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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대북제재 부작용 상세 기술”... 북한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불가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대북 인도적 지원 불가능 우려 지속”... ‘화이트리스트’로 면제 절차 생략 제안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17 15:31:55
수정 2019-03-17 15: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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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장면. (자료 사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장면. (자료 사진)ⓒ뉴시스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결의안 시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상세하게 기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작성한 387페이지에 달하는 이 연례 보고서는 주로 대북제재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 사항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기자가 확보해 분석한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회피 항목 외에 ‘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영향(Unintended impact of sanctions)’이라는 제목으로 다른 항목도 구성했다. 이 항목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이 제재 면제 사항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유엔 회원국이나 유엔 사무국, 인도주의 단체 등은 제재 면제 규정에도 불구하고 북한(DPRK)에 대한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경험을 계속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명기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인도주의적 지원은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면제받는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예를 들어 긴급한 의료 장비나 구호 장비 하나를 지원하려고 해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부품이 제재 위반이라는 이유로 이를 면제 대상으로 신청해야 하고, 면제를 받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려 실제로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면제 승인의 지체’, ‘외부 지원 의지의 약화’, ‘인도주의 물품과 운영 관련 비용 증가’, 등 6가지 항목을 우려 사항으로 기술하면서, “이러한 상황들이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실행하려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이에 따라 ‘시간이 촉박한 인도주의적 면제 요구는 신속히 처리할 것’, ‘인도적 지원에 꼭 필요한 민감하지 않은 특정 품목은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할 것’, ‘지원 주체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절차를 간소히 하고 유연성을 확대할 것’ 등을 조언했다.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은 사무국에 대북제재가 인도적인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올해 연례 보고서를 통해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시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 사항을 조언했다.
대북제재를 담당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올해 연례 보고서를 통해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 시행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 사항을 조언했다.ⓒ해당 문서 일부 캡처

산모·아동 등 필요한 구호물자 제때 지원 못 받아, 유연성 확대해야

보고서는 특히, 항목 외에도 13페이지에 달하는 부록(별첨)을 통해 식수, 보건, 식량·농업, 재난대비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부작용 사례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제재 면제 신청도 1년에 두 번만 받고, 그마저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아 지원의 적기를 놓치게 된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에는 1만6천 명의 5세 미만 아동을 포함해 약 22만 명에게 깨끗한 물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면제를 획득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설사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제때 지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유엔 산하의 한 기구가 산모들을 위한 긴급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지원물자의 반입 승인이 나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지연됐고, 이 때문에 북한 내 산모 가운데 2만2천여 명이 필요한 수혈을 받지 못하는 등 약 15만 명의 임산부가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2018년에 유엔아동기금(UNICEF)이 반입하려 했던 의료용 엑스레이는 제재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내부에 포함된 부품이 제재 범주에 들어있어 결국 대북제재위의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비 사례들을 수십여 가지나 조목조목 기술하고 용도를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화물 선적과 계약 등도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미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지원 사업도 물자 구입처나 화물선 항로, 물품 수량 등 미리 제출한 계획에 조금이라도 변동이 생기면 승인 자체가 무효로 돌아갈 수 있는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북한의 수십만 민간인들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제재 면제의 유연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면서 “대북제재위 안에 제재 면제 신청을 집중적으로 다룰 그룹을 두고 심사 시한을 정해 면제 여부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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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은 트럼프가 깬 것이 아니다.’ ‘하노이에서 그는 납치된 것에 다름없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17 13:12
  • 수정일
    2019/03/17 13: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분석, 해석, 미래전망 3부 중 I부
  • 정기열 21세기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3.16 16:04
  • 댓글 2

하노이 2차조미정상회담에 대한 정기열 21세기연구원 원장의 기고문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민플러스와 입장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나,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고, 당면 정세를 다양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I부
들어가는 말
트럼프는 납치당했다. 회담에서 강제로 하차 당했다. 회담은 따라서 트럼프가 깬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단 직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해, 양해를 구했다?
“3대 한미[연합]군사훈련 올해 모두 폐지… 키리졸브, 독수리 이어 UFG(을지프리덤가이던스)도 역사 속으로…”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은 ‘일방적 결렬’인가? 아니면 ‘합의에 의한 중단’인가?
트럼프를 하노이회담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돌아서게 만든 실체는 무엇일까?

II부
트럼프 지난 2년 딮스테이트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다
하노이회담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김정은 위원장은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했을까?
대화구도는 뒤집힐 수 없다: 모든 것은 힘의 논리: 조미는 ‘핵전략국가’ 대 ‘핵전략국가’ 관계
“AP통신, ’북(조선) 주장 맞다’[진실], 미국이 북 ‘제재완화’ 요구 과장했다[거짓]”
하노이회담 최대 성과: “올해부터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폐지”

III부
<2019년 미국국가정보백서>: “대통령 국가안보 최대 위협”과 트럼프의 남다른 배짱
트럼프는 극한 위기에서 또 다시 탈출할까? 해서 3차조미정상회담에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조미관계정상화’라는 인류사적 과제를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풀어낼 수 있게 될까?
볼턴 등 앞세워 조미관계정상화를 궤도에서 이탈시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들
트럼프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적인 서울답방
나가는 말

<필자 소개>
미국 <21세기 연구원> 원장, 중국 <청화대학> 초빙교수, 조선 <김일성종합대학> 초빙교수, 동경 <조선대학교> 객원교수, 독립영문언론 <The 21st Century>(21cir.com) 발행인, 편집인

I부

들어가는 말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이하, 하노이회담 혹은 회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천차만별이다. 회담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부족하고 사실확인이 어렵기에 더욱 그럴 수 있다. 해석이 다양하고 분분한 것은 따라서 자연스럽다. 하나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 글은 하노이회담 뒤 약 2주 세상에 쏟아져 나온 회담에 대한 숱한 주장, 해석, 전망과 아주 많이 다른 분석일 수 있다. 세상 대부분 분석과 아주 많이 다른 해서 누군가에게는 엉뚱하게도 보일 수 있는 해석에 기초해 쓰여진 글이다. 무엇보다 먼저 해석은 자유다. 세상사람 누구나 하는 일이다. 해석은 그러므로 어느 특정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각하는 사람 모두가 하는 하나의 일반적인 사고기능이다. 사람의 고유기능이다. 해석에는 그러나 책임이 따른다. 무엇보다 사회정치적 책임이 따른다. 하노이회담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해석은 자유지만 그러므로 그 해석은 자신과 사회, 세상에 책임적이어야 한다. 민족과 인류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해석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에 반대되는 해석은 물론 경계해야 옳다.

해석에 그러나 ‘절대’란 없다. 모두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참고할 가치가 있는 해석이면 참고하고 아니면 버리면 된다. 일고의 가치가 없으면 무시하면 된다. 회담 관련 오늘 세상에 소개된 모든 주장은 그 주장을 한 사람 자신의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다.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는 그 모든 주장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 평가, 판단은 따라서 독자의 몫이다. 해석이 타당한가 아닌가, 설득력이 있는가 없는가 등은 모두 읽는 이의 몫이다. ‘트럼프가 회담을 깬 것이 아니다. 그는 회담에서 납치된 것에 다름없다’는 이 글의 부제는 세상 대부분 해석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그것은 한편 이 글의 핵심내용이자 결론이다. 세상과 많이 다른 이 글이 기초한 해석이 옳은가 정확한가 아닌가 등 여부는 향후 계속될 조미관계정상화 과정에 언젠가 객관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글이 독자들에게 하나의 참고가 되길 바란다.

트럼프는 납치당했다. 회담에서 강제로 하차 당했다. 회담은 따라서 트럼프가 깬 것이 아니다.

하노이회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납치됐다’는 해석은 세상에 아직 소개된 것이 없다. 비슷한 해석은 있다. 글의 내용 특히 부제를 무엇으로 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단어로 묘사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많이 씨름했다. 탈고가 늦어진 이유다. 오늘도 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글에 대한 첫 구상부터 2주가 지나도록 하노이회담에 대한 판단은 그러나 처음과 같다. 하노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판단엔 그러나 오늘도 변화가 없다. 오늘도 여전히 처음과 같은 결론에 가 닿는다. 회담에 대해 처음부터 가진 여러 물음, 생각, 판단, 의혹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음을 2주 지난 오늘 오히려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그 결론에 의하면 회담은 ‘트럼프가 마치 납치된 상태에서 회담에서 강제로 하차당하며 갑작스레 중단된 것이다.’ 따라서 ‘회담은 트럼프가 깬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의로 깬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한 것이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납치된 것에 다름없다’는 해석에 기초해 준비됐다. 글에서 시도한 모든 분석과 주장, 전망은 따라서 회담이 ‘실패했다, 결렬했다’는 세상 대부분 시각, 해석, 결론과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회담을 깼다’는 해석과 다르다. 납치됐다는 해석에 기초한 분석에 의하면 하노이회담은 그러므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 결렬된 것도 아니다.’ ‘회의는 중단된 것이다.’ ‘강제로 중단된 것이다.’ ‘회담의 중단’은 따라서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한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대통령이 납치된 것에 다름없는 상황에서 회담이 강제로 중단된 것이다. 미국근현대사를 선두로 세상 모든 제국주의역사에는 그러나 ‘믿기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다.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나 회담의 갑작스런 중단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트럼프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타의에 의한 것이다. 그리 해석할 때 회담에서 무엇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객관적 그림이 다가온다. 좀 더 깊게 이해된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 그림이 마치 영상에 담긴 모습처럼 고스란히 다가온다. 그 해석에 기초할 때에야 비로소 회담의 갑작스런 중단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리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단 직후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해, 양해를 구했다?

그 해석에 기초할 때 회담 뒤 양국 사이 오늘도 오가는 그 모든 말들이 좀 더 깊이 이해된다. 그들의 미래지향적 발언들이 비로소 이해된다. 물론 트럼프죽이기세력의 ‘가짜뉴스’는 오늘도 계속 유포되고 있다.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결국 실망, 절망에 빠져 또다시 과거의 대결구도로 돌아가게 만들 목적으로 제조된 가짜뉴스는 오늘도 밤낮없이 생산되고 있다. 트럼프 자신과 백악관은 그러나 오늘도 조심스럽다. 여전히 미래지향적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볼턴은 다르다. 대화구도가 깨지기를 학수고대하는 그와 그를 수족처럼 쓰는 세력은 다르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막무가내다. 소위 ‘리비아식(제국주의논리)’ 같은 되도 않는 소리를 마구 지껄인다. 목적은 판을 깨려는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판을 깨려는 것이다. 대화구도를 대결구도로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를 납치한 딮스테이트세력의 음모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노이사건을 그런 각도에서 들여다 볼 때 회의를 갑작스레 중단해야 했던 트럼프가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마지막 순간에라도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를 절실하게 구했을 수 있다는 가정 또한 가능해진다. 안팎의 숱한 도전과 만난을 뚫고 어렵게 만난 두 최고지도자가 상황이 어렵다고 그냥 헤어졌을 것 같지 않아서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신의 전화기로 찍은 아래 사진을 세상에 공개한 이유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회담 관련 어쩌면 마지막 사진일지 모를 그 한 장의 사진에서 그러나 우리는 한편 많은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 사진에 의하면 두 정상은 짧지만 둘만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을 것 같다. 무언가 깊은 대화도 오갔을 것 같다. 손 맞잡은 채 환히 웃는 사진 속 김 위원장 모습에서 그리 읽혀진다. 무엇보다 그 순간 두 정상 곁에는 통역 외에 아무도 없었다. 트럼프를 납치한 볼턴도 그에 부화뇌동한 폼페오도 없었다. 그 순간은 그러나 그냥 저절로 만들어졌을 것 같지 않다. 누군가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었을 것 같은 그 순간, 바로 그 마지막 순간 트럼프는 김 위원장에게서 자신의 기가 막힐 처지, 상황에 대한 이해, 양해를 적극 구했을 것 같다.

▲ 주)필자 :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찍어 세상에 공개한 하노이회담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귀중한 한 장의 사진

트럼프의 복심 같은 샌더스 대변인 또한 바로 그 마지막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샌더스 또한 바로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가 공개한 사진은 물론 대통령의 사전 허가를 받고 세상에 알려졌을 것이다. 그런 류 사진이 사전 허가없이 세상에 나갔을리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그 사진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뜻과 생각을 알리고자 했을지 모른다. 그 경우 그 한 장의 사진은 참으로 많은 것을 세상에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하노이회담을 ‘결렬, 실패’라는 말로 치부해서 쉽게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진은 그런 해석으론 뭔가 2% 부족하다고 마치 강변하는듯 싶다. 등만 보인 사진 속 트럼프 모습이 그렇다. 사진 속 트럼프 모습은 그 짧은 순간 김 위원장에게 마치 ‘어렵겠지만 이해해달라, 시간을 달라,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진실과 간절함이 담긴 부탁을 전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그 부탁을 그러나 말로 했을 것 같지 않다. ‘말없는 말’로 했을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하여 설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 그것도 온 세상이 지켜보는 속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로 다 표현키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말로 구했을 것 같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샌더스 사진은 회담이 ‘트럼프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중단된’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리 보여진다. 그리 믿어진다. 회담은 따라서 ‘일방적으로 결렬된 실패한 회담’이라 보기 어렵다. 위 사진은 회담이 그런 형태로 결렬된 것이 아님을 증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 사진을 세상에 공개한 이유라 믿는다. 그러나 결렬, 실패란 단어는 무엇보다 회담에 대한 부정적 상을 남긴다. ‘조미관계정상화’라는 전대미문의 인류사적 위업을 그런 부정적 단어로 쉽게 치부해버릴 수는 없다. 그런 부정적 표현은 회담이 깨지기를 학수고대하는 워싱턴(네오콘), 동경(아베), 서울(조중동자유한국당) 사람들이 기본 선호하는 단어다.

그 단어는 무엇보다 우리민족과 미국, 세상 모두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렬, 실패’란 단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노이회담은 트럼프가 말 못할 사정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당시 “이미 마련된 합의문”에 서명조차 못한 채 그냥 일어서야 했던 미완의 작품 같은 것이다. 아직도 회담에 대한 그림 전체가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고 있는 불가사의한 정치적 사건이다. 모든 것이 여전히 미궁에 빠진 채 뿌연 안개 속에 묻힌 그 미완의 작품은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가 아직도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고 있다. 명색이 대통령이 그것도 미국대통령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압력/위협에 의해 자리를 뜨지 않으면 안되었던 상황에서 회담이 중단된 것이라는 해석이 사실에 얼마나 정확하게 다가간 것인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전체 정황을 깊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하노이회담은 그리 해석해야 옳다는 판단을 떨굴 수 없다. 회담 직후 워싱턴의 ‘트럼프죽이기’가 한층 더 가열되고 있는 것이 그런 판단, 해석이 옳다 더욱 믿게 만든다.

“3대 한미[연합]군사훈련 올해 모두 폐지… 키리졸브, 독수리 이어 UFG(을지프리덤가이던스)도 역사 속으로…”

회담 직후 세상에 발표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중지’ 같은 조미대결사에 있어 일종의 위대한 코페르니쿠스적 결정 같은 보도를 접하며 그 해석이 옳다는 확신을 더욱 갖게 된다. 회담 중단 뒤 양국 간 오가는 모든 발언이 오늘도 여전히 미래지향적이라는 사실 역시 그 시각이 옳다는 판단을 더욱 굳게 한다. 서울 언론기사를 하나 참고로 소개한다: “3대 한미[연합]군사훈련 올해 모두 폐지… 키리졸브, 독수리 이어 UFG도 ‘역사 속으로’”(헤럴드경제 3월 6일) 이미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기사다. “반세기 넘게 계속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폐지,’ ‘영구 중지’ 된다”는 보도다. 같은 내용의 기사를 전한 <미국의 소리>(VoA) 보도자료도 참고로 소개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와 독수리, 을지 프리덤가디언(UFG) 영구 중단 발표. 장차 3대 연합훈련 외에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공군기동훈련인 맥스선더, 공군기들 대거 참가[하는] 비질런트에이스도 모두 축소 폐지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소리 기사 역시 헤럴드경제 기사처럼 하노이회담을 실패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증언하고 있다. 위 기사들은 오늘 우리민족에게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위대한 변화가 서서히 뿌리내려가고 있음을 한편 웅변하고 있다. 하노이회담은 그 연속선상에 있다. 따라서 회담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결렬된 것도 아니다. 어쩌면 두발 앞으로 성큼 나가기 위해 뒤로 한발 잠시 물러선 것 같은 일시 중단 같은 것으로 보아야 옳다. 선뜻 믿기 어려운 위 보도가 전하는 내용은 70년 넘긴 반제자주통일운동사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위대한 정치군사적 변화가 오늘 우리민족 내부에 서서히 발생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 위대한 정치군사적 결정은 따라서 하노이회담과 결부시켜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회담을 실패, 결렬이라고 규정해서는 안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이 보도는 어쩌면 트럼프가 당시 처한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 김 위원장과 뭔가를 함께 결정하고 갔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처한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만약 상대 조선측에 의해 가능했다면(샌더스 사진에 의하면 ‘가능했다’ 보여진다) 그 회담은 ‘결렬’이 아니라 ‘상호합의에 의한 일시 중단’으로 해석해야 옳다. 그리 볼 때 “회담 전 이미 마련된 합의문에 서명조차 못한 채 갑작스레 중단된 회담’에 대한 좀 더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위에서 간단히 논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영구 폐지” 관련 좀 더 짚어보자. 하노이회담의 첫 중요한 성과는 어쩌면 바로 이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회담 중단’이라는 얼핏 암울하게 들린 속보 3일 뒤 세상은 그러나 첫 낭보에 접했다. 낭보다! 비보가 아니다! 갑작스레 중단된 회담 뒤 세상이 접한 첫 낭보다. 처음 듣는 순간 얼른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선뜻 믿기 어려웠다. 3월 2일 저녁 “한미양국 국방장관 공동성명” 형태로 세상에 알려진 보도내용 전문을 접하기까지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폐지” 소식이 혹 ‘가짜뉴스’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유여하를 막론코 한미연합훈련 영구 폐지 소식은 ‘낭보’다. 우리민족과 동북아, 온 세상에 오늘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다. 워싱턴, 동경, 서울의 거의 모든 주류언론매체는 그러나 이 낭보를 길게 그리고 자세히 전하지 않았다. 이 소식이 갖는 역사적, 민족적, 인류사적 의의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른다. 알려고도 않는다. 사실을 왜곡할 뿐 스쳐 지나가듯 소식을 전했을 뿐이다. 물론 그들에게 그 소식이 낭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노이회담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사실, 이 놀라운 사실, 우리와 동북아에 발생한 이 위대한 정치군사적 사건에 먼저 초점이 맞춰져야 옳다. 회담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바로 이 소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옳다고 본다. 회담에 대한 평가는 조미(정치군사)대결의 핵심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올해부터 중단된다는 소식에 맞춰져야 한다. 정치군사적 측면에서 70년 조미대결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바로 이 문제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분석, 해석되어야 옳다. 하노이에서 조미 두 정상이 합의해서 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폐지, 영구중지” 결정은 작년 말 시리아철군, 아프간철군결정에 이어 우리민족과 인류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쾌거다.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은 ‘일방적 결렬’인가? 아니면 ‘합의에 의한 중단’인가?

위 해석에 기초할 경우 세상은 오늘 “하노이회담은 도대체 누구에 의해 마지막 순간 갑작스레 중단되었는가?”에 대해 거꾸로 되물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세상에는 오늘 또다시 “동창리 발사대가 어떻고 영변핵시설이 어떻고 등등 그래서 결국 ‘북한’은 또 다시 약속을 깨고 있다”는 식의 “조선악마화’가 또다시 복원되고 있다. 조미관계정상화를 저지, 파탄시키려는 세력들이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뉴스”들에 세상이 또다시 속아넘어가는 모습 같아 정녕 안타깝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세상은 그들 의도대로 과거의 대결구도에로 또다시 말려들어가게 될 것이다. 회담을 실패, 결렬로 치부해서 안되는 전략적 우(愚)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70년 강제한 대결구도에 세상이 또다시 속아 그들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은 역사를 또다시 2018년 전으로 되돌리는 결정적 우가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인류의 미래 또한 과거의 핵전쟁대결구도에 또다시 가둬 두려는 워싱턴 의도다. 의심의 여지없는 의도다. 영문독립언론 <The 21st Century> (21cir.com)에 게재된 아래 글은 ‘납치됐다, 회담은 강제로 중단됐다’는 해석이 결코 무리한 혹은 허무맹랑한 해석, 주장이 아닐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풀어 분석한 서양 전문가 주장들 가운데 하나다. 참고로 소개한다: “Trump – Kim Summit in Hanoi: Was Trump FORCED to Walk?” 
https://www.21cir.com/2019/03/the-trump-kim-summit-in-hanoi-was-trump-forced-to-walk/

위 해석에 기초하면 트럼프는 회담에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차 당한 것’이다. 그를 강제 하차시킨 ‘세력’은 그러면 과연 누구일까? 무엇보다 먼저 그들은 베네수엘라사태를 관리하라고 워싱턴에 남겨 놓은 국가안보보좌관을 대통령 명조차 무시한 채 하노이로 보낸 세력이다. 트럼프 입을 빌리면 ‘딮스테이트’(Deep State)다. ‘수백 년 뒤에 숨어 세상을 지배한 금융지배세력’이다. 트럼프는 다른 공적은 둘째치고 현직에서 “딮스테이트”(Deep State)란 비밀조직을 만천하에 처음으로 공론화시킨 대통령이다. 뒤에 숨어 세상을 실제 지배한 그들을 세상 면전으로 끌어낸 위대한 공적이다. 미합중국 250년 역사에 처음 발생한 초유의 사건이다. 케네디도 이들의 존재를 살아생전 입밖에 내지 못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처음 입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그는 곧 바로 암살됐다. “장막 뒤에 숨어 미국을 실제로 지배하는 세력의 음모를 세상에 폭로하고 바로 잡겠다”는 그의 발언이 세상에 공개된 직후다. 링컨 당시 그들은 딮스테이트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당시 대영제국 지배 밑에 있던 세상 거의 모두를 지배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대형은행조직들이다. 로스차일드가문으로 대표되는 국제금융지배세력이다. 오늘 딮스테이트라 불리는 세력의 모체다.

트럼프를 하노이회담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돌아서게 만든 실체는 무엇일까?

링컨은 1860년대 초 화폐를 연방정부가 발행하지 않고 외국은행조직들이 찍어내는 돈을 높은 이자 주고 빌려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 뭔가 대단히 잘못된 화폐발행에서의 구조적 문제를 대놓고 지적했다. 참고로 남북전쟁에서 링컨의 승리는 사적은행조직들의 열화같은 반대에도 당시 그가 찍어낸 연방정부독립화폐 ‘그린백’(Greenbacks) 때문이었다. 주류사가들이 전하지 않은 실제 미국역사라고 할 수 있다. 케네디암살에 결정적 요인 중 하나 역시 바로 그 그린백(연방정부 발행 독립화폐)이다. 그 또한 링컨처럼 그린백 발행을 결심했다. 그 결심 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거됐다. 링컨과 같은 이유다. 1865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재선에 성공 임기 2기를 막 시작한 링컨은 그러나 바로 그 은행조직들에 의해 곧 바로 암살된다. 1865년 4월 15일 발생한 사건이다.

최근 트럼프는 딮스테이트가 “자신을 제거하려는 뒤에 숨은 주체”라고 공개적으로 고발한다. 그들이 자기를 “제거하기 위한 모든 ‘가짜뉴스’의 근원지, 배경”이라고 성토한다. 또다시 강조한다. 그들 실체를 딮스테이트라 정확히 부른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가 처음이다. 250년 미합중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그들은 조미관계정상화를 비롯 시리아, 아프간, 러시아 문제 등에서 트럼프를 격렬히 반대하는 세력이다. ‘100% 가짜뉴스’로 조작된 ‘러시아게이트’로 “트럼프탄핵”을 시도하는 세력이다. 러시아-유럽 관계를 냉전시대 대결구도로 되돌리려는 세력이다. 아프간, 이라크, 이란, 시리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중동북아프리카(MENA)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을 꿈에서도 반대하는 세력이다. 중동 전체가 ‘대이스라엘제국’ 지배 밑에 놓이기를 앞장서 추구하는 세력이다. “군산복합체(MIC),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의 모든 주류언론매체, 펜타곤, CIA, FBI, NSA 등 17개 모든 정보조직, 감옥산업복합체(PIC), 글로벌제약회사, 소프트파워(문화제국주의)전략의 핵심 병기 Hollywood영화산업” 등 어제오늘 세상 거의 모든 것을 소유한 ‘세계를 실제로 지배하는’ 세력이다. (II부에서 계속)

정기열 21세기연구원 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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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만나 새로운 무언가 만드는 미술교류 원한다"

 3.1절 출범한 민족시각교류협회 전영일 회장·배인석 상임이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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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6  23: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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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일 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 회장은 지난 1일 창립총회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새로운 무인가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남북 미술교류에 대한 열망을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북과 교류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의 접근방식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조사하고 그걸 중심으로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먼저 그쪽에 알려주고 남과 북이 만나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하려고 한다."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카페에서 만난 전영일 조작가와 배인석 화가는 흔히 미술이라고 부르는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 등의 고전장르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시각 표현물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많은 실험이 이루어진 다양한 '시각문화'를 북측과 나누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지난 1일 '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민시교협, Korean Network for Visual Cultural Exchange)를 창립해 "본 협회는 기나긴 민족분단으로 말미암아 금기시되거나 왜곡되었던 시각문화를 분단해소의 관점에서 폭넓게 접근하여 민족의 미래를 위한 평화적 상호교류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일성을 세상에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회장을 맡은 전영일 작가는 "시각문화란 광범위한 시각장르를 다 포함하여 표현하는 것으로서 설치부터 행위까지의 예술과 디자인 요소, 거대 구조물, 쇼같은 것을 다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한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실험을 많이 한 이런 것을 민족 중심으로 풀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물을 북에서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아겠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영역인 미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인 셈인데, 북에서는 미술을 고전적 의미로 분류를 하다보니 지금의 세계 흐름과는 달리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각문화라는 개념으로 좀더 확장해서 분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를들어 남과 북의 구상력있는 젊은 역량이 함께 모여 여러가지 상품을 디자인해서 판다거나 북의 주민들이 일상에서 향유하는 팬시용품들을 가지고 남의 작가들이 '인민'들과 함께 놀면서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 상임이사로 일하는 배인석 작가는 "우리 사회는 북의 그림을 평가할 때 '당에서 선전 선동을 위해 만들지만 그걸 사다가 집에 붙이진 않기 때문에 미술을 향유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는데, 우리가 미술을 시각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에서 만든 디자인이나 달력은 생활속에서 충분히 향유되고 있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또 "갈등이 될만한 일은 후대의 과제로 돌리고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남북이 서로 이질적인 것을 너무 힘들게 합치려 하거나 새로운 것을 급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줄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창조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라며, "생활속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업그레이드하여 제3의 것을 창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일상에서 향유하는 상품 디자인 등 자료를 한 곳에 모아 함께 궁리하고 쓰면서, 협회 작가들이 직접 교류도 하지만 교류를 원하는 다른 작가들도 불안하지 않고 차질없이 교류할 수 있는 창구역할도 겸해야 한다는 것도 구상중인 협회의 역할이다. 

좀 더 거창한 포부도 있다. 

남북의 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에 나란히 진출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은 그 첫 자리에 있다. 남북은 물론 세계의 평화 예술가들이 전쟁을 상징하던 장소에서 대규모 예술작업을 펼침으로써 민족의 평화염원을 시각적으로 전 세계에 보여주자는 것도 이들의 계획과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동창리 평화 문화예술특구'를 구상할 수도 있겠다는 기자의 제안은 웃음으로 넘기더니, 북측에서 지난 2016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국가기구로 격상시키면서 내각 산하에 민간교류를 담당하는 '민족사회문화교류협회'를 새로 설립한 일이 자신들의 '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의 창립을 촉진한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꼭 써달라고 한다.

   
▲ 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는 지난 1일 창립총회를 개최해 11명의 창립회원으로 출범했다. [사진제공-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

40대 말, 50대 초의 중견작가들인 이들이 남북 미술교류의 새로운 접근법에 대해 고민한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 작가는 지난 2006년 무렵부터 중국 베이징의 798 예술지구를 지켜 본 일부 예술가들이 이곳에 남북 합작 스튜디오를 만드는 꿈을 꾸어 왔으며, 그곳에 남북 작가들이 함께 작업한 결과를 공개하면 이곳을 찾는 세계인들에게 남북의 작품을 보여주고 우리도 거기서 뭔가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798 예술지구는 중국의 옛 군사기지에 예술가들이 모여 살면서 작업하는 공간으로 짧은 기간에 예술지구로 자리잡으며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곳이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여기에 전통등 분야 숙련기술 전수자이기도 한 전 작가가 지난 2016년부터 베이징 쑹정 예술지구에서 조각 작업을 하면서 한·중교류사업을 하던 중 연길 지역에서 겪은 민족적 경험이 협회 창립에 속도를 더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기존 미술단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남북교류사업에 대해서는 우리 성원들이 애착이 많았다. 결론은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서 나가지 않고 그들의 손을 빌어 일을 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었다. 늦었지만 우리 할일에 맞는 우리의 조직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남북교류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을 했느냐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 평가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선 협회를 서울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예정인데, 감사를 포함해 11명의 회원과 50여명의 위원으로 출발하며 더 이상 회원은 받지 않고 이 인원만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총회를 구성했다.

후원하거나, 교류·협력·홍보·자문·연대를 목적으로 하는 위원, 사업을 함께 하는 회원 아닌 위원들은 더 충원할 계획이고 이들과는 기존 대규모 회원 조직보다 훨씬 더 민주적이고 실효적인 의사소통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족시각문화교류협회에는 전 회장과 배 상임이사를 비롯해 김영철 AGI SOCIETY대표, 박계리 홍익대 연구교수 겸 베를린 자유대 초빙교수, 이준희 전 월간미술 편집장, 이채관 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 전승일 오토마타 아티스트, 최금수 네오룩 이미지올리기연구소 소장, 한상정 인천대 불어불문과 문화대학원 교수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수정-17일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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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 격화시키는 미국에 맞서 반미투쟁에 모두 나서자

정세 격화시키는 미국에 맞서 반미투쟁에 모두 나서자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3/17 [10:3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3월 16일, 미 대사관 앞에서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에서 '대북제재 해제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에서 '한미동맹 파기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대북제재 해제하라!”

한미동맹 파기하라!”

 

3월 16일 오후 5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평화협정 체결미군철수민족자주 실현!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이하 선포대회)”가 열렸다.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는 지난해 3월부터 매달마다 반미규탄대회를 준비했던 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이 주최했다.

 

선포대회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틀어쥘 것▲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투쟁할 것▲ 미군철수한미상위방위조약 파기한미동맹 해체▲ 평화번영통일의 걸림돌 제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학생들이 '들어라 양키야' 노래에 맟춰 율동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에 참가자들이 문예공연을 보며, 반미투쟁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먼저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의 합의 없이 끝나미국의 강도적이고 교활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규재 의장은 북미회담 이후 미국은 정세를 후퇴시키는 위험천만한 행동과 발언을 하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미국규탄미군철수반미투쟁의 깃발을 더욱 높이 들어야 한다우리 민족 모두가 반미투쟁으로 떨쳐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올해를 민족자주 실현의 해로자주의 시대로 여는 해로 만들어나가자고 호소했다.

 

이어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북미 합의 파탄 낸 미국에 대해 규탄했다.

이상규 상임대표는 연설에서 하노이 회담이 세기적인 회담이었고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회를 줬다그러나 트럼프는 이 기회를 버렸다미국은 이제 미 본토가 북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불안한 곳으로 만들 것인지아니면 지금이라도 미 본토의 안전을 꾀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미국이 오판하면 우리 민족자주 역량은 미국의 오만한 짓을 가만두지 않고전면적인 공세로 나갈 것이다이를 미국은 알아야 한다지금이야말로 남북해외 민족자주 역량이 힘을 하나로 모아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선포대회에서는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한미동맹 파기미군철수의 내용으로 연설을 했다.

 

선포대회에서는 민대협 학생들의 율동공연과 노래패 희망새의 노래공연으로 선포대회 참가자들의 투쟁열기를 고조시켰다.

 

선포대회는 결의문 낭독 후광화문 광장 주위를 행진하고 마쳤다. 

 

한편미국규탄대회 준비모임은 매 달마다 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래는 평화협정 체결!, 미군철수!, 민족자주 실현!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 결의문이다.

 

▲ 한미동맹 해체, 대북제재 해제 선전물을 들고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에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미 대사관을 향해 함성을 지르는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 참가자들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 결의문 낭독     © 자주시보, 김영란 기자

 

-------------------------아래-----------------------------------------------

 

 

 

 

[2019 반미투쟁 선포대회 결의문]

 

민족자주 실현한미동맹 해체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반미투쟁에 모두 떨쳐나서자!

 

 

 

우리 민족과 전 세계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미국에 의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미국은 미리 회담을 파탄내기로 작정한 것처럼 북의 선의를 무시하고일방적인 북 비핵화만을 강요했다.

 

하노이회담 이후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마저 부정하고 북미간의 합의를 파탄 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나아가 합의무산의 책임을 북에 떠넘기며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은 바로 미국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어디 그뿐인가남북관계 마저 사사건건 방해하고 개입하고 간섭하고 있는 것 또한 미국이다.

 

시대와 민족의 요구는 명확하다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미투쟁이다.

 

평화와 번영통일을 향한 우리 겨레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을 반대하며 예속적 한미관계를 청산하고 민족자주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정의이고 양심이며 애국임을 선언한다오늘 우리는 2019년 반미투쟁을 더욱 힘차게 벌여나갈 굳은 의지를 안고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평화와 번영통일의 위대한 노정에 민족자주의 원칙을 높이 들고 나가자!

 

민족자주는 조국통일을 위한 강력한 보검이며든든한 원천이다민족자주만이 우리 민족의 부강한 미래와 통일을 안아올 수 있다남북관계 발전과 민족내부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간섭을 철저히 막아내고민족자주를 실현하자.

 

하나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적극 투쟁해 나가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의 기반위에서 민족공동번영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미국은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전략적 패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끝끝내 거부하고 있다평화는 결코 구걸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민족의 단합된 힘과 견결한 투쟁으로 평화를 쟁취하자.

 

하나미군 철수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로 한미동맹을 해체시키자!

 

한미동맹이 있는 한 민족자주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지배와 간섭 아래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한미동맹이다예속적 한미관계를 청산할 때 완전한 민족자주를 실현할 수 있다한미동맹의 버팀목미군 철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 파기로 한미동맹을 해체시키자!

 

하나남북관계 발전평화와 번영통일의 걸림돌을 제거하자!

 

대북제재가 있는 한 완전한 비핵화도평화체제도남북관계도 진전시켜 나갈 수 없다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적극 투쟁해나가자평화를 위협하는 한미합동군사연습전략자산 파견을 영구히 중단시켜 나가자기만적인 군사연습 축소 놀음을 만천하에 폭로하고일체의 군사적 대결책동을 중지시키기 위해 적극 투쟁해나가자!

 

우리 민족의 평화번영과 통일의 탄탄대로에 미국의 개입과 간섭을 원천적으로 막아내자남북관계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인 대북제재와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고한반도를 전쟁의 불안이 없는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서자!

 

오늘 우리는 온 겨레의 염원인 조국통일을 이루기 위해 반미투쟁에 적극 나설 것을 결의한다자주 없이 평화도 없고 미국반대 없이 통일도 없다올해에 반미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해나가자남북해외 8천만 겨레가 강철과 같이 굳게 단결하여 기어이 조국을 통일하자!

 

2019년 3월 16

 

2019년 반미투쟁 선포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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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붉은 아이라인, 홍도평에 돌아온 황새

매혹적인 붉은 아이라인, 홍도평에 돌아온 황새

윤순영 2019. 03. 15
조회수 91 추천수 0
 

느림 속 빠름, 기품 느껴지는 진객 한강하구 출현

 

크기변환_YSY_4602.jpg» 텃새는 절멸됐고 겨울 철새로 드물게 찾아오는 황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보호 새이다.

 

오랜만에 귀한 황새를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필자가 한강하구에서 황새를 만난 일은 처음이다. 2월 11일 땅거미 질 무렵 차량으로 이동하다 홍도평야 상공을 낮게 날아가는 황새를 발견했다. 비행고도가 홍도평에서 날아오른 것으로 보였다. 이튿날 그곳에 가 보았지만 관찰되지 않았다. 홍도평은 경기도 김포시 북변동과 사우동에 위치해 김포를 대표했던 평야다.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YSY_4670.jpg» 수염 같은 앞가슴 깃털에 부리를 숨기는 것은 정상적인 체온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텃새였던 남한의 황새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개체수가 대폭 줄어든 데다 1960년을 전후해 밀렵 등으로 모두 희생되었다. 마지막 번식지였던 충청북도 음성의 1쌍마저 1971년 4월 밀렵으로 수컷이 사살되고 홀로 남은 암컷이 해마다 무정란을 낳았다. 우리나라 마지막 토종 황새였던 이 '과부 황새'는 농약에 중독되어 1983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뒤 1994년까지 살았다. 이제는 겨울철 천수만과 백령도, 금강하구, 해남, 제주도에 5~15마리가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것이 전부이다.

 

 

크기변환_YSY_4606.jpg» 기지개를 펴는 황새.

 

2월 14일 저 멀리 왜가리, 중대백로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황새를 보았다. 그러나 공릉천 탐조 계획을 미룰 수 없어 확인만 하고 자리를 떴다. 황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곳은 홍도평야에서 사용하던 농업용수를 계양천을 통해 배수하는 관청천으로 아침엔 살얼음이 얼고 오후에는 풀리는 곳이다. 황새는 오후에 이곳의 작은 웅덩이를 찾아와 사냥하고 홍도평야 농경지에서 필요한 먹이를 찾는다. 홍도평야는 특히 재두루미 월동지로 유명한 곳이다.

 

크기변환_YSY_5319.jpg» 두툼한 부리는 당장 철판이라도 부술 것처럼 단단해 보인다.

 

크기변환_YSY_4783.jpg» 황새, 왜가리, 중대백로가 나란히 서서 쉬고 있다. 마치 키재기를 하는 것 같다.

 

재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들이 서식할 수 없게 훼손되고 있는 홍도평야에 황새가 날아든 것을 보면, 이곳이 여전히 철새들에게 천혜의 장소임은 분명하다. 황새는 지속해서 보이지만 촬영할 수 있는 조건이 쉽지 않고 접근하기도 까다로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2월 18일 아침, 재두루미를 관찰하러 이동하던 중 홍도평야에서 황새를 다시 목격했다. 북상 길에 당분간은 홍도평야에서 머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후 3시께 홍도평야에 다시 들렀다. 다행히 황새가 관찰과 촬영을 쉽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40여분이 흘렀을까 농경지로 날아가 낱알을 먹는다.

 

변환_YSY_5375.jpg» 농경지에서 필요한 먹이를 찾는 황새.

 

새들은 경계 거리와 위협을 느끼는 거리를 정해 놓는다. 그 선을 넘어 가까이 가려고 하면 예민해진다. 곁을 잘 주지 않고 더 멀리 피하곤 한다. 그러나 황새가 매우 가까운 거리를 허락했다. 30m 앞이다.

 

그동안 황새를 관찰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예민한 새도 있겠지만 예민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거리를 지켜주어야 친밀한 만남이 이뤄진다. 사진을 충분히 촬영할 시간이 주어져 자세히 관찰할 기회도 생겼다.

 

크기변환_YSY_4960.jpg» 바람에 날리는 가슴 깃털이 마치 흰 수염을 늘어뜨린 것 같다. 쉴 때는 부리를 항상 이곳에 감춰 체온을 유지한다.

 

부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두툼한 부리는 강력한 힘이 있어 보인다. 붉은 다리, 붉은 눈 선이 매혹적이다. 먼 거리에서 보던 황새의 모습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다. 황새의 가슴 깃털이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보였다.

 

느림의 미학. 태연한 척하며 진중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에 기품이 느껴졌다. 서두는 법이 없다. 정적이고 느리게 행동하다 부리로 신중하게, 정확하게, 번개처럼 빠르게 사냥하는 것이 황새다.

 

크기변환_YSY_5385.jpg» 황새가 걸어가는 모습은 서두름이 없다.

 

크기변환_포맷변환_YSY_5354.jpg» 몸집이 큰데도 도움닫기 없이 그 자리에서 사뿐히 날아오른다.

 

황새는 몸길이 100~115㎝, 편 날개 길이는 190~195㎝로 꽤 큰 편이다. 날개를 펴면 날개 윗면에 검은색과 흰색이 번갈아 나열된 굵은 무늬가 오르간을 연상케 하며 흑백의 미를 더한다.

 

몸무게가 4.4~5㎏으로 제법 무거운데도 제자리에서 사뿐히 날아오른다. 황새는 울대나 울대 근육이 없어 다른 새들처럼 울지 못하고 목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숙이면서 부리를 부딪쳐 둔탁한 소리를 낸다.

 

크기변환_YSY_4265.jpg» 비상하는 황새.

 

즐거워도 슬퍼도 원초적인 몸짓 언어로만 소통하며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는 동물이다. 황새를 수년 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과 친숙하게 지낼 수 있고, 변해 버린 환경에서도 적응이 가능한 새라는 것이다.

 

황새는 20여일 남짓 홍도평야에서 머물며 김포시 운양동 유수지를 잠자리로 이용했다. 2월 28일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유수지에서 목격된 이후 황새는 보이지 않았다. 홍도평야를 떠난 황새는 지금쯤 번식지를 향한 2500㎞의 힘찬 대장정을 마쳤을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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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

 
김학의 전 차관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
 
 
 
임병도 | 2019-03-15 08:34: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3년에 벌어졌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를 하면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의혹 당사자였던 김학의 전 차관을 3월 15일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합니다.

처음에는 ‘별장 성접대 의혹’이라 불리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은 여성 사업가와 건설회사 대표 간의 성폭행 수사로 시작됐습니다.


성접대 의혹 사건의 시작

2012년 여성 사업가 A씨는 중천건설 윤중천 대표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돈을 뜯어냈다며, 윤씨와 지인 B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합니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는 윤씨와 B씨를 체포하고 강원도 원주 별장을 압수수색했지만 증거가 없자,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윤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여성사업가 A씨는 윤씨의 벤츠 승용차를 찾아 달라고 P씨에게 요청합니다.

P씨는 윤씨의 벤츠 승용차에서 성관계 동영상이 담긴 CD 7개를 발견했고,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별장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하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

▲별장 성접대가 이루어졌던 윤중천 회장의 강원도 원주 별장. 별장 하나가 아니라 골짜기 전체가 여러 개의 호화 별장으로 이루어졌다. ⓒMBC PD수첩 화면 캡처

윤중천 대표가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던 강원도 별장은 민가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별장으로 2000평의 대지 위에 총 6채의 건물과 수영장 2곳,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모형 풍차가 있는 이국적인 느낌의 별장입니다.

건물 내부에는 대리석 바닥으로 원목가구와 고급 소파, 찜질방, 당구장, 가라오케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주말마다 벤츠 등 고급 외제차가 끊임없이 드나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윤 대표는 주말에 골프를 치고 난 뒤 고위층 인사를 자신의 별장에 초대해 술자리와 성접대를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윤 대표가 단순히 즐기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로비성 접대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 리스트에 등장했던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말

MBC ‘PD수첩‘은 윤중천 회장의 강원도 별장에서 성접대 의혹을 받은 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성○○(전 ○○원 국장), 박○○(일산○○병원 원장), 이○○(○○당 인수위 대변인실), 박○○(○○○건설 대표), 이○○(○○그룹 부회장), 문○○(○○○그룹 회장), 김○○(○○건설 회장), 하○○(○○대 교수), 지○○(○○○피부과 원장), 최○○, 손○○ 등 사회 유력인사

별장 성관계 동영상에는 2013년 3월 13일 박근혜 정권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씨가 등장합니다.

당시 김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며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라며 6일 만에 차관직에서 사퇴합니다.

김 전 차관은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면서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윤중천 회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건설회사가 50억원대의 경찰청 교육원 골프장을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윤 대표가 경찰 수뇌부에 성접대를 하고 공사를 수주받았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트위터에 ‘만약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할복자살하겠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동영상 증거가 있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 전 차관을 고소한 여성은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본인이라고 진술했다. ⓒPD수첩 화면 캡처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에는 다수의 여성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합니다. 동영상에는 김 전 차관이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성접대의혹에 대해 SBS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여성 사업가 A씨는 윤중천 대표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이 되면 한번 크게 써먹겠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라고 밝혔습니다.

동영상에 등장했던 여성들은 영상 속 남자가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11월에 윤중천 회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립니다.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사 및 검찰 지휘 라인

2013년 11월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씨 성접대 혐의에 대해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피해여성은 2014년 7월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며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성폭력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상습 강요)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합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엉망진창이었습니다. 1차 수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검사가 다시 수사를 배당받았고, 2차 수사에서도 동영상속의 여성과 고소인이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시 김 전 차관 등을 무혐의 처분합니다.

1차, 2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입니다. 그런데 당시 수사했던 검찰 지휘 라인을 보면 하나같이 정치 검사들이었습니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았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외압 의혹을, 박정식 3차장 부장검사는 BBK 특검 다스 수사팀장이었습니다.

2차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장 김수남은 박근혜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이었고, 유상범 3차장 부장검사는 정윤회 문건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현장에서 1차 수사를 지휘했던 윤재필 강력부 부장검사는 연예인 도박사건을 담당했고, 2차 수사를 했던 강해운 부장검사는 2017년 여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면직됐습니다.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지휘라인을 보면 도저히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할 수 없는 검사들이었습니다.

<피해 여성이 검사에게 보낸 편지>
검사님, 전 지금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제가 용기를 내어 조사에 임한 만큼 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김학의, 윤중천을 법 앞에 국민들 앞에 심판을 받게 할 것입니다.

검사님, 이 세상에 제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들을 제 힘으로 벌할 수 없어 목숨을 버리려고까지 했던
제 아픔을 느끼신다면 절대 김학의, 윤중천을 세상에 무릎 꿇게 하시고 처벌하여 주세요.

피해 여성은 별장 성접대 사건 이후에도 김학의 전 차관 등으로부터 서울 등지에서 수차례 더 성관계를 요구당했다며 고소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검찰 조사 후 검사에게 장문의 손편지를 보내 김학의, 윤중천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법은 결코 그녀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피해여성은 막강한 정치 검찰의 힘 앞에 오히려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막강한 검찰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검사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필요합니다. 이번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재조사를 통해 검찰의 가장 썩은 부위가 과감하게 도려내길 기대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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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北 “미국, ‘황금 같은’ 기회 날렸다...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도 곧 결정”

최선희 평양서 기자회견, “미국과 양보도 이런 식의 협상도 할 생각 없다”... 북미협상 중단 고려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15 16:47:22
수정 2019-03-15 16:47:2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15일,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15일,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시스/AP
 
 

북한이 미국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AP통신과 타스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현지 시간) 평양에서 평양 주재 외교관들과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는 결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최 부상은 또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김 위원장이 북한의 추가 행동에 관한 결정을 공식 성명을 통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 부상은 특히,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타협하거나 대화를 계속할 의향이 없다”면서 “미국은 지난 15개월 동안 북한의 발사 및 실험 중단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계산’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기이한(eccentric) 협상 태도에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하면서,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그들 스스로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노이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좀 더 대화할 용의가 있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타협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줬다”면서 두 사람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정상회담에서)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서 “그 결과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결과 없이 끝나게 된 것”이라며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최 부상은 “(하노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국무위원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한 뒤 “미국의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경고했다.

북미관계·한반도 난기류 전망... 미국의 향후 대응 내용에 관심 집중

하지만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서는 비핵화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서 “두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묘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 부상은 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려 했다’고 밝힌 대목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단지 민간 경제를 옥죄는 제재에 대해서만 해제를 요구했다며, “미국이 왜 이렇게 다른 설명을 내놓는지 그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다”면서 “우리는 이번에 미국이 우리와 매우 다른 계산법을 갖고 있음을 아주 분명히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평양 주재 외신 기자들도 일부 참석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참석한 한 외교관이 북한이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관해 질문했으나, 최 부상은 직접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공식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핵·미사일 시험 재개는 물론 북미협상의 중단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 및 한반도 상황에 복잡한 난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 부상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좋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의 원인을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에 돌린 것은 주목할 대목으로 보인다. 

즉. 양 지도자의 친분을 강조하고 신뢰를 해치지 않음으로써 향후 ‘톱다운’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 또 미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전면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번 최 부상의 공식 기자회견에 관해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향후 북미관계 진행에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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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남은 성냥공장, 이대로 보내야 할까요

경북 의성 '성광성냥공업사' 탐방...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더 바랄 것 없어"

19.03.15 20:34l최종 업데이트 19.03.15 20:34l

 

 성광성냥이 2013년 11월 조업을 중지하면서 59년 동안의 성냥 생산이 종지부를 찍었다. 빈 공장에 남아 있는 생산의 흔적인 성냥개비.
▲  성광성냥이 2013년 11월 조업을 중지하면서 59년 동안의 성냥 생산이 종지부를 찍었다. 빈 공장에 남아 있는 생산의 흔적인 성냥개비.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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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에 마지막 성냥공장이 남아 있다는 얘길 들은 게 몇 해 전이다. 2000년대 초반, 읍내의 여고에서 이태나 근무한 적도 있는데도 그걸 왜 몰랐을까, 고갤 갸웃하면서도 이내 잊어버렸다. 두 번째 소식은 그 공장이 마침내 문을 닫고 말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게 2015년께라고 생각했는데, 의성 현지에 가보고 나서야 공장이 문은 닫은 게 그보다 이른 2013년 11월이었다는 걸 알았다. 문을 닫은 이유야 뻔하다. 국내의 다른 성냥공장과 마찬가지로 값싼 중국산 성냥의 공세 앞에 손을 든 것이다. 

결국 문을 닫기까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는 회사야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65살 이상 인구가 2만567명(38.7%)에 이르러 고령화 지수는 전국 1위, 20~39살 가임여성 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안 되는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소멸 대상 지자체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인 의성 이야기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1960년대 후반에 20만이 넘었던 대읍(大邑) 의성 인구는 2019년 2월 5만2799명(의성군 누리집)로 집계됐다. 군 지역으로선 인구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꼽히게 된 인구 구성이 문제다. 변변한 제조업체도 없는 의성에 한때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던 성광성냥의 휴업이 현재 시점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광성냥공장 정문이 닫혀 있다.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는 것 그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안내판이다.
▲  성광성냥공장 정문이 닫혀 있다.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는 것 그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안내판이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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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성냥은 2013년 5월에 경상북도 산업유산과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그해 11월에 공장은 문을 닫았다.
▲  성광성냥은 2013년 5월에 경상북도 산업유산과 향토뿌리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그해 11월에 공장은 문을 닫았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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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과 군위에 사는 두 벗과 함께 닫힌 공장 문 앞에 닿은 것은 오후 4시께였다. 의성읍 향교길 57-4번지, 의성향교 앞에 있는 성광성냥공업사가 문을 연 때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월이다. 2013년 11월 가동을 중지할 때까지 59년 동안 인근은 물론 전국 가정에 성냥을 공급했다. 

굳게 닫힌 정문 왼쪽에 회사 상호를 새긴 철제 간판 아래로 2013년 5월에 경상북도에서 지정한 '경상북도 산업유산', '향토 뿌리 기업' 명패가 걸렸다. 그러나 공장은 여섯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조업 중지에 들어갔다. 산업유산도 향토기업도 가격 경쟁력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미리 전화로 약속한 손진국(83) 대표는 이내 골목 저편에서 나타났다. 여든이 넘은 분인데도 혈색도 좋고 건강해 보이는 그는 잠긴 문을 따고 우릴 공장 안으로 안내했다. 대문 안으로 들자 양옆으로 여러 동의 건물이 나타났는데, 터가 무척 넓었다. 손 대표는 공장 전체 터가 2300평에 이른다고 했다.
  

 성광성냥공업사의 공장 부지는 모두 2300평이 이른다. 국내에 성냥 생산의 일괄공정 설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공장이다.
▲  성광성냥공업사의 공장 부지는 모두 2300평이 이른다. 국내에 성냥 생산의 일괄공정 설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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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개비가 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포플러 원목. 한때 이런 원목이 잔뜩 쟁여 있었을 것이다. 이 원목은 지름 2mm의 성냥개비로 가공된다.
▲  성냥개비가 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포플러 원목. 한때 이런 원목이 잔뜩 쟁여 있었을 것이다. 이 원목은 지름 2mm의 성냥개비로 가공된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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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이는 1880년 수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승려 이동인이다. 부산과 인천, 원산항으로 수입되던 성냥이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17년 인천 송림동에 조선인촌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였다. '인촌(燐寸)'은 일본에서 성냥을 이르는 이름이다. 병사들이 즐겨 부른 저속한 노래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가 생긴 배경이었다. 

해방 직후에는 영세 성냥공장이 200여 개소(자료 대부분이 300여 개소로 기록하고 있지만, 손 대표는 실제 200여 개소 정도였다고 한다)에 이르렀다. 성광성냥공업사는 1954년 2월, 월남한 실향민과 의성지역 유지 몇 명이 뜻을 모아 창업한 회사였다. 

관련 업계도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적잖이 있었을 때, 민생의 재건에 따른 성냥의 수요가 필요할 때를 노린 창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당시 큰 트럭에 성냥을 가득 싣고 통영과 부산 등 남해안과 영덕·울진·속초 등 동해안으로 팔러 다닐 때를 회고했다. 

성광성냥은 남해안과 동해안 지역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도 잘 켜지고 잘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성냥갑에 새겨진 오리 상표 덕도 보았다. 뱃사람들은 '물에 빠지지 않는 오리'처럼 배도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 오리 상표에 자신들의 소망을 부여한 것이다. 

한때는 지역 경제의 기둥

성광성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호롱불을 켜려고 해도 어두컴컴해서 성냥조차 보이지 않는 시골에서 눈에 잘 뜨이게 성냥갑에 야광 염료를 칠한 것이다. 이처럼 바닷가와 시골을 겨냥한 제품으로 성광성냥은 호황을 누렸다.

손 대표는 열일곱 살 때 직공으로 성광성냥에 입사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2년 뒤에 공장장이 되었고, 스물한 살 때 상무로 승진하고 지분을 갖게 되었다. 공장도 발전을 거듭해 한때 종업원을 162명까지 두었고, 가히 의성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광성냥공업사는 원목을 성냥개비로 바꾸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괄 자동화공정을 갖춘 공장이었다. 공정별로 별도의 건물이 따로 서 있다.
▲  성광성냥공업사는 원목을 성냥개비로 바꾸어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괄 자동화공정을 갖춘 공장이었다. 공정별로 별도의 건물이 따로 서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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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공장에서는 기계 운전이나 원목을 다루는 등 힘쓰는 일은 남자 직공들이 맡지만 만들어진 성냥 낱알을 수작업으로 성냥갑에 넣는 일 등은 여자 직공의 몫이었다. 마땅한 일자리도 없던 그 시절, 향토기업 성광성냥 공장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터로 나온 여성들로 넘쳤다.

하루 평균 1만5000갑(550개피 기준)을 생산할 정도로 경기가 좋았을 때는 2대의 통근버스를 운행하여 직공들에게 출퇴근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읍내에 하도급업체를 만들어 거기서 제작한 목곽(木槨) 성냥갑을 납품받을 정도였다. 일종의 외주였던 셈인데, 외부에서 목곽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200여 명에 이르렀다.

200여 개에 이르렀던 성냥공장은 1970년대 들면서 50여 개로 재편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일회용 가스라이터가 출시되면서 성냥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2000년에 들어서는 성광성냥을 비롯하여 돈표(경북 영주 영화인촌산업), 기린표(김해 경남산업공사), 공작표(광주광역시 공작화학공업) 등 4곳만이 남았다. 

 

살아남은 공장도 몇 년 더 견디지 못했다. 공작표와 돈표가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문을 닫으면서 국내 성냥공장의 맥은 성광성냥공업사와 경남산업공사 두 곳만이 힘겹게 이어가야 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경남산업공사도 주요 설비를 동남아시아에 처분하고 수입하여 포장과 판매만 하게 되면서 완제품 생산공장은 결국 성광성냥 한 곳만 남게 된 것이었다. 

결국, 2013년 11월에 성광성냥이 조업을 중지했고, 4년 후인 2017년 8월에는 경남산업공사가 문을 닫았다. 1948년에 문을 연 경남산업공사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지면서 마침내 국내에는 성냥공장이 한 군데도 남지 않게 된 것이었다. 

재활의 길을 찾는 성광성냥

손 대표를 따라 공장을 한 바퀴 도는 데 반 시간쯤 걸렸다. 성냥을 만드는 데 공정이 그 정도로 복잡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름드리 포플러 원목이 2mm 남짓한 성냥개비로 바뀌는 데 드는 공정의 수도 만만찮았다.

원목이 입고되면 이를 40cm로 절단해 껍질을 벗긴 뒤 축목(縮木)부에서 2.2mm 합판으로 만들고 채를 썰 듯 42·48mm 등 두 종류 성냥개비를 만든다. 이는 다시 건조기를 지나면 수분을 없앤 뒤에 성냥개비에 화약을 묻힌다. 이 낱낱의 성냥개비를 수작업으로 성냥갑에 넣고 옆면에 적린(赤燐 : 낮은 온도에서도 불이 잘 붙는 성질을 가진 붉은 인)을 붙이는 일까지 마치면 한 통의 성냥이 완성되는 것이다. 

꽤 긴 공정에 드는 기계설비도 만만찮았다. 거대한 규모의 철제 설비를 갖춘 작업장이 윤전부, 축목부, 건조부, 소갑부, 대갑부, 배합실 등 13개 동이나 되는 이유다. 손 대표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다 보니 공정이 길고 설비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성냥갑에 담기기 직전의 공정을 거쳐 나온 성냥개비들. 이 역시 공장이 남긴 흔적이다.
▲  성냥갑에 담기기 직전의 공정을 거쳐 나온 성냥개비들. 이 역시 공장이 남긴 흔적이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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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성냥갑만 남기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멈춘 기계 설비 위에 성냥갑만 빼곡하게 남았다.
▲  빈 성냥갑만 남기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멈춘 기계 설비 위에 성냥갑만 빼곡하게 남았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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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게 역설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결정적 이유는 아닐까 싶었다. 상대적으로 긴 공정이 인건비와 제조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은 값싼 인건비를 무기 삼아 밀려드는 중국산의 공격 앞에 손을 들고 만 것이 아닌가 말이다. 

조업을 중지하게 된 2013년에 성광성냥은 하루 생산량을 1만5천 갑에서 1500갑까지 줄였다. 그러나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그 전해에 경상북도와 의성군이 성광성냥을 예비 사회적기업과 일자리 창출 사업장으로 지정했으나 2013년 8월에 요건 미달로 재지정되지 못했다. 2013년 5월, 경상북도 지정 '경상북도 산업유산', '향토 뿌리 기업'으로 지정된 것도 힘이 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의성군이 중기지방재정계획에 총사업비 40억 원 규모의 성냥박물관 건립을 포함하여 추진했으나 2015년 경상북도의 관광 자원화 투자사업 심사에서 탈락했다. 기업으로서든 기념사업으로서든 성광성냥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잇따라 수포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근대 문화재로서도 관광자원으로서도 성냥공장의 가치는 섣불리 무시할 처지가 아니다. 의성군에서 이의 활용방안을 찾는 용역을 두 차례나 거친 이유다. 그러나 두 차례 용역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 건 이게 만만하게 접근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증빙한다.

흔치 않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는 성광성냥을 버려두거나 사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모두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박물관이든 체험전시관이든 간에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발목을 잡는 것이다. 사업 시행의 결과 관리 비용만 쏟아부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의성군에서는 성광성냥이 원목을 가공하여 마지막 완성품인 성냥갑까지 만들어지는 일괄공정 설비를 갖추고 있는 국내의 유일한 공장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현재 중국이나 베트남의 성냥공장은 공정별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일괄공정을 갖추는 게 비용이나 운영 면에서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냥공장과 관련한 의성군의 계획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성광성냥 공장을 전통시장과 연계한 테마형 마을을 조성하여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구체적 청사진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무엇으로든 되살려야 한다

의성군에서는 성냥공장을 등록문화재로 신청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 내용 면에서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성냥공장은 도 지정문화재인 의성향교 바로 앞에 있어서 개발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의성군에서는 현재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인데, '도심 재생 프로젝트'와 '마을 미술 프로젝트' 등을 결합하여 공장에서 성냥을 생산하고 전시 체험시설을 세워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광성냥에서 퇴직한 60대 숙련공들이 주변에 사니까, 이분들에게 다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진행 중인 용역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국비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테마형 마을인 '희망마을'이 꾸려지는 것은 언제쯤일까. 현재까지 그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음에 손진국 대표는 초조함과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성냥공장인 만큼 이를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바라는 것은 없다. 공장이 지역의 관광자원이든 문화유산이든 하루바삐 활용되어 지역에 보탬이 되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시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전 생애를 성냥공장에 바친 손진국 대표(83). 그는 열일곱 살에 공장에 들어와 일흔여덟 살까지 공장을 운영했다.
▲  전 생애를 성냥공장에 바친 손진국 대표(83). 그는 열일곱 살에 공장에 들어와 일흔여덟 살까지 공장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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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성넝에서 생산하였던 향로성냥. 오리표로 바닷가 마을에서 인기가 높았다.
▲  성광성넝에서 생산하였던 향로성냥. 오리표로 바닷가 마을에서 인기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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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시작한 일을 일흔여덟까지 놓지 않았던 손 대표에게 성냥공장은 전 생애를 바친 일터였고 사업이었고, 그의 보람이었다. 이미 문을 닫은 자신의 일터가 한때는 향토기업으로 사람들의 자랑스러운 일터였다는 사실을 그는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인근 금성면으로 귀촌하여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벗도 의견을 보탰다. 귀촌 8년차, 그도 의성사람이 다 된 걸까.
 
"'나만의 성냥' 만들기 체험 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지. 텔레비전이 나오고도 신문과 책은 살아남았고,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는 아련한 추억이야. 주 소비계층 3, 40대 이상과 베이비붐 세대를 고려해 보면 이런 사업의 전망은 있지 않을까?

굳이 거액을 들여 박물관과 체험관을 짓지 않아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공장을 돌리며 주 2회 정도라도 공정을 공개하고 체험 공간으로 개방하여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거, 반드시 힘들기만 할까?"

일본의 성냥공장도 중국산에 대응해서 고급화와 관광 상품화 전략으로 재활의 길을 찾았다고 한다. '성냥'을 단순히 불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시대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우리는 손 대표에게 머지않은 장래에 소망하시는 대로 성광성냥이 거듭나리라고 위로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글쎄, 시답잖은 방문객이라도 그에겐 우리의 관심과 공감이 위안이 되었을까. 이곳을 다시 찾는 날에는 향굣길 근처가 외지의 방문객으로 북적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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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후예 적폐세력의 ‘끝판왕’ 자유한국당

친일후예 적폐세력의 ‘끝판왕’ 자유한국당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19/03/16 [09:48]  최종편집: ⓒ 자주시보
 
 

나오라는 개구리 대신 튀어나온 친일 토착왜구 

 

친일 친일 친일이 노래를 한다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하여도 듣는 이 없네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친일 친일 친일이 노래를 한다친일 친일 친일이 목청도 좋다.”

 

잘 알려진 동요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에서 개굴을 친일로 바꿔 봤는데 제법 들어맞는다. 3월 6일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인 경칩이었는데정작 개구리는 보이지 않고 자유한국당이 한껏 친일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현실을 풍자해본 것이다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토착왜구의 뜻은 이 땅에 오래 정착해 현지화한 왜구(일본놈)인데공개 친일 행보를 당당히 이어가고 있는 자한당을 이르는 대명사로 정착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있다. 1997년 11월 21일 창당한 한나라당과 2011년 등장한 새누리당의 계보를 이어 2017년 2월 13일 간판을 바꿔단 자유한국당에 적용하기 딱 좋은 속담이 아닐 수 없다이들은 여론의 비판에도 변함없이 친일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신인 새누리당이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 정권의 둥지였던 만큼 촛불항쟁의 여파를 비껴가고자 새로운 간판을 단 것인데꾸준히 비판받아온 친일의 정체성만큼은 전혀 바뀌지 않은 듯하다신장개업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았는데 대놓고 친일에 앞장서 매달리는 역대 급 몽니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 3월 7일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회의 모습     © 자주시보

 

무엇보다 여의도와 영등포를 점거하고는 끝없이 친일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한당의 활약상(?)이 범상치 않다날마다 스스로 토착왜구가 맞다며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거리낌 없는 이들의 어마어마한 친일 이력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최근 나경원은 나베(나경원+아베)” “나경원은 아베 수석대변인라는 말이 당연한 듯 여론을 휩쓸고 있다. 3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수석대변인이라는 막말을 쏟아내자 자한당 의원들이 호응하며 크게 박수를 쳤다이에 친일을 넘어 아베 정권과 입장이 정확히 일치하는 반민족행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존칭은 이하 생략한다)

 

당장 민중당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 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들이 나경원과 자한당에 대한 전격 규탄에 나섰다서울 동작구에 있는 나경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 위의 구호가 담긴 팻말이 덕지덕지 붙었다현장에서는 자유한국당 규탄한다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구호도 울려 퍼졌다이밖에 정의당민주평화당더불어민주당 등 정당들도 자한당에 대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자한당의 친일행보가 사면초가에 빠져있음이 잘 드러난다실제로 한국 국민 대다수는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동감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월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민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일잔재가청산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80.1%에 달했다.

 

그럼에도 자한당은 국민을 위해라며 감히 뻔뻔한 낯짝을 들이밀고 있다여론의 비판에도 꼼짝 않고 버티는 이들의 친일관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주자인 나경원의 친일 이력서만 봐도 정말 엄청나다.

 

나경원과 그 동료들의 친일 이력

 

자민당인 줄 알았다.” “자한당여의도의 중심에서 자민당을 외치다!”

 

▲ 나경원과 아베 합성이미지     © 적폐의 모든 것 페이스북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2018년 9월 20일 당시 나경원 자한당 의원이 주최한 <일본 자민당의 정권복귀와 아베 총리 중심의 자민당 우위체제 구축>란 제목의 강연에 대한 반응이다이에 대해 당시 논란의 장본인인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친일행위로 매도돼 안타깝다고 적었다.

 

글쎄… 안타깝다는 나경원의 말이 맞는 것 같다국회의원1야당 원내대표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그의 행보는 단순한 친일이 아니라 엄연한 친일반민족행위이기 때문이다. 2014년 초선의원 시절부터 원내대표로 이 높아진 2019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경원의 초지일관을 들여다보니 다음의 결과가 나왔다.

 

초선의원 시절 2004년 일본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 참가, 2018년 9월 20일 <일본 자민당의 정권복귀와 아베 총리 중심의 자민당 우위체제 구축>이라는 제목의 공개간담회 주최, 2019년 1월 14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당시 정부가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했다”, 2019년 124일 초계기 사건우방인 일본을 외통수로 몰지 말라”, 2019년 1월 29일 평화 여성인권운동가 고(김복동 할머니 장례식을 찾은 자리에서 “(한일 위안부합의는)외교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당장 국민은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인터넷 게시판 등 여기저기에서 나베라는 신조어가 전파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어쩌면 그렇게 아베하고 입장이 똑같냐’ ‘왜 그렇게 남북·북미대화 싫어하는 아베처럼 우리 민족에 해만 되는 일만 골라서 하냐는 취지로 누리꾼들이 붙인 별명이다.

 

평가하자면 자한당은 자유민주당(일본 자민당)의 한국 지부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닌듯하다자한당은 위안부 합의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자위대 초계기 도발 등 우리와 일본이 첨예하게 맞선 상황에서 우방인 일본을 외통수로 몰지 말라라며 일본의 편을 들었으니 말이다.

 

일제침탈의 장본인 ‘A급 전범인 자신의 조상들이 벌인 과거의 원죄에 대해 이미 해결된 일” “유감이라며 진정한 반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길 없는 것이 오늘날 자민당의 현주소다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한일병합의 정당성부터 위안부합의 규탄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자위대 초계기에 대한 한국군의 도발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자한당은 자민당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으니자한당이 자민당을 대신해 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민당 한국지부라는 말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물론 이런 망언이 주로 나경원의 입을 통해 돋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한당 전체가 꼭 그렇지는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그러나 워낙에 나경원이 주목받고 있어서 그렇지 자한당 출신 누구나 화려한 친일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홍카콜라로 유명한 홍준표는 당 대표시절이던 2017년 12월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에 연거푸 고개를 숙여 힘차게 악수했다이 방일결과를 받아들고 2018년 1월에는 심지어 문재인 정부처럼 청년을 현혹시키는 정책을 펼치지 않는 일본은 깨어있는 나라라고 열렬히 아베 정권을 칭송하기까지 했다자국 대통령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과거사 미화-극우행보에 나서고 있는 아베를 본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날마다 태극기 부대를 몰고 다니며 지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3등을 기록한 김진태의 친일반민족행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11월 김진태는 페이스북에 이게 나라냐라고 개탄했다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에 묻혀있는 총 63명의 친일행위자 묘지를 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이었다김진태는 다음번 총선에서 우파가 폭망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싸우자!”라고도 적었다.

 

이밖에도 자유한국당은 하나로 똘똘 뭉쳐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한일 관계를 고려해 신중해야한다며 위안부 피해자의 지원예산 증액도 가로막았다자한당의 본국은 아무리 살펴봐도 일본인 것 같다자한당이 자민당 지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친일반민족의 결정체 자한당을 보고 있노라면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려 한다(화를 자청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려 한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동시에 공고하게 다진 제 권력과 부를 굳게 믿으니 그런 막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으리라는 분노와 탄식도 터지게 된다.

 

국회의원-고위공직자 등 높은 감투라는 무대와 환경이 갖춰져 있으니 현대판 친일파들에게 여론은 우습기 짝이 없을 것이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근본적 원인은 아주 간략히 말하자면 해방 이래 행정조직을 장악한 미군정의 친일파 등용이승만 정권에 의한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무력화, “천황폐하께 충성을 혈서로 맹세한 일제 관동군 장교 출신 박정희 유신세력의 장기독재박정희를 이은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오늘도 굽힘 없는 반민족·친일부역’ 정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번영통일을 하찮게 여기는 행위들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9월에 공개적으로 천황폐하 만세를 말한 뒤 정직 2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마치고 스리슬쩍 복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이정호 전 센터장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는 공공기관장이어서 일본 정부가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내가 장관도 아닌데 문제인가라며 얼토당토 않는 답변을 내놓은 황현탁 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등이러한 고위공직계의 친일반민족행위도 모두 자한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반민족·친일부역 자한당 해체 위해 싸울 때

 

▲ 3월 매주 토요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규탄대회 선전물     © 자주시보

 

반민족·친일부역의 기세는 여전히 꺾일 줄 모른다무엇보다 촛불항쟁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에는 자한당과 대한애국당이 가세한 태극기 부대가 주말마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3.1독립운동 100주년에는 태극기 부대가 도쿄로 진출해 일본 극우세력과 함꼐 태극기일장기성조기를 나란히 휘두르는 경악할 태극기집회 일본판을 벌이기까지 했다합의가 무산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반기며 남북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연호가 일본의 상징 도쿄역 근처에서 벌어진 것이다거리상 일왕이 거주하는 고쿄(皇居)하고도 무척 가까운 장소이기도 했다.

 

혐한 여론이 들끓는 일본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나경원의 국회연설에 대해 친일 인증이라며 반색하고 있다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우리나라와 민족에 엄청난 해악을 끼칠 뿐인 자한당의 존재는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례들은 반민족·친일부역의 풍경을 알고 있다고 해도마땅히 청산되어야 한다는 인식만으로는 현대판 친일파들을 깔끔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때때로 이정호 같은 이들이 슬쩍 시야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가도 아무 일 없이 돌아와 높은 자리를 꿰차는 것처럼자한당이 구심점이 되어 민족의 얼을 붕괴시키는 반민족과 친일부역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몇 발짝 더 나아가 자한당을 비롯한 친일세력을 말끔히 청산하기 위한 직접행동에 돌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총선은 약 1년이나 남았다설령내년에 국회에서 자한당 의원들이 싹 물갈이될지라도 고위공직계에 붙박이마냥 박힌 이들은 청산할 수 없다하지만 친일잔재 청산을 소망하는 여론의 방향은 분명하다.

 

돌이켜보면 국민이 주도한 세계사적인 촛불항쟁으로 박근혜도 굽힘없이 끌어내렸는데 반민족·친일부역 청산-자한당 해체라고 못해낼 이유가 없다애초 자한당은 국정농단 주범 박근혜와 함께 영원히 이 땅에서 사라졌어야 할 집단이었다. ”국민 여러분 잘못했습니다혁신하겠습니다라며 언제나 국민을 기만하고평화통일번영을 간절히 소망하는 8천만 겨레를 짓밟는 악행을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

 

마침 앞으로 주말마다 자유한국당 규탄집회가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자한당의 완전한 소멸을 원한다면 헬조선을 끊어내고 싶다면 스스로 쟁취하는 방법뿐이다. 99%의 민초가 한줌도 되지 않는 반민족 친일부역세력들을 깡그리 불태우기 위해 앞장서는 명장면또다시 촛불은 맹렬히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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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재워줄래?" 스물넷 내게, 유부남 바이어가 물었다

성차별은 '그 나물에 그 밥'... 한국과 일본에서 <82년생 김지영>이 대박 친 이유

19.03.15 09:22l최종 업데이트 19.03.15 09:22l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소위 '대박'을 쳤다. 이 책을 출간한 치쿠마쇼보 출판사의 <82년생 김지영> 특별 페이지.
▲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소위 "대박"을 쳤다. 이 책을 출간한 치쿠마쇼보 출판사의 <82년생 김지영> 특별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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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소위 '대박'을 쳤다. 이 책을 출간한 치쿠마쇼보 출판사에서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100인의 목소리(100人の声)라는 타이틀로 100건의 독자 후기를 공개했다(링크).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는 감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몇 가지 인상 깊었던 후기를 꼽아보았다.

54년생 Kyoko Iwai
"그야말로 일본에서도 의대 입시 비리를 포함해 성차별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커다란 반동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중, 장년층으로서는 부끄럽기가 그지없습니다. 다수의 일본인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영 세대인 3명의 딸에게도 추천할 생각입니다."

70년생 sky
"마지막 장면에서 정신과 의사의 한 마디는 마치 호러 소설을 읽는 것처럼 끔찍하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분들이 보시면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가 생겨서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이 제게는 기쁨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불만은 있었지만,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다만, 제 딸이 이 책에 쓰인 것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 쓰인 내용에 대해 공감했고 분노도 느꼈습니다."

 

81년생 아히루
"여성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성이지만 이 책을 남성이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를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남자들이여 각성하라!'라고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에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82년생 미유키
"지금껏 나 혼자만의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책이었습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이 과민반응', '피해 망상'이라는 식으로 억눌려 스스로도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 건가?'하고 스스로의 감각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이 몸으로 '이렇게 느낀다', '이런 피해를 입었다'라고 직감해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 여성들이 남긴 후기를 읽다 보면 일본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싶다. 아니, 어쩌면 '혼네'(本音, 본심)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믿는 그들의 기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우리보다 더 삭이고 삭인 감정의 응어리가 가슴 속 깊숙이 뿌리박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본다.

1989년 〈상실의 시대〉라는 제명으로 처음 출간된 이래 청춘들의 필독서라 불리며 출판 사상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 여대생 미도리(고바야시)는 자신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직설적으로 표출한다.

"그때 생각했어. 이 자식들 모두 엉터리라고. 적당히 그럴듯한 말이나 늘어놓고 의기양양해하면서 신입생 여자애 눈길을 끌어서는 스커트 안에 손이나 집어넣을 생각밖에 안 해, 그 사람들. 그러다 4학년이 되면 머리를 짧게 깎고 미쓰비시 상사니 TBS니 IBM이니 후지 은행이니 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는 마르크스 같은 거 읽어 보지도 않은 귀여운 마누라를 얻어서 아이한테 폼 나는 이름을 지어 주는 거야. … 다른 신입생들은 또 어떻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 안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어. 그리고 나중에 내게 이렇게 말하지. 너 바보냐, 모르더라도 그냥 알았다고 예예, 하면 그만이라고."

"어느 날 야간 정치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는데, 여자애들에게 각자 야식용 주먹밥을 스무 개씩 만들어 오라는 거야. 정말 웃기고 있어, 완전히 성차별이잖아. 그렇지만 늘 문제만 일으키기도 뭐하고 해서 나도 아무 말 않고 주먹밥 스무 개 만들어 갔어. 절인 매실을 넣고 김으로 말아서. 나중에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고바야시의 주먹밥에는 매실 절임밖에 안 들었고, 반찬도 안 가지고 왔다고. 다른 여자애들 주먹밥에는 연어니 명란 같은 게 들었고, 계란말이를 곁들이기도 했다는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왔어. 혁명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인간들이 그깟 야식 주먹밥 같은 데 왜 신경을 써. 김으로 말고 안에 매실 절임을 넣었으면 일등급이잖아. 인도의 어린아이를 생각해 보란 말이야."

소설의 배경은 1960년대 말 고도성장기의 일본, 도쿄. 그 시절 일본의 지식인들이 느꼈던 사회의 모순이 미도리의 대사 속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젊은 날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살았던 상실의 시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무언가 달라졌을까.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2000년대라고 해서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난 '을' 중의 '을', 영업팀 여성 직원이었다
▲  난 "을" 중의 "을", 영업팀 여성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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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을' 중의 '을', 영업팀 여성 직원이었다 

나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가정 배경 속에서 스스로를 '바이링걸(이중언어사용자)'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한 언어 능력을 갖출 수 있었고, 그 덕에 지금껏 밥벌이를 하고 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2막'에 뛰어들었다지만, 지난 십여 년 간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 역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두 나라의 성차별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2006년 여름, 어쩌다(?) 섬유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은 일본의 한 브랜드에 제품을 제조, 수출하는 중견 기업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을'이었고 그들은 '갑'이었다. 한국어와 일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훌륭한 인재로 환영을 받은 나는 단박에 한 팀의 영업 담당자(MD)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언어 능력 덕분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의 얘기를 듣자 하니 아무나 MD를 시키는 게 아니란다. 그러고 보니 각 팀의 MD는 모두 '여자'였고, 이왕이면 '예쁜 여자'였고, 그도 아니면 일본인 바이어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MD들의 직속상관인 본부장님 역시 우아하고 아름다운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애석하게도 업무 능력보다는 '얼굴마담'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어리숙한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그때 나는 내가 마치 주상 전하께 승은을 입어 하루아침에 후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운 좋은 무수리라도 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을 느꼈었다. 회사에서 내게 기대하는 영업 업무라는 것은 한무제 때 화친 정책의 일환으로 오손 군주에게 스물다섯의 강도 공주 유세군을 시집보낸 이른바 '미녀 외교'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모두가 쉬쉬하는 이야기지만, 그 옛날 이 바닥에서는 출장이라는 이름 하에 일본 바이어에게 성 접대를 제공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공공연한 관행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다고들 한다. 강산이 변해도 두세 번은 변했을 세월이 지난 이후에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과거의 낡은 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끌어가던 회사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렇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랬다고 대학까지 보내준 부모에게 언제까지고 빌붙어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시에 그 시절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의식 수준이라는 것이, 나를 둘러싼 현실에 대해 용변을 보고 뒤를 안 닦은 것 마냥 개운치 않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직장 생활이란 으레 이런 것이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가 보다'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는 수준에 그쳤던 탓이기도 하다.

"서울에 놀러 가면 너희 집에 좀 재워줄래?"

음흉한 농담을 건네는 일본인 바이어에게 스물넷의 나는 냉소하며 이렇게 대답했었다.

"저희 집은 스위트룸 요금이라 안 될 것 같은데요."
 
 스물넷이 서른일곱이 되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  스물넷이 서른일곱이 되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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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이 서른일곱이 돼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

이러한 풍토가 어디 내가 몸담고 있던 섬유 업계에만 국한된 일이었겠는가. 나는 2000년대에 들어서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것을 몸소 겪은 산증인인 셈이고, 그런 면에서 오늘날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물넷의 아야카가 서른일곱이 된 지금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몇몇 의대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여성 의사를 꺼려 한다는 이유로 여학생을 탈락시키는 입시 부정 사건이 벌어졌고, 정치인들의 성차별적인 망언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한국에서도 여전히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고은 시인은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우리 집에 재워 달라던 유부남 아저씨에게 "이런 시베리아허스키가 수박 씨 발라 먹는 소리 하고 있네" 하고 도끼눈을 뜨고 쏘아붙이며 정식으로 사과하도록 요구하지 못했던 것을 자책하지는 않는다. 그때 나는 분명히 불쾌감을 느꼈고,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직감했으며, 비록 서툴고 부족했을지언정 그 시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나의 분노를 표현했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만 사회의 진보는 치열한 자기반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에, 나는 더디게만 느껴지는 변화의 흐름 속에도 서툴렀던 어린 날을 이따금 상기하며 나부터 제대로 분노하고 그 분노를 제대로 표출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후배들이 나와 같은 일을 겪었을 때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를, 누구나 자연스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다음 혹은 그 다음 세대에서는 구태여 '세계 여성의 날'을 지정하고 기념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기념일 같은 건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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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김학의·장자연은 하나의 사건이다

버닝썬에 대한 관심이 김학의를 감추게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3.15 08:53
 

[미디어스]요즘은 어딜 가나 버닝썬 사건 이야기다. 매일 같이 새로운 얘기들이 나오는데다 사람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어서 말을 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물론 마음은 편치 않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을 동정하거나 아니면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사건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편’이란 단어가 웃음거리가 된 세상이지만 또 쓰지 않을 수 없다. 버닝썬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있노라면 꼭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김학의 전 차관이나 장자연 씨 사건 등 더 문제인 일이 많은데 왜 버닝썬 얘기만 하느냐는 것이다. 버닝썬 관련 보도가 많아지면서 이런 중요한 문제들이 “묻히고 있다”는 표현도 종종 나온다.

KBS 보도 화면 캡처

이런 인식은 버닝썬 사건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이 각각 다른 근본적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이 인식 속에서 버닝썬 사건은 더 중요한 문제들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이나 장자연 씨 사건의 경우는 힘 없는 여성이 짓밟힌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버닝썬 사건은 클럽에 출입하는 처신 가벼운 여성들의 어떤 ‘사고’에 불과한 사건 아니냐는 것이다. “동영상 촬영을 허용한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문장에 이런 가치판단이 집약돼있다.

이런 생각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여성을 사람이 아닌 어떤 물건으로만 보고 착취를 정당화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단체 채팅방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약물 등이 동원 됐을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백보 양보해서 피해 사례 중에 여성이 촬영에 동의한 것이 있다고 해도 이것을 동의없이 유포한 행위는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인 것이다. 

버닝썬 사건을 다른 사건과 분리하는 두 번째 논리는 검경수사권조정과 관련이 있다. 이런 시각은 다분히 음모론적인 것인데, 요약하자면 버닝썬 사건은 경찰에게 불리한 사건이고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이나 장자연 씨의 억울한 죽음은 검찰에게 불리한 일인데 이 중 하나만 택해 이슈화 하려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며 나아가서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언론이 버닝썬 사건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수사권조정을 무력화시키려는 검찰의 음모에 춤을 추는 어리석은 일이다.

버닝썬 사건은 분명 수사권조정을 간절하게 염원해 온 경찰의 입장에선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표정 관리를 하면서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는 티를 내는 것 정도로 수사권조정 반대 투쟁의 새로운 방어선을 설정할 수 있게 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4일 국회에서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문제의 동영상은 당사자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는데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며 부실수사 책임을 검찰로 돌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반격’일 것이다.

연합뉴스TV 보도 화면 캡처

 

요컨대 검찰과 경찰 모두 일련의 사건을 수사권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오직 각자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만이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냉소주의적 현실 인식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냐 검찰이냐의 유불리를 떠나 과연 이 사건들이 보여주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버닝썬 사건은 클럽이나 연예인과 유착 관계를 갖고 있는 경찰에 수사권조정이라는 선물을 안길 수 없다는 차원이 아니라,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수사권조정이 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란 필요에 따라 여성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이다. 클럽을 운영하는 측은 남성 이용객들과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조장 용인하면서 동시에 투자자 접대 등을 위한 수단으로 이런 상황을 활용하고 자기들끼리 불법촬영 영상을 찍고 올리고 보관하며 일탈을 즐겼다. 경찰은 이들의 위법과 일탈행위를 일상적으로 눈감아 주면서 정의 구현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몰두하였다. 

이런 구조는 버닝썬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의혹, 장자연 씨 사건에서 여성을 착취하는 사람들의 얼굴만 달리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바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은 하나 같이 여성을 착취하는 편에 서서 직접 착취에 가담하고 수사를 무력화 하는 등 공범의 역할을 했다. 언론이 직간접적으로 이 구조에서 가해자의 역할을 맡게 된 것 역시 공통된 현상이다. 장자연 씨 사건에 조선일보 관련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한다면 버닝썬 사건에서의 언론은 관심과 조회수를 위해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노력을 겨루는 게임의 장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힘을 보탰다. 즉, 이들 사건은 나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책은 검찰 또는 경찰에 이용당할까 전전긍긍하며 이들 중 어느 사건을 살리고 어느 사건을 ‘묻히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으로는 찾을 수 없다. 이 사건들은 각기 분리할 수 없고 모두 문제이며 이 사건들을 만든 구조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수사권조정이든 뭐든 ‘개혁’은 완료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진실을 다함께 말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왜 이건 말하면서 이건 말하지 않느냐”는 언어게임은 이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자는 실천적 결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이걸 꺠달을 때가 되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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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보다 도시 두꺼비 독이 더 강한 이유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15 09:06
  • 수정일
    2019/03/15 09: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숲 속보다 도시 두꺼비 독이 더 강한 이유는?

조홍섭 2019. 03. 14
조회수 283 추천수 0
 
환경호르몬과 다양한 소형 포식자 대응 위해…번식력 저하 대가
 
b1.jpg» 두꺼비는 우툴두툴한 피부에서 강력한 독을 분비한다. 이 독의 양과 성분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촬영한 두꺼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두꺼비의 피부에는 사람이나 포식자가 통째로 먹었을 때 목숨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독이 있다. 해독제도 없는 부파디에놀라이드란 독성 스테로이드가 심장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이다.
 
두꺼비 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포식자 퇴치이다. 진화과정에서 두꺼비 독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획득한 일부 포식자를 제외한 다른 포식자는 두꺼비를 물었을 때의 끔찍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포식동물이 들끓는 숲에 사는 두꺼비가 사람이 생태계를 교란한 곳에서보다 독성이 강한 독물질을 분비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예상과 달리, 자연상태보다 도시와 농촌에 사는 두꺼비 독이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b2.jpg» 유럽산 두꺼비. 아시아 두꺼비와 같은 두꺼비 속이지만 종이 다르다. 이번 연구는 유럽 두꺼비를 대상으로 했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베로니카 보코니 헝가리 과학아카데미 진화생물학자 등 헝가리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밝혔다. 연구자들은 도시와 농촌의 화학물질 오염과 다양한 소형 포식자가 이런 형질 변화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챙이 때부터 분비하는 두꺼비 독은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포톡신과 강한 부파제닌으로 이뤄지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이 두 물질의 비율을 바꿔 독성의 수준을 조절한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도시 두꺼비는 자연림은 물론 농촌 두꺼비보다 강한 독성을 지닌 부파제닌의 농도가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독액을 분비하는 눈 뒤의 독샘 크기도 도시와 농촌이 자연림에서보다 컸다. 더 많은 독액을 쓴다는 뜻이다.
 
사람이 교란한 환경에서 두꺼비 독성이 강해지는 주요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내분비 교란물질(환경호르몬)을 포함한 도시와 농촌의 화학물질 오염을 꼽았다. 연구자들은 “두꺼비의 독액은 스트레스 호르몬 및 성호르몬과 똑같은 전구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의 생리적 스트레스와 내분비 교란 물질이 독액이 많이 분비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 적었다.
 
포식자의 차이도 독성 변화를 부른다. 인간의 교란이 없는 숲에는 대형 또는 전문 포식자가 사는데, 두꺼비는 대개 이들의 먹이 목록에 없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이 두드러지는 도시와 농촌에는 최상위 포식자가 없어 다양한 소형 포식자가 다수 서식한다. 이들은 기회만 있다면 두꺼비를 사냥한다.
 
512-2.jpg» 개구리를 잡아먹는 유혈목이. 농촌의 대표적인 두꺼비 천적이다. 이 뱀은 두꺼비의 독을 자신의 독으로 이용한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도시에 자주 출몰하는 여우, 너구리, 까마귀, 오소리 등은 두꺼비를 즐겨 잡아먹는 소형 포식동물이다. 농촌에는 두꺼비의 천적인 까마귀, 백로, 뱀 등이 많이 산다. 결국 교란지에서 두꺼비의 포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고, 이에 따라 독의 양도 많고 강도도 세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두꺼비 사이의 형질 차이는 실험실에서 같은 조건 아래 길렀을 때 유지되지 않았다”며 “이런 차이가 유전적 이유로 생긴 것이 아니라 개체 차원의 형질이 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시와 농촌에서 다량의 독물을 만드느라 성호르몬 합성이 줄어, 결과적으로 이 지역 두꺼비의 번식력이 떨어지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eronika Bókony et al, Toads phenotypically adjust their chemical defences to anthropogenic habitat change, Scientific Reports, (2019) 9:3163, https://doi.org/10.1038/s41598-019-3958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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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날, 4월 27일에 DMZ로 소풍가자”

DMZ평화인간띠운동대전세종충남본부 출범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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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4  18: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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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공동대표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고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축하하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DMZ(民)+평화손잡기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는 운동을 위한 <DMZ 평화인간띠 운동본부>가 전국적으로 출범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충남세종본부도 14일 출범식을 진행했다.

대전충남세종종교인평회회의 대표회장 무원 스님, 대전기독교연합회 회장 안승철 감독, 원불교 대전충남교구 오은도 교구장, 천주교대전교구 유흥식 교구장,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전본부 김용우 상임대표, 김원배 전 목원대 총장, 대전사랑시민협의회 한재득 회장, 한국여성유권자대전연맹 이미현 회장,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 이상호 목사, 3.1운동100주년세종추진위원회 가명현 위원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는 3월 14일 오후 2시, 대전역 서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4월 27일, 14시 27분에 강화에서 고성까지 500km를 손잡고 철조망을 걷자고 호소했다.

6.15대전본부 김용우 상임대표는 출범식 개회선언을 통해 “우리의 작은 평화행동은 세계 마지막 냉전인 이곳 한반도의 냉전을 녹여낼 것”이라며, “모두 함께 이 장엄한 발걸음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 출범식에 참가한 이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대전충남세종종교인평회회의 대표회장 무원 스님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회사에 나선 무원 스님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리고,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는 오는 4월 27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는 슬로건 아래 50만 명의 시민이 손을 잡고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까지 비무장지대 500km 평화 누리길에 인간띠를 만드는 ‘DMZ 평화손잡기 운동’을 주최하게 되었다”며, “이제 우리 모두 다 같이 손잡고 꽃피는 봄날 DMZ 평화 누리길로 소풍갑시다”라며 참여를 호소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도 나라의 도의성을 강조하며 세계평화를 염원했던 3.1선언 정신에 따라 우리들 역시 철조망을 걷고 전쟁을 끝냄으로 이 땅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코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시대의 독립운동은 평화통일운동이라 믿기에 이 일에 시민(民)의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며, “더하여 우리가 원했던 독립과 세계평화의 길을 열어젖히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독립을 외쳤던 과거 선혈들처럼 남북 간 전쟁 없는 평화체제를 원하는 시민(民)들 누구라도 4월 27일, 어린 자녀 손잡고 분단의 철조망을 따라 걷기를 청한다”며, “분단의 궤적을 밟아가며 항구적인 평화의 약속이 ‘독립’의 바른 길인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더 이상 정치가들 손에 우리들의 미래를 맡길 수만 없는 노릇”이라며, “우리들 소리가 하늘에 닿아 허리 잘려 움츠려진 한반도가 우뚝 설 그 시점을 생각하며 民의 참여를 재차 촉구하며 독려한다”고 호소했다.

   
▲ 출범선언문은 한국자유총연맹대전광역시지부 박인국 회장, 한국여성유권자대전연맹 이미현 회장, 민주노총대전본부 구제군 사무처장, 6.15대전본부 박희인 집행위원장이 함께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마당극단 ‘좋다’의 정경희 씨가 ‘경의선 타고’를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출범선언문 낭독을 마친 이들은 ‘우리의 소원’ 노래에 맞춰 대전역 광장을 둘러싸며 4·27 DMZ 평화 인간띠 본 행사의 예행연습을 겸해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출범일까지 183명의 추진위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3.1운동 100주년과 민족대표 33명을 상징하여 133명의 추진위원 모집에 나섰으나, 출범식까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이후 266명까지 추진위원을 모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진위원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042-223-0427)로 연락하면 된다.

   
▲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DMZ 평화인간띠운동 대전세종충남본부’ 출범식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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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태극기부대 '수석대변인'인가

[기고] 극우정치는 민족공동체의 파괴를 부를 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나경원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시간 남짓에 걸쳐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해 퍼부은 독설은 극우정치가 어떻게 민족공동체를 증오와 분열의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먼저 연설문의 요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을 보기로 하자.

 

"국민 여러분,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의 역사가,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붕괴되고 있고, 경제는 얼어붙고, 산업 경쟁력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힘겹게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나경원이 강조하는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1948년 8월부터 1960년 4월까지 계속된 이승만 정권의 독재정치,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켜 민선정부를 뒤엎은 박정희가 18년 동안 이나 계속한 군사적 통치가 그 '위대한 역사'에 포함된다는 뜻인가? 박정희의 죽음 이후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과 노태우의 집권 12년도 그 평가 속에 들어 있는가? 사리사욕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이명박과 박근혜의 집권 9년은 또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업적을 세우지 못한 채 젊은 세대의 일자리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가 하면 
'촛불혁명'의 정신에 충실하게 적폐 청산과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구·극우세력을 대변하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이 이 나라를 쓰러뜨리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
"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해 적대적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출발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은 뒤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합의 내용은 남한과 북한이 전쟁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확약의 표현이었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이후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던 남과 북은 평화공존 체제를 굳혀 가고 있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회담은 정체 상태이지만 남과 북의 신뢰 관계는 확고하다. 그런데도 나경원은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입니다. 이제 그 위험한 도박을 멈추십시오." 그러면서 나경원은 "자유한국당이 직접 굴절 없는 대북 메시지 전달을 위한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뜬금없는' 공약을 했다. 

나경원은 문재인 정권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결국 자신들만이 오직 선이요 정의며, 모든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입니다. 사상독재, 이념독재, 역사독재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유, 다시 세우겠습니다." 그러면서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도 퍼부었다. 마치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거리와 서울시청 광장을 누비는 태극기부대의 '수석대변인'을 자처하는 듯한 언행이었다. 이런 정치인은 민족공동체의 화합이 아니라 파괴를 부르는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cckim999@naver.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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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단순폭행에서 마약·불법촬영·‘경찰총장’까지…버닝썬 총정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14 11:12
  • 수정일
    2019/03/14 11: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19-03-14 10:29수정 :2019-03-14 10:41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종 도착지는 어디일까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UWDsgSEXeGM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요즘 SNS에서는 버닝썬 사건을 이렇게 부릅니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서 시작된 이 사건이 지금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버닝썬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의 폭력,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경찰 유착, 성접대 의혹으로까지 번졌고, 가수 정준영씨 등의 심각한 성폭력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더니 급기야 ‘경찰청장’ 유착 의혹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김상교씨가 쓴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11월24일 클럽 ‘버닝썬’에서 곤란에 빠진 여성들을 도우려다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되레 나를 체포하고 폭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진 않았습니다.

 

 

해가 바뀐 뒤인 1월28일 MBC가 영상 하나를 보도합니다. 김씨가 클럽 앞에서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지구대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었죠. 방송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 동의자가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겼습니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버닝썬은 직원의 폭행을 사과했습니다. 다만 김씨가 클럽 여성을 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끌어내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여성 2명은 김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김씨는 성추행을 부인했습니다. 다시 진실공방이 시작됐죠.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벌써 버닝썬 등 몇몇 클럽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약물 흡입,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등으로 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클럽 버닝썬 직원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아무개씨의 모발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클럽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왔을까요? 당연히 경찰과 유착 의혹이 증폭됐습니다. 결국 ‘사건 무마를 위해 버닝썬 돈을 경찰에 전달했다’는 전달책의 구체적인 진술까지 폭로됐습니다.

 

 

그룹 빅뱅의 ‘승리’는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버닝썬이 클럽 내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을 용인했는지,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 이 모든 과정에 버닝썬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승리가 묵인·방조 혹은 지시했는지가 핵심이었기 때문이죠.

 

 

언론의 취재는 승리에게 집중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카카오톡’이 공개됩니다. 승리를 포함해 남자 연예인 여럿이 들어와있는 이 대화방에서는 여러 충격적인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승리가 성접대를 지시하는 듯한 내용의 대화였죠. 승리 소속사 YG는 ‘조작된 것’이라고 맞섰지만, 경찰은 ‘조작되지 않았다’며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승리를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가수 정준영씨도 이 대화방의 멤버였습니다. 문제의 대화방에서 정씨가 공유한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정씨가 여성들과 성관계 맺으면서 몰래 촬영한 영상들이 다수 나왔고, 피해자가 최소 10명에 달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정씨는 "모든 죄를 인정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분들에게 무릎 꿇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대화방은 경찰청장 연루의혹까지 터트립니다. 13일 카톡을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한 방정현 변호사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경찰 최고위급인사 연루 의혹’을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의혹이 제기된 최고위급인사는 당시 경찰청장인 것 같다’라고 밝힌 뒤 126명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엄정 수사하겠다고 했죠. 반면 권익위는 경찰 연루 의혹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도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기세입니다. 14일 경찰은 가수 정준영씨와 승리를 소환조사했습니다.

 

 

13일은 김씨가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지 11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기간 동안 버닝썬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들을 던졌습니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클럽 내 성폭력, 여성착취에 기반한 유흥업, 마약 문제 등이었죠.

 

 

그런데 지금 세간의 관심은 섹스스캔들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습니다. ‘피해여성이 누구라더라’라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마약, 성폭력, 경찰과의 유착 등 본질은 사라지고 2차 피해자만 양산되고 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클럽 “사회 전반에 흐르는 ‘성접대’ ‘성상납’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연예인 누군가를 처벌하는 차원에서 수사가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 성착취, 성매매 알선, 불법촬영·유포, 경찰유착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총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종 도착지는 어디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UWDsgSEXeGM

 

 

내레이션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취재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편집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5888.html?_fr=mt1#csidxc045371200c6c7498e25bcf8a2c7a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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