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세먼지도 '종북' 탓이라는 보수언론

'미세먼지-중국-북한' 하나로 묶고 '탈원전 괴담론'까지 동원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3.08 09:35

물 먹기를 거부하는 소에게 어떻게 물을 먹여야 할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물을 먹지 않으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고 설득을 하기도 어렵고, 그저 힘을 동원해 억지로 물을 먹이기도 어렵다. 소가 관심이 있어하는 다른 수단을 동원해 물가로 데려가는 것이 먼저인데, 그러고도 결국 물을 먹을지 말지는 소 마음이다. 그럼에도 소를 물가에 데려가는 게 중요한 것은 소가 물에 가까운 장소에 있어야 물을 먹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일은 소에게 물 먹이는 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권력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여론이 이를 뒷받침 해도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대책’은 힘을 잃는다. 소를 물가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취지가 퇴색하거나 무용해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정치와 언론은 늘 애초에 소에게 먹여야 할 것이 물이 맞는지, 소를 모는 사람이 그걸 관철하기 해 동원한 수단은 적절한 것이었는지 등을 늘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문제를 다루는 정치와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세먼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일종의 정치공세로 이해(납득하겠다는 게 아니다)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도 ‘종북’ 때문이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은 합리적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고용난과 음란사이트 차단 등 문제로 정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런 논리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세먼지와 ‘종북’이 만나는 곳은 중국이다. 보수언론이 유포하는 논리는 이런 형식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은 중국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데, 정부가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중국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환경단체들이 미세먼지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정권 들어 권력을 ‘나눠먹게’ 된 때문 아니냐고도 한다. 환경단체들이 당장 천안문 앞에 가서 시위를 해야 할 판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우리 책임이라는 증거가 있느냐”고 반응한 것은 이런 주장의 근거 중 하나다. 만일 상대가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면 우리 정부가 어떻게 했겠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한일관계의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함께 문제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법적 쟁점이 이미 존재하는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와 원인과 결과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부터가 난관인 미세먼지 문제를 동렬에 놓고 논할 수는 없다. 우리 입장에서 미세먼지 문제 악화의 중요 원인이 중국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만, 중국 정부가 그걸 인정하게 만드는 것은 소를 물가에 데려가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공강우와 같은 해법이 효력이 있든 없든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무언가를 공동으로 하면서 논의의 틀을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연합뉴스)

미세먼지와 ‘종북’이 만나는 논리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탈원전 괴담론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외적으로는 중국의 영향이 크지만 이것을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국내적 차원에서 원인을 줄여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수세력의 주장은 미세먼지의 국내적 원인은 상당 부분 화력발전에서 나오므로 핵 발전소 가동 비율을 늘려가야 하는데 대통령이 ‘원전 괴담’만 믿고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전 괴담’이란 ‘판도라’라는 영화로 압축된다.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탈원전에 ‘꽂혀서’ 방사능 물질 등의 영향력을 과장한 괴담을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주장에 따르면 이 괴담은 주로 운동권 출신들이 음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굴뚝이 없는 핵 발전소가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엔 물론 일리가 있다. ‘깨끗한 에너지’라는 것은 핵 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 논리이다. 단 이것은 핵 발전소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 경우를 전제한다. 핵 발전의 최대 문제는 일이 잘못됐을 경우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자체를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탈원전 정책의 당위는 괴담이 아니라 바로 이 점에서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핵 발전의 비중을 늘린다는 것은 10마리 늑대를 피해 1마리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가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모색해야 할 대안은 늑대도 호랑이도 없는 안전한 길을 찾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정부가 내세우는 ‘탈원전’의 실제 내용은 그저 현상유지를 하자는 것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자면 보수세력의 주장은 음모론의 전형적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음모론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근거 중 하나는 최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제로 결렬되었다는 점이다.

보수세력은 협상이 결렬된 과정과 맥락을 분석하고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다루는 데 무관심하다. 미국이 합의를 거부한 것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데도 우리 정부가 지금 쩔쩔매는 것은 ‘종북’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뿐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대통령과 여권 핵심인사들이 북한에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여의도 근방에선 지금까지 정부 여당에 정치적 어드밴티지가 됐던 ‘평화’ 담론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망스런 결과를 남기고 ICBM 카드를 북한이 다시 꺼내드는 지금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역시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손 놓고 있는 게 답일까? 이 경우 남는 것은 볼턴식 해법 뿐이다. 물론 이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도 해법의 하나일 수는 있다. 그 과정에 있을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북한과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우리에게 새로운 피해를 안겨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중국에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하지 않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통보를, 북한에는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도와줄 수 없다”는 선언을 ‘시원하게’ 하는 걸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그 대가로 주어질 정치적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자는 것까지 용인할 마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평소 하루를 살아내기조차 바쁜 사람들이 소를 물가에 데려가는 방법까지 완전하게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소를 물가에 데려가는 문제를 다루는 걸 직업으로 하는 정치와 언론이 자기 역할을 성실히 하길 촉구하는 수밖에 없다. 비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정치와 보수언론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당장은 이 상황이 정부 여당에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공동체 모두가 감당해야 할 문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을 것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뭣이 중헌디... 강의 줄이고 건물 늘리는 고려대

강사법 시행 앞두고 시간강사 강의 대폭 축소... 학생들 "등록금 대체 어디 쓰나"

19.03.08 07:50l최종 업데이트 19.03.08 07:50l

 

#1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홍아무개(21)씨는 이번 학기 휴학을 결심했다. 그는 휴학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전공 수업 부족을 꼽았다. 이번 학기에 개설된 전공의 90% 정도는 4학년에 진학하는 홍씨가 이미 수강한 과목이다. 뉴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겠다던 학교가 올해 신설한 전공은 단 하나. 반면 기존 전공 수업 개수는 작년 대비 38%나 감소했다. 400만 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면서 관심 없는 전공을 들을 수 없어 결국 휴학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학내에서 사라진 강의는 200개가 넘는다.

#2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황윤기(24)씨는 졸업반이다. 보통 졸업 전 마지막 학기엔 수강 신청이 수월하지만, 황씨는 목표한 7개 강의 중 단 두 개만 가까스로 신청했다. 특히 매년 인기였던 교양 과목이 연달아 폐강되며 수강 신청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졸업 기준은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듣지 않는 정원미달 강의를 찾는 중이다. 졸업이 코 앞인데, 남들이 버린 과목을 '주워담아야' 하는 현실이 막막하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은 지난 2월 성명에서 연세대가 선택교양과목을 60%나 축소했다고 밝혔다.

지금 캠퍼스는 공사판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3월. 캠퍼스 곳곳에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의 설렘이 가득하다. 그런데 여느 봄날과 달리, 고려대는 '공사판'이다. 아침만 되면 캠퍼스 곳곳에서 요란한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높이 솟은 공사장 가림벽은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방불케 한다. 개강 시즌에 흔히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곳곳에 '건설 붐'이 일고 있다. 학교가 엄청난 돈을 투입해 건물 신축에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대는 안암캠퍼스에서 ▲ SK미래관 ▲ 건축사회환경관 ▲ 융합연구동 ▲ 자연계 실험동, 세종캠퍼스에서 ▲ 정문 및 부대시설 ▲ 문화스포츠대학 교육동 ▲ 산학협력관 등 모두 7개의 건물을 신축·계획 중이다.

SK미래관 정도 공사 중이던 2017년 기준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건설 중인 자산'만 310억여 원이었다. 여기에 중앙도서관 로비 리모델링, X-Garage 조성 등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보수 작업까지 합치면 열 개가 넘는 건물에 최소 수백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게 학교냐" 지난 2월, 고려대 후문에 학교의 수업 감축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 "이게 학교냐" 지난 2월, 고려대 후문에 학교의 수업 감축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 유종헌

관련사진보기

 
최근 퇴임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2월 25일 졸업식 축사에서 지난해 고려대가 기부받은 금액은 약 11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 700억 원 이상이 건축기금이었다. 또 4천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의 상당 부분 역시 건축기금이다. 이미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축 '예산'을 확보한 셈이다. 캠퍼스가 공사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학교는 건물 신축을 통해 학습 및 연구 활동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염 전 총장은 학내 언론과의 퇴임 인터뷰에서 "(SK미래관 신축으로) 지식을 습득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고 새 지식을 창출해내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은 이러한 건축 붐이 달갑지만은 않다. 들을 강의가 없어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는데 건물만 '삐까번쩍'하면 뭐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강의는 줄고

지난 2월 말 고려대 후문. 방학 기간임에도 학교 후문엔 학생들의 대자보가 줄줄이 걸려 있다. 대부분 학교의 강의 수 축소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올해 1학기 고려대의 개설과목 수는 전년 대비 200개 이상 줄어든 상황.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본부가 시간강사들의 수업을 줄이며 전체 강의 수도 덩달아 줄어든 탓이다.

수업이 줄며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시간강사가 진행하던 수업들이 대폭 축소됐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A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수년째 호평받던 강사가 해고되고 평이 안 좋은 전임교원이 수업을 맡으면서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본부는 기자와 2월 28일 통화에서 "강사가 전담하는 수업의 축소를 지시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학생은 별로 없다. 본부가 각 학과로 보낸 대외비 문건에서 시간강사 전담 과목 수를 줄이라고 지시한 정황이 지난해 11월 확인됐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강사법 대비 강의수 축소·과목 통폐합"… 고려대, 대외비 문건 파문).

당시 학교는 '시간 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 과목 수 축소 ▲ 전임교원 수업 비중 증대 ▲ 졸업이수학점 축소 ▲ 분반 수 축소 ▲ 기존 수업 통폐합 및 온라인 강의 비중 강화 등 강사법 대응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이 문건이 유출되면서 학교는 대응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학기 수업이 대폭 준 배경에 여전히 학교 본부가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고려대 총학생회는 2월 5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카드뉴스에서 "익명의 교수로부터 '강사를 채용하지 말라는 비공식적인 지시가 여전히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학교는 재정 부담을 호소한다. 수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재정 소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박만섭 교무처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강사법 시행으로 연간 55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의 70%를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8500억 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역시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강사법 시행이 오는 9월부터라 12월 겨울방학 때는 2주만 임금을 지급하면 된다(단 2019년만 해당). 이런데도 학교 본부는 200여 개에 달하는 강좌를 줄인 것이다.

반면 건물 신축에는 수백억 원대 비용이 쓰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교육 여건보다 시설물 투자가 더 우선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맨 위에서 사례로 인용한 홍씨는 "친구들끼리 농담삼아 '학교는 대체 등록금을 어디다 쓰는 거냐'고 말한다"며 "건물 부수고 짓는데 투자할 돈으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강의 시수 부족을 먼저 해결하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중앙대도, 연세대도... 짓고 또 짓고

이는 비단 고려대만의 상황이 아니다. 중앙대는 2008년 두산에 인수된 뒤 5개의 건물을 신축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가 두산건설 연도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파악한 공사비 총액만 2500억 원에 달한다. 신축 건물의 시공사는 모두 두산건설이었고,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중앙대-두산의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중앙지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중앙대학교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학기 중앙대의 개설강좌는 5079개로, 작년 대비 무려 1102과목이 줄었다. 중앙대는 2017년 시간강의료로 95억 5천만 원을 지급했다. 두산건설과 맺은 수의계약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한 강사료를 아끼려는 것이다. 

연세대는 지난 2015년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1100억 원을 들였다. 2014년 전면 운용을 시작한 송도 국제캠퍼스에도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작년 3월에는 인천시와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2단계 협약식'을 가졌다. 4만 2000평의 부지를 516억 원에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이번 학기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선택교양 강좌를 60%나 줄였다.

대학에 돈이 없어 시간강사를 해고하는 게 아니다.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다. 도대체 왜 대학들은 이렇게 건물을 짓고 또 지을까.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27일 서면 인터뷰에서 "시설물 증축이야말로 대학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투자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고 대표는 "기업과 제휴해 건물을 올림으로써 학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일단 짓고 나면 임대 사업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게다가 성과가 바로 나지 않는 교육·연구 프로젝트에 비해 시설물 증축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이 시설물에 적극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대학교육협의회는 교육부에 총 22개의 '교육분야 규제개혁 건의과제'를 제안했다. 이 중 상당수는 토지·건축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지 인정 범위 확대, 교지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면제, 학교시설 취득 시 세금 면제, 기준면적 초과 교사에 대한 수익사업 허용 등이 포함됐다. 쉽게 말해 학교가 땅과 건물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하겠다는 말이다.

대학은 지금 사실상 '시간강사 대량해고' 중
 
 지난 2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 SK미래관 건설 현장. 고려대는 SK미래관 공사 때문에 학내 일부 도로를 폐쇄했다.
▲  지난 2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캠퍼스 내 SK미래관 건설 현장. 고려대는 SK미래관 공사 때문에 학내 일부 도로를 폐쇄했다.
ⓒ 유종헌

관련사진보기

 
대학의 수사법대로라면, 시설물 증축에 쓰이는 수백억 원은 '투자'가 되는데 강사법 개정으로 인한 추가 재정 소요는 '비용'이 된다. 그러나 강사법 개정 역시 시간강사들의 안정적인 연구활동과 강의활동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이 비용 역시 교육기관이라면 당연히 부담해야 한다.

강사법의 골자는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 학기 단위로 재계약하던 것을 바꿔 1년 이상 임용을 보장하고, 4대보험이나 방학 중 월급·퇴직금 등을 지급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간 시간강사들은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휩싸였다.

대학은 이런 시간강사의 처지를 이용해 이들을 착취해 왔다. 2017년 고려대가 시간강사에게 지급한 시간강의료는 101억 원. 전체 예산의 1.5%, 교원 예산의 4.5%에 불과하다. 고려대는 이 시간강사들에게 전체 강의 30%에 달하는 수업을 맡겨 왔다. 그렇다면 시간강사의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돕는 비용 역시 교육기관의 투자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서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할 처지가 되자,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을 사실상 '대량해고' 하고 있다. 동시에 시설물 증축에는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 있다.

고려대 홈페이지 메인에는 "2018년 QS평가에서 고려대가 3년 연속 국내 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는 홍보기사가 여섯 달째 걸려 있다. '국내 사립대 1위' 대학에서 학생들이 강의가 부족해 휴학한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방문기-1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08 09:29
  • 수정일
    2019/03/08 09: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하나의 민족 하나의 조국 방문기-1
 
 
 
김정희 재불동포 
기사입력: 2019/03/07 [22:1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자주시보에 조국 방문가를 연재 하게 된 김정희 선생     ©

필자인 김정희 선생은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한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프랑스로 이주 30년이상 거주하며  ISG를 졸업했다.

 

파리외환은행과 코트라에서 근무

 

2012년부터 한반도평화통일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     ©


지난 세월을 뒤로 하고이제는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관련북녘 조국에 대한 자료를 찾아 읽고 파고든지 2년 6개월 만에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감리교 목사님의 도움으로 지난 2014년 북녘 조국을 처음 방문 할 수 있었다.

내가 북녘 조국 알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그들도 우리 민족일진대왜 우리는 70여년이 넘는 세월을서로 적대시하며 원수처럼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집단으로 매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도북녘 조국을 절대적 주적으로 알고나아가 악마의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인지는 몰라도 외국에서 사는 나에게는 같은 핏줄의 형제를 주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아주 불편하고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다북한 방문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겠다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같은 민족이면서 연락이 단절되고사랑하는 가족부모형제들을 다시보지 못하고금방 전쟁이라도 터질 듯 서로 비난하고 싸우기 만하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의 모습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느 프랑스 할머니가 애틋한 눈빛으로 어떻게 70여년이 되는 세월을 서로 만나지도 못하면서 사느냐는 질문을 할 때 나는 새삼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1948년까지 한겨레 한 공동체로 삼천리 방방곡곡을 우리 땅 우리민족이 하나라고 생각하고 살았다우리의 선대가 그랬고 조상들이 그랬다외세의 수많은 침략을 받았을 때도 이에 맞서 함께 저항하고 투쟁하였다.

일제의 폭압 속에서도 무수한 독립투사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웠지만그들의 피의 댓가가 분단된 조국이라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내 정체성을 찾는 문제와 직결이 된다성인이 되어 오랜 시간 해외에 나와 살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     ©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프랑스 사회에서 일하고 아이들도 프랑스 사회에 잘 적응해 살고 있지만적어도 나는 한국에서 성장하고 교육을 받은문화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나의 정체성의 뿌리가 되는 한반도의 현실은 냉혹하게만 비쳐졌다.

비자와 항공권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에서 오직 한반도의 북쪽만은 갈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다행히도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선언과 1.19 평양선언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에 있다이제는 냉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 반 쪽의 형제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오랜 분단 속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왜곡된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꿈꾸고 미래를 건설하는 시간을 갖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북녘 조국방문을 결정했다.

우리의 민족이 살고 있는 수려한 금수강산이 더 이상 피로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로함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누구든지 평범한 일상과 평화행복을 누리는 사회를 꿈꾸며 시작하는 여행이었다.

70여년간을 다른 체제에서 살며외부와는 철저하게 단절이 되었던 사회이니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4.27 이후의 세대가 갖추어야 하는 상식과 지식을 넓히기 위해 북녘 조국을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작은 사명감이 생긴 것 같다.

오랫동안 우리 머릿속에 갇혀있는 북에 대한 이미지를 털어 버리고 북녘 조국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준비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자세의 발로였다.

내가 2차 방북 후한 한국분에게서 당신은 북에서 살고 싶은지남에서 살고 싶은지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갑자기 나의 개인사에 대해 묻는 사람이 있어서 당혹스러웠다나는 프랑스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남이나 북이나 언제든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이제는 시민이 참여하고 이끄는남북통일 융합의 시대를 꿈꾸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타인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세상의 주인공으로 사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냉전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여는 한민족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분단이여 가라화해와 통합이 춤추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남북관계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 주도해야"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중재자 아닌 당사자 자각 있어야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03.07  18:06:41
페이스북 트위터
   
▲ 겨레하나, 평화철도를 비롯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도해야 할 때라고 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더 이상 기다리거나 눈치보지 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열자. 남북관계를 전진시키고, 한반도 평화문제도 우리가 주도하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아쉬움과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도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겨레하나, 평화철도를 비롯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염원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여 우리가 남북협력과 공동번영의 미래를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고 하면서 미국과의 협의·조율을 넘어 이를 주도하겠다는 입장과 원칙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남북교류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으며, 당초 중단 이유도 대북제재와는 무관했던 만큼 재개도 대북제재와 관계없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는 남북이 결정할 문제이지, 미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

특히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단방문이나 금강산관광을 위한 준비와 같은 일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당장 시작할 수 있으며, 재개과정에서 미국과 이견이 생긴다면 그것대로 해결해가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남북교류와 협력은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해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유일하고 유력한 방법"이라며, 실질적으로 남북교류를 제재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적용 유예부터 예외까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결정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신양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권영길 평화철도 대표,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양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지 10년 7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한마디로 난감하고 실망이 크다. 암울하다"고 심경을 토로하고는 "금강산은 남북교류와 평화협력의 장이고 남북 이산가족 만남의 장소인데, 지금 대한민국 국적자만 방문이 되지 않고 있다"며 관광재개에 관한 희망과 의지를 표시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축제의 장으로 되어야 할 자리인데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 정부가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라는 지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제출한 방북신청에 대해 이번에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반응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까지 8차례 방북 신청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5차례 불허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 유보해 온 것은 우리 정부가 당사자임을 망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사자 지위를 분명히 하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공단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금강산 관광 역시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대북제재와 관계없이 시작된 것이니 그와 관계없이 재개하자"며 "우리가 당사자이고 국민들이 하자면 하는 것이다"라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이를 위해 겨레하나에서는 먼저 올해 상반기 중에 1만 2,000명이 1만원씩 회비를 내서 금강산 관광을 바로 시작하고 장차 12만명, 120만명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영길 평화철도 대표는 "지금의 대북제재는 사실상 대남제재이다. 풀어야 한다"라고 국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최대 급선무인데, 개성공단만해도 입주기업123개 업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3,800여개 협력업체, 8만여개의 일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행이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는 지금  금강산과 백두산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이다.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운명을 좋고 무슨 중재자냐.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민족 자주의 원칙을 천명한 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장은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이 11년 동안 무관세 거래를 해왔고 지금 금강산에 중국관광객들이 다니고 있는 사정을 설명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남북은 더욱 더 교류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겨레하나 회원들이 금강산관광객을 가정해 '열자 금강산'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입력 : 2019.03.07 06:00:04 수정 : 2019.03.07 09:43:33

 

‘양승태 대법’ 통진당 행정소송 배당조작 어떻게

‘통진당 항소’ 접수 전 사건번호 따놓고, 배당 절차도 바꿨다
 

“행정처 관심 커…행정6부로” 
심상철 전 고법원장 지시에
담당자, 다른 사건 접수 중단 
미리 찍어놓은 번호에 맞춰
다음날 통진당 사건 첫 접수 

배당 프로그램 조작 방법은 
관련자들 함구해 파악 난항

검찰이 지난 5일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62·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을 재판에 넘기면서 법원의 재판배당 조작이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고법은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에 따라 옛 통합진보당 관련 행정소송이 특정 판사에게 배당되도록 사건 접수도 하기 전에 사건 번호만 미리 따 보고하고, 배당 절차 역시 임의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건 관련자들이 함구하면서 법원이 배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조작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심 전 법원장은 2015년 12월 순번에 따른 배당 원칙을 어기고 옛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이 정당 해산 후 제기한 지위확인 행정소송의 항소심 재판을 행정6부 김광태 부장판사에게 배당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심 전 원장은 그해 12월2일 사건배당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최모 과장에게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에 관심이 많다. 행정6부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돼야 한다”며 “사건 번호를 미리 하나 잡아보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심 전 원장의 지시를 전달받은 사건배당 담당자 오모씨는 그날 오후 통진당 사건이 항소돼 올라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사건 접수를 중단했다. 통진당 사건의 사건 번호를 이튿날 접수하는 첫 사건으로 미리 따놔야 했기 때문이다. 메모지에 적힌 사건 번호는 심 전 원장을 통해 행정처에 전달됐다. 사건 번호를 순번에 맞지 않게 따로 채번하는 것은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직무편람’ 위반이다.

오씨는 12월3일 오전에 통진당 사건을 접수했지만 배당 절차를 밟지 않고 이튿날인 12월4일 오전에 배당 결재를 올렸다. 3일에 배당 결재를 올리면 뒷순번인 김 부장판사에게까지 배당 순번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미뤘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통진당 사건은 4일 오후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통상 다른 사건들은 오전에 결재를 올리자마자 배당되는 것과 차이가 난다. 검찰은 그사이 미리 빼놓은 사건 번호로 배당 프로그램 조작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어떻게 배당 프로그램이 조작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법원이 해당 자료는 보관 시한이 지나 폐기됐다고 하고, 관련자들도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 전 법원장이 자신에게 지시한 법원행정처 간부가 누군지도 진술하지 않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지시했는지, 배당 프로그램 조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진다면 해당 부분은 앞으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촛불집회 관련 재판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배당해 큰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데도 법원의 배당 조작이 계속돼왔다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70600045&code=940301#csidx3ee5ed1308d6faf8a74c9a3257d94b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07 10:21
  • 수정일
    2019/03/07 10: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박해전  | 등록:2019-03-07 09:39:39 | 최종:2019-03-07 09:44: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인혁당사건 대통령이 근본해결방안 마련해야 
국가인권위,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권고 
(사람일보 / 박해전 기자 / 2019-03-07)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 피해자들이 6일 경기도 덕소에서 만나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결의하고 있다. © 사람일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6일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관련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는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국가의 의무와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 구제조치 필요성’과 관련해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인권위는 또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은 물론 그 관할 범위의 누구나 생명과 신체의 온전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유지되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인혁당재건위사건이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확인된 이상, 국가는 조직적으로 반인권적 탄압행위를 하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반인권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피해 배상의 국제법적 원칙과 관련해 “유엔인권피해자 권리장전은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적절하고, 실효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하며, 위반행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례하여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만족 등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원상회복은 자유의 회복, 인권, 정체성, 가정생활, 시민권의 향유, 원래의 거주지로 복귀, 고용회복, 재산의 반환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특히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의 피해 회복 조치와 관련해 “국가는 지금이라도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국가는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그 권한을 위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또 “그 밖에도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혁당재건위사건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이 1975년 관련인사들을 유신반대투쟁을 벌인 민청학련 배후세력으로 지목해 반국가단체로 고문조작한 국가범죄이다. 박정희 정권은 그해 4월8일 사형선고를 받은 피해자들을 형확정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을 집행하는 ‘사법살인’을 자행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해전 기자>


출처: http://www.saramilbo.com/sub_read.html?uid=19245&section=sc2&section2=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725&table=byple_new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세현 "볼턴은 1회용…北은 폼페이오팀 받아야"

[정세현의 정세토크] "돌파구는 남북 정상회담, 6월 넘어가면 김정은 힘들어져"
2019.03.06 19:03:45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배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걸어 나오도록 기여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몸은 하노이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워싱턴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한 카드로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활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는 코언 청문회를 덮기 위해 예상을 뒤엎는 상황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협상을 해왔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할 수 없으니 난데없이 확대 정상회담에 악역을 맡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합의 결렬 이후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 전 장관은 향후에도 볼턴 보좌관이 큰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몇 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협상의 주도권은 여전히 폼페이오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볼턴은 (트럼프가) 국내 정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잠시 들여온 1회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합의 결렬 이후 북미가 공개한 요구조건을 둘러싼 간극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중재자가 나서서 빨리 만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면서 어르고 달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한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포인트'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겸해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차피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고 북한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역시 확실하게 비핵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가 만나자고 하면 북한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는 폼페이오의 협상팀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해야 한다. 폼페이오가 저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놨는데 북한에서 협상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어도 미국 내 여론이 나빠져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폼페이오든 비건이든 평양에 가는 정도의 그림은 북한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6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결렬됐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따져야 대책과 처방이 나올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판을 깬 것으로 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문제가 결국 회담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봅니다. 

회담이 열리고 있던 시기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 청문회가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 트럼프는 상당히 불편했을 겁니다. 앞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앉아있지만 사실상 생각은 워싱턴에 가 있던 것이죠. 

트럼프는 코언 청문회를 어떻게 덮어야 할까에 대해 생각했을 겁니다. 이를 덮기 위해서는 뭔가 예상을 뒤엎는 상황이 벌어졌어야 했죠. 즉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한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자랑스럽게 입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겁니다. 오히려 그렇게 합의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코언 청문회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협상을 해왔던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할 수가 없으니 난데없이 확대 정상회담에 악역을 맡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킨 겁니다. 

프레시안 : 정상회담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 실무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세현 :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2월 6~8일 평양에 다녀온 뒤 12개의 '소의제'를 확정했고 이걸 어떤 순서로 논의할지에 대해 하노이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1월 31일(현지 시각)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통해 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것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 둔 것이죠. 

2월 28일 회담이 결렬되기 전까지만 해도 양측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27일 친교 만찬 전에 단독 회담을 가진 양 정상의 표정도 좋았고, 특히 트럼프는 이 때 "저희가 (대화했던 내용을) 실제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8일 확대 정상회담 자리에 볼턴 보좌관이 앉아있었습니다. 그 순간 17년 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제네바 합의를 깬 주역입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악연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또 나오기에 불안했습니다. 볼턴이 나오면 판이 이상하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 담당 차관으로 재직하던 2002년 7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P)을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한국에 방문한 볼턴 보좌관에게 한국 정부는 어떤 증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볼턴은 증거는 없다면서 북한을 압박하면 증거를 내놓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후 그해 10월 3일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특사로 한 미국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합니다. 이들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고강도 알루미늄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송장을 제시하며 HEUP를 운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부상은 그런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고, 자기들은 제네바 기본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당시 북한 전력 사정으로 봤을 때 전기가 많이 필요한 HEUP를 운영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없다고 하는데도 미국의 추궁은 계속됐고, 결국 첫 만남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튿날 당시 외무부 제1부상인 강석주는 미국 대표단을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주권 국가이며 NPT 탈퇴 선언도 했기 때문에 당신들이 문제 삼는 프로그램을 가지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통역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석주는 "We are entitled to possess such a program and more than that"이라고, 즉 "우리는 그러한 프로그램(HEUP)뿐만 아니라 그것보다 더한 것도 가질 자격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 과정에서 'are entitled to'(자격이 있다)가 빠진 채 'possess'(보유하다)만 남은 겁니다. 이 때 북한의 통역이 최선희였다고 하는데, 통역이 상당히 거칠었던 것이죠.  

당시 통역을 맡았던 김동현 미국 국무부 선임통역관에 따르면 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미국 측 대표단이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드디어 북한의 자백을 받아냈다'는 생각이었겠죠.  
 

▲ 2월 28일(현지 시각)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확대 정상회담. 맨 왼쪽에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10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회담에서 저는 북한에 이 부분에 대해 확실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지방에 있다고 하면서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회담 대표단 5명을 이끌고 김영남을 만나러 갔습니다. 김영남과 독대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위험 천만한 일을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김영남은 자신들은 분명 HEUP가 없는데 미국이 자기들을 압박한다고 말했습니다. 자기들은 주권국가고 NPT 탈퇴를 선언했는데 미국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우리가 못 가질 이유가 뭐가 있냐고 이야기했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대답 말고 실체적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김영남은 미국이 압박하니까 그런거라면서 기존 대답을 되풀이했습니다. 이후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영문판은 당시 북측 대표단이 미국 대표단에게 "We are entitled~"(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는데 미국은 이를 북한이 HEUP를 보유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북한이 HEUP를 돌리고 있다고 자백했는데 무슨 경수로 사업을 하냐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사업은 중단됐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핵 활동을 하겠다고 세 게 치고 나갔습니다. 이후 비핵화 과정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이번에도 볼턴이 등장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볼턴은 트럼프에게 '빅 딜' 카드를 줬다고 했습니다. 이건 볼턴 입장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한 조치만 있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장애물이 너무 높은 것이죠. 아무튼 이번 일로 봉투를 들고 온 볼턴은 위험하다는 것이 밝혀진 셈입니다.  

리용호, '한 가지 더' 발언의 속내는 

프레시안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이 결렬된 당일 밤 하노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함께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세현 : 볼턴은 북한에 최대한의 조치를 요구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리용호 외무상이 영변과 더불어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음번 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즉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함께 한 가지 정도는 더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북한에서 '플러스 알파'의 내용을 너무 상세하게 공개하면 미국도 퇴로가 없어지지 않습니까? 

리용호 외무상의 '한 가지 더'라는 부분은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간 협상에서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영변 핵 시설의 경우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 10월 폼페이오 장관 방문 등에서 이미 이야기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응 조치는 짝을 맞춰 놓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턴이 들어와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줄줄이 쏟아 놓는 바람에 협상의 진전이 어려워졌는데, 리용호 외무상이 이걸 있는 그대로 공개해 버리면 이후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판단하에 북한은 그 중에 최소한 한 가지는 하겠다는 뜻을 이런 방식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계산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3월 1일 0시(현지 시각)를 조금 넘긴 시각, 멜리아 하노이 호텔에서 리용호(오른쪽) 외무상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를 이야기한 것은 사실상 북한에 무장해제를 요구한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앞으로 회담에서 볼턴이 어느 정도 참여하느냐에 따라 북미 간 진도 나가는 것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단계적으로 할 것을 한꺼번에 쏟아 놓는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북한에 그러한 조치를 요구하려면 미국도 거기에 상응하는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론 볼턴 식의 사고로는 그럴 필요가 없이 그냥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트럼프가 앞으로도 계속 폼페이오-비건을 통해 북한과 협상을 한다고 하면 이번에 만들어 놓았던 합의문과 리용호 외무상이 넌지시 던진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추후에 하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몇 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협상의 주도권을 여전히 폼페이오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볼턴은 국내 정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잠시 들여온 1회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서방 언론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트럼프뿐만 아니라 북한도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세현 : 협상 중에도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면 '북한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서훈 국정원장이 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하던데요. 지붕과 문짝을 다시 달았다고 합니다. 

서훈 원장은 이미 폐허가 된 것을 폭파하면 홍보효과가 별로 없으니까 번듯하게 갖춰놓고 폭파하기 위해 복구했을 가능성도 있고, 북미 간 회담이 잘 안될 경우 미사일 발사대로 다시 활용하기 위해 복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북한이라면 전자의 의도로 동창리를 보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시그널을 주기 위해 상당히 치밀하게 움직입니다. 지난 1994년 경수로 협상 당시 미국 쪽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평소에는 영변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데, 영변 지역을 체크하는 위성이 지나갈 때 북한이 영변 굴뚝에 연기를 내보낸다는 겁니다. 자신들은 계속 핵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주는 것이죠. 미국에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하기 위한 겁니다.  

또 이번 동창리의 경우 나중에 협상에서 값을 제대로 받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미국에 "지금 이렇게 다 시설 갖춰져 있는 것을 우리가 버리는 거니까 제대로 계산해 줘야 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죠. 이러한 교환 가치가 있게 하려면 복구 및 보수 작업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때  

프레시안 : 북미 간 대화의 모멘텀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한국의 역할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중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사나 남북 정상회담 활용 방안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게 해야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살릴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은 중재자가 나서서 빨리 만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다음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좀 시간을 끌면서 미적거릴 수 있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나가서 미국과 협상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대뜸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인 거고요.  

실제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의 베트남 순방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북한이 그만큼 미국과 회담을 하고 싶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미국과 회담이 잘 안됐다고 이야기하면 북미 정상회담을 또 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 북한과 미국 사이를 중재하면서 어르고 달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결국 한국밖에 없습니다. 미국도 중국이 나서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 2월 27일(현지 시각)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친교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럼 결국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걸까요? 

정세현 : '원포인트'로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지금 김정은이 서울 답방을 겸해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우리는 어차피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고 북한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필요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어그러진 이유, 미국이 요구한 사항,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의도 등을 우리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중재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역시 확실하게 비핵화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미국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걸 가능하게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자고 하면 북한에서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미국도 만나야 합니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갔다고 하던데 비건 대표 통해서 미국 측 이야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미국 입장과 북한의 입장을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중재안을 만든 뒤에 원포인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동의를 받고 그걸 들고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가능할지 타진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폼페이오의 협상팀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해야 합니다. 폼페이오가 저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놨는데 북한에서 협상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하고 싶어도 미국 내 여론이 나빠져서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폼페이오든 비건이든 평양에 가는 정도의 그림은 북한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부가 NSC 회의를 통해 후속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여기서 북미 간 중재 외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걸 보고 한미 간 엇박자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세현 : 사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는 다 됐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넣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북미 간에 이 사안에 대해서는 물밑 대화로 양해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월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 철도‧도로 사업과 경제협력 사업 등에서 트럼프가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있다고도 했습니다. 한미 간에도 남북경협이 북미 회담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트럼프가 이야기한대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경협 카드를 활용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 넘기면 힘들어진다  

프레시안 : 미국과 북한이 이러한 교착 상태에서 버티기로 들어가면 어느 쪽이 더 힘들어질까요? 

정세현 : 북한이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의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 외자 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 가능하게 하려고 했고 그 답을 하노이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올해 6월을 넘기면 김정은에게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해외 투자 유치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계산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속이 상해도 미국에 대해 험한 말을 쏟아내지 않는 겁니다. 미국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하노이 현지에서 리용호-최선희의 기자회견 역시 나름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게 사실 미국을 욕하는게 아니라 도와달라는 거죠. 

김정은이 5일 평양에 돌아왔을 때 평양 시민들이 나와서 엄청 환영해줬는데요. 이 역시 미국에 '다음 번 만남은 잘해보자'라는 신호를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 5일 새벽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다. ⓒ로동신문


프레시안 :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가 달라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다음 회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세현 : 현실적으로 북한도 지금의 비핵화는 일단 자신들의 비핵화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다음 단계에 나올 문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도보다리에서 미국이 불가침을 약속해주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냐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북힌이 비핵화하고 평화협정 체결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 미 전략자산 전개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비핵지대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경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세현 :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대신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한 관측이 제기되는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 그렇게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겁니다. 그리고 '개천을 건너고 있는 중간에 말 바꾸지 말라' (Never swap horses crossing a stream)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리용호-최선희로 협상 실무자를 바꾸는 것은 그렇게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프레시안 : 다음번 협상에서는 북미 양측이 단계적-동시적 해결 문제에 합의를 볼 수 있을까요?  

정세현 : 폼페이오가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북한이 받아들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의 연설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건 특별대표의 1월 연설 전까지 미국은 비핵화만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연설에서 북미 관계의 입구로 연락사무소, 평화협정 문제의 입구로 종전선언을 언급했습니다. 이건 기존 미국의 태도와는 다른 겁니다.  

즉 이는 미국 정부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의 체재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드디어 이를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미국 정부의 북핵 문제 접근 방법인 선비핵화가 아니라 동시적-단계적 해결로 간다는 철학이 정립됐다고 생각됩니다. 이건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주장했던 해법이기도 합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항쟁 3년 만에 세상은 다시 재벌공화국”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 개최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07 [00: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노동개악법 저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총력투쟁을 벌였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7일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사노위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민주노총은 6일 노동법개악저지 및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쟁취제주영리병원저지산업정책 일방강행 저지를 위한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수도권 4천여명을 비롯해 전국 13개 지역에서 약 2만명이 참가해 투쟁을 벌였다.

 

<노동과세계보도에 따르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3년차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재벌의 청부입법을 받아들여 노동개악을 제도화하고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까지 무력화하려는 기도는 바로 민주노총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자본이 뭐든 주문만 하면정부와 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해주고 있다며 자본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개악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입법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최저임금제 추가 개악그리고 파업파괴법으로 불리고도 남을 자본의 노동법 개악 주문까지우리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을 수 없는싸울 수밖에 없는 정세라고 지적했다.

 

▲ 노동법 개악 저지를 요구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참가자들은 노동개악을 막고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끝장내고촛불 개혁과제 이행을 앞당길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친재벌-반노동 정책 반드시 박살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참가자들은 탄력근로제 개악에 맞서 3월 말 2차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예고했으며개악을 부추기고 있는 반민주 분단적폐 자유한국당 해체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당사,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 중인 참가자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수도권 대회 참가자들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하고 대회를 마무리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 투쟁을 시작으로 임시국회 일정이 끝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노동법개악저지 및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쟁취제주영리병원저지산업정책 일방강행 저지를 내걸고 농성에 돌입했다.

 

------------------------------------------------------------------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언문>

 

재벌청부 입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자본이 뭐든 주문만 하면정부와 여당이 나서 이를 추진해주고 있다사멸하던 적폐정당에서 극우보수로 재단장한 자유한국당이 여기에 더욱더 개악을 추가 주문하고 있다개악은 총알처럼 재빠르게 추진되고 촛불개혁 과제는 거북이걸음처럼 늑장이다.

 

자본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개악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입법 순번표를 기다리고 있는 최저임금제 추가 개악그리고 파업파괴법으로 불리고도 남을 자본의 노동법 개악 주문까지우리 민주노총이 싸우지 않을 수 없는싸울 수밖에 없는 정세다.

 

그뿐인가언제 몰락해 문 닫을지 모르는 노조프리 광주형 일자리 확대정책조선산업 생태계를 망치며 재벌에 특혜를 몰아주는 대우조선 일방매각 정책그리고 재벌의 무분별한 건설토목 경제만 부추기는 투자예비타당성 면제 사업과 재벌기업에 규제를 면제해 주는 샌드박스제도까지온갖 친재벌 정책이 사회 구석구석을 좀 먹고 있다촛불항쟁 3년 만에 세상은 다시 재벌공화국이 돼 버렸다.

 

이같이 기울어진 친재벌 한국사회를 배경으로이제 여야는 야합의 3월 국회를 열고 있다. 3월 국회는 친재벌-반노동 개악 국회일 것이 분명해졌다우리 민주노총은 3월 친재벌-반노동 입법을 반드시 막을 것이다민주노총은 영문도 모르고 희생과 고통을 전가 받을 전체 노동자 민중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 싸울 것이다.

 

우리는 오늘노동개악 무력화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 시작을 선언한다우리는탄력근로제 개악 저지 투쟁에 총력 매진할 것이다우리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막을 것이다또한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 실현 과제를 거꾸로 되돌리는 총자본의 노조파괴 시도를 주저앉힐 것이다끝내는반동의 재벌과 극우보수 자유한국당에 맞서 그리고 우경화로 치닫는 정부여당을 향해, 2천 5백만 노동자 위력을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오늘 투쟁은 시작이다마침내 노동개악을 막고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끝장내고촛불 개혁과제 이행을 앞당길 때까지 이 투쟁을 지속할 것이다친재벌-반노동 정책 반드시 박살내자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투쟁을 결의한다.

 

하나공짜야근에 과로사로 /노동자 삶을 파탄 낼 /탄력근로제 개악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해 /3월 말 2차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하나최저임금 인상효과 /무력화 꼼수로 무장해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까지 /부추기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악 시도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폐지, /단협 유효기간 연장, /파업찬반투표제도 개악 등 /노동3권 무력화에 /혈안이 돼 있는 /반동의 재벌을 향해, /재벌독점체제 전면개혁 투쟁을 /본격화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제주녹지국제병원의 공공병원으로의 전환, /광주형일자리와 대우조선 일방매각 정책 폐기 등, /사회공공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친화적 산업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대정부-대여당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극우보수로 재단장하고 /더욱더 개악을 부추기고 있는 /반민주 분단적폐 /자유한국당 해체 투쟁을 /강화할 것을 결의한다. 

 

2019년 3월 6일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회 참가자 일동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장자연 10주기: 검찰은 ‘조선일보 방 사장’ 잡아 성 접대 근절할 수 있을까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03-07 05:49:02
수정 2019-03-07 05:49:36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없음
ⓒ뉴시스
 
 

2009년 3월 7일. 10년 전 오늘 29살 장자연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숨지기 일주일 전, 장 씨가 남긴 문건(이하 장자연 문건)이 그 이유다.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사장님이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몇 개월 후 김성훈(기획사 대표 김종승의 가명)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님 아들인 스포츠조선 사장님과 술자리를 만들어 저에게 룸싸롱에서 술접대를 시켰습니다. …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009. 2. 28 장자연” 

장 씨는 성 접대 피해자였다. 장 씨의 기획사 사장은 사업적 관계를 맺기 위해 돈 많고 권력 있는 남성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장 씨의 몸을 재화로 제공했다. 그는 두 남성 주체의 끈끈한 형제 연대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성 접대를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장 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홀로 사회적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장 씨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 진실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 방 사장’ 빠진 껍데기 수사  

2009년 8월 19일 장 씨의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장 씨의 기획사 대표 김종승 씨와 장 씨의 매니저 유장호 씨만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그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행·모욕 등으로 성 접대 강요와는 관련 없는 죄목이었다.  

장자연 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
장자연 씨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뉴시스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유력 인사 4~50여 명이 성 접대를 받았다고 ‘장자연 문건’은 폭로했지만, 결국 성 접대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건 종결로부터 9년이 흐른 지난해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장 씨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검 산하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같은 해 6월 재수사를 시작했다.  

2009년 장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는 과정에서 ‘장자연 문건’ 내용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증거들을 빠뜨린 사실이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빠진 증거는 장 씨의 휴대전화 3대의 통화 기록, 휴대전화 3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장 씨의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이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 검사로부터 장 씨의 통화 기록을 제출받았으나, 원본 파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핵심 증거 누락은 미흡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계속됐다고 진상조사단은 지적했다. 장 씨의 주거지 및 차량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장 씨의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 등 장 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증거들이 빠졌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과거 압수수색 당시 장 씨의 침실 위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침실과는 별도로 있었던 장 씨의 옷방은 수색하지 않았으며, 장 씨가 들고 다니던 가방도 열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없음
ⓒ뉴시스

또 과거 수사기록에 ‘장 씨의 싸이월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예정’이 기록돼 있으나 실제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장 씨가 싸이월드에 개인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큰데도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총체적 수사 부실이 있었음에도 당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 수사를 지시하거나 이행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넘긴 자료가 부실하다는 것을 검찰이 몰랐겠느냐”라며 장 씨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이어지면서 축소·은폐됐음을 인정했다.

‘방 사장’ 잡다 임우재·권재진까지  

진상조사단은 재조사를 통해 ‘조선일보 방 사장’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고 의심받는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을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2월 소환 조사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과거 수사에서 그가 2007년 10월 서울 청담동에서 장 씨와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씨 등을 만난 사실이 확인됐지만, 경찰은 물론 검찰도 그를 조사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진상조사단은 2008년 가을 방 사장이 한 차례 더 장 씨를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이사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이사

진상조사단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를 불러 ‘조선일보 방 사장’과 관련된 사실을 추궁했다. 과거 수사에서 방 전 대표이사가 2008년 10월 장 씨와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확인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두 사람과 장 씨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이 재수사 과정에서 확보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2008년 장 씨와 35차례 통화한 기록을 진상조사단은 장 씨의 생전 통화기록을 살펴보다 확인했다. 해당 번호의 명의는 당시 임 전 고문의 부인이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으로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와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민중의소리

또 진상조사단은 2008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이 장 씨와 방용훈 사장 등이 함께한 자리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초대를 받아 합류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권 전 장관은 검찰 내 2인자로 꼽히는 대검 차장이었던 만큼 장 씨의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외에도 진상조사단은 과거 수사에서 장 씨를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 씨를 재조사해 재판에 넘겼다. 조모 씨는 2008년 8월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씨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방 사장’ 잡아도 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재수사를 통해 ‘조선일보 방 사장’의 정체가 밝혀진다고 해도 그를 처벌할 방법은 없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장 씨 사건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2월 사이에 벌어졌다. 2009년 당시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성 접대 관련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요·성매매 알선·성매수·강제추행 등 7가지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 고 장자연씨는 2009년 연예 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언론계 종사자 등 총 33명에게 100차례에 가까운 성 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접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장자연 리스트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우 고 장자연씨는 2009년 연예 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언론계 종사자 등 총 33명에게 100차례에 가까운 성 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접대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은 이들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 아무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임화영 기자

성 접대는 현행법에서 성매매로 간주 돼 처벌받는다. 성 접대를 하게 만든 사람은 성매매 알선죄, 성 접대를 받은 사람은 성 매수죄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성매매 혐의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

장 씨에게 전속계약서에 없는 의무 없는 일을 시켰기 때문에 성 접대 관련자들은 강요죄 혐의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공소시효는 7년이다. 강제추행과 지위를 이용한 성매매 알선 혐의는 10년으로 공소시효가 가장 길지만, 지난달 만료됐다. 

진상조사단은 이번 달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조선일보 방 사장’ 등 성 접대 관련자들을 끝까지 밝혀냄으로써 검찰이 성 접대 문화를 근절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삶의 질 선진국’은 먼 길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삶의 질 선진국’은 먼 길

등록 :2019-03-06 05:00수정 :2019-03-06 07:47

 

2만달러에서 12년만에 달성
인구 5천만 이상 국가 중 7번째
빈곤율 높고 복지지출 적어
“경제발전 비해 민생은 취약”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의 나라)에 세계 7번째로 진입했다. 한해 평균 가구소득(4인 기준)이 1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인데, 실제 서민들의 삶도 그만큼 풍요로워진 걸까? 소득 3만달러 도달 시점에 선진국들이 달성한 복지·노동 등 실질적인 ‘삶의 질’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어난 3만1349달러로 집계됐다.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를 돌파한 뒤 12년 만에 3만달러를 달성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합인 국민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지표로, 국내총생산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생활수준을 나타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인구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으로 서방 주요 7개국(G7) 멤버들이기도 하다. 한국이 7번째로 30-50클럽 국가가 됐다는 것은, 세계 11~12위권인 국내총생산·교역규모라는 양적 기준뿐 아니라 경제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세부적인 지점들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총소득의 근간을 이루는 명목 국내총생산의 지난해 증가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1.1%) 이후 최저인 3%에 그쳤다. 국민총소득도 2.9% 늘었는데 역시 1998년(-1.9%) 이후 최저치였다. 수출물가보다 수입물가가 더 올라 교역 조건이 악화하는 바람에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0.1%) 이후 가장 낮은 1% 증가에 그쳤다.

 

그 결과 2015년(6.5%-2.8%)과 2016년(4.2%-2.9%)엔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압도했는데, 2017년 3.1%로 같아지더니 지난해에는 1%와 2.7%로 역전됐다. 가뜩이나 저성장인데 국민이 벌어들인 실질소득은 그보다도 더 적어진 것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하기 전과 후가 질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에 (3만달러 돌파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 수준의 경제활동이나 규모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 시점에 축배를 들기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고령화, 소득과 고용의 양극화, 과중한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3만달러로 대표되는 화려한 ‘경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보여주는 ‘사회’ 지표들은 우리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7개국의 달성 시기의 민생 지표를 분석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한국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삶의 질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분배·사회복지 지표를 비교한 결과, 7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3만달러 달성 시기에 11.8%(7개국 평균)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에서 빈곤위험에 처한 인구(중위소득의 50%미만)의 비율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7.4%(2017년)로 훨씬 더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46.5%·2016년) 등 소득 불평등·양극화 심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이 3만달러 시대에도 큰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7개국의 3만달러 시기(20.7%)의 절반에 불과한 11.1%(2018년)다. 소득수준은 선진국 클럽에 근접했지만,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도 복지지출을 통한 사회안전망은 매우 취약한 것이다.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보여주는 ‘지니계수 개선율’의 경우 7개국은 3만달러 당시 31.5%인 반면 한국은 12.6%(2017년)에 그쳤다.

 

각종 근로여건 지표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2024시간·2017년)은 7개국의 3만달러 당시(1713시간)에 견줘 연간 311시간이나 많고, 구매력평가(PPP) 환율을 적용한 ‘실질 구매력 기준 평균임금’도 한국(3만2399달러)이 7개국 평균(3만9992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받는 수준을 보여주는 ‘실업급여 순소득대체율’도 7개국(25.2%)에 비해 한국(10.1%·2014년)이 턱없이 낮다. 연구원은 “소득 4만달러 달성을 위한 성장 및 생산성 제고를 지속하되,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개선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질적 성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이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박탈감, 소득 증가보다 빠른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한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우리에게 있는지 의문”이라며 “저성장에 따른 지대추구나 진입장벽 강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보유세 인상 등을 통해 지대추구에 따른 수익률을 낮추고 불공정거래 처벌을 강하게 해 진입장벽을 쌓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순혁 조계완 방준호 기자 hyuk@hani.co.kr
 
 
관련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84714.html?_fr=mt1#csidxf11e83b7ec270c2bb7fb680b6b449f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진으로 보는 해외동포들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뉴스프로 | 2019-03-05 14:10: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뉴스프로 편집부

3월 1일과 2일 해외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만세삼창이 울려 퍼졌다. 100년 전 선조들의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한 ‘대한독립 만세’는 물론 ‘대한민국 만세’, 당시에는 하나였던 우리를 기원하는 ‘남북통일 만세’ 등 다양한 만세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 아리랑 연주와 합창, 춤 공연, 거리행진 등이 있었다.  

1.미국 시애틀, 중국 청도(상), 중국 대련, 홍콩(하)

 

2.중국 천진, 프랑스 파리, 필리핀 마닐라, 미국 몬트레이

 

3.베트남 하노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달라스, 싱가폴

 

4.일본 동경, 사할린,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비엔나

 

5.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실리콘밸리, 호주 멜본

 

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브라질 상파울로, 캐나다 밴쿠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트남 호치민, 중국 북경, 중국 상해

 

8. 중국 심양, 호주 시드니, 미국 애틀란타, 러시아 모스크바

 

9. 미국 뉴욕, 휴스턴, 일본 동경, 오사카

 

10. 미국 메릴랜드,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워싱턴, 캐나다 토론토

사진출처: 3.1운동 임시정부100주년기념특별위원회

이 외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아리랑 플레쉬몹이 중국 선전(심천), 미국 애틀란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열렸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열린 ‘한겨레 월드 아리랑 플래쉬몹’행사에서는 한인과 미국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고향의 봄’, ’우리의 소원’ 이 울려퍼졌으며, 유정선씨의 춤공연, 태권도 연합시범단의 태권공연과 그린스보로 한글 학교생들의 난타 공연, 캐롤라이나 풍물단의 풍물공연 등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이어졌다. TV 방송 Fox 46 에서 행사 장면을 방영했으며, 행사를 준비한 김기정씨는 “1919년의 삼일운동을 설명하고 인권 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알리는 행사를 샬롯 도심에서 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아리랑 플래쉬몹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이 있는 블랙번(Blackburn) 공원에서 애틀랜타 지역의 동포 60여명이 모여 3.1절 100주년 기념행사(플래쉬몹)를 가졌다.  

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들과 3월 2일 소천하신 곽예남 할머니를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아이들의 아리랑 연주와 아리랑 합창 퍼포먼스, 3.1 독립선언서 낭독, ‘대한독립 만세’ 만세 삼창, 소감나누기,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와 피켓팅 순서로 진행되었다.

3월 1일, 필라세사모는 재미 안무가 김정웅(Jungwoong Kim)과 함께 퍼포먼스 <무명>(Unknown)을 올렸다. “역사의 질곡에서 해방과 자유를 위해 무수히 쓰러지고 또 일어섰던 이름없는 이들을 위한 공연”이며, “공연을 통해 함께 선열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필라세사모

재외동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3.1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는 행동을 했다. 전세계 38개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풀뿌리네트워크인 4.16 해외연대 (https://youtu.be/f9yvkJnClbs)와 애틀란타 세사모는 ‘3.1독립선언서’ 낭독 동영상(https://youtu.be/NJ7gyd9RGOY)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동포들은 태극기를 들고 일제의 침탈과 폭압에 맞서 비폭력 평화의 정신으로 주권회복을 선언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감격해 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기도 했고, 2월 28일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안타까워하며 ‘남북통일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동영상:https://youtu.be/ogpcu9YN9kI )

행사 중에 3.1절을 맞이하는 소감을 나누는 순서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하여 느낀 소감 또는 각오를 나누었다. 다음은 그 일부이다.

“아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다”(그레이스 고)

“아이에게 뿌리를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은 시민주도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 우리에게는 자유와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게 ‘역사는 너희들이 만드는 거야’라고 알려줄 의무가 있다” (메이슨 김)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자” (조은환)

“책에서 보는 공부와 차원이 다르다. 역사를 알아가는 중이다. 미국 땅에서 행사가짐에 감사하다” “이제 이 모든 감동과 결의가 남과 북의 평화로운 하나됨과 세계평화에의 이바지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 독립정신의 참다운 실현이 성취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승순)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통일문제와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자. 미국내 여론 환기를 위해 의원들에 전화도 걸고 편지보내기에 서명도 하자” (장유선)

참가자들은 공감하며 박수를 보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틀란타 플래쉬몹 행사 사진과 동영상은 페이스북으로 공유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주권은 이 세상에 자신의 가치를 바로하여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기반입니다. 독립선언문을 함께 낭독하며 다시금 이런 면면을 깨닫게 되니 벅찬 감동을 갖게 됩니다.” (장승순)

“통일 대한민국 독립만세를 기다립니다. 새 역사는 아이들이 써 내려갑니다.” (오경석)

애틀란타에서 열린 3.1 운동 100주년 기념 플래쉬몹

한편,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연방의회 결의안이 두 건 이상 발의되었다. 뉴욕주 의회와 버지니아 주 의회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결의안’을 채택했고, 연방의회 차원에서는 뉴욕주(그레이스 맹, 민주), 뉴저지주(앤디김, 빌 파스크렐, 민주), 캘리포니아(길 시스네로스), 매사추세츠(윌리엄 키팅) 등이 결의안(H.Res.164)을 공동발의했다.

그 외에 조지아주(귀넷/포사이스) 랍 우달(공화) 하원의원도 ‘3.1운동과 한국독립선언 100주년 기념 결의안’(H. Res. 159)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에는 1919년 3월 1일 한국전역에서 2백만명이 대규모 시위에 참가하고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당시 상황과 3.1운동으로 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지고 전세계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랍 우달 의원은 “이 결의안은 3 .1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과 한국 간의 강한 유대 관계를 재확인합니다. 7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국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상호 이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 국민의 중요한 이정표를 인식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합니다.”라고 밝혔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5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폭주하는 극우①] 극단적 거짓주장 난무 ‘태극기집회’ “민족반역자 문재인 끌어내리자”

위압감 조성하는 집단적 군복과 가스총까지 잇따라 발견되는 ‘태극기 집회’

특별취재팀 이승훈 기자
발행 2019-03-05 19:15:37
수정 2019-03-06 07:17:4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구국투쟁'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2019.03.01.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구국투쟁' 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2019.03.01.ⓒ뉴시스

편집자주ㅣ탄핵 이후 잦아들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0·70·80대 노년층의 집회라 불리던 ‘태극기 집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주요 방송사를 앞질렀다. 철지난 색깔론을 내뱉으며 안보장사를 한다. 대다수의 대중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극우가 더욱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학술지에 실릴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보다 자세히 관련 현상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폭주하는 극우’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다룬다.

혐오표현으로 가득 찬 광란의 집회가 주말마다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통칭되는 이 집회에선 “문재인 정권이 우리사회를 공산화시키고 있다”는 식의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한다. 이런 주최 측의 선전·선동으로 반공이데올로기 성향이 매우 강한 60·70·80대가 대거 결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빨갱이’, ‘좌빨’ 등의 각종 혐오발언도 쏟아져 나온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큰 반응을 얻으면서, 더욱 과격한 발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집회 규모까지 커지면서 자신감까지 얻은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대열 밖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빨갱이 XX들”이라고 부르짖으며 위협한다. 이 같은 장면은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심심찮게 목격된다.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군복을 착용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주변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가스총을 집회 도중 꺼내드는 집회 참가자들까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3월1일 서울역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등장한 피켓들.
3월1일 서울역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 등장한 피켓들.ⓒ민중의소리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문 대통령 끌어내려야 애국”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태극기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공휴일인 이번 3·1절엔 전국 각지의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로 총집결 했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절에도 서울역에서 약 1만 명이 모이는 ‘제111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했다.

또 박근혜대통령1000만석방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일파만파),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등 극우 성향을 띠고 있는 단체들도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에서 수천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같은 시간 대에 행진을 진행하며 남대문로 일대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는 헌법에 따르면, 이들의 집회시위 또한 폭넓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에서 제기되는 주장과 관련해선, 어디까지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봐야 할지 우려가 크다. 강한 국가주의·권위주의·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파시즘’적인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하는 데 이어, 참가자들도 격하게 반응하면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주말집회와 3월1일에도 우려스러운 각종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들과 반대되는 시민들을 ‘촛불 쿠데타 세력’ 또는 ‘처단해야 할 배신자’로 규정짓고,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노력에 이념의 굴레를 씌워 혐오를 조장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미 망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선포하자”는 둥 내란선동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런 죄 없는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손석희부터 구속시켜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모조리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주사파 정권은 곧 무너질 것이다.” (‘대구 선글라스 아재’ 오영국 씨)“문재인은 사기탄핵, 촛불마적단, 5·18카르텔로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고 독재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월남화, 북한화, 베네수엘라화 시키려한다…민족반역자다. 끌어내려야 한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정동영은 더불어노동당에서 5·18을 갖고 전체주의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5·18 비난하면 징역이라고? 쓰레기 같은 소리다. 5·18은 폭동이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좌파가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을 공포와 억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거짓촛불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탈·침탈하면서 나라가 망했다. 문재인 집권 후 대한민국은 거의 사라졌다…새빨간 세력을 끌어내고, 배신자들을 처단하자.”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오늘의 거대하고 자랑스러운 번영된 대한민국을 만들었거늘, 이자들이 들어서서 부관참시하고 있다. 이 못된 족속들에 대해 우리는 전쟁을 선포할 권리가 있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서울역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선 매번 집회 시작에 앞서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에 경례하는 의식을 치른다.
서울역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선 매번 집회 시작에 앞서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에 경례하는 의식을 치른다.ⓒ민중의소리

박정희식 ‘반공’ 부르짖는 참가자들 
군복·선글라스 복장도 박정희 스타일 선호
 

집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나라 경제를 모두 망가뜨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이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확신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것이 애국”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들이 매번 집회에서 강조하는 인물이 있다.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이다. 집회 시작에 앞서 항상 애국가를 부르고, 커다란 화면에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띄우고 “충성”을 외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국강병의 국부’ 등으로 표현하며, 아버지의 뜻을 잇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다. 

매주 서울역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대한애국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반공정신, 새마을정신, 부국강병의 정신을 이어받자”며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제90차 태극기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가치관을 높게 사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혐오는 여기서 비롯된다.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의’로 삼았다. 집회 참가자들의 생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국가주의와 안보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북한과 대화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나라를 공산주의화 시키려는 역적”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젖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복장에서도 드러난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이가 굉장히 많다. 단순히 눈이 부셔서라고 하기엔, 그늘진 집회 장소에서조차 한번 낀 선글라스를 잘 벗지 않는다. 이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마치 자신을 ‘작은 박정희’라고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되는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애국당 계열 시민단체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가 태극기집회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되는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애국당 계열 시민단체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서명운동본부'가 태극기집회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올해 3월1일 태극기집회에 매번 등장하는 구국동지회 깃발들.
올해 3월1일 태극기집회에 매번 등장하는 구국동지회 깃발들.ⓒ민중의소리

중요행사 때마다 등장하는 가스총 

문제는 이 같은 주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반응하며, 혐오와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된 반공이데올로기는 남북 공동행사 등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직접적인 위협행위 등으로 표출된다.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는 60·70·80대다. 참가자 중엔 구국동지회 소속 육군·해군·공군 퇴역군인들도 상당수 보인다. 이들은 개개인별로 ‘사관학교 ○○기 구국동지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 또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해병대 군복을 차려입고 참가하거나, 특전사 부대마크가 달린 차량을 끌고 나오기도 한다. 그 자체로 주변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군복을 입은 집회 참가자 중에는 호신용 또는 경호용으로 가스총을 소지한 이가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18 왜곡 발언 규탄대회가 열렸던 지난달 23일에도, ‘태극기 집회’ 행진 대열서 ‘공수부대 마크가 달린 군 모자’를 쓴 이가 가스총을 드러내 보였다가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이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 중 광주시민, 주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혐오·모독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관련기사:[단독] ‘문재인 탄핵 태극기 집회’ 행진대열서 가스총 소지자 경찰 연행)

경찰이 가스 분사기와 허가증을 검사하고 있다.
경찰이 가스 분사기와 허가증을 검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들이 모든 집회에서 가스총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북 관련 행사 등 예민한 정치적 이슈가 예정돼 있고, 이로 인해 집회 분위기가 격해지면, 가스총을 꺼내 들어 주변 시민들 또는 집회시위 관리 경찰관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있던 지난해 2월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태극기 집회’에선 흥분한 집회 참가자가 가스총으로 경찰관을 조준해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10일, 헌재 앞에서 격분한 군복차림의 집회 참가자가 경찰관을 향해 가스총을 겨눴다가 제압당했다. 

오랫동안 집회 시위를 관리한 한 경찰 관계자는 “발견이 안 되서 그렇지, 자체 경호 등의 이유로 계속 차고 나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별도로 집회시위 시 가스총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 가스총이 발견될 경우 관할 파출소 및 경찰서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게 전부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주최 측은 총포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18망언,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5.18망언,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06 [01: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5.18 왜곡 모독 망언 의원 제명, 5.18 학살 왜곡처벌법 제정 촉구 전국 시국회의'가 자유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한국진보연대 페이스북)     © 편집국

 

자유한국당 신임지도부가 5.18 망언을 한 소속 의원들의 처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시민사회가 자유한국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 62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의원 국회 퇴출, 5.18학살역사왜곡처벌법 제정자유한국당 해체 전국 시국회의(이하 5.18 시국회의)’는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망언을 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3인의 의원직 제명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했다.

 

5.18 시국회의는 지난 한달 간우리는 망언 이후에도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국회의원 3인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망언 토론회의 기획자인 김진태가 당대표 선거에 나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동안그리고 유공자들을 괴물이라 매도한 김순례가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임한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분노했다.

 

5.18 시국회의는 “5.18 민주화운동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북한군 잠입설을 운운하고항쟁을 폭동으로항쟁 참여자 및 유공자를 괴물이라 매도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해석의 다양성을 넘어선 것이라며 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학살을 정당화하고스스로가 반란의 수괴 전두환의 주장과 반란 행위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엄중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5.18 시국회의는 촛불항쟁 이후 숨죽여 지내던 이들이 점차 고개를 쳐들며 급기야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부정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하겠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학살의 역사를 왜곡 모독한 이들을 제명하고 처벌하는 일역사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고 늦출 수 도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5.18 시국회의는 7일 국회윤리위원회 즈음한 국회 앞 행동전, 9일 전국 동시다발 촛불문화제, 23일 자유한국당 규탄적폐청산 국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자체 윤리위에서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하고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선 2.27 전당대회 이후 징계 논의를 결정하기로 했다하지만 전당대회가 끝나고 처음으로 열린 5일 의원 총회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

[기자회견문]

 

오늘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모독하는 망언을 한 국회의원 3인에 대한 의원직 제명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을 다시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모독하는 망언이 있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여전히 망언을 한 이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지난 한달 간우리는 망언 이후에도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국회의원 3인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망언 토론회의 기획자인 김진태가 당대표 선거에 나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동안그리고 유공자들을 괴물이라 매도한 김순례가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방임한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북한군 잠입설을 운운하고항쟁을 폭동으로항쟁 참여자 및 유공자를 괴물이라 매도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나 해석의 다양성을 넘어선 것이며반란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학살을 정당화하고스스로가 반란의 수괴 전두환의 주장과 반란 행위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엄중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당연히 전후 독일 정부가 나치를 대하듯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며그것이 일 개인도 아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행동이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대표 황교안은 이들에 대한 징계와 의원직 제명을 약속하는 대신그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유공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영합하는 행태를 보이기까지 하였다이런 식이라면자유한국당은 이미 반란으로 규정된 전두환 군사독재의 잔당들과 적폐정권 박근혜 정권의 잔당들이 모여 해석의 다양성을 누리며 두고두고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민폐 정당이 될 것이며차라리 해산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과 유공자들을 왜곡모독하는 3인의 무자격 국회의원들과이들의 행태를 방치하는 자유한국당을 다시금 강력히 규탄하며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자유한국당 지도부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망언과이를 방치한 데 대해 사과하라!

 

둘째국회는 5.18을 모독한 해당 토론회의 주최자인 김진태, 5.18을 폭동으로 모독한 이종명, 5.18 유공자를 괴물로 매도한 김순례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이들의 의원직 박탈에 협조하라!

 

셋째,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왜곡과 모독을 처벌하는 특별법 제정과헬기사격발포명령자 확인 등 더욱 철저한 진상규명 작업의 진행에 협조하라!

 

촛불항쟁 이후 숨죽여 지내던 이들이 점차 고개를 쳐들며 급기야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부정하게 된 데에는 정부의 불철저한 적폐청산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점도 명확히 하겠다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학살의 역사를 왜곡 모독한 이들을 제명하고 처벌하는 일역사의 진실을 철저히 밝혀내는 일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고 늦출 수 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2019년 3월 5

5.18 왜곡 모독 망언 의원 제명, 5.18 학살 왜곡처벌법 제정 촉구 전국 시국회의 참가자 일동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색깔론은 친일잔재" 동의 55.1% - 반대 32.3%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모든 지역-성-연령대에서 문 대통령 인식에 '동의' 높아

19.03.06 07:34l최종 업데이트 19.03.06 07:34l

 

 

 3월 첫째주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계가 시끄럽다. 이슈가 되는 부분은 아래 부분이다.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습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습니다.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친일청산을 가로막는 도구가 됐습니다. 양민학살과 간첩조작, 학생들의 민주화운동에도 국민을 적으로 모는 낙인으로 사용됐습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입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분열적인 역사관"(이만희 원내대변인 논평), "국민 편가르기"(장능인 대변인 논평)라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도 "철지난 빨갱이라는 말을 되살려내 오히려 거꾸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형국"(이종철 대변인 논평)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도 가세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르지 못하는 나라'라는 도발적 제목의 칼럼을 통해 "표현의 자유까지 갈 것도 없다, 빨갱이를 빨갱이라 부를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다름없는 전체주의 국가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위 기념사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과반 이상은 '빨갱이-색깔론은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언론과 보수 야당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오마이뉴스>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5명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Q.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100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경찰 출신이 독립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면서 색깔론을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와 같은 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혀, 32.3%에 그친 반대 응답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훌쩍 넘는 22.8%p 차이로 앞섰다. (모름/무응답 12.6%) 특히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이 36.8%나 기록해 동의의 강도가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하는 편 18.3%, 반대하는 편 14.2%, 매우 반대 18.1%)

"매우 동의" 36.8% 〉 "반대하는 편" 14.2% + "매우 반대" 18.1%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3.1절 기념사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든 지역과 성, 연령층에서 동의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59.7%, 여성의 50.7%가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별로 동의 응답은 광주/전라가 75.4%로 가장 높았고, 이후 부산/경남/울산(58.3%), 서울(57.2%), 경기/인천(51.4%)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7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보냈고, 이어 30대(69.0%), 50대(49.7%), 20대(47.4%) 순이었다. 60대는 동의 42.5% - 반대 39.4%로 동의 답변이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이었다.

지지정당별로는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지층에서 각각 89.8%, 83.4%, 73.2%로 압도적인 동의 의사를 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반대한다는 응답이 72.3%로 일방적으로 많았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의 경우 동의 50.6% - 반대 49.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응답자의 이념성향별로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83.7%가 압도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도층도 56.4%가 문 대통령의 인식을 지지했다. 보수층만 58.7%가 반대 의사를 밝혀 27.8%에 그친 동의 답변을 크게 앞섰다.

극심한 이념 대립을 경험했던 우리 현대사에서 '빨갱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색깔론은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때론 가족과 지인의 생명까지 빼앗는 공포의 주홍글씨였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이번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높은 지지는 이 주홍글씨가 친일잔재로서 청산되는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 방식은 무선 전화면접(10%)과 자동응답(ARS) 무선(70%)·유선(20%) 혼용방식이었으며,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정했다. 총 7759명에게 접촉해 최종적으로 505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6.5%였다. 2019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통계 보정이 이루어졌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최악의 미세먼지 원인, 중국일까 한국일까…한눈에 확인 가능하다

등록 :2019-03-04 18:19수정 :2019-03-04 21:31

 

미세먼지, 넌 어디서 왔니?
2019년 3월4일 에어비주얼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에어비주얼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4일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올해 들어 가장 나쁜 미세먼지를 겪었습니다. 서울 지역은 오전 한때 20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세계 각국의 미세먼지 상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통해 최악의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에 대해 중국발인지 한국발인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1월에는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사상 최초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우리나라 미세먼지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이었죠.

 

그러나 연구 방법에 따라 미세먼지의 원인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김동술 경희대 교수팀이 초미세먼지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3~2014년 서울시내 미세먼지는 중국 등 국외 영향이 26.9%로 상당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연구 방법에 따라 중국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상황을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중국의 영향이 평상시에는 30~50%, 미세먼지가 굉장히 심한 고농도일 때는 60~80% 정도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4일 최악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 세계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 몇개의 사이트를 한번 돌아봤는데요. 이 사이트들을 보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부터 왔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에어비주얼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요. 여기에는 전 세계 도시의 미세먼지 랭킹이 나와 있습니다. 4일 오후 3시 현재 방글라데시 다카가 미세먼지 수치 364㎍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 바로 위에 위치한 중국의 선양이 291㎍로 2위, 인도의 델리가 206㎍으로 3위, 한국의 인천이 180㎍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 최신데이터 보러가기: https://www.airvisual.com/air-quality-map

 

2019년 3월4일 어스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어스 미세먼지 상황 화면 캡쳐

 

전 세계 바람, 날씨, 바다 상태를 보는 지도 사이트인 어스라는 사이트도 있는데요. 나사, 유럽 우주국 등의 자료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중국, 몽골, 북한, 한국 서쪽 지역의 미세먼지가 굉장히 넓게 분포돼 있는 걸 볼 수 있고요. 바람의 방향은 서풍입니다. 중국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미세먼지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최신 데이터 보러가기: 한국 위치로 찾아보기

 

2019년 3월4일 tenki 미세먼지 예보 화면 캡쳐
2019년 3월4일 tenki 미세먼지 예보 화면 캡쳐

 

일본 기상협회 사이트도 가봤습니다. 여긴 미세먼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48시간 예보를 해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중국쪽에 있는 미세먼지 덩어리가 넓게 퍼지면서 한국 쪽으로 왔다가 점점 분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더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미세먼지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겠죠?

 

기획·취재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연출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84503.html?_fr=mt1#csidx10ad67c03ab2c8e8388b63b2aca920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