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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헛되지 않도록..호혜 평등한 한미관계 바래"

효순.미선이 30주기 추모제..부지매입으로 평화공원 첫삽
양주=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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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3  21: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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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앞에서 지난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압사 희생당한 두 여중생 효순.미선양의 15주기 추모제가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2002년 6월 13일 오전 10시 30분. 친구 생일 잔치에 가기 위해 언덕길을 넘던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이 시속 50~60km로 교행하던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운명의 시간과 장소이다.

13일 오전 이곳 사고현장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15주기 추모제'가 2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 신효순 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 공동준비위원회’(15주기 추모 준비위) 주최로 진행됐다.

당시 15살의 소녀들은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 이제 서른살이 되었으며, 15주기 추모제를 맞아 비로소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진 추모비 '소녀의 꿈'을 세우고 평화공원을 조성할 부지를 마련해 첫삽을 뜨게 되었다.

15주기 추모 준비위는 지난 4월말부터 시작한 모금에 지금까지 550여명이 참가해 5,400만원이 모였으며, 이미 미군이 세운 추모비 옆 밭 111평의 구입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부지매입 비용 1억1,100만원과 평화공원 조성 비용을 포함해 오는 9월말까지 3억원 조성을 목표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며, 많은 참여를 호소했다.(문의 02-712-8443 cafe.daum.net/sinsim2002)

   
▲ 문규현 신부는 추모사에서 촛불의 정신을 받들어 문재인 정부는 효순.미선이 사고의 진상규명과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이땅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인 문규현 신부는 추모사에서 "효순.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은 당시 범국민적 촛불로 승화되어서 노무현 정부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진상규명과 불평등한 한미 SOFA의 개정, 호혜평등한 한미관계의 수립이라는 역사적 과제에는 제자리 걸음만하고 오늘 이 시간까지도 그대로"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부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정신을 받들어 추모공원 완공과 진상규명, 한미 SOFA개정, 호혜평등한 한미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이땅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씨는 15년간 미선.효순이를 잊지 않고 지켜준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는 "여러 분들과 뜻을 같이 하지 못한 사정을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는 말씀부터 드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5년 동안 지켜준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며, "(자식의 희생이)불평등한 한미 SOFA개정의 계기가 되어서 떳떳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모제를 마친 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는 딸을 추억하며 "많은 분들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많이 기억해 주시는 구나. 너희들은 비록 갔지만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미 SOFA협정이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효순.미선의 추모 평화공원 '소녀의 꿈' 조감도.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당시 재판이 열린 미군 법정에 한국 변호사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했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정호 변호사는 2002년 11월 20, 21일 주한미군 8군사령부 군사법원이 사고 운전병 마크 워커와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만천하에 드러낸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평결에 분노해 한국인들은 진상규명과 살인미군 처벌, SOFA개정,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를 내걸고 역사상 처음으로 10만명이 촛불을 들고 미국 대사관을 에워싸는 항의 투쟁을 벌였다.

이후 효순.미선 아버지와 평통사가 공동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의정부 지청에서는 일부 받아들여지기도 했으나 미 육군 범죄기록센터 등이 핵심적인 정보의 공개를 거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새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의 응원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현장검증 비디오 테잎 등 결정적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추모제 참가자들은 마을 어귀에서부터 효순이와 미선이가 걸었던 길을 따라 행진해 새로 조성할 평화공원 앞에 도착한 후 터밟기, 정화수올리기와 소리굿 등 추모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발길을 돌려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15주기 추모문화제 등을 진행했다.

15주기 추모제가 열린 사고 현장은 여전히 편도 도로 폭이 3.3m밖에 되지 않는 왕복 2차선의 좁은 언덕길이었다. 당시엔 사람이 다니는 인도도 없고 표지석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도로 옆은 바로 풀이 자라는 언덕 비탈이었다.

   
▲ 추모제가 열린 사고 현장은 여전히 위험천만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효순이와 미선이가 가려던 친구 집에서 멀지않은 덕도리 사격장에서 인근 파주 무건리  훈련장으로 돌아가던 브래들리 탱크의 폭이 3.4m였다. 인근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기동훈련을 받고 언덕길을 올라오던 사고 장갑차는 폭이 3.66m에 달했고 무게만도 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장갑차중에서 가장 무거운 56톤에 달했다. 

효순이와 미선이는 위험천만한 길에서 나란히 서지도 못하고 한줄로 서서 걸었지만 교행하던 탱크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무려 56톤에 달하는 장갑차의 무한궤도에 참혹한 모습으로 깔리게 된 것이다.

사고 미군은 미군 군사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그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 영정속 효순.미선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마을어귀에서 사고현장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의 리본을 솟대에 묶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화공원이 들어설 자리에서 솟대에 추모의 리본을 묶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영정 든 이들이 서 있는 곳이 평화공원 예정 부지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2002년 미군들이 세운 추모비. 오른쪽 옆 빈터가 평화공원 부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정화수 소리굿 추모공연 모습.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못다핀 소녀의 꿈.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효순양 아버지 신현수씨(왼쪽)과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두 여중생을 압사한 장갑차가 기동훈련을 벌였던 파주 무건리 훈련장. 여전히 헬기가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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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과 맞장 뜨려고 백련암 올라갔죠"

 
[이 사람, 10만인] 조계종 승적 박탈당한 명진 스님 ① 나를 찾는 길

17.06.13 09:28 | 글:김병기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종교·문화·학술·시민사회계 원로 40여 명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 스님의 승적을 박탈한 조계종 총무원의 징계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명진 스님이 지나온 삶을 조명하는 3편의 글을 싣는다.[편집자말]
▲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지난해 11월 상원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을 때의 모습. ⓒ 정대희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고승 임현 의현의 말인데, 부처님의 말씀조차 우리를 속박한다면 깨뜨려야 한다는 선의 정신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절대 부정을 통해 절대 긍정을 추구하는 불교 정신의 진수인데, 그 어떤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자유를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여기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한 한 승려가 있다. 명진 봉은사 전 주지. 그동안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판했다는 게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조계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총무원은 2015년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 언론'(종단을 해치는 언론)으로 규정하고 출입, 광고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쓴소리에 귀를 막은 자승 총무원에게 살불살조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야 바른 것이 드러난다'는 불교 용어다.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자비의 정신은 무작정 대상을 품는 게 아니다. 명진 스님은 "힘없고, 탄압받고, 차별받는 생명에는 하염없이 측은지심을 품지만, 그릇된 것을 보았을 때에는 죽비나 심지어 목탁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쳐서 깨뜨려야 하는 게 자비심의 진수"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때 그가 그랬다. 그는 무도한 정권의 등짝을 서슬 퍼런 죽비로 내리쳤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씨가 대통령 후보로 뛰었을 때, '747 불교지원단' 상임고문으로 도왔지만 그는 달랐다. 선거운동 때 이 후보가 인사 차 봉은사에 오겠다고 제안했을 때도 거절했다. 당선된 뒤에도 "이명박 정권은 파렴치, 몰염치, 후안무치한 삼치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그는 정권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당시 집권 여당 대표 안상수 씨의 '강남 좌파 스님을 내쫓아야 한다'는 발언이 공개됐다. 국정원도 그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자승 총무원장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만들어 새 주지 임명을 강행했다. 그는 주지를 내려놓고 혼자 걸망을 지고 봉은사를 나왔다.    
      
자승 총무원이 지난 4월 조계종 승적을 박탈한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을 최근 몇 번 만났다.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월악산 보광암에서 1박2일을 함께하면서 소쩍새와 휘파람새가 우는 늦은 밤까지 인터뷰를 했다.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 이상씩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인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써내갈 세 편의 글은 최근 만남의 대화 내용이자, '살불살조' '파사현정'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온 한 승려의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다. 출가한 지 43년만에 조계종 승적을 빼앗긴 삶의 한 자락을 잠시 들춰본 뒤에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자승 총무원은 그의 승복을 벗길 자격이 있는가?'
              
다음은 최근 인터뷰와 그의 저서 '스님은 사춘기'(이솔 출판)의 내용을 재구성 한 글이다. 

[어린 시절] 자살, 폭력... 그리고 물음
 

▲ 명진 스님의 중학교 시절 사진. ⓒ 명진 스님


"무덤을 덮고 있던 붉은 흙, 이게 뭐지 하며 서 있던 나." 

그의 기억은 6살 때부터이다. 아버지의 외도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었던 어머니의 장례식 장면, 잊을 수 없단다. 그 뒤 새어머니가 왔지만 불화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때 돈을 훔치지 않았는데 훔쳤다며 그를 때리는 아버지를 홧김에 축대 위에서 발로 밀어낸 뒤 마포대교 밑 한강 벼랑천에서 뛰어내렸다. 첫 자살시도였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모래 배가 그를 살렸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초등학교를 6번이나 옮겨 다녔다. 새 학교에 갔을 때마다 그는 제일 먼저 '학교 짱'과 악착같이 싸웠다. 그래야 그 뒤가 편했다. 

잠시 외가댁에 의탁했을 때 외할머니는 "너희 에미는 너희 애비 때문에 죽었다. 크면 꼭 에미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에는 항상 "쯔쯧, 독한 것, 저런 어린 것들을 놔두고 죽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스님은 사춘기'라는 책에서도 당시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내 마음 속엔 '어머니는 자식을 두고 죽은 독한 사람, 아버지는 커서 원수를 갚아야 할 사람'이 되어 버렸다."(14쪽

'왜 나만 불행할까?' '왜 세상은 공평하지 않나?' 유년 시절 그의 뇌리에 각인된 피해의식이었다. 그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고란 사고는 죄다 치고 다녔다"면서 "초등학교 4~5학년 때에는 고무줄 총을 만들어서 전등을 깨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황하던 그는 대학교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한 큰외삼촌 댁 책장에 꽂혀있던 책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좁은문>, <전쟁과 평화> <까르마초프의 형제들> 같은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해서 심훈의 <상록수>, <무영탑> 같은 책들을 미친 듯이 읽었다. 그 때만은 불안하고 거칠었던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이 되었다. 

분노의 질주

하지만 중학교 때에도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저주는 가시지 않았다. 작은 말썽을 일으켰는데 감정적으로 뺨을 때리는 선생님에 맞서기도 했다. 당진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뒤 2학년 때에는 외가댁이 있는 충청도로 전학을 갔다. 외가댁은 부자였지만 차마 '학비를 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단다. 그해 늦가을 학교 뒷산에 올라가 수면제 20알을 먹었다. 두 번째 자살 시도였다. 다행히 새벽 산책을 나온 마을 사람에게 발견돼 위세척을 한 뒤에 간신히 살았다.  

공부할 새도 없이 쏘다녔던 그는 운(?)이 좋았다. 당시 돈 없는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던 서울공고 토목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철조망 클럽', '레인보우클럽', '청마클럽'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직을 만들어서 패싸움을 했다. 당시 광화문 교원회관 지하 영다방과 을지로 킬리만자로 음악 다방을 주로 다녔는데 가끔 DJ를 맡은 형이 바쁠 때는 대신 DJ를 보기도 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짤짜리'(동전 따먹기)하고 담배연기 자욱했던 다방에서도 인기가 좋았죠. 하-하-하." 

[청년기] 그의 머리를 내리친 '벼락 질문'
 

▲ 명진 스님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 왼쪽으로부터 두번째이다. ⓒ 명진스님


그는 이렇듯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문제아처럼 살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사촌형님의 소개로 무주구천동의 관음사에 들어갔다. 사촌형님은 '그냥 놔두면 사람 버리겠다'고 생각했는지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설득해 마지못해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인연, 그곳에서 한 스님과의 하루 밤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는 자기에게 말도 걸지 않고 면벽수행만 하다가 저녁 9시에 목침을 베고 누운 스님이 심상치 않았단다. 당시 그의 표현을 빌면 '센 놈'같아 보였단다. 이런 상대와는 한 번 붙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스님은 왜 출가를 하셨냐고 물었더니, 대뜸 '학생은 뭐 때문에 절에 왔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입시 준비하러 왔다고 말했더니, 대학은 왜 가냐고 또 묻더라고요. 좋은 데 취직해서 잘 살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에 '그렇게 살다 죽는 거죠'라고 답했죠. 그러자 그 스님은 '그렇게 살다 죽으려고 공부하냐'고 또 묻더군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잠깐 있다가 스님이 '학생'이라고 불러서 '예'라고 대답을 하니 '무엇이 예라고 대답했소? 예라고 대답한 놈이 뭐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니 스님은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영어를 공부하고 수학을 공부해서 대학가고 취직하고 결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더군요."

그는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대체 나는 누구인가?'

출가하려고 보따리를 쌌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등학교 졸업장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6개월 뒤인 1969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나섰다. 한 때 출가한 적 있었던 사촌형님은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스님에게 소개장을 써 주었다.           

[행자 생활] "무명 번뇌를 자를 보검을 구하러 왔습니다"
 

▲ 명진스님의 젊은 시절 모습. ⓒ 명진스님


"행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시건방이 하늘을 찔렀죠. 무슨 취직을 하러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일주문 앞에서 소개장을 찢어버렸습니다. 백련암으로 곧장 가지 않고 해인사에서 행자생활을 했어요. 학생 시절 몸에 배인 성깔이 어디 가겠습니까? 가장 센 놈과 붙어야 한다는 근성이죠. '성철스님과 맞장을 뜨겠다'고 결심하고 백련암으로 올라갔죠."

행자생활을 시작한 지 보름 밖에 안 됐을 때였다. 당시 성철 스님은 불교계를 통틀어서 큰 스님으로 추앙을 받았다.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이 육군 참모총장과 맞짱을 뜨려고 덤비는 꼴이었지요. 하-하."

스무 살 청년이었던 그는 구정물이 잔뜩 배인 작업복을 입고 성철 스님에게 삼배를 올린 뒤 이렇게 말했단다. 

"무명번뇌를 자를 보검을 구하러 왔습니다."
"하, 이놈 우낀 놈이네. 건방진 놈. 너, 그렇게 말하는 거 어디서 배웠노?"
    
그는 성철 스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3시간동안 절에 들어오기까지의 과거를 이야기하다가 다시 해인사로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저녁 공양을 준비하려는데 원주 스님이 달려와서 '보따리를 싸라'고 하더라고요. 성철 스님이 빨리 끌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성철 스님의 상좌가 되려고 줄을 서던 시절인데, 암자에서 내려온 지 10분도 안돼서 스카우트가 된 거죠. 하-하." 

나를 찾는 길

성철 스님 밑에서의 행자 생활은 혹독했다. 경전 공부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잠시라도 졸 틈을 주지 않았다. 한번은 매를 피해 도망갔다가 돌아오니 성철 스님은 그가 누웠던 자리를 곡괭이로 파놓았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피웠던 담배도 그 때 끊었다. 

"백련암 관음전 뒤쪽에서 일꾼들에게 빌린 담배를 피다가 걸렸어요. 그때 저는 되레 '법당에서 피는 향과 담배 향이 뭐가 다르냐'고 대들었죠. 엄청나게 혼이 났습니다. 3천배를 한 뒤에 담배를 끊었죠." 

당시 승려들은 행자 생활을 3년 정도 해야 '계'를 받았다. 성철 스님은 청년 명진이 행자로 있은 지 1년도 안됐는데, 계를 주기로 결정하고 '원일'이라는 법명도 지어줬다. 그는 5일 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앙받던 큰 스님의 제자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승려들이 받고 싶어 하는 '훈장'과 같았다.  

"사실 당시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스님은 계속 경전을 보라고 했는데, 저는 경전을 보려고 중이 된 게 아니었거든요. 나를 찾고 내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구하러 온 거였어요. 게다가 경전을 보려면 당시 일본에서 번역한 책이 많아서인지 일본어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달마대사가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까? 육조스님이 일본어를 공부했습니까? 저는 싫습니다'라고 했죠. 그러다 동안거 해제하는 날, 새벽에 보따리 싸서 나왔습니다."

그 뒤에도 그는 '나를 찾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 성철 스님과 쌍벽을 이뤘던 전강 스님의 문하에 들어가려고 용주사에 갔다가 헛걸음을 했고, 영주 부석사 비로봉 밑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다가 몸에 병이 들기도 했다. 

"그 때 사촌 형이 몇 번 연락이 왔어요. 성철 큰 스님이 '빨리 너를 데리고 오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고. 그런데 얼마 뒤인 1971년 1월에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고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는 성철 큰 스님이 행자 시절에 직접 찍어준 자기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 성철 큰 스님이 명진 스님의 행자 시절에 직접 찍어준 사진. ⓒ 명진


*2편에는 명진 스님이 '운동권 스님'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10만인클럽 후원
명진 스님은 오마이뉴스에 매달 1만원 이상씩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은 010-3280-3828(10만인클럽 공용 핸드폰)로 전화를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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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하림의 편법증여 부당승계 조사하라.

[칼럼]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를 보고싶다.
 
임두만 | 2017-06-13 08:42: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78년 육계를 기르던 전라북도 익산의 황등농장에서 출발,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이 된 (주)하림은 닭고기 생산 가공업체에서 창립 39년 만에 국내 닭·돼지고기 시장 1위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 하림을 모기업으로 한 하림그룹은 자산규모 10조 계열사 58곳을 거느린 대기업집단(재벌)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지난 5월 하림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현재 하림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대표기업. 하림은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농업을 2.3차 산업으로 확장하고 식품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자랑한다. 또 이 같은 자랑과 함께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 식품기업의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생산성 1위에 도전하고 있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60)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전북 익산에 2019년까지 6,000억 원을 투자해 간편식 공장과 천연 조미료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사료나 육가공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식품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미래의 글로벌 식품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하림그룹은 편법증여 등 기존 재벌그룹들의 부당한 2세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여당과 공정위는 김 회장의 편법승계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25)씨는 20세이던 2012년, 부친인 김 회장으로부터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다. 이때 김준영씨가 낸 세금은 증여세 1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산규모 10조 원대 그룹의 지배주주사인 올품은 비상장사인 탓에 증여세가 100억여 원에 그친 것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유상감자 방식을 통해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사실이라면 김준영씨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산규모 10조원 대에 58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하림그룹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준영씨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삼성그룹 부회장인 이재용씨가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던 과정이나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이 갔던 길을 답습한 것이 된다.
    
1995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당시 27세이던 외아들 재용씨에게 60억 8,000만 원을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가 낸 세금은 증여세 16억 원이다. 이후 재용씨는 세금을 내고 남은 43억 2천만 원으로 삼성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 주식 12만여 주를 23억 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 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재용씨가 이들 회사 주식을 매입하자 이 두 회사를 상장시킨다. 재용씨는 합법적으로 보유 주식을 시장에 매각, 605억 원을 챙겼다. 당시 시세 차익만 563억 원이었다.
    
다시 이 자금은 재용씨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1996년 10월 30일 에버랜드 이사회는 주당 8만 5천 원대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125만 4천여 주(96억 원)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당시 이는 에버랜드 지분 62.5%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그리고 두달 후인 1996년 12월 3일 이건희 회장 등 개인 주주와 삼성전자,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법인 주주들은 이 전환사채 배정을 포기한다. 이에 에버랜드 이사회는 이재용 남매에게 실권주 125만 4천주를 배정하는데 이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대거 사들인 이재용씨는 이를 주식으로 교환해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이윽고 1998년, 이재용이 대주주인 에버랜드는 삼성 계열사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삼성생명의 주식을 9천원에 구입하면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이 되었고, 이재용은 비로소 삼성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다. 편법증여와 부당행위를 통한 대기업집단 지배권 승계 방식은 이처럼 행사되었다.
    
이에 2000년 6월 29일 법학교수 43명이 나서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업무상 배임죄’(형법 356조) 혐의로 고발했다. 이른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정 사건이다. 하지만 결과는 특검까지 동원되고 10년 가까이 걸친 지난한 재판을 거친 끝에 2009년 5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로 판결하므로 아무도 죄값을 치르지 않고 종결되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가 주당 9천 원에 대량 구입, 삼성그룹 지배주주사가 되었던 그 9천 원짜리 주식을 사재를 출연한다며 주당 70만 원이라고 주장, 8개월 뒤 400만 주(28조 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히므로 국민들의 지탄을 피해가려고 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 2001년 당시 정의선 사장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물류전문회사인 현대글로비스 비상장 주식을 주당 500원(액면가)씩에 11,954,460주를 매입하면서 총 5,977,230,000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글로비스는 상장 당일 종가만 주당 48,950원으로, 정 사장 지분의 시가총액은 상장당일에만 총 5,852억 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의선이 2001년 투자한 59억여 원은 15년 뒤인 2015년 1조 원 대의 현금을 확보하고도 2조 원 대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히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술을 부린 것이다.
 
2015년 2월 15일 한겨레는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조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22만 2170주를 팔아 8,055억 4,300만 원을 챙겼다. 또 이 같은 대규모 지분 매각에도 정 부회장은 여전히 현대글로비스(23.3%)와 이노션(10.0%)의 주식 보유자며 가치는 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림의 부당승계, 불법증여 의혹은 바로 이 같은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 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여권과 공정위가 본격 조사에 나선다는데 말로만 조사가 아니라 실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불법 부당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8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하림의 일감몰아주기를 문제삼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림이)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줬다”고 정조준했다. 공정거래위도 하림의 승계지원·사익편취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하림의 지분 승계과정 여러가지 내용을 검토해야 하는데 세금문제는 국세청 관할이지만 승계 지원부분·사익 편취는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증여는 자산이 3조 5천억 원대 규모였던 2012년에 이뤄진 것인데 그동안 팬오션 인수 등으로 기업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며 “편법 증여라는 지적은 억울하며 수직계열화 사업 구조상 내부거래가 많았을 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래서다. 지금이야말로 공정위는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는 등 규제를 받는다. 이와 함께 기업집단 현황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 공시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하림이 이런 규제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또 성장과정이 석연치않은 올폼은 더욱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올폼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준영씨에게 증여되기 전인 2011년 709억 원, 2012년 861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여 이후 2013년 3464억 원, 2014년 3470억 원, 2015년 3713억 원, 2016년 4160억 원 등 4년간 무려 1조 48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계열사 부당 밀어주기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하림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상장이 완료되면 준영씨는 더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또 다른 이재용, 또 다른 정의선이 나타나면서 ‘헬조선’이라 신음하는 젊은이들에게 낙심을 하게 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기회는 평등해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 환경이 다르다고.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됩니다. 과정은 공정해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환경이 다르다고. 과정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는 정의로와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환경이 다르다고. 결과에 대한 보상이 다르면 안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는 이 내용은 더욱 간결하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취임사에서도 강조했다. 공정위는 문 대통령의 신념인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를 하림의 공정조사를 통해 현실화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야당, 특히 국민의당은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을 더 이상 늦추게 하면 안 된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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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6/13 08:17
  • 수정일
    2017/06/13 08: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양형호 2017. 06. 12
조회수 3543 추천수 0
 
곤충 유혹 위해 잎이 꽃으로 변신, 잎 벌려 꽃 두드러지게 만들기도
수정 마치면 고개 숙이는 산수국 꽃, 다른 꽃에 수정 기회 넘겨
      
IMG_8073.jpg»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 새싹으로 곤충을 배불리 먹인 뒤 식물은 자신의 짝짓기에 바빠진다.
 
봄이 되어 숲의 나무마다 맛있는 어린 새싹을 내어 애벌레를 오동통하게 키울 무렵, 숲에는 짝을 찾는 새들의 다양한 구애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그렇게 숲 속 새들의 ‘결혼 시즌Ⅰ’이 시끌벅적하게 끝나면 애벌레와 새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나무의 ‘결혼 시즌Ⅱ’가 시작된다.
 
1432772436588.jpg»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20170518_090246.jpg»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노랑할미새.
 
BJ7I1183.jpg» 딱새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식물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면서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때는 종 번식을 위한 결혼 적령기이다. 아래 사진의 원앙도 짝짓기 철 혼인 깃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원앙이 화려한 색을 띠는 이유는 자신의 화려한 깃으로 건강미를 과시해 원하는 짝을 얻기 위해서이다.
 
IMG_4469.jpg» 화려한 혼인 깃으로 장식한 원앙 수컷.
 
덜 알려진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새끼를 기를 때 매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이 먼저 눈에 띄어 희생함으로써 아기 새와 엄마 원앙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원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새끼나 둥지가 노출될 위협을 느끼면 날개가 부러지거나 다친 척해서 천적을 유인하는 의태 연기가 아주 뛰어난 새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자식 사랑은 사람이나 새나 모두 같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새끼 원앙이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수컷 원앙의 혼인색도 암컷과 비슷한 색으로 변하게 된다. 더는 천적에게 위험하게 노출되는 화려한 깃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결혼 폐백상을 장식하는 목각으로 만든 다정한 새 한 쌍은 많은 이가 원앙으로 알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원앙은 일부다처제이기 때문에 폐백상에 적합하지 않다. 폐백상에 오르는 새는 평생 한 배우자하고만 살아가는 기러기 부부이다.
      
고등식물이나 동물들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다양한 환경과 장애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자손에 변화된 유전자를 남기려 한다. 이를 위해 유전자가 서로 다른 암수가 짝짓기와 수분을 통한 수정으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2세를 탄생시키는 진화를 이룩했다.
      
식물은 동물의 성기 같은 기능을 하는 암꽃과 수꽃을 만들어 수분하는데, 식물은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배우체를 만나 수분한다.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매개체에 따라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 물을 이용하는 수매화,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 새를 이용하는 조매화가 있고 때론 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주로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IMG_8625.jpg» 개다래 꽃.
 
위 사진은 숲 가장자리 길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덩굴성 나무인 개다래의 꽃이다. 개다래는 자신의 꽃을 먹는 곤충 등쌀에 꽃을 보호하기 위해 꽃을 잎 뒤에 숨기는 전략을 세웠는데, 정작 결혼을 시켜 줄 곤충까지 꽃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었다.
      
IMG_7046.jpg» 꽃이 피면 개다래의 잎이 희게 변색돼 곤충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개다래는 꽃 피는 시절이 되면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 잎의 일부를 꽃처럼 화려하게 변장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잎을 꽃처럼 위장해서 곤충들을 유혹한 뒤 수정이 끝나 본연의 임무들 마치면 잎은 다시 광합성 작용을 위해 초록색으로 돌아간다.
 
IMG_9202.jpg» 개화기에 붉게 물든 쥐다래의 잎.
 
개다래와 같은 속인 쥐다래는 개다래보다 더 화려한 분홍색으로 잎을 물들여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유혹한다.
 
qor.jpg» 백당나무.
   
백당나무 꽃에서 우리가 얼핏 꽃으로 생각하는 부위는 사실 꽃이 아니다. 커다랗게 보이는 꽃 안쪽에 있는 작은 꽃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이고 밖에 보이는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멀리서도 곤충을 유혹할 수 있게 꽃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헛꽃이다.
 
IMG_6247.jpg» 불두화.
 
꽃 욕심 많은 사람이 백당화의 꽃을 더 화려하게 보기 위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을 없애고 헛꽃만 피우게 육종했다. 그렇게 만든 꽃이 불두화이다. 불두화는 꿀이 들어있는 진짜 꽃이 없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찾아오지 않는다. 사찰 주변에는 불두화처럼 꿀이나 향기가 없어 곤충이 찾지 않는 식물을 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수양하는 스님이 꽃에 찾아오는 벌이나 나비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까 걱정되어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일 수도 있다.
 
IMG_4742.jpg» 산수국.
 
여름이면 산 계곡 주변에서 다양한 색으로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산수국을 볼 수 있다. 산수국도 결혼할 시기가 되면 아름답고 아주 커다랗게 보이는 꽃이 피는데, 백당화처럼 열매를 맺는 유성화와 꽃을 화려하게만 하는 무성화를 피운다.
 
IMG_9808.jpg» 뒤집힌 산수국 헛꽃.
  
그런데 산수국은 특이하게도 수정이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처럼 화려한 색으로 치장했던 무성화가 신기하게도 본연의 임무를 마친 듯 화려한 색을 빼고 뒤로 벌러덩 뒤집히는 특징이 있다. 수정을 마친 꽃은 이제 열매 맺는 데 집중하고, 아직 미수정인 꽃에게 기회를 넘기는 것 같다.
  
20170601_123049.jpg» 흰 꽃처럼 보이는 산딸나무 총포.
  
사진에 보이는 산딸나무는 공처럼 보이는 곳에 작은 성냥개비처럼 붙어 있는 게 진짜 꽃이다. 꽃이 작은 산딸나무는 총포를 하얗고 큰 꽃처럼 만들어 곤충들을 유혹하는 전략을 가졌다.
 
IMG_4407.jpg» 곤충들 눈에 잘 띄게 잎 사이로 꽃을 들어 올린 피나무.
 
잎이 아름다운 하트 모양인 피나무는 결혼할 때가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잎 아래에 달린 꽃대를 잎 사이로 들어올려 꽃을 피우는 결혼 전략을 쓴다.
      
IMG_8936.jpg» 곤충들에게 꽃을 잘 보이기 위해 잎을 벌린 찰피나무.
  
위 사진에서 한 아름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은 찰피나무의 꽃이다. 찰피나무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강한 꽃향기와 함께 곤충이 꽃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잎을 좌우로 벌려 꽃이 잘 보이게 하는 전략을 편다. 결혼할 때는 잎을 펼쳐 광합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곤충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지퍼를 열 듯 보여 줘 유혹하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자신의 2세를 만들기 위한 온갖 수단을 써 곤충을 유혹한다. 어쩌면 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한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이경준. 1993 수목생리학
남효창. 2008 나무와 숲
강혜순. 2002 꽃의 제국
이나가키 히데히로. 2006 풀들의 전략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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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가동 전면 재검토 논의 시작되어야"

(추가)개성공단비대위 등,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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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2  18: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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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와 국회 조배숙 의원실 주최로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면중단 1년을 훌쩍 넘긴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공론의 장에 부쳐졌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득은 작고 실이 매우 컸다면 이제라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공단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6.15공동선언 발표 17주년을 앞두고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개성공단비대위) 위원장은 피해기업의 생존대책과 함께 공단재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의 상징, 옥동자와도 같은 사업이었다"며, "작년 2월, 남북경협의 3대 사업인 개성공단마저 닫히면서 남북관계는 수십 년 전으로 퇴보했고 6.15공동선언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으며, 그 결과는 군사.안보적으로 첨예한 갈등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해외공단에 비해 원.부자재를 모두 국내에서 조달받기 때문에 국내공단과 비슷한 고용 및 내수 진작 등의 연관효과를 낸다"며, 2015년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5,000여개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8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근로자를 고용했다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성공단을 재개하게 되면 북한 뿐만 아니라 국내 8만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조배숙 의원(국민의당)은 개회사에서 "개성공단 재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경협 재개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가는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조속한 재개'와 '재개 신중론' 사이에서 지혜를 모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의 단계적 접근방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전면중단된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며, "답답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반적 인식과 달리 개성공단과 북핵은 별 상관이 없다.  북핵 현안이 없었던 김대중 정부때 공단에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때 첫 상품을 출시했으며, 북핵이 악화된 이명박 정부에서도 지속되었는데 유독 박근혜 정부 들어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문제삼아 전면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공단 재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지난달 24일 통일부에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것 정도가 공개된 수준이지만 국정개혁자문회의 등을 통해 공단재개에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개성공단내 차량 등 기본 설비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이 개성공단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지원받은 고정.유동자산 지원금, 약 5,000억원을 상환하고 장기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단내 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며, 다양한 중복투자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올해 개성공단 재가동 여건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한 1단계에 이어 당국간의 대화 및 초보적인 재가동이 이루어지는 2단계를 거쳐, 오는 2019년부터 전면 재가동 및 확대발전하는 개성공단  3단계 재가동 추진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단 재개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기업들과 함께 시설점검을 추진해야 하며, 내년 신년사 등에서 당국간 대화와 생산활동이 가능한 기업부터 재가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발선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북핵과 분리하고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나 신규 입주 등 3단계 이후 확대 국면에서는 비핵화 회담 등과 연계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문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공단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김세진 변호사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개성공단 제재 가능성에 대한 법적 검토' 주제발표에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결의를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먼저 "유엔안보리 결의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북한 지역내에 남한의 상업은행을 개설하거나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인데, 제재결의 전에 개설된 개성공단 우리은행은 예외가 되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현재 운용하고 있는 남북경협보험은 '북한과의 교역을 위한 금융지원'이 아니라 예외규정인 유엔결의 제2321호의 제47조와 48조에 따라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여  제재위원회의 개별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 변호사는 미국의 독자적 제재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 한정되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유환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 고주룡 MBC 통일방송연구소장,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팀장, 이종덕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별도의 ‘개성공단기업 피해복구 및 경영정상화 긴급대책안’ 자료를 통해 전면 중단 1년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처들의 피해복구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요내용은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의 전액 긴급지원 △요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출지원 △개성공단 피해복구를 위한 경영정상화 지원 연장 등이다.

지난 정부가 발표한 피해확인 금액은 투자자산 5,118억원과 유동자산 1,968억원이며, 이중 지원액은 투자자산에 대한 3,586억원과 유동자산에 대한 지원액 1,249억원이다.

정부는 투자자산 피해금액을 경협보험 가입의 경우 90%, 최고한도 70억원(경협보험 미가입시 45%, 35억원 한도), 유동자산의 경우 교역보험 기준을 적용해 70%에 최고한도를 22억원으로 정하는 한도를 설정했으나 최소한 피해금액 전액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피해기업들의 입장이다.

또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도 장부상 잔존금액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실지 피해금액과는 차이가 크며, 특히 유동자산의 경우 거래처와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기업들이 실제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위기인 점을 감안해 금융권 일반 기준에 따른 대출이 아니라 정책금융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아파트형 업체와 신용도가 낮은 업체의 경우 실제 지원 사각지대에 처하는 문제가 있고 해외 및 국내에 대체 투자를 한 기업들은 중복투자로 인한 자금압박이 있으니 별도의 구제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 기업들의 손실과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국세.지방세 납부 연장을 비롯한 각종 금융세재 혜택을 지난해 말로 종료해, 이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당장 시급한 이 같은 지원 대책과 별도로 개성공단의 안정화를 위해 보상관련 특별법 제정과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보완, 교역보험과 투자보험 제도의 개정 및 보완 등 법.제도의 개정과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추가-13일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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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었다"

 
[윤여준-박명림 대담 ②] "21대 총선에 맞춰 개헌 준비해야"
2017.06.13 02:20:19
 

 

 

 

의회와 함께 하는 개혁.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일부 인사들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정부 구성조차 가로막혀 있다.

그렇더라도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의 몫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거듭 강조한 개혁의 방법론이다. 1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봤다. (☞ 대담 1부 보기 : 文정부 '촛불 절대화' 위험 )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업무지시' 형식으로 진행된 지난 한 달의 개혁 조치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윤 전 장관은 "지금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가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라며 "매일 사드 얘기만 뉴스에 나오고, 대통령이 '몇 호 지시' 이런 것을 계속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건을 예로 들면, 당연히 순직 처리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지난 정부의 인사혁신처가 반대했던 사안이니, 인사혁신처장을 불러 '왜 안 된다는 것인가. 제도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되는 방법이 없겠느냐'를 묻고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후 인사혁신처가 스스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끔 하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제도를 따라서 잘못된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구두 지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게 매우 위험해 보인다"며 "게다가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가야사 얘기를 해서 불필요한 논쟁까지 만들었다. 국가가 왜 역사 해석에 개입하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어쩌면 지금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개혁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개혁이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했다.  

박명림 교수도 "민주주의와 법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인수위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한다"며 "이 업무지시가 계속되면 이른바 지시주의·포고주의(decreeism)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입법화가 필수적인 개혁의제는 의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입법연대 구축, 정부와 내각구성, 사정개혁 사이의 '국정 수순'이 초반 행보에서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이것이 좀 뒤바뀌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재벌개혁이야말로 국가경제구조로부터 개인 삶의 질까지 걸쳐있는, 핵심 중의 핵심개혁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사건을 들추어내고 사람을 자르는 식의 사정개혁은, 법률과 제도개혁에 비해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고 있다"며 "이를 예술적으로 잘 결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개헌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과 박 교수는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이렇게 빠르게 개헌을 추진하다 보면 권력구조나 의회 제도, 지방 자치 문제 등 핵심 사안은 합의를 못하는 기형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개헌 형식은 국민 참여 개헌, 개헌 시기는 21대 총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시간을 두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정당 간 이견 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 토론하고 합의한 뒤 총선과 함께 국민 투표에서 개헌안을 부치는 것이 좋다"면서 "개헌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도 만들어서 21대 총선은 새 제도로 치르는 게 좋다"고 했다. 

권력구조 문제와 관련해 박 교수는 "국제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원론적으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제도가 더 민주적이고 더 효율적"이라며 "이번에는 권력이 분산되는 쪽으로 개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한 선거제도 개정 방향에 대해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먼저 완수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안 되면 개헌과 함께라도 꼭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도 "100% 동의한다. 정당, 선거, 제도 다 바꿔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개헌안을 둘러싼 토론 과정을 충분히 보고 자기 생각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국민들이 당장은 선뜻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법을 바꾸고 정당법을 바꾸면 국회의원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걸 전제로 의회 권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과 함께 대규모 자연재해와 테러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는 집행 권력 강화 추세가 있다고 지적하며 "권력 분산형 개헌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섬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8일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1달 평가와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대담을 하는 모습. 두 사람은 모두 '촛불의 절대화'를 경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개혁 = 치밀한 로드맵 + 의회와의 협력" 

프레시안 : 지난 1달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개혁 조치가 쏟아져 나온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개혁 동력이 강한 집권 초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듯해 보인다. 다만, 여러 개혁 아젠다를 하루가 멀게 던지면서 너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로 인해 종합적인 개혁의 입구를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여러 개혁 과제 중에 가장 문 정부가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뭐라고 보고 있나. 개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텐데, 청와대가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박명림 : 국정농단 사태 초반에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물어왔을 때 저는 3단계가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탄핵 국면, 대선 국면, 개혁 국면을 말한다. 개혁 국면에는 개헌이 포함된다. 이 3단계 국면에서 개혁 세력이 겪게 될 난관은 국민의 개혁 열망은 지속되겠지만 개혁의 연대 범위는 점점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대선 때 이미 나타나지 않았나. 탄핵과는 달리 개혁 세력의 상당한 표가 여러 후보에게로 나뉘어졌다. 대선 다음 국면인 개혁 국면에서는 의회와 함께 입법을 통해 개혁을 추진해가야 한다. 더 축소되는 것이다. 촛불, 대선, 의회구성의 상이 때문에, 개혁의 성공을 위해 제가 일관되게 제안한 것이 통합 정부 구성이었다. 개혁에 대한 초기 지지가 높은 것은 국민의 개혁 열망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개혁이야말로 국가경제구조로부터 개인 삶의 질까지 걸쳐있는, 핵심 중의 핵심개혁이라고 본다. 그러나 사건을 들추어내고 사람을 자르는 식의 사정개혁은, 법률과 제도개혁에 비해,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꼭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흔히들 정부의 개혁 조치는 첫 100일 안에 끝난다고 하질 않나. 그 안에 안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들 말한다. 지금 내각 구성 상황만 봐서는 석 달은 걸릴 거 같은데, 국회가 인선을 다 끝내주길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제스처만 취하기보다, 재벌 개혁이 핵심이라면 뭔가 제대로 된 개혁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도 싶다. 

박명림 : 입법적인 개혁 의제는 원래 지지는 높지만 성취는 쉽지 않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언급하고,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을 안아주고, 보훈대상자와 민주화 피해자를 끌어안는 국민통합행보는 지지와 기대를 동시에 추동한다. 매우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입법화가 필수적인 개혁의제는 의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입법연대 구축, 정부와 내각구성, 사정개혁 사이의 ‘국정 수순’이 초반 행보에서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이것이 좀 뒤바뀌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윤여준 : 물론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이 나머지 임기를 좌우한다고들 한다. 그 1년을 줄여 석 달, 100일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얘기냐면, 집권을 준비하는 세력이라면 개혁 아젠다를 완벽히 순서까지 짜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집행에 들어가면서, 첫 1년은 정부도 공무원도 의회도 국민도 바쁘게 일을 끌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석 달 안에 무슨 수로 필요한 개혁을 다하겠나. 지금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가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매일 사드 얘기만 뉴스에 나오고, 대통령이 '몇 호 지시' 이런 것을 계속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건을 예로 들면, 당연히 순직 처리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지난 정부의 인사혁신처가 반대했던 사안이니, 인사혁신처장을 불러 '왜 안 된다는 것인가. 제도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되는 방법이 없겠느냐'를 묻고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후 인사혁신처가 스스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끔 하는 게 좋았다. 이렇게 제도를 따라서 잘못된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구두 지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게 매우 위험해 보인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가야사 얘기를 해서 불필요한 논쟁까지 만들었다. 국가가 왜 역사 해석에 개입하려고 하는가. 

박명림 :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이 개혁 과제를 수임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혁명적 변화일수록 개혁적 방법으로 성취할 때 안정적이고 오래 간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인수위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한다. 이 업무지시가 계속되면 이른바 지시주의·포고주의(decreeism)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이나 탄핵, 쿠데타 직후와 같은 상황에서 주로 위원회 방식을 통해 자주 등장한 것이 지시주의이긴 하나, 이는 법치나 의회주의, 타협과는 충돌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통치방식은 의회나 사법부에서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면 국정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를 문서로써 하게하고,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과의 사실상의 삼중제(三重制)로 정해 놓은 이유는 민주적 법치와 공적 합의제를 확고히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헌법 제82조)  

윤여준 : 이명박 정부 당시 '이 사람은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는 기업인) 출신이라 민주적 절차를 낭비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언제 그걸 다 사람들과 논의하고 추진하냐, 이렇게 생각하더라. 문재인 대통령도 어쩌면 지금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개혁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개혁이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다. 

박명림 :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민주주의가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고 했다. 낭비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론 민주적 법치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국회를 개혁 대상이 아니라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는 만큼 개혁도 성공하고 문재인 정부도 성공할 것이다. 여-야, 국회-행정부 갈등은 국정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협치를 인정을 해주면 좋겠다. 저도 나름대로는 개혁적인 정치학자이지만,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을 임기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곧바로 개혁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된다. 자기모순인 것이다.  

그동안 재벌과 함께 대통령·관료·검찰을 포함한 행정부는 늘 정치 폄하, 정치 조롱, 의회 폄하, 의회 배척 담론의 주 생산자이고 활용자였다. 그러다 보니 앞선 정부들에서 국가실패와 정책실패의 핵심은 항상 대통령·관료·행정부의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엉뚱하게 국회에 전가하면서 청와대·관료·행정부의 책임은 회피하여왔다. 이는 항상 반복되었다. 이런 뒤집힌 상황을 극복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지금 복지 국가, 평화 국가, 자유 국가라는 선진국가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행정부, 여-야 협치를 통해 이 뒤집힌 상황을 바로 잡아야한다. 누구보다 촛불 열망을 많이 끌어안아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치와 입법연대에 성공한다면 개혁은 성공하고 한국민주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고 있다. 이를 예술적으로 잘 결합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절실하게 말씀드린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핵 문제 해결 '입구' 만들 카드 준비해야"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이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너무 빠르다'며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지금 미국도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데다, 우리의 전략적 우선순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만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또 누군가는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빨리 만나야 한다고도 한다. 어쨌건 하기로 했으니 안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불과 두 달 전에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돌 만큼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가 긴장 상태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정상외교에 나서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겠나.  

윤여준 : 한미 동맹은 현실이고 그 중요성이 크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했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빨리 못한다고 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런데 한다고 해놓고 유예한다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물론 트럼프도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지만, 두 나라 정상이 만나 얼굴 붉히기야 하겠나. 사전 조율도 할 것이다. 특히 사드 문제가 계속 불거지니 지금 한미 동맹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라도 얼른 한미 정상회담을 해서 한미 동맹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주변국에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명림 : 저도 한미 정상회담을 약속대로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일단 현재 북핵과 미사일 문제, 사드 배치 문제, 한-중 갈등이란 현안의 엄중성을 보면 한미 정상회담을 미룰 수가 없다.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미국 내정 때문에 연기한다면, 앞으로는 외려 더 상황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미국 내 정치 수순을 예상해서 정상회담을 미루자는 것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얘기다. 북핵 문제는 21세기 세계 최고의 안보 문제의 하나다. 유엔과 세계 4대 강대국이 4반세기나 다루었는데도 해결 못한 문제이지 않나?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는 긴 시간 동안 한반도 외교 안보문제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추진하는 게 옳다. 

또 저는 일단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의 법적 제도적 절차를 제대로 밟는 것은 찬성한다. 다만 이렇게 확보되는 시간이 우리의 역할이나 해법을 국제사회에 반영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에도 국내 국제 논란이 계속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겪었던 난관과 유사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한 시간 벌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삼중 난관에 직면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민간 교류를 재개하려고 하는데,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제재를 초래하는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개혁 세력의 요구에 대해 북한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국내 시민 사회의 제안도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고 북핵 문제와 그에 따른 사드 문제, 한중 갈등 문제 등도 풀린다. 예컨대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라는, 남북합의를 통해 유엔동시가입, 한-중 수교, 한-소 수교, 동북아 6개국 안보 협의체 구상이란 국제성과로 연결됐다. 한반도 문제의 남북관계 개선 축을 먼저 뚫자 국제관계와 국제협력의 축이 이어서 뚫린 것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동일하였다. 즉 남북 축이 뚫리면 국제 축도 뚫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의 시동 걸기도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박명림 :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못한다고 벌써 좌절하면 안 된다. 과거를 돌이켜 보자.전두환 시기에는, 1983년 10월 랭군 폭파 사건(버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 공작원이 벌인 폭탄테러로, 이범석 외무 장관 등 외교사절 17명이 사망)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에 북한의 수해물자 지원 제안을 수용해 북한을 놀라게 하고, 이는 숱한 남북회담으로 이어져 정상회담 개최합의로 까지 연결되었다. 또 노태우 시기에는 칼(KAL)기 폭파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했다. 이후의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다. 박정희 정권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 무장군인이 대통령을 노리고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1968년 김신조 침투 사건) 했음에도 1972년 7.4 공동성명까지 갔다. 이 세 번의 과정을 깊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북한의 위협은 지금 북핵 문제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대통령 목숨을 직접 겨냥한 사건들이었고, 국가위기는 더 엄중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든 것이었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개헌 퇴로 만들어주자…21대 총선서 의회 책임 제로"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1년을 예상해보면,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도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개헌안 논의에 의회와 정부의 협치를 가능케 할 제도 개선도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텐데, 구체적인 구상을 제안해 달라.  

박명림 : 이 문제는 국민들이 국민참여 개헌을 통한 바람직한 헌법을 위해 대통령과 의회에 퇴로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전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개헌을 추진하다 보면 권력구조나 의회 제도, 지방 자치 문제 등 핵심 사안은 합의를 못하는 기형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인사 청문회들이 끝나서 정부를 구성하면 바로 하한정국 및 정기국회와 예산 국회가 시작되고, 끝나고 나면 지방선거 공천 및 선거 국면으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좌우할 개헌의 각종 쟁점을 다 합의해낼 수는 없다. 국민참여 없는 졸속 개헌을 국민들이 동의할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개헌 형식은 국민 참여 개헌, 개헌 시기는 21대 총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시간을 두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정당 간 이견 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 토론하고 합의한 뒤 총선과 함께 국민 투표에서 개헌안을 부치는 것이다. 개헌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도 만들어서 21대 총선은 새 제도로 치르는 게 좋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과 불가분의 관계다.  

윤여준 : 저도 100% 동의한다. 정당, 선거, 제도 다 바꿔야 한다. 또 모든 국민이 개헌안을 둘러싼 토론 과정을 충분히 보고 자기 생각을 결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항상 합의가 안 된 부분이 권력구조 부분이었다. 논의 기간을 다음 총선까지 늘인다고 해서 말씀하신 이상적인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국회에선 내각제 선호도가 꽤 있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 때 합의되는 부분만 개헌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하다. 

박명림 : 국민들이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의지는 분명 높아졌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회에 대한 불신도 못지않게 크기 때문에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반면 국회의원들은 의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원론적으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제도가 더 민주적이고 더 효율적이다. 오랫동안 OECD 국가 중 대통령 책임제 국가가 거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밀하게 연구해 봤는데, 여러 국가지표들을 볼 때 대통령 책임제 국가는 의회 책임제 국가를 따라갈 수 없다. 이번에는 권력이 분산되는 쪽으로 개헌이 됐으면 좋겠다. 

윤여준 : 저도 방금 말씀하신 의회 책임제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 국민이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선 안 된다고 인식하면서도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것엔 선뜻 동의하지 못 할 것 같다. 이게 가능하겠나? 

박명림 :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한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행정부가 법률안 제출권,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세계적으로 우리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초(super) 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적극적 권한'은 전부 행정부가 갖고, 우리의 입법부는 국정조사, 국정감사, 인사청문, 예산 계수조정과 같은 ‘소극적 권한’ 밖에 없다. 의회의 규모와 권한을 키우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형평성 지표는 나아지기 어렵다.

윤여준 : 형식은 삼권분립이라고 해놨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이다. 국민들이 당장은 선뜻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법을 바꾸고 정당법을 바꾸면 국회의원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걸 전제로 의회 권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행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한다면, 그 권력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 당연히 의회로 가는 게 맞다.  

박명림 : 4년 중임제나 대통령 직선제가 국민 열망이라고 한다면, 국가기획 및 국가전략 설정, 국가목표 설정과 국가통합 기능은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내각 통할 기능과 정책집행 기능은 내각과 국무회의에 부여하는 '준 대통령제'를 정밀하게 연구하여 대안으로 추구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권력의 구성 방식과 권력구조는 직결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선거 제도는 크게 잘못 되었다. 득표율 40~50%로 선출된 대통령은 유권자 전체로 보면 실제로는 3분의 1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런 사람이 100%의 권한을 행사한다. 선거제도와 권력구조가 불일치하는 것이다. 비례성이나 대표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이 제왕으로 시작해 식물로 끝나고, 열망에서 시작해 실망으로 끝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총선에서 51%의 표만 살고 49%의 표는 죽은 표가 된다. 결국 정부여당이 사실상 4분의 1 정도의 지지를 얻고서 100%를 통치하니, 나머지는 늘 야당을 지지하거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이다. 이러니 한국은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화 이전처럼 시위와 갈등이 높다. 국회와 정부가 4분의 1 내지 3분의 1의 민의에 바탕한 승자독식구조이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먼저 완수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안 되면 개헌과 함께라도 꼭 시행해야 한다. 

윤여준 :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정하면서도, 그런 제도 변화를 굉장히 섬세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배경은 분단 현실 때문이다. 대규모 자연재해와 테러라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두 가지 위험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집행 권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 위기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유럽 나라들은 행정부의 집행 권력이 민주주의를 침해하게 된다고 고민하더라. 게다가 우리는 분단 상태다. 집행 권력이 지나치게 약화된다 싶으면 국민이 또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한 약화를 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권력 분산형 개헌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섬세해야 한다. 

박명림 : 개헌 방향의 또 다른 핵심 중 하나는 지방자치의 획기적 강화여야 한다. 한국의 아주 큰 갈등 중에 하나가 중앙과 지방 사이의 갈등이다. 예전에는 중앙과 지방이란 말 자체가 없었다. 서울시도 지방정부인데 언제부턴가 중앙과 지방을 구분해 사용한다. 자치의 강화 없이는 국가발전도 어렵다.  

윤여준 :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도 지방정부란 말을 못 쓰게 했다. 어떻게 지방에 정부란 표현을 쓰느냐고.(웃음) 지금 상황대로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은 참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개헌은 정계개편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바른정당도 지금 존재감을 너무 못 찾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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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초정밀타격과 순항비행, 겁먹은 항모타격단

[개벽예감 253] 절묘한 초정밀타격과 순항비행, 겁먹은 항모타격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06/12 [13:2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호텔에서 발사된 사거리 900km의 초정밀탄도미사일
2. 항모사령탑 단번에 파괴하는 일격필살전법
3. 조선식으로 개발된 탐지-정찰-타격종합체와 통합지휘통제체계
4. 지대함순항미사일과 함대지순항미사일의 운명적인 대결
5. 고도와 방향을 날새처럼 자유자재로 바꾸는 절묘한 순항비행

 

▲  <사진 1> 위쪽 사진은 2017년 5월 29일 이른 아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호수처럼 잔잔한 물가에 있는 고층건물 높은 층에서 미사일시험발사를 부감하는 장면이다. 이 곳은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에 있는 송도원 명사십리해수욕장 갈마휴양구역에 있는 새날호텔이다. 아래쪽 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건물이 새날호텔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새날호텔에서 미사일을 쏘았을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호텔에서 발사된 사거리 900km의 초정밀탄도미사일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식에 처음 보는 탄도미사일이 등장하였다. 그 탄도미사일은 6조 지탱바퀴로 움직이는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에 실려 있었고, 전투부(탄두부)가 자행발사대 앞으로 길게 튀어나왔으며, 전투부 아래쪽에 작은 삼각조종날개 4개가 달린 미사일이었다. 그 미사일은 2017년 5월 29일에 진행된 시험발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고, “적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임의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우리 식의 탄도로케트”라고 하였다. 이것은 그 익명의 미사일이 대함미사일(반함선로케트)로도 사용될 수도 있고, 지대지미사일(지상대지상로케트)로도 사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 미사일의 명칭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서는 초정밀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른다.

 

<사진 1>은 2017년 5월 29일 이른 아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호수처럼 잔잔한 물가에 있는 고층건물 높은 층에서 시험발사현장을 부감하는 장면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물가에 고층건물이 서 있는 이 곳은 강원도 원산시 갈마반도의 맨 끝이다. 바닷물이 갈마반도 안쪽으로 파고들어 마치 호수처럼 보이는 송도원 명사십리해수욕장 갈마휴양구역에 새날호텔이 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호텔 높은 층에서 시험발사를 부감하였다. 왜 하필이면 새날호텔 경내에서 미사일을 쏘았을까?

 

첫째,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미사일을 동해에 있는 미국 해군 ‘코리아작전구역’을 향해 발사하는 경우, 그 작전구역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km 떨어진 갈마반도에 발사위치를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원산에서 동부전선 군사분계선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km이므로, 미사일을 원산 아래쪽으로 기동시키는 경우 한국군 다련장로켓포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다.

 

둘째, 조선에서 이전에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 원산국제비행장 활주로 남쪽 인근 바닷가에 사격위치를 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미국 정찰위성이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지역에서 북쪽으로 약 5km 떨어진 새날호텔 경내에 사격위치를 정하였다. 새날호텔 주변에 펼쳐진 울창한 솔숲은 자행발사대차를 은폐하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이다. 원산국제비행장 일대를 정찰위성으로 감시하던 미국군 정찰부대는 호텔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새날호텔 경내에서 미사일을 쏜 것은, 조선인민군이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무력화하고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각에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쏘는 사격의 불의성을 행동으로 입증한 것이다.

 

▲ <사진 2> 위쪽 사진은 새날호텔 경내에서 발사된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이 불줄기를 내뿜으며 상승비행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현장을 부감한, 새날호텔에 임시로 설치된 감시소에 놓인 현시대 화면을 촬영한 보도사진인데, '정밀유도탄도로케트 비행궤도'라는 제목 아래 '(설정사거리: 450km)'라는 글씨가 보인다. 화면에 대각선으로 그어진 하얀 줄은 초정밀탄도미사일이 날아가는 비행궤도를 표시한 것이다.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중등사거리가 450km로 설정되었으므로, 그 미사일의 사거리는 900km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얼마나 될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단계까지의 세밀한 원격관측을 위하여 중등사거리사격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뜻인가? 조선 동해안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해상에 타격표적을 놓아두면, 모의탄두가 명중하는 장면을 관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 사거리의 중간쯤 되는 해상에 타격표적을 놓아두고 명중장면을 세밀하게 관측하였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초정밀탄도미사일은 시험발사에서 설정된 중등사거리보다 2배 더 긴 사거리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에 나타난 것처럼,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중등사거리가 450km로 설정되었으므로, 그 미사일의 사거리는 900km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사거리가 900km인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쏘면, 그 미사일은 미국 해군 ‘코리아작전구역’ 상공을 넘어 일본까지 날아가 미국 해군 후방기지인 마이쯔루(舞鶴)해군기지에 있는 작은 물체를 족집게 식으로 타격할 수 있다. 새날호텔 사격위치에서 일본해상자위대 마이쯔루지방총감부 청사까지 직선거리는 811km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은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에 비해 발사준비공정이 고도로 자동화되었다. 이것은 발사시간이 단축되어 신속사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실은 자행발사대차가 사격위치에 도착하면, 5분 만에 발사준비를 끝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의 신속사격능력을 평가하면서 “종전의 <화성> 계렬 로케트들보다 발사 전 준비공정이 고도로 자동화되여 발사시간을 훨씬 단축하도록 체계가 완성됨으로써 적들의 무력도발을 신속히 제압견제할 수 있게 된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2)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작은 삼각조종날개 4개가 장착되었고, 그 추진체 안에는 소형 열분사발동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능동비행구간과 중간비행구간에서 비행속도를 조절하고 안정적인 비행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능동비행구간에서 조종날개가 있는 전투부를 장착한 탄도로케트의 비행안정성을 검토”하였고, “중간비행구간에서 소형 열분사발동기에 의한 속도교정 및 자세안정화계통의 정확성이 재확증”되었다고 보도하였다.

 

(3)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 전투부에 정밀조종유도체계가 들어있으므로, 말기비행구간에서 재돌입체를 조종유도하여 임의의 지점에 있는 표적을 족집게 식으로 타격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보다 정밀화된 말기유도체계에 의한 재돌입구간에서의 초정밀유도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현장을 부감한, 새날호텔에 임시로 설치된 감시소에 놓인 현시대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화면 왼쪽에 '사격결과'라고 쓰인 제목이 보이는데, 그 아래 '명중오차 7m'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명중오차가 7m라면, 탄도미사일 타격정밀도에서 이제껏 그 어떤 나라도 도달하지 못한 세계 신기록이다.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은 세계 최강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새로운 '항모살수'로 등장하여 미국 해군에게 공포를 주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열거한 세 가지 특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밀타격능력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이 450km 떨어진 표적에 명중한 것을 보고, “이 탄도로케트는 마치 명사수가 저격수 보총으로 목표를 맞히는 것만 같다. 저 정도의 명중정확성이면 적들의 눈깔도 파먹겠다”고 평하였다. <사진 3>은 초정밀탄도미사일의 명중오차가 7m라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탄도미사일 타격정밀도에서 이제껏 그 어떤 나라도 도달하지 못한 세계 신기록이다.

 

고도의 타격정밀도를 자랑하는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명중오차는 5m이지만, 그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이므로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과 비교될 수 없다. 중국의 지대함탄도미사일들이 기록한 명중오차를 보면, 둥펑(東風)-21A의 명중오차는 50m이고, 둥펑-21D의 명중오차는 20m다. 명중오차가 20m밖에 되지 않아 고도의 정밀타격능력을 자랑하는 둥펑-21D는 미국 해군이 두려워하는 ‘항모살수(carrier killer)’인데,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은 그보다 수준이 더 높은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세계 최강 ‘항모살수’로 등장하여 미국 해군에게 공포를 주었다.

 


2. 항모사령탑 단번에 파괴하는 일격필살전법

 

일본 요꼬스까(橫須賀)해군기지에 상시배치되어 조선침공을 노리는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은 길이가 332.8m이고, 폭이 76.8m다. 그런 거함을 타격하려면, 명중오차를 7m로 축소한 초정밀타격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이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신형 탄도미사일을 만든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첫째,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기존 전법은 두 가지다. 핵탄미사일이나 핵어뢰를 발사하여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핵타격전법이 있고, 발사한 핵탄미사일을 항공모함 상공에서 터뜨려 강력한 핵폭발 전자기파를 방사시킴으로써 항공모함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핵전자기파공격전법이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핵타격전법이나 핵전자기파공격전법을 쓰면, 미국의 보복핵공격을 받을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조선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대함미사일로 항공모함을 공격해야 하는데, 조선이 100,000톤급 항공모함을 공격하려면, 대함미사일을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이 쏘는 화력집중전법을 써야 한다. 하지만 대함미사일을 불소나기처럼 집중발사하여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화력집중전법은 조선이 첨단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이전에 연습하던 낡은 전법이다. 오늘 각종 첨단무기체계를 만들어내는 조선이 그 낡은 전법을 역사의 기록장에 남겨둔지는 꽤 오래되었다. 

 

둘째, 나는 2015년 2월 9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공중-수중기습타격전법 연습한 북의 항모격침결사대’라는 제목의 글(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0206)에서 무전파저공비행과 해수면밀착비행으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방공망을 뚫고 돌입한 조선인민군 추격기 편대가 항모사령탑을 파괴하는 쌍기출격전법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항모타격단의 방공망을 뚫고 돌입하려면, 미그-29와 미그-23을 각각 2대씩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출격시켜야 하므로, 쌍기출격전법이라 한다. 쌍기출격전법은 전투비행사들이 출격 직전에 맹세문을 쓰고 죽음을 각오한 육탄정신으로 돌입하여 항모사령탑을 항공유도폭탄으로 파괴하는 전법이므로, 전투비행사들이 희생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조선은 전투비행사들의 위험을 피하면서도 항모사령탑을 파괴하는 새로운 항모공격전법을 개발하였다.

 

조선의 새로운 항모공격전법은 초정밀탄도미사일을 한 발만 쏘아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일격필살전법이다. 그런 일격필살전법을 쓰려면, 항공모함이 한 발만 맞고서도 뇌사상태에 빠질 가장 치명적인 ‘급소’를 골라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쏘아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 해군 항공모함의 치명적 ‘급소’는 64m 높이로 솟아있는 사령탑이다. 항모타격단 지휘관들과 각종 전자장비들이 총집결된 항모사령탑은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항모타격단 전체를 지휘통제하는 두뇌다. 그러므로 조선이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쏘아 500km 밖에 있는 항모사령탑을 파괴하면, 항모사령관실, 항모전투지휘소, 비행갑판통제실, 항모항공교통통제실이 한꺼번에 파괴되어 항공모함은 다시 깨어나지 못하는 뇌사상태에 빠진다. 항공모함이 뇌사상태에 빠지면, 항모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받는 항모타격단은 오합지졸로 전락하게 된다. 조선이 명중오차가 7m밖에 되지 않는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그 미사일 한 발로 항모사령탑을 단번에 파괴하는 항모급소정밀타격전법을 완성하였음을 의미한다.

 

셋째, 조선의 일격필살전법은 동해에 있는 ‘코리아작전구역’에 진입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격침, 수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항모사령탑만 파괴하는 것이다. 만일 조선이 강력한 미사일공격으로 화력을 집중시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격침, 수장시키면, 항공모함에 설치된 원자로가 파괴되어 바다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것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에는 550메가와트급 가압경수로 2기가 설치되었는데, 수심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가압경수로 2기에서 방사능물질이 흘러나오는 끔찍한 해양오염은 동해를 ‘죽음의 바다’로 전변시킬 것이다. 조선이 500km 밖에서 항모사령탑을 명중시킬 초정밀타격수단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촬영한 보도사진에서 전투부를 확대한 것인데, 전투부가 유난히 길다. 그 전투부에는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라고 부르는 정밀조종유도장치가 들어 있다. 아래쪽 사진은 미국에서 개발된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를 촬영한 것이다.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는 항모사령탑에서 발신되는 레이더전파를 수신하여 항공모함이 있는 방향을 알아내고, 항공모함을 향해 레이더전파를 발신하여 비행 중인 탄도미사일과 항공모함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여 타격좌표를 정확히 알아내는 식으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유도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이 탄도미사일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타격능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탄도미사일을 타격목표로 정확히 조종유도할 수 있는 조선의 첨단항법장치에서 찾아야 한다. 일반 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관성항법장치(inertial navigation system)가 들어있고, 정밀타격도가 비교적 높다는 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위성항법장치(satellite navigation system)가 들어있는데, 그런 항법장치들만 가지고서는 미사일 명중오차를 7m로 줄일 수 없다.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 전투부에는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active radar homing guidance system)라고 부르는 정밀조종유도장치가 들어 있다.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에 유난히 긴 전투부가 장착된 까닭은 그 전투부에 관성항법장치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밀부품들로 이루어져 크기가 관성항법장치보다 훨씬 더 큰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가 추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는 전파발신기능과 전파수신기능을 모두 수행하는데, 항모사령탑에서 발신되는 레이더전파를 수신하여 항공모함이 있는 방향을 알아내고, 항공모함을 향해 레이더전파를 발신하여 비행 중인 미사일과 항공모함 사이의 거리를 실시간 측정하여 타격좌표를 알아내는 식으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에서 발신되는 레이더전파는 먼 거리에 도달하지는 못하므로, 조선의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은 능동비행구간에서 관성항법장치로 비행하다가 말기비행구간에서 능동형 레이더자동유도장치를 작동시켜 타격대상을 향해 유도되는 것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미국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을 향해 탄도미사일 재돌입체가 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장면을 형상한 컴퓨터합성사진이다. 조선은 동해안으로부터 500km 떨어진 해상에서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이동좌표를 알아낼 탐지수단들을 자기 식으로 개발하였다. 그 탐지수단들은 초수평선 레이더, 지구관측위성,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조선식으로 개발된 탐지-정찰-타격종합체와 통합지휘통제체계

 

초정밀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500km 밖에 있는 항공모함을 초정밀탄도미사일로 공격하려면, 항공모함의 좌표를 알아내야 하는데, 바다 위에서 이동하는 항공모함을 500km 밖에서 찾아내어 실시간 이동좌표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른 미사일강국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정찰위성, 초수평선 레이더, 무인전략정찰기를 모두 동원해야 500km 밖에서 이동하는 항공모함의 좌표를 알아낼 수 있다.

 

정찰위성은 자기 안에 설치된 전자광학장치로 바다 위에서 이동하는 항공모함을 촬영하고, 그 영상을 전파로 변환시켜 정찰본부에 송신하는 식으로 항공모함의 좌표를 알려준다. 하지만, 야간이나 구름이 낀 날에는 전자광학장치를 사용할 수 없으며, 지구궤도를 일정한 속도로 계속 선회하는 정찰위성이 시시각각 바뀌는 항공모함의 실시간 이동좌표를 파악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정찰위성의 그런 제한성을 보완해주는 것이 초수평선 레이더다. 초수평선 레이더 발신안테나가 발신한 단파신호가 대기권 전리층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수평선 너머에 있는 물체에 도달하게 되고, 그 물체에서 반사된 단파신호가 또 다시 대기권 전리층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초수평선 레이더 수신안테나에 도달하는 식으로 500km 밖에 있는 항공모함의 좌표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처럼 정찰위성과 초수평선 레이더로 항공모함의 좌표를 알아낼 수는 있지만,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이동좌표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지는 못한다. 이동좌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임무는 항공모함 상공에 접근한 무인전략정찰기가 맡는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위에 열거한 세 가지 탐지수단을 하나도 갖지 못했으므로, 조선이 탄도미사일로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조선은 500km 밖에서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이동좌표를 알아낼 탐지수단들을 자기 식으로 개발하였다. 만일 조선이 그런 탐지수단들을 갖지 못했다면, 왜 초정밀탄도미사일을 만들었겠는가.

 

첫째, 조선은 황해남도에서 남쪽으로 약 1,300km 떨어진 일본 오끼나와(沖繩)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 상공을 감시할 수 있고, 괌(Guam)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향해 접근하는 것을 1,300km 밖에서 탐지할 수 있는 초수평선 레이더를 가동하고 있다. 오끼나와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F-22 스텔스전투기가 전속력으로 비행하면, 황해남도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조선은 1,300km 밖을 감시하는 초수평선 레이더를 가동하는 것이다.

 

둘째, 조선은 정찰위성을 아직 갖지 못했지만, 지구관측위성들인 광명성-3호와 광명성-4호가 정찰위성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행하고 있다. 조선의 지구관측위성은 하루에 4번씩 동해 상공을 통과하는데, 광명성-3호와 광명성-4호가 교대로 통과하므로, 약 3시간에 한 차례씩 동해 상공을 통과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진입하는 경상북도 울릉도와 일본 오끼제도(隱岐諸島) 중간쯤에 있는 ‘코리아작전구역’ 상공을 조선의 지구관측위성 2기가 약 3시간에 한 차례씩 관측하면서 항모타격단의 출현 여부를 감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5월 8일 조선의 대외선전웹싸이트 '우리민족끼리'에 방영된 '도발적인 <싸드>배치 강행책동으로 명백히 드러난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침략적 정체'라는 제목의 좌담회 중에 나오는 화면인데, 조선의 지구관측위성이 경상북도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차량을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서 검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두 개의 물체가 바로 그 발사차량들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차량은 차체 길이가 12m인 M1975 발사차량이다. 그 발사차량을 식별할 수 있다면, 발사차량보다 훨씬 더 큰 항모사령탑을 식별하는 것은 더 쉽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6>은 조선의 지구관측위성이 경상북도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차량을 촬영한 것인데, 그 위성사진에서 차체 길이가 12m인 M1075 발사차량을 식별할 수 있으므로, 항모사령탑을 식별하는 것은 더 쉽다. 이 사진은 조선의 신형 초정밀타격미사일이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사드발사차량을 족집게 식으로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 조선은 제5세대 무인항공기인 방현-5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를 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방현-5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는 무게가 약 1.6t이고, 비행속도는 시속 200km이며, 항속거리는 2,000km다. 조선은 초수평선 레이더와 지구관측위성을 동원하여 동해 전역을 24시간 감시하다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동해 ‘코리아작전구역’에 들어가려고 남해로 접근하면, 즉각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를 그 구역 상공으로 출동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코리아작전구역’ 상공에 은밀히 나타난 방현-5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움직임을 정찰하면서 항공모함의 실시간 이동좌표를 파악할 수 있다. 

 

넷째, 조선인민군은 초수평선 레이더, 지구관측위성, 스텔스무인전략정찰기, 초정밀탄도미사일 발사체계를 하나로 연결한 탐지-정찰-타격종합체를 가동하게 되는데,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정찰을 연결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통합지휘통제체계(C4ISR)가 그 종합체를 지휘통제하게 될 것이다. 조선인민군 통합지휘통제체계에 관해서는 2017년 3월 13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화성포병들의 지능-정보화된 동시발사훈련, 백악관의 공포 더 커졌다’에서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2354)

 

▲ <사진 7> 이 사진은 미국 해군 구축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자행한 침략전쟁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순양함과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하는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을 개시한다. 그래서 조선인민군은 초정밀탄도미사일로 미국 해군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것과 동시에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순양함, 구축함들도 공격해야 한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동해 '코리아작전구역'에 들어가 공격징후를 드러내 보이면, 조선인민군이 먼저 그들을 선제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 지대함순항미사일과 함대지순항미사일의 운명적인 대결

 

조선인민군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장장 60여 년 동안 항모타격단을 공격하기 위한 전법과 전투력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증강해왔다. 항모타격단을 제압하면 최후결전을 신속히 결속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항모타격단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므로, 미국은 항모타격단이 제압당하면 전쟁을 하지 못한다. 전시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100,000t급 핵추진 항공모함 1척,  9,700t급 순양함 2척, 9,300t급 구축함 3척, 7,900t급 공격잠수함 2척, 49,000t급 보급함 1척으로 확대편성된다.

 

조선인민군이 동해 ‘코리아작전구역’에 진입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제압하려면, 위에서 서술한 일격필살전법으로 항공모함을 공격하면서 그와 동시에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수상함, 잠수함들도 공격해야 한다. 동시다발공격을 해야 하는 까닭은,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수상함, 잠수함들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하기 때문이다. <사진 7>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하는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을 개시한다는 사실은 이라크전쟁에서도 확인되었다. 2003년 3월 19일 이른 아침 미국이 이라크침략전쟁을 개시한 첫 시각, 미국 해군 순양함 1척, 구축함 1척, 공격잠수함 2척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발을 집중발사하여 이라크전략거점들을 파괴하였다. 당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한 수상함, 잠수함들은 홍해와 페르시아만에 배치되었다. 홍해에서 이라크로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사우디 아라비아 영공을 넘어갔고, 페르시아만에서 이라크로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쿠웨이트 영공을 넘어갔다.

 

그런데 항모타격단이 조선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려면, 항모타격단을 서해나 남해, 또는 일본 태평양 연안에 배치하지 못한다. 서해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중국의 턱밑에 항모타격단을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남해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한국 영공을 넘어가게 할 수도 없으며, 일본 태평양 연안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일본 영공을 넘어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미국 해군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조선을 공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동해로 항모타격단을 진입시켜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치명적 약점으로 된다. 왜냐하면 미국 해군이 동해에 설정해놓은 ‘코리아작전구역’은 조선인민군으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항모타격단이 ‘코리아작전구역’에 들어가 공격징후를 보이면, 조선인민군이 먼저 그들을 선제공격할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선제공격은 일격필살전법으로 항모사령탑을 파괴하여 항공모함을 뇌사상태에 빠뜨리는 것과 동시에 대함순항미사일을 집중발사하여 순양함, 구축함, 보급함들을 격침, 수장시키는 것이다.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공격잠수함은 수중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대함순항미사일로는 격침하지 못한다. 미국 해군 공격잠수함을 수중에서 상대하는 적수는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이다. 동해에서 벌어질 조선과 미국의 잠수함전 예상씨나리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서술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동해에 진입한 미국 해군 수상함들을 상대하는 조선인민군의 대함순항미사일 공격에 대해서만 서술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7년 6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지대함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는데, 그 시험발사는 “기존의 무기체계보다 기술력을 보다 향상시킨 신형 지상대해상순항로케트”를 처음 시험발사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노재천 공보실장이 지난 6월 8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은 당일 오전 6시 18분경부터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북동쪽으로 지대함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고 한다.

 

조선이 실전배치한 각종 지대함순항미사일들은 ‘금성’이라는 별이름으로 통칭된다. 이를테면, 금성-1 지대함순항미사일, 금성-2 공대함순항미사일, 금성-3 함대함순항미사일 등이다. 지난 6월 8일에 시험발사된 신형 지대함순항미사일은 금성-1 지대함순항미사일보다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지대함순항미사일이므로, 금성 계열 대함미사일의 작명관례에 따르면, 신형 지대함순항미사일은 금성-4 지대함순항미사일이다.

 

▲ <사진 8> 이 사진은 2017년 6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신형 지대함순항미사일 시험발사장에 나타난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사격을 준비하면서 원통형 발사관을 들어올린 장면이다. 이 신형 미사일은 금성-4 지대함순항미사일이다. 금성-4는 3초 간격으로 1발씩 연속해서 4발을 발사할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 고도와 방향을 날새처럼 자유자재로 바꾸는 절묘한 순항비행

 

<사진 8>에 나타난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에는 발사관이 4개 실렸는데, 이것은 금성-4를 3초 간격으로 1발씩 연속해서 4발을 발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금성-4와 같은 종류의 대함순항미사일이지만, 성능은 금성-4보다 뒤지는 러시아의 Kh-35 대함순항미사일이 그런 연속발사능력을 가졌다. 금성-4 시험발사에 관련하여 <연합뉴스>가 2017년 6월 8일과 6월 9일에 각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1) 금성-4는 발사 직후 약 2km 고도로 상승하였다가 곧바로 하강하여 초저공비행을 하였다. 금성-4는 길이가 4m도 되지 않는 작은 비행체다.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2km 고도로 상승하였다가 곧바로 하강하여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작은 비행체를 탐지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조선이 금성-4를 연속해서 4발 쏘았는데도, 한국군 합참본부 노재천 공보실장은 조선이 여러 발을 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히 몇 발을 쏘았는지는 분석하는 중이라고 어물어물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찰위성은 금성-4 발사징후를 포착하였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6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금성-4가 발사되기 직전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지점에 배치된 정황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 <사진 9> 위쪽 사진은 2017년 6월 8일 아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국제비행장 활주로 남쪽에 있는 해안전망관 노대에서 금성-4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금성-4를 실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위치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은 미국 정찰위성이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원산국제비행장 부근에서 금성-4 시험발사가 진행되었음을 말해주고, 미국 정찰위성이 조선 상공을 지나가며 주간감시를 시작하는 아침시간에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위치로 이동하였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금성-4 발사징후를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한 것이다. 그렇게 노출한 까닭은, 금성-4 발사징후를 노출해도, 미국 정찰위성은 비행고도와 비행방향을 날새처럼 자유자재로 바꾸며 날아가는 금성-4의 절묘한 순항비행을 전혀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미국 정찰위성이 금성-4 발사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정찰위성의 탐지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조선이 발사징후를 일부러 노출하였기 때문이다. 그 사연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사진 9>에 실린 두 장의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국제비행장 활주로 남쪽에 있는 해안전망관 노대에서 금성-4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장면, 그리고 금성-4를 실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위치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은 미국 정찰위성이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원산국제비행장 부근에서 금성-4 시험발사가 진행되었음을 말해주고, 미국 정찰위성이 조선 상공을 지나가며 주간감시를 시작하는 아침시간에 자행발사대차가 발사위치로 이동하였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금성-4 발사징후를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한 셈이다. 왜 그렇게 하였을까? 그 까닭은 금성-4 발사징후를 노출해도, 미국 정찰위성은 비행고도와 비행방향을 날새처럼 자유자재로 바꾸며 날아가는 금성-4의 절묘한 순항비행을 전혀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3) 비행고도와 비행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날아가는 금성-4의 절묘한 비행능력은 선회비행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발사된 순항로케트들은 정확하게 선회비행하여 조선 동해상에 띄워놓은 목표선을 탐색하여 명중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금성-4는 중간비행구간에 네 차례 선회비행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성-4와 같은 종류의 대함순항미사일이지만, 성능은 금성-4보다 뒤지는 러시아의 Kh-35 대함순항미사일이 선회비행을 네 차례 하는 능력을 가졌다. 금성-4의 절묘한 선회비행은 섬 뒤쪽에 숨거나 항구 안에 정박한 타격목표를 끝까지 추적하여 파괴하는 고도의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며, 섬을 몇 바퀴 빙빙 돌면서 교전상대의 요격미사일을 따돌리고 타격목표로 돌진하는 고도의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다.

 

(4) 한국군 합참본부는 금성-4의 비행거리가 약 200km라고 밝혔다. 미국 정찰위성은 금성-4의 절묘한 순항비행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지만, 금성-4가 표적선박에 명중하였을 때 발생한 폭발화염을 미국 조기경보위성이 포착하였고, 그로써 금성-4의 비행거리를 산정할 수 있었다. 금성-4는 중간비행구간에서 네 차례 선회비행을 하고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갔으므로, 실제 사거리는 3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지난 시기 금성-1 지대함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160km에서 200km로 늘였는데, 이번에 사거리가 그보다 더 긴 신형 지대함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원산에서 ‘코리아작전구역’까지 거리는 약 500km이므로, 사거리가 300km인 금성-4를 원산에서 발사하면 ‘코리아작전구역’에 있는 항모타격단을 공격하지 못한다. 조선인민군이 금성-4를 발사하여 항모타격단을 공격하려면, 금성-4를 장착한 스텔스고속전투함을 원산에서 200km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 해상으로 출동시켜야 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항모타격단을 공격하기 위해 스텔스고속전투함과 함께 미그-23 추격기 편대를 ‘코리아작전구역’ 상공으로 출동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항모사령탑을 파괴하는 일격필살전법으로 항공모함을 뇌사상태에 빠뜨리면 함재기들이 이륙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순양함과 구축함들은 함대공미사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무전파저공비행과 해수면밀착비행으로 순양함과 구축함의 방공망을 뚫고 돌입한 조선인민군 미그-23 편대들은 항공유도폭탄을 집중투하하여 순양함과 구축함들을 격침, 수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 10> 

 

▲ <사진 10> 위쪽 사진은 2017년 6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금성-4 지대함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미사일을 사격하는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금성-4가 불줄기를 세차게 내뿜으며 순항비행을 하는 장면이다. 금성-4는 중간비행구간에서 네 차례 선회비행을 하고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사거리는 3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성-4의 절묘한 선회비행은 섬 뒤쪽에 숨거나 항구 안에 정박한 타격목표를 끝까지 추적하여 파괴하는 고도의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며, 섬을 몇 바퀴 빙빙 돌면서 교전상대의 요격미사일을 따돌리고 타격목표로 돌진하는 고도의 공격력을 과시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성-4 시험발사에서 초저공장거리순항비행체제에로의 신속한 진입능력, 탄상복합유도머리의 목표포착능력, 그리고 타격목표를 향해 돌입하는 급격한 고도이행능력이 확증되었다고 한다. 이건 무슨 뜻일까? 초저공장거리비행체제로 신속하게 진입하였다는 말은, 금성-4가 발사 직후 약 2km 고도로 상승하였다가 신속히 하강하여 초저공으로 장거리순항비행을 하였다는 뜻이다. 순항미사일이 발사 직후 신속하게 하강비행을 하지 못하면, 교전상대의 탐지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으므로, 신속한 하강비행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탄상복합유도머리의 목표포착능력이 확증되었다는 말은, 절묘한 선회비행을 거듭하면서 해상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던 금성-4가 전투부 맨 앞의 탄상복합유도머리에 들어있는 능동형 레이더탐색기로 해상타격목표를 포착하였다는 뜻이다. 해상에서 이동하는 표적선박의 실시간 이동좌표를 정확히 파악해야 실전에서 적함선을 타격할 수 있으므로, 이동타격목표를 포착하는 능력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타격목표를 향해 돌입하는 급격한 고도이행능력이 확증되었다는 말은, 초저공으로 장거리순항비행을 하는 금성-4가 능동형 레이더탐색기로 해상타격목표를 발견한 뒤에 일정한 거리에서 비행고도를 급격히 높이며 급상승하였다가 다시 급강하하면서 초저공으로 고속돌진하여 해상타격목표에 명중하였다는 뜻이다. 이것은 조선의 국조인 참매가 먹이감을 향해 고속으로 돌진비행할 때 보여주는 절묘한 비행전환능력을 방불케 한다. <사진 11>

 

▲ <사진 11> 위쪽 사진은 사거리가 금성-4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러시아의 대함순항미사일 Kh-35를 실물과 똑같이 형상한 컴퓨터합성사진이다. 초저공으로 장거리를 비행하는 금성-4는 능동형 레이더탐색기로 해상타격목표를 발견한 뒤에 해상타격목표에서 50km 떨어진 거리에서 비행고도를 급격히 높이며 급상승하였다가 다시 급강하하면서 해수면으로부터 3m 고도의 초저공으로 고속돌진하여 해상타격목표에 명중하였다. 이것은 절묘한 비행전환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금성-4 지대함순항미사일이 사격위치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해상에 띄워놓은 표적선박에 명중하여 화염과 연기가 뿜어져나오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목되는 문제는, 금성-4가 200km 밖에 띄워놓은 표적선박을 얼마나 먼 거리에서 발견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타격목표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타격목표를 발견하면, 적함선에서 쏘는 요격미사일에 격추당할 위험이 높으므로, 요격미사일이 도달하지 못하는 거리에서 적함선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사거리가 금성-4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30km인 러시아의 대함순항미사일 Kh-35의 타격목표탐색거리는 50km이므로, 금성-4는 최소한 적함선으로부터 50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적함선을 발견하는 목표포착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선이 초정밀탄도미사일과 금성-4 지대함탄도미사일을 연속적으로 시험발사한 것은, ‘코리아작전구역’으로 진입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그 두 종의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칼 빈슨함이 이끄는 제1항모타격단은 지난 4월 29일 ‘코리아작전구역’에 진입하여 한국 해군과 합동훈련을 벌여왔으나, 5월 29일 조선이 초정밀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자, 이틀 뒤에 황급히 그 구역을 떠나 미국 본토로 돌아갔다. 지난 5월 16일 요꼬스까해군기지를 떠나 제1항모타격단과 임무를 교대하려던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제5항모타격단은 임무교대를 포기하고,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동해쪽 일본 영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2척과 공동훈련을 벌이더니 6월 7일에 오끼나와로 떠났다. 2개의 항모타격단이 한국 해군 함대와 함께 조선에게 사상 최대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 것은, 조선의 우세한 미사일능력 앞에서 공포를 느낀 미국 항모타격단에게 퇴각명령이 내려졌음을 말해준다. 조미핵대결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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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장에 입후보 합니다”, 노종면 올림

 

노종면, 측근들에 "복직의 꿈 내려놓고 사장 입후보" 공언… "사장 떨어지면 YTN 떠날 것" 배수의 진도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7년 06월 11일 일요일
 

'YTN 해직기자' 노종면 기자가 YTN 신임 대표이사 공모에 출사표를 던졌다.

노종면 기자는 11일 YTN 노동조합, 동료 해직기자 등 YTN 관계자 및 측근들에게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 하기로 결심했다"는 출마의 변을 남기며 YTN 대표이사 공모 입후보를 공식화했다.

노 기자는 측근들에게 남긴 글을 통해 "첫 직장, 꼬박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으면서도 지켰던 회사, 내게 기자로 살게 해준 언론사 YTN. 바로 그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지 삼천일이 넘었다"면서 "이제 삼천일 넘게 지켜온 복직의 꿈을 내려놓는다. 나는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을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나온 노종면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을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에 나온 노종면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노 기자는 "이 결심으로 복직 투쟁에 함께 해오신 분들께서 실망을 하게 될 지, 본질이 같은 것으로 이해해 주실 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해를 구한다"면서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다"고 출마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사장 떨어져도 복직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다수라면 나는 지금 당장 결심을 철회하겠다. YTN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 기자는 또한 YTN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향해 "만약 뜻을 이룬다면 YTN 공정방송 투쟁의 승리로 규정하고 YTN의 개혁, 진정한 통합과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서겠다"며 "그때 동지들이 9년 동안 펼치지 못했던 지혜와 벼려두었던 용기를 분출시켜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YTN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다. 나의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다"며 "2017년 6월 11일 양평 새꽃마을에서, 동지들께 늘 고마움을 안고 사는 노종면 올림"이라는 말을 끝으로 출마의 변을 마쳤다.  

노종면 기자는 지난 2008년 10월 이명박 정부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구본홍 전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다 권석재·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등 기자 5인과 함께 해직됐다. 이후 노 기자는 3171일, 8년이 넘는 시간동안 YTN 복직투쟁을 이어왔다.  

 

한편 조준희 전 YTN 대표이사는 지난 5월19일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YTN은 오는 16일까지 공모절차를 마감해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2~3배수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이들 중 한 명을 사장으로 최종 선정한다. 공식 선임은 오는 7월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사추위는 총 5명으로 YTN 대주주 한전KDI, 한국마사회, KGC인삼공사 등이 추천한 인사 3명과 시청자와 사원 대표가 각 한 명씩 위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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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16건 유죄선고 판사도 “양심자유 침해” 무죄 판결

 

등록 :2017-06-11 19:38수정 :2017-06-12 09:21

 

무죄 판결문 13건 들여다보니…
“인권위서 확인한 결론” 강조하며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사유 인정

“양심적 병역거부자 세계 최대 수감”
국제인권기관 권고도 무죄 근거로

‘시민사회 관용은 공익에 기여’ 판단
“소수자 보호가 법원 역할” 지적도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병역법과 예비군법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입영·소집·훈련 거부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재판의 쟁점은 양심의 자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다. 지난 8일까지 올해 13건의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와 국제인권 규범의 해석, 국내외 상황 등 다양한 근거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이형주 부장판사는 지난 5월24일 조아무개(22)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국방의 의무 이행에는 우월한 가치를, 양심 실현의 자유는 열위의 가치를 부여해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11월28일 결정문을 인용했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이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16건을 유죄로 선고했다”고 밝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일부 판사에게만 통용되는 법해석론이 아니라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에서 확인한 결론임을 이 판결로써 강조한다”며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국제인권기관의 꾸준한 권고와 국제인권 규범도 중요한 무죄 근거다. 전주지법 김선용 부장판사는 유엔인권위원회·유엔인권이사회·자유권규약위원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유럽인권재판소의 선고 등을 두루 살폈다. 그리고 판결문에 “국제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감된 우리나라 상황에 지속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기준에도 부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판사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서울동부지법 김주옥 단독판사는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하거나 이들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국제적 선례가 보고된 바 없고 오히려 대만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자 군복무 기간과 동일하게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이연진 단독판사도 “대체복무가 국가 전투력에 큰 손실을 가져와 국가안보를 현실적으로 위태롭게 한다고 국내외 역사적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며 “소수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와 그에서 비롯한 시민사회의 관용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이라는 공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판결도 있다. 이연진 단독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했고, 법원은 사법부의 소수자 보호 및 기본권 보장 의무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법 이정재 단독판사는 “법원의 역할 중 하나는 다른 생각·의견을 가진 소수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양심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를 건전한 사회, 이성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8340.html?_fr=mt1#csidxb97512d7553fc299dccb4ff06ad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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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멀지않았다”

 
10일자 기명 논설서 주장…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 총파산 선언하는 분기점”
▲사진출처 : 노동신문 홈페이지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머지않았다고 밝혀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총파산은 력사의 필연이다’라는 제목의 기명 논설에서 “트럼프는 올해 초에 미국에 닿을 수 있는 조선의 핵무기 개발이 최종단계에 이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희떠운 나발을 불어댔다”고 비난하곤 “하지만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조선이 대륙간탄도로케트를 시험발사할 시각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것을 명백히 확증해주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특히 “우리는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에 필요한 첨단기술들을 모두 우리의 것으로 확고히 틀어쥐였다”면서 지난달 14일 시험발사된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근거로 들었다. ‘화성-12’형이 최고 정점고도 2111.5km까지 상승 비행한 게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의 관건인 대출력 엔진 문제를 해결했음을 실증하고, 또 787km를 날아가 공해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한 것은 대기권재돌입 기술(열 차폐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신문은 “우리나라에서 태평양과 미본토의 중심을 넘어 대서양과 면해있는 북동부 뉴욕까지의 거리는 1만400km 정도”라며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이만한 정도의 거리는 결코 먼 거리가 아니다. 그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미국의 모든 곳은 우리의 타격권 내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이것이 현실로 증명될가봐 불안에 떨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본토 임의의 곳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로케트의 발사를 단행하는 경우 핵위협 공갈과 전쟁도발을 기초로 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종말을 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반드시 있게 될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의 대성공은 바로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총파산을 선언하는 매우 중대하고도 력사적인 분기점”이라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끝으로 “하늘이 통채로 무너져도, 이 행성이 산산쪼각난다고 해도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는 우리의 최고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에 주체조선의 존엄과 천만군민의 심장 속에서 높뛰는 결사의 각오를 싣고 반드시 만리대공으로 기운차게 날아오를 것”이라며 “(시험발사의)대성공이라는 승전소식으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총파산을 준엄히 선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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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관 ‘진보’ 김상곤, 법무장관 ‘탈검찰’ 안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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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6/12 07:40
  • 수정일
    2017/06/12 07:4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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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장차관 인사]교육장관 ‘진보’ 김상곤, 법무장관 ‘탈검찰’ 안경환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ㆍ5개 부처 장관 내정…국방 송영무, 환경 김은경, 노동 조대엽
ㆍ문 대통령 개혁 의지 반영…송 ‘위장전입’· 조 ‘음주운전’ 공개

교육 김상곤, 법무 안경환, 국방 송영무, 환경 김은경, 노동 조대엽

교육 김상곤, 법무 안경환, 국방 송영무, 환경 김은경, 노동 조대엽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국방부 장관에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법무부 장관에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환경부 장관에는 김은경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대표가 내정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18개 부처 장관 중 11명의 장관 인선이 이뤄졌다. 

발표된 장관 내정자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이면서 개혁 성향이 강하다. 특히 교육·검찰·국방 분야 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출신인 김상곤 내정자는 2009년 진보적 인사로는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 교육감이 되어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진보적 교육정책을 실행한 인물이다. 박 대변인은 김 내정자에 대해 “교육개혁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경환 내정자는 임명될 경우 1950년 김준연 전 법무장관 이후 처음으로 비검찰·비고시 출신 법무장관이 된다. 비검찰·비고시 출신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며 “문 대통령의 법무부 탈(脫)검찰화 약속 이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송영무 내정자는 2004년 윤광웅 전 장관 이후 13년 만에 첫 비육사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박 대변인은 “국방전략과 안보 현안에 대한 전문성과 업무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군 조직과 국방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송 내정자와 조대엽 내정자에 대해 각각 주민등록법 위반, 음주운전 사실이 있다고 먼저 공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내정자는 음주운전 문제가 있었지만 사고로 이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송 내정자는 주민등록법 위반이 확인됐는데 군인 특성상 발생한 문제로 파악돼 청문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세청장에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 환경부 차관에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노동부 차관에 이성기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국사편찬위원장에 조광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 등 4명의 차관급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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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6112305005&code=910203#csidxc879c59803b2f998c7ea27c423080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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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들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위해 새로운 투쟁 시작”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가장 큰 적폐는 국보법·종북몰이”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06-10 17:30:10
수정 2017-06-10 2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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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함세웅 신부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함세웅 신부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해 10일 열린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정부가 주최한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이어 열렸다. 추모제는 1990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이 시민들과 함께 참여했다.

올해 추모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촛불혁명 원년'에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부여된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6월 항쟁과 촛불혁명을 완성해내자"고 결의했다.

국가폭력 희생자 백남기 농민도 추모 대상 포함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생사를 오가다가 지난해 9월 25일 운명한 백남기 농민도 올해부터 추모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백남기 농민 외에도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한광호 열사와 올해 3월 운명한 서경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등 모두 16명이 추모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추모 대상은 총 650여명에 달한다. 특히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이한열 열사와 '박근혜 퇴진' 촛불을 키운 백남기 농민은 모두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와 관련 범국민추모위원회 명예대회장인 함세웅 신부는 대회사에서 "정치권력이 폭력을 행사해 타살을 당한 분들이 계신다"며 "가정과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우리는 타살 당한 분들을 특별히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 문화권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스위스의 유명 신학자인 한스 큉은 예수 그리스도를 정의할 때 '30대 청년으로서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 특히 종교의 모순에 항거하면서 타살 당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함 신부는 또 "후손인 저희들이 다른 행업을 통해서, 그분들의 행업을 계승하면서 다시 그분들의 삶을 부활시키고 있다. 6월 항쟁 30주년이 된 올해는 1987년의 모든 희생자들과 아픈 삶을 다시 부활시킨 한 해라고 한다"며 "올해 민족민주통일 열사들에 대한 추모는 이런 의미에서 부활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하진 않지만 돌아가신 노동자· 농민 등 많은 분들의 뜻을 이어 받으면서 촛불을 통해 불의한 정권, 폭압 정권을 몰아내고 국민의 정권을 이룩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촛불 시민이 만든 정부'라고 겸허하게 고백하고 있다"며 "저희들이 더 힘을 모아 돌아가신 분들이 못 다 이룬 뜻을 이룩해낼 수 있도록 정권을 격려하고 밀어주고 감시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당부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가장 큰 적폐는 국가보안법과 종북몰이"
"열사·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해 투쟁해야"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해 나서자는 호소도 이어졌다.

함 신부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적폐, 1차적인 청산 대상은 국가보안법"이라며 국보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이것을 실현하기까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우리가 힘을 모아 보충해주면서 당대 정권에서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위대한 촛불항쟁은 박근혜와 국정농단 세력을 척결하면서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던 친일·친미·수구세력의 기반을 허물어내는 대변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으려는 수구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특히 분단을 악용해 아직도 종북몰이와 빨갱이 놀음에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도 종북·빨갱이요, 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과 행동도 종북이라 몰아대고 있으니, 이들이야말로 지난 70년 동안 유지돼온 적폐 중의 적폐, '분단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위대한 국민들의 민생민주대장정은 이제 수구세력의 분단 적폐를 허물어내는 범국민운동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천명했다.

한 대표는 특히 "이제 우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군사훈련 중단, 반전·평화투쟁에 매진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온전히 실현하는 국민운동을 힘차게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이 과거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현재의 투쟁으로 되살아나 민주주의의 튼튼한 터전이 되고, 희생과 열사가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 완성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행은 "우리가 부끄러운 마음 감출 수 없는 이유는 열사들의 절절한 외침과 그들의 정신을 이어 민중이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들지 못한 것과 열사와 희생자들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통해 역사적으로 단죄를 하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투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열사와 희생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고, 억울한 희생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이 반드시 처벌 받는 그날까지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장남수 공동추모위원장(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추모제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장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현명했다. 촛불을 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나라를 다시 세웠다. 이 나라가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잘 가꾸고 북돋아 줘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만발할 때 저기서 떠들고 있는 수구적폐세력은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촛불항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최저임금 만원 인상 ▲비정규직 철폐 및 노조 권리 보장 ▲백남기 농민 살인사건 책임자 처벌 ▲밥쌀 수입 즉각 중단 ▲청년 일자리 해결 ▲6.15, 10.4 선언 이행과 사드 배치 반대, 평화협정 체결 ▲공안탄압 중단과 모든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한일 '위안부' 합의안과 한일군사정보협정 폐기 등을 촉구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백남기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백남기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마련된 영정들을 한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인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6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마련된 영정들을 한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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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촛불,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다

 

[프레임전쟁] 9화 ‘괴담론’ ‘배후세력’ ‘폭력집회’ 조중동의 낡은 프레임이 무너지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7년 06월 11일 일요일

“체구가 작은 젊은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 주섬주섬 무슨 자료를 내밀었다. 두께가 얇지 않은 서류철에는 국영문 자료가 이것저것 섞여 있었다.” 초면에 그는 “미국산 소고기는 광우병 위험성에서 안전하지 않다” “소의 치아로 나이를 감별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라는 말을 쏟아냈다.

임은경 당시 민중의소리 기자는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라는 직함으로 널리 알려진 박상표씨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는 참여정부 때였던 2006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기 2년 전 일이다. 그때부터 박상표 국장은 여러 언론사를 방문하며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언론조차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 때 그는 뛰고 있었다.

고인이 된 그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PD수첩 제작진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일본 정부 문서, 영국 정부의 광우병 지침서, 미국 농무부 감사 보고서, 해외 광우병 학회지, 국제 토론회자료, 미국 시민단체의 연구보고서 등을 입수하고 분석해 정부의 ‘프레임’을 깨뜨렸다. 

조능희 전 MBC PD수첩 CP는 ‘추모의 글’에서 “제작진이 조중동의 왜곡기사와 관변어용의사·수의사,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법정에서 묵사발 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박상표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가 PD수첩 제작 및 재판과정에서 박상표 국장으로부터 e메일을 통해 받은 자료만 1000통 가까이 된다.

미국산 소고기, 참여정부 때부터 도마에 

무엇이 문제였을까. 영국에서 광우병 대란이 휩쓸고 간 이후인 2003년 12월말 미국에서 첫 번째 광우병이 발발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맺은 ‘소고기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했다. 이어 2004년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소가 발견됐고, 2005년 텍사스주에서 두 번째 광우병 판정이 내려졌다.

 
미국은 다급했다. 해외에 소고기를 팔지 못하게 되자 ‘대책’이 필요했다. 미국은 한미가 FTA 협상 중이라는 점을 이용한 묘수를 찾았다. ‘4대 선결조건’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와 한미FTA 협상을 연계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해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한다. 직후인 2006년 2월, 미국에서 세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라며 “30개월 미만 살코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국제기구의 권위를 빌린 프레임 전략이었다. 일찌감치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던 수의사 출신인 박상표 정책국장은 시민사회와 함께 정부의 프레임을 무너뜨린다. 

그는 “소의 나이를 세는 기준인 ‘월령’은 치아를 통해 감별하는데, 정확도가 15%에 불과하다”며 참여정부가 정한 기준으로도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영국·일본에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결과 20개월~30개월령 사이 소에서 100건 이상의 광우병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30개월 미만 소에도 광우병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그는 OIE가 사실상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고, 미국의 요구로 광우병 통제국가를 분류하는 기준을 5단계에서 3단계로 바꿨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OIE의 ‘권위’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광우병 위험성과 졸속협상 폭로, 공영방송의 힘  

3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 안전성 논쟁이 이어지던 도중, 정권이 교체됐다. 참여정부는 한미 FTA 바통을 이명박 정부에 넘겨야 했다. 시민사회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논쟁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19일,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을 발표한 것이다.  

최소한 참여정부는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위험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뼈와 부속물을 포함한 모든 연령의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 ‘수입 중단권’과 ‘도축장 취소권’ 등 검역 권한을 미국으로 넘긴 점도 문제였다.

▲ 2008년 4월 방영된 MBC PD수첩.
▲ 2008년 4월 방영된 MBC PD수첩.
 

이명박 대통령은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라며 ‘광우병 위험성’ 프레임을 봉쇄하고 나섰다. 그러나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내려진,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당시 일본과 타이완은 20개월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었고 중국, 호주는 수입을 거부한 상황에서 한국만 월령제한을 두지 않았다.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었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5월초부터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광화문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촛불집회가 시작된 것이다. 

당시 MBC PD수첩 게시판에는 미국산 소고기 문제를 취재해달라는 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PD수첩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을 폭로하는 등 가장 믿을만한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게 4월29일 MBC PD수첩 ‘미국산 소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이 전파를 타게 된다.  

방송은 충격적이었다. 미국은 소의 0.1%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져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고 단정하는 정부의 주장은 믿기 어려워졌다. 제 발로 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다우너소를 학대하며 도축장으로 끌고 가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전에도 다우너소 문제는 신문을 통해 관련 문제가 보도된 적은 있지만 영상매체는 활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가졌다. 

▲ MBC 취재진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 MBC 취재진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하고 있다. 사진=정철운 기자.
 

이 방송을 계기로 촛불집회가 확산된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 단위로 모였던 집회는 수만 명 규모로 군집하기 시작했으며 절정기였던 6월10일에는 주최 측 추산 70만 명이 참가했다. 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 이전까지 촛불집회로는 최다인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정부여당에게 MBC와 PD수첩은 눈엣가시가 됐다.  

PD수첩이 광우병 문제에 집중했다면 진보언론과 KBS, MBC는 보도를 통해 소고기 졸속협상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정부가 권위를 부여해온 OIE가 정작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입장을 낸 점도 폭로됐다.

이들 언론과 미디어몽구, 진보신당 칼라TV를 비롯한 대안 인터넷 미디어도 가세해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군홧발로 시민을 짓밟고 곤봉과 방패로 시민들을 공격하고 직사 물대포를 사용하는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노종면 해직기자가 총괄했던 YTN의 ‘돌발영상’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던 ‘뒷이야기’를 풍자 코드를 통해 보도했다. 2008년 5월7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어린학생들까지 이용해 괴담을 조장하고 정치적 선동거리로 접근한다”고 밝혔는데, YTN은 그가 참여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농림부 장관인지 미국을 대변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우리가 먹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물질이 있는 광우병소”라고 발언한 대목을 내보내며 ‘이중성’을 고발했다.  

돌발영상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국산 소고기 시식회’를 연 자리에서 한 의원이 “한우보다 맛잇네”라는 발언을 한 대목을 카메라에 담아 시민들의 공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돌발영상은 정운천 농림부 장관이 식당 소고기 원산제 표시제를 식당 주인의 ‘양심에 맡기는’ 방식으로 주먹구구로 밀어붙이는 과정을 내보내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PD수첩 vs 정부·조중동 

촛불집회 초기 정부와 조중동은 연합전선을 형성해 PD수첩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부여당은 연일 MBC 보도를 ‘왜곡’ ‘허위’로 규정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의 형사고발을 통해 ‘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정부의 ‘부실협상’과 ‘불통’ 문제를 덮기 위해서도 제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조중동은 동시에 PD수첩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2008년 5월2일 조선일보)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2008년 5월2일 중앙일보) “광우병 부풀리기 방송, 진짜 의도 뭔가”(2008년 5월9일 동아일보) 등으로 대동소이한 입장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부와 조중동이 ‘부풀리기’라고 지적한 대목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첫째, PD수첩이 ‘악마의 편집’을 했다는 주장이다. 다우너소가 모두 광우병에 걸린 소는 아닌데도 PD수첩이 광우병소로 단정했다는 것인데 이는 자료화면을 본 후 스튜디오에서 사회자가 순간적으로 잘못 표현한 것으로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 PD수첩을 비판하고 나선 조중동 보도.
▲ PD수첩을 비판하고 나선 조중동 보도.
 

미국에서 인터뷰한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데 ‘인간광우병’으로 왜곡했다는 것도 이들 신문의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왜곡이긴 하지만 유가족도 취재 당시까지는 ‘인간 광우병’으로 추정했고 미국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4월10일 폭스뉴스 기사 제목 역시 “버지니아주 22세 여성 인간광우병으로 사망가능성”이었다. 

 

오히려 ‘조중동의 적은 조중동’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한국인 유전형질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PD수첩이 소개한 연구가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했다는 논란을 보도했다. 관련 연구가 논쟁적인 건 사실이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동아일보는 2007년 3월23일자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기사에서 “프리온 유전자 분석결과 미-영국인보다 더 취약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TV 속 ‘미국 소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던 조선일보는 2004년 1월3일 보도에서는 “슈퍼파워 미국이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까지 자국 이익을 앞세워 힘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2003년 12월30일 조선일보는 “미국에서 광우병 발발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국정부가 취한 수입금지 관련 조치들은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08년 조선일보와는 판이하게 다른 관점이다. 
 

▲ '중앙일보' 7월8일 2면에 실린 사과문. 7월 5일 9면에 보도된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기사가 연출이라는 점을 밝혔다.
▲ '중앙일보' 7월8일 2면에 실린 사과문. 7월 5일 9면에 보도된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이란 제목의 사진기사가 연출이라는 점을 밝혔다.
 

‘괴담론’ 프레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안전성’까지 강조하려다보니 무리수가 나오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7월5일 “미국산 소고기 1인분에 1700원” 기사에서 젊은 손님들이 미국산 소고기 판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담았으나 사진에 담긴 손님들은 중앙일보 기자와 인턴기자로 밝혀져 논란이 불거졌고, 중앙일보는 사과했다.

촛불시민 vs 정부·조중동 

MBC PD수첩 공격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촛불집회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조중동은 오랜 기간 반복해오던 ‘낡은 프레임’을 하나씩 꺼내들었지만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배후세력론’부터 고개를 들었다. 조중동은 5월7일 전교조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아이들이 허무맹랑한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 줄 생각을 하기는커녕 아이들의 공포감을 최대한으로 높여 거리로 끌어내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조선일보) “학생들에게 터무니없는 불안감을 조장하고 집단행동을 부추긴다면 선생의 자격이 없다”(중앙일보) “온갖 억측과 괴담으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이를 시위에 이용하는 배후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동아일보)는 것이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조중동은 민주노총, 참여연대가 주축이 된 광우병대책국민회의 등을 ‘좌파친북단체’로 규정하며 ‘배후세력’으로 지목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당시 촛불집회는 특정 조직이 주도해 동원되는 형태가 아닌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배후세력으로 지칭되는 이들이 오히려 집회 변방에 머무는 모습이 목격됐다. 무대를 제공하고 행사를 진행한 광우병대책회의의 통제 역시 따르지 않는 시민이 많았다. 

배후세력론이 ‘무리한 프레임’이라는 비판은 동아일보 내부에서도 나왔다. 동아일보 노동조합은 2008년 7월 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를 내고 “촛불시위에 담긴 민심은 외면하면서 ‘좌파-친북단체 개입’ 등 ‘비순수성’을 부각시켜 이후 정당한 비판 보도까지 매도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자성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의 한 기자는 “학생들은 광우병 위험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고, 주부들은 식탁 먹을거리를 걱정하며 아이들을 업고 안은 채 촛불을 들었지만 이런 현장 분위기는 지면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6월10일을 기점으로 집회 참가자가 크게 늘어났을 때 조중동은 집회를 긍정적으로도 묘사하며 참가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다 집회 인원이 줄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력 집회’를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나서며 ‘강경 진압’을 부각한 진보언론·공영방송과 대척점에 섰다.  

6월27일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을 통해 “한 달 이상 서울 도심이 밤마다 시위대에 의해 점거돼 무법천지가 되고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게 눈치만 살피며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최보식 사회부장이 직접 쓴 기사였다. 이날 중앙일보 1면 기사는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였다. 두 신문 모두 시위대에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는 전경 모습을 담은 연합뉴스 사진을 썼다. 

집회가 막바지 폭력적 양상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 신문의 ‘폭력집회’ 프레임은 직사 물대포, 무분별한 방패 공격 등 전경의 폭력을 외면한 점에서 ‘반쪽짜리’였다. 또한, 왜 집회가 격렬해졌는지에 대한 분석도 빠졌다. 평화 기조를 유지하던 촛불집회는 정부가 ‘관보 게재’를 강행하며 격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자들은 조중동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직접 미디어의 왜곡에 대항하기도 했다.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통해 광고주를 압박했고 경향신문 등 진보신문 구독운동을 벌였다. 촛불은 KBS와 MBC로 옮겨가 ‘공영방송 사수’를 외쳤다.

▲ 2011년 MBC PD수첩 제작진 징계에 맞선 촛불시민들. 사진=이치열 기자.
▲ 2011년 MBC PD수첩 제작진 징계에 맞선 촛불시민들. 사진=이치열 기자.
 

조중동 프레임이 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일까. 공영방송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조중동 견제 역할을 했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도 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 아고라 등 커뮤니티를 통해 문제제기를 확산시켰고, 조중동이 말바꾸기를 하거나 낡은 프레임을 꺼낼 때마다 뉴스수용자들이 직접 반박했다. 포털 중심의 미디어 유통환경이 구축되면서 조중동=여론 독점이라는 말은 옛날 얘기가 됐다. 

그날 이후, ‘광우뻥’ 프레임과 무너진 공영방송 

그러나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오늘날의 인식에는 괴리가 있다. 포털 네이버에서 ‘광우병’을 검색하면 ‘선동’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뜬다. 일간베스트는 당시 촛불집회를 ‘광우뻥’이라고 부른다. 거짓 선동에 사람들이 놀아났다는 것이다. 보수언론도 세월호 집회, 사드배치 반대 집회 등에서 ‘괴담’을 강조하며 어김없이 2008년 촛불을 근거로써 끄집어낸다.  

“그렇게 난리쳤는데 결국 광우병 걸린 사람 한명도 없지 않느냐” 이 말의 힘이 강력한 게 사실이다. 2008년 당시에도 3억 명의 미국인들이 모두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있는데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하는 게 오히려 비과학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2008년 박상표 국장은 언론 기고글에서 이렇게 응수한 바 있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이 확인된 것은 1986년이다. 대중은 미친소를 사람이 먹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영국정부에 과학적 진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정부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광우병이 인체에 전염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며 광우병은 인체에 어떤 위험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4월까지 영국에서는 18만3256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163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완벽한 조치는 아니지만 촛불집회를 통한 강력한 저항 이후 ‘월령 제한 없는 소고기’에서 ‘30개월 미만 소고기’로 수입조건이 바뀌어 30개월 미만의 소고기만 수입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무엇보다 광우병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점이 더 많은 병’이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박상표 국장은 “유럽연합 일본 등의 국가와 소비자단체는 사전예방의원칙에 따라 GMO가 인간, 동물 및 환경에 위해성이 없다는 광범위한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는 상업화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마땅히 안전성이 확실하게 입증될 때까지 허용을 막는 ‘사전예방의 원칙’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PD수첩 제작진이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무죄’ 판결을 받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판부는 “방송은 어느 정도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 미국산 소고기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제작진은 징계무효소송 등 관련 재판 7건 모두 승소했다. ‘광우뻥’이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 2012년 12월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PD수첩 제작진. 사진=이치열 기자.
▲ 2012년 12월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PD수첩 제작진. 사진=이치열 기자.
 

그러나 공영방송은 무너졌다.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이 왜곡보도를 했다는 명분으로 공영방송 장악을 본격화했다. KBS 정연주 사장은 끌려 내려왔고 MBC 엄기영 사장은 MBC를 떠났다. 촛불집회 정국에서 정부를 강력하게 변호했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조중동은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송사업’에 진출했다.

2008년 발간된 ‘MB씨, MBC를 부탁해’에서 김보슬 당시 PD수첩 PD는 이렇게 지적했다. “민영방송이었다면 PD수첩은 황우석을 그런 식으로 보도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PD수첩도 없어졌을 것이다. 이번 미국산 소고기 방송을 하면서도 프로그램의 제작, 편집에 대한 권한은 공영방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보호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김현진 칼럼니스트는 당시 촛불집회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MBC 카메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MBC! MBC!하며 환호하는 것부터 시작해 카메라에 담기기 무안할 정도의 MBC 찬송가까지 다양하다. KBS도 요즘 인기가 좋다. 반면에 YTN과 SBS는 조금 홀대 받고 조중동 기자는 아예 강퇴 당한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진은 “엠빙신” 소리를 들으며 쫓겨나고 MBC로고를 떼고 보도해야 했다. 공영방송의 ‘잃어버린 9년’이다.  

※참고문헌 
박상표, ‘구부러진 과학에 진실의 망치를 두드리다’ 
임은경, ‘박상표 평전’ 
고재열 등, ‘MBC, MB씨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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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이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의 비밀

 
[평화통일시민강좌] <2> 강주원 인류학 박사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2015년과 지난해에 이어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새정부 통일정책, 이렇게 가야한다'를 주제로 7월 1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합니다. (☞강좌 소개 바로 가기)

10.4 선언의 주역이었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지난 10년간의 남북대결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정부가 시급하게 취해야 할 정책들이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고 다시 6.15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정권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냉전의 적폐를 해소하고 평화통일의 새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여론형성의 장이 될 ‘평화통일시민강좌’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강연은 강주원 인류학 박사의 강연입니다. 강 박사는 '대륙의 시작 한반도, 남북경제협력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남북한과 중국이 어떻게 경제적인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강 박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단둥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중국과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도 아우르는 접경 지역의 현황을 연구하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강연 내용입니다.  
 

▲ 강주원 인류학 박사 ⓒ평화통일시민행동


2년 전(2015년),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신한반도 경제지도'를 발표했습니다. 물류를 중심으로 한 이 지도는 나진, 부산, 남포, 인천 등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도에는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1998년부터 존재하였고 앞으로도 남북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천-단둥(중국) 노선이 빠져 있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 전후로 단둥에서 남북의 사람들이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1주일에 3번 인천에서 단둥으로 배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한반도 경제지도"에 인천-단둥이 빠져 있다는 것은 남북 경제교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한국사회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에 대해서 저의 졸저인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에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발표한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 ⓒ문재인 대통령 공식 블로그

 

▲ 2006년 단둥의 한 택배회사에는 서울-평양-중국의 택배 범위가 선명하게 표현되어있다. 약 10년 전 아니 최소한 단둥페리가 취항한 1998년부터 단둥은 삼국 물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였다. ⓒ강주원


북한 사람이 만든 'MADE IN CHINA'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노동자 5만 명 중 3만 명이 봉제 쪽에 일했고, 개성공단이 한창 잘 돌아가던 2010년대 이후 한국에 판매되는 속옷의 90%, 의류의 30%가 개성에서 만들어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3만 명의 노동자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단둥에서는 이런 일들이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졸저인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에서 언급한 바 있는 삼국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단둥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0년 5.24조치 이전에 한국의 봉제, 의류 쪽 회사들이 옷을 만들기로 결정하면 단둥에 있는 회사한테 하청을 주었고, 그 다음 단계로 단둥에 있는 한국 사람이 북한 사람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면 며칠 뒤부터 평양에서 옷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옷은 단둥을 거쳐 배에 실려 인천으로 들어옵니다.  

그 옷들은 'MADE IN DPRK'도 있었지만 대부분 'MADE IN CHINA'로 들어왔습니다. 이런 제작 단계를 거친 의류들은 한국의 홈쇼핑에 소개되고 사람들은 중국산으로 알고 사 입곤 하였습니다.  

라벨과 통계에는 보이지 않지만 북한 사람들이 만든 옷들이죠. 이 옷들이 팔리다 안 팔리면 땡처리로 길거리에서 팔리고 그러다 안 팔리면 컨테이너 박스에 실려서 인천에서 단둥으로 그리고 평양으로 들어갑니다. 평양사람들은 자기 친구들이 만든, 한국까지 갔다온 이 옷을 중국산으로 알고 입었습니다.  

남북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릅니다. 통계로는 잡히지 않지만 인류학의 참여관찰로 보면 보입니다. 단둥에 있는 한국 회사 중에 10위권에도 들어가지 않는 회사가 한해 옷 약 80만 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얼마나 많은 옷을 만들었을까요? 개성에는 3만 명의 봉제 노동자가 있지만 평양에는 더 많은 노동자가 옷을 만들어 왔습니다. 신의주에도 봉제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만큼 남북교류에 영향을 끼친 곳이 단둥이고 남북을 연결하는 물류가 존재하는 곳이 단둥입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휴전선만 놓고 남북관계를 봅니다. 거기서 '북한 퍼주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우리가 퍼주었다는 금액의 50~60%는 인건비에 해당이 됩니다.  

이것의 대부분은 단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북한은 단순히 퍼주기의 대상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우리가 이득을 보면서 살아온 '교류'의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한국사회는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남북관계를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 중국 지안쪽에서 바라본 압록강변의 북한 모습(2017년) ⓒ강주원


북한은 '개성공단'을 5개 이상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북한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폐쇄된 국가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단서가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생각하는 만큼, 북한은 폐쇄된 국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제 규모나 남북관계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휴전선만 폐쇄하면 북한은 전체적으로 폐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성공단만 막으면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 달러박스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개성공단을 막으면 북한은 곧 망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무지한 시각이었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개성공단 5만 명의 노동자가 약 100달러를 받고 일했습니다.  

그러나 단둥에서는 2만 명의 노동자가 약 300달러를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 인건비만 놓고 보더라도 단둥이 개성보다 더 많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개성공단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둥에도 개성공단이 하나 더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재 해외 진출 북한 노동자 수가 터키, 중국, 러시아 중동에 1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와 몇 가지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개성공단을 최소 5개 이상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한국사회가 주지하지 않은 채, 앞으로 한국은 개성공단을 북한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면서, 개성공단을 선택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협상에 나오는 북한을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단둥은 2만 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2000명의 주재원(무역일꾼)이 있습니다. 단둥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기차는 하루에 약 600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 볼 때 한사람이 100만 원치의 물건을 사들고 간다고 치면 하루에 6억 원, 한 달 180억 원, 일 년 2000억 원입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인건비는 약 1000억 원 이었습니다. 단둥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기차만으로도 개성공단 2~3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중 무역 규모를 약 70억 달러라고 추정하는데 위의 예에서 설명한 경제교류 모습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압록강의 밀무역에 해당이 되지도 않습니다. 북·중 국경무역은 통계를 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러니 통계 안에서만 북·중 경제교류를 들여다보면 북한 경제를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중 관계는 지원과 원조의 관계가 아니라 경제교류의 관계

한국사회는 북·중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죠? 그 가운데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중국이 북한과 교류를 끊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생각의 바탕은 북한과 중국을 지원과 원조의 관계로만 보는 것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과 석유만을 원조한다고 판단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를 할 수 있고 북·중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중 관계는 경제교류의 관계, 공생하는 관계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대북 유엔제재에 대해서 '민생'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이 민생은 '북한사람' 뿐만 아니라 '중국사람'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100개 이상의 업체가 피해를 입고 파생피해액이 1조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에는 북한과 무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중 경제 차단을 원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이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대북제재를 한다면, 압록강, 두만강의 국경도시에서 북한과 무역하는 중국사람들이 받을 피해액은 100조 원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이점만 생각해보아도 한국은 중국에게 자국 국민의 100조 이상의 피해를 입더라도 대북제재에 동참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것을 중국이 어떻게 들어줍니까? 
 

▲ 중국 단둥에서 북한 여권은 제재의 대상이 아닌 선물을 받는 기준이다(2017년) ⓒ강주원


단둥발 북한 가짜뉴스 깨기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저는 단둥에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자들이 단둥으로 몰려와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저 신의주 강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저 모습이야말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국경선이 엄격하게 봉쇄당하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 내용을 반영한 방송이 뉴스 화면을 장식했습니다. '북·중 국경 엄격하게 단속, 신의주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라고.  

이러한 보도는 작년 2,3월 대북제재가 한창일 때도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기자들한테 뭐라고 설명을 하였을까요? "기자 선생님, 지금 압록강과 신의주는 영하의 날씨인데 누가 나와서 놀까요?" 

기자들은 북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의 철조망을 넘어온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이 철조망 안에서 중국 사람들은 산책도 하고 빨래도 하고 농사도 짓습니다. 탈북자가 목숨을 걸고 넘어온다는 곳에서 말이죠. 압록강의 철조망은 만들어진 지 10년 정도 되며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 철조망은 여기까지가 중국 땅이라는 표시입니다. 강 전체가 국경이므로 홍수나 가뭄일 때 늘 국경이 바뀝니다.  

북한 붕괴 징조와 경제 어려움의 증거로 많이 쓰이는 사진 중에 하나가 압록강 유람선에 쪽배를 타고 들어와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북한 사람들이 대낮에 대놓고 밀수를 한다며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증거로 쓰입니다. 하지만 쪽배를 탄 사람들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중국 사람입니다. 한국말을 하니 기자들과 한국 여행객들은 북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죠. 검증만 하면 금방 알게 되는 가짜 뉴스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작년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통일부가 해외의 북한식당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며칠 후 KBS가 단둥의 문 닫은 북한 식당을 보여주며 북한의 식당이 망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식당은 망한 것이 아니라 백 미터 옆에 새로 문을 연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은 대북제재의 효과가 없는데, 단둥에 가서 검증하지도 않고 혹은 가짜 증거를 만들기 위해서 단둥에 갑니다.  
 

▲ 2017년 신의주 풍경에서 한국 사회가 놓치고 있는 시각과 역사는 무엇일까 ⓒ강주원


다르게 보면 지금의 북한이 보인다 

해외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에 대해 한국은 일반적으로 '인권' 문제로만 다가갑니다. 하지만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보여주듯이 한국사회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한국 근대화의 선봉장으로 생각합니다. 그 인원이 모두 합해도 2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가르칩니다. 여기에서 한 번쯤, 맥락상 다른 면도 있지만,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를 이런 시각으로 보면 북한이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단둥에는 연인원 2만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합니다. 이 노동자들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단둥 북한 노동자 임금 300달러 중에 100달러를 노동자가 가져갑니다. 이 돈을 1~2년 모아서 물건을 사서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이 물건들이 장마당을 활성화되는 배경입니다.  

2010년 5.24조치가 발표되었을 때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남북관계와 북한을 주로 TV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그동안 살아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북정책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대북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활약이 뛰어난 대북전문가는 '북한 붕괴론'자였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2~3년 전부터 한국의 커피믹스가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고 북한 사람들의 입맛이 바뀌고 있다. 한국의 자본이 들어가고 있고 북한에 돈주가 늘어나면, 그들이 봉기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때문에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라고 예언합니다. 

그러나 한국산 커피믹스는 2~3년 전부터가 아니라 단둥을 통해서 20년 전부터 평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왜 안 망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금의 북한은 커피믹스가 아니라 커피믹스 만드는 기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변해 왔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던 지난 10년 동안 국경도시 신의주에 20층 아파트가 10채 이상이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실효성 없는 대북제재만을 주장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미래 통일 담론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우리는 이것을 연구하고 북한을 있는 그대로 정확히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북한‧중국인과 북한화교‧조선족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단둥

단둥은 20년 전부터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만났습니다. 북한 노동자를 제외하고 연인원 2000명의 북한 사람과 북한화교 2000명 이상, 경제활동 인구인 조선족 4000명 이상, 한국 사람 2000명 등 전체 1만 명의 사람들이 남북을 연결시키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5.24조치 이전에는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이 직접 교역을 했지만 5.24조치 이후에는 남북의 직접 접촉이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북한화교와 조선족을 매개로 북한 사람과 간접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구조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24조치 때문에 한국기업의 마진을 떨어뜨렸을 뿐입니다. 5.24조치 이전에는 한복이나 이불에 들어가는 수예도 북한산이 사용됐습니다.  

지금은 북한 사람이 만든 것을 북한화교나 조선족이 사와서 한국 사람에게 팔고 이것이 서울에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단둥의 호텔에서 숙식하는 북한 주재원들은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한국 뉴스를 봅니다. 하루 종일 압록강 유람선에서 나오는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신의주 강변을 지나는 사람도 봅니다. 단둥에서 한국사람들은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북한 사람들은 서울우유를 마실 수 있습니다.  
 

▲ 한국사회가 대북제재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안 어둠의 대명사였던 신의주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한국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됨을 보여주는 것일까(2017년) ⓒ강주원


개성공단도 재개하고 5.24조치도 해제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 재개를 북한이 동의한다고 가정할 때 공장이 정상화 되는 것만으로도 몇 개월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5.24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말하자마자 북한의 반응과 상관없이 그 다음부터 남북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곳이 단둥입니다. 여기에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북한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이익이 남지도 않는데 남북교류를 할 한국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단둥은 지난 20년 동안 남북교류의 중요한 메카입니다. 단둥을 알아가는 과정이 남북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남북교류가 단절되어 있는 동안 북한은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아직도 '고난의 행군', 그러니까 20년 전의 북한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교류 재개 만큼이나 북한을 선입견 없이 제대로 볼 수 있는 한국사회의 스스로의 준비도 필요합니다.  

개성공단은 다시 열려야 하고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상징이기도 합니다만, 개성공단이 닫혔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모두 닫혔던 것은 아닙니다. 단둥이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북의 만남이 중단되었다고 너무 강조되다 보니 남북교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단둥을 놓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사회가 단둥을 단순 사례로만 보거나 간과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최소한 단둥을 개성공단과 더불어 남북교류의 한 축임을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 가운데 하나는 "신한반도 경제지도"에 인천-단둥-평양"을 이어주는 물류의 흐름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완성된 지도는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렇게 보완된 신한반도 경제지도에는 5.24조치 해제에 대해서 한쪽만이 주장하는 명분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다양한 이유와 근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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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부대, 30년 만에 등장 촛불혁명 "가자 시청으로!"

 

[현장] 명동성당, 서울역 등 곳곳서 6월 민주항쟁 재현

17.06.10 20:16l최종 업데이트 17.06.10 22:30l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희훈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서울시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민주쟁취'가 써진 흰색 머리띠를 두른 한 남자가 이렇게 외쳤다. 2017년 6월 10일, 유가족으로 발언에 나선 박래군(56)씨다. 그는 1988년 6월4일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광주는 살아있다"며 분신했던 고 박래전씨의 형이다. 박씨는 말을 이어나갔다. 

"30년 전 이곳에 우리가 모이기 위해서는 너무 어려운 장벽을 뚫어야 했습니다. 경찰의 벽을 뚫어야 했고, 백골단의 폭력을 물리쳐야 했고, 최루탄의 그 지독한 냄새를 뚫고서야 이곳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6월 항쟁이 가능했고, 6월 항쟁 이후에 민주주의가 이 만큼이라도 전진해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어 박씨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6·29 선언에 속지 않고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고 싸웠다면 그 다음 1988년 6월에 내 동생이 목숨을 버리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울컥했다. 또 그는 "촛불 시민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냈고 새 정부를 만들었지만 이제 다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며 "더욱 더 중단하지 말고 함께 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앞 계단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앉아 박씨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들은 초록색 페트병에 주황색 천을 꽂아 화염병처럼 꾸며 들고 있었다. 일부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애국시민 단결하여 군부독재 끝장내자', '노동악법 철폐 비정규직 철폐'라고 써진 깃발을 들었다. 

독일인 남편과 명동성당 찾은 시민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 보여 주고파"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희훈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출발해 6.10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6월항쟁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희훈
사진 없이 빈 영정을 들고 있던 김희정(44)씨는 "당시에는 목숨을 내놓고 행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뭉클해졌다"며 "우리는 지금 화염병 퍼포먼스를 하며 걷고 있지만 당시엔 화염병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반역 세력이 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일인 남편과 명동성당 앞에 선 임소명(28)씨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현장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한국에선 민주화를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역사가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한국 현대사 중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단체 '6월민주항쟁 30년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한 '민주시민대동제 6.10민주난장'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서울역, 명동성당 등 도심을 행진하며 당시 저항운동을 재현했다. 동학농민군, 3·1만세군, 4월혁명군, 5월광주군, 6월항쟁군, 촛불시민군 등 6개 대열로 나눠진 이들은 서울광장을 향해 이동했다. 

6월 항쟁 당시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투쟁에 나섰던 사무금융노조 쪽 인사도 이날 명동성당을 찾았다. 김현정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을 타도시키는 과정에서 사무금융 노동자들도 30년 전 선배들의 저항정신을 받들어 전경련 해체를 이끌었다"며 "노동해방의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장발에 각목 들고 "비상계엄 해제하라" 5·18광주민주화 운동 재현
 
 10일 오후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으로 분하고 서울 도심 행진에 나선 이들의 모습.
10일 오후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으로 분하고 서울 도심 행진에 나선 이들의 모습. ⓒ 조선혜
 10일 오후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으로 분하고 서울 도심 행진에 나선 이들의 모습.
10일 오후 5.18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으로 분하고 서울 도심 행진에 나선 이들의 모습. ⓒ 조선혜
같은 시간 용산구 서울역 근처에서는 청재킷을 입고 장발을 한 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도 있었다. 5·18 광주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사람들이었다. 트럭에 올라 행진을 준비하고 있던 이들은 한 손에 각목을 들고 당시 상황을 충실히 그려냈다.

이어 풍물패의 흥겨운 즉석 공연이 펼쳐졌다. 스피커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당시처럼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든 한 여성은 "비상계엄 해제하라,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들 옆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가면을 쓴 채 죄수복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곧이어 이들은 서대문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 '5.18기념사업회' 깃발을 든 이들과 풍물패가 뒤를 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었다는 정영철(59)씨는 "이런 행사에 참여하니 새로운 감정이 든다"며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전두환 가면을 쓰고 행진에 나선 배우 장계윤(34)씨는 "함께 공연했던 분의 권유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행진을 지켜보던 60대 시민 김아무개씨는 "올바른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한 쪽에선 아직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오후 7시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6월민주항쟁30년기념국민대회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노래 '그날이 오면'을 가수 윤선애와 함께 불렀다.

박원순 서울시장 "우리 세대에 남북통일 이뤄야"

노래를 끝낸 박 시장은 "제가 노래 좀 잘했죠? 춤은 더 잘 추는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시장은 "저도 당시 갓 서른이었는데 감옥에 가는 수많은 학생들과 노동자들, 문화예술인을 변론하던 젊은 청년 변호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시장은 "87년 당시 6월 정신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고, 그 정신의 계승자들인 시민들이 지난겨울 이 광장을 가득 메워 마침내 새로운 민주정부를 탄생시켰다"고 촛불정신을 강조했다. 광장의 시민들은 박 시장의 말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박 시장은 6월의 정신과 그 정신을 계승한 촛불정신이 일상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대통령을 뽑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장의 민주주의에서 일상의, 삶의 민주주의로 승화하고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남북통일을 우리의 과제로 언급했다. 박시장은 "어영부영하면 분단 상태로 광복 100주년을 맞게 된다"며 "우리가 30년 전에 꿈꾸던 세상은 분단이 아니다. 더 많은, 더 넓은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세대에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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