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0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 피해... 미국 4차례나 유엔 안보리 휴전 촉구 성명 반대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2021-05-21 08:25:57수정2021-05-21 08:25:57
열흘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잔해 모습 (2021.5.20.)ⓒ뉴시스, AP통신</figcaption>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충돌 열흘 만에 조건 없이 상호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휴전 합의는 이집트가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figcaption>
A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21일 오전 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8시)를 기점으로 이스라엘과 상호 휴전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이날 안보 관련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이 “이집트가 제안한 상호 휴전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만장일치로 표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팔레스타인 지역에 각각 대표단을 파견해 휴전 과정을 감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간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65명, 여성 39명을 포함해 최소 23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팔레스타인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충돌은 2천 명 이상이 사망했던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이른바 ‘50일 전쟁’ 이후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충돌이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 시설과 언론기관이 입주한 건물까지 폭격하기도 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종교 행사 이후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펼치자 이스라엘 경찰이 강경 진압하면서 발생했다. 이후 하마스는 10일까지 이스라엘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로켓포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계기로 폭격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엄청난 공습을 감행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지역에 4천500발 이상의 로켓포와 대전차포를 발사했다,
이스라엘 측은 아이언돔을 이용한 로켓포 공격 방어로 대부분 하마스가 공격한 로켓포를 파괴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첨단 무기를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기반 시설도 파괴되는 등 쑥대밭이 됐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4차례나 이를 저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최근까지 프랑스의 주도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하려고 했지만, 미국이 반대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은 사태 악화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직후에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입법동의 청원’이 시작한 지 9일 만인 5월 19일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달성했다.
각계각층이 입법동의 청원에 참여했으며,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입법동의 청원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자기의 사연과 함께 입법동의를 호소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인지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9일 만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만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여론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이하 폐지행동)이 20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동의 청원에 참여해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본격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폐지행동은 예상보다 빠르게 10만 명 목표가 달성된 데 대해 “시대착오적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이제는 정리하자는 국민의 의사”이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더 이상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분단 악법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평화통일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확고히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폐지행동은 이제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보안법 폐지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지행동은 이후 계획을 크게 두 가지로 밝혔다.
첫 번째는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 추진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면담, 국가보안법 폐지 동참 의원 확대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토론회 및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대중 사업으로 ‘각계 연속 선언·매월 집중 선전전·9월 말 10월 초 대중 집회’를 진행하면서 11월 대국회 압박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유력한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 공약화를 위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9일 만에 입법동의 청원이 달성한 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절박성을 보여준 것이다. 국회의원들 좌고우면하지 말고 이제 딱 폐지하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73년 동안 이루지 못한 한을 푸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자신감을 이번 입법동의 청원을 하면서 얻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 안아 자신감 있게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새 역사를 쓰는 일에 화답해야 한다. 진보당은 역사의 고비를 넘는데 실천적으로 하겠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국가보안법이 웬 말인가.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국가보안법의 굴레는 모든 것을 초월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열망이 모여 이번 입법동의가 9일 만에 달성되었다. 민주노총은 2021년 국가보안법 폐지의 원년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천주교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 (송년홍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한 100년 적폐법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적폐 청산을 임무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한시라도 빨리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우희종 교수, 바른불가재가모임 대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은 있을 수 없다. 제주4·3항쟁을 5·18을 가르칠 때도 그 자료가 이적표현물로 문제 삼아져 조사받았던 교사들이 많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사들은 끝까지 국보법 폐지를 위해 함께 실천하겠다.”(박미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새로운 나라를 꿈꾸고 싶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 (박승렬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폐지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제 시작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국회 주요 정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폐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얼마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8년째 감옥에 있는 이석기 전 국회의원 등 양심수를 석방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래는 폐지행동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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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이제, 국가보안법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시킵시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동의 청원이 청원 접수 기준인 10만 명을 달성하였습니다.
5월 10일부터 시작되어 만 9일 만에 10만 명의 청원을 받았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10만 명 목표가 달성되었습니다.
이는 시대착오적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이제는 기어이 정리하자는 국민의 의사이며 북미 정상, 남북 정상이 만나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더 이상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분단 악법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국민의 평화통일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며 분단과 독재, 사상검열과 마녀사냥의 질곡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확고히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합니다.
최근 있었던 ‘세기와 더불어’ 출판 논란은, 국민들이 더 이상 국가보안법이 강요하는 대결과 적대를 수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할 것입니다.
국회는 이미 역사의 무대 뒤로 퇴장하고 있는 대결과 적대의 잔해들에 위축되어, 미래로 나아가는 작업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 기초학력 신장을 강조하고 '작은학교가 무조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는 진보 교육감이 있다. 진보교육을 대표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주장과는 엇갈리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감의 이력이 특이하다. 전교조 전남지부장, 전교조 사무처장을 거쳐 2011년부터 2년간 전교조 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6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장 교육감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교육복지에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학습복지"라면서 "아이들에게 무상교복, 무상급식, 무상수업료 등과 같은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학습복지"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갈만한 기본 기초학습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는 학습복지야말로 교육복지의 핵심 사항"이라는 것이다.
특히 장 교육감은 전교조가 반대 주장을 명확히 한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기초학력 보장법안'에도 "찬성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장 교육감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육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작은학교를 보는 시각이 있었다"고 꼬집으면서 "작은학교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너무 작은 학교는 아름답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아름다운 것인데,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아이들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장 교육감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결과 올해 4월까지 24개월째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의 평균 지지도는 38.5%였는데, 장 교육감만 50%를 넘긴 50.4%였다. 이에 대해 장 교육감은 "일관되게 학생중심, 교실중심의 교육을 주장해온 게 도민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37년간 중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해온 장 교육감은 2018년 7월 교육감 취임 전에는 전남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와 학교급식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은 데 이어 2016년 촛불집회 정국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도 맡았다. 그는 2018년 교육감 선거 당시 '아이들과 함께 37년, 준비된 촛불 교육감'이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장 교육감은 그동안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품었던 마음을 바꾼 것일까? 그가 그리는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일 오후 12시30분부터 2시간에 걸쳐 전남도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장 교육감을 만났다.
- 전국 교육감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2년 째 줄곧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부족한 저를 높게 평가해주신 도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관되게 학생중심, 교실중심의 교육을 주장했고요. 이를 위해서 '학생들은 소중하다, 특별하다, 그리고 평등하다'는 관점 속에서 전남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내용들이 도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 전남교육청에서는 미래형 통합운영학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남은 1982년 이후 (작은학교) 통폐합으로 농어촌학교 828개가 사라졌습니다. 2020년에도 인구가 1만 7000명이나 줄었습니다. 이처럼 해마다 평균 1만 명 이상이 다른 시도로 빠져나가고 있는데요. 이분들 85%가 20~30대, 미래의 학부모들입니다.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체 870여 개 학교 중에서 43%가 전체 학생 수가 60명 이하입니다. 학생 수 30명 이하는 22% 정도, 학생 수 20명 이하는 11%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큰 성과가 없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인구유출도 지속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관점 속에서 작은학교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요. 그게 바로 통합운영학교입니다."
- 통합운영학교 사업은 어떤 규모로 진행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이미 과거부터 통합운영학교 12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늬만 통합학교였어요. 이제 정말 제대로, 원칙대로 통합운영학교를 운영해야 합니다. 교무실도 통합하고, 캠퍼스도 통합하고, 부분적이나마 교육과정도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기존 12개 통합운영학교에 더해 내년까지 30개 정도의 통합운영학교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금 상태를 그대로 두면 상당수의 학교가 분교장으로 격하되고, 이후에는 곧 폐교수순을 밟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작은학교 폐교를 막기 위해서라도 추진하는 게 초중등 통합운영학교입니다. 면단위로 작은 초등학교와 작은 중학교, 이 두 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겁니다. 중고교 통합학교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게 되면 학교 환경을 개선하고 스마트 미래학교 공간혁신을 할 수 있습니다."
- 취지는 알겠는데, 결국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과는 대립되는 내용 아닌가요?
"(작은학교들을) 그냥 놔두면 폐교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운영학교가 오히려 학교 폐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태껏 교육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작은 학교를 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작은학교는 아름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인데요.
"물론 작은학교는 아름답죠. 그러나 이 작은학교가 진정 아름답기 위해서는 그 학교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도움이 되어야 작은학교가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 특히나 너무 과소한 학교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이들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요.
학생 수 20명 이하인 학교가 전남에 110개 정도 됩니다. 초등학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3명 안팎이에요. 중학교는 6명 안팎입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학생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게 됩니다. 미래 교육기반과 관련해서 스마트교실이라든지 공간혁신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전공을 살리는 교원들 배치도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아이들 관점에서 보기
- 사실 아이들 사회성 문제가 걱정이 되긴 합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드러났잖아요. 너무 학생 수가 적게 되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역량을 기르는데도 심각한 문제가 초래됩니다.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중학교까지 최소한 9년 이상 3~4명 정도 작은 소집단에서 생활하고 공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적 역량을 함양하는 데 아주 불리한 여건이 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장 교육감께서는 전교조 위원장 시절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생각이 바뀐 건가요?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구체화됐다고 봐야죠. 오히려 적정규모를 갖추고 이 속에서 교육환경이라든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아이들의 학습력을 높이는 것이고,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자고 하는 거죠. 통합운영학교도 거대 학교가 되는 게 아닙니다. 작은학교를 합쳐 50명 내외정도의 학교가 되는 겁니다."
- 올해 3월 1일부터 서울교육청 소속 초중생들을 작은학교에 받아들이는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습니까.
"서울 학생 82명이 전남에 왔습니다. 초등학생이 66명, 중학생이 16명입니다. 이들은 전남 10개 시·군 농산어촌 학교 20개교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아주 높아요. 오는 9월 1일자 2차 운영 때는 두 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전남의 성과를 교육부에서도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농촌유학을 장려했으면 합니다."
- 또한 전남교육정책에서 눈에 들어온 게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올해 첫 번째 사업으로 강조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은 소중합니다. 이 아이들이 기본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학습 결손이라는 부정적 경험이 쌓이게 되면 '나는 뭘 해도 안 돼'라는 부정적 자아개념을 갖기 쉽고, 자기 효능감이 떨어집니다.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만족도도 낮아집니다. 또한 기초학력 부진은 사회적 부적응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기초학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초학력 신장은 과거에도 많이 강조됐던 내용입니다. 전남교육청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가요?
"그동안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노력은 일회성 접근, 단기적 처방에 그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여전히 많은 것은 아이들의 부족한 교과학습 능력을 지원하는데만 초점을 뒀기 때문이에요. 사실은 환경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조손 가정이나 다문화 학부모라든지,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교육복지 측면에서 기초학력부진을 봐야 한다는 거죠. 사실 전남의 교육환경이 타 지역에 비해 좋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전남이 기초학력 부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이 때 기초학력을 잡지 않으면 결손이 계속 누적되고 학습장애, 학습포기, 더 나아가 학교 부적응으로 갑니다. 그래서 초1~2에 대해 문해력과 수해력을 갖추도록 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우선 학급당 정원을 30명에서 25명으로 줄였습니다. 기초학력전담교사제라고 해서 2020년에는 40명, 2021년에는 8명을 늘려 48명을 새로 뒀어요. 이 선생님들은 담임을 맞지 않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서 '1대 1대' 지도를 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초등 1~2학년 담임선생들에게 60시간 문해력과 수해력 지도 관련 직무연수를 실시했습니다. 도교육청에서는 이를 총괄하는 기초학력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지원했어요."
- 결과가 궁금합니다.
"기초학력 책임교육에 대한 바람이 좀 분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3월에 3RS(읽기, 쓰기, 셈하기) 학교별 자율 평가를 했는데요. 평가결과를 보니까 초등학교 3~6학년이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 있기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3월 현재 큰 폭으로 줄어든 걸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우리 지역은 전체 학생의 85%가 전면 등교했으니까요. 2019년부터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강조해왔는데, 조금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 야당 일부 의원들은 '기초학력 신장'을 위해 전국적인 기초학력진단평가(일제고사)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학교별 자율 평가는 다른 학교와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교별 자율 진단으로도 기초학력 책임교육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전남의 초등학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제고사를 통해 다른 학교와 비교한다는 것은 같은 때에 5지선다형 같은 시험지로 일제히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필연적으로 경쟁과 서열화를 낳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대처럼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70년대식 문제풀이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인데, 이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닙니다."
-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기초학력 보장법안에 대해 전교조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저는 찬성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학습 격차, 결손의 문제가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걱정거리가 되어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위한 법적인 뒷받침이나 지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일부 교원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아마 과거 일제고사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봅니다. 부진아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고요.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저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진보교육계가 그동안 교육복지는 강조해왔지만, 기초학력 문제는 덜 강조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교육복지가 물론 중요하죠. 그러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교육복지가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주장이 부각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교육복지에서 중요한 내용 중에 하나가 학습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상교복, 무상급식이라든지, 무상수업료 등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중요한 게 학습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기본적인 학력을 갖춰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바로 학습복지니까요. 학습복지야말로 교육복지의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현재 진보교육감이 전체 교육감 17명 가운데 14명입니다. 성과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진보교육감 14명이 있는 이런 좋은 조건 속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성과가 별로 내세울 게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육감협의회에 3년간 참여하고 있는데, 교육부에 교육개혁 방안을 제안하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벽이 높더군요. 수많은 제안이나 요청이 완강한 교육부의 관료적 행정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교육부가 초중등교육에 관한 권한을 교육청에 대폭 이양한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껍데기만, 아주 지엽말단적인 건수만 늘려 가지고 '몇% 이양했다' 이렇게 발표하고 있거든요. 여전히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변화 자율성을 자신들이 틀어쥐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족쇄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 교육부가 학교자치를 위한 제도 혁신, 이를 테면 '교무회의 의결기구화'와 같은 것을 추진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 지금 전남교육청이 자체 '몸집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남교육청에서 벌여온 관행적인 사업, 전시성 사업, 실적 위주의 사업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통폐합했습니다. 우선 올해 본청의 전시성 사업 등 불필요한 사업을 줄여 예산 110억 원을 감축했습니다. 본청 인력 31명을 줄여서 각 시군 교육지원청과 학교로 배치했습니다. '본청 사업을 줄이세요' 이렇게 얘기해도 사업이 줄지 않았어요. 그래서 본청 인원을 줄였어요. 그래도 줄어드는 본청 사업이 적어요. 그래서 아예 예산을 줄여 버렸어요. 예산 없으면 사업을 못하잖아요. 교육청이 사업을 과감하게 덜어내지 않으면 학교현장에 크나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입니다."
- 올해 신년사 내용에 '학생자치와 교직원회의를 내실화하여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 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학생회, 교직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법제화해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전라남도 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례는 학교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원칙을 제시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등에 학생의 의견 제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직원회의 조직 구성의 근거를 마련해서 학교자치 실현과 민주적 학교문화를 조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입니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은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을 의식하지 않고 엎드려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루하고 재미없는 수업,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수업 때문에 '잠자는 교실'의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잘하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을 개발하려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2025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해야, 행복한 어른 될 수 있다"
- 그래도 우리나라 학생들 행복도는 10년 동안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난 10년 동안 대입전형에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수능중심 정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수시로 변경된 것인데요. 대입전형 변경으로 인해 학교가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탈피해 과정중심의 평가와 함께 토론, 발표, 보고서 작성 등 협력수업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지만 학생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게 됐고, 자연히 행복도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이 높아지면, 예전의 입시 위주 교육으로 회귀해 학교생활의 행복도가 다시 감소할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행복은 고난의 행진 끝에 얻는 성취물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내일의 희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끼고 행복해야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어떤 뜻인가요?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을 교육답지 못하게 만든 온갖 허례와 관행에서 벗어나 교육 본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말입니다. 모든 아이들을 삶의 주인으로,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합니다."
ㆍ급식사업 웰스토리에 ‘몰아주기’ ㆍ삼성전자 TF장 정현호 사장 포함 ㆍ이재용 부회장 ‘캐시카우’ 의혹도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로비. /김정근기자 jeongk@kyunghyang.com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것에 대해 조사를 마친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장(사장) 등 주요 전·현직 임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주도적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부당지원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사무처가 최근 삼성전자 등에 보낸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관련 심사보고서에는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19일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고발 대상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급식사업을 물적 분할해 완전 자회사 형태로 삼성웰스토리를 설립하는 과정을 설계한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관계자를 비롯해 정 사장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사업지원TF를 통해 부당지원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종 고발 여부는 오는 26~27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2018년부터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조사해왔다. 높은 내부거래 비중, 대부분의 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점을 들어 부당 내부거래의 조건을 갖췄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지난해 삼성웰스토리의 전체 매출액에서 계열사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41.4%에 달했다.
공정위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이 부회장의 ‘캐시카우’ 역할도 일부 맡았다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로, 현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8.13%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다. 삼성웰스토리는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매년 배당을 실시하는데 2017년, 2018년 웰스토리의 배당금은 각각 930억원, 500억원이다. 이 배당금 가운데 일부가 이 부회장에게 흘러가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지난 17일 공정위에 자진시정에 해당하는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전·현직 임원이 고발 대상에 다수 포함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을 지시·승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삼성에서는 동의의결로 처리하는 게 가장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한미정상회담이 현지시각으로 오는 21일부터 열리는데 핵심 관심사는 코로나 백신을 얼마나 확보하는가다. 더불어 한국이 백신을 확보한다면 미국에 무얼 내줄 것인가와 대북관계 변화 가능성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방미를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을 ‘민주주의 2등급’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세계일보는 백신 스와프 등을 앞두고 중요한 시점에 여당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한겨레는 반복되는 송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이 대선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여권, 특히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1면 톱기사에서 여권이 쇄신은 뒷전이며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 20일자 종합 일간지 1면 모음
조선 “백신지원 논의 확실” vs 중앙 “여전히 칼자루는 미국”
조선일보는 정치면에서 ‘캠벨 조정관 “한미 정상회담서 백신지원 논의 확실”’이란 기사에서 미국 정부의 아시아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18일(현지시각) “양 정상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미국이 지원할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캠벨 조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린 백신의 글로벌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경향신문도 백신확보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사설 “문·바이든 첫 만남, 백신 협력 및 북핵 대화 재개 전기 되길”에서 “미국에서 백신을 미리 받았다가 나중에 갚는 ‘백신 스와프’와 미국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안 등이 다뤄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샌상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한 것은 양국 간 조율이 이미 깊숙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썼다.
이를 보면 미국의 백신지원이 확실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중앙일보를 읽어보면 뉘앙스의 차이가 보인다.
캠벨 조정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중앙일보는 낙관적으로만 전망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면 톱기사 제목을 ‘한·미 정상, 백신동맹 선언 예상…미국 “백신 지원국 미정”’으로 정했다.
지난 19일 미국 국부무의 게일 스미스 글로벌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 안보 조정관이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풀겠다고 한 백신 8000만회분 관련 ‘어느 나라가 받냐’는 질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상당량을 코백스(COVAX) 프로그램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 지원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또한 이 신문은 “한국과 백신 협력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다자틀과 글로벌 공급 등을 원칙으로 제시했다”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방적 백신 공급이 아니라 중·러의 공격적 백신 외교전에 대한 대응까지 고려한 글로벌 백신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을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나눌 것이라고 했지만 칼자루는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며 “당장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상대로 백신 쟁탈전에 돌입하면서다”라고 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에게 다행인 것은 ‘반도체 카드’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쿼드 동참이든, 미국 내 반도체 투자든 대가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 20일 경향신문 3면 사진기사
한편 조선일보엔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성공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란 내용의 칼럼이 실렸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내용이다. 정치부 차장의 “진짜 ‘성공한 정상회담’이 되려면”을 보면 정상회담은 사전에 의제와 발언수위 등을 조율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게 외교가의 오랜 속설인 만큼 이번 회담도 성공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레임덕, 내년 대선 등으로 북한 문제를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했고 한국과 미국간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우리는 김정은을 다시 불러내 미국, 남북 대화 쇼를 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밋빛 포장보다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며 미국과 공동의 해법을 찾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진짜 성공 여부는 그때 가서 판명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2등급” ‘송영길 리스크’ 우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이 미국을 겨냥해 “흠결 있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해 논란이다. 송 대표는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았고, 미국은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2등급으로 판정받았다”고 했고, 자신이 대표 발의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미국 하원이 청문회를 연 것에 대해 “상당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정은·김여정 나체를 합성한 조악한 전단을 뿌려놓고 표현의 자유라고 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 20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송 대표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세계일보는 “대한민국 여당 대표로서 자질과 적격성을 의심케 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여당 대표가 불필요한 발언으로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코로나 백신 스와프 등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송 대표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시절에도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갖고서 어떻게 북한 이란에게는 핵을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나” 등의 발언을 인용하며 “1980년대 학생운동을 한 그가 지금도 30여년 전 습득한 반미 운동권 수준의 인식으로 외교안보 현안을 재단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치면 기사 “‘송영길 리스크’ 어쩌나”에서 송 대표 발언에 대해 “송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논란이 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송 대표 설화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지난 7일 국제학교 설립 필요성을 말하면서 ‘기러기 가족’에 대해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바람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고 한 발언도 인용했다.
야권·언론의 여권 공격 포인트 ‘포퓰리즘’
세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쇄신 대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지적한 정책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원안, 즉 김포시가 제안한대로 인천에서 서울 강남, 경기 하남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확대하는 안을 주장한 것과 정부 방역조치로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에 대해 대출 원금을 깎아주거나 상환을 연장하는 은행법 개정안, 집합금지 업종에 매출 손실의 최대 70%를 보상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것 등을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사실 김포시의 이른바 ‘지옥철’ 상황을 들여다보면 김포시민들의 요구를 단순 투기수요로만 볼 것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고, 정부 방역조치로 인한 피해는 마땅히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편적인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판의 초점은 대선주자들의 정책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빅3’는 현금 살포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군필자에게 3000만원 지급하자는 주장, 정세균 전 총리가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주자는 공약, 이재명 지사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 1000만원의 해외여행비를 지급하자고 한 것 등을 언급했다.
▲ 20일 한겨레 정치면 유승민 인터뷰
이는 야권의 공격 포인트와 같다. 유승민 전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최근 ‘악성 포퓰리즘을 배격하는 청년들에게서 새 희망을 본다’는 글을 올렸다는 질문에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청년들이 ‘돈 주는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했더라”라고 답했다.
또한 유 전 의원이 이 지사에 대해 민주당과 허경영씨의 국가혁명당 중간쯤에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돈을 뿌려서 파생되는 소비를 가지고 국가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면 이 세상에 성장못할 나라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유 전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도 이 지사의 정책에 대해 “국민한테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을 위시로 한 보수적폐 세력은 4.7 재보궐선거 압승에 기고만장해 문재인 민주당의 무능력·부패·비리의혹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정권 심판론’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의 무능력을 외쳐대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이 정권의 무능력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코로나19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민들의 협조로 ‘K-방역’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고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정권 때 메르스 상황을 떠올려보자.
당시 박근혜 정권은 메르스에 대한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
박근혜 정권은 병원들이 주요 감염 경로였음에도 발병 병원뿐만 아니라 발병 지역도 공개하지 않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결국 정부의 정보은폐가 극에 달하자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SNS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메르스 발생 병원들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익명의 개발자들은 이 정보들을 토대로 실시간 메르스 지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렇게 국민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했다. 메르스 정보은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어지자 박근혜 정권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약 2주 뒤인 6월 6일이 되어서 부랴부랴 발병 병원 목록을 공개했지만 이때는 이미 3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한 뒤였다.
메르스는 한국 방역에서 가장 실패한 사례이며, 박근혜 정권의 무능력한 모습의 대표 사례이다. 당시 국민들은 메르스보다 박근혜의 무능력이 더 무섭다는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박근혜 때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보자.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보수적폐 세력의 무능력은 곧 ‘국민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또한 보수적폐 세력은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당 정권의 부패·비리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보수적폐 세력은 부패·비리의 대명사이다.
역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이고 이명박·박근혜 모두 비리를 저질러왔다.
이명박은 재판에서 자신이 소유한 기업 ‘다스’에서 27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61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업체) 비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어떠한가. 박근혜는 기업의 돈을 직접 또는 제3자가 받은 혐의로 총 592억의 뇌물수수 혐의로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윤석열·나경원·박형준은 가족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있다.
이렇듯 보수적폐 세력은 ‘무능·부패의혹’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없는 집단이다.
그런데도 보수적폐 세력의 ‘정권 심판론’에 마치 힘이 쏠리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민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지 못한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이틈을 이용해 ‘정권 심판론’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의 ‘정권 심판론’은 문재인 민주당 정권을 끌어내리고 자신들이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촛불국민의 힘으로 탄핵한 박근혜 부역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곧 보수적폐 세력의 부활이다. 이들은 정권을 차지한 뒤에 다시 촛불항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탄압할 것이다.
또한 촛불항쟁의 초보적인 성과물들도 다시 없애버리려 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박근혜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것처럼 보수적폐 세력은 촛불항쟁으로 이룩한 성과를 없앨 것이다.
보수적폐 세력의 집권은 국민을 암흑지대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또한 보수적폐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지금보다 반통일 정책을 펼치는 반통일 대결정권이 될 것이다.
지금도 보수적폐 세력은 극우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옹호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대북전단금지법은 아예 무력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보수적폐 세력은 4.27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 합의서까지 파기할 수도 있다.
보수적폐 세력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사건건 문재인 민주당 정권을 공격하면서 국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획책하면서 자신들의 집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보수적폐 세력의 이른바 ‘정권 심판론’은 자신들이 재집권하겠다는 음흉한 술수에 다름 아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다산콜센터 심명숙입니다.”
전화번호 120을 누른 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반갑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때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알기 힘든 막막한 순간을 만나곤 한다. 서울시민들은 궁금하고,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면 120으로 전화를 걸어 다산콜센터에 질문하면 상담사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법주차 단속을 비롯한 교통문제, 코로나19를 비롯한 보건 방역, 쓰레기 무단투기 등 청소, 하수도 시설 관련 문제, 소방안전은 물론, 신혼여행을 앞두고 여권 만료일이 다가와 연장을 요구하는 민원, 상속세 납부 관련 문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다. 다방면에 재능을 가지고 활약했던 조선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호에서 딴 이름답게 다산콜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폭이 넓다.
많은 서울시민은 365일 24시간 120 다산콜을 찾았다. 전화는 물론 문자, SNS, 수어, 외국어 상담도 가능해 상담 건수가 연간 150만 건에 육박한다. 다산콜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앱을 통한 스마트 불편 신고가 66만9천954건, 전화 상담이 48만9천981건, 문자 상담이 31만8천822건, 챗봇 상담이 2만252건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이들의 궁금증과 하소연, 때론 억울함에 이르기까지 사연들이 다양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쉽지 않다. 욕설과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언어폭력에 내몰리는 상황도 흔하다. 다산콜센터에서 전화상담 노동자로 십 년 넘게 일하고 있는 심명숙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2019년 다산콜센터에서 상담을 하고 있는 심명숙.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콜센터 내부 촬영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다산콜센터지부
“상담에 익숙해지려면
1~2년으론 안 되고,
3년은 지나야 해요.”
“3년은 돼야 제대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요. 1년 열두 달동안 시기별로 주요 민원이 달라요. 겨울철이면 한파로 인한 수도 동파 신고가 많아요. 여름철이면 하수구 정비를 요구하는 신고, 비가 많이 오면 빗물 역류, 침수 신고가 들어와요. 빗물이 역류하면 양수기 대여 문의도 들어오고요. 비가 많이 온다고 예보라도 나오면 침수 방지를 위해서 빗물받이 청소 요구 등도 들어와요. 겨울철 제설 작업도 큰 도로, 간선도로 순으로 진행되고, 제설 책임이 어디 있는지 다양하기에 관련한 안내도 숙지해야 해요. 염화칼슘 위치도 알아야 하고요. 은행나무 열매가 냄새난다고 떨어달라는 요구도 있고, 봄철엔 가로수 이파리가 무성해 영업에 방해된다고 가지치기 요구도 들어와요. 여기에 교통, 수도요금,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 관련 사업, 25개 자치구 및 보건소 관련 문의에 이르기까지 상담에 익숙해지려면 1~2년으론 안 되고, 3년은 지나야 해요.”
다산콜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선 얼마 정도의 시간의 필요하냐는 질문에 심명숙은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에 일에 적응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상담업무는 한 건이어도 그 일과 관련된 기관은 여러 곳이다. 예를 들어서 가족이 사망한 뒤 상속을 비롯해 필요한 후속조치 문의가 들어오면 사망신고 등 주민등록과 관련한 정리는 자치단체(시, 구, 읍, 면, 동)에서 하도록 하고, 금융감독위를 통해 사망자 금융 거래를 조회할 수 있으며, 각 자치구나 지자체를 통해 사망자 토지 소유도 조회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재산상속, 한정승인 및 포기 청구는 피상속인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서 하고, 상속세 신고 납부는 관할세무서에서 하게 된다. 자신에게 일이 닥쳤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이들에게 순서에 맞게 필요한 업무와 그 업무를 어디서 봐야 하는지 알려주고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게 다산콜의 임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숙달되려면 3년은 필요하다는 게 심명숙의 설명이다.
“나이 어린 관리자들이 많았는데,
독촉하고, 때론 반말로 하대하며
일을 시켰어요.”
심명숙은 10년 넘게 다산콜센터에서 일해온 베테랑 상담사다. 지금은 능숙한 업무 능력을 자랑하는 그이지만,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엔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10년 8월부터 일했어요, 친구가 다산콜센터에서 먼저 일하고 있었는데 괜찮다고 소개를 해줘서 일을 시작했어요. 공무원 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친구예요. 저도 5년 정도 7급,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안됐어요. 시험을 준비하면서 돈을 많이 썼어요.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다산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일을 다니며 다른 걸 준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종의 임시직이었어요.”
다산콜센터 내 전광판. 응대율 등을 나타내고 있다. 2013년 자료사진.ⓒ뉴시스
길어야 1~2년 정도 일하겠다면서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10년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공무원을 꿈꿨던 그에겐 시민들의 전화를 받고 도움을 주면서 공공적인 일을 한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그런 뿌듯함 때문에 하루에 150~160콜을 받으며 쉴새 없이 일했지만, 힘든지 모르고 일했다. 일 중독처럼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몸이 아픈 줄도 몰랐다.
“다산콜센터 근무 환경은 열악했어요. 다산콜센터는 아이를 키우는 30대 여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예전엔 휴일 근무를 강제로 시켰어요. 한부모 가정 등 아이를 맡기기 힘든 이들은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는데 연차를 당일에 신청하면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요. 화장실 가는 것도 관리자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가거나 순서를 정해서 갔어요. 상담하면 질문과 답변을 타자로 쳐서 기록으로 남기는데, 이와 관련한 후처리 작업이 필요해요. 그런데 관리자들은 빨리하라며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어요. 나이 어린 관리자들이 많았는데, 독촉하고, 때론 반말로 하대하며 일을 시켰어요.”
“칸막이 옆에서 누가 일하는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안 나와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렵고 힘드니까
그냥 그만뒀나 보다 하고 생각한 거죠.”
이렇게 상담사들이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일에 쫓긴 건 외주업체의 경쟁 때문이었다. 효성ITX 등 3개 외주업체가 다산콜에서 일했는데 상담 품질이 아닌 콜수로 경쟁을 했고, 콜수가 적으면 재계약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다산콜은 이들 콜센터 외주업체에겐 다른 콜센터 업무를 따내기 위한 중요한 고객사이었기에 과잉경쟁이 벌어졌다. “한 달에 한 번 업무 테스트도 했고, 이를 위해서 1주일 동안 나머지 공부를 시키기도 했어요. 평균이 낮으면 안 되니깐 틀린 문제를 숙지하게 하는 등 경쟁이 대단했어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아울러 상담사 개인 간의 경쟁도 치열했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임금은 높지 않았으며 근속에 따른 숙련도도 반영되지 않았다. 경력 1년차 상담사와 3년차 이상 상담사의 임금 차이는 몇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에 최고 S등급부터 최저 D등급으로 각각 평가돼 지급되는 성과급의 경우 매달 최대 20만 원까지 차이가 있었다. 상담사들은 성과급에 목을 매며 콜수를 늘리기 위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노동강도는 강화됐다. 최대한 많은 콜을 받기 위해 통화는 짧아져야 했고, 민원인들이 받는 안내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일터에선 자신의 고민을 나눌 동료가 없었고, 하나둘 사라져가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칸막이 옆에서 누가 일하는지도 모르고 다음 날 안 나와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이 어렵고 힘드니까 그냥 그만뒀나 보다 하고 생각한 거죠.”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도한 경쟁,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는 이들이 많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1년을 일해야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이 되고. 3년은 지나야 익숙해지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사율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퇴사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았어요. 그래서 퇴사도 순서를 정해서 했어요. 퇴사율이 너무 높으면 안 된다고 한달만 더 다녀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많았어요.”
2012년 9월 다산콜센터 노조 설립
“그전까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힘들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감대가 커진 거죠.”
이런 현실이 조금씩 변화된 건 다산콜센터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한 건 지난 2011년 11월경부터다. 당시 희망연대노조에선 KT 자회사 콜상담업체인 KTIS, KTCS 상담사 조직사업 및 노조결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콜센터 상담사 조직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보궐선거를 통해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노동인권 보장이었기 때문에 다산콜센터 노동조합 결성에 기대가 컸다.
2013년 다산콜센터 조합원 직고용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심명숙ⓒ뉴시스
하지만, 노조를 결성하는 건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위탁업체에서 사전에 알기라도 하면 탄압이 커질 게 불을 보듯 뻔했고, 3개 위탁업체로 나눠진 상황에서 어느 한 곳에서만 노조가 만들어지면 제대로 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산콜노조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3개 위탁업체 주체들이 함께 참여한다, △ 노조 설립 때까지 비밀을 유지한다, △ 노조 설립 후 3개월 내에 조합원 과반수를 조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개월여 준비를 거쳐 2012년 9월 12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의 다산콜센터지부로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심명숙은 노동조합 설립 초기에 가입했다. 심명숙은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했지만, 직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더구나 길어야 1~2년 일하자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일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일해 콜수도 항상 상위권이었던 그를 사측에 가까울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고, 노조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회사에 불만이 없는 것 같고, 관리자 말도 잘 듣고, 실적도 잘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사측’이라고 여겼던 거죠.”
노동조합을 만든 사람들은 상담사 과반수 이상 노조 가입을 목표로 걸었지만, 사실 10%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직률이 높아서 직장에 크게 애정을 가지기 힘들었고, 경쟁도 심해서 동료의식도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칸막이에 갇혀 있던 개인들이 공감대를 넓혀가며 서로 하나가 되어 갔다. “그전까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그렇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공감대가 커진 거죠. 더구나 한곳에서 일하지만, 위탁업체가 다른 경우엔 말도 잘 안 했어요. 수시로 평가가 있어 관련한 정보가 유출될까 우려했어요. 또 업체 간에 생일축하금 등 대우에 차이가 있었는데 상담사들의 불만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교류를 막았고, 서로를 이간질했어요. 하지만, 노조가 생기면서 서로의 고충을 알게 되면서 이해가 켜졌죠. 그리고, 관리자들의 거짓말에 우리가 너무 쉽게 속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함께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부당한 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니
바뀌는 거예요. 그동안은 누가 신입으로 들어와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알고, 걱정해주는 분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장기 근속하는 상담사들이
확 늘어났어요.”
그렇게 개인들이 모여 우리가 되면서 노동조합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과도했던 업무테스트, 추가 수당 없이 진행됐던 관행적인 연장 근로가 사라지는 등 노동조합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면서 12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은 불과 1년 만에 상담사의 50% 이상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합원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환경 개선에 힘이 실리면서 다산콜센터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다.
2015년 겨울 다산콜센터 공무직 전환 직접 요구 집회 사진ⓒ다산콜센터지부
“등수를 매기려고 문제를 꼬아서 내던 업무테스트가 문제은행 방식으로 바뀌었고, 횟수도 한 달에 한 번에서 석 달에 한 번으로 줄었어요. 근무 시작은 9시부터인데 업무 준비라면서 8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평가에 반영하던 것도 개선됐어요. 화장실도 못 간 채 일을 강요받던 관행도 줄었어요. 악성 민원이 들어와 상담사 말투가 불친절하다고 신고라도 하면 이유는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사과 전화를 하라고 했어요. 그게 싫어서 그만두는 이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부당한 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니 바뀌는 거예요. 그동안은 누가 신입으로 들어와도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서로를 알고, 걱정해주는 분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장기 근속하는 상담사들이 확 늘어났어요.”
다산콜센터에서 임시로 일할 생각을 가졌던 심명숙이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노조에 가입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가 없었다면 일 중독에 가깝게 보람을 느끼며 일하던 심명숙도 다른 상담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서히 지치고, 아프면서 누구에게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직장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노조 결성 이후 콜수는 줄고,
통화시간은 늘어났어요.
장기근속으로 인해 업무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민원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면서
1콜당 평균 통화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아울러 노동조합 결성은 다산콜센터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도 이어졌다. “노조 결성 전엔 1인당 하루 평균 콜수 100콜에 총 통화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1인당 하루 평균 콜수 80콜에 총 통화시간은 3시간 30~40분 정도예요. 오히려 콜수는 줄고, 통화시간은 늘어났어요. 장기근속으로 인해 업무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민원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면서 1콜당 평균 통화시간이 늘어난 거예요. 민간위탁일 때는 상담의 질보다는 단순 콜 실적 압박만 하다 보니, 충분한 설명이 어려웠거든요.”
이런 변화는 심명숙에게도 커다란 보람으로 다가왔다. “민원인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는 순간에 도움이 되면 보람이 커요. 문제에 따라 방문해야 하는 기관을 찾아주고, 어떤 절차로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지 알려드리면 고맙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업무와 조합 활동에 보람을 느끼면서 심명숙은 노조 간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노조 가입 직후 대외협력부장을 시작으로 2013년 부지부장, 2015년 사무국장을 거쳐 2017년엔 지부장을 맡게 됐고, 지금 3선을 하며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12년 12월 서울시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투쟁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이후 2015년 4월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매일 8시부터 9시까지 1인시위를 했어요. 집회도 꾸준히 이어가는 등 정말 오랫동안 싸웠어요.”
2년 넘는 투쟁 끝에 이뤄낸 재단 직고용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저임금
2년 넘게 싸워 다산콜재단이 2017년 5월 세워졌고, 400여 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재단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지쳤고, 심명숙의 표현을 빌리자면 “할 사람이 없어서” 지부장을 맡게 됐고, 지부장을 맡은 이후엔 책임감으로 3번 연속으로 지부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부장을 맡았지만, 여전히 다른 조합원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임석환 부지부장은 “지부장은 강단이 필요한 자리예요. 때론 고집도 필요하고요. 밀고 나갈 부분에선 밀고 나가지만, 그렇다고 독단적이지 않아요. 자기 주장이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잘 듣는 사람”이라고 심명숙을 칭찬했다. 김배아 사무국장도 “본인보다는 남을 위해서, 조합원을 위해서 활동하는 분이에요. 본인 연차나 대휴도 거의 노조 활동을 위해서 쓰니깐 개인 시간이 없다시피 해요”라며 칭찬에 힘을 보탰다.
2017년 겨울 재단 안정화 요구 집회. 사진 오른쪽이 심명숙 다산콜센터지부장ⓒ다산콜센터지부
직고용을 이뤘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고용 형태는 직고용으로 바뀌었지만, 저임금 노동은 여전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인 콜센터 노동은 여전히 반찬값이나 벌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업무로 취급됐다. “다산콜재단 상담사 평균임금은 서울시 18개 출자·출연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과 비교했을 때 꼴찌예요. 다른 산하기관은 정규직 사무직으로 보지만, 우리는 그냥 ‘콜센터’예요. 고용 안정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임금 인상엔 부담스러워해요. 대부분 공공기관도 콜센터 관련 업무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식비 정도 더해주는 수준에서 책정해요. 지금은 정부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는데, 콜센터 노동자들은 다른 정부 기관과 비교해 임금 자체가 적어서 똑같은 인상률을 적용받아도 금액은 적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되니 임금 격차는 해가 갈수록 더욱 벌어져요.”
“욕은 안 하지만. ‘불 질러도 되겠네’,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겠다’,
‘내가 죽으면 되겠네’ 등
협박성 발언들이 많아요.”
성희롱, 욕설 등 감정노동에 내몰리는 상황도 빈도는 줄었지만, 은근한 협박성 발언과 위협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집 앞 주차장은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서 불법 주정차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하면 ‘그럼 이 차 내가 부셔도 되냐?’고 막무가내로 말하는 이들도 있어요. 또 어떤 분은 공사 소음이 시끄럽다고 신고를 하면서 ‘내가 칼을 잘 쓴다’고 상관없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해요. 그런 은근한 위협성 발언들이 많아요. 욕은 안 하지만. ‘불 질러도 되겠네’,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겠다’, ‘내가 죽으면 되겠네’ 등 협박성 발언들이 많아요.”
이런 일들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심명숙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저는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산책하면서 몸을 힘들게 하고, 한 시간 정도 출퇴근 시간에 걸으면서 생각을 지워요. 아무리 힘든 상황도 퇴근하면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기억하면 상처가 되잖아요, 일이랑, 나를 되도록 분리해요. 내게 한 말이 아니라, 아무리 험한 말이라도 그건 서울시를 향해 한 말이니깐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그렇게 스트레스를 이기며 10년 넘게 상담사로 일해온 심명숙에게도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은 이전엔 겪어보지 못한 혼란 그 자체였다. 정부와 방역 당국에 의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역지침이 세워지기도 전에 다산콜센터엔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문의가 쏟아졌다. 2020년 4월 다산콜재단이 서울시의회 보고한 ‘2020 주요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1월 23일부터 4월 13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한 총 상담은 19만 5천365건으로 전체 상담 가운데 14,4%를 차지했다. 특히 4월의 경우 코로나 관련 상담 비중이 30%에 육박해 하루 평균 6천~7천 건의 상담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문의 전화 하루 수천 건
“제대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항의받고,
아우성 듣는 게 일이었어요.”
“대구에서 신천지 집단감염이 있던 때에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어 대구에 갔다 왔는데, 집에 그냥 들어가도 되냐는 문의가 많았어요. 당시엔 해외 입국자만 관련 지침이 있었을 뿐 국내 발생과 관련해선 지침이 없어 혼란스러웠어요. 또 마스크 대란 당시엔 어디서 마스크 살 수 있냐, 서울에선 우체국에서 왜 마스크를 안 파냐, 당시엔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문의도 쏟아졌어요, 말이 문의지 우리도 제대로 지침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항의받고, 아우성 듣는 게 일이었어요.”
서울시에서 긴급 생활비 지원이 시작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자료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안내를 해야 했다. 상담과 관련해 궁금한 부분은 정부나 서울시 부서 등에서 확인해야 하는데 전화가 폭주하면서 담당자와 통화조차 힘들었다.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산하 콜센터 노동조합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고용노동부,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등 거의 모든 공공 콜센터가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안내하려면 자세한 정보를 미리 알아야 하는데 기자들이 우리보다 먼저 아는 경우가 많았어요.”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내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3명이 나온 가운데 2020년 3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확산 위험 지대 콜센터 노동자 증언 및 기자회견에서 심명숙(왼쪽 세 번째)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11ⓒ김철수 기자
여기에 더해 뭐라 대답하기 어려운 황당하면서도 곤란한 질문도 쏟아졌다. “‘마스크 쓰면 답답하냐’고 묻는 분이 있었어요. 중증 호흡기 질환이 있는 분들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그래서 ‘답답하다’, ‘하지 않다’ 말하기 곤란해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또 ‘오늘 강남구 확진자가 몇 명이냐, 전날과 비교해서 몇명 늘어난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어요. 자기가 오늘 강남 유흥주점에 가야 하는데 확진자가 많이 나왔으면 안 가고, 적게 나왔으면 가려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저희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닭장 같은 작업장에서
책상도 120c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일했어요.”
지난해 3월엔 서울 구로 콜센터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희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닭장 같은 작업장에서 책상도 120c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일했어요. 내 옆은 물론 바로 앞에도 일하는 사람이 있고, 창은 전혀 없는 폐쇄된 공간이거든요. 창이나 문을 열면 소음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풍은 꿈조차 꾸기 힘든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다른 콜센터들도 다들 비슷해요. 민간은 더욱 심해서 다산콜센터보다 좁은 사업장도 많아요.”
이런 열악한 작업 환경에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는 콜센터 노동 현실은 집단 감염을 일으키기 좋은 여건이었다. “아파도 쉬기 힘들어요.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아니라 휴게실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일해야만 해요. 콜센터에선 아파도 병가를 안 내줘요. 다산콜센터 같은 공공기관은 그나마 개선됐지만, 아직도 많은 민간콜센터들은 아프면 그만두라고 해요. 실적 때문에 병가를 주거나 휴가를 주는 것보다 퇴사시키고, 새로 뽑거나 몸이 나은 다음에 다시 뽑는 게 이득이거든요.”
심명숙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지부장이 14일 서울 동대문구 다산콜센터 노조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5.14ⓒ김철수 기자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다산콜센터에선 재택근무를 도입해 25% 정도의 상담사가 재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다산콜센터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에겐 새로운 위기로 다가왔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재단 직고용이 아닌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 형태의 외주 노동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혼자 일하면서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는 데 있다. “상담사끼리 정보를 교류 또는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 혼자서 하면 그게 힘들어요. 일하는 공간과 생활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업무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고요. 또한, 노조 활동에도 어려움이 많아요. 대면으로 교육을 할 수 없고, 대화를 직접 못하니깐 오해도 생기는 것 같아요. 만나면 고충도 들어주는데 재택인 분들은 자신들이 소외된다고 여기기 쉽거든요.”
“서울시 꼴찌 수준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개편하려고 해요.
우리 노동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요.
심명숙과 다산콜센터지부는 그동안 노동환경을 바꾸고, 직고용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그들의 지난 도전은 일터를 바꿔냈고, 그들이 매일 목소리를 듣는 민원인에게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다. 그렇게 서로 힘을 모아 현실을 바꿔온 이들에겐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서울시 꼴찌 수준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개편하려고 해요. 우리 노동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바꾸고 싶어요. 또 작업 환경도 개선하려고 해요. 지금 재택근무를 통해 밀집도를 분산시켰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니에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려면 일하는 공간 확대도 필요하거든요. 또 예전 540명이던 근무 인원이 지금은 340명으로 줄었는데.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선 충원도 필요해요. 감정노동을 완화하기 위한, 구조적 지원도 필요해요. 법적 처벌만으로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거든요.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부 활동에 계속 힘을 쏟아야죠.”
미국 지지 확인 위해 협의 나서
남북관계 개선 주요 고빗길마다
미, 대북제재 명분으로 제동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로 두 정상이 일정 부분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확인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겨레>가 18일 복수의 정부·여권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만남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복원의 기회가 생길 경우 북-미 협상의 속도에 제한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영역과 관련해 미국 쪽의 ‘지지’ 의사를 미리 확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쪽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기간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6·1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바탕을 둔 외교적·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며, 남북관계의 독자성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미국 쪽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용적 접근법 등에서 한국이 바라고 있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가 독자적으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외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은 다소 소극적인 미국 쪽의 최종 방침은 한-미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결론이 날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환영한 미국의 대북정책의 골자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 간 충분한 이해”가 전제된 것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외교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첫 회담에서 이런 접근을 하는 데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으로 대변되는 미국 제재 시스템이 남북관계 개선에 장애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깔렸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남북관계가 기대만큼 개선되기는 커녕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 제재망의 과도한 작용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미국 쪽은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금강산 행사에 동행한 취재진의 노트북 반출을 막거나,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운반용 트럭이 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거는 등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고빗길마다 ‘제재’를 명분으로 개입했다.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북쪽 구간 공동점검도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수개월 지연됐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고집한 결과라는 평가가 따랐다. 북-미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대상이 아닌 인도적 협력까지도 사실상 막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독자성’ 문제를 다루려는 데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만한 ‘선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정부가 이런 접근을 취한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는 북한이 응할 수 있는 구체적 유인책이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힘을 쏟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을 어떤 형태로든 다음 정권에 이어주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수적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의 일정한 독자적 협력에 공감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북한이 국경 봉쇄가 풀리지 않는 한 가시적 성과를 낼 실마리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문제가 있다. 정부 소식통은 “총론적으로 미국과 합의를 해놓으면 디테일은 (여건이 조성될 때) 북한과 협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윗부분의 아치가 무너져 기둥만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에콰도르 환경부 페이스북
갈라파고스 제도의 명물인 ‘다윈의 아치’ 바위가 자연 침식으로 인해 무너졌다. 에콰도르 환경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아치 모양의 윗부분이 사라진 채 두 기둥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기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이 바위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윈 섬에서 1㎞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바위 근처에는 돌고래와 바다거북, 큰가오리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보호 신탁(Galapagos Conservation Trust)의 젠 존스는 재단 측을 통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다윈의 아치는 갈라파고스 풍경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고, 지구의 야생동물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징과도 같았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18일 전했다. 그는 이어 “다윈의 아치가 붕괴한 것은 이 지구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면서 “인간은 지구의 침식 작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 섬의 소중한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다윈의 아치’ 모습.
갈라파고스 제도는 197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첫번째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다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유엔과 유네스코 등은 3개의 해류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바다 수온이 엘니뇨 등으로 인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다윈이 관찰했던 수많은 생물종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5월18일 포털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이날 하루 기준 640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검색 기간을 최근 1주일로 늘리면 3220건이 검색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 이후 비트코인을 전량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은 대부분 머스크의 말(트윗) 하나에 비트코인이 얼마나 오르고 또 얼마나 내렸다는 내용 위주다.
머스크의 트윗 하나에 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트코인 보도가 쏟아지는 것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투자가 주식보다 훨씬 더 변동성과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이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주의 사항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트코인 체험기 등을 전달하며 ‘대박 사례’를 보도하는 것은 위험성 높은 암호화폐 투자를 조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무리 투자가 개인의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기사에 대박 사례와 위험성을 함께 일러주는 내용도 포함돼야 개인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대박'이 난 사연을 전하는 기사 제목들.
대표적 대박 사례 보도로 “‘암호화폐로 22억 대박’ 30세 파이어족의 투자 노하우”(머니투데이 4월7일), “파이어족 진짜 있네, ‘투자로 35억 벌어 29살에 퇴사했어요’”(조선일보 4월10일), “코인으로 650억 벌고 삼성전자 퇴사한 직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위키트리 4월20일), “1000원 주고 산 코인이 23억원으로, 도지코인 뛰어넘는 초대박 코인 탄생”(위키트리, 5월11일)”, “‘도지코인 대박’ 사표낸 골드만 임원…국내 사례도 속출”(한국경제 5월12일)과 같은 제목들의 기사다. 다만 위키트리의 경우 기사 내에 “암호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높은 투자 상품입니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대박 사례를 전하면서 다른 문단에 손해를 본 사례를 함께 배치한 기사들도 있었다.
암호화폐 전문지의 한 기자는 “코인 대박 사례를 전한 기사나 체험기, 코인으로 돈을 벌어 은퇴를 했다는 ‘파이어족’ 인터뷰 등 투자를 조장하는 뉘앙스가 강하다”며 “개인적으로 기사를 쓰면서 투자를 조장하는 느낌이 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다. 기사 내 사례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다양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특히 최근 암호화폐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일간지나 경제지에서 비트코인 체험기나 ‘김치 프리미엄’ 거래법 등을 알려주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새로운 거래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는 관련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 세계는 아직 규제 회색지대이고 매우 변동적이라 기사를 쓸 때 해당 거래법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금방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변호사 자문 등을 기사에 함께 넣는 것도 좋다”고 전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원화로 암호화폐를 살 때와 외국 거래소에서 달러화 등으로 암호화폐를 살 때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위키트리의 암호화폐 기사. 가장 상단에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경고가 들어있다.
거래량 적어 기사 하나로도 가격 변동 가능…기자 소개에 투자한 암호화폐 공개하기도
암호화폐를 투자 관점에서 보도할 때 조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암화화폐 시장 역시 기사나 유명인의 발언으로 인해 가격이 심하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은 아니지만 BJ철구 사례를 살펴보면, 2월21일 아프리카TV BJ 겸 유튜버 철구는 암호화폐 투자 생방송을 진행했다. 철구는 당시 5000만원을 투자했고 8분 만에 4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벌었다. 거래량이 적은 암호화폐의 경우 유명 BJ가 이를 언급할 시 시청자들이 따라 사면서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이 때문에 3월28일 ‘주식 투자 실시간 스트리밍 노출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아프리카 BJ들이 매수하는 종목이 그대로 실시간으로 노출되며 시장에 큰 파동을 야기한다”며 “그의 매수와 함께 하락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 청와대 청원 내용.
이는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 시장 모두에 적용되는 원리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특정 코인 이름을 기사에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지 밝히는 언론사도 있다.
암호화폐 전문지 ‘코인데스크 코리아’는 기자 소개란에 직접 어떤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밝힌다. 김병철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국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코인데스크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모두 기자들의 투자 여부를 공개하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내부 규정에 따라 취재정보를 개인 투자에 활용하거나, 개인 이익을 위해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들의 소개창. 기사를 보면서 기자 소개를 눌러보면 기자가 어떤 코인에 투자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김 국장은 “그렇지만 아예 투자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투자를 해보지 않고서 취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도 한다”며 “기사가 기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다른 영역(부동산·금융·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암호화폐는 아직 다른 자산보다 시장 크기가 작고, 가격 변동성이 높아 기사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라며 “투자하는 암호화폐 목록의 공개가, 기사에 대한 독자 신뢰도를 높이고, 기자 스스로 유혹을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이용한 범죄 조명하는 탐사보도…수사에 도움 주기도
최근 암호화폐 위험성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언론 역시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이를 보도하는 경우가 늘었다. 투자 관점을 넘어 암호화폐로 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서울신문 탐사기획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의 경우 탐사보도 이후 ‘코인 셜록’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암호화폐 범죄 피해를 접수 받고 있다.
서울신문의 탐사기획은 코인 투자인 줄 알았는데 피라미드 사기였던 사건, 코인을 이용한 사채시장, 코인을 통해 세금을 회피한 사례, 암호화폐를 이용한 성착취물 피해 사건 등 다양한 코인 관련 범죄를 다뤘다. 이후 ‘코인셜록’ 프로젝트도 열었는데 이는 디지털 자산 추적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금융피라미드 범죄, 다크웹 성착취물의 범죄 수익 등을 탐지해 피해자들에게 추적 보고서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보고서는 사법기관에 범죄 피해 신고와 범죄 수익의 추징·몰수 등을 위한 법적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서울신문 코인셜록 페이지.
안동환 서울신문 탐사기획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암호화폐와 관련해 좋은 보도도 많지만, ‘오늘은 올랐다’, ‘오늘은 내렸다’는 식의 표면적 보도도 많다. 이런 보도들로 인해 암호화폐를 접하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물론 투자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시세 조작 등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굉장히 다양하고, 특히 아직 규제나 처벌 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 방치돼 있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투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그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기술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은 부족한 상황이다. 투기나 관련 범죄도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 제도 정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실제 취재 결과 피라미드 금융 사기, 해킹, 성착취물 등 모든 범죄가 망라돼 있었다. ‘코인 셜록’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150여 건의 사건이 접수됐으며 실제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에 변화가 생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안 부장은 “국내에서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언론이 투자적 관점 외에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 보도와 피해자 지원 방안,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제도에 대한 제언, 앞으로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6.15남측위원회는 18일 오전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횐’는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공식 선언과 ‘단계적 동시행동’ 조치로 대북제재 해제 등을 촉구했다.
6.15남측위원회는 1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경운동 소재 6.15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튜브 6.15남측위원회 채널로도 중계됐다.
6.15남측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과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이 ‘압박과 제재를 거둬야 대화는 시작됩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공동 낭독했다.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왼쪽)과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이 ‘압박과 제재를 거둬야 대화는 시작됩니다’ 제목의 입장문을 공동 낭독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가자들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남북, 북미대화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새로운 길을 찾는 회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계시민사회의 의견을 담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고 4가지 사항을 제안했다.
먼저,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를 단계적 동시행동의 상응조치로 제안한다면, 북한의 선비핵화 대신 북미간 신뢰구축을 지향하고 있다는 유의미한 신호가 될 것”, “바이든 정부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결단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쿼드 참여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각계를 대표해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했고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이 영상을 통해 발언했다.
조성우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성우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어느 때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며 “이후 한반도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민족을 믿고 당당하게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우선해서 회담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은 수사가 아니다. 우리 삶의 생존이 걸린 현실의 문제”라며 “부디 대한민국 주권국가 수장으로서 당당하게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여 회담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6.15남측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중계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흥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우리는 바이든 정권이 내세운 대북 ‘실용적 외교정책’이, 군사적 경제적 힘을 무기로 삼아 북조선을 제어하는, 억제정책과 전략적 인내정책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세계종교시민사회가 전개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을 위한 한반도종전평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북조선을 향해 그 어떤 군사력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 바란다”면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즉각적인 전시작전권 이양을 합의하고, 주한 미군이 통제하는 유엔군연합사령부가 남북의 자주적 평화공조와 DMZ의 비무장지대화를 실현하는 ‘평화중재군’으로 역할 하도록 합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우리 농민들은 한반도에서 진행돼온 70년 역사 속에서 미국의 횡포에 많은 고통을 받고 있고, 농업개방을 통해서 미국의 이익에 희생을 강요당했다”며 “지금도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 농업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우리 농민들은 평화적인 통일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은 영상 발언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은 압박과 제제가 아니라 대화와 협력에 있음을 확인해야겠다”며 “먼저 적대 정책들이 중단돼야 한다. 당면 과제로는 8월달에 연합군사훈련을 예정하고 있는데 선제적 중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과제들도 한반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사드배치 문제나 중국을 겨냥한 여러 정책들은 아시아에 위험을 가하는 요소들”이라고 지적하고 “아시아 평화 관련 깊은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5.24 세계평화군축의 날’을 앞두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왼쪽) 등이 각계 대표 발언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 걱정, 그리고 절망, 이런 마음들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미 상원 결의안, 하원 청문회 등을 적시하고 “미국은 더 이상 실패한 이전 정부의 대북전략을 추구하면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해달라”며 4.27판문점선언의 제1조 제1항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제시하고, “북미관계에서는 싱가포르선언 ‘새로운 북미관계’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동북아 신냉전 구조 타파’를 제시했다.
[기자회견문]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시민사회의 입장(전문)
압박과 제재를 거둬야 대화는 시작됩니다
5월 21일, 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출범 100일을 맞은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마무리하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남은 임기 1년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남북, 북미대화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새로운 길을 찾는 회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계시민사회의 의견을 담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전략적 인내의 시즌 2’가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노이 노딜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이 대화에 나오라 한다고 북한이 선뜻 호응할 상황이 아니다. 대화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미국이 북한을 적대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둘째, 대북제재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하노이 노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대북제재 해제를 교환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쟁점은 ‘선비핵화’에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선비핵화’와 다를 바 없으며 협상의 입구를 좁힐 뿐이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를 단계적 동시행동의 상응조치로 제안한다면, 북한의 선비핵화 대신 북미간 신뢰구축을 지향하고 있다는 유의미한 신호가 될 것이다.
셋째, 바이든 정부는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결단해야 한다.
남북은 이미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남북의 종전선언은 남북미중의 평화체제 구축 협상과 맞물려 진행될 때 실효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도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지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한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1953년 정전 이래 지금까지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해보지도 못한 것이 한반도 평화의 현 주소이다. 종전을 지지한다는 수사가 아니라 미국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넷째,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쿼드 참여 강요를 중단해야 한다.
미국은 대중국봉쇄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공공연히 표방해 왔다. 한국의 쿼드 참여가 줄곧 거론되더니 실무그룹 참여가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임시배치된 사드의 추가 배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같은 과거사 야합이 시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중심으로 대중국봉쇄정책의 큰 틀 속에서 대북정책을 이끌고 갈 것’이라는 점은 한반도 평화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봉쇄정책에 편입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도, 남북관계도 저당 잡히는 일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미국의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틀에 빨려 들어가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의 압박도 압박이거니와 우리 정부가 그동안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는 크다. 주권과 평화를 위해 정부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중심의 패권 시대를 마감하고, 연대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자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우방국들을 압박하며 미중패권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다시 대결과 전쟁의 기운이 높아지길 원치 않는다. 우리는 정부가 강대국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 평화와 번영의 편에 서기를 바란다.
낡은 동맹의 틀에서 벗어나 평등한 한미관계로, 우리의 국익과 주권, 평화를 지키는 회담이 되기를 촉구한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언론을 침묵시켜 가자지구가 겪는 말도 안되는 학살의 고통을 은폐하는 것”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 이사 Mostefa Souag 박사)
“고의로 언론 매체를 표적 삼는 건 전쟁 범죄다. 국제 형사 재판소에 조사 요청” (국경없는기자회)
“이스라엘의 불균형한 대응을 비난하고 이를 보도하기 위해 목숨을 건 가자 지구의 동료들과 연대할 것을 국제 언론인들에 촉구한다. 언론 자유는 인권이다.” (언론사 'Middle East Eye' 성명)
8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맹폭 속에서 언론인이 체포되거나 매체 사무실이 폭파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각국의 언론인들이 “고의적인 언론 공격은 전쟁 범죄”라며 연대를 만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Palestinian Journalists‘ Syndicate)에 따르면 17일 기준 25개 언론 기관 사무실이 이스라엘군 폭격에 파괴됐고 50명 넘는 언론인이 구타, 체포, 기물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은 팔레스타인을 취재하는 언론인 900여명이 가입한 직능 단체다.
▲지난 15일 AP 통신, 알자지라,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 등 매체가 입주한 건물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붕괴되는 모습. 사진=MME 보도 갈무리.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 폭파는 지난 11일(현지시각)부터 15일까지 3차례 반복됐다. 11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지구의 알자하라(Al-Jawhara) 건물을 폭격했다. 12층 규모의 이 건물엔 9개가 넘는 언론사 및 유관 기관이 입주했다. Al-Araby TV, 팔레스타인 신문, Al-Etejah TV, Al-Kofiya TV, Al-Mamlaka, 뉴스 에이전시 Sabq24, Al-Bawaba 24, Watania News Agency, 팔레스타인 언론인 포럼 등이다.
하루 뒤인 12일엔 최소 4개 매체의 입주가 확인된 알슈룩(Al-Shorouk) 건물이 이스라엘군 미사일에 폭파됐다. 하마스 계열 방송사인 Al-Aqsa TV 및 라디오, 미디어 제작사 PMP, 하마스 계열 방송사 Al-Quds Today, 신문사 Al-Hayat al-Jadida 등이 입주했다. 이 건물은 2014년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폭격 때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5일 알자지라, AP 통신, 미들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이하 MEE) 등 다수 언론사가 입주한 건물까지 폭격으로 붕괴시켰다. 60여개 주거 공간과 사무실이 함께 입주한 가자지구의 알 자라(Al-Jalaa) 타워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폭격 1시간 전 건물 소유주에 폭파 계획을 통보했다. 소유주가 장비를 챙길 시간이 필요하다며 “10분 만이라도 더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거절했다.
당시 건물에 있던 MEE의 모하메드 알하자르(Mohammed al-Hajjar) 사진기자는 MEE에 “노트북은 두고 왔지만 하드 드라이브와 카메라는 겨우 챙길 수 있었다”며 “대피 상황은 충격과 혼돈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들었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새벽 자택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기자 Reema Saad 방송 출연 모습.
임신 4개월 기자 폭격에 사망… 경찰에 두드려 맞기도
새벽 잠든 도중 폭격으로 사망한 기자도 있다. 12일 자택에서 두 아이와 사망한 리마 사드(Reema Saad·30) 기자다. 4살 난 아들은 그와 함께 숨졌고 2살짜리 딸은 잔해에 묻혀 실종 상태다. 남편만 유일하게 생존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기자는 사망 당시 임신 4개월 차였다. MEE는 딸 아이를 바랐던 그가 며칠 후에 있을 병원 검진을 부푼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가 기질이 강했던 이 기자는 프리랜서들 구직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 프로젝트 추진도 준비 중이었다. 이같은 꿈은 12일 새벽 1시50분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이 그의 아파트를 폭격하며 사라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2009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봉쇄 정책으로 필요한 약을 공급받지 못해 숨졌다. 이모부는 1987~1993년 간 이어진 제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 당시 이스라엘군에 살해됐다.
총과 수류탄을 맞은 기자들도 적지 않다. 터키 소재 통신사 ’Anadolu Agency‘는 자사 중동 뉴스 편집자가 보도 중 이스라엘 경찰의 총격을 맞았다고 밝혔다. 사진기자 1명과 촬영기자 1명은 지난 13일 가자지구를 취재하던 중 경찰의 공격을 받고 병원에 후송됐다.
▲지난 10일 예루살렘 '알 아크사 사원'에서 이스라엘 경찰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한 한 기자의 모습. 사진=알자리라 자말 엘샤얄(Jamal Elshayyal) PD 트위터 갈무리.
▲터키 소재 통신사 ’Anadolu Agency‘가 트위터에 자사 기자 2명이 경찰 공격을 받은 후 병원에 후송됐다고 알렸다. 사진=Anadolu Agency 트위터 갈무리.
기자가 경찰에게 두드려 맞는 영상도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됐다. 지난 10일 한 남성 기자가 잔뜩 웅크린 채 ‘알 아크샤 사원’을 진압하러 들어온 이스라엘 경찰에게 주먹으로 수차례 강타당한 후 끌려가는 영상이다. 알자지라의 자말 엘샤얄(Jamal Elshayyal) PD는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을 취재하는 파예즈 아부 라밀(Faiz Abu Ramila) 기자라고 전했다.
알자지라, MEE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1~15일 간 알 아크샤 사원을 진압한 이스라엘 경찰들은 취재진에게 고의로 최루탄, 수류탄 등을 쐈다. MEE는 “이스라엘군이 군중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술로 사용한 ‘스컹크 워터’를 언론인을 겨냥해서 썼고, 그들의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스컹크 워터는 이스라엘 회사가 개발한 군중 제어 무기로 심한 메스꺼움을 일으키고 호흡을 방해해 격렬한 구토를 유발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은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언론인 27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또 50명이 넘는 언론인이 금속 탄환, 구타, 보도 금지, 위협, 장비 파괴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국제 언론인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은 16일 30명 넘는 팔레스타인 취재진이 공격을 받거나 구금됐다고 확인했다.
▲한 팔레스타인 청년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사진=알자지라 관련 보도 갈무리.
국경없는 기자회 “고의 명백한 전쟁 범죄… 국제형사재판소 조사해라”
중동 언론계의 반발심은 고조되고 있다. 먼저 AP통신, MEE, 알자지라 등 피해를 입은 매체들이 이스라엘을 강력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건물이 붕괴된 15일 알자지라는 “언론인들이 지상의 사건들을 보도하고 세상에 알리는 신성한 임무를 막기 위한 분명한 행동으로 간주한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알자지라 측 이사 Mostefa Souag 박사도 “이스라엘의 언론사 폭격은 노골적인 인권 침해이며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며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의 군사 및 정보 인력이 해당 건물에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폭격을 정당화했다. AP통신은 이에 “이스라엘 정부에 증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우리는 15년 동안이 이 건물에 있었지만 하마스가 건물에 있거나 활동한다는 징후는 본 적 없다”며 “우리는 끔찍한 희생을 간신히 피했다. 12명의 AP 기자 및 프리랜서 기자가 건물 안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국제 단체 언론인 보호위원회(CPJ) 또한 11일 폭격된 알자하라 건물을 두고 “입주한 언론 기관들에서 이스라엘군이 공습과 관련해 발표한 정보들은 찾지 못했다”고 13일 성명에서 밝혔다. BBC는 자체 취재를 통해 이 건물 폭격으로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 사망이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향한 규탄은 중동 밖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조사를 의뢰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고의로 언론 매체를 표적삼는 것은 전쟁 범죄”라고 단언했다. 기자회는 “언론에 대한 이스라엘의 첫 공격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기 4일 전에 일어났다”며 ICC 소장에 가자지구의 20개 이상의 언론 매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 언론인 연맹(IFJ)도 16일 낸 성명에서 이날 열린 UN 안전 보장 이사회에 ‘가자지구 언론인을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표적삼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IFJ 안토니 벨린저(Anthony Bellanger) 사무총장은 “UN 안보리 결의안 1738은 국가가 분쟁 지역에서 일하는 언론인과 지원 인력을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이스라엘은 국제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에 돌입한지 8일 째, 팔레스타인 복지부가 발표하는 사망자 통계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갱신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19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중 58명은 어린이고 34명은 여성이다. 부상자는 1235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잔해 속에서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고 시신을 수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 밝혔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은 지난 12일부터 수차례 성명을 내며 해외의 언론인 노조와 유관 단체들이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향한 끔찍한 범죄에 연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사실상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14일 진행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다는 그는 “진보의 가치를 뼛속 깊이 갖고 있지만 어느 편에 고인 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며 “진보와 보수를 넘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56)은 매일 오전 4시30분에 깨어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5시에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을 나와 걸어서 북악스카이웨이를 넘는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자동차를 타는 것은 사직공원에 다다라서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는 오전 6시20분에 어김없이 도착한다. 직원들이 출근할 때까지 주로 책을 읽는다.
그는 2011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강원도지사직을 7개월 만에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2019년 12월 특별사면됐고, 지난해 총선(강원 원주갑)에서 당선돼 10년 만에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2주기(5월23일)를 앞두고 지난 12일과 14일 양일간 이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과 여의도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그는 정치적 공백기와 대권 도전 계획,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 삼성과 얽힌 루머 등에 대해 4시간여 동안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광재 의원은 2011년부터 정치를 떠나 있던 10년 동안 인생공부는 물론이고 국가전략과 정책을 공부한 값진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 10년 만에 정치에 복귀해보니 어떻던가요.
“디지털 세상, 그린뉴딜, 새로운 자본주의와 새로운 민주주의 등 바깥의 시계는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데 반해 정치권의 담론은 발달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정치를 떠나 있는 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2011년부터 중국 칭화대에 2년간 유학한 후 여시재(국가 미래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 싱크탱크·그는 부원장을 거쳐 원장을 맡았었다) 활동을 했어요. 중국·일본·러시아를 방문하고 책도 쓰면서 국가전략과 정책을 공부한 값진 시간이었죠. 자연의 치유력을 느끼며 인생공부도 많이 했어요(웃음). 산에 자주 다녔는데,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다르더라고요. 늘 걷던 북한산 길인데 어느 날엔 거미줄 한두 개가 얼굴에 걸려요. 열심히 안 살면 금방 녹슬겠구나 생각했어요.”
- 생계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없었어요. 나중에 문제가 좀 됐지만 도지사직을 그만두고 당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골프장에서 고문 역으로 1년 정도 있으면서 급여를 받았고 여시재에서 준비 기간까지 합해 5~6년간 활동했으니까요. 또 중앙선데이에 10개월간 원로 인터뷰 연재를 하고 강연도 1년에 20~30건씩 있었어요.”
- 여시재를 기득권을 대변하는 연구단체로 보는 시선도 있어요. 특히 이사 중 한 명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언론권력과 재벌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어서 더 그런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여시재는 진보·보수 인사들이 함께하는 초당적 싱크탱크예요. 싱크탱크는 각계의 생각을 융합해 지혜로 전환시키는 게 중요하죠. 홍 회장을 이사로 추천한 분은 이헌재 여시재 이사장(전 경제부총리)과 이사진이었어요.”
- 참여정부 시절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추천한 사람은 이 의원이 맞나요.
“아니에요. 홍 회장을 주미대사로 추천한 분은 정동영 장관이에요.”
- 어렵게 쌓아온 것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경험을 했어요. 깨달음을 얻은 게 있습니까.
“청와대에서 재직하던 30대에 제 역량보다 너무 큰 권력을 가졌는데 세상을 이해하는 게 부족했어요. 처음엔 대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백지장 하나도 뚫지 못하는 게 권력이에요. 그러니 권력은 언제든 사라지는 거라 생각하고 살아가야 함을 배웠어요. 또 정치권엔 숱한 유혹이 있어요.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성장하는 게 쉽지 않은데, 힘든 시간이 많으면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떠나가요(웃음). 그래서 결국 혼자 남죠. 그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이광재 의원은 “정치변동과 경제변동은 같이 온다”며 “정치권과 경제계 양쪽에서 신주류가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일론 머스크’가 되고 싶다는 그는 “정치와 정부 개혁, 기술혁명과 분배혁명, 그리고 외교부문에선 디지털 공공외교와 다선 외교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대한민국 미래 준비가 시대정신
정치변동·경제변동 함께 와
국민 생각 반영 시스템 구축할 것
화제를 그의 대선 출마로 돌렸다. 선언만 5월 말·6월 초로 미뤄놨을 뿐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대선 출마는 확실한 것 아닌가요.
“(끄덕끄덕)”
- 왜 대통령이 되고자 하나요.
“저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되고 싶어요. 머스크가 자동차산업의 기술혁명을 이끌고 우주에 도전했듯 세계에서 미래를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정치변동과 경제변동은 같이 와요. 양쪽에서 신주류가 탄생해야 하죠. 정치와 정부를 개혁하고 기술혁명과 분배혁명을 이루고 국민의 생각이 정치에 더 적극 반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거예요. 다양한 구상이 있어요.”
그는 구체적 아이디어들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 자신을 친문(재인)이라고 생각합니까(이 의원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캠프에서 활약했다).
“저는 친노(무현)죠.”
-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려면 친문 당원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텐데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던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현재 민주당에서 한국 정치의 어젠다나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있나요? 없잖아요. 제가 그걸 말할 거예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까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해 제 목소리를 세상에 발신해보는 거죠. 저는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실험, 정치벤처를 20년 만에 재개해 볼 생각이에요. 사조직 캠프를 최소화하고 디지털 캠프를 꾸릴 겁니다. 온라인으로 회의하고 활동하면서 정책과 신념을 알리는 데 주력할 거예요.”
- 사조직 캠프를 최소화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조직이 집권하는 게 아니라 당이 집권과 국정운영을 하는 게 옳으니까요. 지금은 인재의 절반도 못 쓰고 있어요. 진보 측 다른 당은 물론이고 같은 당에서도 제한된 인재만 쓰고 있죠. 대한민국 인재 전부를 써야 유능한 정부가 탄생해요. 오프라인 사무실은 당에서 후보들에게 마련해주면 좋겠어요.”
- 이 의원의 대선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박연차 게이트 등에 연루돼 유죄를 받은 일 아닐까요.
“제게는 형벌같은 거죠. 박연차 사건은 억울하지만 다른 건(2010년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이광재 의원은 2010년 6월2일 강원도지사에 당선(사진 왼쪽)됐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으로 취임 7개월만에 강원도지사에서 물러나야 했다. 오른쪽 사진은 그에 앞서 2010년 6월11일 2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후 눈물을 흘리는 당시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인.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연차 사건 연루 억울, 형벌 같아
‘유동천 불법자금’은 할 말 없어
그에게는 ‘친삼성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부터 이 의원이 삼성과 다리를 놓았고, 그 결과 참여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를 두고 ‘삼성 장학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다.
- 이 의원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받았다는 설이 있어요.
“네버(never·전혀). 그랬다면 검찰이 저를 탈탈 털었는데 안 나왔겠어요?”
- 지난해 5월 말 기준 공직자 재산신고를 보면 재산이 약 22억6000만원이더군요. 부인 명의로 된 건물 두 채도 있던데, 부암동 자택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일 테고, 재산이 많네요.
“부모님 재산 9억원을 더한 거예요. 부암동 집 건축비는 이 집의 두 개 층 전세비로 충당했고 아내 명의로 된 건물 두 채는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후 받은 유산으로 아내 형제들이 공동 구매한 거예요.”
- ‘친삼성’ 이미지는 어쩌다 생긴 건가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제가 삼성경제연구소에 재계 입장에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과제가 뭔지를 보고서로 작성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완성된 보고서를 인수위원들에게 참고하라고 나눠준 일 때문이에요. 외환위기 직후였고 경제계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당시 국내 경제연구소 중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장 규모가 컸어요. 또 마침 이건희 회장도 수년 전부터 정부 혁신을 이야기했고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받은 것은 그때 딱 한 번뿐이었어요.”
- 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 의원이 삼성과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던데.
“노무현 대통령에게 반해 제가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설립이었어요. 여기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여럿이 강사로 초빙됐죠. 이유는 당시 삼성경제연구소가 <정부 혁신의 길> 등 국가전략 서적과 보고서들을 많이 냈기 때문이에요.”
내가 삼성에서 지원받았다고?
그럼 검찰이 털 때 왜 안 나왔나
- 이건희 회장이 작고하고 한 달 후인 작년 11월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낼 수 있도록 하는 가칭 ‘상속세 미술품 물납 법안’을 대표 발의했어요. 오해 살 일 아닌가요.
“2006년 10월에도 ‘미술품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기부하면 법정 기부금으로 처리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어요. 박물관과 미술관은 최고의 학교라는 게 제 오랜 지론인데, 좋은 작품은 고가여서 세금으로 구매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2006년, 2020년 발의한 법안 모두 미술품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거예요. 미술품 조세 물납 허용은 예술계의 오랜 숙원이고요.”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요.
“사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잖아요. 한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확실한 지위를 갖는 게 유리한데, 이 부회장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주는 게 맞죠.”
-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는다고요.
“중2때 평창에서 당시 재야의 메카였던 원주로 전학간 후 사회운동가이자 생명사상의 원조격인 장일순 선생을 만났고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장 선생의 동생인 장화순 선생의 아들과 친구였거든요. 두 집에는 엄청난 양의 책이 있어 저도 독서삼매경에 빠졌어요. 그 영향으로 저는 진보의 가치를 뼛속 깊이 갖고 있죠. 하지만 어느 편에 고인 물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최적의 솔루션이 무엇인가를 늘 판단의 중심에 두죠.”
진보 가치 뼛속 깊이 갖고 있지만
어느 편에 고인 물 되고 싶진 않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다. 1988년 5월 만 42세의 초선 의원과 23세의 보좌관으로 첫 인연을 맺은 후 21년간 함께했다. 마침내 대권까지 거머쥐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퇴임 1년3개월 만인 2009년 5월23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이 의원은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비보를 들었다.
- 이번 주 일요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예요. 심경이 어떤가요.
“노 대통령을 생각하면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죠.”
- 돌아가시던 날 새벽녘에 노 전 대통령이 꿈에 나타났다고요.
“(한동안 허공을 보더니) 당시 뉴스는 온통 노 대통령 이야기여서 매일 밤 악몽을 꿨는데, 그날 밤에는 노 대통령이 나타나 하염없이 울다 사라지셨어요. 깜짝 놀라 깼고 불안한 마음에 자다깨다를 반복했죠. 새벽 3시쯤이었어요. 그러곤 몇 시간 후 비보를 전해들었죠. 성격이 분명한 분이시라 노심초사했는데 가장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거예요. 당시 검찰 수사는 진실을 밝히려는 게 아니라 노 대통령을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한 수사였어요. 너무 궁지로 몰았어요.”
- 언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예견했나요.
“노 대통령이 퇴임하시고 2008년 여름휴가를 강원도에서 저와 보내고 계실 때 정상문 비서관(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찾아와 이명박 정부가 가만히 안 있으려는 것 같다, 뭔가 일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전했어요. 실제로 저만 해도 정권이 바뀌자마자 강원랜드 수사를 시작으로 강원도 출신의 정부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해 압박감을 느끼던 때였어요. 그러다 점점 타깃이 노 대통령을 향해 간 거예요.”
- 노 전 대통령은 3번의 잇따른 낙선(1992년 부산 총선·95년 부산시장 선거·96년 종로 총선) 후 정치를 그만두겠다며 1996년 경기도 안산에 내려가 변호사 사무실까지 차렸어요. 그런 그를 참모들이 설득해 결국 대통령이 되게 했죠. 노 전 대통령 말년의 비운을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습니까.
“정부를 이끌 유능한 사람들이 덜 준비된 상태에서 참여정부가 출발한 점은 아쉽게 생각하지만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한 일은 후회하지 않아요. 위대한 인물은 죽지 않고 말씀과 업적으로 남는 거니까요. 노 대통령과 함께 했던 분들이 현재 한국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동북아균형자론·디지털경제·세종시를 필두로 한 국토균형발전 등 그분이 제시한 시대적 과제는 현재의 과제로 남아있어요.”
이광재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다. 1988년 5월 만 42세의 초선 의원과 23세의 보좌관으로 첫 인연을 맺은 후 21년간 함께했다. 사진은 1996년 3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총선 후보와 이광재 보좌관이 노점에서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다. 노무현 사료관 제공
난 ‘스승 노무현’ 사랑한 친노
그는 손해 무릅쓰는 지도자였다
- 노 전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뜸을 들이다 활짝 웃으며)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 중의 남자 그리고 스승이시죠. 낙선할 줄 알면서도 계속 부산에서 도전(출마)하시는 걸 보면서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나 했어요. 자신을 위한 결단이 아니었으니까요. 노 대통령이 제게 들려준 이 말씀을 좋아해요. ‘지도자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가 뭔 줄 아냐? 생각은 거의 같지만 지도자는 자기 손해를 무릅쓰고 실천하는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은 손해를 무릅쓰지 않는 사람이지.’”
- 그래서 스승이라고 하는 거군요.
“‘인간은 다 오류를 범하지만 오류를 발견할 촉수가 있느냐, 수정할 용기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씀하고 이행한 분이셨어요. 또 대통령 취임 후에는 절대 독대를 안 하셨어요. 특정 정보에 흔들리지 않으려 어떤 사안이 있으면 늘 찬반 양측을 불러 질문을 던짐으로써 본질에 다가가려 하셨죠. 진영논리에서도 벗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결단하고 경쟁자였던 진보·보수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셨어요. 유시민·진대제 장관도 들이셨고요.”
그는 인수위 시절의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인수위와 몇몇 팀이 짠 장관 후보 명단을 보고 제가 당선자 신분인 노 대통령을 찾아가 몇몇 후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일이 있었어요. 2시간쯤 지나자 버럭 화를 내시며 ‘야, 내가 인사권자야, 그만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찍 부르시더니 ‘너와 헤어진 후 생각해봤는데, 이 부분은 타당성 있으니 이 사람은 재검토. 하지만 이 사람은 너의 논리보다는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으니 밀고 가겠다’ 하시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존경스러웠고요.”
- 안희정 전 충남지사 면회(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는 했나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오랜 동지이자 친구인데….
“가족은 보는데, 안 지사 면회는 안 갔어요.”
- 왜요.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안 지사가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내 다시 또 생명을 준비하는 넉넉한 인간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좌희정 우광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이 의원은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200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안 전 지사에 대해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뎌내 다시 또 생명을 준비하는 넉넉한 인간으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어요. 조국 사태와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비판을 받았어요.
“베버에 의하면 책임원리를 갖고 정치하는 사람과 신념원리를 갖고 정치하는 사람이 있어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책임원리에 충실한 문제해결형이에요. 오류가 있으면 정책방향을 바꾸고 그것이 상대에 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반면 문 정부의 일부 인사는 신념원리가 강해 내가 옳고 상대는 틀리다고 생각해요. 방향 수정이나 타협이 쉽지 않죠. 우리 사회는 신념원리와 책임원리가 조화된 리더십이 필요해요.”
- 문 정부 비판이네요.
“아니죠. 문 정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았던 시민단체 출신의 몇몇 대표적인 분들 이야기예요(그는 해당 인사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 이 의원은 “노 대통령이 생전에 말씀하셨듯, 저 역시 시련과 실패를 겪고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의지를 갖고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엔 “(정치라는) 허업의 바다가 아니고 인류에게 도움 되는 담대한 희망의 씨앗을 심자”라고 쓰여 있다.
"그놈들 입에서 쌍욕부터 딱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손으로 뺨을 치는 소리가 들려요. 아니 그건 그냥 뺨을 치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어찌나 세게 쳤는지 '퍽' 하는 소리가... 아직도 그 소리가 제 기억에 너무도 또렷하고 극적으로 남아 있어요. 이후엔 바로 '끌고 가' 소리가 들렸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양홍 신부는 1980년 7월 '서빙고(국군 보안사령부 분실)'에서 들었던 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다 악명 높은 서빙고로 끌려갔던 양 신부는 건넛방에서 스며온 '정마리안나'의 고통을 떠올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마리안나. 본명 정양숙. 1939년생의 그녀를 찾아 나선 이유는 41년 전 생산된 16쪽짜리 문건 때문이었다. 외교사료관으로부터 입수한 이 문건은 1980년 7월 15~23일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아래 합수부)가 외무부에 보낸 것이었다.
전두환이 수장으로 있던 합수부는 쿠데타 세력인 신군부를 상징하는 곳이었다. 문건이 생산된 시점에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하고 이에 맞서 참상을 알리려던 이들을 탄압하면서 권력 찬탈 계획을 하나하나 수행하던 중이었다.
문건에서 합수부는 "프랑스인 콜렛 노어(Colette Noir, 1934년생)를 포고령 위반 혐의로 조사해야 하니 해당 대사관과 협조 후 결과 통보 바란다"고 밝혔다. 외국인 조사가 외교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무부가 잘 단속하라는, 사실상의 명령문이었다. 전두환의 직인까지 박힌 이 엄혹한 문건엔 콜렛과 함께 정양숙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콜렛은) 1980년 5월 29일 명동 소재 문방구점에서 노동문제상담소 정 마리안나와 같이 광주사태에 대한 '어느 목격자의 증언'이란 유언비어 원고를 2부 복사하여 그 중 1부를 광주에서 상경한 김성용 신부에게 전달함으로써 1980년 5월 30일 천구교정의구현사제단 모임에서 40여명의 신부에게 동 유언비어 내용을 전파케한 혐의.
(콜렛은) 1980년 6월 3일 명동 소재 전진상교육관에서 정 마리안나로부터 '어느 목격자의 증언' 내용을 녹음한 카세트 테이프 1개를 받아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정의평화협의회의 잘못 - 기자 주) 간부인 송 모에게 송달하여 동 내용을 일본 각 신문에 인용보도하게 함으로써 국제적인 물의를 야기케한 혐의.
정양숙과 콜렛은 해외는 물론 광주 밖으로도 나올 수 없었던 진상을 만방에 퍼뜨렸다. 정양숙의 절친이었던 후배 윤순녀 평화의샘 대표의 말이다.
"언니가 누런 봉투에 뭘 넣어서 미아동성당 양홍 신부에게 전해달라는 거예요. 제가 그 지역 출신이거든요. (독재와 싸웠던) 우리끼린 감이 있으니 '이게 뭐냐'고 묻지 않았어요. 혹시나 잡혔을 때 알고 있는 게 많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전달했죠. 나중에 신부님들이 끌려가고 사달이 난 뒤에야 그 봉투에 테이프가 들어 있었다는 걸 알았죠."그러나 폭압에 저항한 대가는 혹독했다. 콜렛은 외국인 신분임에도 결국 합수부 조사를 받아야 했고, 정양숙은 불시에 체포돼 서빙고로 끌려갔다. 그녀의 두 동생인 정길자·화숙씨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언니가 열심히 활동하느라 평소엔 연락이 잘 안 됐지만 조카 생일엔 꼭 왔었어요. 그런데 그해 ○○이(정화숙씨의 첫째 딸, 1978년 7월 10일생) 생일에 안 온 거예요. 조카들을 끔직히 아꼈던 언니가 안 나타날 리가 없거든요. 이상하다 생각했죠.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 정마리안나 이름이 이렇게 (크게) 나오는 거예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면서요. 우리 모두 기절했죠."
1980년 7월 12~13일, 당시 대부분 일간지 1면에 '정마리안나' 다섯 글자와 신부 6명의 이름이 실렸다. 계엄사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였다. 당시 계엄사의 발표문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광주사태의 진상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중략) 유인물을 대량으로 제작, 이를 교계와 일반시민에게 배포하는 한편 성당 미사를 통해 (중략) 악질적인 유언비어를 유포시킴으로서 계엄 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서울교구사목국장 오태순 신부를 비롯해 양홍(미아동성당)·김택암(여의도성당)·안충석(이문동성당)·장덕필(봉천동성당)·김성용(광주 남동성당) 신부 등과 서울 명동성당 노동문제상담소 정마리안나(여) 등 주동자들을 연행조사하고 있다. 또한 수사당국은 이들이 (중략) 녹음 테이프를 외국에까지 전파시켜 (중략) 국가위신을 크게 손상케한 혐의도 아울러 조사하고 있다.
1면에 실린 '유언비어 조작·국내외에 유포, 신부 6명·수녀 1명 연행조사'라는 제목의 기사. 당시 계엄사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로 정마리안나(정양숙)의 이름이 실려 있다. 기사엔 정양숙이 수녀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 수녀는 아니었다. "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402px;">
▲ 1980년 7월 13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유언비어 조작·국내외에 유포, 신부 6명·수녀 1명 연행조사"라는 제목의 기사. 당시 계엄사 발표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로 정마리안나(정양숙)의 이름이 실려 있다. 기사엔 정양숙이 수녀로 적혀 있지만, 실제로 수녀는 아니었다.
계엄사는 '연행조사'라 명명했지만, 그것은 참혹한 고문과 같은 이름이었다. 정양숙의 두 여동생에게 언니로부터 당시 이야기를 들었는지 물었지만 "너무 고통스러웠던 일이라 우리가 묻지도 않았고 언니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얼굴이 물기 하나 없이 말랐었다"는 짧은 한 마디(1993년 12월 <주간 노동자> 기사)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정양숙의 기억이다. 그나마 함께 서빙고에 있었던 양홍 신부의 경험이 정양숙의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처음 서빙고로 딱 끌려갔는데 저만 지하실로 데려가더라고요. 저를 주동자로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지하실의 풍경을 목격했죠. 이쪽에 전기고문 시설이 있었고 저쪽에 욕조가 있었어요. 완전히 기가 꺾여 앉아 있는데 갑자기 거기 있던 전화기가 울렸어요. 그러더니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는지 저를 데리고 올라가더라고요.
정양숙은 그 이후에 끌려왔어요. 오자마자 뺨을 얻어맞는 소리가 들렸고 곧장 '데려 가' 목소리가 이어졌죠. 지하실로 끌려가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거길 봤잖아요. '아이고, 큰일이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저 수사관 다리에서 힘 좀 빼달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죠. 얼마나 지났을까, 정양숙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도 처음 들어왔을 땐 나름 당당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지하실에 갔다오더니 아무 소리가 안 들려요. 너무도 조용해요.
거기가 여자라고 봐주고 그런 데가 아니거든요. 지하실에서 어떻게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거예요. 그래서인지 석방된 뒤 만나도 저나 정양숙이나 그 이야길 안 했어요. 그냥 속으로 '가슴 속에 얼마나 큰 아픔과 모욕이 쌓여 있을까'라고 생각만 했을 뿐이었죠."
정양숙과 콜렛이 전파했다는 유인물과 녹음테이프의 정체가 궁금했다. 하지만 '어느 목격자의 증언'이란 제목의 문건의 원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정양숙의 동생 정길자씨는 "언니로부터 '누군가 노동문제상담소 앞에 문건을 두고 갔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떠올렸다. 윤순녀 대표는 "테이프 복사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했다는 이야길 전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남 화순을 빠져나온 청년의 증언",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가 출발하지 못하고 5월 19~24일 광주에 머물렀던 이의 진술" 등의 기록이 있었지만 더 추적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유인물과 녹음테이프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먼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1980년 6월 14일 자 외무부 '3급 비밀' 문서(해외 반한단체 동향 및 대책)엔 1980년 6월 5일 진행된 "일본 가톨릭 정의평화협의회 성명 발표 및 기자회견"이 기록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이 기자회견에서 "자필 증언서 및 육성 카세트 3벌이 발표됐다"고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이 '찢어진 깃폭'이란 제목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자료총서'에 실려 있었다. '찢어진 깃폭'이 '어느 목격자의 증언'의 복제본인 셈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종이 8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찢어진 깃폭'의 내용을 분석해봤다. 우선 해당 유인물에 확인되지 않은 일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계엄군이 임산부와 여대생을 살해했다면서 잔혹한 장면을 묘사한 내용이나 사망자의 구체적 숫자를 거론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유인물의 내용 전체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볼 수만은 없다. "시위학생들과 구경하던 무고한 시민들을 벌떼처럼 날아들어온 공수특공대가 단 한 마디의 경고도 없이 포위해버렸다", "시위대의 손에서 '전두환을 때려죽이자, 김대중씨를 석방하라'고 쓴 플래카드와 함께 대한민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시민들은 김밥을 만들어 왔고 음료수를 가져왔으며 계란·빵·콜라·우유·주스 등을 시위군중에 주고 싶어 했다", "학생들은 마이크로 헌혈을 호소했고 수많은 남녀가 헌혈을 하겠다고 나섰다" 등의 내용은 실제 상황에 상당히 부합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해당 유인물은 정보가 통제된 극단의 상황에서 광주의 참상을 전하는 '사초'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계엄사는 이 유인물 중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극단적인 내용만 발췌해 언론에 공개했고 "(신부들과 정양숙이) 종국적으로 기대하는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엄중히 조사·규명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 1980년 6월 초 천주교 광주대교구 사제단이 내놓은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이란 제목의 공개 발표문 중 일부.
실제로 이 유인물을 접한 가톨릭계는 내용을 정비해 6월 초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이라는 공개 발표문을 정식으로 내놓는다. 나름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셈이다. 발표문엔 "군은 한국 근래사상 유래 없는 유혈사태를 유발해놓고 그 책임을 광주시민에게 전가하기 위해 일체의 보도를 통제하고 사실을 은폐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발표문 전체를 지금 시점에서 살펴보면 엄혹했던 시절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담은 몇 안 되는 기록이란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계엄사는 신부 6명과 정양숙을 체포한 이유에 대해 앞서 유인물은 물론 이 발표문까지 포함시켰다. 즉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계엄사의 관심은 오로지 '광주의 진실'을 통제하는 것에만 집중돼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쓰러졌지만
▲ 정양숙의 두 동생 정길자·화숙씨가 세자매가 함께 나온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 속 가운데 있는 이가 살아생전의 정양숙이다.
군법회의(현 군사법원)에 넘겨진 정양숙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로 쓰였던 곳으로 1987년 의왕으로 이전)에 수감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고문 후유증이 그녀를 평생 따라다녔다. 동생 정길자씨의 이야기다.
"속이 상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딱 그거였어요. 아파서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 쓸개를 떼어냈죠. 전국의 신부님, 수녀님들이 배려해주셔서 곳곳으로 요양을 다니긴 했는데 계속해서 혈압 조절이 안 됐어요. 그러다 1994년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말았죠."
처음엔 몸의 절반밖에 쓸 수 없었던 정양숙은 점차 남의 도움 없인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네', '아니오' 대답이라도 할 수 있었던 의사소통 능력도 점점 상실됐다. 정길자씨는 쓰러진 직후 언니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와 다른 동생 정화숙씨과 함께 정성껏 돌봤다. 22년 동안 투병생활을 한 정양숙은 결국 2016년 4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정양숙의 삶은 이 사건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녀는 1963년 가톨릭노동청년회(JOC)에 가입하고 1965부터 3년 동안 JOC의 전국회장을 맡으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여러 공장에 취직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1968년엔 국제가톨릭여자협조회(AFI, 현 국제가톨릭형제회)에 들어가 명동성당과 전진상교육관을 오가며 민주화운동에도 힘썼다. 역시 AFI 회원으로 1962년부터 한국에 있었던 콜렛과도 이때 인연을 맺었다.
정양숙은 유럽 유학 중엔 벨기에에 머무르면서도 수시로 독일을 찾아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돕기도 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선 1979~1983년까진 명동성당에 위치한 노동문제상담소에서 간사로 활동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쓰러지기 전까진 환경운동에 관심을 두고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정양숙과 엄혹했지만 뜨거웠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콜렛은 이렇게 말했다.
"마리안나가 돌아가셨단 이야길 듣고 많이 슬펐어요. (생전에) 마리안나는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었어요. 전두환도 그만두고 노태우도 그만두고 그러면서 조금씩 한국이 바뀌었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희생해야 후배들이 잘 살 수 있어요. 마리안나는 그 모습을 봤으니 평화롭게 떠났을 거예요."
▲ 동생 정길자씨의 집엔 정양숙이 마지막까지 머물던 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양숙이 생전에 자주 껴안고 있었던 조카에게 선물받은 인형.
정양숙이 마지막을 보낸 집엔 그녀가 쓰던 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새하얀 이불 위에 조카가 선물해 자주 끌어안고 있었다는 작은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 정화숙씨가 힘주어 말했다.
"어릴 적 어머니·아버지가 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언니가 직장생활을 하며 두 동생을 다 가르쳤어요. 소녀가장이었죠. 언니의 삶을 되돌아보면 어쩜 그럴 수 있었는지... 산업화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를 치열하게 보냈고 그 이후엔 기후, 환경, 먹거리 문제까지 관심을 이어갔어요. 자연을 사랑했고, 꽃을 사랑했던 언니는 꽃비가 내리던 4월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어요."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교황청 반응, 1980-81 (외무부)
1980.5.18 광주사태[민주화운동] 관련 해외 반한단체 동향 및 홍보활동, 1980 (외무부)
5.18광주민주화운동자료총서 제2권 (광주광역시 5.18자료 편찬위원회)
이 사람을 보라 1 (김정남)
해마다 봄이 오면 중동 요르단 강에 맞닿은 팔레스타인 서안(West Bank) 지구, 그리고 지중해변의 가자(Gaza) 지구에선 대규모 집회가 자주 열린다. 1년 가운데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기념일을 앞뒤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의 긴장도가 특히 높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건국선포 바로 다음날을 '나크바(Nakba, 대재앙)'의 날로 기린다. 1948년 당시 13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 가운데 약 75만 명이 살던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났었다.
이즈음 상황도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1주일 사이(5월 10일~5월 17일)에 많은 사상자들이 생겨났다. 이스라엘은 군인 1명을 포함해 10명이 사망했다. 늘 그렇듯이 팔레스타인 쪽 희생자가 훨씬 많다. 가자 지구에서만 사망자가 174명으로 집계됐다(부상자는 약 1200명). 죽은 이들 가운데 어린이 47명, 여성 29명이 포함돼 있다.
사망자 비율 10 대 1, "전쟁 아니라 일방적 학살"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유혈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을까. 이스라엘 정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해방구'로 삼고 있는 저항조직 하마스가 내는 집계가 모두 제각각이다.
한바탕 유혈의 회오리가 지나가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에선 어김없이 '통계 전쟁'이 벌어진다. 민간인 희생자 통계를 자기 쪽에 유리하게 부풀리거나 줄이곤 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평화운동단체인 베첼렘(B'Tselem, 이스라엘 점령지역 인권정보센터)의 통계는 그나마 신뢰도가 높다. 베첼렘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제2차 인티파다(intifada, 저항 또는 봉기. 1차는 1989년 발발) 이래로 지금껏 20년 동안 유혈분쟁에서 죽은 사람은 1만 2000명에 이른다.
사망자 비율은 10 대 1로, 팔레스타인 쪽 사망자가 훨씬 많다. 팔레스타인 희생자들 가운데는 비무장 민간인이 전투원보다 훨씬 많고, 특히 어린이와 여성 희생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렇기에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 학살'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 2009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관공서 모습Ⓒ김재명
7년 만에 대규모 유혈 참극 벌어질까
올해 5월은 지난해와는 달리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해방구'로 여기는 저항조직 하마스(Hamas)와 이스라엘 군 사이의 포격전으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최근 4000명 규모의 이스라엘 군 병력이 가자지구 접경에 배치된 점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스라엘 군이 탱크를 앞세워 가자지구로 밀고 들어가는 전쟁을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중이다.
지난날 이스라엘 군은 3차에 걸쳐 가자지구를 침공해 많은 희생자를 낸 바 있다. 2009년, 2012년, 2014년이 그러했다. 특히 2014년 7~8월 사이에 벌어졌던 가자 침공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악몽이었다. 그때 숨진 팔레스타인 사람이 2104명에 이른다(어린이 495명, 여성 253명 포함해 사망자의 70%가 비무장 민간인). 그에 비해 이스라엘 사망자는 71명에 그쳤다(군인 66명, 민간인 5명).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또다른 대규모 참극이 벌어질 것인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하는 대목이 지금의 긴장 상황이 이스라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나 그렇듯이 긴장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도 그런 부류의 하나로 꼽힌다.
정치적 술수와 군사적 강공책으로 15년 집권
1949년생인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2006년 6월부터 2009년 7월까지 3년 동안, 2009년 3월에 총리에 다시 올라 지금에 이르렀으니, 총리 재임 기간이 15년 넘는다. 하지만 그 15년 세월을 돌아보면,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정치적 술수와 강공책이 넘쳐난다.
네타냐후의 장기집권을 이끈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200년 전 <전쟁론>을 쓴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이란 다른 수단(폭력)을 동원한 정치적 관계의 연장"이라 정의했듯이, 전쟁은 정치와 떼놓을 수 없다.
네타냐후야말로 전쟁의 본질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문제는 다름 아닌 그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안 일으켜도 될 전쟁을 일으킨다면, '평화를 깨트린 죄'로 법정에 서야할 전쟁범죄자가 된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의 2대 정치세력 간의 분열과 불신을 일으키고, 두 세력이 함을 합치는 것을 막아온 정치공작의 달인이다. 여기서 2대 세력이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온건파 세력으로 서안지구를 지배하는 파타(Fatah),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강경파 하마스(Hamas)를 가리킨다.
파타와 하마스는 공동의 적 이스라엘과 맞서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 따라서 총선거를 통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려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파타-하마스 사이의 정치적 타결 조짐을 보이면, 네타냐후는 가자지구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펴곤 했다.
그러면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하마스는 "우릴 도와주지 않고 구경만 한다"고 파타를 비난한다. 파타는 "왜 무리한 강공책으로 이스라엘을 자극하느냐.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하마스를 나무란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정치협상은 없던 일이 된다.
네타냐후는 긴장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관리하는 달인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유혈충돌이 이어지면, 네타냐후 지지율은 올라간다. 자살폭탄 공격 전술을 포함한 하마스의 극한 투쟁으로 이스라엘 시민들이 죽고 다치는 것을 보면서, 이스라엘 유권자들의 마음은 강경 쪽으로 기울어진다.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이스라엘 안보를 내세우며 긴장감을 높이는 네타냐후의 뻔한 속셈을 꿰뚫어 보는 이스라엘 유권자들도 있긴 하다. 이들은 거리 시위에서 "팔레스타인에겐 땅을!, 우리 이스라엘에겐 평화를!"이라 외치며,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의 정신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의 유혈분쟁이 오래 끌면서 이들은 이스라엘 정치지형에서 소수파가 됐다.
▲ 지난 13일(현지 시각)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경 수비 경찰대를 방문해 대원들과 만남 시간을 가진 뒤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위기의 네타냐후가 그리는 그림
정치적 술수와 군사적 강공책의 달인 네타냐후도 지금은 내리막길이다. 그 요인은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장기집권에 따른 피로감이 이스라엘 유권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고, 둘째는 범죄 혐의(뇌물 수수, 배임, 사기)로 이스라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비리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예전보다 커졌다. 올봄에 치른 3.23 총선에서 그의 소속당 리쿠드(Likud)의 의석수가 6석이 줄어들어 30석에 그친 것도 위의 두 요인 때문이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에선 대통령(명목상의 국가원수)이 지명하는 총리 후보 지명자가 42일 이내에 다른 정당들과 연립내각 구성에 합의하면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3.23 총선 뒤 네타냐후는 여태껏 그래왔듯이 다른 우파-종교 정당들을 끌어 모아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의석 120석 가운데 61석 이상을 채우고 새 연립내각의 총리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선거 뒤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네타냐후는 연립 여당 구성에 실패했다.
지난 5월 5일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은 중도성향 정당인 '예시 아티드'의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에게 넘어갔다. 라피드마저 42일 안에 연립내각 구성에 실패한다면? 이스라엘은 다시 총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2년 사이에 이미 4번의 총선거를 치를 정도로 이스라엘 정치권은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이 안개 속이다. 바로 여기서 네타냐후의 꼼수가 작동할 여지가 생겨난다.
더 많은 피를 흘려야 이롭다?
15년 장기집권의 내리막길에서 총리 직함이라는 보호막이 없어진다면 네타냐후는 법정에서 구속될 수도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네타냐후는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다름 아닌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그림이다.
지난날 그랬듯이, 하마스에 대한 강공책을 펴 정치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쪽이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피를 흘리는 쪽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주판알을 튕겼을 게 뻔하다.
지금 차기 연립내각을 짜려고 물밑 협상에 바쁜 라피드가 최근에 높아진 긴장 국면 탓에 내각 구성에 실패한다면? 그래서 다시 총선이 치르게 된다면? 네타냐후는 지지율 상승과 더불어 총리 자리를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 비리 재판에서도 이로울 수 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말하지만, 네타냐후에겐 '권력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분쟁지역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처럼 그렇게 군사적 강공책으로 얻은 정치권력은 '피 묻은 권력'이다.
평화보다는 전쟁이 자신에게 이롭다고 여기는 네타냐후의 '피 묻은 생존법' 탓에 죽고 다치는 희생양들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비무장 민간인들이다. 팔레스타인에선 죽음이 휴지처럼 가볍다고 하지만, 2일장으로 짧게 치러지는 그곳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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