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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하' 한동훈의 국민의힘, '검찰공화국 프레임'의 완벽한 성립

[박세열 칼럼] 검사 대통령에, 검사 집권여당 대표? 전두환 노태우 이후 처음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1.18. 04:59:18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革新)'에는 '혁'은 있으되 '신'이 안 보인다. 지금 혁신위는 낡은 것(윤핵관)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것이 대통령실의 "신호"라고 했다.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치자. 혁신의 완성은 낡은 것이 나간 자리를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흘러간 물을 폐수처리한 후, 그 자리에 들어찰 물의 '수질'이 어떤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권력의 옆자리엔 공백이 없다. 애초에 혁신위가 '윤핵관 불출마'를 종용한 것은 '윤핵관'을 빼낸 자리를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로 보는 게 맞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 '누군가'로 메우고자 하는 누군가(기획자)는 또 누구인가. 짚이는 인물들도 있고, 정치권에 '설'들도 파다하다. 드러난 현상과 어지러운 의지들을 통해 우린 거대한 코끼리의 퍼즐을 맞춰 볼 수 있다.

 

'물갈이론'이 여권을 헤집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사는 단연 한동훈이다. '한동훈 등판론'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정치에 뛰어들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꽤 구체적이다. 이준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취가 결정된 것 같다. 정치 쪽으로 튼 것 같다"고 했다. 친윤계 유상범 의원은 한 장관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했다. 병립형 회귀든, 권역별 비례든 선거 룰이 확정된 게 아니어서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한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마침 한 장관의 부인의 공개 활동이 언론에 포착됐다. 부인의 명찰에는 '법무부장관의 부인'임을 가리키는 표식이 있다. 같은 날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한다는 공지가 떴다.

 

'검찰 공화국'의 마지막 퍼즐은 한동훈이다. 과거 군인 출신 대통령(전두환)에 군인 출신 집권당 대표(노태우)의 경우가 있긴 했지만, 검사 출신 대통령에 검사 출신 대표(비상대책위원장 내지는 당의 간판)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한 장관은 성인이 된 후부터 50의 나이까지 평생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후배이자, 검찰 후배, 직속 부하였다. 검찰의 '윤석열 라인'이 범국가적으로 팽창하더니, 결국 '3권 분립'의 두 축을 장악할 기세다. (마지막 한 축인 법원 수장에 대통령의 친구가 인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과연 뼈아플만 하다.) 

 

'검찰 공화국'의 프레임은 이로써 완성된다. 

 

 

 

생각해보면, 한동훈 등판론이 점화된 계기는 검찰 수사관 출신(김태우)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였다.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간 집권 여당은 선거 패배 후에도 엉뚱한 곳에서 '혁신의 칼'을 휘두르며 되레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하려 노력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월에 "지금도 검사 정권이라고 공격받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 검사들이 대거 나오면 전국적으로 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조언따윈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요직을 꿰찼던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이제 줄줄이 내년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한동훈 등판론'의 핵심은 '신선함'이다. 1973년생으로 50살인 그는 강남 8학군 압구정동 현대고 출신이고 '86운동권 청산론'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리더급 인사들 중엔 꽤나 귀한 인물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자잘한 '미담'들이 있었으나, 그가 법무부장관 시절 무엇을 했는지 '성과'는 불분명하다. 한동훈의 법무부는 지난 정권 시절 축소된 검찰의 권한을 되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을 뿐이고, 몇몇 수준 미달의 야당 의원들과 '말싸움'을 통해 지지자들을 통쾌하게 해 준 게 사실상 전부다. 한동훈 법무부 체제 하 검찰은 야당 대표를 2년간 집요하게 수사해 왔을 뿐인데, 그나마 그 수사조차 지지부진하다. 

 

아픈 부분도 많다. 이번 정부 들어 법무부가 가져간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은 처참한 수준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하며 "(인사검증을 거친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내가 책임을 져야 될 상황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인사 참사가 나니 "가부 판단은 하지 않고 자료들을 프로토콜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수집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발을 뺀 것도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차기 보수 리더 한동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린 한동훈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한동훈의 연금개혁 비전은? 노동 개혁 비전은? 정치 개혁 비전은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 경제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인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비전은 있는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계승할 것인가? 그의 유일한 장점은 '나쁜 정치인, 깡패 잡아들이는 일'인데, 당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올라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은 쌍둥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도 그렇고, '국가 운영 비전'이 무엇인지 드러난 것도 없다.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두루뭉술한 가치들로 정치를 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2년은 앙상한 밑천을 드러내는 과정이었다. 경제는 안 좋은 측면에서 '역대급' 기록을 갱신 중이다. 한동훈 장관이 갖고 있는 '경제적 비전'이란 건 어떤 내용인가?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졌다는 '공정', '자유', '법치'와 같은 가치들은 바로 세워지긴 한 건가? '대통령실 불공정 채용'을 기억한다. 언론자유지수는 하락세이고(국경없는 기자회, 지난해 43위에서 47위로), 대법원 유죄 판결 3개월만에 측근을 사면해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게 '법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조국 때려잡고, 운동권 때려잡고, 물리적 세대만 바뀐다고 세상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단 한번도 의정활동을 해 보거나, 대중에 나와 정치적 비전을 보여준 적이 없는 한 장관은 정치 철학, 비전, 국정 운영 능력 어느 것도 검증된 적이 없다. 심지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젊은 윤석열', '세련된 윤석열'이 또 필요한 것인지 우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동훈 장관이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때 우린 또 다른 '리틀 윤석열'을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 모르겠다. 

 

명실상부 윤석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핵관 중의 핵관'인 한 장관이 당의 간판으로 올라서면 유권자들이 그걸 '혁신'이라고 여겨줄 지 궁금하다. 초보 운전자를 운전석에 앉혀 사고가 났는데, 얼굴과 이름만 다른 똑같은 초보 운전자를 또 내세웠을 때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도, 매우 궁금하다. 

 

▲2019년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현재 법무부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현재 대통령).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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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은 KBS, 일선 기자들과 PD도 "전례없는 폭압적 조치"

뉴스앵커, 라디오 진행자 잇따라 하차... KBS 기자협회와 PD들 "사과하라"

23.11.17 15:33l최종 업데이트 23.11.17 15:37l
KBS 박민 사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KBS 박민 사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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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 사장이 취임 첫주에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 앵커를 비롯해 주진우 등 라디오 진행자들도 강제 하차시키자 구성원들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 노조는 물론 일선 기자와 PD들도 박 사장이 취한 조치들에 대해 '공영방송 역사상 전례 없는 폭압적 조치'라며 책임자 사과 등을 강력 촉구했다.

지난 13일 정식 취임한 박민 사장은 취임 첫주 차에 '쿠데타'에 비유되는 조치들을 속전속결 단행했다. 우선 12일에는 KBS 내 부서별로 대규모 인사 조치를 단행, 기존 김의철 사장 체제에서 핵심 보직을 맡던 간부들을 대부분 좌천시켰다.

박민이 지적한 '불공정 뉴스', 기자들은 "보도가치 높았다" 반박

취임 첫날에는 이소정 등 <뉴스9> 앵커를 바꾸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주진우 기자도 강제 하차시켰다. 또 KBS 2TV 시사 프로그램인 <더라이브>를 편성표에서 삭제했다. 기존 뉴스 앵커와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언론노조 KBS 본부의 반발에도 "(이전) KBS 보도가 불공정했다"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대국민 사과"가 아닌 "대용산 사과"라고 비판했다.
 
11월 14일자로 KBS <뉴스9>가 보도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박장범 앵커의 멘트와 사례들로 구성된 리포트로 별도의 기자 이름 표기 없이 나갔다.
▲  11월 14일자로 KBS <뉴스9>가 보도한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박장범 앵커의 멘트와 사례들로 구성된 리포트로 별도의 기자 이름 표기 없이 나갔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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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를 보기 어려운 조치들에 KBS 일선 기자들과 PD들도 집단 반발하고 있다. KBS 기자들의 모임인 KBS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박민 사장의 대국민 사과 내용와 KBS '뉴스9' 보도(제목: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11월 14일자)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책임자 사과를 요구했다.

KBS 기자협회는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에 대해 "9시 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며 "그간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공정성 훼손 기사로 지목된)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협회는 '불공정 뉴스 보도'로 지목된 기사를 하나하나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보도 가치가 높았던 리포트였다고 반박했다. '오세훈 생태탕' 검증 보도에 대해 검찰이 취재기자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측량 현장에 간 사실을 부인한 오 시장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점, 김만배 녹취록 인용보도와 관련해서는 균형감 있게 보도했고 보도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편파 논란이 불거질 수 있었던 점들을 짚었다.

또 윤지오 인터뷰의 경우 윤지오씨를 둘러싼 후원금 의혹에 대한 KBS의 별도 후속 취재가 이뤄졌고, 검언유착 의혹 오보의 경우 정파적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협회는 그러면서 보도본부 책임자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 공정성 훼손 보도의 판단 기준과 원고 작성자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KBS 사측에는 박민 사장이 이야기한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징금 처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발령도 안 난 라디오센터장이 주진우 하차 지시"

KBS 라디오 현업 PD들도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잇따른 강제 하차에 대해 "공영방송 50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폭압적 조치"였다고 반발했다. 라디오 PD들은 지난 15일 PD협회 라디오구역 비상총회에서 결의한 'KBS 사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이 발령 일자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진우 라이브' PD에게 주진우 하차를 지시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임기 시작 전 발령문조차 뜨지 않은 시점에서 김병진 당시 센터장 내정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고 편성 변경을 시도했다"며 편성규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며 "입사 1년 차 피디부터 경력 15년의 메인 피디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겠다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김병진 센터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업 PD들은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의 공식 사과와 사퇴, 편성규약 위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KBS 측에 김병진 센터장 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그 답을 아직 듣지 못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13일 성명에서 "박민 사장 임명 재가 이후 KBS 내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점령' 이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장 임명 직후부터 KBS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는 박민씨가 과연 사장 자격이 있는가, 공영방송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고 오는 박민 사장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태그:#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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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25주년.."이제 그만 청산하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1/18 10:13
  • 수정일
    2023/11/18 10: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투자손실 전액 지급, 대출 채무면제 등 보상특별법 제정 요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1.17 14:10
  •  
  •  수정 2023.11.17 14:18
  •  
  •  댓글 0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17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17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년전인 1998년 11월 28일 관광객 882명을 태운 '현대금강호'가 동해항에서 출항해 금강산으로 향했다.

어려움이 없던 것 아니지만 2003년 2월부터 육로관광이 시작돼 중단 직전까지 누적 관광객 수 200만명 돌파를 앞둘만큼 금강산관광은 안팎의 관심과 기대속에 순항했다.

2008년 8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그 이튿날부터 전면 중단되기 까지 금강산관광은 10년 진행되다 지금까지 중단 15년을 넘기고 있다.

금강산관광 2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금강산기업협회(회장 전경수)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회장 최요식) 기업인들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한 청산요구를 제기했다.

"정부가 허가하고 정부가 중단시켰으니 정부가 청산하라"는 요구이다.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정경수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금강산관광은 이제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피해보상특별법으로 국가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강산기업들의 요구"라고 밝혔다.

청산의 핵심내용은 금강산기업들의 손실보전, 투자금 전액 지급 및 대출금과 이자탕감 등을 피해보상특별법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등 정치적 이유로 통치권 차원에서 모든 남북경협을 중단시켰다고 하면서 금강산기업들의 피해보상 요구에는 '법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계속하고 있지만, 태풍이나 코로나19 등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도 특별법으로 피해 국민들을 지원하거나 보상해 왔는데 왜 이 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회장은 "이제 금강산관광은 물거품이 된 상태이니 지금은 완전히 청산 절차를 밟아 남북경협 1세대는 물러나고 훗날 남북관계 개선 후에 2세대들이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업중단 조치로 인해 금강산기업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정당한 지원(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소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개성공단기업들에게 제공한 피해지원 기준과 형평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요구이다.

특히 개성공단기업인들에게는 투자자산의 90%를 지원한 정부가 금강산 및 5.24조치 피해기업(내륙투자기업 등)에게는 45%만 지급한 것은 문제이니 투자자산의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이 자기자본과 개인 은행대출로 투자한 피해자들인데, 왜 자금지원도 해주지 않은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들에도 미치지 못하는 차별적인 지원기준을 적용하느냐는 것. 

개성공단과 달리 관리위원회나 보험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가입할 수도 없었던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개성공단기업 중 보험미가입 기업에 대한 지원 기준을 일괄 적용해 45%로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심사에 누락되어 단 한푼도 피해지원을 받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투자자산 100%지원과 함께 △수출입은행 대출금 이자 및 전액 채무면제 △국회 피해보상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라는 것이 기업들이 요구하는 청산의 내용이다.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흥 전 금강산기업협회 회장은 "2007년 5월 금강산사업을 위해 38억원을 투자해서 맥주공장과 레스토랑, 면세점 5군데를 운영하다 13개월 뒤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사업을 접은 장본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고는 "내가 경영을 잘못해서 사업을 접은 것 아니지 않나? 정부가 승인해주고 호응하고 지원했던 사업을 정부가 중단시키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다시 사업을 해서 잘 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초반에 금강산에 들어갔다가 지금 60대 후반인데 이 빚을 자식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않나. 제발 빚더미에서 벗어나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5.24조치 피해기업 대표로 자리를 함께 한 김기창 한반도교역투자연합회 회장은 "경협인들은 국가의 지침과 지도를 따라 지구상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북한과 교류하며 투자도 해왔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사업을 중단시켰으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통일이나 민족 화해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며, "죄없는 자기 나라 국민을 내치는 국가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25년전 민화협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현대금강호에 승선했을 때 썼던 모자를 쓰고 나온 이장희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남북경협은 처음부터 민의 힘으로 물꼬를 터 온 역사"라고 하면서 "정부의 역할은 이를 공고화, 제도화하며 외풍을 막아주어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중단에는 정부의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걸고 투신한 기업인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과 보상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통일부는 기업들의 회견문을 전달받았으나,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는 "정부로서는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기업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을 청취해나갈 예정"이라는 의례적 답변 이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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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관리’ 공감한 미중, ‘친미반중’ 올인했다 길 잃은 윤석열 정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이 바이든 정부 이후 꾸준히 유지해온 강력한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 노선을 약화하며 대중 관계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가 없는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의 노선 변경을 마다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15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안정화에 대한 공통된 의지를 확인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이지만, 이를 합리적이고 관리 가능하게 해 충돌이라는 결과를 피하는 게 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규제나 대만 문제 등 핵심 이해관계와 직결된 현안에서 양 정상 간 이견이 미묘하게 표출되긴 했으나, 포괄적으로는 ‘이제 그만 싸우고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공통적으로 확인한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 변경은 당장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평가되는 측면도 있으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중국과의 경쟁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국 정가나 재계의 분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팽배해 있었다. 이는 이제 더이상 미국이 중국을 힘으로 굴복시키지 못한다는 상황에 대한 확인 등 자국이 그동안 누려온 패권이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 유의미한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유럽과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 다수가 미중 사이에서 중간지대를 자임하며 전략적 균형을 취하려는 모습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중 경쟁의 미래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불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진영을 막론하고 누구든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를 쉽게 점치지 못한다. 중국이 미국과 완전히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단계까지 온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을 다양한 측면에서 힘으로 압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롱 게임(long game)’에 주목, “장기간에 걸쳐 탈동조화나 전면적인 무력충돌 없이 ‘롱 게임’을 펼칠 것으로 본다”며 “양국은 ‘관리된 전략경쟁’을 하면서 상호의존과 함께 공동발전하는 공진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롱게임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에 대해 “양국은 평화공존을 위해 전략적 균형 유지와 상시적인 대화채널을 구축해 전략적 오판을 피하면서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 공산당 체제를 붕괴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미국의 이익은 물론이고 세계평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관점”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중 정상회담 내용과 미국 정·재계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가장 현실에 입각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두 정상은 군 고위급 소통과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상시 전화통화 체계 구축 등 군사 대화를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재계는 행정부의 중국 디커플링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 이상으로, 경제 협력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애플, 테슬라, 구글, 인텔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 CEO들은 직접 방중해 중국과의 투자 협력을 약속했다. 또한 미국의 디커플링 기조가 유지되던 2022년 미중 간 무역액은 역대 최고치인 7천600억 달러에 달했다. 서로의 외교 정책과 무관하게 양국 간 경제·무역 상호의존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인 셈이다. 다만 미국으로선 전면적인 디커플링 대신 첨단기술분야 중심으로 부분적 디커플링을 밀고 갈 여지는 남아 있다. 이에 중국 역시 내부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분적 디커플링이 중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면 무의미해진다.

 

 

 

팀 쿡(왼쪽) 애플 CEO가 중국 베이징에서 딩쉐샹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쿡 CEO는 "애플은 경제 세계화의 방향을 견지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10.20. ⓒ뉴시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분리 정책에 따른 관계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기로 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과 관련해 생산원가 상승, 미국 정부 지원의 불확실성 등 여러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 가동과 관련해 TSMC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전망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미국과 아시아(한국·대만)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짓고 10년간 운영했을 때 드는 총 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미국에서 드는 비용을 1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국·대반에서는 78원이 들고, 중국에서는 63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측면에서 미국 공장은 ‘최악’의 카드인 셈이다.

이처럼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중국 디커플링 정책은 불안정한 요소들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는 다른 국가들로서도 리스크를 마냥 감수하고 갈 수만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 행정부 역시 이런 흐름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월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동맹 우방국들과 더불어 ‘차이나 쇼크’를 관리하겠다. 이는 중국과의 결별, 탈동조(di를 하자는 게 아니라 위험 해소(derisking)와 다변화(diversification)을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경쟁을 서로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가능한 지점에선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모든 영역에서의 전방위 대중 전면전이 미국, 특히 미국 중산층의 이익에도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6월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찾은 것을 계기로 사실상 ‘디리스킹’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한 바 있다.

안보적으로는 한미일이 삼각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함에 따라 동시에 강화하는 북중러 삼각 공조가 안보 딜레마 현상을 낳는 것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관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의 긴장까지 극대화할 경우 얻게 될 국가적 손실이 크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친미반중’ 올인한 한국이 설 자리는?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 정부만이 일관되게 디커플링에 경도돼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여기 참여하는 14개국과 공급망 협정을 맺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로도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IPEF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IPEF 협상 분야는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인데, 한국은 4개 분야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안보적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자칭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대중 견제 노선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공식화하는 등 반중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9일(현지시간) 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가 주최한 갈라 만찬에서 환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특히 지난 5월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적 해상 영유권’, ‘일방적 현상 변경’ 등의 표현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것들이다. 역대 우리 정부가 외교 무대에서 자제해온 표현이다.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건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다소 과격해진 것이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대미 관계처럼 급격한 변화를 추구할 이유는 특별히 없어 보인다.

중국 관가와 꾸준히 접촉해온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전 국립외교원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중국은 일단 한국과는 아무것도 안 한다는 입장이다. 동결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처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든지, 그러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과는 더 나쁘지도 않고, 더 좋게도 할 게 없다는 입장”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그게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은 그런 얘기도 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 계기로 미국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형식적인 약식회담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 김 이사장의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만나더라도 그냥 상견례같은 풀어사이드(pull aside.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회담장 옆에서 하는 약식회담)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진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국보다 더 강경하게 나와놓고, 지금 미국처럼 빼지도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생각은 미국과 딱 달라붙어 있으면 중국이 굴복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미일이 묶이니깐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풀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해석은 아전인수다. 절대 그런 게 아니고, 오히려 중국이 우리한테 양해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재관 교수는 “한국은 이제 다극화 추세 속에서, 대미일변도 외교에서 벗어나 정경분리 접근법을 취하려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의 행보에서 보듯, 제3의 중간지대 국가들의 위험 회피, 즉 헷징(hedging) 전략 혹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 재량권을 추구하려는 주체적인 행보들을 눈여겨보며 반면교사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을 방문한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EU, 브라질 등의 헷진 외교 행보는 우리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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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에도 ‘불수능’…수학 22번 “사실상 킬러문항” 비판도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1.17 07:41
  •  
  •  수정 2023.11.17 07:46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최상위권 변별’ 고난도 문제 여전… 수학 22번 논란

동아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 많을 것”

서울신문, 나홀로 “학교 수업의 충실도 높인 건 백번 잘한 일”

혁신위 두고 국민의힘 내홍, 조선 “혁신위, 국민 상식 부합한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광주 남구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언론은 이번 수능을 “불수능”이라고 평가했다. 수능 난도는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수학22번 문제를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신문만이 사설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라고 정부 행보를 긍정 평가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문제로 삼은 것은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이다. 킬러문항이 존속한다면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저성장기에는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1면.

하지만 이번 2024년도 수능 난도가 대폭 올라갔다는 건 17일 주요 아침신문의 공통적 평가다. 경향신문은 1면 <수능 국·영·수 모두 어려웠다>에서 “수학 영역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고난도 주관식 문제(공통문항 22번)를 상당수 수험생들이 까다롭게 여겼다. 22번을 두고는 ‘사실상 킬러문항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수능, 킬러문항 없앴지만 국수영 모두 까다로웠다>를 내고 “이번 수능은 킬러문항이 빠져 쉬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험생들의 기대와는 배치됐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워 1등급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어와 수학도 어려웠는데 절대평가인 영어까지 어려워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동아일보는 “‘사교육 카르텔’ 의혹으로 세무조사까지 받았던 사교육 업체들은 ‘이번 시험에 킬러문항, 준킬러문항이 있어도 감히 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11월17일 국민일보 5면.

국민일보는 5면 <수학 공통과목 22번 ‘킬러문항’ 논란>에서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22번을 킬러문항으로 지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입시 전문가들은 킬러문항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고 정량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입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냥 킬러문항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번 수능이 킬러문항 배제를 넘어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서울신문은 사설 <킬러문항 뺀 수능, 공교육 정상화 가능성 보여 줬다>를 내고 “킬러문항은 없었으나 과목마다 난이도 있는 문제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공교육 범위 내 출제로 난이도 조절에 성공하고 변별력까지 확보하는 수능이라면 사교육 부담은 줄이고 공교육은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11월17일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교육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문항 배제와 변별력 확보 지시 이후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나오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며 “수능 한 문제로 학생의 입학 대학이 달라지는 현실에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 건 백번 잘한 일이다.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번 수능을 앞두고 출제 과정에 들인 노력을 이어 간다면 앞으로 ‘물수능’, ‘불수능’ 논란이 되풀이되는 현실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총선 두고 국힘 혁신위·지도부 갈등 격화, 조선 “혁신위, 국민 상식 부합”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중진·친윤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 충돌한 모양새다. 두 사람은 17일 면담을 통해 갈등 봉합에 나설 예정이다.

▲11월1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희생 거부 ‘친윤’들, 대통령 주변 모인 이유도 결국 사익>에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 조선일보는 “혁신위는 출범 20일이 지나고 세 차례 혁신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뿐”이라며 “불출마 등 ‘희생’ 요구를 따른 사람은 윤석열 후보 수행 실장을 지낸 초선 이용 의원 외에 아무도 없다. 친윤 핵심 의원은 버스 92대, 4200여 명을 동원해 보란 듯 지지 모임을 열고 희생 요구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혁신위가 당의 변화를 요구하자 그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반기와도 같다”며 “혁신위 권고가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반발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고 어디서 출마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혁신위가 가는 방향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집권당이 먼저 희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때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은 기득권만 챙긴다면 정부의 성공이 아니라 사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사설 <김기현, 인요한 직격… ‘윤심’ 논란이 혁신에 무슨 도움 되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권고안이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법”이라며 “혁신위가 내놓은 쇄신안이 실현되면 국민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혁신위가 과감하고 굵직한 쇄신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실제로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혁신위 성공 여하에 국민의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했다.

▲11월17일 중앙일보 칼럼.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는 칼럼 <토사구팽 윤핵관>을 내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영남중진의 험지출마'를 요구했다. 창업 공신 장제원에게 정치적 자살을 강요한 셈”이라며 “토사구팽은 2500년전 중국 춘주전국시대 고사에 등장한 이래 동서고금 정치사의 곡절마다 반복돼온 정치판의 상식이다. 세상이 변해도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장모 구속 결정… 한겨레 “윤석열, 사과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차명으로 땅을 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16일 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으며,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조선일보·동아일보·경향신문·한국경제·매일경제 등은 지면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하고 단신으로 사건을 전달했다. 사설을 내고 이번 사건을 평가한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한겨레는 사설 <장모 유죄 확정,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장모는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며 최씨의 범행을 부인했고,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지금은 뭐라고 할 텐가. 윤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월17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상대 후보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장모가 오히려 50억원 정도 사기를 당했다. 사전에 검사 사위하고 의논했으면 사기당할 일이 없었다’며 최씨를 두둔했다”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는 대검찰청이 ‘총장 장모 대응 문건’을 만든 사실이 드러나 검찰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윤 대통령 처남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막는 등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친인척 비리가 드러나자 사과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대통령은 오직 국민의 눈치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특위, 개혁안 제출… 여야 합의·공론화 가능할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9%)보다 4~6%p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금 고갈시점을 연장하는 효과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보험료율이 올라갈 경우 납입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11월17일 동아일보 10면.

동아일보는 10면 <“국민연금 ‘내는돈 13%-받는돈 50%’ 땐 기금 고갈 7년 연장”> 보도에서 “민간자문위가 내놓은 개혁안에 여야 견해차가 존재하고, 공론화 조사 방식, 모수개혁 구조개혁 조합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이 얽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민간자문위가 모수개혁에 초점을 맞춘 건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11월17일 경향신문 사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사설 <국회서 먼저 나온 연금 모수개혁안, 공론화 속도낼 전기로>를 내고 여야가 정치적 계산 없이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구체적인 인상 비율 등을 정해 공론화하고 결정하는 일”이라며 “국민 입장에선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더라도, 노후소득을 더 두껍게 하는 방안 없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을 만들자는 방안은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출범 초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가 없는 ‘맹탕 보고서’를 내놨다”며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뒷짐만 진 것이다. 여당은 한술 더 떠 모수개혁을 미루고 기초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개혁부터 하겠다며 혼선만 키웠다. 당정이 연금개혁 논의를 지체·답보시켰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도 더 이상 변명 말고 함께 답을 찾는 속도를 내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고통분담·개혁 의지를 확장하는 것이다. 여야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11월17일 경향신문 칼럼.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가입기간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소득대체율 상향의 혜택은 상위 소득 집단에게 집중된다”며 “소득대체율 상향이 좋은 대안이 아니라면 급여액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 그러면서 소득계층에 따른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공론화 의제에 가입기간 확충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11월17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구체적 수치 담긴 연금개혁안 제출, 국회 단일안 합의해야>에서 “(민간자문위원회 안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안대로라면 당장은 기금 고갈 시기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며 “‘모수개혁’이 차선책일 수도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국민들의 반발 우려 등 정치적 부담 측면에서 보면 여야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핑퐁게임’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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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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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안보협의회에서 드러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드러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1/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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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지난 13일 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고 18개 조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골자는 한반도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뿐만 아니라 유엔사 회원국들까지 동원해 앞으로 수많은 훈련을 앞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렸다. 한-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의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달아 열린 두 회의를 통해 한미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로 한반도에서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 야외기동훈련이 대폭 강화될 것이며, 유엔사의 연합훈련이 연중무휴로 진행될 것이다.

 

한미는 이번 SCM 공동성명 6항에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유엔사의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 대한민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연합훈련 확대”하고 8항에서 “2024년에는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종목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며 14항에서 “내년부터 훈련계획에 의거하여 한·미·일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한다고 적시했다.

 

장창준 한신대학교 글로벌피스연구원 교수는 지난 8월 18일 현장언론 민플러스에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한미 양국의 군사 연습은 그 횟수나 규모, 성격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5개월(약 450일) 동안 200일 이상, 80회 이상의 군사 연습이 진행됐다. 냉전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김영삼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볼 수 없는 수치”라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한미연합훈련의 횟수와 규모가 역대급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역대급의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훈련이 진행된다면 한반도 일대에서는 거의 매일 북한을 겨눈 전쟁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것을 가만 보고 있을 리 없다.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전쟁훈련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중지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재개됐다. 특히 올해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을지 자유의 방패’에서 한미는 30여 회가 넘는 야외기동훈련을 했는데 역대 최고였다. 2022년의 13회, 올해 상반기 25회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한미는 이보다 더 많은 야외기동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반도의 여기저기서 북을 겨눈 포 소리 헬기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전쟁을 부르는 곡소리와 같다 할 수 있다.

 

또한 한미가 한·미·일 삼국의 훈련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것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연합훈련을 하겠다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자위대의 군홧발이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일의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삼국 군사동맹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판 나토라 할 수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완성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위협으로 돼, 동북아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일 것이다.

 

둘째로 한미는 한반도의 핵전쟁을 상정해놓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SCM 공동성명 3항에 “양(한미) 장관은 최초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지난 2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성공적인 시행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에도 한미 정책, 정부, 군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시뮬레이션 및 TTX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공동 기획 및 공조 절차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돼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이다. 이 말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이후의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핵억제’라는 표현을 써왔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후에 미 국방부는 “양측(한미)은 어떠한 북한의 핵사용에도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강력한 대응 역량과 결의를 보여주는 다양한 옵션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즉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논의를 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미국은 상관없다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북한만 없애면 된다는 생각을 지닌 것 같다. 

 

셋째로, 미국은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에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되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 보기 힘들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유엔사를 대표했던 나라는 미국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이 회의를 주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패권은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북·중·러에 밀리는 형국이다. 

 

유럽과 중동에서 어려운 처지인 미국이 동북아에서도 밀리면 끝장난다. 그래서 미국은 유엔사의 이름을 이용해 한국전쟁의 참전국들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지속해서 유엔사 역할을 강조했고, 확대를 언급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열린 한-유엔사 회원국 회의라 할 수 있다.

 

유엔사 회원국이 공동 대응을 결의했으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국제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한반도를 희생양 삼으려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열린 SCM과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부 장관 회의는 한 마디로 한반도의 전쟁을 상정한 채 진행한 회의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는 보는 것은 우리 민족이다.

 

한반도에서 반미반전 투쟁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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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참패 후 황교안·민경욱의 ‘부정선거론’이 돌아왔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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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1/17 09:56
  • 수정일
    2023/11/17 09:5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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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할 때마다 나온 ‘부정선거 카드’...총선 앞두고 또 제기되나

(자료사진) 2021년 9월 7일 국민의힘 황교안 대선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2021.09.07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완패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권에서는 민경욱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4·15 총선 부정선거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선”이 결과적으로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특별위원회까지 꾸려 현행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 같은 여권의 압박에 선관위도 선거의 신뢰성·정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에 보고했다. 그러자 민경욱 전 의원은 “국힘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했고, 황교안 전 대표 측도 “부정선거 저지를 위해 3년 이상 싸운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한 것”이라고 반겼다.

 

 

 

민경욱, 낙선 후 “부정선거” 주장
황교안, 총선 당일에도 “부정선거”
민경욱·황교안과 거리두기 했던 여당
보궐선거 후 다시 ‘부정선거론’
여당의원, 민경욱·황교안과 국회서 기자회견
민경욱 “환영할 일”, 황교안 “국민 목소리 수렴”


‘부정선거론’은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직후부터 시작됐다. 21대 총선은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총 300석 의석 중 ‘3분의 2’가량을 점유하면서, 국민의힘(당시 당명은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민경욱 전 의원도 인천 연수구을 선거구에 출마했다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그러자, 민 전 의원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해 5월 11일 민 전 의원은 국회에서 ‘4·15총선 개표조작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대회’를 열고 4·15 총선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세상이 뒤집어질 증거”라며 인천 연수구을 사전투표 결과, 사전투표용지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한 유튜버는 “기도로 계시받은 내용”이라며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심지어 민 전 의원은 그해 10월 2일 페이스북에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며 ‘총선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까지 주장했다.

 

 

 

2020년 5월 11일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15총선 개표조작 의혹 진상규명과 국민주권회복 대회'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 당일에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당일 종로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던 중 “기표소에 가림막이 없다”며 “심각한 부정선거 의혹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항의한 ‘가림막 없는 기표소’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6·4 지방선거부터 정식 도입된 것이었다.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래통합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 변경)은 민 전 의원 등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선을 긋는 분위기였다. 2020년 11월 20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라고 판단한 미국 대선 글을 공유한 민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제가 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우리 당에서 나가서 더 넓은 미국에서 트럼프와 함께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황 전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도 ‘총선 부정선거론’을 꺼내며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준석 당시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경선 시작될 무렵 그런 얘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공정함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황 전 대표가 경선에서 떨어진 후 ‘경선 조작’을 주장하자, 이 대표는 “갈수록 수준이 낮아지는 데에 깊은 짜증을 느낀다”고 직격했다.

이후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어느 정도 ‘부정선거론’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부정선거론’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전후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보궐선거를 초래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다시 후보로 내세우면서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불리하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정보원은 보궐선거 하루 전날인 올해 10월 10일 ‘선관위 투표·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해 외부 해커가 개표 결과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민경욱·황교안이 주장하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동안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던 세력을 포옹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예상대로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완패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틀 뒤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우리 선거관리시스템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부실한 상태라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관련 이슈에 집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민경욱 전 의원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23.10.23. ⓒ뉴스1
그동안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민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도 10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민 전 의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당일 투표에서는 여야 두 후보 간 득표율이 별 차이가 없는데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의 2배를 넘었다”며 “너무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국민의힘은 이달 2일 ‘공정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선관위에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특위 첫 회의는 이달 14일 선거1국장 등 7명의 선관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회의 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투표지에 대한 육안심사 절차를 강화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고, 선관위는 ‘손 개표 절차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특위에 보고했다. 투표용지 개표 때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직접 세어보는 수작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선관위는 특위에 사전투표 용지의 QR코드를 바코드로 바꾸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개표 절차에서 신뢰성·정확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해당 내용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민 전 의원과 황 전 대표 측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 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전면적인 수개표를 실시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유튜브 채널 ‘황교안TV’의 대변인은 채널 게시판에 “부정선거 소지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사전투표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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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경제·과학 협조 10차 의정서 조인..체육분야 별도 합의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1.16 13:33
  •  
  •  댓글 1
 
북한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 회의가 15일 평양에서 진행되어 이날 의정서가 조인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 회의가 15일 평양에서 진행되어 이날 의정서가 조인됐다고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10.1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와 로씨야련방정부사이의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0차회의 의정서가 조인되였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2023년 9월에 진행된 '조로'(북러) 수뇌분들의 력사적인 상봉과 회담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무역, 경제,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다방면적인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해나가기 위한 대책적인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토의 확정되였다"고 알렸다.

회의에는 위원회 북측 위원장인 윤정호 대외경제상, 관계부분 일꾼들과 러시아측 위원장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정부 대표단 관계자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 등이 참가했다.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체육부문 교류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문제를 협의해 '2023~2028년 교류계획서'에 조인했다. 태권도전당을 방문한 마티신  장관.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체육부문 교류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문제를 협의해 '2023~2028년 교류계획서'에 조인했다. 태권도전당을 방문한 마티신  장관.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이와 별도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이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체육부문 교류협력 확대강화를 위한 문제를 협의해 '2023~2028년 교류계획서'에 조인했다.

마티신 장관 일행은 김일성경기장과 청춘거리 역기경기관, 탁구경기관을 비롯한 여러 체육시설을 돌아보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앞서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정부 대표단은 14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이날 저녁 평양고려호텔에서 북한 정부가 준비한 환영 연회에 참가하고 15일 부문별 실무회담과 위원장간 회담을 진행했다.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10차회의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10차회의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한편, 1996년 1차회의를 시작한 '조로정부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는 1990년 한·소 수교와 소련 해체로 소원해진 북러관계를 회복하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양국은 2000년 '북러 신조약'으로 일컫는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1961년 7월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의 '비상시 자동군사개입을 담은 군사동맹' 관계를 '상호존중과 내전불간섭, 국제법적 원칙아래 우호관계를 강조한 주권국가들 사이의 관계'로 수정하며 관계 정상화를 넘어 강화 단계로 들어섰으며, 2002년 군사협력협정과 '방위산업 및 군사장비 분야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군사협력을 모색해 왔다.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고위급 내왕과 다방면적 교류협력 심화 △상호 신뢰 증진 △양국 인민 복리 도모를 위한 종합적이고 건설적인 쌍무관계 확대를 비롯해 △반제국주의 공동전선을 위한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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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등 돌린 세계 민심...지구촌 뒤덮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3.11.16 14:02
  •  
  •  댓글 1

 

독일에서 미국까지...세계 각지서 커져가는 이스라엘 규탄

인도네시아 200만, 영국 80만...집회 규모 연일 기록 갱신

남아공,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신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이후 보름이 지난 가운데,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학살이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잔혹한 현장으로 변했다.

15일 기준, 개전 40일 만에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시민 11,451명을 죽였다.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려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를 포함하면 2만에 육박한다는 추정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과 단교하거나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하여 규탄의 강도를 높여왔으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필요하다면 전 세계에 맞설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한 점령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 세계의 시민들은 거대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만들어가며 이스라엘의 행태에 대한 분노를 모아가고 있다.

▲4일 토요일(현지시간) 워싱턴 프리덤플라자에 모인 반전 시위자들. ©AP Photo

독일에서 미국까지...세계 각지서 커져가는 이스라엘 규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27일 사이에만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3천 761개 시위가 세계 도처에서 벌어졌다. 같은 기간 500여 건에 불과했던 친이스라엘 시위와 비교된다.

독일의 경우 당국이 반유대주의를 경계한다는 명목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엄정 금지했음에도 불구, 봇물 터지듯 늘어나는 시위행렬을 막을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 케피예를 착용하는 것조차 금지될 정도였으나, 지난달 수천 명 정도에 그치던 시위대는 지난 4일 이후 베를린에서 당국의 통제를 뚫고 1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더불어 4일 워싱턴 DC의 프리덤플라자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열렸다. 미국 전역에서 모여든 30만 명의 시민은 백악관 주변 울타리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군사 정책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해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항의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행진 중인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참가자들. ©Getty

인도네시아 200만, 영국 80만...집회 규모 연일 기록 갱신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은 멈추지 않았다. 6일 자카르타의 독립기념 광장에 모인 200만 명의 군중은 즉각적인 전쟁 종료를 촉구하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독립하고 주권 국가로 굳건히 설 때까지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끊거나 외교 관계를 맺지 말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는 연일 최대 규모를 갱신 중이다. 지난 11일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린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 명이 참가하여 지역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는 영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시위 중 하나”라고 밝혔다.

▲현지시간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로이터

▲현지시간 11일,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있다. ©AP

남아공,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신물나"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이스라엘 대사관 폐쇄와 대사 추방을 요구했다. 케이프타운에 집결한 남아공 시민들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의 억압과 폐해를 겪어왔던 만큼 깊은 분노를 표출했다.

사민주의 정당 ‘아프리카 국민회의’의 필리케 음발루라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질리고 신물이 난다”며 “그에 대한 조치를 반드시 취할 것”이라 표명했다.

▲현지시간 12일, 남아공 케이프 타운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 ©WAFA News Agency

이외에도 남미, 중동 등 세계 도처에서 수없이 많은 집회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수백 명 규모였던 시위가 점차 배로 불어나는 추세다.

오는 17일 오후 7시에는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집회가 열리며, 18일 오후 2시에는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하는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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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마스크 없는 수능...코로나 확진자도 함께 시험

  •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3.11.1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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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전보,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져…KT, 내달 15일 이용량 줄어 서비스 종료

동아일보 칼럼 “땡윤뉴스·고연봉 직원 그대로면 수신료 납부 거부사태, 임기 채우기 어려울 수도”

16일(오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이날 일부 아침신문에선 수능을 앞두고 지난 15일 예비소집일 수험생들의 풍경을 담았다. 보통 수능 시험장 풍경을 담은 사진이 수능 다음날 지면에 실렸는데 올해는 예비소집일 풍경도 여러 신문에서 담았다.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KT는 지난 2일 ‘115 전보 서비스’ 종료 안내를 공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서비스 종료일은 다음달 15일이다. KT는 전보 이용량이 급격히 줄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보는 우편보다 빠르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19~20세기 주요 통신수단으로 활용됐다. 국내에서는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첫 전보를 보냈고 광복 이후에는 체신부와 KT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서비스가 이관됐다. 1990년대 이메일과 휴대전화 등 보급으로 이용량이 급감했다.

박민 KBS 사장이 첫 공식 행보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 이후 KBS 안팎에서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S가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로 자사의 불공정 방송에 대해 다루고 기자들이 반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사장들이 반성문을 써왔다며 정치적으로 휘둘릴 경우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칼럼이 실렸다.

▲ 16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마스크 없는 수능, N수생 28년 만에 최다

16일 전국 시험장 1279곳에서 50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이 2024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진 730여 명(관리 요원 포함)은 16일 수능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약 40일간 합숙한다. 올해는 기존 출제진과 검토진 외에 고교 교사 25명으로 구성된 ‘공정 수능 출제점검위원회’가 추가돼 정부가 밝힌 대로 이른바 ‘킬러 문항’을 집중 검토했다.

올해 재수생 이상을 가리키는 ‘N수생’은 1996년(37.3%)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인 35.3%에 달한다. 또 올해 수능은 4년 만에 마스크를 끼지 않고 치른다. 코로나 확산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지만 올해는 하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칸막이 역시 없앴고, 코로나 확진자도 다른 수험생과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다. 다만 점심시간엔 다른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 16일자 한국일보 기사

▲ 16일자 경향신문 사진기사

▲ 16일자 조선일보 기사

▲ 16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통상 수능 시험날 풍경을 담은 사진기사가 수능 다음날 1면에 실렸고, 예외없이 여학생들의 사진이 실려왔다. 이러한 관행은 지난 2019년 11월15일 경향신문이 1면에 수능시험을 마친 남학생 사진을 실으면서 깨졌다.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로 달라진 시험장 모습들도 실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수능 예비소집일인 지난 15일, 다양한 수험생의 모습이 16일자 지면에 담겼다.

 

 

최초 근대 통신서비스 전보, 내달 사라져

과거 빠른 연락방식이던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다수 매체에서 이 소식을 다뤘는데 조선일보가 2면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각 가정에 전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60년대 전까진 일반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연락 수단이었다.

최초 전보는 전신기를 통해 모스 부호를 전달했는데 서울~인천 사이만 연락이 가능했고 한문으로 내용 작성이 가능해 주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공문을 보낼 때 사용했다. 1890년대 후반부터 국문 전보가 가능해졌지만 당시 26자짜리 전보 요금은 10냥4전(현재 기준 약 40만 원)에 달해 국민 다수가 사용하긴 어려웠다.

▲ 16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에 따르면 1950년대 후반 타자기로 문자를 입력하면 수신자가 이를 그대로 인쇄할 수 있는 ‘타자 전신기’가 나오고 서울~부산까지 시설이 확충돼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보는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이 달라져 ‘쾌유를 기원합니다’를 ‘기쾌유’, ‘결혼을 축하합니다’를 ‘축결혼’ 등으로 줄여 보냈다.

관련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조부 위독’ 전보 일화가 유명하다고 전했다. 1950년대 초 김 전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조부 위독’ 전보를 받고 고향인 거제도에 내려갔는데 알고 보니 당시 가족들이 김 전 대통령을 결혼시키기 위해 부른 것이었다. 방송인 고 송해씨도 한 방송에서 한국전쟁 휴전 전보를 자신이 직접 쳤다고 밝혔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가 설립되면서 전보를 전적으로 맡았고, 1984년에는 전보가 공중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역무로 지정됐다. 그러다 1991년 기간통신역무에서 제외됐고 당시 KT는 차별화를 위해 전보와 함께 꽃, 떡 등 선물을 같이 보내는 부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은 160여년 만인 2007년 전보 서비스를 종료했고 독일도 170년 만인 올해 1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앞으로 국내에선 전보와 비슷한 우체국의 축하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축하카드 서비스는 전보와 달리 배송에 2~3일이 걸리는데 메시지와 함께 화환, 케이크 등을 보낼 수 있다.

 

동아 “반성에서 시작해 사퇴·해임으로 끝난 사장들”

박민 KBS 사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 정중히 사과한다”고 했다.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정권 바뀔 때마다 반성문 쓰는 KBS 사장>에서 “진행자가 ‘KBS 임원진의 사과 기자회견은 KBS 역사상 처음인 듯하다’며 의미 부여를 했지만 감동은 없었다”며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반성이 아니었다. 윤지오 출연, 검언유착 오보, 생태탕 집중 보도,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 모두 전임 사장 시절 있었던 일”이라고 썼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이병순 사장은 취임사에서 “KBS는 지난 몇 년간 공정성과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양승동 사장은 보수 정부 시절 KBS 방송을 “10년의 실패”로 규정했다. 이에 이 논설위원은 “좌우 가리지 않고 줄곧 어용 방송을 해왔다는 ‘자백’으로 들린다”고 했다.

▲ 16일자 동아일보 칼럼

동아일보는 KBS 사장이 정권에 휘둘린 과거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KBS 역대 ‘민선’ 사장 13명 가운데 법정 3년 임기를 채운 사람은 이명박 정부의 김인규 사장과 문 정부의 양 사장 둘뿐”이라며 “두 사람은 정권이 바뀌지 전 임기가 끝나는 덕을 봤다”고 했다. 이어 “홍두표, 박권상 사장은 연임 후 정권이 교체되자 사퇴했고, 2명은 정권교체 전 전임자의 잔여임기만 마치고 물러났으며 나머지는 초대 민선 사장을 포함해 대부분 권력과 갈등하가 사퇴하거나 해임됐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박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이후 첫 KBS 사장인 점을 거론하며 “이제는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수신료 수입으로 나타난다. 사장 바뀐 뒤로도 9시 뉴스가 ‘땡윤 뉴스’가 됐을 뿐 무보직 고연봉의 ‘기둥 뒤 직원들’은 그대로라면 수신료 납부 거부 사태가 일어나 사장부터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대로 ‘(정치적) 외풍을 막고 파괴적 혁신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수신료가 아깝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신뢰가 KBS와 박민 사장을 ‘외풍’에서 지켜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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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신문솎아보기] 수능 다음날 여학생 1면사진, 코로나가 바꾸다

  • 왜 수능 다음날 1면은 모두 여학생 사진일까

 

장슬기 기자wit@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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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운동본부, ‘윤석열 탄핵 여부’ 국회의원에게 공개 질의

 

탄핵운동본부, ‘윤석열 탄핵 여부’ 국회의원에게 공개 질의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1/1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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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범국민운동본부(탄핵운동본부)는 21대 국회의원 전원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15일 보냈다.

 

탄핵운동본부는 공개 질의서에서 “대통령 직무상 헌법과 법률위반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정 농단과 국정 파탄 사례가 계속 쌓이면서 국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여야를 떠나 이 문제(윤 대통령 탄핵)는 국민의 편에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이다.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에 주어진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밝혀야 하는 중대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개 질의서는 여론조사형 질문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차원에서 발송한다”라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국민은 그 근본적인 원인인 윤석열 정권 탄핵을 명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운동본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아래의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①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 방조: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

②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행사: 군사법원법 위반

③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조작: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국정농단

④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대법원판결 부정

⑤ 전쟁 위기 조장: 평화통일 의무 위반

 

탄핵운동본부는 국회의원들에게 각각의 사례가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대통령 탄핵 발의안에 동참할 것인지를 질의했다. 오는 24일까지 답변을 요구했고, 답변 여부와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탄핵운동본부는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는 정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됐으며, 오는 18일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발족을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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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안정이 깨지고 미국 힘의 한계가 드러났다

[창비주간논평] 바이든 정부의 대내적 붕괴와 대외적 불가능성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23.11.16. 05:02:53

 

미국 바이든(J. Biden) 정부의 대외정책 독트린은 무엇인가? 9월 말 미국의 한 시사 저널의 행사에서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번(J. Sullivan)은 자강, 동맹,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 리더십의 강화, 그리고 절제된(disciplined) 군사력 운용방식이라는 네가지 주요한 수단을 통해서 상호의존 시대의 지정학 경쟁을 펼치는 것이라고 답했다(“National security adviser Jake Sullivan delivers remarks on threats to democracy,” PBS NewsHour 2023.9.30).

 

미국의 '절제된 방식'의 대표적 성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끄(크)라이나를 지원할 여력을 확보한 점, 가자지구의 긴장완화를 포함한 예멘 내전의 휴전 등으로 중동을 9·11 테러 이래 가장 조용하게 관리한 점이었다. 그 효과로 "다른 지구적 중점 과제들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의 새로운 갈등 위험을 줄이고 미국의 이익이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보호되었다." 10월 2일 설리번은 이러한 주장을 담은 '미국 힘의 원천'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했다(“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Foreign Affairs 2023년 11-12월호). 

 

중동의 안정이 깨지고 미국 힘의 한계가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월 7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내에 침입하여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을 납치하는 전대미문의 테러공격을 감행하였다. 이스라엘은 즉시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천명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식량, 연료, 물 공급을 끊고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고, 27일부터는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전개했다. 한달 만에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4000명이 어린아이들이었다. 

 

10월 18일 바이든의 이스라엘 방문 이후 설리번은 「미국 힘의 원천」의 웹 버전에서 중동 관련 내용을 수정하였다. 중동의 안정에 대한 선전은 삭제되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2국가론이 언급되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원과 함께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에 힘쓰고 있는 바이든 정부는 여전히 '절제된 접근'을 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바이든 정부의 대응은 절제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의 공식명칭이기도 한 '(이스라엘에 의해서) 점령된 팔레스타인 땅'(The Occupied Palestine Territory)의 비극을 전혀 대변하지 않은 채 하마스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방공망과 탄약 등을 긴급 지원하면서 오스틴(L. Austin) 국방장관은 미국의 군사지원이 무조건적이며, 이스라엘은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모든 것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 단체들과 아랍,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가 비판한 연료와 식량 등의 금수 조치를 통한 가자 포위(seizure)나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수반하는 공습과 지상전이 모두 하마스의 절멸을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구떼흐스(A.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처럼 하마스의 테러가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지 않은 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 바이든 정부는 뒤늦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소규모 정밀포격 등을 조언하고, 인도적 교전중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미국의 ‘조용한 외교’에 대해서는 2차대전 중 미국이 독일과 일본의 도시들을 폭격한 사례, 특히 핵무기를 사용한 것을 자위권의 전례로 일깨워주며 제한적으로만 인도적 교전중단에 합의하고 있다.

미국은 결과적으로, 하마스가 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며 사원과 병원, 난민촌 등을 자위권을 명분으로 거침없이 폭격한 이스라엘의 '살육극 공범'이 되었다. 그 후과로 중동의 갈등에 다시 발목이 잡히면서, 대내외적 중점 과제에 투자할 도덕적·물질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발생했다. 가장 직접적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인도에서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경제회랑 건설 등은 적어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진행되는 동안은 실현 불가능하다. 도덕적 권위에 대한 타격도 심대하다. 요르단 등이 제한한 휴전결의안은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120개국)으로 통과되었는데, 미국은 소수의 반대국가(14개국) 중 하나였다. 국제사회, 특히 글로벌 사우스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비교해서 지니는 대안적인 가치(value proposition)를 제고하고자 했던 설리번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글로벌 사우스의 반발을 사는 동안 뿌찐(V. Putin)이 시 진핑(習近平)이 주재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회의에 참석한 것은 대단히 시사적인, 미국의 고난을 상징하는 국제적 풍경이다. 

 

설리번이 미국외교의 주요 수단으로 제시한 자강과 동맹에 미치는 파장은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러시아의 우끄라이나 침공에 맞서 바이든 정부가 주요 7개국과 우끄라이나의 대응을 조율하면서 나토(NATO)의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바이든 정부는 G7과 서구 전반은 물론 미국 내부적으로도 단합된 대응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서구 전반의 이념적, 종교적, 정치적 분열의 이슈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석유 의존 등으로 중동문제 전반에서 여타 G7과 궤를 달리해온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대부분 유엔총회 휴전결의안에 기권한 것과 달리 찬성을 하며 팔레스타인의 인도주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관료조직 내부에서 폰데어라이엔(U.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의 친이스라엘 편향에 대한 반발도 심각한 상황이다. 나토와 인도·태평양지역의 동맹을 현대화하고 서로 연계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정책 이상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정치의 분열과 기능장애는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직전에도 하원의장 축출로 계속 악화일로에 있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끄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국의 도전을 연계시키며,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필수국가' 미국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우끄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중국 대응 명목 등으로 1060억 달러의 긴급 대외원조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관성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인도적 위기를 초래했다며 국무부 고위 관료가 공개적으로 사직을 발표하기도 했고,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민간인 살상에 이용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국무부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반발과 비판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지원으로 아랍 유권자와 청년세대의 반발이 거세어 바이든의 범민주연합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공화당과 트럼프(D. Trump)의 미국우선주의 추종세력은 우끄라이나에 대한 추가 원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내 진보진영은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지원을 찬성하는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도 이스라엘에 지원되는 무기 내역을 의회에 공개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설리번은 중산층 재건과 경제안보, 그리고 군비증강을 자강의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는데, 이들을 위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분배할 것인지에 관한 기존 대립구도에 더해 대외원조 전반에서의 제정파들 간 대립이 착종되고 있는 것이다.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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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강제하차 주진우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 진짜 쿠데타 같았다"

[인터뷰]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어벤저스 윤석열? 박민 사장은 자격 없다"

23.11.16 05:54l최종 업데이트 23.11.16 05:54l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강제하차 당한 주진우 기자.
▲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강제하차 당한 주진우 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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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9시, 여느 때처럼 라디오 방송 <주진우 라이브>를 위해 KBS에 출근하던 주진우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KBS 라디오 신임 간부의 '하차 통보' 전화였다. 그 간부는 주 기자에게 'KBS에 오지 마라, 방송은 끝났다'고 통지했다. '청취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할 기회를 달라'는 주 기자의 간절한 요청도 단칼에 거절당했다.

주 기자는 "순간 멍했다"고 했다. KBS 주차장에 막 도착한 그는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2020년 5월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온 KBS '주진우 라이브'는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 금요일, '주진우 라이브' 방송 끝머리에서 그가 했던 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청취자와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15일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만난 주 기자는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짤린 지 이틀"이라는 말을 반복했고, 라디오 이야기를 꺼낼 때는 눈가에 잠시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주 기자는 "무지하고 무례한 시대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강제 하차에 대해 주 기자는 "당장 오지 말라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지난해 말 TBS 라디오 하차할 때) 그때는 숨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단칼로 내려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이 정치적 편향을 지적해왔다는 말을 꺼내자 주 기자는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사장이 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글을 보라,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라고 얘기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훈수를 뒀다"라며 "그 사람(박민)이 하는 말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박민은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기자는 역대 보수 정부의 언론 정책을 "이명박 정부 때가 가장 후졌다"면서도 "윤석열 정부에선 그 후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YTN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 당시 구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주 기자와의 일문일답.

KBS 신임간부의 월요일 오전 하차 통보 
 
주진우 기자.
▲  주진우 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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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새 두 번의 강제 하차를 겪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TBS 라디오, 이번에는 KBS 라디오다. KBS 하차는 좀더 과격하게 이뤄졌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TBS의 경우 돈줄을 말려서 방송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숨을 못 쉬게 하는 압박이었다면 이번에는 단칼로 내리치는 느낌이다. 쿠데타 같다. 진짜로 그냥 쿠데타 같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은 예감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그리고 법도 어겨가면서 무리할 이유가 있었나 이런 생각은 계속 든다. 프리랜서지만 라디오 하차 한달 전에는 통보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지금 '특집'이라고 붙여 놓으면서 꼼수를 쓰는데 자기네들(KBS간부)도 다 안다. 법을 어겼다는 걸. 지난주 금요일에 '월요일 오후 5시 5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얘기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이니 한마디는 하고 싶었다. 그 얘기를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 정확하게 하차 통보를 받은 시점이 언제였나?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부족한 진행자여서 KBS에 일찍 가서 준비도 하고 공부도 한다. 9시쯤 KBS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라디오 간부라는 사람이 자기가 발령을 받았다면서 '오지 말아라, 너의 방송은 끝났다' 이런 얘기를 했다. 사장의 뜻에 의해서 특집 방송으로 대체될 거니까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차를 돌려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이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편향성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 제재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행정 제재 내용을 살펴봤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여론조사를 소개할 때 개요를 일부 빼먹거나, 외국 여론조사를 애기할 때 확률 등에 대해 고지를 안한 게 대부분이다. 편향적이라고 하는데, 가장 최근 사례를 들어보겠다. 강서구청장 선거할 때 우리가 김태우 (국힘) 후보자 측에 인터뷰 요청을 먼저 했다. 여러 번. 그리고 나중에 나오겠다는 답변을 받고 진교훈 (민주당) 후보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측에서 방송통신심의위에 '편파적'이라고 걸었다."
 
주진우 기자.
▲  주진우 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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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 KBS 사장이 인사청문회 때부터 정치적 편향성 얘기를 했다.

"편파적이라고 하는데 박민 사장(문화일보 논설위원 당시 쓴 사설) 글을 보라. 그게 편향이다. 윤석열은 '어벤져스', 이재명은 '타노스'로 묘사하면서, 한쪽 진영에 발을 담그고 계속해서 훈수를 둔다. 나중에 보면 '나 그쪽으로 가고 싶다'는 추파다. 그래서 사장도 된 거 아닌가.

기레기, 기레기 하는데, 정치 쪽에 편향돼 한발을 담그고 편향적인 글을 쓰다가 자리 얻어 가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기레기다. 이 사람은 윤핵관을 어벤져스라고 안했다고, 그걸 편향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이 사람(박민)은 저널리스트,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사과는 그 사람이 해야지, 왜 KBS가 (대국민) 사과를 하나."

- 박민 사장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휴가를 가셨으면 좋겠다. 언론의 자존심을 짓밟고, 언론이 해야 할 역할과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언론에 대한 타노스(파괴자) 역할이다. 그런데 자기가 칼을 휘둘러야 인정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아무 것도 말고 휴가 갔으면 좋겠다."

- 사실 주진우 기자가 보수 정부 입장에선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이명박과 이명박 주변 사람들이 잘못하는 기사, 박근혜가 잘못하는 기사를 썼다. 권력의 잘못된 점,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기자였다. 그런데 부정부패한 세력들이 다시 복귀해 나를 편향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명박 정부 때도 나를 빨갱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박근혜 주변 인물을 문제 제기하니 그때는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 강제 하차 등을 통해) 숨통을 말려 죽이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 공격, 고소고발에 이어 밥줄을 끊는 걸로 진화하는 것 같다."

"이동관이 잘못했다고 기자들이 써야 한다"    
 
지난 10월 2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  지난 10월 2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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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정부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이 언론을 대하는 자세를 평가하면?

"이명박 정부가 가장 후졌다. 윤석열 정부 때는 '이명박 정부의 후짐'이 더 구체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막 밀어붙이다만 것들, 그때 생각을 지금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명박 측근들이 정권 바뀔 때마다 왔다갔다 골치아프니 방송사 다 민영화 시켜서 우리 편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공연히 얘기하고 다녔다.

말도 안 되는 언론 장악 프로젝트를 이명박 정부 때 시작해서 지금 완성하려고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YTN 사영화도 그렇고, KBS도 그렇다. 모든 언론을 마비시키는 게 목표처럼 움직인다. 언론이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들, 혹은 독재자들은 지금까지 비참한 말로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도 그 길을 가고 있다."
 
- 현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는 언론사도 많지 않고, 시민들도 예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기자들, 언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타깝다. 이동관 패거리가 약한 고리, (기자를 업으로 하는) 생활인들의 약한 고리를 잘 파고들고 있어서, 저널리즘이 계속 위기의 늪에 빠지는 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 할 위치도, 능력도 안 되지만 이 얘기는 남겨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자고 기자 하겠다고 한 거 아니지 않나, 세상이 조금 나아지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기자하겠다고 한 것 아닌가'. 초심으로, 기본으로 돌아가면 그 답은 명쾌하다. 깡패들이 어린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옆에서 소리도 지르고 누구는 신고를 해줘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은 그 깡패들이 나한테 왔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동관이 하는 일, 우리(기자)가 잘못됐다고 써야 한다."

-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

"아직 경황이 없다, 기사 쓰고 싶은 생각은 많다. 사실 이명박(정부 시절 인사들)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대로 다 돌아왔다. (그들에게) 제가 쫓기고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를 배경으로 이동관, 김효재 등 이명박 정부 때 있었던 사람들 사진을 채우고, 가운데 이명박 사진 대신 윤석열 대통령을 채워넣으면 다 똑같아진다. '(각 인물마다) 커버 스토리가 15개씩 있다, 이거 써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조금 있다."

-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는가. 
 

"나는 말을 잘 못한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펜 기자였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성실하게 살았다. 항상 방송 3~4시간 전에 와서 신문을 다 읽었다. 3년 반 동안 진행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도 했고, 다른 의견을 가진 청취자들과 호흡하고, 얘기를 들으면서 진행자로서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그렇게 열심히 성실히 살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 지금 당장 라디오를 진행한다면 어떤 사람을 초대석에 부르고 싶나.
 

"첫번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솔직히 부끄러우시죠?'를 첫 질문으로 던질 것 같다.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 '왜 그렇게 못하세요?'라고 묻고 싶다." 
 
주진우 기자.
▲  주진우 기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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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진우, #이동관, #윤석열, #KBS,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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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 발사 날 주식·골프에 군장병 사유화, 합참의장 후보자의 처참한 군생활

합참의장 후보자...북 ICBM 발사 3시간 뒤 개인 핸드폰으로 직접 주식거래,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골프, 병사군무원 동원해 개인골프장 설치 등으로 논란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의장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1.15. ⓒ뉴스1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후보자의 무책임한 군 생활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된 날 오전 근무시간에 본인의 개인 핸드폰으로 직접 주식거래를 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해 미국과 일본까지 예민하게 반응했던 또 다른 날에는 골프를 치러 갔다. 근무시간에 주식거래를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평일 대낮에 골프를 치러 간 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게다가 병사와 군무원을 동원해 관사 옆에 개인 골프연습장 등을 설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에 현직 장성이 주식거래와 골프를 즐기고, 지위를 이용해 군무원과 병사들을 개인적인 취미활동에 동원까지 한 것이다. 이는 청문회에서 단순히 의혹제기로 끝난 사안이 아니라, 당사자인 김 후보자도 대부분 사실이라고 인정한 내용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녀 학교폭력 문제와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등의 문제까지 불거져 “최악의 인사 참사”라는 탄식이 나왔다. 공격적인 인사청문회도 아니었는데, 의원들 입에서는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와중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후보자님, 군 생활을 한 거 보니까 상당히 모범적으로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북 미사일 발사 3시간 뒤
본인 핸드폰으로 주식거래하기 바빴던 장군
오전 청문회에서 드러난 사례만 두건


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주식거래 문자를 보다 논란이 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군 인사안을 상의하며 “특출난 인재”로 거론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대장 7명 전원을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에서 3성 장군인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이 4성 장군 진급과 함께 합참의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현직 대장이 아니라 중장이 합참의장으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위협과 불안정한 국제 안보 정세 속에서 다양한 야전 경험으로 불확실한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탁월한 전투감각을 보유한 장군, 훌륭한 작전지휘 역량으로 군내 신망이 두터운 장군을 발탁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김 후보자의 군 생활은 질의 순서를 기다리는 의원들 입에서 한숨이 나오게 했다.

윤후덕·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와 김 후보자의 답변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북한이 2022년 1월 5일 오전 8시10분쯤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3시간 뒤인 11시5분쯤 주식을 거래했다. 또 김 후보자는 같은 해 1월 17일 오전 8시50분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고 3시간이 안 된 11시24분부터 약 45분 동안 주식거래를 했다. 1월 17일 거래한 주식거래 액수는 2천만 원 상당이었고, 방식은 위탁대리도 아닌 직접거래였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NSC가 소집되는 등 국내 안보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해군 장성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근무시간임에도 직접 주식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의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나?”라는 등 다소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윤후덕 의원과 김병주 후보자 질답

▷윤후덕 : 2022년 1월 17일 오전 8시 50분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오전에 NSC가 개최됐다. 아마 그 시간 쯤 후보자는 주식거래를 했다. NSC가 개최되는 중에. 맞느냐?
▶김명수 : 네. 주석거래를 수차례 한 것은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 (생략)
▷윤후덕 : (생략) 근무시간에 본인이 거래한 것이냐?”
▶김명수 : 네 맞다.
▷윤후덕 : 본인 근무시간에 핸드폰을 가지고 거래했나?
▶김명수 : 네. 모든 금융거래는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
▷윤후덕 :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근무시간에, 이를테면 11시30분쯤에 사무실에서 거래를 한 건가?
▶김명수 : 시간을 11시30분으로 확인하셨다면 그게 정확할 것 같다.
▷윤후덕 : 맞다. 자료 제출하지 않았나. 중징계 대상이다. 근데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나?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본인이 핸드폰으로 11시30분에 자기 사무실에서 거래했다는 거 아니냐? 나는, (후보자가) 아내한테 얘기해서 어떻게 하라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직접) 핸드폰으로 한 거였다니...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의장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5. ⓒ뉴스1

 

북 미사일 발사한 날 골프 즐긴 장군
주말이든 평일이든 가리지 않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주식거래만 한 게 아니었다. 김 후보자는 골프도 쳤다.

윤후덕·김병주·설훈 민주당 의원의 질문과 김 후보자의 답변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2022년 3월 5일 북한이 ICBM 발사한 날 오후 1시18분쯤 골프를 쳤다. 김 후보자는 같은 해 11월 18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해 NSC가 소집된 다음 날과 그다음 날에도 골프을 찾았다. 설훈 의원이 확인한 ‘2022년 9월 3일부터 11월 27일 사이 김 후보자가 골프장을 이용한 날’은 총 17일이었고 이 중 5일은 금요일과 월요일 평일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는 북한의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 사건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울릉군에는 공습경보까지 발령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시기 해군 장성이 시간만 나면 골프를 즐기고, 평일에도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 해군 참모차장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 의혹에 대해서도 대부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평일 골프는 “전투휴무” 날이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저희가 큰 훈련 뒤에는 시간 보상을 위해 ‘전투휴무’로 휴일처럼 변경하는 게 있다”며 “그 기간에 장병 총원은 쉬고 운동을 하게 돼 있는데, 그렇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해군 참모차장이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점에 대해서는 해명이 전혀 안 되는 분위기였다.

 

 

 

김병주 의원과 김명수 후보자 질답

▷김병주 : 군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검토해봤을 때 너무 부적절하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 3월 5일 아침 8시50분에 북한에서 ICBM을 사격했다. 그날 후보자는 오후 1시 18분에 골프를 쳤다. 왜 골프를 사수했나? 이 상황 되면 대부분 군인은 골프를 취소한다.
▶김명수 : 저희도 골프장 갈 때 문제 있느냐 체크하고 가는데, 그때는 특별히 제한이 없었다.
▷김병주 : 누구랑 쳤나?
▶김명수 : 그때 친 인원은 확인 못 했다. (생략)
▷김병주 : (생략) ICBM 도발이면 엄청난 도발이고, NSC도 열리고, 국회 국방위에서도 파악하기 위해 하는데, 이런 것들은 아주 부적절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명수 : 어쨌든 상황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있었다면 취소하는 게 적절할 거라고 본다.
▷김병주 : ‘있었다면’이 아니라, 있었다. ‘있었다면’인가? 있었다인가? 군인은 말이 명확해야 한다.

 

병사, 군무원 동원해 개인골프장 설치·수리까지?
“공사구분 못한 권한남용”

 

김명수 후보자가 1함대사령관일 때 관사에 설치했다는 개인골프연습시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식거래, 골프 논란에 이어 김 후보자가 해군 제1함대사령부 사령관일 당시 군무원과 병사를 동원해 자신의 관사 바로 옆에 개인 골프장을 설치하고 부대 비품으로 정자를 설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해당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인지 물었고, 김 후보자는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설치돼 있는 일부를 제가 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군무원과 병사들에게 개인적 일을 지시한 것은 권한남용이고 공사를 구분 못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령관이 한가롭게 관사 옆에 개인골프장을 짓나?”라며 “그 자리에 (후보자로) 앉아 있을 때가 아니고, 개인골프장 주인으로 앉아 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안규백 의원과 김명수 후보자 질답

▷안규백 : 김 후보자가 1함대사령관으로 근무할 때 군무원과 병사를 동원해 관사에 개인골프연습장을 설치했고, 또 부대비품을 사용해 마당 앞에 정자를 설치한 사실이 있나?
▶김명수 : 네... 이 부분은 설치를 했고, 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안규백 : 이와 관련해 상부의 감찰을 받은 적 있나?
▶김명수 : 없다.
▷안규백 : 1함대 인사참모가 감사관에게 감찰을 받았다고 하는데, 받은 적 없나?
▶김명수 :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설명해주시면...
▷안규백 : 인사참모가 감사관에게 여러 감찰을 받았다. 1함대 사령관 관사 내 설치된 골프장은 병사와 군무원을 동원해서 한 게 맞나?
▶김명수 : ....
▷안규백 : 후보자가 말을 안 하는데, 이 사안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군무원과 병사들에게 개인적 일을 지시한 것은 권한남용이고 공사 구분을 못한 것이다.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후보자가 무리하게 지시한 게 맞다면, 책임질 의사가 있나?
▶김명수 : 다시 확인해보겠지만, 제가 지시했다기보다는 수리가 되어서 운영된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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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국가' 미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 ⑤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  기사입력 2023.11.15. 14:58:56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3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3 평화통일시민강좌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북한의 건축과 경제 및 기후위기 대응, 전쟁국가 미국, 미일동맹의 역사를 3월 1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신촌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10월 21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이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근대 세계질서는 유럽 사람들이 만들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착취하면서 만든 자본주의 시대가 지금까지 왔다. 

 

동아시아에서는 1839년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영국에 무릎을 꿇으면서 조선도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들이 있었다. 길게 보면 500년, 짧게 보면 200년 만에 서방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해체된 1991년 말부터 '탈냉전' 시대가 시작되었다. 탈냉전은 세계화의 시대였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든 사람이 이제 '탈냉전'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탈냉전의 시대는 세계화의 시대였다. 탈냉전 시대의 종말과 함께 탈세계화의 시대가 오고, 미국 중심의 단일 패권 시대에서 다극화의 시대로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 주도 서방 중심의 착취적인 세계 경제 질서가 평등한 경제 질서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년의 세계화의 시대에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나라가 남한과 중국, 독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IMF 위기로 위기를 맞았으나 이후 미국과 중국 경제가 협력하는 이른바 '세계화'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세계화는 이제 끝이 났다. 세계화를 갑자기 끝나게 만든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10월 7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다. 물론 미국 패권 쇠락의 시작은 2001년 9.11부터라 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결과로 미국 패권 쇠락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평화통일시민행동

군사주의 국가 미국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 불렀고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전쟁광"이라 했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예일대 교수였던 폴 케네디가 1987년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을 냈다. 폴 케네디는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고 했다.

 

 

1607년 영국인이 버지니아에 상륙했던 그 순간부터 미국은 제국이 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보수주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유럽이 세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도덕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군사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에서 포르투갈의 인도양 항로 발견,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교역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엄청난 부를 얻은 이후에는 전쟁을 잘했기 때문에 유럽이 잘살게 되었다고 했다. 유럽은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300년 동안 죽도록 전쟁만 했기 때문에 전쟁기술이 발달 되어 있었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태어났다. 자본주의 자체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자본주의는 과잉 생산된 상품을 팔아먹을 식민지가 필요하다. 1776년 독립을 한 미국은 1861년부터 4년간 남북전쟁을 했다. 이 전쟁으로 60만 명의 전사자가 생겼다. 

 

이 전쟁이 끝나자마자 2차 산업혁명으로 철도, 전기, 내연기관 생산이 발달하면서 미국의 경제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1890년대가 되자 도저히 국내 시장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1893년 대공황이 발생하고 미국은 1898년 스페인 전쟁으로 쿠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괌을 차지했다. 1898년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은 팽창하고 패권을 만들어갔다. 

 

미국 대외팽창의 고상한 명분 

 

미국의 대외팽창은 일종의 '미국 이데올로기'로 포장되었다. 1823년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세력권이며 유럽은 간섭하지 말 것을 선언한 '먼로 독트린'이 나왔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스페인이 지면서 1820년대부터 중남미의 스페인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독립했다. 미국이 중남미의 독립한 나라들에 영국과 프랑스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자신의 세력권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 '먼로 독트린'이다. 

 

미국이 독립했을 때는 애팔래치아 산맥 동쪽에 13개의 주가 있었다. 1803년 나폴레옹이 전쟁자금이 부족해지자 루이지애나 땅을 미국에 팔았다. 미국은 뉴올리언스부터 북쪽까지 지금 미국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땅을 1500만 달러에 샀다. 

 

1845년 미국은 멕시코 전쟁을 일으켜 현재 미국 서부의 땅을 빼앗았다.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는 모두 스페인식 지명이다. 미국은 멕시코 전쟁을 하면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국은 신으로부터 인류에게 자유를 선사하기 위한 소명을 갖고 태어났으며 미국의 땅이 넓어지면 그만큼 자유가 넓어진다고 생각했다. 

 

1899년 미국 이데올로기 중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가 나온다. 바로 '문호개방'이다. 역사적으로 1870년부터 1914년까지를 '제국의 시대'라 부른다. 제2차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엄청나게 발달하게 되자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은 식민지 쟁탈전을 벌인다. 영국의 식민지는 지구의 4분의 1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을 노렸다. 미국이 말하는 자유는 상업의 자유, 기업의 자유, 경제의 자유였다. 그 당시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을 차지하면 미국이 1893년부터 겪고 있는 공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일본이라는 작은 나라가 청일전쟁을 일으켜 중국에 승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은 청국으로부터 자국 예산의 3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받아내고 대만과 산동반도까지 차지했다. 그전까지 청나라는 서구 열강과 통상은 했을지언정 영토를 내주지는 않았다. 일본이 산동반도를 차지하게 되자 독일, 러시아, 프랑스가 삼국간섭으로 산동반도를 일본으로부터 빼앗았고 이후 절치부심하던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을 일으켜 마침내 조선을 합병할 수 있었다.

 

서양 강국들이 중국을 찢어 나눠 갖는 것을 보며 미국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미국은 1898년 스페인 전쟁으로 필리핀을 빼앗고 하와이도 차지하면서 중국으로 가는 길목을 마련했다. 

 

1899년과 1900년, 미국의 국무장관 존 헤이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 문호개방과 관련하여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의 영토 주권을 존중하면서 공평하게 무역을 하자고 제안하는 문서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은 당시에 해군력이 약했기 때문에 문호개방과 관련하여 천명만 했지 강요하지는 못했다. 

 

미국을 세계 최대 채권국으로 만들어준 1차 세계대전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취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4년 동안 영국과 프랑스에 무기와 전쟁자금을 대줬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것도 영국과 프랑스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1917년 독일은 서쪽에서는 프랑스와, 동쪽에서는 러시아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었다. 독일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해 스위스에 망명해있던 레닌 등 공산주의 혁명가들을 '봉인열차'에 태워 러시아에 들여보냈다. 그때 러시아는 황제는 이미 쫓겨난 상태이고 이른바 부르주아 민주세력인 케렌스키 정부가 들어선 상태였다. 

 

'봉인열차'는 독일과 핀란드를 거쳐 러시아로 들어갔다. 케렌스키 정부는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당시 러시아 군인들은 너무 지쳐 있었다. 레닌은 1917년 10월 혁명을 일으켜 독일과 평화조약을 맺음으로써 전쟁을 끝냈다.

 

모든 전쟁을 끝내고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시작한 1차 세계대전은 실제로는 모든 전쟁을 시작한 전쟁이었다. 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11시에 끝났다. 미국은 1917년 4월에 1차 세계대전에 참전 결정을 했고 군대가 유럽에서 전투를 치른 것은 1918년 5월이었다. 미국은 6개월 정도 전쟁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19년 베르사유 평화조약을 맺으며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과 승자 없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전쟁을 없애기 위해 국제연맹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당시 일본도 승전국의 일원으로 베르사유 조약에 참여하며 새로운 평화조약에 인종적 차별조항을 없애자고 제안했지만 영국과 미국이 극렬하게 반대하여 이 내용은 들어가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은 최대의 채권국이 되었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빌려준 전쟁자금을 받으려 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에 어마어마한 전쟁배상금을 받아내 미국에 대한 채무를 갚고자 했다. 

 

사실, 1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장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4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15세에서 30세까지의 젊은이 중 절반을 잃었다. 프랑스가 독일에 청구한 배상금 330억 달러는 애초에 프랑스가 요구했던 액수의 5분의 1에 불과했지만 독일이 예상했던 액수의 2배였다. 

 

하지만 독일은 자신을 패전국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쟁이 나자마자 영국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독일을 봉쇄했고 그때 굶어 죽은 독일인이 7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독일 영토 내에서는 전쟁하지 않았다. 미국이 참전했고 윌슨의 발표도 있었으므로 독일은 공정한 평화를 예상하며 '전쟁 종료'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엄청난 배상금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영국 재무성의 수석대표단으로 파리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평화조약 체결 이후 1919년 말에 <평화의 경제적 결과>라는 책을 냈다. 케인스는 전쟁배상금은 독일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서 갚을 수 있는 돈이 아니며 결국 막대한 배상금 요구는 유럽 경제의 파탄 등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독일은 미국에서 달러를 빌려 전쟁배상금을 냈다. 그 과정에서 1921년 독일은 초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고 1929년에는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었다. 독일 사람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억울했고 가난해졌다. 이러한 배경으로 독일에 히틀러가 등장하게 되고 파시즘의 길을 걷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은 'GOOD WAR' 

 

2차 세계대전으로 유엔, IMF,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가 만들어지고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되었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은 완성되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국방비가 4배로 늘어났고, 전쟁 직후 2년간 무기 생산은 7배로 늘었으며, 유럽에는 나토라는 군사동맹이 형성됐고, 아시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으로 일본이 미국의 대소련 군사기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한편 1934년 4월부터 2년간 미 상원 특별조사위에서 1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의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했는지 조사하였다. 이른바 '죽음의 상인' 위원회다. 미군 200만 명이 참전하고 12만 명이 사망한 1차 세계대전에서 JP모건, 뒤퐁, US 스틸, 록펠러 등의 회사가 평상시보다 10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때 미국에서는 반전여론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2차 세계대전이 발생했다. 1차 세계대전은 전쟁 책임이 대단히 애매하다. 공식적으로는 독일에 책임을 묻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몽유병처럼 영국과 독일이 전쟁으로 끌려들어 갔다고 하고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영국이 작심하고 한 것이라 보기도 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은 나치나 일본의 전쟁범죄가 너무나도 잔인했기 때문에 책임이 분명했고 미국은 이런 잔인한 국가들을 쓰러트리는데 대단한 기여를 한 승전국이었다. 미국은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한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전쟁을 통해서 대공황을 벗어나게 되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good war'라 부른다. 

 

▲ 1951년 9월 8일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미국의 전후 구상과 중국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전후 구상에서 한 가지 틀어진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연합국이 최초로 약속한 1943년 카이로 회담에 미국의 루스벨트는 영국 처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장제스를 참가시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장제스의 중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였고 국공내전도 국민당이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은 미국, 영국, 중국, 소련 등 4개국이 전후 세계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중국 공산당의 승리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으로 미국의 전후 세계질서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미국은 중국 대신 일본을 동아시아 지역의 파트너로 삼기로 한다. 

 

미국이 보기에 한국 전쟁이나 베트남의 독립은 그 나라의 내전이 아니라 중국 공산세력의 확장이었다. 1954년 봄 베트남의 호찌민 세력이 식민세력인 프랑스를 물리쳤고, 이어 열린 제네바평화회의에서 향후 2년 내 총선을 통한 남북 베트남의 통일 방안이 수립됐지만 미국은 총선 실시를 거부했다. 호찌민이 이끄는 공산세력의 베트남 통일을 막으려 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베트남 전쟁을 본격화하게 된다. 하지만 그 막강하다는 미국이 전쟁에서 패했다. 굉장히 큰 사건이었다. 미국의 군사력이 쓸모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9.11테러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베트남 전쟁 시기 테트(구정 대공세)라고 보고 싶다. 1968년 1월 말, 구정에 남베트남 전역에서 베트콩들이 미국과 남베트남 정부를 공격했고 군사적으로만 보면 베트콩들이 완패했다. 

 

하지만 미국 여론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전까지 베트남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구정 대공세가 그 믿음을 깨뜨렸다. 결국 1968년 3월 존슨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저항하고 있음을 알리고 앙숙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서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게 만들고 이라크 등 아랍권은 물론 세계 대부분에서의 대규모 시위도 촉발시켰다. 베트남 전쟁 당시의 구정 대공세에 버금간다 생각한다. 

 

중국의 국공내전이 끝나고 1950년 1월 영국은 모택동 정부를 승인했다. 미국의 애치슨은 중국 시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장제스만 없으면 공산 중국과 수교를 하려고 했다. 한국전쟁으로 이러한 계획은 무산됐다.

 

미국은 케네디 행정부 때부터 공산 중국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를 실천한 것은 닉슨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실패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971년 중국을 방문한 닉슨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2차 대전 직후 빨갱이 때려잡기, 즉 매카시즘의 선봉장이었던 닉슨은 자신이 중국에 가면 아무도 자신을 빨갱이라 하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 화해하고 소련과 군비축소에 합의했다. 1972년부터 미국 내에서는 냉전은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와의 공존에 절대 반대하는 네오콘 세력이 등장했다. 네오콘은 공산주의와 화해나 협력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대중동정책과 이란혁명 

 

미국은 1945년부터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날 때까지 동아시아에서만 전쟁을 했다. 그런데 1979년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석유가 처음 발견된 나라다(1908년). 그 석유를 영국이 대부분 차지했다(1913년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 창립). 

 

1951년 모사데크 총리가 석유를 국유화할 것을 선언하지만 미국과 영국의 석유회사들이 안 내주고 3년간 대치를 한다. 결국 1953년 CIA가 들어가 모사데크를 날려버리고 팔레비 왕조를 복귀시킨다. CIA 최초의 비밀공작에 의한 외국 정부 전복이었다. 

 

1970년까지 중동지역에 군대를 주둔시켰던 영국은 재정 악화로 군대를 철수시켰다. 1970년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같은 미국의 대외 군사적 직접 개입을 피하려고 했고 징병제도 모병제로 바꾼 상황이었다.

 

미국은 중동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지만 중동지역은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3분의 2가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닉슨은 1972년 소련방문 후 돌아오는 길에 이란의 팔레비 국왕을 만나 중동의 안정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대리인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란에 온갖 첨단 무기들을 팔았다.

 

팔레비 국왕은 이란을 세계 5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했다. 페르시아 제국 2500주년을 기념한다며 나라 재정을 흥청망청 썼고 결국 이란 민중들이 1978년 11월 반정부시위를 일으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혁명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 될지, 이슬람 혁명이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해외 망명 중이던 팔레비 왕은 미국으로 들어가기를 희망했다. 카터 대통령은 반대했지만 록펠러 등 미국 내 팔레비 친구이자 금권 세력들은 키신저, 브레진스키 등을 앞세워 그의 입국을 관철시켰다. 1953년 테헤란 미 대사관에 본부를 둔 CIA의 모사데크 축출 공작을 지켜봤던 이란 이슬람 세력은 이를 미국의 반혁명 음모로 파악했다.

 

1979년 11월 미 대사관을 점거한 이슬람 세력은 외교관 50여 명을 444일 동안 인질로 삼아 미국과 대치했고, 결국 이 인질극의 여파로 카터는 재선에 실패하고 네오콘 세력이 지원하는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의 당선과 함께 미국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화, 탈규제, 부자 감세의 시대가 시작된다. 

 

그 무렵(1979년 12월 25일)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다. 아프간의 공산주의 정부가 이슬람 세력에 밀려 굉장히 위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정부 때부터 미국은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이슬람 세력을 우군으로 활용해 왔다. 무신론자를 싫어했던 이슬람 세력을 세속주의 혹은 좌파 민족주의와 싸우도록 전략을 만든 것은 애초에 영국이었다.

 

1920년대 이집트에 무슬림 형제단이 설립됐을 때 영국은 은밀히 지원했다. 하마스는 1930년대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로 설립됐다가 1987년 팔레스타인의 1차 인티파다(봉기) 이후 하마스로 바뀐 조직인데, 하마스의 성장을 도운 것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였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1980년 1월 카터 독트린이 발표되었다. 중동지역은 미국의 핵심적 국익이 걸린 지역으로 이 지역 방어를 위해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란에서는 군사쿠데타로 호메이니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실패했고, 아프간에서는 아랍의 이슬람 전사들을 활용해 성공했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소련은 아프간에서 이슬람 반군 세력에 맞서 힘든 전쟁을 벌여야 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비밀공작이라 불리는 '오퍼레이션 사이클론'을 통해 아프간에서 소련을 패배시켰다. 미국이 돈과 무기를, 사우디가 돈과 정보를 대주고 파키스탄이 이슬람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이들을 무자헤딘이라 불렀다.

 

이 이슬람 사람들은 아프간 사람들이 아닌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사우디 출신들로 10만 명에 달했다. 소련은 10년 동안 아프간에서 피 흘리고 깨지다가 고르바초프가 아프간에서의 철수를 결정했다. 소련의 아프간 전쟁은 소련이 무너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레이건은 1983년 무자헤딘을 백악관에 불러 '자유의 전사'라고 치켜세워주었다. 소련이 물러나고 무주공산이 된 아프간은 탈레반이 차지하게 되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는 미국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로 만들고자 했고 너무나 낭비적인 핵 군비 경쟁을 중단하고자 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정보산업의 발전으로 기술혁신을 이루었지만 소련은 7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석유 가격의 폭락과 과도한 군비경쟁으로 결국 1991년 망했다.

 

미국은 이를 소련 공산주의에 대한 최종적 승리로 간주했고, '역사의 종언'이라 부르며 인류가 실험한 여러 사회체제 중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완벽하다고 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이외의 체제는 존립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네오콘이 등장했고 폴 월포위츠는 1992년 3월 세계 어떤 지역에서든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네오콘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흑자로 만들어 놓게 되자 90년대의 미국은 뭐하나 부족한 것 없는 풍요롭고 강력하고 완벽한 국가였다.

새로운 진주만, 9.11테러

 

그러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했다. 4대의 비행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워싱턴의 펜타곤 등을 공격했다. 범인 19명 중 15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었고 그 주모자가 오사마 빈라덴이었다. 그는 '빈라덴'이라는 사우디 최대 건설회사 집안의 자식이었고, 1980년대에는 미국과 사우디 등에서 아프간에서 소련에 맞서 싸울 이슬람 전사들을 모집했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쟁(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격퇴) 당시 이라크가 사우디까지 노릴 것이라며 사우디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하지만 사우디에는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지역으로 무슬림들은 이교도 군대가 들어온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사마 빈라덴은 걸프전쟁 이후 계속해서 사우디에서의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9.11테러는 이러한 미군 철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9.11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은 이를 재앙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미국 패권 강화의 기회로 여겼다. 1997년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가 만들어진다. 이 단체의 선언문에는 인류문화의 종점인 자유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확대시키기 위한 군사행동에 '새로운 진주만'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1930년대 강력한 반전 정서가 지배했던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전한 것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외 군사개입을 위해서는 진주만과 같은 충격적 사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네오콘은 9.11테러를 '새로운 진주만'으로 봤다.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의 교수이며 과정신학자로 유명한 데이비드 레이 그리핀은 '새로운 진주만'(국내에는 <맨해튼의 진주만>으로 번역됨)이라는 저서에서 9.11테러를 미국 정보기관이 사전에 알았다는 여러 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부시 행정부의 실질적 권력자이자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목표는 중동의 맹주 이라크와 이란을 제거하고 세계 에너지자원의 보고인 중동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2001년 10월에 아프간을, 2003년 3월에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고 물러났다. 브라운 대학의 왓슨 연구소에서 발표한 전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이 전쟁을 위해 쏟아부었거나, 지출해야 할 비용(부상 군인들의 치료비 및 연금 등)이 최소 8조 430억 달러(약 9413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45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001년 이후 미국의 군사적 모험은 20여 년 만에 실패로 드러났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파괴는 할 수 있을지언정 굴복시키지는 못했다. 그래서 미국을 혼돈의 제국(Empire of Chaos)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끝났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29년의 대공황보다 더욱 심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은 엄청난 돈을 퍼부어서 대형 금융기관만 살려줬다.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못 갚아 집을 잃은 사람이 940만 명에 달했지만 이 사람들에 대한 구제는 거의 없었다. 

 

사모펀드가 이 사람들의 집을 사서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고 금융자본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들였다. 여기에 유럽의 금융자본도 동참했고 그 결과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IMF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의 혜택은 국민이 아닌 금융기관에 갔다. 금융기관들은 살아남았지만 국민은 소비할 여력이 없어졌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의 어떤 제도권 학자나 언론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미국의 기득권 계층은 밑바닥 정서를 읽는 데 실패한 것이다. 

 

1992년 대선 때 로스 페로라는 억만장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18%를 득표했다. 당시 로스 페로는 제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것을 반대하며 러스트 벨트에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은 당시 캐나다와 멕시코(NAFTA), 중국으로 제조업을 내보내고 있었다. 국내 제조업은 위축되고 중하층 남성들의 평균 수명이 줄어들었다. 트럼프의 당선도 러스트 벨트의 절대적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10월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 팜 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헛돈 쓰는 미국 

 

미국 육군 대령 출신이자 보스턴 대학교수인 앤드루 바세비치는 미국의 군사주의를 비판하며 계속 헛돈을 쓰고 있고 반성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은 2021년 8월 아프간에서의 철수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

 

미국은 실제로는 석유, 금융 등 거대 자본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전쟁을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믿는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사망자는 군대보다는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전사자 중에 3분의 1은 군인이고 3분의 2는 용병이다. 전쟁의 참혹함, 전쟁 피해의 실상이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공산주의는 싹부터 잘라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1차 세계대전 때 이미 씨앗이 뿌려졌다. 레닌이 1917년 러시아혁명에 성공한 이후 러시아 내 외교문서를 뒤져보니 오스만 터키가 지배하고 있던 중동지역을 전쟁이 끝나면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나눠 가지기로 한 비밀협약이 있었다. 레닌은 이를 폭로했고 이것이 미국의 1930년대 '죽음의 상인' 청문회의 단초가 되었다. 

 

레닌이 전쟁반대와 민족자결을 주장하니 윌슨이 14개 조의 민족자결을 발표했다. 그리고 러시아에 내전이 일어나게 되자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이 러시아에 군대를 보내 혁명 러시아 공산군과 싸웠다. 영국 총리 처칠은 당시 "공산주의는 요람에 있을 때 제거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미국은 소련을 인정하지 않다가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된 이후 히틀러의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1933년에 소련을 인정했다. 미국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자신들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하지만 승리의 80%는 소련군에 있다.

 

서부전선보다 동부전선에 10배나 많은 독일병력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2차 세계대전의 미군 전사자는 40만 명이 안 되지만 소련은 2500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차 부대 지휘관이었던 조지S.패튼은 차제에 소련도 공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거짓 약속과 배신 

 

1987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중거리핵전력조약을 맺어 핵무기를 감축하기로 한다. 또한 미국은 1990년 2월 독일이 통일되어도 나토는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991년 12월 25일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은 약속을 뒤집었다. 고르바초프는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유라시아 공동의 집을 짓자고 했지만 미국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와서 인디언들과 400년 동안 싸웠는데 이 기간에 약속했다가 어긴 것이 400차례나 된다. 

 

1990년대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다. 2차 세계대전 때보다 피해가 더욱 컸다. 올리가르히라고 예전 공산당 간부 했던 사람들이 국영기업을 불하받아 막대한 부를 차지했다. 옐친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의회에서 이를 문제 삼아 1993년 9월 옐친을 탄핵하자 옐친은 10월 탱크를 동원하여 의회를 포격했다. 

 

이러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옐친은 1991년 8월 공산당의 쿠데타를 막아낸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지만 이후에는 미국의 충실한 하수인에 불과했다. 

 

1999년 3월 미국과 나토는 유엔의 승인도 없이 세르비아를 78일 동안 공습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형제국가이자 유고슬라비아의 중추국가였다. 미국은 세르비아 공습으로 유고슬라비아를 다 찢어놓았다. 미국은 미국과는 다른 사회, 경제, 정치 체제를 없애버리고자 했다. 유고슬라비아는 노동자 자주 관리제도라는 아주 특이한 사회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었고 초대 대통령이었던 요시프 브로즈 티토는 스탈린과도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이 세르비아 공습을 시작할 때 당시 러시아 총리였던 프리마코프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소식을 듣고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프리마코프는 그 후 러시아, 중국, 인도와 힘을 합쳐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 후부터 러시아는 사르마트나 킨잘과 같은 신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소련 해체 이후 8년간 미국과 나토를 믿었던 러시아는 이때부터 미국의 속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쫓아낸 마이단 혁명이 있었던 2014년 2월부터 시작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아주 유사하다.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강대국이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대륙 동쪽과 서쪽에 있는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마개로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한국을 아주 모범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만든 것처럼 우크라이나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다. 우크라이나는 냉전 종식 당시 인구가 5000만에 달했지만 지금은 3000만이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은 반 토막이 났다. 유럽의 가정부는 대부분 우크라이나 여성들이다.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안보위협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과 크림은 러시아계 사람들이 많으니 러시아로 편입하고 오데사도 러시아로 편입시키고 나머지 지역은 완충지대로 두려고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역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푸틴 스스로가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가 러시아인데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려고 하겠냐고 했다. 

 

안전장치의 파괴와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위협 

 

1972년 미국과 소련 간에 전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몇 가지 장치가 있었다.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ABM)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 등이다. 미사일 방어망(MD)을 만들면 선제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미사일 방어망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을 2002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2019년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을 탈퇴했다. 또한 미국은 핵도 없는 이란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MD를 배치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MD가 배치되면 5~7분 사이에 미사일이 모스크바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핵균형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2014년 야누코비치를 쫓아냈을 때 푸틴은 크림을 병합했다. 러시아는 크림은 원래 자신의 영토라 생각했다. 크림반도는 1783년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 때 터키한테 뺏은 곳이며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부동항이었다.

 

그런데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 1954년 페레야슬라프 조약 300주년을 맞이하여 흐루쇼프가 선물로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의 행정권을 줬다. 러시아는 2014년 이를 다시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흑해에서 군사활동의 자유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키워줘서 2022년 2월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는 터키와 맞먹는 유럽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50~6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더 싸울 사람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쟁을 지속하는 이유는 경제제재를 하면 러시아가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6000억 달러인데 미국은 경제제재로 그중에 절반을 동결시켜 버렸다. 그리고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러시아를 배제했고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은 이렇게 하면 러시아 경제가 무너질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러시아는 건재하다. 유럽에서 경제 상황이 제일 좋은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경제제재에 대비해왔다, 러시아는 달러패권에서 벗어나 자립적 경제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미국의 제재가 이를 촉진해줬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는 루블이나 위안화나 루피로 결제를 한다. 결국 달러가 없어도 되는 상황을 미국이 만들어줬다.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 중심의 국제무역체제에서 벗어나 별도의 국제통화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더욱 앞당겨버렸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전쟁 

 

영국은 1915년 오스만제국에 저항하면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 국가 지역에 독립국 건설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1917년 11월 2일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 수립에 동의한다는 <밸푸어 선언>을 했다. 석유가 나는 중동지역을 차지하고 싶었던 영국은 유대인들을 대리인으로 삼고자 했다. 원래 미국은 이스라엘 건국에 반대했으나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의 편에 서게 된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저항했고 전쟁의 결과 다 쫓겨났다. 1967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가자지구, 골란고원을 다 차지했고 유엔은 이스라엘이 철수하라는 결의안을 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유엔 결의를 따르지 않았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미국 뜻대로 되지 않자 미국은 전략을 바꾸어 '중동지역의 민주화'를 내걸었다. 그때 이스라엘이 반대했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하기로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직접 참관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집권하게 된 것이다. 하마스는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서안지구는 파타가 통치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에 6m 장벽을 쌓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만들었다. 가자는 폭이 8km, 길이가 40km인 좁은 땅으로 230만 명이 갇혀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칼로리를 계산하여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음식을 집어넣고 있다. 세계 최대의 노천감옥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16년을 살아온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라는 저항운동으로 지금까지 6000명이 죽었다. 

 

▲ 10월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생활방식은 제국, 팔레스타인의 생활방식은 저항 

 

미국의 생활방식이 제국이라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저항이다. 동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성지이다. 그리고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영토에 있다. 이슬람 사원인 알아크사 사원을 최근 유대교가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이것도 하마스가 공격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1993년 오슬로 협정을 맺어 '두 국가' 안을 맺었지만 협정을 맺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2년 뒤 암살당하고 하마스의 테러로 오슬로 협정은 이행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1979년 카터의 중재로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수교를 맺었다. 미국이 이집트를 매수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가 이스라엘과 이집트다. 계속 몇백억 달러씩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옆에 있는 요르단은 1994년에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고 재작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었다. '아브라함'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이다. 

 

최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추진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지역에서 수장과도 같은 나라이다. 수교가 되면 팔레스타인은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10월 7일, 팔레스타인은 살아있음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미국은 벌거벗은 임금님 

 

10월 16일 러시아가 즉각 휴전과 인도적 구호 및 평화협상을 하자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지만 하마스를 규탄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되었다. 그 뒤 브라질이 하마스에 대한 규탄내용까지 넣어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지만 미국이 유일하게 반대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불리한 모든 유엔 결의안은 미국이 언제나 반대했다. 많은 사람이 미국을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한다. 자신이 다 벗은 줄을 모른다. 즉 세계가 미국의 실체를 직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전 세계 여론이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는데 그것을 부정하고 여전히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그동안 미국이 군사력으로 억지로 끌고 왔지만 2010년부터 이미 미국의 세기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5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미국의 기득권 보수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60%가 다극시대라고 답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국채가 9조 달러였는데 지금은 33조 달러에 이른다. 연간 이자만 6천억 달러를 내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이기 때문에 국제무역에서 달러가 제일 많이 유통되기는 하나 최근 10년간 세계적으로 외환거래에서 달러 비중이 72%에서 50%로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러시아가 자립하게 만드니 달러 비중이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미국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은 독일이 지난 100년 동안 세 번째로 미국에 진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지금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경제성장의 큰 동력 중의 하나가 러시아의 값싼 가스와 석유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모두 끊겼다. 

 

지난 겨울 독일 정부가 연료비 보조금으로 쓴 돈이 2800억 유로다. 우리 돈으로 400조 원이다. 유럽연합의 경제 기관차였던 독일은 지금 자살하고 있다. 

 

최근 슬로바키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당이 집권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대놓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EU의 지원은 잘못된 것이라 비판했으며 폴란드에서는 최근 총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던 제1당이 졌다. 

 

몇 달 전 러시아 연구소에서 유럽국가들의 국민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다고 생각하는지 설문 조사를 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국민은 미국이 2, 나토가 2, 러시아가 1의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유럽 국민은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이러한 인식이 있는가이다. 1876년 조선이 개항되었을 때, 조선의 지배계층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중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서 유럽 주도의 경제 질서로 변하고 있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1945년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를 펼쳤던 일본이 패하고 미국과 소련이 들어오게 되었을 때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소련 해체와 동유럽 몰락 이후 냉전이 해체되는 과정이 있었지만 남북은 화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의 탈탈냉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894-1975년을 동아시아 80년 전쟁의 시대라고 하는데, 전반부(1894-1945년)는 일본이, 후반부(1950-1975년)는 미국이 전쟁의 주요 행위자였다. 중요한 것은 두 차례 전쟁의 시대를 연 출발점이 바로 한반도였다는 점이다. 청일전쟁과 6.25전쟁이 그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청일전쟁을 불러왔고, 청일전쟁은 50년에 걸친 일본의 동아시아 침탈(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시작이었다. 한반도의 분단이 좌우 대립에 이어 6.25전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미국/남한/일본과 북한/중국/소련의 국제전을 초래했고 이어 베트남 전쟁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6.25전쟁은 7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다. 남북 간 체제 대결은 결코 전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6.25전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된다. 2021년 IMF는 미중간 경제전쟁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전쟁 가능성이 큰 곳으로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 한반도를 꼽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그야말로 급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집권층은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인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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