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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선거 의식해 세월호 수사 지연시켰다”

 
등록 :2017-05-30 01:25수정 :2017-05-30 01:33
 
전·현직 검찰 관계자 증언 잇따라
“6·4 지방선거 앞 여권 참패 걱정
법무부가 수사팀 인사 계속 늦춰”

“영장서 과실치사 빼라는 지시는
오직 장관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
지휘권 행사 아닌 직권남용 해당”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인 2014년 7월 휘하 검찰국 라인을 통해 검찰에 당시 세월호 수사 과정에서 긴급체포된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황 장관 등 법무부 수뇌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할 것을 우려해 해경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도 최대한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123정장을 긴급체포한 광주지검 수사팀이 대검 형사부를 통해 ‘업과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올렸는데, 법무부가 대검을 통해 ‘업과사는 안 된다. 빼라’고 지시했다. 그건 오직 장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당시 검찰국장·과장은 전달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황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검찰에 영장의 특정 죄목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지휘권 행사가 아니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청구한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장관의 영장 청구 개입 행위가 실제로 이행된 것이다. 수사팀은 석달 뒤인 2014년 10월초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123정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황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가 6·4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 시점을 최대한 늦췄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겉으론 ‘해경 사기 저하’ 운운했지만, 사실은 선거를 걱정했다. 그래서 당시 수사팀장에 ‘강성’인 윤대진 형사2부장을 임명하는 데도 진통이 있었고, 각 지검에서 차출하기로 한 수사팀 구성도 (법무부에서) 인사를 내주지 않아 계속 늦춰졌었다”고 했다. 당시 광주지검 관계자도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일체 대외수사를 못하게 했다. 검사들이 목포까지 갔다가 갑자기 ‘하지 마’ 그래서 돌아온 일도 있다. 해경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6월5일에야 나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세월호 수사 외압 전반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당시 해경에 대한 수사가 미뤄진 이유, 123정장 구속영장에서 업과사를 빼라고 한 과정 등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걸 매듭 짓지 않고는 다른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societ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6750.html?_fr=mt1#csidx04b9673cdb5a00e8a7477e20f2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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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북풍, 국정원의 아픈 역사 정치개입 단절로 그 역사 끊겠다"

 

[인사청문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대단히 부적절"

17.05.29 15:24l최종 업데이트 17.05.29 15:48l

 

 

선서하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선서하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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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남북뿐만 아니라 (모든)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밀을 유지해 보관해야 한다. 그게 상례이고 당연한 조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른바 NLL 대화록) 공개를 "대단히 부적절했다"라고 비판했다.  

서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이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전직 국정원장의 처벌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 : 정상회담 회의록이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인지도 함께 조사해 달라.

서훈 : 네. 

 : 발췌본이 만들어지고, 발췌본이 회람된 것도 함께 조사하는 게 맞다.

 : 관련된 사항을 한 번 들여다보겠다.

 : 만약 잘못됐다면 전직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 국정원 내규나 관련된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6월 이 회의록을 공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4년 5월,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질의하는 신경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신경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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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신뢰 저하, 대단히 부끄러운 일"


서 후보자는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태'를 거론하며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북풍의 역사가 국가정보원 입장에선 아픈 역사다"라며 "과거 제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북풍이)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어떤 형태의 정치개입도 안 하겠다는 각오 속에 이런 아픈 역사를 끊으려는 의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 사건(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실 관계는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 후보자는 ▲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 ▲ 보수단체 관리 ▲ 휴대폰 사찰 사건(이른바 임과장 마티즈 사망 사건) ▲ 간첩조작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과 언론공작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등 각종 논란과 관련된 조사를 요청하는 신 의원의 질문에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정원의 기능과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은 평생 국정원을 지킨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후보자는 "저는 28년간 몸 담았던 국정원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잘 안다"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직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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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간격 연속시험발사, 조미핵대결 종식 앞당긴다

[개벽예감251] 1주일 간격 연속시험발사, 조미핵대결 종식 앞당긴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05/29 [13: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화성-12형 조종전투부에 소형 로켓엔진 들어있다
2. 첨단미사일공학기술이 응집된 화성-12형 재돌입체
3. 특수로켓엔진 장착한 ‘주체탄’, 미국 본토 서북단까지 날아간다
4. 북극성-2형은 왜 오후 5시경에 발사되었을까?
5. 보도사진 판독으로 알아낸 북극성-2형의 놀라운 성능

 

▲ <사진 1>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 전날인 2017년 5월 13일 밤 미사일조립공장에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작업현장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커다란 물체는 화성-12형 추진체 맨 앞부분에 있는 조종전투부(탄두부)다. 조선에서 조종전투부라고 부르고, 미국에서 복수탄두부 또는 말기유도추진체라고 부르는 그 장비는 이제껏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극소수 핵강국들만 만들 수 있었던 첨단장비이었으며, 지금은 조선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연구, 개발한 첨단미사일공학기술을 응집시켜 만들어내는 첨단장비다. 위의 조종전투부가 촬영된 다른 사진을 확대하면,'전투8-지'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4'라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화성-12형 조종전투부에 소형 로켓엔진 들어있다

 

<사진 1>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발사 전날인 2017년 5월 13일 밤 미사일조립공장에서 화성-12형 탄도미사일을 조립하는 작업현장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커다란 물체는 화성-12형 추진체 맨 앞부분에 있는 조종전투부(탄두부)다. 이 사진에 나타난 조종전투부는 깜짝 놀랄 첨단장비다. 조선에서 조종전투부라고 부르고, 미국에서 복수탄두부(payload bus) 또는 말기유도추진체(post-boost vehicle)라고 부르는 그 장비는 이제껏 전 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극소수 핵강국들만 만들 수 있었던 첨단장비였는데, 최근 조선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연구, 개발한 첨단미사일공학기술을 응집시켜 마침내 그 첨단장비를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2형 조종전투부를 근접촬영한 것이다. <사진 1>에 나타난 조종전투부와 위의 사진에 나타난 조종전투부는 도색과 외형이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종류의 조종전투부들이다. 위의 사진을 확대하면, 조종전투부에 '전투8-지'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1'이라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2>는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2형 조종전투부를 근접촬영한 것이다. <사진 1>에 나타난 조종전투부와 <사진 2>에 나타난 조종전투부는 도색과 외형이 약간 다르지만, 동일한 종류의 조종전투부들이다. <사진 1>에 타나난 조종전투부가 촬영된 다른 사진을 확대하면, 조종전투부에 ‘전투8-지’라는 글자가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4’라는 일련번호가 있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다른 조종전투부를 촬영한 <사진 2>를 확대하면, 조종전투부에 ‘전투8-지’라는 글자가 있고, 바로 그 밑에 ‘ㅈ12121701’이라는 일련번호가 있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 ‘전투8-지’라는 글자는 지대지탄도미사일 전투부 제8유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고, 8자리 숫자로 된 일련번호는 제조순번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진 2>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종전투부 아래쪽에 여러 글자들이 더 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 3>은 그 부분을 확대한 두 장의 사진인데, 붉은 동그라미 표시 위에 ‘정압구’라고 쓰여 있고, 그 왼쪽에 ‘(주의: 발사 전 떼낼 것)’이라고 쓰여 있다.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직전에, 정압구라고 쓰인 붉은 동그라미 표시를 떼어내라는 뜻이다. 정압이라는 말은 고압가스를 감압하여 가스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는 뜻이므로, 정압구라고 쓰인 그 안쪽에 가스압력조정기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 <사진 3> 이 사진들은 <사진 2>에 나타난 조종전투부의 아래쪽을 확대한 두 장의 사진이다. 붉은색 동그라미 표시 위에 '정압구'라고 쓰여 있고, 그 왼쪽에 '(주의: 발사 전 떼낼 것)'이라고 쓰여 있다.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직전, 정압구라고 쓰인 붉은색 동그라미 표시를 떼어내라는 뜻이다. 정압구라고 쓰인 그 안쪽에 가스압력조정기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압구 아래쪽에는 '연소제통 배기면'이라는 글자와 '산화제통 보급 및 배출면'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연소제(로켓연료) 주입구는 없고, 연소제 배기구만 있는 것은 연소제를 미리 연소제통에 주입해놓은 상태로 보관한다는 뜻이다. 화성-12형은 발사 직전에 연소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신형 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정압구 아래쪽에는 ‘연소제통 배기면’이라는 글자와 ‘산화제통 보급 및 배출면’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조선에서 연소제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연료(fuel)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산화제(oxidizer)와 대비되는 개념이므로 연소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연소제통은 연소제가 들어있는 저장공간이고, 산화제통은 산화제가 들어있는 저장공간이다. 배기면은 연소제통 안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내보내는 곳이고, 보급 및 배출면은 산화제통 안으로 산화제를 주입하거나 산화제통 밖으로 산화제를 빼내는 곳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화성-12형을 발사하기 직전에 미사일기술자들이 산화제를 산화제통에 주입하지만, 연소제는 연소제통에 주입하지 않고 연소제통 안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만 배출시킨다는 점이다. 연소제 배기구는 있는데, 왜 연소제 주입구는 없는 것일까? 그 까닭은 연소제를 미리 연소제통에 주입해놓고 보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2형에 사용되는 연소제는 발사 직전에 연소제통에 주입하는 일반 연소제와 달리, 연소제통에 미리 주입해놓고 장기간 보관하는 특수연소제인 것이다. 그런 특수연소제를 장기보관연소제(long-term storable fuel)라 하는데, 연소제통에 주입해놓아도 부식현상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최장 15년 동안 연소제통에 보관할 수 있다. 연소제를 연소제통 안에 그처럼 오래 넣어두면 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사 직전에 배기구로 가스를 빼내면 된다. 고도의 화학공업기술이 있어야 장기보관연소제를 만들 수 있는데, 놀랍게도 조선은 자체 기술로 특수연소제를 개발하여 화성-12형 성능을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 것이다.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황색 전신방호복을 입은 미사일기술자 4명이 6축12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린 화성-12형 추진체 위에 올라가 산화제통에 산화제를 주입하는 장면이다. 발사 직전 연소제는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화성-12형은 무징후기습발사에 적합하게 발사준비시간을 단축한 신형 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화성-12형은 다른 화성 계열 미사일들과 달리, 발사 직전에 연소제를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신형 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4>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황색 전신방호복을 입은 미사일기술자 4명이 6축12륜 자행발사대차에 실린 화성-12형 추진체 위에 올라가 산화제통에 산화제를 주입하는 장면이다. 산화제는 독성 화학물질이므로, 미사일기술자들이 전신방호복을 입고 주입해야 한다. 발사 직전에 연소제는 주입할 필요가 없고, 산화제만 주입하면 되는 화성-12형은 무징후기습발사에 적합하게 발사준비시간을 단축한 고성능 탄도미사일이다.

 

주목되는 것은, 화성-12형 조종전투부 안에 소형 액체로켓엔진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소형 액체로켓엔진은 무엇에 쓰이는 것일까? 모든 탄도미사일은 로켓엔진에서 발생되는 추력으로 비행하는데, 추력비행이 끝나는 순간, 조종전투부가 추진체에서 자동적으로 분리된다. 그렇게 분리된 조종전투부는 그 안에 들어있는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점화하여 마지막 추력비행을 하게 된다. 바로 이 때 조종전투부 안에 들어있는 미사일유도장치(missile guidance system)가 작동하면서 타격목표를 향해 비행방향을 유도조정하며 낙하비행을 시작하게 된다. 낙하비행을 그런 식으로 유도조정하기 때문에, 전투부라고 부르지 않고 조종전투부라고 부르는 것이며, 그런 유도조종기능을 수행해야 탄도미사일의 타격정밀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사거리가 13,000km인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 조종전투부 아래쪽을 촬영한 것이다. 중앙에 소형 로켓엔진 배기통이 있고, 그 좌우에 연소제통과 산화제통이 있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로켓엔진을 장착하였지만, 조종전투부에 들어있는 소형 로켓엔진은 화성-12형과 마찬가지로 액체로켓엔진이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방치와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함으로써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고, 원형공산오차를 200m로 축소시켰다. 화성-12형도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장치와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하여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2형을 완벽한 무기체계이라고 격찬하였다.     © 자주시보

 

<사진 5>는 사거리가 13,000km인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Minuteman) 조종전투부 아래쪽을 촬영한 것인데, 중앙에 소형 로켓엔진 배기통(nozzle)이 있고, 그 좌우에 연소제통과 산화제통이 있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체로켓엔진을 장착하였지만, 조종전투부에 들어있는 소형 로켓엔진은 화성-12형과 마찬가지로 액체로켓엔진이다. 미닛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장치와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함으로써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고, 원형공산오차(CEP)를 200m로 축소시켰다.

 

화성-12형도 조종전투부에 미사일유도장치와 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하여 타격정밀도를 고도화하였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2형 시험발사를 가리켜 “우리 당의  군사전략전술사상과 현시대의 요구에 맞는 또 하나의 완벽한 무기체계, <주체탄>이 탄생”하였다고 격찬하였던 것이다. 

 

▲ <사진 6> 이 사진은 사격위치에 도착한 6축12륜 자행발사대차가 화성-12형을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장면이다. 먼동이 터오고 있지만 주위는 여전히 어둡다. 화성-12형은 조선의 독자적인 미사일공학기술로 설계되고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주체탄'이라 불린다. '주체탄'은 기존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사진 7> 이 사진은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화성-12형이 발사 직전 자행발사대차에서 완전히 분리된 장면이다. 90도로 세워놓은 탄도미사일과 자행발사대차를 발사 직전에 분리시킨 것은, 조선의 미사일사격방식이 독특한 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2형을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놓은 뒤에 자행발사대차는 미사일조립공장으로 되돌아가 또 다른 화성-12형을 싣고 다른 사격위치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연속발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차탄분리식 사격법은 조선이 창안한 독특한 미사일사격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첨단미사일공학기술이 응집된 화성-12형 재돌입체

 

<사진 6>은 사격위치에 도착한 6축12륜 자행발사대차가 화성-12형을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장면인데, 먼동이 터오고 있지만 주위는 여전히 어둡다. 그런데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평탄지면에 90도로 세워놓은 화성-12형은 발사 직전 자행발사대차에서 완전히 분리되었다. 90도로 세워놓은 탄도미사일과 자행발사대차를 발사 직전에 분리시킨 것은 조선의 미사일사격방식이 독특한 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2형을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놓은 자행발사대차는 미사일조립공장으로 되돌아가 또 다른 화성-12형을 싣고 다른 사격위치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연속발사를 할 수 있다. 이런 차탄분리식(車彈分離式) 사격법은 조선이 창안한 독특한 미사일사격법이다.

 

▲ <사진 8> 이 사진은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지고, 자행발사대차와 분리된 화성-12형이 섬광과 굉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화성-12형은 2017년 5월 14일 평양시간으로 새벽 4시 58분에 발사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km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사진 8>은 사격위치에 90도로 세워지고, 자행발사대차와 분리된 화성-12형이 섬광과 굉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2017년 5월 14일 새벽 4시 58분에 발사되었다고 한다. 평양시간으로 새벽 4시 58분이고, 서울시간으로 새벽 5시 28분이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성-12형이 평양시간으로 새벽 4시 57분경에 발사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발사시각보다 약 1분 일찍 추측한 것은, 한국 군부가 화성-12형 발사시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화성-12형 발사징후도 탐지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정점고도 2,111.5km까지 상승비행하여 거리 787km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화성-12형을 2,111.5km 고도로 쏘아올렸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고도는 1,200km를 넘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의 비행고도는 1,120km다. 그런데 조선은 화성-12형을 2,111.5km 고도로 매우 높이 쏘아올렸다. 이것은 화성-12형이 거의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2형을 왜 고각발사로 쏘아올려 그처럼 높은 고도에 이르게 한 것일까? 그 사연은 아래와 같이 설명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조종전투부에는 재돌입체(reentry vehicle)가 들어있는데, 최고정점고도에로 상승비행한 재돌입체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중간구간을 비행하다가 지구표면을 향해 낙하비행을 시작하게 된다. 재돌입체의 낙하비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극초음속(high-hypersonic)으로 내리꽂히는 돌진낙하비행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의 돌진낙하비행속도는 초속 7.3km(마하 22)이고,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의 돌진낙하비행속도는 초속 7.8km(마하 23)이다.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재돌입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100km 고도에 이르러 대기권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엄청난 대기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재돌입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대기마찰은 극고온과 극고압을 발생시킨다. 이를테면, 재돌입체가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초속 6.8km(마하 20)의 속도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경우, 섭씨 8,315도의 극고온이 발생하고, 지상의 중력보다 50배 더 강한 극고압이 발생한다. 하지만, 재돌입체가 고극초음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그 표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 가운데 약 90%는 대기 중에 흩어져 날아가고, 약 10%의 열에너지만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섭씨 약 1,000도의 극고온이 재돌입체 표면에서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으로 대기권을 통과하는 약 13초 동안 재돌입체의 표면이 극고온과 극고압으로 침식되는 융제현상(ablation)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돌입체는 초강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고도의 야금공학기술을 요구한다. <사진 9>

 

▲ <사진 9> 일반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는 1,200km 고도까지 상승비행하였다가, 지구표면을 향해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게 된다. 위의 사진은 지구표면을 향해 고극초음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재돌입체를 형상한 상상도다.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재돌입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100km 고도에 이르러 대기권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때 엄청난 대기마찰이 일어난다. 재돌입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대기마찰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고온과 극고압을 발생시킨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은 2016년 3월 1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는데, 당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열보호재료들을 연구개발하고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열보호재료는 극고온에 견디는 재돌입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특수재료를 뜻한다. 화성-12형 재돌입체는 조선이 자체 기술로 만든 열보호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재돌입체는 극고온과 극고압에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표면도 고르게 침식되어야 한다. 만일 표면의 어느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이 침식되면 재돌입체에서 진동이 발생하여 비행자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예정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최악의 경우 폭발할 수도 있다. 재돌입체 표면에서 융제현상이 균일하게 발생하게 만들려면, 고도의 미사일공학기술이 요구된다.

 

재돌입체에 발생하는 극고온과 극고압은 대기권돌입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재돌입체가 비스듬한 각도로 대기권에 돌입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극고온과 극고압이 발생하고,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대기권에 돌입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극고온과 극고압이 발생한다.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이 2,111.5km 고도에 상승하였을 때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는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였으므로, 약 45도 각도로 발사되어 약 1,200km 고도에 상승한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가 약 45도 각도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들보다 훨씬 더 높은 극고온과 극고압을 견뎌야 하였다. 이처럼 조선은 다른 핵강국들이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재돌입체들보다 훨씬 더 가혹한 극한환경에서 화성-12형 재돌입체의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시험하였고, 그 시험에 합격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사진 10> 

 

▲ <사진 10> 이 사진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닛맨-1형과 2형의 재돌입체 첨두부를 촬영한 것인데,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발생한 융제현상으로 표면이 심하게 침식된 것을 볼 수 있다.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으로 대기권을 통과하는 약 13초 동안 재돌입체 표면이 극고온과 극고압으로 침식되는 융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재돌입체는 초강도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고도의 야금공학기술을 요구한다. 재돌입체에 발생하는 극고온과 극고압은 대기권돌입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이 2,111.5km 고도에 상승하였을 때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는 거의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였으므로, 약 45도 각도로 발사되어 약 1,200km 고도에 상승한 추진체에서 분리된 재돌입체가 약 45도 각도로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을 하는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들보다 훨씬 더 높은 극고온과 극고압을 견뎌야 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화성-12형 재돌입체가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시험에 합격하였다는 사실은 원격측정장치(telemetry)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한국군 정보당국의 분석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7년 5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발사순간부터 동해 해상의 낙탄점에 떨어지기까지 30분 11초 동안 비행하였는데, 화성-12형 재돌입체 안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가 발사순간부터 작동하기 시작하여 30분 11초 동안 지상관제소에 계속 송신하였다고 한다. 한국군 정보당국은 화성-12형 재돌입체가 지상관제소에 송신한 전파를 포착함으로써 그런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서, 화성-12형 재돌입체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는 재돌입체의 순간속도, 순간고도, 순간압력, 순간온도 같은 급변적인 지표들을 지상관제소로 계속 송신하였고, 지상관제소는 재돌입체의 비행상황을 계속 분석하면서 재돌입체가 예정궤도를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종말비행을 유도조종하였던 것이다. 화성-12형 재돌입체가 지상관제소에 30분 11초 동안 전파를 보낸 것은, 그 재돌입체가 대기권을 고극초음속으로 통과하는 극한환경에서도 녹아버리거나 파괴되지 않고, 비행궤도를 이탈하거나 폭발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낙탄하였음을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로 된다. 그 확실한 증거는 조선이 재돌입체 대기권재돌입기술을 개발하지 못해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고 떠들어댄 서방측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을 일거에 봉쇄해버렸다.   

 


3. 특수로켓엔진 장착한 ‘주체탄’, 미국 본토 서북단까지 날아간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은 787km를 날아갔다고 한다. 조선은 재돌입체의 고극초음속 돌진낙하비행시험을 하기 위해 화성-12형을 90도에 가까운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였지만, 실전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지 않고, 45도 안팎의 정상각으로 발사한다. 화성-12형을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는 것일까?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추진제성능, 로켓엔진성능, 탑재중량, 그리고 추진체가 몇 단(stage)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사용된 추진제는 고성능 액체추진제이고, 화성-12형에 장착된 로켓엔진은 대출력 로켓엔진이다. 조선은 2016년 9월 19일과 2017년 3월 18일에 각각 대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9월 19일에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대출력 로켓엔진의 추력은 80톤포스라고 한다. 톤포스(ton-force)라는 측정단위는 추력(thrust)을 측정할 때 쓰이는데, 1톤포스는 무게가 1톤인 물체를 1m 밀어올리는 힘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7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조선이 2017년 3월 18일에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대출력 로켓엔진에서 무려 100톤포스가 넘는 엄청난 추력이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 1단 추진체의 추력은 90.7톤포스인데, 조선은 추력이 100톤포스가 넘는 대출력 로켓엔진을 지난 3월에 개발한 것이다. 화성-12형에 바로 그 대출력 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화성-12형의 대출력 로켓엔진은 어떤 종류이기에 그처럼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 시험발사에서 “가압체계의 기술적 특성이 완전히 확증되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연소제 가압장치와 산화제 가압장치가 있는 로켓엔진을 장착하였다는 뜻이다. 가압장치를 통해 연소제와 산화제를 환류시켜 가스화하는 그런 로켓엔진을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full-flow staged combustion rocket engine)이라 한다. 이 로켓엔진의 특징은 연소제와 산화제를 액체상태로 연소실에 분사하지 않고, 연소제와 산화제를 가스화하여 기체상태로 변환시킨 뒤에 연소실에 분사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연소제와 산화제를 열교환기(heat exchanger)를 통해 예연소기(pre-burner)로 보내면, 그것을 터빈으로 통과시켜 연소제농후가스(fuel-rich gas)와 산화제농후가스(oxidizer-rich gas)로 변환시킨 뒤에 연소실(combustion chamber)에 분사하는 것이다. 액체연소보다 기체연소가 훨씬 더 강한 에너지를 발생하므로,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은 다른 로켓엔진들보다 훨씬 더 강한 추력을 낸다. 화성-12형이 100톤포스 이상 강한 추력으로 솟구쳐 오른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11>

 

▲ <사진 11>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 1단 추진체의 추력은 90.7톤포스인데, 화성-12형의 추력은 100톤포스 이상이다. 화성-12형이 그처럼 강한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은 조선이 지난 3월에 새로 개발한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을 장착하였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은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 개념도다. 이 강력한 로켓엔진은 연소제와 산화제를 열교환기를 통해 예연소기로 보내고, 그것을 터빈으로 통과시켜 연소제농후가스와 산화제농후가스로 변환시킨 뒤에 액체상태로 연소실에 분사한다. 액체연소보다 기체연소가 훨씬 더 강한 에너지를 발생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추력이 100톤포스가 넘는 강력한 전류동-단계식 연소로켓엔진을 장착한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은 “미태평양군사령부가 둥지를 틀고 있는 하와이와 미국 알라스카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고 하였다. 화성-12형이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을 기점으로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를 계산하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있는 미공군 전략거점인 엘먼도프-리처드슨통합기지(Joint Base Elmendorf-Richardson)까지 5,950km이고,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는 전쟁지휘거점 태평양사령부까지 7,420km다. 화성-12형이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는 조선의 언론보도는 그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7,500km 이상이라는 점을 말해준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미국은 “미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오판해서도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이 하와이와 알래스카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최고정점고도의 4배에 이른다는 계산법에 따르면, 최고정점고도가 2111.5km인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500km에 이른다.  화성-12형이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을 기점으로 미국 본토 서북단 워싱턴주 브리머튼에 있는 킷샙해군기지(Naval Base Kitsap)까지 8,215km이므로, 사거리 8,500km의 화성-12형을 발사하면 미국 본토 서북단에 도달할 수 있다. <사진 12>

 

▲ <사진 12> 이 사진은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3대 해군기지들 가운데 하나인 킷샙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전략잠수함 네바다함 승조원들이 함상에 도열하는 장면이다. 미국 본토 서북단 워싱턴주 브리머튼에 있는 키샙해군기지는 화성-12형이 발사된 평안북도 구성으로부터 8,215km 떨어진 곳에 있다. 조선이 사거리가 8,500km인 화성-12형을 발사하면 그 해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화성-12형은 미국 본토 서북단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3형을 중장거리탄도로케트라고 불렀다. 중거리탄도로케트(중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른 것이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사거리 8,500km의 화성-12형을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지 않고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이라는 포괄적인 분류명칭으로 부른 까닭은, 화성-12형이 조미핵대결의 최종단계에서 사용할 결정적인 압박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굴복시켜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화성-12형보다 더 강력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야 한다. 조미핵대결의 승패를 완전히 결정지을 시점에 미국 워싱턴 DC까지 사거리를 연장한 가장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미 준비해놓은 조선은 그것을 최후의 대미압박수단으로 사용하기 전까지 최대고각발사로 비행거리를 줄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이며, 그렇게 시험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4. 북극성-2형은 왜 오후 5시경에 발사되었을까? 


2017년 5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에서 참관한 가운데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북극성-2형 시험발사는 “계렬생산준비를 끝내고” 진행된 최종시험발사라고 한다. 이것은 북극성-2형 대량생산체계가 곧바로 가동된다는 뜻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발사는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무기체계전반의 기술적 지표들을 최종 확인하고 각이한 전투환경 속에서 적응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여 부대들에 실전배비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극성-2형과 그것을 싣는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를 대량생산하여 전략군 부대들에 배치할 것이라는 뜻이다.  

 

조선이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처음 진행한 2017년 2월 12일 이후 불과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 기간에 북극성-2형을 완성하여 계렬생산과 실전배치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조선의 미사일개발능력은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었으며, 조선의 전략무기개발사업은 가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북극성-2형이 처음 시험발사되었던 2017년 2월 12일, 조선은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 구성전차공장 부속시설인 전차성능시험장에서 그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당시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이 평안남도 북창군과 평안남도 순천시 접경지대에 있는 초평비행장에서 발사되었다고 오인하였는데, 그들은 그 비행장 이름도 북창비행장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2017년 5월 21일에도 북극성-2형이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측하였고, 자기들의 그런 추측을 발표하였다.

 

▲ <사진 1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북극성-2형을 실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사격위치에 도착한 장면이다. 이 사격위치는 평안남도 안주 인근에 있는 대인공호수인 연풍호 호반에 마련되었다. 새벽에 진행되곤 하였던 이전 시험발사들과 달리,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는 오후 5시경에 진행되었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부대가 대낮에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며 약 40km를 이동하는 기동전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합참본부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7년 5월 21일에 진행된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는 평안남도 북창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 인근에 있는 대인공호수인 연풍호 호반에서 진행되었다. 수려한 풍치를 자랑하는 연풍호 호반은 북창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이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가 진행된 곳에서 약 40km 떨어진 북창 일대를 발사지역으로 잘못 지목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사진 13>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5월 21일 조선이 북극성-2형을 발사한 시각은 오후 4시 59분경이라고 한다. 새벽에 진행되곤 하였던 이전 시험발사들과 달리, 이번에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는 오후 5시경에 진행되었다. 낮에는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에 노출되기 쉬운데, 조선은 왜 이례적으로 오후 5시경에 시험발사를 진행하였을까?

 

그 날 북극성-2형을 실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출발한 곳은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 구성전차공장이었으므로, 자행발사대차는 구성전차공장에서 연풍호 호반까지 약 40km를 이동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정찰위성은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승용차, 수행원들이 탑승한 여러 대의 승용차들, 경호차들, 영상촬영차 등 긴 행렬이 북극성-2형을 실은 자행발사대차와 함께 대낮에 약 50분 동안 40km 구간을 이동하였는데도 미국 정찰위성은 그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에서 “탄도탄과 리대식 자행발사대차를 비롯한 지상기재들을 실지전투환경 속에서 그 적응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부대가 대낮에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며 약 40km를 이동하는 기동전능력을 점검한 것이다. 조선은 미국 정찰위성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상공을 지나는지 훤히 꿰뚫고 있으므로, 그 시간대와 지역을 피하면 그들의 감시망을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  

 


5. 보도사진 판독으로 알아낸 북극성-2형의 놀라운 성능

 
조선이 2017년 5월 21일에 진행한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의 성과를 파악하려면,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선임분석관이 ‘북극성-2형의 시험사격략도’가 촬영된 조선의 보도사진을 판독하여 알아낸 기술지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도사진 판독결과를 전한 <연합뉴스> 2017년 5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의 시험사격략도’가 촬영된 조선의 보도사진에서 다음과 같은 기술지표들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보도사진을 크게 확대하면서 흐릿해진 영상에서 판독한 근사치들이라고 한다.

 

(1) 북극성-2형은 발사시각으로부터 약 57초 뒤 1단 추진체를 분리하였는데, 1단 추진체가 분리될 때 비행속도는 초속 약 947m였고, 비행고도는 약 22.2km였다.
(2) 북극성-2형은 약 1분 59초 뒤 2단 추진체를 분리하였는데, 2단 추진체가 분리될 때, 비행속도는 초속 약 2,769m였고, 비행고도는 약 120.2km였다. 
(3) 북극성-2형은 약 7분 10초 뒤 최고정점고도 약 633.3km에 도달하였는데, 비행속도는 초속 약 694m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에서 “탄도탄의 능동구간비행시 유도 및 안정화체계, 계단분리특성,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시동 및 작업특성들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완전히 확증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능동구간비행이란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어 정점고도구간까지 날아간 추력비행을 뜻한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북극성-2형은 능동구간비행 중에 추진체에 들어있는 유도장치로 예정궤도를 따라 유도비행을 하였던 것이다. <사진 14>

 

▲ <사진 14> 이 사진은 연풍호 호반의 사격위치에 도착한 북극성-2형이 발사준비작업에 들어간 장면이다.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차가 커다란 원통형 발사관을 평탄지면 위에 세우고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 최종시험발사에서 "탄도탄의 능동구간비행시 유도 및 안정화체계, 계단분리특성,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시동 및 작업특성들의 믿음성과 정확성이 완전히 확증되였다"고 한다. 이 시험발사는 최종시험발사였으므로, 북극성-2형은 곧바로 계렬생산과 실전배치에 들어가게 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경향신문> 2017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상승비행속도가 초속 3.2km(마하 9.5)를 넘었는데, 낙하비행속도는 아직 분석하는 중이라고 하였고, 국정원은 북극성-2형의 상승비행속도가 초속 2.9km(마하 8.5)라고 발표했다가 합참본부가 발표한 속도와 너무 차이가 난다는 논란이 생기자 서둘러 초속 3.4km(마하 10)로 정정하였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의 실제상승비행속도는 초속 2.8km(마하 8.1)였다. 합참본부의 추산보다 국정원의 추산이 실제 상승비행속도에 더 가까웠는데, 국정원은 논란이 일어나자 합참본부의 추산을 따라 상승비행속도를 상향수정하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북극성-2형은 최고정점고도에 이르러 조종전투부를 추진체에서 분리시키고, 중간구간비행을 시작하였다.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는 중간구간에서 초속 약 694m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비행하였다.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가 중간구간비행을 끝마치면, 말기구간비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것은 지상의 타격목표를 향해 극초음속으로 내리꽂히는 돌진낙하비행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극성-2형은 “말기유도구간에서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원격측정자료에 의하여 재확증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극성-2형 조종전투부의 재돌입체가 말기구간에서 예정궤도에 따라 유도비행을 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재돌입체 안에 들어있는 원격측정장치(telemetry)가 작동하여 말기유도구간에서 재돌입체의 순간속도, 순간고도, 순간압력, 순간온도 같은 급변지표들을 지상관제소에 계속 송신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황을 보면, 북극성-2형도 화성-12형처럼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탄도미사일임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탐지레이더는 북극성-2형이 2단 추진체를 분리하였을 때 비로소 그 탄도미사일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한국군은 북극성-2형이 발사된 시각으로부터 약 2분이나 지나서 그 탄도미사일의 상승비행을 포착할 수 있었는데, 포착 당시 북극성-2형의 비행고도는 120km였다. 조선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 120km 고도로 상승할 때까지 한국군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한국군 탐지레이더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최고정점고도가 약 560km라고 밝혔고, 일본 방위성은 그 탄도미사일의 최고정점고도가 약 600km라고 밝혔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보도사진 판독에 따르면, 북극성-2형이 도달한 실제최고정점고도는 약 633.3km였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 최고정점고도가 실제고도보다 약 73km 낮은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한국군 합참본부의 발표와 국정원의 발표를 종합하면, 최종시험발사에서 북극성-2형은 89도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500km를 날아갔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북극성-2형의 사거리를 처음에 3,000km로 추정하였다가 나중에 2,000km로 하향수정하였다. 이런 현상은 한국군 합참본부가 북극성-2형 사거리를 추산할 때 오락가락하였음을 보여준다. 북극성-2형의 실제사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북극성-2형처럼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의 2단형 탄도미사일들 가운데 북극성-2형과 크기가 비슷한 것은 이스라엘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제리코(Jericho)-2다. 북극성-2형의 길이는 약 12m이고, 제리코-2의 길이는 약 14m다. 북극성-2형의 지름과 제리코-2의 지름은 약 1.5m로 같다. 이런 사정을 인지하면, 북극성-2형의 사거리가 제리코-2보다 짧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리코-2는 무게가 1,000kg이 되는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3,500km를 날아갈 수 있으나, 북극성-2형은 그처럼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3,500km를 날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북극성-2형의 탑재중량을 500kg 정도로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나 3,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탑재중량이 500kg인 북극성-2형을 발사하면, 강원도 원산에서 3,320km 떨어진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ir Force Base)를 타격할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7년 5월 22일 보도는 북극성-2형의 탑재중량을 500~600kg으로 줄이면, 괌의 미국군기지를 핵공격권에 넣을 수 있다고 하였다. <사진 15>

 

▲ <사진 15> 이 사진은 최종시험발사에 나선 북극성-2형이 냉발사체계로 발사되는 장면이다. 북극성-2형의 탑재중량을 500kg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나 3,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조선을 항시적으로 위협하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는 강원도 원산에서 3,320km 떨어져 있으므로, 조선은 북극성-2형을 발사하여 그 위협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북극성-2형이 전자기파공격에 사용되면, 인명은 살상하지 않으면서 앤더슨공군기지 전체를 1초만에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이 섬광을 내뿜으며 솟구쳐오를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조미핵대결을 이른 시일 안에 끝내려는 조선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무게가 500kg이 되는 핵탄두의 폭발력은 약 15킬로톤이다. 1킬로톤급 핵탄이 폭발할 때 방사되는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 EMP)는 폭심으로부터 1km까지 퍼지게 되므로, 15킬로톤급 핵탄이 폭발하는 경우 전자기파는 폭심으로부터 15km까지 방사된다. 북극성-2형이 조준하고 있는 앤더슨공군기지 면적은 80㎢이므로, 무게가 500kg인 15킬로톤급 핵탄두를 탑재한 북극성-2형을 그 공군기지 상공으로 발사하여 공중폭발시키면, 인명은 살상하지 않으면서도 공군기지 전체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

 

미국 본토 서북단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북극성-2형을 보유한 조선이 전략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미국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점은 존 하이튼(John E. Hyten) 미국 전략사령관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2017년 4월 4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하면서 조선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미국 군부는 그 미사일이 시험용인지 실전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국군 연락체계를 전부 가동시키고, 전략사령부 휘하 전체 역량을 동원하는 등 고도의 경계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 바 있다.

 

조선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할 때마다 미국 전략사령관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긴급보고를 통해 백악관으로 즉각 전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의 눈부신 섬광을 바라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탄도미사일들이 섬광을 내뿜으며 솟구쳐오를 때마다 미국의 국가안보가 통째로 흔들리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조미핵대결을 이른 시일 안에 끝내려는 조선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고 있다. 이번에 1주일 간격으로 진행된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의 연속시험발사가 조미핵대결 종식을 한 걸음 더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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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인권 강화 지시 환영…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56개 인권단체들 “인권위원 독립적인 인선절차 제도화도 필요” 공동성명
▲사진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각 기관의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에 인권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조속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독립성 있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 전국의 56개 인권단체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의 인권위 관련 지시사항을 발표한 지난 25일 ‘인권위 권고 수용률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기대하며’란 제목으로 공동성명을 발표, 먼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고 인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인권단체들은 “오늘 발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새 정부는 먼저 그동안 이행하지 않았던 인권위의 권고를 이제라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곤, “이번 발표가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차별금지법은 필요치 않다는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는 것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려면 또 대표적인 동성애자 처벌조항으로 인권위가 지난 2011년 권고한 군형법 92조의 6의 폐지는 물론,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물대포 등 경찰 과잉진압과 무차별적 사진 채증 등에 대한 권고 역시 새 정부가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권단체들은 “독립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제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무자격 인권위원들이 인권침해나 차별 사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없도록 인권위원 인선 기구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인권위법엔 임명권자(대통령, 국회, 대법원장)만 있고 인선 절차와 기구가 없어서다. 이렇다보니 인권위원들은 임명권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실정.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이 권고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단일한 후보추천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다원성과 다양성, 독립성이 보장된 인권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면서 “새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선별적으로 수용한다면, 그것은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이 아니라 인권을 기만하는 국정운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충고하곤 “우리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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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④] 한주호 준위의 작업과 제3의 부표

한주호 준위가 작업하다 숨진 장소는 함수가 아니었다
 
신상철 | 2017-05-28 21:35: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천안함 46명의 희생자 외에 UDT 베테랑 한주호 준위의 죽음은 희생자와 구조지원에 나섰다가 침몰하여 전원 사망한 금양호 선원들 그리고 추락한 링스헬기 조종사의 희생과 함께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한주호 준위 사고 순간 같은 작업현장에 있었다는 UDT대대장 권영대 중령의 기록에 의하면 한주호 준위는 2010년 3월 28일 오후 권 중령과 함께 헬기편으로 백령도에 도착하여 오후에 바로 함수 수색작업에 투입됩니다.

김정오 상사와 함께 제1조로 투입된 한주호 준위는 함수를 발견치 못하고 올라왔으며 다음 제2조로 투입된 박현규 상사조가 함수를 발견한 후 부이를 설치한 것으로 권 중령은 자신의 저서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월 30일 오후 함수 수색을 위해 잠수에 투입되었던 한주호 준위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었고, 산소감압장치가 있는 미 살보함으로 이송되어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합니다.

여기까지가 정부와 국방부의 공식발표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권영대 중령의 저서에 기록된 내용과도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대한 다른 기록과 증언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KBS 기자들에 의해 취재되어 2010년 4월 7일 저녁 KBS 9시뉴스로 특종 보도됩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동영상 뉴스를 보실 수 있습니다.) 

( KBS 9시 뉴스 - 한주호 준위 다른 곳에서 숨졌다 )
( 동영상 - https://youtu.be/eOtaHsM6erk )

KBS는 <"다른 곳에서 숨졌다">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한 준위가 당초 군 당국이 발표한 곳과 다른 제3의 지점에서 숨졌다는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며 군 당국은 한 준위가 함수 부분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고 한주호 준위는 이곳 함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의식을 잃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KBS 황현택, 최영윤, 이병도 세 기자는 “한 준위는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함수로부터 1.8Km, 함미로부터 6Km 떨어진 곳인 함수도 함미도 아닌 제3의 부표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함수로부터 북서쪽 해상, 용트림 바위 바로 앞 빨간색 부표가 설치된 곳을 지목합니다. 

함미와 함수 침몰지점에 크레인이 배치된 것은 4월4일(함미)과 4월5일(함수)이었습니다. 따라서 한 준위가 사망한 3월30일에는 오로지 빨간 부표만 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주호 준위와 UDT 동기인 예비역 이헌규 씨는 3월29일 다른 예비역 동지회원들과 함께 백령도에 들어와 한 준위 작업팀에 합류하여 함께 잠수하였으며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이헌규씨가 한 준위와 함께 작업한 장소(제3의 부표 지점)에 3월29일 한 준위가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그 위치를 찾았으며 직접 부이를 띄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함수와 함미는 그 하루 전인 3월28일 저녁 8시와 10시경 각각 발견되어 부이가 설치되었고 더구나 이번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영대 중령의 증언에 의하면 ‘어군탐지기’를 이용해 함수를 찾은 사실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인 : 함수를 발견할 당시 ‘어군탐지기’를 사용한 사실이 있는가요?
증  인 : 없습니다.

(2017. 5. 18 제5차 항소심 공판에서 권영대 증인의 증언)

그러면 이헌규 UDT예비역 대원이 증언하였던 29일 한 준위가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발견하고 부이를 설치한 곳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한 준위는 그곳에서 무슨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것일까요?

사실 그 비밀을 푸는 것이 바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며, 천안함 사고 첫 이틀 동안 함수와 함미 수색도 뒤로 한 채 매달려야 했던 제3의 부표가 설치된 그 곳 해저에 가라앉은 대형구조물에서의 작업내용이 천안함 사건의 열쇠입니다.

"자식같은 후배들을 위해 물에 들어가는데 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중략)

이헌규씨는 "해치(함정의 출입구)도 도면이 없으니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겠고, 해치의 크기가 사람이 손을 쭉 뻗어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구멍인데 군이 보유한 산소통 가지고는 들어갈 수가 없다. 군용은 산소통이 2개고 민간은 1개기 때문이다. 그 구멍속에서 뭘 구조하나"라고 지적했다.

[출처: 중앙일보] UDT전우회, "군과의 협력이 아쉽다"
http://news.joins.com/article/4089250

이헌규씨는 인터뷰 모두에 무슨 이유에선지 "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못해 아쉽다"며 말문을 엽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접근한 해치가 “사람이 손을 쭉 뻗어 동그라미를 만들 정도의 구멍”이라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으며 그 사실을 법정에 증언석에 나와서도 인정하였습니다.

2015년 6월22일 천안함 1심 제38차 공판에서 저는 이헌규씨에게 해치의 샘플 사진을 제시하여 자신이 제3의 부표 아래에서 보았던 대형구조물의 해치가 어떤 형태였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는 둥근 형태의 해치를 지목하더군요.

천안함 제38차 공판에서 이헌규씨가 지목한 해치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헌규씨가 접근하였던 대형구조물의 해치는 천안함 함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 판명된 것입니다. 국방부가 주장하듯 UDT 대원들이 함수에 접근하기 위해 설치했다는 하잠줄이 설치된 천안함 함수에는 저런 해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이 서서 다닐 정도의 대형 사각 해치가 세 개나 있기 때문입니다.  

 
2010. 4. 24 인양중인 천안함 함수. 
천안함 함수의 좌현 출입구는 모두 대형 4각 해치이다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인 영주함의 해치.
사람이 서서 출입하기에 충분하며 180도 열려 고박되게 되어 있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바 UDT대원들이 함수에 접근하여 하잠줄을 설치했다는 해치는 위의 사진과 같은 이것은 이헌규씨가 증언한 “군이 보유한 산소통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해치”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한 주호 준위가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장소와 UDT 권영대 중령이 작업을 지휘한 장소가 같은 곳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곳인지 그것은 현재 ‘진실게임’의 중심에 있는 중요 사안이 되었습니다만, 권영대 중령이 작업을 지휘하였던 곳이 함수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는 사실은 그의 ‘머리’와는 달리 ‘몸’이 기억하는 사실로 인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지게 됩니다.

이른 바 <수심의 문제>이며 그것은 권영대 중령이 저술한 책 <폭침, 어뢰를 찾다>에 몇 차례에 걸쳐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또한 법정에서 그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번 항소심 공판에서 매우 비중있게 다루어졌던 ‘수심의 문제’- 다음 편의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신상철

덧글 : 제3의 부표의 의혹과 관련하여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2015. 6. 30 재판부에 ‘피고인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한 [법원제출 의견서] ‘제3의 부표’관련 UDT 대원 증언에 대하여 -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①] 거짓의 향연 - 폭침 어뢰를 찾다 ?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②] 암초 충돌했다고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천안함 항소심 제5차 공판 ③] 박성균 하사만 몰랐던 ‘골든타임’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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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과 김상조 : 재벌개혁을 추구한 실용주의적 활동가들

 
 
이상민 전문기자
발행 2017-05-28 20:43:58
수정 2017-05-28 21:34:55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선이 발표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인선이 발표되면 찬반양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찬반양론은 보통 진영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반대했던 사람이라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사건의 정부 측 대리인 이인걸 공안검사가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되는 걸 반대하고, 같은 이유로 김이수 헌재 재판관의 소장 지명에는 찬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새 정부의 인사 중에 유독 찬반양론이 많은 인물이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찬반양론에는 진영논리를 초월한 무엇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얘기다.

장하성, 김상조는 한 쪽에서는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는 ‘사회주의적 과격 단체’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외국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어느 한 사람이 이렇게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진 이미지 중 어느 것이 진실에 부합하고 어느 것은 오해에 지나지 않을까? 법정에서는 보통 쌍방의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을 먼저 나열하고 다툼이 있는 부분은 증거를 통해 드러난 부분만 판단한다. 이런 형식으로 장하성, 김상조를 판단해 보고자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양지웅 기자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들

먼저 주장에 다툼이 없는 부분이다.

장하성, 김상조는 소액주주운동을 이끈 재벌개혁론자다.

장하성, 김상조가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라는 사실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다만, 두 사람의 학문적 접근방식은 차이가 있다. 장하성은 경영학자고 김상조는 경제학자다. 장하성은 기업의 회계, 재무 구조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재벌 구조를 파악하지만, 김상조는 금융, 금융관계법, 경제구조를 통해 재벌 구조를 파악한다.

시작은 달랐지만 재벌이라는 종착지는 같다. 장하성, 김상조 모두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재벌 집중도가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재벌 내에서의 ‘총수 집중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이들은 소액주주운동이라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을 한국에 도입한 인물이다. 재벌 총수의 독점적 의사결정에 맞서는 기존의 방법은 노동조합을 통한 실력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사실상 사문화 되었던 상법상의 소수주주권을 발굴해 주주총회 참여, 회계보고서 열람청구나 주주대표소송 같은 방법론을 처음 사용해 재벌 총수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성과를 냈다.

주장에 다툼이 없는 건 또 있다.

장하성, 김상조는 상아탑 학자가 아닌 현실 참여 활동가(activist)라는 점이다.

보통 대학 교수가 ‘현실 참여형’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정부의 각종 위원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정치인과 관료가 마련해 준 자리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거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 그리고 소위 ‘장하성 펀드’ 등을 직접 만들어서 정치권과 관료에 대항하는 활동을 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교수들이 만드는 대개의 연구소처럼 학자들이 학회를 만들고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소가 아니다. 회계사, 변호사, MBA 출신 미국 변호사, 시민단체 출신 박사 등 실무형 전문가들이 상근으로 근무하며 시장과 기업, 국회의 법제정 동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연구소다.

자매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경제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그 입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을 하는 ‘애드보커시 NGO’다. 특히 이들은 ‘장하성 펀드’라는 펀드를 만들고 운용자문을 함으로써 시장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양지웅 기자

‘장하성 펀드’는 지금 어떻게 되었나

장하성, 김상조는 우리나라의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가 매우 낙후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경제 정의 차원의, 그러니까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불평등을 발생시킨다는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나쁜 지배구조는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결국 시장의 비효율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라자드 한국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 이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는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일정부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획득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서 발생한 효율로 주식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펀드다.

라자드 측이 투자를 청산하여 장하성 펀드가 문을 닫은 현재 시점에서 장하성 펀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장하성 등 재벌들의 지배구조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를 변화시키겠다며 시장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가라고 봐야한다.

언젠가 김상조 교수가 사석에서 하는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경영학이 학문이냐?”고 농담을 하면서 (많은 경제학자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무시하는 농담을 즐긴다) “나는 장하성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많은 활동가, 운동가를 무수히 많이 만나본 사람이지만 내가 평생 만난 사람 중 가장 뛰어난 활동가로서 장하성 교수를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의 ‘농담’과는 달리 장하성이 김우찬 KDI교수 등과 공동으로 쓴 『지배구조로 그 기업의 시장가치를 예견할 수 있는가, 한국의 사례로부터』라는 논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논문 톱10에 속한다. 참고로 김상조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면서 장하성, 김상조에 이은 세번째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직은 논문 공동저자인 김우찬이 맡게 되었다.

장하성 교수는 ‘장하성 펀드’의 자문 수수료를 ‘두둑’하게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하성 교수가 받은 자문 수수료는 장하성 재단(공식명칭은 2020 재단이다)에 전액 기부되어 지역공동체, 시민사회운동, 아시아연대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 장하성 펀드는 문을 닫았지만 장하성 재단은 지난해에도 약 7,000만원을 기부했다.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등에 각각 1,50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청년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적 관심을 넘어 청년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해 온 장하성이 김상조의 말처럼 활동가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논쟁에 속하는 지점들

이제부터는 주장의 다툼이 있는 부분, 그러니까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을 다루고자 한다.

첫째, 외국금융자본의 앞잡이 설.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비판 중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은 장하성, 김상조가 ‘외국 금융자본의 앞잡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SK그룹-소버린 사태, 그리고 ‘장하성 펀드’가 외국 자본인 라자드라는 사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외환은행과 론스타사태 때문이다.

2003년 다국적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주)의 지분 14.99%를 취득한 일이 있다. 외국인이 적대적 M&A를 통해 한국 대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최초로 현실화된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장하성 등이 이끌었던) 참여연대는 분식회계 등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가진 여러 문제점에 대해 주총 에 참석해 주장을 펴거나, 각종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이 과정에서 폭락한 SK(주) 지분을 매입하고 최태원 회장의 퇴진과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계열사와의 부당 거래 근절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했다. 소버린의 요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를 이끌고 있었던 장하성, 김상조의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장하성은 소버린이 1조 5,000억원이라는 분식회계를 한 경영진에게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한다. 소버린이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기 시작한 지 2주만에 최대주주로 부상하게 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소버린의 매집으로 주식가격이 반등하자 SK의 채권단 은행들도 주식을 매도했다.)

다시 말하면 소버린은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SK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에 2년 4개월 동안 455%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얻었다는 것이다. 만약 투기와 투자의 차이를 단기적 시세차익 여부로 평가한다면 소버린은 2년 4개월 동안 한 주도 매매하지 않았으니, 몇 달 이상 보유하지 않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에 비해서도 단기 투자자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장하성은 소버린의 행위가 ‘먹튀’는 맞지만 국부유출은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SK의 시가총액은 소버린이 보유하는 동안에 5조 원이 증가했다.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으로 5조원의 ‘국부’가 국내에서 창출되었고 이는 소버린이 가져간 8,0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상조는 소버린의 행태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당시 참여연대의 행동에 대해 비판이 있으면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기업지배구조의 불완전함을 먼저 해결하지 못하면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소버린이 SK(주) 주식 매입 당시 시가총액(약 2조원)은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 20%에 해당하는 가치(약 3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즉, SK(주)가 들고 있었던 SK텔레콤 주식이 ‘무수익자산’을 넘어 ‘무가치자산’이 되는 터무니없는 현실을 해결하지 않고는 외국자본의 공격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장하성 펀드는 해외 투기자본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장하성 펀드의 ‘출신성분’에 대한 논란을 생각해보자.

왜 장하성 펀드는 라자드 자본으로 이뤄졌을까?

일명 장하성 펀드의 정식 명칭은 앞서 말한 것처럼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다. 장하성 교수와 그가 이끄는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이 펀드의 투자 자문을 역할을 맡아 약 6년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펀드의 실체가 국내자본이 아니라 적대적 M&A 투자 경력이 있는 라자드 자본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당혹스럽다.

당연히 장하성은 해외 자본만을 상대로 장하성 펀드에 들어와 줄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자금도 펀드에 참여했다. 그러나 역시 해외자금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것은 사실이다. 이는 장하성 펀드에 국내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단기 투자차익을 노리는 해외 펀드 위주로 투자를 받고자 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장하성 펀드에 참여한 외국 투자기관을 보면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이나 버지니아대학, 조지타운대학 재단 등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성질의 자본이 아니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론스타의 매각과정에서 김상조가 내놓은 주장을 보자.

김상조는 론스타의 ‘몰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그 연장선에서 하나은행이 론스타 지분을 인수해 외환은행을 합병하는 걸 사실상 찬성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상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자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경영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담은 질의서를 금감위에 보냈고, 외환은행의 주총에 참여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법원에 여러건의 정보공개 소송을 낸 것도 그다.

김상조가 론스타 주식 ‘몰수’를 주장하지 않은 것은 몰수라는 방법론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고 결론이 지어지고 그래서 외환은행의 대주주자격이 박탈된다 하더라도 주식취득을 무효화하는 방법보다는 과징금, 벌금 등의 범죄수익 몰수의 방식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전반적으로 김상조는 론스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보다 론스타를 승인한 감독당국을 비판하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했다. 이는 론스타 류의 문제가 한국에서 재발하는 것을 막고 투기자본의 폐해를 막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그의 설명이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신자유주의적 발상인가?

장하성, 김상조의 소액주주운동이 주주자본주의 운동이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트로이의 목마’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나 이를 넘어서는 진보적인 사회로의 전환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장하성, 김상조가 주주자본주의 첨병이라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대응에는 차이점이 있다.

장하성은 주주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논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벌 총수가 사실상 모든 인사권을 가진 현 상황에서 과도한 인센티브와 단기 성과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단기 성과주의는 주주자본주의가 가진 본질적인 속성이 아니라, 주식시장 제도와 기업 경영의 ‘형태’ 때문이고, 나아가 한국에서 주주들의 압력 때문에 회사가 근시안적인 경영을 했다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주주가 아니면 회사의 채권자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것이다.

김상조는 다소 조심스럽다. 주주자본주의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어느 편을 들기보다는 주주자본주의로 해석되는 일련의 행동들은 다만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이상적인 경제모델을 설계하는 상아탑 학자가 아니라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현실 참여적 활동가로서 보다 현실 개입능력이 있는 방법론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상조는 주주행동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주주자본주의에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의 가치를 이념적 이유에서 거부하면 진보의 주요한 수단을 버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舊)자유주의의 기본인 소유권의 개념조차 미천한 한국 현실에서는 소수주주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자유주의적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것은 충분히 개혁적이라고 설파한다.

물론 이런 운동이 단계적(특히, 80년대식 사구체 논쟁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운동이며 자본의 수단을 이용한 자본주의체제 내의 운동이라는 비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상대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것도 고용의 주체로서 자본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체제내의 운동이라는 비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실천의 여지를 축소할 필요 없다는 뜻이다.

결국 김상조는 주주 자본주의, 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같은 30년 뒤에 도달될 최종 목표를 설정해 놓고 운동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는 아니다. 단지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을 자신의 책무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뉴시스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과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장하성, 김상조가 소액주주운동을 도입한 이유는 시장을 감시하는 장기투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소액주주는 기업을 개선하기보다는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것이 더 간편하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공적연금이나 대학기금 등이 적극적 감시자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장기투자자가 존재하지 않기에 이들은 시민단체를 통해서, 또는 직접적 시장참여자로서 재벌을 감시했다.

장하성, 김상조의 역할은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사상가나 이념가라기보다는 현실 참여적인 활동가 성격을 띠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송곳도 필요하고 망치도 필요하다. 굳건한 장벽을 망치로 쳐서 넘어뜨리는 사람도 물론 필요하지만 송곳을 정확한 곳에 찔러 넣어 효율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이들이 주도했던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구체적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결코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이러한 역할에 천착한 사람이 바로 장하성, 김상조다. 거대 담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실 개입 능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실무적인 운동방법이 장하성, 김상조의 운동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같은 재벌을 감시하는 실무 집행부서의 장으로서의 김상조와 실질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의 장하성은 그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장하성, 김상조를 경제사상이라는 큰 틀에 넣는다면 케인스주의자라고 평가될 수 있겠다.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장하성, 김상조는 국가 개입의 현실적 수단인 관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관료를 단순히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집단’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료 특유의 조직논리로 무장되어 있고 재계의 이해관계와 유착된 ‘모피아’라는 게 이들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관료를 비판하던 사람도 장관이 되거나, 혹은 대통령이 되어도, 관료의 영향에 휘둘렸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관료들이 가진 정보와 논리를 뛰어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관료가 가진 정보와 논리를 디테일에서도 뛰어넘을 수 있는 현실 참여형 전문가가 조직의 수장이 되면 어떨까?

“모피아에게 정책적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모피아를 개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정철학과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 개혁의 필요조건”이라는 김상조의 말을 ‘이제 공무원이 된’ 그들이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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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한 발 앞서가는 대담한 외교 펼쳐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5/29 07:48
  • 수정일
    2017/05/29 07: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고] 북한 비핵화, 어떻게 짝을 맞출 것인가
 
 
그동안 여러 추측으로만 떠돌던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4대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모든 대북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목이다. 성급한 결론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미 간 대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가 있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지난 4월 말 대북 기조를 의회에 공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옵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만약 이러한 기조가 실제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무력 사용을 배제한다는 의미라면,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 강조가 향후 구체화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흐름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인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도전과 기회 

20여 년이 넘도록 한국외교의 중심이 북핵 해결에 놓여왔음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향후 펼쳐질 북핵 외교의 진자운동(振子運動) 역시 한반도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배태하고 있는 양축(남북관계 축에서 동북아의 국제정치 축까지)을 오고가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국제정치 축으로 바싹 옮겨진 채 '도발-위기-협상-일괄타결-합의파괴'라는 순환적 패턴으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은 6자회담 등에 참가하면서도 미국과의 양자회담에만 집착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반미적 사대주의'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렇게 한국을 의도적으로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려고 했다. 북핵 문제에서 한국을 '왕따'시키려는 북한의 전술은 "북한 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관련하여 예상할 수 있는 대북 정책 방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한 평화번영정책과 유사한 경로를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테면, 남북한 관계와 동북아에서의 국제질서라는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한 '하이브리드' 정책이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남북한 관계에서 "남북 군사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우발적 충돌방지,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비통제를 추진"함과 동시에 "북핵 문제 완전해결 단계에서 평화협정체결"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남북한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실현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원대한 그림을 그렸다.

동북아에서의 질서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는 "주변 4국과의 협력외교를 강화하고 동북아 더하기 책임공동체를 형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줄곧 강조해 온 '동북아 균형자론'을 버전(version)만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기조도 노무현 정부의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 문재인(오른쪽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국 대표단으로 한국을 찾은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한반도 위기로 가는 길은 대화로 포장되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실 1·2차장에 대화파(또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앉혔다.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면 대화가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21일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인사를 발표하면서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지금의 북핵 위기 상황에서는 우리의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와는 별개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옥으로 가는 길은 호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마르크스의 문구처럼, 대화로 포장된 길이 자칫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정일 시대에 김일성의 비핵화 유훈 언급은 위장 전술임이 드러났다. 2012년 7월 일본 <도쿄신문> 등 일부 언론은 조선노동당 내부 문서를 인용하여 "김정일이 생전에 대량의 핵무기를 생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 17일)전까지 두 차례의 핵실험(2006년 10월 9일, 2009년 5월 25일)을 하였으며, 2012년 4월 개정 헌법의 서문에는 김정일이 사망 전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전변(轉變)시켰다고 명시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약 2주 뒤인 2011년 12월 30일 북한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돼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알렸다. 이듬해 4월에는 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정 권력까지 모두 차지하면서 사실상 권력 승계를 마무리했다.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 3대 세습이었다. 

그리고 불과 집권 14개월만인 2013년 2월 12일에 3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채택(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하였다. 이는 김정은 시대에서도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었다. 지금까지 북한은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핵실험을 이어 오고 있다.

5차 핵실험 후 북한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보다 타격력이 높은 각종 핵탄두들을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올해 4월 14일 평양에서 가진 <에이피>통신 인터뷰에서 "최고지도부가 적절하다고 판단을 내리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것"이라며 6차 핵실험이 외부의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북한 <노동신문>은 5월 25일 자 논평에서 미 대북정책의 '관여' 정책에 대해 "겉으로는 대화와 협상, 평화의 간판을 쓰고 있지만 실지로는 우리를 안으로부터 무장 해제시켜보려는 극히 위험천만한 계책"이라며 "양키식(미국식) 오만과 양면성의 극치"라고 힐난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와 대화 병행에 북한 특유의 강(强)의 전술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상공에 위기의 먹구름을 모으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는 일반적으로 가상의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 억지(deterrence)와 공격을 받았을 때 이기는 방어(defense)로 구성된다. 따라서 국가안보 수준을 단기간에 높이는 방법은 타국과의 군사동맹을 맺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억지로서의 한미동맹이 그랬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을 '굳건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고차원의 협력관계로 구축'하는 것으로 천명했다. 나아가 확장억제(지)력(extended deterrence) 강화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억지와 방어 역할을 모두 포함하는 동맹을 유지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에 대한 인식은 '가치'(values) 측면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강해 보인다. 따라서 동맹유지에서 오는 이득에 그 비용을 뺀 순이익을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동맹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할 때 문재인 정부가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전제는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주한미군 비용의 상한선이 주한미군 주둔에서 오는 이익보다 커서는 안 된다(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외에, 한국과 미국 사이의 근본적인 정책적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를테면, 북한을 두고 한미가 항상 합의에 의한 일관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이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대상과 수준에서 상이성(discrepancy)이 존재해 왔다. 

일례로, 동북아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가 불분명하다. 일반적 견해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관심은 우선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한국을 완충 지역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그러하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장기 외교전략은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끊고 친중국적이거나 중립적이 되도록 변화시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 일개 '중국몽'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중국의 포석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적어도 태평양의 절반은 자국의 세력권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유리한 국제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Initiative)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일동맹은 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했다. 아베의 일본은 오래 전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진입했다. 여기에다 미국은 한국까지 끌어들여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2016년 11월 23일)토록 중재했다. 이른바 한미일 삼각연합 카르텔의 형성이었다. 아직은 느슨한 형태이지만 상황에 따라 더욱 조여질 수도, 아니면 반대로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 

요약하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국제정치 환경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질서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관련국들의 협상 카드는 레고(Lego) 장난감으로 비유할 수 있다. 어떻게 짝을 맞추느냐는 방법적 문제만 남아있다. 짝을 맞추기가 지연될수록 북핵 능력은 강화되고, 협상의 조건 역시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체제를 보장한다는 의미가 아닌 이상 현재로서는 북한 핵 능력 강화 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상황으로 굳어지기 전에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대담한 외교전략을 짜야한다. 그리고 이는 국제관계에서 힘(power)을 바탕으로 하는 현실주의와 국가의 의도(intention)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시각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전략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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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이·효순이는 정말 ‘교통사고’로 희생된 것이었나

 

[프레임 전쟁] 7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사망 사건, 정권·언론도 ‘미국’ 앞에 나약했던 굴욕의 15년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5월 28일 일요일

‘미군 차량 부주의로 여중생 2명 사망’

‘미선이·효순이 사건’으로 알려진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2002년 6월13일은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었다. 앞서 5월31일 한일 월드컵 개막 후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 대표팀과 포르투갈 팀의 조별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날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은 미군 장갑차가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마을 도로를 주행하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 2명을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리고 이 죽음은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등에서 사고 당일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지만 대부분의 일간지는 다음날 관련 기사를 단신으로 처리했다. 조선일보는 이마저도 보도하지 않았다.  

당시 기자들에 따르면 이날은 지방선거일이어서 사건 기자들도 아침부터 선거 관련 취재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의정부경찰서로 한 장의 팩스가 들어왔다.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2명 즉사.’ 그때 기자들의 입에서는 “하필 오늘같이 바쁜 날…”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다음 날 신문에는 ‘미군차량 치여 여중생 2명 사망’(한겨레), ‘미군 차량에 치여 여중생 2명 사망’(경향신문), ‘미군 궤도차 덮쳐 여중생 둘 사망’(중앙일보) ‘미군차에 치여 여중생 둘 사망’(동아일보) 등 경찰발 기사가 지면 구석에 짤막하게 실렸다.

 

 

지난 2002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49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효순·미선양 영정을 앞세우고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2년 7월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49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효순·미선양 영정을 앞세우고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2002년 12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여중생 압사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민언련의 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한겨레) 보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6월17일 미군 측이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서둘러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신문도 제대로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6월20일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자체 조사결과가 한미 합동으로 발표됐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만 21일자 사회 2면 2단으로 단순 보도했을 뿐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지 못한 한계를 남겼다”며 “미군 측이 최소한의 사과도 하지 않고 사고 차량 운전병은 아무런 처벌 없이 군내 생활을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추이가 계속됐지만 이에 대해 언론은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 초기 조선일보의 침묵은 은폐 수준에 가까웠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6월20일이 돼서야 미군 추모행사를 첫 보도한 조선일보는 7월부터 미군 측의 입장을 중점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고심 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중학생 사망 사건 관련해 쓴 사설의 첫 시작은 “내년은 한·미 군사동맹 50주년이 되는 해다”였다.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한·미 동맹관계는 이제 그 연륜에 걸맞은 성숙함을 갖출 때가 됐으며, 건강한 동맹을 유지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가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라며 “이 사건이 일종의 ‘운동 확산’의 모양새로 가게 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경향은 피해자 가족들이나 한·미 양국 국민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이 사건 보도에 소홀했던 이유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사고 발발 직후 미군 측의 무책임한 태도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문제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이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 국민을 위로하기보다 한·미 관계 악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언론의 무관심 속 미군 장갑차에 중학생 2명이 스러졌다 

반면 한겨레는 6월20일 ‘미군훈련과 두 소녀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찌감치 불평등한 SOFA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겨레는 “미군 주둔과 군사훈련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라 해도, 이런 어이없는 안전사고를 ‘공무 중 다반사’로 처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8군이 소녀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시하고 위로 모금을 하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것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좀 더 평등하게 개정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또 미군이 설치한 고압선에 감전돼 팔다리를 자른 채 1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다 장갑차 사건 사흘 전 세상을 떠난 전동록씨 사례를 들며 “그 사건에 대해서도 미군당국은 ‘과실치사’라며 단돈 60만 원의 위로금을 전달했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빈발하는 안전사고를 줄이는 길은 사고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엄격한 처벌”이라며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준 사건의 조사에 우리의 사법당국이 참여해야 함은 당연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2007년 6월1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선이, 효순이 5주기 촛불 문화제' 행사에 시민들이 참석해 심미선·신효순양 사망 5주기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인철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은 6월26일 경향신문 기고문(월드컵에 묻힌 것들)에서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미군이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일방적으로 조사하고 끝내려 한다는 것과 우리가 재판관할권 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더욱 기막힌 일은 이 사고에 대해 항의하러 간 우리 여고생들과 시민단체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도 시원찮을 미군이 무장한 채 총부리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미군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개탄했다.

 

미군이 사고 발생 후 유족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서둘러 현장조사를 벌인 후 “사고 차량 차장이 30m 앞에서 여중생을 발견하고 무선으로 두 차례 운전병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소음으로 듣지 못했다”는 발표도 결국 허위로 밝혀졌다. 미군은 “훈련을 주민들에게 미리 통보했다”고 거짓말했다가 주민의 항의를 받고서야 “다음부터 꼭 알리겠다”며 번복하기도 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실제 장갑차량 운전병은 미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다른 곳과 교신해 선임 탑승자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7월2일 운전병 워커 마크 병장은 “사고 당시 중대장, 지휘부와 무전교신을 하고 있었다”며 “선임 탑승자가 ‘정지’라고 고함지르는 것을 들었을 때 차량 오른쪽 바로 앞에 빨간 셔츠를 입은 소녀를 보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11월 한국 검찰은 운전병과 관제병이 통신장비가 불완전한 상태에서 장갑차량을 운행하는 등 명백한 과실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사용한 장비를 조사한 결과 통신장비에 여러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자 진술과 장비 상태 등을 놓고 볼 때 이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장갑차를 출발시키고 운행을 계속해 사고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은 운전병과 관제병 모두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미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 일부 언론이 지적했듯 미군이 ‘과실치사’를 입증하고 유족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표하는 방법은 공정하고 철저한 재조사였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원만한 처리’와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우며 되레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과격성을 우려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검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단했다. 

 

▲ 지난 2005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3주기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2005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 신효순 심미선 3주기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민중의소리
 
6월27일 희생 학생 유가족 측이 사고 장갑차 운전병과 관제병, 중대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 고소한 후 동아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학생들의 죽음을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동아일보는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과 교통사고 등에 의한 과실치사는 법률적으로도 엄연히 구분된다”며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여학생 강간 사건이나 주한미군 영안실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범죄와는 달리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아일보는 “일부 시위대가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군 병사 9명이 다쳤다”고 하면서도 미군의 공개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취재 기자가 폭행당한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유족들 위로 △충분한 보상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노력을 ‘원만한 처리’라고 하면서도 SOFA 규정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던 동아일보는 11월20일 미군 군사법원 배심원단이 미군 장갑차 관제병에게 무죄 평결을 내리자 그제야 ‘이래서 SOFA 개정하자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격이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 검찰은 미군 측에 재판관할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 결과 전원 미군 장병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놓았고 그것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한 것”이라며 “이번 불행한 사고가 SOFA 개정 등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금껏 SOFA 개정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엔 ‘지나친 반응은 잘못’이라는 훈계도 빼놓지 않았다. 동아일보 식 ‘원만한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은 정부·여당의 책임도 큰데도 이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목소리로 평결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정치권과 법무부가 국민의 질타를 함께 받고 있는데도 동아일보는 모른 체했다.

의문사를 ‘교통사고’로 치부한 언론, 미군을 변호했다 

무력한 한국 정부를 대신해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집회를 열고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며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미군 2사단 앞으로 몰리는 시민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집단으로 구타당한 시민은 호흡곤란 상태에서 사진기자들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실려 갔다. 병원과 집회 현장 사이를 구급차가 7차례나 다녀갔으며, 이미 쓰러진 여학생을 발로 짓밟고 방패로 머리를 내리찍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분을 못 이겨 실신한 대학생도 있었겠는가.”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을 묘사한 한겨레 사설 중 일부다. 한겨레는 11월24일 사설에서도 시위대의 분노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겨누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이번 평결 결과를 두고 ‘재판을 투명하게 진행하려는 미군 당국의 노력을 평가하며, 이와 같은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냐”며 “정부는 언제까지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국민의 뜻을 알았다면 바로 소파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소파 재협상의 뜻을 밝힌 각 당도 빈말에 머물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기간 미군 장갑차 사건 관련 한겨레의 보도량도 급증했다. 지난 2003년 발표된 ‘미군장갑차사건의 담론분석 :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사 비교’(정선희) 석사학위 논문을 보면 한겨레는 6월에 9건, 7월 43건 8월 25건, 9월 9건, 10월에 6건을 보도했다. 이후 11월18일 가해자인 미군에 대한 재판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보도량은 11월은 53건, 12월엔 134건으로 늘었다. 

한겨레가 이 사건에서 주로 사용한 ‘프레임’(frame·틀 짓기)은 한미 간 불평등 관계를 강조하고 SOFA 개정을 주장하는 ‘패권국·SOFA 개정’과 촛불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미확산’ 프레임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의 SOFA 절차 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동반자·법률체계’와 ‘반미저지’ 프레임 비중이 컸다.

특히 한겨레는 미군 장갑차 사건에서 미국을 패권국의 오만한 이미지로 부각하고 책임자의 처벌과 SOFA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이 67.9%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 사건 초기부터 자리 잡은 ‘패권국·SOFA 개정’ 프레임은 ‘반미확산’ 프레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이는 11월 ‘미군 무죄’ 보도 이후 촛불집회가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이 사건 관련 시위가 이미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SOFA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시민단체 위주의 행동이었다면, 11월 이후의 촛불시위는 그동안 미국에 대한 큰 반감이 없었던 일반 시민이나 대학생·청소년층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2015년 6월13일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제를 열기위해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까지 영정을 들고 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2015년 6월13일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 등 10여개 단체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13주기 추모제를 열기위해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사고 현장까지 영정을 들고 가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반미’ 촛불 끄려 했던 조선일보, 미군 무죄·SOFA 불변

 

이런 흐름에 조선일보는 국가 안보나 경제 상황, 동맹 관계 유지를 위해 반미 정서를 억제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맞섰다. ‘[반미·북핵] 외국인 투자심리 움찔… 증시에 부정적’(12월14일), ‘“한국상품 불매·미 자본철수 등 악영향” 재계, 반미운동 자제 호소…경제5단체 성명’(12월17일), ‘[사설] 경제5단체의 반미 걱정’(12월18일) 등 반미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게다가 12월11일 ‘어린이에게 혈서 쓰게 하는 분위기’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미군 장갑차 사망 사건 재판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며 혈서를 썼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조사결과 학교나 주변에서 이 어린이들에게 ‘혈서’를 부추긴 사람들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2월18일자 칼럼에서도 “어린이에게 시위 현장이나 유세장의 경험이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아이가 자라면서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는 데 그런 경험이 장애가 되지는 않을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며 그때 시국에서 어린이들조차 느꼈던 미국에 대한 분노를 ‘위험한 정치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평화로운 촛불집회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미선이 효순이를 위한 촛불 추모제’를 바라보는 보수 언론의 시각이 당시 얼마나 우려스러웠는지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심지어 유모차까지 끌고 나오는 게 촛불 문화제의 상징적인 모습이 됐지만, 광화문을 둘러싸고 있는 보수언론에게 촛불의 번짐은 ‘위기감’을 주는 일이었다.  

보수언론은 꽃도 채 피워보지 못한 만 14살 중학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은 사건을 ‘교통사고’ 수준으로 깎아내리고 진상을 호도했다. 주한미군, 나아가 미국과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진실을 밝혀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하기보다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반미 감정의 확산을 막는 프레임으로 진실을 가렸다.

다음은 지난 2015년 신경림 시인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 13주기 추모제에서 낭송한 추모시 ‘다시 그날은 오는데’ 중 일부다.

‘산과 들을 말리고 나무와 곡식을 태우면서  

또 유월이 왔구나.  

효순이 미선이 너 귀여운 우리의 딸들을  

우리가 이 땅에 되살려야 할 유월이 왔구나.  

이제 거꾸로 너희가 별이 되어  

우리 갈 길을 가리켜주는 유월이 왔구나.  

우리의 꿈을 지켜주고  

쓰러지려는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다시 그날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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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쎈 무기는 평화..군사긴장 완화위한 남북대화 즉각재개”

'평화군축 세계 여성의 날' 맞아 ‘2017 여성평화걷기’ 진행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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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27  23: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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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2017 여성평화걷기’가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민통선 내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2017 여성평화걷기’가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민통선 내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길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와 경기여성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2017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공동대표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최병일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이하 평화군축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 땅에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며 한반도를 전쟁없는 땅, 생명·평화·상생의 땅으로 만들고자 여성평화걷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평화걷기에는 조직위원회 참가 단체 회원들과 가족 단위 참석자들, 청소년 학생 등 1,000여명이 참가했으며, 민통선내 생태탐방로와 평화누리길 일부구간을 걷는 전체코스 6.5km와 어린이·노약자를 위한 거북이코스 4km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더할 나위 없이 청명한 날씨 속에 참가자들은 좌우의 민통선 철책과 늦은 모내기가 진행되고 있는 논밭 사이를 걸으면서 2시간여에 걸쳐 평화에 대한 명상과 대화를 나누었다.

평화걷기를 마친 참석자들은 평화누리공원에서 평화의 어울림 행사를 갖고 ‘2017 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발표했다.

평화걷기에 앞서 진행된 식전 행사에서는 지난 24일 평화군축 여성의 날을 맞아 채택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여성들의 요구문’이 낭독되기도 했다.

   
▲ 2017 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공동대표인 최병일 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이 개회 인사를 하고 윤후덕 국회의원, 이재준 경기도의회 의원이 축사를 했다.(사진 왼쪽부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 절대 안된다',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17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전쟁없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위한 여성의 역할’ 주제 심포지엄에서 △남북대화와 협상 즉각 재개, △남북교류협력 재개, 이산가족 재결합 조속한 추진, △평화통일 정책과정에 여성 참여 동수로 확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군비경쟁 비용을 시민복지로 전환, △DMZ의 평화적 이용, △순수 남북문화예술교류 제도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은 1981년 유럽 11개국 NGO 49명의 여성들이 모여서 5월 24일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for Peace and Disarmament)’로 정하고 1982년부터 중동 등 분쟁지역을 중심으로 실제 평화행동에 돌입한 것을 그 기원으로 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7년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5월 24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첫 기념식을 가지고 ‘북한 임산모와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이며 군축을 호소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YWCA연합회, 경기여성네트워크, 문화세상이프토피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등 2017 여성평화걷기조직위원회 대표들이 평화걷기 행사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평화걷기 행사에는 조직위원회 참가단체 회원들과 가족, 학생 등 1,000 여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본격적인 평화 걷기에 앞서 고양호주리댄스팀이 시범을 보이고 참가자들이 평화의 몸풀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당면한 평화 현안으로 사드 한국배치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왼쪽)와 장미란 한국YWCA 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24일 채택한 문재인 정부에 보내는 여성들의 요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2017 여성평화걷기 시작.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화창한 봄날 평화누리 공원에서 평화걷기를 하니 수녀님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없는 한반도, 상생.평화, 생명의 세상을 위하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아이들의 평화로운 잠을 위하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은 안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은 안돼!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통선내 생태 탐방로와 평화누리길 일부구간을 걷는 전체코스 6.5km와 노약자를 위한 거북이코스 4km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쟁없는 한반도! 생명, 평화,상생의 한반도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평화걷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대안학교 불이학교의 밴드 노란구름팀이 평화걷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평화누리공원으로 들어오는 사이 새롭고 흥겨운 공연을 준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란구름 밴드 친구들이 패기있는 의리의 응원 춤사위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라온제나 여성합창단과 고양여성합창단을 주축으로 고양 YWCA 합창 단원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결합한 시민합창단이 ‘상록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평화걷기 참가자들과 함께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화로운 평화누리 공원 행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분단1, 2, 3, 4세대를 대표해 임가형, 장채원, 문선영, 이은형 님이 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제일 쎈 무기는 평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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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드 전문가 “한미 정부, 사드 미본토 방어용인 것 숨기려 거짓말”

▲사진출처 : 미 국방부 홈페이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미 본토 방어용이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미 두 나라 정부가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한 미사일방어체계 민간 전문가가 말해 관심을 모았다.

▲시어도어 A. 포스톨 교수 [사진 : 뉴시스]

시어도어 A. 포스톨 MIT대 과학기술 및 국가안보정책 담당 명예교수는 지난 26일 tbc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전화인터뷰에서 “사드 시스템은 초기 설계단계부터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와 직접 데이터가 오가도록 설계돼있지만 (다른 나라)정부들은 미국으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정보를 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스톨 명예교수는 그래서 “제가 짐작을 하자면 양쪽(미국과 한국 정부)이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두 정부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어서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포스톨 교수는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을 속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사드배치의 근본 목적을 (한국에)전혀 얘기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한국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 미국인으로서 정말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톨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배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라고 말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럼 미국은 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일까? 포스톨 교수는 “사드는 요격능력은 별로지만 레이더는 굉장히 강력하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상당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시스템에 직접 제공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중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한국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국도 사드가 군사적인 능력 면에서 별것이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분노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게 한 굉장히 중요한 약속, 즉 미국의 영토방어미사일시스템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만을 겨냥하고 있다는 약속을 사실상 어긴 것”이라며 군사적 위협보다는 외교적 의미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포스톨 교수는 한국 사드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남한 정부를 상대로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부적절하며 나아가 동북아시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포스톨 교수는 사드의 실제 미사일방어능력에 대해선 “군사적으로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전혀 (방어에)유용하지 않다”며 낙제점을 매겼다. 이유는 이렇다. 사드가 작동하는 외기권은 공기밀도가 매우 낮아 공기저항이 없다. 그래서 미사일 인근의 어떤 물체도 모두 기만탄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더욱이 사드에 부착된 적외선센서에는 기만탄이나 탄두 모두 빛나는 점으로만 인식된다. 그래서 북한이 탄도탄을 발사하면 쉽게 사드를 피해갈 수 있다. 만약 일정한 고도에 다다랐을 때 미사일을 조각내면 탄두와 다른 미사일 조각들이 공중회전을 하며 날게 되는데 사드 센서엔 모두 똑같은 빛나는 점으로 보일 뿐이다. 뭐가 실제 탄두고 뭐가 기만체인지 알 방법이 없다. 아주 간단한 것으로도 사드를 쉽게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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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28주년, 5천여 교사들 “朴정권의 폭압 ‘법외노조’ 철회돼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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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5/28 09:00
  • 수정일
    2017/05/28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전교조 결성 28주년, 5.27 전국교사결의대회 “교육적폐 청산하자”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28주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법외노조 통보 철회와 교육적폐 청산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5천여명의 교사들은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철회하고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가려 할 때 통과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교조는 대회 결의문을 통해 ▲법외노조 통보 즉각 철회 ▲교원 노동3권 및 정치기본권 보장 ▲경쟁교육과 특권학교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폐기 ▲교원정책 2대 적폐인 성과급과 교원평가 폐지 등을 촉구했다. 또한 ▲학교자치제도의 법제화를 위한 실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했다.

전교조는 “전교조가 결성 된지 스물여덟 해, 전교조가 걸어 온 길은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전교조는 1989년 결성 당시, 노태우 정권 아래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다. 노동부에 제출한 설립 신고서는 반려됐고, 수많은 교사들이 구속과 징계를 당해야만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9년 10년 만에 합법노조가 됐지만, 2014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법외노조로 몰렸다.

노조는 “노조결성으로 1527명의 교사들이 교단 밖으로 쫓겨났고, 박근혜 정권의 폭압으로 지난 4년 최대의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며 “하지만 참교육 정신과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냈고 촛불의 승리가 만든 새 시대의 복판에 당당히 섰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결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다음과 같이 결의를 모았다. 교사들은 “입시경쟁-서열화 교육을 뿌리부터 허물고 숨 쉴 여유조차 없이 건강마저 위협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행복을 찾아 줄 것”이며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추구하고 점수 따기가 아니라 전면적 발달을 지향하는 참교육 체제를 이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학교자치 법제화로 교육을 민주화하고 경제논리와 성과주의를 교단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민중의소리

대회사에 나선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철회’는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번째 관문”이라며 “다시 한 번 법외노조철회를 정중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외노조 철회 사안은 촛불민심과 ILO·OECD·EI 등 국제적 기준과 상식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권한을 높이고 있는 국가인권위에서도 이미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조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해고자의 즉각적인 원상회복과 전임요구자들에 대한 탄압의 종결이 화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요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법외노조 통보 철회 소식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2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법외노조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한 기자회견 직후부터 광화문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며 “미완의 촛불혁명의 과제를 해결해가기 위해 동반자적 관계를 갖기를 바라고 혁명을 완수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퇴직교사들도 이날 대회에 참여해 법외노조 철회에 대한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유한탁 참교육동지회 대표는 “우리는 퇴직하고 학교에서 물러났지만, 못다 한 교육자의 목표를 향해 후배교사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회 중 교사들은 비정규노동자들의 휴식 및 교육을 위한 공간마련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전국교사대회가 끝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진행되는 ‘지금당장’ 촛불행동에 참여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촛불행동에 참여해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함께 촉구했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
전교조는 27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교조 결성 28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결의를 모았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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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길]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
 
 
"4대강사업과 같은 경우 미국에서는 결코 할 수 없다. 1950~1960년대였다면 혹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이 발효되면서 4대강사업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청정수법 외에도 각 주마다 있는 수질과 어류 보호 관련 다양한 법률이 있기에 불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UC 버클리대학 마티어스 콘돌프(G. Mathias Kondolf) 교수는 하천지형학과 환경설계학을 전공한 권위 있는 전문가로서 2010년, 2014년 운하반대교수모임 등의 초청으로 한국의 4대강사업 현장을 조사한 바 있다. 그가 있는 대학으로 찾아가 21세기 미국 물 정책의 특징을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위의 말이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4대강사업 같은 건 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국에서 1950년대나 있을 법한 구시대적 대규모 토건사업이 2010년대에 진행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 때문에 부끄러웠을까. 아니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한 사람의 환경운동가로서 4대강사업을 끝끝내 막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 9일부터 17일까지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미 서부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 일대의 댐 철거 현장을 조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콘돌프 교수 등 관련 전문가를 만났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부사장, 정대희 기자,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국장, 김종술 시민기자,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전문통역으로 김레베카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 연구원이 함께했다. 비용은 지난해 시민 모금으로 마련했다. 
 

▲ 엘와 강 하구 삼각주에서 바라본 올림픽 산은 만년설로 덮여있다. 엘와 강은 올림픽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에서 발원한다. ⓒ이철재


댐은 모든 것을 가로막는 장벽 

미국 서부는 우기의 끝자락이었다. 푸른 하늘을 보이는가 싶더니, 보슬비와 장대비를 번갈아 퍼붓는 날씨가 이어졌다. 우리 초봄 날씨와 흡사해 딱 감기몸살 걸리기 좋은 상황이었다(실제 일행 몇 명은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어림잡아 서울~부산을 여섯 번 왕복할 거리를 승용차로 이동해야 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오후 현장방문과 인터뷰 등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이동하면 숙소에 밤 11시, 12시를 넘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상 달리는 차 안에서 기사를 작성해야만 했다. 일행이 낯선 외국 땅에서 고난의 강행군을 이어간 까닭은 미국의 물 정책의 현황을 통해 4대강사업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어가 강을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연어가 다른 생물과 만나는 걸 막는 장벽, 우리 부족이 연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장벽, 우리 부족의 문화적인 전통가치를 접하는 걸 가로막는 장벽, 우리 부족의 고유한 가치를 우리로부터 가로막는 장벽, 이것이 바로 댐이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 주 포트엘젤리스(Port Angeles)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국립공원 내 엘와 강(Elwha River). 이 지역 원주민 클랄람 부족(Klallam Tribe) 의회 프란시스 찰스(France Charles) 의장은 이 강에 만들어진 2개의 댐에 대해 '모든 걸 차단해 버리는 장벽'이라 지적했다. 그녀는 원주민들이 당한 100여 년의 고통을 담아내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 일행이 찾은 엘와 강은 양쪽 경사진 둔치를 사이로 쪽빛이 감도는 물줄기였다. 급경사로 이루어진 여울에서는 하얀 포말과 시원한 물소리가 뿜어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계곡형 강의 모습이지만, 2011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곳에 높이 33미터 크기의 엘와 댐(Elwha dam)이 있었기 때문. 이 댐은 1913년 건설됐다. 1925년에는 엘와 댐 상류 15킬로미터 지점에 높이 64미터 글라인스 캐니언 댐(Glines Canyon dam)이 들어섰다. 둘 다 하류에 위치한 제지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 강에서 떠내려와 하구에 쌓인 죽은 나무들은 새로운 생명의 서식처가 된다. ⓒ이철재


어도조차 만들지 않은 댐 

지난 100여 년 동안 두 댐은 엘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원주민들과 생물들에게 재앙이었다. 올림픽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브라이언 윈터(Brain Winte) 부감독관은 "댐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 댐은 법률에 규정된 형식적인 어도조차 만들지 않았다. 댐 건설에 대해 클랄람 부족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미국 내무부 소속 인디언국은 이런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댐 건설로 당장 회귀성 어종인 연어들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는 원주민 부족이 연어 50%를 잡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와 맺은 조약을 침범하는 것이었다.  

엘와 강이 있는 올림픽 반도는 태평양 연어 5종의 주요 산란지이자 서식지였다. 특히 100파운드(약 45킬로그램)에 달하는 시누크 연어가 회귀하는 곳이었다. 댐이 들어서자 연어 산란지 및 서식지 90%가 막히면서 연어들이 급감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핑크 연어의 경우 댐 건설 전 연간 28만 마리가 회귀했지만, 댐 건설 이후에는 고작 200~500마리 수준이었다. 다른 연어도 마찬가지였다. 

엘와 강은 원주민 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찰스 의장은 "강줄기 따라 우리 선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주거지 터는 800년, 조상들의 무덤은 2000년이 넘게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연어는 주요 먹을거리이자 생계수단이었다. 또한 전통문화 그 자체였으며, 풍요의 상징이기도 했다. 두 개의 댐이 들어서자 엘와 강의 생태 시스템이 원주민을 부양할 수 없게 됐고, 그에 따라 공동체가 붕괴됐다. 원주민들은 선사시대 이래 삶의 터전이었던 엘와 강을 버리고 타지로 가거나 벌목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댐으로 가로막힌 삶은 4대강사업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어민과 주민들의 삶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반면, 엘와 강은 2011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두 개의 댐이 철거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에 따르면, 엘와 댐 등 철거 비용은 2690만 달러(약 305억 원)가 소요되며, 수력발전소 매입 비용, 어류 산란장 개설 등 강 복원에 총 3억2470만 달러(약 3676억 원)가 들어간다.  

댐들이 철거되자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클랄람 부족 어류 연구 담당관 마이크 맥헨리(Mike Mchenry)는 "엘와 강 상류까지 연어가 올라가 산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장어 등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생물 종도 돌아왔다"며 "현재는 수천 마리에 불과하지만, 30년 후면 20만 마리가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엘와 강에서 댐이 철거된 이유는 연어 복원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 이익과 강 복원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국제적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독일 칼스루헤 대학)는 유럽과 북미 지역의 댐 철거에 대해 "연어가 상징하는 자연 생태계의 경제성 때문"이라 밝히기도 했다.
 

▲ 클람람 부족 의회 사무실 앞에 세워진 눈물 흘리는 시누크 언어. 지난 100여 년 동안 원주민과 연어의 수난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이철재


대형 댐을 안 짓는 미국, 한국은? 

엘와 댐은 1978년 댐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철거 논의의 단초였다. 앞서 1963년에는 멸종위기종법이 통과돼 일부 연어가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됐다. 이를 바탕으로 원주민들과 시민단체의 철거 운동이 거세졌다. 이후 1992년 엘와 강 생태계와 어장 복원을 위한 법이 통과됐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은 "댐 철거 전후 경제성을 자세히 비교하는 자료는 없지만, 지금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말했다. "필요한 전력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으면서도 강의 흐름이 자연적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댐이 철거되고 강과 퇴적토의 흐름이 회복되자 '산 후안 데 푸가(Strait of Juan de Fuca)' 해협으로 이어진 엘와 강 하구에서는 사암이 부서지면서 형성된 검은빛의 퇴적토 350만 세제곱미터가 쌓이면서 삼각주가 형성됐다. 

일행은 미국 도착 첫날인 9일 시애틀 타코마 국제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엘와 강 하구를 찾았다. 걸어갈 수 있는 삼각주 한쪽의 길이만 대략 2~2.5킬로미터, 폭 0.2~1킬로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삼각주에서 물떼새, 기러기, 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을 확인했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죽은 나무들이 하얗게 탈색되어 흩어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엘와 강을 둘러싸고 있는 올림픽 산에서 내려온 나무들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마이크 담당관은 "엘와 강의 침식 과정에서 쓰러진 나무들은 다른 생물들의 먹이와 서식처 기능을 하는 등 생태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 복원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미이다.

브라이언 부감독관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엘와 강 복원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생각은 '강은 반드시 와일드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때론 거친 역동성과 생명을 품는 안정성이 존재하는 강이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것이 결국에 사람에게도 자연 그 자체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어 그는 "댐은 무조건 문제를 몰고 온다. 댐을 지을 때 악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전조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잘 안 돼 미국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댐 철거 정책에 대해 "지역마다 다르다. 댐을 필요로 하는 지역도 있다"면서도 "안전과 경제성 등 때문에 최근 대형 댐을 짓지 않는 추세는 맞다"고 밝혔다. 

댐 철거 및 강 복원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복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엘와 강 사례처럼 경제적이면서도 강 복원에 따른 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4대강사업과 같은 잘못된 정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다. 그것이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 엘와 댐 철거 자리. ⓒ이철재

leecj@kfem.or.kr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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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앞에서 '촛불시민' 비하한 국가보훈처 강사

 

[발굴] 통일교육인 줄 알았더니 "촛불집회는 선동 탓"... 서울 A초 강의 중단 사태

17.05.27 18:55l최종 업데이트 17.05.27 18:55l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1년 나라사랑교육 강사단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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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에서 보낸 '나라사랑교육' 강사가 초등학생들 앞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다가 강의를 중단당하는 사태가 터졌다. 교사들이 '촛불 비하 강의'에 대해 집단 항의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강사, 자유총연맹 간부에 '태극기 집회' 활동까지

27일 서울 A초등학교와 서울시교육청,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우익단체인 자유총연맹의 양일국 대변인은 지난 24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A초에서 강의 시작 20분 만에 강단에서 내려왔다. 당초 예정된 전체 강의 분량은 40분이었다. 

 

이날 강의는 서울시교육청의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 지침에 따라 이 학교가 국가보훈처에 강사를 신청해 진행됐다. 이 학교는 통일교육주간을 맞아 학생 통일교육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의 수강자는 이 학교 6학년 여섯 개 반 전체 학생 150여 명이었다. 

이날 강의를 직접 지켜본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강사로 나온 양 대변인은 2008년 광우병 우려 사태로 터진 '이명박 정권 규탄 촛불시위'를 겨냥해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6학년 한 교사는 "강사가 강의 초반에 2008년 촛불집회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희들 촛불집회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더니 '몇 년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라면서 "그런 뒤 촛불집회에 참여한 많은 시민들이 MBC <PD수첩>과 일부 연예인 등 소수 몇 명의 거짓 발언에 선동당한 것처럼 폄하했다"라고 당시 강의 내용을 전했다. 이 교사는 "문제의 강사가 당시 촛불시위를 지지한 연예인들 사진을 화면에 쭉 띄우더니 '거짓말쟁이다, 나쁜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사는 "해당 강사가 통일교육을 할 줄 알았는데 20분 강의시간 가운데 15분 정도를 촛불시위 비판에 써버렸다"라면서 "6학년 교사들이 '사실과도 맞지 않는 파당적인 정치발언'을 하는 강의를 계속 이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해당 강사의 강의록을 받아봤더니 '촛불집회' 등의 내용에서 일탈행위를 발견했다"라면서 "이는 정치적, 당파적 편견을 강의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학교 통일안보교육 강사 서약서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가보훈처는 말썽을 빚은 양 대변인에 대해 강의 중단조치를 내렸다. 양 대변인은 이달 중 모두 네 차례의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이미 두 번은 강의를 진행한 상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강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강사를 해촉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통일·나라사랑교육 기본계획'이라는 지침.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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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변인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이 벌인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양 대변인은 지난 2월 9일 탄기국 관련 단체가 연 토론회 '국민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오는가!'에서 사회를 맡기도 했다. <미디어워치> 보도를 보면 양 대변인은 같은 달 23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함께 밴드를 구성해 집회의 열기를 높였다. 

이에 대해 양 대변인의 해명을 듣기 위해 자유총연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고 쪽지를 남겼지만 당사자와 직접 통화할 수 없었다. 이 단체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가보훈처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그 기관의 해명을 듣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 대변인이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대해 "저희 쪽은 그렇게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전교조 "나라사랑교육 명목 반민주교육 중단해야"

전교조 서울지부 관계자는 "이른바 나라사랑교육이란 명목으로 학교에 오는 강사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 시민을 비하하는 등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라면서 "이런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강사들이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을 더 이상 가르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소속 4500여 개교에서 나라사랑교육을 벌인다. 이 교육은 2011년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나라사랑교육과란 부서를 신설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해당 교육을 전국 초·중·고에서 진행하는 강의요원은 모두 302명이다. 하지만 이 기관 관계자는 "강의요원의 신상을 언론은 물론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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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곰은 기차 좋아하고, 표범은 녹차 좋아해

조홍섭 2017. 05. 26
조회수 1385 추천수 0
 
철길에 떨어지는 곡물 수송 화차의 낙곡, 치인 동물, 개미 등 선호
인도 동북부 차나무 밭은 빽빽한 하층 숲이 은신처 제공, 표범 몰려
 
Niels de Nijs-1.jpg»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수컷 어린 회색곰. 연구자들이 곡물 수송열차에서 떨어진 곡식을 측정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를 물어뜯고 있다. Niels de Nijs
 
대형 포식동물은 훼손되지 않아 먹이가 풍부한 곳, 다시 말해 인적이 드문 곳에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이 바꾼 환경이 종종 이들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쓰레기 매립장은 대표적인 예이다. 유럽황새와 터키의 불곰이 매립장에서 먹이를 구하느라 오랜 이동 경로를 바꾸고 있다(■ 관련 기사쓰레기를 사랑한 야생동물의 비극).
 
쓰레기 매립장뿐이 아니다. 도로나 철도는 야생동물을 죽이고 또 그것이 다른 야생동물을 불러모은다. ‘로드 킬’로 잘 알려진 도로 말고 철도 또한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철도는 도로보다 교통량은 적지만 야생동물이 입는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무엇보다 기차는 야생동물을 피할 길이 없고 정지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차체가 커 동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덜 개발된 지역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충돌사고가 나도 사람이 입는 피해가 거의 없으니 관심도 덜하다.
 
지역에 따라 철도는 도로보다 더 큰 피해를 야생동물에 입힌다. 캐나다 밴프 앤 요호 국립공원도 그런 곳으로, 이 지역에 사는 회색곰 전체 개체수가 약 60마리인데 이제까지 19마리가 기차에 치여 숨졌다.
 
Wing-Chi Poon_1280px-Reflection_at_Two_Jack_Lake.jpg» 캐나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밴프 국립공원 모습. Wing-Chi Poon,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린 머레이 캐나다 앨버타 대 생물학자 등은 이 국립공원에서 회색곰 21마리에 위성추적 목걸이를 부착해 이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한편 배설물을 분석해 철도의 이용과 영향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 24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회색곰은 철도를 광범하게 이용했다.
 
곰이 철도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곡물을 실은 화물열차에서 적지 않은 곡식이 철도에 떨어진다. 특히 수확기인 가을철에 곰들은 떨어진 낱알을 많이 섭취했다.
 
곡물에는 자연계에서 찾을 수 없는 풍부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밀과 보리에는 탄수화물이 많고, 캐놀라 씨에는 지방이, 렌틸콩에는 다량의 단백질이 들어있어 곰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이이다. 철길에서 150m 거리 안에서 확보한 곰 배설물의 43%에서 곡물이 나왔다.
 
철도는 숲에 생긴 열린 공간이어서 민들레, 개미 같은 새로운 생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곰들은 이런 새로운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철길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사슴 등 다른 동물은 외면하기 힘든 단백질원이다. 곰들은 일정 영역의 철길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보해 매일 순찰하면서 먹을 것이 생겼는지 확인했다. 철도는 이들의 손쉬운 이동통로 구실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색곰 21마리 중 17마리는 하루의 9% 미만을 철도에서 보냈지만 나머지 4마리는 20% 이상을 보내는 등 철도 이용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4마리 가운데 3마리는 청소년기의 어린 개체였는데, 1마리는 전체 무리에서 가장 큰 우두머리 수컷이었다. 
 
경험 없는 미성숙 개체가 철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기차에 치일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우두머리 수컷은 위험을 회피할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립공원 철길의 절반을 제 영역으로 차지해 다른 개체들이 철길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그럼으로써 사고 위험도 줄이는 구실을 하는지가 관심거리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한편, 철도에서 7㎞ 떨어진 곳의 곰 배설물에서도 곡물이 확인돼 곰이 씨앗의 확산시키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송되는 곡물 가운데는 유전자 조작 캐놀라 종자가 들어있어 외래종이 퍼져나갈 우려도 제기됐다.
 
KALYAN VARMA-1.jpg» 표범 한 마리가 차나무 밭에서 죽은 가우어(야생 들소)를 먹고 있다. KALYAN VARMA
 
인도 북동부에서는 표범이 차나무밭에 자주 출몰한다. 동부 히말라야의 생물 다양성이 높은 이 지역에는 소규모의 자연보호구역 외에 대규모 차나무밭이 농지, 마을과 함께 펼쳐져 있다.
 
아리트라 크쉐트리 야생동물보전협회(WCS) 인도 지부 연구자 등은 <플러스 원> 1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표범이 남긴 표식을 바탕으로 활동영역을 조사한 결과를 밝혔다. 놀랍게도 야생지역 밖에 있는 차나무밭의 25%에서 표범이 아주 자주 드나들었다.
 
이 지역에서는 2009∼2016년 사이 표범과 사람이 조우한 사례가 350건에 이르고, 5명은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차나무밭에 드나드는 표범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일은 없었다. 
 
크쉐트리는 “이번 연구에서 표범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라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잦지는 않음이 드러났다. 상처를 입은 사람 얘기를 들었더니 표범과의 조우는 대낮에 차나무밭에서 일하던 사람과 사이에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부상 정도도 경미했다”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표범은 울창해서 숨기 좋은 차나무 밭 근처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곤 한다. 사람 공격은 이런 번식지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표범이 개발이 많이 이뤄진 지역을 피해 빽빽한 하층 식생이 있는 차나무밭을 찾아오는 것으로 보았다. 크쉐트리는 “연구 결과는 넓은 영역을 지니는 포식 동물에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위적인 지역도 보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사람과의 충돌을 효과적이고 사전적으로 줄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urray MH, Fassina S, Hopkins JB, III, Whittington J, St. Clair CC (2017) Seasonal and individual variation in the use of rail-associated food attractants by grizzly bears (Ursus arctos) in a national park. PLoS ONE 12(5): e0175658. https:// doi.org/10.1371/journal.pone.0175658
 
Kshettry A, Vaidyanathan S, Athreya V (2017) Leopard in a tea-cup: A study of leopard habitat-use and human-leopard interactions in north-eastern India. PLoS ONE 12(5): e0177013.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77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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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수난의 시대, 비평을 되살려야

 

문재인 시대의 언론, 실패를 반복하는 가시밭길로 가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5.26 08:                   

        문재인 대통령의 첫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만족스러운 신호를 남겼다. 받아쓰기가 필요 없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그야말로 ‘회의’라는 말의 본래적 의미에 맞는 방식으로 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를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은 “이 회의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인 만큼 참모들에게는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까지 함께 (언론에) 나가도 좋다”, “대통령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지 말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자유롭게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언뜻 보기에 참모들을 단순히 독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언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는 대통령 본인이다. 참모들로서는 대통령의 의견과 철학을 거스르는 발언을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없으면 토론이 되지 않는다. 이 회의에서 토론이 되지 않으면 올바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 보수정권의 지난 9년간 문제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참모들에게 그것이 ‘황당한’ 수준의 것일지라도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그래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의민주제를 따르는 나라에 야당과 여당이 맞부딪치는 의회가 반드시 존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많은 국민들은 “싸우지 않는 국회를 보고 싶다”고 하고 정치인들은 이에 곧잘 “일하는 국회를 보여 주겠다”고 화답하지만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는 사실 불가능하다. 정치인에겐 싸우는 것이 일이고, 뒤집어 말하면 이는 곧 ‘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싸우지 않는 것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고, 정치를 하지 않는 국회란 곧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권력과 언론, 독자 간의 갈등 구도도 마찬가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권력은 힘이 세다. 언론의 임무는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론’이 조성되는 과정을 정치의 언어로 하자면 ‘숙의’일 것이다. 권력이 숙의를 통한 공론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한 통치의 기본이다.

문제는 오늘날 이런 이상적 모델을 말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거다. 언론은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기술을 동원해 사건을 요리하며 자기 이익을 챙긴다.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결단했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조차 뒷돈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다. 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고 정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과거 같으면 은폐되고 조작됐을 스캔들은 오늘날처럼 미디어가 정보를 거의 완전히 지배하는 사회에선 의도치 않은 실수들을 통해 대중(이 아래부터 나오는 ‘대중’에는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앞에 낱낱이 밝혀진다. 대중은 더 이상 민주주의의 이상을 말하는 자들을 믿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제 대중은 정치와 언론의 ‘엘리트’들이 말하는 명분이 아니라 자신들과 보다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인식되는 네티즌, SNS이용자, 팟캐스트 진행자의 주장을 더욱 신뢰한다. 특별한 영민함을 지녔지만 기성의 체제에 포섭되지 못한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은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 망설임 없이 편승한다.

어떤 사람들은 ‘작가’를 자처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놓은 ‘진보어용지식인론’을 이런 사례의 하나로 지목하지만, 이게 권력의 ‘입각을 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잠재적 정치인(?)이 택한 방어적 제스추어에 불과한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들의 연속이 이른바 ‘진보언론’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태들의 보편적 배경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을 꾸짖거나 액면 그대로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역시 저들이 내세우는 ‘저널리즘’이란 허울뿐”이라는 확증편향적 인식의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단기간에 대중의 믿음을 바꿀 수단은 없다. 그렇다면 남는 방법은 정치와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장구한 노력을 거듭하는 것뿐이다. 얽힌 매듭을 단칼에 잘라내는 것과 같은 쉽고 확실한 해결책은 단언컨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이상 사건 자체의 내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이 문제가 누구의 책임이며 배후에 어떤 사익의 논리가 작동하였는지일 따름이다. 그래서 오늘날 대부분의 ‘논쟁’이라는 것은 ‘왜 누구에게는 이러했는데 다른 이에게는 저러했는가’라는 ‘내로남불’의 논리를 따지는 것이거나 ‘너는 과거에 나를 속였으니 지금도 나를 속일 것’이라는 자격론, ‘네가 나를 기만하니 나도 너를 기만하겠다’는 무차별적 응징의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 애초의 ‘사건’은 사라진다.

그런데 사실 이는 대상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판단으로 상품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소비의 논리’이며, 이런 구조 속에서는 정치와 언론 역시 ‘상품’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상품은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상품이 되기를 자처한 정치와 언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왜 대중은 소비의 논리를 쉽게 채택하고 나머지 방식을 그토록 빨리 기각하는가? 그것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오늘날의 대중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체제적 정체성이기 때문이 아닌가?

따라서 정치와 언론이 공론 조성과 숙의를 가능케 하는 공론장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면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 체제에 도전하는 어떤 결단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치는 대중이 오늘날 상실한 생산자이자 주권자이자 통치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를 거듭해야 하고,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간파하고 이를 탁월하게 다뤄내고야 마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구해야 한다.

즉,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와 언론은 우리가 지금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체제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목도하는 이 현상은 심지어 세계적이다. 저널리즘이 불능화 되고 정치가 마비된 세계를 확인해보고 싶다면 눈을 들어 시리아를 보라. 가짜뉴스가 언론을 대체하고 있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어떤 정보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내전 외에는 어떠한 정치적인 갈등 해결책도 찾을 수 없다. 세계는 오랫동안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공공성과 공정성을 꼽아왔다. 뉴미디어의 시대는 여기에 다양성을 더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이 앞의 디스토피아를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이다. 공공성과 공정성을 다양성이 잠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철시키는 선순환을 만들려면 다시 매체 간의 생산적 비평을 말하는 게 필수다. 미디어비평지의 창간은 이를 저널리즘의 방식으로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을 것이다. 이러한 몸짓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왔다. 돌아보면 그저 ‘반MB’를 외치는 건 얼마나 손쉬운 일이었는가.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대안을 꿈꾸는 정치와 언론은 과거 9년보다 더한 절박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오히려 문재인 시대이기 때문에 정치와 언론은 숱한 실패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나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대중의 요구에 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이 가시밭길을 가야만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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