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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문가, 힐러리가 당선되면 전쟁

이춘근 전문가, 힐러리가 당선되면 전쟁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0/29 [21:24]  최종편집: ⓒ 자주시보
 
 

 


  

힐러리 클린턴이 내달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스푸트니크 보도에 따르면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7일 한국기자협회와 삼성언론재단이 공동 주최한 ‘미국 대선판,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주제의 언론인 대상 강연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그렇게 주장했다.

 

"어느 후보가 더 한반도 긴장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스푸트니크>의 질문에 이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전쟁을 개시하는 당, 공화당은 전쟁을 끝내는 당"이라면서 "오바마 당선 때 한국은 물론 북한도 좋아했지만, 예상을 깨고 한반도 긴장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대답하고, 힐러리 클린턴 당선시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아 결국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그는 특히 "아시아를 미국의 지구촌 패권의 중심으로 삼는다고 공언해왔던 힐러리 클린턴 당선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에서도 이춘근 연구위원은 "나는 한국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것 같다고 말한 최초의 한국 사람"이라며 한국 대다수 언론들이 힐러리의 낙승을 점치고 있는데, 이는 미국 현지의 트럼프 우세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은 계층이나 민족, 인종 등 ‘집단과 집단간의(Ethnic)' 대결이 아닌 '설립자와 아웃사이더 사이'의 싸움"이라고 정의했다. 즉 미국의 주류지배세력과 이에 반발한 새로운 주변세력의 대결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 위원에 따르면,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여론조사 결과 시계열 패턴에 비춰볼 때 이번 미국 대선은 공화당 레이건 후보와 민주당 카터 후보가 대결했던 40대 대통령선거와 가장 유사하다. 당시 미국 여론은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 후보의 지지율이 항상 카터 후보에 견줘 10% 이상 낮았고, 선거 직전인 10월말쯤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5% 이내로 좁혀졌다. 이 위원은 "이번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양 후보의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이다가 차츰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면서 "40대 대선처럼 트럼프가 10% 뒤지는 상황이 박빙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럼프와 힐러리가 10%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 위원에 따르면 이미 트럼프와 힐러리가 박빙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결국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위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시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미중간 군사안보적 긴장은 완화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푸틴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을 추진할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오고 있어 러시아에서는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초기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정상회담 용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당선되더라도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오바마도 대선 후보 시기엔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표한 바 있지만 실제로는 집권 내내 북과의 긴장과 갈등관계만 심화시켜왔다.

 

확실한 사실은 미국이 더는 세계 경찰국가로서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군사비 지출 때문에 미국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 트럼프는 러시아 등과의 군비경쟁을 줄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북의 날로 강화되는 핵공격능력이다. 이대로 두면 가까운 시일 안에 미 본토 핵공격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까지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동맹국 핵우산은 완전히 찢어지게 될 것이며 일본, 한국, 대만 등의 핵무장 흐름을 억제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높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패권은 무너지게 될 것이며 2류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북이 그런 핵무장을 갖추기 전에 클래퍼 미정보국장의 말대로 평화협정체결과 같은 큰 선물을 안겨주고 핵동결이라도 얻어내거나 클린턴을 지지하는 군산복합체나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처럼 군사적으로 북을 제압하거나 뭔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29일(한국시간)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사건 재수사 보도가 갑자기 터져나왔다.     ©자주시보

 

▲ 이메일 재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클린턴 힐러리의 당혹스런 표정     © 자주시보

 

29일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새로운 이메일 스캔들 의혹이 불거져 FBI에서 재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클린턴 힐러리 진영을 당혹케 하고 있다. 대선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힐러리에게 악재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주류세력들 중 북미전쟁을 우려하는 흐름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 흐름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해서 한반도 긴장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정전이나 종전협정을 맺기 직전 총공세를 항상 진행했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틀어쥐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가 평화협정이건 전쟁이건 어떤 방식으로 풀리더라도 북미긴장고조가 최고조에 이르는 과정을 꼭 거치게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전면전을 촉발할 우려도 없지 않다. 하기에 누가 당선이 되건, 어떤 정책이 나오건 너무 과도하게 한 방향으로만 전망하여 외교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한반도문제가 완전히 해결을 보기 전까지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국면이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음은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늘 염두에 두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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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가는 권력, 오를 데까지 오르는 분노

갈 데까지 가는 권력, 오를 데까지 오르는 분노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연설문 수정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연설문 수정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식물 상태’로 접어들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메가톤급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1년4개월 잔여 임기조차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곳곳에서 대통령의 ‘하야’ ‘탄핵’ 같은 단어가 쏟아져나오는 상황이다.
 

10월 26일 야당은 JTBC의 저녁 뉴스 보도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이미 국회에는 특정 사건 관련 보도가 있을 것이라는 카톡 지라시가 나돌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향후 정국에 대한 질문에 “저녁에 메가톤급 기사가 나온다고 하는데, 월요일(10월 24일) 최순실 연설문 보도처럼 새로운 국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걸 지켜봐야 정국의 향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 한 관계자는 “월요일 보도와 같은 내용이 한 건만 더 나오면 사실상 박근혜 정부는 끝이 난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하루아침에 정권의 운명조차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종편채널의 보도에 온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 보도에 박근혜 정부의 명운이 걸렸다고 여길 만큼 하루살이 인생으로 추락한 것이다.

이날 JTBC에서는 월요일만큼의 메가톤급 보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 9월 말 촉발된 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지금까지 한 달 넘게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각 언론사에서 진행해오던 의혹 확인작업들이 단독·특종 경쟁을 통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때문에 앞으로 또 어떤 메가톤급 보도가 나와 박근혜 정부의 운명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박근혜 정부를 엄습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헌정 중단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헌정 중단을 우려해야 할 만큼 박근혜 정부는 큰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도덕성과 권위, 정당성을 모두 잃어 버렸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파산 선고가 이미 내려졌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각 총사퇴,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중립내각 구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피상적인 사과와 진정성 없는 해명으로 국면만 피해나갈 뿐이다. 문제 인사에 대한 즉각 사퇴도 이뤄지지 않았고, 참신한 인사로 국면을 새롭게 전환하려는 시도도 곧바로 하지 않았다.

 

이 사이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졌다. 대학가에서는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국정농단 사실만으로도 하야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NS에서는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촛불집회도 열리고 있다. 정의당은 10월 27일부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국민행동을 시작했다. 여당의 비박 쪽 한 관계자는 “세간에는 이미 탄핵이나 하야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어떤 상황이 와도 헌정 중단이라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야당은 이런 국면을 오히려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뒤 돌아서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한 뒤 돌아서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지율 곤두박질, 대통령 직무 부정률 78%

여권에서는 2006년의 재판(再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집권 4년차 3분기에 16%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다. 4분기에는 12%까지 추락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큰 위기를 맞았다. 여당은 2006년 5월의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7월과 10월의 재·보선에서도 패배했다. 당내에서는 청와대를 옹호하는 친노 측과 청와대를 비판하는 반노 측이 갈등했다. 결국 2007년 초 의원들이 하나둘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꾸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갈등 끝에 탈당했다. 2007년 탈당파와 열린우리당 잔류파, 손학규계 등이 모여 ‘대통합민주신당’이 만들어졌다. 이 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무려 500만표 차이로 패배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대로라면 새누리당이 열린우리당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 내 청와대 충성파의 건재-당내 내분-재·보선 패배-대통령 탈당-일부 의원 탈당-분당-대선 패배 등의 행로가 2006년과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친박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친박 일색으로 꾸린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별검사 도입을 맨처음에는 거부했다. 이정현 대표는 10월 25일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는 사실에 대해 “나도 연설문을 작성하기 전에 친구 등 지인에게 물어보고 쓴다”고 답변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답변은 결국 당내에서도 지도부가 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발을 가져왔다. 10월 26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청와대를 비판하면서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이런 과정에서도 일부 친박 의원에게는 청와대 엄호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이 위에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몇몇 친박 의원이 청와대의 입장에 서서 발언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일부 친박 의원은 비박 중진 의원들에게 각별한 인사를 나눔으로써 기자들의 입방아에 오려내렸고, 일부 친박 의원은 곤란한 입장 때문인지 다른 일정을 내세워 의총에 불참했다. 어떤 친박 의원은 비박 차기 대권주자에게 서서히 발길을 돌리려 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갈 데까지 가는 권력, 오를 데까지 오르는 분노

잇따르는 대통령 하야 요구 시국선언

일부 친박의 이탈 조짐에도 불구하고 친박은 여전히 정국 운영권의 키를 쥐고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 일색의 지도부는 비박의 지도부 사퇴론을 애써 무시했다. 친박을 중심으로 당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돌려, 개헌이 필요한 적기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10월 24일 발표한 개헌 추진의 블랙홀을 최순실 게이트 블랙홀이 삼켜버린 상황에서 개헌의 불씨를 살려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권주자인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병국·나경원·김용태·김성태·하태경 의원 등 비박 의원들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각을 세우고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정부·여당은 국민에 대해서 권위를 잃어버렸다”면서 “권위를 가진 정치지도자가 나타나 이 국면을 수습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탄핵’의 ‘탄’자도 꺼내지 않는 상태다. 2004년 노무현 탄핵사태를 겪은 후 정치권은 ‘탄핵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10월 26일 민주당 의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한 의원이 ‘탄핵’과 ‘하야’ 의견을 꺼냈지만 동조하는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한 다른 한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은 지금 국면에서 탄핵과 하야를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라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민주당과 달리 특검을 반대했다. 두 야당의 상반된 입장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지원 비대위원장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만 민주당의 전략이 더 낫다고 본다”면서 “특검을 지켜본 후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상호 원내대표가 전략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내년 대선에 맞춰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행동한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속 물고늘어져 대선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1당과 2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특검 협상에 들어갔지만 특검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추천위가 특검을 추천하는 상설 특검과 국회가 특검을 임명하는 별도 특검의 논란부터 시작해 청와대를 수사대상으로 넣을 것인지, 아니면 뺄 것인지 등이 논란거리다. 특검의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 특히 친박 쪽에서 특검에서도 새누리당에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자, 민주당은 협상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야권 공조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상 특검 협상에서 야당이 불리할 것이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소야대가 된 만큼 국회 차원의 조사만이 게이트의 의혹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이 정국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는 모양새다.

또 하나의 국면은 거국 중립내각에서 전개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타격을 입은 박근혜 정부가 뒤로 물러나고 여야 정당이 거국 중립내각에 참여해 정국을 이끌어나가자는 이야기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이 제안을 들고 나섰고, 또 다른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 역시 거국 중립내각을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거국 중립내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미 박근혜 정부는 정국을 이끌어 나갈 동력이 없다”면서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권위·도덕·정당성이 다 무너졌기 때문에 거국 중립내각을 통해 외부에서 동력을 얻어 끌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평론가는 “대통령은 국가를 상징하는 일만 하고 행정은 중립내각이 맡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원집정부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국 중립내각이 실제로 운용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전임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에 주장만 난무했지 실제로 가동된 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거국 중립내각은 박근혜 정부에는 ‘정치적 탄핵’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는 개각·국면 쇄신 등으로 근근이 버티면서 식물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 상태를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가 최후에 선택하는 마지막 카드가 결국 거국 중립내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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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광장 채운 뜨거운 외침 "박근혜는 퇴진하라"

 

[현장]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 이후 첫 서울 도심 대규모 촛불 집회 열려

16.10.29 20:01l최종 업데이트 16.10.30 02:24l

 

 

▲ "하야하라!" 시민들 사이에 태극기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최종신 : 오후 10시 51분]

29일 서울 도심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성난 민심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아이와 함께 나온 젊은 부모, 대학생을 비롯해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행진에 나선 시민과 경찰이 대치한 세종대로에서는 밤늦은 시각까지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시민과 경찰의 몸싸움이 이어졌지만, 시민과 경찰 모두 과격한 충돌은 피했다. 

이날 오후 10시 이후 많은 시민들이 귀가하기 시작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촛불 집회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촛불 집회를 연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내주 주말 촛불 집회와 내달 12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예고했다. 

김선숙(45)씨는 남편과 10살짜리 아들과 함께 서울 도심으로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김씨는 "국민이라면 이곳에 나와야할 것 같아서 나왔다. 또한 아이에게도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치권에서는 특검을 도입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하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혼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아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 집회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나왔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2%까지 떨어졌다. 

대학생 이동권(20)씨는 "오늘 많은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나온 것은 그동안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최순실씨 국정 개입 사건이 방아쇠가 됐다"면서 "내달 12일 민중총궐기 집회 때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촛불 집회가 계속 되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신 : 오후 9시 53분]
"박근혜는 퇴진하고 경찰은 퇴근하라"

오후 9시 40분 현재, 세종대로에서는 시민과 경찰의 충돌이 1시간 30분째 계속되고 있다.

앞서 행진 대열은 오후 8시께 청와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까지 진출했다. 이곳에서 경찰이 경고 방송을 하며 막아서자, 시민들은 곳곳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는 끊임없이 충돌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쉼없이 "비켜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몸싸움 끝에 경찰 한 명씩 경찰 저지선에서 끌어냈다.

주변 시민들은 끌려나오는 경찰에게 "고생했어요", "쉬어요", "퇴근하세요"라고 말하며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경찰과 과격한 몸싸움을 벌일 때면, 주변 시민들은 "싸우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1신 : 오후 9시]
3만 촛불 시민 거리로... "박근혜 끌어내리자"
▲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 뿔난 시민들 "박근혜 하야하라" 수많은 시민과 학생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 '무릎 꿇은 최순실-박근혜-이정현' 풍자 퍼포먼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가면을 쓴 학생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유성호
촛불 시민 3만 명이 서울 도심 거리로 나섰다. 이곳에서는 "박근혜를 끌어내리자"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29일 오후 영상 10도에 못 미치는 쌀쌀한 기온에도 시민 3만여 명(주최 쪽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촛불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무대에서 발언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현찬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이승만 정권 때 4·19 혁명, 전두환 정권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 노태우 정권 때 6월 항쟁이 그랬듯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정치꾼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불법·살인·불통 정권을 몰아내고 우리 국민의 힘으로 제대로 된 나라를 한 번 만들어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지 말고, 이 시간 즉시 퇴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우리 모두 촛불을 들고 일어서자"라고 밝혔다.
▲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 시민들에 둘러싸인 방패차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경찰 방패차(유사시 살수 기능이 있지만, 이날은 물을 넣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가 수만 명의 시민들에 둘러싸여 있다.ⓒ 권우성
지난 2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고 외쳐 경찰에 연행된 대학생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우리가 그들에게 표를 준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를 대변하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닌가. 지금 국회의원들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다. 지금 국회의원들이 해야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유라씨를 위해 입학 전형을 고치고 학사를 개편한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은 총장을 내쫓았고, 전국 대학교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길에 대학생들이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박 대통령 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은 이날 '4.16연대 시국선언'을 공개했다.  

"사람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연루됐는지 묻기 시작했다. 대통령 연설문을 개인이 고쳤다는 의혹 제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면 부정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피해자 가족과 국민은 세간의 세월호 참사 연루설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현 국정 파괴 사태가 세월호 참사와 연결됐는지 의혹이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집권 세력이 그대로 있는 한 진실은 밝혀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무대에 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이란 존재가 국민이 맡긴 통치 권한을 근본도 없는 무당의 가족과 이상한 사람에게 통째로 던져버린 것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우리가 힘이 없고 돈이 없지만 '가오'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잃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하야나 탄핵을 하면 혼란이 온다고 말한다. 지금 전쟁위기를 겪고 나라가 망해가고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현장을 떠난 대통령이 있는 것보다 더 큰 혼란은 있을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즉시 옷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강조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에서 주민들이 서울에 올라가는 저에게 '대한민국이 부끄럽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나라를 지켜 달라'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국민의 마음은 대통령 하야다.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촛불을 들자"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1시간가량 이어진 집회가 끝난 후, 가두행진을 벌였다. 당초 시민들은 인사동을 향했지만, 곧 광화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경찰은 종로1가에서 시민들의 진입을 막았지만,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경찰 버스 사이로 통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던 것. 

오후 8시 현재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광화문 바로 앞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막고 있다. 경찰은 경고 방송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비켜라"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 중이다.
▲ 수만명 시민 "박근혜 하야" 청와대로 행진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경찰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권우성
▲ 시민-경찰 대치 중 시민들은 가두행진을 통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까지 진출했고, 경찰은 광화문 바로 앞에 차벽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막고 있다. ⓒ 선대식
▲ 광화문 앞 상황 광화문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있다ⓒ 김종철
▲ 촛불집회 참석한 표창원-정춘숙 "이게 나라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정춘숙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 "내려와라 박근혜" 수많은 시민과 학생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석해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 "꼭두각시 박근혜는 하야하라" 최순실 가면을 쓴 시민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에 비유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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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역풍' 우려할 때 아니다

 

단 하루도 지속 되어선 안 될 박근혜 정권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10.28 15:21
 

최근 당혹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변고라도 당하면 어찌하느냐는 것이다.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그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니라 야권 지지자의 입으로부터 나왔다. 말인즉슨, 박근혜 대통령이 위험한 지경에 처하면 보수층이 결집하고, 이게 결국 2017년 대선에서 야권에는 패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흔치 않은 하나의 사례로 여기고 말 일을 굳이 글자로 옮겨 적는 것은, 양태는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정서가 야권 일반에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행동에 돌입한다고 한다. 이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나타난 심상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특검 실시 정도로 사태를 관리하려 한다는 점을 비판하며 “헌정유린 사태의 공범과 무슨 협상을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특검 실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새누리당과 합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호명된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의당과 하야, 탄핵 주장을 함께 할 생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를 하게 되면 9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란이 야기된다”,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어디에 붙여도 되는 ‘만능 주장’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활동을 할 때에도 혼란은 계속 야기됐고 경제 역시 계속 어려워졌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굳이 혼란과 경제를 언급하는 것은 하야를 요구하거나 탄핵을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기로 이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겉보기엔 시원해보이겠으나 실속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을 처리하는 데에는 새누리당 일각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탄핵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과거 참여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 기간 동안 박근혜 정권이 그들의 특기 중 하나인 정치공작을 통해 상황을 정리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실제 세계일보의 최순실 씨 인터뷰는 이런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최순실 씨는 이 인터뷰를 통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고 국정개입은 연설문 등의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졌다는 거다. 만약 지금과 같은 규모의 민심이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유능한 정치기술자들은 분명히 유사한 방식으로 사태를 정리했을 것이다. 태블릿PC는 최순실 씨의 측근인 고영태 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최순실 씨나 박근혜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고, 최순실 씨가 재단 운영과 관련해 횡령 등을 한 것에 대해선 수사할 수 있으나 국정개입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선 형사소추가 금지돼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과의 특검 도입 협상을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 부역자’들의 일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같은 직접적 연루자들이 사실상 이 협상의 ‘플레이어’로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사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태도 역시 특검 협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리크스를 최소화해 이 상황을 관리하길 원하지 헌법을 배신한 대통령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최씨(왼쪽)와 박 대통령의 가면을 쓴 채 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현실 판단’ 이상의 정서가 야권 지지자들 일반의 태도에서 감지된다는 측면도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역풍’에 대한 우려다. 대통령에 대한 섣부른 탄핵 주장이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이미 노무현 정권의 사례로부터 드러났다. 탄핵 역풍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순식간에 국회에서 제1당이 됐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현실화되면 지금은 그를 버린 것과 같은 상태인 보수층이 다시 결집해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제 박근혜 정권은 불법한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권력을 국민이 위임하였기 때문이다. 이의 근거는 헌법이 담고 있는 가치와 그것이 규정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을 최순실 씨에게 위임한 것은 헌법 상의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이 자의로 권력을 남에게 위임한 것은 그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됐다는 사실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지금 드러나는 사실로 볼 때 실제로 지난 4년간 박근혜 정권이 이런 식으로 운용돼왔다는 것은 진실에 가깝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 정권을 지속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28일 언론 지상 곳곳에는 과거 러시아의 요승으로 국정을 쥐고 흔들었던 라스푸틴이 등장했다. 최태민 일가가 국정에 개입한 이야기가 과거 라스푸틴의 사례와 흡사하다는 거다. 라스푸틴의 전횡은 전제왕정을 끝내려는 혁명가들에게 명분을 줬고 결국 로마노프 왕조는 왕정을 거부하는 모든 ‘주의자’들의 연합전선에 밀려 무너져 내렸다. 이 시기를 통해 국민이 직접 통치권을 행사하는 소비에트 권력이 확대됐고, 이게 다시 사회주의 혁명의 기초가 됐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레닌과 볼셰비키가 비타협적 투쟁을 통해 혁명의 주인공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1917년 2월부터 10월에 이르기까지 레닌과 볼셰비키들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 집권을 위한 실질적 준비를 시작했고,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새삼스럽게 러시아 혁명사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제1야당과 그 지지자들이 걱정하는 ‘역풍’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그 역풍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야 요구, 탄핵 추진, 특검 요구 관철 등 수많은 옵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또는 어느 날짜에 어떤 방식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의 근거가 뿌리째 흔들리는 이 시기에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야 한다.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현실정치로 어떻게 외화할 것인가의 고민을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의 요구와는 전혀 관계없이 국회 내에서의 이합집산의 결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국면이다. 정치에 하등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정치가 이들의 요구를 대리하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의 요구와 의도가 정치 그 자체로 전화되어야 한다. 즉, 지금 국면은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공화정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성 정치가 문을 활짝 열어야만 하는 시기다.

러시아 혁명사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표현 중의 하나는 “술잔에 술이 가득차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자연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술잔에 술이 찼으면 마셔야 한다. 지금 드러난 사실들이 가리키는 것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단 하루도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권이 이러한 점, 즉 민주공화정의 가치에 동의한다면 역풍 우려에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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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서 거미 사냥하는 ‘암살자’ 벌레의 전략

거미줄에서 거미 사냥하는 ‘암살자’ 벌레의 전략

조홍섭 2016. 10. 28
조회수 907 추천수 0
 

거미줄 진동 누그러뜨리면서 한 가닥씩 끊어 거미에 접근, 체액 빨아먹어

사냥 도중 거미에 잡아먹히기도…친척 종은 위장 진동으로 거미 유인도

 

a1_Fernando Soley.jpg» 암살자 벌레(앞쪽)가 거미를 사냥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Fernando Soley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열대지역에는 놀라운 사냥꾼 벌레가 산다. 침노린재 과의 곤충으로 이름이 ‘암살자 벌레’(학명 Stenolemus giraffa)이다.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몸길이 2㎝, 다리 길이 5㎝로 제법 큰 몸집에 목이 몸집만큼 길다. 앞다리에는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나 있다. 

 

a2.jpg» 암살자 벌레의 앞발. 사마귀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나 있다.

 

노린재과 곤충답게 입 끝에 탐침이 달려 있는데, 침에 톱니가 달려 있어 먹이의 살점을 자르고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탐침을 통해 소화액을 분비한 뒤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물 밖으로 나온 물장군 같다.

 

놀랍게도 이 벌레의 주 먹이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다. 거미는 대부분 포식자이고 또 독을 지닌 것들도 적지 않다. 만만한 먹이가 아니다.

 

물론, 거미를 사냥하는 동물도 있다. 교묘한 비행술로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있는 거미만 낚아채는 박쥐와 실잠자리가 있고, 꽁무니에 거미줄을 매달고 내리뛰어 거미를 잡아채는 깡충거미도 있다.

 

그러나 암살자 벌레는 이런 비행술이나 거미줄도 없이 오로지 발로만 접근해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있는 거미를 잡는다. 거미줄은 거미의 몸을 확장한 것과 같다. 접근하는 포식자나 붙잡힌 먹이를 예민하게 감지하기도 하고, 또 상대를 꼼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매는 죽음의 덫이기도 하다.

 

암살자 벌레는 대담하고도 유연한 포식자다. 강·온 사냥전략을 모두 구사한다. 거미줄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기다란 목을 늘여 거미에 접근한 뒤 주둥이를 박아넣는 것이 선호하는 사냥법이다.

 

Steno_giraffa eating.jpg» 거미에 체액을 빨아먹는 암살자 벌레. 매콰리대

 

그러나 언제나 이렇게 거미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미줄 건너편에 거미가 앉아있거나 거미 정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위험이 도사릴 가능성도 크다. 

 

이 암살자 벌레와 같은 속인 또 다른 암살자 벌레는 위장 진동 수법을 동원한다. 앞다리나 더듬이로 거미줄을 적당한 강도로 튕겨 마치 먹이가 걸린 듯한 신호를 낸다. 먹이를 잡으러 뛰어나온 거미는 암살자의 표적이 된다.

 

이런 기법을 쓰지 않는 암살자 벌레는 멀리서부터 조용하고 느리게 접근하는 스텔스 전략이 장기이다. 페르난도 솔리 오스트레일리아 매콰리대 곤충학자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의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암살자 벌레의 새로운 사냥 행동을 보고했다.

 

Steno_giraffa.jpg» 암살자 벌레의 목은 몸통 만큼이나 길다. 매콰리대

 

그는 이 벌레가 거미에게 들키지 않고 공격 거리까지 거미줄 위에서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그 비밀을 찾기로 했다. 실험실에 거미줄과 함께 거미줄의 미세한 진동을 관측할 수 있는 레이저 장치를 한 뒤 암살자 벌레가 사냥하도록 했다.

 

암살자 벌레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거미에 접근하려면 거미줄을 끊으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팽팽하던 거미줄을 끊으면 그 진동이 고스란히 거미에 전달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미는 바로 옆의 거미줄이 끊어지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비밀은 암살자 벌레의 놀라운 조심성에 있었다. 벌레가 앞다리로 거미줄을 끓을 때 끊어진 거미줄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양쪽 끝을 수초에서 수분 동안 붙잡아 진동을 누그러뜨린 뒤 내려놓는 것으로 밝혀졌다. 

 

Steno_escarp.jpg» 암살자 거미가 서식하는 호주 북부의 열대림 지대. 매콰리대

 

거미줄마다 팽팽한 정도도 다르다. 그러나 레이저 관측기에는 거미가 감지할 만한 진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암살자 벌레는 거미줄 하나하나 장력을 고려해 끊으면서 거미로 향했다

 

바람을 이용하기도 했다. 거미줄이 바람에 흔들리면 거미의 감각도 둔해지기 마련이다. 이때를 노려 거미줄을 끊어 나가는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포식자가 포식자를 잡아먹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암살자 거미의 거미 사냥 성공률은 약 20%에 그친다. 게다가 끝까지 조심하지 않으면 잡아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처지가 뒤바뀌기도 한다. 암살자 벌레의 사냥 시도에서 약 10%는 자신이 먹이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

 

Fernando Soley3.jpg» 끈질긴 사냥 기법으로 거미를 사냥하는 암살자 벌레의 일종. Fernando Sole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있었다. 종종 암살자 거미는 끈질기고 조용한 접근방식을 내던지고 난폭하게 거미줄을 끊어버리곤 한다. 당연히 놀란 거미는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솔리 박사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바람으로 오인케 하려는 연막전술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런 행동 직후 거미에 덤벼들지 않는 데 비춰 설득력이 없다. 분명한 건 이런 행동이 앞을 가로막던 여러 가닥의 거미줄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효과는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어쩌면 암살자 벌레는 진동을 죽이며 거미줄을 한 가닥씩 끊어 가는 고단한 일에 지쳐 스스로 폭발했는지도 모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oley FG. 2016 Fine-scale analysis of an assassin bug’s behaviour: predatory strategies to bypass the sensory systems of prey. R. Soc. open sci. 3: 160573. http://dx.doi.org/10.1098/rsos.16057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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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최순실 특검이 아닌 박근혜퇴진, 국가비상대책위 구성 촉구

시민단체, 최순실 특검이 아닌 박근혜퇴진, 국가비상대책위 구성 촉구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0/28 [16:1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퇴진이 핵심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에서 최순실 사태의 핵심은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퇴진이라는 긴급성명을 발표하였다.

 

성명에서는 박근혜 퇴진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이런 막장드라마를 비호조장한 새누리당은 해체해야 하며 시급히 국가해체 위기를 수습할 ‘국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하였다.

국가비상대책위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제외한 개혁진보진영을 총망라해서 만들어야 하며 시급이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원할 수 있도록 공정한 대선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루어 낼 힘은 위대한 국민에게 있다며 온 국민이 총궐기하여 반드시 나라를 총체적 위기에서 구원해내자고 호소하였다.

 

다음은 관련 긴급성명 전문이다.

 

 

[긴급성명]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고 내각은 총사퇴하라!

 

이른바 ‘최순실게이트’가 대한민국을 격침시켰다. 사이비종교집단이 대통령 위에 군림하며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락하며 국민을 희롱한 상상초월의 충격적 ‘막장드라마’는 온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 대학가에는 대한민국이 ’왕정국가인 줄 알았더니 신정국가였다’는 대자보가 나붙고 심지어 여당 인사조차 ‘이것은 국가도 아니다’라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

 

박근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을 통치할 자격도, 능력도 없는 정치적 금치산자이다. 지금 이 순간 박근혜가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가 아니라 구치소이며 정치무대가 아니라 정신병원이다. 박근혜는 헌법 유린하고 나라를 사이비종교집단에 팔아 넘긴 초특급 반국가범죄자이며 사이비무당의 점괘가 없으면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는 가련한 정신박약자이다.

 

특급범죄자, 정신박약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비상사태를 더 이상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이에 우리는 국가 해체, 헌정 중단의 위기를 국민의 힘으로 수습하고 이 땅에 참된 민주주의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우롱하는 박근혜의 ‘녹화사과’와 기만적인 ‘최순실 특검’으로 사태수습의 시간을 벌며 꼬리를 자르고 사상초유의 반헌법, 반국가범죄를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미 사태의 진상은 모두 드러났다. 박근혜는 애초부터 최순실의 지시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천치적 지능의 정치적 금치산자’이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최순실 특검’이 아니라 ‘박근혜 퇴진’이다. 박근혜의 하야, 퇴진, 탄핵 외에 현 사태를 수습할 대안은 없다. 박근혜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이상 서투른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지금 당장 청와대를 떠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2. 내각은 총사퇴하고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이번 사태의 책임은 결코 박근혜에게만 있지 않다. 새누리당은 오직 정권재창출에 혈안이 되어 박근혜와 최태민의 추잡한 치정관계, 박근혜와 최순실의 비정상적인 혈연관계를 알고도 모른 척하며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지적 무능력자, 성적 파탄자, 도덕불감증 환자를 대선 후보로 내세웠다. 그리고 온갖 사기와 협잡, 부정선거로 기어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박근혜의 집권기간 내내 최순실의 전횡과 횡포를 묵인, 방조한 것도 다름 아닌 새누리당이다.

 

현 내각은 스스로 국민 앞에 맹세한 자신의 책무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오직 권력자의 눈치만 보며 국가기밀까지 사이비무당에게 섬겨 받쳤다. 최순실에 줄을 대며 권력의 단물을 기생충처럼 핥던 것이 바로 지금의 내각이다. 이런 썩어빠진 내각이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 내각은 박근혜와 함께 모든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범죄와 악의 근원인 새누리당도 지체없이 해체해야 한다.

 

3. 국가해체 위기를 수습할 ‘국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해체, 헌정 중단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하루 빨리 국가기능을 정상화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과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세력들을 제외하고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헌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를 존중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정치세력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붕괴된 국가기능을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또한 국가비상대책위원회는 대선을 공정하게 차질 없이 관리하여 국민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 정부에 권력을 안정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4. 11월12일 민중총궐기를 박근혜 퇴진 총궐기로 만들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금 이 순간 침몰하는 대한민국은 구원할 자는 오직 국민뿐이다. 4.19의 그 날, 6.10의 그 날처럼 온 국민이 떨쳐 일어나 독재권력, 무당통치, 사이비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끝장내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 11월12일을 박근혜의 정치적 장례식으로 만들고 새누리당과 극우보수세력의 독재정치, 부패정치에 영원한 종말을 고해야 한다.

 

5. ‘박근혜 퇴진 민주주의 수호 범국민운동본부’(가칭)를 시급히 결성하자!

 

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사상과 정견,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진보, 민주, 개혁적인 단체와 정당, 개별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박근혜 퇴진 민주주의 수호 범국민운동본부‘(가칭)를 시급히 결성해야 한다. 87년 6월 항쟁을 주도했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같은 범국민운동체를 시급히 결성하여 범국민적 저항을 조직하고 국민의 힘으로 이 땅에 참다운 민주주의를 꽃 피워 나가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호은 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구원할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도, 정치권도 아니다. 아직 ‘골든타임’은 지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국민이 나서면 대한민국을 아비규환의 인간 생지옥에서 구조할 수 있다.

 

위대한 국민이여, 다시 일어나 이 땅에 민주주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자!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지금 이 순간 당신들을 구원할 자는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위대한 국민이 있는 곳엔 언제나 위대한 역사가 있다.

 

                                               2016년 10월27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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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선 후보들에 드리는 고언


11월12일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대통령 하야에 앞장서겠다" 선언해야
  • 김창현 민중의꿈 공동대표
  • 승인 2016.10.29
  • 댓글 0
▲ 야권의 대선후보군들(사진출처: 유투브 화면캡쳐)

분할통치

세상의 이치는 한결같다. 바꾸려는 사람과 이를 지키려는 사람으로 갈라진다.

거창하게 계급투쟁 혹은 민족해방투쟁을 언급하지 않아도 그러하다. 지배세력은 언제나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 들고 현존하는 질서가 가장 이상적이며 불변하다고 강변한다. 바꾸려는 사람들은 그 질서를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가만히 앉아 스스로 수술 당하려는 지배세력은 없기 마련이다. 바꾸자고 덤벼드는 세력을 철저히 짓밟거나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면 적당하게 먹을 것을 던져주면서 타협하려 든다. 이때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방식이 devide & rule (분할하여 통치하라)이다.

최순실 사태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로 출발하여 이화여대, 미르재단, K재단의 비리로 시끄러워지더니 급기야 일개 한 여인의 국정 농단과 헌정질서 파괴사건으로 발전했다. 온갖 추잡한 이야기가 떠돌아다닌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지고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과 성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박대통령의 사과는 불난 집에 석유를 끼얹은 것에 다름 아니게 되었다. 민심이 흉흉하다.

조선일보의 해결책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 없이 모든 언론이 한결같이 현 정부를 맹비난하며 빠르게 수습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jtbc의 최순실 테블릿 pc보도가 터져 나온 바로 다음날 조선일보의 사설은 눈여겨 볼만하다. “엄정수사를 통해 최순실 등 비선조직을 정리할 것, 박근혜 대통령은 탈당해 국내정치에서 손을 뗄 것, 거국총리를 통해 민심을 수습할 것”이었다. 며칠 뒤 김대중 칼럼은 이보다 한발 더 나갔다. “보수진영의 단결과 정권재창출”을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 현 상황 돌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친미보수 대연합

역사는 단순한 과거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한반도에 격렬한 체제위기가 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서 친미보수대연합을 실현해 온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헌을 매개로 권력을 분점하면서 대타협을 하는 것이다. 실제 87년 6월 항쟁 시기 6.29선언이 그러했고 3당 야합이 그러했다. 박근혜와 친박으로는 재집권은커녕 정권유지도 힘들어졌다. 한반도 관리프로그램이 작동할 시점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대선후보들

문재인은 거국중립내각을 수습책으로 제기했다. 안철수는 내각총사퇴를 주장했다. 여기저기에서 대선후보들이 입을 열고 있으나 그 주장의 공통점은 특검, 비서진 사퇴, 내각사퇴 등 청와대 주변 인물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여 위기를 수습하고 빠르게 차기 정권준비를 하자는데 있다. 하야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이렇게 주춤거리고 있는 것은 지금처럼 흘러가면 정권은 자연스럽게 넘어온다는 생각에 들떠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조선일보가 원하는 길이요 지배세력의 전형적인 분할통치 함정에 빠져드는 수라고 생각한다.

유체이탈 새누리당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남북관계 파탄, 온갖 부정부패의 원흉이요 뿌리였던 새누리당은 느닷없이 박대통령의 전매특허인 유체이탈 행위를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몰랐다는 듯 한목소리로 청와대를 비난하고 최순실을 정리하자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으나 이들은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위기를 잘 모면하고 어떻게 하든 재집권하는 것이다.

민족 지도자의 길

국민의 70%가까이 박근혜의 사퇴 혹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작금의 최순실 사태뿐만 아니라 그동안 저질러 온 민주주의 파괴, 남북관계파탄, 인사실패, 경제 파탄, 부정부패 등 온갖 실정과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이다. 따라서 이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야당의 대선후보들은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민족의 지도자로 서느냐 얄팍한 전술을 기획하는 정치꾼이 되느냐의 길이다. 나는 11월 민중총궐기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십시오. 그것이 당신과 나라를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울부짖는 민중과 함께 싸우겠습니다.”라는 대선후보를 보고 싶다.

김창현 민중의꿈 공동대표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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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국정농단, '탄핵' 말고 '퇴진' 외쳐야 하는 이유

 

[주장] 당신이 탄핵에 관해 알아야 할 10가지

16.10.29 10:43l최종 업데이트 16.10.29 10:4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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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윈민 미얀마 하원의장을 접견하기 위해 무궁화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6.10.2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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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요구가 높다. 탄핵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 사항을 정리한다.

1. 탄핵은 무엇인가

'탄핵'은 일을 그만두게 하는 행위다. 일종의 해고다. 해고 중에서도 징계해고와 유사하다. 잘못 한 게 있으니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좀 더 있어 보이는 용어로는 '파면'이 비슷한 말이다. 공무원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중징계 말이다. 

 

다만, 대통령 같은 고위직 공무원은 시도 때도 없이 파면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좀 다른 절차를 만들어 놓고, 용어도 '탄핵'이라고 그럴듯하게 붙여 놓았을 뿐이다. 원래 단어의 뜻으로만 보면 '탄핵'은 '묻다, 나무라다'는 '탄(彈)'에 '죄상을 조사하다, 꾸짖다'라는 '핵(劾)'이 합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라고 자주 말했었는데 이때 흉탄의 탄 자와 탄핵의 탄 자는 같다. 부녀가 모두 '탄'과 인연이 깊다. 

2. 하야와 탄핵을 구분하자

대통령 사퇴는 조선일보에서 한자 풀이를 해줬듯이 보통 '하야'라고 한다. '대통령 하야'는 무슨 절차를 안 거치고 대통령이 물러나기만 하면 그게 '하야'다. '희망퇴직'과 같다. 희망퇴직이 말이 자신이 원해서 퇴직하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사측의 압력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대통령 하야도 현실에서는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누군가의 압력을 받고 '자진 사퇴'하는 형식 말이다. 

하야와 탄핵이 다른 건, 탄핵이 좀 더 복잡하다는 데 있다. 탄핵은 법에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 하야한 사람은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셋이다.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윤보선은 5.16쿠데타 이후 군부에 의해, 최규하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물러났다. 역대 대통령 중 탄핵 당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었다. 

우리 역사만 놓고 보면 탄핵보다 하야가 쉽다. 그러니 지금 당장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탄핵'이라고 하지 말고 '대통령 하야'라고 하자. '하야'라는 말이 이 와중에 쓸데없이 예의 차리는 느낌이라면 그냥 '퇴진'이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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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하야" 핏대세운 정의당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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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핵소추는 국회가 한다

탄핵 절차는 탄핵 소추과 탄핵 심판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소추'가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는 뜻이므로 대통령 파면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아무나 한다고 들어줄 순 없으니 절차를 복잡하고 어렵게 정했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의원 2/3가 찬성해야 할 수 있다. 

국회의 임무 중 하나는 정부 견제와 감시다. 그래서 국정감사도 하고, 장관 인사청문회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이 도저히 그 자리에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을 때 국회는 '대통령 자르자'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게 바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권이다. 

국회가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면 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한다. '탄핵 심판' 절차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워낙 중차대한 임무를 하는지라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형사상의 소추를 안 받도록 되어 있다. 죄를 저질러도 검찰이 기소를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대통령이 헌법을 심각하게 어기는 일이 벌어지면 그 헌법은 누가 지키나. 그래서 탄핵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한다. 대통령으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기관이 아닌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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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아이디
ⓒ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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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가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탄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중요한 국정 자료를 넘긴 것이 사실이라면,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국가 기밀을 넘기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14조(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에 해당한다. 

법 하나 어긴 것 가지고 탄핵까지 가느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때는 법 하나 어긴 것 가지고 탄핵까지 갔다.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 위반.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의 사과가 있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축소 은폐 시도'라는 게 드러났다. 연설이나 홍보 분야에서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연설이나 홍보 이외의 분야에서도 최순실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완비된 청와대 보좌체계'는 최순실씨를 위해 가동됐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온갖 의혹들과 연관된 헌법 및 법률 위반 가능성은 차고 넘친다. 

민변이 며칠 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은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 이념을 무너뜨렸고, 전경련과 정경유착으로 헌법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을 짓밟았다. 이로써 대통령은 헌법 66조 2항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정면으로 어겼다. 

또한, 청와대에서 최순실씨에게로 각종 자료가 넘어간 것은 '외교상기밀누설죄' '군사기밀누설죄' 및 '군사기밀수집탐지죄', '공무상비밀누설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죄'와 연관될 수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 모집 과정은 '포괄적 뇌물죄', '제3자 뇌물공여죄', '업무상 횡령죄', '업무상 배임죄' 성립을 논해볼 여지가 존재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 모든 범법 행위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말고도, 얼마나 큰 진실이 더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정도면 탄핵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현직에 있는 동안에는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수 없으므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을 '전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5. 그런데 탄핵이 가능할까?

탄핵이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선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려면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데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부결이다. 물론 국민의 분노가 커지면 그중에서 여론 눈치 보고 이탈하는 30명쯤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탄핵은 가능성이 낮다. 

국회에서 만약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재판소는 6개월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사이 대통령 권한은 정지된다. 이 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집중력 있는 감시와 밀도 있는 행동이 없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지금 헌법재판관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사람들이고, 보수적 성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므로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6. 역풍은?

탄핵이 쉽지 않은 이유는 법적 절차의 걸림돌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는 경우다. 탄핵이 추진됨에 따라 보수진영이 다시 결집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존재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도 때 그랬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조선일보가 대통령의 반대편이고, 일베도 이건 아니라는 분위기니까. 게다가 만약 새로운 사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비밀' 같은 게 밝혀진다면 국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역풍 걱정할 때는 아니다. 

둘째, 대부분의 야당은 탄핵 이후 국정 공백이 생기는 걸 우려하고 있다. 걱정도 팔자다. 지금은 국정공백이 아닌가? 대통령이 그대로 있으면 국정이 김장 배추처럼 속이 꽉 차게 되나? 야당이 정말 국정 공백을 걱정한다면 한심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사실 야당이 걱정하는 건 국정 공백이 아니라 대통령 사퇴 후 시나리오가 아직 가닥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계산 덜 끝났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탄핵이 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조기 대선이다. 내일 당장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다고 치자. 길게 잡으면 헌재 결정까지 6개월, 후임 대통령 선출까지 지금부터 8개월이다. 애초 일정보다 6개월 앞서 대선을 치르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헌재 결정이 빨리 나면 그보다 일찍 대선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야당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고민거리 중 하나는 이런 것일 테다. 선거가 앞당겨지면 '친박과 손잡지 않은 반기문'이 검증도 받지 않고 혼자 질주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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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국내각구성' 성균관대 교수 시국선언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종로구 성균관대 교수회관에서 박승희, 정현백, 김정탁 등 교수 30여명이 '거국내각구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서를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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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거국내각론 

그래서 지금 유력하게 제기되는 안이 '거국중립내각'이다. 여러 정치세력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대통령은 자리만 유지하라는 거다. 

이 정도가 어쩌면 야당과 조선일보가 합의할 수 있는 안일지도 모른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내치는 개입하지 말고 북핵 문제 등 외치에만 신경 쓰라고 하는데, 이는 '비박보수'세력에게 가장 합리적인 안일 수 있다. 야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세우고, 아마도 일체의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와 조금은 다른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허수아비 대통령'을 명목상 세워놓고, 시간을 두고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자는 점에서 둘은 같은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주장하면 거국내각이 구성될까? 협상의 기본은 10을 요구해서 5를 따내는 것이다. 거국내각을 주장하면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 정도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퇴진 요구가 거세졌을 때, 아마도 청와대는 거국내각쯤을 타협안으로 제시할 것이다. 아니면 '대통령 퇴진, 거국 내각'을 함께 주장했을 때, 청와대가 그중 하나 '거국내각'을 선택하든가.

8. 탄핵보다는 퇴진

그러므로 지금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게 맞다. 

국회가 아니라 거리가 정치의 현장이어야 한다. 국민의 분노가 한 데 모여 분출할 곳은 거리다. 이럴 땐 원내 정당 중 어딘가는 대통령 물러나라는 대중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해줘야 한다. 

탄핵 절차로 들어가더라도 국민이 광장에 모이는 게 먼저다. 그 과정 없이 시작되는 탄핵절차는 광장에 모여야 할 대중이 TV 앞에 결집하도록 만들 것이다. 정치적 동력은 그만큼 감소된다. 대중은 정치변혁의 생산자에서 또 다시 소비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탄핵보다는 퇴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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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하야' 집회장에서 'JTBC뉴스룸' 단체시청 26일 오후 광화문네거리 동화면세점앞에서 2016청년총궐기 추진위 주최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분노의 버스킹’에서 참석자들이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JTBC 뉴스룸(손석희 진행)'을 함께 시청한 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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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퇴진 요구와 탄핵소추의 상호 작용

그렇다고,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무조건 퇴진 요구만 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퇴진 요구와 탄핵 절차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일단 퇴진 요구, 퇴진 안 하고 버티면 더 큰 대중적 결집, 그 분위기 속에서 야당의 탄핵안 발의, 탄핵 추진 과정에서 대중은 더 크게 결집.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국민적 퇴진 요구와 탄핵 절차가 반드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것인지 지금 상황에서 속단할 순 없다.

그러나 광장과 거리에 모인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민중의 에너지가 분출하면 분출할수록 상황은 국민과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모든 '공학'을 압도하는 역사의 물결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진보세력 모두는 미리 계산하고 사태를 관리하려 들 게 아니라, 분노를 최대한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며칠 전에 개헌을 얘기했다. 그때 87년 체제를 넘어 2017년 체제를 만들자고 했었는데, 87년 체제를 만들어낸 건 시청 앞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과 7,8,9 노동자 대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이었다. 2017년 체제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이 광장에 모여야 한다. 민주노총이 정치총파업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 대통령이 꺼낸 말, 국민과 노동자가 실현하자. 적절한 때가 되면 개헌 고민도 그때 가서 하면 된다. 

10. 대통령만 물러나면 끝인가?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기만 하면 끝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이 퇴진으로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사태의 진실은 끝까지 밝혀져야 하고, 필요하다면 대통령은 퇴진 그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로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해서 잘못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검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이번 기회에 곧 박근혜 체제에 부역했던 모든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검찰, 기재부·문체부·교육부 등 정부부처, MBC․KBS 등 언론, 이화여대 같은 대학 등이 최순실-박근혜에 도움을 줬던 것이 확실히 밝혀진다면, 이들 역시 각자의 행위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야 적극 수사에 나서는 검찰, 지금에 와서야 보도하기 시작한 언론, 느닷없이 반성하는 듯한 정부 부처와 대학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이렇게 해야 시스템이 바뀐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새누리당 해체 요구도 함께 하는 게 어떤지 고민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만장일치로 특검을 의결했고, 일부는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데 자기들은 공범이 아니라는 태도다. 91년 강경대 열사 국면에서 울려 퍼졌던 구호가 '타도 노태우, 해체 민자당'이었다. 지금은 '박근혜 퇴진, 새누리 해체' 정도가 쓸만해 보인다. 이참에 새누리당의 토대를 확실히 무너뜨리자. 필요하다면 새누리당 자체를 붕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어쩌면 탄핵 카드는 유용하다. 새누리의 대통령에 대한 태도를 눈앞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새누리당을 동요·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국회는 대규모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정부 부처 전체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얼마나 엉망진창이 됐는지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 

세 번째, 이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 하에 벌어졌던 온갖 기괴한 일들을 모두 본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 장관 인선안을 비롯하여 남북관계 관련 극비문서, 한일 외교 관련 문서 등까지 최순실에게 사전 보고 됐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 굴욕 회담, 사드배치 결정 등을 포함하여 국정교과서, 테러방지법 등 온갖 악행을 '정상화' 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어쩌면 '거국내각'의 역할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일 수 있겠다. 또한, 거국내각 이전이라도 필요한 선조치들이 있을 수 있다. 

지난 8월 야3당은 국회 내 검찰개혁 특위 및 사드대책 특위 구성,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누리 과정 대책 요구, 백남기농민·어버이연합·서별관 회의 청문회 등 8개 사항에 대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야3당 합의는 곧 거대 야당과 새누리당 사이의 밀월 속에서 유야무야됐었다. 이 과정을 아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그 후 몇 가지는 청문회를 했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가습기살균제 특위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연장되지 못하고 끝났다. 대부분의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요구들을 야당이 전열정비하여 밀어붙이자. 야당이 못 하면, 시민사회가 비상시국회의 등을 통해 요구안을 결집하자. 그래야 대통령 탄핵 요구가 빗발치는 데 한쪽에선 경찰이 백남기 농민 부검을 시도하려는 일 따위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야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대한민국이 어느 길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넓고 깊게 고민할 수 있다. 

이제 결론이다. 87년 6월 항쟁,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대한민국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준 최순실-박근혜 두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두 함께 광장에 모이자. 모든 변화의 원천은 거리에 모인 시민들, 퇴진을 외치는 민중들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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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친 새누리당, 존재 이유 없다

나라 망친 새누리당, 존재 이유 없다김민하 기자 | 승인 2016.10.27 13:14
지도부 사퇴 안 하고, 우병우 안종범 버티고…차라리 분당해야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며 “대한민국은 망했다”라는 말을 사석에서 자주 하게 되었다. ‘망했다’는 것은 물론 비유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 걸로 쳐도 무리가 없는 것 같다. 나라를 다스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라를 다스릴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권력을 틀어쥐고 사유화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이 사태에 대처하는 집권세력의 태도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를 망하게 하고 있다. 냉소주의는 신실한 정치의 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이 다수 대중의 냉소적 현실인식을 ‘진실’로써 추인한다는 거다. 냉소주의적 현실인식의 기본형은 ‘정치란 겉으로는 명분을 말하면서 뒤로는 사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적 행위를 제대로 논평하는 일은 이러한 냉소주의적 현실인식을 거스를 때에만 가능하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체육계에 대한 전반적 비리를 조사하도록 지시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대중의 냉소적 현실인식에서 이는 대통령이라는 정치인이 체육계를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어떤 사적 관계에서의 이득을 받아내기 위한 행위다. 그러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논평, 즉 정치평론은 이제까지 정권의 통치 맥락을 따져 이 지시가 촉발할 정치적 효과를 점검하고 그간 체육계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일이 있었는지를 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뒷받침하는 것은 정치평론이란 결국 그저 허무한 일에 불과하고 대중의 냉소주의적 현실인식이 진리에 보다 가깝다는 점이다. 최순실 씨 딸 승마선수 정유라 씨의 사적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력이 동원됐다는 게 언론에 등장한 다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체육계 비리 같은 것은 하나 마나한 얘기가 된다.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닌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을 사실상 인정하는 사과를 한 이후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수습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이 일괄사퇴를 논의하였으나 우병우 민정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이에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보도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일괄 사퇴를 반대하였다는 두 사람의 논리는 대통령이 어려울 때 청와대를 떠나는 건 무책임한 배신행위라는 걸로 요약할 수 있다.

만일 우병우, 안종범 수석이 자기 일을 제대로 충실히 하고 있었다면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는 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일이 오히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그들의 관점에서 사태가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오도록 한 장본인이다. 애초에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관리 자체가 민정수석의 소관 업무다. 그런데 이런 임무를 제대로 챙기긴 커녕 몇 달째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도 직을 내놓길 거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결국 ‘일괄사퇴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내가 물러날 수 없다’는 것에 가까우리라 예상할 수밖에 없다.

이제 사람들은 ‘팔선녀’를 언급하고 있다. ‘팔선녀’란 최순실 씨를 도와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사유화 한 여덟 명의 여성들을 일컫는 것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과 오너의 부인, 현직 고위 관료의 부인, 전직 금융계 인사의 부인, 사정기관 핵심 인사의 부인 등’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는 게 일반적 평가이다. 언론은 여기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인이 포함돼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하고 있다. 결국 우병우 민정수석이 버티는 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행위의 연장선상으로 비춰질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다.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교수 출신임에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수석비서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대개 교수 출신의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은 관료들이 형성해 놓은 기성 질서에 밀려 파열음을 내거나 허수아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사례를 들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들 하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경우다. 유일호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케이스로 취임 때도 관료 경험이 없는 게 우려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현재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도 교수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수석비서관이 된 사례인데 존재감이 없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이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것에 의문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그 이유가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최순실 씨의 요구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모으기 위해 대기업을 직접 압박하는 등 ‘비선실세’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업무 전문성에 있어선 평가가 박한 모양이다. 한겨레 지면에 실린 김의겸 기자의 글에는 “세종시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안 수석은 존재감이 없단다. 경제부처의 국장, 과장들이 대면 보고를 가면 큰 그림은 그려주지 않고 조그만 트집을 잡아서 혼내기만 했다고 한다”고 써있다. 이런 사람이 수석비서관 일괄사퇴를 거부하니 이것 역시 최순실 씨 국정농단 행위의 연장선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들이 이러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과 스마트폰 앱, 자동응답 혼용방식을 통해 조사한 결과(응답률 10.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21.2%를 기록했다. 하루 단위의 변화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4일 28.7%였던 지지율이 25일 22.7%, 26일 17.5%로 그야말로 급전직하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논하는 사람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 ‘급전직하’의 수치에 단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대만이 반영돼있는 게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정치적 냉소의 확대이다. 정치적 냉소의 확대는 단기간 야권에 정치공학적 이익을 안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 전체에 강한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대한민국 정치는 망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와 같은 내용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5년차 때 한 자릿수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5년차 4분기 때 한국갤럽 조사에서 6%를 기록했었는데 지금 YS정권 마지막 해의 지지율과 비슷한 곡선을 보이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렇게 따지면 과연 새누리당의 기반을 이루는 세력은 대한민국을 1997년엔 경제를, 2016년엔 정치를 각각 두 번에 걸쳐 망하게 만든 셈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청와대를 방어하기 위해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을 보여 과연 이 나라 보수세력이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한다. 자기도 연설문 쓸 때 친구 도움을 받는다는 소리나 하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상식적 조치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이 상식적 조치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즉, 새누리당은 최순실 씨 문제를 다 알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고, 예상됐던 그 문제가 실제로 벌어졌는데도 속수무책인 백해무익한 정치세력이 됐다.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

최소한의 신의성실한 정치를 가능케 하기 위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그나마 상식적 차원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이탈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에서 친박이라는 정치세력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으나 대안도 없이 물러날 순 없지 않겠느냐고 한다. 스스로 문을 닫지 않겠다면 다른 이들이 닫게 만들어 줘야 한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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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이탈자 수로 북한붕괴론을 신봉한다?

<기고> 김광수 부산가톨릭대 외래교수
김광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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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7  23: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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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박사·『수령국가』저자·現부산가톨릭대 외래교수·前민주공원 관장


작금의 상황-최순실 게이트 의혹사건만으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여옥의 회고록 「i 전여옥」에서 언급되어진 바와 같이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이다.
 
성인이면 그 무엇이 옳든 그르든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할, 그것도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할 자기의 언어, 사고, 신념, 체계가 전혀 없다. 오직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최순실의 첨삭지도에 의해 발언이 가능한 앵무새일 뿐이었고, 그런 대통령이 지금의-이순신의 임란극복, 임정의 일제강점기 극복, 4䞏와 87년 6월 민주화항쟁으로 이어진 대한민국 선장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나쁜’대통령이자 ‘어린아이’대통령이 이 ‘위대한’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이 지금 북한붕괴론을 얘기한다. 그것도 최순실의 첨삭지도를 받아가면서 어린아이의 맹목적 수준으로 말이다. 조금만 인문학적 상상력과 국제정치사의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고 고려한다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즉 체제이탈자 수에 의해 한 국가의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 대통령식의 그런 논리대로라면 쿠바는 열 백번 더 카스트로체제가 붕괴하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쿠바인의 체제이탈자 수는 무려 2백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쿠바체제가 붕괴하고 있단 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반면, 이에 반해 북한인의 체제이탈자 수는 남한에 정착한 수가 현재까지 약 3만 명이다(이중에서서도 사망자, 사회부적응자 등을 빼고 나면 2만5천 명 정도이다.). 확률적으로는 북한인의 체제이탈자 수가 쿠바보다 1/66에 불과하다. 66배나 더 높은 쿠바체제도 붕괴되지 않는데, 어떻게 북한체제가 붕괴된단 말인가?
 
백번 더 양보해 현재 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제 등이 먹혀 경제가 어렵고 먹고사는 문제가 최악이라서 북한체제가 붕괴한다는 시나리오도 성립가능한가? 라는 가설을 성립시키고 싶어도 결론은 희망적 사고일 뿐이다. 이유는 그런 논리대로라면 북한보다 더 가난한 미얀마,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도 국가체제가 붕괴되어야 하는데, 그런 소리는 그 어디에도 들려오지 않는다.
 
더 양보해보자. 설령 북한체제가 붕괴된다 하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주도의 흡수통합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 첫째, 국제법상 북한체제가 붕괴하면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 중국이 그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거나, 그것도 아니면 UN이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현재 조성된 동북아시아 정치질서 상 만약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붕괴한다면 미국의 묵인(?)하에 중국이 북한을 접수할 가능성이 쾌 크다. 셋째, 북한체제가 붕괴되더라도 지금의 남-북관계(역대 여느 정권보다 최고의 적대적 관계)로 볼 때 북한의 정치엘리트는 대한민국과 손잡는 대신, 중국과 손잡고 북한체제를 수습할 가능성이 더 높다. 넷째, 대한민국이 흡수통합을 감당할 국가적 능력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우선은 (흡수통합에 대해) 대국민적 수용태세가 확립되어 있느냐? 라는 질문과, 다음으로는 동-서독의 통합에서 확인받듯이 국가의 재정능력이 가능한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이 모든 이유로 흡수통합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작된 북한붕괴론이 박근혜 정부 3년차를 넘어가면서 거의 확신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통수권이 ‘직접적으로’미치지 못하는 북한에 대놓고 체제붕괴를 선동하고 있는 양상은 참으로 민족적 불행과 가깝다. 
 
대통령의 발언-사실은 최순실의 생각이겠지만-들이 그것들을 증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 증거야 수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인 몇 개만 예시하더라도, 지난 8䞋경축사와 10월 11일 국무회의 발언 등이 그 증거로 작용하고 있다.
 
워딩으로는 8䞋경축사에서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했고, 국무회의에서는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며 통일의 시험장”이라는 언급과 함께, 이들의 성공적 안착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실현시키는 의미와 더불어 폭정에 신음하는 많은 북한 주민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춰 나갈 것”을 지시한 것이다.
 
그렇다. 적어도 속내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이렇게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의사, 체제 붕괴 의사, 즉 ‘북한붕괴론’을 역설하는 경우는 다른 것이다. 역대 그 어느 정부에서도-하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입이 아닌, 국가정보원장 등 각료들의 입에서만 나왔다는 사실들이 그 엄중함을 증거하고 있지 않는가. 즉, 그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평화적 분단관리와 통일지향 임무수행의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역대 여느 정부가 해내지 못했던 그 금기를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그 논리도 아주 빈약하게 말이다. 위 워딩에서의 확인은 그 유일한 증거가 북한체제 이탈자가 최근 조금 늘어났다는 사실관계만 있을 뿐이다. 물론 조금 늘어나기는 늘어났다. 최근 1천명 조금 상회하던 체제이탈자가 올해 들어 5백여 명 더 늘어날 것 같은, 이것도 늘어났다면 늘어났다고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진개진으로 말이다. (참고로 해마다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는 쿠바인들은 대략 2만-3만 명이고,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북한인들은 대략 1천-1천5백 명이다.)
 
어쨌든 북한체제 이탈자가 조금이라도 늘어났기 때문에 북한체제가 붕괴한다? 참으로 순진한 망상이다. 아니, 일국의 대통령이 어찌 이런 사고와 판단기준을 갖고 있을지가 심히 의심스럽다는 것이 더 솔직한 심정이다.(하기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최근 JTBC 보도의 최순실 의혹게이트를 보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정책으로 무(無)뇌아와 다름없음이 확인되었기 때문)

 
하여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그런 조롱과 희화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2백만 명 대 3만 명’의 숫자를 반드시 기억하셔야 한다. 왜냐하면 2백만 명의 쿠바체제 이탈자가 있어도 카스트로의 쿠바체제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연장선상에서 꼴랑 3만 명의 북한체제 이탈자가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하여 김정은의 북한체제가 붕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증적으로도 같은 민족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 최종 결정권자라 자부하던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반대체제인 사회주의국가의 쿠바가 턱밑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을 인정할 수가 없는 사실관계였다. 이후 미국은 최근까지도 쿠바의 카스트로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차례의 체제전복을 꾀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은 바로 1961년 미국의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가 CIA의 도움을 받는 쿠바 망명자들로 하여금 피그스 만 침공(1961년 4월)을 감행하도록 지원하였으나 군인들이 모두 생포 및 사살되어 미국의 침공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은 체면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쿠바의 체제전복을 포기하고 2015년 국교정상화를 선언, 양국은 상호간의 수도(首都)에 상주(常住)하던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시켜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성립시켰다.
 
반면,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과 북한은 분단체제 성립이후 끊임없는 이념과 체제대결을 주선으로 하면서도 적대적 공존체제, 화해와 협력체제, 교류와 대화를 반복하면서 두 국가체제가 존립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붕괴론은 수없이 많이 언급되었으나,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김일성 사망(1994)과 김정일 사망(2011) 당시 그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북한은 우리의 희망 섞인(?) 기대와는 달리 ‘비겁한 자야 갈 테면 가라!’, ‘붉은기 사상’, ‘선군이데올로기’로 버텨왔고, 이견의 소지는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현재는 경제는 약간의 성장했다는 점과 김정은 정권은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하여야 하는 것일 게다. 우선은 흡수통합을 전제로 한 북한체제 붕괴전략(적극적인 전략)이든 인내전략(소극적인 전략)이든, 이 전략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와 공생·공리·공존전략으로 그 출구전략을 새롭게 리셋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경제성장(대권의 유력한 야권주자인 어느 분은 최근 ‘국민성장’론을 들고 나오고 있는데, 이 지향점에도 ‘평화경제’의 확장인 ‘한반도경제론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꼭 당부 드린다.)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별의별 짓-심지어 저임금 생산구조인 동남아까지 진출하는 등 모든 것을 다해봤지만, 결국에는 돌고 돌아 한반도경제론만으로 그 탈출구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유무상통, 남북경협으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불편하지만, 동북아시아 정치질서를 인정하여 북핵 해결 올인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즉,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남북한이 풀어야할 민족적 과제가 있다는 국정좌표로 말이다. 대표적으로 북핵문제는 우리에게는 ’불편하지만‘미국과 북한사이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고(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당사자국가로서의 지렛대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통일의 주된 이해당사자로서 남북한은 통일을 위한 실질적 준비, 즉 북한에 대한 호혜적 접근(남한에 대한 호혜적 접근), 민족동질성 회복, 6䞋와 10ܪ선언에 따른 후속조치의 실질적 진전 등에 전력해야 한다.
 
남은 임기동안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통일정책, 남북관계 확립을 위해 -작금의 최순실 의혹게이트는 그런 희망이 무망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대북정책이 U턴되길 희망하고, 정말 그 희망실현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면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꼭 위 3방향에서 대북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본인도 그러한 노력을 할 것이고, 국민들도 불필요한 정쟁과 왜곡-북한 들여다보기에서 벗어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화답한다. 정말 오랫동안 특정 정권을 위해 지배 당해온 반공-반북(=종북)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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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뺌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들이 ‘자백’해야 할 의혹들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비선실세 국정농단’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6-10-27 19:05:55
수정 2016-10-27 19: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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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청와대 측근 비리 의혹 비판과 백남기 농민 부검 반대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청와대 측근 비리 의혹 비판과 백남기 농민 부검 반대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정의철 기자
 
 

"난무하는 비방"(9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말도 안 되는 일방적인 의혹 제기"(10월 20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10월 21일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줄곧 제기돼온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실제로 대통령의 기밀 문건을 받아보고 국정에 개입해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두 사람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박 대통령과 최씨는 직접 나서 파문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제대로 해명된 것은 여전히 없다. 두 사람은 마치 입을 맞춘 듯 의혹을 부인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다.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검찰은 '늑장 수사'를 벌이고 있다. 여야 합의로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핵심인 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결단을 하고 '자백'을 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의 기밀자료 유출, 박근혜 대통령 책임 하에 이뤄졌나

이른바 '대통령 보고자료'가 최씨에게 유출된 것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각각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인한 사실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이들 자료가 어떤 경로로 청와대 밖으로 무단 유출됐느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대해서만 최씨에게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문건을 어떻게 전달하고 최씨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경위는 전혀 해명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최씨에게 전달된 문건 내용은 국정 전반에 대한 것이었다. JTBC 뉴스룸이 입수한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는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발언문을 포함한 200여 개의 파일이 들어있었다. 심지어 외교·안보·통일 관련 기밀 문건도 포함됐다. 최씨가 일부 문건을 수정하면,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또 최씨는 강남 모처에서 각계 전문가와 함께 이른바 '비선모임'을 꾸려 출력된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아 보며 거의 매일 국정 전반을 논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청와대 시스템상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이 없으면 이러한 대통령 문건의 유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책임 하에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건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역할이다. 이중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정계입문 초기부터 18년간 보좌해왔다.

정 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 저장돼 있는 청와대 주요 문건 4건의 작성자 아이디 '나렐로(narelo)'는 정 비서관의 아이디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씨의 비선모임에 '매일 밤 30cm 두께의 청와대 자료를 들고 가 일일보고'를 한 사람으로 정 비서관이 지목되고 있다. 정 비서관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태블릿 PC의 명의는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대표였던 '마레이컴퍼니'로 돼있는 것으로 확인돼, 청와대의 조직적인 개입마저 의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씨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개입 의혹을 부인했고, 정 비서관에 대해서도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에 대한 연설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뉴시스

최순실은 국정 어디까지 개입했나

최씨가 국정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씨의 '국정농단' 수준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봐도 상당하다. 최씨는 단순히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홍보물에만 손을 댄 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국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이 전부일지, 아니면 '빙산의 일각'일지는 당사자 외에 아직 아무도 모른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업무가 아닌 비선으로 진행됐던 터라, 수사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가 단순히 대통령의 문건을 수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국정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만큼 박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최씨가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자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기밀 자료가 최씨를 넘어서까지 유출됐을 가능성이다. 최씨 뿐만 아니라 차은택 광고감독 등 여러 명이 비선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최씨가 미리 받아 본 문건에는 외교·안보·통일 등 대내외적으로 민감하고 중대한 내용도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두고도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두 사람은 오랜 인연으로 절친한 사이임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 대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저를 도와준 인연"이라고 소개했고, 최씨 역시 "대통령을 오래 봐 왔다"고 밝혔다. 최씨는 과거 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하지만 최씨는 공인이 아닌 사인일 뿐더러, 국정운영에 조언을 해줄 만큼 전문적인 식견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그를 신뢰하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해서 도움을 받아왔다. 단순히 절친한 사이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낮의 대통령은 박근혜, 밤의 대통령은 최순실", "공사 구분 못하느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재벌들로부터 수백억원의 출연금을 받아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운용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서도 두 사람의 관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력형 비리'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재단은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 된 문화·체육 관련 민간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을 도맡아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정부가 뒤를 봐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재벌이 두 재단에 거액의 돈을 출연한 것이 정권 차원의 압박에 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모 재벌 회장을 만나 두 재단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해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핵심 관련자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해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나를 수사하라고 공개 선언하라. 대통령 수사 없이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 성역 없는 수사를 받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또 "최씨가 귀국해 수사 받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사건은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사건이 아니라,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권력을 사유화해 국기를 파괴한 사건,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며 "대통령은 이 사태의 철저한 해결을 위해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처하는 것이 역사와 국민 앞에 최소한의 예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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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끄러움은 국민 몫인가 서울→제주 전국대학가 시국선언 열풍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10/28 07:03
  • 수정일
    2016/10/28 07: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교수도, 학생도, 시국선언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

16.10.27 17:37l최종 업데이트 16.10.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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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생 대규모 시국선언 27일 오전 종로구 성균관대 비천당앞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기문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이 열렸다. 학생 300여명은 비천당앞에 놓인 서명대앞에 길게 줄을 서 학과, 학번,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한 뒤 총학생회 시국선언을 지켜봤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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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가에 시국선언 열풍이 불고 있다. 저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입을 모아 외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이다. 지난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발표에 27일에는 교수들까지 동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의 거점 국립대학인 경북대학교에서는 27일 교수들이 나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 대학 교수 88명은 '민주주의를 사수하고자 하는 경북대 교수 일동'으로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박 대통령은) 무능력, 무책임, 불공정, 부정부패, 비리 등으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며 나라 전체를 극도의 혼란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성균관대 교수들도 시국선언 릴레이에 동참했다. 같은 날 성대 교수 32명은 선언문을 통해 "권력을 사적으로 오용하고 국기를 문란시킨 비정상 사태를 접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퇴하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한 뒤 국정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학생들도 시국선언에 목소리를 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의를 알면서도 행하지 못함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이어진 침묵에 더 이상 미소로 답할 수 없다"고 시국선언에 목소리를 보탰다. 이 시국선언에 이름을 얹겠다는 학생 300여 명의 긴 행렬이 캠퍼스 안에서 이어졌다. 

잇따르는 시국선언 30여 개 대학 공동 시국선언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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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생 대규모 시국선언 27일 오전 종로구 성균관대 비천당앞에서 총학생회 주최로 ‘비선실세’ 최순실에 의한 국기문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시국선언이 열렸다. 학생 300여명은 비천당앞에 놓인 서명대앞에 길게 줄을 서 학과, 학번,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한 뒤 총학생회 시국선언을 지켜봤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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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는 카이스트에서는 학부 총학생회가 ""카이스트에서 옳음을 배워온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는 카이스트 명예박사로 자격이 없다고 규정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냈다. 카이스트 총학은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정한 권력과 세력을 용납지 않을 것이며 싸워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모았다. 

한양대 총학생회에서도 학교 본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열고 "국정개입과 권력형 비리 등 밝혀지지 않은 의혹을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대와 숙명여대에서도 학생들이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이를 규탄했다. 

국토 남쪽 끝 제주대학교에서도 시국선언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대 총학생회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개혁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쇄신과 자신의 인적 쇄신에 앞장서고 잘못과 책임에 당당하지 못한다면 자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대학 외에도 대학가의 시국선언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 주께는 전국 30여 개 대학 학생회가 연합해 공동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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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잡고 사드잡자] 2. 정권의 종북공세는 파쇼폭거

[최순실 잡고 사드잡자] 2. 정권의 종북공세는 파쇼폭거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6/10/28 [01:3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2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2.4%이며 30대의 대통령 지지율도 7.3%입니다. 완전한 식물 대통령입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떠한 미련도 갖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완전히 버림받은 것은 그간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민주를 말살한 파쇼폭거였기 때문입니다. 사드배치 과정에서, 그리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시도 과정에서 나타난 독재행각이 바로 그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불순세력? 외부세력 논란

 

박근혜 정부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투쟁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른바 ‘외부세력’, ‘불순세력’ 담론을 강요하였습니다. 사드배치를 성주지역의 지역현안으로 제한하고, 성주 이외의 사람은 개입하지 말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조차도 사드를 한반도 안보차원에서 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드배치는 대한민국의 전국적 현안인 것입니다. 여기에 외부세력 논란을 제기한다니요, 정부는 논리도 없이 마구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외부세력, 불순세력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7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사드 반대 시위에) 불순 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칭한 불순세력은 과연 누구일까요?

 

살펴봅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실제로 불순세력이 존재한다면 현행법에 의거해서 처벌하면 됩니다. 그러나 단지 미국의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박근혜 정권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들을 불순세력으로 몰 수 있는 것인가요?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 어떤 불순세력도 사법기관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아마도 청와대의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 및 구성원을 뭉뚱그려 ‘불순세력’이라 부르는 듯합니다. 청와대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들은 “종북”으로 공격당하던 진보민주인사들입니다. 이들은 “촛불시민”으로 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75%의 국민으로도 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국민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순세력”은 전형적인 정치공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7월 15일, 성주에서 열렸던 사드반대집회를 두고 “성주군민 외에 타지에서 그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첩보와 보고를 받았다”며 이른바 외부세력 개입설을 유포하였습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나아가 ‘외부세력’의 기준에 대해 “성주군민 아닌 사람이라고 정의한다”고 단언하며 주민등록상으로 성주에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여론을 성주군만으로 고립시키려는 전형적인 고립통치, 분열통치수단입니다. 연예인 김제동 씨는 강신명 경찰청장의 논리대로라면 사드배치를 받아들인 박근혜 대통령도 외부세력이고,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외부세력이며 강력수사를 지시한 강신명 경찰청장도 외부세력이라고 일갈하였습니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경상북도 성주군의 지역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문제이며 동북아 안보의 핵심이슈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사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드문제에 외부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지구 반대편의 미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 국민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았으며, 정권은 “외부세력”논리를 끌고 들어와 애꿎은 국민들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독재정치의 수법입니다.

 

2. 종북으로 몰린 사람들

 

사드배치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논리는 “안보문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자기 의견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독재의 전형적인 표상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이들을 ‘종북’으로 몰며 사드배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김한정 더민주 의원은 8월 3일,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러시아와의 대북공조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두고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사드 배치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이런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다”며 김한정 의원을 공격하는데 난데없이 종북 프레임을 끌어들였습니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발언을 심히 왜곡해 북한 동조세력으로 매도하며 색깔론을 펼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주를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이완영 국회의원은 7월 30일 국회 새누리당 정책위 회의실에서 열린 ‘당 북핵·사드본부 간담회’에서 “아직도 우리 성주군의 좌파 종북세력들이 반대는 하고 있습니다마는, 다수 성주 군민들은 오늘 결정에 아마 환영하리라고 저는 믿고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자기 지역구의 주민을 두고 좌파 종북세력이라고 발언한 것입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던 연예인 김제동 씨는 정권의 표적이 되어 ‘종북’으로 몰려 곤경을 치르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김제동 씨는 사드의 성주배치가 발표되자 성주군청 앞의 사드반대집회에 참석해 “뻑하면 종북이랍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종북소리 듣는다. 하도 종북이라고 그래서 '나는 경북이다' 그랬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김제동 씨는 “헌법 제21조,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즉, 여러분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빨갱이라고 하거나, 여러분에게 종북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반헙법적인, 그들이 말하는 프레임에 그들이 갇히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똑똑히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쫄 필요 없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10월 11일,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반대를 말하면 ‘종북’으로 몰릴 거라는 두려움을 깨야 한다. 당당하게 진실을 말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파쇼본질을 드러낸 백남기 부검파동

 

사드반대 투쟁을 공격하는데 드러났던 정권의 파쇼독재본능은 최근 경찰의 물대포로 사망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논란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2015년 11월 12일의 민중총궐기 과정에서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백남기 농민은 누가 보더라도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사망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정권은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유족의 동의도 없이 부검영장을 청구해 경찰병력으로 빈소를 에워쌌습니다. 지난 군부독재정권 시절의 탄압이 그대로 재현된 것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정권은 백남기 어르신이 계신 영안실에도 여지없이 종북공세를 들이대었습니다. 새누리당의 정전석 원내대표는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 국가적 현안마다 직업적으로 몰려다니면서 불법 폭력시위를 일삼는 전문 시위꾼들이 이번 백남기 사건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백남기 투쟁본부에는 법원이 이적단체라고 한 범민련 남측 본부와 이적단체 판결 받고 단체명칭만 바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한국청년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런 이적단체들은 최근 경북 성주에서 총리의 웃옷까지 벗기며 폭력시위를 일삼고, 사드배치 괴담을 유포하는 세력과 궤를 같이 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적단체란 무엇입니까?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지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거론한 단체들은 그러한 국가보안법에 조차 처벌받지 않은 단체들입니다. 그런데도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적단체에서 이름만 바꾼 단체”라고 주장하며 완전한 독재여론공세를 펼친 것입니다. 불리하면 빨갱이, 종북타령을 갖다 붙이던 파쇼폭거가 여지없이 발동된 것입니다.

 

4. 국민이 침을 뱉은 파쇼만행

 

자기 주장을 막가파처럼 밀어붙이고 반대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못된 버릇은 비선실세가 국정전반에 광범위하게 개입된 정황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무턱대고 “종북”이라 몰아붙였지만 국민들은 그런 박근혜 대통령에게 침을 뱉고 돌아서고 있습니다. 끝없이 무너지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런 점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사안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 멋대로 전횡을 부린 정권은 퇴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정권이 퇴출되면 그 정권이 벌여놓은 정책들도 함께 퇴출되어야 합니다. 한반도 사드배치가 대표적입니다.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사태를 바로잡는 것과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던 한반도 사드배치도 조속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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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

벼랑 끝에 몰린 새, 서해 갯벌 넓적부리도요

김영준 2016. 10. 27
조회수 139 추천수 0
 

세계 통틀어 500마리 남짓, 갯벌 매립과 밀렵으로 15년 안 지구서 사라질 듯

새만금 갯벌 없어져 치명타, 서해 갯벌에 소수 찾아와 앙증맞은 숟가락 부리질

 

s1.jpg» 주걱 모양의 부리가 독특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넓적부리도요. 지난해 10월1일 충남 서천의 갯벌에서 촬영했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이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이냐면, 전 세계에 겨우 수백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그 새가 우리나라에도 모습을 나타낸다. ‘넓적부리도요’라는 새가 그 주인공이다. 영어 이름은 ‘주걱 부리 도요’(Spoon-billed Sandpiper)라는 뜻이고, 학명은 Calidris pygmaea다. 속명의 Calidris는 갈색의 얼룩이 있는 물새라는 뜻이고, 종명의 pygmaea는 작다는 뜻이다. 

 

작은 얼룩 물새라는 의미일까? 실제로 넓적부리도요는 앙증맞은 외모에 넓적한 숟가락 모양의 부리를 지니고 있다.

 

형태

 

아마 가장 큰 특징은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일 것이다. 러시아 북동부에서 번식하며, 동남아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는 이동과정 중 거치는 중간 기착지다. 

 

다 큰 새의 몸길이는 14~15㎝ 정도이며, 번식 철에는 머리와 목은 적갈색, 가슴에는 짙은 적갈색의 세로 반점이 난다. 배는 흰색, 다리는 검은 색이다. 

 

번식 철이 아닐 때 붉은색 깃이 거의 빠지고 회갈색으로 변한다. 날개는 9.8~10㎝, 부리는 19~24㎜, 부리 끝 넓이는 10~12㎜, 부척(정강이뼈와 발가락까지 거리)은 19~22㎜, 꽁지깃은 37~38㎜ 정도다.

 

s2.JPG» 넓적부리도요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조류는 계절에 따라 깃 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원앙 수컷도 비번식기에는 암컷과 비슷한 색과 모양을 가진다. 이렇듯 생태적, 계절적으로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전문 지식이 없는 이가 종을 가려내는 일은 좀 어려울 수 있다.

 

s3.jpg» 넓적부리도요의 번식기와 비번식기 깃털 색깔의 차이. 김봉균(왼쪽) Martin J McGill

 

분포와 서식지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추코츠크 반도 연안에서 번식한다. 5월 말에서 6월 초에 러시아에 도달한 뒤 민물 호수 인근의 풀밭에서 6~7월에 번식한다. 

 

19~23일 만에 부화하며, 태어난 뒤 바로 스스로 먹이를 먹는다. 새끼들은 주로 아비 새가 돌보고, 어미 새는 거의 부화 직후 바로 남쪽으로 떠난다. 

 

약 20일이 지난 뒤 어린 새들은 아비 새로부터 독립한다. 북한, 한국, 일본과 중국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으로 약 8000㎞를 이동하며,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와 미얀마, 태국,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 반도와 같은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s4.jpg» 넓적부리도요의 세계적 분포와 이동 경로. http://www.wildlifeextra.com

 

먹이활동

 

머리를 숙이고 앞으로 걸어가며 넓적한 부리를 좌우로 움직여 갯벌에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찾아 먹는다. 도요·물떼새는 부리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 장소에서 먹이를 먹는데, 넓적부리도요는 부리가 길지 않아 아주 얕은 물가나 물이 빠진 갯벌에서 주로 먹이활동을 한다.

 

s5.JPG» 넓적한 부리를 이용해 독특한 방법으로 먹이를 찾는 넓적부리도요.

 

현 상황

 

전 세계에 1천 마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나이절 클라크 영국 조류 트러스트 조류학자 등은 과학저널 <오릭스>최근호에 실린 논문 ‘위급종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에 대한 첫 공식 추정’에서 2014년 현재 넓적부리도요의 세계 개체수를 성체 210~228쌍으로 추정하고, 이들의 새끼까지 포함하면 661~718개체로 보인다고 밝혔다.-편집자).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은 번식지의 서식지 소실과 더불어 이동 경로 및 월동지의 갯벌 매립과 관련된다. 가장 중요한 이동 경로 서식지인 한국의 새만금 지역은 이미 물막이 공사가 끝나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되었다. 

 

장기 원격추적기술로 확인한 연구 결과 중국, 한국, 북한의 주요 서식지 중 이미 65%가 간척으로 사라졌다. 2010년 발표된 연구를 보면, 전통 조류 사냥꾼에 의한 집중적인 사냥이 감소의 일차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s6.jpg» 새만금 물막이 공사의 최종 완료를 알리는 모습. 이러한 간척사업으로 넓적부리도요와 갯벌, 습지를 이용하는 동물의 서식지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이전에는 위기 단계로 평가하였으나 너무 빠르게 개체군이 몰락하고 있어, 2008년부터는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대단히 큼) 단계로 재조정하였다. 

 

2009~2010년 센서스에서는 120~200 번식쌍(전체 약 500~800개체)만이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2년도 센서스와 비교할 때 88%가 줄어든 수이며 매년 26%씩 감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만경강 및 동진강 하구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간 경유지를 없앤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미얀마에서의 사냥도 매우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월동지에서는 밀렵 때문에 어린 개체들이 죽고 있다. 매년 태어난 새끼 중 오직 0.6마리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그 결과 남아있는 번식 가능 개체군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번식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5~15년 이내에 멸종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7.JPG» 넓적부리도요의 다리에 유색 플래그와 가락지가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넓적부리도요의 생활사,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해 보호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인공증식 노력

 

2011년 11월 영국 슬림브리지 인근의 야생조류와 습지 신탁(Wildfowl and Wetlands Trust, WWT)에서는 13마리의 넓적부리도요를 대상으로 한 번식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2011년 11월 러시아 북동부의 추콧카 툰드라 지역에서 알을 수집해 모스크바 동물원에서 부화시켜 60일까지 보육한 뒤 영국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야생에서 알을 채집할 경우 어미들은 보통 이차 산란을 하므로 매우 효과적인 보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 추콧카에서도 인공부화 및 육추 후 방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새끼를 길러 방생한 암컷이 2014년 러시아 번식지에서 산란을 위해 도래한 것이 최초로 확인된 바 있다.

 

s8.jpg» 넓적부리도요의 멸종을 막기 위한 번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Wildfowl and Wetlands Trust(WWT)

 

우리나라에서는 충남의 작은 섬에서 그나마 몇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새만금 지역과 같은 갯벌 지역은 남반구에서 북극 번식지까지 왕복 1만5000~2만㎞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중간 기착지였다. 

 

이동성 조류의 보전을 위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국가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 기착지는 고속도로의 주유소와 같은 구실을 한다. 주유소가 없다면 결국 도착하지 못하고 고속도로 위에서 차가 멈출 것이다. 

 

s9.JPG» 멸종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넓적부리도요를 과연 우리 후손도 볼 수 있을까.

 

정말 아쉬운 것은 따로 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런 동물이 매년 우리나라에도 머문다는 사실 역시 까맣게 모른다는 점이다. 

 

야생생물의 보전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생물과 공존을 해야 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도도새가 그러했고, 나그네비둘기가 없어졌던 것처럼 이 작은 새를 또다시 없애서는 안 된다.

 

글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부장, 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참고자료

 

http://www.saving-spoon-billed-sandpiper.com/

https://en.wikipedia.org/wiki/Spoon-billed_sandpiper

http://www.bbc.co.uk/nature/15692417

http://www.eaaflyway.net/decreasing-waterbirds/

Nigel A. Clark et. al., First formal estimate of the world population of the Critically Endangered spoon-billed sandpiper Calidris pygmaeaOryx, doi:10.1017/S00306053160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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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재난을 부르는 사드배치

[사드배치 철회하라] 1. 핵재난을 부르는 사드배치
 
 
 
우리사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6/10/27 [02: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논란으로 온 나라가 뜨겁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정책결정과정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7월달에 불거졌던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도 동일한 맥락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에 의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재검토해야 합니다.

 

논란을 자초한 제3부지론

 

<오마이뉴스>는 사드 제3후보지론의 정점을 박근혜 대통령이 찍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8월 4일 새누리당 대구·경북지역 초선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제3부지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8월 29일, 성산포대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CC(성주골프장)이 제3부지로 발표되었습니다. 

 

 

국방부는 8월 29일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와 관련해 "한미공동실무단은 제3부지들에 대해 오늘부터 현장실사를 포함한 부지 가용성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거론되었던 제3부지 후보지는 성주 초전면 성주골프장과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이었습니다. 기존 배치부지였던 성주 성산포대에서 성주군내 다른 곳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실무단이 3개부지에 대한 적합성 판단을 하면 그것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드 배치를 어디에 한다는 결과를 한미가 공동으로 협의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방부가 자체 실무조사 결과 염속봉산과 까치산에 대해선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3부지로 성주골프장이 유력해졌습니다. 성주골프장은 성주군청에서 북쪽으로 18㎞ 떨어져 있으며 해발고도 680m로 기존 발표기지인 성산포대(해발 383m)보다 높은 지대라고 합니다.

 

국방부는 9월 30일, 사드배치부지로 성주 골프장을 최종결정하였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를 찾아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나 "달마산(성주골프장이 조성된 산 이름)이 부지 가용성 평가 기준을 가장 충족했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국방부가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 최적지라고 했던 애초 발표는 79일 만에 뒤집힌 것입니다. “모든 변수를 치밀히 고려해 최적지로 성산포대를 선정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사드부지가 제3후보지로 옮겨지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당초 거론되었던 성산포대의 부지가 좁아 레이더와 6기의 미사일 발사대가 배치되기에는 협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레이더와 발사대 간의 거리뿐만 아니라 발사대 사이의 거리도 일정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데, 성산포대의 경우 6기의 발사대가 모두 설치될 공간이 부족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미군당국이 완전히 졸속적으로 사드부지를 검토하였던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성산포대의 북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산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도 8월 4일, 성주 제3후보지를 언급하는 자리에서 “성주에 선영과 집성촌이 있고 아끼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방부는 당초 성산포대를 최적지로 발표할 당시까지만 해도 이곳에 박 대통령의 선산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사드부지가 북쪽에 있는 성주골프장으로 옮겨가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선산은 사드 부지의 남쪽에 위치해 전자파 위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사드 레이더가 김천 쪽을 향하고 있어 불과 7km 거리에 있는 김천혁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게 됩니다. 지금은 김천에서도 사드배치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져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만5000명 성주읍 주민을 피하려다 14만 김천시민들을 반난 격입니다. 또한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측으로부터 골프장 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1000억원 가량의 추가적인 토지매입 예산을 배정해야 합니다.

 

사드 제3부지논란은 사드부지 선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합니다. 이제 성주와 김천에서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투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이념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성주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조차 “성산포대는 최적지가 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사드 배치 최적지가 성산포대라고 성급하게 발표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드배치가 부른 동북아 긴장

 

사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높았습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7월 9일, 사드가 북한 핵, 미사일 대응용이라는 한국정부의 발포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는 말로 반박하였습니다. 자오샤오줘 중국 군사과학원 부주임은 7월 8일, <환구망>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의 최대 영향은 중-미-러 3개 세계 주요국 간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 것”이라며 “중·러는 핵탄두 기술의 연구와 응용을 증가시켜 핵 위협의 효과를 제고시키고 미사일방어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사드배치에 대항해 핵탄두를 계량하고 중-러의 군사적 협력을 주문한 것입니다.

 

나아가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인줘 평론원은 “우리도 사드 타격 수단이 있고, 한국은 타격 대상이 된 것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 안보상 위협이 생긴다면 즉각 타격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언론이 한국을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유사시 타격대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9월 5일,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선언하였습니다. 9월 30일, 사드부지로 성주골프장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유관 국가의 안전 관심사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돕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국가안전 이익과 지역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조치”에 대해 장거리 미사일의 전진 배치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7월 13일, 외무부 성명에서 "비극적이고 불가역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숙고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보다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는 “사정거리가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 이르는 미사일 부대를 극동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는 8월 20일부터 28일까지, 동해안 블라디보스토크항 앞 바다에서 사상 최대 중-러 합동 군사훈련인 ‘해상연합-2015(Ⅱ)’군사 훈련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번 중-러 해군 합동 훈련에는 양측의 함선 23척과, 잠수함 2척, 고정익 항공기(전투기) 15대, 함재 헬기 8대, 육군 대원 400명, 수륙 양용 장비 30대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중-러 합동훈련 사상 최장기간, 최대규모입니다. 이번 훈련에는 해외최초로 중국 해군의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의 주력함과 더불어 해병대와 전투기가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해군연합훈련에서 상륙작전을 실시하는 것도 최초라고 합니다.

 

격화되는 남북대결

 

한미군당국은 사드를 배치하는 이유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였습니다. 이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고조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한미군당국이 사드배치를 발표한 다음 날인 7월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며 반발했습니다. 한-미-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했으나, 중-러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침묵했습니다.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월 11일 북한군 총참모부 포병국 중대경고를 보도하며 "세계제패를 위한 미국의 침략수단인 사드 체계가 남조선에 틀고앉을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그 시각부터 그를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우리 혁명무력은 앞으로도 조선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수호의 전초선에서 그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과감한 군사적 조치들을 연속 취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제 북미간 군사적 대결은 확연하게 두드러졌습니다. 미국은 7월 13일, 유도미사일 잠수함 ‘오하이오’를 부산항에 진입시켰습니다. ‘오하이오’ 잠수함은 미국의 SLBM인 트라이던트를 24발 탑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7월 19일, ‘오하이오’의 부산항 입항에 맞서 일명 ‘노동’ 미사일을 발사각도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하였습니다. 북한은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한미의 사드배치 부지인 성주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어 8월 3일에는 황해남도 은율군에서 최대 1300km를 날아갈 수 있는 ‘노동’ 미사일을 발사해 미사일을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뜨렸습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미연합군은 8월 22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강행하였습니다. <통일뉴스>에 따르면 8월 22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의 성격을 두고 “조선반도유사시 ‘연합군’ 무력에 의한 불의적인 북침핵선제공격능력을 숙달하며 ‘전쟁여건조성’과 ‘억제’, ‘주도권확보작전’과 ‘전장지배작전’, ‘평양점령’과 ‘정부통치지원’ 등 우리 공화국을 타고앉기 위한 단계별 침략계획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여 선제적인 보복타격태세에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UFG연습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군 총참모부는 “조선반도의 현 정세는 사실상 임의의 시각에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일발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9월 9일, 제5차 핵시험을 단행하였습니다. 이번 5차 핵시험의 강도는 인공지진 지진파 5.0으로 언론은 사상최대규모의 폭발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9월 13일,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 상공에 진입시키는 것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이날 한미는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열고 "양국은 앞으로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북한을 더욱 강력히 압박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북미의 군사적 대결은 끝없이 고조되어 왔습니다.

 

결과는 끔찍한 핵재난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한미군당국의 사드배치 결정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확연히 높여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북한의 5차 핵시험까지 야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4차 핵시험 당시 수소탄 시험성공을 주장한 데 이어 이번 5차 핵시험에서는 핵탄두의 규격화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은 이른바 ‘무수단’미사일을 고각발사한 데 이어 SLBM을 고각발사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타격능력을 입증하였습니다. 핵폭발에서 핵탄두의 운반수단까지. 북한의 핵능력이 사실상 완성되었다고 봐야 할 대목입니다.

 

지금 북-미간 비밀접촉이 회자되고 있지만, 대북강경세력들은 여전히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우발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렵사리 나타난 대화기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결과는 끔찍한 핵재난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2006년, <신동아>는 미 국방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서울 상공에서 핵폭발이 일어날 경우 시뮬레이션을 보도하였습니다. 이번 5차 핵시험의 폭발력과 비교될 수 있는 히로시마급 원자탄이 서울 용산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핵폭풍과 열, 초기방사선 등으로 인해 반경 1.8km 이내의 1차 직접피해 지역은 즉시 초토화된다고 합니다. 이어 반경 4.5km 이내의 2차 직접피해 지역은 반파 이상의 피해를 당하게 되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자만 62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북쪽으로는 경복궁에서 남쪽으로는 한강 너머 63빌딩까지 무너져 내릴 것이며 서쪽으로는 마포에서 동쪽으로는 청담동까지 초토화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로는 방사능 낙진에 의한 사망자가 급증하게 되는데 낙진으로 짧은 시간에 죽는 사람이 55만명, 장기간에 걸친 낙친 피해로 죽는 사람이 30만명 가량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기반시설 파괴로 인해 사망할 것입니다.

 

한미당국이 한반도 사드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미의 군사적 대결이 첨예한 상황에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사드배치를 그토록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만에 하나라도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한반도에 끔찍한 핵재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숱한 잘못된 결정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사드배치는 온 나라 국민들의 목숨을 미끼로 한 위험한 대결정책입니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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