "두 정상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견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이 관여하는 회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를 감안한 미 국무부의 외교적 관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후한 대접' 속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이라 회담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내용이 공동성명에 얼마나 담길까.
“조선은 누구 편이냐?”라는 물음에 “(중국) 명나라 편입니다”라는 답변만으로 평온해질 수 없는 상태를 격변기라 부른다. 광해군과 인조반정이 일어난 ‘명청교체기’, 구한말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만주진출 시기가 대표적인 격변기다. 우리 근대사는 두 번의 격변기에 모두 국운이 몰락하고 말았다. 1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격변기, 역사의 교훈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편집자]
(1) 격변기를 알리는 3가지 징후
(2) 북, 반미 전민항쟁 준비에 박차
(3) 적대관계로 돌아선 남과 북
(4) 격변기, 한반도의 선택은?
1. 세계 패권질서의 대전환
1990년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몰락 이후 지난 30년 간 유지해 온 미국의 유일패권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는 격변기에 접어들었다.
먼저, 중·미 패권각축은 이전까지는 미국의 견제정책과 중국의 장기전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동에 힘을 집중하고 있었고 중국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대중국포위전략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공격적인 양상을 띠면서 중국도 ‘맞대응전술’이 불가피해졌다.
다음으로, 북미대결은 90년대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비핵화 대 보상’이라는 협상이 완전히 끝나고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함을 말한다. 북은 ‘강대강 선대선’원칙을 표방하면서 핵무력 고도화와 경제강국 건설로 미국을 제압하는 반미전민항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대북압살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의 공통점은 둘 다 미국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며, 차이는 트럼프 정권이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자원과 힘을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동맹의 복원’을 통해 ‘미국중심의 대중국포위동맹 구축’이 핵심이라는 데 있다.
트럼프가 분쟁에 대한 개입의 최소화를 꾀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매우 공격적으로 분쟁을 조장하고 개입하며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한다.
2.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동북아 정세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동맹과 북·중·러반제연합전선 사이 본격적인 진영대결이 전면화했다. 이를 ‘신냉전시대의 도래’로 보는 것은 정세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전후 냉전질서가 힘의 균형에 의한 대치국면이었다면 지금은 미국의 쇠락으로 힘의 균형이 깨지는 격변기다. 또한, 과거 냉전시기 반공이데올로기는 힘을 잃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질서재편의 핵심동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서방의 친미 국가조차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조건에서 바이든의 ‘인권’을 무기로 가치동맹이 힘을 받을 리 없다. 특히 코로나와 대선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의’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가치동맹’은 이데올로기로서 한계가 더욱 뚜렷해졌다.
3.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몰락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심각한 저항과 파산 위기에 부딪혔다. 오늘날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임계치에 달했다. 개별나라에서의 빈부격차는 물론 이른바 중심국과 주변국사이의 빈부격차는 극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펜더믹으로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
전 세계 3억 7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식중단으로 기아선상에 허덕이고 있다.(세계식량기구발표) 반면 미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020년 3월 이후 1조 1천억 달러(약 1천3백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 11개월 동안의 국가 비상사태 동안 거의 50% 증가한 것이다.(미연방준비이사회 발표)
미국상위 50명의 재산(약 2조 달러)은 하위 50%(약 1억 7천만 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고, 상위 1%의 재산이 하위 50%의 재산보다 10배가 더 많다. 미국 성인 25%가 실업수당과 무료급식으로 연명하고 있고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다.
미국 자본가들 입에서 이대로 가면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민중봉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주목할 것은 2008년 금융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자산버블 붕괴가 예견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펜데믹에 빈부격차가 커진 이유는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주식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여 실물경제는 후퇴하는데 주가는 뛰고 금융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미국 부자들의 코로나 이후 핵심 수익원은 주식이었다. 상위 1%가 벌어들인 주식 소득만 2조3811억 달러로 대한민국 1년 예산의 6배에 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실물자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율은 약 400%에 이른다. 노름판에 있는 사람들의 재산을 다 합치면 일억원인데 판돈은 4억 원인 셈이다. 특히 금융자본은 경기가 어려울수록 실물투자를 꺼린다. 결국 일자리와 생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돈놀이에만 몰입하다가 인플레이션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버블이 부동산버블과 연동되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2008년 금융위기가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세계화된 금융시스템을 한순간에 마비시키는 파괴력을 통해 전 세계 민중의 삶이 언제 어떻게 파괴될지 모른다.
서울의 재건축 예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또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보완’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민·관 협력을 통한 주택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대출 등 규제완화를 시사한 송영길 신임 대표와,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이런 논의를 하루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span>
한국일보는 최근 정부 기조를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성이 좋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비구역은 공공이, 사업성이 충분한 곳은 민간이 맡는 ‘투 트랙 전략’으로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은 18일 주택공급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공공이 중심이 되는 공급과 민간이 중심이 되는 공급이 조화롭게 추진돼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서 20일 홍남기경제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2·4 주택 공급대책 사업과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방안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송파구, 영등포구, 성동구 등 재건축 단지가 집중된 서울 자치구 오름세가 두드러지면서 ‘토지거래허가제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 제도가 가격을 직접 규제하지 못하기에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나, 그럼에도 ‘필요하다’고 봤다. “섣부른 해제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궁극적으론 과도한 개발이익을 개인이 독점하는 것을 막아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며 “개발이익을 개인과 공공이 나누는 식으로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누그러뜨려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석을 전했다.
▲5월21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견이 확인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특위는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기존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일보(1주택자 종부세 완화, 與 특위서 찬반 팽팽)는 “특위는 ‘전문가 의견수렴→지도부 보고→의원 총회→당·정 협의 과정’을 거쳐 이달 말 세부안을 공개한다”며 “20일 재산세 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특위 관계자는 ‘재산세만 따로 떼어내 발표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추가 유예 없이 다음달 1일 예정대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및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 3선 의원들은 송영길 대표를 만나 “부동산 대책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비판했다. 3선 의원 중 국무위원을 제외한 22명 중 14명이 참석한 자리에서다. 경향신문(“부동산 대책의 순서가 뒤죽박죽” 3선 의원들 ‘송영길호’에 쓴소리)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정책이 공급 정책보다 우선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당의 쇄신이 느슨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송 대표를 향해 “즉흥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일부 신문은 이를 ‘친문계 반발’로 규정했다. 세계일보(친문 반발 종부세·양도세 손도 못 대…대출규제 완화도 진통)는 “종부세, 양도세 관련 논의는 당내 친문(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발 여론에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라며 “친문계는 부동산 세제 완화가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가격 안정 △투기 근절 △안정적 공급이라는 부동산 3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5월2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민주당을 향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과 및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이 오기 전 결론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 사설(결론 못 낸 與 부동산 대책, 조속히 논란 정리를)은 “논의가 힘싸움 양상으로 번지면 합리적 정책 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임기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책 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부동산 민심을 적극 수용하는 현명한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정부·여당 ‘부동산 세제’ 보완 조속히 매듭지어야)도 “여당의 부동산 정책 보완 방안을 두고 상반되는 의견이 쏟아지자 ‘혼선’이라느니 ‘자중지란’이라느니 하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온다)”며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뒤탈이 적다. 하지만 똑같은 논의가 되풀이되면서 결정이 미뤄지는 건 곤란하다”고 당부했다.
적극적 규제 완화를 촉구했던 신문은 민주당을 더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부동산 대책, 미봉책으로는 혼란 안 끝난다)은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무거우면 시장에서는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된다. 결국 매물 잠김과 풍선효과만 극심해져 집값 상승과 전·월세 불안을 부채질한다”며 “투기와 무관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사설(4·7 재·보선 이전으로 돌아간 與)의 경우 “친문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근본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묻혔고 정책 재검토는 용두사미가 돼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근본 정책 전환 대신 이전에 하던 대로 편 가르기 ‘부동산 정치’만 계속하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편 강북 지역 일대의 개발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1면에 “용산·창동…이름만 남은 강북개발”에 이어, 3면에는 “강남 3구 생산액 133조원, 강북 노도강은 13조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서울시에서도 초 고가로 집값이 형성된 강남3구와 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집값을 비교하며 해당 지역의 개발을 촉구한 것이다. 3면에는 이어 “강남 14.8억 vs 강북 7.1억…집값 격차, 文정부 들어 더 벌어져”라는 제목의 기사를 함께 배치했다.
야권 전당대회 관심, ‘세대 교체’ 등 주목
정치권에서는 내달 11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도 관심이 모인다. 20일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당 대표 경선 공식 출마 선언으로 조경태·주호영·홍문표·윤영석·조해진·김웅·김은혜·신상진 등 10명의 주자가 나섰다. 중앙일보(야당 당권 10명 대진표 완성…“주호영·나경원·이준석 3파전”)는 “기존엔 영남 주자(조경태·주호영·윤영석·조해진)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서울을 기반으로 한 두 사람(나경원·이준석)의 가세로 신상진·김웅·김은혜까지 더해 팽팽한 지역대결(수도권 vs 영남) 구도가 짜여졌다”며 “여기에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각각 뚜렷한 보수와 쇄신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이들의 가세로 ‘개혁 강조 초선 vs 경륜 중시 중진’ 구도가 뚜렷해졌다”고 대결 구도를 분석했다.
▲5월21일자 중앙일보 10면 기사
경향신문(국민의힘 ‘신·구 대전’)은 이번 전당대회 핵심을 국민의힘 내부의 ‘신·구대결’로 표현했다. 이 신문은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선 새 인물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이 선전하고 있다. 기성 정치인 중에선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며 “신진그룹으로 불리는 김웅·김은혜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단일화도 주요 변수”라 봤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현재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각각 우세한 나 전 의원과 주 전 원내대표의 양강 구도가 ‘3강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전했다.
서울신문(野 최고위원 새내기 후보 ‘참신공약’)도 “중진의원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신진세력이 최고위원회 다수를 차지하면 국민의힘이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기후위기’를 들고 나온 김용태 당협위원장, ‘빅데이터’ 기반 정당을 만들겠다는 이영 의원, ‘플랫폼 노동’을 강조한 김웅 의원, ‘체육계 인권’ 문제에 집중해온 이용 의원 등 “기존 보수정당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온 초선·청년 후보” 들을 주목했다.
한국일보 이준희 고문은 칼럼(야당 대표경선이 기대되는 이유)에서 “제1야당에서 보이는 변화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선수(選數)가 계급인 문화에서 초선들이 줄줄이 당대표에 도전장을 던지고, 제대로 선출된 적도 없는 원외 젊은이가 중진들을 앞선다”며 “이번 야당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여야 정파를 넘어 우리 정치사에서 그 의미를 확인하는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코로나19 백신, 적극적으로 접종률 높여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수급난 안개 걷히니 이번엔 접종률 암초)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코로나19 백신 공급난이 풀리는가 했더니 ‘백신 접종률’이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난 셈”이라 우려했다.
▲5월21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한국일보 사설(백신 불안감 해소 위해 교차접종 고려할 만)은 “접종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특정 백신 기피 현상”이라며 “아직 일반적이지 않지만 독일, 프랑스에서도 교차 접종을 허용하고 있으니 우리도 검증을 거쳐 이런 길을 열어준다면 백신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검토 중인 인센티브 도입도 필요하다. 금전 보상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2주 격리 면제, 다중시설 이용과 사적 모임 제한 완화 등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동아일보 사설(50%에 불과한 백신 예약률, 접종 인센티브 필요하다)은 “앞서 75세 이상에 대해서는 접종 대상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접종 일정을 정했고 동의율이 80%를 넘었다. 다만 60∼74세 인구가 75세 이상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일선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접종자에 대한 교통편 제공 등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접종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백신 접종은 본인의 건강은 물론 주변을 위한 최선의 배려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2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의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수급난 안개 걷히니 이번엔 접종률 암초
국민일보: 재산세 기준 9억 가닥 종부·양도세는 ‘미궁’
동아일보: 세종시 특공 4채 중 1채는 실거주 안해
서울신문: 1인가구통계 넣으니 빈부 격차 더 커졌다
세계일보: 與, 부동산 정책 보완 ‘용두사미’
조선일보: 용산·창동…이름만 남은 강북개발
중앙일보: 한·미 기업발 코어테크·백신 동맹
한겨레: 부실대학 ‘3진아웃’…강제 폐교한다
한국일보: 공공주도→민관 투트랙, 주택공급 방향 튼다
2014년 ‘50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 피해... 미국 4차례나 유엔 안보리 휴전 촉구 성명 반대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2021-05-21 08:25:57수정2021-05-21 08:25:57
열흘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잔해 모습 (2021.5.20.)ⓒ뉴시스, AP통신</figcaption>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충돌 열흘 만에 조건 없이 상호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휴전 합의는 이집트가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figcaption>
A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21일 오전 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이스라엘과 상호 휴전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이날 안보 관련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이 “이집트가 제안한 상호 휴전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만장일치로 표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팔레스타인 지역에 각각 대표단을 파견해 휴전 과정을 감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65명, 여성 39명을 포함해 최소 23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팔레스타인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충돌은 2천 명 이상이 사망했던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이른바 ‘50일 전쟁’ 이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충돌이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 시설과 언론기관이 입주한 건물까지 폭격하기도 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종교 행사 이후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펼치자 이스라엘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발생했다. 이후 하마스는 10일까지 이스라엘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로켓포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계기로 폭격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엄청난 공습을 감행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지역에 4천500발 이상의 로켓포와 대전차포를 발사했다,
이스라엘 측은 아이언돔을 이용한 로켓포 공격 방어로 대부분 하마스가 공격한 로켓포를 파괴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첨단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기반 시설도 파괴되는 등 쑥대밭이 됐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4차례나 이를 저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최근까지 프랑스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미국이 반대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은 사태 악화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직후에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입법동의 청원’이 시작한 지 9일 만인 5월 19일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달성했다.
각계각층이 입법동의 청원에 참여했으며,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입법동의 청원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자기의 사연과 함께 입법동의를 호소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인지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9일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만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여론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하 폐지행동)이 20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동의 청원에 참여해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본격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폐지행동은 예상보다 빠르게 10만 명 목표가 달성된 데 대해 “시대착오적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이제는 정리하자는 국민의 의사”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 이상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분단 악법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평화통일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확고히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폐지행동은 이제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지행동은 이후 계획을 크게 두 가지로 밝혔다.
첫 번째는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 추진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면담, 국가보안법 폐지 동참 의원 확대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토론회 및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대중 사업으로 ‘각계 연속 선언·매월 집중 선전전·9월 말 10월 초 대중 집회’를 진행하면서 11월 대국회 압박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유력한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 공약화를 위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9일 만에 입법동의 청원이 달성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절박성을 보여준 것이다. 국회의원들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제 딱 폐지하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73년 동안 이루지 못한 한을 푸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자신감을 이번 입법동의 청원을 하면서 얻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 안아 자신감 있게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새 역사를 쓰는 일에 화답해야 한다. 진보당은 역사의 고비를 넘는데 실천적으로 하겠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국가보안법이 웬 말인가.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의 굴레는 모든 것을 초월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열망이 모여 이번 입법동의가 9일 만에 달성되었다. 민주노총은 2021년 국가보안법 폐지의 원년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천주교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송년홍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한 100년 적폐법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적폐 청산을 임무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우희종 교수, 바른불가재가모임 대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은 있을 수 없다. 제주4·3항쟁을 5·18을 가르칠 때도 그 자료가 이적표현물로 문제 삼아져 조사받았던 교사들이 많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사들은 끝까지 국보법 폐지를 위해 함께 실천하겠다.”(박미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싶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 (박승렬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폐지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제 시작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국회 주요 정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폐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얼마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8년째 감옥에 있는 이석기 전 국회의원 등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래는 폐지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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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이제,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시킵시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 청원이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5월 10일부터 시작되어 만 9일 만에 10만 명의 청원을 받았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10만 명 목표가 달성되었습니다.
이는 시대착오적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이제는 기어이 정리하자는 국민의 의사이며 북미 정상, 남북 정상이 만나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더 이상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분단 악법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평화통일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분단과 독재, 사상검열과 마녀사냥의 질곡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확고히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최근 있었던 ‘세기와 더불어’ 출판 논란은, 국민들이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강요하는 대결과 적대를 수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는 이미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하고 있는 대결과 적대의 잔해들에 위축되어,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 기초학력 신장을 강조하고 '작은학교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는 진보 교육감이 있다. 진보교육을 대표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주장과는 엇갈리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감의 이력이 특이하다. 전교조 전남지부장, 전교조 사무처장을 거쳐 2011년부터 2년간 전교조 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6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 교육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교육복지에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학습복지"라면서 "아이들에게 무상교복, 무상급식, 무상수업료 등과 같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학습복지"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갈만한 기본 기초학습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학습복지야말로 교육복지의 핵심 사항"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 교육감은 전교조가 반대 주장을 명확히 한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기초학력 보장법안'에도 "찬성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장 교육감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육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작은학교를 보는 시각이 있었다"고 꼬집으면서 "작은학교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너무 작은 학교는 아름답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아름다운 것인데,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아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장 교육감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 올해 4월까지 24개월째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의 평균 지지도는 38.5%였는데, 장 교육감만 50%를 넘긴 50.4%였다. 이에 대해 장 교육감은 "일관되게 학생중심, 교실중심의 교육을 주장해온 게 도민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37년간 중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해온 장 교육감은 2018년 7월 교육감 취임 전에는 전남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와 학교급식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은 데 이어 2016년 촛불집회 정국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도 맡았다. 그는 2018년 교육감 선거 당시 '아이들과 함께 37년, 준비된 촛불 교육감'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장 교육감은 그동안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품었던 마음을 바꾼 것일까? 그가 그리는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일 오후 12시30분부터 2시간에 걸쳐 전남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장 교육감을 만났다.
-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2년 째 줄곧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부족한 저를 높게 평가해주신 도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관되게 학생중심, 교실중심의 교육을 주장했고요. 이를 위해서 '학생들은 소중하다, 특별하다, 그리고 평등하다'는 관점 속에서 전남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내용들이 도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 전남교육청에서는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남은 1982년 이후 (작은학교) 통폐합으로 농어촌학교 828개가 사라졌습니다. 2020년에도 인구가 1만 7000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평균 1만 명 이상이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고 있는데요. 이분들 85%가 20~30대, 미래의 학부모들입니다.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 870여 개 학교 중에서 43%가 전체 학생 수가 60명 이하입니다. 학생 수 30명 이하는 22% 정도, 학생 수 20명 이하는 11%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인구유출도 지속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관점 속에서 작은학교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요. 그게 바로 통합운영학교입니다."
- 통합운영학교 사업은 어떤 규모로 진행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과거부터 통합운영학교 12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늬만 통합학교였어요. 이제 정말 제대로, 원칙대로 통합운영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교무실도 통합하고, 캠퍼스도 통합하고, 부분적이나마 교육과정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기존 12개 통합운영학교에 더해 내년까지 30개 정도의 통합운영학교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면 상당수의 학교가 분교장으로 격하되고, 이후에는 곧 폐교수순을 밟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작은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진하는 게 초중등 통합운영학교입니다. 면단위로 작은 초등학교와 작은 중학교, 이 두 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겁니다. 중고교 통합학교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학교 환경을 개선하고 스마트 미래학교 공간혁신을 할 수 있습니다."
- 취지는 알겠는데, 결국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과는 대립되는 내용 아닌가요?
"(작은학교들을) 그냥 놔두면 폐교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운영학교가 오히려 학교 폐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태껏 교육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작은 학교를 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작은학교는 아름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인데요.
"물론 작은학교는 아름답죠. 그러나 이 작은학교가 진정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학교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도움이 되어야 작은학교가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 특히나 너무 과소한 학교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이들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학생 수 20명 이하인 학교가 전남에 110개 정도 됩니다. 초등학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3명 안팎이에요. 중학교는 6명 안팎입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미래 교육기반과 관련해서 스마트교실이라든지 공간혁신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전공을 살리는 교원들 배치도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 관점에서 보기
- 사실 아이들 사회성 문제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러났잖아요. 너무 학생 수가 적게 되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역량을 기르는데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됩니다.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중학교까지 최소한 9년 이상 3~4명 정도 작은 소집단에서 생활하고 공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 역량을 함양하는 데 아주 불리한 여건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장 교육감께서는 전교조 위원장 시절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생각이 바뀐 건가요?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구체화됐다고 봐야죠. 오히려 적정규모를 갖추고 이 속에서 교육환경이라든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력을 높이는 것이고,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자고 하는 거죠. 통합운영학교도 거대 학교가 되는 게 아닙니다. 작은학교를 합쳐 50명 내외정도의 학교가 되는 겁니다."
- 올해 3월 1일부터 서울교육청 소속 초중생들을 작은학교에 받아들이는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서울 학생 82명이 전남에 왔습니다. 초등학생이 66명, 중학생이 16명입니다. 이들은 전남 10개 시·군 농산어촌 학교 20개교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오는 9월 1일자 2차 운영 때는 두 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전남의 성과를 교육부에서도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농촌유학을 장려했으면 합니다."
- 또한 전남교육정책에서 눈에 들어온 게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올해 첫 번째 사업으로 강조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소중합니다. 이 아이들이 기본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학습 결손이라는 부정적 경험이 쌓이게 되면 '나는 뭘 해도 안 돼'라는 부정적 자아개념을 갖기 쉽고, 자기 효능감이 떨어집니다.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만족도도 낮아집니다. 또한 기초학력 부진은 사회적 부적응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기초학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초학력 신장은 과거에도 많이 강조됐던 내용입니다. 전남교육청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그동안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노력은 일회성 접근, 단기적 처방에 그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여전히 많은 것은 아이들의 부족한 교과학습 능력을 지원하는데만 초점을 뒀기 때문이에요. 사실은 환경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조손 가정이나 다문화 학부모라든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복지 측면에서 기초학력부진을 봐야 한다는 거죠. 사실 전남의 교육환경이 타 지역에 비해 좋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전남이 기초학력 부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때 기초학력을 잡지 않으면 결손이 계속 누적되고 학습장애, 학습포기, 더 나아가 학교 부적응으로 갑니다. 그래서 초1~2에 대해 문해력과 수해력을 갖추도록 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우선 학급당 정원을 30명에서 25명으로 줄였습니다. 기초학력전담교사제라고 해서 2020년에는 40명, 2021년에는 8명을 늘려 48명을 새로 뒀어요. 이 선생님들은 담임을 맞지 않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 '1대 1대' 지도를 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초등 1~2학년 담임선생들에게 60시간 문해력과 수해력 지도 관련 직무연수를 실시했습니다. 도교육청에서는 이를 총괄하는 기초학력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지원했어요."
- 결과가 궁금합니다.
"기초학력 책임교육에 대한 바람이 좀 분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3월에 3RS(읽기, 쓰기, 셈하기) 학교별 자율 평가를 했는데요. 평가결과를 보니까 초등학교 3~6학년이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 있기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3월 현재 큰 폭으로 줄어든 걸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우리 지역은 전체 학생의 85%가 전면 등교했으니까요. 2019년부터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강조해왔는데, 조금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 야당 일부 의원들은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전국적인 기초학력진단평가(일제고사)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자율 평가는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별 자율 진단으로도 기초학력 책임교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남의 초등학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를 통해 다른 학교와 비교한다는 것은 같은 때에 5지선다형 같은 시험지로 일제히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필연적으로 경쟁과 서열화를 낳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대처럼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식 문제풀이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인데, 이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닙니다."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기초학력 보장법안에 대해 전교조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저는 찬성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습 격차, 결손의 문제가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걱정거리가 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위한 법적인 뒷받침이나 지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일부 교원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아마 과거 일제고사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봅니다. 부진아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고요.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저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진보교육계가 그동안 교육복지는 강조해왔지만, 기초학력 문제는 덜 강조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교육복지가 물론 중요하죠. 그러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교육복지가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주장이 부각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교육복지에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학습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상교복, 무상급식이라든지, 무상수업료 등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중요한 게 학습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기본적인 학력을 갖춰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바로 학습복지니까요. 학습복지야말로 교육복지의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현재 진보교육감이 전체 교육감 17명 가운데 14명입니다. 성과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진보교육감 14명이 있는 이런 좋은 조건 속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성과가 별로 내세울 게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육감협의회에 3년간 참여하고 있는데, 교육부에 교육개혁 방안을 제안하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벽이 높더군요. 수많은 제안이나 요청이 완강한 교육부의 관료적 행정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교육부가 초중등교육에 관한 권한을 교육청에 대폭 이양한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껍데기만, 아주 지엽말단적인 건수만 늘려 가지고 '몇% 이양했다' 이렇게 발표하고 있거든요. 여전히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변화 자율성을 자신들이 틀어쥐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족쇄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 교육부가 학교자치를 위한 제도 혁신, 이를 테면 '교무회의 의결기구화'와 같은 것을 추진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 지금 전남교육청이 자체 '몸집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남교육청에서 벌여온 관행적인 사업, 전시성 사업, 실적 위주의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통폐합했습니다. 우선 올해 본청의 전시성 사업 등 불필요한 사업을 줄여 예산 110억 원을 감축했습니다. 본청 인력 31명을 줄여서 각 시군 교육지원청과 학교로 배치했습니다. '본청 사업을 줄이세요' 이렇게 얘기해도 사업이 줄지 않았어요. 그래서 본청 인원을 줄였어요. 그래도 줄어드는 본청 사업이 적어요. 그래서 아예 예산을 줄여 버렸어요. 예산 없으면 사업을 못하잖아요. 교육청이 사업을 과감하게 덜어내지 않으면 학교현장에 크나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입니다."
- 올해 신년사 내용에 '학생자치와 교직원회의를 내실화하여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학생회, 교직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법제화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전라남도 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례는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학생의 의견 제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회의 조직 구성의 근거를 마련해서 학교자치 실현과 민주적 학교문화를 조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은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을 의식하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루하고 재미없는 수업,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수업 때문에 '잠자는 교실'의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잘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을 개발하려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025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해야, 행복한 어른 될 수 있다"
- 그래도 우리나라 학생들 행복도는 10년 동안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난 10년 동안 대입전형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수능중심 정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수시로 변경된 것인데요. 대입전형 변경으로 인해 학교가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탈피해 과정중심의 평가와 함께 토론, 발표, 보고서 작성 등 협력수업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지만 학생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고, 자연히 행복도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예전의 입시 위주 교육으로 회귀해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다시 감소할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행복은 고난의 행진 끝에 얻는 성취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내일의 희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끼고 행복해야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어떤 뜻인가요?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을 교육답지 못하게 만든 온갖 허례와 관행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말입니다. 모든 아이들을 삶의 주인으로,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합니다."
ㆍ급식사업 웰스토리에 ‘몰아주기’ ㆍ삼성전자 TF장 정현호 사장 포함 ㆍ이재용 부회장 ‘캐시카우’ 의혹도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로비. /김정근기자 jeongk@kyunghyang.com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것에 대해 조사를 마친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장(사장) 등 주요 전·현직 임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주도적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최근 삼성전자 등에 보낸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관련 심사보고서에는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19일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고발 대상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급식사업을 물적 분할해 완전 자회사 형태로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는 과정을 설계한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관계자를 비롯해 정 사장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사업지원TF를 통해 부당지원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종 고발 여부는 오는 26~27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2018년부터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조사해왔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 대부분의 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점을 들어 부당 내부거래의 조건을 갖췄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의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1.4%에 달했다.
공정위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이 부회장의 ‘캐시카우’ 역할도 일부 맡았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로,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8.13%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다. 삼성웰스토리는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매년 배당을 실시하는데 2017년, 2018년 웰스토리의 배당금은 각각 930억원, 500억원이다. 이 배당금 가운데 일부가 이 부회장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지난 17일 공정위에 자진시정에 해당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전·현직 임원이 고발 대상에 다수 포함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삼성에서는 동의의결로 처리하는 게 가장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한미정상회담이 현지시각으로 오는 21일부터 열리는데 핵심 관심사는 코로나 백신을 얼마나 확보하는가다. 더불어 한국이 백신을 확보한다면 미국에 무얼 내줄 것인가와 대북관계 변화 가능성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방미를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을 ‘민주주의 2등급’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세계일보는 백신 스와프 등을 앞두고 중요한 시점에 여당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한겨레는 반복되는 송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이 대선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여권,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여권이 쇄신은 뒷전이며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 20일자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조선 “백신지원 논의 확실” vs 중앙 “여전히 칼자루는 미국”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서 ‘캠벨 조정관 “한미 정상회담서 백신지원 논의 확실”’이란 기사에서 미국 정부의 아시아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18일(현지시각) “양 정상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미국이 지원할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캠벨 조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린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향신문도 백신확보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사설 “문·바이든 첫 만남, 백신 협력 및 북핵 대화 재개 전기 되길”에서 “미국에서 백신을 미리 받았다가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와 미국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안 등이 다뤄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샌상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양국 간 조율이 이미 깊숙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썼다.
이를 보면 미국의 백신지원이 확실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중앙일보를 읽어보면 뉘앙스의 차이가 보인다.
캠벨 조정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중앙일보는 낙관적으로만 전망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면 톱기사 제목을 ‘한·미 정상, 백신동맹 선언 예상…미국 “백신 지원국 미정”’으로 정했다.
지난 19일 미국 국부무의 게일 스미스 글로벌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 안보 조정관이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풀겠다고 한 백신 8000만회분 관련 ‘어느 나라가 받냐’는 질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상당량을 코백스(COVAX) 프로그램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 지원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또한 이 신문은 “한국과 백신 협력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다자틀과 글로벌 공급 등을 원칙으로 제시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방적 백신 공급이 아니라 중·러의 공격적 백신 외교전에 대한 대응까지 고려한 글로벌 백신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을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나눌 것이라고 했지만 칼자루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며 “당장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상대로 백신 쟁탈전에 돌입하면서다”라고 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반도체 카드’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쿼드 동참이든, 미국 내 반도체 투자든 대가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 20일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한편 조선일보엔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성공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란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내용이다. 정치부 차장의 “진짜 ‘성공한 정상회담’이 되려면”을 보면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와 발언수위 등을 조율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게 외교가의 오랜 속설인 만큼 이번 회담도 성공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 내년 대선 등으로 북한 문제를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했고 한국과 미국간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우리는 김정은을 다시 불러내 미국, 남북 대화 쇼를 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밋빛 포장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며 미국과 공동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진짜 성공 여부는 그때 가서 판명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2등급” ‘송영길 리스크’ 우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이 미국을 겨냥해 “흠결 있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해 논란이다. 송 대표는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았고, 미국은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2등급으로 판정받았다”고 했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미국 하원이 청문회를 연 것에 대해 “상당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정은·김여정 나체를 합성한 조악한 전단을 뿌려놓고 표현의 자유라고 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 20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송 대표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세계일보는 “대한민국 여당 대표로서 자질과 적격성을 의심케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여당 대표가 불필요한 발언으로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코로나 백신 스와프 등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송 대표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시절에도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서 어떻게 북한 이란에게는 핵을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을 인용하며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한 그가 지금도 30여년 전 습득한 반미 운동권 수준의 인식으로 외교안보 현안을 재단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면 기사 “‘송영길 리스크’ 어쩌나”에서 송 대표 발언에 대해 “송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논란이 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송 대표 설화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지난 7일 국제학교 설립 필요성을 말하면서 ‘기러기 가족’에 대해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바람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고 한 발언도 인용했다.
야권·언론의 여권 공격 포인트 ‘포퓰리즘’
세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쇄신 대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지적한 정책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원안, 즉 김포시가 제안한대로 인천에서 서울 강남, 경기 하남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확대하는 안을 주장한 것과 정부 방역조치로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에 대해 대출 원금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장하는 은행법 개정안, 집합금지 업종에 매출 손실의 최대 70%를 보상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것 등을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사실 김포시의 이른바 ‘지옥철’ 상황을 들여다보면 김포시민들의 요구를 단순 투기수요로만 볼 것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고, 정부 방역조치로 인한 피해는 마땅히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편적인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판의 초점은 대선주자들의 정책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빅3’는 현금 살포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군필자에게 3000만원 지급하자는 주장, 정세균 전 총리가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주자는 공약, 이재명 지사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1000만원의 해외여행비를 지급하자고 한 것 등을 언급했다.
▲ 20일 한겨레 정치면 유승민 인터뷰
이는 야권의 공격 포인트와 같다. 유승민 전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최근 ‘악성 포퓰리즘을 배격하는 청년들에게서 새 희망을 본다’는 글을 올렸다는 질문에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청년들이 ‘돈 주는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했더라”라고 답했다.
또한 유 전 의원이 이 지사에 대해 민주당과 허경영씨의 국가혁명당 중간쯤에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돈을 뿌려서 파생되는 소비를 가지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면 이 세상에 성장못할 나라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유 전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이 지사의 정책에 대해 “국민한테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을 위시로 한 보수적폐 세력은 4.7 재보궐선거 압승에 기고만장해 문재인 민주당의 무능력·부패·비리의혹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정권 심판론’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의 무능력을 외쳐대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이 정권의 무능력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코로나19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민들의 협조로 ‘K-방역’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고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정권 때 메르스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박근혜 정권은 메르스에 대한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
박근혜 정권은 병원들이 주요 감염 경로였음에도 발병 병원뿐만 아니라 발병 지역도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결국 정부의 정보은폐가 극에 달하자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메르스 발생 병원들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익명의 개발자들은 이 정보들을 토대로 실시간 메르스 지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렇게 국민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했다. 메르스 정보은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어지자 박근혜 정권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약 2주 뒤인 6월 6일이 되어서 부랴부랴 발병 병원 목록을 공개했지만 이때는 이미 3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한 뒤였다.
메르스는 한국 방역에서 가장 실패한 사례이며, 박근혜 정권의 무능력한 모습의 대표 사례이다. 당시 국민들은 메르스보다 박근혜의 무능력이 더 무섭다는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박근혜 때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보자.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보수적폐 세력의 무능력은 곧 ‘국민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또한 보수적폐 세력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당 정권의 부패·비리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보수적폐 세력은 부패·비리의 대명사이다.
역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이고 이명박·박근혜 모두 비리를 저질러왔다.
이명박은 재판에서 자신이 소유한 기업 ‘다스’에서 27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61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업체) 비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어떠한가. 박근혜는 기업의 돈을 직접 또는 제3자가 받은 혐의로 총 592억의 뇌물수수 혐의로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윤석열·나경원·박형준은 가족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있다.
이렇듯 보수적폐 세력은 ‘무능·부패의혹’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는 집단이다.
그런데도 보수적폐 세력의 ‘정권 심판론’에 마치 힘이 쏠리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민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지 못한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이틈을 이용해 ‘정권 심판론’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의 ‘정권 심판론’은 문재인 민주당 정권을 끌어내리고 자신들이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촛불국민의 힘으로 탄핵한 박근혜 부역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곧 보수적폐 세력의 부활이다. 이들은 정권을 차지한 뒤에 다시 촛불항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탄압할 것이다.
또한 촛불항쟁의 초보적인 성과물들도 다시 없애버리려 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박근혜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것처럼 보수적폐 세력은 촛불항쟁으로 이룩한 성과를 없앨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의 집권은 국민을 암흑지대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또한 보수적폐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지금보다 반통일 정책을 펼치는 반통일 대결정권이 될 것이다.
지금도 보수적폐 세력은 극우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옹호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대북전단금지법은 아예 무력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수적폐 세력은 4.27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 합의서까지 파기할 수도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사건건 문재인 민주당 정권을 공격하면서 국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획책하면서 자신들의 집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보수적폐 세력의 이른바 ‘정권 심판론’은 자신들이 재집권하겠다는 음흉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다산콜센터 심명숙입니다.”
전화번호 120을 누른 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반갑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때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알기 힘든 막막한 순간을 만나곤 한다. 서울시민들은 궁금하고,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면 120으로 전화를 걸어 다산콜센터에 질문하면 상담사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법주차 단속을 비롯한 교통문제, 코로나19를 비롯한 보건 방역, 쓰레기 무단투기 등 청소, 하수도 시설 관련 문제, 소방안전은 물론, 신혼여행을 앞두고 여권 만료일이 다가와 연장을 요구하는 민원, 상속세 납부 관련 문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다. 다방면에 재능을 가지고 활약했던 조선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호에서 딴 이름답게 다산콜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폭이 넓다.
많은 서울시민은 365일 24시간 120 다산콜을 찾았다. 전화는 물론 문자, SNS, 수어, 외국어 상담도 가능해 상담 건수가 연간 150만 건에 육박한다. 다산콜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앱을 통한 스마트 불편 신고가 66만9천954건, 전화 상담이 48만9천981건, 문자 상담이 31만8천822건, 챗봇 상담이 2만252건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하소연, 때론 억울함에 이르기까지 사연들이 다양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욕설과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언어폭력에 내몰리는 상황도 흔하다. 다산콜센터에서 전화상담 노동자로 십 년 넘게 일하고 있는 심명숙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019년 다산콜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심명숙.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콜센터 내부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다산콜센터지부
“상담에 익숙해지려면
1~2년으론 안 되고,
3년은 지나야 해요.”
“3년은 돼야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요. 1년 열두 달동안 시기별로 주요 민원이 달라요. 겨울철이면 한파로 인한 수도 동파 신고가 많아요. 여름철이면 하수구 정비를 요구하는 신고, 비가 많이 오면 빗물 역류, 침수 신고가 들어와요. 빗물이 역류하면 양수기 대여 문의도 들어오고요.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라도 나오면 침수 방지를 위해서 빗물받이 청소 요구 등도 들어와요. 겨울철 제설 작업도 큰 도로, 간선도로 순으로 진행되고, 제설 책임이 어디 있는지 다양하기에 관련한 안내도 숙지해야 해요. 염화칼슘 위치도 알아야 하고요. 은행나무 열매가 냄새난다고 떨어달라는 요구도 있고, 봄철엔 가로수 이파리가 무성해 영업에 방해된다고 가지치기 요구도 들어와요. 여기에 교통, 수도요금,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 관련 사업, 25개 자치구 및 보건소 관련 문의에 이르기까지 상담에 익숙해지려면 1~2년으론 안 되고, 3년은 지나야 해요.”
다산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선 얼마 정도의 시간의 필요하냐는 질문에 심명숙은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일에 적응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상담업무는 한 건이어도 그 일과 관련된 기관은 여러 곳이다. 예를 들어서 가족이 사망한 뒤 상속을 비롯해 필요한 후속조치 문의가 들어오면 사망신고 등 주민등록과 관련한 정리는 자치단체(시, 구, 읍, 면, 동)에서 하도록 하고, 금융감독위를 통해 사망자 금융 거래를 조회할 수 있으며, 각 자치구나 지자체를 통해 사망자 토지 소유도 조회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재산상속, 한정승인 및 포기 청구는 피상속인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서 하고, 상속세 신고 납부는 관할세무서에서 하게 된다. 자신에게 일이 닥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이들에게 순서에 맞게 필요한 업무와 그 업무를 어디서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게 다산콜의 임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숙달되려면 3년은 필요하다는 게 심명숙의 설명이다.
“나이 어린 관리자들이 많았는데,
독촉하고, 때론 반말로 하대하며
일을 시켰어요.”
심명숙은 10년 넘게 다산콜센터에서 일해온 베테랑 상담사다. 지금은 능숙한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엔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10년 8월부터 일했어요, 친구가 다산콜센터에서 먼저 일하고 있었는데 괜찮다고 소개를 해줘서 일을 시작했어요. 공무원 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친구예요. 저도 5년 정도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안됐어요. 시험을 준비하면서 돈을 많이 썼어요.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다산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일을 다니며 다른 걸 준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종의 임시직이었어요.”
다산콜센터 내 전광판. 응대율 등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 자료사진.ⓒ뉴시스
길어야 1~2년 정도 일하겠다면서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10년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공무원을 꿈꿨던 그에겐 시민들의 전화를 받고 도움을 주면서 공공적인 일을 한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런 뿌듯함 때문에 하루에 150~160콜을 받으며 쉴새 없이 일했지만, 힘든지 모르고 일했다. 일 중독처럼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몸이 아픈 줄도 몰랐다.
“다산콜센터 근무 환경은 열악했어요. 다산콜센터는 아이를 키우는 30대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예전엔 휴일 근무를 강제로 시켰어요. 한부모 가정 등 아이를 맡기기 힘든 이들은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는데 연차를 당일에 신청하면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관리자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가거나 순서를 정해서 갔어요. 상담하면 질문과 답변을 타자로 쳐서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와 관련한 후처리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관리자들은 빨리하라며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어요. 나이 어린 관리자들이 많았는데, 독촉하고, 때론 반말로 하대하며 일을 시켰어요.”
“칸막이 옆에서 누가 일하는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안 나와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렵고 힘드니까
그냥 그만뒀나 보다 하고 생각한 거죠.”
이렇게 상담사들이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일에 쫓긴 건 외주업체의 경쟁 때문이었다. 효성ITX 등 3개 외주업체가 다산콜에서 일했는데 상담 품질이 아닌 콜수로 경쟁을 했고, 콜수가 적으면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다산콜은 이들 콜센터 외주업체에겐 다른 콜센터 업무를 따내기 위한 중요한 고객사이었기에 과잉경쟁이 벌어졌다. “한 달에 한 번 업무 테스트도 했고, 이를 위해서 1주일 동안 나머지 공부를 시키기도 했어요. 평균이 낮으면 안 되니깐 틀린 문제를 숙지하게 하는 등 경쟁이 대단했어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아울러 상담사 개인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임금은 높지 않았으며 근속에 따른 숙련도도 반영되지 않았다. 경력 1년차 상담사와 3년차 이상 상담사의 임금 차이는 몇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에 최고 S등급부터 최저 D등급으로 각각 평가돼 지급되는 성과급의 경우 매달 최대 20만 원까지 차이가 있었다. 상담사들은 성과급에 목을 매며 콜수를 늘리기 위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노동강도는 강화됐다. 최대한 많은 콜을 받기 위해 통화는 짧아져야 했고, 민원인들이 받는 안내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일터에선 자신의 고민을 나눌 동료가 없었고, 하나둘 사라져가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칸막이 옆에서 누가 일하는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안 나와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렵고 힘드니까 그냥 그만뒀나 보다 하고 생각한 거죠.”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한 경쟁,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1년을 일해야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이 되고. 3년은 지나야 익숙해지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사율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퇴사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았어요. 그래서 퇴사도 순서를 정해서 했어요. 퇴사율이 너무 높으면 안 된다고 한달만 더 다녀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많았어요.”
2012년 9월 다산콜센터 노조 설립
“그전까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감대가 커진 거죠.”
이런 현실이 조금씩 변화된 건 다산콜센터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한 건 지난 2011년 11월경부터다. 당시 희망연대노조에선 KT 자회사 콜상담업체인 KTIS, KTCS 상담사 조직사업 및 노조결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콜센터 상담사 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노동인권 보장이었기 때문에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결성에 기대가 컸다.
2013년 다산콜센터 조합원 직고용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심명숙ⓒ뉴시스
하지만, 노조를 결성하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위탁업체에서 사전에 알기라도 하면 탄압이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했고, 3개 위탁업체로 나눠진 상황에서 어느 한 곳에서만 노조가 만들어지면 제대로 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산콜노조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3개 위탁업체 주체들이 함께 참여한다, △ 노조 설립 때까지 비밀을 유지한다, △ 노조 설립 후 3개월 내에 조합원 과반수를 조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개월여 준비를 거쳐 2012년 9월 12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의 다산콜센터지부로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심명숙은 노동조합 설립 초기에 가입했다. 심명숙은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했지만, 직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더구나 길어야 1~2년 일하자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일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일해 콜수도 항상 상위권이었던 그를 사측에 가까울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고, 노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회사에 불만이 없는 것 같고, 관리자 말도 잘 듣고, 실적도 잘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사측’이라고 여겼던 거죠.”
노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은 상담사 과반수 이상 노조 가입을 목표로 걸었지만, 사실 10%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직률이 높아서 직장에 크게 애정을 가지기 힘들었고, 경쟁도 심해서 동료의식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칸막이에 갇혀 있던 개인들이 공감대를 넓혀가며 서로 하나가 되어 갔다. “그전까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감대가 커진 거죠. 더구나 한곳에서 일하지만, 위탁업체가 다른 경우엔 말도 잘 안 했어요. 수시로 평가가 있어 관련한 정보가 유출될까 우려했어요. 또 업체 간에 생일축하금 등 대우에 차이가 있었는데 상담사들의 불만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교류를 막았고, 서로를 이간질했어요. 하지만, 노조가 생기면서 서로의 고충을 알게 되면서 이해가 켜졌죠. 그리고, 관리자들의 거짓말에 우리가 너무 쉽게 속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함께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부당한 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니
바뀌는 거예요. 그동안은 누가 신입으로 들어와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알고, 걱정해주는 분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장기 근속하는 상담사들이
확 늘어났어요.”
그렇게 개인들이 모여 우리가 되면서 노동조합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과도했던 업무테스트, 추가 수당 없이 진행됐던 관행적인 연장 근로가 사라지는 등 노동조합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면서 12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은 불과 1년 만에 상담사의 50%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환경 개선에 힘이 실리면서 다산콜센터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2015년 겨울 다산콜센터 공무직 전환 직접 요구 집회 사진ⓒ다산콜센터지부
“등수를 매기려고 문제를 꼬아서 내던 업무테스트가 문제은행 방식으로 바뀌었고, 횟수도 한 달에 한 번에서 석 달에 한 번으로 줄었어요. 근무 시작은 9시부터인데 업무 준비라면서 8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평가에 반영하던 것도 개선됐어요. 화장실도 못 간 채 일을 강요받던 관행도 줄었어요. 악성 민원이 들어와 상담사 말투가 불친절하다고 신고라도 하면 이유는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사과 전화를 하라고 했어요. 그게 싫어서 그만두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부당한 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니 바뀌는 거예요. 그동안은 누가 신입으로 들어와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알고, 걱정해주는 분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장기 근속하는 상담사들이 확 늘어났어요.”
다산콜센터에서 임시로 일할 생각을 가졌던 심명숙이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노조에 가입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가 없었다면 일 중독에 가깝게 보람을 느끼며 일하던 심명숙도 다른 상담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서히 지치고, 아프면서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직장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노조 결성 이후 콜수는 줄고,
통화시간은 늘어났어요.
장기근속으로 인해 업무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민원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면서
1콜당 평균 통화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아울러 노동조합 결성은 다산콜센터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노조 결성 전엔 1인당 하루 평균 콜수 100콜에 총 통화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1인당 하루 평균 콜수 80콜에 총 통화시간은 3시간 30~40분 정도예요. 오히려 콜수는 줄고, 통화시간은 늘어났어요. 장기근속으로 인해 업무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민원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면서 1콜당 평균 통화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민간위탁일 때는 상담의 질보다는 단순 콜 실적 압박만 하다 보니, 충분한 설명이 어려웠거든요.”
이런 변화는 심명숙에게도 커다란 보람으로 다가왔다. “민원인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순간에 도움이 되면 보람이 커요. 문제에 따라 방문해야 하는 기관을 찾아주고, 어떤 절차로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지 알려드리면 고맙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업무와 조합 활동에 보람을 느끼면서 심명숙은 노조 간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노조 가입 직후 대외협력부장을 시작으로 2013년 부지부장, 2015년 사무국장을 거쳐 2017년엔 지부장을 맡게 됐고, 지금 3선을 하며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12년 12월 서울시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투쟁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이후 2015년 4월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매일 8시부터 9시까지 1인시위를 했어요. 집회도 꾸준히 이어가는 등 정말 오랫동안 싸웠어요.”
2년 넘는 투쟁 끝에 이뤄낸 재단 직고용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저임금
2년 넘게 싸워 다산콜재단이 2017년 5월 세워졌고, 400여 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재단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지쳤고, 심명숙의 표현을 빌리자면 “할 사람이 없어서” 지부장을 맡게 됐고, 지부장을 맡은 이후엔 책임감으로 3번 연속으로 지부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부장을 맡았지만, 여전히 다른 조합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임석환 부지부장은 “지부장은 강단이 필요한 자리예요. 때론 고집도 필요하고요. 밀고 나갈 부분에선 밀고 나가지만, 그렇다고 독단적이지 않아요. 자기 주장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잘 듣는 사람”이라고 심명숙을 칭찬했다. 김배아 사무국장도 “본인보다는 남을 위해서, 조합원을 위해서 활동하는 분이에요. 본인 연차나 대휴도 거의 노조 활동을 위해서 쓰니깐 개인 시간이 없다시피 해요”라며 칭찬에 힘을 보탰다.
2017년 겨울 재단 안정화 요구 집회. 사진 오른쪽이 심명숙 다산콜센터지부장ⓒ다산콜센터지부
직고용을 이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고용 형태는 직고용으로 바뀌었지만, 저임금 노동은 여전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인 콜센터 노동은 여전히 반찬값이나 벌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업무로 취급됐다. “다산콜재단 상담사 평균임금은 서울시 18개 출자·출연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과 비교했을 때 꼴찌예요. 다른 산하기관은 정규직 사무직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냥 ‘콜센터’예요. 고용 안정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임금 인상엔 부담스러워해요. 대부분 공공기관도 콜센터 관련 업무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식비 정도 더해주는 수준에서 책정해요. 지금은 정부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는데, 콜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정부 기관과 비교해 임금 자체가 적어서 똑같은 인상률을 적용받아도 금액은 적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되니 임금 격차는 해가 갈수록 더욱 벌어져요.”
“욕은 안 하지만. ‘불 질러도 되겠네’,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겠다’,
‘내가 죽으면 되겠네’ 등
협박성 발언들이 많아요.”
성희롱, 욕설 등 감정노동에 내몰리는 상황도 빈도는 줄었지만, 은근한 협박성 발언과 위협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집 앞 주차장은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서 불법 주정차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하면 ‘그럼 이 차 내가 부셔도 되냐?’고 막무가내로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또 어떤 분은 공사 소음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하면서 ‘내가 칼을 잘 쓴다’고 상관없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해요. 그런 은근한 위협성 발언들이 많아요. 욕은 안 하지만. ‘불 질러도 되겠네’,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겠다’, ‘내가 죽으면 되겠네’ 등 협박성 발언들이 많아요.”
이런 일들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심명숙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저는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산책하면서 몸을 힘들게 하고, 한 시간 정도 출퇴근 시간에 걸으면서 생각을 지워요. 아무리 힘든 상황도 퇴근하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기억하면 상처가 되잖아요, 일이랑, 나를 되도록 분리해요. 내게 한 말이 아니라, 아무리 험한 말이라도 그건 서울시를 향해 한 말이니깐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그렇게 스트레스를 이기며 10년 넘게 상담사로 일해온 심명숙에게도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은 이전엔 겪어보지 못한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와 방역 당국에 의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역지침이 세워지기도 전에 다산콜센터엔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문의가 쏟아졌다. 2020년 4월 다산콜재단이 서울시의회 보고한 ‘2020 주요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1월 23일부터 4월 13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한 총 상담은 19만 5천365건으로 전체 상담 가운데 14,4%를 차지했다. 특히 4월의 경우 코로나 관련 상담 비중이 30%에 육박해 하루 평균 6천~7천 건의 상담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문의 전화 하루 수천 건
“제대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항의받고,
아우성 듣는 게 일이었어요.”
“대구에서 신천지 집단감염이 있던 때에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어 대구에 갔다 왔는데, 집에 그냥 들어가도 되냐는 문의가 많았어요. 당시엔 해외 입국자만 관련 지침이 있었을 뿐 국내 발생과 관련해선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웠어요. 또 마스크 대란 당시엔 어디서 마스크 살 수 있냐, 서울에선 우체국에서 왜 마스크를 안 파냐, 당시엔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문의도 쏟아졌어요, 말이 문의지 우리도 제대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항의받고, 아우성 듣는 게 일이었어요.”
서울시에서 긴급 생활비 지원이 시작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자료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안내를 해야 했다. 상담과 관련해 궁금한 부분은 정부나 서울시 부서 등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전화가 폭주하면서 담당자와 통화조차 힘들었다.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산하 콜센터 노동조합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고용노동부,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등 거의 모든 공공 콜센터가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안내하려면 자세한 정보를 미리 알아야 하는데 기자들이 우리보다 먼저 아는 경우가 많았어요.”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내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3명이 나온 가운데 2020년 3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왼쪽 세 번째)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11ⓒ김철수 기자
여기에 더해 뭐라 대답하기 어려운 황당하면서도 곤란한 질문도 쏟아졌다. “‘마스크 쓰면 답답하냐’고 묻는 분이 있었어요. 중증 호흡기 질환이 있는 분들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그래서 ‘답답하다’, ‘하지 않다’ 말하기 곤란해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또 ‘오늘 강남구 확진자가 몇 명이냐, 전날과 비교해서 몇명 늘어난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자기가 오늘 강남 유흥주점에 가야 하는데 확진자가 많이 나왔으면 안 가고, 적게 나왔으면 가려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저희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닭장 같은 작업장에서
책상도 120c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일했어요.”
지난해 3월엔 서울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희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닭장 같은 작업장에서 책상도 120c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일했어요. 내 옆은 물론 바로 앞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고, 창은 전혀 없는 폐쇄된 공간이거든요. 창이나 문을 열면 소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풍은 꿈조차 꾸기 힘든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다른 콜센터들도 다들 비슷해요. 민간은 더욱 심해서 다산콜센터보다 좁은 사업장도 많아요.”
이런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콜센터 노동 현실은 집단 감염을 일으키기 좋은 여건이었다. “아파도 쉬기 힘들어요.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아니라 휴게실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일해야만 해요. 콜센터에선 아파도 병가를 안 내줘요. 다산콜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그나마 개선됐지만, 아직도 많은 민간콜센터들은 아프면 그만두라고 해요. 실적 때문에 병가를 주거나 휴가를 주는 것보다 퇴사시키고, 새로 뽑거나 몸이 나은 다음에 다시 뽑는 게 이득이거든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다산콜센터에선 재택근무를 도입해 25% 정도의 상담사가 재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산콜센터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겐 새로운 위기로 다가왔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재단 직고용이 아닌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 형태의 외주 노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혼자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는 데 있다. “상담사끼리 정보를 교류 또는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 혼자서 하면 그게 힘들어요. 일하는 공간과 생활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업무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요. 또한, 노조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아요. 대면으로 교육을 할 수 없고, 대화를 직접 못하니깐 오해도 생기는 것 같아요. 만나면 고충도 들어주는데 재택인 분들은 자신들이 소외된다고 여기기 쉽거든요.”
“서울시 꼴찌 수준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개편하려고 해요.
우리 노동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요.
심명숙과 다산콜센터지부는 그동안 노동환경을 바꾸고, 직고용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그들의 지난 도전은 일터를 바꿔냈고, 그들이 매일 목소리를 듣는 민원인에게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다. 그렇게 서로 힘을 모아 현실을 바꿔온 이들에겐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서울시 꼴찌 수준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개편하려고 해요. 우리 노동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요. 또 작업 환경도 개선하려고 해요. 지금 재택근무를 통해 밀집도를 분산시켰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니에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일하는 공간 확대도 필요하거든요. 또 예전 540명이던 근무 인원이 지금은 340명으로 줄었는데.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선 충원도 필요해요. 감정노동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지원도 필요해요. 법적 처벌만으로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거든요.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부 활동에 계속 힘을 쏟아야죠.”
미국 지지 확인 위해 협의 나서
남북관계 개선 주요 고빗길마다
미, 대북제재 명분으로 제동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두 정상이 일정 부분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인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겨레>가 18일 복수의 정부·여권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가 생길 경우 북-미 협상의 속도에 제한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과 관련해 미국 쪽의 ‘지지’ 의사를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쪽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기간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6·1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바탕을 둔 외교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남북관계의 독자성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미국 쪽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용적 접근법 등에서 한국이 바라고 있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독자적으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다소 소극적인 미국 쪽의 최종 방침은 한-미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결론이 날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환영한 미국의 대북정책의 골자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간 충분한 이해”가 전제된 것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외교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첫 회담에서 이런 접근을 하는 데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으로 대변되는 미국 제재 시스템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깔렸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개선되기는 커녕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 제재망의 과도한 작용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미국 쪽은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금강산 행사에 동행한 취재진의 노트북 반출을 막거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거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고빗길마다 ‘제재’를 명분으로 개입했다.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북쪽 구간 공동점검도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수개월 지연됐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고집한 결과라는 평가가 따랐다.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대상이 아닌 인도적 협력까지도 사실상 막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독자성’ 문제를 다루려는 데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한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정부가 이런 접근을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는 북한이 응할 수 있는 구체적 유인책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힘을 쏟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어떤 형태로든 다음 정권에 이어주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일정한 독자적 협력에 공감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북한이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가시적 성과를 낼 실마리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문제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총론적으로 미국과 합의를 해놓으면 디테일은 (여건이 조성될 때) 북한과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윗부분의 아치가 무너져 기둥만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에콰도르 환경부 페이스북
갈라파고스 제도의 명물인 ‘다윈의 아치’ 바위가 자연 침식으로 인해 무너졌다. 에콰도르 환경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아치 모양의 윗부분이 사라진 채 두 기둥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이 바위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 섬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바위 근처에는 돌고래와 바다거북, 큰가오리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보호 신탁(Galapagos Conservation Trust)의 젠 존스는 재단 측을 통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다윈의 아치는 갈라파고스 풍경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고, 지구의 야생동물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징과도 같았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18일 전했다. 그는 이어 “다윈의 아치가 붕괴한 것은 이 지구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면서 “인간은 지구의 침식 작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 섬의 소중한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다윈의 아치’ 모습.
갈라파고스 제도는 197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첫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과 유네스코 등은 3개의 해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바다 수온이 엘니뇨 등으로 인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다윈이 관찰했던 수많은 생물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5월18일 포털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이날 하루 기준 64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검색 기간을 최근 1주일로 늘리면 3220건이 검색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 이후 비트코인을 전량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은 대부분 머스크의 말(트윗) 하나에 비트코인이 얼마나 오르고 또 얼마나 내렸다는 내용 위주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트코인 보도가 쏟아지는 것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투자가 주식보다 훨씬 더 변동성과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주의 사항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트코인 체험기 등을 전달하며 ‘대박 사례’를 보도하는 것은 위험성 높은 암호화폐 투자를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무리 투자가 개인의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기사에 대박 사례와 위험성을 함께 일러주는 내용도 포함돼야 개인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대박'이 난 사연을 전하는 기사 제목들.
대표적 대박 사례 보도로 “‘암호화폐로 22억 대박’ 30세 파이어족의 투자 노하우”(머니투데이 4월7일), “파이어족 진짜 있네, ‘투자로 35억 벌어 29살에 퇴사했어요’”(조선일보 4월10일), “코인으로 650억 벌고 삼성전자 퇴사한 직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위키트리 4월20일), “1000원 주고 산 코인이 23억원으로, 도지코인 뛰어넘는 초대박 코인 탄생”(위키트리, 5월11일)”, “‘도지코인 대박’ 사표낸 골드만 임원…국내 사례도 속출”(한국경제 5월12일)과 같은 제목들의 기사다. 다만 위키트리의 경우 기사 내에 “암호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입니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대박 사례를 전하면서 다른 문단에 손해를 본 사례를 함께 배치한 기사들도 있었다.
암호화폐 전문지의 한 기자는 “코인 대박 사례를 전한 기사나 체험기, 코인으로 돈을 벌어 은퇴를 했다는 ‘파이어족’ 인터뷰 등 투자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개인적으로 기사를 쓰면서 투자를 조장하는 느낌이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다. 기사 내 사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특히 최근 암호화폐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일간지나 경제지에서 비트코인 체험기나 ‘김치 프리미엄’ 거래법 등을 알려주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새로운 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는 관련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 세계는 아직 규제 회색지대이고 매우 변동적이라 기사를 쓸 때 해당 거래법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금방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변호사 자문 등을 기사에 함께 넣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살 때와 외국 거래소에서 달러화 등으로 암호화폐를 살 때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위키트리의 암호화폐 기사. 가장 상단에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다.
거래량 적어 기사 하나로도 가격 변동 가능…기자 소개에 투자한 암호화폐 공개하기도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조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암화화폐 시장 역시 기사나 유명인의 발언으로 인해 가격이 심하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BJ철구 사례를 살펴보면, 2월21일 아프리카TV BJ 겸 유튜버 철구는 암호화폐 투자 생방송을 진행했다. 철구는 당시 5000만원을 투자했고 8분 만에 4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벌었다. 거래량이 적은 암호화폐의 경우 유명 BJ가 이를 언급할 시 시청자들이 따라 사면서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이 때문에 3월28일 ‘주식 투자 실시간 스트리밍 노출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아프리카 BJ들이 매수하는 종목이 그대로 실시간으로 노출되며 시장에 큰 파동을 야기한다”며 “그의 매수와 함께 하락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청와대 청원 내용.
이는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 시장 모두에 적용되는 원리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특정 코인 이름을 기사에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지 밝히는 언론사도 있다.
암호화폐 전문지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밝힌다. 김병철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국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코인데스크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모두 기자들의 투자 여부를 공개하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내부 규정에 따라 취재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하거나, 개인 이익을 위해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들의 소개창. 기사를 보면서 기자 소개를 눌러보면 기자가 어떤 코인에 투자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김 국장은 “그렇지만 아예 투자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투자를 해보지 않고서 취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도 한다”며 “기사가 기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다른 영역(부동산·금융·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암호화폐는 아직 다른 자산보다 시장 크기가 작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 기사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라며 “투자하는 암호화폐 목록의 공개가, 기사에 대한 독자 신뢰도를 높이고, 기자 스스로 유혹을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이용한 범죄 조명하는 탐사보도…수사에 도움 주기도
최근 암호화폐 위험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 역시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이를 보도하는 경우가 늘었다. 투자 관점을 넘어 암호화폐로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서울신문 탐사기획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의 경우 탐사보도 이후 ‘코인 셜록’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 범죄 피해를 접수 받고 있다.
서울신문의 탐사기획은 코인 투자인 줄 알았는데 피라미드 사기였던 사건, 코인을 이용한 사채시장, 코인을 통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 암호화폐를 이용한 성착취물 피해 사건 등 다양한 코인 관련 범죄를 다뤘다. 이후 ‘코인셜록’ 프로젝트도 열었는데 이는 디지털 자산 추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금융피라미드 범죄, 다크웹 성착취물의 범죄 수익 등을 탐지해 피해자들에게 추적 보고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보고서는 사법기관에 범죄 피해 신고와 범죄 수익의 추징·몰수 등을 위한 법적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서울신문 코인셜록 페이지.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좋은 보도도 많지만, ‘오늘은 올랐다’, ‘오늘은 내렸다’는 식의 표면적 보도도 많다. 이런 보도들로 인해 암호화폐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물론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시세 조작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굉장히 다양하고, 특히 아직 규제나 처벌 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 방치돼 있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투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그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기술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다. 투기나 관련 범죄도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 제도 정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실제 취재 결과 피라미드 금융 사기, 해킹, 성착취물 등 모든 범죄가 망라돼 있었다. ‘코인 셜록’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15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실제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에 변화가 생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안 부장은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언론이 투자적 관점 외에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 보도와 피해자 지원 방안,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제도에 대한 제언, 앞으로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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