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제대로 뿌리뽑자!” 자한당 해체, 적폐청산 전국동시다발 촛불대회

“제대로 뿌리뽑자!” 자한당 해체, 적폐청산 전국동시다발 촛불대회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3/24 [12: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3.23 범국민촛불대회에 참가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자유한국당해체'를 외치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3월 23일 범국민촛불대회 참가자들이 "자유한국당 해체하라","적폐청산 완수하자","역사왜곡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가 23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씨에 의해 '100번째 광수'로 지목된 백종환씨가 "내가 진짜 간첩이라고 생각되면 지금 당장 휴대폰을 꺼내 간첩신고하라"고 지만원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23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가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을 촉구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23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가 개최되었다. 참가자들이 '촛불개혁 실현하라!'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23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가 개최되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행진 선두에 섰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촛불은 들고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적폐청산 완수하자” 

“역사왜곡 처벌하라” 

 

23일 오후 5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범국민촛불대회는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반전평화국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렸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광장은 조속한 적폐청산을 원하는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첫 기조발언자로 나선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촛불항쟁 2년이 되도록 박근혜 일당만 퇴출되었지 서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법적폐 판사들이 그대로 법정에 앉아 재판하는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적폐청산 똑바로 하고 5.18학살 역사왜곡 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다시 촛불 시민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적폐세력을 쫓아내자!”고 이날 대회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무대에 선 이는 장 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었다. 장 위원장은 “적폐청산은 세월호 진상규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은 우리 아이들을 죽인 범인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것 한 가지다. 황교안, 자한당 모두가 범인이다. 우리 유가족들이 다 죽어서 아이들 곁에 갈 때까지 이것 하나만 보고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이어 사회자는 “자유한국당이 세월호 참사의 범조집단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지금 5.18민주화운동이 훼손되는 것처럼 앞으로 40년 뒤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이 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유가족들이 한 자리에 있는 이곳에서 더 뼈에 새기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최근 나경원 의원 사무실에 방문해 면담 요청 투쟁을 진행하며 집중 받은 바 있는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민은서 대학생은 “우리 대학생들은 나경원 의원 사퇴, 자유한국당 해체, 그리고 이들의 원조격인 5.18광주민주화항쟁 학살의 주범 전두환이 역사 앞에서 심판받기를 원한다. 이제는 자유한국당과 보수 정권을 완전 청산하지 못한다면 기생충처럼 살아남아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다. 우리 대학생들이 적폐세력을 뿌리 뽑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 우리 민족이 함께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 서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이날 대회에는 적폐세력을 규탄하는 영상상영 및 ‘4.16합창단’의 노래 공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노래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4.16합창단'이 '함께가자 이길을' 부르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이날 대회에는 적폐세력을 규탄하는 영상상영 및 ‘4.16합창단’의 노래 공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노래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공연 모습.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이날 대회에는 적폐세력을 규탄하는 영상상영 및 ‘4.16합창단’의 노래 공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노래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공연 모습. 노래패 우리나라 공연 모습.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전두환을 감옥으로' 상징의식.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황교안을 감옥으로' 상징의식.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참가자들이 우산에 '5.18망언 규탄', '나베는 일본으로', '전두환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붙이고 행진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참가자들이 우산에 '5.18망언 규탄', '나베는 일본으로', '전두환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붙이고 행진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범국민촛불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청소년들이 '불태우자 자한당!'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이날 대회에는 적폐세력을 규탄하는 영상상영 및 ‘4.16합창단’의 노래 공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내일’의 노래 공연, 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대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종각사거리를 지나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진행했다. 

 

사물놀이가 이끄는 행진 대열이 적폐청산 구호를 이용한 다양한 퍼레이드를 펼치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열을 지켜보았다. 

 

이날 촛불대회에 즈음하여 전국 곳곳에서 자유한국당 지역위원회 앞 1인 시위, 규탄 회견, 캠페인, 시민대회 등이 개최된 바 있으며 23일 적폐청산 촛불대회는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부산, 대구 경북, 광주, 전남, 강원 춘천, 경기 지역 등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한편 적폐청산 촛불대회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다음 주 내내 전국 동시 다발적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원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71년 지났지만 죽은 내 아기들을 어찌잊나”

 

입력 : 2019.03.24 09:07:00 수정 : 2019.03.24 09:25:11

송순희 할머니(95)가 지난 3월 14일 인천 자택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순희 할머니(95)가 지난 3월 14일 인천 자택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송순희 할머니(95)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 정착했고 지금도 인천에서 산다. 나이 때문인지 안 아픈 곳이 없지만 그래도 건강한 편이다.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10년 전부터는 주말이면 꼬박꼬박 성당을 찾는다. 뒤늦게 세례도 받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금실은 좋았다. 12살 연상인 남편은 송 할머니에게 평생 극진했다. 벌이도 나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삶’이었다. 하지만 딸은 “엄마가 웃는 걸 잘 보지 못했다”며 “항상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때로는 그런 엄마가 답답하기도 했다. 

자식들이 엄마가 제주 4·3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10여년 전이다. 자신이 겪은 아픔을 60년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놓았다. 남편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남편은 눈치로 조금씩 알게 됐다고 했다. 송 할머니는 첫 결혼에서 얻은 아이 셋을 4·3을 겪으면서 모두 잃었다. 1년간 육지 형무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제주를 떠나면서 묻은 일이다. 

그날 마을 전체가 불탔다 
송 할머니는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19살에 결혼해 딸 셋을 낳았다. 송 할머니는 “먼저(첫 번째) 신랑도 얼굴이 미끈하고 정답게 살았다”고 했다. 1948년 10월 출장 다녀온다던 남편은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서북청년단이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인다는 소문이 한창일 때였다. 세 살배기 아이는 등에 업고, 네 살된 아이 손을 잡고 남편을 찾아나섰다. 막내는 뱃속에 있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녀도 남편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군인들이 곧 마을에 불을 지른다는 소문만 돌았다. 시어머니는 송 할머니 손을 잡고 울면서 “너랑 나랑 아이 하나씩 데리고 숨자. 내가 그릇 같은 거 땅에 묻어놨으니까 죽지 않으면 그거 파서 쓰고 살아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시냇가 옆 동굴에 몸을 숨겼다. 그 날 마을 전체가 불탔다. 

낮에는 경찰과 군인 눈을 피해 숨어다니고 밤이면 불탄 집터로 돌아와 잠을 잤다.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날 총소리가 ‘와지기땅 와지기땅’ 해. 사람을 죽이면서 오는 소리였어. 아기를 업고 울면서 막 뛰었어. 시냇가 굴에 숨고 앉았더니 ‘이 개 같은 X 나오라’ 그래.” 고개를 들자 칼을 꽂은 총부리가 눈앞에 있었다. 

“살려달라고 하니까, 신랑을 내놓으라는 거야. 빨갱이 지집 너 신랑 내놓으래. 신랑이 면사무소에 다니고 이름난 사람이니까, 동네 사람들은 다 알거든. 그 사람 이름이 ○○인데 날 보고 ○○이 지집년이래.” 옆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죽창으로 다른 여자를 찌르고 있었다. 피가 솟구쳤다. 여자가 쓰러지자 경찰은 총으로 여자를 쐈다. 

경찰과 군인, 그리고 서북청년단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들은 잡힌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죽창과 칼로 마구 찔렀다. 옷이 찢어지고 죽창이 살을 파고들었다. 업고 있던 아이의 다리도 칼에 찔렸다. 송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옷은 모두 찢겨 알몸이 훤히 보였다. 시어머니가 속옷을 벗어 송 할머니에게 입혔다. 한쪽에서는 총소리에 이어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만 해도 그 이상의 공포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서귀포경찰서로 끌려간 뒤 시작됐다. “이 빨갱이 지집X, 폭도한테 쌀 몇 가마 (산에) 올렸어?”라는 질문이 반복됐다. “배급 타 먹는 사람이 쌀을 어떵(어떻게) 올릴 수 있수꽈?”라고 답하면 몽둥이가 날아왔다. “어깨에 피가 줄줄하지. 온몸이 전부 검은 거야. 멍으로.” 그때 맞은 어깨는 평생 할머니를 괴롭혔다.

“50가마 올렸수다. 50가마 올렸수다.” 아무렇게나 답했다. 경찰은 송 할머니를 끌고가 유치장에 넣었다. 밥 때가 되면 보리와 콩을 섞은 주먹밥이 툭툭 던져졌다. 그걸 못받으면 굶었다. 하지만 굶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름이 불린 사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한 유치장 안에서 가족의 이름이 불려도 소리내 울 수 없었다. 
 

제주도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각명비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제주도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각명비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감옥에서 죽은 둘째, 감옥에서 태어난 셋째  
며칠 뒤 ‘재판’이 열렸다. 유치장 사람들은 모두 강당으로 옮겨졌다. 앞쪽에는 군인들이 서 있었다. “장부 같은 걸 척척 넘기면서 아무개 석방, 아무개 몇 년, 아무개 무기, 아무개 사형, 착착 불러요. 우리 시어머니는 그때 석방됐어요. 나중에 들으니 그 양반(시어머니)이 우리 큰아이 업고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걸어갔대요. 그런데 그렇게 나간 양반을 죽여버렸다는 거야.”

송 할머니는 1년형을 받았다. 죄명은 알려주지 않았다. “난 재수 있으니까 1년을 받은 거야. 재수없는 할망들은 무기 받았지. 지금도 생각나. 50이 넘는 제주시 여자가 무기를 받았는데 ‘아이고 내가 무슨 죄가 있나. 동네 사람하고 개인감정이 있으니까 나를 빨갱이로 몰아가지고 이렇게 됐다’ 이래요.” 그렇게 허술한 ‘재판’이었다. 

육지로 가는 배에 올랐다.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물어볼 엄두도 못냈다. 옆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내 아기가 죽었다”고 울면서 말했다. 한겨울, 엄마가 며칠을 굶어 젖이 나오지 않아 굶어죽은 것이었다. “그 여자, 아이를 묻어주지도 못하고 형무소로 끌려갔어.” 도착한 곳은 전주형무소였다. 칼에 다리를 찔린 아이가 시름시름 앓았다. 살이 썩어 뼈가 보였다. “형무소 간수가 그걸 보고 울어요. 독방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하더니 아이 먹을 거 들여 주더라고요. 아기가 그걸 먹어보기나 했으면 내 가슴이 덜 찢어졌을까. 안고 있다가 깜빡 봤더니 목숨이 떨어진 거야.”

송 할머니는 얼마 뒤 안동형무소로 이감됐다. 전주형무소가 ‘미어 터진다’는 이유였다. “안동형무소는 방도 넓고 화장실도 따로 있고 지내기는 전보다 편하고 좋았는데 난 너무 힘들더라고. 귀찮고 살맛이 안 나요. 시어머니가 데려간 큰아이는 어찌 됐을까. 죽은 아이 불쌍해서 어쩌나.” 그리고 그해 여름 셋째 아이가 형무소에서 태어났다. 

감형이 됐는지 10개월 후에 석방됐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살아있는 게 아무 소용없이 느껴지는 거라. 아이도 죽고 남편도 죽었을 것이고 마을이 다 불타버렸는데 어디 가서 무얼 하며 살까. 그래도 가족이라도 만나보고 싶어서 꾸역꾸역 고향에 가본 거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시댁 식구는 몰살당했고 남편 행방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친정 사정도 비슷했다. 5남매 중 2명이 사망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남동생이 마산형무소에 수감됐었나봐요. 마산형무소에서 병이 나서 사람이 다 죽게 됐으니까 데려가라고 연락이 왔다는데 데리러 갈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다 죽고 사람이 어디 있어. 동생은 거기서 죽어가지고 시체도 못찾았어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만 1만5000건에 이른다. 일가족이 몰살당했거나 육지나 일본으로 도피한 사례, 살아남았어도 신고도 하지 못한 사람이 허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희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제주도민 8분의 1(3만명에서 최대 8만명) 이상이 죽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갈 곳이 없어 친척집에 신세를 졌다. 그리고 얼마 안가 형무소에서 낳은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더니 깨어나지 못했다. 아이가 죽은 다음날은 눈이 많이 왔다. 걸을 때마다 눈에 발이 푹푹 빠졌다. 4·3 당시 아이들이 어찌나 많이 죽었던지 아이들만 따로 묻는 곳이 있었다. “내 품에서 아이 둘을 보낸 거야. 셋째는 내가 안고 가서 묻었지.” 
 

송 할머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30대 시절 찍은 사진. 딸은 “엄마는 웃는 사진이 없다”고 말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송 할머니(왼쪽에서 두 번째)가 30대 시절 찍은 사진. 딸은 “엄마는 웃는 사진이 없다”고 말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돌아오고… 
하지만 억울한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4·3 사람’들을 죽인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실제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도민들은 또 한 번 고통을 겪었다. 송악산 기슭의 섯알오름 탄약고 터에서 일어난 학살이 대표적이다. 그 희생자들의 묘는 ‘백조일손지묘’(백 할아버지의 한 무덤)로 불린다. 서로 얽힌 유골을 구분할 수 없어서다.

“시가 친척이 하는 이야기가 ‘조카, 여기 있으면 못살아. 시집가서 다른 데 가서 살아. 시집가지 않으면 죽어’ 그래.” 남편을 기다리고 싶었지만 살아야 했다. 서둘러 재혼을 했다. 제주 사람인 남편은 인천에서 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첫째 남편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산형무소에 수감돼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재가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때가 이런 때라 아무 관계없으니 나오라’고 해요. 먼저 신랑한테 재가했었다고 말 안할테니까 마산으로 면회가라고. 아이가 들어섰는데 어떻게 해. 임신했다고 말도 못하고. ‘아이고 난 마산 못가요’ 해놓고는 친정에 가서 엄마 붙들고 막 울었어요.”

인천에 자리잡고 살면서 제주에서의 일은 모두 잊고 싶었다. 재혼한 지 8년 만에 제주도를 찾았다. 막내동생의 결혼 때문이었다. 결혼식에서 첫째 남편을 만났다. “스물네 살에 헤어졌는데 서른여섯에 만난 거야. 서로 멍하니 보고만 있었어. 그냥 한이 맺혀서….” 몇 년 뒤 첫째 남편이 술병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만 들었다. 

송 할머니는 60년 동안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품에서 자식들이 죽고,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은 살아 돌아오고. 속옷을 벗어줬던 시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자신의 인생이 왜 그렇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시국 때문에 팔자가 망했다”는 말로 정리했다. 

10년 전, 제주 4·3도민연대가 할머니를 찾아오고 나서야 그동안 말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송 할머니 이야기는 가족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간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더라도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는 게 맞는 건지, 혹시나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지난 1월, 수형인 18명이 70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송 할머니는 재심 청구 소식을 듣지 못해 함께하지 못했다. 그는 남은 생존자들과 함께 재심을 청구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와서 사과를 받아 무어해”라고 하면서도 “이제 죽을 때가 되니까 그때 고비고비 어떻게 맞은 거, 내 아기 죽은 거, 그런 생각만 나더라고.” 할머니는 여전히 1948년에 머물러 있다.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4·3도민연대’는 2013년부터 수형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 이하늬 기자

‘4·3도민연대’는 2013년부터 수형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 이하늬 기자

 
제주 4·3 수형인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하고 무죄를 받기까지는 ‘4·3도민연대’(도민연대)의 역할이 컸다. 도민연대는 재심보다는 국가배상소송을 우선하자는 변호인단에 ‘무조건 재심’을 주장했다. 법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영란 도민연대 조사연구원은 “어쩌면 단순, 순진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연대의 공식 명칭은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다. 1999년 이전까지 4·3과 관련된 활동은 위령사업과 학술연구, 문화·예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제주도 내에서 다른 차원의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모여졌다. 1999년 3월 8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할 목적으로 도민연대가 꾸려졌다. 도민연대는 거리투쟁과 상경투쟁 등을 펼쳤다. 특별법은 2000년 1월 제정됐다. 

1999년에는 ‘수형인 명부’가 세상에 알려졌다. 추미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가기록원에서 찾아냈다. 많은 이들이 특별법이 제정됐으니 당시 무작위로 잡혀간 수형인들에 대한 진상규명도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 2003년 진상보고서가 나왔지만 수형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시피 했다. 수형인들은 2007년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4·3 피해자로 신청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체포와 구금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도민연대는 전국을 다니며 ‘4·3 형무소 순례사업’을 하고 있었다. 순례 도중 수형인이었던 생존자를 만나기도 했다. 이후에는 생존자와 함께 순례를 하며 증언을 들었다. 2013년 도민연대는 수형인 명부에 기재된 2530명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양동윤 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정부가 할 줄 알고 기다렸지만 몇 년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서 결국 민간이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수형인 명부에는 순번, 직업, 성명, 연령, 본적지, 항변, 판정, 언도일자, 복형장소가 한 줄로 쓰여 있다. 순번으로 구성된 수형인 명부를 본적지를 중심으로 다시 분류했다. 조사원들이 마을별로 다니며 60년 전 주소를 찾아 “아무개씨 계시냐”고 물어보는 식이었다. 이사했을 경우, 물어물어 새로운 주소지로 찾아갔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미 60년 가까이 지난 시점, 생존자는 극히 일부였다. 수형인 명부 외에 아무런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생존자의 증언은 매우 중요했다. 증언이 쌓일수록 흩어져 있던 편린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고, 한데 모여 큰 이야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수형인 명부에 쓰인 내용이 실제 실행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거나 국가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민연대 상근자는 0명이다. 양동윤 공동대표가 무보수로 일하고 조사연구원은 3명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연구비’를 받고 생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그리고 도민연대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는 ‘지원단’이 있다. 열악한 환경은 20년째 바뀌지 않았다. 양 공동대표는 “정의감 같은 근사한 이유로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생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 이미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문소연, <늑인>, 각, 2018
 
 
관련기사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240907001&code=940100#csidx6a1aa8bc66b2c8a9b897381885e21ed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근혜 퇴진에 그친 촛불…국회 적폐 자유한국당 청산해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3/24 13:23
  • 수정일
    2019/03/24 13: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5.18 역사왜곡·항일운동 부정·세월호참사 주범 등 비판 쏟아져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19-03-23 20:15:47
수정 2019-03-23 20:15:4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시민단체들이 자유한국당 해체·적폐청산·사회대개혁을 주장하며 주말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반전평화국민행동 소속 단체들을 비롯해 총 700여개 단체들은 23일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3.23 범국민 촛불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5.18학살왜곡처벌법 제정 정치개혁 완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사법농단 적폐판사 탄핵’ 등을 주장했다. 

양손에는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촛불개혁 실현하라’, ‘5.18 모독 역사왜곡 처벌하자’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는 “5.18학살을 부정하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망동과 망언을 일삼고 있는데 아무도 처벌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지난달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유공자를 ‘괴물’로 매도하는 발언을 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박 공동대표는 “황교안은 세월호 참사를 수사하는 광주지검에 압력을 가해 방해했던 범죄자일 뿐 아니라 통진당을 강제해산시킨 사법농단 주범”이라며 “박근혜와 같이 퇴장해야 하는데 다시 제1야당 대표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반민특위 때문에 국민이 분열됐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만 쫓아냈지 국회의 적폐는 청산하지 못했다”며 “촛불 혁명을 뒤집겠다는 망상으로 총공세를 가하는 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과 더불어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도 주장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세월호 유가족도 마이크를 잡았다.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진상규명에서부터 적폐청산을 시작해야 한다”며 “박근혜와 그 보위 세력이 세월호 참사 범인이라는 걸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누구도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구할 수 있는 시간에 구하지 않았다”며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은 그날 희생자를 구하지 않은 범인을 처벌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종대왕 동상을 기준으로 아래쪽에서는 촛불대회가 위쪽에서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아래쪽까지 내려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팔을 불며 집회를 방해하려 했다. 

장훈 위원장은 “방금 ‘교통사고로 죽은 애들 때문에 나라 뒤집혔다. 빨갱이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는 “유가족들은 죽어서 아이들에게 갈 때까지 진상규명 하나만 볼 것이다. 함께하는 국민들이 있는 한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에 내몰리고 농민들은 쌀값 변동직불제마저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도시빈민들은 철거에 쫓겨날 걱정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이런 짓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적폐세력이 날 뛸 수 있는 건, 집권여당이 제대로 이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힘으로 응징하지 못해서이다”라며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민은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을 기만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6명이 나 원내대표에게 이른바 ‘반민특위 발언’에 대한 사과를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가 사무실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나 원내대표 측은 본회의 및 의원 총회 일정 때문에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우산을 만들고 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는 우산을 만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민은서 회원은 “나경원 의원은 본회의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연설하는 중 퇴장했다. 정말 중요한 회의였다면 왜 퇴장했나. 그리고 왜 면담을 무시했나”라며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나 의원은 사퇴하고, 망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도 해체해야 한다. 5.18 주범 전두환은 역사 앞에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민중당 등 범진보 진영 정당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5.18을 왜곡·날조하고 민족자주독립 항일운동을 부정하는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막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누워서 침 뱉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미강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은 “사회를 둘러보니 비상식적 우익들이 존재하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라며 “몰역사적 인식으로는 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병윤 민중당 사법적폐청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40년 지난 5.18이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못했다”며 “국민들이 힘을 모아 단결하지 않으면 정치권은 아무것도 줄 수 없다는 것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4.16연대, 5.18시국회의,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회를 열고 자유한국당 해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소중한 내 인생"이 마지막 대화...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 유가족이 1심 판사에 보내는 편지

19.03.24 11:06l최종 업데이트 19.03.24 11:06l

 

 

 사고 후 피해자 차량
▲  사고 후 피해자 차량
ⓒ 유지은

관련사진보기


안녕하세요 판사님, 저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피해자 유가족 유지은입니다. 2월 21일 판사님이 가해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2018고단7796 사건입니다. 2018년 10월 3일 새벽 2시12분 경 만취운전자가 일으킨 8중 추돌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 당했는데, 사망한 사람이 제 어머니입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편지를 쓰는 이유는 판사님의 판결에 대한 의문점과 판사님을 비롯한 대한민국 사법부에 촉구하는 바를 밝히고자 해서입니다.

판사님, 저는 판사님께서 검찰이 5년을 구형한 사건에 왜 2년을 선고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첫째 벌금형 외의 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 둘째 암 투병 중이던 가해자의 어머니가 재판 중 사망했다는 점, 셋째 차량을 폐차하였다는 점,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전치 2주 이내)과 합의되었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게 과연 3년을 감형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현재 가해자는 2년도 부당하다며 항소를 한 상황입니다. 최악의 경우 2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더욱 분통이 터집니다. 왜 유가족인 저희가 국민 청원, 전단 배포, 현수막 설치 등으로 처벌 실태를 알리고 합당한 처벌을 요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판사님의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음주운전을 어떤 무게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지표입니다. 사법부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약속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 정도인가요? 솜방망이 처벌로 잠재적 음주운전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시점입니다.

어떤 판결을 하느냐는 판사 고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판사님께서 주신 양형 사유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판사님께서 듣지 못하신 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꼭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여쭙겠습니다. 판사님의 아내였어도 징역 2년을 선고하셨을까요?

한 가정 행복 앗아간 음주운전
 
 사고의 영향으로 운전 좌석에 튕겨나온 닭갈비 재료
▲  사고의 영향으로 운전 좌석에 튕겨나온 닭갈비 재료
ⓒ 유지은

관련사진보기


제 어머니는 지난 20여 년간 해외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대신해 가정의 기둥 역할을 하셨습니다. 사춘기 자식 둘이 장성하기까지 홀로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직장과 집에서 쉴 틈 없이 일하셨습니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써본 적 없던 어머니는 평생을 사회적 약자, 차별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왔습니다. 회사의 팀장으로 수십 명 팀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했습니다. 길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의 좌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사고를 당한 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인이 하는 닭갈비 사업이 어려워지자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도 가족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잔뜩 사 늦은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오붓한 저녁 식사를 할 생각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혈중알코올농도 0.093%, 면허 정지 수준으로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 차량에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소중한 내 인생"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피해자의 마지막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
▲  피해자의 마지막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
ⓒ 유지은

관련사진보기


사고가 있던 날 오전, 어머니는 저에게 "소중한 내 인생이 영어로 뭐야?"라고 물은 후 자신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My precious life'로 바꾸었습니다. 어머니 생의 마지막 하루가 될 줄은, 이 대화가 가족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한 가해자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으로 어머니는 자신의 소중했던 삶과 작별할 기회, 최소한의 정리 시간조차 가지지 못하고 떠나야 했습니다. 하다못해 흉악범, 사형수들에게도 주어지는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스러지고 만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에 말씀드립니다. 제가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법 뒤에 사람이 있고 사연이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피해자 김씨가 아니라 55년간 고군분투하며 세상을 밝힌 훌륭한 어머니 김주은씨입니다.

고 윤창호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국을 울렸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일이 계속돼야 할까요. 앞으로도 수많은 얼굴 없는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고 판사님들은 가해자에게 벌을 내리시겠죠. 부디 무거운 형벌로 음주운전 방지와 가해자 교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편지가 판사님들의 마음에 닿아 다른 잠재적인 피해자 혹은 유가족이 저희가 겪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민청원] 어머니를 살해한 음주운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습니다. 도와주세요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4161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 시장님, 밀어내면서 놓치는 것을 생각해주길"

'박원순 개인전' 24일 마감...참여 예술가들 '작가와의 대화' 열어
2019.03.24 11:17:06
 

 

 

 

지난 8일 문을 연 '박원순 개인전'이 24일을 끝으로 전시를 마감한다. 이 전시회는 서울시의 개발 담론에 문제의식을 가진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프로젝트 팀 '서울-사람'이 주최했다. 심승욱, 오세린, 일상의실천, 정용택, 차지량, 최황, 한정림, CMYK 등 총 8팀의 예술가들이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 
 
이 전시회가 언론 등에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가'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이 박 시장이 진행한 도시재생, 재개발사업의 현상들을 작품소재로 사용하면서 박 시장을 작가로 소환했다. 이에 예술가들은 스스로를 '어시스턴트'라고 칭했다. 일종의 풍자다. 
 
그러한 '어시스턴트'들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상업화랑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상업화랑은 '박원순 개인전' 전시회를 치른 곳이다. 이들이 풍자 가득한 전시회를 연 이유는 무엇일까.  
 

▲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참여한 예술가들. 가운데 비어 있는 자리는 박원순 시장 자리다. ⓒ프레시안(허환주)

"예술은 사회에 계속 말을 걸어야 해" 
 
"작용과 반작용 법칙이 있는데, 재개발에서는 반작용 보다 작용의 힘이 매우 세다. 재개발, 자본의 시장논리가 워낙 힘이 세다 보니 재개발 지역 원주민들, 그리고 그곳에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이들의 저항, 즉 반작용이 생겨나지 않는 듯하다. 을지로 지역은 작업할 때 필요한 재료를 사러 자주 오던 곳이다. 내겐 매우 중요한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이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그것이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이유다." 최황 
 
'박원순 개인전'은 최황 시각예술가가 주도적으로 준비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축으로 포털 사이트들이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한 파노라마 '로드뷰'를 모아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든 것을 전시했다.  
 
최황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이유를 두고 "예술로 사회를 바꿀 수는 없어도, 예술로 사회에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형의 언어로 사회에 말을 걸었다는 지점에서 이번 전시회는 흥미로운 해프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사실 이번 전시회는 언론과 세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박원순 시장을 '작가'로 데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박 시장에게 전시회 초청장까지 보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에는 작가 자리로 박 시장 자리를 비워두기도 했다.  
 
작가그룹 CMYK는 '옥탑방 겨울나기 종합세트'라고 쓰인 선물 상자를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이는 지난 2018년 한여름 당시, 강북구 옥탑방에서 한 달 간 거주했던 박 시장을 상기하면서 준비한 작품이다. 당시 박 시장은 겨울에는 금천구에서 거주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CMYK는 이를 풍자하면서 박 시장을 도와줄 겨울 종합선물세트를 전시한 것이다. 세트 안에는 뽁뽁이, 분무기, 털신, 난로 등이 들어 있다. 관람객 응모 이벤트를 통해 100명을 추첨해 선물 세트를 증정하기도 했다. CMYK는 "박원순 시장에게도 선물세트를 보냈으나 반송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작가그룹 CMYK의 '옥탑방 겨울나기 종합세트'. ⓒ프레시안(허환주)

 
사회 이슈를 예술이란 매개로 대중과 소통 
 
이번 전시회의 의의는 박 시장 개인을 단순 조롱거리로 만들기보다는 예술이라는 수단으로 위트 있고 세련되게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 있다.   
 
공예가 오세린 작가는 시들고 깨진 귤을 본떠 금속제 조형물로 만든 뒤, 도금한 오브제를 선보이면서 쓸모없고, 망가진 것들은 내다 버리는 서울시의 행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 이슈를 매개로 한 예술적 행위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디자인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은 2011년~2019년까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비롯해, 그의 뒤축 닳은 구두, 안경 등 물건들과 박 시장이 방문했던 장소 등을 모두 문자와 기호로 수집한 뒤, 이를 디지털 화면에서 조합한 결과물을 종이로 출력하는 작업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주목할 점은, 관람객들이 이 작업에 참여, 즉 직접 기기를 조작해 박 시장의 발언, 안경, 신발 등의 그래픽물을 색지에 편집한 뒤, 이를 출력할 수 있게끔 했다는 점이다. 이 출력된 종이를 관람객들은 을지로, 청계천 일대에 전단지로 부착할 수 있고, SNS에 공유할 수도 있다.  
 
일상의실천팀은 "그간 박 시장이 했던 워딩을 정리하면서 과거 내가 투표해서 뽑았던 박 시장과 지금의 워딩 속 박 시장과는 괴리가 크다는 생각을 했다"며 "관람객들도 직접 작업을 해보면서 각자의 답을 내길 바랐다"고 말했다.  
 

▲ 일상의실천은 관람객이 직접 포스터를 구성해 출력까지 바로 완성 할 수 있게 구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프레시안(허환주)

"밀어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을 생각해주길" 
 
작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임기 중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되짚어보자는 취지로 '박원순 개인전'을 준비했다"며 "이를 토대로 한국 사회, 그리고 서울의 현주소를 조명해보고자 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작가들은 박원순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직은 남아 있는 듯했다. 박 시장이 이제라도 좀더 주변을 살피며 사람 중심의 행정을 해주기를 당부했다. 
 
"서울 이곳에 사는 우리가 얼마나 다른 것을 밀어내는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 이곳 을지로를 밀어내고 들어서는 것은 금융과 사무실 등 반짝거리는 것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 반짝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밀어낸다. 그래야 내가 반짝거린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도 반짝거리는 것을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박 시장이 그런 반짝이는 것보다는 밀려나는 이들을, 그리고 밀어내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오세린  
 
CMYK는 "삶에서 중요한 건 '동료찾기'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시장 자리에 가기까지 많은 동료의 응원과 도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동료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장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조언했다.  
 
최황 작가는 박 시장을 두고 "분노보다는 실망이 더 크다"며 "박 시장의 초창기 모습과 지금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보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작가는 "박 시장이 다시는 이런 식으로 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기에서 나온 목소리를 듣고, 변화와 모색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커버스토리]6학년 4반 소파의 비밀

입력 : 2019.03.23 06:00:04 수정 : 2019.03.23 06:35:22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의 자랑이자, 쉬는 시간이면 학급 구성원들의 총애를 받던 적갈색 소파는 어쩌다 하루아침에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됐을까.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의 자랑이자, 쉬는 시간이면 학급 구성원들의 총애를 받던 적갈색 소파는 어쩌다 하루아침에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됐을까.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누구에겐 “반의 상징”… 누구에겐 “소파”… 누구에겐 “친구”
한순간에 우리 반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은 너, 어쩌면 좋니?

그날 소파는 느닷없이 등장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 뒤편에 있던 적갈색 소파에 갑자기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선생님과 학생들은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관한 특별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 소파는 PVC(폴리염화비닐) 재질이고요. 납 안전기준이 300PPM인데 250PPM 나왔어요. 그런데 브롬이라는 물질이 1200PPM 정도 나왔어요. 브롬계 난연제라는 물질이 있는데 불이 났을 때 불길이 확 번지지 않도록 물건에 화학처리를 하는 거예요. 더 정확한 건 연구소에 가져가봐야 알겠지만, 브롬이 1000PPM 이상 함유되면 보통 브롬계 난연제가 사용됐다고 볼 수 있어요.”

이날 특별강사로 초빙된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사무국장이 소파에서 브롬이 검출됐다고 말하자, 선생님과 아이들의 입에선 “아…” 하는 탄식과 함께 한숨이 나왔다. 박 국장은 이날 휴대용 XRF(X선 형광분석기)로 교실 곳곳의 물건들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되는지 점검했다.

“브롬이 뭐예요?” 

“음… 브롬계 난연제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는데요. 여러분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선 어린이제품에 브롬계 난연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물질로 지정했거든요.” 

“헉….” 다시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일단 이런 제품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요. 갑자기 소파를 바꿀 수 없다면, 면으로 된 천이라도 덧대서 여러분 피부에는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소파는 원래 이날 수업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교실 안에서 쓰는 물건들이 어떤 화학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아보는 중이었다. 플라스틱 지우개, 화장품, 교실 뒤 게시판 시설 등 화학성분이 들어갔을 것 같은 제품들을 따져봤다. 그런데 갑자기, 소파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 이 소파는 담임인 배성호 교사가 아이들이 교실을 좀 더 편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교사휴게실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그동안 소파가 있어서 좋았죠?” 배 교사가 물었다. “네!” “우리 반만의 상징이었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갖다 버려요!” “천을 씌워요!” “중고나라에 팔아서 다른 걸로 사요!” “다른 반에 줘요!”

“우리에게 좋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는 건데,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줘도 될까요?” 배 교사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곧 깨졌다. “그럼 계속 써요!”(모두 웃음) 

배 교사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소파를 버리면 더 안전한 제품을 살 수 있을까요? 안전한 제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번엔 더 긴 침묵이 흘렀다. 한 학생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소파랑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요.” 

이 반의 자랑이자, 쉬는 시간마다 편하게 눕거나 앉아 쉴 수 있는 특별한 애장품이던 적갈색 소파는 불과 몇분 만에 처치 곤란한 물건이 됐다. 
 

◆우리 반 소파에 발암물질? 그럼 버려요, 누굴 줘요? 지우개·틴트에는요?

서울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화학물질을 그려봤다(첫번째·세번째 사진). 가운데는 ‘유해화학물질 특별수업’을 마친 뒤 이혜원 학생이 적은 소감문으로 “모든 물건에 성분정보가 쓰여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서울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화학물질을 그려봤다(첫번째·세번째 사진). 가운데는 ‘유해화학물질 특별수업’을 마친 뒤 이혜원 학생이 적은 소감문으로 “모든 물건에 성분정보가 쓰여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 수업시간 
방금 앉아 놀던 교실 뒤 소파에서
‘브롬’이라는 물질이 검출됐단다 
버릴 수도 없고 누굴 줄 수도 없고
일단 안전한 천을 씌워 놓기로 한다 
유지파·제거파·보완파 나눠 조사
모의법정서 소파 운명을 정하기로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소파를 두고 빠진 고민은 한국 사회가 화학물질을 대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우리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을 채우고 있는 많은 화학물질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모두 폐기?).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인가(안전한 제품 개발?). 누군가에게 넘길 것인가(저소득 국가로 떠넘기기?). 당장 체감되는 위험만 없다면 그냥 두고 쓸 것인가(모르는 게 약이다?). 

이날 수업을 지켜본 또 한 명의 특별강사,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이 소파에 던지는 질문처럼 저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소파에 대한 여러분의 판단이 우리 사회의 화학물질에 대한 판단과 같을지도 몰라요. 지금 인류가 찾고 있는 것이 바로 이거예요. 우리가 안전하게 화학물질을 쓰는 방법.” 

■ 학교를 구하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지난 12일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형광펜, 비누, 액괴(액체괴물 장난감), 지우개 등의 성분을 의심했지만, ‘믿고 있던’ 소파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은 소파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천과 곰인형을 올려두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이 지난 12일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형광펜, 비누, 액괴(액체괴물 장난감), 지우개 등의 성분을 의심했지만, ‘믿고 있던’ 소파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은 소파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천과 곰인형을 올려두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삼양초는 지난해 10월 노동환경연구소에 체육관에서 사용하는 용품들에 대해 중금속 측정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총 58개 제품 중 절반에 가까운 27개 제품이 PVC(폴리염화비닐) 재질로 나타났다. PVC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하나로 원래 딱딱한 물질인데, 화학처리를 통해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인 뒤 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PVC가 사용됐다는 것은 환경호르몬이 발생하는 프탈레이트(phthalate) 가소제가 함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학생들이 많이 쓰는 농구공에선 카드뮴이 기준치(75PPM)를 2배 이상 넘는 165PPM이나 검출됐다. 뜀틀매트에선 기준치(300PPM)를 26배 초과한 납성분이 7939PPM 검출됐다. 라켓, 공바구니, 원목뜀틀, 투호 등에서도 기준치를 뛰어넘는 납과 브롬 등이 검출됐다. 

학교는 우선 학생들과 임신 중인 교사들이 체육교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뒤, 예산을 투입해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된 교구들을 안전한 제품들로 교체했다. 그러나 매트리스와 뜀틀 등 교구 중 20%는 안전한 대체재가 없어서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삼양초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교장 선생님부터 새내기 선생님까지 유해화학물질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김신범 부소장의 책 <화학물질, 비밀은 위험하다>를 읽은 배성호 교사가 교사 연수에 김 부소장과 박수미 사무국장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학습 자료를 만들기 위해 거의 매일 쓰는 커팅매트(물건을 자르는 받침대)에까지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 교사는 “30년 동안 교직에 있었는데 이런 사실을 몰랐다”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겠다”고 했다. 

교사들은 뜻을 모아 학생들이 쓰는 체육교구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고, 결과를 본 교장 선생님은 추가 예산 투입을 결정했다. 최현섭 삼양초 교장은 “갑자기 추가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 조사결과를 보고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당장 우리 아이들이 쓰는 물건이기 때문에 망설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양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이런 문제를 왜 개별 학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가. 수은이 나온 인조잔디, 납이 든 우레탄 트랙 등 이미 10여년 전부터 학교공간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다. 완구, 문구용품이 납범벅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2015년에는 어린이들이 쓰는 제품의 안전기준을 만든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제정됐다. 민주당 김민기의원실이 2016년 발표한 ‘안전한 학교만들기 학교 유해물질 실태보고서’를 보면 학교에서 사용 중인 체육교구와 학습교구 총 35종을 조사한 결과 제품 중 74.3%에 PVC 재질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학교의 경우 교실과 학교도서관만 환경안전관리기준 대상에 해당될 뿐, 그 외 공간은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학교운동장은 법률상 어린이활동 공간이 아니다”라며 법의 맹점도 지적했다. 아이들이 거의 매일 쓰는 체육교구와 학습교구 역시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이 많다.

그렇다면 교육부나 환경부, 보건복지부가 나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공간의 안전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2019년 3월 현재까지 이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가 만든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도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관심 있는 학교들만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대체용품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이 안전점검을 해주겠다고 해도, 조사결과가 학교장의 책임으로 돌아올까 봐 점검을 반대하고 발암물질을 끌어안고 사는 학교들도 많다.

삼양초 교장부터 새내기 선생까지 
화학물질 없애는 데 앞장서지만…
교육부도, 환경부도, 복지부도 
왜 정부에서는 나서지 않는 걸까

정부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교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현장 교사들이 모인 실천교육교사모임(회원 1500명)은 학교 공간의 유해화학물질 문제를 안건으로 채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사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의 한희정 서울대표(서울 정릉초)는 “적어도 성장기 아이들이 매일 생활하는 학교에 반입되는 물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안전기준을 만들고,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은 반입을 금지해야 한다”며 “교사들 중에도 불임과 유산, 아이의 아토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일 학습교구나 체육교구를 만지고 정리하는 교사들도 유해물질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는 5월2일 아동건강권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강신만 전교조 부위원장은 “초·중·고교생들의 건강을 학교 안에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아동들의 생활·학습공간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를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 교육·환경·복지전문가들이 모이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정책안전기획관 주재로 유치원과 초·중등학교 체육교구·학교시설 내장재 담당자, 유해물질 전문가, 현장 교사 등이 모여 ‘학습교구와 학교시설 내장재 유해물질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서울시 친환경급식센터처럼,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안전한 학습교구들을 구비한 ‘안전교구센터’를 만들고, 각 학교는 센터를 통해 학습교구들을 구입하는 방안도 교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재는 책걸상 등 덩치가 큰 교구는 학교가 조달청을 통해 구입하지만, 각 학급에서 수업에 활용하는 학습교구들은 교사들이 직접 문구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 유해화학물질과 이별하는 법  

[커버스토리]6학년 4반 소파의 비밀

삼양초 6학년 4반의 소파는 아직 교실에 있다. 아이들은 소파를 버리지 못했다. 대신 면으로 된 천을 씌워 사용하고 있다. 소파와 작별하고 싶다던 아이들은 당장 새 소파를 사거나 버리는 대신 유해화학물질을 공부하고 있다. 23명의 학생들이 ‘소파 유지파’ ‘소파 제거파’ ‘소파 보완파’로 나뉘어 각각 자료 조사를 하고 있다. 한 달 뒤 ‘모의 법정’을 열어 소파의 운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달라지고 있는 것은 소파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프탈레이트 지우개’와 천연성분으로 만들었다고 광고하지만 입술에 바르면 따가운 틴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교실 뒤 과제물을 전시한 초록색 게시판에 압정을 꽂을 때마다 유해물질이 뿜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더 나아가 ‘왜 성분 표시는 어른도 아이도 알아볼 수 없도록 깨알처럼 표기돼 있는지’ ‘왜 4000만원이나 되는 기계(XRF)를 쓰지 않고서는 나쁜 성분이 들어갔는지 아닌지 제대로 알 수 없는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고민의 과정을 노래와 책으로 만드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반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는 배성호 교사는 “학교라고 하면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게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배 교사는 “저 역시 학교 안의 유해화학물질을 공부하며 많이 놀랐지만, 아이들이 쉽게 소파를 버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며 “아이들처럼 함께 지혜를 모으고 기준을 만들어나간다면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안전해야 ‘안전 사회’…낯설어도 화학물질 알고 바꿔가야”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왼쪽)과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사무국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과 만나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박 국장이 손에 든 것은 물건의 중금속 성분을 측정하는 X선 형광분석기로, 아이들은 “헤어드라이어 같다”며 신기해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왼쪽)과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사무국장이 지난 12일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4반 학생들과 만나 생활 속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박 국장이 손에 든 것은 물건의 중금속 성분을 측정하는 X선 형광분석기로, 아이들은 “헤어드라이어 같다”며 신기해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안전한 학교 만들기’ 운동하는 전문가들, 김신범·박수미씨

유공(현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한 것은 1994년.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1995년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유독성을 공식 확인하고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2011년. 이미 1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포장지에 덮인 독성물질을 사용한 후였다. 2018년 8월까지 접수된 피해사망자만 1335명이지만, 실제 피해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습기살균제가 10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17년이 걸린 것은 그만큼 우리가 화학물질에 무지하고 안이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조금 안전해졌을까. 지난 19일 서울 중랑구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두 전문가를 만났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부소장(49)은 직업병 연구와 함께 유해화학물질 알권리 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6년 국회 가습기살균제특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박수미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 사무국장(50)은 2011년 어린이 제품 분석을 시작으로 유해화학물질 현장점검과 정책제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화학물질은 모두에게 불편하고 낯선 문제”라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으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유해물질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운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김신범(이하 김) =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주로 공장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을 해왔는데, 공장에서 발암물질을 아무리 찾아내도 없애질 않는 거예요. 근데 2009년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니까, 소비자들이 화들짝 놀라 석면 없는 제품을 찾겠다고 나서더라고요. 몇 년을 싸운 ‘나쁜 접착제’ 문제도 ‘새차증후군’이 이슈가 되니 없어졌어요.(웃음) 노동자를 보호하면 소비자도 당연히 보호된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맨 끝단에 있는 소비자들만 대책을 찾으려 하니 근본적인 대책이 안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한편으론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공장도 바뀔 수 있겠구나, 생각한 거죠. 석면베이비파우더 사건 이후로 여러 시민사회단체, 노조, 연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박수미(이하 박) = 2011년에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을 결성하면서 안전의 포커스를 어디에 맞출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어요. 우선 ‘어린이가 안전해야 사회가 안전하다’는 합의를 했고요. 그럼 어린이들의 생활환경부터 점검해 보자고 해서 2011년에 처음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문구와 완구, 장신구 등을 분석했는데 유해화학물질이 엄청나게 나온 거죠. 이후 학교교육현장으로 옮겨 2013년 ‘PVC(폴리염화비닐) 없는 학교 만들기’를 진행했고, 2015년부터는 서울시 녹색서울실천공모사업으로 ‘유해물질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문구, 완구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와 납, 카드뮴 등이 검출되자 여론이 들끓었고, 2015년 만 13세 이하 어린이들이 쓰는 제품의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정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2016년 6월4일부터 발효됐고, 이후 만들어진 어린이용 제품은 이 기준을 통과해야만 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 만들어진 ‘발암물질 덩어리’ 제품들도 여전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별법상 ‘어린이용 제품’의 기준과 범위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2016년부터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 적용되고 있죠. 좀 나아졌나요.

김 = 저는 어린이특별법이 아니라 ‘어린이품공법(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라고 불러요. 예방적으로 문제를 찾아내 관리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 심각하게 문제가 확인된 몇 가지만 관리하는 식이거든요. 기업은 이 법을 ‘정부가 제시한 안전기준만 지키면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해석해요. 어린이특별법인데 왜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고 있을까요. 기업에 가는 영향이 최소한이 되도록 산업부가 길목을 지키고 있는 거죠. 

‘발암’ 지적에도 없애지 않던 석면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되자 파장
소비자 관심이 세상 바꿀 수 있어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시행 4년
2016년 이후 출시 제품에 한정돼 
KC마크 있다 해도 문구 확인해야

- 정부가 최소한의 시험을 만들어서 그것만 지키면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는 거군요.

김 = ‘프탈레이트’라는 물질이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정부는 그중 여섯 종류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중 3개만 완전 금지, 나머지는 함량 정도를 관리해요. 그럼 기업들은 조금만 구조를 바꿔서 똑같은 독성을 가진 물질을 개발합니다. 새 독성물질은 저촉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죠. 기업이 ‘우리가 어떤 원료를 사용해서 만들었고, 어린이들은 이렇게 사용하면 안전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밝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만들어놓은 기준 몇 개만 지키면 기업을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과연 기업이 지금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까요. 

박 = 법 적용대상이 너무 협소해요. 필통의 경우, 누가 봐도 아이들만 쓸 것 같은 캐릭터 제품만 대상으로 정했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중에서도 어른도 좋아할 것 같은 품목은 제외했고요. (무채색, 민무늬 필통은 무조건 성인제품으로 보는 건가요) 네. 요즘 애들은 눈높이가 있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계속 항의하니까 그 지침이 없어졌어요. 한 학교 선생님이 농구공에서 다량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항의하니까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왜 성인이 쓰라고 만든 농구공을 가져다 애들 수업시간에 썼느냐’고 했대요. 지금 지침대로라면 초등학교 체육시간에도 유치원에서 쓰는 완구 공을 써야 돼요. 

- 어린이들이 꼭 어린이전용제품만 쓰는 건 아니잖아요. 발육 정도에 따라 성인제품이 맞는 경우도 있고요. 

김 = 그렇죠. 우선은 기어 다니고 여러 제품을 물고 빠는 아이들이 유해화학물질에 훨씬 더 심각하게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유아·어린이들이 쓰는 제품부터 관리하자고 하는 것은 옳다고 봐요. 그런데 그 수준의 법으로 모든 어린이가 보호된다고 착각해선 안 되는 거죠. 아이들 몸속에 환경호르몬이 들어가는 경로는 아주 많으니까요. 

박 = 욕실 슬리퍼의 경우 아빠, 엄마 것과 아이 것을 따로 쓸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죠. 변기매트도 유아용을 따로 쓰지 않잖아요. 

- 어린이제품을 살 때 보통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면 안전하다고 믿는데 맞나요. 

박 = 우선 어린이제품 관리제도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 관리품목이 세 가지로 구분돼요. 첫째는 안전인증대상 품목인데 물놀이기구처럼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당장 생명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제품이에요. 둘째는 안전확인대상 품목인데 학용품이나 유아용 침대, 보행기 등이죠. 첫 번째와 두 번째 품목은 정부에 시험성적서를 내고 인증번호와 확인번호를 받아요. 그런데 세 번째 품목인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어린이용 롤러스케이트, 어린이용 면봉, 어린이용 섬유제품 등)은 시험성적서를 정부에 내지 않아도 돼요. 자체적으로 인증기관에서 시험성적서를 받고 국가기술표준원 홈페이지에서 KC마크를 다운받아서 붙이면 되는 거죠. 품공법에 따른 KC마크와 특별법에 따른 KC마크가 다르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하실 때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KC인증’ 여부를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김 = 포장만 있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이런 안전기준이면 된다’는 헛된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는 겁니다. 

박 = 단적인 예가 ‘액괴(액체괴물 장난감)’인 것 같아요. 어린이제품인데 가습기살균제 원료였던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가 검출되니까 부랴부랴 사용 규제를 했어요. 근데 그다음엔 붕소가 검출됐죠. 이 제품에 어떤 성분들이 사용되는지 모르니까,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처리하는 거예요. 

-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요.

박 = 굉장히 노력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2013년에 악기 케이스에서 납농도가 높게 나와서 지적했더니, 해당 제조업체 사장님이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찾아오셨어요. 그 업체는 결국 납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천케이스를 제작했어요. 한 줄넘기 업체는 자발적으로 보급용과 전문가용 모두 줄넘기와 케이스까지 안전한 제품으로 제작했어요. 그 제품은 아이쿱(협동조합) 온라인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저희가 연결해드렸어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은 자체 분석을 거쳐 홈페이지(www.nocancer.kr)를 통해 ‘안전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 = 사실 기업들도 힘들어요. 안전한 제품,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했던 업체들이 많이 망했어요. 소비자들이 알아봐 줘야 되는데, 여전히 시장에선 브랜드만 보고 사죠.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믿고 지켜주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어요. 좋은 예로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작은 문구업체들이 많이 도산했는데, 유해물질 문제가 확산되며 문구협동조합들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 환경호르몬, 유해화학물질의 문제는 알면 불편하기만 하다는 인식도 많습니다. 괜히 공포를 조장한다는 시선도 있죠. 

김 = 생활 속 화학물질은 만들어진 지 몇십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에게 낯설고 어려운 문제죠. 이제 막 답을 찾는 단계고요. 이 문제는 물건을 대하는 마음과도 연결돼요. 주변의 많은 물건들이 (값싸고 편리해 보여도) 위험한 물질들로 채워져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화학물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유럽도 여러 불행한 사건을 겪으면서 하나씩 고쳐나간 거예요. 우리도 힘을 모으면 바꿀 수 있어요.

박 = 초등학생들을 만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저희가 5년 동안 학교 유해물질 관련 사업을 해왔는데 과연 아이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에 귀를 기울였었나 싶더라고요. 초등학생들이 화장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는 줄은 몰랐거든요. 누구나 자신의 생활과 밀접해야 관심을 갖는 거잖아요. 아이들 입장이 아니라,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것만 전하려 했던 게 아닐까. 소통이 너무 적었구나 싶었어요. 유해화학물질은 세대를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니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목적이 아니에요. 학교든 정부든 당장 내 업무영역이 아니라거나,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떠넘기지 말고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230600045&code=940100#csidxc5aa0cad689c7e5a86de5aaec013edf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새똥 치울 때가 좋았어”, 미호천 쇠머리 마을의 ‘황새 추억’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3/23 11:05
  • 수정일
    2019/03/23 11: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최수경 2019. 03. 22
조회수 282 추천수 0
 

미호천과 생물이 되살아날 때 쇠머리 황새는 돌아올 것

 

512-1.jpg» 황새공원에서 날아오른 황새. 김진수 기자

 

복원으로 다시 만난 황새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좋다.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학교의 참나무 숲 사이로 난 갈잎 카펫을 걸으니 마치 은둔의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학교가 워낙 넓어 교내에 이런 숲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01.jpg»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원 들어가는 길.

 

걸어가며 만나는 팻말에 황새복원센터(현 황새복원연구원)라고 쓰여 있다. 팻말을 지나쳐 더 들어가니, 하얗고 덩치 큰 황새 수십 마리가 황새 장 안에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09.jpg» 황새복원연구원의 황새.

 

황새복원센터가 교원대에 세워진 데는  이유가 있다. 황새와 이곳 미호천 유역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황새가 살았던 충북 음성은 미호천의 발원지이다.

 

황새 복원 사업은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6년 후 2마리가 인공번식에 성공했고, 이듬해 한 마리가 자연 번식, 또 이듬해 세 마리가 자연 번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개체수가 점차 늘면서 어디에 풀어놓을지 고민이 시작됐고, 마침내 2013년 예산 황새 마을에 방사하기에 이르렀다. 

 

10.jpg» 충남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 풍경.

 

황새 마을 들머리에서 바라본 산세가 고즈넉하다. 황새 공원이 있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는 황새가 날개를 펼치고 앉아있는 형세를 하고 있다. 

 

황새와 공생하게 된 주민들은 인근 무한천의 생태환경을 복원했고, 친환경 농업을 함으로써 마을 농산물 수확이 늘어났다. 새는 보은을 한다더니, 과연 황새가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11.jpg» 황새 마을에서 생산 판매되는 농산물.

 

우리나라 마지막 텃새 황새

 

텃새였던 황새는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주 흔한 새였다.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줄었다. 미호천 상류인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무수동 마을에서 황새 한 쌍이 목격되었지만 곧 사라졌다. 1971년 4월 이들이 다시 눈에 띄었으나, 발견된 지 3일 만에 사냥꾼의 총을 맞아 수컷이 죽고 암컷만 홀로 남게 된다. 

 

결국 암컷 황새는 1983년 지금의 창경궁인 창경원으로 옮겨졌고, 23년간 홀로 여생을 보내다 1994년 9월에 숨을 거뒀다. 이로써 우리나라 텃새 황새는 절멸했고, 무수동 마을은 천연기념물 보호지에서 해제되었다. 

 

12.jpg» 황새 공원 전시관에 있는 마지막 황새 기사.

 

한국에 서식하는 황새는 러시아와 중국 북동부 및 일본 등에서 번식하는 황새와 같은 종이다. 유럽의 황새는 부리와 다리가 모두 검붉은 데 반해, 한국의 황새는 다리만 붉은색이고 부리는 검은색이다. 온몸이 흰색이지만, 일부 날갯깃은 검은색이다. 황새는 주로 논 습지나 얕은 하천에서 미꾸라지, 개구리 등을 잡아먹으며 산다. 

 

황새의 서식처는 드넓은 논이 펼쳐진 평야 지대와 이런 평야를 끼고 흐르는 하천 유역이다. 산업화 이전의 우리 농촌은 대부분 자연농이었으므로, 황새에게 먹을거리가 비교적 풍부했다. 텃새로 눌러앉을 여건이 됐다. 오랜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한 터전에 정주하며 생애 주기를 완성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13.jpg» 황새 공원에 서식하는 황새가 미꾸라지를 사냥했다. 도연 스님 제공.

 

황새는 부부애가 깊다. 따라서 한번 연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한다. 또한 평균 25년에서 35년을 사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일흔을 사니 여느 동물에 비해 장수하는 편이다. 황새의 몸길이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 키인 112㎝에 이른다. 

 

이런 몸집의 새 한 쌍이 깃들려면 아주 큰 나무가 필요하다. 몸집이 크다 보니 몸을 가릴 수 있는 둥지가 아닌 바닥에 앉을 수 있는 접시형 둥지를 짓는다. 키가 큰 나무에 둥지를 짓다 보니, 그런 나무는 대부분 마을 어귀나 동산에 있다. 

 

너른 논 습지 곳곳에 섬처럼 퍼져있는 마을 주변은 온통 논이 지평선처럼 펼쳐졌다. 멀리까지 조망하고 날아오르고 내리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먹이를 구할 사냥터로 가는 이동 거리가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었는데, 마을의 정자나무는 적당한 장소였다. 다행히 황새는 사람들과 친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도 황새를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여겼고, 황새 역시 마을의 울고 웃는 역사를 내려다봤으리라.

 

14.jpg» 황새 공원에 전시된 황새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

 

황새가 살았던 쇠머리 마을

 

금강 최대 지류 하천인 미호천 주변의 황새 서식지로는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과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쇠머리 마을을 들 수 있다. 특히 쇠머리 마을 사람들은 일찍부터 마을 한가운데 있는 물푸레나무에 둥지를 짓고 사는 황새 부부와 동거했음을 기억한다. 쇠머리 마을은 칠장천, 성산천이 미호천과 만나는 곳에 있다. 마을은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고, 소 형상을 한 낮은 언덕의 소머리 쪽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15.jpg» 쇠머리 마을 지도.

 

미호천이 음성군 망이산에서 발원하여 진천군, 증평군, 청주시를 거쳐 세종시 합강리에서 금강과 합류할 때, 쇠머리 마을은 미호천의 발원지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미호천은 하류로 갈수록 강가에 강물처럼 넘실거렸을 모래가 대단히 풍부했다. 

 

실제 금강과 미호천 일대는 지반은 화강암이어서, 이 암석이 풍화된 모래가 많다. 물살은 모래를 토해내며 넓은 충적토를 이뤘다. 미호천변의 진천 쌀, 오창 생명 쌀, 청원 쌀은 미호천이 토해낸 평야의 산물이다

 

16.jpg» 지질학적 이유로 미호천변에는 모래가 풍부하게 쌓여 있다.

 

이처럼 황새가 살아가는데 최적의 장소를 제공했던 미호천변 쇠머리 마을 경로당 앞에는 지금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세운 비석이 하나 서 있다. 비석에는 ‘제120호 천연기념물 음성 관(鸛, 황새) 번식지’라고 적혀있다. 원래는 마을 입구에 비석 두 기가 서 있었지만 하나는 이곳으로 이동하였고, 다른 하나는 마을 입구 어딘가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1968년 5월에야 황새를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지정했다. 

 

02.jpg» 쇠머리 마을경로당 옆 제120호 천연기념물 음성 황새 비석.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황새를 추억하며 듣는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실제 마을에 사시는 강정옥(88) 할아버지는 예닐곱 살 적에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황새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

 

03.jpg» 황새가 둥지를 틀었던 곳을 가리키는 강정옥 할아버지(왼쪽).

 

쇠머리 마을 황새는 마침 김 씨 할아버지네 집 마당 물푸레나무에 둥지를 지었다. 마을로 들어오기 전 멀리서도 400년 됐다는 물푸레나무가 한눈에 보일 만큼 크고 우람했다. 할아버지는 이 나무를 ’황새 나무’라고 불렀다. 

 

소년이 아침에 일어나 문지방을 넘을 때면 황새는 이미 둥지를 떠나 먼 하늘 위에서 점이 되어 있었다. 한나절 둥지를 비운 황새들은 저녁나절이면 제집을 찾아 들었다. 이들이 돌아올 때 맞춰 하늘을 쳐다보면서 둥글게 원을 도는 황새 두 마리를 눈으로 마중했다. 

 

푸른 하늘에 찍힌 작은 점 두 개가 점점 커지며 우리 집 마당까지 내려앉는 풍경은 무척 경이로웠다. “저것들은 온종일 어디 갔다 오는 것일까?” 소년에게 그토록 먼 비행을 하고 오는 황새 부부야말로 늘 궁금함의 대상이었다.

 

04.jpg» 날아오르는 황새. 이 멋진 새는 다시 우리곁에 돌아올 수 있을까. 도연 스님 제공.

 

“딱딱 딱딱~~~!” 황새가 둥지에 있을 때는 무척 시끄러웠다. 어른들은 그게 사랑놀이라고 했다. 한번 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는 황새의 사랑놀이는 부리를 부딪치며 소리를 내거나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었다. 매년 봄, 먹이를 구하러 나가지도 않고 쉼 없이 둥지를 평평히 고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 후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알을 낳았다.

 

그 큰 황새 나무 주변은 늘 황새 똥으로 지저분했다. 소년은 새똥 치우는 것이 일이었다. 황새는 주변 논이나 하천에서 잡아 온 개구리며 뱀, 물고기들을 나무에 걸쳐놓고 먹기도 했다. 어떤 것은 마당에 떨어져 비린내를 풍겼다. 

 

“그래도 나무 밑에 새똥 치울 때가 좋았어.” 할아버지는 덩그러니 남은 물푸레나무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황새가 사라진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았다.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포함해 주민들이 살아온 지난날은 너무나도 먹고 살기 힘든 세월이었다. 

 

황새 둥지를 품었던 그 큰 황새 나무는 결국 마을 길 확장과 주택 개량을 하면서 원인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 죽어갔다. 다행히 어미나무가 있던 자리에 새끼 나무가 살아있다고 강 씨 할아버지는 대견하게 나무를 바라보신다. 새끼 나무 역시 짐작하건대 꽤 나이를 먹었음 직하다. 강 씨 할아버지 댁 마당 한 쪽에 서 있는 ‘새끼 황새 나무’를 담장 밖에서 보면, 황새 둥지를 품었던 어미나무를 닮아 수형이 반듯하다. 

 

05.jpg» ‘새끼 황새 나무’인 물푸레나무의 겉모습.

 

그러나 집 마당에서 자세히 보면, 몇 차례 마을 길이 복토 되면서 나무 밑동이 땅속 깊이 파묻혀 있다. 나무속은 어린애 몸집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속이 텅 빈 고목이다. 속이 이런데도 겉이 멀쩡한 것이 신기할 정도다. 

 

06.jpg» 속이 빈 물푸레나무.

 

여전히 쇠머리 마을은 논농사가 주를 이룬다. 낱알을 실하게 하는 밑거름 노릇을 메기와 미꾸라지와 개구리와 우렁이가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호천변 어디고 황새 쌀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황새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의 논 사정은 이들이 들어앉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비료가 있고, 농부에게는 충실한 살충제가 더 든든하다. 농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황새의 먹이가 될 동물이 논바닥에 머리를 들이밀 재간이 없다. 

 

둠벙은 농지를 구획하며 사라졌다. 모기가 가장 무서워하는 송사리도 사라졌고, 이 논 저 논 드나들며 물꼬를 터주던 미꾸라지와 드렁허리도 사라졌다. 논밭을 이어주는 실핏줄 같은 도랑은 모두 복개되어 양서·파충류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목숨 부지하는 개구리들은 바짝 마른 유 자 관 농로에 갇혀 대가 끊긴다. 실개천과 지류 하천 그리고 미호천은 직선 하천으로 정비되었다. 

 

미호천을 따라 난 공장과 축사와 하수종말처리장 방류수는 미호천의 수질을 떨어뜨려 농부들은 미호천 물을 농수로 쓰느니 차라리 관정을 판다. 한마디로 금강의 맏아들 미호천이 금강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황새가 돌아오는 미호천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미호천 수질이 개선됐다는 지표가 될 것이다.

 

07.jpg» 미호천 옆 관정 농사.

 

황새의 먹이원이 되는 생물들이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우리는 안다.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을 외면하는 오늘, 미호천 너른 들녘에서 황새와의 공존은 영원의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미호천 하늘, 황새의 아름다운 비행은 정녕 꿈에나 가능할까.

 

08.jpg» 개발 전 모래가 풍부하던 미호천 상류의 모습.

 

최수경/ 금강생태문화연구소 ‘숨결’ 소장, 이학박사

관련글

 
최수경 금강생태문화연구소 ‘숨결’ 소장, 이학박사
10년 넘게 시민들과 함께 `비단물결 금강천리 트레킹'을 운영하고 있는 환경교육자이자 생태해설가.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이메일 : tnrud4999@hanmail.ne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 “대북 추가제재 불필요” 전격 철회 지시...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 좋아해”

北,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상황 뒤집어... 예측불허 ‘거래의 달인’ 유감없이 과시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23 07:46:02
수정 2019-03-23 07:46:0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전격적으로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는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 제재들을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그는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격적으로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격적으로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트럼프 공식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오늘’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시간 어제(21일) 미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추가 독자제재를 단행한 만큼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를 ‘오늘’로 잘못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북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하자,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부기관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전날 미 재무부가 추가 대북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제재를 발표한 것을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날짜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제재’라는 표현도 사용한 점으로 볼 때, 미 재무부가 전날 중국 국적의 두 선박회사 독자제재에 이어 또 다른 추가 제재를 단행하려고 했던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막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 사실까지 직접 공개하면서 “추가제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강 대 강 대치로 치닫던 북미협상의 교착상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전날 미 재무부의 대북제재가 이뤄진 지 몇 시간 만에 북한 측이 ‘상부의 지시’라는 입장만 전달한 채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한 이후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고 전했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서 전날 미 재무부가 올해 처음으로 ‘추가 대북 독자제재 단행’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이를 전격 무력화시킨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협상 중단 가능성’ 등을 경고하는 가운데서도 그동안 온갖 현안에 대해 ‘폭풍 트윗’을 날리면서도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대북 추가제재 단행에 관해서는 급브레이크를 걸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 궤도에서 이탈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고 달래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like)”고 이례적으로 논평한 대목도 주목된다.

 

이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외교전문가는 “트럼프의 이날 트윗은 그가 예측불허의 ‘거래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면서 “북한의 이탈을 막는 달래기(appeasement)에 나서면서도 측근들마저 일대 혼란에 빠지게 해 ‘무대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다시 강조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하노이 냉기류, 남북관계 한파로?

북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전격 철수한 이유는?
2019.03.22 19:40:50
 

 

 

 

북한이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에 근거해 설치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했다. 북한은 철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북측은 오늘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서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천 차관은 북한이 '상부의 지시' 외에 다른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말씀드린 그대로"라며 "딱 그만큼(상부의 지시)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철수 입장과 관련해 저희가 (북한의) 의도라든지 입장 등을 예단하지는 않겠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이런 상황과 같은 부분들은 연관 지어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천 차관은 "(북한이) 철수한 데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측이 조속히 복귀해 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된 것인 만큼, 북한의 이번 조치가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파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천 차관은 "합의 파기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파악을 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폐쇄가 아니라 인원들만 철수시킨 만큼, 향후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단정적인 해석을 경계한 발언이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후속 대응을 논의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인력을 철수한 배경을 분석하고 향후 남북 및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9월 14일에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통일부


북한, '강경 대응'의 시작?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의 배경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지만, 회담 이후 북미 관계의 추이를 보면 하노이 회담 결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북미 협상에 관련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일괄타결식 빅딜론을 공식화하며 대북 제재 공조를 단속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이날 독자적 대북 추가 제재를 단행한 직후 북한이 연락사무소을 철수한 대목도 남북 채널 중단을 통해 미국에 보내는 항변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은 중재자가 아니고 플레이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부는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 중이지만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아직까지 북측이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남북 간 소통에 진척을 보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남한이 미국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라는 이야기"라며 "북한이 신년사 때부터 이야기했던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재개와 관련해 남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불만을 표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미 협상 과정에서 남한에 대해 섭섭함이라든가 (남한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실제 연락사무소의 폐쇄보다는 남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철수 과정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남한 내 인원의 체류에 대해서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6년 2월 10일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을 밝혔을 때 북한은 다음날인 11일 현지 남한 체류 인원들에게 이날 오후 5시까지 모두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며 강경한 대응을 보인 바 있다.  

실제 천 차관은 "오늘 오전 근무를 마치고 2시에 (남한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북측 연락대표는 사무소에서는 철수를 했지만 저희를 안내하고 전송했다"고 말했다. 남한 인원의 개성 출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은 셈이다.  

또 연락사무소에는 여전히 남한 직원들이 체류하고 있는 상황이고 북한도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황이다. 천 차관은 "연락사무소에 9명, 그리고 지원 인원 16명이 내일(23일, 토)과 모레 이틀 동안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 인원은 철수했지만 연락사무소 취지에 맞게 저희 남측 사무소는 계속해서 근무를 할 생각"이라며 "(다음주) 월요일 출·입경은 평소와 같이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실무적인 사안들은 가능한 대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인원이 사무소에 구비돼있는 다른 자재나 장비 등을 가지고 철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천 차관은 "북측 인원들은 간단한 서류 등은 가지고 가는 것으로 보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인원만 철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와 관련 "북한이 남측 인원의 철수까지 요구하거나 연락사무소 폐쇄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이 바뀌면 북측 인원이 복귀함으로서 연락사무소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미 설득을 압박하기 위해 북측 인원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철수를 계기로 미국과 협상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15일 최선희 부상은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김 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신호일 수도 있다"며 "(북미 간) 중재든 촉진이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내달 11일로 소집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관련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 본부장도 "북한이 주요 국가 공관장을 평양에 불러들인 데 이어 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까지 철수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전략과 대외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징후일 수 있다"며 "조만간 북한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나 정부 명의로 비핵화 협상과 관련 대외적으로 강경한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26일처럼 당장 주말에라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약식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취할 모든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상응 조치 모두를 미국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양 정상이 담대한 빅딜을 추구하도록 김 위원장을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통일부, “유감..조속히 복귀하라”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9.03.22  16:31:40
페이스북 트위터
   
▲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 통보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측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철수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측은 오늘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통보하고,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은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며 ‘실무적 문제는 차후 통보하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천 차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9시 15분경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를 통보하고 남측 인원의 잔류를 허용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곧바로 전원 철수한 상황만 있는 것.

철수 당시 남북연락사무소 남측 소장 자격으로 머물렀던 천 차관은 “오늘 아침에 (북측으로) 출경할 때 별다른,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오전 8시 반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서 북측 출입경사무소(CIQ)에 가서 북측 인원이 영접 나와 있었고, 특별한 그사이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며 “남측 소장의 (남측) 입경과 관련해, (북측이) 안내 및 전송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에도 근무하는 중에 어떤 분위기나 징후를 느낄만한 특별한 특이동향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여파 여부 질문에, “연관 지어서 말하고 싶지 않다”며 “북측의 의도라든지, 입장 등을 예단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측의 철수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철수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이번 철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북측이 조속히 복귀하여 남북 간 합의대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통일부의 입장만 내놓은 상황이다.

   
▲ 천해성 차관은 북측이 구체적인 철수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철수 통보 전까지도 특이동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북측의 철수로 일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기능은 중단됐다. 북측의 남측 인원 잔류 허용에 따라, 통일부는 김창수 연락사무소 부소장을 제외한 연락사무소 직원 9명과 지원시설 인력 16명 등 25명을 주말 동안 잔류시키기로 했다.

다만, 북측이 정상근무가 시작되는 오는 25일 월요일에 남측 인원의 추가 입경을 허용할 지는 지켜봐야할 상황. 천 차관은 “월요일 출.입경은 평소와 같이 진행한다는 입장에서, 실무적인 사안들은 가능한 대로 협의를 하고 이후 상황에 대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당면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위한 남북 간 협의는 미뤄지게 됐다.

천 차관은 “북측 인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우선 연락사무소 조기 정상화가 되어야 하고, 너무 늦어지지 않고 협의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추가, 17:4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친일파 청산 ‘한국 vs 프랑스’ 어떻게 달랐나?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의 잔재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
 
임병도 | 2019-03-22 09:15:2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여기 두 나라가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타국에 침략을 당했고 점령된 시간 동안 부역자도 생겼습니다. 해방이 되자, 두 나라는 부역자들을 청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청산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35년간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던 한국의 친일파와 4년 동안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 이야기입니다.


해방 이후 가장 시급했던 친일파 처벌

▲제헌헌법 101조에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한다는 반민족행위 처벌 조항이 포함됐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화면캡처

1945년 해방이 되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 주석은 ‘임시정부 당면 정책’을 발표합니다. 14조를 보면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와 매국노에 대해 공개적으로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며 친일파 청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정합니다.

임시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해방이 됐으니 친일파 청산은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1946년 과도입법의원 개원식이 열렸고 ‘민족반역자, 부일협력자 모리 간상배에 관한 특별법’ 조례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미군정은 친일파 처벌 법안 인준을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미군정 하에 있던 경찰과 공무원들 대부분이 친일파였기 때문입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제헌국회는 헌법 101조를 통해 친일파 처벌의 근거를 만듭니다. 그리고 국회는 반민족행위 처벌법을 통과시킵니다.

‘반민족행위 처벌법’을 보면 한일합병을 비롯해 주권침해 조약에 조인, 모의한 자에게 사형 또는 무기징역, 재산 몰수를 일제 고등경찰로서 독립운동자와 가족을 살상한 자에게는 사형과 징역을 선고하도록 제정됐습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친일을 하거나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고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들에게는 징역과 공민권 정지, 재산 몰수도 가능했습니다.


반민공판 사형 1호는 친일경찰 고문왕 김태석

▲‘반민특위 조사부 책임자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한 모습. 좌측 상단의 원내는 반민특위 조사관 겸 총무과장을 지낸 고 이원용씨(2002년 작고). 앞줄 왼쪽 일곱번째가 신익희 국회의장, 그 다음이 이범석 국무총리, 한 사람 건너 김병로 대법원장 등이 보인다. 출처:오마이뉴스

‘반민족행위처벌법’이 통과되자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약칭 반민특위가 조직됐습니다. 특별조사관과 특경대가 만들어졌고, 특별재판부와 특별검찰부도 구성됐습니다. 반민특위는 독립운동가와 일제강점기 지조를 지킨 인물로 국회가 선임했습니다.

반민특위 특경대는 친일 실업가 박흥식을 체포했습니다. 박흥식은 화신백화점 사장으로 조선비행기 주식회사를 차려 일제 침략 전쟁에 기여했던 인물입니다. 이후 반민특위는 일제 중추원 부의장 박중양, 친일 기업가 김연수, 친일 문학가 이광수, 친일 고등경찰 노덕술 등을 체포했습니다.

3.1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의 한 명이었지만 변절한 최린이나 이완용 손자 이병길 등 친일파들은 도주하거나 일본으로 밀항하려다가 반민특위에 체포됐습니다.

친일파들이 체포된 후 반민공판, 즉 재판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친일파들은 친일 행적을 부인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습니다.

반민공판 사형 1호는 강의규 의사를 체포해 사형시킨 친일 형사 김태석이었습니다. 김태석은 얼마나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했는지, ‘고문왕’이라고까지 불리던 악질 친일 경찰이었습니다.


반민특위 습격을 지시한 이승만

▲1949년 6월 8일 경향신문은 이승만이 외신 기자에게 자신이 반민특위 특경대 해산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반민족행위자, 즉 친일파를 처단하려는 반민특위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제 경찰을 등용한 미군정과 임시 정부를 부정하는 이승만, 그리고 처벌받을까 봐 두려웠던 친일파들이었습니다.

친일파와 이승만은 미군정을 등에 업고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반민특위를 해산할 정치 공작을 펼칩니다.

친일파들은 극우단체를 이용해 반공대회를 열었고, 친일 경찰 노덕술은 반민특위에 체포되자 반민특위 요원과 국회의원을 암살하려고 우익 테러리스트 백민태를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 활동에 제동을 거는 담화문과 기자회견을 잇달아 발표합니다. 이승만은 국회프락치 사건을 만들어 제헌국회 의원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체포합니다. 실형을 선고받은 국회의원 13명 중 5명이 반민법을 제정하고 친일파 청산에 앞장섰던 의원들이었습니다.

▲이병창 특경대 부대장은 중부서 경찰서에 끌려가 물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특경대원들은 친일 경찰에게 끌려가 잔인하게 고문 당했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화면 캡처

1949년 6월 6일 이승만은 친일파 출신 경찰들에게 반민특위 습격을 지시합니다. 친일파 출신 경찰들은 특경대원들을 체포한 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에게 했던 고문을 그대로 자행합니다.

독립운동가들은 해방이 된 조국에서도 친일 경찰들에게 또다시 고문을 당한 겁니다.

이승만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 이후 반민법이 개정되고, 친일파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단축됐습니다. 결국, 친일파 처단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반민특위가 활동하는 동안 영장은 408건이었지만, 기소는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마저 판결은 41건에 불과했고 실제 체형은 단 12건에 그쳤습니다. 실형을 받았던 7명 마저도 1950년 3월까지 형 집행정지 등으로 전원 석방됐습니다.

대한민국은 친일파 처단을 단 한 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흘러온 셈입니다.


4년간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는 어땠을까?

프랑스는 독일군이 물러나자 레지스탕스를 중심으로 나치 협력자의 처벌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944년 드골은 나치협력자 전담 재판소를 전국에 설치하고, 나치 부역 정권이었던 비시정권의 3부 요인을 처벌하는 최고 재판소까지 운영하는 드골훈령을 발표합니다.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처벌은 단호했습니다. 최고재판소를 통해 사형 집행된 것만 767건이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나치 협력자만 4만 명이 넘었습니다. 나치 정권에 협력했던 12만 명은 시민권이 박탈당했고, 파면 조치됐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었습니다. 독일에 점령당했던 유럽 전역에서 나치협력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습니다. 노르웨이는 프랑스에 6배에 달하는 나치협력자들이 처벌받았습니다. 단 한 명의 친일파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한국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주인공 장하림이 자신을 고문했던 친일 경찰을 만나 멱살을 잡는 장면. 장하림은 친일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갔다. ⓒMBC 여명의눈동자 드라마 화면 캡처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주인공 장하림은 해방 후 종로 경찰서를 찾습니다. 장하림은 여기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친일경찰 스즈키를 발견하고 놀랍니다.

장하림은 스즈키에게 ‘해방이 됐는데 왜 여기 있냐’며 멱살을 잡고 소리를 치다가 친일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갑니다.

끌려가는 장하림을 보면서 스즈키는 빨갱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일까요?

2019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반민특위로 국민이 분열됐다’고 말했습니다. 1949년 친일파 경찰을 동원해 반민특위를 습격한 이승만의 주장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독립운동가를 고문하고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들의 잔재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습니다.

해방이 된 지 74년이 지났는데도 당신들은 왜 거기에 있느냐고라고 묻고 싶습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친일파 청산 ‘한국 vs 프랑스’ 어떻게 달랐나?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6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선, 미국 날강도 도적 맹비난

조선, 미국 날강도 도적 맹비난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9/03/22 [09: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조선, 미국 날강도 도적 맹비난

▲     ©


 조선이 미국이 남조선에서 패권적   행위를 보이고 있다며 날강도 도적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22일'날이 갈수록 커지는 탐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평통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남조선 내부가 벌둥지 쑤셔놓은 격으로 벅적 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동맹국들에 미군 유지비 인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 첫번째 적용 대상이 바로 남조선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천파만파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 미군 유지비 인상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현재 남조강점 미군 유지비 전액의 50%를 부담하고있는 남조선 당국으로서는 그 3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섬겨 바쳐야 한다."고 구체적 액수까지 제시했다.

또한 "올해에 미국은 남조선 당국을 압박하여 지난해보다 8. 2% 증가된 9억US$이상을 《방위비 분담금》의 명목으로 옭아 매였다. 그런데 미국이 또다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혈세를 강탈하려 하고 있으니 누구인들 이에 격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국제관계는 자주권과 평등, 호상 존중과 내정 불간섭에 기초 해야 한다. 
그런데 《동맹》관계라고 하는 남조선과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나라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초보적인 원칙조차 통하지 않는다."라고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대적으로 남조선은 미국이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야 하는 하수인이나 별반 다름 없었다는 것이 국제사회에 공인된 사실"이라며"정치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와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철저히 얽매여 있어 세상 사람들이 남조선을 가리켜 《미국의 51번째주》라고까지 평하고 있다."고 폄훼했다.

아울러 "이번의 일도 그렇다.
미국이 남조선을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미군유지비를 대폭 인상한지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또 다시 현재의 3배로 올리라는 강도적요구를 들고나올 생각까지 하겠는가."라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신문 보도는 "사실 미군이 오늘까지 남조선을 강점하고 있는 것은 저들의 세계 제패 야망을 실현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그렇다면 응당 미국이 미군 유지비를 남조선에 지불해야 하는것이 옳은데 거꾸로 돈을 받아 먹다 못해 이제는 그 액수를 더욱 올리려 하고 있으니 이런 것을 보고 날강도적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이라며 비난의 고삐를 쥐었다.

보도는 "결론은 명백하다. 미국에 있어서 남조선은 한갖 약탈의 대상, 저들을 섬기는 시중꾼일 뿐이며 그 무슨 《동맹》이요, 《우방》이요 하는것은 예속적이고 치욕스러운 관계를 가리기 위한 면사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 수위를 높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미국이 수탈한 《방위비분담금》을 합치면 남조선에서 난 문제로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 《노인복지》문제 등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 하고도 남는다."고 남한의 처지를 까 밝혔다.

또, "이제는 남조선 당국과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남조선미국《동맹》관계의 실체를 똑바로 들여다 볼 때가 되었다."고 남한이 자주성을 갖고 미국에 당당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

기사는"과연 이런 불평등한 《동맹》이 누구에게 이롭고 누구에게 해로운가를.
지금 남조선 각계층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증액 요구를 놓고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우리는 고용병을 요구한 적이 없다.》, 《불평등한 <동맹>관계를 파기해야 한다.》, 《너희가 필요해서 주둔하는데 우리보고 임대료를 내라니 어처구니 없는없는 일이다.》 등으로 강력히 반발해 나서는 것은 너무도 응당하다."고 끝을 맺었다.

 
후원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너도 얻어먹고 다니지?"... 경찰·검찰·법원 불신의 시대

[분석] 사법농단 이어 버닝썬·장자연·김학의 건으로 '법 불신' 최고조... "결국 피해는 국민이"

19.03.22 07:40l최종 업데이트 19.03.22 07:40l

 

 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에서 20대 고객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이 클럽 직원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버닝썬 입구. 2019.1.31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찰이 폭행 사건 피해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직원이 여성 고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에서 20대 고객을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이 클럽 직원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버닝썬 입구. 2019.1.31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요새 현장에 나가면 '너도 맨날 얻어먹고 다니지? 너도 뉴스에 나온 놈이랑 똑같지?' 등의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서울 관내 경찰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버닝썬 사태'로 경찰과 특권층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뒤 "만나는 모두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고 했다.

김학의·장자연 사건 관련해 검찰이 받는 불신도 비슷하다. 지난 19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총 6943명 접촉, 응답률 7.2%, 자세한 조사 개요는 리얼미터 누리집에서 확인)에게 물어본 결과, 두 사건의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71.7%를 차지했다.

특검 찬성 의견은 성별과 연령, 지역, 지지정당과 이념성향을 가리지 않고 높았다(관련 기사 : 국민 71.7%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찬성"). 검찰 관계자는 "법이란 게 신뢰가 기본인데, 그게 없으니 어쩌겠냐"며 "결국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검찰도, 경찰도...
 

승리, "진실된 답변 하겠습니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사죄의 말을 하고 있다.
▲ 승리, "진실된 답변 하겠습니다"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며 사죄의 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관련사진보기


'사법농단' 사태로 법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데 이어 검찰과 경찰마저 국민들의 믿음을 잃어버린 현실은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의 최근 전개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버닝썬 사태를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연예인 단톡방' 제보자 방정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아닌 국민권익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방 변호사는 지난 12일 SBS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경찰과 유착관계가 굉장히 의심됐다, 경찰에 넘겨졌을 때 도저히 제대로 수사가 진행될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요 인물, 김상교씨도 폭행 피해자인 자신을 경찰이 가해자로 몰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19일 인권위는 조사 결과 경찰이 '김씨가 약 20분간 클럽 보안을 방해했다'고 쓴 '현행범인 체포서'가 거짓이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2분 실랑이가 20분 행패로..." 경찰은 그날 '버닝썬' 편이었다). 같은 날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온 김씨는 "(폭행사건 당시) 공권력이 (저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법농단 사태 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가 화염병을 맞는 일도 생겼고,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법관을 향해 '대법원장-판사는 누구 하나 처벌하지 않으면서 나는 왜'라며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 때는 그의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세력이 각각 법원 앞에 모여 한목소리로 '재판부를 못 믿겠다'고 외쳤다.

국민권익위와 국가인권위 등장의 의미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영창실질심사를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영창실질심사를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법을 다루는 기관들이 하나같이 신뢰의 위기에 처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사법기관을 향한 불신의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라며 "이른바 '정치검찰'은 늘 문제였고 경찰의 비리와 권력유착도 마찬가지인데, 그나마 좀 낫다고 생각한 법원에서까지 사법농단이 벌어지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으로 세워진 사법체계의 근본 구조가 힘 있는 사람들에겐 작동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등장한 게 좀 특이하다"라며 "본래 수사와 재판을 담당해야 할 주체들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변 기구들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은 판결에 대한 불복에 그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법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 특권층이 더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또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 등을 제대로 털어버리지 못하면 '수사해 봐야 소용없다'라는 생각이 팽배해져 열심히 하려는 사람도 권력에 붙어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벌어진 사태는 누가 뭐래도 경찰이 잘못한 것"이라면서도 "수사 등 여러모로 (경찰이)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텐데, 이로 인해 민생범죄 등을 못 챙겨 국민에게 피해 갈까 걱정"이라고 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결국 피해는 국민과 대한민국 역사가 지게 된다"라며 "더 잃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검찰이 진심과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결국 피해는 국민이... 힘 실리는 공수처-특검 목소리
 
'김학의 전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검찰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1,033개 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 "김학의 전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검찰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1,033개 시민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 때문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8일 논평에서 "10년 전 고 장자연 사건, 6년 전 김학의 사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버닝썬 게이트 등이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독립적인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피의자는 물론 이들을 비호한 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럴 기구가 바로 공수처"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시절부터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말해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수사기관이 제 식구 감싸기 또는 권력 비호를 위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수처와 같이 외부에서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편 김학의·장자연 사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진실을 밝혀 달라는 요구에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폭주하는 극우⑥] 여의도 거쳐 청와대 접수? 극우세력과 자유한국당의 불행한 결합

정치 진출 노리는 태극기부대와 손 잡으려는 자유한국당

특별취재팀 남소연 기자
발행 2019-03-21 18:18:47
수정 2019-03-21 22:44:41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정의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사실상 무력화됐던 극우세력이 정당 정치에 개입하면서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헌정질서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한국 정치를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이들은 초기 '친박근혜계'의 핵심이었던 조원진 의원이 창당한 대한애국당과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애국당은 매주 극우세력을 이끌고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주최하는데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극우집회 중 가장 많이 참가자들이 모이는 것으로 집계된다. 태극기부대의 중심 세력 중 하나는 여전히 대한애국당인 것이다. 대한애국당은 태극기부대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한때 정당후원금 2위를 차지하는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등 일련의 사건을 기점으로 극우세력이 대한애국당을 넘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도 결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고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유한국당도 이들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당내 주요 세력으로 자리 잡은 극우세력을 끌어안으려 하고, 이들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국회에서 늘여놓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자유한국당이 태극기부대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당대회 3개월 앞두고 확산된 당원 가입 운동 
"탄핵 찬성 일당에게 당 대표 넘겨줄 수 없다" 
"애국세력을 대표로 뽑자"
 

5.18 폄훼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징계하는 여부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원회가 모처에서 비공개로 열린 지난 달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으로 김진태 의원을 비호하는 '태극기 부대' 회원들이 진입, 불법 집회를 하며 성조기 등을 들고 김 의원 등에 대한 윤리위 제소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5.18 폄훼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을 징계하는 여부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원회가 모처에서 비공개로 열린 지난 달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으로 김진태 의원을 비호하는 '태극기 부대' 회원들이 진입, 불법 집회를 하며 성조기 등을 들고 김 의원 등에 대한 윤리위 제소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극우세력은 지난해 말부터 자유한국당의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운동을 대규모로 벌였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한 책임당원이 돼야 하는데 이 시점부터 당비를 납부해야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점에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9월 "자유한국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애국세력을 대표로 뽑자", "탄핵 찬성한 김무성 일당에게 당 대표를 넘겨줄 수 없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같은 글에는 "박사모나 태극기 드신 분들은 오래전부터 자유한국당 당원이었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 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대안"이라며 호응하는 내용의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 가입 필요성에 동조하는 회원이 일부가 아니란 얘기다.

이는 극우세력이 전당대회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을 최대한 확보해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시기 자유한국당 당원은 8천여명이 증가하는데, 평소 추세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제1야당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극우세력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거침없이 과시했고 자유한국당은 이를 막지 않았다. 

단적인 예가 바로 5.18 모욕 논란을 촉발시킨 공청회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였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태극기집회에서 나오는 망언들을 국회에서 쏟아낼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나아가 북한군 개입설 등 이미 가짜 뉴스로 판정된 주장들을 검증해야 할 의혹으로 둔갑시키고 옹호하며 유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극우세력의 영향력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탄핵 총리' 출신인 황교안 대표가 당 대표에 도전하고 끝내는 당의 수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극우세력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보수우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극우세력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김진태 의원도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에 비해 선전했고, '5.18 모욕 발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김순례 의원도 지도부에 입성했다. 결국 자유한국당에 들어온 극우세력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것이다. 

극우세력과 손잡으려는 자유한국당 
"좌파, 좌파, 좌파…" 제1야당 '투톱'의 도 넘은 색깔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김슬찬 기자

문제는 자유한국당도 극우세력에게 문을 열어놓고 오히려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황교안 체제 출범 후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오른쪽으로 내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다수의 국민보다는 자당을 향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5.18 모욕' 3인방의 징계 논의를 한없이 뒤로 미루고 있는 이유도 태극기부대의 영향 때문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태극기부대의 놀이터"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다. '빨갱이' 소리가 난무했던 합동연설회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민의 눈높이와 동 떨어진 후보들의 '구애작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공직생활 내내 '법치'를 강조했던 황교안 대표는 헌법재판관이 만장일치로 결정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사실상 부정하고, 태블릿 PC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태극기부대의 표심에 적극 호소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최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자극적인 색깔론 공세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당의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말끝마다 "좌파"를 외치며 국회를 이념공세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하겠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나 2년도 안 돼 더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취임 후부터 줄곧 좌파 독재 저지를 저지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고, 황교안 체제 첫 특별위원회로 야심 차게 출범한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는 보수우파 단체들과 손을 잡고 앞으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는 장외에서 2년동안 집회를 벌이고 있는 극우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색깔론 공세에 가세했다.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칭하며 정부의 각종 정책을 좌파 정책으로 몰아세웠다. 이 같은 연설에 본회의장은 발칵 뒤집어졌고, "태극기부대에 바치는 헌정 연설이냐"는 직설적인 비판까지 쏟아졌다. 

이로 미뤄볼 때, 자유한국당은 일정 부분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극우세력이라는 확실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를 발판 삼아 탄핵 전 당의 위세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30%까지 끌어올려, 탄핵 정국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극우세력도 자유한국당의 대정부 투쟁을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례로 자유한국당이 집중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반대 투쟁에 일부 극우 단체들이 화력지원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한국당은 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를 출범시켜 탈원전 반대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극우세력이 해당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서로 공유하며 독려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농단 사례 중 시급하게 막아야 할 탈원전 반대 서명을 제안하니 아직 서명 안 하신 분들은 필히 서명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자유한국당의 서명 사이트 주소를 함께 적었다. 서명운동본부에도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로 알려진 나라지킴이고교연합이 포함돼 있다.  

탄핵 기점으로 보수 재건 기회 맞이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위험한 선택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보수 몰락에 책임을 지고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보수 몰락에 책임을 지고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이러한 모습은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위험 신호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강경 보수를 표방하는 의원들이 있기는 했으나 당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전까지 자유한국당의 중추 세력 중 하나는 민주화 세력으로 분류되는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계'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YS 후예들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소장파 의원 일부가 당에 남아 있긴 하다.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는 김무성 전 대표는 극우화 논란이 번질 때마다 당을 향해 쓴소리를 내왔다. '5.18 모욕' 논란으로 당이 휘청일 때 김 전 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의견일 뿐이며 금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우세력이 활보하는 데 대해서도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들 역시 당이 극우정당화 되는 흐름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우경화 논란이 절정에 달했던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앞다투어 비판하며 자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우세력의 망동을 자제하고 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목소리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당내 극우적인 모습과 결별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재탄생해야 했지만, 스스로 이 같은 기회를 걷어차고 극우세력과 결탁한 셈이다.

계속되는 극우세력의 정치세력화 
자유한국당은 이들과 결별할 수 있을까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극우세력들. 자료사진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극우세력들.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불행히도 극우세력의 정치세력화는 계속될 것이고 당분간 자유한국당도 이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 역시 극우세력을 포용하고, 이들과의 통합을 원하는 의견이 과반이다. 자신들을 따라 점점 오른쪽으로 향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극우세력은 '2차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장외에 떠돌던 극우세력에게 자리를 내주고 제1야당이 이들의 영향을 받아 우경화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보수 정당의 퇴행은 물론 한국 정치의 퇴행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주장을 하는 세력이 국회 안을 활보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자유한국당이 극우화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제 전당대회는 끝났고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유한국당이 계속 우경화 되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지지층 결집에도 한계가 있는데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텃밭'에만 맞춰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이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극우세력으로 이뤄진) 집토끼들이 떠날까 무서워하며 이들을 의식하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와도 자유한국당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최근 자유한국당을 보면 당내 개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노골적으로 좌우파 이념대결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당이 점점 극우화되고 있단 증거"라며 "(이렇게 되면) 당의 합리적인 개혁 노선은 실종되고 극우세력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박 교수는 "지금은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가 총선을 앞두고 광범위하게 중도층을 끌어안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만일 (그렇지 않고) 극우세력과도 이대로 간다면 자유한국당도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애 시사평론가도 "현재 자유한국당은 탄핵 이후 자기 혁신의 과제가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우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제1야당이 특정 소수 지지세력에 기반해 그들에게만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소모적인 이념 경쟁만 하게 될 뿐"이라고 내다봤다.

편집자주ㅣ탄핵 이후 잦아들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0·70·80대 노년층의 집회라 불리던 ‘태극기 집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주요 방송사를 앞질렀다. 철지난 색깔론을 내뱉으며 안보장사를 한다. 대다수의 대중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극우가 더욱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학술지에 실릴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보다 자세히 관련 현상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폭주하는 극우’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다룬다.

관련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재산 5억 국민은 10%인데, 국회의원은 80%

[국민을 닮은 국회] 서민 절반 국회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지난1월 '국민을 닮은 국회' 비전의 당위성과 구성요건, 실현방안을 놓고 (주)한국리서치에 국민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1천명을 대상으로 1월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실시됐다. 여론조사에 응한 1천명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과 일치한다. 당연히 소득별, 정치 성향별 분포도 일치한다. 95% 신뢰수준에서 표집오차는 ±3.1%다. 설문문항은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일차적으로 작성하고 한국리서치가 조사전문가의 관점에서 손을 봤다. 조사결과는 1월 21일에 나왔으나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곽노현 상임대표가 <프레시안>에 연속해서 실을 글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연동형 선거제도와 원 포인트 개헌에 관한 한국리서치 여론 조사 결과에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필자)

 

1. 국민은 주권자 권리에 목마르다 

2. 국민을 닮은 국회(1): 국민은 '무지갯빛 다당제 국회' 원한다

3. 국민을 닮은 국회(2): 여성 절반 국회 

4. 국민을 닮은 국회(3): 청년 절반 국회

5. 국민을 닮은 국회(4): 서민 절반 국회 

6. 의원정수확대 반대여론의 참뜻

7. 대통령제 아래서 국회의원임기 단축과 총선시기 조정 

8.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개헌 

 

국민을 닮은 국회의 네 번째 모습은 재산 기준 하위 50%가 절반을 차지하는 서민 절반 계급 균형 국회다. 집 없는 서민이 45%에 달하기 때문에 서민 절반 국회는 곧 집 없는 서민 절반 국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서민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을까? <뉴스타파>의 2016년 1월 21일자 탐사보도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국민의 평균재산은 2억8000만 원, 중간 값은 1억6000만 원이었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50%이하는 1억6000만 원이 안 되는 재산을 보유했다. 굳이 말하자면 이들이 서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상위1%는 19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었다. 

2억8000만 원과 28억6000만 원 사이 : 국회의 사회경제적 대표성 왜곡 실태

2014년 기준 19대 국회의원의 평균재산은 28억6000만 원으로 일반국민의 10배다. 국회의원의 1/3은 상위1%이내, 곧 19억 원 이상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80%는 5억 원 이상 재산을 신고했다. 대조적으로 5억 원 이상을 가진 국민은 간신히 10%를 넘을 뿐이다. 이런 수치만으로도 국회의 입법과 예산, 정책감독이 5억 이상 자산을 가진 상위10%의 이해관계와 감수성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재산은 물경 43억 원을 넘어서 19대 국회보다 훨씬 더 부자다.  

20대 국회에서는 김병관 국회의원이 2400억 원을 신고해서 국회의원 1인당 평균재산을 8억 원 넘게 늘어나게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안철수 국회의원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부풀려진 평균수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당별 국회의원의 중위 재산 값을 구해도 국민의당 19억 원, 새누리당 15억 원, 민주당 12억 원, 정의당 4억5000만 원이 나왔다. 국민의 중위 재산 1억6000억 원에 비해 3배에서 12배에 달한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더 큰 차이가 난다. 국회의원의 신고재산 중 부동산은 일반시민 조사 때와 달리 시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어느 모로 봐도 20대 국회가 19대 국회보다 평균재산이 더 늘어난 것은 명백한 공천실패이자 국회개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실은 주요정당 지도부가 국민을 닮은 국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기초인식조차 없이 부자와 엘리트 중심으로 공천해온 기존관행 자체가 민주주의와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 경제적 대표성 못지않게 사회적 대표성도 문제다. 같은 <뉴스타파> 탐사보도에 따르면 국민의 45%가 노동자와 농민인데 노동자, 농민출신 국회의원이 19대 국회에는 3%밖에 없었다. 반면 전체 유권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법조인(15.38%), 기업인(10.15%), 학자(8.62%), 언론인(6.15%), 의료인(3.08%) 등 전문직은 국회에서 50% 가까이 차지했다. SKY대 출신도 국민은 2%밖에 없는데 19대 국회에는 44%나 있었다. 19대 국회뿐 아니라 역대국회는 한마디로 경쟁승자인 엘리트들과 부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뉴스타파>는 이를 '생쥐나라의 고양이국회'로 묘사했다.  

서민 절반 국회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분석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지난1월16일 ㈜한국리서치에 서민 절반 국회와 서민가산점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지난1월21일자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민 절반 국회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아서 절반에 육박했다. 무려 48.1%가 찬성하고 39.1%가 반대해서 찬성이 반대를 9% 포인트 차이로 확실하게 눌렀다. 만약에 사회경제대표성 왜곡통계를 제시하며 여론조사를 하거나 숙의과정이 들어가는 공론조사에 붙일 경우 찬성여론이 더 압도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서민 절반 국회에 대한 여론지지(48.1%)는 청년절반 국회에 대한 지지율보다는 2.7% 포인트 작게 나왔으나 여성절반 국회 찬성률보다는 7.3% 포인트 높게 나왔다. 바람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모르겠다 응답자도 12.8% 나왔다. 모르겠다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모르겠다를 찍은 응답자들은 찬성하기에는 왠지 불안하지만 반대하기에는 왠지 좋아 보이는 구석이 있어서 모르겠다를 찍었으리라.  

여성은 찬성비율(52.7%)에서 남성(43.4%)을 9.3% 포인트로 눌렀다. 반면 남성은 반대비율(47.7%)에서 여성(30.8%)을 압도했다. 20대는 66.7%가 찬성했으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찬성률이 떨어진다. 30대는 20대에 비해 찬성률이 확 떨어져서 52.0%에 멈췄다. 4,50대는 각각 43.7%, 42.4%가 찬성했고 60대 이상은 40.3%만 찬성했다. 

소득별로는 200만 원 미만은 57.7%가 찬성하고 반대는 28.2%에 그쳤다. 200만 원에서 300만 원 미만의 찬성비율은 44.7%로 20대에 비해 뚝 떨어졌으나 3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은 48.6%로 다시 올라갔고 500만 원 이상 700만 원 미만은 48.5%로 같았다. 700만 원 이상은 38.2%가 찬성하고 49.0%가 반대해서 5개의 소득계층 중 유일하게 반대인구가 더 많았다. 월700만 원 이상 고소득자 중 절반은 저소득층이 대거 국회에 포진할 경우 서민친화적 경제정책이 강화되고 조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에 반대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월 소득 700만 미만까지는 모든 소득계층에서 서민대표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람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찬성률(53.1%)이 제일 높고 대전충남이 제일 낮아서 42.5%였다. 큰 차이가 안 나는 셈이다. 그러나 정치성향별로는 확실한 차이가 난다. 진보성향은 51.1%가 찬성하고 반대가 29.5%에 그쳐 찬성이 20%포인트 넘게 압도한 반면 보수성향은 찬성은 41.4%, 반대가 49.2%로 반대가 7.8%포인트 더 많다. 중도성향은 찬성 50.1%, 반대 33.9%로 진보성향과 찬반 양면 모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만 보수성향은 찬반의사가 뚜렷해서 모르겠다가 9.4%에 그친 반면 진보성향은 11,4%, 중도성향은 16.0%에 달했다.

서민가산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분석 

서민가산점에 대해서는 39.3%가 찬성, 50.5%가 반대했다. 여성가산점 찬성률이 25.5%에 그친 것에 비하면 13.8% 포인트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청년가산점 찬성률 38.3%에 비해서도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1% 포인트 높게 나왔다. 이렇듯 서민가산점이 1등을 한 것은 뜻밖이었다. 가산점에 대해서도 소득별로 가장 큰 차이가 났다. 200만미만의 경우 47.7%가 찬성하고 반대는 37.6%에 그쳤으나 나머지 소득계층에서는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이 나왔다. 700만 이상의 경우 26.5% 찬성, 64.7% 반대로 가장 차이가 많이 났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지역만 찬반비율이 51.5% 대 38.6%로 찬성이 더 많았고 찬성률이 제일 높았다. 호남사람들은 이념적 반대가 약한 대신 실제 필요에 개방적인 셈이다. 반면 대구경북지역은 찬성 34.3%, 반대 57.8%로 찬성률이 제일 낮고 반대율이 제일 높았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서민가산점에 대해 이념적 반대를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은 서민가산점에 찬성47.6%, 반대44.1%를 보였다. 진보성향에게도 찬반이 팽팽하다. 보수성향은 찬성32.7%, 반대60.5%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도성향은 찬성37.2%, 반대48.9%로 드러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서만 찬반비율이 50.3% 대 36.3%로 찬성이 확실하게 더 많이 나왔을 뿐이다. 30대의 반대율은 44.8%, 40대는 53.9%, 50대는 57.1%, 60대 이상은 56%다. 여기서도 정치의식이 제일 높은 50대가 가장 높은 서민가산점 반대율을 보인다는 점이 다소 의외다.  

부자국회는 서민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무관심하다 

지금의 평균 43억 원 부자국회는 과연 재산 3억 원이 안 되는 50% 국민(=서민)의 민생에 신경을 쓸 것인가? 이들이 과연 경제민주화에 신경을 쓸 것인가, 아니면, 경제활성화에 신경을 쓸 것인가?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지난1월 장하나 전 민주당 국회의원을 내세워 "가난한 국회의원이 경제를 살립니다"라는 공익광고를 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든 성공해서 금수저가 됐든, 가난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서민사정을 제대로 알고 민생경제를 살려내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경제의 승자들인 부자들은 경제민주화 구호와 실천에 눈살을 찌푸린다. 국가가 할 일은 세금감면과 규제완화, 기타 투자유인 제공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자의 재산을 가난한 국민의 시기와 정치권력의 포퓰리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 앞장서서 퍼뜨려온 이런 논리는 경제민주화를 저지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부익부빈익빈 양극화를 초래해 서민국회의원의 출현을 저지한다. 

서민국회의원이 많아져야 재벌경제를 민주화하고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평균 43억  원 부자국회는 빵점이다. 경제민주화나 민생경제와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는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국회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3억 원 국회의 절대다수는 5대 재벌 총수 일가의 재산상황과 취득경위, 상속증여세 납부실적 등을 조사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 삼성경영권 3세 무세상속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굳게 믿는다. 오히려 금산분리원칙과 보험업감독규정도 삼성의 경영권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국민의 과반수가 혀를 차도 이런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서민의 국회 진출을 도우려면? 

재산을 5억 원 넘게 가진 국민은 10%밖에 안 되지만, 국회의원은 80%가 넘는다. 19억 원 이상도 국민은 1%밖에 안 되지만 국회의원은 33.3%나 된다. 국민은 평균재산이 2억8000만 원인데 국회의원은 28억6000만 원이다. 이런 부자국회는 경제적으로 조금도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도저히 국민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부분을 손보려는 비상한 의지와 특단의 대책이 정치권에 요구된다.  

첫째,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관련정보의 작성과 공개가 요구된다. 정당은 자당 후보 집단의 평균재산과 중위재산을 국민의 평균재산 및 중위재산과 비교가 가능하도록 액수와 비율을 명시하여 선거공보를 통해 유권자에게 공개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정당별 후보 집단의 평균재산과 중위재산 통계를 정당투표를 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의 하나로 삼을 수 있다.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공개의무화는 정치권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최소한의 장치다.  

둘째, 공천심사에서 서민가산점 도입이다. 국회의원후보를 공천할 때 정당은 선거 전년도의 국민평균재산에 기초해서 그 이하 후보에게는 마이너스 편차에 비례해서 차등 가산점수를 주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물론 국민평균재산 초과 후보에게 플러스 편차에 비례해서 차등 할인점수를 주는 방안도 가능하다. 가산점수를 통해서건 할인점수를 통해서건 더 많은 서민출신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서민가산점제보다 더 강력한 서민의원 증대방안은 서민공천할당제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남녀동수 공천제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방안을 차용하여, 서민후보를 50% 미만으로 내는 정당에 대해서는 그 편차에 비례해서 4년 내내 정당국고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식으로 법을 만들면 된다. 처음 시작 때는 50%가 아니라 1/3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공천할당제에 맞추려면 정당은 공천가산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서민후보의 국회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 선거비용공영제 확대다. 선거비용보전의 문턱을 지금의 15%(전액 보전), 10%(반액 보전)에서 최소한 10%, 5%로 낮추지 않는 이상 서민후보는 후보공천을 받아도 선거비용을 충당할 길이 없어서 쩔쩔매게 돼있다. 현실적으로는 여성 절반 공천과 청년 절반 공천을 달성하는 것이 서민 절반 공천에 근접하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성이나 청년 후보는 재산하위 50%에 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을 닮은 국회라는 제목으로 지금까지 4편의 글을 썼다. 여기서 제시한 몇 가지 비상하고 강력한 방법을 써서라도 부자, 노장년, 남성, 거대양당으로 기울어진 현재의 국회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성별, 세대별, 계급별, 정치성향별 균형국회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국민을 닮은 국회가 되고 그래야 국민을 닮은 법과 정책이 나온다. 경제민주화와 민생경제도 그래야 비로소 살아있는 구호가 될 것이다. 

 

mendrami@pressian.com다른 글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