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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노조 9일 ‘경고 파업’ 돌입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11/09 09:40
  • 수정일
    2023/11/09 09:4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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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9일 서울 성북구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일부터 만 하루 반 동안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연합교섭단은 전날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노조 연합교섭단은 9일 첫 주간근무 출근부터 10일 주간근무까지 만 하루 반 시한부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역)을 운영한다.

다만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만 파업에 실제 참여하고,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최종 교섭이 결렬된 이후 긴급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9일 오전 10시 반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노조)는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사측이 인력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를 끝내 거두지 않고, 노조 측이 제안한 정년퇴직 인력 채용마저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의 강압적인 전시성, 실적성 인력 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는 시민과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하며, 시민 서비스가 저하될 것이기에 (사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창구를 계속 열어둘 방침이다. 노조는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언제라도 대화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3일 국정감사장에서 ‘서울교통공사 경영합리화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노사 단체교섭 최대 쟁점에 대해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밝혔다”며 “오 시장과의 직접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요원하다고 판단할 경우 16일 수능 특별 수송에 만전을 기한 후 2차 전면파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지하철은 출근 시간대엔 협정에 따라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100% 운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오전 9시께부터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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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윤석열 정권 종말 선언”.. 역대 최대 노점상·빈민 집결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11.08 12:37
  •  
  •  댓글 1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역대 최대규모 총궐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선 못 살겠다”는 시민들까지 ‘윤석열 심판 범시민대회’로 집결하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부터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를 꾸리고 퇴진 투쟁에 앞장서왔던 노동자·농민·빈민들의 투쟁 결의는 말할 것도 없다. 속속 11.11 퇴진 투쟁이 공표되고 있다.

그중 노점상들은 이미 지난 6월 ‘전국노점상대회’에서 ‘검찰정권 퇴진’ 구호를 전면에 걸고, 퇴진 투쟁 승리를 결의한 바 있다.

오는 11일에 열릴 ‘윤석열 정권 퇴진 빈민대회’ 역시 “정권 퇴진의 구호 아래 빈민들이 최대규모로 집결하는 대회”를 전망하고 있다.

▲ 지난 6월, 세종대로에서 열린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상생계보호특별법 제정! 공안탄압 검찰정권 퇴진!’ 6.13 정신계승 전국노점상 대회 ⓒ뉴시스

노점 단속.. 특별사법경찰 활개 쳐

최근 윤석열 정부는 ‘약자복지’를 내세우며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에겐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의 후폭풍을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정부가 ‘약자복지’를 외치는 것과 달리 약자들, 도시빈민들은 생존 위협에 내몰려 있다.

청량리 일대에서 마차를 운영하는 노점상들은 동대문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그리고 7개월째 노숙 농성 투쟁 중이다.

강제철거 이유는 근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서다. 구청은 올해만 20회 이상 철거에 나섰고, 노점이 없어진 곳엔 대형화분이 들어섰다.

주목할 건, 강제철거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까지 도입했다는 점이다.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노점상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수사를 실시하는 것도 특사경이다.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비상대책위원장은 노점단속을 위한 특사경 제도에 대해 “노점상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일부 보수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노점에 ‘불법’ 딱지를 붙이며 노점상을 불법이라 호도해 왔고, 이제 특사경 제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 시내 노점상들은 문성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발의하고 시의회가 추진하는 ‘노점말살 조례(민원 3번이면 강제철거)’와 싸우고 있다. 조례가 만들어지면 특사경 제도는 더욱 활개 칠 거라고 민주노련은 내다봤다.

지자체는 또한 ‘노점 실태조사’를 명목으로 노점상에 대한 인적 사항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불법 노점 철거’를 협박하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노점상에 날아오는 과태료 폭탄은 천만원 단위가 넘는다. 노동자들의 손해배상 폭탄과 다르지 않다.

▲ 2014년, 서울 강남 노점상 강제철거 당시 모습 ⓒ민주노련

노점상도 엄연한 직업... 국회 계류된 ‘노점상 특별법’

공안탄압 속 노점상 대표도 잡아간 윤석열 정부

노점상들은 노점상을 ‘철거’의 대상이 아닌 ‘직업’으로 인정하는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경민 비대위원장은 “노점은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노점상이라는 존재가 부정당하지 않고, 당당한 ‘사회경제적 주체’로 인정하면서 상생하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점상도 ‘벌금’이 아닌 ‘세금’을 내면서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는 말이다. 노점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라는 코드번호를 갖고 있기도 하다. 명백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2021년 5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발의된 노점상 특별법은 아직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계류 중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공안탄압 속에 대표를 잃은 노점상 회원들의 윤 정부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노련 전현직 간부 6인은 윤석열 정권 공안탄압 희생자다. 박근혜 정권 시절(2013~2014년) 강남구청의 불법 강제철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검찰 출신 윤석열 정권하에 구속됐다.

이경민 비대위원장은 “선거철만 되면 어묵 먹고, 떡볶이 먹고, 시혜성 복지만 내놓은 정권을 단호히 거부한다”면서 “11월 11일, 노점상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의 종말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점상과 도시빈민들이 ‘11.11 정권 퇴진 투쟁’을 선포한 이날도 윤석열 정권은 농민 단체와 간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빈민 투쟁을 지지하러 온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도 빈민과 함께 분노했다.

▲ 서울 종로구 한 쪽방촌의 모습

철거민, 쪽방촌, 고시원까지.. 도시빈민 한자리에

노점상 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권을 뒷배로 건설자본에 의해 쫓겨난 철거민, 폭우참사에 집을 잃은 도시빈민, 그리고 장애인까지, 분노가 한 데 모일 예정이다.

‘약자와의 동행’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가 정작 약자를 위한 대책 없이 사회복지 예산, 민생예산을 온통 삭감하고 있기 때문. 법인세 감면 등 재벌 세금을 17조 원이나 삭감해 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여름 노점상은 폭우와 폭풍에 날아가는 마차와 집기를 부여잡아야 했다. 반지하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다. 전세사기를 당한 무고한 주민들까지 도시빈민이 되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가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작 쪽방촌, 고시원의 도시빈민들은 빈대와 진드기에 시달린다. 하루빨리 임대주택을 신청해 이사하고 싶어도, 정부가 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했다. 오세훈의 서울시도 임대주택 매입임대사업에 총 761억 원을 편성했는데, 전년보다 총 5,290억 원이 줄어든 규모다. 홈리스행동의 빈민들은 “고시원, 쪽방촌 비용 지원이 아니라 적정 주거를 제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장애인 돌봄 국가 책임 회피.. “가족관계를 끊으라는 거냐”

장애인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을 요구하며 8년이 넘도록 광화문 지하차도에서 농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농성장을 찾아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를 약속하면서 농성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국가와 싸운다. 장애인 가족의 돌봄 책임을 국가가 회피하고 있기 때문.

부양의무제는 빈곤을 개인과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문제로 규정하고, 실질적인 부양관계에 있지 않아도 부양의무자가 존재하면 잠재적 부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급대상에서 제외시켜 왔다. 여전히 의료급여에 대해선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았다.

노들장애인야학 김명학 교장은 “국가는 우리에게 가족과의 관계를 끊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국가는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증명하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수급자에게 무능력을 증명하게 하고, 거짓으로 신고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만 하는 게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다.

▲ 윤석열 정권 퇴진 11.11 빈민대회 추진위원회 회원들의 투쟁 선포 ⓒ뉴시스

남경남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윤석열이 말하는 민생은 ‘반민생’”이라며, 빈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살기 위해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 자체가 민생이고, 건설자본에 쫓겨나는 철거민이 민생이며, 거리에 내동댕이쳐진 홈리스, 장애인들이 민생이다. 가난한 이들의 민생이 ‘진짜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에 저항하기 위해,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사회,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 빈민대회로 모일 것”을 선포했다.

11일 오후 서대문역 인근, ‘윤석열 정권 퇴진’을 걸고, 역대 최대규모 ‘약자복지 기만이다! 빈곤철폐 세상을 열자!’ 빈민대회가 열린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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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사망자 1만 명 넘어…네타냐후, 가자 재점령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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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11/08 11:20
  • 수정일
    2023/11/0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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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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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무덤 돼"…네타냐후, 전투 일시 중지 관련 "여건 점검"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3.11.07. 20:05:13

 

지난달 7일(이하 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뒤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으로 한 달 만에 가자지구에서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군사 작전 종료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무기한 통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CNN 방송을 보면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 7일 이후 지속된 이스라엘의 무차별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1만2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어린이가 4104명, 여성이 2641명으로 이들의 비중이 전체 사망자의 67%에 이른다. 부상자도 2만6408명에 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악몽은 인도주의적 위기 그 이상이다. 이는 인류의 위기"라며 "가자지구가 어린이들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과 지속적 폭격이 민간인, 병원, 난민촌, 이슬람 사원(모스크), 교회, 쉼터를 포함한 유엔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했다. 

 

불과 한 달 동안 다수의 비전투원을 포함해 3만5천 명 이상이 죽고 다친 것은 거대한 인도주의적 재앙이지만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가자지구 보건부가 제시하는 사상자 수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막대한 민간인 희생이라는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수의 외신들은 가자지구 보건부 통계는 지금까지 언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서 유엔 및 인권단체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검증되며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올해 발간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지난해 인권 상황을 다룬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보건부 통계를 인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언론 브리핑에서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이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 수 관련 질문을 받고 "수천 명에 달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 지상군이 관측소, 훈련장, 지하 땅굴이 포함된 하마스 요새 한 곳을 장악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관측소, 대전차 미사일 발사장 등 450곳의 하마스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지상군이 가자지구 북부를 고립시킨 뒤 "가자시티에 대한 압박을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에 근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에 하마스 지휘 센터가 은폐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전날 가자시티를 포위했다고 밝혀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가전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난민촌 및 병원 인근 공격도 계속됐다. <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알시파 병원 외과 의사인 가산 아부 시타는 가자지구 통신이 열흘 사이 세 번째로 두절된 5~6일 밤 인근 지역 폭격으로 병원 건물이 밤새도록 흔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샤티 난민촌으로부터 수백 명의 사상자가 병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샤티 난민촌에 여섯 명의 자녀들과 함께 거주하는 하젬 주다흐(39)는 <워싱턴포스트>에 공습에서 자신의 가족은 살아 남았지만 많은 이웃들은 목숨을 잃었으며 주검이 "모든 곳에"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병원 인근 뿐 아니라 병원 건물 일부도 폭격 대상이 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알시파 병원장인 모하메드 아부 살미야는 <워싱턴포스트>에 6일 병원 본관 옥상이 폭격 당해 어린이 1명이 죽고 6명이 다쳤으며 태양광 패널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알시파 병원에는 환자 뿐 아니라 난민 또한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연료 반입을 허용하지 않아 인큐베이터 가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은 보조 전력으로 이용돼 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해 "알시파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습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의약품 부족, 필수 시설을 가동할 연료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는 붕괴 상태다. 알시파 병원 외과과장 마르완 아부사다는 팔레스타인 의료 지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전달한 성명에서, 병원의 통상 수용 여력은 210명이지만 현재 800명 이상을 치료 중이고 150명 가량의 의료 인력이 사망했으며, 연료 부족으로 중환자실(ICU)과 응급실에만 전기가 계속 공급되고 산부인과 병동의 경우 전기가 하루 4시간 밖에 공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중동을 순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인도주의적 휴전 및 전투 일시 중지에 대한 아무런 가시적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이 지역을 떠났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에 전투 중지에 대한 제안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통화에서 "민간인들이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서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움이 필요한 민간인에게 지원이 전달되도록 보장하며 잠재적인 인질 석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술적 일시 중지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양국 간 일시 중지 관련 논의는 "끝이 아닌 시작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전술적 일시 중지 가능성이 닫혀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6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석방 없이 휴전은 없다"면서도 "전술적 일시 중지에 대해선 우리는 이미 여기서 한 시간, 저기서 한 시간 해 왔다. 물품과 인도주의적 구호품 반입 및 인질 해방을 위한 여건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택, 병원까지 공격의 영향을 받아 가자지구 전역에서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리고 가자지구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일부 부상자 및 외국 국적자에게만 열린 상황에서 일시적 전투 중지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가자지구의 한 37살 치과의사는 <가디언>에 "도시 전체가 파괴됐다. 만일 휴전이 이뤄진다 해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린 모든 걸 잃었고 버려졌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가자지구의 통치 공백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군사 작전 종료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종료된 뒤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안보 책임을 갖지 않았을 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 분출을 봤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뒤 가자지구를 점령했지만 2005년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며 38년 간의 점령 체제가 끝났다. <AP>는 네타냐후 총리가 해당 발언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유지할 계획임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는 어긋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하는 것은 실수"라며 "팔레스타인 국가로 향하는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으로 이스라엘 쪽에서 주로 민간인인 1400명이 사망하고 240명 이상이 인질로 납치 당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무차별 보복 공습을 이어갔고 지난주부턴 지상 작전에 돌입해 가자 북부를 포위했다.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 귀를 대고 생존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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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지도자는 어떻게 나라를 망치나...세계가 등돌렸다

 20세기 이래 유럽과 동아시아보다 동유럽, 서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민족-영토 분쟁이 빈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민족과 국가 관계의 모순 때문이었다. 무인 지역 산악, 도서 등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지구촌 영토분쟁은 복잡한 민족적 구성을 단순한 이분법적 국가 경계로 절단하면서 발생했다. 현대적 의미의 '국가'에 부여된 지상권과 주권평등원칙이 당연히 과-남용될 수밖에 없었다.


인위적 사건, 이스라엘 건립

서구 세계에 국민국가 시대가 열리고 있음에 자극을 받은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자신들만의 국민국가를 꿈꿨고, 그럴 마음이 전혀 없던 현지 주민들을 내몰고 건국된 것이 이스라엘이었다. 당시의 이주 유대인들 가운데에는 합법적 토지 매입에 따른 이주였다는 항변도 많았다. 하지만 땅 매입이 곧 통치권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거주와 권력 수립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란 배타적 통치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국은 가장 기본적으로만 봐도 영토와 국민, 주권이라는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세 요소가 주변의 다른 영토, 국민, 주권과 충돌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건국은 바로 이 충돌 위에서 인위적으로 이뤄진 사건이었다.

국민국가 수립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원주민들과* 인위적인 국가 건설을 원했던 시온주의자들의 갈등은 예견된 사안이었다. 그래서 20세기 초부터 줄곧 국제사회는 두 국가 설립과 상호 안전보장을 요구해왔다. 양측이 무언가에 대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할 때, 이를 둘로 나누는 방안이야말로 유대인들이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는 솔로몬 재판의 현실판 아닐까?

* 영국이 아랍국가 수립을 인정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맥마흔-후세인 서신도 오스만의 지배를 벗어나려는 아랍 세력의 비밀외교 과정이었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은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이스라엘 정부는 좌파 노동당이나 우파 리쿠드당 모두 중동 평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 적극적이었다. 우파 정권은 중동평화를 위해 과감하게 시나이 반도 포기 결정을 내놓았고, 좌파 정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설립과 상호 안전보장이라는 원론적인 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들은 한 정치인의 출현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네타냐후의 등장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0월 28일 텔아비브 키르야 군사기지에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요아브 갈란트 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던 당시의 모습. ⓒ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긴 재임 기록을 가진 그의 이름은 베냐민 네타냐후. 그는 증오의 심리를 권력 연장에 이용하는 가장 오래되고 비열한 정치전략을 누구보다 잘 구사하는 인물이다. 1996년 처음 집권한 그는 특히 2009년 재집권 이후 정치적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팔레스타인 때리기 전략을 구사했고, 그럴 때마다 위기를 벗어나곤 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인가, 국민이 하는 것인가. 증오의 정치가 권력 연장에 실제 도움이 됐다면 유권자들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1세기의 이스라엘 국민들은 1948년 건국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그들의 전 세대가 가지던 일말의 공생 정치를 향한 양심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네타냐후가 그나마 대화의 국면으로 가려 할 때 그것을 막은 것은 이스라엘 국민들이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1996년 6월 첫 임기를 시작한 후,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생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첫 집권 당시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였던 그는 호기롭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을 진행했고 그렇게나온 결실이1998년 10월 서명된 '와이리버 협정'이었다.

'수정 협정'까지 이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1999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점령지 군 철수,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 팔레스타인 지위에 관한 협상 종결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그 협상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남긴 결과는 지지율 하락이었다. 물론 선거 패배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니었지만 같은 해 앞서 5월에 열린 총선에서 우파의 결집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네타냐후는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후보에게 패배하고 만다.

이것이 21세기 팔레스타인 문제가 악화일로를 걷도록 만든 장본인으로서의 네타냐후 총리를 변론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하고도 마지막 사건이었다. 이스라엘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은 팔레스타인과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려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을 정치적으로, 심지어 물리적으로 제거해내면서, 도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그들의 조국을 사지로 내몰았다.

광란의 권력, 증오의 정치

이후 재기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지는 너무나 간단했다. 팔레스타인을 때리면 지지율은 상승했고, 지지율 상승의 보답으로 다시 팔레스타인을 때리는 야만의 정치가 그렇게 반복됐다. 그렇게 네타냐후 세력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집권을 얻어냈고, 팔레스타인을 역사에서 지울 수 있을 거라고 정말 믿었던 듯하다.

극우 네타냐후는 2021년 6월 뉴라이트 성향의 정당 '야미나' 소속 나프탈리 베네트, 그리고 2022년 7월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예시 아티드' 소속의 야이르 라피드의 짧은 총리직 수행을 지켜봤지만 2022년 12월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보다 더 극우에 해당하는 샤스, 오츠마 예후디트 등 정당들과의 연정이라는, 이스라엘을 절벽 끝으로 내모는 선택을 통해서였다.

2022년 12월 29일 출범한 마지막 네타냐후 내각은 이렇게 이스라엘 역사상 최극단의 우익 정치세력 집합체였다. 올해 이스라엘 발 뉴스들의 상당 부분은 이들이 파괴하고 있는 이스라엘 국가의 헌법적 근간들에 관한 것들이다.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이들은 사법부마저 무력화시켰고, 광란의 권력 칼 놀림은 정점을 향해가고 있었다.

이들이 입으로 안보를 말할 때, 실제 이스라엘의 안보는 무너지고 있었다. 네타냐후 극우 내각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모사드, 신베트 등 정보기관 수장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광적인 이념정치를 뿜어냈다. 이스라엘 국방의 근간이 되는 예비군 장교들마저 훈련을 거부하게 만드는 비이성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마스를 키운 건 네타냐후'

이것이 10월 7일 하마스의 전격 기습공격 전야까지 이스라엘의 모습이었다. 이념지상주의 권력으로의 정보는 차단되고 국방력은 마비됐다. 지난 야이르 라피드 내각 당시 보건부 장관이었던 니잔 호로비츠는 프랑스의 외교전문 매체 <르 그랑 콩티낭>과 최근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키운 건 네타냐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장관 시절 총리 산하 안보각료회의의 구성원이기도 했던 그는 가자지구 경계선 일대의 이스라엘 안보 관련 장비와 시설물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수백 명의 무장 테러리스트가 그 장치를 뚫고 침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명백한 네타냐후 안보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는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의 책임은 안보의 실패뿐 아니라 정보의 실패에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네타냐후 내각이 이념몰이에 매달리는 동안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기능은 완전히 마비됐다는 것이 그의 증언에서도 나왔다. "그의 집권 수개월 동안 하마스는 무기를 비축하고, 군을 훈련시키고,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반복"했다면서 그러는 동안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그 모든 것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사법 쿠데타'라 부르는 정부의 사법 기능 장악 시도 뒤에 이스라엘의 안보와 국방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부인의 사치, 총리 자신의 각종 비리 자체는 국가의 안위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부패의 뒤에서 곪고 있던 국가의 정보, 보안, 국방기능은 이스라엘을 안보 마비의 국가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역내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유대인들만을 위한 유대인들만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이스라엘 극우 집단의 망상은 정작 첨단 국방장비와 최고 수준의 정보기관을 보유한 자신들의 조국을 깊은 안보 공백의 국가로 만들었다. 

어찌됐든 불안해진 네타냐후의 정치생명
 

▲ 지난 10월 2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 아랍어로 '전범'이라고 쓰인 구호가 적혀있다. ⓒ EPA/연합뉴스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현격한 전력의 차이는 이스라엘에 승리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네타냐후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그의 정치는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지는 몰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원한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또 유사한 비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내각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지지도 역시 과거와 같지 못하다. 전쟁 중의 내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들이 바라보는 정부에 대한 시선은 무서울 만큼 차갑다. 지난달 23일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유대계 국민의 20.5%만 현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현 정부를 신뢰한다는 아랍계 국민은 7.5%에 불과 했다.

과연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과 자신의 조국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래 보이지 않는다. 전쟁 후 3주가 경과한 지난달 28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을 '제 2의 독립전쟁'으로 규정했다. 정말로 3주 동안 생각해낸 현 시국에 대한 총리의 판단이 그 지경이라면 그의 정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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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민’ 김련희 씨, 잠입·탈출 혐의로 재판받아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11/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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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시보

 

‘평양시민’ 김련희 씨가 국가보안법 6조(잠입·탈출)와 7조(고무·찬양) 위반 등의 혐의로 8일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김련희 씨가 2016년 주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망명을 신청했던 것을 잠입·탈출 행위로, 유튜브에서 방송했던 것 등을 고무·찬양 행위로 본 것이다.

 

김련희 씨는 탈북 블로커에 속아서 한국으로 왔기에 자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달라고 2011년부터 줄곧 호소했다. 북한도 김련희 씨와 북·해외식당 여종업원 등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을 한국에 촉구했다.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김련희 씨는 “문재인 정부에서 연기됐던 재판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련희 씨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판을 받는 심경을 “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죄입니까? 제가 태어나서 자란 조국과 고향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 것이 죄란 말입니까? 이것이 정녕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저는 앞으로도 가족의 품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김련희 씨는 페이스북에 재판장에게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아래에 소개한다. 

 

재판장님께

 

저는 2011년 병 치료와 친척 방문차로 중국에 나갔다가 두 달만 몰래 한국에 가서 많은 돈을 벌어 오면 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탈북브로커의 말만 믿고 그만 한국행을 하게 되는 인생 최악의 실수를 하게 됩니다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두 달 만에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철저히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고 도중에 도망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브로커는 저의 북쪽 여권을 끝까지 돌려주지 않았고 같은 일행인 탈북자들의 신변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어 저는 브로커에게 속아서 저의 의사와는 반하게 한국에 입국하게 되었으며 국정원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시종일관 저를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완강하게 요구하였습니다.

 

울며 애원하며 매달려도 보았고 한 달 동안 단식도 하면서 저를 가족이 있는 곳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였지만 국정원은 ‘대한민국에서 살겠다는 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국정원에서 나갈 수 없다’고 협박을 하며 끝내 저를 탈북자로 만들어 고향길을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혹시 북으로 도망갈 수 있다면서 “신원특이자”로 분류하여 8년 세월 여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가 지금은 출국금지까지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어 저는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하여 여기 낯설은 타향의 남녘땅에서 13년 세월 오직 부모님과 남편, 사랑하는 딸자식을 만날 그날만을 간절하게 고대하며 하루하루 외롭고 고독한 힘든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 과정에 혹시라도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에 밀항도 시도하고 위조여권도 만들어 보았으며 나중에는 혹시 강제 추방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천진한 생각에 ‘나는 간첩’이라고 셀프 신고를 해서 감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사상이니 이념이니, 체제니 이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일반 아줌마이며 지금 여기에서보다 더 잘먹고 잘살고,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서 북으로 가겠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제가 13년 세월 하루 같이 고향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던 것은 그쪽에 80세를 넘기신 연로하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순간순간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는 보석보다 더 귀한 저의 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은 천만금을 준대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소중한 가족이며 가족을 떠난 저의 행복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오직 가족의 품으로 가야 한다는 한가지 생각으로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 신청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피붙이 한 점 없는 여기 타향에서 13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많은 남녘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평양에서 살면서 경험할 수 없었던 남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만큼 남녘 분들의 북에 대한 호기심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양에서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생활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에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은 저의 딸의 영상과 가족들의 현황, 그리고 내가 살던 고향에 대해 저의 마음의 글을 적기도 하였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태어나고,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에 대한 애착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봅니다.

 

여기 계시는 모든 남녘 분들도 당연히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라난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긍지스러운 감정을 가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 조국과 고향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억지로 지워버리고 대신 증오와 미움을 가지라고 강요한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있어서는 안 되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한국에는 수많은 다문화 가족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나 스스럼없이 자신들의 조국과 고향에 대해 자랑도 하고 소개도 하고 있으며 자기 조국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안되는 겁니까?

 

저는 왜 나의 고향, 나의 가족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는 겁니까?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비롯해 지구상의 그 누구나 다 부모와 형제,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가족을 가질 수 없는 겁니까?

 

저는 왜 사랑하는 남편과 소중한 딸을 만날 수 없는 겁니까?

제가 한두 해도 아니고 13년 동안 그토록 가족을 그리워하고 저의 고향을 사랑하는 것이 정녕 잘못된 것이란 말입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저의 남편과 딸이 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죄가 된다는 걸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43년간 살아왔던 나의 고향에 대해 말한 것이 죄가 되어 여기 이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늦게라도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다시 남편의 극진한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제가 사랑하는 나의 딸 곁에서 다심한 어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애써주십시오.

 

제가 평범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평생 대한민국을 저주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인간적인 정의를 내려주십시오. 

 

저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을 비롯한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들께서 저를 같은 동족이라는 인간애로, 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여성으로 여기고 자식을 든 부모의 마음으로, 부모를 둔 자식의 심정으로 부디 판단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정중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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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통령 지명 2인 멋대로 결정, 방통위 설립 취지 뒤엎는 폭거"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11.08 07:42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5인 정원’ 방통위 2인 체제 유지… “대통령, 입법부 무시”

공매도 금지에 증시 널뛰기… 한국 “정치 포퓰리즘이란 의심을 살 수밖에”

환경부 종이빨대 허용한다… 조선일보마저 “아무리 선거용이라도”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내정자가 7개월 만에 상임위원직을 자진사퇴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기간 최 내정자에 대한 재가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내정자의 한국정보통신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이력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최 내정자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방송장악의 희생양”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방통위의 폭거”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내정자의 사퇴로 방송통신위원회는 ‘2인 체제’라는 비정상적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 방통위의 위원 정원은 5명이지만, 지난 8월 말 김효재·김현 위원이 퇴임하면서 2인 체제로 운영됐다. 현재 여권 추천 인사인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위원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8일 사설 <대통령 거부한 최민희 사퇴, 이동관 ‘2인 방통위’ 끝내야>에서 “윤 대통령이 입법부 결정을 7개월 넘게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방통위는 ‘2인 방통위’라는 기형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국회 몫 3인을 공석으로 놔둔 채, 윤 대통령 지명 몫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이 방통위를 장악해 전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2인 체제 방통위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들고, 언론·방송을 탄압하는 주요 결정을 입맛대로 해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보궐이사를 검증 절차 없이 임명한 점이 드러났고,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방심위 체제를 흔들어 언론 재갈 물리기에 나섰다”며 “또 KBS 이사회가 박민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규정을 위반했으나 관리 감독해야 할 방통위는 이를 방임했다. 박 사장 후보자는 7일 파행 끝에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낙하산 인사, 방송 비전문성,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과태료 상습 체납 등 문제가 제기돼 공영방송 사장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시비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방통위는 2008년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탄생했다. 5인 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이 멋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일뿐더러 방통위 설립 취지를 뒤엎는 폭거”라면서 “‘2인 방통위’의 무도한 독주는 탄핵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방송·통신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 것인가. 국회는 서둘러 3인의 위원을 추천해야 하고, 윤 대통령은 즉각 임명해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한다. 방통위 역시 위법적 행태를 멈추고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사설 <최민희 자진 사퇴… 장기 파행 방통위 조속히 정상화해야>를 내고 “최 내정자 임명 문제가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이게 오히려 방통위 파행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현재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 등 여권 추천 2명만으로 운영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며 “지난 3월 말 퇴임한 야당 몫 상임위원 후임으로 추천된 최 내정자 임명 보류가 장기 파행의 시작이었다. 지난 8월 임기가 만료된 여야 추천 몫 상임위원 2명의 후임 임명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여야가 정략적 접근으로 방통위 파행을 불러놓고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상대 탓을 하며 지루한 샅바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여권 추천 상임위원 2인 체제로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비롯해 방송·통신과 관련된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들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이유를 여야 모두 숙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방송,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경영진을 우호 세력으로 재편하려 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민일보는 민주당이 이동관 위원장 탄핵을 시도할 경우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월8일 한겨레 6면.

민주당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발의를 검토 중이다. 한겨레는 6면 <민주, 이동관 탄핵소추안 막바지 검토> 기시를 내고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8일 의원총회에서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과 방송장악 의혹 등의 국정조사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한겨레는 “민주당은 이번 본회의에서 여당이 ‘절대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도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여야 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매도 금지에 널뛰기하는 한국 증시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로 증시가 널뛰기하고 있다. 정부가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코스피는 공매도 금지 첫날인 6일 5.66%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는데, 7일 2.33% 떨어졌다. 경향신문은 1면 <공매도 금지에 증시 널뛰기… 하루 만에 폭락 ‘매도 사이드카’>에서 “공매도 금지는 외국인의 수급은 약화시키는 반면 통상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금리가 높은 현 상황에서는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과 같은 개인 수급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때처럼 ‘동학개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11월8일 경향신문 15면.

경향신문은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실·금융감독원 압박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5면 <‘공매도 금지’ 반대했던 금융위는 왜 ‘백기 투항’했나>에서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공매도를 정상화(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윗선’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적발 이후 대통령실과 금감원의 공매도 금지 압박이 거세지며 백기를 들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11월8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는 1면 <‘1일 천하’ 공매도 금지 효과… 급등 다음날 급락 사이드카>에서 “증시가 이틀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공매도 금지 효과가 1일 천하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성급한 공매도 금지 조치로 시장의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11월8일 동아일보 사설.

또 동아일보는 사설 <‘불법 공매도’ 칼 뺀 게 작년 7월인데 이제 와 “유리 다 깨진 시장”>을 통해 “공매도 전면 금지의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나고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부터 중장기적으로 주가 왜곡과 거품, 외국인 이탈 등의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컸다. 주가 과열을 막고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을 억제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져서다. 해외 투자가와 외신들이 이번 조치를 두고 ‘바보 같은 짓’,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했다.

▲11월8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공매도 포퓰리즘, 증시 변동성만 키웠다>를 내고 “주식 시장의 급등락에 현기증이 날 정도”라며 “공매도를 하필 선거를 앞두고 전면 금지하는 건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정치 포퓰리즘이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후진국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간 공매도 금지가 이뤄진 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때문이었다면서 “선거 때마다 공매도를 금지하는 안 좋은 선례가 남을 수도 있다. 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 표심을 얻는 데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종이빨대 규제 철폐, “총선용” 비판 나오는 이유는

환경부가 ‘일회용품 제로’ 정책을 전격 폐기한다.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으며, 산업계 편만 들어 정책을 철회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향신문은 1면 <‘일회용품 제로’ 정책 전격 폐기>에서 “환경부의 이번 조치는 시민들의 일회용품 저감 의지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부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0월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7.7%가 ‘일회용품 사용량 절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도 87.3%에 달했다”고 했다.

▲11월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번 정책이 ‘총선용 대책’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사설 <아무리 선거용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에서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라는 불가피한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번 일회용품 금지 철회는 주식 공매도 전면 금지처럼 총선용 대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책 권한을 쥔 정부가 그 권한을 선거에 알게 모르게 이용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설사 총선용 정책을 펴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일회용컵 금지 철회처럼 모처럼 좋은 방향으로 가는 일을 뒤집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11월8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일회용품 대책 “계속 추진” 두 달 만에 백지화한 환경부> 사설에서 “실질적인 대안도 마련해놓지 않고 일회용품 사용 관리에 손을 놔버린 것은 무책임, 무능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럽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같은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며 정책 설명회를 하던 정부가 불쑥 이를 철회한 것을 놓고 자영업자들을 의식한 ‘총선용 선심 조치’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할 환경 정책을 그때그때 상황에 휘둘려 오락가락하는 것은 미래 세대 앞에서 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연합뉴스

일반 시민들에게 정치적 발언 쏟아낸 대통령실 행정관

대통령실 행정관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일보 3면 <대통령실 견학갔더니… “이재명 대통령 됐으면 어쩔 뻔했냐”> 보도에 따르면 시민사회수석 산하 국민통합비서실 A행정관은 대통령실이 운영하는 시민 간담회 자리에서 “대한민국에 종북 주사파가 많다”, “언론에 민주노총·좌파가 많이 나와 가짜뉴스가 판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A행정관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면서 “여러분이 만약에 윤 대통령을 지지해주지 않아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됐으면 어쩔 뻔했느냐,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동네를 순찰하는 사람들에게 200만 원이나 퍼줬다”고 비난했다.

▲11월8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A행정관은 일부 발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며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사에 대한 언급은 국회 상임위 등을 통해 나온 사실들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해당 프로그램이 ‘깜깜이’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며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1층 구내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에 국비가 지원되지만, 신청 절차와 선정 방식 등은 비공개로 운영된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도 어떻게 간담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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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melancholy@mediatoday.co.kr

#최민희#이동관#윤석열#대통령실#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공매도#사이드카#종이빨대#증시#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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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물가 자극해 안 된다” 윤석열 발언이 황당한 여러 이유들

재정의 경기 조절 역할 무시…전두환 정권 사례 언급에 전문가들 “당시와 상황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01.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확장재정 반대 논리로 물가를 들고나왔다. 재정을 풀면 물가가 오른다는 주장이다. 원론적인 차원의 얘기로, 재정의 역할을 물가 안정화로 한정하는 편협한 시각이 드러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기 조절과 취약계층 보호 등 재정의 본질적인 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재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발언했다.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확장재정을 펴 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재차 건전재정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경제 수장도 확장재정 반대 논리로 물가 부담을 들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내년도 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빚이 급속도로 늘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면 국가 부채가 너무 커지고 대외 신인도, 물가 안정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대한 정부 대책이 절실한 시기인 건 맞다. 치솟는 물가가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8% 오른 113.37(2020년=100)로 집계됐다. 7개월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이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총수요가 커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긴축재정을 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일차원적인 논리 전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한 말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대학생이 얘기하기에는 맞는데, 대통령이 하기에는 굉장히 클래스(수준) 떨어진 얘기”라고 비판했다.

재정정책은 물가 안정화를 위한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따른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고금리는 대출 이자 부담을 높여, 가계와 기업 돈줄을 조이게 된다. 수요가 줄면 물가가 떨어진다. 문제는 고금리가 서민과 취약계층을 압박한다는 점이다. 매월 갚아야 할 이자가 늘고, 신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진다. 통화정책은 금융 시장 전반에 반영돼, 특정 계층에 차등 적용할 수 없다. 재정정책이 고금리에 따른 서민·취약계층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복지 사업이나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 사업 예산을 확대해 안정망을 구축할 수 있다.

우 교수는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적으로 영향을 줘, (정책 대상을) 타겟하기 어려운, 굉장히 거친 정책”이라며 “통화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쓰면, 중산층과 서민, 취약계층 등 가장 약한 고리부터 부담이 가중된다”고 짚었다. 이어 “재정 대응책의 특징은 타겟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예컨대 자영업자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금융정책으로 돈을 빌려주면서 부실 대출이 많은데, 재정정책으로 소화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당국도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 경제, 기업, 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재정정책은 건전성만 내세우며 극단적인 긴축 재정을 펴고 있다. 물가와 성장,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롭게 이어져야 하는데 아쉽다”고 지적하자, “재정의 양으로도 되지만, 재정지출을 취약 부분에 집중함으로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 발언은 재정 확대에 거리를 두면서도, 취약계층 지원 등 재정의 역할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 규모가 작으면 재정이 충실히 제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내년도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6조 9천억원(7.5%)으로, 문재인 정부 5년 평균(2018~2022년) 증가율 10.8%에 크게 못 미친다. 고령화 인구구조와 물가 상승 등에 연동되는 의무지출의 자연 증분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기에 요구되는 복지체계를 구축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예산 총액을 작게 잡으면 의무지출 비중이 커져, 정부 의지가 반영되는 재량지출이 쪼그라들게 된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2023.06.26. ⓒ뉴시스

 

왜곡된 고물가 진단·대책 

고물가 대책을 재정 운용에서 찾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유가와 세계 공급망 차질 등 외부 요인으로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수요가 둔화되면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공통적인 진단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수요가 과대해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다”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쓰다 보니 규모의 경제 효과가 약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지다 보니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을 풀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건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얘기”라며 “지금과 같이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가격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적절한 수준으로 소비를 진작하는 게 효율적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요를 줄여 물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긴축재정으로 수요를 줄일 게 아니라, 고물가를 틈탄 기업의 초과 이윤을 규제하고, 기본적인 먹거리는 자급률을 높여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지출 증가율은 정부가 전망하는 내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4.7%를 크게 밑돈다. 경상성장률에 준하는 지출 증가를 중립으로 본다. 내년도 예산은 경제 규모 확장하는 속도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올해 상반기 GDP 성장률 0.9%에서 정부 기여도는 -0.8%P였다. 3분기 정부 기여도는 0.2%p로 개선됐으나, 누적 기준으로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도 정부가 재정을 줄여 총소비를 줄이면, 물가는 잡지 못하고 오히려 경기 반등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56조 9천억원으로, 올해 대비 증가율은 2.8%에 불과하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정부의 ‘상저하고’ 기대와 달리 경제 상황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 1.4% 달성도 안갯속이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0.7%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미국 고금리가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IMF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미국처럼 정부 재정을 대폭 늘리는 경우에는 물가에 영향이 있지만, 한국은 정부 지출 규모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정부가 경기 조절 역할을 아예 포기해 버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3.8% 올랐다. 상승폭은 지난 8월(3.4%), 9월(3.7%)에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확대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2023.11.02. ⓒ뉴시스

1980년대 군부 정권 정책에 머물러 있는 대통령

윤 대통령 경제 인식이 과거 군부 정권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재정을 통한 물가 관리를 주장하면서 전두환 정부 사례를 들었다. 그는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에 인플레이션이 엄청났다”며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정계에서도 있었지만 가장 먼저 한 것이 정부가 재정을 딱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정부는 1983년 영점기준예산편성방식(ZBBS)을 도입한 데 이어, 이듬해 예산을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했다. ZBBS는 예산편성 단계에서 모든 사업을 영점 기준에서 재검토하는 방식이다. 1980년 30%에 육박하던 물가상승률이 1982~1988년 4~5% 수준으로 안정화됐다.

정부 규모와 경기 측면에서 4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우석진 교수는 “1980년대에는 제로 베이스 버지팅이 유효했다”면서 “그때는 정부 규모가 크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정부 규모가 훨씬 크다”고 짚었다. 정창수 소장은 “현재 고물가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에 따른 것이지, 1980년대처럼 경기 과잉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군부 정권의 극단적인 재정 운용은 부작용도 낳았다. 긴축재정의 여파로 수십년간 재정 역할이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황성현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5년 ‘한국의 1980년대 긴축 재정정책 연구’ 논문에서 “1980년대 긴축재정 운용에 대한 전형적인 평가는 ‘당시의 긴축재정 운용이 물가안정에 기여했지만, 재정 기능의 위축으로 이후 사회간접자본 시설 부족 문제 등을 야기했다’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교수는 “현재(2015년) 우리나라 공공사회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세 부담 수준이 낮고 재정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상대적 재정 규모의 급격한 변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1980년대 재정 규모의 출발점을 낮게 만든 정책이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서비스 제공과 소득재분배, 경기 조절 역할의 소극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가 지난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공공사회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중은 12.3%로, OECD 평균의 61.2%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 정부가 긴축 예산을 강행하면, 장기간 나타난 재정 역할의 방기 현상이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

1980년대 물가 안정화에서 정부 긴축재정이 일부 작용했으나, 전적인 요인이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1973년과 1979년의 제1·2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았다가, 이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따라 내려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긴축 재정을 펴서 물가가 잡혔다기보다는 세계적인 상황이 바뀌면서 나타난 저유가 등 대외적인 요인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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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중진 ‘험지 출마론’, 윤석열 '측근 꽂기'가 진짜 이유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3.11.06 20:23
  •  
  •  댓글 0
 

 

'험지 출마론' 파장, 어디까지?

'측근 꽂기'가 진짜 이유인 까닭?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선포한 ‘영남 중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연일 화재다. 인 위원장이 콕 집어 거론한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진 험지 출마를 선언한 중진 현역이 하태경 의원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까? TK‧PK(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 다선(3선 이상) 의원 물갈이로 이어질까? 아니면 김기현, 주호영 등 상징적 인물에 국한될까?

혁신위는 수도권 험지 출마론이 혁신위 정식 안건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해당 사안은 ‘정치적 권고’라는 설명이다. TK 중진 의원들 역시 수도권 출마설에 반발하면서도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가 총선 승률을 높이지 않을 거라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렇게 볼 때 ‘험지 출마론’은 중진 물갈이를 통한 공천 혁신안이라기보다 특정 지역 후보 교체를 위한 여론몰이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험지 출마론’ 진짜 이유

인 위원장이 혁신위를 맡은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은 없고, 여당 중진 특히 영남권 의원에 대한 희생만 강조돼 왔다. 이 때문에 인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인 위원장이 용산 대통령실을 비판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결국 대통령은 잘하고 있으니, 국민의힘이 대통령을 위해서 충성하고 희생하라는 말이다”라면서,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집사 역할과 심부름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서 최고위원은 “당선이 유력한 자리를 비우고 험지로 가라고 강요하고 있는데, 당선이 유력한 그 자리는 윤 대통령 키드와 직계가 차지할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실제 하태경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구갑은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3선의 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석 사무처장의 해운대갑 내정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이미 석 사무처장으로 기운 이상 괜히 버텨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4선을 한 울산 남구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복두규 대통령비서실 인사기획관이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복 기획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하던 최측근 인사다. 울산 출신에 학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복 기획관이 해당 지역구를 노리고 있으니, 자리를 내놓으란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에게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지고 총선을 진두지휘하라”는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을 콕 찍어 험지 출마를 종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주 의원은 대구 수성을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 시장이 대구시장이 되자, 2022년 6월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김재원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등 10여 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이인선 의원이 수성을 후보로 단수 공천됐다. 공천 이전 여론조사에서 딱히 우위를 점하지 않았는데도 경선 없이 단수공천을 받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TK지역에 몇 안 되는 윤석열 열성 지지자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TK지역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태원참사 1주기 대신 박정희 추모행사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은 수성구 출마를 희망하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이번에는 꼭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박 전 대통령을 잡아둘 수 있다. 그렇다고 수성을에 이인선 의원을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수성갑에 주호영 의원이 자리를 내놔야 했던 것이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출신 30여 명이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이들 중 다수가 당선이 유력한 TK‧PK 지역 출마를 희망한다. 당장 김인규 행정관(부산)과 이창진 선임행정관(부산), 배철순 행정관(경남) 등이 이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 측근의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영남 중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들 중진이 낙선해도 총선 후 장관급 인선에서 재등용하면 될 일이다.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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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종주국? 미국의 기득권층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탄압하는 방법

10월 14일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하고 있는 하버드 학생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지난 10월 7일 1천400명이 사망한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팔레스타인인 1만여 명이 사망했다. 그중 거의 7천명이 아이들과 여성이다. 그런데도 두 달째에 접어든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은 끝날 기미가 없다. 유엔 활동가 89명을 잃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지적하듯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 이뤄지고 있다. 전쟁 범죄는 매일 자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미만 보여도 뭇매를 맞는다. 그것이 과연 10월 7일의 공격과 그에 대한 보복을 둘러싼 의견의 차이 때문일까? 무조건 이스라엘라는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주류 제도권과 팔레스타인 해방의 정당성을 이해한 대중의 격렬한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축약해서 소개한다.

원문:  Advocacy for Palestinians Has Been Outright Criminalized, Warns Academic

 

미국 대학과 직장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보복성 대량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후 커리어, 평판, 사생활에서 그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10월 7일 하마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상당수가 민간인인 1천40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복수에 혈안이 된 이스라엘은 극단적인 살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3천700명 이상의 아이들을 포함해 9천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 공습으로 살해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런 집단 학살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많은 사람이 괴롭힘, 비방, 블랙리스트 등재, 해고 등 사회의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학자와 학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연대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며 이런 처사에 항의했고, 주요 인사들의 집단 공개서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담론적 투쟁은 정치의 최고위층까지 파장을 가져와 국가 지도자와 상원 등이 비난과 검열로 맞싸우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배층의 선전에 넘어가 사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동안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길고 느린 학살이 자행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새로운 만행을 저지를 때마다 제도권의 선전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고, 내러티브를 둘러싼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한 시위를 둘러싸고도 당국과의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지배적이던 ‘현실 부정’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

이스라엘 비판을 둘러싼 투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미국에서 절대 할 수 없는 유일한 얘기이자 마지막 금기였지만, 현재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제는 이스라엘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2024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자주 볼 수 있고, 팔레스타인을 점령한 이스라엘을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로 지칭하는 것이 어느 정도 주류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상황이 놀라울 정도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스라엘 옹호자들은 싸움 없이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편집진이 마지막 순간에 철회해 가디언에 실리지 못하고 n+1에 실린 딜런 사바의 글이 지적했듯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 전혀 과장하지 않고 ‘매카시즘적’이라 일컬을 만한 심각한 보복을 당한다. 역사학자이자 n+1 편집국장인 찰스 피터슨도 이에 동의하며 ‘적어도 50년 만에 정치적 이유로 인한 해고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나 매카시즘 시대로 돌아가야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해고 물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10월 7일 이후 법률 단체 ‘팔레스타인 리걸’에 접수된 탄압 신고가 200건이 넘는다.

600개 이상의 법률 단체와 전문가는 정치 지도자와 기관장에게 이런 탄압을 막을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예로 든 탄압에는 SNS 및 뉴스의 검열, 개인 정보 누출, 온라인 및 캠퍼스에서의 차별과 괴롭힘, 해고와 강등, 조직 활동 금지 또는 방해, 비자 및 이민과 관련된 인종차별적 법안 발의, 감시, 법집행기관의 조사, 노골적인 폭력 등이 있다.

학계와 대학 캠퍼스의 반응

10월 7일 이후 대학 당국과 여러 학계 지도자가 수많은 성명을 발표해 맥락을 뺀 채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했다.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정당하지 않다고 치부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이런 암묵적인 지지는 논란을 일으키지도, 공격이나 반발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학생 단체와 다양한 좌파 성향의 캠퍼스 내 목소리도 성명을 냈다. 이는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뉴욕대 법대생이자 (현재 해체된) 학생 변호사 협회의 전 회장이었던 라이나 워크맨이 학장의 비난, 온라인에서의 괴롭힘, 우익 언론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널리 보도됐다. 이번 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는 성명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법률회사 ‘윈스턴 앤 스트로우’는 그에게 한 취업 제안도 취소해버렸다. 다른 법률회사들도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한 학생들을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한 기업법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내 반유대주의 학생들을 고용하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버드대 학생들도 이스라엘에게 책임을 묻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려움에 빠졌다. 이들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개인 정보가 누출됐고 괴롭힘을 당했다. 월가 경영진은 하버드대에 고용 금지를 위해 서명 학생의 명단을 요구했고, 보수단체가 동원한 전광판 트럭이 ‘하버드의 대표적인 반유대인주의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서명 학생의 사진과 이름을 보여주며 학교 앞 번화가인 하버드 광장을 돌았다. 전광판 트럭은 콜롬비아대에서도 등장해 같은 일을 벌였다.

코넬대의 러셀 릭퍼드 흑인학 교수는 ‘하마스가 인종분리 장벽을 뚫은 것은 저항의 상징처럼 보였다’고 했다가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며 엄청난 분노를 사고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콜롬비아대의 조렙 마사드 교수도 10월 7일 공격을 모호하게 표현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해고 요구와 살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보스턴대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수업 거부가 이뤄지자 학교 당국이 교수들에게 암묵적인 함구령을 내려 학문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생각한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교수회의에서 학생들을 두둔했다가 학교 당국에 수차례 불려가 심문을 당한 교수의 일을 잘 알고 있고 노조도 없는 교수들이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사립대학들이 자기 학생과 교수를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힘센 기부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로 월가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은 하버드에 6,500억 원을 기부하며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옹호하라’고 당부했고, 하버드대, 팬실베니아대, 뉴욕대, 스탠퍼드대, 코넬대 등에서는 기부자들이 학교 측이 하마스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즉시 발표하지 않았다거나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학금을 없애거나 기부를 철회했다.

UCLA의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딜런 쿠프쉬는 학생들이 수업거부, 세미나, 촛불 집회, 수천 명이 모이는 LA 시위 참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성공적일수록 돌아오는 비난과 육체적 폭행 정도는 심해진다고 했다. 학교 당국은 폭행을 목격해도 못 본 체하고, 폭행이나 개인 컴퓨터 등의 파손을 신고해도 학교 당국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학교 신문은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공고 요청은 거절하고 이스라엘 지지 집회만 공고한다.

미 상원까지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 대규모 수업 거부가 있은지 하루 만에 상원이 ‘반이스라엘, 친하마스’ 학생 단체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만장일치였다.

공립 대학교 교수진의 반발

캘리포니아 교수협회(CFA) 노조원인 블랑카 미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불문학과 교수는 노조원 모두가 합세해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를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교수진, 특히 노조 가입 교수진의 공동행동은 지배권의 서술과 학문적 자유의 제한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교수협의회에서 300여 명이 캘리포니아대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학교 당국이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것을 철회하고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반대할 것을 촉구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컬럼비아대와 바너드대 교수진의 공개서한, 3천500여 명의 흑인 교수 활동가, 예술가, 학생과 100여 개의 단체가 서명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흑인’ 성명서, 페미니즘, 동성애, 트랜스 연구 학자들의 공동서한, 유대인 작가들의 공동성명 등 다른 학자와 단체도 조직적으로 노력했다.

공립대학은 사립대학이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과 교수진을 탄압하는 주된 이유가 서로 다르다. 공립대학은 투쟁의 한 수단으로 소송을 이용하는 시오니스트 유대 단체와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주립대는 작년에 학교 관리자들이 친이스라엘 발언을 억압하거나 유대인 학생 단체를 교내 행사에서 배제하려 했다는 두 학생과 합의로 소송을 해결했다. 1심 재판관은 근거 없다고 소송을 기각했지만, 두 학생이 항고하자 학교 측이 ‘시오니즘은 유대인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라는 성명 발표, 시오니즘적 관점을 담은 교내 벽화 제작 등을 해 주기로 하고 합의한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제도권의 몸부림은 보이콧, 투자철회 및 제재 운동(BDS)의 확산 이후 더 거세졌다. BDS 운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전쟁 범죄를 비판하며 이스라엘 상품 불매, 이스라엘과의 경제 및 문화 교류 금지, 투자 금지, 국제적 제재 등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전쟁 범죄를 종식하려는 국제적인 운동으로 2005년 등장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돼 이스라엘이 2017년부터 이 운동 가담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막강한 로비력을 지닌 미국에서도 BDS 운동과 이를 지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주가 50개 중 35개에 이른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목소리에 대한 정치적인 탄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버트 홀든 뉴욕 시의원(민주당)은 한 NGO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가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모두 박탈하려고 하는 등 사소한 형태의 억압이 수없이 자행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예외주의가 깨지고 있다

이스라엘 로비의 막강한 영향력과 그들이 가진 미국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 인프라 덕분에 이스라엘을 비판하거나 팔레스타인을 옹호한 사람에 대해 학계를 넘어선 굉장한 범위의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SNS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직장에서 해고나 다른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의 계정을 추적한 사람들에 따르면 그 직업 범위는 지하철 기사부터 스포츠 작가, 탤런트 에이전트, 기술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피해 범위는 주요 콘퍼런스, 출판물, 언론 인터뷰 취소부터 폭탄 테러 위협까지 넓었으며,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가리지 않았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이를 공유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인의 기본 인권을 옹호하고 인종차별 체제의 종식을 촉구하며 수천 명을 넘어 끝없이 이뤄지는 보복 살인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사람들이 이런 극심한 보복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분노할 일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담론의 공간이 여전히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스라엘이 생산하고 미국이 증폭시킨 수십 년간의 효과적인 선전 때문에 올바른 변화를 위한 투쟁은 필연적으로 길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최근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세를 반전시키는 일은 아직 요원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 및 외교 당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옹호하며 재무장하는 데 막대한 전략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미국 주류 언론이 이들을 감시하기는커녕 이들의 애완견처럼 굴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은 팔레스타인만 예외적으로 취급하는 문화를 지적하지 않는다. 미국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이스라엘 비난을 철저하게 금기로 만든 이데올로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합의가 마침내 깨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완전히 와해될 때까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부터 미국 캠퍼스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인과 그 지지자는 어떤 수사보다 훨씬 더 전면적이고, 어떤 캠퍼스 소동보다 훨씬 더 중대한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기 전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이 중단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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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선점 주도하는 여당...혁신없이 200석 운운한 야당

  • 기자명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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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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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검찰의 기자 압수수색, 당사자 경향신문 “정권 친위대 검찰” 비판

    보수성향 종편·언론단체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키로 한 방통심의위, 한겨레 “공정성 누가 인정”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200석 압승’ 이야기가 나오면서 ‘혁신 없는 민주당이 더 위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은 오히려 존재감이 사라졌고 최근 국민의힘이 내놓은 의제들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7일 아침신문에선 민주당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실렸다.

    지난달 26일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입장을 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지난 2021년 10월 경향신문의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등 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검증했는데 당시 취재윤리를 어긴 사실이 없고 검찰 수사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꾸리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수 성향 종합편성채널과 언론단체 등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겨레가 이를 비판했다. 친정부 성향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면 심의 잣대가 여권에 유리하게 굽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 7일 아침신문 1면 모음

    민주당 강서구청장 압승, 독이 되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기 위해 (야권) 연합 200석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란 법도 없다”고 거들었다. 민주당이 잘해서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 아닌데도 자만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을 꺼낸 것이 소환됐다.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경향신문은 사설 <혁신도 실정 견제도 무른 민주당, 총선 200석 운운할 땐가>에서 “강처구청장 보선 압승 후 민주당을 보는 정치권 평가는 다시 매섭다”며 “혁신 에너지를 느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정감사·예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실정을 파헤치고 민생예산 증액을 주도하는 정치력과 결기도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이 출범시킨 ‘인요한표 혁신위’와 ‘서울 확장론’에 이슈 주도력도 밀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현역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지수’ 폭을 넓히기로 한 ‘김은경 혁신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친명 일색이라는 평이 나온 기획단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을지 의문이란 시선도 있다.

    경향신문은 “중진 용퇴, 험지 출마론도 혁신 공천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박병석·우상호 의원의 불출마 선언밖에 없다”며 “좋은 게 좋은 것이란 ‘평온한’ 분위기로 총선 승리를 바랄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궐선거 승리라는 ‘반짝 효과’에 취해 지금 ‘200석 압승론’을 운운할 때인가”라며 “제대로 혁신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정권심판론마저도 ‘이준석 신당’과 다툴 수 있다는 걸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슷한 지적은 다른 신문도 내놨다. 한국일보는 사설 <혁신에 손 안 대는 민주당, 200석 운운할 때인가>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가장 큰 이유는 오만”이라며 “국민들은 몸집 큰 제1야당이 기득권 내려놓기에 주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 국민의힘이 총선승리를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별 노력없이 총선에 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7일자 한국일보 만평

    보수 성향 신문은 다소 다른 맥락에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민주당, 혁신 외면하고 구태정치 반복하면 역풍 맞을 것>에서 “민주당이 작은 승리에 취해 자체 혁신을 외면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운 국무위원 탄핵이나 쟁점 법안 강행처리 같은 구태정치를 되풀이한다면 민심의 매서운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모레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발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를 예고한 것을 말한다.

     

    중앙일보도 사설 <강처구청장 선거의 착시에 빠진 민주당>에서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이슈의 흐름을 끊겠다며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본회의 강행 처리를 들고 나왔다”며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법안 등을 의석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중앙일보가 민주당을 ‘오만하다’고 평가하는 지점은 경향신문과 다소 달랐지만 중앙일보 역시 “여당에선 공천 물갈이 논란이 뜨겁지만 민주당은 침묵의 바다”라며 “자기 혁신에 눈 감은 채 힘자랑만 하다가는 이번엔 심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게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 민주당 200석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룬 7일자 중앙일보 만평

    경향 “검찰 압색 ‘용산’ 하명 외엔 설명할 길 없어”

    경향신문은 전현직 자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벌어진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 자세한 경위와 비판 입장을 사설에서 밝혔다.

    ▲ 경향신문은 지면 기준 7일자 사설을 6일 오후 누리집 첫 화면에 걸어놨다. 사진=경향신문 누리집 갈무리

    이 신문은 <‘정권 친위대’ 검찰, 윤 대통령 아니면 명예훼손 수사했겠나>에서 자신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의혹제기 내용을 상세히 밝혔다. 지난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은 1100억 원대에 이르는 사업 자금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끌어왔는데 부산저축은행 회장 인척인 조우형씨가 그 대출을 알선하고 10억3000만 원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2011년 이 사건을 수사하며 조씨의 알선수재 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당시 조씨는 김만배씨 소개로 ‘50억 클럽’ 중 한명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4년 뒤 수원지검이 조씨를 기소했고 조씨는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경향신문은 “경향신문 보도는 지극히 합리적인 문제제기였다”며 “제보받은 사항을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확인했고 누차 밝히지만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를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검찰은 경향신문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2011년 중수부 수사에 ‘셀프 면죄부’를 주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 자택을 최근 압수수색했다”고 비판했다.

    ▲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고 무리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7일자 경향신문 만평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향신문은 “검찰 수사는 절차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닌데도 검찰은 자신이 만든 하위 법규인 대검 예규를 적용해 경향신문 보도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단순히 꼼수 수준을 넘어 검찰권을 오남용한 위법행위”라며 “검찰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의 돈거래 의혹과 경향신문 검증 보도가 관련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명예훼손 혐의는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 신문은 “이번 수사는 ‘용산’의 하명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검찰이야말로 이번 수사가 언론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여타 언론의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10여명의 특수부 검사를 동원해 2개월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중립성을 상실하고 ‘정권 친위부대’로 전락한 검찰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며 “검찰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대한 편법·과잉 수사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 선거방송심의위 편향 구성 비판

    지난 6일 한겨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민주당 의원실에서 받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원회 구성 현황’를 공개했는데 방통심의위는 방송사 몫(1명) 심의위원을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편 4사와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한겨레는 7일 사설 <‘내 편’으로만 선거방송심의위 꾸리겠다는 방심위>에서 “방송학계 몫 심의위원은 한국언론학회와 같은 권위 있는 학술단체들을 제치고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에 추천권이 돌아갔다”며 “이 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어 편향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 7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또 “그동안 방송기자연합회나 한국기자협회가 추천해온 언론인단체 몫도 일부 방송사 간부급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방송기자클럽에, 시민단체 몫은 설립된지 1년 된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에 추천권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방송심의위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할 때 추천 단체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방통심의위의 추천 단체 선정이 이런 규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방송법에 따른 제재 조치를 의결할 수도 있다”며 “심의위가 친정부 인사 위주로 꾸려질 경우, 정부·여당이 불편해하는 보도물이 제재의 타깃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심의위 편향적인 추천 의뢰가 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이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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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슬기 기자wit@mediatoday.co.kr

    #선거방송심의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총선#더불어민주당#아침신문솎아보기#아솎#국민의힘#혁신#200석#이탄희#정동영#이해찬#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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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망가지니, 정부도 망가졌고, 청년들이 죽었다"

[인터뷰] <정부가 없다> 펴낸 정혜승 작가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11.07. 05:27:56

 

<정부가 없다>(정혜승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는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의 청년들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 1주년에 발간됐다.

 

전직 기자 출신이자 청와대와 기업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정혜승 작가가 이 사건에 천착하게 된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 아니라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과 동년배인 자녀를 뒀기 때문이다. 참사가 일어난 당일 대학생인 아들이 밤늦도록 연락이 안 됐고, 불안한 마음에 이태원 참사 현장을 남편과 함께 찾았다.

 

아들과 뒤늦게 연락이 닿았지만 참사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마음을 졸이던 정 작가는 "우리 아이만 안전하고 안녕하다는 게 이렇게 끔찍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수많은 '왜?'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정부가 없다'는 책 제목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정 작가를 지난 3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전홍기혜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한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내 아들만, 우리 아이만 안전하다는 게 끔찍했다"

프레시안 : 책의 첫 문장이 "나는 용산구 주민이다"다. 언론인, 청와대 비서관 등의 직함 다 떼고, 용산구 주민이 기록한 '10월 29일 그날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정부가 없다>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정혜승 : 2022년 10월 29일 밤, 집에 있는데 '이태원 해밀턴 호텔 주변이 혼잡하니 오지 말라'는 재난 경보 메시지가 계속 왔다. '사고가 난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카카오톡 대화방에 '집단 실신 사태'라는 속보가 떴다. 트위터(현 'X')에는 이미 엄청난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심상치 않았다. 그날 아들이 늦는다고 했었다. 전화하고 카톡 남기고, 또 몇 분 있다 다시 하고… 전화는 받지 않았고 카톡 메시지 숫자 1은 없어지지 않았다. 피가 말랐다.

 

일단 이태원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녹사평역 부근에 경찰 통제선이 있었지만, 어영부영 들어갔다. '아이를 찾으러 왔다'고 하니까 경찰도 당황한 눈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너무 정신이 없었다. 해밀턴 호텔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헤매던 중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 같이 간 남편이 아들에게 '너 왜 전화를 안 받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날 밤 아들을 찾아 이태원 일대를 헤매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면,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혹시 혹시 내가 내일 이 거리를 다르게 보게 되면 어떻게 하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혹시 일이 생긴다면 그 다음 일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왔다. 그런데 아들이 괜찮다는 걸 알고는 더 끔찍해졌다. 공포가 한층 더 크게 밀려오면서 내 아들만, 우리 아이만 안전하고 안녕하다는 게 이렇게 끔찍할 수 있구나.(눈물) 

 

프레시안 : 10월 29일 밤 현장은 '이태원 압사 사고' 해시태그를 타고 트위터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날 것' 그대로 유통됐다. 그로 인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정혜승 : SNS와 TV 등으로 속보를 계속 지켜봤다.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이라 멘탈도 점점 안 좋아졌다. 그래도 사망자가 159명에 달하는 큰, 대형 압사 사고라는 생각은 못 했다. 날이 밝으면서 멘탈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게 일요일이었다. 그렇게 화요일이 됐고, 관련 보도가 하나둘 전해지면서 이것은 명백히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사실에 고통과 절망이 분노로 바뀌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 2022년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현장. ⓒ연합뉴스

 

"정치가 망가지니 정부도 같이 망가졌다" 

 

프레시안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2022년 10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는 말은, 그야말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정혜승 : 청와대 비서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해봤는데, 한국 공무원들은 일을 정말 잘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정부는 진짜 일을 잘한다. 공무원들이 최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이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일 잘하던 '일잘러' 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이상민 장관의 말처럼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다면, '대체 정부는 왜 존재하는 거지? 정부의 역할은 뭐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만큼 10월 29일 그날의 일은,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프레시안 : 대통령실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 때부터 일한 L, 서울시 어느 구청에서 일했던 '어공' N, 이상민 장관 판사 시절 동료,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정상황실장), 여준성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정혜승 : 인터뷰를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정치가 망가지니까 정부도 같이 망가지는구나'였다. 정치와 정부의 상관관계, 그 시너지가 엄청났다. 

 

지난 대선은 국론 분열이 가속화된 와중에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로 당선된 이후 국론 분열은 더 심화했다. 말하자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지난 몇 년은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공직에 있든 기업에 있든 기자를 하던 사람은 다 똑같다. 사회에, 또는 조직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때 신이 난다. 신이 나서 일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 그게 리더십이다. 내 일이 쓸모없고 가치가 없다면, 그냥 대충 일하게 된다. 

 

청와대에서는 아침마다 '현안 점검 회의'라는 걸 했다. 국정상황실장이 회의에서 현안 하나하나를 점검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 축제였고, 사람들이 몰릴 것이 뻔히 예상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대응 방안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이진석 두 사람 얘기는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진석 전 실장도 '내가 지금 국정상황실장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핼러윈 축제가 대통령 보고 사항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첫 축제이기 때문에 현안 회의에서 점검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상황실 혹은 비서실장 아니면 하다못해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중 한 명이라도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어?'라고, 묻기만 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질문하지 않고, 왜 챙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윤건영·이진석 두 사람 모두 공무원들은 매뉴얼대로 하는 일상 업무를 굉장히 잘한다는 했다. 위에서 점검만 하면,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이 '대응 매뉴얼이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됐을까?'였다. 그랬더니 두 사람은 '리더의 관심사의 문제'라고 했다. 

 

▲ 159명이 압사당한 현장은 폭 3m 남짓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길이었다. 현장 CCTV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해당 골목의 군중 밀도는 오후 10시 15분께 ㎡당 7.72∼8.39명에서 5분 뒤 ㎡당 8.06∼9.40명으로 증가했다. 오후 10시25분께는 ㎡당 9.07∼10.74명까지 늘었다. ⓒ연합뉴스

 

"리더의 관심사에 정부의 말초신경까지 달라진다" 

 

프레시안 : 당시 대통령의 관심 사안은 '마약'이었다. 주말 핼러윈 축제를 앞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에서 "마약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를 넘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되기 전에 전 사회적으로 마약과의 전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혜승 : 경찰은 대통령실 앞 집회 대응과 '마약과의 전쟁', 이 두 개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었다.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리더의 관심사가 실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리더의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정부의 말초신경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핼러윈 축제 클럽 마약류 집중단속 계획 추진 개요'에 따르면, 용산서는 10월 28~30일까지 이태원 유흥업소 밀집 지역 마약 단속을 계획하고 용산서 강력 4개팀, 형사 1개팀, 생활질서계 수사관들이 마약 단속을 위해 배치됐다. 

 

29일 참사 당일 이태원에 13만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현장에 배치된 경찰은 137명에 불과했다. 인파를 관리하는 '혼잡경비' 업무를 맡은 경찰도 없었다. 저녁 6시 34분부터 해밀턴 호텔 주변에서 11건의 위험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을 통제한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반면, 이날 대통령실 경호를 위한 집회 대응에 62개 부대(51개 경찰관기동대·3개 의경부대·지방청 8개 기동대)가 배치됐다. 

 

프레시안 : 정부의 수사본부 설치와 국회의 국정조사 합의는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정혜승 :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시작됐지만, 경찰과 소방관이 서로 거짓말 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느라 급급했다. 수사는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기 때문에, 참사와 재난을 수사로 단죄한다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겪어봤지만,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리고는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하위직이 처벌된다. 따라서 수사로는, 그 어떤 것도 밝혀지지 않는다.

 

국정조사는 수사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시작부터 '파행'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내년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다며 골든타임을 놓쳤고, 정부와 여당은 책임회피와 비협조로 일관했다. 유가족들이 책임자들에게 '왜 그런 지시를 했느냐?'라고 묻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공청회에서 발언 기회를 얻는 게 고작이었다. 

 

"참사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레시안 :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사 발생 사흘 만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지만, 오 시장 책임 또한 적지 않다. 

 

정혜승 : 결국 이태원 참사는 각각의 책임에 구멍이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정상황실 혹은 서울시에서 대응 회의를 했다면? 경찰이 일선 구청과 한 번이라도 대응을 논의했으면? 

 

재난과 참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세월호 이후 이런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세월호 때 그 생떼 같은 아이들을 보낸 것이 얼마나 힘들었나. 그런데 우리는 그 힘든 일을 또 반복하고 있다. 그 다음에, 피해자들. '피해자 우선주의' 굉장히 중요한데,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구제하고 살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누군가 이런 얘기를 했다. '사회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이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참사와 재난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누군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며 희생자를 함께 애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회적 태도가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처음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세월호 때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희생자 애도는커녕 유가족들을 조롱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 자체를 '반정부 행위'로 규정했다. 

 

▲ 지난해 11월 5일 시청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 ⓒ연합뉴스

 

"참사를 쫓아가는 과정은 정치적인 과정이다"

프레시안 : 정부여당은 이태원 참사 이후 야권과 시민단체를 향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참사의 정치화)고 비난했다. 그런데 참사 1주기에 윤 대통령은 교회에 가서 예배를 봤다. 정부가 참사의 정치화를 몸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정혜승 : 윤 대통령은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정치 집회'라며 불참을 선언하더니, 오히려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아이러니의 주인공이 됐다. 어떻게 대통령도, 총리도, 장관도 한 명 안 오나. '내가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너희들이 하는 것은 정치다'라는 논리인데, 정치를 피하고자 하는 행동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행위다. 

 

'참사를, 재난을 쫓아가는 과정은 정치적인 과정이다'라는 학자의 얘기를 책에도 썼다.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 누구의 책임인지, 그리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국가의 재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이 다 정치적인 결정이다. 모든 것이 정치적으로 같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정치를 무슨 오물 대하듯 하면서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미루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 원인을 규명하는 일 자체를 마치 정치적 행위 또는 반정부 행위인 것처럼 비난하지만, 정부가 진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려면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위로를 해야 한다.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탄 배가 가라앉은 걸 실시간으로 보고, 축제에서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걸 여과 없이 접했다. 이런 집단 트라우마를 위로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 지난 10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미사. ⓒ연합뉴스

 

'검찰 정부'의 '공포 통치'에 최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프레시안 : 정치가 오히려 참사의 문제 해결을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혜승 : 한국 사회가 분열됐다고 하지만, 양극단을 제외하면 60% 정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극단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서 그렇지 국민 대다수는 극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가족들은 시민 100명 중 한두 명을 빼고는 손을 잡아주거나 포옹해 준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아픔에 공감하며 같이 고민해 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 아닌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면, 그 과업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프레시안 : 책에서 '검찰 정부'의 한계를 지적했다. 사실 검찰이 제일 많이 대하는 사람은 죄지은 사람들이다. 죄지은 사람을 잡는 일이 업인데, 노동자나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시민을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정혜승 :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했던 사람이 '검찰 정부'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최근 만난 몇몇 사람들도 '검찰 정부가 무서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하더라. 감사원에 털리고 검찰에 털리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검찰 엘리트들은 적을 선별해 타깃으로 만들고 '때려잡자'는 식이다. 국정 운영을 하는데 온갖 '카르텔'을 언급하며 때려잡자는 식인데,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 검찰이 검찰 방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며 '공포 통치'가 되면, 책임은 회피하고 복지부동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문제가 있다. 

 

이 정부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곳간지기의 전성시대'를 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 그중에서도 예산실에서만 일하던 사람들이 대통령 비서실장(김대기)도 복지부 장관(조규홍)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건전 재정'을 얘기하는데, 예산을 줄이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8월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회의 후 한 유가족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고, 이상민 장관은 여전히 건재하다. 

 

정혜승 : 굉장히 안 좋은 시그널이다. 책을 감싼 띠에 쓰인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은 유가족의 말이다. 

 

재난과 참사가 일어나면 '내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라고 생각해서, 대개는 장관 하나 정도는 물러난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목을 거는 일이다. '꼭 그렇게 사람을 자르고 가야 해? 그러면 살아남을 장관이 누가 있어?'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책임을 진다는 것이 그만큼 무거운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퇴로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묻고 지나가는 방식이 된다. 그게 어떤 건지 우리는 지금 확인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들었는데, 지난 8월 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할 때 이상민 장관은 바로 옆에 있는 유가족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지나쳤다고 한다. 유가족 중에는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도 있을 텐데,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책임지지 않아서 국회의원들이 이상민 장관 탄핵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한 헌법학자가 장관 탄핵소추가 아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되는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헌법 정신 위배로 소를 제기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하더라.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태원 추모비, 행안부 건물에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올해 핼러윈 데이는 정말 조용하게 지나갔다. 정치권은 외면하고 있지만, 온 국민은 이렇게 애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혜승 : 조용하게 넘어간 것도 공감하고 위로를 전하는 방식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애도가 필요하다.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유가족 요구사항 중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 이와 함께 유가족들이 국회 통과를 원하는 특별법의 핵심은 독립적 조사기구다. 

 

지금 시청 앞 서울광장 한편에 있는 분향소는 점거 형태다. 지인의 초등학생 딸이 지나가다가 보고, '엄마 분향소는 원래 임시 건물이야? 천막으로만 돼 있어? 그렇게 만들게 되어 있어?'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언제부터 분향소가 천막 치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인가. 그게 자연스러운 건 이상한 일 아닌가. 

 

유가족 중 한 분이 '어디에 추모비가 들어가면 좋겠느냐?'고 물어서 '이태원이요?'라고 했더니, '이태원에도 필요하겠지만 희생자 이름으로 벽 한 면을 가득 채워야 할 곳은 행안부 건물'이라고 하더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일할 때 희생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더 정신 차리고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너무 와 닿았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맞은 10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연합뉴스

 

무기력해진 1년, 무엇을 해야 할까 

 

프레시안 :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1년이었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더욱 무기력해진 1년이다.

 

정혜승 : 1년이 지나고 보니, 구멍은 더 명확해졌다. 그런데 어디가 문제인지 알면서도 바꿀 수 없어 무기력해진다면,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과정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한 명 한 명 개인은 무기력하지만, 모이면 무기력하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혹자는 이걸 '정치'라고 말하겠지만,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가 반복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남겨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같이 고민하고 떠들어야 한다. 뉴스를 멀리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지?'와 같은 질문을 얘기하다 보면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어떤 일도 저절로 해결되거나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알아서 해결해 주는 법은 없다. 불신한다고 외면할 일은 아니다.

 

최근 MBC에서 이태원 참사 수사기관의 보고서 161건, 169명의 진술조서 등 모두 1만2000쪽 분량을 공개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수사한 결과인데, 공개가 맞는 것 아닌가. 그러나 수사 기록은 조사 기간이 끝나면 대게 그냥 캐비넷에 들어간다. 경험이 자산이 돼야 하는데, 자산은커녕 수사 한 번에 기록 공개도 없이 정치권 공방으로 끝난다. 그럼,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따라서 민간에서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펜박(FENVAC)' 같은 단체는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본다. 펜박은 프랑스 재난 참사 테러 피해자 협회로, 재난이 계속 발생하면서 생긴 피해자와 유가족 연대체다. 이 연대체가 법적 기구로 인정받으면서 조사 권한까지 갖게 됐다. 이런 게 가능하더라. 

 

왜 다정함인가 

 

프레시안 : 책 마지막에 '다정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정혜승 : '왜 다정함이 결론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주의를 부채질하는 정치적 위기도 외로움 탓이다. 외로움이 우파 포퓰리즘과 긴밀하고 광범위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외로움을 극복하고 분노와 절망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소통과 공감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원 올앳원스>의 여주인공은 "혼란스럽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때일수록, 서로에게 다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기왕이면 정부가 또 우리 모두가 좀 더 다정했으면 좋겠다. 

 

 

▲ <정부가 없다>(정혜승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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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적 질서에 거대한 변화 조짐"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 '北은 지정학적·전략적 요충'..협력 강조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3.11.07 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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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이 17일 저녁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기존 제국주의적 질서에 거대한 변화 조짐이 보인다며 이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이 17일 저녁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에서 기존 제국주의적 질서에 거대한 변화 조짐이 보인다며 이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 관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국제질서가 완전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및 북러관계 전망'주제의 '2023년 10월 [통일뉴스] 월례강좌'

소셜미디어를 통해 복잡한 국제관계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식견을 펼쳐 온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은 먼저 "우리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지역이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그동안 구축되어 아직까지 변하지 않던 기존 자본주의 질서, 형식적으론 독립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식민지상태였던 제국주의적 질서에 뭔가 거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거대한 변화의 대표적인 특징은 유엔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유명무실한 존재가 됐다는 것.

중동사태를 계기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사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안보리를 비롯해 유엔총회도 이미 기능이 거의 정지된 상태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 다음 눈여겨 볼 일은 유럽의 안보구도에서 역할이 커져왔던 나토(NATO)의 역할이다. "만일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가 이기게 되면 나토는 붕괴와 다름없는 해체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상황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해 온 가장 중요한 축의 하나인 중동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지배 과정에서 각종 층위별로 다양한 체제를 구축해 왔는데, 그런 것들이 일거에 형식만 남고 그 가치나 의미는 없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짚었다. 

국제관계의 모든 건 힘의 관계를 통해 결정되는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와 G7(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간 협의체)의 격차를 보면 분명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기존 체제의 붕괴 징후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일은 아프리카의 변화이다. 제국과 기존 체제의 붕괴는 중심부보다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2023년을 경과하면서 브릭스 국가의 총생산 규모(GDP)가 G7을 넘어서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사진출처-IMF]

아프리카에서 싹트는 반제국주의 혁명

먼저 아프리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필두로 과거 민족주의 투쟁이 격화되던 곳도 아니었는데 느닷없이 2020년 8월 말리를 시작으로 '사헬(Sahel)지대'(세네갈 북부에서 수단남부까지 동서 약 6,400km 폭의 사막화가 진행중인 점이지대)의 최빈국들인 브루키나 파소, 니제르, 기니 등에서 잇달아 '군대가 주도한 사회주의혁명'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2020년 말리에서 시작해 2~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이런 현상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단정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특히 지난해부터 이들 나라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건 역시 이 지역 사람들의 각성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프랑스에 완전히 예속돼 있던 이들 나라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각성이 시작되었는데, 그 폭발적 계기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나 서구 유럽과도 '한번 해볼만 하겠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그런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2020년 이전부터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곳에 보내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나라들은 쿠데타 성공 이후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에 의한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십년간 영향력을 행사하던 프랑스의 철군을 요구하고 대신 바그너그룹과 손잡기로 하는 등 친러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반제국주의 혁명'으로 볼만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제국주의적 지배질서의 붕괴-사헬 지대 쿠데타 벨트의 확대 [사진-한설 제공]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중동의 반격

다음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무력충돌로 시작해 확전 일로에 있는 중동사태.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사태의 배경으로 이 지역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주목했다.

두 나라 모두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지만 경로가 달랐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꾀했다.

그런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손잡는 순간 더 이상 존립근거와 희망이 사라지는 하마스는 초기 공격만으로 1차적 전략목표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이스라엘은 '진퇴양난'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왕정수호와 국가안보가 핵심 관심사인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아랍 세계로부터 배척받지 않기 위해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아랍 세계와 타협하지 않고서는 존속 가능성이 없는 이스라엘은 당장의 기세와 달리 중동 전체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이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75년간 국가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랍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못하면 이번 전쟁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국가의 소멸을 염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결정적 순간에 그에 걸맞는 결정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란은 전쟁을 회피할 생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전에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하기도 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중동에서 미국을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전력이나 드론의 공격력은 저비용에 강력한 타격력을 갖추고 있어 동지중해에 배치된 미국의 항공모함에도 불의의 습격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선이 가자지구를 넘으면 이란은 물론 이라크와 시리아도 참전할 것이기 때문에 미군은 더 이상 그곳에 주둔하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전 세계 이슬람사회로 확대되는 반이스라엘 시위는 미국으로서도 견딜 수 있는 상황을 넘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중요한 순간에 물러설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미국은 그걸 못하기 때문에 붕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한  호전적 시오니스트들이 퇴진하고 그 이후 아랍 세계와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놓치면 이스라엘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고 미국은 향후 5~10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앞으로 국제질서는 어떻게 형성될까?

그렇게 미국의 패권이 붕괴되면 어떤 새로운 질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다극적 질서의 도래를 예상하는 견해가 많다. 다극화라면 최소한 다양한 정치제도와 종교, 이념이 두루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 미국이 행사하던 패권을 여러개로 나누는 것에 그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질문이 많아진다.

그는 세계를 운영하는 근본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세계가 집단서방과 글로벌사우스로 분리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방향이며, 글로벌사우스는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브릭스는 2020년 중반 이후 사우디아라이비아, 아르헨티나, 이란, 이집트, 에디오피아, 아랍에미레이트 등이 가세하며 이미 G7을 추월하기 시작해서 2030~40년대에 들어서는 G7이 따라갈 수 없는 역전이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와 G7의 향후 예상 GDP 격차 [사진-스탠스베리리서치 갈무리]  
브릭스와 G7의 향후 예상 GDP 격차 [사진-스탠스베리리서치 갈무리]  

다시 말하지만, 국제정치에선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을 얼마나 왜곡하지 않고 정확하게 보느냐가 초점이고 그 이후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의 경쟁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 우리는 나름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북한, 지정학적·전략적 요충 

그런 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향후 전략적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먼저 기존 해양 질서 중심 세계에서 유라시아 대륙 중심 세계로 넘어가는 변화의 과정을 이해하거나 최소한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각국이 추구하는 이익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러시아가 작년부터 수송을 시작한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 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과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북극항로(Polar route) 개척 등이다. 

INSTC는 상트베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 이란의 테헤란, 인도 뭄바이까지 연결하는 운송망으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 회랑과 종단 회랑이 교차하고 페르시아만의 항만을 아우르며 국제 물류의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프로젝트이다.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대륙내 소통이 형성된다는 의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까워졌지만 이 두 나라가 힘을 합치지 않고서는 유라시아 세계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만들어낼 수가 없다.

INSTC와 일대일로가 완성되면 고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지를 무대로 활동하던 스키타이인들과 같이 자유로운 공간 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해양세력이라는 것도 결국 빠르고 제한이 없는 수송을 위해 바다를 이용하면서 만들어 진 것 아닌가.
 
또 하나 생각해 볼 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길을 기존 수에즈운하가 아니라 북극을 경유하려는 북극항로이다. 로테르담을 기준으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항로(2만100km)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24일이 소요되지만 북극항로(1만2,700km)를 이용하면 열흘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호기롭게 부산을 그 출발점으로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 그 항로를 이용할 중국의 이익을 계산하면 북한의 나진·선봉이나 블라디보스토크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가까운 나진·선봉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국제남북운송회랑 개념도 [사진-한설 제공]
국제남북운송회랑 개념도 [사진-한설 제공]

결국 INSTC와 일대일로, 북극항로를 실현하는데서 중국과 러시아는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렇게 되면 지중해 시대는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은 우리가 유라시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분단된 한국은 지금 섬나라인데 북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유라시아로 진출하겠냐는 것이다.

여기서 북한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살펴보자.

북한은 지리적으로 중국의 베이징, 다렌, 옌타이 등 중요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발해만(보하이만)과 러시아가 가장 취약한 극동 연해주를 보호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

또 핵보유국이라는 국제정치적 위상으로 인해 북한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느 한쪽이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러관계에서 적극적인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 중소분쟁때 거중조정을 하며 생존을 위한 등거리외교를 할 때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서 훨씬 더 커졌다는 것. 만약 미국이 북한과 손을 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보면, 미국은 '북한'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북한을 놓친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미중 경쟁 상황에서 북한이 중립적인 위치에만 있어도 중국은 위협으로 느낄텐데, 더 나아가서 미군이 북한 지역에 주둔하는 사태까지 진척이 있었다면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으테니 말이다. 

반제국주의, 새로운 세계질서 위한 북러의 협력

한설 전 소장은 복잡한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질서의 향방을 살피면서 나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한설 전 소장은 복잡한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질서의 향방을 살피면서 나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조천현]

이제 한국과 북한의 상황을 국제정치의 관점에서 보자.

그는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수평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세 나라 모두 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미국이 선두에 있고 일본이 그 다음에 있는 질서의 끝에 있는 수직적, 계서(階序) 관계에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스스로 머리 숙이고 그 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이제 절대로 한국하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북한의 대화 상대가 되기 어렵다고 그는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정책결정권자가 아무런 자율권도 없는 한국과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는 것.

그는 지난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난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반제국주의 공동전선에서 힘을 합치겠다'는 것이었다고 하면서, 그저 '레토릭'으로만 나온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니제르의 쿠데타 지지시위 현장에 북한 국기가 등장하고 부르키노파스에 북한군이 들어가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라며, 앞으로 북한은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중요한 나라라고 해서 군사주권마저 다 내주거나 무조건 나가라고 주장하는 일, 경제적 의존이 높은 중국을 배척하는 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자해행위 등.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결론은, 복잡한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질서의 향방을 살피면서 나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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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보도’ 수사 뒤엔 상위법 초월한 대검 예규 있었다

한겨레, 수사 근거된 비공개 예규 입수
수사권 제한 검찰청법 시행 직전
대검 내부지침 예규에 ‘~등’ 넣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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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의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 중인 가운데 대검찰청이 지난해 9월 검찰청법 시행 직전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청법은 검찰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제한하고 있지만, 지난해 법무부는 상위법 취지를 거스르는 시행령(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해 ‘시행령 쿠데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 대검 역시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내부 지침을 개정한 것이다. 검찰의 ‘윤석열 검증 보도’ 수사에 적법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예규의 ‘직접관련성 판단 기준’을 보면 “(검찰청법이 정한 범죄 등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조항은 지난해 8월 한동훈 법무부가 검찰청법을 무력화하는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할 때 처음 등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뒤인 2021년 1월1일 이후 사건의 직접관련성은 ‘사실상 동일 범죄나 수사 중인 범죄와 관련한 재산은닉·무고·범인도피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왔는데, 지난해 8월 법무부는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사건’은 직접관련성이 있는 사건으로 본다는 수사개시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공포 과정에서 직접관련 조항은 삭제됐지만, 조항은 더욱 느슨한 형태로 비공개 대검 예규인 ‘수사개시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시행령 쿠데타 때와 마찬가지로 ‘~등’ 한 글자를 넣어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 중 어느 하나가 겹치지 않아도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됐다는 검찰의 판단만 있으면 어떤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 교수는 “법은 직접관련성이 없으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지 못하게 했는데, (예규를 통해) 관련성 범위가 넓어져 직접 수사를 못 할 범죄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조기영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형사 절차는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수사개시 역시 형사 절차인데, 이런 내용을 실무 업무 처리 지침에 불과한 예규에 넣어놓고 그것을 근거로 수사하는 것은 법률에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했다.

 

검찰은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되지 않더라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필요가 있는 사건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등’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대검 관계자는 “법률이 정한 직접관련성 의미는 향후 법원 결정, 판례 등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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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차를 여자가 몬다고? "하면 어떤데요"

[나, 블루칼라 여자] ⑥ 레미콘 운전기사 정정숙씨

박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23.11.06. 05:01:47

 

'힘' 좀 써야 한다는 노동 현장, 그곳에도 여자가 있습니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노동 현장에서 차별과 배제마저도 이겨낸 이들이죠.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큰 블루칼라 노동 현장에서 살아남은 '기술직 여성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남성중심적 문화가 지배적인 현장에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과 배제를 버텼습니다. 여자 화장실이 없는 현장,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해야만 했던 무시와 젠더폭력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술을 터득해 당당하게 '기술직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이어 나간 이들을 <프레시안>이 만났습니다.

 

자신이 흘리는 땀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 여성들은 건설 현장에서도 공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도면을 그리는 먹매김 노동자, 건물 뼈대를 이어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 목수,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부품을 염색하는 도장노동자 등 <프레시안>이 만난 블루칼라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건설 현장은 다양한 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하는 공간이다. 포크레인부터 화물트럭과 지게차까지 자재를 운반하는 다양한 건설 중장비들도 서로 뒤엉킨다. 그 중에서도 건설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물차가 있다. '통'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미콘 차다. 

 

레미콘은 'Ready Mixed Concrete'를 줄여 만든 말로 굳지 않은 상태의 콘크리트를 말한다. 액체상태의 콘크리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레미콘을 운반하는 차의 동그란 적재통은 운반중에도 빙글빙글 돌아간다. 건설현장에서 형틀목수가 거푸집을 만들면 그 위에 레미콘 기사가 운반한 콘크리트가 타설되고, 콘크리트가 굳으면 단단한 건물이 세워진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 씨를 만났다. 취재진은 정숙씨의 레미콘 차를 타고 두 탕을 함께 뛰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숙 씨는 자신의 몸집보다 50배가 족히 넘어보이는 레미콘 차를 능수능란하게 운전했다. 그는 레미콘 회사로부터 레미콘을 받아 싣고, 타설이 필요한 건설현장으로 레미콘을 운반해 부었다. 레미콘을 운반하자마자 레미콘이 흐른 자리에 붙어 굳지 않도록 통로를 긁어냈다. 그러고는 레미콘 회사로 돌아와 적재통을 세척하고, 레미콘을 받아 또 다른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정숙씨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 부산에서 택시를 몰았다. 배 타던 남편을 만나 아이 셋을 낳은 정숙 씨는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4년 동안 밤낮으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부산 지리에 익숙해졌다. 지리에 훤해졌다는 이유로 레미콘 기사를 선택한 건 아니었다. 정숙 씨는 "처음엔 이렇게 큰 차를 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1998년도를 회상했다

상선을 오래 탔던 정숙 씨의 남편이 중고 레미콘차를 4500만 원에 사서 기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와서 건설업에 타격을 입자 레미콘 운전으로 월 300만 원을 벌던 남편의 수입이 3분의 1로 줄게 됐다. 남편은 상선을 타고 '달러'를 받았는데, 달러는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남편은 다시 상선을 타러 나갔다. 구매했던 레미콘 차가 골칫거리가 됐다. 다시 중고로 팔려니 4500만 원이던 차 값이 12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도무지 그 가격에는 팔 수가 없었다. 정숙 씨는 본인이 레미콘 기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남편이 배를 타러 가기 전 일주일 연수를 해줬고, 다른 레미콘 기사 동료에게 이틀 정도 연수 받은 게 다였다. 첫 현장으로 한 터널의 공사 현장을 갔던 그는 오르막길에 레미콘 차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리가 덜덜 떨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사히 첫 현장을 다녀온 그는 이후 레미콘 차를 안정감있게 운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자가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레미콘 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오빠가 '하이고 가문에 없는 중생'이라고 말했다. 전부 다 부정적이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없었다.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왜 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여자가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느냐고 했다. 남편도 많이 걱정했다. 이제는 나를 인정해주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자식들만은 '우리 엄마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차도 없이 불편하게 다니다가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다닌 기억이 남아있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 나는 대단한 엄마였다. 집에 차가 없어도 우리를 불편하지 않게 택시 운전을 해준 엄마였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 씨를 만났다. ⓒ황지현

 

정숙 씨는 가족들의 부당한 '참견' 뿐 아니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일터에서 차별을 겪었다. "남자 하는 일을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어디 가서 먹고 사느냐"는 남성 동료의 황당한 투정도 들어야 했다. 

 

레미콘을 싣고 건설회사에 가서 조금만 운전 실수를 하면 '여자라서 그렇다'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 또 한 번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하기에 "하면 어떤데요" 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남자 하는 일을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어디가서 먹고 사느냐'고 말하더라. 그래서 "(남자들이) 지 하기 나름이지 내보고 왜 그런 말을 하는데요"라고 받아쳤다. 그럼 나는 어디 가서 일하란 말이냐.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듣다보니까 생각한 게 어떤 이들은 '여자라서 그렇다'는 둥의 말을 해서 내가 주눅 드는지 반응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정숙 씨는 그런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마초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이 바닥에서 어떻게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들이 나를 응원해줬고, 이 일을 해야 한다, 하면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냥 자신 있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적 상황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부당한 상황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부당한 업계 관행을 바꾼 적도 있었다. 

 

법인 기사로 일할 때 부산 문현동 한 현장에 들어갔는데 바퀴가 빠졌다. 여기 바퀴가 빠져서 못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건설회사의 젊은 직원이 와서 '여자가 운전을 X같이 해서 못 들어가는 거지' 이렇게 말하더라. 그 사람은 다른 레미콘 기사들한테도 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럼 "니가 한 번 해봐라"하고 차 시동을 끄고 나와 버렸다.

 

그랬더니 레미콘 영업부에서도 난리가 나고, 건설회사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건설회사 직원들이 와서 '말실수가 있었다'고 기분을 풀라고 하길래 그 쪽 현장 바닥에서 바퀴가 빠지니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가지 않으면 운전을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바퀴가 빠지는 지점까지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갔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가니 다른 기사들이 '아줌마 최고'라고 그러더라. 다른 레미콘 기사들도 바퀴가 빠지고 그 직원으로부터 막말을 들었는데 말 한마디 못하고 왔다더라. 그 뒤로부터는 그 현장에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만 들어가고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가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레미콘을 운반하자마자 레미콘이 흐른 자리에 붙어 굳지 않도록 통로를 긁어내는 정숙씨. ⓒ황지현

 

이날 취재진은 정숙 씨가 레미콘을 운반하는 과정에 동행했다. 해운대의 현장에서 만난 펌프차 기사는 가파른 경사에서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정숙 씨를 향해 '여자라서 운전을 못한다', '그렇게 할거면 운전하지 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정숙 씨는 그 펌프기사를 향해 "경사가 이리 가파른데 안전하게 운전해야하지 않겠나", "사고 나면 책임질끼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맞받아쳤다. 

 

정숙 씨는 갑작스레 마주한 갈등 상황에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첫 번째"고 "주눅 들지 말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펌프기사가 비난했던 건 내가 백미러를 보고 후진을 하기 때문에 한 소리를 한 거다. 하지만 나는 여자 중에서도 체격이 작기 때문에 허리가 짧으니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를 빼면 내 시야에선 보이질 않는다. 그런 어려움을 자기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다 자기 개념에 갇혀서 다른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럴 때 알려주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정숙 씨는 안전 문제에는 특히 엄격하게 행동했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일이 정말 억세다"고 말하면서도 웃어 보인 정숙 씨는 "'남자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여자가 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 나는 그냥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25년동안 일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에게 일터에서의 목표를 묻자 지금 몰고 있는 차가 버텨줄 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숙 씨는 "어릴 때는 당돌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른이 되고 생활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미콘 차는 자신의 몸과 일심동체나 다름없다던 정숙 씨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레미콘 차만큼이나 큰 핸들을 온몸으로 안아서 돌렸다. 

 

아래는 정정숙 씨와 나눈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인터뷰이의 일부 표현은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투리를 그대로 옮겼다.

 

프레시안 : 본인과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정정숙 : 부산에서 레미콘 기사로 일하고 있는 정정숙이다. 나이는 69세고 일 한 지는 25년이 되었다. 레미콘 공장으로부터 레미콘을 받아 차에 싣고 건설현장으로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펌프카에 레미콘을 옮겨 주거나, 타설이 필요한 곳에 직접 레미콘을 붓기도 한다. 

 

프레시안 : 수도권 레미콘 기사의 경우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일하는 8.5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부산은 어떤가.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통 하루 '몇 탕'을 뛰시나. 

 

정정숙 : 부산에도 8.5제가 정착되는 분위기이지만 나는 용차로 일하기 때문에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한 시간 하고 6시 쯤 집에서 나선다. 8시까지 출근이면 조금 더 여유있게 준비한다. 저같은 경우 '탕'으로 수당을 받지 않고 시간제로 수당을 받는다. 

 

프레시안 : 레미콘 기사들은 회사에 소속된 법인기사거나, 개인 사업자로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거나, 물량 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용차 기사 등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정숙 씨는 어떤 계약 형태로 일을 하고 있나.

 

정정숙 : 용차 기사로 일하고 있다. 회사에 계약되어 있는 차가 대부분인데 월말이나 물량이 갑자기 많으면 용차를 불러서 하루 물량을 해결한다. 회사 소유 차거나 회사 소속으로 일한다기 보다는 하루 용역으로 나를 쓰는 거다. 그래서 물량이 몰릴 때 일이 있고, 물량이 없으면 일이 없을 때도 있다. 

 

프레시안 : 시간제로 수당을 받는다는 점은 신기한 것 같다. 보통은 '탕' 별로 운반비를 받는데, 시간제로 임금 계산을 하나. 운반비로 얼마 정도를 받는가. 

 

정정숙 : 회사에 소속된 레미콘 기사들은 '탕' 별로 계산을 하는데 나는 용차기사라서 4시간을 기준으로 22만 원을 받고 4시간 이후 초과하는 1시간 마다 수당이 붙는다. 하루에 4시간만 일할 때도 있고, 6-7시간을 일할 때도 있다. 오늘은 8시간 정도를 일 한 것 같다. 처음 일을 시작 할 때는 회사에 소속되어 10년 정도 있었는데, 한 탕에 2만 9천원부터 시작해서 3만 5천원까지 벌고 나와 지금은 용차기사로 일하고 있다. 한 달에 보름 정도 일하면 400만 원 정도를 번다.

 

프레시안 : 레미콘 차 할부, 차량 정비비, 타이어와 같은 부속 용품, 자동차 보험비 등을 계산하면 순수익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정정숙 : 레미콘 차량 가격과 생활비를 생각하면 실제로 들어오는 수입은 적은 편이다. 매달 차 값 할부 빠져나가고 한 달 생활하면 월 400만 원은 적다. 요새는 차 값이 비싸서 1년 총 수입이 6천만원은 넘어야 레미콘 차량 감가상각비를 제외하고 여유가 생긴다. 월 300만 원 ~ 400만 원을 벌어서는 빠듯한 편이다. 회사에 소속된 차들은 그 정도를 벌 수 있지만, 용차는 일이 들쑥 날쑥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못 번다. 스스로 차를 정비할 줄 아는 사람은 돈이 덜 드는데, 정비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나같은 입장은 돈이 더 많이 든다. 

 

프레시안 : 레미콘 차량 가격은 얼마인가. 

 

정정숙 : 새 차를 사려면 1억 5천만원이 조금 넘는 것 같다. 중고는 6000만 원 ~7000만 원 정도가 되어야 일하는 데 지장이 없이 일할 수 있는 차를 구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레미콘 기사가 하는 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일의 장단점도 설명해주실 수 있나.

 

정정숙 : 우리는 현장에서나 사회의 여러 면으로 보나 운전기사라기보다, 뭐라고 할까 심부름꾼에 가깝다. 레미콘 기사가 레미콘 회사에 가서 물량을 받아서 건설회사에 배달해주는 것만 하면 참 쉽고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레미콘 회사에서 건설 현장에서 쓸 용도와 맞지 않는 레미콘을 주면 우리의 책임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남은 레미콘들을 우리가 수거해서 분리 배출해주기도 한다.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이 필요해서 우리를 부른 것인데 레미콘 차가 크기 때문인지 거추장스러운 존재처럼 대하기도 한다. 하루종일 운전하면 현장에서 대기 시간에 땅을 디디고 서있을 수도 있는 건데 운전석에 타있거나, 레미콘을 내려줘야 하니 차량 뒤편에 올라 타있기만 한다. 또한 안전 문제도 있다. 용차로 일하는 경우 시간제로 일하니까 안정감 있게 운전할 수 있지만,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면 '탕' 별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많이 다니는 게 중요해서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운전을 하며 다양한 곳을 다닐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이전에 작은 공간에서 수선일을 했는데, 운전은 바깥 온 군데를 다니면서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경치 구경을 안 가더라도, 산에 갈 수도 있고 바다에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봄 꽃이 피면 그걸 보고, 예쁜 구름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레미콘을 운반하자마자 레미콘이 흐른 자리에 붙어 굳지 않도록 통로를 긁어내는 정숙씨. ⓒ황지현

 

프레시안 : 일을 한 지 25년 되셨다고 했으니 1998년부터 일을 시작하신 건가. 레미콘 기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 

 

정정숙 : 처음엔 이렇게 큰 차를 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남편은 배를 오래 타다가 중고 레미콘차를 4500만 원에 사서 기사 일을 시작했다. 그게 1997년 즈음이었는데 12월 외환위기가 와서 그때부터 건설업에 타격이 있었다. 남편이 레미콘 운전으로 300만 원을 벌다가 IMF 위기 이후 100만 원을 벌게 됐다. 아이가 셋이 있는데 생활하기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남편은 상선을 타고 '달러'를 받았는데, 달러는 가치가 떨어지지 않으니까 남편은 다시 상선을 타기로 했다. 남편이 다시 배를 타기로 한 뒤 구매했던 레미콘 차가 골칫거리였다. 다시 중고로 팔려니 4500만 원에 샀던 차를 1200만 원에 팔라고 했다. 도무지 그 가격에는 팔 수가 없어서 내가 운전을 할 줄 아니까 레미콘 기사를 해봐야겠다고 단순하게 생각을 했다. 남편이 배를 타러 가기 전 일주일 연수를 해줬고, 다른 레미콘 기사 동료에게 이틀 정도 연수를 받은 게 다였다. 차의 넓이와 길이를 주의하라고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프레시안 : 일주일 정도 연수 받고 레미콘 기사로 일을 시작한 건데, 불안한 마음이 앞섰을 것 같다. 처음 일했던 현장이 기억나나. 

 

정정숙 : 백양터널 공사현장이다. 가는 길이 약간 오르막인데 올라가다가 중간에 서면 오도 가도 못한다. 승용차는 움찔 했다가도 가는데 레미콘 차가 멈추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긴장되고 초조했다. 차가 뒤로 밀리면 큰일이니까. 지금 레미콘 차들은 오토가 되니까 그런 걱정이 없는데, 옛날 레미콘 차들은 사이드 브레이크 살짝 당기고 출발해야 하는 그런 요령들이 필요 했다. 그 현장을 무사히 다녀왔지만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이야 길들이 다 좋아져서 괜찮지만 비포장 도로도 많고 쉽지 않았다. 

 

프레시안 : 레미콘 기사로 일을 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나. 

 

정정숙 : 중학교를 졸업하고 수선 일을 배워 공장에서 일했고, 수선집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고 아이 셋을 낳고 10년 동안 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다가 택시기사로 일을 했다. 내가 몸이 약했는데 혼자서 아이들 3명을 데리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다. 친정에 갈 때도 누구 차를 얻어 타다 보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도 도움이 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4년 동안 밤낮으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부산 지리에 익숙하게 된 게 레미콘 운전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정정숙 : 레미콘 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오빠가 '하이고 가문에 없는 중생'이라고 말했다. 전부 다 부정적이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없었다.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왜 하려고 하냐고 핀잔을 줬다. 여자가 왜 그런 '험한 일'을 하냐고 했다. 남편도 많이 걱정했다. 이제는 나를 인정해주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자식들은 '우리 엄마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차도 없이 불편하게 다니다가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다닌 기억이 남아있는 듯 했다. 아이들에게 나는 대단한 엄마였다. 집에 차가 없어도 우리를 불편하지 않게 택시 운전을 해준 엄마였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무전기를 통해 동료와 소통하고 있는 정숙씨. ⓒ황지현

 

프레시안 : 레미콘 기사 중 여성 노동자 수는 얼마나 되는가. 비율이 궁금하다. 

 

정정숙 : 정확한 비율은 모르겠지만 부산에 레미콘 기사들이 1000명 정도 있으면 여자는 2명 정도밖에 안된다.

 

프레시안 : 여성이 건설현장에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정숙 : 일보다는 인간관계다. 아무래도 남자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 어려움이 있다. 일이야 레미콘 공장에서 레미콘을 실어주고 차가 운전을 하는 일이니까. 일 자체로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하지만 여성을 무시하는 문화가 남아있어서 그런 부분이 힘들 것이다. 

 

프레시안 : 레미콘 기사의 경우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하나. 레미콘 회사나 건설현장에는 여자 화장실이 충분하게 있나.

 

정정숙 : 예전과 다르게, 요즘 건설 현장에는 여자 화장실이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레미콘 회사에서 여자 화장실을 못 쓰는 경우가 있다. 여자 화장실이 있지만 남성 레미콘 기사들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 사무직 직원들이 여자 화장실 자체를 잠가 놓으니까, 나같은 사람은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레미콘 회사에서는 남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현장에서 정정숙님을 부르는 호칭은 뭔가. 건설현장에서 다른 여성들 중 일부는 '못아줌마', '핀아줌마' 이런 식으로 자재 +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 같다. 

 

정정숙 : 기사님이나 사장님이라고도 불리지만 여자가 불릴 수 있는 호칭은 '고모' 빼고 다 들어봤다. 아줌마, 아지매, 여사님, 이모, 누나 등등. 여자를 부를 때 남자들 자기 인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정숙 씨와 인터뷰 일정 잡기가 힘들었다. 다음주, 혹은 이틀 뒤에 일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하지 못하시고, 전날이 되어야 알 수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일감이 대중이 없나. 

 

정정숙 : 내가 법인 소속이 아니고 용차이기 때문에 그렇다. 저녁 6시 쯤에 회사에서 내일 할 일을 알려준다. 항상 같은 회사에 가는 것도 아니고, 내일 아침 몇 시에 어느 회사로 가라고 알려준다. 만약 저녁 6시에 문자가 안 오면 내일 일은 없다. 내 평일의 일정이 어찌 될지 모르니 평일에는 약속을 못 잡는다. 그게 용차의 삶이다. 처음에는 대중이 없어 불안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다보니 월초에 일이 없으면 월말에 있고, 월초에 일이 많으면 월말에 일이 없다. 한달의 반은 일하고 한 달의 반은 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다. 

 

프레시안 : 부산 신항에서 화물차 기사로 일하시는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초보이기도 한데 여성이라서 일을 구하기 더 힘들었다고 했다. 같은 초보여도 남자를 쓴다는 말을 했다.

 

정정숙 : 용차 회사나 법인 소속일 때는 내 상사가 나도 공정하게 일감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이 배려를 해줬다. 그래서 그런 어려움은 생각보다 적었다. 다만, 레미콘을 싣고 건설회사에 가서 조금만 운전 실수를 하면 '여자라서 그렇다'라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 또 한 번은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하길래 "하면 어떤데요" 라고 따졌다. 그랬더니 '남자 하는 일을 여자가 하면 남자들은 어디가서 먹고 사느냐'고 말하더라. 그래서 "(남자들이) 지 하기 나름이지 내보고 왜 그런 말을 하는데요"라고 받아쳤다. 그럼 나는 어디가서 일하란 말이냐.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듣다보니까 생각한 게 어떤이들은 '여자라서 그렇다'는 둥의 말을 해서 내가 주눅드는지 반응을 보는 것 같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그런 말에 주눅드신 적 있나. 

 

정정숙 : 내 기억으로는 주눅들었다는 느낌을 한 번도 못 받아본 것 같다. 

 

프레시안 : 어떻게 주눅들지 않을 수 있었나. 가족들도 레미콘 기사 일을 하는 것에 부정적이었고, 회사에서도 '여자라서 어떻다'는 소리를 했다. 솔직히 불편하고 부당한 참견들이지 않나. 

 

정정숙 : 내가 엄마라서 그런가. 아이들이 나를 응원해줬고, 이 일을 해야 한다, 하면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냥 자신 있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장애를 가진 이들도 용기를 가지고 사는데, '여자로 사는 게 뭐 어때서 주눅 들겠노' 하는 생각을 하면서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프레시안 : 오늘 정숙 씨가 레미콘을 운반하는 과정에 동행하다 보니 펌프기사가 '여자라서 운전을 못한다', '그렇게 할거면 운전하지 말라'고 비난하는 상황을 목격했다. 남성이 다수인 상황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마초적인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이겨냈나. 

 

정정숙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주눅 들지 말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펌프기사가 비난했던 건 내가 백미러를 보고 후진을 하기 때문에 한 소리를 한 거다. 후진을 할 때 고개를 돌리거나, 창문 밖으로 머리를 빼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여자 중에서도 체격이 작기 때문에 허리가 짧으니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를 빼면 내 시야에선 보이질 않는다. 가뜩이나 레미콘 차는 크지 않나. 그래서 나는 앉은 자세에서 양쪽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후진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터득했다. 허리가 짧아서 직접 보면서 후진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극복했다. 근데 지금도 내보고 고개를 안 내밀고 운전한다고 한 소리 하는 아저씨가 있다. 그럴 때는 이야기를 해서 알려준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나는 허리가 짧아서 고개를 내밀면 안 보인다고 알려주는 거다. 그런 어려움을 자기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다 자기 개념에 갇혀서 다른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 것이다. 그럴 때 알려주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받아들인다. 

 

프레시안 : 부당한 상황이 오면 이런 말을 해야지 하고 머릿속에서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할 말을 하는 게 참 쉽지 않다. 

 

정정숙 : 나도 내 한 사람이 여자라고 무시하는 것까지는 받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내로 인해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보는 건 용서가 안 된다. 법인 기사로 일할 때 부산 문현동 한 현장에 들어갔는데 바퀴가 빠졌다. 여기 바퀴가 빠져서 못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건설회사의 젊은 직원이 와서 '여자가 운전을 X같이 해서 못 들어 가는 거지' 이렇게 말하더라. 그 사람은 다른 레미콘 기사들한테도 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럼 "니가 한 번 해봐라"하고 차 시동을 끄고 나와 버렸다. 그랬더니 레미콘 영업부에서도 난리가 나고, 건설회사에서도 소란이 일어났다. 건설회사 직원들이 와서 '말 실수가 있었다'고 기분을 풀라고 하길래 그 쪽 현장 바닥에서 바퀴가 빠지니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가지 않으면 운전을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바퀴가 빠지는 지점까지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갔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가니 다른 기사들이 '아지매 최고'라고 그러더라. 다른 레미콘 기사들도 바퀴가 빠지고 그 직원으로부터 막말을 들었는데 말 한마디 못하고 왔다더라. 그 뒤로부터는 그 현장에선 차가 들어갈 수 있는 데까지만 들어가고 포크레인이 와서 레미콘을 받아가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프레시안 : 정숙 씨는 길을 만드시는 군요. 

 

정정숙 : 내는 그래요. 내 혼자 불이익은 당하는데, 내로 인해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줄 수 없다. 그리고 레미콘 기사는 현장에서 사람이 아니다. 완전한 '을'로 취급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은 길이 좁고 오만 장애물이 있는데 결국 욕먹는 건 레미콘 기사였다. 만만한 게 레미콘 기사라고 할 정도로 어려웠다. 조금 더 안전하게 주차하고 싶어서 시간이 걸리면 운전을 못한다고 욕 먹고,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모든 게 내 책임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안전은 확실히 따집니다. 내 안전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책임져야 하거든. 

 

프레시안 :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정정숙 : 오늘처럼 펌프기사가 내게 '여자라서 못한다'는 식으로 몇 마디 오고가는 경우가 힘들다. 그냥 몇 마디 정도에서 끝나면 그래도 내가 소화를 시키는데, 거기서 계속 내게 비난을 할 경우 사람들끼리 부딪히게 되고 그런 부분이 힘들다. 사람이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서 그렇다. 

 

프레시안 :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나. 

 

정정숙 :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내가 체력이 딸릴 때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해봤지만, 체력을 어느정도 관리하고부터는 그런 생각은 안 했다. 갈등 상황으로 힘들다고 해서 내가 자기네들 때문에 그만둬야 하나. 그건 아니었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레미콘이 담겨있던 적재통을 세척하는 정숙씨. ⓒ황지현

 

프레시안 : 정숙 씨를 일하게 만들었던 동기는 무엇인가. 

 

정정숙 : 가정에 도움이 되려고 일을 시작했다. 아이가 셋이 있었고 홑벌이로는 키우기 힘들었다. 아이 아빠가 배를 타더라도 10개월은 일하고 2개월은 논다. 남편에게 계속 일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2개월 비는 기간이 있으니 내가 좀 나서봐야 되겠다 싶었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일을 하게 됐다. 

 

프레시안 :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정정숙 : '남자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여자가 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인정을 해주더라. 나는 그냥 사람이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25년동안 일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니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가정 형편이 쪼들리면 싸우게 되는데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그런 점들을 극복했다. 애들도 다 키워냈고 손주들도 7명이나 된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

 

프레시안 : 정숙 씨에게 레미콘 차는 어떤 의미인가. 

 

정정숙 : 내 몸이다. 차는 내 몸하고 일심동체라고 생각한다. 매일 그 차 덕분에 돈도 벌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프레시안 :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나. 

 

정정숙 : 운전만 하는 사람이 꿈이 있나. 진급을 하고 싶거나, 돈을 더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런 직업도 아니고. 다만, 이 차가 버텨줄 때까지 일을 하고 싶다. 이 차를 폐차 시킬 때까지는 일을 할 생각이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하는 데까지 일을 하고 싶다. 

 

프레시안 :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정정숙 : 어릴 때는 당돌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른이 되고 생활하면서 당당하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눅들지 말고 당당하게 일 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을 찾아 레미콘 기사로 25년째 일하고 있는 정정숙씨를 만났다. ⓒ황지현
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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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명예훼손’ 언론·기자수사 위법성 논란

  • 김예리 기자 
  •  
  •  입력 2023.11.06 07:52
  •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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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검찰청법 위배한 수사’ 1면

    종편에 선거심의위 추천한 방통심의위…이스라엘에 휴전 촉구 시위물결

    검찰이 대선 당시 ‘윤석열 검증 보도’를 낸 언론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지 두 달이 지났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이라고 이름 붙이고, 지난해 대선 직전까지 보도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관련 기사로 ‘윤석열 대통령이 명예훼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다. 검찰은 지난 두 달간 언론사 5곳, 전·현직 기자 7명을 압수수색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1면에서 검찰 수사의 검찰청법을 위반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로 검찰은 명예훼손죄에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없음에도 대검찰청이 자의적으로 비공개 예규를 개정해 수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최고권력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이 대대적으로 언론사와 기자를 수사하는 경우는 형사사법체계가 안착된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6일 아침신문

    ▲6일 경향신문

     

    ‘대통령 명예훼손죄’ 언론 수사 두달, 적법성 논란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 검찰청법 시행 직전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을 개정해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한겨레 1면 보도다. 한겨레는 검찰의 예규가 “(검찰청법이 정한 범죄 등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1월1일 이후 사건의 직접관련성은 ‘사실상 동일 범죄나 수사 중인 범죄와 관련한 재산은닉·무고·범인도피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왔다. 그런데 비공개 대검 예규는 ‘수사개시 지침’에서 이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명시해,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됐다는 검찰의 판단만 있으면 어떤 사건도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일 한겨레

    한겨레는 “검찰이 상위법(검찰청법)의 취지를 거스르는 비공개 대검찰청 예규를 근거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을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를 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면서 “내부 지침”(예규)을 근거로 들었다.

    한겨레는 법무부와 검찰의 자의적 수사권 확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8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한 검찰청법 시행 직전 법무부가 대통령령·시행령 규정을 입법예고했다. ‘한동훈 법무부’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검찰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중요 범죄”로 규정했다며 ‘~등’을 확대 해석해 검찰이 공직자·선거 범죄를 비롯한 여러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맞춰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6일 한겨레

    한겨레는 “하위 법령으로 국회가 만든 상위법을 무력화하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시행령 쿠데타’라고 비판을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령은 ‘직접관련성 있는 범죄’ 판단 기준도 느슨하게 풀었다. 기존 대통령령에는 사실상 동일 범죄이거나 범죄수익은닉·무고·범인도피 등 직접 파생된 사건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겨레는 “‘위법한 예규’를 근거로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검증보도 수사 역시 위법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며 “검찰은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한다며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제이티비시(JTBC), 리포액트,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 다섯개 언론사의 회사나 전·현직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언론사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 뉴스타파뿐”이라고 했다.

    ▲6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검찰이 ‘명예훼손죄’에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없음에도 이에 반해 언론사들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직접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검사 강백신)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금전을 대가로 허위 인터뷰를 하고, 뉴스타파를 통해 이를 보도한 혐의(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가 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신 전 위원장과 김씨, 뉴스타파, 리포액트, 경향신문,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보도를 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6일 경향신문

    그러나 검찰이 이들 기자에게 적용한 명예훼손죄는 검찰청법상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할 수 없다. 경향신문은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제한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이 범위를 대폭 넓혔지만 여기에 명예훼손죄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죄만 검찰청법 제4조에 1항1호가 정하는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고 했다.

    검찰은 신 전 위원장 및 김씨 혐의와 전·현직 기자들의 혐의가 ‘직접 관련성’이 있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대장동 관련 수사 과정에서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를 시작했고, 관련 증거나 증인들, 범죄사실이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정통망법 명예훼손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명백하다”며 “이 사건이 김만배·신학림 배임수재랑 계속 연결되기 때문에 정통망법(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경향신문 등의 보도가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배임수재 혐의와 어떤 점에서 범인·범죄사실·증거가 공통된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공직선거법 사건의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음에도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에 “검찰이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 억지로 (신 전 위원장과 김만배씨의) 배임수재 혐의와 (명예훼손을) 연관지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도 드물지만 최고권력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검찰이 대대적으로 언론사와 기자를 수사하는 경우는 형사사법체계가 제도적으로 안착된 국가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십여년 전 검찰 내부 상황에 대한 의혹 제기를 검찰이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린 뒤 직접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경향신문에 “‘검찰 수사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의혹 보도를 허위로 몰아서 오히려 이해당사자인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의혹이 거짓이라면 투명하게 의혹을 해소하고 해명하면 될 일이지, 합리적인 정황과 근거를 통해 나온 보도가 허위라며 형사처벌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와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례”라며 “문제는 검찰의 수사 착수 자체만으로도 언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은 기자의 취재원 비닉권(신분을 비공개할 권리)을 정면으로 침해한다”고 했다. 미국은 취재원을 밝히기 위한 언론 압수수색을 금지하고 부득이하게 언론을 압수수색하더라도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제도가 없어 언론사와 기자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무방비 상태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종편에 선거심의위 추천 의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년 4월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구성에 앞서 TV조선과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과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일부 보수 단체·학회 등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여부를 심의하는 독립기구다.

    한겨레는 1면에서 방심위가 방송사 몫의 심의위원 추천을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에 더해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편 4사에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방송사 추천 심의위원은 개별 방송사가 아니라 대표성을 띄는 방송협회와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가 번갈아 추천했는데 이번에는 종편 4사를 추천 단체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개별 방송사에 심의위원 추천 권한을 쥐여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6일 한겨레

     

    ▲6일 한겨레 보도 갈무리

    방송학계 몫 심의위원을 한국미디어정책학회라는 신생 학회에 추천해달라고 단독 의뢰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방송학계 몫은 일반적으로 한국언론학회나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추천해왔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2019년 6월 출범했고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회장이다.

    한겨레는 방통심의위가 언론인단체 추천위원을 방송기자연합회나 한국기자협회가 아니라 이에 비해 대표성이 떨어지는 한국방송기자클럽에 추천해달라고 의뢰했고,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에 설립된 보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를 시민단체라며 여기에 심의위원 추천을 의뢰했다고도 했다.

     

    이스라엘 전쟁 선포 한 달, 거세지는 시위 물결

    이스라엘이 하마스 박멸을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포함해 무차별 공습에 나선 지 6일로 한 달이 된다.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갈수록 늘어 4일 기준 9400명을 넘었다. 이 중 어린이는 41%가량이다.

    이날 아침신문들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어린이가 살상되고 식량과 의약품, 식수가 바닥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는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6일 세계일보

    ▲6일 경향신문

    ▲6일 경향신문

    ▲6일 한국일보

    ▲6일 한겨레

    ▲6일 경향신문

    ▲6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인터뷰에 이어 6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인터뷰를 내놨다. 쿠제치 대사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의 자발리야 난민촌을 거듭 공습한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쿠제치 대사가 ‘하마스가 선거로 가자지구 제1당에 올랐음에도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부정하고 2007년부터 16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곳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는 점도 비판하며 “제2의 가자지구가 될 여지가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6일 동아일보

    쿠제치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서방 언론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은 용인한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또한 실상에 비해 적게 보도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은 팔레스타인에 ‘결례’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정철환 유럽 특파원은 오피니언면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죽어나가는 비극’의 주범으로 하마스를 지목하는 칼럼을 냈다. “매일 취재 현장에서 전쟁을 목도하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하마스가 전장이 된 가자 북부의 주민들을 일부러 피란시키지 않고 ‘인간 방패’로 쓴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가자의 하마스 정부가 민간인을 대피시키려고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6일 조선일보

    이스라엘은 지난 13일부터 지속적으로 가자 주민들에게 북부지역을 떠나라고 명령해왔다. 그러나 남부와 중부 난민촌과 거주지역을 포함한 가자 전역을 무차별 공습하면서 북부에서 대피자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집트 국경 부근인 칸 유니스와 가자 중부 난민촌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을 ‘사형선고’라고 우려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공습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성명을 냈다.

     

    김예리 기자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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