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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 이질성,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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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07 10:05
  • 수정일
    2018/05/07 10:0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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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4), 박용규 ‘국학과 언어’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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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7  08: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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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18일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개최한 ‘2018 국학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현재 우리 민족의 경우 남북으로 국토, 국가, 민족이 분단되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언어가 분단되어 있지는 않다. 언어는 민족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한 ‘2018 국학 월례강좌’ 다섯 번째 강좌에서 일제하 우리 말과 글을 지켜온 ‘조선어학회’와 이극로 선생을 집중 조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한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 - 말은 민족의 얼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극로 “국학, 조선 고유의 학문

   
▲ 박용규 연구교수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학회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국학과 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먼저 국어학자들의 ‘국학(國學)’에 대한 개념 규정을 소개했다. 이극로 선생은 국학을 “말과 글 그리고 역사와 지리 등의 조선 고유의 학문”으로 규정하고 “자기를 바로 인식”하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정열모 선생은 “국학이란 것은 민족단위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의 총칭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개 민족의 문화 전체를 연구하는 학을 그 민족의 국학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국어, 국사의 연구가 국학의 전체는 아니다. 정치, 문학, 공예, 심지어 의복 음식까지 그 모두가 국학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고 광의적 해석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나와 이웃,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국학이 아닌가. 우리 국학의 양대 기둥은 국어학과 국사학이다”라고 정의하고 “언어분야 국학자는 주시경, 김두봉 선생, 이극로, 최현배, 이윤재, 이병기, 신명균 선생 이런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언어분야의 국학자들 전부가 나철 선생이 중광한 대종교를 모두 믿었다. 놀랄만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해 “일본인들이 왜 일본어와 일본사를 강조했느냐. 우리민족을 영구히 일본인으로 만드는 거다. 노예로 만드는 거다”며 “제국주의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쳐들어갈 때 두 개 과목(국어, 국사)을 반드시 부수는 거다. 영국이 그랬고, 독일이 그랬고, 러시아가 그랬다. 일본은 영국과 독일을 카피한 나라다”고 설명했다. “결국 38년에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시켰다”는 것.

조선어학회, 민족어 3대 규범집과 <조선어대사전>

   
▲ 조선어학회가 1935년 8월 서울 우이동 봉황각에서 개최한 ‘표준어 사정 제2독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자료사진 - 박용규]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와 한글 말살 정책에 맞서 조선어연구회를 이은 조선어학회는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한글운동을 전개하였다”며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은 일제의 우리 말글 언어독립투쟁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조선어학회의 최대 업적인 “민족어 3대 규범집, <한글 맞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다가올 민족국가 즉 독립국가에서 곧바로 국어 규범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항일투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규범집은 해방 후 남북한에서 국어규범집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언어적 이질성으로 갈라지지 않고 공통의 언어를 유지하게 한 결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

박 교수는 또한 “1942년에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의 뜻풀이가 담긴 <조선어대사전>을 기어코 출판하여 민족어를 영구히 유지하고자 하였다”며 “이를 간파한 일제는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켜, 조선어학회의 회원 33명을 검거하여 탄압하였다”고 짚었다.

16만 어휘를 뜻풀이한 <조선어대사전>은 일제의 탄압으로 발간되지 못했지만 해방 이후 6권의 <조선말 큰사전>으로 출간됨으로서 뒷날 남북한 국어사전의 모범이 되었고, 국어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일제는 1942년 국내의 ‘조선어학회 사건’과 만주의 ‘대종교 임오교변’을 일으켜 국어와 국교(國敎)의 말살을 기도했다. 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최현배, 신명균, 권덕규, 정열모, 이병기 등 국어학자 주요 인물들이 대종교 신자인데다 조선어학회 사건의 발단도 일제가 대종교 윤세복 도사교(교주)와 이극로 한글학회 간사장이 주고받은 서신을 꼬투리 삼아 일으켰던 것.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3인이 검거돼 이윤재, 한징 선생이 옥사하고 6년형을 선고받은 이극로 선생을 비롯해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선생 등 4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임오교변의 경우 윤세복 도사교 등 25명이 검거돼 안희제 선생 등 10명이 옥사해 임오십현으로 불리고 있으며, 윤세복 등 6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 이극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용규 연구교수가 평양 애국열사릉에 안장된 '리극로 선생'의 묘소를 배경으로 강연하고 있다. 이극로 선생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과 최고인민회의 삼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내 한때 남쪽에서는 금기시된 인물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극로 연구를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던 박 교수는 주시경, 김두봉에 이어 이극로의 언어관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이극로, 이윤재, 신명균, 최현배 네 분이 핵심인사”라며 “일제 판결문에는 항상 네 분이 중심이 돼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이극로가 중심인물이라고 제시했다.

이극로 선생은 당시로는 유일하게 베를린대학 유학 시절(1922.4∼1927.5) 부전공으로 언어학을 선택했고, 몽고어도 배웠다. 또한 언어학과 음성학의 대가인 위를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조선어 음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자전글 <고투사십년>(1947)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 교수는 “그는 조선어와 한글의 연구와 보급을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과 동화정책에 대한 저항의 차원에서 전개하였다”며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언어 민족 일체관은 언어의 흥망이 민족의 흥망과 일체한다는 관점”이라고 정리했다. ‘모국어의 유지를 통해 민족과 민족성을 보존하자’는 주장이라는 것.

박 교수는 이같은 이극로의 언어와 민족관의 형성에 대해 “1910년대와 1920년대 만주와 중국에서 주시경의 제자인 김진(김영숙)과 김두봉과 함께 보냈다”는 점을 꼽고 “일제강점기인 1911년에 대종교에 입교해 대종교 3대 교주 윤세복의 뒤를 이어, 대종교 제4대 교주로 촉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극로 선생은 특히 “첫째, 국어사전을 편찬하자. 둘째, 우리글을 국한문으로 섞어 쓰지 말고, 국문으로만 쓰자. 셋째, 우리글을 가로로 쓰자”라고 실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주장은 해방정국 이후에 결국 이렇게 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극로는 민족어인 조선어를 조선의 학교와 학생에 보급하여 영구히 유지하며, 이를 통해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을 향상시켜 독립을 쟁취하는 전망을 심어주고자 하였다”며 해방 후는 “언어를 순화하고 발달시킨다는 것은 민족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이겠으며 언어가 망한다면 민족이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극로 선생은 조선어사전 편찬회를 조직하는 것부터 착수해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담담하는 등 “14년간 언어독립투쟁을 일관되게 이끌어나갔다”고.

박 교수는 “독립의 준비물로 쓰여진 게 조선어학회 3대 언어 규범집이고 조선어사전이다. 해방된 조국 남북에서 바로 쓰여지게 되는 거다”며 “얼마나 이극로가 주도면밀했는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14년 간의 결론은 함흥형무소 행이었다. 그러나 이 분이 북한에 계셨기 때문에 초대 무임소 장관으로서 북한에서 국어정책을 훌륭하게 잘 했다. 결국 말년에는 빛을 봤다”고 말했다.

이극로 선생이 남쪽에서 조명받지 못한 것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조국전선 의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직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냉전시기 터부시됐기 때문이다.

“우리 간판,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

   
▲ 우리 사회에서 한글 간판보다 영어 간판이 각광을 받는 세태가 보여주듯 한글이 처한 현실에 대한 참석자들의 안타까움도 질문에서 묻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일제시기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한글 수호투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방된 조국이 분단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한글이 수난받고 있다며, 시급한 현안들을 제시했다.

신영철, 이중화 선생 독립유공자 지정에 앞장서 왔다는 박 교수는 “현재까지 조선어학회 선열 33인 가운데 24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되었다”며 나머지 분들도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윤재 선생의 경우 “일본 동양대학에 들어가서 조선어 사전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 혼자서 10만 어휘를 수집해서 38년에 한글맞춤범 통일안, 표준말에 입각해서 사전을 냈다. 해방이후 베스트셀러 <국어사전>이었다”며 “그런데 이 분의 업적이 왜 없어졌느냐. 이분도 납북이 됐다. 납북자명단에 확인되지 않아 1급 훈장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우리 간판을 보면 이게 독립국가라고 볼 수 있는지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며 “간판과 관계된 법률도 있는데 벌칙 조항이 없다”고 지적하고 “정말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영어 남용을 반대하는 뭔가 큰 단체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한 동포들이 사용하는 말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쓰는 말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조속한 완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언어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당시 “통역이 필요 없었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끊임없이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가 제 역할을 수행해오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요 국어학자들의 전집 발간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강좌는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다음 강좌는 <전환 이야기>의 저자 주요섭 한실림연구소 사무처장이 ‘국학과 동학 - 수운의 다시 개벽’을 주제로 5월 17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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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독식 정치’는 이제 그만

[도우리의 미러볼]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가뭄 현상에 대하여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5.04 16:52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가뭄이다. 곧 치를 6.13 지방선거 이야기다. 지방정부의 수장인 광역자치단체장 공천 후보 중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통틀어 단 1명에 불과하다. 표방하는 이념이나 색깔은 달라도 여성 후보 가뭄 현상은 집권 여당이나 제 1, 2 야당 할 것 없이 같다. 성별뿐 아니라 나잇대도 모두 50대 중반 이상으로 편향돼 있다. 중산층 중년 남성층만 득시글한 정치판, ‘아재 정치’의 문제가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시한 지방선거 공천 후보

뿌리 깊은 아재 정치

지방 정치에서의 ‘아재 정치’는 유구하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총 6회의 지방 선거를 치르는 동안, 지방 정부의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지사로 선출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도 총 1378명 중 여성은 21명(1.52%)에 불과했다. 중앙 정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20대 국회 기준, 17%)에 비해 턱없이 낮다(이마저도 세계의원연맹 기준 193개국 중 116위다). 당선자 평균 연령도 50대 중반 이상, 평균 학력도 대졸 이상이 대부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중산층 중년 남성층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역구 기초의원 여성 당선자 비율만큼은 2014년 지방선거 기준 25.5%로 높은 편이다. 기초의원 직책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 의회 직책에 비해 적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안사람 구도로, 중대한 업무와 결정권이 남성에게 편향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남반장-여부반장, 남교장-여교사 등의 사례들이 있다. 왜 이러한 정치의 ‘아재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바른미래당이 공시한 광역단체장 후보

견고한 아재 정치 네트워크

현재 공천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여성 후보에게 딱히 불리한 요소는 없다. 문제는 제도의 운영 주체가 남성 기득권이라는 점이다. 비례대표 공천 시 홀수 순번에 여성을, 짝수 순번에 남성을 할당하는 제도인 남녀 교호순번제가 대표적 사례다. 남녀교호순번제는 비례대표제 명부 작성 시 ‘비례대표 여성 의원 50%할당’이라는 규정을 지키면서도 여성 공천 후보를 당선 가능권 벗어난 쪽에 몰아 넣는 편법의 횡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구속력이 없고, 시·도의원 선거에만 적용토록 돼 있다. 하물며 권고 수준에 머무른 지역구 여성의원 30% 할당제를 지키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여성 후보 가산점 제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할당제가 의무화되지 않은 가산점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공천은 관련 서류만 잘 갖추고, 열심히 발품만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의 인맥 및 인프라 등의 적극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네트워크를 기득권 남성들이 쥐고 있다 보니 여성 후보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게다가 경쟁력 있는 기존 여성 후보를 배제시키기 위해 신입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공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후보를 배제한 사례들도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애초에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6회 지방선거 성별 당선 비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략공천은 역차별이다?

이번 인천 부평구청장 인천시장 선거에서 사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홍미영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SNS에서 ‘메갈 후보’로 낙인 찍힌 탓이 컸다. ‘비겁하게 전략공천의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전략공천이 기존에 지역구에 헌신한 예비 후보자들을 좌절시키므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여성 공천 후보에 대한 전형적인 비난 논리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공고한 기득권 장에 사실상 입성이 불가능한 약자를 끌어주기 위한 적극적 조처다. ‘지역구 헌신 후보’가 애초에 지역구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남성중심적 정치판이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 덕분이다. 무엇보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역구 헌신 후보’의 노고만 말할 뿐, 정작 유권자들의 ‘다양한 후보 선택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다

‘아재 정치’는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것만으로 대의성을 높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아재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대표적 사례가 ‘미투 고발’ 흐름이다. 특히 미투 고발로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례는 가부장 중심 정치의 폐해가 정당의 이해에도 커다란 리스크가 된다는 교훈을 줬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바꿔 말해, 정치적인 것은 개인적이기도 하다. 아재 독식 정치는 미투 운동처럼 정치 혐오와 냉소, 구태와 적폐의 지속 등 우리 사회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여성뿐 아니라 정치권 내 ‘아재층’에 속하지 않는 청년, 장애인,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야 하는 이유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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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으로 변한 낙동강 바닥, 산소 거의 없고 뻘 속 실지렁이 가득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현장 조사] 4급수 생물 다량 발견... 수문 개방한 금강과 차이 보여

18.05.06 15:53l최종 업데이트 18.05.06 16:32l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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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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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 현장. 삽으로 두 번 뜬 뻘(흙)에서 4급수 수질에 사는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해 '시궁창'이라는 사실이 또 증명된 것이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낙동강 현장조사에서는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바닥이 썩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무더기로 나온 '실지렁이'와 '줄지렁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삽으로 뻘을 두 번 떠왔고, 손으로 흙 속을 살펴보았다. 그 속에서 가느다란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나왔다. 숫자로 헤아려보니 모두 8개체였다.

1㎡ 기준으로 본다면 적어도 줄지렁이와 실지렁이가 70~80개체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근 국장은 "강 가장자리에서 5m 정도 들어가서 뻘을 삽으로 떴다. 밟아보니 뻘층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며 "강 바닥 전체가 뻘층으로 코팅된 것이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는 "물이 고여 있는 습지나 물흐름이 없이 정체된 곳에서 주로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서식하고, 이 생물은 4급수 서식 생명체다"며 "이 생명체가 다량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낙동강 수생태계 건강성이 '불량' 직전 상황임을 말해준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전 낙동강은 모래층이어서 일부 정체된 곳을 제외하고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지 않았다"며 "실지렁이가 나왔다는 것은 낙동강 환경이 최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지렁이는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서식하고, 산소가 별로 없는 곳에서 잘 산다. 쉽게 말해 오염된 곳을 좋아하는 생명체다. 따라서 축산폐수나 생활폐수가 많은 곳에 많이 발견된다"며 "낙동강 전체에 실지렁이가 어느 정도 분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장조사 결과 다른 지역에서도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뿐만 아니라 '깔다구' 등이 발견되었다. 환경운동연합이 5일 벌인 낙동강 칠곡보와 달성보 상류 조사에서도 이들 생명체가 나온 것이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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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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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은 산소 거의 없는 상태

낙동강 강바닥은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팀이 이날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바닥의 산소량을 측정한 결과, 수심 8.17m 아래에서 용존산소량은 0.06ppm으로 나왔다. 이는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팀이 5일 벌인 조사에서 칠곡보 상류는 0.13ppm, 달성보 상류 1.3ppm, 합천창녕보 상류는 0.08ppm으로 나왔다. 박 교수는 "이 정도 수치를 보였다는 사실은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생명체가 전혀 살 수 없다는 뜻으로, 물고기가 산란을 할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6일 박 교수팀은 창원·함안 일부 지역에 공급하는 원수를 취수하는 칠서취수장의 강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곳 용존산소량은 3.8ppm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흔히 용존산소량 4ppm 정도면 급수할 수 없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다. 칠서취수장은 4ppm에 가깝다. 이곳 물은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공급하고 있는데, 그만큼 수질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 바닥은 오염된 뻘로 코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오염된 퇴적물이 산소를 잡아먹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유기물이 더 쌓여 점점 더 수질이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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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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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상황이 너무 다른 금강 세종보

낙동강 상황은 금강 세종보와 비교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세종보와 낙동강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등에 대해 수문 개방을 했다. 그런데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는 주변지역 '지하수 저하' 등의 민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수문 개방을 중단했다.

세종보는 계속해서 수문 개방을 해오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세종보 일대는 자연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세종보는 지난해 11월 13일 수문 개방 이후 변화가 생겼다. 강바닥이 고운 모래로 돌아오고 있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며 "그 곳은 낙동강 상황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해 11월 수문을 개방하면서 주변에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시커먼 뻘층으로 인해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민원이 있었다"며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런 민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세종보도 이전에는 뻘층이 많이 쌓여 있었다. 수문을 열면서 하류로 흘러 내려 갔고, 지금은 고운 모래가 쌓이고 있다"며 "보 수문이 닫혀 있는 상태는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호수다. 수문을 열면 수질이 개선되고 모래도 되살아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 수위 저하 등 영향'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박 교수는 "4대강사업 하기 전인 '하한수위'까지 수위를 낮추어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은 환경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올해 연말에 정부는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보 철거를 하게 된다면 낙동강 창녕함안보가 1순위가 될 것이다"며 "상수원인데다 녹조가 번식하고, 안전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이번 금강, 낙동강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 '보 철거'와 '재자연화'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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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관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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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동강#창녕함안보#환경운동연합#금강#대한하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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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5개 국어로 번역한 대학생들, “한반도 평화 기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07 08:43
  • 수정일
    2018/05/07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판문점 선언’ 지지 성명서도 함께 공개

김세운 기자 ksw@vop.co.kr
발행 2018-05-06 15:08:48
수정 2018-05-06 15:08:4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학생들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5개 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5일 공식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70년 분단이라는 아픔의 역사에 불어오고 있는 평화의 바람을 맞이하여,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판문점 선언’을 6자 회담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 내용을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미 여러 외신에서 판문점 선언을 번역한 선례가 있지만 다시 우리의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번역하는 것은, 학생의 사회 참여가 생기를 띌수록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라면서 “온 겨레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의 역사가 영원토록 깃들길 기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판문점 선언문’을 지지하는 취지의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를 함께 공개하며, 국회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협력해 평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외대가 공개한 ‘판문점 선언’ 5개국어 번역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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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에게 닥친 ‘공유지의 비극’

주꾸미의 씨가 마르기 시작하자 해양수산부는 올해 ‘주꾸미 금어기’를 신설했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어민과 낚시꾼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2018년 05월 03일 목요일 제554호
 

충남 보령 출신 소설가 이문구의 작품에는 주꾸미가 자주 나온다. 1977~1981년 발표한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서 어느 여인은 질박한 사투리로 이렇게 신세타령한다. “접때 장부텀 봄 것은 읎는 게 읎이 죄 새로 나와 만전했던디 그 흔해터진 쭈꾸미 한 코 못 만져보고 사네.”

그랬다. 주꾸미는 원래 흔해터진 ‘바닷것’이었다. 봄가을이면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 무시로 잡혔다. 봄철 보릿고개 때면 바닷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품 노릇을 했다. 특히 주꾸미를 ‘쭈깨미’라 부르는 충남 지역이 전국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충남 사람들에게 주꾸미는 흔한 바다 생물이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주꾸미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주꾸미에게 위기가 닥치자, 아우성은 인간이 질렀다. 봄철 알배기 주꾸미가 나올 때만 되면 주꾸미 값이 폭등해 ‘귀하신 몸’이 되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1998년 7999t이었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2년 3415t으로 반타작 났고, 2016년엔 2281t으로 줄었다. 
 

ⓒ시사IN 이명익
4월12일 충남 보령시 인근 바다에서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가 소라 껍데기에서 주꾸미를 빼내고 있다.

올해는 주꾸미에게 의미심장한 해다. 사상 초유의 ‘주꾸미 금어기’가 실시된다. 5월11일부터 8월31일까지 주꾸미를 잡는 행위가 완전히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쩌다 주꾸미마저 못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어민들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고갈이라고 이해하면 되는 걸까.

4월12일 아침 6시. 동이 터오는 충남 보령시 오천항 풍경은 뜻밖이었다. 평일인데도 항구에는 형형색색의 낚시복을 갖춘 사람들로 북적였다. 선착장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배만 10여 척. 어림잡아 100명이 차례차례 낚싯배에 올랐다. 전날 밤 적막하던 항구 풍경과는 딴판이었다. 새벽부터 차로 달려 이곳에 도착한 낚시꾼들이었다.

오천항은 천혜의 어장인 천수만에서 홍성군 광천읍 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자연양식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낚싯배가 성행하는 곳이다. 특히 주꾸미 낚시로 유명하다.

그런데 봄철인 지금은 낚시로 주꾸미를 잡을 수 있는 때가 아니다. 3~5월 산란기를 맞은 주꾸미가 바다 밑바닥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봄철에는 어민들이 설치한 주꾸미 그물을 통해서나 어획이 가능하다. 가을이 되어서야 알에서 부화한 주꾸미가 바닷속을 헤엄치는데, 그때가 주꾸미 낚시 성수기다. 지금 낚시꾼들은 우럭, 도다리 등을 잡으러 온다.

비수기에 이 정도니 주꾸미 낚시 성수기인 9~10월이 되면 이곳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많을 때는 하루 5000명씩 주꾸미 낚시꾼이 몰려든다. 항구에는 차 댈 곳이 없어서 매일 주차전쟁이 벌어진다. 1인당 7만~10만원 정도를 내고 낚싯배를 타는데, 주꾸미가 잘 잡힌다고 소문난 배는 6월부터 예약해야 낚시가 가능할 정도다.

문제는 가을철 낚시꾼이 잡는 주꾸미가 ‘치어’라는 점이다. 봄철 산란기를 지나고 알에서 부화한 어린 주꾸미가 막 활동을 시작할 무렵 주꾸미 낚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낚시꾼들은 이때 잡은 주꾸미를 ‘100원짜리’ ‘500원짜리’라 부른다.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주꾸미가 거미처럼 작다 해서 ‘거미 낚시’라고 자조하기도 한다.
 

 

주꾸미 낚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잡기 쉬워서다. ‘주꾸미 구슬’이라는 도구가 있다. 흰색 구슬에 갈고리를 단 도구인데, 밝은 색을 좋아하는 주꾸미가 구슬에 접근했다가 갈고리에 걸려 올라온다. 초보자도 하루에 수십 마리는 거뜬하다. 경력이 되는 ‘꾼’들은 하루 수백 마리씩 잡는다. 10명 정도 탄 주꾸미 낚싯배 한 척의 하루 어획량이 작은 어선보다 훨씬 많다.

이날 아침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선착장에 낚싯배만 가득할 뿐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로 간 것일까. 어선들은 뱃길로 1㎞ 떨어진 보령방조제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방조제 근처에서 출항을 준비 중인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싯배 때문에 항구에 배를 댈 수 없어 이리로 옮겼다. 사실상 밀려난 셈이다”라고 말했다.

주꾸미 어민의 얼굴에서 사라진 웃음기

허락을 구해 화랑호에 올라탔다. 배는 20분을 달린 뒤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 앞에 멈췄다. ‘주꾸미 그물(밧줄에 소라 껍데기를 매단 것)’을 설치한 곳이다. 김동주씨 부부가 힘차게 밧줄을 끌어당기자 소라 껍데기가 도르래를 타고 올라왔다. 시인이 노래했던 주꾸미 잡이 풍경과 똑같았다. ‘빈 소라 껍질 매단 줄을 당긴다/ 먹이로 속이는 낚시가 아닌/ 길을 가로막는 그물이 아닌/ 알 깔 집으로 유인한/ 주꾸미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온다(함민복, <주꾸미>).’

그러나 주꾸미가 ‘줄줄이 딸려’ 오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언뜻 봐서는 소라 껍데기 수십 개꼴로 1마리씩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김씨는 “20년 전에 비해 주꾸미가 든 소라 껍데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출렁이는 배 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물을 당기고 주꾸미를 꺼내고, 다시 그물을 치는 작업이 되풀이됐다. 그 와중에 주꾸미가 ‘청소’한 해양 쓰레기도 수거했다. 주꾸미는 바다 밑바닥에 깔린 비닐조각, 낚싯바늘 등을 빨판에 붙인 채 잡히는 경우가 많아 ‘바다의 청소부’라 불린다. 과거 충남 태안에서 고려청자 조각이 주꾸미 빨판에 붙어 나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날 4시간가량 작업한 끝에 화랑호가 얻은 수확량은 40㎏. ‘만선’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전날은 이보다 훨씬 못했다. 이날 수협 경매가가 1㎏당 1만7500원이었다. 수협 직원이 김씨에게 “오늘은 돈 좀 만졌네”라며 웃었다.  
 

ⓒ시사IN 조남진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낚싯배가 정박해 있다. 가을철이면 이곳은 주꾸미 낚시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요즘 김씨를 비롯한 주꾸미 어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다. 우선 금어기의 형평성 문제다. 사실상 봄 한 철 벌어 먹고사는 현실에 금어기를 5월 초순부터 지정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주꾸미 알이 여물려면 5월 말은 되어야 하는데, 값어치가 올라갈 때쯤 금어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어기가 풀리는 9월부터는 낚시 시즌이다. 낚시업계가 이번 금어기 조치로 입는 타격은 어민들에 비해 훨씬 적다. 

더 큰 불만은 낚시꾼의 행태다. 앞서 말했듯 가을철에 마구잡이로 어린 주꾸미를 잡는 바람에 이듬해 알을 밸 주꾸미의 씨가 마른다는 것이다. 끊어진 낚싯줄, 낚시 추, 바늘 따위는 바다를 오염시킨다. 낚싯배와 어선의 충돌 사고, 쓰레기 투기 문제도 갈등 요소다. 

문제는 이것이 주꾸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다 자원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어민과 낚시인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어촌에서는 토박이인 어민과 주로 외지 출신인 낚싯배 운영자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가면서 언젠가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현재 바다낚시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언젠가부터 ‘낚시 인구 700만 시대’라는 말이 퍼졌지만 추정치다. 비교적 정확한 통계가 있다. 해양경찰청이 낚시 어선 이용객의 승선 신고를 집계한 자료다(55쪽 표 참조).

1997년 47만명이었던 낚시 어선 이용객 수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통계다. 2015년 295만명, 2016년 342만명, 2017년 414만명으로 2년 만에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중복 신고하는 경우를 감안해도 엄청난 증가세다. 민물낚시까지 더하면 낚시 인구 700만이 과장된 수치는 아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던 사람들이 낚시에 눈을 떴다. 특히 최근 <도시어부> <성난 물고기> 등 본격 낚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의 역동성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어가 인구(판매를 목적으로 1개월 이상 어선, 맨손, 양식 어업 등에 나선 가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19만2300명이던 인구는, 2016년에 12만5700명까지 줄었다(55쪽 표 참조). 대개 농어촌이 그렇듯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내리막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존 여론은 어족 자원 고갈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어민의 무분별한 남획을 지적해왔다. 이제 거꾸로 바다에서 ‘다수파’가 된 낚시꾼의 몰지각한 남획과 환경 파괴 문제를 비판하면 되는 걸까.

낚시면허제 도입이 정답 될까

해양수산부는 낚시업계에 칼을 빼들었다가 머쓱했던 적이 많다. 돈을 내고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만 낚시를 할 수 있는 ‘낚시 이용권’ 제도 및 주꾸미· 문어·갈치 등을 대상으로 1인당 포획량 제한을 실시하려다 낚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곤 했다. 올해도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투명하다. 지난 2월 ‘낚시 부담금 말이 안 되는 이유’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만명 이상 서명을 받았다. 반면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어민 측의 청원도 여러 건 올라왔다.

상생의 길은 없는 걸까. 다행히 희망의 끈은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어민과 낚시꾼 모두 어족 자원 고갈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민들 중에도 옛날처럼 바다가 무한정 인간에게 먹을 걸 내줄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랑호 선주 김동주씨는 “낚시면허제가 도입되는 등 진전이 있다면 어민들도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천항의 한 낚싯배 사무국장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낚시면허제 도입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말을 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는 말이었다.

남은 문제는 더 있다. 이른바 ‘형망 어업’ 등으로 바다를 초토화하는 일부 어민 문제다. 형망 어업은 자루 모양의 그물 끝에 쇠틀을 달아 해저를 긁으면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 밑바닥을 긁어버리기 때문에 조개는 물론 주꾸미도 쓸어 담는다. 최근에는 고압 분사기 등 불법 어구까지 이용해 어패류를 초토화하는 바다의 무법자다. 무허가 조업에도 벌금밖에 제재 조치가 없어 일부 지역에서는 어민들이 돌아가며 벌금을 물고 조업에 나선다. 바다 자원을 싹쓸이하는 대형 저인망 어선에 대한 규제도 관련 업계의 반발 탓에 지지부진하다. 주꾸미 어민들이 구멍가게라면, 이들은 대형마트다.

 

바다 생태계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방조제 문제는 아예 이슈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서산 A·B방조제, 보령·홍성방조제 등 천수만 일대에만 네 개 방조제가 우뚝 서 바닷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방조제 철거를 시사한 바 있지만 이 또한 물 건너갔다. 어쩌면 공유지를 망친 주범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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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대해, 통일되면 만나” 방송하자 북한 병사는 O 그려보였다

“나 제대해, 통일되면 만나” 방송하자 북한 병사는 O 그려보였다

등록 :2018-05-06 09:29수정 :2018-05-06 11:39

 

 

대북·대남방송의 추억
지난 1일 오후 군 장병들이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처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교하 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북한군도 이날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오후 군 장병들이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처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 교하 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북한군도 이날부터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판문점 선언에는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남과 북은 대북·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 대북·대남 방송은 1960년대 초 시작된 뒤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영구적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최전방에서 대북·대남 방송을 담당했던 한국군과 북한군 출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썼다.

 

인근 주민들과 밤낚시를 즐기는 파주 주민 허일영(가명·53)씨에게 공릉천은 천국이다. 공릉천은 경기도 양주에서 파주를 거쳐 오두산 통일전망대 아래에서 임진강, 한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진을 친다. 잔잔한 물줄기에 반사돼 반짝이는 자유로 가로등 불빛, 하천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냄새,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손맛까지 더하니 바랄 게 없다.

 

공릉천 밤낚시의 추억에 빠질 수 없는 소리가 있다. 바로 대북·대남 방송이다. 허씨는 “한여름에 가만히 앉아 낚시찌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쪽저쪽에서 하는 방송이 다 들린다. 한밤중에도 스피커 소리가 빵빵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던 때는 북한 군가가 요란하게 흘러나왔다. 우스갯소리로 들으면 적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허씨는 북한의 대남방송 내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위대한 수령’ 이야기를 한들 신경 쓸 사람이 있겠냐”고 되묻는다. 그는 남한의 대북방송이 더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남한이 북한보다는 사는 형편이 더 낫지 않나. 똑같은 사람이 돼, 단지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려는 방송을 하는 우리가 한심했다.”

 

허씨는 앞으로 대북·대남 방송을 들을 일이 없길 바란다. 은퇴 뒤 공릉천에서 친구들과 조용히 낚시를 즐기며 노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공릉천에서는 대북·대남 방송이 들리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남한과 북한은 함께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 1일에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양쪽이 대북·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이번 방송 중단이 일시적이 될지, 항구적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대북·대남 방송은 1963년부터 시작된 뒤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 시설 철거와 설치를 반복해왔다. 대북·대남 방송은 남과 북의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이뤄진다. 가깝게 붙어 있는 남북 지피(GP·전방초소)는 거리가 1㎞도 되지 않는다.

 

비무장지대에서 마이크와 확성기는 일종의 무기다. 이 무기들로 ‘심리전’을 펴는 군의 방송요원은 ‘방송병’과 ‘대면병’으로 나뉜다. 방송병은 ‘자유의 소리’ 같은 라디오 방송과 대중가요 등 음악을 확성기로 내보낸다. 대면병은 마이크를 잡고 직접 상대 대면병과 대화를 시도한다. 방송병은 일방 커뮤니케이션을, 대면병은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셈이다. 분단의 대치 상황에서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징집됐던 사람들은 선전의 주체와 대상이 되도록 강요당했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북한 방송병의 추억

 

30대 후반인 염상구(가명)씨는 2000년대 초반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귀순했다. 1997년 북한군에 입대한 염씨는 개성시 판문군에 있는 2군단에 배치돼 대남방송을 트는 방송병으로 복무했다. 당시 북한 군복무 기간은 13년이었다. 북한군에서 비무장지대에 배치되려면 ‘출신성분’이 좋아야 한다. 염씨는 “방송병은 편한 보직이라 특히 인기가 많다. 1년에 한두차례 정치 및 방송 교육을 받고 시키는 대로 방송만 틀면 된다”고 말했다.

 

염씨는 군사분계선 서부전선에 있는 방송국 세 곳 중 한 곳에서 근무했다. 남한 방송병 초소와의 거리는 700m였다. 방송국 한 곳당 4~5명의 방송병이 있었다. 여름은 오전 5시부터, 겨울은 오전 6시30분부터 북한 애국가로 방송을 시작했다. 주로 상급자가 내려보내는 정치 선전물과 ‘제3방송’ 뉴스를 틀었다. 제3방송은 남한 관련 뉴스와 국제정치 뉴스 중 북한이 주민들에게 꼭 주입시켜야 하는 사안을 다루는 유선방송이다.

 

남한의 대북방송을 북한군이 듣지 못하도록 트는 ‘맞방송’도 주요 업무였다. 이때는 방송 출력을 최대한 높여 소리를 소리로 덮었다. 통상 밤 9~10시에는 대남방송을 끝냈지만 남한은 대북방송을 자정 넘어서도 했다고 염씨는 기억했다. 적막한 밤에 북한까지 맞방송을 하면 너무 소란스러워 밤에는 맞방송을 자제했다고 한다. 염씨는 새벽 경계근무를 서는 북한군 동료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수도 평양을 지키자는 내용의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 같은 노래를 잔잔하게 틀기도 했다. 방송병에겐 트는 일 못지않게 적는 일도 중요했다. 분 단위로 남한의 대북방송을 전부 기록해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했다.

 

염씨는 2000년 이전까지는 남한의 대북방송 수위가 굉장히 높다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급격히 낮아졌다고 했다. 그는 “그 이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난을 자주 했다. ‘수령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귀순하라. 남한에 오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도 많았다. 2000년 이후에는 비난이나 귀순 유도보다는 대중가요를 트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염씨는 옆에서 지켜봤던 동료 북한 대면병들의 대남방송 작전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10일) 등 북한 기념일이면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적군와해 공작부’(이하 적공부) 선전대에서 대면병들이 나와 지피에 ‘무대’를 설치하고 남한 대면병과 심리전을 벌였다고 한다. 방송 내용은 북한 체제 선전부터 일상 소재까지 다양했다.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압네까?”(북)

 

“….”(남)

 

“북한 체제의 우월성은….”(북)

 

“….”(남)

 

“6·25 원인을 남한은 남침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북침이요. 그 이유는….”(북)

 

“….”(남)

 

북한 대면병이 수를 쓰면 남한 대면병은 말려들지 않으려고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염씨에게 남한의 대북방송은 어떤 모습으로 각인돼 있을까? “당시엔 남한이 심리전 방송에 올인하나 싶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느낌이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방송 시간도 길고 볼륨도 높았다. 심리전으로 북한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남한에 와 보니 남한은 단순히 전기 등 물자에 여유가 있으니까 방송을 공세적으로 했던 것 같다. 북한군끼리는 ‘남한 애들이 미쳐서 발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놈들 말대로면 남조선은 지상 천국이겠다’ ‘남조선 놈들 또 사기 친다’고 무시하기도 했다.”

 

확성기가 본래 기능으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2001년 몇몇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순찰하다 자신들이 설치한 지뢰를 밟아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터지자 남한 쪽 지피에서 한국군이 출동하기 시작했다. 북한 지휘관이 염씨에게 “확성기로 남한 쪽에 상황을 설명하고 북한군이 자체 처리하겠다는 방송을 해달라”고 알려와 양쪽 충돌 없이 사고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55년간 남북 총칼 없는 소리전쟁
남북관계 변화 따라 중단·재개 반복
북한 방송병, 근무 편해 경쟁 치열
남한은 전력 풍부해 더 공세적 방송

 

남 “수령을 사살하고 남한으로 오라”
북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압네까”
김광석 노래 틀어놓고 함께 즐기기도

 

“무의미한 방송 영원히 중단됐으면”

 

 

남한 대면병의 추억

 

30대 후반으로 염상구씨와 같은 또래인 최재성(가명)씨는 염씨와 군복무 시기가 비슷하다. 최씨는 2000년대 초반 임진강 쪽 101여단에 배치돼 대북방송 대면병으로 근무했다. 최씨와 염씨는 군사분계선을 가운데 두고 서로 ‘목소리’를 통해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씨는 훈련소를 마친 뒤 자대 배치를 받기 전 자신을 찾아온 101여단의 민사장교가 면담을 요청해 따라갔다. 장교는 담배를 한대 권하며 “소총 드는 일은 아니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할 수 있다. 대면병을 하겠냐”고 물었다. 당시 전군에 대면병은 60명밖에 없었다. 최씨는 장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담배 한대가 너무 급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최씨는 북한군 대면병과 1㎞ 떨어진 임진강 기슭에 설치된 지피에서 복무했다. 대면작전은 오전, 오후 모두 세차례에 걸쳐 각 30분짜리 분량의 원고를 작성해 마이크를 들고 북한군에게 말을 거는 일이었다. 복장은 운동복부터 사복까지 자유로웠다. 대면병은 모두 가명을 썼다. 최씨의 가명은 ‘춘삼’이었다. 1월에 교육을 받아 3월에 작전에 투입된 데서 착안했다. 동료들도 대발, 광수 등 가급적 친근한 이름을 사용했다. 남쪽에서 보낸 소리가 군사분계선을 건너 1㎞ 이상까지 들리려면 가능한 한 간단한 용어를 써야 했다. 친근한 반말을 사용하되, 북한군이 알아듣는 언어가 필요했다. 외래어는 삼가고 가능하면 북한어를 썼다. 말투는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했다.

 

“인민군 친구들, 잘 있었어?”(남)

 

“….”(북)

 

북한군은 육성보다는 손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는 방식의 수화로 답을 보냈다. 당시 북쪽은 확성기를 제대로 틀지 못할 정도로 전력 사정이 나빴다고 한다. 최씨가 오(O), 엑스(X) 등 간단한 답변을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군이 가장 많이 보낸 수화 질문은 “여동생이 있냐”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인 2월16일에는 “이처럼 좋은 날인데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었냐? 몇가지 음식을 먹었냐?”고 묻자, 북한군이 손으로 ‘216’을 그려 속으로는 거짓말도 정도껏 한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병사가 2월16일을 그렸던 거 같다”며 웃었다. 그는 “대화가 잘될 때는 두 시간 이상 이어졌지만, 우리 질문에 답하다 상관한테 걸려 혼나는 북한군도 있었다”고 말했다.

 

준비한 원고 읽기가 기본이지만 상대 반응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대화를 가능한 한 길게 유도해야 했다. 방송 앞뒤로 한국 아이돌그룹 노래는 물론 ‘휘파람’ 등 북한가요를 틀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고 응원도구를 흔들며 월드컵 상황을 중계해주기도 했다. 북한 대면병은 이에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2002년부터 개최된 초대형 매스게임인 아리랑이 있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최씨는 “어느 정도 계급이 올라갔을 때 한번은 방송하기도 귀찮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니까 같이 듣자’며 김광석 노래를 30분 동안 계속 틀기도 했다. 남북 대면병은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공방을 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제대하기 전날 마지막 방송 할 때 ‘북한 친구들, 나 춘삼이다. 나 오늘 제대한다. 거기는 군생활이 길지만 우리는 짧다. 나중에 통일되면 만나자’고 했다. 그랬더니 북한 대면병이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고 말했다.

 

대면병은 최전방에서 북한군을 일대일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1㎞는 사격이 가능한 거리다.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경고방송 등 매뉴얼에 따라 대면병이 해야 하는 방송이 있는데,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북한군을 향해 방송할 때는 서늘함을 느꼈다고 했다.

 

대면방송은 크게 3단계로 나뉘었다. 최초 접근단계, 상호 알아가는 단계, 넘어오라는 단계. 북한군의 귀순 유도가 최종 목적이지만 최씨는 그 방송을 듣고 넘어올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대면작전을 할 때 이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최씨는 “그냥 맡은 임무라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고정형 대북 확성기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육군 최전방 소초 주변이 민들레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초소 너머 북한 지역이 아련히 보인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고정형 대북 확성기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육군 최전방 소초 주변이 민들레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초소 너머 북한 지역이 아련히 보인다. 파주/사진공동취재단

 

누구를 위한 선전방송일까

 

고진식(가명·54)씨가 사는 파주의 한 아파트는 조금만 단지를 벗어나도 논밭투성이다. 주변에 소리가 부딪칠 만한 장애물이 없어 대북·대남 방송이 귓가를 제법 세게 울린다. 14년째 이곳에 사는 고씨는 이제 양쪽의 방송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한다.

 

겉으론 이렇게 말하지만 고씨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이 충돌해 빚어내는 소리폭탄에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해 한국군 하사 2명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씨의 아들은 인근 지오피(GOP·일반전초)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한국군이 사고 대응 조처로 대북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에서 보복공격을 언급하는 등 무력충돌 가능성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다. 당시 고씨는 청와대에 대북방송을 중단해 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넣었다. “당장 내 자식새끼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자유민주주의 체제 선전이나 북한군 귀순 유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파주 땅값이 오른다느니 마느니 말들이 많은데 다 필요 없어요. 지금 사는 곳에서 마음 편히 정붙이고 살게 해주면 좋겠어요.” 고씨의 바람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3435.html?_fr=mt1#csidxfb2fce2b4e68478b73619fbc6e0bc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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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작은것이 아름답다] 핵발전소가 핵폐기장이 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사용후핵연료'라 부르기 시작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잠들지 않는 아주 위험하고 불안정한 수백 가지 방사성 물질을 끊임없이 내뿜는다. 섭씨 수천 도까지 올라간 뒤 수십, 수백 년 동안 아주 조금씩 온도가 내려간다. 계속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이 새 나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지금 세대뿐 아니라 까마득한 오는 세대에게 이 어리석은 물질을 떠넘겨야 하는 일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것과 앞으로 끝없이 쏟아질 핵 쓰레기에 대해 최소한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핵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핵물질을 꺼내 쓰기 시작한 현생 인류가 최소한 가져야 할 책임이다. 
 

▲ 전남 영광 핵발전소. ⓒ작은것이아름답다(김기돈)


늘 발등의 불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25기 핵발전소에서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1만5000톤 넘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날마다 핵폐기물이 나온다. 고리1호기 첫 상업운전 시작이 1978년이다. 30여 년이 지나서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뒤로 최근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처분장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탈핵 정책 기조에 중요한 갈림길이라 탈핵 진영이 긴급하게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폭설이 내리던 날 전남 영광에서 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영광공동행동) 황대권 대표를 만났다. 

"이전 정부들에서 핵확산 정책에 미칠 영향이나 핵발전소 수출 때문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미루기만 해왔어요."  

박근혜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다급한 상황이 되자, 2013년 4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쫓기듯 일방으로 밀어붙였다. 탈핵시민환경단체는 뺀 부실한 파행운영 끝에 권고안을 냈고, 산업자원부는 2016년 5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행정예고 했다. 핵심 내용은 핵발전소 부지 안에 '단기 저장시설'을 추가로 짓자는 것. 

"수십 년 넘게 쌓아둘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시설을 추가하는 일이거든요.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고준위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과 유치지역 지원 법률안'을 정부법안으로 발의했어요. 그 뒤 탄핵정국이 이어져 지금까지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어요. 자유한국당은 빨리 처리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죠."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장을 지을 때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건설해선 안 된다고 법에 명시한 바 있다. 산업자원부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 이러한 법을 회피하는 방법만 고안했다.  

"'고준위 핵 관련 시설은 들어올 수 없다'는 조항에서 '핵 관계시설은 지을 수 있다'로 고쳤어요. 관계시설은 공장에서 자재를 쌓아놓은 창고 같은 곳인데, 경주에 이를 적용하려고 하는 거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전체를 아우르는 근본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와 산업자원부는 어떤 정책이든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 황대권 대표는 모든 정책을 '발등의 불'로 만들어 놓는 관행을 지적한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이다, 난리 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두루뭉술 넘어가는 거죠. 지금까지 정부는 위험하거나 문제가 많아도 늘 그렇게 일을 해왔어요."

발전소 수명 연장이나 신규 건설 문제도 절차가 있고 주민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다 생략하고 돈을 들이붓고 공사를 먼저 시작해 버렸다. 이미 투자한 것을 날리게 되니 눈감아 달라는 태도를 들이밀었다.  

"신고리 5·6호기 때도 절차 안 밟고 들이부은 불법 투자가 30퍼센트가 넘었어요. 오랜 세월 이런 논리가 묵인되고 불법 상황을 반복해 왔어요. 중요한 사안이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지 국민들은 전혀 모르는 때가 많아요. 국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도, 조금의 실수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마저 이런 식입니다." 
 

▲ 2015년 8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 준공식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이 저장될 동굴을 찾아 처분 시연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임시 저장은 핵확산 정책과 맞물려있다 

우리나라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 부지마다 습식 저장고에 저장하고 있다. 포화 시점을 뒤로 미루려다 보니, 애초 설계보다 저장 간격을 4배나 조밀하게 만들었다. 설계 수명 동안 발생할 총량을 고려해 애초 저장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동 뒤 절반도 지나지 않아 조밀 저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해가 발생해 냉각이 어렵게 되면 추가 방사능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불안한 시설이다.  

중수로인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2019년, 경수로인 영광 한빛 핵발전소는 2024년에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가 된다. 경수로는 농축우라늄을 쓰고,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쓴다. 경수로보다 핵폐기물이 3배 넘게 나온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이미 원통형 저장시설 캐니스터 300기와 콘크리트 조밀건식 저장시설이 맥스터 7기가 있다. 2019년이면 포화 상태가 되는 탓에 추가로 맥스터 7기를 더 짓는 계획을 올 6월까지 결정하려는 것이다. 맥스터 하나에 고준위 핵폐기물 16만 8000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건식 임시 저장시설을 만들면 앞으로 핵발전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40년 넘게 핵확산 기조를 밀고 갈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핵'을 천명하지만, 언제라도 틈새가 생기면 핵발전소 확대 세력이 목소리를 높일 빌미가 될 수 있다. 

"당장 똥 쌀 곳이 생기면 아무리 탈핵 정책을 앞세워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상황을 바꾸지 않아도 되니까요."  

영광 핵발전소 민간환경감시기구 이하영 부위원장은 '임시 저장은 영구처분 전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무 대책 없이 밖으로 꺼내 쌓아둔다는 건 현재를 모면하려는 것일 뿐, 대책이 아니다.  

"10만 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발전소 부지에 둔다는 건 핵발전소가 자체가 영구 처분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뜻해요. 핵폐기물을 우리 지역에 갖다 놓으라고 할 지역이 한반도에서 어디에 있겠어요. 포화 상태가 됐으면 사실 중지하는 것이 맞아요." 

계획대로 '중간·영구 처분장'을 찾지 못하면, 결국 현재 핵발전소는 고준위 핵폐기장이 되고 만다.  

핵발전소는 건설과 동시에 수명에 따른 폐기물 발생 총량과 관련 시설을 고려해야 하고, 폐기물 한계에 닿으면 바로 폐로 해야 한다. 설계와 운영, 폐로에 대한 전체 그림이 있어야 한다. 위험 요인을 어떻게 없앨 것인지, 핵폐기물에 대한 전체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야하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시작도, 연장도 해서는 안 된다.  

"폐기물이 가득차면 폐로 절차를 밟고, 폐로한 발전소와 가동하는 발전소 안전은 어떻게 보장할지 그 방법도 공개해서 추진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임시 처분에 대해 설령 주민들에게 50퍼센트 넘게 찬성해도 위험하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핵발전소 관련 정책에서 '방사능 물질은 위험하다'는 것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 탈핵 정책은 핵이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전국 핵발전소 부지마다 임시 건식저장고를 만드는 법안은 살아 있다. 지금 법으로도 밀어붙이면 지을 수 있는 시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발등의 불이 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를 '재공론화'를 통해 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 전 논의를 끝내고 결론을 내려고 움직이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장 호남권 공대위 윤종호 님은 '정부와 핵산업계는 임시 저장고가 핵 산업 유지와 맞물려 있다고 인식하고, 사활이 걸린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탈핵'에 대한 본질 문제가 담겨 있다고 봐요. 핵발전소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듯 고준위 핵폐기물도 같은 기조에서 접근해야 해요. 모든 지역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고, 누구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식으로든 곧 '재공론화'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황대권 대표는 정부가 재공론화를 시작하고 짧은 기간 안에 마무리 지으려고 할 텐데, 설령 재공론화 과정에 탈핵진영이 참여한다 해도 최소 2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재공론화'와 임시 저장고 문제를 떼어놓고 운영하려고 해요. 핵발전소 소재 지역 공론화를 통해 주민이 결정하게 하겠다는 거죠. 주민 의견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 돈으로 보상하면 다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공론화 과정이 길어져 저장시설이 가득 차면 논의가 결정될 때까지 핵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한다. 공론화 과정이 끝난 뒤 이에 따라 법안을 만들어 저장시설을 지어야 한다. 

"법안에 임시저장고 수명,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 영구 저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과 국민이 모두 인식할 수 있는 전체 그림이 담겨야 해요."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지난 40년 가까이 핵발전소에 의지해 살아온 탓에 임시 저장시설 문제에 민감하다고 말한다. "임시 저장시설을 못 지으면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겁니다. 핵발전소 지원금이 발전량과 연동되어 있으니까 발전소가 중단되는 만큼 지원금도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거죠." 어떻게 주민을 설득하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지 쉽지 않다. 이상홍 님은 경주 일대가 지진 취약지역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고 본다.  

"경제성 문제로는 반대하지만 지진 안전성으로 보면 설득력이 있어요. 체감 지진 횟수와 강도가 피부에 와 닿거든요. 지진 규모나 피해가 예측 불가능하니까요." 
 

▲ 한수원 신문 광고. ⓒ황대권

최근 영광 지역신문들에 한국수력원자력공사에서 전면 광고를 냈다. 

'미래를 위한 건식 저장시설, 주민과의 약속이 먼저입니다. 자연 바람으로 사용후핵연료 열을 식히는 시설, 원전 부재 안에 안전에게 짓겠다는 주민과의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지진에도 견고한 안전한 건식 저장시설.' 

황대권 님은 이런 광고들을 주민들이 자꾸 접하면 무뎌지고 별문제 없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얼핏 읽으면 고준위 핵폐기물 건식 저장시설이 황태덕장이나 마늘 말리는 건조대인 듯 말하고 있어요. 주민들이 약속한 것도 없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도 없는데, 한수원에서 이 짓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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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하늘길 개방위해 국제기구와 적극 논의 중

북, 하늘길 개방위해 국제기구와 적극 논의 중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5 [23:55]  최종편집: ⓒ 자주시보
 
 

 

 

5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위 관계자들이 다음주 북 당국자들과 만나 평양-인천 국제항로 신설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가 밝혔다.

 

윌리엄 클라크 국제민간항공기구 대변인은 4일 미국의 소리에 이 기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과 스티븐 크리머 항공 담당 국장이 다음주 북을 방문해 평양-인천 노선을 비롯한 다른 국제항로와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클라크 대변인에 따르면 방콕에 위치한 국제민간항공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무소는 지난 2월 북 민항공사로부터 평양 비행정보구역(FIR)과 인천 비행정보구역을 잇는 항공로(ATS route) 개설을 제안하는 공문을 받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이후 해당 요청을 한국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KOCA)에 전달했으며 이와 관련한 추가 논의를 촉진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한국의 항공정책실로부터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게 가장 최근의 진전 상황이라고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설명했다.

한국 언론들도 2일 국제민간항공기구와 국토교통부를 인용해 북이 3월경 ICAO에 국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북은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Trans-Regional routes) 개설을 요구했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올해 안에 해당 요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 중국 동북지역의 주요 거점 연길을 북 영공을 통과해서 갈 경우와 에돌아 갈 경우 거리 상 많은 차이가 난다.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시절엔 우리 민항기들이 북의 영공을 통과하여 미국 등을 왕래하게 되어 적지 않은 유류비를 아낄 수 있었다. 물론 북 영공통과료를 지불하여 북에도 이득이 되어 상생할 수 있는 대표적 교류협력 사업이었다. 특히, 중국의 동북 거점이자 조선족 자치주 수도인 연길을 갈 때는 북의 영공을 통과하면 비행기값이 퍽 줄었었다.

 

아직은 휴전선 지역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되어 있는데 이마저 풀리게 되면 미국과 연길은 물론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키 등 러시아 극동지역을 오가는 비행기 항로도 짧아지게 된다. 

휴전선을 걷어내고 민족의 혈맥을 잇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비행기길만 따져봐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당장 통일을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민족의 혈맥을 이을 수 있게 하루빨리 휴전선을 무력화시키고 하늘길, 바닷길, 땅길부터 이어놓아야 할 것이다. 북미평화협정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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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기자회견문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전두환 정권과의 공모 사실을 모두 밝혀라!
 
신성국 신부 | 2018-05-04 13:15:1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사건에 대한 전두환 정권과의 공모 사실을 모두 밝혀라!

 

1. 대한항공사는 전두환 안기부와 함께 KAL858기 사건을 조작한 공범으로 판단한다.

대한항공사 임원들 조중훈 회장(작고)과 조중건 사장(작고), 이근수 사고대책본부장은 1987년 11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KAL858기 사고를 폭탄 테러 사건”으로 발표하였다. 대한항공사 임원들은 안기부에 의해 기획된 ‘무지개 공작’을 철저히 수행한 공범자들이었다.

조중훈 회장의 ‘폭파 사고’ 발표 시점은 정부 사고조사단이 사고 위치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했고, 동체 잔해와 시신 발견조차 없는 시기로서 사고원인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테러 폭파 사건’으로 공개 발표하였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항공기 사고조사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의도된 발언이었다.

사고의 진실을 간절히 바랬던 KAL858기 가족들에게 분노와 절망을 안겨준 발언들이었다. 
 
조중훈과 조중건의 사고 발표에 이어 전두환과 최광수 외무부장관도 ‘테러 폭파 사건’으로 동일하게 발표하였으니 정부와 대한항공은 사고조사 활동은 이미 포기한 것이었고, 안기부의 ‘무지개 공작’으로 사고 원인과 결과를 대체시켜버렸음이 확인되었다.


2. 대한항공은 항공 보안을 왜 책임지지 않는가?

보안 승무원의 역할은 항공기 안전 담당, 하이젝킹 업무, 테러범 및 행동 수상자에 대한 상시 감시이다. 정부가 KAL858기 사건을 테러 사건이라고 발표하였다면 항공 보안의 임무를 철저히 책임져야 할 대한항공사에 대한 법적 책임과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회사는 사법적 책임과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는 테러범에 대한 감시를 담당한 보안 승무원에 대하여 증인으로 채택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

KAL858기 교대 승무원인 박은미의 진술을 보면 남자 보안승무원이 아부다비에서 박은미팀과 함께 내렸다고 하는데, 당시 살아남은 보안 승무원의 이름과 신원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항공기 테러 범죄사건에서 1차적인 보안 담당자인 보안 승무원에 대하여 검찰과 법원에서 증인 채택을 해야 하는데, 대한항공 10명의 직원들은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해놓고 정작 보안 승무원에 대한 증인 신청을 채택하지 않았다. 보안 승무원 신원을 감추고, 검찰에서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3. 대한항공사는 실종 가족에 대한 인권 유린으로 인해 2,3차 피해를 입었다.

시신 한 구도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망신고를 ‘일방적’이고 ‘일괄적’으로 처리해버렸다. 정부의 법무부와 교통부는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의 요구로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속전속결식의 사망결정과 처리를 강행하였다. (가족회 회의 자료)

법적으로 실종이 사망으로 간주하려면 가족들에 의한 실종 신고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사망결정과 신고는 직계 가족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의 동의조차 없이 정부는 한 달 만에 사망자로 결정하고 40여 일 만에 사망처리를 단행하였으니 ‘가족들은 사망신고를 할 고유 권한까지 빼앗기는 인권 유린’마저 당했던 것이다. 대한항공 조중훈은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마저 외면하고, 인권조차 짓밟은 파렴치한 악질 재벌의 총수였다.


4. 14년 전에 대한항공에 보낸 질의서는 아직도 답이 없다.

2004년 11월 1일에 KAL858기 가족회가 대한항공사에 보낸 질의서는 현재까지 회신조차 없다. 당시 가족회는 대한항공사에 13개 항목의 질의서를 보냈고, 대한항공에 11월 15일까지 답변서를 보내줄 것은 요청했지만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체의 답이 없다. 자사의 항공기에 탑승하여 사고로 희생을 당한 자사 승무원 가족들과 탑승객들을 무시하고, 외면한 대한항공사 총수집안 전체가 각종 갑질과 폭행, 탈세와 탈법으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질의한다.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아부다비 공항까지의 탑승객 명단에서 누락된 11명의 한국 외교부 공무원 신원을 공개하라. 한국 외교부 공무원 11명이 김현희와 함께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렸다는 사실은 이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던 정부의 조치가 아니었던가?

너무도 충격적이며 경악스러울 뿐이다. 또한 안기부 직원 2명도 아부다비 공항에서 김현희 일행과 함께 내렸다는 그 사실도 공개하라. 힘없는 노동자들과 승무원들만 고의적으로 희생시킨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이상 대한항공 조양호는 이제라도 전두환과 어떤 공작이 있었는지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


5. 조양호 일가의 도용여권과 김현희 가짜여권의 상관성.

최근 조양호 일가가 외국에서 고가의 제품들을 밀반입해왔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관세청이 이를 조사를 하고 있다. 조양호 일가가 해외 고가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외국인 여권 번호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일본인 여권번호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조양호 일가의 도용여권이 손쉽게 제작되고 활용되었다는 사실을 통해 김현희 가짜여권에 대한 안기부의 발표도 허위임이 밝혀지고 만 것이다.

‘안기부는 김승일과 김현희가 소유한 가짜여권은 개인이나 테러단체는 제작할 수 없고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정부기관에서 만든 것이라 하여 대단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발표했다’.

조양호 일가가 도용여권을 제작하여 해외 물품까지 구입하는데 사용했다면 김현희 가짜여권도 항공사에서 제작 가능한 것이 아닌가?대한항공사가 KAL858기 사건과 관련하여 ‘무지개 공작’에 따라 안기부와 긴밀히 공조한 사실이 밝혀졌고, 그런 공조 합작에 따라 김현희 가짜여권 제작을 위한 대한항공과 모종의 협조가 없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김현희의 북한 여권은 모두 허구이고 일본 여권을 소지한 자이다. 여권에 기재된 모든 날인들은 일본 나리타 공항 출입국으로 확인되었다. 김현희 여권을 통해 김현희는 북한 평양 순안공항이 아닌 일본 나리타 공항 출국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대한항공 조양호와 김현희, 국정원은 여권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사건에서 안기부와 공모한 사실을 밝히고 사법적, 도덕적 책임을 져라.

하나. 대한항공사 조양호는 KAL858기 가족들을 짓밟은 인권유린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항공보안 책임을 져라.

하나. KAL858기 가족회는 중점 활동으로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김현희에 대한 소송을 추진하며, 법정에서 모든 진실을 가리는데 집중할 것이다.

하나. 분단의 비극에 종지부를 찍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김현희 신원 조사단을 구성하여 북한 현지 조사를 펼쳐나갈 것이다. 이 땅에서 더 이상 분단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8년 5월 8일
KAL858기 가족회.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대책본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8&table=sk_shin&uid=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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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의 종국적 해결

[기고] 북핵의 종국적 해결
  • 김성수 독한문화원 원장
  • 승인 2018.05.04 10:35
  • 댓글 1

해외동포 통일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해 온 재독 동포 김성수 박사(철학)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북핵문제을 주제로 글을 보내와 소개한다.

김성수 박사는 1973년 독일 유학 당시 최종길 교수 의문사로 유명한 이른바 유럽거점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귀국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독일에 체류하며 조국의 통일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현재 독한문화원 원장, 6.15민족공동위원회 유럽위원회 자문으로 활동 중이다.[편집자]

2018년 봄 계절에 코리아 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가을에는 평화와 희망의 열매도 맺으리라 기대도 크다. 남북 코리아 사람들은 오랜 세월 분단의 아픔이 사라질까, 세계인들은 세계평화의 씨앗이 열매 맺으리라 설레고 있다.

금년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이 일정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과 논리의 틀을 살펴볼 때 과연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걱정도 적지 않다. 이런 걱정은 무엇보다 현재 논의의 2차원적 근시성을 극복하고 북핵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긴 호흡으로 3차원적 지평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북핵의 역사적 성격

북핵 문제의 근원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외세(주로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강요된 남북분단과 이 분단의 해결이 외세, 특히 미국의 간섭에 의한 장기간의 교착상태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위주로 한 열강들의 자주노선을 지향하는 북조선에 대한 정치, 군사, 경제를 망라한 압살정책을 70여 년간 지속하고 있다. 북조선 입장에서는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의 힘겨운 싸움이었다.

미국의 코리아정책은 북조선을 굴복시켜 자기 이익에 맞게 통일하는 것이며, 북조선의 입장은 외세의 내정간섭을 종식한 자주적인 통일국가 건설이다.

하나의 소국에 불과한 북조선은 1990년대 사회주의진영이 붕괴된 후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장기간의 강력한 압살정책을 이겨냈다. 국토도 10만 평방킬로미터에 불과하고 경제력도 변변치 않으며, 인구도 2500만의 작은 나라이다. 하지만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일심단결의 힘, 그리고 풍부한 지하자원 및 고도의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를 토대로 다종의 핵무기와 다종의 장거리 핵운반수단을 갖춰 미국의 압살정책에 맞설 수 있는 핵국가로 된 것이다.

북조선의 핵무장 “완성”은 세계 정치무대에서 북조선을 “전략 국가”로 격상시켰다. 북조선은 제국주의적 침략국가들에 대한 대결에서 제3세계 자주국들의 선두적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북핵의 성격은 코리아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판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며 자주적 정치역량을 강화하는 군사정치적 수단으로, 나아가서 세계의 모든 핵,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는 지렛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편으로까지 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핵의 해결논의는 “북조선과 미국과의 대결”, “주고 받기식 해결”, “굴종 아니면 정복”, “핵폐기 아니면 대량보복” 등의 지역적 또는 2차원적 사고로는 진척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제 북핵의 성격은 지역적 군사적 범위에서 국제적 정치군사적 범위로 확대되어 “북핵 동결,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지역적 평화, 핵없는 세계평화”의 세계성의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현재 북핵논의의 국한성

현재 북핵에 대한 논의는 운전자론, 핵폐기의 대가로 북의 체제안전과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과 미군철수 등을 핵심 문제로 삼고 있다.

북핵 폐기 논의과정에서 현재의 “운전자”론은 상당히 환상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한미공조의 자동차로 북핵 포기의 길을 가는 운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이 운전석을 내줄 때는 자기가 설정한 핵포기 목적지에 갈 줄 아는 충실한 운전자일 것이고, 가야할 길의 험난한 구간만 내줄 것이다. 좋은 길에서는 조수의 역할로 바뀔 것이다. 이런 운전자 자격론으로는 정상회담에서 일대일의 회담 당사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미공조의 자동차 운전자에서 “겨레공조의 자동차 운전자”로 변신한다면 사태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동질성이 강화 확장될 것이다. 북조선은 북핵의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완전한 핵폐기(CVID) 이전에라도 핵확산과 핵개발, 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종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미군철수, 북미수교 등을 성사시킬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동안 성사된 모든 협정이 하루아침에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간에 가능한 일차적인 협정 체결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협정을 통해서 북핵 폐기에 성공한다면 정치외교적으로 “세기의 성공”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체질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계속 압박하여 북핵 전반을 파기하더라도 자주적인 통일 한반도에 계속 평화가 유지될 것인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간섭, 침략과 파괴를 당한 수많은 나라들이 유엔헌장에 따라 체제 안전과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이었다. 예를 들면 코리아, 베트남,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이다. 이들 희생 국가의 공통성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것이었다. 미국은 핵이 없는 한반도가 자주적으로 나아가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언제든지 괌, 오키나와, 일본본토 기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핵강국들의 간섭, 개입, 침략, 압박을 받고 있는 시대적 조건에서 한반도에서만 핵 없는 평화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가? 대단히 부정적이다.

북핵의 세계성

지난해 내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파국적인 상황에서 여러 정담회담의 성립은 북조선의 핵개발과 그 운반수단의 “완성”에 의한 “전략국가”로서의 위상과 연동되어 있다. 앞으로 정상회담들의 최대 성과는 북핵 개발의 동결과 비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남과 북, 그리고 북조선과 미국관계의 정상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해 북조선의 입장은 핵과 운반수단의 완성 과정에서 극복해 왔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별 손해 본 것 없이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는 것을 얻은 것이다. 때문에 북핵의 궁극적인 해결은 이런 남북 대 미국간의 국지적인 차원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세계적인 차원에서만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북핵의 종국적 해결을 단계적 과정으로 살핀다면 첫째 단계는 남한 대통령이 한미공조의 자동차에서 내려 민족공조의 자동차로 갈아타고 대다수 민족성원의 박수를 받는 것이다. 이때 국내외 방해 망동이 간단치 않겠지만 이제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는 역사적 요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발생할 가장 큰 난제는 미국의 반발적 태도일 것이다. 이에 대해 남북의 합세와 “겨레의 핵”은 미국이 “교각살우”의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남북의 경제, 학술, 문화예술, 체육 등의 교류와 공조로 코리아가 세계적인 모델국가, 모델사회임을 이론실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의 저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 저력의 원천으로 남의 막강한 경제건설의 인재와 경험, 북의 확고한 자주사회 건설의 인재와 경험, 남북의 문화예술, 체육분야의 훌륭한 인재와 유산, 풍부한 지하자원과 바다 자원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 무진장한 저력을 살려 물질적으로 문화정신적으로 번영하며, 사회성원간에 화목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모범사회를 건설해 보자.

이때 우리나라와 유사한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통일에서 반면교사를 찾을 수 있다. 통일되기 전 서독은 자본주의 진영에서, 동독은 사회주의진영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에서 우위적인 위상을 누렸다. 그런데도 통일독일은 통일 전 서독의 제국주의 아류로서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밝은 미래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다.

세 번째 단계는 우리의 모범사회를 세계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모범사회를 지향하는 자주평화의 세력을 세계적 판도에서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이 세력은 21세기 초반 아직도 동물세계와 같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계가 아니라,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상부상조의 자주적이고 평등한 국가관계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으로 될 것이다. 이 원동력은 제국주의적 핵강국들의 수백 년에 걸친 생명줄을 약화시키고 그들을 점점 소멸의 길로 유도할 것이다. 이때 결사 저항에 나설 핵강국들의 횡포를 막고 세계적 판도에서 핵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의의 수단으로 될 “겨레의 핵”은 세계의 모든 핵과 종국적으로 폐기될 것이다.

이상의 북핵에 관한 논의는 남북분단의 자주적 평화적 해결과 통일, 세계자주 역량의 강화, 지구상에서 전반적 핵 포기라는 여러 단계를 유기적으로 고찰 해 본 것이다.

김성수 독한문화원 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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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구멍 나란히 뚫고 수액 핥는 딱따구리 발견

윤순영 2018. 05. 04
조회수 514 추천수 0
 

군산 어청도서 붉은배오색딱따구리 수액 섭취 첫 확인

솔 모양 혀끝으로 소나무·은행나무 구멍 고인 수액 핥아

 

크기변환_YSY_7128.jpg»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소나무에 뚫어놓은 구멍 4개가 가로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수액이 고이면 먹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4월 28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나그네새인 붉은배오색딱다구리를 만났다. ‘치르르릇’ 하는 울음소리를 듣고 쇠딱다구리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붉은배오색딱다구리였다. 난생 처음 본 붉은배오색딱따구리에 마음이 설렜다. 오색딱다구리보다는 약간 작아 보였다. 어찌된 일인지 그다지 경계를 하지 않는 편안한 모습이었다.

 

크기변환_YSY_8654.jpg» 희귀 나그네새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6961.jpg» 소나무에 앉아 나무를 쪼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008.jpg»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정해둔 지정목이 있어 좀처럼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구멍에 고인 나무 수액을 빨아 먹기 위해서인 것 같다.

 

나무를 쪼거나 먹이 사냥을 할 때 번잡스럽고 요란한 일반 딱다구리와 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한 곳에서 부리로 나무껍질을 차분하게 떼어낸 다음 머리를 드릴처럼 쪼아댔다. 나무줄기에 구멍을 가로로 가지런히 여러 개 뚫는 행동이 독특했다. 작지만 촐싹대지 않는 움직임이다.

 

배설을 할 때는 화장실에 가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특이한 행동을 했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의 혀끝은 솔처럼 자잘한 가시가 나 있어 수액을 머금기 쉽게 되어 있다. 봄철에는 주로 수액을 먹으며 다른 계절에는 일반적인 딱따구리처럼 나무껍질 속의 애벌레와 곤충을 사냥한다.

 

 

기변환_YSY_7831.jpg» 붉은배오색딱다구리가 은행나무 줄기에 뚫은 구멍에 부리를 깊숙히 넣어 고인 나무 수액을 핥고 있다.

 

크기변환_YSY_7921.jpg» 오른발 옆과 아래쪽 은행나무 표피에 쪼아댄 흔적이 적갈색으로 보인다.

 

크기변환_YSY_8050.jpg» 배변을 위해 한 발 아래로 물러서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몸길이 약 23㎝이며, 이마와 머리꼭대기의 붉은 깃털은 불타오르는 듯하다. 윗부리는 검고 아랫부리는 노란색이다. 뺨과 턱은 흰색, 멱과 목, 가슴은 적갈색이다. 아래꼬리덮깃은 진한붉은색이다. 등은 검은색이고 흰색의 가로줄이 조밀하게 흩어져 있다. 암컷은 검은색 머리에 흰색 반점이 조밀하게 나 있다.

 

크기변환_YSY_8328.jpg» 부리를 구멍에 깊숙히 박아 혀에 나무수액을 머금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7840.jpg» 나무줄기의 표피를 뜯어낸 뒤 빠른 진동으로 쪼아 구멍을 뚫는 모습.

 

크기변환_YSY_8330.jpg» 뚫어놓은 구멍을 살펴보는 붉은배오색딱다구리.

 

크기변환_YSY_8102_02.jpg» 은행나무에 세번째 구멍을 나란히 뚫고 있다.

 

붉은배오색딱다구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이나 월동을 하지 않고 우연히 들르는 나그네새여서 좀처럼 관찰하기 힘들며, 서울, 경기도 광릉, 옹진군 소청도에서 관찰된 기록이 있다. 우수리 일대에서 번식하는 집단은 중국 남부로 이동해 월동한다. 매우 넓은 지역에 서식해 인도 아대륙과 방글라데시, 부탄, 캄보디아, 홍콩, 인도, 북한, 한국, 미얀마, 네팔, 태국, 베트남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생태는 잘 알려지지 않아 연구가 필요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진행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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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이란 핵합의 파기하려는 미국 과연 믿을 수 있겠나

북이 이란 핵합의 파기하려는 미국 과연 믿을 수 있겠나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5 [02:2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란 대통령 하산 로하니가 만약 미국이 이란과 맺은 《핵 합의》를 어기면 핵추진체를 개발하겠다면서 미국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에 강경히 맞서나가는 이란'이라는 제목의 정세 해설 기사에서 "미국은 핵 합의문이 끔찍한 것이라며 이란의 군사 기지를 사찰할 수 있도록 핵 합의문을 수정하자고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은 이란을 고립시키고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핵 합의문에 관여한 나라에까지 탈퇴를 강박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란의 미사일 계획이 핵 합의문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일방적인 제재 압박의 도수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란 대통령이) 미(美) 집권자가 핵 합의에서 탈퇴하기로 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며 "그것은 최대 재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의 전횡과 내정간섭에 맞선 이란의 강경 대응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의 이런 이란 핵합의 파기를 시사하는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맺은 이란과의 핵합의는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중재로 전격 타결되었으며 유럽연합은 트럼프 정부다 탈퇴 으름짱을 놓을 때마다 미국도 이란 핵합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사이의 합의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효화시키거나 멋대로 탈퇴하는 일은 패권국, 국제깡패 미국의 특허였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놓고 탈퇴 운운하며 그런 패권전횡을 부리는 것에 대해 북이 강경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무슨 합의를 보더라도 그 이행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사실 북이 체포한 미국인 간첩을 북미회담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진작 석방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석방하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또 북이 최근 1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을 전격 공개한 충격적인 일을 봐도 현재 북미협상 조율에 뭔가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품게 한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 2018년 5월 2일 SBS 8시뉴스에서 보도한 북의 신형잠수함 위성포착 사진, 8-10기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자주시보

 

사실 북은 급할 것이 없다. 미국이 집요하게 가해온 사상 초유의 강력한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 속에서도 고난의행군을 이겨내면서 경제자립의 토대를 완전히 구축했기에 최근 북의 경제는 1년을 10년 맞잡이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으며 그간 거액을 투자하여 구축해 놓은 핵억제력과 군사력을 대미 대응차원에 하나하나 공개해가면서 국제적 위상을 전례없이 높여가고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높아지면 미국의 패권은 절로 무너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북이 미국 본토 앞 바다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라도 단행하면 세상에 어떻게 뒤바뀌고 미국의 패권이 어떤 지경에 처할 것인지는 안 봐도 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은 진심외교를 추구해왔다. 국제외교는 오직 자국이익과 이해관계가 중심이기에 어제의 우방이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하는 등 진심은 바보같은 외교라는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바보 이반에 나온 악마처럼 북에 대해 술수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직스럽게 진정을 다해 열심히 땅을 가는 북의 쇠스랑에 악마가 더 잘 걸려들게 된다. 미국도 꼼수를 부리면 부릴수록 제가 판 꼼수에 제가 말려드는 경우가 많았다. 

막말로 여기서 북미정상회담이 파탄이라도 나면 누가 우스운 꼴을 당할지는 자명하다.

미국은 입만 열면 트럼프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북이 굴복하여 대화에 나왔네 어쩌네 했는데 그 대화를 북이 뻥 걷어차면 미국은 무슨 꼴이 되겠는가. 

 

북은 진심을 다해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공개하고 미국과는 이제 군사적 결산밖에 없다고 원자력 잠수함도 공개하고 거기서 탄도미사일 연속 발사시험까지 단행하면, 그것도 미국 앞바다에서 단행하면 미국의 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북이 최근 10여발 탄도미사일 탑재 개량형 신포급 잠수함을 공개한 의도를 미국 수뇌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게는 영예롭게 한반도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정부를 혹평했듯이 자신도 상황만 악화시킨 대통령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패권국 단술에 취해 살았던 미국도 이제는 취기를 가셔내고 올바른 정신으로 진심 외교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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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저항의 가면 쓴 '을의 반란'

[긴급캠페인 - 을의 반격을 응원해주세요] 드디어 거리로! 대한항공판 '브이 포 벤테타'

18.05.04 22:58l최종 업데이트 18.05.04 23:44l

 

4년 전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를 경험했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번에는 그때 침묵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단체 메신저 창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촛불과 가면. 2006년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2018년 대한민국에서 촛불을 만나 <대한항공판 브이 포 벤데타>가 시작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긴급 캠페인을 통해 그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응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저항에 사용됩니다. (응원하기) http://omn.kr/r5sw [편집자말]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촛불과 조현민 전 전무의 사진을 들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침묵하지 말고 당당합시다. 그 당당함에 저 하나를 추가하겠습니다."

짙은 부산사투리의 남자가 귀에 걸린 마스크에 손을 가져다댔다. 현장이 웅성거렸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마스크와 모자를 스스럼없이 벗었다. 그리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대한항공) 부산 항공우주사업본부 김건우입니다!" 

마치 '대한항공 직원 없는 대한항공 집회'라는 칼럼을 쓴 어느 매체를 비웃듯, 그의 목소리는 매우 단단했다. 부산에서 온 그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운 '벤데타 가면' 물결이 엄청난 박수로 응원했다. 엄혹한 대한항공에 맞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그의 용기에 모두가 감격의 함성도 쏟아냈다. 사회를 맡은 박창진 전 사무장도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얼굴을 마주친 두 사람은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김씨가 말을 이어갔다.

"저는 1989년부터 13년 간 어용노조와 싸우다 패배한 패잔병입니다. 동료에게 실망해 다시는 나서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15년을 침묵으로 살았습니다. 반성합니다."

객석에서 "아닙니다!"라는 격려가 터져 나왔다. 다시 김씨는 화답했다.

"여러분의 열정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조(양호) 패밀리가 아웃되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즐겁게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물러나라 조씨 일가, 지켜내자 대한항공!"이라고 선창하자 현장에 모인 대한항공 직원 500여 명과 힘을 보태기 위해 모인 시민들 200여 명이 큰 목소리로 "물러나라 조씨 일가, 지켜내자 대한항공"을 외치며 화답했다.  

분노가 용기로, 용기가 힘으로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그야말로 '을의 반란'이었다. 조직도, 자금도 없었던 평범한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과 가면을 무기 삼아 너른 공간을 가득 메웠다. 활짝 웃고 있는 가면 뒤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소리로만 상상할 수 있었던 그들의 얼굴은 때론 웃고, 때론 어금니를 꽉 깨물었을 것이다. 

분노를 용기로 바꿔낸 그들은, 용기를 실존하는 힘으로까지 만들어냈다. 자신을 "익명 채팅방 아이디 뿡뿡이"라고 소개한 대한항공 직원이 이날 "빗방울이 모여 급류를 이루지 않겠냐"고 말했듯, 그들은 '모이기' 시작했다. 4일 오후 7시에 시작된 대한항공 직원들의 첫 촛불집회는 그렇게 당당히 마무리됐다. 

사실 일반적인 집회라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현장이 북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집회는 달랐다. 오후 6시 도착한 현장은 고요했다. 수많은 취재진만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암시하는 증거였다.

오후 6시 20분 마스크와 모자를 쓴 사람들이 한, 두명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벤데타 가면을 쓴 이들이 처음 계단에 앉았다. 삼삼오오 현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그들에게 "힘내라" 소리치며 박수를 보냈다. 집회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칼 같은 제복을 입은 이들이 가면을 쓰고 줄지어 들어섰다. 시민들의 박수가 또다시 쏟아졌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어 가면을 쓴,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의 남성이 역시 제복을 입은 채 사람들 앞에 섰다. 이른바 '땅콩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었다. 그가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이자 대한항공 직원들은 그 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내듯 "와아!"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들과 함께 "조양호는 퇴진하라", "갑질 어디까지 해봤니", "조씨 일가 전원 아웃", "I♡KAL(대한항공)" 등이 적힌 손팻말이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웠다. "자랑스런 대한항공, 사랑한다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구호와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개사한 "아아! 우리 대한항공" 노래도 현장을 가득 채웠다. 직접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은 직원들은 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대한항공을 위해"라며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익명 채팅방에서 무소유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객실 승무원입나다. (중략)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조씨 일가를 몰아내지 못하면 조현민의 '복수하겠다'는 말처럼 우리는 더 강도 높은 노동으로 복수를 당할 것입니다. 조양호,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을 모두 몰아내고 대한항공의 주인은 직원이란 걸 그들에게 상기시켜줘야 합니다!"

"저는 익명 채팅방에서 뿡뿡이로 있는 객실 승무원입니다. 밑에서 보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 용기 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중략)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최상의 정비를 해주시는 우리 정비사님들! 공항 카운터에서 밀려드는 승객들을 끝까지 웃음으로 맞이하는 운송 직원님들! 구석구석 여객과 화물을 보내느라 애쓰는 현장의 동료님들! 안전운항을 위해 한 치의 빈틈없이 하늘을 나는 기장님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최고의 객실 승무원이라 칭찬받는 우리 승무원들! 1년간 예산을 짜고 회사의 목표를 기획하는 본사의 많은 동료님들! 

여러분, 세상은 늘 그랬듯 우리는 잊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충분히 있습니다. 우리가 바로 대한항공의 주인입니다. 내가 주인인 일터,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가 대한항공의 참된 주인이 되는 일터, 그런 일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가족, 그리고 시민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조 회장 일가의 사진과 'CHO OUT'이 적힌 피켓을 들고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집회에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가족들도 상당수 참석했다. 항공사 특성상 모두가 비슷한 시간대에 퇴근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신해 가족들이 나선 것이다. 

"저희 남편이 대한항공 직원입니다.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저희 남편이 2000년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너무 힘들게 일한다며 좀 바꿔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희 딸이 태어나던 해에 해고가 됐습니다. 지금은 저희 큰 딸이 고등학생이 됐고, 저희 남편도 복직했지만 대한항공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중략) 여기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모였습니다. 서로 외롭지 않게 옆에서 함께 싸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미투(me too)를 외치면 위드유(with you)를 외쳐주십시오. 미투! (위드유!)"

현장을 찾지 못한 직원들은 생중계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들은 익명 채팅방에 "정말 감동입니다", "눈물이 나네요", "다음 집회에 꼭 참석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힘을 보탰다(관련기사 : [생중계 다시보기] '조양호 일가 퇴진' 대한항공 직원 촛불집회).

대한항공 직원이 아닌 시민들도 가면을 쓴 그들을 둘러싼 채 힘껏 박수를 보냈다. 집회 초반 나서서 발언하지 못하던 직원들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것도 시민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목동에 사람입니다. 저는 대한항공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입니다. 이게 저의 13번째 촛불집회입니다. 지난 겨울 12번 나가서 정치 권력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경제 권력은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꾸만 우리 같은 힘없는 시민을 이용하고, 갑질을 일삼습니다. 시민들의 참여 없인 기득권을 이용해 우리를 벗겨먹는 경제 권력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시민들이 망설임 없이 이러한 위대한 집회에 참석하게 된 결정적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행동과 실천을 응원하기 위해 멀리 시흥에서 왔습니다. 저는 오후에 일이 있는 사람인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여러분과 함께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당장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좀 더 좋은 기업문화와 세상을 물려주는 데 여러분이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용기 잃지 말고 조씨 일가 퇴진까지 계속해주길 응원합니다."

집회는 계속된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집회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익명 채팅방을 만든 개설자의 공이 컸다. 이른바 '관리자'로 불리는 그는 채팅방을 통해 받은 제보를 언론에 공유하고,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스스로 집회를 계획했다. 그 노력 덕분에 이날 집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앞으로 계속될 집회의 좋은 출발점을 찍을 수 있었다.  

집회에 모인 이들도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익명 채팅방 의견을 취합하고 그것을 소통의 도구로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 관리자님께서 하루에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노력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의 사랑스런 그 이름 '리자씨'를 위해 힘찬 함성을 보내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장에 모인 사람들도 "관리자 힘내라! 힘내라!"를 목청껏 소리쳤다.

현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 관리자는 박창진 전 사무장의 목소리를 빌려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관련기사 : 대한항공 자발적 노예였던 나는 오늘, 벤데타 가면 쓰고 광화문에 갑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과 가족, 지지하는 시민 등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안녕하십니까. 채팅방 관리자입니다. 우리 모두의 뜻이 모여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목적은 조양호 일가와 무능한 경영진의 일괄 사퇴 및 갑질 근절을 위함입니다. 그들의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행위를 우리는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습니다. 저는 채팅방에 숨어 있지만 여러분의 그 아름다운 마음 하나하나에 용기를 얻어 있는 힘 다해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대한항공 촛불집회는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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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운전자 넘어 한반도 '철도 기관사' 되시길"

[인터뷰] 박흥수 철도기관사 "北 철도 개발은 남북 평화의 상징"
2018.05.04 18:27:37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은 전에 없던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다. 낙관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면 향후 도래할 평화체제 안착은 한반도의 미래에 많은 가능성을 상상케 한다. 물론 남은 과제들이 많다. 정치가 먼저 풀려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를 넘어 '비핵지대화'로 가는 단계별 실질적 조치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 북미정상회담과 국제 제재, 미국의 제재 등 풀어야 할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북한의 인프라 현실도 냉철히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을 버릴 수는 없다. 특히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 바로 북한 철도 관광이다.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먹자는 말은 더이상 호전주의자의 주장이 아니게 됐다. 이 말은 북한을 새롭게 인식한 청년세대 사이에서 회자된다.  
 
철도가 놓이면 한국은 대륙과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산에서 시베리아 철도 여행을 시작하자는 이야기, 국경선을 대륙으로 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리라는 이야기가 지난 한 주간 온라인을 달궜다. 철도 사업이 실제 중요한 이유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한반도를 잇고, 남북 철도 교류가 본격화한다면 상상의 영역에 있던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물론 금세 이런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의사를 밝힐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측 도로와 철도 사정이 나쁨을 인정하고 비행기로 방문하길 권했다. 철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도라산~개성 구간 선로 사정은, 어느 정도 정비하더라도 열차가 시속 30~40킬로미터로 달리는 수준이다. (☞관련기사 : "北선수단이 철로로 온다면? 전세계 주목시킬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현실이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철도 전문가 박흥수 기관사를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나 철도 사업과 관련한 상상력의 보따리를 풀어 봤다. 현직 기관사인 그는 사회공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기를 묶은 <시베리아 시간여행>(후마니타스 펴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시베리아 철도 여행기는 유력 정치인에게 호평을 받을 정도로 현실감이 넘친다. 그러면서 대륙을 꿈꿨던 한국인들의 과거와 미래를 그려낸다.   
 
박흥수 기관사는 철도를 통한 관광, 화물운송 등의 수준을 넘어, 철도로 북한과 남한이 경제적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 체제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임을 모두가 인정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철도를 통해 인력과 자본이 오가게 된다면, 남북은 상호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공동체가 되리라는 이유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박흥수 철도기관사. ⓒ프레시안(최형락)

평양에서 대동강 맥주를? 
 
프레시안 : 남북 경협의 최우선 과제로 경의선, 동해선 철도 개발을 주장했다. <프레시안> 기고 등을 통해 그간 철도로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가는 꿈을 꾸자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서울발 베이징행 기차표는 과연 얼마일까?기고 등에서 북한 재래선로를 개량한다면 현재 추정되는 서울~신의주 소요시간 10시간을 7시간가량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부산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겠다. 비용은 어느 정도 들까? 
 
박흥수 : 북쪽 경의선 선로를 개량하면 서울~신의주는 물론, 서울~베이징 구간도 경쟁력이 생긴다. 현재 단둥~베이징 구간 고속열차 이용료가 2등석 기준 한화 6만5000원가량이다. 그렇다면, 서울~베이징 구간 비용은 12만 원 내외로도 유지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당장 급한 건 서울과 평양을 잇는 것이다. 현재 북한 선로 사정상 서울~평양 구간을 개발 없이 상품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흥수 : 궁극적으로는 고속철로를 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평양이 한 시간~한 시간 반 거리로 단축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평양 시내를 가로지르는 대동강 한 가운데 양각도라는 섬이 있다. 구글 지도로 보면 양각도 축구 경기장이 있고 영화관이 있다. '평양 관광'을 한다면, 양각도에 정차하는 역을 만들어, 관광객이 이곳에서만 머물게 하고, 대신 섬 안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만 하면 어떨까. 냉면 음식점을 만들고 대동강맥주 전문점을 만들기만 해도 초반에는 관광자원 가능성이 열린다. 이후 서서히 평양버스투어 상품 등 연계 상품을 만들면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것이다. 양각도 경기장에서는 방탄 소년단 공연이 열릴 수도 있다.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젊은 사람들이 평양 양각도로 나들이 가는 상상, 어떤가. 
 
물론, 처음부터 이럴 수는 없다. 처음에는 분기에 한 번 정도 서울~평양 정기 상호방문 열차를 운행하고, 이를 이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식의 단계적 접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북한에 철로를 놓고 열차를 운행하는 것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현 북한의 노후한 선로를 사용할 수는 없을 테니까. 설비 투자에 어느 정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까? 
 
박흥수 : 일전에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신의주 구간을 잇는데 2~3조 원의 투자비와 3년가량의 시간을 제시했다. 이는 매우 긍정적인 전망이다. 현실적으로는 5조 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5년에 걸쳐 개발하는 정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등은 얼마든지 머리를 맞대고 뽑아낼 수 있는 일이다.
 
프레시안 : 경의선의 북쪽 기존 선로를 모두 새로 개발하는데 드는 비용인가?
 
박흥수 : 그렇다. 궤도부터 전기설비, 역사까지 모두 고려한 금액이다. 서울~신의주를 고속열차가 다니게 하려면, 북한쪽은 전부 새로 개발해야 한다. 앞으로 한반도를 대륙과 잇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업이다. 실제로는 더 적게 들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는 토지보상비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개발의 장애요인이 크지 않다. 이른바 '통일 비용' 식으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다. 철도를 대륙과 연결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우리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철로가 완성되고, 실제 서울이나 광주,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가 북한으로 입경한다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내가 정부 철도 정책 담당자라면, 다른 무엇보다 이 사업 논의를 북한과 서두를 것이다.  
 
중국, 러시아도 참여 가능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6년에 한국교통연구원이 '유라시아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자료를 통해 경의선과 동해선을 북한과 잇는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료에서 연구원은 북한과 남한을 연결한다면, 동북아시아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연구원은 북한 고속철도 개발을 온전히 한국이 하고, 한국은 북한에 경의선 구간의 경우 연간 950억 원 정도(2030년 기준)의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가정했다. 그런데 여러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향후 북한 개방에서 중국의 개방모델을 참고하리라는 전망이 있다. 한국이 자금을 투자하더라도 북한과 합자회사 형식을 취해야 하리라 가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흥수 :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하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제 규모가 큰 한국이 대륙과 연결되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북한 경의선 개발은 비단 코레일, 철도시설공단만의 몫이 아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향후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이 사업을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한국과 북한이 공동출자한 가칭 '대륙철도연결주식회사' 모델을 세우는 식으로 사업주체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민간 사업자의 참여 역시 중요하지 않을까? 
 
박흥수 : 선로 사업을 민자사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선로 사업에 건설사 컨소시엄이 들어오진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건설사가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구간공사에 참여할 수 있고, 역사 사업에도 들어올 수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참여도 이 대목에서 가능할 것이다.  
 

▲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 네트워크 구상안. 박 기관사는 이 구상안에 일본을 연결하는 건 반대한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 운송 새 길 열려 
 
프레시안 : 많은 이가 남북 정상회담 의제에 철도 개발이 포함됐다는 소식에 북한 관광 가능성을 기대한다. 하지만, 철도는 관광상품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물 운송이다. 고성 등 접경지대 주민들도 동해 북부선 등 철도 연결에 관심이 많더라. 
 
박흥수 : 현재 우리는 사실상 섬인 관계로 화물 운송의 대부분을 선박에 의존한다. 철도는 선박만큼 많은 화물을 한 번에 나를 수는 없지만, 도심에 가까운데다 일정 거리까지는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더구나 차량 연결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화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베리아 시간여행>에도 기록했지만, 시베리아를 방문했을 때 67량 열차가 철로를 달리는 모습도 봤다. 150량짜리 화물기차도 봤다. 
 
철로가 연결되면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 방면에 물류 수요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파주 등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에 물류기지 수요가 생길 테고, 장기적으로는 북한 내에도 물류기지 건설 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 내 지역개발 가능성이 열리는데다, 북한 개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해운과 도로, 철도의 국제 화물 운송 분담 비중은 각각 85%, 9%, 6%다. 하지만, 한국은 2013년 기준 99% 이상의 화물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해 대륙 연계 운송망 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고속철도망이 구축되면 부산~보스토치니 간 물류비용이 현재의 1100~1300달러에서 800~900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안 : 특히 극동 개발 수요가 강한 러시아가 관심이 클 것 같다. 
 
박흥수 : 러시아 정부는 '물류 일주일 프로젝트'라는 걸 운영한다. 극동에서 극서까지 일주일에 화물을 옮기자는 것이다. 엄청난 사업이다. 한국이 이 선에 올라탄다면, 부산에서 유럽까지 열흘 만에 화물을 보내는 길이 열린다.  
 

▲박흥수 저 <시베리아 시간여행> ⓒ후마니타스

철의 실크로드 열리면 문 대통령은 '평화의 기관사'
 
프레시안 : 화물로든 관광자원으로든, 북한 철도 개발은 한국이 본격적으로 대륙과 이어짐을 뜻한다. 그 파급 효과로 뭘 들 수 있을까?
 
박흥수 : 궁극적으로 부산항, 인천항이 '철의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던 컨테이너선이 한국에 들어올 일이 생긴다. 이 선로로 사람과 물자와 자본이 이동한다. 한국이 대륙에 연결된다는 건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이런 변화의 첫 단추로, 이참에 한국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철도에 관한 국가 협의기구인데, 그간 북한의 반대로 인해 한국이 이 기구에 가입하지 못했다. 사실상 철도에 관해서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었던 셈이다. 하지만, 평화 체제가 열리면 북한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OSJD 가입을 계기로 북한, 중국, 러시아와 철도에 관한 논의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북한 철도 개발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편 적이 있다. 결국 판문점 선언이 나왔고, 향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등에 대한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철도 버전으로 바꿔보자. 북한과 교류, 경제 협력, 나아가 대륙으로 가는 길을 닦는 대통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에서 나아가 '동북아 평화의 기관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여, 한반도 철도 기관사가 되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 (웃음) 
 
프레시안 : 2016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부산과 일본도 이어, 일본과 한국이 북한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 다 연결되는 방안도 고려했다.  
 
박흥수 : 반대다. 일본과 부산을 잇는 해저터널이 뚫리면, 철의 실크로드 출발점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 된다. 한국만 대륙과 이어지면 일본의 수출물량 일부도 부산으로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이어지면 부산으로 갈 물류도 도쿄로 갈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큰 기회를 굳이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프레시안 : 즐거운 상상이 이어지지만, 결국 이 모든 상상은 철도가 실제 개발될 수 있어야만 현실 가능하다. 그런데 당장 북한은 전력난으로 인해 기존 노후 선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박흥수 : 발전소 개발도 철도 사업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전기가 공급되어야 북한의 철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공급된다면 철도에만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 공장이 돌고, 철로 주변 마을의 전력 사정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궁극에는 북한 주민의 생활도 좋아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한에 추가 개발 수요가 일어나게 된다. 북한이 평화 체제에 종속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 한국과 북한의 상호 의존도는 매우 커진다. 그간 남북의 민간 교류, 경제 협력은 일회성이었다. 돌발 이슈로 인해 교류가 중단되기 쉬웠다. 당장 개성공단 사례가 그렇지 않나. 하지만, 철도 사업은 궁극적으로 개성공단 수백 배에 이르는 의존성을 남북에 부여할 것이다. 상호 의존도가 커지면,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남북의 교류를 중단하기란 불가능하다.  
 
평화 체제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프로이센 제국의 통일에 철도가 있었다. 유럽연합(EU) 통합에도 철도가 크게 기여했다. 철도는 역사가 입증한 통합의 아이콘이다.  
 
프레시안 : 북한 개발이 자칫 '내부 식민지화'로 전락해서는 안 되리란 경고가 나온다. 
 
박흥수 : 당연히 그렇다. 초기에는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이 결합해, 북한에 우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오르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사람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을 이등 국민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중국 단둥역에 도착한 고속열차에서 내리는 승객들. 앞으로 서울역에서 탑승한 관광객이 이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가능해질까. ⓒ박흥수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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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이제 나갈 때가 됐다

[기고] 주한미군, 이제 나갈 때가 됐다
  • 황성환 <아메리카제국의 몰락> 저자
  • 승인 2018.05.03 13:21
  • 댓글 0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945년 9월8일, “나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는 맥아더 사령관의 포고령으로 시작된 미군의 강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간계와 폭력으로 점철된 미 제국의 건국과정이 보여주듯 원주민을 학살하고 모국인 영국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한 그들에게 체면과 형식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조선민족이 겪게 될 분단의 고통과 동족상잔의 참상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뒤 식민정부 수립을 위한 3년간의 군정통치를 끝내고 38선 이남에 세운 것이 바로 사무실과 책상은 주어도 결재도장은 미 제국이 갖는 ‘대한미국’이다. 신식민지 이론가 체스트 볼의 주장대로 한국인들은 자국을 독립국가로 착각해 종주국에 대해 해방투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며, 통치정책이 잘못돼도 종주국이 아닌 대리인(proxy)을 탓하게 돼 프락치만 바꾸면 통치가 지속 가능하다.

그리고 식민정부와 체결한 첫 협정은 군정 때와 다름없이 군경을 조직·훈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한미군사안전 잠정협정’이었다. 당시 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의 말대로 ‘미국의 이익을 지켜주는 충성스런 번견(番犬)’에 대한 합법적 지배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또 이들은 번견을 시켜 끊임없이 대북 무력도발을 벌이며 참혹한 6.25전쟁까지 유발했고, 이를 기화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확보했다. 정전 직후에는 있지도 않은 남침 위험을 내세워 상호방위조약을 맺음으로써 한국의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완벽한 지배체제를 갖춘 것이다.

미제국과 그 충견들은 북의 남침을 막기 위해서는 미군주둔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남북분단 이후 지금까지 북측이 남측에 무력을 사용한 것은 미군과 남한 군대의 도발을 저지, 응징하는 최소한의 대응 외에는 단 한 차례도 선제도발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비용부담은커녕 오히려 돈을 받아가며 미 제국의 패권을 지켜주는 충성스런 번견 360만(현역60만+예비역300만)을 부릴 수 있고, 어디든 군사기지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도심 복판에서 세균무기 실험도 할 수 있는 치외법권이 보장되는 땅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제국은 더 이상 미군의 주둔을 고집할 수도 없게 됐다. ‘남은 곱지만 경멸스런 동맹, 북은 밉지만 존경스런 적’이란 미 국무부 고위관리의 말대로, 그들이 존경하는 북조선이 지금도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며 남녘 겨레의 상전행세를 하는 미군의 주둔을 더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미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간에 종전이 선언되면 미군의 주둔 명분도 사라진다. 국토분단과 동족대결을 강제해온 아메리카 제국의 시대도 이미 저물었다. 미 제국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털어내고 우리 겨레가 참 주인이 되는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준비해야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엄중한 역사적 소명이다.

황성환 <아메리카제국의 몰락> 저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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