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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경험한 아이들

일베와 일진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하나?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경험한 아이들
 
임병도 | 2019-03-14 09:14:2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한민국에서 만 18살이 되면 결혼도 할 수 있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군대도 가고, 운전면허 취득도 가능합니다. 다만, 투표는 하지 못합니다.

18살이 투표를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뜻인데, 과거 나이가 어려도 결혼을 해서 상투를 틀면 어른 대접을 해주었던 한국 사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정치권과 어른들은 청소년들은 사회 경험이 적어 정당 및 후보자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고, 교사에 의해 학생들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선거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는 언제 정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 선포식 모습. ⓒ연합뉴스

정치블로거로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도대체 나는 학교에 다닐 때 정치에 관해 무얼 배웠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있습니다. 바로 ‘국민교육헌장’입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 (국민교육헌장)

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당시는 국민학교이던 시절에 학교에 가면 꼭 외워야 했고, 암기하지 못하면 매를 맞았던 ‘국민교육헌장’은 오십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역사를 배웠지만, 정치인들은 그저 시험에 나오는 인물에 불과했습니다. 파업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는 사실도 어른이 되고 알았습니다.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정치적 판단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정치’를 배우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면 됩니다. 그런데 또 정치 교육은 어린 학생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합니다. 모순입니다.

독일은 1970년부터 ‘정치교양’ 과목을 학교에서 배웁니다. 프랑스는 1985년부터 영국은 2002년부터 ‘시민교육’을 중학교 교육 필수과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시민교육에는 정당의 역사와 이념을 자세히 배우고, 노동과 노조의 현황도 알 수 있도록 자세히 소개합니다.

교실이 정치화되면 안 된다고 말하지만, 학교에서 더 자세하고 풍부한 정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투표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꼭 필요한 시민의 기본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를 경험한 아이들

▲2014년 5월 3일 3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추모 메세지가 적힌 노란종이를 든 참가자들 리본 모양을 만들어 ‘친구들이 아직 여기 있습니다’가 적힌 세월호 모형을 둘러 싸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요즘 청소년들은 똑똑합니다.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등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청소년들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어른들 못지않게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아이라고 무시했지만, 그 어떤 어른보다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자신들의 삶이 결코 정치와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장 기본적인 ’18세 선거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18세 선거권’을 위해 삭발도 하고, 시위도 하고 집회와 행진도 벌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은 선거 나이를 한 살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베와 일진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하나?

지난 3월 5일 국회에서는 ‘만 18세 선거권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 토론회 : 교실의 정치화 논란, 해법은 없나’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들도 함께 참석해 선거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습니다.

토론회 도중 ‘일베와 일진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아직도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줄 수 없다는 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질문이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찬영 학생은 질문에 “어른 중에서도 일베를 하고 일진이고 약간 나쁜 어른들 있잖아요”라며 “그거랑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실제로 일베를 한다고 선거권이 박탈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범죄를 저질러 수형 된 경우나 가석방자 등에게만 선거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집행 유예자도 선거권을 박탈당했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려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3.1절 기념식이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 청소년 참정권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이날 광장에 온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피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일제강점기 만세운동을 했던 유관순 열사도, 4.19 혁명에 참가했다 목숨을 잃은 김주열 열사도 학생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박근혜 탄핵 집회에도 청소년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습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정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에 나왔던 어른들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깨어 있습니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만으로 선거를 할 수 없다는 자체가 더 이상합니다.

3월 5일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찬영 학생은 심상정 의원실에서 공문을 보냈지만, 학교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무단결석을 하고 국회에 왔다고 합니다.

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낡은 생각이 오히려 한국의 정치와 교육, 사회를 더 퇴보시키는 원인이 아닐까요?

유튜브에서 바로보기:일베와 일진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하나?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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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 최대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위험천만 ‘생화학 실험실’도 들어섰다

주한미군·국방부, ‘살아있는 샘플’ 실험 의혹에도 “북한 공격 방어용, 생화학 실험 아니다” 기존 답변만 되풀이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14 08:21:13
수정 2019-03-14 08:21:13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2013년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프로젝트인 ‘주피터’와 관련해 주한미군 병사들이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2013년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프로젝트인 ‘주피터’와 관련해 주한미군 병사들이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미 육군 공개 사진
 

단일 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주한미군의 이전과 함께 ‘생화학 실험실’도 함께 들어서 본격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엄청난 국민 혈세를 들여 새로운 미군기지를 지어줬지만, 한쪽에서는 위험천만한 생화학 무기 관련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기자가 미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 예산 관련 문서에 의하면, 2018년 회계연도에는 생화학 시스템 설치 완료 이외에는 배정되지 않았던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 Camp Humphreys) 생화학 실제 실험 관련 예산이 다시 540만 달러(약 61억2천만 원)가 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가 경기도 평택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배정되지 않았던 실제 실험 관련 예산이 이전 후 본격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전 완료와 함께 다시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실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2018년 회계연도에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던 생화학탐지구별(BICS) 87만9천 달러(약 10억 원), 환경탐지평가(AED) 147만2천 달러(약 16억7천만 원), 조기경보(EW) 245만8천 달러(약 28억9천만 원), 생화학감시포털(BSP) 59만1천 달러(약 6억7천만 원)가 각각 예산으로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서 새로 이전한 주한미군 평택기지에서 본격적으로 ‘생화학 실험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 국방부가 발행한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서 새로 이전한 주한미군 평택기지에서 본격적으로 ‘생화학 실험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해당 문서 캡처

미 국방부에서 생화학 전쟁을 담당하는 ‘생화학방어합동참모국(JPEO-CBD)’이 그동안 ‘주피터(JUPITR)’라는 이름으로 주한미군에서 생화학전 관련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음이 그동안 본보의 여러 차례 단독 보도로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여러 시민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주민들의 반대에도 폐쇄되지 않았던 이 실험실이 주한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그동안 ‘주피터’는 생화학 탐지와 방어만 하는 기술이라고 해명했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생화학전에서 ‘방어와 공격은 차이가 없다’며 위험성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특히, 생화학전 특성상 살아있는 샘플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5월에는 실제로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에도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오기도 했다. 또 현재도 주한미군에서 생화학 실험의 특성상 치명적인 ‘살아 있는’ 샘플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된 바 있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이미 미 국방부 문서를 인용해 주한미군이 실시하는 ‘주피터’라는 이름의 생화학 실험에도 ‘생물무기감시(BSV)’ 프로그램 과정에 ‘살아 있는(live) 매개체 테스트 전체 시스템(WSLAT, Whole System Live Agent Test)’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항 8부두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장’도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져

특히 주한미군은 당시 기존 평택기지에서 운영되고 있던 생화학 실험실이 큰 파문을 불러오자, 용산기지의 평택기지 이전을 계기로 뜬금없이 주거 밀집 지역인 부산항 8부두 미군기지에 또 다른 생화학 실험실을 설치해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려왔다. 

이번 예산 관련 문서에서 확인한 결과, 부산항 8부두에 설치된 생화학 실험실의 2019년 회계연도 예산도 350만 달러(약 39억7천만 원)가 책정된 것으로 드러나, 새로 이전한 평택기지와는 별도로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13일 “새로 이전한 평택기지에서 주피터 관련 시설이 운영 중인 것은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운영 중이라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샘플 실험이 전혀 아니라, 방어와 탐지만을 위한 생화학 방어 훈련”이라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주한미군 주피터 프로그램은 북한 생물위협을 탐지, 분석 및 경고하는 방어용 체계로 이미 시험을 통해 검증된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생화학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2015년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 SOFA(소파) 체결 이후 현재까지 반입된 사균 샘플은 없으며, 주피터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앞으로도 한미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살아있든 죽었든’ 도입된 샘플 자체가 없다고 해명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거의 극비로 다루는 생화학 실험과 관련해 한미 간에 공조가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소식통은 이날 기자에게 “부산항 8부두 관련 시설도 민원 발생 후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에 관해 기자가 ‘한미 긴밀 공조를 말하지만, 주한미군에서만 주거 밀집 지역에서 미군의 생화학 관련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는 지적에 “관련 제반 사항을 면밀하게 다시 파악해 국민 불안이나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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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소장 필생의 사상 '노나메기' 담은 <버선발 이야기>

13일 10년 만의 신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열려
2019.03.13 17:54:39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0년 만의 신작인 소설 <버선발 이야기>(오마이북)를 냈다. 백 소장이 평생 추구한 민중 예술, 민중 사상을 주인공 '버선발(벗은 발, 맨발)'을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백 소장의 나이(1932년생)를 고려하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큰 <버선발 이야기>의 출간을 기념해 13일 백 소장과 이 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 학림커피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장에는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송경동 시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을 포함해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심재명 명필름 대표, 손호철 서강대 교수, 임진택 연출가 등이 <버선발 이야기> 책읽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0년 만의 신작 <버선발 이야기>를 출간한 기념하기 위해 13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버선발 이야기>는 '노나메기' 사상 담아 
 
<버선발 이야기>는 주인공 버선발이 역경 끝에 바다를 없애 거대한 땅을 만들고, 그 땅을 너나할 것 없이 모두에게 나눠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이야기에 백 소장이 평생을 추구한 민중의 한바탕(서사)이 녹아 있다.  
 
책의 주제의식은 백 소장이 직접 꼬장꼬장한 특유의 말솜씨로 정리했다. 
 
"여든 해가 넘도록 내 속에서 홀로 눈물 짓던 이야기야. 버선발이 할머니를 만나는데,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악이 '내 것'이라고 말해. 요샛말로 하면 '내 것이다 마음'이 자본주의를 싹틔우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걸 그대로 두면 사람이 '내 것'의 짐승이 돼. '내 것'은 거짓이야. 이 책에서 버선발을 통해 민중의 한바탕은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썩은 문명을 청산하고, 거짓을 깨고, 자유와 희망을 되찾아서 착한 벗나래(세상)를 만들자고 말한 거야."
 
백 소장은 '내 것은 거짓'이라는 게 우리 민중 사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나메기' 사상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 대결과 갈등의 시대를 넘어설 중요한 생각이라는 게 <버선발 이야기>의 핵심 주제인 셈이다. 
 
책은 백 소장이 늘상 추구했듯, 순우리말로 정리됐다. 한자어와 외래어가 한마디도 없다. 그래서 오히려 낯설다.  
 
"그 옛날 글을 몰랐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니나(민중)들이 제 뜻을 내둘(표현)할 때 먼 나라 사람들의 낱말을 안 썼소. 나도 그 뜻을 따랐지." 
 
"백 소장 예술세계 정수 우리 민중에게 중요" 
 
당초 <버선발 이야기>는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다. 책의 초고는 지난해 봄 이미 완성됐다. 하지만 이 해 4월경 백 소장이 10시간에 달하는 큰 심장 수술을 받아 책의 출간이 미뤄졌다. 심장 관상동맥 2개가 완전히 막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수술에서 회복 후 백 소장은 곧바로 책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진 원고 마무리 작업이 끝나고, 예정보다 1년가량 늦춰진 올해 책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나온 책을 세상이 더 알리고자 많은 이들이 발벗고 나섰다. 기자회견장에 백 소장과 긴 시간을 함께 한 여러 사람이 동참한 까닭이다. 
 
회견장에 참석한 이수호 이사장은 "예전부터 백 소장께 '여태 쓴 책 내용을 정리하고 저희한테 평소 하신 말씀 일부를 모아 책으로 제대로 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왔다"며 "선생님의 건강 문제로 인해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이번에 책이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심장 상태가 아주 안 좋아 의사들이 놀랄 정도였다"며 "그 와중에도 선생께서 <버선발 이야기>는 꼭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셨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 민중의 삶과 태도를 풀어 쓴 <버선발 이야기>를 모두 함께 읽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관한 생각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평소 백 소장을 '아버님처럼 모셔왔다'고 전했다. 
 

▲ 백 소장의 신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송경동 시인 등이 참석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유홍준 석좌교수는 백 소장 예술 세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유 교수는 "백 소장은 민족 문화, 민중 미학, 민중 예술의 원천인 분"이라며 황해도 구전 설화인 <장산곶매>의 원전을 우리 사회에 알린 백 소장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유 교수는 "백 소장은 어머니, 할머니, 동네 노인들로부터 들은 우리의 중요한 민중 예술의 여러 원전을 우리 사회에 알려 왔고, 그 중 여러 이야기는 연극으로, 소설로 정리됐다"며 "우리 민중 예술이 제도권 학계에 의해 정리되면서 왜곡된 게 여럿 있는데, 선생께서 그 원전을 정리해주신 바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대표적으로 우리 마당극 탈춤의 '멍석말이 춤'이 '춘정을 이기지 못한 노비의 춤'으로 알려졌으나, 실은 양반의 멍석말이에 두들겨맞은 노비의 저항의 몸짓임을 지적한 이가 백 소장이라는 점을 꼽았다. '살풀이춤'도 실은 온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내는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것이나, 이 춤이 무대화하고 미화하면서 오늘날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이도 백 소장이었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송경동 시인에 따르면, <버선발 이야기>를 더 알리고자 여러 인사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된 책 홍보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조만간 독후감 운동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한편, 다음 달 중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해당 기념회는 백 소장이 1967년 발족한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자리로 만들어진다. 당초 연구소 50주년 기념 행사는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백 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해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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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100년, '철도주권'과 ‘북한관’의 대전환이 필수

<기고> 홍원식 피스코리아 이사장
홍원식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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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3  16: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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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과의 혈맹 관계를 과시하며 9,000㎞를 왕복 이용한바 있는 철도는 GNP나 군사력 다음으로 국가주권을 과시할 수 있는 유용하고 중요한 수단인 만큼 ‘철도주권’이라는 용어를 부여해도 손색이 없다.

일제의 주권 침탈에 항거하며 ‘대한민국’의 기치를 올리는 기폭제가 되었던 ‘3.1민족저항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는 한반도에 철로(노량진∼제물포)가 개통(1899.9.18.)된지 1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이 되어 명성황후를 참살한 을미사변(1895) 직후인 1896년에 고종 황제는 주미대리공사 이하영 등의 조력을 받아 일본을 배재하고 미국인 모스(Morse, J. R.)에게 경인선 부설권을 부여한바 있다. 그 결과 경인선은 영국이나 미국은 물론 오늘날 유럽 각국과 중국이 사용하고 있는 표준궤(레일간 너비 1,435㎜)로 토목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 침탈을 통한 대륙 진출의 야욕을 가지고 있던 일본은 고종을 무시하고 모스와 경인철도양도계약을 체결함으로서 경인철도의 부설권을 불법적으로 사취하여 갔다.

모스로부터 일체의 권한을 인수한 일본은 1899년 4월 23일 두 번째 기공식을 인천에서 가진 뒤 서둘러 토목공사와 궤도 부설을 하여 그 해 9월 18일 노량진~인천간 약 33.8㎞ 구간에서 임시 영업을 개시함으로써 일제의 야욕으로 인해 영광스럽다 할 수는 없으나, 이것이 우리나라 철도의 효시가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그동안 역대정부는 9월 18일을 ‘철도의 날’로 기념해 왔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최초 철도국 창설일(1894년 6월 28일)로 변경되었다.

‘미-일 철도밀약’으로 일제는 주권의 표징 중 하나인 ‘철도주권’을 미리 침탈함으로서 한일합병(1910)의 야욕을 드러낸 ‘철도국치’일인 9월 18일을 피해 새로운 철도의 날을 정한 것을 만시지탄이나 환영하면서 새로운 민족사 100년의 첫 점을 ‘철도주권’을 통해서 ‘철도강국시대’를 열었으면 하는 필자의 오랜 소망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철도 개통 120주년인 올해, ‘철도주권’으로 ‘철도강국시대’ 열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월 25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는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경제 개방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동안 피력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한반도체제 주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의중에 두고 있는 한반도의 대륙 연결 철도망은 ➀부산·광양을 기점으로 서울·개성·평양을 거쳐 북한의 국경역인 신의주에서 중국의 국경역인 단둥(丹東)으로 이어져 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노선과 ➁부산·광양∼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노선, ➂부산·광양∼평양∼남강∼만주횡단철도(TMR) 연결 노선∼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노선, ➃부산·광양∼신의주∼베이징∼몽골횡단철도(TMG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노선 등이 있다.

이들 중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제1안은 부산에서 신의주·단둥·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의 주요도시에 이르기까지 총연장 1만 2,091㎞에 이르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과 북한·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 등 5개국을 통과한다. 제2안인 부산·광양∼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철도 연결 노선은 부산·광양시에서 출발하여 북한의 원산시·청진시·나진시를 경유한 뒤 북한의 국경 역인 두만강역에서 러시아의 하산을 통과한 다음 유럽까지 연결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는 노선이다. 총연장 1만 3,054㎞이며, 남한과 북한·러시아의 3개국을 통과한다.

어느 노선이 열리든 타데우시 시오즈다(Tadeusz Szozda)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의장도 공언한바 있는 ‘세기적 철도혁명’이 한반도에서 현실화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해외남북대륙철도사업단을 신설(2018.3)하는 등의 노력을 하며 오랜 시도 끝에 지난해 6월 7일 OSJD 관계장관 회의에서 우리나라도 정회원 국가로 확정된 됐고, 오는 4월 8~12일 서울에서 열리는 OSJD 사장단 회의에서 시오즈다 의장이 ‘한반도철도혁명시대’를 또 공언할 것이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를 직시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에는 물론, 귀국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임”을 누차 공언하고 있는 저변에는 유럽과 연계되는 한반도 종단철도 시대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20년 넘게 국제철도협력기구를 이끌고 있는 시오즈다 의장과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종단철도혁명시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유통과 관광 구조의 ‘대혁명’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유시코리아시대’는 곧 ‘항구적 극일’이라는 새 역사 시작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시대’가 열리면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뒤흔드는 전방위적인 유통혁명과 거대한 ‘유시코리아 관광시장’이 한반도 중심으로 펼쳐지게 된다. 우리 민족이 미국, 중국에 이어 ‘G3강국’ 대열에 들어서게 될 거부할 수 없는 역사가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종단철도’와 자국철도(TJR)를 어떻게든 연결하게 해달라고 우리나라에 간청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국제적 입지 급변이 전제되어 있다.

일본은 ‘유시코리아철도’의 기점인 ‘한반도종단철도’와 일본 철도를 연결해야만 철도혁명의 수혜자 대열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일본열도의 생사여탈권이 사실상 한반도에 복속되는 ‘항구적 극일(克日)’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을미사변(1895)’과 ‘한일합병(1910)’ 이후 가속화된 일제의 만행에 항거해 천부적 저항권을 행사한 3.1운동 100주년인 올해를 ‘불가역적 극일시대’, ‘일본의 한반도 복속시대’ 원년이 되도록 하는 길은 무엇인가?

세기적이고 세계적인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철도-한반도종단철도)시대’ 개막을 통해 백범 선생이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소망한 ‘세계문화강국’을 넘어 ‘세계경제강국’으로 갈 수 있는 천부적 기회를 유실하지 않는 방책은 무엇일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현대화 실천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뒤 문 대통령은 2018년 광복절 축사를 통해 “철도와 도로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임을 천명한 후 남북 철로 구간 조사 등을 통해 유엔·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철도협력의 의지를 안팎에 강력하게 과시하는 전략적 접근을 한바 있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신한반도체제로 전환해 통일 준비”를 공언한바 있다.

철도주권을 통한 철도강국 진입이 목전에 와있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철도가 민족 공존공영(共存共榮)의 왕도다”라는 선택과 집중이요, 배제해야 할 것은 정치적이거나 감상적인 접근 방식이라 할 것이다. 남북 분단 이전에 민족지도자였던 김구 선생이 “동포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은 새로운 독립운동이다”라고 전국을 순방하며 외쳤던 유훈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 민족은 물론 인류행복을 보듬어 낼 수 있는 세기적 기회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한반도 ‘철도강국시대’를 열려면 ‘북한관의 혁명적 전환’이 필수

첫째,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맹목적 이념대립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없이는 한반도를 ‘철도강국시대’로 이끌어 ‘항구적 극일시대’까지 부산물로 안겨줄 ‘유시코리아 철도혁명시대’를 맞을 수 없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부산, 광양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까지 왕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노선을 택하든 북한지역을 통과하여야 한다. 지적법(地籍法) 상으로 보면 북한은 승역지(承役地)요, 남한은 요역지(要役地)인데, 맹목적 이념대립을 하는 것은 맹지(盲地)인 요역지 주인이 승역지 주인과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싸우는 격이기 때문에 환골탈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종북(從北)과 용북(用北)을 구별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절대적 헌법질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과도 왕성하게 경제 교류를 하듯 북한을 활용하고 협력하는 것은 ‘통일지향 의무’를 명시하고 대통령 취임식에 선서까지 하게 한 ‘헌법정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비현실적인 ‘시혜적 대북관’을 과감히 버리고 ‘생존적 대북관’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통일비용이 들지만 동족이니 북한 동포들을 위해 또는 낙후한 북한을 돕기 위해서 통일을 하려 한다”라는 식의 기존 시혜적 통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시혜적 통일관은 북한의 통치구조가 동독과 다름을 간과하면서 동서독 간의 통일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외관상 맞는 말처럼 보이나 국제사회나 통일의 실질적 파트너인 북한의 동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시각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시골 읍, 면의 인구가 반세기 전에 비해 반 이상 줄어들면서 필자의 모교인 대창초등학교를 비롯한 많은 학교들이 폐교되어져 가는 아픔을 안고 있다. 전국 도처에 있는 폐교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향후 내수시장 감축, 이로 인한 생산 감축, 이로 인한 실업 증대, 이로 인한 사회 불안과 갈등 등을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의 예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등과 관련해 남한 경시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한국은 파트너에 불과하고 미국의 동맹국가는 일본이다”라는 트럼프 정부 초대 국무장관 등의 모욕적 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미관계를 유지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닌가?

북한을 돕는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식의 ‘시혜적 통일관’은 출산율 급감으로 인해 인구절벽 시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위기의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총체적으로 극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 ‘유시코리아철도시대’임을 간과한 행태다.

북한과 단절된 남한은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 대륙과 분리된 ‘섬나라’ 또는 ‘맹지’일 수밖에 없다. 이 절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대안인 ‘유시코리아철도’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존적 대북관’을 이제라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G2의 개입을 배제한 ‘주권 수호적 한반도 종단철도’가 되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길 바라지만, 한반도종단철도와 관련하여 납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용인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에 이어 올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도 재확인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의 실현 과정에서 미국의 참여를 전제로 해온 점이 그것이다.

필자가 지난 보수정부 이후로 우리나라의 G3 진입 방책으로 꾸준히 주장해 온 ‘유시코리아철도공동체’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보다 넓은 개념이긴 하지만, 어느 것이든 미국이 참여하는 한 ‘철도주권’의 실질적 보장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이 한반도 종단철도건설이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또는 ‘유시코리아철도공동체’ 시대에 개입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요, 헌법적 명령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명료한 이유로 지리적으로 미국은 ‘한반도종단철도’나 ‘유시코리아철도공동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철도 ‘건설’은 지리적 ‘연계성’을 갖는 나라 간에 협력하여야 하는 것임은 상식인 터에 굳이 미국을 끌어들여 120년 전 ‘철도국치’를 재연시킬 여지를 둘 필요가 없는 만큼, 미국의 연계는 어떤 형태로든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철도국치’라 함은 고종으로부터 철도부설권을 받은 것은 미국의 사업가 모스(Morse, J. R.)이지만, 한 나라의 철도 부설권 부여가 미국 정부의 개입 없이 불가능하였듯이 일제에의 철도부설권 양도에 미국 정부가 동의함으로서 우리나라가 철도주권을 자주적으로 확립하지 못하도록 한 점을 말한다.

둘째, ‘미일 동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가스라-테프트 정신’이 여러 경로로 재확인 된 상황에서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이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운영에 미국을 참여시키는 것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맞게 될 항구적 극일 또는 일본의 한반도 복속시대 개막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가스라-테프트 정신’이라 함은 1905년 7월 29일 당시 일본 총리 가스라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였던 육군 장관 테프트가 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강점과 미국의 필리핀 점령을 상호묵인하기로 한 ‘밀약(비밀조약)’에 깔린 미일 양국 간의 암묵적 유대 관계를 말한다. ‘가스라-테프트 밀약’을 체결한 일제는 그해 11월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국방권을 강탈한 ‘을사늑약’을 필두로 한반도 강점을 가속화한바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스라-테프트 유대’는 미국이 한반도와 일본을 대체재(代替財)로 보면서 더 엄밀히는 우등재(일본)와 열등재(한반도)로 간주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 수상 아베가 일본의 외국 침략용 전력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을 사실상 사문화하고자 미국의 용인을 청했을 때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당시)이 국제사회에 공인해 준 일과 트럼프 행정부 초기 국무장관 틸러슨이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면서 “미국의 동맹국가는 일본이고 한국은 파트너국가일 뿐이다”라고 공언한 데서도 확인된다.

‘가스라-테프트 유대’는 해방 정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사실을 기록하자면 단행본을 발간해야 할 만큼 많기에 각설하고 한반도종단철도 건설, 나아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건설에 미국을 참여시킬 경우 미국은 필연적으로 일본의 이익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미일간에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라-테프트 밀약으로 인해 유사 이래 처음으로 맞게 될 철도주권에 의한 항구적 극일의 기회 또한 유실될 수밖에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때문에 어떠한 명분이나 이유로도 미국이 한반도 철도주권에 개입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이나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운영에서 미국을 배제해야 ‘철도주권 수호’라는 동일한 논리로 중국의 개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는 사실상 미-중이라는 G2 양국간 패권 다툼의 현장임은 아직도 여진이 남아 있는 ‘사드(THAAD) 사태’로도 여실히 확인된다.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현재도 막강한터에 한반도종단철도 건설까지 참여하도록 한다면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중국의 영향권 하에서 흔들리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헌법적 가치인 철도주권의 확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전제로, 미국의 참여도 배제했으니 G2 패권의 한 축인 중국도 배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에 중국의 참여 또한 원천 배제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철도주권은 G2 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때 비로소 확립 가능하기 때문이다.

OSJD와 유럽 각국을 ‘한반도종단철도운영위’에 참여시키되, 소유와 이용을 엄별해야

한반도종단철도 구축과 운영에서 미국을 배재시키는 것과 달리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연계되어 있는 중국 횡단 철도(TCR)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과 운영에서 중국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밝힌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한반도종단)철도 중 제2안인 부산·광양∼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철도 노선은 남한과 북한·러시아의 3개국만 통과한다.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한반도종단)철도 시대의 서막은 철도주권을 굳건히 확립하기 위하여 중국을 배재한 가운데 구축해도 중국횡단철도(TCR)는 기 구축되어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계라인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한반도종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와의 직접적 연계는 유시코리아(유럽-시베리아횡단-한반도종단)철도 시대 개막 후에 별도로 논의하여 연계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유시코리아철도 구축은 누가 참여하며 어떤 비용으로 충당하여야 하는가? 현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경의선 철도 등의 실태 조사를 하면서 발표하는 대국민 메시지에는 우리 국가 예산으로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할 것 같은 뉘앙스가 담겨 있다.

경의선 철도 정상화 수준에 그친다면 모르나 한반도종단철도를 확장한 유시코리아철도 시대는 남북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산 충원 방법도 다른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북미회담이 최종적으로 잘 되어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가 풀린 상황을 전제로 한다.

첫째,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비용은 국고가 흘러넘친다 해도 남한이 전담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합의사안들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운데서 집행하는 것에 대한 절차적 흠결 주장과 ‘퍼주기’ 시비 등으로 야기되는 국론 분열과 갈등을 막으면서도 더 나은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한반도종단철도의 소유는 남북한이 하되, 경영에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와 유럽 각국을 참여시켜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이용자비용분담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해관계국들이 분담하도록 하면서 한반도종단철도에 대한 이권을 국제사회가 분점토록 함으로써 유사시 중국이나 미국이 한반도를 침공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OSJD는 1956년 6월 러시아(당시 소련), 북한, 러시아, 중국, 폴란드, 슬로바키아, 알바이나, 카자흐스탄 등 정회원 28개국이었다가 2018년 6월 7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OSJD 장관급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도 정회원 국가가 되었다.

OSJD는 철도교통신호, 표준기술, 통행료, 운행방식 등에서 통일된 규약을 마련한다. 따라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와 중국 횡단 철도(TCR)를 잇는 대륙 철도 운행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신규 정회원 가입은 기존 정회원 국가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데, 북한이 남한의 정회원 가입에 동의한 것이다.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과 운영은 OSJD와 유럽 각국 중에서 유시코리아철도시대 구축과 이용에 동의하는 나라들이 참여하는 ‘가칭 유시코리아철도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충당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한반도종단철도의 폐쇄 및 일본철도로의 연장 여부 결정권은 남북한의 ‘주권적 결단’ 사항으로 남겨둬 OSJD나 유럽 각국이 좌우할 수 없도록 해야만 한다. 경영과 소유를 확실히 분리하는 것이다. 배타적 속성을 가진 소유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G2의 각축장인 한반도가 이용권을 가진 국제사회의 각축장으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연합 헌장 제23조 상의 ‘거부권(Veto Power)’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들인 프랑스와 영국이 러시아와 함께 ‘유시코리아철도운영위원회’ 구성에 참여한다면 ‘한반도종단철도’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한반도의 위상 또한 강화될 것이다.

국제철도협력기구(OSJD)는 1998부터 현재까지 폴란드 출신인 타데우시 시오즈다(Tadeusz Szozda) 의장이 이끌고 있다. 시오즈다 의장은 “한반도 종단철도 시대는 곧 세계철도 혁명 시대의 개막”임을 오래 전부터 공언해 온 사람이다.

작년 6월 7일에 정회원 국가가 된 우리나라에서 다음 달 8일부터 5일 동안 서울에서 OSJD 사장단 회의가 열린다. 범정부 차원은 물론 남북공조 차원에서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 기반을 마련하여야 할 때이다.

OSJD와 유럽 각국이 참여하는 가칭 ‘유시코리아철도운영위원회’ 구성에 관한 의결이 그 첫 단추이다. 대북 제재는 현재의 문제이고 유시코리아철도시대를 열기 위한 한반도종단철도 구축은 미래의 문제이다. 현재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하여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개인이든 국가이든 발전도 희망도 기약할 수 없다.

필자는 남북 분단 후 처음으로 북측에 6천 권을 보급(2004. 7)한 바 있는 졸저 <소설 백범 김구> 하권 뒷면 표지에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신다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느냐(롬8:31)!’라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의 친필 휘호를 새겨 두었다.

암살 위협에도 불구하고 김구 주석은 “남북동포간의 화해와 협력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고 전국을 순회하며 외치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12:24)’는 평소 유언(활천 23호)대로 반민족세력의 흉탄에 맞아 소천(1948.6.26., 경교장)했다.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백범 선생이 참여하였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하늘을 우러르며 ‘사즉생’의 결단으로 민족을 품고 ‘세계의 중심 한반도 시대’를 예견하였던 ‘백범의 리더십’이 지도층뿐만 아니라 해내외 동포들의 공감대적 가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참으로 간절하다.

 

홍원식 (사)피스코리아 이사장

   
 

필자는 <통일헌법이념으로서의 백범사상>을 연구하여, 국내 최초 백범 전공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중학 졸업 후 3년 동안 청소년 노동자 생활을 하다 ‘우리 민족이 인류행복을 선도하는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백범정신’에 큰 영향을 받아 학업을 시작해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 및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외래교수 등을 역임한바 있으며 현재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사)피스코리아(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각급 학교·각급 경찰청·군부대 및 ‘민주평통’ 각 지역회의 등의 초청으로 전국순회강연을 통해 ‘백범 정신’과 ‘통일비전’을 제시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2006)을 받은바 있으며 저서로는 <통일헌법학개론(2015)>과 <소설 백범(2019)> 등 1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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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TK도 부유세 찬성 높다... 국민 3명 중 2명 초고소득자 부유세 도입 찬성

[오마이뉴스 주간현안 여론조사] 전 연령·전 지역에서 찬성 응답 높아... 반대는 27.2%

19.03.13 07:32l최종 업데이트 19.03.13 07:54l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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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에서 초고소득자에 대한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은 소득 불평등 완화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부유세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1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초고소득자 부유세 도입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67.0%로 반대(27.2%)를 두 배 넘게 앞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찬성 응답 중 '매우 찬성'이 40.5%, '찬성하는 편'이 26.5%로 조사됐다. 반대 응답은 '반대하는 편'이 17.8%, '매우 반대'는 9.4%에 그쳤다.

보수 성향 강한 60대 이상, TK에서도 찬성이 더 높아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찬성 응답이 절반 넘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60대 이상의 경우 찬성이 55.8%로, 반대 34.7% 보다 높았다. 다른 연령층의 경우 40대의 찬성 응답이 80.5%로 가장 높았고, 30대(72.7%), 19세·20대( 67.5%), 50대(63.5%)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TK)에서 찬성이 69.5%로, 반대 26.9%를 크게 앞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반면 제주는 찬성 47.2%로 유일하게 반대(52.8%)가 더 많았다. 다른 지역의 경우 찬성 응답은 광주·전라에서 81.0%로 가장 높았고, 경기·인천(69.1%), 강원(68.7%), 대전·충청·세종(67.4%), 서울(61.7%), 부산·경남·울산(60.3%) 순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를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찬성이 92.3%로 반대(5.2%)를 압도했다. 바른미래당 지지층은 찬성 56.1%, 반대 36.9%, 민주평화당 지지층은 찬성 92.6%, 반대 7.4%, 정의당 지지층은 찬성 83.8%, 반대 8.5%로 조사됐다. 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경우 찬성이 39.1%로 반대 56.8%에 못미쳤다.

이념 성향별로 살펴봐도 보수층을 제외한 진보·중도층은 부유세 찬성 의견이 높았다. 진보층의 경우 찬성 응답이 82.6%, 반대는 14.1%였고 중도층은 찬성이 72.3%, 반대가 21.3%로 조사됐다. 보수층의 경우엔 찬성이 40.3%, 반대가 56.9%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진행했고, 조사 대상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법으로 선정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5856명에게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 응답률은 8.6%였다. 통계보정은 2019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부유세 도입
 
한국당 향해 연설하는 홍영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석을 바라보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위는 문희상 국회의장.
▲ 한국당 향해 연설하는 홍영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석을 바라보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초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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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유세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난 것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그에 따른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극심한 양극화를 완화할 조세 정책으로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부유세를 대표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2020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은 재산 5000만 달러 이상의 부자에겐 2%, 10억달러 이상 부자에겐 3%의 재산세율을 부과하는 '초백만장자 세금'을 공약으로 내놨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도 상위 0.2% 부자들의 상속 소득에 최대 77%의 상속세율을 부과하는 '99.8%를 위한 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미국 국민들의 지지도 높다. 미국에서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자 증세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4일 공개된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 찬성한 응답은 76%나 됐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연 10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가 공화당원 54%를 포함해 70%에 달했다. 지난달 1,2일 실시된 다른 폴리티코-모닝컨설트 조사에서는 워런 의원이 제안한 '초백만장자 세금'에 대해 61%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여당 원내대표의 부유세 필요성 언급, 국회 차원 논의 시작될까

국내에서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같은 미국의 부유세 논쟁을 언급하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또한 지속적으로 커져 2017년 기준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가져간다"라며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수준인 우리의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사실상 국회 차원의 부유세 도입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부유세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여당발 부유세 도입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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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13 09:19
  • 수정일
    2019/03/13 09: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날개가 투명한 나비 보셨나요?”

조홍섭 2019. 03. 12
조회수 720 추천수 0
 
안데스 운무림서 촬영…포식자 회피 추정하지만 생태는 수수께끼
 
05.jpg» 생태학자가 찍은 생태 사진전에서 대상으로 뽑힌 투명 날개 나비. 페루의 안데스 산맥 운무림에서 촬영했다. 마리안 일리야 제공.
 
날개를 통해 배경이 선명하게 보이는 투명한 나비가 중앙·남 아메리카에 산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나비 사진이 2018년 생태학자들이 찍은 ‘올해의 사진’으로 뽑혔다.
 
과학기술과 의학 분야의 학술저널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오픈 액세스 출판사인 바이오메드 센트럴(BMC)은 9일 현장 생태학자들이 촬영한 사진 145점 가운데 대상작으로 마리안 일리야 프랑스 소르본대 연구원의 ‘수수께끼의 투명 날개 나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인 쟝즈강 중국 과학아카데미 교수는 “빼어나게 아름답고 수수께끼인 종을 잘 묘사했다”고 평했다. 이 나비의 투명한 날개는 포식자의 눈길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확히 어떤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날개가 투명한 이유는 털처럼 생긴 특이한 비늘 덕분인데, 이 비늘이 빛의 반사를 막고 투과하도록 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나비가 사는 습하고 차가운 날씨에 이런 형태의 비늘이 어떻게 단열과 방수 기능을 하는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03.jpg» 또 다른 종의 투명 날개 나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공모전의 다른 주요 입상작은 다음과 같다.
 
07.jpg» 그리폰 독수리의 지배 행동을 그린 ‘넘보지 마!’. 필라 올리바 비달 스페인 예이다 대 생태학자가 먹이로 사냥한 멧돼지를 동료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행동을 촬영했다. 필라 올리바 비달 제공.
 
06.jpg» ‘식탁 예절이 없는 배고픈 듀공’. 마테오 산톤 독일 튜빙겐대 박사가 홍해 해초 숲에서 풀을 뜯는 듀공을 찍었다. 듀공과 공생하며 먹이를 얻어먹는 대가로 기생충을 잡아주는 길잡이 물고기가 보인다. 마테오 산톤 제공.
 
02.jpg» ‘작은 다리’. 동태평양의 외딴 섬인 코코제도 고유종인 거미가 물 위에 현수교 비슷한 거미줄을 쳤다. 다르코 다보르 코토라스 비에드마 제공.
 
01.jpg» 청개구리의 눈에서 물을 핥아 먹는 파리의 일종. 엔리케 가르시아 멜로 제공.
 
04.jpg» 담수에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의 하나이지 멸종위기종인 달마시아 펠리컨이 아주 작은 민물고기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나이덴 차카로프 제공.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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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조선일보가 인용한 ‘외신’ 누가 썼나 봤더니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임병도 | 2019-03-13 08:19: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월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원내교섭단체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 발언으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민주당은 사과를 요구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2019년 들어 국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했기 때문입니다. 71일 만에 3월 국회가 열렸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또다시 무산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조선일보, 나경원 발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이 첫 보도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자는 한국인 이유경 기자였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 나오면서 국회가 시끄럽자, 조선일보는 <‘文은 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이 첫 보도>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 발언은 외신이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 기사는 조선일보가 지난 9월 28일에 <외신 “文 대통령, 김정은 수석 대변인 됐다”>라는 사설에서도 인용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외신’이라는 이유 만으로 굉장히 신뢰가 있는 것처럼 인용하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기사를 보면 작성자가 ‘이유경’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처럼 보입니다.


한국인 이유경 기자가 20일 만에 작성한 ‘문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문재인은 북한수석대변인’ 보도 기사는 이 기자가 9월 5일 첫 번째로 쓴 기사 20일 만에 나왔다

일반 사람들은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으니 외국인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연합뉴스를 거친 한국인 기자입니다. 한국인이라도 해외 언론사에서 근무하니 외신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의 시선, 다른 나라가 판단하는 ‘외신’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따릅니다.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던 문제의 기사는 2018년 9월 26일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찾아보니, 이유경 기자가 <블룸버그 통신>에서 쓴 첫 번째 기사가 9월 5일입니다.

이유경 기자는 연합뉴스와 AP통신 등에서 IT와 비즈니스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던 기자입니다. 외신의 한국인 기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북한과 국제 관계, 한국 정치를 취재하지 않았던 기자였기에 과연 ‘외신’으로 인용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에게 해당 표현을 쓴 근거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지만, 이 기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신을 자꾸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속내는?

▲3월 6일 조선일보는 외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갈라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가 작성했다.

조선일보 조의준 외싱턴 특파원은 3월 6일 <“文·트럼프 갈라섰다” 해외서 나온 불화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외신’이 불화설을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외신을 보면 또다시 <블룸버그 통신>이 등장합니다. 3월 4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Moon Lauds North Korea’s Nuclear Offer, Splitting With Trump’ 기사의 작성자를 보면 이유경 기자입니다.

이유경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세히 보면,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른 부분 등을 서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충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는 일반적인 ‘불화설’과는 온도 차이가 나는 외신 보도를 가지고 자꾸 해외에서도 대북 관계가 문제가 있고, 한미 동맹이 위태롭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외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신이라고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

▲2019년 2월 블룸버그 통신 이유경 기자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터뷰 기사 ⓒ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유경 기자가 올해 2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했던 인터뷰 기사가 <블룸버그 통신>에 실렸습니다. 기사 대부분은 북한 비핵화를 의심하고 한미동맹이 위태롭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국회 핵심 의제로 ‘법인세 감면’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경제 전문지인 <블룸버그 통신>에 맞춘 인터뷰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외신을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면에서는 외신이 더 객관적이고 날카로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신을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됩니다.

외신이라고 해도 기자가 어떤 전문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외신만을 골라 인용하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히려 외신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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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9월말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 오도록”

관훈토론, 기자와 ‘미국 대변인-북한 대변인’ 언쟁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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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2  16: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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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강연하고 패널들의 질문에 답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항상 미국 게 옳고 우리는 항상 미국 것 따라야 된다고 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도 항상 옳은 건 아니니까.”
“제가 미국 대변인 입니까?”
“대변인 같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향해 일침을 가했고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이 북한 대변인처럼 보인다”고 맞섰다.

같은 시각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자 국회와 프레스센터에서 짜고치듯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으로 호명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미숙 기자는 “개성공단, 금강산을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추진을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공격적 질문을 이어갔고, 문정인 교수는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정도 되는 사람이 ‘노’라고 해서, 그러면 대한민국이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항상 이걸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있고, 그래서 어떤 때는 조율해 나가고 어떤 때는 충돌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 이날 토론은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먼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문 교수는 “귀책사유가 양측에 다 있다. 귀책사유는 양측의 국가이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제하고 “미국은 갑자기 빅딜로 나왔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미국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협상의 흐름에 있어서 우리가 볼 때 판을 깼다라고 하는 건 미국이 판을 깬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던 그는 “쌍방 귀책 사유가 있고, 북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왔을 것이다... 북이 상당히 실망을 많이 했을 거다”라고 정정했다.

그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머물며 많은 미국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비관주의자와 냉소주의자, 회의주의자들이 80%에 달했다며 “영변만 해서는 미국이 안 받을 것 같고, 영변 플러스 알파인데, 알파라고 하는 건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최소한 신고를 하고, 영변 1단계 교환이 잘 이뤄지면 그 다음 단계에서 신고와 해체로 나간다면 미국측에서 거절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자신의 ‘영변 플러스 알파’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즈(NYT)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과 베트남 하노이 회담 기간 동안 북한은 약 6개의 핵탄두를 만들기에 충분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했음을 보여주는 정보가 있다”고 한데 대해 그는 “북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안하겠다고 했지만 핵활동을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미국의 북한 관련 ‘정보 실패’ 사례를 들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나비효과는 피해야 한다”며 “북이 지금 동창리, 신원리부터 해서 핵활동을 한다는 미국측 정보보고가 나오는데 이런 사소한 악수(惡手)가 상황을 상당히 재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만약 북한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서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너무 늦으면 모멘텀을 잃는다”면서 “역동성을 살리자는 거다”라고 말했다. “궤도 이탈하면 붙이는 작업은 엄청나게 어려울 것”이라는 것.

   
▲ 이날 관훈토론은 내외신 기자들이 대거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북미 지도자 역시 협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외교분야에서 성공이 하나도 없다. 아마 유일하게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북한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반반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정치적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망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꼽고 “한국, 중국, 일본 이런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지금 미국하고 각 세워서 제재 막 심화되고 그래서 다시 선군정치로 돌아가야 되는 입장, 그걸 김정은 위원장은 원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하여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뭔가 만들고 싶어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변수에 대해 “우선 미중 무역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문제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특히 미국하고 중국의 무역협상이 성공적 타결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이가 상당히 가까워질 거고, 그걸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답방하면 돌아갈 때 뭔가 가지고 가야 될 텐데, 우리가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보이는 방안은 결국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하는 것 자체가, 그런 것들이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으로서 서울 답방해서 평양에 선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이후 수순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중재역을 요청했음을 상기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처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아주 심층적인 토론”을 갖고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율해서 “가장 바람직한 건 9월말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까지 와서 남북미, 더 나아가서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 같은 걸 한다고 하면, 지금 하노이 이후 패닉을 반전시키는 상당히 좋은 구상”이라고 제시하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꿈을 갖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가 문정인 교수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방문신 관훈클럽 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관훈토론에는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미숙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제훈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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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03/13 [00: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민사회 단체들이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난 것에 대해 미국 측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민중당전농한국진보연대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평화행동)은 12일 오후 1시 30분 미 대사관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평화행동은 “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는 신뢰관계구축평화정착비핵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전진시켜 갈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미국이 막판에 말을 바꾸어 회담을 파행시켰다며 미국의 행태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행동은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듯이 오만하고 패권적인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이룰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법은 없다며 미국은 주한미군을 용병 삼아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를 강화하여 한반도평화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평화행동은 오직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 손으로 이루어야 한다며 그 방도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대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것을 제안했다.

 

특히 평화행동은 민간이 앞장에서 범국민적 평화의지를 결집시켜 그 힘으로 정부를 견인할 때 미국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주한미군 주둔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기로 내모는 일체의 행태에 대해 투쟁한반도 평화정착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극우보수집단의 완전한 청산 등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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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북미정상회담 파행에 대한 평화행동 시국선언문>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갑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직전에 미국의 말바꾸기로 파행이 되면서 확고한 평화정착으로 흐르던 한반도의 정세가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의 핵위협과 완성된 북한의 핵이 뒤섞인 한반도의 핵 문제는 일방의 비핵화를 강요해서 해결될 방법은 영원히 없으며그렇게 된다고 해서 평화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오직 북미양국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때 평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향에 의견이 모아져 열릴 수 있었던 2차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는 신뢰관계구축평화정착비핵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전진시켜 갈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그런데 미국은 막판에 말을 바꾸어 회담을 파행시켰다.

 

정상회담을 열어놓고서도 다시 판을 깨는 미국의 행태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규탄한다정상회담을 깨는 과정에서도 미국 국내정치를 포함한 패권주의 속성에 기초한 온갖 공작정치가 난무하였지만정상회담 이후에는 정상회담 뒷얘기를 지어내고 흘리는 등 정상국가 외교관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오만하고 패권적인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패권주의를 자행하는 것은 평론가의 입장이라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한반도를 자손만대 평화의 터전으로 물려주어야 하는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파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되었듯이 오만하고 패권적인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이룰 수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방법은 없다미국은 주한미군을 용병 삼아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를 강화하여 한반도평화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 손으로 이루어야 한다방법이 없다면 한숨 짓겠으나 우리에게는 확고한 방법이 있다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대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루고 번영과 통일로 나아가는 것이다.

판문점선언은 1조 1항에서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판문점선언 1조 1항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지난 일 년간의 놀라운 정세의 변화가 증명해주듯 미국의 승인에 기댈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평화로 나아가면서 미국을 끌고 가야 한다.

특히지금의 국면은 그 어느 때보다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민간이 앞장에서 범국민적 평화의지를 결집시켜 그 힘으로 정부를 견인할 때 미국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다.

 

이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은 힘을 합쳐 다음과 같이 실천해나가자.

 

하나,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고 실천해나가자.

 

하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남과 북 우리 손으로 재개하자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시작도 남과 북의 합으로 시작하였으며그 중단도 제재때문이 아니라 보수정권의 대결정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남과 북이 하고자 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하나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강화하고 그를 통해 주둔비 증액과 무기강매·무력증강을 꾀함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기로 내모는 일체의 행태에 대해 투쟁해 나가자.

 

하나미국과 일본 아베에 결탁하여 한반도 평화정착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조중동을 비롯한 극우보수집단을 완전히 청산하자.

 

2019년 3월 12

전쟁반대평화실현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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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기준 국가범죄 청산의 기념비

국제인권기준 국가범죄 청산의 기념비
 
 
 
장동욱 기자 
기사입력: 2019/03/12 [08:5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가 11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람일보 장동욱 기자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공동대표 전창일 박해전)는 11일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구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경의를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드높인 이번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의 인혁당재건위사건 근본해결을 촉구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의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난수 공동대표가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국제인권기준의 국가범죄 청산을 명백히 선언한 기념비적 결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청산연대는 또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올바른 청산을 권고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초석을 마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존중해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의 정당한 청산을 실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한맺힌 고통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인 전창일 공동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 환영사에서 “4.9통일평화재단은 2017년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국가인권위원회에 호소했는데, 이번 대통령에게 올린 피해자 구제 의견 표명은 그에 대한 화답”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명한 권고에 충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 공동대표는 또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조속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굳게 믿으며 대통령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이사장은 환영 발언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3월6일 발표한 권고사항은 국가권력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지고 그 모든 피해에 대해서 피해배상을 해야 하며, 그 피해배상은 피해자 중심 원칙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사소송 판결이 났더라도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못한다면 그것과는 관계없이 국가가 책임지고 완전한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화 변호사는 “5공 아람회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가 2007년 7월3일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진실 규명을 하고 ‘국가는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 결정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는 합당한 조치를 방기해왔다”며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대법원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굴절시키는 판결을 한 것은 과거사청산의 대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해전 공동대표는 “반인륜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대통령 직속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근본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국가범죄 청산 특별법을 제정해 유신독재와 5공 국가범죄 주범 박정희 전두환을 심판하고 유럽의 나치 국가범죄 청산법처럼 확증된 고문조작 국가범죄를 부인하거나 가해자를 찬양하는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일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 환영기자회견에는 김정숙 이영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회장과 회원들, 이석기 전의원 누나 이경진 선생, 김선희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사무국장, 리미일 6.15공동선언실천미국동부위원회 공동대표, 전경란 선생, 박희성 비전향장기수, 전창일 전 4.9통일평화재단 감사, 김병태 새날희망연대 상임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이사장, 김영옥 통일인사, 강상기 시인, 김상구 저술가, 정해숙 김난수 김창근 김현칠 박해전 5공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들이 참석했다.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성명서와 공개서한을 동봉한 국가범죄 청산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가범죄 청산연대 성명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성명서>

 

대통령의 인혁당재건위사건 근본해결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는 국가 책임의 정점인 대통령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구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경의를 표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드높인 이번 결정을 열렬히 환영한다.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하고, 이를 위해 피해의 실체를 파악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과 배상 문제를 재검토하고, 관련 입법조치 등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국제인권기준의 국가범죄 청산을 명백히 선언한 기념비적 결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의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 구제 의무와 관련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국민은 물론 그 관할 범위의 누구나 생명과 신체의 온전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유지되도록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라며 “인혁당재건위사건이 국가가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자유를 침해한 사건으로 확인된 이상, 국가는 조직적으로 반인권적 탄압행위를 하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입은 피해에 대해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 반인권적 고문조작 국가범죄의 피해 배상의 국제법적 원칙과 관련해 “유엔인권피해자 권리장전은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적절하고, 실효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하며, 위반행위와 피해의 중대성에 비례하여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만족 등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원상회복은 자유의 회복, 인권, 정체성, 가정생활, 시민권의 향유, 원래의 거주지로 복귀, 고용회복, 재산의 반환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히 “인혁당재건위사건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것으로 그 적절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재판결과의 이행만으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국가책임이 온전하게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재판이 법적인 피해구제의 한 방안인 점은 분명하나, 민사소송이 소송 당사자들의 주장 중에서 인용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결정하는 소극적인 구조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등의 구제조치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의 피해구제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손해배상소송의 결과와 관련해 “인혁당재건위사건 피해자들은 77명이 2009년 법원 판결에 따라 위자료 및 지연손해금으로 총 490억원을 국가로부터 가지급 받았는바, 대법원 판결로 지연손해금 기산점이 34년 늦추어짐으로써 판결이 확정된 2011년 당시에 이미 이들에게 211억원의 초과 가지급금이 발생하였다”며 “이후 2013년 국가(국가정보원)는 법무부, 서울고등검찰청과 협의하여 피해자 77명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하였고, 2015년 법원은 77명 모두 국가에 부당이익금의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 “이에 따라 피해자들 중 34명은 임의 변제하고 다른 34명은 재산이 없는 등 사실상 환수가 불가능하여 국가는 나머지 9명에 대해 소유 부동산의 경매절차를 진행하고, 일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예금채권 압류 등 절차도 진행하였다”며 “피해자들이 국가에 반환해야 할 금액은 2017년 이 사건 진정을 제기할 시점에는 받은 금액의 95% 가량이 되어 있었고, 임의 변제한 피해자들은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거나 집을 매각하였기 때문에 실제 이들이 부담한 반환금은 지급받았던 금액을 초과하여, 모든 피해자들이 오히려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기 전보다 생활이 악화되거나 이자 부담으로 빚이 쌓여가는 형편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혁당재건위사건 ‘부당이득금’ 환수 강제집행과 관련해 “국가는 스스로 조작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을 일으키고서도 조직적 은폐 시도를 지속했고, 구제조치를 외면했음은 물론,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대해 직・간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자행 또는 방조하였다. 그동안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들이 감내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국가가 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위와 같이 누적되어온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의 책임을 외면한 채 강제집행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현상황은 중대한 인권침해의 당사자였던 국가가 올바르게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보기 어렵고, 형평과 정의에도 현저히 반한다”고 밝혔다.

 

국가범죄 피해자 구제 방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한 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다만 어떤 수단을 채택하더라도 피해의 구제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우리는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을 요청합니다> 제하의 문재인 대통령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달했다.

 

우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유신독재와 5공의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가해자 박정희 전두환 심판에 나서기는커녕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을 표적 삼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부당하게 가로막았다”며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후예들의 이러한 만행은 국가가 약속한 과거사 청산을 짓밟은 또하나의 국가범죄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또 “국가는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에게 총체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장이 대통령 특별보고를 통해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이 하루빨리 실현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25일 국민의 기본적 인권 실현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하였음을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여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철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인혁당재건위사건의 올바른 청산을 권고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초석을 마련한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존중해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인혁당재건위사건과 아람회사건의 정당한 청산을 실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한맺힌 고통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

 

2019년 3월11일

 

유신독재와 5공 반국가단체 고문조작 국가범죄 청산연대
공동대표 전창일 박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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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판을 뒤엎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 수법

[사설] 협상판을 뒤엎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 수법
  • 현장언론 민플러스
  • 승인 2019.03.11 20:53
  • 댓글 0

예상대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제재를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지는 미국 내 대북제재 유지, 강화 캠페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미간 핵대결의 역사속에서 중요한 국면마다 언제나 반복되어왔고, 언제나 실패했던 미국의 민망스러운 추태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역사에서 미국의 협상판 뒤집기는 1차 핵대결이 벌어진던 90년대 초, 이른 바 핵물질량 불일치 논쟁 속에서 발생했다.
1990년대초 미국이 남한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고,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 중단하자,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핵사찰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은 북이 신고한 핵물질량과 실제로 자신들이 계산한 핵물질량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생했다면서,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이는 북이 받을 수 없는 제기였다. 결국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NPT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해 대북제제안을 결의하고 1994년 6월 16일 영변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김영삼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 핵전쟁 위기는 카터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제네바 합의로 이어지면서 일단락 되었다. 한반도 핵전쟁의 일보직전까지 갔던 1994년 핵위기는 미국이 한국정부와 논의없이 대북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고, 한반도 핵전쟁의 먹구름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확인해 준 역사적 사례로 남아있다.

1998년, 빠르면 3일, 늦어도 3개월, 아무리 늦어도 3년안에 망한다던 북이 건재하자 미국은 다시 ‘금창리 핵시설론’이라는 것을 퍼뜨리며 대북공세에 나섰지만, 3억달라 참관료만 지불하고 빈동굴만 구경하였다. 오히려 북이 첫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하자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에 합의함과 동시에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약속까지 하기에 이른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네바 합의와 조미공동코뮤니케를 뒤엎고 2차 핵위기를 야기한 것 역시 미국이었다.
네오콘세력을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한 부시정권은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존 볼턴과 켈리의 합작으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한다. 부시정권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마치 '북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호도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호기롭던 부시정권 역시 북의 ‘핵보유 선언’에 놀라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그 합의문 서명이 마르기도 전에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9.19공동성명을 또 다시 파기한다. 결국 북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미양자회담을 열고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였다. 답이 없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무대책으로 8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낯설지 않은 '미국의 협상판 깨기' 데자뷰를 보게된다.
2017년 북이 미국 본토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을 집중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결국 북미회담장으로 끌려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2018년 북미간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북미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며, 8천만 민족과 전세계의 적극적 지지와 찬동을 받았다.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이렇게 좋게 시작된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가지고 한 단계 전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중대한 국면에서 또 다시 협상판을 뒤집고 말았다. 새로운 북미관계로의 진전과 대북제재의 부분해제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기득권을 너무 빨리 잃게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야 협상판을 깨고 자기들끼리 대북제재 캠페인 놀음 벌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평화와변영, 통일의 길로 가야할 절박함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주인이다. 이제 북미협상을 관전하며 박수치는 시간은 끝났다. 언제까지 북녁의 외로운 반미항전을 구경만 할 것인가.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위협, 제재위협의 볼모가 되는 길에서 벗어나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미국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것이 아니라,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제압해야 하며,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민족의 힘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겨야 할 때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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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개혁 70주년, 이제 '제2의 토지개혁'이다

[장석준 칼럼] '무소속'이 성공시킨 1949년 농지개혁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이 나라의 출발점이라 밝히는 대사건의 100주년이니 떠들썩하게 기념할 만도 하다. 한데 기념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더 있다. 2019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규모와 영향이 가장 컸던 사회 개혁이 국회에서 법률로 처음 채택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바로 농지개혁법이다. 1949년 4월 27일 제헌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농지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농사를 짓지 않는 자가 보유한 농지나 총면적이 3정보(9000평)가 넘는 농지를 국가가 유상 매수해 땅 없는 농민에게 유상 분배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였다. 이로써 일제 강점기에 농민의 숙원이던, 아니 수천 년 동안 농민의 염원이었던 '경자유전(耕者有田)'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올해는 농지개혁법 통과 70주년  

농지 개혁이 대한민국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다. 이들 연구는 하나같이 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를 농지 개혁의 단행에서 찾는다. 대토지 소유를 해체하고 자작농을 육성한 덕분에 산업 자본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요소는 사라지고 새로운 경제 주역이 급성장했다. 지주 대신 자본가가 부상했고 자기 땅을 일구게 된 농가에서는 높은 교육 수준을 갖춘 미래의 노동자들이 배출됐다. 

이게 산업화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는 동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비교에서 드러난다. 동아시아에서 후발 산업화에 기적적으로 성공한 나라들(일본, 남한, 대만)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농지 개혁을 실시했다. 반면 최근까지도 토지 소유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만큼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지주 계급을 해체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리고 말았다. 

이토록 중요한 역사적 계기이지만, 농지개혁법의 탄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농지개혁법이 해체 대상으로 삼은 지주 계급은 당시 한국 사회의 주류 지배 집단이었다. 물론 농지 개혁이 실시되더라도 지주들이 지배 집단에서 탈락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주들은 농지에 대한 보상으로 정부가 발행하는 증권을 통해 산업 자본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되고 익숙한 불로소득 확보 방식에서 벗어나 새 길을 찾기란 역시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지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더구나 남한의 지주 계급에게는 그들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하는 강력한 정당까지 있었다. 한국민주당이었다. 한국민주당은 미군정 시기에 과도입법의원에서 농지 개혁 관련 법안이 처음 논의될 때부터 개혁의 진전을 가로막으려고 갖은 수를 다 썼다. 일본인 지주들이 버리고 간 이른바 귀속농지에 한해 분배 방안을 논의하는데도 그랬다. 그러니 제헌국회에서 농지 전체의 개혁을 논의했을 때는 오죽했겠는가.  

그 희생양이 된 것이 초대 농림부 장관 조봉암이었다. 현대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농지 개혁의 최대 공적자로 흔히 조봉암을 떠올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사회주의 노선에 따라 항일투쟁을 벌인 조봉암은 농림부 장관에 임명되자 농지개혁법안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이 점에서 그는 분명 중요한 공로자였다. 그러나 그는 농지 개혁을 직접 지휘하지는 못했다. 심지어는 농지개혁법안의 가결조차 그가 장관직을 사임한 뒤의 일이었다.  

한국민주당과 그 후신 민주국민당의 정치 공작 때문이었다. 사사건건 농림부 장관의 발목을 잡던 한국민주당 세력은 1949년 1월 감찰위원회(지금의 감사원 격)의 농림부 장관 감사 결과(공금 유용 혐의 등)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었다. 졸지에 조봉암은 비리 혐의자가 됐고, 국회 차원의 조사위원회까지 꾸려졌다. 결국 2월 22일에 조봉암은 취임 6개월만에 농림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임 이유가 된 비리 혐의는 나중에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공작의 냄새가 짙은 한바탕 소동이었다.  

법안 입안자만 고통 받은 게 아니었다. 법안 자체도 운명이 기구했다. 농지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1949년 4월이었지만, 농지 개혁은 곧바로 시행되지 못했다. 국회 심의가 충실히 이뤄지지 못해 농지개혁법에 부족하거나 모순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이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는 농지개혁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국민당 의원들은 지주에게 해당 농지의 연간 평균 작물 생산량의 150%를 지가로 보상한다는 규정을 200% 이상으로 개정하려 했다. 지주 계급의 마지막 난동이었다. 반면에 전 농림부 장관 조봉암을 비롯한 제헌국회 내 개혁파 의원들의 입장은 150% 보상도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꿋꿋이 막아낸 덕분에 난동은 이내 진압됐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농지개혁법 개정안이 1950년 2월 2일에 통과됐다. 농지 개혁 작업이 실제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 4개월 전인 이때부터였다.  

누가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만한 한 편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당대 사회 구조의 핵심을 건드리는 높은 수준의 개혁도 결코 실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엄청난 반발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장애물을 돌파하며 사회 개혁을 성사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을 바라는 다수 대중의 열망이 있고 이를 온전히 받아 안는 정치 세력이나 흐름이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바로 이 점을 입증하며 첫 걸음을 뗀 나라다. 결코 쉽지 않은 토지 개혁을 성사시키며 기틀을 다진 나라이고, 이와 함께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성공 가능성을 스스로 연 나라다. 농지개혁법 통과 70주년에 우리는 이 사실을 새삼 확인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를 통한 세수 증가분을 공공주택 확대에 쓰자 

그로부터 70년이 지났다. 지금 대한민국은 마치 정부 수립 직후처럼 토지 소유 모순으로 신음하고 있다. 70년 전에는 대지주의 농지 독점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택지와 주택, 건물이 소수의 손아귀에 몰려 있는 게 문제다. 부동산을 독차지하며 투기를 일삼는 소수 기득권층이 다수 서민에게서 불로소득을 갈취하며 주거권을 침해한다. 

다들 이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라고 지적하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아파트 값 상승이 주춤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상황이 나아지는 중이라 하기 힘들다. 워낙에 소득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오히려 '부동산 불패 신화'의 변주인 '부동산 백약 무효론'에 빠져드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할 때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자마자 토지 개혁을 성공시켰고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 이 나라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 백약 무효론'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 사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다만 제2의 토지 개혁, 즉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개혁이다. 첫 번째 토지 개혁이었던 농지 개혁을 성공시킨 전례가 이미 있다면, 민주주의의 저력이 훨씬 더 강해진 이 시대에 두 번째 토지 개혁으로서 주택 소유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허황된 약속도 아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거의 다 나와 있다.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다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정책일 것이다. 농지 개혁의 기본 원칙을 주택 소유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실거주용 외에 집을 여럿 소유한 이들에게 주택을 처분할 기간을 주고 그 기간 이후에는 높은 부담금을 물릴 수 있다. 나는 1년 전에 이 지면을 통해 이런 자산 재분배 방안을 소개한 바 있다("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말 '자유 시장'인가?", <프레시안> 2018년 3월 6일). 

그러나 다른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 소유를 제한하지는 않더라도(혹은 소유 제한 정책과 병행하여) 지금보다 더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를 통해 '제2의 토지 개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주창하는 국토보유세 안이 그런 방안이 될 수 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오래 전부터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국토보유세라는 새로운 부동산 보유세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와는 달리, 건물을 제외한 모든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안에 따르면,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전국의 모든 토지를 용도 구별 없이 인별 합산해 과세하며, 과세 표준은 공시지가다. 다만 지방세인 현행 재산세는 그대로 유지하며, 재산세 납부액 중 토지분은 환급한다. 

2018년에 실시한 추계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신설에 따른 세수 순증분은 개인 소유 토지에서 16조3383억 원, 법인 소유 토지에서 3조3136억 원, 총 19조6520억 원이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 등을 적용하면, 세수 순증분은 약 15.5조 원으로 추산된다. 토지+자유연구소는 이 세수 증가분을 모든 국민에게 1/n씩 토지배당(=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고 한다. 토지배당 추정액은 1인당 연간 약 30만 원이다(남기업 ‧ 전강수 ‧ 강남훈 ‧ 이진수, "부동산과 불평등 그리고 국토보유세", <사회경제평론> 54호, 2017).

나는 이 제안에서 한 부분만 수정하고 싶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토지배당으로 지급하자는 내용이 그것이다. 토지배당 제안에는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 하지만 1인당 연간 지급액이 30만 원 수준이라 과연 얼마나 정책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간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해소가 참으로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며,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토지배당이 좀 태평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보유세 강화를 통한 세수 증가분을 일단 주거 불안을 줄이는 데 활용하는 쪽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가령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공공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거권 신장에는 흔히 두 가지 처방이 있다. 하나는 무주택자가 실거주 주택을 소유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무주택자가 굳이 주택을 매입하지 않아도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추진해야 하지만, 저축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으로 더 시급하거나 유리한 방안은 후자다. 바로 이러한 공공주택 확대에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공공주택을 늘리는 주된 방식은 공공임대용 공동주택 단지를 신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건설 부지가 부족해(특히 수도권) 공공주택 물량을 확대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존 주택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 확대 방식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대표적인 서민 주거 형태인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에 임대하는 형태의 공공주택이 늘어나야 한다. 이는 대안적인 주거 환경 정비 방식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 주택 흐름과 결합할 수도 있다(주거협동조합에 대한 토지 임대, 공공-거주자 공동지분제 등등).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택을 늘리는 데 '제2의 토지 개혁 기금'을 투입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주택 문제가 특히 심각한 지역에서 주거 취약층의 주거권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또한 매년 15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공공주택 확대에 투입됨으로써 부동산 소유 및 거래 구조 전반이 크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관련 구조가 주거권 보장에 유리하게 바뀌고 난 뒤에는 국토보유세 세수의 용처를 국토보유세 원안 제안자들의 구상처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토지배당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할 수도 있고, 임대주택(공공이든 민간이든) 세입자에게 주거수당으로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제2의 토지 개혁에 나서야 할 때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정책 제안이 아니다. 다만, 정치적 의지다. 이 점에서 70년 전 제헌국회의 개혁파 의원들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그들은 변변한 정당조차 없는 무소속 국회의원들이었다. 마음으로는 여운형이나 김규식, 김구의 노선을 따랐지만, 원내에 버티고 있는 정당다운 정당이라고는 지주들의 당, 한국민주당-민주국민당뿐이었다. 국회가 열리는 중에도 나라의 다른 한 쪽에서는 무장 충돌과 학살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국은 개혁파 국회의원들조차 상당수가 이른바 '프락치' 혐의로 감옥에 갇혀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피하지 않았다. 민중의 염원에 자신의 운명을 걸 줄 알았다. 그래서 그 험난한 시절에 토지 개혁이 단행될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어떠한가? 제2의 토지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그때만 못한가? 아니면 민주주의 훈련을 70년이나 더 거치고 난 작금의 한국 정치가 그때보다 오히려 자질이 떨어지는가? 두 물음의 답이 모두 '아니요'라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2019년 우리에게는 '제2의 토지 개혁'이 필요하다. 

 

 

▲ 조봉암.ⓒKBS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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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붙든 광주시민들, 재판장에게 편지 전달한 이순자

[현장] 취재진·경호원 뒤섞여 차에 못 오르고 '허둥지둥'... 광주시민 항의 속 겨우 빠져나가

19.03.11 19:13l최종 업데이트 19.03.11 21:00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거센 항의 받으며 광주법원 떠나는 전두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참석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거센 항의 받으며 광주법원 떠나는 전두환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참석한 뒤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법원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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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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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 이놈아!"
"차에서 내려 사과하고 가라, 인마!"


11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을 거부한 채 유유히 법원 안으로 들어갔던 전두환씨(관련기사 "이거 왜 이래!"... 전두환, 취재진 밀치고 짜증내며 등장). 하지만 재판을 마치고 차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5.18 피해자와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이다.

이날 오전 12시 30분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전씨는 법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이 진행하는 재판에 출석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재판은 약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으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전씨 측의 주된 주장이었다.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관련기사 : 전두환 명예훼손 첫 재판 종료…공소사실 전면 부인).

전씨는 재판에서 재판장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동혁 부장판사는 재판 초반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알리고, 생년월일·직업·주소·본적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씨는 "잘 안 들립니다"라고 말했고, 헤드셋(청각보조장치)을 쓰고야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 중간 전씨는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내 이순자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씨 옆에 앉았다. 재판이 마무리될 즈음, 이씨는 재판장에게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장 부장판사는 "신뢰관계인이 재판부에 글을 줬다, 재판부에 당부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나"라며 그 자리에서 편지를 자세히 확인하진 않았다.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 꿇어라!"
   
▲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전두환씨가 차량을 이용해 법원을 빠져나가려 하자, 광주 시민들이 전씨가 탄 차량을 막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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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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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전두환씨가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혐의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분노한 시민들이 전씨가 타고 있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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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전남 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자 시민들이 차량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  11일 오후 전남 광주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자 시민들이 차량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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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앞에 드러누운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우며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앞에 드러누운 광주시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바닥에 드러누우며 차량을 가로 막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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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의 재판은 오후 3시 45분께 마무리됐지만, 한동안 전씨는 법원을 빠져나오지 않았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은 오전 전씨가 들어갔던 법원 후면 출입구에서 한 동안 대기하며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했다.

오후 4시 10분께, 입구에 주차돼 있던 전씨의 차량이 갑자기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씨가 나오기로 한 곳이 바뀐 것이다. 주변을 지키던 경찰도 갑자기 법원 전면 출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취재진과 5.18 피해자 및 광주시민들도 급히 달려 자리를 옮겼다.

법원 전면 출입구는 이미 경찰로 가득했다. 오후 4시 30분께 법원에서 전씨가 아내와 함께 나왔다. 경찰 너머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학살자 전두환!", "광주에서 무릎을 꿇어라!" 등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전씨는 경호원의 엄호 속에 차량으로 향했으나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섞여 잠시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했다. 당황한 듯 뒤를 돌아보기도 한 그는 취재진을 겨우 밀쳐낸 경호원에 의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전씨에 이어 아내 이씨도 겨우 차에 올랐다.

하지만 한동안 전씨의 차는 법원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차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주변을 둘러싸 항의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씨뿐만 아니라 경찰을 향해서도 "독재자를 보호해주는 경찰이 어딨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이 항의하는 이들을 막아 세워 겨우 조금씩 이동하던 전씨의 차는 약 20분이 지나 법원을 벗어났다. 그 시간 동안 전씨의 차엔 피켓과 종이더미, 우산 등이 날아들기도 했다. 전씨의 차가 법원 인근을 완전히 빠져나가자 일부 피해자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조대영 신부 “광주시민 학살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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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광주시민 “학살자 전두환은 죄값을 치뤄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씨의 사진을 밟고 서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분노한 광주시민 “학살자 전두환은 죄값을 치뤄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도착하자,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씨의 사진을 밟고 서서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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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단체 "학살 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광주 5.18단체 "학살 주범 전두환은 사죄하라" 5.18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회원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학살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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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씨는 '5.18 학살 책임자 전두환 구속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전두환은 학살 책임을 인정하고 광주시민에게 즉각 사죄해야 하며 역사 앞에 즉각 회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 당시 군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한 사실은 조비오 신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광주시민들에 의해 목격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서도 공식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전씨는 이를 부인하고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이라며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린다. 광주시민들은 성숙하고 냉철한 시민의식으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지법에서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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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 전두환 차량 에워싼 광주시민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청사를 떠나자, 시민들이 차량을 에워싸며 전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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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과 한반도 운명의 주인공

 하노이회담 결렬과 질긴 ‘53년 체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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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17: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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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2.27~28)이 결렬되자 문득 몇 차례의 파탄난 한반도 평화의 결정적 계기들이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결정적 시점에 김일성 주석이 서거했고,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목전에 두고 부통령 앨 고어 후보의 대통령선거 재검표로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05년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이 채택되고 방코델타아시아(BDA)라는 걸림돌을 넘어 2007년 2.13합의와 10.3합의까지 이뤘고,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10.4선언까지 발표했지만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넘어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냉전의 벽이 허물어진 지 만 30년, 한 세대가 흐르도록 유독 한반도만 냉전과 분단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상태인 이른바 ‘53년 체제’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함석헌 선생처럼 숨겨진 하늘의 ‘뜻’으로 보자면 우리 민족은 엄혹한 시련을 거듭 겪으며 단련되고 각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역사에 ‘우연’이나 ‘만약’이 없다면 역사의 ‘필연’을 곱씹어볼 필요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고 ‘하노이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노 딜’(no deal)을 택해 뒷통수를 쳤다. 한마디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밀쳐지거나 내팽개쳐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똑똑히 목도한 셈이다. 하노이 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특정인을 빼놓고는 출발부터 성립되지 않았던 점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잘 아다시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긴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가깝고 인상적인 사례로는 9.11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2006년 미군 전범재판에서 사형당했다. 핵을 포기하고도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는 2011년 미군이 지원한 반군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를 책임져야 할 남과 북이다.

미국 CNN 방송의 사후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하노이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고위급 접촉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제재 일부 해제를 관철시키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고 협상장을 떠나려 하자 허둥지둥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심야 기자회견에 이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불평조의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상황파악 없는 낙관과 수습에는 별 도움도 안 되는 자존심 깎이는 모습까지 노출한 것.

중재자를 자임한 한국의 역할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측이 접촉에 나서지 않아도 파트너인 강경화 외교장관을 찾지 않았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회담장인 하노이로 향하는 중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기로 해놓고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끌어들여 한미일 3자회동을 역제안해 사실상 회동을 무산시키고 제 갈길을 갔다.

   
▲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신한반도 체제' 비전을 제시했지만 하노이 회담의 결렬로 인해 맥이 빠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목전에 둔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하노이 회담이 진행 중이던 28일에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포석을 놓기도 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전제로 김칫국부터 마신 것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야심차게 제시하려 했던 ‘신한반도 체제’는 맥이 빠졌고, 아직도 한반도의 주인은 남과 북이 아니라 강대국들의 각축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점만 또렷이 부각됐다.

여기에 더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쌍수를 들어 가장 환영한 곳은 일본이었고, 볼튼으로 상징되는 미국 강경파와 일본 네크워크가 하노이 회담 일정에 맞춰 미국 하원 청문회에 ‘코언 증언’을 기획했는가 하면, VOX 뉴스에 합의문 초안을 흘려 판을 흔들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또한 북한이 상응조치로 남북경협을 넘어선 민수분야 유엔제재 해제를 들고 나온 데는 중국의 희망사항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물론 사실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 하에서 거족적인 3.1운동이 전개된 지 100년,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 하노이 회담 결렬은 남과 북 모두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역량이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고.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총화’를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한 뒤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우려하듯 인공위성 발사 등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군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면서 “사상사업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도식과 경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0대의 김기남이 당 중앙위원회 고문 자격으로 김 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비화와 도식·경직을 넘어선 객관적 총화와 합리적 대응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북미 모두 대화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북미가 인내심을 갖고 이탈하지 않도록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해 “재개 방안을 마련해서 미국과의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실토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10~16일 예정돼 있던 아세안 3개국 순방에 올랐고, 순방에 앞서 8일 통일부 장관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장밋빛 기대감 만 잔뜩 심어주고 정작 어떤 중재역도 해내지 못한 외교안보라인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문 대통령의 개각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각은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맞아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위해서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한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 등에 대해서는 “변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이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담당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남과 북이 ‘하노이와 트럼프’ 문턱을 넘지 못하면 ‘53년 체제’는 그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다. 남북간의 의사소통과 협력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임에 틀림없다. 남북협력을 넘어 남북공조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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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입력 : 2019.03.11 06:00:01 수정 : 2019.03.11 06:01:01
 

‘에너지 소비량’ 남한의 25분의 1에도 오염물질 더 많이 쏟아내
장작 등 생물성 연료·석탄 사용비율 높은 탓에 대기오염 가중
남북 간 경제협력 활발히 진행 땐 급속 악화할 가능성 높아져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던 지난 5일 어스널스쿨 사이트에서 확인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흐름. 중국과 남북한은 높은 초미세먼지로 인해 붉게 표시돼 있으나 동해와 일본 쪽은 청정하다는 의미의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어스널스쿨은 세계의 기상 및 대기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사이트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지만 정확한 파악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오염물질 배출원이 있다. 바로 대부분 내부상황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북한이다. 최근 수도권을 덮친 고농도 미세먼지에도 중국과 국내 배출량 다음으로 북한의 배출량이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대략적인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외부에서 북한 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의 자체적인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석탄보다 더 미세먼지 많은 장작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인선씨(박사과정)와 화학신소재공학과 김용표 교수가 지난달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에너지 사용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특성’ 논문을 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남한의 25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기준으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각각 2.6배, 2.3배에 달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차에너지 소비량은 2015년 기준 0.46쿼드릴리온Btu로 전 세계 75위였다. 같은 해 한국의 1차 에너지 소비량은 11.10쿼드릴리온Btu로 세계 9위였다. 쿼드릴리온은 1000조를 뜻하며, Btu(영국 열량 단위)는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너지의 단위로 1Btu는 252.161㎈다. 북한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량은 남한보다 적었지만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2008년 기준 5137Gg(기가그램)으로 690Gg을 배출한 남한보다 7.44배 많았다. 2008년 기준 미세먼지 배출량은 291Gg, 초미세먼지는 128Gg이었다. 같은 시기 남한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10Gg, 초미세먼지는 56Gg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가 남한보다 극히 적은데도 오염물질 배출량이 이처럼 많은 까닭은 장작, 농업 부산물, 동물 폐기물, 목탄을 비롯한 생물성 연료와 석탄의 사용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로도 불리는 생물성 연료는 석탄, 석유를 사용해서 같은 열량을 낼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특히 산업 부문보다는 가정 부문에서 사용되는 생물성 연료가 일으키는 환경오염 및 건강 악영향이 더욱 심각하다.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석탄, 석유보다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미세먼지,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이 배출되는데 이들 물질은 호흡기계열의 급성 및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북한에서 생물성 연료 사용이 증가한 것은 석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의 공급량이 감소한 것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큰 홍수피해와 채굴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석탄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생물성 연료 사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석탄 생산량은 제한적인데 2010년 이후 수출량이 증가한 것 역시 북한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산출한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은 1997년 29.1TJ(테라줄=1조줄, 줄은 에너지의 단위)에서 2016년 31.9TJ로 증가했다. 전체 에너지원 소비량에서 생물성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10.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북한의 생물성 연료 사용량과 비율은 생물성 연료의 정의와 조사방법 등에 따라 통계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에 37.4%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북한이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현재 가정의 취사를 위해 도시에서는 63%가 석탄을, 28%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7%가 생물성 연료를, 19%가 석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가정 난방을 위해 도시에서는 64.3%가 석탄을, 25.7%가 생물성 연료를 사용했고, 시골에서는 75.3%가 생물성 연료를, 20.5%가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북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진은 “빈곤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자원의 사용은 생태수용력을 감소시키고, 환경악화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물성 연료를 연소시킬 때는 불완전연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유기탄소(OC), 블랙카본(BC) 등이 다량으로 배출된다. 실제 생물성 연료의 비율이 높은 탓에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한 유기탄소와 블랙카본 배출량에서도 북한은 각각 남한의 2배, 1.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으로 북한은 18Gg가량의 유기탄소를 배출했고, 15Gg 정도의 블랙카본을 배출했다. 같은 시기 남한의 유기탄소 배출량은 9Gg, 블랙카본 배출량은 13Gg이었다.

이화여대 연구진은 논문에서 “생물성 연료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물질은 유기성분 비율이 높고, 그로 인한 인체위해성도 높다”며 “북한의 유기성분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인체위해성 측면에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는 (한국의) 대기환경 및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오염원’ 중국·국내뿐일까…북한의 배출량도 ‘만만찮네’

■ 수도권까지 내려오는 북한 미세먼지 

기존의 다른 연구결과들에서도 북한의 오염물질이 남한, 특히 수도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이화여대 연구진의 200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관측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20% 정도는 북한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돼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을 통칭하는 용어다. 또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연구진이 지난해 4월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발표한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 모사: 북한 배출량 영향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중 북한발 미세먼지는 14.7% 정도로 추정된다. 유기탄소의 경우는 더욱 영향이 커서 초미세먼지 가운데 북한발 유기탄소는 27.4%가량으로 추정된다. 1~2월에는 이 비율이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 역시 북한의 주된 오염원이다. 1990년에서 2016년 사이 북한의 1차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이 차지한 비율은 최소 43.2%에서 최대 71.4%로 추정된다. 북한이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2015년 당시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한 중국, 인도와 비교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중국은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을 사용한 비율이 66.7%에 달했고, 인도는 43.2%였다.

그러나 북한은 자국 내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는커녕 모니터링을 통한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정부는 엄격한 대기환경기준을 정해놓았지만 자금 및 설비 부족, 관련 시스템 미구축 등으로 인해 규제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북한 정부가 참여해 발간된 유엔환경계획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기오염물질 모니터링은 대상 대기오염물질과 대상 지역의 한계로 인해 체계적인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같은 에너지 써도 더 많은 질소산화물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발해지고,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경우 북한발 대기오염물질 역시 급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에너지 수급 및 소비구조가 대기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형태이고, 당분간은 석탄과 생물성 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연구진이 지난해 1월 환경영향평가학회지에 발표한 ‘북한의 생태적자 추이 및 영향요인 분석’ 논문에 따르면 북한 인구는 2038년까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산림자원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얻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에너지 소비량은 2030년에 2009년 대비 약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양이 많은 것도 문제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할 때 3.9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산화황은 7.7배, 이산화탄소는 2.1배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염물질을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북한에도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다. 연구진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에너지 수급구조와 소비형태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대기질에 큰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북협력사업 중 에너지 부문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국민건강 관점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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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110600015&code=610102#csidx4dd17ef48390df59df68750b93cab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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