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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의 핵심은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학살'

[인터뷰] 여순특별법 공동발의·입법공청회 마친 서동용 국회의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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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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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12.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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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특별법 공동발의자중 한명인 서동용 의원을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특별법 추진 현황와 의미, 전망에 대해 들었다. [사진-조천현]

72년전인 1948년 10월 19일 새벽.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받은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출동명령을 거부하고 그날 밤 무장을 한 채 뛰쳐나와 20일부터 여수와 순천, 광양·구례·곡성·벌교·보성·고흥을 차례로 장악했다. 이들은 일주일만인 27일 토벌군에 의해 완전 진압되었다.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이다. 

백운산과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된 그들을 잡기 위해 군경은 산간마을을 이 잡듯이 뒤졌다.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1955년 4월까지 여순지역을 비롯해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대구 일부 지역에서 무력충돌과 진압이 이어졌다. 

다수의 민간인이 이 과정에 희생당했다.

제14연대의 진압을 위해 계엄법이 없는 상태에서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그해 12월 1일에는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졌다. 여순사건을 계기로 한반도 남쪽에는 확고한 반공국가가 틀을 갖춰가게 되었다.

국군이 국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반란'의 멍에가 들씌워졌지만 여순사건의 핵심은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라는 진실이 지금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여순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앞서 지난 7월 28일 전남 동부지역 5개 지역구 의원인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갑)·서동용(순천·광양·곡성·구례 을)·주철현(여수 갑)·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김회재(여수 을) 의원을 비롯한 152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한데다 야당 의원들도 반대하지 않는 기류여서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부터 18, 19, 20대 국회에서도 특별법은 계속 발의되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하는 입법공청회까지 거치는 등 절차도 순조롭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올해 정기국회가 9일 마무리되었고 내년 1월 10일까지 임시국회가 소집되어 있으나 여야 공방이 첨예한 상황에서 여순특별법 제정은 내년도 다음 회기로 넘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공동발의자중 한명인 서동용 국회의원을 공청회 이튿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특별법 추진 현황과 의미, 전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서 의원은 자신이 여순사건의 피해 가족이기도 하고 올해 초 민간인 희생자인 장환봉(당시 29·순천역 철도원)씨의 재심 변론을 맡아 72년만에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여순특별법 입법공청회 거치며 기대감 커져
 

서 의원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을 쏘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그걸 딛고 극복하려는 성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항상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서 의원은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을 쏘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그걸 딛고 극복하려는 성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항상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 통일뉴스 : 어제(12월 7일) 여순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그 의미와 주요 내용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서동용 국회의원 : 법을 제정할 때는 입법공청회를 거치도록 법에 나와 있다. 상임위 내에서 법안을 전담하는 소위를 두고 또 결산을 담당하는 소위도 두는데, 상임위 의결로 법안소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할 수도 있고 전체 공청회를 할 수도 있다. 어제는 상임위 차원에서 전체 공청회를 한 것이다. 

여순사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향토사학자인 주철희 박사와 순천대학교 여순연구소 최현주 소장 두 분이 나와 각 10분씩 진술을 하고 국회의원들이 질의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법안을 공공발의한 소병철, 서동용, 김회재 등 세명의 국회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맨 마지막에 발언기회를 주어서 한마디씩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정의당 이은주의원이 참가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앞에서 농성하느라고 한명도 없었다.

전체적으로는 진술자들도 그렇지만 국회의원들도 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을 했고, 왜 이 법이 이렇게 늦게 제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이 문제를 특별법이 아니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기본법'(진화위법)을 통해서 해결하자는 의사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주철희 박사가 그러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을 했다.

제정 법의 경우 소위 의결로 공청회를 건너 뛸 수도 있지만 보통은 다들 거치는 절차이다. 어제 공청회를 진행했기 때문에 입법과 관련한 외부적 절차는 다 밟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구체적으로 조문을 들여다보는 '축조심사'를 하고, 국회의원들과 행정안전부가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뒤,  법안소위에서 원안 그대로 또는 수정안으로 통과시키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 다음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본 회의에서 채택하면 법안이 만들어지게 된다.


□ 법 제정을 위해서는 행안위 법안소위 통과와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 회의를 거치게 되는 데, 152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찬성의견을 낸 상황이어서 어느때보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별법 제정 전망은?

■ 어제 입법공청회는 꼭 해야 하는 절차이기도 하고 또 그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외적 절차는 다 거친 것이다. 

다른 법률의 경우 상임위 공청회를 마쳐놓고도 안된 경우들도 있다. 지금은 공청회를 안하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데, 그 절차를 마쳤고 국회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 법의 통과에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법 통과는 충분히, 많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약간의 우려가 있는 것은 8~9일 사이에 공수처법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 갈등과 국회 공전과 같은 외적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여순사건은 발발이후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여순반란사건이라고 명명되어 있는데, 이것을 좌우 이념대립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로 아직 남아 있다. 

혹시라도 이념대립의 양상이 벌어지면 이 법이 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조심스럽다. 정말 유리구슬을 옮기듯이, 아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하나 하나 풀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여순사건의 본질은 무엇인지, 여순사건을 좌우 이념대립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나.

■ 그동안 제14연대 군인들의 소위 '반란', 그 봉기가 남로당 지령에 의한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지역에서도 '반란사건'이라는 표현이 끊이지 않았던 측면이 있는데, 주철희 박사가 어제 이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백선엽 회고록에도 여순사건은 남로당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기록이 있고 처음부터 그런 의견이 많았었는데, 1967년에 처음으로 남로당 연관설이 나온 후 마치 그것이 정설인양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가짜가 진짜를 뒤덮어 버린 사례인 셈이다.

이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저로서도 여순사건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을 배우게 됐다.

가슴 아픈 일인데, 여순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나서지 마라', '남앞에 서지 마라'는 이야기를 늘상 들으면서 커왔다.

1949년 전라남도 통계로 1만 1,131명이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 통계에는 내가 알고 있는 사례들도 반영이 안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내가 들어 알고 있는 광양의 집단학살 사례만 해도 50~60명씩 끌어다 놓고 총살해 버린 경우가 여러 건 있다.

어제 주철희 박사는 1만5,000명~2만5,000명이 희생되었을 것이라고 추정을 하더라. 그렇게 많은 민간인들이 '빨갱이, 반란군이었고 부역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것이 아무 거리낌없던 세월이었기 때문에 그 자식의 인생이 어떻게 잘못될 지 몰라서 입다물고 숨기며 살았던 세월이 70년이었다.

육사 진학을 희망했던 제 친구도 아버지가 뚜렷한 설명없이 절대 안된다고 말리는 통에 꿈을 꺾었다가 최근에야 할아버지가 반란군으로 낙인찍혀 돌아가셨다는 것이 이유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얼마전 94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임종 직전에야 작은 아버지 한 분이 여순사건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해서 알게 된 사연도 있다. 이렇듯 여수·순천·광양 곳곳의 가정에는 진실을 숨기고 가슴속에 통한의 눈물을 안고 살아왔던 세월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그런 세월에 대해 이제는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건 너무나도 중요한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주철희 박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국가권력기관인 군에서 촉발된 사건이며, 군의 잘못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왜 국가는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는지 △왜 그들이 이야기하는 반란군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고 구하려고 하지 않고 반란군과 한편이라는 이유로 총을 쏘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밝히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의원은 특별법 제정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는 높지만 이념의 덫에 넣어 해석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무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진-조천현]
서의원은 특별법 제정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는 높지만 이념의 덫에 넣어 해석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무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진-조천현]

□ 특별법이 제정되면 가장 먼저 할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이 사건과 관련해서 1949년 전라남도 통계에 1만1,173명의 희생자가 있다는 기록만 있지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은 한편으론 너무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은 살아계신 분들의 진술을 통해서 진실이 규명될 수 밖에 없는데, 72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치매가 온 경우 신빙성있는 진술을 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른 분들도 너무 많다.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해서 진상규명에 착수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진화위법으로 해결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진화위)를 거치지 않고 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순히 피해자의 명예회복만 놓고보면 거길 통해서 하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건의 성격상 국가기관내에서 촉발된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피해자 조사를 주로하는 다른 조사위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면들이 있다. 

또 여순은 워낙 광범위한 사건인데 진화위 활동의 한 분야, 부분으로 다뤄지다 보니  지난 1기 진화위에서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서 충분한 조사가 되어야 한다는 개선 의견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였다.

여러 사안 중의 하나로 처리하기에는 피해의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전담해서 할 수 있는 위원회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진실규명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진화위법에 따라 구성된 1기 진화위가 제대로 홍보도 안된 상태에서 조사 신청도 미처 받지 못하고 부랴부랴 끝냈던 문제를 극복하고 폭넓은 진상규명을 하자면 조사위원회 직권으로 여수·순천·광양·구례·고흥·보성 등 6개 시·군의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아직 살아계신 분들의 진술을 듣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또 다른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화위의 한 부문으로서 조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주4.3이 있었기 때문에 여순이 있었고 여순은 4.3의 결과라는 점에서 개별 민간인 희생사건이 아닌 제주4.3, 광주5.18과 같은 역사적 사건으로 여순사건이 갖는 의미, 그 지위에 걸맞는 법적 체계를 갖추는 것도 국가가 이 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일 수 있겠다.

그런 측면에서 4.3이 별도의 특별법을 통해서 '한국현대사를 여는 사건'이라는 규명을 얻은 것 처럼 여순도 당연히 별도의 특별법을 통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많기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이다.

지난 7일 여순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입법청문회가 처음으로 열려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서동용 의원실]

□ 특별법 제정에 대한 야당쪽 태도나 반응은 어떤가.

■ 현재로서는 특별히 반대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미 1기 진화위를 구성하는데도 동의를 했고 또 제주 4.3특별법이 있기 때문에 단지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하는, 즉 배상과 보상규정을 포함하지 않는 여순법에 대해서 특별히 반대하는 기류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지만 만약 이념적인 문제가 정국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기제로 작동하는 시점이 오면 그걸 이유로 해서 여순법을 문제삼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긴 하다.


□ 현재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상황은 겉으로 보기에 특별법 제정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없어보이지만 이념적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상황이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나.

■ 앞으로 혹시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왜 진화위로 가지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갈등 또는 문제였는데, 거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웬만한 문제들은 다 해소되어 있다.

4.3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고 지금 여야가 심하게 다투고 있다. 이유는 배·보상 규정을 두자는 것과 관련된 것인데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주 4.3이나 여순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민간인 희생자가 확인되면 보상을 해 주긴 하는데 그 보상을 재판을 통해서 받아야 한다. 지급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별법으로 지급규정을 두면 국가가 조사를 해서 직접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피해 당사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훨씬 좋은 수단이 된다.

그런데 지금 국가폭력에 대한 배·보상 규정을 두고 있는 건 사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정도 밖에 없다. 

거창양민학살사건과 노근리양민학살사건, 제주4.3 모두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배·보상 규정은 없다. 

정부에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예산 문제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보상기준을 적용하면 전체적으로 최저 4조5천억원에서 최대 8조5천억원 정도의 예산이 드는데, 어느 하나 물꼬가 터지만 모두 다 들어올 것이라는 것 때문에 꺼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끝까지 계속 무시하면서 보상하지 않고 가는 방법은 없을 것 같다. 두고 두고 계속 제기될 문제를 마냥 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선도적으로 나서서 풀되, 재정이 문제가 된다면 분할지급을 한다든지, 지급 대상을 한정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찾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풀어나가야 할 일이다.


□ 행정안전부는 특별법이라는 개별입법보다는 '진화위법'을 통한 여순사건의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정부는 당초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반법인 진화위법으로 해결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사건의 성격, 피해자의 수 등에 비추어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따르겠다는 것으로 선회했다. 

그러다가 얼마전 김태년 원내대표 주재하에 여순특별법을 발의한 소병철, 서동용 의원과 행안위 여당 간사인 함병도 의원, 그리고 행안부 차관과 담당 국장이 모여서 심도있게 토론을 거친 결과 행안부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 이후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행안부 입장은 특별법 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다.


□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다루는 특별법 중 여순사건이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다시 한번 왜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지 말해달라.

■ 한국전쟁 전후 시기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최초의 특별법이 만들어졌던 건 제주4.3 특별법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거창양민학살진상규명특별법이 만들어졌고 노근리양민학살진상규명특별법을 비롯한 몇개의 법이 별도로 만들어졌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 매번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일반법을 만들어서 포괄적으로 다뤄보자는 접근이 있어 '진화위법'을 만들었다. 진화위의 조사대상에 웬만한 사건은 다 포함되어 있었고 여순사건도 진화위 조사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여순사건만 빠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사건의 성격, 피해자 규모 등에 비추어 특별법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순사건은 남아있는 유일한 특별법 대상으로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서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서의원은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오랫동안 가슴에 묻고 살아왔던 것들을 신원하고 풀어내야 비로소 공동체가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 국회 입성 전인 지난 2019년 6월 서동용 변호사는 '스무살 도망자'가 불러낸 1948년 여순'이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을 통해 70여년전 여순의 소용돌이에서 피해를 당한 아버지로부터 광주항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들로 이어지는 잔혹한 우리 현대사를 일깨운 바 있다. 국가와 시민들은 여순특별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라는지 말해달라.

■ 만약에 국가의 주장대로 이 사건이 반란이었다면 국가는 나서서 반란군으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는 오히려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쏘았다. 

설령 적국 소속일지라도 총을 들지 않은 양민에게는 총을 쏘지 않는다는 것이 전쟁터에서도 지켜야 할 약속인데,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제 나라 국민들을 마구잡이로 쏘아 죽였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국가가 그래서는 안되지 않나.

어제 여순항쟁유족연합회 회장인 이규종 선생이 그러더라. 구례에서 토벌대장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죽고난 뒤 '살아 움직이는 것은 하나도 빼지 말고 다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와서 엄청난 양민들이 학살당했다는 거다. 국가가 그런 짓을 했다.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을 쏘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고, 그걸 딛고 극복하려는 성찰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항상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저는 그게 광주에서 또 한번의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 가족사에서 대을 이어 그런 아픔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동네에서 한 사람은 가해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피해자인 그런 집들도 굉장히 많다. 광양·순천·구례 같은 곳에 가면...

어젯밤에 반란군(?)이 쌀을 한되 얻어갔다고 해서 다음 날 들어온 군경은 부역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았다. 평소에 미워했던 동네사람들을 향해 '손가락 총질'이 가해지고 바로 총으로 쏘아 죽이는 그런 비극이 있었다.

지금까지 가슴에 묻고 살아왔던 세월인데 이런 것들을 신원하고 풀어내는 계기를 만들어야 비로소 공동체가 복원될 것이다. 

이것이 개인과 개인사이에 벌어진 문제였다면 어떤 형태로든 풀고 화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생긴 상처는 국가가 나서서 풀지 않으면 해결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않아서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속에 더 큰 비극을 키워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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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나오는 목소리 “이번엔 반드시 하자, 검찰 개혁”

편집국 | 기사입력 2020/12/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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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9일 대구에서는 대구·경북 시·도민 717명이 중단 없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선언을 발표했으며, 광주와 부산에서는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영호남 공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구·경북 717명 ‘검찰 개혁 완수하자!’

 

▲ 9일 대구에서는 대구·경북 시·도민 717명이 중단 없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 조석원 통신원

 

© 조석원 통신원

 

대구·경북에서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금교 목사 등  500인 선언에 참가한 시민들은 오전 11시 대구지방고등검찰청 앞에서 ‘중단 없는 검찰개혁 대구·경북 시·도민 5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애초 목표였던 500인을 훌쩍 넘는 717명이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채형복 교수는 “법학자인 제가 검찰 개혁 지지 선언에 나선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지금 들불처럼 일어나는 검찰 개혁 목소리는 '윤석열 한 명' 쳐내자는 게 아니라, 공수처를 설치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내린 검찰 개혁이라는 헌법적 명령을 즉시 완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여전히 공수처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고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들의 이른바 ‘항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 같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남용과 검찰 개혁 방해를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더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선언 이유를 밝혔다.

 

특히 “검찰 개혁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독점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검찰 권한을 나눠 국민에게 검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라며 “그러나 통제받지 않은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검찰의 비위와 범죄를 다스릴 공수처 출범, 검경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검찰의 ‘항명소동’은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 개혁에 저항하고 각종 비위와 범죄로 얼룩진 검찰 인사들에 대해 엄중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정부와 여당은 촛불 국민혁명의 명령인 검찰 개혁을 끝까지 완수할 것”을 주문했다. 

 

대구·경북 시·도민은 ‘1. 공수처 출범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조속히 마무리 2.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각종 비위와 범죄로 얼룩진 검찰 인사들에 대해 엄중 조치 3. 촛불국민혁명의 명령인 검찰개혁의 완수’ 등을 담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구·경북 500인 선언은 지난 12월 4일부터 8일 자정까지 SNS 등을 통해 선언 참여자를 모았다. (조석원 통신원)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아래-------------------

 

중단 없는 검찰개혁으로 적폐 기득권을 청산하고,

공수처 출범! 검경수사권 조정을 완수하라!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 온다. 그러나 여전히 공수처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으며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들의 이른바 '항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남용과 검찰개혁 방해를 우리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더이상 간과할 수 없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독점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검찰권한을 나누어, 국민에게 검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통제받지 않은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검찰의 비위와 범죄를 다스릴 공수처 출범, 검경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검찰의 '항명소동'은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기간,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극우정당, 보수언론, 수구지식인 집단은 끊임없이 검찰개혁에 흠집을 내고, 격렬히 반대해왔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의 적폐기득권에 균열을 내는 검찰개혁이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와 징계절차를 통해 우리 대구·경북 시·도민은 더욱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재판부 불법사찰과 정치적 중립위반 혐의는 국민들을 기망한 중대 범죄 혐의로 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시한 검찰은 말로만 검찰개혁을 따른다고 하면서 뒤로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최악의 집단이기주의로 국민들의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선별적인 수사와 기소로 편파적인 업무수행을 바로잡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비판받아온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단없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오늘날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의 검찰 개혁 방해 행위는 검찰이 뿌리에서부터 철저히 개혁되어야 할 대상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검찰 개혁을 바라는 우리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지난 검찰 개혁 촛불에 호응하여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국민들의 준엄한 검찰개혁 요구를 외쳤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만들어진 국회의원 180석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라는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었다. 우리 시·도민들은 엄청난 인내로 검찰개혁의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이에 검찰개혁을 바라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와 여당은 공수처 출범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조속히 마무리 짓도록 중단없이 검찰개혁의 속도를 높여라!

 

2.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각종 비위와 범죄로 얼룩진 검찰 인사들에 대해 엄중 조치하라!

 

3. 촛불국민혁명의 명령인 검찰개혁을 끝까지 완수하라!

 

2020년 12월 9일

대구·경북 717인

 

◆ 광주 43개 시민사회단체 ‘검찰은 국민의 명령에 따르라’

 

광주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영호남 공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9일 오전 10시, 광주지검 앞에서 진행된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영호남 공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모습     ©김태현 통신원

 

이들은 “현 사태의 본질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개인적 충돌이 아니라 검찰 개혁이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과 그에 저항하는 검찰 내 반개혁적 기득권 세력의 대결”이라면서 “노골적인 정치검찰의 행태를 보여 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국민의 준엄한 요구인 검찰 개혁의 대의에 동참하라”라고 촉구했다. 

 

사법부를 향해 “재판부 사찰을 비롯한 노골적인 정치검찰 행위에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분명한 입장과 대응책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 여당에 “적폐 청산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는 적폐기득권의 준동을 일으킬 뿐이다.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여 사회대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기득권을 두둔하고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부끄러운 작태를 중단하고 진실의 파수꾼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라”라고 꼬집었다.

 

이번 시국선언은 광주의 43개 시민·사회·교육·종교·문화예술 단체가 참여하였다. (김태현 통신원)

 

<시국선언 참여 단체>

 

전국교수노조 광주전남지부/동강대 교수협의회/광주전남 대학 민주동우회 협의회/광주대 민주동우회/동신대 민주동우회/전남대 민주동우회/조선대 민주동우회/호남대 민주동우회/(재)누리문화재단/광주전남 민주언론시민연합/4·19 문화원/광주전남 시민행동/호남 의열단/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사)한국민족극운동협회/(사)한국곰두리봉사회 전남지부/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광주노회(예장통합)인권위원회/(사)인문연구원 동고송/시민플랫폼 나들/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광주전남기독교민주화운동동지회/광주전남 작가회의/함께하는 세상을 위한 가톨릭 사회교리 실천 모임/(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사단법인 광주전남6월항쟁/광산시민연대/5·18평화연구원/광주여성장애인 연대/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사) 5·18 유족회/사) 5·18부상자회/사)5·18구속부상자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범민련 광주전남연합/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1987합창단/우리문화연구회 풍물패 "두드림"/4·19풍물단/오월 민주여성회/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 부산 ‘검찰 개혁은 각 분야 개혁의 출발점’

 

부산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오전 10시 30분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영호남 공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부산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오전 10시 30분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영호남 공동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조윤영 통신원

 

  © 조윤영 통신원

 

단체들은 “검사들의 집단항명을 정치검찰들의 반개혁적 난동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검찰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4년 전 박근혜 탄핵 국회가결이 된 오늘 모였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며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지금 검찰은 법 위에 군림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의 안위를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라며 “박근혜 탄핵 때 미처 해결하지 못한 과제 검찰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완성할 것이다”라며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이정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을 보며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정치적이었던 검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현 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 정치와 국민의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한순간도 정치적 중립을 지켰던 적 없는 검찰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끝까지 국민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현 사태를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검찰은 수구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권력기관 개혁을 저지하며 지금과 같은 검찰공화국을 유지해왔다. 검찰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며 민주정부와 더불어 국민 앞에 검찰개혁을 약속한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호범 부산대학교 교수는 “검찰 개혁은 사법, 언론, 사학, 노동,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위한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계속해 그는 “우리는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노무현 대통령을 당시 검찰이 겁박하여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을 기억한다. 그때 우리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촛불혁명을 만든 촛불시민이 있기 때문에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검찰이 국민이 신뢰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고 개혁에 동참하라”라고 발언했다. (조윤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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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박근혜 그늘’에 갇힌 국민의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2/09 09:23
  • 수정일
    2020/12/09 09:2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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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용·박홍두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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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줄 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 앞으로 김 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한 대국민사과 의지를 비판한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걸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줄 가운데)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 앞으로 김 위원장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한 대국민사과 의지를 비판한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걸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탄핵 사과’ 돌파 의지
내용·시점 등은 조절 가능성
 

홍준표 “탄핵 공동 가해자들”
유승민 “역사 평가에 맡겨라”
친이·친박 반발…“혁신 한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80)이 ‘탄핵 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3선 의원들이 집단 항의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대국민사과 방침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당 혁신, 문재인 정권 비판 메시지를 섞고, 사과 시점도 여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 등을 감안해 당초 9일에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사과’에 대한 내홍은 혁신과 변화를 외치면서도 두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 현실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 마음을 우리 편으로 돌리는 데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런 노력에 다 같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당 운명을 가름한다”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날 “9일 대국민사과를 할 것이고, 못하게 한다면 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당내에서 쏟아지는 반발에 대한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친이·친박계 의원들을 비롯해 복당 문제로 지도부와 갈등 중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비판을 쏟아냈다. 대여 투쟁을 벌여야 할 시기에 ‘긁어 부스럼’이라고 성토하고, 김 위원장 등 주요 지도부가 탄핵에 동조한 ‘배신’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홍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의석에 앉아 있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해 바른정당에 있었다”며 “탄핵의 공동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리하여 사과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적었다. 친홍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일은 잘못된 역사를 여는 데 봉역한 것”이라고 SNS에 썼다.

3선 의원들도 김 위원장을 항의 면담했다. 면담에 참석한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이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가 아니라 탄핵 이후 당 혁신이 더딘 점을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본회의 일정이나 당내 반발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사과를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탄핵을 두고 분열한다면,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라며 “진정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탄핵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과 기조’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비대위원장직을 던질 수 있다고까지 얘기한 상황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안 할 수는 없다”며 “다만 당 혁신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을 섞는 정도로 메시지 조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자중지란을 파고들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라고 이름만 바꿨지 박근혜당, MB당일 뿐”이라며 “박근혜의힘으로 당명을 바꾸시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82104035&code=910402#csidx614e0f8c42865e093b81c8cf03fd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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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마다 ‘김용균’ 스러지는데…중대재해법 지운 국회

등록 :2020-12-09 04:59수정 :2020-12-0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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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이후 열 달 산재사망
72명이 ‘끼임사’…나흘에 1명꼴
안전설비 미비 등 변한게 없어
지난 6월23일 충남 아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도중 유압 성형기와 체인컨베이어 로더(적재 벨트)에 끼였다가 이튿날 숨진 필리핀 이주노동자 제프리 푸가한의 빈소가 회사 기숙사에 마련되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고 현장 유압 성형기의 모습이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지난 6월23일 충남 아산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도중 유압 성형기와 체인컨베이어 로더(적재 벨트)에 끼였다가 이튿날 숨진 필리핀 이주노동자 제프리 푸가한의 빈소가 회사 기숙사에 마련되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사고 현장 유압 성형기의 모습이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기계 밑으로 들어가 몸이 끼였을 때, 그는 혼자였다. 28명의 직원과 관리자는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게 등과 팔이 끼인 채 한참을 발버둥 쳤다. 윙윙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기계가 소리 없이 멈춘 걸 이상하게 생각한 직원들이 뒤늦게 그를 발견했다. 10여분이 지난 뒤였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하루 뒤 숨을 거뒀다.

28살 제프리 푸가한은 6년 전 한국에 왔다. 고향은 필리핀 마닐라 북쪽에 있는 라트리니다드라는 곳이다. 그는 충남 아산의 제조업체인 ㅊ사에서 철근 받침대의 모양을 만드는 유압 성형기 운전 일을 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와 아산이주노동자센터(센터)의 조사를 종합하면, 지난 6월23일 오전 11시19분께 유압 성형기의 센서가 오류를 일으키며 작동을 멈췄다. 공장 내 먼지나 흙, 진동으로 유압 성형기가 작동을 멈추면, 푸가한은 늘 홀로 기계 안으로 들어가 수리했다. 그는 이날도 위쪽의 유압 성형기와 아래쪽의 체인컨베이어 로더(적재 벨트) 사이에 몸을 집어넣고 센서 정비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센서가 작동했고, 유압 성형기가 아래쪽으로 움직여 푸가한의 몸을 짓눌렀다.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청소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현장에는 안전보건관리자도 없었죠. 동료 노동자들은 평소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우삼열 센터 소장이 말했다.

기계에 끼인 채 홀로 방치됐던 상황도, 재해 발생 뒤 누군가의 청소로 흔적이 사라져버린 현장도, 안전보건관리자가 부재했던 환경도, 모두 헬멧을 쓰고 방진 마스크를 쓴 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를 바라봤던 그를 떠올리게 했다. 2년 전 한국 사회를 공분하게 한,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24살 김용균의 산업재해는 그렇게 변한 것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오는 10일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추모위원회 기획으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 사람’ 전시실에서 ‘꽃이지네 눈물같이’ 전시가 열렸다. 김용균이라는 꽃이 피었다가 산업재해로 시들어버렸음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전시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오는 10일 김용균씨 2주기를 맞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추모위원회 기획으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 사람’ 전시실에서 ‘꽃이지네 눈물같이’ 전시가 열렸다. 김용균이라는 꽃이 피었다가 산업재해로 시들어버렸음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전시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8일 <한겨레>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김용균의 죽음 이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된 지난 1월16일부터 집계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인 10월31일까지의 산재 사망사고를 취합한 결과, 모두 72명의 노동자가 ‘끼임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푸가한이나 김용균과 같은 죽음이 나흘에 한번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푸가한은 그 72명의 죽음 가운데 40번째 사망자에 해당한다.

72건의 끼임사 산재 가운데 강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재해조사의견서 64건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근로감독관들은 전체의 68%에 해당하는 44건의 끼임사 발생 사업장에서 안전과 관련해 중복되는 문제들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44건 가운데 안전설비가 미비한 사례는 16건이었고, 작업 때 안전을 위해 기계를 덮어주는 덮개나 노동자의 끼임을 방지하는 센서 등 방호 장치가 없었던 경우는 10건이었다. 등록되지 않은 낙후 장비를 활용하다 사고가 난 사례도 2건 있었다.

재해조사의견서는 현장 동료나 관리 인력의 부재도 끼임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었다. 2인1조를 이루지 않고 홀로 작업하다 사고를 당한 사례가 확인된 것만 9건이었다. 또한 사망사고가 잦은 위험 작업임에도 현장에 작업 지휘·감독자가 없거나 ‘신호수’ 등 필수 보조인력이 없었던 경우도 6건 있었다. 안전환경 미흡 및 교육 미비 사례는 모두 31건이었는데, 세부적으로는 교육 미비 5건, 전원을 끄지 않았거나 관리 미비가 4건, 작업계획서 미비가 6건, 낮은 조도가 2건 등이었다.

두달 새 끼임사와 추락사가 발생한 삼표시멘트

72명의 죽음 가운데 30번째 사망에 해당하는 김동석(가명·62)의 끼임사에도 똑같은 문제가 여러 겹으로 중첩돼 있었다. 강원 삼척에 있는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김동석은 지난 5월13일 합성수지를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변을 당했다.

재해조사의견서 내용과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동석은 사고 당일 청소를 위해 보조 컨베이어벨트를 작동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기계가 작동하지 않자 오전 9시20분께 점검구를 열고 컨베이어벨트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상체가 끼였다. 다른 작업에 투입됐던 동료가 김동석을 발견한 건 2시간 정도가 지난 오전 11시10분께였다.

회사 쪽은 “당시 2인1조 근무 수칙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랬다면 왜 김동석이 기계에 끼인 채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홀로 방치되어 있었는지, 회사는 답하지 않고 있다. “7개월이 지났지만 사망 원인에 대해서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기계 점검을 하는 동안 누가 기계를 움직인 건지, 혼자 일하신 게 맞는 건지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어요.”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난 김동석의 아들 김수찬(34)이 이렇게 말했다.

김동석을 끼어 숨지게 만든 기계는 약 한달 만에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이 2인1조 근무를 조건으로 가동을 허가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조처일 뿐이었다. “한 기계당 한명이 맡는 방식을 두 기계당 세명이 맡는 방식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었어요. 정확한 2인1조 근무가 아닌 거죠.” 이재형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삼표지부장의 말이다.

형식적인 조처는 곧 또 다른 죽음을 낳았다. 김동석의 죽음 이후 두달이 지난 7월31일 또 한명의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도 컨베이어벨트가 문제였다. 멈춘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가 작업하다 기계가 작동하며 추락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한 노동자가 원료 이송 장치 수리를 위해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갑작스레 기계가 작동하며 중상 재해를 입기도 했다. 삼표시멘트의 반복되는 재해와 풀리지 않는 진상을 보며 김수찬은 “몇년을 싸워도 제자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 큰아버지도 동양시멘트(삼표시멘트의 전신)에서 3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분도 일하다 위에서 구조물이 떨어져서 사망하셨다고 해요. 할아버지·할머니는 그러니까, 30년 전에도 그 공장에서 큰아들을 잃었던 거죠.”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 방지와 안전한 작업 현장 조성을 위해 시설물 보완, 관리감독 강화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막지 못하는 개정 산안법

김용균의 죽음 이후 28년 만에 산안법이 전면 개정됐을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되어 있었다. 우선 2인1조 문제다. 푸가한이나 김동석이 재해를 당했을 때 2인1조로 작업하는 동료가 유압 성형기나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장치를 눌러줄 수 있었다면, 이들은 사망에까지 이르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산안법 개정 때 ‘위험 작업 2인1조 근무’ 원칙을 법에 명시하자고 주장했다. 반영되지 않았다. 김치년 한국산업보건학회장은 “건설업의 추락사만큼 부각되지 않았지만, 제조업의 끼임사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현장의 끼임 방지 설비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수리하다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작업을 중지하는 원칙을 세워야 하며, 작업 현장의 조도 관리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도록 기업에 산업안전관리 의무를 강하게 부과해야 한다. 현장 감독관을 늘리고, 안전 매뉴얼을 정립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산안법에 포함된 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하청) 금지 규정도 문제다. 푸가한이 일하던 사업장이나 김동석이 일한 사업장은 이 규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지어 ‘김용균법’이라 부르기 무색하게 김용균이 일했던 태안화력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정 산안법이 도급 금지 위험 사업 분야를 도금·수은·납·카드뮴 관련 작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위험 작업을 도급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시행령에서 이 승인 대상 위험 사업 분야도 ‘1% 이상의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 등으로 한정했다.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끼임과 추락이 반복되는 위험 작업에 도급 금지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관되게 나왔고, 구체적인 안까지 나왔던 상황인데도 개정 산안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두는 규정도 사실상 건설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의무가 아닐 정도로 허술하다. 개정 산안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자가 다른 업무를 겸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푸가한이 일했던 회사도 28명이 일하는 작은 사업장이어서 전임 안전보건관리자가 없어도 되는 곳이다.

위험이 외주화 혹은 이주화하는 현실도 문제다. 앞서 재해조사의견서를 입수한 64건의 끼임사 가운데 피해자가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였던 경우는 30건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김동석과 그의 사망 두달 뒤 추락사한 노동자 역시 모두 하청노동자였고, 푸가한은 이주노동자였다. 특히 64건 가운데 81.2%에 이르는 52건이 5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50~100인 미만 사업장은 6곳(9.4%), 100인 이상 사업장이 6곳(9.4%)이었다.

이 때문에 산안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손익찬 변호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도입되면, 원청 등 사업장에서 처벌받기 싫어서라도 안전 조처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게 형벌의 효과라고 본다. 반드시 (사업장 내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과점 열고자 했던 꿈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푸가한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동생과 부모님을 보살피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육남매 가운데 둘째인 푸가한은 대부분의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처럼 네 동생과 부모를 위해 한국에서 받은 월급 대부분을 필리핀으로 보냈다. 내년에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계획했고, 한국에서 번 돈으로 필리핀에 제과점이나 가구점을 열고 싶어 했다. 그는 직장을 옮기지 않고 4년10개월 동안 일하고 귀국하면, 3개월 뒤 다시 같은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성실외국인근로자 재입국’ 대상자로 선정될 만큼 열심히 일했다. 푸가한이 숨지기 전달인 지난 5월 그의 월급명세서를 보면, 한달 노동 시간은 모두 213.5시간, 연장 및 휴일근로 시간 61.5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일주일 평균 50시간꼴로 일한 셈이다. 푸가한은 생전 센터에서 필리핀어 통역자로 일하는 리가쵸 잘리에게 “우리는 토요일,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시키면서도 위험에 대한 대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센터의 면담 기록을 보면, 푸가한이 일했던 제조업체에선 2007년과 2018년에도 노동자의 팔이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끼임 사고가 발생했고, 2016년에도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사장님들은 회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직원 입장에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어요. 사장님한테 ‘일하기 무서워요. 진짜 필요한 안전장치가 없어요’라는 말을 꺼내는 게 어려워서 말을 하지 않을 뿐이죠.” 푸가한과 같은 필리핀 출신 친구이자 ㅊ기업 인근 업체에서 일했던 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ㅊ사 쪽은 <한겨레>에 “사업장 내에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했다. 사고 이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예전에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지는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결국 푸가한의 가족에겐 아픔만 남게 됐다. “오빠가 한국어시험에 합격해서 한국에서 일하게 됐을 때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문화 차이로 힘들어하다가 시간이 흘러 적응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꿈도 희망도 모두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푸가한의 여동생 말은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닮아 있었다.

박준용 선담은 기자 juney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73373.html?_fr=mt1#csidx0bcb9919654ab64b5be8b0e710f10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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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주둥이로만 수습하는데..." 오죽하면 이 글에 공감할까

[取중眞담] 사실관계 틀린 '호주 코로나 자영업 대책'이 던지는 진짜 질문

20.12.09 08:21l최종 업데이트 20.12.09 08:21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7일 오후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7일 오후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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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잔인한 12월이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은 휘청거리고 있다.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되면서 정부 추산 약 203만 개의 업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수도권은 2주 동안의 거리두기 2단계를 거쳐, 3주 동안의 거리두기 2.5단계를 맞이하게 됐다.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누적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불만이 터져 나온다. 먼저 규제의 형평성 논란이다. '카페'는 매장 이용이 안 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를 먹는 것은 가능하다. 오후 9시 이후 식당 영업은 금지 되지만, 정작 오후 6시~9시에 영업하는 식당에서는 술을 마시며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스크 쓰고 이용하는 헬스장과 학원은 영업이 중단됐는데, 종교시설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기준'이 불명확한 게 자영업자들을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일례로 PC방은 '개편된 거리두기' 실시 전인 지난 8월에는 2단계부터 운영이 중단됐지만, 그보다 강력한 규제인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2.5단계는 운영 중단 대상이 아니다. 

또 다른 불만은 명확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3차 재난지원금을 설날 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부터 막연한 상황이다. 

호주는 자영업자에게 2천만원 일시불 지급, 임대료도 면제?
 

 어제 화제가 된 한 누리꾼의 페이스북 글 캡처
▲  어제 화제가 된 한 누리꾼의 페이스북 글 캡처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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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7일 '한국은 늘 주둥이로만 수습하는 나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호주의 자영업 지원 대책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었다(현재는 삭제). 글쓴이는 "(호주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종업원 해고 금지 조건을 붙여 모든 매장주에게 현금 2천만원을 쏘고, 회계 마감 텍스 리턴에서 전년 대비 올해 매출 차감 금액을 보전해줬다"라며 "그러니 그들의 생계가 위축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정부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유권해석을 명확히 언론에 발표했다. 지금은 임대차 계약상의 '불가항력'에 해당되는 기간이다. 마이너스가 날 시에는 영업주는 굳이 렌트비를 안 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호주의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를 면제받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은행 이자에 관해서는 '앞으로 6개월간의 이자 청구를 삭제했다. 원금 상환은 향후 6개월 동안 딜레이 되며...'라는 내용을 담은 ANZ 뱅크의 공지문을 언급하며 "다음날 다른 모든 시중은행들도 그들을 따라 행동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주둥이로 팬데믹에 대처하는가? '위험하오니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외치던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페이스북에서만 공유가 800회가 넘었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도 퍼져나갔다. 글을 공유하는 누리꾼들은 '한국 정부는 뭐하냐'면서 분개하거나, 호주의 지원책을 부러워했다.

부정확한 사실 투성... 호주의 자영업 지원 정책 왜곡하거나 과장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글은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 다수였다. 호주가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 지원책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글은 호주의 자영업 대책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전하고 있었다.

먼저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2천만 원 지급'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따로 있다. 3월 이후 매출이 30% 이하로 감소한 경우, 호주 정부는 지난 5월부터 6개월동안 고용유지를 전제로 사업주에게 1명당 2주에 1500달러(120만 원)씩 지급했다.

여타 지원 대책들도 많지만 기본소득처럼 일시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원 대책에 따라 현금을 지급받는 상황이다. 또한 텍스 리턴(한국의 연말정산)을 통해 자영업자의 매출 차감 금액을 보전해주는 대책은 실시한 적이 없다. 다만 '연금 조기 환급'을 손쉽게 해준 것이 (최대 1만 달러) 코로나 대책 중 하나이긴 했다.

임대료가 면제된다는 것도 '거짓'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4월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적용되는 '의무행동규칙'(Mandatory Code of Conduct)를 발표했다. 이는 의무적인 '행동 강령'으로서, 임대인은 코로나로 인한 영업피해에 비례해 임대료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야 한다. 

만약 전년 대비 이달 50% 손해가 났다면, 최소 25%는 면제해줘야 한다. 나머지 25%는 유예된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혁신적인 안이지만, 유예된 돈은 계약 기간 내에는 결과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므로, 임차인의 부담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해당 글은 호주 은행이 코로나 시기에 '은행 이자' 부담을 없앴다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이자의 청구가 미뤄진 것일 뿐이었다. ANZ 뱅크 등 4대 호주 은행 등은 소상공인 대출이나 주택대출에서 6개월동안 이자와 원금의 상환을 유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분노한 목소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 후반으로 폭증하며 대규모 확산이 우려되는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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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는 이정도만 하면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더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출처 불명 사례와 비교되며 '주둥이로만 수습한다', '세월호 선장과도 같다'는 말을 듣는 것은 정부로서 유감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바로잡는 것과 별개로, 왜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이 글을 공유하며 분노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게 정부의 진정한 몫이다.

한국의 자영업자 대책은 실제 호주의 자영업 지원 대책과 비교해도 현저히 부족하다. 호주의 고용유지지원금 개념으로 지급되는 한국의 일자리안정자금은 1인당 최대 18만 원밖에 안 된다. 임대료 정책은 '착한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하해줄 경우 세금을 지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지난 10월 호주의 '의무행동규칙'과 같은 '임대료 감액 행정명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업은 멈추는데, 임대료와 이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영업자의 희생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주둥이' 글의 광범위한 공유는 더 이상 구호나 위로가 아닌 실천으로 자영업자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분노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방역은 코로나19 유행을 막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했던 이들을 국가가 충분히 '지켜주는 것'이 방역 후에 남는 국가의 과제다. '무조건 돈을 지급하라'거나 '퍼주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자영업자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부디 귀담아듣길 바란다. 더 늦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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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3기 신도시에 ‘찐 반값아파트’ 세울까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묶은 공공자가주택…“LH가 땅장사, 분양가 올리는 구조 깨야”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발행 2020-12-08 16:59:32
수정 2020-12-08 16: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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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변 후보자는 개혁 성향의 학자이자 주택·도시계획 전문가다.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거치며 실무력을 검증받았다. 그가 주장했던 ‘공공자가주택’이 3기 신도시에서 현실화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변 후보자가 세종대 교수 재직 당시 발표한 논문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시절 밝혔던 발언 등을 8일 되짚어 보면, 그는 공공분양·공공임대 중심으로 짜인 주거복지정책 빈틈을 메울 대안으로 ‘공공자가주택’을 강조해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과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공공분양은 잘 알려진 대로 ‘로또’를 양산한다. 분양가를 낮춰 공급해도, 이후 가격이 주변 시세 추종하니 분양받은 사람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었다. 공공 아파트를 아무리 싸게 분양해도, 집값 안정엔 결국 도움 되지 못했다.

공공임대는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다. 10년, 20년 주거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중·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꿈’과 거리가 먼 정책이다.

변 후보자는 공공자가주택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자고 주장했다. 시세의 50~70% 수준으로 분양하고, 대신 분양받은 사람은 정해진 가격에 공공기관으로 되팔게 만들자는 것이다. 이른바 ‘반값아파트’로 받아서 시세차익은 최소한만 가져가는 구조다. 변 후보자는 2007년 쓴 글에서 “결국 저렴한 분양가격으로 주택을 분양해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되, 최초 분양자가 갖는 개발이익을 환수해...거주공간으로서의 주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다. 당장, 분양가를 절반으로 끌어 내릴 수 있느냐가 문제다. 해법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이 제시된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아파트·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분양원가는 토지비와 건축비를 합하고 여기에 건설사 이윤을 붙여 산정한다. 이름처럼,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가에 토지비를 빼고 산정한다. 땅값이 평당 1천만원에, 건축비가 평당 800만원, 건설사 이윤이 200만원으로 가정하면 분양가는 평당 2천만원이 된다. 여기에 땅값 1천만원을 빼면 분양가는 절반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계산에서 빠진 토지비는 분양자에게 ‘월 임대료’ 형식으로 거둬들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은 택지를 조성해 민간 건설사에 판매한 수익으로 조성비를 회수해왔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초기 조성비를 정부가 부담하고 ‘임대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구조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시세대로 팔 수 있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 변 후보자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분양자가 되팔 때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팔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되파는 가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시세차익을 모두 공공이 회수하면 분양가격을 더 낮게 하고, 반대로 시세차익을 분양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하면 분양가를 좀 올려 더 받는 식이다.

3기 신도시, 변창흠표 반값주택 얼마나 들어갈까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공공자가주택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꾸준히, 그리고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절반 수준의 분양가로 공공자가주택이 수도권에 꾸준히 공급된다면 집값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

형태는 아주 다르지만, MB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대세 안정화’ 한 바 있다. 서강대 이수형 경제학부 부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주변 아파트값은 평균 5~7%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로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반대하는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2010년 보급된 보금자리주택에는 ‘토지임대부 주택’도 일부 있었다. 강남과 서초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은 평당 분양가가 880만원대로 시세의 절반에 불과해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후 주택가격이 상승하며 토지임대부 주택가격까지 덩달아 올랐다는 점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인 서울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 시세는 84㎡ 기준 10억원 선으로, 분양가 2억2천만원에 비해 5배 가까이 올랐다. 시세차익을 수분양자가 가져가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때문에 변 후보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환매조건부 주택 제도를 동시에 채택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될지 주목된다. 변 후보자는 지난 7일 한 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주택)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향후 얼마나 공급할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도입 논의를 본격 시작하는 데도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현황
수도권 3기 신도시 현황ⓒ제공 : 뉴시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고양 창릉·인천 계양·부천 대장·하남 교산 등지에 17만3천채 규모로 조성된다. 아직 사업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사전청약을 예고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추진 일정이 빠른 남양주 왕숙이나 하남 교산 등은 공공자가주택 형식의 분양 물량이 검토될 수 있다.

신도시 아파트는 민간분양, 공공분양, 공공임대 등 다양한 형식으로 공급되는데, 이 중 얼마나 많은 물량이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임대와 분양 등 각각의 공급 비중에 대한 지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계획은 국토부와 해당자치단체 등이 협의를 통해 확정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3기 신도시 공급 물량 대다수는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LH 등 공공기관이 공공택지를 조성하고 건설사에 비싸게 팔고, 이것이 분양가를 올리는 구조를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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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만난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시민참여 메시지·인증샷으로 풍부해져

[기고] 정은주 겨레하나 국제평화부장

  • 기자명 정은주 
  •  
  •  입력 2020.12.08 11:32
  •  
  •  댓글 0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앞에서 사진 찍는 대학생들. [사진-정은주]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앞에서 사진 찍는 대학생들. [사진-정은주]

지금 지하철 종각역에 가면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는 구호가 크게 새겨진 광고를 만날 수 있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강제동원 공동행동)에서 게재한 강제동원 배상판결 2년 지하철 조명광고이다. 그리고 올해 연말까지 광고 인증샷 찍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우리가 기억한다‘ 피해자와 함께 나서는 시민들

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는 구호를 채운 사람들이다. 광고에는 피해자와 시민 1,087명이 동참했다.

자세히 보면 이들은 모두 ‘우리가 기억한다’, ‘우리가 증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이들의 사진을 모아 구호와 강제징용 노동자상으로 형상화했다.

종각역에 게재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하라” 지하철 조명광고. [사진-정은주]
종각역에 게재된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하라” 지하철 조명광고. [사진-정은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목요일 항의행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은 광고를 직접 찾아와 응원 메시지를 붙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참가했던 류고은(20) 학생은 “실제 광고를 보니 우리가 한 행동들이 이렇게 큰 성과로 만들어진 것 같아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일선동’이라는 방해 포스트잇도 붙어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아침저녁으로 시민들이 붙여주신 응원 포스트잇과 광고가 잘 있는지를 확인하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광고를 폄훼하고 비난하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내용과 전혀 무관한 포스트잇이 다수 붙어있기도 했다.

광고에 붙은 방해 포스트잇. [사진-정은주]
광고에 붙은 방해 포스트잇. [사진-정은주]

판결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배상 거부

2018년 ‘일본 가해기업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 매각이 다가오자 일본 스가 총리는 적반하장으로 한국에 해결책을 요구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피해자와 시민들이 끝까지 연대하여 일본에 사죄배상을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응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현장에 펜과 포스트잇을 상비해두고. 인증샷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오늘도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에는 시민들의 응원 포스트잇이 붙는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싸우겠습니다” “강제동원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일이다!”

이렇게 지나가는 시민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이들의 사죄배상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인증샷 이벤트

종각역 3번 출구 인근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배상하라’ 광고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SNS에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당첨되신 분들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필수 해시태그 : #판결2년 #강제동원사죄배상 #일본은_사죄하라
선물 : 강제동원사죄배상 일회용 마스크, 커피 쿠폰 등 랜덤 증정
이벤트 기간 : 2020년 12월 7일 ~ 2020년 12월 24일
(선물은 이벤트 종료 후 참가해주신 분들에게 직접 연락하고 발송해드립니다)

[사진-정은주]
강제동원 사죄배상 광고 인증샷 이벤트. [사진-정은주]

- ‘일제 강제동원·강제노동을 고발한다’ 홈페이지 http://JapanApologiz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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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열광하는 청년 세대에게 가족이란?

  • 임지영 기자
  •  호수 690
  •  승인 2020.12.07 11:16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은 청년 세대의 생애 전망이 바뀌는 흐름에서 봐야 한다. 청년 여성은 가족을 스스로 구성한 용기에 환호하고, 결혼으로 묶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품앗이에 열광한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방송인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소식은 한국 청년 여성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월14일 일본 출신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출산 소식을 알렸다.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는 근황을 전한 그의 SNS 글에 일주일 만에 댓글 38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댓글 속 누군가는 그의 선택을 두고 ‘한국 여성이 속으로만 삼켰던 질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정자를 기증받는 게 불가능해 일본으로 건너가 출산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활기를 띠었다. 비혼 출산이라는 유명인의 결정에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ins cla결혼을 생략한 사유리 씨의 이번 선택은 출산 혹은 가족을 구성하는 데 결혼이 단지 ‘옵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를 보며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최지은 작가는 아이를 낳기 위한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이 동시대에 존재하는 걸 보는 게 강렬한 경험인 것 같다.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고 유명인인 데다가 스스로 원해서 했고 그 결과가 좋다고 실시간으로 말하고 있다.”</ins>

그의 말대로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생애 과업으로 여겨졌던 결혼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비혼과 1인 가구 위주의 미래’는 이미 예정되어 있다. 현재 서울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다. 만 13세 이상 3만8000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의 51.2%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미혼 남녀 중에서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비율이 더 떨어진다. 남자는 40.8%, 여자는 22.4%만이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훨씬 적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3명꼴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결혼을 꺼리는 사람들로 좁히면 또 다른 게 보인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6월 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30%, 남성의 18.8%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여성의 경우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5.3%)’와 ‘가부장제, 양성 불평등 등의 문화 때문(24.7%)’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남성이 ‘현실적으로 결혼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되어서(51.1%)’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29.8%)’의 순서인 것과 결이 좀 다르다. 특히 ‘성공하거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을 선택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여성의 67.4%가 ‘비혼’을 선택했고 남성은 76.8%가 ‘결혼’을 선택했다.

이처럼 결혼을 원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더욱더 비혼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홍재희씨는 비혼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던 어린 시절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외가 친척의 이혼과 재혼 전력 때문에 친정 이야기만 나오면 기를 못 펴던 어머니는 대역죄를 지은 사람처럼 당신 탓을 했다. 그가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나 20대를 보낸 1990년대만 해도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흔치 않았다. ‘여자가 서른 넘어서 결혼하는 건 벼락 맞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비혼 1세대다. 30대까지 느긋하던 친구들도 마흔 언저리를 앞두고 쫓기듯 결혼식을 올렸다. 가임기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일부 작용한 결과였다.

그가 쓴 〈비혼 1세대의 탄생〉에 따르면 비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에는 사회적 맥락이 있다. 1990년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국가와 집단이 우선시되었던 1970~80년대와 달리 개인의 자유가 가장 앞 순위에 놓였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라는 집단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에 대해 자각한 첫 세대’가 출현했다. 외환위기가 닥치고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자 ‘일하는 아빠, 살림하는 엄마, 토끼 같은 자식들로 구성된 중산층이 몰락했다’. 여자 인생에서 당연하던 결혼과 가정도 위기를 맞았다. 개인의 자유와 남녀평등 사상에 익숙해진 여성들은 제도 바깥을 상상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면서 ‘독신’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2010년대 초부터는 ‘비혼’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미혼)에 머무는 게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비혼)는 의미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부장제의 핵심인 결혼제도를 비판하고 비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비혼이 폭넓게 대중성을 획득하는 시대’로 진입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결혼제도를 대하는 요즘 20·30의 시각을 분석한 흥미로운 보고서가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20∼39세 6350명을 대상으로 생애 전망 인식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 ‘저출산 대응정책 패러다임 전환 연구(Ⅰ):청년층의 젠더화된 생애 전망과 정책정합도 분석’에 따르면,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노동자로서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건’이다. 여성들은 파트너가 그 위험을 적극적으로 나눌 때(양육 참여, 가사 분담, 파트너의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에만 자녀를 갖는 게 가능하다고 인식한다. 남녀 모두 결혼이 아니라 일이 생의 중심이다. 과거 ‘남성의 노동 중심 생애과정과 여성의 가족 중심 생애과정’이 해체되고 ‘노동 중심 생애과정’이 성 구별 없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세대를 삼포 세대, 오포 세대 같은 포기 담론으로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성과 여성은 같은 생애 전망을 가졌지만 사회적 조건과 환경이 다르다. 특히 결혼제도로 형성되는 불평등한 관계가 비혼과 저출산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결혼을 안 해서 출산율도 낮아지니 결혼을 장려해야 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이었다. 문제는 결혼이 아니라 이로 인해 진입하게 되는 불평등한 관계 자체였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정말 필요한가

사유리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흐름과 김 연구위원이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흔히 성평등을 주장하며 혼자 살기를 원한다고 하면 관계 맺는 걸 싫어한다고 여기기 쉬운데 실제로 내가 만난 청년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해 희구와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기존의 결혼제도를 통해서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사유리 씨가 결혼 말고 다른 형태의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게 가능하다는 걸 삶으로 보여주어 열광하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을 청년 세대의 생애 전망이 바뀌는 흐름 안에서 봐야 한다. 큰 사회변동이 일고 있다.”

낙태죄 등의 이슈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도 있다. 아이 낳을 권리와 아이 낳지 않을 권리는 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임신 주수에 따라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성계는 낙태죄의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SNS상에서 공유된 한 컷의 이미지가 있다. 간단한 도식이다. ‘왜 낙태가 죄야?→생명이 소중하니까!→그래서 혼자라도 키운다는데 왜 정자 기증 못 받아?→비혼 여성이 어케(어떻게) 애를 키워?→그래서 낙태한다는데→왜 낙태가 죄야?’ 질문은 계속해서 돌고 돈다.

ⓒ시사IN 이명익2020년 10월8일 청와대 앞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고 난임 부부를 지원해왔다. 그에 반해 ‘임신중지(낙태)’는 오랫동안 불법이었다. 모두 여성의 ‘인구 재생산’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사회가 비혼 인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출산과 관련이 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기피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자 인구통계 안에서 비혼의 숫자가 유의미해졌다. 김소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에게 출산을 강조하면서도 정자은행을 통해 비혼이 출산하는 건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성의 신체를 줄곧 재생산의 관점에서 봐온 국가의 이중적 잣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애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신화가 허물어지고 있다. 사유리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비혼 출산 그 자체보다 다른 형태의 가족 구성을 스스로 설계한 용기에 환호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가족구성권에 대한 논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비혼 공동체 ‘에미프’의 구성원들이 쓴 책 〈비혼수업〉을 보면  “비혼은 말 그대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결코 사회로부터 등을 돌리고 고독을 즐기며 혼자서 살아가는 인생을 택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은 “인간관계의 품앗이는 꼭 ‘결혼’의 형태로 묶이지 않은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가로 임신 과정을 공개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직전엔, 임신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무섭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일각에선 아빠 없이 태어날 아이 생각은 안 하느냐며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12년 전 방송인 허수경씨가 같은 선택을 했을 때와 비슷한 패턴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꽤 많아졌다는 게 큰 차이다. 최지은 작가는 한편으로 사유리 씨가 한국인 여성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본인이라 가능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한국 여성이었다면 가해질 억압이 지금보다 훨씬 가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혼한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애비규환〉은 재혼 가정의 딸이자 미혼모인 주인공이 아빠 노릇을 외면했던 친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는 처음부터 모유가 아니라 분유 수유를 선택하고 ‘누구 엄마’보다 자기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는 비혼모가 등장한다. 마침 우연히, 동시에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그게 정말 여성과 아이에게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결혼을 안 하느냐’는 질문도 곧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왜 결혼을 하는가.’  

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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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5심제’](1)대법원서 승소해도 끝나지 않는 재판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입력 : 2020.12.08 06:00 수정 : 2020.12.08 09:30

 

실상

재판이 끝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사건이 헌법재판소를 거쳐 대법원에서 다시 패소로 뒤집힌다. 이는 헌재가 어떤 법률이 특정 사건에 적용되면 위헌이라는 전에 없던 주문(主文)을 내면서 시작됐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가리는 대신 특정인에게는 어떤 법률을 적용하지 말라고 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판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한 대법원도 태도를 바꿨다. 헌재 결정이 더러 받아들일 만한 것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난받는 판결을 수습하는 방편인데, 이 과정에서 헌재 결정을 다시 손보기도 한다.

헌재와 대법원의 모호한 태도가 조금씩 알려지자 “법에서 나만 빼달라”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운이 좋으면 헌재가 받아들일 것이고, 더 좋으면 대법원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을 속였다가 유죄를 받아 면허가 사라지게 된 의사는 “내가 저지른 시력교정술 관련 혐의는 사기죄에서 빼달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아 공직을 잃게 된 정치인은 “3심은 양형부당을 다루지 못하게 한 형사소송법에서 정치인은 예외”라고 헌법소송을 냈다. 최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징계법에서 검찰총장을 제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이러한 상황은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과거사 피해자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2018년 헌재가 결정하고, 이듬해 대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판사들은 “이제는 헌재가 법원의 판단을 일일이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한다는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법원도 문제라고 한다. “이렇게 특별한 헌재 결정을 수용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안 했다. 대법원이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고 주장하면서 언제든지 무시할 수 있다. 입맛에 따라 헌재 결정을 고르겠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이 3심제인지, 4심제인지 아니면 5심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이라도
적용 범위 좁혀 ‘위헌’ 주장 늘어

요즘 헌법재판소에 지금까지 없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법률이 헌법에 합치된다 해도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란 소송이다. 특정 법률이 적용되는 사건들 가운데 비슷한 것들을 추려, 이런 종류에 적용된다면 법률의 그 부분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정치인 A씨도 최근 이런 헌법소송을 냈다. 먼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이 5년 동안 없어진다. 이미 공직에 있는 사람은 옷을 벗어야 한다. A씨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정치인으로서 위기였다. 3심에서 유무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양형이라도 깎아야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3심에 가는 이유로 양형이 너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라 양형부당 주장은 사형·무기징역 같은 특별한 경우만 인정한다. 그러자 3심 가는 길을 까다롭게 한 형사소송법 제383조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헌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그래서 형소법 제383조가 자신의 혐의인 정치자금법 제45조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받은 이에게 적용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법률문장으로 다듬어 “형사소송법 제383조가 정치자금법 제45조 위반의 죄를 범한 자로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는 아주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동안은 법률 조항 전부 혹은 특정 어절이나 단어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똑떨어지는 위헌 결정이어야 그 결정문을 받아든 법원이 승소 판결, 무죄 판결, 재심 판결을 해줬다. 이렇게 조항이 통째로 사라진 사례로 간통죄 위헌 결정이 있다. 2015년 헌재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형법 제241조 제1항을 마침표까지 모조리 없앴다. 일부 문장을 무효로 하기도 한다. 2009년 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결정이 그렇다. 헌재의 주문은 “형법 제304조 중 ‘혼인을 빙자하여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이다. 그래서 전체 조항인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운데 ‘혼인을 빙자하거나’만 삭제됐다. 남아 있던 ‘위계 간음’은 2012년 국회가 없앴다.

정치인 A씨와 같이 3심으로 가는 길을 정치인에게만 열어달라는 주장도 가능한 것일까. 사업에 실패해 돈을 못 갚아 징역 9년을 받아도 양형이 높다는 이유로는 3심에 가지 못하다. 허위진단서를 써줬다가 금고형을 받아 면허가 없어지게 생긴 의사도 벌금형으로 깎아달라고 3심에서 말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정치인은 벌금 100만원 이상 받으면 출마를 못하니 3심까지 가게 해주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도 사정이 있겠지만, 사업이 망한 사장도 딱하고, 피치 못할 부탁을 들어준 의사도 억울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런저런 사정 다 봐주면 도대체 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정치인 A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보는 사람들(주로 판사들이다)은 헌법재판소법 제45조를 들이민다.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 법률 전부를 없애든가 조항을 없애라고 했지, 누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걸 나눌 권한을 줬냐는 것이다. 헌재 재판관이 이제 국회의원 행세까지 하느냐고 비난한다.

헌재, 일단 ‘각하’로 대응하지만
행간 추출해 위헌 결정하는 등
일관된 입장 없이 건마다 달라
대법, 태도 모호해 논란 부추겨

그렇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을 나눠 없애기도 하는데 대법원도 인정한 바가 있다. 과거 법원은 명예훼손을 저지른 사람에게 곧잘 사과광고를 명령했다. 근거는 민법 제764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이다. 그런데 헌재가 1991년 이 조항에서 사죄광고라는 형태를 추출해 위헌이라고 했다. “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다. 2014년에도 헌재가 야간 옥외집회와 시위 처벌 조항에서 시간을 추출해 위헌을 선고했다. “누구든지 일출시간 전, 일몰시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일몰시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 부분이 위헌이라고 했다. 조항에 써 있지 않은 24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두 결정 모두 대법원이 받아들였다.

문제는 두 결정이 매우 드문 예외라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문장을 추출해 내리는 위헌 결정 대부분을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심의위원회가 있다. 이곳 위촉위원 B씨가 업체에서 현금을 받았다며 검찰이 뇌물죄로 기소했다. 그런데 뇌물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뿐이다. 사인(私人)은 돈을 받아도 다른 죄로 처벌된다. 형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제129조 제1항에서 정했다. 해당하는 사람은 국가·지방 공무원이다. 아니면 다른 법률에서 ‘형법 제129조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의제(擬制)해야 한다. 제주특별법에는 의제 조항이 없었다. 그런데도 뇌물죄 ‘공무원’에 제주특별법이 정한 위촉위원이 포함됐다. 대법원이 그렇게 봤기 때문이다. 이에 2012년 헌재는 형법 제129조 제1항 ‘공무원’에서 제주특별법 위촉위원 부분을 갈라내 위헌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사이 징역형이 확정된 B씨의 재심청구도 기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슨 일인지 지난해부터 정치인 A씨와 같이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위헌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헌재 소식에 밝은 법조인은 “법률 적용 범위를 (나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구체적으로 좁혀 위헌이라 주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 C씨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력교정술 진료를 하고도 보험적용 진료를 했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 돈을 타냈다. 2018년 사기죄로 유죄가 났다. 그러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갑자기 사기죄가 ‘내 사건에 적용되면 그때는 위헌’이라고 했다. 사기죄를 정한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다. C씨는 “ ‘기망’에 ‘시력교정술 전후의 진료행위 후 건강보험공단에 이에 대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송을 냈다.

밀려드는 새로운 소송에 헌재는 각하로 대응하고 있다. 법률을 해석하는 법원으로 가야지 법률을 심판하는 헌재로 오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가 받아준 사건과 각하하는 사례는 얼마나 다를까. D씨는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제조업체와 영업위탁 계약을 맺고 일한다. 관공서에서 납품계약을 따내면 LED 제조사가 20~30% 판매수수료를 준다. 2018년 D씨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3심에서 자기 사례에 적용되는 변호사법 부분은 위헌이라고 했다. 제111조 제1항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을 (후략)’이라고 정하고 있는데,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서 공무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LED 구입 같은 사적거래 부분은 빼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이 사건은) 조항 자체의 고유한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단순한 포섭·적용을 다투는 것”이라며 각하했다. 그러면서도 “적용 부분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청구는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했다. 이러니 헌재의 입장을 여간해서는 알기가 어렵다.

헌재 소식에 밝은 한 법조인은 “최근 법률이 적용되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송이 잇따르는 원인은 2018년 헌재가 대법원의 부당한 과거사 판결을 정리한 결정에 있다. 취재에 응한 법조인은 “언론과 여론이 일제히 환영한 결정이지만 사실은 부정의를 수습하려 무리한 면이 있다”면서 “언제 어떻게 재판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80600035&code=940301#csidx75c48769ec99731a40c9527a3ad46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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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1년, 인포데믹 창궐 1년...정보 전염병은 계속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⑦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② 코로나 2차 가을·겨울 대유행, 스페인 독감 유행의 재현인가?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③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코로나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④ 방역과 경제 균형? 방역 낙제하면 경제는 추락한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⑤ 무엇이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패 국가를 갈랐나?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⑥ 백신과 치료제는 정말 코로나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정보전염병이고 부르는 인포데믹은 이제 감염병, 특히 팬데믹과 실과 바늘처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다. 달갑지 않은 동반자다. 동반자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동반자라고 하니 우리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정보전염병이라는 또 하나의 적과 싸워야 하는 짐을 안고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3년 중국 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즉 사스 유행 당시 새로운 현상으로 일컬어졌던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와 ‘전염병(또는 유행병, epidemic)’의 합성어이다. 일반적으로 질병과 같은 무언가에 대한 정확하거나 부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과 소문, 두려움이 섞인 채 사회에 퍼지면서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필수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정보전염병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물 만난 고기처럼 세계 곳곳으로 펴져나갔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 정보전염병과 씨름했다. 코로나 전투가 벌어진 세계 곳곳에서 정보전염병 전투가 벌어졌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구 마셨다가 실명하거나 숨진 사람들이 1천 명 가까이 됐다. 정보전염병이 감염병처럼 사람을 직접 죽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전염병, 공포와 편견을 기르는 배양기가 되다.


 

인도와 브라질 등에서는 코로나 입원 환자의 장기가 사라졌다는 가짜뉴스가 퍼져 의료진에 대한 불신까지 키웠다. 가짜뉴스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물론 의료진, 아시아인, 종교집단, 소수자, 제약회사, 특정 국가나 집단을 향한 사회 편견을 가시화하는 비방의 목소리로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팬데믹만큼 무서운 인포데믹은 어떻게 편견·혐오를 조장했나.’ <동아사이언스> 2020.12.2.)


 

우리나라에서도 소금물이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교회 쪽이 예배하러 온 신도들의 입안에 분무기로 뿌렸다가 외려 감염이 크게 확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한 교회에서는 목사가 하나님을 믿으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교했다. 신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를 소홀히 해 많은 신도들과 이들과 접촉한 시민들이 무더기로 코로나에 걸려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감염병 역사상 코로나19 만큼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 허위 정보가 판을 친 사례는 보기 어렵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와 개인미디어가 폭발적으로 늘어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활용하고 또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보전염병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의 기원과 관련한 주장 또는 음모론이 대표적 정보전염병이다. 치명적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진 것은 △생명공학으로 만든 인공 바이러스 △중국 생물무기 설 △미국 생물무기 설 △유태인 생화학무기 기원설 △반무슬림 설 △인구 조절 설 △5기가 휴대폰 네트워크 설 △소아마비 백신 내 코로나바이러스 함유 설 △중국 과학자의 캐나다연구소 절도 설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들을 모두 거짓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사망 보도, 녹차·비타민C·김치의 코로나 예방 활개 쳐


 

정보전염병 가운데는 한때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는가하면 시차를 두고 다시 등장해 혹세무민하는 것도 있다. 마치 감염병이 처음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뒤 일정 시기가 지나 재유행하는 감염병, 즉 재만연 감염병(reemerging infectious disease)의 행태와 꼭 닮았다. 최근 지인과의 단체대화방에서 새로운 것이라며 일정 시간 숨을 참을 수 있으면 코로나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런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크게 문제가 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보도도 넓은 의미에서 정보전염병으로 볼 수 있다. 독감백신 접종 후 하루·이틀 뒤 또는 며칠 뒤에 숨진 사례는 두 이벤트 간 선후 관계 외에는 별다른 인과관계가 엿보이는 요소가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격 현상임에도 이를 마치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처럼 우리 언론이 혹세무민하는 보도를 한 것이다.


 

이 사안은 단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에서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 등 정통 미디어에서 확대 재생산해 보도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의 정보전염병 차단 기능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그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를 코로나 전쟁에서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정보전염병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판단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보도였다.


 

지난 1년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허위·가짜뉴스가 범람했다.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는 기성 언론에서도 △비타민C, 홍삼 등이 면역력을 높여 코로나 감염 예방 효과가 있고 △녹차에 포함된 특정 성분과 김치가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되며 △구강 청결제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여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는 등의 보도를 해왔다.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 근거나 실제 코로나 예방에 사용하기 어려운 내용을 토대로 한 정보전염병 사례들이다.


 

만의 하나 이런 엉터리 내지 별로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는 정보들을 ‘복음’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운 나쁘게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실은 감염자라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게 된다.


 

지난 1년간 팩트 체크 전문매체를 비롯해 많은 방송·신문사가 팩트 체크 기능을 강화해 가짜뉴스 또는 정보전염병이 문제가 될 때마다 사안 별로 분석해 대중에게 알려왔다. 이른 순기능은 대중이 올바른 정보를 얻도록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종종 정보전염병 유행 초기가 아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뒤 팩트 체크를 하는 경우가 있어 그 폐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경우도 있었다. 드론 방역, 야외 길거리 방역과 건물 외벽 소독 등과 실내 공기 소독 등이 그 대표적 사례들이다.


 

정보전염병 차단, 질병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 등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지닌 정보전염병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사소한 일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 말고 국민과 제때 효과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하루 확진자 발생 소식을 경마중계 하듯이 매일 브리핑하는 것보다 때론 이런 정보전염병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할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 정보전염병 확산을 막는 것도 정부의 주요 임무가 되어야 한다. 정보전염병이 될 수 있는 정보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조기에 이를 적발해 이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과적 메시지를 만들어 정보전염병 유포자들보다 한발 앞서 퍼트려야 우리 사회가 정보전염병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년간 코로나와 관련해 어떤 가짜뉴스와 정보전염병이 있었는지를 톺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또 정부와 언론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등을 백서든, 연구분석이든 어떤 행태로라도 해야 한다.

 

필자 안종주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분석한 책으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낸 저자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2071718373884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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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사찰’을 사찰이라 부르지 못한 법관대표회의

“재판 중인 사안, 표명에 신중해야...정치적 악용 우려”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07 21:00:33
수정 2020-12-07 2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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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가 7일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가 7일 화상회의로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이 논의됐으나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7일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에 대해 여러 수정안이 제출됐고 이에 관한 찬반 토론을 실시했으나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는 제주지법 법관대표인 장창국 부장판사가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이란 이름으로 현장에서 발의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여기에 추가로 수정안도 상정됐다.

대표회의 측은 해당 안건에 대해 "최근 현안이 된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이를 계기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에서는 검찰의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부적절함을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과 의견 표명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

 

찬성 측에서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판사들의 세평 등을 수집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문건에 '물의야기법관리스트'를 기재하는 등 공판절차와 무관하게 수집된 비공개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서울행정법원에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토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으나 결국 원안과 수정안 모두 부결되면서, '판사 사찰'의 피해당사자인 판사들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대표 회의 측은 "결론을 떠나 법관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대 측에서는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재판의 독립'을 이유로 안건을 반대했지만, 정작 윤 총장이 행정법원에 제기한 것은 판사 사찰이라는 징계 사유와 무관한 징계 절차에 대한 정당성을 다투는 것으로,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판사들의 의견 표명이 영향을 미칠 범위는 한정적이다.

또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이날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음으로서 '사실상 사찰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라는 해석으로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정치적 악용'을 우려해 내놓은 판단조차 '정치적 악용'이 되는 셈이다.

결국 이번 부결의 형식적인 이유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법원은 정부와 검찰은 물론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에서 발을 뺏지만, '판사 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법관들 스스로 사찰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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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3기 민주노총 위원장 12월 23일 결선투표로 선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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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2/08 09:22
  • 수정일
    2020/12/08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00만 총파업(양경수) 대 국민 지지하는 파업(김상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0.12.07 11:39
  •  
  •  수정 2020.12.07 12:21
  •  
  •  댓글 0
 
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결선투표에 나설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왼쪽)과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 [통일뉴스 자료사진]
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결선투표에 나설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왼쪽)과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 [통일뉴스 자료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합(민주노총)은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020 동시선거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3일 저녁 6시까지 결선투표를 실시해 새 지도부를 뽑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2020년 민주노총 임원선거 결선투표 일정공고'를 내어 기호1번 김상구 위원장 후보조와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 사이의 결선투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4명의 후보조 중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 득표자인 기호3번 양경수 위원장 후보조와 기호1번 김상구 후보조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것.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해 지난 4일 오후 6시에 끝난 선거결과  전체 투표율은 63.28%(재적인원 95만7,098명 중 60만5,651명 투표)였으며, 기호 3번 양경수 후보조-18만9,309표(득표율 31.26%), 기호 1번 김상구 후보조-15만9,464표(26.33%), 기호 2번 이영주 후보조-15만6,067표(25.77%), 기호 4번 이호동 후보조-2만1603표(3.57%)를 득표했다.

민주노총은 선거관리규정에서 "후보가 2개조 이상이고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를 시행하여 당선자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은 16일 자정까지, 선거일은 17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공공운수노조 대상으로는 14일 오전 7시~20일 오후 6시까지)로 정해졌다.

개표는 23일 오후 6시 이후 진행하되 지역본부 선관위가 별도로 공고한다.

기아자동차 화성 사내하청 분회장을 지낸 양경수 후보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이 되겠다며 "내년 1월부터 준비해 11월 총파업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상구 후보는 핵심공약으로 조합원 중심의 대중운동을 강조하면서 공세적인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파업, 반드시 승리하는 파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시선거로 치러진 지역본부 임원선거에서도 인천(기호1 이인화 본부장조 찬반 결선투표), 서울(기호1 김진억 본부장조, 기호2 최은철 본부장조), 충북(기호2 김선혁 본부장조 찬반 결선투표)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노총 직선은 자체 규약 44조에 따라 3인 1조 동반출마(러닝메이트)하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그리고 산하조직인 16개 지역본부 본부장 및 수석부본부장·사무처장을 동시에 선출하도록 되어 있으며, 임기는 202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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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여, 사참위법 개정안 강행…이낙연 “발목잡히지 않겠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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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세월호 유가족 만나
“야당과 협상에 발목 안 잡힐 것”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참사 등을 조사하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쟁점이던 사참위 활동기간은 ‘1년 연장+6개월 추가 연장+3개월(보고서 작성)’로 정리됐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 “정기국회 내에 사참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참위 활동은 오는 10일 종료된다. 이 때문에 4·16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은 지난 3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사참위법 개정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2017년 11월 사참위법 제정 촉구에 이은 3번째 국회 농성이다.

이 대표는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과의 협상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 법안 통과 후에도 사참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사참위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입장을 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보폭을 맞출 예정이다. 7일 정무위원회, 8~9일 법제사법위원회 처리 수순이 유력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과 협의를 수차례 시도해왔으나 일절 응하지 않아 (강행 처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사참위 활동기간과 관련해 민주당은 1년 연장에 6개월 추가 연장, 보고서 작성 기간 3개월 등 ‘1+6+3’ 안을 추진키로 했다. 당초 유가족들은 ‘1+6+6(최장 2년)’ 안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1+4’ 안으로 맞섰으나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양측 요구를 조율해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참위 내 ‘가습기살균제 소위’는 존치하고, 세월호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는 사참위 활동기간 동안 시효 진행을 정지하기로 했다.

김용민·고민정·이탄희 등 민주당 30~40대 초선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참위법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끌더라도 속지 말고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2070600005&code=910402#csidx5cebbf8df21676186f49b49eda8e6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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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인물] 정은경은 도망가지 않는다

K-방역의 상징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그는 무엇으로 신뢰를 획득했는가20.12.07 07:12l최종 업데이트 20.12.07 07:23l.글: 박정훈(twentyrock)사진: 이희훈(lhh)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오마이뉴스 선정 2020년 올해의 인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이희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물었다. 지난 26년 동안 공공의료에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지극히 '정은경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보람이에요.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쁜 일이고, 작더라도 하나씩 사회가 합리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2020년 '올해의 인물'로 누구를 선정할 것인가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편집국 의견을 취합했을 때, 쉽게 한 인물로 모아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K-방역의 상징이다.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그는 국민들 앞에서 150여 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선정은 쉬웠지만, 그 이후가 어려웠다. 그는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번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역시나 무산됐다. 그래도 올해의 인물인데, 소감이라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지난 11월 16일 정 청장의 정례브리핑이 끝났을 때 가까이 다가갔다.

- <오마이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로 뽑혔습니다.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질병관리청장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질병관리청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국민 건강 지킴이 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국민들 건강을 어떻게 지킬 건가, 체계를 잘 갖추는게 청장으로서 가장 큰 숙제이고 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신설이 됐으니까 그것에 맞게끔 조직을 잘 정비하고, 전문 인력들을 많이 확충해서 건강 지킴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선 채로 즉석으로 진행한 문답은 여기까지가 최대치였다. 그에게서 직접 듣지 못한 '인간 정은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의 스승, 동료, 선후배 등 주변인물들을 만났다. 질문의 주제는 '정은경은 무엇으로 신뢰를 획득했는가'였다. 이 기사는 그에 대한 간략한 보고서다.
 
ⓒ 이희훈
 
① 표리동(表裏同)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정 청장의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평이다. 27년 전부터 정 청장을 지켜봤던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성품이 너무 수더분했다. 시키면 아주 빼어나고 깔끔하게 모든 걸 잘 정리했던 사람이다. 말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뚝심이 있었다. 자기 전문 베이스가 있으니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실력파였다. 권모술수,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상에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은 많지만, '표리동(表裏同)'한 사람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저 사람은 나를 속이지 않는구나.' 그 자리에 신뢰가 싹튼다. 이런 현상이 극적으로 나타났던 상황이 올해 초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 이어졌던 정은경 청장의 브리핑은 국민들의 마음에 신뢰를 심어줬다.

그는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브리핑 중인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
▲ "그 사람은 보이는 그대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지도교수였던 문옥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의 평이다. 겉과 속이 같다는 평은 굉장한 칭찬이다. 그 때문일까. 그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 이희훈

② 정은경은 도망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그에게도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 청장 공직생활의 가장 큰 위기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였다.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 반장으로 일했던 정 청장에게 감사원은 '방역 실패'를 이유로 정직을 권고했다. 과거 업무 성과가 반영돼 인사혁신처의 최종 징계 수위는 다소 낮춰져 감봉 1개월이었다.

억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일체 다른 말이 없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이었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징계에 화가 나서 공직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었는데, 정 청장은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라고 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정 청장과 함께 일했던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다른 예방의학 출신도 메르스 사태로 견책 징계를 받았는데,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징계 수위가 견책인데도, 내가 왜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고,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하나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하면서... 징계를 받게 되면 승진에도 영향을 받고, 연수 가는 것도 영향을 받고... 그 분은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나중에 결국 공직을 그만두고 대학으로 갔다."

하지만 정 청장은 도망가지 않았다. 그때 정 청장이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A씨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위기가 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 정 청장 본인에 대한 외부 공격도 나온다. 지난 11월 23일(월) <조선일보>는 2면에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겨울이 예고된 상황인데 '코로나 차르(황제)'의 역할을 해야 할 방역 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어느 순간부터... 할말 않는 한국 방역사령탑>이었고, 이 기사 바로 밑에는 <살해 위협에도... 할말 하는 미국 방역사령탑>이라는 기사를 배치해 대비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직 중요한 건 방역. 정 청장은 바로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 나와 "짧은 기간 안에 유행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면서 "첫째는 사람 간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는 마스크 벗는 것을 최소화해주시길 바랍니다, 셋째는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위기가 와도, 누군가 그 위기를 증폭시켜도, 그는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③ 정은경의 직원들도 도망가지 않는다

혹시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한다면 숨막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오히려 정 반대 대답이 돌아왔다. "간부들이 정 청장 밑에서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 위에서 소개했던 A씨는 그 이유에 대해 이런 일화를 소개했다.

"올해 초 대구 사태 때 일이다. 전날 청장이 와서 무슨 지시를 했다. 비상상황이잖아. 당연히 다음날 간부회의 때,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고, 보고가 올라와야 하잖아. 그런데 없었다. 당연히 화를 내야 밑에 사람도 다시는 그런 실수를 안 할텐데... 당연히 깨질 타이밍인데... 깨지 않더라. 화를 안내요. 오히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더라."

화를 내야 할 타이밍에 화를 안낸다? 그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난 이렇게 본다. 메르스는 금방 끝났다. 하지만 이건(코로나19) 언제 끝날지 모른다. 사실 다 지쳐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수장이 막 화를 내고 그러면 밑에 사람들은 다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간부들 분위기는, '저 사람 밑에서 떠나기 싫다'거든. 같이 일하면 편하다. 본인이 가장 많이 알고, 결정 내려주고, 화내지 않고, 기다려줄 줄도 알고. 베스트 상사다."

만약 코로나19 방역이 단기전이었다면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적 리더십'을 통한 강력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더 적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방역은 다르다. 계속 같이 할 수 있느냐, 계속 같이 하고 싶은가라는, '지속성과 자발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은경의 리더십은 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외부에서 아무리 '영웅' 호칭을 들어도 내부에서 '갑질 상사'면 그와 오래 하기는 힘들다. 정 청장은 오히려 반대로 보인다. 브리핑에서는 웃음기 없이 건조한 팩트를 나열하지만, 안에서는 웃음도 많고 다정한 면모가 있다는 것이 복수의 공통된 이야기다. 질병관리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는 "지나다니면서 인사를 하면, 저희보다 더 겸손하고 다소곳하게 인사를 한다"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힘들고 지친 거 표현도 안하고, 항상 밝고 점잖고"라고 말했다.

④ 모든 것이 적혀있는 노트
 
혹시 사람이 너무 무른 거 아닐까? 그래서 밑에 직원들에게 휘둘리는 거 아닐까? 그런 상상을 배척할 수 있는 증거가 '정은경의 노트'다.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 청장의 장점으로 세심함, 꼼꼼함, 근면함 세가지를 꼽으며 노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A씨 역시 노트 이야기를 꺼내며 "그래서 (정 청장에게)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보고를 받으면 노트에 다 적는다. 그런 노트가 몇 권이 되는 걸로 안다. 그 노트에 지시해야 될 사항, 지시한 사항, 오늘 처리해야 할 사항이 다 적혀있다. 보고할 때 예전 내용을 다 찾아본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한된다. 물론 그걸 근거로 따지는 건 못 봤다. 하지만 적는 거 자체로 부담이다. 엄청 성실하게 적는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추가하는 사람의 실력은 항상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정기석 교수는 정 청장이 이전에 감염병 메뉴얼 개정 작업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수혈부작용소위원회 위원)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2005년 10월~2007년 2월)일 때 같이 일하며 겪었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당시는 수혈을 통한 에이즈와 간염 감염 사례가 드러나는 등 부실한 혈액 관리 시스템이 문제로 떠오른 직후였다.

"그 때 정 청장이 혈액 관련 시스템을 다 바꿔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이 급감할 수 있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수혈감염 조사 프로세스 도입, 배상 지침 마련, C형 간염 등에 핵상증폭검사 도입, 전산시스템을 통한 헌혈 부적격자 판단, 헌혈부터 수혈까지의 자동화 등이다."

이런 발군의 실력의 배경에는 꾸준하고 꼼꼼한 정 청장의 노트가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환자 3명 추가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며 여러가지 표정을 짓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국내 확진환자는 3명이 추가돼 총 15명이다.15명 모두 상태는 안정적이며, 사망설이 돌았던 4번 환자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에서 정치적 수사는 생략하고, 항상 동일한 방역수칙의 준수를 반복적으로 요청한다. 기자들의 수많은 질문에 수치까지 제시하며 정확하게 답변하고, 공격적인 질문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그의 말에는 낙관도, 비관도 없다. 오로지 엄중한 현실 인식만이 있을 뿐. 사진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올해 2월 초 브리핑을 하고있는 정 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의 여러 모습이다. 이때는 머리가 많이 까맸다. ⓒ 연합뉴스
 
⑤ 서울대 의대 문예부

몇몇 사람들은 정 청장이 '서울대 운동권'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83학번 동기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협의의 의미로 볼 때는 애매하다"면서 "다만, 시대의 흐름에 대해 진보적이고 열려있는 마인드로서 항상 뒤에서 지원하는 성품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의대 시절 정 청장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단어가 '문예부'다. 80학번으로 문예부 선배였던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문예부는 서울 의대에서 몇 개 없는 저항 서클이었다. 병원 내에서 사회참여적 시가 포함된 시화전을 열고, 브레히트와 김남주의 시, 루카치 미학을 읽었다. 본과 3학년 때는 문예부 자체로 판자촌 빈민 진료를 했다."

정 청장은 이런 문예부에서 차장을 했다. 이후 그의 행보를 보면, 당시 진보적인 의사들이 많이 선택했던 가정의학과를 선택했고, 대학병원에 남지 않고 첫 근무지로 보건소를 선택했다. 공공의료의 확대를 추구하는 인의협에 가입, 1992년에는 사무국 차장까지 지냈다. 그해 6월에는 '여의사 근무실태 및 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를 발표해 의료계 내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로 볼 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보인다. 정 청장은 학생 때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 우석균 대표는 "앞에 나서는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의대생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민중 지향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청장이 징계에도, 공격에도, 지치는 장기전에도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⑥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다

정은경 청장의 박사논문을 지도한 안윤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 청장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에 두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나는 그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논문에 대한 기억이었다. 첫번째는 정 청장이 보건복지부 과장으로 근무할 때 일이다.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주위 사람한테 연락을 안했다. 나 뿐 아니라 동문들 모두에게. 당시에는 부고를 안하면 사람 취급도 안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아주 그냥 전화를 해서 왜 알리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보건복지부 과장 이상의 상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직위가 있으면 누군가에게는 로비할 기회가 되지 않은가. 특정인에게만 따로 알릴 수도 없어서 일체 부고를 알리지 않았다는 거다. 굉장히 혼내려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공직자로서 정신이 똑바로 박혔구나..."

두번째 기억은 '너무 오래 걸린 논문' 이야기다.

"그 사람이 입학하고 학위 논문을 10년 걸려 썼다.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거를 했을 때만 논문으로 제출하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쓴다는 게, 술렁술렁 해서 학위 따는 걸로 여겨지는 걸 싫어했다. 내가 박사를 열아홉 명을 지도했는데, 마지막 열 아홉 번째 제자다. 들어온 건 네번째였던 것 같은데."

이런 에피소드는 정 청장이 공직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에게 공직은 최소한 개인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가장 마지막에 일상을 회복할 사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길고 지독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방역 사령관'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들 앞에서 150여회 브리핑을 진행하는 동안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어갔다. ⓒ 이희훈
 
지난 주 초 정 청장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택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쳤으며, 병원에 입원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가중인 정 청장은 이번주 초, 이르면 화요일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 청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이 그리운 한해였다"라고 말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정 청장으로서는 지난 1년 중 처음으로 휴식을 가진 것일지 모른다. 정 청장은 소위 '워크홀릭'이다. 과장 때부터 늦게까지 일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했으니, 한동안 잠시 확신자 발생이 주춤했을 때도 오전 7시경에 출근해서 자정이 되어야 퇴근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겨울 초입,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국민들은 별로 의심하지 않는다. 정 청장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방역 전선에 서리라는 것을. 그는,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여전히 가장 늦게 퇴근할 것이고, 가장 일찍 출근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고, 그가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사람이라는 것을.

방역은 백신이나 치료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방역은 신뢰로 하는 것이다. 
정은경은 그 신뢰를 획득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 "감사하고,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 대응하는 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하셨잖아요. 정부 다른 부처도 그렇고, 지자체 공무원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 다 같이 고생하셨는데, 그것을 개인이 받는 것 같은 약간 미안함... 좀 과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인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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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토에 출입허가 내주는 점령군 사령관

[개벽예감 422] 우리 영토에 출입허가 내주는 점령군 사령관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2/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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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지상작전사령관의 무단출입사건

2.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

3.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

4.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 

5.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정세

 

 

1. 지상작전사령관의 무단출입사건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

 

위의 인용문은 2019년 12월 3일 조선외무성 미국담당부상이 발표한 담화의 일부다. 그가 담화에서 말한 ‘크리스마스선물’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적대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조선은 2019년 12월 25일에 대미압박공세를 가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조선의 대미압박공세는 곧 군사행동을 의미하므로, 미국군 수뇌부는 조선인민군이 2019년 12월 25일에 군사작전을 단행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다. 미국의 신경은 곤두섰다. 

 

그래서 미국은 2019년 12월 25일 새벽 각종 정찰기를 한꺼번에 5대나 한반도 중부 상공에 출동시켜 전례 없는 대규모 정찰작전을 벌였다. 덩달아 한국군도 이지스구축함을 동해에 출동시켰고, 미사일조기경보레이더를 켜놓고 대북감시에 집중했으며, 항공통제기도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침묵하지 않았다. 2019년 12월 24일 백악관 출입기자가 위의 인용문에 나온 ‘크리스마스선물’에 관해 질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성공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것은 만일 조선인민군이 미국을 위협하는 군사작전을 실행하면, 아주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엄포발언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군이 전개한 대규모 정찰작전과 미국 대통령이 꺼내놓은 엄포발언은 그들이 상황을 얼마나 오판했는지를 보여준 우스꽝스러운 소동에 불과했다. 만일 조선인민군이 미국을 위협하는 군사작전을 정말로 실행하려고 했다면, 작전날짜를 예고하지 않고, 작전준비징후도 노출하지 않고 불시에 실행했을 것인데, 상황을 오판한 미국은 강력대응이요 뭐요 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선물’을 예고한 조선외무성 미국담당부상의 발언을 듣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긴장하고 있었던 2019년 12월 5일 케네스 윌스백(Kenneth S. Wilsbach) 당시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은 남영신 당시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과 함께 한국군 3사단 최전방부대가 주둔하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시찰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비무장지대의 어느 한 구간을촬영한 사진이다. 나무와 풀이 자라난 우리 영토 위에 군사분계선 철책이 길게 이어진 모습이 보인다. 조국강토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참을 수 없는 비극과 불행인데, 주한미국군이 조국강토를 갈라놓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 관할하고 있으니 비극과 불행은 더 가증되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주한미국군은 주둔군이 아니라점령군이라는 실상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주한미국군 부사령관과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이 함께 전선을 시찰한 직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2020년 1월 2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당시 로벗 에이브럼스(Robert B. Abrams)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이 비무장지대 출입허가를 받지 않고 드나들었다고 지적하면서, 비무장지대 출입규정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한국군 합참본부에 보냈다고 한다. 한국군 군인 또는 남측 주민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들어가거나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측에 가려면 반드시 48시간 전에 주한미국군 사령부에 출입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은 자기 혼자 비무장지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주한미국군 부사령관과 함께 들어갔으므로 당연히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주한미국군 사령부의 판단은 달랐다. 주한미국군 사령부의 판단에 따르면,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과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이 함께 비무장지대에 들어가는 경우, 주한미국군 부사령관은 출입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은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2월 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에이브럼스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김종문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에게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의 비무장지대 무단출입사건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의 전선시찰에 조사권을 발동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조사권을 발동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 수뇌부가 자기 허가를 받지 않고 비무장지대를 무단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국군 합참본부에 보내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한국군 지상작전사령관보다 상위에 있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를 방문하려고 해도, 48시간 전에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출입허가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보다 상위에 있는 최고위급 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을 살펴보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은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관할하는 점령지역이며, 따라서 한국 정부의 행정권은 비무장지대에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주둔군 사령관이 아니라 점령군 사령관이며, 주한미국군은 주둔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는 실상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군 합참의장이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한국군은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점령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실상이 드러난다. 점령군 사령관의 통제를 받는 군대를 허수아비군대라고 부른다. 

 

 

2.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

 

2019년 10월 23일 유엔사령부는 비무장지대 출입문제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다. 유엔사령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2,200건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서 93% 이상을 허가해주었다고 한다. 미국이 유엔군 부사령관 자리에 앉혀놓은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중장 스투어트 메이어(Stuart C. Mayer)는 2020년 11월 24일 발표문에서 유엔사령부가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3,800건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서 98%를 허가해주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비무장지대를 드나들기 위해 유엔사령부에 출입허가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 그 의문을 풀려면, 많은 관광객들이 판문점 남측 구역에 가보려고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지금은 폭파되어 없어졌지만 개성에 있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자주 드나들던 남측 인원들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 순간, 의문이 풀리는 게 아니라, 자기 땅인데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점령군 사령관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하는 굴욕적인 현실에 분노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점령군 사령관은 비무장지대 출입허가신청 가운데서 어떤 것을 끝내 허가하지 않았을까? 불허사례는 다음과 같다.

 

1) 2018년 8월 23일 통일부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를 개성을 거쳐 신의주까지 운행하면서 북측 철도에 대한 남북공동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점령군 사령관은 열차의 비무장지대 통과를 허가하지 않았다. 

 

2) 2019년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진행된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한 도이췰란드 신련방주 특임관 겸 경제-에너지부 차관을 대표로 하는 도이췰란드 정부대표단이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 감시초소를 방문하려고 했을 때,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은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비무장지대 출입을 허가해달라고 특별히 요청했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도이췰란드 정부대표단의 비무장지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 

 

3) 2019년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0차 전국체전을 위해 서울시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성화를 채취해 서울까지 봉송하려고 출입허가를 신청했지만,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허가하지 않았다.  

 

4) 2019년 8월 9일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진행된 ‘파주 DMZ 평화의 길 개방행사’에 참석하는 길에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고 출입허가를 신청했는데,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통일부 장관에게만 허가를 내주고 그와 동행하는 취재진에게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통일부 장관은 대성동 마을에 가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5) 이재강 경기도 평화 부지사는 지난 2016년에 폐쇄된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남북교류를 재개하기 위해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했다. (도라전망대는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있고, 한국군 1사단이 그 지역에 주둔한다.) 경기도 평화 부지사는 2020년 10월 중순부터 한국군 1사단과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마침내 합의를 봐서 2020년 11월 9일 도라전망대 사무실로 집기를 반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군 1사단이 유엔사령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집기반입을 중지시켰다. 하는 수 없이 경기도 평화 부지사와 직원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임진각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위에 열거한 불허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유엔기를 들고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주한미국군이 그 지역에서 행사하는 배타적인 관할권이 우리 영토에 대한 주권을 난폭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가 우리 섬인 것처럼, 비무장지대도 우리 땅이다. 독도에 대한 주권은 한국 정부가 행사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은 미국이 틀어쥐고 있다. 주한미국군이 주둔하는 군사기지들이 미국의 관할지로 넘어간 것도 치욕적인데, 주한미국군이 주둔하지도 않는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까지 미국의 관할지로 넘어갔으니 더 치욕적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이재강 경기도 평화 부지사가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통일대교 남측 입구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는 장면이다. 그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고 남북교류를 재개하기 위해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도라전망대에 사무실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유엔사령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그와 직원들은 비무장지대에서 멀리 남쪽으로 떨어진 임진각에 천막을 치고 그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정상화될 수 없고, 남북교류도 재개될 수 없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것은, 일본이 독도를 점령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치욕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 관할하는 것은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분단체제를 영구히 유지하려는 미국의 분할점령정책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와 다르게, 독도문제는 조국강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분단체제와 무관하다.   

 

이처럼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미국의 비무장지대점령에 대해서는 그저 무덤덤하다. 사람들은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인 관할권을 행사하는 치욕스런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다. ‘한미동맹’이라는 지독한 최면상태에 빠져 자주의식이 마비되어버린 것이 더 참을 수 없는 비극과 불행이다. 사람들이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에 분노하는 것처럼 미국의 비무장지대점령에 분노할 때, 66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한미동맹’의 최면상태에서 깨어나 자주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자기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하면서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해왔다. 정전협정 제1조 8항에는 이렇게 명기되었다. “비무장지대 내의 어떠한 군인이나 사민이나 그가 들어가려고 요구하는 지역의 사령관의 특정한 허가 없이는 어느 일방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지역에도 들어감을 허가하지 않는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은 바로 이 정전협정 조항을 틀어쥐고 사상 최악의 사태를 일으켰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극단적인 모순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다. 우리 민족의 삶을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은 정전체제 한복판에 바로 그 극단적 모순이 놓여있다.  

 

현실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을 주한미국군 사령관에게서 되찾아올 생각은 하지 않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 싶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9기 출범식 연설에서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하는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국제경제특구로 만들어 본격적인 평화경제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드는 일은 북한의 행동에 화답하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는 일이며 비무장지대 내의 활동에 국제사회가 참여함으로써 남북 상호 간의 안전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꼬대 같은 소리는 2020년에도 계속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시한 남북교류협력사업 가운데는 남북철도-도로를 연결하는 사업, 남북접경지역에서 상호협력하는 사업,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이 있다.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 사령부가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하고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극단적 모순을 그대로 두고, 남북철도-도로를 연결하고, 남북접경지역에서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싶다고 했으니, 그런 잠꼬대 같은 소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미국의 점령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싶다는 말은 너무도 창피한 소리여서 더 이상 거론하기도 힘들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극단적인 모순을 애써 외면하면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싶다는 해괴한 발상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표현만 약간 바뀐 채 계속 제기되어왔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는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또한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함께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다.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남측 정부가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비현실적인 제안을 꺼내놓았지만, 북측 정부는 모처럼 어렵사리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원만히 이끌어내려는 생각에서 그런 비현실적인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고,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전시키면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정치선전을 귀가 따가울 정도로 계속하지만, 미국이 유엔기를 든 주한미국군 사령부를 앞세워 비무장지대를 점령하고 있는 한, 그런 선전은 외국군대의 영토점령으로 주권을 훼손당한 현실을 은폐하는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허위선전을 늘어놓지 말아야 하며,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쓴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의 관할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모순을 세상에 폭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혹시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의 주권문제를 제기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친미예속정부는 언제나 백악관의 비위나 맞춰주려고 애쓰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되찾아 영토주권을 확립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 친미예속정부가 남북정치협상을 100년 동안 계속한다고 해도, 성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3.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미국이 점령한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되찾아 주권을 확립할 수 있을까? 그 방도를 모색하려면, 우선 유엔군과 유엔사령부가 출현하게 된 역사적 사실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1950년 7월 7일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상임리사국인 소련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회의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성원국들의 모든 군대를 미국원동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사령부(Unified Command)에 배속시키고, 연합사령부가 유엔기를 사용하게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것이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안 제84호다. 

 

당시 소련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인 대만이 ‘중화민국’이라는 국가를 참칭하면서 중국의 유엔대표권을 행사하는 부조리에 항의하여 1950년 1월 13일부터 유엔안보리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소련이 불참하는 기회를 틈탄 미국은 막후공작을 벌여 소련에게 불리한 유엔안보리 결의안들을 계속 조작해냈다. 유엔헌장 제27조에는 유엔안보리 결정이 5개 상임리사국 전체의 찬성과 7개 이상 비상임리사국의 찬성으로 채택된다고 규정되었으므로, 상임리사국인 소련이 불참한 가운데 미국의 막후공작에 의해 채택된 모든 결의안은 원천무효다. 이런 법리적 해석에 따르면,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성원국들의 모든 군대를 미국원동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사령부에 배속시키고, 그 연합사령부가 유엔기를 사용하게 한다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안 제84호는 원천무효다. 

 

당시 유엔을 장악한 미국은 전횡을 부리며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1950년 7월 25일 소련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된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6.25전쟁 지휘부인 연합사령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서 미국은 연합사령부라는 명칭을 제멋대로 유엔사령부라고 바꿔놓았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면, 유엔사령부는 유엔안보리 결정에 의해 성립된 합법군사조직이 아니라, 미국의 자의적인 명칭변경으로 조작된 불법군사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사령부가 미국이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이므로, 그 휘하에 배속된 유엔군도 유엔헌장을 짓밟고 유엔의 이름을 더럽힌 군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유엔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을 비교하면 그런 사실이 자명해진다. 

 

1) 유엔평화유지군은 유엔평화작전부(UN Department of Peace Operations)와 유엔작전지원부(UN Department of Operational Support)의 통제 밑에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전선에 파견되어 확전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활동한다. 그런데 유엔군은 한반도전선에서 확전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위해 활동하기는커녕 정반대로 남북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하여 내전을 국제전으로 확전시켰고, 북위 38도선을 넘어 조선을 침공했으며, 야만적인 무차별폭격으로 38도선 이북의 도시들과 산업시설 전반을 파괴하고 민간인을 대량살상했으며, 조선과 중국 동북지방에 핵폭탄을 투하하려고 광분했다. 이것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유죄판결조건을 충족시키는 침략범죄와 전쟁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제정했고, 박근혜 정부는 2013년 7월 26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제정했고, 문재인 정부는 2020년 3월 24일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니, 이것이야말로 친미예속정권의 경거망동이 아닌가!    

 

2) 자국군대를 유엔군의 일원으로 6.25전쟁에 파병했던 친미국가들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연락장교만 남겨두고 차례로 철군했고, 1976년 7월 26일 타이군이 마지막으로 철수한 이후 미국군만 남았다. 그러므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유엔사령부는 군대 없는 명목사령부로 전락했다. 

 

3) 유엔평화유지군 지휘권은 유엔 부사무총장이 행사한다. 그런데 유엔군 지휘권은 6.25전쟁 중에는 미국원동군 총사령관이 행사했었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1976년까지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이 행사했다. 유엔군의 마지막 일원이었던 타이군이 철수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없어지고 미국군만 남았는데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여전히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눌러쓰고 유엔군 사령관으로 행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4) 유엔평화유지군을 유지하는 재정은 유엔안보리 상임리사국 5개국과 몇몇 다른 유엔성원국들이 분담한다. 유엔군은 1976년 이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사령부를 유지하는 재정만 필요한데, 유엔사령부를 유지하는 재정은 주한미국군 유지비에 포함된다. 이런 사정은 유엔사령부가 유엔과 무관하고,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6.25전쟁이 치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1950년 7월 14일 일본도꾜에 있는 미국원동군 총사령부 청사 옥상에서 진행된 유엔기 전달식 장면이다. 당시 유엔사무총장 트리그브 리는 6.25전쟁에 파병한 유엔성원국 군대들이 유엔기를 사용하게 허락한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에 따라 콜린스 당시 미국 육군참모총장에게 유엔기를 위탁하여 미국원동군 총사령부에 전달하게 하였다. 콜린스는 트리그브 리로부터 건네받은 유엔기를 도꾜로 가지고 가서 미국원동군 총사령관 맥아더에게 전달했다. 위의 사진은 트리그브 리의 특사인 앨프레드 카친 대령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된 유엔기 전달식에서 콜린스가 맥아더에게 유엔기를 넘겨주는 장면이다. 유엔기를 건네받은 유엔군은 남북내전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내전을 국제전으로 확전시켰으며, 북위 38도선을 넘어 조선을 침공했으며, 38도선이북지역의 도시들과 산업시설들을 야만적인 무차별폭격으로 파괴하고 민간인들을 대량살상했으며, 조선과 중국 동북지방에 핵공격을 가하려고 광분했다. 유엔군은 그런 전쟁범죄를 저지르면서 유엔헌장을 짓밟고, 유엔의 이름을 더럽힌 침략군대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유엔사령부가 미국의 전횡에 의해 조작된 불법군사조직이며, 유엔군은 미국군이 자기의 침략적 정체를 유엔 깃발로 은폐하는 데 이용당했음을 보여준다. 1950년 당시 유엔안보리는 미국의 거수기로 전락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유엔사령부를 조작해놓은 미국의 전횡을 뻔히 보면서도 그냥 넘어갔으며, 침략군대에 유엔기를 들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정세가 바뀌었다. 유엔에서 미국의 전횡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 유엔성원국들은 유엔 역사에서 최악의 실책으로 기록된 미국의 유엔사령부 조작사건을 방치한 유엔의 직무유기에 관심을 돌렸다. 그리하여 1975년 11월 18일에 진행된 유엔총회 제30차 회의에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결의안이 동시에 채택되었다. 미국이 발의한 결의안 제3390A호는 정전체제를 관리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마련되면 1976년 1월 1일까지 유엔사령부를 해체할 수 있다는 조건부 해체안이었고, 다른 유엔성원국들이 발의한 결의안 제3390B호는 유엔사령부를 무조건, 즉시 해체해야 한다는 무조건 해체안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다른 장치를 만들지 않았고, 다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구실을 내세워 유엔사령부 해체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았다. 

 

주목되는 것은, 1975년 유엔총회 제30차 회의에서 채택된 유엔사령부 해체결의안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이라는 사실이다.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려면 강제력이 없는 유엔총회 결의안이 아니라 강제력이 있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엔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하는 5개 상임리사국들 가운데 유엔사령부 해체를 지지하는 나라는 로씨야와 중국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는 유엔사령부 해체를 반대한다. 그러므로 로씨야와 중국이 유엔사령부 해체안을 유엔안보리에 상정해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동조하면 그 해체안은 채택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유엔안보리에서 유엔사령부 해체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려면 유엔안보리가 아닌 다른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통로는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국제법적 근거를 말소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비무장지대 남측 구역을 점령한 국제법적 근거는 정전협정이다. 따라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버리면 유엔사령부는 자동적으로 해체될 것이고, 점령군 사령관은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벗고 유엔기를 유엔사무국에 반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일찌감치 파악한 조선은 지난 60여 년 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다. 조선의 끈질긴 노력이 집중된 결절점은 조미직접협상이다. 그리고 조미직접협상의 최고단계는 조미정상회담이다. 

 

그러나 조선과 협상하기는커녕 조선과 연락하는 것조차 거부한 미국은 다자협상의 틀을 차려놓고 그 안에서 조선과 형식적인 협상을 벌였다. 4자회담과 6자회담 같은 다자협상은 조선과 직접적으로 협상하기 싫은 미국의 술책에 불과했으므로, 그런 다자협상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조선은 녕변핵시설 일부를 불능화하여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성의를 보였으나, 미국은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었으며, 조선에 금융제재를 가하여 6자회담을 파탄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런 험악한 사태에 대응하여 조선은 2009년 4월 14일 6자회담에 불참하고, 녕변핵시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선언했고, 5월 25일에는 제2차 핵시험을 단행했으며, 6월 13일에는 우라늄농축을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2009년부터 조선이 핵무력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바로 그 2009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추대된 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워놓은 핵무력완성이라는 목표가 8년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해 달성되리라는 것은 그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8년의 투쟁에서 조선은 미국의 협박과 공갈과 방해를 물리치면서 난관을 돌파해야 했고, 핵무력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과학기술적 난제들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조선은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실물로 핵무력을 완성하였음을 입증했다. 그렇게 되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조미정상회담에 끌려나왔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은 그런 배경에서 성사되었다.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전략은 단계적 해결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전략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하지 않고,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전술문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놓았다.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면, 그 다음 단계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제기한,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합의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즈 안에 건설된주한미국군 사령부 청사를 촬영한 사진이다. 청사 앞에 성조기, 태극기, 유엔기가나란히 게양되어 있다. 유엔사령부는 미국이 유엔을 장악하고 전횡을 부리던1950년에 막후공작으로 유엔안보리를 움직여 조작해놓은 불법군사조직이다. 유엔군의 마지막 구성군이었던 타이군이 철수한 1976년 이후 유엔군은 없어지고 미국군만 남았는데도, 주한미국군 사령관은 여전히 유엔군 사령관 모자를 눌러쓰고유엔군 사령관으로 행세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5.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는 정세

 

그러나 미국군 수뇌부는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렸다. 이를테면, 대조선전쟁연습에 사단급 부대들을 동원해오던 조치를 변경하여, 사단급 부대를 중대급 부대들로 잘게 쪼개어 전쟁연습을 분산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에서 진행해오던 대조선전쟁연습을 미국 본토에서 진행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조선에 대한 제재강도를 더욱 높였다. 2020년 10월 21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단독으로 조선에 가한 제재대상은 개별인사 177명과 기관 313개라고 한다.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177명 개별인사들 가운데는 최룡해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리병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있고,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313개 기관들 가운데는 조선로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 조선국방과학원, 조선무역은행이 있다. 이런 사정은 미국의 경제제재가 조선의 경제를 제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조선의 핵심지도부를 겨눈 노골적인 적대행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미국군 수뇌부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미국 재무부가 조선의 핵심지도부를 겨눈 노골적인 적대행위를 자행하는 상황에서 조미정상회담은 결국 유산되고 말았다. 

 

2021년 1월 20일에 출범할 미국의 새 행정부도 대조선적대정책에 계속 집착할 것으로 예견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는 대통령 재임 중에 대조선적대정책을 계속하면서도 조미정상회담에 관심을 두었지만,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은 대통령 재임 중에 조미정상회담을 외면하면서 대조선적대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착하면서 조미정상회담을 유산시킨 것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정세도 미국이 유엔사령부에 강하게 매달리는 방향으로 전변되었다. 국력을 키워온 중국이 강대국으로 일어서자, 그에 놀란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반중군사전선을 구축하려고 혈안이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엔사령부를 강화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이다. 2019년 9월 1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4년부터 유엔사령부 재활성화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유엔사령부 참모진을 다국적 군사지휘관들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유엔군 파병국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9년 9월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사령부는 2019년 8월부터 유엔군 부사령관과 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대표로 하고, 주한미국군 사령부 실무자들, 한국 국방부 실무자들, 유엔사령부 실무자들로 구성된 고위급 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오랜 기간 조선이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진행해온 대미협상과 대남협상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세는 조선을 마지막 선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조선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려는 것은 조국통일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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