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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교착의 장기화-압박과 통제의 강화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5)
▲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이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미국 및 국제사회의 기준을 준수할 때까지 완벽한 제재 집행과 강력한 군사 태세, 북한 정권의 체제 고립 등을 포함한 최대 압박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 뉴시스]

5. 북미교착의 장기화-압박과 통제의 강화

양립할 수 없는 북미입장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었으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대에게 공을 넘겼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하노이 합의무산은 북미협상의 향배를 좌우하는 근본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어느 한쪽이 굴복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단계적 동시이행을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를 추구하는 북의 입장과 최고압박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강제라는 트럼프정권의 대북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 북미협상은 상당기간 교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트럼프는 북의 비핵화 댓가로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의 길로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통한 이남에 대한 군사적 지배력을 유지한 가운데 '경제부흥'을 미끼로 북을 무장해제시키고 베트남식 개방으로 끌어내려한다. 따라서 북미협상이 재개되고 일정한 진전이 있더라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근본적으로 폐기되지 않는 한 더 근본적인 쟁점에 부딪히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적 로드맵 합의와 단계적 실천을 중재안으로 내놓았으나,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데서 역할 이상으로 북미간 의미있는 합의안으로 작동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제 강화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강화하지는 않겠다고 했으나 거짓말이다.
지난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에 대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올리고, 29일 “북한이 이미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미국내 강화되는 대북제재강화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유화책을 쓰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쇼에 불과하다.

오히려 향후 1년 동안 미국은 대북제재에 올인할 것이다.
미의회는 하노이 회담 직후 '초강력세컨더리보이컷'을 상정했다. 트럼프는 '세컨더리보이콧'을 대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쓸 것이며, 이를 고리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이미 미 의회는 지난달 26,27일 집중적으로 대북관련 청문회를 열고 대북제제강화목소리를 높였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광범위한 추가제재안을 철회”시켰다고 언급한 미국 독자적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하는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중국의 ‘다롄 하이보 인터내셔널 화물 회사’와 ‘랴오닝 단싱 인터내셔널 포워딩 회사’가 포함되었다. 또한 같은 날 국무부와 해안경비대와 공동으로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를 발행하여 북한(조선) 선박과 환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8척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선적 정보를 공개했다. 한국 선박 ‘루니스호'와 ‘피 파이어니어호' 역시 환적의심 선박으로 지정되었고, ‘피 파이어니어호’는 한국정부가 억류중이다. 노골적인 제재강화움직임이다.

4월 2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장관급 회의를 열고, 불법으로 핵을 개발한 북한(조선)을 향해 성토하는 자리를 조직했다.

인권공세도 더욱 강화할 것이다. 
3월 21일 국무부는 북 인권개선 예산으로 6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하고, 다음 날 유엔인권이사회는 17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 모르스 단 북일리노이대 법대 교수를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ambassador at large for Global Criminal Justice)에 지명했다. 단 교수의 그간의 북한관련 연구활동에 대해서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와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 주미 한국대사, 북한과 협상하는 (동아태) 차관보 등이 주목해 왔으며, 단 교수의 지명에 대해 미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과 미국내 탈북민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남북관계 통제 노골화

미국은 남북관계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도수를 높일 것이다.
남북사이 군사적 대결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에 대해 유엔사를 앞세워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DMZ 올레길 개방”에 대해서도 언제 무슨 트집을 잡아 제동을 걸고 나올 지 알 수 없고, 보다 전면적인 평화정착노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을 것이다.
또한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사이 철도, 도로연결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민간교류조차 원천봉쇄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이 유엔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영변핵시설폐기 등을 끌어내는 카드로 쓰라고 제안했으나 트럼프정권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쓸 것이나 미국은 오히려 한국정부에게 제제유지강화를 압박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월 5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모호한 적이 없었고, 미 행정부의 정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예외 결정을 내려달라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호소에 대해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이행을 거듭 촉구하는 것으로 답했다.
한 마디로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선언 이행은 중대한 도전에 부닥칠 것이다.

한미일 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개선 압박

미국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 복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벌어진 갈등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일 미 국무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국이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히고, 하루 뒤 국무부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은 한국과 함께 국제 압박 캠페인의 최선두에 있다”고 밝혔다.

4월 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한·미‧일 3국 간의 유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원 결의안(S. Res. 67)을 가결시켰다. 결의안은 "북한(조선) 문제 해결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평화, 안정을 위해 세 나라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통된 위협으로 “북한(조선)의 지속적인 국제법과 인권 위반”을 지목하고 “3국 간 외교,안보 공조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과 실행이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대북제재와 관련해 “제재의 완전하고 효율적인 시행과 추가적인 대북 조치 평가를 위해, 3국이 공조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미보수세력의 친미반북대결 공세 강화

이에 따라 남측내 친미보수세력의 반북대결공세와 세력결집 움직임 또한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간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했던 반문재인 공세는 북미교착국면이 본격화함에 따라 대북정책에 대한 공세-남북공동선언파괴 공세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교안의 등장에 따라 보수세력 내부에서 반북극우세력의 헤게모니가 강화되면서 반북대결공세는 더욱 기승을 떨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내 친미보수세력의 부활과 재결집을 통해 친미보수연합을 획책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행정부 내부에서조차 '한국정부가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려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요컨대, 북미관계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 남북관계 통제, 한일관계복원 압박, 친미수구세력에 대한 음성적 지원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의 정세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한국민의 반발과 분노를 자아낼 것이나, 그것이 어떤 형태의 행동과 저항으로 이어질 지는 전적으로 한국민 자신의 몫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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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야기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현장] 4·16 세월호·김용균·황유미·대구지하철·춘천봉사활동·스텔라데이지호 산재 및 사고 유가족들과 함께한 영화 ‘생일’ 상영회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6일 토요일
 

“먹지 마. 네 오빠는 밥도 못 먹는데 너는 지금 반찬 투정할 때야? 나가! 나가라고”

수호 엄마 순남은 오빠 옷만 사 와서 토라진 동생 예솔이 반찬 투정을 하자 나가라고 소리쳤다. 내복만 입고 집 밖으로 쫓겨난 예솔은 목 놓아 울었다. 수호 엄마도 식탁 앞에서 가슴을 쥐고 내쫓아버린 딸과 함께 울었다. 수호네 가족은 아직도 2014년 4월16일을 살고 있다.

▲ 산재 및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을 위해 영화 ‘생일’을 관람한 유가족들이 함께 일어나서 묵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윤경희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은 최영도씨) 사진=박서연 기자.
▲ 산재 및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을 위해 영화 ‘생일’을 관람한 유가족들이 함께 일어나서 묵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윤경희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은 최영도씨) 사진=박서연 기자.
 

 

수호 엄마 순남, 아빠 정일, 동생 예솔, 옆집에 사는 친구 우찬, 우찬이 엄마, 수호가 물 밖으로 밀어줘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은빈, 단짝 성준 등 영화 속 수호와 관련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수호를 잊지 못한 채 산다. 

하지만 영화는 한 번도 ‘4·16 세월호 참사’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날의 참사를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날 이후’ 수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담담히’ 보여준다. 

영화 속 수호네 가족처럼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지난 5일 저녁 7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 함께 모여 영화 ‘생일’을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상영회는 생명안전 시민넷과 반올림, ‘생일’ 영화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4·16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현장실습 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어머니 김미숙씨,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아버지 황상기씨, tvN 고 이한빛 PD 유가족 등 총 14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느꼈다.

영화가 슬픔을 ‘담담히’ 그려낸 것처럼 관객들도 120분의 시간 동안 ‘내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은 슬픈 감정을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지우지 못했다. 서로를 토닥여 줬다. 영화가 끝난 직후 ‘작은 이야기 마당’이 마련돼있었지만, 15분 정도 감정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어쩌다 유가족이 됐을까?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는 “두 번째 보는 거라 안 슬플 줄 알았는데 또 울어버렸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발언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윤경희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가 영화 ‘생일’을 관람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가 영화 ‘생일’을 관람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윤경희씨는 “‘내가 어쩌다 세월호 유가족이 돼서 마이크를 잡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자체가 너무 서럽다. 5년이 다 되도록 한 명의 책임자도 처벌하지 못한 채 아이들의 5주기를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다른 참사 유가족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말하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윤씨는 “저희 아직도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못 했다. 아직도 싸우고 있는데 그런 장면이 이 영화에 없어서 아쉽긴 해도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잘 담아줘서 감독에게 고맙다. 어려운 영화 찍어준 배우들도 고맙다. 우리 아직 안 끝났다고 이제 시작하는 거라고 국민에게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큰 박수로 응원해 줬다.

유가족은 우는 게 맞나요 웃는 게 맞나요?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도 “두 번째 보는 거라 눈물 안 흘릴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왔다”며 “세월호 영화임에도 감독이 많이 절제한 것 같다. 나도 저랬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 이입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재영씨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호 동생인 예솔이가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저는 사고 후 4년간 지하철을 못 탔다”면서 “제3자가 볼 땐 유가족들이 ‘울어야 할까요? 웃는 게 맞을까요?’”라고 물었다.  

전씨는 둘 다 맞다고 스스로 답하며 “본인이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 게 맞다. 제3자는 그렇게 안 본다.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뭐라고 한다. 같이 슬퍼해 주지는 못 해도 가족 잃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애가 죽으면 거기서 시간이 멈춘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영화를 보낸 내내 제가 당하고 있던 것들이 다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참담했다. 유가족들은 애가 죽으면 거기서 다 멈춰버린다”며 “4개월이 지났는데 용균이 영정사진을 보면 내가 용균이 같고 용균이가 나 같은 마음이 든다”고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미숙씨는 “진상규명이 꼭 제대로 돼야 한다. 책임자들을 꼭 처벌받게 하겠다. 서부발전 그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다. 나라 정치가 잘못돼 자식들이 죽었다. 저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가 행복해지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 영화 ‘생일’을 함께 본 유가족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영화 ‘생일’을 함께 본 유가족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는 “4월22일 유미 생일이다. 수호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는데 유미 엄마도 우울증에 걸려 똑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기씨는 “반올림에 접수된 피해사례가 상당히 많다. 엄청 많은데 피해자를 낳은 공무원은 한 명도 처벌 안 했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많은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삼성에 천억이 넘는 돈을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을 지적했다.

최영도씨는 2011년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었다. 최영도씨는 “저 역시 이 자리에 나올 줄 몰랐다. 제 딸도 경우 없이 사고를 당했다. 힘겨운 과정을 통해 4년간 싸우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임을 밝혀냈다”며 “영화는 사건의 기록이자 결국엔 치유가 이뤄지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치유하는 과정은 다들 다르다. 누구든 재난 참사를 당할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이 희생자 가족들을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화 ‘생일’ 포스터. 사진=NEW
▲ 영화 ‘생일’ 포스터. 사진=NEW
 

 

2015년부터 안산을 방문해온 이종언 ‘생일’ 영화감독은 “참사로 인해 무너졌던 마음과 변해버린 일상들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더 많이 보고 주목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관람을 직접 신청해 보러온 고등학생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재범(15)씨는 “저는 프랑스에서 살다 한국에 왔다. 세월호 가족분들이 프랑스 와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셨다. 제 어머니가 번역으로 활동을 도왔다. 한국에 와서 세월호 참사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도 방문했었다.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태건(15)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에서 보도하고 그랬던 게 기억난다. 지나고 보니 진상도 안 밝혀지고 있다. 솔직히 세월호 이야기가 지겨웠던 적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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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에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북미 2차 회담 앞두고 발생, 반북한단체 스스로 범행 밝혀
 
뉴스프로 | 2019-04-05 14:44: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에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 북미 2차 회담 앞두고 발생, 반북한단체 스스로 범행 밝혀 
– 훔친 자료 FBI와 비밀유지 조건으로 공유, 조건 깨진 듯

NBC뉴스가 North Korea calls Madrid embassy raid ‘grave terrorist attack,’ demands investigation (북한 당국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은 ‘중차대한 테러 공격’이라며 수사 요청)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급습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담긴 뉴스를 전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급습 사건은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발생했으며, 그들이 미국 FBI와 훔친 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 배후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다.

NBC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찰관계자가 FBI가 그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맞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급습한 조직은 자유조선, 혹은 자유한국이라는 반체제 단체로서 자신들이 대사관을 침입했다고 밝히면서 “부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으로부터 북한을 해방시키는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월 22일 거짓핑계로 대사관에 진입해 직원들을 묶고, 구타했으며 북한 외교관의 탈북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컴퓨터와 디지털 파일을 훔쳐서 급히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들은 자신들은 폭행을 하거나 재갈을 물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전한다.

기사는, 스페인이 이 사건에 대해 비밀 유지 명령을 해제하고 침입한 10명의 혐의자들 중 7명의 신원을 공개했다고 밝혔으며, 그 중 미국 거주 멕시코 국적의 아드리안 홍창과 미국 시민권자 두 명에 대해서는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사는, 스페인 정부의 자체 수사를 통한 용의자 신원 확인인지, 아니면 미국 당국으로부터 침입자들의 이름을 전달받았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급습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상호 합의한 비밀유지 조건으로 미국 FBI와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지닌 특정한 정보를 공유했다” 고 밝혔으나 ” 비밀 유지 조건은 깨진 것 같다 ” 고 덧붙였다.

북한 국영 매체는 이 사건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서 “외교공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재외공관 점거와 강탈 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중차대한 위반이자 극악무도한 국제법 위반” 이라며,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글, 박수희)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nbc 뉴스의 보도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https://nbcnews.to/2HOG8hK

North Korea calls Madrid embassy raid ‘grave terrorist attack,’ demands investigation

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은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A group calling for the overthrow of Kim Jong Un has given the FBI data seized in the raid, a law enforcement source told NBC News.

김정은 체제 전복을 촉구하는 한 단체가 급습으로 확보한 자료를 FBI에 넘겼다고 한 경찰 관계자가 NBC 뉴스에 전했다.

A member of the North Korea’s embassy tells reporters not to take pictures of the diplomatic building in Madrid, Spain. on March 13, 2019.Bernat Armangue / AP file 
2019년 3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 직원 한 명이 기자들에게 외교관 건물의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다.

March 31, 2019, 4:35 PM ‎KST 
By Associated Press

North Korea said Sunday it wants an investigation into a raid on its embassy in Spain last month, calling it a “grave terrorist attack” and an act of extortion that violates international law.

일요일 북한 당국은 지난 달 스페인 주재 자국 대사관 급습에 대해 “엄중한 테러 공격”이자 국제법을 위반한 강탈 행위라며 수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The incident occurred ahead of President Donald Trump’s second summit with leader Kim Jong Un in Hanoi on Feb. 27-28. A mysterious group calling for the overthrow of the North Korean regime has claimed responsibility.

그 사건은 2월 27일-28일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생했다. 북한 체제 전복을 촉구하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한 집단이 이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The group says it handed over data stolen from the raid to the FBI, and a law enforcement source familiar with the matter confirmed to NBC News that the bureau has received the information.

그 단체는 이번 급습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FBI에 넘겼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FBI가 그 정보를 받았음을 NBC뉴스에 확인해 주었다.

The North’s official media quoted a Foreign Ministry spokesman as saying that an illegal intrusion into and occupation of a diplomatic mission and an act of extortion are a grave breach of the state sovereignty and a flagrant violation of international law, “and this kind of act should never be tolerated.”

북한 국영 매체는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서 “외교공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재외공관 점거와 강탈 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중차대한 위반이자 극악무도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He claimed an armed group tortured the staff and suggested they stole communications gear.

외무성 대변인은 무장한 조직이 직원을 고문했다고 주방하며 그들이 통신 장비를 훔쳤다고 말했다.

FBI has data stolen from North Korea embassy by anti-regime group : 
https://nbcnews.to/2Uq7CQJ

Spanish authorities have accused a 10-member gang of entering the embassy on Feb. 22 under a false pretext, beating and tying up the staff, trying unsuccessfully to persuade an accredited North Korean diplomat to defect, and making off with computers and digital files.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당국은 10명의 일당이 거짓 핑계를 만들어 대사관에 진입해 직원들을 구타하고 묶고, 공인된 북한 외교관의 탈북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컴퓨터와 디지털 파일을 훔쳐서 달아났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The anti-regime group, Free Joseon, or Free Korea, has claimed responsibility for the intrusion, though it denies beating or gagging any of the embassy personnel. The group, also known as Cheollima Civil Defense, portrays itself as a movement to liberate North Korea from an “immoral and illegitimate regime.”

자유 조선 혹은 자유 한국이라는 이름의 이 반체제 단체는 그 침입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대사관 직원을 폭행하거나 재갈을 물린 것을 부인한다. 천리마 민방위라고도 알려진 그 단체는 스스로를 “부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으로부터 북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활동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The group said on Tuesday it had no contact with any foreign government before the intrusion but said it had offered information of “enormous potential value to the FBI” after the raid.

지난 화요일, 그 조직은 침입 이전에 외국 정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급습 이후 “FBI에 엄청난 잠재적 가치 지닌”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Spain has issued two international arrest warrants in the case, one for a Mexican national residing in the U.S., Adrian Hong Chang, and the other for an American citizen. After lifting a secrecy order in the case, a Spanish investigating judge revealed the identities of seven of the alleged 10 intruders in a court document on Tuesday.

스페인은 그 사건에 대해 두 명의 외국인에게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했는데, 하나는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국적의 아드리안 홍 창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미국 시민권자다. 이번 사건의 비밀 유지 명령을 해제한 스페인 수사 책임 판사는 화요일 법원 문서를 통해 10명의 침입자 혐의자들 중 7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It remained unclear if the Spanish government identified the suspects in the raid through their own investigation or whether U.S. authorities had passed on the names of the alleged intruders.

스페인 정부가 자체 수사를 통해 급습 사건의 용의자들 신원을 확인했는지, 아니면 미국 당국이 혐의를 받고 있는 침입자들의 이름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The group has alleged the U.S. betrayed its trust after members approached the FBI. 그 단체는 조직원들이 FBI에 접근한 후 미국이 신뢰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The organization shared certain information of enormous potential value with the FBI in the United States, under mutually agreed terms of confidentiality,” the group said on its website. “This information was shared voluntarily and on their request, not our own. Those terms appear to have been broken.

그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조직은 상호 합의한 비밀유지 조건으로 미국 FBI와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지닌 특정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고, “이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지 우리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그 조건들이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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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대혁명 정신·자주적인 자세로 나라 다시 설계해야"

임정기념사업회 등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 학술회의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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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5  18: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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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헌법이론실무학회가 공동주최한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민주공화국 100년의 평가와 과제'주제의 학술회의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외적으로 지금 우리는 의존을 줄여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더 자주적이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주요 정책 결정에 국민들이 가급적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민주공화국 100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린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대혁명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탄생'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3.1대혁명의 위대한 정신, 즉 정의·자유·민주·평화의 정신을 기초로 자주(독립)적인 자세로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함으로써 순국 선열들의 피에 보답하는 것이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오등(吾等)', 즉 '우리 대한국민'의 책무"라고 밝혔다. 

3.1대혁명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토론자의 질문에는 '2016년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거의 2천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비폭력적·평화적 방법으로 참여하고 정권을 교체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3.1대혁명과 가장 유사한 패턴이라며, '대외 자주'와 '국민주권'을 열쇠말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이번 학술회의를 공동주최한 헌법이론실무학회 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3.1운동의 혁명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4.19혁명, 6월 시민혁명, 촛불혁명과도 구별된다며 '3.1대혁명'이라는 헌사를 바쳤다.

   
▲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교수는 먼저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부터 동년 5월 말까지 세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남녀와 노소, 빈부와 귀천, 종교와 사상을 가리지 않고 20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한반도 전역과 해외 각지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독립만세운동'을 일반적으로 널리 부르는 중립적인, 즉 서술적인 명칭"이라고 정의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패전국 식민지의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민족자결주의가 대두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파리강화회의가 소집되는 것을 포착한 젊은 독립지사들이 일본과 같은 전승국의 식민지도 독립시켜야 한다는 공론화를 시도하기 위해 조선대표단 파견과 함께 조선민 대다수가 독립을 원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기 위해 만세운동을 기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1운동 참가자들의 재판기록에 따르면, 당시 독립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조선민족의 독립의지를 대대적으로 과시하여 파리강화회의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또 3.1운동은 "조선이 국가로서 독립하는 것만을 지향한 것이 아니라, 개국 이래 수천년에 걸쳐 전승되어 온 전제군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급격하게 변경하는, 즉 국체변경을 기도"한 것이며, "만세를 부르는 방식의 평화적 시위였지만 일제는 내란죄로 의율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혁명적 성격을 부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스테판 가드봄(Stephen Gardbaum) 미국 UCLA 로스쿨 교수가 발표한 '정치적 변혁을 혁명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날 것 그대로 인민의 헌법제정권력이 직접 나타나는 진정한 형태의 대중운동 △점진적인 것과는 구분되는 급격히 빠른 속도의 변혁 △개혁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 △법외적인 또는 비상규적인 방식 또는 절차의 사용 등 기준에 비추어 3.1운동은 '혁명'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력이냐 비폭력이냐가 혁명의 본질적인 징표는 아니며, 오히려 "3.1운동에서 명시적으로 내세운 비폭력·평화적 운동방식이야말로 그 전까지의 혁명과는 비교되는 태도였고 이를 통해 3.1운동이 혁명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듣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3.1운동을 혁명으로 규정한 예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1944년 대한민국(임시)헌법 제5차 개정헌법(대한민국임시헌장) 전문에서 '삼일대혁명'이라고 명명하고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초안이었던 '유진오-행정연구회 공동안'에도 '3.1혁명'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끝에 3.1운동으로 개명된 역사를 소개하면서는 '참으로 괴이쩍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3.1혁명을 넘어서 3.1대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시 '대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혁명들 가운데서 특히 중요한, 역사적으로 분수령이 될만한 커다른 의의를 가지는 '혁명'에 바쳐지는 헌사와 같은 것"이라며 "3.1운동은 혁명이며, 혁명 중에서도 '대혁명'이라고 불리울만한 혁명이다. 그러나 특별히 평가절하적인 뉘앙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3.1운동이라는 범칭을 써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지사들이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건립하고 그 헌법으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며, 이에 따라 국가를 운영할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정의 △자유 △민주 △평화로 요약되는 3.1대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체화되었으나 분단이라는 비극적 현대사를 염두에 두고 보면 "100년전 우리가 소원했던 형태의 근대적인 국민국가는 아직도 미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 김형성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가운데)으로 하여 김선택 교수(왼쪽 세번째)가 제1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김재영 변호사, 전종익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김광재 변호사(오른쪽 세번째)가 제2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이영록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석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후원으로 개최된 이번 학술회의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김형성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김선택 교수가 제1주제(3.1대혁명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탄생), 김광재 변호사가 제2주제(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과 제헌헌법의 연속성),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3주제(민주공화국 100년의 과제와 현행 헌법),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4주제(민주공화국 완성을 위한 헌법개정)에 대해 각각 발제를 했다.

전종익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영 변호사, 이영록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석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부장,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한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정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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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탄 농장의 소 울음과 눈물 삼키는 주인 “울면 뭐해”

대형 산불 피해 본 강원도 고성군, 불길은 잡혔지만..막막한 주민들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04-06 07:43:31
수정 2019-04-06 07: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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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때문에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 때문에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여기서 죽겠구나 싶었어. 앞에 차에 불이 붙고, 불붙은 트럭이 나뒹굴고, 버스 바퀴에도 불붙어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 대피하고 난리가 아니었어.”

강원도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성근(63) 씨의 말이다. 속초시에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고 난 뒤인 5일 오후 5시30분경, 조 씨는 기자를 태우고 산불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날 자신이 겪은 일을 생생하게 쏟아냈다. 속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다는 그는, 격양된 어조로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비명에 가까운 소 울음소리 
새까맣게 그을려 힘없이 앉아있는 백구 
폐허가 되어버린 용촌 1리 마을
 

택시기사 조 씨는 전날 밤 8시10분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인을 태우고, ‘공현진항’ 근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불과 마주쳤다. 산불이 발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빨리 해안가 쪽으로 내려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공현진까지 왕복 해봐야 20분밖에 안 걸리거든. 그런데 갔다 오니까, 이미 불이 도로변까지 넘어 온 거야. 거기 도로에 갇혀서 죽는 줄만 알았어. 앞은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지. 차는 막혀서 도무지 앞으로 안 가지. 앞차는 불이 붙었지…그나마 매일 다녀본 길이라서 겨우겨우 빠져나왔어. 산불이 그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니까.” 

실제로 그가 전날 공포를 느꼈던 강원 고성군 용촌1리 근처 도로변에 다다르자, 전소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4층짜리 ‘영동극동방송’ 건물은 새까맣게 불타 있었고, 용촌1리에 다다르자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로변 주택들은 대부분 시멘트로 된 기둥과 벽만 남기고 폐허가 돼 있었다. 곳곳에, 불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차량들이 보였다. 불탄 차량의 배터리가 녹았는지 수은처럼 보이는 물질이 피처럼 흘러나와 굳어 있기도 했다.

완전히 전소된 영동극동방송 건물
완전히 전소된 영동극동방송 건물ⓒ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마을 안쪽은 더욱 심각했다. 산불은 산등성이를 타고 마을을 덮쳤다.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전날 바람은 가만히 서 있는 차량을 좌우로 흔들 정도였다고 한다. 산불은 천천히 옮겨 붙은 게 아니라, 커다란 불똥이 날아와 마을을 덮쳤다고 한다. 그렇게 태워버린 집이 30여 채가 넘는다고 용촌1리 마을사람들은 말했다. 

산등성이 바로 밑에 위치한 교회는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듯 한쪽만 까맣게 그을린 채 였다. 그렇지만 교회 다음부터 위치한 주택들은 완전히 전소돼 벽돌까지 무너져 있었다. 불타버린 집 앞엔, 온 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써 흰 털이 회색털이 되어버린 백구가 힘없이 앉아 있었다.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를 고수했다. 

또 어디선가 비명소리에 가까운 소 울음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기도 했다.

그을음을 온 몸에 뒤집어 쓴 강아지
그을음을 온 몸에 뒤집어 쓴 강아지ⓒ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농장을 잃은 60대 농장주의 허탈한 웃음 
“울면 뭐해. 웃어야지. 먹어야지. 살아야지”
 

완전히 불타버린 농장 앞에서 60대 농장주를 만났다. 그나마 그에게 다행인 것은 그의 붉은 벽돌집은 불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 앞 농장과 주변 주택들은 모두 불타 무너졌지만, 용케 그의 집은 멀쩡했다. 

“마을회관에서 피신하라고 방송하고 난리였어. 어제 마을사람들 모두 피신했었어. 그러고 돌아왔는데, 우리 집은 타지 않았더라고.” 

하지만 그가 키우던 6마리의 소 중 2마리가 죽었다고 했다. 살아남은 소조차 온전하지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아있는 소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등이 모두 까지고 그을렸다고 했다. “살아 있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살아남은 소에게 줄 먹이도 모두 불타버렸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부를 묻는 지인의 전화였다. 그는 지인의 걱정에 ‘허허’ 웃으며 “살아있는 게 다행이지”라고 애써 밝게 답했다.

“울어서 소용 있어? 웃어야지. (밥) 다 먹었지, 먹어야 살지. 안 먹으면 죽는데. 에이 전화만 해줘도 얼마나 고마운데. 고마워. 고마워.” 

그렇게 그가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소의 울음소리가 몇 차례 더 들려왔다. 고통에 겨워 내는 소리 같았다. 차마 소의 상태를 확인하러 갈 순 없었다. 지인과 통화하며 웃었지만, 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언제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성(姓)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 종일 기자들에게 시달렸다며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아까도 ○○일보 기자가 와서, 이름하고 나이를 계속 알려달라고 하더라고. 그게 왜 필요해. 피해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됐지, 왜 이름과 나이까지 밝히라는 거야. 기자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지들 편리하려고 하는 거잖아. 신문이고 방송이고 뭐고 내 이름 나오기만 해 봐, 가만 안 둔다고 했어.”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건물들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건물들ⓒ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민중의소리

펜션, 공장, 연구소, 대조영 촬영지 모두 탔다 

최초 산불발생지로 추정되는 장소로 향했다. 용촌천을 따라 고성군 토성면 일성설악콘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콘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 길에도 전소된 펜션, 공장, 연구소, 폐차장, 택배회사 등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 ‘대조영’ 촬영지도 폐허가 돼 있었다. 촬영지 앞 체험관과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까지도 새하얗게 불타 재만 흩날렸다. 드라마 촬영 시 사용했던 공성전 투석기, 주변 잔디와 나무 등도 모두 불에 타서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멀쩡한 것은 커다란 비석인 ‘설악씨네라마광개토대왕비’뿐이었다 

한 방송국 기자가 최초 산불이 발생됐다고 추정되는 지점에서 방송을 찍고 있다.
한 방송국 기자가 최초 산불이 발생됐다고 추정되는 지점에서 방송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산불 최초 발생지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인 것으로 추정된다. CCTV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잡힌 것이다. 한전 관계자 또한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라와 스파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감식 결과는 10일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주유소가 불타진 않았지만, 주유소 담장 옆 ‘광케이블 매설지역’ 푯말이 세워진 들판과 숲이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 한 방송국 기자가 불탄 흔적을 가리키며 ‘산불 최초 발생지로 추정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산불 최초 발생지서 용촌1리까지 직선거리는 약 7km다. 중간엔 도로가 있었고, 용촌천이 흐르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불길은 바다 방향으로 마을을 향해 거의 일직선 형태로 내려왔다. 강한 바람이 불길을 바다 쪽으로, 마을 방향으로 옮겨붙인 모습이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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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항복 문서' 들이민 미국, 이면엔 '행정 쿠데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06 11:15
  • 수정일
    2019/04/06 11: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욱식 칼럼] 미국의 의도를 묻는다
2019.04.05 15:20:10
 

 

 

 

3월 30일 <로이터> 통신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전했다. 여기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여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요구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고,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생물무기 및 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하며, 생화학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시설도 폐기하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여전히 이를 두고 '빅딜 문서'라고 하지만, 엄밀한 말하면 이는 '항복 문서'에 가깝다. 이는 곧 북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도대체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이 일단 최대치를 제시해 협상 과정에서 이를 조율해 핵심적인 목표, 즉 북핵 폐기를 받아내겠다는 심사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대로 미국이 상기한 내용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표면적으로는 대화의 시늉을 하면서도 북한의 거부를 구실삼아 다른 이익이나 목표를 추구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신범' 볼턴과 '정치적 야심'의 폼페이오 

주목할 점은 '비핵화 정의 문서'에 존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지론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운운해 정상회담의 좌초시킬 뻔한 적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트럼프가 그를 한동안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서 밀어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랬던 그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선 전면에 등장했다. 볼턴은 일종의 '확신범'에 가깝다. 북한과의 협상은 불필요하고 또한 협상도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의 영향력이 커진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찰떡궁합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흔히 볼턴은 강경파로 폼페이오는 협상파로 일컬어지지만 이는 결코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하원 의원 및 CIA 국장 재직 시 폼페이오도 볼턴 못지않은 강경파였다. 

하지만 국무장관으로 기용되어 북미협상 총괄 임무가 주어지면서 협상파로 인식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작년 7월 방미 때부터 강경파로서의 본색을 또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이 폼페이오를 줄곧 불신하면서 트럼프와의 담판을 원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더구나 폼페이오는 정치인이다. 그는 2020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캔자스주 상원의원으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한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하마평에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본인의 정치적 야심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가 대북 협상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월 18일 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정권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노이 회담이 볼턴 보좌관 때문에 '노딜(No deal)'이 된 것처럼 돼 있지만 사실 회담장에서 볼턴보다 폼페이오의 입장이 강경했다. 폼페이오는 향후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는 데 북한과의 안이한 타협은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봤다" 

행정적인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비핵화 정의 문서'는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재무부, 에너지부 등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누락 사안이 있는지 꼼꼼히 검토하면서 작성된 것이라며 "이 문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9월에 출간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북한'이다. 또한 이 책의 결론은 미국의 현직 관료들이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적인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전쟁도, 김정은과의 담판도 불사할 수 있는 트럼프에 대해 현직 관료들이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반도에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미국 관료들이 '비핵화 정의 문서'를 작성하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곤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에겐 제재를 비롯한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의 의회 증언이 하노이 정상회담 일정과 정확히 일치하고 만 것이다. 트럼프는 호텔 방에서 코헨이 자신을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칭하는 게 미국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에서 '노딜'을 선택해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바꾸겠다고 말이다. 동시에 김정은과의 노딜을 중국과의 무역협상 및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상업적 욕구도 작용하고 말았다. 

하여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따져 물어야 한다. 왜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이 거부할 것이 뻔한 문건을 들이밀어 협상을 결렬시켰냐고 말이다. 첫째 날(27일) 논의된 북미 양측의 제안을 조율하는 데 보냈어야 할 둘째 날을 왜 문건 들이밀기로 파탄시켰냐고 말이다.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래서 당당해져야 한다. 미국에 사정하는 태도로는 결코 미국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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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보여준 가짜뉴스 대응법

[미디어오늘 1194호 사설]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6일 토요일
 

가짜뉴스의 역사는 길다. 유언비어에 시달려온 로마 황제들은 유언비어 감시자를 임명해 매일 시중의 소문을 듣고 궁정에 보고토록 했다. 64년 폭군 네로가 미쳐서 로마를 불태웠다는 뉴스도 반대파들이 조작한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소크라테스까지 죽였다. 그는 그리스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반역을 선동했다는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됐다.

징기스칸은 항상 공격에 앞서 첩자들을 적지에 먼저 보내 몽골 병력 수와 그들의 잔혹·무모함을 과장해서 퍼뜨렸다. 실제 징기스칸 부대는 기동력 있는 소규모 기마대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는 1964년 3월14일자 1면에 새벽에 귀가하던 28살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걸 목격한 이웃 주민 38명 누구도 신고도, 돕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새벽 3시30분께 약 30여분 동안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 앞에서 제노비스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졌다. 뉴욕타임스는 첫 공격 뒤 누군가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범인이 잠시 도망갔다가 아무도 키티를 도우러 나오지 않자 다시 나타나 키티를 흉기로 난자했다고 썼다.  

 

▲ 1964년 3월14일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 1964년 3월14일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 1964년 뉴욕타임스 도시판 편집자 로젠탈
▲ 1964년 뉴욕타임스 도시판 편집자 로젠탈
 

이 사건은 목격자가 너무 많으면 ‘나 아니라도 누군가 신고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방관자가 되고 만다는 심리학 용어 ‘방관자 효과’의 대표 사례로 50년 넘게 인용돼왔다. 이 사건은 미국 100여개 심리사회학 교과서에 사례로 실렸고, 이 사건으로 911 신고전화가 가동됐다. 그러나 동생 빌 제노비스가 십수년을 추적한 결과 뉴욕타임스 보도는 가짜뉴스였다.

 

 

피해자의 남동생 빌 제노비스는 2004년부터 누나 죽음의 진실을 추적했다. 12년 조사 끝에 남동생은 2016년 뉴욕타임스 보도가 가짜였다며 다큐멘터리 영화 ‘목격자’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했다.

 

애초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범인이 제노비스를 흉기로 공격하는 걸 본 주민은 6명에 불과했다. 피해자 비명에 4명은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했고, 2명은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다. 특히 소피아 파라르라는 여성은 키티를 도우러 뛰어 내려왔고, 키티가 숨질 때 그녀를 안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처음엔 이 사건을 단신처리했다가 주민들이 방관했다는 얘기를 들은 데스크 손에 커졌다. ‘도시의 방관자’라는 프레임을 고집했던 데스크 로젠탈은 자기가 듣고 싶은 팩트만 끌어 모으다가 대형 사고를 쳤다.  

수천년 계속된 가짜뉴스에 대응법은 두 가지다. 더 큰 가짜뉴스를 만들어 기존의 가짜뉴스를 덮거나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거다. 전자는 대부분 권력자들이 애용했다.

궁지에 몰린 네로는 자기보다 더 큰 증오의 대상이었던 기독교인이 불을 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려 위기를 모면했다. 늘 여성과 이주민 같은 소수자가 더 큰 가짜뉴스의 희생자였다. 

 

▲ 가짜뉴스.
▲ 가짜뉴스.
 

뉴욕타임스는 후자를 택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52년만에 제노비스 오보를 인정하는 사과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아직도 뉴욕타임스가 해야 할 사과기사는 많이 남아 있다. 불황에 일자리 잃은 노동자들의 생존시위에 붉은 칠을 하고 모두가 이탈리아 놈들이라며 총알 밥을 먹여야 한다고 퍼부었던 섬뜩한 사설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 만큼 뉴욕타임스의 사과는 그냥 나오지 않았다. 제노비스 동생과 1인 미디어의 집념과 함께 미국민들의 높아진 인식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제 아무리 팩트체크 매체가 늘어도 이를 비웃듯 늘어나는 가짜뉴스 홍수를 막으려면 국민들 인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7639#csidx36065f9de4f40998193434a941e67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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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새로운 길'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4)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사진 : 구글지도 캡처]

4. 북의 '새로운 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하노이 회담이후 북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직 없기에 현시점에서 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북이 일관하게 추진해왔던 정책에 비추어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은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새형의 전략국가가 전개하는 반제평화전략

먼저, 북은 핵을 보유한 '새로운 형의 전략국가'로서 '반제평화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핵보유국들이 핵을 무기로 패권강화와 약소국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였다면, 북은 핵보유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제국주의 세력의 지배와 패권에 반대하고, 세계비핵화를 선도하는 반제평화전략을 펴려고 한다. 북이 더이상 핵무기를 실험, 생산, 사용, 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불정책'을 대내외에 표방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온 것은 단순히 대미협상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세계평화세력을 향한 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4불선언'은 북미협상의 결렬 여부와 관계없이 견지할 전략적 입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주변 나라들과 국제사회는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려는 우리의 성의 있는 입장과 노력을 지지하며 평화를 파괴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온갖 행위와 도전들을 반대하여 투쟁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공위성'발사는 북이 일관하게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자주적 권리'임을 분명히 해왔고, 정지위성발사 등 '우주강국'을 위한 준비를 해왔던 점에서 비추어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면 언제든 쏘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이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고 미국이 북미협상교착의 책임을 북에 전가하려는 선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안에 이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유엔안보리에서의 새로운 대북제재를 결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 시기는 조중, 조러 관계 등의 진전과 맞물려 있다.

하노이 합의는 무산되었지만 북은 세계 앞에 비핵화와 평화의지를 과시했고, 합리적 협상안을 내놓음으로써 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북에 대한 영상은 크게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중, 조러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해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전략국가의 지도자로서 세계 외교무대에 강하게 등장했다. 베트남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여러 나라들과의 정상회담을 의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제국주의 패권에 맞서는 반제평화외교를 전략적으로 밀고 나갈 것을 시사한다.

우리민족끼리정책에 의한 남북관계 진전 노력

다음으로, 북은 북미협상의 교착에도 '우리민족끼리정책'에 따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특히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남북사이 '평화정착'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재개, 철도 도로연결사업 등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남북사이 사회문화교류, 국제 체육행사 등에서 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등 남북사이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미국의 남북관계통제정책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력자강에 의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총력

다음으로, '자강자력'의 기치 아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북이 미국의 최고수준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낸다면 트럼프정권의 최고압박정책은 사실상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은 반제평화전략, 우리민족끼리정책에 기초한 남북사이 평화정착, 자강자력의 경제발전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이는 본질에서 핵보유국의 길이며, 이것이 '새로운 길'이다. 사실 이는 전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예비된 길'이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북미사이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걷어찼다. 최선희 부상이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한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icon관련기사icon트럼프정권의 동북아정책과 한반도icon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icon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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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인터뷰]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2019.04.04 21:49:05
 

 

 

 

올 봄 한국 최대의 화두는 미세먼지다. 그간 우리는 인간이 바꾼 지구 환경이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좀처럼 체감하기 쉽지 않았다. 이상 기온은 아주 먼 과거에도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엘니뇨, 라니냐 등의 용어도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치부하기 쉬웠다. 미세먼지 사태는 직접적이다. 인간이 배출한 유해먼지가 안개와 섞여 대기 중에 짙게 끼자, 대중은 인류의 생산 활동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걷히고 봄기운이 실감났던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초대 원장)을 만났다. 조 전 원장은 최근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 펴냄)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파생 효과를 낳는지, 인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거론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공직자로 일한 조 전 원장은 책모임에서 만난 이들과의 우연한 계기로 <중앙선데이>,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서 대중을 상대로 알기 쉬운 기상 과학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여태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며 인류가 지금이라도 지구적 차원의 시스템 변화에 나서야만 기후변화로 인한 파멸을 막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미세먼지 위험을 골목 불량배에, 지구 온난화를 핵폭탄에 비유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미세먼지 사태는 환경부 정책 실패" 
 
프레시안 : 올 봄 미세먼지가 그야말로 국가적 이슈가 됐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미세먼지란 '중국에서 불어오는 나쁜 먼지' 정도로 이해하는 듯하다. 
 
조천호 : 미세먼지에 관해 언론 보도 내용과 인식이 조금 다르다. 
 
우선 미세먼지와 황사를 구분해야 한다. 황사는 자연먼지다. 우리 옛말로는 '흙비'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황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고비사막의 흙이 날아온 기상현상이니 흙비가 더 정확하다. 고비사막이 사하라사막처럼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예전부터 황사는 있었다. 황사에 유해물질이 섞임에 따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미세먼지 사태의 주원인은 중국인가? 
 
조천호 : 2007년 당시 충남 안면도의 기후감시센터에서 근무했다. 거기서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대기 질을 관측하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기가 훅 들어올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주로 석탄을 태웠을 때 나오는 황산화물 관측량이 늘어났다. 반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미세먼지의 모든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보통 햇빛을 받으면 금방 파괴된다. 공장에서 1㎞ 정도만 떨어져도 오염물질을 관측하기 어렵다. 서울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지만, 보통의 경우 강원도만 가도 공기가 다르다고 느끼지 않나. 그런데 한국과 중국 거리는 그보다 훨씬 멀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오려면 여러 기상조건이 맞아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지상으로부터 3㎞ 정도 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고농도일 때 △이들 물질이 중국 내 고기압에 의해 높이 치솟아 오른 상황에서 △때마침 편서풍이 불 때 한국으로 넘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 때 중국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에 머무르고, 설사 한국 쪽으로 날아온다손 쳐도 오는 도중 다 사라진다. 
 
프레시안 : 올해가 미세먼지 관측사상 최악이었다. 올해 특별히 고기압, 편서풍 영향이 강했나? 
 
조천호 :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일 경우는 기상조건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환경부 기준으로 고농도 사례는 10% 정도, 즉 열흘 중 하루가량이다. 물론 봄에는 닷새 중 하루 정도일 테고, 여름은 더 드문드문 관측될 것이다.  
 
이 정도 기준을 제외하면 항시적으로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더 짙었다고 했다. 최근 미세먼지에 관한 대중의 우려는 지나친 건가?
 
조천호 :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꾸준히 개선됐다. 그런데 디젤차 관련 정책에서 큰 실수를 범한 일이 있다. 디젤차에 ‘클린’ 이미지가 붙어 디젤차 보급률이 크게 치솟았다(디젤차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뿜는다는 명목에 따라 정부는 2010년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줬다.). 이 때문에 그간 개선되던 서울 대기오염 수준이 2010년 이후 정체됐다.  
 
이와 관련해서 환경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04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세계와 한국에서 '연무(Haze)', '스모그(Smog)', 그리고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의 검색 횟수를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산출해봤다. 우리가 말하는 '미세먼지'는 교과서에서나 사용하는 과학 용어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연무나 스모그다. 
 

▲ 2004년부터 2019년까지 구글 트렌드로 검색한 세계인의 미세먼지(연무, 스모그) 관련 검색 현황. 한국이 환경부 발표 이후인 2012년 이후 유독 '미세먼지'라는 전문용어를 대중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제공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세계인들은 '연무'나 '스모그'로 미세먼지를 검색한다. 한국인도 2012년에는 '연무'나 '스모그'를 해당 기상현상을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2014년부터 '미세먼지'로 해당 현상을 검색하고, 특히 봄철에 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왜 유독 한국인만 일반인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과학 전문 용어로 해당 현상을 확인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10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소식이 나온 후 환경부가 미세먼지 예보제 시행 등 미세먼지 대응 방안에 나서겠다고 홍보한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대중은 이에 충격을 받아 전 국민이 '미세먼지'라는 전문 용어를 알게 된다. 미세먼지 농도를 시간 단위로 체크하는 나라는 한국뿐인 걸로 안다. 미국만 해도 이 정도 정밀 자료는 일평균으로 낸다.  
 
그런데, 이전해인 2012년에는 WHO가 디젤자동차 배기가스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때는 디젤차 배기가스에 관한 어떤 위험 인식도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선택적 대응에 따라 대중의 위험 인식이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실제로는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대중의 미세먼지 위험 인식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커졌다. 사실과 위험 인식이 반비례하는 형국이 됐다. 환경부의 정책 실패다. 대중에게 미세먼지 위험을 인식시켰다면 정부가 할 일은 하나다. 미세먼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제대로 된 해결도 하지 못하고 그저 중국만 바라보는 꼴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을 그간 안 했다. 과학 문제를 과학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대응하다 수습이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 디젤차가 미세먼지를 많이 유발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휘발유차나 LPG차는 괜찮나? 
 
조천호 : 물론 휘발유차나 LPG차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만 디젤차가 더 많이 배출한다.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에는 '낙스(NOx, 질소산화물)'가 포함돼 있다. 공기에는 매우 안정된 가스인 질소가 있다. 평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디젤차의 실린더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산소와 질소가 결합해 낙스가 생성된다. 디젤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매우 높은 온도에서 폭발이 일어나므로 낙스도 훨씬 많이 생성된다. 낙스는 오존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최근 정부가 디젤차 퇴출 등을 추진키로 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비록 극우주의자이긴 하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 당시 강력한 디젤차 퇴출 정책 등을 추진해 대기 질을 개선했다.  
 

▲ 인류가 일으킨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는 대멸종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온난화 효과의 겨우 문턱에 불과하다. ⓒpixabay.com

지구 온난화는 정의의 문제 
 
프레시안 : 미세먼지도 결국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긴 오염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지구 온난화, 즉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가? 
 
조천호 : 미세먼지도 위험하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종류의 위험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미세먼지가 뒷골목 폭력배의 위험 수준이라고 하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수준의 위험이다. 
 
미세먼지 사태와 같은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게 런던 스모그나 로스앤젤레스 스모그 사태다. 이들 사태가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았다. 충분한 정책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 가능했다. 기후변화는 다르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꿔야만 해결 가능하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차량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은 어느 정도 투자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 배출 후 길어도 일주일 정도면 햇볕과 반응해 사라진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수백 년 간 대기에 남아 계속 축적된다.  
 
온실가스는 정의의 문제도 일으킨다. 온실가스를 유발했고, 유발하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거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 피해는 투발루, 방글라데시 등 전혀 책임이 없는 나라에 일방적으로 전가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피해 등도 가난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입는다.  
 
지금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30년 전에 배출된 오염물질이다. 당장 우리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편익을 얻지만, 30년 후 우리 후손은 우리가 누린 편익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는다.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발생한다.  
 
온실가스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욕망을 통제해야 한다. 문명의 생존방식을 통째로 뒤집어야 한다.  
 

▲ 온실가스를 전혀 저감하지 않은 경우 2100년 지구 대기의 모습 가정도. 국립기상과학원이 만든 자료다. ⓒ조천호 제공


인류는 더 더운 지구에서 생존한 경험이 없다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매우 무섭다고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문제다. ‘온난화된다면 여름에 더 더워지겠네’ 정도에서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 멈추는 게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 온난화가 말 그대로 지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조천호 : 지구에 아주 긴 시간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 두 기간의 지구 평균 기온 차이는 4~5도에 불과하다. 이런 기온 변화가 1만 년에 걸쳐 이뤄졌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사람이 지구 평균 기온 1도를 끌어올렸다. 어마어마한 변화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지구 기온이 변화하면 생태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지구 역사에서 신석기 혁명부터 이어진 현 시기는 '홀로세(Holocene)'인데, 많은 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시기를 따로 떼어 '인류세'로 부르자고 하는 이유다. 인류가 일으킨 온난화로 인한 지구 대멸종 시기를 따로 설명해야 할 정도다. 여태 지구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현재 지구가 과거 대멸종 시기의 언저리에 이미 도달했다. 
 
그린란드 빙하의 공기방울 안 먼지를 조사하면 빙하기 당시 날씨를 알 수 있다. 빙하기 때 날씨는 홀로세, 즉 인류 문명 시기보다 매우 안 좋았다. 이런 시기를 지나다 약 1만 년 전 날씨가 드라마틱하게 안정되고, 그때 농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류사가 시작된다. 빙하기 때는 기후가 워낙 불안정하니 농사를 못 지었고, 기온이 안정되고서야 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류는 오직 홀로세의 안정된 날씨에서만 문명을 존속시켜 왔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안정이 깨지고 있다. 1만 년 간 인류가 쌓아온 기본적인 생존 패턴이 변화하게 된다.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14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소빙하기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 전 지구적으로 폭동과 분쟁, 기아, 질병이 만연했고 그로 인해 인류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에서 기근이 횡행해 마녀사냥이 이어졌고,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으며, 명나라가 멸망하고 조선은 경신대기근을 겪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아주 작은 변화가 사회를 송두리째 바꿨다. 
 
이미 우리는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영향력을 직접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 사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다. 2010년 러시아는 가뭄으로 인해 밀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자 밀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식량 폭등은 선진국보다 가난한 나라,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힌다. 결국 민주적 체계가 불안정했던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났고, 이는 시리아 내전으로까지 이어졌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기후 변화의 무서움을 언급하며 이 사건을 예로 들었다.  
 

▲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pixabay.com

금세기 안 북극 얼음 사라질 수도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가 해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바닷물의 이동이 왜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나? 
 
조천호 :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으면, 북극의 시커먼 바다가 햇빛을 흡수해 해양 온도가 올라간다. 그로 인해 북극권 전체의 기온이 상승한다. 앞서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랐다고 했는데, 북극권은 3~4도가량 올랐다.  
 

▲ 지구 기온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를 더 가속화하는 움직임(양의 되먹임)이 일어난다. 이 상황이 되면 이제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 온난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로 인해 해빙이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북극권은 더 가열된다(양의 되먹임 현상). 그 결과 바닷물의 흐름 자체가 변화해 생태계와 세계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럽 상당 국가는 위도가 높은데도 한국보다 겨울이 따뜻한데, 그 이유는 멕시코 만류가 가져온 따뜻한 바닷물 덕분이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질 수 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북해는 물이 차갑기 때문에 내부의 메탄하이드레이트(일종의 메탄 얼음)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북극해 물이 따뜻해짐에 따라 메탄하이드레이트가 공기 중으로 노출되면서 메탄이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만큼 치명적인 온실가스다. 
 
시베리아 동토는 여름 시기 자란 풀이 썩기 전에 얼어버린 땅이 수만 년에 걸쳐 층층이 쌓인 구조다. 이 안에 담긴 탄소량이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가량 된다. 북극이 따뜻해짐에 따라 시베리아 동토도 녹으면, 이들 탄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어 온실화를 더 강화할 수 있다(양의 되먹임).  
 
이 지경이 되면 사람이 만드는 이산화탄소는 이제 의미가 없다. 지구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직접 내뿜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때 지구가 이랬다. 지난 80만 년 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180~280개)을 유지했다. 산업혁명 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짙어지기 시작해 현재 수준은 405ppm이고, 매년 2ppm씩 오르고 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앞으로 지구에 빙하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대로 지구 기온 상승을 못 막는다면 금세기 안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천호 :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7m 상승한다. 남극 빙하까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0~70m가량 상승한다. 지금 탄소 배출 수준을 인류가 전혀 저감하지 않는다면 2100년경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한다는 게 현재 기후 예측 결과다. 그런데 이는 기온이 선형적으로 상승한다는 가정에 기반했다. 북극해 메탄하이드레이트 노출, 동토 내 탄소 노출 등의 영향은 예측 모델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기온 상승이 비선형적으로, 가속화된다.  
 
2020년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관한국가간협의체(IPCC) 제48차 회의에서 세계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종전의 2도 목표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그만큼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감을 절실히 깨닫는 중인 듯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기후변화 자체를 허구로 치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당장 한국도 IPCC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만일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나? 
 
조천호 : 현 추세로 인류가 탄소 저감을 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은 2040년경이다. 2040년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면 지구의 모든 장소에서 항상 변화한 기후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2도 이상 오른다면, 예측이 아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오른 지구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없다. 현재 인류는 전혀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다만 예측 가능한 건, 2도 이상 기온이 오를 경우 지구가 탄성력, 자기 복원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인류를 번영케 한 안정된 기후로 지구가 스스로 자기 복원할 힘을 잃어버린다. 파국적인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한국은 지구에서 일곱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지구 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지만, 당장 국내의 경제 발전 압력 등으로 인해 지구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 수준도 매우 떨어진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국가도 경제발전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할까? 
 

▲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조천호 :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은 보통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과학자들이 후속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다. 당장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스모그, 즉 안개가 끼니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먼저 밝혀냈다. 사람이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대중이 체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결국 꾸준히 대중이 기후변화 위협을 인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 학계가 꾸준히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당뇨병과 같다. 한 번 병에 걸리면 온갖 합병증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부족, 물 부족, 날씨 변화 등이 수반되고, 그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2006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니콜러스 스턴 교수가 '스턴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시장 실패가 기후 변화다. 지금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세기 중반 인류가 지불해야 할 기후 비용은 세계 총생산(GDP)의 5~20퍼센트에 이른다.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돈을 지출하면서 재정을 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은 GDP의 1퍼센트 수준으로 막을 수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너무 풍족해서 일어났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다. 과잉생산 체계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이 체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 바꾸는 건 너무 어렵다고들 하겠지만, 이대로 대량생산체제를 놔둔다면 인류는 더 큰 파국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0년대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류가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적으로 협력해야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단 한 번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그랬다.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서 남성들이 모두 징발되자, 미국은 국가 전체를 전시 체제로 돌리고 여성들이 나와 산업 현장을 떠받쳤다. 이 같은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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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속초까지 번진 고성 산불, 주민들 '발 동동'

주민들은 인근으로 대피 중... 소방당국 '변압기 폭발' 화재 원인으로 추정

19.04.04 21:50l최종 업데이트 19.04.04 22:54l

 

 

고성 산불…식당 삼킨 불길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한 식당이 불타고 있다.
▲ 고성 산불…식당 삼킨 불길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한 식당이 불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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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버스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에서 난 산불이 확산돼 속초시 한 도로에서 버스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 불에 탄 버스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에서 난 산불이 확산돼 속초시 한 도로에서 버스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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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건물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돼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 불타는 건물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돼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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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뒤덮은 고성 산불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2019.4.4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제공]
▲ 하늘 뒤덮은 고성 산불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2019.4.4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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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진화작업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19.4.4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 고성 산불 진화작업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19.4.4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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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근처 44번국도 주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이 불고 건조했던 이날 오후 2시 45분 무렵 산불이 신고됐으며, 오후 9시까지 약 10헥타르를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양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도 지난 밤부터 행정안전부와 강원도청으로부터 "동해안 전 지역 대형산불주의보, 강풍경보, 건조주의보 발령, 소각금지 등 산불조심하시기 바랍니다"란 경보 문자를 연속해서 받고 있다.

필자는 인제 산불이 빠른 시간에 진화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에서도 오후 7시 20분 무렵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4일 오후 9시 25분 속초에서 친구가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산불은 넓은 범위에 거쳐 속초시내를 향해 접근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  4일 오후 9시 25분 속초에서 친구가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산불은 넓은 범위에 거쳐 속초시내를 향해 접근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 박승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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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암리엔 친구 아버님이 거주하시기에, 속초 시내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 아버지 집도 걱정된다. 근처인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연락은 드렸니" 묻자, "지금 전화가 들어왔다. 다시 통화하자"는 얘기를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20분가량 지나서 친구와 전화가 다시 연결됐다. "아버님은?" 하고 안부를 물었다. "지금 (아버님 집에) 가다 돌아왔는데 접근할 수 없다. 큰일 났다. 아버지는 일단 다른 마을로 피신했다는데, 집이 어떻게 됐는지 가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친구는 숨이 찬 목소리로 말한 뒤 다시 "전화가 왔다"며 끊었다.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속초 시내까지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기엔 강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도로 주변 변압기 폭발이 고성 산불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  고성과 속초 시내에 번진 산불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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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과 속초 시내에 번진 산불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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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고성산불#주민소개령#강풍주의보발령#속초시 위험#인제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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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단순한 선의만으로 안돼 강력한 핵억제력만이

[목요집회] 북미관계, 단순한 선의만으로 안돼 강력한 핵억제력만이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4/04 [17:2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가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가 '공안탄압중단하라'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 김영승 통일광장 장기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한반도 평화시대,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국가보안법 철폐하고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북미관계 개선은 단순한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가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되었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서 이날도 민가협 어머니들과, 원로 인사들이 어김없이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은 여는 발언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날 태양광선의 자연은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산천초목을 다 소생시키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상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다 활짝 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묻고는 이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영건 회장은 “가장 나라를 걱정하고 촛불정부가 잘하길 정말 빌어주고 있는 이 인사들이 여기에 계신 분들”이라며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가보안법 폐지하라”고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사회자는 얼마 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정한 간담회를 언급하고 진보인사를 배제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 탑골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의)목소리에 청와대가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김영승 통일광장 장기수는 “미국이 남측 정부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정책을 취하기 위해서 탄압의 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을 유지시키고 있다. 모두가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김영승 장기수는 북미관계에 있어서 “현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는 남북(한반도) 전역에 해당된다. 미국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 패권을 위해서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판문점 선언, 9.19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었으며,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용의를 밝힌 상황에서 남북 간의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미국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미워킹’ 그룹을 만들어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기 위한 ‘제국주의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승 장기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유해송환, 평양과 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로 북미관계 정상화, 비핵화문제’ 등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언급하고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무산시킨 장본인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를 상기시켰다. 결국 합의 무산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선비핵화 후 경제지원)’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노이 회담의 교훈은 북미관계 개선은 단순한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강력한 핵억제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하고 주한미군을 철수를 외쳐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혔듯이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셔 주인된 자세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들이 국민들을 통제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악법이 국가보안법이다. 독립운동가들을 잡아 가둔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명을 이어오면서 민주, 통일인사를 때려잡은 악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성환 위원장은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한 사회에 민주주의가 들어서고 재벌들을 비호하고 있는 ‘수구보수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을 끝장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가권력과 정당의 비호 하에 삼성재벌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하고 온갖 불법비리를 자행했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노동자들을 납치, 감금하고 미행하는 등 ‘마피아’ 범죄 조직임을 스스로 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재벌들의 반노동 반사회적인 경영 자태를 끝장내기 위해서 국민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죽이고 감옥에 보내는 반민주 악법부터 철폐되어야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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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

<추가> 베트남전 한국군 피해자 103명, 문 대통령에 청원서 전달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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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16: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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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

   
▲ 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게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생존자들은 사과를 원한다’라는 것을 이 청원서를 통해서 분명히 알리고 싶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거나 직접 피해를 당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103명이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상대로 4일 ‘청원서’를 제출했다.

‘제주 4.3 평화상 특별상’ 수상을 위해 방한한 하미 마을 학살 피해자 동명의 응우옌티탄(62)과 응우옌티탄(57) 씨가 참석한 가운데 4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심아정 시민평화법정 조사팀 간사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성한 103장의 청원서를 오늘 대한민국 청와대에 제출한다”며 “베트남 피해자의 외국 정부에 대한 집단 청원은 최초의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1999년부터 공론화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논의가 2019년으로 20년째가 된다”며 “그 20년 동안 한국 정부는 그 어떤 진상조사를 시작하지도, 공식인정을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는 청원법이 정한 90일 내에 103명의 피해자들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국 정부가 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의 그 누구도 우리에게 찾아와 사과를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일본에 의해 식민지배를 당했던 불행한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본 정부에게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그러한 입장과 태도는 베트남전쟁 민간인학살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베트남 전쟁은 1975년에 끝났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 '제주 4.3 평화상 특별상' 수상차 방한한 하미 마을 학살 피해자 두 명의 응우옌티탄 씨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통역을 맡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03명의 베트남 피해자들은 청원서에서 “우리는 베트남 전쟁 중 한국군 파병 기간(1964~1973) 동안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거나 큰 상해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한국 정부는 위 시기에 325,000여 명의 한국군을 베트남으로 파병”했고, “파월 한국군은 베트남 중부 5개 성에서 작전을 수행하면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썼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은 1975년에 끝났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며 “2015년과 2018년에는 우리 중 일부가 한국을 직접 방문하여 학살을 증언하고 한국 정부의 사실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상기시켰다.

특히 지난해 4월 서울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시민평화법정)을 개최해 이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한국 정부의 진상규명 의무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제주4.3, 광주5.18, 한국전쟁 등 과거 발생한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진상조사를 하여 진실을 밝혔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전쟁범죄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신속하게 나서줄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청원서에 △진상조사 및 사실인정, △공식 사과 및 공식 선언,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부디 한국 정부가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에, 용기를 내 꺼낸 목소리에 응답해줄 것을 기대하고 기다린다”고 맺었다.

“한국 정부, 이 절박한 요구에 대해서 꼭 응답해주길”

   
▲ 두 명의 응우옌티탄 씨가 103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들고 관계자들과 함께 청와대 관계자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시민평화법정에서 생존자 증언에 나섰던 응우옌티탄 씨는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마을 학살 당시 “8살에 한국군 학살로 가족을 다 잃고 전쟁고아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시민평화법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실을 말했고, 베트남에 돌아가서 한국 정부의 응답을 기다렸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국정부로부터 그 어떤 답변도 들은 바 없다”고 밝히고 “이번에는 103명의 베트남 피해자들이 직접 청와대에 전달하는 청원서를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한국정부가 이 베트남 청원인들의 이 절박한 요구에 대해서 꼭 응답해주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제주4.3평화상특별상을 수상하게 됐는데, 그 계기로 제주와 광주를 방문할 수 있었다”며 “제주에서 광주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이 저희 베트남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제주에도 광주에도 저희 베트남이 겪었던 똑같은 아픔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큰 기념”이라는 것.

그는 “이 청원서에 한국 정부가 세심히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우리 베트남 피해자들을 위해서 이제는 뭔가 행동해야 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한 명의 응우옌티탄 씨는 “저는 (제주4.3평화상 특별상)상을 수상했다라고 하는 기쁨보다는 제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하는 영예가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며 “이 상을 수상한 이 영예를 우리 마을에서 희생됐던 135분의 영령들과 함께 나눌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면 이 상을 그분들의 영전 앞에 바치고 향을 먼저 피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마을의 위령비 뒷면으로 과거 한국군의 전쟁범죄를 기록한 비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비문이 한국 대사관의 압력에 의해서 지금은 덮여있다”며 “정작 우리 피해자들은 동의한 적이 없다. 우리 주민들이 그 비문을 덮는데 동의하지 않는 것은 진실은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련 질문에 “그 비문이 연꽃무늬 대리석으로 덮힌 게 2000년”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제주 4.3위령제에 와 주었더라. 그리고 한국의 총리가 직접 위령제에 찾아주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이분들은 저승에서나마도 이제는 좀 따뜻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우리들의 이러한 절박한 요구에 한국 정부가 가장 빠르게 답변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울음바다 속에서 이 청원서 한 장 한 장을 작성하셨다”

   
▲ ‘평화나비 네트워크’ 6기 전국대표를 맡고 있는 이태희 학생이 제주4.3의 상징인 붉은 동백꽃 뱃지를 두 응우옌티탄 씨에게 직접 달아주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청원 작업은 3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 지난달 보름간 베트남의 중부지방 2개성, 꽝응아이성과 꽝남성에서 이루어졌다”며 “이 두 곳은 과거 청룡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이고, 이 곳에 굉장히 많은 피해자 분들이 계시지만 시간적인 여러 가지 한계로 이번에는 16개 마을 밖에는 돌아다니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서명이 끝나고 내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굉장히 많은 베트남의 피해자 분들께서 청원하고 싶다고 하는 그런 연락을 계속 주고 있다”며 “아직 가지 못했던 빈딘성, 푸옌성, 그리고 카인호아성, 이렇게 한국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굉장히 많은 피해자 분들이 한국 정부에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린다”고 말했다.

구 상임이사는 “대부분의 베트남 피해자분들은 한국군에 의한 50년 전의 학살로 나는 가족을 잃었고, 그리고 집과 모든 재산을 잃었고 그리고 배움의 기회마저 잃었다고 말씀하셨다”며 “대부분의 피해자 분들이 울음바다 속에서 이 청원서 한 장 한 장을 작성하셨다”고 전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프로젝트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6기 전국대표를 맡고 있는 이태희 학생은 “지난 1월 나비기금과 함께하는 베트남 평화기행을 다녀왔다”며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깊은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님들의 모습과 많이 겹쳐보였다”며 “한국의 가해 역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과 한국 정부의 공식 사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다시는 이러한 전쟁이 비극이 발생되지 않도록 평화나비의 대학생들도 곁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20년만에 한-베 베트남 전쟁 새롭게 대면하는 계기”

   
▲ 지난해 시민평화법정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임재성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난해 시민평화법정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임재성 변호사는 “1999년으로부터 20년만에 베트남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며 “20년만에 한국과 베트남이 50년 전에 있었던 전쟁에 대해서 새롭게 대면하는 계기가 바로 오늘 청원서를 접수하는 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 변호사는 “외국인 역시 청원법에 근거해서 국가기구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시고, ‘나도 청원에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청원이 아니라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청원에 함께했으면 좋겠다’ 말씀하셨다”며 “나와 김남주 변호사는 103명의 법률적 대리인으로 이후의 진행 상황들을 우리가 수신을 하고 또 베트남에 계신 103명들에게 어떠한 진행 상황들이 만들어지는지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중앙정보부가 1969년 당시 퐁리·퐁넛 마을에서 학살을 했던 1소대, 2소대, 3소대장, 그리고 중대장을 모두 소환해서 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2000년에 <한겨레21>에 보도가 됐다”며 2017년 국가정보원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해 법원에 제소해 1,2심에서 정보공개 판단을 받았지만 국정원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1969년에 퐁리·퐁넛 학살을 조사한 기록들을 신속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두 응우옌티탄 씨와 구수정 상임이사, 인성재 변호사 등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103인의 청원서를 접수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 추가, 5일 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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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불발…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하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불발…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하라”
▲ 사진 : 노동과세계

국회 본회의(5일)를 앞두고 3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등에 대한 여야 합의를 논의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오후5시17분에 산회됐다. 이로써 이날 오후5시로 예정됐던 환노위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임이자 소위소위장(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최저임금법 등 5일 본회의 처리는 불가능하다”면서 “3당 간사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노동법 개악 강행 처리에 맞서 국회 진입투쟁을 벌이다 임원 등 8명이 연행된 민주노총은 이날도 “노동법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앞 투쟁을 벌이던 중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해 25명이 연행됐다. 고용노동소위 산회에 따라 1일부터 진행된 민주노총의 강도 높은 투쟁도 오후5시40분경 마무리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불발은 “민주노총 투쟁의 결과이며,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라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의 연행에 대해선 “역대 정부를 통틀어 민주노총 현직 위원장이 집회 와중에 연행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민주노총은 이번 위원장 연행을 민주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동기본권 및 노동법 개악 중단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하곤 강제 연행한 위원장과 간부, 조합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입장 전문.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투쟁은 더욱 거세진다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 불발과 조합원 연행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민주노총은 3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노동법 개악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노동법 개악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회를 향한 수위 높은 투쟁을 벌였다.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 개최불발은 이 같은 민주노총 투쟁의 결과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승리다.

그러나 노동법 개악을 강행 처리하려는 국회에 분노한 노동자 투쟁이 격렬했던 결과, 이날 오전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등 19명, 오후에는 6명, 전체 25명이 연행됐다.

영등포서에 김명환 위원장이, 양천서에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4명, 서부서에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4명, 서대문서에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4명, 서초서에 김태선 정보경제연맹 위원장 등 4명, 광진서에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공동위원장과 손창원 대학노조 사무처장 등 4명, 도봉서에 황상길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장 등 4명이 강제 연행돼 있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민주노총 현직 위원장이 집회 와중에 연행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위원장 연행을 민주노총과 민주노총의 노동기본권 및 노동법 개악 중단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경총 청부법안을 포함한 노동법 개악에는 그리 적극적이면서, 민주노총의 법 개악의 부당함에 대한 호소는 손톱만큼도 반영하지 않았고, 분노한 조합원을 연행하는 경찰은 비호처럼 빨랐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간부의 이번 투쟁은 정당한 분노의 표출이다. 강제 연행한 민주노총 위원장과 간부, 조합원을 즉각 석방하라.

국회는 비록 노동법 개악 강행처리를 연기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밀어붙일 것이 자명하다. 위원장을 빼앗긴 민주노총의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민주노총은 긴장을 놓지 않고 범의 눈으로 지켜보며 더 많은 조합원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백만 조합원만의 조직이 아닌 2천5백만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인 민주노총의 의무이자 임무다.

2019년 4월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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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의 마지막 ‘극한 방랑자’ 몽골가젤 무사할까

조홍섭 2019. 04. 03
조회수 917 추천수 0
 
1년에 남한 절반 면적 돌아다니기도…철도, 국경선이 이동 가로막아
 
512.jpg» 몽골 동부 대초원 지대에 서식하는 몽골가젤. 수천 마리가 무리 지어 최고 시속 65㎞ 속도로 12∼15㎞를 달릴 수 있다. 야생동물보전협회(WCS) 몽골 지부 제공.
 
몽골 동부에는 한반도 면적의 대초원이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온전한 마지막 온대 초원이다. 이곳에는 하루 200∼300㎞를 거뜬히 주파하는 ‘극한 방랑자’ 몽골가젤 100만 마리가 산다. 몽골가젤은 어깨높이 80㎝에 몸무게 40㎏인 중형 영양이다.
 
평범한 몸집의 이 가젤이 상상을 넘어서는 이동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이 장기 현장연구 결과 밝혀졌다. 데이드 난딘쳇첵 독일 괴테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응용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몽골가젤 22마리에 위성 추적장치를 붙여 1∼3년 동안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를 밝혔다.
 
512 (1).jpg» 몽골가젤 서식지. 푸른 곳은 분포 지점, 푸른 선은 이동 경로, 초록색은 보호구역, 붉은 선은 관통 철도 계획 지점을 가리킨다. 난딘쳇첵 외 (2019) ‘응용 생태학 저널’ 제공.
 
몽골가젤 한 마리가 연간 이동하는 범위는 평균 1만9346㎢로 경상북도 면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 움직이는 범위는 평균 10만㎢로 남한 면적과 같았다. 개체마다 차이도 커 1년에 5만㎢ 이상의 범위를 다닌 가젤도 있었다. 몽골가젤의 이동 면적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120만 마리의 누가 철 따라 이동하는 아프리카 세렝게티-마라 생태계보다 4배나 넓다.
 
몽골가젤은 여름철 지역적 강우로 풀이 돋아나는 곳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에는 눈이 적게 쌓여 이동과 먹이 찾기가 쉬운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번식과 월동지를 정해 반복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가젤은 한 장소를 고집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무리의 이동장소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15년 극심한 가뭄 끝에 혹한과 폭설이 내렸는데, 가젤 무리는 먹이를 찾아 언 강을 건너 300㎞ 이상을 이동했다. 만일 이런 이동이 가로막힌다면 가젤 집단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512 (2).jpg» 몽골가젤 수컷(앞)과 암컷 그림. 필립 스클레이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젤 서식지 안에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선이 지나고 철조망 울타리가 쳐 있어 가젤이 통과할 수 없다. 위성추적 기록을 보면, 가젤 한 마리는 울타리에 가로막히자 59일 동안 울타리를 따라 80㎞를 걸어갔다. 
 
이 가젤은 절박하게 뚫고 지날 통로를 찾았고, 쉽사리 그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가젤은 열흘에 걸쳐 11㎞ 거리의 울타리를 따라가며 통과할 길을 모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 추적한 가젤의 80%가 국경에 의해 이동이 영향받았다.
 
512 (3).jpg» 철조망은 장거리 동물의 이동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야생동물보전협회(WCS) K. 올손 제공.
 
연구자들은 “자원이 조금씩 여기저기 일시적으로 분포하는 곳에서 유랑하는 동물은 모든 경관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극한 상황이 벌어지는 지역을 피할 수 있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적어도 11㎞에 한 군데는 가젤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국경뿐 아니라 다른 선형 장애물도 가젤을 위협한다. 몽골에는 광산 개발이 붐이어서 곳곳에 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몽골 정부는 서식지를 관통하는 5683㎞의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512 (4).jpg» 몽골가젤 서식지를 관통해 장거리 철도가 건설될 예정이다. 사진은 고비사막을 가로지르는 몽골관통철도의 모습이다. 피에르 안드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냥과 밀렵,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 수족구병 등 질병, 가축과의 경쟁, 개발로 인한 서식지 분단 등도 가젤의 위협 요인이다. 물론 이 지역 곳곳에 몽골가젤 보호구역이 설정돼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 보호구역은 가젤 이동 경로의 8%를 커버할 뿐이었다. 가젤은 광산 등 훼손지역을 회피했지만, 보호구역을 선호하지도 않았다.
 
연구자들은 “몽골 동부 스텝은 세계에서 온전하게 보전된 가장 큰 온대 초원지대의 하나이고 최대 규모의 유제류 집단이 사는 곳”이라며 “특히 철도, 고속도로, 국경 울타리 등 선형 구조물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개발계획 단계부터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ejid Nandintsetseg etal, (2019) Challenges in the conservation of wide-ranging nomadic species. Journal of Applied Ecologyhttps://doi.org/10.1111/1365-2664.133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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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로 끝난 보궐선거, 민주당은 실리를 챙기다.

자유한국당의 선전, 패배의 원인은 황교안과 오세훈
 
임병도 | 2019-04-04 09:35: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피가 말리는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 선거 개표 이야기입니다.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됐지만, 한국당 강기윤 후보와의 표 차이는 불과 504표에 불과했습니다.

보궐선거가 시작되기 전에는 정의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 강기윤 후보가 앞서갔습니다. 개표율이 94%가 넘어갈 때까지도 여영국 후보는 강기윤 후보에게 0.5% 포인트 뒤졌습니다.

강기윤 후보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개표율 99.98% 때 여영국 후보가 강 후보를 역전했습니다. 개표를 지켜보던 정의당은 지옥에서 겨우 빠져 나온 셈입니다.

최종 득표율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5.75%(4만 2663표),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45.21%(4만 2159표)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선전, 패배의 원인은 황교안과 오세훈

 

 

https://www.youtube.com/watch?v=3hxcyqjTCMk&feature=youtu.be

창원 성산 지역은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이자 진보 성향이 강한 곳이라 자유한국당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나름 엄청나게 선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기윤 후보가 여영국 후보에게 불과 504표 차이로 패배한 원인을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故)노회찬 의원 비하 발언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역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발언이 자유한국당으로 기울어지는 유권자의 마음을 닫게 했다고 봐야 합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정당명과 기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간 황교안 대표와 강기윤 후보의 불법 선거 운동 때문입니다.

경기장 내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으니 안 된다고 막는 경남FC 관계자를 뿌리치고 들어간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창원성산 시민들은 분노했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관련기사: 경기장 선거운동 ‘자유한국당 vs 민주당’ 어떻게 달랐나?)


이변은 없었던 통영고성, 황교안의 공안검사 후배 정점식 당선

▲4·3 보궐선거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 내외가 3일 오후 통영시 북신동 자신의 선거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습니다. 4·3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는 개표 시작부터 앞서 나갔고, 개표가 끝날 때까지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점식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9.46%(4만 7082표)로 35.99%(2만 8490표)에 그친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큰 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습니다.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인 탓에 당연히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점식 후보의 당선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정 후보가 황교안 대표의 공안검사 후배이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정점식 당선자는 대검찰청 공안 1·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2차장, 대검 공안부장(검사장급) 등을 거친 ‘공안통(通)’입니다. 특히 2014년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위헌정당·단체 대책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습니다.

정점식 후보가 공천됐을 때 모두들 ‘황교안 키즈’라고 했듯이, 앞으로 정 당선자는 자유한국당 내에서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민주당은 실리를 챙기다

▲보궐선거 결과가 합산되지 않은 국회 정당별 의석수 현황.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확보했다. ⓒ국회홈페이지 캡처

2석뿐이었던 까닭에 이번 보궐선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선거 기간 내내 외쳤던 정부 심판론이 먹혀 들어갔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의 선거 전략이 민심을 파고들었다고 봐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더 힘든 지경에 처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정의당이 1석을 차지하면서 민주평화당과 합쳐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회는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개 교섭단체 체제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됩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의 입장을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라는 지위를 이용해 주도해왔는데, 이제는 그 힘을 잃게 됩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협상이나 공수처 신설 등에 엇박자를 보였던 바른미래당 보다 정의당과 민평당이 합쳐진 교섭단체가 말이 잘 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에 이어 또 다른 교섭단체와 싸워야 하는 입장에 놓여, 패스트트랙 협상을 마냥 자신들 입장으로 끌고 갈 수는 없게 됐습니다.

보궐선거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민주평화당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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