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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한 이런 예술복지 어때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13 12:53
  • 수정일
    2018/05/13 12: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4월27~28일 이틀 동안 <시사IN>이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을 함께했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을 만들어 ‘여행을 통한 예술 복지’를 구현하자는 취지였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kr  2018년 05월 11일 금요일 제556호
 

 

장면 하나. 볕 좋은 어느 봄날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에서 가야금 연주자 하소라씨가 창작곡 ‘춘설’을 연주하자 청년 예술가들이 귀를 기울인다.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도 난데없는 국악 버스킹 공연에 하나둘 모여든다. 시민들의 호응에 하씨는 앙코르 곡으로 ‘꽃빛’을 연주한다. 연주가 끝나자 동양화가 신은미씨가 전지 두 장을 이어 붙인 큰 도화지를 완월정에 걸고 해금 반주에 맞춰 사군자를 그려나간다. 중심에는 매화를 그린다. 완월정이 선사한 감흥이 신씨에게 춘향전을 떠올리게 했다. 춘향의 지조가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와 닮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은한 해금 가락과 신씨의 유려한 붓질이 시민들의 시선을 붙든다.

장면 둘. 지리산 둘레길 중군마을과 장항마을 사이에 있는 수송대 계곡에서 시각예술을 하는 이우광 작가가 물소리·새소리를 들으며 ‘유배’ ‘비움’ ‘멍 때리기’를 실천한다. 대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떠올리며 ‘평양 레지던시’ ‘두만강 비엔날레’ ‘백두, 금강 예술가 기행’을 꿈꾼다. 해금 연주자 김신영씨는 무지개다리에 걸터앉아 수송대 계곡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김씨는 흐르는 물에 박자를 맞춘 곡을 즉석에서 작곡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녹음한다.
 
ⓒ시사IN 고재열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 참가자들이 윤용병 인드라망공동체 한생명 운영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의 설명을 듣고 천왕봉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장면 셋. 청년 예술가들을 이끌던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상임이사가 선화사 능선의 고갯마루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지리산 반달곰들의 동물 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지리산에 방생한 반달곰 한 마리가 경북 김천시의 수도산까지 갔다가 잡혀왔는데 과연 이것이 정당한가’ 물었다. 상위 포식자인 육식동물은 행동반경이 넓어서 지리산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들의 서식지를 지리산으로 묶는 것이 온당하냐는 질문이었다. 시나리오 작가 조지은씨가 이상윤 이사의 화두에 호응하며 둘은 질문을 주고받는다. 조씨는 이 문답으로 새로운 사유의 틀을 얻었다. 반달곰이 사는 곳에 인간이 와서 오히려 그들이 놀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장면 넷. 지리산이 에둘러 싸고 있어 마치 지리산의 품에 안긴 듯한 느낌을 주는 지리산 길섶마당에서 뮤지컬 배우 황예영씨가 <마리아 마리아>의 주제가 ‘당신이었군요’를 나긋이 읊조린다. 노래 몇 곡을 들려주며 자신을 소개한다. 오랫동안 무대를 떠났던 황씨에게 이날 지리산 무대는 비공식 복귀 무대인 셈이다. 밖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배건웅 셰프와 송보라 셰프는 그들이 칼과 그릇으로 하는 예술, 요리를 한다. 배 셰프는 “모든 예술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요리 또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예술이다”라며 요리가 왜 예술인지 설명한다.

4월27~28일 이틀 동안 <시사IN>이 진행한 ‘청년 예술가, 지리산 감성여행’(이하 감성여행)에서 펼쳐진 장면들이다.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을 만들어 ‘여행을 통한 예술 복지’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시사IN>은 지리산 둘레길 10주년에 맞춰 감성여행을 기획했다.

청년은 시간이 없고, 예술가들은 돈이 없다고 하는데, 여행은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 청년 예술가를 위한 여행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이전에 청년들과 함께한 여행이 좋은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2015년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과 함께 진행한 ‘청년 섬 캠프(연홍도·애도·사양도·장도·만대도· 연지도)’, 2016년 강기태 여행대학 총장과 함께 기획한 ‘섬 청년 탐사대(관매도· 문갑도)’, 2017년 이한호 여행주간 디렉터와 함께 만든 ‘원산도 청년 탐험대’, 2018년 김민수(아볼타) 고섬 대표와 함께 다녀온 ‘연홍도 예술섬 원정대’에서 청년들이 여행을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 직접 느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여행’

섬 여행은 청년들에게 즐거운 ‘유배’를 선물했다. 잠시나마 취업과 생계 걱정을 덜어주었다. 섬에 데려가면 그들은 주문처럼 같은 말을 되뇐다. “정말 편안하다. 여기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육지의 섬인 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감성여행을 기획했다. 예술가들을 위한 여행인 만큼 ‘예술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리산 프로젝트 기획자 중 한 명인 최윤정 큐레이터를 ‘아트디렉터’로 섭외했다. 그녀는 2014년 ‘지리산 프로젝트: 우주예술집’과 2015년 ‘지리산 프로젝트: 우주산책’에 참여했고 2016년과 2017년에는 한센인 요양 시설인 경남 산청 성심원의 역사관 조성하는 일을 맡았다. 

최윤정 아트디렉터에게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 지리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은 계곡, 그들이 바람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한 나무그늘, 그리고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던 언덕에 데려다주면 된다고 부탁했다. 청년 예술가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으니 뭔가를 ‘안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참여한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이번 여행이 끝난 뒤 별다른 ‘활동’을 요청하지 않았다. ‘블로그에 후기를 올려달라’거나 ‘SNS에 해시태그를 걸어달라’ 따위의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감성여행이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면 그들의 작품 속에 저절로 스며들어갈 것인데, 굳이 뭘 따로 요구할 이유가 없었다. 지리산이 주는 영감은 오직 그들의 작품 속에 표현될 것이다.

청년 예술가들이 내려온다고 하니, 고맙게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반갑게 맞았다. 남원 국립민속국악원 지기학 예술감독은 광한루에서 ‘긴 사랑가’를, 해설까지 곁들여 들려주며 일행을 맞았다. 이상윤 이사는 지리산 둘레길 중군마을-장항마을 구간을 함께 걸으며 둘레길의 생명 평화 정신을 들려주었다. 숙소인 ‘지리산 길섶’의 주인인 지리산 사진작가 강병규씨는 술과 음식으로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었다. 이튿날은 윤용병 인드라망공동체 한생명 운영위원장과 이한호 양림쌀롱 여행자라운지 대표가 실상사와 광주 양림동의 안내를 맡아주었다.
 
흔히 여행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지역은 그들의 눈을 빌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들의 감성적인 눈이 지역을 재발견해내고, 사람의 마음을 붙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블로거 초청 행사도 열고 여행 작가와 기자들도 부르는데, 이런 청년 예술가들도 초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에게 좋은 ‘발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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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태극기집회, ‘모르는 척’이 상책?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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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도, 남에서도 기자였던 그녀가 말하는 ‘오늘’

[인터뷰]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5년 퇴사 후 최근 재입사…“한반도 대전환기, 다시 기사 쓸 수 있어 행복하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2일 토요일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남에서 기자생활을 경험한 전 세계 유일한 인물. 그녀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왔다. 3년만이다. 경영진의 보도탄압으로 2015년 10월 회사를 떠났던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가 연합뉴스 경영진 교체 이후 최근 재입사했다.

최 기자는 지난 2009년 1월 장용훈 연합뉴스 기자와 함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가 3남 김정은’이라고 특종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 당국보다 먼저 해당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최 기자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 기자는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없다면 떠나겠다며 사표를 내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말렸고, 경영진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탄압을 시작했지만 당시 경영진은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최 기자는 회상했다.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언론탄압이 가속화하는 중에도 보도자율성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지난 2015년 봄 박노황 사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노황 경영진은 첫 인사에서 동료 전문기자인 장 기자를 산업 전문 월간지를 만드는 동북아센터로 발령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서 장 기자의 기사가 사라졌다. 혼자 남은 최 기자는 수차례 감사를 받거나 경위서 제출요구를 받았다. 그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같은해 10월30일자로 사직했다.  

정권이 바뀌고 지난 3월 연합뉴스 새 경영진이 들어섰다. 새 경영진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 기자에게 재입사를 요청했고 그는 지난달 임시로 복귀해 정상회담을 취재했다. 지난 1일 최 기자는 북한을 취재하는 통일외교부 기자로 정식발령을 받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 연합뉴스에서 최 기자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 기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논의되고 평화로 가는 대전환 시기에 기사를 쓸 수 있는 게 행복하다”고 다시 펜을 든 소감을 밝혔다.  

MB 정권, 전방위 압박  

“(김정은 후계자 특종은) 당시 청와대·국정원에서 모두 아니라고 했어요. 기사 나갈 때부터 태클이 들어왔고요. 장용훈 기자가 일본을 통해서도 확인했는데… 한국 정부만 몰랐던 거죠.” 정부에서 ‘김정은 후계자 특종’을 전면 부인해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한국기자상은 한해 뒤인 2010년에야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관훈언론상·한국신문상·삼성언론상 등을 휩쓸었다. 

 

▲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0년 1월 관훈언론상을 받는 모습. 사진=최선영 제공
▲ 최선영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2010년 1월 관훈언론상을 받는 모습. 사진=최선영 제공
 

 

밖에선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사내에선 오히려 2010년 5월 비취재부서인 데이터베이스 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최 기자의 북한발 기사를 불편해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는 게 언론계에 알려졌다. 같은해 7월 최 기자의 남편이 몸담고 있는 국정원 산하 연구기관 책임자가 한 말은 논란이 됐다. 최 기자 부부가 여행을 위해 보고하자 책임자는 남편에게 ‘최 기자가 국정원 내사를 받고 있어 출국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최 기자는 “당시 일은 사실”이라며 “나와 남편에게 전방위로 압박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신동아 등 당시 보도를 보면 이명박 정권 들어 국정원이 무능하다는 이유로 청와대와 국회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중요한 정보가 국정원이 아닌 언론보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 기자는 국정원 사찰 사실을 알았을 때 “멘붕”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기자들 눈치를 보던 경영진이 있었다.

탄압하는 정권보다 부역하는 경영진이 더 문제 

연합뉴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박정찬(2009~2013)·송현승(2013~2015) 사장이 거쳐 갔다. 최 기자는 해당 경영진을 ‘엄혹한 시절에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려던 경영진’으로 기억했다. 2015년 3월 취임한 박노황 사장이 기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기 때문이다. 박 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현충원을 방문하고 사옥 앞 태극기에 국기게양식을 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최 기자는 “정권도 문제지만 경영진에 따라 언론의 본분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박노황 사장은 언론인으로서 양심 같은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 2015년 3월30일 오전 박노황 당시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2015년 3월30일 오전 박노황 당시 연합뉴스·연합TV 사장(맨 오른쪽)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때 사내에 경위서 안 쓴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지방발령 받은 사람도 많고. 박 사장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북한부 기사가 박근혜 정부와 맞지 않는다’, ‘쟤네(최선영·장용훈 기자)는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저도 감사를 몇 번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식이었다. 최 기자가 공휴일 근무일을 착각해 편집회의에 참가 못하자 경영진은 ‘고의로 불참했다’며 경위서를 쓰게 했다. 그는 “난 보직에도 관심이 없고 기사를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고민하며 기사 쓰는 낙으로 살았다”며 “선배들에게 ‘경영진이 몇 사람을 타깃 삼고 있는데 너도 속해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감사 결과 징계거리가 나오지 않자 ‘태도’를 문제 삼았다.  

북한 보도는 망가졌다. 확인 안 된 사실을 인용하거나 찌라시 수준의 방송을 베껴야 했다. 사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사내 미디어전략팀에선 이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자 경영진은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고 ‘최 기자와 짜고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박노황 경영진이 들어온 지 6개월 만에 그는 사표를 썼다. 사표는 기다렸다는 듯 두 시간 만에 수리됐다.  

“경영진이 바뀌더라도 정권이 그대로 있다면 똑같을 거 아니예요. 그 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대통령을 탄핵해 새 세상이 올 줄 전혀 몰랐어요. 당연히 정권이 연장할 줄 알았어요. 박노황 사장에게 줄섰던 이들은 ‘분단이 있는 한 영원히 집권하니 지금 경영진에 잘 보여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어요. 희망이 없었죠. 접어야 할 때구나.”  

20년 만에 휴식, 그리고 재입사  

최 기자는 탈북해 1996년 1월 한국에 왔다. 북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 덕에 같은해 가을 내외통신에 입사했다. 1999년 국정원 산하에 있던 내외통신이 연합뉴스에 흡수됐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북한 기자에서 한국 기자로, 내외통신에서 연합뉴스로 이동을 거듭했다.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다. 그는 퇴사 당시 동료들에게 “한국에 온지 어언 20년, 참 치열하게 살았다”고 사직인사를 전했다.

퇴사 이후 어떻게 지냈을까.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다녔죠. 엄청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하더라고요. 타사에서 콜도 왔는데 그건 싫더라고요. 아예 접었는데. 2년반 동안 여행 많이 다녔어요. 멍 때리면서 놀고 싶더라고요.”  

새 정권이 들어서고 박 전 사장이 물러났다. 동료들이 ‘다시 돌아오라’고 했지만 ‘뭘 이제 와서 돌아가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진전됐다.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엄청난 변화가 오겠구나.” 최 기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내려올 때 변화를 예감했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다 듣고 싶은 거거든요. 다른 사람이 오면 일부 거르고 보고할 수도 있잖아요.” 동시에 기사를 쓰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다.  

조성부 신임 사장이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회사에서 최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4월1일부터 출근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했다. “엄청 고마워요. 기자로 들어온 게 행복하죠. 2년 반동안 놀아서 그런가(웃음).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좋은 기사를 쓰면 여운이 며칠 가네요.” 최 기자는 전문기자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김정은식 경제성장 들여다 보고싶어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 걸까. 최 기자는 최근 정세변화와 북한 경제 발전모습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일단 북미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제일 궁금해요. 북미관계를 해결하면 IMF 등 세계금융체제 지원을 받고 한국·중국·일본 나아가 유럽의 자본이 들어가 경제성장을 할 수 있겠죠.” 

그는 김정은의 리더십이 아버지와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다. “김정일은 좋게 보면 신중하지만 나쁘게 보면 꼼수를 쓰죠. 미국과 잘해보고 싶지만 이해관계만 챙기는. 김정은은 다릅니다. 현재까지는 전향적이죠.” 그는 경제성장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한다. “박정희식 개발독재로 경제성장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보어요. 박정희 향수가 있듯 북한도 성공한다면 김정은이 영웅이 되지 않을까요.”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취재단
 

 

최 기자는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이 아닌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또한 열심히 공부하되 모르는 내용을 섣불리 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그랬죠. 북한은 보안이 철저해 자기가 일하던 분야 말고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그분도 그랬는데 다른 탈북자의 말을 너무 신뢰해선 안 되죠. 몇 년 전만해도 김정은 이복누나 김설송이 김정은 체제에서 실세로 활약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어요. 북한 권력층을 조금만 알아도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죠. 엄마가 다른 자식은 배제당하거든요.” 북한 전문기자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 기자, 북한 기사  

최 기자는 북에서도 7년 간 기자생활을 했다.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신문, 현대조선문학 등에서 일했다. 캠퍼스커플로 만난 남편은 북 외무성에서 일하다 최 기자와 함께 한국에 왔다. 

▲ 4월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4월27일 일산 킨텍스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생중계되는 남북정상회담 화면. 북측 사진기자가 '기자'라고 써있는 빨간색 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북한에선 어떻게 기자가 될까. 전공에 맞게 입사시험을 보는지, 인기는 있는지 등을 물었다. 최 기자는 손을 휘저었다. “노동당에서 배치하는 겁니다. 사회인문대는 김일성대 밖에 없으니까 기자들이 많이 배출되긴 하죠. 노동당 간부들이 김일성대 학생들을 나누죠. 중앙당에서 일할 사람, 지방으로 가는 사람, 중앙언론사로 갈 사람을 구분해요. 지망을 써내긴 하지만.” 당의 판단이 개인의 선호를 우선했다.

“여자들에겐 기자가 인기가 있었는데 남자들에겐 인기가 없었어요. 우리 나이 대는 여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았어요. 기득권층은 남자들이 주로 가니까. 그래서 제 또래는 여기자가 굉장히 많아요.” 

당시 당 기관지·내각 기관지 등 중앙 언론 몇몇을 제외하곤 출판사 내부에 신문사가 있었다. 최 기자는 작가를 취재하는 등 신문 업무를 하다가 이후엔 출판 편집 업무를 했다. 적성에 맞았느냐고 물었다. “그냥 했어요. 그때는 모르고 했어요. 즐거움이나 성취감이 있어야 하는데 적성에 맞는다는 것도 모르고 당에서 배치를 하니까 한거죠.”

한국에서 기자가 된 뒤 새로운 난관에 가로막혔다. 기사체가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보통 핵심을 처음에 쓰고 뒤로 가며 덜 필요한 걸 쓰는데 북한은 처음은 서론, 핵심은 마지막에 있어요. 설명 중복도 많고 미사여구를 많이 써요. 문학신문에서 일했으니 미사여구가 더 많죠. 지금도 북한 중앙언론을 보면 복합문장이 많고 한 문장에 네줄도 기본이죠.” 

유난히 문장이 길고 미사여구가 많은 북한 문학신문에서 일하던 그가 한국에서도 가장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기사를 쓰는 연합뉴스에 온 것이다. “새롭게 정착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고. 주변에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어요. 오죽하면 광우병 소고기 파동이 뭔지도 몰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도 그날 아침에 알았으니까.”  

정치는 자신과 관련 없는 줄 알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선 그래도 괜찮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국정원이 왜 자신을 사찰했는지, 한국사회가 왜 북한 보도를 악용하는지 공부하게 됐다. 최 기자는 “전에는 북한 싫어서 왔으면 보수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이젠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내겐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산전수전 겪었으니 이젠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않았을까. “한번은 운전하고 가다가 술취한 사람이 앞에서 차를 막고 안가는 거예요. 그 옆에 경찰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했죠. 그랬더니 술취한 사람이 제 말투를 듣고 ‘조선족이네, 불법체류자 경찰이 데려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탈북자를 향한 삐딱한 시선이 불편해요.” 적응해야 하는 사람은 탈북자가 아니라 이들을 맞이하는 한국인이다.  

최 기자는 주요 언론사에 입사한 첫 탈북자다. 그는 “계약직 기자로 일하는 탈북자가 있다고 들었다”며 “앞으론 탈북자들이 보직도 받고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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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MB의 저주... 오늘도 강에선 사체가 발견됐다

4대강사업으로 죽은 생명들을 위해...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금강 현장 미사

18.05.12 19:48l최종 업데이트 18.05.12 19:48l
글·사진: 김종술(e-2580)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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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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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현장에서 특별한 미사가 봉헌됐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로하고 강의 아픈 현실을 바로알기 위한 자리다.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듯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내렸다.

12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최로 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김대건 베드로 신부를 비롯한 신도들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미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지난 10년간 금강을 기록하고 있는 기자가 안내를 맡았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환경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울림이 됐다. 4대강 사업은 예초부터 시작되지 않았어야 할 사업이다. 지나간 일이라 되돌릴 수 없지만, 하루빨리 자연 본연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 오늘 참석한 분들이 돌아가서 강의 현실을 주변에 알렸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 찾을 때는 혼자가 아닌 다른 분들을 모시고 강을 찾기 바란다." 

10년 금강의 기록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세종보 입구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세종보 입구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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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는 발표가 나왔다. MB 정부는 강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뿌려서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매도했다.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달콤한 환상을 제시했다. 수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면서 반대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토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도시로 사라졌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사람들은 공사장 노동자, 박스를 줍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정부는 수백 년간 물속에 잠들어 있던 모래들을 파내어 검사도 없이 뭍으로 올렸다. 대형트럭들은 줄지어 모래를 실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모래 산을 쌓았다.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비닐하우스는 흙먼지에 덮였다. 햇빛이 줄어든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갔다. 마당에 빨래를 널었던 사람들은 피부병에 걸리고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4대강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10일간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린 숫자만 60만 마리가 넘는다. 단군 이래 최악의 사고였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물고기 수거에 나섰다. 깨끗하게 수거를 끝내고 돌아서면 다음 날 하얗게 떠올랐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죽어서 썩어가는 사체, 젓갈 국물로 변해가는 강물,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정부는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선 긋기에만 치중했다. 언론은 침묵했고, 학자들은 입을 닫았다. 4대강 동조자들은 화를 냈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고 비아냥거렸다. 

금강에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녹색 페인트를 깔아 놓은 듯 수면을 뒤덮었다. 녹조라떼·녹조잔디구장·녹조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간간이 생명을 이어가던 물고기는 또다시 집단으로 죽어갔다. 호주의 국영방송이 녹조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져 내렸다. 강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한숨은 이어졌고 한탄했다. 기준치 이하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죽어가는 생명들 뒤로 나타난 '낯선 생명체들'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교각보호공 밑에 큰빗이끼벌레가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
▲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교각보호공 밑에 큰빗이끼벌레가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2017년 6월 19일 촬영).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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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2017년 11월 13일 촬영).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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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생명체가 발견됐다. 담수호에서 서식하며 2~3급수에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를 넘어서 물속을 뒤덮었다. 작은 축구공 크기부터 3m50cm가 넘는 세계최대 크기가 금강에서 발견됐다. 정부 돈에 눈먼 학자들은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갇힌 강물이 썩기 시작했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유속이 느려진 틈을 타고 바닥에 쌓였다. 강바닥에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켜켜이 썩은 펄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바닥은 화산 분화구로 변해갔다. 

2016년부터는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도 다 사라졌다. 어둡고 캄캄한 수면 아래에서 잠자던 잊혀진 생명체가 고개를 들었다. 환경부가 수 생태 최악의 4급수 오염 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다. 한두 마리 눈에 띄던 마릿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파헤쳐도 수십 마리가 따라 올라올 지경까지 치달았다.

4대강 사업은 단순히 환경파괴만을 말할 수 없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 강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평생을 일구던 농토는 사라지고 지역공동체는 파괴됐다. 

기자는 지난 10년간 4대강 현장에서 보고 만지며 느꼈던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수문개방 지시에도 4대강 관피아들의 저항 때문에 수문이 열리지 못한다는 내용까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탄식과 한숨 등 눈물을 글썽이며 강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오늘도 왜가리가 죽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죽어있다(동물 사체 사진이므로 모자이크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죽어있다(동물 사체 사진이므로 모자이크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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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행들을 인솔해 한국수자원공사 세종보 선착장으로 향했다. 입구엔 붉은 글씨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이 보였다. 수문개방으로 세종보가 살아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강은 여전히 상처를 기록하고 있다. 보 건설과 함께 강물이 갇히면서 쌓인 펄층이 깊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이다.  

수력발전소 아래쪽으로 이동하자 죽은 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커다란 물고기를 입에 물고서 죽은 왜가리였다. 4대강 보가 생기면서 강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었으며, 물고기를 먹은 새들과 야생동물이 죽어간다는 것 외에는 무슨 이유로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참석자는 "방송에서는 수문개방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막상 현장은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물고기가 죽고,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모래가 쌓여야 할 강바닥엔 씻겨 내리지 못한 펄층이 쌓여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덕봉씨는 "우리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 할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아서 강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더 빨리 강이 회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양준혁 활동가는 "아무리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바꾸기 힘들다. 관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 찾아주신 여러분의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분들이 강을 찾아 현실을 알아갔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달에 한번정도라도 금강으로 소풍을 가자"라고 제안했다.

한편, 세종보는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 전경.
▲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 전경.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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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의지, 북부핵시험장 23~25일 완전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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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13 10:17
  • 수정일
    2018/05/13 10: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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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핵화 의지, 북부핵시험장 23~25일 완전폐쇄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8/05/13 [00:37]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워싱턴포스트는 10일(현지시간) 위성 사진을 인용해 북이 핵 시험장 폐기 선언한 이후 핵 시험장 풍계리에 실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지난 달 남북 정상 회담 이후 찍힌 위성 사진들은 북의 풍계리(함경북도 길주리 풍계리 핵시험장) 산 아래에 지어진 핵시험 장소 주변의 건물의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어쩌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은 북부핵시험장 폐기절차를 23~25일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을 12일 밝혔다. 

 

외무성 공보를 통해 “핵시험장페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페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핵시험장페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주변을 완전페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북은 ‘국제기자단 현지 취재활동 허용’을 비롯해 ‘베이징-원산항로 이용할 수 있는 저용기 보장’, ‘숙소와 기자센터 설치’, ‘원산-북부핵시험장 특별전용열차 편성’ 등의 실무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북 외무성 전문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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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공보 (전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연구소를 비롯한 해당 기관들에서는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폐기)하기 위한 실무적대책을 세우고있다.

 

핵시험장을 페기하는 의식은 5월 23일부터 25일사이에 일기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것으로 예정되여있다.

 

핵시험장페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페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핵시험장페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주변을 완전페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위임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정사항들을 공보한다.

 

첫째,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북부핵시험장페기를 투명성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언론기관들은 물론 국제기자단의 현지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을 중국,로씨야,미국,영국,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

 

둘째,국제기자단 성원들의 방문 및 취재활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실무적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1)모든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베이징-원산항로를 리용할수 있도록 전용기를 보장하며 령공개방 등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게 된다.

 

2)국제기자단 성원들을 위하여 원산에 특별히 준비된 숙소를 보장하며 기자쎈터를 설치하여 리용하도록 한다.

 

3)원산으로부터 북부핵시험장까지 국제기자단 성원들을 위한 특별전용렬차를 편성한다.

 

4)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렬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

 

5)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페기상황을 현지에서 취재촬영한 다음 기자쎈터에서 통신할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앞으로도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련계와 대화를 적극화해나갈것이다.

 

주체107(2018)년 5월 12일

 

평 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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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에 괴로워했던 장자연,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장자연 사건 추적 ④] 연예소속사·유명 배우들 분쟁 휘말리며 이용당해… 법원 “연예계 구조적 비리 고치고 고인 위로해야”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8년 05월 12일 토요일
 

“장자연의 문서, 유서라고 주장했으나 사실이 아니었지요. 문서를 실제로 작성토록 한 사람은 당시 이○○(유명 여배우)씨의 매니저였어요. 그렇게 작성된 문서가 곧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어요.”

이상호 전 MBC 기자(현 고발뉴스 대표기자)는 2012년 6월5일 케이블TV tvN의 대담 프로그램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가 배우 이아무개씨로부터 5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2013년 1월23일 배우 이씨가 이상호 기자 등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둘러싼 의혹 중에서 유명 여배우 등이 연루됐다는 이 기자의 주장은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당시 이상호 기자 등이 주목한 건 2009년 3월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자필 문건을 작성한 뒤 왜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다.  

 

▲ 2012년 6월5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 화면 갈무리.
▲ 2012년 6월5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방송 화면 갈무리.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씨와 장씨의 자필 문건 작성을 도운 유장호 전 소속사 총괄매니저(H스포테인먼트 운영)에게 징역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내린 1심 판결문을 보면 장자연 씨가 어떻게 양 소속사 관계자들의 분쟁에 휘말려 희생양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고승일 판사)은 판결문에서 “유장호는 김종승의 소속사에 있던 송○○나 이○○을 영입했고 두 사람은 김종승과 법적 분쟁에 있었는데 유장호는 이들의 새로운 소속사 사장으로 이 분쟁에 깊이 관여했고, 김종승과 갈등관계에 있었다”고 사건 배경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때 김종승의 소속사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장자연이 우연히 유장호에게 김종승과의 전속계약 해지 문제에 도움을 청하자 유장호가 이○○이나 송○○ 등에 대한 김종승의 비리 사실이 적힌 문서를 보여주며 장자연에게 이 사건 문서의 작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장자연, 죽기 전 소속사 관계자들 분쟁에 휘말렸다” 

실제 장자연 씨가 남긴 자필 문건을 보면 김종승 대표의 소속사에 있으면서 겪었던 자신의 피해 사례를 나열했을 뿐 아니라, 이○○·송○○ 등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배우들에게 김 대표가 술 접대를 강요하고 드라마 출연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남긴 이 문건과 관련 “장자연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이 사실이고, 부분적으로 공개된 문서의 내용 중 성 접대 강요 등을 제외한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장자연이 이 문서를 작성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자살한 점 등에서 장자연의 자살 원인이 이 문서에 기재됐다는 소속사 사장인 김종승의 부당한 대우 때문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밝혀 연예계의 구조적인 비리를 고치고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해야 할 객관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씨의 소속사 전 총괄매니저 유장호 씨는 장씨에게 서명날인과 간인 등이 된 진술서 형식의 자필 문건을 작성토록 한 후 이 문건 내용을 자신의 소속사에 있던 배우 이씨와 정아무개 드라마 감독에게 알리기도 했다.

 

▲ 장자연 사건 관련 1심(수원지법 성남지원) 판결문 중 일부.
▲ 장자연 사건 관련 1심(수원지법 성남지원) 판결문 중 일부.
 

장씨가 죽기 전까지 가깝게 지내며 자주 연락했던 지인 이아무개씨는 경찰 참고인 진술에서 장씨가 문건을 작성한 2009년 2월28일 밤 11시경 장씨는 이씨의 집에 찾아와 자신이 문건을 작성한 이유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씨가 장자연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유장호는 장자연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서 사무실로 오라고 해 갔더니 유씨가 ‘자연이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미 이○○이나 송○○, 그리고 알만한 여배우들의 술자리 접대, 성 상납 비리가 적힌 여러 문서를 보여주며 ‘김종승 대표에 대해 형사적인 준비를 하고 있고 이 문서들이 공개되면 엄청난 파문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유장호가) 자연이에게 ‘네가 당한 것과 비리를 적어서 주면 신원보장도 해주고 계약도 풀어줄 테니 계약이 풀리고 나면 우리한테 오든지 다른 데로 가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해 문서를 작성하고 왔다고 했다”고도 증언했다.

이씨는 자신과 친한 동생이었던 장씨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28일(자필 문건 작성) 이후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자연이가 전부터 우울증 증세로 나와 함께 병원도 같이 다녔고 회사에 어려운 일이 있어도 잘 참았다”면서 “문건을 작성한 이후 4일가량을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고 했던 것으로 봐서 아마도 유장호 말만 믿고 단순하게 문건을 작성한 것을 괴로워하다가 자연이가 정신과 약을 먹고 잠도 오지 않아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나쁜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자연 측근 증인 “자연이는 문건 작성 후 괴로움 견디지 못해…”

이씨는 이후 김종승과 유장호 재판의 증인으로도 출석해 “그(김종승의 명예훼손 고소 협박) 이전부터 장자연이 김종승과 일을 해왔고, 자신이 불리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일 때문에 자살했다면 예전에 했을 것”이라며 “나는 장자연이 문건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해서 자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문건 작성 이후에 장자연이 달라진 점이 있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내가 전화할 때마다 장자연이 잠에 취해 못 일어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괴로워서 계속 먹었다고 했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나오라고 하면 나오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검·경 조사 결과 장씨가 문건 작성 후 2009년 3월2일 유장호의 사무실에 찾아가 유씨가 보관하고 있던 문건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나는 장자연이 문서를 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면서도 “장자연에게 문건을 돌려받으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장자연이 ‘알아서 하겠다’며 ‘(유장호가) 안 줄 것’이라고 얘기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장호 씨는 검찰 조사에서 “장자연이 문서를 돌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유씨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대로라면 그는 장씨가 자필 문건을 작성한 후 2009년 3월1일 장자연과 연락해 저녁 7시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유씨는 “그날 장자연이 나에게 3장의 편지를 줬다. 당시 장자연이 뭐라고 하면서 저에게 편지 3장을 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2월28일 작성된 A4용지 4장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편지 3장에 적어 나에게 건네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검‧경이 발견하지 못한 이 3장의 편지와 관련해 법정 진술에서도 “3월1일경 장자연은 자신이 쓴 편지(A4용지 3장)을 줬는데, 편지의 내용은 자필 문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내용, 법률적으로 잘 알아봐 달라는 당부의 내용, 김종승과 관련해 조심해야 할 사람들 등이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런 내용 외에 장자연이 (김종승 등이) 자신의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자연은 소속사 전 매니저에게 문건을 돌려받지 못했다” 

장자연이 소속사를 옮기기 위해 유장호의 도움을 받아 자필 문건을 작성한 후 자살하기 전까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어진 일들을 추적해 보면, 결국 장씨는 자신이 작성한 문건을 매우 불안해하고 이후 닥쳐올 상황에 매우 괴로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유장호는 3월1일 장씨를 만나기 전 이날 오후 자신의 소속사 배우 이○○을 만났다. 유씨는 이 배우에게 문서를 보여주거나 ‘장자연 문건’ 내용을 말해줬고, 이 배우는 김종승 대표와 가깝게 지내던 정아무개 감독에게 전화해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가 있고 그 내용 중에 정 감독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 김종승을 야단쳐주라’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3년 6월4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장씨가 사망 직전 마지막 받은 문자 중 유장호가 보낸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자는 유장호가 장자연에게 정 감독을 함께 만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정 감독은 고발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씨가 장자연 문건 내용을 공개하며 자신과 소송 중이던 김종승을 야단쳐 달라고 하는 한편, 유장호가 찾아갈 테니 도와줄 것을 부탁해왔다”며 “장자연이 나를 만나게 되면 문건의 내용이 연예계에 널리 알려진다고 우려해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2013년 6월4일 고발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 2013년 6월4일 고발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이 같은 사실은 유장호 등에 대한 법원 공판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유장호는 장자연과 2009년 3월9일 정 감독님을 만나기로 약속했고, 장씨는 로드매니저에게 이날 일정을 비워놓으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정 감독과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장자연은 더욱 불안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고발뉴스 측에 “문건 작성 즈음 장자연씨는 제3의 기획사와 계약을 맺게 됐는데, 뒤늦게 문건 작성을 후회하며 유장호에게 수차례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해 괴로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자연이 사망 전 유장호가 운영하는 H스포테인먼트가 아닌 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 감독 “장자연 문건 이용에 유명 여배우도 개입돼 있다”

이상의 수사 결과 검찰은 유장호가 자신의 소속사 연예인 두 명이 전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과 소송이 진행 또는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종승을 압박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장자연에게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다음 보관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남아 있는 문건 4장 중 2장은 송○○와 이○○에 대한 언급이 있는 점 △장자연의 지인 이씨가 장자연으로부터 그와 같은 형식의 문서를 보고 적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점 △유장호는 장자연이 죽기 이전에 문서의 존재를 알리고 장자연이 사망하자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고 언론 등을 통해 문서의 존재를 알린 점 등에 비춰 장자연이 유장호에게 이용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 역시 “유장호가 소속사에 들어온 송○○나 이○○이 김종승을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을 하는 데 있어 유리한 상황을 얻고자 장자연의 문서와 자살을 이용하려고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유씨는 검·경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나는 장자연을 나와 소속사를 위해 이용할 이유도 없고 이용하려 한 적도 없다”면서 “매니저와 연기자가 아닌 친구로서 도와주려고 했던 게 전부였다. 자살 후 우울증으로 묻히는 것이 억울했고 안타까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물론 법원이 판결문에서 밝혔든이 장자연의 죽음에는 부모와 일찍 사별한 장씨의 개인 가정사에서 비롯된 열등감, 악화한 우울증, 소속사 대표와의 갈등, 자필 문건의 유출 우려 등 여러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자연 문건’ 내용의 진위와는 별개로 장자연이 왜 이 문건을 남기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는 것도 장자연이 세상에 남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길이다. 

 

(관련기사)  

[장자연 사건 추적 ①]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압력 있었다”

[장자연 사건 추적 ②] 장자연 성추행 조사받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의문’의 무혐의

[장자연 사건 추적 ③] 장자연 “이미 사장님이 날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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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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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1  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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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으로 온 북한 여종업원 중 일부가 입을 열었다. 이들을 데리고 온 지배인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었다. 통일부는 정보기관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 2016년 4월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10일 밤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재구성했다.

2014년 말부터 국정원 정보원으로 활동한 허강일. 그는 국정원 협조사실이 북한당국에 들킬까 두려웠다. 2016년 초 국정원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귀순날짜는 5월 30일로 정해졌다. 한국행을 준비하던 허강일, 4월 3일 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정원 직원, “종업원까지 데리고 들어오라.”
허강일,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 직원, “북한 보위부에 정보원으로 활동한 걸 신고하겠다.”

이후 다시 걸려온 전화. “종업원까지 데리고 오면 보상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다. 대통령이 널 기다리신다. 무공훈장 받고 국정원에서 같이 일하자.”

4월 5일. ‘북한 여종업원 납치’ 실행일.

중국 닝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종업원들은 평소처럼 출근해 낮잠도 잤다. 숙소를 다른 데로 옮긴다는 허강일의 말에 짐도 다 꾸렸다. 연길에서 닝보로 이사할 때처럼 조용히 다른 곳으로 옮기는 줄 알았다.

갑자기 동료 3명이 사라졌다. 허강일의 표정은 안 좋았다. 눈치를 보던 여종업원 12명은 택시에 탔다. 여종업원들은 불안하고 정신이 없어 서로 아무 말도 못 했다. 중국 상하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내린 곳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종업원들의 눈에 태극기가 들어왔다. 주한 말레이시아대사관 앞에 내렸다. 집단이 움직이는 대로 갈지,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도망쳐야 할지 여종업원들은 불안했다.

허강일, “우리가 돌아가면 한국드라마 본 것을 보위부에 신고하겠다. 한국 영화 보면 총살이나 지방에 내려보낸다. 가족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

협박에 못 이겨 여종업원들은 대사관에 들어갔다. ‘자유의사로 한국에 간다’고 서명했다.

4월 7일. 한국 도착.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입소한 여종업원들, “한국에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
국정원 면담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이 있는데 당신은 왜 다르게 말하냐.”

20대 총선을 닷새 앞둔, 4월 8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변인 긴급 브리핑.

“정부는 이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한국의 실상과 북한 체제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통일부는 여종업원 1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되었다”는 여종업원의 탈북 동기와 심경을 홍보했다. 훗날 여느 20대 여성처럼 대학 생활을 하며 잘살고 있다고 알렸다.

2018년 5월 10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허강일은 여종업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빨갱이 문재인 정권이 바뀌면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국정원의 거짓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한국에 와서야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고 느꼈다.

“북을 공격하는 큰 작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총선, 그걸 이기겠다고 조작한 거였다. 난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민주당은 종북세력이라 그걸 이기려고 언론에 공개했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다. 2년 동안 내가 국정원에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여느 20대 대학생처럼 생활한다던 여종업원들. 평양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이들은 월 47만 원의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어려운 경제 형편과 늦깎이 공부 부담,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여기에 온 것은 지배인이 알아서 한 것이지 우리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겠다고 신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의사로 왔다고 발표한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연출, 통일부 홍보, ‘북한 여종업원 납치극’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여종업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여기서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2년 전 정부가 감춰온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좋게 말해 ‘기획탈북’이지 “자발적으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는 말에서 보듯 사실 ‘납치’이다.

‘납치’문제는 중대한 인권문제이다. 국제사회가 꾸준히 북한을 비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도 ‘납치’이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이 ‘납치’ 오명국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여종업원들이 ‘납치’된 것이라면, 그 죗값은 누가 치러야 하는가.

허강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준한 작전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작전수행을 위해 허강일을 회유.협박했다. 통일부는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여느 20대 대학생’이라고 열을 올린 통일부는 말을 바꿨다. “종업원 본인들이 여러 차례 면담 시도에 응하지 않아서 관련 사항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만나지도 않고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발표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떠넘겼다. “국정원에서 결정을 해서 이렇게 했고, 통일부에 알려주고 그런 상황이었다. 관계기관에서 통보해주는 내용을 토대로 해서 판단해왔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정원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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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 공화국, 이제 물길을 열고 갯벌을 되살려야

육근형 2018. 05. 11
조회수 710 추천수 0
 
충남 홍성호·보령호 '시화호'보다 수질 나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 넘겨야 해결책
 
이정용.JPG» 풍요로운 갯벌을 되살릴 수 있을까. 지방정부의 권한 회복에 달렸다. 한겨레 자료사진
 
2,487.2㎢, 현재 우리나라 갯벌의 면적이다. 30년 전보다 716.4㎢가 줄어들었다. 대개 갯벌이 땅으로 변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방조제를 쌓고 내부를 농지와 담수호로 만든다.1)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방조제는 총 1,951개, 그 전체 길이는 1,219.2㎞나 된다. 방조제만 이어서 달리면, 서울에서 부산을 다녀오고도 한참을 더 달려야 한다. 만만치 않은 길이의 방조제를 우리 연안에 만들어 둔 셈이다. 
 
<표> 전국 시도별 방조제 현황

 

 

지구수 ()

면적 (1,000ha)

방조제()

방조제 연장(km)

배수갑문()

부산광역시

1

0

1

1

1

인천광역시

94

20

147

142

161

울산광역시

1

-

1

0

2

경기도

53

6

101

104

125

충청남도

279

44

316

180

370

전라북도

57

15

60

118

121

전라남도

989

87

1,177

614

1,364

경상남도

136

2

158

59

156

제주도

1

0

0

0

1

전국

1,611

175

1,951

1,219

2,301

주: 전남에 989개 지구가 있어, 전국 대비 61%나 되고, 면적 역시 전체의 절반이다. 다음으로는 충남이 279개 지구, 면적은 전체의 4분의 1인 440㎢나 된다. 전남이 방조제 개수나 길이에서도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충남 순이다.
자료: 국가통계포털
 
d1.jpg
 
<그림> 방조제 전국 분포 현황(좌: 방조제 개수 기준, 우: 방조제 길이 기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의 교과서부터 간척 사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 역사에서 국토확장의 대명사였다. 혁신과 진취성의 상징이었다. 1984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천수만 앞바다를 메웠다. 방조제 공사 앞바다에 유조선을 붙여 대고 흐름이 느려진 사이에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공법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에 언론은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천수만에는 갯벌이 아닌 서산 간척지가 들어섰다. 
 
해안선이 복잡한 우리 연안에서 간척 사업은 역사가 오래다. 고려와 조선 시대,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도 간척은 있었지만, 광복 이후에는 1963년과 1995년에 방조제 관리법과 농어촌 정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하였다. 이후 2000년 새만금 간척까지 40년 가까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5년 이후 이른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가 간 자유무역은 더욱 확대되었고, 쌀과 농산물에 대한 차별적인 수입 제한이 어려워졌다.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농지를 줄여 직불제 등으로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되었다(새만금 간척 당시에도 자유무역에 따른 농지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간척 사업을 계속했던 건 아쉬운 일이다). 결국 2000년 초반 새만금 이후 대규모 매립·간척 사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d2.jpg
 
간척 농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규모 간척 시도는 없어졌다지만 과연 우리 연안은 편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담수호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방조제에서 수문이 닫히고 있기 때문이다. 
 
방조제 개수 기준으로 전국 2위인 충남도 연안에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진행형이다. 이 사업은 홍성과 보령의 앞글자를 따 ‘홍보지구 농업종합개발 사업’으로 명명되어 있는데, 인근 지역 81㎢의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총 길이 2.9㎞의 방조제 2개를 건설해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었다.2)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어 낸 방조제는 이미 2001년에 완공되었다는 점이다. 장장 17년 동안 본래 의도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있었던 셈이다. 2001년은 새만금 간척 사업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던 시기였으니, 홍성호와 보령호 역시 방조제를 완공하고도 수질 악화를 우려해 담수화를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방조제가 완공되기 직전인 1997년에는 시화호에서 담수화를 포기하기도 했다. 당시 시화호는 1997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14.7㎎/L에 달하며 ‘죽음의 호수’로 불리다 정부의 결정으로 조력발전으로 방향을 바꿨다.
 
00166990_P_0.JPG» '죽음의 호수'라는 별명이 붙은 시화호의 초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그렇다면 작년부터 물을 가두기 시작한 홍성호와 보령호 두 인공호소의 수질은 어떤 상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 시화호 때보다 더 안 좋다. 
 
작년 한 해 충남도가 수행한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홍성호 안쪽의 COD는 12.5에서 23.0㎎/L까지 치솟는다. 시화호에서 수질 오염이 극심해 해수 유통을 하기 직전보다 안 좋은 상태다. 보령호는 이보다 다소 나은 6.1~14.7㎎/L 수준이지만, 이 역시 절대적으로 높은 오염 수준인 데다가 담수화가 계속되면 이보다 더 높이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아래 그림처럼 방조제 안과 밖(그래프 좌우)의 COD 농도에서 큰 차를 볼 수 있다. 
 
d3.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담수호) 방조제 내외측 수질(COD기준)(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더욱이 여름철에 이 두 담수호에서 물을 내보내면 방조제 바깥에 거의 ‘유기물 폭탄’이 투하되는 상황이다. 아래 표에서처럼 하구호 방류 전에도 천수만 해역은 4~6㎎/L의 낮지 않은 COD 농도를 보였지만, 하구호의 담수가 방류되면 방조제 외측의 수질은 COD 기준으로 최대 13.7㎎/L까지 치솟는다. 해수 수질평가 등급으로 보면 최하 단계인 5등급(아주 나쁨)에 해당한다. 수질평가지수가 도입되기 전(2011년 7월)의 수질 기준으로 봐도 COD는 최하등급(3등급)인 4㎎/L을 초과한다. 이 정도 바닷물이면 수산생물의 서식·양식은 고사하고, 공업용 냉각수나 선박의 정박 등 기타 용도로도 적합하지 않은 상태이다.3)
 
더욱이 두 인공호소가 접한 천수만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안면도 안쪽에 있는 데다, 북쪽은 불과 200m의 좁은 수로로, 남쪽에는 원산도, 효자도와 같은 섬들로 바닷물의 순환이 원활치 않다. 육상에서 오염물질의 유입이 없어도 해수의 혼합이 적어 관리하기 어려운 바다가 천수만이다. 더욱이 홍성호, 보령호 두 하구호 외에도 천수만 안쪽에는 서산 간척지에 물을 대는 부남호와 간월호에서 매우 높은 농도의 오염된 담수가 흘러나온다. 과거 시화호 상태의 하구호 4곳에서 오염된 물을 동시에 방류하니 천수만이 온전할 수 있을까?
 
d4.jpg
 
<그림> 천수만 내 4대 하구호 방류 전후 해역 수질 변화(하계)
자료: 충남도청(2018.1),“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천수만 내 4개의 하구호에서 오염된 물을 내보내다 보니 천수만은 주변의 다른 해역보다 유기물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주변 해역인 태안 앞바다(안면도 서쪽)나 사방이 막힌 가로림만보다 높다. 이 때문에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즉 용존산소량도 천수만 저층에서 주변 해역보다 더 낮은 농도가 관찰된다. 표층에서 생성된 많은 유기물이 해저의 바닥에 내려앉고, 결국 이들을 분해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천수만 해저에서 용존산소가 줄어들면 넙치나 지렁이 같은 생물이 숨 쉬고 살기 어려워진다. 생태계의 건강성, 나아가 수산물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d5.jpg
<그림> 천수만 일대 해역과의 수질 비교(좌: 용존산소 포화도, 우: COD 농도)(하계)
주: 천수만 표층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량 번식으로 높은 COD를 보이고 이들의 광합성으로 용존산소가 과포화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체가 바닥에 쌓여 분해하면서 다량의 용존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결국 저층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용존산소 포화도가 나타난다. 
자료: 충남도청(2018.1), 서해안 연안환경측정망 모니터링(2017년) 저자 다시 그림
 
한때 충남 천수만은 간월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의 굴 생산 중심지였다. 그 굴로 이 지역의 명물인 어리굴젓이 나던 고장이다. 오래전 서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벽면 가득 세워둔 어리굴젓 붉은 깡통을 본 기억이 있다. 버스에 실려 전국으로 보내질 물량이었던 듯하다. 아니 서산의 시골 친척 집에 가면 따뜻한 밥 위에 올려진 굴젓의 알싸한 맛과 향이 더 생생하다. 이젠 오래된 옛이야기일 뿐인가? 때때로 지역에 들르는 외지 사람도 어리굴젓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으니, 정작 여기에 사는 충남 사람들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05188282_P_0.JPG» 천수만에서 굴을 따는 어민. 연합뉴스
 
아마 이런 기억을 쫓았는지 충남도에서도 하구호를 트고 역간척을 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4) 그 첫 번째 대상지로 보령호를 선정했다. 하지만 충남도가 발표한 지 며칠 후, 보령호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충남도의 역간척 계획을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른다.5) 본래대로 갯벌로 돌려보내 수질과 생태를 살리겠다는 충남도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려던 기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농어촌공사, 양 기관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 하굿둑을 열고 갯벌을 다시 돌려놓는 일이 맞을지, 아니면 농어촌공사의 수질 개선 노력이 효과를 얻어 지금보다 깨끗한 물을 모아 인근 농지에 공급할 수 있을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양쪽의 대립에서 걱정스러운 점은 농어촌공사가 내린 역간척 반대 결정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합리적으로 내린 결론인가 하는 것이다. 주변 유역에서 축산농가 등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고, 현재 수질도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향후에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수화를 포기하면 공사라는 조직의 존재 근거가 약화하기 때문에 일단 하굿둑을 닫고 담수화를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혹시 조직의 문제라면 과학적 사실이건 수질 모델링의 예측 결과이건 공사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조직의 성쇠, 인력의 증감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농어촌공사와 같은 중앙정부의 산하조직 기능과 위상을 다시 생각할 때는 아닐까? 최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지방분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가치”라고 밝혔다. 자치의 의미에서 보면 방조제와 하구호의 관리 문제도 이제 지방정부가 결정할 때 아닐까? 하굿둑을 트건, 아니면 하굿둑을 막아 담수호로 조성하든 지방정부의 발전전략과 여건에 따라 지방정부가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하굿둑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인력도 지방정부에 편제하면 될 일이다. 
 
과거 예산이 한정된 시기에는 조직과 전문성을 갖춘 공사 같은 조직이 간척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효율적인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간척 사업을 벌이고 넓은 농지를 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의 성과 역시 대단했다. 하지만 이제 중앙정부의 산하조직이 지방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던 중앙정부 주도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농지가 있어야 하는 농업의 경영 여건이 변했고, 갯벌을 잃은 바다는 정화작용을 유지하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지방자치라는 측면에서도 중앙정부가 계속해서 지방정부의 일정 공간에 대해 직접 사업을 벌이고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는 선거 몇 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부에게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권한에 맞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당장 내 고장 앞바다가 망가지고 있는데 중앙정부와 그 산하조직이 지방정부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겠는가? 국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에도 바쁜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지방으로 출장 와 다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두 곳 그렇게 찾아본다 해도 전국 각지를 다 살펴보기는 어렵다. 지방정부의 공무원이 관내 출장으로 한두 시간이면 가서 살펴보고,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권한만 있다면.
 
다만, 시대적 흐름이나 경제적 여건이 변했다 하더라도 농어촌공사의 현장 관리 인력은 그 누구보다 방조제 관리와 관개시설의 전문가다. 조직을 축소해 실업자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방정부의 관리기관에 편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에도 상하수도나 관개시설을 위한 별도의 공단이나 공사가 있다. 여기에 농어촌공사의 전문가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크리트 하굿둑을 터 생명이 숨 쉬는 갯벌로 복원하자는 주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들어간 사업비가 매몰 비용이 된다는 우려와 간척 농지를 매입하기 위한 또 다른 재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또 농어촌공사나 수자원공사와 같은 정부 산하조직에는 그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분권이라는 단어가 헌법에 들어가는 일 이상으로 현실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언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믿어본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1)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서 갯벌과 방조제 검색 결과(검색일: 2018.4.27.)

2) 이를 위해 총 길이 2.9㎞의 방조제 2개를 건설해 홍성호와 보령호를 만들었다.(중도일보 “충남 서북부 수질·배수 개선 등 물관리 총력” (http://www.joongdo.co.kr/main/view.php?key=201705140710, 검색일 2018년 5월 2일)) 

3) 해양환경 관리법 시행규칙 별표(2011년 7월 이전 기준)

4) 충청남도 보도자료, ‘역간척 대상지에 보령호 최종선정’, (2016.7.27.)

5) 중앙일보, ‘농어촌공사 충남도 역간척 사업 반대’, (2016.8.2.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03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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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노래, 시, 서예 등 2018DMZ평화통일민족예술제 12일 2시부터

춤, 노래, 시, 서예 등 2018DMZ평화통일민족예술제 12일 2시부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2 [00:11]  최종편집: ⓒ 자주시보
 
 

 

 

12일 오후 2시부터 민통선 평화교회 근처에서 '2018 DMZ 평화통일민족예술제'가 열린다.

 

 

6.15남측위, 민통선 평화교회, 경기민예총 더딥마인드운송시스템 등 주최측에서는 서예가, 시인, 무용가, 가수 등 여러 종목의 예술가들이 모여 민족의 통일 강령인 '4.27 판문점 선언' 합의를 축하하고 그 이행에 흥을 더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기획에 동참한 한국민족춤협회와 민족작가연합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조선)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가져오는 회담이 되도록 팔천만의 뜻을 모아 민통선에서 평화의 시대 종소리를 5월 12일 울리고자 한다는 행사취지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통일전망대, 도라산역, 판문점 등 민통선 지역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그런 지역 나들이를 겸해서 이번 행사를 보러가는 것도 뜻깊은 주말을 가꾸는 길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주최측에서 밝힌 행사 장소와 일정, 내용이다.

.......................................................................

 

행사일시: 2018년 5월 12일 오후2시~6시

행사장소: 경기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 335-11 민통선평화교회 근처

 

 

 

<2018 DMZ 평화통일 민족예술제> 

           

공연순서

 

                          사회: 변우균 정책 학술위원장

 

1. 길놀이 

  출연: 윤태경, 윤예린, 임은경, 김연옥, 박희정, 하애정, 유주현.

2. 서예퍼포먼스

  김기상-<묵향으로 분단을 깨뜨리다>  노래: 이덕인

3. 인사말

  (사)한국민족춤협회 장순향 이사장님

  민족작가연합 김해화 상임대표님

  민통선 평화교회 이적 목사님

4. 통일기원 퍼포먼스: 장순향

5. 처용무- 출연: 정금희, 변상아

6. 통일맞짱- 출연: 박희정, 하애정, 유주현

7. 시낭송: 양희철 시인(비전향장기수 선생님)

8. 시낭송: 박금란 시인 <남북정상회담을 축복하는 봄비>

9. 시낭송과 춤 

  시: 최예지 시인 <판문점의 봄>  춤: 김경수

10. 노래: <잠든땅을 깨우다> 문진오, 안계섭

11. 학춤 <평화의 날개> 박소산

12. B-Boy 평화프로잭트‘고래’ 

   (이현, 손원진, 천현우, 박근진, 김영일, 강원경)

13. 시낭송: 박희호 시인 <우리는>

14. 시낭송: 고희림 시인 <통일의 씨앗1>

15. 시낭송과 춤 

  시: 박학봉 시인 <열두 달을 꽃 이름으로 다시 불러본다> 춤: 변상아

16. 설장구<침묵의 땅을 울리다>  윤태경

17. 시낭송: 김형효 시인 <지금 이대로>

18. 시낭송: 박완섭 시인 <나에 꿈은 꿈에 농장 농장주>

19. 시낭송과 춤 

  시: 김해화 시인 <판문점의 꽃편지>  춤: 이삼헌

20. 시낭송: 지창영 시인 <신국의 아침>

21. 시낭송: 이적 시인 <쑥국새 울던날>

22~24. 팔도 아리랑<소리, 생명의 이름으로 퍼지다> 출연: 이덕인, 조현서

  춤<철망을 걷어 낸 몸짓으로 훨훨> 출연: 전종출, 정금희, 이삼헌, 김경수, 장순향

  장단: 윤태경 외

 

-대동놀이

스탭: 김민철, 홈남희

진행: 김광수

 

 

[우리의 입장]

<통일의 길 열어놓은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우리 민족사의 전환적 기점이며 자주 통일의 문을 연 역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판문점 선언)을 뜨겁게  환영하며 온 민족과 함께 지지와 이행해 나갈 굳은 의지를 담아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에 서명하시였다. 이 선언은 분단과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 평화와 자주통일의 새 희망과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이제 대결이 아니라 화합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평화가 정착되고 번영과 통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면 민족의 통일과 공동번영을 앞 당겨 올 수 있다는 자주적 역량을 과감히 발휘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의 통일 문제를 간섭하는 많은 나라들은 결코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길을 확고하게 제시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땅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오고가듯 남과 북 우리 모두 뜻과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보폭을 맞춰 전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은 7.4남북공동성명,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에 이은 새로운 통일의 실현을 위한 강령적 이정표입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며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고 약속했습니다.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민족과 전 세계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져 온 귀중한 합의를 존중하고 기뻐하며 무한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작가연합은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판문점 합의가 전쟁반대와 평화실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새로운 평화시대의 개막을 천명한 역사적 합의문이 실제로 자주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역대 합의처럼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남북정상의 굳은 결의를 적극 지지하며 <조미정상회담>이 민족사의 전환은 물론 세계사적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역사적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역사적 전환의 시기에 맞게 깊은 책임감과 굳은 의지를 갖고 <판문점선언>이 제시한 조국의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을 위한 구체적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2018. 4. 30

                                        민족작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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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호수공원에서 강제이주당한 물고기들, 지금 상태는?

[고양생태공원 생태보고서] 새들이 깃드는 정화지, 생명을 품어주는 곳

18.05.11 21:46l최종 업데이트 18.05.11 21:46l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은 일산신도시를 조성할 때 버려졌던 나대지에 만들었습니다. 나대지는 이름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그냥 땅만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그런 곳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12가지 주제를 선정해 풀과 덤불, 나무들을 식재했습니다. 나무는 작은 나무부터 큰 나무까지 다양한 종들을 옮겨 심었습니다. 야생화 군락지를 조성했고, 바위로 된 암석원도 조성했습니다.

어린 나무는 해가 갈수록 성장해 아름드리가 될 것이고, 풀과 덤불, 야생화들은 질긴 생명력과 함께 놀라운 번식력을 보여주면서 우리 공원을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새들이었습니다. 새가 없는 생태공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공원에 텃새나 철새들이 찾아와 보금자리를 만들어 번식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하거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새들에게 새로운 생태공원이 생겼다고 알릴 방법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새들이 찾아오는 공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새들이 깃들 수 있을까,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주목한 것이 물입니다. 어디든 생명이 깃들려면 물이 없으면 안 됩니다. 그것도 그냥 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물이어야 합니다. 곤충이나 물고기들이, 수생식물들이 살 수 있는 생명을 담거나 담을 수 있는 물이어야 합니다.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나대지에 그런 물이 있을 리 없습니다. 없으면? 만들어야죠. 생태공원답게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인공 연못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고양생태공원에 정화지와 계류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정화지는 연못의 형태로, 계류는 흐르는 계곡의 형태로 우리 공원에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계류 중간에 작은 연못을 3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한 곳을 더 보탤 수 있는데, 바로 부들의 천국인 부들연못입니다.

우리 공원의 정화지와 작은 연못, 계류는 각기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물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부들연못도 마찬가지입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때문에 물은 끊임없이 흘러야 합니다. 그래야 그 안에 생명을 담을 수 있고, 생명이 그 안에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공원의 계류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수 있게 했고, 모양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물길이 구부러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최대한 자연 하천을 닮은 모양이 되도록 한 것인데 그 이유는 물이 흐르면서 자연정화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정화지 조류관찰대
정화지 조류관찰대ⓒ 고양생태공원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고양생태공원
물이 흐르기만 한다고 자연정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수식물이 필요합니다. 부들, 갈대, 억새와 같은 정수식물을 식재하는 것은 물이 흐르면서 자연 정화가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화지와 계류를 흐르는 물은 지하수입니다. 하루에 일정량을 펌핑하여 정화지, 계류, 생태연못, 부들연못을 휘돌아 다시 정화지로 퍼 올려 흐르게 합니다. 물은 생명이고 자연은 순환이니까요.

비가 많이 오면 어떨까요? 정화지나 계류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불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정화지나 계류가 흘러넘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 공원과 연결된 대화천으로 불어난 물이 흘러 나가기 때문입니다. 대신 수량이 불어난 만큼 흐르는 속도가 빨라질 수는 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정화지, 연못, 계류의 물 깊이는 다릅니다. 같은 정화지도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수심이 다릅니다. 가장자리는 얕지만 중심은 제법 깊습니다. 정화지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2미터 남짓 됩니다. 

물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수생식물이나 생물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얕은 곳에 사는 식물이 있고 깊은 곳에 사는 식물이 있으며, 얕은 물에 깃드는 어류와 깊은 물에 깃드는 어류가 있습니다. 수생곤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다양한 종을 유치하려면 수심이 달라야 합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수심을 조정했습니다. 계류나 작은 연못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들 전용인 부들연못은 다릅니다. 깊이가 일정합니다.
 수련
수련ⓒ 고양생태공원
정화지 등에 연꽃과 수련을 집어넣었고, 수초들도 옮겨 심었습니다. 부들, 억새, 갈대 등도 심었습니다. 물을 자연정화하면서 수생곤충들이 모여들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것이죠. 

그 다음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와 같은 어족자원입니다. 텃새나 철새를 우리 공원으로 불러들이려면 그들의 먹이가 필요합니다. 먹을 것이 없는 곳에 새들이 모여들 리가 없습니다. 

인공 정화지와 계류에 어족자원이 풍부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들은 날개가 있어 어디든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먹이가 풍부한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단 자연 상태에서 강제이주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다릅니다. 지느러미가 있어서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그것은 물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물고기들은 살기 좋은 환경의 인공연못과 계류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어도 이동통로가 되는 물길이 없다면 마음대로 이주할 수 없습니다. 대신 강제이주가 가능합니다. 

고양생태공원에 정화지와 부들 연못, 작은 연못, 계류를 조성한 뒤에 물고기 강제이주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물고기들을 데려와야 할까요?
 꾀꼬리
꾀꼬리ⓒ 조병범
고양시에서 가장 물고기가 많이 사는 곳은? 장항습지, 가까운 공릉천? 이런 곳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 어족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함부로 물고기를 잡으면 큰일 납니다. 보호 어종을 잡다가 걸리면 경찰 아저씨가 보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은 꿈도 꾸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물고기를 떼로 데려올 수 있는 곳이 고양시에 딱 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산호수공원입니다. 이곳은 일산신도시를 건설할 때 조성한 인공호수로 고양시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호수 면적이 300,000㎡, 담수량이 453,000천㎡인 일산호수공원은 어족자원이 풍부합니다. 붕어, 피라미, 몰개, 밀어 등등을 포함한 다양한 어족자원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를 우리 공원으로 강제이주 시켰습니다. 2012년이었습니다. 붕어 몇 마리, 피라미 몇 마리 이렇게 물고기 종류를 가려서 강제이주 시키면 좋지만,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했습니다. 누가 몇 마리나 사는지 알 수 없기도 하거니와 호수 속은 수족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빽빽도요
빽빽도요ⓒ 조병범
뜰채로 뜨는 방법 외에는 없었습니다. 뜰채로 떠서 옮기면서 이주하는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몇 종인지 확인하지 못했고,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넓디넓은 호수공원에서 살던 물고기들이 좁은 우리 공원에서 적응하느라고 한동안 고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넓은 물에서 살다가 강제이주 당한 뒤에 좁다고 툴툴거리면서 불평하는 물고기들도 있었을 겁니다. 떠나온 호수공원을 그리워하는 물고기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적응하고 살아야죠. 

강제이주 당한 지 5년이 넘었으니, 공원 원년 이주 물고기 가운데 살아남은 게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는 새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일부는 지난겨울의 매서운 추위에 얼어 죽기도 했습니다. 일부는 살아남아서 정화지 가장 깊은 곳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왕성한 번식력을 보여줘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또 다른 놀라운 자연의 법칙이 있습니다. 새들은 물고기를 먹기 위해 사냥도 하지만 다양한 어류의 알들을 다리에 붙여서 이동시키기도 합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이 물고기들의 이동을 도와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찾아드는 새가 74종이나 되는 우리 생태공원 연못에서 물고기들이 번성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에서 생물종을 이렇게 다양하게 퍼트리고 늘리는 새들의 역할이 신비하고 경이롭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는 이주 대상이 아니었던 참게는 어떻게 우리 공원에 올 수 있었을까요? 한강 장항습지와 연계되어 있는 대화천을 따라 영차영차 기어서 온 것입니다. 물길은 생명의 길이자 천연의 생태통로인 것입니다. 

생태공원에 깃드는 새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이주하는 물고기가 많아지고 그 덕분에 찾아드는 새들이 늘어나는 것은 생명을 품은 정화지가 안겨주는 선물입니다. 

이렇게 고양생태공원 안에 있는 돌이나 꽃, 풀, 나무, 물고기들은 단 한 가지도 허투루인 것이 없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도 각각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제게 그렇게 여겨집니다. 공원 조성단계부터 전부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중대백로
중대백로ⓒ 조병범
 청호반새
청호반새ⓒ 조병범
공원을 조성한 뒤, 새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나대지에 만든 생태공원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출 수 없었으니까요. 나무는 아직 어렸고, 야생화 군락지는 들인 품에 비해 빈약했습니다. 정화지에 계류에 강제이주 당한 물고기나 수생생물들은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고양시에서 최초로 만든 생태공원이라 기대가 컸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한 해, 한 해 세월이 흐르면 공원의 다양한 생물들은 무서운 복원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면서 차츰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자연은 기다림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공원 역시 온전한 생태공원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풀이나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듯이, 어린 나무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듯이, 새들이 우리 공원을 찾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새들이 찾아올까. 공원 조성이 마무리된 뒤, 기대감을 갖고 날마다 정화지를 기웃거렸습니다. 텃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비둘기나 까치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소리는 많이 듣게 됐습니다. 텃새가 온다면 철새도 올 수 있다는 기대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제가 기다리는 것은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나 까치 같은 텃새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큰유리새
큰유리새ⓒ 고양생태공원
우리 고양시에서 관찰된 적이 있는 텃새와 철새들이었습니다. 오색딱따구리, 원앙, 붉은머리오목눈이, 파랑새, 해오라기와 같은 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이런 새들이 깃든다는 것은 우리 공원이 생태공원으로 순조롭게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바람이 새들에게 전해졌을까요? 2013년인가요? 8월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끈적거리는 더위가 살갗에 달라붙어 불쾌감을 주던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출근하자마자 산책에 나섰습니다. 정화지 근처로 다가가자 까치들이 요란하게 울어댔습니다. 정화지 앞에 서서 다른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정화지에서 온몸이 진한 녹색인 파랑새 한 쌍을 발견했습니다. 

아, 왔다. 드디어 왔다.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새들의 다정한 모습은 평온해보였습니다. 파랑새의 산호빛 붉은 부리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아침 햇살이 반사돼 몸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사진으로 그 순간을 남기지 못했지만, 그 모습은 제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파랑새
파랑새ⓒ 고양생태공원
그들이 우리 공원을 찾아온 첫 손님이 아닐지 모르지만, 제가 발견한 첫 손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엄청나게 반가웠지만, 인사를 건네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아는 체를 할 수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랬다가는 기껏 찾아온 손님을 쫓아내는 결과가 될 테니까요. 

그날 이후 관찰되는 새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꾀꼬리, 물총새, 큰유리새, 청호반새, 후투티, 흰눈썹황금새, 밀화부리, 오색딱따구리, 원앙 같은 새들이 이따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로운 새의 실루엣을 발견할 때마다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새들에게 소문이 났어. 우리 공원이 새로 생겼다고, 놀러가자고. 

원앙을 처음 봤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327호입니다. 천연기념물이 드디어 우리 공원을 찾아왔다는 게 너무나 감격스러웠습니다.
 원앙
원앙ⓒ 고양생태공원
정화지에 새들이 깃드는 것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려면 조류관찰대가 필요합니다. 조류관찰대는 새들과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의 사이를 나누는 경계 역할을 합니다. 새들에게 정화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좋은 서식처라는 믿음을 안겨주려면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들에게는 조류관찰대가 새들에게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공원에 조류관찰대가 두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정화지에, 다른 하나는 우리 공원과 연결된 대화천 앞에 있습니다. 두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새 종류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생태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양생태공원 바로 옆에 대화천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우리 공원이 생태공원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대화천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천은 고양시의 많은 하천 가운데 하나로 북으로는 파주시, 남으로는 한강을 경계로 이어지면서 흐르고 있습니다. 수로의 길이는 5.58㎢입니다. 고양생태공원과 연결되어 고라니, 너구리와 같은 포유류의 생태통로이자 도심 속 징검다리 녹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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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눈에 비친 남과 북, 다르고 또 닮았다

등록 :2018-05-11 11:27수정 :2018-05-11 11:53
 
 

 

사진작가 히시다 유스케, 7년 동안 남북 오가며 찍은 사진
비슷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 같은 시간대 풍경 등 찍어 병치
“일본인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바꾸고 싶었다”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일본인 사진가가 비슷한 피사체를 찾아 카메라에 담은 북한과 한국의 사람과 풍경은 다른 듯 닮았다.

 

사진작가 히시다 유스케(菱田 雄介, 45) 씨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약 7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2017년까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수십 차례. 왼쪽에는 북한에서 찍은 사진을, 오른쪽에는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놨다. 비슷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을, 같은 시간대의 풍경을, 하나로 이어진 땅에서 핀 같은 종류의 꽃을 찍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남북의 어머니, 기타를 든 두 소녀, 아파트와 고가로 수 놓인 밤 거리의 풍경은 외국인의 눈에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히시다 씨가 사진에 눈을 돌린 건 2001년이다. 일본 민영 방송사 소속으로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를 취재하던 중 전파를 타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영상 뉴스보다는 사진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역사의 순간을 가까이에 두고 싶었다”. 그가 〈허프포스트〉 일본판에 한 말이다.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을 방문해 주민들의 일상을 찍었다. 당시 그가 분쟁국을 취재하면 목격한 것은 “국경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과 생각 그리고 운명을 바꾸는가”였다.

 

 

북한 어린이를 촬영 중인 히시다 유스케 씨.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북한 어린이를 촬영 중인 히시다 유스케 씨.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국경을 떠올리며 아시아에서 눈을 돌린 곳은 한반도를 가르는 군사 분계선이었다. 그는 반도를 가르는 경계선 너머를 찾아보고 싶었다. 허프포스트 일본판의 보도를 보면, 그가 북한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9년 5월이다. 그는 이 매체에 “전쟁 중인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간 듯한 느낌. 군국주의에 의해 지도자에게 충성하고 어릴 적부터 부국강병(선군주의)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자신도 할아버지의 세대(전쟁 중의 일본 세대)에 태어났다면 같은 가치관을 가졌을 것이고, 북한에 태어났다면 전력으로 매스 게임에 참가하고 ‘영도자 만세’를 외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히시다 씨는 “쇼윈도 도시”로 불리는 북한에서 안내원들이 보여주는 풍경과 허락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본질에 최대한 근사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리고 국경으로 갈린 “삶과 생각과 운명”의 대비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북한에서 찍은 사진과 최대한 같은 모습을 한국에서 촬영해 병치하는 것.

 

히시다 유스케. 사진 요시노 다이치로TAICHIRO YOSHINO/허프포스트 일본판.
히시다 유스케. 사진 요시노 다이치로TAICHIRO YOSHINO/허프포스트 일본판.

 

예를 들어, 북한에서 왼쪽의 사진을 찍으면 한국으로 날아가 가장 비슷한 장면을 찾았다. 허프포스트 일본판은 “(히시다 유스케는) 겉으로 봤을 때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 기상 조건, 건물과 산천의 배치를 찾아 몇 번이고 걸음을 옮겼다”고 전했다.

 

일본인으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꾸고 싶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무서운 나라, 납치하는 나라, 싫은 나라’. 텔레비전에서 평양의 영상이 흐르면 일본인인 우리는 이런 선입견으로 북한을 본다. ‘이상한 나라’로 치부하고 거기서 생각을 멈춘다”며 “그런데, 거기에 비친 얼굴을 보고 ‘이들도 인간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라고 밝혔다. 텔레비전의 영상에서는 사람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아래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100㎞도 떨어지지 않은 북한의 남포와 한국의 인천에서 해수욕하는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찍었다.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히시다 씨는 2017년 12월 이 사진들을 묶어 작품집 〈경계|한반도〉(원제 ‘border | korea’, 리브로아르테 출간)를 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경계 155’전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사진 히시다 유스케 YUSUKE HISHIDA.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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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는 대북강경파의 견제를 뿌리칠 수 있을까

아직 건재한 미국 내 대북 강경파... 북한 ‘불신’과 대북 협상 ‘회의론’ 여전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8-05-11 09:23:03
수정 2018-05-11 0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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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김동철씨(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며 양 팔을 올려 두 손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김동철씨(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며 양 팔을 올려 두 손으로 승리의 브이(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AP/뉴시스
 
 

역사상 최초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이 역시 북한이나 미국의 공식 발표가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깜짝’ 발표로 알려졌다.

한때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 평화의집이 유력한 개최 장소로 검토되기도 했다. 또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중립국 이미지가 강한 제3국인 싱가포르로 회담 개최지가 확정된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바로 미국의 특히, 외교정책 결정 과정이다. 사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결정은, 실무자들이 여러 번 협상을 통해 확정한 다음 결정권자(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는 일반적 과정과는 전혀 궤를 달리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서로 ‘미치광이’라는 말폭탄을 주고받던 북미관계였다.그러나 중재자 역할을 맡은 한국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와 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전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이를 즉각 수용했다.

그래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right away) 하자. 평양이라도 가겠다”고 말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시기는 ‘5월 말’로 다시 ‘5월 말과 6월 초’로 미뤄지다가, 다시 당겨지는 듯하더니 6월 12일로 확정됐다.

 

개최 장소 역시, 일부 ‘평양 개최설’에서 ‘5개국’으로 다시 ‘2개국’으로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판문점 개최설’에서 다시 원점으로 향하다가 결국 싱가포르로 확정됐다.

풀이하자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과정은 실무자들이 밑에서 결정해 위로 향하는 방식이 아니라 결정권자(대통령)가 결단을 내리면 실무자들이 최종 결정은 따르지만(일명 탑다운(Top-Down) 방식), 구체적인 사항은 반대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의 입지(위상)이다. 워싱턴 외곽 비주류 출신의 ‘정치적 이단아’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그의 정치적 위상은 아직 그렇게 튼튼하지 못하다.

오히려 최근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등 여러 의혹에 휘말리면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40%대를 회복하면서 다소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 미국 국민들이 생각하는 북한의 위협을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의 기초를 놓는 역할을 한다면, 그의 위상은 일거에 반전될 수도 있다. 대통령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11월에 실시될 의회 중간선거에서 녹색등이 켜질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사진기자단

트럼프 대북정책 지지율 과반수 돌파... 뿌리 깊은 ‘회의론자들’

당장 10일(현지 시간) CNN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77%가 넘는 미국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대북 정책 지지율도 과반수를 넘긴 53%를 기록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과 말폭탄을 주고받고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론해 미 국민들이 안보 위협을 느끼며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던 불과 몇 달 전 상황과는 천양지차인 셈이다. 일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목을 매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특히, 미국 유권자들 앞에 내놔야 하는 트럼프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기존의 예상을 깨는 이른바 ‘빅뱅(Big Bang) 합의’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핵시설, 핵무기 폐기 등 이른바 비핵화 문제와 함께 종전선언이 기본적으로 북미 합의서(공동발표문)에 담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와 함께 북한 체제 보장에 관한 선언과 향후 평화협정 추진에 관한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유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결정과 장소·시기 확정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바로 미국 내부에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이른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다. ‘통 큰’ 합의를 해도 세부 사항(detail) 이행 과정에서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온갖 스캔들에 휩싸여 있는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뒤집고 ‘노벨 평화상’까지 거론될 정도로 전세를 역전시킬 절호의 찬스로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물밑 합의’가 성사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트럼프와는 달리 ‘대북 협상 회의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뿌리는 매우 깊다. 미 행정부 내의 이른바 ‘네오콘(Neocon)’이나 ‘강경 매파(Super-Hawk)’ 등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세력이 주장하는 핵심은 한마디로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역설적인 측면은 공교롭게도 이들 대북 강경파의 핵심 세력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수면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북 협상을 총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북 협상의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그 핵심 세력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비밀 방북 몇 달 전에도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방송에 나와 북한의 비핵화와 대화 의지를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잠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것”이라고 폄하한 사람이다.

볼턴 보좌관 역시 NSC 보좌관에 임명되기 불과 몇 달 전까지도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강경 매파이다. 북한과의 그 어떠한 합의도 오직 시간만 벌게 해줄 뿐이라며, 더 늦기 전에 군사력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북 초강경파인 셈이다.

이들이 대북 협상이나 북미 정상회담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아예 초강경파들이 북한과의 합의를 주도했으니, 오히려 합의 이행이 쉬울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한다. 스스로 자신들도 참여한 합의를 깨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기존 북미 간의 합의도 모두 이행 과정에서 틀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대북 초강경파인 이들이 이행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는 브레이크를 걸면서 임명권자(대통령)를 따라가는 흉내만 낼 뿐이라는 불신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접견한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접견한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조선중앙통신

트럼프, 대북 강경파를 평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핵심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개최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지닐 것은 분명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말처럼 ‘수십 년 적국’일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발발 이후 거의 70년 동안 북의 주장처럼 ‘철천지원수’였던 양국의 정상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남 자체가 서로 상대국에 관한 적대감과 불신을 해소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희망의 씨를 뿌리고 상호 신뢰와 평화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또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일정 부분 혹은 통 큰 ‘일괄타결’이 되든 합의문을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문제는 다시 그 합의의 이행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국은 북한에 철저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겠지만, 이에 따른 확고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의 합의 발표로 잠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임기 내에 상호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지 않아, 또 북미 합의가 깨진다면 역풍을 맞게 될 것이 뻔하다.

또 어떠한 합의를 내놓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대북 강경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과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협상은 북한과 하지만, 평가는 미국 국민과 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로부터 받아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시 이른바 대북 초강경파 세력들이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벌써 북미 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살인 정권’의 독재자와는 어떠한 회담을 해서도 안 된다는 대북 강경파 인사들의 칼럼이 미 주류 매체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디테일의 악마’는 미국 내에 도사리고 있는 이들 대북 초강경파 세력일지도 모른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 개최 과정의 우여곡절이 아직도 미국 내에서는 이들 세력이 건재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곧 개최될 예정이다. 이제 그의 결단과 지도력이 합의 이행 과정에서도 대북 강경파 세력을 평화의 장으로 이끌어내 진정한 결실을 이룰 수 있을지 온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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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서울발 기차가 12시간만에 중국 도착한다

[기고] 철도로 남북 사업은 거미줄처럼 넓혀 갈 것이다

 

 

한반도발 세기적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렸던 한반도에서 평화와 공존, 번영의 새 길이 열리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도약의 시기에 중요한 물리적 장치로 철도가 부상하는 것은 필연이다. 침략과 수탈의 도구였던 한국철도가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여는 철도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제 두 줄 강철 선로는 남과 북을 단단히 이어 평화와 공존의 기운을 세계로 실어 나르게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약속했다. 또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남북중 철도 연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한반도발 대륙 행 열차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남북 철도 운행과 중국으로의 열차 운행은 어떻게 현실화 될 것인지, 또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남과 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사업을 우선 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동해선은 남한 최북단 제진역에서 남쪽 강릉까지 선로가 없다. 100킬로미터가 넘는 이 구간에 설계와 시공을 거쳐 운행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동해선 연결 작업은 남쪽 미 연결 구간인 삼척-영덕 구간을 포함해 건설작업에 속도를 낸다면 부산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가 마침내 완결되게 된다.  
 
반면, 경의선은 약간의 점검과 보완을 거친다면 바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미 남북철도는 수색과 북측 봉동을 왕복하는 열차를 운행한 경험이 있다. 낙후된 북한 철도 사정을 감안해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운행되는 평양발 베이징행 K28 국제열차의 평양-신의주-단둥 구간 소요시간은 2016년 시각표 기준 6시간 13분이다. 당장이라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가 12시간 정도 달리면 압록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중국 땅에 들어설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북한 철도를 개량한다면 시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  
 

▲ 1938년 조선총독부 철도국 발행 시각표-국제특급열차가 서울-단둥간을 8시간 20분만에 주파했다. ⓒ박흥수

조선총독부가 1938년 발행한 조선 열차시각표에 따르면 당시 국제특급열차인 히까리호는 부산을 저녁 6시 55분에 출발해 서울(경성)역에 새벽 2시 55분에 도착했다. 3시 5분에 서울역을 출발한 히까리호는 개성-신막-평양-정주-신의주를 달려 단둥에 11시 23분에 도착했다. 증기기관차 시대에 서울-단둥구간을 8시간 25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서울-신의주 구간을 남한 수준의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운행여건으로 개선한다면 서울-평양간은 2시간 30분, 평양-신의주 구간은 4시간 안쪽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국제역이된 서울역에서 6시간 정도 열차로 달리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장기적 전망을 갖고 서울-신의주 구간에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하게 된다면 이 시간은 또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한국으로의 철도 연결 사업에 매력을 갖고 있는 남북중러가 호흡을 맞춘다면 이른 시간 안에 서울역 전광판에 중국 도시들이 뜰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연결 가능한 노선은 서울-베이징 구간이다. 이미 평양-베이징 국제노선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서울-평양만 연결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 국제 열차 운행을 실현 시킬 수 있다. 최소 주1-2회의 정규 열차 편성을 추진할 수 있다. 서울-개성-평양-신의주-단둥-선양-베이징을 잇는 국제 열차는 한-중의 수도를 직결하는 노선으로 동북아 평화를 상징하는 철도가 될 것이다. 현재 단둥-선양 구간은 3시간 30분, 선양-베이징 구간은 4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빠른 시간 안에 국제열차가 운행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은 20여 시간의 여정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북한 철도 개량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운행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추진 해 볼만한 노선은 서울-이르쿠츠크 노선이다. 서울-평양-신의주-단둥-선양-하얼빈-만주어리(滿洲里)-자바이칼스크-치타-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거대 노선은 한국발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접속하는 이른바 손기정 루트를 복원하는 길이다. 
 
유라시아 철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동북아시아에서 접속하는 노선은 베이징-울란바토르-울란우데-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몽골횡단철도와 앞서 말한 만주어리-치타-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만주횡단철도노선이 있다. 만주횡단철도노선은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접속하는 노선이다.  
 
또한 이 노선은 물류이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경역인 만주어리 역의 화물 취급 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발 물류는 만주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길을 먼저 낼 수 있다.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OSJD(국제철도협력회의)가입도 필요하다. 신규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허가 되는데 번번이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던 것을 남북철도 협력 국면에서 해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 만저우리-하얼빈 구간을 달리는 만주횡단열차 안에서 본 만주벌판의 석양. 서울에서 출발하는 만주행 열차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박흥수

대륙철도 운행은 코레일과 북한 철도성이 공동 투자한 대륙철도합자회사 형식을 갖춘다면 남과 북의 철도가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루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노선의 치타나 울란우데에 도착한 중국이나 몽고발 열차에는 해당국의 승무원들이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과 북의 철도노동자들이 국제열차에 승무하며 세계인을 맞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의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는 전기가 된다. 수주량 부족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철도차량제작 분야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북한 철도 차량의 현대화와 대륙 연결 수요에 부응하는 차량생산량 확보는 철도차량제작 분야도 발전시켜 세계철도시장 경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 철도는 전기철도다. 전기철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환경오염도 최소화 하는 친환경 인프라다. 또한 많은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기관차 견인력이 좋아야 하는데 디젤 기관차는 전기기관차의 효율을 따를 수 없다. 현재 한국에서 운행되는 대형디젤기관차의 견인력은 3000마력인 반면 전기기관차는 그 두 배인 6000마력이 넘는다. 그러나 북한의 전력사정은 전기기관차의 운행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발전소를 신설하는 인프라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철도를 매개로한 남북 협력 사업은 거미줄처럼 그 분야와 대상을 넓혀 갈 것이다. 한반도를 찍은 심야 위성사진을 보면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북쪽은 암흑에 둘러 쌓여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북한 철도 개선 작업이 진행된다면 철도 연변을 따라 북녘 땅은 밝아지게 된다. 이 빛은 마침내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밝히는 횃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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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위원장과 폼페오장관 얼굴에서 피어난 함박웃음

[동영상] 김정은위원장과 폼페오장관 얼굴에서 피어난 함박웃음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11 [01:03]  최종편집: ⓒ 자주시보
 
 

 

 

10일 SBS에서 김정일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면담과 관련 북 보도 동영상 전체를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였다.

 

동영상에서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을 담은 구두친서를 전달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으며 북미수뇌상봉과 관련된 세부 일정과 내용에 대해 토의를 하여 만족할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한 동영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가온 북미정상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력사적인 만남으로 될것"이라고 확언하였다고 지적했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되었음을 화면에 비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장관의 얼굴에서 자주 피어나던 환한 함박미소만 봐도 그대로 느껴졌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장관 면담 동안 자주 피어난 함박미소     © 자주시보

 

▲ 면담을 마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거의 끌어안으며 사진을 촬영한 폼페오 장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누구든 만나면 안기고 싶어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리기에...     © 설명글: 이창기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폼페오 국무장관의 1차 면담과 2차면담 모습을 비교한 SBS 비교 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무슨 마술을 부린 것인지 면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나올 때는 폼페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다른 한 팔로 스스럼 없이 가볍게 껴안는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10년은 정이든 사이처럼 행동했다. 이북 주민들도 만나면 팔에 매달리고 그렇게 안기고 싶어하던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누구든 만나면 안기고 싶어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정의용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처럼 차를 타고 면담을 했던 당중앙 청사를 떠나는 폼페오 장관에게 손을 따뜻하게 흔들어주었고 폼페오 장관도 차가 달리기 시작할 때까지 유리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 답례하였다. 

 

동영상을 보는 내내 뛰는 심장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50년 전쟁의 포연이 해해년년 온갖 전쟁훈련으로 계속 이어져온 세계 최대 화약고 한반도에서 완전히 전쟁이 끝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호흡도 자꾸만 가빠졌다.

 

한반도문제는 북미문제이다. 그 어떤 문제건 북미사이에 적대관계가 해소되면 얼마든지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 평화의 결정적 계기로 될 것이며 패권주의, 제국주의 시대가 역사의 박물관으로 사라지고, 호혜평등의 시대, 화합의 시대, 각 나라 각 민족의 존엄과 주권이 존중받는 찬란한 자주의 시대로 진입하는 중대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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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경실련은 왜 '실망'했나

경실련 "노동공약 완전이행율 4.9%"... 양대 노총 "진일보했지만 아직 부족" 평가

18.05.10 16:37l최종 업데이트 18.05.10 18:02l

 

지난 5월 3일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맞아 국정과제 추진 현황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 1년 국민께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항목은 총 35개. 그러나 같은 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완전이행 비율이 12.3%에 불과하다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째의 완전 이행 비율(28%)보다도 낮은 것이다. 

경실련은 '노동 존중 사회실현'을 위한 세부공약의 경우 완전이행률이 4.9%에 그쳤다고도 밝혔다.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일부 긍정할 뿐,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노동법률> 5월호 커버스토리 '새롭게 열린 노사정 대화 시대,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나다' 참고)
 

 지난 5월 8일 제20회 국무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  지난 5월 8일 제20회 국무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봉을 들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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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 일자리 예산에도 취업자 증가폭 '둔화'

 

당장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정부 전체 일자리 예산은 지난해보다 12.6% 증가한 19조 2312억 원. 그러나 올해 1분기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18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수가 35만3000명 증가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 증가폭이 둔화된 것이다.

실업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실업자수는 125만7000명, 실업률은 4.5%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2조 8329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p 증가한 11.6%를 나타냈다. 2016년 2월 11.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실련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공약 완전이행률이 24.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실련의 분석과 최근의 고용동향을 종합해보면, 정부 일자리 정책이 이행되더라도 일자리 문제 개선에는 역부족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내용 가운데 '공공부문 고용창출로 일자리 증가, 공공서비스 질도 향상'이라는 항목을 소개했다.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공공일자리 81만명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까지 경찰ㆍ소방ㆍ사회복지 등 현장민생공무원 3만5000명이 충원됐다. 정부는 또 보육ㆍ요양 등 사회서비스 관련 공공일자리는 같은 기간 1만8000명이 충원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공공서비스 인력 확충이 민간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던 정부의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일자리 창출 공약은 재정지원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양적인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며 "일자리의 대부분을 만드는 중소기업 분야의 활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구조적인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노동시간 단축 둘러싼 시각차 여전

노동시간을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세부 사항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일ㆍ생활의 균형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기업은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며, "청년들은 확대된 일자리를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과 기존 노동자 임금감소액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의 구체적인 내용과 후속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주문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노동법률>과의 인터뷰에서 "휴일수당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은 것, 운송과 보건업종이 특례조항으로 남은 것, 5인 미만 사업장이 여전히 제외된 것은 특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같은 날 진행된 <노동법률>과의 인터뷰를 통해 "5개 특례업종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며 "(노동시간 특례업종인) 운수업종이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문제였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게 한계"라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특례업종 종사자들을 위해 도입된 연속 11시간 휴식시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교대제가 바뀌어야 하는데 교대제 논의를 안 하고 있다"며 "교대제 개편, 근무제도 개편과 인력 충원이 따라와야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5월 3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실노동시간을 단축시켰다는 점이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시간 단축의 후속조치로 △한국적 현실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제도 수립 △근로시간의 이면인 휴식제도의 보편성 확립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20만 명 무기계약 전환이 비정규직 대책의 본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계 일각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10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에 비정규직 10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 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목표치 20만5000명 중 49.3%의 전환 결정이 완료된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 발표가 있던 날, 곽승용 서비스연맹 공공사업국장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20만 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대책의 본질"이라며 "오늘 고용부가 1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해서 (청와대는) 성공하고 있는 줄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전환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전환심의위원회에 반노조 성향의 인사가 위원으로 선임되거나, 전환 예외 규정을 임의로 해석해 전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이었던 과거 정부와는 확연히 대조된 모습"이라면서도 "여전히 절반 이상의 인원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또 "적용 예외 사유 자체의 모호성과 자의적 확대 해석, 정책 추진 주체의 의지 부족, 관리ㆍ감독 소홀 등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은 정책 과제로 남아 
 

큰사진보기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2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했다.
▲  지난 3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2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했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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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ㆍ연초를 뜨겁게 달궜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보다 16.4% 인상됐다. 이는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정부는 보고서에서 "전체 노동자 중 23.5%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ㆍ영세기업인들의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고자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분만큼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정부의 후속대책이다. 이를 통해 30인 미만 고용 사업자에게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노동자 1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위축되는 후폭풍을 차단하고자 마련된 보완책이다.

이 같은 후속조치에도 영세 사업장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매출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원래 있던 알바생들 대신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일을 돕고 있다"며 "정부가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더 많이 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에 노동계는 소상공인ㆍ영세 자영업자들과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실제 민주노총은 최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한상총련)과 정책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를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연대라는 뜻의 '노상연대'로 명명하고, 한상총련과의 대화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때마침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뒷받침할 만한 국책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이내 섣부른 분석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서 말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고용량에 대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이미 결론을 생각해두고 급하게 작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노동법률> 노동연구원 발표 두고 경제학계, ""저임금 인상 영향력 평가하기 아직 이르다")

'ILO 핵심협약 비준' 임기 1년 보고서 어디에도 없어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현안은 앞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노동 존중 사회실현의 세부 공약 중 노동계가 유심히 살펴보는 내용은 바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다.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은 전교조 등을 둘러싼 법외노조 논란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정부가 약속을 지켰다고 밝힌 35개 항목 중 이 같은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정부가 노력해야 할 과제들을 담은 보고서 뒷부분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4월 12일 국제노총(ITUC)과 양대노총ㆍ국회 헌법33조위원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아직까지 비준하지 못한 결사의 자유 협약과 강제노동 협약의 비준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협약의 비준을 위해 협약 내용과 국내법의 상충 여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핵심협약에 반하는 국내법 개정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정부 보고서에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이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핵심협약 비준 여부를 두고 양대노총은 각각 성명과 논평을 통해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부족"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5월 9일 성명에서 "노동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근절 등의 부문에서 정부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의 평가는 한국노총보다 다소 수위가 강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노동존중을 위한 긍정적 조치와 신호가 있었다"고 언급한 뒤 "거기까지였다"고 논평했다. 이어 "1년을 맞은 지금, 노동정책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계획, 정책과제 추진을 위한 로드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률을 점검한 경실련은 노동분야 공약 이행률 제고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수의 노동정책이 국회 입법을 필요로 하는 만큼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초심을 지켜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심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공약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5월 10일 기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6.1%를 기록(리얼미터,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 응답,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대영 월간 <노동법률>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5월 10일 월간 <노동법률> 6월호 인터넷판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www.worklaw.co.kr/)

 

 

태그:#노동공약#공약평가#노동존중사회#노동정책#임기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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