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부자감세, 재정긴축'이 부른 최악 세수결손, 결과는 '피크코리아'

[나원준의 좌회전 경제] 尹 긴축 재정으로 내년 명목 GDP, 성장 경로서 30조 부족

나원준 경북대 교수  |  기사입력 2023.11.21. 05:03:29 최종수정 2023.11.21. 08:04:12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 추세 성장률은 2000년~2006년 기간에 5%였다가 2010년대 들어 3%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약 2%까지 떨어졌다. 다음 세대는 성장이 실질적으로 멈춘 경제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성장 자체가 지상 가치는 아니다.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추구하는 규범적 판단이 더욱 중시되어야 옳다. 다만 성장의 문제는 시장경제에서는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과 같은 대전환기에 경제사회의 전환에 수반되는 다양한 사회 갈등을 성장 결실의 재분배로 조정할 수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끌어올려 '플러스 섬(plus-sum, 누군가의 희생 없이 모두 이득을 누릴 수 있음)'을 창출하는 노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방향 잃은 한국경제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최근 추세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노동 인구 감소다. 향후 중장기 경제정책의 핵심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것은 성장을 위해서도 초저출산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복합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제 성장 정책은 사회 정책과 만나야 한다. 정부로서는 경제발전의 달라진 상(像)에 대한 시민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정책에는 그와 같은 한국경제의 장기 과제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지난 정부와 정말로 차별화하려면 미래 과제들을 공론의 장에 올려 다시 답을 찾는 숙의의 사회적 과정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은 이 정부 들어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향후 노동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보완하는 정책조합도 그 밑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부자 감세와 재정 긴축의 결과는 피크코리아가 될 것 

 

오늘 세계 각국은 국가의 전략적 역할을 강조하며 능동적으로 재정 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첨단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시작했다. 유럽 주요국도 '차세대 유럽연합 기금' 등을 활용해 대전환기에 필요한 공공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에너지 보조금이나 교통비 명목으로 가계소득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각국은 소요되는 재정을 부자 증세로 확보하는 중이기도 하다. 미국은 기존 법인세 과세 제도를 정비하고 대기업에 15%의 최저실효세율을 부과한 데 이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및 '슈퍼리치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코로나19 기간에 초과이윤을 벌어들인 업종을 중심으로 이미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같이 큰 정부와 증세는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대세가 되었다. 기후변화와 사회 양극화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절박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만은 그와 같은 변화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정권의 지지층을 위한 선물 공세로 '정치 감세'인 부자 감세, 재벌 감세를 고집한다. 그러니 사상 최악의 세수 결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더 나쁜 것은 그 감세가 긴축과 결합된 탓이다. 감세를 밀어붙이면서도 재정건전성 타령을 늘어놓는다. 감세가 재정건전성과 모순된다는 자명한 사실은 이 정권한테 아무 의미도 없다. 이제 힘들더라도 허리띠 졸라매고 재정을 아끼겠다고 한다. 부자에게는 감세를! 서민에게는 긴축을!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부자만을 위하는 포퓰리즘 정권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러나 부자 감세와 재정 긴축으로는 경제도, 민생도, 재정도 모두 쪼그라드는 축소균형의 늪을 벗어나기 어렵다. 잘못된 재정정책은 '피크코리아'(한국경제가 정점을 찍고 추락하고 있다는 진단)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점점 더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 민족에게 남은 얼마 안 되는 기회의 창마저 이렇게 닫히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안 될 수 없는 것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책 실기(失期), 그리고 무너지는 지표

 

경제정책에서는 단기적인 경제운영도 중요하다. 그간에 정부의 경기 대응은 어땠나. 코로나19 기간부터 최근까지 정부의 성장 기여도를 비교하면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경제침체를 방어했던 시기는 2020년이었다. 감염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2분기는 정부 없이는 성장률이 –4.0%였지만 정부 재정지출 덕에 –2.6%로 막아낼 수 있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 상반기는 민간부문이 점차 정상 복구되는 과정이었기에 정부의 성장 기여도 하락에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2022년 4분기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년 동기(2021년 4분기) 대비 성장률이 추세를 밑도는 1.4%까지 떨어졌고 계절조정 기준 직전 분기(2022년 3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 값으로 나왔으니 말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경제가 재침체로 빠져들지 않도록 정부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 당시 경기 판단이 어렵지도 않았다.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선행지수는 순환변동치가 2021년 6월에 정점을 찍은 뒤로 쭉 내리막길을 달려 2022년 하반기에는 1년 넘게 하락하는 중이었다. 동행지수도 순환변동치가 2022년 11월에 급락했고 12월에는 기준치 100을 하회하며 확실한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선제적 대응의 기회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상황 인식에 실패했고 경기 방어에 실기했다.

추경은 절대 안 된다는 몽니

 

정부는 적어도 2022년 말에는 정책 전환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눈앞에서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작년 말 확정된 2023년 지출예산은 2022년 682.4조 원보다 줄어든 638.7조 원에 그쳤다. '살포재정'이라는 근거 없는 신조어로 지난 정부를 헐뜯었을 뿐이고 유일한 돌파구인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은 경제상황이 어떻든 절대 안 된다며 몽니를 부렸을 뿐이다. 그 덕에 경제 지표는 무너져 내렸다. 2023년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요행수만 바라던 상저하고도 공염불에 그쳤다. 부자들, 재벌들 세금 깎아주면 경제가 자동 활성화될 것인 양 우겼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어불성설의 '무당 경제학'이었을 뿐이다. 2022년 4분기 이후의 경기침체는 정책 실패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최근 개정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은 한국의 2023년과 2024년은 2022년보다 사정이 나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시 2024년 예산안을 긴축예산 656.9조 원으로 편성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경제전망에서 2024년 명목성장률이 4.2%로 추정된 것과 비교하면 총지출 증가율이 2.8%에 그친 2024년 예산안은 재정총량 기준으로 명백히 긴축적이다. 2.8%면 올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이대로는 내년에도 정부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된다.

 

관건은 재정정책의 기조 전환에 있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현재와 같은 무리한 긴축재정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관건은 재정정책의 기조 전환에 있다. 내년도 지출예산을 재편성하고 지출 추경으로 재정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 2022년에 우리 경제가 추세선인 '잠재 성장 경로'(양호한 고용 수준이 유지되는 추세적인 성장 궤적) 상에 있었다고 전제하고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 경로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을지 시험적으로 계산해보면, 올해는 대략 20조 원 넘게, 그리고 내년에는 대략 30조 원 정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 단 이들 수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년 및 2024년 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GDP 산정 시 적용하는 물가지수) 전망치, 그리고 최근 추세 성장률을 적용한 결과이며 여러 가정에 기초한 일종의 단순 시산이므로 전망치나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 값도 달라진다.

 

▲[그림 1] 수요 갭의 시산. 원자료: 한국은행 ECOS, 국회예산정책처. ⓒ나원준

 

시산 결과는, 만약 올해 경기침체 없이 기존 추세 수준의 경제활동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재정 승수'(재정지출 1원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국내총생산의 크기)를 1로 가정할 때, 20조 원 넘는 추경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올해 추경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내년에 기존 추세로 복귀하려면, 재정 승수에 대한 동일한 가정 하에서는, 필요한 추경 금액이 약 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다만 30조 원을 꼭 내년 한 해에 모두 추가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금액만큼은 부족한 수요가 보충되어야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기존 추세와의 차이를 메울 수 있다는 뜻이다. 재정 승수 값이 크다면 필요한 추경 금액도 줄어들 것이다. 어쨌든 최근 정부 긴축정책의 실패가 초래한 소득 상실이 규모 면에서 결코 작지 않았던 셈이다.

 

지출 확대, 어떻게 할 것인가 

 

지출을 어떻게 확대할지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물가 압력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감안한다면 현 상황에서 추경의 재원은 기존 감세 조치를 되돌리고 증세로 확보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자산 과세를 정상화하고 사회연대 목적세를 법인세와 소득세 상위 구간에 부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수 확보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국채의 신축적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 고금리로 명목이자율은 올랐다고 해도 성장률이 세후국채실질금리(국채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분과 이자소득세 부분을 차감)를 추세적으로 상회해 적자국채의 경제적 이점이 여전히 존재하는 때문이다([그림 2]).

 

▲[그림 2] 국채 활용 가능성. 원자료: 한국은행 ECOS. ⓒ나원준

 

정부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특히 카르텔로 '찍힌' 연구개발(R&D) 예산, 재생에너지 예산, 의무지출 아닌 복지예산 등이 삭감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웠다. 법정 상한마저 무시한 과도한 국세감면 탓에 지방재정이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향후 추경에서 지출의 분야별 배분은 지방교부세 회복을 비롯해 본예산에서 확대 편성이 요구되었던 부분부터 증액하는 방식이 순리다. 

 

아울러 경기 대응과 성장의 마중물 확보를 위한 지출 확대도 이번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소상공인의 공공요금 및 채무 부담 경감, 전세사기 피해자를 포함한 주거 취약계층 지원, 저소득 가구의 소득 보전은 필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제1야당이 제안한 25조 원 민생 예산 증액 계획이 논의의 한 출발점은 될 수 있을 법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잘못된 긴축의 망령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에 당장 시급한 정책 과제들을 한시라도 빨리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를 바란다.

나원준

나원준 경북대학교 교수는 거시경제학과 화폐금융론 등을 가르치며 진보적인 관점의 경제발전 모형과 대안적 경제정책 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경제학>, <MMT 논쟁> 등 저술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22일부터 내달 1일 사이 위성 발사 통보” [NHK]

“북, 22일부터 내달 1일 사이 위성 발사 통보” [NHK]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3.11.21 08:32
  •  
  •  수정 2023.11.21 08:50
  •  
  •  댓글 0
 
NHK 영상 갈무리.
NHK 영상 갈무리.

북한이 ‘내일(22일) 0시부터 다음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했다고 [NHK]가 21일 보도했다. 

3차 위성 발사에 따른 1단 로켓, 페어링(위성 덮개), 2단 로켓 낙하 예상지점은 각각 서해, 제주도 서남쪽 해상, 필리핀 동쪽 해상 3곳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해당 지역에 항행경보를 내렸다.

국제해사기구(IMO)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이 항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훈련 등을 할 경우 미리 통보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 조정국이 일본이므로, 북한이 일본 측에 통보한 것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21일 항행경보를 발령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21일 항행경보를 발령했다.

북한은 올해 5월 31일, 8월 24일 두 차례에 걸쳐 신형운반로켓으로 정찰위성을 발사했으나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했으나 11월 하순으로 연기된 셈이다. 

이에 앞서, 윤석열정부는 20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 정찰위성 발사 준비 동향을 점검했으며,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별도 성명을 통해 발사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요한 조치’로는 윤석열정부가 그간 공언해온 ‘9.19 남북군사합의서 효력정지’가 거론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72조 퍼주고, 1.5조 투자유치가 자랑거리인가?

72조 퍼주고, 1.5조 투자유치가 자랑거리인가?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미국 방문을 계기로 1조 5천억 원 규모의 투자신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변인은 1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국 4개 기업으로부터 11억 6천만 달러,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투자신고가 이뤄졌다”며 “윤 대통령은 외교도 경제, 민생이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순방 예산을 쓰고 있다는 야권 지적에 “그동안 순방을 통해서 54억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반박하며, “거기에 순방 비용이 조금 든다고 해서 이런 투자유치 활동을 멈추게 된다면 오히려 국가적 손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지난 16일 바이든 행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모두 2천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중 한국 기업이 1/4을 넘는 555억 달러(약 72조 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텍사스 반도체 공장에 170억 달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위해 120억 달러, CS윈드가 콜로라도 푸에블로에 2억 달러, 한화 큐셀이 조지아주에 25억 달러, LG화학이 테네시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32억 달러, LG 에너지 솔루션이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에 56억 달러, SK 하이닉스가 1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모두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하면서 체결된 것들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3차례 방미에서 555억 달러를 퍼주는 동안 해외 순방에서 겨우 54억 달러를 유치한 셈이다. 이처럼 10배 넘게 밑지는 장사를 해놓고 해외 순방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영국과 프랑스 순방길에 올랐다.

 

강호석 기자sonkang114@gmail.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치개혁이냐 개악이냐” 갈림길, 민주당 의원 42명과 진보정당·시민사회 모여

민형배 “민주당이 자기 기득권 포기할 수 있도록 연합정치의 ‘효능감’ 제시해 달라”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 ⓒ민중의소리
국민의힘이 원하는 과거 ‘병립형 선거제’로의 퇴행은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40여명과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녹색당·사회민주당준비위 등 진보정당 정치인·관계자들 그리고 노동시민사회 대표자들이 모였다. 민주당 내에서 이탄희 의원 등과 과거로의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연합정치의 “효능감”을 보여주어 민주당이 연합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끌어당겨 달라 했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이 연합정치로 나올 수 있도록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가 ‘연대의 틀’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20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 주최 명단에는 전국비상시국회의와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등 노동시민사회, 그리고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진보정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42명의 민주당 의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토론 후에도 우원식 민주당 의원실에서 차담회를 하며 “정치연합”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하승수 “국민과 약속, 국힘과 야합 중 무엇 우선인가”
민형배 “민주당에 연합정치 효능감 보여줘야”
이양수 “먼저 진보정치 확고한 연합 이루어져야”


이 같은 자리는 ‘국민의힘이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부정하는 국민의힘이 과거의 병립형으로 회귀하자고 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유혹을 분명하게 뿌리치지 못하면서, 정말 선거제가 과거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마련됐다.

현행 선거제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간의 치열한 협상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도다. 거대 양당정치 구조를 깨려는 이 제도를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점거하면서까지 극렬하게 반대했다. 그리고 이 제도가 시행되자,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이 무력화 시도를 저지하려는 진보정당과 민주당 사이의 논의가 없지 않았으나, 진보정당 사이의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실익이 없다 판단한 민주당도 여기에 끼지 않으면서, 결국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제도를 무력화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이 싫으면 아예 과거 병립형으로 가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이 이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 ⓒ민중의소리

토론회에 참가한 진보정당과 노동시민사회 관계자들은 민주당 지도부가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과의 야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 발제를 맡은 하승수 변호사도 “대선 직전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결의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국민과의 약속을 우선할 것인지, 국민의힘과의 야합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윤석열 정권 심판”뿐만 아니라 “정치변화”도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수용하며 “민주당 구성 일원이기에 송구하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자기부정”이라며 “이미 약속했기에, 자기부정이기에, 정치적으로 퇴행이기에 민주당은 그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은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혼자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지금도 민주당 지도부는 현실적인 상황과 이상적인 지향 사이에서 굉장히 갈등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흘러나오는 느낌을 보면, 민주당은 제1당의 욕망과 연합정치의 효과 그 사이에서 어떤 길로 가야 현실정치에서 유용할지 갈등하고 있다고 보인다. 현실정치 전개 과정에서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게 옳을까 혹은 효과적일까 이것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에 연합정치의 효능감이 분명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며 “그것을 가지고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렇다는 것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비례대표 의석을 민주당이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라며 “민주당이 자기 기득권을 버리고 나와서 ‘충분히 이 정도면 오케이 가능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진보4당이 모이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측이 답했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민주당을 움직이게 하려면 최소한 진보정치와 시민사회가 5~10% 정도의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제기할 때 설득이든 협박이든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진보정치 연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단결이 안 되고 있다. 뒤늦게 정의당이 선거연합정당을 말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조건 가지고 진보정치 단결 얘기하기에는 어렵고 뒤늦은 감이 있다”라며, 민주당에 연합정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확고한 연합”이 먼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에 따르면, 실제 진보정치 연합을 위한 원탁회의가 오는 28일쯤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이 원탁회의 결과 등에 따라, 민주당과의 합동 회담 등에 관한 논의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효능감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민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선거 끝나고 나서 이래서 쫄딱 망했구나가 되지 않으려면 진보정당 안에서도 논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그래서 앞서 제가 제안한 것처럼 제3지대를 열기 위해 양당을 심판하는 프레임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는 제 개인의견이지만, 많은 당원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방향에서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제안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민주당에 비례의석을 포기하라고 할 게 아니라, 진보정당 안에서도 민주당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진보정당 전체에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했다. 가치·이념·정책에 동의하는 진보세력 전체에 문호가 열려 있다”며 연합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을 해 버리면, 소수정당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사회에 실망만 안기게 될 것이고,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한 명분도 내세우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의 야합”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인물 중심의 정당이 등장해서 비례의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병립형일 때 (인물 중심의 정당 문제가) 더 크게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연합정치 없이 집권한 적이 없다”며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원내 제3정당인 정의당에도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향신문, 대통령 탄핵 주장에 “습관적 탄핵카드...민주당 자중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1/21 09:18
  • 수정일
    2023/11/21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3.11.21 07:42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 “총선 민주당 승리, 이재명 득세와 독주로 이어져"

김건희 여사 민주당 특검 주장에 중앙일보 “개인 김건희 들춰 난도질은 폭력”

오픈AI 퇴출 뒤 샘 알트먼 마이크로소프트(MS) 행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기간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강경파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 지난 19일 김용민 의원은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북콘서트에 참석해 “반윤석열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동을 민주당이 먼저 보여야 한다. 그 행동은 윤석열 탄핵 발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굉장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라고 맞받았다.

21일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민주당 자중하라”,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이성 읽은 오만을 방치한다면 지난 강서구의 승리는 일장춘몽에 그칠 것”, “탄핵 중독증” 등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아침신문들 1면.

 

민주당 강경파 尹 대통령 탄핵 주장에 중앙일보 “민주당에 가장 큰 해악 세력”

경향신문은 5면 <“대통령 탄핵” 밀어붙이는 강경파…민주당 지도부는 ‘침묵’>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지도부 및 의원들 일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대부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탄핵을 주장했던 이들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강성 지지층만을 보는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강성파들의 발언을 민주당 지도부가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다. 여기에 대해 제재나 자제 요청을 하면 당내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또 다른 논란이 나올 수 있다”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향신문에 “(탄핵 발언은) 일종의 자기 정치다. 세력 전체, 나라 전체의 미래를 보는 게 아니라 자기 개인적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당에서 리더십을 갖고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잘되지 않고 있다)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대통령 탄핵 발의가 총선 승리 전략? 이성 잃은 민주 강경파> 사설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과반 힘 자랑하다 대형 선거에서 세 번 연패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의 이성 잃은 오만을 방치한다면 지난 강서구의 승리는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라며 “민주당에 가장 큰 해악인 세력은 무모한 당내 강경파들”이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을 향해 자중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번엔 윤 대통령도 탄핵하자는 민주당 자중하라> 사설에서 “주권자인 국민 뜻은 아랑곳없이 정략적 수단으로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거론하는 행태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진 외교부·김영호 통일부 장관까지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한 국무위원이 한둘이 아니다. 이젠 윤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런 식이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습관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도 <“尹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민주당, 민심 역풍 부를 셈인가> 사설에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던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이 위태로울 정도로 참패했던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무리한 탄핵 추진은 민심의 역풍을 불러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뿐”이라고 당부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 “총선 민주당 승리, 이재명 득세와 독주로 이어져”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내년 4월10일 치러진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는 내년 총선에 대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중간평가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라고 했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21일 <4월 총선 대차대조표> 칼럼에서 “국회의 과반수를 국민의힘이 가져가면 윤 정권은 2년 만에 비로소 실질상의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것이고 민주당이 이기면 ‘윤 정권’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하기조차 힘들게 된다. 그리고 정치는 이재명의 시계대로 흘러간다”며 “그런 관점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결이라는 형식을 빌린 윤석열 대(對) 이재명의 재(再)대결”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운명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진로가 결정된다고도 했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국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 대통령의 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 국민의 과반이 대통령을 불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 안에 또 다른 선거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 평가”라며 “지금도 민주당은 당선된 지 2년도 안 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고 흔들어대고 일부는 탄핵하겠다고 난리인데 총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 더해 온갖 좌파단체와 세력들의 퇴진과 탄핵 요구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민주당의 승리는 이재명씨의 득세와 독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따라서 국민 각자는 우리 지역의 대표로 어느 사람이 더 적절한가를 판가름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윤 정부가 더 지속되기를 바라는가 아니면 여기서 윤 정부의 존재 가치는 끝났다고 보는지, 그 대안으로 이재명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지를 우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던지는 한 표가 대통령과 정부와 여야의 향배를 통해 나라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민주당 특검 주장에 중앙일보 “개인 김건희 들춰 난도질은 폭력”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기간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를 이유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부 정치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일인데, 당시 사인이었던 김건희 여사를 대상으로 특검을 하는 건 오버라고 주장했다.

최민우 정치부장은 <[최민우의 시시각각] ‘개인 김건희’에겐 인권도 없나> 칼럼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 1심에서 권오수 전 회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보다 규모와 빈도가 많고 시세조종성 주문을 낸 투자자도 무죄였다”고 했다.

최민우 정치부장은 이어 “백번 양보해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일부 관여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이리 난리칠 일인가. 영부인이나 검찰총장 부인으로 저지른 비리가 아니지 않나. 10여 년 전 사인(私人) 김건희를 겨냥해 국가가 특검을 하겠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요 권력 남용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최민우 부장은 “김 여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해외 명품 쇼핑, 관저 공사 논란 등 눈살 찌푸릴 일도 많았다. 용산 대통령실에 ‘김건희 라인’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부인으로서 잘못된 행위는 엄중히 비판받아야 하고, 행여 문제가 되면 퇴임 후라도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중의 관음증 충족을 위해 ‘개인 김건희’를 들춰 난도질하는 건 폭력이다. 권력자의 아내에게도 인권은 있다”고 다시 한번 개인 김건희의 인권을 강조했다.

 

오픈AI 퇴출 뒤 샘 올트먼 마이크로소프트(MS) 행

지난 17일(현지 시각) 이사회로부터 해고당한 샘 올트먼 전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하기로 했다. MS는 오픈AI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1면 <‘오픈 AI’ 사태, 승자는 MS> 기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일 링크트인에 ‘올트먼과 그레그 브로크먼이 MS에 합류해 새로운 첨단 AI 연구팀을 이끌게 된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 그들의 성공에 필요한 자원을 빠르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나델라 CEO는 올트먼의 해고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하며, 투자자들을 모아 그의 오픈AI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8~19일 양일 간 이어진 복귀 협상이 결국 불발되자, 올트먼과 브로크먼을 품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MS의 샘 올트먼 영입 소식에 조선일보는 “테크 업계에서는 이로서 MS가 AI 경쟁에서 구글, 아마존 등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선점할 기회를 잡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MS는 오픈AI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빠르게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와 관련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당초 올트먼은 오픈AI에서 MS와 비슷한 소비자형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MS 대 오픈AI’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MS 입장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픈AI가 자체적으로 올트먼을 축출시키면서, MS 입장에선 오히려 잠재적인 경쟁 상대가 사라지는 동시에 핵심 인재를 보유하게 된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서연 기자psynism@mediatoday.co.kr

#민주당#윤석열 탄핵#한동훈#민형배#김용민#한덕수#노무현#김대중#김대중 조선일보#대차대조표#이재명#김건희#대장동#도이치모터스#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샘 올트먼#챗GP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과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

 

[개벽예감 563]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과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11/20 [10:45]
  •  
 

<차례> 

1.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발표가 중단되었다

2. 미 제국이 일으킨 동아시아 변란

3. 동아시아 변란 평정할 전술핵전투단

4. 제7기동군단 전멸시킬 전술핵전투단 

 

 

1.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발표가 중단되었다

 

조선 외무성이나 조선 국방성도 중요한 계기마다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 관한 성명 또는 담화를 발표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이 발표한 대미 담화와 대남 담화에는 특별한 내용이 들어있다.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는 내용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표현형식과 용어 사용도 특별하였다. 그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조미관계와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사실상 김정은 총비서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미 제국과 종미우익 정권이 망동을 저지르면서 정세를 악화시킬 때마다 질책성 담화를 발표하였다. 만일 미 제국과 종미우익 정권이 좋은 일을 하였다면, 김여정 부부장은 환영 담화를 발표했겠지만, 미 제국과 종미우익 정권은 조선을 비방하고 모욕하고 우롱하고 협박하는 짓만 계속해왔으므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언제나 질책성 담화로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횟수를 연대별로 정리하면, 2020년에 7차례, 2021년에 10차례, 2022년에 8차례, 2023년에 9차례다. 김여정 부부장이 첫 담화를 발표한 날은 2020년 3월 3일이고, 마지막 담화를 발표한 날은 2023년 7월 17일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첫 담화는 대남 담화였고, 마지막 담화는 대미 담화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3년 7월 10일, 11일, 14일, 17일에 연속적으로 담화를 발표하였다. 7월 10일에는 대남 담화를, 7월 11일에는 대미 담화를, 7월 14일에는 대유엔 안보리 담화를, 7월 17일에는 대미 담화를 발표하였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미 담화를 발표한 2023년 7월 17일 이후 오늘까지 4개월 동안 담화를 일절 발표하지 않았다. 앞으로 중대한 계기가 생기면,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 발표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담화 발표는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2023년 7월 17일 이후 조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뒤흔드는, 엄중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고, 그때마다 조선 외무성과 조선 국방성이 성명 또는 담화를 발표하였는데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나오지 않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대미 대화와 대남 대화를 오래전에 중단하였고, 2023년 7월 이후에는 대미 담화와 대남 담화까지 중단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2023년 7월 이후 조선은 미 제국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담화로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군사행동으로만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조선이 미 제국과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말로 상대해온 시기가 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목되는 것은, 김여정 부부장이 2023년 7월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 담화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었다. 

 

“《대한민국》의 군부는 또다시 미군의 도발적 행동과 관련하여 중뿔나게 앞장에 서서 《〈한〉미의 정상적인 비행 활동》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펴며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사실을 부인해 나섰다.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군부 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건국 이래 75년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이중꺾쇠를 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았고, 한국이나 남한이라는 약칭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 같은 복합단어를 사용할 때는 언제나 〈한〉미정상회담이라는 식으로 꺾쇠를 쳤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대한민국, 한국, 남한이라는 용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까닭은 조선반도에는 오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 존재하고, 대한민국은 수립된 적도 없고, 실존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조선의 사고와 행동을 규정하는 불문 헌법이며 불변의 신념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닌데도 국가를 참칭하면서 변란을 일으키는 괴뢰 집단으로 보이는 것이다. ‘변란’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변고가 일어나 세상이 소란스럽게 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뜻한다.  

 

다른 한편,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정반대의 논리가 성립된다. 만고의 악법인 국가보안법 제2조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반국가단체”로 규정된다. 

 

이처럼 북측은 남측을 괴뢰 집단으로 규정하고, 남측은 북측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적대적 모순은 분단체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 국가로 분열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안에서 괴뢰 집단 또는 반국가단체가 변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북측이 ‘남조선 괴뢰 집단’을 제거하거나, 반대로 남측이 ‘반국가단체 북한’을 제거하기 전에는, 다시 말해서 변란이 평정되기 전에는 평화가 실현될 수 없고, 통일도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분단체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평화와 통일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논하는 것은 공리공담에 불과하다.

 

2023년 7월 이전까지 조선에서는 ‘남조선’ 또는 ‘남반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 지역에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를 ‘남조선 괴뢰’라고 지칭하였는데, 놀랍게도 김여정 부부장은 2023년 7월 11일 담화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썼고, 그 이후 조선의 언론보도에서는 남조선이라는 지역 명칭이 사라지고 그 대신 ‘괴뢰지역’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사용되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김여정 부부장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자기 개인의 결정에 따라 사용한 것이 결코 아니다. 조선에서 불변적으로 사용되어온 ‘남조선 괴뢰’라는 용어가 《대한민국》과 괴뢰 지역이라는 새로운 두 개의 용어로 대체된 엄청난 정치적 결정은 오직 김정은 총비서만이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중대한 정치적 결정에 의해 2023년 7월 이후 조선에서 남조선 괴뢰라는 복합단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남조선은 괴뢰지역으로, 남조선 괴뢰는 《대한민국》로 분리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가 그러한 정치적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남반부를 가리키는 지역 명칭이고, 대한민국은 그 지역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변란을 일으키는 괴뢰 집단이므로, 조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은 남조선(지역개념)이 아니라 대한민국(정치개념)인 것이다. 조선에서 이제껏 사용해오던 ‘남조선 괴뢰’라는 용어는 지역 개념과 정치개념이 혼재된 용어이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그 두 개념을 분리시켜 사용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남조선이라는 기존 지역개념 대신에 괴뢰 지역이라는 새로운 지역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남조선 괴뢰라는 기존 정치개념 대신에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정치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정치개념을 사용한 것은 대한민국을 어떤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남반부에서 변란을 일으키는 대상,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변란을 일으키는 대상을 제거하는 영토완정사상의 표현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원래 영토완정사상은 김일성 주석이 건국 다음 날인 1948년 9월 10일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에서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정강’에 제1과업으로 명시되었다. 정강에는 “공화국 정부는 전체 조선인민(남북조선의 전체 인민을 뜻함-옮긴이)을 정부의 주위에 튼튼히 단결시켜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 동원할 것이며, 국토완정을 (중략) 실현시키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명시되었다. 조선에서 영토완정은 건국의 제1과업이었던 것이다.  

 

김일성 주석의 영토완정사상은 김정일 총비서와 김정은 총비서에게 각각 계승되었다. 김정일 총비서는 영토완정사상을 대외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영토완정사상을 대외적으로 명백히 언급하였다. 그리하여 영토완정사상은 조선에서 말하는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의 가장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명시되었으며, 가장 시급히 실현해야 할 혁명 과업으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의 일부 내용이 수정, 보충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이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 데 있다는 내용이 수정 보충안에 반영되었다”라고 한다. 

 

수정, 보충되기 전에 있었던 사회주의 헌법 제59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선군혁명로선을 관철하여 혁명의 수뇌부를 보위하고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외래침략으로부터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 조국의 자유와 독립,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고 규정되었는데, 이번에 수정, 보충되면서 “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이 국가주권과 령토완정”을 실현하는 데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영토완정사상이 사회주의 헌법에 정확히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영토완정사상이 2023년 7월 11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 사용을 통해 대외적으로 천명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7월 11일 담화를 통해 변란을 평정하려는 자신의 영토완정사상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조선에서 말하는 변란은 한미연합군의 전쟁 도발을 의미하는데, 한미연합군은 자기들의 전쟁도발을 ‘확장억제’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전쟁 도발과 확장억제는 하나의 사물을 정반대의 각도에서 바라보는 두 개의 대립적 개념들이다.  

 

 

2. 미 제국이 일으킨 동아시아 변란

 

김정은 총비서가 변란을 평정하려는 의지를 2023년 7월에 표명한 까닭은 당시 변란이 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7월 11일 담화를 통하여 변란을 평정하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 7월에 어떤 변란이 일어난 것인가? 2023년 7월 미 제국이 일으킨 동아시아 변란은 다음과 같다.  

 

1) 7월 1~12일 미 제국,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는 필리핀해에서 ‘퍼씨픽 밴가드(Pacific Vanguard)’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중국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무력침공훈련을 감행하였다.

 

2) 7월 2일 미 제국은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Barksdale Air Force Base)에 배속된 B-52H 전략폭격기 4대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Andersen Air Force Base)로 이동 배치하였다. 그로써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 전략폭격기는 8대로 늘어났다.

 

3) 7월 2~21일 미 제국은 괌에 대거 이동, 배치한 B-52H 전략폭격기들을 동원하여 괌, 일본 오까나와, 동해에서 ‘노덧 엣지(Northern Edge) 23-2’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조선과 중국을 타격 대상으로 하는 공중핵타격훈련을 감행하였다. 

 

4) 7월 10일 미 제국은 텍사스주 다이에스 공군기지(Dyess Air Force Base)에 배속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三澤飛行場)로 이동 배치하였다. 

 

5) 7월 11일 미 제국, 한국, 일본은 하와이주에 있는 인태사령부 산하 해병대사령부 캠프 스미스(Camp H. M. Smith)에서 3자 합참의장 회의를 진행하였다. 같은 날 미 제국은 B-1B 전략폭격기 2대를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 추가로 이동 배치하였다. 그로써 미사와 공군기지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는 4대로 늘어났다. 

 

6) 7월 12~13일 미 제국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는 워싱턴에서 대량살상무기대응위원회(Counter WMD Committee) 회의를 진행하였다. 

 

7) 7월 13일 미 제국의 B-52H 전략핵 폭격기가 한국 공군 전투기들과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조선과 중국을 타격 대상으로 하는 공중핵타격훈련을 감행하였다. 

 

8) 7월 18일 미 제국과 한국은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에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공식 출범시켰다. 같은 날 미 제국은 19,000톤급 전략핵 잠수함 켄터키호(USS Kentucky)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시켰다.

 

2023년 7월 중국과 로씨야는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에 대응하여 합동군사훈련을 연속적으로 실시하였다. 그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7월 5~11일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에 대처하기 위한 중국과 로씨야의 합동군사훈련이 동중국해에서 진행되었다. 

 

2) 7월 17~29일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에 대처하기 위한 중국과 로씨야의 합동군사훈련이 동해에서 진행되었다.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은 2023년 7월에 일어났다가 끝난 게 아니다. 미 제국은 오래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동아시아 변란을 단계적으로 격화시켜왔다.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이 격화되었던 2023년 7월 11일 김정은 총비서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하여 변란을 평정하기 위한 자신의 영토완정사상을 천명하였고, 이튿날인 7월 12일 미 제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을 시험발사를 단행하게 하여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평정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런데 미 제국은 2023년 7월 11일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인 이른바 3자 구도를 세워놓고 동아시아 변란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은 확대된 변란에 대응하는 담화를 일절 발표하지 않았다. 이것은 조선이 담화 발표로 동아시아 변란에 대처할 때는 이미 지났고, 결정적 기회가 오면 동아시아 변란을 무력으로 평정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3. 동아시아 변란 평정할 전술핵전투단

 

조선인민군은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평정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영토완정사상을 실현할 강력한 무력 집단이다. 조선인민군이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평정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영토완정사상을 실현할 강력한 무력 집단으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그것은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결정에 따라 군사조직편제 개편을 단행하여 핵전투 상비군으로 완전히 변모된 것이다.

 

2022년 6월 24일 조선의 언론보도를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는 “시대와 력사 앞에 지닌 중대한 임무를 책정”하고, 조선인민군 군사조직편제를 개편하여 “절대적 힘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장악한 군대로 변모시켰다고 한다. 이 인용구에 나오는 “시대와 력사 앞에 지닌 중대한 임무”라는 말은, 미 제국의 동아시아 변란을 무력으로 평정하는 임무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미 제국이 한국과 일본을 거느리고 일으키는 동아시아 변란을 무력으로 평정하는 임무를 뜻하는 것이다. 또한 이 인용구에 나오는, 조선인민군 군사조직편제를 개편하여 “절대적 힘과 군사기술적 강세”를 장악한 상비군으로 변모시켰다는 말은 조선인민군의 주력군을 핵전투 상비군으로 개편했다는 뜻이다. 핵전투 상비군은 조선인민군 육군, 해군, 공군에 각각 배속된 전술핵전투단을 의미한다. 전술핵전투단의 면모와 위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조선인민군 육군 전술핵전투단은 최전방에 주둔하는 4개 군단(대연합부대)에 각각 여단급 부대로 배속되었다. 육군 전술핵전투단은 600mm 조종방사포 대대와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대대, 전략 순항미사일 대대, 전술무인기 중대를 주축으로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600mm 조종방사포,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전략 순항미사일에는 화산-31 전술핵탄두가 각각 장착되었다. 600mm 조종방사포, 변칙궤도비행 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은 한미련합군의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는 절묘한 첨입력을 가진 전술핵 무기들이고,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전술핵 무기들이다. 육군 전술핵전투단에 배속된 전술무인기들은 한미연합군의 전차, 장갑차, 자주포 같은 이동표적을 포착하고,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전술핵전투여단에 전송해준다.  

 

2) 조선인민군 해군 전술핵전투단은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탑재한 호위함과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각각 운용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8월 20일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 전대를 시찰하면서 경비함(호위함) 제661호가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참관하였다. 2014년 7월에 진수된 잠수함인 8.24 영웅함,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7월 23일에 시찰한 잠수함,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2023년 9월 6일에 진수된 잠수함에는 핵탄두가 장착된 전략 순항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각각 탑재되었다. 

 

3) 조선인민군 공군에도 전술핵전투단이 배속되었다. 2022년 10월 6일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내용을 전한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0월 6일 오후 6시경 조선인민군 폭격기 4대와 전투기 8대가 황해북도 동북단에 있는 곡산군 상공에서 황해북도 서북단에 있는 황주군 상공으로 비행하는 정황이 감시 레이더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일류신(Ilyushin)-28A 전술핵폭격기 4대와 호위 전투기 8대로 편성된 조선인민군 공군 전술핵전투단이 공중핵폭격훈련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3월 2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3년 3월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타격 종합전술훈련에서 전술핵타격 지휘훈련, 전술핵타격태세 이행훈련, 전술핵미사일 발사훈련이 반복적으로 실시되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조선인민군 육해공군에 각각 배속된 전술핵전투단들이 전술핵타격 전투 행동을 숙달하기 위한 실전연습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4. 제7기동군단 전멸시킬 전술핵전투단 

 

앞으로 언젠가 결전의 날이 오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각지에 긴급 파견한 최고사령부 연락 군관들은 최고사령관의 핵전투명령서를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전술핵전투단들에 하달할 것이다. 그러면, 육해공군 전술핵전투단들은 평시에 숙달해온 전술핵 전투조직표의 단계별 행동 질서와 전투조법에 따라 전술핵 타격전에 돌입할 것이다. 

 

그들의 전술핵 타격전은 어떤 것인가? 2023년 로씨야가 벨로루씨에 이동 배치한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에 장착된 전술핵탄두의 폭발위력은 50kt이다. 조선인민군도 그와 유사한 변칙궤도비행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으므로,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전술핵전투단들이 전시에 50kt급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전술핵전투단들에 배치된 각종 미사일들에는 타격 대상에 따라 폭발위력이 서로 다른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서울 같은 인구 밀집 도시에 있는 어떤 타격 대상을 공격할 때는 폭발위력이 1kt급인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kt급 전술핵탄두를 사용해야 도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타격 대상만 족집게식으로 적출, 소멸할 수 있다.

 

미 제국 국무부 환경보건국 방사능방호실이 2002년 7월에 발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1kt급 전술핵탄두 한 발이 지표면에서 터지는 경우, 1995년 4월 19일 미 제국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 청사에 대한 테러 공격에서 발생한 폭발위력과 비슷한 폭발위력이 발생한다고 한다. 당시 오클라호마시 연방정부 청사 앞에 주차시킨 트럭에 적재된 3,200kg의 폭약이 폭발하면서 청사가 반파되었다. 당시 테러범들이 사용한 폭약은 농사에 사용되는 질소비료 더미에 뇌관을 넣은 원시적인 폭약이었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사용할 전술핵탄두를 테러범들이 사용한 원시적인 폭약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의 전술핵탄두는 타격정밀도와 폭발집약도가 질소비료 폭약과는 대비되지 않을 만큼 높기 때문에 타격 대상을 족집게식으로 적출, 소멸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전선 지대에서 기동하는 한미연합군 기갑부대를 공격할 때는 인구 밀집 지역에 사용하는 전술핵탄두보다 폭발위력이 훨씬 더 강한 것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폭발위력이 최소 10kt급인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연합군 기갑부대는 거주 인구가 거의 없는 전선 지대에서 기동하게 되므로, 피폭 범위가 넓은 10kt급 전술핵탄두를 사용해도 민간인이 피해를 거의 입지 않는다. 또한 한미연합군 기갑부대는 보병부대와 달리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기갑장비로 중무장하였으므로, 10kt급 전술핵탄두를 사용해야 전술핵전투단이 바라는 공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 제국 국무부 환경보건국 방사능방호실이 2002년 7월에 발표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10kt급 전술핵탄두 한 발이 지표면에서 터지면, 핵폭풍 피폭반경은 약 600m에 이르고, 핵화염 피폭반경은 약 1.8km에 이르고, 방사능 피폭반경은 약 1.2km에 이른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동해에 진입한 미 제국 항모타격단을 공격할 때는 폭발위력이 최소 50kt급인 전술핵탄두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한국군 제7기동군단이 2023년 10월 16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에서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을 동원해 ‘쌍방 자율 기동훈련’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이 쌍방 자율 기동훈련을 진행하였다면, 2개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이 어느 한 작전구역에 집결한 것이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을 어느 한 작전구역에 집결시키는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덤벼드는 무모한 맹동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전시에 한국군 제7기동군단이 2개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을 어느 한 작전구역에 집결시키면, 조선인민군 전술핵타격단의 기습 핵타격을 받고 전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술핵타격단이 10kt급 전술핵탄두를 사용하면, 핵폭풍 피폭반경이 약 600m에 이르고, 핵화염 피폭반경이 약 1.8km에 이르고, 방사능 피폭반경이 약 1.2km에 이르는 폭발위력이 발생할 것이므로, 어느 한 작전구역에 집결한 한국군 여단급 기계화부대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전멸될 것이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전술핵전투단의 핵타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쟁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하고 타방의 전쟁 의지를 소각하며 장기전을 막고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핵전투 무력이 동원되게 된다.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에 맞서는 한국군 제7기동군단은 1개 기계화보병사단, 1개 신속대응사단, 2개 기동사단, 1개 포병여단, 1개 공병여단, 1개 항공단, 2개 강습대대, 1개 화생방대대, 1개 방공대대, 1개 경비대대, 1개 정보통신단, 1개 군수지원단으로 편성되었다. 매우 방대한 무력이다. 이처럼 방대한 무력이 전시에 북진 기동전을 벌이게 된다. 그래서 ‘북진 선봉부대’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군 제7기동군단은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의 적수로 되지 못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은 10kt급 전술핵탄두를 기습적으로 발사하여 한국군 제7기동군단을 1초 만에 전멸시킬 수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0월 1일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한국군 제25보병사단 관할 전방관측소를 시찰하면서 조선인민군이 공격해오는 경우 “철저하게 응징하겠다”라는 최성진 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흥분되어 “그렇다면 1초도 기다리지 말고 응사하라”고 당당한 어조로 지시했다. 조선인민군 전술핵전투단이 기습적인 핵타격으로 한국군 제7기동군단을 1초 만에 전멸시킬 수 있는데, 제7기동군단에 비하면 무장 장비도 변변치 않은 한국군 보병사단이 그런 엄청난 핵타격을 받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미국 4시간, 일본 1시간... 윤석열 정권의 '외교실패'

[분석] 아펙 정상회의서 미국·일본은 중국과 정상회담.'미·일 추종' 한국만 회담 못해

23.11.19 19:25l최종 업데이트 23.11.19 19:25l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 입장하고 있다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15~17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18일 밤 귀국했습니다. 하루 국내에서 머문 뒤 20일 영국과 프랑스 방문을 위해 다시 출국할 예정입니다.
 
윤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영국·프랑스 방문까지 모두 12차례입니다. 12월로 예정된 네덜란드 방문까지 합치면 올해만 13차례로 국내 신기록입니다. 2월만 빼고 매달 1차례 이상 해외에 나갔습니다. 특히, 9월(인도네시아-인도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G20 장상회의, 유엔총회)과 11월에는 두 차례씩 해외 순방에 나섰습니다.
 
월 1회 이상 해외 순방, 펑펑 쓰는 예산
 
윤 대통령의 잦은 외국 방문으로 정상외교 비용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예산으로 배정된 249억 원을 진작에 다 쓰고 예비비에서 329억 원을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내년 정상회담 관련 예산은 664억 원으로 올해보다 무려 2.67배(267%)나 늘었습니다. 긴축예산을 편성한다면서 연구·개발 및 민생 관련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한 것과 대비됩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2.8%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 청와대 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개 나라를 방문할 때 쓰는 비용도 문 전 대통령 때보다 확 늘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한 나라 당 15억 원을 썼는데 윤 대통령은 그의 1.67배나 되는 25억 원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에게는 긴축을 말하면서 솔선수범할 대통령이 나랏돈을 펑펑 쓴다는 쓴소리가 나올 만합니다.
 
대통령이 빈번하게 해외 순방에 나가고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이 바로 비판받을 일은 아닙니다. 나가는 만큼, 돈을 쓰는 만큼 그보다 훨씬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둔다면 오히려 칭찬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그런 성과를 거뒀고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중국 외교입니다. 윤 정권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중국 외교와 관련해 두 가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미 또는 한미일 연대가 강고할수록 중국이 한국에 유화적으로 나온다는 것과 중국을 통해야 북한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중 4시간, 중-일 1시간, 한-중 0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번 아펙 정상회의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이런 믿음이 얼마나 신기루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대만을 놓고 군사적 대결도 불사할 듯했던 미국과 중국은 1년 만에 정상회담을 열어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두 대국 간 경쟁이 군사 분쟁으로 빠지는 걸 막자고 큰 틀에서 합의한 것입니다. 환경, 마약,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일본도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시간 동안 만나 현안인 후쿠시마 원전 폐수 방출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는 정치체제는 다르지만, 두 나라의 공통 이익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은 '전략적 호혜 관계'를 재확인했습니다. 전략적 호혜 관계는 2006년 아베 신조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합의한 개념입니다. 두 나라는 또 후쿠시마 원전 폐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학적 대화'을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이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가면서 만나 말을 주고받은 게 전부입니다. 1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5분간 정상회담을 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입니다. 1년 전에는 미국과 중국이 3시간, 중국과 일본이 45분 회담을 한 바 있습니다.
 
윤 정권이 이번에 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성사하지 못한 것은, '한국 외교의 대실패'라고 할 만합니다. 미국과 일본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중국 견제와 봉쇄의 선봉에 섰는데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공고하게 해 놓으면, 중국이 한국에 먼저 접근할 것이라는 보수 진영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꿈인지도 드러났습니다.
 
윤 정권은 올해 안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국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무산은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연내 열려도 한중관계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 바람 맞고 일본과 밀월만 과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런 가운데에서도 윤 대통령은 아펙 정상회의 기간 중 일본과 밀월을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정상회의 기간 중 페루, 칠레를 포함해 세 나라와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중 한 나라가 일본이었습니다. 기시다 총리와는 벌써 올해만 7번째 회담입니다. 정상회담만으로도 부족했는지, 17일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한일과 한미일 첨단기술 협력과 관련한 좌담회를 했습니다. 한일 정상이 제3국에서 공동 행사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일, 한미, 한미일이 연대를 과시할수록 우리나라의 국익과 입지는 줄어들고 좁아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이번 아펙 정상회의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대중 견제의 최선봉장으로 내세운 채 뒤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아낌없이 챙기는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윤 정권이 실리 추구의 세계인 국제무대에서 '자국 중심성'을 망각할 때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것입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여러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다양한 나라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가 점차 다국 질서로 향해 가는 속에서는 '가치'보다 '현실'이 더욱 중요합니다.
 

태그:#윤석열외교, #미중정상회담, #중일정상회담, #대중견제, #한일정상회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위기설 돌던 부동산PF, 어떻게 되고 있나?

  •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3.11.19 09:15
  •  
  •  댓글 0
 

 

건피아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불황기에는 다단계 폰지사기로 전락

이해당사자별 입장에서 선 본 부동산PF 위기

걸핏하면 나오는 부동산PF 위기설. 지금 어떤 상황이라는 건지 알 듯 모를 듯하다.

원래 지난 9월 위기설이 매우 강력했는데 타고 넘어갔다. 그런데도 위기설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이 12월 위기설, 내년 총선 위기설, 2024년 하반기 위기설 등등이 계속 나온다. 부동산PF위기의 실체와 이 위기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기재부·국토부·한국은행·금융지주·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2023.09.12. (사진=금융위 제공) photo@newsis.com

1. 부동산PF, 건피아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부동산PF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의 약자이다. 보통 금융권이 대출을 할 때는 ‘담보’가 있거나 ‘신용’을 본다. 그런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중 ‘부동산 사업성’을 보고 대출을 하는 것을 부동산PF라고 한다. 부동산 경기가 잘 나갈 때는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에 막대한 부동산PF 대출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 부동산PF위기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발생하는 금융권 부실위기를 뜻한다.

90년대까지는 부동산PF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건설사가 대출도 내고, 땅도 사고, 공사도 하고, 분양도 했다. 당시 금융권은 신탁사가 결합했다. 이렇게 해서 강남개발, 88올림픽, 노태우 200만호 건설 등으로 재벌건설사들은 많은 수익을 챙겼다. 그런데 IMF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가 꺽이면서 수많은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신탁사도 위험에 빠졌다. 그 이후 시행사와 시공사를 분리해서 시행사가 부동산PF를 조달하여 건설사에게 시공을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때문에 지금은 시행사가 건축주이다, 예를 들어 ‘00주택조합’, 대장동 개발 주최 ‘천화동인’이나 ‘성남의 뜰’, 청담동 고급오피스텔 개발 주최 ‘루시아홀딩스’ 등등이 있다.

부동산PF흐름도

부동산PF는 ‘브리지론’과 ‘본PF’로 나뉜다.

시행사는 처음 땅 사고 인허가 받을 때까지 자금이 필요하다. 이때 빌리는 돈을 ‘브리지론’이라고 한다. 다리를 놓아준다는 뜻이다. 시행사는 전체 개발비 중 5% 정도 되는 돈으로 땅을 쌀 계약금을 치르고 사무실을 차리고 해서 사업을 시작한다. 다음에는 금융권에서 브리지론을 빌려서 땅값에 대한 잔금을 치르고 공사를 시작한다. 그래서 브리지론은 만기가 3개월, 6개월 정도로 짧고, 이자가 비싸다. 그리고 막상 공사를 시작하면 공사비가 필요한데, 이때는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내서 공사를 시작한다. 이걸 본PF라고 한다.

브리지론 단계에서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주로 들어가고, 본PF단계로 가면 은행들도 참가한다. 브리지 단계에서는 아직 사업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건설사의 보증 또는 책임완공을 요구한다. 시행사는 금융권에 가서는 관에서 인허가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건설사 보증, 책임완공 약속을 받아 대출을 한다. 이렇게 보면 시행사는 형식상 사업자이고, 실제 주인은 시공사인 건설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금융권은 건설사의 신용을 보고 이자를 결정한다.

본격 공사단계로 들어가면 어느 정도 사업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본PF에는 은행도 참가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선분양’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주자들 자금이 ‘분양 계약금“, ’1, 2차 중도금”식으로 추가 자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렇게 해서 분양을 마치면 떼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PF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시행사가 자기 자본 약 30억원 가지고 부동산PF으로 대출을 내서 건설사에 아파트단지개발 공사를 맡기고 분양을 완료하면 3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남기는 것은 보통이다. 한 예로 어떤 시행사는 400억원 정도 자기 자본금으로 90% 이상을 부동산PF로 대출을 내 공사하고 분양을 완판해서 1조 6천억원을 벌었다. 땅값, 공사비, 금융비용을 빼고도 2,600억원을 벌었다. 6배가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해외의 경우 부동산 시행사는 30% 이상의 자기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대체로 후분양이 많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의하면, 부산 기장군의 아파트 건설 사업에 여러 금융기관들이 PF대출을 해주었다. 이 중 2백억원을 빌려준 우리종합금융의 경우, 1년 4개월 만에 73억원을 벌었다. 그중 이자수입이 23억원이고, 50억원이 각종 수수료 명목의 수익이었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27%이다. 보통 2조원짜리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한다치면 3000억원이 남는다. 이중 시행사가 15% 1,500억원, 증권사 등 PF대출자가 15%, 1,500억원을 나누어 먹는 구조이다.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PF 담당 임원의 연봉은 하이투자증권 사장 65억 6,700만 원, 전 IBK투자증권 상무 39억 4,400만 원 정도이고, 최근 4년간 대형 증권사 9곳에서 부동산PF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8,5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년에 한 사람당 평균 4억 원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요약하자면, 시행사는 5~10% 정도 되는 자기 지분만 가지고도 거대 아파트단지개발 사업의 주인이 되고, 여기에 건설사는 땅 짚고 헤엄치식으로 돈 벌고, 금융권은 한방에 대박나는 이자놀이를 하는 마술이 가능한 것은 다 부동산PF 때문이다.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눈이 벌게 가지고 부동산PF대출을 해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동안 전체 부동산PF대출 중에 보험사가 약 43조원, 은행 28조원, 증권사 28조원, 캐피탈 26조원, 저축은행 10조원 씩 대출에 들어갔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 부동산PF, 불황기에는 다단계 폰지사기로 전락

문제는 부동산경기에 불황이 닥치고, 금리가 올라 부동산PF 모든 단계에서 ‘돈맥경화’가 발생하여 개발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개발입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청담동 프리마 호텔’ 부지를 고급 주상복합 오피스텔 49층으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사업이 브리지론 단계에서 문제가 생겼다. 루시아홀딩스라는 시행사가 400억원을 넣고, 26곳에서 4640억원 브리지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인허가가 길어지면서 여기에 참가한 새마을금고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전체 브리지 중 39%를 지원한 것인데, 사업 리스크 등을 이유로 브리지 만기연장에 반대하였다. 사업이 중단될 경우 새마을금고는 채권 1순위이기 때문에 그나마 원금은 건진다고 쳐도 후순위 채권을 가진 다른 금융기관이나 채권자는 1000억원 정도를 날리게 된다. 지난달에는 경기 부천시 이마트 중동점 부지를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부동산PF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이런 식으로 대형사업들의 부동산PF가 무너지고 있다.

다음으로 건설단계에서 건설중단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물가폭등으로 건설공사비가 급증하여 원자재값이 오르고 인건비가 올랐다. 게다가 금리까지 오르니 본PF조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출구에서는 미분양이 심각하다. 올 9월말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6만 채에다 악성미분양도 1만 채에 이른다. 악성 미분양이란 완공을 했는데도, 아파트가 안 팔리는 것을 뜻한다. 미분양이 속출하면 건설사들이 공사를 지연하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공사비와 금융비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1~9월 신규 주택인허가 물량 25만채에 불과하다. 지난 해에 비해 32%로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부동산PF 부실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PF는 사실상 다단계 피라미드 폰지 사기로 전락했다.

원래부터 시행사가 자기돈 5~10% 정도로 브리지론을 빌려 땅 사고, 여기에 금융권이 비싼 이자와 수수료를 받고 돈돌이를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 이 건설마피아, 금융마피아들이 계속 부동산을 개발하고 땅값을 올리고 거품을 만들어 신나게 떼돈을 벌어왔다. 부동산 거품이 계속 올라가자, 이제 중소형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들도 리스크가 큰 개발사업에 대출을 해주고, 후순위 채권발행도 서슴치 않는다. 시행사는 이제 최고가로 땅을 사고, 더 높은 금리로 부동산PF 대출을 받는다. 다 성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리스크가 큰 부동산개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단계 피라미드 사업이 돌려막기 하다가 터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3. 이해당사자별 입장에서 선 본 부동산PF 위기

부동산PF위기는 관련 당사자들에게 광범위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2금융권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부동산PF 규모가 너무 크고,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PF 대출 규모를 보면 올해 6월 대출잔액이 133조원이다. 지난 3년간 40조원이 증가했다. 이 부동산PF 만기가 3개월, 6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위기설이 발생한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결국 갚지 못하는 연체율이 늘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PF 연체율이 이미 17%가 넘었다. 3년 만에 연체율이 13%로 뛴 셈이다.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PF부실비율이 21.8%인데, 증권사 PF 대출의 20% 가량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증권사 부동산PF 중 위험에 노출된 규모가 28조원 정도 되는데, 이중 1조 2천억원은 이미 부실채권이라고 한다.

최근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총 176명의 응답자 중 80명(45.5%)이 향후 국내 신용잠재위험 요인으로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 문제’를 꼽았다. 이 설문조사 자문위원들은 1~3년안에 부동산PF위기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 증 투자수수료 비중이 올초 40%에서 27%까지 떨어졌고, 부동산PF부문에 대한 대출축소와 부서축소, 인력감원을 강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건설사

건설사 신용평가하락과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상반기에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 종합건설사의 신용이 하향조정되었고, 시공능력 8위인 롯데건설이 부도설에 휩싸였다. 전문건설사들의 폐업과 부도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2,074개 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시공능력 75위인 대우산업개발같은 중형 건설사도 쓰러지고, 상위 15%에 들었던 국원건설마저 지난 9월 부도처리되었다. 국원건설은 검암플라시아 역세권환승센타 개발사업에 들어갔는데, 분양이 잘 안될 거라고 보면서 부동산PF를 돌려막지 못해 무너진 것이다.

입주자

건설 지연이나 중단으로 입주자들 피해가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 울산에서 어떤 입주자는 ‘3차 중도금을 치른 다음날 시공사 부도’라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다른 지역 어떤 입주자는 4천만원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취득했는데, 공사가 중단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스트레이트는 광양에서 아파트 완공 이후 20%가 미분양되자. 건설사가 1억원 할인분양을 내걸었다가 기존 입주자들이 반대시위를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아파트가 완공되었어도 부동산 대출금리 인상으로 잔금을 완납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실수요자마저 생기고 있다. 서민 입주자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PF가 터지면 지지율과 총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문제이다. 따라서 최대한 부동산PF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직접 개입하고 있다.

첫째로 지난 4월 금융기관 3천7백 곳을 모아, 대주단 협약을 맺었다. 부동산PF대출 금융기관에게 시행사가 돈을 못 갚을 경우, 대출 만기 연장도 해주고, 채무 재조정도 해주면서 버티라는 것이다.

둘째로 시중은행들한테는 상대적 자금여력이 있으니 'PF 정상화 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부실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라고 요구했다. 5월에 1조원 만들라고 했다가 9월에는 1조원을 더 만들라고 요구했다.

셋째는 정부가 직접 부동산PF 보증에 나섰다. 신규 부동산PF에 나서는 시행사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부동산PF부실이 심화되고, 장차는 공급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는 부동산PF 보증액을 15조원에서 최근 25조원으로 규모를 확 늘렸다. 전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자금이다. 이런 식의 돌려막기를 통해서 9월 위기는 넘어갔다. 그러나 계속 돌아오는 부동산PF 위기를 언제까지 돌려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주택자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정부가 부동산PF 돌력막기를 하는 것은 직접적 손해가 된다. 집값이 내려가 더 싼 값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은 실행하는 것은 시장논리로 보아도 공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보아도 부자를 도와주는 정책이다.

서울대 모 교수는 다음과 같은 지적으로 현 상황을 준열하게 비판했다. ‘전세사기로 7천만 원을 잃은 청년이 자살했다. 그런데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남긴 시행사 대표, 부동산PF 임원, 건설사 대표들이 어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증권사들을 도와주는 1조원이면 1억원 전세사기 당한 청년 1만 명을 구제할 수 있다.’

일반국민

부동산PF가 터지면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국민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국민의 목소리이다. 그러나 현재 조건에서 부동산PF부실 금융사, 시행사, 건설들이 무너진다고 해서 금융위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다. 부동산PF가 위기라고 큰 소리치는 또 하나의 목소리는 국민적 우려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목소리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부동산PF가 터지면 나라경제가 큰일나니까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큰일 나는 것은 그동안 부동산PF에 올라타 떼돈을 벌었던 시행사, 건설사. 금융권이다.

잘못된 투자에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외친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 정책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부자를 구출하는 정책이다.

좀비 부동산기업을 살리면 더 큰 금융위기가 온다. 좀비기업을 정리하면 오히려 차후 부동산투자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에 의해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 하나씩 정리하지 않고 뒤로 모아두었다가 터지면 금융위기 규모는 더 크지게 된다. 결국 다시 국민의 세금을 들여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PF 구제금융을 중단하고,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해 가야한다. 그것이 국민경제에도 좋고, 무주택자에게도 좋고, 일반국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초유의 ‘행정망 먹통’ 사태에 전문가 “관리·감독 부실, 윗선서 책임져야”

정부의 원인 진단에 대해서도 ‘의문’…“원인 파악 확실히 안 됐거나 문제 축소한 건 아닌지”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지난 17일 서울시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전산기에 네트워크 전산망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11.17. ⓒ뉴시스
정부가 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라고 진단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에 이상이 있다는 걸 파악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수가 없다”며 “그리고 문제가 생겼던 초기부터 장비에 이상이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여러 가지 조치를 했는데, 그래도 (이상 현상이) 잡히지 않아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 L4 장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업데이트한 것을 취소하고 다시 원래대로 원복을 시켰다. 그런데도 문제가 잡히질 않으니까 이 장비를 아예 다른 것으로 교체를 했다”며 “그래도 문제가 안 잡혀서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떠돌고 있었는데, 어제 나온 결론은 L4 장비 업데이트 문제라고 발표가 된 것이다. L4 장비 이상은 처음부터 진단했던 거고, 조치를 다 해도 안 잡혔는데 왜 결과 발표가 이렇게 난 건지, 좀 이상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직 원인 파악이 확실히 안 됐거나 문제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총체적인 관리·감독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많은 분들은 L4 네트워크 장비 업데이트를 한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많이 알고 계시는데, 그 시간대에 그 네트워크 장비 말고도 굉장히 많은 시스템이 동시에 업데이트된 것으로 나와 있다”며 “전자정보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 워낙 많은 회사들과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업데이트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면 시스템끼리 서로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굉장히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자정보 전체 시스템을 관리·감독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라든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감독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업체들이 업데이트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나 행정안전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평일에 업데이트를 했다는 건 그렇게 지시를 받았으니까 한 것”이라며 “그런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업데이트는 평일에 안 하는 게 정상이고, 업데이트를 했다고 해도 모든 장비를 동시에 하지 않는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얘기를 들어보면 L4 네트워크 장비가 이중화돼 있어 두 대가 있는데 그걸 동시에 업데이트하면서 문제가 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런 부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를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와 비교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사후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 사고 났을 때 사장들이 나와서 90도로 인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았나. 이번에 한두 개 하청업체 꼬리자르기식으로 하면 이런 문제는 또 재발된다고 본다”라며 “우리 정부에서 IT와 관련한 장애가 나면 장·차관, 실국장급에서 사과를 한다거나 징계를 받았던 적이 없다. 항상 하청업체들한테 책임을 돌렸지만, 이번엔 반복되면 안 된다고 본다. 관리·감독이 잘못됐다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에 정부가 제대로 공지를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관리·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건 바로 그 문제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기업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안내 공지가 왜 그렇냐고 굉장히 뭐라고 했었다. 그런 모든 것들이 민간에 적용하는 잣대와 정부에 작용하는 잣대는 분명히 다르다”며 “이걸 바로잡지 않는 한 이 사고는 또 터질 것이고, 그래서 굉장히 윗선에서 이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정리돼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컨트롤타워는 분명히 있다. 일차적으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고, 2차는 행정안전부”라며 “여기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문제가 생겼다는 건 맞지 않다. 컨트롤타워가 있는데 제구실을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동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KBS 앵커 사과에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 많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11/20 09:40
  • 수정일
    2023/11/20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11.20 07:48
  •  
  •  댓글 0

 

이동관 “가짜뉴스 단속 않는 것이 탄핵 사유… 전 세계가 단속중”

야당 탄핵 재발의엔 “위법 없다… 총선까지 방통위 마비가 목적”

방통위 사례에 대한 학계 비판, 방심위 내부 반발 등의 내용은 없어

디지털 정부 ‘멈춤’에 이어지는 비판 “카카오 때리더니… 올해만 3번”

세계 4억명 시청 롤드컵… T1 우승에 사진 1면 배치한 신문들

조선일보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KBS가 ‘땡윤뉴스’로 바뀌었다고 조롱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질문에 “앵커가 KBS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도 많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이 위원장을 놓고 “거침이 없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재발의를 예고했어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고 평했다.

▲ 조선일보 '김윤덕이 만난 사람' 인터뷰에 나온 이동관 방통위원장. 조선일보 인터뷰 갈무리.

‘맞지 않다’ 지적에도 해외 규제 사례 다시 들고 온 이동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예고했던 필리버스터를 취소하자 탄핵안의 자동폐기를 막기 위해 철회서를 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 다시 보고할 방침이다.

▲ 20일자 조선일보 30면 인터뷰.

이에 이동관 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억지로 탄핵 사유 만들지 말고 이동관 방통위를 총선까지 마비시키려는 게 목적이라고 솔직히 말하라”며 5가지 탄핵 사유에 대해 “한 가지도 위법하지 않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중대 사안을 결정한다고 문제 삼았지만, 방통위설치법 어디에도 2인 위원회가 의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 또, KBS 사장이 불법 선출되는 걸 방치했다는 것도 사유로 올렸던데, 방통위가 KBS 이사회의 사장 선출에 관여하면 그게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법적 근거 없이 가짜뉴스를 심의한다는 비판엔 “전 세계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EU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과 브라질도 가짜뉴스 방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미 EU와 영국 등의 사례가 한국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EU가 채택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불법 콘텐츠를 직접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절차적 의무와 구제 방안을 명시한 규제다. 독일의 가짜뉴스 규제 법안으로 알려진 ‘네트워크집행법’은 허위사실뿐 아니라 여러 불법 정보 대응을 담은 규제로 최근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프랑스의 허위정보 관련 규제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대체됐다.

[관련 기사 : 방송통신심의위, 우리와 전혀 다른 가짜뉴스 규제 해외 출장 보고서 제출했다]

[관련 기사 :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응’과 EU 새로운 규제의 결정적 차이]

[관련 기사 : “해외 가짜뉴스 규제 많아” 방통심의위원장 주장 사실일까]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달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해외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행정기구가 나서서 이 건 걸러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강등하거나, 정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자의적이고,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집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기에 절차적인 보고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디지털서비스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온라인안전법’ 역시 마찬가지다. 플랫폼 사업자가 취재·편집 등 저널리즘 방식으로 생산된 뉴스 콘텐츠의 불법성을 임의·자의로 판단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골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해당 법안을 놓고 “저널리즘 콘텐츠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일반 정보로 간주하는 방통위와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담기지 않았다.

▲ 방통심의위 평직원 150명 연대서명서.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등 가짜뉴스 규제를 실행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는 팀장 11인이 집단 반발하고 센터 소속 전직원이 전보를 요청하는 등 정책에 반발하는 중이다. 지난 14일엔 평직원 대부분인 150명 일동이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이하 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직원 인사발령을 반대한다는 입장까지 냈다. 이러한 현재 상황도 인터뷰에 담기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분노 폭발한 방심위 직원 150명 “방심위 주인은 직원, 위원장 사과하라”]

KBS에 대해선 공영방송의 ‘좌편향’을 지속 주장했다. 갑작스런 앵커 교체와 프로그램 폐지 배후에 이동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생각은 자유다. 중요한 건 KBS는 방만 부실 경영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공기업 중 최악이다. 그 원인이 수신료라는 독(毒)”이라며 시청자들과 작별인사할 시간은 줬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엔 “문 정권에서 꽹과리 치며 쫓아낸 사람들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 후안무치”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박민 KBS 사장과 신임 본부장들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KBS

이동관 위원장은 이어 “박장범 앵커가 KBS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할 때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정권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게, 비판할 건 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지키라는 거다. 대통령이 일장기에 경례하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한 KBS 뉴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올해만 3번째 멈춰” 동아일보 “오락가락 해명”

▲ 20일자 한겨레 1면 사진 기사.

민원서류 발급 등 기본적인 디지털 행정이 사흘간 멈추자 ‘디지털 정부의 민낯’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디지털 정부’ 해외 홍보 중 ‘디지털 재난’ 터졌다>(조선일보) <‘먹통’ 원인은 모른채 56시간만에 “정상화”>(동아일보) <디지털 정부의 ‘아날로그 대처’>(서울신문) <예산도 늘렸는데… 속 빈 ‘디지털 정부’>(경향신문) 등의 제목이 1면에 나왔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 지방행정 전산시스템 ‘새올’ 등이 지난 19일 복구됐다. 멈춘 지 사흘 만이다. 장애 발생 원인에 대해서 행정안전부는 “인증서버에서 정보를 분배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오류를 일으켰다”면서도 “해당 장비가 오류를 일으킨 원인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사설을 통해 당국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우선 원인 파악이 늦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과정에 보여준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정부가 내세운 장애 원인은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의 이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라면 수 시간이면 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했다.

▲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초유의 행정전산망 마비… 원인 파악도 복구도 우왕좌왕> 사설에서 “문제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산하 국가정보지원관리단이 조속한 원인 규명, 신속한 망 복구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어제가 돼서야 행안부는 새올 네트워크 장비의 고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새올 장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곧 복구될 것이라던 사고 직후 설명과 달라져 오락가락 해명이란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내년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 예산은 7925억 원이다. 지방교부세 예산을 제외하면 행정안전부 예산 중 재난 안전 관련 예산에 이어 2번째로 많다. 경향신문은 3면 <‘카카오 장애’ 때리더니… ‘디지털 강국’ 명성 단번에 와르르>에서 “지난 17일 발생한 ‘지방행정전산망 장애’는 이런 규모의 투자가 ‘디지털 정부’ 보여주기에만 치중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지적”이라고 했다.

▲ 20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정부 전산망은 올해 들어서만 3차례 먹통이 됐다. 카카오 ‘먹통’을 비판했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경향신문은 “지난 3월에는 법원 전산망이 마비돼 재판 일부가 지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은 물론 등기부등본 등을 열람하는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서비스까지 일시 중단됐다. 지난 6월엔 4세대 초·중·고교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NEIS·나이스)이 개통하자마자 오류를 일으켰다”며 “정부는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카카오를 질타했고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 전산망은 올해 들어서만 3차례나 먹통이 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카카오 먹통 방지법’ 핵심은 백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정부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했는데 그런 대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의 위기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도 그대로 드러났다. 재난에 준하는 상황인데도 정부의 대응 매뉴얼도 없었다. ‘디지털 재난’에 가까운 사태였지만 행안부는 이를 알리는 재난 문자 메시지도 전송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번째 우승 T1과 ‘페이커’ 이상혁… ‘전성기 떠올리게 한 플레이’

 

▲ 20일자 세계일보 1면 사진 기사.

▲ 20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전 세계 4억 명이 시청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 T1이 우승하자 다수 아침신문이 1면에 해당 사진을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1만 8000여 명이 들어찬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 사진을, 세계일보와 한국일보는 T1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1만 5000여 명이 모인 광화문 거리 응원 사진을 배치했다.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된 ‘롤드컵 결승전’에서 T1이 중국의 WBG를 3대0으로 격파했다. ‘페이커’ 이상혁과 T1으로선 네 번째 롤드컵 우승이다. 잠정 결승전 동시 접속자는 1억 명, 잠정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으로 추산된다.

▲ 20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e스포츠계의 ‘메시’로 꼽히는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기사도 전면 배치됐다. 한국일보는 2면 <‘페이커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기사에서 “이번 대회에서 T1이 쌓아 올린 서사는 극적”이라며 “특히 4강에선 이상혁이 7년 전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플레이로 올해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이던 징동을 압도해 화제가 됐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2면 기사에서 “바둑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선수가 1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고, 20대 중후반을 넘기면 기량이 쇠퇴한다고 본다. 이상혁도 마지막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2016년 이후로는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소속팀 T1의 우승을 견인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고 했다.

 

관련기사 더보기

  • 김준우 “더라이브 시청률 잘나오는데 폐지, 배임 가까워” KBS 입장은…

  • TV조선도 ‘행정시스템 마비’ 톱인데…KBS만 ‘땡윤뉴스’

  • “더 라이브 프리랜서 수십 명,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어”

  • 시청자 항의에도 결국…KBS ‘더 라이브’ 폐지 결정

  • “박민 KBS사장 대국민 사과라 해놓고 사실상 '대용산 사과'한 것”

  • 민주당 “박민 KBS 사장, ‘일베 방송’ 만들려 하나”

 

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아침신문 솎아보기#이동관#이동관 방통위원장#방송통신위원회#조선일보#가짜뉴스#KBS#방송통신심의위원회#박민#더라이브#행정망#행정안전부#카카오#롤#리그오브레전드#롤드컵#페이커#이상혁#T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부영 "위성정당? 병립형 회귀? 이재명다움 잃지 말라"

[인터뷰] 민주화 원로의 쓴소리 "위성정당 안 만들어 손해날까 걱정? 민주당 대선 망한다"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11.20. 05:06:03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라."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21대 이전의 '병립형 회귀'로 입장을 굳힌 반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과 병립형 사이에서 또렷하게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소수정당과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여당과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로 '밀실 야합'을 한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당 바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재야 민주화운동 원로들로 구성된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지난 9일 이재명 대표를 찾아 연동형 선거제도 유지·발전과 비례위성정당 방지, 진보정당과의 선거연대와 협치를 요청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다음날 긴급 성명을 내고 이 대표에게 이같이 요구한 이유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폭거를 막기 위해서뿐 아니라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비롯한 소수정당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를 혁신해야 한다는 시민의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이부영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은 최근 <프레시안>과 만나 이 대표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가 없어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상임고문은 9일 간담회에 앞서 이 대표 단식 중에 선거제 문제로 독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역구로만 150석 이상 된다는 확신을 토대로 비례제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이 상임고문에게 "병립형으로 가면 180석 가까이 얻는 것 아니냐", "위성정당을 안 만들면 (민주당) 사표가 생기는 것 아니냐. 그걸 누가 책임지냐"며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 대표가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는 것 같다며,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위성정당을 방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차기 대선 도전마저 위태로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의당 등 진보 선거연합이 이 악물고 수도권에 후보를 내보내면 민주당은 사색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에게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은 이같은 판단 때문이다. 

 

그는 대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세계사적 흐름을 제대로 대응하고, 국내 친(親)미·일 세력을 극복하기 위해선 민주·평화·진보진영 내 분열을 막는 선거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과제가 바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지켜내는 일이다. 그는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든가,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그 사람(이재명)을 더 이상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며 이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서울 충무로 인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사무실에서 이 상임고문과 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미·일 상위 체제 인정하는 尹 정부…분열하면 진다"

프레시안 : 전국비상시국회의 결성 배경, 목표가 궁금하다.

 

 

이부영 : 지난해 연말 함세웅 신부, 임헌영 선생 등등이 내장산 선운사에서 하루 지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 정권 하에서 검찰 독재는 물론이고 민생이 어려워지는데 윤석열 정권은 경제에 도통 관심이 없고 외교·안보도 위험선을 넘지 않나 하는 걱정들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 가까워지려고 중국과 러시아와 멀어지는 것을 보고 '큰일 났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되겠다'고 해서 우리 같은 나이먹은 사람들이 이렇게 경색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서보자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고 있으면 2008년이 떠오른다. 남녀노소 촛불 들었던 그 시대로 돌아가서 '광화문을 점령하라, 용산을 점령하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그럴 역량도 있고 경험도 충분히 쌓고 했으니, 그런 걸 선도하기 위해 비상시국회의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권의 구체적인 문제를 짚자면? 

 

이부영 : 첫째는 외교. 지금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나토(NATO) 국가와 러시아가 부딪히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과 그 나라들에 식민 지배에서 받았던 개발도상국이 있다. 그런데 일본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식민지였고 개발도상국 출신인데 자기네 나라들을 외면하고 미국·일본·서유럽 이런 데만 추종하니까 실망을 하거나 적대적 감정을 보이고 있다. 중국·러시아에 등 돌리는 게 윤석열 정권, 윤 대통령 기호에 맞을지는 몰라도 긴 눈으로 보면 세계 시장은 개발도상국에 널려있다. 우리가 가진 건축 기술, 철도 기술 등은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거 아닌가. 시장은 그 쪽이 넓은데 왜 좁은 길을 찾아가나. 이런 걸 보면 윤석열 정권의 외교 노선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실패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되면서 남북이 유엔(UN)에 동시 가입하고 4대국 교차 승인(한반도 긴장 완화를 도모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과 소련, 북한은 미국과 일본이 동시 승인하는 것)을 하기로 했는데 어기고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북의 핵개발, 핵무장이었다. 30년 사이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핵무기를 장착해서 미국과 일본열도에 떨어질 상황이다. 지난번 미국 토니 블링컨-로이드 오스틴 전 미국 국무부·국방부 장관 왔을 때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대북정책, 인도·태평양 정책은 파산했다. 실패했다. 인정하라'고 했다. 근데 그걸 따라가는 윤석열 정권은 뭔가. 오히려 한·미·일 군사 동맹을 추진해서 북·중·러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약 지역인 조지아주 이런 데에 기업은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18조 원의 미국 무기를 사들였다. 중국하고는 무역이 막히고 미국에는 우리가 퍼준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IRA법(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재나 가하고 있다. 밑지는 장사 정도도 아니고 천치 같은 장사다. 

 

그리고 언론. 이 정부의 언론 정책이 너무 심각하다. 마치 KBS(한국방송공사)를 군부 쿠데타 일으키듯 다루고 있다. 50년 전 그때 시절이 재현되는 것 같다. 한국 국민들은 그간 민주화·반독재·평화 운동을 거쳐온 국민 아닌가. 그 국민을 우민 취급하는 것 같다. 여기에 언론이 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서울 가려면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정부가 겁을 좀 주니까 무릎 꿇고 기어 오는 격이 됐다. 불경기이고 취직 문도 좁고 그래서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위기가 언론계에 있나 보다. 식민지였던 나라가 독립 투쟁을 벌이고 민주화, 산업화를 거쳐 문화 국가로서의 위상을 세운 나라가 결국 이런 정도의 대통령과 언론밖에 가질 수 없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프레시안 : 비상시국회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가.

 

이부영 : 군부 독재가 다시 나타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독재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박정희 시대나 이승만 시대로 돌아가려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접속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미·일 상위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 다음에 일본, 그 다음에 한국, 계서제라고 할까, 하이어라키(hierarchy)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4.19, 87 혁명. 촛불 혁명을 지낸 국민에게는 안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그런 친미·친일 세력을 중심으로 한 분단세력을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중요한 건 분열을 막는 것이다. 우리가 87 항쟁을 겪으면서 직선제만 바뀌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노태우 당선이었다. 내가 그때 징역을 살고 있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기념 사면으로 나오게 됐다. 우리 편이 분열해서 진 것이었다. 기가 막히더라. 직선제만 바뀌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노태우가 당선이 되니 그때부터 어떤 일이 있었나. 87 이후로 체제에 합법성이 생기니 군사 독재 때처럼 데모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전두환·이순자 구속하라'고 요구하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다시 구속되기도 했다. 

 

분열하면 진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구조를 어떻게 바꿀까, 그걸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 진보정당이 지금처럼 하나만 있어도 제대로 존재감을 내세우기가 어려운데, 너덧 개가 되면 어떻게 되겠나. 미·일 상위체제를 인정하는 지배구조를 뚫고 진보 정당이 원내교섭단체라도 얻어내려면 하나만 되어도 시원치 않은 판에 (분열해서) 안타깝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이 약화된 배경이 무엇이라 보는가. 

 

이부영 :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학교 급식 문제라든지 아주 사소해 보이는 국민 복지 정책이 공표됐을 때 노동자나 농민이나 중소상공인, 청년, 노인, 나아가 부자들까지 다 공명을 했었다. 오세훈 시장이 그걸 거부했다가 떨어진 거 아닌가. 민주당이 학교 급식 문제나 이런 문제를 어떻게 동의 안 하겠나. 이렇게 정책으로 나라 전체를 건강한 개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문제는 원내교섭단체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선 것이다. 

 

지금 유럽에서도 극좌파 정당들이 다 소멸하고 있고 일본도 사회당도 소멸해가고 있다. 진보정당이 아직도 통일 주장하고 노동 해방, 마르크시즘 꿈꾸다가 다 소멸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물론 통일은 가야 할 길이지만 학계나 시민운동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정치집단이 통일하자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2045년이 해방 100주년인데, 그때까지 '진보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되고 민주·평화·진보 세력이 집권을 해서 남북 간에 핵을 안 쓰겠다는 평화협정을 맺자, 미국·일본·중국이 뭐라고 하든 우리끼리 평화협정을 추진해보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 2045년까지가 굉장히 세계적인 격동의 시대라고 본다. 미국이 전 세계적인 지배 국가였다가 퇴조하면서 많은 세력의 공백 지대가 생길 것이다. 앞으로 20~30년 사이 대격변, 대전환을 경험할 텐데 그때 정치체제가 굉장히 유연해야 이런 세계적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프레시안(박정연)

 

"민주당, 이번에도 욕심 차리면 크게 잃는다. 대선도 못 간다" 

 

프레시안 : 대전환의 시기에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부영 : 세계사적인 변환의 국면에서 한국이 먹고 살 길, 한국이 가야 할 민주주의의 길, 이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우리가 우리(민주당)만 의석이 많으면 안 되고, 같이 협치, 거버넌스를 해야 한다.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서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그렇게 가야 하지 않겠나.

국회에서 3,4당 정도가 협상하면서 가고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당이 나와야 하고 과반 지지를 얻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선거 연합을 하면 국정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다. 최소 장관 몇 자리라도 합의하지 않나. 그런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대전환기를 유연하게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자기 의석을 조금 더 많이 가져오려고 병립형으로 간다든지 준연동제의 흠결을 이용해서 위성정당을 만든다든지 이럴 경우 민주당이 국민에는 신망을 잃을 것이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표현대로,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빼앗으려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나라를 맡을 깜냥이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하고, 나머지는 3, 4당에 줘서 협치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들(소수 정당)도 지지하는 국민이 많은데 원내에 들어올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민주당이 이번에도 욕심 차리면 작은 걸 얻으려다가 크게 잃을 것이다. 그럼 대선도 못 가는 거다. 

 

그리고 미리 배부른 정당이 되어선 안 된다.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 정권이 너무 못하니까 지지율이 높지 않으니 가만히 있어도 과반이 될 거라는 지나친 낙관, 행복감에 빠져있다. 자기들이 새로운 걸 안 하고 윤석열이 잘못하는 거에 기대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선거연합을 하기에는 관계가 과거와 달리 굉장히 허약한 상황이다.

 

이부영 : 지난 대선에서 쌓였던 불신, 이건 지나간 일이라고 본다. 지금 무지막지한 윤석열 세력을 앞에 두고 이미 지나간 일들을 가지고 아웅다웅한다? 그래서 진보정당에 원내교섭단체 될 기회를 주기보단 우리(민주당)가 다 먹겠다? 그럼 민주당은 망하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미 약자다. 더 짓밟을 게 없다. 이미 무력화됐는데 왜 그렇게 미워하고 짓밟으려고 하나. 국민이 보기에 민주당 마음 쓰는 게 좁쌀 같아 보이지 않겠나. '저 당은 국민의힘이나 별 차이 없구나' 싶을 거다. '이재명 저 사람은 초심 지키는 줄 알았는데 별 거 아니었네' 국민이 이런 생각이 들면 민주당은 다음 대선까지 망치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의당 하는 걸 보면 비명(非이재명)파도 '우리 여기 있을 수 없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제와 관련해 지난 9일 이재명 대표와 면담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이부영 :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신낙균 전 장관, 임헌영 선생 등과 함께 가서,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가기로 (국민의힘과) 이면에 합의했다는 보도 있었다는데 사실이냐' 물었다. (이 대표는) '아무것도 정해진 거 없다. 고민하고 있다' 그러더라. 우리는 '소탐대실하지 말라. 큰 정당이 골목 상권까지 다 말아먹으려고 하면 왜 정치하느냐. 남에게 좋은 일하려고 희생한 정치세력과 공존도 안 하고 속 좁게 자기들이 휩쓸고 가겠다면 다음에 정치할 길이 안 보일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아직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희망이 있다. 소년공에서 시작해 굉장히 어렵게 자라서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난 경우다. 한국 사회에서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사람, 이재명 같은 사람이 저 지위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 나는 한국 사회가 그래도 괜찮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일류 대학 안 가도, 유학 안 가도, 고시 안 붙어도 희망 가지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재명 존재 하나가 많은 희망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당 대표 되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랑 점점 다른 길을 가는 느낌이다. '이재명다움'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나를 감옥에 보내달라'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비명파도 찬성 못 했을 거다. 감옥 보내달라는 사람한테 차마 감옥 가라고 찬성표를 찍을 수 있겠나. 김대중처럼 되려면 멀었다 싶다. 아직은 성남시장 수준인 것 같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거법 합의 과정이나 사람들 영입하는 과정에서 기득권자가 됐는지 아닌지가 드러날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이재명을 위해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병립형으로 돌아간다든가,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면 나도 그 사람을 더 이상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프레시안 : 이 대표에게서 '이재명다움'이 왜 사라지고 있다고 보는가. 

 

이부영 : 민주당 안에 지금은 아주 복잡다단한 세력이 국회의원으로 들어와있다. 옛날보다 부자들도 많고 국민의힘에서 내놓는 법안에 찬성할 법한 분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민주당 내에서 사람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을 거다. 고위 공무원이었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관료 사회 카르텔이 있다고 본다. 정보를 많이 쥐고 있는 그런 기득권들이 병립형을 지지해서 그 숫자가 70~80은 될 것으로 보인다. 잘 보면 당 내에서 준연동형 유지하라고 성명서 내는 의원들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게 결국 그런 의원들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이 이재명 대표의 선택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 본다. 이 대표는 아직 사법 올가미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니니까.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도와온 사람들, 개천에서 용 나는 걸 정말 바라는 사람들과 상의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내가 잃는 게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 해야지, 자기가 공천 준 사람만 잔뜩 모아놔서는 득이 아니라 해가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이 상임고문의 옛 보좌관이었던 조정식 의원이 이재명 대표 지근거리를 지키면서 총선 국면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사무총장 자리에 있다. 지금은 당직을 내려놓았지만 이 상임고문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이해식 의원도 조직부총장이었다. 그분들에게 조언을 따로 하지 않나. 

 

이부영 : 나하고는 가깝지만 내 말을 안 듣는다(웃음). (조정식 의원이) 벌써 5선이니까. 내가 열린우리당 대표 했을 때가 25년 전인데 (조 의원은) 그 이후로 의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이부영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 ⓒ프레시안(박정연)

 

"이재명, 병립형 가면 180석 가까이 얻는 것 아니냐 하더라" 

 

프레시안 : 이재명 대표에게 자주 조언을 한다고 들었다. 가장 최근에 독대한 건 언제인가.

 

이부영 : 지난번에 이 대표 단식 시작하고 나서 3일째인가 보는 눈이 있어서 밤 10시 반에 국회 본관에 찾아갔다. (국회 경호처에서) 잘 안 들여보내주더라. 천준호 비서실장을 불러서 겨우 이 대표를 만났는데,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다. 그때도 선거법 얘기를 했다. 이 대표가 그때 고민을 이야기하더라. '고통스럽다'고. 나는 그때도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했다. '이재명다움을 잃어버리면 총선이고 대선이고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그때까진 조국·송영길 신당 이런 얘기가 없었을 때였는데, 이 대표가 그런 이야기는 하더라. 민주당이 비례 아니고 지역 의석으로만 150석 이상 된다는 확신이 있더라. 이탄희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탄희와 이재명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 이탄희 의원이 '150만 해도 많은 거다. 이걸로 족하지 뭘 더하냐'는 입장인 거고. 이 대표는 '병립형으로 가서 (비례 의석을) 20석 이상 가져올 수 있으면 180석 가까이 얻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준연립형으로 가서 비례대표 되는 게 아무 의미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도 있는 것이지. 

 

연동형으로 갔을 때도 위성정당이 2개 정도 있다고 하면 거기서도 비례 한 열댓 석은 가져올 수 있으면 180석 가까이 되는 거다. 그런데 위성정당도 안 만들고 준연동형으로 가면 나머지는 사표가 되는 것 아닌가. 그걸 누가 책임지냐(는 고민이 있다더라). 정치인이 되면 내 것을 하나라도 빼앗아와야 한다는 집착이 강해진다. 특히 이 대표 경우에는 자기 감옥 가느냐 마냐 두고 표결을 했으니 더 피가 말랐을 것이다. 

 

프레시안 : 병립형으로 회귀할 경우 선거 판도가 어떻게 될까. 

 

이부영 : 병립형으로 가고, 또 만약 더군다나 권역별로 갈 경우엔 진보 세력은 (원내 진입 가능성이) 바닥일 것이라 이 악물고 단일 선거연합이 수도권에 후보 내보낼 것이다. 그렇게 풀어놓으면 아마 민주당이 사색이 될 거다. 서울·경기·인천 이런 데다가 확 풀면 아무리 표를 못 받아도 한 지역에서 2~3000표 가져갈 텐데 수도권은 1000표로 승부가 갈린다. 그런데도 자기들(민주당이)이 저질러놓고 (진보 세력에) 배신자라고 할 건가. 소탐대실하지 말란 얘기가 그 이야기다.

 

이해찬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20대 때 이해찬 전 대표가 위성정당 만들면서 당이 승리는 했지만 이해찬 전 대표는 그걸로 (정치인으로서) 끝난 거라고 본다. 그때 위성정당 안 만들고 소수 정당 20석 더 들어왔으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 정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 (이 대표가) 대통령도 됐을 거다. 

 

프레시안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신당 창당설이 파다하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부영 : 조국 같은 사람이 이번에 국회로 오면 무슨 정치를 할까. 그렇게 상처를 크게 받은 사람이 국회에 오는 것은…. 그보단 학교 같은 데서 좀 있다가 민주당이 집권하고 나서 역할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끝)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는 별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며, 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이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비례대표에서 모자란 의석을 채우는 방식을 말하는데, 현행 준(準)연동형 제도는 모자란 의석의 50%만 채우도록 돼있다. 

 

**이 상임고문은 1974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동료 기자들과 동아투위를 결성했다. 정계에는 1990년 꼬마 민주당으로 입문했다가 1997년 민주당과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합당하자 이에 동참했다. 이후 김영춘, 안영근, 이우재, 김부겸 전 의원 등과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탈당 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 합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서울 강동갑에서 3선을 지낸 뒤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지냈으나 지난 2015년 탈당계를 제출하며 정계를 은퇴했고, 그 후로는 재야에서 활동해왔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12개 중요고지 점령서 성과..'정비보강전략' 생활력 과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1.19 13:34
  •  
  •  수정 2023.11.19 13:35
  •  
  •  댓글 0
 

북한이 연일 2023년 인민경제 발전을 위한 12개 중요고지를 무조건 점령해야 한다는 독려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경제 전반의 활성화와 인민생활 향상에서 확인된 구체적인 지표와 함께 중장기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 공업부문의 정비보강 전략 실현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일군들이 국가적 입장에서 '질제고사업'을 책임있게 진행해야 '인민경제의 자립성 강화와 줄기찬 발전, 인민생활의 끊임없는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뚜렷하고 실제적인 결실들이 더 많이 이룩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9일 '12개 중요고지'에서 이룬 성과와 중요 공업부문에서 진행한 정비보강전략의 결과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 지속적 발전을 위해 질제고사업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속, 화학, 전력, 석탄공업부문을 비롯환 중요공업 부문들과 수많은 단위들에서 새로운 생산공정들을 일떠세우거나 약한 고리들을 착실하게 보강하면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자랑찬 결실들을 련이어 내놓고 있다"고 하면서 "당의 정비전략, 보강전략의 정당성과 생활력의 뚜렷한 과시로 된다"고 밝혔다.

먼저, 자립경제의 쌍기둥 중 첫번째로 꼽는 금속부문.  

김책제철연합기업소(김철)에 건설된 '새형의 에네르기(에너지)절약형 산소열법 용광로'는 시험생산을 시작해 수십일째 '주체쇠물'을 성과적으로 뽑아내고 있으며, 로 조작방법과 운영기술을 향상시키는 한편 계통별 설비 및 기술관리 대책을 세워 계획보다 많은 양의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또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서 김철까지 연결된 대형장거리정광수송관이 질적으로 정비보수되어 현재 고품위 철정광이 수송관을 통해 중단없이 공급되고 있으며,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서는 새로 설치된 '조쇄용(캐낸 광석을 선별하기 위하여 초벌로 굵직굵직하게 깨는 일) 원추형 파쇄기'와 개건된 '장거리벨트 콘베아(콘베이어)'들이 기운차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황해제철연합기업소(황철)에서는 '새로운 중주파 유도로(교류의 유도작용을 이용해 금속을 녹이는 전기로)' 건설을 끝내고 계통별 시운전에 돌입하는 등 정비보강전략에 따른 성과에 다가서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까지 변압기실과 조종실을 건설하고 로체 설치를 위한 습식공사와 함께 유도로 본체와 천정 기중기를 비롯한 수백톤의 강철 구조물을 제작하고 설치, 조립을 끝냈으며, 이에 필요한 동력계통도 완비하고 부분별 시운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화학공업부문에서는 '결정망초 생산공정' 확립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12월5일청년광산에서 '결정망초생산공정'이 확립되어 생산에 들어가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 '탄산소다'를 비롯한 기초화학제품을 자급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화학공업부문 여러 단위에서 설비에 대한 집중대보수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생산공정을 세웠으며, 여러 생산설비를 현대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전력공업부문에서는 전력공업성의 지도 아래 화력발전소에서는 수천개에 달하는 화력터빈날개와 수십대의 보일러, 터빈발전'기대'(기계) 보수를 원활하게 진행하여 석탄을 절약하면서도 호기당 출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두수발전소와 수풍발전소 등 수력발전소에서도 수십km에 달하는 '물길굴'(물길 터널)과 수십대의 발전기대 보수, 언제보강공사를 마무리해 고효율 운전을 보장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및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이날 갈수기인 겨울철에는 수력발전소를 충분히 운영하기 어려운만큼 여러 경제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공급하려면 화력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석탄을 제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강군민발전소 언제(댐). 합리적인 발파방법을 이용해 댐 축성을 위한 토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급경방동제'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겨출철에도 댐 콘크리트 타입을 중단없이 진행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평강군민발전소 언제(댐). 합리적인 발파방법을 이용해 댐 축성을 위한 토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급경방동제'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겨출철에도 댐 콘크리트 타입을 중단없이 진행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밖에 석탄공업성에서는 김책공업종합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등과 연계해 북부지구 탄전에 '새형의 갈탄 저온건류공정'과 '갈탄 타르 가공공정'을 세워 질좋은 '반성콕스'(석탄을 저온건류할 때 얻어지는 콕스. 가정용, 가스화용, 콕스배합용 원료로 쓰이며 소결로나 합금 철로 등에서 환원제로 쓰인다)와 함께 여러 화학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신문은 북한 지역에 무진장하게 매장된 갈탄을 금속, 화학공업 발전을 위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름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원지구탄광연합기업소를 비롯해 각지의 탄광연합기업소에서는 올해 계획된 '수직갱 대보수' 등을 끝내고 새로운 막장설비제작 등을 기본적으로 마무리하여 석탄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차비를 갖추었다.

대안친선유리공장의 자동차시창유리생산공정에서 많은 유리제품이 생산되고 천내리세멘트공장에서는 '크링카(clinker, 여러 무기물질로 구성된 원료배합물을 구울 때 생기는 앙금덩어리) 냉각설비'와 '고온공기연소기술에 의한 내화벽돌 생산공정'을 확립해 생산능력을 늘린 것은 건설건재공업 부문에서 이룩한 정비보강 성과로 소개했다.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의 대표적인 시멘트생산공장인 순천세멘트연합기업소. '1호 크링카분쇄기 주감속기대' 보수를 정비보강사업의 주된 과제로 달성한 뒤 소성로와 크링카분쇄기를 '만가동'(완전가동)하여 지난 수십년 기간 동안 하루 최고생산 실적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수천톤의 시멘트를 더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은 이밖에도 기계공업과 철도운수, 채취공업, 임업, 경공업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자립경제의 내실을 다지고 인민생활 향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비보강성과들이 연이어 이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말 조선로동당 제8기 제6차전원회의를 통해 △알곡 △전력 △석탄 △압연강재 △유색금속 △질소비료△세멘트 △통나무 △천 △수산물 △살림집 △철도화물수송량을 2023년 무조건 점령해야할 12개 중요고지로 제시했다. 

12개 중요고지는 "전반적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직접적이고 관건적인 영향을 주는" 부문이라며, "올해에 국가적력량을 집중하여 반드시 점령해야 할 핵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12개 중요고지 수행 여부에 따라 "5개년계획수행을 위한 2년간의 투쟁이 성공과 승리에로 이어지는가 그렇지 못하는가 하는것이 결정되게 된다"고 하면서 "올해에 12개 중요고지를 성과적으로 점령하여야 5개년계획완수의 든든한 도약대를 마련하고 국가경제의 안정적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6차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3년차인 2023년에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웠다.

12개 중요고지 점령이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단기계획이라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과 전비보강전략은 생산력 하락을 막고 긴호흡으로 구상하는 중장기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수많은 기사보다 가치 있는 드라마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11.18 21:00
  •  
  •  댓글 0

 

[리뷰] 정신병을 극단적 사례로만 다뤄온 미디어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좋은 ‘안내서’

*드라마 줄거리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울함이 심할 때 제일 두려운 건 아침이었다. 매일 찾아오는 아침에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랐다. 반대로 행복했던 때 가장 기다렸던 건 내일 또 찾아올 아침이었다.

‘아침이 오는 것’에 대한 감정은, 내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척도였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도 ‘아침’이라는 장치가 갖는 의미는 중요하다. 정신병 환자에게 위험 도구로 쓰일 수 있어 커튼을 없앤 정신병동은 “다른 병동보다 아침이 제일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우울증으로 보호 병동에 입원한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도 치료를 지속하며 “아침이 오는 게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드라마는 불면증, 강박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 등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병을 다룬다. 주인공인 다은에게 ‘우울증’이 온 것은 아마도 가장 흔한 정신병 중 하나인 우울증이 가장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왔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래’, ‘혼자만 유난이야’라는 말로 타인에게도 스스로도 무시해버리기 쉬운 정신병은, 결과적으론 나를 향한 비난으로만 끝나며 치료 없이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우울증이 온 적이 있다. 우울증은 무기력으로 이어져 종일 잠만 잤다. 무기력에 잠식돼 3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걸 참았다. 집중력이 흐려져 글도 읽지 못하고 음악도 듣지 못했다. 힘이 없어 머리와 허리를 숙이고 땅만 보고 걸어야 했다. 드라마는 다은의 모습을 통해 이렇듯 현실적인 우울증 증상을 묘사한다.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정다은은 ‘저 차가 나를 치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반복했을 것이다. 자기혐오에 빠져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라마는 일상적인 정신병의 증상부터 원인, 관리 방법을 ‘정신병동’이라는 배경을 통해 알려준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기혐오와 불안증세를 겪는 환자, 가족의 죽음으로 죄책감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자살생존자 등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와 치료하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통해 다층적으로 정신병을 다룬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런 면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안내서’다.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옆에 있는 주변인들에게도, 무심코 내 마음을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신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럽고도 일상적인 병’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우울하거나 불안감에 숨이 안 쉬어질 때, 당황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환자의 주변인들에겐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우울해하는 다은을 억지로 즐겁게 해주려 애쓰는 송유찬(장동윤 분)에게 과외선생님이자 정신과 의사인 황여환(장률 분)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현관에 나가 운동화를 신을 기운이 없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숟가락을 들라고 하면 폭력이겠지?”라고 말해준다. 극 중 환자가 감정을 떠올릴 수 있게 질문하고 기다려주는 의료진의 치료 모습도 보여준다. 그 누구보다 스스로 괴롭게 했던 나에게 괜찮다는 말 한마디는 실제로 많은 걸 괜찮게 했다.

드라마는 정신병을 향한 사회적 낙인도 꼬집는다. 주인공인 다은은 치료받는 게 알려지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질까 치료를 거부한다. 실제 ‘아픈 분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거 자체가 욕심’이라는 병동 보호자들의 다은을 향한 낙인도 현실적이다. 이들을 향해 “왜 하필 우리 애가, 왜 하필 우리 가족이, 왜 하필 내가…정신병이라는 건 그런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예상할 수 없는 병이요. 본인들만 안 아플거라고 장담하지 마세요”라는 수간호사(이정은 분)의 말은 사회적 낙인에 익숙해진 우리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수간호사의 대사처럼 매일 아침이 찾아오듯 정신병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서서히도 갑자기도 찾아올 수 있다. 병을 부인하거나 극복하는 것보다 병을 마주하고 스스로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한 이유다. 극 중 워킹맘으로 버티며 강박적으로 애쓰다 해리 증상을 겪은 환자는 이젠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려 노력하고, 면접 중 다시 공황장애가 온 유찬이는 “나만의 안전장치”인 친구가 선물해준 넥타이를 다잡는다. 난 우울함이 심해질 땐 감정을 하나하나 기록해둔 메모장을 가지고 병원을 찾았고, 지금은 날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멈추려 ‘쉼’을 택한다. 내게 우울함은 쉼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극 중 공황장애 약에 대한 의존이 우려돼 약을 끊고 싶어 하는 유찬에게 의사는 “자전거 처음 배울 때 뒤에서 누군가 잡아주면 안심되죠? 약도 그래요. 흔들림이 덜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약을 끊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느 순간 손을 놔도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저절로 약 없이도 일상을 잘 생활할 수 있게 될 거예요”라고 말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 병이 그렇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일은 오래오래, 일상에서,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동안 미디어는 정신병을 극단적 사례로만 다뤄왔고, 우린 그대로 소비해왔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살아간다. 정신병은 늘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병이다. 그 병을 어떻게 마주하고, 대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해 알려준 이 드라마가 반갑다.

아침이 제일 빨리 찾아오는 정신병동에서, 우리는 스스로 마주할 용기를 찾는다. 아직 혼자서만 병을 안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드라마는 말한다. “편견과 낙인이라는 얼룩도, 언제 어디서 생긴 지 모를 크고 작은 얼룩도, 흉터에 가려져 얼룩인지도 몰랐던 얼룩도, 내가 스스로 엎지른 물 때문에 생겨버린 얼룩도, 모두 깨끗이 씻어내고 털어버리자. 언젠가 올 깨끗한 아침을 기다리며.”

 

윤유경 기자602@mediatoday.co.kr

#넷플릭스#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우울증#공황장애#불면증#정신병#드라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50kg 알곤 용접기를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메고 다녔어요"

[나, 블루칼라 여자] ⑦용접사 김신혜씨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11.19. 05:03:30

 

타다다닥. 솟아 오르는 연기와 거친 불꽃 뒤에 그을린 금속 매듭이 남는다. 용접사들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겨진 금속 매듭은 쇳덩이들을 단단히 결합시킨다. 용접은 열과 압력을 이용해 금속을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그 중에서도 발전소나 공장에서 가스나 물이 지나가는 배관을 잇는 용접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용접에 속한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50살 김신혜 씨를 만났다. 주로 발전소에서 배관 용접을 하는 신혜 씨는 배관사가 배관을 이으면 그 틈을 용접한다. 이날 용접 훈련장에서 취재진에게 배관 용접을 설명해주던 신혜 씨에게 교육생들이 다가와 방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신혜 씨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줬다. 

 

용접사로 일하기 전 신혜 씨는 삼성석유화학에서 7년 동안 일을 하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해고됐다. 지인의 권유에 발전소의 화기감시자 아르바이트를 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작업자들 근처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불이 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화기감시자로 현장에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용접사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며 "현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위험을 감시만 하는 역할이 아니다. 작업장 주변 청소부터 작업자들이 원하는 것을 갖다주는 도공 수준의 업무자다. 신혜 씨는 일하는 짬짬이 용접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유심히 봤다. 불꽃이 튀는 용접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한 번은 탱크 안에서 용접하는 아저씨한테 '아저씨 이거 어려워요?'라고 물으니 '왜?'이러더라.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그래 한 번 해봐. 너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용접사는 기능학교를 통해 용접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신혜 씨가 용접하기로 마음먹은 11년 전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사가 한 명도 없었다. 가족들도 주변 지인들도 모두 신혜 씨의 결심에 "꼭 그걸 해야 하느냐"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동료 화기감시자의 한 마디가 용기가 됐다. 신혜 씨보다 10살이 많던 동료 언니는 "내가 너 나이면 당장이라도 시작한다"며 일을 배워보라고 말했다. 여성 화기감시자로서의 설움을 아는 유일한 동료였다. 그 길로 신혜 씨는 용접을 배우기 시작했다. 

 

신혜 씨는 다른 남자 동기들보다 기술을 빨리 습득했다. 발전소와 같은 플랜트에서 배관 용접을 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여성 용접사가 전무하던 시절,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다. 용접사들은 취직 전 해당 용접에 적합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량 시험을 보는데, 신혜 씨에게는 기량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였다. 그는 "용접사로 이력서를 내도 '여자가 무슨 용접을 해', '일 시켜봤자 힘들어서 얼마 못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혜 씨와 함께 배관 용접 기술을 배운 남자 동기들은 모두 서산의 주요 공장과 발전소에 취직했다. 신혜 씨는 다른 동기들과 함께 배웠던 배관 용접을 하는 곳이 아닌, '잡철'이라고 부르는 인테리어 보강 공사를 하는 곳에 취직했다. 동기들은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데 신혜 씨는 그 틈에 낄 수 없었다. 박탈감과 서러움이 몰려왔다. 당시를 회상하던 신혜 씨는 눈물을 훔쳤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용접사로 첫 취직을 할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이는 신혜씨. ⓒ황지현

 

"기능학교 동기생들 10명이 좀 안 되게 모여 선생님을 모시고 밥을 먹었다. 다른 동기생들은 배관 용접을 하는 서산의 주요 4사로 모두 취업했다. 동기들도 저랑 똑같이 초보였다. 나는 하고 싶어도 배관 용접을 못하는데 그들은 배관 용접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끼리 나누는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그때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막 울게 됐는데, 동기들이 '누나 왜 그래?'하며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니들은 남자라고 기회를 줘서 파이프 용접을 하는데 나는 여자라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내가 배관 용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 둬야 하나"며 막 울었다. 그랬더니 동기들이 용기를 줬다. '누나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아크도 못하고 CO2(선급용접, 용접 기술의 일종)도 못하지만 누나는 할 수 있잖아. 기회는 주어질 거야'라면서 함께 울어주고 다독거려줬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서산의 한 공장이 증설에 나섰다. 용접사가 많이 필요해졌다. 신혜 씨는 그제야 회사에서 실시하는 기량 시험을 통과해 공장 현장 배관 용접사로 일하게 됐다. 하지만 용접사 일당보다 훨씬 적은 조공(보조작업자)의 일당을 받았다. 역시 여자라는 이유였다. 신혜 씨는 "그 당시 충남 서산에서는 여성 용접사를 쓰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거라도 어디냐, 용접만 시켜주면 가서 하겠다는 마인드로 감사히 일했다"고 말했다. 50킬로그램이 넘는 알곤 용접기를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메고 다녔다. 

 

그토록 하고 싶던 용접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남성들만 있는 조직문화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자가 무슨 용접이냐"고 무시당했고,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일을 시작할 때 저도 40대 초반이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이제는 연차도 쌓이고 단단해졌다. 내가 단단해지면 누가 쉽게 상처를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무더운 여름 셧다운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더우니까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준다. 팥빙수랑 우유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어떤 남자 동료가 우유가 떨어졌다고 팥빙수만 받아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우유가 없으니까 우유 좀 짜달라'고 그러더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서 "뭐라고요?"그랬더니 옆 사람이 '니 젖 짜달래잖아'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 순간 너무 열이 받았다. 그 자리에서 쌍욕을 하면서 "내가 애 젖 뗀지가 언젠데 아직도 젖이 나와! 니 며느리한테나 가서 짜달라 그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를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눈물을 훔쳤다. 내가 박차고 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신혜가 왜 그렇게 화를 냈냐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 상황을 전해듣고 우유 달라고 한 사람한테 미친 거냐고,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결국 그 사람이 내게 직접 와서 '아무리 친해도 그런 농담을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그래서 내가 일어나서 "미안한 거 알아? 그럼 빨리 일하러 가"라고 사과를 받아줬다.

 

그런 상황이 오면 사과를 받고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실 고소하면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고소하고 한두 달 안에 판결이 나는 게 아니고 법정공방을 지난하게 이어가야 하지 않나. 그러다보면 내가 피폐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은 사라지지 않고 항상 내 마음속에 남는다. 그러면 내가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할 말을 하고 사과를 받는다. 그리고 삭히는 거다. 지금도 욱 할 만큼 열 받는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내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어버린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50살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시대가 바뀌면서 혼자였던 신혜 씨 곁에 이제는 여성 용접사 동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혜 씨가 속한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에는 10명의 여성 용접사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남성 조합원이 4000여명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치지만 유일한 여성 용접사로 신혜 씨 혼자 버텨야 했던 시절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용접사 일당이 아닌 조공 일당 12만 원을 받고 일하던 신혜 씨는 이제 20만3000원의 용접사 일당을 받는 12년차 베테랑 용접사가 됐다. 주변 동료들도 "양손으로 용접하는 김신혜"라면서 그를 인정한다. 신혜 씨에게 일하게 만드는 동기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단번에 "일이 재밌다"며 웃어보였다. 자부심 넘치는 엄마를 따라 신혜 씨의 아들도 용접사로 일한 지 2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런 얘기하면 동료들이 미쳤다고 하는데, 파이프(배관)를 보면 반갑다. 용접하면서 '내가 너를 예쁘게 떼워줄 테니까 오래오래 잘 있으라'고 최면을 건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새로운 현장에 가면 설렌다. 현장마다 해야 하는 일도, 분위기도, 냄새마저도 다르다. 그래서 좋다. 더 일찍 용접을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건강하게 정년까지 용접을 하고 싶다는 신혜 씨는 "안되면 말고,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이니까 겁부터 먹지 말고 어떤 일이든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신혜 씨와 나눈 주요 인터뷰 일문일답.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본인과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김신혜 : 열심히 사는 엄마이면서 현장의 작업자, 노동자인 김신혜다. 72년생으로 나이는 50살이고, 용접사로 일한 지 12년차가 됐다. 

 

프레시안 : 몇 시에 일을 시작해서 어떤 일을 하는지. 

 

김신혜 : 하루 일과는 아침 5시부터 시작한다. 8시까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출근길에 차가 너무 밀려서 일찍 출근한다. 7시 20분쯤 도착해서 동료들과 인사하고 7시 40분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8시 10분쯤 현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한다. 배관사, 용접사, 조공 3인이 한 팀이 되어서 일한다. 배관사는 배관을 연결해서 루트를 이어나가고 저는 배관과 배관을 잇는 용접을 하고 조공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가공을 하면서 저희 일을 보조해준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마음을 맞춰서 일한다. 

 

프레시안 : 일당은 어느 정도인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당과 지금의 일당에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신혜 : 처음에는 일당 12만 원을 받고 일했다. 용접하면서 용접사 단가가 아니라 조공 단가를 받고 일했다. 첫 회사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용접공 단가로 못 주겠다고, 대신 조공단가로 주겠다고 했다. 그 당시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사를 쓰려는 회사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그거라도 어디냐, 용접만 시켜주면 가서 하겠다는 마인드로 감사히 일했다. 첫 현장에서 한 달을 그렇게 일하니 열심히 한다고 다음 달 단가를 14만 원으로 올려줬다. 그렇게 첫 현장에서 14만 원을 받으며 몇 개월을 일했다. 

 

다음 현장에선 시험을 통과해 용접사로 취직했고 용접사 단가로 18만 원을 받게 됐다. (용접사들은 취직 전 해당 용접에 적합한 용접기능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량시험을 본다. 편집자주) 남자들과 똑같은 단가였다. 이후 매년 임단협을 통해 조금씩 일당이 올라서 지금 일당은 20만3000원 정도다. 사실 달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다. 한 달에 일할 수 있는 날은 20일 정도고 그마저도 비가 오면 일이 없다. 그래도 공장을 세워서 진행하는 셧다운 현장에 가면 자정까지 연장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많게는 1000만 원 정도를 벌 때도 있다. 

 

프레시안 : 신혜 씨는 주로 어떤 걸 용접하는지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나. 일의 장단점도 궁금하다.

 

김신혜 : 물이나 기름이 지나가는 워터배관, 오일배관, 그리고 황산이나 질소와 같은 가스가 지나가는 특수 배관을 용접한다.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가스 배관을 이어 붙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하면서 신경 쓰는 건 최대한 빈틈이 없게 용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접 과정에서 배관에 공기방울이 들어가면 그 작은 틈을 통해 황산이나 질소 가스가 새어나가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 그런 위험한 가스가 가득차면 폭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람이 질식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런 결함을 방지하기 위해 용접 후 엑스레이나 PAUT(위상배열초음파검사) 등의 비파괴검사를 통해 용접의 안정성을 점검한다. 

 

이 일의 좋은 점은 일하는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술자니까 사람들이 인정해준다. 현장가면 내가 여자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용접사님' 혹은 '반장님'이라고 부른다. 누가 나한테 '님'자를 붙여주겠나. 일터 밖으로 나가면 '아줌마', '이모' 이러지. 단점은 남자들과 일하다보니 성향이 조금 안 맞는 점이 있다는 정도다. 금방 잊어버리긴 하는데 여전히 '여자가 용접을 해?'하면서 무시하는 이도 있고, '여자가 여자다워야지',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용접할래'하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백에 한 명 정도다. 그런 사람들이 한 이야기는 빨리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게 내 정신 건강에 좋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씨를 만났다. 후배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는 신혜씨. ⓒ황지현

 

프레시안 : 용접사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김신혜 : 지금은 없어진 삼성석유화학에서 포장 업무를 7년 동안 하다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잘렸다. 그러다 지인이 화기감시자 일을 제안해서 시작했다. 화기감시자는 화기작업자들 근처에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불이 나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이다. 화기감시자로 현장에 와보니 용접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충남 서산 첫 여성 용접사라고 들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 

 

김신혜 : 처음 현장에서 두 달 정도 화기감시자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화기위험만 감시하는 게 아니라 주변 청소부터 작업자들이 원하는 것을 갖다줘야하는 도공 수준의 일을 했다. 그러면서 용접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유심히 봤다. 한 번은 탱크 안에서 용접하는 아저씨한테 "아저씨 이거 어려워요?"라고 물으니 '왜?' 이러더라.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그래 한 번 해봐. 너도 할 수 있다'며 건설노조 기능학교를 통해 용접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줬다. 제가 인복이 많다. 

 

프레시안 : 용접사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김신혜 : 다 반대했다. 꼭 그걸 해야 하느냐고들 했다. 제 지인들도 다른 식당에 자리 있다고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지, 용접하겠다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화기감시자로 같이 일했던 동료언니가 유일하게 날 응원해줬다. 그 언니에게 "언니 저도 용접 한 번 해볼까요? 기능학교라는 곳이 있대요. 저도 배우면 어떨까요"라고 물어봤더니 그 언니가 '내가 너 나이면 당장이라도 시작한다'며 해보라고 말했다. 그 언니는 50살이었고 저는 40살이었는데, 그 언니의 한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됐다. 여성 화기감시자로 일하는 게 또 다른 설움이 있다. 그러다보니 동료 언니도 화기감시자로 일하면서 나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내가 하는 일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엄마가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프레시안 : 여성 용접사가 전무하던 시절에 동료 여성의 격려가 큰 용기가 됐을 것 같다.

김신혜 : 그 언니의 격려 때문에 제가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접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건설노조 기능학교에서 야간에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화기감시자 일을 끝내고 저녁 6시부터 2시간씩 일을 배웠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애들이 어리니 밥도 해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했다. 그러자니 입술이 다 부르텄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일을 그만두고 용접을 배우는데 올인했다. 내 수업시간은 저녁이었지만 아침부터 나가서 연습을 해도 되느냐고 기능학교 선생님께 물었더니, 요즘 사람이 없다고 얼마든지 하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아침마다 용접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수업을 들었다. 저는 정말 일을 빨리 배워서 3개월 만에 (플랜트 배관 용접사로) 일을 구하러 나갔다. 서산 지역에 현대오일뱅크, 삼성석유화학(한화), 롯데, LG 등 플랜트 배관 용접사로 일할 수 있는 주요 4사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저를 안 받아줬다. 여자라는 이유였다. 여성 배관 용접사가 없던 시절이니까...

 

프레시안 : 기술직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난 기술직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초보 시절에 일을 구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여성과 남성이 같은 초보 실력이어도 현장 관리자는 남성을 선호한다. 

 

김신혜 : 2012년, 일을 시작했을 당시 충남 서산에선 제가 첫 여성 용접사였다. 이 지역 사람들은 여성 용접사랑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었다. 내가 용접사로 이력서를 내도 '여자가 무슨 용접을 해', '일 시켜봤자 힘들어서 얼마 못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회사에서 실시하는 기량 시험을 볼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배웠던 배관 용접을 하는 게 아니라 '잡철'이라고 부르는 보강 공사부터 시작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그러던 중 기능학교 동기생들 10명이 좀 안되게 모여 선생님을 모시고 밥을 먹었다. 다른 동기생들은 배관 용접을 하는 서산의 주요 4사로 모두 취업했다. 동기들도 저랑 똑같이 초보였다. 나는 하고 싶어도 배관 용접을 못하는데 그들은 배관 용접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끼리 나누는 배관 용접 현장 이야기에 도저히 낄 수가 없었다.

 

그때 울컥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 막 울게 됐는데, 동기들이 '누나 왜 그래?'하며 깜짝 놀랐다. "니들은 남자라고 기회를 줘서 파이프 용접을 하는데 나는 여자라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내가 배관 용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 둬야 하나"며 막 울었다. 그랬더니 동기들이 용기를 줬다. '누나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아크도 못하고 CO2도 못하지만 누나는 할 수 있잖아. 기회는 주어질 거야'라면서 함께 울어주고 다독거려줬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프레시안 : 그러면 어떻게 배관 용접 현장에 갈 수 있었나. 

 

김신혜 : 정말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배관 용접사로 시험 볼 기회가 내게도 주어졌다. 서산의 주요 4사 중 하나였는데, 당시 공장 증설에 나섰다. 증설을 위해 용접사가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용접사 기량 시험에 합격해 배관 용접을 시작하게 됐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알곤 용접기(아르곤 가스를 이용한 용접기)는 50킬로그램이 넘는데, 양쪽 어깨에 피멍이 들어도 그걸 메고다녔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일했다. 왜? 난 여자니까. "무거워서 못해요"라고 해버리면 또 도태되니까 더 열심히 했다. 지금도 그렇게 일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여자라고 무거운 걸 조금 덜 들면 제 팀인 배관사와 도공 그 두 사람이 더 무거워진다. 

 

프레시안 :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보면 '남자 동료들은 힘들면 죽겠다, 힘들다고도 하는데 오히려 여자라서 힘들다는 내색을 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김신혜 : 맞다. 그 분도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겠나. 나도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여자들이 근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집에 가면 온 몸이 다 아프다. 아이 둘을 출산 하다 보니 연골도 안 아플 수가 없다. 신체적인 조건부터 남자들과 다르다. 그래서 피멍이 항상 들어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력이 생겼으니 정말 힘든 날은 남자 동료들한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럼 주변 사람들이 정말 흔쾌히 도와준다.

 

프레시안 : 용접사 중 여성 노동자 수는 얼마나 되는가. 비율이 궁금하다. 

 

김신혜 : 지금까지 6명 봤다. 대부분 남성들이다. 여성들은 손에 꼽을 수준이다. 

 

프레시안 : 여성 용접사 수가 왜 적을까. 

 

김신혜 : 여성 스스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용접을 배워야하는데 애도 키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까. 그리고 보통 신랑들도 하지 말라고 하니까 여성들이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 한 여성 화기감시자 후배가 용접을 할까 고민하길래 해보라고 했는데 신랑이 반대해서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직접 해보니 여자들이 못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접해보지 못해서 못한 것 같다. 충분히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화장실은 충분히 있나. 요새 건설현장에는 대부분 여성 화장실이 있는 것 같다.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휴게공간 상황은 어땠나. 

 

김신혜 : 화장실을 가는 것도 일이라 물도 잘 안 먹고 밥도 조절해서 적게 먹었다. 옛날 화장실은 상상도 하기 싫다. 남자들은 바지만 내리면 어디서든 용변을 보던 시절이니 그게 부럽기도 했다. 

 

또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하니까 그게 너무 불편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도 다 낳았으니 자궁을 적출하면 생리를 안 하지 않겠느냐'고 한 적도 있다. 의사선생님께서 왜이렇게 무식한 소리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더라. 생리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바뀌는 일이라고 나를 말렸다. 대신 생리를 억제할 수 있는 미레나 시술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시술 받았다. 피임이나 다른 목적이 아니라 오로지 현장에서 편하게 일하려고 시술 받았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신혜 씨가 서산의 첫 여성 용접사이다보니 남성들만 있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신혜 : 처음에는 많이 울었다. 일을 시작할 때 저도 40대 초반이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 용접을 할 때 불꽃이 튀는데 그 불빛으로 눈에 화상을 입었을 때 모유를 짜서 넣으면 빨리 괜찮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되도 않는 소리지. 한 번은 나이가 많은 남자 조공이 눈에 화상을 입었다. 그때 날 보고 '니 젖 좀 짜주라' 이러더라.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요?"이러고 한참을 아무 말을 안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순간적으로 실수한 걸 느끼고 '아니...'이러면서 사과하길래 한숨만 푹 쉬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는 연차도 쌓이고 단단해졌다. 내가 단단해지면 누가 쉽게 상처를 줄 수 없다.

 

프레시안 : 말 못 할 일들이 많으셨을 것 같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차별적인 순간이 있나.

 

김신혜 : 한 번은 무더운 여름 셧다운 현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 더우니까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준다. 팥빙수랑 우유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어떤 남자 동료가 우유가 떨어졌다고 팥빙수만 받아왔다. 그러더니 나한테 '우유가 없으니까 우유 좀 짜달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뭐라고요?"그랬더니 옆 사람이 '니 젖 짜달래잖아'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 순간 너무 열이 받았다. 그 자리에서 쌍욕을 하면서 "내가 애 젖 뗀지가 언젠데 아직도 젖이 나와! 니 며느리한테나 가서 짜달라 그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창피를 무릅쓰고 그렇게 했다.

 

그리고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눈물을 훔쳤다. 내가 박차고 나간 자리에 남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김신혜가 왜 그렇게 화를 냈냐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주변 동료들이 그 상황을 전해듣고 우유 달라고 한 사람한테 미친 거냐고, '당장 가서 사과하라'고 말했다. 결국 그 분이 내게 직접 와서 '아무리 친해도 그런 농담을 하면 안 되는데 미안해'라고 사과했다. 사과를 받아 줬다. 

 

프레시안 : 명백한 성희롱이다.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넘겨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다.

 

김신혜 : 그런 상황이 오면 사과를 받고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 사실 고소를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을 고소한다고 한두 달 안에 판결이 나는 게 아니지 않나. 법정공방을 지난하게 이어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피폐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항상 내 마음속에 남는다. 그러면 내가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상황을 그냥 넘기지 않고 내가 할 말을 하고 사과를 받는다. 그리고 삭히는 거다. 지금도 욱 할 만큼 열 받는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내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었다. 

 

프레시안 : 부당하고 차별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유지하게 만든 동기가 뭐였나.

 

김신혜 : 일이 재밌다. 이런 얘기하면 동료들이 미쳤다고 하는데, 파이프(배관)를 보면 반갑다. 용접하면서 내가 너를 예쁘게 떼워줄 테니까 오래오래 잘 있으라고 최면을 건다. 지금도 눈을 뜨면 일하러 갈 수 있는 게 너무 좋고 새로운 현장에 가면 설렌다. 올 여름도 엄청 더워서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내 적성에 맞는 일 같다. 저는 근력은 부족해도 체력이 좋다. 밤새워서 일을 해봤는데, 남자들은 다 떨어져나가는데 저는 아침까지 쌩쌩했다. 체력이 방전된 남자 동료들 일을 대신 해준 적도 있다. 그 친구는 아직도 내 체력이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프레시안 : 고된 일인데도 재미있다고 말하는 신혜 씨의 눈빛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김신혜 : 아들이 크론병을 앓고 있었다. 아이들과 먹고 살고 아들 병원비도 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고단가 일이 필요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아이들이 나를 기대고 일어서게 하고 싶었다. 아들 줄기세포 이식수술이 1500만 원이었는데 45일동안 밤낮으로 일해서 그 돈을 벌었다. 너무 뿌듯했다. 이제는 아들도 완치 수준으로 회복했고 아이들도 날 자랑스러워한다. 내 아들도 나를 따라 용접사 일을 시작했다. 자부심을 가진다.

 

프레시안 : 아들이 어머니를 따른 건가. 

 

김신혜 : 제가 추천했다. 어느 날 아들이 진로 고민을 하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심각하게 물어보길래 용접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고, 돈도 되지만 열심히 하면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용접을 배우고 일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적성에 잘 맞는다고 했다. 아들이 일하는 곳의 반장님이 저한테 아들이 용접한 배관에 결함이 하나도 안 나왔다고 하더라.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프레시안 : 신혜 씨에게 용접은 어떤 의미를 갖나. 

 

김신혜 : 용접은 내 일상. 지금도 너무 좋다. 파이프만 보면 반갑다. 나는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현장마다 해야 하는 일도, 분위기도, 냄새마저도 다르다. 그래서 좋다. 더 일찍 용접을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프레시안 :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 

 

김신혜 : 최대한 건강하게 정년까지 일하는 게 목표다.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싶다. 

 

프레시안 :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김신혜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큰 상처라고 하면 큰 상처가 되지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면 별 거 아니게 되더라. 특히 여성분들, 겁부터 먹지 말고 어떤 일이든 도전하면 좋겠다. 안되면 말고.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이니까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충남 서산의 플랜트건설기능학교를 찾아 12년째 용접사로 일하는 김신혜 씨를 만났다. ⓒ황지현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땡윤뉴스 싫다" 시청자 반발, KBS 수신료 급감 현실화

KBS <더라이브> 등 폐지 반발 "수신료 안낼 것", 분리징수로 수신료 납부 거부 확산 우려

23.11.18 17:44l최종 업데이트 23.11.18 17:46l
큰사진보기KBS 박민 사장이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  KBS 박민 사장이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제 땡뉴스 안 볼거고 KBS에 수신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음."

박민 KBS 사장이 KBS 2TV '더라이브'를 폐지하고, 뉴스 앵커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집단적인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박민 사장이 KBS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3일 취임한 박민 사장은 취임 첫날 이소정 등 <뉴스9> 앵커를 바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강제 하차시켰다. 또 KBS 2TV 시사 프로그램인 <더라이브>를 편성표에서 삭제하면서 '쿠데타'에 비견되는 조치들을 연일 강행하고 있다.

"더라이브, 주진우 살려내라"... 빗발치는 시청자 청원

그런데 박 사장의 조치에 대한 시청자 반발이 심상치 않다.

18일 KBS가 운영하는 '시청자 청원' 게시판을 보면, 지난 13일 KBS 2TV <더라이브> 폐지 반대를 촉구하는 시청자 청원 10건에 대한 동의자 수가 모두 1000명을 넘었다. 중복은 감안해야겠지만, 1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더라이브> 폐지에 반대한 것이다. 동의자 수가 1000명을 넘은 청원에 대해선 KBS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더라이브>와 <주진우 라이브> 재개, KBS 앵커 복귀 등을 촉구하면서 수신료 납부 거부를 벌이겠다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 이아무개씨는 지난 16일 "KBS에서 보는 것이 9시 뉴스하고, 더라이브인데 왜 당신들 마음대로 앵커 바꾸고, 폐지하는데"라며 "이제 땡뉴스 안 볼거고 더라이브를 재개안하면 KBS에 수신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음, 앞으로 수신료를 안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아무개씨도 지난 15일 청원에서 "정권의 입맛에 안 맞으면 자르나, 지금 시대가 5공때 입니까, 국민 무서워 하셔야 한다"면서 "지금이 영원할 것 같나, 정권 얼마 남지 않았다, 수신료 안내겠다"고 수신료 납부 거부를 선언했다.

수신료 납부 거부를 공개 선언한 2개 청원의 동의자 수는 모두 118명에 달한다.

"땡뉴스 볼 필요 없어, 수신료 안낼 것" 수신료 납부 거부 본격화
  
지난 14일 "이 나이에 KBS 회원으로 가입하게 될 줄 몰랐다"는 김아무개씨의 청원은 KBS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비판이 담겨 있다. 자신이 중도 보수라는 김씨는 박민 사장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전두환 시절'과 비견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박민 사장에게 "대통령이 또는 국민의 힘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는 방송 폐지하고 진행자 교체하는 것이 공영방송 대표로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며 "취임 첫날에 바로 한다는 것이 진보쪽 색깔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거나, 대통령실에서 마음에 안 들어하는 프로그램을 폐지를 하니 앞으로 KBS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인다"고 했다.

김씨는 "언론이 정부가 잘 못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지적한다고 해서 이를 진보,좌익 프로그램으로 분류하여 폐지한다면 40년 전 제5공화국 전두환 시절과 무엇이 다르다는 건가"라며 "나 같은 중도보수인 사람도 이번 정부와 KBS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큰사진보기KBS 시청자 청원에 올라온 '수신료 납부 거부' 청원
▲  KBS 시청자 청원에 올라온 '수신료 납부 거부' 청원
ⓒ KBS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9>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징역 1년 확정 소식을 지상파 3사 저녁 메인 뉴스 중 가장 후순위(30개 뉴스 꼭지 중 17번째)로 다루면서 공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KBS 구성원들은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 나흘 만에 KBS가 지난 50년 동안 쌓아온 신뢰와 시스템이 한 순간에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걸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 공정성 논란까지 가중, 수신료 수입 급감 얼마나?

이같은 시청자들의 반발과 뉴스 공정성 논란은 수신료 급감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방송법 시행령을 고쳐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도록 하면서, 시청자들이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을 방법이 생겼다. 차후 가산세 등 추가금을 물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그럼에도 수신료 납부를 않는 시청자들도 8월 이후 늘고 있다.

KBS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수신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신료 수납률은 평균 99.8%로 100%에 가까웠다. 그런데 분리징수 시행령이 공포된 뒤, 8월 수납률은 96%, 9월에는 94%대로 떨어졌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8월 23억6000만 원, 9월 33억3000만 원의 수신료가 덜 걷혔다.

한국전력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본격화하기로 한 10월부터 수신료 수납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박민 사장의 조치에 반발하는 시청자들까지 수신료 납부 거부에 나선다면, KBS가 입을 재정적 타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KBS의 연간 예산 중 30% 가량은 수신료 수입으로 충당된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대국민사과'라고 포장한 '대용산 사과'를 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잇따라 강제적으로 폐지하면서 오히려 KBS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박민 사장이 정권에 충성하려는 일련의 조치들로, 수신료 급감 등 KBS 경영이 악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KBS 구성원들과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KBS)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