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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북미실무 대표단 논의 결과 청취

김정은 위원장, 북미실무 대표단 논의 결과 청취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2/27 [09:1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26일 베트남의 동당 역에 도착해, 베트남 당과 정부 인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 자주시보

 

▲ 동당 역에서 전용 차량을 타고 하노이시로 이동하는 김정은 위원장, 연도에 김정은 위원장을 환영하는 인파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실무대표단의 논의 결과를 청취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28일까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그리고 3월 1~2일에는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한다.

 

북의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한 소식실무대표단의 보고 그리고 베트남 북 대사관 방문 소식까지 신속하게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정형을 보고 받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2차 조미수뇌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하여 조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 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26일 오후 베트남 주재 북 대사관을 방문한 소식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사관 방문에는 김영철동지리수용동지김평해동지오수용동지리용호동지김여정동지김성남동지조용원동지를 비롯한 간부들이 동행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성원들과 담화를 나누며 대사관 사업실태와 형편을 요해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에서 주재국과의 사업을 잘하여 김일성주석동지와 호지명주석께서 친히 맺어주시고 발전시켜 오신 두 당두 나라 사이의 뿌리 깊은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을 했으며 당의 대외정책을 철저히 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귀중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성원들과 가족들의 생활형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요해하고 대사관 성원들과 가족들이 앞으로도 건강하여 맡은 사업을 더 잘해나가기를 바란다며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 첫 일정으로, 북 대사관을 방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이들의 볼을 어루만지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자주시보

 

▲ 김정은 위원장은 대사관 사업정형을 요해하고, 대사관성원들, 가족들을 격려하면서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자주시보

  

또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한 소식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영접하기 위해 윁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이며 선전교육부장인 보 반 트엉동지윁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판공실 주임 마이 띠엔 중동지외무성 부상 레 호아이 쭝동지윁남공산당 랑썬주위원회 비서 팜 티 흐엉 타잉동지를 비롯한 윁남당 및 정부간부들이 역에 나와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김명길 베트남 주재 북 대사와 대사관 성원들이 동당 역에 나와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용 열차가 도착한 국경 역에서부터 숙소가 위치하고 있는 하노이시에 이르는 수백 리 연도에는 수많은 각 계층 윁남 인민들이 겹겹이 줄지어 늘어서 두 나라 기발과 꽃다발을 높이 흔들면서 최고영도자동지를 열렬히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멜리아 호텔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하노이시인민위원회 위원장 웬 득 쭝동지윁남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실 상임부주임 황 꽁 환동지윁남공안성 부상 상장 부이 반 남동지가 맞이했다고 통신은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당과 정부와 인민들의 뜨거운 환대와 각별한 예우에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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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들 네 갈래로 나뉜 북미회담 전망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일보 “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 가장 긍정적 
조선일보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해” 가장 부정적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9년 02월 27일 수요일

국민일보 가장 긍정, 서울·세계·중앙·경향신문 중립 속에 희망 담아, 한겨레·한국일보 엄정 중립, 동아·조선일보 부정적

북미 회담 관련 27일자 9개 아침신문 1면 제목은 크게 엇갈렸다.

국민일보가 회담을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서울, 세계, 중앙, 경향신문은 기사 제목에 ‘봄’, ‘평화’, ‘생산적’, ‘친서 9번’ 등의 단어를 넣어 희망적 메시지를 전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긍정도 부정도 않은 채 담담하게 제목을 잡았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제재 못 푼다’, ‘장담 못할’ 같은 단어를 넣어 부정적 또는 우려를 담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사이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국민일보는 27일자 1면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이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협상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핵) 해체 시점을 제시하고 그와 연동해 금강산 관광 재개 여건을 만드는 식”으로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일보는 “(북미) 종전선언도 이번 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27일자 국민일보 1면
▲ 27일자 국민일보 1면
 

 

북미 회담 관련 27일자 아침신문 1면 제목들

국민일보 : 영변 핵폐기…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 
서울신문 : 김정은·트럼프 두 번째 핵담판… 한반도 봄 연다
 

 

세계일보 : 2차 핵담판 스타트… ‘한반도 평화’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 “생산적 회담 고대” “3000km 달려왔다” 
경향신문 : 260일 동안 친서 9번, 다시 만난 북미정상 몇걸음 더 나아갈까

 

한겨레 : 오늘 1대1 회동…빅딜 담판 시동 
한국일보 : 김정은·트럼프, 조용했던 하노이의 첫 밤
 

 

동아일보 : 美, 北에 “영변핵 폐기만으론 제재 못푼다” 
조선일보 :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하노이 담판’
 

 

서울신문과 세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4개 신문은 중립적 전망 속에 ‘긍정적 단어’를 제목에 넣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4개 신문이 사용한 희망적 단어는 서울신문 ‘한반도 봄 연다’, 세계일보 ‘한반도 평화’, 중앙일보 ‘생산적 회담 고대’, 경향신문 ‘친서 9번 (교환)’ 등이다. 

▲ 27일자 한국일보 1면
▲ 27일자 한국일보 1면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회담 전망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1면 제목에 ‘오늘 1대1 회동…빅딜 담판 시동’이라고 달았고, 한국일보는 ‘김정은·트럼프, 조용했던 하노이의 첫 밤’이라고 달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두 신문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동아일보는 ‘美, 北에 영변핵 폐기만으론 제재 못푼다’는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영변핵 폐기를 넘어선 폐기가 필요하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강하게 반영했다. 

조선일보는 영변핵 폐기조차 장담 못할 회담이 될 것이란 전망을 담은 제목을 1면에 실었다.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은 ‘영변核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하노이 담판’이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선 회담을 앞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27일자 조선일보 1면
▲ 27일자 조선일보 1면
 

 

이번 회담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일보와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조선일보 둘 다 “알려졌다”는 서술어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

국민일보는 북한이 핵 해체 시점을 제시하면 이와 연동해 미국이 제재 완화 일정을 제시하는 하는 식으로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핵폐기와 종전선언이 ‘명문화’ 쪽으로 ‘의견 접근’했다고 한 반면 조선일보는 ‘영변핵 부분폐기도 장담 못할 회담’이 될 것이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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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인가, 한반도 비핵화인가

[사설] 북 비핵화인가, 한반도 비핵화인가

아직도 북 비핵화타령인가. 제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협상을 앞두고, 이번에는 북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꼭 확인해야 한다면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북미 상호비핵화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미국내 의회, 전문가, 언론의 ”북 비핵화“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전했다. 미국의 전직 대북 담당관, 연구자들은 일치하게 ”북의 선비핵화 없이 대북제재를 풀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회 일부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의 선 비핵화 조치없이 대북제재 해제에 들어가면 입법을 통해 막겠다“고 강변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에 눈이 멀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까봐 걱정스럽다“는 식이다. 
국내 주요 언론들 논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베트남 방문길 오른 김정은, 비핵화 진정성 입증해야”, “빅딜 기대감 커진 북미 정상회담,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본질이다” 등등의 제목을 보면 어느 나라 언론사설인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작년 6월 12일 싱가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공동성명 3항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못 박은 사항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해석하면 될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미국과 국내 수구세력은 집요하게 “북 비핵화”라고 해석하면서 쟁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의 반북적 세계관, 일방주의적 전략, 여론을 호도하는 프레임을 담고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 비핵화”라는 주장은 세계를 기독교적 선과 악으로 나누는 미 제국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한 마디로 북의 핵만 제거하고 미국의 핵은 그대로 두어도 좋다는 논리인데, 북의 핵은 나쁜 것이고, 미국의 핵은 선한 것이라는 서방세계의 일방주의적 세계관을 전제로 한다. 
주장은 주장에 불과하다. 오직 팩트만이 거짓주장과 가짜뉴스의 침략적 본질을 드러낸다. 지구상에서 핵무기를 가장 먼저 만들었고, 가장 먼저 사용한 나라는 미 제국주의자들이다. 오히려 북은 한국전쟁 시기부터 끊임없이 미국의 선제핵공격위협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시달려왔다는 것이 역사적 팩트이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우환거리는 한국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에 의해 한반도에서 대북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 비핵화론”은 미국의 대북협상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이해하는가, “한반도 비핵화”로 이해하는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북 비핵화로 이해할 경우에는 북이 선비핵화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이 시혜나 보상차원에서 종전선언, 대북제재 해제를 베푸는 문제로 된다. 미국이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변핵시설 폐기를 뛰어넘어 핵리스트 제출, 비핵화 로드맵 등을 운운하는 모든 주장이 핵심에는 바로 “한반도 비핵화”는 “북비핵화”이며, 미국은 여기에 따른 보상조치를 취할 아량이 있다는 식의 접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가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일 경우에는 북이 영변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미국 역시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을 비롯하여 일체의 핵전략자산 한반도접경으로의 접근을 금지하고, 핵전략자산을 끌어들이는 핵심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을 협의해야 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의 문제로 된다. 북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란 바로 1차 북미협상에서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가 북미가 단계적 동시행동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호비핵화, 즉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의미이다.

북미회담이 열리게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이 애초에 북과 대화하겠다고 협상장에 나선 것, 싱가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형성하자는 것에 합의한 것,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일차적인 목표가 미국의 본토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 등은 북미간 협상의 본질이 핵보유국 사이의 대등한 평화회담임을 말해준다. 이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반도 인근에 전략자산을 투입해서 북을 핵으로 위협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북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로 날아오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것이 북미협상의 본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협상전략 차원에서 “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현실적 목표를 핵동결로 잡고 있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북은 신년사에서 언명한 대로 부득불 “새로운 길”을 갈 것이 명백하고, 그 길은 미국에게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북 비핵화론”은 여론을 호도하는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무수한 언론들이 습관과 관행에 따라, “북 비핵화론”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미국의 침략적 본질을 은폐하고, 일방적, 반북적 입장을 옹호하는 편에 서게 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를 “북 비핵화”로 집중시키는 프레임 전략은 결국 회담의 성과여부를 평가하는 가치기준으로까지 작동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성공적인 회담결과도 “북비핵화의 입장”에서 보면 실패한 협상, 뒤집어야 하는 협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호도하는 시선과 세계관, 전략과 프레임은 두 가지 점에서 유해하다.
무엇보다 반평화적이다. 총은 함께 내려놓아야 평화가 온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총만 내려놓으라고 하면, 협상을 깨지고 다시 총성을 울리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한반도의 평화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그 무게를 우선 가늠해보는게 순서일 것이다.

다음으로 반민족적이다. 지금 남북이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통해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로 가고자하는 민족적 열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세계경제나 남북경제를 놓고 볼 때에도 남북공동의 평화번영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할 때 남북평화번영의 주된 걸림돌은 미국의 대북제재이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한미동맹의 울타리안에서 남측의 대북경협을 가로막는 장애로 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는 남북공동의 발전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북미간 동시행동조처를 촉진해 한반도평화번영의 길을 열어갈 대신에 오히려 대북압박을 고창하는 주장은 북미협상의 성공에도 유해하고, 민족의 이익에도 어긋난다.
이런 점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북비핵화”라는 프레임을 탈피하고 말 그대로 “한반도 비핵화”로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회담이 되기를 기대한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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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 사건 5년, 얼마나 달라졌을까?

[복지국가SOCIETY] 국민 14% 달하는 '비수급 빈곤' 문제 해결해야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있었던 게 꼭 5년 전이다. 2014년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엄마 박모(60) 씨와 장녀 김모(35) 씨, 차녀 김모(32) 씨가 번개탄을 이용해 동반 자살했다. 현장에는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 집세와 공과금이 밀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메모도 함께 발견됐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도 자존감을 지키려고 했던 선량하고 정직한 보통 사람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고, 당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비판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더 커진 소득 격차, 왜? 
 
2월 21일, 통계청은 '2018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갈수록 더 커졌고, 지난해 4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61만 원으로 전년도 4분기보다 3.6% 증가했다. 그런데 소득계층별로 살펴보면, 가구 소득 상위 20% 구간의 2018년 4분기 소득은 932만4000원으로 2017년 동기에 비해 10.4% 늘었지만, 놀랍게도 소득 하위 20% 구간은 월 평균 명목 소득이 12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7%나 줄었다. 
 
그 결과,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분위(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47배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4분기 기준으로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참고로 가구 소득 하위 20~40% 구간(2분위)의 2018년 4분기 소득도 4.8% 줄어든 277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소득 하위 40~60% 구간(3분위)은 411만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8% 증가했다. 그리고 소득 상위 20~40% 구간(4분위)은 가구 소득이 557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늘어났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는 근로 소득과 사업 소득의 감소가 꼽힌다. 1분위 가구는 고령·여성·저학력자의 비중이 커서 임시·일용직이나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근로 소득(43만500원)과 사업 소득(20만7300원)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36.8%와 8.6% 감소했다. 경기 둔화로 지난해 4분기에 임시·일용직(-15만1000명)과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8만7000명)가 크게 줄었는데, 그 직격탄을 저소득층이 맞은 탓이다. 실제로 소득 1분위 가구주 가운데 무직인 비중은 55.7%로 전년 동기(43.6%)보다 12.1%포인트나 증가했다. 게다가 1분위의 가구당 취업 인원수는 0.64명으로 전년 동기(0.81명)보다 21%나 줄었다. 고령화도 소득 1분위의 소득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1분위의 평균 나이는 63.4살로 전년 동기의 61.7살보다 1.7살 많아졌다. 1분위에서 가구주가 70살 이상인 가구의 비중이 2017년 4분기 37%에서 지난해 4분기 42%로 5%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7년 현재 4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의 3배를 넘는다.
 

▲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메모. ⓒ서울지방경찰청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율은 17.4%(OECD 평균은 11.8%)이다. 이것은 중위 소득의 50% 이하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여기서 중위 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정렬한 상태에서 딱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에 중위소득의 크기가 형편없이 작은 편이다. 어떤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은 실제로는 절대빈곤에 가까울 정도로 충분히 가난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속하는 가난한 인구가 2017년 현재 전체의 17.4%나 된다.
 
2018년엔 상대 빈곤율이 전년보다 더 커졌을 개연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상대 빈곤자들이 얼마나 복지국가 체제와 공적 사회 보장의 보호와 도움을 받고 있는지다.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핵심적 목표는 격차 사회의 해소이고, 이를 위한 최우선적 과제가 바로 상대 빈곤율을 줄이는 것이다. 주요 선진 복지국가들의 상대 빈곤율이 5∼10% 수준이고 OECD 평균이 11.8%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상대빈곤율 17.4%는 높아도 너무 높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통해 상대빈곤율을 2017년 17.4%에서 2023년 15.5%로 낮추고, 2040년엔 OECD 평균 수준인 11.3%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를 지켜보며 많은 분들은 두 가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나는 왜 격차 사회의 해소를 위한 상대 빈곤 감축 속도가 이렇게 더디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많은 상대 빈곤자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밖에 없을까?  
 
송파 세 모녀는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 생활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빈곤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공공 부조, 즉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들은 소위 '비수급 빈곤층'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대 빈곤자들 중 상당 부분은 절대 빈곤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만이 공공 부조의 제도적 도움을 받고 있다. 사각지대가 구조적으로 너무 크고, 그래서 앞으로도 송파 세 모녀의 비극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방안으로 크게 두 갈래의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공공 부조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의 포괄 범위를 크게 확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와 복지 제도를 유기적·통합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자는 공공 부조를 통해 빈자들을 더 넓게 보호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복지국가의 보편적 사회보장 체제를 통해 경제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을 최소화함으로써 빈자의 비중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이 두 가지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했을까. 돌아볼 필요가 있고 따져봐야 한다.
 
먼저, 공공 부조의 역할 강화부터 따져보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유도할 목적으로 공공 부조 법령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통합 급여 체계를 개별 급여 방식의 맞춤형 급여 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2014년 12월 30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했고, 2015년 7월 1일부터 개정 법률을 시행했다. 그래서 현재는 통합 급여가 아니라 생계·의료·주거·교육·자활·장제·해산 등 총 7종의 개별 급여가 소득 수준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먼저 소득인정액 기준을 보면,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기준 중위 소득의 30% 이하라야 하고,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 44%, 교육급여는 50% 이하라야 한다.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없거나 혹은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에는 법령으로 정한 부양 능력이 없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 수는 2018년 말 기준으로 174만 명(생계 급여 123만 명, 의료 급여 140만 명, 주거 급여 153만 명, 교육 급여 31만 명)이다. 박근혜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기존의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개편한 가장 큰 목적은 급여를 단 하나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맞춤형 급여 개편 전후를 비교해보면, 수급자 수는 2015년 164만 명에서 2018년 174만 명으로 단지 10만 명 정도만 늘었다. 그런데 기준 중위 소득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생계 급여 수급자 수는 2015년 126만 명에서 2018년 123만 명으로 오히려 3만 명이나 줄었다.  
 
결국,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한국의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더 심해졌지만 공공 부조의 역할과 포괄 범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2017년 상대빈곤율 17.4%가 우리나라의 빈곤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담고 있다고 간주해보자. 2018년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74만 명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4%이다. 그렇다면 17.4%에서 3.4%를 뺀 나머지 14%,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상대 빈곤자들은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을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이들은 극심한 민생불안에 시달리며 어렵게 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14% 모두가 비수급 빈곤층으로 공공 부조의 잠재적 포괄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또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최대한 위로 올라가서 자립적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공공 부조 대상자에 당장 포함시키거나 잠재적 포괄 대상으로 간주하고 지원 체계를 갖추어야 할 대상자는 기존의 공공부조 대상자 수만큼은 될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비수급 빈곤층은 2014년 당시 거의 120만 명 수준이었는데 차츰 줄어들어 2018년 현재 89만 명이라고 한다. 2014년 당시 120만 명이라면 전체 인구의 2.4%가 비수급 빈곤층이라는 건데, 상대 빈곤율 17.4%에 견주어 상식적으로 판단해볼 때 이는 과소하게 평가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어찌됐든, 2014년 120만 명이던 비수급 빈곤층(이 숫자가 옳다고 간주한다면)이 2018년엔 89만 명으로 줄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생활이 어려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부터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 장애인이 모두 포함된 경우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그리고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8년 현재 비수급 빈곤층이 89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 장애인(장애인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그리고 수급자 가구에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및 보호종료 아동이 포함된 경우에도 생계 급여와 의료 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또 2019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기초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생계 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 아울러 2022년 1월부터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기초연금 수급자)이 포함된 경우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의 수를 47만 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보편적 사회보장 정책이 중요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던 2014년 거의 120만 명이나 되던 비수급 빈곤층이 현재 89만 명 수준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3일에도 중랑구에 살던 모녀가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가족에겐 기초연금 25만 원 외에 어떤 정부지원금도 없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 사회에 민생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크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달구어진 냄비처럼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다가 금방 식어버린다. 언론도 즉자적이고 피상적인 해법을 요구한다. "왜 그분들을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 발로 뛰고 찾아내서 긴급 복지를 지원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극히 부차적인 해법이다. 당사자가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가 될 의지가 없거나 수급자 낙인을 거부하면 지방 정부가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찾아내더라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최소복지를 제공받는 공공 부조 수급자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구조적 해법을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의 3.4%만 보호하고 있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를 더 확충해야 한다. 상대 빈곤율 17.4%, 절대 빈곤율 5∼8%인 나라에서 3.4%의 빈자만을 보호한다는 건 지나치게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 부조에 지나치게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해법이다.
 
그래서 보편주의 사회보장이 중요하다. 일자리와 소득 및 사회서비스 보장이 유기적·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서 누구에게나 사회보장과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 생활을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민의 적정한 삶, 기본 생활을 잘 보장하려면 일자리 문제나 경제 문제와 함께 보편적 복지를 잘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애초에 빈곤층으로 잘 떨어지지 않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층으로 떨어지게끔 방치해놓고, 이들 중의 일부 극빈자들만을 공공 부조를 통해 보호하려니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게끔 보편적 사회보장이 제도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편적 사회보장의 중요성을 '송파 세 모녀' 사례로 설명해보자. 어머니 박 씨의 남편은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녀는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렸고, 만화가를 꿈꾸었던 차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그런데 두 딸은 신용불량자여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이들 가족의 생계는 식당 일을 하던 엄마 박 씨가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박 씨가 자살 한 달 전에 넘어져 오른쪽 팔을 다치면서 식당 일을 못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 집의 소득은 단절됐다. 두 딸은 소득이 없었으므로 엄마 박 씨가 식당 일을 해서 벌던 월 150만 원이 이 가구의 총 수입이었다. 이 정도의 가구 소득이면 절대 빈곤선을 넘나드는 상대 빈곤 가구에 속한다.
 
만약 송파 세 모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국민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빈곤을 이유로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4대 사회보험이 작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박 씨가 일하던 식당이 산재보험에 가입해 있었을 것이고, 산재보험의 급여로 평소 받던 임금의 약 80% 정도를 수령했을 것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식당들 대부분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녀는 보편적 국민건강보장 제도를 통해 당뇨와 고혈압에 대한 치료와 건강 관리를 제대로 받았어야 했다. 차녀는 만화가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그 기간 동안에는 보편적 복지로 구직 수당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 획기적으로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 및 프리랜서 예술인으로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자영업자의 가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규모를 2018년 1343만 명에서 2023년까지 15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도 2023년까지 특수 형태 근로자 중 건설기계업종(11만 명)과 1인 자영업자(65만 명)로 확대하고 무급가족 종사자도 임의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고, 고용보험에 포함되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가 구조적으로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고용보험이 없어도 공공 부조 대상자로 추락하는 것 대신에 직업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별도의 소득 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부터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하기로 했다. 중위 소득의 60% 이하에 해당하는 근로빈곤층과 청년층(중위 소득의 60~120%)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한 참여자에게 매월 50만 원씩 6개월간 구직 촉진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5년 후 우리가 더 행복해지려면 
 
문재인 정부는 제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 후엔 현재 OECD 28위인 국민행복 수준을 20위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평균적인 행복 수준이 높아지려면 중하위 계층의 행복지수가 향상돼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상대 빈곤율을 낮추고 비수급 빈곤층의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국가의 경제-일자리-복지가 유기적·통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소득(사회보험+사회수당)과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되, 먼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돌봄 경제 분야에 투자를 적극 확대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크게 늘려야 한다. 또 비숙련 노동자들과 고령자들이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범위를 넓히고 생계급여액도 확충해야 한다. 또 어려운 처지에 놓인 빈자들이 비교적 쉽게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수급자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비수급 빈곤층 문제의 갈등적 구조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대신에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는 6개월 또는 1년 이내에 '탈수급'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만, 부정수급에 대한 방지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돼야 공공부조의 제도적 강화가 보다 완전해질 수 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로부터 제도 확충에 대한 정치적 동의를 받기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고용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최대한 없애고 급여 수준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 실직자를 위한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최대한 앞당겨 도입해야 한다. 보건의료와 복지를 포함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보장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는 일자리의 보고이자 동시에 삶의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지출을 줄여준다.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위한 사회 투자이자 동시에 사회 임금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이고 소득계층 간 불평등과 격차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 돈을 많이 써야 하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와 함께 가는 '적극적 복지'의 요체다. 사람에 대한 적극적 투자이자 혁신적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건이다.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적극적 재정 정책이 요구된다.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 즉 복지국가 증세에 대한 적극적인 정치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제주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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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아침햇살14]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허세뿐인 미국의 논리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09:15]  최종편집: ⓒ 자주시보
 
 

1. 북한은 북미협상을 깰 수 없다?

 

지난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국가 중 하나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 “북한은 경제대국이 될 기회가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한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대편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경제대국으로 될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번영하려면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핵을 폐기하라는 논리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준 동영상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한미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해 경제총집중 노선을 선포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이어가야 하고 그래서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결코 협상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북한이 핵시험, 미사일 발사를 안 하고 있는 지금 상태가 좋다’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아도 북한은 어차피 협상판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 즉 대북제재 해제 없이 경제 번영은 없다는 논리가 틀렸다면 북한이 협상을 못 깰 것이라는 전망도 틀리게 된다. 

 

2. 대북제재 유지하면 북한은 번영할 수 없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북한은 대북제재 아래에서 경제번영을 실현할 수 없을까?

 

일단 경제번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자.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자립경제노선을 밝혔다. 올해만 특별히 강조한 게 아니라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자력갱생노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북한이 경제건설을 위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주장과 상반된다. 

 

북한은 ‘경제건설을 위해 외자유치를 해야 한다,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 점은 중국, 베트남과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경제제재와 무관하게 오로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첫째, 북한은 역사적으로 자력갱생을 통해 승리해왔다. 

 

북한의 역사적 뿌리는 항일무장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동아시아를 재패하겠다며 기세등등한 일본에 맞서 전쟁을 선포한 항일유격대를 두고 일본군을 이기기는커녕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이기고 생존이나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있었다. 특히 일본이 유격대를 뿌리 뽑는다며 유격근거지를 원천봉쇄하고, 집단부락을 설치해 지역 주민과 유격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유격대는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그러나 밀림 속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유격대는 자체 힘으로 폭탄을 만들고 대포까지 만들어 일본군을 놀라게 하였고 끝내 일본군을 소탕하고 한반도의 38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았다. 당시 유격대 내에서는 소련의 무기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서 하나하나 재료를 찾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어이 화약을 만들고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 폭탄을 연길폭탄이라 불렀는데 기록에 따르면 일본군도 연길폭탄이라면 두려워했다고 한다. 

 

▲ 1930년대 이후 새 사조를 받아들인 젊은 조선인 반일,항일독립운동가들은 자체로 폭탄을 만들어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과의 전투에서 사용을 하였다. 연길폭탄 또는 연길작탄이라고 불리우던 자체 제작한 폭탄은 적들과의 전투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 이는 당시 항일혁명투사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은 사변이라고 볼 수 있다. 참으로 현명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조상들이다.     ©이용섭 역사연구가

 

이처럼 자력갱생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은 북한은 이후 한국전쟁에서도 미국과 비교도 안 되는 경제력 차이, 군사력 차이를 이겨냈다. 북한은 전후복구도 빠른 시일에 완료했고 70~80년대에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 자체의 힘이 기본이었다. 오히려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대국들은 북한에게 자신들의 노선을 강요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약속한 지원을 철회하는 등 방해가 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제재와 봉쇄가 극에 달했고 중국, 러시아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교역도 모두 끊겼다. 하지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였다. 

 

지금 북한 경제는 확연한 상승기의 한복판에 있다. 단순한 상승기가 아니라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세계가 인정한다. 2017년 7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대북 제재에도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 3.9%로 17년만에 최고」는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1.1% 포인트나 추월했다고 전했다. 또 김기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은 2018년 9월 11일 오마이뉴스 기사 「최대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 경제 잘 굴러간다」에서 한국은행 등의 북한 통계는 신뢰성이 낮으며 여러 자료를 분석해보면 중화학공업, 건설, 경공업, 유통 등 경제 전반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마트(the Diplomat)는 2018년 10월 16일 칼럼 「제재 속에서 북한 경제가 실제 성장할 수 있나?」에서 북한이 2017년에 3.7%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는 리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교도통신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해도 북한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애초에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으로 탄생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잘 성장하던 북한 경제가 앞으로 제재를 지속한다고 해서 갑자기 흐름이 바뀔 근거는 없다. 아마 북미관계가 정체돼도 북한 경제의 상승기는 계속될 것이다. 

 

둘째, 북한은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선포했다.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의 발전적 변화인 셈인데 국방을 핵무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재래식 국방력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축소한 만큼 경제건설로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게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총집중 노선으로 발전적 변화를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 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 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지난해 성과를 평가했다. 또 올해 군수공업부문 과제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 금성뜨락또르공장.     ©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을 더해 더욱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한다. 그런데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는 게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먼저 국방과학기술이 민간 산업에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컴퓨터, 인터넷, GPS 기술도 모두 처음에는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국방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예상치 못한 폭발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북한에 어떤 군사기술이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민간에 도입될 때 얼마만큼의 파급력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수 인력이 민간경제에 투입되는 효과가 있다.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북한의 최고 인재들과 최고 수준의 대학을 졸업할 우수한 인재들 다수가 경제개발에 투입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12월 22일 발표한 ‘2016 세계 군비지출 무기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간 구매력 평가(PPP)기준 GDP의 평균 23.3%를 국방비로 썼다고 한다. 이는 국가 전체 살림살이의 거의 4분의 1을 군사비에 쓴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 상황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미국이 추정한 북한의 GDP나 국방비가 정확한 값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방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처럼 높은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렸을 때 경제 성장 속도를 매우 높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끝으로 군수산업시설의 일부가 민수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의 전문군수공장이 44개, 인민무력성 소속의 일반군수공장이 136개 등 180개의 군수공장이 있으며 미확인된 군수공장까지 포함하면 3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공장 가운데 탱크 만들던 공장이 트랙터를 만들고, 군복 만들던 공장이 작업복을 만드는 식으로 전환이 된다면 민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런 전환은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총집중노선에 따라 국방경제의 일부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면 할수록 북한 경제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셋째, 대북제재가 유지돼도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재논의해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착수한 만큼 당연한 요구지만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의 처지도 한 몫 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는 끝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에 나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침햇살4]2019년 북한 신년사에 병진노선이 등장할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함께 대북제재의 주요 요소를 이루는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는 미국의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기에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점차 무력해질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뿐 아니라 대 이란 제재, 대 러시아 제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들이 갈수록 세계 여러 나라의 항의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6월 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맞서 EU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재 무력화 규정을 업데이트해 발동했다.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 강화는 북한의 경제성장에도 일정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은 최첨단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동력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은 최첨단 기술개발에서 나온다. 최근 세계 각국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부흥,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차원 프린팅, 나노기술, 양자암호 등이다. 

 

2009년 8월 11일 노동신문 정론 「첨단을 돌파하라」가 발표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최첨단 돌파전’ 열풍이 불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보기술과 나노기술, 생물공학기술을 핵심기초기술로 꼽고 국가적 투자를 집중하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르면서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의 첨단과학기술 성과들이 독자적 노력, 즉 자력갱생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자력갱생을 통한 북한의 최첨단 돌파전은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며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여러 요소들을 살펴볼 때 북한은 경제제재 아래에서도 부강국가 건설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3. 대북제재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번영을 막을 수 없다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부분만 살펴보자. 일단 미국의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악영향을 미칠까? 미국이 자국의 경제 피해를 감수하며 70년 넘게 대북제재를 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 상태에서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왜 미래 가치를 보는가. 자본주의에선 원래 현재 물질화된 가치뿐 아니라 미래 가치도 현재 경제력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지금은 안 보이는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 당장 석유 한 방울 시추하지도 않았음에도 유가가 들썩이고 그 나라 경제에 외부 투자가 줄을 잇는다. 사실 경제 성장의 측면에서는 미래 가치가 더 큰 영역을 차지할 수도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계속하면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기회가 사라진다. 북한의 미래 가치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현 양상을 볼 때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 최근에도 거물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국 자본가들의 대북 투자 의향은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제자본의 대북투자는 북한의 경제개방이 아니라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국제자본이 왜 투자하나. 그만큼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자를 막는 것은 분명 미국에게 손해다. 만약 미국이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고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무너뜨리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일까? 즉, 미국이 북한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남·북·중·러 경제협력을 추구한다. 이런 경제협력을 통해 동북아 공리·공영을 이루려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집한다면 한·미·일은 북·중·러 경제협력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북·중·러 경제협력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우수한 노동력, 낮은 임금, 국가 핵무력이 보장하는 평화적 환경,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첨단기술 등은 북한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여기서 잠깐 북한의 낮은 임금을 ‘노동 착취’로 바라보는 견해에 대해 짚어보자.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북한 노동자 임금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보다도 낮다. 예전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찾아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노동자 임금이 많이 올라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화가 많이 돼서 노동자들도 자기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 한 달이나 지속되는 중국 춘절 기간이 끝나면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을 찾아 떠나버려 연락도 없이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베트남보다 임금이 낮은데도 노동자들의 직장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노동자들은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배치’ 개념으로 기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을 받아 지정된 일을 하니 마치 전 국민이 공무원인 셈이다. 북한의 튼튼한 사회주의 복지제도에 의해 완성된 사회안전망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임금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고 국가로부터 생활비를 받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은 개성공단 기업주들에 의해 분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의 저임금은 ‘노동 착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아무튼 북한이 이런 경쟁력을 가지고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하면 지역 경제번영은 물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의 동북3성은 인구 1억910만 명에 달해 대규모 시장이 될 수 있으며 막강한 중국 자본, 5G 기술에서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린 화웨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력 등은 중국의 강점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역시 막대한 양의 시베리아 천연가스, 연간 어획고 220만 톤을 자랑하는 수산자원과 함께 최근 공개된 최첨단 무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기술력까지 더해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 러시아 모두 극동지역 개발전략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북·중·러 모두 미개척 영역이 더 많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수하면 한국은 이런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소외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러시아가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되지 않아도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해 물류 운송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동북아 경제협력은 세계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만약 미국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특성 상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자본은 도태하고 몰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몰락과는 반대로 북한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자력갱생을 통해 성장하고, 동북아 지역도 번영하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경제 영역에서 북·미는 누가 갑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경제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미국이 갑, 북한이 을이라는 소리다. 반면 북한의 논리는 대북제재를 하든 말든 자력갱생으로 경제부흥을 이루고 자국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와 협력해 공영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북아 경제협력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북한이 갑, 미국이 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논리보다 북한의 논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할 때가 아니라 과거를 덮고 경제협력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처지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얼마나 허세인지가 분명해진다. 

 

일반적인 국제관례와 인류 역사를 고찰해보면 핵무력에서 우위에 선 북한이 미국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동북아 지역의 미군을 모두 철수하고 대북제재 등으로 그간 북한에 끼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게 받은 막대한 피해도 배상 요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였기에 요구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하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원래 전쟁이 끝나면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문제를 꺼내지 않고 있다. 공존·공리·공영의 입장에서 미국 자본에게도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라면 이 기회를 덥석 잡으면 된다. 자기 처지가 ‘을’인 줄도 모르고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하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이다. 70년 넘는 대결에서 무수히 반복한 패배를 다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감안하면 아무리 봐도 미국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이 글은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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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

수보회의 주재, “신한반도 체제 주도적 준비하겠다”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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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5  16: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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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제공 - 청와대]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우리는 지금 식민과 전쟁, 분단과 냉전으로 고통 받던 시간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하는 시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손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을 눈앞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2시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와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한다는 내용”이라며 “이 신한반도 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3.1절 연설문에서도 더 구체화돼서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으로부터 100년의 역사가 흘렀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냉전질서에 묶여있는 현실을 넘어서서 ‘신한반도 체제’를 구축함으로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겠다는 역사적 맥락을 담은 발언으로 평가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기 목소리를 확실하게 낸 셈이다.

참고로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되자 송민순 당시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늘 우리에게 만들어진,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앞으로 우리를 위한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북핵 외교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대담한 결단과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대북 외교를 직접 이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에 성공한다면 세계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핵 대신 경제 발전을 선택하여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두 정상을 성원하며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과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하고,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면서 “남북 사이의 철도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가 개방 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대북제재로 주변국들의 손발을 묶어둔 미국이 북한 경제를 선점해 정작 대북제재가 해제되더라도 한국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마음으로 회담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면서도 “힘들게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모두가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우리에게 다가온 기회를 붙잡는 데 전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는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하고 주요 비서관들이 배석했다.

한편, 김의겸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 그것은 알 수가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고, 북미 종전선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2차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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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 여기에 사람이 산다

[어서 오너라, 벗고 놀자 ②] 미국 임페리얼 카운티 슬랩시티 온천

19.02.26 08:16l최종 업데이트 19.02.26 08:16l

 

마그마 수증기 덕에 자연온천이 발달한 미국 캘리포니아.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신성시하고, 백인들은 호텔과 리조트를 세운 이곳의 역사를 전현직 기자인 우세린 작가 부부가 충주 유순상 작가의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편집자말]
 왼쪽 멀리 슬랩 시티 지역 예술가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트럭이 있고 오른쪽에는 방문객들 차량이 주차돼 있다.
왼쪽 멀리 슬랩 시티 지역 예술가들이 판매하는 기념품 트럭이 있고 오른쪽에는 방문객들 차량이 주차돼 있다.ⓒ 우세린
 
존재하나 기록되지 않은 곳이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남부 슬랩 시티(Slab City)다. 슬랩(Slab)은 흔히 아버지 세대가 말하던 회색 단열재인 '슬라브'와 같은 단어로, 다시 말해 이곳은 판자촌을 뜻한다. 빈자들의 공동체, 그들의 무료 노천 목욕탕인 슬랩 시티 온천(Slab City Hot Springs)을 찾아갔다.
 
슬랩 시티 온천은 행정구역 상 임페리얼 카운티 닐랜드(Niland)에 있으며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에 자리하고 있다. LA에서 남쪽 309km 지점으로 111번 하이웨이를 달리다 비포장 길인 빌 로드(Beal Rd)로 접어들면 나온다. 길가에 별다른 안내판이 없어 외지인들은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지역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기념품 판매 트럭 뒤쪽에 있으니 구글 지도를 '굳게' 믿자.
 
 사막에서 자라는 키 작은 덤불을 사이에 두고 레저차와 폐차가 세워져 있다. 히피들은 이런 차량들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고물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든다.
사막에서 자라는 키 작은 덤불을 사이에 두고 레저차와 폐차가 세워져 있다. 히피들은 이런 차량들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고 고물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든다.ⓒ 우세린
 판자로 지어진 기하학적 집. 사막지대라 여름에도 그늘만 만들면 꽤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판자로 지어진 기하학적 집. 사막지대라 여름에도 그늘만 만들면 꽤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우세린
 
이곳은 공식적으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명의 도시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10월, 미 해군이 북아프리카 공격을 위한 대공 포탄 훈련지 캠프 던랩(면적 2.6㎢)을 세운 뒤 1961년 부대를 철수하면서 폐허로 남아 있던 공간이다. 그 전후로 LA와 샌디에이고 등 미 전역에서 노숙자와 히피들이 몰려와 텅 빈 탄약고와 무기고, 목욕탕 건물을 점거해 살고 있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300여 명이 거주하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온 장기 여행자들이 더해져 인구가 10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카운티로서는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이곳이 골칫거리라 공식적인 행정구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전기∙수도 시설이 없다. 쓰레기를 버릴 곳이나 더러운 물이 흘러가야 할 하수시설도 없다. 그 대신 군부대 맨홀과 각종 물탱크만이 고대 화석처럼 곳곳에 남아 있다.
 
마지막 자유의 땅에서 보내온 우편물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자 사막에 레저 차량이 듬성듬성 모여 있다. 어떤 이들은 고급 레저 차량 앞에 파라솔을 쳤고, 어떤 이들은 낡은 레저 차량 지붕에 판자를 덧대 햇볕 가리개를 만들었다. 버려진 레저 차량 상판을 모래에 박아 놓고 낡아 부서진 벽에는 두꺼운 종이 박스로 막아 둔 집, 인근 태양광 발전소 기자재를 나르던 지게차용 팰릿을 붙여 만든 누더기 집, 노아의 방주를 뒤집어 놓은 듯한 기하학적인 판자 집도 있다.
 
영화 <디스트릭트9>에 등장하는 세기말 모습이나 영화 <판의 미로> 속 어둡고 괴상한 아우라가 풍기는 키치적 공간이다. 산악 전문작가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이자 동명의 영화 <인투더와일드>(In To The Wild)에도 등장하는 곳으로 주인공 크리스토퍼 매캔들리스가 알래스카로 가 변사체로 발견되기 전 이곳에서 10대 소녀와 짧은 사랑을 나눴다.
 
이곳은 히피들의 예술 공간이기도 하다. 눈길을 먼저 붙잡는 것은 길 따라 버려진 군부대 검문소다. 히피들은 검문소에 색색깔 래커 스프레이로 다양한 메시지와 그림을 그렸다. 슬랩 시티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THE LAST FREE PLACE, ALMOST THERE'(마지막 자유의 땅, 곧 도착). 인생은 한번뿐(You only live once)이란 뜻의 'YOLO'(욜로), 외설적이란 뜻의 단어 'LEWD'를 써놓았다.
 
 슬랩시티를 걷다 만난 집. 대문과 안마당에 빨간색 하트 문양을 곳곳에 그려놓았다. 집을 지나자 주인장이 초콜릿을 먹고 가라고 우리 부부를 불렀다.
슬랩시티를 걷다 만난 집. 대문과 안마당에 빨간색 하트 문양을 곳곳에 그려놓았다. 집을 지나자 주인장이 초콜릿을 먹고 가라고 우리 부부를 불렀다.ⓒ 유순상
 
사막에 버려진 폐차에는 선풍기 날개 수십 개를 붙여 우주 로봇 괴물처럼 표현했고, 어떤 차에는 크레파스풍 원색을 칠해 레고 장난감처럼 만들었다. 마을 안 '버려진 곰 인형의 집'은 해가 지는 흐름에 따라 인형의 표정과 분위기가 바뀐다. 반려동물 공동묘지는 섬뜩하면서 가엾다. 마을이 마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흐물거리는 시계 같다.
 
이곳이 세상에 점차 알려지자 장기여행자와 이 문화를 체험하려는 속칭 '슬래버(Slabber)'가 찾아왔다. 종말을 대비해 생존 훈련을 하는 서바이벌리스트(Survivalist)와 무정부주의자, 각종 예술가 등 괴짜들이 모였다. 작가 찰리 해일리는 자신의 책 <슬랩 시티, 마지막 자유의 땅에서 보내온 우편물>(SLAB CITY, DISPATCHES FROM THE LAST FREE PLACE)에서 1985년 기준 겨울철 주민 수가 6천 명이었다고 기록했다.
 
주민끼리 논쟁거리가 발생하면 마을 이사회가 열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간혹 신분을 속이고 숨어 있는 도망자도 있다. 2016년 4월 뉴멕시코 주에서 여성을 목 졸라 죽인 40대 남성이 이곳에 은신해 있다가 석 달 뒤 또 다른 여성을 이 마을에서 총격 살해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유격훈련장 참호를 떠올리게 하는 온천
 
테니스 코트 크기의 온천은 진흙이 굳은 듯한 윤기 없는 거친 땅에 덜렁 있었다. 공사장 기초 작업을 위해 파놓은 대형 구덩이에 장맛비가 고인 모양새다. 온천 둘레도 콘크리트나 돌로 깔끔하게 마감이 돼 있지 않아 군부대 참호 같다.
 
 군부대 참호 같은 슬랩 시티 온천. 겉보기에는 지저분했지만 눈 딱 감고 입수하면 제법 후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군부대 참호 같은 슬랩 시티 온천. 겉보기에는 지저분했지만 눈 딱 감고 입수하면 제법 후끈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유순상
 깊은 곳은 2m가 훨씬 넘을 듯한 온천.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질 수 있으니 위험한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깊은 곳은 2m가 훨씬 넘을 듯한 온천.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질 수 있으니 위험한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다. ⓒ 우세린
 
물은 시멘트를 풀어 놓은 듯 짙은 잿빛이다. 유황이 흘러 계란 썩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온천 가장자리에는 수초가 동전 만한 크기로 뭉쳐 있고 날벌레가 여기저기 빠져 죽어 있다. 이것을 온천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뜨거운 물 웅덩이라고 해야 하나 망설여졌다. 마침 발가벗고 목욕을 하던 10대 후반 소녀도 아버지의 빛 바랜 하늘색 승용차를 타고 사막으로 사라졌다.
 
여긴 아니다 싶어 물에 손만 담그고 있는데 어디선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금발 백인 여성이 하얀색 호텔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이름은 안드레아. 그녀는 온천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대뜸 "이곳에서는 원하는 사람은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해도 돼, 나는 벗고 목욕할 거야"라고 말하더니 가운을 벗어 던지고 물에 들어갔다. 순간 눈을 어디 둬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 남편도 따라 입수. 온도는 36도로 제법 후끈했다. 더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 물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유황 성분이라 물이 탁할 뿐 물 속까지 더럽지는 않았다. 온천 바닥에서 온천수가 보글거리며 계속 솟구쳐 작은 수로로 흘렀다. 수심 깊은 곳은 2m가 넘었다. 바닥이 진흙이라 미끄러지면 위험할 수 있다.
 
 온천 바닥에 있는 진흙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해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온천 바닥에 있는 진흙을 피부에 바르면 좋다고 해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우세린
 
안드레아는 자신을 사회학자라고 소개했다. 대학을 다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이곳을 알게 됐고 6년 전에는 완전히 이주를 했단다. 하는 일은 굶주린 개에게 먹이를 주고 다친 개를 치료하는 것. 물론 그도 채소 한 포기 기를 수 없는 사막에서 자급자족을 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샌디에이고로 나가 돈을 벌고 지인들에게 개 사료 등을 기부받아 돌아온다.
 
"내가 거의 수의사나 마찬가지야. 이 마을 사람들은 다들 가난해서 개들에게 먹이를 줄 형편이 안 돼. 내가 사료를 주고 치료도 해주고 있어."
 
슬랩 시티 온천은 수돗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이곳에서 안드레아와 같은 가난한 독지가나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지역 예술가, 높은 집값에 허덕이다 해방구를 찾아온 노숙인들에게 안식처다. 누구도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비싼 차, 명품 옷을 입고 와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함께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 몸에 숨겨두었던 작은 상처까지 드러낸다. 시인 유하의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처럼 이곳 온천은 허위를 씻어낸다.
 
"세상을 떠돌다 돌아온 옷들에게 나는 많은 걸 배운답니다. 그들에겐 새 옷이 지닌 오만과 편견이 없지요. 더러움의 끝에서 다시 순백의 빛을 보았으니까요."
 
안드레아는 온천을 떠나기 전, 아침 9시에 5달러짜리 샌드위치를 파는 오아시스 카페, 정크아트로 유명한 이스트 지저스(East Jesus) 등 마을 명소를 알려줬다. 그는 또 "매주 토요일 해가 지면 슬랩 시티 나이트클럽인 더 레인지(The Range)에서 밴드 공연이 있다"며 "오픈 마이크로 왜 자기가 이곳에 왔는지 등 사는이야기도 공유한다"고 추천했다. 그날이 토요일이었다.
 
세상을 걷어찬 자들의 연대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 레오나드 나이트가 28년 동안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어 만들었다.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 레오나드 나이트가 28년 동안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어 만들었다.ⓒ 유순상
      
우리는 온천 욕을 끝내고 1.1㎞ 떨어진 구원의 산, '샐베이션 마운틴(Salvation Mountain)'을 찾아갔다. 샐베이션 마운틴은 미 동부 버몬트 주 출신의 레오나드 나이트가 36살에 종교에 심취해 이곳으로 온 뒤 종교 기념물로 만든 페인트 언덕이다. 처음에는 시멘트로 작은 기념물을 만들었는데 점차 커져 높이 46m짜리 대형 그림 언덕이 된 것이다.

투입된 시간만 28년, 쏟아 부은 페인트가 37만 리터다. 그는 청년 시절 한국전쟁에 징집돼 한국 땅도 밟았지만 열흘 만에 휴전이 되면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거대 페인트 산에는 빨강색과 분홍색, 연두색 등 원색 페인트로 나무와 계곡, 각종 기호들이 그려져 있다. 정상에는 하얀 십자가가 2~3m 크기로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신은 사랑입니다(GOD IS LOVE)'라는 문구가 부조로 만들어져 있다.  

또 아래에는 '예수여, 나는 죄인입니다, 제발 나에게 와 마음속으로 들어와 주세요'(Say JESUS I'M A SINNER PLEASE COME UPON MY BODY AND INTO MY HEART)라는 메시지가 같은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이밖에 다양한 성경 구절이 여기저기 적혀 있다.
 
사실 임페리얼 카운티로서는 이곳이 눈엣가시였다. 세금도 안 내는 불온한 자들이 정부 땅을 불법 점거해 개발을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종교 시설물이라 쉽게 부수지도 못했다. 카운티가 세운 전략은 환경 문제를 제기해 철거하는 것. 카운티는 1994년 독소 전문가를 고용해 주변 환경 조사를 했다. 결과는 납 성분 환경 기준치 초과. 카운티는 바로 철거 수순에 들어갔다.
 
 샐베이션 마운틴 주변에는 폐차 등을 이용한 정크 아트가 많이 배치돼 있다. 성경 구절이 많이 적혀 있다. 사진작가와 종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샐베이션 마운틴 주변에는 폐차 등을 이용한 정크 아트가 많이 배치돼 있다. 성경 구절이 많이 적혀 있다. 사진작가와 종교인들이 많이 찾는다.ⓒ 우세린
 현재는 동명의 비영리단체인 ‘샐베이션 마운틴’이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으며 보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동명의 비영리단체인 ‘샐베이션 마운틴’이 고무 페인트를 쏟아 부으며 보수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세린
 
주민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역 예술가와 종교인이 연대해 여론전을 벌이며 타 지역 민간단체에 환경조사를 다시 의뢰했다. 다행히 납 성분이 환경 기준치 미만으로 나왔다. 수성전에 성공. 나이트는 이후에도 이곳에 머물며 여러 작품을 만들다 2014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샐베이션 마운틴이라는 같은 이름의 시민단체가 유지보수작업을 한다.
 
샐베이션 마운틴 바로 아래 판잣집에 살고 있는 활동가 론은 "오전 10시쯤 사람들과 모여 보수작업을 한다"며 "여기를 더 크게 만들 수는 없고 매일 무너진 곳에 지푸라기를 짚어 넣고 페인트를 채운다"고 했다. 론은 샐베이션 마운틴을 오르는 방문객에게 종종 고함을 친다. "그쪽은 올라가는 길이 아니에요! 언덕에 앉아 있으면 안 돼요! 페인트가 다 무너져요!" 론이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차에서 내려 마을을 둘러 다니다 보니 하늘이 금세 어스름해졌다. 햄버거도 사먹을 겸 안드레아가 추천한 나이트클럽 '더 레인지'에 갔다. 늙은 기타리스트가 기타 줄을 튕기고 한 중년 여성은 하모니카에, 또 다른 남성은 탬버린을 친다. 노래는 슬랩 시티 주민인 마이크 브라이트가 만든 '슬랩 시티 송'(Slab City Song). 그들은 빠른 템포의 연주에 맞춰 "우리는 여기가 좋아,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야"(We like it here and we ain't going back)라고 함께 불렀다.
 
노인 20명이 긴 의자에 앉아 음악과 밤공기를 즐기고 머리카락을 땋아 내려 드레드 머리를 한 청년들은 뒤편 의자에 앉아 마리화나 파이프에 불을 붙인다. 조끼 차림의 정체 모를 중년 남성들은 오른쪽 허리띠에 장도를 차고 공연을 지켜본다. 목줄 풀린 개들은 청중 사이를 마구 뛰어다니고 무대에 올라가 나른한 기지개를 켠다.
 
 공연장이자 마을의 유일한 나이트 클럽인 레인저. 햄버거를 팔며 술은 외부에서 사서 가져와야 한다.
공연장이자 마을의 유일한 나이트 클럽인 레인저. 햄버거를 팔며 술은 외부에서 사서 가져와야 한다.ⓒ 우세린
 
두 번째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한 여성이 올라와 드럼 스틱을 들었다. 주변에서 그의 이름을 외친다. "안드레아! 안드레아!" 낯익은 이름. 낮에 온천에서 같이 목욕한 금발 여성이었다. 안드레아의 드럼 실력이 출중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은 그녀에게 환호를 보냈다.

읊조리듯 부르는 가수의 노랫말은 고요한 사막에 퍼지고 어느새 어둠의 커튼이 발 밑까지 내려왔다. 내 옆에 앉아 크고 동그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동네 개는 결국 내 햄버거를 차지했다. 객석도 어느새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세상에 낙오된 걸까, 아니면 스스로 세상을 걷어차 버린 걸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단비뉴스'와 브런치(brunch.co.kr/@name0904) 등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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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상회담, 미국은 타협하고, 조선은 승리한다

[개벽예감 336] 하노이 정상회담, 미국은 타협하고, 조선은 승리한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2/25 [08: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

2. ‘명예로운 퇴각’ 위해 불가피한 미국의 핵동결 

3. 조선이 미국의 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이유

4. 위험한 측근의 한국방문 중단시킨 트럼프

 

 

1.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

 

미국은 태평양을 자국의 내해처럼 여긴다. 미국에게 있어서 태평양을 지배하는 문제는 그 나라의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핵심문제다. 지난 20세기 중반에 미국은 태평양지배권을 장악, 유지하기 위해 격렬한 전면전을 두 차례나 벌였다. 그 전쟁은 1941년 12월 7일부터 1945년 9월 2일까지 3년 8개월 동안 지속된 태평양전쟁과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1개월 동안 지속된 6.25전쟁이다.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이 싸운 전쟁이므로, 미일전쟁이라고 해야 자연스럽지만, 미국은 교전관계를 표상하는 미일전쟁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교전지역을 표상하는 태평양전쟁이라고 부른다. 이것만 봐도, 미국이 태평양지배권에 대해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6.25전쟁은 미국이 북의 남침으로부터 남을 지켜주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고 널리 선전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미국은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6.25전쟁을 벌인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태평양지배권을 틀어쥐려면, 그 지배권을 지켜줄 강력한 무력을 태평양에 전진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전진배치지역으로 선택한 나라가 일본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일안보동맹이야말로 미국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지켜주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보루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보면, 미국이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일본렬도 바로 옆에 한반도가 있다. 한반도와 일본렬도 사이의 지리전략적 환경이 우리 민족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였던 간빙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와 일본렬도는 대륙에 함께 붙어있었다. 간빙기에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렬도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갈라졌지만, 가장 가까운 곳은 폭이 약 200km밖에 되지 않는 비좁은 해협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렬도만 장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으므로, 일본렬도와 지리전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반도까지 장악해야 한다. 미국군이 사용하는 작전지도에서 한반도와 일본렬도는 단일작전구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장악, 지배하려는 미국의 악랄하고 음흉한 책동은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우리 민족을 무참히 희생시켜온 것이 바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1953년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전쟁 전에 북측 지역이었던 북위 38도선 동부전선 어느 지역을 점령한 미국군 병사들이 표지판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장악, 지배하려는 미국의 악랄하고 음흉한 책동은 한반도를 분할점령하고 분단체제를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우리 민족을 무참히 희생시켜온 것이 바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왕건이 고려를 건국한 이후 오늘까지 1,000년 이상 장구한 세월 동안 통일국가 안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을 두 국가로 영구히 분렬시키려는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반대, 배격하지 않으면, 8천만 우리 겨레는 자주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두고 우리 민족이 한 치도 타협해서는 안 되는 까닭, 오로지 그 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제국주의국가가 약소국을 무력으로 강점, 지배하였던 역사적 사실들이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은 어떤 정상적 외교관계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두 가지 강력한 수단에 의해서만 수행되는데, 그 두 가지 수단이 바로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이다. 

 

여기서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가리켜 두 가지 수단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서로 분리될 수 없을 만큼 군사전략적으로 결합되었으므로 사실상 일체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한미국군이 철수하면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도 당연히 철거되는 것이고,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이 철거되면 주한미국군도 당연히 철수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 가지 명백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8천만 우리 겨레는 자기의 자주적 발전을 위하여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지난 70년 역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의 역대 친미정부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맹종하였고, 오늘의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역대 친미정부들과 똑같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맹종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하였고, 오늘도 여전히 그러하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전면적으로 반대, 배격해왔지만, 그 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강력한 철거수단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선이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철거수단은 핵무력밖에 없다. 핵무력에 맞서는 힘은 핵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조선의 핵과학자들을 이끌고 핵무기개발사업을 추진하였다. 조선이 40여 년 동안 걸어온 핵무기개발사업의 기나긴 노정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없애버릴 철거수단을 자력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간고분투의 길이었다.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틀어쥔 미국은 조선이 그런 강력한 철거수단을 갖지 못하도록 온갖 횡포한 방해와 제재와 압박을 총동원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한때는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검토하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진척되어온 조선의 핵무기개발사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가장 중대한 유업으로 계승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력적인 지도 밑에 조선의 핵과학자들은 폭발력이 핵탄두에 비할 바 없이 더 강한 수소탄두를 만들어냈고,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적 같은 사변들이 2017년에 줄이어 일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가장 중대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국가핵무력을 5년 만에 완성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선의 국가핵무력이 마침내 완성되었음을 세계만방에 선포하였다. 

 

위에 서술한 내용을 이해하면, 조선이 국가적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 보유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조선은 핵무력을 갖지 못했던 지난 시기에 재래식 무력만 가지고서도 국가안보를 능히 수호할 수 있었지만, 재래식 무력만으로는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수행하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분단고착화정책을 파탄시키기 위해 핵무력을 보유한 것이다.     

 

 

2. ‘명예로운 퇴각’ 위해 불가피한 미국의 핵동결 

 

조선이 2017년에 완성한 국가핵무력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를 전면적으로 위협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였다. 태평양만이 아니라 미국 본토 전역이 조선의 핵타격권 안으로 들어갔다.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여 미국의 면상을 호되게 후려갈긴 셈이다. 이러한 국가안보상황의 격변 속에서 미국은 자기의 태평양지배체제를 지키는 지역안보문제를 넘어서, 미국 본토 전역을 지켜야 하는 심각하고 긴급한 국가안보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가 직면한 심각하고 긴급한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과 불가피하게 타협을 해야 하였다. 무슨 타협인가? 미국이 어떻게 하면 ‘제국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한반도에서 물러갈 수 있는가 하는 이른바 ‘명예로운 퇴각(Retreat with Honor)’에 관한 타협이다. 

 

여기서 말하는 ‘명예로운 퇴각’은 조선의 완성된 국가핵무력에게 짓눌린 미국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한다는 뜻이다.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하는 미국은 그런 치욕적인 퇴각을 ‘명예로운 퇴각’으로 미화, 분식하여 ‘제국의 체면’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선택하려면 조선과 일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며칠 뒤 윁남사회주의공화국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위해 조선과 타협하는 중요한 기회로 될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윁남정부가 하노이 시내 곳곳에 설치한 환영간판이다. 환영간판에는 조선국기와 미국국기가 형상되어 있고, 그 오른쪽에 국제공용어로 "조선-미국 하노이 정상회담 비엣남"이라고 쓴 글자가 형상되었다. 조선의 우호국인 윁남사회주의공화국에서는 미국-조선이 아니라 조선-미국이라고 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하노이에서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기회에 윁남을 공식방문하게 된다. 며칠 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미국은 '제국의 체면'을 유지해주는 '명예로운 퇴각'을 위해 조선과 타협하게 될 것이고, 하노이에서 조선-윁남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조선과 윁남의 친선우호관계는 더욱 발전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치욕적인 퇴각을 ‘명예로운 퇴각’으로 미화, 분식하여 ‘제국의 체면’을 유지하려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조선의 핵동결이라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을 꿰뚫어보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가 조선의 핵동결을 요구하기도 전에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핵동결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하면서, 미국이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9년 2월 21일 이름을 밝히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외신기자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진행한 회견에서 조선의 핵동결이 하노이 정상회담의 주요의제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그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 사실만 언급하였을 뿐,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언론의 초점을 흐려놓곤 한다. 

 

그런데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언론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는 미국의 상응조치가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연락사무소 설치가 조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 가운데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조선의 핵동결에 상응하여 연락사무소를 두 나라 수도에 각각 설치하는 것은 등가교환이 아니라 부등가교환이다. 왜냐하면 연락사무소 설치는 국가안보문제가 아니라 관계개선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선은 핵동결이라는 국가안보문제를 해결하려는 판인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여 관계개선문제만 해결하려는 것은 명백한 부등가교환이므로 조선과 미국의 대등한 협상에서는 그런 부등가교환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미국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결방안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조선이 핵동결을 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도 핵동결을 해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다. 조선의 핵동결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이라면, 미국의 핵동결은 한반도를 위협하는 핵우산을 철거하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핵우산이 철거되면 그에 따라 주한미국군도 철수해야 하므로 미국의 핵동결은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의 철거를 뜻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핵동결을 약속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핵동결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명예로운 퇴각’이다. 

 

1973년 1월 23일 국정연설에 출연한 당시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나흘 뒤 프랑스 빠리에서 체결될 윁남전쟁 종전합의를 가리켜 ‘명예로운 평화(Peace with Honor)’라고 하였다. 윁남을 남북으로 분할점령하고 북침전쟁에 광분하던 미국군은 1973년 3월 29일에 철수하였으므로, 닉슨이 말한 ‘명예로운 평화’는 ‘명예로운 퇴각’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46년이 지난 오늘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의 대선배격인 닉슨의 뒤를 따라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명예로운 퇴각’을 명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석상에서는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진지하게 여러 차례 거론했으면서도, 기자회견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발언하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2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에 며칠 뒤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논의할 것인가고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협상탁자 위에 올려있는 것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은 무슨 뜻인가?

 

철군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서 철군반대여론을 퍼뜨리는 호기로 삼았다. 하지만 위에 인용된 취재기자의 질문부터 잘못되었다. 그는 감축문제가 아니라 철수문제를 질문했어야 옳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은 주한미국군의 부분감축이 아니라 전면철수이며, 핵우산의 부분철거가 아니라 전면철거다. 

 

그날 기자회견 중에 엉터리 같은 질문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서는 재치가 묻어났다. 철군문제가 하노이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참으로 재치 있게 답변한 것이다. 철군문제는 하노이 정상회담 의제가 아니라는 그의 답변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문제를 하노이 정상회담에 의제로 올려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사실만 알면, 한 가지 사실만 알고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은 모르는 것이다. 며칠 뒤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 사전에 합의된 의제들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철군문제야말로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최상위 의제이므로, 직급이 낮은 김혁철-비건 실무협상에서는 논의될 수 없고, 두 정상이 단독정상회담에서 전격적으로, 그리고 제3자에게 알리지 않고 은밀히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극적으로 벌어지는 절묘한 담판은 언제나 전격적이고, 은밀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2월 8일 건군절 71주년에 즈음하여 인민무력성을 축하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무력성회의실에서 전군지휘관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이다. 임박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견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의지는 확고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의사도 변하지 않았다. 하노의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핵동결(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을 약속해도,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은 밀약으로 될 것이다. 다만 공동성명에는 그 밀약이 우회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절묘한 담판의 전례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에 진행된 싱가폴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최선희-성김 실무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민감하고 중대한 문제인 한미합동군사훈련중단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제기하여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미국의 정치자문기구인 유라시아그룹의 창설자이며 현직 회장인 아이언 브레머는 그 기구의 웹싸이트에 실린 글에서 자기가 2019년 2월 15일부터 17일까지 도이췰란드 뮌헨에서 진행된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아프리카의 어느 한 나라에서 온 대통령을 만났는데, 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자기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통령이 브레머 회장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아프리카 대통령과 담화하면서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에 상응하여 비핵화(핵동결)를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의지를 담화를 통해 직접 확인했다는 아프리카 대통령은 2018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70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였던 모리타니 대통령 모하메드 울드 압델아지즈다. 

 

그처럼 강한 철군의지를 지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철군약속을 받아낼 결정적인 기회인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철군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다.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의 핵동결을 약속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핵동결을 약속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하노이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미국의 핵동결(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을 약속해도,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싱가폴 정상회담 단독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였지만, 민감하고 중대한 그 약속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민감하고 중대한 약속은 두 정상 사이에서 밀약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하노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과 미국이 평화선언 또는 상호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문제를 명시함으로써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밀약이 우회적으로 명시될 것으로 보인다.   

 

 

3. 조선이 미국의 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번번이 거절한 이유 

 

2019년 2월 1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이 각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조선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논의한 바 있으므로, 그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0월 7일 평양을 방문한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자리에서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논의하였다고 한다. 

 

과거경험을 돌이켜보면, 미국이 조선에게 연락사무소설치문제를 처음 제기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이다. 미국은 1994년 10월 조선과 제네바기본합의를 채택하던 때에도 그 문제를 제기하였고, 2007년 2월에 진행된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13합의를 채택하던 때에도 그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연락사무소를 상대국 수도에 각각 설치하자는 미국의 제의를 번번이 거절하였다. 조선이 그 제의를 거절한 까닭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연락사무소만 설치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미국에게 협상을 장기화시킬 구실만 안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시기 몇몇 사회주의우호국들이 겪었던 씁쓸한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연락사무소설치를 제의하였을 때마다 그것을 번번이 거절하였다.   

 

미국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개선한 사회주의나라들은 중국, 윁남, 꾸바다. 1933년 11월에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였던 소련은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은 사회주의적대국들이었던 중국, 윁남, 꾸바와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관계개선과정을 거쳐 국교를 수립했는데, 그 실현과정은 상대국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전개되었다. 미국이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는 과정을 예측하려면, 중국, 윁남, 꾸바와 각각 관계를 개선하였던 경험들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꾸바대사관 청사를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꾸바공화국 수도 아바나에 있는 미국대사관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에게 사회주의적대국이었던 꾸바는 미국에게 또 다른 사회주의적대국들이었던 중국, 윁남과 함께 연락사무소(꾸바의 경우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관계개선과정을 거쳐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였다. 미국과 꾸바는 1977년 워싱턴과 아바나에 각각 이익대표부를 설치하였고,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15년 7월 20일 국교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면서도, 꾸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종전대로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꾸바영토인 관따나모를 무력으로 점령한 미국군을 전혀 철수하지 않았다. 미국군을 자국영토에서 몰아낼 강력한 철거수단(핵무력)이 꾸바에게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지난 시기 미국은 중국영토인 대만에 미국군을 주둔시켰으므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대만에서 ‘명예로운 퇴각’을 해야 하였다. 그래서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은 1972년 2월 21일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베이징 미중정상회담으로 시작된 관계개선에 따라, 1973년에 워싱턴과 베이징에 각각 연락사무소가 설치되었다. 1978년 12월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브레진스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이징에 파견하여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1979년 1월 1일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워싱턴 방문으로 미중국교수립이 완료되었고, 같은 해 4월 28일 대만에서 미국군이 완전히 철수하였다. 중국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5를 최종적으로 시험발사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날은 1980년 5월이다. 미국은 1973년 5월 14일 베이징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때로부터 6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다가 중국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직전에 국교수립과 철군을 동시에 진행하였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2)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윁남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미국은 미국군의 패색이 짙어지자 서둘러 ‘명예로운 퇴각’을 해야 하였다. 그래서 미국은 빠리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군을 철수하였다. 그러나 윁남의 경우, 철군이 곧 국교수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1994년 2월에 가서야 윁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였고, 윁남에서 ‘명예로운 퇴각’을 한 때로부터 22년이 지난 1995년 1월 하노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였고, 같은 해 7월 11일 국교를 수립하였고, 같은 해 8월 기존 연락사무소를 총령사관으로 승격하였다. 윁남은 미국과 싸운 전쟁에서 승리하여 미국군을 철거시켰지만, 핵무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명예로운 퇴각’ 이후 22년이 지나서야 미국과 국교를 수립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3) 1961년 1월 외교관계를 단절하였던 미국과 꾸바는 1977년 워싱턴과 아바나에 각각 이익대표부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미국은 그로부터 무려 38년이 지난 2015년 7월 20일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꾸바와 국교를 수립하면서도, 꾸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종전대로 유지하였을 뿐 아니라, 꾸바영토인 관따나모를 무력으로 점령한 미국군을 전혀 철수하지 않았다. 미국군을 자국영토에서 몰아낼 강력한 철거수단(핵무력)이 꾸바에게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험을 알고 있는 조선은 지난날 미국이 제의하였던 연락사무소설치방안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경험들 가운데서 조미관계개선과정과 가장 가까운 것은 미중관계개선과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개선은 중국의 핵무기 보유 → 미중정상회담 → 연락사무소 상호설치 → 국교수립과 대만주둔미국군 철수 → 중국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이어진 기나긴 노정이었다. 그러나 조미관계개선과정은 그와 다를 것이다. 그 과정은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 → 조미정상회담 → 연락사무소 상호설치 → 주한미국군과 핵우산 철거 → 국교수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과 베이징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때로부터 국교를 수립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지만, 조선과 미국이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 1년 남짓한 기간에 국교를 수립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1970년대 중국은 핵무기를 가졌으나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미국 본토 전역이 아직 중국의 핵타격권 밖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명예로운 퇴각’을 서둘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연락사무소를 설치해놓고서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기까지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러나 오늘 조선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으므로 미국이 연락사무소를 설치해놓고 시간을 질질 끌 수 없고, 이른 시일 안에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처럼 변화된 정세 속에서 조선은 이제 미국의 상호연락사무소설치제안을 받아줄 수 있게 되었다.   

 

 

4. 위험한 측근의 한국방문 중단시킨 트럼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2009년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윁남전쟁을 지휘했던 로벗 맥나마라 당시 국방장관은 2007년 8월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와 대담하면서 지난 시기 존슨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부혼선이 일어나는 바람에 윁남전쟁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결정을 잘못하였고, 그래서 미국이 패전했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늘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는 윁남전쟁패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내부혼선을 겪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2019년 2월 21일 분석기사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내부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의 대조선협상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국방부 고위관리들과 재무부 고위관리들도 비건 특별대표의 대조선협상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왜 팜페오 국무장관이 아니라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가?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연이 얽혀있다.

 

(1)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2019년 2월 22일부에 실린 분석기사에서 유라시아그룹 회장 아이언 브레머가 지적한 것처럼, 팜페오 국무장관은 지금 조선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면서 조선의 비핵화문제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고 한다. 조미협상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사람에게 조미협상을 맡길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직접 비건 특별대표를 휘하에 틀어쥐고 조미협상을 추진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국방부 및 재무부의 고위관리들은 조미협상과 관련하여 차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면서, 애꿎게도 대통령의 지시를 집행하고 있는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2) <워싱턴포스트> 2009년 10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윁남전쟁시기에 린든 존슨 대통령은 윁남전쟁에 관련된 중대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토의,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사적 담화에서 결정하였고, 국가정보기관의 정보분석이 아니라 자신의 직감으로 윁남전쟁에 관한 전략적 문제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당시 백악관 보좌관들은 존슨 대통령의 전략적 결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한다. 1960년대 윁남전쟁에 대처하던 존슨 대통령의 그런 태도와 오늘날 조미협상에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닮은꼴이다. 지난날 존슨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 트럼프 대통령도 조미협상에 관한 전략적 문제들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하기보다 자신이 단독적으로 결정하기를 좋아하고, 국가정보기관의 정보분석을 불신하면서 자기의 직감에 의존하여 조미협상에 대한 전략적 문제들을 판단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나 국방부 및 재무부 고위관리들은 조미협상에 관련된 중대문제들을 자기의 직감에 의존하여 판단하면서 단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고 있지만, 대통령에게 섣불리 불만을 표시하였다가 해임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비건 특별대표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1월 28일 백악관에서 베네주엘라 석유산업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발동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촬영된 것이다. 세계지도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그의 오른손에는 연노란색 필기장이 들려있는데, 사진을 확대하면 거기에 "아프가니스탄 -> 회담 환영, 5,000병력 꼴롬비아로"라고 두 줄로 쓴 자필글씨가 보인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탈레반측과 진행하고 있는 종전회담을 환영한다는 뜻이고, 베네주엘라 마두로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군 병력 5,000명을 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친미추종국 꼴롬비아에 파병한다는 뜻이다. 볼턴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악질관료이며, 조미협상이 실패하는 경우 극우본색을 드러내며 한반도정세를 격화시키려고 벼르는 대결광신자다. 그런 그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2월 24일에 한국을 방문하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찌 쇼따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회동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의 한국방문계획은 실행 직전 갑자기 취소되었다. 그의 한국방문계획을 중단시킨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볼턴이 한국에 가서 3자회동을 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우려하였기 때문에 그의 한국방문계획을 중단시킨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2019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2월 24일에 서울 또는 부산으로 가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야찌 쇼따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3자회동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의 한국방문계획이 실행 직전 갑자기 취소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볼턴이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기 위해 그가 스스로 한국방문계획을 취소한 것처럼 둘러댔지만, 실제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의 한국방문을 중단시킨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한국방문을 중단시킨 까닭은, 그가 한국방문 중에 무슨 요설을 꺼내놓으며 하노이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방해한 악질관료다. 그는 싱가폴 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왔던 2018년 5월 16일 미국 언론매체와 대담하면서 조선의 비핵화는 리비아식 비핵화처럼 진행되어야 한다느니 뭐니 하는 악담과 폭언을 늘어놓으며 정상회담 분위기를 망쳐놓았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5월 24일 담화에 관해 보고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폴 정상회담을 취소할 징후가 보인다느니 뭐니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심히 자극하는 바람에 그 술책에 넘어간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폴 정상회담을 한때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볼턴은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내심 바라는 대결광신자다. 그런 악질관료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여 3자회동을 하려고 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어찌 그런 위험행동을 보고만 있었겠는가.  

 

지난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익 펜스 부통령 같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저질렀던 불상사들이 올해에 또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2020년 11월 3일 대선에서 재선될 길이 열리게 되는 그로서는 신중을 기하는 수밖에 없다. 며칠 뒤에 열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는 ‘명예로운 퇴각’을 타협하는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주한미국군과 핵우산을 철거시키는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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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친일잔재 청산’ 지금도 늦지 않다

전교조 서울지부의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운동’은 전국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김용택 | 2019-02-25 08:43:3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학교 내의 친일잔재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 내 친일잔재청산을 제안했다. 서울지부는 이를 위해 전국의 학교에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동상과 그들의 이름을 딴 기념관이 버젓이 남아 있고, 친일 음악가가 작곡하거나 작사한 교가를 합창하고 있다”고 지적, 이를 위해 “▲학교에 남아 있는 친일파의 동상 철거 ▲ 친일파의 이름을 딴 기념관의 이름 변경 ▲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 폐기”운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서울지부는 24일까지 지역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친일파 동상과 기념관 존치 여부, 친일 음악가가 작사·작곡한 교가 현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서울시교육청도 전수 조사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전교조 충남지부와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가 성명서를 통해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이 만든 교가를 충남지역 학교도 상당수 사용하고 있다”면서 실례를 공개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직접 친일 잔재 청산에 나선 것을 참교육의 실천이라 평가한다.

광주시교육청은 관내 학교의 교가를 전수 조사해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광주제일고등학교 등도 현제명 등 친일 음악가들이 작사·작곡한 교가를 바꾸기로 했다. 교육계에선 ‘유치원’이라는 일본식 이름도 ‘유아 학교’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나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전교조는 서울지부뿐만 아니라 전국의 17개 시도지부가 함께 친일잔재청산에 나서야 한다. 교육청도 충남과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의 교육청이 함께 나서야 한다.

3·1혁명 100주년, 건국 100주년 그리고 해방 74년을 맞아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유아기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이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는 유치원(幼稚園)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고,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는 성적표기 방식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는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사무라이들이 누가 적의 목을 많이 베어오는가에 따라 ‘수우양가’로 표기하던 이름인데 해방 후 일제강점기의 학적부를 생활기록부로 바꾸면서 ‘미’를 추가해 5단계평가로 기술하면서 성적표기 방식이 해방 74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학교에서 식민지 잔재청산문제는 이 정도가 아니다. 충남과 광주시교육청이 식민지시대 교명을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학교 이름 중에는 제일 중학교니, 동중, 서중, 중앙고, 제 1고와 같이 순서나 방위를 나타내는 교명(校名)은 식민지시대 잔재다. 일본의 수호신이 태양신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동중학교는 일본 학생이, 서중학교는 조선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라는 것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황국신민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시행하던 애국조례며 학교장 훈화도 그대로요,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인 ‘차렷, 경례’도 그대로다. 불량선인을 색출하기 위한 교실첩자(?)인 주번제도며 복장위반이나 지각생을 단속하던 교문지도는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학교장의 ‘회고사(回顧辭)’나 ‘훈화(訓話)’, 학년말 평가를 뜻하는 ‘사정회(査定會)’ 등도 일본식 조어로 사전에 찾아도 없는 용어다. 인권침해라는 끊임없는 지적을 받고 있는 두발·복장 검사며 일본식 교육문화, 군대식 거수경례, 아침조회 같은 문화도 식민지시대 그대로다. 또 식민지시대부터 계속되어 오던 수학여행은 얼마나 교육적이기에 바꿀 생각조차 않고 있는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지 74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식민지 잔재청산도 못하면서 1회성 행사로 건국 100주년, 3.1혁명 100주년 기념행사만 치른다고 민족정신이니 애국정신이 살아나는가?

국무총리로 지명받았던 자가 ‘식민지배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한 조선민족을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고, 강의 시간에 ‘일본의 식민지배는 축복’이라고 학자가 있는가하면 ‘천황폐하 만세’를 부른 조선일보가 일등신문이라고 기고만장하는 나라… 친일파가 만든 애국가를 부르고 친일파가 작곡한 교가를 부르면서 애국심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뒤늦기는 하지만 광주와 서울 그리고 충남 교육청의 일제시대 교명 바꾸기 운동과 전교조 서울지부의 ‘학교 내 친일잔재 청산운동’은 전국단위로 확대해야 한다.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이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겠다는 나라에 어떻게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이니 나라사랑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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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남영동 대공분실 머릿돌을 탁본했나

[탁본에 남긴 잔혹한 기억 ①] 조작사건 피해자 김순자씨의 증언

19.02.25 07:42l최종 업데이트 19.02.25 07:42l

 

기록에는 사진과 글 등이 있습니다. 이것들에 더해 사람의 기억을 '탁본'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고문 등의 '국가폭력'을 경험한 분들의 기억 말입니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던 사람들의 고통과 삶을 질감으로 기록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기록하는 탁본 모임에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 시민단체 '지금 여기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김순자씨
▲  남영동 대공분실은 남영역 바로 옆에 있다. 고통의 공간은 멀지 않다.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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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찬바람이 불던 16일 토요일 아침,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청장년까지 좀처럼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남영역 인근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미 서로 아는 듯 안부를 물으며 발걸음을 옮기던 그들 앞에 어느 순간 검은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은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웠다. 육중한 철문과 칙칙한 검회색의 벽돌, 다른 층과 달리 유난히 좁은 창문이 줄지어져 있는 5층은 이 건물의 쓰임새가 남다름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고문하려고 건물을 지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사람 고문 하려고 건물을 지어 놓았다는 게?"

1979년 삼척 고정간첩단 조작사건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고문을 받았던 김순자는 다시금 마주한 검은색 건물 앞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30여 년 전 두 눈을 가린 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왔던 그 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을까. 가만히 건물을 응시하던 그녀는 한손에 굵은 목탄과 흰 화선지를 들고 입구 옆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머릿돌이 있었다.

탁본... "이렇게 기록을 해놔야지, 안 그러면 잊어버려요"
 

 경찰청 인권센터의 간판이 사라진 남영동 대공분실
▲  경찰청 인권센터의 간판이 사라진 남영동 대공분실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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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내무부장관 김치열의 이름이 적힌 머릿돌
▲  당시 내무부장관 김치열의 이름이 적힌 머릿돌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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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부터 해보시려고요? 목탄을 살짝 뉘어서 긁어보세요. 이제 나오네. 김치열?"
"이놈이 친일파야. 일제 때는 독립군을 잡더니 나중에는 우리 같이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고."

 

'정초(定礎)'라는 글자와 함께 내무부장관이라 새겨져 있는 김치열은 일제 치하 말기 검사로 시작하여 이승만 정권을 거쳐 박정희 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 차장, 검찰총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유신헌법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최종길 교수의 고문치사 사건을 투신자살로 위장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그러한 공로로 내무부장관에 오른 김치열이 당대 대표적인 건축가였던 김수근에게 발주한 건물이다.

"이곳을 누가 지었는지 이렇게 기록을 해놔야지. 안 그러면 잊어버려요."

첫 탁본을 끝낸 김순자의 말에 그녀와 마찬가지로 간첩으로 조작되어 고문을 받았던 피해자와 그 가족, 그들과 함께 국가폭력 피해자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2020년에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새로 개관할 남영동 대공분실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담기 위해 사람들은 삼삼오오 화선지와 목탄을 들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함께 육중한 철문으로 된 정문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도착했다. 과거 고문실로 쓴 방들이 서로 엇갈리게 배치되어 있는 5층 복도에 서자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들은 여기서 고문 받고, 아버지는 건너편 방에서..."
 
 5층의 고문실은 서로 마주볼 수 없도록 엇갈려 있다.
▲  5층의 고문실은 서로 마주볼 수 없도록 엇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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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자는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방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  김순자는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방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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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주일 늦게 들어왔는데, 그동안 고문을 받아가지고 아버지랑 동생들이 다 쓰러져 있고, 옆방에서는 비명이 다 들리고 너무 고통스러웠어. 고문 받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 차라리 나를 고문하지, 내가 들어오니까 수사관한테 다른 가족 고문하라고 시키고. 이쪽 방에는 부자가 고문을 받았는데, 아들은 여기서 고문 받고, 아버지는 건너편 방에서 받고. 아들이 이 방에서 아버지 비명이 다 들렸다고 하잖아. 아이고, 억울해도 억울하다고 말도 못하고."

가족과 친척 12명의 비명이 쉼 없이 들려오던 그날의 기억 탓인지 그녀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 번은 수사관이 저쪽 방에 있는 가족이 내가 다대포에 공작금을 받으러 갔다고 진술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안 갔다고 하니. 김태룡(남동생)이한테 가서 고춧가루를 주전자 물에 타서 코에다 부으라 하더라고. 그리고 전기 고문을 하라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갔다 왔습니다, 갔다 왔습니다, 했어. 그걸로 끝나는 줄 알았더니 대뜸 뭘 타고 갔다 왔냐는 거야. 나는 다대포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그랬더니 또 동생한테 고문하라 하고."

과거에도 몇 차례 남영동 대공분실에 왔지만 그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던 김순자는 "오늘따라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새긴 아픔을 이야기했다.

"비명소리 들리면 다 우리 가족 같지요. 누가 있다 하더라도. 그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냐 하면, 와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가는구나. 그때는 내가 대신 다 받고 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 내가 얘기 했거든요, 수사관한테. 나를 죽이고 가족들 내보내 달라고. 그랬더니 수사관이 법이 그럴 수 없고 죄가 그럴 수 없다, 이러더라고. 법이 뭐고 죄가 뭐냐고 물어봤어. 생사람을 잡아다 고문하고 간첩으로 만드는 게 법이면 죄는 뭐냐는 거야."

고문을 받다가 악에 받친 김순자는 수사관에게 따져 물었다. 죄는 당신들이 지은 거 아니냐. 당신들이 죄 없는 사람 가두고 죽이니 당신들이 죄인 아니냐고 물으니, 수사관은 따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당신이 나가서 사람 죽이라고 하면 내가 죽여야 하느냐 반문하니, 할 말이 없었는지 그냥 따지지 말라고 했다며 당시의 엉터리 수사를 한탄했다.

"나라가 갈라져 있으면 어떻게 통일을 할지를 고민해야지. 왜 그걸 이용해서 우리를 간첩으로 몰고 죄인이라고 조작하고. 나라 가른 놈이 잘못했고, 통일 안 하는 놈이 잘못됐지. 우리가 나라를 갈랐나, 통일을 못하게 했냐 이거예요."

남영동 5층을 돌며 분한 마음과 눈물을 삼키던 김순자의 발길이 멈춘 곳은 당시의 고문실을 원형 그대로 유지했다는 박종철 열사가 사망한 509호실이었다. 그곳은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받은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김순자가 고문을 받았던 곳이기도 했다.

박종철이 당했던 방에서 그녀도 당했다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고문실
▲  "어느 날 TV에서 박종철씨가 사망했다고 그 고문 받은 방이 나오는데 내가 고문 받았던 방이랑 똑같더라고요."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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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옥살이 하고 나와서 있는데 어느 날 TV에서 박종철씨가 사망했다고 그 고문 받은 방이 나오는데, 내가 고문 받았던 방이랑 똑같더라고요.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고문을 받았냐는 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치가 떨리고."

그래서였을까. 김순자는 4층의 '박종철 기념 전시실'의 명패를 탁본으로 담았다. 화선지보다 큰 명패 탓에 한번에 다 담기 어려웠지만 김순자는 한 장의 종이에 그 모두를 담고 싶었다.

한 차례 탁본을 마치고 강당에 모여 각자 몇 장을 선정해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김치열'의 이름이 적힌 탁본과 '박종철 기념 전시실' 명패의 탁본을 꼽았다. 하나는 국가폭력 책임자의 이름,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희생된 또 다른 피해자의 이름이었다.
 
 박종철 기념 전시실을 담으려는 김순자
▲  박종철 기념 전시실을 담으려는 김순자
ⓒ 지금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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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와 그녀의 가족은 2013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미 다섯의 가족이 고문 후유증과 조작간첩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뒤의 일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말이에요, 아무리 조작된 거라 말을 해도 주변에서 죽일 놈이라 그러고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때 고문 받고 간신히 살아남았소 하면 애국자래, 애국자. 참 신기한 일이지."

흔히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전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두운 과거를 직면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서대문 형무소와 남영동 대공분실, 남산의 5국, 이문동의 중정 건물 등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어두운 역사의 현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거나 변형되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고통을 경험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 시절, 간첩이 사라지면 곤란하다며 물고문, 전기고문, 구타 등으로 평범한 국민을 간첩으로 만든 이들은 조작간첩을 공로삼아 국가의 서훈을 받아 명예롭게 살아가고 있다. 진실은 숨겨져 있고 고통은 감춰져 있다.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이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같은 사회에 함께 살고 있다.

그 고통에서 살아남아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고통의 공간과 대면하여 자신의 손으로 과거의 기억을 남기고자 한다. 그 공간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억을 질감으로, 탁본으로 남기려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 피해자들이 남영동의 벽과 바닥을 '쓰다듬는' 것은 그들 내면에 감춰두었던 상처를 보듬고 쓰다듬는 또 다른 치유일 것이다.

☞ 국가폭력의 기억을 질감으로 남기는 사람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김순자씨
▲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김순자씨
ⓒ 주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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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앞 바닥의 표시석을 탁본으로 남기다
▲  건물 앞 바닥의 표시석을 탁본으로 남기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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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 주화’ 판매

백악관,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 주화’ 판매“평화 위한 새로운 길”, “완전한 비핵화 전환점” 새겨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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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4  11: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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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백악관이 내놓은 2차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 [사진출처-백악관 기념품 판매점]

제2차 북미정상회담(2.27~28, 하노이)를 앞두고 미국 백악관이 기념주화를 내놨다. 

백악관 기념품 판매점(white house giftshop)에 따르면, 기념주화 한쪽 면은 “평화 위한 새로운 길”(New Avenue Towards Peace) 구호 밑에 한글로 “하나의 평화 세 명의 지도자”라고 새겨 넣었다. 

중앙에는 숫자 “2” 밑에 “평화 정상회담”(Peace Summit)을 넣은 지구본 주위로 서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지도자 김정은이라고 새겼다. 지구본 밑에 비둘기와 올리브 가지를 넣어 평화 의미를 강조했으며, 맨 밑에는 “비상한 시기에는 용기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새겨넣었다. 

다른 면 가장 바깥 원에는 “전환점-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을 영어로, “평화 회담”을 한글로 새겨넣었다. 중앙에는 베트남 주석궁 사진과 “PEACE TALKS VIETNAM 2019”, 미국과 한국, 북한 국기를 나란히 넣었다. 

지난 6일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분투를 계속한다”는 명분을 들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의 슬로건은 “평화”인 셈이다. 

기념주화 가격은 100 달러이며, 1,000개 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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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열차 대장정에 쏠린 언론의 시선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국 뒷배 강조”, 조선일보 사설은 조롱조… 조중동은 북한에 ‘결단’ 요구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2019년 02월 25일 월요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열차를 타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다. 회담 공식일정은 27~28일이다. 25일 아침 종합신문은 모두 이 사진을 1면 상단에 실었다. 신문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5시간 걸리는 전용기를 두고 열차를 택한 이유를 추측하는 데 무게를 뒀다.

앤드류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2일 공개 강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나는 내 아이들이 핵을 이고 살아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의향이 있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다. 아침신문들은 이를 일제히 보도했지만 해당 발언과 이를 공개한 배경을 둘러싼 해석은 갈렸다.

다음은 25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열차 탄 김정은 ‘북‧미 회담 장정’” 
국민일보 “북, 비건에게 ‘이번엔 영변 폐기까지’ 통보” 
동아일보 “열차로 대륙 관통… ‘중 뒷배’ 과시한 김정은” 
서울신문 “독립운동가 김원봉 재평가‧복권 1순위” 
세계일보 “60시간 대장정… 김정은의 ‘열차 외교’” 
조선일보 “김정은, 중국 종단 ‘남행열차 이벤트’” 
중앙일보 “김정은 열차 만리, 중국 60시간 관통” 
한겨레 “김정은의 ‘남순강화’ 열차 대장정” 
한국일보 “김정은 열차순방, 중‧베트남 발전상 곳곳 탐색” 

 

“중국 뒷배 강조” 입모아, 조선일보 사설은 조롱조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이 중국과의 협력 관계 강조라고 풀이했다. 동아일보는 ‘혈맹관계를 선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겨레는 ‘북중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려는 포석’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중국 남부의 개혁개방 거점을 시찰하고, 김일성‧김정일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라고도 전했다. 

한국일보는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 내부 단속이 돼 있다는 자신감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봤다. 국민일보는 실무협상이 아직 완결되지 않아 실시간 보고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겨레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비핵화 의제보다 의전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사설에선 북한 행보에 조롱조를 내비쳤다. “4시간여면 갈 수 있는 비행기 대신 6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기차를 타고 간다. 쇼일 수도 있고 낡은 북한 비행기 탓일 수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핵 폐기인데 비핵화는 4시간 거리를 60시간 걸려 가는 것만큼이나 이상하다.” 

한편 서울신문만 북한이 열차를 택한 의도보다 먼저 비핵화 협상 의제를 둘러싼 소식을 1면 머리에 배치했다. 서울신문은 “미국은 초기 비핵화의 수준을 여변 핵시설 폐기가 아닌 동결로 낮추는 대신 범위를 모든 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넓히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 25일자 한겨레 1면
▲ 25일자 한겨레 1면
 
▲ 25일자 조선일보 3면
▲ 25일자 조선일보 3면
 

서울신문 “미국, 북한의 큼직한 조치 바란다면 걸맞게 행보”

회담 성과를 둘러싼 전망은 어떨까. 신문들은 앤드류 김 전 센터장 발언을 보도하며 북미 양쪽의 의중을 풀이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양측 다 대화 의지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김 센터장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미국 의회와 언론에선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2차 정상회담 회의론이 거센 것 또한 현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라며 “충심이 엿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북한이 영변 핵 폐기의 신고‧검증을 받아들이고 미국이 종전 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으로 화답한다면, 그것만으로 1차 회담과 다른 아주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제안했다. 경향신문은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과감한 제재 완화로 화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김 센터장이 말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려면 미국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1년 이상 핵‧미사일 시험의 중단이 확인된 만큼 비핵화는 2단계인 핵 폐기의 입구에 와 있다. 영변 핵시설 폐쇄가 대표적이다. 영변 시설만 폐쇄하더라도 북한의 핵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그 이상의 ‘큼직한 조치’를 바라고 있다. (…) 미국도 그에 걸맞은 조치를 내놔야 한다. 미국이 대북 신뢰 관계를 다지고 불가역적인 행동을 바란다면 북한을 죄는 각종 제재의 선제 완화와 함께 연락사무소 개설, 문화 교류, 종전선언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동아와 조선, 중앙 등은 북한에 결단을 촉구했다. 동아는 김 전 센터장이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상회담 회의론을 차단하고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중앙은 “(김 센터장 발언이) 오히려 비핵화 행동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강하다”며 김 위원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했다.

동아와 조선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미가 비핵화 개념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신문은 비핵화 개념과 달성 시한을 적시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주문했다. 중앙은 ‘북한 아이들의 번영은 김정은의 결단에 달렸다’ 사설에서 “김정은이 현명하고 통 큰 용단만 내리면 북한의 앞엔 번영을 향한 비단길이 펼쳐져 있다”고 강조했다.

 

▲ 25일자 서울신문 사설
▲ 25일자 서울신문 사설
 

북한 매체, 김 위원장 열차 행보 이례적 신속 보도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출발 소식을 이례적으로 다음날 새벽 신속 보도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할 때까지 일절 보도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경향신문은 이에 따로 기사를 냈다. “과감한 변화”라며 “정상국가 면모를 과시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김 위원 행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2차 회담에 대한 북한 쪽의 기대와 의지를 드러낸 것” 세계일보는 “김 위원장이 평양역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당‧정‧군 고위인사들이 김 위원장을 환송하는 사진도 게재했다”며 “(열차 선택이)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짙다”고 했다. 

 

▲ 25일자 경향신문 3면
▲ 25일자 경향신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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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노동조합 힘으로 ‘정규직 전환’ 일궜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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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2/24 12:35
  • 수정일
    2019/02/24 12:3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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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

“이제 우리 모두 정규직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물바다가 됐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지 5년10개월, 6년도 채 안된 시간에 이뤄낸 성과에 노동조합 초기부터 같이 활동해온 간부들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대형마트 최초로 ‘근속 1년 이상 조건없는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홈플러스 노동조합의 이야기다.

조합원이 많지 않던 시절, 외롭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그 시절을 다 겪고도 온전히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힘으로 이겨내고 맞이한 결과이기에 그 감격이 더 했을 법 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초기부터 활동했던 주재현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지부는 전 지회(점포)에서 100여 차례가 넘는 ‘노사 잠정합의안’ 설명회를 한데 이어, 지난 15일 전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해 합의안을 가결(83.4%)했다. 18일엔 노사 조인식도 마쳤다.
주재현 위원장을 만나 ‘온전한 정규직 전환(직접고용)’ 투쟁의 과정과 노조활동 5년10개월의 소회를 들어봤다.

▲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 [사진 : 선현희 기자]

“마트노동자도 정규직 될 수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주 위원장이 ‘홈플러스 정규직 전환’이 마트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표현했다. 마트노동자들도 무기계약직,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꾼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강원도에 있는 중소마트 조합원 한 분이 우리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됐다고 하니까 ‘홈플러스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이었대, 우린 정규직인데…’라고 얘기했다고 해요. 거기도 정규직이 아니고 무기계약직 이예요. 이처럼 세상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하는데, 그게 맞다면 홈플러스가 이런 조치(정규직화)를 할 리가 없죠.” 주 위원장은 이번 정규직 전환은 무기계약직이 ‘온전한 정규직’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한 사례라고 칭했다.

노동조합의 ‘초심’과 그 ‘전략’의 승리

주 위원장은 이번 정규직 전환이 6년 전부터, 일관되게 밀고 온 노동조합 ‘전략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부터 지금까지 우리 노동조합은 흔히 표현하는 ‘경제주의’를 우선한 적이 없습니다. 임금을 몇% 인상할 것인가, 퍼센트(%)를 걸고 싸운 적이 없어요. 마트현장 내 차별을 없애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집중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오늘처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서 자연적으로 임금 상승효과가 나도록 하는 교섭전략을 밀고 왔다는 얘기다.

대형마트는 여성,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이다. 홈플러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였다. 0.5시간 근로계약제(30분 단위 계약)를 시행해 무기계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차별하는 꼼수를 부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임금이 다르고, 임금체계, 근무시간도 달랐다. 그러나 노동조합 하면서 달라졌다.

“0.5계약제도 없애고, 시급제도 월급제로 전환하고, 6시간·7시간의 노동도 8시간 전일제로 바꾸고…. 몇 달씩 파업해서 바꿔온 성과였습니다. 이런 힘이 축적돼 올해 온전한 정규직 전환도 이룰 수 있었던 거죠.” 대형마트 3사 최초로 비정규직 없는 회사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 쟁의행위 기간이던 1월22일, 홈플러스지부 사전 총파업 결의대회. 확대간부들로 대회장이 꽉 찼다. [사진 : 마트노조]

“청심환, 수없이 먹었어요”

주재현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의 공을 조합원들에게 돌렸다. 홈플러스지부 지난해 12월28일 현장투쟁을 시작했다. 모든 점포(매장)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 한달 동안 싸웠다. 매장에서 피켓을 들었고 구호도 외쳤다. 조합원들의 표정은 너무도 밝았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주 위원장이 그 ‘긴장감’을 모를 리 없다.

“조합원들이 내심 얼마나 떨렸겠어요? 마트에서 일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노동조합 활동에, 심지어 파업까지? 상상도 해보지 않았을 일,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인데 그 떨리는 마음을 뒤로 하고 청심환까지 먹어가면서 이어온 거예요.” 노동조합과 지회(각 점포) 간부들, 조합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믿고 한마음 한뜻으로 투쟁에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노동조합 초기에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조합원들은 청심환을 많이도 먹었다고 했다. 홈플러스지부는 이번 임금협상 투쟁에서 현장(매장)투쟁에 처음 나서는 조합원이 절반에 달했다. 3년 만에 임(단)협 파업과 투쟁을 하게 된 올해, 그 3년 사이 노조에 가입한 지회(매장)가 40개 정도다. 40개 점포의 조합원들은 투쟁이 처음이었다는 얘기다.

▲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요구가 담긴 선전물을 등에 붙이고 현장투쟁을 진행했다. [사진 : 마트노조]

“그동안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고 억눌려 살다가 ‘투쟁’이라는 걸 처음하면서 자기 속에 있는 이야기를 외치는 건데, 전혀 상상해보지 않던 일을 너무나 당당하게 하면서, 자기 삶과 인생에서, 그리고 내 직장(현장)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순간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흔들림 없이 한 달 내내 투쟁을 이어갔다. 전 지회(점포)에서 2천회 이상 현장투쟁이 진행됐고, 총 인원 1만여 명이 동참했다. 회사에 압박이 된 건 당연했다.

한 달 동안 조합원 800명이 늘었다. 일상적으로 조직확대 운동을 벌여온 홈플러스지부는 매월 조합원 ‘300명 가입운동’을 펼쳐왔다. 매월 100명 정도는 꼬박꼬박 늘어났지만 이번 투쟁과정에선 800명이다. “노조가 튼튼해지고 현장간부들이 튼튼해지고, 조합원들이 일심동체가 되니 조합원이 늘어요.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의제로 투쟁하다보니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함께 하자고 한 덕분이죠.”

“우리가 늘 ‘노동자가 단결해서 투쟁하면 이긴다’고 말하는데, 홈플러스에서는 그것이 기준입니다.” 말로만 하는 단결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힘을 믿고 동료를 믿고 단결해 싸우면 이긴다는 것, 이것이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분위기라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6년간의 노조 역사 자체가 남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싸워 승리해왔던 역사”라고 주재현 위원장은 강조했다.

▲ 결의대회 중 투쟁보고문을 낭독하고 있는 홈플러스지부 지역본부장들 [사진 : 마트노조]

1년 앞당긴 ‘정규직 전환’… 이제 올리는 일만 남았다

홈플러스지부 올해 투쟁의 시작은 마트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일 수밖에 없었다. 노조가 생기고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 올해 10.9%로 연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오르자, 홈플러스도 최저임금에 상여금(기본급대비 200%) 산입을 고려했다. 그러나 노조의 동의 없인 산입할 수 없어 ‘근속수당’을 이용하려 했다.

홈플러스에 근속수당이 없던 시절엔 10년을 일해도 회사에 기여해온 노동자들의 근속과 숙련도는 인정받을 수 없었다. 노조가 생기고서야 근속수당이 더 강화되면서 장기근속자는 자신의 노동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 근속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 기본급 인상률을 떨어트릴 계획이었다.

“근속수당은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데 있어서 회사에게 유리한 항목이에요. 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 항목이니까요. 최저임금은 매년 오를 거고, 근속수당은 매년 근심거리가 될 항목이죠.” 그래서 노조는 노동조합의 일관된 목표였던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임금체계에 따라 해가 지날수록 임금이 더 나아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임금체계가 더 나아지도록 제도개선 투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지부는 2019년 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정규직 전환’을 두고 회사와 단판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마트 노동자들의 결심과 현장투쟁으로 ‘정규직 전환’은 1년이 당겨졌다. 무늬만 정규직이 아니다. “새로운 직군의 정규직을 만들거나, 홈플러스 리테일과 같은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과 다를 게 없는 처우를 받는 게 아닌, 1만 5천여 명이 온전히 본사 법인의 정규직(직접고용)이 됩니다.”

“노조의 힘으로 정규직이 됐으니, 역시 노조의 힘으로 정규직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게 홈플러스지부의 포부다. “회사가 임의로 정했던 비직책인 선임-주임-대리의 상여금을 이번 임금협상에서 기본급200%로 정한 것처럼, 정규직 전환 후 정규직의 임금체계도, 임금도, 처우도 올려서 명문화 해야죠. 이제 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2018년 12월31일 기준 근속 1년 이상의 무기계약직원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근속 1년이 채 되지 않은 직원에 대한 후속 협의도 남아있다.

▲ 사진 : 마트노조

“이제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주재현 위원장은 마트노조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투쟁 승리엔 마트산별노조인 ‘마트노조’가 있었다는 것. “마트노조가 생기고 작년에 이마트 투쟁에 힘 쏟으면서 최저임금 꼼수를 가만 놔두지 않고 신세계를 압박했어요. 그래서 이마트도 올해 임금이 인상됐고, 홈플러스도 이마트 합의결과를 보면서 정규직화 전환이라는 결과도 만든 거죠.” 이 결과가 마트3사에, 마트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홈플러스지부는 “이제 큰 산을 하나 넘었다”며 “현장투쟁 경험과 투쟁 승리의 기쁨, 그리고 더욱 커지고 튼튼해진 산별노조와 조합원을 믿고 마트현장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조합원들과 늘 얘기해요. 우리는 그래도 힘 있고 튼튼한 노조가 있어 이렇게 정규직도 되는데 이 좋은걸 우리만 하면 되느냐. 사실 홈플러스 매장, 마트라는 곳에 우리 옆에서 같이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는데, 협력업체 언니들은 우리보다 더 힘들고 우울해도 하소연 할 곳도 없지 않느냐, 이 좋은 거 우리만 하지 말자고….”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에서 일하는 마트노조 조합원들은 고용관계 때문에 선뜻 노조를 선택하기 어려운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마트노조로 함께하자고 먼저 손 내밀고 있다고 했다. “마트 안에 차별을 없애고, 모든 비정규직을 없애고 현장을 바꾸는 데에 홈플러스 조합원들이 결심해서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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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 평화의 줄당기기로 맞이하자

[기고] 갈라진 우리, 모두 하나 되자
2019.02.23 10:59:47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민족평화 신명천지 축전'을 맞아 <프레시안>은 이이화 역사학자(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 공동대회장)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기념사를 게재한다. 다음은 백기완 소장의 글이다. 편집자.
 
아, 3.1혁명 백주년 어찌할 건가?
 
올해로 3.1혁명 백주년, 그 도막에 우리들은 자생적 발전단계를 어기차게 이어왔다고 할 것이다. 
 
첫째, 3.1혁명은 마치 언 땅을 어영차 지고 일어서는 새싹 ‘나네’처럼 일체의 새싹을 죽여 왔던 일제와 맞서 인류의 참 목숨인 ‘살티’를 일으켜 세운 자랑과 영광의 단계를 빚어왔다.
 
둘째, 그 뒤 일제는 세계대전을 일으킬 만치 그 범죄를 전면화하는 던적(죽을 죄)을 떨었으나 우리의 3.1혁명 정신은 보다 더 전투적인 항쟁을 통해 최후의 승리였던 8.15 해방을 거머쥔 이물(앞장)이었으니 3.1혁명은 무엇이었을까.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세계사 변혁의 알기(주체)로 어기어차 나서왔다고 할 것이다. 
 
셋째, 하지만 그 빛나는 8.15 해방의 알기(주체), 하제(희망), 거둘(업적)에도 매이질 않고 미국은 이 땅을 강제로 둘로 쪼개 동서 냉전의 전초기지로 전락시키자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세계가 가팔(위기)과 혼란에 빠지게 했다.  
 
보길 들면 미국은 8.15 뒤 마땅히 청산해야 할 일제 앞잡이들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을 청산하지 못하게 했을 뿐더러 뻔뻔스럽게도 분단 체제의 요직에 올려 세웠다. 더구나 8.15 뒤 일제로부터 다시 찾은 남쪽 재산의 9할 5부나 되는 재산을 모두가 고루 잘사는 이 나라의 물질적 기초인 그것을 모두 친일파 민족반역자와 분단에 동조하는 반역자들한테만 쪼개주어 이 피눈물의 분단의 땅을 아주 까놓고 도둑처럼 분단을 체제화 해버렸다. 그리하여 분단을 국가주의적으로 굳힘으로써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을 범죄자 또는 반역자로 때려 몰아온 지가 어느덧 일흔 해. 
 
이제야 이 땅의 예술인들이 앞장서서 우리는 하나다, 아니 둘로 쪼개지면 그게 바로 반역이라, 참짜 삶은 곧 한목숨이라는 굿판을 열게 되었다니 아, 얼마나 뿌듯한가.
 
더구나 갈라진 우리가 하나라는 뜻으로 줄당기기를 한다니 참말로 눈물겹다. 줄당기기는 무언가 말이다. 줄을 한축 잡으면 누구나 꾀를 쓸 수가 없이 온힘과 함께 온몸으로 일구는(실현하는) 놀이다. 마침내 줄과 함께 붕~ 떠 새 우주를 빚는 것이니 젊은 벗들이여, 그날 우리들은 줄당기기와 함께 '불림'인 '이어차 쳐라쳐라'를 소리 높여 울부짖자.
 
제주의 아낙들이 물질하러 나가면서 몰려오는 몰개(파도)를 짓부수고 더 어마어마한 살티(참목숨)의 몰개, 그 아우성이었던 불림 '이어차 쳐라쳐라, 이어차 쳐라쳐라.'
 
길 가던 이들도 '이어차 쳐라쳐라', 집에서 설거지 하던 이들도 '이어차 쳐라처라', 학교에서 또는 일터에서 일하던 이들도 그 때박(순간)만큼은 모두 목을 돋우어 '이어차 쳐라쳐라', 아니 남북 칠천만 뿐이랴, 이 땅별(지구)의 온 인류, 날아가던 들새, 구름과 바람까지도 다함께 '이어차 쳐라쳐라, 이어차 쳐라쳐라.' 
 
자그마치 일흔 해의 맺힌 한을 한꺼번에 몰아쳐버리는 아, 우리들의 불림, 땀과 피눈물 어마어마한 아우내로 불러버리자.   
 
이 세상 그 모든 장벽, 있는 이 없는 이로 딱하니 갈라놓은 이 죽음의 얄곳(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가 없는 세상)을 짓부수는 아 불림, 불림을 다함께 외쳐보자.
 
'이어차 쳐라쳐라', '이어차 쳐라쳐라.' 
 

▲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8일 발행할 기념 우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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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태극기 부대는 쓰레기장으로"

[현장] '5.18 망언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나온 분노의 목소리들

19.02.23 18:01l최종 업데이트 19.02.23 18:01l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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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6월 항쟁, 5.18 민주화운동으로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만원과 국회의원들이 이런 망언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신 모든 분들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저도 이런 말을 들으면 울분이 터질 것 같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이른바 '5.18 망언 파문'을 일으킨 극우논객 지만원씨와 일부 국회의원들을 향해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곽희성씨가 23일 이 같이 부르짖었다.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 학살역사왜곡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아래 범국민대회)'에서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5.18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에 의해 북한 황해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권학춘이라고 지목된 5.18시민군 출신 곽희성씨가 발언하고 있다.
▲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5.18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에 의해 북한 황해남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권학춘이라고 지목된 5.18시민군 출신 곽희성씨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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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곽씨는 "저는 북한군 184호라고 한다"며 "내 말에 따라 함성을 질렀기 때문에 (대회에 참석한) 여러분들은 북한군"이라는 농담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앞서 지씨가 그를 두고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 '184번 광수'로 지목한 것을 두고 이 같이 언급한 것. 이어 그는 "저는 군대를 만기 제대했고, 저희 아들 둘도 만기 제대했다"며 "지만원의 발언은 있을 수 없는 망언"이라고 덧붙였다. 곽씨는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 더 (5.18 민주화운동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나치 찬양한 교수 처벌받아... 역사왜곡 처벌 마땅"

앞서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만원씨를 초청해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5.18 유공자를 '괴물'로 지칭하는 등의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은 14일 뒤늦게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지만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유예한 상태다.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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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5.18 망언 파문' 이후 이날 처음으로 서울에서도 대규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광장을 가득 메운 5000여 명(주최측 추산)의 참석자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유한국당 의원 3인의 퇴출과 5.18역사왜곡 처벌법,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6일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가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에서 '광주범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야가 합의해 5.18민주화운동특별법을 만들고, 이 법에 따라 진상조사가 이뤄진 끝에 광주 영령이 묻혀있는 곳이 국립묘지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월 18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는데, 이것을 폭동이라고 왜곡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는 나치를 찬양하는 대학교수가 처벌받았다"며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은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날 민주주의, 광주항쟁에서 흘린 피로 인한 것"

 

박석운 5.18 시국회의 대표는 "광주 민주항쟁 이후 수많은 시민들이 그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을 전개해 왔다"라며 "1980년대 이후 (2016년) 촛불항쟁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민주항쟁은 5.18운동을 계승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표는 "범국민대회가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항쟁이 시작된 청계광장에서 개최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오늘날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누리게 된 것도 광주항쟁에서 피 흘린 거룩한 혼의 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에게 폭행당하고, 자식들을 먼저 보냈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 하나로 고통의 세월을 견뎌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지만원을 국회로 불러들여 (공청회를 열고) 자기 당 국회의원들을 참여시켜 망언을 쏟아냈다"고 개탄했다. 이 이사장은 "(5.18 운동) 폄훼 세력을 절대로 용서하면 안 된다"며 "국회가 5.18왜곡 처벌법을 신속하게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5.18 민주화운동은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철저하게 검증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민주역사"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는 올바르게 기억되고 기록될 때 강한 힘을 가진다"며 "이제 5.18 운동은 피해자와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부심이 돼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경북 사람이지만 응원... 5.18왜곡 처벌법 만들어야"

또 본 대회에 앞서 자유발언에 나선 10대 김경주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졌다. 김씨는 "저는 경북에서 태어나 광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지만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안다"며 "저희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경북 경주에 계시지만 (대회 참석자와 광주시민) 여러분들을 응원한다"고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어 그는 "5.18 정신을 모독하는 자유한국당을 그대로 놔둬서야 되겠는가"라며 "다시 한번 국민의 힘으로 징계해야 한다, 5.18왜곡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크게 외쳤다.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경북 경주에서 온 한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경북 경주에서 온 한 학생이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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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범국민대회가 끝난 직후 참석자들은 청계광장 - 광화문 북측광장 - 세월호 광장 등을 행진하며 "전두환을 처벌하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즉각 제정하라", "역사왜곡하는 지만원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광화문역 인근에서 '광주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촉구시위를 하던 일부 보수시민단체와 마주쳤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행진을 이어나갔다.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5.18망언규탄 범국민대회 개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 범국민대회’가 2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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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5월 민주유공자 3단체 대표, 광주운동본부 100여개 단체 대표자와 회원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김영록 전남도지사,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또 설훈·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추혜선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등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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