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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IS... 파리 이어 브뤼셀 테러 '공포의 유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3/23 09:24
  • 수정일
    2016/03/23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벨기에 수도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연쇄 테러... 30여명 사망

16.03.23 07:46l최종 업데이트 16.03.23 07:4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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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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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3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오전 8시께 브뤼셀의 자벤텀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두 차례 커다란 폭발이 발생했다. 공항 유리창과 천장이 산산이 부서졌고,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아비규환이 됐다. 이 폭발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96명이 다쳤다.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폭발 직전 공항 출국장에서 총성이 울리고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소 1차례 폭발은 미국 아메리칸항공 체크인 구역에서 발생했다.

공항의 수하물 보안 담당 직원은 "크게 다친 한 사람이 피 웅덩이에 누워 있었고, 근처에 있던 6∼7명은 다리가 완전히 부서졌다"라며 "모두가 극심한 공포에 떨며 공항 밖으로 뛰쳐나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공항 폭발이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폭발 현장에서 자살폭탄용 벨트와 자동소총 등이 발견됐으며 수색팀이 불발된 폭탄 1개도 찾아내 안전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소방 당국은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을 전면 금지하고 공항을 폐쇄했다. 또한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와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유럽항공관제기구 유로콘트롤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브뤼셀 공항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공항 폭발 직후 브뤼셀 도심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탄이 터지면서 20여 명이 사망하고 106명이 다쳤다. 말베이크역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날 공항과 지하철역 테러로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다쳤다. 하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중상자가 20여 명에 달해 총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IS "시작에 불과"... 추가 테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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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경찰이 공개한 브뤼셀 공항 테러 용의자 사진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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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날 영어와 불어로 성명을 발표해 브뤼셀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IS에 대적하는 모든 국가에 결과로 답했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알라의 뜻에 따라 모든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폭발은 파리 테러를 일으킨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도주 4개월 만인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체포된 지 4일 만에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국립 축구경기장, 공연장, 카페 등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하면서 130명이 숨지자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이 공조해 테러 주범들을 사살하거나 체포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압데슬람은 "경찰을 피해 숨어다니는 동안 브뤼셀에서 새로운 (테러)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만약 체포되지 않았다면 실행에 가담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곧이어 경찰은 공항 자살폭탄 테러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진을 보도했다. 공항 건물 안에 설치된 CCTV로 촬영한 사진에서 검은색 상의를 입은 두 남자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고, 흰색 점퍼와 모자를 쓴 남성은 도주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테러범들은 공항과 지하철역에 사람이 많고 혼잡한 출근 시간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정부는 테러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리고 도심에 경찰을 전면 배치했다. 또한 국경을 전면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도 대피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국영 방송을 통한 생중계 연설에서 "맹목적이고 비겁한 테러에 당했다"라며 "(파리 테러 이후) 우리는 테러를 두려워했고, 오늘 바로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벨기에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했다.

벨기에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은 벨기에로 가는 교통편을 모두 중단했다. 또한 자국 내 주요 기관과 대중교통의 경계를 강화하면서 테러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 대테러 연대 강조... 누리꾼들 '애도 물결'

국제사회는 일제히 브뤼셀 테러를 규탄하며 연대를 강조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열린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맹목적인 폭력을 거듭 비난하며 신께 평화의 선물을 간청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IS에 의해 파리 연쇄 테러를 당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테러는 브뤼셀이 아닌 유럽 전체가 공격당한 것"이라며 "중대한 위협 앞에서 연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가 강력히 단결해야 한다"라며 "무고한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됐고, 이번 테러를 일으킨 책임자들을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뤼셀 테러는 미국 대선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때까지 국경을 완전히 폐쇄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국경을 폐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번 테러는 오히려 극단주의에 맞서는 국제사회를 더욱 단결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세계 누리꾼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러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파리 테러와 마찬가지로 "벨기에를 위해 기도하자"(Pray for Brussels)라는 해시태그와 게시물을 퍼뜨리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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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그림: 어쨌든, 판은 흔들렸다

 

 

 

 

 

변화의 시작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상황은 근래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변화의 밑바닥에 어떤 맥락이 숨어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고, 새누리, 더민주 양당의 공천 작업이 슬슬 결과를 드러내기 시작하자 희미하게 어떤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더민주의 김종인표 비례대표 후보의 목록을 보자면, 뭔가 앨리스가 뛰어 노는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글은 그 생소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옳든 그르든 속는 셈 치고 일단 한 번 따라와 보시길 권한다. 

 

 

새누리당의 공천상황

 

이쪽은 이해하기 쉽다. 그냥 한 마디로 표현해서 친위대를 구성하는 거다. 청와대에서 뭐라 한 마디만 던지면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줄 거수기 집단을 만드는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냥 믿어주는 집단을 원하는 것이다. 

 

유승민계는 초토화 되었고, 그 중 다수는 탈당을 불사하고 있다. 옥새를 들고 튀기까지 했어도 김무성계 역시 빛을 잃었다. 그래도 뭔가 최후의 한 방이라도 숨겨 놓았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긴 했지만 역시나 별것 없었다. 친박들은 지난 시절 있었던 공천 학살의 분풀이를 하며 흥분하고 있고,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바로 박근혜 자신이 되어 버렸다. 즉, 박근혜에게 대드는 사람은 당과 정체성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유승민에게 던지는 친박들의 지적, “당신은 우리 새누리당과 정체성이 안 맞아”라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 박근혜 주변에서 샘솟은 관료들, 행정가들은 모두 투입된 셈이다. 어차피 지리멸렬 분당이나 하고 있는 더민주 따위 신경도 안 쓴다. 아니, 총선에서 패배해도 상관없으니 우리 사람들만 남기겠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나왔다. 

 

총선이 지나면 새누리당에는 친박 정도가 아니라 박근혜의 수족같은 사람들만 남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차기 대선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청와대에서 찍어 주기만 하면 무조건 그 후보 밑에서 일렬종대로 헤쳐 모일 예정이다. 그걸 원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사람들'이 경쟁력은 있을까? 실제로 단수공천되지 못한 진박계 후보들이 경선에서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신의 능력은 하나도 없이 박근혜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바보들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박근혜는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총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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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헌? 물 건너 갔다. 200석은 어림도 없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시킬 180석? 그것도 어림없다. 새누리당도 그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 걸 목표로 삼았다면 저렇게까지 칼춤을 추진 못한다. 저들은 그저 과반으로 만족할 예정이다. 어차피 대선에서 이기면 된다는 생각 뿐이다. 그리고 그 대선 후보, 박근혜의 낙점을 받은 후계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대통령의 눈에 든 누군가가 되겠지 뭐. 

 

새누리당이 이런 급수 낮은 밑그림을 그려 준 점,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도저히 승산이 안 보이던 싸움판에 싸워볼 여지가 생겼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덕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찬양하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대통령님 화이팅!!

 

 

더민주의 지리멸렬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더민주는 '지리멸렬'이라는 단어를 현실정치에 구현하면 바로 이런 꼴이겠구나 싶은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당 중앙은 무력하고, 의원들은 뭘 해야 할지를 몰랐으며, 총선 준비는 커녕 일상적인 업무까지도 마비 수준으로 떨어졌고, 분당의 공포와 어디에 줄을 서야 살아 남는가 눈알 굴리는 소리만 가득찬 그런 정당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분당이 되었다. 물론 지금와서 보기엔 분당 수준은 아니고 그냥 몇몇 의원이 작당해서 몰려나간 꼴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당대표 문재인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는 걸로 보였고, 원내대표 이종걸은 연일 헛발질(당무 거부 포함)을 하고 있었고, 의원들은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있었고, 총선은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역대급 참패, 80석 이하를 점유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성질 나쁜 사람들은 80석도 과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00석이면 승리라는 정청래 의원의 말이 나온 것도 이 시점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중앙은 위기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이런 상황이면 사실 제일 답답한 것은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의원들이다. 공천의 룰도 확정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번 총선은 지역구 결정도 안되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다. 거기에 경선을 해야 하는 건지 전략공천을 요구해야 하는 건지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각개전투를 벌이고 어떤 사람은 중앙에 기웃거리고 어떤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활동에 힘을 쏟고 다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 채로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종인이 오자마자 총선 준비를 이렇게 안 해놓은 정당은 처음 봤다고 외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더민주는 어떤 집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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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보자. 더민주,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정당일까? 진보정당인가? 보수정당인가? 대안 정당인가? 수권 능력은 있는가? 사람들의 신뢰는 얻고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어떤 지지자들은 더민주는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 정권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보수정당, 새누리 2중대라고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과거의 유물로 남아 해체될 날만 기다리는 좀비 정당이라고 생각을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의심스러웠다. 어떤 포스터에는 김대중 노무현보다 김영삼이 앞에 나와 있기도 했었다. 김영삼은 삼당합당을 통해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을 건설한 파운딩 파더잖아. 

 

분명히 정권을 잡았던 경험도 있는 걸로 보인다. 자당의 대선 후보를 지독히도 흔들었고, 당선되자 마자 탄핵을 해버린 정당이었지만 말이다. 과반 의석을 점유해 본 경험도 섞여 있다. 물론 그건 열린우리당이었고, 더민주가 열린우리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지는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로 혼란스러운 정당이다. 그런 과거를 지닌 정당, 원내 과반은 못되어도 당당하게 제2의 정당인 더민주는 도대체 왜 이러고 있었던 것일까? 박근혜 정권이, 새누리당이 아무리 깽판을 치고 터무니 없는 실정을 해도 더민주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꼴을 보기 힘들었다. 박근혜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씩 떨어져도 절대 더민주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핵심은 사람들의 신뢰다. 정권이 아무리 깽판을 쳐도 대안이 되어야 할 더민주를 신뢰하지 못하니까 지지율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새누리당의 골수 지지자들은 언제나 새누리를 선택한다. 나라를 팔아 먹어도 선택한다. 마찬가지로 더민주의 골수 지지자들은 당원으로서 당해서는 안될 꼴을 당해가면서까지도 더민주를 선택한다. 자신이 보수든 진보든 상관이 없다. 더민주가 보수든 진보든 무슨 정책을 가지고 있건 상관이 없다. 저 나라 팔아먹을 놈들, 친일 매국노의 후예들이자 공약도 하나도 안 지키는 사기꾼 집단인 새누리당으로부터, 유신의 후예, 스트롱맨의 딸 박근혜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올 집단은 더민주 밖에 없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정된 새누리 지지자 35%, 더민주 지지자 25%를 합쳐 보면 60%가 된다. 나머지 40%의 유권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 이들 중 절반 정도는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어 투표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투표는 하는 사람들이 '부동층(浮動. 물위에 떠서 움직이는 계층)'으로 존재한다.

 

이 부동층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에 실망하고 꼴보기도 싫은데 그렇다고 더민주를 지지하자니 영 신뢰가 가질 않아서 고민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더민주가 신뢰만 보여주면 선택을 아끼지 않을 집단이다. 이들의 선택을 받으면 이긴다. 

 

그러나 신뢰가 없다. 그게 더민주의 최고의 문제였던 것이다. 

 

 

신뢰가 없는 이유

 

부동층은 현실적인 계층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한다. 정치적 사상적 정체성 보다는 현실적 합리적 대안을 요구한다. 고정된 지지자들에 비해 자유도가 높다. 언제든지 선택을 바꿀 수 있고, 정당의 성공 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어찌보면 얄미운 사람들이다. 신분 상으로도 중산층일 가능성이 높고 자신의 일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집단이기도 하다. 

 

이들 거의 대부분은 보수적이다. 당연한 것이 이 사회에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자신있게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민주에게 조차 불만족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이익에 따라 새누리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보는 지극히 소수다.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한다. 이 사회에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스스로 선택한 스탠스가 진보인 사람은 많이 잡아야 5% 전후다. 최소한 아직은 그렇다. 한 때 민주노동당이 10%를 넘는 정당 지지율을 획득했던 것은 노무현의 탄핵에 이은 열광 속에서 발생했던 일이고, 그 뒤로 다시 쪼그라붙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런 부동층들은 실무적인 능력을 우선시 한다. 그리고 예측가능하게,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예를 들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격한 정치인들 보다는 합리적이며 일관된 행동을 하는 관료를 신뢰한다. 과격한 주장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선호한다. 복지 문제를 꺼내면 증세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다.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호하고, 사회에 충격을 주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변하길 원한다. 

 

그런 사람들이 보기에는 노무현의 참여정부도 과격했었다.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정권 말기로 갈수록 급락했던 것은 단지 언론의 조작 때문만은 아니다. 바닥으로부터 다양한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서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친노, 386운동권, 이런 이름이 붙은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정당인 더민주는 그런 부동층에게는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조선일보 등의 조폭재벌언론들은 사실상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언제나 이 중간 부동층의 구미에 맞는 말로 위장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더민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의혹을 부채질한다. 아니 어쩌면 중간 부동층의 그러한 어리석은 속성은 이들 메이저 언론들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들어 놓은 사회적 차원의 어리석음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참여정부의 인재풀이 부족했던 것, 몇 가지 정책이 실패했던 것, 그런 흠결들은 이런 부동층에게는 실무적 무능으로 간주된다. 동의하기 힘들지만, 약간 부패하더라도 메인 스트림에 속한 사람들에게 국가 권력을 맡겨야 된다는 판단도 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비슷한 이유다. 최소한 갑자기 망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그들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고, 그 인식은 조중동 등에 의해 강조되고 권장되며 유포된다. 저들은 위험한 집단이다. 언제 나라를 김정은에게 팔아먹을지도 모르는 집단이다. 이러면서 말이다. 

 

정청래? 386 운동권 출신으로 탄핵 때문에 졸지에 의원 뱃지를 달게된 막말이나 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내가 아니라 이 부동층들이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이해찬? 왕년의 운동권 시절의 경력으로 그런 불안정한 386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총리라고 맡겨 놨더니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당에게 욕이나 하는 과격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속해 있는 정당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는 것이다. 거기다가 곳곳에 박혀있는 과격한 운동권 스타일 의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통일의 꽃이네 뭐네 하면서 북한까지 갔다온 임수경도 있다. 지금도 핵을 개발하네 미사일을 쏘네 그러면서 우릴 괴롭히는 북한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사람들에게 꼭 금뱃지를 줘야 했는가? 라고 묻고 있다. 그들의 시선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얄미운 부동층들이 현실사회에서 더민주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실무적 무능과 사상적 불안감. 이 두 가지가 부동층들로부터 더민주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 버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지적, 부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중간의 부동층, 조중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 사회의 허리를 감당하고 있으며 “난 정치는 잘 몰라”라고 뒤로 물러서는 척 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나와 새누리의 당선을 돕는 그 집단이 우리 사회 유권자 중에 최소한 20%는 된다. 인터넷과 SNS에서 진보적인 의제들을 목청높이 외치는 2~30만의 네티즌들은 이들에 비하면 모래알보다 작은 존재들이다. 

 

참고로 우리 사회 총 유권자의 수는 4천만 명 정도이며, 부동층이 20%라면 8백만 명이다. 진보적 네티즌을 크게 잡아 40만이라고 잡아주면 유권자의 1%다. 이게 바로 더민주가 각종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마법같은 현실의 핵심이다. 

 

 

김종인, the 국보위원

 

문재인 당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김종인을 불러 들인다. 그리고 자신은 뒤로 물러서 버린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김종인은 문재인으로부터 당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고, 특히 공천에 관해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받는다. 거기에 김종인이라는 한 개인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출신성분과 경력에서 오는 권위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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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김병로의 손자, 박정희 전두환 시절 한국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관료, 현행 87년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삽입한 장본인, 그리고 전두환의 쿠데타 이후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이 함께 하고 있다. 심지어 직전 대선에서 문재인의 상대였던 박근혜 진영에 참가해 당시 민주당의 공약보다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 버린 경제민주화 공약을 직접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물론 박근혜는 이 모든 공약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 한다는 거 아닙니까, 라고 말해놓고 대통령이 되자 일체를 생까버렸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김종인이라는 한 인간의 성격을 100%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박정희 시절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도입한 부가가치세를 거의 유일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70년대 말 그 엄혹했던 시기에 말이다. 박정희 정권은 그로 인해 무너진다. 물론 박정희 정권이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인해 무너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박정희 암살의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던 부마 항쟁에서, 시위대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시민들의 주류는 부가세로 인해 고통받던 상인들이었다는 정도의 현실적 연관성은 있다. 

 

그러더니 '쿠'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가세 폐지를 논의하자 김종인은 '기껏 도입해 몇년 지나면서 이제 좀 안정이 되려는 부가세를 이제와서 다시 폐지한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라는 이유로 홀로 반대한다. 직접 국보위에 참여하여 전두환과의 독대까지 하는 과정을 거쳐 부가세 폐지 정책을 없던 일로 해버리고 만다. 

 

그게 옳은 건지 그른 건지는 경제전문가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두 철권통치자들에게 단신으로 정면으로 맞섰던 사람이다. 그게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이 믿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김종인은 국보위 시절 맺은 인연으로 민정당 소속 의원을 하기도 했고, 나아가 노태우의 경제분야 선생 역할을 한다. 그 인연으로 결국 큰 사고를 친다. 누구나 다 아는 87년 경제민주화 조항 관련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후 당선된 노태우 정권에서 전세계적인 호황의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고 가격이 폭등하자, 노태우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조건으로 전권을 주고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김종인을 불러들인다. 이 때 김종인이 내세운 정책은 주요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즉, 부동산 투기용으로 구매해 짱박아 뒀던 토지들을 '강제 매각' 시켜 버리자는 것이었다. 이 정책은 실현되었고, 갑자기 쏟아져 나온 물량으로 인해 실제로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안정이 된다. 

 

이 조치는 해방이후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시행된 가장 강력한 재벌규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대한민국 정부가 재벌을 상대로 이렇게 큰 손해를 끼친 역사가 없다. 놔두면 놔둘수록 올라 떼돈을 벌게 해줄 알토란 같은 땅을 생으로 헐값에 팔게 된 재벌들은 김종인을 증오하게 된다. 오죽하면 현대 왕회장 정주영은 김종인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치를 떨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김종인의 입각이 거론될 때마다 전경련이 결사반대하고 결국 제대로 입각 한 번 못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김종인은 경제부총리 인선에 올랐지만 결국 김진표로 대치 되었다. 삼성의 입김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다. 김종인이라는 무서운 할배가 바로 이런 사람이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김종인, 국보위 출신 김종인, 가인 김병로의 손자 김종인은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 한 명과 싸울 줄은 알지만, 정치적 경험은 없다. 즉,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집단 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발을 어루만지며 무난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재주는 없다는 뜻이다. 재벌의 땅을 강제매각 할 때에도 그 스스로 환경을 만들고 일을 추진한 것이 아니다. 노태우라는 막강하고 무소불위한 권력을 등에 업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저 '전권'을 위임받아 독선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현실화 할 줄 아는.. 전형적인 고위 관료 스타일이다. 

 

이게 문제가 된다. 

 

 

김종인의 그림

 

김종인은 모종의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뭔지 알기 힘들었지만, 아마도 그 그림을 대략 설명하고 문재인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을 것이다. 그 그림은 마치 알파고와 이세돌이 반상에 돌을 놓듯이 하나하나 현실 세계에 놓여가기 시작했다. 문재인이 이에 대해 사전 동의 했을까? 아니면 그냥 묵인하는 걸까? 아니면 당권을 줬다 뺏기 미안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그림은 모종의 일관된 맥락이 있다. 그 하나는 중간 부동층이 기존의 더민주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제거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실무적 무능? 사상적 불안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는 바로 386 운동권 출신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가진 후보들을 쳐내는 작업이다. 정청래는 하필 그 이미지가 가장 강력했던 사람일 뿐이다. 지지자들에게는 속시원함을 주었겠지만 부동층들의 이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그 특유의 막말을 연상해 보면 왜 그가 그런 이미지의 대표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신들도 쳐냄을 당한다. 문희상, 유인태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두 분이며, 순순히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점은 적어 두자. 그러나 김종인의 그림에 그 두 사람이 설 자리는 없었다(이 글을 완성한 뒤에 문희상 의원은 구제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내부적 반발이 극심했거나, 대체할 인물이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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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이미지의 최고 좌장인 이해찬을 쳐내기에 이른다. 이 대목에서 실제로 큰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해찬은 더민주의 불안요소를 쳐낸다는 의미에 한가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바로 두 번째 맥락. 문재인의 앞길에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김종인의 공천을 친노패권주의 척결이라는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하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왜냐면 똑같은 친노 중에서도 어떤 친노는 쳐내고 어떤 친노는 남겼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준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정청래를 쳐낸 자리에 손혜원을 공천하는 모습을 보고 확실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더민주의 이미지를 바꾸는 공천이며 동시에 '친문공천'이었던 것이다. 친노 중에서도 문재인과의 거리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비문과 친문이 존재한다. 비문은 쳐내고 친문은 전진배치했다. 한 명 한 명 분석해 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의미있는 머리수를 가지고 있던 정세균계도 대거 탈락되었다. 아마도 문재인 이후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박원순의 사람들도 대거 탈락했다. 이건 대놓고 걸림돌 치우는 작업이며, 박원순에게는 이번 말고 다음에 나오라는 명시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문재인이 당대표 시절 영입했던 대부분의 사람들, 문재인 키드(Kids)라고 볼 수 있는 후보들은 전진배치 되었다. 쉽게 정리하자면 문재인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있는 자들은 쳐내고, 그 길을 도와줄 동력을 대신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이 그림의 끝에 이해찬이 있었다. 이해찬은 문재인이 비서실장 하던 시절에 이미 총리를 했던 사람이다. 문재인보다 배분이 더 높다. 그런 사람이 당내에 잔류하고 있을 때, 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력은 문재인의 대선 가도에 분명히 방해가 된다. 그러나 문재인의 손으로 그를 쳐낼 수는 없다. 이건 서열의 문제이며 도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종인의 그림에 있는 차기 대권은 문재인의 것이었다. 김종인은 자신의 손에 묻은 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변화

 

필리버스터가 있고 난뒤, 그 지저분한 마감처리를 모두가 기억하실 것이다. 그 때 이런 글을 썼었다. <파괴된 필리버스터: 야당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글에서 '과연 더민주는 가치지향적인 야당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여 지지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던 의원들이 이야기한 가치는 매우 진보적인 그 무엇이었다. 국가는 개인의 정보를 훔쳐봐서는 안된다, 테러방지를 이유로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국정원은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얘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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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는 이 가치를 채택하지 않았고 나는 실망했다. 그러나 당시 김종인은 이미 더민주의 모든 권한을 쥐고 흔들고 있었고, 그는 더민주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싶어했고 더 이상 확대하기를 거부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더민주는 '진보적 가치'라는 깃발을 버려야 했던 것이다. 김종인의 그림 속에 있는 더민주는 새로운 깃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 깃발은 중도 부동층에게 실무적 유능을 보여줄 수 있는 정당이어야 했고, 막말하지 않는 정당이어야 했고, 사상적 안정감을 보여 줄 수 있는 정당이어야 했고, 나라를 맡겨도 망치지 않을 불안하지 않은 정당이어야만 했다. 김종인은 이 사회의 중간 부동층이 가지고 있는 인식, 그 인식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보고 그걸 설득해서 바꾸거나 하는 노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 중간층 다수의 현재 인식에 영합하기 위한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 속의 더민주가 들고 있는 깃발에는 이렇게 쓰여 있을 것이다. 

 

'합리적 보수'

 

상상해보자. 더민주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합리적 보수라고 부여하는 광경을 말이다. 이에 대비되는 새누리당은 자동으로 '무능한 극우'로 자리매김한다. 왜냐면 하필 그 시점에 새누리와 함께 정권을 쥐고 있는 자가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들에게는 더민주가 합리적 보수든 혁명적 좌파든 의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도 부동층이다. 그들은 이미 박근혜의 실정에 지쳐 버렸다. 아마도 무리한 개성공단 폐쇄 같은, 골수 지지자들조차 갸웃거리게 만든 그런 실정들이 누적된 탓이겠다.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더민주는 이제 친노의 정당이 아니다, 이제 386 운동권의 정당이 아니다, 보았잖은가, 이해찬도 쳐내고 정청래도 쳐냈다.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실무적 유능? 그것도 보여줄 수 있다. 이 이미지는 아마 여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지자들에게는 투사 정청래를 자르고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홍보책임자 손혜원을 꽂은 것이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난폭하게 막말하는 운동권을 자르고 자본주의의 첨병인 마케팅 프로페셔널 손혜원을 선택한 걸로 보인다. 지지자들에게는 전설의 운동권 맏형이자 친노의 좌장이며 새누리를 혼쭐낸 대찬 총리 이해찬이지만, 중도 부동층에게는 강경하고 고집만 센 늙은 운동권, 맨날 데모하느라 공부도 안하던 운동권 떨거지들의 우두머리이자 해찬들 세대를 양산한 무능한 정치꾼 이해찬을 자른 걸로 보인다. 

 

이 변화는 숫자로는 이렇게 표현된다. 맨날 지지하던 25%의 지지만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25% 중에서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대략 1%가 채 안되는 시끄럽고 말 많은 SNS의 지지자들)를 잃고, 부동층 20%를 얻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남는 계산이다. 

 

김종인은 확실하게 더민주를 우측으로 옮겨 놓고자 하고 있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를 제쳐 놓고 판단하자면, 이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전략적으로 지극히 유리한 선택이고, 또한 박근혜의 실정을 틈탄 효율적인 선제공격이다. 

 

조중동은 일제히 김종인의 선택을 찬양하고 나섰다. 운동권 정당, 친노 정당 더민주가 갑자기 김종인을 만나 합리적 보수로 이미지 쇄신을 하고 나서는 것, 조중동에게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다. 왜 희소식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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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2번이라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조중동 3사 홈페이지 메인에 김종인 후보가 등장한다

 

이들은 사실 누구의 편도 아니다. 이들의 노선은 결국 자사이기주의이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독재적 권력 박근혜와 거기에 맞서는 대형 야당 민주당이라는 판은 이들 조중동에게는 결코 맘편한 운동장이 아니다. 오히려 두 개의 보수정당이 서로 교대로 권력을 잡아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할 말은 하면서' 대대손손 해먹을 수 있다. 그런 판에서 더민주가 갑자기 보수의 깃발을 들고 나오며, 메인 스트림과 말이 통하는 사람들로만 판을 채우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김종인의 등장 이래, 더민주는 근래 몇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중동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도 자주 나온다. 그렇게 필리버스터를 해도 단신 보도도 안해주던 언론들이 김종인은 연일 사설로 칭찬을 해 준다. 

 

 

인터넷, SNS에서는 연일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김종인, 그러나 중도 부동층에게 보이는 그는 신뢰할 수 없는 문제아들만 모여 있는 민주당에 들어가 엉망진창인 체계를 바로 잡아 주고 있는 전문적이고 노련한 관료이자 능력있는 어르신이다. 

 

거기다가 이 행보로 인해, 국민의당은 설 땅이 없어져 버렸다. 공중분해될 지경이다. 연일 보도되던 안철수의 모습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판을 그렇게 그려놓고 국민의당에게 “생각 있으면 한 명씩 돌아오든가 말든가”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김종인은 정말로 잔인한 노인네이기도 하다. 

 

이 그림이 현실화 된다면, 새누리는 좀더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더민주는 부동층을 포함한 중원을 차지한다. 행마도 이런 행마가 없고 포석도 이런 포석이 없다. 

 

이 분석이 옳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리고 김종인은 드디어 더민주에게 107석을 약속한다. 내 분석으로는 그보다 더 나오게 될 걸로 보인다. 김종인은 그저 '최소한'을 말했을 뿐인 것이다. 80석을 우려하던 판을 이렇게 만들어 놨다. 문제는 그 숫자의 의석 위에 앉아 있을 금배지의 얼굴이 사람들이 생각하던 민주당의 전통에 걸맞는 얼굴들이 아니라는 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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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일은 문재인의 복귀다.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야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문재인은 과격한 진보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합리적인 보수에 가까운 정치인이다. 얼마든지 중도 부동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이며, 실제로 그렇기에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나서서 더민주를 보수 정당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김종인이 깔아 놓은 판 위에서라면 얼마든지 새누리당을 대치할 수 있는 대안정당의 리더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문재인이 복귀하고 대선판에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재인이 대권을 잡을 확률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김종인에게는 자신의 경제 민주화 공약들을 실제로 실현할 기회가 주어진다. 얼마나 열받았겠는가 생각해 보시라. 칠순 노인이 사력을 다해 만든 필생의 작품이 박근혜의 대선 사기극에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꼴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는 문재인을 통해 이 꿈을 다시 이루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김종인은 총선판이 끝난다고 해도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스로 자신을 비례대표 2번, 남성 후보 중에서는 맨 앞이니 1번과 다름없는 2번에 올려 두었다. 민망한 일이고 남사스러운 일이다. 많은 더민주 지지자들은 이 점에 폭발했다. 노욕이며 노추이며 말바꾸기이며 독선적인 결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뜻은 뭘까? 자신이 남아 대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당을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자신은 당을 움직이고 문재인은 대권을 잡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휘어잡고 나가겠다는 얘기이다. 박근혜에게 한 번 속고 난 김종인은 더 이상 사기 당하지 않기 위해 담보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추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변화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가 당장 과반을 차지하고 박근혜 정권이 몰락의 길을 가지는 않는다.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새누리는 건재하고 과반을 손쉽게 넘길 것이며, 박근혜 친위대가 의회에 생긴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은 이제부터 불기 시작한다. 더민주가 만약 김종인의 그림대로 중간 부동층의 지지를 흡수하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정계는 아주 크게 변화한다. 합리적 보수라는 깃발은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포섭할 수 있는 깃발이다. 야당으로서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정을 받는 것은 대권을 향한 가장 중요한 포석이 된다. 

 

박근혜 정권은 진짜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며 박근혜 지지자들은 고립되기 시작한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지지율이 역전되는 순간, 언제나 메이저만을 따라 다니는 권력지향형 인사들이 제일 먼저 새누리에게 등을 돌리게 되면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어차피 똑같은 보수당인데 새누리에서 더민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어진다. 

 

의석수가 과반이어봤자,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정권의 의지는 관철되지 못한다. 거기에 여론까지 가세하면 청와대는 더욱 더 고립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에서 먼저 이탈자가 생긴다. 이미 총선판에서부터 쫓겨난 자들이 이탈을 시작했다. 그 중에 박근혜 정권의 초대 보건부장관 진영 같은 사람이 첫 스타트를 끊을 모양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무회의는 사실상 회의가 아니며 받아쓰기 경진대회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관직을 그만두었던 진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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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유승민의 행보도 궁금해진다. 어찌되었거나 '합리적 보수'라는 타이틀은 원래 유승민 같은 사람들의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타이틀을 빼앗아 갔다고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할 재주가 없다면 그 타이틀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쪽으로 옮겨 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재오 같은 사람은 더 자연스럽게 옮겨탈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거나 중요한 것은 새누리의 강고한 제방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위력적이며, 더민주가 그 타이틀을 확보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진영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더민주가 좀더 우측으로 옮겨가는 것은 진보진영에게는 희소식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진보도 아니었던 더민주가 애매하게 진보로 취급되던 시기에 진짜 진보들은 동호회 놀이나 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민주가 우측으로 옮겨가는 순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의 운동장은 따따블로 넓어진다. 더민주에서 이탈한 진짜 진보주의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점도 있다. 정의당은 땡잡았다. 누가 알겠는가? 이제 변화된 운동장에서 극우로 몰려 쪼그라드는 새누리만큼의 사이즈가 진보좌파 정당들에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이 변화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70대 중반의 노인 하나가 대한민국 정가에 불러온 변화의 물결은 이제 진짜로 시작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후세 사람들은 이걸 실질적인 '대규모 정계 개편'의 시작으로 규정할지도 모른다. 

 

잘 될까? 

 

 

옳고 그름, 보수와 진보

 

보수와 진보는 결코 '옳고 그름'으로 나뉘지 않는다.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것은 신뢰와 협잡, 유능과 무능, 정직과 거짓 등이다. 보수와 진보는 선택일 뿐이다. 

 

나는 당연히 더민주의 우측이동을 기뻐하지 않는다. 그나마 원내 제1야당이 진보의 깃발을 버리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과반은 아니더라도 굉장한 의석을 보유한 더민주가 진보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서 더민주를 지지하던 수많은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문제가 된다. 그들은 더민주를 왜 지지했을까? 비록 진보정당은 아니더라도 더민주는 최소한의 '진보적 가치'를 손에 들고 서 있는 대형 정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뛰어 들어온 김종인이라는 전두환 꼬붕(사실 이 표현은 모함에 가깝지만)이 더민주를 보수정당으로 바꾸고 있으니 억울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들이 화내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 사회의 진보는 5%다. 이건 현실이다. “정치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을 선도할 의무도 있다”는 말을 떠올려 보더라도 더민주가 진보정당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실제로 더민주의 지지자들 상당수는 진보라기 보다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이며, 정치에 기대하는 것 역시 진보적 가치라기 보다는 신뢰할 수 있고 부패하지 않은, 그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를 원할 뿐이다. 심지어 애국이나, 경제발전, 성장, 부국강병 등의 보수적 가치를 선호하는 더민주 지지자들도 많다. 

 

자신을 스스로 더민주의 지지자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진보적 가치를 얼마나 원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신 적 있냐고 말이다. 비록 소수지만 분명히 진보의 깃발을 든 정당들이 있는데 왜 더민주에 남아 있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가 힘들다면 당신은 진보적 가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증오 때문에 그저 카운터 파트를 지지한 것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더민주의 보수화를 좋아해도 되고, 지지해도 된다. 당신들 주변에는 중도 부동층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게 될 것이다. 더민주의 진보성이 미약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좌클릭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참에 아예 진보정당으로 옮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맘 편한 일이 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그게 옳다고 권해 드리고 싶다. 

 

 

변화는 항상 개인에게 선택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더민주의 지지자들에게는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만약 이 글에 담겨 있는 믿기 힘든 분석이 사실로 드러나고 더민주가 성큼성큼 우측으로 걸어가 버린다면, 차라리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 보낼 생각이다. 아니 그게 맞다. 새누리와 박근혜 정권에게는 더 이상 합리성과 정직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극우 수구 부패 거짓말쟁이 정당의 위치를 주는 것이 맞다. 차라리 더민주가 새로운 합리적 보수로 탄생해서 그나마 합리적인 보수 정권을 창출해 내길 기원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그게 김종인의 뜻이며, 그렇게 탄생한 정권은 또 하나의 보수정권이 되겠지만, 최소한 박근혜보다는 훨씬 나을 것 아니겠는가? 

 

원한다면, 또 필요하다면 내 소중한 한 표도 아낌없이 주겠다. 그리고 스스로가 진보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은 합리적 보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 명이라도 더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설득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머나먼 미래가 될 지언정, 진보정당이 정권을 잡게 되는 그 날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뒤섞여서 무능하고 부패한 극우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혼전을 벌이는 이 상황,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보다는 깔끔하게, 보수와 진보로 갈려 논쟁을 벌이자. 그 쪽이 훨씬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부디 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이번 총선판이 이런 장대한 변화의 시작이 되길 빌어마지 않는다. 김종인 어르신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현실화 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어르신, 화이팅!!

 

 

뱀발

그래도 비례 2번은 너무 하셨어요. 창피하게 그게 뭡니까. 그걸로 사람들이 뭐라 한다고 당무거부까지 하는 건 더 창피합니다. 삐지지 마시고 빨랑 돌아오세요.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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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백악관 청와대 박대통령 조준 폭파 영상 공개

 
‘예술영화 명령만내리시라 후편이 준비되고 있다’ 동영상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3/22 [08:1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준 장면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조선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백악관을 조준 폭파하는 장면을 만들어 공개했다.

 

연합뉴스는 2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TV가 22일 '예술영화 명령만 내리시라 후편이 준비되고 있다'는 제목으로 3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유튜브에 지난 19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동영상은 3분 12초짜리로 조선이 백악관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은 2분 11초부터 16초까지 4초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은 2분 16초부터 22초까지 6초까지 편집되어 있다.

 

▲ 조선이 백악관을 조준 격파하는 장면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동영상은 조선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전경을 담은 사진을 하얀색 '+'자 모양의 조준경 안에 넣은 뒤 "자멸을 재촉하는 박근혜 역적 무리들이 들어있다"는 자막을 깔고서는 곧바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산산조각나는 장면을 넣었다. 이 장면 바로 앞에 백악관을 폭파하는 장면이 편집되어 있다.

 

최근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온갖 욕설로 거칠게 비난한 적은 많았지만, 이처럼 박 대통령을 겨냥한 뒤 폭파시키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명박 전대통령 시절에는 사격 표적판으로 이 전대통령 모형을 세우고 사격한 적은 여러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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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평화협정과 ‘우리 안의 사대주의’

 
이빨을 감췄다고 해서 악어가 아닌가
 
김갑수 | 2016-03-22 07:59: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미평화협정과 ‘우리 안의 사대주의’
- 미국 권력 이동기의 속성 간파해야
- 이빨을 감췄다고 해서 악어가 아닌가


요즘 조미평화협정 사안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친미진보언론들이 먼저 낙관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친미수구언론 중앙일보의 시론에서까지 북미평화협정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바람잡기가 크게 작용한 같다. 이에 따라 민족진보주의자를 자부하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이런 분위기에 들뜨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속칭 대북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세 가지, 즉 “1) 대북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계가 드러났다. 2) 북의 고성능 핵 위력이 미국을 위협하게 된 마당에 미국도 달리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3) 따라서 조미평화협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 주장의 근거는 빈약하면서도 아전인수식이다. 그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지난 2월 23일에 있었던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 미국 국무부장관 케리 사이의 워싱턴 회담 발표 내용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강대국의 장관 회담록에 나타난 일부 문장만을 떼어서 우리 형세 낙관의 근거로 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한 마디로 해서 ‘소경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먼저 지난 2월 23일의 왕이 - 케리 회담은 조선반도 평화와는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 왕이는 인접국 한국 내 사드 배치 제지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워싱턴으로 급거 날아갔을 뿐이다. 여기에 경제적으로 중국과 담합 중인 미국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해 준다’는 조건을 관철시키는 선에서 사드 배치를 철회했다. 나는 이 발표문에 언명된 비핵 - 평화협정 동시 타결은 순전히 립 서비스에 불과한 강대국들의 사탕발림이었다고 본다.

1876년 이 땅에 외세가 ‘합법적’으로 침탈한 이래 130년 동안 우리는 지속적으로 강대국들에게 농락만 당해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근저한다. 하나는 국제정세를 읽어내는 ‘실력의 부족’이고 또 하나는 우리 안에 잠재된 ‘사대주의적 요행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힘과 자주'가 약하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먼저 우리는 미국 권력 이동기의 속성을 간파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권력 이동기에는 예외 없이 평화공세를 취하며 자국의 권력 이동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노선을 취해왔다. 우리가 알듯이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종결을 선거구호로 내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은 대선 기간 중에는 전쟁을 일체단결로 치를 수 없는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이다.

전전 직 미국 대통령 클린턴의 임기는 1993년 1월 ~ 2001년 1월이었다. 그런데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0년 10월에 조선 조명록 차수와 미국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상호방문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평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물론 이런 평화 분위기는 후임자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등으로 일거에 무색해졌다.

후임자 부시의 임기는 2001년 1월 ~ 2009년 1월이었다. 호전주의자였던 부시마저 임기 종료가 다가오자 노무현 한국 대통령을 만나 북핵 해결과 정전협정의 동시 타결을 약속했었다. 미국이 ‘뉴욕 필’을 평양에 보낸 것은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위장책이었다. 부시가 조선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성의(?)를 보여준 것 역시 임기 종료 직전 해인 2008년이었다.

오바마 역시 취임하자마자 대북유화책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임기 말이 다가오자 대북강경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마마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다. 이렇게 볼 때 오바마 행정부의 임기 말 평화공세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퇴행한 수준이다.

나는 최근의 미국 대통령 중 오바마를 가장 저평가한다. 그는 지성적이고 합리적인 체는 잘 하지만 기실 네오콘과 기득권자들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심한 대통령이다. 그의 무능은 이런 천부적(?)인 비굴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한심하게도 오바마보다 더 비굴한 것은 한국의 지식인, 전문가, 정치인들이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먼저 보아야 할 것은 미국의 이기, 이중적 속성과 친미 지식인들의 무지, 위선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미국 앞에서 ‘어르고 *먹이는 남자에게 번번이 *만 받아먹고 일시적으로 쾌감을 갖는 가련한 여자로 있을 것인가?

일찍이 1972년 중국의 천재 지도자 마오쩌둥은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 방문을 관철시켰다. 북경공항에 내린 닉슨은 일성으로 자기는 제국주의자라고 실토했다. 마오쩌둥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총리 겸 외상 저우언라이에게 미국 대선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줬을 뿐이다. 중국과 미국은 단 한 번에 평화협정을 넘어서는 중미수교를 이루어냈다.

약한 주먹을 가진 자는 그 주먹으로 눈물밖에는 닦을 수 없는 법이다. 국제역학관계에 요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악어가 잠시 이빨을 감춘다고 해서 악어가 아니란 말인가? 이제부터라도 실력을 기르고 우리 안의 사대주의를 청산하자. ‘힘과 자주’ 외에 우리의 전쟁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없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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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그 난리 치더니... 가관이다"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미국과 우리의 국익이 동일하다는 착각 깨야"

16.03.22 09:00l최종 업데이트 16.03.22 09:5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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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
ⓒ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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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 4월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되자, 북한 무인기 공포가 '전국'을 휘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공망이 뚫렸다고 개탄했고, <조선일보>는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고 사설로 썼다. 군 당국은 20~30kg까지는 아니지만, 북한이 3~4㎏ 정도의 폭탄을 무인기에 매달아 우리측 주요 핵심시설에 부딪혀 폭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스라엘제 저고도탐지 레이더 PPS-42 10여대를 도입했다.

"복원된 북한 무인기를 날려보니 3~4㎏ 무게의 폭탄을 달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껏 400~900g정도의 수류탄 1개를 매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20일 <연합뉴스>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당시 발견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성능시험을 했다면서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탑재된 엔진과 정보수집용 카메라 작동 기능은 모두 1980년대에 제작된 수준으로 조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했다. 2년 전의 '호들갑'과는 크게 다른 결론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이에 대해 "정부는 2년 전에 청와대가 북한의 국방위원회나 정찰총국의 손바닥 안에 들어간 것처럼 하지 않았느냐"면서 "결국 국민들은 바보가 된 거다. 가관이다. 가관"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 특히 국방부가 북한의 군사 동향과 관련해 얘기를 해도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6자회담 재개 모멘텀 없으면 북한 5차 핵실험 할 것"

정 전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북한은 지휘부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 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6자회담 재개 모멘텀이나, 최소한 중국 주재하에 미국과 북한 간 접촉과 같은 상황 변화가 없으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전후와 5월 7일 사이에 5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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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인민군 대장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과 홍영칠ㆍ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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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셈법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이 북한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미국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동일하다고 착각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는 북핵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비극"이라며 " "북한 핵문제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북한 공포 마케팅'구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의 배경, 북한의 추가 핵실험 문제에 대해 짚어본 <한통속> 102회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 아이튠즈에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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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보상 특별법' 서명운동 시작

“개성공단은 우리의 평생 직장이었다”개성공단 근로자, '개성공단 보상 특별법' 서명운동 시작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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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1  16: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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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21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개성공단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8일부터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는 21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성공단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22일부터는 서울역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서명운동이 진행되며, 개성공단 123개 입주기업과 영업기업을 포함해 총 297개 기업의 주재 근로자들에게 서명용지가 다 전달되면 전국 각지로 서명운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2l일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옆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용환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공동회장은 “오가는 시민들이 ‘아직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느냐’며 놀라워한다”는 반응을 전했다.

김용환 회장은 최근 정부가 합동대책반을 통해 고용유지를 하는 기업에 대해 근로자 1인당 월 65만원씩을 지원하겠다는 근로자지원대책을 내놓았는데, 대부분 해고가 진행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고 근로자의 경우에는 기업주와 서로 협의하여 다시 복직절차를 밟아야 그나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서로 사정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이미 진행된 절차를 되돌려야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나이가 있어서 쉽지는 않지만 그동안 받던 급여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보장을 해주면 일자리를 찾아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 주재 근로자들은 주·야간, 휴일도 가리지 않고 한 밤중에도 일이 있으면 내려가서 근무해 온, 한 직종에서 20~30년씩 일했던 중견 관리자들인데 이들이 받았던 400만~500만원의 월급을 많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는 생계유지를 위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며, “원래 전 국민이 다 받고 있는 실업급여에 65만원을 더해서 그나마 회사에 복직하는 절차를 밟아서 주겠다는 정부 지원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했다.

   
▲ 김용환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회장은 평생 직장인 개성공단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상실감을 표시하고 최소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거듭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그는 “우리가 돈 몇 푼 더 받자고 정부에 이러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성공단은 우리가 일만 잘하고 있었으면 말 그대로 평생직장이었다”라고 일자리를 잃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개성공단 기업들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지원대책이라고 발표하는 경협보험은 원래 기업들이 냈던 납입금에 따라 약정에 준해서 받아가는 것일 뿐이고 특별대출이라는 것도 어차피 기업들이 나중에 다 갚아야 하는 빚”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이런 걸 지원대책이라고 설명하면서 기업들이 마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고도 자꾸 보채는 듯한 인상을 갖게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피해 손실에 대해 ‘지원 아닌 보상’을 하려면 ‘특별법’제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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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힘으로 우리 동네 발암물질 줄이는 요령

내 힘으로 우리 동네 발암물질 줄이는 요령

김찬국 2016. 03. 21
조회수 311 추천수 0
 

환경부 유해화학물질 정보시스템 100% 활용법
최대 배출량 충북, 시민·지자체·기업 노력으로 감축

 
04550605_R_0.jpg» 2012년 9월27일 경북 구미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사고 뒤 수확하지 않고 버려진 대추 모습. 이 사고는 농촌에서 일어났지만 대도시에도 다수의 유해물질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어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사진=구미/김봉규 기자 bonfg9@hani.co.kr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발암물질이 배출될까?
 
지난 1월 이 기획연재에 실린 글 ‘우리 동네 유해화학물질, 알아야 지킨다’에서는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발암물질 등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평상시 사업 활동을 하면서 환경(대기, 물, 토양)에 배출하는 화학물질의 양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시민의 입장에서 해당 사업장의 배출량을 줄이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하였다. 글을 읽은 이들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을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이 글이 실린 이후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림 1]의 그래프를 살펴보았다. 글쓴이는 충북에 살고 있는데 왜 이 지역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2010~2011년께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가 이후 상당량 감소한 이유가 궁금하였다.
 
왜 충북 지역에서 발암물질 배출량이 201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늘어났을까? 그 전에는 사용하지 않던 발암물질을 새롭게 사용한 것일까? 게다가 왜 곧 배출량이 다시 줄어들게 되었을까?

 

tr1.jpg

 

[그림 1] 지역별 발암물질 총배출량(㎏/년) (2000~2013년) 출처: 화학물질배출·이동량(PRTR)정보시스템
 
이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화학물질의 배출·이동량을 확인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함께 익혀보면 충북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궁금해 할 다음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찾은 답을 이 페이지의 아래에 댓글로 적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은? (2013년 기준)
 ● 당신이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 경기에 살고 있다면 꼭 알고 있어야 할 발암물질과 그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업체)은?
 ● 경상북도에서 벤젠(발암물질 1급)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은 어디에 있을까?
 ● 경기도 내에서 1,3-부타디엔을 배출하는 업체(발암물질 1급)는 우리 집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
 ● 우리 지역에서 불산(유독성 물질) 사고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사고가 아닌 평상시 해당 사업장에서 불산이 배출되는 양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에서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역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지역별 발암물질 배출량을 확인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손쉬운 일이다. [그림 2]와 같이 “모든 발암물질”에 대한 지역별 검색을 하면 된다. 여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발암물질(1, 2A, 2B)이 모두 포함된다.

 

tr2.jpg 

[그림 2]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지역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전체지역, 검색물질: 모든 발암물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에 살고 있다면 다른 지역에 있는 이들보다 더욱 관심을 갖고 살펴볼 결과가 나타난다. 2013년 기준으로 환경(대기, 물, 토양 포함)에 배출된 발암물질(IARC 분류기준 1~2B)은 총 53종 약 6918톤으로 전체 화학물질 배출량의 13.6%에 해당한다.1) 발암물질의 배출량은 아래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울산, 충북, 경남, 경북, 전남, 경기 순으로 많다.2)  
 
[표 1] 2013년 지역별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발암물질) 
 

 

지역

배출물질수

배출량 (kg/년)

자가매립량 (kg/년)

이동량 (kg/년)

울산광역시

36

1,304,576

48,780

8,323,794

충청북도

24

1,240,517

0

3,336,496

경상남도

20

1,135,787

0

5,675,590

경상북도

28

844,781

563,927

9,298,339

전라남도

30

660,045

2,990

3,640,779

경기도

35

530,781

0

5,955,182

전라북도

25

321,874

0

1,344,379

광주광역시

10

318,583

0

3,171,066

충청남도

30

243,028

34

1,617,607

대구광역시

20

111,664

0

40,001

부산광역시

16

102,775

0

369,952

인천광역시

21

70,741

0

597,889

강원도

8

16,491

0

24,476

대전광역시

12

16,335

0

979,977

세종특별자치시

6

134

0

18,961

서울특별시

1

0

0

1

 

(배출량은 대기배출량, 수계배출량, 토양배출량의 합으로 대부분 대기 중에 배출된다. 이동량은 폐수이동량, 폐기물이동량의 합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암물질은 충북, 경북, 경남, 울산, 전남(여수) 등 중화학 산업단지에서 전체 배출량의 74.9%가 배출된다. 수많은 발암물질 중 전남(여수)은 벤젠(1급), 염화비닐(1급)이 주로 배출되고 울산과 경남은 도료용 용제로 사용하는 에틸벤젠(2B급)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충북 지역에서 주로 배출되는 발암물질은 무엇일까?3) 
 
도대체 어떤 발암물질이 배출되는 것일까? 
 
이제는 충북 지역에서 주로 배출되는 발암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질별 검색을 할 차례이다. [그림 3]과 같이 물질별 검색을 하면 된다. 2013년 충북 지역의 발암물질 총 배출량은 124만 517㎏이고 이 중 디클로로메탄이 116만 4623㎏으로 약 94%에 해당한다. 디클로로메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시스템 내 “화학물질정보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4) 
 

tr3.jpg

[그림 3]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물질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충청북도, 검색물질: 모든발암물질)
 
[표 2] 2013년 충북 지역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주요 발암물질 (배출량 상위 4개 물질)

 

CAS_No.

화학물질명

배출업체수

배출량 (kg/년)

자가매립량 (kg/년)

이동량 (kg/년)

000075-09-2

디클로로메탄

14

1,164,623

0

2,355,055

000100-42-5

스티렌

8

21,744

0

11,288

000107-06-2

1,2-디클로로에탄

2

21,093

0

44,346

000079-01-6

트리클로로에틸렌

1

15,400

0

0

 


디클로로메탄은 어디서 배출되고 있을까?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여기까지 왔다면, 특히,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충북에 살고 있다면 발암물질인 디콜로로메탄이 어디서 배출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앞의 글을 잘 읽었다면 우리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배출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혹시 그렇지 않다면 지금 함께 찾아보자. 
 
이제는 해당 사업장(업체)을 찾기 위해 업체별 검색을 할 때이다. 단, 화학물질 고유번호인 카스번호(CAS No., 000075-09-2)를 이용하거나 화학물질명(디클로로메탄)를 이용하여 물질선택을 하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그림 4). 

 

tr4.jpg

 
[그림 4] 유해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업체별 검색(검색년도: 2013년, 검색지역: 충청북도, 검색물질: 디클로로메탄)
 
[표 3] 충북 지역 화학물질 배출·이동량(2011~2013년):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상위 5개 업체
 

 

사업장(업체)

배출량 (kg/년)

이동량 (kg/년)

2011

2012

2013

2011

2012

2013

W스코프코리아(주)

2,137,049

1,107,780

477,965

451

3,013

40,185

SK이노베이션(주)증평공장

194,192

216,859

166,414

123,715

293,512

162,066

(유)셀가드코리아5)

452,485

557,935

132,528

2,300

2,110

854

SK이노베이션(주)청주공장

201,334

80,085

88,796

237,927

127,985

137,054

LG화학오창2공장

(자료없음)

74,633

88,527

(자료없음)

4,594

17,919

 

 

2013년 기준으로 충북 지역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연 116만 4625㎏ 중 위 5개 사업장의 배출량이 약 82%를 차지한다. 여기서 이들 사업장의 실명을 밝히는 이유는 생산 활동에서 발생하는 디클로로메탄 배출량이 많긴 하지만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하여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경우이기 때문이다.  
 
2013년에 발표된 환경부 ‘2011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서 충북은 전국에서 발암가능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으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2014년 6·4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정가의 여야 후보간 ‘발암물질 유치 책임 논란’이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하였다.6) 
 
디클로로메탄 등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3년 5월 민·관·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화학물질 배출저감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때 환경부, 충북도, 금강유역환경청, 배출 기업체가 위치한 기초지자체, 국립환경과학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이 협약에 참여한 주체가 바로 위의 5개 사업장(업체)이었다. 
 
이들은 배출 사업장에 대한 노출평가와 위해성 평가 등을 거쳐 저감 목표를 세우고 사업장별로 5년 동안 해마다 배출량 저감 실적 등을 평가하는 동시에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기로 하였다(2014~2018년). 
 
한 가지 더 눈여겨 볼 점은 이러한 노력이 시작된 시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2011년 보고서’가 2013년 5월 언론에 보도되고 해당 사업장들이 배출저감 협약에 가입하면서 배출량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2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언론 보도(2013년 5월) 이전부터 해당 사업장(업체)이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의 [표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들 사업장은 디클로로메탄의 대기 중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응축 및 회수시설을 설치하거나 비산배출원 누출관리시스템 등을 이미 도입하였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디클로로메탄의 총 배출량을 2012년 약 2037톤에서 2013년 약 954톤으로 감축할 수 있었다(표 3). 이러한 변화는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의 회수율이 높은 회수시설 신축 및 상시 배출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7)
 
사업장별 배출량 공개가 가져온 변화 
 
이제 다시 이 글의 출발점인 [그림 1]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충북 지역의 발암물질 배출량이 2008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개별 사업장의 배출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통계에 잡힌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는 한동안 지역별·화학물질별·업종별 등으로만 공개하였으나, 2008년 59개 사업장의 배출량을 공개하고 2009년은 324개 사업장의 배출량을 추가로 공개하는 등 그 대상을 점차 늘렸다. 실제로 충북 지역의 디클로로메탄 배출량 상위 5개 사업장의 배출량 통계 역시 2008~2012년 기간 동안 서서히 확보되었다. 
 
각 사업장(업체)은 배출량 통계가 공개되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기 전부터 배출 저감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하였다. 각 업체별로 조사된 배출량이 시민에 공개되는 시점까지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의 사업장별 공개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기업이 배출량을 줄여 가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충북의 사례는 해당 기업들의 현명한 대처, 여론의 조성과 시민사회 등의 참여, 선거 등을 통한 여론의 확산 등이 맞물려 두드러진 효과 거둘 수 있었다.  
 
기업, 시민 참여, 선거와 정치


05144538_R_0.jpg»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014년 9월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구미불산 누출사고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화학물질관리 및 지역사회알권리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금까지 충북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의 배출량 자료를 찾아보며 우리 지역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과 배출업체 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는 현재 415종에 이른다. 이 중 우리나라 발암물질 1급 배출량의 약 53%는 벤젠과 1,3-부타디엔이 차지한다. 
 
우리 지역에는 이러한 발암물질이 배출되고 있나? 내가 사는 곳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얼마만큼이 배출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위의 과정을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이게 된다면 지자체, 기업 등이 적극적으로 변화하도록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지금은 그나마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약간 늘어나는 선거철이지 않은가?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출처: 환경부(2015). 2013년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보고서. 

2) 충북은 발암물질 배출량에 있어 2010년 2,476,248kg, 2011년 3,109,273kg, 2012년 2,227,788kg으로 3년간 1위를 차지하다가 2013년에야 울산광역시에 그 자리를 물려준 것이다. 2009년에는 충북 지역의 발암물질 배출량은 1,041,381kg으로 경남, 울산에 이어 3위였다. 

3) 충북과 경북은 고무제품 및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추출용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전자부품 및 통신장비 제조업(세척용제)로 주로 사용하는 디클로로메탄(2B)이 주요 발암물질이다. 출처: 환경부(2015). 2013년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보고서. 

4) 디클로로메탄은 유기화합물 추출이나 화학약품 제조과정에서 사용된다.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는 디클로로메탄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물질”인 ‘발암성 등급 2A군(Group 2A)’으로 분류하고 있다. (출처: 화학물질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 알기 쉬운 화학물질 정보요약서: 디클로로메탄) 

5) 셀가드코리아의 배출량은 2009년 594,721kg, 2010년 1,633,621kg 이었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하였다. W스코프코리아와 SK이노베이션(주)증평공장의 2009년, 2010년 배출량은 이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없다. 

6) 발암물질 지도 보니… 충북이 가장 많이 뿜어냈다 (중앙일보 2013.05.10.) 충북 디클로로메탄 줄이기 나선다 (충북일보 2013.05.29.) 충북지역 화학물질 배출량 저감 발벗고 나서 (환경일보 2013.05.30.) '발암 논란' 디클로로메탄 우려 수준 아니다 (중부매일 2014.08.11.) 

7) 같은 기간 이들 업체의 디클로로메틸 취급량은 오히려 35% 증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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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타격시위의 끝은 어디인가?

[개벽예감 197] 화력타격시위의 끝은 어디인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6/03/21 [11:1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새벽어둠 속 삿갓몰 뒤흔든 커다란 발사폭음
2. 동해 상공에서 폭발한 탄두의 정체
3. 20만 볼트의 전자기파 방사하는 비대칭무기
4.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 화성-9호
5. 전자기파공격대상에 포함된 9개의 항구
6. 화성-7호가 날아간 800km의 특이한 항적 
7. 단계적으로 고조되는 화력타격시위

 

▲ <사진 1> 2016년 3월 10일 오전 5시 20분 새벽어둠이 깔린 시각, 황해남도 봉천군 황룡리 북쪽에 있는 삿갓몰에서 지축을 흔드는 커다란 발사폭음과 함께 탄도미사일 2발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관하는 가운데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가 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위의 사진은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그 현장을 촬영하여 보도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새벽어둠 속 삿갓몰 뒤흔든 커다란 발사폭음

 

2016년 3월 10일 오전 5시 20분 새벽어둠이 깔린 시각, 황해남도 봉천군 황룡리 북쪽에 있는 삿갓몰에서 지축을 흔드는 커다란 발사폭음과 함께 탄도미사일 2발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이것은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직접 현지에서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의 탄도미사일발사훈련장면이다. <사진 1>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위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현지 지명을 삭간몰 또는 삿간몰 등으로 잘못 표기하였으나, 삿갓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그곳의 지명은 삿갓몰이다.


2016년 3월 10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가 삿갓몰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발사훈련은 미국군과 한국군에게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화력타격시위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라고 보도하였지만, 군사학의 견지에서 보면, 그것은 발사훈련수준을 넘어선 화력타격시위였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화력타격시위의 진상은 아래와 같다.


첫째, 화력타격시위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대장이 지휘하는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은 최고사령부로부터 받은 불의기동명령에 따라 발사구역에로 신속한 기동을 진행하면서 화력타격부대들의 경상적 동원준비태세와 높은 기동능력을 과시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은 지금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부대들이 최고사령부로부터 불시에 출동명령을 받자마자 발사구역으로 지체 없이 이동하기 위해 24시간 항시적인 출동대기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2016년 3월 3일 신형 대구경방사포 시험사격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실전배비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둘째,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에 참가한 화력타격부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인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서부전선타격부대라고 단수로 표기하지 않고,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이라고 복수로 표기한 것은 서부전선에 배치된 화력타격부대들 가운데 2개 단위가 화력타격시위에 참가하였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화력타격시위에 참가한 2개의 화력타격부대들은 탄도미사일이 탑재된 자행발사대(TEL)를 각각 1대씩 발사구역으로 출동시킨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2개의 화력타격부대들은 자행발사대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일한 발사구역으로 신속히 이동시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사진 2>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부대들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공중감시체계를 무력화시키고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자행발사대를 지하미사일기지에서 20-30km 떨어진 발사구역까지 은밀히 이동시킨다. 위의 사진은 2014년 7월 9일 새벽 4시와 4시 20분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당시 그들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까지 자행발사대를 남하시켜 기습적으로 발사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부대가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자행발사대를 지하미사일기지에서 발사구역까지 신속히 이동시킬 때, 자행발사대는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일까? 지하미사일기지에서 나온 자행발사대가 발사구역까지 1~2km 정도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행발사대가 그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서는 미국군 고고도정찰기와 정찰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기 어렵다. <조선일보> 2014년 7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부대의 자행발사대는 지하미사일기지에서 무려 20~30km나 떨어진 발사구역까지 먼 거리를 은밀히 이동하기 때문에 발사징후를 포착할 수 없다고 한다. <사진 2>


셋째,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는 미국군 고고도정찰기와 정찰위성의 감시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밤중에 진행된 야간기습발사였다. 전자광학촬영장비를 탑재한 고고도정찰기와 정찰위성은 낮에만 촬영할 수 있으므로, 밤에는 적외선촬영장비를 탑재한 고고도정찰기와 정찰위성이 날아다니는 데, 적외선촬영은 전자광학촬영에 비해 해상도가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미국군에 적외선촬영장비를 탑재한 정찰위성이 몇 대밖에 없어서 그들의 야간위성정찰은 크게 제한된다.


<세계일보> 2014년 7월 13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관계자는 이전에는 한국군이 무선통신감청으로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지만, 요즈음은 그들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일절 통신을 하지 않는데다가, 미국군의 고고도정찰기와 정찰위성이 감시하기 힘든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 사이에 자행발사대를 동원하여 “불규칙하게” 쏘는 바람에 발사징후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6년 3월 10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려있었다. 조선의 언론보도는 자행발사대에서 발사된 그 탄도미사일이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켰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 탄도미사일이 화성-9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화성-9호는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동해 상공에서 폭발한 탄두의 정체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에서 어떤 미사일이 발사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사진 3>을 보면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탄도미사일이 발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6월 5일 내가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실을 참관하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배치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는 지대지미사일은 단거리탄도미사일들인 화성-5호, 화성-6호, 화성-9호다. 다른 지대지미사일들은 3축6륜 자행발사대나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린다.


그런데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 소식을 전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핵무기연구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발사훈련을 함께 보았”으며,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사격방법으로 진행되었다”고 하였다. 이것은 그 화력타격시위에서 모의핵탄두가 장착된 탄도미사일 2발이 발사되었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동원한 전술핵타격시위였던 것이다.


그 화력타격시위는 화성-5호, 화성-6호, 화성-9호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들의 전투부에 비핵고폭탄두만 장착되는 게 아니라 전술핵탄두도 장착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그 화력타격시위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화성-5호, 화성-6호, 화성-9호 단거리탄도미사일들을 각각 탑재하고 24시간 출동대기상태에 있는 4축8륜 자행발사대들이 최고사령부의 명령이 하달되는 즉시 발사구역으로 신속히 이동하게 된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 <사진 4> 이 사진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 상공에서 전자기파핵탄두가 폭발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상상도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화력타격시위에 참가한 화성-9호는 전시에 미국군이 들어가는 한국 항구들의 상공에 설정된 고도에서 전자기파핵탄두를 폭발시키도록 설계되었다. 전자기파핵탄두는 21세기 현대전에서 가장 위력적인 비대칭무기로 공인되고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세계전쟁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전자기파공격을 준비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에 참가한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이 매우 특별한 화력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화력타격연습은 “해외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한 것인데,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항구를 직격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진 4>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로 적진을 공격하는 방식들 중에는 직격파괴식과 고도폭발식이 있는데, 2016년 3월 10일 화력타격시위에서는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를 폭발시켰으니 그것은 고도폭발식을 적용한 전술핵타격연습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모의핵탄두(mock nuclear warhead)를 동해로 발사하여 타격대상을 직격파괴하는 연습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모의전자기파핵탄두(mock EMP nuclear warhead)를 동해에 설정된 타격목표 상공의 높은 고도로 쏘아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연습을 진행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핵탄공격연습이 아니라 전자기파공격연습이었다.


핵탄두가 폭발하면 핵섬광, 핵화염, 핵폭풍, 핵방사능과 함께 강력한 전자기파(電磁氣波, electromagnetic pulse)가 발생하므로 전자기파공격에 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지만, 대량파괴효과를 배제하고 전자기파효과만 발생시키려면 핵탄두가 아니라 전자기파핵탄두를 사용해야 한다. 핵탄공격과 전자기파공격은 서로 구분되는 작전개념들이다.


핵탄두와 달리, 전자기파핵탄두는 타격대상을 직접 살상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에 민감한 타격대상의 전자장치와 전기장치만 태워버리기 때문에, 전자기파핵탄두는 그런 장치들로 가동되는 각종 무기체계, 작전지휘체계, 레이더체계, 항공체계, 정보통신체계, 지상교통체계, 해상운수체계, 전력공급체계 등을 1,000분의 1초 만에 모조리 마비시킨다. 그래서 전자기파핵탄두야말로 21세기 현대전에 등장하게 될 최강 무기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 5> 전자기파핵탄두가 지표면으로부터 20km 고도에서 폭발하여 반경 10km의 넓은 구역에 전자기파가 방사되면, 그 방사구역 안에 있는 모든 전기-전자장치들은 순식간에 타버린다. 위의 사진은 현존하는 전투기 기종들 가운데 전기-전자장비를 가장 많이 내장한 F-22 스텔스 전투기가 교전상대가 쏜 미사일을 회피하기 위해 섬광탄을 요란하게 터뜨리며 날아가는 장면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랑하는 F-22 스텔스 전투기는 섬광탄을 쏘아 미사일을 회피할 수는 있어도 전자기파를 막아내는 자기방호능력은 갖지 못했다. 전자기파핵탄두가 공중에서 폭발하여 거대한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 F-22 스텔스 전투기에 내장된 모든 전기-전자장치가 순식간에 타버리므로, '세계 최강'이라는 그 전투기는 지구중력에 끌려 지상으로 추락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라, 공군기지에 주기되어 있는 다른 F-22 스텔스 전투기들도 기체 내부의 전기-전자장치가 모두 타버려 파철로 변하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20만 볼트의 전자기파 방사하는 비대칭무기


전자기파핵탄두의 구조적 특징은 무엇일까? 전자기파핵탄두도 핵탄두의 일종인데, 통상적인 핵탄두와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지녔다.


핵탄두는 핵폭발에너지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지만, 전자기파핵탄두는 핵폭발에너지를 감마선(gamma ray)으로 변환시켜 전자기파효과를 극대화하여야 하기 때문에 핵폭발력을 억제하도록 설계된다. 이처럼 약한 핵폭발력이 발생하는데다가 지표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게 되므로, 전자기파핵탄두가 공중에서 폭발해도 지상에서는 핵화염, 핵폭풍, 핵방사능 같은 대량파괴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전자기파방사효과만 발생한다. 전자기파는 빛의 속도로 방사되기 때문에, 전자기파핵탄두가 공중에서 폭발하여 번쩍하는 섬광을 일으키는 찰나 지상, 해상, 공중에 있는 각종 전기-전자기기들은 모조리 타버리게 된다. <사진 5>


또한 전자기파핵탄두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단거리탄도미사일에도 얼마든지 장착하여 쏠 수 있다. 또한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는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투부에 장입되는 재진입체(reentry vehicle)를 만들 필요가 없다. 또한 전자기파핵탄두는 타격목표 상공에서 폭발하면 되므로, 정밀타격능력을 가질 필요도 없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특징을 보면, 전자기파핵탄두는 작전종심이 짧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공격무기라고 생각된다.

 

▲ <사진 6> 위의 사진은 탄도미사일에 장착되어 발사된 전자기파핵탄두가 대기권 밖에서 터지는 폭발현상을 보여주는 컴퓨터합성사진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전자기파핵탄두는 통상적인 전자기파핵탄두가 아니라 1제곱미터당 무려 20만 볼트의 초강력 전자기파를 방사하는 어마어마한 비대칭무기다. 만일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본토 중앙부 상공 400km 외기권 고도에서 그처럼 강력한 전자기파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전략적 전자기파공격을 가하는 경우, 미국 본토의 모든 전기-전자장비들이 순식간에 타버려 미국은 전기 없는 19세기 초의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워싱턴타임스> 2012년 12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2004년 여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러시아군 고위지휘관은 전자기파핵탄두에 관한 러시아의 군사기밀자료가 보안실수로 조선에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당시 유출된 군사기밀자료는 러시아가 개발한 초고성능 전자기파핵탄두(super-EMP nuclear warhead)의 설계도였다고 한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 조선이 입수한 설계도에 나오는 초고성능 전자기파핵탄두는 통상적인 전자기파핵탄두가 아니라 1㎡당 무려 20만 볼트(volt)의 초강력 전자기파를 방사하는 어마어마한 비대칭무기라는 것이다. <사진 6>


일찌감치 1990년대에 핵탄두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였던 조선은 그 기술로 핵탄두는 물론 전자기파핵탄두도 만들었지만,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실전배치된 전자기파핵탄두가 통상적인 전자기파핵탄두가 아니라 초고성능 전자기파핵탄두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사정을 파악하면, 조선에서 왜 자기 군대를 ‘백두산혁명강군’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다. 

 

 

4.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 화성-9호


24시간 출동대기상태에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들인 화성-5호, 화성-6호, 화성-9호 가운데서 전자기파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탄도미사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화성-9호다. 화성-5호와 화성-6호가 직격파괴식 탄도미사일들이라면, 화성-9호는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이다.


지난 시기 조선은 열병행진을 통해 화성-5호와 화성-6호를 몇 차례 공개한 바 있지만, 화성-9호는 공개하지 않았다. 화성-9호는 ‘비장의 무기’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군부는 화성-5호를 ‘스커드 B’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고, 화성-6호를 ‘스커드 D’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비장의 무기’ 화성-9호에는 자의적 별칭을 붙이지 못했다.  
2016년 3월 10일 새벽어둠이 깔린 시각,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은 모의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한 화성-9호 2발을 동해 상공으로 발사하였다. 미국군과 한국군에게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지하미사일기지에서 발사구역까지 20~30km를 은밀히 이동하여, 기습적으로 발사한 것이다.

 

▲ <사진 7> 이 사진은 2016년 3월 10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이 화성-9호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발사현장이 화염과 연기로 뒤덮이는 통에 그 미사일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기 힘들지만, 동체에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된 것은 알아볼 수 있다.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지대지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9호는 전자기파핵탄두 1발을 장착하고 500km를 날아간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화성-9호 발사현장을 전한 조선의 보도사진들은 야간에 촬영된 데다가 발사현장이 화염과 연기로 뒤덮이는 통에 화성-9호의 모습을 자세히 알아보기 힘들다. 다만 화성-9호 동체에 위장색 얼룩무니가 도색된 것은 식별할 수 있다. <사진 7>


화성-9호는 어떤 미사일일까? 그 동안 내가 수집한 자료들을 뒤져보니, 그 ‘비장의 무기’는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이라는 것과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하고 500km를 날아가는 단거리미사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6년 3월 10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은 그 ‘비장의 무기’를 꺼내 불시에 기습적인 야간발사연습을 단행한 것이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선제타격시위였다. 
핵강국으로 자처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도 전자기파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겠지만, 그 나라들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선제타격방식으로 전자기파핵탄두를 쏘는 연습을 진행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2016년 봄 한반도 전선에서는 조선인민군의 선제타격시위와 한미연합군의 대북전쟁연습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격렬한 불꽃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있다.

 

▲ <사진 8> 이 사진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평택미국군기지 항공사진이다. 비행장 활주로가 있고, 각양각색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미국군기지는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1차 타격대상으로 될 것이 분명하다. '최후결전'이 벌어지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군사기지만 족집게식으로 직격파괴하는,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탄도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견된다. 그 탄도미사일은 평택미국군기지를 지도 위에서 지워버릴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5. 전자기파공격대상에 포함된 9개의 항구
 

군함과 잠수함만 출입항하는 게 아니라 민간선박들이 더 많이 오가는데다가, 수십만 명 또는 수백만 명의 인구가 밀집한 한국의 큰 항구들이 만일 직격파괴식 탄도미사일로 공격을 받을 경우 민간부문에서 막대한 인명손실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시에 한국의 항구들을 공격할 때, 직격파괴식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그들이 선제타격방식으로 진행한 전자기파공격연습에서 그런 작전방침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항구가 아닌 군사기지를 공격할 때는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탄도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견된다. 주한미국군 군사기지들과 한국군 군사기지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에 있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군사기지들이 도시 외곽에 또는 도시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1차 타격대상으로 될 것이 분명한 평택미국군기지(Camp Humphreys) 주변의 거주환경을 보면, 그 기지의 중심으로부터 반경 3.8km 안에 1,305세대 2,982명의 지역주민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민간거주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군사기지만 족집게식으로 직격파괴하는, 초정밀타격능력을 가진 탄도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견된다. <사진 8>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은 그 동안 지속적인 개조사업을 거쳐 거듭나게 되었는데, 그 개조과정에서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초정밀타격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액체추진제 탄도미사일을 고체추진제 탄도미사일로 교체하면, 미사일에 액체추진제를 주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발사준비시간이 결정적으로 줄어들고, 따라서 평시에도 24시간 출동대기상태에 있을 수 있다. 또한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면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제작비와 유지비가 줄어들어드는 등 유리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직격파괴식 탄도미사일이라고 해도, 타격대상에 직접 충돌하여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것은 아니고, 극초음속으로 낙하하는 핵탄두가 타격대상으로부터 약 1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폭발되어 핵폭발효과를 광범위하게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와 달리, 고도폭발식 탄도미사일인 화성-9호는 극초음속으로 낙하하는 전자기파핵탄두가 타격대상으로부터 약 20km 고도에 이르렀을 때 폭발되어 전자기파방사효과를 광범위한 구역에 발생시키는 것이다. 전자기파공격으로 항구도시 1개를 마비시키려면, 반경 10km의 구역에 전자기파가 방사되어야 하는데, 방사구역을 그렇게 넓히려면 전자기파핵탄두를 지표면으로부터 20km 고도에서 폭발시켜야 한다. 전자기파가 방사된 항구도시는 원상복구에 여러 달이 걸릴 만큼 완전히 마비되고 만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화성-9호 2발을 발사한 소식을 전하면서 “해외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지역의 항구들”을 가상하여 그 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다고 하였는데, 조선에서 말하는 해외침략무력이란 미국군을 뜻한다. 전시에 미국군이 들어오게 될 항구들은 남해안의 부산, 진해, 여수광양, 목포, 서귀포와 동해안의 동해, 울산, 그리고 서해안의 평택, 군산 등인데, 그 9개 항구들은 화성-9호의 전자기파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하고 기습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막아낼 ‘기적의 방어수단’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1㎡당 20만 볼트(volt)가 방사되는 전자기파를 막아낼 ‘기적의 방호체계’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들은 이번만이 아니라 2014년 7월 13일 새벽에도 개성 북쪽 발사구역에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적이 있는데, 그 미사일들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500여 km를 날아가 동해에 떨어졌다.

 

▲ <사진 9> 이 사진은 대형수송선에 실려온 미국 육군 소속 벨(Bell) OH-58 카이오와(Kiowa) 전투헬기들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하역되는 장면이다. 전시에 미국은 대조선전쟁에 사용할 각종 무장장비, 탄약, 군수품을 대형수송선에 실어 부산으로 들여오게 되며, 핵추진 항공모함과 전략잠수함도 부산으로 입항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부산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1차 타격대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전시에 미국군은 부산을 비롯한 9개 항구들로 밀려들어오게 될 것이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한 화성-9호를 그 항구들의 상공으로 발사하여 항만시설과 항구도시를 완전히 마비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그와 함께 바다속으로 은밀히 침투한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들은 그 항만들의 어구마다 기뢰를 부설하여 항행 자체를 완전히 봉쇄할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부대가 개성 북쪽 발사구역에서 화성-9호를 발사하면, 거기서 남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부산은 화성-9호가 거기까지 날아가는 약 6분 뒤에 전자기파공격을 받아 전신마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른 8개 항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진 9>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자기파공격은 한국 전역을 마비시키는 전략적 공격이 아니라 특정항구들만 골라서 국부적으로 마비시키는 전술적 공격이므로, 전술적 수준의 전자기파공격으로 마비된 항구는 인명손실이나 재산피해를 겪지 않고 몇 달 뒤에 원상복구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국부적 전자기파공격은 안전한 작전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사진 10> 이 사진은 조선에서 해마다 '전승절'로 기념하는 2013년 7월 27일 평양에서 진행된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7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6년 3월 10일에 화성-9호 2발을 발사하였고, 3월 18일에는 화성-7호 1발을 발사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평안남도 숙천에서 동해 쪽으로 발사된 화성-7호는 약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약 800km를 날아갔다. 포물선 궤도로 비행하는 기존 탄도미사일의 항적은 그렇게 나타날 수 없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7호는 2년 전에 발사된 화성-7호와 달리 비행고도를 조절하는 성능을 가진 개량형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특이한 형태의 궤도로 비행하는 화성-9호는 미국, 한국, 일본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6. 화성-7호가 날아간 800km의 특이한 항적


이 글을 집필하고 있었던 2016년 3월 18일 나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또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는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다. 그 날 있었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아래와 같은 진상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3월 18일 오전 5시 55분 평안남도 숙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이 내륙상공을 가로질러 동해 한복판까지 약 800km를 비행했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보유한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 가운데 사거리가 800km인 탄도미사일은 없으므로, 원래 사거리가 800km 이상인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로 줄여서 쏜 것이 분명하다.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 가운데 사거리를 800km로 줄여서 쏠 수 있는 미사일은 준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7호밖에 없다. 미국 군부는 화성-7호를 ‘노동미사일’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화성-7호의 사거리는 1,500km인데, 발사각을 45도 이상 높여 쏘면 사거리를 800km로 줄일 수 있다. 액체추진제를 정량보다 더 적게 탄도미사일에 주입하여 발사해도 사거리를 줄일 수 있지만, 화성 계열 탄도미사일들은 고체추진제가 이미 장입된 미사일들이므로 액체추진제를 주입하지 않는다. <사진 10>


그런데 이번에 화성-7호를 발사한 화력타격시위에서 한국군 당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특이한 항적이 나타났다. 특이한 항적이란 화성-7호가 약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약 800km를 날아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화성-7호의 그런 특이한 항적은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포착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이 정상인데, 2016년 3월 18일 새벽 평안남도 숙천에서 발사된 화성-7호는 포물선 궤도로 탄도비행을 하지 않고 약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디귿자를 엎어놓은 형태의 궤도로 날아간 것이다. 화성-7호는 순항미사일이 아니므로 그처럼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갈 수 없는데, 어떻게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며 800km나 날아간 것일까?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6년 3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4년 3월 26일에도 화성-7호를 발사하였는데 그 때 비행거리는 약 650km였고, 비행고도는 이번에 비행한 고도인 200km보다 더 높았다고 한다. 사거리가 1,500km인 화성-7호의 사거리를 절반 이상 줄여 650km까지만 날려 보냈으므로, 발사각을 90도에 가깝게 수직으로 높여야 하였고, 발사각을 그렇게 높이는데 따라 비행고도도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가 2년 전처럼 이번에도 화성-7호의 발사각을 높여 쏘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포물선 궤도로 날아가지 않고 디귿자형 궤도로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며 날아간 것이다.


그런 특이한 항적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7호가 2년 전에 발사된 화성-7호와 다른 개량형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발사된 화성-7호는 비행고도를 조절하는 성능을 가진 개량형인 것이다.


미국이 개발한 미사일방어체계는 교전상대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포물선 궤도로 날아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비행방향과 비행속도를 컴퓨터로 재빨리 계산해내고, 그런 계산결과에 따라 예상한 궤도를 향해 요격미사일을 쏘는 식으로 작동된다. 그런데 만일 탄도미사일이 포물선 궤도로 날아오지 않고, 디귿자를 엎어놓은 형태의 특이한 궤도로 날아오면 미사일방어체계의 기존 컴퓨터계산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므로, 요격미사일을 쏘아서 맞출 수 없게 된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7호 개량형은 비행고도를 조절하면서 디귿자를 엎어놓은 형태의 궤도로 날아가 교전상대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어버리는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연합뉴스> 2016년 3월 18일 보도기사에서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2년 전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7호의 사거리를 약 650km로 줄여 쏘았을 때 타격목표상공에서 탄두를 폭발시켰으므로 이번에도 타격목표상공에서 탄두를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번에 발사된 화성-7호 개량형이 동해 상공에 이르러 얼마나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였는가 하는 것인데,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화성-7호 개량형은 200km의 고도를 유지하면서 동해 상공으로 날아가 타격목표상공 20km 고도에서 폭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3월 18일에 발사된 화성-7호 개량형 전투부에도 3월 10일에 발사된 화성-9호처럼 모의전자기파핵탄두가 장착되었던 것이다.


화성-7호 개량형에 장착된 모의전자기파핵탄두는 약 800km를 날아가 20km 고도에서 폭발하였으므로, 그 미사일의 해수면탄착점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이번에 화성-7호 개량형을 발사하기 전에 동해에 항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 동해 상공 20km 고도에서 모의탄두가 폭발하게 되므로 그런 안전조치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는 2016년 3월 18일 오전 5시 55분에 탄도미사일 1발을 쏘고 나서 오전 6시 17분에 1발을 더 쏘았는데, 자기들의 감시레이더에 나타난, 두 번째 탄도미사일의 항적이 17km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봐서 오전 6시 17분에 발사한 두 번째 탄도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군 당국은 그렇게 추정하였으면서도, 공중에서 그 미사일이 폭발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탄도미사일이 상승비행 중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액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노후화된 탄도미사일인 경우 추진제공급장치에서 오작동이 일어나 공중에서 폭발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가 그 날 발사한 화성-7호는 액체추진제가 아니라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이고, 더욱이 개량형이어서 추진제공급장치에서 오작동이 일어나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


탄도미사일 공중폭발현상이 폭발사고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폭발시킨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한국군 감시레이더에 나타난 공중폭발고도가 지표면으로부터 17km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성-7호에 장착된 모의전자기파핵탄두는 지표면으로부터 20km 고도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 날 첫 번째로 발사한 화성-7호 개량형은 동해안에서 약 500km 떨어진 동해 상공 20km 고도에서 폭발하였는데, 그처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상공에서 일어난 공중폭발현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측하려면 실측장비를 실은 특수선박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되는 해상으로 들여보내야 하지만, 요즈음처럼 미국, 한국, 일본이 조선인민군 군함의 이동상황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긴장된 시기에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7호 개량형에 장착하는 모의전자기파핵탄두를 발사 직후 17km 상공에서 폭발시켜 그 공중폭발현상을 면밀히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 11> 화성-7호의 사거리는 1,500km다. 화성-7호는 주일미국군기지들과 일본자위대기지들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가 1,500km이므로, 일본 홋까이도 최북단에서부터 오끼나와 최남단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일본 전역이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한 화성-7호의 사정권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주일미국군 항공전력이 집중된 미사와항공기지를 촬영한 사진이다. 전시에 그 항공기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자기파공격을 받고 전신마비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견된다.     © 자주시보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화성-7호 개량형 발사연습을 보도하면서 그 미사일의 사거리가 1,300km라고 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화성-7호의 사거리를 1,500km라고 본다. 화성-7호는 주한미국군 군사기지와 한국군 군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미사일이 아니라 동해 건너 주일미국군 군사기지와 일본자위대 군사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이므로, 그 사거리를 1,500km라고 보아야 옳다. <사진 11>


이를테면, 개성 북쪽 발사구역에서 도꾜(東京)까지 직선거리는 1,200km이고, 미사와(三澤)항공기지까지 직선거리는 1,310km이고, 오끼나와(沖繩) 남단까지 직선거리는 1,350km, 홋까이도(北海道) 최북단에 있는 와까나이(稚內)까지 직선거리는 1,500km다. 홋까이도에서 오끼나와에 이르는 일본 전역이 전자기파핵탄두를 장착한 화성-7호의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7. 단계적으로 고조되는 화력타격시위

 

조선은 2016년 3월 3일에 300mm 8관 방사포 시험사격을 진행하였고, 3월 10일에 화성-9호 2발을 발사하였고, 3월 18일에 화성-7호 개량형 1발을 발사하였다. 1주일 간격으로 사거리를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화력타격시위를 계속해온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올봄 조선은 미국과 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전면대결을 중도에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3월 10일 화성-9호 발사현장에서 자신의 단호한 결심을 이렇게 표명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듣기에 거북한 특정용어가 들어있지만,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 “(조선은) 미제와 박근혜역적패당이 북침광기를 부리다 맥이 진하고 김이 빠질 때까지......새로 연구제작한 핵탄두의 위력판정을 위한 핵폭발시험과 핵공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필요한 시험들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이 인용문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이 신형 핵탄두를 만들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히면서 핵시험을 포함한 각종 화력타격시위를 미국과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으로 굴복할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 <사진 12> 이 사진은 2013년 7월 27일 평양에서 진행된 전승절 경축 열병행진 중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요즈음 조선은 화력타격시위를 단계적으로 고조시키면서 미국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면대결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하는데, 전면대결이 더욱 격화되는 시점에 이르러 화성-13호 시험발사도 단행할 것으로 예견된다.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남극대륙 북부지역까지 직선거리가 약 12,000km이므로, 사거리가 12,000km인 화성-13호를 광명성-4호가 날아간 남극궤도에 맞춰 남극대륙으로 쏘면 되는 것이다. 화력타격시위의 끝은 어디인가?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금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진행할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는 조선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하달되면 언제든지 핵시험과 인공위성 발사를 즉각 실행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사상 처음 단행할 수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남극대륙 북부지역까지 직선거리가 약 12,000km이므로, 사거리가 12,000km인 화성-13호를 광명성-4호가 날아간 궤도를 따라 남극대륙으로 쏘면 되는 것이다. <사진 12>


화력타격시위를 단계적으로 고조시켜나가는 조선의 결심은 매우 단호해 보인다. 그런 화력타격시위를 미국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조선은 경고를 보내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지금 조선은 미국과 박근혜 정권의 대조선적대행위와 대조선전쟁연습으로 험악해진 전면대결을 끝까지 밀고 나가 미국과 박근혜 정권을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던가 아니면 ‘최후결전’까지 벌이려는 최종결심에 따라 각종 화력타격시위를 단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핵탄과 전자기파핵탄, 증폭분열탄과 수소탄으로 무장하고 ‘최후결전’을 준비한 조선에 대해 전략적 오판을 범한 미국과 박근혜 정권은 조선을 잘못 건드려도 보통 잘못 건드린 게 아니다. 결국 미국과 박근혜 정권에게는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는 최악의 위험이 닥쳐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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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과연 믿고 먹을 수 있을까요?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도시락 판매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
 
임병도 | 2016-03-20 10:35: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 시장은 연평균 3천억∼3천500억 규모로 성장했다.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합니다. 잦은 취재 등으로 출장을 다니다 보면 식당에서 혼밥(혼자 먹는 밥)을 먹기도 불편하고, 비싼 공항 식당을 매번 이용하기도 부담되기 때문입니다. 4천~5천 원짜리 도시락을 사면 생수를 무료로 주기도 하고, 맛이나 구성도 좋아 한 끼 식사로 충분합니다.

편의점 도시락은 값도 싸고 맛있으며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매년 매출이 늘어나 연간 3천억∼3천500억 규모까지 증가했습니다. 편의점 본사 측에서는 위생과 안전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무조건 믿기 어려운 일이 천만 분의 일이라는 확률로 아이엠피터에게 벌어졌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에는 반드시 유통기한이 표시된 스티커가 부착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엠피터가 두 차례에 걸쳐 구매한 도시락 4개에는 모두 없었다.

 

편집 작업으로 밖에 나가 식사하기 어려운 총선아바타팀은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구 수성구의 모 편의점을 방문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즐겨 먹는 OO도시락을 고르는데 진열대에는 ‘현금으로 구매시 20% 할인’이라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도시락 3개와 컵라면과 김치 등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자 아르바이트생은 현금 구매를 권했습니다.

다른 제품과 함께 구매하니 복잡해져서 전부 현금으로 구매했습니다. 현금 지불 후 영수증을 요구하니 아르바이트생은 단말기에 입력되지 않아 영수증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숙소에 와서 도시락을 보니 꼭 있어야 할 유통기한 스티커가 없었습니다.

혹시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방문해 도시락 하나를 더 구매했습니다. 이번에는 현금이 아닌 카드 결제를 요구하니 입력이 되지 않은 제품이라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르바이트생은 어딘가로 전화했고 다른 사람이 와서 바코드 번호를 수동으로 입력하고 카드 결제가 이루어졌습니다.

편의점 본사 상담실로 전화해서 편의점 도시락에 유통기한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습니다. 잠시 후 대구 수성구 편의점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이 ‘9시에 수거되어야 할 도시락을 12시에 판매했다. 죄송하다. 환불조치 해주겠다. 병원에 가서 문제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엠피터를 보자마자 영수증을 뺏어 버리려고 하는 자칭 편의점 점주 동생

 

본사 직원의 전화 후 편의점 점주로부터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도시락과 영수증을 들고 편의점을 찾아갔습니다. 아이엠피터를 본 편의점 직원(?)은 다짜고짜 영수증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왜 버리냐고 항의를 하자, 그제야 영수증을 돌려줬습니다.

사장이냐고 묻자 자신은 편의점 사장의 동생으로 8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입력되지 않아 결제가 불가능해 아르바이트생이 전화로 불렀던 사람인데 그저 직원에 불과하다는 말에 의아했습니다.

사실 편의점 도시락을 유통기한 1~2시간 정도 넘겨 판매할 수는 있습니다. 먹어도 별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고의로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하고 현금으로 몰래 판매하려고 했던 부분은 단순 실수라고 보기 힘듭니다. 도대체 왜 그랬느냐고 묻자 ‘반품 등의 손실이 커서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하고 판매) 오늘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고 도시락을 판매하는 행위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편의점 본사 담당자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1차는 경고, 2차는 강제 해지’라는 제재 조치가 처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처벌이 강한 불법 행위를 편의점 점주의 동생(?)이 사장의 묵인도 없이 자기 멋대로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하고 판매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고의로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하고 판매한 사람이 편의점 사장인지 동생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 번도 그런 일을 하지 않다가 아이엠피터가 우연히 *번째 제물(?)이 됐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습니다.

 

▲고의적으로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한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의 진열대에는 유통기한이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편의점 점주는 인건비를 빼고 나면 한 달에 120만 원도 가져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취객 등의 진상고객 때문에 힘들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나 점주를 봐도 일부러 유통기한 스티커를 제거하고 고의로 판매한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찾아보기 힘든 일을 아이엠피터가 경험했습니다.

전국적으로 3만 여개가 넘은 편의점 점포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이엠피터가 경험한 유통기한이 표시된 스티커를 고의로 제거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판매하는 점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과거에 그런 일을 했거나 그런 마음을 먹고 계시다면 이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손실을 메꾸자고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판매했다가 누군가는 아프거나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기한은 꼭 지켜 판매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살 때에는 꼭 유통기한을 확인해야겠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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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봄소풍은 세월호 유족 곁으로

 

[아이들은 나의 스승 61] 세월호가 빠르게 잊히는 현실... 아이들에게 부끄럽다

16.03.20 16:36l최종 업데이트 16.03.20 17:5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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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기억과 약속의 305일' 캠페인 일정표 매일 세월호 희생자 한 명씩 얼굴과 사연을 공유하며, 끝까지 기억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올해 말 12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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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SNS 앱)의 알람 소리와 함께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3월 15일) 스마트폰 화면에는 몸이 불편한 아빠를 위해 간호사가 되겠다던 단원고 2학년 1반 김영경양이 눈인사를 건넨다. 아래 적힌 사연을 읽기도 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만 봐도 울컥해진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 시민상주모임(아래 상주모임)'에서는 지금 '세월호, 기억과 약속의 305일'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수습자 9명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과 인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 선생님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로 새로이 마련한 행사다. 지난 3월 1일을 시작으로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총 305일 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밴드나 단체 카톡방에 이름과 얼굴, 사연 등을 공유하며 진실 규명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또 하나의 다짐이다.

첫째 날, 아이들과 함께 아직 배 안에 남아있는 고창석 선생님의 가슴 먹먹한 사연을 시작으로 9일간 미수습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후 2학년 1반부터 수업시간 출석을 부르듯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이름이 차례차례 호명되고 있다. 하루에 한 명씩, 고작 한 학급 아이들을 기억하는 데만도 얼추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니, 얼마나 큰 대형 참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촛불을 밝히는 그들

이 행사를 기획한 상주모임은 2014년 11월 15일부터 지금껏 천일순례도 이어가고 있다. 천일을 헤아려 보면 내년 여름인 2017년 8월 11일까지다. 세월호의 진실을 알리고, 돈보다 사람을, 이윤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광주 시내 마을 곳곳을 걷고 있다. 우선 이곳 광주에서부터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별로 추모와 기억을 위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달 말이면 어느덧 100회째를 맞는다. 이젠 부모와 함께 고사리 손으로 촛불을 들고 선 아이들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이렇듯 오랫동안 지속될 수는 없었을 테다. 온 국민이 함께 슬퍼하며 다짐했던 '잊지 않겠다'는, '행동하겠다'는 약속이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와 연대의 힘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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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회째를 맞는 마을 촛불모임 광주의 마을 곳곳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저녁 시간을 이용해 자발적인 촛불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일곡마을 촛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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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순례 홍보물 내달 2일, 안산으로 떠나는 천일순례 참가자를 모집하는 홍보물. 내용 중 '세월호력 718일'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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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팽목항을 찾아가고, 내달 2일에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즈음해 안산을 찾아 천일순례를 이어갈 예정이다. 세월호가 아니었다면 남남처럼 지냈을 상주모임 회원들은 어느덧 그 수가 400명을 넘어섰고, 이제는 웬만한 시민단체를 능가하는 마을 자치와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월호가 가져온 작은 기적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곳 남녘의 훈훈한 온기와는 달리, 단원고가 자리한 안산의 공기는 몹시 차가운 것 같다. 듣자니까 아이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교실이 조만간 '깨끗하게' 치워질 거라고 한다. 교실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원고에 배정된 신입생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그 말에 유가족들의 피맺힌 가슴은 다시 한 번 무너져 내린다.

급기야 화랑유원지에 있는 정부 합동분향소마저 머지않아 철거될 거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들린다. 모르긴 해도,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끊기다시피 했다는 이야기가 와전된 것일 게다. 분향소를 철거하자고 주장하려면,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실 규명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노란 리본 보고 '이게 뭐냐' 묻는 학생...

정부와 여당은 수백만 국민들이 서명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그토록 몽니를 부리더니, 그나마 '차포 다 떼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조차 대놓고 방해하고 있다. 유가족들 앞에서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났고, 흐르는 세월을 무기 삼아 되레 세월호에 대한 피로감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들이 지쳐 나자빠지기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무기력한 야당 정치인들도 도긴개긴이다. 한때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던 그들 역시 진실 규명이라는 당위 앞에서 어느덧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더욱이 선거를 앞두고 공천과 당선에 목매단 후보자들의 기억 속에는 이미 세월호는 지워지고 없는 듯하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2주기의 사흘 전인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선거가 끝나면, 과연 우리 정치는 유가족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그런 섣부른 기대는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당장 언론에서 4.13 선거 결과를 놓고 몇 날 며칠 경마 중계하듯 보도하게 될 경우,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외려 세월호 참사 2주기라는 사실마저 묻히게 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 땅의 주류 언론들은 애초 유가족들 '편'이 아니었다.

점심시간 교정을 산책하던 한 고1 신입생이 가로수에 매단 노란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이게 뭐냐고. 정말 몰라서 물었을까 싶다가도, 나 역시 지난 1년 반이 넘게 그 자리에 매달려 있던 노란 리본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음을 반성하게 됐다. '계기 수업'을 통해 각자 리본 위에 다짐을 적고, 하나하나 매달았던 선배들의 '진심'을 그가 느낄 수 없는 건, 바로 그러한 망각 때문일 테다.

기성세대들은 대한민국은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눈물을 보이며 아이들 앞에서 호언장담했지만,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허언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하다. 밝혀진 것 하나 없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가 빠르게 잊히는 현실은 되레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돌이켜보니 "이게 뭐냐"는 그의 외마디 질문은, 그것이 세월호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어쩌면 '교정에 천여 개의 노란 리본을 매달면 뭐하나,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라는 푸념이자 기성세대를 향한 질책이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4월 16일 역시 1년에 한 번씩 하루 잠시 기억되고 마는 그저 그런 '슬픈 날'로 전락하게 되는 것일까.

그 아이와 헤어진 후 간만에 노란 리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리본마다 모서리가 헤지고, 펜으로 쓴 글귀는 어느덧 거의 지워져 그때 아이들의 다짐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오랫동안 비바람 맞아 희미해진 리본 위의 글씨처럼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도 그렇게 옅어져 가는 것 같아 두려웠다. 순간, 더 지워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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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의 빛바랜 노란 리본 매단 지 1년 반이 지나 빛바랜 노란 리본은 다짐을 적은 글귀마저 지워져 읽을 수조차 없다. 희미해져 가는 세월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이렇지 않을까. 안산으로의 봄 소풍을 기획한 이유다.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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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으로의 봄 소풍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으로 봄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우선 고등학교 2학년 5개 학급의 담임교사들이 이심전심 뜻을 모았다. 학교 교실을 벗어나 신나는 하루를 꿈꿨던 아이들도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다. 벌써 가슴에 달 노란 리본을 구하러 다니는가 하면, 하루짜리 짧은 방문이지만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대견스럽게 말하는 아이도 있다.

사실 교육청에서는 학교에서 소풍이나 체험학습 등 야외 활동을 할 경우 학년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걸 가급적 금하고 있다. 물론, 소규모일수록 야외 활동의 교육적 효과가 커서 오래전부터 학교마다 학급별로 주제를 정해 따로 가는 것이 일반화됐다. 다만, 세월호 참사가 있은 뒤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는 사항이 됐다. 

그럼에도 굳이 교육청의 '지침'까지 거스르며 안산에 가려는 이유는 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편'이 아직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발길 끊긴 황량한 분향소에 여러 대의 대형버스가 멈춰서고 200여 명의 또래 아이들이 차에서 내려 동시에 분향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유가족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다. 그것도 천릿길 광주에서 온 아이들이라면 더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입시 공부에 매몰돼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는 아이들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분향소에서 하늘의 별이 된 '선배'들의 영정 앞에 서면, 누구든 예외 없이 잊지 않겠다고, 행동하겠다고 거듭 다짐하게 될 테니 말이다. 수업시간 이번 소풍의 취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수능이 끝나야 세월호를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밉상 아이조차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학교마다 아직 봄 소풍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조금 멀고 불편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안산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그 어느 곳, 어떤 주제보다 교육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 확신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령이라면, 올봄 안산보다 더 좋은 소풍 장소는 없을 것이다.

매화를 시작으로 조만간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남풍을 타고 빠르게 북상할 것이다. 그 훈훈한 바람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끝까지 기억하려는 우리들의 마음을 실어 보내듯 아이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으로 길을 떠나보자. 고백하건대,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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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독선·오만·탐욕이 더민주를 망치고 있다

 

[김종철 칼럼] 지금이라도 비례대표 2번 사퇴,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 구축해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cckim999@naver.com  2016년 03월 21일 월요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실질적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인이 총선을 24일 앞둔 3월 20일 치명적 잘못을 저질렀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호구(虎口)에 자기 돌을 놓은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이 안고 있는, 일일이 셀 수 없는 문제점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김종인이 자신의 이름을 비례대표 후보 2번(남성순위로는 1번)에 올린 것은 그가 ‘선당후사(先黨後私)’나 ‘백의종군’은커녕 본인의 정치적 장래와 당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했다. 김종인은 당선이 확실한 1번에 박정미(홍익대 교수), 2번에 자신, 6번에 최운열(서강대 교수)을 ‘천거’함으로써 ‘셀프 공천’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김종인은 그동안 “비례대표에는 관심 없다”고 되풀이 말한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탐욕을 버리고 즉각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미소 짓고 있다. ⓒ포커스뉴스

김종인이 정치윤리적으로 얼마나 무감각한지는 박정미를 1번에 올린 데서 뚜렷이 드러났다. 그가 2004년 11월에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 43권 4호에 올린 논문이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종인이 그런 사실을 모르는 채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서 박정미를 더민주의 ‘얼굴’로 내세웠다면 어떤 사람들은 크게 시비를 걸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사자인 박정미는 비례대표 명단 발표 당일인 2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남아 있던 일이어서 (비례대표 제안을 받은 뒤) 이 사실을 당에 보고했다. 김종인 대표 쪽에도 보고된 걸로 알고 있다.”

이 ‘사건’은 매우 심각하다. 김종인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는 논문 표절자들이 수두룩한데 우리 당에서 한 명쯤 나온다고 무슨 대수일까’라고 생각했을까? 

김종인이 주도한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 안고 있는 큰 결함들 가운데 하나는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사회의 각계각층을 유능하게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정치·경제·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는 청년세대의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이른바 ‘헬조선’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최전선에 나설 수 있는 인물은 들어 있지 않다. 인구의 최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할 사람들도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순위에 ‘들러리’로 배치되어 있다. 

 

▲ 방송 화면 캡처.
야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전문분야에 관한 지식, 창의력, 민주화를 위해 헌신할 각오를 가져야 하지만 선거에 나서려면 대중적 지명도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주권자들은 좋은 인상으로 머리에 각인된 후보들에게 표를 주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계에서 40년이 넘도록 일해 온 내가 보기에도 더민주의 비례대표 후보(A그룹과 B그룹) 20명 가운데 알 만한 인물은 다섯 명이 넘지 않는다. ‘음지’에서 열심히 일했다면 모를까,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해야 하는데 말이다. 당선이 확실해 보이는 A그룹(1~10번)에 박종헌(전 공군참모총장)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 지지를 선언하는 예비역 장성들의 성명서에 참여하면서 민주당 후보 문재인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김종인이 설마 그런 인물까지 공천하며 ‘친노’ 청산에 힘을 쏟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까지 일어난다.

‘김종인 식’ 비례대표 공천은 20일 오후에 열린 더민주 중앙위원회의에서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중앙위 투표를 A·B·C 그룹으로 나눠서 하는 것은 중앙위 투표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한다는 당헌을 위배하고 중앙위원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중앙위는 21일 오후로 연기되었다. 김종인은 왜 당의 ‘헌법’인 당헌까지 어겨가면서 자신이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을 기정사실화 하려 드는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문재인은 지난 1월 14일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당 안팎에서 ‘친노패권주의’의 핵심이라고 비난을 받던 그로서는 절실한 총선 승리를 위한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지난 석 달 남짓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한 김종인은 더민주를 “공화정에서 전제군주제(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조국의 표현)”로 변모시켰다. 그는 김대중 이래 제1야당의 당론으로 굳어진 ‘햇볕정책’을 ‘북한궤멸론’으로 바꾸는가 하면, 테러방지법안 의결 저지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벌인 ‘필리버스터 투쟁’이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도 ‘총선이 우선’이라는 단 한마디로 원내대표 이종걸을 굴복시킴으로써 오히려 지지세력의 표를 깎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김종인은 더민주의 공식 의결기구를 거치지도 않은 채 선거대책을 발표하거나, 명백한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유능한 현역 의원들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이 해명의 전부였다. 그의 독선과 오만은 멈출 줄을 몰랐던 것이다. 

김종인이 더민주 대표를 맡은 이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보수매체들은 그가 정치 생애에서 저지른 많은 과오를 비난했다. 대표적으로, 1980년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이 주도한 국보위에 참여한 일, 1993년 문을 닫게 된 동화은행에서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죄로 2년 동안 옥살이를 한 일 등이 가장 아픈 상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총선체제를 이끌면 더민주가 지리멸렬하리라고 걱정한 지지자들은 김종인이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독단적 태도와 혼자만의 ‘소신’으로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해 나왔다. 안철수가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통합’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고는 ‘싫으면 그만’이라고 잘라 말했고, 정의당과 굳게 약속했던 ‘연대’도 불가능하다며 접어버렸다.

많은 주권자들은 박근혜 정권 3년 남짓에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남북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가가 파탄 상태에 빠진 것을 통탄하고 있다. 그리고 야권의 갈등과 분열에 힘입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200여 석을 확보한 뒤 영구집권을 위한 개헌을 기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흠도 많고 잘못도 자주 저지르지만 제1야당인 더민주를 중심으로 야권이 연대를 이루어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랄 것이다. 김종인은 총선에서 더민주 의석이 107석 밑으로 떨어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나는 그가 지금이라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구성한 뒤 협업을 통해 민주적으로 총선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하려면 김종인이 비례대표 후보 2번을 사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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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800km미사일로 대기권 재돌일 시험한듯

북, 800km미사일로 대기권 재돌일 시험한듯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3/20 [02: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광명성-4호 위성 방사 당시 일본 감시장비에 의해 촬영된 장면, 일본에게 이런 감시장비가 있음에도 이번 800km나 날아간 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했다는 것은 북의 탄도미사일은 위성로켓과 차원이 다른 로켓임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 일본 감시장비에 포착된 광명성-4호 위성 로켓의 모습     © 자주시보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어제 18일 북이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였는데 1발은 800여 ㎞를 날아 동해상 일본 반공식별구역 안에 착탄했고 1발은 발사 직후 레이더에서 사라져 추적 자체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였다.

 

문제는 18일 sbs뉴스에서 보도했듯이 16일 일본 정부는 일본 방위성에 북의 미사일이 일본을 위협할 격우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황이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러시아 언론 스푸트닉에서는 일본이 북 미사일 요격에 실패한 것 안닌가 하는 의문을 표하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하였다.

 

사실 일본은 지난 광명성-4호 위성 발사 당시 광명성 4호 위성이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자신들의 감시장비를 동원하여 생생하게 촬영하여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북의 탄도미사일을 촬영한 어떤 화면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파괴명령을 받기는 했지만 제대로 추적조차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니 요격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이번 북의 탄도미사일은 800km나 날아가서 동해상에 착탄했는데 800km이며 일본의 사세보항구 등 일부 미군기지항구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이다. 특히 북이 사거리를 조절해서 800km이지 원래 이 미사일을 사거리는 1300km로 알려져 있다. 요코스카항구 등 일본의 주요 미군기지항구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가진 위력적인 미사일인 것이다.

 

▲ 2016년 3월 18일 북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사세보 항구, 요코스카 항구 등 주일미군기지 항구 타격이 가능한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이 미사일이 이번에 날아올라 수평이동한 고도가 200km라고 한다. 100km정도 되는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난 미사일로서 마하 25-30의 속도 우주공간을 비행하여 대기권으로 재돌입하여 내리꽂히는 시험을 단행한 것이다. 지상 85km에서 690km상공을 열권이라고 하는데 이 열권에서 대기권으로 접어들면서 탄두에 6000도 이상의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탄두외피가 잘 막아내야만 내부의 폭탄과 그 유도장치 전자장비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전하게 탄도미사일 탄두를 보호하여 지상 목표지점까지 유도할 수 있는 이 대기권 재돌입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다. 북은 그 탄두보호물질 지상 공개시험을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아래 진행하는 모습을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엔 실제 탄도미사일 재돌일기술을 과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 예멘 후티 반군이 스커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사우디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장면, 90년대 북에서 수입한 것이다.   ©자주시보

 

▲ 북의 화성계열 스커드 미사일에서 자탄을 분리하기 위해 덮개(페어링)을 여는 모습     ©자주시보

 

▲ 북의 화성계열 스커드 탄도미사일이 목표물에 접근하면 저렇게 탄두가 수십개의 자탄으로 분리되어 목표 일대를 초토화시키게 된다. 북의 단거리 미사일도 지하까지 파고들어가는 단발탄두에서 수십개의 자탄형 다탄두까지 가지가지로 준비해 놓고 있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은 이런 지대지미사일을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 거점, 항공모함, 미 본토에 마구 퍼부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런 자탄을 소형 핵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북의 주장이다. 미사일 한 발에 미군 거점 일대가 쑥대밭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주시보

 

또 다른 문제는 레이더에서 사라진 나머지 한발의 존재이다. 이것이 일본과 미국 등의 위성감시장비를 교란시키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어 감시망에서 벗어나 더 먼거리를 비행하여 목표를 명중시키는 시험을 했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정도 궤도를 파악했는데도 요격 시도조차 못했는데 이 미사일은 아예 파악 자체에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17km만 보여주었다면 북 영토 안에서 비행한 일부만 보여준 것이어서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요격을 할 수 없는 곳에서의 비행만 보여주고 다음부터는 아예 감시자체를 따돌리는 비행을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공개에서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북이 미사일이건 위성로켓이건 공개적으로 쏘아올린 로켓이 올라가는 과정에 폭발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공중폭발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김정은 제1위원장 들어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지난해 북은 프로그 로켓의 경우 며칠 사이에 100여발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특히 북이 예멘에 수출해서 지금 전쟁에서 후티 반군이 수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을 쏘아 사우디 연맹군을 공격을 하고 있는데 발사 과정에 폭발했다는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북의 로켓은 이미 그 안전성이 검증된 상황으로 봐야 한다.

 

▲ 북의 스커드 미사일이 한 발 사우디군 거점에 떨어지자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멀리까지 폭풍이 일었다.  고폭탄만으로도 이런 파괴력이 나오는데 여기에 수소탄을 장착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자주시보

 

따라서 무조건 공중폭발에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진상파악을 해야 대책 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미 공세가 심상치 않다. 대기권 재돌입체 시험 현지지도 과정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 단행할 것을 명령했는데 그 발표가 나온이 며치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실제 시험을 단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도 실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핵탄두 폭발시험도 진행할 것이다. 그것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압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더 빨리 더 단호하게 단행할 가능성인 높다고 본다.

16일은 일본에서 요격명령을 내린 날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아주 가혹한 독자대북제재안을 발표한 날이었다. 그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격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단행한 것이다.

 

북이 하루가 지났지만 그에 대해 바로 자세히 보도하지 않는 것은 그 시험을 과연 미국과 일본이 어디까지 파악하는지 살펴보자는 취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때가 되면 무슨 시험을 단행한 것인지 북이 발표할 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유엔안보리가 즉각 긴급 소집되어 대응책 논의에 들어간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정말 여기서 더 북에 대한 압박이 가해진다면 북이 무슨 결심을 내릴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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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장하나 경선 탈락.. “청년정치 한계로 평가되지 않기를”

 

SNS “청년대표 한계 아냐…더민주, 현재 모습 짚어볼 필요 있다”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 <사진제공=뉴시스>

1기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문, 19대 국회에서 맹활약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와 장하나 의원이 20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했다.

경선 탈락 후 김광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공정한 경선에서 진 것이니 당의 잘못은 없다”며 “아직 저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니 당에 대한 비난은 말아달라. 정당투표는 2번으로”라며 당을 감쌌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비록 경선에서 떨어진 인기 없는 의원이지만 지원유세 필요한 곳 있으면 연락달라”면서 “자유로운 몸이니 전국 어디든 가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경선에서 승리한 노관규 전 순천시장에게도 축하 인사를 전하며 “본선 멋지게 잘 치르셔서 호남유일 새누리당 지역구를 탈환해 주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김광진 의원은 특히 청년비례대표 제도가 1기에서 좌절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꼭 재선의원이 되고 싶었다”며 이는 “(개인적인)정치적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청년비례라는 제도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도 4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구에서 자생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쉽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정치의 한계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며 “이것은(경선패배) 온전히 저 개인의 역량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내일(20일) 중앙위원회가 있다. 그곳에서 20대 국회 비례대표의 순번을 정하게 된다”며 “그런데 공관위는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중단시켜버리고는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청년비례 2기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치꾼은 다음선거를 준비하고 정치인은 다음세대를 준비한다고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100년 가는 정당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정당으로의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탈락 소식을 전한 장하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정말 멋진 정치를 보여드리고, 우리 지역에 쓸모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부족했다”며 “국회의원 장하나가 아니라, 인간 장하나로서 변함없는 좋은 이웃으로 남겠다”는 심경을 전했다.

장 의원 역시 “망가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추스르기 위해서 총선 승리에 모든 걸 바치겠다”며 “특히 203040세대에 투표를 호소하고 청년 정치의 복원을 위해 현장을 누비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광진‧장하나 의원 경선 탈락 소식에 SNS상에는 안타까움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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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백의종군, 미래의 지도자를 본다”

 

[김종철 칼럼] 선당후사에 백의종군, 상상이나 했는가…아직 51세, 큰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media@mediatoday.co.kr  2016년 03월 19일 토요일

3월 18일 오후 인터넷매체에 오른 한 장의 사진이 짙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정청래가 자신의 지역구(서울 마포을)에 출마하기로 결정된 손혜원(홍보위원장)을 포옹하면서 활짝 웃고 있는 장면이다. 일찍이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지난 10일 정청래를 공천에서 ‘컷오프’ 시킨 사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공관위 위원장 홍창선이 CBS 라디오의 대담프로에 출연해서 “이 사람은 챔피언 수준이 된 거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처럼”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광신적인 극우분자이자 부동산재벌로서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에 방이 118개나 되는 초호화별장을 갖고 있고, 인종차별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경멸을 일삼고 있는 트럼프를 자신과 비교하는 말을 듣고 정청래는 얼마나 모멸과 분노를 느꼈을까? 그는 며칠 뒤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평당원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남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80년대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손혜원은 정청래가 지난 16일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것을 지켜본 뒤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썼다.

 

“당은 그를 버렸는데 그는 끝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울보 정청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이제 제가 지키겠다. 천군만마와도 바꿀 수 없는 정 의원과 다시 시작한다.”

정청래의 인간적 아름다움과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얄궂게도 18일 오전 더민주 대표 김종인의 입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냈다. 김종인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청래 의원이 요구하고 요구를 받은 분이 수락해 손혜원 위원장을 마포을에 전략공천했다”고 밝혔다.

총선을 스무닷새 남짓 앞둔 지금 한국사회에서 지도자라고 불리는 대다수 정치인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독선, 불통, 오만, 자기중심주의의 극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집권세력 쪽에서는 대통령부터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관위에 이르기까지 “내 편이 아니면 죽이겠다”는 살벌한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정청래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지도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선언을 했다.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저 정청래,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 저는 위대한 국민만 믿고 가겠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든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

쓰러져 있는 저라도 당이 필요하다면 헌신하겠습니다. (···) 우리가 당의 주인입니다. 제가 여러분들과 힘을 합쳐 당을 재건하겠습니다. 개인 김종인에게 서운하더라도 당대표 김종인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주십시오. (···) 우리는 총선에서 이겨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 당대표에 대한 비판은 일단 멈춰주시고 총선 승리를 위해 뛰어 주십시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합니다.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승리합니다. 총선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지난 2015년 10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3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당시 취재 중인 언론사 기자를 향해 최루액을 뿌리고 연행한 것과 관련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정청래는 이런 공개적 약속을 즉각 실천에 옮겼다.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에 더민주 예비후보로 나선 김비오는 18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청래 의원이 험지에서 고생하는 동지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며 자신이 요청한 선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공천에서 탈락하면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곧바로 다른 당으로 옮겨가는 정치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혜와 권력이 삶의 전부인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청래는 이 천박한 정치풍토에 돌개바람을 일으켰다. 단순히 ‘백의종군’이라는 말만으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의미가 그의 행보에 담겨 있다.

 

정청래가 18일 오후 손혜원의 ‘마포을 출마’ 기자회견장에 나와 한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정청래가 더민주이고 더민주가 정청래이며 오늘 이 순간 정청래가 손혜원이고 손혜원이 정청래다. 이제 손혜원과 정청래와 더민주는 삼위일체 하나가 되었다.”

정청래가 공천에서 탈락한 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을 가슴 아파했다고 보좌진 가운데 한 명이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텃밭’이던 마포을에서 손혜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부산 중·영도뿐 아니라 전국의 ‘험지들’을 돌며 지원유세를 한다면 선거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청래는 51세이므로 야당 정치인들 가운데서는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이번 총선에서 그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백의종군하는 모습은 많은 주권자들에게 참신하고도 가슴 뿌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그동안 약간 거칠거나 지나치게 호전적이었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겸손히 받아들이면서 집권세력의 부당한 처사에는 과감히 맞서고 함께 가야 할 동지들은 화합의 정신으로 포용하게 된다면, 정청래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건 패배하건 간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정청래를 대통령으로!”라는 외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믿는다. 기왕의 ‘대권주자’ 명단에 정청래의 이름이 추가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정치 발전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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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 폐지', 전 이 공약에 투표하겠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3/20 09:29
  • 수정일
    2016/03/20 09: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주장] 발암물질과 같은 야간 학습... 청소년의 저녁이 있는 삶 보장할 후보 없나요?

16.03.19 20:28l최종 업데이트 16.03.19 20:28l

 

 

만약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그것도 1주일 내내 발암물질이 들어간 식재료로 만든 급식을 먹이고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난리가 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장 등교를 거부할 것이고, 교장과 급식 담당자는 구속될 것이다.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 성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릴 것이고, 주무 부서인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언론들은 하루 종일 대서특필할 것이고, 그 학교는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질 식자재나 식중독 문제로 가끔 시끄럽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 학교에서 발암물질로 급식을 만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먹거리 문제는 무겁게 다루어진다. 좁게는 학생 개인의 건강권 문제이고, 넓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문제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한국 학교에 만연한 '2급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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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 발암물질 석면.
ⓒ free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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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문제, 교육 문제에 이렇게 민감한 우리나라의 학교에 석면과 더불어 만연해 있는 발암물질이 있다. 바로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의 '야간 (학습) 노동'이다. UN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야간 노동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예측된 상식이지만, 구체적으로 발암 물질이라는 점을 WHO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암을 유발할 뿐 아니라 야간노동이 심장병, 돌연사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서 가장 불편한 점 중에 하나가 야간에 영업하는 식당이나 가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야간 노동은 행복권을 해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야간 노동 제한은 세계적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71호 야간노동 협약은 두 번 연속 야간근무를 금지한다. 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야간 노동을 이러저러하게 제한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독일은 서비스 분야에 야간 영업을 금지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벨기에는 병원, 약국, 호텔, 레스토랑, 감시 활동 등 예외를 인정하는 업무 외에는 모든 노동자에게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운송, 보건, 숙박업 외에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성인의 야간노동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청소년 야간 노동은 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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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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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긴 걸로 유명하다. 성인의 노동시간뿐 아니라 청소년의 학습시간 역시 세계 최장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학생들에게 만성적 야간학습으로 이어진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성인 보다 학생들이 장기간 노동에 고통 받는다는 의미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국민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이유로 성인들의 야간노동을 규제하는데, 우리나라는 성인도 아닌 청소년들의 야간노동에 대해 무감각 할까?

물론 우리나라도 근로기준법으로 임신 여성과 18세 미만 청소년의 야간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최근 청소년의 야간근로를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 아르바이트보다 더 심각하고, 더 만연한 청소년 야간노동이 있다. 바로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심야학습이다. 공간을 학교 바깥으로 확대하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고등학생이 야간노동에 시달린다. 요즘에는 중학생, 초등학생도 그 대상이다.

학생들의 학습은 임금을 받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성인들의 노동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정신노동이자 육체노동이다. 어른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규제돼 있으며, 그 이상 일을 시키면 초과수당을 주어야 한다. 특히 야간노동은 발암물질이라면서 엄격하게 제한하려고 한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야간학습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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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생이 밤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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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가 되어도 불이 훤하게 켜진 대표적인 건물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등학교다. 1980년대 해외토픽에나 나왔던 것들이 지금도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더 확산되어 지금은 오후 11시까지 야간학습을 시키는 학교도 많다. 기숙사가 있는 경우에는 자정 이후까지도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진풍경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야경(야간 풍경)을 WHO 발표와 연관해 표현하자면 대한민국 학교는 학생들에게 발암물질을 먹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성인들의 야간 노동은 발암 물질이므로 규제해야 한다고 하면서, 왜 청소년들의 야간학습이라는 발암물질에는 침묵하는가? 학생들의 야간학습이 발암물질이라는 인식도 없고, 오히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하는 생각이 만연해 있는 현실이다.

또 다른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은 학교 건물에서 사라지고 있다. 큰돈을 들여 석면 단열재 교체 작업은 하면서, 왜 똑같은 발암 물질인 야간학습은 금지하지 않을까? 돈도 안 들어가는데 말이다.

교사도, 학생도 괴롭다

교육기본법이나 초중등교육법 같은 법률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 

사교육 기관인 학원의 야간 교습은 학생들의 건강권을 이유로 금지하면서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 학습은 아무런 제한 없이 이루어진다. 이런 모순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어떤 학교는 오후 11시까지 모든 학생을 강제로 자습시킨다며 학부모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이걸 '관리(care)'해 준다고 표현한다. 어떤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시키기 어려우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밤늦게까지 야간자습을 시킨다. 심화반이나 영재반은 양반이고, 세종반, 독수리반, 리더반, 사임당반 등 그 이름도 참으로 창의적이다. 

어떤 학교들은 아예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성적우수자에게만 야간자습실을 제공한다. 이는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다.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나 시도교육청 지침은 현실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그건 공문에나 존재한다. 학부모의 요구, 입시 성적 향상 등의 이유로 많은 고등학교가 이런 권고를 무시하면서 특별반을 운영한다.

심야 야간자율학습이 금지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교사도 퇴근 후에는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교사도 8시간 노동제를 적용받아야 하고, 초과근로와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당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위와 같은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한 지위'의 노동자다. 초과 근무 시 1.5배의 수당을 별도로 지급받는 일반노동자들과 달리 연장근로, 특히 야간근로나 휴일근로를 하여도 가산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는 교사들는 호봉에 따라 시간당 초과근무 수당이 8000원~11000원 정도밖에 안 된다. 또한 1일 4시간까지만 초과수당이 적용된다. 

황당한 것이 또 있다. 정규 근무 시간이 아님에도 교장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오후 10시도 모자라 오후 10시 30분, 오후 11시로 일방적으로 연장해 버린 학교들도 많다. 아무리 교사라도 정규 근무가 끝나면 아이들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아내이자 남편이다. 개인 생활이 있다. 그러나 교사는 학생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도 못 꺼낸다.

어떤 학교는 교사들이 공휴일은 물론 설, 추석 같은 명절에도 밤늦게까지 자율학습 지도를 해준다고 자랑한다. 이런 현실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수사례라고 자랑한다. 자신들의 행복추구권과 노동권도 지키지 못하는 교사가 학생들의 노동권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있을 리 없다. 이게 올바른 교육인지 심각한 의문이다.

특히 여교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 감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어떤 학교는 교사들로는 모자라니 학부모를 불러다가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시키기도 한다. 물론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동의라는 형식을 빌린다. 그런데 과연 이게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에 학생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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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교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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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구호와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철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을 내걸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현 정부도 수요일만이라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저녁이 있는 삶은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일찍 집으로 왔는데 자녀들은 야간자습을 이유로 학교나 학원에 잡혀 있으면 가족끼리 보내는 '저녁이 있는 삶'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정치인도, 교육 관료도, 저녁이 있는 삶에 학생을 포함시키지는 않는 것 같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아 거의 모든 정당과 후보가 교육 관련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정당도, 어느 후보도, 2급 발암 물질과 맞먹는 학생들의 야간자율학습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인들도, 교육 관료들도, 입으로는 저녁이 있는 삶과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 나아가 학생 건강권과 행복추구권, 인권을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만성적인 야간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단열재로 사용되는 석면을 학교에서 치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2급 발암물질인 야간학습으로부터 우리 학생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안 된다면 최소 오후 9시 이후에는 야간자율학습을 금지시키도록 하는 것이라도 시작하자. 

아이들도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충분히 잠을 잘 권리, 재미있게 놀 권리도 보장되어야 하고, 밤에 아무 것도 안 할 권리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들은 감옥에 갇힌 죄수가 아니다. 공부만 하도록 만들어진 학습 기계는 더더욱 아니다. 

애꿎은 학원만 야간 영업을 규제하기보다는 먼저 공교육 기관인 학교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학생의 (과도한) 야간 노동 금지', '성적순 차별 자습반 금지' 같은 교육 공약 내놓은 정당은 어디 없을까? 

서울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노동·성 인권 전문가를 채용했다고 한다. 이분들이 취임 일성으로 "학생들을 야간 학습노동으로부터, 교사들을 야간 감독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학교에서 발암물질부터 제거하겠다"고 선언하면 어떨까? 

정치인이든, 교육감이든, 어떤 교육 관료이든 이런 주장을 하는 이에게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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