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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모기가 피를 더 빤다

조홍섭 2018. 05. 08
조회수 862 추천수 1
 
왜 빨까? “단백질 섭취 외에 ‘수분 확보’도 중요”
얼마나? “습도 20% 줄면, 모기 5배 더 덤빈다”
시사점? “모기예보제 등 방제 대책에 반영해야” 
 
Muhammad Mahdi Karim-Aedes_aegypti-2.jpg» 목마른 모기는 주변에 수분을 섭취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흡혈로 해결하러 든다. 건조 상태에서 흡혈 행동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진 숲모기의 일종. 무하마드 마흐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산란을 앞둔 모기 암컷은 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의 피를 빤다. 그러나 모기의 흡혈 이유에는 산란과 함께 목 축이기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목마른 모기가 흡혈에 나선다면 기상 조건에 따른 모기 방제도 달려져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은 실험실에서 모기를 연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미국 신시내티대 생물학과 연구자들은 여러 조건에서 모기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건조한 유리병에서 기르던 모기들이 실수로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모기들은 하나같이 아주 공격적이었고 사람에 덤벼들어 물려고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는 밝혔다.
 
ANDREW HIGLEY_UC CREATIVE SERVICES-1.jpg» 실험실에서 다양한 조건에서 사육하는 모기들. 우연히 이 유리병에서 탈출한 모기들의 놀라운 공격성이 이번 연구의 계기가 됐다. 앤드류 히글리, 신시내티대 제공.
 
연구자들은 집모기, 숲모기, 얼룩날개모기를 대상으로 목마른 상태가 흡혈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방의 습도가 10% 줄어들면 모기가 숙주에 앉는 비율이 2배로 늘었고, 습도가 15∼20% 줄면 그 비율이 4∼5배로 늘었다”라고 밝혔다. 집모기의 흡혈 시도는 방의 습도가 20∼30% 줄어들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목마른 모기가 목을 축이기 위해 흡혈에 나서기 때문이었다. 보통 실험실 암모기 가운데 5∼10%가 흡혈에 나서는데, 건조 상태에서는 그 비율이 30%로 높아졌다. 그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이 있을 때는 건조한 조건에서도 흡혈에 나서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흔히 모기는 비 온 뒤 고인 물에 알을 낳을 때 사람을 물어 병을 옮기거나 성가시게 군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로 건조한 상태라고 모기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 적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감염률은 건기 동안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또 강수량은 적을수록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청은 강수량과 모기 개체 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를 “강수량이 많으면 모기의 서식지인 고인 물을 쓸어내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처럼 건조할 때 수분을 섭취하기 위한 모기 활동이 늘어난다면,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시행하는 모기 예보제 등 모기 방제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ichard W. Hagan et al, Dehydration prompts increased activity and blood feeding by mosquitoes, Scientific Reports, (2018) 8:6804, DOI:10.1038/s41598-018-24893-z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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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 국무 전격 방북…억류 미국인 3명 데리고 올듯

등록 :2018-05-09 08:40수정 :2018-05-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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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시간도 정해져…거래 성사 희망”
북, 억류 3인 석방으로 대화 분위기 무르익을 듯
 
그래픽 정희영
그래픽 정희영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다시 방문했다. 북-미 간 사전조율과정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으로, 단기 교착국면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외신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데리고 함께 귀국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오후 2시가 조금 지나 이란핵협정 탈퇴를 발표하던 백악관 기자회견 자리에서 “지금 폼페이오 장관이 다가오는 김정은(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으로 가는 중”이라고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폼페이오 장관)는 곧 거기에 도착할 것이다. 아마 1시간 안에”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 회담이 예정돼 있다. 장소를 선택했고, 시간과 날짜도 정해졌다”며 “우리는 매우 큰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그 관계가 잘 돌아가는지 볼 것”이라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가 성사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과 한국, 일본의 도움으로 모두를 위해 위대한 번영과 평화의 미래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석방되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명의 미국인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8일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기자단에게 “그때(폼페이오 장관의 첫 방북)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상회담 의제의 개략적인 내용들을 만들어왔다”며 “이번 방북에선 그 중의 몇가지를 확정하고,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틀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과거에 갔던 길로 다시 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재 완화를) 작은 단계적 방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방법은 김정은이 원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미 안보관계에서 역사적이고 커다란 변화의 기회를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위원장)에게 줄 수 있는 일련의 조건을 제시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올리고 언급해 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을 직접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북한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라고만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등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지휘해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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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북한은, 사실 북한이 아니었다

[프레시안 books] 박한식·강국진의 <선을 넘어 생각한다>
2018.05.08 23:12:39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인 기자 유나 리, 로라 링이 북한에 의해 억류됐다. 그들의 석방을 위해 방북 길에 나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몰려든 미국 기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자세한 것은 박한식 교수에게 물어보라"
 
박한식 교수. 1939년생, 만주에서 태어났다. 해방 시기, 평양 피난민 수용소 생활을 하다가 분단이 되면서 경북 청도로 내려왔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가르치던 학생의 소개로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카터를 통해 덩샤오핑을 만났고, 덩샤오핑의 주선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이후 50여 차례 평양을 방문,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연구했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중재했고, 미국의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조언을 해온 그는 현재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 중 한명이다. 
 
4.27남북정상회담 직전 박 교수의 책이 나왔다.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가 묻고 박 교수가 답한 대담집 <선을 넘어 생각한다>(부키, 2008년 4월)는 현 시점 남북, 북미 관계의 전후 맥락을 설명해 주는 최고의 해설서이자, 북한을 있는 그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는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 정부와 교섭해야 한다"고 했다. 분단 이후 반세기 넘게 우리는 북한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그 이미지를 상대해 왔다. 숱한 선거, 격동의 정치 속에서 구호와 적개심을 재료로 북한을 창조했고, 창조된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워 왔다. 
 
박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것은 딱 두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붕괴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닳고 닳은 '북한 붕괴론'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북한 붕괴론의 역사는 길다. 1948년 북한 정부 수립과 함께 시작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견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북한 붕괴가 시간 문제라고 봤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한 교수는 북한이 빠르면 사흘, 늦어도 3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통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가 닥쳐올 수도 있다"라고 했다. 1997년 황장엽 망명 때도 신문 방송에서는 북한이 붕괴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도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실상 '종교적 도그마 수준'인 북한 붕괴론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별다른 근거 없이 맹신했다. 
 
결국 북한 붕괴론은 허상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북한'이었다. 허상 위에 쌓은 정책이 실적을 낼 리 만무하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한국 정부는 '전략적 인내'의 모순적 조어로 상징되는 위험한 '기다림'만 이어갔을 뿐, 노벨평화상을 '미리' 수상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됐던 '이명박근혜' 정권은 대북 정책에서 완전한 실패자들로 기록됐다.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Insanity)의 정의를 내리면서 '똑같인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잘못된 인식,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대북 정책을 펴 왔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으로 나서길 바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난 반세기 가까이 '북한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금기로 하면서 똑같은 일들을 반복해왔다. '지금까지 방식이 잘못됐으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시절이었다. 강제된 사유를 체화해 인식론적 오류를 숱하게 범하면서도 '빨갱이'로 몰릴까 말하기를 두려워 했다. 북한은 우리 사회의 자유롭고 객관적인 사고를 억압하는 가장 강고한 기제였다.  
 
이제 그것을 깰 때가 왔다. 복잡하게 얽힌 북한 문제를 쾌도난마식으로 풀어가는 박 교수의 식견을 따라가다보면, 북한이라는 '유령'의 실체를 새롭게 볼 수 있다. 

▲조지아대학교 매거진에 실린 박한식 교수 ⓒ조지아대학교

우리는 '북한의 사회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독재 치하에서 못살고 탄압받는 인민들의 나라다. 보수 언론 중심의 단편적이고 왜곡된 (심지어 확인조차 불가한) 보도는 북한을 '환상'의 영역에 고정시킨다. 오늘 보도되는 북한은 엄혹한 중세 시대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지만, 내일 보도되는 북한은 '돈 맛'을 본 인민의 민중 봉기가 일어나기 직전의 사회다. 시스템에 대한 접근 없는 개별 사건들의 나열,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와 추상적 '수치'들의 건조한 팩트만 어지럽게 제시될 뿐이다.   
 
이를테면 북한에 '장마당'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장마당'의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박 교수가 장성택 처형의 맥락과 의미를 '장마당'의 대치 개념으로 묶어 해석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만 하다.  
 
"(장마당은) 돈을 벌어서 자신들이 다 갖는 것이 아니라, 각 단위에서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고, 그 단위에서 수익을 갖는 구조입니다. 평양에 유명한 약장 골목이 있는데 서로 자기 집 약을 팔기 위해 호객 행위를 하며 경쟁깨나 벌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게마다 속해 있는 생산 단위가 있어 매상이 오르면 그 단위의 성적이 올라가고 상여금도 받게 됩니다. 집단과 집단 간 경쟁이 있는 것이지, 개인과 개인의 경쟁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에서 '경제 발전'은 확고하게 국론으로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다만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장성택 방식'은 절대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성택 방식은 자본주의 방법으로 사유재산, 개인주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성택은 국가 이름으로 거래하면서 자신의 개인 재산을 중국 은행에 축적한 흔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 체제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장성택의 가장 큰 죄가 개인주의였던 것에는 이런 맥락이 있습니다. 개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장성택은 그렇지 못한 행위를 저질렀고, 더욱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거북한 존재가 되면서 일종의 혹으로 인식된 셈이지요.  
 
한마디로 북한의 시장은 통제되는 시장입니다. 중국도 경제적으로 자본주의화가 되었지만 공산당이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도 노동당의 통제하에서 자본주의적 요소와 경제성장을 도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단위'가 성과를 올리는 시스템. 이 '단위' 라는 것은 일종의 '협동조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 쿠바가 1990년대 경제 위기를 겪은 후 협동조합 단위를 발전시켜 급속한 개인주의화를 막고 자본주의적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 것과 같은 맥으로 읽을 수 있다. 쿠바가 극심한 제재에도 내부 경제를 탄탄히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북한 역시 비슷한 방식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것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 '몇몇 탐욕스러운 상인'들이 북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일반적 해석들과는 다른 '시스템'이 발현하고 있다는 말이다.   
 
'개인 재산 축적'의 상징으로 지목된 장성택의 처형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복합적인 해설을 곁들인다.  
 
"2013년 12월에 있었던 장성택 처형은 ()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대다수 한국 사람들에게 장성택을 누가 죽였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모른다'고 답할 것입니다. 제가 평양에서 들은 바를 종합해보면 조선노동당의 여러 최고위급 간부들이 협의한 끝에 장성택을 처형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겨정 과정에서 눈물을 흘린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당 차원에서 '당과 국가를 위해 살려둘 수 없다'고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당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당의 결정'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수령'의 나라 북한은 '수령'이 없는 체제로 24년을 이어왔다. 북한의 체제를 지탱하는 것은 김정은과 몇몇의 엘리트가 아니라 '조선노동당원'들이다. 박 교수는 "조선노동당은 거대하고 구심력이 매우 강한 복합체로 당원 규모가 360만 명이나 됩니다. 북한 전체 인구가 약 2500만 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조선노동당이 얼마나 방대한 조직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조선노동당원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철저한 능력주의에 입각해 있어 승진을 하거나 중책을 맡는 일 모두 집단적인 평가 과정을 거친다. 한국에서는 '당원=특권층'의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북한 체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고정관념이다. 당원과 일반 대중의 '계급'이 존재하고, 그것이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보수 정치인들의 말대로 민중 봉기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선노동당과 인민 대중은 결합돼 있다고 한다.  
 
쿠바를 수십차례 방문해 연구한 미국의 학자 아널드 오거스트가 쓴 <쿠바식 민주주의 : 대의민주주의 VS 참여민주주의>(삼천리, 2015년 9월)에서는 '쿠바는 독재국가', '쿠바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미국인들의 통념을 깨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의회가 없는 쿠바에서는 수많은 '인민 조직'들이 의회를 대체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다. 쿠바인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을 목격한다. 쿠바에서 민중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의사가 정치에 실제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비슷하다. 북한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그들이 만든 체제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만든 체제에 그들이 익숙하기 때문이며, 삶의 불만을 해결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곳에도 사람이 산다', 이 단순한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박근혜의 '망루 망신'...북핵 중국 책임론의 허상 
 

▲ 선을 넘어 생각한다(박한식, 강국진 지음) ⓒ부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허상'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유행했던 관점이 이른바 '북핵 중국 책임론'이었다.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는 물론, 한국의 공무원들, 심지어 기자들 역시 '북핵 중국 책임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고, 북핵 위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시론이 언론사 지면을 도배하다시피했다. 
 
'북핵 중국 책임론'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정말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힘이 있으면서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일까? 박 교수는 이같은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주목한다. 
 
"북핵 중국 책임론이 나온 정치적 맥락을 살펴보면 그 허구성이 바로 드러납니다. 한마디로 '북핵 중국 책임론'은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작품이나 다름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막으려고 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동시에 북핵 전략 부재에 따른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서 북핵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중국에 공을 넘겨버렸던 것입니다. 미국측 인사의 다음 증언은 이 프레임의 전략적, 전술적 유용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합니다.  
 
'우리도 정말 중국이 북한에 결정적인 압력을 가하거나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른 더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이것은 나름대로 유용했다. 특히 미국이 북핵 문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지렛대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에 전략적 도움이 된다. (이성헌 '북핵의 중국 책임론과 미국의 외교 전략' 성균차이나브리프, 2014. 118~123쪽)'
 
미국 정부로서는 대단히 편리한 알리바이를 손에 넣은 셈입니다. 언론에서 북핵 문제에 왜 진전이 없느냐고 물으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그냥 '중국이 협조를 안해서'라고 답변하면 만사 오케이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같은 태도를 취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프레임에 그대로 포섭되었습니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는 외교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중국 책임론'은 특히 도그마처럼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참모진은 '중국 역할론'에 단단히 중독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이라는 허상을 이용하기 위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망루 외교'를 펼쳐 한국의 보수 세력마저 당황케 했다. 천안문 망루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이듬해에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사드 도입을 추진하는 극도로 모순적인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는 다들 아는 바다.  
 
이명박 정부는 그래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시도했었다. 역대 대북 문제에서 가장 무능한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었다. '전략적 인내', '기다리기'를 넘어서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했다. 적극적 행동에 나섰다. 잘못된 정보, 잘못된 인식에 토대한 행동이 얼마나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였다.  
 
북한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알고 있는 북한'만 중요했고 '있는 그대로의 북한'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남한은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미국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달랐다. 중국과 구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했다. 북한의 생존 방식이었다. 사회주의 진영의 양대 축 중 한쪽에 경도될 경우 난감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조선노동당 관계자에게서 "세상 모든 나라 중에서 제일 의존하면 안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자주성'을 특별히 중시하는 북한이나, 다목적 포석으로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중국 역할론'은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북한 인권 문제와 탈북자 문제를 보는 새로운 시각 
 
박 교수는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해석을 내놓는다. 
 
1994년 7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이 현재 핵탄두 5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탄두 5개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주장한 강명도 사건을 예로 든다.(강명도는 자신을 북한 정무원 총리 강성산의 사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난 것은 이 기자회견 자체가 청와대 지시로 급조됐다는 것이었다. 김영삼 대통령 측은 "기자회견을 하라고 지시했고, 그 이유는 북핵 협상이 한국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데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2000년대 초반 탈북자 김운철이 북한 내 강제 수용소와 고문, 처형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증언했을 때, 전 세계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스스로 김운철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박충일이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드러났다. 1997년부터 중국을 드나들며 돈벌이를 하다 다섯 번이나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다 탈북한 인물이었다. 
 
최근 사례로는 신동혁이 있다. 그는 스스로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난 탈북자라고 주장했고, <14호 수용소 탈출>이라는 책을 냈다. 오바마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존 케리가 "북한의 인권 탄압을 알리는 살아있는 표본"이라고 선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신동혁은 4호 수용소에서 태어났다고 했다가 후에 이를 번복하는 등 수차례 증언을 바꿨다. 신동혁의 지인인 정광일 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14호에서의 탈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지적해도 다른 사람들은 시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더라. 동혁이는 국내에선 별 활동을 안했다. 들통날까봐 두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관련해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송지영 교수가 쓴 글을 인용했다. 
 
"탈북자들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나 미국 의회, 서구 언론을 불문하고 질문은 한결같다. '왜 북한을 떠났나? 그곳에서의 삶은 얼마나 끔찍했나?' 그들의 이야기가 끔찍하면 끔찍할 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국제적인 행사에 초청받는 일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늘어난다." 
 
북한 인권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국정원의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의 본질도 비슷하다. 국정원은 유우성 씨 동생에게 '남한에서 정착해 살 게 해 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거짓 증언을 이끌어냈다. 국정원은 애초에 사실에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 상상해낸 북한의 모습에 사회적 약자인 북한 이탈 남매의 삶을 끼워 맞춰 넣었고, 겁박과 강요를 통해 원하는 말을 수집했을 뿐이었다. 북한의 인권 문제든, 간첩 조작이든 탈북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북한 인권 실태를 과장해야 하고, 간첩이 끊임없이 잡혀야, 지금 현재 우리의 시스템이 우위에 있으며, 간첩을 잡아들일만큼 건재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탈북자 문제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길 권한다. 
 
"저는 탈북자 문제를 접근하는 기본 방식으로 두 가지 측면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이들이 한국에서 불법 체류를 하는 이주 노동자와 본질상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역지사지 하는 마음입니다. 탈북자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의 흐름에 따라 저임금 지역에서 고임금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평범한 사람이다. 이들을 모두 '투사'로 만들어내 북한을 악마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웜비어 사건'부터 '대북 퍼주기'의 허상까지, 당신이 궁금해하는 북한
 
박 교수는 북한 정치 체제와 사회 체제에 대한 실증적 지식을 토대로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풀어 설명한다. 웜비어 사건 등 북한의 외국인(특히 미국인) 억류 문제를 비롯해, 숱한 오해를 낳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설명을 내놓는다. '극우' 성향의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김용갑 전 의원이 '작명'한 '대북 퍼주기'라는 환상을 깨고, '통일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나아가 북한 비핵화, 남북 경협, 북미 관계, 북일 관계 등을 조망하고, 전망까지 제시한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묻어난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트럼프 스타일이 남북 문제에 끼칠 영향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월 3일자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특별히 눈치채지 못한 의외의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비핵화가 남북이 아니라 북·미 간의 문제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비핵화가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 간 문제라고 얘기하면 친북, 종북, 북한 대변인 소리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는 점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 인식은 서서히 바뀌어 간다. 이 교수가 지적한 것과 함께, '북한에 관한 우리 안의 허상'을 깨는 것은 남북 평화 체제로 가는 첫 단계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유용하다. 상대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과 친해지기'에 대한 공포가 깨질 때, 남과 북은 비로소 공존할 수 있다. 그래야 공존의 다음 단계인 통일의 구체적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강국진 기자는 박한식 교수의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했고 꼼꼼한 팩트 체크를 거쳐 풀어냈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사안이지만 호흡이 빠르고 술술 읽힌다. 
 
북한을 공부할 때다.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허상을 통째로 깨야 한다. 이 책은 북한 이해를 위한 길잡이로서 훌륭한 입문서다. 
 

▲박한식 교수와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 ⓒ조지아대학교

 

 

박세열 기자 ilys123@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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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토하며 죽어간 남자... 그는 '삭힌 홍어'였다

[인권을 먹다24-마지막] 임성국과 흑산도 홍어회

18.05.09 08:12l최종 업데이트 18.05.09 08:12l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사람들-국가폭력피해자들이 있다. 그들의 억울함을 듣고 조사하는 과거사 위원회가 사라진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을 만나는 일을 해왔다. 나는 국가폭력피해자를 음식으로 기억한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편집자말]
 임성국과 홍어회
▲  임성국과 홍어회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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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을 달려 도착한 흑산도 바다는 섬 이름처럼 검고 깊었다. 그 검은 빛깔 때문인지 섬 전체가 스산해 보였다. 선착장에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은 홍도를 가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었다. 흑산도는 큰 섬임에도 홍도를 경유하기 위한 섬으로서의 역할이 큰 듯 보였다. 흑산도에 거주하는 몇 사람만 내렸다. 우리는 곧장 흑산도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대둔도 들어가는 배는 언제 옵니까?"
"아, 수리요? 30분 정도 기다리시면 옵니다. 근데 나오는 배가 오후 3시에 있으니 오늘 나오시려면 그 전까지 오셔야 해요."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니 11시에 대둔도에 도착한다고 하면 4시간밖에 없었다.

 

"섬에 민박집이 있나요?"
"그 섬은 작아서 민박 같은 건 없고요. 주무시려면 여기 예리(대흑산도)로 나오셔야 합니다."

수리라고 불리는 섬을 오가는 객선은 작았다. 배에 오르자 먼저 타고 있던 5~6명의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했다. 섬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반갑지 않다는 눈치였다. 

"모두들 내가 임성국을 죽였다고..."

30여 분 정도 배를 탔다. 바다는 온통 김, 미역, 전복 양식장으로 꽉 차 있었다. 양식장 사이로 난 뱃길을 따라 들어가려니 원래의 시간보다 더 걸렸다. 수리라고 불리는 대둔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는 동안에도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는 동안에도 그들은 우리를 계속해서 경계했다. 

"왜 저렇게 경계하지? 무슨 공포영화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배 조사관이 혼자 중얼거렸다. 곧장 흑산면 출장소를 찾았다. 섬마다 설치된 출장소는 섬에서 처리할 수 있는 간단한 민원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소통공간이기도 했다.

섬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출장소에 들어가자, 마치 집에서 자다가 나온 듯이 편한 복장을 한 남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서울에서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예, 수고많으시네요."

그는 급하게 책상을 정리했다. 

"혼자 근무하시나 봐요?"
"그럼요, 코딱지 만한 섬에 민원도 별로 없어서 그다지 바쁜 것도 없네요. 그나저나 장소가 누추해서 어쩌죠?"

먼지가 쌓인 책상은 어림잡아도 수개월은 사용한 적이 없는 듯 보였다.

"저희가 오늘 만날 사람은 김○○인데 어디 계신가요?"
"아 그 김씨가 오늘 양식장에서 올라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는가 보네요. 잠시만요."

출장소장이 마당에 나가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아직 양식장에 있나 보네요."

그는 휴대전화를 집어들어 전화를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지 이내 끊었다.

"아, 이 양반, 전화를 안 받네."

나는 소장에서 우리가 직접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럼, 작은 모터보트가 있는데 그거 타고 나가실라요? 저 앞이라 금방이긴 한데..."

다시 섬을 빠져나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간은 늘 우리의 편이 아니다. 우리는 곧장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정박되어 있는 작은 보트에 몸을 실었다. 로프가 풀리고 곧장 모터에 시동이 걸렸다. 그렇게 출발한 배가 5분여 정도 달려 전복 양식장 앞에서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양식장에서 한 사내가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그곳에 정박해 있던 모터보트를 타고 바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 양반이 왜 도망을 가?"
"저희가 만나려 했던 사람이 저 사람입니까? 그럼 쫓아가야죠."

우리 역시 그 보트를 쫓았다. 뜻밖에 추격전이 되었다. 양식장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그 배를 따라가던 중 갑자기 '텅' 소리와 함께 배가 허공에 뜨더니 전복되었다. 양식장 사이를 연결하고 있던 로프가 스크루에 감겼던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구조가 되었고, 도망간 그도 곧 해경에 의해 잡혀 마을로 들어왔다.

우리는 마을 이장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그를 마주했다. 조금 전 사고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나로서는 그를 향해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모든 일정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노트북 등 기자재는 방수가방 덕택에 무사했다. 마을 이장 댁 거실에 마주하고 앉았다. 일명 '몸빼'라고 부르는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부끄럽기 보다는 이런 상황을 만든 그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도망갔느냐는 말에 그는 무서웠다고 했다.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지난 일로 인해 자신이 해를 입을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무서운 지난 일이 무엇인지 또 물었다. 모두들 임성국을 자신이 죽였다고 하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내가 임성국이를 죽였다고 모두 손가락질을 하는 것만 같았어요."
"왜 그렇게 손가락질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그게..."

삭히지 않은 홍어

1985년 당시 그는 대둔도 수리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었다. 젊은 이장은 섬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생선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라도 달려갔다. 그러나 섬 생활 중 마음에 걸리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마을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난 최씨 때문이었다. 최씨네 형제 중 한 명이 한국전쟁 때 월북하였고, 그 집안을 감시하거나 조사하기 위해 안기부와 보안대 수사관들이 섬에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때마다 섬사람들은 마을에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85년 광주 보안대에서 최씨네 사람들을 잡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임씨네 큰 아들 임성국도 잡혀 갔다.

"평소 성국이는 마을에서 성실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어요.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혼자 힘을 돌보며 살아도 늘 예의 바르고 성실했거든요. 그 녀석이 물고기를 잡아오면 꼭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어요."

그렇게 성실했던 임성국은 광주 보안대에서 이틀간 조사를 받고 섬에 돌아왔다. 그러나 섬에 돌아온 임성국은 이전의 임성국이 아니었다. 힘이 좋고 날랬던 임성국은 바위에 멍하니 걸터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다. 가끔 피를 토할 만큼 깊은 기침을 하기도 했다. 혼자 힘으로 화장실까지 걷는 것도 힘들었다. 힘들게 소변을 보면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보안대에서 죽도록 맞았답니다. 결국 성국이는 보안대 다녀오고 나서 보름인가 있다가 죽었어요. 장례를 치르며 죽은 성국이의 몸을 보니 온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더라구요."

마을 이장이었던 그는 보안대 수사관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의 동향을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입장에서 보안대 수사관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지시였다. 그리고 거부하지 못한 지시로 인해 임성국이 죽었다는 죄책감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그가 보안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언해 줄 다른 사람은 없을까요?"
"증인이라..."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한 명 있어요. 보건소장."
"보건소장요?"
"그때 이 섬마을에 처음 보건소가 생겨서 고등학교 갓 졸업한 간호사가 초대보건소장으로 왔었죠. 내가 그 보건소장 이름을 보건소 건물 입구에 직접 새겨줬다니까. 그 보건소장이라면 분명 치료도 해주고 했을 테니까."

곧바로 함께 간 배 조사관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초대 보건소장의 재직여부 등을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건소장이 전라북도 남원의 작은 마을에서 보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흑산도로 나가는 배는 끊긴 시간이었다. 이장이 눈치를 보다 어렵게 말을 뗐다.

"괜찮으시면 제 배로 모셔다 드릴게요. 그 전에 식사부터 하세요. 지금껏 아무것도 못 드신 것 같으니..."

곧이어 푸짐한 한상 차림이 나왔다. 갖은 반찬과 함께 회, 탕이 올라 있었다. 회를 먹어보니 쫄깃하고 단맛이 강했다. 아니 씹을수록 차진 것이 찹쌀떡을 씹는 것 같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탕도 함께 맛을 보았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었다.

"회가 아주 쫄깃하고 차지네요. 무슨 회인가요?"
"그것이 홍어회예요. 탕도 그렇고. 삭히지 않은 홍어는 그렇게 차지고 단맛이 나요."
"아니 홍어는 삭혀서 먹는 음식 아닌가요?"
"삭힌 홍어는 큰 배가 먼 바다에 나가서 잡아오는 문화에서 시작된 거지요. 예전에 흑산도에서는 목선을 타고 가까운 앞바다에서 잡아서 왔으니 싱싱한 홍어만 먹었어요. 그래서 탕도 회도 삭히지 않은 것을 먹었지요. 성국이가 그 홍어를 겁나게 잘 잡았다니까."

그랬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삭힌 홍어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육지에서의 홍어는 모두 삭힌 홍어였던 것이다.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 홍어처럼

다음날 우리는 배를 타고 섬을 빠져 나와 남원으로 향했다. 보건소는 남원의 작은 시골 마을 입구에 눈에 띄는 흰색 건물이었다. 미리 협조를 받아 놓기는 했으나, 우리를 맞이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저녁 무렵이라 보건소에는 사람이 없었다. 

"여기는 평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로 찾아오세요. 물리치료기에 누워서 치료도 받고 수다도 떨고 하시지요. 여기가 경로당이에요."

차를 내주며 그녀가 말했다. 

"오늘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미리 말씀드렸지만..."

그녀가 말을 받았다.

"네, 저도 잊고 있던 기억이었는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그 섬에 들어갔을 때 나이가 21살인가, 22살 때였어요. 학교를 막 졸업하고 처음 간 곳이 외딴 섬이었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그리고 그 사건이 났던 그때는 보건소 건물조차 없었어요. 보건소는 그 사건 나고 다음 해에 지어졌거든요."
"섬은 굉장히 아름다운 섬이더라구요. 이장님이 특별히 회도 주시고.."
"혹시 홍어회 드셨어요?"
"네, 굉장히 신선하던데요?"

그녀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맞아요. 그곳 생선들이 모두 신선해요. 보건소가 지어지기 전에 이장님 댁에서 지냈는데 그곳에서 밥을 자주 얻어먹었거든요. 그때마다 신선한 해산물이 자주 올라왔어요. 삭히지 않은 홍어도 그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었죠." 

이 사건으로 죽은 임이라는 청년도 자주 홍어나 생선을 잡았다고 했다. 임성국의 홍어는 그녀의 기억 속에 그 옛날과 연결된 끈이었던 것이다. 

"정말 건강했어요. 다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죽은 그 사람도 보건소에 올 일이 거의 없었어요. 생선이나 가져다 줄 때 빼고는요. 그런데 그 사람이 보안대에 잡혀갔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그리고 며칠 뒤에 보건소에 찾아 와서는 진통제가 있으면 달라는 거예요."

마을 이장으로부터 보안대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던 그녀는 진통제를 구하러 온 그가 무서웠다. 찾아온 그의 눈빛은 공포로 가득했고, 빠릿빠릿하지 않았다. 이미 혼이 빠진 것 같은 상태였다. 그의 죽음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의 죽음을 정상적인 자연사로 볼 수 없어요. 죽음에 이를 정도의 큰 질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안대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고 와서 죽었다는 정황도 있잖아요. 결국 보안대에서의 가혹 행위가 그의 죽음에 영향을 주었을 거예요."

학교를 갓 졸업해 홀로 섬에서 지내는 동안 상처와 죽음을 대면한 그녀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살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그때의 기억을 잊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잊히지 않았다. 

본래의 날 것으로의 홍어가 아닌 삭혀져 본래의 맛과 색을 잃어버린 홍어처럼, 그 섬에서 죽어간 그도 보안대에서 두들겨져 보름간 삭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보안대에서 알몸으로 벌벌 떨던 그는, 그를 요리하던 수사관들에게 그저 하나의 던져진 요리 재료였다. 삭혀져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본래의 자기를 잃어버려야 하는...
 

임성국은
임성국은 전남 신안군 대둔도에 살았다. 가족은 어머니와 임성국, 임성산, 임성자 남매가 살고 있었다. 대둔도는 섬이 좁아 농사를 지을 곳이 많지 않다. 섬 사람들 대부분은 바다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임성국의 집도 바다에 의지해 살고 있다. 가난한 임성국의 집안은 마을에서 가장 형편이 좋은 최응두라는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오빠 임성국이 광주 보안대에 끌려갔다 온 뒤 고문후유증으로 피를 토하며 괴로워할 때 여동생 임성자는 중학생이었다. 피를 토하며 점점 죽어가는 오빠를 보며 어쩌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오빠가 죽은 뒤 가족들은 끔찍한 섬을 빠져 나와 군산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가난은 끝이 없었다. 군산 외곽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빌려 살아야 했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임성산은 변변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해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친에게 의지해 살았다. 이제 여동생도 결혼해 돌봐줄 사람 없는 임성산은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2009년, 형 임성국의 죽음이 광주보안대의 고문후유증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수억 원의 국가배상금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친척이 모두 빼돌려 그의 가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가난한 집에서 살고 있다.

임성국은 대둔도에 묻혀 있다. 임성산, 임성자는 전라북도 군산시에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인권을 먹다] 연재를 24회로 마칩니다. 많은 성원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태그:#지금여기에#임성국#국가폭력 피해자#인권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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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위원장 다롄북중회담으로 미국 꽁꽁

김정은위원장 다롄북중회담으로 미국 꽁꽁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9 [04:46]  최종편집: ⓒ 자주시보
 
 

 

 

8일 연합뉴스가 전격적으로 단행된 다롄(대련) 북중정상회담에 대한 북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였다.

 

보도에서는 7일 북중정상회담, 7일 저녘 만찬, 8일 오전 해변가 산책담소, 8일 오찬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8일 오후 다롄 공항출발을 순서대로 전했다.

 

보도는 이번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날로 발전하고 있는 북중교류협력사업과 고위급 내왕 등 전략적 의사소통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상호 관심사로 되는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전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동적 조치들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아마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완전 성공에 따른 추가 시험 불필요 선언과 핵시험장 공개적 폐기 등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시 주석이 북의 사회주의 이상사회건설에 있어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3월 북중정상회담에서 북과 중국은 자기 특색에 맞는 사회주의를 건설해가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다시금 그런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중혈맹관계 강화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말도 보도 곳곳에서 나와 북중관계가 새로운 높은 단계로 이미 확고하게 진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2018년 5월 8일 오전 다롄(대련) 해변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이런 북중관계 강화는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였는데 대신 그를 위해서는 미국과 주변국의 적대관계 청산과 안전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 또한 강조하였다고 연합뉴스의 또 다른 기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북의 생화학무기까지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여 요구조건을 확대해가고 있고 광주미군비행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F-22랩터 8대를 끌어다 놓고 대북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키리졸브 훈련 기간 일본의 미군기지에 영국과 캐나다 정찰기를 끌어들였고 훈련이 끝났음에도 영국의 구축함과 헬기항공모함이 평택항 등에 전개되는 등 대북군사적 압박을 지금도 가하고 있다. 북의 위성발사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문제를 삼고 있다는 미국 언론보도도 나왔다.

2일 SBS보도에 따르면 북은 얼마 전 최소 8기의 잠수함 탄도탄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전격 공개하여 미국을 압박한 적이 있는데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대응압박으로 보였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13)

 

▲ 2018년 5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야회 산책을 담소를 나누다가 두 손을 굳게 잡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기에다가 북중우호관계가 만리마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이번 다롄 회동을 통해 미국에게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대화가 혹 깨진다고 해도 중국, 러시아 등과 교류협력사업을 발전시켜 얼마든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을 위한 경제발전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력한 미국을 압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막말로, 미국이 무리한 압박으로 일관한다면 북미정상회담을 박차고 나오더라도 이제는 북중관계, 북러관계를 발전시켜 얼마든지 북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 사회주의 이상사회를 건설하고 세계 자주화를 위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의지를 넌지시 암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은 북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만 하지 않는다면 북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중혈맹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가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미국의 대중국 포위정책의 돌파구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두보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한국을 휘젓고 다니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꼼짝 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에서 이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완전히 성공했기 때문에 더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고 이제 경제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기에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더라도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가한다면 어떻게든지 대응압박에 나서기는 할 것이지만 중국이 우려하는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이제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북중관계는 흔들림 없이 발전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럴리가 없지만 만약 북미회담이 깨진다고 중국이 다시 미국과 대북제재와 압박에 나선다면 북은 더는 볼 것 없이 러시아의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처럼 단 한 발로 나라 하나를 끝장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시험도 전격 단행하는 등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갈 것이며 그것은 결국 미국과의 전쟁을 의미하게 될 우려가 매우 높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북미대결전이 격화되는 악몽을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런 일을 생각조차 하기 싫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어떤 풍파에도 북중혈맹관계 강화의 길을 걸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기업가들도 대북투자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된다. 미국의 제재를 받더라도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대북투자와 경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반대로 북미정상회담 판이 깨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건너 가게 된다. 미국이 군사적 압박이라도 가하면 북은 더욱 단호하게 핵과 미사일 시험에 다시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중국은 북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때문에 그런 사태에 직면했음이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은 다시 북의 핵미사일 공격을 받은 악몽에 시달릴 것이며 트럼프의 중간평가와 재선도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전략과 전술이 만만치가 않다. 주동적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비공개 실무협상에서 더는 강짜를 부리기 어려워졌다.

막후 실무협상을 마무리짓고 곧 멀지 않아 회담 장소와 일정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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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적십자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나"

[인터뷰] 한국 피씨엘 김소연 대표
2018.05.08 09:14:25
 

 

 

 

'피'는 곧 '생명'이다.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사명에 부합되는 조직이라는 역할과 기대 때문이다. 1974년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위탁을 받아 혈액사업을 도맡아온 적십자사는 과연 그 기대에 부합하고 있을까?

최근 적십자사 혈액 사업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면역진단시스템 관련 입찰 과정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채혈용 혈액백 입찰 결과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면역진단시스템 공개 입찰에 참여한 한국피씨엘(주) 김소연 대표를 만나 왜 적십자사 입찰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4일 들었다.  

한국피씨엘은 적십자사의 지난 2월 1일에 공고가 난 면역진단시스템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면역진단은 헌혈 받은 혈액의 안전성 검사 중 하나다. 제한된 시간 내에 수혈 받은 다량의 혈액에 에이즈, B형 간염, C형 간염, 백혈병 등 4가지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에게 4가지 바이러스가 포함된 혈액을 수혈할 경우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피씨엘은 기존에 4가지 바이러스에 대해 한 번에 하나씩 키트를 만들어서 검사를 하던 것과 달리, 세계 최초로 4가지를 1번에 검사하는 다중 면역 검사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이 입찰에는 피씨엘을 포함해 LG화학 컨소시엄(시약은 LG화학과 영국 회사, 장비는 지멘스), 녹십자 컨소시엄(시약은 녹십자와 프랑스 회사, 장비는 지멘스), 한국로슈진단(주) 등 4곳이 참여했었다. 

 

 

▲ 김소연 한국 피씨엘 대표 ⓒ프레시안(전홍기혜)


"복지부와 산자부가 지원한 신기술, 정작 적십자사는 외면"

프레시안 : 공개 입찰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불공정하다고 생각됐나?

김소연 : 적십자사는 처음에는 우리 회사에 진단 기계를 설치하라고 했다. 그런데 LG화학과 녹십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지멘스사는 현재 적십자사에서 사용 중인 기계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했다. 현재 쓰고 있는 기계가 노후화되어 이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입찰인데, 이 업체는 기존 장비로 성능평가를 하면 기존 장비를 그대로 쓰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성능평가를 하지도 않은 새 장비를 쓰겠다는 것인가? 이런 조치부터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리 회사는 정작 기계를 설치하자 서류에서 탈락했으니 기계를 다시 철수하라고 했다. 기계를 작동 한번 안 해보고 탈락시켰다. 게다가 모든 연락을 문자로만 했다. 내가 적십사 측에 전화를 하면 받지 않았다. 10년 동안 개발한 기술인데, 어느 업체가 작동 한번 안 해보고 철수하라는 말에 '네, 알겠습니다' 하고 수긍할 수 있겠나. 

(적십자사 반론 : 면역검사시스템 노후장비 교체 사업은 규격.가격 동시입찰로 진행 중에 있으며, 규격평가는 서류/성능 평가로 이루어짐을 공지했다. 또한 서류 평가 부적합시 성능평가를 시행하지 않음을 공지했다. 피씨엘의 경우 서류평가 부적합으로 성능평가를 시행하지 않았다. 서류평가 상 공고된 규격에 맞지 않아 규격평가위원회에서 부적합 판정하였기에 성능평가를 시행할 수 없었다.)  

프레시안 : 피씨엘의 기술 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도 있었다고 들었다. 

김소연 : 우리가 개발한 다중 진단 기술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보건신기술로 인정했다. 또 우리 회사는 산업자원부에서 좋은 기술로 인정받아 국책과제 등으로 100억 원 넘게 정부 지원을 받았다. 기술 개발과정에서 적십자사의 지원도 있었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인데 정작 적십자사는 외면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 의학잡지에서 저희 기술에 대한 기사가 나기도 했고, 미국 적십자사와도 계약 여부를 논의 중이다. 미국 적십자사에서 한국 적십자사는 왜 이 제품을 안 쓰냐고 묻는다.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의 신기술을 국책 사업을 할 때 우선적으로 써주도록 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전자 전체를 시퀀싱하는 기술을 5년 동안 다른 나라에 팔지 못하게 했다. 일본 적십자사도 자국 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 기술을 보호한다.  

하지만 적십자사에서 우리 제품에 대해 신기술이니까 장기간 동안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하다고 한다. 채혈진단은 먹는 약이 아니라서 유효성이 중요하다. 또 원천기술은 내가 대학 교수로 있을 때부터 갖고 있었고, 회사를 창업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주력한 일이 대량생산과 제품 안전성 문제다. 적십자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공개 입찰을 선택한 이유는 어느 나라든 입찰의 성능평가는 굉장히 공정히 이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성능평가를 통과하면 가격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입찰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적십자사 반론 : 적십자사는 면역검사시스템 구매와 관련하여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 2016년 면역검사시스템 구매와 관련된 2017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일부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조치를 완료했으며 일부 외국 기업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지적한 사항인 2016년 사업 진행 초기에 장비의 시장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외국계 2개 회사(애보트, 지멘스)와 회의를 진행한 것은 당시 식약처 허가를 득한 장비와 4등급 시약을 가진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16년 시행된 면역검사장비 교체 관련 입찰은 외국계 2개 회사 모두 입찰 규격 및 가격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유찰되었다.) 

"복지부도 통제 못하는 적십자사...혈액 관리 독점의 폐해" 

프레시안 : 보건복지부가 적십자사를 관리, 감독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찰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인데도 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소연 :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신기술 인증 제품은 공공기관에 우선 구매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근거로 적십자사가 우리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까 강제 조항은 아니라고 한다.  

복지부 산업진흥과에서는 적십자사에 대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데, 담당인 생명윤리정책과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다. 적십자사 사업에 대해 복지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적십자사 직원들은 의사 등 전문가로 업무를 계속해온 반면, 복지부 공무원들은 담당자가 계속 바뀌니까 전문성을 갖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적십자사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도 외부 위원들을 잘 구성해 충분히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해외의 경우 혈액 사업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김소연 : 유럽의 경우, 혈액 관련 사업 관리는 적십자사가 아니라 주로 정부가 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헌혈만 하고 실제 혈액 관리는 혈액관리법에 근거해 정부가 한다. 우리나라도 혈액관리법이 있지만, 적십자사에 모든 권한을 위탁하고 있다. 

적십자사가 이런 행태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독과점에 의한 폐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적십자사에서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적십자사에서만 하니까 적십자사가 정하면 룰이 된다.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혈액사업 관리에서 평가와 실제 수행을 분리해야 한다. 

 

 

 

▲ 적십자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김소연 대표ⓒ한국 피씨엘



"적십자사 재공고도 문제 있다" 

프레시안 : 적십자사는 지난 4월 26일 불공정 의혹이 제기된 면역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기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업체에 부적격 통보를 한 뒤 당일 오후 바로 재입찰을 공고했다. 그리고 5월 3일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를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 현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재입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

김소연 : 공개 입찰에서 재공고는 규격을 전혀 바꾸지 않았을 때에만 가능하다. 3일 설명회에서 들어보니 3가지 규격이 바뀌었다고 판단한다. 이런 변경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던 A사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규격이 바뀌었으면 규격 공고를 다시 하고 규격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적십자사는 규격이 바뀐 게 아니라 '마이너한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입찰은 신규 장비로 5년 짜리 계약이다. 연장 되면 10년이 될 수도 있다. 장기간 유지되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평가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십자사 반론 : 5월 3일 재입찰에 따른 제안요청서 설명회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0조'에 의거한 재공고로, 재공고 입찰시에는 기한을 제외하고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에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 제안요청서 설명회에 타 업체도 참석을 하였지만 어느 업체도 본 재입찰에 대해 규격이 변경되었다고 얘기하는 업체는 없다. 다만, 이전 입찰에서 피씨엘이 제기한 소송이 기각되었으므로 다시 한번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해당 내용을 설명했다. *앞서 피씨엘은 법원에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4월 2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편집자주) 

특히 항원항체시약 문제는 항원, 항체를 검출하는 면역검사시스템과 유전자 검출이 목표인 분자진단 시스템은 서로 보완을 하며 감염혈액을 검출한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면역검사시스템과 분자진단시스템을 함께 도입하고 있다. 당시(적십자사의 혈액수혈연구원이 항원항체 시약의 문제성을 지적한 논문을 발간할 당시) 항원항체시약은 개발 초기 단계의 시약으로 일부 시약에서 위양성이 있다고 보고되었으나, 현재 개발되는 시약들은 민감도 면에서 항체만 측정하는 이전 세대 시약에 비해 더욱 우수하고, 위양성율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피씨엘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항원항체 시약 관련해서는 국내 식약처가 헌혈자검사 사용 허가한 4등급 시약으로 참가자격이 된 것이다. 또한 적십자사는 과거 2009년, 2012년에 시행한 시약입찰에서도 이미 녹십자, LG 국내 회사들의 HIV 항원항체 시약의 참여를 허용했으며, 공정한 성능평가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적십자사 입찰은 특정 업체를 위한 변경 사항은 전혀 없다.)  

프레시안 :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단체에서는 입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심사기준과 평가위원 등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업체의 로비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소연 : 관련 전문가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업체의 로비는 마음만 먹으면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이미 업계는 '갑'인 적십자사의 눈치를 알아서 보는 상황이다. 다른 계약을 통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원가보다도 낮은 값으로 제품을 납품을 하는 일도 있다. 

공정한 심사기준, 평가과정, 평가위원 등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진행한다면 '을'인 업체에서 어떻게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는가? 내 입장에서 적십자사의 재공고는 공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 없이 기존의 불공정성 문제제기를 무화시키고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뜻으로 밖에 안 보인다.  

(적십자사 반론 : 적십자사 전 직원이었던 위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혈액관리 실무 책임자로서 위촉이 되었다. 그 외 외부평가위원이 특정업체의 지원을 받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적십자사가 혈액 사업을 독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태에서 적십자사를 상대로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아 보인다.  

김소연 : 작게는 우리 회사의 문제이지만 다른 국내 의료기기업체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발판으로 글로벌 회사가 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기술 개발을 독려해야할 공공기관들이 노골적으로 국내 의료기기는 불편하다며 다국적 회사 제품을 선호한다. 문제는 근거를 가지고 정당하게 평가를 하는 제도도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고 편하고 익숙한 것만 찾는다. 가장 좋은 것은 써주는 것이다. 30년 전에 댜국적 회사 제품이 처음 들어왔을 때 그때는 불편한 것을 참아가며 써서 익숙해진 것이다. 신기술 제품이 성능에서 더 우수하다면 불편함을 참고 써야 한다. 

최근 한국 혈액백 시장에 세계 100여국에 혈액백을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인 프레지니우스 카비가 진출하는 것처럼 한국 시장도 커져서 해외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기업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에 가야 하나? 의료 산업계 전반에서 다국적 회사들이 완전 토착화 되어서 국내 기술을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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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

열심히 일한 정부 vs 놀고먹는 국회 (feat.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
 
임병도 | 2018-05-08 08:47:4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정부 1년,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온 세계가 주목하고 역사에 기록될 일이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국민 개헌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을 보면 답답합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하고 개헌 국민투표를 무산시켰습니다.

다른 여야 싸움이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개헌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건에 대해 직무 유기를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중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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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단독] “고문 뒤 석방 전날 성폭행” … 5월항쟁 38년만의 미투

등록 :2018-05-08 05:01수정 :2018-05-08 08:40

 

5·18 그날의 진실 ① 여성 성폭력·고문
전남도청 안내방송 김선옥씨 
딸에게 ‘5월 기억’ 힘들게 말해
옛 광주상무대 영창으로 연행
“내 삶은 5·18 때 멈춰 버렸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항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김선옥씨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38년 전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항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김선옥씨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38년 전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왜 또? 엄마, 할 말 다 안 했어?”

 

딸에게도 그 일만은 숨기고 싶었다. 그래도 인터뷰를 반대하는 딸을 설득해야 했다. 차마 말로는 하지 못하고 글을 적어서 보여줬다. “나를 차에 태워서 밖으로 나가서 밥을 먹인 뒤, 나를 끌고 여관으로 갔어요. 나는 그때 저항할 수가 없었어요. 스물세살 나를, 그 수사관이 짓밟고 나서….” 딸이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를 꼭 안았다.

 

5·18 민주유공자 김선옥(60)씨는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전날 딸(37)과 나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얼마 전에 여검사가 미투를 해서 38년 만에 나도 용기를 냈다”며 그동안 묻어뒀던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그는 운동권 학생이 아니었다. 전남대 음악교육과 4학년이었던 그는 5월22일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학생수습대책위원회를 맡아 도청에 들어갔다. 상황실에서 출입증, 유류보급증, 야간통행증, 무기회수 등의 업무와 안내 방송을 하는 역할을 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민주인사들을 가둔 뒤 고문했던 옛 상무대 영창은 과거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정대하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민주인사들을 가둔 뒤 고문했던 옛 상무대 영창은 과거 모습대로 재현돼 있다. 정대하 기자
계엄군이 광주 무력진압을 시작한 5월27일 새벽 3시. 그는 시민군 거점이던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왔다. 잠시 몸을 피했다가 창평중에 교생실습을 나갔던 김씨는 그해 7월3일 학교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에게 옛 광주 상무대 영창으로 연행됐다. “가니까 ‘여자 대빵 데리고 왔구먼. 얼굴이 반반하네. 데모 안 하게 생긴 년이. 너 이년, 인자 무기징역이다’라고 하더라고요.”

 

폭행과 고문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막 들어가자마자 발로 지겨불고(짓누르고) 엄청나게 때리더라고요. 여기 이마가 폭 들어간 데가 있는데 그때 책상 모서리에 찧어서 그래요. 피가 철철 나면서 정신없이 맞았어요.”

 

폭행과 고문으로 점철된 조사가 끝날 무렵인 9월4일 소령 계급을 달고 계장으로 불리던 그 수사관은 김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비빔밥 한 그릇을 사줬다. 오랜만에 본 햇살이 눈부셨던 날 김씨는 인근 여관으로 끌려가 대낮에 그 수사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전에 죽도록 두들겨맞았던 일보다도 내가 저항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지금까지 비참했어요. 자존심과 말할 수 없는 수치감….” 9월5일까지 꼬박 65일 동안 구금됐던 그는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김씨는 그 사건 이후로 삶이 산산조각 났다. 방황하면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딸을 임신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의 엄마는 충격을 받은 뒤 급성간암으로 세상을 떴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도 교직에서 쫓겨났다.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아무도 만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1981년 겨울 첫눈 오는 날 혼자 딸을 출산했다. 교육청에 진정서를 내 1983년 중학교 음악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5·18의 ‘5’ 자도 꺼내지 않고 숨어 살았다. 오직 딸이 삶의 전부였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터에 있던 상무대 영창의 원래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터에 있던 상무대 영창의 원래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그러다가 암에 걸렸다. 2001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아마도 가슴에 묻어둔 슬픔 때문에 생긴 병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때 처음으로 한 대학 후배한테 5·18 보상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배가 가져온 5·18 민주유공자 보상 신청서에 이렇게 적었다. “내 인생을 보상한다고요? 얼마를 주실 건데요? 무엇으로, 어떻게 내 인생을 보상하려고요? 뭘?” 보상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허망했다. 2010년 10월 딸이 결혼하고 난 뒤 이듬해 3월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처음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그에게 5·18은 현재형이다. “가끔 나 혼자 먼 데 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잠도 잘 못 자. 사람과의 관계도 잘 못하고. 남들은 결혼해서, 시가에서 남편하고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나는 5·18로 멈춰져버렸어요. 그 뒤로 딸 키우려고 아등바등 산 거밖에 없어. 할 이야기가 없어요.” 김씨는 “지금도 군인들이 나오는 영화는 잘 보지 못해요”라고 했다. “전두환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저놈 오래 살 것이다’라고 하면 딸이 막 웃어.”

 

80년 5·18 때 군인이 시민을 구타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80년 5·18 때 군인이 시민을 구타하는 모습. 5·18기념재단 누리집 화면 갈무리
김씨의 사연은 10일부터 광주시 서구 치평동 자유공원 안에서 5·18기념문화센터 주최로 열리는 ‘5·18영창특별전’에 공개된다. 23개의 광주 상흔을 담은 방 중 열번째 ‘진실의 방’에 ‘무너진 스물세살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그간의 삶을 드러내는 일에 동의했다. 이 방에 들어서면 한쪽 벽 전면에 꽃과 노랑나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비처럼 그가 받은 고통과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김씨는 “몇 달 전 미투 폭로를 보면서 그 나쁜 놈을 죽이고 싶었습니다”라며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43649.html?_fr=mt1#csidx3b8a03c78926459a338e54fb01cba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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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평가 ‘기울어진 전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정호 기자 leejh67@mediatoday.co.kr  2018년 05월 08일 화요일
 

40명 중 21명이 교수, 기울어진 국정평가 전문가

언론이 지난주부터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국정운영 평가기사의 근거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전문가’들이다. 중앙일보는 8일 1면과 4,5면에 걸쳐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주요 근거였다. 한국경제신문도 대학교수, 연구원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직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삼았다.  

우선 중앙일보가 내세운 40명의 전문가 중엔 교수가 21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나머지 19명의 전문가들은 금융계나 투자자문회사, 부동산 관계자, LG나 현대 등 재벌 연구소에 적을 두고 계신 분들이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도 빠지지 않았다. 경제의 다른 한 축인 양대노총 연구소나 시민사회단체 연구소 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세대별로도 2030세대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인물은 드물었다. 그나마 ‘직방 빅데이터랩장’정도가 2030세대를 시각을 대변할 수 있을까.

나머지 전문가도 금융권이나 재벌연구소 소속 

한국경제신문은 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확대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SK, 롯데, 삼성카드 등 재벌회사의 폭이 넓어졌고, 남성기전, 국민레미콘 등 중견기업의 CEO들이 일부 포함됐다. 3대 메이저 법무법인의 고문이 추가됐다. 한국관광공사나 한국마사회 회장 같은 공기업 대표가 들어간 것도 이상하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심판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뛰는 플레이어에 가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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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새 정부의 1년 국가운영을 한눈에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계량화에 매달린 나머지 5점 척도나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단순 수치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1년 경제정책 점수를 10점 만점에 ‘5.76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실상 낙제점’이라고 했다. 단순화는 어쩌면 언론의 숙명인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계량화된 수치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이날 4,5면에 걸쳐 <한국 경제성장률 3.1% 성공적? 세계 경제성장률은 3.8%>이란 제목으로 1년간 GDP 성장률을 평가했다. GDP만으로 경제성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 시작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GDP 타령인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에 부동산 거품이 심각했는데도 GDP 지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GDP 대안지표 개발이 활발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부터 1년여의 작업 끝에 ‘행복GDP’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건과 교육, 사회적 연계, 환경, 질병 등 8개 항목을 추가했다. 유엔이 평균수명과 문맹률 등을 토대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도 대안지표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정운영의 중심을 삶의 질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발연대식 국정운영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새 정부에게 GDP만 주워섬기는 건 낡은 잣대다.  

계량화에 매몰돼 ‘F학점’, ‘5.76점’ 자극적 남발 

굳이 중앙일보가 GDP 지표를 차용하더라도 세계 GDP 3.8% 성장과 한국 GDP 3.1% 성장을 맞비교한 것도 어색하다. 우리가 OECD에 가입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한국경제 성장률을 논하려면 OECD 평균과 비교하는 게 맞다. 한편 조선일보는 오늘 경제섹션 1면에 노동경제학자 남성일 교수의 입을 빌려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文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F학점’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문재인 정부 1년 평가기사 제목이다.  

한국경제 1면 : “文정부 對北정책 잘했지만... 경제는 기대 이하”
중앙일보 1면 : 기업 갑질 근절 잘했고, 최저임금 과속 무리수
조선일보 B1면 : “근로자 위한다는 정책이... 결국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
한국일보 6면 : 교육정책, 뒤집고 미루기 반복... 文 교육분야 긍정평가 30% 그쳐
경향신문 5면 : ‘코리아 패싱’ 우려 속 출범... ‘한반도 운전자’ 거쳐 ‘승부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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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문정인, 미국 대북협상준비 각 분야별로 박차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5/08 [02: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8년 5월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대담을 진행중인 문정인 특보 

 

최근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물론, 버시바우, 키신저 등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온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7일 JTBC뉴스룸에 나와 북미정상회담 관련 미국의 기류에 대해 느낀 몇 가지를 밝혔다.

 

손석희 사회자와 꽤 시간 대담을 나누었는데 그중 핵심은 일정은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느꼈으며 장소문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협상단이 각 분야별로 북과 조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전언이었다. 요즘 언론의 우려와 달리 북미정상회담 조율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더불어 문정인 특보는 중미관계를 정상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이번 면담에서 그가 '남북정상회담이 아주 잘 되었다'며 '설령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되더라도 남북관계는 독자적으로 발전해갈 수 있게 하여 북미관계까지 아울러 낼 수 있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는 말도 전했다. 의미심장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 현재까지 북미정상회담 준비 잘 되어가고 있어

 

먼저, 문정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철수문제는 북미회담 탁자에 없다면서도 미군감축 혹은 철수를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주한미군문제는 북미 사이에 논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제일주의에 따라 해외파병미군 비용을 줄이려는 자체의 계획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일 본지에 소개된 한호석 소장의 개벽예감 연재기사의 맥락과 비슷한 진단이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9445)

 

다음으로 문정인 특보는 현 북미정상회담에 전망에 대해 강경파 온건파 상관없이 미국 정계의 80%는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정리했는데 그간 북과의 협상에서 늘 미국이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라는 점과 트럼프 정부가 북과의 협상 경험도 부족한데다가 준비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었다. 이란과의 핵협상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를 했고 그와 관련된 문건만도 거의 10만 쪽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인데,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게 아주 세밀하게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에 나가니까 우려가 된다는 얘기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주변의 우려 때문에 회담추진에 난관이 조성된 것은 아니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의 우려에 신경쓰는 지도자가 아니라며 그 예로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제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인데 우리 특사단이 워싱턴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전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당시 참모들은 상당히 그것을 반대를 했답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초청장을 보낸 것 같은데 그것을 덥석 받는 게 좀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 부시 행정부, 오바마 행정부가 왜 북한 핵문제를 못 풀었는 줄 아느냐. 참모들 말 열심히 듣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 그렇게 해서 아주 흔쾌히 초청장을 받고 5월 내에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라고 하는 그 입장을 표명했대요. 그렇기 때문에 참모들이 역할을 하기는 하겠지만 그러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일종의 패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건 제가 볼 때는 그렇게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문 특보는 그러면서 북미 사이에 일정 조율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장소는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트럼프 정부에 강력하게 판문점을 제안했다고 말해다. 킨텍스에 3,000명의 내외신 기자가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고 보도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고 곧 남북미 3자정상회담으로 연결시켜 그 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장소가 판문점이라면 상징성이나 여러 측면에서 싱가포르보다 낫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장소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파탄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무리 미국이 원하는 장소라고 해도 사전 조율이 안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준비에 미국 행정부가 모두 나서서 노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벌써 미국에서는 보니까 국무부, 에너지부 그다음에 국방부 할 것 없이 다 팀이 구성이 돼서 상당히 밀도 있는 분석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미국이라는 나라를 우리가 그렇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선 협상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짚고 넘어갈 것은 다 짚고 넘어가고, 그다음에 어떤 문건을 채택하게 되면 그 문건도 아마 북한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깊게 짚고 넘어가고 미국이 손해보지 않는 그러한 행태를 보일 겁니다."

 

이런 문정인 특보가 전한 미국 기류를 보면 북미사이의 물밑 조율이 현재 구체적 단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정상회담은 이미 사전에 조율을 다 마치고 서명을 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 사전 의제조율과 합의가 관건인데 그 합의에 지금 북미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북은 그 어느 때보다 국력이 강해진 상황이다. 완전한 핵보유국 선언에 이어 경제개발집중 결정서까지 발표하였다. 지금도 날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제는 핵억제력구축에도 비용을 투자할 필요 없이 경제개발에 주력할 상황이 되었으니 북미관계가 어찌되건 북은 날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와 관계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데 북중관계까지 호전되고 있어 북은 이미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 위기가 심각하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밀려난 미국이 시리아전쟁에서도 패배를 당했다.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날로 커가고 중동에서는 이란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국들은 예멘반군도 제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의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날로 커져가고 있어 미국의 패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어 이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어떻게든지 막아내야할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데 미국 내부의 경제사정은 최악으로 악화되어 세계 경찰국으로서의 해외주둔 미군을 유지할 돈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 즉 사실상 전쟁상태에 있는 북이 핵무장력을 날로 강화해가고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든지 성사시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그런 기류를 문정인 특보도 미국에서 느끼고 온 것이다.

 

▲ 키신저가 두번째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는 모습 

 

 

✦ 키신저, 한국정부의 자주성 강조

 

손석희 사회자가 이번 방문 중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문정인 교수에게 '너무 트럼프한테 올인하지 마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분이 95세시거든요. 그런데 저랑 1시간 담소를 했는데요. 정말 지혜가 넘치는 그런 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foreign affairs에 제가 쓴 글을 읽어봤노라고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러면서 참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역사적 사건이다. 대단한 일을 해 놨다. 한국 사람들을 존경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한다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 그다음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그중에 아주 흥미로운 대목은 아까 우리 손 앵커님께서 말씀하신, 왜냐하면 제가 이런 질문을 했거든요. 지금 우리 남북 정상회담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북·미회담이 어려워지면 우리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들도 상당히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하니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잘 안 될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고, 그리고 이런 것을 짤 때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전략을 갖고 그래서 미국과 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어떤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게 상당히 좋다는 그런 말씀을 한 게 인상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 문제를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쓴 글 하고 또 다른 뉴욕타임스 기사들 이렇게 보니까 중국이 지금 포함되지 않은데, 중국은 한반도 옆에 있는 아주 가깝고도 큰 나라다. 그 가깝고도 큰 나라를 배제한다고 하는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종전 선언 과정에서도 그렇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개입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뒷동산 중남미에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쿠데타와 반미진보진영 대살육작전을 지휘했으며 베트남전 종전과 중미수교를 맺는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미국의 유대계 이익을 관철하는 핵심 인사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남북관계를 계속 잘 관리해서 북미관계를 다시 좋게 할 수 있도록 아울러 내야한다는 지적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내용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 "This man"이라고 비난하고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2차정상회담도 탐탁치 않게 여겨 결국 집권 말기에 가서야 겨우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키신저 장관이 남북관계는 북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계속 발전해갈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그 북미관계를 다시 호전시킬 중재자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우리 청와대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판문전 선언'을 발표한 후 만찬 건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는데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면서 그에 결코 주저앉지 말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똑같은 입장을 키신저가 밝힌 것이다.

 

이는 그만큼 미국의 핵심 수뇌부에서 한반도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미대결전이 거의 갈 데까지 간 상황이기에 여기서의 상황악화는 돌이킬 수 없는 북의 핵무장력 구축으로 연결될 것이 자명하고 자칫하면 전면전 유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북미사이에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그 과정에 밀고 당기기가 연출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남측이 과거처럼 미국의 대북압박에 무조건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안전망과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미국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부부의 양위안자이(양원제) 오찬 기념 사진

 

 

✦ 중미대결전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

 

키신저의 발언 중에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이다.

 

종전선언에 중국을 꼭 포함시켜 주기를 바라는 입장을 키신저 전 장관이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에게 유리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은 종전선언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는 데서도 발언권을 얻고자 하고 있다. 이런 중국에게 아주 듣기 좋은 말을 키신저 전 장관이 내놓은 것이다. 

 

미국은 북과의 관계는 개선하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대결전을 펴나가고 있는 중이다. 대만에 첨단 무기 수출은 물론 대사관을 열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 중국을 심각하게 자극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호주는 물론 베트남, 인도와 협력을 강화하여 남중국해, 인도양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미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미수교를 막후에서 주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 달래기 차원에서 내놓은 발언이 아닌가 싶다. 한편에서는 달래고 어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때리는 양면전술의 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키신저 전 장관이 긴 인생을 총 정리하는 과정에 그간 미국의 패권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진심으로 중국을 위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말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양상을 보면 그의 말이 중미관계를 다시 되돌리는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본지 해외 기고가 한호석 소장은 최근 연재기획기사에서 미국이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본격적인 패권다툼을 위해 북미관계를 일단락지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극이 너무 커져서 당장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데 미국이 더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북과 대결전을 펴면서 중국까지 상대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 결국 북미대립관계를 이제는 정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것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 북중정상회담에서 북중혈맹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갈 결심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은 지정학적 측면에서만 봐도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이다.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고서 주동적으로 북중관계, 남북관계 나아가 북미관계까지 풀어가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북은 유리한 고지에서 주변국과 협상을 진행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겠지만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한반도 운명과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합의들이 발표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언론에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불협화음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주동적으로 전개해갈 내용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북미관계,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수구반북, 사대매국세력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과 트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며 우리 정부가 주동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가도록 저극 밀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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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개벽예감 298>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05/07 [11:0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3.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밀사를 격찬한 까닭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밀사로 평양에 파견된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국무장관(당시 중앙정보국장)을 2018년 3월 30일과 31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그를 격찬했는지 당시에는 알 수 없었으나, 나중에 몇 가지 추가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까닭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의 배짱을 격찬한 것이 아니었다. 팜페오 밀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격찬할 만한 대단한 배짱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다가 밀사의 중책을 맡았고, 중앙정보국장에서 국무장관으로 승진한 심복관료에 불과하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를 받고,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었다. 

 

극비로 진행된 밀사파견 및 밀사접견의 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언론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에 관해 전한 보도기사들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30일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이 역사적인 장면은 2018년 4월 26일 쌔라 허커비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자기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사진이다. 접견장소가 어디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방북특사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가 아니라, 배경에 보이는 벽면장식을 보면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묵는 초대소인 듯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밀사접견은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과 경이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것부터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이었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2018년 4월 26일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평양에 보내면서도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예상을 뒤집고 그를 1시간 이상 접견하였다고 하면서,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극찬하였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백악관의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에게 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꺼내놓는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요구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였던 백악관은 너무도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받아 안고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상봉하게 될 트럼프 대통령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파격적이고 대범한 해결책을 전달받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2018년 4월 18일 “조미정상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겠다. 우리는 모든 게 해결되길 바란다. 아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고, 4월 12일에는 조미정상회담이 “아주 멋질 것(it will be terrific)”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으며, 4월 2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개방적(very open)”이고, “매우 존경할 만하다(very honorable)”고 칭송하였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팜페오 밀사가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간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 가운데서 제1단계인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다. <로동신문> 2018년 4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는 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중지하고, 북부 핵시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언명하였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도 전에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단계 비핵화조치를 짧은 기간에 급진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실무급 조미회담부터 개최하도록 지시하였다. <아사히신붕>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 당국자와 미국 핵전문가 등 3명이 2018년 4월 하순부터 약 1주일 동안 조선을 비밀리에 방문하였다고 한다. 

 

(3) 4단계 비핵화조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신고다. 핵신고는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얼마나 보유하였으며, 핵시설들이 어디에 있는지 신고하는 것이다. 핵신고에 의거하여 핵폐기의 범위와 방식, 핵사찰의 범위와 방식이 정해진다. 

 

주목되는 문제는, 핵신고조치가 전적으로 조선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조선이 핵신고를 제대로 하였는지를 사찰하지 못하고, 조선의 핵신고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조선이 핵물질, 핵무기. 핵무기운반수단을 은닉했는지 또는 은닉하지 않았는지 알 길이 없으며, 의심스러운 대상들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사찰할 수도 없다. 미국은 조선이 신고하지 않은 대상들에 대해서는 핵사찰을 할 수 없고, 조선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핵사찰을 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8년 5월 2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자신의 취임선서에서 “우리는 북조선 대량살상무기프로그램의 영구적이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종래의 용어를 영구적인 비핵화(permanent denuclearization)라는 새로운 용어로 바꾼 까닭은, 조선이 자율적으로 신고한 범위에 한정되는 비핵화가 완전한 비핵화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선이 앞으로 단행하게 될 비핵화가 완전한지 불완전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비핵화가 영구화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백악관의 난감한 처지가 영구적인 비핵화라는 새로운 용어에서 드러나 보인다.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면 굴복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가지 점에서 그런 우려는 기우다. 첫째,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 비핵화의 범위와 방식을 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조선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둘째, 조선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주면서 비핵화보다 더 중대하고 결정적인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이므로, 조선은 승리한 협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통속적으로 표현하면, 조선은 미국에게 네 개(핵동결, 핵신고, 핵폐기, 핵사찰)를 주고, 열 개를 받아낼 것이다. 

 

(4) 조선이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열 개는 무엇일까?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할 것,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말 것,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것,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 조선과 국교를 수립할 것, 대조선제재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조선은 미국으로부터 열 개를 받아내야 하는데, 위에 열거한 것은 여섯 개 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하지 않는 네 개를 손꼽으면,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동맹 포기다. 여기에 열거한 네 가지 사안들은 조선이 한반도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상의 목적으로 제시해온 것이며, 1970년대 이후 미국에게 끊임없이 제기해온 가장 중대한 요구들이다. <사진 2>

 

▲ <사진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밀사를 접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열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였을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섯 가지 요구조건만 제시하였다. 더욱이 대조선적대정책 폐기, 한미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동맹 포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네 가지 요구조건들은 결국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로 수렴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여섯 가지 요구조건들을 이행하게 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팜페오 밀사는 그 여섯 가지 요구가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요구를 순순히 받았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가리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다. 위의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지도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그 회의에서 핵동결조치를 전격적으로 천명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처럼 중대한 네 가지 요구들은 결국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로 수렴된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면,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자연히 중지될 것이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사문화되어 한미동맹이 해체될 것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도 폐기될 것이므로, 철군문제로 수렴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국가안보문제와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문제는 물론이고, 우리 민족의 최대 염원인 한반도 통일문제도 철군문제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와 <아사히신붕> 2018년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밀사접견 중에 주한미국군 철수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군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까닭은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위에 열거한 여섯 가지 요구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이 핵전략자산을 한국에서 철수하고, 한미합동군사연습에 핵전략자산을 투입하지 않고, 재래식 무기 및 핵무기로 조선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조선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면, 주한미국군은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며, 한국의 친미세력이 계속주둔을 간청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른 체하면서 철수할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국군 철수라는 명시적 요구를 팜페오 밀사에게 제기하지 않고, 주한미국군의 존재근거와 존재가치를 박탈하는 여섯 가지 요구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를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여섯 가지 요구를 받은 팜페오 밀사는 그 여섯 가지 요구가 사실상 주한미국군 철수요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채, 그 여섯 가지 요구를 순순히 받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밀사를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팜페오 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가리켜 “내 배짱과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격찬한 것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전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사를 받아가는 전달자 노릇만 하였으므로, 아무런 의견도 제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기 때문이다. 팜페오 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철군결심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다.  

 

 

2.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결심을 세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받기 전에, 철군을 결심하였음을 말해주는 몇 가지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미국 언론매체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한창 긴장이 고조되었던 때, 트럼프 대통령은 “남한에서 미국군 가족들을 철수시키는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존 켈리(John F. Kelly) 비서실장은 “그렇게 되면 북조선에 대한 군사공격이 임박하였다는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그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고, 그 명령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당시 태평양사령관에게 하달되었다. 미국 언론매체 <호놀룰루 스타-애드버타이저> 2018년 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당시 태평양사령관은 2018년 2월 14일 연방의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발언하면서 로벗 브라운(Robert B. Brown) 태평양육군사령관이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2018년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가족들 가운데서 자원한 100명을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다시 미국 본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집중통로(Focused Passage)’라는 명칭의 훈련이 2018년 4월 셋째 주에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봄에 진행된 소개훈련의 한 장면이다. 이 사진 속에 보이는 사람들은 한국에 체류 또는 거주하는 미국인 민간인들이 아니라 군복을 벗고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입은 주한미국군 병사들이다. 그들은 여객기처럼 내부좌석을 개조한 군용 수송기에 주한미국군 병사를 싣고 긴급히 주일미국군기지로 대피시는 훈련을 하였다. 이런 소개훈련은 연례적으로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2018년 4월 셋째 주에 진행된 '집중통로'라는 명칭의 훈련은 주한미국군 가족들 가운데서 자원한 100명을 주일미국군기지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다시 미국 본토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이동시키는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특이한 훈련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평화분위기가 조성된 마당에 미국이 왜 주한미국군 가족을 미국으로 철수하는 훈련을 강행하였는지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 훈련은 임박한 한반도 전쟁위험에 대비하여 한국의 미국 민간인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기존 ‘비전투원소개작전(NEO)’을 훈련한 것이 아니라,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한 철수훈련,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때 그 가족들도 함께 철수하는 훈련을 사상 처음 진행한 것이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미국군 전원철수를 명령(ordering the withdrawal of all U.S. troops from the Korean Peninsula)”하려고 하였는데, 존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자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열띤 언쟁(heated exchange)”을 벌였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된 날은 2018년 2월 9일이었으므로, 위에 서술된 두 가지 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월에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와 주한미국군 가족 철수문제를 백악관 참모들에게 제기하였는데, 켈리 비서실장이 강하게 만류하는 바람에 실행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서실장이 만류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일본 언론매체 <요미우리신붕> 2018년 5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7일과 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휴양소에 아베 신조(安培 晋三) 일본 총리를 초청하여 담화하는 중에 그에게 주한미국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했을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간파한 아베 총리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반대한다고 해서 자기 결심을 내려놓을 사람이 아니다.

 

(3)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였다.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 감군방안(options for drawing down American troops in South Korea)”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명령은 미국 국방부와 다른 정부기관들의 관리들은 당황케 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그 보도기사가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이미 결심(Mr. Trump has been determined to withdraw troops from South Korea)하였으므로”, 감군방안이라는 용어보다는 1단계 철수방안이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주한미국군은 한꺼번에 철수하지 않고, 3단계에 걸쳐 철수할 것인데, 단계적 철수과정에서 1단계 철수는 외견상 병력감축과 구분되지 않는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하였을 때, 그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격려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웃는 사람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초 미국 국방부에게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미국 언론매체는 감군방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3단계 철수과정 중에서 제1단계 철수방안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지금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주한미국군 제1단계 철수방안을 준비하는 중이다. 그들이 철수방안을 마련하면, 매티스 국방장관을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방안보고를 검토하고 철수명령서에 서명하면, 곧바로 주한미국군 제1단계 철수가 시작된다. 연방의회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매티스 국방장관은, 위의 보도기사가 지적하였듯이 당황하였다. 하지만 켈리 비서실장과 달리 처세술에 능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만류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밀리터리닷컴> 2018년 4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한 폴란드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직전 취재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국군 철수는 “우리가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 논의할 문제의 일부이고, 물론 북조선과의 협상에서도 논의할 문제의 일부다. 지금 나는 그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관한 전제조건들이나 추정은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그 과정을 따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협상의제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미국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철군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한 것이다. 

 

위에 열거한 언론보도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기 훨씬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기로 결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2016년 하반기 미국 대선유세 중에도 주한미국군 철수의사를 몇 차례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한미국군 철수요구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주한미국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조미정상회담에서 철군문제를 협상카드로 꺼내놓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4일 백악관 취재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군대는 협상카드가 아니(Troops are not on the table)”라고 말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기하였을 때, 각료들 중에서 켈리 비서실장이 반대하였고, 그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켈리 비서실장이 철군문제를 놓고 심한 언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이민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놓고서도 의견충돌을 빚었는데, 갈등이 증폭되자 켈리 비서실장은 제3자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idiot)”라고 욕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에게 불충한 그를 비서실장직에서 사임시키려는 생각을 굳혔으며, 대통령 직권으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철군계획을 수립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8년 5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 회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국군 감군방안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3일부 보도기사를 “생판 허튼 소리(utter nonsense)”라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기사는 “그 문제의 심의에 관한 설명을 들은 여러 사람들(several people,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 - 옮긴이)”이 <뉴욕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해준 것이므로, 추리소설이 아니라 확실한 정보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철군을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한 기밀이 뜻하지 않게 미국 언론에 유출되어 한국과 일본이 충격으로 소란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므로, 그런 ‘진화발언’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3. 단계적 철군 촉진시키는 트럼프의 인도양-태평양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철군을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한 기밀이 미국 언론에 유출되자, 청와대는 까무러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화발언’을 늘어놓았다. 철군공포에 사로잡힌 한국의 친미언론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화발언’에 박자를 맞춘 유언비어를 쏟아내었다. 이를테면, 평화협정과 주한미국군은 무관하다느니, 섣불리 철군문제를 제기하여 안보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느니, 주한미국군 문제는 동북아시아 안보문제라느니, 조선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국군 계속주둔을 용인할 것이라느니, 지난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대중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주둔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남북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주둔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는 유언비어를 조작, 유포한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가릴 수 없고, 진실은 감출 수 없다.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난다.  

 

(1)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에게 완패하였다.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이 전투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하는 것처럼, 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은 대결지역에서 주한미국군을 철수해야 한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조미관계에서 바로 그 법칙이 작용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2) 철군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게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을 전담시키려는 압박카드라느니,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에 불과하다느니  하는 허튼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계적 철군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중시전략(Pivot-to-Asia Strategy)을 대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흔적을 지워버리려고 애썼다. 그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가들은 2017년 10월 초부터 아시아중시전략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초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는 중에 “인도양-태평양”이라는 말을 몇 차례 꺼내놓았다. 특히 2017년 11월 10일 베트남 다낭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Forum) 연설에서 그는 “영예롭게도 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양-태평양을 위한 우리의 전망을 함께 나누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인도양-태평양에서 아주 오랫동안 우호국, 동반자, 동맹국이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호국, 동반자, 동맹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주한미국군 전투병들이 전투 중에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가상한 동료전투병들을 질질 끌면서 퇴각하는 후송훈련장면이다. 원래 이런 후송훈련은 의무병들이 하는 법인데, 주한미국군은 전투병들이 후송훈련을 한다. 그들은 전쟁이 나면 싸워 이길 생각은 하지 못하고, 퇴각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주한미국군의 존재가치는 급속히 감소되었다. 이것은 그들이 주둔하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관문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감소되면서 일어난 필연적인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양-태평양전략은 바로 그런 변화된 정세 속에서 미국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밝혀준 중요한 문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한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바로 그런 국가안보전략의 변화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2017년 12월 18일 대통령 명의로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문서에 집대성되었다. 미국에서는 이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양-태평양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이라고 부르는데, ‘자유’와 ‘개방’을 운운하는 것은 그들의 상투적인 어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지전략적(geostrategic) 범위를 서태평양에 한정시켰던 기존 아시아-태평양전략을 버리고, 지전략적 범위를 서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확장한 것인데, 인도양-태평양전략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의 배경으로 되는 부분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이 펼쳐질 무대는 유라시아대륙이 아니라 유라시아대륙 바깥 테두리(outer rim)다. 서태평양과 인도양은 유라시아대륙 바깥 테두리를 둘러싼 대양들이고, 한반도는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육지관문이다. 인도양-태평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급속한 국력팽창으로 미중관계의 전략적 균형이 깨지면서 그 육지관문의 전략적 가치는 급격히 감소되었고, 서태평양과 인도양의 전략적 가치는 급격히 증대되었다. 미국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육지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육지관문 포기는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한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양-태평양전략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의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런데 국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진 미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에서 단독역량으로 기존 패권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은 미일안보체계에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4자 안보협력체계(quad security cooperation system)를 구축하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일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고, 미호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여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고, 인도와 안보협력관계를 새로 맺어 인도양에서 중국의 해양지배권 확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유라시아대륙의 동쪽끝 육지관문을 지배하기 위해 유지해온 한미동맹체제는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완패한 이후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였으므로, 그것을 포기하고 중국과 맞붙은 서태평양-인도양 해상지배권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 4각 안보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4각 안보협력체계에 역량을 집중할수록,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주한미국군은 철수의 외곬으로 내몰리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18일 자신의 명의로 발표한 인도양-태평양전략은 그가 평창동계올림픽 이전에 철군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가 말했듯이, 철군문제는 협상카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서태평양-인도양 해상지배권 쟁탈전이 날로 치열해지는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를 모른 체하면서 어느 날 주한미국군 1단계 철수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조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주한미국군이 1단계 철수를 시작하면, 한반도에서 자주통일의 새로운 환경이 급격히 조성될 것이다. 평화징후와 철군징후를 미리 간파하고 통일국가건설의 대사변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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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 이질성,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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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5/07 10:05
  • 수정일
    2018/05/07 10:0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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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민족주의포럼 국학강좌(4), 박용규 ‘국학과 언어’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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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7  08: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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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18일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개최한 ‘2018 국학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현재 우리 민족의 경우 남북으로 국토, 국가, 민족이 분단되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언어가 분단되어 있지는 않다. 언어는 민족의 혼을 담는 그릇이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인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국학과 언어’를 주제로 한 ‘2018 국학 월례강좌’ 다섯 번째 강좌에서 일제하 우리 말과 글을 지켜온 ‘조선어학회’와 이극로 선생을 집중 조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4월 18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주최하고 통일뉴스가 후원한 월례강좌에서 ‘국학과 언어 - 말은 민족의 얼이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극로 “국학, 조선 고유의 학문

   
▲ 박용규 연구교수는 조선어학회와 조선어학회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국학과 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먼저 국어학자들의 ‘국학(國學)’에 대한 개념 규정을 소개했다. 이극로 선생은 국학을 “말과 글 그리고 역사와 지리 등의 조선 고유의 학문”으로 규정하고 “자기를 바로 인식”하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정열모 선생은 “국학이란 것은 민족단위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의 총칭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개 민족의 문화 전체를 연구하는 학을 그 민족의 국학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국어, 국사의 연구가 국학의 전체는 아니다. 정치, 문학, 공예, 심지어 의복 음식까지 그 모두가 국학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고 광의적 해석을 내놓았다.

박 교수는 “나와 이웃,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국학이 아닌가. 우리 국학의 양대 기둥은 국어학과 국사학이다”라고 정의하고 “언어분야 국학자는 주시경, 김두봉 선생, 이극로, 최현배, 이윤재, 이병기, 신명균 선생 이런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언어분야의 국학자들 전부가 나철 선생이 중광한 대종교를 모두 믿었다. 놀랄만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 말살 정책에 대해 “일본인들이 왜 일본어와 일본사를 강조했느냐. 우리민족을 영구히 일본인으로 만드는 거다. 노예로 만드는 거다”며 “제국주의 나라들이 다른 나라를 쳐들어갈 때 두 개 과목(국어, 국사)을 반드시 부수는 거다. 영국이 그랬고, 독일이 그랬고, 러시아가 그랬다. 일본은 영국과 독일을 카피한 나라다”고 설명했다. “결국 38년에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시켰다”는 것.

조선어학회, 민족어 3대 규범집과 <조선어대사전>

   
▲ 조선어학회가 1935년 8월 서울 우이동 봉황각에서 개최한 ‘표준어 사정 제2독회’에 참석한 한글학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자료사진 - 박용규]

박 교수는 “일제의 조선어와 한글 말살 정책에 맞서 조선어연구회를 이은 조선어학회는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한글운동을 전개하였다”며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은 일제의 우리 말글 언어독립투쟁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조선어학회의 최대 업적인 “민족어 3대 규범집, <한글 맞춤법 통일안>,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은 다가올 민족국가 즉 독립국가에서 곧바로 국어 규범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항일투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규범집은 해방 후 남북한에서 국어규범집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언어적 이질성으로 갈라지지 않고 공통의 언어를 유지하게 한 결정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

박 교수는 또한 “1942년에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의 뜻풀이가 담긴 <조선어대사전>을 기어코 출판하여 민족어를 영구히 유지하고자 하였다”며 “이를 간파한 일제는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켜, 조선어학회의 회원 33명을 검거하여 탄압하였다”고 짚었다.

16만 어휘를 뜻풀이한 <조선어대사전>은 일제의 탄압으로 발간되지 못했지만 해방 이후 6권의 <조선말 큰사전>으로 출간됨으로서 뒷날 남북한 국어사전의 모범이 되었고, 국어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일제는 1942년 국내의 ‘조선어학회 사건’과 만주의 ‘대종교 임오교변’을 일으켜 국어와 국교(國敎)의 말살을 기도했다. 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최현배, 신명균, 권덕규, 정열모, 이병기 등 국어학자 주요 인물들이 대종교 신자인데다 조선어학회 사건의 발단도 일제가 대종교 윤세복 도사교(교주)와 이극로 한글학회 간사장이 주고받은 서신을 꼬투리 삼아 일으켰던 것.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3인이 검거돼 이윤재, 한징 선생이 옥사하고 6년형을 선고받은 이극로 선생을 비롯해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선생 등 4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임오교변의 경우 윤세복 도사교 등 25명이 검거돼 안희제 선생 등 10명이 옥사해 임오십현으로 불리고 있으며, 윤세복 등 6명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 이극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용규 연구교수가 평양 애국열사릉에 안장된 '리극로 선생'의 묘소를 배경으로 강연하고 있다. 이극로 선생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과 최고인민회의 삼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내 한때 남쪽에서는 금기시된 인물이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극로 연구를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던 박 교수는 주시경, 김두봉에 이어 이극로의 언어관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이극로, 이윤재, 신명균, 최현배 네 분이 핵심인사”라며 “일제 판결문에는 항상 네 분이 중심이 돼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이극로가 중심인물이라고 제시했다.

이극로 선생은 당시로는 유일하게 베를린대학 유학 시절(1922.4∼1927.5) 부전공으로 언어학을 선택했고, 몽고어도 배웠다. 또한 언어학과 음성학의 대가인 위를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조선어 음성을 실험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역정은 자전글 <고투사십년>(1947)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 교수는 “그는 조선어와 한글의 연구와 보급을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과 동화정책에 대한 저항의 차원에서 전개하였다”며 “그의 언어관은 ‘언어 민족 일체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 언어 민족 일체관은 언어의 흥망이 민족의 흥망과 일체한다는 관점”이라고 정리했다. ‘모국어의 유지를 통해 민족과 민족성을 보존하자’는 주장이라는 것.

박 교수는 이같은 이극로의 언어와 민족관의 형성에 대해 “1910년대와 1920년대 만주와 중국에서 주시경의 제자인 김진(김영숙)과 김두봉과 함께 보냈다”는 점을 꼽고 “일제강점기인 1911년에 대종교에 입교해 대종교 3대 교주 윤세복의 뒤를 이어, 대종교 제4대 교주로 촉망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극로 선생은 특히 “첫째, 국어사전을 편찬하자. 둘째, 우리글을 국한문으로 섞어 쓰지 말고, 국문으로만 쓰자. 셋째, 우리글을 가로로 쓰자”라고 실현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 주장은 해방정국 이후에 결국 이렇게 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극로는 민족어인 조선어를 조선의 학교와 학생에 보급하여 영구히 유지하며, 이를 통해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을 향상시켜 독립을 쟁취하는 전망을 심어주고자 하였다”며 해방 후는 “언어를 순화하고 발달시킨다는 것은 민족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이겠으며 언어가 망한다면 민족이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극로 선생은 조선어사전 편찬회를 조직하는 것부터 착수해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 핵심적 역할을 담담하는 등 “14년간 언어독립투쟁을 일관되게 이끌어나갔다”고.

박 교수는 “독립의 준비물로 쓰여진 게 조선어학회 3대 언어 규범집이고 조선어사전이다. 해방된 조국 남북에서 바로 쓰여지게 되는 거다”며 “얼마나 이극로가 주도면밀했는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14년 간의 결론은 함흥형무소 행이었다. 그러나 이 분이 북한에 계셨기 때문에 초대 무임소 장관으로서 북한에서 국어정책을 훌륭하게 잘 했다. 결국 말년에는 빛을 봤다”고 말했다.

이극로 선생이 남쪽에서 조명받지 못한 것은 북한에서 무임소 장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조국전선 의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고위직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냉전시기 터부시됐기 때문이다.

“우리 간판,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

   
▲ 우리 사회에서 한글 간판보다 영어 간판이 각광을 받는 세태가 보여주듯 한글이 처한 현실에 대한 참석자들의 안타까움도 질문에서 묻어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 교수는 일제시기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한글 수호투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방된 조국이 분단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한글이 수난받고 있다며, 시급한 현안들을 제시했다.

신영철, 이중화 선생 독립유공자 지정에 앞장서 왔다는 박 교수는 “현재까지 조선어학회 선열 33인 가운데 24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되었다”며 나머지 분들도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윤재 선생의 경우 “일본 동양대학에 들어가서 조선어 사전이 없다는 말을 듣고서 혼자서 10만 어휘를 수집해서 38년에 한글맞춤범 통일안, 표준말에 입각해서 사전을 냈다. 해방이후 베스트셀러 <국어사전>이었다”며 “그런데 이 분의 업적이 왜 없어졌느냐. 이분도 납북이 됐다. 납북자명단에 확인되지 않아 1급 훈장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우리 간판을 보면 이게 독립국가라고 볼 수 있는지 중국의 연변보다 못하다”며 “간판과 관계된 법률도 있는데 벌칙 조항이 없다”고 지적하고 “정말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영어 남용을 반대하는 뭔가 큰 단체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한 동포들이 사용하는 말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쓰는 말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의 조속한 완수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언어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당시 “통역이 필요 없었다”는 경험을 소개하고 “끊임없이 교류만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립국어원과 한글학회가 제 역할을 수행해오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요 국어학자들의 전집 발간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강좌는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다음 강좌는 <전환 이야기>의 저자 주요섭 한실림연구소 사무처장이 ‘국학과 동학 - 수운의 다시 개벽’을 주제로 5월 17일 오후 7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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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독식 정치’는 이제 그만

[도우리의 미러볼]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가뭄 현상에 대하여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5.04 16:52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가뭄이다. 곧 치를 6.13 지방선거 이야기다. 지방정부의 수장인 광역자치단체장 공천 후보 중 여성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통틀어 단 1명에 불과하다. 표방하는 이념이나 색깔은 달라도 여성 후보 가뭄 현상은 집권 여당이나 제 1, 2 야당 할 것 없이 같다. 성별뿐 아니라 나잇대도 모두 50대 중반 이상으로 편향돼 있다. 중산층 중년 남성층만 득시글한 정치판, ‘아재 정치’의 문제가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시한 지방선거 공천 후보

뿌리 깊은 아재 정치

지방 정치에서의 ‘아재 정치’는 유구하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총 6회의 지방 선거를 치르는 동안, 지방 정부의 광역자치단체장과 시·도지사로 선출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도 총 1378명 중 여성은 21명(1.52%)에 불과했다. 중앙 정부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20대 국회 기준, 17%)에 비해 턱없이 낮다(이마저도 세계의원연맹 기준 193개국 중 116위다). 당선자 평균 연령도 50대 중반 이상, 평균 학력도 대졸 이상이 대부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중산층 중년 남성층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역구 기초의원 여성 당선자 비율만큼은 2014년 지방선거 기준 25.5%로 높은 편이다. 기초의원 직책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 의회 직책에 비해 적은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가부장-안사람 구도로, 중대한 업무와 결정권이 남성에게 편향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남반장-여부반장, 남교장-여교사 등의 사례들이 있다. 왜 이러한 정치의 ‘아재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바른미래당이 공시한 광역단체장 후보

견고한 아재 정치 네트워크

현재 공천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여성 후보에게 딱히 불리한 요소는 없다. 문제는 제도의 운영 주체가 남성 기득권이라는 점이다. 비례대표 공천 시 홀수 순번에 여성을, 짝수 순번에 남성을 할당하는 제도인 남녀 교호순번제가 대표적 사례다. 남녀교호순번제는 비례대표제 명부 작성 시 ‘비례대표 여성 의원 50%할당’이라는 규정을 지키면서도 여성 공천 후보를 당선 가능권 벗어난 쪽에 몰아 넣는 편법의 횡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구속력이 없고, 시·도의원 선거에만 적용토록 돼 있다. 하물며 권고 수준에 머무른 지역구 여성의원 30% 할당제를 지키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여성 후보 가산점 제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할당제가 의무화되지 않은 가산점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공천은 관련 서류만 잘 갖추고, 열심히 발품만 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의 인맥 및 인프라 등의 적극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네트워크를 기득권 남성들이 쥐고 있다 보니 여성 후보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게다가 경쟁력 있는 기존 여성 후보를 배제시키기 위해 신입 여성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공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여성 후보를 배제한 사례들도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애초에 여성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제6회 지방선거 성별 당선 비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략공천은 역차별이다?

이번 인천 부평구청장 인천시장 선거에서 사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홍미영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했다. SNS에서 ‘메갈 후보’로 낙인 찍힌 탓이 컸다. ‘비겁하게 전략공천의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전략공천이 기존에 지역구에 헌신한 예비 후보자들을 좌절시키므로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여성 공천 후보에 대한 전형적인 비난 논리다. 하지만 전략공천은 공고한 기득권 장에 사실상 입성이 불가능한 약자를 끌어주기 위한 적극적 조처다. ‘지역구 헌신 후보’가 애초에 지역구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남성중심적 정치판이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란 믿음 덕분이다. 무엇보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역구 헌신 후보’의 노고만 말할 뿐, 정작 유권자들의 ‘다양한 후보 선택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적인 것이 개인적인 것이다

‘아재 정치’는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것만으로 대의성을 높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아재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하다. 대표적 사례가 ‘미투 고발’ 흐름이다. 특히 미투 고발로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사례는 가부장 중심 정치의 폐해가 정당의 이해에도 커다란 리스크가 된다는 교훈을 줬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이다. 바꿔 말해, 정치적인 것은 개인적이기도 하다. 아재 독식 정치는 미투 운동처럼 정치 혐오와 냉소, 구태와 적폐의 지속 등 우리 사회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여성뿐 아니라 정치권 내 ‘아재층’에 속하지 않는 청년, 장애인, 다문화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야 하는 이유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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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으로 변한 낙동강 바닥, 산소 거의 없고 뻘 속 실지렁이 가득

[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현장 조사] 4급수 생물 다량 발견... 수문 개방한 금강과 차이 보여

18.05.06 15:53l최종 업데이트 18.05.06 16:32l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줄지렁이'(위)와 '실지렁이'(아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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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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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 현장. 삽으로 두 번 뜬 뻘(흙)에서 4급수 수질에 사는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무더기로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해 '시궁창'이라는 사실이 또 증명된 것이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낙동강 현장조사에서는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바닥이 썩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무더기로 나온 '실지렁이'와 '줄지렁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삽으로 뻘을 두 번 떠왔고, 손으로 흙 속을 살펴보았다. 그 속에서 가느다란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나왔다. 숫자로 헤아려보니 모두 8개체였다.

1㎡ 기준으로 본다면 적어도 줄지렁이와 실지렁이가 70~80개체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근 국장은 "강 가장자리에서 5m 정도 들어가서 뻘을 삽으로 떴다. 밟아보니 뻘층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며 "강 바닥 전체가 뻘층으로 코팅된 것이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는 "물이 고여 있는 습지나 물흐름이 없이 정체된 곳에서 주로 실지렁이와 줄지렁이가 서식하고, 이 생물은 4급수 서식 생명체다"며 "이 생명체가 다량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낙동강 수생태계 건강성이 '불량' 직전 상황임을 말해준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전 낙동강은 모래층이어서 일부 정체된 곳을 제외하고 실지렁이 등이 서식하지 않았다"며 "실지렁이가 나왔다는 것은 낙동강 환경이 최악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지렁이는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서식하고, 산소가 별로 없는 곳에서 잘 산다. 쉽게 말해 오염된 곳을 좋아하는 생명체다. 따라서 축산폐수나 생활폐수가 많은 곳에 많이 발견된다"며 "낙동강 전체에 실지렁이가 어느 정도 분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현장조사 결과 다른 지역에서도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뿐만 아니라 '깔다구' 등이 발견되었다. 환경운동연합이 5일 벌인 낙동강 칠곡보와 달성보 상류 조사에서도 이들 생명체가 나온 것이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6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에서 뻘층의 흙을 삽으로 떠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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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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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바닥은 산소 거의 없는 상태

낙동강 강바닥은 산소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팀이 이날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바닥의 산소량을 측정한 결과, 수심 8.17m 아래에서 용존산소량은 0.06ppm으로 나왔다. 이는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팀이 5일 벌인 조사에서 칠곡보 상류는 0.13ppm, 달성보 상류 1.3ppm, 합천창녕보 상류는 0.08ppm으로 나왔다. 박 교수는 "이 정도 수치를 보였다는 사실은 강 바닥에 산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생명체가 전혀 살 수 없다는 뜻으로, 물고기가 산란을 할 수 없는 공간이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6일 박 교수팀은 창원·함안 일부 지역에 공급하는 원수를 취수하는 칠서취수장의 강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곳 용존산소량은 3.8ppm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흔히 용존산소량 4ppm 정도면 급수할 수 없고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다. 칠서취수장은 4ppm에 가깝다. 이곳 물은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공급하고 있는데, 그만큼 수질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 바닥은 오염된 뻘로 코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오염된 퇴적물이 산소를 잡아먹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유기물이 더 쌓여 점점 더 수질이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  박창근 교수팀이 6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강 속의 용존산소량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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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  6일 박창근 교수팀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 700m 지점에서 측정한 강바닥의 용존산소량에서 0.06ppm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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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상황이 너무 다른 금강 세종보

낙동강 상황은 금강 세종보와 비교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세종보와 낙동강 창녕함안보, 합천창녕보 등에 대해 수문 개방을 했다. 그런데 창녕함안보와 합천창녕보는 주변지역 '지하수 저하' 등의 민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수문 개방을 중단했다.

세종보는 계속해서 수문 개방을 해오고 있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세종보 일대는 자연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염형철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세종보는 지난해 11월 13일 수문 개방 이후 변화가 생겼다. 강바닥이 고운 모래로 돌아오고 있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며 "그 곳은 낙동강 상황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해 11월 수문을 개방하면서 주변에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시커먼 뻘층으로 인해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민원이 있었다"며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런 민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창근 교수는 "세종보도 이전에는 뻘층이 많이 쌓여 있었다. 수문을 열면서 하류로 흘러 내려 갔고, 지금은 고운 모래가 쌓이고 있다"며 "보 수문이 닫혀 있는 상태는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호수다. 수문을 열면 수질이 개선되고 모래도 되살아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보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 수위 저하 등 영향'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 박 교수는 "4대강사업 하기 전인 '하한수위'까지 수위를 낮추어도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은 환경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올해 연말에 정부는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보 철거를 하게 된다면 낙동강 창녕함안보가 1순위가 될 것이다"며 "상수원인데다 녹조가 번식하고, 안전성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이번 금강, 낙동강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 '보 철거'와 '재자연화' 등을 촉구하기로 했다.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수서생태학 전문가인 박정호 코리아에코웍스 대표(강원대 외래교수)가 낙동강 창녕함안보 좌안 선착장 부근의 뻘층에서 나온 4급수 생물인 '실지렁이'와 '줄지렁이'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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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관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  6일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이 벌인 금강, 낙동강 현장조사에서,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교수와 신지은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국장,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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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동강#창녕함안보#환경운동연합#금강#대한하천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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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5개 국어로 번역한 대학생들, “한반도 평화 기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07 08:43
  • 수정일
    2018/05/07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판문점 선언’ 지지 성명서도 함께 공개

김세운 기자 ksw@vop.co.kr
발행 2018-05-06 15:08:48
수정 2018-05-06 15:08:48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한국외대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학생들이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5개 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5개 국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5일 공식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70년 분단이라는 아픔의 역사에 불어오고 있는 평화의 바람을 맞이하여,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판문점 선언’을 6자 회담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여 그 내용을 알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미 여러 외신에서 판문점 선언을 번역한 선례가 있지만 다시 우리의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번역하는 것은, 학생의 사회 참여가 생기를 띌수록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라면서 “온 겨레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의 역사가 영원토록 깃들길 기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판문점 선언문’을 지지하는 취지의 성명문 ‘70년 분단의 역사, 평화의 울림은 지속되어야 합니다’를 함께 공개하며, 국회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협력해 평화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외대가 공개한 ‘판문점 선언’ 5개국어 번역 보러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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