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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 강행 규탄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김철수 기자
 

정부가 오는 28일 ‘화해와 치유재단’ 발족식에 점심 대접과 돈을 빌미로 피해 할머니들을 독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대외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을 대상으로만 연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집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정부의 ‘화해와 치유재단’ 발족식을 앞두고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점심 대접’을 하겠다며 호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합의 과정과 내용에서 피해자들을 저버린 정부가 이제는 말도 안 되는 합의를 강행하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들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수의 피해자들에 따르면 정부관계자가 ‘식사 자리에 나오라’며 연락을 해왔고 몸이 불편해 못 나간다는 피해자들에게도 ‘다른 할머니들도 다 오는데 안 나오냐’, ‘돈이 나오니 받으러 오라’ 등의 말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연락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가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도 재차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사죄도 배상도 후속조치도 실종된 합의를 통해 일본정부는 이제 뒷짐 지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정부가 나서 전에 없던 갈등을 만들어내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당장 합의 강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김철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김복동·이옥선·길원옥 할머니도 참석해 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왜 정부는 우리를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두 번 세 번 죽이려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복동 할머니도 “일본 정부하고 싸우는 것도 힘든데 우리 정부는 왜 맨날 할머니들을 괴롭히고 이 더운 날씨에 기자회견까지 하도록 만드느냐”면서 “우리는 어떠한 일 있어도 일본 정부가 진짜 잘못 뉘우치고 법적배상 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실 정대협 공동상임대표는 “우리는 지난 5월 재단이 출범할 때 분명히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일본으로부터 법적배상금 아닌 위로금 받을 수 없다며 ‘정의기억재단’을 출범시켰지만 정부는 그 와중에도 민심을 거스르고 재단 설립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는 예산으로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재단 이름을 ‘화해와 치유재단’으로 정하고 오는 28일 출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외교부와 여성가족부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일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재단 발족식에 참석할 것을 설득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은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할머니들은 대부분 세상에 드러내는 걸 꺼리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이 분들을 재단 발족식에 동원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28일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 발족식에 참여하도록 유도를 당했다며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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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주민들이 면 단위 최초로 신문 만드는 까닭은?

 

8월 창간준비호 발행키로... 발행주체는 '협동조합'

16.07.26 08:13l최종 업데이트 16.07.26 09:3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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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에 있는 자산문화관 2층에서 '흑산신문 발행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20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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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신문이고 방송인데 섬사람들이 하는 말 조곤조곤 담아주는 언론 하나 없다. 모두가 다 기자라는 세상인데 '팩트(fact)'를 확인하러 섬마을까지 오는 기자는 드물다. 

그래서 섬에서 사건만 발생하면 섬사람들에 대한 집단폭력이 난무한다. "섬은 폐쇄적이어서 범죄가 발생하면 서로 쉬쉬하고 감싼다"라는 것이 그들이 바꾸지 않고 즐겨 써먹는 낙인찍기다. 그들이 생각하는 섬엔 인간이 없다. 그저 자신들의 분노를 배설할 대상으로써 '섬'과 '섬놈'만 존재할 뿐. 

그러니 거기엔 이성이 개입할 필요조차 없다. 사실관계를 따지고 현장을 확인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최소한의 분별력조차 생략해도 나무라는 이가 없으니까. 사회적 신경질을 부리며 떼거리로 구타를 해도 변변하게 대응하지 못할 그 '폐쇄적이고 미개한 것들은' 육지에서 격리된 섬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당한 사회폭력의 경험을, 사회적 신경질을 부리며 또 다른 사회폭력으로 전가하는 자들이 많은 사회는 불우한 사회다. 이들은 주로 집단학살과 고문 등 국가폭력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회에 많다. 이들에게 섬과 섬사람들은 매우 좋은 먹잇거리다. 그들은 도시사람들이 흔히 하는 항의방문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외딴 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변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런 폭력을 행사한다. 또 그들은 항상 '2차 피해'를 강조한다. 자신들이 이미 2차 피해자를 낙인 찍어놓고 실컷 집단폭력을 가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지난 21일 오전 10시 30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에 있는 자산문화회관 2층에 흑산도 주민 20명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까닭은 면 단위 최초로 지역신문 창간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흑산도 주민들은 논의를 통해 오는 8월에 '(가칭) 흑산신문' 창간준비호를 내기로 했다. 그리고 신문을 내는 발행주체를 '협동조합'으로 하기로 했다. 7월 24일 현재 흑산신문 창간에 동의한 주민 25명이 창립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흑산신문 창립준비위는 "주민이건 출향인사건 발행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라고 문을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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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신문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이영일 준비위원장. 그는 "흑산신문은 협동조합이 주체가 되어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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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이웃 섬 소통할 수 있는 다리 역할"

이영일 흑산신문 창간 준비위원장은 "신안군은 한국에서 제일 섬이 많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지만 하다못해 생활정보조차 서로 나누기 힘든 곳이었다"라며 "비금도나 도초도처럼 그나마 목포와 가까운 섬은 무료생활정보지라도 받아볼 수 있지만 먼바다 건너 흑산도에선 이조차 힘들어서 애로사항이 많았다"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 때문에 생활권이 같아도 흑산도는 목포 등 도시와는 물론 가까운 이웃 섬과 간접 소통조차 힘들었다"라며 "육지와 이웃 섬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 역할로서 흑산신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발생한 이른바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주민들로 하여금 자체 신문 창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들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종편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들은 주민들을 범죄자들과 동일하게 취급했다고. 심지어 학교에 가는 어린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하며 마이크를 들이대고, 주민들에게 마이크를 숨기고 자극적인 말로 극단적인 대답을 유도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처음 당해보는 상식 이하의 취재 행태"에 경악했다. 

"이건 아니라고 백날 말해봤자 소용없었다. 우리 얘기를 해도 받아주는 매체 하나 없었다. 주민들이 '어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주민들 말 들어주는 매체 하나 없다는 것, 우리 주민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 하나 없다는 것이 우리 주민들이 직접 신문을 만들게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흑산신문은 주로 지역 소식과 생활 밀착형 공공정보를 많이 전달할 것"이라며 "그리고 흑산도를 비롯한 흑산군도의 섬들이 빼어난 관광지인 만큼 우리 주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섬의 멋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문화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1일 흑산신문 창간을 위한 주민 설명회에 최연장자로 참여한 박도순(68, 사리)씨의 기대는 남다르다. 

박씨는 "섬에서의 공론화 과정이 주로 개발위원회 등 관변단체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흑산신문이 발간되면 지역 담론을 주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여러 조건이 안 좋은 섬에서 신문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지만 조급하게 맘먹지 말고 가다보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축하했다.

흑산도 사람들이 면 단위 섬에서는 최초로 만들게 될 지역신문인 <흑산신문>. 흑산도 사람들이 직접 취재하고, 직접 만들 <흑산신문>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까. 출발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매가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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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괴담 ‘댐 수공(水攻)’ 보도 ‘이제 그만’

[친절한 통일씨] 황강댐 3억톤 방류해도 군남댐 범람없다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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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5  02: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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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군남댐 전경.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2009년부터 장마예보를 하지 않는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8월 날씨 전망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덥고 습한 날이 많겠다는 것.

북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과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으며,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다고 한다.

기상청이 장마예보를 중단한 것은 장마기간에 내리는 비 보다는 장마 후인 8월 강수량이 늘어나고 국지성 호우가 문제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7월 말이면 장마는 얼추 끝나지만 폭염 외에도 비 피해에 대한 걱정은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 말 예년보다 한 달 먼저 시작한 장마철 집중호우를 맞아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임진강 상류의 북측 황강댐 수위가 만수위에 육박했다며, ‘수공(水攻)’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KBS는 아리랑위성 촬영 사진을 동원해 북측이 황강댐의 만수위에 육박한 108m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임진강 유역 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황강댐의 만수위를 114m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평소 홍수대비를 위해 수위를 100m 이하로 관리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수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국방부의 설명도, 수력발전용 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저류라는 통일부의 판단도 무시한 매우 특이한 보도였다.

급기야 지난 6일 황강댐의 수문 개방에 대해 군남댐 운영 주체인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수위조절용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언론들은 막무가내로 ‘무단’, ‘기습’ 방류 등 자극적 표현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이런 유의 보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연 폭염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렸으나, 언제 다시 돌출할지 모를 일이다.

남북, ‘발전댐 대 지체댐’ 용도 차이

임진강은 함경남도 덕원군 마식령산맥에서 발원해 황해북도 판문군과 경기도 파주시를 경계로 군사분계선을 지나 한탄강과 섞이고 하구에 들어서 한강과 합류하며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총 길이 254km의 강이다.

북측은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강을 따라 10km 상류에 4월5일댐 1, 2호, 54km 지점에 황강댐, 그리고 그 위로 4월5일댐 3, 4호 등 5개의 댐을 운영하고 있다. 언제부터 운영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측은 지난 2010년부터 북한의 4월5일댐으로부터 강 길로 10km 아래 남방한계선에 접해 있는 필승교를 사이에 두고 그 아래 10km 지점에 군남댐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임진강에 들어선 댐은 모두 여섯 곳으로 남측에 있는 군남댐을 제외한 다섯 곳이 북측 지역에 있다.

   
▲황강댐과 군남댐 위치도. [자료-농림축산식품부]

먼저 북측 댐을 살펴보자.

4월5일댐 다섯 곳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북측에서도 건설을 마친 후 댐을 지었다고 발표하지 않고 중소규모의 발전소를 운영하게 됐다고 할 정도였다.

4월5일댐 중간에 있는 황강댐은 최대 3억톤 정도의 물을 저장한 후 물의 일부를 예성강 쪽으로 보내 발전을 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문이 15개 정도 있는데, 수문 바닥의 높이가 최대 105m라는 추정은 있으나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아니다.

또 유역면적(비가 흘러 들어서 강의 수위를 변화시키는 영역)은 2,800km2 정도로, 약 29억톤을 저장할 수 있는 소양강댐보다 약간 넓지만 저장 용량이 적다 보니까 자주 방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군남댐을 기준으로 임진강에 흐르는 물의 양은 연 평균 31억 톤이며,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50톤 정도가 흐르기도 한다. 황강댐이 예성강으로 유역변경해서 흘릴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10억톤 정도로 추정된다.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황강댐의 특성으로 인해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갑작스러운 방류가 생길 수 있고 갈수기에는 물을 가둬놓기 때문에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북측 댐이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남측에서 임진강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댐인 군남댐은 ‘홍수조절용 지체댐’이라는 용도로 지어진 것이다.

보통 댐이 물을 가두었다가 필요시 발전 목적으로 방류하는데 비해 군남댐은 항상 물을 내려 보내다가 큰물이 오면 물의 양에 따라서 수문을 조절해 지체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군남댐은 북측 황강댐이 최대 저수량을 갖고 있다는 전제하에 운영되며, 여름철 황강댐의 갑작스러운 방류와 겨울철 갈수기 물 부족에 동시에 대비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 13개의 수문이 있는 군남댐. 최대 저장량은 7천만 톤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콘크리트 중력식 댐인 군남댐에는 13개의 수문이 있고 양쪽 끝에는 수문 없이 일정 높이가 되면 흘러넘치는 부분이 한곳씩 있으며, 비 홍수기인 봄·여름철에는 최대 해발 31m까지, 홍수기인 여름철 홍수조절을 위해 최대 40m까지 물을 채울 수 있다. 최대 저장량은 7천만 톤.

정확한 홍수시기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재해대책기간으로 정해진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가운데 수문 7개를 1.5m 정도 높이로 열어 초당 270톤 정도의 물이 방류되도록 운영하는데, 대체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이 그 정도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댐이 없는 것처럼 흘러내려오는 물을 전량 내려 보내는데, 그러다가 내려 보내는 물보다 유입되는 물이 많아지면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수문조작을 하게 된다.

10월 15일 이후에는 가운데 7개 수문 양쪽으로 일정 높이가 되면 흘러 넘치도록 하는 선까지 물을 채워서 항시 5톤 정도가 저장되도록 조절한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가뭄이 심해서 농수 수요가 많아 4월말 6월 중순 사이에 방류량을 조절해 농수 공급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북에서 3억톤 일시 방류해도 군남댐 범람없어”

여기서 북측 황강댐의 저수량이 3억 톤인데 군남댐이 7천만 톤이라면 비율상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황강댐이 물을 가뒀다가 발전과 유역변경을 위해 사용하는 용도로 운영되는 반면, 군남댐은 항시 방류가 진행되는 지체댐이라는 걸 감안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천 내 제방 안쪽의 수위는 하천 유입량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지만 범람만 되지 않으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북한의 황강댐이 무너진다고 해도 3억 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오는 것은 아니며, 서서히 물이 빠지면서 최대값이 왔다가 쭉 빠지기 때문에 하류 군남댐의 범람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강홍수통제소와 국토교통부는 군남댐에서 강을 따라 10km 상류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에 접해 있는 필승교의 수위를 기준으로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단계별 발령을 내고 있는데, 지난 2013년 폭우상황에서 ‘관심’단계까지 간 적이 있을 뿐 그 이상의 위험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남댐의 수위를 결정하는 유역면적 4,200km2 중 97.4%가 북측 지역인 상황에서 북측이 수위 변동이나 댐 운영 상황에 대해 통보를 해주지 않게 되면 남측의 정밀한 댐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의 연락수단이 모두 끊긴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다.

수자원공사에서 임진강 수위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필승교 등에 여러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피해방지를 위한 방송시설 등도 설치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적인 해결책은 역시 양측사이에 연락수단과 대화를 복원하는 일이다.

지난 2009년 9월 북측의 황강댐 방류로 남측 행락객 6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그해 10월 남북은 수해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북측이 댐 방류시 사전에 통보하는데 합의했지만 최근 남북관계 악화로 인해 군 통신선 등 연락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이다.

남북이 서로 사정 알아야

임진강 군남댐은 1996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기 북부지역에 발생한 홍수로 인해 3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9,0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이후 2002년 수립한 수해방지종합대책에 따라 2006년 착공한 후 2010년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2011년 말에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2009년 방류 사고로 인해 철야 작업 끝에 완공이 당겨진 것이다.

특이한 점은 기후 이상으로 인해 당시 초당 강우량이 3,500톤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군남댐에서 초당 1,000톤의 물을, 현재 건설 중인 한탄강댐에서 2,500톤을 추가로 지체시키고 제방정비를 더하는 공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북측 지역에 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비록 연락선이 끊어진 상태였지만 남측에 군남댐이 건설돼 운영된 이후에는 지난 5월 파주 어민 등이 어구 등을 철수하지 못해 1억 5천만원 정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을 뿐 인명 사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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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민 “1번만 찍어 죄송하다”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 전국 동시다발 개최
▲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를 마치고 청계광장으로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불순한 외부세력은 누구인가? 사드 성주배치 결정으로 5만 군민을 죽음으로 내몰려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다. 죄송하다. 우리 성주군민들은 매번 1번만 찍었다. 불순한 외부세력을 우리가 끌어들인 거다. 내 손으로 저 이상한 인간들에게 도장을 찍어주다니…. 잘라버리고 싶다.”

“전자파, 꿀벌 활동 방해 참외농사 걱정”

박근혜 대통령의 ‘불순세력 색출’ 발언이 있은 다음 첫 주말인 23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드 한국배치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영미 성주투쟁위 부위원장의 절규는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20년째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데, 저기 참외 그림 위에 사드반대를 쓴 피켓을 보니…” 전 부위원장은 울먹였다. “꿀벌 실험을 봤다. 휴대폰 전자파를 쏘였더니 벌이 활동을 못했다. 벌이 수정해 주지 않으면 참외 농사를 못 짓는다. 사드와 함께 설치하는 X-밴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휴대폰보다 (세기가)적단 말인가. 이런 거짓말쟁이 대통령, 사기꾼 정부가 어딨느냐?”

▲ 참외 그림에 사드반대 구호를 적어 집회에 참석했다.

“황 총리, 아이들 탄 차 들이받고 뺑소니”

전 부위원장은 또 황교안 총리의 ‘뺑소니’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12일 황 총리가 탄 차는 어린애들까지 타고 있는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고,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도 창문을 깨는 폭력을 행사하곤 도망갔다. 누가 죄를 지었나? 황 총리가 뺑소니를 친 게 아니냐. 그런데 지금 피해자인 일가족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처벌을 받게 생겼다. 이게 말이 되나?” 언론에 발표된 것과는 정반대의 증언을 듣는 집회 참가들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청계광장을 지나던 정모(42. 여)씨는 “저 사람 진짜 성주 사람 맞냐?”고 한 집회 참가자에게 묻곤 “사드배치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성주에 저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진다”며 가던 길을 멈춘 채 전 부위원장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다.

▲ 전영미 사드성주배치반대 투쟁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파란리본' 전국민 가슴에 평화의 상징 되길

전 부위원장은 ‘외부세력 식별표식’으로 사용한다는 파란리본에 대해서도 놀라운 얘기를 쏟아 냈다. “사드 성주배치가 발표된 이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성주 사람들은 농사일을 못하고 군청에 나와 집회를 한다. 매일 밤 대자보를 써 붙이고 손팻말을 만들고 머리띠를 두른다. 어느날 ‘사드는 성주에 배치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들어오면 안된다’는 우리의 입장을 전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파란 리본을 달자’고 누군가 제안했고, 그때부터 우리는 파란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국민의 가슴에 평화의 상징인 파란리본이 달리는 날 사드배치는 철회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치 세월호(참사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처럼.” 연설을 마친 5명의 성주대책위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준비해온 파란리본을 일일이 달아줬다.

▲ 성주군청 주차장에 설치한 천막에서 성주군민들이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리본을 만들고 있다.

사드 배치의 대안은 사드 철회

이날 서울대회를 준비한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 김찬수 공동대표는 지난 21일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했다는 ‘사드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대안이 있으면 가져 와보라’는 발언을 소개하곤 “대안이 뭐냐? 사드 철회다. 철회만 하면 안보 불안은 사라진다. 무기를 대화로 바꾸면 평화가 온다. 대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비핵화를 논의하면 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대화만 하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중학교 교사인 백모(46. 남)씨는 대회가 끝나고 가는 길에 함께온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한미군은 왜 ‘외부세력’이라고 하지 않냐.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니 다른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데 이걸 외부세력이라니. 그럼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평창 사람만 가서 일하냐? 설악산에 케이블카 놓는다고 난린데 그럼 양양사람이 결정해야지 왜 정부가 (케이블카)놔라 마라 하는 거냐. 태안에 기름 유출됐을 때 왜 외부세력들에게 가서 기름 닦으라고 했나? 때려죽일 OO들 용서가 안 된다.”

비슷한 시각 성주군청 앞에서도 사드반대 11차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 매일 밤 8시에 성주군청 마당에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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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전자파, 국방부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

사드 전자파, 국방부가 절대 말하지 않는 것들

김정수 2016. 07. 25
조회수 23 추천수 0
 
전자파 세기 결정짓는 출력 미공개, 어떤 각도로 쐈는지도 알 수 없어
직진이라 안전? 안테나 방사 전파는 직진 전 주변으로 퍼지는 성질 있어
 
_20160718190204_YON_19280.jpg» 18일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미군의 사드 포대에서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레이더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험 이후에도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상반된 주장, 기초적 사실조차 틀린 정보, 한 부분만 강조하고 어떤 부분은 빠뜨린 설명이 사드 전자파의 진실을 가린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10여일 전 갑작스레 이뤄진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지역 발표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논란이 증폭됐다. 정부는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대해 안심해도 좋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지만, 레이더 기지를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할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듯하다.
 
512 (1).jpg» 국방부가 펴낸 ‘만화로 보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바로 알기’의 일부.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면서 빛의 속도로 진행하는 파동이다. 전자파라고 하면 전기장판과 텔레비전 같은 전기·전자제품이나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유해 전자파(극저주파)를 떠올릴 사람이 많겠지만, 방송·통신에 사용되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의 전파뿐 아니라 햇빛까지도 모두 전자파다. 
 
512.jpg
 
사드의 눈인 AN/TPY-2(TM) 레이더는 관측할 구역으로 전자파 빔을 쏴 반사되는 신호를 포착해 목표물을 알아낸다. 이 전자파는 주파수 8~12㎓(기가헤르츠), 파장 2.5~3.75㎝의 엑스(X)밴드 마이크로파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분류한 주파수 밴드에서 시(C)밴드(4~8㎓)와 케이유(Ku)밴드(12~18㎓) 사이에 위치한 엑스밴드는 세계적으로 군사용 레이더뿐 아니라 민간 선박용 레이더, 기상관측용 레이더, 과속 단속을 위한 경찰의 스피드건, 아마추어 무선통신 등에도 사용된다.
 
전문가들 안전성 답변 꺼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발진기에서 만들어진 마이크로파는 증폭기를 거치며 증폭된 뒤 안테나를 통해 목표 구역으로 방출된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세기를 결정할 안테나 출력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긴 탐지거리를 고려하면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미 육군의 <AN/TPY-2(FBM) 레이더 운영 교범>은 적의 미사일을 탄도의 중간 단계 이전에 관측하기 위한 AN/TPY-2(FBM)의 탐지 범위를 1000㎞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이 레이더와 사드용 AN/TPY-2(TM) 레이더가 하드웨어는 같고 소프트웨어만 다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05339771_P_0.JPG» 6월13일 <한겨레>가 찾은 일본 교토부 북단인 교탄고시 교가미사키에 설치된 미군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기지의 전경. 길윤형 기자
 
정부는 마이크로파를 포함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미군은 <AN/TPY-2(FBM) 레이더 운영 교범>에 “레이더 안테나의 전자파 방사가 심각한 화상이나 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 괌에 배치한 사드 레이더 전방 100m까지를 인원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레이더에서 쏘는 마이크로파가 인체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일반론은 논쟁거리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성주의 한 산 정상이라는 구체적인 위치에서 특정한 출력으로 방출될 전자파가 인근 지역에 끼칠 영향이다.
 
한국전자파학회가 펴낸 <레이더 공학과 전자전 응용>의 공동저자인 전문가 7명 가운데 24일까지 연락이 닿은 5명은 이 질문에 한결같이 판단할 자료 부족을 먼저 언급했다. 영향이 있을 것이란 대답은 없었고 영향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일부 있었으나, 단정적인 표현은 꺼렸다. 
 
명로훈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엑스밴드라는 것만 알지 안테나 패턴이나 출력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니, 어떤 학자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12 (2).jpg» <KTV>를 통해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범위. <KTV> 갈무리.
 
박동철 충남대 전기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실제 운영되고 있는 곳의 측정값과 시뮬레이션값이 맞으면, 그것(자료)을 우리나라 지형에 갖고 와서 시뮬레이션한 값을 믿어야 한다. 그렇게 나온 값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준 아래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 결과는 공개된 적이 없다.
 
레이더 인근 지역에 대한 전자파 영향은 안테나 출력과 방사 패턴, 지향하는 각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런 설명을 고려하면 인체보호기준치 10w/㎡의 0.007%로 나왔다는 국방부의 괌 사드 레이더 전자파 실측에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레이더가 전자파 빔을 어떤 출력과 각도로 방출하는 상태에서 측정한 것인지 공개되고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파의 인체 영향은 더욱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다. 인체 영향을 제대로 따져보려면 다양한 노출 수준과 다양한 피노출자의 특성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일반인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세기의 전자파일지라도 생식기관이나 자궁 속에서 막 세포분열을 하고 있는 배아나 태아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과학자들은 겨우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간의 신체기관 중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가는 단계다.
 
국방부가 성주에 설치될 사드 레이더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제시하는 주요 근거 두 가지는 틀리거나 사실의 절반을 무시한 것이다. 국방부는 레이더가 설치될 지점과 성주 읍내와의 고도 차이가 400m라고 설명해왔다. 그만큼 높은 곳에서 하늘로 전파를 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레이더를 설치하려는 산은 실제 해발고도가 383.4m다. 국방부 설명대로면 성주 시내는 바닷물 속에 잠겨 있어야 한다. 성주 읍내의 해발고도가 44.5m임을 고려하면 두 지점 사이의 실제 고도 차이는 국방부 설명보다 61m가량 작다.
 
전자파, 주변으로도 퍼진다
 
512 (3).jpg
 
국방부가 전자파 영향이 없을 것이라 설명하면서 제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근거는 레이더 전자파의 강한 직진성이다. 레이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주민들 머리 위로 지나가더라도 흩어지지 않고 앞으로만 나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테나에서 방사되는 전파는 직진하기 이전에 주변으로 방사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목표한 방향으로만 전파를 보내도록 설계된 레이더의 지향성 안테나도 지향하는 방향(주엽)이 아닌 사이드 로브(측엽)나 백 로브(후엽)와 같은 주변 방향(부엽)으로 전자파를 일부 방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그 레벨(수준)이 작기 때문에 의미있는 레벨이냐는 판단을 해야겠지만, 사이드 로브나 백 로브는 항상 있고,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허용치에 근접한다면 엔지니어들이 그것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자파의 방사 성향을 무시한 채 직진성만 강조하는 정부의 반쪽 설명에 주민들이 의구심을 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레이더 배치 이전은 물론 배치 뒤 ‘사후 환경영향평가’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후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정식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일부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도 의무 사항이다. 국방부가 스스로 내건 환경영향평가 약속을 어떻게 지켜낼지 주목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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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사체에 썩은 뻘... 낙동강은 지금 '아수라장'

 
[현장] 잼버리 대회 개최한다며 강변 둔치 개발한다는 대구 달성군

16.07.24 20:29 | 글:정수근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 달성보 직하류에 죽어있는 잉어의 크기를 재보기 위해 패트병을 대어보고 있다. ⓒ 정수근

"헉, 이렇게 큰 잉어가 죽어있네요. 그런데 잉어는 잘 죽지 않는 물고기 아니에요? 얼마나 물이 더러워졌으면 잉어가 다 죽노?"

지난 20일 낙동강 정기모니터링에 함께한 대구환경운동연합 김민조 활동가의 말입니다. 그의 말대로 그 일대 낙동강의 모습은 심각해 보였습니다. 바닥에 녹조 사체와 물이끼 사체가 고여서 썩어 역한 냄새까지 올라왔습니다. 이곳은 바로 낙동강에 들어선 8개 보 가운데 하나인 달성보 직하류의 모습입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해간다

조금 더 내려가자 군데군데 다른 물고기의 사체들도 보입니다. 강바닥은 썩은 뻘입니다.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가 둔치에 쌓여 있고, 강 전체에서 역한 냄새가 납니다. 정상적인 하천 생태계가 아닌 것입니다. 물 속 생명들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 강물 속에 죽어있는 물고기를 건져내고 있다 ⓒ 정수근
 
▲ 달성보 아래 용호천 합수부의 강바닥 흙이다. 시커먼 것이 시궁창냄새까지 난다. ⓒ 정수근

아니나 다를까 달성보 하류인 우곡교에서 본 낙동강의 모습이 지금의 낙동강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초순의 장맛비로 한 차례 녹조가 씻겨 갔었는데, 지난 현장조사에서는 녹조라떼 현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짙은 녹조띠가 보이는 곳에 무엇인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잉어들이었습니다. 잉어들이 물 표면으로 올라와 입을 껌뻑이고 있습니다.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잉어떼가 여기저기 입을 수면에 댄 채 껌뻑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잉어들이 녹조띠가 선명한 우곡교 아래서 입을 껌뻑이고 있다. "나도 살고 싶다" 외치는 듯하다 ⓒ 정수근
 
▲ 합천보에 갇힌 물고기들이 갈곳 몰라 방황하고 있다. 이처럼 보로 막혀 물고기들이 이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 스트레스가 얼마이겠는가. ⓒ 정수근

큰 물고기가 계속해서 죽어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강물 속에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강물 속이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은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물밖 환경은 어떨까요? 4대강사업 준공 후 보 주변을 제외한 강변 둔치는 각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4대강에 들어선 234개의 생태공원을 관리하는 것인데, 관리가 거의 안 된 채 방치되어 있는 곳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일회성 행사를 위해 13만 평의 강변둔치를 밀다

그런데 최근에는 각 지자체마다 둔치를 활용해 대대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강변둔치는 방치되거나 아니면 개발되어 인간편의 사업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대구 달성군이 구지면 낙동강변에 준비하고 있는 세계 잼버리 대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8월 3일 ~ 9일. 6박 7일간 일주일간의 일정이라 합니다.
 
▲ 잼버리 대회를 위해 전봇대까지 밖고 있다. ⓒ 정수근
 
▲ 잼버리 대회를 위해 13만평이나 되는 하천 둔치를 밀었다. ⓒ 정수근

이 대회에는 전세계 40개국 1만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대구시는 청소년의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일깨우고 젊고 활기찬 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해서 달성군,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공동으로 이번 잼버리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강변 둔치는 단순한 강변 공간이 아니라 생태연결통로입니다. 야생동물들이 강으로 들어가는 길목입니다. 이런 강변 둔치들이 지금 우후죽순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잼버리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구지면 오설리 일대도 비교적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입니다.  
 
▲ 대구시 달성군은 한국스카우크연맹과 함께 제14회 한국잼버리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 정수근

이런 곳에다 총 18억 원을 들여 무려 13만 평을 개간해서 야영대회를 열겠다는 것입니다. 단 일주간의 일회성 행사를 위해 13만 평이나 되는 땅을 밀어버린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귀중한 생태공간을 없애면서까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 행사 이후에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3만 평이나 되는 땅을 개간했고, 전기까지 들여놨으니 어떤 식으로든 개발이 가능할 것입니다. 개발에 대한 욕망이 분출될 것입니다. 이것이 창조경제인가요? 그러나 이것은 미래의 자산을 갈아먹는 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 전형적인 낙동강의 모습이자, 우리하천의 모습. 밭과 강이 어우러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 좋아 보인다. ⓒ 서풍 박용훈
 
▲ 4대강업 전에는 경변 둔치에도 이런 밭들이 즐비했다. ⓒ 정수근

원래 강변둔치는 일부 농민들이 개간을 해서 농사짓던 땅이었습니다. 그런 농민들 다 쫓아내고 이제 와서 한다는 짓이 야영대회니, 쫓겨난 농민들만 억울하게 생겼습니다.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며 농사짓는 것이 일부에게만 돌아가는 개발의 떡고물보다 더 괜찮은 것 아닌가요?

이에 대해 달성군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원상복구 할 것입니다."

과연 원상복구가 가능할까요? 옆에는 청소년수련원도 들어와 있고, 그 옆에는 대구국가산단마저 곧 완공될 것입니다. 개발의 도미노가 펼쳐질 텐데, 과연 달성군이 원상복구를 할까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구환경연합 같은 환경단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시가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장맛비로 망가진 도동나루터 

지난 장맛비는 낙동강의 여러 군데 깊은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도동나루터입니다. 지난 비로 강물이 불어나 나루터를 덮쳐 나루터의 손잡이가 다 휘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녹조띠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해둔 회전식 수차도 밀려와 가장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 녹조라떼가 다시 시작되는 도동나루터. 지난 장맛비에 난간이 휘어져버렸다. ⓒ 정수근
 
▲ 끌려나온 회전식 수차. 녹조띠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로 수차를 돌린다. ⓒ 정수근

그 회전식 수차를 돌리기 위해 그동안은 발전기를 동원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지 이제는 전기를 연결하는 공사를 새로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다고 녹조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표면에 녹조띠가 안보일지는 몰라도 물 속 녹조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 속에 조류들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다른 곳에 더 많은 녹조라떼 현상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나 같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대응책뿐입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대책은 바로 수문을 여는 것입니다. 수문을 활짝 여는 것이 어렵다면 관리수위라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래야 강이 조금씩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7년 동안 낙동강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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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백두산 역사평화기행

천지를 보려면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포토> 백두산 역사평화기행
황금상  |  hks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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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5  0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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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상 / 사진작가, 소프트웨어개발업체(www.softville.co.kr) 운영

지난 5월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한 후배의 제안으로 시작된 ‘백두산 역사평화기행’에 참가하게 될 줄은 그 당시에는 몰랐다. 개인적인 우여곡절 끝에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4일 동안 기행은 시작되었고, 내 친구와 친형도 함께 동반했다. 개인적인 소소한 의미도 있어 약간의 기대감으로 시작된 이 여행은 ‘소통과 혁신연구소’가 주최하고,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경기본부’와 ‘평화와 자치를 열어가는 부천연대’가 주최하였다. / 필자 주

 

여순감옥, 일본관동법원지구, 고려박물관

7월15일 오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정도 날라서 중국 대련에 도착하여 첫 방문지는 안중근 의사가 투옥되고 사형이 집행된 여순감옥이었다. 마침 내리는 촉촉한 이슬비가 방문자들의 마음을 가라앉게 하였다. 이곳은 안중근 의사뿐만 아니라 단재 신채호 선생도 옥고를 치르다 병사한 곳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던 중국, 한국, 일본, 터키 등의 투사들의 희생을 간직한 곳이다.

   
▲ 여순감옥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두상. [사진제공-황금상]

 

   
▲ 여순감옥의 사형장. 이 장소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사진제공-황금상]

 

   
▲ 사형장의 아래 모습. 사형이 집행된 된 죄수를 아래의 원통에  떨어뜨려 넣고 바로 야산에 매장하였다. [사진제공-황금상]

 

   
▲ 여순 감옥의 감방 복도. [사진제공-황금상]

 

   
▲ 여순 감옥. 수형자들이 강제 노역을 가기 전에 몸수색을 받고 옷을 갈아 입은 장소이다. 옷의 곳곳에 혈흔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진제공-황금상]

 

   
▲ 사람을 눕혀 묶어 넣고 고문을 한 도구. [사진제공-황금상]

 

   
▲ 고문도구. [사진제공-황금상]

 

   
▲ 일본관동법원지구의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았던 장소. [사진제공-황금상]

여순감옥과 일본관동법원지구에는 안중근 의사 외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독립 투사들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대부분 중국 공산당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셨던 독립 투사들이다. 처음 접하는 그 분들의 자취를 보면서 분단된 국가에서는 독립 운동의 역사도 반쪽만을 배워왔다는 또 다른 분단을 느꼈다. 아래는 아마도 남쪽에서는 모를 '등학고'의 법정 진술 내용이다.

법관 :  피고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느냐?

등학고 : 우리 중국 공산당의 현 단계 목표는 자본가의 폭리를 제한하고 토지 소유권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장래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법관 : 너희들은 자본가의 철도, 공장, 전기기계 사업을 몰수하여 국가 공유하려고 한다.

동학고 : 만약에 이렇게 한다면 직원에게 실제적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

법관 : 너희들은 왜 학생, 노동자, 농민들에게 단결을 강화하라고 하느냐?

동학고 : 반드시 필요하니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다.

다음 일정으로 '고려박물관'을 방문하였다. 개인 박물관으로 황희면 관장님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우연히 장터에서 고조선 유물을 발견하고 한민족의 고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사재를 털어 유물을 사들여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관장님의 짧은 강의(?) 속에서 해방 이후에도 깊숙이 자리 잡은 친일 사관을 비판하고, 민족사관에 대한 강한 애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 고려박물관. 황희면 관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황금상]

 

압록강단교, 조중철교, 광개토대왕비, 광개토대왕릉, 장수왕릉 

여행 2일차 7월16일 오전 5시반에 일어났다. 전날 숙소로 들어와서 일행과 늦은 밤까지 양꼬치와 함께한 고량주의 취기가 아직도 입안에 머물고 있었지만 간단히 아침을 먹고 7시에 단동에 있는 압록강 철교로 이동하였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더웠다. 차창 밖의 도심 풍경은 간판의 한자 외엔 한국의 다른 소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윗통을 입지 않은 중국  남자들의 모습을 제외하면... 

단동의 압록강에는 두 개의 철교가 있다. 하나는 지금도 북측과 통행을 하는 철교가 있고, 하나는 6.25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끊겨진 철교가 있다. 일명 '압록강단교'.. 압록강 너머로 북측이 보였다.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도 보이고 간혹, 나무 사이로 건물들이 보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가 없다. 

압록강 단교에 올라 북측 방향에서 끊어진 부분까지 걸어갔다. 양쪽에 있는 중국기 외엔 별다른 이국적인 풍경은 없다. 토요일에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중국인들과 한국 여행객들은 평화롭게 보였지만, 강 건너 보이는 북측의 모습도 한적하고 평화롭게 보였다. 

   
▲ 압록강단교.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의 조중철교. 간혹 중국에서 북측으로 가는 관광버스들이 보인다.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단교의 끊어진 부분. 당시 미국에서 투하한 폭탄의 모형이 보인다.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 본 북측의 모습. 압록강에서 수영하고 있는 중국인이 보인다.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 만포시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 만포시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 만포시의 모습. 멀리 밭 일을 하는 북측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제공-황금상]

 

   
▲ 압록강에서 본 북측 만포시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다음 일정은 고구려의 수고였던 국내성에서 북쪽으로 2.5Km떨어진 환도산성으로 이동했다. 환도산성은 적이 침입하면 국내성을 떠나 적을 방어했던 산성으로 비상시의 왕과 귀족의 대피처인 곳이다.

   
▲ 고구려의 환도산성. [사진제공-황금상]

 

   
▲ 고구려의 환도산성 전경. [사진제공-황금상]

 

환도산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로 이동하였다. 교과서에서 많이 보았던 비바람의 훼손을 막기 위한 유리벽의 건축물 안에 광개토대왕비가 있었다. 관리인 한 명이 지키고 있고, 안타깝게도 실내에서는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없었다. 한반도를 넘어 중국 대륙에 까지 펼쳐진 영토에서 대망을 꿈꾸었던 광개토대왕은 지금의 분단된 한반도를 어찌 보고 계실까? 당신을 보기 위해 북측을 멀리 돌고 돌아온 남측 사람들을 반기고 계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왕의 꿈은 우리에겐 과거의 시간 만큼이나  먼 이상일 것이다.

   
▲ 광개토대왕비. [사진제공-황금상]

 

   
▲ 광개토대왕릉. 발견 당시 주민이 능의 석조물 가지고 가서 한 쪽 부분이 많이 기울어져 있다. [사진제공-황금상]

 

   
▲ 장수왕릉. [사진제공-황금상]

 

   
▲ 장수왕릉의 순장묘. 장수왕릉 주변에 동서남북 방향으로 네 개의 순장묘가 있지만 지금은 한 개만 남아있다. [사진제공-황금상]

 

백두산, 장백폭포 

7월17일 기행 3일차인 오늘도 4시 반에 기상하여 6시에 호텔로비에 모이기로 했지만, 전날 밤 과음(?)으로 침대에서 눈을 뜬 시각이 6시였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10분만에 차량에 탑승했다. 미안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나에게 걱정스레 옥수수, 빵, 우유들을 건네는 일행들... 따뜻한 고마움을 느끼며 백두산길에 올랐다.

일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다 하며 반도에서는 백두산이라 부르고, 눈이 오래 지속된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불리는 산, 반도의 고대사의 첫 머리에 나오는 민족 정기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민족의 산을 오늘 우리는 돌아 돌아서 중국을 통해 오르려 한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 천지를 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백두산 정상의 날씨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위로(?)의 말에 우리 일행은 노래 '백두산'을 부르며 천지의 염원을 품고 4시간여 동안의 버스길을 달렸다.

점심 식사 후  도착한 장백산 입구. 일요일 오후임에도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날씨는 흐렸고, 입구에서도 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안한 마음을 품고 백두산에 올라갈 차량을 갈아탔다.

   
▲ 백두산(장백산) 입구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몇 년 전부터 중국 중앙에서 장백산관리위원회를 두고 직접 관리한다. 생태 보존을 위해 일반 차량으로 백두산에 오르지 못하고, 입구에서 30~40인승 전기 차량으로  천지 입구까지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8인승 지프차 전기차량을 타고 천지까지 이동한다.

   
▲ 백두산 입구에서 천지 입구까지 이동하는 차량에서 본 백두산의 모습. 약 40~50분간 이동하며 길 양 옆으로 밀림이 끝없이 이어진다. [사진제공-황금상]

 

   
▲ 백두산 천지 입구에서 천지까지 지프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꼬불꼬불한 길을 지프차를 타고 15분~20분간 오른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지대라 수목은 보이지 않고, 이끼와 같은 작은 식물만 있다. [사진제공-황금상]

 

   
▲ 천지의 모습. 불행하게도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 안개가 끼어 천지를 보지 못했다. 천지를 보려면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진제공-황금상]

 

   
▲ 장백폭포 가는 길. [사진제공-황금상]

 

   
▲ 장백폭포로 가는 길. [사진제공-황금상]

 

   
▲ 장백폭포로 가는 길. [사진제공-황금상]

 

   
▲ 장백폭포의 전경. [사진제공-황금상]

 

   
▲ 장백폭포의 하류에 있는 온천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청나라 고궁 

중국 기행의 마지막 날인 7월18일이 밝았다. 오늘은 심양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가 볼모로 잡혀 있었던 청나라 고궁을 방문하고 인천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원래 일정에는 '조선의용군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관장의 납득할 수 없는 방문 거부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심양의 날씨는 무척 더웠다. 주위에 산이 없고 넓은 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도시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과 냉방기에서 거리로 내뿜는 더운 바람이 도시의 온도를 더 올라가게 하는 것 같았다.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청나라 고궁의 첫 모습은 우리나라의 경복궁보다는 작고 건축물이 조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청나라 고궁의 전경. 건축물의 지붕이 금색인 것은 누르하치가 기거하는 곳이고, 검은 지붕의 건축물은 신하들이 사용하는 곳이라고 한다.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의 건축물.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 누르하치가 앉았던 의자.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전통 의상을 입은 중국 소녀 관광객.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의 모습.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의 창문 모양.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의 담에 있는 문양. [사진제공-황금상]

 

   
▲ 청나라 고궁의 천장에 있는 문양. [사진제공-황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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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경영’ 이건희 결정적인 흑역사 네 가지 장면

등록 :2016-07-23 14:02수정 :2016-07-24 11:41

 

2008년 4월22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2008년 4월22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뒤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건희(74) 삼성전자 회장이 자택과 고급빌라에서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돈과 힘을 쥐었던 0.1% 권력자의 ‘낯 뜨거운 민낯’입니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은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 을 합니다. 이러한 회장님 말씀을 받들어, 삼성은 20년간 눈부신 성장을 일구었습니다. 삼성의 성공 요인으로 거론되는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광범위한 정관계 인사 관리·경영권 편법 승계 등 법 위에 군림하던 ‘황제 경영’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를 여전히 2류로 머물게 한 이건희 회장의 ‘황제 경영’ 흑역사를 짚어 보았습니다.

 

 

1. 2005년 삼성 엑스(X)파일 사건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엑스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2006년 2월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맨 왼쪽)과 임원들이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엑스파일’ 사건 등이 불거진 2006년 2월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맨 왼쪽)과 임원들이 국민에게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2005년 7월 <엠비시>(MBC) 이상호 기자의 보도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불법도청을 한 테이프,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이 파일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 2인자 이학수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겨 있었는데요. 삼성이 대선 후보자와 유력 정치인,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정황이나 제공 계획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해 8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전현직 검찰 최고위 간부 7명의 실명과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을 불기소 처분합니다. 금품을 줄 대상으로 거론된 전·현직 검사나 정치인에 대해서도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반면,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의원에 대해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들의 혐의는 유죄가 확정됩니다. 엑스파일 사건을 총괄했던 당시 황교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은 법무부 장관을 거쳐 지난해 6월 국무총리가 됩니다.

 

 

▶바로가기: “불법도청 내용, 공익기준에 못미쳐”…대법, 안기부 엑스파일 보도 ‘유죄’ 판결
▶바로가기: ‘떡값 검사’ 폭로한 노회찬은 유죄, 로비 덮은 황교안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바로가기: 떡값 준 놈·받은 놈보다 나쁜, 알린 사람?

 

 

2. 2007년 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

 

김용철 변호사(오른쪽 세번째)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008년4월23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특검의 수사 결과와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김용철 변호사(오른쪽 세번째)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008년4월23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특검의 수사 결과와 삼성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을 비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엑스파일 사건 당시 검찰은, 삼성의 불법 비자금 의혹에 대해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7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 형태로 숨기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이나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로비를 해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양심선언을 합니다.

 

 

▶바로가기: “내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 이상 있었다”

 

 

검찰이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2007년 11월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삼성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공안검사 출신인 조준웅 변호사가 특별검사로 임명돼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했지요. 2008년 4월 특별검사팀은 이건희 회장이 불법적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하고,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자산을 보유하면서 세금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을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합니다.

 

 

▶바로가기: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문 전문 요약
▶바로가기: 99일 특검수사 결국 ‘삼성에 면죄부’
▶바로가기: ‘특검 SDS 기소’에 낯뜨거워진 검찰

 

 

당시, 특검팀은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모두 내사 종결이나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특검이 삼성그룹과 우리 사회가 새롭게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비판합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2년 뜻밖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삼성 비자금 관련 특별검사였던 조준웅 변호사 아들이 2010년 1월 삼성전자 과장으로 입사했다는 겁니다.

 

 

▶바로가기: 조준웅 삼성특검 아들, 비자금 재판 뒤 특채로 삼성 입사

 

 

3. 경영권 편법 승계

 

201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주최로 열린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토론회 모습(왼쪽)과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 박종식 기자
201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주최로 열린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토론회 모습(왼쪽)과 2011년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걸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 박종식 기자

 

특검수사가 끝난 뒤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및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을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법정에 섭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1990년대에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입니다.

 

 

▶바로가기: 이재용 삼남매, 에버랜드·SDS로만 12조원 벌어

 

 

1996년 에버랜드는 99억여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의 전환가격에 발행했습니다. 주식 시세가 1주당 7700원이 넘으면 주식으로 전환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채로 보유해 만기 때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에버랜드 주식 실거래가에 견줘 1주당 7700원이라는 전환가격은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대박’이 보장된 사채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이거나 계열사였던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에버랜드의 주요 주주들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거죠. 결국 전체 전환사채 물량 중 97%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세 딸에게 3:1:1:1 비율로 배정됩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해 12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꿨고, 단숨에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리고 2014년 에버랜드가 상장되면서 이재용 남매는 막대한 차익을 챙깁니다. 그러나 2009년 5월 대법원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세금 없이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 5(유죄):6(무죄)로 무죄를 선고합니다.

 

 

▶바로가기: 이 대법원장이 1심 변론때 폈던 논리대로 ‘무죄’
▶바로가기: [카드뉴스] 나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였습니다

 

 

그런데 3년 뒤 2012년 민사 재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옵니다. 2006년 제일모직 주주 3명이 이건희 회장 등 제일모직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해 손해를 입었다며 137억여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는데요. 2012년 2심 재판부인 대구고법 민사3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됩니다. 앞서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제일모직 등에 대한 이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선 기소를 하지 않았습니다.

 

 

▶바로가기: 이건희, 에버랜드CB소송 상고포기…제일모직에 130억 배상 확정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는 다르게,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부여된 채권) 헐값 발행으로 인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선 이건희 회장의 유죄가 확정됩니다. 그런데 유죄 선고 4개월 만인 2009년말 이명박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 단 한 사람’을 특별사면시킵니다. 경제인 1명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헌정사상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은 23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합니다.

 

 

▶바로가기: MB, 이건희 ‘1인 특별사면’

 

 

4.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삼상 반도체에 다니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인1조를 꾸려 함께 일하던 짝궁도 같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속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삼상 반도체에 다니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2인1조를 꾸려 함께 일하던 짝궁도 같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속초/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흥공장에서 2년간 일하던 황유미씨가 스물셋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집니다. 아버지 황상기씨는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를 찾아다니며 “딸이 산업재해로 억울하게 죽었다”고 호소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결성됐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모이게 되면서 삼성 직업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2009년 근로복지공단은 황유미씨 등 5명에 대해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가족들은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삼성은 이들의 발병이 산재가 아니라고 주장했고요. 2014년 8월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와 마찬가지로 고 황유미씨, 고 이숙영 씨의 백혈병이 산재라고 판결했고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포기합니다.

 

 

▶바로가기: 돈으로 죽음을 덮으려는 삼성
▶바로가기: 2심서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일부는 산재”

 

 

2014년 5월14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난치병 발병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해결 의지를 밝힙니다. 집단 백혈병 발병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가 시작된 지 무려 7년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과가 있기 불과 며칠 전인 5월10일 이건희 회장은 쓰러집니다.

 

그해 11월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반올림과 입장이 다른 피해자 가족들이 꾸린 단체) 등 세 주체가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보상·사과·예방 등 3대 의제를 논의했고, 조정위는 2015년 7월 첫번째 조정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독립된 공익법인을 설립하자는 내용이 뼈대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공익재단 설립을 거부하고, 독자적 보상위원회를 꾸려 보상 절차에 들어갑니다. 올해 1월 삼성전자, 반올림, 가족대책위는 재해예방을 위한 외부 독립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삼성은 직업병 문제 관련 3대 의제 논의가 모두 마무리됐다는 입장인 반면, 반올림은 ‘재해예방대책’ 부분에 대해서만 해결책을 마련했다며 직업병 책임을 인정하는 차별없는 보상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로가기: 삼성은 백혈병 개별보상중…그런데 뭔가 씁쓸하다

 

 

*참고 도서: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2014·후마니타스), <기울어진 저울-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2013·한겨레출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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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IS 자폭테러' 사상자가 310여명으로 늘었다 (업데이트)

 
게시됨: 업데이트됨: 
KABUL
 

업데이트 : 2016년 7월24일 00:10 (기사 보강)
업데이트 : 2016년 7월24일 00:20 (기사 보강)
업데이트 : 2016년 7월24일 01:25 (기사 보강)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소수인 시아파 하자라족 시위대를 겨냥한 자폭테러가 벌어져 사상자 310여명이 발생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23일 현지 인터넷뉴스 카마프레스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하자라족 수천 명이 카불 시내 '데 마장' 지역에 모여 시위를 하던 중 두 차례 이상 자폭 테러가 일어나 사망 61명, 부상 207명 등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아프간 보건부 관계자가 밝혔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사상자수는 사망 80명, 부상 231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디언은 만약 IS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최종 확인된다면, 이번 테러는 IS가 카불에서 저지른 최초의 테러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테러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 폭발이 발생한 이후 아프간 경찰은 하늘로 총을 발사해 군중들을 분산시켰으며, 두 번째 폭발은 희생자들을 도우려던 사람들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프간에서 소수파인 이슬람 시아파에 속한 하자라족 주민들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을 받아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TUTAP power line) 설치 계획과 관련해 정부가 하자라족 주민들이 모여 사는 바미안 지역을 배제했다면서 이날 오전부터 시위를 벌이던 중이었다.

아프간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는 하자라족은 주류인 파슈툰족과 달리 종교적으로 시아파에 속해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다. 또 몽골계 후손인 하자라족은 아프간 내 다른 민족들과 외모가 유독 이질적이기도 하다. 극단 수니파가 주축인 탈레반 정권(1996-2001) 아래에서는 대규모 학살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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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일어나기 전, 시위에 참여했던 주민들의 모습. 이들 중 대부분은 하자라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2016년 7월23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은 '모든 아프간인은 평등하다', '차별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전력망 노선은 전임 정권 시절인 2013년에 하자라족이 거주하는 바미안 지역을 비켜가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얼마 뒤 시위 군중들 사이로 '자살폭탄'이 터졌다. 평화롭기 그지 없던 이 곳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시위대가 인근 대통령 거처나 시내 중심가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 때문에 구조대의 도착이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북 미사일 종류도 구분 못하는 한심한 미국 정찰능력

북 미사일 종류도 구분 못하는 한심한 미국 정찰능력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7/23 [16:5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세발 중 2발이 아기 우유병꼭지형 탄두의 화성 7호임이 명백한 사진, 이를 미국은 노동미사일로 분류한다.     ©자주시보

 

▲ 19일 시험발사한 화성계열 미사일의 탄두 모양, 깔대기형 1기와 우유병꼭지형 2기 총 3기였다.     ©자주시보

 

 

2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군 관계자가 22일 북한이 지난 19일 발사한 3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노동미사일 2발, 스커드 미사일 1발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은 북의 미사일 중 탄두가 아기 우유병꼭지처럼 생긴 화성 7호를 노동미사일로, 깔데기형을 스커드형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19일 발사 당시 미국 전략사령부는 3발 중 두 발은 스커드 계열 미사일, 나머지 한 발은 노동미사일로 추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의 미사일 탄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구분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미국의 군사용 정찰위성은 지상의 야구공도 선명히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대북 정찰능력은 그리 높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늘 북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패했다고 주장하지만 북은 나날이 미사일 성능을 개량하여 세계적으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만 보유하고 있다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도 펑펑 쏘아올리고 대출력 고체로켓엔진과 신형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한 중거리 미사일 화성 10호도 쏘는 족족 성공하는 모습을 연속 보여주고 있다.

 

이런 미국의 빗나간 예측이 의도적으로 북을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왔었는데 이번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예 미국의 정찰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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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건넨 500만 원은 조롱의 돈"

 

'직업병 노동자에 500만 원, 성매매 의혹 여성에 500만 원',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SNS 글 눈길

16.07.23 20:23l최종 업데이트 16.07.24 10:19l

 

"죽어가는 딸 앞에서 삼성이 '이걸로 끝내자'고 딸의 병원비로 내민 500만 원…. 치료비가 없어 그걸 뿌리치지 못해 눈물 흘린 유미 아빠 황상기씨는 9년 동안 삼성과 세상을 향해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처한 실상과 산재 사망을 알려왔다.

삼성이 온갖 수작으로 은폐하려 했지만 76명의 죽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삼성은 반성은커녕 세상을 조롱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회사의 비호하에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 불법 성매매 (의혹)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 속에서) 성매매 추정 여성에게 건넨 500만 원…. 유미 아빠에게 삼성이 건넨 500만 원은 조롱의 돈이다."

지난 21일 <뉴스타파>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 의혹 뉴스를 보도해 파문이 이는 가운데,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가 쓴 글이 눈길을 끈다.

반올림 상근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23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뉴스를 언급하며 이같이 썼다. 이 글에 등장하는 '유미'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당시 23세)씨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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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왼쪽)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오른쪽).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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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당시 딸 유미씨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 황상기씨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다녔고, 이는 현재 '반올림'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고 황유미씨와 황상기씨의 이런 사연은 2014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자세히 알려졌다. 

 

황상기씨는 앞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 측에서) 돈이 500만 원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것만 받고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돈이 넉넉히 있었으면 그 돈 안 받고 거기서 싸우고 싶었는데. 치료할 돈이 없어서 그 돈 50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뉴스타파>가 공개한 성매매 의혹 뉴스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당시 여성들에게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돼, 이 노무사가 참담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공개 파문 http://omn.kr/kghi).

이 노무사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우리들의 외침이 그들에겐 얼마나 유치하고 우습게 보일까. 지금도 요양병원과 무균실에서, 암 병동에서 투병 중인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이 뉴스를 접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은 스스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의 자정능력은 기대할 수 없다"라며 "삼성이 직업병 문제에 책임 있게 임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무사 "병원에서 삼성 뉴스 접한 피해자들 마음은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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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올림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을 거둔 고 황유미 씨 사연을 계기로 출범했다. 반올림에서 제보받은 피해자 수만 220명이 넘었고, 그중 76명이 중병으로 사망했다.
ⓒ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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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23일 현재 '반올림'에 따르면 여기에 제보된 반도체 피해자는 223명이며, 피해 사망자 수는 76명이다. 이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1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피해자 가족 등 반올림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삼성전자 홍보관 인근)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95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오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농성장에서는 농성 300일 맞이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2014년 5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같은 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꾸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족대책위원회-반올림 등 3개 교섭주체는 지난 1월 삼성 직업병 사태 3대 쟁점(재해예방, 사과, 보상) 중 재발방지대책 부분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과와 보상, 나머지 두 가지 의제는 미합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3자 합의보다 개별 보상에 나선 것을 지적하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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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일 문화제 반올림은 7월 28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에서 농성 300일을 맞아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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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안 가도 상관 없어요. 엄마도 괜찮대요”

 
‘대학에 안 가도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학생이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우리 교육은 제시하지 못한다. 지금 행복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조회수 : 43,337  |  해달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강사)  |  webmaster@sisain.co.kr
 
 
 
 

 

2년 넘게 학원을 다니면서 숙제를 한 번도 안 해 오는 학생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공부를 안 한다. “너 그러다 대학 못 간다”라고 엄포를 놓았더니 “못 가면 어때요? 전 지금도 행복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만사태평이다. 내 표정을 살피더니 “학원에 안 오면 불안하니까요. 근데 대학 안 가도 상관없어요. 엄마도 괜찮다고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속 편한 소리 한다고 혀를 찰 수도 있다. 옆에서 친구들도 “쟤는 아빠 사업 물려받으면 되니까 저래요”라고 말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은 직장을 얻는 길이라고 믿는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친구가 부럽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에서 자란다고 ‘학벌’에 대한 욕구가 덜한 것은 아니다. 일찍부터 자식에게 청년 사업가의 길을 열어주는 부모가 아니고서야 대체로 좋은 대학에 자식을 진학시키려 애쓴다. 학벌의 위력이 덜해졌다고 하지만 ‘인(in)서울’로 대표되는 유수의 대학 간판은 여전히 명예나 경제력으로 치환되어 인식된다. ‘좋은 대학 나와 봤자 회사원’ ‘고졸과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 차이가 없다’고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지방 사립대의 붕괴는 서울과 몇몇 지방 국립대로 대표되는 학벌 사회를 한층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 이 아이의 상태를 단지 비빌 구석이 있어서 태평한 것이라고 깎아내리기는 어렵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김보경 그림</font></div>  
ⓒ김보경 그림

학원비가 아깝기도 해서 몇 차례 아이 어머니에게 학원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권해봤다. 하지만 “학교에 가고, 학원에도 다니면서 학생답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나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입시 체제 안에서 평범하게 지내기 위해 학원을 소비하고 있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생활을 위해 학원에 다녔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 때문이었다.

교실에 특이한 아이가 하나 있구나 여기고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성적을 올릴 욕구가 없는 아이가 학원에 오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을 의지 없이 다니는 친구들 중 일부는 이 아이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학원에 오지 않는 학생들 중에는 이런 이들이 훨씬 많을 수도 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만족하며 살 수 있지만, 입시 외의 선택지를 제시받지 못하니 남들 하는 대로 영혼 없이 따라가고 있는 아이들은 어딜 가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런 아이가 단 한 명밖에 없을지라도 그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 할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원래 그렇다’며 강요하지 말아야

고등학교 졸업 이후 꿈꿀 수 있는 진로가 다양하지 않은 사회에서, 대학 입시가 아닌 다른 삶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부모나 교사 처지에서 솔직히 부담이 크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으로 삶을 꾸려나가기를 원하면서도 동시에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든 일을 하고, 많은 돈을 벌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대학 간판으로 상징되는 학벌의 욕망을 외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딴생각하지 말고 일단 공부만 하라’고 다그친다. 특별히 위대해지겠다거나 사회적 성공을 바라지 않는 아이에게도 어떻게든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라고, 그러지 않으면 힘들게 살지도 모른다고 겁박한다.

하지만 ‘현실’을 핑계로 살아남는 법만 가르친다면 사회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는 학벌을 쟁취하지 않아도 삶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믿어야 하고, 아무것도 되려 하지 않아도 지금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자력으로 살아남으라는 충고를 듣는 빈도는 열일곱 살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누리라는 말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사회가 원래 그렇다’는 말은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대학에 못 가도 상관없다”라던 한 소녀의 말이 집안이 잘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말이면 좋겠다. 학벌에 관계없이 모든 삶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회를 꿈꾸지 않으면, 학벌은 더 견고하고 더 좁은 문이 되어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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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한다: 남중국해 그리고 사드2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7/23 13:33
  • 수정일
    2016/07/23 13: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일본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략) 양국은 침착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24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의 발언 中 발췌

 

 

2010년 9월은 중국이 1차 희토류(稀土類) 전쟁에서 일본을 압살한 날이다. 당시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혹은 다오위다오)를 두고 첨예한 갈등에 직면해 있었다. 이때 중국 어선 선장 한 명이 나포되면서 갈등은 폭발했고, 중국은 초강경책으로 나갔다. 바로 희토류 수출 중단이었다.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발표 후 딱 하루 만에 백기투항 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건을 WTO에 제소했고, 2015년 중국은 패소하게 된다. 중국은 이를 선선히 받아들였고, 희토류에 부과해 온 25% 수출세를 폐지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희토류는 란탄, 스칸듐, 이리듐과 같은 17종의 희귀 금속원소를 말하는데, 화학적 성질이 안정적이고 전도율이 높아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의 핵심 원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매장량의 36% 생산량은 한때 97%까지 차지했었다. 중국 내 매장량이 많긴 하지만,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생산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희토류 채굴을 위해서는 상당한 환경오염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광산을 닫고, 희토류 생산을 중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사태 이후 전 세계는 희토류 광산의 개발에 나섰고, 많은 나라가 희토류 수입 다변화 정책을 채택해 수입처를 다양화했다. 직격탄을 맞은 일본도 인도네시아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며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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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까짓 돌 부스러기가 뭐 그리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국 셰필드 대학의 대니 돌링 교수는 희토류에 대해,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이 되면 희토류가 미래 자원의 핵심이 될 것.”

 

 

 

 

 

 

 

이라고 정의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인구가 늘어나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경제규모는 확대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희토류의 소비는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희토류가 지금의 석유자원이 누리는 지위 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찍이 등소평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란 말이 현실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곤란한 것이 2010년 사태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희토류 생산을 재개했고, 희토류가 없는 나라, 대표적으로 일본 같은 나라는 희토류 사용을 최소화 하는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적으로도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막기 위해 공동전선을 펴기 시작했다. 또 다른 對 중국 포위망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경제 대국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두고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둘째, 중국은 ‘영토 문제’ 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싸울 태세가 돼 있다.

 

 

 

 셋째, 눈에 보이는 게 없어 보이는 중국도 WTO 체제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➀ 센카쿠 열도 문제는 꽤 많이 알려졌다. 간단히 말해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으르렁 거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은 ‘도련 전략’까지 걸려 있어서 이야기가 복잡해졌다.

 

 

 

 

 

 

 

➁ 영토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나 민감할 수밖에 없고, 주권과 관계된 문제인데 중국은 그 성격이 좀 다르다.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3가지 핵심이익>이란 게 있다. 그 세 가지가 뭔가 하면,

 

 

 

 

 

 

 

 첫째, 대만과의 양안 문제

 

 

 

 둘째, 자국에 대한 테러 문제

 

 

 

 셋째, 영토 문제

 

 

 

 

 

 

 

양안 사태에 대해서는 시사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확인할 수 있다. 국민당 정부가 중국 본토에서 물러나 대만으로 쫓겨났을 때부터 양안 문제는 중국의 ‘핵심과제’였다. 50년대 금문도 사태라고 대포 쏘고, 하늘에서 제트전투기들끼리 공중전 벌여가면서 싸웠던 이유가 뭘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쯔위’가 하나의 중국을 말하며 울었던 걸 생각하면 이해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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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 대한 테러문제의 핵심은 IS로 대표되는 이슬람 세력권의 테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중국 국내문제라 보는 게 맞다. 대표적인 것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내의 위구르족 분리 독립운동이다. 위구르 족은 한때 위구르 제국을 세울 정도로 그 위세를 떨쳤으나 청나라 건륭제 시절 청나라에 편입됐었다. 그러다가 일본과의 전쟁으로 중국이 어지럽던 1944년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이라고 독립을 했다가 1949년 국민당을 쫓아낸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뒤 곧바로 병합됐다. 그리고 1955년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된다.

 

문제는 이쪽 사람들의 분리독립 의지가 거세다는 부분이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은 1980년대부터 한족의 강력한 이주 정책을 폈고, 그 결과 2000년대가 되면 2천2백만 인구의 40%를 한족이 차지하게 된다(위구르인은 약 1천만 명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위구르인들의 폭탄테러가 계속 벌어진 것이다. 물론, 테러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는 더 절박한 그 무엇이 있는데, 바로 소수민족의 독립 의지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의 공식 조사를 보자면,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이중 약 91%가 한족이다). 만약 이 테러사태를 묵과한다면, 자치독립 의지가 강한 민족들이 뿔뿔이 뛰쳐나갈 것이고, 그 결과는 중국의 파멸이다. 중국이 테러 문제에 예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이 영토문제인데, 그 핵심이 되는 것이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 등의 문제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암초나 산호초를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하며, 이 영토 문제에 절대 타협불가란 방침을 줄곧 천명해 왔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외교적으로 퇴로를 차단한 채 극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공식적인 외교채널로 ‘전쟁 불사’를 말하는 것 자체가 중국이 남중국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➂ WTO 체제에 ‘결과적으로’ 승복했다는 대목인데, 여기에는 경제적인 여러 복합변수가 있기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당장 중국 내 희토류 과잉 생산 문제부터 해서 복잡한 속내가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을 통해 중국이 소련과 다른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소련은 미국과 전혀 다른 ‘체제’를 가지고 미국과 대결을 벌인 국가였지만, 중국은 미국이 만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국의 패권을 떠받들고 있는 ‘근원적인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이 지금의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3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달러, 군사력, 영어”다(소프트 파워나 기타 등등은 다 빼고 핵심만 보자). 군사력은 설명을 안 해도 될 같으니 달러를 보자. 이게 바로 실질적인 미국의 힘이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위력을 발휘하기에 미국은 경제침체의 늪에서도, 엄청난 재정적자에서도 쌩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달러와 군사력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군사력이 있기에 달러가 기축통화의 왕좌로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것이고, 군사력은 달러를 배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1990년대 시작과 동시에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몇 번의 시도는 여지없는 ‘군사적 응징’으로 제압된 것이다.

 

 

 

 

 

 

 

중국은 이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기에 2000년대 들어와서 망상에 한 없이 가까운 <화폐전쟁>이란 책을 써내면서 이 달러체제를 극복하고, 중국이 새로운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나선 것이다(물론, 망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내 짧은 식견으론 ‘망상’이다). 영어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될 거 같다(이제까지 나와서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절대다수는 영어로 쓰였다. 이 하나만으로도 영어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은 달러와 군사력으로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중요한 건 중국은 이 달러체제에 들어가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의 군사력을 키우고, 미국의 뒤통수를 호시탐탐 노려보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다시 말해ㅡ 군사적으로는 서로 갈등관계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상호 견제와 균형을 넘어서 협력자 관계란 것이다. 만약 중국이 망하면 미국이 망하고, 미국이 망하면 중국도 망한다는 것이다. 우로보로스의 뱀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를 조금만 더 확장하자면, 미국 체제 안에서 기어 올라온 중국이기에 미국이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 체제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전략

 

 

 

 

 

 

 

2013년 시진핑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국가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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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계일보>

 

 

 

 

과거 중국의 황금기 시절을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육로와 해로를 개척해 실크로드를 다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육지는 중앙 및 서부 아시아를 통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데, 이렇게 연결된 국가의 인구수만 44억, 총 GDP는 2.1조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63%, 전 세계 GDP의 29%를 차지한다.

 

 

 

 

 

 

 

이는 중국의 대외 정책이면서, 동시에 대내정책이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이 서방세계에서는 하나의 ‘신화’처럼 각인 돼 있지만, 그 실상을 보면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보는 중국은 해안 벨트를 따라 쭉 연결된 ‘일부’의 모습이고, 중국 내륙으로 들어가면 아직도 20세기 초반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이들 사이의 빈부 격차 문제는 물론,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도시로 몰려와 농민공으로 전락한 수억의 인구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했다.

 

 

 

 

 

 

 

결국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강력한 서진(西進)정책을 펼쳤고, 그 완성판 격인 프로젝트가 일대일로 전략이다. 이 일대일로 전략의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지역만 16개 성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신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중국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➀ 중국 대륙 전반에 걸친 인프라 개발

 

 

 

 

 

 

 

 

➁ 주변국들과의 무역 증대를 통한 중국 수출입 활성화

 

 

 

 

 

 

 

 

➂ 중국이 쌓아놓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통해 AIIB 및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 이를 통해 주변국들에게 금융지원을 해주고, 이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국제화라고 쓰고 ‘기축통화’ 진입이라 읽는다)를 앞당긴다.

 

 

 

 

 

 

 

 

 

이 육상실크로드를 만들기 위해 시진핑은 미친 듯이 외국을 나갔다. 푸틴도 만나고(철도 연결을 위해), 인도네시아도 드나들고, 몽골도 찾아갔으며, 아시아 21개국을 모아 AIIB도 창설했으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의 소외된 국가들을 찾아가 얼르고 달랬다. 태국에 달려가서는 철도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시진핑 정부는 중국-키르키스스탄-우즈베키스탄-터키-그리스-독일-네덜란드를 잇는 육상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잠깐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국이다.

 

 

 

 

 

 

 

중국과 미국은 땅덩이가 비슷하다(면적이 거의 엇비슷하다). 중국은 자신의 영토는 전 세계의 모든 기후대가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땅보다는 좋지 않다. 여기서 좋지 않다는 평가는 땅의 토질(土疾)이나 자원에 관한 평가가 아니다. 바로 주변국의 문제다.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올라서기에 유리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바다’라는 천혜의 해자(垓字)가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천연의 장애물은 적성국의 침략 의지를 사전에 꺾어 버리고(물론, 일본 같은 또라이들이 다시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설사 침공을 계획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난관을 안겨준다. 게다가 미국 주변국을 보라. 밑에는 멕시코, 위에는 캐나다이다. 이들이 미국을 침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중국 영토 주변에는 수많은 적대세력들이 눌러앉아 있다(중국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원래 가까운 나라와는 분쟁할 일이 많다. 이 분쟁은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쓸데없는 갈등관계를 조성해 국력의 낭비를 가져오게 만든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참여한 국가들을 보면, 국제사회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략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영토 주변에 적대세력으로 돌변할 세력들을 잔뜩 떠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가 부족했다. 그 틈을 헤집고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이들을 포섭 對 중국 포위망을 서서히 완성해 가기 시작했다.

 

 

 

 

 

 

 

이 대목에서 나온 것이 바로 “진주목걸이 전략”이다. 육상에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만들었다면, 해상에서도 만들어야 일대일로 전략이 완성되지 않겠는가? 중국은 중국-말레이시아-인도-케냐-그리스-이탈리아로 이어진 해상 실크로드를 만들어 일대일로 전략을 완성하겠다고 나섰고, 이렇게 연결된 고리를 ‘진주목걸이’라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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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중국은 이때부터 말레카 해협을 나와 인도양을 통해 지중해와 대서양을 넘어가는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욕망을 표출하게 된다. 국가의 전략 수송로이자, 21세기 패권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중국으로서는 생명선과 같은 해역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 있는 바다가 바로 ‘남중국해’다.

 

 

 

 

 

 

 

일반인들에게 남중국해와 말레카 해협에 관한 ‘특별한’ 인식은 거의 없다(해운업 종사자가 아닌 이상). 하물며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할까?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바로 말레카 해협이다(오늘날 싱가폴이 잘살게 된 이유가 이 말레카 해협의 지리적 위치를 활용한 덕분이다. 말레이시아로서는 땅을 치고 아까울 상황이겠지만). 말레카 해협과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당장 한-중-일 세 나라의 배들만 생각해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곳은 중국 해상 물동량의 70% 이상이 드나드는 곳이다. 만약, 누군가가 중국의 목줄을 움켜쥐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이곳만 틀어막으면 된다(수치상으로만 봐도 매년 이 해역을 지나가는 배들만 4만 척 이상이고, 한국, 일본, 대만이 수입하는 석유의 90% LNG의 2/3가 이쪽 해역으로 드나든다. 이곳이 막히면, 한국도 ‘꽤’ 힘들어진다).

 

 

 

 

 

 

 

남중국해를 거쳐 말레카를 넘어 인도양을 건너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에서 남중국해는 그 시작점이 된다. 그런데, 이 시작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혹은 중국 때문에 힘든 나라들)이 이 진주목걸이를 끊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을 파훼(破毁)하기 위해 필리핀-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를 엮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준비해 왔던 도련선은 고사하고, 자신의 앞마당도 지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이미 미 해군이 수빅만에 자리를 잡아버렸으니 말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 모든 걸 쏟아붓기 시작했다.

 

 

 

 

 

 

 

 

남중국해는 중국 땅이었나?

 

 

 

 

 

 

 

분쟁지역의 영토를 국제법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

 

 

 

 

 “내가 저 녀석들보다 먼저 선점했다.”

 

 

 

 

 “내가 이 땅을 실효지배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은가? 독도를 두고 일본과 싸우며 나온 말들이다. 간단히 말해 누가 먼저 발견했고, 선점했으며, 지금 그걸 누가 지배하고 있냐가 관건이란 소리다.

 

 

 

 

 

 

 

중국은 역사책을 들먹이며,

 

 

 

 

 

 

 

“남중국해는 한나라 시절에 이미 발견했고, 송나라 시절에 수군을 보내 지배했고, 청나라 시절에 이미 실효지배 상태에 있었다.”

 

 

 

 

 

 

 

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론 별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효지배는 하고 있는 걸까? 중국은 산호초나 바위들을 콘크리트로 둘러쳐 ‘섬’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에 헤이그에서

 

 

 

 

 

 

 

 “그건 섬이 아니라 바위다.”

 

 

 

 

 

 

 

라는 확인사살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실효지배를 많이 하고 있는 건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중국은 1974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에 발을 들이민 이래로 이제 겨우 30여 년이다. 그 와중에 주변국들과의 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났다(스프래틀리 제도만 확인해 본다면, 스프래틀리 제도에는 총 175개의 섬과 암초, 산호초, 모래톱이 있는데 이들 중 베트남이 24개, 중국이 10개, 필리핀이 7개, 말레이시아가 6개, 대만이 1개를 실효지배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개판’이다).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과는 1988년 해군끼리 교전을 벌이기까지 했다(베트남 쪽은 70여 명이 전사했다). 이런 빈번한 충돌로 중국은 주변국들의 인심을 잃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게 중국의 구단선(九段線) 혹은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주장이다.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국민당 정부가 1947년에 11단선을 공표했는데, 이를 계승(?)한 중국이 구단선 주장을 한 것이다. 이 구단선 주장은 간단히 말해서,

 

 

 

 

 

 

 

“스프래틀리 제도,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등등 남중국해 안의 거의 모든 섬은 우리 것이다.”

 

 

 

 

 

 

 

라는 주장이다(이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남중국해의 90%는 중국 바다가 된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가 전략적으로는 패권을 경쟁하는 미국으로부터 ‘진주 목걸이 전략’을 지켜내야 하고, 덤으로(이게 주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엄청난 에너지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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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석유 2130억 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셈이다(매탄하이드로드까지 합하면 자원의 보고다. 천연자원의 블랙홀 중국이 이걸 손 놓고 바라만 볼까?). 이 때문에 베트남 유전을 두고 중국과 베트남은 시시때때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대륙붕 논란, EEZ선까지 얽히면 이야기는 막장 드라마의 끝을 보는 수준까지 이어지게 된다.

 

 

 

 

 

 

 

중국의 국가이익을 위해서 남중국해는 꼭 사수해야 하는 상황! 시진핑은 직접 스프래틀리 제도의 섬(섬이라 쓰고 바위나 산호초라 읽는다) 7개를 찍었고, 이 ‘바위’와 ‘산호초’들은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고 섬이 됐다. 사람 몇 명이 겨우 설까 말까 한 바위가 여의도 6배만 한 섬으로, 사람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 산호초가 축구장 14개만 한 섬이 되는 기적이 연일 이어지는 게 지금의 남중국해 바다인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된 건 미국,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는데, 특히나 일본이 문제다. 오키노토리시마란 섬을 들어봤는가? 산호초에 콘크리트를 때려 부어 섬으로 만들고는 이게 일본 영토라 주장한 것이다. 만약 일본 주장대로라면 일본은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40만 제곱킬로미터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다. 남는 장사 아닌가?)

 

 

 

 

 

 

 

문제는 이 남중국해를 실질적으로 더 많이 실효지배 한 나라는 베트남과 필리핀이다. 이런 상황을 참지 못한 필리핀이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를 했고, 필리핀이 이겼다.

 

 

 

 

 

 

 

상설중재재판소는 행정기구이지, 판결을 강제집행 할(그것도 중국을) 힘도 이유도 없다. 다만, 필리핀과 미국에게 명분을 줬다는 정도?

 

 

 

 

 

 

 

중국은 너무나 당연하게 반발했고, 무시했으며, 실력 행사를 하기 시작했다(PCA 판결 전에 대규모 군사 훈련을 남중국해서 실행했다). 이에 발맞춰 미국도 ‘항행의 자유’을 말하며 중국의 심기를 툭툭 건드렸다.

 

 

 

 

 

 

 

올 1월에 미국은 작전명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했는데, 장소는 파라셀 군도 트리톤 섬 인근이었다. 이 섬은 중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이었는데,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이 트리톤 섬 인근 12해리까지 접근했다. 군함뿐만이 아니었다. 군용기를 동원해 중국군의 레이더 사이트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긴 중국 섬이고, 이 바다는 중국 영해다! 군함이 여길 지나가려면 우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

 

 

 

 

 “조까, 산호초가 언제부터 섬이었냐? 여긴 공해 상이야! 내 맘대로 움직일 자유가 있다고!”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영해를 미국이 단번에 거부한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드

 

 

 

 

 

 

 

우선 한 가지 전제를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건 개소리다.”

 

 

 

 

 

 

 

내가 만약 김정은이라면, 그리고 내게 북한 전력을 주고 수도권을 공격하라면, 방사포나 무유도 로켓인 프로그(FROG)를 날릴 거 같다. 만약 탄도탄을 쏴야 한다면, 굳이 고각을 노동이나 대포동을 쏘지도 않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말한 것처럼 사드 미사일로 북한의 미사일을 다 막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사드나 패트리어트가 그런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한국은 전장이 짧아서 미사일 요격을 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설사 요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1천 발이 넘어가는 미사일이 있는 북한이 전쟁이 시작됐는데, 우리가 요격하기 쉽게 1~2발만 날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1개 포대가 48발 기준이고, 한국에는 이것보다 더 들어온다 하는데 다 들어온다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그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미사일이 날아올 확률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 막을 것인가?)

 

 

 

 

 

 

 

북한이 몇 년 뒤에 실전 배치할지 모른다는 SLBM을 막기 위해서라면,

 

 

 

 

 

 

 

 “북한이 사드 레이더 탐지 각도 밖에서 쏜다면 어떻게 할래?”(120도 밖에서 쏜다면?)

 

 

 

 

 

 

 

라고 되묻고 싶다. 물론, 미국 무기이고 주한미군이 들여오는 것이니 한국이 뭐라고 할 근거는 손톱만큼도 없다. 다만, 부지를 제공받아야하기에 행정 편의적인 면에서 한국과 협조를 하는 것일 뿐이다.

 

 

 

 

이게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들어오는 게 아니란 건 국방부도, 국방부 장관도, 국무총리도, 청와대도, 박근혜 대통령도 다 알고 있다. 나 같은 백면서생이 알 정도인데,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진짜로 ‘북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일 뿐이다.

 

 

 

 

첫째, 만의 하나라는...일어날 확률이 한없이 0에 수렴함에도 혹시 ‘쓸모’가 있다면 들여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수주의자.

 

 

 

 

둘째, 아무 생각이 없는 바보

 

 

 

 

 

 

 

이건 누가 봐도 한국이 원해서 들여온 게 아니다. 지엽적인 논란이나, 성주군에서의 반대투쟁은 이 이야기에서 배제하기로 하겠다(성주군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제정세 쪽으로 포인트를 잡기 위해). 어차피 배치는 강행될 것이고, 내년이면 실전 태세를 유지할 것이다. 아마, 이미 계획은 다 짜놓은 상황일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초 발언을 했을 때부터,

 

 

 

 

 

 

 

 “시기의 문제이지,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배치가 될 것이다.”

 

 

 

 

 

 

 

란 조심스런 예측이 있어왔다. 물론, 전략적 모호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통에 ‘혹시나’ 했던 적은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쪽이 국가 원수를 내세워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는 부분이다.

 

 

 

 

 

 

 

 “그룹 총수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이 말뜻이 뭔지 아는 사람은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 국가원수가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그것도 어디 변두리 국가가 아니라 양극 체제를 말하는 중국의 국가원수가 말한 것이다. 이 말의 무게를 한국은 이겨낼 수 있을까?

 

 

 

 

 

 

 

결국 사드는 한국의 향후 외교노선과 국가 전략적 정책을 선택하는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 역시도 언제인가 하는 ‘시기’의 문제였지 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즉, 올 것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선택을 양측으로부터 강요받았다는 말이다.

 

 

 

 

양강이 직접 주먹을 맞교환하지 않고(맞교환할 수도 없다!), 서로 지엽적인 부분으로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만만한 것이,

 

 

 

 

 

 

 

 “경계면 상에 있는 ‘모호한 존재’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것. 뒤이어 만만한 경계면상의 존재들끼리의 충돌”

 

 

 

 

 

 

 

이다. 재미난 건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는 대목이다. 아니,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해야할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에이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라는 일말의 의심을 가질 정도로 훌륭하게(!) 친중 노선을 펼쳐 보였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한국이 냉전 시대 핀란드와 같은 짓을 하려는 걸까?”

 

 

 

 

 

 

 

라면서 꽤 당혹해 했던 얼마간이 있었다. 물론, 아주 짧은 기간이었고, 그 확률은 만분의 일도 되지 않을 확률이라고 푸념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괜히 줄 듯 말 듯 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호하게 가다간 나중에 더 큰 분노를 사게 된다는 것인데...지금 그것까지 고민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사드 배치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어떤 ‘선’을 넘은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사드 배치 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사드는 우리에게 크게 3가지 정도의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 정리해보면,

 

 

 

 

 

 

 

 첫째, 향후 대한민국 어느 쪽에 붙는 것일까?

 

 

 

 

 

 

 

 둘째,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셋째, 향후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나씩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➀ 한국은 어디에 붙은 걸까?

 

 

 

 

 

 

 

사드 배치 후 중국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서,

 

 

 

 

 

 

 

“에이, 이렇게 급하게 발표할 거면 그 전에 외교라인 좀 돌리지...”

 

 

 

 

 

 

 

라고 생각했을 사람 많을 것이다. 내 짧은 소견으론 외교라인은 돌아갔을 것이다(청와대가 아무리 멍청해도...). 아울러 중국의 반응 역시 예상 범위 안이고, 중국 역시도 한국이 어떤 타임 테이블이 있다는 걸 진즉에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연타’가 뼈아플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기의 문제이지 언제곤 터질 문제였다. 그리고 그 ‘결론’도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딴지 지면을 통해 몇 번이나 언급한 것 같은데, 브레진스키 교수의 <거대한 체스판>이란 책이 있다. 이 책에서 브레진스키 교수는,

 

 

 

  

 

 

 

 

 “조만간 한국은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라고 예견했다. 그 시기가 좀 빨리 온 것뿐이지. 결과는 똑같다. 한국은 미국에 붙었다.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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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추월하거나, 미국과 전쟁을 치를 확률은 지극히 낮다. 경제력, 국방력 면에서 아직까진 미국이다. 물론, 미래의 떠오르는 패자(覇者)에게 먼저 줄을 서 눈도장을 받는 것도 좋다. 그런데 중국이 패자가 될 확률이 있을까?

 

 

 

 

 

 

 

다 떠나서 한미 간의 관계와 한중간의 관계를 보자.

 

 

 

 

 

 

 

미국과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상황이다. 그것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맺어 온 관계이다. 그럼 중국은 어떤가? 중국은 북한과 조중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상태다. 한중수교를 하고, 한국과 북한이 아직까지도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조중상호방위조약을 유지하고 북한의 유일한 혈맹임을 강조한다. 물론, 중국을 탓하고 싶은 생각도, 조중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중국이 ‘속이 시커먼 떼놈’이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가 중국 입장이라도 그럴 것이다. 국제정치의 핵심은 자국의 이익이다. 이익을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명분은 이후에 만들면 된다).

 

 

 

 

 

 

 

북한이 중국에게 가장 담보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한반도 급변 사태(전쟁을 기준으로) 중국의 자동 참전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중국이 한반도 전쟁 상황에서 북한 편에 붙어 싸워줄까? 50년 전 정세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같은 것이다. 어떤 이익이 있으니 미국이 한국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그 이익이 사라진다면? 역시나 지금의 북한 꼴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정치적으로 강대국과 외교를 함에 있어서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강대국의 이익과 나의 이익의 공통분모를 늘려나가는 것.”

 

 

 

 

 

 

 

이다. 이게 외교의 기본이다. 어떤 명분, 거창한 인류애? 절대 아니다. ‘이익’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한국이 미국에 붙었을 때 한국이 얻는 이익은?”

 

 

 

 “한국이 중국에 붙었을 때 한국이 얻는 이익은?”

 

 

 

 

 

 

 

그 반대도 생각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한국에게 어떤 이익을 원할까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냉전 시절의 그것보다 좀 더 몸값이 올랐다.

 

 

 

 

 

 

 

(개인적으로 지금 미중 관계가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라는 일부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냉전 문턱에도 오지 않았고, 1980년대 같은 ‘엄혹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뭐 지금까지의 분위기로만 보면 말이다)

 

 

 

 

 

 

 

(평택과 오산을 가지고 있고, 황해를 끼고 중국과 마주한다는 지리적 이점은 중국에게나 미국에게나 꽤 비싸게 팔릴만한 메리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외교’의 곤란한 상황을 본다면, 한국의 몸값은 꽤 비싼 가격에 흥정할 만한 재료이다. 이미 중국의 주변국인 인도-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등은 미국에게 넘어간 상황이고,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그 이전에 중국과의 관계라 파탄 직전까지 간 상황이다. 일본은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고, EU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상황이기에 심심하면 ‘중국 인권’을 들먹이며 엿을 먹이고 있다. 러시아 같은 경우에는 같이 살아보자며 손잡고 있는 상황이고, 대만과의 관계는 미뤄둔 숙제와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OECD 가입국이며, 주변국이면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인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중국 외교정책으로 봤을 때 한국을 아예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도 아까운 상황이다. 전승절에 초대했는데, 칼 꽂았다 뭐다 중국 네티즌들이 말하지만, 전승절에 한국 ‘급’의 국가가 얼마나 됐는지 찾아보라. 아직까지 한국은 중국에게 꽤 군침 도는 상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행보는 예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미국이 중국보다 우리에게 줄 게 더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50원 받을 걸 100원 받을 수 있게 하는 ‘장사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그게 문제라면 문제다.

 

 

 

 

 

 

 

➁ 향후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눈에 띄는 극단적인 파열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으로서는 화가 날 대목이지만(그리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뒤끝 작렬’이겠지만), 눈에 크게 띄는 외교적 충돌도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 외교 정책상 한국과 같은 주변국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도를 검색해 동북아시아와 남중국해 인근(그냥 중국 근처) 국가들의 나라 이름을 확인한 다음 국제 뉴스 쪽에 이 나라들의 이름을 검색해 보라. 십중팔구 중국과 갈등을 겪은 뉴스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중국의 인근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 경제권역별로 봤을 때 한국 급의 경제, 외교력을 지닌 국가가 이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드물다. 이런 카드를 섣불리 버리진 못한다.

 

 

 

 

 

 

 

여기서 우리가 판단해야 하는 건. 일본처럼 아예 미국에 붙어서 중국과 적대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모호성을 좀 더 확장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 발을 걸쳐 놓을까의 판단이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한-미-일 삼각 방위체제를 구축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로 돌아가 소련에게 했던 짓(?)을 중국에게 하면 되는 것이다. 원래부터 하던 일이었고, 중국과 감정도 좋지 않기에 부담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된다. 덤으로 이 기회에 한몫 제대로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좀 미묘하다. 일본과의 관계도 껄끄럽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냉전 시절 소련과 중국이 주적이라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적이었다. 조금 낯선 분위기다.

 

 

 

 

 

 

 

얼떨떨하다. 그렇다고 맥 놓고 있다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겠다.”

 

 

 

 

 

 

 

라는 소리를 할 수는 없다(할 수도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은 미국 쪽에 붙었고(다 떠나서 북한을 생각해 보라 미국에 붙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옆에서 對 중국 포위망의 일부분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사드는 그 전초전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최대한 ‘덜’ 상처받는 방향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최대한 더 많이 뽑아내는 방향으로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➂ 향후 미중 관계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나왔던 말들에서 답을 찾으면 될 것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의 ‘국가 전략’을 가지고 상대방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경계 선상에 있는 나라들에게,

 

 

 

 

 

 

 

“어디에 붙을 것인가?”

 

 

 

 

 

 

 

를 직접적으로 묻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을 ‘완전하게’ 버리고 중국에 붙는 경우는 없다. 즉, 한국이 중국과 혈맹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그럼 여기서 한국의 입장은,

 

 

 

 

 

 

 

“일본처럼 미국에 찰싹 달라붙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미국에게 한발 떼는 척하며 중국에 붙는 시늉을 할까?”

 

 

 

 

 

 

 

정도이다. 그러나 설사 이렇게 하더라도 극단적인 선택의 강요 앞에서는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그게 지금 한국이다.

 

 

 

 

 

 

 

 

끝내며...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내게 묻는다면, 난 미국을 택할 것이다. 여기에는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고려도 있지만, 전혀 의외의 고려사항도 포함돼 있다. 바로 역사적 측면이다.

 

 

 

 

 

 

 

근대 국가가 됐지만, 중국인들의 중화주의는 무섭다. 그들 기준에서 한국은 영원한 번방(藩邦)이며 속국의 기억이다. 그 기억은 지금도 곧잘 중국인들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국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다(국제정치라는 게 굉장히 이성적이고 기계적일 것 같은데, 결국 그걸 행하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기억과 해당 문화권의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도 만만치 않은 나라이지만, 그래도 형식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그들이 냉전 시절 남미나 동아시아에서 획책한 수많은 쿠데타나 그에 맞먹는 정치공작을 생각한다 하더라도)최악과 차악을 선택한다면 차악이라고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너무 미국에 경도된 게 아닐까 고민도 해봤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대안이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 편에 섰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시기의 문제, 표현방식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부쩍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쩌다 한국은 이 위치에 터를 잡아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왜 하필 한국은 지구에서 가장 힘 쎈나라, 돈 많은 나라, 땅덩이가 큰 나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지지리 복도 없는 팔자인 것 같다.

 

 

 

 

 

 

 

위기가 기회란 말은 사치인 것 같다.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그렇다고 너무 절망하지 말자. 아마 결정돼 있었고,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갈 운명이었다.

 

 

 

 

 

 

 

중언부언 말이 많았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지난 기사

 

남중국해 그리고 사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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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더가 디비주는 전쟁으로 보는 국제정치

 

조약, 테이블 위의 전쟁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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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꼬막, 주꾸미, 꽃게…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낙지, 꼬막, 주꾸미, 꽃게…사라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육근형 2016. 07. 21
조회수 3598 추천수 0
 
보호구역에서도 어업은 그대로 허용한 남획 결과 아닐까
미국 해양보호구역 사례 주목…채취 규제 뒤 주변에 흘러넘쳐
 
무안_경남도.jpg»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기도 한 전남 무안의 갯벌. 풍요로웠던 이곳에서도 낙지가 잡히지 않는 등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갯벌은 이제 살아있지 않다. 전남도
 
간만의 휴식, 목적 없이 이리저리 텔레지번 채널을 돌리다 익숙하고 반가운 풍경을 만났다. 전라남도 무안의 너른 갯벌에서 동네 노인이 삽을 들고 낙지잡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평화로운 모습, 하지만 막상 뉴스가 전하려는 내용은 갯벌의 풍광처럼 여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화면 속 노인은 보통사람이라면 채 한걸음도 옮기기 어려운 뻘에서 벌써 3시간 넘게 낙지를 찾고 있었고, 낙지잡이 달인이라는 노인의 수확통에는 달랑 낙지 3마리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뒤이어 노인을 따라 갯벌을 헤매던 기자는 각종 수치를 언급하며 ‘남도의 갯벌에서 낙지와 꼬막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격앙된 목소리로 알리고 있었다.1)
 
mud1.jpg» 갯벌에서 평생 낙지를 잡아온 달인이라도 텅 빈 갯벌에서 건질 것은 별로 없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갯벌에서 한 노인이 낙지를 잡고 있다. 강재훈 기자
 
무안 갯벌, 이곳은 우리나라 갯벌 중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으로, 개인적으로는 나의 첫 연구과제 대상 지역이기도 하다. 갈대와 노을, 흑두루미로 유명한 순천만 갯벌보다 2년 먼저 보호구역이 된 무안 갯벌에서 저렇게 대표생물인 낙지가 줄어들고 있다니…. 
 
뉴스에서는 여자만을 사이에 두고 순천만과 붙어있는 벌교에서도 꼬막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사실 낙지와 꼬막이 풍부한 남도에서 그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바다에 관한 일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심심치 않게 우려되던 비밀 아닌 비밀이기도 하다.
 
실제 수산정보포털의 어업생산통계2)를 보면, 생산지가 비교적 갯벌로 제한되는 꼬막의 생산량은 2009년 이후 뚜렷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jpg
 
그림1 꼬막 생산량 변화 추이
자료: 수산정보포털(http://www.fips.go.kr_2016.6.30. 접속)
 
비록 2007년 천해양식에서 평년의 두 배 이상 늘어난 꼬막 생산량을 예외로 하면(일반적인 생산량보다 과도하게 높아 그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2003년에서 2006년의 생산량이 약 만 톤 내외였던 것에 비해 2010년 이후에는 좀처럼 5000톤 이상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2015년 작년에는 양식에서 불과 96톤밖에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진만_연합.jpg» 전남 강진만에서 참꼬막을 잡는 어부들. 연합뉴스
 
과거 패류양식을 통한 꼬막의 생산량이 적어도 수천 톤에 달하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심각한 감소라고밖에 볼 수 없다. 반면 전체적인 생산량이 줄어드는 경향 속에서도 마을 공동체가 관리하는 마을어장에서 생산된 꼬막은 연간 1000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이렇게 꼬막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산지의 생산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생산량과 생산액을 통해 얻은 꼬막의 단가 변화를 보면, 2000년대 초반 ㎏당 2000원 내외였던 꼬막의 가격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0년에는 거의 5000원 대까지 이르렀고, 작년에는 7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적어도 10년 전에 비해 꼬막의 생산가격이 2~3배 이상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유통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당 만 원 이상을 줘야 꼬막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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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꼬막 단가의 변화 
자료: 수산정보포털 자료 재정리 (http://www.fips.go.kr_2016.6.30. 접속)
 
낙지, 꼬막과 더불어 전 국민이 좋아하는 주꾸미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 중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알 밴 주꾸미는 봄과 함께 온다.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질 때쯤이면, 노량진 수산시장 1층 노점에서 알이 꽉 찬 주꾸미를 ㎏에 만원 남짓 주면, 근처 식당에서 샤브샤브를 즐길 수 있었다. 
 
5~6년 전 얘기다. 하지만 지난 봄 주꾸미는 ㎏당 4만원을 호가했다. 이제 주꾸미는 큰맘을 한번 먹어야 겨우 먹을 수 있는 어종이 되었다. 
 
03875293_R_0.jpg» 소라 껍질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 충남 서천의 한 어선이 주꾸미를 잡는 모습. 박미향 기자
 
꼬막의 경우 종패를 뿌리기는 하지만 낙지나 주꾸미처럼 성장과정에 사람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이들은 갯벌의 환경상태에 민감해 수온이나 기온의 급격한 변화나 일조량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자원량이 급격히 늘거나 줄었다고 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또한 이런 환경변화에 우리가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필자의 고민은 이 부분이 아니다. 혹시 갯벌에서 나는 이들 수산물의 생산량이 급락한 이유가 다른 데에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많이 잡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마다 지구 550바뀌 감는 그물
 
찰스 클로버는 지난 20년 동안 영국에서 환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의 과잉 채취, 즉 남획의 문제를 조사해 왔다. 그는 <텅 빈 바다>(원저: The End Of The Line)라는 책을 통해 “생선의 멸종”을 얘기하며 수산자원의 붕괴를 우려했다. 
 
Moshta-1.jpg» 조류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페르시아 만의 전통 그물. 요즘 기계화하고 대형화한 그물은 이런 지속가능한 어획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에 따르면 1년에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의 길이는 1억 4000㎞로 이는 지구를 550번 감을 수 있는 길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건 지역해 별로 있는 수산기구가 직접 조업을 통제하는 바다에서조차 참치나 대구, 명태처럼 그동안 우리가 손쉽게 이용해왔던 수산생물들이 거의 멸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참치로 알고 있는 참다랑어는 이미 1950년대 북대서양 해역에서 사라졌다. 이른바 ‘지역적 멸종’ 상태인 것이다. 찰스 클로버는 이는 분명히 인간의 과도한 어획 때문이지 기후나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01735368_R_0.jpg» 하루 종일 잡은 꽃게가 이 모양이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 연평도 꽃게 잡이 어민의 근심이 깊다. 연평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우리 바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서해 5도의 꽃게 자원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과연 환경의 변화나 꽃게 개체군의 내재적 변동에만 의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어선이 엔엘엘(NLL)을 파고들어와 마구잡이로 꽃게를 잡아가기도 하지만, 혹시 우리 역시 지금까지 너무 많이 이들을 잡은 것은 아닐까? 단지 꽃게뿐만 아니라 낙지나 꼬막도, 그리고 알 밴 주꾸미도. 우리가 너무 많이 먹어서, 또는 먹으려는 욕심에서 문제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바다에서 얻는 수산자원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크고, 그 변화가 넓은 바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수산자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변화를 예측하기 역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수산자원은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어민은 매일 같이 수산자원을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어민의 조업권에 연계하여 잡을 수 있는 어종이나 수확량, 조업일, 그물의 형태나 크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수단들 외에 우리가 아직 잘 활용하지 않는 수산자원 관리 수단이 있다. 바로 앞서 무안갯벌에서 잠시 언급했던 보호구역이다.
 
그물에는 눈도 발도 없다. 걸리는 건 모두 뱃전에 올릴 뿐
 
보호구역이란 공간을 정해 그 안에서 일정한 행위를 규제하는 구역을 말한다. 이런 종류의 보호구역은 도시 주변부에 설정된 개발제한구역처럼 지역민의 반발이 심하다. 마찬가지로 바다에 설정된 보호구역 역시 어민들 대부분이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관리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생태계 관리 수단이며 수산자원 관리의 궁극적인 방법으로, 수산생물이 사는 곳, 그들이 새끼를 낳는 공간 자체를 보호하지 않고 단순히 잡는 방법이나 조업 일수만 관리해서는 해당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없다. 
 
아무리 그물의 크기와 끄는 방식을 관리한다고 해도 그물에는 눈도 없고 발도 없다. 그물에 걸리는 모든 것들은 뱃전으로 올라갈 뿐이고, 뱃전의 선원들에게는 당장 더 많은 어획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다의 일정한 공간에서 채취활동을 규제하는 해양보호구역은 단지 해양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한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산자원에 대한 관리 수단으로서도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보호되는 해양보호구역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에 ‘메릿섬 국립야생보호구역(The Merritt Island National Wildlife Refuge)’을 들 수 있다. 이 야생보호구역은 대서양에 인접한 플로리다 하구의 습지대에 설정되어 있는데, 그 한 가운데에 과거 아폴로 우주 왕복선 등이 발사된 케네디 우주 센터가 있다. 
 
이 우주센터의 보안 유지를 위해 설정된 이 야생보호구역에는 수산물의 채취는 물론 사람의 출입도 엄격히 금지한다. 사실상 군사시설 보호구역인 셈이다.3)
 
2001년 캘럼 로버츠(Callum Roberts)는 동료학자와 함께 이 곳 매릿 섬 야생보호구에서 나타난 생물량 증가 효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1962년 이 해역에 대한 출입이 통제된 이후 보호구역 내에서의 단위노력 당 어획량이 보호구역이 아닌 곳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어종에 따라 최대 13배 가까이 어획량이 늘었다. 
 
보호구역에서 잡힌 물고기의 크기 역시 커졌는데, 야생보호구역이 플로리다 전체 해역의 13%에 불과한데도 최대 체장의 물고기가 보호구역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플로리다 전체의 50% 이상이 될 정도로, 크기가 큰 개체가 보호구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또한 그림처럼 보호구역의 효과가 언제부터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데, 어종에 따라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들은 보호구역의 효과가 시간을 두고 달리 나타나는 이유를 어종별로 다른 수명 때문으로 설명했다. 
 
Schwarzer Trommler_Black_drum.jpg» 70살까지 자라는 흑민어. 해양보호구역 지정 덕분에 급증했다. Schwarzer Trommler, 위키미디어 코먼스
 
예를 들어 가장 늦게 보호구역의 효과가 나타난 흑민어(Pogonias cromis)는 수명이 70살에 가까울 정도로 길고 성장이 더딘 반면, 수명이 15년 정도인 송어류는 비교적 빨리 큰 개체가 발견되며 보호구역의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구역의 생물량 증가의 효과는 구역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보호구역 밖에까지 영향을 주는 “넘침 효과(spill-over effect)"가 존재한다.4)
 
말 그대로 일정한 곳이 가득 차 주변에 넘쳐흐르는 효과인 넘침 효과는 보호구역에서 늘어난 생물이 주변해역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보호구역에서 더 많이 산란하여 늘어난 개체들이 주변해역으로 확산하는 걸 말한다. 결국 보호구역이 일종의 생물 공급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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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플로리다 메릿 섬 야생보호구역 인근 최대어종 발견 기록 추이
설명: 1962년 해역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 이후 흑민어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적민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송어는 1970년대 초반 이후 최대 체장의 발견 비율이 급격히 높아져 플로리다 전체와 비교해 야생보호구역에서 발견되는 최대 체장의 어류의 비율이 매우 커짐. (검은 점은 플로리다 전체에서 최대체장 기록이며, 빈 점은 야생보호구역 인근에서 발견된 최대 체장의 기록임)
자료: Roberts et al.(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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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넘침 효과의 개요
자료: Lester et al.(2009)
 
이처럼 해외에서는 보호구역 전체나 구역의 일부를 정해 사람들의 접근을 금지하거나 수산물 채취를 금지하며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런 구역은 바다에서 생물다양성 거점이 되어 더 다양하고 많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게 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해양보호구역은 아직 이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채취금지와 같은 행위제한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호구역의 하나인 습지보호지역의 근거법률인 습지보전법을 살펴보면, 법률 제13조에 행위제한 5가지 사항이 규정되어 있다.5)
 
이 중에는 ‘동식물을 인위적으로 들여오거나 경작·포획 또는 채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문제는 1년 이상 생계를 위해 포획·채취한 경우는 채취금지의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이다. 
 
따라서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해역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업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하다. 어업활동의 규제가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해역에서 이루어지는 조업행위를 관리하지 않고서는 보호구역 지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수산자원 역시 생물다양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수산생물을 그대로 채취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해당 생태계의 온전성을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무안갯벌을 관리하는 보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제를 맡았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밀려온다. 습지보호지역이라고 해도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는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의 문제와 한계가 지금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수산물은 낙지나 꼬막, 주꾸미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바다생물이 성장하고 산란을 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채 잡아들이기에만 급급하고 바다는 점점 황폐화되어 가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넓은 바다는 몰라도 적어도 마을 사람들이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갯벌에서는 일정한 기간이나 구역을 정해 생물 채취를 금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안의 어르신이 잡으러 다니던 뻘낙지의 수명은 기껏해야 1년 반에 불과하다. 조금만 잡지 않고 기다려주면 그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처럼 갯벌 생태계는 금방 회복될 수 있다.
 
더욱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면 새로운 관리방식에 대해 지역사회가 논의하고 합의된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도 새로운 관리방식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갯벌에 대한 관리 방식이 근본적이고 과감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과거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다큐멘터리, ‘갯벌은 살아있다’6) 대신 ‘갯벌은 죽어간다’가 방영될 지도 모른다. 부디 우리 갯벌이 ‘공유지의 비극’의 공간이 되지 않기를,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갯살림’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육근형(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1) 해당 기사는 2016년 6월 19일 KBS 뉴스의 취재파일K의 기사로 확인되었다.

2) 갯벌에서 이루어지는 어업은 지역의 공동체에 의해 주로 호미 등을 들고 갯벌에 나가 채취를 하는 맨손어업 방식의 마을어장(해면어업)이 있고, 또는 일정 구역에 어업권을 받아 패류를 양식하는 패류양식업이 있다. 또한 수협 등을 통해 거래가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계통판매와 비계통판매 등이 있어 수산물 생산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확보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형편이다. 

3) Roberts, CM, James A. Bohnsack, Fiona Gell, Julie P. Hawkins, Renata Goodridge (2001) Effects of Marine Reserves on Adjacent Fisheries. Science 294:1920-1923. 

4) Lester SE, Halpern BS, Grorud-Colvert K, Lubchenco J and others (2009) Biological effects within no-take marine reserves: a global synthesis. Mar Ecol Prog Ser 384:33-46.

5) 1. 건축물이나 그 밖의 인공구조물의 신축 또는 증축(증축으로 인하여 해당 건축물이나 그 밖의 인공구조물의 연면적이 기존 연면적의 두 배 이상이 되는 경우만 해당한다) 및 토지의 형질변경 2. 습지의 수위 또는 수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되는 행위 3. 흙·모래·자갈 또는 돌 등을 채취하는 행위 4. 광물을 채굴하는 행위 5. 동식물을 인위적으로 들여오거나 경작·포획 또는 채취하는 행위(해당 지역주민이 공동부령으로 정하는 기간(1년) 이상 생계수단 또는 여가활동 등의 목적으로 계속하여 경작·포획하거나 채취한 경우는 제외한다)

6) 1994년 문화방송이 제작·방송한 갯벌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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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우리정부의 여종업원 유엔면담 거부 비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7/23 12:19
  • 수정일
    2016/07/23 12: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우리정부의 여종업원 유엔면담 거부 비난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7/22 [21: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납측으로 가게 된 12명 북 여성종업원 동료들 7명은 용케 위기를 모면하고 납치를 면할 수 있었다며 12명의 동료들은 유인 납치당했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북이 21일 우리 정부가 지난 4월 집단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유엔 기구 등의 면담 요청을 신변 안전을 이유로 거부한 데 대해 '황당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 강제납치피해자구출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최근 괴뢰패당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남조선 각계의 진보단체들과 유엔인권기구가 집단납치된 우리 여성공민들과의 면담을 요구한 데 대해 피해자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걸고 거부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걸고 드는 것은 저들이 감행한 천인공노할 집단유인납치만행의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아보려는 황당한 궤변"이라며 "신변안전을 운운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제납치한 우리 공민들을 외부와 격페(격리)시켜 부당하게 감금하고 있는 비열한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걸고 드는 오그랑수(겉과 속이 다른 말)"라면서 "우리 공민들의 송환을 끝까지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유엔에서도 북 여종업원들이 북의 가족은 물론 민변의 변호사도 만나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일 가능성이 높다며 직접 만나 의사를 확인하겠다고 접촉을 요청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그것을 거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박근혜 정부에 대해 유엔과 미국에서도 인권유린정권이란 지적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미국의 포린 폴리시와 같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언론들마저 박근혜 대통령이 가정교육을 잘못받은 탓이라는 보도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28765

 

경제 실정보다도 인권유린은 비교할 수 없는 못된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학정으로 독재정권의 제1의 표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해 통합진보당과 같은 진보정당을 해산하고 올해 들어 북 여성 종업원들에게 대해 가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집회와 시위법 위반을 들어 5년 중형을 선고하는 등 21세기 3류 독재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인권탄압을 자행함으로써 지금 온 나라 온 세계의 비판과 규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남측 정보당국의 지시로 북 여자 어린이를 납치하려다 체포된 고현철의 증언     © 자주시보
▲ 고현철의 증언을 취재하기 위해 타스 통신 기자(오른쪽) 등 많은 외신기자들이 참석하여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었다.     ©자주시보
▲ 남측 정보당국의 지시로 북 여자 어린이를 납치하려다 체포된 고현철의 증언을 취재하는 많은 외국 언론들, 그들이 바보가 아니기에 고현철의 증언을 듣고서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이 설 것이다. 유엔에서 12명 북 종업원을 면담하려고 하는 것도 박근혜 정부의 인권탄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지난 15일에는 박근혜 정부 북 어린이들까지 유괴납치 하려 했다는 주장을 북이 폭로하여 또 한번 세상을 경악케 했는데 고현철(53)이라는 탈북자가 남한 정보당국의 지시로 북 여자 아이 두 명을 납치하러 북에 들어갔다가 체포되어 15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행을 고백하였다.

 

긴 그의 기자회견을 들어보니 도저히 꾸며낼 수 없는 세부적인 부분과 사건 사건, 행동 행동 마다 자신이 가졌던 구체적 심리까지 정확하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한 사실로 보였다.

 

고현철은 이 기자회견에서 남측 정보당국 관계자로부터 북 식당 여성 종업원 12명은 귀순이 아니라 남측에서 납치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구체적인 이야기도 공개하였다.

 

그 관계자는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는데 4.13총선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서둘러 북 여성들을 납치하라고 위에서 지시하는 바람에 너무 서두르다보니 7명이나 놓치게 되었고 일이 엉망이 되어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붙인 꼴이 되었다는 불만을 고현철에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은 북에서 체포된 탈북자의 주장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자신탈북 귀순하였다면 도대체 공개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북 가족들의 신변안전은 말도 되지 않는게 이미 청와대에서 사건 초기 중국 닝보의 류경식당 종업워이라고 다 밝히는 바람에 바로 북에서는 그 부모들이 누군지 다 알게 되었은데 무슨 뚱딴지 같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여성종업원을 공개할 수 없다니 도대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의혹은 더욱 커가기만 할 것이고 비인도적인 인권억압정권이라는 국제적 비난은 높아만 가게 될 것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더러운 수식어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주변 측근들이 온갖 비리에 연루되고 사드 성주 배치 조급한 결정으로 온 국민들의 비난과 저항이 터져나오자 또 다시 종북세력 척결의 칼을 빼어들고 닥치는 대로 찍어댈 태세이다. 공안기관에 국정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말고 처벌하라고 국무회의에서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인권유린으로 온 나라가 피범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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